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57호 2017년 2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시그네틱스 노동자의 기난긴 해고와의 싸움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 당장멈춰 3년의 활동, 남은 과제들
안전 수칙에 어긋나는 작업은 하지 않을 권리, 위험을 느꼈을 때 회피할 권리
노동자 생명과 안전의 최후 보루, 작업중지권 언제 쓰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펴냄
-작업중지권이란?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현장에서의 대응 이렇게 해보자 -작업중지권 단체협약 어떻게 할까
연구소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laborr@jinbo.net, 카카오톡ID_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02-324-8633
독자에게
오늘도 죽지 말자 명절이 다가올수록 폭주하는 물량으로 인해 잠자는 시간 빼고 과로를 하다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집배원 노동자들은 출근하면서 이 말을 다짐합니다. 우정사업본부는 명절이나 김장철처럼 택배 물량이 폭주하는 시기를 특별소통 기간으로 정하여 인력 을 충원한다고 하지만 물량보다 집배원 충원은 늘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집배원 노동자들 은 일이 끝나면 파김치가 돼서 집으로 돌아가고 지옥 같은 특별소통 기간을 얼추 정리하고 맞는 명절 엔 가족들 얼굴 보는 건 커녕 그동안 밀린 잠을 자기 바쁜 날입니다. 문제는 명절에만 물량이 폭주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렇다는 점입니다. 집배원 노동자들은 이 전보다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것과 동시에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방문해야 하는 집 자체가 많아졌습 니다. 사회적으론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다 보니 방문해도 빈집인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이 퇴근한 시 간 꼭 다시 방문해야 합니다. 일을 두 번하는 셈이죠. 그래서 집배원 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일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밥 먹는 시간도 포기하고 이륜차를 운전하다 과속방지턱이 나와도 브레이크를 잡지 못하며 조금이라도 빠르게 이동해야 합니다. 겨울철 폭설에도 목숨을 걸로 배달에 나섭니다. 현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는 잊을 만 하면 부고장을 만들고 국화꽃 듭니 다. 불과 며칠 전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집배원 노동자의 장시간-중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 에도 열성적이었던 집배원 노동자분이 동료에 의해 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고인은 돌아 가시기 전날인 일요일에도 출근해서 일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암울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 1만6천 명의 집배원 노동자들 가운데 300명이 60년 어용노조의 세월과 단절하고 민주노조를 세웠습니다. 노동조합은 부단히 활동하면서 죽음의 일터를 살맛나는 일터로 바꾸기 위한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집배원 노동자들이 더 편하고 더 안전 하고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우리도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 연대하면서 힘을 보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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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출처_우정사업본부
특집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이달은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조합의 2017년 노 동안전보건활동 계획과 고민을 들어보고자 하 였다.
26 2017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사업계획 28 활동이 취약한 지회 역량 강화에 힘쓴다! 30 노동안전을 넘어 공공안전으로! 32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 겁니다! 34 현장에서 우선순위 중 하나로 고민하는 노동안보건 활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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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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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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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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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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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러시아,중국, 카자흐스탄,브라질은 석면생산, 수출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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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안전보건공단 노동자 건강증진활동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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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귀에 드는 골병, 소음성 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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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당장멈춰‘ 3년의 활동, 남은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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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노동시간 줄이겠다는 노동부, 행정해석이나 우선 변경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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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전화벨이 우리에게 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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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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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시그네틱스 노동자의 기나긴 해고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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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메시지는 뭐였을까? 48
발칙X건강한 책방 ‘이어말하기의 힘’으로 2017년 봄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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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현대자본의 산업안전보건
언젠가 모든 사람에게
책임에 관한 몰상식적 행태
솔직한 PD가 되고 싶어요 52 20
연구 리포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 발족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 54 24
이러쿵저러쿵 불신의 시대에서도 웃으면서 살 수 있기를
사진으로 보는 세상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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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몰린 이주노동자들
정리 콜라비 선전위원
대구·경북 지역 이주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위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면 대구의료원
험한 작업장에서 일하고, 3명 가운데 1명은 작
에서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지만 이런 내용을
업하다 다쳐도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것으
안다는 노동자(43.9%)보다 모른다는 노동자
로 조사됐다.
(47.4%)가 더 많았다. 대구의료원을 찾은 이주 노동자들도 39%는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연대회의’
느낀다고 밝혔다.
는 1일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일하는 이 주노동자 37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했더니,
국내 등록 이주민은 결혼이주민을 포함해 대략
55.1%가 근무 중 위험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203만여 명이다. 등록 이주민의 20%를 약간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은 주요 위험요인으로 ‘위
웃도는 미등록 이주민이 일하고 있지만 정확히
험한 기계’(22%), ‘작업장에서 냄새가 나고 시
파악되지 않는다.
끄럽다’(22%), ’힘을 많이 써야 한다’(22%), ‘전 기 또는 화재 위험’(8%) 등을 꼽았다. 이들은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연대회의
하루 노동시간을 묻는 말에 절반 이상이 10시
관계자는 “위험한 작업장에서 하루 12시간 이
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12시간’(23.8%)이 가장
상 살인적인 노동을 하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많았고, 이어 ‘10시간’(19%) ‘11시간’(5.8%) ‘13
미등록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노동법의 사각지
시간’(2.3%) 순으로 나타났다.
대에 내몰려 있으며, 건강보험도 적용받지 못 한다. 이들이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
이같이 위험한 작업장에서 장시간 격무에 시달
한의 안전망이라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리는 이주노동자들은 29.7%가 ‘산업재해를 당
말했다.
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산재를 당 한 이주노동자 중 37.9%는 자비로 치료를 받았 다고 했다. 회사에서 치료비를 대줬다는 응답은 35%이고, 27.2%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했다고 응답했다. 6
참조 : 한겨레, 2017.2.1.이주노동자 절반 이상 위험한 작 업장에서 일한다
스웨덴의 노동시간단축 실험
스웨덴 최대 도시 중 하나인 예테보리에서 노
짧은 근무 시간의 실용성에 대한 정치적 회의
동시간 단축 실험이 지난달에 종료되었다. 이
론도 존재한다.
실험의 결론은,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행복 과 건강은 물론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
노동자의 행복을 고민하는 국가와 회사는 점점
친다는 것. 하지만 확대 시행하기에는 비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것을 근무 시간 단축을 통
너무 많이 들고 실행이 까다롭다고 한다.
해 높이려는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전혀 견인력 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테보리 시의
이 실험은, 예테보리 남부 지역의 시립 퇴직자
회의 보수당에서는 이 실험을 유토피아적인 어
시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년간 임금 삭감 없
리석은 생각이라고 비웃었고, 비용이 높은데다
이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
정부가 사업장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
인 것이었다. 노동력 보완을 위해 약 70만 유로
며 실험을 막으려 하기도 했다. 이전에 비슷한
(약 8억 5천6백만 원)의 비용으로 17개의 새로
실험을 시행한 스웨덴의 다른 도시에서는 높은
운 일자리를 만들었다.
비용과 시행상 결함을 이유로 이 개념을 결국 포기했다.
비록 실험의 규모는 작았지만, 광범위한 토론을 촉발시켰다. 즉, 노동자의 일과 삶의 균형을 향
프랑스에서는 사회주의 정부가 주당 35시간 노
상시키는 것, 그리고 노동자를 압박하기보다는
동을 의무화한 이래로 15년 이상 논쟁이 이어
잘 대우하는 것이 회사와 경제에 더 이득이 되
지고 있다. 올해 프랑스 대선 유력 후보인 보수
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정치인 프랑수아 피용(Franois Fillon)은 그가 승리하면 주당 35시간 노동제를 없애겠다고 단
이 실험을 주도한 예테보리 시의회의 좌파 당
언했다. 프랑스의 많은 기업들은 짧은 주당 노
수 다니엘 베른마르(Daniel Bernmar)는 "이
동시간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십억 달러의
실험은 노동시간 단축이 직원의 건강, 좋은 작
추가 비용을 발생시켰다고 불평해온 반면, 노동
업 환경 및 낮은 실업률 등 많은 이득이 있음을
조합들은 노동조건 악화로부터 노동자를 보호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높은 비용과
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참조: 뉴욕타임즈, 2017.1.6일자. In Sweden, Happiness in a Shorter Workday Can’t Overcome the C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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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브라질은 석면생산, 수출을 중단하라!! - 세계 최다 석면채굴 4개국 대사관 앞 석면추방 캠페인을 진행하며
이숙견 상임활동가,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원회
1870년부터 2011년까지 140년간 세계에서 가장 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석면규제 제도가 전혀 없고
랫동안 석면을 생산해온 캐나다가 2016년 12월 15
석면 피해 통계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못하는 아시아
일, 드디어 2018년까지 석면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
국가에서 석면 대부분이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지금
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석면추방운동을 해왔던 아시
과 같은 지속적인 석면 사용은 석면으로 이익을 얻는
아 석면추방네트워크 등 6개 국가의 석면추방단체들
일부 수출국과 석면 자본을 제외한 대다수 노동자와
은 공동성명을 통해, 캐나다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시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만을 안겨줄 뿐이며, 앞으로
다른 석면 생산 및 수출 국가들도 석면 생산과 사용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피해 규모가 예상된다.
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였다. 더불어 한국석면추방운 동네트워크는 세계 최대 석면 생산 및 수출 국가인 4 개국(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브라질)의 대사관 앞 에서 석면 사용을 중단하라는 캠페인을 한 달간 진행 하였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직업성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석면 노출에 의한 사망이 며, 매년 석면으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10만 명에 이 르고 있는데도 석면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 국을 포함하여 54개 국가뿐이다. 세계적으로 200만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석면이 지금도 생산, 소비 되고 있고, 1억 2천 5백만 명이 석면에 노출되는 것 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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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석면암연구센터 통계에 의하면 매년 2,300명에게서 중피종 등의 석면 질환이 발병하고, 이러한 석 면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17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캐나다의 석면사용 전면 중단의 배경에 는 이러한 현실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2012년 10월 퀘벡 석면 수출계획(2012년 7월 매년 20만 톤씩 500만 톤 전량을 20년간 아시아에 수출하려던 계획) 중지를 이루어 낸 퀘백정부(2012년 10월 선거에 승리한 Parti Quebecois 정부)의 노력, 기간 국내외 석면추방활동가들의 끈질긴 문제 제기와 석면 사용 금지에 대한 요구 가 함께 어우러져서 이루어낸 결과이다.
그렇기에 석면추방 활동가들은 캐나다의 석면 전면 사용 중단에 이어, 현재 석면 최대 생산국가들 또한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모든 이들의 안전과 건강, 환경보호를 위해 석면생산과 수출을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 다. 그리고 지구 상에서 석면이 완전히 없어지는 그 날까지, 더 이상의 석면피해 발생을 멈추기 위해서 석면 추방활동은 지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2011년 46세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환경성 석면피해자이자 석면추방활동가였던 고 이 정림 활동가의 절절한 호소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석면 사용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저와 같은 석면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출처_반올림
1월 11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참가단체 회원들은 석면채굴 4개국 중 마지막인 브라질 대사관 앞에 서 석면 생산 및 수출 중단을 요구하는 ‘석면추방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이날 캠페인을 마치고 석면 전 면중단 요구내용이 담긴 항의서를 각 대사관에 직접 전달하였다. 이번 석면추방 캠페인은 12월 21일 러시아 대사관을 시작으로 1월 11일 브라질대사관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었다. 9
포커스
안전보건공단 노동자 건강증진활동의 아이러니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1월 2일 안전보건공단이 2016년도 하반기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 12곳을 선정하여 시상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사업장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증진 문화를 정착하고 안전한 일 터를 조성하도록 하려는 취지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안전보건공단의 근 로자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 선정 기준과 후속 조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강증진활동 안전보건공단은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는 사업주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 공하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만일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면 해당 사업장은 3년의 유효 기간을 부 여받아 건강증진활동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수여하는 각종 기업 포상에서 우선 추천되는 혜택 등을 받는다. 또, 유효기간 3년이 지난 시점에 재평가 받아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우 수사업장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간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노동자의 건강 증진을 평가하 는 것이 결코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 상황임에도 정부가 사업주에게 노동자 건강증진활동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건강증진 우수사업장은 신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사정 전문가들의 현장방문과 심사를 거쳐 선정 된다. 이때 주요 심사 기준은 △건강증진에 대한 경영자 의지 △노사공동 추진 프로그램 △노동자 참여도 △취약계층 관리 △건강증진 프로그램 실행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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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선정된 기업들의 구체적인 사례들 살펴보자. 1. 노동자의 운동량을 측정하는 IT 기기를 제공하고 특색 있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생활 속에서 운동 실 천을 도왔다. 2. 회사 내 심리상담사가 상주하며 ‘스마일 데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심리 상담을 지원하여 업무로 인한 직무스트 레스를 예방했다. 3. 안마사를 고용하여 ‘헬스키퍼실’을 운영하고 연구개발 근로자들의 건강증진 활동을 펼쳤다. 4. 전체 회사 차원에서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2013년 48% 수준이던 사내 근로자의 흡연율을 2016년 3%대까 지 낮추는 성과를 달성했다. 5. 외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하청업체 및 일용근로자에 대한 근골격계 질환 예방 테이핑요법, 직무스트레 스 평가 및 미술치료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선정 이유를 살펴보면 각 사업장이 해왔던 노력까지 폄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안전보건공단이 선정한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증진활동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평가하지 못하는 건강증진활동동 건설현장에서 하청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테이핑요법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상담치료 등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동 강도를 높이는 작업량, 작업시간, 근골 부담을 주는 자세와 작업 환경 등의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의 직무 스트레스 역시 원청 업체의 갑질이나, 위험한 일을 떠맡아 하는 현실, 고용 불안 등의 상황이 먼저 개선되 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치료가 대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상담 프로그 램을 통한 직무스트레스 관리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진 후 진행하는 상담 프로그램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으나 결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다.
노동자의 운동량을 IT로 장비로 측정하고 운동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역시 반대로 보면 운동량을 측정 해야 할 정도로 노동자들이 많은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업무량과 업무시간을 줄 여서 노동 강도 부담을 덜게끔 해야 할 것이다. 금연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도 노동자들이 흡연하게끔 하는 직무스트레스 원인을 파악하고 그 점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지 일률적으로 금연을 강제하는 건 노 동자의 스트레스를 더욱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을 할 수 있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건강증진활동 마지막으로 노동자의 참여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장들의 노동자 참여는 대체로 상담을 받거나, 운동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강제로 금연하거나 하는 등 경영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요된 수동적인 참여만 있다. 노동자의 근골, 뇌심, 직무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해 무 엇보다 필요한 노동자의 참여는 이런 것이 아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건강을 해치는 다 양한 요인을 찾아보고, 말하게 하고, 그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해결을 위해 함께 행 동하는 노동자 참여여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개선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심사 기준이 마련될 때 비로 소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 선정 및 시상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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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3) - 개선과제를 중심으로
아이구 상임활동가
A 사업장의 경우 전 조합원 설문, 조합원의 5%에 대한 심층면접, 68개 공정에 대한 현장조사 등을 거쳐 정리 한 주요 내용에 대한 노사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개선과제를 도출했습니다.
위험성평가의 목적은 바로 개선할 힘을 만드는 것 사업장마다 다르겠지만, 위험성평가의 목적은 개선할 과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대로 파악 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공동으로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꼼꼼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제대로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조사한 내용에 따라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 노사의 협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개선과제를 논의하고 합의 과정에서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를 꼭 포함해야 합니 다. 그래야 개선할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을 지속할 개선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과 정과 힘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보고서를 내고 말거나 개선시도를 하다 말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실 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 꼭 관철하거나 견지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가급적 사측의 의견도 최대한 반영해야 하겠지만, 현장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지속하는 것입니다. 개 선과제와 개선활동에 대해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둘째, 매년 해야 하는 위험성평가 는 한 번 하고 말 활동이 아니므로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를 구분하여 노사합의를 통해 집행부의 임기 와 별개로 지속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셋째, 개선과제를 사안별로 쭉 나열하여 제시하기보다는 입 체적인 개선방안을 기획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사 공동으로 개선이 절실하고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전사적으로 추진할 과제, 집행부 차원에서 산보위(노사협의회)를 통해 집중적으로 개선할 과제, 부서별 공정별로 조합원들이 주도적으로 지속할 과제 등으로 구분하여 개선을 일상적으로 지속할 태세를 갖 12
추고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위험성평가의 목적은 제대로 파악한 유해위험요인을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개선해 나갈 힘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개선을 일상적으로 지속할 조합원들이 본인은 물론이고 현장 동료들이 겪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해 나가면서, 개선할 필요를 공감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효성 있는 개선을 해나갈 힘과 경험을 축적해 나갈 때 일터를 더욱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게 만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노사가 공감하는 실행에 옮겨야 할 개선과제 A 사업장의 경우, 개선할 과제는 3년의 기획 아래 크게 세 축으로 정리했습니다. 전사적으로 진행할 과제로 회사의 안전보건경영방침의 내실화, 근골격계 질환 보호예방관리프로그램의 시행, 핵심 개선과제와 공정별 개선과제의 실행 등입니다.
전사적으로 진행할 안전보건경영방침 내실화를 위해 ①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경영진의 안전보건 인지적 경영인식의 전환 ② 안전보건 관련 예산과 인력의 확대 ③ 현장 참여형 안전보건활동 정착을 위한 안전보건 지킴이 활동체계 구축 ④ 개선은 단기간만이 아닌 중단기적 기획과 경험 축적 필요 ⑤ 구체적이고 다수가 공 감할 근무형태, 근골 부담 예방, 유해물질과 소음, 작업량과 인력 문제 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경험을 구 체적으로 쌓아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첫 시도로 전 공장 출입구에 안전보건경험방침 부착, 공정별 MSDS 게시, 재해보고 및 대책 관련 전 구성원에게 보고, 안전보건지킴이 체계 구축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어서 다발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부담 요인 대책으로 보호예방관리프로그램의 시행이 절실하다는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동일한 규모의 사업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선행사례를 통해 A 사업장에 맞는 운영방안에 대 한 합의를 거쳐 실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동시에 사업 전에 노사가 합의한 바대로, 근골 증상을 호소 하고 있는 조합원들에 대한 문진 등 의학적 조치를 시급히 하여 시술과 수술이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병행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끝으로 핵심 개선과제를 12개 제안하였습니다. 장시간 노동 심야노동의 개선, 서서 하는 부담 완화, 조명개선 과 분진 노출 저감, 방청유와 석유와 랩제 및 염산 사용 공정에 (측방)배기장치 설치, 국소배기장치 성능 및 실태 조사를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 및 실행, MSDS 게시 등 유해물질 관리와 유해성주지 등 관리 강화, 금강사 등 랩제 보관 및 사용방법의 개선, 전도위험 방지 대책 수립과 개선, 소음 저감 및 차단을 위한 종합대 책 수립 및 실행, 대차의 개선으로 중량물 취급 부담 저감, 고온 및 저온 작업에 대한 보완조치로 이동식 냉 온풍기 사용, 설비에 의한 협착 등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센서 설치와 일상적 점검 시스템 구축 등이 바로 그 것입니다. 핵심 개선과제에 이어 보고서에 제시한 공정별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개선은 공정별로 노사협의를 거쳐 실행에 옮기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A 사업장의 경우 지회와 연구진이 개선을 위 한 기획안을 만드는 중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개선과제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공유하도 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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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출처_노동과세계
시그네틱스 노동자의 기나긴 해고와의 싸움 금속노조 시그네틱분회 윤민례 분회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삼성 재벌 이재용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고 재벌
이 시그네틱스 반도체를 인수했는데 그때부터 노사
해체와 이재용 구속을 외치던 13차 촛불 집회에
갈등이 심하게 됐어요. 당시 회사엔 한국노총 소속
서 영풍 자본의 표적이 되어 온갖 탄압을 긴 해고
노동조합원 1,000여 명이 있었어요. 파주는 염창동
복직투쟁으로 맞서고 계신 경기금속지역지회 시
에 비해 3배 규모고, 유니온 샵 제도였으니 반도체
그네틱스 윤민례 분회장님을 만났다.
업종에 거대노조가 생기는 거였죠. 그런데 저희 모두 파주로 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염
시그네틱스 해고 복직투쟁은 매우 오래된 투쟁으
창동보다 작은 공장을 안산에 짓더니 일방적으로
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의 긴 이야기를 들려주실
통보하면서 싸움이 본격화됐어요. 공장이전을 하면
수 있는지요?
서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한 자본의 계획이기 때문 에 전면 파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전원 해고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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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해고) 2001년도에 이 싸움은 시작됐어요. 영
그러다 6년의 투쟁을 통해 65명이 안산 현장에 복
풍그룹이 들어오기 전 공장이 서울 염창동에 있었
귀를 했고 2007년 대법원 판결 받을 때 핵심간부와
는데 공장이전을 하게 계획돼 있었어요. 염창동에
열성 조합원 29명 전원패소로 1차 해고자라고 부르
있는 공장을 담보로 파주 탄현면에 3배 큰 규모로
는데 저도 그때 해고되었죠.“
공장을 새로 지은거죠. 그리고 2000년에 영풍그룹
지금 현재 파주공장은 자본의 계획대로 원활하
에 많이 울었죠. 그래도 한편으로는 설마 하는 희망
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서울 염창동의 기계가
을 가져보기도 했는데 9월말까지 연기하다가 역시
파주로 이전했지만 파주 공장에 생산라인은 모두
하더라고요. 상반기에는 조금 힘들었어요. 그런데
하청화해서 다른 회사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주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막상 해고통지를 받아도
장하고 있다. 정말 가고 싶으면 사표를 내고 비정
조합원들이 또 하냐?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위로금
규직으로 들어오면 받아준다고 말하고 있다.
액이 올라가서 혼란스러운 것도 없지 않았죠. 지금 은 투쟁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요. 시간이 흐르고 나
“(2차 해고) 안산으로 65명이 복직했는데 자연 감
이가 늙었다고 노동조합 지켜내고 일자리를 지켜내
소하기도 하고 4년 후 2011년도에 경영상 어려움
는 투쟁을 접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죠.”
을 들면서 32명 전원 정리해고를 했어요. 다른 회사 로 전적해서 가라고 했는데 저희가 거부했어요. 본
지금 투쟁의 쟁점은 무엇이고, 교섭은 어떠한지
사인 파주공장이 있는데 남의 회사에 가서 1년도 못
요?
버티고 잘릴게 뻔에 그것을 받아들일 순 없었죠. 17 개월 동안 투쟁해서 2013년 1월에 전원 복직을 했
“1차, 3차 해고자 26명의 파주공장으로 배치전환입
어요.”
니다. 우리는 입사할 때 시그네틱스 정규직으로 입
“(3차 해고) 1년도 채 못돼서 2014년도에 안산공장
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주는 고용유지를 위한
을 팔아버리고 광명 하안동으로 또 공장이전을 해
해고회피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니 광명사업부 폐
요. 2년이 지난 2016년 광명공장을 경영이 어렵다
업을 하더라도 시그네틱스 파주공장에 일자리를 만
는 이유로 폐업으로 인한 정리해고를 했어요. 그래
들라는 것이죠."
서 현장에 22명이 남아있었는데 1억에 가까운 위로 금을 제안했고 평균연령이 52세이다 보니 그보다
마지막 교섭이 2016년 9월 27일 있었지만 그때
많은 언니 13명이 사직을 하고 최종 9명이 남아서
이후로 사착의 입장변화가 없기 때문에 교섭도
투쟁을 결의하게 되었죠.”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6년 긴 시간 동안 해고 복직투쟁을 해오고 계신
현재 투쟁하시는 분들 모임은 어떻게 하고 계시
건데, 사측은 폐업까지 하고 더욱 힘겨운 상황이
고 앞으로 어떤 투쟁계획이 있으신지요?
네요. 요즘 어떠신지요? “1차 해고자는 2개월에 한 번씩 모여요. 17년째 하고 “2015년 12월에 교섭할 때 내년 6월에 광명사업부
있고요. 1차 해고복직투쟁은 죽는 것 빼고는 다했어
정리하고 해고한다고 할 때 힘들더라고요. 어떻게
요. 단식, 고공농성, 교섭위원 5명 전원구속, 저도 수
세 번씩이나 전원을 해고할 수 있나! 두 번씩이나 투
배 8개월, 아이들 조합원들에게 떼 놓고 영등포 구
쟁해서 복귀했으면 그만할 때도 됐는데 하는 생각
치소 3개월 갔다 왔거든요. 강도 높게 안 해본 투쟁 15
이 없었어요. 그 때는 그렇게 치열하게 할 수 밖에
끊임없는 탄압 속에서도 16년 넘게 지속적으로
없었죠. 2차 해고복직투쟁의 기조는 1차 때 해고자
투쟁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얻으시는
를 밖에 두고 들어가니 너무 마음 아프더라. 그래서
지요?
전원이 현장에 복직하는 것을 기조로 하고 투쟁수 위도 전원이 동의하는 방법으로 했고, 실제 전원이
“영풍자본이 투쟁하게 하는 것 같아요. 같은 사람인
복직을 하죠.”
데 우리는 지배를 당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 는 것인지 인정을 안 해주잖아요. 세상이 살아가기
한편 이번 3차 해고자 투쟁은 장기적으로 보고 유
가 점점 힘들어지잖아요. 광화문의 촛불도 단순히
연하게 가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조합원들이 늙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었고 소수이기는 하나 세 번의 해고를 단행한 무
요. 민중들이 먹고살기 힘드니까 거리로 나올 수밖
노조 경영이념을 갖는 영풍자본의 비도덕적인 행
에 없는 것 아니었나 생각해요. 노동조합 활동하면
태를 여론화시키고 국민의 관심을 모아서 영풍
서도 고민이 있었던 것이 우리 아이들 어떻게 키울
불매운동 등으로 이미지 타격하는 것과 실제로
것인가도 있었죠. 개인적으로 아무리 일 열심히 해
사업주가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부분을 알려
도 살아가기 힘든 사회인데 상위 1%되기 위한 노력
내는 것을 이번 투쟁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아니라 열사람이 한걸음 하는 것이 세상을 변화
고 한다.
하는 것인데 그렇게 아이들을 키워야 되는 것 아닌 가! 그리고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살아
“한 축으로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하고 있죠. 영풍
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자본의 24개 계열사 중 노조는 저희 밖에 없으니 얼 마나 눈의 가시이겠습니까?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
분회장님의 경우 16년 동안 복직투쟁을 하고 계
를 확대하고 있고, 파주공장도 모든 라인이 비정규
신데 개인적인 생활은 어떠신지요?
직이죠. 개돼지처럼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으면 버 리겠다는 무책임한 자본에게 저항하고 투쟁하다보
“어떤 분은 여성이니 더 힘들지 않았냐고 하시는데
면 반드시 관철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비정규
제 경우는 여성이라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결혼해
직 반대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축은 정리해고
서 아이들이 4살, 7살 때라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
반대투쟁입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본이 절차
리고 투쟁하려니 힘들 긴 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를 밟아서 끊임없이 정리해고 했다가 법정에서 해
남편이 벌고, 저도 가끔 아르바이트도 하고, 조합비
고무효소송에서 패소하면 말고 끈질기게 정리해고
나 금속노조 지원금 등으로 적게 쓰면서 활동했죠.
하고 탄압하는 것이죠. 악랄한 영풍그룹의 경영이
지금은 두 아들이 스무 살이 넘었어요.”
념에 대해 사회적으로 문제제기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게 의미 있는 투쟁이라고 생각하니까 많이 힘 들지 않고 왔던 것 같아요.” 16
출처_금속노조
남편분의 반대와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노동조합의 ‘노’자도 모르는 사람인데 요즘엔 광화 문에 나오더라고요. 남편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고 생각해요. 결혼할 때는 이해해준다고 했지만 이 렇게까지 할 줄 알았냐고 얘기해요. 십 몇 년을 할 줄 몰랐다고. 고비 때마다 힘들면 집을 나갔어요. 첫 번째가 수배 때 저보고 자수하고 들어가라고 하더 라고요. 두 번째는 구치소 갔다 오면 그만할 줄 알았 는데 계속 활동하니까 또 나가더라고요. 지금은 제 가 대표니까 몸이 힘들어도 나가는 것 보면 가야되 윤민례 분회장
는가보구나 하는 거죠. 힘들어도 내가 해야 하는 일 이고 이것이 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죠. 활
요구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동을 할 때 난 행복하다고, 이것을 안 하고 다른 일
“그래서 힘들 때면 스스에게 묻죠. 죽을 만큼 힘든
을 하면 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으니 날 이해해 주든
가! 그렇지 않다면 가보자! 조합원들이 힘들다고 할
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자고 했죠. 조금 바뀌긴 했
때면 말해요. 죽을 만큼 힘드냐? 그렇지 않다면 할
지만 아직도 이해와 각자의 길의 중간에 서 있어요.”
수 있다고. 현재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겠냐 고!”
조합원들과 촛불에 나오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노동조합을 없애려는 영풍 자본과 첨예하게 맞서 “투쟁해서 우리가 현장에 복직하는 것도 좋은데 광
한 길을 걷고 계신 윤민례 분회장님의 바램처럼
화문 촛불을 보면서 오늘 문득 우리가 원하는 세상
타오르고 있는 촛불도 시그네틱스분회의 해고복
이 가까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민주노
직투쟁도 성공하는 그 날이 올 수 있게 사회적 관
총의 이름으로 쫓아다녔던 집회가 17년째인데 늘
심과 지지가 필요하겠다.
외쳤던 구호가 현실화되고 있는 거예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외쳤던 구호를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 까지 함께 외치고 있는 이 모습에 뿌듯함이 있는 거 예요.
분회장님은 그러면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동 안 잘못 됐던 것을 하나 둘 바로 잡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다음 대선에 누가 당선되느냐로 귀결되지 않고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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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한번째 이야기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언젠가 모든 사람에게 솔직한 PD가 되고 싶어요! - 방송국 프리랜서 조연출 한별 님 인터뷰 출처_한국비정규노동센터
재현 선전위원장 방송의 세계는 굉장히 화려하면서서 사회적으
영상을 제작하면서 이 일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아
로 미치는 힘과 영향력 역시 상당하다. 그러한
요. 졸업하고서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
이유로 많은 사람이 방송 일을 해보고 싶다는
다니면서 일을 더 배웠어요. 그러다 여행 프로그램
꿈을 갖는데, 이번 일터가 만난 한별 님도 방송
을 제작하는 외주 회사에 입사하면서 조연출 생활
을 연출하는 PD(Producer, 프로듀서)를 꿈꾸
을 시작했죠. 지금은 방송사랑 프리랜서로 계약을
며 조연출 일을 하고 있다. 공중파에서 더는 예
맺고 일하고 있고요.”
전처럼 정규직 신입 PD를 뽑지 않고 대부분 열 악한 영세 외주 제작사에서 시작해야 하는 어
많은 사람이 방송국 PD가 되려면 언론고시를
려운 조건이지만, 한별 님은 누구보다 즐겁게
준비해서 방송사 공채에 합격하는 것밖에 없다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내디디고 있었다.
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영세한 외주 제작사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방송을 꿈꾸고 있는 청년들이 방송사에서 공채로
환경이다
인력을 많이 뽑지 않다 보니, 외주 제작사로 들어가 방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워낙 외주 제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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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막연하지만, PD가 되고 싶다는 꿈
에서 방송을 많이 만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주 제
을 꾸다가, 대학 때 전공하면서 습작에 불과하지만,
작사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도 처음에는 공채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무엇보다
안정적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도착하자마자 종일 촬영했죠. 밥은 밤 10시에 촬영
일을 병행하며 완벽하게 준비하기가 쉽지 않고, 외
마치고 먹거나,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질 때 먹곤
주 제작사에서도 충분히 배울 기회가 많아서 공채
해요.
를 준비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없어요.“
촬영을 다 마치면 숙소 들어와서 종일 촬영한 메모 리카드 파일을 컴퓨터나 외장하드에 백업해요. 그
한별 님은 지금까지 여행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리고 메모리카드 포맷하고, 다음날 다시 촬영하고
아침 방송을 거쳐 현재 동물 관련 쇼양 (쇼 +
백업하는 걸 반복하죠. 사실 촬영하고 돌아오면 이
교양)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제부터 제 일이 시작되는 거나 마찬가지죠. 백업한 파일들을 영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데
“여행 프로는 제가 처음 입사한 외주 제작사에서 제
이게 시간과의 싸움이거든요. 그리고 같은 시간에
작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10년 차 이상의 경력이
촬영한 부분을 맞추는 작업인 ‘싱크 맞추기’를 시작
있는 분만 PD를 할 수 있었어요. 평소에 해보고 싶
해요. 가끔 박수를 치거나 슬레이트를 치는 게 다 이
던 프로그램을 하게 된 것이라 아주 즐겁게 일했는
것 때문인 거죠. 그리고 이제 PD님이 편집을 시작하
데 회사 사정상 제가 ‘입봉’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고, 편집이 끝나면 작가님들이 그 영상을 가지고 자
다 보니 결국 이직을 해야 했죠. 그래서 입봉이 빠르
막과 내레이션용 원고를 쓰기 시작하죠. 그 뒤에 자
다는 아침방송을 하는 제작사에 들어갔어요. 그런
막과 더빙, CG 등 모든 후반작업이 끝나면 방송 전
데 제작되는 시스템이 제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달
에 심의위원이 최종 검토하고 방송이 나가게 되요.“
랐어요. 솔직히 말하면 못 버텼다고 할 수 있겠죠? (웃음) 그래서 이대로는 방송이라는 자체에 흥미를
한별님이 하는 방송은 총 5팀이 팀당 4명 (PD,
잃을 것 같아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죠. 다행
메인작가, 서브작가, 조연출)씩 구성해서 5주
히 지금은 재밌게 일하고 있죠. 그래서 조금 돌아가
에 1번 방송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해야겠다고 생
듣고 꽤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완전
각해요.”
착각이었다.
방송국 일은 늘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첫째 주는 기획회의를 하고 아이템을 찾아요. 그 럼 서브 작가님이 몇 백통 전화 할 걸요. 둘째 주에
“매일 매일 다른데 촬영하는 날은 하루 종일 촬영만
는 그렇게 섭외가 된 사뢰자 가정들에 답사를 가게
해요. 얼마 전에 촬영 팀이 (PD, 카메라 감독, 조연
되죠. 가서 방송이 가능하겠다 싶으면 촬영을 시작
출) 지방으로 1박 2일 출장 다녀왔는데, 아침 6시 반
하죠. 이렇게 촬영을 시작했다가도 중간에 파토 나
에 출발했어요. 전 그 전날 미리 장비 챙기고, 숙직
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다행히 촬영이 끝나면 메모
실에서 자는 거죠. 그리고 새벽에 출발해서 지방에
리카드를 백업하고 싱크를 맞춰요. 셋째 주는 PD님 19
이 편집을 시작하시는데, 이때 추가로 촬영을 나기
“방송사에서 1년 동안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조사
기도 해요. 그리고 넷 째 주에는 저는 서브 작가님과
를 해서 결과를 발표했는데 저희 팀의 조연출들이
예고편을 만들고, 피디님과 작가님이 편집하신 영
일하는 시간이 대략 3,600시간 정도 나왔어요. 저
상으로 전체 팀 시사를 합니다. 이때 나온 의견들로
희 팀은 촬영도 많아서 매일 밤새고 주말도 없거든
수정과 보완을 해서 가 편집본을 만드는 거죠. 다섯
요. 이렇다보니 친구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쉴 때 만
째 주는 가 편집 끝내놓고 자막 넣고 최종 수정해서
나는데, 그것도 언제 쉴지 모르니까 ‘너희들 되는 시
방송 나가는 거죠. 그러면 다시 첫째 주로 돌아가죠.
간에 만나고 난 일찍 퇴근 하면 갈게’ 그렇게 해서
인터뷰 하는 지금이 넷째 주인데 이틀 동안 밤새서
만나요. 친구들을 만나도 늦은 시간까지 술 마시기
예고편 만들고, 다섯째 주 넘어가기 전에 잠깐 틈이
도 그래요. 다음날 아침에 또 일찍 촬영하고 일하고
있는 날이에요.”
그래야 하니까요. 그래서 집에 가서 가족들과 술 한 잔 하거나 쉬는 편이죠. 사실 아빠는 제가 매일 늦게
즐거운 방송일이지만 늘 열악한 환경이다
까지 일하고 집에 자주 안 들어와서 이 직종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제가 원해서 하는 일
“주요 방송국에서 계약직들도 그렇지만 특히 외주
이니까 그러려니 하시는 거죠.”
제작사 쪽은 정말 열악해요. 대개 조연출 처음 시작 할 때 월급을 80~120만 원에서 시작해요. 계약서
지난 1월 7일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서
도 거의 안 쓰고 4대 보험도 안 들죠. 물론 외주도
발표한 국가별 1인당 연간 노동시간 결과 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드물어요.
국이 2,113시간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이
초봉도 많아 봐야 150만 원 정도일 거예요. 일하는
어 3위를 기록했고, 독일은 평균 1,371시간으로
시간에 비례하면 최저시급도 안 되는 수준이죠. 예
노동시간이 가장 짧았다. 그런데 방송 업계는
전에 선배 PD님께서 20년 전 조연출 할 때 100만
3,600시간이라니 독일인 연간 2명이 일하는 시
원 받았다고 하셨는데, 제가 외주에 있을 때 120만
간을 방송 업계 노동자 1명이 다 해치운 거다.
원 정도 받았으니 20년 동안 만원 씩 오른 셈이네
아무리 즐거운 일이지만 늘 월화수목금금금 같
요.
은 일상에 박봉이다 보니 일자리는 남아돈다고 한다. 미디어잡 홈페이지나 1,000명 정도 모여
급여만 열악한 게 아니라 제대로 쉬는 것도 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PD(조연출)를 구하
려웠다. 한별님이 1년 넘게 일하면서 제대로 쉬
는 공고가 매일 끊이지 않는 것이다.
어본 날이 작년 올림픽 때 방송이 쉬면서 이례 적으로 있었다고 한다. 만일 정말 쉬고 싶으면
그렇지만 더 즐겁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일을 그만두고 쉴 수 있다고 말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 20
에서 매일이 즐거워요. 특히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 하고 스크롤 (방송 제작한 사람들 이름이 자막으로 나오는 것에 제 이름 올라갈 때 정말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죠. 최근에는 스크롤 올라가는 것에도 무뎌지긴 했지만요. 가끔 그때 기뻐했던 기분을 생 각하곤 해요. 요즈음에는 소소하지만 제가 만든 예 고편 영상의 반응이 좋을 때 뿌듯하죠. 반대로 힘들 었던 점까진 아니고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최 근에 저보다 더 큰 개한테 바짓가랑이를 물렸어요. 사람을 물어서 문제가 된 개였는데 (웃음). 훈련하느 라 줄을 풀어 놨더니 촬영하던 저를 문 거예요. 저는 촬영도 계속해야 하고, 으악! 하고 반응하면 더 세게 앙 물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어요. 다행이 멍만 살 짝 들고 크게 물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는데, 정말 무 서웠어요.”
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도 노
모두에게 솔직한 PD가 되고 싶다
“방송이라는 것이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 자들에게 제작자의 의도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거 잖아요. 그럼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피드백도 받 을 수 있고요. 그런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어 요. 그래서 내 생각을 가장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PD가 되겠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솔직히 지금 한국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 지 못하잖아요. 지금이 5공화국 때보다 더 심한 것 같은데 이렇게 언론탄압이 심하다보니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도 하늘을 찌르고 있죠. 그렇지만 요
력해야 할 것 같다
“한낱 조연출이라 뭘 말한다고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한다면 예전에 한 방송 프로 그램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사는 청년들 취재를 한 걸 봤어요.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막내 들조차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었죠. 솔직히 지 금은 제가 뭘 바꿀 수 있진 않지만, 그래도 제가 조 금 더 성장해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즈음에는, 내 뒤를 이을 후배들은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꿈을 펼쳐가라고 말할 수 있게 노력해 봐야하지 않 을까 싶어요.”
즘 시국처럼 많은 사람들이 세상일에 끊임없이 관 심을 갖는다면 조금은 더디더라도 언론의 자유도, 국민의 알 권리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송들이 나 오지 않을까요.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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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리포트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 중 노동안전보건 중심으로-
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1. 실태조사 배경 및 중요성
환경과 높은 노동강도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흔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설명할 때 ‘정규직과
을 알 수 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절반의 임금을 받는 노동 자’라고 하지만 실상은 ‘정규직보다 더 힘들고,
산업안전공단의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하도급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업체 근로자 보호강화 방안(2007)]에서 51개
일하면서도 절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다. 실
사업장 원청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제로 이번 비정규직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를
하도급을 주는 이유의 40.8%가 ‘유해위험 작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정규
업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고, 실제로 산업안전
직 2명이 하던 일을 비정규직 1명이 하고 있다’
공단의 [국가안전관리 전략 수립을 위한 직업
는 것이었다.
안전 연구(2007)]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산재 가 원청 노동자보다 2.53배 더 많이 발생한다.
정규직 공정이 비정규직으로 넘어 가는 이유는
실제로 현 직장에서 업무로 인해 아프거나 다
힘들거나 위험한 작업이어서가 대부분인데 그
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한국지엠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 인원마저 축소되어 비정
비정규직 노동자의 40.8%가 산재를 경험한 것
규직 노동자들은 더 높은 노동강도와 고위험에
으로 응답했다.
노출되고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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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의 결과를 보면 노동강도와 작업환경에 대
그럼에도 원청 사업주는 위험업무를 하청에게
한 불만족 응답 비율이 각각 46.0%, 38.8%로
전가하고, 위험업무에 대한 사전 예방조치의 법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작업
적 책임에서 벗어난다. 이로 인한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원청은 사고 발생에 대한 보상 및 처 벌 관련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된다.
엠 비정규직지회, 금속노조 인천지부, 건강한노 동세상 등 공동실태조사팀 구성하여 2015년 12
한국지엠에서도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비정규 직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가 실시된 적이 없었 고, 비정규직 공정의 제대로 된 작업환경측정 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도 실시된 적이 없었
월말부터 시작하여 2016년 10월까지 약 10개 월 동안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비정규직지회 조 합원들도 잠자는 시간을 쪼개고, 파업을 하면서 작업장을 순회하고 실태조사에 동참했다.
다. 결국 위험이 외주화 되면서 비정규직 노동 자의 건강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조차도 비 켜나 있어 그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 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하고 안전 하게 일 할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하청 사
총 20여 차례 실태조사 회의와 수련회 2회, 간 담회 5회, 노안실태조사, 노안교육에서부터 실 태조사 조합원 설명회, 개선활동까지 이어져 원 하청 공동대응의 의미 있는 선례를 남겼다.
업주뿐만 아니라 원청 사업주에게도 책임을 물 어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상 재 해는 높은 편이나 산재 혜택을 받는 경우는 매
이것이 한국지엠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가 합동 으로 구성한 실태조사팀에서 실시한 첫 번째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가 중요한 이유이다. 실 태조사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우 낮았다. 인원은 줄이면서 생산량은 늘어나 노동강도는 계속 강화되고 있었으며, 특정 공정 과 업무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개선되지 않 고 반복되고 있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개선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하청 사업주뿐만 아니라 한국지엠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중요한 시설과 설비는 모두 원청의 소유였고, 하청업체의 경우 인력관리 정 도만 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독자적으로 노동안
2. 실태조사 결과 요약 한국지엠지부의 2015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실태조사 등의 사업계획을 확정 하면서 원하청 연대의 첫 출발로 정책기획실은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면접조사 계획을, 조직쟁 의실은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조직화 사업, 노
전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법적으로도 원 청이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기 때 문에 실질적인 사용주인 한국지엠의 책임을 강 력히 요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 선과 안전조치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안전보건실은 원하청 안전보건 공동실태조 사 사업을 제출했다. 이에 한국지엠지부에서는 정책기획실, 조직쟁의실, 노동안전실과 한국지
작업장 위험요인으로 공기오염이 1위를 차지하 고 있고, 2위가 육체적 부담, 3위가 소음으로 조 사되었다. 국소배기장치 설치 및 성능개선이 필 23
요하며,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통한 대책마
규정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거
련, 소음방지 등 작업장 개선이 비정규직 업무
의 없었다.
까지 확대해야 할 것이다. 실태조사의 주된 공통요구였던 인원확충으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노동강도 부분이다. 인원이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큰 성과
부족해서 시간 안에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 배
를 얻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터리 서열작업의 경우 25㎏ 이상의 중량물 취
실태조사에서 보여 준 희망은 절대적으로 열악
급 작업을 하면서도 설치되어 있는 호이스트
하다고 느껴졌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작업환경
(소형의 화물을 들어올리는 장치)등의 도구를
이 개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또한, 차체 공정에서는 인원축소로 인해 1명의 작업자가 2
작은 부분이지만 작업장에 의자가 비치되었고,
가지 공정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 공정 간
고장나서 방치되어 있던 각종 설비들을 수리하
이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지게차 충돌이나
였다. 위험하다고 생각되었던 작업장 곳곳엔 안
전도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처
전 가드가 설치되었다. 불편하지만 각종 보호구
럼 인원부족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져 비정규
에 대한 방안이 강구되었으며, 흡족하진 않지만
직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노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되었다. 개
동강도 완화를 위한 인원충원이나 생산속도의
선되지 않은 부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
조절이 시급하다.
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제기해 나갈 계획이다. 단 한 번의 노동안전보건 점검으로
휴게시설이나 냉난방시설도 매우 열악했다. 도
작업장이 완벽하게 바뀔 수는 없다.
장부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 휴게실 바로 옆 이 박리작업을 하는 장소로 시너 등 유해물질
이번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안전보건
냄새로 가득한 공간을 분리하기는커녕 칸막이
실태조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
조차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
한 일터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작업환
에 관한 규칙 제79조에 의하면 인체에 해로운
경 개선을 위한 꾸준한 감시자의 역할은 현장
분진 등을 발산하는 장소나 유해물질을 취급하
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몫이다.
는 장소와 격리된 곳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24
3. 실태조사 후기 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시작한지 10년이 되었
그런 점에서 한국지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
다. 건강권 운동을 지속해오면서 더 열악하
조의 합동 실태조사는 의미가 크고 이번 실태
고 더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
조사를 시작으로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성, 이주 노동자 등 약자의 건강권을 우선으
가진다는 믿음이 우리 스스로에게 각인되기를
로 한다는 것이 건강한노동세상의 활동목표
바란다.
였다. 현재는 2017년 한국지엠 원하청 공동사업단 더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고 그 때문
‘희망붕붕이’ 활동으로 이어가면서 겨울철 난
에 더 많은 산업재해에 노출된다는 비정규
방문제를 해결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
직의 건강권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처럼 머
동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활동 전
리로 이해하는 불평등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개하고 있다.
가슴으로 느꼈던 경험은 이번 실태조사가 처 음이었다.
당장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를 바꿀 수 없 다면 생명과 직결되는 하청노동자의 건강권 만큼은 원청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 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25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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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김군과 도시철도 기관사 노동자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컵라면입니다 다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컵라면을 마주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글 선전위원회 사진 서울지하철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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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2017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사업계획 이진우 노동안전보건부장
민주노총의 2017년 사업계획은 2016년에 진행했
일부터 1박2일로 열리는 ‘전국 노안활동가대회’에서
던 노동안전보건 사업들을 이어나가는 것이 큰 흐
공동 결의를 통해,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름입니다. 생명안전 및 공공안전 의제, 비정규 노동
달에 대중투쟁의 핵심의제로 다뤄질 것입니다.
안전보건 활동가 양성, 가맹산하조직 안전보건 체 계 구축 및 활성화 등이 그것입니다. 그 외에 산재
비정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 및 투쟁 활성화
보험 제도개혁 입법 및 중장기 전략을 모색하고, 노
계획은 비정규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교육을 지속
동자 건강권 임・단협 공동투쟁 및 현장 투쟁 강화를
추진하여 노안간부 육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습
주요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니다. 서비스연맹 유통마트 노조, 교육공무직 노조 들, 민주일반노조 등과 2016년부터 노동안전보건
생명안전・공공안전 의제는 원청 책임강화, 외주화
교육 사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2017년에는 중급교
금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등 민주노총이 꾸준히
육 및 전국단위 교육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양성사
중심의제로 주장해왔던 것입니다. 2017년에는 이들
업 등을 준비 중입니다. 또한, 비정규 노안활동의 현
의제를 핵심입법 투쟁의제와 대선 요구안으로 선정
장투쟁 지원을 강화하여 활동의 성과로 활동메뉴얼
하였습니다. 대선을 전후로 하여 노동안전, 시민안
의 기초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전 관련 대선의제와 요구안을 제출하고, 공약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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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및 대선이후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
가맹 산하조직의 노안활동 체계 및 구축 강화는 현
습니다. 더불어 ‘생명안전 일자리 창출 연구’ 등의
장 노안활동 활성화를 위한 대응 투쟁을 전개하여
정책사업도 상반기 내에 진행 예정입니다. 2월 16
사업장 단위 노안활동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사업
출처_금속노조
2015년 민주노총에서 진행한 산재보험 제도 개혁 관련 워크숍 사진
장 노동안전간부 소통체계를 활성화하고, 지역본부 노
의 지속 및 관련 규정 개정과 직업병 심사승인 관
안활동 방향과 역량강화 사업을 함께 전개해 나갈 것
련 법 개정 사업도 추진 예정입니다. 개별 실적 요
입니다. 사내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 활성화를 위한
율제, 재정안정화 방안 등 산재보험 제도개혁 논
대응 투쟁 및 산재 노동자 가족 우선 채용관련 단협 시
의를 대중화 하는 것도 계획 중입니다.
정명령 대응 투쟁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전국 노안활동 가 대회를 통해 사업장 노안간부 연대를 강화하고, 사
감정노동, 정신건강 사업의 일환으로 감정노동네
업장 단위 노안간부와 총연맹 사업의 소통 활성화를
트워크, 생생톡 등 노동자 정신건강 사업 연대 활
위한 채널 구축과 소식지 발행을 정기화 하려 합니다.
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공공안전, 시민안전 관련
산별의 노안사업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지원하고, 지
해서는 대선 공동 대응을 통해 안전한 현장, 안전
역본부 노안사업과 공단 전략조직화 사업단, 근로자 건
한 사회를 위한 공동사업을 강화하고, 각종 연대
강센터 연계 방안도 논의하여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토
사업을 활성화하여 노동안전과 시민안전의 공동
대로 가맹산하 노안보위 구성 및 활동체계 안정화를
사업을 지속 추진할 것입니다. 2016년 구의역 대
모색할 계획입니다.
책위를 통해 달성한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실질적 인 이행을 위한 노동자, 시민 참여구조 확보 사업
산재보험 제도개혁 투쟁 관련해서는 출퇴근 산재보험
도 전개할 예정입니다.
입법, 특고산재, 해외파견 산재적용 등 입법 추진이 핵 심 목표입니다. 산재보험 제도개혁 중장기 전략 수립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산재은폐, 심사승인 체계 등 의 제별 워크샵을 2~3회 진행 하면서 중장기 전략논의 기 구 구성을 추진하려 합니다. 또한 질판위 제도개선 논 29
특집 :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활동이 취약한 지회 역량 강화에 힘쓴다! - 금속노조 나현선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
선전위원회
민주노총 산별 가운데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앞서고
우권, 한광호 열사 산재인정 투쟁도 함께 진행하고,
있고 그로 인해 가장 많은 요구를 받기도 하는 금속
더 많은 금속노조 동지들이 연대해서 큰 힘이 되었
노조 나현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을 만났다. 지난 한
다. 근로복지공단도 이 문제에 대해서 인지했고, 최
해를 어떻게 평가하고 올해 어떠한 목표를 고민하
선길 위원장은 농성으로 인해서 압박을 받으니까
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그동안 있었던 산재불승인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물러나게 되었다.”
작년 한 해 금속노조의 노동안전보건 활동 주요 요 구와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최선길 위원장 사퇴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조직력
“금속노조는 늘 대체로 산재보상, 산안법 관련 투쟁
확대에도 힘이 되었는가?
을 하면서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산
“치열한 투쟁을 거치면서 간부들이 많이 성장한 것
재보상 관련해서 작년엔 서울 질병판정위원회 (이
같다. 사실 지금 지역 지부 상황이 사람이 없어서 한
하 질판위) 최선길 위원장 퇴진 투쟁을 벌였다. 전국
사람이 3, 4개씩 직책을 맡는 상황이다. 그러니 노
에 있는 질판위 가운데 서울 질판위가 가장 중요하
동안전보건은 담당자가 없는 곳도 있었는데 작년에
고 많은 사안을 다루고 있는데 불승인율이 워낙 높
투쟁하면서 간부들이 제대로 서고 노동안전보건 주
았다. 그 이유를 확인해보니 최선길 서울질판위 위
체가 있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조직에서
원장의 제왕적인 회의 운영과 산재노동자에 대한
결정한 것을 이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근거 없는 판단이 문제가 되면서 투쟁을 결의했다.
그 결과로 지역지부에 노안 담당자들이 조직되고
그런데 당시 노동조합에 고민이 많았다. 그때만 해
역량도 조금씩 강화되고 있다.”
도 정세가 우리에게 긍정적이지 않았고, 공공기관 장을 퇴진시킨다는 것 자체가 워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의 농성투쟁을 지나면서 양 30
위험성 평가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관련해서도 주
했다. 반면에 긍정적인 부분은 금속에서 만든 평
요하게 활동했다고 알고 있다. 진행 경과가 어떠했나?
가 기준으로 위험성평가를 진행했던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이하 근골)가 3년에 한 번 돌
처음엔 이걸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다가, 사업
아오는 해라 한노보연을 비롯해 노동안전보건단체들
마치고 나서 비록 100점은 아니겠지만 할 수 있
과 함께 TFT도 꾸리면서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아쉽
다는 굉장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게도 작년 1년 동안 근골 사업하고 나서 뭔가 나아졌다 고 평가를 하기에 부족한 것 같다. 위험성 평가의 경우
올해 노동조합의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
사실 생소한 제도라서 그런지 산별 가운데 금속노조만
“위험성 평가는 계속 힘 있게 추진하려고 한다. 올
주요하게 대응하고자 했다. 우리 입장에선 노동안전 활
해는 대선, 노동조합 선거가 있어서 적당히 넘어
동을 하는데 있어서 위험성 평가만한 게 없다는 판단
가야지 생각할 수 있는데 위험성 평가는 매년 해
에서 이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려고 했다. 그래서 안
야 하는 거니까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고 이 제도
전보건공단 평가기준이 아닌 현장 실태를 반영한 금속
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그리고
노조만의 평가 틀을 만들고, 노동안전실 차원의 사업이
취약지회나 신규지회 노안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아니라 금속노조 차원에서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자
에 힘을 쏟으려고 한다. 특히 신규지회들에서 교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육에 대한 요청 등이 있어서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 할 예정이다. 또 지금 상황은 신규지회가 생
1년이 지난 지금 사업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기면 임금이나 고용안정 등에 대한 고민을 제일
“근골과 위험성 평가 마찬가지인데 아무리 노조 차원
많이 하는데 저는 안전보건 활동이 노동조합 조직
에서 사업을 결정하고 지침을 내려도 현장으로 흩어지
화에 주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면 임단협이나,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힘 있게 추진
이다. 그 외에는 작년에 각 지회별로 근골 증상 설
되지 못하더라. 반대로 담당자가 있는 현장은 이게 오
문은 취합한 적이 있다. 조만간에 분석을 마쳐서,
롯이 혼자 감당하게 되었다. 이게 아이러니 한 게 노동
후속 대응도 준비해야 한다.”
안전 활동을 위해 현장에 어떻게든 담당자를 세우려 고 하는데 담당자가 있으면 늘 혼자 일을 맡게 되는 거
인터뷰를 마치며 많은 사람들이 금속노조에 바라
다. 애초에 근골이나 위험성평가가 현장의 조직력을 키
는 것도 기대도 많은데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나
우고 노동조합을 강화하기 위한 것인데 그 취지와 맞
현선 국장은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한 과정에
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고용노동부가 제도 정착이 안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단체들과 함께 연대해
되니까 위험성평가를 1년에 1회가 아니라 3년에 1회 하
서 부족함을 함께 메우면 좋겠다고 했다.
도록 개악을 시도해서 발 빠르게 대응해서 막아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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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노동안전을 넘어 공공안전으로! -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국장님 인터뷰선전위원회
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 정책실에서 노동안전 활
그러나 국장님이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들을
동을 하는 조성애 국장님을 만났다. 노동안전단체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어떤 활동이 있었나?
활동과 이전 노조 활동을 했던 조성애 국장님이 다
“노조에 다시 오면서 일하는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시 돌아오면서, 노동안전 활동에 활력이 살아나는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공공안전 문제도 중
중이다.
요하다는 고민이 있었다. 얼마 전에 지하철 김포공 항역 스크린 도어 사고로 시민 한 분이 사망한 일이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에서 금속노조와 함께 가
있지 않았나. 우리가 흔히 노동안전이라고 하는데,
장 큰 산별인데 노동안전 활동에서는 다소 차이가
괄호치고 노동(공공)안전으로 확장해야 하는 것 아
있는 것 같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노조가 노동자의 죽음만이
“노조에서도 늘 노동안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 죽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
하는데 우선순위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금속노조
고 문제의식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
의 경우엔 현장에서 노동조합 전임으로 파견을 나
중에 작년 구의역 참사가 있었고 만일 공공안전에
가는 경우도 있는데 공공운수노조는 임원 제외하고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면, 구의역 참사 진상
는 파견이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채용 활동가들이
규명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노조의 중요한 요구
주로 전임 활동을 하는데, 인원은 늘 정해져 있다 보
로 만들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올
니 사람이 늘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금속노조가
해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가려고 한다.”
노동자들의 죽음이나 근골격계 질환 투쟁으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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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해왔던 것과 달리 우리는 사무직군 노동자들도
“교육 외에도 사업 중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하
많다는 차이점들로 인해 지금까지 노동안전 활동이
고 같이 한 건데, 인천 지하철 A형 사다리 추락사고
활발하지 못했다고 본다.
관련해서 대응했던 활동도 있었다. 사고가 있고 노
조에서 현장에서 사용하는 A형 사다리 일체를 점검
의 요구와 위험상황 개선을 구체적으로 해보자는
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런데 사실 창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목표는 이러하고 구체적인 사
이야기지만 현장에서 지침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업으로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4월 16일부터 구의
전부를 알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어느 날 현장에서
역 참사가 있었던 5월 28일까지를 공공/생명 안전
전체 점검하고 개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
주간으로 삼고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만일 참사
떻게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안전사고에 대해 노
의 희생자들이 살아있었다면 청년 노동자가 되었거
조 차원에서 지침을 내리고, 현장은 무심코 일했던
나 학생이었을 거라 안전한 학교, 지하철, 도로교통
일터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고 실제 개선으로 이
만들기 등 안전한 사회를 위한 선언 운동과 구의역
어지는 경험을 만들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추모 행사를 노동안전/공공안전 문제와 청년 비정
고 생각한다.“
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화하고자 한다.“
노조 차원의 노동안전 회의도 정례화하려고 노력
그 외에 기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점은 원활하게 진행 되었
“올해는 무조건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나면 사고 보
나?
고서를 노조에 올리도록 추진하려고 한다. 계속해
“우선 궤도, 병원, 영화예술인, 교육 공무직, 우편지
서 현장에 사고가 벌어지는데 노동조합이, 조합원
부 등 사업장들과 격월로 노동안전회의를 진행하려
이 아니라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사고에 대해선
고 했다. 회의에서는 노동안전 활동을 잘해왔던 사
무관심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현장
업장 사례를 들으면서, 노동안전활동의 중요성과
에 조합원이든 아니든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확인
우리 사업장에서도 해봐야지 하는 긍정적인 자극을
해보고, 사례를 모아서 노조 차원에서 개선 대책과
준 것 같다. 또, 현장에서 있었던 노동안전 사례들
역할을 고민해보려고 한다. 예전과 달리 비정규직
이야기하고 함께 답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 계속 증가하면서 노조 조합원들도 이제 결코 안
그런데 작년에 9.27 공공부분 파업 결의하고, 6월
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현
부터 모든 일정이 공동 파업으로 집중되면서 계속
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고가 우리의 문제일수 있
진행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올해 계속 이어나갈 예
고 이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게
정인데, 작년과 다른 건 부분별로 노안회의를 스스
중요한 것 같다.”
로 진행하고 분기에 1회 전체 회의 및 역량강화 교 육을 진행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올해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넘어 이 사회의 공 공안전을 위해 활동하려고 하는 공공운수노조의 활
올해는 어떠한 기조로 활동을 하고자 하는가?
동을 기대해본다.
“노조 차원의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노동안전 문제를 공공안전으로 확장하는 활동을 하고자 한 다. 또, 현안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현장 33
특집 :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 겁니다! -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 최승목 위원장 인터뷰 -
선전위원회
작년 한 해만 6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늘 장시간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과 과로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은 출근하는 길
“대체로 설이 추석보다 물량이 적은 편인데, 올해는
‘오늘도 죽지 말자’ 되뇌며 일을 한다. 이러한 현장을
이전보다 물량이 13%가 늘었다. 게다 날씨 환경도
바꾸기 위해 활동하는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
좋지 않아서 아침 6시 반에 출근해서 밤 10시 돼야
최승목 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퇴근할 수 있었다. 중간에 밥을 먹으면 더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데 저녁은 낮보다 훨씬 일하기 위험해서
60년 (한국노총) 우정노조에서 억눌려왔던 시간과
다들 밥도 못 먹고 일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번 특
공무원이라는 점으로 인해 민주노조로 오기까지 어
별소통 기간이라고 해서 명절이나 김장철에 인원을
려운 시간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충원하는데 이때마다 집배원 인력을 늘 부족하게 충
“전국적으로 그동안 억눌려왔던 집배 노동자들이 오
원하기 때문에 엄청난 물량으로 일이 끝나면 ‘집에
랜 세월 민주노조를 위한 길을 걸어왔다. 특히 2015
살아 돌아왔다.’ 안도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년에는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를 만들고 SNS에서 집배원 3,000여 명과 소통하면서 조직화
우리는 살아 돌아왔다 말해야 할 정도로 집배원들의
에 힘써왔다. 그 결과로 작년 4월 13일 큰 결단을 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료들의 심경은 어
려 기존 어용노조를 끊어버리고 새로운 민주노조를
떠한가.
만들었다. 하지만 전체 집배원 1만6천 명 중 노조 탄
현장에서 꼭 사망사고가 있거나 교통사고, 낙상사고
압, 현장 탄압으로 인해 현재 조합원은 300여 명으
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다들 마음 아파한다.
로 앞으로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특히 우리는 늘 이륜차를 운전하다 보니 사고 나 죽 음이 일상적이라는 공포도 있다. 게다가, 예전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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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설 명절이 있었다. 집배원들에게는 늘 명절
라진 게 있는데 요즘은 교통사고보다 과로로 사망하
이 두려울 것 같은데 현장 상황은 어떠했고, 이렇게
는 집배원이 더 많다. 늘 장시간 중노동에 고스란히
출처_전국집배노조
노출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나 요구 투쟁이 있었나. 국가에서 장시간 노동이 문제되고 노동시간을 단축 해서 일자리를 확장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
앞서 언급한 투쟁들과 함께 올해 집배원들의 안전과
서 우정사업본부도 이에 걸맞게 시행하라고 요구하
건강을 위한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고 있다. 집배원들은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과 인원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기
확충 없이 기본적인 노동조건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
본을 구축하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우선 토요근무
렵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비정규직 늘리려하고, 집배
폐지가 시작이다. 지역 단체들에서 집배원 탈진, 장
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모 쓰고 턱
시간 중노동, 식사 못 하는 문제 등 전반에 대한 실태
끈이나 조이라고 한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주5일제
조사를 고민하고 있다. 또, 집배원 사망 사고에 대해
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만 역행하고 있다. 2015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검토하고 본부장이나
잠깐 폐지됐지만 현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활해
사무관을 고발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이
서 조합원들이 주말에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그
런 활동을 통해 집배원들이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
래서 노동조합은 올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가장
고 우정사업본부는 사망사고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먼저 토요근무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책임을 지도록 하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인력 감축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었다.
최근에 집배원 여섯 분이 사망했는데 이전에는 사고
요즘 들어 우편보다 택배가 늘어나면서 정규직 집배
소식만 접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노조가 만들어지
원을 축소하거나, 퇴직하는 분에 대한 인력 부분을
니까 죽음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정규직이 아닌 특수고용형태의 위탁 택배원으로 충
요구하고 있어서 우정사업본부도 조금씩 부담을 느
원하려고 한다.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나서서
끼고 있다. 그리고 집배원들은 지금까지 개, 돼지 취
비정규직에서도 가장 열악한 특수고용노동자를 늘
급을 받으며 억압적이고 굴종을 강요하는 현장에서
리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요 집배 폐지와 함께 인
일해 왔는데 이제 차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앞으
력 감축 중단을 요구하면서 매주 목요일 세종시 우
로 어느 누구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집배원들의 권
정사업본부 앞에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생각이다. 35
특집 :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현장에서 우선순위 중 하나로 고민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재현 선전위원장
“노동안전보건(이하 노안)사업 중요하죠!”
어오는 집행부에 따라 노안 담당자는 바뀌게 마련
현장에 가면 듣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 말이 꼭
이다. 그래서 1년 차에는 뭘 하긴 해야 하는데 막막
따라붙는다,
하다, 2년 차에 접어들어 이제 조금 알만하면 노동 조합 선거가 있고 노안 부장도 바뀐다. 그리고 다시
“노안은....... 늘 어려워요”
처음부터 시작이다. 한편, 금속을 제외하고 대부분
“노안 부장은 권한이 없어요. 지회장님한테 물어봐
산별은 노안 담당자도 못 세우는 경우가 태반이다.
야 돼요” “임금도 못 올리는데 노안은.......”
여전히 민주노총을 비롯해 산별 노동조합이 노안 활동을 펼치기엔 너무 어려운 여건이다. 우리가 정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노안 활동
부에게 늘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 문제를 위해 예산
많은 노동조합이 노안 활동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
과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사실 우
한 문제이고, 노동조합 조직화에서도 중요한 문제
리도 노안 문제를 고민하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사
라고 말한다. 이를 부정하는 노동조합도 없을 것 같
람이 더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산별,
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지만 대체 어디서부터,
지역에 노동조합에서 노안은 늘 중요하지만, 우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일
순위에서 늘 밀리는게 된다.
정 부분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는데 사실 이것만 문제는 아니다.
노동조합을 한발 나아가게 하는 노안으로 노동조합의 여건이라는 게 늘 어려운지라 지금 상
36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임기가 정해져 있고 새로 들
황에서 한발이라도 노안 활동으로 노동조합의 진전
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워낙 저 있어서 고충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데 기여 임금에 사회보장이 취약한 한국사회 현실에서 노동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본은 물량과 이윤과 조합 역시 임/단협이 중요하고 조합원들의 필요와 노동시간과 생산성을 걱정하는데 노동자들 역시 회 요구가 가장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늘 노안이 사 직원인 나와 조합원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임/단협 뒤로 밀리곤 하는데 이때 노안으로 노동조 줄타기를 하며 임금과 물량에 메여 있다. 몸이 부서 합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임/단협을 비롯해 노동조 져라 일하고 건강권과 맞바꿔치기한 각종 수당으로 합의 현장권력 쟁취까지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보는 아파트 대출금도 갚고 아이들 사교육비에 쓰고 있 것이 필요하다.
는 것이다.
실제 노안 활동으로 현장을 조직해 본 그 힘을 만들 물론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 어보고 발휘한 현장에선 늘 노안 활동이 주요 조직 의 흐름, 자본의 변화, 사회 법/제도의 변화 등이 있 화 사업이자 노동조합의 핵심 활동으로 위치 지어 어야겠지만 노안 활동을 통한 조합원의 인식과 경 진다. 특정 시기가 아닌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 가운 험을 바꾸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당장 어마 데 노안은 현장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고 실질적 어마한 노안 사업을 고민하기보다 우선 조합원들이 인 현장의 변화를 끌어내기에 유용한 활동들이 많 생각하는 안전과 보건에서 가장 가려운 부분, 고충 다. 사측 입장에서도 노안 문제는 가장 껄끄러운 문 을 겪는 부분이 무엇인지 실태부터 파악하고 다음 제이자 가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 을 도약해보는 건 어떠한가. 그리하여 일터에서 우 에 노동조합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리가 조금 더 쉽게 더 편하게 더 안전하게 더 건강하 이다.
게 일하는 현장을, 전체 노동자의 생명, 안전, 건강 보다 더 우선 한 것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
조합원 안전과 보건보다
자.
무엇이 더 우선 할 수 있는가 노안 활동은 단지 조합원들의 안전과 보건 문제에 37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귀에 드는 골병, 소음성 난청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할석(割石). 돌을 나누거나 베어낸다는 뜻이다. 건설
로 알려져 있다. 어차피 귀마개를 하더라도 어느 정
현장에서는 잘못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해체하거나
도의 소리는 듣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음의 크
수정하는 작업을 칭하는 용어다. 얼마 전 이 작업을
기가 3dB만 줄어도 소음의 에너지는 반절로 줄기
30년 해온 한 분이 배치 전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때문에 청력 손상을 막는 데는 충분히 효과적일 수
내원하셨다. 이 분의 청력은 소음성 난청 진단 기준
있다. 따라서 귀마개를 한 상태로 들리는 소리에 익
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콘크리트를 30
숙해지는 것이 좋다.
년 깨는 동안 청력이 온전히 남아있으면 그게 더 이 상한 일일 것이다. 그동안 귀마개는 좀 사용하셨는
하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지 물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써 본 적 없었다는 대답
귀마개를 착용하려는 노동자의 의지가 있더라도 일
이 돌아왔다. 그에 덧붙여 처음 일을 배울 때 그런 거
에 문제가 생기고, 일이 더뎌지는 상황에서 꾸준히
쓰면 안 된다고 배웠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깨는 동
귀마개 착용을 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다. 더욱
안 나는 소리를 들어야 어떤 부분을 깨고 있는지 어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그 적응 기간 생기는 문제를 용
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해주는 사업주나 관리자는 더 없다는 것이다. 또 한, 잦은 착용으로 인한 외이도염, 귀 덮개 형태 착
이런 상황이라면 귀마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
용 시 착용 부위의 통증, 청력 둔화로 인한 안전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귀마개
위험 등 귀마개 자체가 가지는 문제도 노동자의 귀
를 사용하면 주파수나 귀마개 종류에 따른 차이가
마개 착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있긴 하지만 대략 15~25dB의 소음을 줄여주는 것으 38
앞서 30년간 활석 작업하셨던 분의 이야기로 다시
효율의 감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시행되는
돌아가 보자. 이미 30년간 귀마개를 하지 않고 할
경우가 거의 없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강제도
석 작업을 해온 노동자분의 청력은 떨어질 대로 떨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러한 시설 개선과 관련한 산
어져 이제는 귀마개를 하는 상태보다 소음을 덜 듣
안법 시행규칙 제120조에는 “다만, 작업의 성질상
는 수준이 되었다. 그분은 시끄러운 소리지만 어차
기술적, 경제적으로 소음 감소를 위한 조치가 현저
피 참고 견디며 일해야 하는 줄 알고 미련하게 일한
히 곤란하다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이 있는 경우에
것 같다고, 요즘엔 집에서 TV 볼륨 때문에 아내분과
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소음 감소 조치를 하지 않는
말다툼도 잦아졌다고 하셨다. 열심히, 문제없이 잘
다).”라는 면피 문구만 버젓이 들어있다. 결국, 전혀
해내려고 참고 견디며 일해 온 노동자의 귀에는 누
해결되지 않는 직업병인 소음성 난청은 여전히 자
구도 책임지지 않는, 혼자 안고 가야 할 골병만 남은
본의 논리 아래에서 노동자 개인의 책임만 강조하
것이다.
고 교육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인 근로자 건강진단 시행 결
2015년 기준 직업병 유소견자(D1) 중 소음성 난청
과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2년 6,684명, 2013년
이 차지하는 비율은 96.8%에 달한다. 2012년부터
7,388명, 2014년 8,428명, 2015년 10,042로 소음
95% 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다. 다른 직업병에 비해
성 난청으로 직업병 유소견자(D1) 판정을 받은 노동
명확한 직업병 판정의 기준이 있다는 점도 그 영향
자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귀마개의 지급조
이 있겠지만 그만큼 의심할 여지없는 직업병이라는
차 되지 않던 옛날보다, 귀마개 착용의 중요성을 설
점, 그 발생 빈도가 높고 전혀 줄지 않는다는 점은
명하는 교육도 많아지고 충분히 지급하는 사업장도
여전히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나타
많아졌지만 소음성 난청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낸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소음성 난청에 대해 아
는 결국 귀마개 착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무리 보호구 착용을 교육해도 안 된다고 매너리즘
반증이기도 하다.
에 빠질 것이 아니라 소음 발생 시설 개선을 위한 구 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자본의 논리를 넘어 적극
소음 사업장의 관리에 있어서는 귀마개 착용과 같
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노동자의 건
은 노동자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음 감소를
강을 팔아 자본의 배를 불릴 것인가.
위한 공학적 개선이 꼭 필요하다. 즉, 소음 발생 기 계, 기구의 대체, 시설의 밀폐, 흡음재, 덮개, 방음벽 설치 등 소음을 줄이는 근본적인 소음 관리가 있어 야 한다. 하지만 개인 보호구 지급보다 투자비용이 많고 밀폐, 흡음재, 덮개 등의 사용으로 인해 생산 39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노무사를 찾아와 이때 얘기를 하면서 ‘죽을 뻔했다, 큰일 날 뻔했다’며 무용담처럼 털어놓았다고 한다. ‘아니 왜 그 지경인데 일을 멈추고 환풍기 고치기를
‘당장멈춰’ 3년의 활동, 남은 과제들 작업중지권 연재를 마치며
기다리지 않았어요?’ 묻는 활동가에게 조합원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되물었다. ‘일을 멈춰도 되나요?’ 이전까지 책에서나 보던 ‘작업중지권’이 얼마나 중 요한 문제인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이 에피소드 소개는 인 권오름, 인권이야기에 2015년 12월 9일 실렸던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다양한 노동 현장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지만, 비 단 이 식당 노동자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노동자에 최민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게 작업중지권이 생소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법에 번듯하게 들어있는 권리이지만, 현
40
당장멈춰 팀 구성은, 3년 전 한 세미나에서 들은 이
장에서 실제로 사용하기에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
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추석 연휴 직전, 한 대학교
요할지 넉넉히 헤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위 사례에
구내식당 조리실에서 환풍기가 고장 났다. 일단 시
서 드러났듯이 사고를 직접 막을 수 있는 아주 중요
설과에 수리를 요청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한 권리인 것도 분명했다. 대체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어지러웠다고 한다. 가슴
작업중지권은 어느 정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작업
이 울렁거리거나 속이 메스껍기도 했다. ‘그래도 어
중지권 행사를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인지 뜯어봐야
쩌겠나, 일은 해야지’ 했던 노동자들은 일하다 심하
겠다고 뜻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과
게 어지럽거나 힘들면 돌아가면서 나가 바람을 쐬
작업중지권을 지키고 확장하기 위한 여러 행동(직
고 다시 조리실로 들어오길 반복하며 일했다.
접적인 현장 투쟁부터 법 개정 운동까지)을 함께하
다른 업무가 바쁘다고 환풍기 수리가 당일에 바로
도록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나아가, 이런 논의가 현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공교롭게 연휴가 시작되어
장을 들썩이게 하고, 생산량이나 품질보다 노동자
수리는 더 지연됐다. 결국, 연휴가 끝난 3일 뒤까지
의 몸과 삶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싸움
환풍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집에서 쉬면서 몸이 좀
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나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 결국, 연휴가 끝난 뒤 근
당장멈춰 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인터뷰와 연구에
무하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일산화
들어가면서, 「일터」 연재도 시작했다. 2014년 5월
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식당과 학교 측이 환풍기
특집기사로 시작한 작업중지권 기획 연재가 3년이
고장을 방치해서 발생한 산업재해다.
다 돼 간다. 「일터」 지면을 통해, 당장멈춰 팀이 만난
이 학교 식당 조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도 소속
자동차 완성사, 부품사, 건설노동자, 항공기 조종사,
되어 있었다. 조합원들이 상급 노조에서 활동하는
집배원, 설치노동자, 철도 정비 노동자 등 아주 다양
한 현장의 작업중지 사례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해외 에서는 작업중지권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현 행 법체계에서의 법리적 쟁점은 무엇인지, 법적 개 정을 한다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 에 대한 고민도 「일터」를 통해 함께 나눴다. 2000 년대 초반 이후 오랫동안 먼 과제로 여겨지고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던 작업중지권 문제를 3년간 꾸준 히 나눴다는 것 자체가 일정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3년 동안 고민해도 여전히 남는 과제들이 있 다.
위험의 외주화,
작업중지권을 다룬 2014년 일터 사진
더 위험한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권리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제철소나 조선소를 방문 해 보니, 한 사업장인데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 직 노동자는 처지가 달랐다. 정규직 노동조합은 작 업중지권을 상당히 자유롭게 사용하고, 실제 사고 를 예방한 경험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반면, 비정 규직 노동조합에서는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작업중 지를 요청했음에도 작업이 강행됐던 사례를 보고하 기도 했다. 야간에 비계 설치 작업을 강행해서, 며칠 간 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나서야 겨우 멈춘 사 례. 가스 배관 내부 용접을 해야 하는데 하청업체에 잔류 가스 측정기도 주지 않고 작업을 시킨 사례. 이 경우는 다행히 중대재해 문제로 사업장에 들어와 있던 근로감독관이 작업 중단을 결정했다. 2016년 한국 노동안전보건운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회자된 얘기가 ‘위험의 외주화’다. 더 위험한 이들 노동자에게 더 절실한 권리가 작업중지권이다. 그 런데, 현장에서 활동가들을 만나도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에 대해 냉소를 보이는 경우
가 많다. 작업중지권을 주제로 인터뷰를 시작한 지 3년이 된 지금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지금 작업중 지권 얘기하게 생겼냐’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중대재해 위험에 더 노출 된 불안정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확보하고, 이 노동자들과 함께 위험한 순간 작업중지를 실천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자는 작업중지권의 본령이 아 닌가 싶다. 3년 동안 매달렸지만, 아직도 답은 잘 모 르겠다. 얼마 전 우리 팀에서 펴낸 매뉴얼에서 급한 대로 처방한 방법은 ‘고용노동부 위험 상황 신고 전 화’를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위험하다고 생각되지 만, 노동조합도 없고 작업을 중지하기 부담스럽다 면, 노동부의 판단과 권위라도 활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곧바로 작업을 중지하는 것 보다 훨씬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차선일 뿐이다. ‘현장의 위험은 노동자가 가장 잘 안다’는 원칙에 비 추어보아도 역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게다가, 작 업중지권을 당장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권리일 41
뿐 아니라 나아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구성하
또 다른 원인은, 우리가 위험을 주로 추락, 협착, 전
기 위한 적극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고용노동
도 등 재래형 위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밖의
부 신고 전화는 불만족스러운 대안이다.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경우, 위험은 위험으로 인
뚜렷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질문을 좀 다르게
식되지도 않고,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한 노동자들
하면, 해야 할 일이 보이기도 한다. 불안정 노동자
의 적극적인 행동인 작업중지권 행사도 어려워진
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단위 사업장에서 싸우
다.
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그 투쟁을 어떻게 지지하고
그래서, 작업중지권을 금속 제조업 밖으로 확장하
지켜줄 수 있을까?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권
려는 노력은 업종을 넓히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
유하는 대신, 우리는 어떤 조건을 함께 만들어야 할
는 위험’의 특징 때문에 ‘작업중지권을 써야 하는 때’
까? 아직 남아있는 숙제다.
에 대한 기준을 넓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 면을 통해 여러 번 강조했던 대로 콜센터 노동자들
기계를 세우는 것을 넘어서는 권리로
의 통화거절권 역시 작업중지권으로 해석하려는 이
서비스 노동자가 훨씬 많은데도, 파업의 전형적인
유가 그것이다.
이미지는 아직도 금속 노조 남성 노동자들이 컨베
42
이어 벨트를 멈추고 거리에 나서는 모습인 것 같다.
현장의 싸움, 넓은 연대가 필요해
작업중지, 작업중지권의 이미지 역시 그렇다. 하지
3년간 작업중지권을 가지고 현장도 만나고, 토론회
만 ‘더 위험한 일’과 ‘덜 위험한 일’이 따로 있지 않
나 간담회도 열고, 이슈가 되는 곳을 찾아가 보기도
고, ‘서로 다른 위험’이 있을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앞장서 작업중지권을 행
보면, 위험에 노출되는 수많은 노동자 모두에게 작
사했던 노동자들이 ‘송곳’ 취급을 받으며 여러 어려
업중지권은 소중하다.
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동조합이 있고, 지
당장멈춰 팀의 활동도 처음에는 금속 노동자들로부
원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도, 회사에 찍히거나, 소송
터 시작했다. 다양한 현장에서 스스로 ‘위험이란 무
과 징계 등 개인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런 탄압은
엇인가’, ‘어떤 조건에서 일할 수 있고, 일해야 하는
여전해서, 2016년 옆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돼,
가’를 결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금속 노동자들
자극 증상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을 조퇴시
을 만났다. 금속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이 전형적
켰던 충북 콘티넨탈 지회장이 결국 징계를 받기도
으로 느껴지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
했다.
다, 금속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고,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이런 싸움들이 잘 알려지지도 않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고, 개별 사업장, 개별 활동가의 전투로 치러지고 있
금속 노동자 못지않게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는 건
다는 점이다. 여전히 작업중지권이 ‘생소한 권리’로
설 노동자 사이에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안전보건
남아있는 만큼, 다양한 사업장에서, 다양한 위험 상
문제를 가지고 작업을 중지한다는 개념이 훨씬 옅
황에서, 작업 중지를 통해 사고를 예방한 사례를 만
다.
작업중지권을 다룬 일터 만평 사진
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사례들로 작업중지권을
현장 활동으로 나아가려는 도약의 시점에서, 약
확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3년간의 작업중지권 기획 연재를 마친다. 2014
훨씬 많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2015년 갑을오토
년 9월, ‘작업중지권의 법리적 쟁점’을 다룬 「일
텍 지회에서 위험작업을 중지시켰던 노조 간부를
터」 특집에서 ‘당장멈춰 팀의 활동이 지금은 꿈
회사가 고소했을 때, 당장멈춰 팀이 사회단체들의
같은 소리로만 들리는 작업중지권 복원을 위한
연대를 조직하고, 본사 앞 집회 등을 함께 했던 경험
첫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제 첫 발
은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시작이 반이다. 함께 고민해준 독자 여러분, 본인들의 아픈 이야기,
작업중지권 연재를 마치며
생생한 현장 이야기 나눠주신 여러 현장 노동자
당장멈춰 팀이 지금까지 사례를 모아 분석해 알리
들께 감사드린다. 더 큰 싸움으로, 이겼다는 소
고, 해외 사례를 살피고, 법안 개정을 고민하는 등
식으로 만나길 바라며, 안녕히.
근육을 단련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작업중지권을 두 고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 는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않고 다 할 생각이다. 그래 서, 개별 현장, 특별한 노동자들의 선도투가 되어버 린 작업중지권을,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 한 보편적인 투쟁으로 만들고자 한다. 작업중지권 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지는 곳, 싸움을 만들어 가야 하는 단위에서는 언제든 연락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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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노동시간 줄이겠다는 노동부, 행정해석이나 우선 변경하길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벚꽃 대선이 유력해지자 대선주자들이 다양한
당연하기는 한데, 어쩐지 미덥지 않아 가만히
정치 정책 구상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이다.
중에는 노동시간에 대한 것도 빠지지 않는데, 주로 장시간 노동의 제약, 노동시간의 실제적인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이상의 연장근
단축을 거론하고 있다.
로에 대하여 주 12시간 이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40시간+12시간, 52시간을 주 최대 노
그 진의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으
동시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해
나, 어찌 되었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석은 전혀 다르다. 요약하면 이렇다.
국의 경우 수년간 세계적으로도 긴 노동시간을 자랑(?)하고 있고, IT 발달로 인한 숨겨진 노동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시간 조항이 말하는 1주는 7일이 아
시간의 연속이 문제가 되는 와중에 대선후보들
니라 5일이다. 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친 최
이 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리
대 52시간의 노동시간은 7일이 아니라 5일에 해당한다.
라.
‘나머지 2일’ 동안엔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나머지 2일’에 하루 8시간씩 총 16시간 추가로 일하는
한편,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버스광고, 영 화광고 등에 열을 올리는 정부부처가 있다. 바
건 위법이 아니다. 고로 현행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최 대 노동시간은 52시간이 아니라 68시간이다.
로 고용노동부이다. 노동시간과 직접 관련된 부 서이므로 노동시간 단축에 열을 올리는 것이 44
정말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1주가 7일이
출처_팩트 티비 영상 갈무리
아니라 5일이라니, 연장근로시간과 별도의 휴
위 행정해석에 따르면 주 44시간제 시절에는
일근로시간이 존재해서 최장 근로시간이 68시
최대노동시간이 64시간(주 44시간 +연장허용
간이라니. 이 같은 고용노동부의 해석으로 인하
시간 12+휴일 8시간)인데, 오히려 주 40시간제
여 여야 국회의원들은 일주일을 7일로 본다는
에서는 최대노동시간이 68시간이 되는 어처구
사족이 달린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러한 고
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용노동부의 해석은 법정 노동시간 주 44시간인
심지어 1주는 7일이라는 자신의 이전 행정해석
시절에 나온 자신의 행정해석을 해괴하게 변형
조차 따르지 않는 기형적인 왜곡해석을 하고
하여 따르고 있다. 바로 이것이다.
있다. 이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잘못된 행정해석
근로기준법 제49조의 규정에 의한 1주 44시간, 1
을 버리지 않아 노동현장의 혼란과 국회에서의
일 8시간의 근로시간 한도는 원칙적으로 1주간 또
쓸데없는 법안발의를 양산하고 있다.
는 1일의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의미함. 동법 제52 조의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49조의 근로시간
고용노동부가 최근 열을 올리고 있는 ‘근로시
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의 연장근로시간에
간을 단축합시다.’ 캠페인은 ‘실상 최대 주 68
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아니함. 따라서 1주 6 일 근무체제하에서 일요일을 근로기준법 제54조 의 휴일로 규정하였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 시간 연장근로를 하고 주휴일인 일요일에 9시간 근
시간 할 수 있는데, 여러 문제 제기도 있으니 이 를 최대 52시간을 줄이되, 한시적으로 최대 60 시간을 주 허용노동시간으로 하자’는 것이다.
로를 하였다면 근로기준법 위반문제는 발생하지 않 는다고 사료됨.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의한 1주간은
이는 기존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전혀
7일간을 의미함. 7일간의 의미는 주휴일부터 기산
관계가 없다. 이는 자신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하여 7일간(일요일∼토요일)으로 하거나 또는 일정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며, 노동시간을 줄이려 노
한 요일을 시기(始期)로 하여 7일간(수요일∼화요
력하는 것처럼 선전하며 국민 혼란스럽게 하고
일)으로 하는 등 사업장 형편에 맞게 정하여 운용할
결국 기만하는 것이다.
수 있다고 사료됨. 질의회시: 근기 68207-2855, 2000. 9. 19 45
출처_고용노동부
사진 설명 : 고용노동부 홍보 영상 갈무리 화면
고용노동부는 현재의 법령에서 충분히 주당 최
장하고, 이 시한의 연장마저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노동시간을 52시간이라고 행정해석을 변경
허용할 수 있다니, 이것이 어떤 점에서 개혁입
할 수 있으며, 이는 굳이 국회의 법안 통과를 기
법이고, 노동시간 단축의 안이란 말인가.
다릴 필요도 없다. 앞서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지금이라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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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자신들의 주장과 다를
용노동부가 주 최대허용 노동시간은 52시간으
바 없는 새누리당의 입법안이 개혁입법인 것처
로 행정해석을 변경하면 된다. 지금 논의할 연
럼 진실을 오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법안을
장시간의 문제는 주 12시간까지 허용된 시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떻게 더 줄일까가 되어야 한다.
기업 규모에 따라 2020년까지 4단계로 나눠 52시간 상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국민에게 법규성을
제를 시행한다. 노사합의가 있으면 2023년 말까지 휴일에
가지지는 않는다. 즉, 행정해석은 법이 아니며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 고용노동부 장관
부처 내부의 지침일 뿐이다. 국민에게는 효력이
은 2023년 이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수 있다.
나 강제성도 없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는 법과
현행 법률에 따라 당장 최장 주 52시간을 강제
판결보다 더 큰 위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하는 것이 당연하고 시급한데, 2023년까지 연
않다.
노동자 측이건 사용자 측이건 현장에서는 고용
버스광고, 영화광고한다고 쓸데없이 예산 낭비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실무적으로 중요한 근거
하지 말고 개정된 행정명령에 따라 현장을 지
와 명분이 되고 있고 이것이 노사기준으로 왕
도하고 단속하는 것이 고용노동부가 시급히 할
왕 통용되고 있다. 노사 양측 모두 이견이 있을
일이다. 대선주자나 여야 정당 역시 이왕 노동
때 매번 실력행사나 소송을 할 수는 없으므로
시간 단축 법안을 만든다면 ‘주당 허용 노동시
행정해석은 서로의 논리를 강화하고, 설득하는
간이 52시간이냐 60시간이냐’로 다툴 것이 아
중요한 수단이다.
니라, 주당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 자체의 단 축, 휴일을 포함한 허용 연장근로시간 12시간
이 때문에 법규성도 없는 고용노동부의 가이드
자체의 단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라인이, 지침, 행정해석이 현장에서 영향을 미 치고 있다. 주당 최대허용 노동시간에 대한 행 정해석 역시 마찬가지 지경이다.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인하여 노사분쟁이 확대 되고, 일부는 소송을 진행하여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국회는 노동시간에 있어 쓸데없는 것 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해야 할 것을 간과하 게 되었다.
진정 노동시간 단축을 원한다면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국회 법안 탓하지 말고, 국민 정서 핑계 대지 말고, 잘못된 행정해석을 바꾸어 주 최장 허용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해석하면 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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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전화벨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뭐였을까?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를 보고
오현정 대학생
따르릉. 모르는 번호가 휴대폰 화면에 떴다. 번호는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를 보고 갑자기 이 기억이 생
010으로 시작한다. 광고 전화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구
각났다. 내 경험은 이번 극의 주인공들인 콜센터 상담
지? 나는 기다리던 전화가 있어서 전화를 받았다.
사들이 겪는 일에 비해서는 매우 소소하다. 매일 고객
“네, 여보세요?”
의 전화를 받는 상담사들은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을 겪
“차 좀 빼요.”
고 있다. 그리고 연극은 아주 무겁지 않게 이들이 겪는
뭐지? 나는 차가 없는데. 아, 잘못 걸려온 전화구나. 아
일들을 보여준다.
니, 근데 왜 명령조야. “잘 못 거신 것 같은데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수진은 악몽에서 깬다. 이
“○○○-○○○○-○○○○ 아니에요?”
런, 이미 회사에 늦었다. 헐레벌떡 출근하니 한 자리가
“네, 아닙니다.”
비어있다. 왜 비었는지 물어본다. 자리의 주인은 자신 을 괴롭히던 고객에게 보복 전화를 하고 잠적했다고
뚝. 전화가 끊겼다. 짜증은 약간 났지만 뭐 그럴 수도
한다. 고객은 그에 대한 불만을 회사에 접수했고, 회사
있지 하고 넘어갔다. 언젠가는 1주일 동안 하루에 몇
분위기는 그 때문에 뒤숭숭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통씩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어떤 사람은 내가
며칠 전 실수가 생각난다.
차 주인이 맞는지 확인부터 했지만, 또 어떤 사람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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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짜 반말로 차부터 빼라고 했다. 전자의 경우 상관
“아, 개새끼…. 아침부터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
이 없었지만, 후자의 경우는 기분이 많이 상했다.
야….”라고 음소거 버튼을 누르지 않고 말한 일. 전화
는 계속 오지만, 수진은 일에 집중이 안 된다. 고객은
서비스하는 사람의 태도가 그래서 되겠냐며 윗사람을
수화기를 넘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서 수진의 노
불러오라고 소리친다. 어느새 수진은 자신이 그렇게
력이 부족하다 말하고, 회사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고객
싫어하던 고객처럼 행동하게 된 거다.
을 위해서 수진에게 노력하라고 한다. 상사도 실적을 위해서 수진에게 노력하라고 한다. 정말 노력이 부족
처음에는 그저 남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냥 콜센터
한 걸까.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갑’이 하는 말에 ‘을’
상담원들 이야기. 극이 시작할 때는 무대 밖에서 무대
은 그저 따라갈 뿐이다. 거부하지 못한다. 먹고 살아야
를 보았다. 극이 흘러가고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인물에
하니까. 당장 진상 고객은 사라지지 않는다. 회사가 전
게 나를 대입하고 있었다. 나였으면 어땠을까. 배경, 상
화를 먼저 끊어도 된다고 할 리도 없다. 상사가 내 사
황, 인물을 약간씩 바꾸면 어느새 나의 이야기 같았다.
정을 봐주는 건 꿈에서나 가능할 거 같다. 고객도, 회
너무 쉽게 나의 이야기가 되어서 씁쓸했다. 쉽게 바뀐
사도, 상사도 바뀌지 않을 테니 남은 건 내가 바뀌는
다는 건 이미 비슷하다는 거니까. 그래서 더 안타까웠
것뿐이다. 그래서 실적 좋은 팀원에게 묻는다. 어떻게
다. 수진이 변한 것이. 상담원들이 자기감정을 연기할
견디고 있냐고. 팀원은 답한다. “어떤 말이든 그저 흘
수밖에 없는 것이. 고객이 진상 짓을 하는 게 잘못했
리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면 언제나 웃을 수 있다고.”
고, 회사 제도가 어떤 경우에도 참으라고 요구하는 게 잘못됐다. 잘못한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잘못된 제도
말이 쉽지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러던 중 수진이
가 바뀌어야 한다. 수진은 피해자다. 연극을 보는 나는
살고 있는 고시원 옥상에서 연극 연습을 하는 민규를
그 사실을 안다.
보게 된다. “아, 연기를 배우면 되겠구나. 연기를 배우 면 내 마음과 상관없이 항상 웃을 수 있겠구나”. 그렇
하지만 연극에서 그런 일은 없다. ‘갑’이 잘못하지만,
게 수진은 민규에게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처음에
이상하게도 ‘을’이 노력한다. 극에서 직원들은 자발적
는 웃는 표정을 짓고, 친절한 목소리를 내는 게 낯설었
인(?) 노력으로 감정 연기를 한다. 사람들은 감정 연기
지만,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진다. 이제는 친절함, 편안
를 ‘감정 노동’이라고 부르고, 상담원들은 노동으로 친
함, 따뜻함을 꾸며낼 수 있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가면
절함, 편안함, 따뜻함을 만든다. ‘갑’만을 위해서. 이 과
을 쓴다. 딱 한 명, 수진만 자기 진심을 모른척하면 된
정에는 ‘을’을 위한 것이 없다. 감정 연기는 노동을 넘
다. 그러면 고객도 만족하고, 회사도 만족한다.
어서 이미 자기 학대가 되어 버린 듯하다. 나는 이 모 든 게 그저 연극이 아니라 현실이라 싫다.
시간이 지나고 수진은 회사에서 가장 실적 좋은 상담 원이 된다. 수진은 고마운 마음에 민규에게 술을 한 잔
따르릉. 따르릉. 연극에서 시시때때로 들리는 벨 소리
산다고 한다. 그런데 직원이 주문받는 걸 깜빡한다. 수
는 어쩌면 모두에게 보내는 구조요청이 아닐까.
진을 직원을 불러 “가게에 온 게 언젠데 아직도 주문을 안 받느냐” 따진다. 직원은 죄송하다고 하지만 수진은 49
발칙 건강한 책방
‘이어말하기’의 힘으로 2017년 봄을 부르다 -『이제, 삼성이 답하라』 2016. 땡땡땡 협동조합
김민재 대학원생, 반올림 농성장 지킴이
지난 1월 21일 촛불집회에서 이재용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직업병으로 숨진 79명 노동자의 명단 앞에 무릎을 꿇고 용 서를 빌었고, 광화문 구치소에 구속되었다. (오마이뉴스, 이재용, '광화문구치소'에 갇히다 분노한 촛불 시민 35만 명 재 벌사로) 하지만 실제 이재용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이재용 한 명이 감옥에 간다고 해서 곧바로 이 땅의 노동자들, 산 업재해 피해자들의 고통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촛불집회에서 방진복을 입고 행진을 한 사람들은 이재용 한 명을 구속하는 것조차 이토록 어려운 현실에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용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는 우리가 믿을 것이 정말로 우리 자신의 힘밖에 없음을 일깨워주었다.
더운 날이든 추운 날이든 강남역 8번 출구 앞 반올림 농성장을 지키고, 가끔은 강남역 지하 삼성 딜라이트 관에 있는 화 장실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삼성 경비들과 싸우기도 하고,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에서 방진복을 입고 행진과 선전전을 하는 그런 사람들의 힘이 사회를 바꾼다. 『이제, 삼성이 답하라』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거의 매일 저녁 6시 반올림 농성 장 앞에서 삼성과 이 세상을 향해 했던 이야기들이 약 1년 동안 쌓인 결과물이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과 가족들, 과거에 삼성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사망자 수만 79명인 그 반도체 공장 안에서 어떤 일이 일 어났는지를 이야기했다.
김은숙(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피해자) : “문제는 그곳에서 근무한 8년 동안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제품 교육만 했어요. 어떻게 하면 제품 불량이 안 나는지, 어떻게 하면 제품이 잘 나오는지에 대한 교 육만 수시로 했어요.” (22쪽) 50
삼성전자든 그 경쟁업체든 반도체를 생산하는 목적은 상대방보다 “먼저 값싸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삼성직업병 피해 유가족 손성배 씨의 말처럼 “회사가 돈과 노동자의 건강을 맞바꾸는 일”(193쪽)이 일어나는 원인은 생산의 목적이 사람 의 필요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소한 노동자의 생명만은 돈과 맞바꾸지 말라고 외친 반올림의 투쟁은 생산의 목적이 기업의 이윤이라는 논리,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 논리에 도전하 며 원래 생산은 사람의 필요를 위해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는 투쟁이었다.
삼성으로서는 그래서 이 투쟁을 최대한 외면해야만 했고 외면할 수 없다면 철저히 짓밟아야만 했다. 삼성은 조정위원회 가 제시한 조정권고안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며, 독자적인 사내 보상위원회를 만들었다. 딱 3개월 동안 피해 접수를 하였 고, 피해자가 몇 명이고 총 얼마의 금액을 어떤 기준으로 보상했는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않다. (노컷뉴스 삼성, 직업 병 피해는 외면하고 정유라는 지원?")
그리고 바로 이 시기에 삼성전자가,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옛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를 보냈다는 사실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밝혀졌다. (매일노동뉴스 삼성전자, 직업병 조정권고안 폐기하려 최순 실 모녀에 뇌물?) 삼성전자 LCD 뇌종양 피해자인 한혜경 씨에게 의사가 권고한 운동이 바로 승마였는데, 정작 삼성으로 부터 지원을 받아 마음껏 승마를 했던 사람은 삼성을 위해 일하다 병에 걸린 한혜경 씨가 아니라 뇌물 브로커 최순실의 딸 정유라였다. 삼성이 조정위원회를 박차고 나가 독단적으로 사내 보상위원회를 만든 것 역시 최순실을 통해 박근혜 정 부에 뇌물까지 주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삼성 직업병 문제에서 정부는 단 한 번도 중립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직업병과 업무환경 사이의 관련성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자료에 대해 삼성이 영업비밀이라고 하면 근로복지공단은 그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프레시안, 삼성 앞에 선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보면 이번에 드러난 재벌-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조금도 ‘비정상적’이지도 않고, ‘국정농단’ 도 아니다.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과 반올림 활동가들, 그리고 이어말하기에 참여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세월호 가족 들에게 ‘정상적’인 ‘국정’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짓밟고,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가 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르는 일이었다.
이 책은 그런 ‘국정’에 맞서서, 이재용 같은 사람의 권력에 맞서서 저항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음을, 그런 사람들이 항상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 주며 연대해 왔음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다.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순리와 같은 거죠. 부당한 것은 더욱 오래 견디고 투쟁해야 할지 모르지만 2017년 봄이 너무나 자신 있게 온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부당한 것에 대한 온당한 것의 승리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반올림 농 성장 앞에서 ‘이어말하기’에 참여하며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 지금 광장에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 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것이 “순리”라고 믿을 수 있다. 51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法
현대자본의 산업안전보건 책임에 관한 몰상식적 행태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작년 크리스마스이브를 촛불과 함께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사진을 하나 보게 되었다. “안전제일, 공사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안전 준수는 당신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HYUNDAI”라는 문구가 쓰인 공사현장 입간판이었다. 당시 상황은 햄네스 티, 민주묘총, 장수풍뎅이연구회 등 각종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던 상황이었다. 반면에 풍자와 해학을 넘어선 또라이 같은 문구를 읽으면서 정신없는 놈들의 짓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현대건설이라는 대기업이 공사 현장에 설치한 입간판의 문구였다.
사진을 올린 민중 언론 참세상(2016. 12. 23.) 기사는 이렇다. “현대건설이 여성을 비하하고 노동자에 사고 책 임을 전가하는 간판을 공사장에 걸어 논란이다. 대구 동구 황금동 현대 힐스테이트 건설 현장에서 발견된 이 간판에는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 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는 안전 준수 입간판이 내걸렸다.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이 현수막은 건설노조 조합원이 지난 20일 현대건설의 불법 하도급 문제로 집회하던 중 발견했다. 건설노조는 ‘현대건설이 ‘자기들도 몰랐다.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즉각 철거했다’고 전했지만, 여성 비하에 노동자 에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문구의 심각성 때문에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자본의 산업안전보 건에 관한 몰상식을 확인하는 입간판이었던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 다.” 제12조(안전·보건표지의 부착 등) “사업주는 사업장의 유해하거나 위험한 시설 및 장소에 대한 경고, 비상 52
시 조치에 대한 안내, 그밖에 안전의식의 고취를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표지를 설치하거나 부착하여야 한다.” 이 경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사업주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어로 된 안전·보건표지와 작업안전수칙을 부착하도 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굳이 산업안전보건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문구를 작성한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끔 TV에서 안전보건공단에서 진행하는 캠페인 광고를 볼 때,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산업안전 보건의 문제를 노동자들의 과실에 초점을 맞추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 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내 걸은 입간판은 현장의 안전보건상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노동자를 조롱하고, 여성을 비하하고, 안전보건의 책임을 회피하는 등 재벌 건설사의 파렴치한 민낯을 그대로 반영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자신들도 몰랐다”고 말하고 치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개탄스 럽다. 건설노조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은 내놓은 상태이지만 이러한 안전 보건에 관한 몰상식적인 인식이 비단 현대건설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 크다고 생 각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의 종류, 규모에 따라 법률 조항의 적 용 여부가 달라진다. 그래서 적용되는 법률 조항이 특정 사업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이렇다. 사 업주의 의무는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기준 준수,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 ○해당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노동자에게 제공 할 것,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 시책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의 알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 등 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또는 근로 자 대표)이 직접 참여할 것을 요구하거나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등 노동자의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반면,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는 규제완화라는 이유로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의 2015년 산재 현황(2016. 12. 자료)을 보면, 사망 재해 1,810명(사고 955명, 질병 855명)으로 1일 평균 5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수치만 봤을 때 이렇다는 말인데 실상은 더욱 많은 수 치를 차지할 것이다. 노동현장에서 안전보호구를 지급하는 이유는 더는 안전보호구가 필요 없도록 모든 조치 를 취한 이후에도 혹시나 노동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상황에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노동현장은 안전 보건에 관한 아무런 조치 없이 안전보호구를 지급하면 모든 조치를 전부 취한 것처럼 여기는 현실이 개탄스러 울 뿐이다. 노동자 스스로 안전보건을 지키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사업주가 책임과 의무를 실행하는 것이 기본 이라는 점에서 노동현장에서 기본이라도 제대로 지켜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53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 발족 장영우 선전위원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 출범 과정
써 책임소재의 진상을 확인하고 재해, 재난의 예방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이하여 지난 1월 7일 광화문
대응방안을 마련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탄핵을 앞
촛불에서 세월호 국민조사위(이하 국민조사위)가 출범
둔 지금 정국에서 언제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
식을 열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 30일 박
이 되었다. 한편,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을 비롯한 시
근혜 정부에 의해 강제 해산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민사회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대
(특조위)는 법조·학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기구
한 강제해산을 시도할 즈음부터 국민조사위를 고민해
였다면 국민조사위는 전문가를 포함하여 유가족과 일
왔다.
반시민이 모두 참여하는 민간 차원의 독립적 활동기구 다.
국민조사위는 어떻게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산하인 국민조사위원회는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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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
재까지 12명의 공동대표단과 119명의 시민위원으로 구
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담당할 2기 세월호 특별조사
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 조사 연구단을 중심
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참사의 발생
으로 협력단체의 비상임 연구원, 시민 연구원 등과 함
원인과 수습과정, 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를 밝힘으로
께 조사위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_민중의소리
국민조사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세월호 참사의 ‘진
하였다. 이날 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
실’을 사회의 중심으로 끌어내 공론화하는 것이다. 이
탄핵 사유로 제시된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배’와 관련한
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시민 참여다. 시민들은 국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민조사위 소속 시민연구원으로 참여해 특조위의 성과 와 가족협의회가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
국민조사위 한계를 넘어야 하는 과제
을 넘어 독립적인 조사활동까지 벌일 수 있다. 그리고
다만 국민조사위는 법적 권한을 가지지 못한 민간기구
국민조사위는 이러한 성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려고
라는 한계는 있다. 정부기관인 특조위 조차 세월호 참
한다.
사 당일 군과 해경간의 무선통신기록 등 진상규명의 핵 심 기록을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거부한 정부에 대해 민
또, 국민조사위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
간기구인 국민조사위가 자료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벌을 위한 조사 및 연구 활동,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교
그래서 국민조사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민연구원
훈에 대한 교육과 홍보, 진상규명과 인양에 대한 정보
이라 할 수 있다.
수집과 정리와 독립적 조사, 국회와 정부, 기타 국내외 민간 협력 도모, 밝혀진 진실에 대한 공론화, 관련 사업
지난해 12월 26일 ‘세월x’라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하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월호 가족은
던 네티즌수사대 자로나, 시민들의 제보로 최근 최순
물론 각계각층 시민의 참여와 자원 활동을 촉진하는 것
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증인들의 거짓말을 밝혀낸 일
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도 있었다. 그래서 국민조사위는 민간기구의 한계를 이 러한 시민연구원의 ‘집단지성’으로 돌파하고 그 성과를
지난 1월 5일에는 국민조사위가 첫공론화 작업의 시작
기대하고 있다.
으로 1월 5일 ‘세월호 참사와 탄핵’ 창립토론회를 개최 55
이러쿵저러쿵
불신의 시대에서도 웃으면서 살 수 있기를 최혜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시곗바늘을 돌려돌려 13년 전 여름으로 가보자. 2004년 찌는 듯한 더위에 나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부제님 의 사제 서품을 보러 대구로 가는 중이었다. 버스 안은 에어컨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데도 창밖에서 작열하는 태양으로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렀다. 그리고 버스 안의 tv에서는 김선일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선일이 누구냐고? 워낙 다이나믹한 대한민국에서 2004년으로부터 13년이 지나고 기가 막힌 일들이 많이 벌어졌지만 나는 그를 잊을 수가 없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앙심을 품은 이라크 투쟁 단체가 파병철 회를 요구하며 김선일을 납치했고, 정부에서 파병철회를 거부하자 그를 참수시켜 버렸다. 대학 새내기였던 나는 마음속에 ‘그래도’ 상징으로 존재하던 국가가 산산히 조각나버렸다. 국가는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이라는 생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을 줄곧 지켜보면서 점점 희망을 잃어버렸다. 시곗바늘을 돌려 2007년, 그 때의 핫이슈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라는 소위 ‘비 정규직 보호법’ 제정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파견 노동자 범위를 넓히고 기간제 노동자를 2년만 고용 할 수 있고, 이후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가 아닌 ‘2 년짜리 비정규직을 양산’해낼 것이라 우려했고 이는 사실이 되었다. 2002년 전체 노동자의 27.4%였던 비 정규직 노동자 900만 시대가 되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이 차별당하지 않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 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법이 아니라 사실상 사용자로부터 비정규직을 빼앗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법이었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던 대선 후보 노무현이 대통령으로서 이뤄낸 업적이다. 이로써 헬조선의 밑바탕이 완성되었고 그 뒤로 10년간 이어지고 있는 보수정권은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드러내놓고 국민들을 ‘개돼지’ 취급하면서 한편으로는 출산지도 같은 분 홍분홍한 것을 들이밀면서 새끼나 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유신 독재자 박정희가 세상에 남긴 핏줄이 대 56
한민국에 똥칠갑을 하는 것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것은 덤이다.
나의 20대는 불운하게도 이렇게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되어 불신으로 끝났다. 국가에 대한 불신, 권력 에 대한 불신, 근거 없는 주장과 신념에 대한 불신. 그 와중에 나에 대한 불신도 함께 무럭무럭 커졌다. 나도 그저 입만 동동 떠다니는 하잘 것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오랜 시간에 거쳐 용기를 내어 내가 ‘아무 것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고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라는 사실에 직면했다. 그렇게 존 재감 없는 존재를 인식하고 나니 오히려 이상한 힘이 생겨났다. 나름대로 치열한 과정을 통해서 나아간다면 이 불신의 시대를 끝낼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끝낼 수는 없더라도 조금은 희망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 는 생각을 하며.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의사가 되었다. 학부 4년, 의학전문대학원 4년. 도합 8년 동안 학생으로 지내면서 공부하는 즐거움을 찾았다. 의사가 되고 나서부터는 삶과 죽음이 가져다주는 의미에 대해 실질적인 고민을 더 해가고 있는 중 이다. 전공은 직업환경 의학을 선택했다.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였다. 선배의사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꽤나 멋진 선택지였다. 어쩌면 그간 내가 온몸으로 관통해온 불신의 시대 를 웃으면서 살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그런데 최후의 방편이라 하기에 귀찮은 잡무들이 쌓여있고 빨리 해결해야할 과제, 읽을거리들도 정신없이 흩어져있는 건 왜일까. 때론 이것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서투르고 어리숙한 시기를 지 나 불신의 시대에 한 줄기 희망의 끈이라도 발견하고 싶으니 일단 나아가는 걸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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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출처_일과건강
지난 1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유성기업 노동자 괴롭힘 및 인권침해 최종보고]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선 가 학적 노무관리와 괴롭힘에 따른 유성 조합원들의 건강상태 조사 결과와 실제 조합원들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더불어 가 학적 노무관리를 막기 위한 국가의 의무, 가학적 노무관리가 사회에 미치는 역할,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자 정신건강을 회 복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무엇인지에 대해서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일과건강 홈페이지 (http:// safedu.org)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동탄의 한 건설현장에서 전국건설노조 경기타워
출처_노동자연대
크레인지부 간부들이 조합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출 근을 막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출입국관리소의 폭 력적이고 야만적인 단속에 공포감과 서러움을 느껴온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도 탄압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에 민주노총과 이주 운동단체들은 노동조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잊을만하면 전국 각지에서 건설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탄압이 진행되고 있습니 다. 하루빨리 건설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서로 대립하고 분 열하고 갈등을 겪는 현장이 아닌 모두가 단결하는 현장 사회 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경기이주공대위 더 무지개는 이러 한 의지를 담아 지난 1월 31일 연명을 발표하였습니다. 현장에선 일하다 근골격계 질환 걸린 동료가 많을 때, 시간에 쫓기며 일한다고 생각할 때, 연장 근무, 주말 특근을 해야만 할 때, 직무스트레스가 심할 때 등 노동강도가 높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다양합니다. 이럴 때 복잡한 노동강도, 어떻게 평가 해야 할까요? 이렇게 평가한 노동강도, 현장을 바꾸는 데 어떻게 활용할까 요? 2017 현장연구 나눔마당에서 함께 토론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오는 2월 11일 오후 1시 30분부터 민주노총 교육원 (15층)에서 진행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 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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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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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57호 2017년 2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콜라비, 종호, 경미,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 성실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 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7년 2월 7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07023)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li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스 (서 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