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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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노동자 기본권, 산재보험 전면 보장하라 ‘크라우드 소싱’이 배달노동자에게 자율성을 가져다줄까? 드라마 <닥터 탐정>이 우리에게 남긴 것

통권 188호 / 2019.10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2012~ 력 석탄화 레 찌 본 소 발전

환경오염

국가 간 위험 전가

대 국제연 사회적 책임

1990 시비농 석면공장

공해수출

이중기준

원진레

이온

2008~ 타이응우옌 삼성 전자공장

직업병



우리는 어떤 가치를 택할 것인가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 그레타 툰베리 유엔연설 중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남쪽에서 태풍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올해 세 번째 태풍 인데 이렇게 빈번한 태풍의 발생의 주범은 지구 온난화라고 합니다. 지구의 ‘암’, ‘시한폭탄’으 로 상징되는 기후변화는 최근에는 표현이 약하다고 하여 ‘기후위기’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습 니다.

스웨덴의 16살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작년 여름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해, 최근 9월에는 뉴욕 유엔본부 정상회의에서 연설 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기후위기는 국가 안에서 사회적 약자 에게 더 악영향을 미치며 선진국들이 산업발전을 통해 배출시킨 온실가스의 피해는 가난한 나 라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호에서 언급하는 공해수출의 문제는 자본의 국가 간 이동과정에서 파생되는 환경과 노 동문제이기도 합니다. 공해수출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안전과 보건에 대한 대책은 이 전되지 않은 채 공해만 수출하는 위험한 무역입니다. 공해수출과 기후변화는 선진국의 문제가 후진국으로 이전된다는 점과 문제해결을 위해서 노동자 또는 시민들의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 하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해결이 쉬워 보이진 않지만 성장과 환경, 생존과 안전에서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는 자명할 것입니다.

-선전위원장

독자에게

01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며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초래합니다. 르우티타인떰. 그는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 공장에서 2016년 8월 31일까지 일한 여성 노동자입니다. 공장에서 쓰러진 날, 병원으로 옮겨졌 발행인

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삼성에서 일한 지 단 4개월 만입니다.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그의 가족은 그녀가 아주 건강했고, 삼성에 입사할 때 건강검진을 받았으

선전위원

며 아무 문제가 없다 들었지만 갑자기 죽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삼성에서

경희, 승종, 영우, 종호,

일하던 노동자가 죽었지만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삼성 측은

나래, 지나, 채은, 경미,

업무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지안, 기형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비단 삼성만이 아닙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보팔참사, 원진레이온, 석 면 등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국경을 넘나들며 노동자의 건강권을 훼손하는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우

동광문화사

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요. 사건의 단절이 아닌 연결의 과정에서 그 고

발송

민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요. 이번 <일터>가 변화의 단초를 제공하길 바

산재공동체 발행일

랍니다.

2019.10.04 전화 부산 051-816-8633

특집

팩스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04 08 10

국경을 가로지르는 환경·노동안전보건 의제, 공해수출 베트남 전자산업의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 직업병 수출-공해수출에 대응하는 사회운동의 의의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02

2019년 10월호


14 지금 지역에서는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지금 안산, 시흥에서는

선을 넘는 현장의 냄새

16 산재보험 톺아보기 노동자 기본권, 산재보험 전면 보장하라 : 산재보험 적용 확대 2

43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업무상 재해 사건 - 현장 조사의 중요성

19 연구리포트

45 노동자 건강 상식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치매

23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48 문화읽기

“살림이 일인 사람들, 우리의 일터는 다른 누군가의 가정입니다.”

28 사진으로 보는 세상 30 현장의 목소리 노조 탄압을 멈추는 날까지, 흔들림 없는 투쟁 이어간다 34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김용균이라는 빛,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바람을 그리다

드라마 <닥터탐정>이 우리에게 남긴 것

50 발칙 건강한 책방 여성-노동자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 찾기 52 이러쿵저러쿵 공감(共感)의 시작 54 안전보건동향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3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좌우 출처: 호나라

‘크라우드 소싱’이 배달노동자에게 자율성을 가져다줄까?

차례

03


특집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경을 가로지르는 환경·노동안전보건 의제, 공해수출

박기형 상임활동가

환경·노동안전보건 운동에서 국제적 연대가 왜

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산업재해, 환경

중요한가?

오염은 여러 사회를 교차하며 형성된다. 한 사회 내부에서 부자에서 빈민으로, 자본가에게서 노동

“아시아 환경·산재 피해자 네트워크”(이하

자로, 정규직으로부터 비정규직으로 전가될 뿐만

ANROAV)의 연례 회의가 올해 10월 28일~30일

아니라, 국경을 가로지르면서도 위험이 전가된

사흘간 한국에서 열린다. 아시아 지역의 환경·산

다.

재 피해자들과 노동안전보건활동가 및 환경운동 가들이 모여 여러 의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

‘유해·위험 산업의 국가 간 이전’이라는 문제

는 자리다. 이 대회의 취지 중 하나는 ‘국제적 연 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노동안전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

보건 의제를 다룰 때 국제적 연대를 지향하는 이

다. 한국 사회에서 환경·노동안전보건 의제가 사

유는 무엇일까? 환경·노동안전보건 문제는 한 사

회문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원진레이온 사

회에 국한된 게 아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

건, 부산석면공장 문제 등이 있었다. 모두 한국에

모두 같은 문제를 겪고 있으니, 서로 경험을 나눠

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

보자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

지 추적하면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일어난 불

04 2019년 10월호


행한 일로만 여길 수 없다. 원진레이온 사건의 물리적 원인으로 꼽는 인조

경오염 또한 심각해졌다. 일련의 두 사례를 검토해봤을 때, 확인할 수 있

견사 제조설비는 일본의 동양레이온 시가현 제1

는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유해산업의 국가 간

공장으로부터 건너온 것이다. 해당 공장의 노동

이전’, ‘국가 간 위험 전가’이다. 학술 용어로는

자 44명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되어 논란이 일자

‘공해수출(pollution export)’이라 부르며, 유해

1962년 설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기계를 폐기

물질·설비를 취급하는 산업이나 전자폐기물·핵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폐기물 등의 오염물질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

교섭 및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경제개발정책 추진

로 이전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기존 국가에서 직

과정에서 1964년 화신백화점 창업주 박흥식이

업병과 환경오염을 유발했던 유해산업의 자본이

36억 원을 주고 이 기계를 도입했고, 1966년 당

법제도적 규제, 사회적 압력, 기계설비 개선 등을

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견 제조 공장인 흥한화학

이유로 다른 국가로 이전하면서, 기존 국가에서

섬유주식회사(1976년 원진레이온으로 명칭 변

발생했던 직업병과 환경오염을 다른 국가에 다시

경)을 세웠다. 이미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레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온 산업의 유기용제 중독 증상이 보고되었고, 일본으로 이전한 것임에도 말이다. 결국, 이 ‘죽

국가 간 위험 전가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에 대응

음의 기계’와 레이온 공장은 미국과 일본의 노동

할 것인가?

자뿐만 아니라 한국 노동자까지 이황화탄소 중독 에 걸리게 했고, 1993년 원진레이온이 폐업하면 서 문제가 된 설비는 중국 단둥으로 팔려갔다. 석면의 위험 또한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 말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대표적인 설 명은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근거한다. 이중기준은 국가마다 환경 및

부터 일본 오사카 센난 지역에 밀집해 있던 중소

안전보건 기준이 상이하여 유해산업에 대한 규제

규모 석면공장들이 부산으로 옮겨왔다. 일본 석

가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이미

면회사 니치아스의 자회사인 다츠타와 제일화학

특정 물질이나 원료, 특정 산업의 유해성을 인지

공업사가 합작해 1971년에 청석면, 1974년에

한 국가에서는 규제가 적용되나, 그렇지 못한 국

백석면 방직설비를 들여와 석면방직공장을 세웠

가에서는 규제가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집행

고, 부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노동자와 지역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산업화를 미

주민들이 석면질환에 걸렸다. 이 또한 유럽, 미

리 경험했는지에 따라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 일본 등 석면 산업이 일찍 발달했던 나라에서

산업화가 일정 정도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규제가

석면의 유해성이 발견된 이후였다. 하지만 석면

강하고,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에

산업이 전면 폐기되기는커녕, 제일화학공업사와

서는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의 합작회사가 설립되는 등

그런데 공해수출과 이중기준을 자칫 잘못 이해

1990년대 중반부터 동남아시아로 옮겨갔다. 이

하면, 공해수출의 메커니즘이 경제발전 정도에

후 2000년대부터 그곳에서도 석면 질환이 증가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인식의 전도’가 발생할 수

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석면 비산으로 인한 환

있다. 즉 경험 수준에서 볼 때, 선진국에서 개발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05


특집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도상국으로 위험이 전가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

염시켜왔다. 따라서 공해수출과 이중기준이 함

문이다. 공해수출이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받

의하는 바는 경제발전 수준이 아닌, 사회와 자본

아들일 경우, 부유하고 산업발전이 성숙한 나라

간의 위험 규제를 둘러싼 역학 관계에 따라 직업

들이 유해물질·산업을 수출해 이윤을 챙기고, 가

병 및 환경오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난하고 산업화가 덜 된 나라들은 이를 수입해서

다.

피해받는다는 식의 선진국 대 개발도상국의 대립

06

따라서 인식의 전도 없이 공해수출에 대응하려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다면, 안전보건 및 환경규제를 둘러싼 국가 간,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 발전 정도에 따라 규제 수

국가와 자본 간 동학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준이 달라지기에, 모든 국가의 발전 수준이 비슷

구체적으로는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움직

해지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기계적인 설

임이 특정 국가의 사회경제적 조건(특히 저임금·

명으로 흐를 수도 있다. 더욱이 공해‘수출’이라고

미숙련 노동력, 낮은 수준의 노동조직화, 규제 공

했을 때, 위험한 기계설비나 유해산업 자체를 금

백, 행정력 부재 등의 특성)과 맞물릴 때, 어떻게

지하거나 수출 규제를 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손

유해산업이 이전하거나 유치되는지에 대해 분석

쉬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부딪히는 난관은 유해

이런 설명이 현상적으로는 타당할지 모른다.

산업의 위험성은 산업화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하지만 산업화를 누가 먼저 경험했는가의 시간적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수준이 일정

선후 관계만으로 환경·안전보건 규제상의 격차

정도 올라가야만 위험이 발생 및 인지되고, 유해·

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최근 사례를 떠올려보자.

위험 요인을 사회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정부가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했다면 이런 참사

일어난다. 이러한 패턴은 여러 사회에서 지속해

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지난 8월

서 반복되었다.

28일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청문회에

이와 같은 역사적 과정에 맞서 공해수출에 대

서 옥시레킷벤키저(옥시RB)의 박동석 대표가 한

응했던 국제연대 차원의 사회운동은 다음과 같

발언이다. 그의 발언은 비난받아 마땅했지만, ‘공

은 대응 경로를 형성해왔다. 한편으로는 선진국

해수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이를 통

이 개발도상국에 자신들이 떠넘긴 유해·위험 산

해 드러난 것은 산업화라는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업을 책임지도록, 구체적으론 위험·유해 요인을

서 자연스럽게 위험 전가가 이뤄지는 게 아니며,

관리하는 경험과 능력, 방법을 선진국이 개발도

공해수출 역시 유해·위험 요인을 ‘내부’로부터

상국에게 알려주는 일이 요구되었다. 다른 한편

‘외부’로 내보냈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즉 직

으로는 선진국이 마련한 환경·안전보건 관리 기

업병과 환경오염은 선진국에서는 사라졌고 개발

준과 법제도적 규제를 개발도상국에게도 적용

도상국에만 있다는 식의 이분법은 맞지 않는다는

하기 위해 국제 규약·규범을 마련하고 이를 모

것이다. 선진국이라도 규제와 관리·감독이 텅 비

든 국가가 지킬 수 있도록 유인 또는 강제하는

어있는 곳이라면, 유해산업의 자본은 언제든 그

노력을 기울였다. 이상의 두 가지 방향의 국제

공백을 비집고 들어와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늘

적 대응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보건

리는 대가로 사람들을 위험에 내몰고 환경을 오

기구(WHO)·국제노동기구(ILO)·유엔환경계획

2019년 10월호


(UNEP) 등 비정부기구와 ‘아시아태평양환경보

런 점에서 공해수출은 누가 더 많은 힘을 가지고

건장관포럼’과 같은 정부 간 협의체가 설립되었

규제하느냐, 어느 입장에서 해당 문제를 공해수

고, 2006년에는 화학물질 수·출입 과정에서 해

출로 규정하고 대응할 것이냐 등 세력 간의 정치

당 물질의 위험정보 공개·공유를 의무로 규정한

적 문제다. 그렇기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일도 국

유엔환경계획의 로테르담 협약이 제정되기도 했

가윤리, 기업윤리, 인권이라는 도덕적 명제만으

다. 국제협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국가 간 시민사

로는 실현될 수 없다. 물론 윤리·도덕에 호소하는

회단체들이 서로 교류하며 관련 정보와 사회운

것이 아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공해수

동의 경험을 나누며 역량을 높여 왔다.

출의 정치적 성격과 비용/편익 논리에 도덕적 명 제가 편입되기 어려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

공해수출에 맞선 사회운동에 주어진 과제,

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

사회적 책임을 묻기

는 역학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일 테다. 이런 점에 서 국제기구 설립, 국제협약 제정, 각 사회의 안

그러나 공해수출을 둘러싼 딜레마가 여전히 남

전보건·환경 의식 및 기준 강화 노력 등 이중기

아있다. 바로 ‘공해수출로 인한 직업병 발병 및

준 해소를 통해 규제상의 공백을 메우고 예방하

환경오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는가’라는

려는 사회적 움직임, 국제적 연대는 여전히 중요

문제다.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일은 세계화 이후 자

하고 유효하며,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

본 이동성이 증대하고 다국적기업이 등장하면서

자들의 조직화 또한 필수적이다. 다만, 언제나 자

더욱 어려워졌다. 대표적 사례로 1984년 인도 보

본과 국가가 법제도적 규제의 공백을 만들거나

팔참사가 있다. 참사를 일으킨 미국의 다국적기

활용해 이윤극대화 및 경제성장이라는 자신들의

업 유니언카바이드사는 현재까지도 피해수습에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1989년 인도 정부와

이렇게 공해수출에 맞서는 사회운동이 무력화되

4억 7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합의한 게 전부였다.

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응만으로 충분할까?

앞서 언급한 가습기살균제참사에서도 옥시RB에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국가와 자본이 공해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했다. 박 대표가 청문회에

수출로 인해 발생한 참사에 책임지도록 해서, 국

서 피해자 지원 대책에 답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

제규범 및 법제도적 규제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듯이, 국제자본과 다국적기업은 가습기살균체참

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열린 질문

사와 같은 공해수출이 “다양한 원인과 다수 당사

이다.

자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문제”임 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복잡성 뒤 에 숨어 자신들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이 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공해수출은 안전보건·환경 규제를 둘러싼 자 본-사회-국가 간의 역학 관계 속에 자리한다. 그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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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베트남 전자산업의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 팜 티 민 항(Pham Thi Minh Hang), CGFED 부원장 번역 : 선전위원회

허울 좋은 이야기일 뿐인 ‘경제 핵심, 발전전략으로서

수출 규모가 530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 결과, 다른

의 전자산업’

모든 산업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응우옌 쉬안 푸크 총리는 2018년 6월 지구환경기금(GEF) 협의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

회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베트남은 경제성

는 곳 중 하나다. 베트남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국내

장을 위해 환경을 희생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개발

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산업 덕

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이룰 것을 맹세합니다.” 그러

분이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서

나 산업의 규모와 그것의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

전자산업을 환영했다. 2007년 4월 23일자 ‘총리령

하고, 해당 산업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잠

제55호/2007/QD-TTg’으로, 2007~2020년의 기

재적 유해성에 대한 현재의 정보는 부족하다.

간 동안 전자산업을 3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계속 선정함을 확인했다. 그리고 ‘총리령 제1290호/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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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WTO의 정식 회원국이 된 2007년 1월

TTg’를 통해 2030년에 전자 산업이 베트남 경제

1일 이후, WTO 가입 조건에 따라 전자산업에 주어

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지는 정부 지원과 특혜도 없어졌다. 몇몇 FDI 회사

서, 2020년까지의 전자산업 발전을 위한 실행 계획

들은 파산하거나 생산을 중단하거나, 상업 또는 서

을 승인했다. 베트남 계획투자부의 외국인투자 부

비스 부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WTO 가입 이후 전

서에서 낸 통계를 보면, 지금까지 베트남은 삼성, 폭

자산업 내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를 포함한 새로운

스콘, LG, 파나소닉, 인텔, 노키아 등 주요 기업들로

외국인 투자 물결이 베트남으로 유입됐다. 이들의

부터 100억 달러 이상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

투자 프로젝트로 인해 베트남 전자산업의 FDI 자본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13

이 1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 베트남에서 30

년 처음으로 전자제품 수출 규모가 핵심 산업이었

여 년 넘게 전자산업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

던 의류 부문을 앞질렀다. 2015년 베트남 전자산업

제 전문가들은 “갓난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수

은 총 4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다. 전자산업은 언제나

2019년 10월호


경제의 핵심으로 여겨지지만, 베트남의 국내 기업

비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산업

대부분은 생산 단계 중 이윤이 가장 낮은 생산단계

통상노조(VUIT)은 IndustriALL에 가입되어 있으며

인 소비재 조립 작업만 담당할 뿐이다.

전자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에서 1996년에 처음 사업을 시작

그러나 삼성은 무노조 방침을 갖고 있으며, “노조

했다. 이후 20년 만에 총 등록 자본금 148억 달러

가 필요 없는 경영 원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기준)로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가 됐

삼성의 내부 문서(ITUC, 2016)는 노동조합을 조

다. 2016년 삼성이 베트남에서 기록한 총 매출액은

직 할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를 식별하는 방법, 그들

463억 달러로, 그 중 수출액은 400억 달러에 달한

을 감시하는 방법, 그리고 노동조합 결성을 막기 위

다. 이는 2015년 대비 9.9% 증가한 것이며, 국내 총

해 그들을 고립시키는 방법 등 노동조합 결성을 저

수출액의 22.7%를 차지한다. 그리고 삼성은 13만

해하기 위한 회사의 행동들을 기술하고 있다. 이러

70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베트남에 있는 삼성

한 전략은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개발한 것이다.

공장 중 박 닌 공장과 타이 응우옌 공장이 핵심인데,

이 전략으로 인해 삼성 관계자가 한국 검찰에 구속

베트남은 물론 삼성의 글로벌 시스템 전체를 놓고

되는 사건이 촉발되었고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봐도 그렇다. 예를 들어, 현재 베트남에서 삼성이 출

이어졌다.

시하는 휴대폰의 50%를 생산하고 있는데 반해, 한 국에서는 8%를 생산하고 있다. 2016년 삼성 베트

IPEN & CGFED의 삼성 베트남 공장 작업환경 조사

남 공장의 매출은 360억 달러로 이들의 제품은 78

보고서

개국에 수출되며,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팔린다. 베 트남에서 삼성전자는 “전자산업과 FDI의 성공적인 시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환경보건단체 IPEN과 베트남 시민단체 CGFED가 수행한 <베트남 전자 산업에서의 여성 노동자 이야기>라는 조사 보고서는 베트남 전자 산

베트남 전자산업을 지탱하는 여성 노동력과 노동권의 부재

업의 노동조건에 관한 기존 연구에 특별한 공헌을 했다. 이 연구는 산업영역 조사와 박닌, 타이 응우옌

전자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2005년부터 현재

두 곳의 대형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45명의 여성들

까지 9년 동안 4만 6000여 명에서 41만 1000여 명

에 관한 질적 연구(구술 작업)을 결합한 것이다. 그

으로 급증했다. “현재 많은 가치를 가져다주지 못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는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전 자산업 하위부문 노동자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

-연구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다양한 건강상의 영향

습니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기술직이나 관리직이

을 토로했다. 45명 모두 직장에서 실신하거나 현기증을

아닙니다. 모든 선임 관리자 자리는 외국인이 맡고

느낀다고 얘기했지만, 교대 근무로 인한 “정상적인” 결

있습니다.”

과라고 보고되었다. 유산했을 경우엔 “만약 그들이 어리

이렇듯 전자산업이 급성장하여 베트남 경제에서

다면, 매우 정상적”이라고 보고되었다. 다른 문제들로는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전자산업 내

시력 손상, 코피, 미관 상 변화, 그리고 복통, 뼈와 관절

노동조건에 관한 정보, 특히 환경과 노동자 건강에

의 통증 등이 있었다.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 더구 나 노동조합의 결성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ILO협약 87호와 98호의 요건이지만, 베트남은 두 협약 모두

*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에서 삼 성 휴대전화 공장에 대한 간단한 후속 조사를 진행했다 위 보고서에 포 함된 내용 중 빠진 것들도 많았지만, 장시간 노동, 근로계약 위반, 교 육·훈련 부족 등도 확인됐다.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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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노동자들은 4일씩 돌아가는 주야맞교대 근무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인권, 노동권, 여성권리, 공중

(alternating day and night shifts for periods of 4

보건, 환경정의, 지속가능한 구매관리(sustainable

days), 9~12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는 점(standing

purchasing) 단체의 지도자들은 삼성에게 베트남

for the entire 9-12 hours shift), 그리고 베트남 법

공장에서 휴대폰을 만들고 있는 수천 명의 노동자

정 제한치를 정기적으로 초과하는 높은 소음 수준을 포

들-그들 대부분은 가임기 여성들이다-을 보호해줄

함한 열악한 작업 환경을 지적했다. 임산부 노동자들은

것을 요청했다. 이 탄원서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

근무시간 내내 서있어야 하지만, 휴식을 취할 순 있다.

의 지지를 받았다. 2018년 5월 1일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전자업

-여성 노동자들 중 어느 누구도 제품 세척에 화학물질

계의 거인인 삼성의 건강·노동·인권 침해를 규탄하

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나 공장 내 다른 곳에서의 화학

는 ‘세계 삼성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물질 사용으로부터 노출되는 일에 관해 생각해보지 못

Samsung)’이 열렸다. 이러한 실천에는 세계 곳곳

했다. 휴대전화 생산 공장의 직종에는 페인트, 잉크, 화

에 있는 삼성 공장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학물질이 함유된 청소 제품을 사용하는 업무들이 포함

전 세계에서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수십만 전

되어 있다. 생산 공정 단계들에는 가열, 금속 코팅(가스

자산업 노동자들을 보호하라고 삼성에 항의하는 요

처리), 도장, 레이저 조각 및 절삭이 포함되며, 이 모든

구를 담은 탄원서들을 전달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화학 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

러한 국제적 실천과 청원은 삼성이 노동자와 시민 사회단체에 대한 위협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공

-연구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결혼했고,

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며, 정보

회사에서 근무하기 전에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자녀를

를 차단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더 안전한 대안을

둔 모든 여성은 회사의 주거 규율로 인해 아이들과 따

마련하며, 노동자들이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할

로 떨어진 채 살아야 했고, 아이들은 다른 마을이나 도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시에서 조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GDP 증가만 추구해선 안 된 다. 전자산업 등 주요 산업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베트남은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전자제품의 표준 개

개발도상국에선 그와 동등한 수준으로 경제 발전

발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을

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지역사회가 받는 영향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장 안전 규정은 없다.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화학 물질, 전자기장, 방사능, 교대제 및 기타 잠재적 유

글로벌 리더들, 삼성에 베트남 노동자 보호를 촉구하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국제사회는 베트남의 삼성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였고, 베트남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성명을 통해 베트남 여성 노동자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보고서의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관할 당국의 대 응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건강에 유해하고 부적절 한 노동 조건을 알리는 연구원이나 노동자들에게 민 간이나 정부 관료들이 위협을 가하는 것은 받아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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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해·위험에 관한 규제 등 전자 산업에서 노동자의 안 전을 보장하는 종합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유해물 질 및 유해환경 노출 제한 값은 가임기 여성을 포함 해 가장 취약한 집단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직장 및 지역사회에 균등한 수준의 보호를 제공할 수 있 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는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참 여를 바탕으로 개방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 고서 투명하게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또한 노 동조합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개혁하고, ILO 협약과 세계 인권 선언에서 확립된 권리들을 존중해야 한 다.


직업병 수출-공해수출에 대응하는 사회운동의 의의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최예용 아시아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 부조정관

2019년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사흘 간 서울

망한 참사를 계기로 아시아 각국에서 노동자들을

에서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 대회’라는 이름의

보호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동안전보

국제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15여개 아시아 나

건운동의 일환으로 조직되었다. 매년 아시아 주

라의 산업재해, 직업병 등 노동안전보건문제와

요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각국, 각 분야의 노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인 환경보건문

동안전보건운동의 경험을 교류하고 구체적인 연

제를 다룬다. 이들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학술

대활동을 추진해왔다.

또는 정책 관련해 논의하는 행사가 아니라, 피해

이 네트워크의 활동성과 중 하나가 석면분야

자들을 위한 피해자들의 자리다. 즉 환자와 유족

다. 2009년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가 결성되

들이 주인공인 대회다. 이들과 노동안전보건운동

었고 이를 중심으로 현재 아시아 10여개 나라에

가, 환경보건운동가 그리고 의학, 사회학 등 관련

서 석면추방운동과 석면피해자운동이 활발히 전

분야 전문가들이 일부 함께한다.

개되고 있다. 더불어 10여 년 전 연간 200만 톤

이 대회는 ‘아시아 직업 및 환경 피해자 권리

에 이르던 세계석면소비량이 2017년 130만 톤

네트워크(ANROEV, Asia Network for Right of

규모로 감소되었고, 아시아에서 일본, 한국에 이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라는

어 홍콩, 대만, 태국, 네팔 등에서 석면사용이 전

이름의 기구가 주관한다. 이 네트워크는 20여 년

면금지 또는 크게 제한되었다.

전 태국, 방글라데시, 중국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공장화재 사고로 인해 수백, 수천 명의 노동자 사

필자는 2008년부터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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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회’에 참가해왔는데, 한국에서 가동되던 석면

이다. 소위 전형적인 형태의 공해수출 문제다. 유

방직공장이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 노동자와

해·위험 산업이 일찍 발전한 선진국에서 이제 막

지역주민들에게 석면피해가 나타나는 문제를 조

산업화를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으로 유해·위험 산

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은 2009년부터 석

업이 이전한 것이다.

면사용을 전면금지했다. 원료나 제품을 사용해서

필자는 학자가 아닌 활동가로서 이 문제를 조사

도 수입, 수출해서도 안 된다. 발암물질이기 때문

하고 다루면서 이미 석면문제를 노동운동의 주제

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동되던 석면공장이 인

로 다뤄오던 노동안전보건운동가 및 전문가들과

도네시아, 중국 등지로 옮겨가서 가동되고 있다.

결합해 환경보건운동의 주제로 삼았고, 특히 석

인도네시아나 중국에서는 아직도 석면사용이 허

면공장 인근 지역으로의 석면오염과 주민건강 피

용되기 때문이다. 그들 나라의 노동자나 주민들

해문제에 집중했다. 그 동안의 가시적인 성과라

은 석면에 노출되어도 괜찮은가? 당연히 아니다.

면, 한국의 경우 석면사용이 금지되었고 환경성

한국에서 가동될 때 노동자들과 주민들에게 석면

석면피해를 구제하는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되

피해를 입혔던 석면공장이 그대로 인도네시아로

어 지난 8년9개월간 3,883명이 석면피해 및 구제

옮겨가서 가동되기 때문에 그들 나라에서도 똑같

대상자로 인정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처음으

은 문제가 발생한다.

로 석면질환자가 진단되었고 업무관련성이 인정

석면에 대한 안전기준이 더 허술한 인도네시아 에서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

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 권리

할 수 있다. 2007년 부산의 법원이 석면공장에서

네트워크’를 통한 활동에 힘입은 바다. 일본과의

일했던 노동자가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으로 사망

연대활동을 통해서도 일본 센난과 한국 부산의

한 사례에 대해 해당 공장이 유족에게 배상금을

석면피해문제를 법정에서 제기하고 인정받는 성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때 필자는 1971년

과가 있었다. 역시 이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부터 부산에서 가동되던 석면공장 일부가 1992 년 인도네시아로 옮겨간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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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트워크는 평생을 산업보건운동에 바친 운

면방직공장은 1971년 일본에서 옮겨온 것이었

동가들과 양심적인 전문가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다. 필자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10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피해자의 세 축으로

여 차례 일본과 인도네시아 현지를 방문해 석면

구성되고 유지된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방식의

방직공장의 국가 간 이동과 노동자 및 주민 피해

사회운동은 매우 드물고 한 나라를 넘어 권역차

상황을 조사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짐작(?)

원으로서는 유일하다. 2년마다 개최되는 대회의

대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한국에서 인도네

경비는 석면 피해자와 유족의 기부와 시민사회단

시아로 석면방직공장 설비들이 이전되면서 안전

체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정부와 기업 또는 국제

관리시스템은 전달되지 않았고, 노동자와 주민들

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20여 년 간 피해자

의 석면피해는 고스란히 아니 더 심각한 형태로

중심의 네트워킹을 통해 노동안전보건분야의 성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고 지금도 발생중

과를 내온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2019년 10월호


서의 환경운동을 통한 석면문제의 사회이슈화와

세상 만들자”라는 구호의 붓글씨 작품을 만들어

전자산업 피해자운동의 성과, 일본에서 진행 중

아시아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유럽공동체와 달리

인 석면암 중피종환자들의 전국투어프로그램, 인

아시아공동체는 아직은 이름뿐이지만 조금씩 실

도네시아에서의 산업보건운동의 약진, 인도 스리

체가 만들어 지고 있다.

랑카 지역에서의 산업보건운동의 분투 등 국가별 모범 사례가 적지 않고, 극동, 동남아, 남아시아 등 아시아내에서도 권역별로의 연대가 세분화되 고 있다.

나름의 성과와 함께 한계와 부족한 점도 많다. 노동안전보건운동과 환경보건운동간의 접점을 넓혀야 하고, 나라마다 다른 경제적 정책적 문화 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설 정과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추진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피해사례 공유에 머무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피해자를 위한 네트워크라고 하지만 실제 활동에서 아직은 피해자가 중심에 있지 않 다. 피해자들은 국제회의는 물론 자국 내에서의 네트워킹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아시아연 대를 담당하는 활동가나 전문가도 소수에 불과하 다.

직업병과 환경문제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피 해를 확대하는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 게 하고, 이를 규제하는 UN차원의 협약과 피해지 원을 위한 국제펀드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이 러한 과정에서 피해자는 시혜의 대상이 아닌 문 제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삼성백혈병, 태안 화력피해자 등 유족들이 만든 산재피해자단체 < 다시는>의 사례가 아시아로 전파되고 확대되어 야 하는 이유다. 2015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참가자들은 “노동자 산재피해자와 시민환경 피해자간의 국제연대로 노동해방 녹색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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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안산, 시흥은 제조업 공단 도시,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밀집된 공단, 파 견회사가 가장 많은 지역, 노조 조직률 3%, 대부분 노동자가 노동3권을

지금 안산, 시흥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곳이다.

지난 8월 18일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네트워크」(이하 ‘건강권 네트워크’)는 서울반도체 대 표이사와 사내하도급회사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노동청에 고 발하였다.

서울반도체는 서울반도체 노동자와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에게 방사선 의 위험성, 방사선 발생 장치의 위험성에 대하여 전혀 알리지 않고, 물량 을 두 배로 뽑기 위해 방사선 발생 장치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검사업무 를 하도록 하였다. 사내하도급 노동자 7명이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확인 되었고, 이들 가운데 2명이 손가락이 홍반, 통증, 열감, 변색 등 피폭 증상 이 나타났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안전장치가 테이프만으로 해제되는 도어타입 방사선 발생 장치는 수년 전부터 사용되어 7명뿐만 아니라 수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성을 모른 상태에서 안전장치를 풀고 일을 해 왔다 는 것이다. 따라서 방사선에 노출되어 지금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10년 후에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반도체 노동자 이가영 님은 유해물질에 대한 어떠한 교육이나 보 호조치도 받지 못한 채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며 주야 2교대로 12시 간씩 일하다가 2017.9.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8.10.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반 도체는 2019.2. 산재승인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이가영 님은 투 병 중 2019.4.8. 사망하였다.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위험성 교육과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서울반도체는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산재 승인 후에도 노동자에게 유 문상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노무사

해물질에 대한 위험성 교육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는 유해물질이 없 고 안전하다고 교육하였고, 방사선 피폭이 드러난 후에도 2019.9.17. 사 내방송으로 ‘작업장은 안전하다. 엄격한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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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송하면서 사내하도급회사의 잘못으로, 노동자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 년 매출액이 1조가 넘는 회사가 노동자 건강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대기업인 서울반도체 노동자뿐만 아니라 반월시화공단 내 피씨비(PCB)업체 등 소규모 사업장 에서 일하는 65,000명의 전기·전자업종 노동자들은 상시로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자신이 어떤 환 경에서 일했고, 그로 인해 어떤 질병에 걸리는지 모른 채 지내왔다.

이제는 안산 시흥이 더 이상 위험한 도시가 아니라 생명안전도시가 되기 위하여

안산, 시흥지역 노동단체를 비롯한 18개 시민단체는 더 이상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게 하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 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로 모였다.(금속노조 경기금속지역지회, 금속연맹 안산시흥지역본부, 민주노총 안산지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반월시화공 단권리찾기모임 월담, 서울반도체노동조합,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안산노동안전센터, 안산더좋은 사회연구소, 안산민예총, 안산새사회연대 일:다, 안산시흥비정규노동센터, 안산여성노동자회, 안 산청년행동더함, 안산환경운동연합, 일하는사람들의생활공제회 좋은이웃, 전기전자119, 한국노 총 안산지역지부)

건강권 네트워크는 노동부에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하여 서울반도체 대표를 처벌 할 것, 산업안전 근로감독,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할 것, 방사선 발생 장치를 전수조사 할 것, 인터 락 해제가 가능한 도어타입의 반자동 방사선 발생 장치 85대를 모두 수거 폐기할 것, 산업안전보 건 교육을 노동부가 직접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재해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바꿔야 할 것은 너무 많다. 현장 노동자와 시민에게 유해위험 물질을 실질 적으로 알리는 것,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국소 배기장치, 차폐장치 설치하는 것, 안전보건 조례를 만들고, 지역 안전보건센터 설립하는 것, 그리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어 현장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네트워크」는 노동자들 의 건강권과 반월·시화공단의 노동환경을 개선을 위해 유해화학물질 위험성을 알리고, 전기·전자 업종 노동자 대상으로 노동안전보건 홍보와 피해구제, 전기·전자업종 노동안전 실태조사 및 의제 발굴, 시민사회 공론화, 지자체와 정부에 공공의 역할을 끌어내는 사업을 할 것이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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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톺아보기

노동자 기본권, 산재보험 전면 보장하라 : 산재보험 적용 확대 2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 산재보험은 특수고용 노동자 중 일부를 특

오세중 위원장은 최근에 ILO 핵심협약 등 노조

례 형태로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할 권리, 노조법 개정에 활동의 중점을 두다 보니

이렇게 특례 형태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산재보

산재 적용 확대 얘기는 최근에 잘 다루지 못 했지

험 보장 범위로 포함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 중

만, 특수고용노동자 전체에 걸쳐 핵심적인 요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특정 직종만 적용 대상이

사항은 노조법 개정과 산재보험 의무화. 이 두 가

됐으며, 산재보험료를 사용자와 특수고용노동자

지라고 얘기했다.

가 반씩 부담한다. 또 무엇보다 당사자가 ‘적용제 외신청’을 할 수 있게 해 가입률이 계속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특수고용 직업군인 보험설계 노 동자들은 특히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다. 보험설 계사가 30~4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10% 정도만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

이 보기에 훨씬 많은 보험설계사가 원한다. 근로기 준법의 노동자 적용과 노동조합법의 노조할 권리는 구분된다. 우리가 조사해보면 보험설계사들은 본인 이 자영업자라 생각한다는 비율은 대략 반반인데, 노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90%가 넘는다. 당장 정 규직으로, 보험회사 직원으로 모두 받아들여달라는

설계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에 대해 보

것이 아니다. 사실상 노동자로서 일하고 있는데, 노

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갑

보험설계사노조는 2013년부터 대한보험인협회

질, 부당 행위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거기에 대응할

라는 이름으로 모여 활동하다, 2017년부터 노조

수 있는 노동조합을 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로 이

로 이름을 바꾸어 활동해오고 있다. 지난 9월 18

런 핵심적인 노동자 기본권 중에 산재보험 적용이

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 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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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가입 현황은 10% 정도지만, 노동조합

2019년 10월호

포함된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렇게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은

체보험의 대상이 되는 생명보험사만 대상으로 했

보험회사들이 말하는 대로, 보험회사에서 제공하

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선택지를 구성해 특정

는 단체보험이 충분히 보장성이 높고 산재보험

대답을 유도했으며, 미리 설문 대상을 지정한 왜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곡 조사라고 평가했다.

본다. “보험회사들이 거짓말과 과장이 몇 가지 있다. 앞 “산재보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서 가입을 못

서 말한 실제 단체보험 적용받는 보험설계사가 일부

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도 본인이

에 불과하다는 것 외에도 마치 노동자로 인정받으

특별히 선택해서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산재보험에

면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다는 잘못된 소

가입하는 게 아니지 않나. 처음 보험회사랑 계약을

문도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지금도 사업소득세로 수

맺을 때, 작성하는 계약서나 동의서가 수십 장 된다.

익의 3.3%를 원천징수하고, 연말정산과 종합소득

그중에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서’가 들어 있는데,

신고 시 기본세율(6%~40%)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저절로 싸인만 하면 되게 돼 있다. 아예 ‘적용제외’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에 체크까지 돼 있어서, 술술 싸인하면서 넘어가면

경우 최대 40%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개인

누구나 가입하기 어렵게 돼 있기도 하다.

사업자로 될 경우 3.3%의 원천징수분만 내면 된다

보험회사의 단체보험 가입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 률이 낮다는 것도 과장이다. 보험설계사는 총 40여 만 명으로, 크게 손해보험, 생명보험, 법인대리점 소

는 소문이 파다하다.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 보험회사의 산재보험료 부담이 매우 커서, 산재보

속으로 나뉘는데, 대략 손해보험이 8만 명, 생명보

험 모두 적용하면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것도 과장

험이 약 11만 명, 법인대리점이 약 22만 명 정도 된

이다. 고용보험도 그렇지만 산재보험료가 1인당 비

다. 그런데, 이 중 보험회사에서 단체보험으로 보장

용이 월 1만 원 정도다. 두 개 의무화되어도 2만원

해주는 것은 생명보험사뿐이다. 손해보험이나 법인

밖에 안 된다. 이 정도 부담 때문에 고용 악화된다는

대리점은 대부분 사각지대라고 보는 게 맞다. 회사

주장은 신뢰하기 힘들다. 사실 지금도 열 명 중 6~7

단체보험으로 보장받는 대상자 자체가 전체 보험설

명은 1년 내 이직을 계속한다. 전체 40만 명은 유지

계사 중 절반도 안 되는 것이다. 각자 개인 보험에

되지만, 물갈이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이미 고용불

많이 들어 있어서 걱정을 덜 할 수는 있겠지만, 단체

안 심하다. 산재보험 적용으로 더 심해질 상황도 아

보험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악의적인 왜곡이다.”

니다. 보험회사뿐 아니라 행정도 보험설계사들이 산재보

보험설계사들은 본인이 속한 회사에서 운영하 는 단체보험이 산재보험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7년 보험연구원에서 실 시한 한 조사결과는 단체보험을 선호하는 비중 이 산재보험 선호 비중보다 월등히 높고, 산재보 험가입의무화도 반대가 65%나 된다고 했다. 하 지만 오세중 위원장은 이 조사 자체가 그나마 단

험 가입하기 어렵게 돼 있다. 처음 계약할 때 적용제 외를 신청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것은 연초에만 된 다. 지금 신청해도 내년 초부터 적용된다.”

그나마 있는 단체보험의 보장 범위나 보장성은 어떨까?

“보험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암 진단 시 천만 원 정도 정액을 지급하고, 의료실비를 보장하

산재보험의 쟁점과 대안,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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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 상해나 사망 시 1억 정도 보장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도 잘 모른다. 그 외에 자살을 비롯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이 보장성이 훨씬 좋다. 특

한 업무 관련 정신질환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히 휴업급여, 장애보상 등이 있기 때문에, 크게 다친

런데 여전히 가입률 자체가 10%에 머물고, 가입해

경우 차이가 커진다. 재발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든

있는 사람도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재보험은

지, 재활 등도 보상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장

노동자가 받아야 할 기본적 복지라면 이 상황이 바

성이 훨씬 좋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보험설

뀌어야 한다.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계사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

나서야 한다.”

고, 그 뒤로는 조합 가입을 안 하더라도 주변 설계사 들에게 꼭 가입하라고 한다. 지금처럼 50% 부담한 다 해도 훨씬 낫다.”

고용형태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형태의 특수고용노동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의 ‘종 속근로자’만을 사회보험의 대상으로 제한하는 것

보험회사들이 이렇게까지 산재보험 적용을 반 대하는 이유는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것이 핵심적 이유라고 본다.

은 타당하지 않다. 여전히 가입률 논의에 머물고 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산재에 대해 더 많 은 논의가 필요하다. 2018년 초 한 조사에 따르 면,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일반 노동자의 승인율이

보험회사 단체 상해보험

산재 보험

사업주가 가입해야만 적용 (통상 1년 단위)

당연가입제도 (사업주의 가입의지와 상관없이 보상)

2개월 이상 보험료 미납시 보상 불가

급여에서 보험료를 원천 징수

보상내용이 사업주 선택에 따라 결정됨. (휴업급여가 없으며, 일반적으로 입원치료만 보상)

치료비, 휴업급여, 유족보상, 장애보상 등 보상 내용이 법에 규정

일시 보상이므로 재발 시 보상 불가

재발 시 재요양 신청으로 보상 가능

보상내용이 사업주의 보험가입 금액에 따라 결정됨

보상내용이 법으로 정해짐 (평균임금, 장애 정도에 따라 보상)

분쟁이 발생하면 금융감독원에 신청

불승인시 재심의 등 구제절차 있음 ▲ 표 (보험설계사노조 제공)

“노동자성 부인이 핵심이다. 노조로 이어질까 두 렵기 때문이다. 사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자체가

47.2%인 데 반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승인율

두려운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두려워하는 것이라

은 26.5%였다.01 고용형태가 승인율에 어떻게 영

고 생각한다. 당연히 자영업자라고 생각했던 보험설

향을 미치는지, 어떤 부상과 질병으로 치료받고

계사들이, 보험회사의 부당 행위 등을 겪으면서 점

있는지,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

차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지 한발 더 나아간 논의를 위해서도 특수고용

보험까지 해 주면 근로자성 인정에 더 가까워질 거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보험 전면 적용이 선행돼야

라고 보는 거다. 그런 만큼, 우리의 주장도 산재보험 적용은 노동

한다.

자의 기본 권리라는 것이다. 외근이 많으니까, 자동 차 사고 등도 많다. 대부분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한 다고 하지만, 장애가 남거나 하면 산재가 더 좋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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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01 “왜냐면, 산재를 산재라 말하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한겨레. 2018.01.04.


연구리포트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노동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노 동자들은 기계가 아니기에 적정한 노동시간, 적정한 노동강도로 일을 해야 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 장받아야 한다. 그래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기업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 술노동자도 마찬가지다.

1. 노동시간을 둘러싼 투쟁

기업들은 가급적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장시간노동을 시킬수록 시간당 노동비용이 줄어들 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시간에 대한 주권을 빼앗아 서, 언제라도 기업이 원하는 시간에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노동하지만 노동시간으 로 인정되지 않는 부지불노동시간을 늘리기도 한다. 이것은 표준화된 노동시간이 있을 때의 이야 기이다. 프로젝트 노동이나 플랫폼 노동 등 표준적이지 않은 노동의 경우에도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는 이 루어진다. 건당수수료 등 임금체계를 바꾸면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노동을 택한다. 개인 도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에게 선택되기 위해 경쟁하면서 임금을 낮추고 그러다 보면 더 장시간노동을 하게 된다. 준비 비용도 노동자들이 감당한다. 겉으로는 자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 처럼 보이지만 ‘생존경쟁’은 더 시간에 매달리도록 만든다. 이 경우 노동자들의 권리는 더 이야기 되기 어렵다. 법은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기준 삼기 때문에, 비표준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들

연구리포트

19


은 권리에서 배제된다. 때로는 자신이 표준적인

못하고 있다. ‘예술인고용보험’을 하루 빨리 도입

노동시간에 해당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

하고, ‘실업부조’ 등 문화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반

다. 그러므로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영하여 휴지기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여기에서

법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의 원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정말로 문화예술 노동

칙을 수립해야 한다.

자들은 단속적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①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휴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계약을 체결하여 일하는

식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②불규칙하지 않아서

시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노동을 위한 준비를

예측할 수 있는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③

한다. 사람을 만나고 미술관을 가고 현장을 찾아

노동하기 위한 준비시간과 마무리 시간이 노동시

가는 모든 활동이 축적의 시간이다. 그런데 ‘단속

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④지나치게 짧거나 단속

적 노동’이라는 특성은 계약 이외의 시간을 모두

적인 노동시간을 강요해서, 생계를 위해 투잡을

불필요한 시간으로 간주하고, 예술활동 바탕의 축

하도록 하면 안 된다.” 등 원칙을 수립하고, 그 원

적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 휴지기가

칙 위에서 제도적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준 비기간’임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문화예

2.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술은 사회서비스의 성격도 갖고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좋은 영향은 이미 많은 연구가

문화예술노동자들은 프로젝트형 노동도 많고 단시간 노동도 많다. 부지불노동도 일상이고, 관

증명한다. 따라서 문화예술가들과 향유자들의 ‘공적 문화

행이라는 이름으로 장시간노동도 강요된다. 문화

예술활동’을 늘리고 많은 예술가가 여기에 참여

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를 생각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자

보자.

신의 작품활동만이 아니라 공적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① 단속적 노동시간(프로젝트형 노동) 문화예술노동은 일하는 시기와 휴지기로 나누

예술가들의 휴지기가 사회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 도록 해야 한다.

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휴지기라 하더라도 온전한 휴식시간이 아니라, 대기시간이거나 일을 구하는 시기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예술노동자들은 프로젝트로 일을 하는 경우, 그

생계유지가 안 된다. 언제 일을 구할 수 있을지도

기간에는 매우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을 한다. 그

알기 어렵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24.1%01이므로

런데 장시간 노동이 인정되지 않거나, 높은 노동

사회적 보장도 안 된다.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예

강도가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다. 1년간 해야 할

술인 고용보험’02을 공약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일을 몇 달에 몰아서 하도록 요구하되, 단지 일을

01 문화체육관광부, <2018년 예술인실태조사> 02 문화예술노동연대에서는 프랑스의 앙떼르미땅과 같은 제도 도입 을 고민한다. 그런데 앙떼르미땅의 경우 최근 재정문제가 발생하고 있 고, 수급자들의 대상이 확대되지 못하고 수급 기간도 줄어드는 추세이 다. 독립적인 고용보험제도를 활용할 것인지, 전체 고용보험 구조 안에

20

② 장시간·고강도 노동시간

2019년 10월호

한 시간만 인정해주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것을 포함되도록 하고, 문화예술인의 특성에 맞는 실업부조의 성격을 보충할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독립적인 고용보험 구조가 자칫 ‘권리’ 가 아닌 ‘시혜’가 되지 않도록 전체 고용보험 안에 편입하는 방안도 모 색할 필요가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 관

시간 노동으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운 문화예술

행은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권리를 배제하는 수단

노동자들은 겸업할 수밖에 없다.

에 불과하며, 충분히 변화 가능하다.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42.6%가

이런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해결하려면 문화예

겸업예술인이다. 불규칙한 소득 때문인데 겸업을

술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그

할 때 예술관련 직업은 기간제와 계약직 혹은 임

런데 회사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시직, 비예술직업은 파트타임과 형태가 많았다.

계약의 형식을 문제 삼아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

겸업을 하다보니 예술활동 외 직업 투입비율이

피하려고 한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

74.8%로서 예술활동을 충분히 하지도 못하며,

정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2018년 말 산업안전

단시간노동을 하지만 겸업이다 보니 실제로 평균

보건법의 적용 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

주 58.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장했던 것처럼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노

문화예술활동을 전업으로 한다는 것은 예술활

동시간 제한이 법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도 필

동에 충분한 시간이 투입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려

요하다. ‘적정노동시간’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면 문화예술노동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보장되어

그러려면 ‘업종별 T/F’를 통해 연구 정리하는 과

야 한다. 그런데 인적 네트워크에 따라 하고 예술

정이 필요할 것이다. 작품 전체에 들어가는 비용

활동을 하게 되는 구조라서 어떤 네트워크 안에

과 그 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공개되어

포함되어 있는가가 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야 하고,03 ‘프로젝트 당 얼마’라는 도급계약 구조

영향을 미친다.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도 바뀌어야 한다. 이 경우 계약기간의 적정성이

문화예술노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창작활동이나

노동시간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계약서상에 노동

교육활동의 기회를 늘려야 하고, 노동조합이 모든

시간이 명시되어야 하며, 숙련에 따른 시간당 임

문화예술노동자의 열린 네트워크로 기능해야 한

금도 명시되어야 한다. 또한 계약기간보다 기간이

다.

더 늘어났을 때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④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노동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문화예술노동도

③ 문화예술노동자의 단시간노동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쓰더라도 단

많다. 기획을 하고 창작을 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며 매우 큰 시간의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시간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강사들이 대표

노동시간 평균적 측정이 어렵고, 노동시간이 개인

적인데, 이들은 2017년 기준 연 최대 374시간 근

마다 다르다고 해서 이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는

무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이기도 하다. 이 초단시간

것은 아니다. ‘간주근로시간제’ 등 노동시간을 합

노동에는 준비시간과 상담시간 등이 제외되어 있

의하는 방식도 있다. 즉 노동시간을 엄격하게 측

다.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노동시간인 것이다. 단

정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획이나

03 건설산업 공공입찰에서는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표준 품셈이란 시설공사의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공종, 공법을 기준으로 하여 작업당 소요되는 재료량, 노무량, 장비사용시간 등을 수치로 표시한 표 준적인 기준으로서 매년 정부가 발표한다. 물론 이것은 입찰상의 기준 일 뿐, 현실에서 이 표준품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이 지급된다. 하지 만 노동자들이 집단적 요구를 하는데 주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 자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 하지 않는 관행에 제동거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예술노동자들 스스로가 이런 관행을 인정하

연구리포트

21


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이 되어야 노동시간에 대한 강제도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서울시향 교향악단

또한 고용보험과 실업부조 제도를 통해 문화예술

단원의 개인연습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

가 재생산을 위한 시간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도록

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경우에도 개인연습시

요구해야 한다. 문화예술노동조합의 교섭에서도

간을 ‘간주근로’로 인정한 것이다. 개인마다 연습

노동시간의 권리가 중요하다. 준비시간과 교육훈

시간의 양은 차이가 있겠지만 합주를 하기 위한

련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적정노

기본 연습시간은 평균적으로 특정할 수 있고, 그

동시간을 명문화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할 수 있어

시간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시향의 사례에서 해당

야 한다. 정부나 사용자단체에 업종별 적정노동

노동자는 연습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아 연

시간을 산출하는 T/F 구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차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고용보험에

충분한 휴식과 노동자들의 관계형성이라는 면에

편입되더라도 근무일수가 확인되어야 한다. 노동

서 휴일과 휴게시간 명문화도 중요하다.

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표준적 노동시

마지막으로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

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임

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노력해야 한다. 문화예술

금만이 아니라 부가적 복지와 사회복지 시스템에

노동자들은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할 기회를 가져

잘 편입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야 한다. 교육과 훈련의 기회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공적 예술활동의 공간을 만들어야

3. 문화예술 노조의 과제

하고, 노조가 교육훈련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조는 시민사회 및 지역사회와의 교류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재생산을 위해서

와 협력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

‘노동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법적인 측면에

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 문화예술노동조

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여 프로젝

합은 지역사회 및 시민사회와 지속적인 연관을 가

트형으로 일하는 문화예술 노동자들이 노동자성

질 필요가 있다.

출처 : 문화예술노동연대

을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

22

2019년 10월호


“살림이 일인 사람들, 우리의 일터는 다른 누군가의 가정입니다.” [인터뷰] 가사관리사 J씨, W씨 박기형 상임활동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흔히 우리는 집이라고 때, 쉼을 떠올린다. 내 일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휴식을 취하는 곳, 생활하는 데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 해주는 안식처. 하지만 집은 모두에게 쉼의 공간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가 쉴 수 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 가 사노동자다. 우리에겐 가정이 생활의 터전이지만, 가사노동자에게는 일터다. 여기서 말 하는 가사노동의 범주에는 가정에서 직업을 갖지 않고 ‘주부’로서 노동하는 사람이 포 함되었다. 이에 더해 임금을 받고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 어떤 가정에 방문해 세탁·청 소·요리·육아·요양 등을 대신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노동자들도 포함되었다.

과거에는 파출부, 가사도우미라고 불렸던 이들은 시간제 또는 일일 고용 형태로 가정 과 계약을 맺고 가사를 전담하거나 보조한다. 최근에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의 증 가, 사회 고령화 등으로 인해 돌봄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후자에 속하는 가사노동 자의 비중과 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음알음 가정을 소개받거나 인 력파견업체를 통해서 연결되어 가정과 직접 계약하는 형태였다면, 근래 돌봄 서비스 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가사노동자와 가정을 매칭해주 는 형태도 등장했다. 더욱이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면서 배달 정보·서비스를 중개해주는 ‘배달의 민족’과 같이 돌봄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플랫폼 회사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이 번 일터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관리사 J씨와 W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J씨 : 가사관리사를 한 지는 10여년이 되었네요. 가사관리사를 하기 전에도 가정방문 형태의 일을 몇 번 했었어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해서 방문교사도 해봤고 요리도 곧잘 해서 출장요리 일을 한 적도 있죠. 그래서 가사관리사 중에서 요리를 요구하는 가 정에 특화되어 있는 편이에요.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3


W씨 : 저도 중간에 몇 번 쉬었던 경우를 제

W씨 : 우리 업무는 크게 청소·정리·요리·세

외하면, 거의 15여년 넘게 일한 거 같아요.

탁으로 나눠져요. 일하는 건 오전파트, 오후

저희가 속해있다고 해야 하나요...일거리를

파트로 각각 4시간 단위로 나눠져요. 하루 한

연결시켜주는 사회적 기업이 처음 가사관리

곳에서 8시간 넘게 근무하는 경우는 드물어

사를 운영할 때부터 시작했었죠. 제가 이 일

요. 물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가정이 아니

을 시작하게 된 거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

라 1회성으로 신청한 곳이면 하루 종일일하

서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애들

는 경우도 있고, 요리를 포함해 여러 서비스

이 학교가고나면, 집에 혼자 있기도 하고 집

를 한꺼번에 바라는 가정인 경우에는 한 달에

안일을 마치고 조금 시간이 남기도 했었죠.

2-3번 정도 8시간 일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 시간을 활용해 일하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

한 가정마다 하루 4시간씩 일하는 게 일반적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혼자만 있을 때 보

이죠. 일정표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 8

다 기운도 나고, 삶에 활력도 생겼었어요.

시 반부터 오후 12시 반, 오후 1시 반에서 오 후 5시 반까지로 나눠져요.

J씨 : 저는 가사관리사 일을 부담 없이 시작 한 편이었어요. 제가 일하지 않으면, 가계를

J씨 : 전 처음 가정을 방문하면, 집 내부도 살

꾸리기가 힘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

펴보지만, 집 주변도 한 바퀴 둘러봐요. 전체

도 가계에 제 일이 꽤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

분위기를 파악하는 거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각해요.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시작했지만,

해당 가정과의 소통이에요. 4시간 안에 할 수

그 비중을 무시하지는 못하잖아요.

있는 게 정해져 있거든요. 집마다 요구사항도 다르고요. 청소·정리가 기본이지만, 그것도

24

J씨나 W씨처럼 가사관리사를 시작한 여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들이 다른 거

성들은 살림을 챙기는 동시에 가사관리사

죠. 그래서 어떤 걸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

일을 한다. 이렇게 일과 살림을 병행하기

는지를 확인해야 해요. 때론 가정관리사를 오

위해서는 야근을 한다거나 장시간 노동을

래 써본 분이면, 먼저 목록을 정리해서 주시

하기가 어렵다. 물론 J씨나 W씨도 다른 일

기도 해요. 한 달 정도 지나면, 쓰레기봉투나

자리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

청소도구, 소소한 물건 등 우리가 그 집에 사

에도 J씨가 얘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는 분보다 잘 알게 되요. 정리수납과 관련한

집안일을 전담하는 여성이 살림을 챙기며

교육도 듣기도 하고, 수건 개는 것부터 침구

일하려다 보면 노동시간의 부담이 덜한 단

각을 잡는 것까지 다른 분들이 손대는 거랑은

시간, 일용직, 방문노동 등의 노동조건을

확실히 다르죠. 그렇지만 정작 집에 가서는

찾게 된다.

지치고 힘드니까 일할 때만큼 청소나 정리를

2019년 10월호


신경쓰지는 못해요(웃음).

도 부담이 넘어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가사관리사는 법제도의 보호 바깥에 놓여

W씨 : 저나 다른 분들의 경우엔 한 가정에서

있는 것이다.

오래 일하는 편이에요. 한 곳에서 5년 넘게 일하는 가정들이 꽤 되죠. 저희가 가사관리를

W씨 : 최근에 저도 일하다 넘어진 적이 있어

잘 해드려서 만족도가 높으신 것도 있겠죠.

요. 가정이라고 해도,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

그와 함께 가사관리사를 사용하는 집인 경우

거든요. 의자 위에 올라가서 먼지를 털거나

엔 대부분 맞벌이를 하니까 가사관리사를 쓰

물기가 흥건한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넘어져서

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다치는 사고가 자주 있지는 않아도 가끔 발생

런 가정은 대개 소득형편이 높은 편이에요.

해요. 그렇다고 일하다 다치는 일이 없다고

최근에 1인 가구가 늘면서 1회성 신청도 늘

말을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도 저희가 속해

고는 있지만, 아직 큰 비중은 아니에요. 그리

있는 사회적 기업에서는 민간보험을 통해 일

고 저희 입장에서도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곳

정 부분 지원해줘요. 하지만 좀 더 제대로 된

이 좋죠. 소득안정성도 생기고, 고객의 요구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죠.

도 잘 파악하고 있고 익숙하니까 일하기도 편 하고요.

J씨 : 요즘 들어서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개인 사

물론 능숙한 가사관리사도 실수할 때가

정 때문에 고용안정성과 사회보장 서비스 이

있다. 그릇을 깨뜨린다거나 옷이 세탁하다

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긴 하지만, 주변 사람

망가진다거나 기타 등등. 그래도 그로 인

들의 경험을 듣다보니 산재 보험을 통해서 아

해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과하게 변상을 요

니라 일하다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고 재활

구받은 적은 많지는 않다고 한다. J씨와 W

도 받을 수 있으면 훨씬 나을 것이란 생각이

씨의 경우엔 만약 고객이 변상을 요구하

들어요. 그리고 국민연금이나 실업급여 등의

면, 사회적 기업이 들어놓은 민간손해보험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면, 더 안정성을 누릴

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기

수도 있고요.

업이 아니라 일반 영리회사에 속한 경우에 는 민간손해보험을 가사관리사 개인이 부

그런데 J씨와 W씨 모두 한결같이 지적

담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적

하는 문제가 있다. 가사관리사가 근로기

기업의 경우에도 수도 누수, 화재 등 변상

준법 상의 근로자로 인정받게 될 경우에,

수준이 너무 높을 때엔 민간손해보험으로

지금과 같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지 않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가사관리사에게

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림과 일을 병행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5


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4시간 파트타임

증한 가사서비스 제공 회사에 가사 노동자

으로 비정기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것은 큰

를 직접고용하도록 해 4대 보험 및 유급휴

부담으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

가 등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하려는 취지가

재는 사회적 기업에서 가정을 매칭해줄 때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2

자신이 원하는 근무환경, 예컨대 이동거

년째 국회에서 계류된 채 아무런 진척도 없

리, 애완동물, 업무내용 및 방식 등을 요구

는 상황이다. 그 결과, 근기법 상 근로자 개

할 수 있는데,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가사

념을 변화하는 노동시장 현실에 맞게 확대

관리 서비스 및 중개 업체에 근로자로 고

하라는 요구, 아니면 특수고용노동자나 가

용될 경우에는 이와 같은 이점이 사라지지

사노동자와 같은 경계선에 놓인 이들에게

않을까 걱정했다.

노동권 및 사회보장 서비스 제공을 보장하 는 법률안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이는 가사관리사가 위치한 모호한 경계

있다.

때문이다. 가사 서비스를 중개하는 업체나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 모두 가사관

J씨 : 제가 주변 동료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리사의 노동권을 보장해줄 책임이 없다.

있어요. 일하러 갈 때 옷을 단정히 갖춰 입고

다시 말해, 자영업자로서의 성격과 근기법

가는 것 말이에요. 과거와 달리, 가사 서비스

상 근로자의 성격 사이 어딘가에 가정관리

는 점점 더 사회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

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딜레

각해요. 점차 기술 발달로 집안일이 줄어들

마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953년 근기법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일을 하면

제정 이후 현재까지 66년째 가사노동자는

서 느끼는 건 갈수록 가사 서비스를 필요로

근기법 제11조 ‘가사사용인 제외 조항’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저의

로 인해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경우엔 가사 서비스를 꾸준히 안정적으로 이 용할 수 있는 중상층 이상의 가정을 자주 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전국가정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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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업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더 다양해지

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가사근로

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 업무는 정말

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꾸

가사를 ‘관리’해주는 것이죠. 보통 가정에서

준히 요구해왔었고, 지난 2017년 정부에

집안일 하는 것 이상의 서비스 질을 제공하는

서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과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도 더욱 프로

육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19년부터

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봐요. 사회적으로 가사

가사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 내용에 정부가 인

하지만, 가사관리사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

2019년 10월호


▲ 지난 2018년 6월 12일 국제가사노동자의 날(6월 16일)을 앞두고 한국YWCA연합회와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국회 정문 앞에서 '제 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제정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을 촉구 했다. 출처 : 여성신문

중요해요. 이건 우리가 가사 서비스를 고객들

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잘 제공해주는 것,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함부로 자신을 대

가사관리사가 가사‘노동자’로서 자신들

하지 않고 나를 가꾸는 것일 수 있겠죠. 이런

의 권리를 정당하고 보장받을 수 있기 위한

다양한 변화 속에서 우리 가사관리사, 나아가

여정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J씨와

가사노동자가 갖는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주

W씨의 말처럼 가사관리사들이 처한 상황

게 되겠죠.

이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녀를 가 진 중장년층 여성들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

가사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공기처

적으로 꾸려나기 위해 이 일을 택했고, 그

럼 늘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

것을 통해 가정에 여러모로 중요한 기여를

만 숨 쉬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공

했으며, 자신의 삶에 활력을 되찾기도 했지

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가사노동의 가치

않는가. 그럼에도 가사노동자가 겪는 임금,

를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더욱이 가사노동

고용안정, 사회보장 등의 한계에 대해, ‘여

자체가 노동이 아닌 것처럼 취급한다. 따라

성’노동자이기에 그런 것은 아닌지 치열한

서 집안일을 가사노동으로, 파출부나 가사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젠더불평등

도우미를 가사관리사로 호명하는 일은 무

을 해체하고, 가사노동자들 스스로 주체로

엇보다 중요한 진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서 바로설 수 있도록 이들과 함께 다양한

로부터 노동자 스스로 자기정체성을 노동

실천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자로 확립할 수 있으며, 사회에 노동자로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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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지난 9월 26일~27일, 이틀동안 ‘2019 민주노총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전국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대회’가 진행됐습니다. 300여 명이 넘는 규모의 여러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해 노동자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는 자리였습니다. 매년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활동가 대회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일터를 바꿔야 한다는 고민과 결심이 커지 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활동가대회장에 펼쳐진 ‘현장을 드러내고, 시스템을 만들자’, ‘학습해서 남 주는 실천으로 노동해방 쟁취하자!’는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의제입니다. 그 길에 한노보연도 함께 하겠습니다. 글 선전위원회 사진 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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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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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노조 탄압을 멈추는 날까지, 흔들림 없는 투쟁 이어간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정책부장 배원길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지난 6월 26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작년 12월 29일 설립된 노조는 2월부터 노조 인정과 노조파괴중단, 5년째 동결된 임금 인상, 작업환경 개선을 놓고 교섭 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섭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고, 이에 조합원들은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일진그룹 본사로 상경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진다이아몬드 사측은 8/12 충북 음성공장을 직장폐쇄하면서 여전히 노조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총 28회차 교섭에 이르는 현 재까지 사측은 ‘쟁의 행위’ 중단을 조건을 내걸며 교섭 이행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늦여름부터 이어진 일진다이아몬드 조합원들의 상경 투쟁은 폭염을 지나 완연한 가을이 온 지금까지 이 어지고 있다. 오는 10월 3일이면 노조 파업 100일을 맞는다. 마포 본사에서 농성 중인 일진다이아몬드 지회를 방문해, 정책부장인 배원길 님을 만나 음성공장과 일진그룹 본사 농성장의 상황을 들어보았다. 또한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설치한 40~50개에 달하는 작업장 CCTV 설치부터, 늘 발생해왔던 강압적인 조직문화 문제들을 짚어보며,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있어 왔는지 들어보았다.

노조설립부터 전면파업까지 “상경했을 때가 늦여름이긴 했는데, 무척 더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일진다이아몬드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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웠거든요. 본사 로비는 전기가 끊어진 상황

현관부터 일층 로비에는 돗자리를 깐 채 농성

이기 때문에 냉난방이 안 되어서 많이 힘들었

중인 조합원 수십 명이 있었다. 가장 먼저 폭

죠. 발전기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어요. 가을

염 중 상경투쟁을 시작한 조합원들의 건강은

접어들면서 저녁에는 선선해지긴 했지만 그

어떤지, 또 음성공장 퇴거명령은 어떤 상황인

래서 감기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지 궁금했다.

음성공장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소송을 걸어

2019년 10월호


▲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합원들이 서울 마포 일진그룹 본사 앞에서 ‘일진그룹노조파괴중단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 지회

퇴거 요청이 들어왔는데, 법원 판결이 보류되

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업을 시작

면서 시월로 연기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노

한 지 백일이 되고 있는데 아무런 태도 변화가

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고요. 지

없다는 것 자체가 일진다이아몬드라는 회사

금 협의를 통해서 상명관이라는 복지관을 쓰

가 어떤 기업인지 드러내 주는 것 같습니다.”

고 있는데, 컨테이너를 가져다가 회사랑 벽을 쳐버렸어요. 복지관 쓰지 말고 컨테이너를 쓰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저임금이 노조 설립 이후로 올해 초부터 시작된 교섭

노조 설립의 계기가 되기도 한 일진다이아몬

이후로 일진다이아몬드 사측은 불성실한 태

드의 문제점이다. 올해 2분기 일진다이아몬

도로 일관했다. 교섭의 의지를 보이지 않기

드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78.4%, 전년

때문에 노조가 파업까지 감행했지만, 황당하

동기보다도 77% 상승했다. 반면 올해 일진

게도 회사는 파업을 중단해야만 교섭에 응하

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겠다는 입장이다.

인 8350원보다 10원 높은 8360원이다. 또 회사의 영업이익이 매년 10%씩 났음에

“본 교섭이 지금 28차까지 왔고, 실무 교섭도

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이루어진 임금 동결

하자고 해서 일주일에 3~4회를 사측과 만나

이후로 신입직원과 10년차 직원의 임금 차이

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런 진전이 없어요. 얼

가 미비 해질 정도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마 전까지만 해도 본사 농성을 중지하고 내려

하락했다. 기존의 상여금 600% 중 400%를

와야 본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대표이사가 직

기본급으로 전환 시키면서 몇 년간의 최저임

접 피력을 했어요. 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금 인상분을 맞춘 것이다.

를 제외하고 지회 조합원들과만 대화를 하겠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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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가 바뀌면서, 5년간의 임금 동결

비는 물론이고요. 이런 배경에서 작업환경개

뿐만 아니라 원래 회사에 있던 얼마 안 되는

선이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가 된 것입

복지도 대부분 사라졌어요. 저희는 회사가 어

니다.”

렵다고 해서, 정말 그런 줄 알고 임금 동결에 도 5년간 참아왔어요. 알고 보니 그동안 영업

현재 음성공장은 회사가 유해화학물질 안전

이익은 해마다 10%씩 났어요. 그런데 그 일

교육 등을 하지 않은 채 대체인력을 투입하여

을 하는 노동자들은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은 공정 12곳을 작업중

수준을 받고 있는 것이 말이 되나요?”

지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1차 현장조사에서 도 2곳을 제외한 10곳은 여전히 작업중지 상

이러한 저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작업장의

태다. 한편 불산 등 화학물질 문제만이 아니

열악한 노동환경 역시 심각한 문제점이다. 작

라 일터의 수많은 위험들 역시 방치되어 왔고

업환경 개선 역시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

노동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어왔다.

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열악한 작업장의 문제 는, 대표적으로 2018년 1월 발생했던 음성

“제가 있는 부서가 파우더를 다루는 부서인데

공장 불산누출 사고를 통해 알려져 있다. 사

요. 폐초경을 가져와 다시 반응을 시키고 세

고 당시 인근에 있던 두 명의 노동자는 보호

척을 해서 원자재인 파우더로 만드는 공정입

구나 보호복 차림을 하지 않은 채였고 화관법

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분진이 엄청나게 날

상 유해화학물질인 불산은 누출 시 바로 신고

려요. 그런데 그 넓은 공장에서 이동식 집진

하도록 되어 있지만 회사는 신고뿐만 아니라

기 하나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전부터 아무리

누출 장소에 있었던 두 명의 노동자에 대해서

요구해도 회사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어요.

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위험 물질

그리고 일 할 때 워낙 중량물을 많이 취급해

을 사용하는 작업장에서 평소에도 안전보건

요. 쉽게 말하면 원자재 깡통 하나가 50kg에

조치들은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요. 원래 2인 1조로 들도록 되어 있고, 보통은 이렇게 무거운 건 기계로 들어야 해요. 근데

“저희가 불산 뿐만 아니라 황상, 핵산, 염산,

야간조 편성이 1명이 되면 그냥 혼자 들 수밖

질산을 다 다루고 있어요. 불산 누출 사고 같

에 없어요. 그래서 허리, 목 디스크 환자들이

은 경우에는 노출된 노동자가 밤에 호흡곤

많이 발생하고요. 이건 화학물질과 다르게 서

란 등을 느끼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

서히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비가시화 된다

데, 관리자는 되려 ‘왜 검사를 받느냐’며 질타

는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더 위험합니다.”

를 했어요. 안전교육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 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아주 형식적인 교육일

강압적인 조직문화 속 노동자 통제

뿐이고, 거기다 교육에 불참하게 된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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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 그냥 했다고 체크 하는 일도 비일비재

분진으로 인한 폐질환이나 무거운 중량물

해요. 누출사고가 있었던 곳에서는 마스크조

등으로 인한 디스크 등의 산재는 없었는지 궁

차 안 쓰고 일 해왔다고 하더라고요. 안전장

금했다. 12년의 근무 동안 산재 처리는 프레

2019년 10월호


스 절단 사고 이외에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

요. 출근하면 전 직원의 핸드폰을 걷어 갔고,

다. 놀라운 점은, 작년 12월 29일 노조가 생

잠깐 짬이 나는 사이에 담배를 피거나 하는 것

긴 이후로 파업(6/26) 이전까지 단 6개월 간

도 들키면 안 되는 분위기였죠. 노조 만들기

승인된 산재만 5건이라는 점이다. 노동자의

전까지 저희는 원래 어디나 다 그런 건 줄 알

안전에 있어서 노조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았어요.”

요소인지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작업량의 데이터화, 배치전환, 핸드폰 거치

“예전에 프레스에 손가락 2개가 절단되는 사

등의 각종 규율 속에서 일진다이아몬드는 지

고가 있었어요. 그런데도 입원한 노동자를 총

속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통제력을 강하게 행

무과장이 찾아와서 꼭 산재를 해야겠느냐, 공

사해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노조 설립조차

상처리를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해요. 즉 사고

인정하지 않고, 직장폐쇄까지 감행한 노조탄

와 질병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제껏 회사가 공

압 기업 일진다이아몬드에 대항해 싸우고 있

상처리하는 방식으로 숨겨왔던 거죠. 허리,

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흔들림 없이 끝까지

목 디스크, 인대파열 등 총 5건이 산재 승인

싸우겠다는 결의를 말했다.

되었고 현재 1건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노조 활동을 시작하면서 작업환경이, 노동안 이러한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강압

전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알아가고

적인 조직문화 역시 뿌리 깊은 문제였다. 또,

있어요. 이런 앎 속에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정해진 작업량에 사람

를 받기 위해 조합원들이 다함께 투쟁을 이어

을 맞추는 식으로 노동강도는 점점 강해졌다.

가고 있습니다. 자본이 이렇게 노동을 탄압하 는 건 비단 현재 일진다이아몬드지회의 싸움

“몇 년 전부터 각 부서에서 1인 당 소화할 수 있는 작업량 데이터를 수집해서 1일 작업량 평균을 냈어요. 한 시간에 노동자가 최대 10 개를 작업할 수 있다고 하면 8시간을 곱해서 80개를 산정하는 식이에요. 그러나 사람인 노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입니 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맞서서 싸우기 위 해 전 조합원이 흔들림 없이 다짐하고 있습니 다.”

동자는 기계가 될 수 없고, 1시간 작업량 최 대치를 8시간 내내 동일하게 유지할 수는 없 어요. 이런 작업량 데이터를 가지고 개개인을 ‘왜 이것 밖에 못했느냐’는 식으로 압박을 주 는 것이 심했어요. 일 자체에 스트레스가 많 았을 뿐만 아니라 실적이 떨어지거나 관리자 와 관계가 안 좋아지면 바로 배치전환되는 것 이 부지기수였어요. 노조 설립을 하고 활동 을 하기 전까지 참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왔어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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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김용균이라는 빛,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바람을 그리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 김미숙 대표, 권미정 상임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출근 길,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람 불어와 내 맘 흔들면 지나간 세월에 두 눈을 감아본다’라는 구절 로 시작하는 가수 나얼의 <바람기억>이란 곡이다. 귓가를 타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 노래는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가 즐겨듣던 노래다. 이제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추모하는 이들이 그를 떠올리며 노래를 듣는다.

발전소 하청노동자였던 김용균 씨는 일하다 죽었다. 그의 죽음은 도대체 노동자가 왜 일을 하다 죽어야만 하는 지를 우리 사회에 묻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둘러싼 싸움은 모든 노동자들의 싸움 이 되었다. 그 싸움의 결과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 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구성되었고, 지난 8월 “김용균은 작업지시, 업무수칙을 위반한 게 아니라 지시를 너무 충실히 지켰기 때문에 죽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규명이 되기까지 반년이 훌쩍 넘었다.

그의 죽음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까.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그 변 화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9월 16일 공공운수노조에서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 대표 김미숙 씨(고 김용균 어머니)와 권미정 상임활동가를 만났다.

권미정 상임활동가와 김미숙 대표에게 출범 준비 과

체가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산업재해의 구조적

정과 재단의 의미가 어떤지 물었다.

원인이라는 측면에서 실제 노동안전문제와 비정 규직 철폐는 분리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재단

권미정 준비위 출범은 5월에 했다. 출범 이후 사

준비위는 두 가지 모두를 지향하고 있다. 비정규

업의 가닥은 몇 가지가 있다. 비정규직 철폐의 중

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안전하고 다치지 않고 일

요성은 특조위 조사결과로도 나왔다. 하청구조 자

할 권리를 일구는 재단으로 가겠다는 모토가 그래 서 나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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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준비위 상임 대표(왼쪽)와 권미정 상임활동가(오른쪽)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겠다며 인터뷰 내내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위험하

제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철폐해야 하고 직접고용

니까 외주화 되는 것도 있고, 외주화되면서 더욱

이 되어야 한다. 용균이가 억울하게 죽었고, 수많

더 책임과 권한이 분리되어 위험을 가중시키기도

은 사람이 죽었다. 앞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계속

한다. 이런 구조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그럴 것이다. 산재 사고가 완전히 없어지긴 어렵

위해선 청년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겠지만,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역할을 재단이 했으

무엇을 해야 할지, 주체가 서려고 할 때 지지하고

면 좋겠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개별적으로 대

지원해주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응하긴 쉽지 않다. 꾸준히 대책을 세워서 같이 목

얼마 전 낭독노래극을 진행했고, 지금은 북콘서트

소리 내고 뭉쳐서 알려야 한다. 재단은 우리 사회

(지난 9월 24일) 준비에 바쁘다. 간담회도 열심히

가 이 운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힘쓰려고 한다.

하고 있는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청

연대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년단체, 노동안전보건운동단체 등 여러 곳에 가고 있다. 우리가 요청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문

김미숙, 권미정 두 사람은 현재 재단준비위원회

만 보고도 연락을 먼저 주셔서 하고 싶다고 얘기

대표와 상임활동가를 맡아 활동에 전념하고 있

해주시는 곳들도 있다.

다.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김미숙 용균이가 일했던 곳을 구조적으로 안전하 지 않게 만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정말 문

투쟁의 현장 곳곳에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특별 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 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김미숙 용균이 사고 이후 광화문에 가서 발언하고

는지를 조명했다. 그 결과 용균이 사고가 어떻게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편지를 많이 받았다.

났는지 확인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일 중요

많은 분께서 자기 이야기를 빼곡히 담아 보내줬

한 건 이전에는 산재 사고를 보면 그 순간 어떻게

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무시를 당하고,

사고가 났는지 전후 사정과 자초지종만 살폈다.

부당한 일을 당했는지. 한 장, 한 장을 울면서 읽

반면, 특조위는 역사적 과정 전반을 살폈다. 그 결

었다. 많은 분이 마음에 와닿는 편지를 써주셨다.

과 발전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 다. 권고안 이행이 잘 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바

권미정 재단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메일로

꿔내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공공부문에 전면

가입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다들 사연이 많

적용되어야 한다. 적용 범위를 확장시켜야 하는

다. 어떤 분은 본인이 일하면서 받은 수당을 보내

것이다. 해당 발전소 그리고 전 영역으로 확장될

주셨는데, 몇십 원 단위까지 보내주셨더라. 잘못

때 조사 결과가 사회적 의미를 비로소 남길 수 있

보낸 줄 알고 연락을 드렸더니 일부러 다 그대로

지 않을까.

보내주셨다고 했다. 잘 쓰이면 좋겠다고 얘기해주 셨는데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

분은 주춧돌 기금(일시 후원)을 보내주셨는데 많

크 ‘다시는’에도 함께 하면서 모임 명칭 그대로

이 보태고 싶지만, 본인 형편이 어려운 사연을 알

‘다시는’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생겨나지 않도

려주시면서 1만 원을 보내주셨다. 그 돈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의 소중한 가치가 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 문재인 정부는 진상조 사를 약속했고, 기나긴 싸움을 거쳐 특조위가 구 성됐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하면서 지난 4 개월 동안 진상조사를 거쳐 구조/고용/인권, 안

록 사회를 바꾸는 데 힘쓰고 있다. 김미숙 씨에게 ‘다시는’에 함께 하는 이유, 또 어떤 활동을 해나 갔으면 하는지 물었다.

김미숙 ‘다시는’에 있는 산재피해 가족들은 서로 말을 안 해도 아픔을 안다. 만남만으로 의지가 많 이 된다. 올해 1월부터 만나게 됐는데 그때 위로

전/보건/기술, 법-제도 개선 3개 분야에서 22가

차원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라 무언가 해보자고 마

지 권고안이 제출됐다. 또 권고안의 실질적인 이

음을 모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특성화고

행을 위해 ‘이행점검위원회’ 설치를 건의했다. 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 운동을 함께 하고 있

지만 정부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다. 나 역시 용균이 사고가 있었을 때 도대체 어디 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고 막막했다. 또 이

김미숙 특조위 권고안 22개가 나왔다. 여전히 안

런 가슴 아픈 사고가 일어났을 때 ‘다시는’이 그

전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있다. 안전펜스

사람들의 손도 잡아주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함께

몇 개 설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권

하면 좋겠다.

고안이 잘 이행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10월 26일

권미정 중요한 것은 이게 과연 발전소에만 해당하

출범을 앞두고 있다. 권미정 씨는 재단이 ‘우산’

는 문제인가다. 2000년대 초반 이뤄진 발전소 민

과 같은 역할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 이후 노동자의 고용구조와 삶이 어떻게 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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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권미정 사회에서 소외받고 약자인 수많은 노동자 의 큰 우산이 되면 좋겠다. 보호해준다는 의미가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 ‘사단법인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엮어내는 거 말이다.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 후원하기

우리는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여 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보다는 협동이어야 하 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하고 그들이 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라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 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죽

CMS (자동출금) 후원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실 개인과 조직은 http://bit.ly/김용균재단 으로 신청.(이메 일로도 가능)

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용균재 단은 투쟁하고 연대하는 조직이고, 그러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안전 문제를 함께 담아내려는 새로 운 운동이라 본다. 앞으로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각자 할 수 있는 바를 조금씩 내서 같 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주춧돌 후원 부정기적으로 일시적 후원하실 개인 과 조직은 후원계좌로 입금하시고 전화 나 이메일 보내주세요. (02-833-1210, yongkyun2019@gmail.com)

후원계좌 기업은행 149-102525-04-012 김용균 재단준비위원회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노동시간 사람 노동시간읽어주는 읽어주는 사람

‘크라우드소싱’이 배달노동자에게 자율성을 가져다줄까? 지안 상임활동가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지난 9월 새로운 광고 하나를 올렸다. 이 30초짜리 광고는 주인공의 역 동적인 몸의 움직임으로 시작해, 헤드폰으로 음 악을 들으면서 팝핀댄스를 추고, 옥탑방에 걸터 앉아 옷을 매만지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춤춘 지 는 15년이 넘었어요. 세계대회도 크루들 하고 계 속 나가고 있어요. 강의도 하면서. 제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요즘 옷도 만들고 있어요.”

크라우드소싱, 초단시간 미만의 배달노동을 가능 케 하다

‘이 배달앱에는 당신을 위한 다양한 음식점이 구비되어있어요’라는 것도 아니고, 빠른 배달에 만족할 거라는 메시지도 아닌 대체 무슨 광고일 까? 라는 의문이 들 때쯤, 주인공은 그래피티가 그려진 지하차도에서 춤을 추다가, 배달 옷과 보 호구를 착용한 채 자전거를 열심히 밟으며 같은 차도를 지난다. 그리고 되묻는다. “제 직업이 뭐 ▲ 배민커넥트 서비스를 홍보하는 웹페이지의 홍보 문구이다. 출처 :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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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냐고요? 그게 뭐 중요한가요?”


<춤도 추고, 디자인도 하고, 배달도 해요>라는

지금까지 배달노동자들에게 가장 우선적인 문

제목의 이 광고는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제는 이들이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근로기

기업 ‘우아한 형제들’의 새로운 배달 프로그램인

준법에서 적용제외 된다는 문제점이다. 배달앱의

‘배민커넥트’를 홍보하는 영상이다. 배민커넥트

관리/감독 속에서 일을 하더라도 현재 노동법 상

는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

으로 플랫폼과 노동자를 고용관계로 보지 않기 때

성어인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배달 프로그램을

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활용한, ‘일반인’ 대상의 배달 서비스이다. 이러

다. 일을 해도, 심지어 장시간 해도 특수고용노동

한 방식은 대표적으로 우버이츠가 한국 시장에 진

자 신분으로 인해 각종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출하던 초기에 크라우드소싱 기반 배달 프로그램

것이다. 반면에 배민커넥트 등의 서비스들은 플랫

을 기업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잘 알려

폼과 노동자간의 고용관계가 성립 안 된다는 문제

졌다. 현재는 우버이츠와 배민커넥트 뿐만 아니라

점을 넘어서 초단시간 미만의 건당 배달자 다수

쿠팡이츠, 쿠팡플렉스 등 다양한 배달, 물류 서비

를 채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

스들이 크라우드소싱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런 점에서 이 “일반인”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

있고 참여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하고 있다.

법 적용이나 노동환경은 물론이고, 배달 과정 중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기업이 부담하지 않는다는

배민커넥트가 만든 구글링크로 신청을 하면, 1

문제점이 있다.

회의 오프라인 교육 이후에 바로 “원하는 시간”,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 이동수단도 각 서비

그러나 단순히 초단시간 배달 노동자들이 늘어

스에 따라 자차부터 전동자전거, 전동킥보드, 심

나는 상황에서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가

지어는 도보나 일반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없다거나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

이 가장 강력한 유입책이 된다. 애초에 1~2시간,

다는 점만이 문제는 아니다. ‘크라우드’ ‘소싱’이

혹은 분이나 건단위의 배달이 이 서비스의 핵심이

라는 말 자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업은 노동

기 때문에 기업은 시간 단위로 일하는 노동자가

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속의 남는 인력,

필요하지 않다. 또 최대한 많은 인력을 단시간 확

‘일반인’들을 모집하고 건당, 시간당 가격을 지불

보하여 개별 사용자들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

한다. 그래서 배달앱이라고 하는 전체 서비스에서

를 배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달노동의 대표적

사용자와 가장 최적의 경로로 배달 장소가 배치되

이동수단인 오토바이도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

는 프로그램, 지금 배달하면 얼마를 더 주겠다는

그래서 특정 구에서 공유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공지만 있을 뿐 이 배달 프로그램에 배달을 수행

전동킥보드나 서울시 따릉이를 활용한 배달도 가

하는 노동자는 없다. 노동자와 노동이라는 과정은

능해진다.

지워지고 그 자리를 무수히 많은 초단시간 미만의 건당 배달들이 채우는 것이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누구의 자율 성인가?

“내가 정하는 자유로운 스케줄” “자유로운 근 무”(배민커넥트), “스스로 선택하여 일할 수 있습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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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유연합니다”(쿠팡플렉스) 등의 수사를 통 해 볼 수 있듯이 자율성과 유연성은 이 서비스들

이 자율성은 분명히 기업에게 이익이다. 이 자

이 참여자에게 부여하는 가장 큰 혜택이다. 참여

율적인 일자리를 통해서 4대보험, 퇴직금, 각종

자들의 후기를 담은 형식으로 만든 쿠팡플렉스와

수당 등 수많은 비용이 절감된다. 그러나 퇴근 이

배민커넥트 웹페이지는 시간이 남는 김에, 근처에

후나 주말을 이용해서 배달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볼일이 있어서, 운동 삼아 잠깐씩 일하는 라이프

란 대체 어떤 자율성인가? 여기에는 쉬지 못하는

스타일을 제시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서비스에

삶,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과 협상한 비자율적인

참여하는 ‘일반인’ 라이더들 역시 이 행위를 노동

노동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이

으로 인식하거나 스스로를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

개발될 것이고 그에 따라 쿠팡플렉스에 등록된

는다. 여기서 이 서비스들이 강점으로 꼽는 자율

30만명의 “일반인” 라이더들은 여러 형태의 일자

성은 마치 노동(과 그에 따르는 법적 보호)과 교환

리로 옮겨갈 것이다. 이 초단시간 미만의 노동을

되는 것처럼 생각된다.

어떻게 문제화할 수 있을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

▲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광고 전단 출처: 쿠팡이츠

요하다.

40 2019년 10월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선을 넘는 현장의 냄새

“김기사 그 양반. 선을 넘을 듯, 말듯 하면서 절대 넘지 않아.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건강상담 후 순회점검 차 방문한 현장의 악취 는 동네 음식물쓰레기 수거통 안에 코를 박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심해 오래 있지는 못하고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 집 특유의 냄새가

나왔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내 옷과 몸에 비린

몸에 밴 운전기사 기택(송강호)의 냄새가 불쾌

내가 배겨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왠지 모르게 위

한 박사장(이선균)이 하는 대사다. 이 영화는 지

축되었는데, 하루 종일 악취 속에서 일하면서도

워지지 않는 ‘가난의 냄새’를 모티브로 부의 양

당당했던 노동자들을 생각하니 내 자신이 부끄

극화에 대해 얘기한다. 뜬금없이 영화 <기생충

러웠다.

>의 냄새 이야기를 한 이유는, 최근에 음식물쓰 레기 재활용 업체와 철강 대기업 본사를 차례로

대기업 본사 계단의 향기

방문한 기억 때문이다. 며칠 후 보건관리대행 업무수행 차 철강 대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업체의 악취

업 본사 건물에 갔다. 보통 계단에는 퀘퀘한 냄 새가 나기 때문에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지하로

얼마 전 소규모 사업장 특수건강진단 사후관

내려가는 계단 문을 열었는데, 예상 외로 은은

리 목적으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하

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이후 업무는 지극

는 업체를 방문했다. 음식물쓰레기 특유의 비리

히 통상적이어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회사

고 불쾌한 냄새가 몸에 온전히 배긴 생산직 노

의 향기는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동자들은 특별한 증상 및 질환이 없었고, 관련

본사 건물이라 그럴 수 있겠거니 했었다. 그러

업계에서 수년간 일하며 냄새에 무뎌져 특별히

나 알고 보니 그 회사는 10여년 전부터 냄새에

힘들지는 않다고 하였다. 작업환경측정은 지극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공장 내 냄새 발

히 정상이고 대부분 자동화된 공정이라 수리 외

생 저감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자체 관

에는 사고의 위험도 낮았다.

리기준을 수립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황화수소,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41


이산화황, 암모니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고려하면, 두 회사의 사례는 구조적으로 양극화

냄새 발생원을 차단하는 대기환경 개선을 수행

된 한국의 노동현실을 반영한다. 냄새로 대비되

하고 있었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

는 두 회사의 노동 조건, 노동 환경의 차이를 좁

행하기도 했다.

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노동자들은 악취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었으며, 회사는 영세하며 제

질병의 전조일 수도, 삶의 질 자체일 수도 있는 냄새

도적으로 규제했을 때 여러 한계가 있어 나 혼 자서는 답을 찾지 못했다.

현장에서 냄새는 노출로 인한 심각한 사고 발 생 전 조치를 취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지만, 특

“반지하 냄새야. 이사 가야 없어져”

별한 경우 외의 일상적인 직업보건에서는 냄새 에 대해 잘 다루지 않는다. 기업에서 냄새에 적

영화 <기생충>의 기정(박소담)은 반지하를 떠

극 대응하는 경우는 보통 노동자 건강 및 삶의

나야만 냄새가 없어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질 측면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를 없애지 않고, 자원 재활용에

밀폐공간 중독 사망, 건설업·배달업의 사고, 장

필요한 시설을 없애지 않고, 저개발 국가에 떠

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등이 여전히

넘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많은 헬조선의 노동시장에서 삶의 질에 가까운

으로는 양극화된 한국의 노동현실의 격차를 줄

사업장의 냄새에 대한 질문은 치열한 노동 현실

이고, 미시적으로는 현장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

을 잘 모르는 의사의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기 위한 여러 주체들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

하지만, 현장의 냄새는 예민한 일부 사람들의

다.

문제제기가 아니다. 참았던 냄새가 에탄올이 아 닌 메탄올이라면 시력을 잃을 수도, 전자산업 노동자들처럼 화학물질에 의한 혈액암이나 생 식독성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저농도 만성노 출로 인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신경계 등의 문제가 생길수도 있으며, 질병이 생기지 않더라 도 현장의 냄새로 인한 불쾌함과 작업장에 대한 불안감 자체도 노동자 개인과 회사 조직에게는 큰 문제가 된다.

악취는 존재하지만, 노동자에게 안 느껴지도록 하 려면?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냄새에 대한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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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이이령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운영집행위원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업무상 재해 사건 현장 조사의 중요성

노동계는 업무상 재해 사건에 대해 현장 조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도록 현장 조사가 이

사 실시, 재해자 및 대리인의 참여권 보장, 조사

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교육을 하였다. 역으

의 전문성 강화를 지속해서 요구하였고 몇 년 전

로 말하면 내가 노무사로서 대리한 사건이 업무

부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현장 조사를 적극적

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어떠한 조사를 하고 어

으로 진행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떻게 주장하는지 주요 사건에 대한 현장조사 내

CIE(Certified Investigation Expert, 재해조사 전

용과 방법, 결과에 대한 수용성 등에 관해 설명하

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현장 조사 인력의 전문성

는 자리였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직접 현장 조사

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령, 의학,

를 담당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쓴소리를

조사기법, 직업적 유해요인 등에 대한 전반적인

듣게 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나름 흥미로운 경험

교육을 통해 산재보험의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전

이었고, 수강자들도 상당한 공감을 하는 듯하여

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뿌듯한 마음으로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지난 9월 중순경 근로복지공단에서 실시하는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 운영 규정」은 “심의안

CIE(3급) 양성과정에 참여하여 「재해노동자 관

건에 대한 추가조사 또는 자료 등의 보완이 필요

점에서 업무상 재해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교육

한 경우” 심의보류 결정을 할 수 있다. 최초 지사

을 진행하였다. 불인정, 인정 등 사건 결과의 수

의 사건 담당자의 재해조사표, 각종 자료, 질판위

용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산재보험의 공정성을

담당자의 심의 안에 미흡한 점이 많은 경우에 이

강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재해자의 주장, 사용

루어지거나 재해자(대리인) 주장, 사용자 주장의

자의 주장뿐 아니라 질판위 심의위원이 판정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43


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주로 이루어

로 제대로 일한 것이 없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진다.

현장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 생한 사건이었다. 대리인의 서면과 최초 지사 담당

최근 질판위 심의회의 때 일이다. 비밀을 엄수

자의 현장조사는 책상머리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해야 하므로 상세한 사건 설명은 어렵지만, 당일

손쉽게 사실관계를 내 멋대로 정리한 것이어서 모

교육장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게 사례를 설명할 수

두 억지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해도 무방하였

있었다. 노무사가 대리인으로 선임되었던 사건이

다. 위원들은 질판위 담당자를 불러 A부터 Z까지

라는 점에서 최초 지사와 질판위 담당자의 미흡

어떤 자료를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한다며 1명씩 돌

한 조사뿐 아니라 노무사의 직업적 양심까지 논

아가면서 조사 자료와 방법을 설명해주는 진풍경

의가 되었던 자리였다. 30대 초반의 A 노동자는

이 벌어졌다. 어쩌면 제출된 자료만으로 당연히 불

월요일 아침 중요한 업무상 발표를 앞두고 참석

인정 될 사건이 다시 생명을 연장하여 재심의 될

하지 않았고 거주지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부검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위원 모두 안도의 한

결과 ‘급성심장사(추정)’로 유족급여 신청을 한

숨을 쉬는 순간이었다.

사건이었다. 사건은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업무 상 과로 및 스트레스 등에 판단까지 쉽지 않은 사

질판위 심의를 전제로 한다면 현장 조사는 기본

건이었다. 문제는 재해자의 업무과정, 책임과 역

적으로 해당 노동자의 업무가 어떤 과정으로 이루

할, 중요도에 따른 업무시간 등 업무부담 요인과

어지는지 업무수행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에서

업무시간에 대한 조사 등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

시작되어야 한다. 동일한 업종이더라도 사업장의

로 이루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노무사는 노

특성, 규모, 근무 인원 등 특성에 따라 재해자의 과

동자성에 대한 법리를 주되게 주장한 것 외에 재

로 및 스트레스의 정도에 대한 판단은 달라진다.

해자의 업무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산재보험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결국 결과에

사건을 제기하여 위원들의 구체적인 심의 사항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현장 조사

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하였다. 구술심리에 참

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석한 노무사와 질판위 담당자에게 위원들의 질책

질판위의 심의 보류 사건이 감소하는 것이 현장조

이 이루어졌다. A라는 자료를 기관을 통해 유족

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객관적 자료가 될

이 발급 받으면 이 부분은 확인이 되고, B라는 자

수 있을 것이다.

료를 분석하면 이 부분은 확인이 되는데 아무것 도 확인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심의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심의 보류 결정을 하였다.

구술심리를 마치고 다른 위원이 나를 쳐다보면 서 “노무사가 저렇게 돈 벌면 안 되죠?”, “욕을 할 뻔했네요” 등 대리인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대 리인 노무사는 내가 치욕적인 상황에 처할 정도

44 2019년 10월호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자 건강 상식

치매

치매는 의식의 장애 없이 점진적으로 지능, 학습능력,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 지남력, 주 의 집중력, 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 장애와 불 면, 초조, 불안, 우울, 충동, 망상, 환각 등의 정 신병적 증상 및 이상행동이 나타나는 뇌의 퇴 행성 질환입니다. 과거에는 ‘노망’이라고 하여 질병이라기보다는 노화현상으로 간주하고 보 건의료적인 관심이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등에 비해 덜 했습니다. 하지만 치매는 뇌의 만성적 인 진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병리적 관 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명백한 질병입니다. 많 은 사람이 예상보다 치매를 두려워합니다. 영 국인의 경우 31%가 죽음이나 암보다 치매를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에 실시된 국내 치매 인식도 조사에서는 우리 나라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치매 (43%)로, 나이가 들수록 암보다 치매를 더 무 서운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 다. 국내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약 10%가 치 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80세 이상에서는 20~30%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 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치매로 인한 부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치매의 유형

치매 유형별로는 신경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 머형 치매가 70% 정도로 가장 흔합니다. 그 외에 뇌혈관질환에 의해 죄 조직이 손상을 받아 생기 는 혈관성 치매, 알콜성 치매 등의 유형이 있습니 다.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 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 1901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는 그의 환자인 아우구스테 데터와 만났습니다. 그녀는 인지장애뿐만 아니라 조증과 불면증 등 의 증상으로 입원하였습니다. 상태가 매우 심각 했던 그녀는 51세 되는 해인 1906년에 사망하였 고, 뇌를 현미경으로 보는 것에 관심이 있던 알츠 하이머 박사는 그녀를 부검하여 뇌가 심하게 축 소되고 뇌세포 내부와 주위에 비정상적인 현상이

노동자 건강 상식

45


나타나 있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조직 검사에서 아밀로

시작됩니다. 예외적으로 혈관성치매는 갑작스럽 게 발병하기로 합니다. 치매 초기 환자들은 새로

이드라는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 밖에 쌓여 일종

운 기억이 뇌에 저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전

의 노폐물을 형성하고 되고 신경세포 안에서는

에 있었던 일, 어제 또는 수일 전에 있었던 일을

타우 단백질로 구성된 신경 섬유 다발이 발견되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건망증과 치매 모두에서

는데, 이들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세포 내의

기억감퇴 증상이 나타나지만, 본질적으로 차이가

물질 이동을 방해해서 세포가 손상 받게 됩니다.

있습니다. 건망증은 식사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이러한 두 가지 조직학적인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만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등의 상세한

의 발생과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

내용을 잊어버리는 것이고, 치매는 식사했다는

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약을 써도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지기능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염증 반 응이나 독성 물질 등이 직간접적으로 병을 일으 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어떠한 원인에 의해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유 전적인 요인이 치매 발생에 영향을 미치며 치매 의 가족력이 있으면 치매가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동아시아인(한국, 일본)이 치매 발병률이 OCED 평균보다 1.3배가 ▲뇌의 해마 부위(실제로 바다의 해마와 닮았다)

높은 원인이 치매 유발 유전변이라는 연구 결과 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적인 요인과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치매가 발생하

운 내용이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알츠

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

하이머병에서는 이 해마가 가장 먼저 손상되기

혈증, 운동부족, 잘못된 식습관, 비만, 과음, 흡연,

때문에 새로운 기억이 입력되지 않습니다. 반면

수면부족, 낮은 교육수준, 두부외상 등의 인자들

과거 기억은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제

을 들 수 있습니다. 뇌혈관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는 기억 못 해도 수십 년 전 일은 잘 기억하는 편

치매가 더 잘 걸리는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입니다.

흡연 등이 모두 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이기도 합니

증상이 진행함에 따라 치매가 뇌의 전두엽을 침

다. 흥미로인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알츠하이머

범하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양상이 관찰되며

치매가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성

대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

이 남성보다 수명이 길어 노령인구가 많다는 점

하여 독립적인 활동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상

을 보정해도 치매가 더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

행동이나 성격의 변화가 흔히 나타나게 되고 주

습니다.

위 가족이 힘들어지며 삶이 질이 저하됩니다. 말

치매의 증상으로는 증상은 일반적으로 서서히

46

해마(hippocampus, 海馬)라는 뇌 부위는 새로

2019년 10월호

기가 되면 언어장애, 보행장애,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어지는 증상 등 다양한 신체증상이 동반됩니 다. 그래서 환자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 활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최종적으로는 보행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식 물인간 상태가 되고 영양부족, 욕창, 폐렴, 감염 등의 원인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발병에서 사망 에 이르는 평균 기간은 8~10년으로 알려져 있으 나 개인차가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MRI 소견, 말기로 갈수록 뇌의 부피가 줄고 뇌실(화살표)가 커진다

아시다시피 현재까지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 은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약물을 통해 초기 인지 기능 저하를 조절하고 진행의 속도를 감소시키 는 효과는 입증된 상태입니다. 진행된 치매에서 는 치료효과가 떨어지므로 치료시기가 중요합니 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 티그민과 메만틴이라는 약제가 시판되고 있습니 다. 약제의 선택은 인지 저하의 중증도 및 약제의 부작용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7


문화 읽기

드라마 <닥터탐정>이 우리에게 남긴 것 라마적 요소가 있는 임상과나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법의학 드라마 정도가 주류를 이루었다. 직업병을 진단하는 직업환경의학과를 다룬 드라마 는 <닥터탐정>이 최초였기 때문에 직업환경의학 과를 포함한 산업보건 분야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더구나 UDC처럼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이하 역학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나와 직장 동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19년 7월 19일, 드라마는 수은중독으로 사망 한 문송면 군의 장례식이 치러진 날로부터 정확히 31년이 지난 날 첫 방송을 시작했다. 드라마의 첫 장면은 주인공 박진희(도중은 역)가 어느 어두운 공장 안으로 들어가 성냥개비 1개를 켠 후 몇 분 만에 공장 내 급식 노동자에서 발생한 자외선 노 출 피부질환을 밝혀내는 장면이었다. <닥터하우스 >나 <싸인>과 같은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멋있었다. 산재 노동자의 아들이면서 UDC의 직업 ▲직업환경의학 의사에게 노동 현장은 노동자들이 왜 아프고, 다치고, 죽 는지 원인을 밝히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이다. 탄광에서 김대호 연구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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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학과 전문의인 봉태규(허민기 역) 역시 천 재적인 추리 능력과 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위장

얼마 전 SBS드라마 <닥터탐정>이 끝났다. 드

취업까지 불사하는 열정이 가득했다. UDC의 창시

라마는 미확진질환센터(Undiagnosed Disease

자인 박지영(공일순 역)은 노동 현장의 재해가 없

Center, 이하 UDC)라는 가상의 기관에서 직업환

어져 직업환경의학과가 사라지는 것이 인생 목표

경의학과 의사들이 마치 탐정처럼 각종 직업병을

일 정도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뭉친 전문가의 모

찾아내는 이야기다. 그동안 메디컬 드라마는 주로

습으로 나왔다. 이들을 중심으로 이영진(변정호

흉부외과, 외상외과, 응급의학과, 내과와 같이 드

역), 정강희(하진학 역), 후지이 미나(석진이 역) 등

2019년 10월호


UDC 연구원들은 수은 중독 청년의 스크린도어 사

드라마 <송면이의 서울행>을 1988년에 방영하였

망, 메탄올 노출에 의한 실명, 직업성 천식, 식각가

다. 이 드라마는 문송면이 수은 온도계 공장에 들

스 노출에 의한 급성 폐 손상, 사무직에서 발생한

어가 어떻게 수은에 중독되었는지, 산재 신청 과정

열사병 등 직업병을 비롯한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

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

과 같은 환경성 질환까지 끝까지 추적해 낸다. 그

서 우리나라 노동보건 정책과 제도가 자리를 잡는

뿐 아니라 직업병 대부분이 자본의 극한 이윤 추구

데 크게 기여를 하였다. <닥터탐정> 역시 낮은 시

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까지 밝혀낸다.

청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드라마에 대한 공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나온 에필로그에서는 스크

감과 호평을 하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많았다

린도어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구의역 김 군, 30년

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인식 증대

전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문송면과 그의 형, 이황화

와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데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

탄소 중독 원진레이온 피해자, 메탄올 실명 피해

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도 장모님이 사위가 하

자 이진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드라마 조

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아시게 되었고, 이전보다 더

연출 고 이한빛 PD,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크게 지지를 해주시고 있어 뿌듯하다.

김용균과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제작진과 배

드라마가 끝나고 제작진과 배우들은 이제 다른

우들은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사회에 알리고, 재해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을 하겠지만, 나

노동자들에게 “아픈 건 당신 탓이 아니라 일 때문

는 UDC 연구원들처럼 여전히 역학조사 현장에

입니다”라고 위로하며, 더 이상 노동 현장에서 억 울하게 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드라마를 만들었다. <닥터탐정> 은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멜로나 숨겨 놓은 자식 의 등장과 같은 요소 없이, 끝판 대장인 지팡이 빌 런 최광일(모성국 역)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는 사이다 결말을 보였다. 나는 드라마 촬영이 있기 전 UDC 연구원 역할을

서 뛰어다니면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다니고 있 다. 나의 직장인 직업환경연구원은 수사권을 가 지고 노동 현장에 잠입하지는 않고,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도 않으며, 재해 노동자의 장례식장에 서 유족과 함께 명복을 비는 일은 없다. 하지만 UDC라는 기관이 제작진, 배우, 시청자의 기대가 녹아있었던 가상 기관이라는 점에서 <닥터탐정> 은 우리 기관의 지향점과 방향성에 대해 많은 무 언의 조언을 하였다. 우리 기관뿐만 아니라 노동

맡은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우리나라 직업병의 역

자에게도 노동 현장의 재해가 어떻게 발생하는

사와 직업환경연구원에서 수행했던 실제 역학조사

지, 산재 은폐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산재 노동자

사례를 소개하였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드라마

들에 대한 무슨 오해가 있는지, 이들에 대한 연대

로서 산재 피해자의 이야기를 사회에 알려야겠다

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매회 이야기 했다. 비록 <

는 의지로 동료 연구원들에게 많은 질문을 한 배우

닥터탐정>은 끝났지만,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게

들과 제작진의 열정을 잊을 수 없다. 뜨거운 여름

다시 보기를 부탁드린다. 산업보건 관련 전문가

에 직업환경연구원 실험실에서 무거운 촬영 장비

에게도 역시 훌륭한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를 이리저리 운반하던 제작진과 열심히 촬영에 임

많은 영상들이 있으니 꼭 다시 보기를 바란다.

하였던 단역 배우들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30년 전 문송면이 사망한 후, KBS에서는 논픽션

김대호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연구위원

문화읽기

49


발칙 건강한 책방

여성-노동자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 찾기 『사회주의 페미니즘: 여성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완전한 자유』 낸시 홈스트롬 저, 유강은 역, 2019, 따비

이미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라는 제목으로

어떤 경우에는 다른 세상에서 건너온 책의 내용을

나온 바 있는 이 책을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글은 이

좀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경우에는

미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른 말을 해볼까 한다.

상업적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경우에는

편집 후기? (아니면 책 좀 사달라는 호소? 잘 안 팔

완벽한 착오로. 적어도 번역서라면 내용이 어떻든

려서 걱정이다)

‘얼마나 팔릴 책인가’를 따지지 않을 수는 없다(판 권, 번역 등 들어가는 비용이 좀 더 많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사회주의는 불온한 단어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에 대한 질문은 어쩌면 ‘어떻

다. 거기에 새빨간 표지라니. 회사 사람들은 좀 걱

게 이렇게 안 팔릴 제목을 선택했는지’를 물은 것일

정했다. 나는 밀어붙였다. 빨갱이 책이 빨갱이 아닌

수도 있겠다. 글쎄, 그럼에도 당연히 《사회주의 페

척해봤자 소용없다고, 어설프게 돌아가지 말아야

미니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주의’와 ‘페

한다고. 그렇게 해서 이런 제목, 이런 표지가 됐다.

미니즘’이라는 단어만큼 이 책을 간결하게 보여주

누군가는 물었다. 사회주의는 이제 너무 낡은 단어,

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 거의 죽어버린 단어가 됐는데 굳이 이런 제목 을 붙인 이유에 대해서. 이유를 묻는다면 잘 모르겠

사회주의가 망해버린 뒤에야 태어난 나는 사회주

다. 원제(Socialist Feminist Project)를 살린 것이

의에 대해 아무런 기억도, 감수성도 갖지 못했다.

기는 하지만, 번역서 제목은 수많은 이유로 바뀐다.

빨갱이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이라는 건

50 2019년 10월호


알겠고, 노동조합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나

압을 경제적 착취로 환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쁜 곳이라는 건 알겠고, IMF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는 우리 삶의 이런 측면들이 떼려야 뗄 수 없이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사람 좀 자르는 건 당연한 일

체계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계급

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동시에 나는 가정폭력

은 언제나 성별화되고 인종화된다.” 그건 내가 겪

이나 성폭력에 시달리면서, 최저임금만 주거나 혹

은 고통들을 반으로 쪼개지 않고서도 말할 수 있는

은 그마저 주지 않는 일들을 전전하면서, 어딘가가

언어였다. 어느 한 쪽을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여

무너지거나 불타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랐다. 페미

성‘이자’ 노동자라는 연결관계를 사유하면서.

니즘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낯선 단어로 여겨지 지 않게 됐지만, 이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나 자신을

종종 편집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 이들이 있

페미니스트로 호명하지 않았다. 글쎄, 내가 나 자신

다.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이 일이 특별히 복잡

을 페미니스트라 호명한다면 내가 겪은 고통을 반

하거나 불분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빙이 단순히

쯤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

‘음식 나르는 일’만이 아니듯) ‘노동’에는 언제나 복

려웠다.

잡한 맥락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이런 문장들을 마주할 때면 어쩔 수 없이 이 일에 특별한 속성을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겠지만, 내가 겪은 고통

부여하고 싶어진다. 적어도 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들 대부분은 계급에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명절

은 우리에게 다른 언어를, 다른 세계를 상상할 능력

에 엄마 옆에 앉아 전을 부치거나 남자들이랑은 다

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른 상에 앉아 밥을 먹는 일 따위는 짜증나기는 했지 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일을 계속하기 위해 고개 숙일 수 없는 일에 고개를 숙이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페미 니즘은 그런 고통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 였다. 여성으로서 내게 필요한 언어가 페미니즘이 라면 노동자로서 내게 필요한 언어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정작 나 자신은 여성이자 노동자로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늘 이상한 괴리감 을 안겨주었다.

이쯤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그런 괴리감 을 안겨주지 않았다. 이 책 편저자인 낸시 홈스트 롬은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모 든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는 계급을 여성의 삶의 중 심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성적 억압이나 인종적 억

차소영 <사회주의 페미니즘> 책 편집자 발칙 건강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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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공감(共感)의 시작

▲ 지난 2018년 뜨거운 여름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이뤄진 건설노조 토목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사업의 모습

안녕하세요! 이렇게 연구소의 회원으로 인사

제가 처음 건설노조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에

드리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가입인사에‘영

는‘산재’대리에만 집중하였습니다. 도대체 노

광’이라는 단어까지 쓰게 된 것은 한노보연 회

동안전에 관한 것은 모르겠고, 산재보험 청구는

원분들의 파란만장 노안활동‘스토리’에 비해 저

조금(?) 손을 댈 수 있었으니까요. 또 건설노조

의 스토리는 이제 겨우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의 조합원은 2만의 강력한 조직력을 뒤에 안고

저는 평범한 노무사입니다. 조금 특별하다면 매

현장에 들어가기 때문에 미조직된 노동자에 비

년 산재사망사고 1위를 기록하는‘건설업’노동

해 중대사고 발생이 현저히 적은 것이 사실입니

자가 조직된 노조에서 고군분투 중입니다.

다. 보통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자재에 걸려 넘 어지면서 발생하는 염좌나 거푸집 사이에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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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락이 끼이는 사고 등 비교적 경한 정도의 산재

달립니다. 노조도 1년 내내 사업장을 옮겨야 하

를 상담합니다. 한 달, 두 달 비슷한 사고의 상담

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노안활동

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가끔 뉴스에 나

보다는 단체교섭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요.

오는 크레인 전복사고나 추락사고가 남의 일처 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한노보연과 함께하며 이제는 건설노조의‘노안파(?)’의 기초를 만들어

그러나 하인리히 법칙은 정말 존재하는 것이

가고 있습니다. 가장 무더웠던 지난 해 여름에

었습니다. 점점 사소한 사고가 중대재해로 이어

는 한노보연의‘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연구에

졌습니다. 1.8미터의 말비계에서 떨어지는 사

함께 하였습니다. 조합원들은 30℃가 넘는 폭

고에서 4미터의 슬라브(지붕) 위에서 추락하는

염 속에서도 긴팔의 작업복을 챙겨 입고 20kg

사고로 이어졌고, 거푸집에 손가락이 끼어 부어

가 넘는 거푸집을 나릅니다. 심지어 작업발판이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원형톱날에 손가락이 잘

없어 강관을 엮어 겨우 올라서서 무거운 자재들

려나가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1년 6개월이

을 들어 올립니다. 그저 옆에 서서 지켜보는 것

지난 시점에는 덤프트럭이 넘어지면서 대형거

만으로도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짐작되었습니

푸집을 덮쳐 작업 중이던 형틀목수 조합원이 사

다.

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연구결과 현재 작업량의 40% 이상을 줄여야 사고는 사망한 조합원과 유가족의 상처에 그

과로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데 어디서부터 손

치지 않았습니다. 덤프트럭을 운전했던 기사는

을 대야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조합원들은 보

그저 일당을 바라보고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였

통 30년이 넘게 중노동을 하다가 60대가 넘어

던 것이었을 뿐 사망사고의 가해자가 될 것이라

퇴직할 때가 되어서야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

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시 사고의 원

를 신청합니다. 재활을 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

인은 덤프트럭 기사의 운전과실도 아니었고, 거

아간다고 해도 목수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

푸집을 조립 중이던 조합원의 작업불량 도 아니

마 남지 않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현장을 바꿔

었으며, 원청사에서 덤프트럭의 운행이 어려울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한노보연이 보여준

정도로 지반의 상태를 관리하지 않은 탓이었습

현장과 공감하는 하는 마음으로! 이제 시작합니

니다. 전형적인‘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이

다.

지요. 그러나 역시 경찰조사의 초점은 원청사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보다는 덤프트럭을 운전한 기사의 업무상과실 여부였습니다.

건설노조의 조합원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일 용직’이기 때문에 항상 극단적인 고용불안에 시

정미경 건설노조 정책부장, 노무사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19.09.17, 행정안전부] 제2의

6개월 내 실무교육을 수료하도

업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협

고양저유소 화재사고 사전에 막

록 한다. 아울러, 지난 5월 23

의해서 올해 안에 입안을 추진

는다!

일 강릉 테크노파크 폭발사고

할 방침이다.

- ‘석유·가스 저장시설 안전기준

를 계기로 ‘신기술 연구개발 안

개선방안’ 마련 등 제9회 안전기

전관리 강화방안’도 마련한다.

[19.09.26, 고용노동부] 안전 경 영! 공공기관이 선도한다

준심의회 개최 신기술 연구개발 시 안전성 확

-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공공기관

행정안전부(장관 진영)는 9월

보를 위해서 연구개발(R&D)

안전 담당 임원 연찬회 개최

18일 제9회 안전기준심의회를

사업의 전주기 안전성 평가 및

개최하고 석유·가스 저장시설

관리를 강화한다, 세부내용으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와 한

등 분야별 안전기준 개선방안

로는 과제기획 시 안전성 검토

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사장 박

과 통합관리를 위한 부처별 안

를 추가로 실시하고, 안전성 계

두용)은 9월 26일(목) 오후 2시

전기준 등록 여부를 심의한다.

획이 부적합하면 지원 대상에

에 일산 종합 전시장에서 공공

서 제외하며, 연구 수행 및 종

기관(339개소)의 안전 담당 임

‘석유·가스 저장시설 안전기

료 후 5년까지 안전관리 이행

원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작업

준 개선방안’은 저유소 대형 화

을 점검하도록 한다. 또한 산업

장 안전 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재* 예방을 위하여 행안부와

기술단지(테크노파크)의 사업

이행 및 안전 담당 임원의 역

관계부처가 협의를 통해 마련

시행자에게 안전관리계획을 반

할” 을 주제로 연찬회를 개최

한다. 먼저, 인화점 38℃ 미만

드시 수립하도록 하고 수립여

했다. 이번 연찬회는 국민 생명

의 위험물을 저장·취급하는 옥

부·이행실적 등을 경영실적 평

을 지키기 위한 공공기관의 선

외저장탱크에 화염방지기 설

가에 반영한다.

도적인 역할의 중요성과 시대

치를 의무화*하고 그간 불명확

적 사명감을 다시 한번 강조하

했던 인화방지망** 설치 규격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사고들

고, 그 실천에 있어서 공공기관

을 구체화*** 한다. 그리고 비

이 발생하는 대학연구실, 수입

안전 담당 임원의 역할과 책임

교적 위험도가 높은 ‘소규모 시

전동 킥보드 제품 등에 대한 안

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설 허가’에 대해서는 사전에 기

전관리 방안도 심의할 예정이

마련한 자리이다.

술검토*를 받도록 하고 위험물

다. 이밖에도 국토부 등 12개

시설 사용중지 시 안전조치와

관계부처의 안전기준 218개를

임서정 차관은 인사에서 “안전

신고의무 규정도 마련하는 등

추가로 등록*․심의하여 범정

을 실질적으로 총괄 관리하는

취약 저장 시설물에 대한 관리

부 안전기준 관리체계 구축도

임원들이 안전 경영의 가치를

도 강화한다. 현행 위험물안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번에

확립하고 안전 경영을 실천함

관리자 교육도 실습 중심으로

마련한 안전기준 개선방안 중

으로써 공공기관의 안전 관리

전환하고 신규 종사자의 경우

개선 가능한 사항은 과기부, 산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민

54 2019년 10월호


간부분을 선도하여 모든 노동

리 중점기관으로 지정하여 특

서 산재보험패널조사 데이터에

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

별 관리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

관심 있는 학생 및 연구자들의

서 일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어 안전관리 기본계획 수립 명

학술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한

라고 밝혔다.

령 등과 산업안전근로감독관

『2019년 산재보험패널데이터

및 안전보건공단 전문가의 지

설명회』를 개최했다. 공단에서

도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2013년부터 실시해 온 산재보

안전보건공단 박두용 이사장은 “안전 경영 및 안전 지도력” 이

험패널조사(통계청 승인번호:

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위험한

안전문제를 공공기관이 선도

439001)는 산재노동자의 직업

사회에 대한 공공의 책임과 안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일하

복귀와 사회경제적 특성을 폭

전 경영체계 및 위기 관리방안

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이

넓게 다루는 조사로서, 산재보

등을 소개하고 고용노동부의

뤄져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더

험 정책수립·운영·평가에서 활

김동욱 산업보건과장은 “공공

디기만 하다. 파견·용역 노동

용될 수 있는 시계열 자료를 구

기관 안전 강화 정책 방향” 이

자 정규직 전환 1단계는 아직

축하고 있다.

라는 제목으로 산업안전보건법

36.6%가 미완료된 상황이고,

전부 개정 법률과 정부의 공공

전환 결정된 경우도 공공기관

심경우 이사장은 “이번 설명회

기관 작업장 안전 강화 대책에

만 따져 보면 자회사 전환 1단

를 통해 많은 연구자와 학생들

따라 공공기관이 추진해야할

계는 아직 36.6%가 미완료된

이 산업재해와 산재노동자의

안전 활동을 발표하였다.

상황이고, 전환 결정된 경우도

삶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라며,

공공기관만 따져 보면 자회사

특히 산재보험패널 데이터를

또한 올해부터 고용노동부에

전환 인원이 56.2%로 확인됐

이용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

다. 공공기관의 노동자가 안전

산출되어 산재노동자 관련 정

하는 안전 경영활동 수준 평가

해야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는

책에 주요한 자료로 쓰이는데

에 대한 평가유형 및 체계와 평

것을 잊지 말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

가지표 항목을 안내하고 공공

다.

기관의 체계적 안전 관리, 안전

[19.09.22, 근로복지공단] 산재

활동 수준 향상 방안 등에 대한

노동자의 삶의 질 조사데이터 활

한편 『제6회 산재보험패널 학

토론도 진행되었다.

용을 위한 장 마련

술대회』는 2020년 5월경 개최

- 2019년 산재보험패널데이터

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는 관

설명회 개최

련 학계 연구자의 참여와 대학

향후 안전 조치를 이행하지 않 아 중대 재해가 발생한 공공기

(원)생 학술논문 경진대회 및

관 임원은 해임할 수 있으며 사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심경우)

포스터 발표 등을 통하여 산재

망자 발생 등 산업재해 발생 위

은 지난 9월 24일(화) 13시 30

보험패널데이터를 활용한 다양

험이 높은 공공기관은 안전 관

분부터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

한 논문의 발표와 토론이 이루 어질 예정이다.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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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여성 방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 간담회 안내 최근 검침원들이 방문하는 가정에 서 일상적으로 겪어온 성폭력 문제 가 공론화되면서 방문노동자들의 심각한 노동실태가 드러났습니다. 노동시간센터에서는 연속간담회를 통해 방문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 제와 더불어 방문 대상의 사적 공간 을 ‘방문’한다는 형식에서 비롯되 는 감정노동의 심화, 중년여성 노동 자들의 저임금 일자리와 노동조건 등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2 회 도시가스안전점검원/수도검침 원 주제로 10월 23일 수요일 저녁7 시, 3회 통합사례관리사 주제로 11 월 13일 수요일 저녁7시 두 차례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 석바랍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 의료연대 진행해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 원 노동자 200여명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 사를 점거 농성하고 있습니다. 직 접고용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 고 있는 도로공사로 인해 농성은 장기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건강 역시 악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에는 피부질환 문제로 어려 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연구소도 의료연대를 다녀왔습니다. 이들이 자기 일상과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건강 한 삶을 회복하는데 일순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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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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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약 1960~ 부산석면공장

1984 인도 보 팔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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