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남공감의원의 5년을 돌아보다 코로나 시대,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낙태죄 폐지,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을 위한 첫걸음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201호┃2020. 12
노동 개악에 맞서자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청희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12.15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노동 존중 사회를 위해
올 한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마무리하려나 봅니다. 어느 누가 작년 연
말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씨름하리라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K-방역에 성공했다는 얘기들이 무색할 만큼,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코로나 환자가 늘어났습니다. 점차 방
역과 의료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연말 모임과 행사는 취소되고, 손님 없이 텅 빈 가게들에서는 긴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이 와중 국회에서는 여러 법안 통과를 두고서 연일 시끄럽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ILO 비준을 위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직장점거 금 지 등 일부 개악 사항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독소 조항들 은 여전합니다. ILO 비준 협약의 취지와 어긋나는 처사입니다.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4개 협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결사의
자유, 단결권에 관한 두 개의 협약에 모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180여 ILO 가입국 중 20개 국가인데 OECD 회원국에서는 미국과 한국뿐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28년 동안 핵심협약을 미루어왔습니다. 이런 면에서 세계 경제 대 국 10위권이라는 양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자의 권리는 여전히 후진국 수 준입니다.
그런 상황임에도 정부와 여당은 노동 개악으로 그 수준마저 더욱 후퇴시키고 있습
니다. 더 이상 ‘노동 존중’이 미사여구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동 개악에 맞 서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출처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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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노동개악에 맞서자
예술하라, 노동이 아닌 것처럼
■ 국회 문턱 넘은 노동개악, 그에 맞선 우리의 투쟁 ■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노조법 개악 저지, 산별 체제와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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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0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1) 42 지금 지역에서는
15
‘직괴’, ‘추노하다’, ‘추노당하다’는 말을 아시나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활동을 소개합니다!!
연구 리포트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2) 44
17
노동3권은 온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축현장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여성노동 건강 상식 21
보이지 않는 여성의 돌봄노동과 정신건강
발칙 건강한 책방
코로나 시대,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46
50
인류의 절반을 지우는 데이터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4 이러쿵저러쿵
물 관리의 토대를 마련하는 ‘수문조사’ 노동
현장의 목소리
커피 맛집이 간절한 상임활동가의 진부하지만 솔직한 인사
28
낙태죄 폐지,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을 위한 첫걸음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52
32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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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56
향남공감의원의 5년을 돌아보다
이백 한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노동개악에 맞서자
특집
국회 문턱 넘은 노동개악, 그에 맞선 우리의 투쟁 박기형 상임활동가
노동개악은 진행형
보장하라며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0년이
지난 12월 9일, 노동개악 법안들이 본회의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
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보험료징수법
권 보장은 미약하기만 하며, 각종 사회적 변화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공무원노조법 개정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형태들에 놓인 노
안, 교원노조법 개정안, 근기법 개정안, 노조법
동자들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계속해서 머물고
개정안, 산재보험법 개정안 등 총 7개 노동관련
있다. 그리고 고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사
법안이 처리되었다. 이 중 노동권을 제약할 독
망한 지 32년이 지났다.
소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 정안은 각각 76.31%와 62.95%로 가결되었다.
그러나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일하다 아프고 다치고 죽는다. 올해 매일 7명이
민주당은 이 두 법안을 당일 새벽 1시 30분
퇴근하지 못하는 죽음의 일터를 멈추고 바꿔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하였다. 반면,
자고, 모든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로서 존중받
10만 국민동의청원을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고, 노동
은 심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자와 시민이 힘을 합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법은 도외시 한 채, 과로
전태일3법을 마련하여 10만의 국민동의청원을
사회를 심화시키고 노동권을 제약하는 법을 통
하였다. 코로나19가 극심한 상황에서도 각자의
과시킨 것이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자리에서 모이고 흩어지며 목소리를 내고 사회
의 노동개악은 현재 진행형이다.
개혁을 요구하였다.
노동개악 국면의 지형 지금의 노동개악 시도는 문재인 정부가 출 범하면서 약속했던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도 거리가 멀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개혁을 요구 하는 변화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노동기본권을 4
노동자가 만드는
하지만 국회에서는 공수처법,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우선입법과제로 내세우면서, 다른 모든 법안을 뒷전으로 밀어내었다. 며칠 전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두 법안은 법 안 심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이들은 서
▲ 고 김용균 2주기 현장추모제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진행되었다. 출처: 호나라
로 선후문제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었음에
자가 바로 ’노조할 권리‘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마치 자신들이 하
그런데 왜 지금까지 비준하지 않다가, 올해 서
는 모든 선택이 세상 모든 정의를 담보하고 있
둘러 노조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환노위 날치기
는 것인양,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과제는 나중
통과를 하면서까지 비준에 나선 것인가? 더욱
에 할 수 있고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
이 얼핏 보기에 ILO협약을 비준해 노동권을 강
만 정작 그들은 나중에, 언젠가 하겠다고 약속
화시켜주는 법안에 60%가 넘는 위원들이 아무
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노동존중 사회’ 실현에
런 토를 달지 않고 찬성한 것일까?
역행하는 수많은 조치를 아무 거리낌 없이 통 과시켰다.
이에 답하기 위해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누가 어떻게 요구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노조법 개정 논의의 출발점
그동안 한국은 ILO, OECD, EU로부터 이 4개
그러면서 그들은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
항의 비준을 지속해서 요구받았다. 그 압력이
원노조법 개정안을 가리켜, ‘ILO 3법’이라 부
가장 높아진 때가 바로 최근 추진 중인 EU와의
르며, 국제노동기구 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위
무역협상을 하던 때였다. EU는 한-EU FTA를
한 것이라 주장했다. 한국은 ILO에 가입한 지
체결할 당시 “핵심협약 체결을 위해 노력한다”
30년이 지났지만, 총 29개 항만 비준했으며 핵
고 약속한 조항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대해 경
심협약 8개 항 중 4개 항을 비준하지 않았다.
제적 제재를 시사하며 압박을 했다. 이에 한국
그 4개 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
정부는 EU와의 경제적 관계를 원만히 해결하기
리할 수 있다. ‘결사의 자유 협약'(87호·98호)
위해, ILO 협약 비준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결
과 ‘강제노동 협약'(29호·105호)이다. 이 중 전
국, ILO 3법이라 불리는 노동 관련 법률 개정안 들은 애초부터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EU 일터 5
와의 무역갈등을 해소해, 자본과 기업을 위한
보면, 실업자·해고자 등은 현재 산별노조에 자
경제활동을 원활히 지속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롭게 가입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기업별노조 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라 개선이라
노조할 권리를 제약한다
부르기 민망할 정도이다. 오히려 실업자·해고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법 제정의 목적
자 등이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하려면 ‘사
이 무엇이든, 그 논의 출발이 무역갈등해소였
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
든 아니든, 국제사회가 요구한 바는 「결사의 자
고, 실업자·해고자 등은 기업별 노조의 임원 및
유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라는 것이었다. 해당
대의원으로 출마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 그
핵심협약의 요지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나마 좋게 봐준다면, 심의 과정에서 독소조항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이라고 비판받아온 ‘생산 주요 시설에서의 쟁
국 정부의 법률 개정안은 노동권을 강화시켜주
의행위 금지’ 조항도 제외되긴 했다. 하지만 이
는 거란 게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아닌가. 출발
를 대신하여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
점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괜찮지 않은가. 여
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규정이 신
기가 바로 문제의 지점이다.
설되었다.
ILO가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에 요구해온 것은 특수고용노동자, 하청노동자, 간접고용 노 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제도적으로 노 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노조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 양한 목소리를 듣겠다, 일견 공평무사한 자세 를 취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이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는커녕, 부족하지만 어렵사리 지켜온 현재의 노동권들 마저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공무원노조법 개정으로 가입 기준 가 운데 직급 제한을 폐지하고, 교원을 제외한 교 육·소방공무원 및 퇴직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 도 허용하도록 했다. 일부 개선된 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정작 핵심 쟁점이었던 노조법 개 정은 개악이라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해고자· 실업자의 노조 가입도 허용했다고 하지만, ILO 핵심 협약 비준의 의미에 비춰볼 때, 너무 당연 한 상식을 법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에 불과했 다. 기존 정부안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 의 사업장 출입에 제한을 두는 등의 단서 조항 을 뒀다가 비판이 거세게 일자 국회 심의 과정 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더욱이 실상을 들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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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최대 3년 연장으로 기업에서 단체협약을 지속 해서 미룰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회 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만 기업별 노조의 임원·대의원을 맡을 수 있다는 조항이 남아 해 고자의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등 비종사 자의 노조 활동 또한 제약할 수 있다. 더욱이 현 재에도 현장에서는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유효 기간 동안 교섭도 할 수 없고,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받아 조합활동을 하는 것도 공정하게 보장 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런 상황 에서 개악안이 시행되면, 사용자와 어용노조가 담합하여 최소 4년간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 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합법적’으로 제약 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을 삭제 하는 대신, 타임오프제라 불리는 근로시간 면 제제도 한도 내에서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해당 제도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타임오프 한도 초과 단협이나 기존에 개별 사용자가 동 의한 내용을 모두 무효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 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기존 현행법을 교묘하게 후퇴시켰
의 노동개악을 비판하며, 노동자와 시민들이
을 뿐만 아니라, 정작 정부가 개정 압력을 받았
행동에서 나서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 2주기
던 지점인 특수고용, 간접고용, 하청 비정규직
를 맞이했지만, 김미숙님은 중대재해기업처벌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보장은 제대로 이뤄
법 제정을 요구하며 아들의 기일에 단식농성에
지지도 못했다. 물론 배달노동, 물류·택배 노동
들어갔다. 이에 연대함과 동시에, 전태일3법 입
등에서 논란이 일자, 산재법 개정안, 보험료징
법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회 정문
수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을 통해, 이
앞에서 단식농성을 함께 이어가고, 구의역에서
들 노동에서의 처우 개선이 일부 이뤄질 수 있
부터 국회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국회
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노동자로서 노
에서 노동개악이 시도되고 있던 11월 말과 12월
동3권을 제대로 인정하도록 하진 않고 있다. 이
초에도 노동자들은 떨어져서 죽고 폭발사고로
를 위해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
죽고 기계에 끼여 죽고 과로로 쓰러져 죽었다.
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노조 법상의 규정과 행정관청이 노조설립 신고를 반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터에서
려할 수 있는 규정을 수정 또는 삭제해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선, 노동
고용노동부가 행정집행 중 특수고용 노동자,
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
플랫폼 노동자 등을 ‘근로자가 아닌 자’로 보고
를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지체하는 일은 지금도
자기 일터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체 노동자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집단으로 연대하여 노동권을 지켜내고 신장하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개정안 자체에서 전
기 위해선, 산별 노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혀 다루고 있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요구하는 노동개악 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투쟁들
지, 나아가 전태일3법 입법, 중대재해기업처벌
노조법 개악만이 아니라, 3개월에서 6개월
법 제정은 바로 이러한 변화들을 쟁취하기 위
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근
함이다. 코로나19가 극심한 와중에도 우리는
기법 개악까지 이뤄졌다. 내년부터 주52시간제
자신이 행하는 바가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자
가 각 사업장 규모별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기승리 서사에 도취된 저들에 맞서, 전국 곳곳
차츰 적용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 실
도입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현을 위한 우리의 싸움은 다시, 새롭게 뜨겁게
해주겠다는 조치로 이해된다. 이런 탄력근로제
불타오르고 있다.
의 확대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상 위험을 더 가중시키는 조치라고 지속해서 비판받아왔 다. 한국의 과로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노동권 을 보장받지 못한 채, 피를 토하며 장시간 일해 야 했던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회 안팎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일터 7
노동개악에 맞서자
특집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약속만 수십 년 째 해 온 ILO 결사의 자유
(동등보수), 111호(고용직업상 차별 철폐), 138
협약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에 관한 협약 87호,
호(취업 최저연령), 182호(가혹한 형태의 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
동노동) 8개 협약은 ‘기본협약(Fundamental
비준이 눈앞에 다가왔다. 강제노동에 관한 29
Conventions)’으로 분류된다. 모든 회원국이
호 협약까지 3개 협약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제
비준해야 하는 협약이다. 또 모든 회원국은 해
출되어 있다. 그러나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요
당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더라도 ILO 회원국이
구해 온 협약 비준을 앞두고도 환영할 수가 없
라는 이유만으로 헌장에 따라 성실하게 기본
다. 노조할 권리를 더욱 후퇴시키는 법안이 먼
권리에 관한 원칙을 존중하고 촉진하고 실현해
저 통과되어야만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
야 한다.
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 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과 노조법 개악
8개 기본협약은 각종 무역협정의 노동장 또
이 쌍을 이룰 수 있는 것인가. 지금 국회에서는
는 지속가능발전 장, <OECD 다국적기업 가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드라인>, <기업과 인권에 관한 유엔 이행 지침 >에서 각국 정부의 국제적으로 보장되는 노동
결사의 자유 협약, 왜 중요한가
기본권 준수 의무를 규정하는 원천으로 활용
국제노동기준은 일터에서의 기본 원칙
되기도 한다. 기본협약은 다른 모든 협약을 효
과 권리를 규정하는 법적 도구로서 각국 노사
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의미
정 대표가 모이는 ILO 총회 두 번을 거쳐 만
에서 ‘권리 실현을 가능케 하는 권리(enabling
들어진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채택된 협약은
rights)’라고도 불린다. 노동시간, 임금, 사회보
총 190개다. 이 중에서도 결사의 자유, 강제노
장, 노동안전보건, 휴일 등을 망라한 여러 국제
동 철폐, 아동노동금지, 고용 직업상 차별철폐
노동기준을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누리기 위
에 관한 8개 협약, 즉 87호(결사의 자유와 단
해서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단체
결권),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보호), 29
교섭과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호(강제노동), 105호(강제노동 철폐), 100호
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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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협약 비준의 의미
은 이 협약에 규정된 보장사항을 저해하거나
한국이 1991년 ILO에 가입한 후 역대 정부
저해할 목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
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협약 비준을 위한 법개정
약속해왔다. 그러나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
절차는 현행법에 보장된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
는 국내 노사관계법제가 협약비준의 걸림돌이
이어야지 축소하는 방향일 수 없다.
므로 법을 먼저 고친후’라야 비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협약 비준 약속의 이행을 한없 이 미루기 위한 변명이었던 이 ‘선입법 후비준’ 론은 비준 절차에 대한 큰 착각을 불러일으켰 다. 마치 협약비준이 국내법이 국제기준에 완 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을 인증하는 절차인 양 말이다.
정부법안, 협약의 취지를 반영하고 있는가 제2조 노동자와 사용자는 사전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권리와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하여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떠한 차별도 없 이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ILO에 따르면, 협약비준은 국내법 을 협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미리 약속 하는 것이고, ILO 헌장이 정한 대로 협약 이행
87호 협약 제2조에 따르면, 단결권은 정부
에 관한 ILO의 감시감독절차를 수락하는 것이
당국의 양보로 베풀어진 시혜가 아니므로 노동
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조합의 존립이 행정당국의 기분에 따라 좌우
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1년 후 국내법과 동일
돼서는 안 된다. 행정당국이 설립신고를 반려
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 다시 말해, 협약이 국내
할 재량권을 가져서는 안 되며, 설립신고 절차
법체계에 통합되는 것이다. 이 1년의 기간 동안
에 관한 법 조항이 노동조합 단체의 설립을 지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법을 개정하면 되고 만
연 또는 방해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약 1년 내에 법 개정을 완료하지 못하면 협약이
된다. 직업, 성별, 피부색, 인종, 종교, 국적, 정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개정되지 않은 법보
치적 견해, 고용형태, 고용상 지위 등에 구애받
다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결사의 자유 협약 비
지 않고 실업자든 해고자든 민간부문 공공부문
준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본 인권을 국내에서
가리지 않고 모든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하고
도 효과적으로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
가입할 수 있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ILO 결
명이다.
사의 자유 위원회는 특수고용노동자·자영업자 를 법 적용에서 배제 (노조법 제2조 제1호), 근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인권법
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경우 노동조
에서 통용되는 일반원칙인 ‘역진금지(Non-
합으로 보지 않는다(제2조 제4호 라목)고 규정
Regression)’ 원칙이다. ILO 헌장 제19조 제
하고 설립신고 과정에서 조직의 구성이나 규약
8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총회에 의한 협약이
(‘근로자’가 아닌자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등
나 권고의 채택 또는 회원국에 의한 협약의 비
을 행정당국이 심사할 여지를 두고 있는 제12
준이 협약 또는 권고에 규정된 조건보다도 관
조가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한다고 보고 여
련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
러 차례 개정을 권고했다. 87호 협약 비준의 선
고 있는 법률 판정 관습 또는 협정에 영향을 주
결조건으로 협약에 부합하게 법을 정비하는 것
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취지라면 위의 사항
있다. ILO 협약 87호 제 8조 제 2호는 “국내법
을 개정하는 내용이 우선적으로 포함되어야 마
일터 9
땅하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는 제2조
입했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단위 노조 가입
제1호, 제2조 제4호 라목, 제12조를 개정하는
을 허용하는 대신 ‘종사자’와 ‘비종사자’를 갈라
내용이 없다. 제2조 제4호 라목에 대해서는 본
‘비종사자 조합원’에 대해서는 사업장 출입을
문을 삭제하라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권고와
제한하는가 하면 타임오프 산정, 교섭대표노조
달리 단서조항만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
결정,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 조합원 수에서 제
다. 그러므로 스스로 밝힌 입법 취지와 전혀 부
외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다. 결사의 자유 위원
합하지 않을뿐더러, 협약의 효과적 이행과 전
회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 단
혀 관련이 없다.
체행동 전면 금지, 정부의 노동 정책이나 정리 해고에 저항하기 위한 파업은 쟁의행위 목적정
제3조 1.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 규약과 규칙
당성에 위배되어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는 조항, 파업권이 제한되는 ‘필수 유지 업무’의 폭넓은
을 작성하고, 자유로이 그 대표자를 선출하며, 자
규정, 파업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업무방해죄
체행정 및 활동에 관하여 결정하고, 사업계획을
와 손배가압류 등을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으
수립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로 지적해왔다. 정부 법안은 이런 사항들을 개
2. 공공당국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또는 이 권
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사업장 점거 방식의 파업
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저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도입했다. 역시 협약
하여서는 아니된다.
의 취지에도, 스스로 밝힌 법개정 취지에도 부 합하지 않는 대목이다.
협약 3조에 따르면, 노동조합 규약은 조합원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이제 그만
들이 스스로 논의하고 채택해야 한다. 누가 조
이렇듯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행사를 촉
합원이 되어야 하는지, 간부의 자격요건, 임기,
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최대한 많은 제약을 가해
선출방식은 노조 스스로 정해야 하며 정부는 간
행사를 저해하는 노조법의 존재는 그동안 한국
섭하지 말아야 한다. 해고자나 해당 사업장 소
을 국제노총이 매년 발간하는 ‘글로벌 노동 권
속이 아닌 자를 법으로 간부가 될 수 없다고 규
리 지수’ 최하위 등급인 5등급 (노동기본권이
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회의를 개최하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 머물게 했다. 결사의 자
고 이를 위해 간부들이 사업장에 출입할 권리가
유 협약 비준과 함께 이 현실은 달라져야 한다.
보장되어야 하며 조합원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치활
수 있는 나라로 바뀌어야 한다.
동과 파업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는 공무원 이거나 엄격한 의미에서 필수서비스에만 파업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본 인권으로서 결사
권을 제한할 수 있고, 비공인파업, 작업중지, 태
의 자유 원칙을 사회 전반이 규범으로서 받아
업, 준법투쟁, 연좌파업 등 평화적이면 노동조
들여야 하고, 노조할 권리가 제한과 통제의 대
합 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행동 수단에 본질적
상이 아니라 자유로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인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출한 노조할 권리를 더 욱 제약하는 내용이 가득한 법안은 협약의 효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어떠한가. 임 원의 자격 요건을 제한한 23조에 더해 대의원의 자격 요건도 제한하는 조항을 17조에 새롭게 도
10
노동자가 만드는
과적 이행에 걸림돌이 되므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노동개악에 맞서자
특집
노조법 개악 저지, 산별 체제와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 이원재 금속노조 기획실장
정부는 ILO협약과 상충되는 국내법의 해석
첫째, ‘종사자인 조합원’과 ‘비종사자인 조합
과 적용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정기국
원’을 나눠 놓고 비종사자 조합원의 노조활
회에서 노조법 개정과 협약 비준 절차가 함께
동을 제한했다.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ILO
사업장 출입과 조합활동이 제한되는 ‘비종
는 “법제가 완벽해지고 모든 이해당사자가 만
사 조합원’에는 해고자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
족할 때까지 핵심 협약 비준을 미룬다면 노동
의 임원 및 조합원, 특수고용, 간접고용 조합원
권 보호 진전은 더욱 지체될 것이다.”이라며 신
도 포함될 수 있다. 현재 대법원은 산별노조 조
속한 협약비준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핵심 협
합원이 다른 지부·지회 사업장의 파업을 지지
약은 비준 이후 1년 후부터 국제법적 효력이 발
하기 위해 그 사업장에 출입하는 행위와 하청
생한다.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원 청 사업장에 출입하는 것 모두 노조의 정당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이 이렇게까
활동으로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개정안에
지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것은 정부가 제출한 노
의하면 지금까지 허용되던 노조 활동이 사용
동조합법 개정안 탓이다. ILO 노동헌장에는
자 의사에 반해 사업장 출입시 주거침입죄, 업
“어떠한 경우에도 협약의 비준이, 협약에 규정
무방해죄로 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는 ‘합리적
된 조건보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
이유 없이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거
고 있는 법률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부해서는 안된다’라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지
있음에도 정부는 협약 비준에 따라 ‘보완 장치
만 ‘합리적 이유’ 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
를 마련’하겠다며 오히려 결사의 자유 협약을
면 코걸이이다. 사용자는 당연히 ‘합리적 이유’
비준하기 위해 결사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말도
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산별노조 조합원, 하청
안 되는 노조법 개악안을 제출했다.
업체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제지하고 조합활 동을 방해할 것이다. 또한 노조 대의원 및 임원
현 노조법 개악안의 문제점
자격을 종사자로 제한하고 있는데 ILO와 EU
정부의 노조법 개악안의 문제점은 크게 네
는 노조의 임원과 대의원을 종사자에 한정하는
가지이다. 하나씩 집어보자. 일터 11
게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이라고 입장을 명확
사용자의 일방적인 민원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히 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임원과 대의원을 누
것일 뿐이다.
구로 할지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 할 문제지 국가가 법으로 관여할 사항이 아니
노동부 업무메뉴얼을 보면, 주요업무시설
다. 군사독재 시절의 악명높은 제3자 개입금지
의 예시로 호텔 로비, 병원 진료대기 공간, 백화
조항의 부활에 다름 아니다.
점 통로, 사무실, 자동차 판매 및 정비와 관련 된 시설 일체 등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런 곳의
둘째,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일부라도 점거가 금지되면 그 공간에서 평화롭
노동조합은 임금·단체협상을 거치며 노동
게 피켓을 들고 있을 수 있을까? 피켓팅은 가
조건을 개선하고, 조직력과 투쟁력을 강화해간
장 평화로운 쟁의행위 수단이지만, 불가피하게
다. 그런데 현재 2년으로 되어있는 단체협약유
공간 일부의 점유를 수반한다. 제조업 사업장
효 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노동자들이 자신들
내에서 진행하는 많은 쟁의행위도 마찬가지이
의 인사, 전환배치, 고용, 안전 등에 영향을 미
다. 피켓팅 뿐만 아니라 현장순회, 생산시설에
치는 기업의 계획수립과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 감시활동 등 현재의 일
있는 법제도가 부재한 현실에서, 사용자의 일
상적인 노조 활동마저 제한될 것이다. 심지어
방적 횡포를 노조가 견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
는 사업장 정문에서 노조의 선전물을 나눠주는
는 사용자들이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복수
행위도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를 금지한
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다는 것은 사업장 내 쟁의행위 대부분을 제한
상황에서 소수노조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하는 것이다. 정부안이 통과된다면 노동조합이
이 3년으로 늘어나면 4년을 기다려야 교섭하자
파업할 경우 사업장에서 쫓겨나 공원에 가서
는 말을 꺼낼 수 있다. 조합원 수가 한 명이 부
파업 집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도 있다.
족했건 열 명이 부족했건 소수노조가 되면 4년 동안 식물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부안에는 ILO가 지속적·명시 적으로 권고했고, EU가 쟁점적으로 문제제
셋째,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직장점거
기했던 사항들이 대거 누락되어 있다.
금지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간접고용노
대법원은 일관되게 주요업무시설이든, 주
동자의 교섭할 권리,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
변업무시설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 점거
는 노조설립신고제도, 노조 전임자 급여 노사
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 시설의 일부분이
자율결정, 필수공익사업장 쟁의권 보장, 파업으
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로 인한 민·형사책임의 면제에 관한 사항도 모
않는 병존적인 점거인 경우에는 정당한 쟁의행
두 누락되어 있다.
위로 판결해왔다. 그런데 정부안은 아무런 근 거 없이 현재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부분적·
예상되는 노조 탄압 시나리오
병존적 직장점거의 정당성’을 불이익하게 변
최근에 광주에 있는 금속노조 호원지회의
경하여 주요업무시설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
노조 탄압사례를 보면, 노조법 개악이 가져올
의 점거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ILO도 확고하
현장의 노조탄압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게 직장점거를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 유형으로
호원지회는 올해 1월 ‘공장에서 인간으로 존중
보장하고 있다. 정부안은 직장점거를 금지하여
받고 일하고 싶다. 사측은 막말하지 마라, 욕하
노동조합의 쟁의권, 파업권을 약화시켜 달라는
지 마라’라고 호소하며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12
노동자가 만드는
그러자 회사는 즉시 기업노조를 만들고 금속노
사합의 또는 관례적으로 보장해온 종사자가 아
조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고 간부들을 징
닌 조합원 및 금속노조 간부의 사업장 내 출입
계하고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출입금지 가
과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라고 합의해 법
처분 신청을 했다.
개악을 핑계로 산별노조 간부나 해고자의 사업 장 출입과 조합활동을 규제할 수 없도록 못을
노조법 개악안이 통과도 안 됐는데, 놀랍게
박았고, ‘회사는 쟁의행위 중 노동조합의 회사
도 광주지법은 음향 장비를 사용한 사내집회를
내 일상적인 각종 시설 이용에 협조한다. 단, 세
금지하고, 산별노조 임원 사업장 출입을 금지
부적인 사항은 사업장 노사가 정하는 바에 따
하고 위반 시 1회당 위반자별 강제이행금 100
른다’고 합의했다.
만 원을 부과하는 엽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또 어용노조에만 사무실을 제공해 지회가 천막으
그러나 금속노조의 올해 합의사항은 노조
로 설치한 ‘노조 임시 사무실’도 불법 시설이라
법 개악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를 확보
며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한 수준에 불과하고. 중앙교섭이나 지부집단교 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신규사업장이나 소수
판결 이후 호원지회는 천막 사무실을 공장
노조 사업장은 그나마 최소한의 방어 장치조차
쪽에서 주차장쪽으로 옮겼는데, 사측은 여기도
없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노조법 개악을 막아
‘사업장 시설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이유를
내기 위해 올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을 전개
대며 철거하라고 하고 있고, 판결이후 사내집회
하면서 11월 25일 어려운 조건에서도 8만 여명
를 했다는 이유로 지회장을 해고하고 지회 조직
의 조합원이 ‘노조파괴법저지! 전태일 3법쟁취’
부장에게 정직 1개월, 사무장에게 정직 3개월의
를 위한 총파업에 참여했고 대국회 압박투쟁을
징계를 내렸다. 또한 산별노조의 식수와 농성
진행 중이다.
물품 전달도 통제하고, ‘비종사자’ 출입금지뿐 만 아니라 ‘비근무자인 종사자’의 출입도 징계 위원회로 회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의 노동 시장 이중구조화(노동자 간의 임금과 고용안정 성의 질적 차이 심화, 위험의 외주화 등)의 폐
문재인 정권의 노조법 개악안이 실제 현장
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회 양극화가
에서는 ‘민주노조 파괴’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
더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의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전국에서 호
가 집중되는 취약계층을 포괄하거나 대변하기
원지회 사례처럼 수많은 노조파괴사업장이 생
위해서는 폭넓은 연대를 가능케 하는 노사관계
길 것이다. 정부가 노동개악 판을 깔아주면 자
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 사용자
본이 받아서 현장에서 노조를 파괴하고 법원이
들은 틈만 나면, 노동운동이 기업별 이기주의
이를 정당하다고 지원하는 모양새다.
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정작 정부 의 노조법 개정안은 오히려 산업별 노조를 무
우리는 이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력화하고 기업별 노조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법
로 설계되어 있다. 노동배제적인 한국 사회에
개악에 대비한 ‘노동3권 보장’과 코로나19 확산
서 사업장별로 개별화, 파편화된 교섭구조로는
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세변화 속에 ‘감염병으로
양극화 해소나 사회연대가 가능하지 않다. 그
부터의 보호’를 통일요구로 교섭을 진행했다.
렇기에 고용안정성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
올해 교섭을 통해 금속 노사는 ‘회사는 기존 노
고 노동권은 보장되기 어려우며, 노동자들의
일터 13
▲ 출처 : 노동과 세계
안전과 건강은 지켜질 수 없다. 또한 기후위기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어 노동자
와 기술변화, 산업전환에의 대응 과정에서 노
와 노동조합이 사회 양극화 해소의 대안적 주
동자와 노동조합은 배제되고 사용자의 일방적
체로 바로 설 수 있다.
인 독주가 강화되고 있다. 기업 내 의사결정에 대한 노동자 또는 노동 산별체제로의 전환과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
조합의 통제력을 높이는 제도적 방향은 크게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와 기술 변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유럽에서의 공동결정
에의 대응이 정부와 기업의 일방적인 결정에
제도나 이사회·감사회에 대한 참여 등을 통해
따라 이루어지지 않게 하려면, 노동권을 쟁취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
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선,
식이 있다. 두 번째는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노동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주체적으
대상 범위 등을 넓혀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
로 참여하고 자신의 권한과 권리를 행사할 수
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조의 쟁의권
있기 위한 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을 제한하고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하는 노조 법 개악안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
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동3권 전면보장을 위한
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업장 민주주의를
노동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노동3권을 지
확대하여야 한다. 둘째, 실질적인 산별체제 확
키는 것은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생존이 달린
립을 통해 작업장 민주주의가 개별 사업장의
문제다.
이해관계가 아니라 산업적인 차원에서 작동되 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작업장 민주주의 확대 와 산별체제 확립을 제도화될 때에야 비로소
14
노동자가 만드는
지금 지역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활동을 소개합니다!!
8월 19일 발족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이하 부산운동본부)는 부산지역
이숙견 상임활동가
다. 2021년에는 좀 더 발 빠른 대응을 위한 지 역차원의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의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 31개 단체 가 함께 활동 중이다. 발족이후 현재까지 부산
두 번째로, 부산지역 시민·노동자를 대상으
운동본부가 진행한 다양한 활동과 앞으로 추진
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
할 과제를 공유하고자 한다.
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법 제정을 위 한 10만 국민동의청원 선포 기자회견 개최, 시
먼저, 지역언론이나 제보를 통하여 부산지
민대상 선전전과 카드뉴스제작 및 배포, 부산
역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현황을 매일 모니터
지역 국회의원 중 법사위 국회의원 사무실 앞 1
링하고, 기자회견이나 캠페인, 언론 브리핑을
인 시위, 민주당 부산시당 농성 등 중대재해기
통하여 드러내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1월부터
업처벌법이 제정을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11월까지 부산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무려 46 건으로 그 중 사망한 노동자는 49명이다. 안타
세 번째로, 고 김용균님 2주기를 맞아 부산
깝게도 매월 4~5명 이상의 노동자가 중대재해
도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이번 추모문화제는
로 사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명의 일터를 만들어, 차별의 현장을 뒤집어’
월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합계
건수
4건
6건
3건
5건
2건
3건
1건
7건
4건
6건
5건
46건
사망자수
4명
7명
3명
7명
2명
4명
1명
7명
4명
6명
4명
49명
더 큰 문제는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건설현
로, 매일 5~6명의 노동자가 퇴근하지 못하는
장의 일용직 노동자에게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
참혹한 죽음과 차별의 현장을 뒤집고, 노동자
하고 있어 부산운동본부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가 건강하게 일하는 생명의 일터로 만들기 위
것이다.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고, 어렵게 수
한 투쟁을 다짐하는 추모문화제로 기획하였다.
소문해서 장례식장을 방문해도 유족들이 부담
부산운동본부를 포함하여 전체 54개 시민사회
스러워하는 경우가 많기에 실제로 사고원인 조
단체, 정당, 노동조합이 함께 12월 10일 저녁 7
사과정이나 재발방지대책 마련 시 개입이 어렵
시부터 서면 쥬디스태화 앞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일터 15
마지막으로, 비록 유족과 함께한 지 얼마 되 지 않았지만,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
게 조사되었으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관계자(사 고 후 목격자)의 진술만으로 결론을 맺었다.
님 사망사건에 대하여 유족과 함께 대응활동 을 하고 있다. 1월 13일 1차 형사재판 선고를 앞
2) 유족의 문제 제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두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 진심어린 사과, 원청
노동부와 검찰
책임 인정’을 요구하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사고 전 고인이 촬영한 사진, 사고 후 언론
앞에서 1인 시위와 고 정순규님의 사망사고에
에서 촬영한 동영상 등을 통해서 비계 안쪽의
대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조직하
안전 난간대 미설치, 쌍줄비계 구조물 이상 현
여 일주일 만에 2,996명의 탄원서를 받아 1차
상, 비계와 옹벽 간 폭이 45cm가량 벌어진 상
로 법원에 제출하였다.
태임을 확인하였다. 언론(KBS 시사직격)의 도 움으로 한국안전관리협회와 타 건설사 및 안전
형사재판 1차 선고를 앞둔 상황이지만 부산
관리자,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본 결과 ‘비계 안
운동본부는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님
쪽의 난간대 미설치로 안쪽으로 추락 가능성이
사망사고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며, 유족과
있음’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유족의 재조사 요
함께 3가지 요구가 관철되고, 이 사망사고의 책
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다가 이번 국정감사에
임자가 제대로 처벌될 수 있도록 대응할 계획
서 강은미 의원이 노동부 조사결과의 문제를
이다. 관련 간략한 사고경위와 문제점을 공유
제기하고 재조사를 요구하자 노동부는 고려하
하고자 한다.
겠다는 답변을 하였다.
[사건발생]
3) 경동건설의 기만행위
2019년 10월 30일 오후 1시경 경동건설 신
경동건설과 하청업체는 고인이 사망한 지 1
축 공사현장에서 옹벽 벽체 콘크리트 면 고르
년이 넘었으나, 사과는커녕 고인에게 사망사고
기 작업 중 하청업체(JM건설) 소속 고 정순규
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기만행위-추락사고
님이 추락하였다. 사고 당시 목격자나 작업현
가 발생한 날 고인이 점심시간에 술을 마셨다
장 주변 CCTV, 차량 블랙박스도 없었기에 사
는 댓글, 사측이 제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 확
고 자체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추락
인란’에 고인이 아닌 다른 필체로 서명되어있
후 고인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다음날 오
음-를 하였다. 언론 보도에서 사문서위조 정황
후 11시 30분경에 사망하였다.
을 보도하였으나 경동건설은 침묵으로 일관하 고 있다.
[확인된 문제점] 1) 사고원인 조사의 문제점
4) 검찰 구형
기관-경동건설, 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
1월 13일 예정인 형사재판 1차 선고에서 검
공단, 부산지방경찰청-마다 사고원인에 대한 조
찰은 노동부 조사내용을 기반으로 경동건설 현
사결과가 다름에도 노동부의 조사결과는 원청
장소장, 안전관리자, 구조물공사 업체 현장소장
인 경동건설 산업재해조사표의 내용과 유사하
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금고 1년을 구형하
다. 노동부의 조사결과는 ‘고인이 추락한 높이’,
였고, 도급업체로서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았
‘추락사고 발생지점-그라인더로 작업 중이었는
다는 이유로 경동건설에겐 1,000만원의 벌금
지, 사다리로 내려오는 과정이었는지’, ‘추락 방
형만을 구형한 상황이다.
향-비계안쪽인지, 바깥쪽인지’ 등이 모두 다르
16
노동자가 만드는
연구리포트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축현장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선전위원회 편집
1. 연구 배경 및 방법
빠르다. 전체 응답자들의 적정노동강도 평가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투쟁으로 쟁취해 온
점수의 평균을 살펴보면 67.62점이고, 중위수
건설 현장의 노동시간 단축, 불법하도급 근절,
는 70.00점이다. 현재 노동강도가 100점이라
고용안정 등이 아파트 본층에서는 현실화되지
고 할 때의 평가이므로, 지금 수준보다 30%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아파트 본
량 노동강도가 줄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층 현장의 노동강도는 지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본층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다음으로 인간공학적 유해요인 중 중량물
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본층
취급의 경우, 설문에 응답한 본층 구간 알폼 노
작업 진출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동자들 중 78.6%가 최소한 근무시간의 1/4이
현재 아파트 본층 작업의 노동강도와 작업 내
상 동안 ‘중량물 취급’이라는 물리적 유해요인
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부위별로
후 본층 노동자 조직화 등 논의의 기초 자료를
근골격계 증상 호소율/유병율을 NIOSH 기준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본층 노동강도 평가 사
에 따라서 살펴보면, 기준1에 해당하는 증상자
업을 실시하였다.
는 52.7%이었다. 건설업의 특성 및 알폼 작업 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증상 호소율(어느 한
2. 설문조사 결과 우선 본층 알폼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평균 9.65시간으로 다른 노동자 집 단에 비해 장시간 노동에 해당하였다. 주관적 인 노동강도 평가 지표인 보그지수 평균값은 14.36이었다. 하루에 한 층을 작업해야 하는 공 사기간 단축 압박과 성과급/하도급제가 영향 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며, 양적으로 노동시간 이 길뿐만 아니라 휴식 없이 계속해서 바쁘게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질적인 작업속도 또한
부위라도 기준1에 해당하는 경우)가 과반수 넘 게 나타났다. 이는 평균 연령이 낮고 경력이 적 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근 골격계 증상이 빨리 나타나며, 따라서 상대적 으로 노동강도가 높다는 것을 반 증하는 것으 로 해석할 수 있다. 신체부위별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을 보면, 기준1에 해당하는 신체부위 중 허리/등이 40.9%로 가장 높은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을 보였다. 알폼 작업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받아치기 작업의 위험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해당 보고서는 2020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에서 실시한 <건축현장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십시오.
일터 17
물리적 유해요인의 경우, 여름철 고온은 근
인할 수 있었다. 건축현장 본층의 노동강도는
로환경조사 대상 전체에 비해, 10배 가량 높은
건설자본의 이윤구조, 알폼 작업의 특성 자체
수치에 해당한다. 고온과 저온에 따른 건강 영
로부터 비롯되지만, 그러한 노동강도가 상대적
향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옥외작업이 불가
으로 편차를 보이는 것은 이주노동자라는 요인
피한 조건인 만큼, 혹서기나 혹한기 때에는 고
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용노동부에서 권고하는 안전보건관리 사항을
결과에서 이주노동자, 특히 더욱 노동자로서의
준수하고, 물·그늘·휴식이라는 3대 요소를 제
지위가 열악한 국적의 노동자일수록 노동시간
공하고, 작업중지, 노동시간 단축 및 휴식시간
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으며, 연령이 젊은데도
증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소음의 경
근골격계질환 호소나 손상경험 등이 상대적으
우,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따르면, 본층 구간 알
로 높게 나타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달리
폼 노동자의 소음 노출수준은 평균 93.9 dB, 최
말해,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 노동조건 등이
대 96.6 dB이었다. 법적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전체적인 수준에서 본층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귀마개 착용을 거의 하고 있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 않거나 귀마개 자체도 제대로 보급받지 못 하고 있었다. 귀마개를 개별 의무 지급하고 실
3. 면접조사
효적으로 착용하도록 조치해야 하며, 저소음
면접조사에서는 건설산업연맹의 건설노조
알폼, 저소음 도구의 도입 또한 고려해야 한다.
조합원과 조합원 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 동자들을 포함한 총 20명의 노동자를 만났다. 면접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아파트 본층 건 설 현장의 알폼 노동자들은 일을 마치고 저녁 의 사적 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정도의 높은 노 동강도, 건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불규 칙한 일정과 불안정한 급여 등 건설 노동자 일 반이 느끼는 노동강도와 직무스트레스의 문제 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에 더해, 본층 알폼 작업 의 높은 노동강도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10~20kg에 달하는 폼과 자재들을 아래에서 위 로 인양하는, 일명 받아치기로 대표되는 심한 중량물 취급, 하루에 한 층을 작업해내야 하기 에 일하는 내내 여유가 없는 작업 공정, 박리제 사용으로 기름이 손에 묻기에 재래식 형틀 목 수보다 지저분한 일이라는 인식, 금속성 소음 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뿐만 아니라 땡볕 아래 에서 오랫동안 일해야만 하는 조건 등으로 인 해, 스스로도 ‘알폼 일은 어렵고 복잡한 일은 아
설문조사에서 본층 알폼 작업에 종사하는
니지만, 힘들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사람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임을 감안할 때, 이 주노동자이기에 겪게 되는 어려움, 이주노동자
그럼에도 작업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되도
이기에 상당한 노동강도를 견딜 수 있음을 확
록 떠받치는 구조로는, 본층 작업을 지배하고
18
노동자가 만드는
있는 도급제 계약과 맞물려 있는 공사기간 단
며 2시간 이상 반복된다. 천장 폼 조립 작업은
축 압력, 이를 감내할 경제적, 사회적 동기를 가
대부분 목을 젖히고 하는 작업이라서, 목 부담
지고 있는 건설 산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
작업 역시 하루 2시간이 넘는다. 목, 허리, 어깨,
제를 짚어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층
팔, 손목, 손, 무릎, 발 등 부담이 되지 않는 신
알폼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는, ‘다른 데보다
체 부위가 없을 정도다.
덜 다치는 곳’, ‘험하고 힘들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 밑에 숨어 미뤄지고 있 었다. 도급 노동 하에서 건강권이나 안전과 관 련된 요구를 원청에 하지도 못하고, 주로 안전 관리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었고, 다른 노동 자들보다 산재에 대한 인식도 약한 편이었다. 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있어 더욱 그럴 것이다. 4. 현장조사 및 생체지표 측정 결과 아파트 본층 현장 조사는 5월 25~26일 경 기도 성남, 6월 20, 22일 부산, 8월 18~19일 부 산에서 진행했다. 현장 평가 결과, 대부분의 하 루 작업이 거의 모든 근골격계 부위의 부담 작 업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 노동부가 고시로 정하고 있는 11가지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정형 작업에 해당되는 것으로, 공 사 기간 중 위치나 하는 일이 달라지거나 건설
여러 가지 근골격계 부담 작업 중에서도 특
업의 특징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본
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과도한 중량물 작업이
층 구간 알폼 노동자의 작업은 여러 가지 근골
다. 중량물 작업은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유
격계부담작업에 해당됐다.
해요인일 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노동강도 강화 요인이다. 원래 경량
관찰한 대부분의 작업자가 하루에 25회 이
화를 위해 도입된 알폼의 크기가 커지면서, 자
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들어올렸다. 또, 재래
재가 과도하게 무거워졌다. 미드빔 조립 작업
식 구간 형틀목수와 마찬가지로, 쪼그리고 앉
처럼, 작업시간 단축을 위해 여러 개의 자재를
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하는 작업도 많았
조립하여 구조물을 만들어 작업하는 경우 무게
다. 벽체 하부 조립, 아이스핑크 작업, 핀 줍고
가 훨씬 더 나가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매
치우기, 하부 자키(고정) 작업 등 하루 2시간 가
우 간단한 안전수칙도 무시되고 있었다. 지나
까이 됐다. 천장 폼 조립 작업, 벽체의 상단 조
치게 무거운 자재 운반, 두 사람이 나눠 들지 못
립 작업은 모두 머리 위에 손이 있거나, 팔꿈치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중량물 작업, 빠르고 수
가 어깨 위에 있거나, 팔꿈치를 몸통으로부터
월하게 작업하기 위해 생략하는 안전 수칙들
드는 작업으로 이 역시 대부분 2시간이 넘었다.
은 단순히 노동강도를 높일 뿐 아니라 안전사
망치질은 거의 모든 작업에서 사용되는 작업으
고 위험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재래식 구간보
로, 손과 손목에 시간당 10회 이상의 충격을 주
다 짧은 휴식시간, 긴 노동시간으로 본층 노동 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았다. 일터 19
중기적으로는 본층 알폼 노동자들의 노동 자 건강권 관련 문제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 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노동조합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강화하여 건 설현장에서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발굴 하고, 이를 통해 문제의식을 고취시키는 활동 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노동강도를 높이는 구 체적인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이고, 다음으로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요구하고, 현 장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층 알 폼 작업에서 적정 노동강도를 쟁취하고, 이를 생체지표측정에서 신체활동량을 측정한 결
위해 적당한 공사기간을 설정하도록 해야 한
과, 개인별 노동시간 한 시간 당 칼로리 소모량
다. 본층 알폼 작업의 노동강도를 낮추는 일은
은 평균 약 시간당 134kcal에 해당했고, 측정
아파트 건축현장 전체 공정, 하루 한 층을 올려
한 심장박동수를 활용하여 최대적정노동시간
야 하는 공사기간의 압박과 연관된다. 아파트
과 과로지수를 산출한 결과, 총 10명의 측정 중
본층 현장에서의 하루 공정 작업 관행은 노동
7명이 과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강도를 높이고, 작업 속도를 증가시키는 압력
일하고 있는 시간과 최대 적정 노동시간의 비
으로 작용한다.
율을 의미하는 평균 과로지수는 1.5로 나타났 다. 이는 지금 노동시간의 33%가량의 노동시
따라서 적정 공사기간 쟁취 요구는 노동강
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다양한 측
도를 낮추고 작업을 안전하게 함으로써 본층
면에서 살펴봤을 때,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들
알폼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았다.
이를 어렵게 하는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노동관 계 또는 산업구조를 장기적으로 바꿔나가는 것
6. 결론 및 제언
이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먼저, 근골격계질환 예방 및 노동환경 개선
현재의 노동강도를 당장 낮추기 위해, 한층 당
을 위한 활동이 시급하다. 노동강도가 높은 본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추가로 1~2명 확보하
층 알폼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을 통해 치료받을
도록 해주는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다.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본층 알 폼 작업에서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줄이기 위한
하지만 이는 건설사의 이윤과 밀접하게 관
예방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중량물 취급을 줄
련되며, 도급 관계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이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적정한 무게만
등 보다 어려운 과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에 대
취급할 수 있도록 자재 크기를 줄이거나 자재
한 치열한 고민과 열린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
단위 당 무게를 줄이는 등의 경량화를 추진해
라고 판단된다. 이와 함께 건설사를 상대로 한
볼 수 있을 것이며, 받아치기 작업에서 인양기
적극적인 대응이 수반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를 도입하는 기술적 방안도 가능하다. 작업 중
본층 알폼 작업이 적정한 노동강도로, 적절한
간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관리적 측면
공사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
또한 중요하다.
과 전술을 마련해나가야 하고, 이를 현장에서 다각도로 실현해나가야 한다.
20
노동자가 만드는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시대,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장향미 회원
COVID-19 대유행 시기의 한국의 과로사
의 근로자가 직장에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
및 자살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
으며 이 중 35%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
합니다. 저는 2018년 과로자살로 여동생을 잃
다. 그러나 이 중 522건만이 승인을 받아, 승인
은 이후로 과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율은 약 54%에 불과했습니다. 승인받은 정신
「동아시아 과로사감시」에 함께 하며, 과로사가
질환 산업재해 건수 중에서, 176명이 사망한 경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
우였습니다.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약 80%
께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 습니다.
먼저 한국의 과로사 현황입니다. 2015년부 터 2020년 6월까지 한국에서 뇌혈관 및 심혈
COVID-19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관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의 산재 보상 자료를
올해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
보면, ‘과로사’로 분류된 산업 재해 신청 건수는
적인 사례를 통해 COVID-19가 미친 영향을
2015년 585건에서 2017년 576건으로 감소했으
보여드리려 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
나, 2018년 612건, 지난해인 2019년에는 747건
후 온라인 플랫폼 기반 음식 배달 서비스와 기
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2020년 6
존 배달 서비스 모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
월까지의 신청 건수는 373건이었습니다. 이 중
사이, 2020년 10월까지 총 13명의 택배 노동자
산재로 인정되는 과로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
가 과로로 사망했습니다. 올해 9월 택배과로사
고 있습니다. 2015년 149건에서 2017년 205건,
대책위원회는 800명의 배송 기사들을 대상으
작년 2019년은 29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특
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배달 노동자의 주
히 지난해 2019년 승인율은 39.1%로 2018년보
당 평균 근무 시간은 71.3시간이었습니다.‘3개
다 낮았고, 산업 재해로 인정된 건 292건으로
월 동안 주당 60시간 이상’ 또는 ‘1개월 동안
2018년보다 26건 증가했습니다.
주당 64시간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과로사 인 정 기준(고용노동부 고시)을 넘습니다. 응답자
업무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신청 자료를 보 면, 2014년~2018년까지 지난 5년 동안, 966명
의 91%는 코로나 이후 근무 시간이 늘어났다 고 말했습니다.
(*) 본 원고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아시아과로사감시팀이 2020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발 표문(20년 11월 14일)을 정리한 것입니다.
일터 21
한국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잠정적인 여성 자살 사망자 수는 1,9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증가했습니다. 이 는 남성 자살률이 6.1% 감소한 것과 대조됩니 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7년도 이래로, 여성 자살률만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해 여성 자살률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원 인은 일자리 감소입니다. COVID-19의 영향은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인 대면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었습니다. COVID-19가 돌봄의 부담을 증가시킨 것도 여성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IMF 금융 위기 ▲출처: 정희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사진전 "오 늘도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이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 습니다.
배달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 니라 독립된 사업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회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
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당 40시간의 노
려는 시도들도 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끊
동 시간을 준수할 필요도, 배송 기사의 사망에
임없는 투쟁과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도 없습니다. 산업
가로 인해 한국에서는 택배산업이 시작된 지
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노동자에 관한 특
28년 만에 처음으로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
례에 따라 보험에 가입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
로 지정되었습니다. 택배회사들이 공식적으로
나 사업주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50:50으로 나
사과하고,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 배치, 배송 기
눠 내야 하고, 스스로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있
사들에게 산재 보험 가입을 장려하는 등의 방
기 때문에 보험가입률이 매우 낮습니다.
안들을 발표했고, 정부도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지켜
공무원들도 코로나 19로 인해 과로로 고통
봐야 합니다.
받고 있습니다. 방역을 맡은 공무원 3명이 올 상반기 과로로 사망했습니다. 공무원 및 지방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가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원칙이지만, 행정 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피해자들과 170개
장은 초과 근로나 토요일/공휴일에 근무를 지
시민단체가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
시할 수 있습니다. 또, 전시·사고·재해로 인한
본부를 출범시켰습니다. 기업의 과실로 노동자
비상 근무시 휴가를 제한하고 있으며, 토요일/
와 시민이 재해를 입은 경우, 기업과 정부 모두
공휴일/야간에 비상 근무가 가능합니다. 공무
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을 만들자
원 복무 규정에 따르면, 놀랍게도 토요일/공휴
는 것입니다.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일 근로 혹은 비상 근무 시에는 초과근무시간
이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우리
에 대한 제한이 없습니다.
는 변화를 원하고 만들어 낼 것입니다.
22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님의 추모 2주기를 맞아 <꽃이 지네 눈물같이> 전시가 열렸다. 출처: 김용균 재단
일터 23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물 관리의 토대를 마련하는 ‘수문조사’ 노동 민주노총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지부 임혁진 지부장 인터뷰
다연 상임활동가
52일간의 비. 올해 장마는 그야말로 기록적
위한 것이지만, 이 외에도 여러 목적을 위해 다
이었다. 한국은 여름에 집중되는 호우 때문에 해
양한 종류의 조사를 수행한다. 수문조사는 크
마다 비로 인한 재해들이 발생하는 지역이기는
게 (1) 수문조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지만, 올해는 그 피해 규모가 더 컸다. 게다가,
강하천의 물의 양 조사(유량조사) (2) 토양에
기후 위기로 인해 앞으로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흡수된 형태로 존재하는 물의 양 조사(토양수
긴 폭우와 그로 인한 홍수와 같은 재해 발생률이
분량조사) 그리고 (3)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물
더 높아지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예
의 양을 측정(증발산량조사) (4) 강하천에 쌓인
상에 따라, 홍수와 같은 ‘물과 관련된 사고’에 대
토사량을 파악(유사량조사)하는 업무들로 구성
비하는 일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자료를 바탕으로, 홍수 뿐만 아니라 물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그러한 대비체계를
갈수(비가 내리지 않아 강물이 마르는 일)에 대
구축하는 일의 뒤에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수
비하고, 국내의 수자원 활용 계획을 세우며, 깨
자원조사기술원(수자원공사와 다르다!)의 수문
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수문조
조사 노동자들이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의 전
사는 국내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안
신이라 할 수 있는 유량조사단이 설립된 2007년
정적인 생활과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기본이
부터 수문조사에 몸담아 온 민주노총 한국수자
되는 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노
원조사기술원지부의 임혁진 지부장을 만나, 수
동이다.
문조사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기는 좋아졌어도, 실질적으로 하천 유량 365일 중 100일 넘게 강 안팎에서
조사는 백 년 전부터 그랬듯, 하천에 직접
수문조사는 한 마디로 국가의 물 관리에 필
들어가서 측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가
요한 각종 기초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다. 우
많이 오면 대피하거나 집에 머무를 수 있는
선 수문조사의 1차적 목적은 홍수예보/경보를
사람들도 있지만, 저희는 내린 비 양에 따라
24
노동자가 만드는
하천의 유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1년 주기
작업복 하나 없이 여섯 시간, 여덟 시간씩
로 전부 파악해야 하기에 오히려 밖으로 나
도로 위에서 있기도 했고요. 밥도 못 먹어
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14박 15일씩 외부
서, 중간에 빵 하나 먹으면서 일했어요. 그
출장을 나갔습니다. 하천수위가 높을 때와
러다 2010년쯤 일용직 노동자 한 분이 돌아
낮을 때의 수치를 모두 조사해야 하는데, 큰
가시는 사고가 났죠. 그걸 계기로 안전장비
규모의 하천이라면 수위가 낮아지는 게 느
가 확 늘어났습니다.”
리다보니 오래 기다려서 측정해야 했기 때 문입니다. 다행히 현재는 노동존중이라는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뒤에야 겨우 조금 바
슬로건 아래 주52시간제가 법으로 도입되
뀌는 현실. 그렇다면 그 이후로는 안전하게 일
어, 이렇게 긴 출장은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
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나아지긴 했지만, 5~6
다. 이제는 보통 길게 나가면 4박 5일 정도
년 전 또 다른 사망사고가 있었다. 잇따른 사고
나가요. 그런데도 1년 총 출장 일수를 따져
들로 인해 노동자들은 ’나도 언제 사지로 내몰
보면 100일에서 120일에 달합니다.”
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마음 한 켠에 있는 데, 작년 홍수기 때 얼마나 위험할지 알 수 없는
유량 조사의 경우, 홍수기 이전에는 홍수기
계획되지 않은 지점에 조사를 나가라는 요구가
조사를 준비하고, 홍수기 이후에는 홍수기 때
있었다. 노조는 이 위험한 요구를 거부하는 노
수집한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하여 보고서를 작
동자들의 의견들을 모아, 초대원장에 대한 퇴
성한다. 하지만 출장은 홍수기뿐만 아니라, 저
진투쟁을 단행했다(물론 그 시기까지 축적되어
평수기(홍수기 외의 시기)에도 나가야 한다. 1
온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새 원장
년의 365일 중 100일에서 120일의 출장은 그
이 부임했고, 단협도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이
자체로 체력에 부담이 된다. 여름 홍수기 때는,
제 노조 차원에서 단협에 기초해 주말 근무나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지치는 습하고 더운 날씨
위험도를 예상하기 어려운 계획되지 않은 지점
에 장화와 방수 작업복을 입고 일 해야 한다. 게
에서의 측정은 막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
다가 하천의 물살을 버틸 수 있을 만한 무거운
동자 개개인들이 더 경각심을 갖고 있기도 하
장비들을 사용해야 하다 보니 근골격계에도 무
다. 하지만 얼마 전에 다시 강에서 조사를 하던
리가 온다. 임혁진 지부장은 자기 자신도 허리
한 노동자가 물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가 안 좋고, 몇 년 전부터 수술까지 받아야 할
했다.
만큼 허리가 안 좋아진 분들이 아주 많이 늘었 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사원들의 업무상 어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동지의 장례식장에서
움에 대한 내외부의 평가 간 온도차도 있다, 현
들어보니, 진짜 다 한 번씩은 죽을뻔한 경험
장 경험이 없는 내부에서는 출장가서 놀다오지
을 했더라고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해서 살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조사원들이 앓
았다‘는 얘길 다들 했어요.”
는 근골격계 질환들이 단순히 개인의 소홀한 몸 관리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위험한 노동 환경
긴 장마만큼 늘어난 외부 감독기관의 압박 노동자들이 이렇게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데에는, 감독기관의 압박도 한 몫을 한다.
“예전에는 대형 화물차가 쌩쌩 오가는 교량 위에서 라바콘(안전고깔) 하나없이 3~4시
“내부적으로 계획된 것이 아니더라도, 둑이
간씩 측정을 했어요, 낙동강 같은 곳에서는
무너지거나 범람을 하면 감독기관(환경부) 일터 25
은 안달이 납니다. 권역별 홍수통제소와 같
“통합적인 물 관리를 위해 유량측정 사업의
은 일선의 감독기관이 ‘왜 조사나 측정을 안
중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기재부에서 사
했냐’고 저희를 쪼는 거예요. 그들도 그렇게
업 확대에 대한 예산을 증액했습니다. 그런
사고가 나면 문책을 받고 불이익이 돌아올테
데 추가적인 정규직 인원 배치에 대한 예산
니까, 저희에게 압박을 주는 거죠. 게다가 그
은 할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예산 때문
런 압박이 기관 차원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
에 비정규직을 채용해야 하는 거죠. 보통 한
고, 개개인의 관리자에게 직접적으로 들어
팀이 4명으로 꾸려지는데, 이제 내년부터는
오다 보니 조사원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 큽
모든 팀이 3(정규직)+1(비정규직)으로 구
니다. 또 저희가 항의를 하긴 하지만, (재해
성됩니다. 노조에서는 당장 노동강도를 너
를 막기 위해 기초자료가 필요한) 감독기관
무 높일 수는 없으니 그러한 채용 방침을 일
의 처지가 이해되기도 하고요. 그러니 위험
단은 수용하지만, 2년만 그렇게 하고 그 이
한 조사는 나가지 않을 수 있기 위해서 제도
후에는 그럴 수 없다고 막아 놓은 상태입니
적으로 과연 뭘 할 수 있을지가 고민입니다.”
다. 하지만 사측에서 정규직 충원을 위해 노 력하더라도, 기재부에서 또 안 된다고 하면
폭우로 인한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커질수 록 대비체계 구축의 시급성과 필요성은 높아지
방법이 없어요. 이런 상황이니 점점 노동강 도가 증가될 까 우려가 됩니다.”
고, 그만큼 노동자들이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 릴 확률 역시 높아진다.
비정규직 배치는 다양한 지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우선 기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를 높
늘어난 사업예산에도
이고 팀원 모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충원은 미숙련 비정규직으로
점에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가 된다. 특히 유량
또한 총 업무량을 증가시키고, 위험 작업의 거부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에는 수문조사 노 동의 낮은 단가와 기재부에서 인력 충원을 위 한 예산을 배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한국의 많은 현장 노동들이 그렇듯이, 이 업무에 대한 단가 역시 굉장히 낮습니다. 단 가가 낮으니 사측에서는 물량을 최대한 확 보하려 합니다. 보통 1년에 한 하천에 대해 36회 조사를 나가는데, 4대강 실시 설계를 할 때는 그 두 배 가량의 조사를 나가야 했 습니다.” 일은 두 배가 되었으나, 필요한 인원의 일부 만이 채워지는데 그나마도 비정규직으로 충원 되었다. 내년에도 유량측정 업무는 더 확대될 예정인데, 이러한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다.
26
노동자가 만드는
조사의 경우에는, 현장 경험이 오래 쌓여야 불 어난 강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으 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심지어 오랜 작업 경력이 있다고 할지 라도, 강에 들어가서 하는 작업은 늘 위험한 상 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얼마 전에 일 어난 사고도 사망한 노동자도 경력 10년 이상 의 전문가였는데, 초심자의 경우는 오죽할까. 그러니 2년간의 짧은 계약 기간만 근무하며, 숙 련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비정규직들에게는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를 주요 업 무들을 맡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대부 분의 업무는 고스란히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전 가된다. 팀원은 4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3명 이 업무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일, 직업윤리와 노동안전 사이에서
▲ 수문조사를 위해 강 안팎을 오간다. 조사원들은 위험한 외부환경에 늘 노출된다. 출처: 민주노총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지부
“수문조사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
말했다. 노동자가 안전을 위해 스스로 지켜야
기 위해 필요한 기초자료를 생산하는 일입
할 수칙과 사업주가 해야 할 일에는 분명히 구
니다. 그러니 직업윤리를 생각하면, 어떤
분이 있음을 알고, 후자에 대해서는 사업주에
상황에서든 조사를 나가야 하지만, 그렇게
게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하면 노동자 자신의 안전은 포기해야 한다
특정 노동에서 노동자가 마땅히 따라야 할
는 문제가 생기죠.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바가 있다면, 그 목록에는 반드시 ‘자신의’ 생명
가 있습니다.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위험작
보전과 자기효능감, 행복의 증진 등이 반드시
업 거부의 중요성이 이야기되고는 있습니
포함될 것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만, 실제로 저희는 비가 많이 오면 ‘나가서
다른 누군가의 생명이 희생되는 사회에선 그
찍어야 하는데, 이렇게 안 나가도 되나’ 하
누구도 ‘진정’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면서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불안 감은 차차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노동환경이 바뀌기 위해선 기술적인 면에
요. 이렇게 노동 특성상 위험요소가 상존하
서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
는 곳에서 일해야 하지만, 꼭 필요하기 일이
적인 문제는 정부 기관조차 재정예산을 이유로
기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는 할 수밖에 없습
노동자의 삶을 정책의 뒷전으로 밀어내는 태도
니다. 저희 스스로가 이러한 일을 선택한 만
다. 자기 몫의 삶을 힘껏 살아내 온 이들의 죽음
큼, 어떻게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인가
을 도외시한 채 살아남은 이들에게 동일한 위
에 방점을 찍고 노력해나가려고 합니다.”
험을 지게 하는 무책임한 태도 말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사회 전체에 사인을 준다. 사람
노동환경 변화에 있어서는, 임혁진 지부장
이 중요하지만 ‘돈’을 생각하면 “소수의 희생”
은 우선 작업 자체가 자동화될 수 있도록 기계
은 어쩔 수 없고 문제 삼지도 않겠다는 사인을
교체가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말이다. 무엇을 우리 사회의 가치로 삼을 것인
역시 안전한 노동 환경은 사측이 노동자에게
가. 이 질문에 노동자의 삶이 최우선이라고 답
주는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 그들이 의무적으로
할 수 있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
보장해야 하는 영역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하다. 일터 27
현장의 목소리
낙태죄 폐지,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을 위한 첫걸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나영 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100년 넘게 여성의 몸과 삶, 권리를 옥죄던
연이 아니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그 해 제
법이 있다. 바로 ‘낙태죄’다. 일본 형법을 조선에
1차 저출산대응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당시 보건
적용해 1912년 시행된 ‘조선형사령’, 1953년 형
복지부장관도 “과거에 한 낙태는 책임을 물을
법 제정, 이렇게 108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낙
수 없다 해도 앞으로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단
태죄에 대해 작년 4월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지
속할 수밖에 없다”며 낙태 단속 강화 입장을 밝
를 하는 여성과 중절수술을 하는 의사를 처벌하
힌다. 결국 저출산이라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에
는 형법 제269조 1항(낙태죄 처벌 조항), 제270
대한 위기 인식 속에서 여성에게 ‘죄’를 묻는 방
조 1항(의사 임신중지 처벌 조항) 두 가지 법에
향이 강화된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결국 헌법재판
들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시술을 받아야만 했
소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여성들의 경우 문제
침해하고 있다며 대체입법안을 올해까지 마련
는 더욱 심각했다.
하라는 주문을 내렸고, 정부가 지난 10월 안을 제출했다. 입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2012년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이 내려진 뒤
지난 12월4일 오후 서울 불광동에서 ‘셰어’ 활동
3개월 뒤 임신 23주차에 병원에서 임신중지 시
가 나영 씨를 만나 낙태죄 폐지 운동이 의미, 더
술을 받던 청소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아가 여성노동과 재생산권리가 어떻게 만날
병원은 수술비로 현금 650만원을 요구했고, 과
수 있을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출혈로 목숨이 위태로웠음에도 처벌을 두려 워했던 의사는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성의 결정권 vs 태아의 생명권, 이분법을
두 번 거절을 당하고 세 번째로 찾아간 병원에
넘어 패러다임 전환으로
서 사망한 것이다. 이 사건이 나영 씨에게는 마
낙태죄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 된 것은
치 숙제 같았다.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낙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 시작한 낙태시
태죄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을 때 태아
술 병원고발 운동이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
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이라는 이분법적 구
28
노동자가 만드는
도로 놓인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패러다임을
그대로 존치하면서 개정을 시도하려고 한다는
바꾸기 위해 15년 장애여성공감과 논의를 시작
점이다.
으로 ‘낙태가 죄라면 국가가 범인’이라는 구호 를 갖고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정부안이 제출되고 마 치 이 안이 대세인 것처럼 언론에서 얘기하
“마치 국가가 생명에 대한 판단권자인 것처
는데, 사실 정부안 말고 나머지 제출된 안
럼 행사를 해왔죠. 사실은 국가가 사회적 불
들은 기본적으로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입
평등, 사회경제적 조건을 보장해야하는 책
장이란 거예요. 사실 올해 말에 개정 자체
임은 방치하고, 그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했
가 불투명한 거 아닌가 추측하고 있어요. 오
어요. 가족계획 정책에 따라 ‘특정한 생명’
히려 다른 국회 사안에 밀려서 말이죠. 사실
을 선별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죠. 구도를 바
법 개정보다 더 문제는 이후 현장의 변화에
꾸면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낙태를 주
요. 의료 현장뿐만 아니라 교육현장, 노동현
제로 하면서 보조 생식기술에 대한 문제, 민
장에서도 임신중지가 가능해진 상황을 어
법·헌법 모순의 문제, 감염인의 입장과 이주
떻게 보장할거냐는 거죠. 의료현장도 회피
민의 입장에서 낙태죄 문제를 바라보는 연
하지 않고 직접 진료에 나서는 환경을 만들
속 포럼을 진행했어요. 그렇게 활동을 하다
어야 하는데, 지금은 회피로 일관할 뿐이죠.
가 낙태죄 폐지 운동을 다시 하면서 여기까
그걸 넘는 게 중요한 과제에요. 약물 도입을
지 온 거죠.”
시작한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도입을 검토 해도 2~3년은 걸리거든요.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여성에게 ‘낙태죄’를 묻는 정부의 문
시작도 안했죠. 그런 걸 준비해야 해요.”
제적 개정안 낙태죄 개정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에서 정부 개정안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나 영 씨는 그동안 낙태죄 폐지운동 진영에서 문제 제기 해왔던 것들을 모조리 모아놓은 것이 바로 지금의 정부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 권리를 14주까지만 제한 적으로 인정할 뿐 24주까지는 성폭행이나 유전 적 질환 같은 기존의 처벌 예외조항에 ‘사회·경 제적 이유’만 새로 추가했을 뿐이다. 여전히 낙 태죄를 남겨둔 것이다. 곳곳에서 더 이상 여성을 범죄인 취급하며, 임신중지를 범죄 취급하는 행위를 사회가 받아 들이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데도 정부는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현 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오히려 해외에서 여성 들을 옥죄어 왔던 규제 조항을 무더기로 가지고 온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형법에 낙태죄를
피해자가 아닌 ‘성적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 어야 한국사회는 ‘성’에 대해 부끄럽고, 지극히 사 적인 것으로 다루면서 한편에선 n번방과 같은 성착취 사건, 데이트폭력, 성폭력 등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행위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는 사회적 으로 인정할 수 있는 순수한 피해자일 때 받아 들여질 뿐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성적 권리에 대해선 무관심 하다. “성적 권리는 다른 권리와 다르게 부차적이 거나 어느 정도 사는 사람, 사생활의 문제, 이런 식으로만 상상이 돼요. 낙태죄를 매개 로 보다보니 성적 권리가 너무 중요한 기본 권이고, 사회적 권리더라고요. 제대로 주거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성적 권리와
일터 29
재생산권을 삶의 권리로 보장받을 수 있을
안에서 이야기 될 수 있어야겠죠. 각각의 의
까요? 성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제 안에 재생산권에 대한 고려가 포함돼서
은 사회적으로 다른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같이 하나씩 되어야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사람들이에요. 예를 들어 청소년은 콘돔을
확장될 수 있을 거예요. 유의할 점은 여성에
살 수 있지만, 마치 그것이 청소년에게 위험
게 유산·사산휴가를 줄거냐, 말거냐 식으로
한 물건인 것처럼 인식되죠. 임신중지를 해
얘기되어선 안돼요. 재생산권의 문제가 마
야 하는데 자신에게 돈이 없기 때문에, 다른
치 이 휴가를 보장하면 다 되는 걸로 생각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
수 있죠. 임신 중지를 할 때 일하는 여성이
에 놓인다거나요. 노숙인, 빈민도 자기가 통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 굉장히 중요하거든
제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놓여요. 그래서
요. 이 사람의 노동시간 문제, 조건의 문제,
성적 권리가 사생활의 권리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 문제, 지역 의료기관의 문제 등 다양
적 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 재생산 권리
한 문제가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가 아니라 ‘정의’라고 하는 이유도 법적으로 나열되는 권리가 아닌 이 권리가 보장될 수
한편에선 최근 사유리 씨의 출산에 대해서
밖에 없는 조건, 사회정의를 만드는 게 필요
도 의미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
하다는 측면에서 ‘재생산 정의’를 얘기해야
중지 논의와 연결되는 일이며, 정상가족 문제,
해요.”
재생산권, 섹슈얼리티 통제의 문제 등 국가가 어떤 생명을 중심으로 선별하고 자격을 부여하
여성의 노동권과 재생산권의 접점을 만들기
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위한 새로운 기획의 필요 “사실 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재생산권을
“경제적 조건만 아니라 결혼 관계 바깥의 여
분리된 영역으로 보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
성이 자기 삶을 꾸리면서 아이까지 잘 양육
정책같은 게 나온거죠. 일은 직장에서만 하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걸 제기하
는 거고, 집에서 하는 건 가정일이기만 한
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와중에 보육
거예요. 무상으로 가정에서 여성 노동에 모
에 대한 부담은 여성에게 그대로 있죠. 계속
든 걸 전가하고 있는데, 사실 더 근본적으로
해서 노동 하면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여성
는 유산·사산휴가, 출산휴가도 일 하다 가정
은 이걸 다 혼자 감당해요. 일·가정 양립, 육
으로 돌아간다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 하는
아휴직처럼 저출산 정책이 쏟아지는데 사
노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장한다는 개념
실 이건 굉장히 계급적 문제거든요.
으로 가야해요. 그렇게 되려면 휴가에 대한 권리, 노동시간 단축만이 아니라 모든 의제
정부의 개정안은 일단 상담을 받고, 상담 받
에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포함돼야 해요.
으러 가서 확인서를 받아 24시간 숙려 시간 을 갖고 병원에 찾아가야 하는데, 의사가 거
작업대의 높이, 구조 이런 부분에서 신체적
부하면 다시 상담을 받으러 가야해요. 그런
인 차이들이 어떻게 고려되고 있는지, 여러
데 이걸 현실적으로 풀어보면 굉장히 심각
안전장치들 임신한 여성의 몸에 어떻게 영
하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이 상황을 겪
향을 미치는지. 노동시간에서 돌봄 노동이
는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런 얘기를 더 적극
나 재생산 노동에 대한 고려는 어떤 식으로
적으로 끌어내야 해요.”
배치가 되는지 이런 것들이 여러 노동운동
30
노동자가 만드는
▲12월 8일 정부 공청회가 열리는 국회 바깥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출처: 모두를위한낙태죄폐 지공동행동
지난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낙태 죄 공청회를 개최했다. 낙태죄에 대한 전문가의
도 한지를 말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 고 싶어요.”
의견을 듣고 이를 형법 개정안 심사에 참고하는 자리라고 취지를 밝혔으나, 실제 공청회 진술인
그간 낙태죄 폐지 운동에 담아 왔던 여성의
의 구성원은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
경험을 배제하고 열린 정부의 공청회 면면에
소리를 전혀 담지 못하게 이뤄졌다. ‘낙태죄 비
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재생산권이 만나
범죄화’를 제대로 진술할 수 있는 진술인이 8명
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국가, 자본의 이익
중 단 2명에 불과했다. 이마저 본회의를 단 하루
이 아닌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기록과 목소리 일
앞둔 상황에서 열리는 지라 우려는 더욱 컸다.
것이다. 또한 여성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결국 공청회 자리가 아닌 ‘국회 바깥’에서 낙태
일터를 이라는 구호가 성적 권리, 재생산권과
죄 전면 폐지를 위한 ‘4시간 이어말하기 기자회
만날 때 어떤 장면들이 펼쳐질 수 있을지 낙태
견’을 진행했다. 108년 동안 여성을 처벌의 대
죄 폐지의 운동 속에서 감히 상상해보는 게 바
상으로 삼아 왔던 국가가 여전히 여성의 몸을
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얼마나 수단화 하고 있는지, 인구정책의 도구로 만 삼으려 하는지 명백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올해 법 개정이 잘 되면 좋겠고, 형법이 폐 지되고 그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좋겠어요. 그랬을 때 이 문제가 여성들 의 임신·출산에 관한 문제 차원만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경제적 문제, 노동의 문제이기 일터 31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향남공감의원의 5년을 돌아보다 향남공감의원 김정수 원장,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정경희 상임이사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지역 주민과 노동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
김정수 회원들 사이에 ‘병원 만들어보자’
게 되고, 일터의 안전을 위해 건강검진, 노동안
는 이야기가 오고갔어요. 논의하기 시작한 건
전보건교육, 지역의 유해물질을 알아내는 활동
2011년부터였고요, (한노보연) 10주년 준비하
을 하는 병원과 기관이 있다면 어떨까? 2015
면서. 근골격계질환 투쟁부터 이어왔는데 ‘앞
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화성시 향남읍에서 지
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전망 논의를 한
역 주민을 치료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안전
거예요. 그때 나왔던 이야기가 의료기관 설립
보건활동을 이어온 향남공감의원(이하 ‘공감의
해서 지역에서 노안활동 밀착해서 해보는 것,
원’)을 찾았다. 공감의원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
또 심야노동에서 확장해 노동시간 문제 다루기
구소(이하 ‘한노보연’)이 지역에서의 노안활동을
이렇게 나왔어요. 그렇게 노동시간도 센터로
고민한 회원들이 시작한 의료기관이었기에 한
만들고 향남공감의원 설립으로 연결됐죠. 의료
노보연의 활동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역 주
기관을 설립한다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회원들
민과 노동자들의 의사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이 각자 자기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 일과
김정수 원장과 화성에서 노안활동을 적극적으
활동이 일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로 펼쳐온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정경희 상임
송홍석, 김정수 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물
이사가 만남의 주인공이다. 병원에서, 건강검진
리치료사 정경희, 김형렬 이사장, 류현철 이사,
센터에서, 또 현장에서 지역 주민의 주치의이자
장영우 이사 이렇게 시작했죠. 민간의료기관이
노동자 안전지킴이로 힘차게 달려온 지난 5년
공공 의료 형태를 띠는 건데요. 기관을 여는 방
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식을 고민하다가 사단법인을 통해 의료기관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화성이라는 지역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진료하고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는 의원을
‘지역주민, 노동자, 향남공감의원 구성원’
세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이라는 세 개의 발 공감의원 홈페이지 소개 페이지에는 3대 기
32
노동자가 만드는
치가 나온다. 바로 ‘지역 주민의 주치의, 노
있습니다. 지역 보건 활동은 방문 진료, 장애인
동자 건강지킴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
주치사업, 데이케어센터같이 좋은 활동이고 하
원’이 그것이다. 이 3대 기치는 공감의원이
면 좋을 일들인데 아직 적극적으로 하기는 어
사업을 선정할 때 기준이 된다. 지역에서의
려운 상태죠.
활동은 보건·환경 문제를 포함하고, 노동자 건강지킴이는 전국에서 이주노동자 수가
노동자건강 지킴이 활동은 ‘일과 건강 토크
가장 많고 영세 제조사업장이 많아 적극적
콘서트’ 진행하고 후속으로 학습 모임 진행한
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나온
적도 있어요. 아파트 경비, 미화 노동자들은 올
것이다. 김정수 원장은 이런 의제가 각각 중
해 후속 사업으로 방문해 관리 사업을 진행하
요하기에 각각 사업계획을 세우고, 더불어
기도 했고요. 화성시 ‘노동안전’조례 제정도 같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행복한
이하고 있고요, 화성 외에도 안산, 안성, 일산
병원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등등 지역뿐만 아니라 더 넓혀서 현장조사 같
있다고 한다.
은 사업을 하려 하고 있어요. 화학물질 관련 활 동은 노동자 건강권과 지역사회운동 둘 다 해 당해서 의미가 있죠. 구성원들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왔 어요. 호봉과 별도로 급여 인상하고 초과 노동 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하고요. 5년 근속 시 1개 월 안식월 부여하고 있고, 노동 감사도 두고요. 일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설문이나 면접으 로 조사도 하고요. 개선 필요한 사항을 운영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내시경실 근무하는 노동자 들이 통증 호소를 많이 했는데, 그걸 계기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실시 했어요. 단기 대책, 장기 대책 각각 마련하고요. 핵심은 업무 관련해 직접 결정할 수 있는지, 의
▲ 김정수 원장이 "뇌심혈관계질환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견을 개진했을 때 반영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 해요. 조직운영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보자는
김정수 지역사회 보건·환경에서의 역할, 노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동안전보건 문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 등 세 가지를 세 개의 발이라고 생각해요. 매년
지역 주민과 노동자를 주체로 세워내는
사업계획을 세울 때 각각에 대해서 세웁니다.
공감의원의 노안활동
지역주민 주치의 역할은, 의료기관이 안정적으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 노동안전보건
로 잘 운영되는 것이 기본이에요. 외래, 검진센
사업을 계획하고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터, 출장 검진, 내시경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
꾸려가며 활동하는 사람이 바로 정경희 상
죠. 의사들 업무가 꽤 유동적이라 외래진료를
임이사다. 정 상임이사는 공감의원 초창기
안정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민
부터 본래 직업인 물리치료사 업무를 하다
주치의로서 역할에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가 최근 센터에서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일터 33
환자들의 아픈 곳을 풀어주다가 이제 공감
콘서트 식으로 했어요. 집배노조의 경우 토크
의원의 노동안전보건 예방 활동에 더 집중
콘서트 후에 산업안전보건법 교육으로 이어갔
해서 일하게 된 정 상임이사에게 센터의 활
어요. 지역에서 화성청소년상담사 복직 투쟁에
동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았다.
연대 활동을 했는데요. 복직 후에 이어서 토크 콘서트를 했거든요. 나중에는 집배노조 노동자 들이 청소년상담사에게 감정노동 집단 상담을 받으면서 노동자 간 연대활동을 추진한 게 기 억에 남아요. 정 상임이사에게서는 그동안 진행했던 사 업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 많은 활동 중 가장 뿌듯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들어보았다. 정경희 도드람푸드지회에서 첫 번째 근골 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진행했던 게 기억에 남 ▲ 정경희 상임이사
아요. 조사 사업 목적이 현장 조직화잖아요. 노 동자들이 내가 왜 아픈지, 작업장 문제가 무엇 인지 실천단을 통해서 알게 하고 찾게 하고 대
정경희 지역활동 중에는 ‘화학물질 알 권리’
안도 만들면서 생각하던 걸 끄집어내는 역할을
조례 제정과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화학물질
하는 게 현장 참여 연구니까요. 도드람푸드지
알 권리 화성시민협의회 구성하고, 간사를 맡
회 조사할 때 자주 찾아갔어요. 꾸준히 산재요
으면서 지역 사안 있을 때 대응 하면서 시민사
양 신청이랑 설비 개선해가고 있어서 보면 보
회에 공감센터에 대해서 알리게 되었어요. 화
람을 느낍니다.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큰 의
성시는 난개발에 환경오염, 삼성반도체, 팔탄에
미 없기 때문에 우리 센터는 원칙적으로 하고,
폭발 사고도 있었고, 그 외에도 2017년 싸이노
그래서 회사에서 두려워하긴 하죠. 현장력이
스라는 삼성전자 하청업체인데 삼성반도체 제
받쳐주지 않으면 유해요인조사를 하기 어렵다
품을 해체하고 세척하는 업체가 있어요. 출장
고 생각해요. 그 외에 안산에 한국와이퍼지회
검진한 곳인데 거기서 화재 발생한 일이 있었
는 설문조사를 진행했거든요. 교대근무하는 곳
는데 그때 공감의원이 성명서도 썼고, 그러면
인데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어요. 조합원 교육,
서 시민사회단체에 각인이 됐죠. 지역 주민이
실천단 구성이라든지 지회를 독려하고 방향을
주체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올해도
같이 설정했던 게 의미 있는 사업이었죠.
그린독, 풀씨 사업을 이어가고 있고요. 정책 관 련해서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위원회에 참여한 것이 있어요. 이런 걸 되돌아보면 지역 시민에 게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있어서 방향 설 정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성 처럼 시민 감시단이 조례 제정에 참여한 걸 봐 도 그렇고요. 노동자 건강권 관련해서는, 지역 주민 대상으로 공감의원에서 건강 강좌를 토크
34
노동자가 만드는
향남공감의원 직업환경센터는 올해 2월 산 업안전보건법상 보건관리대행 기관으로 선 정되었다. 영세 사업장이 많은 지역에서 50 인 미만 기업에는 보건관리자를 두는 대신 보건관리대행 기관이 직접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활동이 공감센터에 노동안전보 건 활동 범위를 더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정경희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보건관리자 를 두게 되어있고 50인 미만 300인 이하 사업
관, 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같은 공익병원 이나 개인병원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장은 보건관리 업무를 위탁할 수 있고, 50인 미 만은 면해주고 있어요. 우리가 보건관리전문기
더 넓고 깊게, 노동안전보건 엮어내기
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화성에 50인 미만 사
지난 5년간 지역 주민, 노동자들과 노안활동
업장이 80~90%에 육박하기 때문이에요. 대부
을 열심히 해 온 두 분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
분 미조직 사업장이고요. 보건관리기관으로 지
은 활동을 물었다. 이미 생각해둔 사업이 꽤
정되면, 우리가 합법적으로 사업장에 들어갈
많았고, 두 분의 계획대로 되면 지역에 큰 변
수 있어요. 산업위생기사 선생님이 현장을 돌
화가 생기겠다는 예상을 하게 되었다. 오랫
아보면서 법적으로 미흡한 부분이나 보완할 것
동안 지역 주민과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을 제안하고 노동자들 정기 건강 상담도 진행
지킴이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하고요. 작업 환경과 연관된 질병이 확인되면 사업주에 조치하라고 하는 게 역할이에요. 특
김정수 지역 주민 주치의 역할을 안정적으
수건강검진도 지속하고 있죠. 문제가 나오면
로 하고 싶습니다. 최소 30년 바라보고 있는데
산업위생기사가 사업장 방문해서 개선 제안하
요. 지금은 앞으로 5년, 10년 계획을 고민해야
는 식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보건관리전문기관
할 때라고 봐요. 특수건강검진, 보건관리대행기
하면서 노동자들이 의원에 외래진료 받으러 오
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작업환경측정 기관까
기도 하고 순환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 건강 주
지 갖추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거예요. 검진
치의 개념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 잘 되면 의미
센터 공간이 필요해서 병원 확장하는 것, 정신
있는 일이 되겠다 생각합니다.
건강의학과와 산부인과 진료 개설하는 것도 고 민중이에요. 다른 지역에 제2의 공감의원을 설
병·의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
립하는 것도 고민 중입니다. 또 새로운 조직 운
린다는 면에서 이미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영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에요. 이것이 기본 바
것이지만 모든 의사가, 병원이 지역주민이
탕으로 가장 중요한데요. 일하는 사람들이 방
나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향을 직접 결정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니다. 병·의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물
요. 같이 어우러지면서 ‘스스로 진화하는 조직’
었다.
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정수 보건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적인
정경희 이제 시작이에요. 이제 노안활동 시
것이라 생각해요. 최근 의사파업 즈음에 비상
작한 거예요. 향후 5년 안에 여성건강권팀 만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법안이 나온 적 있는데,
들고 싶어요. 또 노동권익센터를 공감센터에서
거기서 의료인을 ‘공공재’로 표현한 부분이 있
위탁받아서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었거든요. 그때 의사들은 많이들 반발하긴 했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센터’도 설립해서
지만, 당연히 의료 행위는 공익적인 성격을 많
제대로 조사하는 곳으로 노동조합에 알려지길
이 갖고 있어요. 공공 의료기관이 더 필요하고
바랍니다. 노동조합 주치의는 물론이고, 상인회
코로나같은 위기에 공적인 대처가 중요해질 수
와 협력해서 지역주민 중 상인들 주치의도 하
밖에 없어요. 의료인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면 좋겠어요.
고 생각합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만드는 병원, 또 민간이지만 공적인 소유구조를 가진 의료기
일터 35
예술하라, 노동이 아닌 것처럼 -웹툰 <정년이>가 보여주는 예술노동의 명암
박범기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로 읽는 노동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임금으로 환산되지 않는 예술노동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하지만
정년이에게 있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무엇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이들
보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국극단에 들어
이 얼마나 있을까? 노동이란, 자신을 상품으
가기 전, 정년이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물
로 환원하면서 자신을 파는 일에 다름 아니
건을 팔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정년이에게 있
다. 예술은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드러
어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자기표현의 수단이
내는 일이지만, 이러한 예술 행위 역시 스스
기에 앞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
로의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번다는 점에서 노동
다. 정년이가 서울의 국극단으로 가게 된 이유
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시에 예술은
역시, 국극단에 들어가면 "돈을 가마니로 번당
자기표현이라는 점에서 노동으로서 쉽게 인
께"(3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연배우
정되지 않는다.
가 되고, 인기를 모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정년이는 국극단에 매력을 느낀다.
웹툰 <정년이>는 주인공 정년이가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
돈을 벌기 위해 국극단에 들어왔다는 점에
고 있다. 국극은 1950년대 크게 인기를 끌었
서, 국극단 단원들은 정년이를 못마땅하게 여
던 대중문화 장르이다. 모든 배우가 여성으
긴다. 그들에게 있어 국극은 예술 장르이고, 정
로 구성되어 있는 국극은, 국악을 바탕으로
년이는 그런 국극을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
한 국악 뮤지컬로서 당대에는 선풍적인 인기
한 수단으로 여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를 끌었다. 웹툰 <정년이>는 가상의 국극단
장은 정년이에게 "예술이 무언지 소리가 무언
인 매란국극단을 배경으로, 매란국극단에 소
지 고민해본 적도 없는 놈이 돈을 벌겠다고 감
속되어 있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히 매란국극단에 달려들어?"(3화)라고 면박을
이 웹툰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많지만, 이
주기도 한다. 모두가 자신에게 부정적이고, 배
글에서 초점을 맞추고 싶은 것은 웹툰 <정년
역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정년이는 자신의
이>가 그리고 있는 국극단의 세계에서 벌어
꿈을 이루기 위해서 국극단에 남는다. 정년이
지고 있는 예술노동의 형태에 대한 것이다.
는 국극단 단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36
노동자가 만드는
대부분의 예술노동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취가 담보되기 이전에는 노동에 대한 보상 이 주어지지 않는다. 지망생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보상이 없음을 감내해야만 한다. 단원들 에게 야참비 외에 다른 보상이 더 필요하다는 말에 단장은 "극단이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가르치는데 무엇이 아쉬워! 출연료라도 줘라, 그 말이냐?"(34화)라고 되묻는다. 주연 배우 가 되어 무대에서 빛나고 싶다는 꿈을 위해, 대부분의 지망생들은 현재의 보상 없음을 감 내하면서,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노동 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예술노동은 재능 있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 처음 국극단에 입단하는 정년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 출처: 웹 툰 <정년이>
것인가? 창작극 <자명고> 에피소드는 이 웹툰의 주된 축 중에 하나이다. 이 극을 쓴 극작가는 극의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서 뽑았다. 오디
하지만 국극배우 지망생인 정년이가 당장
션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균등한 것처럼 보이
에 부자가 될 수는 없었다. 돈을 벌지 못하는 것
지만, 사실 기회는 균등하지 않다. 다만, 균등
은 물론이고, 도리어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 닥
하게 보일 뿐이다. 매란국극단의 오디션 역시
치기도 한다. 연습복은 물론이고, 공연에서 쓰
마찬가지이다. 오디션을 통해 실제로 뽑힌 배
는 분장용 화장품, 붓 등도 개인의 돈으로 구입
역들은 기존의 매란 국극단 주연의 라인업에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생들에게 '야참비'가
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급되긴 하지만, 그 돈으로는 화장붓 하나도 사지 못했다.
이 점에서 정년이의 짝선배이자, 정년이 에게 조언을 해주며 정년이의 성장을 돕는 인
정년이는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물인 백도앵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
노래를 불렀다. 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앵은 국극단의 주연이 고정되는 문제에 대해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다방 아르바이트는 오
서 "재능은 본래 불평등한 법이야. 주연은 재
래 가지 못했다. 다방에서 아르바이트 한다는
능 있는 사람의 것이고."(31화)라고 말하면서,
사실이 단장에게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단장은
주연이 고정되는 문제가 정당하다고 말한다.
"극단의 예인"이 다방에서 노래를 한다는 것에 반발한다. 단장은 예인이 되기 위해 국극단에
사실 이 웹툰의 주인공인 정년이 역시 애
온 지망생들이 현재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고
초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국극
강요하지만, 실상은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위
단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
치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노동을 병행하고 있
다. 정년이의 어머니는 '하늘이 울린 소리꾼'
었다.
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채공선이고, 정년이 는 어머니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이
일터 37
재능 때문에 정년이는 국극단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정년이는 애초부터 재능을 지니고 있 었기 때문에, 국극단 안에서도 나름 입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매란국극단 안에 는 애초부터 재능이 있는 이보다, 재능이 없 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국극단에 들어온 이
문화로 읽는 노동
들이 더 많다.
▲ 출처: 웹툰 <정년이>
촛불이 빛나기 위해서는 촛대가 필요하다. ▲ 촛불이 빛나기 위해서는 촛대가 필요하다. 출처: 웹툰 <정년이>
이는 웹툰 <정년이>가 그리고 있는 국극단의 세계 뿐 아니라, 오늘날의 세계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빛나는 소수의 아래에는 빛나지 않는
재능 있는 개인을 떠받치고 있는 수많은
수많은 촛대들이 있다. 촛대는 쉽게 눈에 띄지
촛대들
않지만,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킨다. 수많은
국극단의 세계는 수많은 지망생들로 구성
예술 노동자들, 예술노동 지망생들의 노동은,
되어 있다. 그들은 '촛대'라고 불린다. 재능 있
몇 몇 빛나는 스타들의 뒤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는 개인이 자신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는 것
들의 노동은 대부분 노동으로서 셈해지지도 못
역시, 재능 있는 이들을 떠받쳐주는 이들의
하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눈에
기반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웹툰에서는 무엇보다 엑스트라 혹은 조연들
빛나지 않는 오늘날의 촛대들의 예술노동을 응
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촛대들의 떠받침
원하는 바이다.
아래에서 주연들의 재능이 부각될 수 있기 때 문이다.
38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출처: 호나라
일터 39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레지던트
▲ 출처 : pixabay
A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였다. A씨
을 읊어 내렸다. A씨는 유기화합물을 다양한
는 다른 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
유기용매를 이용해 정제하는 과정을 해 왔으며
받고, 치료를 위해 내가 근무하는 병원 혈액
처음 연구실이 세팅되는 단계에서 근무했기 때
내과에 입원 중이었다. 백혈병 발병의 직업관
문에 환기시설이나 공정 격리가 잘 이루어지지
련성에 대하여 파악하기 위해 A씨를 처음 만
않았었다는 진술에 따라 직업관련성이 있을 것
났고,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었다.
으로 보고, 산재 신청 절차에 대해 설명해드렸 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가 육아
A씨는 반도체 제조업체의 재료합성연구
휴직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산재 신청을 고
팀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었다. 어떤 물질을
민하고 있다는 말에, 지금은 치료에 전념하시
취급하셨냐는 질문에 수없이 많은 취급물질
고 퇴원하신 후 천천히 결정하시고 필요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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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혈액내과 외래 방문 때 직업환경의학과 외래에
키는 동안 어떤 물질이 얼마나 발생할 수 있는
들러 업무관련성 평가를 요청하셔도 된다고 안
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물질
내해드렸다.
들에 A씨가 얼마나 노출되었을지에 대한 추정 이 이어졌다.
두 번째 A씨의 소식을 접한 것은 그해 말, 그간 보아온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리뷰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알려진 급성골수성
하면서였다. 퇴원 후 우리 과 외래에 방문해 업
백혈병의 위험인자에 대한 재해자의 노출 수준
무관련성평가서를 받아갔고, 산재신청을 했다
을 고려했을 때, 업무관련성은 높지 않은 것으
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업무상재해가 발생하
로 마무리되었다. 이 결과는 업종, 담당업무 및
면 노동자는 재해자로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나이, 성별을 제외한 개인정보가 식별불가능하
급여 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에
게 처리된 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공식 홈페
서는 업무관련성을 평가하기 위한 전문 조사가
이지에 재해사례로 게시되며, 어떤 논리로 업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전문조사기관(직업환경
무관련성을 평가했는지 간단히 기록된다. 이후
연구원 혹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
역학조사보고서원본은 질병판정위원회로 넘어
를 의뢰한다. 역학조사가 완료되면, 전문조사기
가, 최종적으로 업무상질병판정여부를 판단 받
관 내부에서는 해당 역학조사가 잘 이루어졌는
는다. 그 결과는 본인, 법적 대리인이 아니라면
지 심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이렇게 검
알 수 없고, 질병판정위원회의 업무상질병판정
토된 역학조사보고서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사례집이나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개인식별이
로 보내져 최종적으로 업무상 재해 여부가 결
불가능한 형태로 게시된다.
정되는 것이다. A씨가 산재를 신청한 후 역학조사를 거쳐 A씨에게 우리 과 외래에서 발급한 업무관
승인여부가 전달되었을 과정들을 계속 따라가
련성평가서는 A씨가 산재신청을 할 때 첨부할
면서, 각 과정에서 내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수 있는 자료로서, 단지 첫 단추를 함께 꿰는 일
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거듭 고민
이었다. 나는 모니터 너머에서, A씨가 앞으로
하게 되었다. 직업환경의학과 레지던트로서 만
남은 지난할 지도 모르는 산재처리과정들을 지
나는 환자들은 일했거나, 하고 있거나, 앞으로
나 완치 후 다시 건강한 삶을 누리시기를 응원
일할 사람들이다. 때로는 유족들이나 보호자의
했다.
서술로 간접적인 만남을 갖기도 하고, 혹은 의 무기록 서류 뭉치로 돌아가시기 전의 긴박했
세 번째 A씨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은 역
던 기록들을 접하기도 한다. 수많은 노동자가
학조사 평가위원회에서였다. 평가위원회에 상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한 명을 트레이닝 하는데
정된 다른 역학조사 사례의 보조위원으로 참여
많은 노고를 나누고 있는 셈이다. 다치거나 병
하고 있어 A씨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접하게 된
들지 않고, 죽지 않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한
것이다. A씨는 역학조사 진행 도중 조혈모세포
편에는 항상 환자가 된 노동자들이 있다. 앞으
생착에 실패해 사망하셨고 아내분이 절차를 진
로도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며 일하
행하고 계셨다. 역학조사에서는 처음 혈액내과
고 싶다.
병동에서 만나 내가 받아 적었던 물질들이 어 디에서 얼마나 쓰였는지, 원료 물질을 반응시
일터 41
‘직괴’, ‘추노하다’, ‘추노당하다’는 말을 아시나요?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2020년 10월, 11월 합본호(통권 200호) 제작 당시 송고된 원고를 201호에 함께 게재하게되어 이번 호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는 두 편이 실립니다.
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직장 괴물’로도 보일 수 있으니 충분히 통용 가능한 줄임말 같았다. 다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른 사람이 “그럼 ‘추노하다’, ‘추노당하다’라는 말은 들어봤나요?”라고 물었다. 드라마 <추노> 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긴 했는데, 구체적인 의 미를 알 수 없었다. 질문을 한 사람이 안산의 반 월공단에서 조직 활동을 하다 보면 많이 듣게 되는 말이라고 하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 다.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 에 ‘웃프다’는 말이 떠올랐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추노하다’는 말은 아르 바이트나 계약직 근무를 하면서 일이 너무 빡 세자 일당을 포기하고 ‘그대로 작업장을 이탈, 도주해 버리는 일’, ‘대기업 영업직 1년 하고 추 노했다’라는 말로 통용되거나 ‘추노 당하다’는 상하차 알바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당일 알바생 ▲출처: <아, 보람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출판사 오우아
이 오지 않거나 일하다 사라지는 경우 통용되 는 말이라는 것이다. 기원은 드라마 추노에서
1달 전쯤 산업안전보건법 읽기모임에 참
시작되었다는 것인데 이 드라마가 2010년에
여하는 사람들과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때
방영된 것을 보면 상당 기간 동안 노동시장에
누군가 “노무사님, 혹시 ‘직괴’라는 말 들어보
서 이런 말들이 통용되었던 것 같다.
셨어요?”라고 물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뜻 하는 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피해
내친김에 노동 관련 신조어를 좀 더 찾아보
자 입장에서는 아니 직장 내 괴롭힘을 바라보
았다. ‘사노비보다는 공노비가 낫지(사기업보
42
노동자가 만드는
다는 공기업)’, ‘통수해고(해고통보 문자메시
다면 이 사회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한마디
지를 빗대는 말로 ‘뒤통수치다’에서 따와 ‘통수
로 말해 제도상 설계 실수다”, “결국 중요한
해고’라 일컬음)’, ‘넵무새(넵+앵무새)’, ‘페이
사실은 ‘남들과 똑같이’ 되는 것이 아닌 ‘자신
스펙(페이스+스펙)’, ‘고스팅(입사첫날 나타나
에게 가장 어울리게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지 않는 사람)’, ‘갑알통(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
자산의 가치관을 좀 더 소중히 해야 한다. 그
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쉼포족(바
러지 못하면 대충 ‘남들에게 맞추는’ 일에만
쁜 일상 때문에 쉼을 포기한 사람)’, ‘셀러던트
에너지를 쓰면서 내키지 않는 인생을 살다가
(Saladent, 'Salaryman+Student'의 합성어, 점
끝나게 된다.” 등 몇 구절을 찾아보았다.
심시간이나 퇴근 후 학원에서 열공(열심히 공 부)하는 직장인을 뜻함)’, ‘퇴준생(퇴직을 준비
이 책에서 노동하는 삶에 대한 고뇌와 어
하는 사람)’, ‘사축(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사
려움을 토로한 것은 적어도 사회에 대한 풍
람)’, ‘고라니자(관리자의 오타)’, ‘이구백(20대
자, 세태에 따라 휩쓸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90%는 백수)’,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자)’, ‘메
노동자의 권리, 노동과 일상의 삶을 함께 고
뚜기 인턴(취업 못하고 인턴만 하는 경우)’ 등
민해야 한다는 해학이 담겼던 내용이라고 생
불안정 노동시장을 빗대거나 노동자의 권리가
각한다. 그러나 요즘 통용되는 노동 관련 신
사라진 노동현장을 뜻하는 해괴망측한 말들이
조어들은 자학에 가까운 말들이 넘쳐난다.
통용되고 있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울감마저 드는 이 때 ‘노동’과 관
<자우림>의 ‘일탈’이라는 노래가사가 떠
련된 사회적 인식은 더 야박해지고 자학의 단
오른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계까지 이른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하다.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 을까~~” 노동하면 뭔가 에너지가 넘치고 흥
「근로기준법」 제2조 정의 규정에 “‘근로’
겨운 나날과 연결되길 소망해 본다. 그래서
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명시하
자존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상호 배려,
고 있다. 사람이 생존·생활을 위하여 특정한 대
상호 존중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인간에 대
상에게 육체적 노동·정신적 노동을 행하는 활
한 예의를 갖추고 노동하는 삶이 이어진다면
동을 ‘노동’이라고 하는데 “이 시대의 ‘노동’은
‘노동’ 관련 신조어가 바뀔 날이 오겠지!
참으로 암울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6 년 출간된 「아,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PS: 훈구 형 왈, “너도 노무사 일만 하지 말
주세요.」라는 책에서도 ‘사축’이라는 단어가 나
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봐야지 않겠니?”
온다. 몇 군데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 “우리 사
라는 타박 섞인 질문과 제안으로 2009년
회에서 ‘노동자가 자기 몸을 지키는 지식’에 대
4월부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한 교육이 유독 부족하다..(중략) 일하는 현장
라는 꼭지로 매월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쓸
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노동자가 자기 몸을
때마다 나의 삶을 돌이켜 보게 되고, ‘노무
지키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고 ‘보람 있는 일의
사 일’ 말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갈 수 있는
중요성’만 교육하려는 행태는 어떤 의미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제
‘세뇌’에 가깝다”, “우리 사회에서는 일단 레일
안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처 깊이 느끼지 못
을 벗어나면 갑자기 인생이 ‘하드 모드’로 바뀐
했지만 참으로 세심하고 정겨운 선배였다
다...(중략) 인생의 레일이 딱 하나뿐이고, 그 레
는 생각이 든다. ‘늘 멋졌다’는 말을 전하고
일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갑자기 삶이 어려워진
싶다. 편히 쉬세요. 훈구 형~
일터 43
노동3권은 온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2년→3년)의 문제점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의 자치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유효기간의
비준 추진에 따른 국내법 정비를 위한 「노동
상한을 규율하는 것은 경제사회적 상황을 단체
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공무원의 노동조
협약에 적절하고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
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교원의 노
여 노동조건의 현실적합성을 높이는데 그 취지
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법은 제정 당시부터
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3권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의 상한을 정하여 왔다.
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밀조밀 하게 짜여진 개정안의 방향은 노동3권을 제
과거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개정하였던 시
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
기를 살펴보면, 2020년 정부 개정안이 어떠한
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개정안의
시대적 상황과 맞닿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꼭지에서 분석이 이루
1953년 3월 8일 법 제정 당시에는 “1년”이었으
어지고 있지만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의 문
나, 1980년 12월 31일 개정 시 “3년(임금협약 1
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다소 부족하다고
년)”으로 연장되었다. 1987년 11월 28일 개정
판단하여 이번 꼭지를 통해 정리하고자 한다.
시 “2년(임금협약 1년)”으로 단축되었다. 1997 년 3월 13일 현행법과 같이 “2년”으로 개정하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였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기본적으로 관련 당 사자가 정할 사항이지만, ① 일의 세계의 변
2011년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었으
화를 반영하여 노동자들의 진정한 이해와 필
며 단체교섭을 진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교섭창
요를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반영할 필요성,
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행법상 교섭
② 노동자들이 경제적·수익성의 현실을 반영
대표노조의 지위를 확보해야만 사용자에게 단
하고 이에 상응하여 임금과 보수에 관해 교섭
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 개정
할 필요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정부의 조치가
안과 같이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 되고, 교
고려 중에 있다면 노사정 합의를 반영해야 한
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결합할 경우 소수노조는
다는 입장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당사자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로부터 최소 4년 이
44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노동과세계(2020.11.30)
상 교섭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
다. 노동계는 개정안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
다. 즉 실질적으로 교섭권이 박탈되는 상황이
다.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개정법 관 련 토론회, 국회 공청회 등에서 노동법 학자 등
2020년 10월 29일 노동인권 실현을 위
전문가들이 해결과제로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한 노무사모임(노노모)는 성명서를 통해 “정
있다.
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전면적 이고 온전한 ILO 핵심협약의 비준을 촉구한
노동조합 임원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할 수
다!”며, “정부안에서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없으며, 노동조합 규약을 통해 1년, 2년, 3년의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려 하고 있다. 이렇
임기를 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2년의 임기를
게 되면 현행 복수노조 체제에서 소수노조는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단체협약
종전 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교섭을 위
유효기간의 상한이 3년으로 연장되면 임기 중
한 활동을 아무것도 못하고 고사될 수밖에 없
교섭 한 번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소수
다. 한편, 소수노조가 조직 활동을 통해 조합
노조의 경우 2년 임기가 2번 바뀌는 동안 한 번
원이 늘더라도 새로운 교섭이 열리기까지 타
도 교섭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
임오프 확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즉 단체
다. 결국 단체교섭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게
노동3권 실현의 밑바탕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
되면 단순히 노사 간 평화의무 유지기간을 연
어질 수밖에 없다.
장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게 되는 효과도 함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은 국제노동기구
께 가져올 수 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ILO) 협약 비준과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협약
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늘리라고 한 적이 없
을 비준한다는 이유를 들어 전혀 상관없는 조항
고, 오히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장기간으로
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3권을 제약
설정하는 것은 노동자의 이익을 훼손할 우려
할 목적으로 개정안에 덧붙여진 것으로 판단된
가 있다’고 하였다”고 밝혔다. 일터 45
보이지 않는 여성의 돌봄노동과 정신건강
여성노동 건강 상식
권윤영 회원, 정신과 전문의
▲출처 : pixabay
나는 집밖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다. 눈 딱 감고하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러면
집안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다. 가사의 A부터
다른 가족의 돌봄 부담이 커지는데다가 나도
Z까지 꿰고 있으며 요리는 별로지만 나머지
아이들과 보내는 저녁을 소중한 의무로 여겼기
집안일은 꽤 한다. 육아를 비롯해 모든 집안
에. 내가 첫째를 낳고 키우며 들었던 생각은 이
일은 양성평등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남편과
미친 육아(육아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가사까
책임을 함께하고 있다. 얼마 전 이직을 알아
지)라는 고된 일을 어떻게 ‘별 볼일 없는 여자
보았다. 조건도 좋고 마음에 드는 자리 하나
들’이, ‘아무렇지 않게’해왔을까? 라는 의문이
는 야간진료를 제안했다. 두 아이 때문에 퇴
었다. 여의사들의 익명 게시판에서 본 자조적
근 시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는 포기했
인 글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내가 원장이라
46
노동자가 만드는
면 여의사들 뽑기 싫을 것 같다, 왜냐하면 머릿
나머지 아기가 사랑스럽다기보다 부담스럽다
속에 아이는 어떤 상태이고 집에 먹을 것이 얼
는 감정을 느꼈고, 그에 따른 죄책감마저 있
마나 남아있고 무엇을 언제 주문을 하며 돌봄
었다. 그리고 늘 뒤로 물러서 있는 남편에 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히 다른 사람에게
한 실망과 미움이 강했다. 부정적 감정은 부
부탁을 하는 등 항시 딴데 신경쓰고 있으니까
정적 생각을 불러 잠을 방해했고 업무에서도
일에 충분한 집중을 못하지 않겠냐’는 요지였
성과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나는 약물과 상
다. 동의한다. 아이가 있는 남자 의사라면 어땠
담치료 이후에 다시 생산성이 좋아진 그녀는
을까? 일을 구할 때, 업무 시간에 위 고려를 하
남편에게 짜증도 덜 내고 집 안팎의 일을 더
는 남자 의사는 얼마나 될까?
잘 처리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녀의 남 편이 편해졌으리라... 아차!
어쨌든 내가 원해서 애는 세상에 나왔고 돌 봄을 해도 힘들고, 안해도 죄책감에 괴로운, 어
지금은 환자가 안정되어 아이와의 시간
려운 미션이 시작되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이 좋다고 하지만 남편과는 이미 마음의 거리
육아의 로딩에 허덕이며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
가 상당하다. 남편은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게 경외심(이 힘든 걸 알려주지 않았다는 원망
기여를 다했다고 스스로 판단해 일차적 양육
감도)이 생길 정도였으니. 사정이 좋은 편인데
자가 겪는 미칠 듯한 과정을 함께한 적이 없
도 쩔쩔매는 나는 진료실에 온 여성 환자들에게
었다. 아이를 같이 돌봐주는 이모님(육아도우
괜히 미안하다. 그 여성이 자본주의에서 노동자
미)이 그만둘 때 붕괴되는 멘탈을 붙잡고 아
로 불리든, 아니든, 돌봄 노동은 대부분 여성에
이의 상실감을 달래준 것도, 다음 이모님을
게 당연하게 요구되고 편중되어 있다.
구하며 우여곡절을 겪어낸 것도 환자 혼자였 다. 사회적으로 유능한 부인이 커리어를 희생
돌봄노동을 떠맡는 여성 노동자들
해 집안을 돌보고 아이를 키워내고 있을 때
비교적 내밀한 사정까지 듣는 직업 특성상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던 남편은 아이가 자
여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인 정신건
기와 친하지 않아 불만이고 환자가 억울함을
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듣곤 한다. 특히 기혼
보일 때 오히려 화를 낸다. 위 사례와 유사한
의 유자녀 여성 환자들로부터 가사와 돌봄 책
워킹맘들의 하소연이 매일같이 진료실에서
임 때문에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과정, 그녀가
반복되고 있다. 아이 성장 과정에서 한 번도
노동자라면 자본주의적 생산성마저 어떻게 손
일차적 책임자였던 적 없는 남편 때문에 늘
상되는지 생생한 증언이 쏟아진다.
혼자 전전긍긍하며 외로웠다는 중년 공무원,
전문직 남편을 둔 30대 전문직 여성은 죽
돌봄 부담에 대해 수동적인 남편과 싸우다 감
고 싶을 만큼 우울해 병원을 방문했다. 어릴 때
정의 골이 깊어져 결국 이혼하고 홀로 아이
부터 스스로 결과물을 성취하는 것이 익숙했
키우는 언론인, 출산 후 악착같이 복직한 후
던 환자는 학업, 업무로 이뤄낸 결과가 자기 정
감당하기 어려운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느
체성의 큰 부분이었는데 임신 출산으로 성과를
라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생기를 잃은 금융노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아이 돌봄을 위해 덜 바쁜
동자 등. 진료실에서 만난 기혼 (특히 유자녀
일터로 이직을 했다. 거기서도 업무 시간 내내
인) 여성들은 예외 없이 돌봄 부담에 대한 고
줄곧 일을 해야 겨우 칼퇴가 가능했지만, 일찍
민을 털어놓는다.
퇴근을 한 이후에도 육아와 가사는 고스란히 이 여성의 몫이 되었다. 당시 환자는 너무 고된
일터 47
집에서 ‘논다는’ 여성
으로 알려주고 촘촘히 지시하는 것 또한 품이
여성들은 임신, 출산 그리고 돌봄의 책임
드는 일이라 점점 지쳐갔다. 그러니 가족들이
을 떠맡느라,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이 낮은 존
단순히 식단에 대한 의견만 내도 반찬투정으로
재가 된다. 안 그래도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보이고 자신에게 숙제를 주는 것 같아 답답하
받는 여성이 가정주부의 역할을 맡는 게 전체
고 화가 치민다고 했다.
가정경제에 이득이라면서 맞벌이를 하느니 집을 보라는 압박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퇴근과 퇴직이 없는 여성들의 책임감 넘치
어떤 여성들은 직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는(?) 노동을 통해 자본주의는 자신을 재생산
집에서 노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러다 자기의
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가사노동에게 큰 빚을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온 정성을 아이
지고도 빚진 걸 애써 부정하며, 다시 말해 가치
에게 쏟아 ‘훌륭한 성과’를 내려 한다. 아마도
없는 노동으로 취급한다. 더욱이 시장에 상품
이렇게 육아 과몰입, 과도한 교육열이 돌봄노
으로 나와 있는 ‘여성적 노동’들은 싼값에 거래
동의 전가와 일부 닿아있는 게 아닐까. 아이
된다. 예컨대, 보육 교사나 가사 및 육아도우미
들을 돌봄·교육 기관에 보내고 남편 일할 시
들은 그 노동강도와 사회적 가치에 비해 매우
간에 모여 커피 마시며 수다나 떠는 아줌마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돌봄 노동이 어떤 취급
은 여성혐오의 흔한 소재이지만, 많은 환자는
을 받고 있는지, 어떤 취급을 받아야 지금의 사
그 수다의 장을 긴장이 팽팽한 사회생활로서
회가 굴러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노동자 건강 상식
묘사한다. 육아 팁, 교육과 돌봄 관련 고급 정 보들이 공유되기에, 마치 회사 회식 자리처럼
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정을 위해
비록 내키지 않아도 참여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 그리고 같이 살고 가족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서로에 대한 돌봄은
자녀가 다 컸어도 뼈에 새겨진 가족 돌봄
모두의 몫이다. 그러나 돌봄이라는 공통숙제를
과 가사의 의무는 여성에게 휴식을 허락하지
받고서, 여성은 숙제가 많아 부담을 느끼고 남
않는다. 한 50대 여성은 교직 은퇴 후 처음으
성은 내 숙제는 아니지만 도와주면 생색나는
로 가족이 아닌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자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는 여전히 지배적이다.
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
책임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상황은 결국 희생을
아 남편이 은퇴해 같이 지내면서 집이 다시
강요받는 느낌을 주게 된다. 그로부터 오는 스
일터로 느껴진다고 했다. 주말부부로 지내 온
트레스와 억울함 등 온갖 감정은 여성의 정신
세월 동안 밥 빼고 집안일 스킬을 충분히 연
건강을 위협한다. 또한 많은 경우, 젊은 여성들
마한 남편이건만, 그 환자는 혼자 집안일을
이 비혼, 비출산을 다짐하게 되는 건 이런 문제
해야 하는 사람처럼 스스로 압박을 받고 있었
의식에서 비롯된다.
다. 남편이 깔끔한 사람이라 자꾸 더 쓸고 닦 아야 할 것 같고,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이라
오늘도 진료실에서 보이지 않는 여성의 노
도 해놔야 할 것 같다고 말이다. 코로나로 인
동을 마주한다. 이 사회에 보이지 않는 손은 보
해, 장성한 자녀들마저 재택근무 등 집에 있
이지 않는 여성의 돌봄노동, 가사노동에 기반해
는 시간이 늘어나자, 이 여성은 일할 게 계속
있음을 여성들의 입으로 확인한다. 그들의 말과
보여 쉴 수 없었다. 집안일의 전체 그림은 자
목소리가 안에서 맴돌며 자신을 탓하지 않기를.
기만 알고 있어서 가족들에게 일일이 집안일
밖으로 나와 더 외쳐질 수 있기를.
에 대한 도움을 청하는 것, 집안일을 구체적
48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전시회 <오늘도 다녀오지...못했습니다> 출처 : 정희망
일터 49
인류의 절반을 지우는 데이터 『보이지 않는 여자들』. 2020.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유청희 상임활동가
의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 제 도가 정해지며, 여성이 고려되지 않은 데이터 로 인해 여성들이 매번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 발칙 건강한 책방
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데이터 공백 저자는 여성 데이터 공백에 대한 논문, 신문 기사, 국제기구 자료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일상, 노동, 의료 등 많은 영역에서 여성이 어떻 게 지워지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도시 계 획, 제도를 설계할 때도 남성을 표준으로 삼아 여성의 삶이 불편한 상태로 유지된다. 사무실 온도도, 화학물질 유해성 정도까지도 남성에 맞춰져 있다 보니 남성에게 괜찮다면 여성이 느끼는 문제는 그저 ‘혼란변수’로 여겨져 바뀌 ▲ 출처: 알라딘
지 않는다. 심지어 여성의 질병은 데이터에 쌓 여있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여성의 증상을 제 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여성은 오랫동안 고통받 기도 한다. 이 현상은 국가가 다르면 다른대로,
‘데이터’라는 단어는 객관성을 이미 내포
학력이나 계급이 달라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을
하는 단어일까? 세상의 무수한 데이터가 한
드러내지 않거나 여성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성별만을 기준으로 수집되고 분석되면 어떤
무수한 정책들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젠더 데
일이 벌어질까?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가
이터 공백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데이
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일상생활을 하고
터 공백은 그 결과 때문에 고쳐야 하는 것이 아
노동을 하고 재난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남성
니다. 그 현상 자체가 고쳐야 할 문제다.
50
노동자가 만드는
(여성은) 특수한 정체성, 주관적 관점의 취
에게 계속해서 왜곡되고 부족한 데이터를 받
급을 받게 된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여자들은
아들이라는 의미가 된다. 저자는 블라인드 채
문화에서, 역사에서, 데이터에서 잊어도 되는
용을 통해 성별을 알리지 않을 경우 여성의
존재, 무시해도 되는 존재, 없어도 되는 존재로
취업률이 올라간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능력
만들어진다. 그래서 여자는 투명 인간이 된다.
이 있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50)
사람들은 믿고 싶어하지만 그 능력이 제대로 된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오류는 인정
역사적으로 남성은 인류를 대표하는 존재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은 번번이 유리천장에
라고 여겨졌다. 그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고 자
부딪히고 좌절한다. 이미 데이터의 바탕에 왜
료로 써온 결과 남성은 보편이고, 여성은 특수
곡이 있는데 그 데이터에 따른 의사결정이 올
하다고 여겨진다. 이 때문에 온갖 알고리즘이며
바른 방향으로 가기란 어려운 것이다.
슈퍼컴퓨터에 데이터를 넣는다고 해도 계속해 서 편견으로 가득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여성을 더 보고 목소리를 더 들을 때 저자는 여성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주어
노동 아닌 노동
지면 분명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이 투명인간이 되는 경우는 노동에서
정치에 젠더 데이터 공백이 있었기에 남성 편
도 나타난다. 여성은 전 세계적으로 무급 노동
향적 정책이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여성에게
의 75%를 담당하고 있다. 여자의 일일 무급 노
피해가 가고 있다. 여성 정치인이 더 많이 선
동 시간은 3~6시간인데 반해 남자는 평균 30
출될 때 여성문제, 가족문제, 교육과 돌봄노
분~2시간이다. 대표적인 무급 노동은 설거지,
동 문제에 발언할 확률이 높다는 것도 제시된
청소 같은 집안일, 그리고 돌봄 노동이 거기 해
다. 여성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주어진다는
당한다. 여성의 노동 중 무급노동은 경제에 포
것은 바로 이 의제에 재정 투자가 이루어진다
함되지 않고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남성 정
다. 여성은 유급 노동을 하면서 무급 노동까지
치인들이 지배해온 사회와 분명한 변화를 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않은 파
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여성들이다.
트타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씁쓸하 기만 하다. 이렇게 꾸준히 일하기 힘든 여건에
성별/젠더 데이터 공백에 대한 해법이 없
있는 여성이 경력을 쌓기란 얼마나 어려울까?
지 않다. 여성 진출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여
이미 여러 가지 핸디캡을 가지고 경력을 시작
자들을 의사결정과정, 연구, 지식 생산에 참
하는 여성에게 육아 부담까지 따라오는데 그것
여시킨다면 여성의 의견이 모든 과정에 반영
자체가 이미 능력을 부당하게 평가받는 이유가
되고, 여성이 데이터에 남게 된다. 이렇게 할
되되어 여성들을 계속 주저앉힌다.
때 지금까지 이 사회가 지워버린 여성의 자리 가 존재하게 된다.
여성과 그들의 삶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 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성차별과 젠더 차별 을 계속 당연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382) 데이터 공백이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은 이 상황을 바꿀 의사가 없다는 것이고 여성
일터 51
커피 맛집이 간절한 상임활동가의 진부하지만 솔직한 인사 다연 상임활동가
요), 매달 열리는 운영집행위에서 하는 1분 자 기 근황 소개도 4달간 버벅댄 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가볍게 먹 기 위해, 뭘 쓸지 고민이 되었다는 말로 시작해 이러쿵 저러쿵
봅니다. 두 조각의 케이크를 천천히 다 먹을 동안에 도 역시 번뜩이는 글감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안전보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같은 진부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 니다. 착실하게 CEO마인드를 탑재한 경영학도 로 무럭무럭 자라 25살 여름에 회사원이 된 저 는, 출근길마다 가벼운 교통사고를 바라는 팔 ▲ 수원 사무실 풍경. 출처: 김다연
할 좀비로 살다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백수로 1 년 반 방황 뒤) 철학을 전공 중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일터 지면으로는 처음 인사 드리네요. 올해 7월부터 상임활동가로 연구소
그러다가 2018년 겨울밤, 전공 과제를 하러
와 함께 하게 된 김다연입니다. 이러쿵저러쿵
카페에 가는 길에 故김용균님 사건을 뉴스로
코너에 신임활동가 인사를 드릴 날이 올 것이
접하게 되었는데요. 아직도 그 혼란하고 당황
라는 건 알았지만,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모
스러웠던 밤을 기억합니다. 어딘가에서 사람이
릅니다. 수원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는 푸우씨
무참하게 죽어가고 있는데, 저는 따뜻한 카페
에게 이런 혼란스러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
에서 평온하게 데카르트의 자유의지에 관한 글
였는데요. 부담 없이 쓰면 된다고 하셨지만
을 읽어야 했습니다. 그 온도차가 어쩐지 수치
(11년쯤 연구소에 있으면 그렇게 되는 걸까
스러웠습니다. 물론 학문과 연구도 굉장히 중 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 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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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랬습니다. 그날 이후로, 학자는 내 길이 아닐지
요. 흥미와 호기심이 지친 몸의 멱살을 끌고
도 모른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찾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그럼에도 불구하고 쉼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1년 반 여의 긴 시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잊지는 않고 있습니다),
간이 지나는 동안 행운처럼 다가온 만남들이
고와 스톱을 동시에 외치는 저를 늘 발견하고
씨줄과 날줄로 엮여 이렇게 연구소와 함께 하
있습니다. 연구소 상임활동가분들은 다 그러
게 되었네요. 그리고 5개월이 흘렀습니다.
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요.
지난 5개월의 활동에 관한 소회를 적어보려
(3) ‘만족스럽다.’ 이제까지 제 삶을 돌아
합니다. 맨 처음 머릿속에서 드는 생각은 (1) ‘정
보니, 어떤 일을 시도해봤다가 그 일에서 중
신이 없었다.’ 네, 정말 정신없는 5개월이었습니
대한 불만족을 느끼면, 그것을 채워줄 수 있
다. 이 일도, 저 일도, 그 일도 하는 날들이었습
을 만한 다른 일로 건너 뛰어가는 선택을 해
니다. 여러 곳의 노조 회의와 연대사업에 들어
왔더라고요. 그 선택들과 그에 따른 여정은,
가고,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하고, <당장멈
이전보다 조금 더 나와 맞는 자리들을 탐색하
춰 상황실>에서 중대재해대응매뉴얼 작성&순
는 과정이었습니다. 연구소를 선택하고, 선택
회토론 업무를 하고, 기타 등등. 이렇게 살다 보
받은 과정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이제까지 앉
면 10년이 순식간에 지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
아 봤던 자리 중에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
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올해 8월부터는 수원에
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조금 부족하거나, 삐
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노안활동에 필요
져나간 부분은 잘 메꾸거나 다듬어 맞추어나
한 기초적인 지식과 관점들을 습득할 수 있었던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요. 5개월 차 초짜 활
2달여의 물주기(마신 물의 1/3쯤은 본의 아니게
동가의 마음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고, 언젠
흘린 것 같지만)가 끝난 이후, 물주기와 실무수
가 이 말이 제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겠지
행의 중간 어디쯤에서 나아가고 있는데요. 조금
만,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지금은 누구에게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보다 정신을 차
나 자신있게 만족스럽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릴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상태에 있는 것 같아요. 노안활동이 왜 필요 한지, 그 의미에 대한 앎이 주는 안정감이 있
(2) ‘양가감정.’ ‘일이 많은 것 같으니(진짜
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에 진지하게 자
많은 건지, 아니면 더 효율적일 수 있는데 못 그
신을 걸고 임하시는 분들로부터 아주 큰 에너
러고 있는 건지도 고민의 대상입니다만) 여기
지를 받고 있습니다.
까지만 하자‘ 는 생각을 하는데, 동시에 관심이 가는 분야나 해보고 싶은 사업이 새롭게 생깁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니다. 트라우마와 안전 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결국 평소에 했던 소소한 생각들을 늘어놓게
겠다고 했는데, 또 질병으로 인한 직장 내 차별
되었네요. 참, 제가 연구소 생활을 시작한 후
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토
가진 생활상의 불만은 아직 수원에서 좋은 커
록 비판했던 자기계발의 주체가 되어버린 것일
피숍을 못 찾았다는 것입니다. 커피숍 방문은
까요? 자신을 채찍질하는 노동자가 되어버린
제 인생의 큰 기쁨 중 하나인데, 수원 어디에
것인가 고민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그것과는
선가 맛있고 공간이 좋은 카페를 알려주신다
다른 마음인 것 같습니다. 위에도 언급했듯, 매
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이만 글은 줄이고,
주 평일에는 가벼운 교통사고를 바랐던 우울한
다른 자리에서 또 뵙겠습니다.
회사원 시절의 저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서
일터 53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고용노동부 20.11.19] 바람직한 고용구조의 자율
활동 보장,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한 예방
적 조성을 위한 "기간제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
및 대응, 직장어린이집 이용의 차별금지 등 일.생
호 가이드라인"
활 균형 조치를 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 11월 19일 "기간제근로자
"사내하도급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과 "사내
이드라인"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하도급 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
도급사업주가 사내하도급계약의 중도해지 또는
라인"을 개정하여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기
계약만료 1개월 이전에 수급사업주에게 통지하
간제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고, 고용승계 등의 방법으로 사내하도급근로자의
위한 사용자의 준수 및 노력 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고용 및 근로조건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을 안내
이번 개정 작업은 ‘16년 제.개정된 가이드라인에
했다. 한편, 수급사업주는 사내하도급계약 기간에
관계 법령의 개정사항 및 법원의 주요 판결례 등을
소속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도록 노력하도
반영하여 노동현장에 보다 적합하게 보완하기 위
록 했다. ②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2019년 개정)
하여 이루어졌다.
의 취지에 따라, 도급사업주가 원칙적으로 유해 또 는 위험한 작업을 직접 이행하고, 수급사업주와 사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
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제
라인"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사용
공하고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하도록 했다. ③
자가 상시.지속 업무에 대하여 근로계약 체결 시부
도급사업주가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출연 등 사
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노력
내하도급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노력하고,
할 것을 안내했다. 이 경우, 상시.지속 업무란 “향후
사내하도급 관계를 고려하여 괴롭힘 및 성희롱 예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기존 가
방.대응조치 등을 하도록 했다.
이드라인보다 그 기준을 넓게 제시했다. ② 사용자 가 근로계약이 만료되기 일정 기간 이전에 갱신 여
[고용노동부 20.11.19] 2020년 「건설근로자 종합
부를 결정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미리 통지하고, 합
생활 실태조사 결과」 발표
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기간을 짧게 설정하거나 근로계약 간 공백기간을 두는 것을 지양하도록 했
건설근로자공제회(이사장 송인회)는「2020 건설
다. ③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뿐만 아니라 기간의
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거나 간주되는 자에
실태조사는 최근 1년 이내에 퇴직공제제도에 가입
대하여도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의 성격을 고려
이력이 있는 건설근로자 1,222명을 대상으로 고용
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도록 했
상황, 근로조건, 근로복지, 가족생활 등 건설근로자
다. ④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
의 생활 전반을 조사한 결과이다. 특히 이번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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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에서는 기존 조사에 전자카드의 활용, 노후준비 상
을 위해 일부러 근무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0대’
태와 관련된 문항, 그리고 기능인력의 임금함수 추
와 ‘3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젊은 층이
정 결과가 추가됐다.
휴식 및 여가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 타났고, 이들의 현장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 일요
먼저, ‘고용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건설현장 평균
일 주휴수당 지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진입연령은 36.6세, 평균 경력은 13.7년이며 구직 경로는 ‘인맥’(84.7%), ‘유료직업소개소’(6.8%) 순,
‘희망하는 복지서비스’는 ‘퇴직공제금 인상’이
직업능력 수준은 ‘기능공’(35.6%), ‘일반공’(24.1%)
67.7%로 가장 높았고, 취업알선(34.0%), 건강검
순이며, 응답자의 82.6%가 ‘건설 산업 외 근무한
진(29.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직업에 대한 만족
사실이 있다’고 응답했다. ‘현장근로실태’를 살펴
도’는 3.16점으로 2018년에 비해 0.21점 상승했
보면 응답자의 월 평균 근로일수는 동절기 16.1
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작업수준이 높을수록 만족
일, 춘추·하절기 20.2일로 조사됐다. 평균 일당은
도가 높아지는 특징을 보여 젊은 층의 만족도를 높
167,900원으로 2018년 조사결과인 165,290원에
이려면 교육훈련을 통한 숙련도 향상 촉진이 필요
비해 2,610원 상승했고, 최근 1년간 평균 임금소
함을 시사한다. ‘향후 근로계획에 대해서’는 ‘체력이
득도 34,781,221원으로 2018년 34,298,566원에
닿는 한 계속하고 싶다’가 59.1%로 가장 높게 나
비해 482,655원 상승했다. 경력과 임금사이의 상
타났다. 응답자 연령이 높을수록 ‘계속 일하겠다’는
관관계 추정 결과, ‘형틀목공’의 경우 경력에 따라
응답이 많고,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다른 일로 전향
임금이 상승(경력 1년 상승 시, 임금 1.1% 증가)했
하겠다‘는 응답이 많아, 고령화 가속화가 우려되므
지만, ‘보통인부’의 경우 통계적 상관관계가 나타나
로 젊은 층의 진입과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직업
지 않았다.
전망의 제시가 시급하다. ’노후준비 여부‘에 대해서 ‘하고 있다’는 응답은 43.6%로 절반 이하로 조사됐
‘위생 및 편의시설 현황 및 만족도’ 항목에서는 편
다.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여력·
의시설별 보유율은 ‘화장실’이 97.5%로 가장 높은
능력이 없어서’가 80.6%로 대부분을 차지하여 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샤워실’의 보유율은 66.4%로
도적 노후대책인 퇴직공제제도의 내실화 필요성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화장실’의 경우
을 시사한다. ‘노후준비를 위한 국가 정책’에 대해
보유율은 높지만 만족도는 편의시설 중 가장 낮은
서는 ‘은퇴 이후 일자리 확대 정책’이 59.8%로 가장
점수를 보였다. ’건설근로자의 일과 및 휴식 실태‘
필요하다고 대답했고 다음으로 ‘퇴직공제제도 적
중 건설근로자의 하루 일과는 2018년에 비해 출
용범위 확대 및 일액증가’가 44.8%로 높게 나타났
근은 6분 빨라지고 퇴근은 22분 늦어졌으며 휴식
다.
시간은 유사했다. 결론적으로 근로시간이 약 30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요일 근무현황은 ‘휴식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한노보 연이 투쟁 중입니다! 국민 10만 명이 동의청원에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는 법 제정에 확답을 하 지 않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중대재해, 법 제정을 통해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날이 추워지고 있지만 한노보연 상임활동 가들과 회원들이 법 제정을 촉구하며 선전 전,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계속해서 중 대재해기업처벌법에 관심 가져주세요~!
<청소년, 노동안전을 권리로 말하다> 공모전 많은 청소년 노동자가 배달업체, 식당, 제 조업 공장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고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면서 저임금, 차별, 일터 괴롭힘을 겪습니다. 또 다치고 아프고, 임 금을 떼이기도 합니다. 한노보연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청소년 노동자가 안전할 권리를 선언하고, 청소 년 스스로 노동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모아내고자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 이지의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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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0년 11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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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문병모
변승규
안진수
이경미
이정희
장영철
조이
황선태
김병철
김기헌
김재훈
문은영
변은영
안형석
이경자
이제혁
장원자
조인정
황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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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일
김정곤
문제혁
변준수
안형숙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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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원
조창묵
황의현
김진철
김다연
김정수
문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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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순
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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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신
강동묵
김대견
김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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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
전은주
주형민
황진철
강명원
김대철
김정원
민병두
서승욱
양선희
이기훈
이준수
정경희
지우진
황진희
강문식
김대호
김정원
박경득
서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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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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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법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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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경
양정석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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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정병권
노무법인사람과산재
강성훈
김동춘
김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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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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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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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우
김두현
김종현
박민영
성상민
양향연
이동윤
이진아
정병관
지영훈
법무법인민심
강정주
김만원
김준우
박병선
손근호
양희만
이동훈
이진우
정병욱
차현주
한국지엠노동조합지부
강진욱
김명수
김준의
박상정
손덕헌
엄기한
이명호
이창후
정성욱
채수용
향남약국
강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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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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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기
엄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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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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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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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기
엄정흠
이병국
이태진
정윤경
천호선
강태선
김민호
김지안
박성진
손석기
예병진
이병근
이한진
정윤희
최동녘
강한수
김봉수
김지원
박성천
손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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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이현중
정인성
최병륜
강호민
김봉철
김지정
박수희
손윤환
오현아
이상언
이혜은
정지윤
최병운
고옥경
김상귀
김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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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찬
오희정
이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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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재
곽경민
김상호
김진경
박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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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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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무
최영주
곽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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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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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채
정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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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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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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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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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헌
노성철
배성민
안규백
윤성용
이의용
임재우
조영호
함승호
김광조
김용성
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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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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