일터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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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코너] 일본 철도 JR 3사의 외주화와 안전 위협 백래시와 플랫폼에 맞서는 여성 디지털콘텐츠노동자들 어느 응급의학과 의사의 고백 통권 181호 / 2019.3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여성노동자의 111년 전, 그리고 오늘 비록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지만 공기는 점차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는 정확히 111년 전 1908년 3월 8일 로부터 시작됩니다.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 1만 5천여 명이 뉴욕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입니다. 유래를 찾기 어려운 여성들의 첫 대규모 시위였습 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가득한 노동 현장에서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씩 일했지 만, 임금은 남성들보다 턱없이 적었습니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의 한 작업장에서 발생한 화재 로 여성 노동자 여러 명이 숨졌습니다. 이에 거리로 뛰어나온 여성들은 노동 조건 개선과 여성 의 지위 향상, 참정권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때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습니다. 빵 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했습니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2년 뒤인 1910년 덴마 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차 여성 운동가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세계 여성의 날’ 제정을 결의했 고, 이후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1975년 유엔이 이날을 국제기념일로 공식 지정한 뒤로 오늘날 여러 국가에서 매년 이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중국, 베트남에서는 공휴일로까지 지정하 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성이 어렵게 정규직으로 취업하더라도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경력단절 이 되며 비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44%가 여성으로, 노동참여는 늘어났지만 여성 노동자의 55%가 비정규직이며 6명 중 5명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이 서비스업, 특수고용인 경우가 많아 기존의 생산직 남성 노동자조차 인정받기 어려운 산업재해승인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 별을 철폐하자는 111년 전 그 날이 기억되어야 하는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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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11주년 세계여성노동자의 날을 맞이합니다. 거꾸로 111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10시간 넘게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 해온 여성 노동 발행인

자의 삶은 2019년과 비슷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최민

문제에서부터 채용 성차별, 성별임금격차 등은 더욱 여성을 ‘빈곤’한 삶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으로 내몹니다.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세은, 종호, 나래, 지나, 채은,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인데도 무언가가, 누군가가 자꾸만 지워내려

경미, 지안, 기형

고 합니다. 돌봄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일로 치부되고, 출산을 강조하지

만평

만 정작 모든 책임은 여성에게 미룹니다. 하루 24시간을 성실하게 살아

박원종

도 인정 받지 못하는 돌봄노동 시간, 업무상질병에 의해 아이가 장애가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있어도 산재 인정을 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 노동자는

인쇄

자꾸만 지워집니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지워지지 않기 위해, 존재

동광문화사

함을 드러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합니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그들

발송 산재공동체

은 오늘도 저항하고, 투쟁합니다.

발행일 2019.03.07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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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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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의 숨겨진 노동시간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을 보장하지 않는 산재보험제도 지금 당장, 성평등 노동을 외치다


14 지금 지역에서는

3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학습은 뒷전인 교육부에 맞선 공동 행동

어느 응급의학과 의사의 고백

42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16 국제안전건강뉴스

어느 군무원의 업무관련성 평가 이야기

위기에 놓인 방글라데시 무두질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44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18 국제안전보건비교기준검토

「노동조합 활동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꿈꿔 보다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⑤

46 노동자 건강 상식 돌연사(급성 심장정지)

20 연구리포트 일본 철도 JR 3사의 외주화와 안전 위협

48 문화읽기 생리혐오를 뚫고 훨훨 날아오르다

24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백래시와 플랫폼에 맞서는

50 발칙 건강한 책방

여성 디지털콘텐츠노동자들

상상해보자, 더 나은 세상을

28 사진으로 보는 세상

52 이러쿵저러쿵 주체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의 중요성

30 현장의 목소리 아이들 마음의 오아시스 학교 상담선생님의 눈물

54 안전보건동향

34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출처 : 김경희

출처 :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현장과 밀착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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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일하는 여성의 숨겨진 노동시간

나래 상임활동가

노동시간이 연일 이슈다. 작년부터 시행된 주

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52시간 상한제부터 최근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직장으로 향한다. 출산 전까진 중소기업에서 기

기간 확대 합의까지 노동시간을 둘러싼 각축전

획 업무를 담당했지만, 출산 후 육아를 하며 몇

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놓쳐지

년 동안 공백이 생기니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았

고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 공정하게 주

다. 면접을 보러 가도 아이가 있단 사실을 안 면

어진 것처럼 여겨지지만, 여성 노동자는 시간 빈

접관들은 A씨를 뽑아주지 않았다. 결국 집에서

곤을 경험한다.

멀지 않은, 아이의 등하교 시간에 맞는 대형마트 계산원에 지원했고 비슷한 상황과 조건에 처한

사회는 여성에게 빚지고 있다

여성들과 함께 일 하고 있다. 일을 마친 A씨는 유 치원에 들러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아이

한 여성 노동자의 하루를 떠올려보자. A씨는 대

를 씻기고 바로 저녁 준비를 한다. 아이와 함께

형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한다. 새벽 6시에 잠

밥을 먹고 나선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아침밥상을 차린다. 아이

빨래를 개고 어질러진 집을 치운다. 중간중간 놀

를 씻겨 옷을 입히고 달래가며 밥을 먹인다. 그

아달라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재우고 나서야

시간 동안 남편은 밥을 먹고 바로 출근길에 나선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다. 봄이 돼서 친구들과

다. 설거짓거리가 쌓여있지만 치울 새가 없다.

인근으로 나들이라도 가고 싶지만 언감생심이

본인 출근길에 늦지 않기 위해선 부지런히 나서

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지만, 남편은 오늘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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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가까이 돼서야 들어온다. 녹초가 된 남편과

문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듯한 시간, 노

반갑게 인사할 시간도 없이 A씨는 먼저 잠자리

동시간을 뒤집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여

에 든다. 내일 또 고단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기

성에게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

때문이다.

실, 심지어 저평가되거나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극적인 설정이 아니 다. A씨처럼 여성은 직장과 가정에서 출·퇴근이

여성 노동자의 과로사를 대하는 한국사회

없이 가사노동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노 동연구원에서 작년 12월에 발간한 ‘시간 빈곤에

시간 빈곤 문제와 연결해 함께 주목할 것이 있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을 다니며 미취

다. 바로 여성 노동자의 노동시간-장시간, 과로

학 자녀를 돌보는 40대 기혼 여성이 가장 극심한

문제다. 노동시간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누구의 입

‘시간 빈곤(타임푸어)’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

장에서, 누구의 조건에서 살펴보느냐는 중요하

됐다. 결혼했거나 돌볼 가족이 있는 경우, 다른

다. 지금까지 노동시간에 대한 분석, 문제 제기,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가 또는 자유시간이

대안 마련은 남성 중심으로 해왔다고 해도 과언

더욱 부족한 것이다. 결국 가사 부담을 크게 지

이 아니다. 과로사 인정 기준조차 여성의 돌봄

고 있는 여성이 남성보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

노동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그러

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

하다.

에 의하면 2014년 기준 1일 평균 가사노동시간 은 남성이 53분, 여성이 214분으로 여성이 남성

고용노동부는 과로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환이

보다 4배 이상 가사 노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

발생한 것인지 판단하는 근거로 ‘뇌심혈관질환

타났다. 하지만 이 추정치 역시 가사노동 범주에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을 두고 있다. 뇌심혈관질

자녀 목욕, 음식 준비 등 단순노동만을 포함했을

환은 과로를 상징하는 주요 질환 중 하나다. 인

뿐 필요한 가계 경영, 가족 돌봄 시 수반되는 감

정기준에 따르면 지난 4주간 매주 64시간 이상

정노동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

또는 지난 12주간 매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경

다. 가사노동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

우를 과로로 인정한다. 법정 노동시간을 주 52시

은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간 상한제로 설정했음에도 여전히 60시간을 기 준으로 하는 것도 문제지만, 여성 노동자에게 있

여성은 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당

어 더 큰 문제는 직장을 벗어나 가정에서 행한

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것은 성별

가사·돌봄노동 자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조

분업이 굳어진 형태로 여성의 당연한 일로 취급

차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될 뿐이다. 장시간 노동을 이야기할 때 정작 여

가 강조하는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고 있는 여

성이 가사·돌봄 등 무급 노동을 전담하는 것에는

성 노동자에게 이 같은 과로사 인정기준은 해당

주목하지 않는다. 분명 존재하는 사실인데 이상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게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긴다. 그렇기 때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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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과로사라는 개념이 이슈되기 전이었던 2013년

하게 된다. 혹은 자녀가 없더라도 고용 유지, 진

2월 한 여군 중위가 임신 상태에서 과로하다 숨

급 등을 위해 결혼,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기까

졌다. 유가족에 의하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했

지 한다. 자기 생애 결정권마저 침해당한다.

고, 한 달 초과근무만 50~53시간에 달했다고 한 다. 휴가 계획도 1개월 전에 올려야만 했다. 규정

돌봄노동은 사적이고, 비공식적 시간으로 치부

은 없었지만, 남성 중심적 군대에서 여군이 임신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1주일, 한 달, 1년, 평

을 이유로 필요에 따라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쓰

생 일한 노동시간이 일터 위험에 노출된 시간을

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계산할 때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위험에 노출된 시간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 최근 얘기되

2017년 1월, 30대 여성 공무원이 정부세종청

고 있는 과로사,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문제의

사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세 아이의 엄마

경우에도 여성은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

이기도 했던 그는 한 주 평일 동안 밤 9시 전에

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여성은 위험에 더욱 적게

퇴근한 적이 없었고, 주말 오후엔 자녀들과 시간

노출되는 것처럼 취급된다. 주로 여성에 집중된

을 보내기 위해 새벽 5시 청사에 출근해, 밀린 업

시간제 일자리, 단기 일자리가 갖는 효과가 그것

무를 봤다. 계산해 본 그의 한 주 근무시간은 70

이다. 유연근로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동시

시간이 넘었다. 이 기간에도 매일 새벽 6시에 일

간을 분절, 단절하기 때문에 위험의 연속성도 마

어나 밥을 짓는 등 세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

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죽지는 않더라도 죽을 만큼 일하는 여성 노동

노동시간 단축이 모든 노동자에게 좋다는 것

자들은 너무나 많다. 자녀가 있는 한 여성 노동

은 대명제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이 줄어든다

자는 점심시간을 포기한 지 오래다. 돌볼 가족이

고 했을 때 여성에게 그 줄어든 노동시간이 어떤

있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시간으로 재구성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직장에

위해서, 업무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

서 보내는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가사·돌봄시

기 위해서 밥 먹는 시간을 포기하고 점심시간 1

간이 더 증가한다면 그것이 정말 여성을 위한 것

시간조차 일하는데 바친다. 자기 시간을 포기할

일까. 직장에서 과로하지 않는 대신 집에서 과로

뿐만 아니라 노동강도를 높여 건강을 위협한다.

하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여성노동자, 모두를 위 한 노동시간 단축은 무급으로 평가되는 여성의

4년의 세월 차이가 나는 두 사례지만 여성 노

직장 밖 노동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을 때, 시간의

동자로서 겪는 문제는 공통적이다. 여성은 과로

주권자로서 여성이 자기 시간을 재구성할 수 있

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휴가나 병가를 쓰

을 때만이 의미 있을 것이다.

기조차 어렵다. 자신보단 자녀와 관련된 일을 처 리하느라 얼마 없는 휴가도 거기에 몰아 쓰게 되 고, 직장에서 평판을 위해 본인이 아픈 것은 도 리어 참는다. 결국 여성 스스로 건강(권)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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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을 보장하지 않는 산재보험제도 조애진 회원, 법률사무소 시대 변호사

지난 2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

노동하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수년에

동향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

걸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제주의료원 간

명으로 기록되었고, 이는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

호사들이 낸 요양급여 반려처분 취소소송이 그것

저치라고 한다. 통상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

이다.

대되는 출생아 수가 채 한 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 이다. 언론은 큰 일이 난 것처럼 출산율 수치를

제주의료원에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여 근무하

보도했고, 인터넷 뉴스 댓글에는 결혼하지 않는

다가 2009년경 임신한 여성 간호사 4명이 선천

젊은이들,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을 싸잡아 비난

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였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달렸다.

했다. 의료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간호사들은 임신 중 주·야간 교대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과연 우리 사회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얼마나 보

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임산부에게

장하고 있으며, 출산과 양육과정을 얼마나 두텁

치명적인 약물 등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었음

게 보호하고 있기에, 이 같이 근거 없는 비난이

이 드러났다.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

통용되는 것일까.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우리의

사들은 자녀의 질환이 업무와 관련되어 있음을

사회보장제도를 진지하게 들여다본다면, 가임기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였

여성의 출산파업에 대해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그

수 없을 것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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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고, 자녀

로 본다 하더라도, 출산 이후에는 보험급여 수급

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

권의 주체를 출산한 자녀로 볼 수 있음은 별론으

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간

로 하고, 여성노동자 본인이 급여수급권자가 될

호사들은 공단에 심사청구를 하였지만 기각되었

수는 없다는 점, 여성노동자에게 출산한 자녀를

고, 처분결과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 1심에

위한 보험급여수급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 자체

서 승소하였으나 2심에서 원심판결을 취소함에

만으로 임신한 여성노동자를 불리하게 차별하는

따라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거나 모성 보호의무 및 사회보장·복지증진의무 등에 위배

이 사건의 쟁점은 노동자가 임신 중 업무상 유해

된다고 할 수도 없는 점, 출산으로 모체와 출산아

요인에 노출되어 태아의 건강이 손상됨으로 인해

가 분리된 이상 그 질병은 출산아가 지닌 것이므

아이가 선천성 질병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 이 아

로 업무상 재해도 출산아에 대한 것으로 보아야

이의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할 것인지, 산재보

하고, 태아의 건강손상에서 비롯한 선천성 질병

험급여의 수급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지 여

을 가진 자녀의 출산은 여성노동자 본인의 신체

부에 관한 것이었다.

기능이나 노동능력 감소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 다는 점 등을 논거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말았

1심 법원은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병 원인과 메

다.

커니즘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 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제주의료원에서

헌법상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사회보장의무·

임신 중에 근무하면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평등원칙 등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법률의 문

주·야간 교대근무,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한 약

언해석에만 천착하여 내린 항소심의 판단에 동

물 등과 같은 작업환경상의 유해요소들에 일정

의할 수 없다. 다만 항소심 역시 “출산아에게 보

기간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된 후 원고들이 선

험급여의 수급권이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라

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였으므로,

거나, “출산으로 모체와 출산아가 분리되는 이

이러한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 그 질병은 출산아가 지닌 것이므로 업무상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

해도 출산아에 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하

고 밝혔다.

는 등 모체의 업무와 태아의 질병 사이에 상당인 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출산아가 급여수급권자가

이에 반해 항소심 법원은, 산재보험급여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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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수 있다는 취지를 설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

급권자는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

다면 현행법 해석상 원고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에 걸린 사람 본인에 한정되고 업무상 사유로 사

는 급여수급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출

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이 된다는 점, 여성노동자

산아에게는 그것이 인정된다는 취지를 보다 적

에게 업무상 질병을 야기할 정도의 유해요인으

극적으로 판결이유에 명시함으로써, 판결 주문

로 태아에게 건강 손상이 발생한 것을 보험사고

에서의 청구기각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복지공단

2019년 3월호


으로 하여금 재처분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지 않

으로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부조

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리하다. 이는 그간의 노동시장이 남성 중심으로 조직되어 왔고, 산재보상제도 또한 남성의 노동

한편, 이 소송 중에 산재보험법 대상조항이 불

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여성의 노동은 주변

완전·불충분하게 규정되어 헌법에 위배된다는

화 되고 소외되어 왔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

점을 들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거나, 헌

다. 현행 산업안전보건제도 및 산재보상제도에

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서 여성노동자 특유의 임신·출산·육아·가사노동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

과 관련한 보호와 보장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한데도 입법자가 아무

그만큼 국가와 사회가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

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여 입법

보장 의무는 방기한 채 여성에게 재생산의무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하는 방법도 필요하

이행만을 강요해 왔던 것이다.

지 않았나 싶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태아와 모성보호를 위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입법권자의 광범위한 입

산재보험법 개정논의가 시작되었고, 2018.5.3.

법권을 침해하지 않으려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산재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늦

입각한 것이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여성노동자

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

를 대하는 시선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

보장을 위한 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

다. 국가인권위도 2심 판결의 위헌성을 지적하

는 동시에, 제주의료원 노동자들의 기나긴 법정

며, 지난 1월 29일 대법원에 “헌법이 규정하는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대법원이 전향적 판단을

모성보호와 여성 근로의 특별보호, 국제인권기

내리길 기대한다.

준, 산재보상보험법 제정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임신한 여성노동자와 태아는 업무상 유해요소로 부터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오늘날 임신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양육의 과정이 더 이상 여성 또는 개인만의 문제 로 치부될 수 없음에도, 여성 노동자의 출산을 사 회연대적 관점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치 부하려는 경향은 쉽사리 변하지 않고 있다. 태아 의 건강손상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 정된다 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이외에 모(母)와 자(子) 모두 현행 산재보험법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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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지금 당장, 성평등 노동을 외치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을 활동가 인터뷰

출처 : 이을

선전위원회

올해로 111주년을 맞이한 날이 있다. 바로 ‘세계 여

(권리)를 원한다!”

성의 날’이다. 빵과 장미가 상징이 되어 장미를 여

한국에서도 올해 3월 8일 제3회 3시 스탑 조기퇴근

성에게 주며 ‘기념’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위가 열린다. 채용 성차별, 최저임금 개악, 성차별

2019년에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장밋빛과 거리

조직문화를 ‘끝장’내기 위해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가 멀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 1만 5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실을 지난 2월 28일에 방문

천 여명이 외친 구호는 오늘과 맞닿아 있다. 당시 여

해 이을 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심지어 18시간 동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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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했고 그들은 외쳤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

요즘 집회 준비하시느라 많이 바쁘시죠. 한국여성

동이 아니라 휴식이다!”, “우리는 빵(임금)과 장미

노동자회가 1987년에 창립되고 지금까지 활발히

2019년 3월호


활동 중인데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활동을 하

1항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고 있는지 궁금해요.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있지만, 처벌규정은 벌금 500만원에 불과하죠. 사실 유

“성평등 노동이 주요 슬로건이에요. 인구의 절

명무실해요. 관행이 계속 있어요. 과거 90년대 채

반, 노동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존재함에도, 여성

용 공고에 아예 여성 키, 몸무게, 외모 준수를 명

이 어떻게 일 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

시했죠. 여성운동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성

안 드러나고 있다는 걸 뜻해요. 법이나 정책을 살

과가 있었어요. 그런 활동이 있은 후 최근 점수

펴보면 남성 중심적이죠. 거기에 대해서 여성 노

조작 사건이 확인된 거죠. 다시 재점화가 된 것

동자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분명한 인식 속

같아요. 하지만 그 사이 공백이 길기도 했고, 여

에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울려 퍼져야 한

성 스스로도 채용 과정에서 임신, 출산 계획, 남

다고 생각해요. 노동 문제에서도 여성 노동은 부

자친구 여부 묻는 걸 당연시 생각하기도 하죠. 기

차적이거든요. 노동 안에서 성평등해지는 것, 모

분은 나쁜데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스럽고,

든 사람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 하는 것이 성평

이런 걸 묻는 게 법을 어기는 거다라고 생각하기

등이라는 키워드 안에 담겨 있어요. 최근 주목하

쉽지 않아요.

고 있는 건 성별임금격차 문제예요. 임금으로 차 별 받는 것 안에 무수히 많은 것들이 포함돼요.

제일 기억에 남는 사례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임금 차별은 성차별의 총합이라고 봅니다. 그래

면접을 보는데 우회적으로 결혼을 안했냐는 질문

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 고용상 차별 받

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솔직하게 이혼했다고 대

는 문제도 시정되어야 하고, 문화가 바뀌어야 해

답했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이혼했

요. 그래야 성별임금격차가 해소 될 수 있는거죠.

다는 건 성격상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하더니 결 국 채용이 안 된 거죠. 다른 한 경우는 디자이너

채용 성차별은 노동권, 시민권을 침해받는 엄연

면접을 보러갔는데 쓰리 사이즈(가슴, 허리, 엉덩

한 범죄 행위에요. ‘여자보다 남자가 일 잘하지’,

이)를 물어보면서 피팅 모델해야하니깐 사이즈를

‘여자는 임신, 출산 때문에 생산력이 떨어져’라는

물어본다는 거예요. 사실 시민사회진영에서도 결

인식 자체가 심각한 시민권 침해인거죠. 채용을

남출(결혼, 남자친구, 출산) 질문이 횡횡해요. 지

안 하는 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여성들이 나쁜

역운동과 결합되어 있는 한 풀뿌리운동 단체의

일자리로 몰리고, 빈곤에 빠지고, 삶을 영위하기

채용과정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면접관이 나름

힘들게 만들어요. 이뿐인가요. 승진, 배치, 정규

배려 차원에서 임신 계획을 물어봤다고 하더라고

직전환 나중에는 퇴직까지 다 이어져요.”

요. 진짜로 여성 노동자를 배려하려고 했다면, 육 아휴직과 출산휴가문제는 뽑고 나서 협의하면 될

얘기하신 채용 성차별 문제는 그간 여러 활동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면접 자리에서 물어보는 건

고민이 묻어나는 슬로건 같네요.

그 자체가 당사자에게 부담이고, 위계적인 불법 질문입니다.”

“실제 채용 성차별 문제는 심각한 문제예요. 남 녀고용평등법이 생긴지 30년이 지났어요. 제7조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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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그런 상황과 문제가 여성 스스로 자기 검열하게

에서도요. 점수를 조작해서 합격했던 여성들을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애초에 일

떨어뜨렸죠. 매우 심각한 성차별 채용 비리 범죄

자리를 구할 때 나에게 가능한 것들, 결혼과 임

죠. 하지만 작년에 국민은행은 채용 성차별 1심

신, 육아 계획이 있다면 다니지 못할 환경이 갖춰

판결에서 벌금 500만원을 받았어요. 500만원은

진 곳은 애초에 선택조차 못하게 되죠. 그리고 그

그런 대기업에는 껌값에 불과하죠. 500원 느낌

런 환경이 주어진 곳은 드물고요.

아닐까요? 그러니 기업은 위반해봤자 벌금 정도 니 그냥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 뽑자는 태도를 갖

“여성들은 출산해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경

기 쉬워요. 게다가 직권조사해서 증거를 잡지 않

우가 많아요. 제 친구들만 봐도 그걸 많이 고려하

으면 밝히기 쉽지 않아요. 그러니 면접 2차까지

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여성이 훨씬 많은데 3차 올라가면 확 줄어든 인

게 아니라, 근거리에 있는데, 사장이 눈치 안주는

원을 보고 여성들은 차별 받는 것 같다고 생각할

데, 근무시간이 유동적일 수 있는 데를 많이 찾

뿐이죠. 채용 성차별 문제가 어려운 지점이 그런

죠. 이런 사회 전반적 분위기와 조건이 채용 성차

거에요. 거기에 취준생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얘

별로 연결되는 거예요.

기하기도 어렵죠.”

순응하는 질서가 있죠. 인터뷰한 사례 중 어떤

여성들이 겪는 차별의 문제는 실제 존재하는 것

분은 커플링을 빼고 면접장소에 들어 간데요. 확

인데도 ‘정황’으로만 취급되는 현실이네요. 한편

실히 반지를 빼고 들어가면 결남출 질문을 덜 받

에선 여성이 그 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거 아니냐,

는다고 하더라고요. 커플링 끼면 그거 보고 남자

여성이라고 차별 받았다고 하는 거 억지 아니냐

친구 있냐, 결혼 계획 있냐 묻고요. 실제 계획이

는 시선이 많은 것 같아요.

없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5년 안에 없다고 대 답을 한다는 거죠. 당사자에겐 확실히 부담이에 요.”

“맞아요. 그리고 여성 스스로도 알기 어려워요. 공채 시스템의 문제를 얘기하시는 분도 있어요. 걸러지는 시스템이죠. 사람들을 대거 모집해서

순응, 자기검열, 타협 아닌 타협을 해서 직장에 들

걸러요. 그런데 당사자들은 왜 떨어졌는지 모르

어가는 거네요. 남녀고용평등법이 30년 넘게 존

죠. 그냥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힘들

재했는데, 사람들은 법 자체를 많이 모르는 것 같

어하죠. 저희 대표의 딸과 친구들 이야기인데, 여

아요. 왜 이 법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요?

자라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게 또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고,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요. 남녀고용평등법의

그랬나 싶어 자존감이 막 떨어진다는 거예요. 정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예요. 하지만 고용노동부

황만 있지 정확한 증거도 없고, 어떤 기준이 나한

는 성평등, 젠더 의식 자체가 없죠. 고용 평등에

테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채용 당사자들에게 밝

관심이 없어요. 채용 성차별 문제도 2017년 한

혀지지 않죠. 그러니까 개별 여성들은 자기 탓을

국가스안전공사 사건을 계기로 밝혀졌어요. 게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원형 탈모가 생기고, 정

다가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까지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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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요. 채용 성차별이

해요.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사업장, 직군, 직종

건강에 미치는 영향인거죠.

에서 노동환경, 작업환경이 더 많이 얘기되면 좋 겠어요. 그 안에서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그

그렇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익명신고센터만

리고 사회적 건강도 다뤄져야죠.

만드는 게 아니라, 채용과정에서부터 채용 성비 를 공개하라, 왜 이 과정에서 떨어졌는지 밝히라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서도 비정규직, 미조직 노

고 요구했지만 먹히지 않았죠. 블라인드 면접이

동자 고민이 많은데 그것 역시 남성의 얼굴을 띄

라고 하지만 최종으로 가면 얼굴 다 공개되고, 서

지 않았나 싶어요. 많은 수의 여성들이 30인 미

류에도 군필, 미필 이런 거 아직도 체크하게 되어

만 사업장에서 일하죠. 왜 여성들이 소규모 사업

있거든요. 거기에 해당 사항 없음으로 체크하면

장에서 일 하게 됐는지 얘기 되는 게 필요해요.

당연히 여성인 게 밝혀지죠.”

임신출산 문제, 육아 문제도 건강권과 연결되죠. 정말 많은 수의 여성들이 임신출산, 육아 문제

채용 성차별뿐만 아니라 성별임금격차 해소도 중요

로 해고 위협을 당하거나, 막상 들어가도 불이익

한 요구인데요. 성별임금격차라는 것 자체가 사회

을 당해요. 파리바게트 사례만 봐도 그렇거든요.

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문제도 있다고 보여지네요.

80% 넘게 여성이 있는데도 여성 생애주기를 전 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생리, 임신출산은 충분히

“성별임금격차라는 한 키워드 속에 여성 노동의

예상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생리 때 화장실에 못

다양한 의제가 담겨있어요. 여성의 임금이 저임

가고 일하다 질염에 걸린다던지, 임신을 해도 노

금화되어 있고 소위 ‘싸구려’ 노동 취급을 받죠.

동시간에 대한 고려가 인력 부족을 핑계로 전혀

그래서 미투운동 이후 해외에선 페이미투운동이

안 되서 유산을 한다던지. 임신 했으니 차라리 그

일어났고요. 채용 성차별을 시작으로 안 좋은 일

만둬라, 아니면 휴직해라. 당사자는 건강하게 일

자리에 내몰리고, 경력단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할 수 있고, 하고 싶은데 그런 게 전혀 안 되는 거

고용단절을 겪는 것, 고용단절이 되면서 질 나쁜

죠. 그런 문제가 없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일자리로 더욱 고착화 되는거죠. 같은 일을 하면 서 임금을 적게 주는 건 눈치 보이니깐 아예 여성

작업중지권도 다뤄지는 게 필요해요. 독일은 작

의 일이라고 해서 떼어 버리는 것, 회사에서 승진

업거절권이라고 해서 법에 명시되어 있죠. 한국

하거나 경력이 올라갈 수 없게 단순한 업무로 임

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있긴 하지만 협소하게 해

금을 낮게 처버리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석되고, 여성이 경험하는 위험까지 연결되진 못 해요. 노동안전보건 운동에서도 작업중지권과

젠더 관점에서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재해석되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연결해 본 적이 없죠. 2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혹시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작업중지권이 필요

의제가 있으신가요?

하단 생각이 들어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 해자로만 머무는게 아니라 피해를 당한 노동자

“여성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더 파고 들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부터 그런 흐름이 있는 것 같긴

로서 취할 수 있는 권리들, 그 권리가 다각적으로 재해석 될 필요가 있어요.”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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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우리가 아직 잊지 못하는, 잊지 말아야할 이름이 있다. 바로 이민호 군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학습은 뒷전인 교육부에 맞선 공동 행동

이다. 누군가의 이름이 가슴 한 켠에 세겨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 까. 그것은 그를 추모하고 위로함과 동시에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의 의미 아닐까.

결국 제자리 걸음의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이민호 군은 제주 음료공장의 현장실습생이었다. 학교 전공은 원예였지 만,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기계 수리 업무를 맡았다. 2017년 11월 9일 사 망하기 전에도, 이미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을 정도로 안전하지 못 한 곳에서 ‘실습’을 했다. 사실상 실습이 아니었다. 조기취업 형태의 값싼 노동력 제공이었다. 이민호 군만이 아니었다. 2017년 1월엔 한 통신사 콜센터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나갔던 홍수연 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 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고 김○○, 2014년 고 홍○○, 고 김동 준, 2016년 고 김동균 그리고 그 밖에 미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직업계 고 현장실습생들이 존재한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들의 사건사고가 연일 발생하고, 시민사회단체, 노 동조합, 유가족들이 대책 마련 목소리를 높이자 교육부는 2017년 12월 에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김상곤 전 교 육부총리는 “현장실습이 근로에 중심을 둔 조기 취업 형태로 운영되면서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실습 생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악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2018년부터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당 시 폐지 선언을 접한 이들은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부는 2018년 2월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 방안’을 발표하면서 폐지가 아닌 수정을 택했다. 취업 중심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 으로 바꾼다며 실습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제한하고, 선도기업 선정 절차 를 만들어 실제 실습이 가능한 기업에 학생들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결국 나래 상임활동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바로 노동력 제공 형태의 산업체 파 견형 현장실습 강화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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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돌연 입장을 바꾼 교육부의 이유와 논리는 다른 게 아니다. 안전사고 부담과 책임이 강화되자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이 줄어 실습, 사실상의 조기취업이 어려워져 취업 률 상승에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실습기간을 1학기로 늘리고, 참여기업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규제 완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안을 대책방안이라고 올해 초 다시 내놓은 것이다.

교육부의 행보는 일방적이었다. 개악안에 우려를 표한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뿐만 이 아니라 자식을 먼저 보낸 상처로 하루하루가 고통인 유가족의 목소리까지 외면했 다. 교육부 교육일자리총괄과·중등직업교육정책과는 전국의 직업계고 교장·교감 및 취 업 담당 부장을 대상으로 ‘고졸취업 활성화 및 현장실습 보완 방안 권역별 설명회’를 열 었다. 호남권, 충청권, 경상권 그리고 지난 2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지 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제주 5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여하여 설 명회가 진행됐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유가족이 나섰다. 현장실습생 유가족 뿐만이 아니 라 이 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 하던 아들 김용균 씨를 사고로 잃은 김미숙 님도 함 께 연대했다. 참가자들을 향해 피켓을 들었고,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 주어진 발언 기회 를 놓칠 수 없었던 이들은 교육부의 안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 어 가슴 속 깊이 있던 이야기까지 꺼내놓았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죄송하다’는 말 을 정작 유가족들이 아닌 청중을 향해 말했다. 그동안 단 한마디의 제대로 된 사과도 없 이 단 1년 만에 취업률을 핑계로 학생들을 현장실습 할 능력도, 책임도 질 수 없는 기업 에 마구잡이식으로 보내겠다는 교육부의 안 그리고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에 모두 경악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민호 군의 아버지 이상영 씨는 무대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교육부는 저임금 노동자 를 제공하는 용역회사이며, 오늘 설명회는 특성화고 학생 이용 설명회에 불과하다”고 외쳤다.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지적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오로지 취업률에 만 연연해하는 교육부에게 과연 우리가 어떤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이미 학생들 스스로 현장실습을 학습이라 얘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고, 우리가 바꿔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유가족들은 다시 약속했다. 값싼 노동력으로 학생들을 기업에 제공하려는 정부를 바 꾸자고 말이다. 그 싸움에 연대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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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건강뉴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수출용 가죽제조업 분야의 노동

위기에 놓인 방글라데시 무두질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자 대부분이 위험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건강문제로 고통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의 노동인권 단체인 직업안전보건환경재단(the Occupational Safety, Health and Environment Foundation)에 따르 면, 수도인 다카 외곽에 있는 사바르 가죽제조 산업단지(Savar Leather Industrial Estate)에서 일하는 노동자 61%가 안전보건의 위기에 직면하 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공개된 조사 결과는 가죽 무두질, 가죽 제품 및 신발 공장에서 8년 이상 일한 105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다.

약 93%의 응답자는 처음 일을 시작하기 전 어떠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61%가 일터의 비·공식적인 안전 체계가 전혀 없어 건 강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들 중 27%가 두통, 19%는 피부 화상에 시달리고 있었고, 팔·다리 통증(16%), 알러지(14%), 어깨 및 허리 통증 (11%)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제조 과정에서 사용 된 독성 화학물질, 화학 가스, 부적절한 조명, 분진, 소음, 오염된 환경, 안 전 장비 부족이 주요 요인으로 파악되었다.

“조사 결과는 새로울 것이 없어요. 사업주들이 막대한 이윤을 위해 노동 자들의 인권을 무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건강문제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공장에는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보건체계가 전 혀 없어요.”

방글라데시 가죽제조업 노동조합 대표인 아불 칼람 아자드 씨는 말한다. 산업단지는 2017년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했지만,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착취하는 오랜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고, 딱히 다른 기술이 없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매우 위험한, 심지어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열악한 작업 조건에서도 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덧붙였다.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무하마드 삼수(45세) 씨는 1991년부터 2014년까지 무두질 공장에서 일 했고, 작은 가죽제품 사업을 시작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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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의 입장에 전혀 공감하지 않습니다. 그저 돈에 관심이 있죠. 노동자들은 병을 얻고, 사고를 당하고 심지어 죽기도 합니다. 이 업계는 시작부터 규제가 미미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에요.”

주요 무역기구인 방글라데시 가죽제조업 협회(Bangladesh Tanners Association, BTA) 의 의장 샤힌 아메드 씨는 조사 결과가 과장됐다고 말했다. “과거 가죽제조업계가 표준 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됐어요. 노동자 인권을 침 해하는 일부 업체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노동자들의 인권과 안전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저희 협회를 통해 업계의 환경 및 작업장 안전 문제들을 감시하고 대응하고 있어요.”

가톨릭 주교들의 정의와 평화 위원회의 사무국장인 리튼 고메스 신부는 정부가 이 분야 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 산업에 대한 규 제기관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도 모든 산업 분야의 노동자들은 그릇된 노동 관행과 안전하지 않은 노동 조건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가죽 제조업은 방글라데시에서 중요한 산업 분야이지만 법을 준수하면서 노동친화적인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고, 그렇게 한다면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관련 부처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가죽 및 가죽제품 수출로 12억 3천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2017년과 2018년 사이에는 10억 달러 규모로 감소했 다. 방글라데시의 아시아권 내 주요 가죽 수출 상대국은 한국, 홍콩과 중국이며, 유럽에 서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유명 브랜드 제품에 방글라데시 가죽이 쓰인다.

사바르 가죽제조 산업단지에는 약 155 곳의 업체가 있고, 약 3만 명의 노동자들이 고용 되어있다. 수도 다카 인근의 하자리박(Hazaribag)에 있던 산업단지는 환경 및 인권 단 체, 방글라데시 대법원과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의 압력에 의해 현재의 위치로 이동했다. 하자리박은 극심한 환경오염과 건강 유해요소들이 만연했고,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독성 이 강한 지역 중 하나로 알려졌던 곳이다.

출처 :Bangladesh Bangladeshi tannery workers face health and safety crisis, Union of Catholic Asian News, 2019.1.30.

국제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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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⑤ - 산업재해보험 ①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 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다섯 번째 글로 산업재해보험 문제를 다룬다. <머리말>

최근 산재 보험제도와 관련해 한국에서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등 여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적용 대상자 및 인정 질병의 확장 외에도 신청의 간소화, 판정의 신속성, 치료와 재활·복귀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 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논의 속에서 독일 「사회법전」 제7권의 산재법을 검토하여, 제도 및 노동자의 권리 측면에서 한국에 시사점을 주는 몇 가 지에 대해 살펴보자.

폭넓은 당연적용 대상자 : 유치원생 및 자영업자도 포함 독일의 산재보험 당연적용 대상자는 취업자 외에도 유치원생도 포함된 학생, 자영업자, 구직자 등 예비노동자 및 일하는 사람 대부분을 포함한 다(표1). 이렇게 강제가입 대상자가 광범위하면, 사업주의 과다한 비용부 담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 및 공익관련 업무 등은 지방정부 에서 지원해 주는 등 사업주의 평균 보험료율은 약 1.3%로, 한국의 1.8% (2018년 기준)보다 오히려 더 낮다.

1. 취업자, 2. 직업교육훈련생, 3. 산재보험 피보험 업무행위 취득 또는 종료 관련, 4. 장애인, 5. 자영농민 및 그의 배우자 등, 6. 가내공업운영자 및 그의 배우자 등, 7. 자영어부 및 그의 배우자 등, 8. 유치원생, 초중고생, 대학생, 9. 보건의료기관 등의 명예직 종사자, 10. 공공기관 또는 단체의 명예직 종사자, 11.공공기관, 단체의 업무협조자 등, 12. 긴급상황 시 조력자 등, 13. 공공의 위험시 조력자 등, 14. 구직자, 15. 재활치료 중인 자, 16. 공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주택건설에 자발적 협력자로 종사하고 있는 자, 17.간병이 필요한 자의 간호인, 18.취업자 정의의 확대 적용, 19.산재보험조합의 정관에 의한 강제가입 대상 <표 1> 독일 산재보험 당연적용 대상자

업무상 재해의 범위 : 추정의 원칙 적용, 태아도 인정 이이령 운영집행위원 독일의 업무상 재해=업무상 사고+업무상 질병+출퇴근 재해+신체보조 구의 파손 또는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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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독일의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는 한국과 유사하나, 신체보조구의 파손 또는 손실도 포함한다는 특징이 있다. 업무상 질병은 혼합주의를 채택한 점에서 한국과 유사하지만, 판정 시점에 ‘최신의 의학지식’에 의하여 판단 해 인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 산재법 개정 시 업무상 질병 당연인정기준의 근거가 된 추정 의 원칙이 9조 3항의 내용인데, 노출과 질병 발생이 가능하고 다른 행위가 이 질병을 야기하는 근거로 확증될 수 없다면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또한 독일에서는 태아도 산재 인정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선 아직 태아가 산재인정 대상에 포함되는지 법적 공방이 있다. 독일의 산재법 12조가 태아와 관련된 내용이다. 12조에는 태아도 피보험자와 동등한 자격이 있 으며, 임신 중 산모의 노출에 의한 태아의 건강 손상은 산재 인정에 충분하다고 명기되어 있다.

예방을 강조하는 산재보험법 독일의 산재보험법에서는 1조 1항이 예방에 대한 내용일 정도로 재해 예방을 가장 중요시하며, 산재보험 사 업의 우선순위도 ‘재해 예방’ -> ‘요양 및 재활’ -> ‘보상’ 순으로 두고 있다. 독일은 이러한 원칙을 실현하기 위 해, 2016년 기준 산업안전보건 예방인력 5,501명 중 2,135명을 감독과 자문을 수행하기 위한 감독관으로 고 용하고 있다. 한국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 관련 근로감독관이 약 400여 명임을 고려할 때, 이는 약 5배 수 준에 해당한다. 독일 감독관은 법적 감독권이 있으며, 사업주의 의무수행 소홀로 인한 특별근로감독을 행할 시 비용을 사업주에게 부과할 수도 있고, 가내 공업의 경우 긴박한 상황이라면 가택도 출입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산재 발생 시 보험료율이 상승할 뿐만 평소 받지 않던 고용노동부의 감독을 받아 무더기로 처벌 받게 된다. 이는 한국에서 기업들이 산재 은폐를 시도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독일도 산재 발생 시 보험 료율이 상승하는 등 사업주에게 불이익이 있으나, 산재 은폐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산재 은폐 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기업이 감독관의 관리·감독과 그에 따른 지적·과태료·형사고 발 등을 수시로 받기 때문에, 산재 발생 시 특별히 추가적인 무더기 지적 및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상시적인 관리감독과 처벌이 이루어지기에, 산재를 은폐할 유인이 적다고 한다.

또한, 독일은 산업안전보건 관련 교육에 소요되는 직접비, 교통비, 숙식비 및 결근 기간의 임금을 산재보험 에서 부담한다. 한국의 경우 관련 교육 기간의 임금을 사업주가 지불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재 정적 부담이 가중되어,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따라서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산재 예방 및 노동자들의 알권리·참여할 권리를 위해선 산업안전보건 관련 교육비용을 산재 보험료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라마다 제도의 체계와 역사가 달라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렇지만 사회보험과 노동자의 권리 측면 에서 독일 산재보험이 한국에 시사하는 몇 가지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산재보험 관련해서, 위에서 살펴본 쟁 점 외에도 재활, 직장 복귀, 신청 절차 및 입증 책임에 대한 내용 또한 중요하다. 이는 다음 호에서 다루기로 한 다.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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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일본 철도 JR 3사의 외주화와 안전 위협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에서는 공공부문의 핵심 사업이 일찍부터 민영화되어 왔다.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하에 지역별로 분할민영화 된 이후 전력, 철도, 우정사업 등의 부문에서 실질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은 외 주화와 그에 따른 숙련공백 발생 및 비정규인력의 증가였다. 특히 철도사업은 1980년대 초중반부 터 노동유연화와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시기에 추진되었으며, 특히 노동조합 파괴와 그를 통한 유 연화에의 저항 차단이 병행되었다. 일본의 철도사업 민영화는 나카소네 내각(1982년 말~1987년 말) 시기에 노동자파견법(1985 년)과 함께 추진되었으며, 1983년경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1987년부터 실시되었다. 그러나 분할 과정에서 상하분리가 병행되지는 않았다. 누적된 채무 역시 정부가 일반회계로 떠안았고, 지역별 독점체계가 구축되었다. 다만, 홋카이도와 같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는 지역에서 적자가 누 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경영지원자금 제공과 더불어 홋카이도 신칸센의 신설 등 에 따른 정부의 시설투자지원 등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여객철도의 지배구조 는 민영화 이후로도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여객철도는 공공성을 포기하였다.

민영화 이후 일본여객철도의 ‘공공성 포기’의 결정판은 대규모 외주화 민영화 이후 JR각사의 가장 큰 외적 변화는 조직구조상의 변화이다. 우선 민영화 직후 JR각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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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국철이 통합적으로 운영하던 각 사업을 특성별로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고령자고용촉진법

나누어 사업본부를 신설하였다. 대표적으로 신칸

에 따라 60세 정년퇴직 이후로도 65세까지 고용

센사업본부와 철도사업본부를 나누고, 영업부를

을 보장하여야 했다. 이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신설한 것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2000년대 중반

위해 자회사 설립 및 계열사의 자회사 형태로의

부터는 JR각사의 본사 및 지사 규모를 축소하면

재편을 통해 퇴직자들을 외부화한 것이다. 이는

서, 대대적인 외주화를 실시하였다. 두 차례의 조

전반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더불어 추진되었다. 따

직상의 변화를 관통하는 내용적 변화, 즉 경영방

라서 퇴직자들의 자회사로의 이동과 더불어 기존

침은 ‘공공성의 포기’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다.

노동자들, 특히 노동조합들 가운데 사측에 비협조 적인 노조의 조합원을 전적 등의 형태로 외부화하

민영화 이후 사업 다각화와 다운사이징에 집중

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해 왔던 일본여객철도는 대중교통요금 공공성을 외면해 왔고, 또 적자노선 폐지를 추진하여 보편

이처럼 JR각사가 본사 인력규모를 줄이는 동시

적 권리로서의 이동권을 침해해 왔다. 그런데 외

에 자회사를 중심으로 직접고용 및 간접고용 비정

주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이제는 안전위협과 시

규직을 늘려왔다. 그러던 중 본사 관리자 출신 퇴

민불편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외주화가

직자들이 늘어나면서 낙하산 인사로 인해 외주업

‘공공성 포기’의 결정판인 이유는, 그것이 다름아

체의 임원 및 간부층은 증가하는 반면, 현장 인력

닌 공적 서비스 제공주체로서의 ‘책임’을 외부화

은 부족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외주업체들 또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차 하청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현장 노동자

이처럼 최근 일본에서는 시설, 영업, 차량 등 부

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하고

문 간 유기적인 수평적 협력이 필요한 철도사업

있다. 게다가 JR동일본은 외주업체와 위탁계약을

부문에서, 분사화 형태의 외주화를 통한 수평분업

체결하고 있으나, 외주업체 측에 업무수행에 필

심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외주화는 불법파

요한 시설, 장비, 비품, 기구, 원자재 등을 무상으

견, 고용 및 노동조건 악화, 숙련공백으로 인한 기

로 제공하고 있으며, 외주업체는 사실상 노동력만

술력 저하, 대형사고 발생과 같은 안전위협의 증

을 제공하고 있어 위장청부, 즉 불법파견 논란이

대, 사고대응 부실화 등에 따른 시민불편 증대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5~6년 후면 JR 전체

같은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노동자의 40% 이상이 정년퇴직을 맞이하게 되는 데, JR은 외주화를 통해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입 장이나, 숙련공백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심화시

자회사 인력의 절반은 본사 정년퇴직자, 나머지는

키고 있다.

기간제 비정규직... 재하청 규모도 상당 달라진 대형사고 발생 배경, 그리고 시민불편 증대 그렇다면 일본여객철도는 왜 자회사 방식의 외 주화를 추진하였을까? 최근 정년퇴직자가 대량

그동안 대형사고를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민영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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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정치적 목표였던 노동조합 약화가 지적되었

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2000년대 후반 이후 역

다. 그런데 최근의 대형사고는 외주화의 부정적

무 외주화가 심화되면서, 사고 대응 시간이 길어

측면이 겹쳐져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철이

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위장

모두 담당하던 업무를 복수의 외주업체가 작업을

도급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 업무 분리로 인해, 현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노동안전 문제

장교육훈련이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충분한 현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JR동일본은 잘 정비된 사고

경험과 숙련을 결여한 자회사 노동자들이 사고 대

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본사에 직접 고용

응을 함으로써,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된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일본의 철도산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에서도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밖에도 시민들의 불편이 증대하는 것 뿐만 아

외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일본 철도의 ‘안전신화’

니라, 역무 외주화가 자동화 및 인력감축과 함께

역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추진되면서 교통약자가 겪는 불편 또한 증대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승객과의 접점

지난 2005년 107명이 사망한 JR서일본의 후

인 역무는 대부분 자동발권기와 자동개찰구로 대

쿠치야마선 사고는 민영화에 따른 결과, 즉 노동

체되었으며, 아예 무인화되어 문제 발생 시에는

조합 약화의 직접적 폐해였다. 이후 다양한 안전

원격 제어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콜센터를 통해 대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10여 년이 흐른 뒤 지난

응하는 역이 늘어났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2014년 JR동일본의 가와사키역 탈선 사고라는

직접적인 인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노약자, 어린

대형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그 배경에는 JR이

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은 주변화되

꾸준히 추진해 온 외주화가 놓여 있다. 이전에는

고 있다.

국철이 담당하던 보안담당, 노선개폐책임자, 중기 안전감독자, 중기운전작업자 등의 업무를 외주화 된 6개사가 작업을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

제 발생 시 대응하는 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다.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JR동일본 측이 시설

분할민영화 및 JR 출범 이후 2013년까지 노동

및 설비의 관리만을 담당하고, 현업 분야는 전적

자 사망을 포함한 중대재해를 당한 노동자수는

으로 외주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다.

342명이다. 이 가운데 JR 사원은 67명인데 반해,

JR동일본으로부터의 출향자들 역시 검사 업무를

하청노동자는 275명에 이른다. 이는 JR동일본의

주로 담당하고 있어, 문제 발생 시 JR동일본 측과

차량부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주화와

의 매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JR동일본

인력감축으로 인해 외주하청에 각종 사고발생이

측이 시설부문에서 대규모의 기계화, 자동화 중심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의 인력감축 및 외주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주화는 사고 대응 역량의 약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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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부문에서도 역무 부문에서처럼 사고 등 문

그 결과, JR동일본 직원들은 현장을 모르는 사람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자회사 역무 노동자

들로 채워진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의 작업 및 자

는 이전부터 운전 취급이 금지되어 있고, 자격 및

체 측정 결과와 자동화 시스템 상의 불일치가 자

숙련을 결여하고 있어서 사고 발생 시 적절히 대

주 일어남에도, 최종적인 관리 책임을 지니고 있

2019년 3월호


는 JR동일본 측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

위장도급 논란의 주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물론

는 상황이 매우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공공부문 인력확충

한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외주화와 안전 위협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원청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있고, 현장에서는 노동조건

일본의 공공부문에서는 민영화 이후 자회사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안전을 위

의 분사화 방식을 중심으로 외주화가 확대되어 온

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며, 위험작업의 상당 부

반면, 한국의 공공부문에서는 최근 비정규직, 특

분이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는 등 갈 길이 멀기

히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하여 자

만 하다. 무엇보다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채

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안정화 방식이 확산되고 있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생한 현대제철에

다. 한국 정부와 각 공공기관들은 기존 조직구성

서의 유사한 사망사고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남

원의 반발, 임금 및 직급체계 통합의 어려움, 예산

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의 갈림길

상의 제약을 이유로 자회사 형태로의 전환을 강

에 서 있다. 지금이야말로 고 김용균 노동자 사고

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인 고용보장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 주목하면서 현장에서

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자회사 형태는 기

의 점검과 대응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존 간접고용의 문제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 우려 가 크다. 특히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민간부문 사내 하청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 등을 고려할 때, 직접 고용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범을 보여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 다. 더욱이 최근의 자회사 설립 과정이 제대로 된 자회사 설립을 회피하고 기존 하청업체를 공공기 관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 외주하청의 문제점을 해 결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점 또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과 관련하여, 일본의 사례는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직접고용 원 칙이 협소하게 적용될 때의 문제점 또한 보여준 다. 역무 외주화의 경우, 본사 측에서는 자회사 역 무책임자(관리자) 이외에 조반장급을 포함한 노 동자들에게는 직접 업무지시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인명사고 발생 시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 는 허용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에서도 끊임없는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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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와 플랫폼에 맞서는 여성 디지털콘텐츠노동자들 [인터뷰] 디지털콘텐츠장착노동자지회 투쟁을 만나다 지안 상임활동가 작년 12월 12일 전국여성노조 산하에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이하 디콘지회)’가 결성되었다. 노조 결성 은 사상검증과 불공정계약 등에 맞서 싸운 여성일러스트레이터연대(이하 WFIU)와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이 하 레규연) 투쟁의 결과물이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까지 작가 사상검증, 레진코믹스의 지각비와 해외매출 은폐 사건 등 많은 이슈가 있었다. 연재 중단까지 실행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선 작가들은 자발적으로 연대를 조직해 싸워왔다. 대형 플랫폼을 상대로 한 여성 창작노동자들의 싸움은 많은 성과를 남겼지만, 여전히 디지털콘텐츠산 업과 대형 플랫폼은 불공정 계약·열악한 노동조건·작가 사상검증 등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승리 의 경험을 발판으로 진정 창작자를 대변하는 노조”를 결성했다는 여성 디지털콘텐츠노동자들을 지난 2월 27일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김희경 지회장, 하신아 부지회장, 비담 회계감사와 진행했다.

다양한 산업과 직군을 아우르는 형식의 노조입니다. 어떤 노동자들이 포함되나요? 김희경 : 현재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세 직군이 많아요. 각 직군은 특성이 다르지 만 같은 플랫폼에서 고용되고 연계됩니다. 예를 들어 웹소설의 표지는 디자인 외 에도 일러스트가 많이 쓰입니다. 웹소설에 삽화 일러스트를 곁들여 연재를 하고, 이후 웹툰화 되는 경우도 있고요. 다양한 직업을 겸업하는 작가들도 많고, 또 같 은 직업을 가지더라도 일하는 산업이 다르기도 합니다.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 지회’라고 명명한 것은 앞으로 더 넓은 범위의 디지털콘텐츠 창작자 전체를 아우 르기 위해서입니다. 두 작가님들의 소개와 더불어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김희경 : 노조의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고, 데뷔 한지 16년차입니다. 하신아 : 현재 웹툰 작가이자 웹소설 작가입니다. 97년에 데뷔해서 출판만화 시절 부터 작가 활동을 해왔고, 당시 출판만화 시장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면서 중간에 다른 사업을 하다가 웹툰 작가로 재데뷔한 것은 2013년이에요. 노조에서는 부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김희경 : 16년간 일을 하면서 낮은 단가에 모든 저작권리를 넘기는 계약 조건 등, 부당행위를 겪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연대 활동을 하던 다른 작가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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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발언을 활발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서 노동한 대가로 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항상 부채감이 있었어요. 저 또한 불공정

당연해요. 작가에게 작품 의뢰가 들어오

에 대해 말하고 싸워가는 분들께 도움을

고, 일이 진행되면 스토리에 회사가 개입

받은 적이 있었고요. 그러한 용기와 행동

해요. 또 마감 시간을 지키는 등 관리가 들

력을 보며 저도 동료 작가들을 돕고 싶고,

어옵니다. 분명히 작가들은 노동을 하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활동을 시작하게

데, 노동의 대가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라고 말 하고 싶어요.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모여 있다는 형 식 자체에서 가치와 이익이 발생하는데, 수

플랫폼 구조에서 작가는 작품에 대한 대가를

익은 중간에 있는 기업들과 특정한 장르 또는

어떻게 받나요?

최상위 몇 작품의 작가에게만 돌아간다는 거

하신아 : 포털사이트 시절에는 일한 대가 를 원고료 형태로 줬어요. 원고료를 받고 작가는 일정 시간 동안 게재할 권리를 주 는 거죠. 반면 플랫폼은 쇼핑몰 같은 거예 요. 예를 들어 G마켓에 물건을 올리는 것 만으로는 돈을 주지 않죠. 작가는 물건을 올리는 거고, 플랫폼은 물건을 올려주는 대신 수수료를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그 런데 콘텐츠는 G마켓에서 파는 일반적인 상품과 달라요. 4컷 만화처럼 캐주얼한 콘 텐츠는 사람들이 돈 주고 보지 않지만, 성 인물은 돈을 주고서라도 삽니다. 또 콘텐 츠마다 그것을 주로 소비하는 독자층이 달라요. 그래서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다 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구성되어야 활성화 됩니다. 과거 잡지 시절을 생각해보면, < 슬램덩크>를 보기 위해 잡지를 사더라도 자연스럽게 다른 만화도 함께 봤어요. 반 대로 다른 만화를 보기 위해 산 잡지를 뒤 적이다가 <슬램덩크>도 보는 거고요. 디 지털 콘텐츠 역시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

군요. 하진아 : 네. 여기서 제대로 된 대가를 지 급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태반이기 때문에 MG제도(최소 개런티)가 생겼어요. 수익 을 못 내는 작가에게도 최소치는 보장해 주겠다는 취지죠. 그러나 실제로 시행되는 MG계약은 절대 최소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아요. 예를 들어 작가가 월 200만원의 MG를 받고, 그 이상의 수익은 5:5라고 해 봐요. 그러면 수익이 MG 이상 되는 순간 부터 분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소 개런티인 200만원의 수익만큼 회사도 가 져갈 때까지 수익 분배가 없어요. 즉 400 만 원 이상의 수익이 나야만 분배가 되는 겁니다. 여기서 작가가 MG로 받은 몫만 큼 회사가 가져가지 못하면, 작가에게 보 장해준다고 했던 MG는 플랫폼에 갚아야 할 빚이 됩니다. 해당 콘텐츠의 다음 회차 로 이 MG만큼의 빚이 쌓이는 거예요. 누 적 MG제도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작가 는 MG도 못 채우고 돈 안 되는 작가로 불 려요. 또 이것은 단순히 플랫폼A와 작가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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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계약이 아니에요. 가장 상위 플랫폼A

지 신규작가 계약서를 썼는데 말이죠. 거

와 작가 사이에는 보통 3단계 이상의 중

기서부터 웹소설 작가들을 중심으로 레규

간 플랫폼, 에이전시가 있습니다. 이들이

연 활동이 시작됐어요. 6개월 정도 싸우던

모든 수수료를 떼 가고 남은 금액을 다시

중 해외 웹툰 매출에 대해 작가들에게 2년

주 작가와 보조 작가가 나눠 가져요. 매

동안 정산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

출이 천만 원이 난 작품에서 보조 작가는

러났어요. 또한 마감 시간에 늦은 작가에

60~70만원을 가져가는 말도 안 되는 상

게 지각비를 걷는 관행을 문제 제기했습

황이 생기는 거죠.

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작가의 SNS 계정 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프로

들어보니 노동조건도 매우 열악한 것 같은데요.

모션 등에서 제외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

김희경 : 수익도 수익이지만 주간연재라는

어요. 싸움이 계속 진행되면서 웹소설, 웹

것이 노동시간과 환경의 측면에서 굉장히

툰 작가들이 함께 맞서 싸워 해당 사건들

혹독한 시스템이에요. 1화에 40컷 이하

에 대해서 레진코믹스 측의 사과문을 받

면 가능한데, 업계 평균은 60~70컷이고

고 합의를 해서 개선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80~100컷씩 하는 분위기예요. 회

김희경 : 2016년부터 사상검증의 대상이

당 그림 컷 분량은 작가의 노동조건에 직

된 건 SNS 상에서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결되는 문제입니다. 열악한 노동조건 때

하거나, 리트윗·좋아요 등을 취한 작가들

문에 많은 작가들이 암 등 질병에 시달립

입니다. 이후 여성단체인 ‘여성민우회’ 계

니다. 20% 이상이 하루 14시간 넘게 일해

정을 팔로우하거나 페미니즘 이슈에 발

요. 주중 평균 창작 일수는 5.7일이고요.

언·좋아요를 누른 작가를 ‘팔로우’한 것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만으로도 사상검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작품 창작에 할애한다는 의미인 거죠. 이

남성 일부 유저들이 피해 작가들을 ‘메갈’

조사가 웹툰에 한정되어 있는 점도 아쉬

이라고 공격하며 사이버불링 하고, 스토

워요. 웹소설, 일러스트레이터 분야의 실

킹, 마녀사냥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태조사도 필요합니다. 특히 웹소설 분야

문제가 되는 건 기업이 이들의 반발을 수

는 각 기관의 조사에서 소외되어 있어, 노

용하고 메갈 없는 ‘클린한 게임’이라며 마

동 현실 파악이 절실한 상황이예요.

케팅으로 활용했다는 겁니다. 기업에서는 작업자에게 SNS상의 발언·리트윗·좋아

불공정 계약 뿐만 아니라 꾸준히 작가 사상검

요 등을 철회하고 물의를 일으킨 것에 사

증 문제와 각종 부당한 관행들이 있었잖아요.

과문을 게시하라 요구했어요. 그리고 사

그에 대항하는 노조의 전신인 두 연대의 투쟁

과를 거부하든 수용하든 기업의 사이트와

도 소개를 부탁드려요. 하신아 : 레진코믹스에서 웹소설 플랫폼을 갑자기 한 달 후 닫는다고 했어요. 어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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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게임에 게재되어있던 작가의 작업물을 일 제히 내렸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작가의 복귀입니다. 피해 작가들은

- 김희경: 현재는 계약서를 수집하여 불

길게는 10년 이상의 경력이 하루아침에

공정 사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설문조

끊겨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했고 이렇

WFIU에서는 국가인원위원회, 한국콘텐

게 모인 계약서상의 불공정계약과 업계

츠진흥원에 진정을 넣었고, 사실관계 조

의 부당한 관행에 대해서 비영리 공익법

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

인 ‘벗’에게 법률 검토를 받은 후, 표준계

원을 통해서는 1차적으로 피해 작가 심리

약서를 정립하려 합니다. 또 전국여성노

상담이 진행되었습니다.

조 자문노무사를 통해 법률지원은 물론, 비영리공익법인인 “벗”으로부터도 법률상

한편에서 여성 작가들에 대한 백래시가 ‘프리

담 지원을 받을 계획입니다. 또한, 방문상

랜서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

담이 어려운 디콘지회 조합원을 위해 오

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

픈 카톡방 운영을 논의하고 있어요. 다음

습니다. 하신아 : 원고료 미지급 사건을 예로 들면, 작가가 그림을 300장을 그렸는데 외주라 서 업체가 힘들다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 았습니다. 300장의 그림을 그리려면 최소 한 6개월은 매달려 일을 해야 하는 분량이 에요. 한 프로젝트에 300장의 그림을 그 렸는데, 어떻게 노동을 한 게 아니고 노동 자가 아닐 수 있을까요. 비담 : 작가들은 프리랜서라고 통칭되고 노동법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습 니다. 아무런 법도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법의 사각지대에서 부 당함과 싸우려고 하니, 그러려면 법 테두 리 안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모순입 니다. 따라서 이 싸움은 권리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기

으로는, 조합원 간의 정보공유와 공동대 응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이 업체 로부터 피해를 입어도 침묵할 수밖에 없 어 가장 기본적인 피해 회복에 대한 요구 조차 포기하거나, 반대로 대중 앞에 위험 한 공론화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노 조에 가입한다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이런 부담을 노조와 함께 나눌 수 있어요. 디콘지회는 기업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계 약한 사측에 노조가입 사실을 알릴 필요 도, 의무도 없습니다. 조용히 머릿수로 힘 을 키워주시면서 노조의 우산을 함께 쓰 시되, 사측과 문제가 생길 때 노조의 투쟁 력과 협상력으로 해결을 도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마음으로 편히 와 주 시면 좋겠습니다.

도 해요. 마지막으로 미래의 조합원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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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3월 6일은 삼라만상,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입니다. 낭만적이기도 하고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죠. 하지 만 2019년의 경칩은 괴롭습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려던 개구리도 나왔다 들어갈 정도 미세먼지가 자욱합니다. 연일 미세 먼지가 기승을 부리지만, 최소한의 보호구인 마스크조차 쓰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상당수입니다. 위협감을 준다고,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등 이유도 가지각색입니다. 정부가 마련한 옥외 작업자들을 위한 건강보호 지침은 유명무실할 뿐입니 다. 노동자들에게 진짜 봄은 언제 올까요. 사진 이나래, 엄주영 글 이나래

28

2019년 3월호


사진으로 보는 세상 29


현장의 목소리

아이들 마음의 오아시스 학교 상담선생님의 눈물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화성청소년상담사 인터뷰

경희 선전위원

새 학년 준비로 바빠야 할 상담선생님들이 경기도교육청 앞 차가운 인조대리석 위에서 두 달 넘게 노숙 농성을 하다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학교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화성시 학교 청소년상담사 박호진, 김 선희, 안미숙 선생님을 지난 1월 30일에 만났다.

‘화성시 가서 따지지 왜 여기에 온 거야!’ 기

도 학교장 면접을 보고 학교에서 근무해 교육

자회견을 마치고 교육청 현관 앞 로비 농성장

청에서 채용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2015년

을 차리려는 상담선생님께 경기도교육청 관

에 2년 이상자에 대해 조사를 했고 연말이 되

계자가 방해를 하며 한 말이다.

니 무기계약직 전환조건이 만2년 초과자로 바뀌었어요. 교육청에서 무기계약직이 안 된

“착잡하죠. 새해를 모두 천막에서 보냈기 때

선생님은 다른 조치가 있을 것이니 교육공무

문에 마음도 불편하고요. 화성시는 해고하고,

직 인력풀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라는 공문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이 왔어요. 그것은 혁신교육지구 창의지성사

않은 상황이라 더 답답해요.”

업의 1차 MOU가 끝났다는 걸 의미한데요. 그리고 2차 MOU에서는 창의지성사업은 하

대부분 선생님들이 2~6년간 한 학교에서

나 인력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네요. 그런

근무했는데 어떻게 계약해지로 해고를 당할

데 저희는 그것을 알 수 없죠. MOU협약서를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일일이 공개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학교에선 저보고 ‘다시 올 거죠?’를 연발하여 물어보시

“2012년에 경기교육청에서 채용공고가 나 서 학교장 면접을 보고 화성에서 처음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잠깐 쉬다 2014년 9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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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더라구요. ‘학교에서 저를 버리지 않으면 다 시 오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일단 학교에서 다시 공고 나기를 기다렸는

사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때 알았

데, 어느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교육청

어요. 내년에 또 조사하는 게 있으니 그때 대

말고, 화성시 홈페이지에 채용공고가 났다고

상이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18년까지는 버티

하더라고요. 교육청이 아닌 화성시에서 공고

고 기다리자 했어요.

가 나는 게 좀 놀라웠지만 학교에서 다시 일 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2018년도에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위탁업

그리고 다시 2016년 3월 28일자로 기존학교

체가 바뀌었다 하네요. 저희가 원해서 위탁업

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계약서에 서명

체가 바뀐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2년이 되

할 때 2016년 12월 31일로 되어있어 또 놀랐

면 무기계약을 해야 하는데 우린 2년이 넘으

어요. 학교의 학기는 2월에 끝나는데 저희는

니 무기계약이 안 되게 하는 방법으로 이제는

연말까지로 되어있어 항의했죠. 그랬더니 17

위탁업체를 바꾸는 꼼수를 부리더라고요. 그

년 1월에 계약서를 또 쓰더라고요. 1년짜리

래도 어떻게 해요. 사회적 약자이니 그렇게라

로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희는 이것이 파견이

도 버티고 있어야 무기계약이든, 정규직이든

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어요. 저희는 지금껏

하겠다 싶어 계약했어요. 그리고 2018년 10

학교에서 근무하고 학교에서 일을 했고. 교

월이 되었는데 더 이상 이 사업을 하지 않겠

육부업무(위클래스)를 한 것이지 시청일이나

다하는 거예요. 위탁업체가 바뀌고 2년이면

위탁업체의 일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무기계약이 돼야 하고, 상시지속업무다보니

는 공공기관(학교)에 근무한다고 생각했는데

정규직전환심사 조사대상에 들어가게 되는

2017년 8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데 그렇게 되면 화성시의 정규직원이 되어야

심사 1차 조사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하더라

하거든요. 그러니 안하겠죠.”

고요. 우리는 파견직이라 하네요. 그래서 조

현장의 목소리

31


무기계약직 전환조건이 만 2년 초과자로 바

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40명이라 면담에 응

뀌면서 하루가 모자라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

해야 한다기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

된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

다. 그런데 여러분은 무장을 하고 왔다.’며 굉

도 있었다고 한다.

장히 불쾌해하며 ‘그럼, 법적으로 하라’는 말 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셨어요. 무장을 했

“2014년 3월 1일부터 2016년 2월 28일까

다니요? 그럼 직장에서 상관이랑 일에 대해

지 근무하셨어요. 본인은 만 2년이 돼서 무기

서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계약직이 된다고 기대했는데 명단에서 빠진

그냥 갈수 있나요? 어떤 질문을 하면 어떻게

거죠. 상담사도 감정노동자다 보니 정신적으

대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준비해 가야

로 힘들 때는 약을 복용하기도 해요. 그 분도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해요.”

약을 복용하고 계셨지만, 하루 모자란 부분에 대한 억울함과 불안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

상담선생님은 학교에서 주목받는 위치는 아

으셨어요. 선생님이 언제 학교로 갈 수 있을

니다. 그래서 평소 업무가 궁금했다. 인터뷰

지에 대해 얼마나 불안하고 억울했을지 충분

를 하며 ‘애플데이, 친구사랑데이’처럼 아이

히 공감하면서도 당시 저희는 아무런 대처도

들이 좋아하는 학교 프로그램 모두 상담선생

하지 못했어요. 고용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겨

님의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 선생님 몇 분이서 조문가는 정도였죠. 그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아직 남아있어요”

“학교행사, 행정적인 일도 하지만 주로 상 담을 합니다. 위기상담의 경우 바로 개입해서

평소 시민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정신건강 증진센터로 연계시키고, 자살이나

화성시장. 그런 그가 ‘법대로 하라’며 간담회

자해의 경우 연계하기 전까지 위기상황을 저

를 박차고 나간 까닭은 노조관계자는 시민이

희가 돕고요. 학부모 상담이 그 다음으로 중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아님 노동 감수성의

요하고, 교사들이 아이들 상담과 관련해서 자

결핍일까?

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상담이 50분이면 그 것을 일지로 정리하고, 통계를 내서 가지고

“상담사 40명이 가서 이야기를 한들 시장

있어야하거든요. 교육청에서 봄에 정기적으

님 앞에서 저희가 얼마나 이야기를 할 수 있

로 진행하는 정서인성특성검사는 초1, 4, 중

겠어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교장선

1, 고1에 시행합니다. 통계를 내어서 분류를

생님이 부르시면 사실 그 앞에서 마음 편하

하면 상담이 필요한 경계에 있거나 지속 상담

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없어요. 왜? 상관이니

이 필요한 경우 진행합니다.

까요. 더군다나 법적인 것도 잘 알지 못하기

32

때문에 노조관계자분들과 상의를 하고 면담

예방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자존감, 사회

에 함께 할 것을 요청했어요. ‘왜 노조에서 왔

적 기술 증진 집단프로그램이 있고, 아이들의

냐?’고 말씀하셔서, 저희는 법을 잘 몰라서

일반적인 교우관계를 위해 해마다 계절별 행

노조관계자와 같이 왔다고 하니 ‘나는 면담하

사들이 있습니다. 봄에는 친구사랑 데이, 가

2019년 3월호


을에 애플 데이, 겨울에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서 감당하다보니 힘이 들어요. 그럴 때는 신

등 선생님마다 특색 있는 사업을 해요.”

앙의 힘, 난타나 춤 같은 취미활동 혹은 동료 나 선생님들과 슈퍼비젼을 통해서 힘을 얻기

최근 들어 학교 학생의 20%가 이상심리라

도 합니다. 그리고 센터에서 자존감 향상 교

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상담선생님

육연수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여름과 겨울

역할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학교 현장에서 어

에 한 번씩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기 어

떤지 들어보았다.

려워요.”

“최근 들어 학교 상담이 전문적인 이유는 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마음을 보여주

루기 어려운 우울감, 급성 조현증상, ADHD

고, 밝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그 아이의

같은 병리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의 숫자가

지원자로 버텨주는 엄마 같은 존재로 학교에

늘고 있어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

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보람이라며 말씀하시

다. 유사 자폐 같은 경우 정상적인 학교생활

는 동안 얼굴이 쨍하고 밝아진다.

이 가능하지만,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경우 몇 년씩 약물복용을 하기도 합니다. 약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고등학교 교복 입

효가 떨어지는 오후 2~3시 정도에는 자기 간

고 찾아와요. 담임선생님은 학년이 바뀌면 학

극이 떨어지고 불안할 때 그 시기를 그 아이

생과의 관계가 끝나지만, 저희는 그 학교에

들과 같이 버텨주고 견뎌주는 것, 학교 내에

근무하는 동안은 그 아이를 계속 보게 돼요.

서 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

평소 지적을 받다가 한번이라도 칭찬을 받으

희의 역할이에요. 특히 아이들이 극단적인 행

면 소위 꼴통 짓을 하다가도 멈춰요. 학기 초

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저

에 학부모 상담주간이잖아요. 10회기, 20회

희가 적극 개입합니다.”

기 아이와 함께 부모님 상담을 진행하면 가정 의 변화가 생겨요. 다문화가정의 경우 어머니

학생, 학부모, 교사까지 상담을 하다보면 정

께 가정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과 양육

작 상담선생님의 소진은 어떻게 해소할까. 또

태도 같은 교육을 병행해요. 청소년상담사라

상담사에게 직무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은

고해서 아이들만 상담하는 것 같지만, 교사의

무엇이 있을까.

심리적 소진 예방, 학부모님을 통해 가정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거든

“상담윤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내담자의 비 밀보장이거든요.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요청

요. 그래서 각 학교에 상담사선생님이 상주하 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해서 상담이 진행돼도 학교 내에서 상담자, 상담내용 등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고용안정을 바라는 그들의 희망이 해고를

요. 상담이라는 것이 내적인 변화를 이끌어

당할 만큼의 잘못인가! 상담선생님이 하루속

내다보니 외적인 행동의 변화가 금방 나타나

히 복직되어 아이들과 학부모의 고민을 들어

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모든 문제를 혼자

줄 수 있도록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 모든 노 력을 해줬으면 한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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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밀착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명산관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안재범 위원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겨울의 끝자락, 눈이 내리던 지난 2월 19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 본부 경기지부를 대상으로 예비 산 업안전보건위원회 교육이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한 분이 나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강 의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갑을오토텍 투쟁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과 현장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안재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이었습니다. 교육이 끝난 후, 안재 범 노안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경험과 현장 중심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 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시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와의 만남

“실업계 고등학교를 1994년에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울산에서 일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에 다닌 적도 있 었어요. 그러다 갑을오토텍에 가게 됐죠. 그런데 같이

“저는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에서 명예산업안전감 독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은 충남 아산 에 위치해있어요. 차량용 에어콘이나 차량용 공조 등 을 만드는 전문 업체입니다. 처음엔 만도 기계로 시작 해 4번 정도 매각이 된 이후에 갑을오토텍이라는 이 름을 걸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측의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해온 사업 장입니다.”

일하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안 들리신다는 거예 요. 힘들어하시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 함께 고민 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해당 부서가 소음이 심했다는 걸 떠올렸어요. 수소문해본 결과, 우연히 소음성 난청 과 관련한 직업성 질환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 니다. 해당 부서의 단원들을 중심으로 직업성 질환 관 련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 소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노동안전보건 과 관련한 활동들을 접하게 되었죠. 하지만 당시엔 노 동조합이 있어도 안전보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활동의 중심에 놓고 활동해왔다고 했다. 다른 문제들에 비 해 특별히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천착하게 된 이유 가 무엇일지 관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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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있는 역량이나 기반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후에도 한 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계속 소통하면서 노동안전 보건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그러다 한 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거고 요.”


갑을오토텍 투쟁에서의 값진 경험

그 기반이 2015년 노조파괴에 대항할 수 있는 노동조 합의 동력이 되었던 거죠.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노동안전보건 문제의식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갑을오토텍 투쟁을 시작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분임조가 노조파

뿐만 아니라 갑을오토텍 투쟁에서 노동자 조직화

괴 대응할 때 큰 역할을 했어요. 파업 지침을 내릴 때,

에서 노동안전보건이 갖는 중요한 의미들을 발견할

일사분란하게 실행할 수 있었죠. 이전에는 노조가 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합원들을 모아서 교육을 시키고, 위에서 아래로 지침 을 내려서 무엇을 할지 통제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이 현장을 조직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거나 여러 방면에

려움이 있어요. 특히 임금단체협상의 시기가 되면, 현

서 활동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분임조 활동에 익숙해

장 조직화를 할 때 무엇을 매개로 해서 조합원들의 단

진 조합원들이 어느 팀은 공장을 지키고, 다른 팀은 경

결을 이끌어낼 것인지 고민이 크죠. 이건 조직사업장

찰서나 법원에 항의 방문과 피케팅을 하는 등 자율적

이든 미조직사업장이든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최저임

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갔어요. 노조가 모든 것을 통

금 위반 등으로 조직화를 하는데, 그 이후로 지속적으

제하지 않지 않더라도 스스로 조직하고 대응이 되더라

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 큰

고요. 장기간 투쟁을 이어가도 이탈하지 않고 단결력

문제에요. 노동조합으로 노동자들을 결집시킬 연결고

을 유지할 수도 있었죠.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통해 쌓

리를 못 찾는 거죠.”

아올린 조직 내 경험과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감수성이 노조파괴 대응 과정에서 실제로 조합원 각자의 역량으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에서 그 연결고

로 발휘되는 것을 확인한 거죠. 이는 파업 중에 특수검

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특수

진, 특별안전교육 등의 문제를 제기하여 작업중지를

검진,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이끌어내고 사측의 방해를 막아내고 현장 통제를 유지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갑을오토텍지회에서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안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전보건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 쳤어요. 2015년 노조파괴가 있기 전 갑을오토텍지회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의 경험에도 불

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했죠. 한국노동안전보건연

구하고, 이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가는 데 어

구소가 두원정공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 사업을 시행

려움이 많이 따랐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현장에서

해서 모범사례를 만들었죠. 이걸 참고해서 우리도 따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갈 때 무엇이 가장 힘든

라 해보기로 한 거예요. 노동자들이 안건보건 활동의

지 물어보았다.

주체가 되어 사업장의 생산량, 노동시간 등을 조사하 고 결과를 발표했죠. 특히 주간연속 2교대제를 정착시

“제가 갑을오토텍 투쟁 이후로 노안 활동가로 부딪힌

킨 이후 노동조합 조직화와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연계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째는 지역이나 현장에

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고민하게 되었죠. 그때 한국노

서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데, 거기에 적

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두 가지, 즉 근골격계유해요

극적으로 연대하고 활동을 확장해나갈 힘이 여전히 부

인 조사와 위험성 평가 사업을 시행했어요. 그 활동이

족하다는 거죠. 지역이나 현장의 노안 활동가들이 할

계기가 되어서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조합원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는 점이 제일 큰 고민이에요. 사

을 조직했고, 이를 통해 분임조가 결성될 수 있었죠.

고 대처, 산재 보상, 산보위(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명산관(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 강화, 각종 작업장

다보면, 회사도 아는 거죠. 노조가 안전보건에 대해 요

환경 조사 등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확장되어야 하는

구하는 것들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데, 각 산별에서는 노안 담당자나 예산이 부족해요. 물

것을요. 왜냐하면 산재를 은폐하려고 공상 처리하는

리적으로 힘든 거죠. 다행히 노안위원장으로서 지역본

것도 회사에겐 재정적 부담이거든요. 각종 산재로 인

부를 중심으로 노안 활동가를 조직해가고 있어서 이전

한 재정상의 손실이 큰 거죠. 회사도 처음부터 이걸 해

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긴 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확

결하려고 나서진 않아요. 예를 들어 근골격계 질환으

장이 필요해요. 안전보건 교육이나 근로복지공단을 상

로 직업병 신청을 하도록 내버려두면, 이를 악용해서

대로 한 투쟁은 이어나가고 있는데, 지역과 현장의 동

회사에 손해를 입히려고 드는 게 아닐까 우려하죠. 또

지들을 확실한 노안 담당자로 키워내는 일에 한계가

산재가 인정되어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되는

있어요. 노안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지가 많았으면

등 관리감독이 심해지거나 과태료를 물게 되면, 경영

좋겠어요.”

에 차질을 빚을까봐 걱정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안전 보건 조치를 사전에 제대로 해서 산재 발생을 줄여나

작업장 위험을 줄여나갈 방향을 모색하기

가면, 사법 처리되거나 공상 처리하는 비용에 비해 작 업장 개선에 드는 비용이 적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면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제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동자들과 협력해서 작

서는 작업장 위험을 실제로 줄여 나가보는 경험이

업장의 위험들을 줄이려고 해요. 안전보건 조치를 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산재은폐를 둘

행하는 초기에는 회사의 부담이 크지만, 회사와 노동

러싼 회사와 노조 간의 갈등은 안전보건 문제를 다

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점

루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 악순환을 해

점 깨닫는 거죠. 산재 건수도 줄고, 협상 경험이 다른

결할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선 노안 문제를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이 과정

지금과는 다르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서 위험성 평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산업안전 보건위원회 등 안전보건 활동 전반이 안정적으로 자리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노안 문제를 달리 생각해보

잡을 수 있어요. 그러다보면 산재를 둘러싸고 서로 갈

면 좋을 것 같아요. 산업재해 등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

등을 빚거나 산재가 은폐되어서 작업장 내 위험이 사

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노조가 생산적인 관계를 맺을

라지지 않는 등의 악순환도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수 있죠. 위험물질의 경우 노안 사업을 통해 발암물질 을 제거해나가면, 사측은 발암물질 없는 작업장을 운

중대재해에 맞서 작업중지권을 요구하기 위한 노력

영하는 회사라는 평판을,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얻을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해 안재범 노안 위원장은 작

안전보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조의 제안을 적

업중지권이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봐요.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해당 법제도를 제 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안전보건 문제가 일터에서 또는 사회적으로 어

36

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알고 있어요. 물론 산재은폐

“10년 전만 해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조는 파업

라는 악순환의 문제가 있지만, 저는 오히려 꼬인 매듭

을 중심으로 대응했어요. 그러나 사측의 강한 반발로

을 풀고 나면 일이 쉬워진다고 생각해요. 작업장 내 위

인해 파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법

험 요소들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노력들을 하나씩 해가

제도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채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2019년 3월호


받게 되어 노조 활동이 오히려 위축되는 문제를 낳기

부분 작업중지 해제와 전면 작업중지 시행의 경우

도 했어요. 그러다 2017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

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죠.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해

해 사망사고 지침서를 만들게 되죠. 하지만 지침서는

서 경험 많은 활동가들이 부족해요. 어떻게 대처해

문서로만 있을 뿐, 실제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제

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왕좌왕하게 되죠.

대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은 거의 없어요. 사고 조사,

이때 현장에서 반응은 크게 두 가지에요. 하나는 겁

결과 보고, 이행 조치 등 전체 과정이 실효성 있게 진

이 난다는 거예요. 준비도 안 되어있고 해보지 않았

행되기 힘든 상황이었죠.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

기 때문에 당연히 불안하고 두렵죠. 다른 하나는 교

만 하고 진상조사와 사후 조치가 끝나버리기 때문이었

섭해나가면서 투쟁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파업과

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

달리, 작업중지는 투쟁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 힘

구소와 함께 ‘당장 멈춰 상황실’을 만들어서, 해당 지

들다는 반응이에요.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니 작업중

침서를 실제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

지 해제를 둘러싸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갈등

도 기울이고,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현장

상황에 쉽게 빠질 수 있어요. 오히려 미조직 사업장

에서 투쟁하기 시작했죠.”

은 고용노동부와 사업주가 주도하니까 노동자들 입 장에서는 행정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되죠. 그러니까

남은 고민과 앞으로의 과제들

더 마음 편하게 작업중지를 할 수 있어요. 이런 상황 들을 마주해보니, 산안법 개정을 통해 작업중지권이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노안 활동가들이 잊지 말아

제도화되었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어 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들어요.”

야 할 것은 ‘현장성’이라고 강조했다. 법제도를 작 업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현장의 역량 증진이 무엇 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현장의 경험 을 나누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노안 활동에 결합할 수 있기를

“저는 중대재해 대응이나 안전보건 조치와 관련해서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등 국가기관만이 문제라고

소도 현장성을 더 강화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의 역량 부족도 솔직하게 다뤄 져야 한다고 봐요. 작업중지권이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앞으로 명산관과 산보위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법

이 개정되면서, 명시가 되었죠. 작업중지권을 발동하

제도를 개선하고,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나 위험성

기 위해서 시행령, 시행규칙 등 법제도와 관련한 투쟁

평가 등을 더욱 전문성 있게 할 수 있어야 해요. 이

도 중요하죠. 그렇지만 현장에서 법제도에 명시된 작

에 필요한 연구사업을 진행해나가야죠. 하지만 그와

업중지권을 실행할 수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에

함께 현장과의 밀착성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조사

요. 중대재해 대응뿐만 아니라 작업장 일상 속에서 안

사업에 필요한 시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직

전보건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죠. 있는 법제도

접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면서 구체적인 사안들에

도 잘 안 지켜지고,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잖아요. 그렇

결합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지역과 현장에서 교육을

기 때문에 법제도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고 실효성 있

통해 서로 경험을 나누고, 같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게 발휘될 수 있으려면 현장에서의 역량을 증진하기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해봅시다.”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야 해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어느 응급의학과 의사의 고백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

출처 : pixabay

응급의학과 의사 L

최은영의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는 「아

38

로 발이 묶이게 된다. 더 이상은 그를 경제적으

치디에서」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이 수록되어

로 지원할 수 없다는 엄마의 뜻에 어쩔 수 없이

있다. 주인공 랄도는 브라질에서 엄마와 누나

돈을 벌 곳을 찾게 되고, 그렇게 찾아간 작은 마

의 노동에 의존해 방에서 마리화나나 피우며 목

을 아치디에서 그는 하민이라는 한국인 여자를

적 없이 살아가는 청년이다. 잠깐의 연인이었던

만난다. 무뚝뚝하고 항상 화난 표정이던 그녀와

여자를 아일랜드까지 만나러 왔다가 화산폭발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약간 친밀해진 그는 그녀

2019년 3월호


가 한국의 대도시에서 3교대로 일하던 간호사였

까지 살고 싶어 하냐고’ 푸념하듯 속으로 중얼거

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왜 좋은 직업을 놔두고

릴 때가 있었다. 그 전에 스스로 상상했었던 따

여기까지 왔냐는 물음에 그녀는 대답한다. 한 간

뜻하고 유능한 의사의 모습이 아니라 분노와 피

호사가 있었는데 그녀를 너무너무 싫어했었다

로와 짜증으로 뭉쳐있는 싸가지 없는 전공의가

고, 여기까지 모든 것을 버리고 올 정도로. 그러

된 자신을 발견했던 시간이었다.

면서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이상, 밤낮이 바뀌는 건 당

“일이 몰릴 때가 있어. 한시도 앉지 못하고 거

연했다. 식당 시간을 맞추지 못해 식은 배달음식

의 뛰어다니다시피 해야 하는 때가. 시간이 어

이나 편의점 음식으로 식사를 때웠다. 야간 근무

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계속 일을 해. 그

가 연달아 있을 때에는 밤을 꼴딱 새고 컨퍼런스

런 날 중 하루였어. 거의 백 살이 다 된 할머니가

에 졸면서 참석한 후 편의점에서 빵과 음료수를

환자로 들어온거야. 딸은 팔십 먹은 노인이고.

사서 머리맡에 놓고 잠이 들었다. 자다가 배가

그 노인이 그녀에게 부탁한거지. 자기 엄마 욕창

고파 깨면 머리맡에 있는 음식을 주섬주섬 먹고

에 드레싱 좀 해달라고. 그녀는 짜증이나. 그리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러다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

고 생각하지. 왜 노인들은 이렇게 짜증나는 존재

면 깨서 다시 밤 근무를 위해 응급실로 향했다.

들인가. 다른 일들도 많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라 고 해. 정신없이 일해. 할 일이 너무 많아. 노인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들었다. 건강하게 지내

이 다시 찾아오니. 할머니, 기다리시라고 했잖아

다가 갑자기 청천병력 같은 이야기를 듣고 황망

요. 네 시간 기다렸어. 노인이 대답해. 조금만 더

히 내원한 이들도 있었고, 타병원에 몇 달째 입

기다리세요. 우리 엄마가 아파서 울잖아. 기다리

원해 있다가 해결되지 않아 사전만큼 두꺼운 의

세요. 그녀는 차갑게 말해. 급한 일들을 다 끝내

무기록을 가지고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도 있었

고 가서 드레싱을 하지. 손길은 빠르지만 거칠

다. 환자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베드는 이

어. 그리고 생각하는 거야. 왜 백 살까지 살아서

미 찬지 오래라 목도 가누지 못하는 노인들이 휠

모두를 귀찮게 하느냐고. 왜 이렇게까지 살고 싶

체어에서 수십 시간이 넘게 버티고 있었고 보호

어 하냐고.“

자들은 그 뒤에서 환자분의 머리를 붙잡고 힘들 게 서 있다가 때때로 분통을 터트리곤 했다. 가

그녀가 그렇게 싫어하게 된 간호사는 자기 자 신이었다.

벼운 질환으로 내원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 분이 의무기록 한 페이지에 다 들어가지 않는 긴 병력을 가졌고 많은 약과 시술과 수술을 필요로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던 이유는 예전 대학병

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정보를 알아내고 적절

원 응급실에서 전공의로 일하던 때가 생각났기

한 진료를 제공하는 일은 시간도 경험도 없던 나

때문이다. 커피와 에너지음료로 매일을 겨우 버

에겐 너무 어려웠다.

티던 그 시기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놓지 못했지만 사실 ‘왜 이렇게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접수되는 환자들이, 항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39


상 무언가를 요구하는 보호자들이, 계속해서 들

러나 누군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의료현장에

이닥치는 구급차가 원망스러웠다. 이미 한 설명

서 여전히 과중한 노동을 하고 있다. 주로 인턴,

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면 짜증이 치밀어 올랐

전공의, 그리고 펠노예 (펠로우+노예를 합친 말

고 끊임없이 전자차트에 새로 뜨는 이름들을 보

이다)라고 우리가 부르는 전임의들이다. 어떠한

면 분노마저 느끼곤 했다. 모두가 아픈 환자고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하고자 하는 이들도 그곳

각자의 긴 이야기가 있었지만 귀를 기울여 들을

이 열악하고 위험부담이 많으며 보수가 적은 자

여유가 없었다. 그들의 고통이나 불안함, 아픔을

리임을 안다.

느끼고 연민하거나 위로하기에는 너무 둔감해져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현장을 지키고 있고, 그 대가 로 건강을 위협받는다. 아주대 외상센터의 이국

근무가 끝나고 몸이 좀 편해지면 후회했다.

종님은 한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이며 어깨와 다

환자를 환자로만 보지 않겠다고, 하나의 인격으

리도 잘 못 쓰신다고 한다. 아마 함께 일하는 팀

로 보고 존중하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디로 갔

의 대부분이 수면장애를 포함 자잘한 질병에 시

는지, 나는 왜 이리 체력도 약하고 잠도 많고 성

달리실 거라고 짐작된다. 고 윤한덕 님은 응급의

격도 더러운지, 자주 자책했고 그러지 않으려 다

료 시스템을 위해 과도한 근무를 하면서 과로와

짐했다. 새롭게 다짐하고 근무를 시작했어도, 피

수면부족에 시달리다 기저질환도 없이 심정지

곤하고 배고플 때가 되면 또 짜증을 냈다. 간혹

로 사망하셨다. 한 대학병원의 33세 소아과 전

같이 일하던 동료나 선후배 중 한 두 명이 말없

공의는 36시간 연속근무 중 당직실에서 사망한

이 도망가거나 사정이 있어 빈자리가 생길 때가

채로 발견되었다. 간호사들의 현실은 어떤가. 현

있었고 그럴 때면 그 부재를 누군가는 채워야 했

재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38.1%이고 간호사

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아픈 환자가 덜 생

평균 근속년수는 5.4년이다. 수면부족과 과중한

기는 건 아니니까. 근무 때마다 진료를 하면서

업무, 감정적인 스트레스 및 부담감 속에서 그중

부지런히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몇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그 외의 많은

전원시켜야 했다. 입원하고 싶어 하는 환자와 원

이는 위염과 수면장애를 얻은 채 그곳을 떠난다.

망 섞인 보호자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나는 아무

하민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렇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어쩔 수 없다고’만 반 복했을 뿐. 그 과정에서 하민이란 여자가 그랬던

나의 경우, 내가 부족해서 그랬던 것인지도 모

것처럼 나는 내 자신이 싫어하는 의사가 되어 있

른다. 많은 시간을 자책하면서 보냈다. 비슷한

었다.

상황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 다. 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이들은 더 친절하고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시간이 끝이 있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줬고, 틈틈이 환자들과 라

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공의와

뽀(rapport)를 쌓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지만 모

전임의 시절이 끝나고 나는 그곳을 빠져 나와 전

두에게 그런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나

보다 건강해진 몸과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를 포함한 보통의 많은 사람들은 최소한의 수면

40 2019년 3월호


시간을 보장받고 예측 가능한 근무 속에서 적절 한 노동 강도로 일할 때 인간을 인간으로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 책에서 랄도는 궁금해 한다. 왜 하민은 항상 자신은 ‘열심히 살았다’라고 하는지.

“나는 ‘살다’라는 동사에 ‘열심히’라는 부사 가 붙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hard’ 는 주로 부정적인 느낌으로 쓰이는 말 아닌가. ‘hardworking’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사는 게 일하는 건 아니니까.”

사는 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새삼스러운 말이 다. 열심히 일하고, 헌신하는 것,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한 헌신을 높이 평가하고 추앙하는 것 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헌신과 희생 에 대한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 자신 의 몸을 갈아가며, 삶을 바쳐가며 일하지 않아도 무리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꼭 전쟁터에 나간 장수처럼 비장 하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 과로로 죽거나 아프고 나서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내 가 소명의식 없고 게으른 사람이라 그런지는 모 르다. 하지만 나는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보통 정도로 적당히 일해도 문제없이 굴러가는 곳에서 스스로의 몸을 돌보며 일하고 싶다.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어느 군무원의 업무관련성 평가 이야기

직업병과 관련한 참고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직 업환경의학 전문의들에게는 업무관련성 평가 의

급 발암 직업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뢰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전공의 수련 과정 중

하지만 이 노동자는 군무원이었다. 공무원 신

에도 이러한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작성하도록 되

분을 가지고 군에서 종사하는 직군인 군무원은

어 있다. 필자도 전공의 시절 20여 건의 업무관련

산재나 직업병 관련하여 산재보험이 아닌 공무

성 평가서를 작성하였는데 그중 아직까지도 기억

원 연금공단의 산재 승인을 받도록 되어있다. 그

에 남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리고 작업 환경에 대한 감시나 특수건강진단 등

업무관련성 평가서는 가끔 간단하기도 하고 가

의 과정은 산안법이 아닌 ‘군 작업환경 및 작업

끔 아주 복잡하기도 한데, 이는 각 작업의 특성과

자 보건관리 훈령’이라는 규칙을 따른다. 그 결과

발생한 질환의 인과관계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

이 노동자는 스프레이 도장공으로 열악한 환경에

진다. 의뢰된 사례와 관련하여 연구된 자료가 많

서 작업하며 폐암에 걸렸음에도 직업병으로 인정

지 않거나 작업과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려운

받지 못하고 법원을 상대로 ‘공무상 요양불승인

경우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내용을 검색하느라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오히려 몇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노동자의 작업 관

년 전 같은 공정에서 근무한 동료의 백혈병은 바

련 자료를 보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

로 승인되었다고 했다. 산재보험의 직업병 인정

다.

과정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공무원 연금공단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려는 업무관련성 평가 사 례는 36세 스프레이 도장공에서 발생한 비소세

42

공은 그 업무 자체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

의 직업병 인정 과정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관련 자료를 모두 검토하고 실제 사용했던 보호

포성 폐암 사례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라면 누구

구와 작업 장소에 대한 자료를 보충하기 위해 조

나 발생할 확률이 높은 직업병임을 알 수 있는 사

심스럽게 해당 노동자 분께 전화를 걸었다. 첨부

례였다. 처음에 접했을 때는 명확한 자료들을 찾

된 의무 기록 상 폐암이 이미 뼈에 전이된 상태여

아 첨부해주면 간단하게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서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너무 우울한 상

다양한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도료를 칠하는 도장

태는 아닐지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전화

2019년 3월호


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걱정과 달리 다소

질인 크롬을 함유하고 있었고 스프레이 도장을

활기찼다. 공무원 연금공단의 불승인이 매우 억

통해 노출되는 경우 방진마스크는 효과적으로 이

울해서 본인이 쓰던 보호구며 작업 환경이며 모

를 막아줄 수 없었다. 오히려 막아줄 수 있을 것

두 잘 알리고 싶으니 필요한 내용은 이야기해주

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더 노출될 가능성마저 있

시라고, 그동안 제대로 된 보호구나 환기 시설도

었다.

없이 일해서 결국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한다고 했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보

다. 덕분에 나는 궁금한 질문을 원 없이 했고 필

내드리고 몇 해 지난 3월 어느 날, 도장 작업하던

요한 사진 자료들도 추가로 받기로 했다. 통화 말

군무원에서 발생한 폐암이 소송을 통해 승인되었

미에 그 노동자분은 조심스레 아이들 이야기를

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장 작업 노동자 분들을 만

꺼냈다. 아이가 둘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걱정이

날 때면 가끔, 예상외로 다소 활기찼던 당시 군무

라고 소송은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원 분의 목소리가 떠오르곤 한다. 울분보단 열정

그래서 당시 업무관련성 평가의 자료는 소송에

이 느껴지던 목소리…. 다행히 2018년 9월 21일

서 절대 지지 않을 정도로 준비해야 했다. 실제로

공무 상 재해 보상의 내용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공

도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넓은 창고를 그냥

무원 재해보상보험법이 공무원연금법에서 분리

정비소라고 쓰고 있었고 창문에 달린 환풍기 하

해 제정·시행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공무

나가 환기시설의 전부였다. 그곳에서 군용 대공

상 질병과 관련한 요양 승인은 만족스럽지 못한

포를 정비하고 도색하는 업무를 하는데 정비 작

상황이다. 지속적인 개정, 보충을 통해 불필요한

업은 많지 않고 노후된 장비의 도색이 주된 업무

소송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였다. 주로 스프레이 도장 작업인데 안전관리 담 당자도 전문 인력이 아니고 이에 대한 외부 감사 도 받지 않으니 백혈병이 발생했고 산재 승인까 지 받았음에도 여전히 방진마스크만 쓰고 작업해 왔다. 작업에 주로 사용된 군용 카키색은 발암물

권종호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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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노동조합 활동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꿈꿔 보다 30여년 만에 대폭 개정되었다는 「산업안전보 건법」 전부 개정 법률이 2019년 1월 15일 공포

확대되는 것은 일부 업종·직종으로 제한될 것으 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되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 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용균 님의 사망 이

연구소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의 후속 조치

후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외치는 사회적 분위기

로 이루어지는 시행령, 시행규칙, 노동부 고시(규

가 형성되면서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전

정) 등 하위 법령에서 주되게 개정이 필요한 조항

부 개정 법률은 12월 27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2월 말 마련

사실 30 여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하였다. 산안법의 적용 범위 확대(또는 적용제외

되었고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적용 범위가 확대

폐지), 도급 금지 및 제한 확대, 실질적인 작업중

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존의 「산업안

지권 보장 등 여러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며 하위

전보건법」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개인적

법령 개정 시 반드시 담아야 할 내용에 대해 의견

으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용 형태의

을 모아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

다변화와 특수고용직 등 비정형 노동자를 적용

법」이 전부 개정되었다는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대상으로 확대(‘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범위?)하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권리 실현을 위해 노

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일

동자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정

부 특수고용직을 대상으로만 할 것인지, 원청 사

비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였다. 「산업안전보건

업주 책임 강화를 위해 일부 위험장소에서 사업

법」은 노동자의 참여는 보장하되 노동자가 참여

주가 지배하는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였으나 시행

를 요청하는 경우 사업주가 참여권을 보장해야

규칙에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 22가지

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노동관계법은 대

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부분 근로자대표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

안전·보건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것인지 의문

는데, 근로자의 과반 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

이다. 정부는 올해 3월 말까지 「산업안전보건법」

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 그렇지 않은 경우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근로자의 과반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다. 「산업

있다. 그러나 기존에 정부가 이미 제출하였던 안

안전보건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와 노

을 살펴보면 전부 개정 법률을 통해 적용 범위가

동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44 2019년 3월호


고민하다보니 그나마 노동조합이 조직된 경우에

시행됩니다. 이 법은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행정규제

보다 용이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의 완화 및 특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모든 노무를 제공하는 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국민경제의 실

주된 논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기업 활동 규제

질적인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대해서도 잠시 논의

정부와 사업주는 노동조합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를 이어갔다. 한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특별조치

노동조합 활동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법은 일시적으로 유효기간을 정하여 시행되는 게

것을 금지하며,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가 접수된 즉시

원칙인데 위 특조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위

정부와 사업주는 노동조합의 교섭에 응해야 합니다.

법률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관리자, 산

이 법률은 부칙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자 모두가 노

업보건의에 관한 일부 조항이 적용되는 내용을

동조합 조합원이 될 때까지 시행됨을 알려드립니다.”

담고 있다. 과거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관계 성립신고 등의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

잠시 상상만으로 흐뭇해지는 것 같았는데 막상

법」의 경우 피보험자격 취득신고의 비율이 낮은

논의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와 보니 허망하기 그지

소규모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자발적인 신고

없다.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권리 보장을

를 촉진하고 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료 납부의무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었다는 선

를 이행토록 하기 위하여 2009년 한시적으로 운

언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적용 과

영된 바 있다. 그러나 위 기업 활동 규제완화 특

정에서 세부 내용을 규정할 하위 법령에 대한 적극

조법은 1993년 제정하여 매년 개정을 반복하며

적인 의견 개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노동자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의 생명·안전·보건 조치 미흡에 따른 결과로 발생 한 노동자의 건강권 훼손은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

산안법 하위 법령 개정 방안에 대한 논의를 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리는 상황에서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2019년 3월 1일 뉴스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오 늘부터 「노동조합 활동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45


노동자 건강 상식

돌연사 (급성 심장정지) 돌연사는 평소 건강하게 지내는 것 같던 사람

었습니다. 이는 2017년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수

이 예기치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정확히는 1시

(약 1만 8천 명)보다 약간 많고 교통사고로 인한

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말합니다. 급성심정지

사망자수(약 5,000명)의 3.6배에 달하여 돌연사

(sudden cardiac death)라고도 불립니다. 심장

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이 멈추면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고 이런 상태가 3

돌연사 환자의 수도 적지 않지만 생존율도 낮고

분을 넘기면 뇌가 손상을 입고, 그 이상 지체되면

그나마 생존한다고 하더라도 뇌손상에 의한 후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비율도 낮 습니다. 심정지환자의 생존율은 2016년 7.6%로

병원에서 돌연사한 환자의 보호자들은 처음에

100명 중 8명 정도만 살아서 퇴원하는 것으로 나

는 환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타났습니다. 그나마 나아진 수치로 10여 년 전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만

2006년의 생존율은 2.5%였습니다. 또한 혼자서

해도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사망할 수가 있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어 퇴원하는 경우는

냐는 것이지요.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가족과

2016년 4.2%였습니다. 2006년의 경우 0.6%에

지인들은 사망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다가 시간이

불과하였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심폐소

좀 지나면 망자의 깨어있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생술 하면 바로 깨어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경

없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환자가 흉

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통, 호흡곤란,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이 있어 응급 실에 내원하여 돌연사하는 경우 의료진들은 치료

돌연사 원인의 70~80%가 심장질환이 원인이

과정에서 뭐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즉 걸어

며 나머지는 뇌출혈, 대동맥질환, 패혈증, 저혈

서 병원에 들어왔는데 죽어서 나갔다는 원망을

당, 저·고체온증 등의 심장질환이 원인이 아닌 경

보호자들한테 듣기도 합니다.

우입니다. 과로로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도 그 원 인의 대부분이 심장질환입니다. 그리고 심장질환

46

남의 일처럼 여겨지는 돌연사 환자 발생은 그리

으로 인한 사망의 대부분은 심근경색 때문입니

드문 일은 아닙니다. 2017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

1만 8천여 명이 돌연사로 인한 사망자로 집계되

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진 상태에서 갑자기 핏

2019년 3월호


덩어리(혈전)가 혈관을 막게 되고 이로 인해 혈

위험인자를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직계가족 중

관 주위 심근이 손상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에서 젊은 나이에 갑자기 사망한 분이 있다면 이

심근경색 환자들이 모두 돌연사하는 것은 아닙

또한 선천성 심질환이나 부정맥이 있는지 확인

니다. 심근경색 상태에서 손상된 심근으로 인해

이 필요하겠습니다.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 이 더해지면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하는 것입니

돌연사의 특성상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

다. 치명적인 부정맥이 생기면 심장은 전신에 혈

기 발생하기 때문에 당황하기 쉽습니다. 급성심

액을 공급하는 펌프의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입니

정지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가 ‘집’입

다. 그래서 이런 치명적인 부정맥이 생겼을 경우

니다. 집에서 가족이 갑자기 쓰러져 숨을 쉬지

제세동기를 이용하여 심장의 부정맥을 없애야 하

않으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

는 것입니다. 또한 심장의 수축 또는 이완작용이

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알지만 직접 시행을 못

원활하지 않아 혈액을 전신에 내보내지 못하는

하고 119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

상태인 심부전도 돌연사의 원인이며 심근이 지나

습니다. 하지만 119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까

치게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이나 심장의 판

지는 약 5~10분이 소요됩니다. 심정지 상태에

막 이상도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경

서 10분이 지나면 생존하더라도 영구적으로 뇌

우에도 사망에 부정맥이 기여합니다. 35세 이상

의 저산소성 손상을 입게 되어 남은 생을 독립적

은 심혈관질환(관상동맥)에 의한 돌연사의 빈도

으로 생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 높은 편이지만 35세 미만에서의 돌연사는 흔 하지는 않지만 심혈관에 의한 사망보다는 부정

정부도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

맥, 선천성 심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의 비율이 높

에 대한 교육도 널리 실시하고 있으며 다수의 사

은 편입니다.

람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제세동기의 설치를 의 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돌연사를 경고하는 증상으로는 수 일 또는 수

10년 전에 비해 돌연사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

개월 전부터 흉통, 호흡곤란, 두근거림을 호소할

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19대원 도착

수 있지만 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

전에 가족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다. 하지만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졌습니다. 혹시 주위에서 누가 갑자기 의식을 잃

위험요인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앞에서

고 쓰러져 있는 경우 심장이 안 뛰는 것을 확인

언급한 바와 같이 심근경색이 돌연사의 많은 비

하면 주저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중

중을 차지하는데 심근경색의 위험인자는 흡연,

요하겠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이기 때문입니다. 따라 서 흡연하는 경우 조절되지 않는 혈압과 혈당, 고 지혈증은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7


문화 읽기

생리혐오를 뚫고 훨훨 날아오르다 <피리어드: 더 패드 프로젝트>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었을 때였다. 친구들이 하

하는가? 왜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트레이닝복 바지

나 둘 생리를 시작하는 나이였다. 어느 날 남성 교

와 침대 시트에 묻은 생리혈의 사진은 강제로 삭제

사가 청소당번을 여자 화장실로 불러 청소를 시키

되어야 하는가? 이 모든 것이 여권이 신장되어 페

는데, 생리대와 피 묻은 휴지들이 버려진 쓰레기통

미니즘은 필요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오늘의 대한

을 들고는 여자애들은 화장실을 이렇게 더럽게 사

민국에서 나타나는 “생리혐오”이다.

용한다며, 보기도 싫으니까 빨리 치우라고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내던지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은 돌풍이 불었

모나 학교로부터 생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

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28분짜리 인도 다큐가

고, 고작해야 남자 아이들은 운동장가서 놀게 하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다. <피리

고 여자 아이들만 교실에 남겨 생리대 사용법을 배

어드: 더 패드 프로젝트>의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웠던 시절, 왜인지 선생의 그러한 말이 굉장히 기

뉴델리에서 60KM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분이 나빴다. 그때 당시에는 ‘자기도 어머니에게서

이야기이다. 생리대의 존재를 모르는 이 마을 여성

태어났으면서, 여성들이 하는 생리에 대해 왜 더럽

들은 다 뜯어진 헝겊 쪼가리로 생리대를 쓰고 있

다고 이야기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고, 그것이 부끄러워 학교를 그만 둔 여성도 있다.

안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생리에 대한 혐오였음

남성들은 생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생리 중인 여

을...

성은 사원에 들어가지도 못하며, 더럽다고 여겨진 다. 여성들은 독립적이면 안 된다고 여겨지는 사회

48

왜 생리대 광고에서는 흡수력을 증명하기 위해

에서, 이들은 “Fly”라는 생리대를 만든다. 생긴 모

빨간색 색소 대신 파랑색 색소를 사용할까? 왜 우

습은 투박하지만, 다른 제품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

리는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고 “마법”, “매직”

다고 흡수력을 직접 보여주는 이들은 생리대를 직

이라 부르는가? 왜 생리대는 검은 봉투에 담겨야

접 만들고 포장한 뒤 마을의 여성들을 직접 만나

2019년 3월호


판매를 시작한다.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무언가의

싶은 소비자들은 소위 ‘직구’를 하거나 아름아름

일을 도모하고, 또 그것으로 인해 수입이 발생하

팔고 있는 제품들을 구입해야만 했다. 책방에서 매

자, 여성들은 주체가 된다. 돈을 벌어오니 남편은

달 진행하고 있는 “감골펨극장”의 첫 상영작이 <

본인을 존중해 주기 시작하고, 결혼을 하지 않겠다

피의 연대기>였다. 아들과 같이 영화를 보러 오신

고 선언하여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취급을 당

여성분이 있었는데, 영화 중간에 아들과 같이 나가

하던 여성은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생리대

더니 여성분만 다시 돌아와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의 제품 이름처럼, 그야말로 여성들이 훨훨 날기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그 이유를 알았

시작한 것이다.

다. 영화에 붉은 피(생리혈)가 나오니 아들이 너무 보기 힘들어 해서 중간에 집에 보냈다는 것이다.

작년 초 우리나라에서도 생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피의 연대기>가 뜨거운 호응과 반응을 일으

여성들은 매달 겪는 이 현상을 왜 사회는 보기 힘

켰다. 여성의 몸과 생리에 대해 탐구하고, 생리컵

들어 할까? 왜 사회는 여성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영화는 말한다. 여성에

박탈하려 할까? 인도 여성은 왜 10%만이 생리대

게는 선택권이 있다. 생리대, 탐폰, 면생리대, 생리

를 쓰고 있으며, 생리 중인 여성은 왜 혐오의 대상

컵은 물론 신체에 직접 피임기구를 삽입해 생리를

이 되어야 할까? 여성들이 주체로 만든 이 “Fly”라

억제시키는 시술까지 여성이 선택해야 한다. 여성

는 생리대로 인해 자신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고,

에게 모성은 강요하면서 생리에 대한 혐오는 멈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강

지 않는 사회. 성분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생리

함을 깨닫고 여성에 대한, 몸에 대한, 생리에 대한

대를 사용 할 수밖에 없는 사회. 심지어 1년 전까

혐오를 뚫고 훨훨 날아오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지만 해도 생리컵은 의약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식 약청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생리컵을 사용하고 지하 페미니스트 책방 femm

문화읽기

49


발칙 건강한 책방

상상해보자, 더 나은 세상을 『반쪽의 과학』, 캐런 메싱(지은이), 정진주(옮긴이), 한울, 2012

벌써 2019년이 된지 2달이 지났지만, 지난

적 관점으로 어떻게 여성 노동을 바라보아야

2018년은 잊을 수 없는 해이다. 2018년은 모

할 것이냐를 다루고 있고, 실제 연구하면서 느

든 사회분야에서 격동의 시기 였으며, 노동 안

낀 경험을 책 『보이지 않는 고통』을 통해 풀어

전과 페미니즘에서 많은 의제가 생긴 해이기

내었다. 여성 노동이 처한 상황은 전세계적으

때문이다. 이때까지 감추어져 왔거나 드러나

로 공통점이 있다. 직업은 성별에 따라 다른 직

있어도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가시화되면서

종으로 혹은 같은 직종이어도 성별에 따라 작

이슈가 되었고, 일부의 경우 부족하지만 방안

업이 분리 되어 여성과 남성은 다른 종류의 노

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위험의 외주화, 직

동력으로 여겨져 왔다. 남성의 경우 ‘좀 더 무

장내 괴롭힘, 과로사 등의 노동안전문제와 불

거운’ 물체를 운반하거나 ‘좀 더 위험한’ 일을

법촬영, 성폭력, 미디어 속의 성차별 등과 같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여성의 경우 남성의 업

은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과 고민이 확산되는

무와 업무 사이에서 잘 연결되도록 보조하고

한 해였다. 그러면 페미니즘과 노동안전의 교

사무실 업무나 돌봄 업무 등 ‘덜 위험한’ 업무

차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는 어땠을까?

를 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2018년에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은 아직도 의자와 화장실과 휴게실 이용을 요구하 고 있다.

그리하여 과학계와 직업 건강과 관련된 분야 에서 여성이 행하는 노동에 대해선 놀랍게도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아무리 여성이 좁은 공

캐런 메싱은 사회 저변에 보이지 않는 여성

간에서 빠르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여도 무거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드러내고 이들

운 물건을 들지 않았고 위험한 물건을 취급하

을 위해 연구하며 투쟁한 캐나다 출신의 인간

지 않았으니 무리가 되지 않는다 판단하였다.

공학자이자 유전공학자이다. 책 『반쪽의 과학』

또한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여성노동자

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과

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비는 후원되지도 않고,

학계가 여성계를 무시하고 있는 현실, 성인지

의학이 다루고 있는 사람 역시 백인 남성의 몸

50 2019년 3월호


이었다. 심지어 여성은 단순히 육체적인 피로만

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특수고용노동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피로까지

자나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어떠

받는다.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같은 일

한 보호도 받지 못하며, 故 김용균씨 사망 이후

을 하더라도 임금을 적게 받거나 대접을 달리

로도 외주화된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고 있지

받는 등의 차별을 일상적으로 받으며, 성희롱과

만, 지난 노동안전 30년을 돌아보면 산재라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항시 접하며, 상사는 업무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에서 시작해 감정노동,

외 일을 시킨다거나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요구

정신 건강까지 노동자 건강권이 확대되고 있는

해 노동자에게 모욕감을 안겨준다. 현재 상황이

상황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이 서서히 개선되고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아직 변하지 않았다.

있다. 페미니즘 역시 마찬가지로 백래시가 심하 고 아직 가부장제가 사회 구석구석 켜켜이 존재

사회와 과학이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

하지만, 그 사이 호주제가 폐지되고 제사 문화

지 않았으니,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묻힐

의 문제점을 다들 인지하기 시작하며, 직장이나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산재 인정률이나 보상

학교 내 여성혐오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있고,

률도 남성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으며, 일하다

남성들은 드디어 ‘조심’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다친 여성은 상황을 온전히 스스로 감내해야 하 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과연 남성에게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세계에 도달하기까지는

는 좋은가? 무거운 물건, 위험한 물건은 남성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우리는 일하다 다치기 전

오롯이 취급해야 하며, 여성보다 근력이 더 좋

에,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회를, 재

기에 그만큼 더 무거운 무게의 짐을 든다면 몸

해를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가 바뀐 사회를 꿈꾼

에 무리가 가는 것도 결국 남성이다. 그 누구도

다. 젠더, 인종, 장애, 종교, 빈부, 질병 등에 상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 무거운 짐을 옮기지 않을

관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

것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안전한 노동을

는 사회를 꿈꾼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꿈꾸

할 수 있어야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직업

는 사회를 위해 열심히 싸워나가야 한다. 아직

건강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조명

노동자는 일하다 죽거나 다치고 있으며 여성노

되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연구를 진행

동자는 더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가

해야 하며, 캐런 메싱이 제시한 것 같이 성인지

바라는 사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육식주의와

적 관점, 노동자 참여 연구 등 새로운 방식으로

가부장제의 연결성을 보여준 캐럴 J.아담스의

노동을 바라봐야 한다.

『육식의 성정치』의 서문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

한노보연에서 실습을 하면서 열심히 싸우는

다.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현장에서 직접 싸우면서 일하는 노동조합원이기도 하였

“활동가는 그런 세계를 그저 상상하는 데 그치

고, 활동가이기도 하였고, 학자이기도 하였다.

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세계를 탄

아는 것 없는 한낱 학생으로서, 산업안전보건

생시키려 노력한다.”

법, 산재보상보험법 강의와 노동자 건강권 포럼 등을 참관하면서 깨달은 것은, 세상은 싸우는

유형섭 보건의료학생 매듭, 인의협 학생회원

발칙 건강한 책방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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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주체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의 중요성 - 신임 상임활동가 지안의 인사

올해 2월부터 한노보연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가 가진 다양한 정체성 중에 가장 무거운 것입니

그동안 신임활동가로서 여기저기 인사를 드리면

다. 이 정체성은 저에게 아주 강한 감정과 경험을

서, 어떻게 노안 운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

주었기 때문에 그 속에서 반쯤은 좌절감, 반쯤은

는지 자신도 돌아볼 계기가 많았습니다. 저에게

저항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습

처음으로 노동 문제가 중요하게 된 것은 노동자

니다. 그리고 그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언

로 일하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여러 노동을 하

제나 갈등해왔습니다.

게 되면서 순식간에(?) 노동문제는 일차적으로 개인적인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그런데 제가 조금씩 알게 된 지식은 실제로 일

편에서는 노동이 아무리 중요한 문제더라도, 제

할 때는 항상 버거웠습니다. 노동조건이나 환경

가 하는 노동이 그다지 ‘노동’으로써 인정되지 못

에 대해 요구하거나 문제제기하는 것이 얼마나

하거나 노동자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이 많았습니

쉽게 해고나 ‘자발적인 퇴사’로 부드럽게 이어질

다. 그래서 어떤 권리들을 제가 경험하게 된 노동

수 있는지 굉장히 빠르게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

환경,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니다. 어느 순간 제가 먼저 ‘괜찮습니다’라고 말

노동문제에 전적으로 감정을 이입하기에는 어딘

하는 것이 완전히 체화되었습니다. 요구할 권리

가 계속 삐끗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 없는 것처럼, 권리를 알아도 마치 이 상황에는

그래서 왜 어떤 노동은 노동이 아니라고 생각되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자발적으로 조용히 있어야

거나 예비적이고 보조적인, 또는 불완전한 것으

한다는 생각은 마음을 공허하게 했습니다. 그리

로 여겨지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 안에서 내

고 저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기 저기 아픈 곳이

가 노동자인 것이 맞는지 의문스러운 순간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많았습니다. 제가 하는 노동은 너 말고도 할 사람

52

많으니 금방 바뀔 수 있는 무가치한 부품이었고,

처음 일을 시작하고 몇 년간은 주로 서비스 업

어떤 경우에는 젊을 때의 가치 있는 경험이 되기

종에서 알바노동을 했습니다. 더 지나고 보니 노

도 했으며, 어떤 때는 네가 전문가가 되어야 하니

동이 되지 못하는 노동, 노동자가 되지 못하는 노

새벽까지 열심히 일하면 좋겠다(?)는 식의 노동

동자의 문제는 알바노동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의 경계에 이상하게 서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다

고용 형태 때문이든, 한 집단이 가지고 있는 정체

고 해도 노동자라는 정체성과 계급은 노동을 시

성의 문제든, 노동의 성격과 관계된 문제든 간에

작한 처음부터 제게 달라붙어 있었고, 지금도 제

노동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노동이 너무나 많다는

2019년 3월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제되는 집단이 많기 때

거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된 것 같습니다. 그

문에 어쩌면 특정한 이미지만을 노동이라고, 노

래서 ‘상대적으로’ 노동법 상의 부당 행위는 명확

동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수도 있

하게 드러나지만, 노동법을 빗겨 가는 문제들은

을 것 같습니다. 한노보연 활동 전에는 청년노동

문제제기가 까다롭습니다. 특히 일상적으로 일이

자·활동가를 지원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과중하고 힘들어서 아픈 것은 그냥 원래 그런 것

노동조건과 관련된 상담과 사례를 고민해야 하

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는 업무가 많았습니다. 처음 그 업무를 맡아 노동

왜 우리가 법적인 요구만 해야 합니까? 이 고민

법이나 전반적인 노동권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

이 일을 하면서 계속 머리에 맴돌았기 때문에 조

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알아야지 주

금 남아있던 용기를 끌어 모아서 활동을 해보자

체적으로 노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

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습니다. 사업장에서 문제가 생길 때 항상 청년노 동자의 문제 제기가 노동법적으로 옳은 지가 요

아직 짧은 기간 동안 함께 한 것이지만 한노보

구의 적합성을 따지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연의 역사와 이전 활동들을 배우는 것은 영광스

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면

러운 기회였습니다. 제가 희미하게 생각해오던

서 법적인 권리를 아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분을 구체적인 작업들이나 보고서를 보면서 또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이렇게 보았을 때

현장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리해보기도 했고요.

는 해결 과정 역시, 자꾸 어떤 법적 행정적 절차

앞으로 활동을 하면서 제가 과연 ‘괜찮습니다’라

를 통해서 가능한가? 라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

고 말해왔던 태도를 넘어설 수 있을까 고민입니

니다. 노동자가 법에 맞춰서 자신의 요구를 축소

다. 활동과 일상이 일치하지 않는 용기 없는 활동

시키거나 협상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전개하는 게

가가 되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노동에 필요한 것을 주체

지금 한노보연의 과거와 현재를 배울 수 있는 시

적으로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

간이 참 좋습니다. 함께 고민을 나누고 활동할 수

다.

있는 동지들이 생긴 것도 기쁘고요. 앞으로 신임 활동가로서 노안활동 안에서 저의 고민과 생각들

그동안 많은 투쟁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동 법 상의 요구들이 전보다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

을 풀어나가는 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 두 여기 저기서 자주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지안 상임활동가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재난발생 이후 재난피해자 삶의

변화 추적조사 기술을 개발하

필요로 하는 신규 피해지원 서

변화 기록 최초 공개

여 2016년부터 전국단위의 재

비스는 노년층의 경우 ‘정기적

[행정안전부, 2019.02.20.]

난피해자 조사 패널을 구성하

안전 확인 방문’, 여성은 ‘생계

고 2018년 12월까지 제3차 조

활동 지원’, 소상공인은 ‘사업

사를 완료했습니다.

장 복구 지원’을 꼽았습니다.

난 이후 삶의 변화 추적조사’

본 조사는 행정안전부 주관 사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이와 같

연구 자료를 2019년 20일 한

회문제해결형 다부처공동연구

이 재난피해자들의 재난 후 삶

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에

사업(R&D) ‘재난피해자 안심

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생활

서 공개했습니다. ‘재난피해

서비스 구축’ 연구의 하나로 재

상의 실질적 곤란과 어려움을

자 삶의 변화 추적조사’ 자료는

난피해자의 재난피해 회복 지

파악하고, 조기에 일상생활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포항

원 정책·기술·서비스 개발을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난과 화

목표로 추진했습니다.

난구호 정책 및 기술을 개발할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국내 최 초로 수행한 ‘재난피해자의 재

재 피해자 2,300여명을 대상

계획입니다.

으로 3년간(’16~’18년) 조사된

2018년도 조사결과를 살펴

재난피해자 삶의 종단변화 자

보면, 재난으로 생명에 위협

2019년 재난피해자 삶의 변화

료입니다.

을 느낀 피해자는 42.1%(974

제4차 추적조사는 6월 이후 실

명), 상해 및 질병 피해자는

시하여 하반기 중 공개할 예정

본 자료에는 조사대상자의 재

6.2%(144명) 이었습니다. 반

입니다. 또한, 조사대상자 중

난피해정도, 재난 이후 경제·

면에 병원진료는 3.8%(88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사회적 삶의 환경 변화, 개인의

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

위험군에 대해서는 심리적 지

심리·보건 건강영향 및 재난구

다.

원과 치료를 함께 지원 할 예정

호서비스 요구와 만족도에 대

입니다.

한 조사결과가 포함되어 있습

조사대상자인 재난피해자 중

니다. 최근 재난이 대형화·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합화 됨에 따라 피해 양상도 다

위험군은 35.3%(816명)로 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

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기존

타났으며, 우울과 불안 증상

응 매뉴얼 발표

재난피해자 자료는 개별 이슈

을 호소하는 피해자도 각각

[2019.02.21., 고용노동부]

에 따른 단편적 자료로 장기적

28.7%(663명), 8.3%(192명)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지

피해지원 정책과 기술 개발에

로 조사됐습니다. 정부와 민간

난 2월 22일 “직장 내 괴롭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에서 제공받은 구호서비스에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이에,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대해서는 37.4%(865명)가 불

발표했습니다. 이번 매뉴얼은

는 2015년에 재난피해자 삶의

만족스럽다고 응답하였으며,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

54 2019년 3월호


로 기초 안을 마련한 후,간담회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뿌리 뽑기

도를 폐지하여 노동자가 사업

개최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위한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

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산재

폭넓게 듣고 반영하여 만들어

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주

졌다고 고용노동부는 주장합니 다.

된 요인으로 주장했습니다. 또 매뉴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

한 과거에는 자가용이나 대중

라 실제 노동자가 겪는 직장 내

교통 등을 이용하여 출퇴근 하

매뉴얼은 법에 따른 직장 내 괴

괴롭힘이 해소될 수 있도록 정

던 중 발생한 사고는 산재로 인

롭힘의 개념을 분석하여 어떠

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하지 않았으나 ’18. 1. 1.부

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

터 출퇴근 중 사고도 산재보

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상 대상으로 확대하고, ’18. 7.

제시하는 한편, 직장 내 괴롭힘

지난해 산재 신청건수, 업무상 질

1.부터 산재보험의 적용대상

에 대한 예방 활동을 하거나 직

병 인정율 최근 10년 이내 최대

사업장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

장 내 괴롭힘 사안에 관한 사

[근로복지공단, 2019.02.26]

한 것도 산재신청 건수가 증가

내 해결절차를 마련할 때 고려

하는데 기여했다고 밝혔습니

해야 할 사항과, 취업규칙 작성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접수

시 참고할 수 있는 표준안이 담

된 산재 신청건수와 산재로 인

겨있습니다.

정되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 비

근로복지공단 심경우 이사장은

율이 최근 10년 이내 최대인

“일하다가 사고로 다치거나 직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

것으로 기록되었다고 근로복

업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빠짐

해 1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지공단이 밝혔습니다. 2018년

없이 산재보험의 적절한 치료

기업들은 7월 16일까지 직장

산재 신청건은 38,576건으로

와 재활서비스를 제공받아 다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체계

전년(113,716건)과 비교하여

시 일할 수 있도록 산재신청 서

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하면

21.9%(24,860건) 증가하였고,

식을 대폭 간소화하고, 입증부

서, “이번에 발표하는 “직장 내

전체 산재건수의 약 10%를 차

담을 완화하여 가겠다”고 밝혔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

지하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율

습니다.

얼” 이 각 사업장에서 자율적

도 63.0%로 전년(52.9%)과 비

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

교하여 10.1% 상승했습니다.

응체계를 갖추는 데 유용한 참

다.

업무상 질병 인정율 상승이 높 아졌다고는 하지만 이전에 예

고자료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산재 신청건수가 크게 증가

방측면이 더욱 강화되어 애초

하며, “정부도 사업장의 직장

한 것은 과거에는 산재 신청시

에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

내 괴롭힘 예방.대응 체계 구축

에 사업주에게 재해경위에 대

는 노동 환경이 만들어지는게

을 위한 컨설팅 지원, 존중하는

한 사실 확인을 받아야 했으나

우선일 것입니다.

직장 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

’18. 1. 1.부터 사업주 확인제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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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서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획 강좌 열려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님의 죽음을 계기로 산업 안전보건법이 28년만에 전부개정 됐습니다. 노동 자의 죽음이 있어야만 사 회는 나아갈 수 있는 것인 지 가슴 아픈 계기였습니다. 지난 2월 18일 (월), 29일 (화) 저녁에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개정 산안법, 산재법을 살펴보는 연속 강좌가 있었습니다. 연구소 이숙견 상임 활동가, 회원인 천지선 변호사가 현재와 개정 내용을 비교 해보며 현장에 미칠 변화와 여전히 개선 사항으로 남는 것을 살펴봤습니다. 3월 내 산안법 하위법령이 통과될 예 정입니다. 노동자의 권리가 향상될 수 있는 산안법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주실 바랍니다.

2019 노동자 건강권 포럼 열려 ‘안전보건의 새로운 30년을 열자’는 기치 하에 지난 2월 22일(금), 23(토) 이틀간 삼경교육센터에서 2019 노동 자 건강권 포럼이 열렸습니다. 올해 는 노동안전보건단체, 노동조합 등이 공동주최로 다양한 세션을 기획하여 많은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길 수 있 도록 노력했습니다. 한노보연도 첫날 전체 세션, 판례 변천으로 보는 노동 안전보건, 둘째날 노동자 참여권까지 그간 집중해온 활동을 알려내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많은 단위들이 모인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노동안전보건의 새로운 30년을 열 수 있도록 부단히 나아가길 바랍니다.

연구소 안전법 검토 모임 마지막 날 그리고 새로운 시작 연구소는 주요 사업 중 하나로서 산안 법을 중심으로 대안법 개정 작업을 하 기로 총회에서 결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2017년 10월부터 법률가, 노동 조합 활동가 등이 모여 제안전법 검토 모임을 시작했고 약 1년 반에 걸쳐 총 14차례 모임을 통해 제안전법, 산안 법, 논문 검토 등을 진행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란 제약된 시간이었지만, 지금보다 분명 더 나아져야 한다는 다짐으로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 월 21일 모임을 마지막으로,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산안법 개정 작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56

2019년 3월호


노동시간단축 현장간담회

“근로기준법 59조와 탄력근로시간제 영향” 2018년 노동시간 단축이라며 개정된 근기법 59조의 태생적인 문제점을 함께 짚어보고, 확대된 탄력근로시 간제가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현재 현장에서 시행 중인 근기법 59조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현장 동지들을 모시고 함께 나누 는 시간을 갖고자 하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기조발제 “근로기준법 59조와 탄력근로시간제 영향” 최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현장발제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전국집배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일시 2019년 3월 28일(목) 19시 30분 장소 민주노총부산본부 4층 대회의실 신청 및 문의 이숙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010-2566-0295 주최 사회변혁노동자당부산시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전국집배노조부산지역본부

부산 산업안전보건법 기획강좌 개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님의 죽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업주의 의무사항을 담 은 법이지만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중심으로 법제도를 보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 다. 모르는 것을 알고, 고민을 키우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1. 일정 - 4월 2일부터 4월 23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 - 대상 :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 2. 장소 - 민주노총 부산본부 4층 대회의실 3. 신청 및 문의 이숙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010-2566-0295 4. 기획강좌 프로그램 순서

강의내용

강사

1강(4/2)

산업안전보건법 개괄 및 노동자 건강권 이해

손진우 (한노보연 집행위원장)

2강(4/9)

알권리로서 산업안전보건법 - 안전보건교육, 물질안전보건자료, 산재보고

이영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3강(4/16)

거부할 권리로서 산업안전보건법 - 도급. 건설안전 및 작업중지권, 위험의 외주화

조애진 (법률사무소 ‘시대’ 변호사)

4강(4/23)

참여할 권리로서 산업안전보건법 - 명산관, 산보위, 안전보건관리체계

이숙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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