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75호 / 2018.9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직장갑질119 300일, 이제 정부가 답할 때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슈퍼갑질, 인권유린 끝낸다
“ ‹보이지 않는 고통›은 노동보건과학자 캐런 메싱의 회고록 이다. 책에서 메싱은 과학자가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과학계의 관행과 때로 노동자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직업보건 과학자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하는 대신 동료 과학자와
시민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고 제안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번역을 기획하였습니다. 국판︱296쪽︱16,500원
출간일 2017년 10월 30일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일터 괴롭힘을 멈추기 위한 출발 요즘은 언론을 통해 일터 괴롭힘에 대한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 에게 폭언, 폭행부터 따돌림, 업무 배제, 부당 전보, 노조파괴 등까지 괴롭힘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본은 일터 괴롭힘을 일하는 사람과 환경을 통제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노 무관리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일터 괴롭힘에 대해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일터에서 괴롭힘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피해를 본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보호 받기는 커녕 고통스럽게 괴롭힘을 견디거나, 그 고통으로 인해 삶과 죽음의 기로 앞에 위태롭 게 서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괴롭힘을 당하다 사망한 고 박선욱 간호사 역시, 이 문제를 방치한 우리 사회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사람을 재가 될 때까지 태우는 자본의 노동 자 통제 방식의 본질을 드러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터 괴롭힘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군대에서의 기억과 감정을 떠오르게 합니다. 처음 입대해서 군 생활에 일정 적응하고 진급을 통해 권력을 누리기 전까지는, 눈 뜨고 숨 쉬 면서 행동하는 모든 순간이 괴롭힘으로 돌아왔습니다. 까라면 까야 하는 이곳의 시스템은 자 본이 그러하듯 처음엔 폭언에서 괴롭힘이 그치지만, 점차 한 인간의 자존감과 인격을 짓밟았 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고립감과 상실감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때 만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나의 문제를 누가 개입해준다면, 나를 보호해주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근본적으로 군대 내 권력 관계가 폐지되었다면 어땠을까 상 상해 봅니다.
일터 괴롭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일터 괴롭힘을 정 의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어떠한 보호를, 가해자에게는 어떠한 책임을 물을 것 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는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권 리를 지키기 위해 모이고 행동하는 것, 사회가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 앞으로 자본을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결국엔 일터에서 기존의 권력 관 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독자에게
01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세은,
출처 : 다음 스토리펀딩 갈무리
종호, 나래, 지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8.9.10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02 2018년 9월호
특집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04 10 13
직장갑질119 300일, 이제 정부가 답할 때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슈퍼갑질, 인권유린 끝낸다
16 지금 지역에서는
40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가 우선이다!!
“장시간 중노동 근절을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20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44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대만 대법원, RCA 산재판결에서 의미있는 선례 남기다
22 국제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①
24 연구리포트
우리는 시(時)쓰는 버스 운전 기사를 만날 수 있을까
46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48 노동자 건강 상식 장염에 대하여
출판산업 내 숨은 노동 일러두기
30 사진으로 보는 세상
50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보일러공의 악성중피종
32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52 발칙 건강한 책방
스마트폰 수리하는 여성 엔지니어의 하루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 맞다!
36 현장의 목소리
54 이러쿵 저러쿵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반올림과 같이 걷는 걸음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차례
03
특집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직장갑질119 300일, 이제 정부가 답할 때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태프
오픈채팅방 [#후아] 이야기
“질문 있습니다. 직장 내 폭언, 폭행, 모욕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요? 말대답했다는 이유로 팀원 들이 보는 곳에서 몇 차례 폭행 및 폭언을 당했습니다.” 직장갑질119 공개채팅방 닉네임 [#후아]의 첫마디였다. 상사의 폭행에 고통받고 있다며, 어떻게 대응해 야 할지 물었다. 회사에 별도의 고충 처리기구는 없다고 했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공개채팅방에서 자 세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아래는 그가 보낸 메일 일 부분이다.
(팀장이) "개자식이", "개새끼가", "씨팔" 등의 저속한 욕설을 반복하여 심하게 모욕했고, 모욕 행위에 너무 놀 라서 자리를 피해 물러나는 저를 향해 부근에 있던 두꺼운 책을 고의로 투척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특수폭행 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머리로 날아오는 책을 보고 순간적으로 피하지 않았더라면 머리를 그대로 타격당 하여 심각한 상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고, 이는 선배 A가 목격한 사실입니다. 저와 선배 A·B 그리고 후배가 함께 있는 사무공간에서 저는 소모품 결재를 가해자에게 올렸습니다. 그러나 결재가 반려되었고 가해자는 저에게 '결재의 반려 사유에 대해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여 모욕을 주었고, 철제 쇠뭉치가 붙어 있는 플라스틱 칸막이 앞에 열중쉬어 자세로 서있던 저를 향해 고의로 발을 사용 하여 있는 힘껏 칸막이를 가격하였으며 피할 사이도 없이 칸막이 상단 쇠뭉치에 의해 직접 흉부를 타격당하 도록 하여 상해를 입혔습니다. 당시의 폭행상해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3주가 지난 현재에도 폭행당한 흉부의 통증이 지속하여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2018년9월호 9월호 04 2018년
그는 상사에게 네 차례의 폭행 및 폭언을 당했
제안했다. 고민 끝에 인터뷰까지 했지만, 방송예
다. 상사의 폭행(폭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
정일에 다른 이슈들이 잡히면서 충분한 분량으로
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견디기 어렵
나가지는 못했다. [#후아]는 신경 써 준 것만으로
다고 했다. 본인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신고는
감사하다고 했다.
어디에 해야 할지, 어떤 처벌이 가능할지 등을 물 었다. 답변을 담당한 스텝은 필요한 자료(목격자
언론 제보 이후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진술, 녹취, 진단서), 팀장이 [근로기준법 제2조
[#후아]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노동조합을 만
2호]에 의거한 사용자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
드는 것은 어떠할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공개채
견, 근로관계 중에 발생한 사건이니 노동부를 통
팅방의 상담을 보면서, 이 지긋지긋한 팀장의 폭
한 진정을 추천한다는 의견 등을 전달했다.
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동료직원들과 마음을 모아야 하
일반적으로 이메일 상담은 3~4차례 이어진다.
고, 노동조합이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정말 내가 신고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 답했다. 해당 사업장에 맞는 노동조
들기도 하고, 메일 답변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
합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한 번 자세히
성하면서 궁금한 내용이 추가로 생기기 때문이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아직 그에게서 별다른
다. 하지만 한동안 [#후아]는 말이 없었다. 공개
연락은 없다.
채팅방에서는 이런저런 말을 섞었지만, 추가적 인 메일을 보내지는 않았다.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직장갑질 천태만상
온 메일. [#후아]는 회사 내에서 문제를 풀고 싶다 고 했다. 폭언은 여전하지만 신고를 하는 것이 망
직장갑질119에는 [#후아]의 사례가 매일같이
설여진다고도 했다. 회사는 보수적이었고, 임원
들어온다. 2017년 11월 1일부터 2018년 4월
의 막강한 입김과 위계질서 문화가 있는 조직이
30일까지 직장갑질119로 들어온 갑질 제보만 1
었다. 고소하면 회사가 팀장을 두둔할 수도 있고,
만 1938개01다. 가장 많이 벌어지는 갑질은 ‘임금
피해자인 본인이 불이익을 받는 것도 우려된다고
(25.7%)’이지만 ‘직장내 괴롭힘(13.5%)’과 ‘잡
했다.
무지시(14.8%)’도 심각한 수준이다. 못 받은 임 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노동부에 진정을 해
때마침 조현민의 ‘물컵 갑질’로 세상이 시끄러
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내일 출근해서
웠다. 우리 회사에도 조현민이 있다며 직장인들
마주쳐야 할 상사 갑질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
이 본인의 (준) 폭행 경험을 말하고 있었고, 언론 도 직장에서 폭행당한 직장인들의 사례를 찾고
‘갑질’은 노동조합이라는 보호막을 갖지 못한
있었다. [#후아]에게 언론 제보를 권유했다. 사건
노동자들,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동자들에게 집
을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중되고 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전 현대자동차
원한다면 당연히 익명이 보장되니 염려하지 말라 01 <직장갑질119, 6개월의 기록> 보고서, 2018년 5월 22일 발행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05
특집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관리자들이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머리를 바리깡
미만 사업장에서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0.2%에
으로 밀고, 군홧발로 조인트를 까던 장면이 2018
불과하다.
년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반복된다. 직장내 괴롭 힘과 잡무지시, 직장갑질119로 제보된 황당한
노동 내부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해지면서 정
사연들에 ‘갑질’이라는 이름을 붙여보면 다음과
규직 관리자가 정규직 직원에게 하던 갑질은 정
같다.
규직이 비정규직에게 하는 갑질로 이어졌다. 프 랜차이즈 본사가 돈 잔치를 하는 동안 가맹점주
직장갑질119에는 [#후아]의 사례가 매일같이
와 알바노동자는 ‘을’과 ‘병’이 되어 사투를 벌인
들어온다. 2017년 11월 1일부터 2018년 4
다. 평생직장은 옛말, 3개월·6개월 호출노동이
월 30일까지 직장갑질119로 들어온 갑질 제 보만 1만 1938개다. 가장 많이 벌어지는 갑 질은 ‘임금(25.7%)’이지만 ‘직장내 괴롭힘 (13.5%)’과 ‘잡무지시(14.8%)’도 심각한 수
난무하는 시대. 저항은 고사하고, 일을 구할 수만 있으면 천만다행이다. 회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 해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준이다. 못 받은 임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난
위해 참는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여전히 불온
후 노동부에 진정을 해서 받을 수도 있다. 하
하게 취급받고, 양극화는 극심해지는 2018년. 운
지만 당장 내일 출근해서 마주쳐야 할 상사 갑
동장은 점점 더 기울어져 간다.
질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 ‘갑질’은 노동조합이라는 보호막을 갖지 못한 노동자들,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전 현대 자동차 관리자들이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머리 를 바리깡으로 밀고, 군홧발로 조인트를 까던 장면이 2018년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반복된 다. 직장내 괴롭힘과 잡무지시, 직장갑질119 로 제보된 황당한 사연들에 ‘갑질’이라는 이름 을 붙여보면 다음과 같다.
이름만으로 황당한 갑질백태. 갑질을 없애기 위 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노동조합을 만들어 집단적으로 회사에 맞서고, 회사를 견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 은 처참한 수준이다. 2016년 기준 10.3%02. 이마 저도 300인 이상 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300 인 이상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55.1%인데 30인 02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제외된 수치(5만 3천명). 전교조 포함시 10.5%
2018년9월호 9월호 06 2018년
정부의 갑질근절 대책
회·경제적 관계에서 상대방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이 권한을 남용하여 을에게 행하는 부당
한림성심병원 장기자랑, 간호사 태움, 항공사
한 요구나 처우”라고 규정한다. 또한 △사전예방
갑질, 대웅제약 갑질까지…. 연이은 직장갑질 폭
△피해 신고 △적발·감시 △처벌·제재 △보호·지
로는 직장갑질119나 ‘블라인드앱’ 등을 통한 ‘익
원 △민간확산을 주된 과제로 삼고 세부과제 18
명’으로 시작됐다. 1970년대 청계천과 1987년
개를 제시한다.
울산에서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직장인들의 절규는 익명공간을 통해 흘러나왔고, 심각한 사
익명 신고 시스템을 마련하고, 제보자 불이익
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갑질’을 ‘생
방지를 위한 방안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정부
활적폐’로 규정하고, 두 가지 대책을 내놓는다.
의 ‘종합대책’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18.7.5)」과 그 후
후속조치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8월까지 ‘범정
속으로 발표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
부 갑질 신고센터’가 확대 운영되었어야 하고, 중
(18.7.18)」이다.
앙행정기관, 광역지자체, 광역교육청, 지방공기 업 등의 자체 기관별 신고센터도 개설되어야 했
2018년 7월 5일 발표 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은 갑질의 개념을 “사
다. 둘 다 깜깜 무소식이다. 갑질 피해자들의 소 송을 지원하기 위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무료법률 구조사업 시행지침’도 8월까지 개정하 겠다고 밝혔지만 개정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후속대책으로 발표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이하 ‘근절대책’)」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근절대 책’은 10월 “관계부처 합동 가이드라인 발표”와 12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골 자로 한다. 직장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 는 근로자등이 업무상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하여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 로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 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 위”라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예방 교육 의무화 등을 법제도적 으로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7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07
특집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월에는 국가기관(근로감독관)의 직권조사를 실
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넝마주이가
시하고, 근로자에 대한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며,
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용정책실장과 차
8월에는 직장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관을 했던 이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되고, 국회 환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
경노동위원회 구성에서 진보정당이 의도적으로
혔지만 무엇도 시행되지 않았다.
배제되는 등 상황은 ‘최저임금 인상’ 때보다 안 좋다. 발표한 지 한 달 반 만에 양치기 대책이 되
양치기 정부, 제발 좀 응답하라
는 ‘종합대책’과 ‘근절대책’이 하반기 근로기준법 개정까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
익명 신고 시스템을 마련하고, 제보자 불이익 방지를 위한 방안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정부
동문제 앞에서 유달리 굼뜬 정부는 이번에는 과 연 힘 있게 ‘갑질 근절’을 할 수 있을까.
의 ‘종합대책’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종합대 책’은 10월 “관계부처 합동 가이드라인 발표”와
직장갑질119는 부족하지만, 상담과 제보를 통
12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골자로 한다. 직장 내
해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알려내는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 등이 업무상의 지
작은 숨구멍 역할을 해왔다. 육아휴직 차별을 언
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하여 적정범위를 넘어 다
론에 제보하고, 근로감독관 갑질과 산업기능 요
른 근로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원에게 벌어지는 갑질을 공개했다. 해당 기관은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 규정하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직장갑질119로 연락해
고,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예방 교육 의무 화 등을 법 제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후속 조치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7월 에는 국가기관(근로감독관)의 직권조사를 시행 하고, 근로자에 대한 심리상담 등 지원, 8월에는 직장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8월까지 ‘범정부 갑질 신고센터’가 확대 운영, 중앙행정기관, 광역지자 체, 광역교육청, 지방공기업 등의 자체 기관별 신 고센터 개설, 갑질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무료법률구조사업 시행 지침’ 개정. 하지만 어떤 것도 깜깜무소식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떠오른다. 대 선공약이었으며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던 최
2018년9월호 9월호 08 2018년
‘제보자가 누구인지.’,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알 려달라고 요청해왔다. 급한 불만 끄는 것은 만연 한 갑질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합대 책’이 제시한 것처럼 기관별로 신뢰 있는 제보 센 터를 만들고, 익명 제보를 받으면 될 일이다. 이 제 언론의 눈치는 그만 보시라. 공공부문이 앞서 ‘갑질 근절’에 나서야 민간영역으로 확대되지 않 겠는가!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09
특집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재현 선전위원장
언론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 괴롭힘을 당
예방을 위한 방안과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고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진다. 시간이 지날
하고 활동해왔다. 한편, 정치권은 지난 19대 국회
수록 일터 괴롭힘 양태 역시 다양해지고 복잡해
부터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법과 제도로 처
위한 법안을 발의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벌하거나,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전혀 대처를
못했다.
하지 못했다. 결국 자본은 일터 괴롭힘을 단순히 일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을 파괴하거나, 노무 관리를 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10
대책의 배경 지난 7월 18일 정부가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 발표하며 그동안 방치했던 문제를 해
노동/인권 운동 진영은 일터 괴롭힘을 사회적
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정부는 한국의 일
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시작으로, 그 실태
터 괴롭힘 피해율이 업종별로 EU 국가들과 비교
는 어떠한지, 일하는 사람들의 개선 요구는 무엇
했을 때 3.6~27.5%로서 2배 이상 높은 점, 일터
인지, 해외에서의 사례는 어떠한지를 연구하고,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시간 손실에 따른 사회적
법과 제도, 현장에서 운동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
비용이 연간 4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점, 일터 괴
제를 이야기해왔다. 2017년에는 노동조합/현장
롭힘에 따른 우울증과 자살 문제가 심각한 점, 직
활동가, 노무사, 변호사 등이 모여 직장갑질 119
장 괴롭힘 피해자의 자녀가 학교 괴롭힘의 피해
를 만들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터 괴롭
자로 대물림되는 점 등을 이번 대책을 마련하게
힘 신고를 받고 해결하며, 근본적인 일터 괴롭힘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9월호 9월호 2018년
대책의 의미
신고 접수 시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하도록 의무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이렇다. 첫째, 정부가 일
화했다. 정부는 만일 사업장에서 일터 괴롭힘 관
터 괴롭힘을 정의하므로써 문제를 개입 할 수 있
련하여 관련 법 위반행위를 인지·신고 접수한 경
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우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직권조
을 발표하며 일터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노동자
사 결과 관련 법령에 따라 형사처벌, 과태료 등도
등이 업무상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하여 업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신적 괴롭힘 등으로
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 등에게 신체
노동자의 건강장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의료
적ㆍ정신적ㆍ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필요 시 임시건강진단명령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또, 정규직 노동자
등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임시건강진
뿐만 아니라 일터 괴롭힘에 노출되기 쉬운 불안
단명령이 물리적 상해 위주로 진행되는 점을 정
정 노동자 (파견 노동자, 일부 특수고용노동자)에
신적 괴롭힘 등으로 확장해서 실시하도록 한 것
게도 이 대책을 적용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
이다.
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넷째, 정부는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 또는 피 둘째, 노동자가 일터 괴롭힘을 인지 했을 때 신
해 발생을 주장하는 자 및 신고자에 대한 징계,
고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정
해고 등 보복행위 및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도록
부는 지난 8월부터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나
했다. 또, 피해자에 대해 심리적·경제적·법률적
직장 동료 등 누구든 범정부차원으로 운영하는
지원 강화하는 차원으로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신고센터에 사건을 접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스트레스, 고충 등에 관한 전문가 심리상담 및 해
발표했다. 이전까지 이 사회에서 일터 괴롭힘 문
결을 위한 지원프로그램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
제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고 특정 개인, 회사의
다.산업재해 문제에 있어서도 보상을 강화한다는
일로 치부되어 오면서 피해자들 역시 민간단체인
계획이다. 그동안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부
직장갑질119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 질병, 우울증 등에 대해서는 산재보상 기준이
또, 정부는 이번 기회에 사용자에게도 일정 책임
지나지게 협소하게 판정했기 때문이다. 법률적으
과 역할을 당부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사
로도 일터 괴롭힘으로 인해 범죄 피해자가 된 경
업장에서는 일터 괴롭힘 신고ㆍ대응부서를 설치
우 지금까지 손해배상 청구소송만을 지원했으나,
하거나 지정(노사협의회, 인사ㆍ감사부서 등 활
앞으로는 복직소송 및 보복소송 응소 시에도 법
용) 하도록 했다. 한편, 범정부차원의 신고센터
률·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가해입증자료가
설치가 예정한 일정보다 늦어지면서 정부가 약속
부족해 소송과정에서 애로를 겪는 피해자를 지원
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하기 위해 피해자가 청구할 경우 행정청이 직권·
다.
현장조사, 감사자료 등을 법령에 따라 제공하기 로 했다.
셋째, 사용자가 일퇴 괴롭힘 사실을 인지 또는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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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다섯째, 일터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는 피해자
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때까지 손놓지는
의 의견을 들어 가해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의
않고 일터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
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사용자가 관련 법령 위반
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일터 괴롭힘 예
시 형사 처벌, 과태료 등 처벌 기준도 마련 할 예
방 캠페인을 통한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 노사정
정이다. 가령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금지를
협의와 사업장의 자율적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
위반하거나 일터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 미이행
설팅은 즉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시 과태료 부과 등이 언급 되었다. 올해와 내년까지는 일터 괴롭힘 관련 법령 및 여섯째, 일터 괴롭힘 예방을 위한 인프라를 구
규정·지침 등을 개정하고, 예산반영, 신고시스템
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사용자가 취업규칙
연계 등을 완료해 일터 괴롭힘 근절을 위한 제도
필수 기재사항에 사용자 및 노동자의 일터 괴롭
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엇보
힘 금지의무, 예방 및 해결 등에 관한 사항을 포
다 가장 중요한 입법과 관련해서 국회 등 논의를
함하도록 했다. 가령 사용자 및 노동자의 일터 괴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터 괴롭힘 방
롭힘 금지 의무, 괴롭힘 예방 · 해결을 위한 사용
지법 제정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자의 책무, 괴롭힘 발생 시 처리 절차 및 조치, 고 충처리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사업
고민 지점
장 실태에 맞는 자율적 예방·대응 시스템 구축을
정부의 이번 대책은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제
위한 컨설팅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가령 사
라도 일터 괴롭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의하고,
내 사이버 신고센터 운영, 일터 괴롭힘 담당자 지
정부와 사업주의 역할과 책임을 강제했다는 점에
정 및 운영, 노·사 동수로 괴롭힘 조사단 구성 등
서 긍정적이다. 관건은 정부가 대책을 실질적으
에 대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사용자의 일터 괴롭
로 집행할 예산과 인력 등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
힘 예방교육을 실시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 일터
할 것인가에 문제다. 현재 방향 정도를 제시하고
괴롭힘 예방교육 표준안과 동영상을 제작하여 배
있는데 이를 구체화하고 집행 할 수 있을지 여전
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터 괴롭힘과 관련하
히 물음표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결
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서울아산병원을 지목하
국 입법 기관인 국회가 법·제도 마련을 위해 가장
며 병원 업종을 대상으로 TF를 수시 운영하겠다
중요한 역학을 해야 하는데, 과연 국회가 이 문제
는 계획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대화 등을
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질적인 입법으로 나아갈
통한 ‘(가칭) 존중받는 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정
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정부와 국회는 일
선언’을 추진하도록 안내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
터 괴롭힘 예방을 특별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모
다. 마지막으로 일터 괴롭힘을 조기 발견하기 위
색중에 있는데 한노보연은 이전부터 산업안전보
해 노동자 정신건강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건법에서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중 하나 로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문제에 따른 해결 방
향후 계획 이번 대책을 이행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를 마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왔다. 이점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회가 시민사회와 지혜를 모아 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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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9월호 9월호 2018년
슈퍼갑질, 인권유린 끝낸다! 보건의료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 강수진 지부장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의사
최근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다 태움으로 자살
조로 운영해왔어요. 서로 소통하지 않다 보니 이
한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병원에서 일
해가 되지 않는 조직 문화가 많았고, 업무를 수행
터 괴롭힘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병
하면서 기준이 되는 업무 지침이 없었어요. 관리
원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용납 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일터 괴롭힘, 태 움이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들 역시 업무 지시에 대한 기준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기준이라고 하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 같은 법과 제도일 텐데 관리자들이 이런 것들을 잘 모르니 현장에서 지켜질 리가 없거든요. 그래서 가천대길병원의 상황은 일터 괴롭힘을 논하기 이
이번에 만난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전에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법이나 규정을 지키는
19년간 극심한 슈퍼 갑질을 견뎌왔다. 최근 정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희가 근
부에서 병원 내 태움 등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투쟁을 해나가는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 대책을 확정한 바
것이 옳다고 봐요.”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의 상황이 어떠한지 이 야기를 듣고자 강수진 지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강수진 지부장은 명절 이후 받게 되는 대체휴 일이나 임시공휴일과 관계없이 늘 일해왔다고 하였다.
가천대길병원의 노동 환경은 어떠한가. “병원에서 대체휴일은 진료부 재량에 따라서 업 “병원이 다 비슷하겠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상명하달식의 업무수행, 그리고 병동이나 부서별 로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폐쇄적인 구
무를 하도록 공문이 내리는데 실제로는 모든 부서 가 다 근무를 했어요. 정부에서의 대체휴일이 가 천대길병원에서는 적용이 되고 있지 않는 거죠.”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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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강수진 지부장은 근무시간에 대해서도 이야
“네 아무래도 인력 부족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요.
기 했는데 간호사들의 경우 병동에서 본 업무
그래서 최근 병원 측과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논
시간에 앞서 30분 ~ 1시간 정도 먼저 출근해서
의하고 있어요. 초과근무를 하고 노동강도가 높은
일하는 게 다반수였다고 하였다.
“출근 전과 일 마칠 때 인수인계를 하는데요. 그 러다 보면 업무가 미진했던 거에 대해서 지적도 받 고 교대를 해도 문제가 없도록 중요한 사항들을 공 유하는데 길게는 2시간 정도 걸러요. 그런데 이 추 가 노동에 대해서 수당이나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병동 뿐만 아니라 외래에서도 전혀 수당이나 보상 없이 일을 하고 있어요. 문제는 저 희 병원이 외래 접수를 당일 접수로만 받기 때문에
것 역시 본질적으로는 인력 부족이 원인인데요. 병원에서는 보조 인력의 확충을 비정규직으로 하 고 있어요. 1년 계약으로 고용하는데 몇 개월의 교 육 기간을 거쳐 업무에 익숙해지려고 하면, 바로 계약이 끝나서 다른 사람을 재교육해야 하거든요. 이런 과정 자체가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어요.”
강수진 지부장은 인력 부족이 낳는 어려운 상 황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늘 외래환자들이 많거든요. 결국 보상이 없이 추 가 근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신규 간호사들이 업무에 투입하면 업무량이 워 낙 많다 보니 일을 빨리 배워야 해요. 선배간호사
강수진 지부장은 쉴 틈 없이 오전에 외래 환 자들을 보다 보면 점심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많아서 점심도 먹지 못하고 바로 오후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도 말하였다. 병동에서 업
들 역시 주어진 업무량은 이전과 같거나 더 많아졌 는데, 추가로 신규 간호사를 가르쳐야 해요. 이렇 다 보니 선배간호사들 입장에서 후배간호사들을 잘 가르치기 보다 혼내고 강압적으로 업무를 빨리 배우게끔 하게 되는 상황이에요. 후배를 보듬어주
무가 많아지다 보니 관련되어 있는 다른 부서
거나 세심하게 가르쳐주는 분위기가 잘 안 되거든
도 퇴근이 늦어지고, 모든 직원이 평균 1시간
요.”
정도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였다. 한편, 병원의 슈퍼갑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 다고 한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회장 생
강수진 지부장은 태움도 인력부족 문제의 연 장선에 있다고 말하였다.
일에 전 직원 축하 동영상과 공연을 해야 하고, 회장의 사택(私宅) 관리와 사택 내 행사에 직원
“지금과 같은 분위기다 보니까 많은 간호사가 1
들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온갖 갑질로 병
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병원을 그만 둬요. 사직이
원 노동자들은 마음이 멍이 들어 가는데 회장
줄을 잇다 보니까 임신순번제 처럼 사직순번제라
은 단 돈 18원에 VIP 병실을 이용하며 각종 특
는 것도 생겼어요. 신규 직원이 충원되어야 그 사
혜를 누리고 있고, 잊을만하면 비리를 저질러 언론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람이 그만둘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 기간이 교육 기간 포함해서 5~6개월 정도 걸리니까 바로 퇴사 를 못 하고 대기하는 경우도 생겨요. 상황이 이래 서 연차도 못 써요.”
태움, 갑질 문제도 결국 인력 부족의 문제로 시 작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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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9월호 9월호 2018년
노조를 결성한 계기는 무엇인가.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일부 관리자가 조합 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방해하거나, 많은 동료
“앞서 얘기한 노동강도, 업무환경, 조직문화 등
가 보는 앞에서 위세를 떨며 큰소리로 하대하
전반적으로 기존 기업노동조합에 대한 불만 등이
며 비속어로 언어 폭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
누적되어서 제대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러한 병원의 노조 탄압으로 가천대길병원 노동
된 것 같아요. 가천대길병원은 기업노동조합 간부 가 누구의 사위, 누구의 조카 이런 식으로 병원 경 영자의 친인척으로 엮여 있거든요. 그래서 노동조
자들은 극도의 위화감과 공포감을 느낄 수 밖 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합이 허수아비라는 인식이 팽배했어요. 의료기관 평가에 대한 불만도 있었는데 평가 준비를 위해서
노조가 새로 결성되고 시작한 변화는?
서류 업무는 늘었지만, 인력이 보충되지 않으니 우리에겐 노동 착취로 다가왔어요. 제대로 된 시
“공식적으로 우리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겠다
설 개선도 하지 않고 평가 기간만 반짝 필요한 물
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교섭하려고 할 때도 기
품을 갖추고 평가 기간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
존의 기업노조가 있고 새 노조가 있으니 중립을 지
가거든요.”
키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작은 변화들 이 감지되고 있긴 해요. 예를 들어 임산부는 야간
강수진 지부장은 노동자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평가를 준비하고 마쳐도, 병원에서는 애쓴 것에 대한 보상으로 전 직원에게 모두 만 원만 지급했다고 한다.
노동을 공식적으로 못하게 되어있지만, 본인이 원 하면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요. 여긴 임신하자마자 동의서를 들이밀면서 출산 마지막 달까지 근무하 기도 했어요. 임신 초기와 말기에 사용 가능한 근 로시간 단축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그림에 떡이었어요. 하지만 임산부의 야간 노동 문제를
“현장에서 고충을 말해도 책임지고 해결해주는
우리가 계속 제기하니깐, 이제는 동의서를 받고
부서장은 없어요. 부서장은 인사팀에게 미루고 인
있지 않고 임산부는 야간 노동에서 제외하고 있어
사팀은 정해진 기준이나 지침이 없으니 고충 해결
요. 그래서 한 조합원이 우리한테 문자를 보냈는
을 다시 부서장에게 미뤘죠. 기존에 있던 노동조
데 임신하고 밤에 일하기 막막했는데 밤에 일하지
합에 찾아가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어
않게 해주어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요. 그래서 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찾아갔고 민주 노총 서울본부에서 보건의료노조 인천지부를 만 나게 해줘서 노동조합을 결성했어요.”
한편, 가천대길병원은 민주노조 설립 이후 노 조 간부의 밤 늦은 퇴근길을 미행하고, 업무시 간 내내 바로 곁에서 감시하는 등 노조탄압을 자행하였다고 한다. 또, 노동조합 가입 활동을 병원 보안요원(외주용역)을 동원하여 가로막고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그동안 임금 갑질, 공짜노동, 인권유린 등 슈퍼 갑질을 당하며 일 해왔다고 말한다.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에 일 터 괴롭힘 없는 현장을 위해 특별근로감독과 기획 수사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하루 빨리 가천대길병원이 반인권적 노동탄압과 슈 퍼 갑질을 중단하고 노동조합과 이전과는 다른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터 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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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2018학년도 여름방학 기간 전국의 625개 학교에서 학교 내 석면 해체 및 교체공사를 실시하였다. 부산에서도 62개 학교에서 석면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가 우선이다!! - 2018학년도 학교 석면해체공사 모니터 활동
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번부터 공식적으로 구성된 ‘학교 석면 모 니터단’에 ‘시민단체’소속(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으로 석면 공사 모니터링에 참가하였다.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이하 부산석면공 대위)는 10여 년 동안 지역에서 석면 노출 문제에 대한 대응 활동과 석면 피해자 지원 활동 등을 꾸준하게 해오고 있기에 2017년(부산 시교육청과 협의를 통하여 참여)부터 학교 석면 모니터 활동에 참가 중이다.
모니터단 구성의 의미?
▲ 모니터단이 점검하는 모습
2017학년도 여름방학 기간 석면 해체 공사를 한 1,226개 학교 중 410개 학교에서 석면 잔재물이 발견되었고, 겨울방학 기간에도 1,227개 학교에서 석면 공사를 하여 이 중 303개 학교의 잔재물 조 사결과 또다시 57개 학교에서 잔재물이 검출된 결과는 학교 석면 공사에 대한 시민과 특히 학부모의 불신감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 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불안전한 학교 석면 공사에 대한 방안 으로 교육부, 노동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안전한 학교 석 이숙견 상임활동가
면 공사를 위하여 ‘학교시설 석면 해체 및 제거 가이드라인’을 통하 여 ‘학교 석면 모니터단’01을 구성하도록 하고 운영방안 및 모니터단 01 모니터단은 교육지원청 주관으로 학부모(공사면적 크기에 따라 2~4명이상)+학교(교장.석면 안전관리)+시민단체+감리원+전문가로 구성하였고, 전문가의 경우는 건문기관, 석면환경센터, 협 회, 보건환경연구원 등 환경부가 주관하여 섭외토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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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호
의 역할을 공식화하였다. 그동안 부산석면공대위와 같은 석면추방단체들과 학부모들이 지 속해서 제기해왔던 요구내용 중 하나를 시행한 것이다.
모니터단의 역할? 모니터단은 아래 학교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 순서에 따라 기본적으로 4회 이상의 모니터 단 활동을 진행하는데, 1) 석면 해체 및 제거 작업 설명회 참석, 2) 집기류 이동 및 사전청소 가 잘 되었는지를 점검, 3) 석면 해체 및 제거 작업 전 비닐 보양과 밀폐작업 점검, 4) 해체 작 업 완료 이후 잔재물 조사를 통하여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학교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 순서> ① 작업계획서 작성 ② 석면 해체 및 제거 작업 설명회 개최 ③ 집기류 이동 및 사전청소 ④ 비닐 보양 및 밀폐 ⑤ 설비 해체 및 제거 ⑥ 석면 해체 및 제거 실시 및 주변 석면 비산정도 측정 ⑦ 폐 기물처리 ⑧ 석면 농도측정 및 보양제거 ⑨ 청소 후 잔재물조사 결과보고 및 홈페이지 게시
이번 모니터단 활동을 하면서 확인된 문제점 7월부터 시작된 학교 석면 모니터단 활동은 개학 전(대부분 8월 20일 전후)에 마무리되었 다. 부산은 62개 학교에서 석면 해체공사를 했었기에 모든 학교의 모니터단 활동에는 시간 적인 문제로 참가하진 못하였고, 63개 중 22개 학교의 모니터단 활동에 참가하였다. 전국적으로는 2017년보다는 절반으로 줄어든 학교 공사 규모였으나, 부산은 62개 학교 의 공사 규모였기에 설명회부터 마지막 잔재물 모니터 활동까지 모니터단과 공사업체들의 협의 과정이 너무나 힘겨웠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공사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안전하게 공 사해야 한다고 요구하였지만, 공사업체와 학교는 개학 전에는 관련 모든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에 모니터단 활동 자체에 대한 시비 걸기, 노골적인 불만 표출, 모니터 중 단 요구 등 행태로 드러났고, 심지어 일상적인 시민단체 모니터단 활동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공사 일정을 맞추겠다고 공사업체와 학교가 무리수를 두다 보니, 4회의 모니 터 활동에서 점검해야 할 내용이 제대로 완료되지 않아서 1~2번을 더 와야 하는 경우도 빈 발하여 모니터 활동을 더욱 어렵게 하였다. 이러한 행태가 오히려 공사 일정을 더욱 길게 하 는 요인이기도 하였다.
무리한 공사일정으로 인한 부실공사는 여전히 진행형
대부분의 설명회는 시민단체에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아서 참석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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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모니터단 활동은 사전청소 모니 터단 활동이었다. 교육부가 ‘학교시설 석면 해체, 제거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내용을 기 반으로 공사를 지시하겠다는 애초의 입장 과는 다르게, 실제로 공사현장에서 가장 많 이 부딪쳤던 문제가 집기류 이동의 문제였 다. 집기류를 보관할 공간 부족, 인력 문제, 비용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집기류 이동을 하지 않은 학교가 많았고, 그중 몇몇 학교의 경우 ‘신문고’를 통한 민원 제기한 이후에야 집기류 이동이 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 부산은 63개 학교를 한꺼번에 공사 를 하다 보니, 인력수급, 비석면 천장제 수 급, 청소업체 확보, 석면 폐기물 폐기 등 전 반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더욱 문제는 그러한 어려움을 교육청이나 교육 ▲ 석면 공사가 예정된 교실이지만 집기류 이동이 안되어 요구함.
부에 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단에게 읍소
하는 형태가 되어버려서 모니터단이 제기하는 문제를 제대로 보완하거나 조치하기보다 오히려 희석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던 측면도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공식적인 모니터단을 운영하여 몇 차례의 점검 활동을 하였기에 마지막 점검과정인 잔 재물 조사에서 석면 잔재물 발견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잔재물 조사 결과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잔재물이 발견되어 재청소와 재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잔재물이 너무 많이 발견되 어 점검을 중단한 학교도 있었다. 시민단체 모니터단이 확인한 12개 학교 중 2개 학교를 제외하고 재청소 와 함께 재점검을 요구하였다. 결과로 보면 충격적인 결과이지만 이러한 내용 확인 또한 모니터단을 운영 하였기에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번 모니터단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보완사 항을 점검하여 향후 학교 석면 모니터단 운영을 더욱 내실 있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석면 노출로부터 안전한 학교가 우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7년까지 학교 내 석면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현재 그러한 공약에 맞추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 중이다. 비단 대통령의 공약뿐만 아니라 17개 시 도 교육감의 공약에도 그러한 내 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의 공사라면 공사를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꼴이 된 다. 지금과 같이 무리하게 밀어붙이기식 방식으로 석면 공사를 강행한다면, 어떠한 좋은 방안을 마련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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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호
결국 부실공사를 막을 수 없다. 특히 올해 여름 은 장기간 폭염으로 인 하여 너무나 힘든 상황 이었다. 석면 공사는 외 부의 노출을 막기 위해 서 전체 비닐 보양을 하 고, 전면 보호구를 착용 해서 작업해야 하기에 작업자가 더욱 힘들게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작 업자와 학생 및 시민들 ▲ 잔재물조사 점검과정에서 확인된 잔재물
의 안전을 위해선 무조
건 목표에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공사 계획이 필요하다.
석면이 있는 학교는 석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자 지난해 교육부에서 자체 조사를 통하여 전국 학교 2만 808개 중 약 59%인 1만 2200개 학교가 석면 철 거 대상 학교라고 국회에 제출하였는데, 이번에 625개 학교가 석면 해체 공사를 하였다면 1만 1,575개 학교가 아직 석면 학교로 볼 수 있다. 석면이 없는 학교가 가장 안전하지만, 석면이 있는 학교라도 안전하 게 관리를 한다면 석면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학교는 석면안전관리인을 지정 하여 학교 내 안전한 석면 관리를 수행하도록 되어있다. 일상적인 점검은 기본이고, 매년 2번 이상의 정기 점검 활동을 통하여 안전한 석면 관리를 하도록 되어있으며, 교육청에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오히려 무조건 석면 공사를 강행하기보다 학교에서 석면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교육청에서는 어떻게 점검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 학교 석면 문제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석면 해체 공사 및 청소 작업을 하는 노동자,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부터 교직원,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 등 많은 사회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주 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올해부터 시행하는 석면 모니터단의 역할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부 와 시 도 교육청은 좀 더 공개적으로 모니터단 활동을 알려 나가고, 학부모뿐만 아니라 인근 시민들의 참 여와 알권리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러한 노력과 함께 매년 시행되는 학교 석면 공사 과 정에서 확인되는 문제점을 제대로 평가하고, 지속적인 보완과정을 거친다면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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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지난 8월 16일, 대만의 RCA01 산재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이 는 다국적기업이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것에 대한 책
대만 대법원, RCA 산재판결 에서 의미있는 선례 남기다
임을 묻는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여전히 유감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원고 측 변호사가 밝혔다.
대만 대법원은 작년 10월 대만 고등법원에서 제기된 RCA 피해 노동자들의 네 가지 주요 논거를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노동자 측 의 조셉 린(Joseph Lin, 林永頌) 변호사는 “법원은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자제품 생산업체였던 RCA는 1970년부터 1992년까지 대만의 타오위안 현(현 타오위안 시) 등 세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했 고, 그곳에서 최대 약 8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했다. 1986년,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사(GE)가 공장을 인수했고, 1998년 에는 프랑스 다국적 기업 테크니컬러사의(Technicolor) 미국 자회사 인 톰슨(Thomson Consumer Electronics)사에 매각되면서 중국으 로 옮겨졌다.
이번 판결은 RCA와 그 후계기업 및 모기업-제너럴일렉트릭, 톰 슨, 테크니컬러-이 타오위안 공장의 유해 화학물질 복합 노출 및 독 성 폐기물로 오염된 지하수에서 기인한 노동자들의 사망과 질병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린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화학물질 노출의 건강 영향을 규정하 는 데 있어 인과관계의 직접적인 근거보다도 역학적, 독성학적 근거 를 인정했다. 과거에도 대만에서 역학적 또는 독성학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화학물질 노출의 관련성이 밝혀진 사례가 있었지만, 미국이 나 일본보다 대만에서는 여전히 드문 사례라고 그는 덧붙였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판례는 ‘선구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판결에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책임의 상당 부분을 피고에게 넘겼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다는 사실이다. 피해자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관련성을 입증하면, 이
01 Radio Corporation of America. 미국의 전자제품 회사로 미국 내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 을 보급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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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틀렸음을 피고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고등법원에서 피고 측이 제시한 반대 근거가, 피해 노동자들이 제시한 인과관계를 부정하기에 불충분하다고 보았다.
린 변호사는 또한 ‘법인격부인의 법리’에 의해 RCA가 노동자들에게 위해를 가한 책임을 기업(GE, 테 크니컬러, 톰슨)에 부과한 이번 판결을 칭찬했다. 이는 회사의 잘못된 조치에 대해 회사의 주주들에게 책 임이 있다는 법리적 원칙에 따른 것으로 이러한 법리 적용 사례는 대만에서 드물다.
대법원에서 RCA 측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판결이 지연된 것을 근거로, 피고 측의 핵심 논거를 거부 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린 변호사는 말했다. 법원은, 오염문제가 처음 밝혀진 1994년에 대만 환경보호국이 RCA에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지만, RCA가 정보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에, 공 소시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역학 조사를 방해하였고, 이러한 조치가 RCA 노동자들의 보상에 대한 합법적인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았다. 위의 네 가지를 근거로 대법원은 암 또는 다른 질병이 발병한 전직 RCA 노동자 262명 및 사망한 노동 자들의 유족에게 약 5억 대만달러(약 181억 원)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질병이 발병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 고통을 받은 노동자들이 받은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다시 고려할 것 을 고등법원에 요청했다. 린 변호사는 이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히며, 미국 법원에서는 노출 되었으나 증상이 없는 원고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사례가 여러 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사례에서, 미국 법원은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노출로 인한 질병이 잠복기로 인해 시기적절하게 진단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린 변호사는 낮은 수준의 보상은 징벌적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피해 노동자들은 원래 RCA, GE, 톰슨, 테크니컬러로부터 27억 대만달러의 보상을 요청했으나 고등법원은 겨우 7억대만달러 보상으로 판결을 내렸다. “GE같은 다국적 기업은 단 6시간이면 7억대만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라면서 그는 피고인들이 책임을 바로 직면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RCA 판례는 기업이 법을 어기고 생명과 환경에 해를 입히는 경우 소송에서 근거로 할용될 것이라 고 린 변호사는 말했다.
RCA가 대만을 떠난 1992년부터 집단소송을 제기한 2004년까지 1300명 이상의 전직 RCA 노동자들 이 암에 걸렸고 그중 221명이 사망했다. 1998년, 대만 환경보호국은 21,780평 규모의 RCA의 구 타오위 안 공장 부지를 영구적인 오염지대로 지정했다. 이는 대만에서 첫 번째 사례이며, 정화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출처 : Supreme Court sets precedents in RCA industrial pollution case, Focus Taiwan News Channel, 2018.8.16.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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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국 제노동기구(ILO) 협약을 검토해 몇 차례 기고하였고, 최근에는 국내 산업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①
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면개정과 관련해 다른 국가들의 산안법을 살 펴보고 있다. 첫 시작으로 독일의 안법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독일 과 한국은 법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고, 산안법이 다루는 범위가 워낙 넓어 전부 살펴보기엔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산안법 전면 개정과 관련해 제기되는 쟁점에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언급하 려 한다. 독일은 산업보건의 및 산업안전 전문 인력에 대한 법, 화학물질 관련 및 위험성평가 등은 산안법 외에 따로 있어 추후에 다루기로 한다. 독일 법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13년 발간한 「독일 노동법전」 등을 참 고하였다.
폭넓은 법 보호대상과 사업주 안전보건조치의 원칙
‘일하는 사람’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국내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도입 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정의가 부재해 결국 법 보호대상에 일부 직종만 추 가 포함되었으며,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장실습생은 여전히 제외 되었다. 독일 산안법 2조 정의규정에서, 산안법 적용대상인 ‘취업자’는 노동자, 군인, 공무원, 법관, 장애인을 위한 공장에 취업중인 자 등을 포함 하며,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자’도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독일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 일반적 원칙 독일 노동법전. 한국 노동연구원. 2013. 사용자는 산업안전보건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일반적 원칙에 근거하여야 한다.
1.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이 최대한 예방되고 현존하는 위험이 가능한 한 최소화될 수 있도록 근 2. 위험은 그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
3. 산업안전보건조치를 취함에 있어서는 기술, 노동의학, 위생 및 기타 노동학술상 확립된 이론이
4. 산업안전보건조치는 기술, 근로체계, 기타 근로조건, 사회적 관계, 작업장에 대한 환경의 영향 계획되어야 한다. 5. 개인을 위한 보호조치는 다른 조치보다 후위에 있다. 6.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취업집단에 대하여는 특수한 위험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이령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22 2018년 9월호
7. 취업자에게는 적절한 지시가 부여되어야 한다.
8. 직·간접적으로 성별에 따른 효과를 미치는 규정은 생물학적 사유에 의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또한, 독일 산안법에는 사용자가 산업안전보건조치를 취함에 있어 지켜야할 일반적 원칙이 기술되어 있 다. 최대한의 건강 예방과 위험의 최소화를 위한 근로형태 조직, 위험의 근원적 제거, 공학적 제어 등 보다 개인보호구는 후순위 조치라는 점, 기술·근로조건·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산업안전보건조 치의 계획 등이다. 이는 ILO 산업안전 분야 협약의 원칙들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원칙적인 수준일 수 있으며 처벌 규정은 없지만, 중요하고 실제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이기에, 국내 산안법 전면개정 안 5조 (사업주 등의 의무) 등에도 이런 원칙이 기술되어야 한다.
안전보건교육은 근무시간 중에, 파견노동자 교육도 원청의 의무
국내 산안법 및 하위 규정 상 안전보건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지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근무시간 외에 안전보건교육을 받거나, 새로운 기술 도입 시에는 못 받는 경우도 많다. 독일 산 안법 상 사업주의 안전보건교육은 취업자의 근무시간 중에 충분하고 적절히 해야 하고, 채용 시 · 업무 범 위 변경 시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작업수단·기술 도입 시에도 시행해야한다. 그리고 독일 산안법 상 파견근 로자 안전보건교육의 의무는 사용사업주에게 있다. 그렇다고 파견사업주의 산안법 상 다른 의무가 제외되 거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국내 산안법 전면개정안 중 원청의 책임 확대가 주요내용 중 하나이나, 제 64조에 의하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보건교육 책임은 장소 및 자료의 지원에 한정된다. 독 일과 같이 안전보건교육의 의무에 대한 원청의 책임도 명확히 규정해야 산업재해 예방에 더욱 일관적이고 실효성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험 업무 재개는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노동자와 공동 결정 하에
독일 산안법 9조에서 직접적이고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는 작업장을 즉시 이 탈할 수 있고, 이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사용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노동자에게 업무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위험상황에서 사업주의 안전보건대책 계획
근로형태가 조직되어야 한다.
및 시행은 사업장 ‘종업원평의회’01와 공동결정 하에 이루어진다. 국내는 작업 중지 후 위 험이 여전하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업무 재개를 요구하여 2차 사고가 나곤 하
이 고려되어야 한다.
향을 적절히 연관시킬 목적으로
는 게 현실이다. 작업중지 명령과 해제에 대해 국내 산안법 전면개정안에서 일부 진전된 절차가 마련되긴 했으나, 현장 안전보건에 대한 해당 작업 노동자 및 노동자대표의 주체 적 참여 보장이 여전히 부족한 국내 산안법에 이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위험 업무 재개에서 일부 살펴봤듯이,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에 있지만 한국 산안법에 는 거의 없는 가장 큰 차이는 노동자 개인 및 단체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및 사업장 공동 결정권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01 독일은 사업장 공동결정법에 의해, 5인 이상 사업장에 사업장 종업원평의회를 설치할 수 있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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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출판산업 내 숨은 노동 일러두기 - 2018 출판산업 여성노동 실태조사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조협의회 여성위원회
출판산업은 여성노동자들이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결코 여성 친화적이라 할 수 없는 노동 환경에 놓여 있다. 가부장적인 작업장 문화 아래 여성 출판노동자는 일상적인 차별적 경험을 토로하고 있으며, 과도한 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 부담에 언제든지 노출되어 있고, 여성의 생애주기와 무관한 노동 관행 때문에 ‘경력단절’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출판계 내부에서 날로 심해지는 노동의 외주화·비정규직 화 추세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애사적 사건을 교묘히 이용해 여성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낮은 노조 조직률과 소규모 사업장으로 파편화된 노동 환경 등으로 인해 출판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는 아직 공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여성 출판노동자는 작 업장에서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가? 일상생활에서는 또 어떤 삶을 경험하고 있는가? 여성 출판노동자는 노동, 가족, 일상 영역에서 어떤 생각과 욕구, 전망을 갖고 있는가? 특히 외주노동의 형태로 출판에 종사하는 여성노 동자의 경우에는 이런 사정이 더욱더 장막에 가려져 있다. 이런 맥락에서 2018 출판산업 여성노동 실태조사를 요약한 『숨은 노동 일러두기』는 출판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의 노동세계와 생활세계에 관한 광범위한 기초 조사를 목표로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구체적인 노동 조건을 살피고 미조직 노동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노동 생활과 일상 생활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초점을 맞 추었다. 본 조사는 출판노동조합 산하 여성위원회의 제안으로, 연구자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조사에서 집필 까지 전체 과정을 공동으로 실시했으며 전체 조사 기간은 2015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이고, 연구 참여자 (조사 대상)는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전현직 재직노동자(정규직, 비정규직)와 외주노동자를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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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적·노동적 측면
을 보장하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규정들
1) ‘영세 사업장’이라는 면죄부
이 현재 5인 미만의 사업장과 비정규직에게는 적용되
출판진흥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태조사 에 응답한 3,606개의 사업장 중 2,761개의 사업장 이 1∼4인 규모를 보인다. 이는 표본 중 76.6%의 비
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당해고로부터의 보호 규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들어 사업의 위험 부담과 노무 부담을 줄이기
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상당수 출판 사업장이
위해, 별도의 (5인 미만) 자회사와 계열사를 만들어
규모 면에서 ‘영세’한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
관리하는 대형출판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자회사
다. 한편, 매출 측면에서는 서적과 교과서/학습지를
들은 기대 매출에 부응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출간하는 출판사들―기성의 ‘출판업’ 의미에 부합
‘정리’된다. 본사의 경영주들과 ‘월급사장’인 자회사
하는―의 2014년 매출 규모는 약 4조 207억 원이
의 대표는 위험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겠지만, 노동자
었다.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액인 94조 9,472억 원
들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
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는 그리 높은 수치라고는 볼
내해야 한다. 이러한 분사 경영 전략은 비단 출판계에
수 없다. 또한 콘텐츠의 다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의
서만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교묘한 방식으로
미의 출판시장은 점차 위축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
노동을 통제하고 수익을 높이려는 이러한 전략으로
럼 규모와 매출 면에서 출판산업은 ‘영세’하다고 보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을 포괄하여 보호할
인다. 또한, 이와 같은 산업의 ‘영세성’이 노동조건을
수 있는 법제의 구축이 시급하다.
악화시키고 있다고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 지만 이러한 영세성이 모든 면에서 ‘면죄부’로 작용 할 수 있을까?
2)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방조하는 시스템 많은 출판노동자가 ‘체계 없음’을 출판업계 시스템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
의 특징으로 꼽았다. 규모가 작고 체계가 갖추어지지
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규정하는
않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실무 교육을
동시에, 상시 4명 이하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
받을 시간 없이 곧바로 업무에 투입된다. 개별 노동자
는 사업장에 대해서 일부 규정을 적용할 것 역시 정
들이 ‘알아서’ 업무 방법을 습득하고 익혀야 하는 이
하고 있다. 얼핏 보면 4인 이하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러한 시스템은 정해진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밖
사업장들이 법의 적용을 피해 갈 여지가 많아 보이
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지만, 그 상세를 살펴보면 몇몇 규정을 제외하고 중
신간의 매출에 상당 부분 기대는 수익 구조는 ‘좀
요한 조문은 대부분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근
더 빠르게’ 책을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고, 매월 혹은
로계약서의 작성 및 교부, 해고의 예고, 산전후 휴가
격월로 찾아오는 마감을 수행하기 위해 야근은 “어쩔
의 지급 등이 그러하다.
수 없는” 것이 된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이 자연스럽
일부 참여자들은 ‘근로계약서 작성 유무’를 묻는
게 일상이 되어 가는 것이다. 많은 출판사에서 생산성
질문에, ‘5~10인 규모의 작은 사업장이라 작성하지
향상을 위해,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초과노동(그리고
않아도 무방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법
노동에서의 비용 절감)에 기대고 있다. 그저 회사의
상 근로계약서는 규모 여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작성
고정인원들이 좀 더 많은 양의 일을, 좀 더 빨리 끝내
하고 교부해야 한다. 한편, 근로계약서 같은 기본적
주길 바라는 것은 사실상 ‘경영의 부재’를 방증할 뿐
인 것들이 잘 감시되고 관리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이다.
것이다. 과도한 노동을 방지하고, 연차휴가의 제공
본 실태조사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관행은 노동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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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
응답자의 77.2%가 여성이었다. 더 많은 표본을 조
되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더욱 더 질 높은 여가
사할 경우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이
를 영위할 수 있는 물리적인 조건 자체가 불가능하
는 어느 정도 실제의 비율을 반영하고 있으리라 생
게끔 만든다. 특히 양육을 하고 있거나 통근에 걸리
각된다. 한편, 재직자를 중심으로 조사한 출판진흥
는 시간이 긴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시간 빈곤’의 정
원 실태조사의 ‘출판사업체 종사자 규모’ 항목에 따
도는 더욱 심했다. 퇴근하더라도 업무에 대한 생각
르면 남성 종사자는 48.9%(14,455명), 여성 종사자
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는 51.1%(15,124명)로 추산된다. 표본의 범위는 다
운동하거나 몸을 챙길 시간이 부족하여 근골격계 질
르지만 이 두 자료를 놓고 보았을 때, 재직노동자의
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 우울
성별 구성과 외주노동자의 성별 구성에는 큰 차이가
증과 ‘번아웃’을 동반하기도 한다.
존재한다. 조건이 불안정한 외주 부문에 더 많은 여
마감을 바로 앞두고 있을 때에만 한시적으로 초
성들이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별화는
과노동이 이루어진다고 추측해 보아도, 1~2달에 한
사회 전반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비정규직의 여성
번씩 ‘밀어내기식’ 마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화’와 밀접해 보인다.
야기는 달라진다. 이러한 업무와 조직문화의 특성
외주실태 보고서와 이번 조사 모두에서 공통으로
이 야근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야근을 부담 없이 시
외주노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출산과 육아
켜도’ 되게끔 방조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
라는 점이 드러났다(외주실태 보고서에서는 직군별
다. 바로 출판계에 널리 퍼져 있는 ‘포괄임금제’라
로 그 계기가 달리 나타났는데, 재직 경험이 있는 노
는 임금계약 구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말 그대
동자의 경우, 출산과 육아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특
로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정 부문의 ‘여성화’ 현상은 ①여성이 내부 노동시장
급여에 포함해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이다. 법적으
으로부터 밀려나기 쉽도록 산업이 구조화되어 있다
로 문제없이 야근을 시켜도 되기에, 인원을 충원하
는 것, ②그리고 해당 노동이 ‘여성이 하기에 적합한
지 않고 초과노동으로 인력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
일’이라고 인식될수록 이들의 노동조건은 고착되고
다. 일부 규모가 큰 기업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출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
판사업체들이 이러한 임금계약 제도를 택하고 있다.
로 외주 계약 조건은 십수 년째 답보 상태이며, 작업
초과근로 수당 지급의 대상이 되는 5인 이상 사업장
비가 체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들 역시 이러한 임금계약으로 인해 사실상 5인 미만
‘외주실태 조사’ 당시, 작업단가의 책정 기준을 묻
사업장과 마찬가지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출판업계
는 질문(중복답변 가능)에 ‘출판사의 관행’(287건)
의 노동이 ‘포괄임금제’의 성격에 해당하는 노동인
이라는 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작
지부터 다시 따져 보고, 정당한 초과근로 수당을 지
업의 난이도’(200건), ‘작업에 들이는 시간’(115건),
급하거나 혹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야근을 줄
‘기존 작업 경력’(112건)의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여 가는 방향으로 노동 관행을 개선해 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사실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도 45건에 달
필요하다. 출판계에 만연한 ‘포괄임금제’의 정당성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답변을 통해 유추컨대, 근거
을 묻고, 이에 대한 공론화를 기대해 본다.
가 빈약한 기준과 관행에 따라 단가가 정해지고 있 으며, 기존 작업 경력을 반영하는 사례도 많지는 않
3) 외주노동의 조건 개선 외주출판노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26 2018년 9월호
은 것으로 보인다. 외주자들의 노동은 ‘숙련 노동’으 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또, 주변의 외주자들이 어느 정도의 작업비를 받
험을 맞닥뜨리면서(혹은 당장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
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은 이들의 협상력을 저
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존재라고 가
하시키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표
정되면서), 더욱 불안정한 고용 상황을 마주하게 된
준 단가표와 표준화된 계약서의 마련을 제안하려 한
다.
다. 외주자들은 개별적인 협상 혹은 노사 집단의 협
체크리스트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적용 여부
상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현
에 체크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육아휴
실성 있는 단가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양자가 참고
직을 사용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거나, 육아휴직
해서 볼 수 있도록 ‘표준단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
제공을 둘러싼 문제로 갈등을 벌이다 퇴사로 이어지
겠다. 표준화된 계약서에는 현실성 있는 작업 기간
는 경우를 본 참여자도 있었다. 실제 육아를 하고 있
과 작업비 지급 일정 등을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는 참여자 중에는 본인 역시 경영주의 입장과 노동 자의 입장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고 답한
2. 성평등적 측면
경우도 있었다. 규모가 작은 사업체에서는 노동자 1
1) 출판노동 = 특히 여성에겐 ‘불안정 노동’
인이 맡는 업무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이로 인해 대
출판업은 흔히 여성들이 많은 직종으로 여겨지고
체인력을 가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출판진흥원 실태조사’의
출산 관련 제도에 따라 마땅히 수행되어야 할 일련
‘출판사업체 종사자 규모’ 항목에 따르면 남성 종사
의 일들은 ‘회사가 감당해야 할 비용 내지는 손해’로
자는 48.9%, 여성 종사자는 51.1%로 추산되고 있
여겨졌다.
다. 이는 통념과는 모순된 결과이다. 여기에는 몇 가 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존재한다.
공기업, 공공기관, 그리고 최근에는 대기업에 이 르기까지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종사자가 늘고 있다
첫째, 남성의 경우 전체 대비 2.3%, 여성의 경우
고는 하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경우에는 언감
전체 대비 3.1%의 비정규직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생심인 일이다. 앞서 말했듯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
는 점이다. 둘째, 해당 조사가 외주 종사자의 규모
재직 중인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각종 복리후생 면에
를 측정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의 필
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는 동시에, 법적/제도
진들 역시 “산업 특성상 종사자 수에 포함되지 않
적인 면에서도 배제되기 쉽다. 기업의 복지와 사회
는 아웃소싱의 비중 또한 매우 높기 때문에, 통계
적 복지 모두에서 배제됨으로써, 노동자 개인이 감
수치상 집계되는 상근 종사자 수 외에 실제 출판산
당해야 하는 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늘어나는 것이
업에 관여하는 종사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할
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특히 여성
수 있다”(77쪽)는 점을 짚고 있었다. 2012년에 발
노동자들에게 고루 제도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
표된 ‘외주실태 보고서’에서 여성 응답자는 전체의
록, 규모가 영세한 사업체의 경우 지원의 규모를 대
77.2%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전수(全數)를 파악한
폭 키워야 할 것이다.
것은 아니지만 외주의 성별화가 얼마나 불균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 다. 남성 노동자들 역시 ‘권고사직을 가장한 해고’의
2) 차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사업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노동을 지속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
위협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 있기는 매한가지이
은지에 대해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
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은 결혼, 출산, 육아라는 경
상은 여성노동자들 스스로 ‘차별’을 인식하는 것에
연구리포트
27
서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3)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권리는 곧
지’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없다’고 답한 경우가 예
노동권의 일부
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인터뷰 전반에 걸
출산과 육아의 경험만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
쳐 들을 수 있었던 사례를 종합해 보았을 때, 직/간
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 안팎에서 벌
접적인 차별이라고 해석되는 경험들이 적지 않았다.
어지는 성희롱/성폭력 경험은 여성노동자들을 위축
차별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차별’이라고 명시적으로
시키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동반하며, 남성 동료
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들과 동등한 위치와 여건에서 일할 수 없는 결과를
첫째, 이러한 차별들이 간접적으로 경험되는 것이
초래했다. 이에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참여자들은 (나이가 어
있는 권리’가 곧 노동권의 일부라는 명제를 다시금
린)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감정노동’―손님이
확인할 수 있었다.
왔을 때 차를 내가야 할지, 상사의 담배 심부름에 응
성폭력은 직장 내의 성적/계급적 위계질서 위에서
해야 할지―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혼란스러워
이루어지는 폭력으로, 문제 제기의 어려움을 수반한
하고 망설였다. 둘째, 차별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몇몇
다. 특히 직급이 낮거나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인턴·
지표의 경우,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다른 산업
비정규직,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장에 직
군과 다르게 의미화되어 있었다. 예컨대 임금의 경
접 고용된 노동자’ 규정에 속해 있지 않은 외주노동
우, 노동자들 간에 임금 수준을 공유할 수 없기에 차
자의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성폭력
별의 정도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경험이 있음을 말한 참여자 8명 중 6명이 성폭력 가
중요한 지표인 승진의 경우, 영세한 사업체 규모상
해자로 ‘남성 상급자’를 지목했다. 이는 성폭력 실태
승진의 기회가 많지 않거나 승진의 의미가 크지 않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업무와 관련하여 성
기에 이와 관련하여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면, 가해자가 누구였는지 묻
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셋째, 여성들이 많
는 문항(복수 응답 가능)에 전체 응답자 166명 중 가
은 직군이기에 차별을 드물게 경험했다는 답변들도
장 많은 94명이 ‘직장 상사’를 꼽았으며, 67명이 ‘사
있었다. 하지만 출판노동, 특히 출판외주노동의 열
업주’를 꼽았다(덧붙여 21명이 ‘직장 동료’를 꼽았
악한 노동 실태는 여성이 많이 진출해 있는 여러 직
다). 때문에 피해를 경험한 여성노동자들의 대다수
군들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를 넓은 의미
가 그냥 넘기거나, 우회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
에서 ‘차별’과 연결 지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했다고 답했다. 문제를 제기한 경험이 있더라도, 어
한편, 여성노동자들이 ‘차별’을 잘 인식하지 못하 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낮은 평가, 혹은 낮은 집단자 존감(collective self-esteem)의 영향일 수도 있다.
떤 공식화된 매뉴얼에 따라 처리되거나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었다는 답이 많았다. 성희롱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거나, 사업장의 규모
몇몇 연구는 소수자 집단이 가지고 있는 낮은 집단
가 사실상 가해자와의 분리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문
자존감이 차별을 알아차리는 데에 방해가 되며, 오
제 제기가 어렵게끔 하는 요인이다. 고용이 불안정
히려 차별적 인식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혔
한 비정규직, 외주자에게 ‘근무 장소 변경’ 내지 ‘배
다.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내집단(ingroup)으로부터
치전환’이란 ‘계약해지’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 같
거리를 두려는 심적 기제가 발동하기에, 차별을 인
은 성희롱, 성폭력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벌어지
식하지 못하거나 차별의 원인을 (자신을 포함한) 개
는 폭력일 뿐 아니라, ‘노동권의 침해’로서 이해되고
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대응되어야 할 것이다.
28 2018년 9월호
한편, 적절한 징계 및 사후조치의 권한이 사업주
이에 의해, 사회적 지위에 의해, 신체적 조건에 의해
에게 맡겨 있다는 점은 사후 대처의 실효성을 담보
발생하는 명시적, 암묵적 위계와 위계에 의한 폭력
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주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을 거부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줄 것을 계약조건
이해가 부족하고, 노동자의 인권보다는 효율을 중시
으로 했다. ‘#문단_내_성폭력’에 연대하는 한 시인
할 때, 책임은 피해자에게 손쉽게 전가될 수 있다. 사
의 경우, 출판사와의 계약서에 “갑(작가)의 성폭력,
업주의 인식 고양과 대처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 1차
성희롱 그 밖의 성범죄 사실이 인지될 경우 을(출판
적으로는 예방교육 이수와 법적 제재가 수반되어야
사)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갑이 을로부터 성폭
하지만, 뒤에서 살펴볼 것처럼 사전예방의 노력은
력, 성희롱 그 밖의 성적인 괴롭힘을 당한 경우 갑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문장을 포함해 계약을 맺 었다. 이러한 사례들 모두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차
4)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예방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
별과 폭력이 일어나서는 안 됨을 명시적으로 확인하 고 서로 간에 당부하는 의미인 것이다. 저자 측에서
무화할 것을 명시해 두고 있지만, 이는 많은 출판사
출판사에 이러한 요구를 할 수도, 반대로 출판사 측
업장의 실정에 맞지 않고, 이를 이수하는 출판사업
에서 저자에게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장도 거의 드물다. 1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자
사례들을 좀 더 고안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가 알 수 있도록 교육 자료 또는 홍보물을 게시하거 나 배포하는 방법으로” 갈음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3. 결론
두고 있는데, 2014년 기준 82.3%에 달하는 출판사
본 조사는 실제 출판계에 종사 중인 출판노협 조
업장이 10인 미만의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합원들, 그리고 출판노조의 운동에 연구로서 연대한
는 교육 자료나 홍보물로 이를 대신한 적도 없는 경
사회학 연구자들이 함께 수행한 협동 작업으로서,
우도 많았다. 또한 재직 중인 노동자들이 대다수 여
25명이라는 적지 않은 참여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
성이라는 점을 근거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시행하지
용을 바탕으로 질적으로 연구하고 노동자 관점에서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같은 인식은 ‘성희롱’에 대
서술한 첫 작업물이다. 연구자와 참여자가 분리되어
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성희롱은 다른 성별 간에
있지 않고, 그간 행정의 조사에서는 포착할 수 없었
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며, 직장 내뿐 아니라, 저역자,
던 출판노동계의 세부 실태와 노동자들의 관점을 포
거래처 관계자와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폭력이 충분
착해 낸 연구로서 그 의의가 있다.
히 일어날 수 있다.
본 조사의 연구자들은 사실에 대한 분석과 제시에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이를 규탄하고 사후적으로
그치지 않고, 행정과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정책을
대응하는 것을 넘어, 법의 빈틈을 메우고 관련자들
제언하고자 했다. 독자들이 출판노동의 실태를 더
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조 차원의 노력이 필요
내밀히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동시에, 점진적 변화를
하다. 앞서 살폈듯 성희롱, 성폭력은 고용인-피고용
위한 주체로서 노동조합의 다양한 운동을 기획하고
인의 관계뿐 아니라 저역자-노동자 간의 권력 관계
이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각 파트의 내
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저역자나 다양한 거래처 종
용을 읽고 모여 공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다양한 장
사자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기획해 볼 수도 있을
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토론이 본 조사에서
것이다. 한 출판사 저자의 경우, 판권면에 “이 책을
놓친 부분들을 보완하고 심화, 발전시켜 줄 수 있을
짓고 만든 이들은 성차에 의해, 성정체성에 의해, 나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리포트
29
사진으로 보는 세상
지난 8월 31일 충남 공주에서, 충청권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은 현장과 지역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토론 끝에, 충청 지역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대회 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례화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기로 결의를 모았다. 사진 선전위원회 글 호나라 회원
30 2018년 9월호
사진으로 보는 세상
31
스마트폰 수리하는 여성 엔지니어의 하루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이유숙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A-Z는 많은 사람이 전화, 문자 연락부터 카메라, SNS, 게임, 인터넷뱅킹 등까지 사용하 는데 필요한 스마트폰 수리 노동자 이유숙 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1년 중 많은 야외 활동가 휴가 등으로 인해 가장 일이 바쁘다는 8월에 진행하였다.
스마트폰 수리 노동자의 하루 “저는 삼성전자서비스 동인천 센터에서 애니콜 수리 업무를 하는 이유숙이라고 해요. 쉽게 말해 스마트폰 수리 엔지니어인데 제가 일하는 파트를 애니콜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우리 센터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 청소기, 컴퓨터도 고치고 있어요.”
이유숙 님은 아침 9시부터 18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 빼고 하루에 20명~30명 정 도 고객을 상대한다고 한다. 특히 동인천 센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고객이 찾 는 곳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업무 중에서도 제일 많이 하는 일이 어떤지 물어보았 다.
“아무래도 간단 고장 업무가 제일 많아요. 충전이 안 되거나, 폰에 이상이 있어서 전원을 껐다 켜야 한다든가 하는 업무도 많고요. 기계가 고장 난 거 뿐만 아니라 소 프트웨어 문제로 방문하는 분들도 많아요.”
이유숙 님은 카카오톡에서 사진이 열리지 않아서 고쳐달라는 고객, 불량 어플을 삭제해달라는 고객 등을 하루에도 수없이 만난다고 한다. 한편, 아무래도 제일 많 이 방문하는 고객은 액정이 깨져서 오는 분들이라고 한다.
“여름엔 사람들이 바깥 활동이 많아지니까 휴가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는 분들 도 많고 더운 곳에서 과열로 인해 오작동하는 경우고 있고요. 여름에도 8월이 제일 바빠요. 6월에서 8월까지 이름을 성수기라고 보고요. 반대로 2~4월은 그나마 비 수기인 것 같아요.”
서비스센터는 간단 점검은 기본 무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고객은 무상으로 서비
32 2018년 9월호
스를 받는다고 한다. 다만, 자재를 사용해
서 일을 했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서 수리해야 하는 경우엔 소비자보호원에
그만뒀어요. 그러다 2010년도에 입사를
서 정한 가격에 맞춰 고객이 비용을 지급
했는데요. 시에서 직업 교육 많이 하잖아
한다고 한다.
요. 그거 교육 받다가 일하게 됐어요. 입사 할 때 조건이 운전할 줄 알고 IT 관련 업무
노동 시간과 휴가 시스템
에 대해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했는데, 제
“서비스 센터는 아침 9시에 오픈하는데 우
가 사실 몇 년 동안 남편이랑 PC방을 했었
리는 8시 40분까지 출근해요. 아침에 조회
거든요. 그때 경험을 많이 인정해줬어요.
도 있고 업무 준비도 해야 하거든요. 그래
PC방이 프렌차이즈 회사라서 기술직 사
서 우리가 하루 30분씩 고정 연장수당이
원이 돌아가면서 지원해주고 그랬는데 제
있어요. 퇴근은 18시인데 바로 퇴근해요.
가 성격상 남한테 뭐 맡기고 그런 거를 안
6시 즈음 되면 콜 전화를 안 받거든요. 특
좋아해서 매일 그분 귀찮게 물어보고 공부
별한 경우가 아니면 1주일에 3~4번은 바
하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죠.
로 퇴근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노동조합
다시 직장 구할 때는 고정적으로 월급 받
을 만들기 전에는 팀장님한테 눈치가 보여
는 직장에 가고 싶었는데 삼성이라고 해서
서 정시 퇴근을 못 했어요. 연장 근무를 해
좋아했는데, 그때는 우리가 협력업체 일줄
도 왜 연장 근무를 했는지 굉장히 까다롭
은 몰랐어요.”
게 심사해서 줬거든요.” 이유숙 님은 당시 첫 월급으로 120만 원 휴식의 경우 토요일에 정상 근무를 해서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당
일요일과 평일 1일 대휴를 쓰고 있지만,
시 외근직으로 TV, 컴퓨터를 고칠 때라 차
이 역시 개인 약속이나 모임 등과 관계없
기름값 내고 밥 먹고 그러면 50~60만 원
이 매월 초 무조건 정해야 해서 어려움이
정도 남았다고 한다. 이유숙 님께 여성으
있다고 했다. 여름 휴가도 따로 없어서 기
로서 기술직 일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
본 연차에서 사용하게 하는데 회사가 상황
을 것 같은데 그 점은 어떠했는지 물었다.
이 어렵다고 노동자들에게 9월부터 연말 까지 남은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
“2010년에 조두순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다고 한다.
래서 고객들이 여성 엔지니어가 오면 편해 하고 좋아할 거로 생각해서 30명을 뽑았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일
어요. 삼성 연수원에서 3개월 합숙하고 27
“사람들이 대학 때 전공인으로 아는데 그
명이 졸업해서 전국으로 흩어졌는데 지금
건 아니고요. 무역 전공하고 관련 회사에
은 3명이 남아있고 외근 일하는 사람은 1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33
명이에요. 저도 작년 9월부터 내근직으로
업무가 바뀌면서 변화한 것
옮겼거든요. 혼자 남으신 분은 이제 세탁 기를 열고, 에어컨을 수리한다고 하는데
“외근 업무를 할 때는 여자라 힘든 게 많
저는 냉장고나 에어컨 수리를 힘이 부족해
았는데 내근일 때는 그런 건 많이 없어졌
서 못 하겠더라고요.”
어요. 그런데 무조건 고쳐달라고 하는 고 객들이 있어서 힘든 거 같아요. 무조건 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치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아무래 우리가 고 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대화가 안 되
이유숙 님은 여성이라서 할 수 없는 일들
는 분들이 있거든요. 카카오톡에서 사진이
도 있기에 차별당하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서 업데 이트해 보라고 했더니 그걸 왜 자기가 하
“아무래도 여자들은 차별당하는 경우가
냐고 네가가 하라는 거에요”.
많았어요. 혼자 냉장고를 뒤집어서 수리해 야 하는데, 제가 그걸 혼자 할 수는 없거든
수많은 고객과 겪은 일들
요. 그래서 너는 냉장고 일 못 받으니까 남 자들인 지저분해서 안하고 싶어하고 돈도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이런 상황
안 되는 더러운 일을 저한테 시켰죠. 같이
에서 뭔가 일하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1시간 일하는데 남자들은 한 시간 일해서
구조나 방식이 있는지 물었다.
2~3만원 받고 저는 5천원 받았거든요.” “지금은 일단 고객이 말도 안 되는 걸로 이유숙 님은 여자라고 해서 남성과 다르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계속 말하고요
지 않게 매일 피나는 교육을 해왔다고 말
그래도 이야기가 잘 안 되면 팀장 상담을
했다. 연수원 시절 아침 9시부터 저녁 18
유도해요. 그러면 팀장도 우리랑 비슷하
시까지 매일 시험을 봤고 입사해서도 매
게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대화가 안 되면
월 공부는 기본이고, 1년에 2차례 국가고
우리 센터는 수리를 거부할 테니 매장에
시처럼 시험을 봤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서 퇴장해달라고 하고. 그래도 안 되면 경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
찰 부르고요. 모든 센터가 그런 건 아니고
합을 만들고 진짜 사장이 삼성이라고 주장
우리 센터 팀장님이 많이 배려해주는 데다
하면서 교육을 주관해왔던 삼성전자가 직
요즘 갑질이다 뭐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
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그룹 차원으로 진행
고 그래서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요.”
했던 교육과 시험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한 다.
34 2018년 9월호
이유숙 님은 예전에는 무조건 목소리 큰
고객이 이기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도 많이 생겼어요.”
“사실 고객들을 이렇게 만든 건 삼성이에
그렇다면 누구보다 일에 대해 즐거움도 많
요. 옛날에는 소리 지르면 무료로 수리해
고 만족도도 높은 이유숙 님이 일할 때 원
줬거든요. 돈을 깎아주기도 하고요. 요즘
칙 같은 게 있을지 궁금했다.
이야 경찰 부른다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제품을 그냥 던진다거나 하는 분들은 예전
“글쎄요 저는 최대한 고객 입장에서 생각
에 삼성이 어떻게 했는지 다 알고 길들여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말하
진 거에요. 삼성가서 일단 소리지르면 다
는 조건에 부합한다면 최대한 무상으로 서
해줄 거야 라는 인식이 팽배거든요.”
비스를 해드리고 가급적 친절하게 수리하 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일 많이 하는 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쁨
들은 한번 일할 때 평균 10분 정도 하는데 저는 고객이랑 대화도 많이 나누고, 웬만한
“일하면 가장 즐거운 건 아무래도 월급 받
거 물어보면 다 답해 드리려고 하거든요.
을 때죠.. 웬만한 제 나이 여자들보다 많이
그래서 일을 많이 못 하고 월급이 적기는
받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 또 월급이라는
한데 그래도 앞으로도 이렇게 일하려고 해
게 단순히 돈에 문제가 아니라 나의 능력
요.”
치를 평가받는 느낌이 있어서 좋은 거 같 아요. 내가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
이유숙 님은 이러한 원칙을 견지하면서 앞
받는다가 아니라 내가 지금 300만원을 받
으로 오래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는 포부도
는다는 것이 사회에서 300만 원짜리 능력
밝혔다.
이 있구나라는 인정받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만족도 있는 것 가고요. 사실 노동조
“앞으로 저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더 일하
합 활동을 하는 것도 자기만족이 있거든
고 싶어요. 아이가 조금 지나면 다 크는데
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대화하면 아줌마라
그때는 저의 만족을 위해서 직장을 다니는
고 무시하거나 소외는 있었는지 노동조합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노동조합 만들고 힘
을 하면서 나름 동등한 것도 있고 내가 아
들었지만 회사도 조금씩 바뀌고 있고요. 예
는 것을 피력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
전에는 우리가 회사한테 아무 말도 못 하거
고, 나의 단점을 커버해주기도 하거든요.
나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았는데 지금은 우리
그리고 누군가 나의 도움이 필요하고, 내
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귀는 생긴 거 같거
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을 것 같
든요.”
아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35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현장의 목소리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카톨릭대의료원 분회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현장의 목소리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조합을 찾아갔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선정 적인 의상을 입어야 하는 강제 장기자랑, 관리자 이삿짐 나르기, 공원 조성 기부금 강요 등 부당한 갑질 은 물론 병원 이익률과 반대로 가는 임금 인상, 임산부 강제 야간 노동, 장시간 과로 노동 등 부당한 업무 환경을 바꾸기 위해 파업 투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기 위해 투쟁하는 조합원과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조직국장 동지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6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억눌린 분노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11년차 간호사, 7년차 간호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보 조직국장 현지 현입니다.”
현지현 : 지금 노동조합은 1,300명이 가입 대상자인데 조합원이 900여 명 정도 가입해있어요. 간 호사, 의료 기사, 방사선사 등 모든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죠.
11년차 간호사 : 사실 처음 병원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는 망설였는데 우리가 몰랐 던 병원 실상도 알게 되고 하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 같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7년차 간호사 : 저도 비슷한데요. 널스케입이라고 전국에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홈페이지가 있는 데, 거기에서 저희 병원이 이슈가 됐어요. 그런데 그 이슈가 된 이야기들이 과장이 아니라 모두 사 실이었다는 거에 분노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36 2018년 9월호
부당한 업무를 강제 당하며 일해왔다
7년차 간호사 : 병원이 인증평가를 받기 위
그동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1년차 간호사 : 노동조합이 있기 전에는 간
해 준비할 때마다 사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
호사들이 임신 마지막 달까지 나이트 근무를
요.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한데 간호사 업
하는 게 당연했어요. 저는 이 병원이 처음 다
무랑 관련 없는 일을 너무 많이 시키거든요.
니는 병원이고 이직을 했던 적이 없어서 다른
가령 걸레로 병원 휠체어를 닦으라는 거부터
병원에서도 다들 그러는 줄 알고 어쩔 수 없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해
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서 일
요. 본격적인 준비만 두 달 정도 하는데 이때
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니 법적으로도 문
는 아침 데이 출근하면 밤 10시에 퇴근해요.
제가 있고 임신한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문제는 평상시에도 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다는 거예요. 우리 병원은 지금까지 무조건
는 거예요. 말이 8시간 근무지 환자 보는 일
강제였거든요.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저희
이 교대 시간을 딱딱 맞춰서 끝내기가 어렵잖
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것부터 바로 바꿨어
아요. 그런데도 가끔 제시간에 딱 맞춰서 정
요. 그리고 전에 제가 몸이 아파서 입원한 적
시 퇴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눈치를 많이
이 있었는데요. 그때 병가는커녕 제 휴가랑
줘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일찍 갈 거면 여기
오프 이용해서 치료 받았어요.
로 퇴근하지 말고 구석 엘리베이터 타고 퇴근 하라고 하더라고요. 밤새워서 나이트 근무를
7년차 간호사 : 대구에 대학병원이 4개가 있
해도 다음날 데이 근무자들이 티 타임 할 때
는데요. 우리 병원이 병상도 제일 많고 규모
까지 남겨두고 집에 차 마시고 가라고 하기도
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급여는 정말 작았어
해요. 지금껏 아무리 힘들게 일했어도 그날
요. 그런데도 대부분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딱 하루 일찍 퇴근하면 그 병동은 퇴근을 빨
병원인데 다른 민간 병원보다 양심적으로 운
리 한다더라 소문이 나요. 병원 자체가 간호
영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버티면서 일해왔
사들이 집에 늦게 가야 일 잘하고 열심히 한
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니까 다들 이렇게 살았 어요.
현지현 : 아무래도 노동조합 처음 만들 때 조 합원들에게 갑질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제일
현지현 :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환자들이
많았어요. 관리자들의 부당한 인사나, 간호사
직접 간호사, 의사 의료 서비스나 친절도 같
들 선정적인 장기자랑 시키고, 관리자가 이사
은 걸 평가하면 전국 상위권에 들 정도로 좋
하면 이삿짐 날라줘야 하고, 눈 오면 병원 눈
은 평가를 받거든요. 그 이야기를 뒤집어 보
쓸게 하고 그런 것들이 심각했더라고요.
면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높은 강도로 일하 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11년차 간호사 : 예전에 병원에서 공원을 만
현장의 목소리
37
든다고 전 직원들이 기부하도록 강요한 적이
이었는데 부서장이 환자 버리고 병원 나갈 땐
있었어요. 제일 작은 구좌가 5만 원이었는데
언제고 휴가 가냐고 비난을 했다는 거예요.
최고 60만 원까지 할 수 있어서 다들 어쩔 수
외래팀장인 수녀님들은 노동조합에서 파업
없이 참여했어요. 그리고 끝전 기부하자고 해
하면서 소식지를 냈는데 거기에 수녀님이 아
서 월급에서 끝전을 강제로 기부했거든요. 저
니고 수녀라고 했다고 역정을 내더라고요. 여
는 지금까지 병원에 돈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
기는 기본적으로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최고
고 기부했었는데 이것도 어이가 없어요. 또,
VVIP 에요. 만약에 본인이 일하는 병동에 입
병원이 체계 자체가 없어요. 우리는 지금까지
원이라도 했다 하면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이
임금명세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거
고 물 떠다 드리고 심부름하고 수발들어야 해
든요. 같은 동기인데 월급이 다른 경우도 있
요.
어서 총무과 물어보면 너희가 재수가 없는 거 라고 말하고 끝이었어요. 여기가 38년 된 병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원인데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게 정 말 말도 안 되죠.
현지현 : 작년 12월 27일에 노동조합을 만 들고 지금까지 7개월 정도 교섭을 진행했는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시스템이 없었다
데요. 4월까지는 병원 책임자인 의료원장이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책임자가 나오
현지현 : 여기 병원은 직장 갑질 문제만이 아
라는 교섭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의료원장 나
니라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더라고요. 지
오고 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4차례 정도 교섭
금까지 출퇴근을 주 5일 40시간으로 운영한
을 했고 지금까지 대화를 하는 상황이에요.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8시간 일하고
노동조합은 이번이 첫 단협을 체결하는 거다
어떤 날은 6~7시간 일해서 남는 시간을 토요
보니 핵심 요구안이라고 해서 10개를 논의하
일에 시키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토요
고 있는데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임금 문제
일에 휴일,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기본
가 안 풀려서 다른 사항들도 진전을 못 하고
급으로만 일은 시킨 거예요.
있어요. 병원은 자신들의 제시한 임금 문제를 노동조합이 받지 않으면 이후 대화도 없다고
11년차 간호사 : 아침에 출근했는데 만약 환
하고요.
자가 줄었잖아요. 그러면 병원에 다 왔는데 집에 가라고 그래요. 반대로 휴가나 오프여서
끝까지 힘내서 투쟁해보자 다짐하고 있다
쉬고 있는데 환자가 많다고 출근하라 그래요.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왜 네가 마음대로 해외
11년차 간호사 : 사실 다른 거보다 환자, 보
에 나갔냐고 뭐라고 하고요. 최근엔 조합원
호자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얼마나 힘들
한 분이 파업 중간에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
었길래 이렇게까지 나와서 투쟁을 하냐고 많
38 2018년 9월호
이 응원해주더라고요. 그게 제일 힘이 돼요.
가 있다면 퇴사다 이렇게 생각했었고요. 다른
파업 투쟁하면서는 사실 처음엔 3일이나 7일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이제는 달라
이면 병원이 교섭하겠지, 우리 이야기를 들어
진 거 같아요.
주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고 싸우면 싸 울수록 병원의 실체를 알게 되니까 그래도 내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가 11년을 몸담았던 병원인데 안타까운 마음 도 들고 그렇네요.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11년차 간호사 : 조합원들 함께하지 않았다
많이 되는데 그래도 지금 포기하는 건 말도
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서
안 되니까 힘내서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
로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앞으로 며
어요.
칠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버텼 으면 좋겠어요.
7년차 간호사 : 투쟁하면서 울컥했던 적이 많았어요. 우리가 누렸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
7년차 간호사 : 이때까지 힘들지만 버텨서
조차 누리지 못했구나. 지금까지 재단 좋을
왔으니까 열심히 투쟁해서 꼭 같이 승리하기
일만 했구나 그런 걸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
를 바라고 있어요.
아요. 지난 9월 2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 노동조합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분회가 병원과 잠정 합의하였다. 파업투쟁 39일 동안 모든 조합
11년차 간호사 :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 교 졸업하고 여기가 첫 직장이고 다른 곳에
원들이 한 마음으로 싸웠기에 이뤄낸 소중한 결과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이직했던 적이 없어서, 우리 병원이 노동조합
가장 큰 성과이고, 앞으로도 환자와 노동자
이 없는 곳이니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말
모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현장투쟁
았거든요. 가까운 지역에서 영남대나 경북대
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병원에서 파업한다고 해도 그저 다른 세상 이 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직장 생활 하면서 우리 끼리 툴툴거리기만 했지 이런 목소리를 낸다 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나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 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기본 합의 사항 * ▲ 기본급 정률 5.5%+정액 6만원 인상 ▲ 갑질 전수조사, 부서장 상향평가 인사반영 ▲ 주5일제 도입, 시차근무 폐지 ▲ 간호사 1인당 환자수 10~12명 고정 ▲ 배치전환 원칙 마련 ▲ 육아휴직급여 지급, 임신기간/육아기
7년차 간호사 : 저도 지금까지 부당한 상황 을 보면 투덜거리고 말았거든요. 만일 돌파구
근로시간 단축 ▲ 외주용역 금지 및 불법파견 정규직화
현장의 목소리
39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장시간 중노동 근절을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2004년 개봉했던 영화 <인어공주>를 기억하는
허소연 선전국장은 집배노조가 출범한 2016년
분이 계실까. 배우 전도연과 박해일이 출연해 아
부터 함께 했다. 노동조합 일을 하기 전 대학교에
름다운 섬마을의 풍광과 부모님의 과거 시절로
서 학생운동하며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
돌아가 비로소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줄거리
지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던
의 영화다. 극 중 전도연은 아름답지만 거친 바닷
것이 계기였다.
속을 힘차게 헤엄치는 해녀로, 박해일은 섬마을 의 몇 안 되는 가구에 반갑고, 슬픈 소식을 전하는
“집배노조 설립의 가장 직접적 원인이 됐던 건 토요
우체부(집배원)으로 나온다. 영화 속의 우체부 박
택배 부활이었어요. 기존 노조 체계로는 우리가 원
해일은 아름다운 섬마을을 오토바이로 타고 다니
하는 걸 이뤄낼 수 없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장시간
며, 보람있게 살아가는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인
노동, 중노동 근절은 몇몇 사람에게서 나온 요구가
다. 하지만 2018년 집배원 노동자의 표정에 행복 함을 찾기란 어렵다. 작년 19명, 올해 14명의 집 배원이 노동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아니었어요. 기층에 있는 우정노조 조합원들에게부 터 올라왔던 요구였죠. 그래서 노조를 새로 설립하 게 됐어요. 당연히 설립한다면 일하는 사람들의 권 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이 상급단체여야 한다고 판단했고, 민주노총을 선택했죠. 그렇게 대중의 요
희망은 있다. 작년 한 해 장시간 노동 근절, 근로
구로 만들어진 노조이기 때문에 집배원의 장시간 중
기준법 59조 폐지를 외쳤던 집배노조 허소연 선
노동 없애기가 가장 핵심적 요구였습니다.”
전국장을 지난 8월 24일에 만나 집배 노동자의 장시간 중노동을 없애기 위한 발자취를 함께 따 라가 보았다.
40 2018년 9월호
지금의 집배노조는 2016년 전국의 집배원 ‘전국
출처 : 집배노조
우정노조’를 탈퇴한다. 그리고 민주노총 전국공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노조가 많아서 관리하기 힘든
공운수노조 가입을 결정하며 집배노조를 세웠다.
측면이 있겠지만 한편으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변화를 갈망하는 움직임은 2013년 집배원장시간
위해 치열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요.”
중노동없애기운동본부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화 됐다. 우정노조에서 나온 노조들은 기존 노조에
집배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들을 받아 안고 활동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토요 택배 폐지, 장시간 중
하는 집배노조는 최근 새 식구를 맞이하느라 정
노동 폐지 등 같이 싸우자고 말이다.
신이 없다. 올여름에만 담양우체국, 북광주우체 국, 춘천우체국 등 전국 곳곳에서 지부가 설립되
“집배원분들은 대안적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판단
고 있다.
했어요. 토요 택배가 재개됐지만 위원장 간선제 등 기층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노동조합이
“공동의 승리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가 함께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우정노조는 오랜 역
뭉쳐 요구하면 실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요. 기존의
사, 큰 규모인 대단한 노조죠.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긴 역사 속에서 그런 성취감이라고 할 게 많지 않아
복수노조가 7개가 있고, 직종별로 분리된 현실에 대
요. 집배노조 설립 초기에도 ‘될까?’가 있었죠. 그런
한 책임은 제일 먼저 생긴 우정노조에 있다는 것도
데 노조가 생기고 장시간 중노동 쟁점화시키고 근
같이 통감해야 할 부분이에요. 복수노조를 만든 사
로기준법 59조 폐지도 요구하고, 집배 노동자 노동
람들이 노조가 없어서 새로 만든게 아니고, 기존 노
조건 개선기획추진단도 꾸려졌죠. 그건 상층부의
조에서 탈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이 사람들
제도이지만 실제 일하는 분들에게 느껴지는 변화가
이 우정노조를 탈퇴한 이유 분석을 철저히 해야죠.
있었어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41
정규직 집배원은 근속연수가 15년 정도로 길어요.
과로사 관련해서 우정사업본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긴 시간 동안 일을 하며 바뀐 게 별로 없었는데 최근
전면 적용 사업장이지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형
에 뭔가 바뀐 거죠. 하다못해 관리자들이 집배원을
식적으로 하고 있어요. 사망사고 발생했을 때 체계
대하는 태도, 표정이 바뀐 거예요. ‘왜 바뀌었을까?’
적으로 보고하고 원인 분석을 내놔야 하죠. 사고다
물었을 때 집배노조가 생기고 난 다음에 변화한 걸
발 군을 미리 찾아내 예방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
체감하고 있어요. 최근 가입하신 분들은 내 삶이 바
아요. 집배노조에서는 그런 걸 요구하고 있죠. 그런
뀔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여태까지 보고만 있
데 정말 황당했던 것 중 하나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었는데 내가 가입하면 더 많이 바뀔까?’ 그런 기대와
안건 중 ‘잘 씻고 다니게 해라, 팬티를 잘 갈아입어
희망을 품고 오시는 분들이요.”
라’ 이런 내용이 었더라구요. 그게 안건이었어요. 그 게 뭘 뜻하는 걸까요? 집배 노동자들이 지저분하니
허소연 선전국장은 한 가지 기억을 꺼냈다. 조합
개인 위생관리 해라 이런거죠. 또 한 곳의 사례는 샤
원의 99%가 남성, 평균연령대도 49세다. 한 조
워시설이 고장 나서 1층 영업장으로 물이 새니까 아
합원의 가족이 요즘 출근할 때 왜 그렇게 콧노래 를 부르면서 나가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거의 죽지 못해 나가는 표 정으로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집배원 그만두고 자영업이라도 하면 안 되겠냐고 얘기를 하고, 가족들이 서로 안타깝고 미안해하 고. 하지만 최근 들어 근무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 진 않지만 본인이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 장 큰 변화였다. 하다못해 정수기 밑에 물이 떨어 져 미끄러운 문제를 관리자에게 말할 수 있는 것, 택배 쌓는 팔레트 철이 어긋나서 일하다 다칠 것 같은 문제를 과거엔 알아서 조심히 사용했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바꿔달 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 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배노조는 장시간 중노 동 근절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집배노조의 핵심 요구는 장시간 노동 해결이에요.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 59조에 우편업이 제외되긴 했지만, 공무원 집배원은 현역 공무원이라 무제한 노동이 허용돼요. 우체국은 무료노동, 중노동이 허 용된 사업장이에요. 그래서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내 가 일한 시간만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투쟁을 주 요하게 하고 있어요.
42 2018년 9월호
예 샤워를 못 하게 했어요. 그러면 안건 1번으로 샤 워시설 문제를 다뤄야 하는거 아니닌가요? 모든 걸 다 개인 책임으로 돌려요.”
이처럼 안전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여기는 우정 사업본부의 태도는 노동자를 사고와 죽음으로 내 몬다. 지난 8월 30일 부산지방우정청 거창우체국 소속 집배원이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인력부족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일 하는 바람에
집배원들은 사고 위험이 높다.
분들도 많아요. 국민에게 서비스 제공하는 것과 현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
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괴리가 심해요. 대
려 한다. 토요택배를 비정규직 위탁배달원에게
부분 정신적 스트레스는 고객, 관리자에게 받아요.
맡기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우체국에는 노동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요. 오히려 집배원에게 알아서 잘 해
“집배노조는 당연히 반대하고 있죠. 고용형태에 따 라 누구는 토요일에 쉬고, 누구는 일하고. 토요 택배 완전 폐지 요구는 같이 쉬고, 같이 일하자는거예요. 택배업은 40대 남성분들이 많아요. 이 분들은 IMF 이후 정리해고 당하고 자영업, 물류사업으로 갔던
결하라고 하죠. 이번에 기획추진단에서 집배원 1만5 천 명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직무 스트레스가 굉장히 높게 나왔어요.”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정부가 집배 노동자들의
분들이죠. 정부는 그걸 악용해 열악한 일자리에 이
노동안전, 건강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체
분들을 몰아넣고 있어요. 악순환이에요. 장시간노동
감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 만연해 오후시간에 택배를 못 받고, 밤늦게 받아 야 하고, 그러니 밤늦게 배달을 해야 하죠. 어디서는
“이게 사실 가장 화나고, 일이 안 풀리는 이유라고
끊어내야 해요. 우정사업본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배
생각해요. 우정사업본부는 개인이 건강관리 하지 않
달, 물류 산업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아서 그렇다고 주장해요. 관리자들이 봤을때는 집 배원들이 담배 많이 피고, 술 많이 마시고 그런거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육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없어요. 장시간 중노동 스트
만 나타나지 않는다. 정신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레스를 풀어낼 방법은 이분들에겐 가장 쉽게 담배와
악영향을 끼친다. 작년 7월 6일 한 집배원이 자신
술인 거죠. 사실 우정사업본부도 알 거예요. 원인이
이 일하던 우체국 계단에서 자
장시간 중노동이란 걸요. 외면하는 거죠.”
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틀 뒤 끝내 그는 숨을 거뒀다. 21 년 차 집배원이었고 높은 업 무 강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 았다. 기존 업무 구역에서 7년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위해 열심히 싸워왔던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에게 노동안전 과제에 서 장시간 중노동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일했지만 업무 구역이 바뀌고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은 단 3 일 주어졌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높아져야 해요. 그러려면 노 조가 기본적으로 임금인상, 복지증진을 해야죠. 문 제는 노조가 어떤 비전을 갖고, 사람들을 만날거냐 예요. 적정의 일을 하면서 삶을 잘 유지해나가는데
“처음 과로사를 생각했을 땐 노
요즘 화두죠. 이걸 위해서라도 노조는 장시간 중노
조도 협소하게 뇌심혈관계질환
동 관련 의제를 계속 가져나가야 해요. 안전 문제도
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과로자
부차적인 게 아니죠.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것이 바
살 비중이 뇌심혈관계질환만큼
뀌었어요. 노조에서 장시간 중노동, 안전 문제를 계
높더라고요. 자살뿐만 아니라
속 다루는 것이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만두는
요.”
출처 : 집배노조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43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우리는 시(時) 쓰는 버스운전 기사를 만날 수 있을까 - 영화 <패터슨Paterson>, 2016
나래 노동시간센터 회원, 상임활동가
듯 떠올랐다. ‘패 터슨’은 미국 뉴 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 스 운전사 패터슨 의 이야기다. 스 크린 속 패터슨 의 삶은 단조롭 고, 평온하다. 매 일 아침 6시 10 분과 15분 사이 에 기상한다. 침대 에서 일으킨 몸을 사무실 창밖을 넌지시 바라본다. 익숙한 풍경이 곧 선명하게 들어온다. 4차선 도로 위를 무심히 달 리는 차 중 버스가 보인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사 무실 출근을 위해 파란색의 기다란 버스에 몸을 실 었다. 재빨리 내리기 위해 뒷문에 가까이 앉은 내 자리에서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맨 앞자리에 앉 아 운전대를 잡은 버스운전 노동자다. 빨노초 신호 에 맞춰 적절한 때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속도를 내는 그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사무실에 도착했다. 2017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패터슨>이 불현
44 2018년 9월호
끌고 나와 식탁 의 자에 앉아 시리얼을 먹는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 을 들고 정해진 출근 시간에 맞춰 직장까지 걸어가 PATERSON(패터슨)이라 쓰여 있는, 그가 담당하 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자기가 사는 도시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 는 설정도 독특하지만 정작 내 눈길을 끈 건 그가 입고 있는 푸른색의 유니폼이다. 버스 운전기사인 그가 하는 행위 중 운전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 지하는 것은 바로 ‘시(時) 쓰기’이다.
꽤 단조롭고 단순 반복되어 보이는 패터슨의 일 상에서 꿈틀대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은 그의 비밀
상황이 한국 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우리가 국물을 잘 안 먹어요. 소변 때문에. 2, 3
수첩에 적는 시다. 주변의 모든 것이 그에게 영감
시간 가는데 소변 마려우면 고속도로에서 어떡할
을 준다. 출근해 동료에게 듣는 비슷한 푸념, 운전
거야. 기사들이 그런 거 다 감안해서 물도 잘 안 마
석 뒤로 오가는 버스 승객들의 다양한 이야기, 반
시려 해. 딱 맞춰서 가서 소변 볼 거 생각하고. 커
려견 마빈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 항상 들리는
피도 이뇨작용 땜에 안 마시는 사람들 많아요. 그
단골 바(bar)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 패터슨이
만큼 힘들고, 우리가 다 모든 걸 신경 써서 해야 되
가장 사랑하는 동반자 아내 로라의 이야기 등 무궁
고.” (인터뷰 H, 2018년 경기도 버스제도의 문제점
무진하다.
과 개선방향 연구)
이렇듯 패터슨의 반복되는 매일은 우리와 크게
작년 노동시간을 둘러싼 싸움이 크게 벌어졌다.
다르지 않다. 하지만 패터슨을 오로지 패터슨으로,
무제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지준법 59조 폐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은 바로 매일 써 내려가는
지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가 뜨거웠다. 노동자들은
시(時)이자, 그 시를 쓰는 바로 그 ‘시간’이다. 패터
정말 ‘죽지 않기’ 위해 장시간 노동 근절을 요구했
슨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라는 새
다.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시민들도 함께 목소
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버스 운
리를 높였다. 결국 2월 28일 특례업종이 26개에서
전 노동자인 것이다.
5개로 줄었다. 시내버스로 대표되는 노선여객자동 차운송사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버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순간 ‘한국의 버
스업체와 정부는 대규모 인력채 용과 근무체계 개
스 운전 노동자들도 패터슨처럼 시를 쓸 수 있을
편이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
까?’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마음이 묵직해지는 생
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했다. 이
각이 들었다.
합의에 따라 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중노동, 과로사 위협이 1년 연장됐다. 지금도 하루
한국 버스 운전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의
10시간, 20시간 가까운 장시간 운전을 하고 있다.
심각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15년 시행된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에 따르면 경
만약 패터슨이 한국에서 일하는 버스 운전 노동
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
자였다면 그 주옥같은 시(時)가 탄생할 수 있었을
는 경우가 전체의 95.7%, 경기 광역버스는 70.1%
까? 매일 반복되는 장시간 노동 속에서 그의 푸른
를 나타냈다. 장시간 노동을 가중시키는 격일제,
색 유니폼은 언제나 반짝였을까?
복격일제 등 교대제 근무제도 문제다. 격일제란 하 루 일하고 하루를 쉬는 것, 복격일제는 이틀 일하
캄캄한 새벽에 출근해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
고 하루를 쉬는 것을 말한다. 격일제의 경우 하루
안 식판에 겨우 배고픔을 잊을 밥을 먹으며 다시
평균 17~19시간 근무한다.
버스에 올라타는 한국의 버스 운전 노동자들에게 도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인간답
이들이 호소하는 노동, 건강문제는 심각하다. 기
게 살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본적 욕구 해결을 위한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45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요긴한 것이 없어지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식품 포장하면서 철끈을 돌려 묶느라 손목에
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실제로 그렇게 일이
수근관 증후군이 생겼던 다른 노동자는 오른손을
해결된 후 자신감을 표현하면서 쓰기도 한다. 하
수술받고 아껴 쓰는 동안 왼쪽 손목에 수근관 증
지만 잇몸까지 쓰는 상황이 좋을 수는 없다. 그리
후군이 생겨버렸다. 자동차 정비를 하던 노동자
고 어쩔 수 없이 잇몸을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는 테니스 엘보우를 치료받는 동안 어깨의 충돌
훨씬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잇몸까지 상하고 나서
증후군이 심해졌다. 쉼 없이 공장이 돌아가는 동
는 더 이상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를 외칠 수는
안 노동자는 이가 깨지고 결국 잇몸마저 내어주
없으니 말이다.
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출장을 나간 곳에서 방아쇠 수지로 고
평생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근골격계 질환이
생하고 있는 노동자를 만났다. 에어건(air gun)을
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퇴행성 근골격
온종일 쓰면서 방아쇠를 수시로 당기니 검지 쪽
계 질환의 대부분은 전업주부든 사무직이든 생산
인대에 전형적인 방아쇠 수지가 생겨버렸다. 병
직이든 자영업자든 자신의 직업과 관련성이 매우
원에 다니면서 주사도 맞아봤지만, 그때뿐이고
클 수밖에 없다.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
어차피 검지를 계속 쓰면 더 안 좋아진다는 이야
는 부분을 직업이라고 할 수 있고 한국과 같은 장
기에 이제는 중지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시간 노동 사회에서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
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왼손, 오른손, 검지, 중
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과정 상 그것이 자세와
지를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
관련된 것이든 잦은 사용과 관련된 것이든, 개인
더니 그럴 수 있었으면 아플 일도 없었겠다 한다.
적인 특성에 의한 것이든 오랜 시간 근골격계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물건을 처리하는
변형되게 만드는 데 있어서 직업은 배제할 수 없
동안 쉴 틈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하고 조금만 신
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
경을 못 써도 하자가 생기곤 하니 손가락이든 자
은 개인이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
세든 바꿀 틈 같은 건 없다고 한다. 결국 할 수 있 는 것이라고는 똑같은 일에 검지 대신 중지를 쓰 는 것, 이 대신 잇몸을 내어주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사무직 노동자에게 요통이 발생했 다고 하자.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환경, 의자 및 책상의 좋지 않은 구조, 활동량이 적어 생기는 복
2018년9월호 9월호 46 2018년
부비만, 허리를 굽히는 자세 등 수많은 직업과 관
있는 상황이니 앞서 사무직 노동자의 예와 같이
련하여 파생된 요인들이 요통의 원인이 되겠지만
직업 때문이지만 건강보험으로 치료되는 많은 경
결국 그 노동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자비로 병원
우는 확인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 산재는커녕 공상조
려는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직업 관련 근골격계
차 이야기하지도 어쩌면 생각하지도 못한다. 오
질환의 크기조차 확인이 안 되고 대부분 자비로
히려 ‘이런 경우에는 산재해줘야 하는거 아냐?’
치료하는 상황, 이가 없으면 알아서 기꺼이 잇몸
라는 전혀 진지하지 않은 농담을 상사로부터 듣
을 내어주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실에서 어떤 사
기도 한다. 한편, 병원에서는 ‘너무 오래 안 좋은
업주가 나서서 환경을 개선하려 할 것인가.
자세로 앉아있어서 그래요. 계속 앉아만 계시면 안 돼요. 한 시간에 10분은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
이제는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의 인정 범위를
세요.’라며 가장 중요한 원인을 당연히 가장 오랜
획기적으로 넓히고 이를 신청할 방법도 매우 간
시간을 들이고, 불편한 자세를 강제하는 노동자
소화 시켜야 한다. 다른 질환보다 특히 근골격계
의 직업에서 찾는다.
질환에 대해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 시켜야 하는 데, 이는 감기처럼 흔하면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러한 직업 관련한 근골격
있는 질환은 동네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과 같은
계 질환에 의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매우 큰 것으
원리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성 암이나 뇌심
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손실일수의 약 25%, 98
혈관계 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과 꼭 같은 과정을
억 유로의 생산 손실(2009년), 조기 은퇴하고 조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을까, 현재는 제대로 된 질
기 노령 연금을 수급하는 이유 중 정신 질환에 이
환의 규모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어 두 번째로 많은 원인, 치료, 재활, 간병에 연간
통해 직업에 기인할 수밖에 없는 근골격계 질환
250억 유로 사용 등 실제 사회가 근골격계 질환
이 더 이상 건강보험을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하
으로 입게 되는 손실은 어마어마했다. 이에 독일
고 그만큼의 재정 부담을 그 원인 제공자인 사업
의 산업안전보건 종합계획에는 지속해서 근골격
주에게 산재 보험금 인상 등으로 물어야 한다. 근
계 질환에 대한 예방 대책이 있고 개선을 위해 노
골격계 사고의 예방, 작업 환경에 대한 인간공학
력하고 있다.
적 개선, 작업 간 휴식 시간을 통한 근골격계 피 로 회복 등의 대책은 관리 감독만으로 해결되기
반면에 한국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직업 관
보다, 직업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의 부담을 사업
련 손실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명백한 재해
주가 제대로 지게 될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조차 공상처리를 강요하여 산재를 은폐하며, 질판위에서는 아직도 퇴행성 질환은 직업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나오고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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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 상식
장염
누구나 흔하게 걸리는 장염
신도 개발되어 있으며 예방접종도 가능합니다. 세균성 장염의 원인균으로는 장티푸스를 일으
살면서 복통이나 설사로 며칠 고생한 경험 누구
키는 살모넬라(Salmonella), 세균성 이질을 일으
나 있을 것입니다. 장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키는 쉬겔라(Shigella), 콜레라를 일으키는 비브
대장이나 소장에 감염을 일으켜 복통과 설사가
리오(Vibrio), 작년 맥도날드 패티에서 검출되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급성 장염을 일으키는 원
사망까지 이르게 한 출혈성 장염을 일으키는 대
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에 감염된 오염
장균(E. coli)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장염을 일으
된 식품이나 물을 먹어서 발생합니다.
키는 많은 세균이나 원충류가 있는데 소개는 생 략하겠습니다.
바이러스 장염 중 노로바이러스(Norovirus)와 로타바이러스(Rotavirus)에 의한 장염이 전체의
장염이 발생하면 복통과 구토, 설사로 고생합
20%를 차지하고 연중으로 발생하며 특히 겨울
니다. 세균에 감염되면 장관 내 염증으로 인해 수
철에 유행합니다. 노로바이러스는 굴 등의 조개
분과 전해질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오히려 분
류에 의한 식중독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감염자
비되어 설사가 발생하게 됩니다. 바이러스성 장
의 대변 또는 구토물에 의해서 음식이나 물이 노
염은 발열, 구토, 물 같은 설사, 배꼽 주위 복통이
로바이러스에 오염될 수 있습니다. 최근 평창올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바이러스성 장
림픽 기간 중 노로바이러스의 집단감염으로 문제
염의 경우 감기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동반할
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염성은 증상이 발현되는
수 있습니다. 심한 복통, 고열, 다량의 설사 그리
시기에 가장 강하고 회복 후 3일에서 길게는 2주
고 혈액이 묻어 나오는 설사인 경우는 세균성 장
까지 전염성이 유지됩니다.
염일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따라서 혈변이 보인 다면 즉시 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로타바이러스는 어린이나 유아에서 설사를 일 으킵니다. 가끔 어린이집에서 로타바이러스 집단
급성 감염성 장염은 전형적인 증상과 병력을
감염으로 방송을 타기도 합니다. 대부분 수분공
통해 임상적으로 진단합니다. 혈액 내 세균 배양
급을 잘하면 크게 문제없이 낫지만, 어린이는 탈
검사, 대변 내 세균 배양 검사, 대변 내 백혈구 수
수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로타바이러스 백
및 기생충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
2018년9월호 9월호 48 2018년
우에서 자연치유를 보이므로 진단을 위해 대장내
지사제(설사를 멈추는 약)를 사용하면 장운동
시경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염증성 장
을 감소시켜 효과적으로 설사의 양과 횟수를 줄
질환인지, 다른 질환이 동반된 것은 아닌지 확인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액이 섞여 나오는 설
을 위해서 대장내시경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사나 지속적인 고열이 있는 경우에 지사제를 사 용하면, 세균과 독소가 대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장염을 이겨내기 위한 올바른 방법
막아 대장 점막 내로 세균 침범이 증가할 수 있 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감기에서 기침은 바이
바이러스 장염은 대부분 치료를 하지 않아도
러스를 내보내려는 우리 몸이 병을 극복하려는
자연적으로 치유됩니다. 심한 탈수나 전해질 불
증상입니다. 구토나 설사 또한 우리 몸에서 독소
균형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수액 요법
나 바이러스, 세균 등을 배출하려는 인체가 병을
과 같은 일반적인 대증적 치료를 통해서 호전될
극복하려는 대응방식입니다. 따라서 설사에서
수 있습니다. 세균성장염일 경우 수액공급과 함
지사제의 오남용은 피해야 하겠습니다.
께 적절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합니다. 평소 건강하던 성인은 장염이 생겨도 사나흘 일단 장염으로 복통과 설사, 구토 증상이 생기
이면 이겨내겠지만 소아, 노약자, 평소 당뇨 등
면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될 때까지 음식을 먹지
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분들은 얘기가 또 다릅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
니다. 탈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증
서 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탈수
상이 심각하다 싶으면 병원으로 달려가 수액을
를 막기 위해서 수분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
맞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또한 대부분 장염은
습니다. 설사할 때는 금식해야 한다고 해서 물까
물이나 음식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손을 깨끗이
지 안 먹으면 탈수의 위험이 있습니다. 물 대신
씻고 칼이나 조리기구의 소독에도 신경을 써야
이온 음료나 희석된 과일주스를 복용해도 됩니
하며 특히 여름철에는 상한 음식을 피하는 상식
다. 설사로 탈수가 진행되어 전신 쇠약 증상이 심
을 지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거나 금식 기간이 길어질 경우 수액공급을 위 해서 입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의사
장염에 대하여
49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보일러공의 악성중피종
지난 일터 3월호에 “석면과 악성중피종, 그리고
려웠지만 악성중피종의 발병 원인 및 재해자의
업무상 재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당시 보일
상병명 진단 과정을 살펴보면 업무관련성을 충분
러공의 악성중피종 발병에 대한 요양신청 사건을
히 추단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재해자의 악성중 피종 발병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재해자는 2011년 아파트 중앙난방 기관실 업
거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는 통지를 받았
무를 그만두고 퇴직을 하였다. 퇴직 후 건강에 별
다.
다른 이상이 없었고 폐 관련 질환에 대한 치료 내 역은 없었다. 퇴직 후 6년이 경과한 2017. 6월경
1949년생 남성 노동자는 1983년 ~ 2011년 사
흉수가 고여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세로 의료기관
이 21년가량 중앙난방식 아파트의 기관실에서
에 입원하였고, 폐렴까지 발병되었다. 다소 상병
보일러 유지·보수 등 기관실 관리 업무를 수행하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였으나 흉부 통증은 사라
였다. 2009년부터 석면의 제조, 수입, 사용이 금
지지 않았다.
지되었으나, 재해자가 아파트 중앙난방 기관실에 서 보일러 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던 대부분의 기
재해자는 2017. 7월 상세불명의 폐렴,
간 보일러 보온재 등으로 석면포, 석면사를 직접
2017.8. 달리 분류되지 않은 흉막삼출액, 2017.
취급하였고, 보일러 수리, 해체 등 작업 시 석면
10. 폐의 기타 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정확
포, 석면사, 가스캣 등 석면 포함 제품을 취급하
한 상병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17. 11.
여 20년 이상 석면에 노출되어 악성중피종이 발
종합병원에서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병하였다고 주장을 하였다.
치료를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해자가 근무하였던 기관실은 2009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
이후 석면 철거 작업을 진행하여 보일러 배관 등
체적인 인정 기준은 “10. 직업성 암 가. 석면에 노
교체가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재해자가 직접 취
출되어 발생한 다음이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폐
급한 석면에 대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어
암, 악성중피종(中皮腫), 후두암 또는 난소암 1)
2018년9월호 9월호 50 2018년
석면폐증 또는 흉막반을 포함한 흉막비후와 동반
사를 하게 되면 협조하겠다는 냉랭한 답변을 들어
된 경우, 2) 객담 중 석면소체 또는 석면섬유가 발
야 했다. 그나마 확보 가능한 자료와 악성중피종에
견되는 경우 3) 석면에 10년 이상 노출된 경우(노
관한 문헌 자료, 의학적 소견서 등을 정리하여 요
출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로서 노출의 양, 노출
양신청을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현장조사를
기간, 노출 후 발병까지의 기간 등을 고려하여 석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
면으로 인한 질병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한
하지 못하였지만, 재해자와 대리인의 참여권을 적
다)”고 되어있다. 재해자에게 발병한 악성중피종
극적으로 보장하고자 하였다. 다행인 것은 석면 관
과 업무관련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련 전문가와 함께 현장조사를 진행한다는 통지를
재해자가 석면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받았고, 현장조사 결과 재해자가 근무한 기관실의
만 했다.
숙직실(휴게실) 천장에서 석면을 확인하였다는 연 락을 받았다. 사업주는 2009년 이후 석면 철거 작
재해자의 직업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고용보험,
업을 해서 재해자가 근무한 공간에는 석면이 없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의 피보험 관련
는 주장을 하였지만, 여전히 해당 기관실에서 석면
자료, 세무서의 소득금액증명원 등 재해자가 아
이 검출되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과 동시에 안도하
파트 중앙난방 기관실에서 근무하였던 직업력에
였던 기억이 난다.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하였다. 당시 함께 근 무하였던 동료 노동자들을 통해 석면 취급 제품
이 사건을 계기로 석면의 위험은 정말로 소리 없
을 취급하거나 노출되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자
이 찾아온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게 되었고 석면에
하였으나 퇴직 후 오랜 기간이 지난 상황에서 적
대한 위험성과 경각심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공간에 과연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보다
재해자가 근무하였던 아파트는 아직 남아있어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현장 확인을 요청하였지만 2009년 이후 석면 철 거 작업을 했고 만약에 근로복지공단에서 현장조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51
출처 : 문학동네
발칙 건강한 책방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 맞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읽고
어떤 계기 때문이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몇 해 전 '메갈리아'라는 페미니즘 커뮤니티에
니즘 관련 책을 최소 5권 이상 읽겠다고 다짐 했다.
드나들며 게시물을 읽어보곤 했다. 거부감이 드는 글도 이따금 보였으나 꽤 공감 가는 글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읽게 된 이 책 <모두
이 많았다. 한동안 종종 들어가다가 어느새 잊
를 위한 페미니즘(원제 : Feminism is for
고 지냈고, 그 후 '워마드'로 옮겨갔다는 걸 알
everybody)>은 과연 매우 적절한 입문서였다.
게 됐다. 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라는 자각을 가
'명료하고, 간결하고, 쉽게 읽히는' 페미니즘 입
진 적은 없었지만,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변화
문서라고 내세울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
를 꿈꾸는 여러 여성들의 움직임에 마음으로나
다. 저자 벨 훅스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성과 연
마 지지를 보내고 있었고, 바람직한 방향이라
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
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인터넷에서 '
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스
메갈', '워마드'가 '일베'와 거의 비슷한(?) 수준
무 개의 각 장에서는 미국 페미니즘 정치의 초
으로 취급되는 걸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페
창기와 이후의 전개, 페미니즘 교육, 임신선택
미니즘이 원래 이런 거야? 이게 맞는 건가?'하
권, 외모에 대한 인식 문제, 페미니즘과 계급
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최소한 기본 지식을
문제, 가부장제 폭력, 페미니스트 부모 되기 등
쌓아 나의 관점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바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짚어봐야 할 이슈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그래서 올해 페미
10~15페이지 안팎의 분량으로 한 번씩 다루
52 2018년 9월호
고 있다. 매우 깊이 있는 내용이라고 보긴 어렵
고 생각한다. 저자 벨 훅스에 의하면 모든 남성
지만 나 같은 '입문자'에게는 결코 부실하다는
을 배척하는 경향은 미국의 페미니즘 역사에서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내용 면에서 충실하다
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남성을 투쟁의
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쓰
동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페미니즘 활동
인 책이었다.
가들은, 그러니까 남성이 페미니즘 정치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본다면 결국 여성이 패
저자가 강조한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
배할 것이라는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떨치지 못
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
한 이들은, 대중이 페미니즘을 의심하고 무시
라는 페미니즘의 간명한 정의에는 페미니즘이
하도록 엉뚱하게 거든 셈이 되었다.(...) 하루빨
'여성들만의' 것이라는 의미는 담겨있지 않다.
리 남성들이 페미니즘의 기치를 들고 가부장제
물론 뿌리 깊은 성차별주의의 피해자는 대체로
에 맞서야 한다. 이 지구에서 안전하고 영속적
남성보다는 여성들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궁
인 삶을 영위하려면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로 전
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단순히 지금과는 반대
향해야 한다.'라고 썼다.
로 남성이 여성보다 차별당하는 사회는 아닐 것이다. 그 누구도 생물학적 성이나 성 정체성
이로써 이 책의 제목인 '모두를 위한 페미니
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면, 페미
즘'은 저자의 강력한 의지와 지향이 반영되어
니즘이 여성들만의 것이 되어서는 절대 성공할
있음을 알려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성들이 어릴 때부터 감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일부 페미니스트들
정을 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길러지거나 가
의 극단적인 주장이나 행동이, 어쩌면 이 사회
족 부양의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더 무겁게 지
에서 페미니즘이 대중적으로 파고드는 과정에
게 되는 현실 역시 페미니즘이 극복해야 할 성
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
차별주의의 단면이 아닐까. 저자는 이 책의 도
런 논란을 거치면서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이 '
입부에서도, 마지막 장(페미니즘의 미래)에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 나아갈 수 있길 희
도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에 인용하면서, 이 책을 내가 아는 평화와 평등을 지향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 페미니즘 커뮤니티 에서 드러나 논란이 되고 문제들에 대해서도
'페미니즘 정치의 목표는 지배를 종식하여
그런 '현상'을 나름대로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우리가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게끔
됐고, 스스로 혼란을 조금은 걷어낼 수 있었다.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다. 얼마든지 정의를 사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미러링'으로 볼 수 있는
랑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부분도 있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배척, 남성에
폐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 김세은 운영위원
53
이러쿵 저러쿵
반올림과 같이 걷는 걸음
저는 올해 8월부터 반올림 상근활동을 하고
동의 공간을 모색하고 있을 때, 마침 ‘반올림’에
있는 조승규라고 합니다. 2달 전, 이 섹션에 기고
서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
를 쓴 민옥 누나와 노무사 동기이고, 수습노무사
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때마침 제안이 들어와서
모임인 노동자의 벗(노벗)도 같은 시기에 함께했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반올림 상근활동을 시작하였
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 프
습니다.
로그램은 3월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 국제비교팀 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반올림 상근활동가가 되기까지
반올림에서 본 희망과 벽 반올림 상근을 시작한 지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지금까지 반올림이 축적해놓은 것들
대학에 들어와서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노동
을 배우고 익히는 단계에 있습니다. 반올림이 지
현실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저는 학생으로서 할
난 11년간 해온 활동들이 너무 높아 보이기에, 여
수 있는 실천들에 몰두했었습니다. 그러다가 4
전히 반올림의 일원이라고 말하는 것이 좀 민망
학년이 되자 학생 이후의 활동에 대한 고민이 들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간 반올림의 활동이 아
었습니다. 당시 저는 노동계 중에서도 가능하다
니라 제가 한 달 동안 보고 느낀 것에 대해서 이
면 제 전공인 사회학과 관련이 있는 분야를 찾고
야기해보겠습니다.
싶었습니다. 사회학 논문 중에는 보건의료나 건 강권 등을 다룬 좋은 글들이 꽤 있는데, 거기에서
한 달 간 반올림에서 저는 희망과 벽을 동시에
영감을 받아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활동에 관
보았습니다. 먼저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11년 간 반올림이 만들어 온 변화들은 너무나 놀 라운 것이었습니다. 산재에서 노동자의 입증책임
이후 노동안전 활동을 하려면 노무사를 준비하
을 완화시켰으며, 첨단산업에서 의학적 지식의
는 것도 괜찮다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노무사 시
한계 등 특수성을 알려냈고, 복합적·지속적 노출
험을 준비했습니다. 노무사가 되고 나서 제가 활
등 새로운 판단기준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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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발을 들고 있는 조승규 반올림 상임활동가
변화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면서 반올림에서 일
앞으로의 각오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세 상은 결국 바뀌긴 한다는 희망이 들곤 합니다.
학생 이후의 활동으로 산업안전, 보건의료의 영역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시작했던
그런데 같은 한 달 동안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것이 4년 전 딱 지금 즈음이었습니다. 그 때를 돌
있는 많은 벽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얼마 전 영
이켜보면, 지금은 원했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
업비밀과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름 아래 중앙행
어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의 각오라면,
정심판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알 권리와 건강할 권
반올림의 새로운 걸음들을 만들어 가는데 보탬이
리를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노출기준 이하인 적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올림이 지금까지 많은
이 없으니 측정보고서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어려움을 견뎌낸 것처럼, 현재 벽으로 마주하는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는 말을 보고 있자니, 반올
영업비밀이나 여전히 제기되는 현장의 문제들도
림의 11년간의 투쟁이 모두 부정되는 느낌도 받
넘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올림을 통해 저
았습니다. 또한 산재피해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
도 노동자의 알 권리와 현장의 변화라는 새로운
어오는 것을 보니, 용기를 내서 제보해준 분들에
희망을 써나가는 주체들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
게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듭니
겠습니다. 그런 미래를 만들 때까지 앞으로 반올
다. 공장 현장의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아직 멀었
림과 한노보연에서 열심히 활동해나가겠습니다.
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조승규 회원,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러쿵 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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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화학물질 누출 사고 규탄 기자회견 진행해 지난 9월 6일 목요일 11시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 앞에서 ‘반복되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와 노동자 죽 음, 삼성을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9월 4일 한 명의 청년 노동자가 삼성반도체 기 흥공장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이산 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당 시 함께 일하던 동료 노동자 2명도 현재 의식불명의 상태입니다. 이에 노동, 노동건강권, 인권, 시민사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삼성과 정부에 책임 을 물었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반복되는 화학물질 누출사고, 위험을 외주화하고 지역 주민 생존 위협하 는 삼성을 규탄하며 제대로 된 안전대책 마련,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책임자를 처벌.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 독을 요구하였습니다.
병원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토론회 개최 지난 3월 고용노동부가 고 박선욱 간호사 자살로 인해 태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병원 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후 최근 고용노동부를 포함해 정부관계부처 합동으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발 표하였습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는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어떠할지 평가해보고, 태움 등 일터 괴롭힘 근 절을 위해 어떤 대책이 더 고민되어야 하는지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2018년 9월 17일 월요일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의실에서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 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다 지난 9월 3일 월요일 19시 서울성모병 원 본관 611호에서 윤조덕 한국사회정 책연구원장으로부터 ‘독일의 산업안전 보건 법과 체계’ 강연회를 진행하였습니 다. 강연 자료는 한노보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료 인용 시 원 저자 및 출처 표시해주시길 꼭 부탁드립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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