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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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 노동자 건강권 바람이 불길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 가서 삼성 이재용과 쌍용자동차 CEO 마힌드라를 만난다고 합니다.

경제지를 비롯한 다수 언론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친노동 정권이 삼성을 만난다며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요.

문재인 정권이 삼성을 대하는 행보는 경영권 제한과 멀리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노동조합 을 파괴하기 위해 정부 관료를 돈으로 매수하고,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뒤엎고, 열사 시신을 탈 취했는데도 책임자 단 한 명만 구속됐을 뿐입니다.

현재 베트남에는 삼성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대규모로 가동 중입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 는 삼성전자 상무가 주 베트남 한국 대사로 임명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인물은 삼성 수 뇌부를 자랑스러워하는 ‘삼성맨’ 출신 외교관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베트남 공 장에서 벌어진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해 친노동 정권이라 불리는 정권이 어 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문제들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떻습니까.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기업의 영업비밀이 라고 판단하며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는 물론 전체 노동자·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습니다. 노동부 역시 올해 들어서야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내부 지침을 세웠습니다.

물론 모든 정부기관을 대통령 혼자 좌지우지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기를 통해 문 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의사가 있 는지 다시 묻고싶습니다.

고 황유미 님의 아버지 황상기 님도 농성장에서 이제는 정권을 향해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목 소리 높여 외칩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 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에는 노동자 건강 권 바람이 언제 불어올까요? 왜 평화의 바람은 일하는 노동자들 앞에 막혀있는 걸까요. 문재 인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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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김형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세은, 종호, 나래, 지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8.7.10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02 2018년 7월호

특집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04 08 10 14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와 삼성의 몽니 백혈병 소송을 통해서 본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에 대한 소고 노동자 건강권의 바로미터 노동자 알 권리 거부하는 인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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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충남서북부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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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실적이 인격이라 하는 회사를 향한 IT노동자들의 싸움!

시작과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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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산재 사망증가와 트럼프 정부의 예산 축소

20

국제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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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2)

26 안전과 건강 칼럼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우리 현장에도 노조가 생겼어요!

46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48

노동자 건강 상식 B형 간염

50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근로감독관의 과로사와 워라밸

빛 바래선 안될 청사진

2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52 문화읽기 “우리의 죄는 증대하다”

과로와 인종주의 영화 &lt;히든 피겨스&gt;

32

사진으로 보는 세상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저희는 영어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내 인생의 시간으로 기록될 노벗 수습 노무사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출처 : 건강한노동세상

31

54 이러쿵 저러쿵

차례

03


특집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와 삼성의 몽니

류현철 운영위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1000일이다(18년 7월 2일). ‘반도체 노동자의

알 수 있다. 소위 첨단 산업이라는 반도체와 전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가 직업병 노동자들

산업의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노동안전보건을 바

의 산재를 인정하고, 삼성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라보는 시선은 시대정신의 말단에도 이루지 못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위해 농성을 시작한 이

다. 이미 다른 기업들에서는 전면 공개하고 있는

후 그 많은 날이 지났다. 그동안 삼성반도체와 전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두고 삼성은 왜 이

자산업 노동자들의 백혈병을 포함한 다양한 암

러는 것인가? 독재정권 휘하에서 성장한 재벌가

과 희귀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

의 몽니에 불과한 무노조 경영방침을 ‘신화’로 포

이 줄을 이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유해

장하고 그것을 지키는데 엄청난 돈을 쓰고 패륜

화학물질 노출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다소 부

을 저지르는 것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그간 작업

족하여도 산재 요양을 승인하는 판정도 늘어났

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나타난

다.

주요한 쟁점을 정리해본다.

그러나 아직 삼성은 그대로다. 노동자들의 산 재를 판정하는 데 있어서 전향적인 변화에 비교

삼성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는 국가핵심기술이 담겨 있는가?

해보면 오히려 퇴행했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 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삼성이 벌인 일들을 보면

04 2018년 7월호

그렇다고 볼 수 없다. 통상의 작업환경측정 결


과 보고서의 형식에 핵심기술의 가치를 담기는

영향력을 이용해 논점을 흐리고 있다. 영업비밀

어렵다. 물론 시키지 않아도 노동자들의 건강권

을 보호할 정당한 절차를 이야기하기 전에 노동

을 챙겨 작업환경의 위험요인을 미리 챙겨보고

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 물

관리하자는 의지로, 법정 기준을 넘어서는 수준

질과 공정이 생산성과 이윤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으로 자세하게 공정을 정리하다 보면 중요한 정

것이 옳은지, 그것을 영업비밀로 보호받도록 하

보가 들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

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부터 논해야 한다.

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와 관련한 법원의 2심판결에서 분명하게 정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는

리하고 있다.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위해 신청한 노동자에게만 공개하면 되는가?

“이 사건 보고서에는 라인명과 공정명, 근로자수 등이 기재되어 있을 뿐 공정간 배열이나, 각 생산라

아니다. 이 역시 법원의 판결을 인용한다.

인에 배치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대수, 생산능력, 설 비배치, 공정 자동화 정도, 인건비 관련 자료, 각 공

“국민의 ‘알권리’, 즉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사용량·구성성분

자유는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는

등에 관한 기재는 별도로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

것으로서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권

어 보면, 그 정도의 정보만으로는 피고가 우려하는

리이고, 그 구체적 실현을 위하여 제정된 정보공개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공정간 배열, 각 라인에 배치

법도 제3조에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대수, 생산능력, 반도체 후공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여 정보공개의 원칙을 천

정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효과 등의 정보’, ‘제

명하고 있으며, 정보공개법 제9조가 예외적인 비공

품 생산을 위하여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 사용

개사유를 열거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국민으

량, 구성성분 등의 정보’ 등까지 알려지게 된다고 보

로부터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은

기는 어렵다... 그에 반하여, 이 사건 측정위치도가

공공기관으로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 호에

있어야만 원고는 해당 사업장 내의 어느 곳에서 어

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

떠한 유해인자들이 노출가능하고 실제로 얼마나 노

를 공개하여야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라 할지라

출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바, 이는 근로자의 생명·

도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

신체·보건과 직결된 정보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

하여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

이 매우 높다. - 2017누1087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대

되어 위 각 호의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증명하

전 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여야만 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 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이미 법원에서 판단이 끝난 문제였다. 영업비

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공기관은

밀인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자신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

판결을 통해 공개하라고 한 것임에도 대기업이

고, 정보공개의 예외로서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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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여부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 2017누

어떤 것이 영업비밀이 돼야 하는지, 건강과 생명

1087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대전 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에 유해한 물질 사용이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지 하는 기본 문제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비

삼성은 노동자의 건강보호와 업무관련성 입증

밀이 일단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공개할 용의가 있으나,

알 권리와 기업 이윤추구 사이의 기계적 균형만

다만 해당목적이외로 활용되거나 누설되지 않도

을 다루고 있다. “알 권리 보장과 영업비밀 보호

록 한다는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책임준수를 요구

를 위한 절차와 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될 것”

하는 것 아닌가?

이라는 논리는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현실에서

알 권리와 동등한 수준의 기업의 활동을 보장하 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제껏 삼성은 노동자들의 업무 관련성 입증을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작업 중지권 발동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소송의 승소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단지 노동자들의 권리행사를 위축시킬 목적으로

2016년 11월 29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절차와 방법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길고 지루하고

과 반올림이 함께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바

비용이 많이 들수록 효과적인 소송을 남발할 수

에 따르면 2016년 10월까지 삼성에서 일했던 노

도 있다.

동자들의 산재판정을 위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보낸 업무환경 관련 질의 및 자료제출 요청 77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되는 물질이나

중 삼성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답변 자체를

공정이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가?

거부한 경우는 64건(83%)이었다. 일부 공개했던 자료들조차 영업비밀을 빌미로 먹칠을 하거나 공

안 되는 일이다. 보편적 상식이라 할 것이다. 그

란으로 비워 보내는 것이 다반사였다. 더구나 거

러나 이제껏 상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산업

대자본의 이해를 지키는데 동원할 수 있는 막강

안전보건법상 영업비밀로 분류할 수 있는 주체는

한 영향력이 존재하는 한 직업성 질환에 대한 업

화학물질을 양도, 제공하는 사업자이고 영업비

무관련성 입증책임을 고스란히 지고 있는 노동자

밀로 분류되는 사유를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밝혀

들의 알 권리는 훨씬 더 엄중하게 지켜져야 한다.

야 한다고만 돼 있어, 사업자가 영업비밀로 판단 하면 영업비밀이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일부 언론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공개되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노

국가 핵심기술이 유출돼 반도체산업 기반이 흔들

동자와 주민 건강을 위해 물질이나 공정에 대하

릴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

여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강 보호를 위한 정보공개는 필요하지만, 기업 영

이에 대해서도 이미 법원은 분명하게 판결문에서

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알게 된 정보의 비밀

정리하고 있다.

보호 방침을 준수하고 유지하기 위한 규칙과 절 차를 수립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 속에는

06 2018년 7월호

“이 사건 보고서는 반도체 사업장인 삼성전자 온양


공장을 대상으로 한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기재된 문

필요한 사유를 명확히 밝히고, 영업비밀로 하는

서로서,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통해 해당 작업장의

물질과 성분이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노출됐을 때

어느 공정 및 어느 지점에서 유해화학 물질 등의 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고, 이에 대처할 방안

해인자가 검출되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 등

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영업비밀 사전심

을 확인하는 것은 망인을 비롯하여 해당 작업장의

사 제도를 통해 영업비밀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전·현직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권의 보장, 나아가

와 기업이 제시하는 예방조치의 타당성을 심사하

해당 작업장이 위치하고 있는 인근지역 주민들의 생

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오히려 여러 전

명·신체의 건강 등의 가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문가와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음에

판단된다. - 2017누1087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도 이런 조치가 이제야 제안된 것에 아쉬움이 크

대전 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다.

모든 유해물질이 생산현장과 일상에서 사용되지

삼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않을 수 있는가? 거대 기업이 이윤에 눈이 멀어 작업환경측정 그렇게 되면 좋겠으나 아직 가능한 일이 아니

결과 보고서를 감추고, 영업비밀 사전심사제가

다. 그렇기에 더욱 유해한 물질들은 영업비밀로

시행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

서 숨겨져서는 안 되며 등록되고 관리되어야 한

다. 삼성은 영업비밀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

다. 유해하기에 취급하는 노동자들이 더욱 유의

이 아니라 ‘직업병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

해야 하고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하며, 지역 사회

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의 눈초리도 받고

에서 관리 수준에 대해서 감시를 할 수 있도록 해

있다. 이런 지탄과 의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쉽

야 한다.

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전면공개하고,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되

그래서 영업비밀 사전 심사제가 필요한 것인가?

는 것이다.

그렇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기업이 그 성분이나 함량 등을 영업비밀로 하고자 할 때 이를 심사하겠다 는 영업비밀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 다. 이를 통해 화학제품 제조사들이 원료 성분을 확인하고 안전한지 검토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 하고, 이를 사용하는 노동자·소비자들의 알 권리 를 충족시키겠다는 취지다. 설사 기업 활동을 위 해 영업비밀이 필요한 경우라도 제조하는 자는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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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백혈병 소송을 통해서 본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소고

권동희 회원,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

2013년도 여름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의 소개

엇을 했는지 물어보니 농협에서 사무원으로 일

로 한 노동자가 찾아왔다. 한국GM 군산 공장 도

을 했다고 답했다. 그전에는 군대를 다녀왔다고

장부 소속 노동자가 만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산

했다. 군대에서 뭘 했냐고 하니, 방위산업체에서

재신청을 했으나 불승인된 상태였다. 사안을 보

일했다고 했다. 방위산업체에서 선반 가공 업무

니 근무 기간(3년)이 짧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

를 했고, 부품을 닦느라 가끔 신나를 사용했다고

고서 및 역학조사에서 원인 가능성이 높은 발암

했다. 그 회사에 다니면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불승인되

고서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이

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서를

노동자의 사건은 3년의 소송 끝에 다행히 법원에

보니 “작업환경측정 결과 상 벤젠 및 포름알데히

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다.(서울행정법원

드 측정결과도 없고, 타사의 자동차 도장공장의

2016. 12. 20. 선고 2013구단53144판결 (1심

노출 자료에서도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노출 기

확정))

준인 TWA 0.5 ppm을 넘는 수치는 없다”고 하였 다.

오래전 대우조선해양에서 도장작업을 하는 노 동자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발병해서 산재신

그 노동자는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본

청을 했지만, 공단은 ‘회사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GM에 입사하기 전에 무

보고서상 벤젠이 검출된 바가 없고, 근무 기간이

08 2018년 7월호


잠복기보다 짧은 10개월 이어서 업무상 질병으

조차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보고서, 작업환경

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2003년 7월 이전까

측정 결과 보고서를 사용자로부터 받지 못하고

지 10ppm 이하의 벤젠농도는 작업환경측정에서

있다. 이런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환경측정

‘적합’으로 판단하였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

결과 보고서가 무엇인지, 어떠한 의미인지, 자료

는 1997년도 ‘벤젠’에 대한 마지막 측정을 하였

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지 등을 거의 알지 못한다.

는데 그 당시 “최대 5.0ppm ~ 최소 0.9ppm”의

노동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직업병 인정과 신청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역학조사

을 위해서도 어떠한 유해요인이 있는지 등에 대

를 담당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997년 이후

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사

에 벤젠이 검출된 바 없기 때문에 1997년 이후

업장에서 스스로 내놓는 경우는 없다.

벤젠이 검출되었을 것으로 판단할 근거는 없다’ 고 했다.

또한, 우회적으로 관할 노동청에 대한 정보공 개신청을 통해 입수할 수 있음을 아는 노동자도

이 노동자도 10개월 근무하면서 작업환경측정

없다. 노동자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결과 보고서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다행히

등 노동조건 및 건강권에 대한 서류에 대해서는

이 사건도 고등법원에서 1심 판결을 뒤집어 사실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법률상 의무적으로 작성해

상 벤젠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단기간 과다

야 할 서류에 대해서는 배포할 의무 및 요구할 권

한 노출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었다.(서울

리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근로계약서

고등법원 2013. 12. 18. 선고 2013누3285판결

의 당연 교부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의무가 되

(대법확정))

어야 마땅하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는 현재 기준 및 일부 인자에 대한 측정결 과일 뿐이다. 사용자들은 당시 기준보다 낮은 수 준의 위험인자에 대해서는 거의 측정하지 않았 고, 전체가 아닌 일부에 대해서만 측정을 해왔다. 이로 인해 측정결과가 당시 기준보다 낮거나 측 정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험성이 없거나 낮다고 볼 수 없다. 작업환경측정결과서는 기본 적으로 불안정한 측정이라는 한계를 가진 것이 다.

그리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는 즉시 노동 자에게 배포되어야 한다. 현재 다수의 노동조합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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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노동자 건강권의 바로미터 -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최근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공개 논란이 계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가 필요했나요?

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실제 작업환경측정결과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제일 필요한 이유는 삼성 반

보고서 영업비밀 포함 여부가 핵심이 아니다. 우리

도체, LCD 공장에 대한 자료가 있기 때문이죠. 작업

사회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하고 있

환경측정 제도의 한계가 있어서 유의미한 결과가 있

는지 혹은 기업의 이윤과 영업비밀을 우선하고 있 는지 어떤 ‘가치’를 우리 사회가 우선시 하고 있는 지의 바로미터다. 지난 6월 23일 이 문제로 투쟁

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 물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현재 기록뿐만 아니라 과거 현장에 대한 기록도 필요한데 삼성이 스 스로 기록을 내놓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작업환경

하는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를 만나 지난 경과와

측정 보고서는 노동자나 시민이 정부 기관인 고용노

최근 상황, 이후 계획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부를 통해서 받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삼성 직업 병 피해자들은 이 자료를 요청했었던 것이죠. 2013

이번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논란이 시작된 이유 가 궁금합니다. “반올림이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고 황유미 씨를 시

년에 정부가 종합진단 보고서라고 반도체, LCD 공장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자료가 있기는 한데 여기에 도 과거 자료는 없었거든요.”

작으로 직업병 피해노동자가 일했던 노동환경에 대한 자료가 필요했어요. 그중 하나가 작업환경측정 보고

10

고용노동부가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나요?

서였죠. 고 황유미 씨를 비롯해 림프 조혈계 암에 대

“대한민국 국민은 정보공개법에 의해서 고용노동부

해서는 현장조사가 있었지만, 현장조사 이전 자료도

가 가지고 있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결과를 볼 권리

있어야 해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계속 필요했어요.”

가 있어요. 그런데 이전까지 고용노동부는 이 내용을

2018년 7월호


일부 가리고 보여주거나, 아예 안 보여주거나 그래왔

작한 거죠.”

죠. 결국 2014년에도 삼성 직업병 피해자가 고용노 동부가 삼성 온양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삼성이 손을 쓰기 시작한 건가요?

를 공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어요. 그때 1심

“네. 삼성 직업병 피해자를 대리하는 노무사 님이 작

은 졌는데 2심에서 이기면서 올해 2월에 고용노동부

업환경측정 보고서 복사본을 받으려고 고용노동부

가 자료를 공개했어요.”

에 갔는데 자료를 못 받고 있다는 거예요. 이유를 확 인해보니 갑자기 국민권익위원회가 작업환경측정 정

법원에서 굉장히 크게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네

보공개 제공을 중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요.

이를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이 이야기는 앞으로 작업

“고등법원에서 고용노동부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환경측정 보고서를 확인하려면 삼성이 소송을 취하

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

하거나, 소송에서 패소해야 가능하다는 거에요. 결

기를 했어요. 하나는 직업환경의학 의사 등 전문가에

국 이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

게 자문을 구해보니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영업비

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자료를 얻으려고

밀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설령 작

10년을 싸워서 이제야 길이 열렸는데 다시 소송으로

업환경측정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있다고 해도, 이 자

자료를 받으라고 하니 산재인정까지 더 오랜 시간 기

료는 해당 노동자나 지역 주민 등 공공의 건강과 안

다려야겠죠.”

전을 위해 중요한 정보니까 비공개하거나 보호할 수 없다는 거예요. 세 번째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반올림 활동가들 심경은 어땠나요?

요. 지금까지 삼성이나 노동부는 해당 직업병 피해자

“너무나 충격적이고 경악했죠. 오후 2시까지 오면

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지도 않았던 제3자가 예전

자료를 카피해주겠다 해서 갔는데 가처분이 걸려있

자료를 요구한다면 보여 줄 수 없다고 주장해왔어요.

어서 못 준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해요. 이후에 삼성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정보공개는 법적으로

이 행정소송 5개를 걸고, 산업통상자원부를 동원해

이해관계자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접근을 보장

서 반도체 전문가랍시고 삼성과 이해관계가 물려있

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어요. 이후에 반올림과 함께

는 사람들이 자료 공개를 또 막고 있으니 삼성이 이

하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들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거 막으려고 얼마나 많은 돈을 쓸까 이런 생각이 들

다른 삼성 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어요.”

소송을 제기해요.” 직업환경의학 의사나 산업위생을 하는 분들 반 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들었는데, 자세한 얘기가 궁금합니다.

“이른바 노동보건을 한다는 분들은 다들 경악했죠.

“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가 내부 정책이자 지침을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왜? 아니 어떻게 이런 식으로

바꿔요. 앞으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

막을 수 있지? 라며 다들 황당하다고 해요. 물론 일부

면 다 제공하기로요. 그래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전문가들은 이럴 수도 있다고 말씀을 하세요. 이유가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죠.

뭐냐면 어떤 사업주가 자기 현장을 측정한 결과를 아

결정 이후에 구체적으로 자료를 언제쯤 받을지를 고

무한테나 보여주는 걸 좋아하겠냐는 거예요. 그래서

용노동부가 법률 대리인들과 상의하면서 일사천리로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럼요 작업환경측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변하기 시

정이 좋아서 이걸 하면 막 기쁘고 행복해서 하는 건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11


특집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안전보건 조치가

다시 말해서 모든 걸 영업비밀로 인정해주면 현장에

즐거워서 시행하는 사업주가 어디 있겠어요. 노동자

법이나 사회적인 규율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져서 선

건강이 귀하니까 사람 목숨이 귀한 거니까 사업주를

을 그어야 한다고요. 저는 이 주장이 맞다고 생각해

강제하는 거죠. 강제를 안 하면 방치하게 되니까요.’”

요.”

대체 삼성은 왜 이렇게 하는걸까요?

표면적인 이유 말고 삼성의 속내는 과연 무엇

“표면적인 이유와 속내가 조금씩 다를 거 같은데요.

일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우선 첫 번 째, 지금까지 작업환경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하면 외국 동종업계가

측정 보고서 공개를 막은 이유는 이렇거든요. ‘작업

삼성 경쟁력을 따라오고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

환경측정보고서 공개 → 삼성이 쌓아 올린 정보가 누

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주

출 → 외국 동종 업계가 삼성 경쟁력을 쫓아 → 삼성

적나라한 삼성의 속내가 여기에 있다고 봐요. 삼성

은 물론 국가 경제에 타격’ 이 논리죠. 그런데 작업환

은 단 한 푼이라도 잃고 싶지 않은거에요. 단 하루라

경측정 보고서에는 핵심 영업비밀이 담겨 있지 않아

도 경쟁자에게 따라잡을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 거

요. 애초에 담을 수 있는 포맷이 아니거든요.

죠. 그리고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싶지 않다는 주장 은 논리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

두 번째, 반도체 전문가들 말이 아무리 작은 정보라

는 어떤 가치를 우선할거냐 문제라고 봐요. 기업이

고 해도 조각조각 모으면 추정이 된다. 반올림은 추

나 스포츠도 그렇고 다 마찬가지인데 남들보다 더

정하기 어렵겠지만 전문가들은 추정하면 자료를 다

잘하고 싶고 나를 부당하게 따라오는 걸 막고 싶어

안다는 거예요. 저번 국회 토론회 때 나왔던 서울대

해요. 그런데 그걸 막고 싶다고 해서 가령 운전할 때

교수 한 분은 지금 가지고 있는 일정 기술을 맨바닥

옆 차가 법규를 위반하면서 내 차를 추월한다고 해

에서 찾으려면 6만년이 걸린대요. 그런데 조그만 자

서 내가 그 차를 받으면 안 되잖아요. 삼성이 경쟁력

료라고 해도 하나하나 모으면 2.5년 만에 따라 잡는

을 우선할 수는 있는데 그게 노동자 시민의 건강권

다고 주장하더라고요. 제가 이 주장에 관해서 묻고

과 정보 접근권을 침해하는 거라면 안 되는 거 아닌

싶은 게 있는데요. 일정 기술을 가지려면 6만 년이

가요?”

걸리는데 삼성은 그걸 어떻게 몇 십 년 만에 해냈을 까요? 자기들도 기술을 훔쳐서 가능했던 거라 남들도 훔칠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세 번째, 반도체 산업은 여러 차례 공정을 뺑뺑이 돌 리는 거로 수익을 내는 산업이거든요. 그래서 공정 배치도와 속도가 경쟁력이고 단가를 결정해요. 그래 서 삼성 주장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들어 있는 간 단한 공정 모식도가 영업비밀이 된다는 거예요. 이 점에 대해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 님이 하 신 말씀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공정 배치 도는 고유기술이 아니고 장비를 운영하려는 방안인 데 이걸 영업비밀이라고 하면 노동자들 몇 시간 근무 시키는지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비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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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호

국회에서 영업비밀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친기업 전문가들은 반올림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에 영업비밀이 없다고 어떻게 확신하느냐, 그럴 가 능성을 100% 배제할 수 있냐, 어떤 물질을 사용하 는지 알려지면 배합해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 게 주장을 해요. 그런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다른 기 업들도 이미 다 알고 진행하고 있어요. 삼성만 연구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에요. 그리고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가 공개되면 다른 기업이 따라 올 거라 고 주장하는데, 지난 역사상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자료를 토대로 따라왔다는 통계를 단 하나라도 들어


주면 좋겠는데 그런 것도 없어요. 반면에 법학 전문가

법률 활동가들이 전문가들과 영업비밀을 심의하고 규

들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요. 일단 국가 핵심기술이라는

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어요. 국회에 발의도 했는

말이 곧 영업비밀은 아니라는 거예요. 국가 핵심기술정

데 아직 통과되지 않았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보는 해외로 유출하지 말라는 거지 작업환경측정 보고

번 법안을 들여다보고 지금 상황에 맞춰서 수정하는 게

서를 공개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는 거예요.”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이건 제도적인 부분이고 운동 적 차원으로 보면 화학물질이나 현장에 대한 알 권리를

현장에서 실제 측정을 하는 전문가들은 어떻게 판 단하고 있나요? “글쎄요. 지금까지 직접 삼성 편드는 사람은 못 봤어요. 다만 너희 집이 얼마나 더러운지 사진 찍어서 아무한테 나 공개한다고 하는데 어떤 사업주가 좋아하겠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었어요. 그런데 이들도 사업주가 싫 어하는 건 당연한데 그래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 냐고 말하죠.”

주장하고 정보를 받아보고 감시하는 그런 운동이 있었 으면 좋겠어요. 꼭 산재신청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일하 는 회사나 지역에서 무슨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알고 싶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싸움을 만들었으면 해요. 제 생각에 지금까지 영업비밀에 관한 법이 통과되지 못했 던 이유는 법이 나빠서나 국회의원이 나빠서가 아니라 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런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 이 조직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반올림을 비롯한 몇 몇 단위들이 간혹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당사자가 나서

이후 소송 진행하는 것을 포함해서 이 문제를 둘러 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서 소송도 불사하고 이러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도록 하는 투쟁이 없었거든요. 이런 활동 없이 지혜롭고 선 한 전문가들이 법안을 만들고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삼성이 소송을 빨

는 건 전혀 역사적이지 않은 기대라고 생각해요. 그래

리 철회해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서 한노보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그렇고 노동

요. 그런데 법률 활동가들 생각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안전보건운동 진영이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이번 기회에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다시는 삼성이나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기업들이 이런 짓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 이 야기를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거 같아서 이 문제는 소 송에서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남는 제일 문제가 산재 피 해자들이에요. 삼성이 말로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당사자에게는 주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러질 않고 있 어요.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이나 법원이 기업이 작업장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감추거나 방해하면 산재를 인정 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해줘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 으로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영업비밀이라는 게 대체 뭐냐, 어떤 절차를 통해 영업비밀을 주장하고

말씀하신 고민을 반올림도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주 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지금은 농성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 고요. 그 다음에 이후 반올림 활동에 있어서 이 문제는 굉장히 주요한 의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반올림이 지금 까지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첨단전자산업 대기업 중 심, 산재 인정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렇다면 이제는 전자산업 노동자 인권과 건강권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영업비밀과 알 권리 문제를 고민했으면 해요.”

그걸 인정할 것이냐, 영업비밀이라고 하면 어느 선까지 보호할 것이냐 등을 총괄하는 공적 기구를 만드는 게 필요한 거 아닐까 고민중에 있어요.

여기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몇 년 전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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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노동자 알 권리 거부하는 인천공항공사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양희환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삼성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거부할 때

분진, 소음을 측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회사가 2차

우려했던 문제 중 하나는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

하청구조 업체다 보니 결정권이 없었다. 1차 하청인

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서 인천

포스코ICT에서도 현장조사를 거부해서 결국 못하는

공항공사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건가 생각했는데, 일단 병원 측에서 작업자 몇 명을

노동조합이 회사에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비롯해

섭외하고 개별적으로 일할 때 공기 질 측정과 분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건강검진 결과 등 안전보

을 채취하도록 했다.

건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가 이렇게 또 한 번 막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품고 지난 6월 26일 현장에 방문했다.

지난 경과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17년 동안 인천공항 수하물 일을 했던 노동자가 폐 암이 발병했다. 작년 12월 인하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조합원이 열악한 작업환경 에서 일하면서 발병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 자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에서 현장조사를 해봐야 겠다는 답을 했다.

분석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나요?

정상적인 조사 과정은 아니라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진에서 기준치 이하로 비소와 카 드뮴 등이 미량으로 발견되었다. 조사를 마치고 병 원에서 인천공항공사와 포스코ICT에 검사 결과를 전달했는데, 병원 담당이 계속해서 항의 전화를 받 았다고 했다. 너희들이 무슨 기준과 근거로 측정 했 냐고 따지면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항의를 받다 보니 나중에 병원 관계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받기 위한 근거로 조사를 했거 나, 노동조합 활동에 도움이 되거나 유리하게 하려 고 진행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해프닝처럼 끝나 버렸다.

병원에서 현장조사를 하는 데 회사가 방해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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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호

이후 현장에서 어떤 대응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미량이라고 해도 비소와 카드뮴이 확인되었고 작업자

사랑 1, 2차 하청업체랑 만났는데 자료를 열람만 하라

들이 오랫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문제를 제기

고 하더라. 게다가 자료를 밖으로 유출하면 책임을 묻

했던 터라 전반적으로 노동안전보건 관련한 실태조사

겠다는 서명을 하고 보라고 협박해서 그 자리를 박차

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현장에선 안전보건 교육을 제

고 나왔다. 이후에 지금까지 이 문제로 투쟁을 이어가

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안전 난간을 비롯해 사고

고 있다.

예방을 위한 법적 조치 역시 없었기 때문에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여러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에 조사 결과

투쟁이 끝난 건 아니지만 여러 변화와 성과들을 확

를 바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고발하고 고용노동부 지

인했을 것 같습니다.

청장 면담 투쟁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노동

인천공항지역지부의 각 지회나 부서별로 회사와 협의

조합이 면담을 요청했는데 바로 자리가 만들어져서 이

체 비슷하게 논의하는 테이블이 있었다. 그런데 수하

야기를 나눴고, 고용노동부가 1주일 후에 현장 조사를

물지회는 신생 노동조합이라서 그런지 논의 테이블 자

나왔다. 조사 이후 현장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고발 건

체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노동안전보건 문제

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를 가지고 투쟁을 하니까 회사와 처음으로 교섭이 열 렸다. 그만큼 이 투쟁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회사가 노동조합과 노동부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그리고 무엇보다 수하물지회 조합원들 스스로가 이제

개선을 했나요?

는 우리가 불법적인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동조합에 고발을 취소해 달라 부탁하며 대신에 현장

인지하고 개선해나가자고 인식이 바뀌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 관련해서 미시행한 부분을 개선하 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어차피

이후 후속 활동을 어떻게 고민하고 있으신가요?

우리가 회사를 고발해서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해도 가

7월부터 근로복지공단에 폐암 산재신청 관련해서 역

장 필요한 현장 개선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학조사를 하라고 요구를 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얼

일단 회사가 협의체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약속받으며

마 전 건강한노동세상과 함께 근골격계질환 포함해서

논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이 협의체를 통해 현장

전반적인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를 바탕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협의체랑 논의해보려고 한 다. 그리고 지부 차원으로 보면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최근 삼성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에서도 작업환경측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16개 지회 중에 8

정보고서 공개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어떻

개 지회가 참여해서 매번 회의 때마다 교육을 듣고 현

게 된 경과인지 궁금합니다.

장 개선 요구안을 고민하고 있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만 공개를 거부한 것은 아니 지만 문제가 있다.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산안법 위반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사항을 찾는 과정이라 작업환경측정을 했냐고 회사에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분야는 다르더라도 몸이

물어보니 2014년에 공기 질, 소음을 측정했다고 주장

아프고 마음이 아픈 건 똑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노

하더라. 그런데 당시에 일했던 작업자들은 교육도 안

동조합이 산재119가 돼서 아픈 조합원들이 전화하고

하고, 작업환경측정을 했는지 조차 모른다고 했다. 그

상담받고 노조가 같이 해결해주면서 활동이 활발해지

래서 노동조합은 자료를 보여 달라 요구했고, 노동부

면 좋겠다.

가 회사랑 노동조합이 중재하도록 해서 결국 자료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자료를 받기로 한 날 인천공항공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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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직업환경의학을 업으로 하여 산다는 것, 그것도 충남 도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진작에 몰랐다. 지난

충남서북부노동 건강인권센터 ‘새움터’의 시작과 앞날

16년을 되돌아보면서, 그동안 있었던 여러 사건과 문제들을 접하면 서 나름의 원칙과 고집을 지니게 되었다면 그나마 조금의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전혀 연고도 없었던, 충남의 제일 큰 도 시인 천안에서 겪었던, 황당하고도 놀랍고 비상식적인 도저히 정상 적인 생각과 삶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상황들을 다시금 되돌 아본다.

최근의 지역 내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의 노조파괴 공작에 맞선 지 난한 싸움과 회사의 일방적 조처.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30명이 넘 는 산재 사망이 발생한 현대제철. 특정 기간에 돌연 사망자 수가 15 건에 달했던 한국타이어 등 가장 열악하고도 심각한 문제들을 토해 낸 사업장들이 모두 충남에 위치해 있다. 그 과정에서 숱한 현장 노 동자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그 절망적인 상황과 고소, 고발로 옭아맨 그 마수 속에서 앞서 내가 느꼈던 것들은 한마디로 헛된 것이고 가 소로움에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서서히 몰려왔고, 그리고 주 변의 같은 뜻을 지니고 있었던 많은 이들 역시도 그러한 움직임에 십시일반 손을 내밀었다. 결국, 현장의 문제는 고민과 생각을 불러 일으켰고, 다시 그것들은 실제로 몸이 움직여야 함을, 그리고 결국 에는 꿈틀거린 몸이 행동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충남의 서쪽과 북쪽 지역의 부족하고 힘든 여건을 이겨내고자 본 새움터가 마침내 태어난 것이다. 애초 노동이란 것이 사람의 땀과 열정을 무엇에 쏟아내는 것이라면, 분명 그 의미에는 지속성과 건강 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 기본적 성격이 배제된 노동 이라면 우리는 굳이 그 행위를 노동이라고 부를 수가 없고 그저 한 낱 ‘노가다’로 불러야 할 것이다. 노상철 단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새움터 센터장

건강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된 노동, 그것이 바로 노 동의 진정한 의미라고 본다면, 본 새움터의 취지는 간단하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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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호


그 노동을 다시금 제대로 자리 잡게끔01 하는 그리고 그 노동 안에 숨어있는 건강과 인 권을 끄집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본 새움터의 주요 활동 내용은 아직 본격적인 사업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지만 크 게, 건강 상담, 산재 상담, 심리 상담과 같은 개인별 접근과 안전보건진단 및 교육과 같 은 집단 접근 방식을 두고 있다.

또한 센터의 운영을 위해서, 서산태안위원회와 당진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현웅, 박인기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새움터의 탄생과 더불어 모든 것에 그의 따스한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던, 전지전능의 최진일 사무국장, 아울 러 새움터의 작명과 운영위원으로 먼 길을 마다않고 매번 달려오는 이훈구 선생님, 그 리고 민주노충 세종충남본부의 방효훈, 안재범 동지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새움터는 지 금도 열심히 준비만 하고 있었을 거라 본다. 이 외에도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고, 특 히 부족한 기억력의 한계를 체감하며 이 모든 이들에게 뒤늦게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리

출처 : 새움터

고 싶다.

지난 6월 12일 오후 새움터의 출범식이 열렸다. 서산, 태안, 당진지역 노동자들과 서산시민단체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01 바로 새움터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이훈구 선생님의 제안에 따름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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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작업장 안전의 놀랄만한 발전 속에서 최근의 통계는 미국의 작업장 재해로 인한 사망 건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치명적 사고가

산재 사망 증가와 트럼프 정부의 예산 축소

점차 감소하던 장기적인 추세가 뒤바뀌고 있다.

지난 4월 미국노동총연맹의 보고에 따르면 2015년 4,836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2016년 5,190명으로 증가했다. 예방 가능한 산업재해 로부터 매일 14명의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는 셈이다. 또한 최근 3년 연속 사망자 수가 증가했고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N-COSH01의 자문위원으로 수년 이상 노동조합과 밀접하게 활동해 온 Peter Dooley는, 현재 작업장 안전 시스템이 “분명히 고장 모드” 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상황이 극적으로 악화하고 있어요. 너무 나 충격적입니다.”

총연맹 노동안전보건국장인 Peg Seminario는 이러한 상황의 명확 한 이유가 단순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벌목업과 건설업의 높은 손상 률 등 전체적인 패턴은 장기간 지속하여왔고 최근의 사망자수 증가 를 설명할 단독 요인은 없다고 말한다. “사실 건설업의 사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외 거의 모든 업종에서는 증가하고 있 습니다.”

현재의 안전규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적합한 설명이라고도 말했다. 지난 1월 8일 NBC 뉴스의 보도에서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 미국 전역의 작업장을 담당할 조사관 인력으로 약 1,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정 부 들어 4% 감소한 인원이다. 조사관수가 너무 적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고 Seminario는 말했다. “건설업이 좋은 사례죠. OSHA(미국 산업안전보건청)는 건설업 재 해 예방에 크게 중점을 두었고, 그래서 건설업의 사망자 수가 줄었 정리 김세은 선전위원

습니다. OSHA가 관심을 덜 두었던 다른 업종의 사망자 수는 늘었 고요.” 01 미국의 시민단체. 산업안전보건협의회. National Council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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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호


Seminario와 Dooley가 제시한 통계수치는 노동통계국에서 매년 발행하는 ‘치명적 직 업손상 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료가 수집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 고 Dooley는 지적한다. 사업주의 익명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밀한 조사 와 시정조치가 필요한 특정 사업장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노동부에서는 구 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만, 방침 상 이 정보를 공공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도록 유지하 면서 안전 전문가들만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N-COSH의 해답은,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업 장 리스트인 “Dirty Dozen”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매우 잘 알려진 기업 몇 곳도 리스트 에 올라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인터넷 쇼핑 회사인 ‘아마존’은 2013년 이후 물류 노 동자 7명이 사망했고, 미국 최대 규모의 쓰레기 처리 회사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OSHA로부터 받은 과도한 지적과 과징금 때문에 리스트에 올랐다. Seminario와 Dooley는 트럼프 정부 이래 노동자 안전과 관련된 징후들이 문제가 되 고 있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지난해 정부의 예산안에서 노동부 예산은 21% 삭감됐 고, 올해 첫 예산안에서는 9%가 삭감됐다. 다행히 의회에서 지난해 삭감되었던 예산안 을 다시 돌려놓았고 올해에도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재 사망이 증가하 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현재 노동부에서는 어떠한 계획도 없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고 Dooley는 비난했다.

미국노동총연맹에서는 보고서를 내면서 다음을 언급했다.

‘베릴륨과 광산 조사와 관련해 최근 마련된 규정을 트럼프 행정부에서 약화시키고 있 다. 또한 직장 내 폭력, 감염성 질환, 광산의 실리카, 가연성 분진에 대한 규정 등의 새로 운 보호 방안 마련을 늦추거나 포기하고 있다.’

‘의회는 현 규정을 검토하고 추려내야 하는 수많은 ‘규제 개혁’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 고, ‘비용’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어, 사실상 새로운 보호 법안을 세우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출처 : Workplace deaths are rising. Trump-era budget cuts could make it worse. In These Times. 2018.6.22.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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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ILO 167호 건설안전보건 협약 검토

ILO 협약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제167호 건설안전보건 협약01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1988년에 제정된 이 협약은 건설 현장 에서 안전보건상의 위험요인이 없도록 보장하기 위한 원칙과 여러 가지 기술적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비준하지 않는 상태이다.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조

이 협약에서 눈여겨봐야 할 한 가지는 건설 현장에서 안전보건문제 에 대한 책임이 원 계약자, 즉 원청, 또는 ‘현장의 일차적인 책임·통 제권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건설 업은 사고 발생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사망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산재 사고 사 망자의 50% 이상이 건설노동자였다.02 일반적으로도 하청노동자가 안전에 취약한 데다, 여러 도급, 하도급 업체들이 발주사와의 계약 을 통해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사망자 중 다수가 하청노 동자였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 나 아가 건설 현장을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바꾸기 위 해서는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밝히고 현실화 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인 원칙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청의 책임을 확대하고,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 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 다. 지난 2월 입법 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는 원청의 책임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개정안이 가진 여러 한계가 지적되고 있으나, 최소한 이러한 방향성에서는 바 람직하다고 본다.

김세은 선전위원 01 C167 Safety and Health in Construction Convention, 1988. 02 ‘산재사고 사망자 절반 이상 건설업 종사자’. 연합뉴스. 201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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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할 권리 또한, 167호 협약에서는,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까 지 안전한 작업여건이 보장되도록 하는 데 참여하고, 안전과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작 업절차에 대해 견해를 발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도록 규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 다. 건설 현장의 안전보건과 관련해 적절한 작업 조건과 방식을 조성하는데 노동자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고, 사고 발생 시 직접적 당사자가 되는 노동자들이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이 다. 더구나 원청의 갑질이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건설업 계에서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분명히 보장하는 것은 건설업 산업재해 예 방에 있어서 역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해야한다는 내용은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ILO의 다른 협약에 서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만큼 보편적이고 당연한 권리로 여겨진다는 의미일 것이 다. 물론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노동자 참여에 대한 내용이 있다. 노동자와 사용 자 동수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03 하지만 이것이 노동자의 참 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산업안전보건 위원회를 설치 · 운영해야 하는 기준이 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공사금액이 120억 원 이상인 경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위원장이 ‘분기’마다 정기위원회를 소집하게 되어있지만, 상시로 운영되는 사업장과 달리 특정 기간 동안 다양한 도급 업체가 시기를 달리해 작업하면서 공사가 진행되는 건설업에서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노동자들이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에서 원칙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적극 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운영되도록 기준 을 확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업종별 특성에 맞게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다양 한 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을 2017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를 발표했다. 통계상 산재 사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고는 하나, 건설 업의 사고사망자 수는 오히려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했다. 건설업의 산재 사망을 획기적 으로 줄이지 않는 한 정부의 목표는 이뤄질 수 없다. 큰 사고가 날 때마다 반짝 내놓는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03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 6의2]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할 사업의 종류와 규모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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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2)

손진우 상임활동가

3. 개선을 위한 대안 1) 경기도청이 제안한 버스 준공영제와 교통정책에 대한 버스노동자의 인식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 고, 2017년 하반기 버스 졸음운전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준공영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 으며, 광역버스를 우선 대상으로 순차적 추진의 계획을 제출하고 있었다. 도내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경기도청이 추진하는 준공영제 도입으로 현재보다 근무조건과 임금에 있어서 는 일정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기사들한테는 좋겠죠. 암만해도 급여도. 올라갈 것이고, 그 다음에 말 그대로 근무 환경도 좋아질 것이고. (중략) 일단은 관리를 그러니까 근무환경이 공영제를 하든 준공영제를 하든 지금 보다 나아질거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거죠. (인터뷰 A) 그러나 준공영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광역버스를 우선으로 추진하는 계획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다. 경기도 내 모든 버스운행에 있어 장시간 노동과 휴게시간, 임금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광역버스만을 대상으로 우선 준공영제 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일반버스도 일반시 중형버스나 일반 시내버스도 똑같이 그 사람들도 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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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시간씩 열일곱시간씩 아니면 스무시간씩

본들 회장이 와서 연봉 4~5억 받아가고, 아

근무를 해고 그 다음날 잠 못자고 똑같이 나

들이 아서 3~4억 받아가고 와이프 뭐 이렇게

와요. 공영제는 똑같이 시행되야 되요. 그리

해서 거의 친척들이 와서 10억 가까이 인건

고 휴게시간도 뭐 고속이든지 직행좌석 시외

비를 챙겨 가는데 그게 과연 맞느냐. 아니라

버스 그 담에 마을버스라도 똑같이 줘야 된다

고 얘기를 하죠. (인터뷰 C)

고 생각해요. 그사람들도 똑같이 나와서 하루 스무시간정도 일하는거야 (인터뷰 E)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앞서 버스준공영 제를 실시한 6대 광역시에서의 선행적인

버스운전 노동자가 준공영제 도입에 반

경험을 직,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대하는 것은 수익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

특히 서울시에서의 사례를 잘 알고 있었

가 버스회사의 이익을 보장할 뿐 노동자의

다. 이에 근거해 준공영제 도입이 지자체

처우를 개선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의 지원을 근거로 서비스 평가를 강화해

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버스노동자에 대한 통제가 확대되고, 해고

어차피 회사는 준공영제를 가면 그 손실에 대

위협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거나, 줄어든

한 부분을 보조를 받잖아요. (질 ; 네) 하루에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손실이 발생할 것을

뭐 만원을 벌어오든, 모자란 만큼은 시청에서

걱정하고 있었다.

보전을 해주잖아요. 그러면은 그거를 보전을 받는 만큼 기사들한테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복지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여태까지 안 했던 걸 갑자기 준공영제 한다고 돌려줄리는 없을 거 같고. (인터뷰 A)

단점이, 1일 2교대를 하면 집이 먼 사람은 매 일 출근을 해야 되니까. 그런 게 이제 경제적 부담도 있고 시간도 문제가 있고. 그런데 집 이 가까운 사람들은 괜찮은데. 준공영제에 대 해서 그런 게 있고. 준공영제를 하게 된다, 그 러면 이게 성과급이잖아요. 평가점수에 따라

서울에서 지금 10년이 넘었잖아요. 서울을

서. 그러다보면 기사들한테 엄청나게 스트레

봤을때 버스노동자에게 과연 이로운 게 뭐

스가 오죠. 모든 걸 감시하고 통제를 하게 되

가 있나 생각했을때. 경기도 서울버스 시급차

니까. 사업주들은 조금이라도 평가점수를 낫

이? 그 수준? 그것만 차이가 있고 달라진 것

게 받기 위해서 그거를 갖다가 엄청히 통제를

은 없는 것 같아요. 이런말 그렇지만 노동조

하게 되는거죠. 그런데 그런 거 안 겪어봤으

건이 좋아졌다면 민주노총이 있겠어요? (중

니까 지금 사람들은 모르죠. (중략) 우리 ***

략) 잘아시겠지만 서울 버스보세요. 얼마나

영업소 같은 경우에는 용인쪽에서만 다른 서

손해에요. 그거를 고대로 따라한다는 거잖아

울업체나 이렇게 해서, 여기저기 몇 군데 거

요. 결론은 제가 한 것처럼 가족 이윤챙겨줄

쳐보고 다른 지역에서 근무해다 온 사람들이

려고 하는 거밖에 안돼요. (인터뷰 I)

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런 걸, 준공영제 폐단 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인터뷰 F)

지금도 서울시 같은 경우나 6대 광역시는 자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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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지금 하는 것도 완전공영제가 아니예

2) 버스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안전대책

요 서울도. 준공영제인데. 그렇게 되면 이익

① 1일 2교대를 통한 장시간 노동 근절

금 관리같은 건 회사에서 하는 게 아니고 시

피로. 피로가 누적이 됐기 때문에 사고가 나

에서 하겠죠. 그렇게 되면 이제 조금 잘못하

는 거거든요. 그러고 피로가 왜 생기느냐 장

면 그냥 나이 먹은 사람 우선권으로다가 면직

시간 노동하다 보니까 피로가 쌓이는 거거든

되는 거고.그게 시작이 된다면. 그리고 민원

요. (인터뷰 B)

이 많이 들어오고 하면 면직되는 거고. (인터 뷰 G)

경기도는 대부분 복격일 근무를 타시는 분들 이고 격일제 근무자들이 대형 사고를 많이 내

지금도 공영제가 돼서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요. 오전 오후 근무로 바꾸어야 하는 거고. 1

하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와요.

일 2교대 말씀드리는 거예요. (중략) 왜냐하

왜냐면 일을 많이 했던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면 이건 안전과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

보면 우리가 몸이 힘 안 들고, 장기적으로 봐

문에 연장근로를 가급적 최소화시키고 법정

야지, 단기적으로 보면 되겠느냐 이런 얘기를

근로시간만 할 수 있게끔 조건만 형성이 된다

많이 해주고 하는데. 들어갈 돈이 정해져 있

면 그리고 충분하게 자기관리 할 수 있게 한

잖아요. 이거 땜에 걱정을 하는 거죠. (인터뷰

다면 대형 사고는 안 날거라는 생각이 들어

H)

요. (인터뷰 C)

버스운전 노동자는 안전대책을 내놓는 것이 시급한 조건에서 준공영제는 근본적

– 도로교통 상황을 반영한 증차 및 배차의 현실화

인 대책이 아니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

어, 저 같은 경우에는 (시급한 대책이)휴식시

고 있었다. 버스 노동현장의 낮은 임금, 열

간인데. 휴식시간을 하기 위해서는 차량투입

악한 노동환경,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고

이 더 많이 되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

있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완전

니까 휴식시간이 보장을 할라면은 기존의 그

공영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완전공영제가 좋죠 그거에 대해서 하게 되면 은. 일단은 안정적이잖아요. 근로에서. 회사 의 갑질에 안 당해도 되고 어차피 자기가 지 킬 것만 지키면 되는 거잖아요. 쉽게 말해서 연차 같은 것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게 되 면은 자기 근무하고 내고, 자기 쉬는 날 같은 데 미리 가서 결근계를 내든 연차를 사용해서 쓰면 되는거니까. (인터뷰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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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휴게시간 확보

운행하는 대수보다는 점. 뭐 점오까지는 아 니더라도. 특히 뭐 한 열 대를 운행하면은 한 두, 세대만 더 넣어줘도 시간이 보장이 되거 든요. (중략) 이제 운행을 하면서, 충분히 운 행을 하면서 내가 이거, 이거 운행하면 충분 히 쉬니까. 다음 운행도 편하게 운행할 수 있 는데. 그게 보장이 안되니까. 암만해도 급하 게 운전하다 보니까. 사고도 많게 되고, 사망 사고도 나거든요. (인터뷰 A)


③ 생활임금 보장

임금체계도 많이 바뀌어야 되는데. 지금 우리

1) 버스운전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시급한 개선 사항

회사 같은 경우에도 상여금을 그 기본임금에 다 포함시켜놨어요. (중략) 근데 실제로 차떼

○ 생활임금 보장과 1일 2교대 교대근무 도입

고 포떼고, 옛날처럼 상여금 떼고, 무사고 수

○ 법정 휴게시간 보장 및 운행현실을 반영한

당 빼고, 무슨 수당 무슨수당 빼면 실제 임금

휴게시간의 현실화

은. (인터뷰 E)

○ 도로교통 상황에 따른 증차, 배차의 현실화 ○ 휴게공간 증설 및 확대

④ 저상버스의 확충과 노선 확대

○ 저상버스의 확충 및 노선 확대

회사의 회사 업주 입장에서는 저상버스 같은 게 굉장히 불필요해. 이 양반들은. 그래 기사

2) 버스노동자의 건강 관리를 위한

들은 좀 그런 거 쪽으로. 좀 장비쪽으로 그런

지원 체계 마련

그 교통약자들. 그런 사람들한테 좀 그 편한,

○ 경기도 버스운전 노동자의 건강실태 전수 조

그런 장비를 좀 도입을 하고, 그랬으면 되는

사 및 결과에 따른 의료지원 체계 구축

데. 아무, 아무 지금 현실은 그렇지가 않잖아.

○ 사고목격 및 사고, 고객 갈등 등으로 인한 정

차 배차시간도 그렇고. 차 장비도 그렇고. 노

신건강 지원 체계 마련

인네들 우리 그 배차 버스 그 계단이 굉장히

○ 교통사고에 따른 보상, 처리에 대한 지원 체

높아요. 거기 노인네들 막 이렇게 손 짚고 올

계 현실화

라오시는 분들 많다고요. 저상은 그래도 얕으 니까는 그래도 좀 덜한데. (인터뷰 D)

3) 버스의 공공성 확보 방안 마련 ○ 버스 이용의 당사자인 시민과 버스운영 주체

일단은, 저상버스가 좀 많이 나와야 하고요. 원활이 아니라 충분한 배차시간을 줘야죠. 노 약자나 장애인들이 타려면 저상버스가 편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만큼 자리가 넉넉하게

인 버스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지역차원 의 논의체 구성 ○ 완전공영제 전환을 위한 교통정책 수립

있어야 하고, 그리고 의무보다는 강제화를 좀 추구해야죠. 의무보다는 강제화.(인터뷰 I)

4. 소결 앞서 살펴본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실 태는 경기도의 버스 교통정책에서 우선해 야 할 많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정 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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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건강 칼럼

빛바래선 안 될 청사진

지난 3일 대한문 앞에 또다시 분향소가 차려졌

하며 “2022년까지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

다. 2009년 대량해고 사태와 국가폭력의 잔인

다”고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그리고 막을 수 있

함으로 동료와 가족을 황망히 잃은 쌍용차 노동

는 죽음을 방치한 것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

자들이 30번째 희생자인 고 김주중 님을 떠나보 내며 다시 대한문을 찾았다. 이들은 분향소를 설

정부는 국민생명 3대 프로젝트 중 우선적으로

치하며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손배·가압

자살 고위험자를 위한 대책부터 세우겠다고 입

류 철회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고

장을 밝혔다. 그 계획도 꽤 구체적이었다.

김주중 조합원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6년 전인 2012년 4월5일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

22번째 희생자를 맞으며 거듭되는 죽음의 연쇄

로 여겼으나, 이제 자살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를 끊기 위해 대한문에 분향소를 설치했을 당시

할 ‘사회문제’라며, 예방에 국민적 관심을 촉구

의 요구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희생자의 숫

했다. 이에 덧붙여 “한국은 자살률이 25.6명으

자가 그새 ‘8명’이나 늘어난 것이 차이라면 차이

로 굉장히 높기 때문에, 당장 자살 위험이 큰 사

일까.

람들만 살려도 자살률을 줄일 수 있다”라며 “실 업문제 등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를 외치며 “함께 살 자”고 절박한 목소리를 냈지만 10년 가까이 여

은 장기적으로 함께 추진한다”고 계획을 밝혔 다.

전히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은 삶과 죽음 의 경계에 놓여 있다.

계획 실행을 위해 경찰과도 협조해 지난 5년 간 발생한 자살자 7만명의 자료를 토대로 자살

고 김주중 님의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을 접하

원인과 지역별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자살

며, 올해 들어 정부가 1월23일 국민생명 지키기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집중 발생지역 감시체계

3대 프로젝트(자살·교통사고·산업재해)를 발표

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100만 ‘자살예방 게

26 2018년 7월호


이트키퍼’를 양성해 이들이 자살하려는 사람의

고 약속했던 대통령이 응답했다면 어땠을까. 안

징후를 포착해 이들을 돕거나 전문가에게 연결

타까운 희생을 분명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

하며, 이장·통장·종교기관·시민단체를 우선으로

까.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하고,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등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까 지 교육 대상으로 지정했다.

역대 정부 최초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자살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자평한, 문

정부가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발표

재인 정부의 국민생명 지키기 프로젝트가 빛바

때 제출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에는 유가

랜 청사진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족의 고통이 가볍지 않은 문제로 “자살 유가족

다시 한 번 고 김주중 님의 명복을 빈다.

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 대비 8.3배, 41.7%가 우 울증을 경험했다”고 밝히며 그 심각성을 확인 했고, 지역적 특성도 주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며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지역 A시 자살자 증가 2015년 53명→2016년 90명’ 등을 사례로 제시 했다. 자살예방 추진의 구체 대상으로 ‘노동자 와 실직자 자살’도 포함했다.

정부가 언급한 대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면 어땠을까. 조합원과 가족들의 거듭된 자살로 사 실상 10년 가까이 상주이자, 유가족으로 삶을 지탱해 온 평택지역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을 정부가 각별히 헤아리고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아니 후보 시절 쌍용차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

손진우 집행위원장

안전과 건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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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과로와 인종주의 영화 &lt;히든 피겨스&gt;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인종주의가 씌우는 가면

최근 불거진 난민 문제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주의에 대한 문제를 되짚게 하며, 또한 논란이

제주도에 몰려든 480명의 예멘 난민으로 인해

재활성화 되고 있다. 예멘 난민으로 인해 인종주의

한국 사회는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마치 이

적 태도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인종주

민족이 평화로운 남쪽 섬을 침략이라도 했듯이 제

의적 통념들이 예멘 난민 문제로 더욱 격렬하게 제

주도의 여성과 아이들을 그들로부터 보호해야 한

기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뿐만

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그렇다. 예멘 난민들의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혐

90%가 20~30대 남성이며, 그들은 브로커를 끼

오,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시혜와 혐오 등 인종주

고 입국했다. 이로부터 ‘가짜 난민’설까지 등장했

의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매우 문제가 있는 이데올

는데, 저들은 인도주의적 보호를 보장받아야 할 난

로기다.

민이 아니라 잠재적이지만 곧바로 현실화할 (성)범 죄자집단이자, 불법 체류자들이라는 것이다. 다시

프랑스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는 ‘종족적 인종

말해 예멘에서 밀입국한 480명은 ‘예멘인’이거나

주의’와 ‘성적 인종주의’는 늘 함께 기능하며, 나아

‘난민’이 아니라 (성)범죄자로서 예멘인으로 표상

가 “인종주의는 항상 성차별주의를 전제한다.”고

된다.

말한다. 문제는 여러 유형의 인종주의 형태가 있다 는 것이 아니다. 인종주의는 늘 특권화된 집단을

인종주의는 ‘순수한 집단’으로 인종(race)을 지

보편의 얼굴로 내세우며, 다양한 사회적 집단을 평

목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선호하는 공격목표, 즉

가절하하며 인종화한다. 그래서 우리가 인종주의

사회적으로 정상화를 위해 배제되어야 할 집단의

에 대항할 때 차별받고 배제되는 집단이 사회적으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그래서 인종에 대한 혐오는

로 ‘위험한’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지를 분석해야

사회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된다.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가면을 씌우는 자가 누구인

난민 혐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불

지, 보편의 얼굴을 한 지배적 표상은 무엇인지를

특정한 예멘인이어서가 아니라 ‘20~30대의 낯선

보아야 한다.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28 2018년 7월호

&lt;히든 피겨스&gt;가 싸운 것은 어떤 인종주의인가?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주의 영화라고 평가되

아 올릴 우주선을 둘러싸고 가장 첨예화되었던 시

는 작품 하나를 보자. 영화 &lt;히든 피겨스 hidden

대의 한가운데서 상징적으로 자리한다. 백인 남성

figures, 2016&gt;는 196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의 몇몇이 인종차별의 벽을 깨고 흑인 여성의 천재

시대, 나사(NASA)에서 근무했던 흑인 여성들의

적인 두뇌를 인정한 것은 미국과 소련 간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서 흑인 여성들은 백인 남

우주‘전쟁’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성들뿐만 아니라 백인 여성들에게도 차별받는다.

는 역설적으로 인종주의의 얼굴, 보편을 가장한 지

그런데 백인 남성들과 백인 여성들이 흑인 여성에

배적 표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흑인 여성들의

가하는 차별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우성 여성 전

인종주의적 편견과 차별은 당시에 정세적으로 요

체는 나사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의 바깥에

청된 적, “망할 소련 놈들”에 대한 타자화를 통해

있다. 이들은 전산원으로 별도의 독립적인 사무실

비로소 극복될 수 있다. 즉 영화는 인종주의에 대

에서 기능적인 계산을 하거나, 남성들이 일하는 공

항한다기보다 특정한 인종주의를 다른 인종주의로

간에서 필요한 사무 일을 하기 위해 배치될 뿐이

대체하면서 인종주의를 구성하는 교차적인 그물

다. 흑인 여성들과 직접적 갈등을 겪는 것은 백인

망들(종족적 인종주의와 성적 인종주의) 사이를 오

여성들이다. 이들은 같은 전산원이자 다른 인종이

간다. 그리고 그 그물망 안에서 영화는 끝난다. 드

어야 하기 때문이다.

디어 미국은 우주선을 쏘아 올렸고, 흑인 여성들은

반면 백인 남성들은 흑인 여성에게 직접 모욕을 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흑인 여성들의

나사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되었다. 전쟁은 승리 했다!

능력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정당한 역할을 주려고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에서 실질적인 중책을

과로의 보편적 얼굴

맡고 있는 캐빈 코스트너 역은 흑인 여성 전용 화 장실 간판을 깨부수고 “이제 됐군. 유색인종 화장

인종주의적 접근 말고 다른 면에서 보자면 &lt;히

실은 없어. 백인 화장실도 없고. 그냥 변기 있는 화

든 피겨스&gt;는 ‘나사’에서 일하는 과학자이자 공무

장실일 뿐이야.”라고 말한다.

원의 이야기다. 그들의 살인적인 과로는 ‘로켓에

처음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인종주의적 차별에

사람을 태워 달에 보내는 계획’이 성공할 때까지

맞서 흑인 여성들이 ‘여성과학자’가 되는 과정을

이어진다. 과로를 과로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보여준다고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 목표가 성공했

과로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거나, 아니면 자기 일

다고 영화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이 영화를 실

이 공적인 임무를 띠고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화에 바탕을 둔다) 말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여

노동운동에서 제조업 남성 노동자의 이미지는

성들의 연대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빼어난 영

오랫동안 보편적 노동의 표상을 하고 있었다. 동시

화라고 할지라도 이 영화의 출발인 인종주의는 여

에 이 이미지는 국가 주도의 발전주의 시대에 ‘산

전히 남는다.

업역군’의 표상이기도 하다. 즉, 제조업 남성 노동 자의 얼굴은 곧 국가이자 혁명이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백인 남성이 재현하는 것은 백인도 아

그 이미지가 가장 비극적으로 균열이 난 채 극대화

니고 남성도 아니다. 그것은 ‘나사’다. 그리고 그것

되었을 때가 IMF 위기시의 정리해고와 그를 둘러

은 1960년대 미국이라는 국가이기도 하다. 나사는

싼 투쟁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국가주의가 우주를 향해 쏘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29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IMF 위기 때 98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정리

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 아니 700명 중 단 한 명

해고 반대 파업을 벌였다. ‘차 만드는 남성’과 ‘밥

의 여성 노동자를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사측의 제

짓는 여성’이 함께 한 파업이었지만, 파업 이후 식

안(?)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은 단지

당 여성 노동자들은 해고되었거나, 식당 자체가 외

정규직의 횡포가 아니다. 정규직화하면 남성도 하

주화되어 나빠진 노동조건과 임금을 감수해야 했

기 힘든 조립라인에 여성 노동자를 배치 전환시키

다. 파업의 패배로 남성 노동자들도 더 빨리, 더 많

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역으로 남성 노동자도 조립

은 차를 만들어야 했다. 강화된 노동강도와 장시간

라인의 노동강도가 견디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

노동으로 컨베이어벨트에서 과로사하는 노동자들

다. 그래서 젊고 건장한 남성 하청노동자들만이 정

이 늘어가고, 죽지는 않더라도 다치거나 병에 걸리

규직으로 전환되었다. 이때 비가시화되는 건 여성

는 속도도 빨라졌다. 빨리 밥을 먹고 빨리 쉬고 싶

노동자들의 과로다. 정규직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었기 때문에 남성 노동자들은 더욱 급해졌고, 그리

그녀들은 남성도 하기 힘든 조립라인에서 일하기

고 험악해졌다.

에는 약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보편 적인 과로의 강도를 견뎌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씨발년들아 빨리 밥줘.” 식판을 두드리며 재촉

신체를 가졌다는 것이다.

하는 남성 노동자들과 여성 노동자들은 모두 신 자유주의 사회의 살벌한 과로를 경험하고 있었지

인종주의는 이러한 차별의 논리 배후에서 작동

만, 그 과로는 동질적이지 않다. 차를 만드는 노동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인종, ‘여성’이라는 인종이

과 밥 짓는 노동의 분할,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하

교차하며 ‘여성 비정규직’은 여성의 문제로도, 비

청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분할은 분할 이전에 특

정규직의 문제로도 환원되지 않는 복합적이고 중

정한 노동의 형태를 특권화 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층적인 차별의 선들 아래에 놓인다. 그리고 ‘남성

분할은 곧 차별과 배제의 선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정규직’이라는 일부 집단이 특권화 되면서 보편의

8시간, 10시간 혹은 12시간으로 균질화된 노동시

얼굴을 하고 등장한다. 자신들의 과도한 노동을 특

간의 질적 차이가 구성된다. 이것은 노동강도로 환

권화 하는 순간 과로를 일으하는 인종적, 성적인

원할 수 없는 과로의 질이다.

메커니즘은 사라지고, 더 많은 과로를 조직하는 경 영기술이나 노동과정의 변형, 노동의 형태들도 사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과로는 종족적 인종주의와

라지고 오로지 물리적으로 계량화된 과로의 수치

성적 인종주의가 교차하며, 서로를 보충하는 메커

만이 남게 된다. 그들의 과로를 가장 보편적이라고

니즘이 형성하는 분할의 선을 따른다. 하지만 정규

주장하는 순간, 그들이 입증하고 싶어 하는 과로

직 노동자들이 여전히 자신을 보편의 표상으로 재

역시 가장 앙상한 것으로 남았다.

생산하는 이상 이러한 인종주의적 분할선 역시 재 생산된다. 그들은 더 이상 ‘국가’나 ‘혁명’을 상징

따라서 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것

하는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기

은 도덕적인 요청이 아니다. 스스로가 보편의 지배

득권’을 보편화한다.

적 얼굴에 대항하는 소수자의 위치를 점하는 것만 이 모든 인종주의에 대항하는 길이자, 자신들이 그

최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를 한

30 2018년 7월호

토록 갖고 싶어 하는 ‘기득권’을 획득할 방법일 것 이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지난 7월 2일 반올림이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농성을 시작한 지 1000일을 맞았다. 반올림을 비롯해 문송면· 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와 민중공동행동은 1천명의 노동자 시민과 함께 삼성 본관을 포위 했다.

사진 민주노총 글 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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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영어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국제회의 통역사 전소희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최근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가 평화의 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 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언론은 방대한 양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각국 정상들 못지않게 ‘그림자’들이 주목을 받았다. 바로 통역사이다.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역 사적인 순간이기에 각국 정상과 그들의 입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이번 &lt;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gt;는 통역사로 일하는 전소희 님을 지난 6월 26일에 만났다.

사람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역할

“한국에서 통역사는 주로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통역하죠. 때로는 번 역일도 하고요. 통역과 번역 중에 더 많이 하는 일은 대중없어서 뭐라 딱 말하기 힘 들어요. 통역한다고 했을 때 방식도 다양해요. 정상회담이 열리는 걸 보면, 각 정상 옆에 앉아서 통역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분들은 어떤 장비나 기계 없이 한 사 람 말이 끝나면, 다른 사람에게 통역해서 전달하는데 그걸 순차통역이라고 해요. 순차통역은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게 아니면 강연이나 포럼에서 외국 인이 발제 할때 바로 통역해서, 청중들이 사용하는 통역기로 말을 전달하는 동시 통역 방식이 있어요.” 통역사들은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방송이나 언론에서 통역을 요구받는 일도 많다. 전소희 님도 얼마 전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3일간 한 방송사에 출근해서 통역 일을 전담했다. “방송국에서는 트럼프가 하는 말을 국민에게 바로 전달하고 싶으니까 저희 같은 통역사들을 섭외해요. 방송사에는 장비가 있으니까 트럼프가 현장에서 하는 말을 바로 듣고 즉각 통역해서 아나운서, 기자, 시청자에게 바로 전달하죠. 이럴 경우엔 장비가 굉장히 중요한데 방송국은 좋은 장비를 사용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가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시끄러운 잡음이 들린다던가, 단어가 중간중간 하나씩 안 들린다던가, 버퍼링이 발생하고. 그럴 때면 스트레스가 극심하죠. 뉴스는 생방 송이니까 편집도 불가능하거든요. 스트레스를 이렇게 받는 날은 머리도 아프고 몸 도 힘들어요. 게다가 온종일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 비좁은 부스에 들어가 있는 데 거기에서 이어폰 끼고 초집중을 하니까 피곤하죠.”

32 2018년 7월호


전소희 님은 그나마 이번 북미 정상회담

하죠. 정 못할 거 같으면 안 된다고 하고요.

은 시차가 크지 않은 싱가포르에서 해서

그리고 나면 나중에 에이전시에 의뢰한 회

다행이지, 다른 해외에서 정상회담이 있었

사 쪽에서 연락을 줘요. 어떤 주제로 할 거

으면 그 나라 시차를 맞춰서 일하느라 밤

고, 자료는 언제까지 줄 수 있고 이런 거 저

낮도 바뀌면서 생체리듬이 완전히 무너져

런 거 미리 숙지해 달라 이렇게요. 그러면

힘들다고 했다.

그때부터 공부를 해야 돼요. 그나마 다행 인 건 공부가 어렵고 쉽고를 떠나서 자료

업무를 위해 수 많은 준비가 필요한 통역사

를 미리 주는 게 제일 좋거든요. 그런데 많 은 곳에서 자료를 행사 당일 현장에서 줘

“통역하는 분야 역시 엄청 다양해요. 어느

요. 이런 상황도 예측이 불가능하죠. 한 달

특별한 한 분야가 없죠. 통역사들이 한 분

정도 먼저 주는 곳부터, 며칠 전에 주는 곳,

야에서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

현장에서 주는 곳까지 다양하거든요. ”

분한 수요가 없거든요. 그래서 일이 들어 오는 대로 다해요. 정말 도저히 감당하기

급변하는 상황을 대처하며 일해야 하는 어려움

가 어려울 거 같다 그럴 때만 가끔 거절해 요. 우리 같은 프리랜서들은 어떤 시기에

“하루 스케줄도 상황에 따라 너무 달라요.

는 일을 쉬엄쉬엄하면서 아이도 돌보고 그

보통 행사들을 생각해보면 이렇겠네요. 통

러고 싶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통역사는

역이 있는 날은 보통 오전 9시에 행사를

그게 불가능해요. 한번 거절하면 일이 안

시작하니까 오전 8시까지 현장에 가요. 가

들어오거든요. 일 자체도 성수기, 비수기

서 발표자랑 관계자분들과 인사하고, 동시

이렇게 딱 나뉘어서 성수기 때 부지런히

통역일 경우에는 장비를 체크하죠. 현장에

일해야 1년을 먹고 살 수가 있어요.”

서 새로 들어오는 자료도 있으니 파악하고 있고요. 동시통역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통역사들은 다양한 분야를 그것도 외국어

혼자서 오랫동안 할 수가 없어서 두 명의

로 많은 사람과 국가 정상 등에게 정확한

통역사가 같이하거든요. 시간은 20~30분

언어와 뜻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

씩 교대로요. 두 명이 행사 시작해서 점심

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먹을 때까지 쭉 교대하면서 통역하고 점심 먹어요. 물론 식사도 제대로 못 먹는 경우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해요. 그런데 문

가 더 많아요. 오후에 들어오는 자료도 봐

제는 대체로 일을 줄 때 어떤 분야, 주제인

야 하고 새롭게 변하는 내용도 많고 그래

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서요. 오후에 일 시작하면 역시 교대로 오

요. 그런 게 참 어렵죠. 보통은 제가 속한

후 5~6시까지 일을 하고 마치면 진이 다

에이전시에서 문자로 일이 있는지 알려주

빠지죠. 하루에 일을 얼마나 하는지도 상

거든요. ‘○월 ○일 ○시 장소 : ○○○’ 이

황에 따라 달라요. 1시간부터 시작해서 반

렇게요. 일정표 확인하고 시간이 된다고

나절, 온종일 뭐 이렇게요.”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33


전소희 님은 통역사들이 일하는 동안 굉

전소희 님에 노동조건이나 환경에 있어서

장한 집중력을 발휘하다 보니 힘이 드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일하는 시기 자체도 몰려있어서, 일이 바 쁜 시기에 체력 소모가 더 크다고 어려움

“아무래도 오랫동안 고도로 집중 해야 하

을 토로했다.

니까 그 점이 가장 힘들어요. 집중하는 게 정신적인 측면이라면, 물리적인 측면은 귀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일을 하는 시기가

를 잘 보호해야 해요. 어쨌든 소리가 안 들

몰려있어요. 여름, 겨울에는 일이 거의 없

리면 통역을 못 하니까 늘 귀를 보호해야

고 봄, 가을에 일이 다 몰려있죠. 사람들 생

하죠. 그리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몰라도

각이 다 비슷해서 공휴일, 샌드위치 연휴,

두통이 심해요. 통역사들 대부분이 두통을

날씨가 궂은날 이런 날에는 행사를 피하잖

달고 살아요. 내용이 어려울 때 스트레스

아요. 그리고 나면 날짜가 몇 개 안 나오니

도 많이 받아요. 특히 의학, 제약 이 분야는

까 일하는 시기도 요일도 몰려 있어요. 전

정말 어려워요. 물리적으로 부스에서 일

체적으로 1년 달력으로 보면 절반은 일하

할 때 평수가 1평도 안 되는데 바람이 아

고 절반은 일이 없는 거 같아요.”

예 안 통해서 답답한 것도 있어요. 전혀 쾌 적하지가 않거든요. 다른 나라랑 비교해서

통역사 중 일부는 일이 없는 비수기 때 책

조금 그렇지만 유럽은 통역사들 협회가 있

번역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전소

는데 거기는 입김도 세고 유럽 사회 제도

희 님도 그러한데 번역일은 일하는데 들어

나 문화가 있어서 통역사들 부스 환경과

가는 시간이 긴 데 비해서 그 시간이 보장

노동조건을 이렇게 조성해야 한다는 강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비용 역시 적어서

조항이 있어요. 크기는 어느 정도 해야 하

일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고 환풍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걸 정하는 거죠.”

열악한 처우에서 일하는 통역사 반면 한국은 통역사들이 조직되어 있지 “프로젝트나 당일 행사에 따라서 다르겠

않고 그들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지만 6시간 일한다고 하면 90만 원 정도

낮다 보니 강제하는 조치가 없다. 결국 한

받아요. 이 중 세금 떼고 에이전시에 수수

국의 통역사들은 현장 환경에 맞추거나 주

료 내고 그러면 많이 깎여요. 만일 방송국

최 측에 항의하는 등 개인적으로 문제를

이나 언론사에서 동시통역 한다 그러면 페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조금 더 받아요. 페이를 떼먹거나 깎

34 2018년 7월호

아 달라는 경우는 정말 잘 없는데 가끔 에

“일이 몰릴 때가 정해져 있으니까 이때는

이전시에서 안주거나 일 끝나고 몇 주 지

밤새워서 일하고 과로하고 이럴 때가 힘들

나서 돈을 주는 경우가 있어서 그때 페이

죠. 무엇보다 제일 힘든건 점심 먹고 쉬는

가 얼마였는지 메모를 잘해야 해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게 제일 스트레스에요. 내가 일

람들이 많아요. 저 방구석에서 일하거나,

을 잘한다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요.

단추 하나 누르면 알아서 내용이 나오니까

정말 내가 흥미가 있고 잘 알고 있는 주제

또 하나의 기계 취급을 하거나 투명인간이

라고 해도 말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이 있

라고 생각하는 걸 바꿔야겠죠. 외국은 행사

으면 너무 힘들어지는 거죠. 본인이 발표

를 주최하는 책임자나 사회자들이 공식적

를 못 해놓고 일이 안 풀린다고 통역사를

인 자리에서 통역으로 수고한 스태프에게

탓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를 전혀 고려

인사를 꼭 해요. 그런데 한국이 주최하는

안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굉장히 빨

행사에서는 그러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

리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럴 때가 아주 힘

리고 외국은 통역사 중에 남성들이 많은데

들죠.”

한국은 절대다수가 여성이에요. 왜 그럴까 요? 아무래도 우리가 하는 일이 별로 중요

전소회 님은 통역사가 아무리 업무 준비

하지 않은 일로 취급되고, 페이도 많지 않

를 오래 하고 경력이 쌓이더라도 상황이

고, 열악한 환경이라 그런 거 같아요. 남성

꼬이면 스스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들은 아무래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기회

했다.

가 많잖아요.”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인터뷰를 읽는 독자와 통역사를 꿈꾸는 사 람들, 관계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

“프리랜서의 유일한 장점 중 하나라고 해

은 말을 물었다.

야 하나요? 지루해질 일이 없다는 거예요. 일이 따분하지가 않죠. 제가 내용을 충분

“글쎄요 방금 말씀드렸듯이 통역사들을

히 이해하고 발표자랑 저랑 빙의가 돼서

단추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영어 하는 기계

소통을 잘했다, 그럴 때도 기뻐요. 반면에

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해요. 앞으로

발표자랑 저랑 동문서답하고 있고 내용 숙

오랫동안 이 일을 해야 하고 싶거든요. 그

지가 안 되고 그러면 힘들죠. 그리고 아무

리고 통역사들이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일

래도 프리랜서니까 자유로운 게 있죠.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으면 해요.”

이 성수기에 몰려서 힘들기도 한데 반대로 비수기는 한가하니까 넉넉하게 공부도 하 고 쉴 수 있는 시간도 있고요.” 앞으로도 통역사들이 즐겁게 보람을 가지 고 일하기 위해서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할 지 물었다. “기본적으로 통역사를 기계 취급하는 사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35


현장의 목소리

실적이 인격이라 하는 회사를 향한 IT노동자들의 싸움!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미국계 IT회사 한국오라클(ORACLE)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 루션, 클라우드 어플리케이션을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으로 서버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들어보 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계 IT업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선망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한 국오라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은 지난 5월 16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진행하며 일터를 바꾸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6월 12일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을 만났다. 이날도 조합원들은 파업 참 여를 위해 용산 철도회관에 모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2017년 10월에 설립된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의 역사는 짧지만, 노동자들이 겪은 부당한 대우는 이미 오 래전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사람들이 외국계 회사인 한국오라클을 보면 돈을 잘 벌고, 거의 놀면서 일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 조합을 안 만들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죠. 하지만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 지가 않습니다.”

한국오라클의 임금 체계는 성과급제다. 회사는 계속해서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성과를 내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회사를 오래 다닐수록 소위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은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성과급제가 노동자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36 2018년 7월호


“한국오라클은 매니저 중심의 회사입니다. 매니저와

서 얘기하더라고요.

친한 사람이 좋은 고객사를 받아가죠. 그런데 이런 식

오라클이 3~4년 전부터 클라우드로 비즈니스 모델

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대다수

을 바꿨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려면 비용에

는 그렇지 못하죠. 오히려 눈 밖에 나면 압박을 하며

문제가 생기니 직원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거

내보내려고까지 합니다. 노조가 파악한 것으론 직원

죠. 법무팀에 직원들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오라고 하

90% 정도가 10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황입니다. 신

고, 사람들을 골라 권고사직, 사실상 해고죠. 그런데

입직원이 연봉이 높아요. 오래 일한 직원들은 얼마나

그 사람들에게 아무 데도 얘기하지 않겠다는 조항에

자괴감이 들겠습니까.”

사인하게 해서 어떤 문제도 밝히지 못하고 나갔죠. 한 국오라클이 김앤장에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는 건 고

김철수 위원장은 한국오라클이 오로지 돈만 벌

객사들도 아는 얘기입니다.”

면 모든 게 다 된다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했다. 노동강도가 높기로도 유명한데, 노조가 파

노동조합이 더욱 답답한 건 한국지사가 미국 본

악한 것으론 주당 1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

사 핑계를 대며 어떤 의무와 책임도 지지 않으려

도 있었다. 엔지니어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한다는 점이다. 지사장과 매니저에게 모든 권한

출동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주말에도 24시간

과 소통이 제한되어 있다. 한국지사는 노동조합에

대기다. 만약 규모가 큰 장애면 일주일 이상 밤새

‘본사가 완강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고, 집에조차 가지 못한다. 인력이 부족해 교대하

밝혔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러한 한국지사의 주

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주당 근무

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본사는 심지어 한국

시간을 80시간까지만 입력하게 해서 제대로 수당

오라클노동조합을 테러집단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을 지급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회사는 80시간 이

했다. 철저하게 한국지사가 정보와 소통구조를 장

상의 노동시간은 대체휴가로 사용하라고 하지만

악하고 있는 조건에서 노동조합은 어려움을 겪고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꿈같은 소리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파업을 선택했다.

다. IT업계에만 20년, 한국오라클 입사는 올해 9

일을 멈추는 것,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목소리에

년 차인 김철수 위원장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노

제대로 귀 기울이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동조합을 선택했다.

바라고 있다.

“노동여건이 너무 열악합니다. 제가 위원장을 하게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집행부, 대의원 분들

된 가장 큰 결심은 옆에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회사

중 이전에 노동조합 만들려고 했던 분들이 있었습니

를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예요. 본인이 원해서 나

다. 그런데 용기를 못 낸 거죠. IT업계는 이직이 심합

가는 것 같지가 않았어요. 보통 이직하는 사람들은 갈

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곳을 알아봐서 입사하고, 그 뒤에 사직하는 게 순서

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노동

죠. 그런데 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렇지가 않

자’라는 인식도 희박해요. 소위 전문직이라고 생각하

더라고요. 알아본 결과 권고사직으로 포장해서 해고

죠.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굉장

를 했던 겁니다. 이분들을 만나서 얘기 들어보니 울면

히 힘들었습니다. 교육도 하고, 홍보도 하니 점차 가

현장의 목소리

37


입률도 높아지고 파업 참가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 행동들이 뭉치니 깨어난 것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도 찬성이 96%로 압도적이었 죠. 하지만 여전히 한국지사장은 본인이 뭘 잘못 했

“오라클이란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낌과 경험

냐,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본

은 ‘자유롭다’ 였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

사에도 상황을 계속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회사

고, 여분 시간에 쉬거나 개인 생활도 할 수 있었죠. 그

가 들으려고도 안 합니다.”

런데 회사에 ‘실적이 인격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자유는 실적이 내야 보장되는 겁니다. 만약

오라클은 한국지사뿐만이 아니라 해외 곳곳에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노동자를 압박해대죠. 엄청 쪼

지사가 있다. 당연히 그곳에도 노동조합이 있다.

는 거예요.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의 소식을 들은 다른 나라의

고객사 어디 갔다 왔냐, fp포트 가져와라, 시간당 레

노동조합 반응은 놀라움이었다고 한다. 물론 유럽

포트 내라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최근 노동조합이 파

지사 노동조합도 문제는 있지만,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 한국이 더 열악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투 쟁을 멈출 순 없었다. 김철수 위원장은 무엇보다

업하자 30분 단위로 레포트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사 실상 내용은 누굴 만났고, 뭐하고 있고 이런 걸 적어 서 내라는 거죠. 한국식으로 굴리는데, 더 심하게 굴 리고 결국 해고하는 겁니다.”

조합원이 힘들더라도 지치지 않게, 즐겁게 투쟁하 려 노력한다고 했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과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 에서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업무 능력을 요구받는

“IT노동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이 아직 낯설죠. 우선 다 같이 모여 재 미있게 하려는 방식으로 투쟁을 하려고 합니다. 파업 에 참가하는 조합원들도 우리가 회사에 굽히고 들어

다. 개발을 위한 장시간 노동과 몰아붙이기 식의 근무 스케쥴로 인해 다양한 건강상 문제를 겪는 다. 한국오라클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갈 수 없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계속 해야 한다고 얘 기합니다.

“퇴사한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인데 마감 때만 되면

특히 여러 프로그램 중 회사 한 바퀴 돌기가 반응이

영업 사원들을 가위에 눌려 일찍 깬다고 합니다. 제가

제일 좋았습니다. 노동조합 가입한 사람이어도 가입

요즘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오전 7시 정도에 회사에

을 아직 못한 사람이어도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갈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 시간에 오는 직원들이

있는데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얼굴도 보고, 설득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출근했냐고 물으면 마감을

기회가 되기 때문에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서

해야 하는데, 잠이 안 와서 그냥 출근했다고 합니다.

로 봐야지 얘기가 되고, 나는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사람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상황이에요.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고용불안에 시달리죠. 업무 성과와 모든 게 연 결되어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조합원들에게도 큰 변 화가 일어났다. ‘이건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권리구 나, 당당하게 회사에 요구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

기본적으로 윗사람에게 찍혔다는 ‘찍퇴’에 큰 불안이 있습니다. 매니저에게 무조건 굽신할 수밖에 없어요. 불만이 있어도 얘기 못 하죠. 이런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술이나 흡연입니다.

음과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

그런 사람들이 결국 정신질환에 시달립니다. 노동조

았고, 사측에 의해 억눌려왔던 권리를 향한 의식

합 만들고 나서 굉장히 자주 오는 상담 중 하나가 병

38 2018년 7월호


원에 가서 정신 관련 상담을 받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한국오라클에는 거의 100개 이상의 조직이 있습니

고 했는데 회사가 병가 신청을 안 받아준다는 거예요.

다. 1명인 조직도 있어요. 당연히 서로 잘 몰랐죠. 그

회사가 병가 대상이 아니라고 해버리는 바람에 일을

러다 보니 사람들이 잘 뭉치지 못했습니다. 서로 이해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관계도 다르고 모르니까요. 그런데 노동조합이 생기

엔지니어분들은 잠도 못 잡니다. 우울증이 기본이에

고 자유발언도 하고, 서로 어려운 점도 이야기하다 보

요. 덤프트럭이 지나가는데 문득 거기에 부딪히고 싶

니깐 단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부서의 문제가 아

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잠을 잘 수 있다

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힘이 생겼죠.

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이게 다 우울증 증상이고, 심 각한 문제인 거죠.”

IT업계가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IT노동 자들이 내가 월급을 받는 건 맡겨진 일을 하고 있기

노동조합은 지금도 파업 중이다. 최근에는 거

때문이고,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을 하는 건 회사의

래처 기업의 고위임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문제라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 인력도

‘귀족 인턴’을 받아온 사실까지 밝혀졌다. 또 한국

요구하고, 일도 줄여달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오라클 임원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고도 사건 을 축소한 뒤 피해 여직원의 퇴직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상 황 속에서 노동조합은 계속해서 상황을 알리고 국 회, 정부, 외국까지 대상으로 투쟁의 방향으로 삼 고 있다. 김철수 위원장은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을 대표해 IT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기 위한 방향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 기를 했다.

현장의 목소리

39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우리 현장에도 노조가 생겼어요!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같은 현장에서 일하지만 업체가 다르다고 말도 못

한 이야기를 듣고자 현장에 다녀왔다. 인터뷰는 지

섞게 했다.”

난 5월 30일에 황원준 부지회장, 오성민 조직부장,

“아내가 출산하기 직전인데 네가 가서 뭐 할 게 있냐

박흥일, 서동영 노동안전보건부장이 함께 했다.

고 응급차 부르고 계속 일하라고 했다.” “아버지 임종도 못 지켜드리고 현장에서 일해야 했 다.”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비인 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일해왔다. 회사가 하라는 대 로 길들여져서 그게 문제인 줄도 몰랐다던 그들이,

‘그렇게 할 거면 집에 가라’

“현대모비스 화성지회는 기아자동차에 직서열 납품 하는 회사고 최근까지 8개 업체가 있었어요. 지금은 노조를 만들고 나서 조직 체계 개편한다고 3개 업체 로 통합해서 정리한 상황이에요. 주로 하는 일은 자

최근 노조를 만들고 인간임을 선언했다. 이후 조합

동차 운전석, 엔진 바디 등을 만들어요. 아무리 밤낮

원들은 UPH 속도에 내 삶을 맞추는 게 아니라 생

으로 일해도 월급은 늘 최저임금이에요. 물론 성과

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속도에서 일하겠노라 외

급은 있지만요. 10년을 일하나 이제 막 들어오나 월

치며 투쟁에 나섰다. 이후 10년, 20년 일해도 바뀌

급이 같아요.”

지 않던 현장이 개선되고 있다. 투쟁에 대한 자세

40 2018년 7월호


출처 : 현대모비스지회 현대모비스지회는 회사 징계에 맞서 다양한 투쟁을 벌여나갔다. 무엇보다 현장 조합원들을 조직해냈다.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와 비인간적인 대우로 인해 작업자들은 수시로 일을 그만뒀다.

변화를 싹틔운 축구 동아리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바로 옆 라인에 있어도 서로 대화를 전혀 못 했기 때문에 누가 다쳤는지 그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회사가 무조건 집에 가

런 걸 전혀 몰랐어요. 그나마 같은 업체에서 사고가

라고 했어요. 일하다 부품에 불량이 나도 집에 가라,

나면 알 수 있었는데, 회사가 본인 부주의로 다쳤으

아프다고 해도 집에 가라 그랬죠. 일을 조금 늦게 하

니 개인 비용으로 치료받든지 그냥 출근하라고 강

거나 못해도 집에 가라고 압박하고요. 어떻게든 집

요하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산재처리는 꿈도 못

에 가라고 하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면서 일하려

꿨어요. 산재 신청하면 인생이 망가지는 줄 알았어

고 하는데 일반적인 사람들은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

요. 그렇게 세뇌를 시켰거든요.”

라 많이들 그만뒀어요.” 사고가 나도 모를 정도로 교류가 없던 현장에서 이렇게 노동자들이 그만두면 남은 이들은 더 고

조금씩 변화를 만들기 시작한 건 축구동아리였다

되게 일해야 했다.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고 한다.

을 최대한 늦게 채용하거나 아예 채용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사내 복지를 너무 안 하니까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진행하려고 축구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41


업체별로 팀을 만들어서 시합도 하고 연습하면서 인

계약직 채용합니다

사도 하고 서로 현장에 관해서 이야기도 하면서 노 조를 만드는 계기가 됐어요.”

“현대모비스와 도급 계약을 맺는 상황이다 보니 사 장들 대부분이 현대차나 모비스 출신이에요. 보통 5

그래도 자동차 부품회사고 일도 많아서 다들 지

년 정도 계약을 하는데 그 기간 안에 돈을 남겨야 하

역에서 오고 싶은 회사 아니었냐고 묻자 다들 고개

니까 사람을 자르거나 계약직을 쓰거나 사람장사를

를 저었다.

하죠. 연차를 강제로 보내서 돈을 남겨 먹고요. 결국 모든 피해는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해요.”

“지인 소개로 많이 오지만 대부분 못 버티고 그만둬 요. 아예 소개를 못 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내가 일하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나서 현재는 업체 사장

면서 인격 모독당하고 자존감 떨어져서 언제 그만둘

들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들은 현대모비스에 충성

까 그러는데 누구를 데려오기는 창피하죠. 지역 공

을 다해야 계약 기간을 연장 할 수 있기 때문에 노

단이 워낙 열악해서 밖에서 봤을 때는 좋아 보이는

동조합을 탄압하는 데 앞장서게 된다.

데 자랑할 만큼 좋지 않아요.” 사람 없으니까 철야 하고 집에 가라는 회사 노동조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 “예전엔 하루 10시간씩 주야 맞교대로 일했어요. 1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몰랐어요. 전혀 관심도 없었고 자동차 하청업체에 노동조합이 많은 줄도 몰랐어요. 그나마 동료들끼리 술 먹으면서 ‘노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무관심했던 노조를 어떻게 하게 된 건지 물었다.

조가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19시 반에 업무 마치 고, 2조가 20시 반부터 시작해서 다음 날 7시 반까 지 이렇게요. 매주 교대했고 한 달에 주말 특근이 한 번, 많으면 세 번 있었어요.”

만일 급여를 덜 받더라도 몸이 힘들어서 상시주 간 업무만 하게 하는 조치가 있었는지 물었더니 절

“일하면서 부당한 게 너무 많았어요. 지인이나 친인

대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척이 사망했는데 조문을 못 가게 하거나, 아내가 출 산이 임박했는데 응급차 불러서 가면 되지 네가 거 기 가서 뭐하냐고 일이나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지 인 결혼식도 그냥 봉투나 하라 그러고. 아버지가 많 이 위독해서 돌아가시기 직전인데 임종을 못 보게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3명이 해야 할 일을 2명이 하 고 사람은 계속 그만두고 채용은 늦고 이러니 친구 나 지인들하고 약속하는 게 불가능했어요. 결혼한 분들은 더 힘들어했고요.”

42 2018년 7월호

“글쎄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아마 ‘너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 집에 가’ 그랬겠죠. 노동 조합을 만들기 전엔 현장에서 무슨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상상도 못 했어요. 우리 스스로도 ‘남들 다하 는데 야간 뛰기 싫으면 집에 가야지, 혼자 왜 유별나 게 굴어’ 이렇게 생각하고 말했을 거예요. 회사에 길 든 거죠.”


조합원들은 장시간 노동 못지않게 조금도 쉴 틈

‘그냥 여기에 싸인해’

없는 빡빡한 노동밀도가 더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출근 시간에 청소시키면서 조회도 같이하는데 수 당으로 월 2~3만 원 줬어요. 회사는 그걸 안전교육

“저희는 직서열이다 보니 기아차가 하라는 대로 맞

이라고 주장했어요. 한창 일할 때 사인하라고 종이

추느라 늘 오버타임하고 개처럼 일했어요. 2시간 일

가져오니까 다들 내용 확인도 못 하고 서명했어요.

하고 10분 쉬어야 하는데 4시간 연속 일하고 쉬는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서류를 꼭 일할 때 가져

경우가 태반이었죠. 아침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왔어요.”

데 더 일찍 오라고 해서 청소시키고 조회 수당은 안 주고 그랬었죠. 점심시간 40분 중에서 20분간 밥 먹

“사내 게시판에 붙어 있는 취업규칙을 자세히 읽어

고 남은 20분은 또 일했어요. 퇴근 시간 넘기면 통

보면, 관리자한테 반동분자로 찍히고 면담했어요.”

근버스 잡아놓고 계속 일 시키고요. 만일 피치 못 할 사정이 생겨서 반대조에 한두 명이 빠지면 철야까지

작업환경측정의 경우 외부 기관에서 진행하는 것

뛰었어요. 주간에 출근해서 야간까지 뛰고 다음 날

을 봤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도 회사에서는 이해관

점심시간까지 일하다 퇴근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

계를 같이 하는 노동자들을 지정해서 그들만 측정

게 일하고 돈은 주간 근무 2번 한 거로만 쳤어요. 일

에 참여했다고 한다.

하다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오죽하면 조합 원들이 일하다 화장실 가고 싶어서 노조 만들었다고 하거든요.”

2013년 주간연속2교대로 전환하면서 노동시간 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똑같아서 오히려 노동강도 가 높아졌다고 한다. 노동조건과 관련해서 연차나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조합 만들고 당시 8개 업체와 통합 산보위를 하자고 제안해서 지난해 4/4분기부터 시작했거든 요. 산보위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개선을 위해서 돈, 시간, 인력, 실행방안 등을 논의하는데 진행이 너무

휴가는 제대로 썼는지 휴식은 어떻게 취했는지 물

더디더라고요. 회사와 노동조합의 눈높이도 너무 다

었다.

르고요. 산안법을 알고 보니까 현장에 위험한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1/4분기까지 협의를 계속

“기본적으로 인력 운영이 빡빡해서 연차를 쓴다는

했는데, 회사가 돈 안 드는 건 바로 개선하는데 가장

건 상상도 못 했어요. 아파도 일했는데요. 연차 수당

중요한 건 개선을 안 하고 산보위도 파행시키더라고

안 주려고 강제로 쉬게 할 때만 쉬었어요. 날짜는 회

요. 그래서 회사가 우리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지 않

사가 며칠 전에 정해줘요. 다음 주 화·수·목 이렇게

으면, 우리 스스로 산안법을 준수해서 안전과 생명

쉬라고요. 이러면 어디 여행도 못 가요.”

을 보장받을 거라고 엄포를 놨어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43


이후 노동조합은 안전센서를 끄고 일하던 공정에

는 단 며칠이면 바꿀 수 있더라고요. 산안법에 대한

서 센서를 켜고 일하며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그러

회사의 인식 수준이 밑바닥에 있는데 이번 일을 계

다 보니 부품 생산이 늦어지면서 기아차가 납품을

기로 조금은 정신 차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뿐만

드문드문 받았고, 결국 라인을 멈추게됐다. 기아차 는 현대모비스 화성 때문에 라인이 끊어져서 손해 를 봤으니 작업자에게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 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아니라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로 느꼈을 거 같은데 개 인은 힘이 없지만, 개인들이 뭉치니까 이런 힘이 나 온다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합원들은 투쟁 과정과 결과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이번 투쟁 과정 자체가 좋았다고 한다. 무엇

“문제는 이때 회사가 소장을 조합원들이 현재 거주 하는 곳이 아니라 본가로 보내서 가족들이 다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괜히 걱정 끼치고 개별 조합원도

보다 현장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 었기 때문이다.

괴롭고 두렵고 그랬어요. 노동조합에 소장을 보냈으 면 단체로 싸우면 되는데 개인에게 보냈으니 얼마나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사고

마음이 힘들었겠어요.”

순간부터 대응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조합원들 인식 도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거 같아요. 이제 매달 한

회사가 징계위를 열어 처벌하려고 하자 노동조 합은 전체 카톡과 SNS로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간 부 회의, 통합지회 회의 등을 통해 대응방안을 모 색했다. 그리고 모든 조합원이 ‘나도 징계하라’는

번 통합으로 현장점검도 하려고 준비 중이고, 민주 노총이나 금속노조에서 노안 관련 교육이 있으면 반 드시 참여해서 공부하려고 해요.”

앞으로는 아픈 동료들이 없었으면

내용의 변론서를 쓰고 대표이사 항의 방문을 하러 가는 등 투쟁에 나섰다.

“산안법, 산재법을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 고 우리는 단순반복 업무를 많이 해서 근골 문제가

“이 정도 되니까 회사가 징계위가 열리기로 한 당

심각하든요. 어떻게 아픈 사람을 치료받게 하고, 예

일에 고소를 취하했어요. 안전센서 켜고 일했던 설

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프지 않은 조합

비는 3일 만에 80% 정도 개선했고, 민·형사상 소송

원이 없는데 지금은 마땅한 대책이 없네요.”

하겠다고 한 조합원한테는 사과문도 발송했어요.”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쉬운 건 아닌 거 같아요. 저도 투쟁으로부터 얻은 것, 자신감

시작하면서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은 못 했거든요. 물론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데 힘든 건 현실인 거 같

“저희가 이 투쟁을 하면서 얻은 것은, 적어도 회사

아요.”

가 뭐 때문에 개선이 안 된다고 했던 것들이 사실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거에요. 회사

“앞으로 조합원 중에 아프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었 으면 좋겠어요. 일을 마쳤을 때도 건강하고 편안할

44 2018년 7월호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걸 위해서 올해 위험성 평 가나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시행을 고민하고 있어요.”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회사와 협상할 문제가 아니라 고 생각해요. 그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조 합원이든 간부든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보면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는데, 오해가 쌓이게 두거나 감정 싸움이 되지 않도록 했으면 해요. 처음 노조 만들 때

출처 : 현대모비스지회

그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회사 징계 협박에 조합원 전체가 본인도 징계하라며 변론서를 작성해 회사에 부착했다. 결국 회사는 징계를 철회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45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 축구 국가대

는 김신규 간호사는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표팀 신태용 감독의 수명은 모르긴 몰라도 한참

6개월 전과 다르다. 얼굴의 모든 근육엔 힘이 없

줄어들었을 겁니다. 1차전 스웨덴과의 시합 전

는 듯한 무표정으로, 졸린 듯 눈은 반쯤 감긴 상

결의에 찬 당당한 표정은 두 경기를 내리 진 1주

태로 돌을 얹은 듯 축처진 어깨를 겨우 끌고 터벅

일 만에 폭삭 늙고 지친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한

터벅 들어와 의자에 풀썩 앉는다. 심하다고 느끼

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직무스트레스는 너무

는 신체 증상엔 피로감, 눈 충혈, 팔 · 다리 · 어깨

심해 감독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도 안 하

· 허리 통증, 하지 부종, 소화불량, 불면증 및 불규

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엉뚱한 연상

칙한 생리 등이 있고, 모두 입사 후 생긴 증상이

일 순 있지만 짧은 시간에 폭삭 늙어버린 신태용

라고 한다. 이쯤 되면 증상 백화점 수준이다. 증

감독을 보고 나니, 저는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할

상과 근무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

때 만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생각 났습니다.

니 이제야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는지, 여러 어려 움에 대해 얘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조

신규 간호사 대상 특수건강진단

직적 · 개인적 해결책을 나름 얘기해주지만, 그녀 의 조건에서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안

#1. 23세 여성 신규 간호사인 김신규(가명)가

선다. 그래도 진료실을 나가는 표정과 발걸음은

‘배치전 건강진단’을 위해 진료실에 들어온다. 아

들어올 때 보다는 그나마 낫다. 내가 해결해준 건

직 근무시작 전인 그녀는 학생 때 보고 들은 병

하나도 없지만, 짧지만 얘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원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 직장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였기 때문이었을 것으

에 대한 신기함과 기대감이 있는 밝은 표정이다.

로 생각한다.

어디 아픈 데 없이 튼튼하다고 한다. 나는 야간근 무, 교대근무, 직무스트레스 등 간호사의 근무환

故 박선욱 간호사도 신규 간호사였다

경과 건강 영향에 설명한 후, 잘 지내고 6개월 후 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하였다. #2. 첫 번째 ‘특수건강진단’ 문진으로 만나게 되

46 2018년 7월호

위의 내용은 특수건강진단 시 흔히 만나게 되 는 신규 간호사의 사례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을


하다 보면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됩니

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체적

다. 그 중 가장 많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직군

이며 집단적으로 고민하고 제기하고 해결할 수

은 50대 남성 경비 노동자도 40대 여성 급식 조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간호

리 노동자도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린 입

사의 임신순번제, 장기자랑, 야간근무 수당 등의

사 후 6개월가량의 신규 여성 간호사들입니다.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되어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지난 2월 고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

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병원을 바꾸고 있

한 것도 신규 간호사로 근무한 지 약 6개월 만에

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사례, 민주노총 의료연대를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취직하기 어려운 요새 세

비롯해 간호사단체 · 개별 간호사 및 노동시민사

상에 대학 병원 간호사면 안정적이며 월급도 괜

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하여 활동하는 ‘고 박

찮은데, 남들 다 참으며 잘 다니는데 그걸 못 참

선욱 간호사 공대위’ 등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냐며, 적응을 못 하는 개인 탓 아니냐고 생각하는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등 여러 노동조합처럼 지속해서 노력 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태움’, 부족한 교육, 병원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고강도 장시간 노동, 생명을 다루는

노동자들만 노력한다고 완전히 해결하긴 어려

업무 스트레스, 회사 내 지지체계의 부족 등의 여

울 것입니다. 보건업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시

러 구조적 문제는 신규 간호사가 감내할 수 없

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노동시간 특례업종

는 수준입니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입니다. 교대·야간근무를 하는 보건의료노동자는

40%에 육박하는 국내 현실은 구조적 문제의 심

건강 측면에서 노동시간이 오히려 더 짧아야 하

각성을 보여줍니다. 온갖 곳이 아픈 채로 회사에

며, 유럽 등 대부분의 해외에서는 보건업도 노동

다니거나, 견디지 못한 채 퇴사하거나, 퇴사도 어

시간 규제의 예외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간호

려워 급기야 삶을 마감함으로써 퇴사하는 상황까

사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

지 벌어집니다.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등으로

기 위한 국내 법 · 제도적 변화는 가능하며 필수

입사 6개월 만에 표정이 없어진 채 몸과 마음이

적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학교와 병원도 신규 간

폭삭 늙어버리는 것은 김신규 간호사, 故 박선욱

호사 교육의 내실화, 직무스트레스 및 감정노동

간호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 이

관리, 이직률 감소를 위한 정책 그리고 학생 때부

야기일 것입니다.

터의 노동안전보건 교육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체념 · 이직 · 퇴사 그리고 죽음 이외에,

해결은 가능해야한다

가치 있고 즐거운 병원 간호사 생활은 실현 가능 한 목표이며, 같은 병원 동료로서도 꼭 그렇게 됐

이런 상황을 신규 간호사 혼자 해결하긴 어렵

으면 좋겠습니다.

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야간노동자 특수건강 진단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 만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누군가가 대

이이령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전공의

직업환경의학의사가만난노동자건강이야기

47


노동자 건강 상식

노동자 건강 이야기 - B형 간염 이번 호 주제는 B형 간염입니다. 술을 많이 먹

한국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B형간염 항원

는 사람들이 간암에 대한 공포가 크기 때문에 지

양성인 경우(보균자)가 음성인 경우(정상인)에

금도 B형 간염에 대해 잘못된 상식이 난무하고

비해 간염이 23.5~68.6배 더 잘 걸린다는 연구

있습니다. 대한간학회가 2013년 일반인 3,000

결과가 있었습니다. 대만의 경우 2만 2천여 명을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도 4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B형 간염 항원양성 남성에

명 중 3명이 ‘술’을 간암의 주원인으로 오해하고

서 정상인에 비해 약 100배 이상의 간암 발생 위

있었습니다. 또한, 술과 담배만 피하면 간암 발

험이 높다고 하였습니다. 즉 B형 간염 보균자인

생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경우 간의 만성 염증으로 인해 간경화, 간암으로

22.8%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B형간염 보 균자는 정기적(3~6개월 마다)으로 간암에 대한

간을 둘러싼 오해와 차별 하지만 한국에서 간암의 기저질환으로 B형 간

검진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간암의 위험이 크고 B형간염이 감염성

염인 경우는 대략 70%, C형 간염이 10% 내외,

질환이다 보니 B형 간염의 전염 경로에 대한 오

알코올성 간질환이 10% 내외, 그 외에 비만 당뇨

해 또한 뿌리 깊게 남아 있습니다. B형 간염 전염

와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등으로 알려

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침, 모유, 정

져 있습니다(대한간학회 2014). 즉 B형간염이 간

액, 질 분비물 등의 체액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암의 제일 흔하고 중요한 원인이며 음주는 예상

것입니다. 이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

보다는 그 비중이 낮습니다.

니지만, 오랜 연구 결과 침과 모유 등 혈액이 아 닌 체액에 의해서 감염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B형 간염은 50년 전 1967년 세계최초로 바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크 블럼버그 박사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블럼 버그 박사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76년 노벨의

대한간학회가 2013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행

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B형 간염 진단은 혈액

한 간질환인식 조사에서 63.1%가 B형간염이 음

검사로 하는데 혈액에서 B형간염 항원이 지속적

식을 통해서 전염되기 때문에 B형간염바이러스

으로 검출되면 B형간염 보균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유자는 일반인과 식기를 따로 써야 한다고 응

48 2018년 7월호


답하여 B형간염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 여전히

대조적으로 성인에서 B형간염이 걸리는 경우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

감기 정도의 증상만 보이다가 완치되는 경우가

다. ‘소주잔을 돌려 마시면 간염에 걸린다는 말’

많으며 대략 8%정도 만성감염으로 이어진다고

이 잘못 알려지면서 회식 등에서 전염될 수 있

합니다. 이렇게 무서운 수직감염도 예방이 가능

다는 등의 이유로 취업 차별까지 이어졌습니다.

합니다. 2002년부터는 B형간염 산모에게 출생

취업 차별이 이어지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까지

하는 모든 신생아에게 국가에서 무료로 B형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이유로 채용을

염 면역글로불린(HBIG)과 예방 백신을 접종하

거부당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적인 행

게 하는 ‘B형간염 주산기감염 예방사업’이 실시

위라고 한 바 있습니다.

되었으며, 이 사업 이후 국내 수직감염률은 약 3%대로 현격하게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재 90년대 이후 출생자는 태어나자마자 B

3%도 무시하지 못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B형간

형간염 예방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B형 간염 유

염 산모의 일부는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

병률은 0.1~0.2%로 과거보다 훨씬 낮습니다.

바이러스제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B형 간염으로 인한 고용차별의 문제는 흔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합당한 근거 없는

B형간염은 예전에는 흔한 질환이었으며 치료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취업에 불이익을 받아서

약도 마땅치 않아 많은 환자들이 간경화, 간암

는 안 될 것입니다.

으로 사망하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B형간 염 예방접종이 국가적으로 시행되어 유병률이

B형 간염에 대한 두려움을 벗자

10%에서 점차 낮아져 현재는 전체인구의 3% 정도만 B형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보균

침이나 체액으로 감염이 되지 않는다면 B형

자라고 합니다. 또한, B형간염의 치료약도 최근

간염은 어떻게 감염이 될까 의문을 가질 수 있

10년간 많이 개발되어 약물 복용으로 B형 간염

습니다. 한국의 B형 간염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

의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90% 이상) 출생 시 어머니로부터 수직감염으

B형 간염 보균자는 B형 간염에 대해 너무 공포

로 인해 발생합니다. 수직감염의 경우 태아의

심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언급했다시

면역 체계가 미처 형성되기도 전에 감염되기 때

피 간경화, 간암의 발생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

문에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를 적으로 인식하지

기검진은 꼭 필요합니다. 또한 주위에 B형 간염

못하여 평생 항체가 형성되지 않게 됩니다. 그

보균자가 있다고 전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때문에 평생 완치가 되지 않고 몸속에 바이러스

차별하지 말고 잘 어울려 지내도 되겠습니다.

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결국 나중에 만 성 간염으로 이행되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 어질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장영우 회원,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9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근로감독관의 과로사와 워라밸

요즘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로감독관의 인력 충원에 대한 공약이 발표되었

and Life Balance)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다. 2018년 3월 노동부는 취업 지원 서비스를 강

2018. 7. 1. 근로기준법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더

화하기 위해 공무원 134명을 증원하고, 노동현

욱 회자되고 있다. 물론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주

장 관리강화를 위해 근로감독관 300명을 증원한

40시간제를 원칙으로 1주 12시간 범위내에서 노

다고 발표를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었

동시간을 제한한다는 내용인데 어느새 주52시간

는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제로 둔갑한 것이 마뜩잖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인력은 부족하고 신고 사건, 노동이슈는 증가 하는 상황에서 근로감독관의 인원 충원은 되지

2015년 말 한국노동연구원이 시행한 「근로감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2016년 7월 지방에

독관 업무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의 권

서 근무하는 근로감독관이 과로사하는 사건이 발

리의식 및 요구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제도와 직

생하였다. 유족은 사망 직전에 관할 범위가 넓어

종·국적의 다양화, 노동관계의 다양화 등 새로운

진 곳으로 전보되고, 신고사건 증가, 악성 민원,

노동이슈가 출현 되면서 업무는 고도화되는 상황

현장 감독 강화 등 업무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사

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감독관은 절대적으로 부족

망하였으므로 공무상 재해라고 주장하였으나 공

하다고 분석하였다. 2015년 기준 근로감독관 인

무원연금공단은 “지주막하 출혈의 의학적 특성

력(정원 1,256명, 현원 1,137명)을 기준으로 현

으로 보아 이는 망인의 직무 수행에서 비롯된 결

원의 40~45% 이상 시급한 증가가 필요한 상황

과라고 보기는 어렵고, 망인의 업무내역 또한 일

이라고 분석하였다.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근

상적이고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업무

2018년7월호 7월호 50 2018년


가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으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

되어 온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앞서 본 증거들에

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심사청구에

의하여 공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기존 뇌동맥

서 “일부 과로는 인정되지만 자신의 체질적 소인

류와 겹쳐서 사망원인인 지주막하출혈을 유발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어

였음이 규범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공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상당인과관계

며 기각하였다.

를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고 판결 하였다.01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공무원연금

그렇게 2년이 흘러 2018년 6월 28일 서울행정

공단이 항고하지 않기를 바란다.

법원은 근로감독관의 사망에 대하여 공무상 재해 로 인정하였다. “망인이 **지청으로 전보되면서

아무튼 2018. 6. 23. 대구지청을 방문한 김부

단순히 근무지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겸 장관이 근로감독관과의 간담회에서 인력충원

떨어져서 관사에서 생활하게 되는 등 생활환경에

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기사를 보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점, **지청의 관할 범위

아직 근로감독관 인력 충원은 말뿐인 것으로 보

가 다른 지청에 비교하여 넓고 그 무렵 사건 수도

인다. 최근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사업주의 접근

증가하는 추세여서 망인의 업무 부담이 상당한

방식은 실질적인 노동시간과 비업무적 시간에 대

수준으로 증가하였던 점, 실제로 망인은 평일에

해 통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대처 방안을 제시하

는 거의 자정 무렵까지 야간근무를 하였고 출장

고 있다. 노동자의 업무량은 늘어났고 인력은 그

업무를 수행한 날에도 출장을 마치면 다시 청사

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것

로 복귀하여 근무했던 점, 사망 전 3개월 동안 망

은 결국 노동자에게 노동강도만 강화되는 결과

인의 주당 근무시간을 살펴보면 주당 근무시간이

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노동조건에 대

60시간을 초과하는 때도 있었고 평균적으로 50

한 개선 없이 형식적으로 눈에 보이는 수치만으

시간을 초과하고 있어 업무량이 상당히 과중하였

로 노동시간단축의 결과를 만들어내서는 안 된

던 것으로 보이는 점, 더욱이 망인이 속한 근로개

다.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적 접근 방식은 도리어

선지도과는 잦은 민원이 제기되어 대체로 기피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 누적으로

는 부서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이 **지

이어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때문에

청에서 근무하면서 누적된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진정으로 일과 삶의 균형, 양질의 삶의 질 향상을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고 하였다.

위한 노동시간 단축이라면 현재 노동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작업환경, 노동조건 개선

또한, “망인이 과로로 인한 피로가 누적된 상태 에서 특정 민원인의 반복된 악성 민원을 감내하

및 인력 충원 등 실질적인 개선 조치가 동반될 때 비로소 능하다고 판단된다.

면서 겪어야 했던 스트레스를 근로감독관 업무 에 따른 통상적이고 일상적인 스트레스라고 볼 수 없고, 그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은 망인의 사망

01 서울행정법원 2018. 6. 28. 2017구합80615 유족보상금 부지 급 처분 취소

직전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점차 악화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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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lt;오해의 과학&gt; 1부 2회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 스티븐 제이 굴드

우리의 싸움에서 과학은 분명 중요한 축입니다. 그러

“(1979년 유전학자 아서 젠센이 스피어맨의 g이론을 옹

나 과학은 언제나 인류의 진보에 기여했을까요? 물론

호하며 IQ테스트를 통해 지능의 서열화가 가능하다는 주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

장을 하자, 이를 비판을 하며) 젠센은 서구사상에서 가장

이 인간을 오해하게 했다면 어떨까요? 어떤 불평등과

오래된 두 개의 문화적 편견을 하나로 결합시켰다. 즉 생

부조리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초래되었다면요? 앞

물들을 체계화하는 모형으로서의 진보의 사다리와 서열화

으로 힘닿는 한, 몇 권의 책을 가지고 함께 오랜 오해의

의 기준으로서의 일부 추상적 특성들의 물화이다. 젠센은

역사에 대해서 같이 살펴보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같이

‘지능’을 선택했고, 단순한 행동 테스트를 기반으로 무척

읽을 책은 이 방면의 고전인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인간

추동물, 물고기, 거북의 행동은 인간이 좀더 풍부하게 가

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입니다.

지고 있는 것과 같은 본질 -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서 물화 된 g - 의 감소된 형태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

굴드는 『인간에 대한 오해』 발간 15년을 돌아보

장이 잘못된 이유는) 진화는 단선적인 진보의 연쇄가 아니

며 서문을 새롭게 작성하면서 찰스 다윈이 『비글호

라 무수한 가지를 분기하는 덤불을 이루기 때문이다. 현생

항해기』에 적은 한 문장을 인용합니다.

지렁이와 게가 10억 년 이상 전에 척추동물과 별개로 진 화해온 계통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들은 우리의 선조가 아니다. 그 동물들은 어떤 의미에서도 인간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

보다 ‘하등하거나’ 덜 복잡하지 않다.” - 502p.

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12p.

이것은 굴드에게 평생 금과옥조가 되는 말이었습 니다. 인간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빈곤이 자연법칙 때문이 아니라 사회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그것 은 다름 아닌 인간의 과오라는 것이지요. 고생물학 자로서 굴드가 보기에 불평등은 사회적 산물이지 자 연법칙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심 지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래된 금언부터 굴드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52 2018년 7월호

그러니까 굴드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를 한 두 가지의 기준으로 서열화하는 시도 자체가 불순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 집단의 서열화 에 대하여 특정하게 정량화된 - 주로 골상학, 두개계 측학, IQ 등이 인간의 ‘지능’을 정확히 계측한다는 주장들에 대하여 방대한 자료조사와 예시를 통해 비 판하고 있습니다. 굴드의 논리 하에서, 이렇게 ‘지 능’에 대한 각종 유사과학적(pseudoscientific) 주장 은 인종차별 등 인간에 대한 불공정한 기준을 통해


사회시스템을 보수적으로 이끌려는 ‘사회적 유용

하고, 그것을 특징으로 삼기를 원한다. 한편으로 이것은

성’과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음이 명백하기 때문입

문화적, 정치적 체제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을 구분하기

니다.

위해서이다. 우리는 이 놀랄 만큼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 간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능(intelligence)’이라

굴드가 보기에는, 이러한 유사과학적 주장의 근 원에는 일부 과학자를 포함해 일반대중들도 부지

는 말을 사용한다. 그 때문에 이 축약된 선호가 물화되 고, 지능은 단일한 실체라는 의심스러운 지위를 얻게 된 다.” -71p.

불식간에 진리처럼 받아들이게 된 ‘생물학적 결정 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생물학적 결정론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을 생각해봅시

의 오류가 매우 뿌리 깊고 음험하며, 우리들이 공

다. 이것은 임상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흔히

유하는 본성의 최악의 현시에 호소하기 때문’이

인용되는 유물론 용어인 ‘경제성의 원리(Principle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현시를 만들어내는 기

of economy)’의 별칭입니다. 예컨대 배가 아픈 환

전에 대해서 굴드는 이렇게 나누어 설명합니다. -

자가 내원했다면 위염, 충수돌기염, 과민성 대장

23p.

증후군 등 흔한 원인부터 감별해야지 다짜고짜 ‘대 장암 4기 원격전이’부터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1) 환원주의 : 부분적으로 임의적이고, 대규모적이고, 환원 불가능한 복잡한 현상을 최소의 구성부분의 결정론적 움직임으로

이죠. ‘사고의 경제성’은 이학적 판단을 돕는 좋은 방식입니다.

설명하려는 갈망. 2) 물화

하지만 인간은 이렇게 경제적인 사고를 은유의

: 추상적인 개념을 확고한 실체로 변환시키려는 경향, 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유혹에 끊임없이 직면하게

분법, 즉 복잡하고 연속적인 실체를 둘로 분할하려는 갈

됩니다. ‘물화에 대한 유혹’이 강력한 것도 이 때

망. 3) 계층화

문이죠. 자연법칙 외부에 ‘내재하는’ 무언가, 표면

: 모든 사물을 선형으로 증가하는 가치로 서열화시키려

적인 측정보다 ‘더 실재에 가까운 무언가’를 찾아

는 경향.

냈다는 생각은 충분히 매혹적일 것입니다. 그러한 ‘무언가’가 추상적이고, 영원한 실체인 본질일 것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이 세 가지 중에서 ‘물화’

이라 생각해버리는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참 힘듭

가 유사과학적 주장을 부추기는 핵심 문제임을 지

니다. 이에 대해 굴드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저

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물화’란 무

항해야 할 유혹’이며 ‘그것은 자연의 진리가 아니

엇일까요? 굴드의 설명을 한 번 읽어보도록 하겠

라 먼 옛날부터 사고에 대해 빚어진 편견의 반영’

습니다.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408p.

“이 논의는 하나의 오류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물화 (refication), 즉 추상적인 개념을 실체로 변환시키려는 경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삶의 정신적인 중요성을 인식

이현석 노동시간센터 회원 문화읽기

53


이러쿵 저러쿵

내 인생의 시간으로 기록될 노벗 수습 노무사

수습 노무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를 만나다

노벗은 노무사 공식 수습 과정 바깥에서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고민

저는 지난해 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올해 1월

하는 수습 노무사들의 모임입니다. 올해 노벗에

부터 6월까지 수습 과정을 방금 마친 아직도 노

는 수습 노무사 250명 중 110명이라는 역대 최

무사라는 이름이 낯선 노무사입니다. 수습 노무

대 인원이 참여 신청서를 냈습니다.

사들이 노동자의 시각에서 노동법을 보고 노동자 의 노동과 인권향상을 위해 활동하려고 자체적으

이번 노벗은 “같이 걸을까”라는 주제로 다양한

로 만든 모임 노벗, 노동자의 벗에 참여하면서 연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수습 기간 격주

구소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마다 노동자의 시선이 담긴 주관적 노동법 공부 와 노동의 역사, 노동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

노벗, “같이 걸을까?”

는 교양강좌를 열었습니다.

노무사 시험공부를 할 때 지치고 힘들면 “하나

또한, 노벗 참가자들은 방송계, 택배업, 대학 비

님, 부처님, 해님, 달님 누구라도 좋으니 시험만

정규직, 이주노동자, 보육 선생님 노동조합 지원

합격시켜주세요,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질 수 있

활동, 산업단지 밀집 지역 거리상담, ILO 국제노

는, 좋은 일 하는 노무사 되겠습니다”라는 소원을

동기준을 공부하는 노동영어, 반올림 활동 참여,

자주 빌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험에 합격하니

노동판례공부, 청소년노동인권교육, 부당노동행

그 기억은 흐릿해지고, 어떻게 하면 괜찮은 곳에

위 조사 등에 함께했습니다.

취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렇게 수습 교육을 기다리던 중 노동자와 함께

연구소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함께 공부하면서

하는 노무사 “노벗”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실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 지켜지는 일터를 꿈꾸고,

은 제가 시험에 합격한 것이 저 자신이 잘해서가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에서는 최저임금, 여성노

아니라, 누군가가 제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

동자의 저임금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의미를

회를 준 것이라는 진실이(?) 떠올랐습니다.

토론하며 노동자에게 필요한 임금론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54 2018년 7월호


노동자를 만나다, 속상하고 답답하고

노동자의 질문에, 싸움에 옆에 있겠습니다

“사직서를 썼어요”, “연차 휴가가 있나요?”, “근

사실 저를 비롯한 노벗 프로그램을 준비한 운영

로계약서를 안 써줘요”, “야근수당을 받을 수 있

팀,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을 한 수습 노무

나요?”, “퇴직금 계산이 안 맞는 것 같은데요”,

사들 모두 “노동자를 위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용자가 누구죠”, “파업하고 있는데 업무지시

노벗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야근과 주말 출근

를 해요.”, “노동조합 만들고 싶은데”

에 프로그램 참여율은 점점 떨어졌고, 정작 노동 자들 앞에 서니 아직은 말 그대로 수습 노무사라

노벗과 수습 사무실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현실

생각만큼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도 했습

을 보면 답답하고 속상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

니다.

었습니다. 이미 낸 사직서는 되돌릴 수 없고, 빨 간 날 공휴일은 공무원이 쉬는 날이며, 계약서 안

그렇게 수습 노무사마다 노벗과 함께 한 시간은

써주고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사장 밑에서 어

제각각이었지만, 노벗의 출발점에서 “노무사로

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은

단지 노동법을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라 노동법을

정말 책 속에 갇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노동조합

통해 노동자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설립은 두렵고, 더는 참기 힘들어 노동조합이 생

싶다”라는 그 마음을, 일상에서 실천하기 위해 준

겨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처하기 힘든 현

비하고 연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실에 노무사로서 제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싶었 습니다.

저 또한, 노벗을 통해 막연히 좋은 일 하는 노무 사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질문에, 싸움에 옆에 서

그런데 저도 그랬습니다. 10년 넘게 일하는 사

있는 노무사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아마 앞으로

람으로 살아왔지만, 노동자로서 내 권리가 무엇

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질문에 답답해하고 속상해

인지 몰랐고,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살아왔습니

하며, 느리게 변화는 우리 사회에 화를 낼 것 같

다. 주변의 선배, 후배, 친구들, 가족처럼 그냥 조

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질문과 싸움들은 보잘것

용히 사는 게 답인 듯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제

없어 역사에 기록되지도 못하겠지만, 그 질문 하

가 지키지 않았던 권리가 지켜졌던 이유가 이렇

나가 없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없습니다. 그렇

게 질문하면서 때로는 회사와 사회와 싸워가면

기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활동에 도움과 연대가

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왔던 사람들이 덕분임을

필요하다면 선배 노무사들이 그랬듯이 저도 그

새삼 깨달았습니다. 노동자들의 질문, 작은 외침,

길에 함께 있겠습니다.

싸움과 투쟁들이 모여서 노동자의 권리들이 지켜 져 왔습니다. 그 덕분에 다음 사람들이 좀 더 나

그리고 이렇게 노무사로 무엇을 할지를 알게 한

은 일터와 사회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오히

노벗의 시간이 아마도 제 인생의 시간으로 기억

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될 것 같습니다. 김민옥 노무사, 열일곱 번째 노벗

이러쿵 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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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산재사망 노동자 30주기 합동 추모제 열려 지난 7월 1일 고 문송면 기일을 맞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문송면·원진 산 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주최로 ‘산재 사망 노동자 합동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30 년 전 당시 투쟁에 함께했던 선배 활동가들과 민주노총 조합원,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보건 의료 학생 등 많은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추모 제에 참여한 고 문송면 님의 형 문근면 님은 지난 30년간 젊은 노동자들이 송면이처럼 산 재로 사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모든 노동자 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됐 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습니다.

골병없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2018 회원연구나눔마당 진행 지난 7월 7일 민주노총에서 &lt;2018 한노보연 회원연구나눔마당&gt;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회 원연구나눔마당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근골 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매뉴얼에 대해 고민 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2004년 세계 최초 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을 예방하기 위해 법 제도를 신설했을 때와 달리, 계속해서 관행 적이고 형식화 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 인지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연구소는 이번 자 리를 바탕으로 제기되었던 고민을 보완하여 매뉴얼을 다양한 노동자·지역·현장과 토론하 며 다시 한번 현자에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바 람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노동시간센터 7월 월례토론 안내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으로 시끄러운 요즘. 작년 한해 장시간노동·과 로노동으로 사고가 속출했던 버스운전은 어떤 변화가 일었을까요? 전북 최초로 1일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는 전일여객의 사례를 중심으로 노동 시간센터 7월 월례토론을 준비했습니다. 무한 노동을 멈추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쟁취하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 니다. - 발제: 강문식 민주노총전북본부 정책국장 - 일시: 2018년 7월 18일(수) 저녁7시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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