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11 웹

Page 1

통권 154호 2016년 11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사드배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닫는 길이다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 악의적 의도 아니면 노동자 작업중지 보호해야죠


안전 수칙에 어긋나는 작업은 하지 않을 권리, 위험을 느꼈을 때 회피할 권리

노동자 생명과 안전의 최후 보루, 작업중지권 언제 쓰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펴냄

-작업중지권이란?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현장에서의 대응 이렇게 해보자 -작업중지권 단체협약 어떻게 할까

연구소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laborr@jinbo.net, 카카오톡ID_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02-324-8633


독자에게

지금 여기, 재벌도 함께 단죄하자! 제가 이런 꼴을 보려고 활동을 하는건 아닌데 요즘은 '안녕하시죠?'라는 인사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 사회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번 특집 주제인 화학물질과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미르, 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재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미르, 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재벌들은 화학물질 산업에서도 입김이 세다는 점을 확인했습니 다. 미르재단과 (125억) K스포츠 재단 (79억) 가장 많은 기금을 출연한 삼성! 삼성전자 반도체, LCD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어 떠한 화학물질을 사용했는지도 모른체 일하다 각종 혈액암,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어느덧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 사망자만 76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삼성은 독일 승마협회에 280억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최순실 씨의 힘을 이 용해 정부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비롯해 삼성의 노동조합 문제 관련해서 협조를 약속받았다고 합니다.

2등으로 많은 기금을 출연한 SK그룹의 SK케미칼. (미르재단 68억, K스포츠 재단에 43억) 이 재벌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옥시레킷벤키저에 사용하도록 공급했습니다. 올해 8월 열린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에 서 SK케미칼이 2001년 물질안전보건자료에서 자신들이 제공했던 물질에 독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밝혀졌습 니다. 그러나 이 재벌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3등으로 많은 기금을 출현한 현대자동차 (미르재단 39억, K스포츠 재단 43억). 이 재벌의 울산공장은 2014년 기준 발암물 질 배출량도 (5만1,446㎏) 3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같은 자본인 현대중공업이었습니다. (54만1,678kg) 그 결과 두 거대 재벌이 소재한 울산광역시 동구는 전국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된 기초지자체라는 악명을 얻었습니다.

그 외에도 아쉽게? 4등을 기록한 LG재벌의 LG화학은 최근 3년간 3건의 화학 사고를 냈고, 2011~2013년 전국에서 가장 많 은 발암물질을 배출하고도 녹색기업1으로 등재되어 그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 재벌입니다. 물론 녹색기업의 96%가 대기업 이라고 하니 LG재벌만 문제라고 하면 조금 억울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퇴진, 최순실을 비롯해 국정을 농단하고 개인적 부를 취한 사람들의 처벌 등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한데요, 정 부를 등에 업고 각종 비리와 악행은 물론 노동자 민중과 환경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이윤을 벌어들이는 재벌에 대한 책임을 묻고 단죄하는 그런 시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만 줄이겠습니다.

1 환경부가 환경경영체제 구축, 자원 및 에너지 절감, 오염물질 현저한 저감 등 환경경영 우수사업장을 지정하여 정부 및 지차체 지도・점검 면제, 사업장 환경개선에 소요되는 자금 및 기술지원 우대 등 혜택을 제공

1


차례

특집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오늘날 우리는 화학물질 없이 산다는 것을 상 상하기 힘들 정도로, 화학물질과 가까이에서 살아간다. 그리하여 화학물질 덕분에 삶이 더 편리해진 부분도 있지만 하루 내내 일터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 그 주변에 사는 지역 주민들,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안 전과 건강엔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번 특집을 통해 화학물질이 우리 생활을 얼마나 잠식해 있는지 알아보고, 이것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짚어보도록 하 겠다. 표지 사진_미디어뻐꾹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26

가정을 잠식한 화학물질

28

아동, 청소년이 더 위험하다

30 우린 고독성 화학물질과 같이 산다?!

2

32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다

34

지역 주민의 힘으로 안전한 세상 만들거예요!


38

12 1

독자에게

2

차례

36

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어느 하청 노동자의 건강

38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악의적 의도 아니면 노동자 작업중지 보호해야죠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오먼 씨를 살려내라!

42

8

포커스

46

상식이 된 비정상성을 해체한다는 건!

12

문화읽기 시리아 러브스토리

정의와 인권, 산업안전보건 체계의 두 축 10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기획안 써보기

48

현장의 목소리

50

발칙X건강한 책방 현대조선잔혹사를 읽고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직업 선택 시 개인의 신체특질을

사드 배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닫는 길이다

고려하는 것도 적성만큼 중요하다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꿈을 좇아서 사는 게 행복해요

20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54

이러쿵저러쿵

세월호 특조위 해체, 그리고 그 후

연구소 리포트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

24

52

사진으로 보는 세상

김포공항역 승객사고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3


노동안전건강뉴스

산재 등급 못 받고 숨진 노동자 유족도 급여 청구 가능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장해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채 숨진 산업재해 근로

급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원은 장해급여를 받

자의 유족도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을 권리는 장해등급 결정 이후에야 발생한다는 입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진폐증 등 원인을 밝히기

장을 유지해왔다. 앞서 1.2심은 "장해등급 결정을 받

어려운 산재로 질병을 앓다가 등급 판정을 못 받고

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인이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이 적정한 보상 받을 길이

장해급여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장해등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 유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 10월 23일

족이 장해급여 지급을 청구하면 무조건 배척할 것

진폐증으로 숨진 탄광 노동자의 딸 이모씨가 근로

이 아니라 우선 등급을 결정한 후 급여 지급 여부를

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처분 취소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단이 결정할 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항은 장해급여의 지급 여부와 내용뿐만 아니라 장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해등급 결정도 포함된다."며 "진폐를 원인으로 한 장해급여 청구를 받은 공단은 요건에 해당하는지와

이씨는 2011년 아버지가 진폐증이 원인인 다발성

함께 등급에 해당하는지도 심사해 결정해야 한다."

장기부전으로 숨지자 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급여 청구에 앞서 별도로

그러나 공단이 망인은 진폐 정밀검진을 통해 장해

진폐 판정 또는 장해등급 결정을 받지 않았다는 사

판정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이

정만으로 장해급여 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

씨는 불복심사와 재심사 청구를 냈지만 모두 받아

시했다.

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장해등급을 받지 않은 노동자에게도 장 해급여 청구권이 발생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산업 재해보상보험법은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 유로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장해가 있는 경우에 지 4


안전장치 없는 케이블, 에어컨 설치 중단해야

지난달 10월 27일 인터넷 회선 설치 작업 중이던 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가 추락해 숨진 이후 고공작 업 중인 기사의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 리가 거세다. 지난 2014년 이후 15명의 통신・전자업 계 설치기사가 고공작업 중 추락해 숨진 것으로 나 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4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고용노동부로 부터 받은 '전자・통신업계 노동자의 중대재해 사망 사고'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고 공작업을 하는 설치기사의 작업 특성에 맞는 추락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9월7일까지 15 명의 설치기사가 고공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이 들은 티브로드・KT・삼성전자 등의 원청 또는 협력업 체에서 근무하는 설치기사들이다. 이들은 인터넷 등 통신 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전신주에 오르는 고 공작업을 한다. 또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실외기 설 치를 위해 아파트나 주택 난간에서 작업을 한다. 올 해에는 6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달 27일 추락사고를 포함할 경우 올해는 7명의 기사가 추락해 사망했다.

고공작업 중 사망원인으로는 전신주 작업 중 감전 되거나 와이어 등 안전장구가 끊어지면서 발생한다. 2015년과 올해 발생한 2건의 추락사고는 안전벨트 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발생했다. 에어컨 실외기 점검 중 노후건물의 난간이 붕괴되거나 작업자가 실족해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27일 추락사고가 발 생한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원청과 협력업체가 도급 기사에게 안전장구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 다. 재해자는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원・하청 도급계약서를 보면 안전보건 방 재관리는 협력사에 모든 책임을 넘기고, 손해에 대 해서도 협력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렇게 무책임하게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면) 노동 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에어컨・통신케이블을 설치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외주화를 금지하고 스카이차 이용을 의무화해야 한 다.”고 주문했다. 5


지금 지역에서는

오먼 씨를 살려내라! - 수원출입국관리소는 오먼 씨에 대한 강제구금 해제하라!

선전위원회

지난 11월 1일 오전 경기이주공대위는 수원출입국관

는 회사 관리자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해고되었다.

리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삶이 너무 고통스러운

불편한 눈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했지

나머지 죽음을 선택한 타히로 오먼 씨에 대한 강제

만 그럼에도 그ㅡ는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공사

구금 해제를 촉구했다. 오먼 씨는 지난 10월 25일 화

판을 전전했다. 그러다 2008년 미등록 이주민 단속

성외국인보호소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마침 주변 사

으로 인해 청주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람들이 조기에 발견해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4

보호소 생활을 이어가던 중 눈 그는 눈 수술을 위해

시간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오먼 씨는 6개월

보증금을 내고 일시보호해제 처분으로 바깥으로 나

여 단식으로 인해 100kg였던 체중이 60kg으로 줄어

와 눈 수술을 준비했다. 이때 고향에 있는 아버지가

들면서 휠체어를 타야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이

그가 일하다 실명했고 현재 구금상태라는 소식을 듣

약해진 상황이었다.

고 돌아가셨다. 그는 모았던 돈을 고국으로 보내 아 버지 장례를 치르고 눈 수술을 포기한 채 다시 일을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나

시작했다. 이전 회사를 찾아가 눈 수술비와 보상을

2003년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한국에 온 그는 한

요구했지만 회사는 불법체류자 신고 한다며 협박했

달 반 만인 5월 기숙사 청소 중 유리가 눈에 들어가

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5년 다시 화성외국인보호

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6월에 수술을 받았지만 차도

소에 구금되었다.

가 없었고 그러던 중 회사가 그의 동의 없이 두 번째

6

수술을 강행하면서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수술

우린 권한이 없다, 수원출입국관리소에 얘기해라

이후에 현장으로 복귀해 금속가공업무를 했던 그의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도 한국에서 수술을 받기 원

눈에 파편이 들어가는 작업 특성으로 인해 부서를 옮

하고 사업주를 만나 보상을 받기 전까지 떠날 수 없

겨달라고 요구했다. 플라스틱 가공 업무로 배치된 오

다는 그의 입장을 들어주려 노력을 했다. 종교인들을

그는 여기서 1년 반 근무했는데 2005년 갑자기 회사

통해 기금 1,000만원을 모으고 법률구조공단에도 도

가 원래 업무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오먼 씨

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눈 수술을 위


해 보호일시해제를 요청하는 점에 대해서는, 수원출 입국관리소 권한이며, 이전 도주했던 것에 대한 괘씸 죄가 적용되어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 다. 그러자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을 통해 자신 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했다. 경기이주공대위 소속 단체인 아시아의 친구들을 통 해 그의 소식을 확인하고, 발 빠르게 지난 9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와 면담을 추진하던 중에 그의 보호일 시해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화성외국인보호소는 권

루아침에 생활공간을 강제로 바꾸라는 부당한 지시 를 듣는다. 또, 핸드폰을 사용할 수도 없어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건, 한국에서 처리할 일을 마무리하 건 뭐든 원활하게 할 수가 없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누가 면회를 와도 투명 유리벽을 두고 인 터폰 너머로 대화를 해야 했다. 산재신청이나 퇴직금 같은 법적 분쟁도 보호소에서 지정한 노무법인을 통 해서만 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인권 침해의 사례는 끝이 없다

한이 없다는 말을 또 다시 되풀이했고, 경기이주공대 위는 수원출입국관리소와 면담을 추진했다. 그러던 중에 그의 자살 기도 소식을 듣고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근본적으로 출입국관리법이 문제다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이주민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다만 행정 절차 위반으로 인해 잠시 구금이 되어있는 것뿐이다. 이들을 법적으로 구속시킬 수 있는 근거

짐승만도 못한 취급 받는 보호소 이주민들 그그가 자살을 선택한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주 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치한 외국인보호소다. 그러 나 현재 이곳에 이주민 보호는 없다. 외국인보호소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주민들을 짐승 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한다. 여기서는 아침엔 무조건 빵만 나오기 때문에 밥을 먹고 싶으면 전날 저녁밥을 남겨서 다음날 먹어야 한다. 정확한 물증은 없지만 아시아의 친구들과 면회를 자주 하는 이주민들은 하

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상은 외국인보호소가 아 닌 또 다른 감옥일 뿐이다. 더욱이 감옥은 정해진 구 금 기간이라도 있지만, 외국인보호소는 기간도 없다. 강제출국을 갈 수도 없고, 기한없이 구금된 상태로 지내게 된다. 따라서, 경기이주공대위는 이번 사건을 통해 오먼 씨가 하루빨리 몸을 회복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인보호소의 관리 실태와 출입국관리법 문제까지 개선하기 위한 싸움을 준비 해나갈 예정이다. 7


포커스

정의와 인권, 산업안전보건 체계의 두 축 -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 : 안전사회 실현과제 보고서 (초안) 중

최민 집행위원장,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 전문위원

2015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특별조사위원회 (이하 특조위)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 중 안전사회소위원회는 4・16 세월호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법령, 제도, 정책, 관행 등에 대한 개혁 대책 수립, 재 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 마련 등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주요 과제로 하였다. 참사와 관련된 법령・제도 정비, 정부의 안전 정책 적정성 검토, 재난 경보 시스템 구축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는 데, 그 세부 과제 중 하나로 ‘산업재해영역’의 안전대책에 대해서도 대책을 수립하고자 했다.

그러나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회는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을 채 수립하지 못하고, 2016년 9월 ‘안전사회 실현과제 보고서 (초안)’이라는 이름의 문서를 제출하고 사실상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보고서 (초안)’은 32개 세부 과제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종합 대책을 담지 못했고, 각각의 세부과제별 보고서를 모아놓 은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무력화에 따른 결과였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매우 광범위한 분 야의 안전 대책을 ‘이윤보다 생명’, ‘국민의 알권리와 참여 보장’이라는 기조로 검토, 망라했다는 의미가 있다.

산업안전은 공공안전과 사회정의의 영역 그 중 산업안전보건체계에 대한 검토 결과는 크게 ‘사회정의와 인권을 실현하는 체계로의 전환’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근로기준법 상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의무와 권리 관계로 한정되어 있어서, 안전보건의 문제를 공공적인 사회 정책의 틀 속에서 다루기보다는 개별 노사 관계의 틀 속에서 다루어왔다. 그 결과 사업장 안전 영역은 공공의 안전이라는 공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공공정책 영역으로 인식되기보다, 노사간 자율 계약에 의한 노동자의 안전한 환경 보장이라는 사적 계약의 영역으로 치 부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 정의’에 위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책임-권리 관계가 근로기준법 상의 사용자-근로자 관계 에 제약되어, 용역 근로자 등 근로기준법상 사용-종속 관계가 복잡한 대상의 경우, 실질적인 사업주가 산업안 8


전의 책임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또,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 종사자, 농어업인, 자영업자 등 을 포괄하고 있지 못해 사업장 안전과 관련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또,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규제는 사업주 의 의무를 구체적, 기술적 기준 준수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데, 만일 규제를 어겨도 선고되는 형량이 낮아 처 벌로 인한 예방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을 사업주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간의 계약관계에 기초한 법률이 아닌, 공공 안전이라는 공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공공 규제 혹은 사회 규제 형태로 다루는 법체계가 필요하다.

사업주 의무 중심 체계에서 노동자 권리 중심 체계로 안전한 작업장을 제공하고 작업장의 위험을 통제할 의무는 사업주에게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동자에 게도 협조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에게 협조할 의무를 넘어, 노동자 및 그 대표가 안전보건활 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산재율이나 작업과 관련된 위험이 낮아진다.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참여가 활성화되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행동할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이 다. 또한, 개별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힘을 보장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 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산안법에서 노동자는 안전・보건 활동의 주체가 아니라 수혜자다. 산안법은 기본 적으로 사업주의 의무와 국가의 책무를 담고 있다. 노동자는 권리 주체로 드러나지 않고, 이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는 대부분 ‘사업주의 의무’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 각각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절차와 방안 역시 법체계 내에 담겨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현행 산안법은 노동자의 알권리를 대부분 ‘사업주의 알림・표시・비치・교육・참여권 보장 의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또한, 노동 자가 사업장의 안전보건 상황을 알고자 할 때 국가나 회사에게 관련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작업중지권 역시, 노동자에게는 작업 중지를 요청할 권리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 라서,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을 느낀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한 경우 뒤늦게 ‘적절한 판단’이었는지에 대해 회사 와 다툼이 흔히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를 사업장 안전・보건 활동의 주체로 보는 시각과 철학의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다. 산안법의 실제 목적 인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안법 자체를 노동자 권리 실현을 보장하기 위한 도구로 바 라보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보고서 산재영역은 유성규, 윤간우, 이상윤, 임자운, 최민이 함께 작성했다.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보고서(초안) 전문을 볼 수 있다.

9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기획안 써보기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7)

선전위원회 지금껏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연재>를 통해 이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의미까지 살펴보았다. 그 렇다면 이번에는 실제 현장에서 매년 위험성 평가를 준비할 때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기획안을 어떻 게 작성해야 할지 참고 할 수 있도록 정리해보았다.

1. 위험성 평가 배경은? 위험성 평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의 권리이자 사업주의 의무이다. 금속노조의 경 우 산별 협약을 통해 위험성 평가를 매년 노사가 함께 참여하여 실시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이 근거들 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것임을 서술하면 되겠다. - 법적 근거 : 산업안전보건법 5조(사업주의 의무) 23조(안전조치), 24조(보건조치), 41조 2(위험성 평가) - 산별 협약 (금속노조) : 산별 협약에 참여하는 사업장은 금속산별협약 제4장 28조에 의해 진행

2. 위험성 평가 목적은? 위험성 평가를 왜 하려고 하는가? 법에 있기 때문인가? 노동조합 지침에 의해서인가? 아니다. 위험성 평가를 매개로 하여 현장 조합원의 필요와 요구를 확인하고 이후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함 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노동조합의 활력과 힘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자 하 는 것이다. 따라서 매년 해야 하는 위험성 평가를 조사를 위한 조사가 아닌 현장의 상황에 따라 이번 조 사로 무엇을 남길 것인지 그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10


- 위험성 평가는 발생했던 유해 위험요인은 물론이고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유해 위험 요인의 위험성 정도(사고, 근골, 소음, 분진, 발암물질을 포함한 MSDS, 설비고장, 직무스트레스 등에 대해 중대성과 가능성을 주요 척도로 삼아 위험성을 총괄적으로 평가)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평가한 위험성을 바탕으로, 노동조건 개선 및 위험성 감소 대책안을 도출하고, 위험성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 한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 앞으로 매년 정례적으로 할 때 형식적인 평가가 아니라 노사가 공동의 노력으로 실질적인 보호예방조치로 이 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사측과 노동조합의 인식변화, 인력 및 예산 확대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 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유해위험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실제 위험요인에 대해 대처하며 줄여 나갈 수 있 도록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른바 현장을 잘 아는 기관의 전문가들이 조사를 하면 끝인가? 그것만이 능사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장의 전문가는 바로 그 일을 하는 작업자들이다. 위험성 평가에 있어 조합원은 조사의 ‘대상’이 아니 라 조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준비와 실행이 필요하다. - 위험성 평가 법적 내용, 평가 항목 및 조사 방법에 대한 조합원 교육 -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 사전 파악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보고서, MSDS, 작업환경측정 결과 등 확인) - 노사 공동으로 사업에 대한 실행방안 합의 : 현장조사 인원 및 시간 할애, 조사 시트는 무엇으로 할 것인가? 실제 조사 시기는 언제로 할 것인가 등 - 현장조사에서 근골, 소음, 화학물질, 사고, 직무스트레스 등에 대한 유해위험 정도 파악 - 위험성 추정에 대해 작업자들의 의견 수렴 - 노사 논의를 통해 위험성을 최종 결정하고 보고서 최종 정리 - 조합원 대상 결과 발표 및 의견 수렴하고 이후 개선 방안 마련

4. 사업에 꼭 필요한 시간과 사람 그리고 예산 확보 기획안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실제 이행할 사람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많은 현장들이 비용 도 비용이지만 현장 조사 인원을 할애하는 과정에서 사업주들과 얘기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 서 이 기획안을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집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위험성 평가 조사를 위한 실행위원 및 활동 시간 확보 - 실행위원 대상 역량강화 교육 - 현장조사 및 시트 정리 - 위험성 추정에 따른 조합원 의견 수렴 토론 진행 -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조합원 토론 준비 및 시간 확보

예산은 각 사업장 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지만 앞서 기획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필요 한 조합원 및 실행위원 역량강화 교육, 책임 연구원 활동비, 시트 개발비, 진행비 등 필수적인 부분에 있어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11


현장의 목소리 출처_민중의 소리

사드 배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닫는 길이다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오미정 사무처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아바타 역할을 했던

평통사는 2008년부터 한반도가 분단 체제를

것도 충격을 금하기 어렵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평화협정체결을 실현함으로써 군사적 경

위협하는 사드 배치 결정 역시 굉장한 문제였다.

쟁을 해소하고 평화체제와 통일을 앞당겨야 한

정권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

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사드

문제 역시 언제든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

를 막기 위해서라도 평화협정체결이 대안으로

을 것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사드에 대해 총체적

제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 고민이 필요한 상황인데, 사드 배치 반대 운동 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

박근혜 정권은 대체 왜 사드를 밀어붙이는 것인가

람들(이하 평통사) 오미정 사무처장님을 만나 자

“미국의 의도인 것 같다. 미국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

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면서 임기 내 무조건 사드를 배치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계기가 마땅치 않다, 올해 북한이

평화와통일은여는사람들은 어떤 곳인가

핵 실험을 하고 인공위성 로켓 발사를 발판삼아 오

“말 그대로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활동하는

랜 숙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학생, 교수, 종교인, 여성 등 다양한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저희는 지난 3년 전부터 사드 배

사드 문제가 최근 들어 공식적으로 불거진 건

치 저지활동을 비롯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2014년 한미연합사령관 스카파로티가 미국에 사

과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평화헌법 개정

드를 건의하면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움직임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다.”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반도에 MD(미사일방 어체계)를 구축하고자 했고, 사드는 이를 실현하

12

는 무기체계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던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이라고

기보다 북핵문제를 핑계삼아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보나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

“박근혜가 말하는 통일은 흡수통일이라고 보면 된

다. 한반도 내 자신들의 군사력을 주둔시키고 늘리

다. 가능한 군사적으로 북한을 제압하거나, 그게 아

고 싶은데 유지할 능력이 안 되니까 이 부담을 한국

니더라도 자본주의 체제로 흡수하겠다는 뜻이다.

이나 일본이 짊어지라는 것이다.”

만일 전쟁이 벌어질 경우는 물론, 자본주의 체제로 의 흡수통일은 엄청난 통일비용 때문에 자본에게는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멀어질

대박일지언정 남한 민중들과 북한 주민들에게는 재

것으로 보인다

앙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전 세계 그 어느 국가도 도전 할 수 없 는 압도적인 군사력과 패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고 노벨 평화상 수

여기에 사드 한국배치로 동북아 MD를 구축까지 더

상자이기도 한데, 한국에서는 사드 배치를 밀어붙

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점하고 패권을 내려놓지

이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않겠다는 뜻을 의미한다. 이제 사드가 들어오고 중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이란, 북한 등 이

국 코앞에 레이더가 배치되면 제1공격 대상이 중국

른바 불량 국가 지도자들을 만나 대화 할 계획이 있

과 러시아가 된다. 이러면 한미일 동맹 / 북중러 군

다고 했는데, 백악관에 가자마자 말이 확 달라졌다.

사협력체 사이에 진영 대결 체제가 강화되며 국가

2010년 ‘탄도 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면

군비 경쟁이 격화되고, 각 나라의 모든 재원이 이쪽

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MD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에 집중될 것이다. 민중들에 대한 기본권, 복지, 교

밝혔고, 이전 부시 정권의 군사 정책을 그대로 수용

육, 의료에 들어가야 할 나라의 재원이 대결체제로

하였다.”

쏟아 붓게 되고, 극단적으로 보면 핵전쟁이 일어날 위험에서 살아가야 한다.”

오미정 사무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초반 북한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대북 정책을

따라서 평통사는 만일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대화 기조로 갈 것인지, 한미일 군사 동맹을 강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지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

화할 것인지 두 방향에서 후자를 선택하고, 아

일이 더욱 멀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핵 문제를 명분삼아 MD구축과 사드를 구축하는

“저희 단체 목적이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은 여는 일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인데 이제 아주 먼 일로 혹은 영영 멀어지게 된다고 본다. 평화와 통일이 뒤로 가거나 닫히는 문제이기

“지금 미 대선 주자인 힐러리, 트럼프 역시 마찬가

때문에 저희로서는 단체의 명운을 걸고 이걸 막아

지 입장인 것 같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

야 한다고 생각하며 활동하는 이유다.” 13


한편, 모든 통일 운동 단체가 이번 사드 반대 운

이러니까 내년 대선을 생각했을 때 사드 반대 당론

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채택에 부담을 갖는 것이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사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핵을 폐기해야 한다

드 입장을 밝히면 반미로 찍혀서 대선에 도움이 되

는 입장과 목소리를 내는 평통사와 달리 입장

지 않을거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야당이 계속해

을 명확하게 정리한 단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

서 안보 사안에 대해 자기 비전과 대안이 없으면 매

다. 한반도의 핵 문제를 특히 북한의 핵폐기를

번 종북으로 찍혀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주한미군 철수 등) 과 어떻게 연동시켜 실현할 것인가? 평화협정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공동 행동은

내용 안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등 각 단체의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

견해 차이에 따라 사드를 보는 시각들도 미세

“올해 초 북핵 실험 이후 한미 당국이사드 배치를

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하겠다고 공표한 시점부터 여러 단체가 기자회견 대응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는데, 장기적으로 공동

성주, 김천 지역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은

행동이 필요할 것 같아 6월 준비 단계를 거쳐 지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8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을 발족했다. 준비

“지금 미국은 아주 오랫동안 노리던 바 이기에 어떻

단계에서는 50여개 통일, 민중 운동 단체들이 중심

게든 사드를 박근혜 대통령 임기 때 못 박고 싶어하

이었고 8월 발족하면서 시민, 종교계를 포함해 100

고, 그래서 시기도 당기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성

여개 단체들이 함께하게 되었다.”

주군민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김 천으로 부지를 이동하게 되었다고 본다. 성주, 김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지금까지 한미간

모두 아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

주요 회의 이후 대응 기자회견을 중심으로 성

역 주민들은 우리는 지역에서 역할을 다 할테니 운

주투쟁 50일, 100일을 맞아 전국적으로 촛불을

동단체들은 전국적인 활동을 펼쳐달라고 부탁했

함께 들기 위해 조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

다.”

드가 가진 중요한 의미에 비해 운동으로 대중 들이 모이는 동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야당 역시 사드와 관련해 제대로 목소리를

14

내지 않고 있다

사드배치로 불거진

“현재 야당이 사드와 관련해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제2의 냉전을 막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점은 아주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추

“한반도의 핵전쟁을 막아내기 위해선 북학이 핵을

미애 대표가 개인적으로는 반대라면서, 더 나아가

포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

공식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사드 국민 여

국이 오랫동안 핵 공격 의사를 숨기지 않아오면서,

론조사를 해보면서 찬성이 65%정도 된다. 여론이

결국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북한이 핵


출처_민중의 소리

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북의 안보를 보

도록 해야 한다.”

장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지금의 분단체 제가 평화체제로 전환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북한

마지막으로 일터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을 이유로 미국이 사드 배치를 고집하는 흐름이 바

“흔히 운동에 이해 당사자들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뀔 것이라고 본다.”

말하고, 또 그분들이 앞장설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다고 한다. 반도체 직업병 당사자, 가족들이 반올

또한, 오미정 사무처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림 운동을 함께 만들어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점

10.4 공동선언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약속이

에서 평화 운동은 모든 사람들이 이해당사자이고

있었다며 만일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다

함께 해야 하는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 당장 MB정부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더라

데 지금은 성주, 김천, 원불교 교인들이 앞장서고 있

도 6자 회담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있

다. 앞으로 보다 많은 분들이 행동에 나서주면 좋겠

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서도 무엇보다 시민운동

다.”

의 힘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 야당이 미국에게 당당하게 목소리 내고 당론 을 바꾸게 하는 데는 시민운동의 힘이 좌우한다고 본다. 우리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더 큰 쓴 소리와 비판으로 정권의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 15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마흔 여덟 번째 이야기

꿈을 좇아서 사는 게 행복해요 - 게임회사 프로그래머 김현진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2016년 7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의 만 10세

고 불렸다. 소규모 게임 업체들이 적은 자본금이

~65세 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지만 톡톡 튀는 게임 기획으로 성공신화를 써 온

바탕으로 한 2016 게임 이용자 실태보고서를 발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고 경쟁

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최

이 심화되면서 이제 더 이상 소규모 업체들이 성

근까지 67.9%가 게임 (온라인, 모바일, 패키지,

공하기란 쉽지 않게 되었다. 충분한 자본력은 물

콘솔 등)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큼 많은

론 사람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 플랫폼을 발판 삼

사람들에게 게임은 굉장히 친숙하고 밀접한 취미

아야 게임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었다.

생활이 되었다.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에

이번 A-Z가 만난 게임회사 프로그래머 김현진(가

대해서는 모바일 게임이 60.2%로 가장 높게 나타

명) 님 역시 2012년부터 이 일을 시작해서, 올해 3

났고 그 다음으로 온라인 게임(38.4%)이 뒤를 이

월 지금의 회사로 왔다. 현재 이곳은 스타트업 회

었다.

사(신생회사)로 내년 첫 모바일 게임 런칭을 목표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함께 기존 온라인 게임이

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세던 게임 시장에서 판도가 모바일 게임으로 확 바뀌면서 이쪽 시장은 이른바 '기회의 땅'이라 16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직업이 되었다

요. 회사 도착하면 판교 근처에 커피 마실 때가 많아

“원래 게임을 엄청 했죠. 지금도 많이 하고요. 어렸

요. 그래서 직원 분들과 오전에 커피 마시면서 잡담

을 때부터 오락실 다니고, 중고등학교 때 한창 PC방

도 하고 일 얘기도 상의해요. 그리고 회사 들어오면

이 생기면서 주구장창 게임을 하고 다녔어요. 그러다

각자 맡은 일들을 하죠. 대개 게임회사는 기획, 프로

제가 집안 사정으로 대학에 못가고 스무살 때 1년을

그램, 그래픽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어요.

놀다가 프로그램 쪽으로 배워둔 게 있었는데 학점은

제가 하는 프로그램 일은, 그래픽 팀이 게임 전체 기

행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이쪽 일을 해야지

획에 맞게 캐릭터를 만들면, 그 캐릭터를 실제 움직

확신이 들었죠. 그리곤 군대 갔다 와서 바로 취업을

이게 하는 일을 해요. 쉽게 말해서 캐릭터에 생명을

했죠.”

불어넣는 일이라고 보면 되죠. 아 그리고 제가 프로 그램 일도 하면서 클라이언트 파트장도 맡고 있어요.

취미 생활을 직업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업무

클라이언트라면 실질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로직

와 게임을 즐기는 것이 구분하기 쉽지 않겠다는

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거기 책임자인거죠. 제 일뿐

생각이 들었다.

만 아니라 파트원들 능력이나 업무 속도에 따라 일 을 분배해줘야 하고, 잘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하고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은데 가급적 게임은 즐기려

그런 게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고만 해요. 물론 직업이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거니 까 신규 게임이 나와서 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하면

게임회사는 야근과 과로의

다 해보죠. 저희가 만들려는 게임이랑 장르가 비슷

상징과도 같은데 실상은 어떠할까?

한 게 나왔다 싶으면 그것도 해보고요. 게임을 하면

“아무래도 대체로 야근을 하죠. 그렇다고 일이 없는

서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생각을 하게 되죠. 그나

데 눈치를 봐야 해서 야근하고 그런 문화는 없어요.

마 다행인건 프로그래머들을 비하하는 건 아닌데, 논

물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요. 게임 런칭을 앞

리적인 코딩을 짜야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체로

두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는 항상 야근이죠. 런칭하

성향이 단순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일과 게임도

면 수입과 직결된 문제라 버그도 잡아야하니까요. 특

구분을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기획자들은 수많

히 서버 프로그램 관리하는 분은 게임을 런칭하면

은 게임을 보면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잘 안됐으

초반엔 거의 집에 못 간다고 보면 돼요. 몇 분이서 교

면 뭐 때문에 안됐을까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그러

대로 돌아가면서 일을 하죠. 초창기에 테스트가 완벽

다보니 두통을 달고 사는 것 같아요.”

하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예상보다 접속자 가 많아지거나 하면 서버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만

게임회사의 하루

일에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늘 사무실에서 24시간

“아침에 10시까지 출근해요. 이점이 마음에 들죠. 집

교대로 돌아가요.”

에서 판교까지 한 시간이 걸려서 8시 반쯤 나서서 가 17


그래도 주말만큼은 보장 받는다

해 이직하거나 프로젝트에 따라 하고 싶은 게 있으

“지금 회사 분위기가 제가 볼 때 나쁘지 않아요. 평일

니 이동이 자유로워요. 신입 직원들도 들어오면 대개

은 어려워도 웬만하면 주말을 지켜주려고 하거든요.

1~2년 안에 나가는 사람이 진짜 많죠.”

입사해서 지금껏 공휴일에 출근하게 딱 1번이에요. 사장님 마인드에 따라 결정되죠. 게임회사 사장들

판교에 밀집해 있다 보니 이쪽 업계 바닥이 좁은

이 대체로 젊은 축에 속하는데 본인들이 처음에 엄

데 이직도 많다 보니 회사도 그렇고 일하는 사람

청 고생하면서 일했는데, 그게 싫어서 회사를 차리는

들도 소문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요. 본인이 주말에 일하기 싫은 걸 아니까 억지로 직원들에게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

“이직을 많이 하다보니까 사람 뽑을 때 대개 경력을

라고 시키지 않죠.”

보잖아요. 그러니까 이전 회사에 물어봐요. 일은 잘 하냐? 성격 괜찮냐? 체크가 들어가는 거죠. 만일 업

그러나 이른바 꼰대 마인드 “내가 예전에 다 해봐

계에서 재수 없으면 소문 잘못나서 일을 못하게 되

서 아는데” “내가 젊을 땐 몇 날 며칠씩 밤을 새봤

는 경우도 있어요”

다”인 분들은 일을 오래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 다고 생각해서 그런 회사들은 주말에도 어김없이

게임업계에서도 외주화가 판을 친다

출근한다.

게임 실패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 문에 최근 규모가 있는 게임 회사의 경우 위험부

“동료들 중에 일을 오래하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담을 덜기 위해 자회사, 계열사 형태로 외주를 주

받아서 두통약을 달고 살다가 못 이겨서 일을 포기

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하고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 사람을 봤어요. 손목이 아파서 수술 때문에 일을 그만둔 사람들도 있고요.

“만일 해당 게임이 망하면 자회사 자체를 해체시키

워낙 장시간 일을 하니까 몸이 피로하단걸 느끼고요.

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직원들은 그 회사의

그런데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하면 11시, 12시니까 운

다른 자회사를 알아보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을 준비

동을 할 시간도 없어요.”

하죠. 원래 회사는 만일 게임이 망해도 자신들에게는 손해는 크지 않고 자회사나 계열사가 책임자가 뒤집

수많은 게임회사들이 사라진다

어 쓰죠.“

“게임 런칭 했다 망해서 자금 사정으로 문 닫는 경우

18

가 태반이죠. 만일 자금력이 조금 있어서 버틴다고

나이 들어서도 이 일을 하고 싶다

해도 3~4년이고요. 회사가 문을 안 닫아도 직원들이

“정규직이긴 한데 정년은 의미가 없어요. 지금 생각

한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아요. 게임회사들이 이직에

으론 이 회사 있을 때까지는 있으려고 해요. 그나마

대해서 자유로운 게 있어서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

다른 파트들은 감각도 중요한데 프로그래머들은 기


획이나 그래픽과 달라서 기술적인 능력이 더 중요해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하는 걸

서 조금 더 길게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마흔

보고 싶어요.”

정도에는 결론 나는 것 같아요. 회사를 차리든지, 전 체를 총괄하는 피디가 되거나, 아니면 현장에서 계

마지막으로 김현진 님은 게임업계에 대한 부정적

속 프로그램 일을 하든지요. 만일 이 업계를 떠난다

인 시선을 거둬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전했다.

면 닭 튀기겠죠. 우스갯소리로 다들 그 얘기해요 나 이 먹으면 기술도 없고 할 수 있는 건 치킨집 차리거

“이쪽이 야근도 많고 주말 출근도 잦고 시간도 없는

나 커피숍을 하거나 선택지가 이것밖에 없다고요.”

건 맞는데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꿈을 좇아서 오는

그러나 이 일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

사람들이거든요. 힘든 조건에서 일하기는 하지만 다

다.

들 즐겁게 일하고 있으니 좋게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힘들어도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죠. 게임 개발하는 게

겠어요. 주변에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

재밌거든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친구들 보면

거든요. 저도 중간에 일을 그만뒀을 때 이 길이 내 길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꾸역꾸역 취업해서 일하는

이 맞나 많은 생각들을 했었는데 그때 포기하지 않

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지금껏 꾸준

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히 해나가니까 거기서 오는 자부심을 느껴요. 일하는 것도 보람 있고요. 저희는 주기적으로 빌드를 뽑아 요. 게임 실행파일을 확인하는 건데요. 이때 버그가 없으면 진짜 좋죠. 웬만해선 한 번에 될 때가 없거든 요 그런데 한 번에 되고 투자자한테 보내서 확인받 았는데 문제가 없고, 수정 의견도 없을 때가 일할 맛 나죠. 반대로 버그도 많고 뭐 하나 고쳐도 해결이 안 되고 그럴 땐 프로그래머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스트 레스를 받죠.”

사람들이 내가 만들 게임하는 걸 보고 싶다 “실력을 더 쌓아서 지금은 실무 개발자인데 팀장도 되고 테크니컬 디렉터, 기술 감독도 되고 피디도 해 보고 싶어요. 프로그램 관련해서 강연도 다니고 싶 고요. 게임 런칭이야 당연히 제일 하고 싶어요. 내가 19


연구소 리포트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 - 뇌심혈관계 질환 판결 사례로 본 고용노동부 고시 및 판정지침의 법률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권동희 노무사, 법률사무소 새날

들어가며

산재 인정에 있어 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대법원

2015년도 질병판정위원회 (이하 질판위)의 뇌심

2012.11.29. 선고 2011두28165 판결 참조). 하지만

질환 산재 인정률은 23.5%에 불과하다. 그나마 노

현재 질판위에서도 이렇게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동계의 투쟁에 의해서 질판위 위원 구성에 직업환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초로 근로복지공단이 2015년

경의학과 의사 2인이 참여하는 구조로 변경된 것

도 법원에서 패소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해

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8

보았다.

년도 개악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전면 시행되 기 이전에 비하면 무려 20%가 낮아진 셈이다. 심지

판결문 분석의 구체적 내용과 시사점

어 뇌심질환의 산재 승인률은 한때 12%대까지 떨 어진 바 있다. 지금의 승인률이 일부 상승한 것은

(1) 법원은 “고용노동부 고시”를 예시규정에 불과

사실이나, 개악 산재법 시행 이전과 비교하면 비교

하다고 확정하여 수차례 판결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치다. 그 낮아진 수치 속

20

에 산재 노동자와 그 가족의 피눈물이 있다. 이러한

고용노동부 고시는 “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시행령

질판위의 뇌심 질환 판단에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

제34조 제3항 및 별표3”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그

미치는 것은 고용노동부 고시와 공단의 판정지침

렇기때문에 고시는 산재법의 취지에 맞게 해석 운

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와 판정지침은

영되어야 한다. 즉, 고시 기준에 부합한 경우라면 당


연히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고시 기준

의 경우 12주간 60시간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중요

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각 경우마다 산재법

한 판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공단

상 상당인과관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법리

은 판정지침에서 단기과로의 근로시간 및 업무량

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업무상 상

변화, 만성과로의 근로시간(4주, 12주의 각 64시간,

당인과관계에 대해서 “산재법, 시행령, 별표”가 하

60시간 초과여부)을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대상판결 분석결과, 1주일의 업무량 변화가 30% 이

해석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고용노동

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평가하지 않은 사례 뿐만

부 고시 및 공단 지침 활용 형태는 “위법적인 고시”

아니라 만성과로 기준을 충족함에도 인정되지 못한

또는 “위법적인 지침”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분석

실질적인 만성과로 사례도 발견되었다. 따라서 공

대상판결에 있어서도 법원은 수차례 명확히 고용노

단은 최초 조사에 있어 공단이 근로시간이나 업무

동부 고시는 예시적 기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판단

량을 조사한 내역과 재해자가 주장하는 내역이 상

하고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15. 3. 13. 선고 2014

이할 경우, 재해자가 주장하는 내역을 시트에 명시

구합52596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7. 10. 선고

하여 구체적인 심리와 판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

2014누64454판결 등 ). 이에 따라 법원은 고용노동

다.

부 및 공단의 지침과 같이 “주 60시간 이상 과로”등 의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내용

(3) 공단은 급성 스트레스에 대한 판단에 있어 소극

들로 볼 때, 고용노동부 고시 및 판정지침은 그것의

적인 반면 법원은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서 이를 판

예시적 성격 및 법률 취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혹여

단하고 있으며, 근로시간 이외 다양한 스트레스 요

고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개별 노동자의 건

인도 중요하게 심리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과 신체조건 등을 살펴 구체적으로 심리할 수 있 는 기준과 내용을 추가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판정위원회는 고시 및 지침에 의거하여 돌발 과로의 상황에 대한 판단을 주로 의학적인 내용에

(2) 분석결과 고용노동부 고시를 충족함에도 불구

치중해 하고 있고, 그것에 경도되어 있다. 하지만 대

하고, 질판위에서는 이를 제대로 심의 판정하지 않

상 판결의 분석결과 법원은 급성스트레스 초래 요

은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인을 구체적인 심리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의학적 인 것에 국한하고 있지 않았다. 즉, “사고 당일 상사

현재 고용노동부고시에서 단기과로의 경우 1주일

가 집 앞에 찾아와 언성을 높이며 출근을 독촉하는

의 업무량 변화 30%를 제시하고 있으며, 만성과로

전화를 한 사례”, “발병 당일 사장으로부터 심한 질 21


책을 받고 이로 인해 머리가 아파 인근 병원에 내원

3배가 증가된 사안’, ‘5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담

하여 혈압 252/140mmHg로 진단된 사례”, “사망

당함으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한 사례’등 이다. 따라

전날 노동부에 가서 안전모 미지급과 관련하여 피

서 업무시간 이외 업무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의자 신문(1시간 30분)을 받은 사례”등을 급성스트

있는 근거와 조사 목록(증거 조사 목록)을 구체화하

레스를 초래한 사안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향후 급

고, 이를 판정지침에 반영하여 질판위에서 이를 반

성스트레스의 평가는 명확한 의학적 내용에 국한

드시 심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 말고, 기 인정된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 예시를 통해 판정지침에서 이를 넓게 평가할 수 있는 기반

(5) 법원은 노동시간/업무량의 판단에 있어 고시

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판정지침상 별표 2 ‘정

(24시간, 1주, 3개월의 구분으로 인한 돌발과로, 단

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을 반드시

기과로, 만성과로 ; 단기과로 요건 30% 및 만성과

조사하고, 이를 구체적 기술식으로 개편하여 재해

로 요건 60시간 기준)로 국한하지 않고, 법률상 상

발생 전 스트레스 내역에 대한 면밀한 심리를 할 수

당인과관계에 입각하여 판단하고 있었다.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대상판결 분석결과, ‘발병 전 10일 동안 휴일이 없 (4) 과로 및 스트레스 인정에 있어, 공단은 노동시

었고, 초과 근무시간도 합계 66.5시간에 이르러 과

간에 매몰되어 경직된 판단을 하고 있는 반면 법원

로를 인정한 사례’, ‘5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담당

은 노동시간 외 “업무량”에 있어 더 넓고 상식적인

함으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한 사례’, ‘근로시간을

수준에서 판단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지만 법인 전환 후 근로내 용 확인신고서 및 공사 마감을 앞두고 인근 동료 숙

22

판례 분석결과, 질판위에서 노동시간 외 업무량을

소에서 숙식할 정도로 연장근로를 한 점을 인정한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

사례’, ‘공장 이전으로 인해 생산부 총괄 과장인 피

하고 이를 평가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팀 인원

재자의 업무 양, 시간 및 업무 환경의 큰 변화가 있

의 감소로 인한 상대적 업무량 증가, 팀장업무 보조

었다고 본 사례’, ‘초과근무내역은 없으나 발병 3개

업무 증가 등으로 업무량 증가된 사례’, ‘4-5배 입환

월 전부터 대규모 행사진행으로 인해 근로시간, 업

업무의 증가에 따라 전동차 운행점검 등 연동된 다

무량이 증가하였음을 동료직원 등의 진술로 인정한

른 업무도 증가된 사례’, ‘가을 단풍철 유람선 이용

사례’, ‘추석특수로 업무량 증가를 인정한 사례’ 등

객 급증(최소 3배, 재해일 5.6배)으로 청소 업무량

이 있었다. 또한 ‘입사한지 3개월이 되지 않아 주 평

증가한 사례’, ‘담보대출건수 및 금액에 있어 2 내지

균 60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근로임에도 공단에서


만성과로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만성과로로 인

여부, 임상경과를 통해 추정사인이 적합한지 여부,

정한 사례’, ‘건축소장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과거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질환이 통상의 자연

보아 3개월간 1주 평균근무시간을 69.1시간으로 본

적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추정할 수

사례’등도 있었다. 따라서 고시를 충족하지 못하더

있는지 여부”등 각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라도, 개별 노동자의 조건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심

할 것이다.

리 판단해야 함을 고시 및 지침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나아가며 고용노동부 고시와 공단 판정지침의 개정은 상당히

(6) 공단은 지침상 사인미상의 재해인 경우 원칙적

중요한 문제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적절한 법리

으로 업무관련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적 판단에 따라 내려진 법원 판결의 태도와 기준이

사인미상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과로 및 스트레

질판위 판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스를 분석하여 인정하고 있었다.

또한 질판위에서 임상의사의 비중을 축소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특히 뇌심 질환은

공단은 사인미상의 재해인 경우 지침상 인정기준

적극적인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판정위원

을 훨씬 초과하는 근로시간 등 구체적 입증내역이

회 심의안의 부실성 또는 재해조사의 미비를 문제

없으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반면 법원

삼고 재조사나 추가조사를 명하는 방법이 강구되어

은 사인미상이라고 하더라도, ‘과거력이 없었음에

야 한다. 무엇보다 질판위는 개방적 민주적 구조가

도 돌연사 한 것에 대해 야간운송 업무, 불규칙한

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서울질판위

생활, 수면부족, 갑작스런 운송업무 부담, 운송 업무

최선길 위원장의 퇴진 투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

자체의 긴장도 등으로 부정맥에 의한 급성심장사

원장의 독단적 전행이 초래하는 피해는 막대한 것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판단한 사례’, ‘버스운전기사

이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우리

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정지 이후 저산소성

들 모두의 관심과 지속적인 투쟁으로 만들어 질 수

뇌증으로 요양하다 사망한 사건에서 심정지의 원인

있다.

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장시간 노동 이 심근경색 혹은 다른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었다. 판정위원회는 사인 미상의 재해라고 하더라도 업무 관련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추정사인이 있는지 23


사진으로 보는 세상

24


10월의 어느 가을날 연구소 선전위원 식구들이 출사를 다 녀왔습니다. 일터가 만나는 사람들, 현장의 생생함을 사진 으로 담아내기위해 배우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보다 더 좋은 원고과 사진을 담아내는 <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 습니다.

글/사진 선전위원회

25


특집 :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가정을 잠식한 화학물질

권종호 선전위원

26

미세먼지, 매연, 소음 등의 일상적인 공해와 노동

불필요한 불안 심리

자들이 작업 공간에서 접하는 분진, 화학물질, 피

현재 가정 내에는 세정제부터 방향제, 화장품, 살

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종류의 유해인자들로부터

충제, 접착제, 심지어 식품들까지도 따져보면 화

격리될 수 있는 공간. 안전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학 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

취하면서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 바로 우리

로 수많은 화학 물질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화

들의 가정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이러한 안전한

학 물질에 의한 건강 영향은 없거나 아주 미미하

공간, 편안한 공간으로서의 가정마저 여러 위해인

다. 심지어 이번 치약 리콜 사태로 이슈가 된 가습

자들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케미컬 포비아’, 화학

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

물질 공포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범국민적 불안

틸이소티아졸리논도, (물론, 가습기 살균제 사태이

이 현재 한국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후 현행법상 치약에 금지된 성분을 사용했다는 점

한국은 심각한 화학물질 노출 사례인 가습기 살균

에서 당연한 관리 소홀과 법규 위반 사례이긴 하

제 사건을 겪었고, 정부의 안일한 관리 감독과 기

지만) 호흡기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이 발생하는

업의 비도덕성이 그 근저에 깔려 있었음을 깨달았

물질이긴 하나 치약에 함유된 양은 유럽 기준치보

다. 결국 그러한 정부와 기업에 대한 불신은 일상

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실제적인 건강 영향

에 사용하는 화학물질들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

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이미 그 물

고, 이로 인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치약

질에 대한 정보가 있고 노출되는 양에 대한 기준

및 물티슈에 대한 리콜 사태, 페브리즈 위해성에

이 있는 상태에서 용도에 맞게 잘 관리되는 화학

대한 논란 등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겪고 있는 것

물질들이라면 그에 대한 불안은 불필요한 것일 수

이다.

있다.


자료로만 제출하는 경우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또한, 안전이 의심되는 제품의 경우 위해성 평가 까지 함께 수행한다는 계획인데 실제 조사 인력은 10여명에 불과해 충실한 조사가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살생물 성분에 국한된 전수 조사이므로 그 이외 물질에 대한 건강 영향은 여전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다. 출처_한국과학기술정보원

막연한 불안의 정체 하지만 문제는 가정 내에 존재하는 화학 물질의 건강 영향이 모두 확인되고 노출 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며 용도에 맞게 잘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다. 예를 들어 가습기 살균제 성분 중 가장 심각 한 독성을 지닌 헥사메틸구아니딘(PHMG) 성분 을 보자. 이 물질은 이미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 섬유화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사용이 금지된 상태 였지만, 올해 4월까지 스프레이형 신발 탈취제 성 분으로 정부에서 인증된 KC마크까지 달고 판매되 던 중 발각되었다. 문제가 되었던 화학 물질인데도 여전히 관리가 안 된 상태였고 심지어 호흡기 노 출이 가능한 스프레이 형태로 유통되었다.

국방만큼 중요한 화학 물질 안전 관리 오늘날 가정에서 쓰이는 수많은 화학 물질 제품에 대한 관리부재가 막연한 불안만을 낳았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고 나서야 막연한 불안이 실제로 위험한 것임을 인지하면서 이제는 ‘케미컬 포비 아’로 번지게 되었다. 막연한 불안을 철저히 확인 해 가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이 안전함을 인증해 주는 것은 치안과 국방만큼 중요하게 정부가 책임 지고 해결해야 할 안전 문제이다. 화평법 (화학물 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제도를 보완, 강 화하는 것만으로 해결하려 하거나 보여주기식 전 수 조사를 통해 모면하려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다시피 화학 물질 관리 책임은 환경부, 식약처, 노동부 등 각 부처별로 나

화학물질 관리 - 인력도 체계도 대책도 없다 환경부는 지난 5월 탈취제를 비롯해 소독제・방충 제처럼 곰팡이나 세균 등을 제거하는 살생물 성분 이 들어간 생활 화학제품 전수 조사에 착수한다 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전수 조사 형태는 8,000여 업체로부터 함유된 살생물질 종류와 인 체 유해성 여부에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아 수행하

뉘어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하다. 또한, 쏟아져 나오는 화학 물질의 건강 영향 을 확인해 줄 전문 인력도 없는 상태다. 이제는 한 국도 선진국 수준의 독성 물질 감시 센터를 설립 해 가정은 물론 노동 현장에 사용되는 물질까지 국민에게 노출될 수 있는 모든 독성 물질에 대한 안전성 확인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는 것으로 업체가 고의적으로 누락하거나 유리한 27


특집 :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아동, 청소년이 더 위험하다 정경희 선전위원

아이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켜주고자, 마트나

운데 일일섭취허용수준2을 넘은 유해물질은 프

문방구에 아이와 함께 갈 때가 있다. 갖고 싶

탈레이트계 가소제 3종3이었다. 특히 유의가 필

은 것을 고르라고 하자 손을 잡아 이끈 진열대

요한 제품은 유아용 완구 (딸랑이, 삑삑이, 오

에는 생각보다 저렴한 각종 고무, 플라스틱 장

뚝이)와 어린이용 인형(동물인형 포함)이 꼽혔

난감이 쌓여 있었다. 아이가 고심 끝에 고른 장

다. 유아용 완구의 경우 22개 제품 중 3개 제품

난감은 흐물흐물한 고무덩어리. 색깔이 알록달

(13.6%)에서 프탈레이트가 일일섭취허용수준

록하고 촉감이 시원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

이상 노출되었다.

극하기에 충분해 보였지만 그것에 대한 정보를

프탈레이트는 환경 중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

전혀 알 수 없어서 괜찮은 것인지 걱정이 됐다.

리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공기를 통해거

언론에 나오는 장난감, 학용품, 놀이터나 우레

나, 먼지를 통해 흡입하기도 한다. 또한, 프탈레

탄 운동장, 생활용품 등에서 나오는 중금속이나

이트가 함유된 제품을 빨거나, 플라스틱 용기

발암성물질이 아이들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에 담긴 음식물을 섭취할 때 노출될 수 있다. 제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품을 손으로 만지는 등 제품에 몸이 접촉하면 서 노출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입을 통한 노출

프탈레이트 노출과 아동 건강

(경구노출)이 가장 빈도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2009년 7월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는 어린이 완구 등 14개 군 170개 제품에 대한 유해물질

납 노출과 어린이 건강

위해성평가 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높은 납4

면 프탈레이트1계 가소제 등 20개 유해물질 가 1 우리 몸 안에서 내분비계에 장애를 유발하는 냄새와 색이 없는 액체기름으로 플라스틱을 비롯하여 로켓 연료 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프탈레이트 가 플라스틱에 첨가될 경우에 탄력성, 내열성, 광택성 등 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8

2 평생 동안 매일 섭취해도 건강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 는 노출량 3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DBP:디부틸프탈레이 트, DINP: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 4 납 생산이 가장 많은 부분은 납축전지의 생산이며, 페 인트, 광택제, 땜납, 장난감, 포장지, 학용품 등의 제조에 도 납이 사용되고 있다


농도를 보이는 아동에게서 지능지수의 저하, 주 의력 결핍, 행동 장애 등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또한, 사춘기가 시작될 때 또래 아이들에 비하여 더 늦고, 키 성 장이 더딜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납이 아동의 체 내에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거나 칼슘과 관련 된 생리적인 향상성을 방해하고, 또한 성호르몬 과 관련된 기관의 발달을 저해하는 독성을 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_환경부

납 성분이 들어있는 페인트가 사용된 놀이터나 건물 등에서 페인트가루나 부스러기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노출되는 경우, 납으로 처리된 유 리를 사용한 제품이나 납 유약으로 마감된 접 시나 식기를 사용하는 경우, 혹은 비닐봉지상의 잉크에서 사용된 납이 포장된 식품이나 물로 용해되어 아동들이 섭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아동의 경우 유해물질에 노출이 될 경우 대사 능력이 비청소년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물건 을 빨거나 구르는 행동학적 특이점으로 인해 유해물질 및 환경에 취약한 대표적 오염 민감 집단이다. 같은 물질이나 같은 양의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아동은 비청소년에 비해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유

아동, 청소년들은 더 위험하다

해물질 관리가 요구된다.

프탈레이트나 납 말고도 많은 중금속과 발암물 질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케미스토리(http://www.chemistory.go.kr)는 해 로운 제품이나 물건을 찾아보기 용이하다. 이 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중금속 과 발암물질은 비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청소년, 아동들에게는 보다 더 치명적 이다. 태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는 비청소년보 다 세포분열이 왕성하고 생식 기능 등 특정 조 직이나 기관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시기다. 비청 소년 보다 체중별 흡수량, 수분섭취량, 식사량 이 크고 화학물질에 대한 감수성도 높으며 해 독 기능 등도 덜 발달되어 화학물질의 영향을

엄격한 관리 필요해 국내 아동 용품의 실태는 산업통상자원부, 환 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부처들의 법 을 근거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법적 관 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들이 무수히 많 아서 실태조차 확인되지 않는 현실이다. 관리 에 포함되는 물질이라고 해도 전문 인력 부족 으로 관리의 질 측면에서도 우려할 수밖에 없 는 상황이다. 이번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던 아 동, 청소년의 건강은 물론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살 수밖에 없는 모든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위 해 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받기 쉽다. 29


특집 :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우린 고독성 화학물질과 같이 산다?!

재현 선전위원장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만 2만 5천여

지역으로 보면 경기도가 가장 위험

종이 넘을 정도로 우리는 화학물질과 함께 살고

고독성 화학물질 가운데 1급 발암물질인 트리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2016 국

로로에틸렌(TCE),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을 다루

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국회의원실과

는 사업장 반경 1km 내에 사는 위험인구는 경기

일과건강이 전국의 발암물질의 실태를 주요하게

도와 인천광역시가 약 130만 명씩으로 가장 많은

다룬 것에 대해 많은 언론이 주목했다.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도는 2,802명으로 가 장 위험인구가 적었다.

고독성 물질 주변에 325만 명이 산다

경기도는 위험인구가 가장 많은 것처럼 고독성

발암물질을 비롯해 생식독성, 환경호르몬 등을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 역시 348개로 가장

일으킬 수 있는 고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사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트리클로로에틸렌을 사용

업장이 1,314개로 밝혀졌다. 이처럼 고독성 화학

하는 41개 사업장이 1년간 713,458kg을 배출한

물질을 취급하거나 방출하는 사업장 반경 1km

것으로 나타났다. 1급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

내에 325만 명의 시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틸렌은 세포 또는 생물집단에 돌연변이를 발생시

모두 위험인구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해당 지역에

키는 변이원성 물질로 백혈병, 간암, 췌장암, 비호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1,495개, 그 외 학교가 496

지킨스림프종 등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로 알려져

개나 될 정도로 아동, 청소년들의 화학물질 노출

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발암물질 벤

우려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젠 역시 상당량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30


가장 많이 쓰이는 독성 화학 물질은 ‘황산’

다. 정부에서 화학물질을 관리한다는 것은 벤젠

고독성 화학 물질 가운데 발암물질의 경우 1,143

과 같이 잘 알려진 발암물질이나 생식독성 물질

개 사업장에서 39종을 사용했는데 가장 많이 취

일부를 특별 관리물질로 지정해서 관리하는 것이

급하는 물질은 황산이었다. 황산은 1급 발암물질

다. 그나마 해당 물질 수가 많이 않아서 고위험 화

로 유독물질인 동시에 급성독성, 폭발성 등이 강

학물질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실

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고 발생할 경우 피해

태다.

규모가 클 것으로 우려되어 사고대비물질로 분류

따라서 발암물질과 같은 고독성 물질의 대체 물

된 69개 종 가운데 하나에 포함된다.

질을 검토하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의무화하

그 다음으로 많이 취급한 물질은 포름알데히드였

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있는 현장

는데 이 물질은 최근 비청소년은 물론 육아를 하

의 경우 발암물질 조사사업을 통해 현장의 모든

면서 많이 사용하는 물티슈에서도 발견되어 많은

발암물질을 조사하고 폐기하거나 안전한 물질로

시민을 분노케 했던 물질이다. 포름알데히드 역

대체하도록 사업주를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노

시, 사고대비물질로 분류된 것 중의의 하나이며

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선 이 같은 개선은 그림

백혈병, 비강암, 폐암, 후두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

에 떡이다. 시민들도 대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

로 알려져 있다.

록 시민들은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시작

한편, 지난 10월 24일 광주광역시가 지역 유해화

으로 최근 가급기 살균제 문제까지 지나면서 화

학물질 사업장 246곳 중 우선 발암물질 사용 사업

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되어있는데 해소되

장 22곳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 못하고 늘 불안에 떨며 일상을 살아야 한다.

또, 유해화학물질 사용 업체의 분포도와 관리 실 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화학물질사고대응정

화학물질을 매일 취급하는 노동자의 실태도 파악해야

보시스템(CARIS)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

마지막으로 위험하다고 알려진 화학물질을 하루

표해서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시간 동안 사용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는 조사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을 해야겠다. 아동,청소년들이, 지역 주민들이 화학물질에 노

미비한 대책 언제까지 놔둘것인가

출되면 위험하듯 가장 밀접하게 고농도로 노출되

전체 국민 가운데 325만 명이 고독성 화학물질에

는 노동자들의 위험 또한 상당하다. 그런데도 경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영상의 이유를 들며 화학물질 정보는 영업비밀로

그래서 앞으로는 화학물질 노출을 어떻게 줄일

확인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

것인지 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

극적인 개입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할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은 화학물질 배출량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이 미비하다는 것이 31


특집 :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다 선전위원회

온 곳곳이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로 만드는 상품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고 우기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더욱 편리해지고 윤택해진

산업재해 승인을 위해 노동자가 입증 책임을 규명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화학물질이 너무나도 위험

야 하듯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 질병 또한 늘 노동자

하다. 그런데 관리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특히

들 그리고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주변 공장 주변의

한국사회에 정부와 기업은 안전보다 늘 이윤을 우선

지역 주민들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이때 기

한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안전

업들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경영상의 이

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건 뭘까?

유로 영업비밀이라 주장하고, 남용하다 보니 2015 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 화학물질 중 66%

내가 뭘 사용하는지 조차 모른다

제품에 영업비밀이 적용되는 실태다. 화학물질에 따

올해 초 삼성반도체 3차 하청에서 일하던 20대 파견

른 위험성의 원인을 규명하고 입증해야 할 책임이

노동자가, 공장에서 사용한 메탄올로 인해 시각을

기업이 아니라 거꾸로 노동자에게 떠 맡겨져있다.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메탄올이 문제가 되자 노

이런데다 화학물질 제조사들은 새로만들어진 화학

동부는 물론 조직된 노동조합에서도 현장의 메탄올

물질의 독성 정보를 검증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

을 혹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 이러다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은 오롯이 일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어떤 물질을 사용해서 일

노동자, 지역 주민이 지게 된다.

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일 하고 있다. 만일 독성물질로 인해 일하던 노동자가

대처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아프거나 병에 걸리면 사업주는 돈 몇푼 쥐어주고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를 믿고, 두고만 볼 수가 없다.

이 사건을 묻어버리면 그만이고, 만에 하나 걸리더

1970년 산업화 시작 이후 중화학공업 산단, 공단들

라도 원청은 책임을 하청, 파견업체에 떠넘기고 솜

은 어느덧 노후화 되었고 낡아버렸다. 당시에 비해

방망이 처벌 혹은 꼬리차르기 식 처벌로 끝난다. 이

화학물질 사용량 또한 급증하였기 때문에 화학물질

러니 사업주들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사고 위험성 또한 당연히 높아졌다. 게다가 화학물 질만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 안전 대책 시스템은 취

32


약하기 이를데가 없다. 화학물질의 경우 관련해서

마련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화학물질을 사

전문가도 소수일뿐더러 사고 시 작업자, 지역 주민,

용하는 노동자와 공장 근처 지역 주민, 소비자들이

소방관, 공무원 등 그 누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노출되어도 안전한 화학물질을 만들고 사용해야 한

지 알거나 배우지 못했다. 사고를 해결하는 시스템,

다. 만일 위험하고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고

프로세스가 없는 것이다.

판매했다면, 그 제품을 유통하고 직접 사용하게 될 노동자, 지역 주민과 소비자에게 화학물질의 독성과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예상 피해, 사고 발생 시 대처법 등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목도하고 최근 구의역 참사까

이때 탐욕에 눈이 먼 기업이 스스로 대책을 세울리

지 경과하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만무하므로 정부가 기업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갖출

감수성이 높아졌고, 안전사회에 대한 염원 역시 높

수 있도록 강제하고 어길 시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게

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물질로부터 안전과 건

하는 법, 제도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 행동들 역시 점차 증가하 고 여기에 부응하는 운동, 제도 등 대안들이 만들어

3) 안전한 화학물질로 대체해야 한다

져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 지역주민,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 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 화학물질을 쓰지

1) 무분별한 영업비밀은 중단되어야 한다

않기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첫째 화학물질 알권리를 방해하고 딴지

물론 가장 어려운 이야기일수 있다. 그러나 화학물

놓는 기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기업에서 사용하

질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고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는 화학물질이 어떠한 이유로 경영상 영업비밀이 지

기업이 책임지게 하는 문제들 역시 중요하지만 근본

켜져야 하는 지 그 자체에 대한 시비걸기가 필요하

적으로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가고 고통을 주면서

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때 고

까지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폐기하기 위한 노력이 필

용노동부에게 삼성으로부터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대체 물질을 개발할 수 있

측정 결과 보고서와 안전보건진단 보고서를 받아 제

인적, 물적, 제도적 등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차츰차

출하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다. 이때 고용노동부는

츰 물질을 대체해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상당부분 내용을 가리거나 수정한 자료를 제출하다.

그런점에서 최근 기초지차체는 물론 산단 내 노동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고 보장한다는 이유

자, 지역 주민의 화학물질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로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할 고

는 운동이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이른바 화학물질 알

용노동부의 처사라니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권리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조례에 따라서 화

이 펼쳐졌다. 이 사례처럼 기업의 영업비밀이 남용

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공장은 사용 실태도 보고하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 화학물질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시스 템도 마련하도록 했다. 또, 개별 기업과 지자체, 노

2) 돈벌 궁리만큼 책임 또한 궁리해야 한다

동자, 주민들이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해 당사

화학물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사용하는 기업은 돈

자들의 고민과 대안을 제도를 만들거나 정책을 만들

벌이만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

때 반영하기 위한 애씀도 필요하겠다. 33


특집 :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지역 주민의 힘으로 안전한 세상 만들거예요! - 평택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인터뷰 선전위원회 지난 9월 평택 지역에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

서 불산 누출사고가 있었잖아요. APK공장도 평택에 지어

들 (이하 건생지사)이 출범했다. 이번 일터 특집 기

질 삼성 반도체 공장에 가스를 공급하려고 그 근처에 만

획 주제를 화학물질로 정하면서 관련해서 활동을 위

들어지는 회사니까 당연히 걱정이 앞서게 되었죠. 그런데

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평택 건생지사에

회사는 계속해서 불산이 아니라 삼불화질소를 만든다고

어떤 분들이, 어떠한 이유로 모였는지 이야기를 듣고

주장하고, 나중엔 자꾸 대책위가 불산 사용한다고 주장하

싶었다. 이 인터뷰는 지난 10월 14일 평택 근로자복

면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해서 저희는

지회관에서 평택 건생지사 공동대표 임재현 님, 총무

겁이 나기도 하고, 그만둘까 까지도 생각했었어요.

이태희 님, 사무국장 권현미 님을 만나 진행했다. 이 공장이 삼성전자가 들어오는 것과 굉장히 밀접한 상 건생지사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저희가 사는 지역

황이네요? 네 철도와 국도가 지나가는 양옆으로 한쪽엔

에 APK(에어프로덕션코리아, 다국적 회사)가스 공장이

APK공장 한쪽엔 삼성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는데 철도가

들어온다고 주민설명회가 열렸어요. 그런데 주민설명회

지나가는 땅 밑에 굴을 파서 특수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를 한다고 자세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냥 동

8개 관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에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

네 주민들 오라고 간단하게 문자 메시지만 왔죠. 마침 동

들이 오가는 철도와 국도 사이와 지하에 그렇게 위험한

대표였던 진희 언니가 들어갔다 왔는데 위험한 공장이 들

설비를 깐다고 하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죠.

어온다고 안 좋은 거라고 얘기를 해서 동네 주민들이 모 이기 시작했고 그게 10월 7일 APK반대 주민대책위원회

대책위는 어떤 활동들을 했나요? 5만 세대가 사는 아파

가 만들어졌어요.

트 주민들 가운데 6명이 모여서 활동했죠. APK 관계자들 은 물론 경기도청, 평택시청 찾아가고, 차에 엠프 싣고 기

34

APK가 어떤 공장이길래 위험한 공장이라고 인식하게 되

자회견 하고, 위험한 공장 나가라고 시위도 하고 선전전

었을까요? 삼불화질소랑 암모니아, 실란 같은 화학물질

을 계속했죠. 현수막도 걸었다가 철거되면 또 만들어서

을 다룬다는 거예요. 그런데 전문가들께 확인해보니 삼불

걸고. 지난겨울엔 진짜 추운 줄 몰랐어요. 너무 열이 뻗쳐

화질소의 경우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가면 불산으로 다뤄

서요. 조금씩 사건이 알려지니까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진다고 하더라고요. 몇 해 전에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에

후원금을 모아줘서 그 돈으로 현수막이랑 전단지 만들고,


온라인 서명도 1,000명 모아서 시청에 전달하고 그랬어

편은 얘기를 듣더니 싸워야지 그러더라고요. 평생 살아왔

요. 반면에, 우리 사무국장이 화장도 잘 안 하고 수수하게

던 터전이니까 떠나고 싶지 않은 거죠. 사실 이사 갈 형편

다니니까 민주노총 사람이다, 선동꾼이라고 색안경 끼고,

도 안 되고 여기서 살아야 하니까 싸움을 시작했는데 생

돈 얼마 받고 일하냐는 얘기를 들었죠.

면 부지의 사람들과 친자매처럼 하나로 똘똘 뭉쳐서 싸우 니까 지역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대책위 활동에 대해 APK, 경기도, 평택시청에서 반응이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모성에서 시작해서 아이가 안전한

있었나요? APK 본사가 미국에 있는데 남경필 경기도지

울타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

사, 공재광 평택시장이 거기에 가서 태극기 흔들고 사진

끼게 되고요.

찍고 왔죠. 주민들은 이 공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들은 이걸 치적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나중엔 남경

활동하면서 조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고요? 저희가 활동

필 경기도지사 움직이는데 쫓아가서 우리 이야기를 하니

하면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서 일과건강 분들을 만나

까 전혀 사안도 모르고 대화에도 응하지 않더라고요. 그

고 함께 했는데 그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 알권리 법 조

렇게 계속 무시를 당하던 중에 평택시가 공장 설립을 빠

례를 고민하게 되었고 10월에 지역 시의원의 도움을 받

르게 추진하면서 행정절차를 무시한 정황을 확인했고, 우

아 만들었어요. 화학사고 시 주민 고지 사항이 들어간 사

리가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때야 APK, 평택시청, 대책위

례로는 전국 최초인데, 여수도 저희와 같이 10월에 통과

대표, 주민대표가 모여서 민/관/산 합동회의를 하게 되었

가 되었어요. 앞으론 만일 공장에서 화학물질 사고가 났

어요.

을 경우 주민에게 반드시 상황을 고지하도록 하는 조례거 든요.

이 대화에서 성과가 있었나요? 공장 이전은 어렵고, 선진 국 수준의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시설비가 예정보다 1.7배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건생지사를 만들게 되었군요. 앞으

증가하더라도 관을 이중으로 설치해서 안전하게 하겠다

로 활동 계획이 있다면요? 대책위에 함께했던 분들과 지

는 약속을 받았죠. 이중 배관으로 하면 거기에 질소를 채

역에 있는 50여 분이 모여서 평택 건생지사를 만들었어

우는데, 폭발 시에 위험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고 하더라

요. 평택에서 많은 업체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데, 그중

고요.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주민들이 모여서 거대

약 30여 개 업체는 다루는 물질들을 영업비밀이라 공개

기업에 운영 방침을 바꾸는 게 쉽지 않잖아요. 우리가 그

를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거 보니까 우리 활동에 더

런 일을 해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나중에

책임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구미 불산 사고처럼 어떤

상무라는 사람도 그러더라고요. 삼성을 끼고 들어오는 거

화학물질을 쓰는지 지역 주민들이 모르면 결국 그 피해

라 조금 시끄럽다가 말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일이 커

는 우리가 받는 거잖아요. 앞으로는 화학물질 알권리 이

질 줄 몰랐다고요.

런 문제를 위해서 싸워야겠죠. 그런데 한편 굉장히 어려 운 일이고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해요. 이해관계 당사자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요? 저는 처음에 이 소

과 트러블이 생기는 일이기도 하고, APK 하나하고 싸우는

식 듣고 이사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여기가 고향인 남

데 1년이 걸렸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막막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한번 해봐야죠.

35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어느 하청 노동자의 건강

장영우 내과전문의

저는 올해 2월부터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규칙하고 노동 강도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300병상 규모의 녹색병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로 보는 내과환자들은 대부분 노인환자로 여러

한편, 이 노동자분은 올해 5월 갑자기 가슴이 아프

질환을 가지고 있고, 제 역할은 입원환자나 외래 환

고 식은땀이 나는 등 평소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서

자의 당뇨, 고혈압, 심부전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도

근처 목포 병원에서 영상 검사를 했다고 합니다. 검

록 도움을 드리는 일입니다.

사 결과 이상이 없으니 집에 가도 된다고 했는데 얼 마 후 그런데 얼마 후 혈액검사에서 심근경색이 의

며칠 전 50대 초반의 한 남자가 진료실에 들어왔습

심되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을 들었다고

니다. 병원에 오게 된 이유를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

합니다. 목포의 더 큰 병원에서 혈관조영술 검사를

노동자는 목포 조선소에서 하청업체에서 7년간 일

받은 결과 혈관연축성 협심증1이라는 진단을 받았

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는 물어보

고 정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 못했으나, 7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일했 고 중간 관리자도 했다고 합니다. 관리자면 몸은 덜 쓰지 않느냐물었더니 관리자였지만 직원들이 야간 작업, 휴가 등 손이 모자라는 시간에는 이른바 ‘땜 빵’일을 주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동시간도 불 36

1 혈관연축성(이형협심증, variant angina) : 휴식 시에 발생하는 비전형적 흉통증후군으로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에 의해 발생하는 일반적인 협심증과는 달리 관상동맥 연 축으로 관상동맥의 내경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심근허혈을 일으키는 질병. 내피세포기능이상, 산화스트 레스 등이 연축의 기전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이 밝혀져 있지는 않고 흡연, 음주와 연관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혈관조영술을 받고 약을 먹고 있지

그렇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뇌심혈관질환의 대

만 오히려 어깨가 더 아픈 것 같고 일을 한 다음에는

상 질환으로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손, 발이 더 붓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한편, 최근에

심근경색, 해리성 대동맥류로 뇌 또는 심장혈관이

는 조선업이 불황이다 보니 목포에서 더 이상 일을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습

못하게 되었고 최근에 상경하여 인력시장을 전전하

니다. 위 질환들은 생명을 위협할만한 중대한 질병

고 있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려다 보니

에 해당합니다.

몸은 더 힘들고, 일하다 어지럽기도 하고 전보다 힘 이 더 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물론 협심증이라서 산재신청이 안된다고 잘라서 말 하기는 어렵겠지만 협심증은 진단 이후에 관리 또

이 노동자분이 제게 우선 혈관조영술이 심장에 나

한 중요한 질병입니다. 진단 이후에 금연이나 혈압

쁜 영향을 주어서 펌프질이 잘 안되니까 몸이 이리

조절, 고지혈증 관리를 통해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힘든 게 아니냐고 질문하였습니다. 하지만 쉴 때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께 현재로서는 산재판정이

어떠냐고 물으니 작업을 하지 않으면 몸의 여러 증

쉽지 않을 것 같고 산재신청을 하려면 우선 의무기

상이 호전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검사목적의 혈

록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라고 설명

관조영술이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해 주었습니다. 더불어 꼭 금연이 필요하다고 강조

합병증을 일으키더라도 검사 도중이나 검사 직후

하였습니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동자의 말처럼 서울에 와서는 하루 벌 어서 하루 먹고 사는 처지인데 건강관리가 제대로

그러자 혈관연축성 협심증으로 산재가 가능할지 다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시간을 많이 들여서 충분

시 질문하였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뇌혈관질환이

히 상담을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쉬

나 심혈관질환이 산재로 인정될 수도 있다는 판례

운 마음이었습니다.

는 여러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 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경우 그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37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미국에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지진의 진동이 시작되 기만 하면 근로자가 즉각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토

악의적 의도 아니면 노동자 작업중지 보호해야죠

록 하고 있다고 한다.

-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 조남덕 지회장 인터뷰

를 키울 수 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위험성을 자체

지진만이 아니다. 이미 위험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에서, 정부나 사업주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은 피해

판단하고 대피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지 난 7월 26일 인근 공장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조합원들이 증상을 호소하는데도 회사가 아 당장멈춰팀

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작업중지를 했다가 아직 도 회사의 징계위원회 출석을 요구받고 있는 금속 노조 콘티넨탈지회 조남덕 지회장을 만났다.

지난 10월 13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고용노동부

그는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지했다면, 그 의도가 악

에서 2005년부터 ‘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의적인 것이 아닌 경우 모두 존중, 보호 받아야 한

을 작성해 운용 중이며, 이 매뉴얼에는 지진 발생 시

다’며, ‘만일 회사가 징계를 내린다면, 정말 어이없고

지방고용노동관서는 화학공장과 건설현장, 조선업

우스운 일이다. 우리 역시 그 우스운 결정을 더욱 희

체 등을 대상으로 ‘여진 대비 사업장 근로자 진입방

화화시키며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 조치’와 ‘작업중지 및 근로자 긴급대피 지시’ 등 을 실시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 9월 경주 강진 이후

몇 차례 언론에 알려지긴 했지만, 2016년 7월 26일

한달간 470 차례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는 동안, 지

당시 상황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진발생 인근 지역 400여개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

2016년 7월 26일 작업현장에서 악취가 났다. 공장

업장에 정부로부터 어떤 지침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설비에서 나는 냄새려니 하고 있었는데, 공단 밖에

비난했다. (세계일보, 20161013)

있던 지인의 전화를 받고 사고가 난 걸 알게 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지진은

사업장 바로 앞에서 유해가스가 누출되었다는 것이

예보가 불가능해 지진 발생을 감지한 경우에는 그

다. 작업장 안전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정도에 따라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는 것이

가 되지 않아, 119에 전화를 걸어 보니 “인체에 유해

매우 중요”하다며, “따라서 지진을 감지하거나 언론

한 가스가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회사 관리자를 찾

보도, 국민안전처의 긴급 안전문자 등을 통해 인지

아갔지만, 아무 대응이 없었다. 노동부에 전화를 걸

한 경우 우선적으로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발생 위

어 예방조치를 위한 현장지도를 해달라고 요청하

험성을 자체 판단해 즉시 작업중지하고 근로자를

고, 오전 10시 40분 경 현장에 파견된 노동부 근로

대피시키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밝혔

감독관들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했다.

다. (오픈뉴스, 20161014) 일면 옳은 말이다. 실제로 38


지회가 만든, 사고 당시 대피 사업장 현황

조합원들은 악취와 불안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노동자 안전을 위해 당연한 조치였던 것 같다. 당시

회사 관리자들은 여전히 태평했다. 노동부 감독관

병원에 갈 정도로 증상이 심한 노동자들은 얼마나

과 회사 관리자들의 면담은 말싸움으로 끝났다. “이

됐나?

미 주변 사업장에서도 대피명령이 이루어졌다며 선

증상 있는 조합원들은 바로 병원에 가도록 안내했

제적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감독관 의견에, 관리

고, 6~7명이 주로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

자들은 “그럼 우리보고 지금 공장을 멈추라는 말이

았다. 다행히 그 사이에 회사는 공식적으로 사고 사

냐”, “지금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공장을

실을 알리지 않다가, 12시 20분에야 방송으로 ‘밖

멈추나”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노동부 근로감독관

에 사고가 나 위험하니 외출을 자제하라’고 알렸다

은 거기서 더 나서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지는 못

고 한다. 주간 근무조는 그렇게 해서 그날 오후 작

했다. 결국 상황은 제자리. 회사도, 노동부도 책임을

업을 안 했고, 야간 근무조는 정상적으로 나와서 근

지지 않는다면, 노조라도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는

무했다. 그런데, 두 달 지난 10월에 징계위원회 통

생각에, 11시 23분에 조합원들에게 모두 작업을 중

지서가 도착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가스누출로

지하고 대피하도록 연락을 취했다. 11시 40분까지

직원 대피시켰는데, 돌아온 건 징계뿐, 오마이뉴스,

모든 조합원들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 나도 현

20161012)

장을 떠났다.

39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1차 징계위원회가 열린 날, 조합원들과 결의를 다졌다

서에서 실시했던 화학물질 누출 대비 훈련은 다 보 노동부 감독관이 회사에 지도하러 왔을 때, 대피를

여주기였던 것 같다. 화학물질 사고 매뉴얼도 제대

명령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회사가 자신들은 ‘소

사실 바로 현장지도를 위해 사업장을 찾아와 대피

방본부장의 판단에 따라 작업을 중지시키지 않았

가 필요하다고 말해준 것만도 고맙다는 생각도 든

다’고 하니 답답한 마음에, 10월 19일 세종특별자치

다. 당시에 회사 관리자가 감독관에게 ‘공장 멈추면,

시 소방본부를 면담했다. 면담에 따르면, 소방본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따졌으니, 부담스럽기도 했을

는 사업장에 직접 대피권고를 하지 않고, 부강공단

것이다. 감독관,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이 모두 안

관리사무소를 통해 인근 사업장 대피하도록 했다고

일하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꼼

한다. 이 때 대피 권고 사업장에 대한 기준이나 근거

꼼하게 보니, 작업중지권 조항이 정말 애매하고 있

는 없었다고 한다. 아마 추측으로는, ‘이러저러한 사

으나마나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중대재해 개념

고가 났으니, 문제가 있다 싶은 사업장은 대피하라’

이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라는 것도

고 한 것 같다. 한마디로 사업주 재량에 맡겨버린 것

참 애매하다. 이번 경우처럼, 상식이 안 통하는 사업

이다.

주하고는 매번 다툼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사고 당일 우리 사업장보다 더 먼 회사는 대 피를 했는데, 우리는 대피를 하지 않았다. 바람 방향

40

회사는 소방본부장에게 문의했더니, 문제가 없다고

얘기를 하는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업장이 사고

해 대피를 안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소방본부

사업장과 우리 사업장 사이에 있어서, 바람을 따져

의 대처도 아쉬움이 크지 않나?

도 우리는 대피를 했어야 한다. 대피에 무슨 기준이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 동안 소방방재청이나 소방

나 매뉴얼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당시 공단 내 여러 지점에서 화학물질 농도를 측정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위험을 더 감수하는 암묵적

해, 거기에 기반해 대피를 안 해도 된다고 했다는데,

인 압력이 가해지는 것이다.

그럼 그 기록을 보여 달라 하니 그건 또 자기들 관할

나도 그 점이 우려된다. 내가 징계 받는 것 자체가

이 아니라고 한다. 측정 시간 및 방법, 측정 지점에

문제가 아니라, 이런 정당한 일로 징계라도 받고 나

대한 기록은 금강유역청 화학물질안전원에 문의를

면, 다음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회사에서

하라고 해서, 역시 자료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아직

대피하라고 얘기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할 거다. 사

까지 답이 없다.

고라는 게, 우리가 세월호에서 봤듯이, 정말 불청객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지자, 달라져야 한다고 했는

처럼,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데, 위험한 상황

데, 우리는 사실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

이라고 생각되는데도 그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안

었다.

되는 거 아닌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물건 하나 더 만드는 게 훨씬

사업장에서 예전에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작업중지

중요하게 생각되고, 노동자 안전은 안중에 없는 우

를 해본 적이 있나?

리 사회 현실을 본 것 같아서 착잡하기도 했다.

예전에 한 노동자가 설비에 손가락이 다쳐서, 원인 규명하고 안전 조치가 다 될 때까지 해당 설비를 사

징계 위원회가 결론을 못 내고 길어지는 게, 회사도

용하지 못하도록 한 적은 있다. 예방적인 의미에서

자신감이 약해진 것 아닌가?

작업 중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징계는 상상도 못 했는데, 초반에 회사에서 해고 얘 기까지 슬쩍 흘릴 때는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조합원

사건을 겪으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 조

들 역시 전혀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항 중 가장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어

있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누구든 사정 얘기를

떤 부분인가?

들은 사람은 징계가 얼마나 우스운지 알 것이다. 회

노동자가 악의적인 의도로 작업을 중지한 게 아니

사도 이런 점을 아니, 언론에도 나고 하면서 징계위

라면 징계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날 대피가 필요

를 미루고 시간을 끄는 것 같다.

하다는 노동자, 노동조합, 심지어 근로감독관의 요

첫 징계위원회에, 나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소

청에도 회사 관리자는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기

명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 징계위원들이 소명서를

계를 멈추자는 거냐?’고 소리쳤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장해버렸다. 정식으로

작업중지는 예방이 아니라, 누구 한 명이 다치거나

회의가 종결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 측 위원들

쓰러지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산재를 예방

이 남아서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게 우

하기 위해 미리 작업을 중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

리 조합의 입장이다. 만일 진짜 징계가 내려진다면,

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우스운 상황에 걸맞게 가볍게, 웃으면

다른 사업장 사례를 봐도,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

서 계속 투쟁할 생각이다. 예를 들어, 안전을 보장

게 징계가 내려지는 것은, 이후 조합원들에게도 큰

해주지 못한 사업주를 징계위에 우리가 회부한다든 가.(웃음)

41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상식이 된 비정상성을 해체한다는 건!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냐!”

는 수요일 빼고 매일 2시간 잔업에 매주 특근을 포

주4일제가 미디어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

함한 수치다. 평균이란 표현 속에는 장시간 노동이

4일제를 도입하면 연평균 2,000시간이 넘는

감내할만한 것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정도라

장시간 노동의 벽을 허물어 일자리 창출, 일-가

는 인식이 깔려있다. 물론 그것이 문제라는 점을 잘

정 균형, 출산율 제고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

알고 있지만 “어디인들 안 그렇겠어!”라는 자조가

가 반복된다. 시기적으로 수상쩍은 것은 차치하

장시간 노동을 문제 제기의 대상이 아니라 견딜만

고라도 제도와 현실 간 격차가 ‘큰’ 한국사회의

한 것으로 용인하게 한다.

극심한 시간 불평등 문제를 전혀 건드리지도 않고 있어 미디어상의 주4일제는 포퓰리즘적

장면2: “그래도 이게 어디야!”라는 아쉬움 속 만족

정책에 지나지 않는 일종의 판타지일 가능성이

감, “숨 좀 쉴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 심지어 “이제

높다. 제도 만능주의식 제도 도입만으로는 시간

야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 같다”는 행복감까지 뜻밖

권리의 구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길은 장

의 답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한 공사와의 인터

시간 노동을 당연함으로 여기는 구조적인 비정

뷰 시 직원들이 내놓은 답변이다. 만족감과 안도감,

상성을 해체하는 데 있다.

감사함과 자긍심 또는 성취감이나 우월감도 엿볼 수 있던 인터뷰였다. 직원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한

42

장면1: “그래도 우리는 평균이에요!” 한 부품업체의

것은 ‘리프레시 휴가제’로, 연차휴가 일부의 앞뒤로

지회장과 인터뷰 때 들었던 답변이다. 여기서 말하

주말을 더 해 10일가량을 ‘연속해서’ 쉴 수 있게 됐

는 ‘평균’은 월 초과노동시간만 60시간을 넘는데 이

다는 것이다. 당연한 권리임에도 휴가의 연속 사용


을 감사와 자긍심으로 언어화하는 것은 우리의 ‘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게 평균이에요”

효화된’ 권리 상태를 반증하는 양상이라고 본다.

라는 표현은 장시간 노동의 박탈 효과가 얼마 나 고약한지 인지하지 못하는 저인지 상태 또

특정한 양상이 반복되면 하나의 패턴이 생겨나

는 자유 시간이 박탈됐다는 감각이 무뎌진 상

고 나아가 그것은 자연스러운 질서로 구축된

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장

다는 앙리 르페브르의 표현대로 당연하지 않은

시간 노동에 따른 박탈 효과는 굳이 여기서 언

것임에도 그것이 반복되면 하나의 상식으로 여

급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

겨지고 일종의 자연 상태를 구축하게 마련이다.

다. 장시간 노동은 자유 시간의 폭을 현저히 축

장면1과 장면2는 비상식적인 장시간 노동이 자

소시켜 골병과 과로사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연화된 사회의 일면들이다. 또한, 제도와 현실

물론 세계와의 교류 가능성과 상상의 가능성을

간의 격차가 상당히 큼에도 그 격차 자체가 일

떨어트려 ‘다르게’ 존재할 가능성을 박탈한다.

상이 된 사회, 비당연함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

건강을 챙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가족을 챙

지는 사회의 일상 풍경일 것이다.

기는 일련의 방식들이 유독 상품 집약적인 서 비스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시간 박

사회 구조와 감정 구조는 긴밀하게 연동된다.

탈감을 최대한 보상받으려는 몸부림 또는 박탈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을 최소화하려는 회피 전략의 결과들이다.

등장하는 표현들은 그 사회의 감정 상태를 드 러낼 것이다. “다 그래, 당연한 거 아냐!”, “다들

낡은 질서에 덧대진 새로운 테크닉들

그러는데 어쩌겠어!”라는 냉소 섞인 탄식, “어

시대나 사회마다 상식의 범주들이 있다. 상식의

쩔 수 없다”는 무기력,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범주들은 특정한 맥락 속에서 다양한 장치들을

살아야 하냐!”라는 비관적인 태도 또는 “유별

통해 생산된다. 이를테면 발전국가 시기의 인간

나게 왜 그래!”라는 핀잔을 듣지 않는 수준에서

형인 근면 주체는 조국 근대화의 기치 아래 ‘잘

장시간 노동을 회피하는 전략, 역설적으로 자유

살아 보세’와 같은 구호, 공장 새마을운동의 깃

시간을 스스로 포기하고 다시 일터로 회귀하는

발, 근면 정신 교육, 모범 근로자 상, 사회정화

모습까지! 시간의 권리가 온전히 작동하지 못

프레임 등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런 근면 주체

하는 사회의 웃픈 감정 상태들 아닐까 싶다.

는 희생(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고도 내 달릴 수 있도록 동원된 주체 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태에서는 자유 시간의 가능성과 희망을

상식의 범주는 시대나 사회의 변동에 따라 마

최대화하는 방향의 삶을 선택하고 실천하려는

찬가지로 변화한다.

표현들보다는 바람과 기대를 스스로 낮춤으로 써 차라리 제약의 테두리(장시간 노동 체제)에

그렇지만 장시간 노동이라는 낡은 사물의 질서,

‘잘’ 적응하는 게 낫다는 순응주의적 표현들이

낡은 존재의 질서, 낡은 사회의 질서가 해체되 43


지 않은 채 비정상 상태는 더욱 고착되고 있다.

지도 경쟁력을 드높이는 연료로 태워져야함을

저임금-장시간 노동은 과거 발전주의의 유물만

주문한다. 우리는 신기술의 파괴적 효과와 모든

은 아니다. 새로운 신자유주의 장치들은 비가시

문제를 개인 내부의 문제로 환원하는 자기 통

적인 방식으로 또는 자기 통치의 방식으로 장

치 장치들의 문제가 있는 요소들이 어떠한 태

시간 노동이라는 비정상성을 재생산하고 있다.

클 없이 일터와 일상에 파고들어 장시간 노동

현재의 과로사는 발전주의적 폭력과 신자유주

을 재생산하는 지점을 가시화하고 그 연결고리

의적 폭력이 중첩된 필연적 산물이다.

를 적극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한 해 직장인의 공감을 얻은 신조어 1위인

비정상 상태에서 다른 삶을 발명한다는 건!

‘메신저 감옥’이라는 표현처럼, 스마트폰 이후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개인의 해법은 다양하다.

사람들은 퇴근하더라도 일상이 일의 요소에 의

누구는 시간 관리를 더욱 효율화하는 방식을,

해 간섭받을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고 있다. 크

누구는 시간 절약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을, 누

레이그 램버트는 이를 정보 시대의 ‘그림자 노

구는 가사・육아・간병 등을 외주화하는 방식을

동’이라 일컫는다. 일상에의 ‘업무 간섭’ 정도가

취한다. 그렇지만 이 모두는 상품 서비스에의

높아진 만큼 스트레스가 증가했음은 물론 개인

의존성을 높일 뿐이다. 시간 권리의 촉진과 관

의 자유 시간이나 여가가 더욱 단절적이고 파

련된 것은 아니다. ‘상품 서비스에 기댄’ 개별적

편화되리라 예측 할 수 있다. 이는 길이의 관점

해법들은 소비자본주의의 자장에서 맴돌게 할

을 넘어 ‘배치’의 관점에서 시간의 문제를 고민

뿐 장시간 노동이라는 비정상의 테두리를 문제

해야 할 지점이자 기술의 자본주의적(신자유주

삼지 못한다.

의적) 사용을 공동선의 관점에서 문제 삼아야 하는 지점이다.

공동선의 관점에서 시간 권리를 지향하는 언어 들이 어느 사회, 어느 시기보다 더욱 요구되는

44

한편, 성과 장치는 사람들 스스로 자기개발에

상황이다. 상품소비에 기댄 개별화된 방식이나

더욱 신경쓰고, 자기평가에 엄격하고, 자기책임

제도 만능주의식 제도 도입은 비정상성의 덩어

을 다하도록 내몰고 있다. 일명 자기계발하는

리를 해체하는 데 한계가 자명하다. 물론 비정

주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간형이다. 자기계

상성을 떠받치는 얽힌 고리들을 끊어내는 게

발하는 주체는 규율화된 근면 주체처럼 일터를

만만치만은 않다. 비정상성은 초자연적 힘으로

벗어난다고 해서 성과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

저절로 해체되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식 영

진 않는다. 일터 밖 일상에서도 자기분석-자기

웅이 나타나 악의 요소를 모조리 제거하는 것

개발-자기평가-자기책임을 더욱 경쟁적으로 알

도 아니다. 그렇다고 문제 해결의 만능열쇠가

아서 수행해야 할 운명에 놓여있는 존재다. 자

있는 것도 아니다. 비정상의 해체가 내재한 필

기계발이란 이름의 주술은 한 톨의 자유시간까

연도 아니다. 비정상성의 얽힌 고리들의 배치


를 하나씩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할 텐데, 여기

마도 혹자의 말처럼 “이교도가 되어야 할 각오”

에는 1) 앞서 언급했던 신기술의 자본주의적 사

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다른 기획, 다른 욕망,

용을 제한하는 조치와 경쟁적 성과 장치의 반

다른 실천, 다른 삶을 발명한다는 것은 아마도

인권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

“밟아 본 적 없는 고향, 가나안 땅”으로 달려가

뿌리 깊게 베어 일상 속 알게 모르게 관통하고

려는 파라오 체제의 히브리인들이 품은 열망만

있는 기존의 노동 규범들은 일상의 언어, 관계

큼이나 두려움을 수반하고 ‘믿음’을 요구할지

의 방식, 성공의 재현, 문화적 형태로 유통・소

도 모른다. 물론 “이게 사는 건가?”, “이렇게 살

비되면서 삶의 폭, 삶의 방식, 상상의 가능성을

아야 하나”처럼 현재의 비정상 상태를 상대화

옥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규범, 기존 판단 기

하는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꿈틀대고 있다.

준, 기존 인식 틀의 당연함을 낯설게 하고 비틀

이는 그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의 조건일 수 있

필요가 있다. 3) 다른 상상/기획을 희석하고 포

다. 일종의 자기에 대한 자유의 가능성이다. 이

위해 버리는 담론들은 형태를 달리하면서 반복

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비정상성의 당연함을 비

출몰해 장시간 노동을 자연화한다. 이에 대항

당연시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지도록 연결할 차

하는 언어를 ‘발명’하는 작업 또한 반드시 뒤따

례다.

라야 한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노예제’나 ‘살인 으로 간주되지 않는 살인’ 같은 공격 화법을 동

제도 차원의 시간 단축이 시간 권리를 반드시

원해 사회 구조적인 자유 시간의 박탈을 폭력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간 단축은 자유 시간 그

으로 간주해 그 폭력 양상을 드러내는 작업에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자유를 누리기 위한

서부터 ‘게으를 권리’나 ‘저녁 있는 삶’같이 ‘다

조건 중 하나다. 단순히 시간 단축을 위한 노

른 삶’의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 유용할

력뿐만 아니라 쉼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필요

것이다. 4) 장시간 노동을 존속시키고 있는 큰

가 있다. 윌터 브루그만의 표현을 빌자면, 쉼은

기둥인 임금 체계의 부적절함을 개혁하는 것을

그 자체로 자유 시간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

포함해 새로운 소득 구조를 요구하는 작업도

는 신자유주의적 장시간 노동체제에 맞선 저항

병행되어야 한다. 5) 이와 함께 제도 차원에서

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

는 장시간 노동을 ‘대놓고’ 조장하는 고질적인

로운 주체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쉼을 향한 감

제도들을 제거하고 제도의 현실성을 높이는 작

각과 역량을 자극・교육해야 한다. ‘개미와 베짱

업도 요구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장시간 노동이

이’류의 근면 이데올로기만을 반복한다면 지금

라는 비정상성을 방기한다는 혐의에서 벗어나

까지와는 다르게 상상/욕망/경험/실천/존재할

지 못할뿐더러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과로사

가능성을 발명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

상식으로 굳어진 비정상성을 해체한다는 건 아 45


문화읽기

시리아 러브스토리 출처_DMZ 다큐영화제 홈페이지

송윤희 회원

46

시리아 하면 뭐가 떠오르나?

그런 “시리아”에서 “러브스토리”라니?

난 가슴을 아프게 했던 두 아이의 사진이 떠오른다. 한

어울리지 않은 조합으로 느껴진다.

아이는 크루디다. 빨간 티셔츠 차림의 세 살배기는 해

그러나 이건 오늘 소개할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이

변 가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어 전 세계인을 울렸

지구상의 헬에서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작

다. 또 다른 아이는 피범벅이 된 채 넋 나간 얼굴로 앉

품은 정말 오랜만에 내 심금을 울린 주옥같은 기록영

아 있던 다섯 살 꼬마 옴란이다. 간신히 살아났지만 언

화였다. 남자와 여자는 삼엄한 비밀경찰들 사이에서

제 또 폭격으로 죽을 위기에 놓일지 모른다. 이 두 아이

목숨을 걸고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하는 시민

를 카타르의 한 만화가가 그림으로 그려냈다. <시리아

혁명가였다. 그들의 첫 만남은 살벌한 정치범 수용소

어린이의 선택> 이란 제목이었다. ‘조국에 남는다면’

에서 이뤄졌다. 남자와 여자의 감방 사이 벽에는 작은

이라는 문구엔 생존한 옴란의 그림이, ‘조국을 떠난다

구멍이 있었는데 그 구멍을 통해 둘은 첫 만남을 가졌

면’ 이라는 문구엔 사망한 쿠르디의 모습이 그려져 있

다. 여자는 정치범으로 잡혀 심한 고문 끝에 형체를 알

었다. 5년이 넘는 내전은 이렇게 무고한 어린 아이들을

아 볼 수 없는 멍투성이에 퉁퉁 부은 얼굴이었다. 극한

처참한 죽음으로,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었다. 시리

의 상황에서 싹튼 사랑은 이후 결혼으로 이어졌고 그

아는 내게 그런 나라다. 아이들의 처참한 사진들로 잠

들은 슬하에 세 아이를 뒀다. 남편도 아내도 둘 다 혁명

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가 또 다시 내전의 지옥으

가였으나 아내가 더 강성이었다. 투사인 아내는 이후

로 돌아가 서로 죽고 죽이는 나라. 지구상의 헬.

꽤나 위험한 일을 감행했다. 바로 남편과의 감옥 내 사


랑 이야기를 소설로 펴낸 것이다. 그 결과 다시 비밀경

적처럼 몇 년 뒤 아내가 풀려나고 조금 행복해지려하

찰에 잡혀 수감되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더 온건했던

면, 이내 내전의 상황 악화로 망명을 떠나고, 망명간 레

남편은 가족과 남아 아이들을 키웠다. 세 아이를 남자

바논에서 조금 평화로워진다 싶으면 이번엔 아내가 가

혼자 돌본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지만 그의 꿈이 그

족을 버리고 도망간다. 다시 프랑스에서 재회를 한 부

를 지탱시켜주었다. 그의 꿈이란 바로 아내의 복귀였

부는 이제 그 꿈의 유럽에서 행복할 것만 같지만 속 빈

다. 정치적 박해를 받는 부부의 사랑은 너무 고귀하고

강정처럼 망명의 삶은 그들의 영혼을 좀 먹는다. 하루

아름다워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고귀한 사랑

먹고 하루 사는, 앞날을 모른 채 제대로 된 신분도 없이

도 결국 파국으로 끝나고 만다.

남의 나라에서 생물학적 생명만을 연명해가는 삶은 무 기력하기 그지없다. 결국 부부는 파국을 맞는다. 이혼

영화는 아내가 수감된 지 좀 된 시점에서 시작된다.

을 한 둘은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아내는 터키

다섯 살 막둥이의 전화 통화가 첫 장면을 장식한다.

로 가서 반정부 혁명군을 지지하는 핵심 간부가 되어

“엄마, 보고 싶어. 언제 와?”

활동을 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남편은 프랑스에

“엄마도 너무 보고 싶어. 엄마 잘 있어. 걱정 마. 엄마

남아 닭을 키우며 아이들을 위해 희생한다. 남은 아이

잘 있으니까 걱정 마.”

들 중 막둥이는 마지막에 너무나도 인상적인 말을 한 마디 한다. “Je suis Francais! (난 프랑스인이에요!)"

구체성이 없이 반복되는 엄마의 대답. 누군가의 감시 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급기야 아이는 눈물을 흘린

이 한 다큐멘터리 안에 수많은 인간의 딜레마가 담겨

다. 그런데 소리 내어 울지 않고 아이인 주제에 눈물을

있는 것이 신기했다.

삼켜댄다. 그 모습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국가의 폭력, 폭력에 굴하지 않는 혁명가들의 희생, 결

그러나 영악한 감독은 먹먹함을 상쇄시킬 정반대의 모

혼한 부부의 흔한 갈등,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하

습을 다음 씬에 보여준다. 폐허가 된 시리아의 도심을

는 아내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남편, 존재의 이유를 잃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이 한 참 동안 보인다. 활짝 웃

은 인간의 비참함, 반려자의 배신으로 껍데기만 남은

는 얼굴로 방방 뛰어다니는 꼬마의 행복한 모습이란!

영혼, 엄마 아버지의 다툼에 기죽는 아이들, 이상주의

아이는 엄마가 없어도, 나라가 이 모양이어도, 그저 살

와 현실주의의 타협 불가능함, 그리고 아이라는 신기

아 있다는 것에 행복해한다. 그 아이 특유의 무조건적

한 존재. 단 2년 사이에 언어를 익히고 문화를 체화해

인 행복감은 희망으로 치환된다. 내전으로 인한 폐허

새로운 정체성을 습득하는 아이!

속에 연출된 희망일지언정 관객의 마음은 촉촉해진다. 그렇게 이 시리아 부부의 사랑 이야기, 가족의 영화 같

이 다큐멘터리는 시리아의 모든 상황을 응축한 채 인

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간 삶의 천태만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지구상 가 장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충분히 내 삶을 투영시

이후 5년간 그들이 보여주는 행적은 파도와 같다. 기

켜 볼 수 있는 이 수작을 강권하는 이유다. 47


발칙 건강한 책방

현대조선잔혹사를 읽고 - 후마니타스, 2016.5, 허환주 출처_후마니타스

이근탁 노무사, 구로구근로자복지센터

2016년 10월의 어느 날, 인터넷 신문에서 조선소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벌 써 올해로 10명 째 사망 사고다. 얼마 뒤 이 인터넷 기사는 포털사이트 전면에서 스리슬쩍 다른 기사들로 대 체되었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리지게 되었다. 나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왜 이리 무뎌졌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점에서 ‘현대조선잔혹사’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아주 적절한 책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2011 년 한진중공업 사태를 취재하다가 노동조합을 할 수도, 파업은 꿈도 꿀 수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더 자세 히 들여다보고자 조선소 사내하청 업체로 위장 취업을 감행했다.

그의 눈을 통해 본 조선소 안의 풍경은 밖에서 내가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밖에서 볼땐 똑같은 작업복 에 안전모, 안전화를 신고 같은 거대한 도크를 노동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작업하는 모습이 장관이 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거대한 도크 안, 블록 안의 좁은 공간에서는 서로 속한 회사도 다르고, 지시하는 관 리자도 다른 여러 노동자들이 고된 작업을 하는 곳이었다.

“대체 이 좁은 곳에 이리 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으면 일은 우예 하노. 미치겠다” 작업장 환경을 불평하는 사 수의 이 말에 이곳의 현실이 그대로 녹아있다. 머리 위로는 용접 불똥이 비처럼 내리기 일쑤다. 안전모 위로 48


빈 페인트 통, 나사못, 볼트가 떨어지는 건 예삿일인데 그래도 이건 양반이다. 가끔 망치나 드릴이 떨어지기 도 한다. 여러 층의 작업공간 중 아래층에서 작업을 할 경우엔 안전사고 위험으로 인해 위층에서 작업을 하 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업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원청의 관리자들은 문 제라는 걸 알지만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이 상황을 묵인한다.

블록을 운반하는 트랜스포트는 집채만한 블록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바퀴가 수십 개가 달려 있다. 게다가 운 전을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두 명에서 네 명의 신호수를 데리고 다닌다. 그러다 어느 날 안개가 자욱이 낀 밤 9시. 블록을 지금 옮기지 않으면 내일 작업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트랜 스포트를 움직였다. 신호수도 물론 작업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신호수 일을 하는 노동자분은 “좀 더 이쪽으 로, 이쪽으로 …….” 외치며 블록을 조금이라도 더 작업이 수월한 곳에 놔두기 위해 트랜스포트를 유도했다. 그런데 그 노동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바다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 노동자는 한 시간 후 잠수부에 의해 싸늘 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0여 만원이면 설치한다는 안전 펜스가 있었더라면 이 노동자분을 이렇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올해 현대중공업은 연이은 조선업종 구조조정의 자구책으로 현대중공업 크레인 부문을 자회사로 분사시켰 다. 그리고 골리앗 크레인 조종수와 신호수를 현대중공업모스(MOS)로 분사시킨 첫 날. 크레인에 매달려 있 어야 할 자재가 떨어져 아래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날 사고를 낸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모 스에서 다시 하청을 받은 업체 소속의 노동자였고 근속연수나 경력이 적은 비정규직으로 이루어져 크레인 조종수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노동조합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선소에서처럼 왜 위험 작업은 하청 노동자들에게만 도사리고 있는 걸까. 사내 하청업체들은 전문 업체가 아니라 인력만 가지고 조선소에 들어와 일하는, 일종의 파견업체이기 때문에 현장이 익숙하지 않다. 기자재 나 도구 등은 모두 원청에서 받아쓰면서 인력만 고용해서 운영하는 회사로 안전관리 대책 역시 소홀하기 짝 이 없다. 원청에서 책임져야 할 사안을 하청에 낮은 기성대금으로 넘기다보니 인력을 대기에 빠듯한 파견업 체에서 안전관리를 하지 못하는 지금의 실정이 위험의 외주화를 만든 것이다.

올해 있었던 메탄올 실명, 구의역 지하철 사고가 일어난 이유들 역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위험의 외주화’ 란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싼 가격의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면서 제대로 된 보호구도, 환기시설도 설 치하지 않고 파견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켰다. 이 물질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만 알려줬어도 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혼자서 고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김군의 죽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 야 한다. 49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직업 선택 시 개인의 신체특질을 고려하는 것도 적성만큼 중요하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 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있어야 한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노동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 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 상을 당한 노동자에게 발생한 질병의 경우 업무상 부상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인정되고, 기존질 환 또는 기존 질병이 자연 경과적으로 나타난 증상이 아닌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이때 업무의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노동자의 성별, 연령, 건강 정도 및 체질 등 개인의 신체적 특 질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노동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 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는지, 유해 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업무시간, 그 업무에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지,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되는지를 따져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때에 도 개인의 신체적 특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20대 초반의 여성 마사지사에게 손목터널증후군이 발병하였다. 1일 5~6시간 마사지를 하였고 3개월 남짓 짧 은 기간을 일했다. 신체에 부담을 주는 작업을 수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무기간이 비교적 짧다는 점에서 업무 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이 여성 노동자의 손 목뼈와 척골 사이 간격이 일반인에 비교하면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던 신체적 특질이 고려되어 다른 일반인에 비해 손목부위에 좀 더 무리한 힘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반대로 해석하면 이 50


여성 노동자는 손목 뼈 부위의 개인적 특질 때문에 마사지사와 같이 손목 부위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는 일을 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20대 중반의 어린이집 교사에게 성대 결절이 발병하였다. 5년가량 3~5세 유아반을 담당하였는데 근무 중 고 성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전체 근무시간 중 대부분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학습을 하며 목을 자주 사용 하였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다. 과 거 건강보험 요양 내용을 살펴보니 10대 초반부터 비염, 목 부위 질환 등 이비인후과 관련 진료를 수없이 받았 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개인적 특질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호흡 및 발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었다. 목을 자주 사용하는 업무를 수행한 것은 인정되지만, 개인이 가진 호흡 및 발성의 문제이지 업무 수행 과정에 서 무리한 발성으로 인해 발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미용실에서 똑같은 염색약을 취급하는 미용사 중 어느 노동자에게는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이 발병 할 수 있지만 어느 노동자에게는 발병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혈액은 특정 물질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므 로 누군가는 소량만 노출되어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지만 누군가는 다량에 노출되어도 별다른 이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직업을 선택할 때 개인의 적성과 소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의 사례와 같이 업무상 재해 를 판단할 때 개인의 신체적 특질에 따라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직업을 선 택할 때 개인의 신체적 특질에 따라 선택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업무상 재해가 발병 된 후 인정 또는 불인정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신체적 특질에 따라 더욱 위험할 수 있는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직업병을 예방하는데 더욱 중요하다는 생 각이 든다.

아마도 손목터널증후군이 발병한 마사지사는 성장과정에서 지속해서 손목부위에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 다면 가급적 손목부위를 사용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어야 한다. 호흡 및 발성에 어려움이 많았던 어린이집 교 사는 목을 사용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어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라지만 앞의 사례를 보면 개인의 신체적 특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직업을 선택한 결과는 기름을 끼얹고 불구덩이로 뛰어든 격이 된 것이다.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산재 보상에 관한 교육 못지않게 산재 예방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체계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반드시 개인의 신체적 특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51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특조위 해체, 그리고 그 후

콜라비 선전위원

세월호 특별법 7조에 따르면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

료되고 예산이 갖춰져 실제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약 1

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그 구성이 완료된 후부터 1년

년 만에 해산당한 것이다.

이내로 활동을 완료해야 하고, 그 기간을 최대 6개월까 지 연장할 수 있으며, 백서의 작성 및 발간을 위해 3개

특조위 강제종료 진짜 이유는

월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특조위의 구성이 실제로 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구성된

료되고 예산이 갖춰진 시점은 2015년 8월 4일로, 이를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근거

기준으로 하면 2017년 2월 3일까지 조사 활동이 보장

로 ‘우겨 가며’ 강제 해산시켰을까. 특조위 활동 기간과

되어야 한다.

임기가 겹치는 두 명의 해양수산부 장관도 처음에는 특 조위 활동개시일을 2016년 1월 1일로 보는 것이 무리

52

그러나 정부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 기준일인 2015

가 있다고 보고 합리적으로 연장하는 방향을 찾으려 했

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2016년 6월 30일까지가 특조

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특조위가 강제 해산되고

위 활동 기간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2016년 6월

만 것은 청와대 조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들어 해양수산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계 부처에서는 활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동 종료일이 임박했으니 종료 이후 백서 발간에 필요한

사건 당일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조사하려는 움직임

정원안과 예산안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 강제종료 진

등 특조위 활동 종료를 압박해왔다.

짜 이유?… ‘청와대 조사 저지’, 뉴스타파, 2016.6.30.)

결국, 공문을 통해 2016년 6월 30일 자로 특조위 활동

특조위는 법적인 활동 기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종료를 통보했다. 이후 특조위에서는 활동 기간 보장과

채 해산되었을 뿐 아니라, 길지 않은 활동 기간 중에도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71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지만,

정상적인 활동이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조사활동을 시

결국 9월 30일 자로 ‘강제 해산’되고 말았다. 구성이 완

작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활동 초기


출처_416 연대

지난 7월 1일부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은 정부에 의해 강제종료 되었지만 416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는 (가칭)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국민조사위원회를 출범하고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상태다

부터 정부와 여당의 방해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

호 도면도 받지 못했을 정도로 해경의 구조가 허술했다

다. 그런 모습을 되돌아봤을 때, 일방적인 특조위 해산

는 사실을 지적했다. 참사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

은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둘라에이스호 선원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정부가 사고 지점을 잘못 파악한 사실도 밝혀냈다.

특조위가 이루어낸 성과 뿐만 아니라, 특조위 해산에 대한 여론을 몰아가려는

또한,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쓰이는 철근 410

듯,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일 없이 세금 수백억 원

톤이 적재되어 복원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수색과정

을 펑펑 낭비한 조직’이라거나(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

에서 선내에 공기를 주입하고 수중로봇을 투입했다던

표), ‘세금도둑’이라고 표현하는(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정부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점도 밝혀냈다. 세월호 참사

등 특조위 활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여당 인사들의 발

와 관련해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 사실을 확인했으며,

언이 심심치 않게 계속됐고, 여당이 추천한 특조위 위

생존자와 유가족의 심리상태를 분석해 이들 중 다수가

원이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며 결근 투쟁을 벌이기도 했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 진실규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특조위가 정말 하는 일 없이 세금을 낭

이렇게 여러 활동을 벌여왔으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

비한 조직이었는가? 수백 명이 바다에서 사망한 대형

실이 남아있기에 특조위는 해산되었어도 조사활동을

참사의 진실을 1년 반 만에 밝혀낸다는 것 자체가 애초

지속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석태 특조위

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

위원장은 2기 특조위가 출범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개

도 특조위는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는 상당한 성과를

정 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 10월 중순

이루었다.

에는 특조위 조사관 43명이 활동 기간을 보장받기 위 해 공무원 지위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참사 당일 현장에 처음 도착한 헬기는 해경 아닌 조종

한, 유가족과 시민사회에서는 국민조사단을 꾸려 세월

사 판단으로 도착했으며 잠수에 투입된 언딘 측은 세월

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53


이러쿵저러쿵

김포공항역 승객사고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윤성호 회원, 도시철도 기관사

지난 10월 19일 도시철도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강장 안전문과 열차사이에 사람이 끼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운전실에서 기관사가 판단하고 취했을 조치과정을 되짚어 보며 사고 원인과 예방대책을 생각해 보 고 싶다.

사고 경위는 이렇다. 김포공항역에서 승객을 취급하고 다음역인 개화산역을 향해 자동운전으로 출발하는 순간 사고승객 이 승객비상 인터폰을 눌렀고, 기관사는 반사적으로 비상 제동으로 열차를 정지시켰다. 객실에서 승객이 비상 인터폰을 누르면 운전실에서는 시끄럽게 부저가 울리고 기관사가 승객경보 인식버튼을 누르면 부저가 꺼지며 승객과 통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열차가 역과 역 사이를 운행 중일 때는 다음 역까지 운행한 후 조치를 하고 승강장일 경우는 조치하고 출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운전실 스피커를 통해 출입문을 열어 달라는 소리를 듣고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어 27초 후 열차출입문을 닫고 재출발시키는 과정에서 승객이 열차와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끼어 사망에 이르렀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기관사는 왜 열차 출입문만 열고 승강장 안전문을 열지 않았는가? 대부분의 역은 운전실에서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면 승강장 안전문도 같이 열리게 되어 있으나 김포공항역 안전문은 초기모델로 시스템 상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동차 비상인터폰 음질이 좋지 못해 정확하게 승객의 요구사항을 알아들을 수 없다. 특히 승객이 추가적으로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할 때는 출입문에 이물질 등이 껴서 출발시킬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열차 정시운행을 위해 다음 역에 내려 열차를 갈아타도록 유도한다. 즉 기계적으로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개별승객이 비상인터폰을 누른다고 비상상황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한다.

기관사는 왜 열차와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사람이 끼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가? 김포공항역 외의 도시철도 승강장 안전문은 사진과 같이 문이 닫힐 때 안전문 아래쪽에 달린 45° 각도의 경사턱이 승강장 발판을 덮는 형태라 사람이 딛고 서있을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김포공항역은 초기모델로 경사턱이 설치되지 않았다. 또한 출입문만 열리고 안전 문이 열리지 않더라도 안전문에는 비상열림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손잡이를 젖혀서 안전문을 열고 내릴 수 있도록 돼 있 54

다. 그런데 안전문을 열지 못해서 사람이 사이에 끼었기 때문에 이번사고는 비상 열림장치 고장 등 원인조사를 더 해봐 야 한다.


경사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사망자가 여기에 끼일수 밖에 없었다

세 번이나 열차를 재출발 시키는 동안 기관사는 왜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는가? 서울지하철 5,6,7,8호선을 담당하는 도시 철도공사는 열차 맨 앞에서 운전하는 1인 승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는 러쉬 시간대로 열차 운행간격은 2분 30초이며 종점역에서 열차운전 방향을 바꾸는 회차 시간은 보통 5분에서 7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기관 사에게 주어진 시간을 감안할 때 기관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기관사가 운전실을 벗어나면 원전관제와의 교신 및 각종 안내방송 등 승객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게 돼 사고 로 이어질 수 있어 기관사가 운전실을 떠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래서 ‘기관사 작업 내규’에도 기관가사 운전실 을 떠나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SOP(안전작업표준서)에는 비상상황 시 운전실 에서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 때는 현장 확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SOP에서 규정한 비상상황은 어떤 상황인가를 봐야 하는데 비상상황이란 열차화재 또는 열차를 정상적으로 출발할 수 없는 기기고장이나 CCTV 등 각종 감시 장비로 확인할 수 있는 비상상황일 경우를 말하는데 이번사고는 이에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비상인터폰을 받고 출입문을 개방시켜 상황이 해제되도록 조치를 했음에도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 것을 기관사 가 인지할만한 정확한 상황통보가 없었고, 출입문 취급과정에서 지체된 시간에 대한 압박도 기관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 쳤다고 보여 진다.

승객이 무리하게 내리려는 시도를 제외하고 사람이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들어가게 된 원인은 세 가지로 정리되는데, 첫 째 열차출입문과 승강장 안전문이 동시에 열리지 않은 점. 둘째 안전문에 경사턱이 설치되지 않아 사람이 들어갈 공간이 있었다는 점. 셋째는 안전문 비상개방 손잡이를 사용할 줄 몰랐거나 작동되지 않은 점이다. 승객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 인은 승객이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었다는 사실을 기관사와 관제사가 인지하지 못하고 열차를 출발시킨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기관사의 입장에서만 분석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서는 ‘책임을 한사람에게 몰아주는 방법’ 이 아닌 정확한 원인파악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고 로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도 애도를 표합니다.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10월 15일 향남공감의원에서 일하는 연구소 회원들이 자 본의 노조파괴, 직장폐쇄 공작에 맞서 100일 넘게 투쟁하 고 있는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를 찾아가 의료연대를 진행했습니다. 오랜 시간 투쟁으로 인한 불면과 극도의 스트레스 등으로 조합원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갑을 동지들의 투쟁 승리하는 그날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보면 좋겠 습니다.

지난 11월 1일 19시, 향남공감의원에서 연구소 경기이남 지역 회원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모임에서는 2008 년부터 시작한 연구소 경기이남 지역 활동에 대한 톺아보 기와 앞으로 어떠한 지역 활동을 펼쳐나가야 할지, 그 과 정에서 회원들이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일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후에는 부산지역에서도 지 역활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한 토론을 진행할 예정입 니다.

2011년 현대자동차의 지배개입과 창조컨설팅의 기획으 로 노조파괴를 자행한 유성기업이, 노사간 갈등에 따른 조합원 6명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받은 산재 승인을 취소 해달라는 행정소송을 근로복지공단 제기했습니다. 이를 확인한 유성기업 고 한광호 열사 투쟁 범대위는 더불어 민주당 강병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함께 11월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의 파렴치한 행동 을 규탄하고, 하루 속히 소송을 취하할 것을 요구했습니 다. 연구소는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하여, 고용노동부가 지 난 7월 29일 명령한 유성기업 노동자에 대한 임시건강진 단 시행을 요구했습니다. 56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