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71호 / 2018.5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어느 웹디자이너의 과로자살 82년생 김지영의 또 다른 이야기 6.13 지자체 선거 교육감 후보에게 묻는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삼성 최근 삼성이 법원이 결정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온갖 방법과 힘을 동원하 는 행태를 독자들도 한 번쯤 기사로 접했을 겁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1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대전고등법원은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백혈병 사망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영업 기밀이 아니고 산재 노동자와 인근 지역 주민의 생명, 신체의 건강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이므로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삼성 반도체 기흥·화성공장, 삼성 디스플레이 탕정공장 등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피 해자와 유족이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삼성은 법원 판결을 부정하며 정보공개 청구 역시 가로막았습니다. 삼성이 강경하게 나오자 3월 27일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 위원회의 위원장은 직권으로 정보공개 청구 집행을 정지를 시켰습니다. 4월 17일 산업통상자 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삼성이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판정건 심의를 위한 회의를 개최하 고, 이번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는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정보공개 시 외국이나 경 쟁 업체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판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루었습니다. 결국 4월 19 일 법원이 삼성이 신청한 정보공개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며 정보공개에 걸림돌이 생겼습 니다. 언론은 고용노동부와 반올림이 삼성의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려고 한다며 국가경제에 반하는 조직으로 매도하는데 전념을 다했습니다. 당분간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직업병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와 유족은 정보공개에 가로 막혀 산재를 인정받기가 더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작업환경측정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작 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노동자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부족 함은 있지만 현재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바로 작업환경측정입니다. 법에서는 작업 환경측정의 결과를 해당 작업장 노동자에게 알리고, 그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시설· 설비의 설치·개선 또는 건강진단의 시행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권력을 이용해 법을 무력화하고 행정기관과 법원, 언론은 이런 삼성을 비호하 며 한국 사회에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새삼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얼마 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메탄올 실명 사건 등으로 노동자·시민의 알 권 리가 얼마나 중요한 권리인지 새삼 깨달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부끄러움을 모르 는 권력이 또 다시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다시 한 번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우선하자는 이 구호를 마음에 새겨보는 5월입니다. 독자에게
01
출처 :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이번 일터는 5.17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아디다호 데이’를
김형렬
맞이하며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어떤 노동조건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는지, 성소수자의 건강과 삶은 어떠한지 고민해보고자 하였다. 또한,
선전위원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동 운동과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고
경희, 승종, 영우, 콜라비,
민해야 하는지도 이야기 나누고자 하였다.
종호, 나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8.5.8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3 팩스
특집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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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18년 5월호
노동조합과 함께, 성소수자의 평등한 세상으로 한 걸음 더!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성소수자의 건강과 삶은 어떠한가
10
나는 성소수자 노동자입니다
16 지금 지역에서는 2018 최악의 살인기업은 삼성중공업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진단보다 치료가 우선
18
48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방글라데시 의료 공장들이 모범상 받아 아마존과 테슬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일터 목록에
20
국제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협약 비준만으로 산업안전이 달성 되는 것은 아니다
22 특별기고 6.13 지자체 선거 교육감 후보에게 묻는다 28
안전과 건강 칼럼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46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노동존중’이라 말하기 위해서는
50
문화읽기 왕좌의 게임
52
이러쿵저러쿵
54
안전보건동향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32 안전과 건강 칼럼 작업환경측정 결과 노동자가 온전히 볼 수 있 어야
30
사진으로 보는 세상
32 현장의 목소리 어느 웹디자이너의 과로자살 36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다(2) 40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82년생 김지영의 또 다른 이야기
44
노동자 건강상식 알아두면 도움이 될 고지혈증에 대한 상식
차례
03
특집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성소수자의 건강과 삶은 어떠한가 재현 선전위원장
성소수자는 누구인가
단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 계 매뉴얼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하
성소수자는 남녀 동성애자를 포함하여 양성애
기로 했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동
자, 트랜스젠더, 퀘스쳐닝(자신의 정체성에 확
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며 더는 성소수
신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특정 젠더 또는 섹슈
자가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이후
얼리티로 자신을 한정 짓지 않는 자), 간성 등
성소수자의 전환 치료를 주장하던 세력은 설득력
을 포함하는 LGBTQI (Lesbian, Gay, Bisexual,
을 갖지 못했다.
Transgender, Questioning, Intersex)를 총칭한
오히려 전 세계는 1990년 세계보건기구 결정
다. 한국의 성소수자는 그 자체로 혐오에 대상이
이 있었던 5월 17일을 기념하여 ‘국제 성소수
다 보니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지
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못하고 살아간다.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 행 사를 진행하면서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성소수자가 문제가 되는 사회
투쟁하고 있다. 한편, 보수개신교는 자의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면서 성소수자를 죄악으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 정신질환자로 여긴
로 여기는데 전념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차별금
다. 그래서일까 성소수자를 정신병 환자로 여기
지법 제정, 인권조례 제정 등 성소수자의 인권 증
는 사람들은 성소수자가 꾸준히 전환 치료를 받
진을 가로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 보수정치 세력
으면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시 반공 이데올로기로 지지층 결집이 쉽지 않
이미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자, 성소수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입장
틀렸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1973년 미
을 가지고 있는 정치세력을 동성애 집단으로 매
국정신의학회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질환 진
도하며,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04 2018년 5월호
혐오는 성소수자의 삶 자체를 위협
몸과 마음의 건강마저 위협받는 성소수자
지난 2017년 육군 A 대위는 군대 밖에서 상호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합의하에 업무와 무관한 사람과 성관계를 맺었
사회에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
는데, 상대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군형법 92조 6
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다. 성소수자 인권포럼
항을(‘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성소수자가 일반 인구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
보다 자살 경험이 9.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
사처벌 할 수 있다)에 의해 징역 6개월을 선고받
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이 결국 생명까
았다. 이러한 반인권적인 판결은 당시 장준규 육
지도 위협한다는 사실을, 혐오 세력들이 반드시
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했다. 당
깨달아야 한다. (2017 성소수자 인권포럼, 한국
시 군은 의심이 가는 대상자 군인들에 통화 기록
성인 LGB(레즈비언ㆍ게이ㆍ바이섹슈얼) 건강
을 파헤치고, 개인의 성적지향을 강압적으로 진
연구)
술하게 하는 면담 등을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을
성소수자들은 의료 영역에서도 방치되어 있다.
짓밟았다. 무엇보다 A 대위는 성적지향이 성소수
특히 트렌스젠더의 경우 성전환 과정과 이후 받
자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감옥에 갇히
아야 하는 의료적 조치가 있지만 대부분 건강보
며 본인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성정체성이 밝혀
험에서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이 모든 비용을
지고, 생존권 자체가 박탈되었다.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부분
문제는 한국 사회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트렌스젠더들은 성정체성을 이유로 사회적으로
낙인이 판치는 세상에서 A 대위와 같은 일은 어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할 확률도 낮고, 가
떤 성소수자 그리고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나타날
족으로부터 지지와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
수 있는 일이라는 거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성소
황이기 때문에 성전환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자라는 정체성이 알려졌을 때 일상적인 생활을
몇 년씩 호르몬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홀로 감당
계속 이어가기가 결코 쉽지 않은 사회다.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이나 캐나다, 아르
한국 성소수자 건강 연구 ‘레인보우 커넥션 프
헨티나 등 해외에서 트랜스젠더의 성전환과 관련
로젝트’ 연구팀 역시 ‘모든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된 비용을 국가 의료보험 체계에서 보장하는 사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성소수자는 자신이 놓여
례를 고민해야 하겠다.
있는 소수자 지위로 인해 차별과 폭력 등 편견적 사건을 겪게 되고 이들은 배제에 대한 예상, 정체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적
성에 대한 숨김, 내재화된 동성애 혐오 등의 소수
지향에 맞게 사랑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따라
자만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서 우리는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회를
(한겨레 21 낙인과 고립 그리고 죽음 2018.01.02)
모든 성소수자가 건강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연대 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하겠다.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05
특집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노동조합과 함께, 성소수자 평등한 세상으로 한 걸음 더!
곽이경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노동자들과 ‘성소수자 노동권’ 이야기를 하면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커밍아웃하고 지지받
꼭 나오는 이야기가 “주변에선 성소수자를 본
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아래는 일터에서 성소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이건 어디건
수자 노동자의 평등을 위해 노동조합이 할 수
정책이나 제도, 문화가 변화하려면 그 필요성
있는 몇 가지 예시들이다.
이 두루 인정되어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노 동조합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노동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다
있는 통로, 지지를 드러내는 사업, 실제로 제도 를 바꾸는 과정, 연대의 경험이 쌓여야 한다. 성 소수자 인권운동의 성장과 함께 노동조합의 인 식 변화도 그에 맞춰 필요성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성소수자를 위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 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대 중조직이므로 성소수자 노동자도 그 일부이고, 이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 서 노동조합이 성소수자의 요구를 모두를 위한 요구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노조는 성소수자
06 2018년 5월호
10여 년 전 한 전교조 조합원이 찾아왔다. 당 시 차별 때문에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성소수 자 학생을 돕고 싶어 성소수자 단체를 찾은 것 이다. 나는 청소년 성소수자 편에 서고자 하는 그를 보면서, 교육노동자가 청소년 성소수자의 중요한 연대자이자 주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교조는 최근 성소수자 청소년을 배제하는 성 교육 표준안에 반대하는 신문광고를 싣고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교육노동자라면 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모든 일터에서 이런 실천은 가능하고, 필요하
- 성전환수술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및 병가 등 치
다. 보건의료노동자라면 병원에서 성소수자 가
료기간에 대한 지원. 성별변경 이후에도 직장에서
족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HIV/AIDS01감염인에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교육 및 인
게 필요한 의료기회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 입원 또는 수술을 앞두고 보호자란에 서명이 필요한 경우를 대부분 겪어봤을 것이다. 보호
식전환 노력하기 - 채용시 굳이 성별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성평 등 이력서 요구
자 서명은 실제로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경우가
④ 양성으로만 구분된 일터를 바꾸기
거의 없지만, 이것은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
- 남녀화장실이나 탈의실, 휴게실을 성중립 공간
는 성소수자들에게 큰 벽으로 다가온다. 보호
으로 바꾸기 (개인 화장실, 탈의실 등)
자 서명을 위해 먼 곳의 원가족이 급히 병원에
- 유니폼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거나 성중립적
와야할 때도 있다. 언론노동자라면 소수자들의
인 유니폼을 제공하기
목소리를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인권에 기반한 보도원칙을 세우는데 힘쓸 수도 있다. 성중립화장실 설치 요구도 노동조합의 요구가 될 수 있다. 왜 노동조합이 성소수자와 연대해야 할까? 사
⑤ 가족 바깥의 권리를 보장하기 - 병원 등에서 가족만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제도를 바꾸기 - 기존 가족 중심의 각종 수당 및 복지 혜택을 가 족 바깥의 사람들로 확대하기
람을 중심에 놓는 가치관이 자신을 바꾸고 일 터에서 만나는 사람과 모든 이들의 삶을 바꾼 다.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드는데 노동자가 중요
커밍아웃이 가능한 일터, 지지받는 일터로의 변화
하다. 이것이 노동조합운동의 역할이다.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바람은 자신을 숨기지 ① 교육노동자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학 교를 만들어보자!
않고도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다. 일 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자신을 드러내
- 혐오와 괴롭힘을 당하는 청소년/학생 편에 서기
지 못한 채 생활해야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 교사 및 학교 구성원을 위한 성소수자 인권교육,
불안할까? 일터가 변하려면 같이 일하는 동료
성평등 교육을 진행해보기
들의 생각이 먼저 변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성 평등 교육 등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하여
② 일할 권리를 빼앗긴 에이즈 감염인과의 연대 - 채용시 검진을 포함한 직장검진에서 동의 없는 에이즈 검진 금지, 차별구제 노력 - 직장 내에서 에이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 하는 교육 진행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런 교육은 더욱 확대 심 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를 직접 만날 때 사람들의 인식은 많이 바뀔 수 있다. 민주노총은 작년 영 화 <런던프라이드> 상영회를 성소수자 단체
③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와 공동주최했다. 성황리에 진행된 이 상영회
일터 만들기
를 통해 우리는 보수적이었던 노동자들이 어떻
01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
게 성소수자를 이해하고, 연대로 나아가는지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07
알게 되었다. 이후 전국 각 지역에서 민주노총
성소수자들에게 실제로 도움 되는 노동조합
지역본부가 단체들과 함께 상영회를 추진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수년 전부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2년은 기념 티셔츠를 만들 어 전국 가맹·산하조직에 배포하고, 참가단을 꾸려 조합원과 함께 행진하기도 했다. 연대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기도 하다. 또한, 단위노 조의 조합원이 나서서 성소수자 군인을 처벌하 는 군형법 92조 삭제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연 대성명을 조직하기도 했다. 작지만 큰 움직임 이다.
민주노총은 2015년 사무총국 처우 규정 개정 을 통해 동성 배우자 및 혼인신고서를 작성하 지 않은 배우자에게도 가족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무처 상근자들이 이 조 항을 통해 가족수당을 받게 되었다. 이 사례는 사회단체 등의 규약개정에 좋은 선례로 남아있 다. 물론 비혼 등 가족을 이루지 않는 이들도 함 께 적용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 하면서 동시에 노조 규약, 단체협약 등에 차별
① 조합원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적이고 지속 적인 교육
금지 규정을 넣도록 노력할 수 있다. 노조가 먼 저 시작하면, 사회가 바뀐다.
- 성소수자 노동인권 교육 진행하기. 또는 성평등 교육 등 정기교육에 관련 내용 포함하기 - 교육 진행시 성평등, 성인지적 관점을 견지하기
① 단체협약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넣고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 때문에 배제되는 권리
② 성소수자를 직접 만나고 연대하며 인식을 바꾸기
를 회복하기
-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거나 이해를 넓히기 위한
- 직장 내 성폭력과 함께 혐오표현과 괴롭힘을 금
사업 진행하기. 영화상영회나 간담회 등을 개최하
지하는 조항 넣기
며 편견의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
- 가족수당, 복지수당 등 이성애자 가족을 기준으
아가보기
로 부여되는 임금 및 혜택에 있어 평등을 실현하는
- 성소수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기. 퀴어문화축제
방법 찾기
참여 등 성소수자와 연대할 수 있는 자리에 함께
- 단협에서 성소수자 가족들도 간병휴가, 가족돌
하기.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현장에 연
봄휴가 등을 보장함으로써 현행법에서 배제된 권
명, 연대 등으로 함께 하기
리를 노조가 먼저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 입사 공고, 채용, 교육, 회의 등에서 개인의 성적
③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노동조합이 성소수자를
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존중하고, 혐오 및 차별을
지지한다는 사실 알리기
근절하기
- 성소수자들은 직장에서 커밍아웃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노동조합이 성소수자에게 열려 있고
② 노동조합 강령 및 규약에 성소수자 평등의 가
이들의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
치를 명확히 하도록 개정하기
을 알려야 함
공공운수노조는 강령에서 성소수자를 포함하고
-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성소수자 동료를
있다.“우리는 장애인, 노령자, 실업자, 이주노동
지지하는 내용의 포스터나 리플렛 비치
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옹호가 평
-‘나는 성소수자 동료를 지지합니다’ 스티커 일터
등사회 건설의 바탕임을 인식하며 모든 형태의 차
와 소지품에 붙이기 캠페인
08 2018년 5월호
사진 : 민주노총
별을 철폐하고 인간존엄성 유지에 필요한 생활조 건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한다.” ③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
성소수자 노동자가 주인공이 되는 노동조합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의 매력은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며 함께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에서도 여성과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노동조합의 주요한 역할을 맡 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노동조 합에는 이 모든 사람이 함께 섞여있다. 민주주 의는 ‘참여적 평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때 보 다 확장되고 깊어질 수 있다. 참여적 평등이란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의사결정과 각종 실천의 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목소 리가 더 작고, 존재감이 없고, 더 차별받는 사 람들이 평등하게 참여하려면 더 각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민주노총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 는 참된 민주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과제를 지 닌 노동조합이다. 더 다양한 조직, 평등한 조직, 이를 기반으로 단결하는 민주적 조직을 실현하 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도 필요하고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성소수자 조합원이 모일 수 있는 당사자 모임을 지원하는 것, 성소수자들 이 노조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할당제도 및 조직 을 정비하는 것, 성소수자들이 걱정없이 상담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그 방법 중 하 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무엇이든 시도해 보자. ※ 이 글은 민주노총에서 발행 예정인 성소수자 노동인권 소책자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09
특집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나는 성소수자 노동자입니다 - 웹디자이너 소리 님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성소수자 동료가 있을까. 이
웹디자이너 소리 님은 게이이면서 HIV/AIDS 감염
상한 질문 같지만 우리 사회, 일터의 성평등, 인권
인이다. 일하게 된 계기도 군 휴학을 하고 입대를 앞
감수성을 돌아보게 하는데 중요한 질문이다. 대부분
둔 찰나 에이즈 확진을 받게 됐고, 군대 면제가 됐
의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로 인해 직장에서 진짜 자신을 꽁꽁 감춘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전보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 만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우리 사회가
다. 애니메이션 전공을 한 그는 당장 복학을 하기 어 려웠고, 마침 아는 지인이 회사를 소개해줘 웹디자 인과 연을 맺게 되었다. 현 직장은 10명이 채 안 되
갈 길이 멀다. 노동과 성소수자, 그리고 건강 문제를
는 소규모 SNS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인데, 소리 님
나눠보기 위해 마케팅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
은 콘텐츠 제작 업무로 기획이 완성되면 웹자보, 카
는 성소수자 노동자 소리 님을 지난 4월 24일에 만
드뉴스 등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웹디자
났다.
이너의 하루는 어떨까?
“집이 멀어서 회사까지 1시간 반이 걸려요. 출근하
10
“지금 다니는 직장까지 총 4년간 직장생활을 했어
면 컴퓨터를 켜고 담배 한 대를 피우죠. 그래야 정신
요. 지금 제가 28살인데, 20대 초반부터 일했죠. 그
이 들어요. 앉아서 하루 스케줄 확인을 하는데 SNS
때부터 겪은 일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
콘텐츠를 몇 개 만들어야 하는지, 잔업이 있진 않은
각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게 됐어요.”
지 확인하고 만약 잔업이 있으면 오전에 잔업을 처
2018년 5월호
리해요. 그 이후에 콘텐츠 작업을 하죠. 보통 SNS
곳에 뿌려졌을 때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하고,
콘텐츠 작업을 끝내면 오후 4시 정도가 돼요. 추가
새로 창작하는 디자이너에게 최선을 다한 결과물을
업무로 블로그 체험단 운영 관리도 하는데, 이 일을 끝내면 딱 퇴근 시간이예요. 그런데 꼭 퇴근 시간에 대표가 일을 줘요. “이거 해야돼.” 이러면서 휙 던지 죠. 그러면서 내일까지 해야한데요. 그런 일이 잦아
‘쓰레기’라고 평가당했을 때의 참담함은 곧 자신의 자존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오로지 그 즐거 움과 보람으로 회사생활을 버티는데 디자이너로서
요. 보통 그런 일이 있으면 야근이에요. 얼마 안 하
의 자존감마저 무너지면 너무 힘든 일이 된다고 서
면 저녁 8시에 퇴근하는데, 아니면 밤 12시죠. 모
글프게 말했다.
아니면 도에요.” 당연히 과로와 스트레스는 몸에 좋지 않다. 그러 야근 문제는 웹디자이너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다 보니 스트레스 장염, 역류성 식도염에 시달린다.
문제다. 첫 직장도, 지금 다니는 직장도 야근이 일상
소리 님은 덤덤하게 ‘장기는 포기하면 된다고 생각
적이었다. 지금도 최소 주 1회, 많게는 4일 야근이
하면 된다’고 했다. 근골격계 질환도 당연히 심각하
다. 개인에게 떨어지는 할당량이 항상 두 배로 떨어
다. 목, 허리, 손목, 다리 안 아픈 곳이 없다.
지고, 급작스럽게 처리해야 할 일도 매번 많다. 소위 을입장의 회사이다 보니 의뢰인의 말대로 무리하게
“아예 직종을 옮기지 않는 이상 똑같은 문제를 겪
작업을 한다. 결국 ‘과로’는 웹디자이너의 몫이다.
죠. 어디를 가도 똑같으니까요. 하다 정 힘들면 퇴사
또 한 가지 소리 님을 힘들게 하는 건 체계적이지 않
하고 다른데 들어가서 똑같이 스트레스받잖아요. 그
은 회사 운영 구조다.
렇다고 무급휴가를 회사에서 선뜻 내줄리도 없고요. 그러니 차라리 월급을 덜 받고, 덜 일 하면 좋겠다는
“문제는 회사의 체계적이지 않은 운영구조예요. 보 통 회의를 통해 기획이 완성되고 디자이너에게 업 무를 주는데 그런 게 없이 일이 막 떨어져요. 대표
생각이 들정도예요.”
성소수자 노동자인 소리 님에게 직장 내 스트레스
가 일을 막 던지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직률도 높
문제는 더 복잡하고, 괴롭다. 단순히 스트레스 수준
아요. 제가 들어오고 나서 이미 절반 이상이 나갔어
이 아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문제다.
요. 보통 마케팅 회사는 기획자가 많아야 하는데 이
그는 평균적인 틀에 맞추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
회사는 1명이에요. 얼마나 문제인지 아시겠죠? 심
있는 집단이 회사라고 했다. 처음 다녔던 곳도, 2개
지어 제가 입사하고 1개월도 채 안 됐을 때 명함 디
월 짧게 다녔던 회사도 3년 가까이 일하는 지금의
자인 업무를 줬어요. 디자인을 새로 하자고 해서 12
직장도 마찬가지다.
개 시안을 만들었죠. 수정도 네, 다섯 번을 했어요. 처음엔 대표가 만족하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다음 주에 저한테 와서 ‘이거 너무 쓰레기 같아서 못쓰겠 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너무 속상했죠.”
그래도 일의 보람은 본인이 했던 작업물이 많은
“모든 회사에서 제가 들은 말이요, ‘게이처럼 굴지 마라’였어요. 제가 첫 직장 다닐 땐 마른 체격이었거 든요. 그때 저한테 ‘너는 너무 말라서 밤일이나 제대 로 할 수 있겠냐’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성차별적 발언에 쉽게 노출됐고, 심지어 성소수자인지 집요하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11
게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사람이 모든 회사에
사람들이 저보고 매정하데요. 인정머리가 없다고
꼭 한 명씩 있었죠.
요.”
지금 직장에선 무슨 얘기까지 들은 줄 아세요? ‘너
최근 결남출이란 신조어가 있다. 면접을 보는 구
는 성소수자이고, LGBT 쪽인거 상관없는데, 제발
직자에게 ‘결혼, 남자친구, 출산’에 관해 묻는 면접
01
게이인거 티 좀 내지마라’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한 사람은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남성이에요. 사 실 그 상황이 두렵기도 했죠. 아마 첫 직장이었으면 아무 얘기도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엔 무서운
관의 질문을 줄인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과정부터 직장생활까지 성차별을 당하는 대표 적 예다. 그런데 성소수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마
것도 잊을 정도로 화가 났죠. 그래서 ‘내가 게이이건
치 검열을 하듯, 세상이 정해놓은 평균을 강요하듯
말건 무슨 상관이냐, 지금 말한 거 불쾌하다. 그 말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그들에게 너무 쉬운 질문
은 장애인한테 장애인 티 내지 말라고하는 것과 똑
이지만, 소리 님에겐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질문이
같다. 내가 만약 진짜 게이면 어쩔거냐, 말실수 했다
다.
고 생각하지 않냐.’라고 물으니깐 그러더라고요. ‘아 직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다’라고 대답 하더라구요. 웃으면서 상황을 마무리하기 했는데, 그리고 나서 갑자기 그 상황이 무섭더라고요.”
성소수자 노동자들에게 직장은 생존을 위해 필요 한 곳이지만 동시에 끔찍한 곳이다. 차별적이고 혐 오적인 언행이 대부분 직장에서 벌어진다. 사실 혐 오와 차별, 배제는 약한 사람에게 향한다. 그렇기 때 문에 소리 님의 경험이 여성인 필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어디를 가든 물어봐요. 여자친구 있냐, 결혼할 거 냐, 결혼 생각 없냐. 계속 물어봐요. 여자친구 없고, 결혼할 생각 없다고 한번 말을 하면 안 해야 되는 데 결혼이 얼마나 좋고, 여자친구가 있어야 하고 그 런 설교를 해요. 심지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혹 시 남자 좋아하냐고 얘기하는데 정말 스트레스예요. ‘아니 왜 여자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생각부터 들죠. 저는 굳이 애인이 있는지를 회 사에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01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 (transgender)를 가르키는 말로 성소수자를 가리키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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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호
“이거는 포괄적 문제죠. 여자면 무조건 남자친구가 있을 것이고, 남자면 여자친구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요. 이성애중심적이죠. 그리고 연애도, 결혼도 내가 알아서 할 문제잖아요.”
소리 님은 커밍아웃02을 하지 않았다. 본인의 성정 체성, 적적지향은 극히 개인적인 정보이고 사생활 인데 그것을 굳이 회사에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 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최근 ‘게이 티를 내지 않았으 면 좋겠다’는 사건을 겪은 후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 을 최근에 하기 시작했다.
“최근 그 일을 겪고 나서 되게 무서워졌어요. 내가 게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게이 티 를 내지 말았으면 좋겠단 얘기를 들으니깐 회사에서 커밍아웃 했을 때 엄청난 후폭풍이 있지 않을까. 긍 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은 드는데, 얘기해야지 편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후폭풍이 두렵죠.” 02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뜻에서 유 래된 말로, 성소수자가 자기 주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사진 :소리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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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체성, 성적지향을 밝히는데 가장 큰 벽은 사
조합, 사회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물었다.
람들의 차별, 혐오다. 문제는 그것이 일터 괴롭힘으 로 작용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국가인권
“차별/혐오로 인한 폭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요.
위원회가 발표한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
일터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게 어느 정도까지 규제가
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본인의 정체성으
되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혐
로 인한 따돌림, 협박, 반복적 지적, 비난, 조롱, 물품 훼손, 신체적 폭력, 성희롱, 성폭력 중 어느 한 가지 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 516 명 중 41.7%(215명)에 달했다.
오하고 차별하는 것은 폭력이죠. ‘너는 게이처럼 굴 지마, 여자처럼 굴지마, 남자처럼 굴지마, 화장하고 다녀’라는 식의 표현은 문제가 있는거잖아요. 언어 에 대해 생각하고 조심하게 되다보면 행동도 조심스 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 우가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일터에서 풀어내는 게
“성소수자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또 달라요. 차별적
노동조합의 역할이지 않을까요.”
인 단어를 들었을 때 밝힐 수도 없고, 오히려 숨겨야 하죠. ‘게이들 너무 더러운 것 같아, 죽었으면 좋겠
소리 님은 성소수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HIV/
어’라는 혐오/차별적 말을 듣고 심지어 맞장구를 쳐
AIDS 감염인으로서 겪는 문제가 많다고 했다. 많은
야할때도 있어요. 자기를 숨기고, 부정까지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정말 심각하죠. 그래서 우울증도 많아요.”
그렇다면 성소수자 차별, 혐오 문제에 대해 정부 관계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순 없을까?
사람이 에이즈는 ‘죽음의 병’, ‘문란한 사람들이 걸 리는 질병’,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질병’이라고 생각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뒤엉켜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왜곡된 것 이다.
하지만 소리 님은 있는 법제도 조차 제대로 시행되 지 않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은 2002년 ‘국 가인권위원회법’을 제정했다.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성적 지향’을 포함해 동성애 차별 금지를
“채용 건강검진, 직장 건강검진에 혹시 HIV/AIDS 항목이 있진 않을까 두려움이 커요. 회사에 알려지 면 어쩌지, 알려서 내가 해고되면 어쩌지. 그런 걱 정을 많이 해요. 만약 입사 해도 계속 두려움에 떨어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인권조례 등 자치규범이
요. 감염인은 하루에 한번씩 약을 먹어야 하는데 낮
있지만 최근 기독교, 보수집단 등에 의해 조례가 폐
에 복용할 땐 주변 눈치가 보여요. 몰래 숨어서 먹기
기 되거나 성적지향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도 하죠. 사람들이 ‘무슨 약이냐, 비타민이냐, 나도
있다. 오히려 성소수자 인권이 후퇴되고 있다. 유엔
달라’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을 중단할 것을 한국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 고 있다.
약값 지원 문제도 심각해요. 대상은 늘고 있는데, 예 산이 감소하고 있거든요. 약값을 선불로 내는 병원 이 있어요. 그런데 예산이 부족해서 약값 환급금을 1년 뒤에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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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차별, 폭력 없는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일 먼저 확보되어야 하는 게 치료제 예산이예요. 예
노동조합의 노력 또한 적극적으로 요구되는데 노동
산이 부족하면 약을 못먹는 사람이 발생하게 돼요.
2018년 5월호
그러면 감염인수는 증가할 테고, 감염인이 크게 고 통받게 되죠. 그런데도 최대로 잘 하는 게 현상유지 예요. 아니면 심지어 예산을 깎기도 하고요.” 감염인을 터부시하고, 감염의 책임을 개인의 부주 의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감염 사실을 알 리기는 더욱 쉽지 않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모임 에서 발행한 「행성인 회원을 위한 HIV/AIDS 가이드 북」엔 10가지 에티켓 항목이 있다. 항목 중 가장 첫 번째가 지지와 공감이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지지 와 공감이 성소수자를, HIV/AIDS 감염인을 평등한 사회, 일터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게 한다. 그렇기 때 문에 소리 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의 울림은 크다.
“저는 사람들이 오지랖 좀 그만 떨었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 없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가득찬 오지랖이요. 오지랖을 필거면 혐오와 차별 없이 상대방을 먼저 이해해야 하지 않 을까요?”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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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지난 4월 26일 오전 10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한국노
2018 최악의 살인기업은 삼성중공업
총)주관으로 ‘201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하였다.
매년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진행하는 이번 201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최악의 살인기업 1위는 삼성중 공업으로 선정되었다. 지난해 5월 1일 127주년 세계 노동절에 삼성 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노동 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당했었다. 당시 산재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모두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들로 밝혀졌다.
당시 사고의 원인은 이윤 창출에 눈이 먼 삼성중공업의 공기 단축 압박과 위험의 외주화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 장은 사고 이후 경찰 조사에서 안전 조치 의무 위반이 지적되었지만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되려 당일 골리앗 신호수에게만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꼬리 자르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삼성중공업 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 난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망사고는 23 건이다. 그런데 현재 수사 중인 2건을 제외하고, 건설사 원청을 기소 한 15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벌금 12건, 무혐의 2건, 기소유예 1건에 불과하였다.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해도 원청에 대한 책 임을 묻지 않았다. 201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참가자들은 위험 의 외주화 문제를 지적하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가 하루빨리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 하였다.
2018 최악의 살인기업 공동 2위로는 각각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재현 선전위원장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이 선정됐다. 각각 4명의 노동자 가 사망한 STX조선해양, 현대산업개발, 케이알산업, 대림종합건설 은 공동 5위로 기록됐다.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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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호
의 살인기업 순위에 오른 기업에서 사망한 37명 노동자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점을 주목해 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201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특별상은 국토교통부가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타워크레인 안전 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주무 부처인데, 그 책임을 방치해서 총 21명의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책임 으로 특별상을 받았다. 또한, 우정사업본부에도 특별상이 돌아갔다. 우정사업본부는 2017 최악 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도 특별상을 받았었다. 2년 연속 특별상을 받은 우정사업본부는 지속해 서 노동자의 과로와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과로사, 과로 자살로 내몰고 있어 수상하 게 되었다.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살인기업 선정식이 끝나고 촛불 항쟁에 의해 대통령이 바 뀌었지만, 여전히 한국의 노동자들은 산재공화국에 살며 산업재해와 전쟁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 운 현실을 전하였다. 이후 “안전이 우선이다 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생명이 우선이다 기업주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친 후 산재사망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국화꽃을 헌화 하는 시간을 가졌다.
헌화 이후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담화를 통해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 될 수 없다는 약속을 실천으로 지켜야 한다고 당부
사진 : 민주노총
하였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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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의류회사 열 곳에서 안전보건 기준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고 인정했다. 지난 4월 28일, 방글라데시의 Wisdom Attires, Fakir Fashion,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들이 모범상 받아
Knit Concern 등의 회사 대표들은 제1회 ‘산업안전보건 모범상(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Good Practice Award)’을 수상했다. 이 상은 노동자 복지를 위해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사업주들의 노고를 인정하기 위해 마련된 상으 로, 2003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제정한 세계 안전의 날(World Safety Day, 매년 4월 28일)을 기념하는 의미도 갖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16년부터 이날 을 기념해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고용노동부 산하의 ‘공장 및 기관 감찰국(Department of Inspection for Factories and Establishments, DIFE)’에서 공장과 기업의 안전 보건 감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DIFE의 감찰관 Shamsuzzaman Bhuiyan은 수상 기업들을 축하하고, 감찰과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규정 준수 확립을 위해 전념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올바른 지식과 모범 사례 공유는 사업장 재해와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열쇠입니 다. 그래서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 관련 실제 사례를 잘 이해하는 것 은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DIFE에서는, 사업장의 구조적 문제, 화 재, 전기, 인간공학적 안전 문제들을 담당하는 산업안전보건 유닛을 만들었습니 다. 우리는 더 효율적이고 향상된 감시와 인식 개선 활동을 통해 사업장 안전을 확립해나갈 것입니다.”
ILO 방글라데시의 담당 사무관 Gagan Rajbhandari은 말했다. “올해로 방글라 데시에서 안전의 날을 기념한 지 3년째입니다. 더 많은 단체가 전국 곳곳에서 관 련된 활동에 함께하고 있어서 힘이 납니다. 이러한 기세가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노동환경이 개선되는데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준 캐나다, 네덜란 드, 영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2013년 4월 24일, 다카의 8층 공장 건물이 붕괴하면서 의류공장 노동자 1,138명이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이 다친 라나 플라자 참사 5주기 후 여러 조치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가 나오고 있다.
출처 : Bangladesh factories awarded for health and safety, just-style.com, 2018.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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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호
미국의 시민단체인 산업안전보건협의회(National Council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이하 COSH)가 가장 위험한 일터 목록인 “Dirty Dozen”에
아마존과 테슬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일터 목록에
아마존(Amazon)과 테슬라(Tesla)를 포함시켰다. 두 회사 모두 평균 이상으로 높 은 손상률과 불필요한 위험, 그리고 노동자들의 우려에 대처하길 꺼리는 태도 때 문이다.
COSH에서는, 2013년 이후 아마존에서 7명의 창고노동자가 사망한 배경에는 주문을 처리하도록 하는 ‘끊임없는 요구’가 있었으며 그것이 노동자들을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몰고 갔다는 것에 주목했다. COSH의 보고서에서는 노동자들이 정해진 근무 스케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감지되는 초음파 손목밴드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아마존을 괴롭히고 새로운 본부를 유치하기를 열망하는 주(州)로부터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될 경우에 특 히 우려된다고 COSH 에서는COSH에서는 밝히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도 만만치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 공장의 유의미한 손상 발생은 2016년에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보다 31% 더 높았으며, 심각한 중상 사 례만 비교하면 83% 더 높았다고 한다. COSH에서는 테슬라의 OSHA 안전규정 위반 사항을 지적했고, 공장 손상률이 개선된 것은 실제 안전한 작업환경이 아닌 회사의 부정확한 보고에 기인했다고 주장하는 공개 조사를 인용했다.
“Dirty Dozen” 목록에는 아마존과 테슬라 외에도, 치명적인 페인트제거제를 사 용하고 판매한 Lowe’s, 불공정한 조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처벌한 농장 등이 포함되었다.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출처 : Amazon and Tesla listed among the most dangerous US workplaces, Engadget, 2018.4.25.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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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이하 ILO)의 국제기준과 한국의 법규를 비교
협약 비준만으로 산업안전이 달성 되는 것은 아니다 - ILO 화학물질 협약을 통해 보는 산업안전보 건법의 문제점
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작업상 사용되는 화 학물질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ILO의 국 제기준으로는 제170호 협약(작업장에서의 화학물질 사용상 안전 에 관한 협약 : 이하 화학물질 협약)이 대표적이다. 이 협약은 1990 년에 ILO에서 채택되었고 한국 정부는 2003년에 이를 비준하였다. 화학물질 협약을 비준했다는 것은 이미 한국의 법규가 작업상 화학 물질에 대한 규제제도를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화학물질에 관한 ILO 협약과 한국의 규정(산업안전보건법 제40조 ~ 제42조)을 매우 간단히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ILO
한국
안전상 의무 부과
사용자
화학물질 위험성 제출 의무 등
알 권리의 보장
노동자
물질안전보건자료 제공 등
감시 규제 역할 부여
정부
작업환경측정 결과 관리 등
위 표를 보면 한국은 ILO에서 규정하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 한 제도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서 화학물질과 관련한 안전조치들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 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산재들과 고 군분투하고 있는 반올림을 떠올려보자. 노동자들이 이상적으로 화 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잘 제공받았다면 자신에게 치명적 위험을 가 져다줄 수 있는 곳에서 그대로 일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 고 만약 계속 일하다가 쓰러졌다 하더라도 공정에서 사용된 화학물 질에 대한 정보가 있으므로 비교적 쉽게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 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지 않 조승규 공인노무사, 노동자의 벗
다.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의 제도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다.
20 2018년 5월호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서 다양한 문
모두에서 정부의 책임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
제 제기가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ILO의 지적에
인하였는데, 그렇게 계속 같은 지점을 확인하는
주목해보고자 한다. ILO의 지적을 통해 그럴듯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안전은 사업주의 의무와
하게 만들어진 한국의 산업안전 제도 안에 숨어
노동자의 권리를 단순히 적어두는 것으로만 달성
있는 문제점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ILO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의 실효성 확보
는 CEACR이라는 전문위원회가 있는데, 비준된
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협약이 각 국가에서 잘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하
작업장에서의 안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는 역할을 한다. 이 위원회가 2007년과 2010년,
현재 우리 관계 당국은 그런 태세가 되어있는지
2015년 3번에 걸쳐서 화학물질 협약과 관련하여
의문이다. 한참 부족한 특별관리물질 리스트 등
한국 정부에 지적을 한 바 있다. 그 지적 사항은
을 볼 때 계속적인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책임을 맡은 명확한 기관이 나 부서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있다면 제대로 운
첫 번째는 노동자의 알 권리를 대하는 태도의
영되는지도 의문이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정부의
문제이다. ILO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상
사업장 검사에서 법 위반율이 절반을 넘는 기괴
비밀로 숨기는 것을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두고
한 현상은 단순히 과태료 인상이나 더 조사하겠
있다. 이에 따르면 영업상 비밀의 주장은 1) 노동
다는 다짐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의 안전과 보건에 해가 되면 아니 되며, 2) 권한
산업안전에 대한 정부의 중요도가 근본적으로 변
있는 기관에 의해서 승인되는 방식을 통해야 한
해야 하고, 적절한 정부 기관과 인력, 제도가 준
다(화학물질 협약 1조, 18조). 그러나 한국의 현
비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행법은 1) 오히려 영업비밀 보호가 원칙이고 노 동자는 장관이 인정할 때만 이를 확인할 수 있으
화학물질 협약을 우리 정부가 비준한 지는 어
며 2) 법원에 가기 전까지는 사용자가 영업비밀
느새 15년이 되었다. 비준하지 않은 협약들도 상
이라 주장하기만 하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당히 많기 때문에 이들 협약의 비준을 위한 노력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영업비밀에 매우
도 필요하지만, 비준한 협약을 제대로 지키고 있
관대한 규정 때문에 지금의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는지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사실 한국 정부는
상당 부분은 영업비밀이라는 한 단어만 적힌 채
ILO 170호 화학물질 협약에 대해서만 지적받은
공란으로 비어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가 제
것이 아니라, 산업안전 분야에서 비준한 모든 협
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는 알 권리
약에 걸쳐서 지적을 받아왔다. 심지어 협약의 거
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져 있기는
의 모든 조항에 지적사항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정
하다.)
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계속 논의되 고 있지만, 그 개정안 이후에도 산업안전 제도가
두 번째,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의 부재의 문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다. ILO는 화학물질 협약과 관련한 3번의 지적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21
특별기고
6.13 지자체 선거 교육감 후보에게 묻는다 - 죽음을 부르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어떻게 답하시 겠습니까? 이숙견 상임활동가
2017년 1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해지방어 업무를 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사망하고, 이어 11월에는 제 주 음료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끊임없는 죽음은 산업 체 파견형 현장실습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 다가 두 달 만에 말을 바꿔, 2018년 2월 23일 조기취업을 유지하고, 오히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확대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에 전국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협의회와 부산·제주 현장실습 대책위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 고 전국 17개 시 도 교육감 후보들에게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5가지 주된 정책요구와 정책에 대한 후보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배포하였다. 5가지 요구내용과 질의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22 2018년 5월호
1. 죽음을 부르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교육부의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 적 정착방안’은 거부한다.
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직업계고 현장
그동안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고 문제투성이 개선방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구
은 전공과목의 실무를 익히는 과정이 아니었
태의연한 태도에서 벗어나 학생들을 위한 방안
다.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저임금
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기간제 노동자로 활용하고 학교와 시·도 교육
더 이상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으로 인한 인권
청은 취업률 향상을 위해 복무하였다. 직업교
침해와 사망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 차
육을 위한 전담 인력배치나 교육시설과 환경
원에서 신중한 검토와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
이 전무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이라는 미명
며, 여기에 시·도 교육청이 함께 대안을 마련해
하에 조기취업으로 활용된 것이다. 하지만 2월
야 할 때이다.
23일 교육부는 청소년 당사자들의 조기취업 요 구를 앞세워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 착 방안(안)’을 발표하면서 시·도 교육청과 지
실습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준비가 필요 한 시점이다.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의 미흡하
질의 1 귀 후보는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과정에서 죽거나 다치는 산재 사고, 노동인권 침해사 건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2월 23
자체에서 인정한 ‘현장실습 선도기업’이 마치
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을 수행할 수 있다며 조
정착방안(안)’이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기취업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하였고, 결국 책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을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 버렸다. 과연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이 인정한 ‘현장실습 선도기업’이 학습중심의 현장실습 을 얼마나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을까? ‘학습중 심의 현장실습’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기
질의 2 2월 23일 교육부는 시·도 차원에서 선발된 ‘현장실습 선도기업’의 경우 수업일수 2/3 출석 이후 채용 허용(조기취업 인정)하겠다는 입장과 관련해서, 귀 후보는 ‘현장실습 선도기업’이 학습중심의 직업훈 련 교육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업 내 교육시설 마련과 환경 조성이 중요하고,
학교와 교육청의 책임 아래 기업에서 실시하는 현장
기업과 시·도 교육청이 함께 미래의 인력을 양
실습 교육과정과 훈련계획 및 시설 등을 사전에 철저
성하기 위한 협력과 노력이 병행되어야 가능하
히 점검하고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제할
다. 하지만 현재의 기업, 시·도 교육청, 지자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더불어 현장실습 시 추후
는 그러한 현장실습을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지도와 점검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정조치를
되어있지 못하다.
2017년 한 해 동안에 2명의 현장실습생이
제대로 요구하고 교육청에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 각하십니까?
질의 3 귀 후보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과 관련해
사망하였다.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는 전
서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
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이후 교육부의
하십니까? 교육부의 방안과 별개로 교육청 차원에서
개선방안이 발표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즉각 중단하실 생각이 있습
서 또다시 발생한 사망사고이다. 지금은 산업
니까?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이유로 중단할 의 향이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23
특별기고
2. 투명하고 열린 행정으로 직업계고 현장실습 을 운영하고, 현장실습을 경험한 당사자의 의견 을 수렴하고 평가하라. “중기청과 노동부에서 선정한 우수기업에, 그리고 학교에서 발로 뛰면서 엄선한 산업체에 학생들을 보내고 있고, 학교와 시·도 교육청 차 원에서 추수 지도와 점검을 철저히 하고 있다.” 교육청이나 학교와의 면담과정에서 늘 듣는 이 야기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되풀이 되고 있는 특성화 고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인권침해 사건은 직 업계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 제대로 운영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교육청 담 당자, 학교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끔찍한 현 실이 공존하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전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협의회는 2017 년에 17개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특성화고 현장실습 운영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 였다. 하지만 17개 교육청에서 돌아온 대부분 의 답변은 ‘정보 부존재’, ‘미공개’로 답변하였 다. 교육부에서 이야기 하는 ‘학습중심의 현장 실습’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무엇보다도 교육청 과 교육부가 추진하고 집행하고 있는 현장실습 운영과정 전반을 학생, 학부모, 시민들에게 투 명하게 공개하여, 현장실습에 대한 우려와 걱 정을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대안적인 직업교 육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또한, 산업체 파 견형 현장실습(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포함)을 직접 경험한 학생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
로 반영하여 향후 현장실습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3. 직업계고 학교별 취업률 중심 평가와 취업률 중심의 예산 지원 정책을 폐지하라. 그동안 교육부는 과도한 취업률 공표와 취업 률을 중심으로 하는 예산 지원 정책을 고수해 왔다. 그 결과 시·도 교육청 및 학교에 과도한 취업률 경쟁을 요구하며 줄세우기를 하고, 단 위별 학교는 그러한 취업률 경쟁에 내몰려서 취업의 질에 대한 고려보다 ‘묻지마 현장실습’ 으로 학생들을 내보냈다. 이렇다 보니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과정에서 학생들이 겪는 문제 점과 산업체의 위법사항 등을 확인하여 바로잡 기보다는, 졸업 때까지 학생들에게 무조건 버 티거나 참으라며 강요하였다. 결국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복교하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산업체의 위법적인 요소가 있어 문제를 제기해 도 드러내지 못하는 등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더불어 중소기업청이나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는 재정 지원 사업도 선 정 기준이 취업률이기 때문에 학교별 취업률 경쟁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도 취업한 학생과 취업하지 못한 학생 간의 차별이 일상화되어 특성화고 학생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2017년 9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시·도 교육감에게 “취업과 관련한 홍보물에 특 정 학생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포함되고 있 고, 홍보물 게시 행위는 차별적 문화를 조성할
질의 4 후보는 현장실습 운영 전반의 내용을 투명
수 있으므로, 전국 시·도 교육감이 홍보물 게
하게 공개하여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의 알 권리를
시와 관련 학교에 대해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
보장할 의사가 있습니까?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경험한 학생의 의견을 현장 실습 운영 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시겠 습니까? 더불어 학생들의 현장실습 운영 평가 결과와 이를 반영 한 운영계획을 공개할 의사가 있습니까?
24 2018년 5월호
다.”라는 의견을 표명하였으며, 2018년 1월 결 정문을 전달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앞 현 수막은 오히려 더 많이 경쟁하듯 펄럭이고 있
다. 시·도 교육청과 학교는 취업 축하 현수막부
육을 받지 못하게 되어 전공의 25%를 듣지 못
터 당장 걷어내고 취업률 경쟁을 부추기고 강
하게 되는 것이다.
요하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학업성적관리지침]은 ‘모든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별, 각 학교
교육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돕
별로 발표하는 취업률 조사와 공식적인 취업률
기 위한 교육의 과정으로 실시하며, 평소 학교
공표를 없애야 하며,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취
에서 가르친 내용과 기능에 대하여 학생 개개
업률을 중심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폐지
인의 교과별 성취기준·성취수준에 따른 성취
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도와 학습 수행과정을 평가하는 방법을 적용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체 파견형
질의 5 귀 후보는 교육부의 과도한 줄세우기식 취업 률 공표를 거부할 의사와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별 취 업률 중심의 학교 평가와 취업률 공표를 폐지할 의향 이 있습니까? 더불어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장실습은 정확한 교과별 성취기준과 성취 수 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못 하며, 설사 마련한다고 하여도 각자 다른 기업 으로 파견되어 노동현장에 투입된 학생들의 성 취기준, 성취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 이
질의 6 귀 후보는 국가인권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결
렇듯 3개월 이상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
정(현장실습생 서약서 작성 등 17진정0415400)에
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인정점을 부
따라 관할 지역 내에서 특성화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
여하고 있기에,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나
등학교 취업률 현황 및 취업 현수막 게시를 금지할 의
가거나, 조기취업을 나가는 학생의 2학기 성적
사가 있습니까? 또, 학생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학생 및 학부모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현장실습 서 약서 작성을 중단 및 폐지할 의사가 있습니까?
은 대부분 1학기 성적에 준해서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문제는 대부분의 특성화고 현 장실습생 성적 처리 지침 중 ‘현장 실습 성적은 산업체에서 평가한 것과 학교에서 평가한 것을
4. 직업계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라.
학교 학업성적 관리규정에서 정하는 비율에 따 라 합산하여 실습 참여 학생의 성적으로 인정
특성화고 전문교과 시수는 학교별로 차이는 있으나 96~102단위 정도의 수준이며, 3학년 2학기 전문교과는 24~26시간에 달한다. 1학 년에 기초전공이론, 2학년에 기초전공실습, 3 학년에 전공 심화이론 및 실습수업이 주로 진 행되는데, 현행, 현장실습 운영 안에는 3학년
한다.’고 되어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산업체가 교육기관도 아니 고, 교육평가를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교육 평가권을 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직업계고 학생의 제대로 된 학 습권을 보장해야한다.
전체 수업일수의 3/2이상을 마치면 인증기업 으로 조기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10월부터 조기취업을 나갈 수 있다. 결국 조기취업하는 학생은 3학년 2학기 전공심화이론 및 실습 교
특별기고
25
특별기고
질의 7 귀 후보는 교육부의 개선방안 중 선도기업의
동인권 교육을 강화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구체
경우 2/3학기 이수시 조기 취업이 가능하다는 내용과
적인 실행계획은 사망 사건 이전과 크게 달라
관련하여 이러한 방침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진 것이 없어 우려가 된다.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한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한다면) 대안은 무엇입니까?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학교 교육 뿐 아니라 매체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노동법 지식을 알게 된 청소년은 아르바 이트 노동이나 현장실습 중 겪는 노동인권 침
질의 8 직업계고 학생의 3학년 2학기 학습권 보장에
해 상황을 알아차리고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
대한 방안을 제시해 주십시오.
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마음 놓고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이나 법적 권리 구제를 지원하는 체 계는 엉성하기만 하다. 노동인권 침해 예방과 사후 빠른 회복을 돕는 지원체계를 구축하지
5. 학생-교직원-학부모 대상 노동인권 교육 계 획을 수립하고, 침해된 노동인권 구제를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라.
않는다면 노동인권교육은 교육 당국의 알리바 이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1차 청소년보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주요한
호 종합대책(2013년~2015년)에서 지방노동
정부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존중 사
청과 알바신고센터를 중심으로 교육청이 참
회는 국민의 노동인권 감수성 향상과 노동기본
여하는 민-관 네트워크 구성(교육청, 지방청,
권 존중 인식의 변화와 확산 없이는 불가능하
지자체), 청소년 전담 근로감독관 지정(고용
다. 이를 위해 교육 당국은 노동존중 관점으로
노동부), 제2차 청소년보호 종합대책(2016년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학교는 학생-교직원-학
~2018년)에서 ‘부당행위 피해 청소년 원스톱
부모 대상 노동인권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등
지원 및 청소년 일자리 제공’(고용노동부, 여성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애써야 한다. 이에
가족부), ‘근로권익 침해에 대한 신고센터 기능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노동기본권 교육, 학생
강화’(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지자체) 계획
을 가르치기 위해 알아야 할 교육에서 나아가
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알고 활용
학교의 3주체(학생-교직원-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체감하기 어려
한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교
울 뿐 아니라 알고 있는 경우에도 접근성이 떨
육부에서 마련한 체계적인 노동인권 교육 계획
어지거나 일하는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과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일부 시 도 교육청
반영하지 못한 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
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동인권 교육은 그 규모
서 대책 발표 이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실효
와 대상, 방법 등에서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
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다. 특히, 2017년 LG유플러스 고객센터와 제 주 음료수 제조 공장에서 발생 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 선방안>을 마련하여 학생과 교원, 기업 대상 노
26 2018년 5월호
질의 9 귀 후보는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실시하는 노동인권 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은 무엇이어야 한 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질의 10 후보의 학생-교직원-학부모 대상 학교 노동 인권교육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입 니까?
질의 11 현재 직업계고 학생과 교사는 고용노동연
(현 교육감인 경우) 귀 후보는 재임 중 학생-교직원-
수에서 개설한 사이버연수 ‘산업안전 및 근로관계법’
학부모 대상 학교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였습니까?
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귀 후보는 주입식 온라인 교육
(실시하였다면) 실시 현황과 이에 대한 평가, 향후 계
방식과 노동관계법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 내용이 노
획은 무엇입니까?
동인권 교육의 방법과 내용에 부합하다고 생각하십니
(실시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향후 계획
까? 사이버 연수의 내용과 효과성에 대한 전면 조사와
은 무엇입니까?
보완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동의한다면) 전면 조사와 보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 십시오.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질의 12 현재 직업계고 학생과 교사는 고용노동연수 에서 개설한 사이버연수 ‘산업안전 및 근로관계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귀 후보는 주입식 온라인 교육 방 식과 노동관계법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 내용이 노동 인권 교육의 방법과 내용에 부합하다고 생각하십니 까? 사이버 연수의 내용과 효과성에 대한 전면 조사와 보완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동의한다면) 전면 조사와 보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 십시오.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질의 13 귀 후보는 아르바이트 노동 혹은 현장실습 중 겪는 노동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담 및 권리 회 복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교육청과 학교가 해야 할 역 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역할을 위해 어떤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특별기고
27
안전과 건강 칼럼
작업환경측정 결과 노동자가 온전히 볼 수 있어야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어떤 물질을 이용해 어
하지 않는 것이 항상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떤 완제품을 만드는지, 그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은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이
국가핵심기술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용되는지,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자신이 일한 공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
지 작업환경을 평가하는 것이 작업환경측정이
의 이름·사용량을 알 권리가 없는가? 특정 화학
다.
물질 사용량이나 사용한 화학물질이 기밀이라 면 그것이 기밀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산업안전보건법은 특정 화학물질을 취급하
하고, 기밀로 인정받는다면 이를 기밀로 분류함
는 작업장 환경을 6개월에서 2년 주기로 평가하
으로써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은 산업재해를 신청한
어떻게 해결할지 설명해야 한다.
노동자가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온전히 공개하 라고 요구하자, 반도체 공정은 국가핵심기술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알권리를
고 기술유출 위험이 있어 사용량·사용물질·공정
침해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영업비밀을 특정해
도가 포함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제출할
야 한다. 특정한 비밀이 노동자 안전에 위협이
수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 요구를
되지 않음을 기업이 증명해야 한다. 또한 화재·
수용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전사고·폭발 위험이 있을 때 이들 물질의 양· 특성을 알고 대처해야 할 안전보건전문가·소방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나와 있는 공정도는 작업환경측정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문가들과 어떻게 사전에 소통할지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측정 위치도다. 동그라미 네모 등으로 작업환경 을 측정한 위치가 표시돼 있다. 이러한 측정위치
작업환경측정은 외부업체에 의해 진행된다.
를 표시하는 그림이 기업비밀이 될 수 있는지 객
삼성이 아닌 다른 전문가에게 작업장 배치와 화
관적인 확인과 설명이 필요하다. 해당 공정이 국
학물질 내용·사용량 등을 이미 공개한 채 시작
가핵심기술인 것과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
된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고용노동부에 제
28 2018년 5월호
출하게 돼 있는 문서로 공무원들도 결과를 확인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업비밀 물질
할 수 있다. 많은 기업에서 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공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기밀유출
보고서 전체를 노동자들에게 공개하고 설명하
을 우려하며 일부 기업의 강력한 반대가 이어지
고 있다. 기술유출이 우려된다면 작업환경측정
고 있다.
기관 전문가에게 기술유출을 못하도록 한 조치 수준으로 정보를 제공받는 사람에게 요청하면 될 일이다.
정부는 기업이 쉽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불 필요한 규제를 풀고 여러 지원을 해 줘야 한다. 그러나 그 쉬운 기업활동이라는 것이 노동자 안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면, 산재가 업무와 관
전과 건강을 소홀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련해 발생했는지를 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
산업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를 위해서는 자신이 일한 현장의 작업환경측정
경험했다. 지금 우리는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
보고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물질에 얼마나
와 싸우고 있다.
노출됐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업 비밀이고,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노동자 에게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자신의 질병을 증명하라는 것인가?
영업비밀 물질이고 기술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 우 사업주가 입증책임을 지거나, 영업비밀 물질 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모두 산재를 승인하는 것 이 맞는 논리다. 현재 새롭게 개편되는 산업안전 보건법에서는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노동자 알
* 이 글은 매일 노동 뉴스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 노동자
김형렬 운영위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안전과 건강 칼럼
29
사진으로 보는 세상
30 2018년 5월호
지난 4월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맞이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은 노동자를 산재사망으로 내모든 재벌과 위험의 외주화, 노동시간특례 폐지 등을 요구했다. 사진/글 선전위원회
사진으로 보는 세상
31
현장의 목소리
어느 웹디자이너의 과로자살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 유족 장향미 님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제 이름은 장향미입니다. 제 동생은 장민순이고요.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는 ‘평범한’이란 단어에 힘을 줬다. 동생 죽음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무엇이 동생을 그렇게 만 들었는지, 무엇이 문제였고 해결되어야 다시는 이 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지 수 없이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 던 곳의 문을 두드렸다. 바로 서울남부지역 노동 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였다. 함께 자 료를 모아 분석하고 결국 회사의 강압적 ‘야근’이 문제였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게 장향미씨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려진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 진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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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의 일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 건 당연하다고
평소에도 불면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잠 잘 시간도
생각했어요. 동생이 왜 죽었는지, 뭐가 문제인지 꼭
없어서 늘 피곤해 했죠. 주말이면 자기 방에서 잠만
알아야 했거든요. 저는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그만두
잤어요. 밥 먹으라고 깨우면 일어나지도 못하고 계속
면 제가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무
잠만 자는 경우도 있었고요. 평일에는 잠을 거의 못
엇보다도 동생이 하고자 했던 일을 제가 하고 싶어요.
잔다고 했어요.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요.
저 혼자 힘으론 불가능할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대책
당연히 건강도 좋지 않았죠. 초반엔 몸무게가 굉장히
위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
많이 빠졌어요.”
아요.” 회사에 매여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당연히 친구, 디자이너로서 열정이 많았던 동생의 죽음
가족의 얼굴조차 볼 시간도 없었다. 아침에 화장 할 시간조차 사치였다. 동생은 집에 와서 화장을
“제 동생은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천부적으로 디자인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열정이 많았어
지울 기력조차 없이 잠드는 때가 많았다.
요. 자기 꿈도 방에다 써놓았죠. 디자인에 도움이 되 는 건 뭐든 배우려고 했어요. 서양화부터 디자인 강연
결국 장민순 씨는 지난해 12월 2일 언니 앞에서
같은 것도 찾아다녔죠. 디자인에 영감 주는 건 뭐든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잠은 자면서 하냐? 머리
사진으로 찍어놓고 기억했어요. 저는 디자인을 전혀
가 맑을 때 일해야 한다’는 상사의 말에 폭발한 장
모르는데, 그런 저를 붙잡고 디자인 얘기를 한 게 동
민순 씨는 대성통곡을 하며 업무의 과중함과 상사
생이었죠.”
의 문제를 털어놓았다.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그 리고 결심했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덮어놓을 수만
그런 그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장민순씨 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2년 8개
은 없다고. 바로 다음날 12월 2일 자매는 고용노 동부 강남지청에 근로감독 진정을 접수했다.
월을 근무하는 동안, 거의 1년을 야근 제한 기준을 넘기도록 일했다. 그의 포괄임금계약, 실제 근무 시간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만성 과중한 업무로 인 한 뇌·심혈관 질환의 산재인정 여부 판단 기준인 발병 전 12주 평균 업무시간인 60시간에 거의 근 접한다. 특히 2017년 11월 한 달 간 집중적 야근 이 이뤄졌다. 20시 이후 퇴근이 14회에 이르고 밤 0시 이후 퇴근도 4일이나 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은 ‘올해(2017년) 근로감독을 나가는 일정이 모두 끝났으니, 내년 (2018년) 2월 이후에 신고 들어온 다른 업체들과 묶어서 근로감독을 나가겠다, 갑자기 단독으로 이 업체만 근로감독을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따위의 답변을 내놓고 자매의 SOS 신호 를 무시했다. 결국 자매가 나서서 진정 준비에 들 어갔고, 필요한 자료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야근문제가 굉장히 심하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 어요. 그래서 그만두라고 얘기를 많이 했죠. 하지만 그만두지 않았어요. 잘해보고 싶다고 그랬거든요. 우 선 잠 잘 시간이 없는 게 제일 큰 문제였어요. 동생이
해가 넘어가고 18년 1월 2일 동생은 언니에게 출 퇴근 교통카드 기록을 보냈다. 그게 동생의 마지 막이었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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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업무과중, 일터 괴롭힘… 동생을 괴롭혔던 것들 “한 명, 두 명씩 계속 만나면서 동생이 왜 죽었는지 를 알고 싶어 계속 만났어요. 만난 분들이 공통적으 로 한 얘기가 있어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업무지 시, 체계적인 관리나 운영시스템이 전혀 없고, 업무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 투명하지 않은 의사결 정 구조, 심각한 야근 문제요. 이게 다 에스티유니타
야근 없는 일터는 가능하다 흔히 IT(정보기술) 업계와 같은 열정, 창의, 젊음 을 강조하는 산업에선 야근은 어쩔 수 없다는 소 위 불문율이 존재한다. 이 말의 함정과 문제점, 그 리고 정말 IT 업계에서 야근은 없앨 수 없는 것일 까.
스라는 회사에 다녔던 분들이 한 얘기예요. “넷마블도 불가피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의 문제가 많은 곳이니 경력이 있는 분들은 오래 남지
없어졌죠. 그건 회사의 의지예요. 야근을 없앨 수 없
않고 퇴사해요. 그러다보니 신입분들이 잘 몰라도 일
다는 건 말이 안돼요. 사실 이 문제는 공짜로 사람을
을 맡아요. 여기 디자인부서는 디자인 말고도 요구
부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포괄임금제로 묶어서 야간
받는 게 많았어요.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기획도 볼
수당을 넣어버리면 얼마든지 일을 시킬 수 있죠.”
줄 알아야 했죠. 그런 것까지 디자이너가 다 한 거예 요. 제 동생도 그랬고요. 그런 식의 야근이 많았다고
대책위와 장향미 씨의 요구는 ▲ 직장 내 야근
해요. 문제는 그 야근이 생산적인 게 아니고, 대표나
근절, 직장내 업무 스트레스 야기 환경 개선 ▲ 에
상사에게 보고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데 그게 계속 까
스티유니타스의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방지대
이고, 까이고 그러다 보니 야근이 잦아지고요. 그런 식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자기 이름 걸고 디자인이 나 가는데 만족스럽지 않게 나가니 자기 성취감도 없죠.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기계처럼 뽑아내니까요.”
책 마련 ▲ 책임 있는 직장 상사에 대한 징계이다. 그 중 가장 우선순위는 에스티유니타스의 야근 근 절이다. 유족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물었다.
더불어 중요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장시간 노동과 업무 과중도 문제였지만, 직장상사 에 의한 괴롭힘과 주말 무료 노동도 고인을 힘들 게 한 요인이었다.
“동생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서요. 동생이 죽기 열흘 전 가족들에게 얘기했거든요. 야근을 없애고 싶다고 요. 그래서 제가 이걸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 료 분들 만나면서도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우울증상 을 겪은 게 제 동생만의 일이 아닌 걸 알게 됐고, 재
“회사 홈페이지만 보면 권위적인 것과 정반대를 강조
직자 중에서도 많이 겪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빨리
해요. 저도 이번 일이 있기 전에 여기가 그렇게 문제
야근을 없애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가 많은 곳일줄 몰랐죠. 모두 회사가 홍보하는 이미 지는 가짜라고 하시더라고요. 회사의 사내문화도 자 유롭게 참여한다고 하지만 사실 다 강압적이고, 인사 고과에 반영한다고 했어요. 주말 응원 이벤트부터 시 작해서 사내 합창대회, 체육대회 이런 행사도 모두 요. 도대체 이게 자발적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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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인한 동생의 우울증 악화 회사가 얘기한 대로 고인은 평소 우울증을 앓아 왔다. 에스티유니타스에 입사하기 전 2015년 5월 엔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된 상태였다. 하지
사진 : 민주노총
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2년 7개월 동안 비인간적
“야근 없는 회사가 제 동생의 유지예요”
근무환경,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 되었고 과중한 업무로 인해 주치의에게 제때 상 담,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겨우 가까운 병원에서 약
그는 대책위 활동을 통해 사회 곳곳의 아픔을 주목하게 됐다.
처방전으로 대신한 것이 무려 10차례나 됐다. “사실 저는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 결국 장민순 씨는 2017년 9월 우울증 악화로 휴직했다 복직했지만, 회사는 11월 한 달간 살인 적인 야근을 시켰다. 4명이 해야 할 일을 고인에
나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방관자였죠. 내 가족만 아니면 되고, 직접 나서기는 귀찮고, 내가 이걸 하다가 혹시 불이익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해주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
게 모두 맡겼다. 인력 충원도 없이 말이다. 그러면
왔어요. 뉴스에 나오는 일들이 저한테 일어날 거라고
서 회사는 고인의 죽음의 원인은 우울증이라고 책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당사자가
임을 회피하고 있다.
되고 보니깐 나쁜 일은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더라 고요. 다 각자를 위해 조금씩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제 동생의 죽음은 우울증이 원인이 아니고, 과로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명백히 사회적, 회사의 타 살입니다. 유난히 회사에 충성하는 분위기가 강한 우
노력한다면 내가 약자가 됐을 때 조금은 나은 세상이 되어 있겠죠?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교육 업계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바꾸고 싶어요.”
리나라와 일본에 과로자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적 요인으로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해요.”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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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다 (2)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최진일 조합원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일터>는 지난 2010년부터 3년여간 [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코너를 통해 전국의 노동안보건 활동가들이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개인적인 고민과 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독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었다. 그리 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때 활동가들은 어떤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지, 새롭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분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다시 시작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는 충남 서산에 있는 동희오토에서 자동차를 만들면서 지역에서 행복한 서산을 꿈꾸는 노동자모임(행서모) 노동안 전보건 활동을 하는 최진일 조합원을 만났다.
황재민 씨 산재 인정 투쟁에 돌입
이 통했는지 사전에 무슨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끝장을 보고 갈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황재민 씨 산재는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보니 워낙 복잡한 문제여서 이것저것 확인할 자료가 많이 필요 했다. 회사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는 자료에 대 해서도 반박할 근거를 만드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내용적인 준비를 마치고 근로복지공단에 갈 때도 이 미 불승인 한 사건을 재심사해달라고 요청하는 초유 의 일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다. 동료들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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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은 생각보다 쉽게 재심사를 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회사가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한 점, 노동조합이 대응해서 싸우고 있는 점, 공단 내 여러 복잡한 문제로 잡음을 만들면 안 되는 상황으 로 인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운이 좋다면 좋았다. 다시 산재를 신청하면서 현장
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도 있는 상황이
재해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근로복지공단과는 이야
다.”
기가 풀리는 데 문제는 회사를 설득하는 거였다. 회 사는 현장 조사를 하면 노조에서 누가 참여 할거냐, 민주노총 조합원은 때려죽여도 참여시킬 수 없다고
노동조합은 황재민 씨 산재 인정 이후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나갔다.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논의를 해서 노조 추천으로 한노보연 이훈구 활동가가 현장에 들어가기로 결정 해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처음으로 현장 조사를 나오다보
“노동강도가 워낙 높으니까 현장에서 근골 환자를 찾는 캠페인, 잠깐 쉬는 시간에 앉을 수 있는 의자 놓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장엔 의자랄 게 없어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박스를 깔고 앉았었다. 그래서
니 회사는 물론 동료 노동자들에게도 사하는 바가
노동부에 진정하고 현장조사 하면서 현장을 휘젓고
굉장히 컸다.
다니니까 회사에서 의자를 주더라. 조금의 변화는 만들었는데 제일 문제인 노동강도 자체를 낮추는
“동료가 일하다 다쳤는데 산재를 신청하는 것도 처
것까지는 아직 못가고 있다.”
음이었고, 재해 조사를 나오고 산재 인정까지 과정 을 지켜보는 것도 처음인지라 현장 이슈가 됐었다. 이후 투쟁 끝에 결국 황재민 씨는 산재를 인정받았
지역 활동을 고민하게 한 행복한 서산을 꿈꾸는 노 동자 모임, 행서모
다. 다들 고생 많이 했는데 무엇보다 황재민 씨가 장 해가 계속 남을 건데 그나마 산재를 인정받아서 앞
“조합원이 소수다 보니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으로 남은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한 게 사실이었다. 사실 동희오토에 있는 활동
무엇보다 당장 보상을 얼마 받았느냐보다 굉장히 비
가들은 지역에서 하는 역할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극적인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
많은 사람들인데 현장에서 소수노조라는 이유로 답
어서 보람을 느꼈었다.“
답한 상황에 놓여있는 게 뭐랄까, 되게 아까웠다. 동희오토에서 민주노조 운동이 안 되고 힘든 건 누
산재인정 투쟁 이후 조금씩 변화하는 현장 “동료들이 산 재인정 투쟁 전체를 지켜봤기 때문에 현장에 민주노조가 있다는 게 알려졌고, 저 친구들 이 몇 안 되지만 제대로 활동한다는 인지도가 생겼
구의 잘못이라기 보다 전체 비정규직 운동, 전체 노 동조합 운동이 침체되는 거랑 분리할 수 없는 문제 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찌 되었건 지 역 운동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해보자 하는 고민을 하다가 행서모 활동을 고민하게 되었다.”
다. 그리고 현장 노동조건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 에는 체조를 근무시간 15분 전에 의무적으로 했는
행서모는 몇 달씩 지역 운동에 대한 토론과 의
데, 현장조사가 시작될 즈음 체조를 자율적으로 바
제별 소모임 등을 진행했고, 박근혜 퇴진투쟁과
꿨다. 설비도 변화가 있었는데 자동차 테일게이트
세월호 3주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뒤 뚜껑)과 후드(앞뚜껑)를 이송하는 리프트를 설치
했다. 회원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기획들이 제
했다. 설치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작업하는데 도움
출되었고 그 중의 하나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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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동희오토와 지역 활동,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안전보건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모였다.
하는데 솔직히 벌여 놓은 일이 많아서 그럴 시간이 없다. 동희오토는 노동조합 회의도 있고 하니까 논
“한 차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여기 모였던 사람들 이 ‘노안활동가모임’를 구성해서 지금 두 번째 프로 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 외에도 3.8 여성의 날 행사나 청소년 대상으로 헌법을 강의 하거나 지역에 산업폐기물매립장, 소각장 등이 들어
의를 하는데 사실 지금은 답이 안 나온다. 당장 현장 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 고 주간 연속 2교대와 같이 현장에 쟁점이 있을 때 노동조합에 입장을 내고 선전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
오는 문제가 있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같이 대 응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 ‘새움터’라는 노동안전센
지역과 현장을 꼭 나눠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
터를 만들었는데 그 활동에도 함께하고 있다. 특히
래도 지역에서 활동이 활발할수록 현장에서의 활
세월호 4주기 추모행사는 ‘안전사회를 위한 실천의
동 시간과 고민이 부족한 문제는 계속 고민이 될
날’이라는 이름으로 안전과 생명에 관한 의제를 다
것 같아 이점에 관해서 물었다.
루는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준비하고 있 다. 이런 과정에서 어쩌다보니 제가 상근자처럼 활 동하고 있어 바쁘게 지내고 있다.”
“동희오토를 보면 현장 노동자들이 사측에 압도적으 로 장악 돼 있다. 그러니 조합원을 조직하고 활동가 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아예 노동조합이 없는 사
이전과는 다른 방식을 고민하는 요즘 “개인적으로는 지금 운동의 문제, 위기를 편하게 얘 기해보자면 여러 ‘경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활동가와 대중, 조직된 노동자 와 미조직 노동자,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 그렇 다면 이런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지역 운동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고, 조직 자체도 기존의 방 식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행서모는 대표자나 집행국을 두지 않고 여러 팀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개인들 차원에서는 수평적 인 연대와 협력을 지향한다. 그런 지향에 맞게 모임 을 운영할 생각이다.”
업장에서 노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민주노조가 있다 가 깨진 사업장이라 더 어려운 것도 같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활동가를 양성하는데 관심이 없다. 오 히려 활동가들이 자기랑 똑같은 사람을 만들려고 하 는 거 그게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행 서모는 굉장한 모순덩어리인 곳인데. 활동 목표나 방식은 활동가와 대중의 경계를 넘어서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한다. 그런데 실제로 행 서모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견 디기 어려운 피로와 스트레스를 견디며 활동을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좀더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 는 흔히 대중→조합원→간부→활동가→혁명가 이런 단계와 경계를 두는데 사람들은 무조건 단계적으로
최진일 조합원은 충분히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성장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노동조합 체계에서는 활동을 펼치기 막막 했던 사람들이 지역에서 능력을 펼치는 것을 보면
그래도 결국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조직하는 것
즐겁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 동희오토에서 현장
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텐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
활동에 공백이 생기는 건 아닌지 물었다.
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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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활동의 끝은 조직을 만드는 거였다. 그런
자아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는 개인적 자아가 부딪
데 조직을 만들고 나니까 결국엔 여기도 저기도 조
히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직만 다를 뿐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러면 그 조직은 활동력도 힘도 없다. 지금은 우리가 3.8 여성의 날 집회를 한다고 하면 어떤 내용을 준비해서 어떻게 그 운동을 발전시킬 건지가 중요한 거 아니냐는 생
앞으로도 서산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물었다.
각이다. 그런데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열심히 뭔 가를 했으니 그걸 계기로 모임이나 단체를 만드는 걸로 귀결되는 걸 너무 많이 봐왔다. 행서모는 조직 을 만드는 데 관심을 크게 두지 않을 거다. 기존에 운 동 관행과 질서와 다르게 의제와 가치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면서 틀과 형식을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
“지금 같이 활동하는 분들과 오래 같이 지내고 싶다. 비슷한 연배인 활동가들이 땅을 사서 같이 노후 대비 를 한다는 얘기도 있더라. 이제 저도 이제 그런 이야 기를 해야 하는 나이인가 싶은 생각이다.”
한다. 특히 노동조합 운동이 기존에 틀을 벗어나서 다른 활동을 고민해보거나 기획해보는 것 자체가 너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렸다.
무 없는 것 같아 이런 고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다.”
“행서모가 만들어질 때 종종 하던 이야기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운동이 이 만큼 망했다 그럼 우리가 잘못
개인적인 꿈과 목표는
해서 망한 거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가 밥 먹듯 하는 활동이 잘못된 걸 수도 있다는 의심해보자 이런 이야
“사실 동희오토 들어갔을 때 즈음 너무 나대지 말고
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고 해왔던 방
그냥 내 주변 사람들만 지키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식에 대해 의심해봐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것
마음먹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아서 활동
같다. 지금도 아차 하면 어떤 문제들은 익숙한 방식으
에 있어서나 개인적으로 꿈, 목표 그런 건 없다. 가끔
로 해결하고 돌이켜보면 잘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앞
은 이런 생각을 넘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사회적
으로 이런 고민을 같이 나누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 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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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또 다른 이야기 컴퓨터 그래픽과 캘리그라피 디자이너 이현진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A-Z 다양한 노동이야기>가 만난 사람은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지 금은 캘리그라피 작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이현진 님이다. 이현진 님은 디자인 노동자로 겪었던 어려움, 한국의 남성 중심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문화로 인해 겪었던 상 처,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나이의 여성으로서 느 끼는 여러 고민을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이 인터뷰는 4월 18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진행했다.
나를 소개한다면 “제 이름은 이현진이고요 아도르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 중이에요. 아도 르라는 이름도 많이 궁금하실 텐데, 어도얼이라는 고어에요. 러브라는 뜻 인데 사람들이 편하게 아도르라고 불러서 지금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가 돼야겠다 생각한건 아버지가 표구사를 하셨거 든요. 그 영향도 받고 재능도 물려받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386 컴퓨터 시 대가 되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멋져 보여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 너가 돼야겠다 마음먹었고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이현진 님은 본인을 소개하면서 지금껏 주어진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재 미있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어려운 상황을 지나왔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해주셨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치였던 회사 생활 “저는 15년 동안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규모 있는 회사 디 자인팀에서도 있었고 작은 에이전시 회사에도 있었고요. 회사 생활이 쉽지 는 않았어요. 한국은 집단주의 사회잖아요. 그래서 저처럼 혼자 일 잘하는 사람을 싫어해요. 저는 항상 동료나 상사한테 미움을 받았어요. 저를 좋아 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나댄다’고 싫어하더라고 요. ‘제발 일 좀 적당히 하자, 왜 그렇게 혼자 튀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 어요. 개의치 않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당연히 상처가 됐어요.” 이현진 님은 계속해서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본인 탓이 아닌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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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자신을를 탓하게 될 정도로 마
각하기가 쉽지 않아요. 본인이 ‘내 탓이
음에 상처가 생겼다.
아니다’를 깨닫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 하면 이 고민이 계속되는거죠. 저는 회
“저는 회사 다닐 때 마지노선이 2년이
사에서는 사람들과 관계가 좋지 못했지
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면접장에선
만, 밖에만 나오면 제 실력을 다들 인정
제가 계획적으로 2년마다 그만두는 거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오랜 시간 끝에
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만약에 제 성격에
결심해서 밖으로 나오기로 했죠.”
문제가 있었으면 한 달도 못 버티고 그 만뒀겠죠. 이런 상황이 서른 살부터 작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는 남성 상사
년까지 계속 됐어요. 저는 잘못한 게 없
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까지 받았
는데, 억울한데 결국에 나만 회사를 그
었다고 한다.
만두고 도망 나오니까 나한테 문제가 있 는 건가 싶었죠. 한국은 참 이상한 게 무
“남자 상사들이랑 후배 여자 직원이 저
조건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자가 칭찬을
를 왕따 시켰어요. 저를 어떻게든 회사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일도 못 하
에서 내보내려고 그랬다는데 처음에는
면서 무능력하게 회사에 오래 버티고 있
왕따 당하는 줄도 몰랐는데 나중에 막
는 게 사회의 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 직원이 저한테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정말 많아요. 흔히
요. 그런데 왕따를 시키는 이유는 없데
말하는 꼰대들이죠.”
요. 그런데 이번에도 또 이런 일을 겪게 되니까 ‘아 회사에서 일을 잘 하면 그저
회사를 다니는 많은 노동자들이 이현
더 많은 일이 올뿐이고 열심히 하면 동
진 님에 이야기에 공감하고 다들 그런
료들에게 왕따를 당하겠구나’ 이런 생
경험들이 한 두 번쯤은 있을 것 같다.
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하루는 남자
“맞아요, 정말 많아요. 그리고 정말 본
과장이 회의실로 불러내더니 자기한테
인 문제가 아닌데 당사자는 그렇게 생
좀 싹싹하게 굴 수 없냐고 그러는 거예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41
요. 그래서 저 되게 싹싹한데 모르시냐고 물
있어요. 디자인이라는 게 새로운 걸 만
었더니 아니 여자답게 웃으면서 상냥하게
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대해 달라는 거죠. 너무 화가 나서 당신 딸
요. 디자인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
이 나중에 회사 다니는데 남자 상사한테 이
는 것들 혹은 관찰하지 않는 것을 조합
런 이야기 들으면 어떨 것 같냐고 따지니까
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작
또 그런 뜻은 아니래요. 결국, 그 일로 회사
업 같은 거예요. 그래서 디자이너는 관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어요.”
찰력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하 나 디자인은 재배치가 중요한 것 같아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의 삶
요. 닌텐도 게임기가 나왔을 때 대중들 이 그랬죠. 어떻게 이 게임기를 만들게
“디자인 쪽은 3D도 아니고 4D라고 봐야 해
되었냐고요. 그랬더니 닌텐도 사장이
요. 어느 회사나 디자이너 인건비를생각 안
그런 말을 했죠. ‘사람들이 손쉽게 들고
해줘요.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해주지 않는
다닐 수 있는 무엇과 게임을 합쳤다’ 그
회사도 태반이고요. 저녁 있는 삶도 어렵죠.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의미하는
회사는 마감 끝나서 조금 쉴만하면 일을 들
게 있다고 생각해요.”
고 오고, 퇴근이 6시인데 5시 반에 담당자 한테 연락 와서 디지안 수정하고 퇴근하라
캘리그라피 작가로 새로운 출발
고 연락 오고요. 일은 많이 하는데 돈은 또 안돼요. 제일 어려운 부분이죠. 십 년을 일
이현진 님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병행
해도 대기업 초봉도 안돼요. 그리고 갑인 회
했던 캘리그라피 작가 활동을 본격적으
사에서 요청하는 디자인을 만드는 경우가
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 회
많기 때문에 을이다 보니 갑에서 요청하는
사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거에 일일이 맞춰주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만들고 전시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 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15년이라는
“제가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시간 동안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나이거든요. 그래서 여성으로서 회사에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서 일하면서 겪는 고민과 고충을 2015 년부터 카카오 그룹에서 운영하는 브런
“저는 일을 너무 좋아했어요. 스트레스를
치라는 곳에 글을 썼어요. 그랬더니 이
많이 받는데 결과적으로 이거 아니면 다른
번에 만년필을 만드는 회사에서 제 이
건 없었던 거예요. 저의 언어, 회사가 원하
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전시해보자고 이
는 언어를 시각적으로 만드는 작업이 너무
야기가 돼서 진행하고 있어요.”
좋았어요. 사실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42 2018년 5월호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 러일으켰는지 궁금했다.
해봐서 그런가 자기가 천재인 줄 알고 다른 사람 말도 잘 안듣죠. 진짜 디자이 너가 일하는 환경이 빨리 바뀌어야 할
“제일 인기 있던 글이 ‘싹싹하게 굴지
것 같아요.”
마’ 인데 아까 저를 조용한데로 불러내 서 자기한데 싹싹하게 굴면 안 되냐고 했던 남자 과장하고 나눴던 이야기인데 요. 많은 사람이 공감해줬는데 사실 씁 쓸하기도 했어요. 많은 사람이 이런 이 야기를 들으면서 사는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죠.”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 의 일상
디자이너의 삶이 바뀌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디자이너의 일에 대해서 가치를 인정 해주지 않는 게 가장 문제예요. 이쪽 업 계에서 하는 말이 남산에서 돌 던지면 맞는 사람이 디자이너라고 할 정도로 정말 많은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거든 요. 그런데 현장은 너무 열악하죠. 그래 서 일단은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 디자
아무래도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니 아픈 곳은 없는지, 최근 과로와 일터 괴
인 일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는 사회 인 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롭힘으로 사망한 웹디자이너의 이야기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
마지막으로 캘리그라피 작가로써 언
다.
제까지 활동할 생각인지 물었다.
“저는 목이랑 허리 디스크 있고요. 터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니깐 죽을 때까
널증후군은 기본이에요. 근육 주사도
지 해야죠. 좀 거창하게 말하면 제가 붓
맞고 MRI, 위내시경 검사도 정기적으
을 들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그
로 받아요. 디자인 할 때는 한 번 자리
리고 <82년생 김지영> 소설이나, 미투
에 앉으면 5∼6시간 이렇게 작업을 하
운동이 사회적 이유가 되고 있는데 이
거든요. 이렇다보니 거의 모든 병이 다
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이슈가 되기를
있다고 보면 돼요. 웹디자이너분이 자
바래요. 남자든 여자든 이 문제에 심각
살했다는 이야기는 지금 처음 들었는데
성을 알았으면 해요.”
요. 저도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해 봤는 데 그런데는 대부분 사장이 스티븐 잡 스 병 걸린 애들이 많아요. 젊은 꼰대라
* 아도르 캘리그라피 @adore_calligraphy, brunch.co.kr/@adore
고 해야 하나 어린 나이에 한 번 성공을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43
노동자 건강 상식
알아두면 도움이 될 고지혈증에 대한 상식 이번 달에 이야기 할 내용은 고지혈증입니다.
과, 총콜레스테롤이 180mg/dL 이하인 사람의
한국 3대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30년간 생존율이 84%였으나, 총콜레스테롤 수
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3명 중 1명이 고지혈
치가 269mg/dL 이상인 사람의 생존율은 67%
증이라고 합니다. 고지혈증이란 쉽게 말해서 피
로 감소하였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에
속에 기름이 많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에 건
게서 관상동맥질환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
강검진을 해보면 고지혈증이라고 결과가 나오
연구를 통해 현재는 당연하게 알고 있는 흡연,
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육류섭취가 늘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등이 심장질환의 위험요
고 운동은 부족하다 보니 자꾸 혈액 속에 콜레스
인으로 밝혀지게 됩니다.
테롤이 늘어나는 겁니다. 콜레스테롤이 적당히 있으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만들고 몇 가
고지혈증은 증상이 없고, 그 자체가 질병은 아
지 호르몬도 만들지만, 너무 많은 콜레스테롤은
닙니다. 이렇다 보니 환자들이 굳이 치료를 받아
혈관에 죽처럼 달라붙어 혈관을 막기도 하고 혈
야 할 필요성을 덜 느낍니다. 또한, 약을 먹어도
전 때문에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 치명적인 질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약을 먹다가
환의 주범이 됩니다.
도중에 중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고지 혈증을 치료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앞의 프레
심장질환에 대한 유명한 프레밍햄 연구가 있 습니다. 1948년 매사추세츠의 프레밍햄이라는
밍햄 연구에서 드러났듯 고지혈증으로 인해 뇌·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작은 도시에서 지역주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심장질환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역학조사를
고지혈증은 혈액검사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
시작하게 됩니다. 지역주민의 나이, 성별, 동반
습니다. 검사를하기 위해서는 8시간 이상의 공
질환, 혈압, 혈당 등 여러 정보를 확인하고 수십
복이 필요합니다. 검사 결과는 총콜레스테롤, 중
년 동안 지역주민을 관찰하여 심장질환이 어떤
성지방, 좋은 HDL 콜레스테롤, 나쁜 LDL 콜레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스테롤의 수치 결과로 나옵니다. 이 중 나쁜 콜
연구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는 심근경색
레스테롤인 LDL은 동맥경화에 주범이 되는 콜
증과 심장사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졌습
레스테롤입니다. 좋은 HDL 콜레스테롤은 혈
니다. 31세에서 39세 남자를 30년간 추적한 결
액내의 콜레스테롤을 간에서 분해시켜 동맥경
44 2018년 5월호
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콜레스테롤로서 높을수
때문에 고탄수화물 섭취도 고지혈증의 원인이
록 좋습니다. 따라서 고지혈증을 진단하고 치료
됩니다.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아도 고지혈증은 충
하는데 중요하게 보는 것은 나쁜 LDL 수치입니
분히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다. 그리고 환자의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나 이, 고혈압유무, 흡연유무, 심혈관질환유무, 당
또한, 고지혈증 약 복용 후 콜레스테롤 수치가
뇨유무)를 보고 약물치료를 여부를 환자에 따
정상이 되어서 약물을 끊어도 되지 않냐고 많은
라 개별적으로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위
분이 질문합니다. 하지만 고지혈증 약을 끊게 되
험인자(고혈압, 고령, 가족력, 흡연)가 없는 사
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약을 복용하기 이전의 상
람이 LDL이 130mg/dL이라면 고지혈증 약 복
태로 서서히 올라가게 됩니다. 물론 체중 감량이
용이 필요하지 않지만 당뇨가 있는 경우에 LDL
나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을 꾸준히 했다면
130mg/dL은 고지혈증이 있다고 판단하고 약물
콜레스테롤 수치를 목표치에 맞게 조절할 수 있
치료를 하게 됩니다. 당뇨가 있으면 심혈관질환
지만 약 복용이 필요할 정도로 콜레스테롤 수치
에 걸릴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높기 때문에 정
가 높은 경우 대다수 약을 끊으면 콜레스테롤 수
상인에 비해 적극적으로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치는 올라가게 되고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성도
것입니다.
증가합니다. 따라서 고지혈증 약은 꾸준히 복용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고기를 잘 먹지 않는데도 콜레스테롤이 높다 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몸의 콜레
개인적으로 고지혈증이 의료화 즉, 과거에는
스테롤은 몸 안쪽, 정확히는 간에서 만들어지는
치료의 대상이 아닌 것이 의학의 발전으로 치료
것과 음식 섭취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 두 가지가
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고 정상인들도 환자를 만
있습니다. 식사로 섭취되는 콜레스테롤 이외에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도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 집니다. 간에서
요즘은 고지혈증 약이 당뇨의 발생과 연관이 있
만들어지는 비율은 70-80%로 많고 음식을 통
다는 연구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고지혈증 약을
해서 얻어지는 비율은 20-30%로 작은 편입니
통해서 얻는 이익이 워낙 뚜렷하다고 알려져서
다. 즉, 고기를 잘 먹지 않는 경우에도 간에서 콜
검사를 몇 번 해도 고지혈증으로 나오는 경우는
레스테롤이 많이 만들어지면 고지혈증이 생길
약물 복용 하는 것이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탄수화물의 섭취가 많
방법이겠습니다.
으면 간에서 탄수화물이 중성지방으로 변하기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 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5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진단보다 치료가 우선
서울 시내의 지하철 건설 현장으로 출장 검진
산재 사고의 위험이 크고 작업자들 간 의사소통
을 나간 날이었다. 새벽부터 때 묻은 작업복에 안
을 하며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귀마
전화 차림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던 노동자들은
개에 귀덮개 까지 할 정도로 차음 하는 것은 불가
한창 정선에서 채광이 한창이던 때 갱도로 내려
능에 가까웠다. 때문에 다른 건설 현장에 비해 소
가려는 광부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서울 한복판
음성 난청인 노동자들이 훨씬 많고 그 정도도 심
에서 보는 1970년대 광부들의 모습에 이질감을
각했다.
느끼던 것도 잠시, 이내 정신없는 문진이 시작되 었다. 문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 볼멘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청력 검사를 하고 수십 명의 소음성 난 청자가 나와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볼멘소리 가 나올만하다. 위험해서, 작업의 특성상 귀마개
“매년 똑같은 폐기능 검사, 청력 검사를 뭐하러
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대로 청력 손상을 두
하느냐” “검사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나아질
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럴 경우 매우 큰 소
것도 없는 그런 검사들을 병원이 돈 벌려고 하는
리는 줄여주고 주변의 작은 소리는 반대로 적정
것 아니냐” “차라리 그 돈으로 사람을 더 써주던
수준으로 증폭시켜주는 귀덮개를 적절히 사용하
가, 환풍기를 좋은 걸로 바꿔주던가, 소음이나 좀
면 청력 손상을 다소 완화 할 수 있다. 실제로 공
줄일 수 있게 개선해 달라”
항에서 일부 사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공군에서도 2016년부터 2022년까지 1만 개를 공급하기로
실제로 지하철 건설 현장의 상황은 매우 열악
했다.
하다. 예를 들면, 지하철 건설 현장 위의 도로를 뒤덮은 철판 소음 같은 것이 있다. 밖에서는 그
지하철 건설 현장에는 매년 반복되는 청력 검
위를 차로 지나면서 잠깐 소음을 접하지만 지하
사보다 위와 같은 보호구가 더욱더 절실하다. 이
의 건설 현장은 그 소음을 직접, 그것도 작업 시
러한 보호구로도 부족하다면 추가적인 시설 개선
간 내내 접하게 된다. 그럼에도 건설 현장 특성상
도 필요할 수 있다. 즉, 검사를 통한 진단보다 문
46 2018년 5월호
제 되는 질환에 대한 치료가 시급한 것이다. 현재
정작 실제 현장을 바꾸는 ‘치료’는 얼마나 되고
의 상황은 감기 환자가 폐렴으로 진행되는 것을
있는가. ‘치료’에 해당되는 시설 및 보호구 개선,
확인하고도 적절한 항생제 치료 없이 감기약만
인력 충원 등에 ‘진단’에 사용되는 비용만큼이라
주는 것과 같다. 좀 더 자세히 비유하자면 폐렴이
도 사용되고 있는가. ‘진단’으로 행해지는 항목을
악화되는 것을 매년 강제적인 엑스레이 촬영으로
일부 조정해서라도 ‘치료’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
확인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는 전혀 하지 않는 매
할 수는 없을까. (실제로 특수건강진단으로 청력
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물론 정확한 진단과 조
검사를 재검까지 모두 시행하는 경우 비용은 6만
기 발견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의
원 정도. 반면 위의 귀덮개 정가는 18만 원 정도
궁극적인 목표는 적절한 치료가 되도록 만드는
다)
것이다. 폐렴을 다시 예로 들면,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는 폐렴의 원인이 되는 여
핸드폰이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시대, 청
러 종류 세균 중에 정확한 원인균이 세균 배양 검
소 로봇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그만큼 노동 환경
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정황상 예상되는
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도 크게 발전해왔다. 하
세균에 대해 효과가 좋을 것으로 보이는 ‘경험적
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진단’과
항생제’를 통해 치료를 먼저 시작한다. 더 큰 손
‘처방’에 사용될 비용이 있을 뿐 발전된 기술을
상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정확한 진
통해 ‘치료’하는데 쓰일 비용은 필요 없다. 누구
단에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도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건강진단을 위 해 길게 줄지어선 노동자들 사이의 볼멘소리는
특수건강진단,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위험 성 평가, 직무스트레스 및 뇌심 발병 위험도 평가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진단’과 ‘치료’ 상황에 대 한 당연한 불만인 것이다.
등 노동자들은 수많은 ‘진단’ 과정을 매번 겪고 있고 이를 통해 발견된 노동 환경 문제들에 대한 개선 ‘처방’까지 그 안에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권종호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47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노동존중’이라 말하기 위해서는 지난 3월 27일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화상환
한 내역이 일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마트 정기
자 비급여 치료비 부담 확 줄어든다”라는 내용으
휴일과 토요일 격주 근무일 등 월4회 정도 휴일
로 보도 자료를 배포하였다. 보도자료 우측 상단
을 제외하면 모두 동일한 패턴이 유지되었다. 내
에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사람 중심의 고용
가 의뢰받은 사건은 요양신청 사건이었지만 재해
노동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낯설기 보다는
자의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니 야간근로수당이 실
당혹스러웠다. 현 정부가 “노동존중 공정사회 실
제 근로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게 지급된 것
현”을 모토로 한다지만 노동부가 직접 저런 표현
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까지 쓰다니 믿기지 않았다. 재해자의 아들도 급여명세서를 보고 이상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서울시가 위촉한 노동권
고 생각해서 B업체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
리보호관을 통해 법률구제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
기하였고 얼마 전 야간근로수당을 모두 지급받았
영하고 있다. 최근 과로성 질병(뇌경색) 사건을
다. 문제는 용역계약 변경 전 A업체에서도 동일
배정받아 진행 중이다. 70대 초반의 남성 노동
한 근무형태로 일했는데 A업체는 야간근로수당
자는 마트에서 야간(21~06시)에 청소미화업무
을 지급한 내역이 없었다. 소멸시효가 남은 1년
를 수행하였다. 용역업체가 A에서 B로 변경되었
의 기간에 대하여 A업체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
으나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근무형태로 동일
을 다시 제기하였다. 동일한 근로감독관이 사건
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렇게 4년을 일했다. 재
을 맡았다. 손쉽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해자는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야간근무에 어려움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업주가 제
을 느껴 주간근무(14~22시)로 변경을 요청하였
출한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은 14~22시로 되어
고 재해 2주 전 주간근무로 변경되었다. 업무를
있고, 출근부에도 14~22시로 기록되어 야간근로
마치고 퇴근 후 자택에서 뇌경색이 발병하여 현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A업체에서
재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재해자의 교통카드 내
근무한 기간의 교통카드 사용내역도 제출하였다.
역을 살펴보니 20시경 자택을 출발하여 20:50
앞선 것과 마찬가지로 20시 50분경 마트 버스정
경 마트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고, 다음날
류장에서 하차하고 다음날 06시 10~20분 승차
06시 10~20분경 승차하고 06:50~07시경 하차
한 내역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
48 2018년 5월호
장소장, 동료 노동자의 진술 모두 재해자는 야간
태를 벗어나 아예 사실관계 조차 제대로 파악하
에 근무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기 때문에 근
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용서가 되지 않는다. 무
로계약서, 출근부를 토대로 야간근로수당을 지급
엇보다 사실관계를 허위로 진술하는 사용자의 말
할 수 없다며 ‘사건종결’ 통보를 하였다.
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증거자료를 제출하면서 사 실을 확인하는 노동자의 진술을 묵살한 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
노동부가 적어도 노동존중이라는 표현을 모토로
원 신청을 제기하기로 하였다. 일단 사건 조사 관
내걸려고 한다면 노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련 제반 사항에 대한 확인을 위해 담당 과장과 면
제대로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담을 하도록 하였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과장이 확인한 결과 담당 근로감독관은 교통카드
노동존중은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대
내역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 처리에
한 인식이 확고히 갖추어져야 실현 가능하다. 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곧바로 재진정을 제기하
근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은 하루 이틀 사이
도록 조치하고, 담당 근로감독관을 변경하겠다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이러한 지위에
정중히 사과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일
있는 자들의 천인공노할 행태를 묵과해주었고 지
인지! 이렇게 급사과하는 경우도 드물기에 이 또
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반면 노동자들이 권
한 믿기지 않았다. 현재 임금체불 진정 사건은 진
리 보장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대시 하
행 중이다.
거나 불온한 것으로 치부하였던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 사건을 잉태시키고 증폭시켰던 것이다.
노동부는 노동적폐 청산, 노동행정 개혁을 부
개인적으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가장 싫어
르짖고 있다. 앞의 사건과 같은 행태는 담당 근
한다. 진정으로 노동부가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로감독관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다. 노동부에
일터,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
서 권한과 직책을 부여받아 권리 구제를 요청하
해 노동존중을 표방한다면, 진정으로 행정개혁을
는 노동자의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은 개인
할 의지가 있다면 노동부는 ‘노동’에 대한 인식부
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건을 섣불리 재단
터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하고 조속하게 마무리하고자 화해를 종용하는 행 유상철 노무사, 법무법인 필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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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읽기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이라는 기막힌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시즌 7을 달리는 HBO의 최고 히트 드라마입니다. 간략히 드라마를 소개하자면, 중세 시대 판타지 설정의 칠왕국을 배경으로 각종 귀족 가문들이 최고 통치자 자리인 칠왕국의 왕좌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죠. 사실 이 렇게 요약을 해보면 너무 뻔한 구조이긴 합니다. 우리나라 사극 드라마에서도 질리도록 나오는 그 정치극 이니 말입니다. 권력 주변의 이들이 음모와 모략과 배신으로 서로를 죽이면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그 지난 한 싸움. 우린 정말 지겹도록 사극이라는 장르에서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정말 갑입니다. 우리 나라 사극들이 커피라면 이건 TOP랄까요. 인간의 모든 극단적 갈등, 감정, 아이러니, 상극의 가치들이 판 을 칩니다. 배신과 충성, 사랑과 증오, 질투와 보복.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가장 폭력적인 양태들이 묘사됩니 다. 화형, 참수 등의 야만적인 사형제도와 전쟁, 정복, 강간, 살인, 독살, 약탈, 심지어 식인(食人)까지요.
그렇다고 막장드라마는 절대 아닙니다. 그러기엔 너무 정교하고 또 허와 정곡을 동시에 찌르는 명민함이 넘쳐나기 때문이죠. 이 드라마는 다음과 같은 색다른 매력들이 있습니다.
첫째, 등장인물들의 선악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악구도가 명확하고 악인과 선인이 너무 단순하게 일차원적으로 그려지는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큰 매력인 것 같습니 다. 악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그 역시도 정의로운 구석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천하에 몹쓸 놈 (년)인데, 알고 보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인간의 양면성을 잘 그려내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둘째, 주인공들이 잘도 죽어나갑니다. 이는 어쩌면 시즌제로 이어지며 꾸준히 또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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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죽음이 처음엔 어찌나 당황스럽던지요. 네드 스타크라는 매 력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굳건한 충성심의 소유자고, 다섯 명의 아이를 둔 훌륭한 아버지이자, 백성 들의 존경을 온몸으로 받는 북쪽 나라의 영주이죠. 누구든 드라마를 보면 그가 최후까지 살아남아 최종의 정의를 구현하리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열심히 그에게 이입해서 드라마를 보다보면, 시즌1이 채 끝 나기도 전에 그의 모가지가 댕강 날아가버리는 참혹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입이 딱 벌어지죠. 그 이후 드 라마에는 어마어마한 긴장감과 공포가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전쟁이 난무하는 그 중세시절, 주인공으로 인식한 그 어떤 선한 인물도 언제든, 어디서든 쉽게 칼날에 죽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왕좌의 게임, 그 외부에서도 공포의 대상이 존재합니다. 바로 칠왕국의 인간들을 공격하려는 죽은 자들, 귀신들이 존재하는 것이죠. 드라마 첫 시작부터 이 귀신들의 존재는 꽤나 비중있게 부각됩니다. 마 치 인간들이 아무리 발광을 하며 권력 차지에 애를 써도 결국 인간이 상대해야 할 최후의 적은 외부의 초 인적 존재, 죽음도 초월한 그 미지의 무엇이라는 것을 피력하는 듯 합니다. 더 쉽게 표현해볼까요. 사람이 아무리 아등바등 욕망을 위해 살아대도 결국 초월적 존재 앞에서 찌그러지고 마는 것이죠. 그 때는 싸웠던 적들과 연합해서 초월적 존재를 죽이려고 또 애를 쓰겠죠. 현재 시즌 4까지 본 상태라 결국 어떻게 귀신들 이 인간사에 개입할지 모르겠습니다. 예상컨대, 결국 인간들이 이기지 않을까요. 하지만 최후의 승리 이전 에는 수많은 인간 도살이 이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현실에서도 <왕좌의 게임>에 필적할만한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두 왕국의 수장들이 오랜 전쟁 끝에 만남을 가졌지요. 한 사람은 나름 정직한 이미지의 선한 주인공으로 보입니다. 그는 민주주의적 절차 에 따라 국민 투표로 왕좌를 차지한 게임의 승자이죠. 다른 한 사람은 어린 나이에 세습으로 왕좌를 이어 받은 독재정권의 악랄한 악당으로 보입니다. 그는 실제로 친척 어른을 총살형이라는 미개한 사형제도로 처치했고, 이복형을 독살시킨 주범입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악당들이 한 짓거리들을 모두 다 한 셈이죠. 상극 이미지의 두 “왕좌의 주인공”들이 만남을 가졌고 포옹까지 했더랬습니다. 두 왕국 사이 물밑 작업과 철저한 시나리오 끝에 만들어진 아주 그럴싸한 그림이라 해도 눈물샘이 자극되는 걸 어쩔 수 없었 습니다.
자, 그러나 우린 긴장을 풀 수 없습니다. 드라마에서와 같이 선인으로 보이는 주인공이 끝까지 정의를 구 현하지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어쩜 그는 만남 이후 아무런 진보를 이루어내지 못 하고 왕좌에서 내려 갈 수도 있을 겁니다. 한편 상대편 악당은 <왕좌의 게임>에서와 같이 일차원적이지 않은 매력을 내뿜었습 니다. 또라이인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당히 열려 있었고, 나이든 이에게 공손한 예를 갖출 줄도 알 았습니다. 이 의외적 양면성에 앞으로의 드라마가 더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두 왕국 밖의 존재들은 어떻 습니까. 지금은 박수쳐주지만, 결국 두 왕국에서 떨어질 떡고물이 없다면 또 다시 위협적인 존재로 언제든 탈바꿈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왕국의 일개 백성으로서 지금의 정세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현실의 드라마는 <왕좌의 게임>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강 회원 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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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하루하루 심장이 뛰도록
저는 2018년부터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에서
보다 보니 무감각해지는 저 자신을 봅니다. 2003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년, 대학교 1학년 때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이용
저는 2016년까지만 해도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석 열사의 죽음에 눈물 흘리며 분노하던 제 모습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이 스스로 점점 더 어색해지는 요즘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 되어 글을 쓰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하지만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면서 사람의 생 명 앞에서는 아직 분노하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
갑을오토텍 안재범 동지가 이야기해줬던 자신
다. 산업재해로 안타까운 젊은 목숨이 쓰러져 갔
의 경험과 2017년 충남 서산에서 진행했던 노안
음에도 아무런 변화도 없는 공장은 제게 “적어도
활동가 되기 교육으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처음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접하며, 함께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목숨값인 월급을 받기 위
도 누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순간 긴장이 될 정도
해 노동자들이 여전히 위험한 현장에서 일할 수
로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안재범 동지의 원 포인
밖에 없는 현실은 제가 얼굴이 하얗게 변하도록
트 레슨을 지팡이 삼아 하다보면 어떻게 될 거라
화를 내게 합니다.
는 대책 없는 생각으로 노동안전보건 사업 담당 하고 있습니다.
화가 나는 것은 죽음뿐만이 아닙니다. 산재 상담 전화를 받고 병원에 찾아가 보니 엑스레이만 찍
하다 보니 느낀 좋은 점
고 인대파열 진단을 내려놓고서 의사라고 진료 를 보고 있습니다. “엑스레이에 인대 파열된 것이
대학생 때 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해 어느덧 10년 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 30대 중반이니 젊다고 생각하지만, 10년 넘게 다양한 투쟁현장 을 마주하고 세상에 넘쳐나는 불합리한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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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요?”라고 물으니 “안 보이죠.”라고 답을 합 니다. “산재진단서 써줄 수 있어요?”라고 “못 써 드려요.”라고 답을 합니다. 의사라는 명함을 위세 로 재해자에게는 위압적으로 대하다가 소리를 지
르며 뒤짚어 엎으니 그제야 잘못을 인정하고 “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떻게 해드려야 할까요?”라고 물어옵니다. 그래서 산재 상담 전화가 걸려오면 ‘바쁜데. 이거 받으면 시간이 없을 텐데’라고 혼자 시험에 빠져들다가 도 차마 전화를 끊어버릴 수가 없습니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적용받는다 는 것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을 방치하면 안 된다 는 것은 상식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당연
아직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승인은 고무줄이 고 노동부는 누가 가서 어떻게 주장을 하냐에 따 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것을 하면 할수록 절감합 니다. 말로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 요하게 생각한다며, 공무를 집행하는 주제에 자 본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만든 지침조차 위반합 니다. 화를 내고 상급자 나오라고 하고 눌러앉아
한 것들이 도통 지켜지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이 없는데 산재를 신청하면 신청한 노동자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10만 원도 안 되는 안전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벌써 두 명의 노동자의 사망사고 를 겪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어도 재 발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는 커녕 사고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야 이번은 넘기기 위해 눈치를 보며 말을 바꿉니 다. 그걸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은 ‘뒤집어 엎어 버려야겠다’ 뿐입니다.
돈보다 사람이 소중하다는 당연한 말이 책 속의 문구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 다. 돈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현실을 바꿔나가는
그래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매력적입니다. 차 마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어 분노하고 반드시 해
것이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함께 한 걸음씩 나아 가봤으면 합니다.
야겠다고 다짐하는 저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것, 심장이 뛰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 습니다.
이정호 회원,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이러쿵 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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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동향 [20180410 금강일보]
료지원재단과 업무협약을 체
4/10 오후 국회 의원회관 6간담
“충청권 노동자 건강권 보장하라”
결했다고 밝혔다. 전자산업 저
회의실에서 ‘직장 내 성폭력 근
민주노총 대전·세종충남·충북
소득 재해노동자 지원 사업은
절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본부는 지난 4/10 대전지방고용
2015/1/1 이후 재해가 발생한
김지영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
노동청에서 위험 외주 금지, 장
저소득 노동자를 대상으로 연간
원 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에
시간 노동 과로사 근절을 중심
20억 원 범위 내에서 향후 5년
서 “직장 내 성폭력 주요 피해자
으로 위험상황 신고, 산업안전
간 시행한다. 지원대상은 전자
는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거
보건위원회 설치와 운영실태,
업계 중소기업 전·현직 노동자
나 비정규인 경우가 많다”며 “사
지역명예산업안전감독관 선임
뿐만 아니라, 전자회사에 납품
업주의 적절한 피해자 보호조치
과 내실화, 중대재해 관리감독,
을 하는 회사의 노동자도 포함
가 취해지기 전에 피해자가 적
근로자건강센터 문제, 산재은폐
되며, 치료비, 생활비, 재활치료
극적으로 자신을 지켜 낼 수 있
등 산업재해 예방과 산업재해
비 등을 지원한다. 근로복지공
는 근로의무면제(작업중지권)를
후속처리의 실질적 조치와 대책
단 심경우 이사장은 “앞으로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산재 노동자에 대한 공정한 보
목소리 높였다.
민주노총 대전·세종충남·충북본
상체계를 확립해 가는 한편, 경
부는 “산재사망처벌강화특별법
제적으로 어려운 노동자들의 아
[20180416 근로복지공단]
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6년
픔을 덜어주기 위한 사회공헌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생
활동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
최근3년간 만성과로 산재 불승인자, 인정기준 개정에 따라 재신청 가능
명안전업무직 직접고용은 여전
다.”고 밝혔다.
과로 산재인정기준 고시 개정
히 소방, 전기, 냉방, 환기 등에 선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
[20180411 매일노동뉴스]
가 노동 현장에 맞는 지침과 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작업중지권 도입하자”
로감독 운영 전반에 대해 개선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 만성
의 후속조치 목적으로 최근 3년 간 불승인자를 대상으로 개정내 용을 알리고 재신청할 수 있음
최근 미투(Me Too, 나도 피해
을 개별 안내한다고 밝혔다. 지
자)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난 1월 과로에 의한 업무상질병
있지만, 일반인들이 직장 내 성
재해자의 산재보호 확대를 위해
폭력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뇌심혈관계질병 관련 고시를 개
게 현실이다. 직장 내 성폭력 발
정하여 과로인정기준을 개정한
생 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바 있다. 올해에도 만성과로 운
근로복지공단은 전자산업 저
작업중지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영실태 등에 대한 추가 연구를
소득 재해노동자 지원’을 위해
주장이 나왔다. 한국여성노동자
진행하여, 내년도에 의학자문위
4/11 11시 근로복지공단 서울
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
원회 등 논의를 거쳐 지속적으
합동청사 회의실에서 한국의
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로 개선·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 구하였다.
[20180411 근로복지공단] 전자산업 노동자 산재 불승인 돼도 의료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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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은 이번 과로 산재
등 사고발생 위험이 높은 작업
oshri.kosha.or.kr)에서 확인할
인정기준 개정의 효과가 더 많
을 중심으로 현장을 점검하면서
수 있으며, 핵심 연구의 주요내
은 산재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도
대부분 건설사고는 기본적인 안
용은 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시되
록 최대한의 조치를 강구하였다
전수칙을 무시하고 작업 전 안
는 e연구리뷰를 통해서도 연중
면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앞으
전점검을 소홀히 하여 발생하므
게재될 예정이다.
로 산재보험이 노동자에게 더욱
로, 현장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
가깝게 다가가고 든든한 울타리
고 작업노동자들도 개인보호구
가 되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운
착용, 안전수칙 준수 등 안전관
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행이 정착되도록 노력하여 달라 고 당부하였다.
[20180419 고용노동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고층아파트 신축현장 방문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은 4/19 경기도 고양시의 고층아파트 신 축현장을 찾아, 현장 내 위험작 업을 직접 점검하고 공사관계자 와 건설현장의 안전문화 정착 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 다. 이번 방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의 국정의지를 강조하고 2022년까 지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수준 으로 줄이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추진 되는 것으로 건설현장에서 전체 산업현장 사망사고의 절반이상 이 발생하고 있음에 따라, 현장 의 안전관리 실태를 직접 확인 하고 건설현장의 안전문화 정착 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 하고자 마련되었다. 김영주 장 관은 고소작업, 타워크레인작업
[20180420 안전보건공단] 2017년 산업안전보건 연구결과 공개
안전보건공단(이사장 박두용) 은 원하청 문제 등 산업재해 관 련 이슈에 대응하고 정부의 정 책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수행한 2017년도 산업안전보건 연구결 과를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되 는 연구결과들은 위험주체에 대 한 안전보건 관리책무 부여, 새 로운 유해인자에 대한 위험요인 검토 등 다양한 산재예방 이슈 들을 다루고 있다. 건설업 발주 자 안전보건 책무부여 제도 도 입방안 연구는 발주자의 안전 보건 책임을 강화하여 건설현 장 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미 국 등 해외사례를 분석하고 국 내 실정에 맞는 발주자의 역할 과 업무를 제시했다. 2017년도 산업안전보건 연구결과 보고서 는 공단 연구원 홈페이지(http://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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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간호사 침묵을 깨다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에서 5월 12일 제 47회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이해서, 전국에 간호사 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 다. 집회 슬로건은 “간호사 침묵을 깨다”이며 5월 12 일 토요일 5시, 광화문 청계광장 소라탑에서 개최됩 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것을 넘어 아산 병원에 책임을 묻고, 박선욱 법을 제정하여 간호 노 동의 현실을 개선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간호사들의 침묵을 깨는데 동참해주 시길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정부 1년, 생명과 안전의 권리는 어디쯤 왔나 지난 5월 3일 정동 성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문재 인 정부 1년을 돌아보며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 전의 권리를 묻는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공동주 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1부 ‘생명과 안전, 권리로 자리 잡고 있는가’에서 는 재난참사와 피해자의 권리 그리고 문재인 정부 가 공약으로 발표했던 정책들이 어디까지 와있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산 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장애인 등 당사자의 토론이 이어져 어떻게 주체들의 ‘권리’로서 생명과 안전의 문제를 다루고, 안전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지에 대 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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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진실을 밝혀야 할 국가의 책무는 이행되고 있는가’에서는 세월호 특조위 사례를 통해 본 재난 조사위원회의 역할부터 최근 삼성의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거부 사건까지 투명한 진상규명과 알 권리 침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와 구 의역 진상조사단 활동의 경험, 중대재해기업처벌 법이 왜 제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 위원장 이 토론자로 참석하여, 피해자가 이해관계 자가 아닌 올바른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토론회 자료집은 연구소 홈페이지 www.kilsh.or.kr에 접속하면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 ‹보이지 않는 고통›은 노동보건과학자 캐런 메싱의 회고록 이다. 책에서 메싱은 과학자가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과학계의 관행과 때로 노동자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직업보건 과학자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하는 대신 동료 과학자와
시민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고 제안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번역을 기획하였습니다. 국판︱296쪽︱16,500원
출간일 2017년 10월 30일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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