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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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봄을 타고 전해 온 땅을 일구는 농민 이야기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 이야기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문제점

통권 183호 / 2019.5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에 안전한 일터를

택배노동자,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등의 직종은 독립적인 개인 사업자로 분류 되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기업주들은 특수고용노동자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사업자 간 계약을 맺습니다. 산재·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장비의 구입·유 지·보수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특수고용노동자는 221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노동자의 약 8%에 해당합니다. 최근에는 IT기술 발달에 힘입에 ‘플랫폼 노동’으로 불리는 새로운 노동 형 태가 확산되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더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법의 테두리로는 이 ‘노 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었습니다.

자본과 정부는 기업의 지불 능력, 책임 가능성 여부 등을 이유로 법 적용 확대를 회피하고 있 습니다. 그러나 안전을 권리라고 하려면 배제되는 노동자가 없어야 합니다. 그것이 권리의 시 작입니다.

독자에게

01


“안전은 권리입니다” 바로 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입니다. 과거보다 진 일보한 것은 맞지만 28년 만에 이뤄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부 발행인

터 최근 발표된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을 살펴보면 정말 ‘권리’로 인식한

최민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법은 적용 대상을 모든 사업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

경희, 승종, 영우, 종호,

만 자세히 적용대상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적용제외 되는 대상이 상

나래, 지나, 채은, 경미,

당수입니다. 제조업 중심의 사고가 여전하며, 과거 제조업을 중심의 사

지안, 기형

고가 여전하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배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만평 박원종

입니다. 근로기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비용 지불 능력, 책임 가능성 여부 등을 이유로 법 적용 확대를 회피하

인쇄

는 지금의 정부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지 않을까요? 안전을 권리라 하려

동광문화사 발송

면 배제되는 노동자가 없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권리의 시작아닐까요.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9.05.04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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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특집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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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건설기계노동자, 산재법 확대적용의 명암을 들여다보다 위험은 노동시간 규제가 없는 곳, 가장 가장 낮은 위치로 전가된다


14 지금 지역에서는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산업안전보건법 세미나는 건강한 집배노동의 씨앗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 이야기

16 국제안전보건비교기준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⑦

19 연구리포트 서울성모병원 청소노동자 근로실태 보고서

23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봄을 타고 전해 온 땅을 일구는 농민 이야기

28 사진으로 보는 세상 30 현장의 목소리 공단의 담을 넘어 희망을 찾는다

34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일터의 안전이 사회의 안전을 만든다

43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문제점

45 노동자 건강 상식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48 문화읽기 부재는 끝나지 않고, 어디에나 있다

50 발칙 건강한 책방 과로자살의 행렬을 멈추기 위하여

52 이러쿵저러쿵 평양을 다녀와서

54 안전보건동향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3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시간의 의미를 묻는 또 하나의 방식,

출처 : 민주노총경기지역본부

미시마 유키오의 『목숨을 팝니다』

차례

03


특집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노동자 건강권 관련 법, 적용제외 조항을 ‘제외’하라

류현철 소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국회가 난장판이다. 근대 이후로 공중의 이해

고 고쳐지는 것이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건강하

관계를 조정하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게, 최소한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게 아니 최소

가장 중요한 기제 중 하나가 법률일진대 그것을

한 죽음을 무릅쓰지 않고 일하게 만들어줘야 할

만드는 입법기관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혈안이

기본법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과 더불어 근로

되어 이전투구 중인 것이다.

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모두 마찬가지다.

지난 연말 이런 이전투구 집단에서도 쉽게 외 면할 수 없었던 법안 하나가 어렵사리 통과되었

법 적용제외는 삶 전체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가 몸이 끼 어 숨진 19살 하청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발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

의되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가 컨

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베이어에 온몸이 갈리어 숨진 24살 또 다른 하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

청 노동자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통과된 산업안

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

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그것이다. 노동자의 허

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

망한 죽음을 막자고 발의된 법안은 그렇게 또

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

다른 숱한 죽음이 쌓이고 나서야, 자식을 잃은

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

어머니의 앞섬에 노동자 민중들의 분노가 뒤서

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

고 넘쳐서야 통과되었다. 그렇게 법이 만들어지

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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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진행된 하위 법령 개정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에서라도 최대한 노동자의 건강권 영역과 포괄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제안하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하위법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

령 개정안은 더욱 후퇴하고 말았다. 도급금지/

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승인 규정을 두어 관리하겠다는 일터의 위험업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무의 범위, 법적 보호조치 대상이 되는 특수고 용직의 범위와 보호조치의 내용, 작업중지권 실

법 취지가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사회적인

질적 운용 가능성은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산재

가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과정과 거기

보상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노동자가

에 결부되는 노동의 투입과 매개의 방식이 다변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일터

화되고 있으며 사회는 이것을 4차산업이니 하

와 업무에서 비롯된 사고와 질병에 대한 보상을

면서 떠들고 있다. 4차산업 시대에 기업과 사용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재임에도 ‘산재’로 인

자들은 오로지 책임회피 측면에서만 창의적이

정되지 않는 질병과 재해는 통계에 잡히지 않아

고 희한한 고용·계약 관계를 만들어 낸다. 하지

위험의 크기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

만 근로기준법은 기존 법률의 ‘근로자’의 개념

재 통계는 ‘산재보상 승인 통계’일 뿐이다. 드러

의 고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수많은 노동자

나지 않은 산재는 위험을 감춘다. 감춰진 위험

를 ‘노동자’라 불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름

은 관리할 수 없다. 관리되지 않는 위험은 또다

을 제대로 얻지 못하면 권리에서도 배제되는 것

시 산재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다. 고용특례업종, 영세업종(업주) 보호, 공익

위험 관리의 출발은 ‘드러내기’부터 시작한다.

필수직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위험작업의 범 위 등 여러 가지 설명을 곁들여 이들 법의 적용

물론 일터에서의 사건 사고, 질병, 손상과 죽

범위에 ‘차이’를 둔다. 이는 일터의 안전과 건강

음이 법적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노

문제에 있어서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낳는

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음은 논문과 통계가 아

다. 사용자와 사업주가 지켜야 할 기준 적용에

니라도 직관만으로 알고도 남는다. 그런 현실

있어서 예외(특례)는 결국 불평등을 낳고, 이것

을 부정하기 힘들었던 정부와 전문가들이 위험

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의 수준이 낮아 열악한

의 외주화 방지, 원청의 책임 강화, 취약노동자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일수록 건강과 안전

보호를 입에 달고 있지만 입법과 행정과정에서

상 위험이 높아진다.

실물로 엮여 나오는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합리적 이유나 설명 없이 법 적용을 받지 않도

지난 연말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록 하는 예외규정이 숱하다. 일터의 안전, 일과

안은 ‘김용균법’으로 불렸지만 그 이름으로 대

건강에 관련된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음에도

표되는, 일터에서 위험에 노출되는 많은 비정규

구시대적인 안전개념에 머물러 있는 구분이나

직/불안정 노동자들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한다

예외조항도 여전하다. 안전과 건강문제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05


특집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서 작업환경이나 업무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과

속 외주화될 것이며 법률상 권리도 조직력도 없

학적이고 합리적인 관리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

는 노동자들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안전하

라, 사업주의 경제적 여건이나 (기형적인) 계약

고 이윤이 많이 남는 사업을 독식할 수 있는 구

관행에 따라 적용을 달리하는 예외규정은 차별

조는 위험하고 책임의 비용이 많이 드는 업무

에 불과하다. 수년 전 무상급식이 공론의 장에

의 외주화를 얼마든지 허용했기에 가능했던 일

올라와 보편적 복지 논쟁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이다. 일터와 노동자 안전보건에 있어서 예외는

잘사는 집 아이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는가

오로지 특히 위험하거나 취약한 대상에 대한 더

를 집요하게 문제 삼았음에도 보편적 복지가 판

욱 각별하고 강화된 관리와 보장의 측면에서만

정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인정되어야 한다.

에 관련된 법안의 예외규정은 거꾸로 더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서 밥그릇을 뺏는 형국이다.

이윤에 매몰되지 않은 인간다운 노동을 위해

사용자와 사업주의 의무를 주로 규정한 법들이

관련 법률의 개정과정은 늘 난항을 겪는다. 그

니 어려운 형편의 사업주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리고 그 난항을 헤치고 나가는 해법 역시 변함

강변한다. 위험에 노출되어 일하는 것은 노동자

없다. 진부해 보이지만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들이며 법의 목적에서 보호하고 지켜야 할 대상

각성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 노동인권과 생

도 그들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경제를 살펴 영

명에 대한 사회 인식의 진전과 참여를 전제로

세한 사장님들을 배려한다는 논리로 법률상의

하는 연대가 그것이다.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예외조항을 두는 것은 본말의 전도이다.

개정안에서 ‘근로자’가 아닌 ‘일하는 사람’의 안 전 및 보건이라는 개념 찬 제안이 등장한 배경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가 가장 우선이어야

도 거기에 있다. 한편으로 최근의 산업안전보건 법 하위 법령의 명백한 후퇴에서 확인되는 것처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여 향상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하기 위한다

로지 경제 논리와 이윤을 중심에 둔 제도의 역

는 법의 예외는 그 목적(법익)에 충실히 부합하

진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진전되고

는 한에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예외는 어쩔

개선된 제도의 경우는 현실 작동을 점검하고 성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하며 그 어쩔 수

과를 확인하여 확장하고, 미진하고 후퇴하는 제

없는 이유라는 것이 누구의 이해에 맞닿아 있는

도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짚고, 공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

중에게 드러내고 바로 잡는 것을 게을리 않는

강할 ‘권리’가 우선이며 이것을 중심으로 그것

것이다.

을 보장할 책임과 의무를 사업주이든 정부건 지

06

럼 사회적 관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언제든 오

그리하여 모든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를 수

자체건 국가건 나눠 가져야 한다. 안전과 건강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에게 나이, 성별,

에 관련된 제도에 있어서 사업의 규모나 사업

인종, 직종, 업종, 사업장 규모, 고용형태를 넘

주의 여건을 고려한 적용 제외조항이 남아있는

어서 똑같이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 위험하여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업무는 계

한다.

2019년 5월호


건설기계 노동자, 산재법 확대적용의 명암을 들여다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북부건설기계지부 김학열 지부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2018년 12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

차지한다. 그중 건설기계에 의한 사망사고는 전

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어, 올해 1월 1일부

체 사고의 21%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건설현

터 건설기계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됐

장의 고층화·대형화·기계화가 진행되면서, 건설

다. 개정 이전에는 27개 건설기계 중 레미콘 1

기계 장비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중대형 장비

개 직종만 특수형태근로(이하 특고) 종사자로

인 건설기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기계

적용됐다. 개정 이후 27개 직종에서 일하는 1

의 조종사뿐만 아니라 인근 노동자들까지 위험

인 사업주 모두가 특고로 간주되어 산재보험에

에 처해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

당연가입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22일 건설

지만 지난해까지도 건설기계에 의한 사고 책임

노조 기계분과 서울경기북부 김학열 지부장을

은 오롯이 건설기계 노동자가 져야 했다.

만나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산재법 확대적용에 대해 갖는 기대감과 우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 다.

“산재처리와 관련한 현장의 원칙은 ‘당신이 사 장이니까 당신이 책임져야 하는 거다’에요. 현 장에선 근로자처럼 일하기를 요구받는데, 일하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직면하는 건설현장의 위험들

다 다치면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취급했 던 거죠. 직접 장비를 운전했을 경우엔 공상 처

건설현장은 전체산업 사망자의 50% 이상을

리도 안 해주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건설기계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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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노동자들은 영세한 1인 차주가 많아 경제적 부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언제나 기계와 함

담이 커요. 더욱이 근무 조건이나 개인 사정에

께 노동을 제공해요. 더구나 기계 손실에 대

따라 기사를 쓸 때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 문제

한 비용도 상당한 부담이죠. 과거 공상 처리

에요. 기사가 큰 사고를 당하면, 1인 차주가 중

시에 노동조합이 압박하면, 회사와 사고에

소기업사업주로 임의가입해서 해당 기사를 산

대한 책임 비율을 책정해서 장비 손실에 대

재처리를 해줘야 해요. 기사와 같이 일하다 차

해서도 일정 부분 보상받을 수 있었어요. 하

주 본인까지 다쳐도 마찬가지죠. 그러면 차주의

지만 산재 원칙에 따라 장비는 보호 범위에

부담은 더 커지죠.”

서 제외되죠.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지만,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장비

건설기계 장비는 대개 고가의 제품이다. 이 비 용을 한 번에 지불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기관

손실에 대한 보상 대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 어요.”

에 빚을 지거나 장비매매업체에 리스 방식으로 구입한다. 만약 사고로 인해 일하지 못하게 되

이에 더해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

면, 할부 대금, 대출 이자, 리스 대금을 납부하기

자들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청구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결국엔 금융기관에 차

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량을 차압 당하거나 매매업체가 차량을 회수해 가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구상권 청구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에요.

몸이 상하고 장비를 잃는다. 생계유지가 어려워

차주가 고용한 기사가 상해를 당했을 경우

져 가정이 무너지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와 1인 차주의 장비 사고로 다른 노동자가 상해를 입었을 경우죠. 이런 상황이 발생하

산재법 확대적용이 갖는 의미와 한계

면, 근로복지공단이 기사나 다른 노동자에 게 보상해주고, 해당 금액을 차주가 가입한

올해부터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특고로 간주되 어, 산재법의 특례 적용을 받게 되었다. 이는 건

청구로 인해 보험료가 크게 인상되죠. 대다

설기계 노동자가 근로자성의 인정 여부와는 별

수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장비 보상을 위해

개로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산재법 적용 범

민간 보험에 가입해요. 이런 상황에서 구상

위에 포함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권 청구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경제적 어

산재법 확대적용으로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휴

려움을 악화시켜요. 근로복지공단이 기금

업급여, 요양급여 등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규모를 유지 및 확대하려는 태도로 보아, 산

되었다. 하지만 김학열 지부장은 장비에 대한

재법 확대적용 이후에도 구상권 청구 관행

손실을 보상받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지속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고 말했다.

08

보험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구상권

2019년 5월호


원청책임 더욱 강화되어야

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야만 해당 직종을 포 괄하는 것이죠. 싸우지 않으면 보호받지 못하는

김학열 지부장은 산재법 확대적용 의미가 퇴

거예요. 그런데 정부가 진심으로 건설현장의 산

색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청책임이 강

재사망사고를 줄이고 싶다면, 그렇게 접근하면

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건설기계·장

안 되죠. 이동식 기계 설비를 포함한 27개 기종

비는 건설업 하도급 구조로 산재사고 예방관리

전체에 대해 원청책임을 강화해야죠.”

및 안전보건 조치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했다. 더욱이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맺는 계약 형태는

건설기계 노동자에게 위험과 비용을 전가하는 원청

고용계약이 아니라 임대계약이었다. 근로자의 속성과 자영업자의 속성 모두를 가진 것으로 간

하지만 원청책임을 묻는 것은 단지 건설기계

주되어 기존의 근로자 개념으로 규정되기 어려

노동자 보호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기 때

웠다.

문만은 아니다. 원청이 하도급 구조를 활용해 건설기계 노동자에게 위험과 비용을 전가하기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개

때문이다. 김학열 지부장은 건설기계 노동자들

정안에서 기존의 근로자보다 넓은 개념인 ‘노

이 원래부터 전통적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무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이 바뀌면서, 건설기

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 노동자들에까지 안전보건 조치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이는 산재법 적용확대와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처음부터 특고였던 건

마찬가지로,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보호할 필요

아니에요. 예전에 덤프기사들도 건설사에 정규

성을 인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4월 22일 고용노

직으로 고용돼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

동부가 발표한 산안법 전부개정안 시행령·시행

는 한진그룹 계열사였던 한일개발에 입사해서

규칙 입법예고안에는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

7~8년간 근무했어요. 그때만 해도 건설사들이

트, 항타기, 항발기 등 4대 기종에 제한하여 원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장비와

청이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기고 말았다.

기사를 갖추고 있어야 했죠. 하지만 80년대 중

김학열 지부장은 건설현장의 안전을 제대로 담

후반 국내 건설경기가 나빠지면서 공사수주자

보하기 위해선 27개 기종 전체로 규정을 확대

격 규제가 완화되고 건설사들이 재무건전성을

적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높여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중장비 등 유휴 고정자본들을 줄여나가기 시작했어요. 물론 90

“현장에서 사고가 나는 건 고정식 기계 설비만

년대 초반에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으로 건설

이 아니에요. 물론 대형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

경기가 반짝 좋아졌지만, 건설사 몸집 줄이기는

위험의 정도가 크지만, 현장투입 비율만 놓고

계속됐죠. 저도 그때 장비를 불하해주는 조건으

보면 다른 건설기계 기종들이 훨씬 많고 사고

로 회사 일을 계속 줄 테니 개인 사업자로 일하

도 빈번해요. 산재보험 적용 특례를 정할 때처

라는 요구를 받고 나왔어요. 기계 하나 주고 회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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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사가 직원을 내친 격이었죠. 사업증 하나 달랑

요. 그런데 산재법은 여전히 1인 차주에 한해서

가진 사장 아닌 사장이 됐죠. 이런 일이 레미콘

보험이 제공되도록 규정되어 있죠.”

부터 시작해서 다른 기종들로 확산됐어요. 그렇 게 하도급 구조가 널리 퍼진 게 건설기계 노동

또한 김학열 지부장은 지금처럼 특고에 대한

자들의 모호한 근로자성의 출발점이었다고 생

특례 조항으로 산재보상과 안전보건 조치의 적

각해요.”

용범위를 확대해 나갈 경우, 노동기본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

한마디로 원청이 이윤은 최대한 사유화하고

다. 건설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임금체불, 부

비용과 위험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당해고 등에 대항하기 위해선 노동기본권이 보

것이다. 따라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

장되어야 하는데, 전통적인 근로자와 동등한 법

적용 및 안전보건 조치 확대 요구는 단순히 건

적 지위를 누리지 못할 경우, 현행 법체계 내에

설현장의 위험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서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였다. 마지막으로 일부

근본적으로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특고로 전환

건설현장들에서는 고용 조건으로 적용확대 제

시킨 원청에게 사회적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이

외신청을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사

다. 건설현장의 하도급 구조가 위험의 외주화를

례가 늘고 있다고 얘기하며, 이런 사례들을 적

통해 지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고용노동부

발하고 위반 시에는 강력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

의 입법예고안은 한계가 명확하다.

고 제안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위해 남은 과제들

평생 정규직이길 바랬다는 김학열 지부장. 사 업증만 하나 달랑 가진 사장 아닌 사장이 되어

다른 한편, 원청책임 강화뿐만 아니라 27개 기

버린 지금, 그의 바람은 단 한 가지였다.

종에 대한 산재법 확대 적용이 정말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해봐야 한다. 특례

“최저수준의 임금을 유지하며 겨우겨우 살아

규정에 따라, 건설기계 노동자들도 1인 차주에

가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과 안전

한해서 산재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김학열 지부

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를 바랍니

장은 실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건설기계 노동

다. 건설기계 노동자들 모두에게 산재법, 산안

자들은 타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

법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적했다.

싸워나갑시다. 투쟁!”

“공사기간이 점점 단축되면서 정해진 시간 내 많은 공사 물량을 해치워야 하기 때문에, 1인 차주 혼자서는 해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건설 기계 노동자들이 타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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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위험은 노동시간 규제가 없는 곳, 가장 낮은 위치로 전가된다 항만하역 노동자 전창환, 이동우 씨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잘 알려져 있듯이 2017년 한국은 OECD 36개

항운노조에서 이들의 권리를 인정 하지 않고 있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노동시간을 기록했다. 초

기 때문에 노동시간뿐 아니라 4대보험과 같은 기

장시간의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본적인 법적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은 특정 운송 업과 보건업 등 5가지 업종을 연장근로 제한 대

물량에 맞추는 일용직 노동자의 노동시간

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경우 ‘합의’를 통해서 현행 주당 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노동이 법

인천항으로 배가 들어오면 TOC(부두운영사)의

적으로 가능해진다. 그러나 노동자의 건강은 ‘합

정규직 노동자들은 배를 총괄하여 담당한다. 배

의’의 대상이 아니다. 어떤 노동자도 노동시간 규

에 어떤 물건이 실려 있는지를 파악하여 필요 장

제의 예외로 존재해선 안 된다.

비와 인력을 요청한다. 현장에서는 한 조의 작업 시간을 1슈트라고 말한다. 오후조로 8시간 근무

인터뷰이인 민주노총 IPOC지부 이동우 지부

를 하면 1슈트의 작업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장은 인천항의 9개 부두운영회사가 공동 설립한

예전에는 연달아 2슈트를 근무하면 연근수당이

IPOC(인천내항부두운영주식회사) 소속이다. 야

나왔기 때문에 04시에 마치는 새벽근무 후 바로

간 노동 후 ‘연속 11시간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08시부터 시작되는 오전근무를 하는 등 장시간

제도가 생겼다는 것은 노조 설립 이후의 성과다.

노동이 만연했다. 현재는 노조가 슈트를 붙여서

한편으로 전창환 지부장이 소속된 민주노총 인천

일해 받는 연근수당을 없애면서 사실상 연근 자

지역일반노조 항만지부는 일용직 노동자로 구성

체를 금지했다. 또 24시를 넘어서 야간 노동을 하

된 노조다. 노조가 있지만 인력공급을 담당하는

면 다음날은 무조건 휴무다. 2018년 3월 연장근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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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로 제한 특례 업종 26종 중 21종이 폐지되었고,

벌기 때문에 무조건 스케줄에 맞춰야 해요. 당연

남아있는 5가지 특례업종에서 연장근로가 발생

히 사회생활 하기도 어려워요. 일용직 노동자 사

하면 ‘연속 11시간 휴게시간’을 부여하라는 2항

이에서 일이 순번대로 돌기 때문에 본인 차례를

이 9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즉 수상운송업에 해

건너뛰면 언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몰라요.

당하는 항만노동은 여전히 노동시간 제한을 받지

그래서 가정 일이나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계속

못하고 있지만 TOC는 노사 합의를 통해 59조 2

근무를 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인천항 물량이 계

항인 연속 11시간 휴게시간 제도를 규정화했다.

속 줄기 때문에 밖에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연근(2슈트 이상 노동)이 사라지고 연장 근로 후

사람도 많아요.”

의 연속 11시간 휴게시간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따른 문제는 비교적 적

가장 열악한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가장 위험한 작업

은 편이다. 그렇지만 법적 규제는 말 그대로의 최소치의 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항만노동자 재해비율이

장이다. 특히 탄력근로제가 도입된다면 물량에

전체 산업 평균과 비교했을 때 2배 높으며 그 중

따라서 노동시간과 강도가 단시간에 집중되는 항

에서도 항공운수사업과 비교했을 때 6배 높은 것

만노동의 경우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으로 밝혀졌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하역작업은

여기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우리가 왜

홀드라고 불리는데, 기계가 운반할 수 있도록 제

노동시간 규제 필요성과 탄력근로제 도입 반대를

반작업을 하는 업무다. 과중한 무게를 드는 작업

위해 싸우는지 문제의 시급함을 드러낸다.

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허리와 다리 등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이 물류 사이

전창환 “근무시간은 주간, 야간 하루 2번 나눠서

를 걸어 다니면서 기계가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줄

8시간을 기준으로 해요. 앞뒤로 1시간 연장근로

을 거는 작업이 많은데 건설작업에 사용되는 집

가 가능하고요. 그런데 하역이라는 작업 여건 상

체만한 원목과 쇳덩이 사이로 기어들어가 작업을

무조건 작업을 끝내야 하는 배 출항시간이 가까

해야 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무릎을 부딪치거나

운 경우에는 그냥 연장수당을 받으면서 몇 시간

쌓여있는 물류 사이로 사람이 빠지는 일도 부지

이고 연속해서 작업을 해야 해요.”

기수다. 물건들이 겉으로는 평평하게 쌓여있어도 까딱하면 중심이 무너져서 크게 다칠 수 있는 위

특히 항만업 자체에서 물량이 감소한 상황에

험한 작업이다. 그래서 중량물의 무게뿐만 아니

서 일이 있을 때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라 작업의 긴장도가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강력하게 작용할 수밖 에 없다.

전창환 “원래 홀드 작업도 항운노조 노동자들이 다 함께 하던 작업이었어요. 2007년 10월 1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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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환 “일정을 잡고 일상생활 계획을 세우려고

터 항운노조에 소속되지 않는 그야말로 일용직

해도, 일용직 노동은 내가 일을 안 하면 돈을 못

노동자들이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홀

2019년 5월호


드 작업 중에서도 위험 작업들이 일용직 노동자 들에게만 전가되기 시작했어요.”

운노조는 일반노조 조합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 합활동마저 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4대보험과 같은 법적 조치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복지조차

일용직 노동자 중에서도 항운노조에 소속되지 못한 노동자들은 장기간 인천항에서 근무하면서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4대보험, 퇴직금 등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계약서를 매일 다 른 하역회사와 새로 작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차별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에서 항만지부 일용직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13년 동안 인천항에서 항만노동자로 일한 전창환 지부장은 여전히 매일 다른 하역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 한다. 다쳐도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고 마땅한 휴 게공간도 없이 일용직 노동자들은 선박 안의 가

전창환 “항운노조 소속인지 여부에 따라서 같

장 위험하고 강도 높은 작업을 담당한다.

은 일용직 노동자라도 산재 적용이 달라요. 그래 서 다쳐도 치료를 받고 몸이 회복된 상태에서 일 을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친 상태에서 그냥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노동자를 고용한 회사에서 산재 책임을 져야 하는데, 사고가 날 경우에 그 걸 회사에서 책임지지 않아요. 홀드 작업을 하다 가 다칠 경우에 장비에 든 보험에서 산재 처리가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산재처리에서 임금의 70%를 적용받는다면 일용직 노동자는 그 중에 서도 70%만 처리가 됩니다. 누가 산재처리를 하 려고 하겠어요? 타박상 등의 사고는 일상다반사 기 때문에 그냥 자비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처럼 ‘위험의 외주화’가 본격화된 사회에 노 동의 종류에 따라서 법적용 제외를 만들어낸다 면, 과연 그 사회를 누가 지탱하고 있는가? 사회 의 위험이 법적 규제가 없는 곳으로 전가되고 있 는데, 이 규제 없는 곳에서 물량과 배 출항시간을 맞추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래서 우리는 ‘법적용 제외’라는 아이디어 자체에 대해서 반대할 수밖 에 없다. 노동시간 규제의 필요성이 제한 없는 연 장근로가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훼손하기 때문에 나왔다면 모든 노동자에게 법이 전면 적용 되어 야 한다.

그보다 심한 수준의 산재가 발생하면 사측에서는 공상처리를 유도해요. 공상처리를 안하면 회사에 서 다음에 우리를 안 불러주기 때문에 노동자들 은 따를 수밖에 없어요.”

오전부터 진행된 인터뷰를 마친 후 전창환 지부 장은 오늘 근무를 못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 러 급히 일어난다는 인사를 전하며 자리를 떠났 다. 일용직 항만노동자들의 폭발적인 노동시간과

선박이라는 위험한 환경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과 산재 처리도 불가한 상황은 전형적인 위 험의 외주화 문제다. 여기에 물류량에 따라 들쭉

안전장치 없는 노동환경, 그리고 일의 불안정함 이 우리가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한 다고 말하는 이유를 드러내준다.

날쭉한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의 질 역시 별도의 휴식시간도 없이 잠깐씩 담배를 피며 허 리를 펴는 것이 전부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항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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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국세청에서 갑자기 우편물 폭탄이 쏟아졌어요.~^^;; 일을 아직 마치지 못하고 있어서 30분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세미나는 건강한 집배노동의 씨앗

집배노조의 저녁 일정은 당일 배달 우편물과 택배물량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근무시간이 지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이어 야 하지만, 일이 밀리면 다음 날 업무에 차질을 빚고,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일이 마무리가 안 되면 퇴근을 못 한다. 교육이나 세미나가 끝나면 못다 한 일을 하러 다시 우체국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듯 쉽지 않은 여건에도 집배노동자들이 공부하고 토론하며 건 강한 일터를 만들려는 노력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진행한 ‘우편물에 담긴 일과 건강에 관한 토크콘서트’를 함께 준비하면서다.

참여자 교육을 통해 건강권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됐다. 토크콘서트를 하면서 집배노동과정 에서 무엇이 힘들고 어려운지 무대에서 직접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평가과정에서 건강을 해치는 업무요소를 찾아서 작은 것 부터 하나라도 바꿔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올 한 해 동안 ‘집배 노동보 건 현장활동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세미나’와 ‘3회에 걸친 조합원 노동 보건교육’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집배노동자는 공무원 신분이라 공무상재해보상법에 근거해서 재해보 상을 받지만,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업주 의무사항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용을 받는다. 세 번째 세미나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산업안 전보건법 적용사업장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우정사업본부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노력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업 시작 전 조회 때 관리자가 잔소리처럼 15분씩 반복하는 안전교육,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매년 근무 외 시간에 진행 해 온 건강검진이 전부이니 말이다. 고용노동부에서 폭염·폭설시, 미세먼 지에 대한 옥외작업자 가이드가 작년에 나왔지만, 집배노동자에게는 그 림의 떡이다. 정경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 이륜차로 이동하느라 늘 노출되는 차량 배기가스뿐 아니라 요즘 더욱 심해진 미세·초미세먼지 때문에 집배노동자는 가래를 달고 살지만,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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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사업본부는 단 한 번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한다. 토론과정에서 안경 낀 작업자 에겐 김이 서리지 않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급해야 한다는 분노가 섞인 의견이 모였다. 또 우체국 집배 실내 우편물 슬로우 구금기에도 먼지가 상당하여 국소 배기장치가 필요 하고, 실제 설치한 우체국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구사항을 하나둘 모으고 있 는 과정이다.

전국 우정사업본부에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위 원회의 회의 개최, 구성인원, 회의결과에 대해 아는 집배노동자는 우정노조의 몇몇 간부 들뿐이다. 그만큼 현장의 집배노동자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우선은 집배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논의해야 할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자리매김하지 않는 것이 과제이다. 그러려면 제1교섭노조가 되는 것이 중요하고, 조합 원 조직화에 힘을 더 쏟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기존 근무조건 개선활동에 건강과 관련된 활동을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현장의 요구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두 번의 강의를 듣고 열린 첫 토론에서 다 섯 가지의 내용이 정리되었다. 앞으로 이어질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내 용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이번 달까지 진행한 조합원 교육은 사실 우정사업본부에서 집배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할 안전교육에서 다룰 주제들이다. 형식적인 안전교육이 집배노동자에게 유용한 시간으 로 인식할 수 있게끔 현재의 안전교육에 문제를 제기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동시에 안전 교육이라고 하면 바쁜 업무시간 낭비하는 것쯤으로 여겨 참석을 꺼리는 인식을 바꾸고, 노동자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장받아야 할 권리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근무 시 간 내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인원충원 없이 오히려 업무량은 더 늘고 있는데 주 52시간을 지키라는 말만 되풀이하 는 우정사업본부는 집배노동자에게 퇴근 후 무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우정사업본 부의 인원충원 개선은 집배노조의 수년에 걸친 요구이고, 이미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참 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추진단에서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과로로 사망하는 집배 노동자를 외면하면서, 금융과 체신을 분리한 채 적자 운운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우정 사업본부의 행태는 전 국민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숙원인 인원충원은 결국 집배노동 자의 건강 찾기 현장 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그래서 지금 시작하고 있는 산 업안전보건법 세미나가 소중한 이유이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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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 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계정안에 주는 메시지 ⑦ - 독일과 한국의 여성 노동자 안전보건

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일곱 번째 글로 독일의 여성노동자 산업안전보건 문 제를 다룬다. <머리말>

들어가며- 여성노동자 보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18년 3월 27일 “우리는 보호가 아닌 권리를 원한다”라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다. 대통령 개헌안 은 제33조 제5항 후문에서 여성의 노동을 현행 헌법에서와 마찬가지 로 여전히 특별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삭제하라는 내 용 등이었다.

여성에 대한 혹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이들이 여성에 대한 보호를 무조건 환영할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여성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처우를 원하지 ‘보호’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무엇이 평등하고 공정한 것이냐는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형식적으로는 평등 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불평등한 경우도 많고, 반대로 형식적으로 는 불평등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평등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임신·수유 여성노동자는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그 상태에 적합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금융권의 여성 지원자에 대한 채용성차 별 사건, OECD 최고라는 성별임금격차에서 드러나듯이 여성은 여전 히 채용, 임금, 승진 등에서 차별받고 있고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 하 지만 이를‘보호’라고 표현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독일과 한국의 임신·수유 여성노동자 산업안전보건제도

독일은 모성보호법(Mutterschutzgesetz, 2017. 5. 23. 개정)이라 는 별도의 법률이 있다. 이 법은 크게 근로시간적 건강보호, 사업장 천지선 회원, 변호사

건강보호, 의료적 건강보호, 해고보호, 모성보호를 위한 급여, 벌칙규 정 등을 두고 있다. 이 중 대한민국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가지고 있는 법의 적용범위, 여성의 건강보호, 태아 산재 보험 적용 등을 살펴보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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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가. 적용범위

대한민국은 모성보호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두고 있고,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한정하여 보호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독일 모성보호법은 다른 독일의 산업안전보건제도와 같이 그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

독일 모성보호법의 적용범위에는 직업훈련 및 실습 중인 여성, 장애인 여성, 제3세계 봉사 자 여성, 정신적 동업조합, 교회의 구제사업 또는 이와 유사한 단체/공동체의 회원으로서 공 공분야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 이 기간 중 외부교육훈련에 참가하는 여성, 가내근로 종사 여성, 경제적인 비자영업으로 인하여 유사노동자로 간주되는 여성, 교육훈련 행사 또는 초 중등학교 또는 대학교 교육훈련의 범위 내에서 의무적으로 주어진 실습에 참여하는 초·중 등 여학생 및 여성 대학생 등이 포함된다.

나. 건강보호- 노동시간 관련 보호, 위험성 평가 및 보호조치, 임신여성에 대한 금지업무 등

대한민국도 위험한 장소에서의 근로 금지, 시간 외 근로 금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적용 금지,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사용 금지, 쉬운 근로로 전환, 임신기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 축제 허용,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의 제한(노동자 동의 필요), 유급 수유시간의 허용 등 다양 한 모성보호제도를 두고 있습니다만, 실효성과 세심함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독일 모성보호법도 노동시간 관련 임신여성 및 수유여성의 건강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중 독특한 점은 일종의 동의 철회 조항이다. 교육훈련시설의 야간근로는 여성의 명확한 설명 등을 요건으로 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데, 이때 여성은 위 설명을 “언제나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없는 조항이다.

독일 모성보호법도 사업장 건강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중 감탄한 점은 사업주에게 “모 든 업무에 대해” 임신 또는 수유여성 및 그 아기가 노출되거나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종류, 크기 및 기간에 따라 평가하고, 이에 대해 보호조치가 필요한지를 밝히며, 보호조치를 취하 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임신 여성에 대하여 유럽연합의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돌연변이 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에 노출되는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사용 금지 조항이 있지만, 지극히 좁은 범위의 예외만 을 규정하고 있고, 이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4는 2010. 7. 12.에 개정되 어 이후의 새로운 물질이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들어가 있어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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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할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돌연변이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도 특정하고 있지 않다.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체계적 관리와 함께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 돌연변이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을 사용하는 업무도 유해·위험업무 로 규정되길 기대한다.

독일 모성보호법은 임신여성에 대한 금지 업무 또는 작업으로 “임신여성이 임신 5개월 이 경과한 후 현저하게 움직임이 어려워 상시적으로 서서 있어야 하고 그 업무가 매일 4 시간을 초과하는 업무”나 “성과급 업무 또는 작업 속도를 높임으로써 보다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타 업무”, “일정한 작업속도의 컨베이어벨트업무”, “주어진 노동 템포에 속도를 맞추는 작업” 등도 포함하고 있다. 세심함도 세심함이지만, 성과급 업무나 노동 템포에 속도를 맞추는 작업을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로 파악하는 관점이 놀랍다.

다. 태아 산재보험 적용

독일 사회법전 산재보험법은 임신 중 모의 보험사고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도 보험사 고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모의 직업병에 의해 건강손상을 입은 자가 산재보험에서 제외되는 것은 법 앞의 평등, 사회국가원칙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보았 다. 태아의 손상이 인정되면, 요양급여 외에도 어린이 돌봄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을 받 을 수 있다.

마치며

앞서 말한 대로, 임신·육아기의 여성은 특수한 상황에 처해져 있으므로 보호받아야 하 고, 아직은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우대 조치도 필요하다. 독일의 모성보호법은 동의 철회 규정, 모든 업무에 대한 위험성 평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점의 사업장 보호규정 등에 대하여, 그리고 산재보험법은 태아 산재 보험 적용 규정에서 그 시사점이 크다.

그러나 과도한 보호는 오히려 여성을 2등 시민으로 전락시키고, 사업주가 여성의 고용 을 기피하게 하며, 남성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지극히 주의하 여야 한다. 특히 태아에 대한 산재 보험 적용 문제는 남성 노동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남성 반도체 노동자의 자녀가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 가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법 개정 논의가 활발 히 전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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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연구리포트

서울성모병원 청소노동자 근로실태 보고서

유형섭 보건의료학생 매듭

1. 서론 지난 몇 년간 청소 노동자의 고용불안, 저임금, 열악한 휴게시설 등이 이슈였다. 대학 청소노동 자 노동안전실태조사를 통해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무거운 물건 취급, 불편한 자세에서 의 반복적인 작업, 청소에 쓰이는 화학물질, 보호장비 부족, 적절하게 지급되지 않는 휴식공간 등에 의해 건강권이 침해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01 또한 청소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실태에 대한 연구 에서, 대부분 비정규직 저임금의 여성 노동자로 자신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일상적 으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02

2. 연구 대상 및 방법 서울성모병원의 청소 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대건 기업에 소속되어있는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는 면접조사로 진행하였으며 대상자 선정 시 협력업체의 협조를 받아 13 명의 노동자에게 면접조사를 진행하였다. 면접의 내용은 인적사항, 근로조건, 휴게공간, 건강 실태 01 대학 청소노동자 노동안전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 2013 02 김성희, 청소용역 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06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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및 산재 보상여부, 인권 침해 및 직무 스트레스에

1) 근로 조건, 노동시간 및 임금

대한 부분을 30분-1시간 동안 인터뷰하였고 2-3

데이 근무자의 경우 출근시간이 이른 편이지만,

명씩 그룹을 지어 총 13명의 노동자와 면접을 진

일찍 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계약

행하였다.

서를 자주 써야하며,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지만 고용해주는 것 자체에 만족했다. 이에 고용불안을

3. 연구 결과

느끼기보다는 고용관계에서 오는 당연한 것이라 는 태도를 보였으며, 계약 취소를 걱정하기보다는

(1) 사업장 특성

체력이 가능 할 때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

대건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는 총

고 있다. 임금 역시 다른 직원들과 비교해서 차이

264명으로 여성 200명, 남성 64명으로 구성되어

없이 동등하다는 것을 수용하였다. 휴가의 경우

있다. 교대 근무가 아니라 데이(6:30- 15:30) 188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것에 만족하나 적은 것에

명, 이브닝(14:00-21:00) 45명, 나이트(22:00-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작 휴가가 몇 일

5:00) 31명의 전담 근무자를 두고 있으며, 주당

인지 다들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였다.

근무 시간은 평균 40시간이며 근속연수에 상관 없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계약 기간은 나이에

2) 휴게시설 및 노동조합

따라 달라지며 만 60세 미만의 노동자의 경우 매

데이 근무의 경우 아침과 점심에 각각 1시간씩

년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며 따로 정년이 있지는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고 휴게시간은 철저히 지켜

않으나 60세 이상 노동자의 경우 6개월마다 계약

지고 있다. 그 시간 동안은 휴게실에서 동료와 수

서를 다시 작성하고 있다. 해당 사업장에서 노동

다를 떨거나 식사를 한다. 휴게시설 자체는 냉난

조합은 부재한 상태이다. 휴가 역시 근무시간 대

방, 샤워, 냉장고 등이 잘 갖춰져 있고 넓어서 만

별로 다양하나 데이 근무의 경우 공식 휴가일수는

족하는 편이며 개선사항은 없다. 노동조합에 대해

18일이다. 휴게 시설의 경우 성별에 따라 구분되

서는 필요성을 아예 못 느끼시는 분부터 없다는

어 있다. 정기적으로 작업장 내 유해물질 관리 교

사실이 부당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하였다.

육과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 산재 보상에 관련 한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휴게실은 만족해요. 보일러도 뜨뜻하고, 면적도 넉넉해요.” / “(노조에 대해 묻자) 그냥 가는 거지

(2) 면접조사 결과 면접 대상자는 13명으로 모두 여성이었다. 데이 근무자가 11명, 이브닝 근무자가 2명으로 구성되 어있었으며 평균 연령 60.3세, 평균 근속연수는 6.9년이었다. 이 중에는 다른 건물에서 청소노동 을 하시다가 오신 분들이 2명, 그 중에 한 명은 타 병원 근무 경력이 있었고, 나머지 11명의 경우 서 울성모병원에서 처음 청소 노동을 시작하였다.

20

2019년 5월호

뭐..” “잘 모르겠어요..” / “용역 노동자들도 노조 있 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다른 계약직 경우에도 있는 데 우리는 왜 없는지..”

3) 노동강도 및 건강 실태, 산재 여부 노동 강도와 관련해서는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모두 스스로 건강하 다 하였고, 일하다 다치거나 다칠 뻔한 적은 없다


“간호사 분들 열심히 일하시지만 실수 하실 때도 있 어서 사실 다들 그런 경험(주사 바늘에 찔린 경험) 거의 있을 거에요. 사무실에 보고하면 응급실도 가 서 항체 있는 거면 주사 맞긴 하지만, 어떤 환자의 것인지 대부분 모르고 기분 나쁜 경험이에요.” 4) 인권 침해 및 직무 스트레스 직장 동료 특히 같은 구역을 청소하는 노동자들 끼리는 사이가 좋은 편이며 다들 즐겁게 일하고 있다 하였다. 협력업체 소장, 부소장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환자 및 보호자와 그리고 의사, 간 호사 등 의료진과의 표면적인 마찰은 없으나 그 기저에는 우리는 이 병원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 자, 부딪히면 손해를 많이 입는 위치에 있으므로 마찰을 일으키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가 있는 경 우가 많았다. 폭언이나 폭행, 성추행 등 직접적으 기술하였다. 반면, 청소 업무 중에 병원 청소가 유

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경우는 없었으나 자세히 들

동인구가 많아 힘들고 기피하는 장소이며, 걸레질

여다보면 심심치 않게 일상에서 마주치면서 무시

을 많이 하니 어깨와 팔이 아프고, 병동이 아닌 다

당하는 경험을 한다.

른 층에서 청소 업무를 맡는 경우 담당하는 구역 이 넓어 항상 다리가 아프다는 의견 역시 있었다.

“병원 구성원끼리 갈등은 없어요. 우리가 제일 밑바 닥인데요 뭐. 우리에겐 발언권이 없어요, 민원 들어

“일하다가 아파진 곳이 딱히 있진 않아요. 오히려

오면 우리만 손해니깐 그런 소지를 만들지 않아요.”

건강해졌어요.” / “어깨와 팔이 많이 아파요. 걸레질

/ “우리는 항상 비켜야하는 느낌, 먼저 양보해야 해

을 워낙 많이 하니깐. 많이 걸어서 다리도 아프고요.

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었어요.” / “나이

일하다가 아플 때 정형외과나 한의원에 가요.”

먹고 이런 일 하는 거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닌데, 간호사나 의사 등 다른 구성원들이 같은 인

그 외 피부나 호흡기 질환 등을 앓거나 하는 경

간으로 대해주지 않을 때 좀 그런 것이 있다. 우리도

우는 거의 없다 하였고, 청소 시 필요한 보호구는

한 인간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 “의사 선생님이

적절히 제공한다. 하지만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 는 허다하게 발생한다고 하였다. 재해 발생 시 사 무실에선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락스 등 청소 에 쓰이는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받

인사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매번 보는 사이 인데 고개라도 끄덕여주시지.. 그럴 때마다 맘이 상 합니다.

4. 논의

는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산재보상을 받은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구 결과 노동 강도나 휴게시설을 비롯한 자신

연구리포트

21


들의 업무와 업무 환경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족하

은 대우를 받는 것이 지금의 근무 환경을 수긍하

는 편이었다. 반면 불안정한 계약 조건, 최저임금,

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

노조의 부재 등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만족하

동자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나 고용해주는 것이 다행이라는 식의 현실에 순응

대한 연구 역시 중요해 보인다.

하는 태도를 보였다. 면접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다들 건강하며, 재해를 경험한 적이 없었고, 유해

5. 결론 및 제언

물질 관리에 대해 철저히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 러나 건강근로자효과일 수도 있으며, 협력업체가 건강한 사람을 위주로 채용하였을 수도 있다. 면

마나 중요한지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며,

접 대상자가 모두 여성이며 주로 데이 근무자라서

이는 자신들의 노동권이 보장받고, 고용이 안정되

보다 위험한 일을 맡는 남성 노동자나 건강에 악

고 만족스러운 임금을 받으며, 자신의 일을 누군

영향을 줄 수 있는 야간근무를 맡는 노동자가 조

가가 천대하지 않아야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사에 빠져 있기도 해, 이 역시 편향이 있을 수 있

직장 안팎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한다. 직장 안에

다. 또한 아픈 원인을 자연스러운 노화의 현상이

서는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나 가정에서 가사일을 부담하기 때문으로 유추하

말아야하며, 병원, 협력업체와 노동자 사이의 의

는 인식 때문에, 일 때문에 아픈 것인지 아닌지를

사결정구조 등에 대해 노동조합 등을 통해 노동자

분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면접 시 언

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한다. 그동안 여성

급된 근골격계질환 등에 의해 건강이 손상되거나,

노동, 청소노동은 집안일과 마찬가지로 가치있는

예리한 물질에 의해 사고손상이 발생하고 특히 오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단지 집안일이 집밖에

래 걸어 다녀 발생하는 업무상 손상의 경우 선행

서 연장되어 실행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인식되었

연구에서 역시 나타난 바와 동일해 의미가 있어

다. 하지만 병원의 건물은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

보인다.

는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병원의 위생환경

03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는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유지·관리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은 필수적이다.

병원에서의 위치, 사회에서의 위치가 낮게 설정되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청소노동자 또한 환자들의

어있다 인식하고 있고, 먼저 조심히 행동하려고

건강을 돌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의료진, 환자, 보호자들 모

문제의식을 갖고서 병원 안팎의 노력으로 변화의

두 자신들에게 잘 대해준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노동자의 건강권은 자연스럽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하나같이 병원 구성원들이나

게 지켜질 것이다.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에 “우리도 한 인간으로 대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너네랑 똑같은 사람이 다!”라 응답하고 있을 것이다. 즉 아무리 근무환경 이 안전하고 휴게시설이 잘 되어 있어도, 비정규 직, 저임금, 여성 청소노동자로서 사회적으로 낮 03 윤보라, 김숙영, 병원 청소근로자의 업무상 손상 양상과 관련요인, 한국직업환경간호학회지 Vol. 24. No.3 214-233,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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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것이 얼

2019년 5월호


봄을 타고 전해 온 땅을 일구는

농민 이야기 [인터뷰] 농민 이석희 씨 나래 상임활동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점. 서늘하게 코끝을 감쌌던 기운은 말랑해져 새삼스레 다가오고, 눈길이 잘 가지 않았던 길가엔 어느새 푸른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길거리뿐만 아니라 시장과 마트에 가면 계절의 변화 가 확연하다. 푸른 잎의 채소들이 가득하고, 심심했던 과일 코너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채워진다. 건조한 아스팔 트가 가득 깔린 도시에 어떤 이들이 봄기운을 전해주는 걸까.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4월 11일에 경기도 연천에 서 농사 짓는 농민 이석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석희 씨는 올해로 68세다. 계절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은 그의 얼굴은 유난히 단단했다. 농사지은 횟수만 40년이 넘었다. 20대에 군 제대를 하고 부모님이 일 궜던 땅에서 농민의 삶을 이어 나갔다. 부모님이 짓던 방식으로 농사를 짓다가 7 년 전부터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벼, 사과, 감자, 마늘, 양파 등 다양한 경작물 을 그의 손으로 직접 키운다. 정성이 가득 담긴 친환경 무농약 인증 농산물은 학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3


교 급식 재료로 출하되고 있다. 그러면 땅

자를 심었어요. 농작물은 빨리 심는다고

을 일구는 농민의 하루는 어떨까?

빨리 나는 게 아니거든요. 너무 더운 여름 날에는 작업 시간을 조정해요. 그땐 기상

“새벽 5시 반에 일어납니다. 전날 스케

시간이 빨라져요. 새벽 5시 정도요. 일어

줄을 확인해서 수첩에 적어요. 오늘은 사

나서 오전 10시까지 일하고 오후에는 쉬

과 작업을 했죠. 내일 또 사과 작업을 해야

는 식이에요.”

해요. 친환경이기 때문에 기계유제로 불 리는 기름을 뿌려줘요. 아침밥은 오전 7시

그해 날씨와 환경에 따라 수확이 일정치

정도에 먹고, 작업을 계속하고 저녁 6시

않기 때문에 사실상 농민들의 수입을 불

반까지 일을 합니다. 올해가 내 나름의 고

안정할 수밖에 없다. 풀리지 않을듯한 문

비거든요. 그래서 일을 좀 많이 하는 편이

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민수당 시행이 최

라 그 시간에 끝나요. 보통 오후 6시 반 정

근 농민들 사이에서 요구되고 있다.

도면 종료하거든요. 사실 이렇게 오래 일 하면 몸이 못 버텨요.”

‘농민수당’은 농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 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 것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그

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앙정부가 직

만큼 날씨와 기상이 농사에 큰 영향을 미

접 입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친다는 것이다. 매년 가을이 되면 그해 벼

시행여부가 나눠진다. 지난해 6월 전국 최

농사가 풍년이었는지, 흉년이었는지에 대

초로 농민수당 지급을 시작하기로 한 곳

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공

은 전남 해남군이다. 관내 전 농가를 대상

여부가 하늘에 달렸단 말인즉슨 농민들의

으로 하며 지역상품권으로 연 60만원을

수입 역시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이기도

상·하반기 농가별 균등 지원할 계획이다.

하다. 각각의 계절을 이석희 씨는 어떻게

이 외에도 부여군, 고창군, 강원도 등이 시

보내고 맞이하는지 궁금했다.

행 예정에 있다. 이석희 씨가 속한 경기도 는 경기 기본소득위원회가 출범하여 경기

“겨울엔 공부를 많이 해요. 유투브를 통

농민기본소득제가 현재 검토 중에 있다.

해서 공부한 걸로 마늘농사 덕을 봤어요. 겨울에도 쉬지 않아요. 미리 해둘 게 많습

“농작물에 따라서 수확시기가 다 달라

니다. 예를 들어 땅 일은 안하지만 돌을 줍

요. 감자는 5월 말, 마늘은 6월 말 정도요.

는다던지, 각종 주변 정리도 해야죠. 개인

그럼 수익금은 그 이후에 들어오죠. 그 다

적으론 책을 많이 읽기도 해요. 농사에 필

음에 사과는 8월 말이고요. 벼는 11월 말

요한 물리적 일도 하고 나를 돌아 볼 수 있

에 탈곡해서 보내고요. 그럼 그 이후에 출

는 시간을 가져요. 본격적으로 일하기 위

하대금이 들어오는 거죠. 최근에 좋아진

해 준비하는 시기죠. 올해 3월 27일에 감

24

2019년 5월호


점은 농민수당이 등장하기 시작한거에

을 받을 수 있는 학교에 출하 한다는거에

요.”

요. 귀농하는 사람들이 어떤 작물이 좋을 지 물어봐요. 특용작물은 없다고 대답해

이석희 씨는 농민수당에 대한 고민, 요

요. 예전엔 업체들도 무조건 싼 값을 찾아

구와 함께 친환경 농업의 지속성도 중요

다녔는데, 이제는 식품 유통 딜러들도 상

한 문제라 얘기했다. 친환경 농업은 합성

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걸 중요시 여

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항균제 등 화학자

기기 때문에 약간의 희망은 보인달까요.”

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해서 농업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면서 안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면서도 이겨낼 힘

전하게 농·축·임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을

과 농민으로서 자부심을 다지고 있는 이

가리킨다.

석희 씨에게 ‘그럼에도’ 농민으로 살아가 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 친 환경 농법을 선택한 것도 있어요. 동시에

“보람 측면에서는 주변 친구들 보면 정

농민으로서 자부심도 중요했죠. 저 말고

년퇴임해서 노후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다른 농민 분들도 친환경으로 재배를 하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엔 이제 조금씩 빛을

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토양을

보기 시작하고 있어요. 전 팔십 정도까진

지키고, 수자원 보호할 수 있고요. 친환경

농사일을 하려고 해요. 더 오래 농사지으

을 할 수 있으면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려고 운동도 하고 있고요. 일단 농업은 매

요.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풀 문제죠. 솔직

력적입니다. 기회가 주어지거든요.”

히 제초제 한 방이면 끝나거든요. 그걸 극 복해야 해요. 친환경으로 하니까 안정적

그러나 시민들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

으로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선순환으로

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들의 안전과

친환경 작업이 가능해요.”

건강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제노동 기구(ILO)에 의하면 농업은 타 산업에 비

그는 친환경 농업이 지금보다 더 확산되

해 재해율이 높아 건설업, 광업과 함께 3

고, 많은 농민들이 할 수 있으려면 필요한

대 위험산업으로 분류될 정도다. 우리나

재원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점

라에서도 광업, 임업, 어업 다음으로 재해

을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온전히 경제

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농민은

적 부담을 개인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의무가입 대상이 아 니다. 자영업자로 분류되거나, 농업사업

“경제적 측면에서 사실은 어려워요. 제 가 그나마 희망을 갖는 건 작년부터 제 값

장이 대부분 5인 미만이라 제외됐던 것이 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2016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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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뻐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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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구부

관한 법률」이 제정되긴 했지만 임의가입

려 일하는 부담 작업이 많기 때문에 신체

이며, 민영보험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비

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관절염은 농업인

판을 받고 있다.

의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도적 측면과 함께 이석희 씨는 본인

“제가 봤을 때 최근 잘 하고 있다고 생각

역시 산재 문제, 건강 문제에 대한 대답

하는 정책은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의 농업

을 하기 쉽지 않은 이유로 농민 스스로 산

기계임대 사업이에요. 저도 필요시 5천원

재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과 피로가 누

~8만원 정도 저렴한 임대료 내고 해마다

적되어도 잘 느끼지 못하는 등 여러 복합

대여하고 있어요. 바뀌었으면 하는 정책

적 이유가 있을거라 답했다. 그럼에도 최

은 프로젝터처럼 뭉텅이로 몇몇에게만 지

근 기계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관절염 같

원하는 사업 말고, 농민수당처럼 모든 농

은 질환은 많이 줄어들었다 했다. 기본적

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으로 농사일은 중량물 취급이 흔하고, 무

그렇기 때문에 농업기계임대사업의 경우


돈이 많은 농민이든 가

일의 차이가 없는데 말이죠. 한국문화의

난한 농민이든 모두 저

나쁜 예에요. 이주노동자 본인들도 그 부

렴하게 필요한 기계를

분을 참 이상하게 생각해요. 자기 나라에

대여할 수 있어서 좋아

서는 안 그렇다고요.”

요. 있는 사람이 계속 지 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는 농민의 권리 향상과 현실 변화

골고루 사람들이 나눠

를 모색하기 위해 전국농민총연맹 활동도

쓸 수 있는 사업이 더 필

함께 하고 있다.

요하다고 봅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같은 조직이 있잖 농업의 기계화도 산재

아요. 왜 농민들은 없을까 싶었죠. 현재 전

위험과 동시에 농민들의

국농민회총연맹 연천군 미산면 회장을 맡

노동강도 부담을 완화하

고 있어요. 요즘엔 지역 문제에 집중하고

는 큰 변화 중 하나지만

있고, 농민수당을 얘기 많이 하고 있어요.

이주노동자의 농촌 유입

또 4월 27일 남북정상 4·27 판문점 선언

도 영향이 크다. 이석희

첫돌을 맞아 DMZ 평화누리길 500km 인

씨도 농촌에서 이주노

간띠잇기 행사가 연천에서도 열려요. 아이

동자는 아주 중요하다고

들에게 좋은 세상을 열어주고 싶어서 준비

했다. 이주노동자 없으

하고 있습니다.”

면 한국의 농촌이 망한다 는 말도 공공연하다. 그럼에도 농촌 이주

마지막으로 할 말을 묻자 이석희 씨는 무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로 임금차별, 그 중

엇보다 농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

에서도 여성/남성 이주노동자들 간의 성

했다.

별임금격차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농민들의 과제가 더 큰 것 같아요. 농민 “그쵸. 확실히 예전보다 힘든 일이 덜하

들이 먼저 소비자에게 우리가 겪고 있는

니까요. 내일도 이주노동자 1명 와달라고

문제와 함께 해결해 나갈 것들을 알려나가

요청했어요. 이 근처에도 인력사무소가 2

야해요. 우리가, 농민들이 진실을 알릴 때

군데 있어요. 말레이시아 분들이 오는데

만이 소비자에게 당당히 얘기할 수 있지

일을 잘하세요. 덕분에 외국어번역 어플도

않을까요.”

깔았고요. 일당은 여성 6만원, 남성 9만원이에요.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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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김용균 님의 죽음을 계기로, 아니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이 켜켜이 쌓여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개정되 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법에서 배제되고, 차별당하는 노동자들이 상당수입니다. 연구소는 이러한 문제를 널리 알리고 현실을 우리 힘으로 바꿔내기 위해, 곳곳에서 문제의식을 나누고 우리의 요구를 담은 피켓과 함께 인증샷을 찍었습니 다. 비록 작은 행동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일하는 모든 이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글 선전위원회 사진 건강권 쟁취를 바라는 모든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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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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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공단의 담을 넘어 희망을 찾는다 반월시화 공단노동자 권리찾기모임 ‘월담’의 이미숙, 유월 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지하철 4호선 하늘색 선을 남쪽으로 쭉 따라가다 보면 거의 끝자락에 가서야 눈에 들어오는 역명이 있 다. 안산역이다. 반월시화 산업단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일명 반월시화 공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데, 공단이란 명칭에서 풍겨오는 것들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인지 2011년에 안산시와 시흥시는 ‘어두운 이미지의 고정관념 타파와 사단 구조고도화산업의 기류에 발맞춰 신선한 산단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 해 ‘스마트허브’라는 명칭을 사용키로 한다. 이름을 바꾼다고 속이 자연스레 바뀌진 않는다. 반월시화 공 단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환경의 변화를 몸소 경험해야 한다. 25만여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하고, 전 체 입주업체 80%가량이 소규모 영세기업이다. 이들은 법 테두리 망에서 가장 벗어나 있다. 일명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 제외되는 내용이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드러내는 것부터 실제 노동조건을 바꾸기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의 벽을 넘고, 공장과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지역으로 함께 모여 공단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행동을 조직하는 모임 반월시화공 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의 이미숙, 유월 활동가를 지난 4월 23일 안산역 인근에 위치한 월담 사무 실에서 만났다.

이미숙 “반월공단, 시화공단 두 곳은 70년대

규모업체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중반 서울이 과밀화되고, 무분별한 공업화 정

있어요.”

책으로 유해물질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정책

30

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탄생했어

유월 “‘왜 반월시화 공단인가?’라는 질문을

요. 수도권에 있는 공장을 이전할 곳을 골랐

할 수 없을 정도로 이곳은 안산에서 봤을 때

고, 서울과 가까운 안산과 시흥이 선택됐죠.

상당히 중요한 곳이에요. 많은 일자리, 공간,

업체당 고용 인원은 평균 20명 이내에요. 그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죠. 안산에 살면서

정도로 영세하죠.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

노동자 관련한 것을 한다고 하면 반월시화공

기 힘들다고 하는데, 특히나 이곳에 있는 소

단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2019년 5월호


동자들을 직접 만나며 공단이 어떤 곳이라고 이곳의 주요 문제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느꼈는지 물었다.

바로 ‘악취’다. 시 역시 해결을 골몰하고 있지 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

유월 “상담은 다양한 케이스가 접수돼요. 이

제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입주한 공단이

곳은 법이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상담

오히려 노동자, 주민의 생활, 건강을 심각하

뿐 아니라 공단 연구사업 자료, 통계를 찾

게 훼손하고 있다.

아서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15~16년 전자산업 규모가 가장 컸던 때인데

유월 “시에서도 장기적으로 환경 기준을 높여

그 뒤론 규모가 줄었어요. 앞으로도 공장 해

부합하지 않는 업체들은 내보내는 방향으로

외 이전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요. 그

한다던데, 여전히 지금도 냄새가 심해요. 지

런 과정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이 문제를 얘기

금도 안개가 끼면 공단에서 맡았던 냄새를 상

하면 그걸 주목하죠. 최근 주목하는 변화론

가나 주거단지에서 맡기도 해요. 그때 왜 악

아파트형공장 증가에요. 임대사업자들이 들

취가 나지 생각했는데 공단에서 맡았던 냄새

어와서 투기를 하는 거죠. 임대료를 주면 그

가 여기서도 나는 걸 알았죠.”

만큼 노동자들에게 가는 부분이 줄어들거든 요.”

월담이 생긴 지 5년째인데 시작부터 지금 까지 쉬지 않고 해오는 것이 있다. 바로 노동 자들을 직접 만나는 일, 선전전과 ‘난장’이

그간 활동해오며 기억에 남는 사람 혹은 사 건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다. 선전전은 매주 목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 나 진행하고 있고, 지금은 노동법률상담을 중

유월 “딱 한 명은 아니고요. 많은 사람이 자기

심으로 하는 난장 사업은 매월 둘째주 수요일

일터가 불법인데, 내가 말을 못하니깐 견디고

저녁 안산역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살아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해요. 법은 복잡하 고, 무엇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알 수 없거든

이미숙 “난장 사업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우

요. 어떤 경우가 있었냐면 한 회사 사장이 당

리가 직접 들어보자는 거였어요. 우리가 하는

장 이번 달부터 토요일 근무가 노동시간에 포

이야기들이 공단 노동자들에게 뜬구름 잡는

함 안 된다고 하면서 임금을 깎았다는 거예

건 아닌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닿을 수 있을

요. 최저임금 인상되니깐 임금 안 올리려고

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처음 세웠던 것들

요. 무슨 수를 쓴다거나, 산입범위를 조정하

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번 달부터 법 적용

꾸준히 거리로 나가서였을까. 문제가 생겼

이 달라졌다고 하는 거예요. 당사자가 이상하

을 때, 혹은 궁금한 게 있을 때 월담을 찾는

게 생각해서 저희한테 물어본 거죠. 정말 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공단의 노

뻔한 거짓말인데, 그게 회사 안에선 법으로

현장의 목소리

31


정착돼요. 그리고 또 다른 사례는 노무사한테

기본적인 노동조건/환경 문제, 유해 화학물

거짓말을 하게 한 경우도 있어요. 당연히 노

질 문제와 더불어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

무사면 불법인걸 알았을 텐데도 거짓말을 한

실습 문제도 월담의 주요 관심사다. 2018년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노무사라고 하니깐 부

3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직업계고 산업체

당해도 사인을 하고요.”

파견 현장실습 노동환경 및 노동세계 진입 실 태’조사는 반월시화공단의 참여자를 중심으

이미숙 “16년에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한 적

로 이뤄졌다. 조사 지역이 될 만큼 반월시화

이 있어요. 10명 정도 만나서 인터뷰를 했거

공단엔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 각지에서

든요. 괴롭힘 사례가 많았어요. 정말 아직도

온다. 경기도 지역이 특히 많으며, 안산에 있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죠. 화장

는 한 공고의 경우 15년부터 16년까지 반월

실 횟수 제한부터 가방/사물함 검사까지. ‘머

공단 내 213개 업체에 생산직으로 현장실습

리가 왜 이따위야.’, ‘반바지는 왜 입었어.’ 등

을 보냈다. 그 외 안산, 시흥 지역의 공업고가

의 복장 검사도 있고, 외모지적도요. ‘아줌마,

반월공단 내 제조업체로 현장실습을 보냈다.

어이’는 기본이죠.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찍어

전공과 관련 없는 제조업 생산직으로 말이다.

서 괴롭히고, 산재 처리해서 회사 피해 입혔 다고 은근히 퇴사하게 하고요. 그 이야기를

유월 “저희가 만난 현장실습생 분들은 본인이

하면서 몇몇 분들이 공장 다니면 다 그런 거

배운 걸 실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스스로 그런 대우를

분이 그러더라고요. 첫날 공장에 들어갔는데

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거죠. 사

‘아 여긴 아니구나’ 생각했데요. 일 시작하기

실 공장 다닌다고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도 전에요. 너무 지저분하고, 내가 지낼 일터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도 생각해보면 공장

로서 현장실습만 아니면 당장 그만뒀을 곳이

다닐 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현실에

라고요. 그래서 그날 입시 준비하는 거로 마

서 그런 것들이 바뀌지 않고선 직장내괴롭힘

음 먹었데요. 이렇게 공장 노동자로 살면 안

방지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현장에서 정말 얼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물론 모든 사람이

마나 작동할까 싶어요.”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다른 분들은 실

출처 : 월담

습만 끝나면 당장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했다

32

2019년 5월호


고 하더라고요. 실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

리감독의 어려움, 비용 지불 능력의 어려움

었어요. 위반사항도 너무 많았고요.

등을 들어 ‘차별과 배제 정당성’을 오히려 국 가가 승인한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현장실습생 분들이 자기들이 아니면 젊은 층의 노동자가 올 가능성이 없다

이미숙 “어떤 분이 상담하러 오셨는데 물어보

고 했어요. 최저임금 받는데 왜 여길 오냐는

니 5인 미만 사업장이더라고요. 그러면서 하

거에요. 단체 카톡방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시는 말이 ‘그럼 난 노동자도 아니네’라고 하

상여금 없으면 폰팔이 하지 공장에 왜 있겠냐

시더라고요. 우리가 만나는 분들 대부분이 그

는 거에요. 서비스업에서 남성들이 할 수 있

래요. 모든 게 법으로 해결되진 않지만 기본

는 일로 핸드폰 판매가 있다면, 그런 걸 하지

적으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은 전면

최저임금 받으면서 뭐하러 공장에 있냐는 거

적용되어야 해요. 그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갖

죠. 노동시간 따져보면 최저임금도 안주는 거

춰지지 않으면 너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죠. 현장실습생인 자기들이 아니면 여기 올

돼요.”

사람 없는 거고, 기업도 이 제도를 활용하는 거고요. 남성의 경우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대

유월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법을 통한 방

안 가는 거 아니면 할 이유가 없다는 거에요.

법이나 다른 방법을 모색해요. 그런데 5인 미

이후 자기가 공장 노동자로 일 한다고 해도,

만 사업장은 아예 뭐가 안 나와요. 뭘 얘기해

이곳은 아니란 판단을 하는 거죠.”

도 일단 법이 없단 거죠. 당사자도 어렵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보통 상담에서 끝나죠. 정

월담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직업계고 현

말 큰 문제에요. 공단에서부터 가장 큰 문제

장실습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학교 앞 선전

가 되기 때문에 공단에서부터 폐지하자고, 공

전부터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학생들을 모아

단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얘기하

모임을 만들어 실습 나가기 전 여러 이야기를

고 있어요.”

함께 나누고, 모아내기 위함이다. 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은 “안전은 권리입 마지막으로 ‘영세’하단 이유로 적용이 필요

니다”이다.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한 법에서 오히려 배제되고 있는 문제를 물었

슬로건과 현실이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은 변화

다.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상시 4인 이

가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 누구라도 권리에서

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일부

배제당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안전과 권리의

만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 조항도 적용하지

기본이기 때문이다. 반월시화 공단노동자들

않는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을 합헌이라고 판

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월담’에

결했다. 근거로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과 사

서 그 희망의 새싹이 움트길 고대한다.

용자의 법 준수 능력간의 조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들었다. 사업의 영세성, 관

현장의 목소리

33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일터의 안전이 사회의 안전을 만든다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기획국장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일터>는 10년 전에도 조성애 국장을 모시고 노안사업의 중요한 이슈들을 들어보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 장성은 그가 가장 강조하는 노안운동의 핵심이었다. 한편에서 지난 10년간 비정규직이 만연해지고 ‘위험의 외 주화’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일터의 위험이 가장 약한 고리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를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다양한 직업도 등장했다. 따라서 우리가 투쟁해야할 노동 문제 역시 다양해졌다는 점도 새롭게 주목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운수노조는 학교, 병원, 지하철 등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공존하고 있는 현장의 노안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 4월 8일 노안사업 담당자인 조성애 정책기획국장과 함께 공공부문의 이슈와 더불어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분리될 수 없다

지점이 있어요. 일반 사업장과 다르게 공공부문의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과 직

“안녕하세요.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조성

결됩니다. 이 연결을 확장시킬 수 있는 노동자의

애입니다. 노동안전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

현장을 만들고 싶어요.”

다. 현재 직책이 정책국장인데요. 아직 노안국장

34

이 없어요. 작년에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

너무 당연하게도 노동자는 시민이며 시민인 노

고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이 선임되었습니다. 그래

동자는 노동을 한다. 이 두 가지 영역을 분리해서

서 노조 차원에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

생각할 때 일터의 안전은 일터만의, 노동자 개인

표입니다. 두 번째로는 현장에서 사고 이후에 대

만의 문제가 된다. 반대로 우리의 모든 일상적 공

책을 마련하는 것 이상으로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

간은 누군가의 일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일터

에 안전한 현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세 번째로 공

의 안전은 그 일터를 이용하고, 생산물을 소비하

공운수노조라는 측면에서 공공부문이라는 특수한

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

2019년 5월호


수 있을 거예요.”

한편에서 공공운수노조에는 다양한 공공부문 현장들이 소속되어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 의 현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러 각도로 노안문 제를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 공 장에 만연한 근골질환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상 황에서 새롭게 다뤄져야 하고, 직장 내 괴롭힘과 출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감정노동 같이 비교적 새로운 이슈들이 현장의 주요한 현안으로 등장한다.

“학교는 일자리 형태, 직종으로 구별하면 100여 개의 서로 다른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현장이에요. 또 이와 아주 다른 현장인 병원도 있고요. 또 화물 적으로 일터의 노동안전은 노동자뿐 아니라 시

노동자와 같이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있어요. 그래

민의 안전과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서 하나의 사안에 집중해서 사업을 꾸릴 수 없어 요. 현장의 성격에 따라서 주요한 노안사업도 달

“예를 들어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죠. 지하

라지는데 어떤 현장은 감정노동 문제가 더 중요하

철의 경우 스크린도어가 생기면서 역사는 깨끗하

다면 어떤 현장은 근골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식

게 관리되더라도 터널 안의 공기 질이 더 심각해

이죠. 공통적으로는 사고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졌어요. 특히 지하철의 레일과 바퀴는 모두 쇠기

가장 중요한 문제고, 두 번째는 법 적용 문제가 핵

때문에 이것이 마모되면서 내부에서도 미세먼지

심적입니다. 교육공무직 같은 경우는 산안법 전면

가 많이 생겨요. 우선 환기와 청소를 잘 해야 하는

적용을 받지 못했는데 투쟁의 결과로 급식실은 법

데 그게 어렵죠. 당연히 터널 내에서 일했던 노동

적용을 받게 되었어요. 현재 산보위 구성이 진행

자들의 기관지가 좋을 수 없고 각종 폐질환 및 폐

중이죠. 한편 영화산업노조, 버스노조처럼 노동

암의 위험도 높아요. 지하철 노동자들의 폐질환

시간 특례업종인 곳은 노동시간 규제 적용을 받게

산재가 다른 직종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1.86

하는 투쟁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없애기도 했죠.

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그렇다면 이것이

이처럼 매우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해요.”

지하철 노동자만의 문제일까요? 지하철 문이 여 닫히는 순간 먼지 냄새가 콱 나는 걸 누구나 느껴

‘위험의 외주화’ 어떻게 막을 것인가

보았을 거예요. 당연히 터널 내 유해물질들이 객 실 안으로도 유입이 되겠죠. 만약 지하철노동자들

조성애 국장은 10년 전 인터뷰에서 모든 노동

의 폐질환 산재율을 보고 터널이라는 노동환경을

자가 치료받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더불

개선한다면 시민들도 더 안전한 지하철을 이용할

어 법적용에서 노동자 사이의 위계와 차별이 없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어야 한다는 점을 짚으면서 산재법 적용을 가장

되어야 합니다. 이번 산안법 개정에서 근로자라는

중요한 노안활동의 구호로 꼽았다. 10년이 지난

기존의 표현을 ‘노무에 종사하는 자’라고 변경하

지금 어떤 변화가 만들어졌을까.

였으나 이것 역시 ‘노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노동조합

“별로 진척된 것이 없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특수

이 참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미조직 사업장 문제예

고용노동자를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

요. 그나마 조직이 있으면 최소한의 안전과 법적

어요. 물론 약간의 범위확장은 있어왔지만 몇 가

기준을 지켜요. 지금은 이 이상 눈을 돌리지 못하

지 직종으로 산재법 적용 확대가 이루어져 왔습니

는 상황이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의 방안은

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

우리 공장 안에 있는 하청업체들, 공장 안에 있는

본적 권리 측면에서 산재법뿐만 아니라 산안법 전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원청이 같이 책임져

면적용이 되어야 해요.”

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를 주장할 수 있 는 가까운 예시로 태안화력이 있을 겁니다. 아무

어떤 법이든 노동자에게 필요한 권리를 법적으

리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싶어도

로 보장하는 것이 법안이 마련되는 기본적인 바

그 기계는 원청 소유잖아요. 하청업체는 사고가

탕일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없고, 더 영세한 현

나거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업체로 전환되는

장의 노동자들이 법적용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

거고요. 그럼 또 다른 하청업체가 들어오고 개선

는 위험이 더 취약한 곳으로 전가되는 현실을 드

이 없는 똑같은 기계에서 일하다 같은 안전사고가

러낸다.

발생하는 거예요. 이런 점에서 원청 노동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물론 원청도 하청도 없고 영

36

“이 문제는 노안운동을 넘어서서 기본적으로 근

세사업장인 경우에는 더 열악한 상황이죠. 이 부

로기준법에서 제안하는 노동자라는 개념이 확대

분을 조직된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더 고민

2019년 5월호


해야합니다.”

축되는 과정이 노동운동이 투쟁해온 역사입니다.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그런 점에서 공공부문의 일자리의 질은 어떨까.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온 거

갈수록 일자리를 최소화하고 쪼개기 때문에 단

죠. 이 쟁취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면서

시간 일자리들이 늘고 있고 정규 인원 자체를 감

흘린 핏 값으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그래서 우

축하려는 시도도 있다.

리는 후퇴할 수 없어요.”

“학교 급식실에 2시간 45분 노동하는 노동자가

이런 점에서 탄력근로제는 시대의 역행이다. 앞

있어요. 하루 3시간씩 일하면 주 당 15시간이라

서 초단시간 노동자의 사례를 보았듯이 탄력적

4대 보험, 주휴수당 등 법적 조치가 되어야 하니

으로 시간을 조절하는 주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생긴 형태죠. 식당에서 점심시간에만 쓰는 아르바

자본이며, 이런 식의 운영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이트처럼 배식 시간에만 배치하는 거예요. 공공기

면 노동자는 스스로의 노동시간 통제력을 지금

관에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이런 일자리

보다 잃을 것이다.

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일자리의 질은 안전문제와 연관돼요. 사고 예방은 기본적으로 인

“탄력근로제를 통해서 노동시간이 길어진다면 위

력을 늘림으로써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

험의 영향은 일터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확장

집 교사를 생각해봅시다. 아이의 부모가 출근하면

될 거예요. 조건상 표준적인 노동시간으로 운영

서 아이를 등원시킨다면 이 아이를 등원버스에 태

될 수 없는 특수한 업무들이 있어요. 병원, 항공,

우는 어린이집 교사의 출근시간은 어떨까요? 이

철도 등이 대표적이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총 노

들은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뿐 아니라

동 시간을 보장하면서 그 안에서 더 많은 노동자

교사 당 돌봐야하는 아이 수가 너무 많아요. 어린

를 배치하고 그들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시간

이집 교사의 ‘학대’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걸 교

을 보장해야 해요. 내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버스

사 개인의 일탈이나 인성의 문제로 봐선 문제를

운전자라면,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 전체에

해결할 수 없어요. 문제를 야기하는 노동조건을

게 위험이 되죠. 그런 점에서 노동시간 문제는 단

바꿔야 합니다.”

순히 현장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노동자에게 자기 권리가 있을 때 안전한 일터를 넘어서 안전한 사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다

회를 만들 수 있어요.”

“전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 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처음 근기법이 만들어질 때 노동시간은 주 48시간이었어요. 이 48시간이 라는 기준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에요. 미국과 영국 의 하루 주 6일 8시간 노동제에서 온 거죠. 노동 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40시간으로 단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노동시간읽어주는 읽어주는사람 사람 노동시간

시간의 의미를 묻는 또 하나의 방식, 미시마 유키오의 『목숨을 팝니다』

출처 : FreeQration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필자는 “당신 인생에서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

38

에서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로 미

면?” 류의 질문에 주저 없이 답하는 사람을 그다

시마 유키오를 꼽고 싶다. 우리 사회는 그를 ‘천황

지 신뢰하지 않는다. 모든 텍스트란 개인적으로

만세를 외치며 할복자살한 극우파 작가’ 쯤으로

든 집단적으로든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리 읽히기

고정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작가의 생애와 사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생 단 한권의 책’ 류의 질

상이 그의 작품과 별개인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

문에서 유독 불리한 작가가 있기 마련인데, 한국

만 명백히 그의 작품에 다른 결이 존재함에도 이

2019년 5월호


를 사상하고 단순화하는 것은 극우 사상만큼이나

있었다. 이런 세상에 살아 봐야 의미가 없다고 느

해롭다. 그의 작품들을 일련의 사회적 메시지로

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니오가 생각해낸 답은

읽고자 하는 경우, 그가 제시하는 ‘처방’은 위험할

그가 ‘열심히 일하는 착실한 사원이었다’는 것이

지언정 그의 ‘진단’은 놀랍게 날카로우며 당대의

었다. 결국 자살에 실패한 하니오는 회사를 그만

진보적 지식사회의 그것에 비하더라도 참신한 것

두고 신문에 목숨을 판다는 광고를 낸다.

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어느 자산 흔히 미시마의 작품은 ‘심미주의적’ 경향을 띤

가 노인은 젊은 아내의 외도에 복수하기 위해 하

것으로 이야기되며, 실제로 그의 작품들에서 직접

니오에게 함께 죽어줄 것을 요청하고, 어떤 꼬마

적인 정치적 언급은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아이는 흡혈귀인 자신의 어머니에게 하니오가 피

럼에도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심지어는 일본

를 바쳐 기쁨을 주기를 원한다. 자신 대신에 생체

의 근대 문학이라는 직접적인 카테고리를 다루면

실험의 대상이 되어 주기를 원하는 의뢰인이 나

서도 좀처럼 미시마를 언급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

타나는가 하면, 하니오가 첩보전의 희생양이 되

가 있다. 이는 그가 내세우는 ‘아름다움’에 관련되

어 주기를 요구하는 스파이 집단도 의뢰인으로 등

며, 보다 정확히는 그가 아름다움을 내세우게 만

장한다. 하니오는 그저 무덤덤하게 의뢰를 받아들

드는 현실의 ‘추악함’에 관련된다. 그의 작품으로

여 충실히 수행하지만, 공교롭게도 사건들이 해결

<가면의 고백>, <금각사>, <비단과 명찰>, <풍요

되는 가운데에서도 하니오는 계속 살아남는다. 그

의 바다> 등이 흔히 언급되는데, 이런 ‘대작’들과

런데 이 모든 사건들의 배후에 ACS(아시아 컨피

비교되면서 흥미 위주로 가볍게 쓰여진 소설로 평

덴셜 서비스)라는 비밀조직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가받는 책이 <목숨을 팝니다>이다. 하지만 나는

드리워진다.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간에, 이 책을 시간 과 그 의미에 대해 천착하고 있는 작품으로 꼽는

의뢰인들이 화폐를 매개로 하니오에게 해결을

다. 전후 일본인들이 그들의 시간을 살아내는 모

요청하는 문제들은 질투, 연민, 공포, 충성과 같은

습에서 미시마는 어떤 추악함을 읽어냈던 것일까.

다양한 감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인 간 군상을 통해 미시마는 전후 일본 사회의 다양

미시마가 자위대의 궐기를 호소하며 할복자살

한 모순, 보다 정확히는 의미의 상실과 관계의 파

한 1970년으로부터 2년여 전에 쓰인 이 작품은

괴를 보여준다. 기업사회로의 변모가 계속되면서

하니오라는 한 청년의 자살 시도로부터 시작된다.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 빠진 경제동물이 되어버린

하니오는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일컬어지는 광고

노동자, 교환의 대상으로 전락한 사랑, 아무도 서

업계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로를 돌봐 주지 않는 파괴된 공동체, 의롭지 못한

석간신문을 읽다가 갑자기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일로부터 등을 돌리는 나약한 기회주의 등 이 모

석간신문을 읽다가 글자가 바퀴벌레로 변하는 모

든 것들은 하니오의 죽음을 통해 해결될 터였다.

습을 보면서 죽음의 충동을 느낀 것이다. 그가 읽

“세계가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하면 죽어도 후회는

던 신문에는 공무원의 스파이 행위, 도쿄를 뒤덮

없다는 기분과, 세계가 무의미하니 죽어도 상관

은 스모그, 하네다 공항 폭탄테러, 은행강도 사건

없다는 기분이 어디서 서로 화해하는 것일까. 그

등 온갖 ‘추악한’ 일에 대한 기사들이 가득했지만,

러나 결과가 어떻든 하니오에게는 죽음밖에 남아

그는 그저 ‘판에 박은 듯 똑같은 하루’라고 느끼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ACS로 의심되는 검은 손의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39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하니오는 계속해서 무

는 하니오의 모습이 필자에게는 과로 자살자의 하

의미의 연쇄 속으로 떠밀려갔다. 그들은 끊임없이

나의 전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미시마가

하니오의 뒤를 쫓으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

하니오의 자살 시도의 동기를 일일이 묘사하고 있

는다. 하니오는 그저 자유롭고 싶었다. “하니오는

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저 열심히 일

무의미에서 시작해, 그 무의미에 하나하나 의미

한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작중 하니오의 언급은

를 부여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했

흘려듣기 어렵다. 미시마의 작품 가운데 보기 드

다.” 이처럼 그 의도는 다양하지만 화폐를 매개로

물게 직접적으로 노동쟁의 사건을 다루었으며 <

한 의뢰인들의 요구에 목숨을 거는 행위들을 반복

목숨을 팝니다>와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소설인

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한 부정 그 자체가 하니오

<비단과 명찰>에서도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었고 그로 인해 역설적으로

당시 일본 사회에 만연해 있던 가부장적 노사관계

죽고 싶지 않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가 파탄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ACS의 존재는 고도로 성장하는 자본주의

물론 미시마가 철저한 평등주의자는 아니었지

사회에서의 시간의 의미를 다룬 또 다른 역작인

만, 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천황 앞에 만인이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 등장하는 회색인간들을

평등하다’는 것이었다. ‘질서의 회귀’를 통해 근대

떠오르게 한다. 이들의 그늘 아래 등장인물들이

를 극복하고자 했던 그에게 자본주의 체제와 그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무의미한 삶을 계속하게 된

속에서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의 노예가 되어 무

다는 점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목숨을 팝니다>

의미한 세계에 직면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못했던

에서는 주인공 하니오가 목숨을 파는 거래 행위를

것이리라. 잘 알려져 있듯 미시마는 ‘안보투쟁’의

계기로 등장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하니오의

한복판에서 도쿄대학 전공투 학생들과 토론을 벌

공감 능력에 의해 그들이 지닌 문제가 드러난다는

인 적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긴장뿐만 아니라 묘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

한 상호 존중과 공감을 읽어낼 수 있는데, 그것은

다. 모모가 평범하지만 ‘신비한’ 능력을 통해 잿빛

이들의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

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심장으로 느끼는 시간의

고 ‘절대자’를 중심으로 하는 질서의 회복을 통해

의미를 일깨워준다면, 하니오는 목숨을 판다는 행

그것을 넘어서고자 한 의지였다. 미시마에게 그

위, 즉 실패한 자살 시도라는 점에서 자신은 이미

절대자가 ‘천황’이었다면, 전공투 학생들에게 그

한 번 죽었다는 사실을 가지고 삶의 의미, 즉 시간

것은 ‘프롤레타리아’였다. 오늘날의 68혁명에 대

의 의미를 묻는다는 점이다. 전후 일본 사회의 자

한 해석의 틀을 빌리자면, 전공투가 탈물질주의적

본주의적 고도성장의 이면을, 미시마는 한 청년노

좌파였다면, 미시마는 탈물질주의적 우파였다. 물

동자의 자살 시도라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

론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전복적 시도들

로부터 불러냈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해하기 어

을 ‘실패’로 기억하고 있지만, 삶과 그 본질로서의

려운’ 죽음의 선택이 만연한 세상을 살고 있다. 예

시간의 의미를 묻는 목소리에 다시금 귀 기울일

를 들어 우리는 ‘과로 자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과로 자살

까.

로 스러져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들의 죽음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기 때문

갑자기 과로 자살을 언급하는 이유는, 광고회사 에서 그저 열심히 일하다 어느 날 죽음을 선택하

40 2019년 5월호

이다.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 이야기

나는 업무상 질병관련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기

건설 노동자들로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관인 직업환경연구원(구 직업성폐질환연구소)의

철골을 설치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13일에

업무관련성평가부에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불산 취급 업체의 증축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

일을 하고 있다. 이에 직업환경연구원이 수행하

고 있었다. 이들이 호소한 증상 중에서 감기몸살

는 역학조사 과정의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라고 표현되는 근육통/오한은 7명 모두에게 있 었고, 그 외 기침은 2명, 열감은 3명이었으며, 두

불산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하는 7명의 건설 노

통/어지럼증이 5명, 가려움증이 6명, 귀에서 소

동자들이 집단으로 산재신청을 한 사건이 있었

리가 들리는 이명이 4명, 관절통이 3명이 있었

다. 산재신청을 한 날짜가 불산에 노출되었다고

는데, 첫 면담 당시에는 불산에 노출되었다고 주

주장하는 날짜로부터 한 달 뒤였기 때문에 감기

장하는 13일 저녁에 증상이 발생하였다고 진술

몸살 증상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한 달 전의 불

하였다. 검토한 흉부 컴퓨터단층영상에서 5명이

산 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었고, 고용노동부

비정상적인 소견인 간유리 음영(Ground Glass

담당지청에서도 이미 조사를 하였지만 최종적인

Opacities)이 관찰되었는데, 이 중 3명은 경미하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산재요양 신청 상병을 보

였고, 입원 치료까지 하였던 2명은 ‘간질성폐질

니 ‘간질성폐질환’, ‘호흡곤란’, ‘뇌경색증’, ‘뇌병

환’을 진단받을 정도로 심하였다. 이외 2명의 흉

증’, ‘두통’, ‘저산소혈증’, ‘가려움증’, ‘불면증’,

부 영상에서는 비정상적인 소견이 없었다.

‘탈모성모낭염’으로 다양하게 기재되어 있었는 데, 7명에서 공통적인 신청 상병은 ‘간질성폐질 환’이었다.

면담을 마친 후 불산 취급 업체를 방문하여 전 체 공정과 설비 시스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대기 오염 방지설비 및 불산의 입고 및 출고되는 과정

우선 사업장을 조사하기 전에 의무기록을 검토 한 후 신청인 면담부터 시작하였다. 이들은 모두

을 조사하였고, 13일의 불산 입출고 내역을 확인 하였지만, 현장에서 불산 누출의 직접적인 증거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41


를 찾기가 어려웠다. 불산 취급 업체 측은 화학물

왜 13일에만 불산에 노출되었으며, 7명의 흉부

질 누출 흔적이 없고, 다른 직원들 중 이상 증상

영상에서 중증도가 각기 다르게 나타났는지는 설

을 호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겨울에 노

명하지 못하였다.

동자들이 무리하게 일을 하였다면 감기몸살은 걸 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항변하였다.

두 번째는 불산이 입고되는 과정에서의 누출인 데, 불산 노출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13일 당시 불

조사 완료 시한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쉽게 판단

산은 작업시간 동안 총 3회 입고되었고, 원료가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추

출고되는 곳에 불산이 누출될 경우 경보센서가

가 면담 조사를 진행하였다. 집단 요양신청을 하

설치되어 있었으나 입고되는 곳에는 설치되어 있

였던 7명이 입 맞추어 진술하는 것을 방지하기

지 않았다. 13일 당시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점

위해 면담 전후로 서로의 대화를 전면 차단하고

을 감안하면,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입고 설

서 집중 면담을 시행하였다. 7명이 모두 함께 근

비 쪽에서 누출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무한 날은 13일이 유일하였고, 13일 오전에 불

폐질환 정도에 따라 불산 노출농도가 다르다고

산 취급 업체의 직원과 공사현장의 다른 협력업

추정되는 3개의 집단이 구분되는 걸 감안하면 누

체 직원들이 있었지만, 점심시간 이후로는 신청

출지점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작업하였던 노동

인 7명만 있었다고 하였다. 증상 발생 시기는 1명

자들은 상대적으로 고농도에 노출되었고, 먼 곳

이 13일 저녁으로 가장 빨랐고, 2명은 다음 날인

에 있었던 사람들은 거리에 따라 급격하게 불산

14일 오전과 오후에 시작되었으며, 2명은 이틀

농도가 감소하여 저농도로 노출되었을 것이라고

후인 15일 오전에, 나머지 2명은 15일 오후에 증

판단하였는데, 이들의 흉부 영상에 나타난 중증

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거 구미

도와 누출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으로부터의 거리

불산 노출 사건에서 관찰되었던 노출과 증상이

가 일치하였다.

발현까지의 잠복기(노출 후 1~2일)가 일치했다. 결론적으로, 직업환경연구원의 업무상질병심 면담을 마무리한 후 입수한 자료를 검토한 결

의위원회에서는 신청인 7명에서 공통적으로 나

과, 두 가지의 불산 노출 경로를 추정할 수 있었

타난 증상과 임상경과 및 흉부 영상에서의 동일

는데, 첫 번째는 집진시설에서 배출되는 불산에

한 소견, 그리고 날짜별 작업내용과 공사현장의

노출될 가능성이었고, 두 번째는 원료가 입고되

작업환경 및 불산에 노출된 13일의 오전과 오후

는 과정에서 불산 누출의 가능성이었다. 우선 노

에 공사현장 인원 배치 등을 종합하여, 노동자 7

동자 7명이 작업했던 위치 주변에는 대기오염 방

명의 임상증상들은 모두 13일 월요일에 불산 취

지설비(이하 스크러버) 7기가 설치되어 있었는

급 업체의 증축 공사현장에서 근무할 당시 오후

데, 각 스크러버의 배출물질이 한 방향으로 이동

2시 경에 불산이 입고되는 상황에서 노출된 불산

할 경우 작업위치가 외기라고 하더라도 작업자들

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하였다.

이 일정 농도의 불산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 었다. 그러나 2주 전부터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42

2019년 5월호

김대호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문제점

노동시간에 관한 사항은 「근로기준법(이하 ‘근

현행 근기법에서 탄력적 노동시간제 운영이 가능

기법’)」에 명시되어 있다. 법정노동시간이란, 사

한 ‘단위기간’은 취업규칙으로 정하여 실시할 수

업장에서 소정노동시간을 정할 경우의 법률상의

있는 ‘2주 단위’,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가 필요

상한을 의미한다. 법정노동시간은 일·주마다의

한 ‘1개월~3개월 단위’를 정하고 있다.

상한 시간 수이므로 모든 주의 노동시간이 기준 노동시간 미만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

탄력적 노동시간제 도입 경과에 대해 살펴보

다. 법정노동시간은 근기법이 제정된 1953년에

자. 탄력적 노동시간제 도입은 1980. 12. 31. 개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규정된 이후, 1989

정 근기법 제42조 제2항에서 4주 단위로 도입되

년 1일 8시간, 1주 44시간으로, 2004년 1주 40

었다가 1987. 11. 28. 법 개정 때 삭제되었다. 당

시간으로 단축되었다. 다만, 당사자 간 동의가 있

시 개정법은 1일 또는 1주 최장 노동시간에 대한

는 경우 1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법정노동시간

규제가 없는 관계로 장시간 노동이 강제될 수 있

을 초과하여 노동할 수 있다. 대신 주52시간 상한

고, 건강 장해와 업무상 재해 발생의 우려가 있다

제 방식을 취해, 주 40시간을 초과하여 노동을 한

는 이유로 노동계는 폐지를 주장하였고, 경영계

경우 연장, 야간, 휴일노동에 대해 각각 0.5를 가

는 노사 합의를 전제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절차

산하여 지급하고 있다.

가 엄격하고 특정 주 또는 특정일의 법정노동시 간을 상회하는 노동시간에 대하여 가산임금을 지

그런데 탄력적 노동시간제는 가산수당을 지급

급하여야 한다고 해석되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하지 않고서 일정 기간의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도 실익이 없어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

노동시간 내로 맞춰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이다.

다. 1989. 3. 22. 개정 근기법에서 주44시간제를

예를 들면, 현행 2주 단위 탄력적 노동시간제에

도입하였다. 경영계는 한 주는 40시간으로 다른

서 첫째 주 45시간(9H×5일), 둘째 주에 35시간

한 주는 48시간으로 소정노동시간을 운영하는

(7H×5일) 노동을 한 경우 주당 평균노동시간이

토요 격주 휴무제 도입을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

40시간이므로 첫째 주에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한

서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에 대해 연

5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장노동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43


장으로 인해 마찰이 빚어졌다. 이후 본격적으로

것은 장시간 노동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

경영계를 중심으로 근기법의 노동시간 규제가 지

사노위 합의문은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

나치고 노동시간 운용이 경직되어 있어 기업들이

시간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

산업구조나 노동형태의 변화와 시장 여건 변화

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근로일 간 11시간

에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장애 요인이 되고, 국가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함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로 작용하므로 탄력적 노동

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

시간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에는 이에 따른다. 아울러, 노사정은 노동자의 과

노동계에서는 96, 97년 총파업 투쟁 당시 정리해

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라고 정하고

고제뿐 아니라 변형노동시간제(탄력적 노동시간

있다.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한 경우 예외 조항

제, 선택적 노동시간제, 재량노동시간제, 간주노

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 과로 방지대

동시간제 등) 도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

책을 언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탄력적 노동시

다. 하지만 결국 1997. 3. 13. 법 제정 때 2주 이

간제가 확대될 경우 합법적으로 과로를 조장하는

내 및 1개월 이내의 탄력적 노동시간제가 다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미조직 노

도입되었고, 2003. 9. 15. 개정에서 기준노동시

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 그나마 노동조

간을 1주 40시간으로 단축하면서 단위 기간이 1

합을 조직하고 있는 경우 탄력적 노동시간제 도입

개월 이내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되었다.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서면합의를 해야 한다는 점 에서 도입이 쉽지 않고, 만약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2019년 현재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여러 가지 방지대책을 마련할 수는 있다. 그러나

3개월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확대하는 것이 경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의 경우 탄력적 노동시간

사노위 노사정 합의문의 내용인 것이다. 이 합의

제 확대에서 비롯된 각종 문제점이 그대로 발생할

문이 가이드라인이 되어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에

수 있다.

서는 경사노위 합의문보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경

절대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노동 밀도를

사노위 합의문에 따라 6개월 단위 탄력적 노동시

높여 생산량을 보전하려는 자본의 시도는 계속되

간제를 확대할 경우 6개월(26주) 동안 13주는 주

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탄력적 노동시간제 확대를

64시간, 13주는 주 40시간씩 노동을 하는 게 가

통해 합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이 상시화된다는 것

능하다. 현재 정부의 과로사 판단 기준은 12주 동

은 자본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인

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

것이다. 노동시간은 더욱 불규칙해지고, 장시간 노

우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즉, 과로사회 탈

동은 하지만 실질임금은 하락하여 저임금 노동이

출을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정부정책과

상시화될 수 있는 탄력적 노동시간제 확대 논의는

탄력적 노동시간제 확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

않는 정책인 것이다.

한 노동조건 개선 투쟁에 대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탄력적 노동시간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44 2019년 5월호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자 건강 상식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지난 3월 구름이 없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온통 뿌연 최악의 미세먼지를 경험하였습 니다.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걸어 다니고 집에서 도 창문을 닫은 채로 지내야만 했습니다. 이번 달 에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 간의 국내외 연구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 다.

대기오염이 문제가 되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1952년 영국 런던에서는 5일간의 스모그였습니 다. 4,000여 명이 사망했고 대중들이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며 대기오염에 관한 연구 및 국가적 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미세먼지는 다양한 크기, 구성, 그리고 발생원 을 가지고 있는 대기오염물질로, 공기 중의 총 부 유 분진 중 보통 직경 10㎛(0.01mm) 이하의 먼 지(particulate matter, PM 10)를 의미합니다. 머 리카락 굵기의 1/5도 되지 않기 때문에 눈으로 확 인할 수는 없습니다. 더 작은, 2.5㎛ 이하의 먼지 를 초미세먼지(PM2.5)라고 합니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은 크게 석탄이나 석유의 배기가스와 같이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인위적인 발 생원과 황사처럼 자연환경 자체에 의한 발생원으 로 나뉠 수 있습니다. 이중 연소과정에서 발생하 는 미세먼지가 더 인체에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교적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주로 토양이나 지 각 물질에서 유래한 반면, 미세먼지는 주로 제조, 운송, 에너지 생산에서 발생하는 화석연료의 연 소에서 발생합니다. 미세먼지 내에는 탄소성분 (검댕, 생물체 유기탄소), 이온성분(염소, 질산, 암모늄, 나트륨, 칼슘 등), 금속성분(비소, 납, 수 은 등) 등 다양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한 미세먼지 성분은 계절적, 지역적인 차이가 있 습니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말 그대로 미세하기 때문입니다. 호흡기로 들어간 먼지 입자 중 10㎛ 이상은 코털과 점막에 의해 90% 이상 제거되지만, 그 이하의 작은 입자는 폐 포로 들어가 쌓이게 됩니다. 폐포에 쌓인 미세먼 지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활성산소를 생산해

노동자 건강 상식

45


주요국가의 미세먼지 환경기준

조직 손상을 일으킵니다. 기관지에 쌓이면 가래

단위 ㎍/㎥

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집니다. 또 기관지 점막이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24시간

연간

24시간

연간

WHO

50

20

25

10

한국

100

50

50

25

EU

50

40

25

독일

50

40

25

영국

50

40

25

호주

50

25

8

일본

100

35

15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하여 감염성 질환 에 취약해집니다.

대표적인 호흡기질환 중 하나인 만성폐쇄성폐 질환(COPD)과 미세먼지와의 관련성에 대해 그 간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미 세먼지 PM10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만성폐쇄 성폐질환의 악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 리본부에서도 미세먼지(PM10)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 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2019년 3월 미세먼지 농 도가 높은 날은 미세먼지(PM10)이 200㎍/㎥를 넘었습니다. 국내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세계보건 기구 및 다른 국가보다 관대한 것이 현실이며 국 내 기준은 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농도 100㎍/ ㎥ 이하, 초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농도 50㎍/㎥ 이하입니다.

를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 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 했습니다. 1군 발암물질로 알려진 것들로는 벤 젠, 흡연, 석면, 방사선 등으로 여러 연구 결과를

미세먼지는 폐암의 사망에도 관련이 있습니다. 폐암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는 흡연, 라돈, 기

통해 암과 관련성이 충분히 입증된 물질들입니 다.

저폐질환 등 다른 여러 가지가 있어 다른 요인들 에 의한 폐암발생의 영향을 배제해야 합니다. 그 래서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연 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덴마크 연구팀은 유럽 9 개 나라 30만 명의 건강자료와 2095명의 폐암환 자를 대상으로 초미세먼지(PM2.5)농도가 5㎍/ ㎥ 높아질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이 18%씩 증가 하고, 미세먼지(PM10)는 10㎍/㎥ 높아질 때마 다 폐암 발생위험이 22% 증가한다는 내용의 연 구논문을 2013년 8월 유명한 의학 학술지 란셋 (Lancet)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

46

2019년 5월호

초미세먼지의 경우 입자가 작기 때문에 혈 관에까지 침투하여 동맥경화와 혈관염증 반응 을 촉진합니다. 그리고 폐포에 미세 먼지가 쌓 여 산소 교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해 심혈 관 질환을 앓는 고령 노인들의 병을 악화시키 기도 합니다. 유럽과 북미지역 보건 연구인 ‘대 기오염과 보건: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의 접근 (APHENA)’연구에서도 일간 PM10 농도 10μ g/㎥ 증가 시 전체 사망률이 0.2~0.6% 증가하 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75세 이상 고령에서


는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다른 전체 사망률 혹은 호흡기질환 사망률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다른 연구에서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감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의 사망보 다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의 조기 사망률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상과 같이 미세먼지가 인체에 좋지 않다는 것은 오랜 기간 여러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 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야외에서 일 하는 건설 현장 노동자나 노점상을 하는 분들을 보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옥 외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대책 마련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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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읽기

부재는 끝나지 않고, 어디에나 있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생일>

지난 4월 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재난 참

일어나요. 그렇게 하루를 오늘도 시작하거든요..근데

사 및 산재 피해 가족들과 함께하는 영화 <생일>

이게 시간이 지난다고..5년이 지나도 안 되는데..”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생일>은 참사를 겪은 이

- tVN 고 이한빛PD 어머니 김혜영님 -

들이 아픔을 직시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재난 또는 산재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슬픔과 고통

“맨날 자고 일어나면 가슴이 아파요. 눈뜨기 전에 가

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슴 먼저 알더라고요. 한참 아파하다가 눈떠서 사진 보고…정말 힘들어요..사는 게…”

사람들에게 떠들썩했던 재난과 산재의 기억은 시

- 태안화력 비정규직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님 -

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띄엄띄엄해진다. 피해가 족들과 함께 울고, 정부와 회사의 부조리한 대응에

약속은 지켰지만, 채워지지 않는 떠난 이의 자리

함께 분노하며 동참했던 이들도 싸움이 잦아들고 시간이 흐르면 일상을 되찾는다. 일상의 분주함이 슬픔도 분노도 슬며시 지워간다.

산재와 재난으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삶에 서 자식의 부재는 이렇게나 생생하다. 10년을 넘 게 싸워 삼성의 양보를 이끌어 낸 직후, 한 인터뷰

영화 ‘생일’은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

에서 황상기 아버님은 마침내 지킨 ‘딸과의 약속’

준다. 바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

을 떠올리자마자, 곧바로 ‘약속만 지켰지 딸의 목

속 수호의 죽음은 분명 과거의 일이다. 하지만 순

숨은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셨다.

남과 정일에게 수호의 부재는 끝나지 않는 현재다.

황유미씨의 어머님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수호가 죽은 곳은 바다였다. 그러나 순남과 정일에

하시자마자, 들었던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 마음을

게 수호의 부재는 어디에나 자리한다. 산재재난 피

토로하신 적이 있다.

해가족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겼는데도 왜 이렇게 허무한지 모르겠어 “지금도 받아들이지 못하겠어요. 지금도 꿈일지도 모

요...허무하고 가슴 아프고 너무 마음이 아파요”

르겠다 생각하니까요”

- 고 황유미 어머니 박상옥님 -

- 예은이 아빠 유경근님 오랜 세월 힘들게 싸워 마침내 딸과의 약속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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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아, 한빛 죽었지..’ ‘한빛

켰어도, 딸이 없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

지금 없지…그지…’ 나 혼자 그러고 나서 침대에서

니 아직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진상규명도 되지 않

2019년 5월호


은 세월호 가족들에게 그 날 이후 시간이 멈춰있다

“아이가 죽으면 그 순간 다 멈춰버립니다...저는 행복

는 건 조금도 과장이 아니리라. 곳곳에서 멈추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기업살인처벌법을 만들어서 우

않는 죽음, 내 아이와 똑같은 죽음이 남겨진 가족

리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더 이상 아이들이

들에게 주는 고통은 ‘아이의 부재’처럼 생생하다.

죽지 않도록 하는 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

그래서 유가족들은 ‘내 아이의 죽음’과 같은 일이

각합니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난참사·산재를 막으려

- 태안화력 비정규직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님 -

한다. 산재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의 시작 “제가 삼성하고 싸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삼성도 아니고, 긴 시간도 아닙니다. 삼성에 다니다가 병에

지난 해 말 김용균의 죽음과 이어진 투쟁은 산재

걸렸다고 제보가 들어올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

재난 피해가족들을 모이게 했다. 다른 누구도 건낼

다. ‘나도 병 걸렸다. 또, 나도 병 걸렸다.’ 너무나도

수 없는 위로가 같은 아픔을 가진 피해가족들 간에

실망감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유미야 너의 목숨을

오고 갔다. 그리고 우리 아이 같은 죽음이, 나와 같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앞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은 슬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노력할게. 미안해.”

마음으로 모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죽음을 방치

- 고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님 -

하는 기업과 기업주를 처벌하기 위해 중대재해기 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 죽음을 부르는 현장실

“도대체 이 터널의 끝이 정말 있나…도대체 언제까

습생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지 젊은 애들이 죽어야지만 이게 끝날까...아무도 신 경 쓰지 않는 이런 무책임들이 결국은 김용균씨 사고

매일같이 어디에나 죽음이 널려있다. 도처에 있

까지 만들어진 거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될

는 죽음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피

수 있다는 생각...” “‘함께 걸어가고 끝까지 가겠다’

해가족들의 절실함에 세상이 응답하면 좋겠다. 그

고 한빛이에게 약속을 했어요...더 이상의 이런 슬픔

러기 위해 그 죽음들을 기억하면 좋겠다. 죽은 이

은 일어나면 안되니까..우리 선에서 끝나야 되니까..”

들을 기억하는 일이 어디에서나 계속되면 좋겠다.

- tVN 고 이한빛PD 어머니 김혜영님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

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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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 건강한 책방

과로자살의 행렬을 멈추기 위하여 『과로자살』 , 가와히토 히로시 저, 김명희·노미애·다나카 신이치 옮김, 한울, 2019

병원 원무 창구에서 응급실 원무를 담당하시는

과로자살

분을 특수건강진단 문진에서 만났다. 준비된 문 진표에 적혀있는 거의 모든 항목(피로, 두근거림,

책 『과로자살』은 업무 중 생긴 과로, 스트레스

눈이 시리다, 생리가 불규칙해졌다 등)에 ‘심하게

가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이야

겪고 있다’고 표시해 둔 것을 보고 어디서부터 물

기이다. 저자 가와히토 히로시는 일본 내 과로사

어야 할지 난감했다. “혹시 요새 마음 쓰고 계신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변호사다. 그는 1988

일이 있으세요?”라는 내 한마디에 그의 눈에는

년부터 과로사, 과로자살 신고를 받는 단체인 ‘과

눈물이 그렁그렁 걸리더니, 선임자와 겪고 있는

로사 110번’을 결성하고 수많은 사례들을 접했

문제에 대해 운을 뗐다. 교육명목으로 쓰이고 있

다. 사례 중 일부를 책 앞쪽에 소개하고 있다. 그

는 기록되지 않는 시간, 괴롭힘의 경계를 오가는

리고 이에 부쳐 책 말미에 옮긴이 김명희는 한국

상사의 교육방식 등 그를 힘들게 하는 이야기를

의 과로자살 사례들을 소개한다. 화학플랜트 공

들었다. 나는 노사협력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사 감독자에서부터 여행 회사 과장, 의사, 초등학

권유했고 그와 별개로 전문 심리상담이 필요할

교 교사, 연구원, 웹디자이너, 드라마제작 PD 등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런 분들을 문진할 때 ‘가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 중요한 것은 본인을 잘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

장시간 노동 뿐 아니라 일터 괴롭힘, 성과에 대

하고자 하는데, 자신의 피로마저 자책하는 노동

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어떻게 노동자를 ‘과로’에

자에게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는 말은 너무 연

서 허덕이게 하고, 그의 일상을 좀 먹었는지에 대

약하다.

한 처절한 기록이 적혀있다. 해야 하는 일, 견뎌 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닳는 줄 알면

50 2019년 5월호


서도 일하던 그들의 출구는 ‘자살’이었다. 과로하

된 힘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과로에서 죽음

는 마음의 절절함은 낯설지 않지만, 여전히 서러

이 아닌 출구는 없다고 느끼는 대신, 과로를 정의

우며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구조의 파렴

하고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이를 법률과

치함은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회적 보호장치가 뒷받침할 때 과로자살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과로를 멈추기 위해서 가려진 과로, 과로자살 일본은 민간영역에서 과로사 110번 상담창구 를 운영했고, 전국 과로사를 생각하는 가족모임, 과로사변호단 전국 연락 회의 등이 과로사 방지

한국에는 과로 자살이 얼마나 많을까? 이에 대 한 답변은 ‘아직 모름’이다. - 237p

의 기초가 되는 법률 제정을 전 국민에게 호소했 다. 그 결과 법제도 영역에서 2011년 과로사방지

책에 실린 일본과 국내의 과로자살 사례들의 경

기본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해 2014년 6

우 가족의 자살을 겪은 유족이 자살의 업무관련

월 ‘과로사 등 방지 대책 추진법’을 제정, 운용하

성을 증명하기 위해 분투한 데서 시작했다. 소중

고 있다. 그 결과 과로사는 법률적 명칭이 되었고

한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그 죽음의

과로사 방지는 ‘국가의 책무’가 된 셈이다. 법률

이름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유족들은 감당할

제정 이후 일본에도 여전히 과로자살은 발생했

수 없는 슬픔을 뒤로하고 고인의 과거 자취를 더

다. 일본 정부는 모든 기업의 초과근무 실태를 파

듬어 근로시간, 그가 겪어야 했던 정신적 스트레

악하기 위한 전방위적 조사에 착수했고, 후생노

스에 관한 자료를 모은다. 2015~2017년 사이 그

동성은 ‘과로사 방지대책 백서’를 발간했다. 국내

렇게 산재 신청된 노동자의 자살은 149건이었고

에서는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장시간

이 중 단 43건이 승인되었다. 과로자살을 만들어

근로를 제한하고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내는 구조를 해소하는 접근과 함께 과로자살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을

드러내기를 가로막는 구조를 해체하는 접근 역시

만들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정하고 있다. 또 과로

시급해 보인다.

나 괴롭힘으로 인해 건강 문제가 생기거나 사망 에 이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영역에서 업무

노동자가 과로를 지속하는 것은 그것이 과로임

상의 재해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19년 근기법

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인식(이자 사실)에서

개정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포함되면서

시작한다고 본다. 나는 진료실 안팎에서 만나는

‘직장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까끌까끌한 얼굴의 노동자들에게 과로를 멈출 수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도

있는 방법을 속 시원히 말해줄 수 있는 날이 오기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추가되었다. 여기서 질

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런 날을 희망하는 모두에

문이 생긴다. 그러면 된 것인가?

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옮긴이는 법률의 보완뿐 아니라 노동자의 조직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J

발칙 건강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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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평양을 다녀와서

지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가깝지만 낯선

만 개발되어 있었습니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

평양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북한에 의약품

템(PACS)도 준비 중이라고 만경대어린이 병원

을 지원하는 단체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회원

직원에게 들었습니다. 의료시설과 장비를 현대화

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변

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화한 북측 보건의료 환경을 파악하고 향후 전반

우리가 방문했던 류경안과병원, 류경치과병원,

적인 대북사업에 대한 논의를 위한 목적이었습니

옥류아동병원은 2013년 무렵 개원하였으며 현

다. 같이 방북한 분들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대화된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버스

회원들로 의사, 약사, 한의사, 방송국 PD 등 8명

밖 평양의 여명거리, 미래과학자 거리, 창전거리

으로 과거 수차례 방북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

를 보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재국면에서 자력

지만 지난 십여 년간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어린

갱생과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한다는 느낌을 받았

이의약품지원본부 회원마저도 최근에는 방북할

습니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평양이 얼마나 변했 는지 궁금했습니다. 지면 관계로 간략하게 방북

북한은 호담당의사로 불리는 주치의제도로 일

소감을 적고자 합니다. 저는 평양 방문이 처음이

차의료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의사들이 일정

었습니다.

지역을 담당해 가정을 순회하며 의료상담, 치료 및 위생교육 등을 실시하는 진료제도입니다. 북

52

북한에서 2박 3일 동안 여러 의료기관과 약국,

의 의료전달체계는 1차 의료기관(리인민병원)에

제약공장, 치약공장, 협동농장을 방문했습니다.

종사하는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다가 병이 중하다

예상대로 물자, 시설, 장비 면에서는 남측에 비해

고 판단하면 의사회의를 통해서 상급병원 진료를

부족해 보였으며 특히 약품이 부족하다고 느꼈습

결정합니다. 그러면 의무기록과 환자를 상급병원

니다. 하지만 만경대어린이병원에서는 엑스레이

으로 보내고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종결하면 다시

영상은 과거의 필름방식이 아닌 컴퓨터 모니터로

환자와 상급병원에서 진료했던 의무기록을 1차

볼 수 있었으며 의료용 소프트웨어도 초보적이지

의료기관(리인민병원)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개

2019년 5월호


옥류 아동병원, 2018/11/19

인이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어 보였

을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오

지만 일부 환자들이 자유롭게 병원을 옮겨 다녀

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평양에 가기 전에 ‘평양

‘닥터쇼핑’하는 우리나라와 대비되었습니다. 남

을 한 번 갔다 온다고 북에 대해서 얼마나 알 수

북의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북의 의료 수준을 현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방북을 마치

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북한

면서도 이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의 의료제도에서도 우리가 벤치마킹 할 점이 있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고려의학’이라고 하는 동양의학과 서양

방북한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방북을 마치고 우리가 향후 진행이 가능하리라 판단되는 대북

의학을 병행하고 있는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이었

의료교류사업에 대해 여러 구상을 했으나 현재는

습니다. 고려의학을 강조하는 현실 또한 의약품

북미협상이라는 상위정치가 답보 상태이다 보니

이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남북민간교류도 큰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합니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지났습니다. 남북 간 에 활발한 교류와 평화 정착으로 현재 당연하게

우리가 3일간 방문한 곳은 북한에서 자랑할 만 한 시설들이었습니다. 평양 내에서의 일정 또한

느껴지는 분단체제를 당연하지 않은 역사로 기록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대남협력단체인 북한민족화해협의회에 서 정했습니다. 이곳들을 방문하고 평양과 북한 장영우 회원, 내과전문의 이러쿵 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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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동향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중지로 인한 불이익을 염려해

노동부는 건설 현장 추락사고

SK인천석유화학, 업계 첫 ‘협력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의

방지대책을 마련해 11일 국무

사 작업중지권’ 안착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SK인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

[2019.04.11. 전자신문]

천석유화학은 입찰안내서와 공

의에 상정했다.

사계약서 등에 ‘작업중지 권한’

우선 모든 공사 과정의 안전성

올해 1월 SK인천석유화학 전

을 반영하며 의지를 보였다. 작

을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기 열선 작업에 투입된 협력사

업 중지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발주자에

세이콘 직원 박종만 씨는 작업

나 공사기간 연장 등 손실은 협

게는 과태료를 물리는 등 제재

현장 안전 발판이 미흡해 추락

력사에 책임을 묻지 않고 SK인

를 가하기로 했다. 현재 10층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즉시

천석유화학이 책임진다.

이상 건축공사는 안전관리계획

안전관리자에게 ‘작업중지’를

을 사전에 수립하고 승인을 받

요청했다. SK인천석유화학 관

협력사 작업중지권은 SK인

게 돼 있는데, 이를 2∼9층 건

리자는 즉각 작업 중단 조치를

천석유화학이 최우선 과제로

축물 공사에도 착공 전 가설·

내렸다. 이어 전기팀에서 안전

하는 ‘S.H.E 경영’ 대표 사례

굴착 등 위험한 공종에 대한 안

조치가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

다. 사고와 오염물질 최소화

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인허가

고 공사 현장 전반을 점검한 후

라는 소극적인 사회적 책임에

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공사를 재개했다.

서 나아가 국내 최고 수준 안 전·보건·환경(Safety, Health,

안전성이 검증된 일체형 작업

SK인천석유화학이 업계 최초

Environment) 경영 관리 시스

발판(시스템 비계)의 현장 사용

로 도입한 ‘협력사 작업중지권’

템 적용을 지향한다.

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

이 실제 실행된 사례다. 회사

획이다. 추락에 취약한 20억

는 지난해 7월 18개 협력사 구

“추락사 없는 건설환경 만든

원 미만 소규모 민간공사에 대

성원이 참여한 안전결의대회를

다”…정부, 사고방지대책 마련

해서는 고용부가 추락 방지시

열고 ‘작업중지 권한 이행 서약

[2019.04.11. 연합뉴스]

설 설치 지원사업(클린사업장

식’을 시작으로 작업중지권 제

조성사업)을 벌이고 국토부도

도를 본격 시행했다. 지난해 7

안전한 건설 현장을 조성하기

일체형 작업 발판 설치비에 대

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협력사

위해 현장 작업을 할 때 일체형

해 건설금융을 지원하고 보증·

구성원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한

작업 발판 사용이 확대되고 공

공제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

횟수는 20여건에 이른다.

사 단계별로 안전 확인 절차가

한다. 재래식 강관 작업발판을

제도 도입 당시 협력사가 작업

강화된다. 국토교통부와 고용

사용하는 현장에 대해서는 가

54 2019년 5월호


설구조물의 안전을 집중적으로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기간

점검할 계획이다.

과태료를 높이고 개인보호구

이 최장 6개월로 늘어났다. 지

착용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

난해(3개월)보다 2배 늘었다.

다.

원래 4회 이상 실시하던 기업

시공 단계에서는 근로자가 추 락위험 지역에 접근하거나 안

방문 및 실사 횟수도 2회로 줄

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안전보호 규정 강화하면 아예 학

경고하는 스마트 안전장비의

생 안 뽑는 기업들

사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2019.04.22. 서울신문]

계획이다. 건설산업진흥법 개

었다.

교육부는 이군 사건 이후 안 전기준을 강화했는데 실습 참

정을 통해 올해는 시범사업을

대입 대신 취업을 택한 특성화

여 기업이 줄자 다시 규제를 조

벌이고 2020년 공공공사에 의

고 학생들은 대부분 현장실습

금 풀어 주는 쪽으로 돌아섰

무화를 하고 나서 2021년에는

제도를 통해 졸업 전 산업 현장

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민간에도 의무화할 예정이다.

에 투입된다. 실습생들은 ‘을’

“2017년 3만여 명이었던 현장

인 까닭에 성인 노동자도 꺼리

실습생이 지난해 2만 명대로

가설·굴착 등 위험 작업을 해

는 위험 업무를 떠맡거나 감당

줄었다”고 말했다.

야 하는 경우 시공자는 사전 작

하기 어려운 실적을 요구받는

업계획을 감리자에게 확인받

다. 이민호군 사망 사건(2017

그러나 현장실습 학생들을 위

은 이후 작업에 착수하게 하는

년) 같은 중대 재해가 끊이지

한 안전기준이 제대로 정착되

‘작업허가제’(PTW: Permit to

않는 이유다.

기도 전에 제도가 다시 과거로

Work)를 도입한다. 또 지방국

‘유턴’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토관리청에 사법경찰권을 부여

하지만 안전 보호 규정을 강화

지적이 나온다. 김경엽 전국교

하고 ‘국토안전감독원’(가칭)을

하면 기업들은 아예 실습생을

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

설립하는 한편, 안전보건지킴

뽑지 않는 방식으로 응수한다.

은 “교육부의 정책 방향 선회

이를 운영해 현장 점검을 강화

이 때문에 위험 노동의 피해자

는 취업률을 핑계로 학생들의

하기로 했다.

인 특성화고 학생들이 되려 안

실습 환경을 열악했던 과거로

이와 함께 소규모 공사를 발주

전 기준 강화를 부담스러워하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는 일반 건축주에게는 건설

는 딜레마가 생긴다.

안전 관련 법령과 주요 안전수 칙을 알리는 ‘안전관리 가이드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부

라인’을 배포한다. 안전교육을

터 특성화고 학생들이 기업에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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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부산 산업안전보건법 기획 강좌 성황리에 마쳐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님 의 죽음을 계기로 이뤄진 산 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 다 노동자의 권리로서 산업 안전보건법이 작동하기 위해 선 노동자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부산 에서 4월 2일부터 4월 23일,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부산 산업안전보건법 기획강좌’가 열렸습니다. 노조 조합원, 간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참여하여 한 번 이상 참석자는 92명, 4회 전 강의 참석자는 50여명이 넘었습니다. 그만큼 현장의 관심과 고민이 모이는 자리였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쟁취하기 위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 길 바랍니다. 4월 노동자 건강권쟁취 투쟁의 달 집중 집회 열려 4월 28일은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입 니다. 올해 한국에선 4월 17일 오후 2시,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 집중 집회’가 청 와대 앞에서 열렸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노동자 참여로 쟁취하자는 기조 하에 산안법 적용 제외 폐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책 임 강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외쳤습 니다. 연일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은 보신각까지 행진하고 집회를 마무리했습니 다.

국제기준비교모임 시즌2 준비 시작 2017년 상반기부터 연구소 회원, 후원회원 등이 모 여 여러 산업안전보건 관련 국제 기준과의 비교를 통 해 한국 현황을 객관화 하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노동시간부터 ILO 협약, 최근에는 독일의 산업안전 보건을 검토했습니다. 궁극적 목표는 국가 간 비교 를 통해 더 나은 한국의 노동안전보건 기준을 모색하 는 것입니다. 지난 4월 29일 모임 시즌 1을 완료했습 니다. 반년에 걸친 검토 과정에서 단순히 법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독일의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대안법 모 색을 위한 시즌2는 6~7월 경 새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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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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