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깨고 행동으로
저는 요즘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이른바 ‘태움’이라는 일터괴롭힘, 과로 등 열악한 노동환 경으로 인해 하늘나라로 간 고 박선욱 간호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골몰하고 있습 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이전부터 모였던 공대위 분들과 함께 고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골몰하게 된 데에는 간호사 님들의 말 그대로, 열악한 노동조건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는 걸 깨닫고 난 뒤부터입니다. 공대위 활동을 하면서 간호사 일을 20년 했던, 10년을 했던 이 제 막 시작했던 누구 하나 ‘살만하다’고 말씀하신 분들이 없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특히 고 박선욱 간호사처럼 대부분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간호사들이 일한지 3개월 만에 그만둘 수밖 에 없거나, 죽고 싶은 생각을 할 만큼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데 굉장히 놀랐습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전국의 간호사들은 광화문에서 ‘나도 너였다’ 외치고 마침내 이제는 침묵을 깨자고 집회를 벌였던 것은 더 이상 간호사들이 죽음에 내몰린체 일할 수 없다 는 절박한 절규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제 2, 3의 박선욱 간호사가 나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대위에서 이른바 직업적 활동가나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님에도 교대근무, 육아, 직장 입사 전 대기 상황 등에서 애쓰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세상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고 박선욱 간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분들이 있기에 서울아산병원이 아무리 묵묵부답이어도, 산재인정 투쟁이 어렵다고 해도,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해도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더 이상 침 묵하지 않고 투쟁의 주체로 나설 때 고 박선욱 간호사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간호사의 현장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거라 확신합니다. 확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공대위와 운동진영 이 함께 어깨 걸고 연대했으면 합니다.
독자에게
01
출처 : 전국 노동자연대 발행인 김형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콜라비, 종호, 나래, 지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8.6.8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02 2018년 6월호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04 10 13 16 20
문송면과 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맞는 단상 노동안전보건운동, 직업병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2018년의 문송면을 만나다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은 어떠한가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위 발족하다
22
지금 지역에서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정상화 이후 남은 숙제
45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신명나게 일 할 수 있으려면
24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암 생존자들이 일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26
연구 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1)
48
노동자 건강 상식 진통제에 대하여
50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최저임금법 개정의 1등 공신은 ‘더불어민주당’
34
특별기고 “죽음을 부르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38
사진으로 보는 세상
52
발칙 건강한 책방 지워지지 않는 기억
54
이러쿵저러쿵
있기
40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출처 : 김현호
현장의 목소리 간호사 침묵을 깨다
차례
03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문송면과 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를 맞는 단상 : 과거와 현재의 만남과 헤어짐
김동수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올해로 문송면과 원진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이 일어나고 사회화된 지 30년이 된다. 이 글은 한 국의 노동자 직업병 문제를 대표하는 커다란 두
문송면, 원진레이온, 김봉환 장례투쟁과 한국 노 동보건운동의 시작 문송면은 1973년생이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사건이 30년을 맞는 해에 어떤 부분이 해결되었
문송면은 중학교 3학년인 1987년 12월 5일 서
고 어떤 부분이 문제로 있는지, 왜 그러한지에 대
울의 협성계공에 입사한 후 2개월이 지난 1988
한 단상을 다소 논쟁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그러
년 2월 8일 병가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
나 이 글은 그간의 30년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한
후 고향의 의원들에서 원인을 못 찾고 3월 9일 서
것도 과학적·체계적으로 분석한 글도 아니다. 이
울대에서 수은중독과 유기용제 중독의심 판정을
글은 30년이 주는 무거움을 나누고자 작성하기
받았다. 그리고 6월 29일 성모병원으로 병원을
보다는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떠오
옮겨 치료를 받다가 7월 2일 사망하였다. 사망할
르는 단상들을 펼쳐놓은 글이다. 따라서 독자들
때 그의 나이는 15세였다. 또한, 1988년 원진 노
께서 이 글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과 수치들은
동자들의 투쟁과 1991년 137일간의 김봉환 씨
보기에 따라서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숫자
의 장례투쟁은 한국 노동보건 문제의 획을 그은
나 통계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양해
사건이었다.
해주시기 바란다. 1988년에 당시 나는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었
04 2018년 6월호
다. 1987년 군부독재 타도와 호헌철폐의 거대한
현상이 이렇게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현
물결과 그해 여름을 달구었던 노동운동과 노동조
재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수
합 조직화는 의과대학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
은중독은 매우 희귀한 경우였고, 현재의 석면폐
다. 의과대학의 경우 1980년대 초반부터 ‘민중
증 또한, 다른 질환에 비해 유병률과 발병률이 낮
의료’라는 고민이 있어서, 사회문제와 학내 문제
은 희귀한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대
에 대한 노력이 거부할 수 없는 대세였다. 1988
부분의 의료진들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공통
년 여름 문송면의 죽음을 직면한 젊은 예비의료
점이 있다. 그러나 과거 중독을 밝히기 위해 생체
인(의대, 치대, 약대, 간호대, 한의대)들은 어떠한
시료를 분석할 수 있는 곳이 몇 곳밖에 없었다면,
의료인이 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자유로울
현재는 전국의 많은 기관에서 분석할 수 있다. 과
수 없었다. 문송면이 질병에 이르게 된 사회적 문
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사회/의료계의 관심이
제와 질병의 진단과정, 산재요양의 어려움 등의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가지면서, 기술적인 발전의
첩첩한 문제들은 당시의 의료계에 매우 큰 고민
측면에서는 다른 면을 갖고 있다. 과거에 기술적
과 직업적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었다. 이러
측면에서 유해물질의 측정과 분석의 어려움이 있
한 동기를 가지고 배출된 의료계의 전문 인력은
었고, 이 때문에 전국의 소수 기관이나 외국에 분
이후 보건의료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명제에 충실
석을 보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현재
히 하고자 하는 운동과 흐름을 이루게 된다.
에는 시장성의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2015년 말 ~2016년 초에 집단적으로 발견된 메탄올 중독의
노동안전보건 문제, 30년 전과 현재 공통점과 차
경우, 이를 진단하기 위한 생체시료 분석은 한국
이점
에서 실시하는 기관이 거의 없으며 외국에 분석
문송면의 질환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
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기술적 문
제는 현재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수은중
제가 아니라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독을 산재로 인정하는 과정은 매우 지난하였으
건강문제를 시장성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며, 수은중독을 의심하는 의료진도 소수였으며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진단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현재의 시 점에서 석면환자의 경우 과거에는 결핵으로 진단
수은중독의 문제는 문송면 이후에도 여러 번 발
하여 결핵 치료를 받은 경우가 대다수였고, 본인
생하였다. 2000년 경북 안동의 폐기물재생사업
들도 결핵으로 알고 가족과의 살가운 생활을 영
장의 3명의 노동자에서 집단 발생하였고, 2015
위하지 못하였던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접할 수
년 광주 남영전구에서 형광램프제조시설 철거작
있다. 호흡기내과 의사들 역시 석면폐를 미만성
업을 했던 노동자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였다.
간질성폐 질환(폐섬유화증)으로 진단하는 경우
이 문제들은 수은이라는 공통점 외에 차이점이
가 다반사고, 영상의학전문의들도 석면폐 판독을
존재한다. 과거 문송면의 경우에는 전국의 거의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든 작업장의 작업환경이 열악하였고 노동자들 의 건강에 관한 의식이 낮았다면, 최근 수은중독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05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의 문제는 소규모사업장과 하청노동자에 집중되
노동자, 하청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
고 있다는 점이다.
다는 점이다.
제도 개선의 성과, 아직 남은 과제
더욱 취약한 소규모·하청·이주노동자
중금속, 유기용제 중독 등에 대한 제도적 진전
이러한 전체 노동자의 문제로부터 소규모 취약
은 여러 가지 경로로 이루어졌다. 과거 진폐를 중
계층 노동자들로의 문제의 중심이동에도 불구하
심으로 노동자 건강검진 제도가 발전해왔다면,
고,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형태와 방식을 유지하
문송면의 사망과 원진레이온 중독을 시작으로 하
고 있다. 특수검진과 작업환경측정은 시장에 맡
여 중금속과 유기용제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겨졌고, 시장을 어렵게 하는 행위는 이적행위(?)
산업재해추방 운동으로 표현되는 노동자 건강권
로 간주하기 일쑤다. 최근에 와서 노동자 일반에
운동이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노동자들의 노력은
대한 특수검진 상 유소견율과 작업환경측정 상
1995년경의 쇠사슬 투쟁이라고 일컬어지는 대
기준 초과율이 1%가 채 안 됨에도 불구하고 이
우조선 노동자들의 집단유기용제중독 투쟁이었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 당시 노동자들은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해 특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반면, 10인 미만 사업장
수검진과 작업환경을 제대로 시행하고 임시건강
과 하청, 건설업 등에서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검
진단 시행을 요구하였다. 이 결과 1996년 전국
진 실시율이 매우 낮다는 점과 전통적 직업병이
선박건조와 수리조선 업체 도장작업자들을 대상
이들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어디
으로 유기용제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하였고, 요식
에 중심을 둘 것인가는 명확하게 보인다.
행위로 인식되던 특수검진과 작업환경측정제도 의 실질적 개선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말하자면 대기업 등에서는 기존의 작업환경측
판단된다. 이후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정과 특수검진의 유효성이 거의 없어져 가는 상
특수검진과 측정의 기관선정권을 획득하는 사업
황이지만, 소규모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이들 제
장이 늘어났다. 이 외에도 포항의 망간중독 집단
도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
발병, 부산의 D.M.F. 중독사망 사건 등을 통해 특
고 소위 교통 오지, 소규모사업장, 취약계층에 대
수검진의 실효성 증대를 위한 사회적 여건이 마
해서는 상업성이 없어서 제도적 접근이 이뤄지고
련되었다.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 만, 누구도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
그 결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작업환경의 개선
다.
과 특수검진 유소견자의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 왔다. 이러한 성과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
2016~2017년의 야간 노동 특수검진 제도 시
고, 여러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과거에는 열악한
행을 앞두고서 벌어졌던 일련의 상황에서, 직업
작업환경과 전통적인 직업병의 문제가 일반적인
환경의학전문의 제도는 이제까지의 전통적 지지
현상이었다면, 현재에는 소규모사업장과 외국인
세력이자 이 제도의 산파로 자임하던 노동계로부
06 2018년 6월호
터 차가운 대접을 받았다. 문송면의 사망과 원진
련되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
레이온 집단 직업병 시절에 직업병 진단을 두고
저러한 이유로 근골유해 요인조사제도는 몇몇의
임상의와 예방의학 간의 갈등이 있었으며, 임상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시행되지 않거나 형식화되
적 직업병(환경병) 진단을 제대로 하는 노동자를
어버렸다.
보호하는 학문의 일환으로 출발점을 가진 직업환 경의학전문의 제도는 전통적 직업병의 감소와 작
30년 전 문송면과 원진 직업병 문제가 산재의
업환경의 개선이라는 시대적 변화와 함께 동반
인정과 보상의 문제에서 시작하였고, 그 이후에
성장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생존이라는 생
도 상당 기간 동안 집단요양 투쟁과 산재 인정의
물체로서의 자기 보호적 측면이 더 강화되는 내
문제가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주요한 이슈였던 점
외적 성장의 불균형 상태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
은 부인하기 힘들다. 또한, 문제의 해결방식 또한
인다.
매우 투쟁적이고 자기희생적이었다. 그러나 전술 하였듯이 노동자 건강 관련 이슈는 주요한 대상
전통적인 직업병의 규모가 줄어들고 대기업 중 심으로 노동환경의 개선에 따라 노동안전보건 운
과 문제가 변화하고 있다고 볼 때,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대응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동의 관심도 변화 확장되었다. 2000~2003년 근 골격계 질환 집단요양 투쟁은 몇 안 되는 노동안
산재 인정의 문제가 한국에서 첨예하게 된 이
전보건 문제의 사회적 의제화이자 승리한 투쟁으
유는 모두가 알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개인적으
로 판단된다. 근골격계 질환 문제를 IMF를 지나
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용어다)이 부실한 한국
고 노동강도 강화와 결합하면서 노동운동의 핵심
에서 산재로 인정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
영역으로 위치 지웠던 것 또한, 건강의 문제를 사
이는 너무 극명해서, 이를 무시하는 것은 노동보
회적 맥락에서 풀어내려는 중요한 시도로 판단된
건 활동가의 책무를 내버려 둠과 동시에 인도적
다.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집단요양 투쟁
이고 감성적인 문제까지 일으키게 된다. 알다시
의 성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라는 제도적 성
피 OECD 국가 중에서 상병수당(또는 상병급여)
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화와 제도적 성
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플 때 일하지
과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씨앗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국가가 존재하는 이상 노
으로 하여 조직적인 확장과 함께 의제의 확장으
동능력이 없더라도 생계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로 나아가는 데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의 의무이다.
노동안전보건운동, 다시 변화 모색해야
따라서, 현재 산재인정 투쟁 중심의 노동보건
이러한 점에서 현재까지도 노동안전보건 운동
운동의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 상병수당을 도입
진영은 문제제기집단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
하고, 산재인정은 곧 예방과 재발 방지로 이어지
거나 제한되어있고, 대안세력으로 자신을 확장하
도록 해야 한다. 고의에 가까운 산재유발사업장
는 시각을 갖고 계속적인 시도와 연습을 통해 단
에 대해서는 중과실 책임을 묻게 해야 하며, 건강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07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하지 않은 노동자 상태를 가진 사업장은 사회에
비롯한 민주노총이 주요한 추동력이었다. 그러
공개되고 사회적 비판과 참여를 통한 시장 퇴출
나 노동자건강문제를 조직노동자들에게만 의존
의 과정을 겪게 해야 한다.
하는 것은 한국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에서 아직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노사정 핵심
위 필자의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노동안전
적 이슈로써 제기된 바가 드물었으며, 다른 의제
보건 운동의 지평 확장 또는 다른 출발점을 가지
에 묻히거나 노사정 관계가 어려워지면 자동 소
는 시도는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된 바 있다. 반
멸되는 상황이다. 물론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다
올림 활동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산재인정
른 사회적 또는 노동문제에 우선한다는 것은 아
투쟁으로 시작해서, 최근 삼성 작업환경측정 보
니지만, 다른 문제가 해결되면 연속적으로 해결
고서 공개의 문제라는 기업 영업비밀 대비 알 권
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리와 건강 문제라는 사회적 가치판단의 이슈를
상대적 독자성을 가지면서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
만들어내고 있다. 이 문제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
할 주체와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에 실제 영업비밀이 들어가 있는가 아니냐는 기 술적인 문제를 넘어서, 경제성장과 형평의 문제,
또한,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의 문제가 독자적으
이윤과 생명의 문제라는 핵심적 가치충돌을 내포
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가 되어서는 다른 사회
하고 있다.
세력과 연대도 어려울뿐더러 사회적 주요 이슈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낮아진다. 네덜란드와 핀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노동시간센터 등을
드 등 국민의 수가 수백만 정도로 소규모 경제를
중심으로 한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에 대한 문
가지면서 수출 등 외부 국가와의 교역이 중요한
제 제기는,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국가에서는 노동력이 국가생산력의 근간이며 노
야간노동 및 장시간 노동의 축소라는 사회적 흐
동력 고령화는 이를 가로막는 중요한 문제이다.
름을 만들고 있다. 다른 예로는, 노동환경건강연
이들 국가에서 노동자의 안전보건의 문제는 국가
구소의 발암물질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는 노동
생산력의 문제로 접근한다. 한국에서 이러한 접
안전보건의 영역을 넘어서 시민사회까지 확장되
근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학적·윤리적
어가고 있으며, 작업장의 여러 가지 문제가 매개
정당성과 함께 현실적인 경로와 주체의 문제 등
가 되어 노동안전보건 이슈가 시민사회와 연대할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가능성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이다. 4차 산업혁
해외 사례에 비추어 본 노동안전보건 문제 핀란드의 높은 수준의 노동자 보호제도는 노동
명은 플랫폼 노동 등 노사관계의 변화와 노동형 태의 변화 등을 일으키고 있다. 수많은 비정형 노
조합의 높은 노동자 조직률과 함께 노사정 합의
동과 아동과 취약계층 노동이 증가할 것이다. 이
에 근거한 바 있다. 한국에서 이제까지 노동안전
러한 노동형태의 변화와 새로운 직업성 질환과
보건 영역의 운동은 주로 대기업과 금속노조를
상태에 대한 고민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
08 2018년 6월호
어,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다른 각도에서의
문송면과 원진 30년이 지난 시점에 이제까지
우리의 시각 확대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직업적 원인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희생
가져오는 기술적 발전과 변화를 일하는 사람들의
위에 수많은 노동자 건강권의 발전과 함께 과제
건강 보호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아직
도 쌓여있다. 과거의 유산과 부채로부터 자유로
노동보건 운동의 시야에 들어와 있지 않다.
운 세대들이 중첩된 문제들을 다양하고 다른 관 점에서 풀어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30년을 넘어, 새롭게 나아가야 문송면과 원진 문제로부터 30년이 흘렀다. 30 년이 한 세대라면, 이제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 가 성인이 된 시대가 되었다. 노동자 건강과 관련 한 문제 또한 과거의 전반적인 열악한 노동조건 과 엄혹한 사회적 억압에 대한 투쟁과 희생의 시 대에서 이제 소수 또는 취약계층에게 문제가 집 중되는 반면 노동자 건강문제에 대한 지평과 연 대의 확대가 필요한 다양한 중층구조로 변화되고
출처 : 전국 노동자연대
있다.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09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노동안전보건 운동, 직업병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아이구 상임활동가
예방에 앞서 드러나지 않은 직업병을 찾아야 일하다 노동자들이 다치고 병들며 죽는 현실은 노동존중의 실상을 보여준다. 인권 유린 생명경시 그 자 체다. 노동자의 몸, 마음, 삶보다는 이윤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들 특히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 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책임을 다하지 않아 왔다. 자본은 법 뒤에 숨거나 법 자체를 우롱해왔다. 법에 걸 리더라도 돈으로 때우면 된다는 식이었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금속 및 중금속 중독, 유기화합 물 중독, 기타 화학물질 중독으로 인한 사망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500
450
400
350
300
250 439 200 354 150
100
90 68.8
109
50 19.3 0
1 0 진폐
난청
26.7
27
6 -14.3 중독 금속, 중금속,
유기, 화합물, 중독
기타화학물질중독
18 직업성암
57
뇌실질환
-50 사망자
증감율
2017년 산업재해 통계 중 질병사망자 현황 (안전보건공단 2017년 산업재해 통계 자료중 인용)
10
2018년 6월호
2017년 정부 통계상 사고 사망자 수는 964명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중시하지 않
이고, 질병 사망자 수는 993명이다. 국제노동
는다면 안전제일이라는 구호는 거짓이다. 경제
기구(ILO)는 사고사망자 수를 질병사망자 수의
와 산업의 필요에 종속된 접근으로는 산업재해
14%로 추정한다. 대략 5,890명이 직업병으로
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막거나 줄일 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없다. 소수의 전문가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일
여전히 재래형 사고로 인한 재해가 만연한 현
하는 모든 노동자들 각자에게도 스스로의 몸과
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턱없이 부족
삶을 보다 건강하고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구체
하고 부실한 업무상 재해 즉 직업병에 대한 인
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식과 대응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턱없이 부족한 보호 예방을 위한 예산과 인력
직업성 암을 비롯한 희귀질환01과 뇌심혈관계
의 문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직업병을
질환 으로 인한 직업성 사망 재해가 심각하게
일으키는 유해위험요인을 실질적으로 없애고
은폐되고 있는 현실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직
개선할 힘을 갖출 수 있다.
02
업성 질환 재해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의 책임을 노사자율에 떠넘기는 짓은 당
직업병 예방을 위한 과제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인식, 제도, 체계,
장 멈추고 재해 발생 후 사후약방문식의 대응 이 아니라 보호와 예방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행동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조직의 획기적인
노동자들이 병들고 다치고 죽는다. 당사자는
개혁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 기획재정부와
물론이고 가족의 삶까지 망가졌다. 참혹한 인
같은 위상의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그
권유린과 생명경시의 현실이 지속되어 온 이유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을
는 명백하다. 제대로 바꾸지 않고 생색내기식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실효성조차 의구
의 대응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책
심이 들 수밖에 없는 안전보건 관련 사적 시스
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
템을 공적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강을 지키는 것도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서 경 제력 강화에 장애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
산업재해와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다는 헛소리가 여전하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
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 첫걸음
망자수를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고, 재해율과
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만들고 지키는 것
사고율을 낮추겠노라는 말뿐이다. 이 순간에도
을 통해 직업병은 물론이고 산업재해에 대한
노동자들은 다치고 병들고 죽는데 말이다.
보호 예방의 의무를 정부와 사업주들이 다하는 것이다. 특히 유해위험요인이 더 열악한 노동
01 2015년의 경우, 암으로 사망한 76,855명중 5%내외가 직업 성 암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반영하 면 직업성 암 환자의 예상 수는 3,500명에 이르지만,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35명뿐이었다.
조건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떠넘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02 뇌심질환으로 인한 사망역시 업무관련성 여부를 제대로 따지 기 보다는 개인질환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현실 역시 주목해야 한다.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1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노동자 스스로도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해와 직업병으로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몸과
안전 및 보건을 유지하고 증진해야 할 기준을
삶을 최우선시하고 제대로 지킬 경험과 힘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필요한 쾌적한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우선 산업안전보건법을
작업환경에 대한 요구를 분명히 하는 노력이
제대로 읽어보고, 자신과 현장의 노동을 제대
필요하다. 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일상적이
로 보고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고 지속해서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실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과제는 인 노동안전보건 인식, 제도, 체계, 실천의 패러다임 전환 절실
식, 제도, 체계, 실천의 패러다임을
기업의 이윤중심
⇨
노동자의 삶과 건강 중심
바꾸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이
경제 및 산업 정책에 종속
⇨
독자적 노동 및 사회 정책
소수 노동자 대상의 법제도
⇨
모든 노동자를 위한 법제도
허울뿐인 노사자율
⇨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 강화
유명무실한 노동자 권리
⇨
노동자 권리 확대 강화
사적 노동안전보건 서비스
⇨
공적 노동안전보건 서비스
노동안전보건 활동 관련 주체들이
높은 이용장벽
⇨
누구나 손쉽게 활용
그 중심에 있다. 현실로 만들기 위
치료와 보상 중심
⇨
보호와 예방 중심
전문가 소수 의존
⇨
다수의 노동자 시민 참여
고충처리 정부 수행기관
⇨
기획 예산 강화한 독립기관
솜방망이 처벌
⇨
기업살인법제정등 처벌강화
로 경험과 행동을 쌓아나가는 것에 애써야 한 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관행적으 로 진행하고 있는 검진, 측정, 점검, 근골조사, 위험성평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일상적인 안전보건 관련 활동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부 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해당 사업장에 납품하는 회사의 노동자들이 처한 유해위험요인을 들여다보고 개선할 힘을 보태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다. 단위 사업장의 벽을 넘어 지역과 업종차원의 산업재해와 직업 병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해보면 좋겠다. 산업
2018년 6월호
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 깨 걸고 또 다른 한 걸음을 내딛을
태를 파악·평가하여 관리·개선하는 권리 주체
12
지 싶다. 그 과정에서 대행적인 활
주체들을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실 천하며 힘을 키우는 것. 노동자들과
한 꿈을 꾼다.
2018년의 문송면을 만나다 - 1973년생 김현호 님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1973년생 15살 문송면. 그는 온도계 공장에서
에게 큰 충격이었다. 장례식 때는 영등포 로터리에
일하다 2개월 만에 수은중독에 걸려 숨졌다. 가
서 수천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노제를 치렀
난했기 때문에 그 시절엔 고향을 떠나 서울로, 모
다. 노동자, 활동가, 의료인, 시민들이 일터를 안전
두가 서울로 몰려들었다. 문송면도 그런 사연을
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쳤다. 그의 죽음은
안고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혼자 서울까지 올라
원진레이온의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을 알리
왔다.
고, 직업병 문제가 이슈화되는데 큰 발화점이 되었 다.
문송면은 병원을 전전한 지 한 달 만에 서울대 병원에서 수은중독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노동
그의 죽음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수많은 노동
부는 서울대병원이 산재지정병원이 아니라는 이
자들의 죽음을 견뎌왔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유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맹독성 물질
구의역 청년 노동자, 청년 드라마 PD, 메탄올 실
인 수은에 관한 설명, 교육도 하지 않았다. 무방
명 사건,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문제 등 1973년과
비 상태에 놓여있는 15세 청년 노동자를 밤낮으
2018년을 교차하는 노동자들의 아픔, 죽음 그리
로 일만 시켰다. 이 사건은 많은 노동자, 시민들
고 희망을 2018년의 문송면과 만나고 싶었다. 지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3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난 5월 25일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자동차 엔진
일미스트, 분진이 많이 날려서 심각한 피해를 입기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김현호 님을 만나
도 해요. 설비가 비좁게 들어서 있어서 노동자들이
30년 전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많이 부딪혀 찰과상, 좌상을 입는 경우도 많아요. 모 든 재해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곳이죠.”
김현호 님은 1973년 문송면 님과 같은 해에 태 어났다.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화 성에 위치한 신한발브에 다니며 노동조합에서 노 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고향 도 충남 서산이라고 했다. 만약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본인도 충남에 살면서 우연이 라도, 어쩌면 문송면을 만나지 않았을까라며 말 을 이어나갔다.
“문송면 님이 서울에 올라와 수은공장에 다니지 않 았다면, 수은중독에 걸릴 회사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18년 동안 일 한 본인 역시 작년에 어깨에 염좌 가 생겨 치료를 받았다. 주변에 요양 중인 동료들 도 있고, 요양까진 아니더라도 파스로, 물리치료 로 버티는 이들이 많다. 2017년에만 현장에서 드 러난 재해가 50건인데, 드러나지 않은 재해는 더 욱 많다. 2014년도에는 경기도에서 재해율 2위 를 차지했다. 회사는 특별근로감독을 받기도 했 다.
김현호 님은 공장의 유해화학물질과 중량물 취
않았을까요? 제가 일한 곳도 구로였어요. 지금 다니
급, 소음, 비좁은 공간 등도 문제지만 심야노동,
고 있는 신한발브에 입사해서 노동조합운동 할 때까
장시간 노동도 본인을 비롯 동료들을 신체적·심
지 살아계셨으면 벗으로, 동지로 만날 수 있지 않았
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
을까요.”
다.
30년 전 문송면 님이 일했던 온도계 공장은 액
“공장은 주간·야간 맞교대로 돌아갑니다. 주간근무
체 수은이 깔렸고, 수은증기가 가득했다. 노동자
는 오전7시50분에 시작해서 오후5시30분까지 8시
가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직접
간 근무를 합니다. 2시간 잔업이 있는 날은 저녁7시
수은을 온도계에 주입했다. 결국 일을 시작한지
30분까지, 4시간 잔업은 저녁9시30분에 끝나요. 야
한 달 조금 지나 이상 증후가 나타났고 불면증,
간근무는 밤 10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6시까지
발열, 두통 등에 시달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노 동자들이 일하는 일터의 모습은 어떨까?
8시간 근무를 합니다. 잔업이 있으면 오전 8시까지 일 하죠. 보통은 잔업이 있어요. 제가 알고 있기론 71년에 신한발브가 창립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바 뀌지 않은 근무시간표예요.”
“제가 다니는 신한발브라는 곳은 자동차 엔진 부품 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원재료를 절단해서 열로 가열하고, 프레스로 성형해서 성형된 원재료를 가공 해 완제품을 만들어요. 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는 소음입니다. 소재 운반, 포장, 기계 장착할 때 중량 물 취급도 많아요. 그래서 근골격계 질환도 많고, 오
14
2018년 6월호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연속적으로 교 대제 변경을 진행했다.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단축에 대한 노동운동의 요구와 싸움이 있었기에
일궈낸 결과였다. 하지만 완성차 1차 하청업체인
량물 취급 작업 하면서 재해를 입게 되고, 이 재해를
신한발브에 바로 적용되진 못했다. 만성피로, 소
산재로 받지 못하고 공상조차도 쉽지 않았죠. 동료들
화불량이 일상인 조합원들에게 장시간노동, 심야
이 그렇게 다치는데도 회사의 반응은 ‘너가 잘못해서
노동 철폐는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1969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감독관에게 쓴 자 필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오늘날 여 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
다쳤잖아, 너가 다친걸 우린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안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 어요.”
아이의 넘어짐으로 김현호 님은 세상을 다르게, 좀 더 곧게 바라보게 됐다. 그런 그에게 1973년 동 갑내기 문송면 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십니까? 여기에는 숨은 희생이 있다는 것을 명심 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어린 자녀들은 하루 15시
“문송면 님이 돌아가시고 10년 후쯤 제가 27~28세
간의 고된 노동으로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돼 왔
에 신한발브에 입사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습니
습니다.” 전태일도, 1988년 문송면도, 2018년
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문송면, 원진레이온 등 노
김현호도, 장시간·심야노동은 노동자의 몸과 삶
동안전보건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살아남을 수
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있지 않았을까요. 문송면 님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감 회가 새롭습니다.
“인간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대체로 맞겠지만, 절 대 틀린 게 바로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적응하는 인
우리 사회 전체가 노동자의 안전, 사회 전체 안전에
간’이라는 표현입니다. 제가 주야 맞교대를 18년 동
대한 내용들을 깊고 넓게 바라보면서 인식을 확장해
안 일을 했지만 절대 적응할 수 없는, 몸이 적응하지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윤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
못하는, 심리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게 바로 심야
안전이 먼저 고민되고 우선시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노동이고 교대근무입니다.”
죠. 이 문제는 결코 우리 사회 지도층이나 자본에 맡 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터에서 일하고, 아프고,
일터에서 다친 동료의 문제를 상담해주고 안전 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그에게 도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다치는 노동자가 직접,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 라고 봅니다. 몸으로, 물리적으로 함께 하고 있진 못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 그런 인사를 문송면 님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계기가 있었다.
“제가 2000년에 입사하고 얼마 안돼서 아내가 아 이를 낳았어요. 현장에서 일하고 돌아와 샤워하고 방바닥에 잠깐 누웠다 일어났는데, 제가 일어났던 자리에서 아이가 쭉 미끄러져 뒤통수를 부딪 혔어 요. 제 몸 자체가 오일미스트에 쌓여있었기 때문이 죠. 그런 현장에서 일하고, 동료들이나 저 역시도 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5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은 어떠한가 - 부산지역 10대 청소년 노동자 인터뷰
이숙견 상임활동가
올해는 15세 문송면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지 30년
“여러 일을 했어요. 만 14세 때에는 전단지를 주로
이 되는 해입니다. 2018년 문송면처럼 노동을 하고 있
했었고, 그 이후에는 편의점 일을 많이 했었어요. 그
는 청소년 노동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사이에 찜질방 일도 했었고요. 기간은 편의점은 2년
청소년 노동자들은 어떠한 노동을 하는지, 어떤 문제와 고민에 직면해 있는지 지난 5월 31일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정도, 찜질방은 2개월, 전단지는 6개월 정도 했습 니다. 단기 알바로 하루 동안 떡 공장에서도 일했어 요.”
일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독립된 저만의 비상금을 어릴 때부터 모아두고 싶 “올해 만 17세이고,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청소
었던 이유가 있었고요, 나중에 탈 가정 이후 생활비
년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청소년 인권운동가입니
를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일을 시작했어요. 사람이 숨
다.”
만 쉬어도 돈이 들잖아요. 최근까지는 활동하면서 드는 비용 때문에 알바를 했었어요. 지금은 안 하고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었나요?
16
2018년 6월호
있습니다.”
일할 때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요. 사장님들도 다 알아서 자기들이 불법을 저질로 도 신고 못 한다는 걸 알아요. 편의점에서 일했을
“찜질방에서 했던 일을 말씀드리면 저녁 8시에 출근
때는 점주가 직고용을 안 하고 직영 노동자가 무슨
해서 다음날 아침 8시에 퇴근했어요. 야간 12시간
일 생기면 땜방으로 부르는 거예요. 한 달에 3~4
근무가 기본이었는데 주간 작업자랑 교대를 원래 근
번 정도 그렇게 2년을 했으니까 사실상 단기도 아
무시간 30분 전에 하고 퇴근을 30분 늦게 했어요.
니고 고용된 장기 알바라고 보는 게 맞죠. 제가 20
일찍 오지 않으면 눈치를 줬어요. 저는 주로 카운터
살이었으면 고용을 했을 텐데 청소년이라 고용시
를 보느라 금액 정산하고, 손님들에게 입장권 끊어
장에서 배제되는 거예요. 이렇게 청소년들이 배제
주는 일을 했어요. 일이 고되기 보다는 밤새 계속 깨
되니까 편의점뿐만 아니라 알바 구직 사이트에서
어있어야 하고, 불편한 의자에 12시간 내내 앉아 있
청소년 알바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사람이 기피하
을 때 힘들었어요. 게다가 8월 한여름에 일했는데
는 일자리 (제일 싸고, 제일 부려먹을 수 있는 곳)
카운터라 에어컨 없이 일했어요. 아르바이트에게 맡
만 있어요.”
기면 안 되는 일도 시켜서 여러 개 찜질방에 들어가 서 온도 조절하는 일은 했는데 그때마다 약품이 이
믿을 수 없었던 노동환경도 있었나요?
상해서 그런지 냄새도 많이 나고 오래 들어가 있으 면 머리가 아팠어요.”
“떡 공장에서 단기 알바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떡 사먹지 마세요. 위생적이지 못해서 구정물
그밖에 월급이나 휴일 등 노동조건은 어땠나요?
같은 데 떡을 씻고 정말 더러웠어요. 대부분 알바 생들이 처음 여기를 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무슨
“찜질방은 주말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 달에 휴일
일인지 전혀 모르고 오는 거죠.”
이 이틀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일해도 월급은 겨우 120만 원을 받았고요. 그때가 2015년인데 최저임
일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점이 있었나
금에도 모자랐고,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이었는데도
요?
야간수당, 주휴수당은 당연히 없었어요. 상여금도 없었고 근로계약서 작성하자고 3번 이상 말했는데
“제 이름으로 안정된 고용 계약을 할 수 없었던 점
결국 안 써줬어요. 한 달은 하루 12시간씩 밤에 일
이 제일 어려웠어요. 옛날에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했는데 낮에는 인권단체 활동을 하느라 잘 못 쉬었
위해서 부모동의라는 제도를 뒀다고 생각하지만,
어요. 평소에 일할 때도 4시간 동안 쉬는 시간이 없
이제는 족쇄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집안 문
었어요. 저녁도 알바비로 알아서 먹었어요. 이렇게
제로 탈가정, 탈학교를 했는데 ‘부모님 동의서’와
두 달 정도 하고 그만뒀어요.”
‘학교장 동의서’를 받아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너무 이상하고 불필요한 점이 많아요. 이렇게 되니
일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까 일을 못 하게 막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안전 하지 못한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린다고 생각해요.
“다들 이러한 노동환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불이익당했을 때 신고를 할 수 없
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찜질방 일도 만 18세 이상
는 사각지대에 있거든요.”
만 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서 했었거든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7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반대로 일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있나요?
육이 과목으로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 법 교육이 안 되니깐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내가 어
“(단호하게) 없었던 거 같아요. 그나마 좋았던 기억
디에 연락해야 할지조차 막막해하거든요.”
은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지나서 폐기해야 하는 밥 먹었을 때? 근데 그것도 먹을 수 있는 게 그날그날
1988년에 온도계에 수은을 주입하는 일을 하다
다르거나 아예 없는 날도 있어서 그럴 때는 굶었어
사망한 문송면이라는 노동자가 있었어요. 이분이
요.”
올해로 돌아가신 지 30년 되는 해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 집회, 문화제, 토론회 등 개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적도 있었는지요. 그럴 때
최하고 있는데 30년 동안 계속해서 열악한 환경
대처는 어떻게 했나요?
에서 일하는 청소년 노동자 건강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픈 경우엔 사장님한테 자기 관리를 못 한다는 이
요?
야기만 들었던 거 같아요. 아플 때도 당연히 일했어 요. 한 번도 도움을 줬다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요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일하다 사망하거
“저는 직고용과 고용 확대라고 생각해요. 노동하지 않아도 잘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일을 하지 않고 잘 살겠어요? 청소
나 자살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는데 알고 있나요?
년 복지가 잘 되어있지도 않고, 기본소득 제도가 있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는 것도 아니고요. 다 고칠 수는 없으니깐 청소년의 노동시장 진출 확대가 필요하고, 청소년 노동에 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 그분이 정말 죽는 거
해서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더불어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잖아요. 제대로 된 노
청소년이 많이 일하는 직종을 분석해서 감시할 필요
동/안전교육도 한번 못 받고 숙련도가 낮고 어리다
가 있고요.”
는 이유로 얼마나 많이 혼나고 그랬겠어요. 게다가 학교에서는 아무리 일이 힘들다고 해도 못 그만두게
얼마 전 전국특성화고졸업생 노동조합이 설립되
하잖아요. 저는 그게 가장 문제라고 생각해요. 너희
었고, 청소년 유니온, 알바노조 등 청소년 노동자
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그만두면 내년부터 이 회사로
의 권익을 위한 여러 조직 등이 있는데요. 노동조
후배들 실습 못 보낸다 그런 말을 들을 때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해결하려면? 간단하죠. 업체 관리를 계속하는 거, 취업률을 중심으로 학교를 평가하지 못하도록 해야 죠. 이런 문제 때문에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 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거잖아요. 그리고 노동법 교
18
2018년 6월호
합이나 이러한 조직체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한 다고 생각해요. 특히 청소년노동의 노동환경과 건강을 위해선 해야 할 역할이 뭐가 있을까요?
“노동법 교육 정말 중요하죠. 입시 과목에 노동법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 거 같아요. 지금은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 상담받 을지 잘 모른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청소년만을 위 한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담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
해요. 그리고 청소년 노동 활동가들이 자발적이고
존재 파이팅’이요. 대부분 청소년은 공부해야 한다
계속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고 생각하고 청소년은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잖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노동 활동가의 존재는 정
아요. 그런데 이미 평일에 학교에 가고 주말에 알
말 중요한데 운동조직에서도 정규노동이 아닌 형태
바하는 청소년이 많고 생계가 아니더라도 알바를
로 차별받거나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거 같아요.”
하는 경우도 많아요. 결국에 노동한다는 것은 나만 의 경제적이고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마련하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모르는 거죠. 너무 극
“글쎄요. “그만두고 나와도 괜찮다.”라는 말과 ‘우리
단적으로만 생각하는 거예요. 경험 아니면 생계, 중간이 없는 거예요. 비 청소년들도 노동을 하 는 이유가 여러 가지인 거처럼 청소년도 노동 하는데 수많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출처 : 알바노조
좋겠어요.”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9
특집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위 발족하다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
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직선제 등 민주화를
을 의심하는 의사를 만났고, 수은·유기용제중독
일부 쟁취한 1988년의 여름. 고도성장과 서울올
으로 진단받았다. 회사는 시골에서 농약 중독이
림픽에 대한 기대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었다. 그
돼 아픈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사
러나 그 이면에는 참혹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
업주 날인이 없다” “서울대 병원은 산재지정 병
자들이 있었다. 그해 7월 2일 수은중독으로 15세
원이 아니다“라며 산재신청 접수 자체를 거부했
노동자 문송면이 사망했고, 원진레이온 섬유 공
다. 1988년 5월 11일 자 <동아일보>에 기사가
장에서 집단직업병도 발병했다. 숨길 수 없는 한
실리면서 노동부는 역학조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국 노동안전보건의 민낯이었다.
수은중독이었다. 6월에 겨우 산재 승인을 받았지 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고 만다.
1987년 말 중학교 졸업을 앞둔 문송면은 집 안 형편을 생각해 낮에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
노동운동가와 진보적 보건의료인들은 <고(故)
닐 수 있다는 말에 끌려 현장실습 명목으로 온도
문송면 산업재해노동자 장례위원회>를 결성하
계·압력계 제조 공장(서울 양평동 소재)에 들어
고 16일간 장례투쟁을 진행한다. 장례투쟁은 산
갔다. 낮에는 온도계에 수은을 주입하는 일을 하
재직업병 문제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렸고 본격적
고, 밤에는 공장 기숙사에 배정받지 못해 수은이
인 직업병투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소식을 듣
널린 공장에서 자면서 온종일 수은에 노출된 것
게 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우리
이다. 입사한 지 2달 만에 두통과 전신 통증, 불면
도 직업병 피해자”라며 직업병 인정을 요구하는
증, 피가 날 때까지 긁을 정도로 심한 피부 가려
투쟁에 나서게 된 것이다.
움, 14kg의 체중감소, 잦은 구토에 시달렸다. 원진레이온(경기도 구리시 소재)은 펄프에 이 결국, 2월 초 문송면은 휴직계를 내고 고향으
황화탄소, 황화수소, 황산 등을 써서 인견사(레이
로 돌아와 병명도 알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
온)를 만드는 곳으로 종사자 1,500여 명 규모의
했고, 굿까지 했지만 낫지 않았다. 마지막이라는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보호할 보
심정으로 3월에 찾아간 서울대병원에서 직업병
호구나 안전설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
20 2018년 6월호
고, 수많은 노동자가 이황화탄소에 중독되어 전
여 명에게 집단 발생했다. 삼성 직업병 산재사망
신 마비, 언어 장애, 팔다리 마비 등의 병을 얻었
노동자는 11년간 118명에 달하고, 해결을 요구
다. 한겨레신문 보도로 이들의 비참한 현실이 드
하는 반올림의 농성투쟁은 1,000일(18년 7월 2
러났고 노동자들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대
일)에 다다르고 있다.
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업병 인정 투쟁을 시작했 다. 노동부와 원진레이온 회사는 직업병 사태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정권이 바뀌고 여러 노동안전보건 대책이 쏟아 져 나오고 있지만,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 취급 하는 물질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 치료받을 권
대책위원회는 원진 노동자 고 김봉환의 장례를 137일간 치루지 못한 채 투쟁했고 1991년에야
리 등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여전히 답 보상태다.
비로소 이황화탄소 중독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 정기준이 만들어졌다. 1993년에야 투쟁이 일단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락되었지만 이황화탄소 중독 직업병으로 인정된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다시 사회적 의제로 전면화
915명 중 현재까지 230명이 사망했다. 공장폐업
하고자 범사회적인 추모조직위원회가 구성되었
과정에서 치료와 보상 그리고 자활사업을 위해
다. 산재사망자에 대한 추모를 넘어, 노동자와 시
원진직업병관리재단이 설립되었다.
민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 5월 16 일 추모위 발족을 시작으로, 6월에는 추모위원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은 87년
을 전국적으로 모집하고, 사업을 홍보할 계획이
이후 폭발한 민주노조 성장 속에 시작된 진정한
다. 7월 1일에는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
의미의 노동안전보건운동이었다. 이후 현장 변화
주기 합동추모제, 2일에는 노동자·시민 안전보건
와 제도 개선 등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1988년의
의 달 선포 기자회견, 7일에는 서울에서 추모식
문송면과 원진레이온이 이름과 대상을 달리한 채
과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7월 첫 번째
30년이 지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주는 사진전, 두 번째 주는 노동자건강권 전국 순 회 뮤지컬 공연, 세 번째 주는 노동안전보건운동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엘지유플러스 고객
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과제에 대한 제 대토론회
센터에서 ‘콜수’를 채워야 했던 여고생이 스스로
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내년까지 산재사망 노동
목숨을 끊었다. 제주도의 한 고교 실습생은 프레
자 추모 조형물 및 동판 건립을 할 계획이다.
스에 끼여 사망했다. 외주 업체 소속으로 스크린 도어를 혼자서 수리하던 ‘김군’은 문과 열차 사이
1988년으로부터 30년이 흐른 2018년에도 여
에 끼여 사망했다. 문송면과 같은 청소년·청년 노
전한 산업재해와 산재사망 문제에 경종을 울리
동자들의 죽음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끊이지 않
자.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거나 죽지 않는 사회,
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자취를 감춘 메탄올 중독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사회를 30주기를 디딤
이 2016년 삼성과 LG 핸드폰 부품 하청공장에서
돌로 함께 만들어 나가자. 문송면·원진노동자 산
발생해 7명의 불법 파견노동자가 실명했다. 이
재사망 30주기 사업에 많은 연대와 관심을 기대
제는 사례조차 찾기 힘든 수은중독이 2015년 광
한다.
주 남영전구 공장 철거 과정에서 하청노동자 20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21
지금 지역에서는
먼저 광주지역 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3개월 동안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
광주 근로자건강센터 정상화 이후 남긴 숙제
던 부분에 대해서 이유를 불문하고 지역 노동자들에게 사과를 드립 니다. 하지만 다행히 지난 3월 29일 조선대 이사회에서 광주근로자 건강센터 재운영을 결정하여 현재는 50인 미만 및 취약직종 노동자 에 대한 건강관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초 광주지역에서 50인 미만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와 직업병 예방 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중단 위기가 있었습 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업무는 그동안 조선대학교(산학협력단) 가 위탁을 받아 운영해 왔으나, 2018년에 갑자기 직원 10명 중 7명 이 2년 이상 근속자여서 이들이 정규직 고용승계를 주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조선대학교(산학협력단)는 3개월이 넘도록 직원들과 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태는 시작되었습 니다. 심지어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사업 비 예산 신청도 하지 않아 직원들이 3개월째 임금체불의 고통을 받 고 있습니다.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은 2012년 처음으로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위탁기관으로 선정되어 3년간 위탁운영해온 후 2015년 재공모를 통해 재위탁을 받아 지금까지 총 6년간 운영해왔습니다.
조선대학교(산학협력단)측의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광주지역 한 해 5~6천여 명의 노동자들에게 제공되었던 건강관리 서비스는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나,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운영중단 문제가 알 려지자 지난 3월 22일 조선대학교(총장 강동완)는 보도자료 발표하 였습니다. 내용을 보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위탁사업을 수행 하는 조선대학교는 센터를 계속 운영할 경우 고용부담이 예측되나 본 센터가 지역근로자 건강을 위해 기여한 바가 크고, 또한 시민 속 으로 도민 속으로 나아가는 지역사회와 연대를 통한 공헌을 위해 센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터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리고 3월 29일 조선대 이사회에서 어렵게 센터를 운영하겠다고 결정하여 2년 이상 직원은 4월부터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조선대학교가 전향적으로 근로자건강센터 운영을 계속 하겠다는 것은 천만 다행
22 2018년 6월호
이고, 비정규직 노동자 및 취약계층 노동자 건강관리의 파행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는 피할 수 있 게 되었습니다.
광주지역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일하는 근로자건강센터 소속 노동자들의 근속기간이 2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고 고용이 불안하면 어느 전문가들이 건강 관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대 책을 내놓고 상시지속업무에 대해 정규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선대학교의 근로계약 연장 중단 시도는 우리지역의 대표 사학기관이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정부정책에 반 하는 것입니다. 이번 중단 위기 사태의 해결 과정을 겪으며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소규모 사업 장 및 직업병 예방을 충실히 하고 있었고, 더욱더 열심히 하라는 지역 노동조합의 격려를 많이 받 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건강관리 중단위기 사태를 직접 느끼면서 책임기관인 고용노동 부와 안전보건공단의 태도는 결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정확히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업 중 단(파행)의 최종 책임은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근로자건강 센터 설치·운영 주체로 고용노동부 장관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근로자건강센터 는 안전·보건관리자를 둘 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 합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조선대학교(산학협력단)에 건강관리사업을 위탁하고 있 습니다. 이는 민간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위험을 외주화 하는 것과 비슷하게 운영된다는 문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전국에는 21개 근로자건강센터가 있습니다. 약 200명이 넘는 근로자건강센터 직원들은 상시적 으로 고용불안을 겪으며 취약계층 노동자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 재해 사망 50% 감축 목표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앞장서서 담당하고 있는 근로자건강센터 직원들의 고용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 입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정상화가 2개월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시내버스 운수종사자, 건설일 용노동자, 요양보호사, 학교급식종사, 전기배전원 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센터를 방문 하여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정상화가 되기까지 유관단체, 노동계, 그리고 센터를 이용한 노동자 여러분께 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직원들도 앞으로 더욱더 힘들고 어려운 취약한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지역에서는
23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유럽암예방주간(European Week Against Cancer, 2018.5.25.∼ 31.)을 맞아 유럽연합 산업안전보건청(이하 EU-OSHA)에서는 최근
암 생존자들이 일터로 다시 돌아갈수 있도록
유럽 전역의 노동자와 일터에 암이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프로젝트 결과를 출간했다. 여기에는 암 생존자들의 성공적인 재활과 작업 복 귀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과 실제, 정책과 중재에 대한 내용이 실렸 다.
매년 유럽의 노동연령 인구 중 약 140만 명이 암을 진단받는다. 그 들 중 많은 수가 일을 계속할 수 있지만, 진단 18개월 후 일터로 돌 아가는 평균 비율은 64% 정도다. 암 생존자가 실직자가 될 가능성 은 평균보다 1.4배 높고, 장애 급여를 받게 될 가능성은 3배 높다.
“실직은 개인의 안녕과 재정 상태에 미치는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 니라 이런 상황은 기업과 사회 전체에도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 래합니다.” EU-OSHA의 사무총장 Christa Sedlatschek은 말한다. “실제로, 2009년 기준 유럽연합에서 암으로 인한 노동력 손실은 95 억 유로(한화 약 11조 9천억 원)로 추산됩니다. 그래서 암 진단 이후 에 노동자들이 일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전략을 사업장에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U-OSHA에서는 ‘암 이후 재활과 작업 복귀 - 방법과 실제’ 프로 젝트를 통해, 암을 진단받은 노동자들이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들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사업주들이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자 한다.
암 생존자들은 피로 등의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과 같 은 심리적 문제도 흔히 경험한다. 이런 건강 문제는 노동 능력을 감 소시킬 수 있고, 동료들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 다. 여러 과학적 근거들은 다방면의 중재와 심리 상담이 암 생존자 들의 성공적인 작업 복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유럽연합 회원국 중 다섯 국가로부터 7개의 모범 사례를 수집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 사례분석 결과에서,
24 2018년 6월호
암 생존자들이 일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접 근방식을 볼 수 있다. 특히, 영국의 맥밀란 암 지원센터(Macmillan Cancer Support)에서 시행한 ‘암을 극복하고 일하기’ 프로그램(The ‘Working through cancer’ programme)은 혁신적인 중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통합 프로그램은 온라인 정보와 이러닝부터 전화 지 지, 사내 교육 과정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와 가족, 사업주, 인사 담당 자, 안전보건 담당자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자원을 제공한다. 이 프로 그램의 목표 중 한 가지는 암 치료 후 노동자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이득이라는 점을 사업주가 확실히 이해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밝혀진 성공 요인을 바탕으로 몇 가지 권고 사항 이 만들어졌다.
-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 복귀 프로그램이 모든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제 공되도록 하기 위한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중소 규모 사업장에 는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 프로그램의 조기 시행과 모든 이해관계자 간의 원활한 소통은 효과적인 작업복귀 중재에 핵심적이며, 관련 프로그램은 노동자의 필요에 맞게 시 행되어야 한다. - 작업복귀 프로그램은 회사 정책에도 포함되어야 하며, 암과 일터 복귀 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할당되어야 한다. - 암 치료 후 일터로 복귀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직장 내 긍정적인 태도를 고취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출처 : How can cancer survivors best be supported to return to work? , European Agency for Safety and Health at Work. 2018.5.28. (https://osha.europa.eu)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25
연구 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1)
손진우 상임활동가
1. 연구 배경 및 연구방법 2018년 경기도버스공동행동01은 [경기도 버스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2017년 기준, 지난 3년 동안 버스 졸음운전 사고로 700여 명이 다치거나 숨졌 으나, 버스 운전노동자에게만 사고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현실에서, 경기도버스공동행동 은 버스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 를 수행했다. 이 연구 중 일부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는 버스정책의 변화에 있어 가장 크게 반 영되어야 할 버스운전 노동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경기도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 동현실은 2015년 가톨릭대학교, 사회건강연구소 등이 수행한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 태와 기준 연구]를 통해 기초적인 현황 파악이 진행된 상태로, 버스 노동현장의 실질적인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이를 재조사하기 보다는 버스운전 노동자의 진술을 통해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낼 필요에 따라 진행됐다. 심층면접은 2018년 2월 5일~19일 용인, 평택, 안양, 부천 등 경기도 주요시 소재의 버스 운전 노동자 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참가 대상은 아래 표와 같다. 01 2017년 10월 17일 경기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버스지부 등은 계속되는 버스 안전사고의 근본 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과로없는 안전한 버스, 교통복지 확대, 버스완전공영제 쟁취를 위한 경기도버스공동행동’을 출범했다.
26 2018년 6월호
[표] 인터뷰 대상자 기본 사항 지역
연령대
버스 운전 경력
a
평택
50대
대중교통종사 30년 중 버스 10년
b
평택
40대
대중교통종사 6년 중 버스 6년
c
부천
40대
대중교통종사 15년 중 버스 15년
d
부천
50대
대중교통종사 13년 중 버스 13년
e
용인
50대
대중교통조사 23년 중 버스 13년
f
용인
50대
대중교통종사 23년 중 버스 18년
g
용인
60대
대중교통종사 30년 중 버스 30년
h
용인
50대
대중교통종사 10년 중 버스 10년
i
안양
30대
대중교통종사 13년 중 버스 10년
2. 연구 내용과 결과
확인된 바 있다. 앞선 선행연구 이후 무려 3년 가까이 경과한 이번 심층면접에서도,
1)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실태
장시간 노동의 현실은 그대로였다.
① 장시간 중노동
직행좌석은 다섯시 반, 다섯시 반에 출발해서
작년 ‘졸음운전’이 야기한 고속도로상의
정상적으로 끝나면 10시 반이나 9시에 끝나
대형 교통사고에 대해 버스운전 노동자들
야 되는데, 첫 차도 나가면 도로상황 하다 보면
은 사실상 무제한 노동을 뒷받침하는 근로
은 12시, 11시 반, 12시 다 되어서 끝나요. (중
기준법 제59조 특례가 만들어낸 비극으로
략) 첫차 나가서 12시에 끝난다는 건 말이 안되
인식하고 있었다.
잖아요. 근데 보통 다 거의 다 그렇게 하고 있어
작년에도 한참 말 많았던 뭐 59조. 거기 그런
요. (인터뷰 H)
거 좀 제발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가지 고 나 그 사람들 보면 그 따블자들(연속근무자
인터뷰에 참여한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들) 보면 정말 그 아....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
통계나 조사보다 실제 노동시간이 더 길다
어. 안타까워 죽겠어. 니네들 따블하나 더 타면
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버스운행 시간만을
니네들 하루 더 일찍 죽는다고 그래요. (인터뷰
노동시간에 반영해 운행을 위한 제반 준
D)
비, 운행종료 후 차량 입고 및 뒷정리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시행된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
출근시간이나 운행 시작 준비시간이나 운행 마
로 실태와 기준 연구]에 따르면, 경기 시내
무리 시간 대기시간 정비시간이 근로 시간이 아
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
니라고. (인터뷰 C)
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 경기 광역버 스는 70.1%를 나타내 그 심각성이 이미
장시간 운전과 연속근무(복격일제, 복복
연구리포트
27
격일제)가 만연한 현실은, 대형 사고로 이
까, 그런 유혹에 넘어가는 거죠. (인터뷰 I)
어지지 않았을 뿐인 아차사고 등의 다양한 사고를 항시적으로 동반하고 있었다.
저임금 체계로 인한 장시간 노동의 수용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졸면서 사고난 적도 두
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강제되
세번 있어요, 솔직히. 큰 사고 아니고 접촉사고.
는 것으로, 회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
가다가 축 쳐져 가지고, 정신차려서 보면 앞차
에 놓인 버스노동자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
가 받쳐있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 졸다가 사고
하기 쉽지 않고, 이를 거부할시 유, 무형의
난 기사들이 80%는 돼요, 80%. (인터뷰 G)
압박에 노출된다. 이를 악용해 버스회사는 이익 극대화를 이루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안전운전을 위해 버스운전
(회사가 요청을 하나요?) 네. 사람이 부족하다
노동자의 근무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할
보니까, 매일 연락을 하는 거야. 그럼 사람이 기
운수회사가 버스운전 노동자의 장시간 중
분이 좋지 않아요. 근데 전화가 오는 거야. 쉬는
노동, 과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에. 기사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그래요, 거
인제 그 운전자들이 부족하니까. 이틀도 타고,
절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중에 또 불이익
삼일도 타고, 열흘타는 사람도 봤어요. (중략)
당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가 있단 말이에요. (인
본인이 안할려고 해도 회사에서 부탁을 하니까.
터뷰 H)
(인터뷰 E)
장기간 중노동, 저임금은 신규 인력충원 ② 낮은 임금
의 현실적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신규 인
격일제 근무만으로도 하루 18~20시간
원의 입사와 퇴사의 반복으로 인해 현장의
을 근무하는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주당 노
버스운전 노동자들에게 운행의 부담이 오
동시간은 주40시간을 상회하는 수준의 과
롯히 전가되고 있었다.
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연속근
솔직히 말해서 대학나와 가지고도 마땅히 취직
무에 나서는 것은 낮은 임금 때문이었다.
이 안 되니까, 버스들을 하려고 젊은 사람들도
만근(월 12~13일)이 보장하는 기본급만
많이 오는데, 와서 해보니까 아니거든. 그래서
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어, 각종 수당과 연
또 나가고. (인터뷰 H)
계된 연속근무를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자 의반 타의반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28 2018년 6월호
신규 인력충원의 현실적 어려움을 경험
두 가지가 있어요, 자기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하
하며, 버스 현장의 노동자에게는 스스로의
는 분, 회사에서 시키니까 하는 분 이렇게 두 분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와 자조가 나타나고
류죠. 회사가 초과근로수당에 대해서 많이 지금
있었다.
하게 유혹을 하죠. 다른 거에서 받아야 하는데,
아 이게 참 천한 직업이다. (인터뷰 F)
따블을 타면 더 많이 가져간다는 것을 책정하니
버스에 만족해가지고 하는 사람이 과연. 10%
정도 5% 정도? (인터뷰 F)
지 않고 순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 버스->시내버스->광역버스로 경력을 쌓아
항상적인 인력부족 상태로 연·월차 등
이동하기 위해 당장의 불이익을 감내하는
휴가는 필요에 의해 사용할 수 없는 것이
것이다. 운행하는 버스종류에 따라 경력인
되고 있었다. 쉬고 싶을 때는 다른 일정에
정, 임금, 안전사고의 위험 등 훨씬 나은 노
투입되는 대근을 하거나, 결근계를 제출하
동조건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도록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로 인해 휴가
이제 마을버스에서 시내버스로 올 때는 임금의
제도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제와 강요를 거
차이도 있죠. 그리고 어디 다른 회사로 갔을 때,
부하고, 권리 찾기에 나서는 민주노총 조
취직했을 때에도 마을버스보다도 시내버스를
합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인식되
경력을 했다고 그러면 취직이 더 빨리 되는거죠.
고 있었다.
(중략) 이제 시내버스는 뭐냐면 안전사고 같은
우리는 공문 보내서 통보하고 끝나거든요? 그
것도 많이 있고 좀 그러는데, 광역버스로 오면
런데 다른 조합원들은 사정을 내야 하니까 그래
좌석이 있고 그러니까 (안전사고 같은 것에서)
도 안 들어주니까. 그리고 연차 같은 경우에도
조금 더 낫죠. (중략) 그래서 마을버스하는 사람
회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만 되고 다른 조합원
들 소원은 항상 시내버스 하는 거. (인터뷰 F)
은 안 된다. 선언을 해버린. (인터뷰 C) 야 그거 쓰지 말고 결근계 한 이틀쓰고 나서 쉬
③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안전운행을 위한 기
고 와. 이렇게 얘길해요 돈으로 주믄 줄테니까
본적인 요건
선동하지 말고. (인터뷰 E)
버스 졸음운전 사고가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화 되자 국토교통부는 2017년 2월
③ 증대되는 노동강도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통상적으로 대다수의 일터에서는 경력
통해 ‘연속운전 제한’과 ‘최소 운전 휴게시
이 쌓이면 업무 숙련도가 증가하고, 이에
간’을 제도화 했다. ‘연속운전 제한’은 그동
따라 일에 대한 통제력과 자율성이 상승하
안 근기법 59조 특례로 인해 무력화 됐고,
는데 반해, 버스현장의 노동강도는 날이
시내·마을버스와 시외·고속·전세버스의 휴
갈수록 증대하고 있었다. 도로여건 및 교
게시간 또한 버스현장에서는 들어설 틈이
통체계의 변화 등이 잦기 때문이다.
없는 현실이었다.
차는 자꾸 늘지, 신호등은 자꾸 더 생기지. 또
말로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서 뭐 십
배차시간(빠듯하지)은 차가 많이 생기다보니까.
오분 이십분 삼십분 이렇게 준다고. 그래도 회
(인터뷰 G)
사, 회사에서는 우리 출퇴근 시간에 뭐 소변 볼 시간도 없고, 바로 돌려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어
열악한 버스현장의 노동 현실은 조금 더
요. (인터뷰 D)
나은 조건에서 일하기 위해 불만을 드러내
연구리포트
29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빠듯한 배차시간
보험사고 대물피해 금액이 있어요, 금액이. 그
으로 인해 화장실 이용, 식사 등이 보장되
거 넘으면 그냥 사표 쓰고 가야돼요. 그 대신에
지 않는 현실에 놓여 있었고, 조금이라도
이제, 거기, 사고난 거 보험처리 같은 거 회사가
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에서 사투를
다 해주는데. 그냥 이제 미련없이 가야죠. (인터
벌이고 있었다.
뷰 G)
우리가 국물을 잘 안 먹어요. 소변 때문에. 2, 3
동료가 사망사고나 사고가 큰 게 났다 그러면
시간 가는데 소변마려우면 고속도로에서 어떡
은 힘들죠. 내가 왜 운전을 해야 되나 정신적인
할거야. 기사들이 그런 거 다 감안해서 물도 잘
스트레스는 되게 많아요. 사망사고 한 번씩 나
안 마시려 해. 딱 맞춰서 가서 소변 볼 거 생각
면은 같은 기사, 기사도 후유증이 되게 심해요.
하고. 커피도 이뇨작용 땜에 안 마시는 사람들
(중략) 나 같은 경우는 먹고 살라고 하는 건데,
많아요. 그만큼 힘들고, 우리가 다 모든 걸 신경
어느 순간 내가 갑자기 사고가 나갔고, 사망사
써서 해야 되고. (인터뷰 H)
고라도 난다면, 범법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게 스트레스가 되게 많습니다. (인터뷰 A)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배차시간과 휴게 시간, 이로 인해 촉발되는 과속, 난폭운전
버스운행 과정에서 승객과의 갈등 또한
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장애인, 노
빈번하며, 사유가 무엇이든 승객의 민원은
약자들의 버스 이용을 제약하게 되는 현실
곧 버스운전 노동자들에게 묻지마 시말서
로 나타난다. 시간 압박을 받고 있는 버스
와 징계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 응
운전 과정에서 장애인, 노약자 등의 교통
대 과정에서의 감정소진과 업무 스트레스
약자는 도로 위의 불필요한 신호등으로 취
가 상당하지만 이에 대한 회사의 지원체계
급당하며, 버스운전 노동자에게 내적 갈등
는 사실상 전무하였다.
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막 그 뭐, 뭐라 그러지 스트
장애인이 타면은 말은 못하고 속은 끓었지. 왜?
레스 받아가지고 차는 밀리지 막 저기하고 스트
앞차는 가는데 나는 벌어져. (인터뷰 B)
레스 잔뜩 받아 있는 상황에서 그 친절이라는 게 과연 그게 그 안될거라고 봐요. (인터뷰 D)
일상적인 과속, 난폭운전은 사고의 위험
회사에 전화했을 때는. 기사가 불친절해서 욕하
을 항상적으로 내포한다. 그러나 정작 사
고 그랬다고 그러면서. 그러면 회사는 당장 이
고가 발생할 시 모든 책임은 노동자 개인
제 기사한테 전화해서 그런 상황 있었느냐, 왜
에게 전가된다. 사고와 피해의 규모에 따
그랬냐, 시말서 쓰라 뭐 어쩌고 그렇게 돌아오
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지는 상황
는 거죠. 결국은 피해가 돌아오는 건 기사한테
이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 보장 등
돌아오니까. (인터뷰 F)
사고에 대한 처리 및 지원체계는 사실상 없다고 느끼고 있는 형국이었다.
30 2018년 6월호
안전운행의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해야
하는 현실에 눈감는 운수회사와 이를 관
를 기사가 느낀 거를 기사가 얘기를 하거나 아
리, 감독해야 할 지자체와 지방정부는 사
니면 운행을 하다가 차가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실상 운수회사의 운영행태에 대해 모른척
어, 차가 이제 멈출 경우 정비사가 와서 뭐 견인
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다.
을 해 간다든지, 그런 경우는 있죠. 근데 그게 불
우리를 사람이 아니라 부속품 취급을 한다고.
안하죠. (인터뷰 A)
고장나면 그냥 바꿔버리면 되니까. 부속 고장나 면 딴 걸로 교체하면 되니까. 그런 개념으로 우
④ 망가지는 몸과 삶
리를 생각을 하지. 우리 뭐 사람으로 뭐 같은 우
앞서 살펴본 전반적인 버스운전 노동자
리직원, 우리직원 그런 개념 아니에요. 회사는.
의 노동실태는 버스운전 노동자의 육체적,
그냥 우리 타이어 펑크나면 그냥 다 되면 갖다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훼손이라는 결과로
버리고 버리듯이 우리 그런 취급받는 그런 저기
드러나고 있다. 버스운전 노동자들이 대부
에요. (인터뷰 D)
분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버스에서의 업무 환경(미세먼지와 진동)과 노동조건(장시간
버스운전 노동자는 휴게시간을 보장받
노동, 야간노동, 교대제로 인해 일정하지
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쉴만한
않은 수면 주기, 낮은 보상체계, 불충분한
휴게공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형식
휴식시간과 휴게공간 등), 복잡한 운전상
적인 수준의 휴게공간은 마련되어 있으나,
황(교통체증, 과도한 업무시간, 휴식 부족,
인원대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
운전자 간의 갈등, 돌발 상황 발생, 승객과
간으로써의 만족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현
의 갈등 등) 등은 다양한 육체적 건강의 이
실에 있었다.
상 징후로 이어지고 있다.
차에서 그냥 앉아계시는 분들도 있어요. 좁으 니까. 협소하니까. 나도 좀 가서 좀 눕고 싶은데
● 근골격계 질환
누울 자리 없으면 차에 앉아 있거나 그런 경우
울퉁불퉁하고 요철도 많고 운행하는데, 그러다
는 있죠. (인터뷰 A)
보니까 그 충격이 오다보니까 저녁에 이제 들어 오면 좀 뻐근해요. 허리가. (인터뷰 A)
이와 함께 안전운행을 위해 중요하게 다
운전을 오래 하다보니까 목 관련해서 목이나 어
루어져 할 버스의 정비는 기본적인 차량운
깨라든지 기아를 계속 변속해야 되잖아요 그 다
행이 가능한 수준(제동장치의 작동 유무
음에 클러치를 밟아야 하니까 무릎 쪽이. (인터
확인 수준의 기초적인 정비)에서 형식적으
뷰 C)
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버스운전 노동자의 불만이 상당했다.
● 뇌심혈관계 질환
근데 나는 거의 이주에 한 번씩 하는데 브레이
운전하다가 갑자기 아이쿠 하고 쓰러져 가지고
크 조정만 해요. 그 외에는 운행을 하면서 문제
사망하시는 분, 분도 있고. 병원에 실려가는 분 도 있고. 일년에...한 열건 이내에서 한 이상? 전
연구리포트
31
국적으로 따지면 한 열건 이상으로 이렇게 생기
● 수면 장애
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혹시라도 그런게
집에 가면 세시가 넘어요. 세시가 넘는데. 그 다
올까봐. 뇌졸증이나 이런게 올까봐. (인터뷰 E)
음날 일곱시 차나 일곱시 몇 분 차 이렇게 해서 나가야 되요. 그면 몇 시간을 자야 되는 거야.
● 위장병, 방광염 등의 질환
집에 세시에 퇴근 했다가 안 씻고 자도 세시 세
식사시간이나 이제 휴게실에 있다보면은 약 봉
신데. 일곱시 출근하면 네시간이 남아요. 그면
지를 안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없더라구요. (중
내가 아까 얘기 했잖아요. 두 시간 반 잔다고 그
략) 제가 보기에 사례를 보면 일곱 여덟명은 약
면 한 시간 반 자며는 무조건 일어나야지 되요.
봉지를 들고 다녀요. (인터뷰 A)
씻고 또 출근해야 되니까는. 네 시간 남은데서
질병 같은 경우는 이제 기사들이 솔직히 해서
한 시간 반 이론적으로 또 한 시간 반 또는 두
밥을 먹거나 목이 말라도 물을 자주 안 먹는 경
시간만 자는 거에요. 근데 사람이 또 이론적으
우가. 왜. 가다가 소변 마려울까봐. 물을 별로
로 살아갈 수 있나, 와서 씻고 금방 잠을 못 자
안 먹어요. 그러다보니까는 결석 같은 거. 요
니까. (인터뷰 E)
로결석 같은 거 그런 게 자주 걸려요 기사들이. (인터뷰 G)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정신적 건강의 훼 손은 육체적 건강의 위협만큼 심각하였다.
● 호흡기계 질환
고객 응대로 인한 감정노동과 업무 스트레
먼지가 엄청 많거든요, 차안에. 히터 틀고 이렇
스, 사고 발생과 목격 등으로 인한 트라우
게 하면 호흡기 질환 같은 거. 감기 같은 건 거
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의 많이 달고 살죠. 차 안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나는 먼지가 엄청나요. (중략) 기관
● 고객 응대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
지쪽이 제일 안 좋죠. (인터뷰 F)
예를 들어 손님이 물어보면 그냥 대답해주면 되 는 건데 뭐 알아서 가시죠. 왜 나한테 물어봐요,
● 시력 악화
이런 거나. 대꾸 안하는 기사들 많잖아요. (인터
요즘에 선글라스를 안쓴지 오래됐더니 햇빛에
뷰 C)
노출이 많이 되서 조금 시력이 안좋고. (인터뷰
스트레스 받아가지고 차는 밀리지 막 저기하고
I)
스트레스 잔뜩 받아 있는 상황에서 그 친절이
나도 이제 시력이 옛날부터 좋다고 생각을 했어
라는 게 과연 그게 그 안될거라고 봐요. (인터뷰
요. 1.2, 1.5였는데, 그 정도로 했다가 야간운
D)
전이라는 게 훨씬 눈이 나빠지더라고. 히터 있
32 2018년 6월호
잖아요. 겨울에 이게 건조가 와. 눈이 자주 건조
● 사고 압박과 목격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
하고. 안약 일회용 그 넣는 거 그거를 계속 넣어
예를 들어서 버스가 지나가고 있는데, 무단횡
줘야 돼. (인터뷰 H)
단해서 사람이 버스랑 충돌해서 데굴데굴 굴러
간다거나 그런 것들. 그런 것 때문에 트라우마
집에서 휴식. 나와서 활동하는 걸 굉장히 버겁게
를 갖게 됐어요. 다른 버스가 충돌한 걸 본건데.
생각 하고 있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C)
(중략) 당사자야 당연히 엄청난 고통을 느낄 것
지금도 카드, 카드가 있잖아요. 카드는 물건 사
이고, 그걸 봤던 사람도 그게 생각이 날꺼고. 불
고 먹고, 카드 내는 거 그거 외에는 은행볼일을
안감을 갖고 운전을 하게 되는데. 운전을 잘 못
못 봐 일절. 내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다 집
하게 되는 거죠. 그 지역만 지나가면 또 생각나
사람이 해요 집사람이. (인터뷰 G)
고. 오히려 긴장을 너무 심하게 하게되면 운전
쉬는 날은 인제 자야죠. 그러니까 대인관계가 승
은 사고가 날수밖에 없어요. 몸에 경련이 따로
무원들은 승무원들끼리도 못 모여요. (인터뷰 E)
오니까요. (인터뷰 I)
버스운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 과로와 피로로 인한 소진, 우울함
형태의 건강 문제에 대해 회사나 지자체 차
그 어떻게 보면 그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져
원의 제도적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있다고 그러나? 아마 운전업으로, 운전을 업으
현재는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로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럴 거에요. 정신적
전가되고 있는 실정에 있다. 버스운전 노동
으로 조금 그런 거를 다 가지고 있어요. 나 자신
자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훼손
을 갖다가 환자 취급하는 거는 아닌데. 그런게
은 결국 시민의 일상과 삶도 위협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을 해. 하도 과로 이런 게 누적이 돼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개선을 우선으
가지고. 계속 쌓이다 보니까는 질환쪽으로 가는
로 버스 정책 방향이 수립되는 것이 한시라
거야. 그 하여간 그런 얘기를 내가 이렇게 막 하
도 시급한 조건이다.
면은 나 자신이 이상해지니까는. (인터뷰 D)
장시간 노동과 야간근무, 불규칙한 교대 제로 인한 피로와 소진은 버스운전 노동자 의 사회적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 비번 인 경우는 대부분 집에서 부족한 잠을 자 거나, 소극적 여가를 하는 것으로 보내고 있었다. 가족관계는 물론 일상의 인간관계 의 단절, 일상적인 생활을 영유하기 불가 능한 조건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은 우리가 근무 형태가 직장인하고 틀려서 같이 어울리는 건 휴가를 낸다던지 연차를 쓴다 던지 그런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데요. (중략)
분량을 고려하여 두 차례에 나눠 싣습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연구리포트
33
특별기고
“죽음을 부르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이숙견 상임활동가
지난 <일터> 5월호에 전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협의회(전국 13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부산.제주 현장실 습 대책위원회)가 17개 시·도 교육감 후보에게 보낸 정책제안서와 질의서 내용을 실었고, 6월호에는 후보에게 받 은 답변서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4월 17일부터 64명의 교육감 예비후보에게 전달하였고, 이 중 <6대 교육감 8 명 포함>하여 36명에게 답변서를 받았습니다. 7가지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정책 관련 요구사항과 13가지 질문 에 대하여 후보 단일화로 중도 포기한 6명의 예비후보를 제외하고 30명의 후보 답변서를 분석하여 8개의 항목으 로 아래와 같이 분석하였습니다. 참고로 세종, 대구, 충청남도 교육감 후보는 단 한 명도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음 을 밝힙니다.
34 2018년 6월호
17개 시 도 교육감 답변서 분석 내용 56.7% 교육부의 ‘학습중심 현장실습’ 방
아니라 양질의 취업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안 보완해야
악순환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였다.
2월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습중심의 현 장실습의 안정적 정착방안(안)’에 대하여
30%가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중단의사
56.7%가 교육부 개선 방안이 임시방편으
있어
로 급조된 내용으로 현장실습 문제에 대하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에 대
여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며, 산업
한 의견으로 30%가 중단할 의사가 있다고
체의 교육시설 마련과 환경조성에 대한 여
답하였다. 33.3%의 후보 또한 즉각 중단이
건을 고려하거나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을 운
쉽지 않지만 현재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영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변하였다.
은 보완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교육부
26.6%(8명)만이 교육부 안을 찬성하였지만
가 방안으로 제시한 ‘선도기업’이 학습중심
찬성한 후보 또한 시·도 교육청의 철저한 지
의 직업훈련을 제대로 수행하기엔 현실적인
도감독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야함을
어려움과 한계가 많으므로 2017년에 발생
피력하였다.
했던 사망사고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는 우려도 언급하였다. 더불어 산업체 파견
60.0%, 3학년 2학기 조기취업은 학생의
형 현장실습의 다른 형태인 산학일체형 도제
학습권과 교사의 평가권 침해
학교에 관해서도 실태조사와 평가를 통한 재
3학년 2학기 조기취업이 학생의 학습권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한다고 답변한 후보는 18명(60.0%)으로 학생의 학습권 보장이 조
취업률 중심 학교 평가 폐지 93.4% 동의,
기취업보다 더 중요하고, 교육부의 조기취업
실습 전 서약서 작성 중단 73.3% 동의
이 많은 문제를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제기
그동안 직업계고의 ‘묻지마 산업체 파견 현
하였다. 4명의 반대와 무응답을 제외하고는
장실습’을 더욱 부추기는 큰 원인으로 지목
3학년 교육과정을 재설계하여 교육과정을
된 직업계고 취업률 중심의 학교 평가방식과
보완, 개선해야한다는 답하였다. 조기취업이
반복 발생하는 노동인권침해 사건에도 불구
양질의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생각하
하고 산업체의 책임을 묻기보다 오히려 현장
는 교육부와 일부 후보 및 당사자의 바램이,
실습생의 책임과 의무만을 묻는 실습 전 서
오히려 현장실습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더
약서 작성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후보는 폐
디게 한다고 답하였다. 저임금 노동착취 수
지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다. 몇 후
단으로 변질된 산업체 파견형 현장 실습에
보가 폐지보다는 개선을 통한 보완과 재검토
더 빨리 노출되면서 학생의 학습권 침해뿐
를 통하여 동의서 작성을 권고하겠다고 하였
특별기고
35
특별기고
으나, ‘취업률 중심 학교 평가 폐지’에 대해
영화 한 편 보는 동안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
서는 후보의 93.4%가, ‘서약서 작성 중단’에
우가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
대해서는 73.3%가 동의했다.
려가 많다. 후보들은 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 이 되려면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는 교육을 통
96.7%가 현장실습 운영전반에 대한 알권
해 노동법 지식과 노동인권 감수성을 향상하
리 보장
는 교육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하였
1명의 무응답을 제외하고 현장실습 운영전
다. 특히 모든 후보가 노동존중 사회와 더 나
반에 대하여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에게 투
은 민주사회를 위해선 필수적인 교육이 노동
명한 공개와 알권리 보장을 하겠다고 답하였
인권교육이라고 답변했으며, 학교 노동인권
다. 더불어 현장실습을 경함한 학생들의 평가
교육계획을 수립하여 학생, 교사, 학부모 모
를 현장실습 운영에 반영하고, 나아가 학생,
두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답변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 또한 수렴하여 개선방
도 있었다.
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하였다. 하지만 실제 로 5월 9일 전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협
80.0%, 노동인권 침해 예방과 권리 회복
의회에서 17개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에 직
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업계고 현장실습 운영전반에 관하여 정보공
청소년이 아르바이트, 현장실습, 진로직업 활
개신청을 하여 5월 25일까지 받은 결과를 보
동 과정에서 겪는 노동인권 침해 예방과 권
면, 여전히 현장실습 운영과정의 많은 부분에
리회복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에 대하여
대해서 ‘정보 부존재’와 ‘비공개’로 답변을 한
80%가 동의하였다. 매번 끔찍한 노동인권침
교육청이 많았으며, 정보공개 내용과 답변 방
해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내놓
식 또한 일괄적이지 않고 교육청에 따라 편차
는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있는 지역 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답하 였다. 설치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알바신고센
76.7%, <산업안전 및 근로관계법> 온라인
터나 지역이나 학교 전체를 감당하기에 인력
교육 한계 많아
과 재정이 부족한 현재의 취업지원센터가 아
전국의 직업계고 학생이 현장실습 전 반드시
니라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지역차원의
이수해야 하는 <산업안전 및 근로관계법>
협력체계 구축과 이를 위한 적극적인 교육청
온라인 교육에 대하여 76.7%가 한계가 많
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다고 답변했다. <산업안전 및 근로관계법>은 2011년 기아자동차 현장실습생의 뇌출혈 사 건을 계기로 마련한 의무 교육이다. 그러나
36 2018년 6월호
교육감 후보답변서 분석 결과와 함께,
답변대로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전반을
죽음을 부르는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형 현
투명하게 공개하여,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실습을 즉각 중단하고 대안적인 직업교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육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5월 31일 오전 11시 서울 정부청사앞에서 개최하였 습니다.
여기에 5월 14일 교육부는 기습적으로 ‘직업계고의 산업체 현장실습 지도.점검 지원’ 위탁사업 기관을 모집하는 공문을
전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협의회는
관련 기관과 단체에 발송하였습니다. 공교
새롭게 당선되는 교육감이 교육부의 말뿐
육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학생의 안전을
인 ‘학습중심의 현장실습 정착방안’을 그
외주화하겠다는 발상과 선정된 기관 1곳
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려되는 문제
이 전국의 현장실습 참여기업 3,500개를
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보완할 것을 요구하
지도·점검하는 사업 계획에 깊은 우려를
며, 대안적인 직업교육을 마련하는 정책
표하며, 오히려 교육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운영자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합니다.
할 것은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시민단
그리고 그 시작은 현장실습을 경험한 학생
체가 포함된 조사단을 꾸려 전국 직업계고
의 평가 반영과, 학생/교직원/학부모/시민
현장실습 참여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단체 등의 의견 수렴이 되어야 할 것입니
전수 조사임을 밝힙니다. 방식 또한 외주
다.
화 방식이 아니라 직접 교육부가 나서 산 업체의 직업교육 준비 현황을 점검하고 대
현 교육감을 포함하여 96.7%의 교육감
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후보가 현장실습 운영 전반에 대한 알 권 리 보장을 약속하였지만 5월 9일 전국청
현재 교육부의 ‘학습중심의 현장실습 정
노넷협의회에서 17개 시·도 교육청과 교
착방안’은 포장만 그럴듯한 학습중심이지
육부를 대상으로 현장실습 운영에 관하여
여전히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조기취
정보공개청구(414건) 한 결과는 후보들
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17개 시·도 교육
의 답변과 동떨어진 현실을 보여주었습니
감 선거에 나서는 후보에게 산업체 파견형
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정보부존재’가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대안적인 직업교육
205건이었으며, 공개나 부분공개 내용 또
마련을 위한 여정에 앞장서기를 거듭 촉구
한 정보 부존재와 비공개에 가까운 형태여
합니다.
서 알 권리 보장 약속을 의심케 하는 행동 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감 당선 후
특별기고
37
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는 지난 5월 24일 서울아산병원 앞에 모였다. 모인 사람들은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사과 조차 하지 않는 서울아산병원 문제를 알리기 위해 산재사망을 뜻하는 보라색깔 리본을 멨다. 이후 공대위는 병원 앞 1인 시위와 선전을 비롯해 산재인정 투쟁, 서울아산병원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사진 원양선 님 글 재현 선전위원장
38 2018년 6월호
39
현장의 목소리
간호사 침묵을 깨다 - 고 박선욱 공대위 박고은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2월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 산병원 신규간호사로 약 6개월간 일했다. 이 소식을 들은 유가족과 전·현직 간호사들은 고 박선욱 간호사가 서울아산 병원의 높은 노동강도와 태움 문화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며 병원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지금까 지 서울아산병원은 묵묵부답이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 기억에서도 점점 잊히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터> 는 현직 간호사로서 “나도 너였다”며 제2, 3의 박선욱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박고은 님을 만났다.
박고은과 고 박선욱, 다르지 않았던 간호사의 삶
“저는 2010년에 간호학과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었는데요. 직장을 구하자마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다른 동기들과 다르게 일을 연속해서 못했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은 8~9년 차 경력이 있는데 저는 어느 병원을 가나 박선욱 간호사처럼 신규였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일에 마음이 더 쓰이고 공감 됐어요. 저는 심지어 박선욱 간호사보다 더 오랜 시간 신규 생활을 했으니까요.”
박고은 님은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태움과 각종 부조리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대학병원 정규직으로 입사를 했어요. 그런데 정규직으로 채용이 돼도 자리가 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거든요. 그때 병원이 prn(pro re nata: ”필요하면”라는 뜻)이라고 정규직 간호사들이 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하는 동안 계약직으로 일을 시키려고 했어요. 간호부 관리자들이 신규 간호사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서 어차피 자리 나려면
40 2018년 6월호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에 놀다가 입사하면 동료들
문에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건강검진센터 내시
에게 뒤처지니까 알바 한다 생각하고 와서 일 배우라
경실에서 다시 일자기를 구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고 하더라고요. 뭔가 그럴싸하게 말하면서 사실은 말
도 아이 문제로 결국 일을 그만둬야 했고 국내 로
도 안 되는 제안을 강요하는 거라 너무 황당했어요.“
박고은 님과 다른 간호사들은 이 제안을 거부하 기 쉽지 않았다. 결국 prn 신청서를 작성하고 일을
컬 병원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제가 그전에는 대학병원이거나 대학병원에서 운영 하는 검진센터에서 일했거든요. 병원들이 좋아서 그
시작했다. 이때를 다시 기억하면 처음 직장에 갔
랬다기보다는 대학병원 체계가 굉장히 익숙했어요.
는데 학교 실습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
그런데 국내 로컬 병원에서 일 해보니까 상상했던 거
을 마주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상으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일회용 품을 재사용하거나 재소독 하고, 간호사들이 의사가
“일을 시작했는데 제가 예상치 않게 임신했어요. 그
해야 할 일을 대신하더라고요. 의사들은 환자들 감염
리고 설 연휴 동안 무리하게 일하다가 조기 진통이 와
관리나 안전문제에 관심이 없고 간호사들한테 일을
서 일주일 병가를 받았죠. 그렇게 쉬고도 회복이 안
다 떠넘기고요. 이런 데서는 도저히 양심적으로 환자
돼서 복귀 전날 부서장님을 찾아뵙고 조금 더 쉬면 안
를 못 보겠다, 생각해서 병상 규모가 큰 로컬을 가봤
되냐고 했더니 막 뭐라 그러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는데 역시 똑같더라고요. 그렇게 3개월 다니다 그만
다른 간호사들이 신규 간호사가 임신해서 병가로 쉬
두고 2일 다니다 그만두고 몇 번은 더 이직했어요.”
고, 나이트도 빠지고 일 시키기도 불편하다고 불만들 이 많은데 대체 나한테 뭘 어떡하라는 거냐고 짜증을
못난 사람, 못난 간호사로 만드는 인력부족과 태움문화
내는 거죠.” 박고은 님은 여러 경력 중 학생 때부터 가고 싶 결국 부서장은 박고은 님에게 ‘너에게 더 줄 수
었던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도 일했다. 고 박선욱
있는 휴가는 없으니 계속 출근하든지 일을 그만두
간호사도 같은 중환자실에서 일했던지라 감정이
든지 결정’하라면서 사실상 퇴사를 종용했다.
입이 더 된다고했다.
“그때는 아무리 여기가 좋은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제가 중환자실 경력이 없었는데 병원 쪽에서 관계
제 컨디션이 더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아이
없다고 해서 면접을 보고 합격했어요. 그런데 첫날 출
를 가진 엄마로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근해서 수간호사랑 면담하는데 제가 무경력자인지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사직서를 쓰고 나왔
몰랐더라고요. 병원이랑 중환자실이랑 소통이 잘 안
죠.”
된 거죠. 중환자실 선생님들은 사람이 부족해서 경 력자를 구해달라고 했는데 신규가 와서 자기 일도 하
박고은 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고 저도 가르쳐야 할 판이니 화가 났겠죠. 그래서 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생활도 해야 하고 간
일 혼나고 몇 간호사들이 제 프리셉터 없을 때 윽박
호사로서 경력이 끊어진다는 불안함과 부담감 때
지르고, 눈칫밥 먹고 살았어요. 근데 사실 이런 거 때 문에 힘든 건 두 번째였고요, 뭐가 가장 힘든 줄 아세
현장의 목소리
41
요?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여기서 쓸모없는 사람
야 하냐’고 되묻고 싶어요. 아니, 일을 못 하면 트레
이라는 생각이 들 때요. 나는 중환자실에서 할 수 있
이닝을 해주라고 선배들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는 게 없구나, 도움이 못 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이
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가 학교 성적도 좋고 긍정적
런 싫은 소리 들어도 마땅하다고 스스로 이런 생각이
인 성격이니까 일 잘할 것 같다고 채용했으면 잘하든
들 때가 사실 제일 힘들었어요.”
못하든 병원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리고 일한 지 겨우 몇 달 된 신규 간호사가 일을 못 하면
박고은 님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일하다 계 속 쓰러졌고, 결국 병원도 그만두게 되었다.
“이사하면서 그만둔 거긴 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
또 얼마나 못했겠어요. 쉬는 날에도 도서관에서 공부 하고 자기 스스로를 탓했던 게 박선욱 간호사예요.”
이런 이야기가 도는 건 바로 이 사건 때문이다.
망치고 싶었던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고 박선욱 간호사는 동료 3~4 명과 함께 해야 하
아마 박선욱 간호사도 많은 순간 도망치고 싶었겠죠.
는 환자 체위변경을 간호조무사와 단 둘이 하던
게다가 현대아산병원 중환자실은 국내에서 가장 위
중 중환자의 담즙을 배액 하는 관을 빠지게 하는
급하고 위중한 사람들이 오는 병원인데 다들 일도 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런 경우 환자는 재시
대로 안 가르쳐주고 사람을 태웠는데 어떻게 일을 잘
술 해야 해서 책임이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이
할 수가 있겠어요.”
박고은 님은 본인이야 살면서 여러 풍파를 겪고 이제야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막 학교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박선욱 간호사는 얼마 나 힘들었을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개인의 탓이 아닌 무책임한 병원 문제에 집중해야
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 다. 박고은 님은 박선욱 간호사는 이 일뿐만 아니 라 일상적으로 일하는 내내 태움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환자에게 실수까지 했으니 낭떠러지로 몰 리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했다.
“그 일은 환자한테 폐를 끼치고 잘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 는 거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
“언론이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서울아
서 책임감을 느끼고 죽었다고 하는데, 이 실수가 본
산병원이 문제라기보다 박선욱 간호사를 괴롭힌 프
인이 죽음으로 갚아야 할 만큼 중대한 과실은 아니라
리셉터나 같은 병동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
고 생각해요. 만약에 저라도 제가 일을 잘못해서 환
더라고요. 저는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저번 집
자가 죽었다면, 내가 죽어서라도 죄를 갚아야 하는
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그 병원이나 부서 분위기가 어
거 아닐까 고민했을거예요. 하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
떤지, 구조는 어떤지를 파악하고 시스템에 관해서 이
었고 사실 박선욱 간호사가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야기 해야지 개인을 먼저 손가락질하는 건 옳지 않다
이 있었어요.
고 생각하거든요. 또, 한편에서는 박선욱 간호사가 일을 진짜 못해서 선배들이 참다, 참다 그런 거라는
보통은 중환자실 환자는 많은 장비를 달고 있고 의
이야기가 있던데요. 저는 박선욱 간호사가 아무리 일
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4명 정도가 같이 환자
을 못 했다고 해도 ‘그럼 일 못 하는 사람은 꼭 죽어
체위변경을 하는 게 맞어요. 아무리 적어도 3명이 같
42 2018년 6월호
출처 : 원양선 님
이 환자 자세 바꾸고, 처치하고, 장비 고정하고 이런
겠어요. 그러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힘을 모
걸 해요. 그런데 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한테 2명만
아서 병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아산병
가서 그 일 하고 오라고 시키면서 사고가 생겼죠. 그
원은 사과는커녕 아무런 말도 없네요. 어떻게 그럴
일이 있고 나서 박선욱 간호사는 너무 괴롭고 외로웠
수가 있죠. 박선욱 간호사가 결국 죽음을 선택한 게
을 거예요. 병원은 자기한테만 잘못을 뒤집어 씌우
자기 직장에서 일하다 죽은 거잖아요. 그러면 사과해
고 도와는 사람은 없고 나 힘들다고, 일에 대해 아무
야죠. 산재를 인정받도록 도와줘야죠.”
것도 모르는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겠죠. 정말이지 만일 이때 단 한 사람이라도 다음부터는 안
박고은 님은 마지막으로 자신도 매일 태움을 당
그러면 되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리고 2명
하면서도 이 문제를 방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
만 환자 체위변경하게 한 병원도 잘못이 있다고 박선 욱 간호사의 책임을 덜어줬다면 어땠을까요.”
병원을 바뀌어야 간호사의 삶도 바뀌어
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통계, 연구 보고서들 보면 학대받은 아동이 학대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 가정폭력을 당한 사람이 폭력 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잖아요. 저는 간호사도
“우리 사회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몇몇 개인의 문제
비슷한 거 같아요. 간호사들은 이미 학생 때 실습하
로만 이야기하면서, 다른 문제들은 묵인하거나 방관
면서 선배들한테 혼나고, 또 혼나는 걸 보거든요. 그
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전국에
러니까 직장 구하면 혼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있는 간호사들이 병원 시스템의 문제다, 신규 간호사
그런데 제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생각이 든 게 어
교육 과정이 잘못됐다고 목소리 내고 있잖아요. 서울
떨 때 아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소리 지르고 매를
아산병원같이 한국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도 이런 일
들 때가 있잖아요. 그게 굉장히 잘못된 방법인데 아
이 벌어지는데 다른 소규모 병원은 얼마나 더 심각하
이한테 소리 지르고 눈 한번 부릅뜨고 매를 들면 아
현장의 목소리
43
이가 눈치를 보거든요. 그건 에너지도 별로 안 들고
현재 박고은 님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
당장 아이 행동을 바꿀 수 있어서 편해요. 그런데 이
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와 개별 간호사, 노동
런 폭력적인 방식은 결국 인간의 영혼을 훼손하는 거
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고 박선욱
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쉽지 않은 게 아이를 존중 하면서 행동을 바꾸게 하려면 하나를 만 번 설명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성인은 만 번까지는 아니 겠지만 신규 간호사를 가르친다고 했을 때 선배가 만
간호사 공대위’에 함께하고 있다. 공대위는 앞으 로도 서울아산병원의 사과, 산재인정, 재방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
번 가까이 이야기할 만큼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생각해보세요. 병원 인력은 늘 부족한데 선배가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가르치게 되겠어요. 화내고 눈 부릅 뜨는 게 편하고 빠르겠죠. 저는 그래 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인 변화 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간호사들도 사람과 사 람이 하는 일이니까 조금 더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대
출처 : 원양선 님
하고 존중하려는 노력도 해야겠지만요.”
44 2018년 6월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신명나게 일할 수 있으려면
전공의 3년차가 되어 처음으로 출장 검진을 시 작한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 날 방
“맞아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추울 때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는 걸 본 적 있습니다.”
문한 곳은 경북 고령에 위치한 사업장으로 불과 8명의 노동자들이 공업용 줄을 만드는 영세한 곳
진동공구를 다루는 직업력, 저리거나 감각이
이었다. 그 곳에서 줄의 표면을 가공하기 위해 탁
떨어지는 신경 증상, 그리고 혈액순환 저하로 인
상 그라인더를 3년 째 다루고 있는 한 50대 노동
해 추운 환경에서 악화되는 손가락 창백 현상까
자를 만나게 되었다.
지. 수완진동 증후군의 전형적인 소견이었다. 손 톱 압박 검사에서도 혈색이 금방 돌아오지는 않
그라인더와 같이 진동이 발생하는 공구를 쥐고
는 듯 보였다. 이러한 증상이 그라인더 사용에 의
장기간 사용할 경우에는 손에 있는 말초혈관과
한 직업병일 수도 있다는 설명과, 다른 원인의 배
말초신경 등에 손상이 생기는 수완진동 증후군이
제 및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후 병원 방문 및 추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근로자 특수건강진단에
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안내를 드렸다.
서는 착암기, 연마기, 굴착기 등 진동공구를 취급 하는 작업자들이 진동과 관련된 문진 및 진찰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후 몇 명의 검진을 더 진행한 뒤 다른 어떤 직 원이 씩씩거리며 내 앞에 앉았다. 자신은 이곳의 관리자인데 조금 전 그라인더 작업자와의 대화를
“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은 없으세요?”
들었다며 갑자기 직업병이 대체 무슨 말이냐고 다짜고짜 따졌다.
“네, 얼마 전부터 양쪽 손이 다 좀 저리고요, 특 히 두 번째 손가락은 좀 얼얼한 것 같습니다.” “아 그러세요? 혹시 겨울철이나 추울 때 손가 락 색깔이 하얗게 변하지는 않으세요?”
“그 사람보다 그라인더 작업을 오래한 사람들 도 다 멀쩡한데 그게 무슨 직업병이요? 그리고 그런 걸 다 직업병이라고 하면 대체 그 작업을 할
직업환경의학의사가만난노동자건강이야기
45
사람은 누가 있단 말이요?”
포가 가장 무겁게 다가왔다. 노동자 본인에 있어 서 실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은
예상치 못한 항의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
자신의 손가락 색깔이 창백하게 변해가는 것보다
는 그 사람이 직업병이라는 게 아니라 직업병의
훨씬 더 큰 ‘재해’일 수 있었다. 관리자의 협박은
가능성이 있으니 설명만 드린 것이고 정확한 진
무섭지 않았지만 나의 결정이 그 분의 삶에 도움
단은 추가 검사를 해보아야 알 수 있다는 식으로
은커녕 도리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
답을 했다.
때문에 나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차 검 사는 시행되지 못하였고 ‘보호구 착용 철저, 추적
더 큰 사건은 출장검진을 마치고 병원에 돌아
관리’라는 다소 무책임한 조치명이 새겨진 결과
온 이후 발생하였다. 그 관리자로부터 병원에 직
지를 발송하는 것으로 이 사건은 끝이 나고 말았
접 전화가 와서 아까 그 직업병 이야기는 말도 안
다.
되는 소리고 직업병 판정이 나면 그 사람은 바로 해고시켜 버릴 거라며 아까 그 의사 전화 바꿔보
그날 저녁 퇴근을 하고 나서 나는 아내에게 그
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나는 허락도 없이
날 겪었던 일과 고민에 대해 털어놓았다. 직업병
개인 검진 내용을 엿들은 것도 모자라 이미 충분
의 조기 발견을 위해 시행하는 검진이지만 직업
히 설명을 했는데도 그렇게 협박조로 나오는 그
병을 발굴해 내는 과정에서 때로는 회사, 병원,
관리자에게 언짢은 감정이 들었다. 나는 우선 결
심지어 노동자까지 그 어느 누구도 그 과정을 달
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2차 검사는 시행해
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딜레마를 겪고 난 이후
보려고 했다. 하지만 2차 검사 비용은 사업주가
의 혼란스러움과,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나는 어
부담을 해야 하는데 사업주가 그 비용을 낼 수 없
떻게 처신하는 것이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의 본분
다고 버텨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에 충실할 수 있는 길인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이 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년 검진을 해오던 사업장에서 강한 불만이 나오니 병원 직원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도 그 즈음부터 나는 의학 서적 내
그리고 나에게는 무엇보다 직업병 판정이 나면
용만 읽어 내려가던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그 사람을 해고시켜 버릴 거라는 그 관리자의 엄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및 산재보상 제도, 노동법
46 2018년 6월호
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 등에 대해 조금씩 관심
이 ‘불만이 많고 별난’ 일부의 행동이 아니라 노
을 가지며 그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동자라면 누구나 선택할 수 있고 주변으로부터
사회적 배경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지를 받는 ‘당연한’ 대응 방식으로 사회적 인식 이 바뀌게 된다면 노동자들도 비로소 주변의 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그러한 모순에 빠지지
선을 불편해 하지 않고 자신의 건강권을 위해 행
않고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며 그
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사업주도
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적극적으로 돕기 위
더 이상 “직업병 받으면 해고시켜 버리겠다” 와
해서는 어떠한 전제 조건이 필요할까? 나의 생각
같이 법과 노동자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발언
에는 ‘실효성 있는 제도’와 ‘노동자들의 적극적
을 그토록 당당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참여’의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야 하며 바퀴가 도중에 멈추지 않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사회 적 공감대’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공동체가 그러한 사회로 한 발짝 더 내딛 는 만큼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은 자신들이 그동 안 갈고 닦은 능력을 노동자 건강을 위해 더 신명
산재 은폐를 조장하는 개별실적요율제, 검진기
나게 펼쳐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러
관이 사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계약방식
한 사회적 변화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
등 현재의 제도에 대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
라 나 자신도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많은
고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노동자의 건강
이들의 노력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리라
보호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을 하
다짐해본다.
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고용에 있어 건강상 의 이유로 부당하게 가해지는 불이익은 절대 용 납될 수 없다는 원칙 아래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 하여 목소리를 낸다면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도 안심하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사업주의 부당한 행위에 대 해 이의를 제기하고 필요 시 행정절차를 밟는 것 이정엽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전공의
직업환경의학의사가만난노동자건강이야기
47
노동자 건강 상식
노동자 건강 이야기 - 진통제에 대하여 우리는 감기,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
인 해열진통제입니다. 타이레놀은 진통, 해열의
치통 등으로 진통제를 자주 찾습니다. 자주 복용
효과가 있으며 다른 진통제에 비해 위와 장에 부
하는 진통제이지만 그 효과와 부작용을 알고 복
담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단일 성
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겁니다. 통증은 그냥
분이기 때문에 내성이 생기지 않고 임산부나 수
참는 것이 낫고 진통제는 최후의 보루, 즉 통증
유 중인 여성이 복용해도 될 만큼 부작용이 적은
이 아주 심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장점은 많고 부작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약은
용이 적다보니 일반의약품으로 구하기가 쉽습
독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
니다. 구하기가 쉬워 자살목적으로 과량복용하
면 어쩐지 부작용이 우려되고 내성도 걱정되기
고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때문일 것입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복용했을 경우(하루 7그램, 즉 500mg으로 14정) 간 손상의 우려가 있습니
진통제 종류, 마약성 진통제-비마약성 진통제 먼저 진통제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먼저 진통제는 가장 크게 ‘마약성 진통제’와 ‘비
다. 그래서 술 마신 다음 날 간이 피로해졌을 경 우 두통으로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하 는 것입니다.
마약성 진통제’로 나누어집니다. 부루펜은 대표적인 소염진통제입니다. 병원에 마약성 진통제는 병원에서 처방을 통해서만
서 처방전을 받아야 복용할 수 있으며 타이레놀
받을 수 있는 ‘모르핀’, ‘메타돈’, ‘데메롤’ 등의
에 없는 소염효과가 있습니다. 위점막을 방어하
의존성이 큰 진통제입니다. 마약류관리가 엄격
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억제하기 때
해서 암 등의 중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복용할 일
문에 부루펜 계통의 진통제를 먹으면 속이 쓰릴
이 거의 없어 접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진통의 효과를 높이 기 위해 카페인 등 보조 성분을 함유한 복합 성
비마약성 진통제는 우리가 흔히 약국에서 사
분 진통제가 있습니다.
먹는 진통제의 모든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가 있습니 다.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 대표적
48 2018년 6월호
진통제를 둘러싼 진실공방 진통제로 인한 내성은 마약성 진통제나 스테
로이드성 진통제, 카페인 성분을 함유한 진통제
절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통증이 있으
를 오랜 기간 복용했을 때만 나타납니다. 마약성
면 너무 견디지 말고 적정량을 복용하는 것이 좋
진통제인 모르핀처럼, 카페인도 중추신경에 강
다는 것입니다.
하게 작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습관성과 의존 성을 일으킵니다.
또한 평소 먹던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다면 내 성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내성이 생긴 것이 아니라 통증의 강
하지만, 이외에 우리가 평소에 가정상비약으
도가 이전보다 더 심해져서 평소에 먹던 양으로
로 사놓는 비마약성 진통제인 비스테로이드성
는 잘 듣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통상적
소염진통제나 해열진통제는 중독성이 거의 없
인 약물복용 기간과 용량으로 진통제 내성은 잘
고 내성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생기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단순히 진통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직접 병원을 찾아서 근본적
심지어 마약성 진통제라고 하더라도 의료용
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으로 통증 조절의 목적으로 쓰면 일반적으로 처 방되는 용량으로는 의존이나 중독은 걱정하지
제대로 알고 먹어야 도움이 되는 진통제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암환자들에
약은 오남용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
게 마약성 진통제를 너무 적게 처방하는 것이 문
들은 증상이 경미하여 약이 필요 없는데도 습관
제입니다.
적으로 약을 복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서 잠을 이룰 수도 없고 업무수행에도 지장
따라서 일반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마
을 주어 삶의 질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진통
약성 진통제는 의존성이나 중독성이 없고 내성
제는 절대 먹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통
이 없으며 병원에서 처방받아서 복용하는 진통
증의 원인과 진단을 충분히 알고 있으나 당장 지
제도 일시적으로 통증에 의해 복용하는 것이라
금 고통으로 힘들어할 바에야 진통제라도 복용
면 그 부작용은 크게 염려하지 말고 복용해도 되
을 하는 편을 권하고 싶습니다.
겠습니다. 젊은 분들은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없다고는 또한 통증을 억지로 참고 견디다가 어쩔 수 없 는 순간에 먹는 식으로 복용하게 되면, 통증 조
할 수 없지만 흔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치료(수술이든 운동이든)는 꼭 병행해야 할 것 입니다.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 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9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최저임금법 개정의 1등 공신은 ‘더불어민주당’
지난 1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실노동시간에 대한 구체
상은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
적이고 촘촘한 감시와 통제를 하겠다는 입장을
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고 말
표명하고 있다.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 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소득 증대와
2018. 5. 28.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 “최저임금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
법 찬성 1등 공신은 ‘더불어민주당’ 160명 중 77
라 밝히며 또 “최저임금 인상 초기에 혼란이 있을
명 찬성”이라는 기사(아시아 타임즈, 18. 5. 29.)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
가 눈에 띄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에 가장 주도
장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적인 역할을 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최저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
금법 개정안은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
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한편, 인건비 증가로 부담
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되었다. 찬성 160명 중
이 가중된 영세사업장 등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민주당은 추미애, 홍영표, 박주민, 한정애, 진선
에도 정책적 노력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미, 강병원 등 77명(48.1%), 자유한국당 67명 (41.8%), 바른미래당 15명(9.5%), 대한애국당 1
매년 6월 말까지 다음 해에 적용될 최저임금
명(0.6%)이 차지하였다.
액을 정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노· 사·정 27명의 위원이 모여 치열한 논쟁을 벌인
국민 누구나 법률을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
다.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 내용은
16.4% 인상되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논
노무사인 나도 이해하기 어렵다. 매월 정기적으
란은 더욱 치열해졌다. 국회는 6월 말을 앞두고
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을 지급하는 복리 후
서둘러 최저임금법을 개정하였다. 휴일근로 가
생적 임금은 각각 당해 연도 최저임금액의 25%
산수당 지급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
와 7%를 초과하는 부분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던 상황에서 국회가 앞장서 노동시간 관련 조항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단계적으로 2024년 이후
을 개정하였던 모양새가 또다시 연출되었다. 7월
에는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적 임금
1일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모두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50 2018년 6월호
예를 들면, 현재 임금이 기본급 157만 원, 상여
이 아프면 실제로 고통을 받는 국민을 치료해줘
금 50만 원, 복리후생비(식대, 숙박비, 교통비 등)
야 하는 것 아닌가? 분명 지금까지 최저임금 산
20만 원을 받는 경우 상여금 중 11만 원(39만
입범위에 관한 치열한 논쟁이 있더라도 기존의
원 초과분), 복리후생비 중 9만 원(11만 원 초과
산입범위가 유지되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
분)을 합산한 177만 원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
물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최저임금 산
달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방식에 의하면 시급
입범위에 대한 기존의 원칙을 유지하였다.
8,460원(177만 원/209시간)의 효과가 있다. 즉, 2019년 최저임금액이 1천 원 가량 인상되더라도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 기준이기 때문이
이런 임금체계를 갖춘 경우 2019년 임금인상을
다. 「헌법」제32조에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
하지 않아도 최저임금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지
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않는다는 것이다.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 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여금, 복리후생비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도
임금 수준의 결정 요인은 수없이 많다. ‘적정 임
정리되지 않아 아직도 노동부는 통상임금 산정지
금의 보장’이 과연 어느 수준인지 가름할 수 없는
침조차 변경하지 않은 상황이고, 취업규칙 불이
현실적 상황에서 그나마 최소한 최저임금 이상의
익 변경 관련 원칙이 있는데 이러한 기준을 완화
임금 수준이 유지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최저임
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을 서둘러 개정한 이유
금제는 시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제의 제도적 취
가 무엇일까? 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
지와 본질적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 그나마
위 20%에 견줘 몇 배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소득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면 최악으로 갈 수는 없다.
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한여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
5.95배로 2003년 집계 이후 역대 최악을 기록했
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고 보도되었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급격히 벌 어지면서 소득 분배 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악화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9일 “하위층 소득 감소는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다. 자기 마음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51
발칙 건강한 책방
지워지지 않는 기억 - 「실명의 이유」를 읽고 (북콤마, 선대식 저자, 2018)
누구에게나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닿은 박혜영 활동가에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2014년 4월 16일이 그런 날이다. 평범
열심히 일만 하다 갑자기 암흑 속에 갇힌 이유를
하게 살아왔던 20대 청년에게 ‘국가의 존재란 무
누구도 말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실명의 이유’는
엇인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
이렇게 시작한다.
가?’ 라는 물음을 던져주게 한 사건이었다. 피해 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살갗으로 직접 느끼지는
피해를 입은 6명의 청년 노동자들은 모두 삼성
못하였으나 마음으로 아파하며, 언젠가 밝혀질 진
전자·LG전자의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3차 하청
실을 위해 잊지 말자고 기억하자고 다짐했었다.
업체에서 일을 했다. 하나같이 파견업체의 소개 로 가게 된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CNC 기계를 이
이런 나에게 절대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 또 하
용하여 휴대폰 부품을 절삭 가공하였고 밤낮없이
나 있다.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들에 대한 기억
24시간 가공하였다. CNC 기계에 절삭할 부품을
이다. 대학원 입학을 앞 둔 2017년 가을, 메탄올
넣고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가공이 되었고 가공
중독 실명 피해자들의 사례집을 만드는데 도움을
된 부품을 꺼내 에어건을 이용하여 티끌을 불어내
구한다는 연락이 왔다. ‘생명이 최우선이어야 한
는 작업을 하였다. 반감기를 고려한다면 작업 중
다’는 가치 아래 환경안전공학과 진학을 앞두고
에는 얼마나 높은 농도의 메탄올에 노출되었을지
있던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모를 일이었다.
정성스레 ‘같이 하고 싶다’고 답장을 써 보냈다. 답장은 바로 왔고, 노무사 선배이자 노동건강연대
피해가 발생한 작업장 중 국소배기장치, 사업장
에서 활동가로 있는 박혜영님과 바로 다음날 인터
전체 배기장치, CNC 기계 안전커버, 보안경, 개
뷰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인 호흡보호구, 메탄올이 스며들지 않는 장갑 등 메탄올을 막을 수 있는 장치나 장비를 제대로 갖
다음날 만나게 된 피해자는 2016년 1~2월에
춰놓은 곳은 없었다. 게다가 메탄올이 어떤 물질
피해를 입고 뉴스로 나왔던 피해자들과는 달리
인지, 어떤 주의할 점이 있는지 등은 전혀 알려주
2015년 2월에 피해를 입었다. 무려 1년이나 빠른
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노동청 조사 때 사용사업
시기였다. 그는 그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었고, 그
주는 메탄올이 위험한지도 몰랐고, 그래서 보호구
이유를 알지 못했다. 2016년 3월 메탄올 중독 실
등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국소배기장치 등도 설치
명 피해자들이 뉴스에 한창 나올 때도 그는 자신
하지 않다는 식으로 변명을 하였다. 파견사업주들
이 사업장에서 메탄올을 썼는지조차 몰랐다. 아무
은 사용사업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용사업
도 알려주지 않았던 ‘실명의 이유’를 어렵게 연이
주들은 파견사업주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
52 2018년 6월호
했기 때문에 파견노동자들의 안전은 어디에서도
현재 진행 중이다.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
지켜지지 않았다.
은 종료되었는데 법원의 판단은 우리의 법 감정과 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다. 벌금 또는 집행유예.
이 책에는 저자인 선대식 기자가 메탄올 실명
청년 노동자들의 시력을 잃게 한 대가는 우리의
사건 직후 안산·반월공단에 위장취업을 하여 파견
상식과는 맞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기
업체 노동자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때문에 사업주들이 노동자 안전에는 관심이 없는
알아내기 위하여 취재를 한 내용도 있다. 그곳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견법으로 금지해놓은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업 무 파견은 물론, 근로계약서 미 작성, 1주 40시간,
6명의 피해자가 나오게 되면서 국회에서 기자
연장근로 12시간이라는 법정근로시간 위반 등 기
회견을 하였고, 더 이상의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
본적인 내용조차도 지켜지지 않은 무법지대였다.
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소송을 돕
그럼에도 그 시절 정부에서는 파견법 확대를 위한
고 있는 민변 변호사들이 근로복지공단과 노동
움직임이 있었고,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
부에서 보내준 과거 자료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행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늘어나는 사업
2014년 3월 파견노동자가 휴대폰 부품을 씻는 작
체 수에 비하여 늘어나지 않는 근로감독관의 수가
업을 하면서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하였다는 자료
노동자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였고, 파견노동자의
였다. 충격이었다. 밝혀지지 않았던 2014년 사건
안전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에 대해 후속조치를 취했다면 2016년 사건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
피해자들이 세상으로 나온 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예상외로 발 빠르게 진행되었고 모두 산재
가 일어나도 임시방편뿐인 이 나라, 국가의 의무 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승인이 났다. 당연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 당시 노동부는 파견법 확대와 양대 지침을 밀어붙이기
사고 후 피해자들은 UN 인권이사회에, 국회 기
위하여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였고, 연일
자회견장에, 토크쇼 등에 참여했다. 본인들이 겪
언론에 오르내리는 충격적인 사건의 반발을 최소
었던 사건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화하기 위함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음에서, 또한 혹여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되어 원인도 모른 채 어둠 속에 갇혀 살아갈지 모르는
피해자들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으며, 퇴원
또 다른 피해자를 찾기 위해서. 새로운 세상을 헤
해서도 통원 치료를 하며 지냈다. 이 시기 법원에
쳐 나갈 6명의 청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나
서는 고용노동부를 대표한 대한민국 정부, 사용사
갈 수 있게 우리는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를 잊어
업주와 파견사업주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었다. 2
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개별화 되
월에 알려진 피해자의 사업체에서는 사고 발생 직
고, 파편화 된 노동자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쏟
전 고용노동부에서 사업장 근로감독까지 나온 상
아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노동부의 손길도, 노
태에서 피해를 입게 되어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
동조합의 손길도 닿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소송을 한 것이다.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은 이근탁 노무사, 독자
발칙 건강한 책방
53
이러쿵 저러쿵
있기
나이가 들더라도 꼰대는 되지 말자. 어릴 적 나
옆지기가 “경희씨는 왜 그렇게 활동을 하느냐?”
의 꿈은 이 하나였다.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었
고 물었다. 정의감인지, 계급 해방의 대의인지를
고, 그 우아함이란 그야말로 낄끼빠빠(낄 때 끼
묻는 것이었다. 나의 대답은 “그냥 내가 그게 좋
고 빠질 때 빠져라, 신조어)를 잘하는 것이라 생각
고 편하다.”였다. 정의감을 이야기하기엔 나의 삶
했다. 아직 그런지 아닌지를 따질 만큼 나이를 먹
과 일상이 그다지 정의롭지 않았고, 계급해방을
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얘기를 구태여 한 이유는
논하기엔 그 해방 사회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이러쿵저러쿵’에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무작정 달려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잘 몰 “신입회원들은 다 한 번씩은 써주셨어요” 첫 번
라서다. 이건 아주 오래된 나의 열등감이자 주변
째 들었던 생각 “신입회원 글 쓰는 곳에 내가 꼭
동지들에 대한 질투이기도 했다. 투쟁의 현장에
써야 하나?” 두 번째 “함께 활동하는 친구의 글이
서 이렇게 저렇게 조언하고 함께하는 주변 동지
지난 호에 실렸는데 똑같은 내용을 써야 할까?”
들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 동지들은 마치 상황을
세 번째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였다. 그
스캔하여 자동으로 걸러지는 무슨 시스템 같은
러다 문득 “신입회원”이란 말이 나를 정신 차리
것을 장착한 것만 같았다.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
게 했던 것 같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신입회원인
었다. 나에게 있어 모든 투쟁은 달랐고 그 투쟁이
가? 늙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어리지도 않은 나
만들어내는 역동 또한 다르게 느껴졌다. “있기”
에게 신입회원이라는 말은 얼마나 설레는 말인
는 선택이 아니라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
가? 그리하여 끼워준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은
다.
아닐까? 그래서 지금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노조파괴의 현장에서 느낀 “있기”의 무거움 나의 질투와 열등감이 만든 “있기”
공교롭게도 최근 7~8년간 민주노조 사수 투쟁
지금까지의 나의 활동은 다양하지 않았다. 조출,
의 핵심사업장이 충남 아산에 있다. 2011년 유
잔업, 특근, 철야를 재미있어서 했다. 더는 현장
성기업이 시작이었다. 직장폐쇄 첫날 대통령까
에 취직 할 수 없을 때는 현장 근처를 맴돌았다.
지 나서서 노조파괴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리
노동자들의 무슨 무슨 투쟁이 있다 하면 그냥 거
고 만 5일 만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전 조합원들
기에 갔다.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도 갔다.
이 연행되었고 3개월간의 비닐하우스 투쟁이 전
알면서도 그 자리에 있지 않은 것이 불편했고 죄
개됐다. 그때 그 현장에 나는 그냥 ‘있었다’. 조직
를 짓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 함께 일하는 친구의
대오를 불러 모을 위치도, 뭔가 전문적인 것이 있
54 2018년 6월호
어 그것으로 조력할 능력도 없던 내가 할 수 있는
정신질환 등에 대해 나는 문외한이다. 심리상담
건 그냥 있는 것이었다. 현장 복귀 이후 조합원들
이나 치유프로그램들이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다.
이 감당해야 했던 수많은 일을 목격하며 나는 무
알고 있는 사람을 찾고 조르고 매달리며 일했다.
기력을 느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금 생
지금은 아니지만,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무섭고
각하면 당치 않은 것들도 많았다.
치기 어린 생각도 있었다. 심리치유 활동을 시작 한 지 1년 차, 2년 차가 되면서 답답해지기 시작
2015년에는 갑을오토텍 노조파괴가 시작됐다.
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지 않아도 달라질 상황은 아니지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의 노동자들이, 비정규
만, 두려웠던 건 유성기업에서 느낀 무기력의 반
직 노동자들이 겪는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표현
복이다. 난 지금도 노조파괴라는 말을 싫어한다.
해 줄 이름이 없다. 그래서 8년 차에 접어든 지금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감내해야 하는
은 그 고통에 이름을 붙여내기 위해 새로운 시도
결핍들을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를 하는 중이다. 이 시도가 끝까지 갈지, 포기하
인간이라 할 수도 없으며 그냥 “無”다. 인간으로
게 될지 아직 모른다. 심리치유 활동을 하면서 만
서 대우하라는 요구는 지나칠 정도로 수위가 높
난 많은 전문가는 우리에게 지나치게 정치적이라
다. 생각, 감정, 의지는 짓밟히고 하다못해 보는
말하며, 상대해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무모하다
것, 말하는 것, 듣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
는 말도 듣고, 무식하다는 비아냥도 있다. 때론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을 다시
이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동지 인줄 알았는데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3년간 진행된 노조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때도 있다. 서러운 적
파괴, 11개월 직장폐쇄의 갑을오토텍 현장에 “있
도 많았다. 이 모양 이 꼴인 이 나라 정치판의 국
기”로 마음먹은 건 무기력을 느끼는 것보다 불편
회의원들에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신파로 설명
한 게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해야 할 때는 목구멍에서 천 불이 올라오곤 했다. 그렇지만 당분간 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마음 맞
나는 지금 노동자심리치유 안에 있다!
는 두 세 명의 친구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이 좋
노동자 심리치유 사업이 필요하다는 어떤 동지
은 전문가 서 너 명을 찾아서 해야 할 일을 해 보
의 제안에 그 자리에서 동의했다. 무기력을 넘어
고 싶다.
서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 절실하다고도 느꼈다. 또 무작정 달려들어 일을 시작했다. 심리적 고통,
장경희 회원
이러쿵 저러쿵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구의역 9-4 승강장, 참사 2주기 추모제 열려 지난 5월 26일 토요일 오후 2시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 비직원 사망 사건 2주기 추모제’가 구의역에서 열렸습 니다. 더운 여름의 예고편인 듯 따가운 햇볕 속에서 노 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함께했습니다. 당시 19세였던 고인은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 숨 졌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청년 노동자들의 문제, 위 험의 외주화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됐습니다. 고인의 죽음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를 고단 하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모두 겪고 있는 사실 그 자체 였습니다. 고인의 죽음 이후 투쟁이 있었고,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변화가 있었 지만, 추모제에 참석한 발언자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특 성화고 출신들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계기로 변화되는 사회가 아니라, 그 전에 사회를 바꾸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야 합 니다.
일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회를 소망하는 ‘송면이의 친구 뱃지’ 함께해주세요! 올해는 수은 온도계 제조업체 협성계공에서 일하
면이의 친구’ 뱃지를 제작합니다. 문송면님과 원진
던 문송면(15)님이 1988년 7월 2일 수은에 중독
레이온 산재사망 사고가 일어난 1988년을 기억하
돼 숨진 해입니다. 같은 달 22일 섬유제조업체인
고 2018년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두의
원진레이온에서는 이황화탄소 속에서 무방비 상
결심입니다.
태로 일하던 노동자 915명이 집단 중독돼 230명 이 사망했고 일부 노동자들은 30년이 지나서도
크라우드 펀딩은 4단계로 이루져, 1단계(5천 원 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원)는 배지 제작 후원, 2단계(1만 원 후원)는 시민 추모위원으로 참여하고 배지 1개를 받을 수 있습
이를 추모하고, 일하는 사람이 안전할 수 있는 사
니다. 3단계(2만 원 후원)는 시민추모위원 참여, 배
회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운동단
지 1개, 스티커 1세트, 신문 광고 참여 등의 선물이
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 ‘문송면·원진노동자
있고 4단계(5만 원 이상 후원)은 ‘아낌없이 주는 후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를 발족했습니
원’으로 모든 선물과 7월 7일 서울 추모문화제에
다.
후원자 지정좌석을 제공합니다.
5월 28일부터 6월 29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일터> 구독자를 비롯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통해 ‘일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회를 소망하는 송
부탁드립니다.
56 2018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