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58호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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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서 산나물을 만나다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찬란하고 쓸쓸하신 수다
안전 수칙에 어긋나는 작업은 하지 않을 권리, 위험을 느꼈을 때 회피할 권리
노동자 생명과 안전의 최후 보루, 작업중지권 언제 쓰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펴냄
-작업중지권이란?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현장에서의 대응 이렇게 해보자 -작업중지권 단체협약 어떻게 할까
연구소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laborr@jinbo.net, 카카오톡ID_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02-324-8633
독자에게
3월의 숙제들 얼마 전,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다발성 경화증으로 처음 산재 인정 판결을 받은 김미선 님을 처음 만난 것이 5년쯤 전인가 봅니다. 그때 이미 시력이 많이 나빠지고, 관절 수술도 받아 일할 수 없었던 미선 씨는 ‘치료비 걱정이나 안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얘기를 들으며, 산재 여부 를 떠나 질병과 빈곤, 장애의 현실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던 미선 씨는 산재 신청한 지 3 년이 넘어서, 겨우 재판을 통해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치료비 걱정이나 덜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곧바로 항소했다는 소식입니다. 7년 전 만난 자살 사건에서 사망자는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원래 토목 엔지니어로 일하다 사무직으 로 옮겨 익숙하지 않은 공사 계약일을 하며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계약상 실수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힐 수도 있게 된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잡힌 출장 날 아침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얼 마 전 만난 한 사무직 노동자 역시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부서 이동과 함께 예상치 못했던 승진으 로 익숙하지 않은 환경, 새로운 일에 시달리던 그는, 1년 내내 8시 출근, 밤 9시 퇴근했다고 하네요. 그 런데도 입사 후 처음으로 인사고과 B를 받은 그는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역시 스스 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2016년 봄, 한 외식업체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괴롭힘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는 소 식을 들었습니다. 2017년에는 채 봄이 오기도 전에 전북 LG 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일하던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이 실적을 못 채워 괴로워하다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꽃피는 봄에 대선이 열릴까요? 정권이 바뀌면 노동자들의 이런 고된 삶은 달라질까요? 일하다 아프 게 된 사람들은 치료비 걱정을 안 하고 치료받을 수 있을까요?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를 위해 일하 게 될까요? 일터에서 압박에 못 이겨 자살을 택하기 전에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생애 처 음으로 가 본 일자리에서부터 소모품 취급을 당하는 일이 없어질까요? 그런 세상이 되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추운 겨울을 밝힌 촛불이 드디어 일단락을 짓는 3월 초인데도, 자꾸만 더 많은 숙제가 생기 는 기분입니다. 일터에서 함께 숙제를 따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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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노동자 건강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촛불이 연 광장이 정권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새 시대를 열어 가려면, 노동자 건강 정책, 무 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따져보았다.
표지_이기화
30 모든 산재는 산재로 32 일하다 죽고 다치는 것은 기업의 책임 34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자! 36 걱정 없이 치료 받는 상병수당 도입을 38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확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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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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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_기획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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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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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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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삼성 LCD 노동자 희귀질환, 산업재해 인정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44
문화읽기 찬란하고 쓸쓸하신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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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X건강한 책방 파스 붙이고 건물 짓던 아빠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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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체크 근로복지공단 재활서비스, 공공성을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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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접하고 나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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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생식독성물질로부터 건강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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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 특별법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국회 본회의 통과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4) 52 14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
이러쿵저러쿵 ‘부작위의 세계’에서
괴물같은 인천성모병원에 맞서 싸우는 사람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서 산나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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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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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연구 리포트 게임 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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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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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제주항공의 후쿠시마 운항 계획 논란 ... 결국 취소
정리 콜라비 선전위원 지난달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후쿠시마공항
이에 대해 윤주용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
홈페이지에는 제주항공의 부정기편 운항스케줄
능분석센터장은 "한국은 화강암지대가 많은 지
이 등록됐다. 제주항공 전세기가 3월 18일 새벽
형적 특성상 화강암에서 나오는 방사선물질인 '
0시 후쿠시마공항에 도착해 같은 날 오전 11시
라돈'의 영향으로 방사선 공간선량이 일본보다
30분 승객들을 태우고 인천으로 운항하며, 이틀
높은 편"이라며 "단순히 한국이 방사능 수치가
뒤 인천에서 출발, 오후 6시35분 후쿠시마공항
높기 때문에 일본이 더 안전하다라는 주장은 잘
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
앞서 제주항공이 일부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
센터 소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현장답사
하고 후쿠시마 부정기편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
한 바 있는데 50km 떨어진 후쿠시마 시내에서
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었
도 기준치의 수십배가 넘는 방사능이 측정된 바
다. 일부 직원들은 사측이 직원들의 건강 문제를
있다"며 "항공기 자체의 방사능 오염도 문제지
외면한다며 반발했다. 승무원 A씨는 "3월 18~20
만 후쿠시마에서 탑승하는 승객들과 화물들의
일 스케줄이 비어있는 승무원 대부분이 후쿠시
오염 여부도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했다.
마 운항을 피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있다"며 "회
결국 제주항공은 후쿠시마 운항 계획을 취소했
사가 운항 거절을 하기 힘든 승급대상자나 고직
다. 지난달 24일,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은 전 직
급 직원을 전세기에 태울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원에게 보낸 레터에서 후쿠시마 전세기 운항 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승무원들에게
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쿠시마공항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우려보다 낮은
의 안정성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표를 기초
수준이라는 자료를 통해 설득작업도 벌인 것으
로 판단해야 한다"며 방사선 관련 문제가 없다
로 전해졌다.
고 강조하면서도 "사랑하고 존경하는 제주항공
제주항공 관계자는 "후쿠시마보다 오히려 서
가족 여러분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울의 방사능 수치가 더 높다"며, "지난 20일 오
후쿠시마 전세기 운항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전 7시 기준으로 후쿠시마공항의 방사능 수치는
대신 국내외 항공사들이 정기 운항하고 있는 센
0.07μSv/h(마이크로 시버트/시간)인데 반해 서
다이공항으로 취항지를 바꾸기로 했다.
울은 0.09μSv/h"라며 "주 센다이 대한민국 총 영사관 자료에 따르면 0.07μSv/h은 정상적인 6
수치"라고 했다.
뉴시스, 2017.2.21. 제주항공 후쿠시마 운항스케줄 확 정…'방사능' 논란속 강행 연합뉴스, 2017.2.24. 제주항공, 방사능 논란에 후쿠시 마 운항 포기…센다이로 돌려
증권업종 노사 '퇴근 후 SNS 금지' 합의
퇴근 후 SNS 업무 지시를 소재로 한 KT 광고 캡쳐
증권업종 노사가 퇴근 후 사회관계망서비스
노조는 “증권회사 문화로 인해 퇴근 후 SNS를
(SNS)를 통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통일단체
통한 업무지시가 잦은 편”이라며 “기초 합의를
협약을 체결했다. 노동자 70%가 퇴근 뒤나 휴
바탕으로 지부별로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와
일에 스마트기기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관련한 세부적인 합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는 연구 결과(한국노동연구원)가 나오고 '퇴근
밝혔다.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라는 이름의 근로기준
블랙컨슈머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 ‘법률지원’
법 개정안(신경민 의원)이 발의될 정도로 통신
조항도 신설됐다. “사용자는 조합원이 고객과
산업 발달에 발맞춘 노동자 보호 필요성이 높
의 업무상 분쟁으로 민형사상 피소돼 법률지원
아지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을 요청하는 경우 지원방안을 강구하도록 노력
이달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사무금융노조 증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불임을 겪고 있는 조합
업종본부는 최근 증권사 사용자들과 통일단협
원을 지원하는 임신시술 휴가는 3일에서 5일로
에 2개 조항을 신설하고, 2개 조항을 개정하기
늘었다. 증권사들은 자녀가 없는 직원이 임신을
로 합의했다. 증권업종본부와 교보증권을 비롯
위한 수술로 휴가를 요구할 경우 시술 당일을
한 7개 증권사는 2001년부터 통일단협을 체결
포함해 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하고 있다.
통일단협 조인식은 이달 말 열린다.
단협에 신설된 조항 중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조항이 포함되어있다. “사용자는 불가피한 경 우를 제외하고 통신수단 등을 통한 업무지시는
매일노동뉴스 2017.3.3. 증권업종 노사 '퇴근 후 SNS 금 지' 합의
근무시간 내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 시됐다.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각 지부 노사가 합의해 정하기로 했다. 7
지금 지역에서는
법원, 삼성전자 LCD 공장 노동자의 희귀질환 최초로 산업재해 인정해
선전위원회
지난 2월 10일 서울행정법원(제1단독, 판사 이규훈)
의심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삼성 반도체/LCD 공
이 2013년 5월 20일 자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
장의 안전보건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 소송에 대해 산재 피해자인 원고 김미선 씨의 승 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 LCD 공장
삼성, 화학물질 공급업체, 고용노동부는 모두 한 패인가?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자에서 다발성경화증이라
재판부는 “원고가 사업주로부터 취급 물질의 유해성
는 희귀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첫 번째 사례다.
등에 대하여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였고, 제대 로 된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일을 하였으며,
이게 직업병이 아니고 무엇인가
환기시설의 작동도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김미선 씨는 1997년 6월, 만 17세 나이로 삼성전자
이번 판결을 결정했다. 또, 자료를 은폐한 삼성과 이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이후 3년간 오퍼레이터로 일
들과 한 패거리처럼 굴었던 화학제품 공급업체, 고용
했던 김미선 씨는 2000년 3월 다발성경화증 발병
노동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가했다.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미선 씨는 그로부터 3개월 후 삼성전자를 퇴사했고, 지금까지 병이 악화되어 그 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원고가 취급했던
유증으로 1급 시각 장애를 겪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와이어솔더(납)에 대한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
고관절, 무릎 연골 등에 발생한 심한 손상으로 고통
고 주장하며 이를 근거로 재판부에서 요구한 자료들
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을 제출하지 않았다. 작업환경측정 결과나 사용 물질 에 대한 자료도 원고가 근무했던 기간 중 사용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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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경화증은 중추신경계 신경세포의 수초와 축
질의 일부 결과만을 제출하고 나머지는 영업 비밀이
삭 손상을 유발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구 10만
라며 제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
명당 3.5명이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그런데 김미선
한 증거는 은폐하거나 제출하지 않고 문제가 되지 않
씨를 포함해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4명의 노동자가
는 자료만 선별해서 제출한 것이다. 파렴치한 행동은
다발성경화증에 걸렸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이
화학제품 공급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가 거
병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듭해서 공장에서 사용했던 화학물질의 자료를 요청
출처_반올림 했지만, 마찬가지로 화학제품의 성분을 밝힐 수 없
도록 해두었고 심지어 삼성은 피해자들에게 이 정도
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삼성
수준도 기회를 놓치면 아무 것도 없다며 겁박했다.
과 화학물질 공급업자들의 태도를 언급하면서 원고
그러나 김미선 씨는 이러한 삼성전자의 태도에 항의
가 업무 환경의 영향을 입증할 수 없는 것은 관련 자
하며 보상 절차를 거부하고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는
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주의 책임이라고 규정했다.
삼성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반올림과 함께 싸워왔 다. 그 결과 앞서와 같은 판결을 쟁취할 수 있었다.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할 고용노동부의 태도도 문제였
삼성은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미선 씨
다. 재판부가 고용노동부에 요청한 삼성 LCD 공장
와 같은 직업병 피해자들의 요구를 언제까지 외면할
에 대한 ‘안전보건진단 보고서’ 제출을 사업장의 영
것인가? 근로복지공단 역시 언제까지 삼성의 하수인
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과 같은 태도를 고수할 것인가? 이들 모두 이번 김미
이러한 판단은 삼성이 영업비밀을 핑계로 직업병 피
선 씨의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부당한 항소로 직
해를 뭉개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은폐, 축소하는 것을
업병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파렴치한 행동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삼성으로부터 자료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압수하여 재판부에 제출해도 모자랄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편을 들고 직업병 피해자들은 피눈물 흘리게 하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에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한다 삼성전자는 반올림과의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 한 협상(조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후 2015년 9월 부터 자체적으로 보상 절차를 진행했다. 이 보상 절 차에 따르면 다발성경화증은 관련성이 낮은 질병군 으로 분류되어 낮은 수준의 보상(치료비 정도)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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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체크
근로복지공단 재활서비스, 공공성을 살려야!!
한풀잎한풀잎 님은 산재보험공공성강화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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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재활” 개념을 들여왔
공공기관 효율화 기조 속에서 공공서비스는 공공성
다. 업무상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을 치료하고 보상해
보다 효율성으로 재단, 평가되고 있다. 근로복지공
주던 데 그치던 역할을 직업복귀를 지원하는 데까지
단의 여러 재활서비스 역시 제대로 자리매김할 새도
확장한 것이다. 이는 분명 진일보한 것이었다. 치료
없이 계량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경제논리에 매몰되
후 남은 후유증으로 직업복귀가 어려운 노동자들에
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
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지원
을 정기적으로 수립하고 있으나 그 방향성 역시 효율
하고,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창업점포를 임대하는 등
화의 틀에 묶여 재활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라는 백년
의 재활서비스는 직업복귀와 사회복귀에까지 시각
지대계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현재
을 확장하는 것으로 의미가 컸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수행되고 있는 재활서비스를 살
복지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재활서비스
펴보면 서비스 종류는 많아졌지만, 만들어진 다양한
의 확대는 당연했다. 20여 년 동안 새로운 재활서비
서비스가 얼마나 적절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보
스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원 직장 복귀를 지원
면,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하기 위해 직장복귀지원금, 직장적응훈련, 재활운동,
해마다 고용노동부 정책 기조에 맞춘 신규 서비스를
대체인력지원사업이 만들어졌다. 직업재활서비스 못
만들어내지만, 수행 인력은 늘지 않으니, 기존 업무
지않게 심리 재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산재 노동
에 허덕이는 직원들이 신규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
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려는 심리상담, 희망찾
기가 쉽지 않다. 또,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계
기프로그램, 사회적응프로그램, 가족화합지원프로그
량적인 목표치에 도달했냐만 평가 잣대로 삼으니, 서
램, 직장동료화합프로그램, 멘토링프로그램 등도 마
비스의 질적 성숙은 누구도 챙기지 않고 있다. 예를
련되었다. 이런 다양한 서비스 제공은 분명 양적인
들어, 2016년도에 대체인력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발전이다.
산재 노동자가 요양을 하는 동안 그를 대신하여 대체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일관되게 시도되는
인력을 사용한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줌으로써, 요양
중인 산재 노동자의 원직복귀 가능성을 높이고 나아
면 목적이 왜곡된다. 주객이 전도된다. 실적이 목적
가 산재보험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견
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평가
인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산재 노
지표가 달라져야 한다. 신상 누가 많이 팔았나 줄 세
동자를 대체하여 인력을 고용했을 때로 제한하지 않
우지 말고, 직원들이 일하는 내내 ‘그것이 그에게 정
고, 산재노동자가 요양하는 동안에 새로 입사한 사람
말 필요한 서비스였는지.’ 혹은 ‘그에게 정말 필요한
이 누구라도 있으면 대체의 개념을 적용하여 지원금
서비스를 내가 놓친 게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지급이 가능하다. 신규 서비스의 양적인 확장을 위해
해야 한다.
대체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인지는 모르
산재보험이 50년을 넘었고, 재활서비스가 도입된 지
겠으나, 대체가 아닌 신규고용에 대해서도 지원금을
20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
적용함으로써 제도 본연의 취지가 희석되고, 산재노
단은 재활서비스가 제대로 발전해가고 있는지 점검
동자의 원직복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
해야 한다. 공공서비스는 1년에 몇 건 했느냐가 중요
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 않다. 그 서비스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누구에
게다가, 신규 사업을 시행하고 나서 제대로 정착할
게 어떻게 주었느냐가 중요하다. 근로복지공단의 재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대신 1~2년 단기간 안
활서비스는 이제 외연은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 이
에 00건 달성이라는 양적인 성과를 강제하다 보니
런 서비스를 목적에 맞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은 목표 채우기에 급급하다. 원
서비스전달체계를 재정비하고, 평가 지표를 개선해
직복귀가 불안한 케이스를 발굴하여 사업주를 설득
야 한다. 산재 노동자의 직업복귀와 사회복귀를 지
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은 생략되고, 이미 여
원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면, 그 목적에 맞게 서비
러 가지 이유로 입사한 신규 인력에 대해 대체인력이
스가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직복귀가 불가능
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지원금을 후불로 지급하고 있
해 좌절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
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 본연의 취지가 잘 살려지는
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준비를 시키고 사
지 챙기는 사람은 없고, 대체인력 지원금 00건, 00
회로 나갈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을 하는 내내 그
원 하는 식으로 ‘이만큼 했습니다’ 하는 보여 주기식
노동자에게 맞게, 그 노동자와 함께 계획하고 실행하
행정만 남았다.
고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처
매년 쏟아져 나오는 신규 사업들을 제조업체의 신상
럼 공공성이 지켜진다면, 근로복지공단 재활서비스
과 같이 취급하면 큰일이다. 그 사업들은 1~2년 반짝
의 장래가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행하다가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다. 실적 달성에 눈이 멀어 산재 노동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세트상품처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실적을 좇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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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생식독성 물질로부터 건강하려면
선전위원회
생식독성 물질이란 생식기능, 태아 발생 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의미하는데, 생식독 성 물질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비해 이 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은 여전 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생식독성 물질이 어떤 것이고,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보호조치가 필요한 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선진국은 개인뿐만 아니라 2세에게도 영향을 미치 는 생식독성 문제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생식독성 물질 자체를 모르는 노동자들 이번 국가인권위회가 연구용역한 <생식독성 물질 취급 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서도 이러한 실태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조선소 2곳과 병원 1곳에서 생식독성 유해요인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전체 참가자 남성 124명, 여성 406명 중 조선소의 16.9%, 병원의 26.6%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생식독성이란 말조차 듣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작업으로 인해 생식독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노동자는 조선소 33.1%, 병원 노동자 14.5% 로 매우 적었다.
알아도 이야기하기 어려운 생식독성 문제 생식독성 문제는 개인이 인지했다고 해도 공론화해서 꺼내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더욱 실태가 드 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식독성 문제를 개인의 내밀한 문제로 생각하고 사회 적으로도 그런 인식이 만연해 있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길 꺼리거나 실제 피해가 있더라도 드러나 지 않도록 감춘다. 혹여나 만일 생식독성 문제를 알린다고 해도 생식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과도한 관심이 새로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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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KBS 뉴스광장
불임 피해 증언하는 반올림 박민숙님
생식독성 물질 관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 중인 생식독성 물질의 수는 45종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 184종, 미국 112종, 프랑 스 108종, 캐나다 88종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또한, 생식독성이 있는 물질인 경우 법적으로 이를 명시하 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기업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 확 인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생식독성 물질로 인한 산재보상은 생식독성과 관련해 피해자들에 발생하는 문제는 노동자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2세를 포함한 가족까지 영향을 미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산재를 인정해주는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피 해자가 산재임을 입증할 수 있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생식독성 물질은 특히 물질 자체에 대한 이해와 물질에 따른 위험요인 파악이 쉽지 않아 노동자들이 생식독성과 자신의 업무와의 관련성을 규명해 내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특별관리물질에 포함되지 않아 작업환경 측정에서 제외되는 생식독성 물질을 줄일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생식독성 물질 실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사업장 관리 감독 시 반 드시 생식독성 물질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식독성 물질 자체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식독성 취급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서는 생식독성 문제에서는 우선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임신 및 수유 중인 여성이 심야 노동을 하거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의 법적 강제가 꼭 필요하다. 또,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생식독성 물질을 파악하여 목록화 하고 물질에 따른 관리 방법을 정리할 필요 가 있다. 사회적으로는 생식독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생식독성의 문제를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생식독성 위험 이 타 직종에 비해 높은 곳에 대한 실태조사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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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4 - 개선과제 실행방안을 중심으로
아이구 상임활동가
A사업장의 경우, 지회는 위험성평가 사업결과에서 도출된 개선과제를 3년의 호흡으로 크게 세 축으로 실행 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전 사적으로 진행할 과제로 회사의 안전보건경영방침의 내실화, 근골격계 질환 보호 예방관리프로그램의 시행, 핵심 개선과제와 공정별 개선과제의 실행 등입니다. 위험성평가 사업의 목적인 실 질적인 개선과 개선을 할 힘을 갖추기 위해 연구진과 지회 집행부가 최종보고서 제출과 조합원 설명회 이후 3차례 논의를 통해 개선 실행방안에 대한 기획안을 만들었습니다.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분위기 만들기부터 대부분 현장의 상황은 안전보건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대응이 담당자 중심으로 사후처리하기에도 여의치 않 습니다. 현장 노동자 중심으로 안전보건활동을 한다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 은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일회적으로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해본들 효과가 있을까 혹은 할 수나 있 을까 하는 의구심부터 갖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실행에 옮기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못 합니다. 시도를 못 하는 이유를 조합원들의 인식 및 태도와 집행부의 의지 문제에서 찾습니다.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것을 통해 조합원들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고 집행부가 힘을 쏟도록 하는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데도 말입니다. A사업장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회 차원의 생각과 경험도 그렇지만,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 역시 모자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우선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바꾸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현장 내 노사 각각에 팽배해 있는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안전 보건 관련 경영방침이 있다면 이를 내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이 필요합니다. 없다면 안전보건 문제를 중시하는 경영방침을 공식화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유는 선언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으로 14
노동 전반의 문제에 대한 회사의 책임과 역할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입니다. A 사업장의 경우 큰 비용부담 없
으나 안전보건 문제의 중요성 및 개선의 필요성을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 도록 하는 조치- 안전보건경영방침의 공정 전체 출입구에 부착하기, 공정별 위험성평가 시트 붙이기, 공정별 MSDS 붙이기, 사고 및 재해에 대한 결과 및 원인 그리고 조치계획 등을 게시하기 등 -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위원회(이하 산보위)를 통해 실행에 옮길 예정입니다.
지회차원에서 핵심 개선과제를 실질적으로 추진 A사업장의 경우, 지회는 산보위를 통해 위험성평가 사업에서 확인한 핵심 개선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안건 으로 상정하여 추진하려고 합니다. 근골격계 질환 보호예방관리프로그램의 도입과 12개의 핵심 과제가 그것 입니다. 하지 못하고 있던 2016년 4/4분기 산보위부터 2017년 1/4분기 산보위와 2/4분기 산보위 총 3차례 의 산보위를 통해 핵심과제에 대한 실행방안에 대해 합의하여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산보위에서는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개선을 구체화해나가자는 것과 분위기 형성을 위한 합 의를 하여 실행에 옮길 예정입니다. 두 번째 산보위에서는 핵심과제 각각에 대해 단기적 과제-측방배치 장치 설치, 의자 놓기, 전도방지, 화학물질 사용 및 보관방법 개선, 조명개선, 대차개선, 이동식 냉온풍기 제공, 설 비 이중안전센서 개선 등-와 장기적 과제-일 년에 한 과제씩 MSDS 조사와 대책, 국소배기장치 성능조사와 대책, 소음 실태조사와 대책 등을 1년에 한 과제씩 추진-로 나눠 실행방안과 실행을 담당할 안전보건지킴이 활동체계 구축에 대해 합의를 하고자 합니다. 세 번째 산보위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 시행 과 부서별 공정별 핵심개선과제를 개선방안에 대해 합의 할 예정입니다. 이어서 2017년 위험성평가에 대해 노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방안에 합의를 통해 개선 정도를 파악하고 미흡한 개선과제에 대해 지속적인 활 동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모든 산보위 합의 내용과 실행과정에 대한 현장 선전활동을 병행하고, 부서별 안전 보건지킴이 활동을 점검해 나가면서 개선사례를 만들고 현장 노동자 중심의 안전보건 활동을 정착시켜 나갈 요량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후처리뿐 아니라 보호예방에 초점을 두는 현장 안전보건활동을 조직적으 로 전개하여 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일상적인 노안 활동으로 공정별 개선 모범사례 만들기 핵심 개선과제를 세 축으로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주요과제가 바로 부서별 공정별 개선 입니다. 위험성평가 사업의 마무리이자 또 다른 시작을 지속해 나갈 힘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 니다. 앞서 강조한 안전보건 활동을 일상적으로 전개할 안전보건지킴이(노안위원 혹은 작업개선위원) 중심 으로 공정별 유해위험요인을 개선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없애거나 줄이는 구체적인 경험을 쌓는 것은 아 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위험성평가 사업은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현장 노동자 중심으로 안전보 건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A 사업장의 사례가 더 많은 이들의 문제의식과 경험으로 이어 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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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출처_보건의료노조
괴물같은 인천성모병원에 맞서 싸우는 사람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전 지부장
재현 선전위원장
2016년 인천성모병원에서 30년간 일했던 간호사
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부와 자본이 의료를 돈벌
홍명옥 님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났다. 2006
이 수단으로 삼으면서 우리 병원은 경쟁력에서 밀
년부터 끊임없이 노조 파괴를 해왔던 병원의 악
리면서 적자가 생겼어요. 결국, 2005년 신자유주의
행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종교집단이 운영
정책이 도입되면서 영양과 정규직 직원 30명을 정
하는 병원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노동자의
리해고 했고, 노조가 싸움을 통해 전원복직을 시켰
인권을 짓밟는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어요. 그러고 나서 병원을 천주교 인천교구(이하 인
싸우는 노동자가 있다.
천교구)에 아무 조건 없이 봉헌했어요. 하루아침에 경영진이 바뀌는 건데 이미 천주교 서울교구 산하
병원의 노조 파괴가 시작된 계기가
가톨릭대학병원인 CMC 8개병원이 신부들에 의해
언제부터였나?
운영되고 있어서 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우리 병원은 한국전쟁 끝나고 1955년에 전쟁고아,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졌어요. 이후엔 한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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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녀회에서 운영했고요. 유서 깊은 병원이고 일
인천교구는 병원 인수와 함께 경영 정상화를 위
하는 사람들 모두 우리 병원은 종교 이념에 맞게 이
해 노조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
윤 중심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자부
부터 노조를 탄압했고 그 결과 20년간 노사가 쌓
아 온 단체협약은 3년 만에 병원 측의 해지통보로
쉽게 무시되고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는 게 느껴
있으나마나한 수준으로 후퇴되었다. 노조는 병
졌어요. 아침 8시부터 업무 시작인데 7시 45분경부
원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터 직원들을 로비에 다 세워두고 강제로 기도하게
한다. 230여 명이었던 조합원은 현재 10명이 남
하고, 기도 모임 참석하라고 강요하는 거죠. 또, 누
아 있다고 한다.
군가 나와서 크게 선창으로 “안녕하십니까? 가족처 럼 모시겠습니다!”하면 사람들이 복창하게 했는데
노조 파괴 과정에서 집단 괴롭힘, 일터 괴롭
그게 너무 모욕적이었어요. 1주일에 한 번은 아침 7
힘도 있었다고 들었다.
시에부터 현관 로비에서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그런
“사실 일터 괴롭힘이라는 말은 이번에 재판하면서
인사를 하게 해요."
처음 듣게 된 말이에요. 제가 처음 그 일을 겪은 건 2012년인데 19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어서 임시공휴
언론에서도 이러한 병원의 행태에 대해
일이니까 병원이 쉬어야 하는데 정상근무를 하겠다
많은 보도가 있었다.
고 한 거예요. 제가 노조 지부장이었는데 아무리 우
“2000데이, 3000데이라고 외래환자를 늘리기 위
리가 힘이 없어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항의 공문 보
한 아주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행사들이 있었죠.
내고 노조에서 유인물도 만들고 게시판에 붙이고
우리 병원이 외래 환자가 하루 1,600명 정도였다
그랬죠. 그러고나서 전 직원들 보는 인터넷 게시판
면 병원에서 2,000명으로 끌어 올리는 목표를 정
에 항의성 글을 올렸는데, 난리가 났죠. 제가 근무하
해요. 그럼 부서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는 부서로 부서장이 오더니 잠깐 밖에서 얼굴 보자
날짜에 외래환자를 2,000명, 3,000명 채워야 해
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갔더니 환자들이 가득 찬
요. 어떻게 채우냐면 병원 직원들은 접수비도 안 받
중앙 로비에 부서팀장들 대여섯 명이 서 있었고 그
고 진료비 감면도 되니까 여러 과에 1,2개씩 접수를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니 얼굴 보는 것도 지긋지긋
해요. 그리고나서 비타민, 파스 등의 처방을 간단하
하니까 당장 나가!”라고 고함을 지르고 “왜 병원을
게 받고요. 그러면 직원들은 돈이 한 푼 안 나가고
매일 어렵게 하냐!”고 퍼부었죠. 하루에만 사람이 계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급여를 받는 거죠.
속 바뀌면서 4번 정도 찾아오고 쫓아다니면서 괴롭
나중에는 가족, 지인들 총 동원해야 하는 상황까지
혔어요."
가게 되죠. 인천교구는 2014년에 국제성모병원을 새로 신축
결국, 홍명옥 님은 병원으로부터 허위사실을 유
해서 개원했는데 거기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반복한
포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거예요. 또 한 가지 나쁜 방법은 에이스3000, 에이
받았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고 한다.
스4000이라는 행사 이름으로 전 부서 직원들 조를 짜서 돌아가면서 퇴근 후 길거리에 나가서 병원 홍
병원의 비상식적인 운영이 계속 된 것인가
보물이나 판촉물 나눠주면서 환자 유치활동을 하게
“병원의 정책들이 뭐랄까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이
했어요." 17
병원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을
뷰를 했다며 다시 집단괴롭힘을 시작했어요. 정신
강제로 4년간 동결하면서 정작 경영진(신부)들의
적으로 힘든 상황이 극에 달해 출근하다가 실신해
임금은 3배 이상 인상해서 억대연봉을 받아갔다.
서 응급실 실려 가고 적응장애로 3개월 병가를 받게
결국 노조는 이 같은 인천교구와 인천성모병원,
되었어요."
국제성모병원 사태를 알리기 위해 바티칸 교황청 을 방문했고, 교황청은 2015년 12월 교황 직속 산
이후로 병원은 홍명옥 님이 일터 괴롭힘으로 인
하 기구로 보건의료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가톨릭
해 쓴 병가를 무단결근이라 주장하고 이 문제
이 운영하는 병원들이 교리에 맞게 운영하고 있
를 알린 점에 대해 병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는지 감시하도록 했다고 한다. 한편 2013년에는
2016년 1월 해고했다. 노동조합은 국제성모병원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부당청구사건과 노조지부장 집단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이후 병원 측과 인천교구 측에 대화를 통
1인 파업을 결심했다
한 사태해결을 요구했으나 병원과 교구는 모든
어떤 의미에서 진행하게 되었나?
대화를 거부하였다. 이에 노조는 시민대책위까지
“21세기 대한민국, 인천 시내 한복판에 이런 말도
구성해 단식농성, 집회, 시민선전전 등 사태해결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도 묵묵부답이다.
2013년 임단협 교섭하는 과정에 1인 파업이라도 하 겠다고 결의했어요. 간부나 조합원들은 극심한 탄
각종 괴롭힘과 탄압이
압이 예상되니까 파업까지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
무섭거나 공포로 다가오진 않았나?
한 상황이라 저 혼자라도 싸우겠다고 결심 했어요.
“병원의 폭력적인 경영과 노조파괴도 너무 슬프고
3000데이 폐지, 에이스3000 폐지, 기도모임 폐
충격적이지만 그것만큼이나 1,600명이나 되는 직
지, 점심시간 보장, 생리휴가 사용 보장 등 부도덕
원들이 하나같이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 더 충격적
한 돈벌이경영 중단과 근로기준법 준수, 노조활동
이었어요.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할 유일한 조직인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쟁의조정신청 하자마자 병원
노조가 깨지니까 이정도로 처참해지는구나 하는 생
이 발칵 뒤집혔고 이때부터 관리자들이 본격적으로
각이 들었습니다. 또, 관리자들 눈빛이 바뀌었어요.
집단괴롭힘을 다시 시작했지요. 이번 재판에서도
2005년 정리해고 반대 투쟁할 때까지만 해도 관리
밝혀졌지만 이는 병원에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자들이 뒤로 와서는 “저희 본심 아닌 거 알죠. 우리
기획하고 관리자들을 동원해서 저지른 일이에요.
입장도 이해해주세요”라며 이해를 구했는데 지금은
2015년 3월, 국제성모병원 직원이 퇴직하면서 병원
전적으로 병원입장을 대변하면서 시키는대로 무조
문제들을 경찰에 제보해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건 다하고 공격적이예요."
건강보험공단의 의료급여를 부당하게 타냈다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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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 언론에 보도됐어요. 그런데 우리병원 관리자
한편, 지난 1월 13일 노조는 힘겹게 싸운 끝에 재
들이 나를 찾아와 언론에 병원을 해코지하는 인터
판을 통해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 집단 괴롭
힘 1심 판결을 승소했다. 병원 측과 가해자들에
출처_보건의료노조
대해 1,000여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 했다. 그러나 병원은 항소를 결정했다.
성직자이고 종교인들이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성직자라는 특권과 종교라는 특수한 조직이 만나 서 아주 부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점 차 시스템화되는 거죠. 고용노동부가 중재도 거부 하고 국회의원실이 불러도 거부하고 도리어 항의하 고, 천주교 다른 교구들은 일절 타 교구 문제에 있어 서 개입할 수 없고 이런 점들이 인천성모병원 경영 진을 더 끝도 없이 파국으로 몰고 가는 구조가 되는
그러는데 가슴이 덜컥 하더라구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싸움은 계속되는 건가? 상당히 긴 시간 늘 싸움의 연속이었는데
“우리 상대가 종교조직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아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가
지난 10년간 병원이 저질러 왔던 문제들이 터진 건
“병원에서 고소고발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 법적
데 그 불똥을 저한테 가져와 집단으로 괴롭혔다는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저를 인격적으로 매도하고
게 말이 되나요. 아무리 노조를 혐오하고 홍명옥을
모욕하고 난도질 하는 걸 감당하는 게 너무 힘들었
없애야 할 존재로 생각해도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어요. 얼굴도 본 적 없는 수백 명의 직원들에게 홍명
없는 일이죠. 그래서 이 사건의 본질이라도 제대로
옥을 중징계하라는 탄원서에 서명하게 하고, 수백
알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저희 남아 있는 조합원이
장에 이르는 소송 서면에 온갖 허위와 왜곡으로 저
10명이에요. 지금까지 이렇게 끈질기게 싸울 수 있
를 완전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다 감내하
었던 건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 인
는 게 정말 견디기 어려워 우울증까지 겪었습니다.
천지역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의 힘입니다. 너무 고
제가 노조 활동하면서 잔뼈가 굵어서 웬만한 건 감
맙고 든든합니다. 저희는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싸움
당할 수 있는데 이때는 힘들어서 포기해야 할까 생
을 하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할 겁니다.”
각도 들었어요. 두 딸들도 엄마가 활동하는 건 알았 지만 자세한 상황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제가 싸우 면서 자료를 만들고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 하니까 아이들이 발표자료 만드는 걸 도와줬어요. 이때 애들이 경악했어요. 큰 애가 하는 얘기가 “엄마 내가 졸업하고 사회 나가면 이런 데로 나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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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두번째 이야기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서 산나물을 만나다 - 대안학교 교장 인터뷰 -
정경희 선전위원 동네 할아버지께 길을 여쭈었더니 알려주신 곳
심정으로 어린이집에서 일했는데 그러면서 일상에
은 가정집인 줄 알고 지나쳐 왔던 대문이었다.
서 협업하고 연대하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
교문에 붙어있는 ‘삼각산 재미난 학교’라는 간
삼 느끼게 되었어요.
판을 보고서야 내 머릿속에 자리한 학교에 대 한 고정관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산나물이
산나물은 95년 서울지하철 노조에서 활동 후,
라 불리는 이상훈 교장을 인터뷰하는 내내 얼
99년부터 2006년까지 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마나 좁은 교육관으로 아이들은 양육하고 있었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활동을 했다고 한다.
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렇게 고정관념을 넘
불안정노동이 일상화돼버린 요즘, 길고도 치열
어서는 학교와 어떻게 연을 맺게 됐을까.
했던 그의 활동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여러 가지 울림을 받았다. 아쉽지만, 지면상 간단히 소개
이 동네에는 98년에 공동육아가 생겼고, 아내가 좋
한다.
은 어린이집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2000년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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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를 왔어요. 그때 저는 가끔 나타나는 동네 아저씨
월요일 아침에 나가서 토요일 저녁에 집에 들어왔
였죠. 한창 비정규직 조직화 활동으로 바쁠 때는 아
어요. 전국의 투쟁 사업장들 농성에 파업에 구속되
빠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한 배려를 많이 받았어요.
고 다치고 침탈당하는 일의 반복이었는데 그렇게
그래서 활동을 그만둔 후 그동안 외상값 갚는다는
10년 가까이 살았죠. 동지가 제 눈앞에서 분신해서
죽고, 가정이 파괴되는 걸 보니 감당이 안 되는 거 예요. 그리고 싸우다 보니, 자본이 이윤율 하락의 마 지노선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등 끝내 양보하지 않는 걸 보면서, 비정규직 싸움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로 풀어갈 수 없다는 것 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죠.
현장에서 직접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조직화 를 시도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았고, 투쟁현장과 일상에서의 괴리감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배움은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가정을 벗어난 아이
어깨너머로 학교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면
들이 만나는 사회는 이웃이고 마을이잖아요. 학교
서 교육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
가 마을이고 마을이 학교라던 간디 선생님의 실천
었다고 한다.
을 시도하는 거죠.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하다가 사 람들이 마음 편하게 믿을 수 있는 밥집 하나쯤은 있
소비는 대자본 유통에 종속돼 있고, 일상은 피폐화
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학부모와 교사, 마을주민
돼 있는데 그런 것들을 협동하고 연대해서 공동으
들이 돈을 모아 친환경 농산물 마을식당을 만들었
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죠. 엄마 아빠가 늦은 일이 있으면 ‘마을식당 가서
요. 학교 또한 노동시장에 종속돼 있죠. 결국, 노동
밥 먹고 있어라.’고 믿고 말할 수 있는 곳. 학교는 일
시장의 변화 없이는 학교가 변하지 않는 거죠. 대안
정 정도 합의와 동의가 있어야 보내지만, 마을식당
학교도 노동시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은 문턱이 없잖아요. 먹고 싶은 사람들이 오면 되니
예요. 우리는 불안하고 힘든 노동시장에 몸담고 있
까요.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긴 거죠. 그러다 보니 누
고, 거기서 번 돈으로 여기에 보내면서, 단지 제도권
구는 마을 카페, 누구는 마을 목공소를 만들고, 나는
학교 싫으니 대안학교에 보낸다는 생각은 근대화된
음악을 좋아하는데 밴드를 해보자 이러면서 커뮤니
학교 틀에서 벗어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티 공간이 생기고 관계가 만들어지더니, 여기서 생
되었어요. 자식의 삶 문제 즉 일상의 먹거리, 생필
긴 또 다른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
품, 생활문화 변화를 함께 만들어야만 한다는 거죠.
들고 그 공간이 더 많은 사람에게 확장되면서 공간 과 관계의 변증법이 벌어진 거죠.
아이들의 학교가 어른들의 삶을 변화시키다.
아이들이 변하려면 결국 어른이 변해야 하니
2009년부터 시작했고, 삼각산 재미난 학교 출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만들었지만 결국 실제
신 졸업생 부모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
어른들의 학교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는 마을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삼각산 재미난 학교는 마을공동체 활동의 훈련 21
소같이 예비활동가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게 되
의 다른 구에도 확장되고 있죠. 마을공동체가 자립
었지만, 뜻밖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사실은 매우 적 극적인 반자본적 실천이죠. 대자본과 독립적인 유
학교가 내부 갈등으로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었었
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실
죠. 학교 설립부터 함께 했던 선임 교사들은 상처를
질적인 협력과 연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구
받아서, 또 도의적 책임으로 떠나게 돼요. 교장도 책
체적인 삶의 문제를 가지고 커뮤니티적인 생각을
임을 지고 임기 중에 떠났지요. 마을활동의 핵심인
하게 되는 것이죠.
학교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장 공모를 했 어요. 이런 마을형 대안학교의 교장은 통합적 리더
정해진 교과서를 쓰지 않는 삼각 산재미난 학
십이 필요하거든요. 학교 경영도 해야 하고, 교육적
교의 일과는 8시 45분에 시작하여 3시에 마친
비전도 제시해야 하고, 추상적 수준이 높으면서도
다. 1시 반 이후에는 마을도서관이 되어 동네
구체적인 역할도 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더라고
아이들 누구나 올 수 있고, 오후 6시까지 아이
요. 아무도 안 오죠. 그때 제가 목공소 일하면서, 마
들이 상주한다고 하니 교사들이 힘들지 않을까
을법인의 상임이사였거든요. 몇몇 부모들과 교사들
궁금했다.
이 마을법인에서 학교 운영을 책임질 수밖에 없으 니, 저더러 교장을 하라고 하더군요. 거절할 수가 없
도서관 사서 교사는 10시에 출근해서 6시까지 근
었죠. 임기가 4년이니 올해가 마지막이에요.
무해요. 실제 아이들을 만나는 생활교사들은 회 의나 행사로 그렇지 않은 날도 있지만, 아침 8시
모든 관계와 공간이 배움의 현장이다.
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해요. 저희가 정해진 교과
우리나라 교육이 실제 삶과 앎이 괴리되고 있
서를 쓰는 게 아니라서 교사들이 수업을 담당하
는데, 학교 안에서 그렇지 않은 순환적인 배움
지 않은 시간에는 계속 교과연구를 해야 해요. 마
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모든 관계와 공간이 배
을의 다양한 공간과 관계들이 교육과정의 살아있
움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
는 재료가 되는 것이니까 사람들을 만나려면 활
혀내고 실천해보고자 노력 중이다.
동에 직접 참여도 해야 하죠. 학생마다 다른 관 심, 다른 흥미 모두를 교사가 다 채워줄 수는 없겠
제가 직접 하는 수업은 목공 수업밖에 없지만 아이
죠. 그러다 보면 서로 연결해 줘야 하기 때문에 늘
들과 관계 맺기, 부모와 파트너쉽을 만들어가는 활
열려있어야 교재연구가 가능하죠. 6년 만근을 하
동을 하면서 마을과 연결해나가는 코디네이터 역할
면 10개월간 유급 안식 휴가가 있어요. 급식교사
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이 깊고 넓어지길 바라
는 6년 만근에 5개월 유급 안식 휴가가 있어요.
죠. 서울시의 다양한 지원사업이 생기면서 상대적 으로 더욱 주목받게 되었고, 우리 활동이 강북구 외 22
교사나 학부모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가장 힘 들어하는 시간은 학부모를 만나는 시간이라고 한다.
아이들과는 소통이 잘 되지만 부모들은 다양하잖아 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서로 생각이 다르면 인정해 주고 평화적으로 해결해본 경험이 많지 않죠. 일상 적인 협동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세대들이니까,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공동체적으로 모아나가고 공감하는 과정 에서 갈등이 있죠. 교사나 학부모들도 문제를 평화 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늘 일상적인 자기 과제 고 훈련의 내용이기도 하죠. 고 싶어요. 대안적 삶을 살고 싶은가? 그래야 아이
대안적 삶에 대한 고민이 대안 교육의 첫 출발 코흘리개에 오줌 지리던 애가 커서 술 사달라 고 하면서 여자친구 얘기, 인생 얘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상훈 교장에게 마지막으 로 대안학교나 대안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들 께 한 말씀 부탁드렸다.
가 대안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대안 교육적 환경을 만 들 수 있어요. “비싼 수업료 냈으니 내 자식 잘 키워 주세요. 저는 기존대로 따로 살 거예요.” 라는 분들 은 이중적인 것이죠. 대안적인 삶을 함께 일굴 것이 냐. 그런 식구가, 가족이, 동지가 될 것이냐가 중요 하다고 봐요. 대안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내 삶에서 대안은 무엇인지 질문해보고 나는 그렇게 살지 못 했지만 아이는 그런 대안적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노동시간이 길잖아요. 고용관계가 불안정하고 늘 삶에 지쳐있죠. 자신의
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때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삶, 자신과 가까운 주변을 차분하게 둘러보는 시간 이 필요한데 우리 노동자들은 사람으로서 가장 소 중한 이 활동을 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보수화되 는 거거든요. 피곤하니까 자신의 삶을 생각하지 않 아요. 자본가들이 원하는 것이죠. 어른인 당신이 어 떤 삶을 살고 싶은지 먼저 스스로 물어보라고 말하 23
연구 리포트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최민 상임활동가
1. 연구의 배경과 목표
IT노조와 게임개발자연대 등 당사자 조직들은, 모바일 게임 시대에 게임 개발 노동자의 노동
24
게임 개발 업체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어제 오
환경 악화를 주도하고 있는 넷마블을 겨냥한
늘의 일이 아니지만, 넷마블과 같은 거대 게임
집중적인 노동실태 폭로, 주체 조직화, 여론전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개발사/개
등이 넷마블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자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이
나아가 게임업계 전반의 변화를 견인하는 데
들 거대 게임 플랫폼 회사들은 더 단순하고, 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중심의 시장 재편
이에 두 단체 외에도 노동자의 미래, 노동건강
과정에서, 개발에 따른 위험을 개발사/개발자
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참여해 넷
에게 떠넘기면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마블 및 게임개발노동자 관련 대응팀을 꾸리
이런 게임 산업의 환경 변화와 산업적 재편 과
고 향후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첫 활동으로 지
정은 더 잦은 런칭과 업데이트, 이벤트 등으로
난 2월 9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함께 국회
게임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강화시켰고,
에서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
개발자들의 노동을 단순기능공처럼 ‘부품화’
인가?’를 열었다. 토론회 이후 넷마블에서 야간
시키는 경향을 가속화했다.
근무 금지, 퇴근 후 SNS로 업무 지시 금지 등의
넷마블은 이런 게임업계의 변화를 상징하는 업
조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는 성과가 있었다. 2
체이다. 늦은 밤시간에도 사무실에 불이 항상
월 9일 토론회에서 발표했던 ‘게임산업 종사자
켜 있는 ‘구로의 등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와 ‘넷마블
이런 넷마블에서 2016년 3명이 사망했다. 돌연
전현직 근무자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를 소개
사 2건, 자살 1건이었다.
한다.
2. 주요 결과
불안정한 청년 노동의 얼굴 두 설문 모두 20대가 28~29%, 30대가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
59~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이
문조사’(이하 게임개발자 설문)는 게임개발자
72~74%로 30대 미만의 젊은 남성이 몰려있는
연대에서, 2016년 3월 7일~4월 30일까지 온라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
인에서 실시했다. 총 420명이 응답했는데, 이
다. 넷마블 설문의 경우 직군을 따로 묻지 않았
중 15%인 63 명은 현재 실직 상태라고 응답했
는데, 게임개발자 설문조사 응답자는 개발직이
고, 4.8%에 해당하는 20명은 정식 취업 이력이
53%, 아티스트가 25%, 사무직이나 관리직이
없는 학원생, 실습생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고
19%로 나타났다. 아티스트는 개발직에 비해 나
답했다. 이들을 제외한 현재 재직자 337명의 응
이가 더 젊고,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답을 분석했다.
현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 설문조사(이하 넷마블
43%에 달했고, 3년 이상이라는 답변은 24%에
설문)는 돌연사 소식이 연달아 알려진 2016년
불과했다. 경력이 오래 되더라도, 한 직장에서
11월 노동건강연대에서, 긴급 온라인 설문을
오랫 동안,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없는 게임개
조직해 실시됐다. 총 545명이 응답했고, 이 중
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그
277 명은 현재 넷마블 혹은 그 자회사에서 일하
림 1,2>
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68명은 지금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 넷마블이나 그 자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림1> 게임업계 근무 경력
<그림2> 현직장 근무 경력 32% 29%
23%
22%
17%
21%
24% 20% 13%
1~2년차
3~4년차
5~9년차
10년 이상
6개월미만
6개월~ 1년미만
1년~ 2년미만
2년~ 3년미만
3년 이상
25
이는 넷마블 설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는
간헐 집중적 초장시간 노동
데, 현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노동시간 상황이었다.
이 31.6%, 3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26.1%였다.
게임개발자 설문에서, 근로계약서 에는 대부분
이런 불안정성의 단면은 게임개발자 설문의 애
주 5일 근무로 되어 있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
초 응답자 중 15%가 현재 실직 상태였다는 점
이 있다지만, 연장 근로가 일상적이라는 응답이
에서도 드러난다. 실직 중이라는 응답자의 설문
37%에 달했다.
은 분석에서는 제외하였지만, 이렇게 높은 실직
이런 장시간 노동 상황은 넷마블 설문에서 더
율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게임 하나의 성패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재 재직자와 퇴직자 사
따라 고용이 좌우될 수 밖에 없어 취업과 실업
이에 응답 차이가 크긴 했지만, 현재 재직자만
을 오가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
대상으로 하더라도,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 내
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외라는 응답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림
그렇다 보니, 이직 경험도 잦았다. 지금까지 몇
3,4>
회 정도 이직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직 경험이 아예 없다는 응답은 20%에 채 미치 지 못 했다. 5회 이상 이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
각 설문 조사에서 하루 노동시간, 휴일 노동일
이 21.7%에 달했다. <그림4> 게임개발자설문, 연장근로 여부
<그림3> 넷마블 설문, 하루 노동시간 100%
1.8%
90%
14.8%
80% 70%
22.7%
2.2%
2.0% 27.7%
41.0%
60%
27.2%
50% 40%
하루 네 시간을 초과하는 연장 근로가 일상적이다 하루 네 시간 이하의 7% 연장 근로가 일상적이다 9%
41.2%
하루 두 시간 이하의 연장 근로가 일상적이다 21%
31.7%
30%
33.0%
20% 10%
19.5%
0%
26
24.6% 10.1%
재직자
0.4% 퇴직자
8시간
9~10시간
13시간
기타
전체 11~12시간
평상시에는 의미 없는 연장 근로는 없는 편이다. 63%
수를 구해 노동자들의 월 평균 노동시간을 구해
36시간 이상 근무해봤다, 30%
보았다. 2015년 5인 이상 상용직 근로자의 월평
넷마블 설문에서는 흥미로운 질문이 포함돼 있
균 노동시간이 178.4시간이었는데, 게임개발자
었는데,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머물렀던 최장시
설문 결과는 월 평균 205.7시간이었다. 넷마블
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놀랍게도 전
설문 전체 응답자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이보다
체 응답자의 30%가 36
50시간이나 많은 257.8 시간. 퇴직자들의 기억이
시간 이상 회사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
가장 심한 노동시간으로 비뚤림이 있을 수 있다
다. 퇴직자의 40.1%였고, 현재 재직중이라는 응
는 점을 감안해 현재 넷마블에 재직 중이라고 응
답자 중에도 21.4%로, 현재 재직 중이라는 응답
답한 사람들의 노동시간만 계산해봐도 236.8 시
자로만 좁혀 봐도 5명 중 한 명은 회사에 36시간
간이었다. <그림 5>
이상 머물러봤다는 얘기다. <그림 6>
그러니,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 ‘과로사할 것 <그림5> 월 평균 노동시간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향신문에도 보도됐던, 넷마블 설문조사 주관식 응답을 보면, 장시간 노 236.8
넷마블 재직자
동 그 자체 뿐 아니라, 이를 장려하는 회사의 분 위기도 읽을 수 있다.
257.8 넷마블 전체
205.7 게임개발자 178.4
5인이상 상용직근로자
<그림6> 넷마블 설문조사, 최장연속 근무시간
12시간 미만
18시간 미만
24시간 미만
30시간 미만
36시간 미만
36시간 이상 기타
전체
퇴직
재직 중
8.9%
3.4%
21.4%
15.4%
14.1%
17.3%
15.7%
27.2%
10.5%
9.8%
11.6%
30.6%
14.2%
18.8%
40.1%
9.1%
9.1%
0.6%
0.7%
21.4%
0.4% 27
장시간 노동 관련 주관식 응답 * 넷마블 근무 중 일주일 2번 출근 1년을 일했습니다. 2번 출근이란 게 아침 회사 나가면 2박3 일 내지 3박4일 일한 거임 *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우울증 오고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결국 퇴사하는 데 퇴사날까지 야근했어요 * 과로사 할 것 같음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회사 분위기 * 말로만 불필요한 야근, 주말출근 근절 하지 말고, 업무량을 줄이거나 살인적인 스케쥴을 개 선하라 * 평가 기준, 인센티브지급 기준, 연봉인상 기준에 야근을 넣지 마세요. 일을 못 해서 야근하는 걸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함. * 10시면 일하라고 방송. 2시면 일하라고 방송. 7시엔 왜 퇴근하라 안함? * 다른 회사에 비해 일정을 3분의 1로 후려치니 사람들도 안 오고 사람 부족하니 더 힘들고 악 순환, 나도 여건되면 이직한 후 넷마블은 다신 안 올 생각
<그림7> 게임개발자 설문, 주당 노동시간에 따른 시간당 임금 분포 14361
13683 10669
40시간 이내 40~52시간
52~60시간
9057
60시간 초과
오래 일할수록 줄어드는 시간당 임금의 역설 게다가 노동자들의 큰 불만 중 하나는, 이런 장시간 노동에 대해 회사가 정당한 대가조차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장근무 수당이나 휴일 근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게임업계 전반 의 관행이다. 게임 개발 노동자들은 게임 개발 일정과 추가 수정 등 요구에 따른 작업을 하고 있고, 따라서 노동시간을 충분히 산정하고 계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전반은 포괄임금제 명 목으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개발 노동자들은 창의적 인 게임을 만든다는 자부심도 줄어든 속에서 플랫폼 업체의 요구를 따라가기 급급한 ‘소작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28
3. 과제
서’를 참조할 수 있다. 과로사의 실태, 원인, 유형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일 것이다.
과제 1 : 간헐·집중적 장시간노동을 규제해야 한
둘째, ‘실태 조사 실시’를 게임 업계로 국한한다면,
다
현재의 <게임 백서>에 노동자 실태 조사를 추가하
게임개발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간헐적, 집중적인
는 방안도 있다. 지금까지 백서에는 시장 전망이나
초장시간 노동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연속 노동시
업계 동향, 이용 현황이나 업체별 종사자 현황(성
간에 제한을 두고, 퇴근과 다음 출근 사이에 일정
별, 연령, 학력, 종사자 수 등)을 넣고 있다. 여기에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게임업계의 노동시간 실태를 추가해야 한다.
현재의 노동시간 규제로도 막을 수 있는 초장시간
셋째, 문제를 가시화하는 방법이다. 최근 일본 정부
노동은 규제가 필요하다. 해당 업계에 대한 집중
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를 막기 위한 조치
조사 및 특별근로감독 등으로 간헐·집중적 장시
로 ‘기업 명단 공개’토록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우
간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주당 68시간(52시간) 초
리나라도 과로사가 발생한 기업을 포함하여 일정(4
과 근무 등 현행 제도로 막을 수 있는 장시간 노동
분의 1 이상의) 직원이 산재기준선을 넘긴 기업명
관행에 대해 행정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을 공개토록 할 수 있다.
과제 2 : 돌연사 사례 업무관련성 평가, 해당 사업
과제4: 경제 민주화를 위한 과제_위험의 연대 책임
장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제
특정 직종에서 특정 직업병이 많이 발생하면, 이
한편, 시장의 민주화를 위한 대안/과제의 하나로
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산재율을 줄이
‘위험의 연대 책임제’ 도입을 제안한다. “부는 상층
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추정
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는 말처
만 있고, 정확한 사인과 업무관련성이 전혀 공개
럼, 개발사, 유통사, 플랫폼사 간의 수익 분배는 상
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문제가 있다.
당히 양극화되고 있는 동시에 ‘현저하게 낮은 단가
2016년 게임개발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과
책정’, ‘추가 비용 없이 재작업 요구’, ‘계약 내용 불
로자살(추정) 사건을 조사하고, 업무관련성을 밝
이행’ 등의 불공정 거래는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혀야 한다. 더불어, 이번 조사에서 게임개발노동
지적된다. 개발 과정 상의 위험이 중소형 개발사에
자 전반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의 위험 상
떠넘겨지는 상황도 문제로 언급된다. 기업 간 불공
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드러났으므로, 해당 사
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현실적인 장치들이 요청
업장 혹은 구로 지역 게임개발 노동자를 대상으로
됨과 동시에 게임의 제작・유통 과정의 위험을 참여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문제의 규모와 원인을 파악
기업들이 분담토록 하는 ‘위험의 연대 책임제’ 도입
하고 해결해야 한다.
을 제안할 수 있겠다.
과제3: 게임 산업 노동 실태 조사 첫째, 정부 차원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빚어진’ 사망사고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일 례로 일본의 ‘과로사방지법’이 제안한 ‘과로사 백 29
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 황유미 10주기를 맞은 오늘, 10년이 되도록 변하지 않 는 삼성에 대한 1만인의 분노와, 더 이상 이 문제의 해결 을 미룰 수 없다는 1만인의 열망을 삼성에게 전한다. 79 명의 사망자와 230여명의 피해자, 아니 우리가 알지 못 하는 더 많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한 목소리로 외친다. 삼성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30
2017년 3월 6일, 고 황유미 10주기 삼성 직업병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1만 1천 2백 99명의 서 명자 일동 사진 미디어뻐꾹
31
특집 : 노동자 건강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모든 산재를 산재로! 콜라비 선전위원
지난겨울,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봤다. 오
어려움을 토로하며 잘 부탁드린다고 위원들에게 고
랫동안 해온 일을 병이 생겨 할 수 없게 된 다니엘이
개 숙이던 어떤 산재 노동자.
질병 수당을 받으려 한다. 의사 소견 때문에 일을 하
32
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관공서 직원은 다니
입증책임.. 산재보상의 높은 장벽
엘에게 구직 활동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나이 많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을 얻었을 때, 보상받기 위해
은 그에겐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조차 버거
넘어야 하는 장벽이 너무 높다. 몸이 아프거나 다친
운데 말이다. 생활에 필요한 수당 몇 푼을 받기 위해
노동자가 직접 근로복지공단을 방문해 신청해야 한
그는 자존심을 몽땅 내놓아야 한다. ‘자존심을 잃으
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장벽은 입
면 모두 다 잃는 거요.’
증책임 문제다. 지나치게 엄격하고 협소한 산재 보
영화의 배경은 영국이었지만, 자존심을 지키기 위
상 승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당사자가 업무 관
해 몸부림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여러 노동자가 떠
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 과정은 짧게는 수개월에
올랐다. 최초요양신청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직업환
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긴 법적 소송으로
경의학과를 찾은 연로한 전직 광산 노동자들. 여러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는 사망하기
해 직업병 인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반올림과 반
도 한다. ‘지금’ 일하면서 어떤 물질을 다루는지조차
도체 노동자들. 질병판정위원회에 출석해 경제적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일하는 노동자들
을 부지기수로 만난다. 그런데도 그렇게 일하다가 병이
공식 재해율의 평균 23배에 이른다.
생기면 노동자 스스로 그걸 증명해야하는 것이다. 게다
이렇게 심각한 산재 은폐 문제의 이면에는 그것을
가 직업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
부추기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 ‘보험료 개별실적
를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회사가 공개하지 않는 경우
요율제’는 사업장의 재해 발생 정도에 따라 요율
도 있다. 재해 당사자인 노동자가 입증하지 하지 않으
을 최대 50%까지 인상 또는 인하하는 제도로, 산
면 인정받을 수 없는 지금의 구조를, 사업주가 업무 관
재보험 도입 당시부터 산재예방을 위해 시행되어
련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인정하는 방향으
왔다. 즉,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과 사업장에
로 개선해야 한다.
보험료를 더 많이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사업주가 보
산재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
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재를 공상 처리하거나
이러한 입증책임은 산재보험 제도가 가진 문제점이다.
(산재 은폐) 위험한 작업이나 공정을 외주화하도
하지만 이런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이 테두리
록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밖에 있는 노동자들도 많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
산재가 산재로 처리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부담
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등은 이
은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돌아간다. 기업
러한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복지공
이 부담해야할 보험료를 국민들이 나눠서 부담하
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 특수고용노동자는
도록 떠넘기는 셈이다. 게다가 산재가 통계로 잡
45만 6,254 명에 달하지만, 그중 10.9%만 산재보험에
히지 않고 은폐되고 있으니, 실제로는 더 많은 산
가입되어있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를 일하고 있는 사
재 보험료를 부담해야할 대기업들이 오히려 막대
업장 중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은 2012년 7,147개
한 규모의 산재 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강
에서 2016년 7월 기준 6,091개로 14.7% 감소했다. 특
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고용노동부로
수고용노동자 10명 중 9명은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
부터 받은 ‘개별실적 요율제 적용 산재 보험료 감
어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면현황’을 보면, 30대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 중 삼성이 2015년 1,009억 원으로 가장 큰 혜택
산재은폐를 부추기는 이상한 산재예방 제도
을 받았고, 현대자동차 785억 원, SK와 LG가 379
이렇게 노동자 개인이 산재보상을 받기가 어렵다는 문
억 원을 각각 할인받았다. 작년에만 원하청 노동
제도 있지만, 구조적인 산재 은폐는 더욱 견고한 장벽
자 14명이 업무상 재해로 숨진 현대중공업도 228
과도 같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0여
억 원을 할인받았다. 산재를 은폐함으로써, 실제
년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산재율은 0.59%로 OECD
로 발생한 산재에 대한 부담을 일반 국민들(건강
전체 평균(2.7%)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단순한 통계
보험)에게 돌리는 것은 물론, 그 덕분에 산재 보험
만으로도 산재 은폐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료 감면 혜택까지 받은 것이다. 이렇게 산재은폐
알 수 있다. 실제로 은수미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를 부추기는 개별요율제, 그로 인해 대기업에 보
2011~2013년 사내하청 노동자의 건강보험 사용 내역
험료 감면 혜택이 몰리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야
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추정 산업재해율은
한다. 33
특집 : 노동자 건강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일하다 죽고 다치는 것은 기업의 책임
최민 상임활동가
34
안전한 일터, 노동자만 서약하면 되나요?
다른 접근은 가능하다
2016년 말,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행한 ‘이륜차 안전
하지만, 산업재해·사망재해를 보는 다른 시각은 가
배달 가이드’ 소책자를 받았다. 2013~2015년 음식
능하다. 2016년 아주 인상 깊었던 기사 중 하나는 1
업종 사망자 125명 중 80%에 해당하는 99명이 이
년에 40건 발생하는 사망재해 수에 대해 무관용 원
륜차 이용 배달 중 사망자였던 만큼, 이륜차 안전배
칙을 들어 ‘단 한 명도 일하다 죽어서는 안 된다.’며
달은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서비스 산재예방
장기적인 시각에서 자국의 노동환경 개선 전략을
부문에서 관심을 많이 쏟는 분야다. 혹시나 하는 마
발표한 스웨덴 정부에 대한 소식이었다.송지원, 스웨덴 정
음으로 소책자를 펼쳐보았으나 ‘이륜차 안전운행 실
부의 근로환경 개선전략, 국제노동브리프, 2016년 6월호, 77쪽. 한국노동연구원
천을 위한 서약서’의 내용은 역시 실망스러웠다.
에 2천여 명이 일하다 죽는 한국에 비해 아주 적은
사업주와 노동자가 함께 ‘서약’한다는 수칙에는 ▲
사망재해 숫자도 놀라웠고스웨덴 인구는 950만 명 정도로 한국의
복장을 단정히 하고 헬멧, 무릎보호대 등 보호 장비
1/5~1/6 수준이다.
를 착용한다. ▲과속, 난폭운전, 신호위반 등 불법운
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와 달랐다.
행을 하지 않는다. ▲운행 중 흡연, 휴대전화 통화
교육, 안전문화 확산 등 모호하고 노동자들의 책임
등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가 전부였다.
을 강조하는 접근 대신 스웨덴 정부는, 근무 중 발생
과속과 난폭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건당 수수료나
한 사고와 질병에 대한 신고와 등록 체계를 정비하
낮은 임금을 개선하고, 30분/40분 배달제를 없애
고, 3년간에 걸쳐 스웨덴 기업들의 근로환경법 위반
겠다는 사업주의 ‘서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에 대한 점검 및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없는 안전한 일터는 온전히 노동자 개개인의 책임
했다. 이미 줄일 만큼 많이 줄였다고 생각되는 사망
이 되었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사망을 기업
사고 숫자임에도, 이를 더 줄이기 위해 제일 먼저 내
의 책임이 아닌 다친 노동자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놓은 대책은 사고와 질병을 더 많이 드러내게 하고,
것이다.
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산재 신고
1년
이에 대한 대책이 분명하게 기업의 책임
출처_궤도협의회
대상을 축소시켜 사실상 산재 은폐를 조장하는 한국
한 것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것이 사고의
정부의 태도와 사뭇 다르다.
재발을 방지하는 예방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다. 기업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겉핥기식 사고
일본, 과로기업 공표
분석 대신 사고의 본질적인 이유를 밝히는 것, 그
2016년 연말에, 일본 최대 광고회사 신입사원이 과로
리고 이런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로 자살한 사건이 ‘과로사’로 인정되었다는 보도 후, 일
노력까지 포함한다는 주장이다.
본 정부의 여러 대책이 한국 사회에서도 화제가 됐다.
특히 사망사고 등 중대한 재해는 기본적으로 기업
사건 이후 관심을 끌었던 일본 정부의 대책 중 하나는
의 안전기준 및 규칙의 문제이며, 생산과정 전반
월간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를 시키는 기업 혹은 두
에 걸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하게 드러나는
군데 이상의 지역에서 과로사나 과로 자살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경영 전반의 수준에서 책임을 묻
기업의 이름을 공표하는 것이다.
고, 그런 수준에서 이후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이름을 공표하는 것처럼 과도한
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징벌적 손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거나, 그 결과로 과로사나 과로
배상 제도 등 구체적인 정책, 입법 방안은 이미 수
자살이 발생한 경우도 블랙 기업으로 기업 이름을 공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고, 여러 차례 국회에
개하고 사회적으로 압력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서 진지하게 검토/ 토론되기도 했다.
역시 과로사, 과로자살 문제가 명확하게 기업의 책임이
그러니 이번 대선에서 주목할 부분은 ‘우리가 당
며, 기업의 변화를 통해서만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철학
하고 있는 산업재해를, 일터에서의 사망 사고를
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개별 노동자들의 일중독이니,
어떻게 보고 있고, 누구의 책임이라 생각하는가?’
늘어난 경제적 필요와 같은 얘기를 중심에 두고 대안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아닐까 한다. 기업들이 더
을 논의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자신의 노동자들이 안전 하고 건강하게 일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책임을 방
기업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
기하는 현재의 상황을 계속해서 묵인할 것인가!
기업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단순히 더 강한 처벌, 형
대선 주자들 뿐 아니라, 벚꽃 대선 정국을 만들어
사적 처벌을 하자는 주장이 전부가 아니다. 가장 중요
낸 우리 자신이 대답해야 할 때다. 35
특집 : 노동자 건강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자! 재현 선전위원장
박근혜 퇴진을 넘어 이 사회의 적폐를 청산한다고
에어컨을 설치/수리하거나 통신 케이블을 설치하는
했을 때 어떤 문제들을 지적할 수 있을까? 그중의
하청 기사 노동자들 역시 안전장치 없이 난간에 매
하나로 위험(업무)을 더 열악하고 더 불안정한 노동
달려 일하다 추락사했다.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자에게 떠넘기는 자본과 정부의 적폐를 반드시 청
에선 작년 한 해 10명이 넘는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
산해야 하지 않을까?
고, 올해도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청인 대기업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은 없
불안정노동자의 생명을 빼앗는 위험의 외주화
다.
2016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업종별 30대 기업의 지난 5년간 사망노동자 가운데
공공부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작년 5월
95%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다. 위험의 외주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하청 노동
화는 자본에 인건비 절감 효과를 낳고 안전사고와
자 김 군을 기억하고 있다. 현장엔 이전 2차례 반복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원
된 스크린도어 사고로 반드시 2인 1조로 일해야 한
청의 의무를 떠넘기도록 했다. 반면에 모든 위험을
다는 매뉴얼이 있었다. 그러나 김 군은 혼자 현장으
떠안고 일하는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의 노동자들
로 가야 했다. 매뉴얼은 지키지 못해도 문제가 되지
은 늘 벼랑 끝에 매달려 일하는 심정이다.
않지만, 원청에서 1시간 이내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지시사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했기 때문이다. 지시
삼성, LG의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하청 회사에서 불
사항을 어기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하청 노동
법 파견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 메탄올 중독으로
자가 다른 작업자를 기다리다 현장으로 가는 선택
실명했거나 실명 위기에 처해있다. 위험의 외주화
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가 20대 노동자들의 빛을 빼앗은 것이다. 대기업의 36
경주에선 대지진 당시 기차 운행시간이 조정되었다
업무의 외주화를 중단시켜야 한다.
는 연락을 받지 못했던 선로를 정비하는 하청 노동 자 2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이 하청노동자에
특히 공공부문에서 진행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일터
게 연락해야 할 최소한의 원청의 의무와 책임은 없
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었다. 메르스 사태 때도 병원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자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무방비 상태에서
점에서 정부의 중단 없고 가감 없는 결단이 필요하
일했다.
다. 일각에선 다른 건 몰라도 우선 사람의 생명과 안 전을 다루는 업무 혹은 상시 업무에 있어서 만큼이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라도 기간제, 비정규직,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위험의 외주화 중단으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점 역시 반드시 고민
우리는 거대 원청기업들이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
해야 할 문제다.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
정부가 역할을 더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일터
노동자들의 생명을 빼앗아 갔는지 알고 있다. 그뿐
에서 하청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방치하는 자본
만 아니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불
에게도 강력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
안정한 조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람
을 볼모로 이윤을 남기는 것에 혈안이 된 자본과 기
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담보하기란 어렵다는 점
업에 대해 솜방망이가 아니라 철퇴를 내려야 한다.
역시 뼈저리게 느꼈다. 그 결과 안전하고 건강한 사
물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위험의 위주
회를 실현하는 것이 그 어떤 다른 사회적 가치만큼
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적
이나 중요하다는 점 역시 이 사회가 공감하게 되었
어도 이 사회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방치하
다. 따라서 비정규직,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 노동
고 노동자의 목숨 값으로 이윤을 내는 자본은 이 사
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단호하게 위험
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강제하는 힘이 필요하다. 37
특집 : 노동자 건강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걱정 없이 치료 받는 상병수당 도입을 권종호 선전위원
현재 한국에서는 산재로 승인된 질환으로 인해 요양
상병수당이란?
하는 기간은 이로 인한 휴업의 대가로 휴업 급여를
산재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더는 할 수 없는 중증 질
지급하고 있다. 전체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환이 발생하거나 충분한 요양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
금액을 입원이든 통원 치료든 상관없이 일을 못 해
해 실직 상태가 되는 경우 이로 인한 임금 손실분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동안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유럽국가의 경우 의료보험을
만 산재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이나 불승
도입한 취지가 '소득 안정'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
인 통보를 받았을 경우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무
병 수당이 오히려 의료비 보장보다 먼저 생겼다. 즉,
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인해 직장을 잃을 수 있고 이
결국,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질환이 발생하는
에 대한 최소한의 소득 지원이 단편적인 의료비 지
순간 막대한 의료비 부담과 실직으로 인한 소득 감
원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중요한 복지 대책이라는 것
소의 이중고를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다. 또한, 중
이다.
증 질환은 아니지만 충분한 요양이 필요한 질환의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1952년 ILO는 '사회보장에
경우도 요양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경제 활
의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102조약)을 채택하면서 '
동에 복귀하기도 한다. 심지어 말기 암 판정을 받고
모든 질병에 대해 그 원인을 묻지 않고 (급여를) 지
힘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급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직장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한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부분 국가는 의료보
국에서 이를 대비할 방법은 민간보험뿐이고 당연히
험이나 다른 공적 보장 형태로 상병수당을 제공하고
개인의 위험은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인
있으며 심지어 OECD 회원국이 아닌 대만에서도 상
식되고 있다. 그래서 상병수당은 상당히 낯선 개념
병수당을 도입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다.
반면에 한국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장 보험급여 항 목 중 제50조(부가급여) 부분에서 '공단은 이 법에
38
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상병수당과 산재보상
따라 임신·출산 진료비, 약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상병수당 제도가 시행되면 산재보상보다 훨씬 넓
급여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긴 했지만, 상병
고 든든한 경제적 안전망이 확충되게 된다. 이로 인
수당의 경우 거의 사문화된 상태로 논의조차 제대로
해 산재보상 제도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상병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의 도입으로 인해 업무상 질병이 아닌 경우도 소 득 수준의 보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당연
상병수당 가능한가?
시 되면 결과적으로는 산재보상과 상병수당을 통합
국민건강보험은 6년째 흑자를 내고 있으며, 2016년
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
말 기준 누적 흑자가 20조 656억 원이다. 건강보험
지만 통합 이전 단계에서 현재의 재해자 입증 책임
은 국민연금처럼 돈을 모았다 나중에 주는 것이 아
과 같은 형태나 직업성 질환에 대한 한정된 판단 기
니라 한 해 걷어서 그 해에 다 써야 하는 것이다. 그
준과 같은 산재보상의 문제점들이 시급히 개선되어
럼에도 20조 이상의 적자가 나는 것은 소득이 늘지
야 한다. 이러한 산재보상 제도의 개선은 노동자의
않고 중산층이 줄면서 의료 기관 이용을 줄여가기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보호라는 점에서나 업무 관련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더 큰 문제는 부유한 사람
성의 판단이 승인 또는 불승인의 이분법으로 정해질
들의 의료 기관 이용은 줄지 않아 오히려 국민건강
수 없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그리고 상병수당의 도
보험의 역분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경
입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
기 침체와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 문제는 더 심각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해질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지 금의 시점이 상병수당 도입의 적기라고 이야기 하고
상병수당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있다.
이번에 치러질 조기 대선에 주요 대선주자들은 공공
가천대 의대 임준 교수(예방의학과)의 연구에 따르
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노인복지 강화
면 상병수당 도입 시 소요되는 재정은 2인 가족 최
등의 보건복지 분야 정책공약을 또 다시 방대하게
저생계비, 최저임금, 평균임금 등 여러 기준의 70%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병수당을
수준을 보전해주는 것을 가정할 때 1조4190억 원에
공약으로 제시한 경우는 지난 2012년 대선에 통합
서 2조8225억 원 정도로 계산되었다. 현재 건강보
진보당이 유일하다. 이제는 산재보상의 제도 개선과
험 흑자를 생각하면 당장 도입해도 무리가 없는 수
더불어 상병수당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준이다. 또한 상병수당 도입으로 개인의 민간보험
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에 대한 구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상병수당 도입에
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대선 주자가 경쟁적으로 나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이 다소 있더라도 가계 부담은
타나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도록 압박해 나아가야 한
적절히 재분배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 39
특집 :노동자 건강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확장하자 - 현장 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자의 권리 확장-
선전위원회
죽지 않고 병들지 않고 다치지 않는 현장을 만드는
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대다수 노동자가 100
것조차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음에도 우리는 이러한
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이러한 중소영세
최소한의 권리를 넘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증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 관리가 미흡한
진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현실을 비추어 볼 때 더 많은 노동자가 산보위를 설 치하고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의 재편
춰야 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산보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노·사가 현장 내
노동자 건강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준)(이하 공동
노동안전보건문제를 공동으로 심의, 의결하는 기구
행동)에서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공동행동(준)은
로 현장의 재해예방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활동이
점진적으로 산보위 설치 범위를 노사협의회 설치
다. 더 나아가 산보위의 활동은 이윤을 제일 우선하
대상 사업장 기준인 노동자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할 수 있도록 현장 노동자의 권한을 확장하고 현장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데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산보위 설치 범위의 확대와 함께 권한의 확장도 필
래서일까 현재 제도는 모든 노동자에게 산보위에
요하다. 사업주가 진행하고 있는 안전보건에 관한
따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조치와 관련해서 노동자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보 장하는 것이다. 현재는 노동조합이 있는 현장이라
40
현재 산안법상 산보위는 상시 노동자 100인 이상
도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 자체도 전달받지 못하는
이거나 (혹은 유해 위험 사업장은 50명) 건설업의
경우가 있다. 또, 현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만
경우 공사 금액이 120억 원 이상인 사업장만 구성
이 아니라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 불안정 노동자의
산보위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산보위에
모든 노동자에게 산안법 적용으로
결정한 사항이 불안정 노동자들까지도 강제할 수
25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는 숨어
있도록 해야 한다.
있고 은폐되어 있다. 현재 산안법의 경우 제조업, 건 설업, 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특
노동자 안전보건대표제 도입
수고용 노동자들의 안전교육,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노동자 안전보건대표제란 현장 노동자들 가운데 사
산보위 구성 등 기본적인 권리로부터 배제되어 있
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대표자를 두어 사업장의
다. 따라서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점차 확대되고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권한을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산안법 전면 적용이
부여하는 것이다. 이때 명예산업안전감독관처럼 사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한국
람만 선임하고 활동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산안법을 적용하는 기준이 고용인 (employee)
안전보건대표자가 실질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교
이라면 해외 선진국의 사례처럼 일하는 모든 노동
육, 현장 점검 활동 등 활동 시간과 영역을 보장해야
자 (woker)로 확장해야 한다.
한다. 이러한 노동자 안전보건대표제가 정착되면서 한 사업장 내 울타리를 넘어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
현장의 안전보건을 위한 여러 제도 시스템 등을 고
집한 지역 내 노동자 안전보건대표를 선임하도록
민해야겠지만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잊지 말아야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현장안전보건 관리가 취
할 점은, 현장에서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참여와
약한 지역 내 현장을 관리 감독하고 실질적인 개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만이 현장
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의 필요와 요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으면 실효서 있는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독일의 경우 종업원 평의회가 존재하여 5인 이 상 사업장에서는 의무적으로 설치하게끔 하고, 사 업주와 작업 환경과 관련된 협의와 결정을 공동으 로 하고 있다고 한다. 또, 기본적인 현장 내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등 권한과 의무를 보장하고 있다. 스 웨덴의 경우에도 5명 이상인 사업장과 안전위원이 필요한 1인 이상 작업에서 노동자 안전보건대표제 를 선임할 수 있는데 이들은 위험한 작업중지권의 권한도 부여 받아 현장 내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들 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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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_기획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1.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2. 돌봄 노동을 위한 시간 3. 노동시간 특례제도와 과로의 기준 4. 야간노동, 교대근무를 줄이려는 정책적 접근 5. 노동시간만 줄이면 되나? 노동하는 시간 ‘동안’의 문제
노동시간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당 노동시간에는 주말근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는, 잘 이해되지 않는 셈법이 지금까지 대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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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근법, 저녁이 있는 삶, 노동시간 단축을 통
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다.
한 일자리 창출, 연간 노동시간 상한제 등, 벌써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또 하나의 분노 자극 패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
키지가 있었다. “금요일에는 4시에 퇴근하자”.
나 장시간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런 정부의 정책안에 대해 시민들은 “집에 가
기본적인 제도조차 오랫동안 국회에서 통과되
서 일하라는 거냐?” “탁상공론이다” “그동안
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국회 환경노동
사내 소등제, PC 셧다운제, 수요일 가정의 날.
위원회는 지난 2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모두 해봤지만, 결국 바뀌는 건 없었다.” 등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의견을 드러냈다. 정책이 실제로 작동되기 위한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주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런 논의
와 구호는 분노만을 가져올 뿐이다.
가지로 구분해 놓은 연구가 있다. 첫째는 장시
그런데도 노동시간 문제가 사회적 논의의 장으
간노동 단축유형이다. 극단적인 노동시간을 줄
로 들어온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우선순위가
이는 것이 당연히 필요해서 생겨난 유형이다.
비교적 높은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스웨
산업화가 진전되면, 장시간노동은 기업의 경쟁
덴의 요양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루 6시간
력에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을 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간호
건강권을 위해서, 혹은 소비 주체로서의 노동자
사들의 병가가 줄어들고,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줄일 필요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가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
이 연구는 추가비용의 발생 등으로 지속하지
이기 위해 노동조합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
못하고, 당장은 실험으로 그치긴 했지만, 노동
였다. 여러 정치적 캠페인이 진행되었고, 하루
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논의
8시간, 주 40시간 쟁취를 위한 대사용자 투쟁
를 촉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모든 집단에서 이
이 이어졌다. 이러한 19세기-20세기 초에 벌어
루어지는 이러한 노동시간 관련 논의는 그 자
졌던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전
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략은 여전히 한국사회에 유효하게 남아있다. 특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정 산업이나 직종에서 초과근무를 당연시하거
문제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노동시간의
나, 생활임금 확보를 위해 자발적인 장시간 노
양극화가 발생하고 파트타임, 비정규직이 증가
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
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지는 것
해 노동법 개정을 통해 표준 노동시간을 규정
도 노동시간 단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거나, 노동시간의 최고한도를 설정하는 방 식 등이 유효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연간
노동시간 단축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1,8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정치적 캠페인이 노동법 개정 등을 통
유럽에서 진행된 노동시간 단축의 유형을 네
해 반영되는 방식이다. 43
둘째는 진보적 노동시간 단축 유형이다. 자본
목적이 온전히 고려되기보다는 노동에 대한 효
주의의 생산성 향상과 잉여 가치를 노동자들도
과적 사용이라는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활용되
함께 나누는 것에 대한 요구이다. 노동시간 단
는 양상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증가, 교대제
축을 통해 가족과 공동체 활동의 증가, 삶의 질
확대, 노동시간의 양극화 발생 등의 문제가 드
향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러나기도 한다.
셋째는 일자리 나누기 유형이다. 대부분의 대선
노동시간의 문제는 노동법 개정이나 단체협약
주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때 일자리 창출과 연관하여 주장한다. 특히 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개별 기업 수준의 이행
러한 일자리 나누기 유형은 경제불황기에 고용
과정은 업종이나 기업별 특성, 노동자들의 요구
유지, 정리해고 회피 목적으로 주장된다. 우리
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보장 수준,
나라 민주노총, 한국노총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교육, 주거 등의 사회 문제와도 연결되며, 직접
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된 정책 방향으로 주
적으로 임금 수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생활
장하고 있다.
임금이 확보되지 않은 노동시간 단축은 있을
넷째는 노동시간 유연화 유형이다. 이는 월요
수 없으며, 사회보장 수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임금확보를 위해 자발적인 노동시간을 늘리는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 소위 표준노동시간의 개
현상을 막아내기 어렵다.
념을 바꾸는 전략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 의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시 간에 노동하고자 하는 것이고, 사업주는 노동시 간과 영업시간을 일치시키지 않아도 되는, 24
대선 이후,
시간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
우리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유연화를 통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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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단축은 주말노동과 다양한 형태의 파트타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꼭 대선후보들만의 몫은
임 증가를 낳고 있다. 돌봄노동을 위한 목적과
아니다. 대선 시기에 우리 사회의 주요한 사회
삶의 시간에 대한 재량적 사용이라는 노동자의
적 의제를 만들고 논의를 통해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역할일 수 있다.
려진 사실이다. 병원, 소방, 경찰 등의 공공서비
노동시간센터에서는 “대선 이후, 우리의 노동
스 영역에서 야간노동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라는 기획연재
그러나 그 외 영역에서 수많은 야간노동과 교
를 준비했다.
대근무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일까 고
이 기획의 첫 번째 주제로, 사회 정책 차원에서
민해야 한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방
육아를 비롯한 돌봄노동에 대한 노동시간 문제
안에 대한 고민을 담을 예정이다. 네 번째 글은
를 다룰 예정이다. 육아휴직에 대한 다양한 정
과연 노동시간만 줄이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책 제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는 저출산 예
던진다. 노동시간은 줄였으나, 노동하는 시간
방대책으로도 논의되고 있다. 육아를 위한 단
‘동안’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단위 노동
시간 노동도 이미 많은 논의와 비판이 있었다.
시간 동안 노동강도가 증가하거나, 감정노동,
돌봄 노동을 위한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사회
직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노동
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
시간을 줄이는 것만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는
길 것이다. 두 번째 주제로는 “노동시간 특례제
또 다른 논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도와 과로의 기준”을 다룰 예정이다. 이미 과로 사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쟁점이 되
노동시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이번 기획에
고 있고,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의 문제가 여전
서 다루는 주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
히 중요한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우리
했던 임금, 교육, 주거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나라 노동자 절반이 노동시간 특례제도에 의해
문제들과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것 역시 매우
주당 12시간까지만 연장근무를 허용하는 현재
중요하다. 관행화되어 있는 야근 구조, 조직 내
근로기준법의 예외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주요
권위적인 문화, 심야 공공 교통 서비스 정책, 시
서비스 노동자, 운전노동자, 경비 업무 등 다양
간제 임금 구조, 관행적인 기한 압박으로 인한
한 분야의 노동자들은 52시간, 68시간을 넘어
몰아치기 노동 등도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주 80시간 노동도 불법이 아닌 상태에 놓여 있
주제들이다.
다. 이런 법 규정에서는 장시간노동 문제를 해 결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직업병으로
이제 곧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 글이 인쇄되어
인정되는 과로의 기준을 고찰하는 글이 될 것
나올 때 이 문장이 삭제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
이다. 세 번째 주제는 야간노동과 교대근무를
상을 바꾸기 위한 고민과 과제가 많지만, 당장
줄이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다룰 것이다. 야간
먼저 해야 할 것도 있으니까.
노동이 암 발생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 45
문화읽기
찬란하고 쓸쓸하신 수다 이 글은 29세 미혼 여성 3인의 가상 수다 방식으로 작성됐음
이강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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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퇴근하고 다들 뭐해? 빡세게 일하고 다 뻗냐?
방 멍 때리고 보는데, 아유…. 차라리 한숨 자는 게 낫지.
이: 커피숍서 티라미수에 라떼 한잔하면서 뒷담화 작렬.
이: 난 하루 3일은 드라마. 그다음 예능. 드라마로 화풀이
하루를 유쾌히 마무리하지.
좀 하고, 예능 보면서 쪼개.
박: 막창에 소주 1병. 그나마 탄핵돼서 한 병으로 준 것임.
박: 아, ㅆㅂ!! 우리 이렇게 살아야 돼? 내가 이러려고 태
주 2회는 헬스장 다닌다.
어났나 자괴감 들어!! 회사 일이 거기서 거긴데 퇴근하고
김: 너희 사장님이 아직 똥줄 안 타나 보구나. 아님 부처
서라도 뭐야, 좀 응? 막 창의적이고, 좀 재밌고, 막 센세이
강림했던가.
셔널하고, 막 잘 생긴 재벌 3세 애 안 딸린 이혼남이 대쉬
박: 살려고 운동한다! 이거라도 안 하면 오피스텔에서 어
해 오고 그래야 하는 거 아냐?
느 날 변사체 돼 있을 거야.
이: 난 애 딸려도 됨.
김: 변사체. 괜찮은데? 옛날에 웰빙웰빙 해댈 땐 다들 공
김: 됐고. 얘들아. 봐봐. 커피숍서 우린 노가리 까지? 지금
원 산책하고 요가하고 그랬잖아. 힐링힐링 해댈 땐 막 개
밤 10시지? 카운터에 쟤들 20대 종업원들 일하고 있잖
나 소나 명상하고 템플 스테이 다니고 막…. 맛대가리 없
아. 니들이 헬조선 ㅆㅂ거릴 게 아니야. 이 배때기 따땃한
는 절 음식 유행하고. 지금은 헬조선 시대잖아? 할 거 뭐
화이트 칼라들아. 여기 앞에 동구만두있지? 70대 할머니
있어. 변사체가 딱이구만.
가 사장이잖아. 아침 11시에 나와서 밤 12시에 들어간대.
박: 다 좋은데 시체 썩은 내가 장난 아니래. 민폐야. 집값
일요일 빼고 매일. 나이가 70인데!! 그거 완전 노예 아니
도 떨어지고. 뭐, 내 집도 아니지만.
냐?
김: 엽기 토크 그만! 얘들아, 나만 그러냐? 나, 하루 한 시
박: 원래 자영업이 최악이지. 그래도 화이트 칼라 배때기
간은 네이○ 들어가서 쓸데없는 거 보는 것 같아. 웹툰, 짤
따땃하단 건 넘 일반화다. 내 배때긴 차디차. 동상 걸리게
생겼어.
이: 헉! 야, 나 갈게. 늦었다. 늦었어.
김: 울 동네 구멍가게 아줌마는 1년 365일 문을 열어. 하
김: 왜?
루 14시간 거기서 앉아 계셔. 그럼, 일 년 지나면 늙는 게
이: 도깨비 봐야 돼. 샤워하고 불 끄고 우리 공유님 음미
내 눈에 보인다? 여행도 안 가고 늦잠도 안 자. 일 년 내
해야지.
내. 그게 사는 거냐? 이가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40대 남자와 부딪힌다. 그는 이때 넥타이 차림의 술 취한 40대 남자 손님이 그들 이야
모든 걸 알고 있는 눈빛이다.
기를 엿듣고 비틀비틀 다가온다. 40대: TV로 위안을 받을 것인가. 너의 즐거움을 다 외주 40대: 원인이 있다. 내 저녁 시간 한 시간, 두 시간이 사라
화할 것인가. 지금 그대는 그대 나이에 가장 시급한 연애
지는 이유.
사업을 드라마 보기로 대체한다. 어찌 20대 아름다운 여
일동: 엄마, 깜짝이야!!
인이 ‘연애의 외주화’를 허락하는가. <도깨비> 끝나면 예
40대: 그들이 너무 많이 치부했기 때문이다. 그 치부한
능 보려고? 오늘 한 번도 웃은 적 없는데 연예인들 노는
돈으로 떡값 줘가며 법도 바꾸고 사회보장 제도도 줄여
모습 보고 웃으려고? 네가 한 번도 웃지 못 한 이유는 놀
버린다. IMF 신자유주의 15년!! 노동은 유연화되고 파견
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맛폰과 TV에 빼앗긴 인간의 본능
과 비정규직이 보편화됐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부
을 되찾아 와라. 예능 프로그램은 ‘놀기의 외주화’다. 보지
의 47%는 부자 1%에게 돌아간다. 십 년 전 2006년에는
말고, 나가 놀아라. 먹방도 ‘먹는 즐거움의 외주화’다. 보
40%였다. 10년 만에 그들은 또 훌륭하게 주머니를 채운
지 말고 먹어라!
셈이다. 우리나라도 그 흐름은 같다. 말로만 십 년 째 버블
이: 아저씨, 돈 있어?
이 온다는 부동산만 봐도 그렇다. 부동산 부자 1%가 전국
40대: ?
사유지의 50%를 소유한다. 너흰 뭘 소유하니. 부채를 소
이: 아저씨 말한 거 다 돈 들어. 돈 줄 거야?
유하지. 가계 부채 1,200조 원. 예수 믿니? 그래. 믿어라.
40대: …….
후생에서라도 천국 가게. 헬조선. 헬미국. 헬시리아. 헬지
이: 비켜 줘. 그놈의 외주화 좀 하러 가게.
구. 헬유니버스. 헬하나님!! ..... 그러므로 한 잔의 커피에 행복할 줄 알자. 간다.
40대 남자는 찬란한 독백 끝에 쓸쓸한 웃음을 짓고 만다.
김: 뭐야. 저 남자. 싸이코야? 근데 잘 생겼다. 나이 좀 있
저 앞으로 멀어지는 이를 본다.
어 보이는데, 이혼남인가?
이의 얼굴은 상기됐다. 공유님이 곧 전파를 타시기 때문
박: 난 무슨 증산도 이런 건 줄 알았어.
이다. 그렇게 매주, ‘찬란한’ 그를 ‘쓸쓸한’ 그녀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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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 건강한 책방
파스 붙이고 건물 짓던 아빠를 생각하며 -『노동자 쓰러지다』 를 읽고
유진영 대학생
“저 건물 아빠가 지은 건물이야.” 운전을 하면서 아빠는 길옆의 큰 창고 같은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었다. 항상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목소리였다. 자주 오가던 길이었는데 아빠는 지나갈 때마다 이 얘기를 했다. “저 건물 지을 때 정말 힘들었어, 일할 때 진짜 더웠고.......” 아빠가 꼭 덧붙이던 말이다.
아빠는 전기쟁이였다. 새벽같이 일을 나갔고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나 눈이 많이 오는 날 은 일이 없어서 집에 있었다. 겨울은 일이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대신 큰 일이 들어오면 주말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 고, 며칠을 연달아 일할 때도 있었다.
다쳐서 집에 들어오시던 날도 자주 있었다. 다치면 며칠을 쉬었다. 하지만 오래 쉬지는 못했다. 당연히 산재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빠의 자부심 같았던 건물과 아파트는 아빠의 파스냄새와 함께 지어졌다. 현장에는 아빠가 아니어도 일 할 사람이 많았다. 아픈 아빠는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아빠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사람도 그런 식으로 일했겠지.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일회용품과 같다. 너무나도 쉽게 쓰고 버려진다. 사용자에게 재활용 48
이란 없다. 재활용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한다. 정말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고 있지만, 산재를 예방하는데 드 는 자본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그들에겐 당연히 노동자의 안전보단 이윤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재율은 낮지만, 산재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인 것 같다. 산재 처리도 못 하고 버티고 버티다가 죽어버리는 것이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회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 사회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 회라는 것에 동감한다. 이미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 것인가?
작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19살 청년, 삼성 반도체 공장의 희생자들. 기업은 더 많은 이득을 위해 사 람들이 죽는 것에 눈을 감았다. 사회 전체가 그러했다.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실적이고 구 체적인 제도를 요구해야 하고, 노동조합 없이 불안한 일자리를 가져도 누구나 산재보험을 편하게 받을 수 있게 해야 한 다. 더울 땐 시원한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땐 따뜻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더는 노동자들이 죽지 않을 환경을 위해 함께 불평등을 얘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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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法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접하고 나는 웃었다 -대전지법, 철도노조 성과연봉제 가처분 신청 인용 판결에 부쳐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기획재정부는 2016. 1. 28.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골자는 ‘연봉은 기본연봉, 성 과연봉, 기타 수당으로 단순화하고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을 최하위직급, 기능직 등을 제외한 전 직원으로 확대 하고, 상·하위 등급 간 기본연봉 인상률 차등 폭 평균 3%(±1.5%) 이상이 되도록 운영, 성과연봉의 비중은 공기 업의 경우 30%(차·하위직급은 20%) 이상으로 설정, 차등 폭 상·하위 등급자 간 최소 2배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의 기준을 제시한 후 공기업에 도입을 강요하였다.
노동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성과연봉제라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 경 절차에 따라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 다. 그러나 정부는 도입 실적을 무작정 강요하였고 단체협약 개정이 어렵다는 현실을 직감한 공기업들은 앞다 투어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수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였다. 정부는 이러한 방식을 취 하는 경우에도 성과연봉제 도입 실적으로 인정하여 해당 기관에 페널티를 주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였 다. 성과연봉제는 임금 불이익의 문제뿐 아니라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제도화하겠다는 노동법 개악의 문제 와 맞물려 있었던 만큼 노동조합들은 적극적인 투쟁이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철도노조는 2016. 9.~12.까 지 74일간 파업을 전개하였다.
2017. 1. 31. 철도노조의 가처분 신청(2016카합50368)에 대해 법원은 “① 현상을 변경하는 내용의 임시의 지 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과 달리 이 사건은 기존 권리관계나 법률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소극적인 임 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 가처분이 인용되면, 종전 취업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결과가 되므로 가처 분이 인용되더라도 채무자로서는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 시점을 일시적으로 늦추게 될 뿐이고 특별히 이로 인한 불이익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금융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에 대하여 성과연봉제를 반영한 취업규칙을 50
2018년부터 시행하도록 하는 지침을 전달하여 금융공공기관들이 그 시행시기를 늦추었다).
② 이 사건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의 효력이 잠정적으로 정지될 뿐인데, 만약 채권자들이 이 사건 본안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은 이미 유효하므로, 채무자로서는 기획재정부의 ‘성 과연봉제 우수기관 인센티브 및 미이행 기관 관리방안’ 요구사항을 이행할 것이 된다. 한편, 만약 채권자들이 이 사건 본안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이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 따른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은 무효로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임이 확인되는데, 그런데도 기획재정부가 채 무자에게 위 관리방안에 따라 불이익을 부여한다는 것은 부당한 조치로 이를 상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어느 경우에도 채무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 시점이 늦추어지는 기간 동안 채권자 조합과 채무자는 이 사건 취업규칙에 대하여 더욱 적극적이고 성실히 협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그러한 여유로 인하여 채권자 조합에 헌 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
④ 만약 이 사건 신청이 기각될 경우, 철도 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철도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 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서 상당 기간 누려온 기득이익인 임 금채권에 대한 법적 안정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 나아가 위 침해로 인한 손해는 추후 본안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함으로써 완전히 전보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⑤ 채무자는 여전히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의 유효함을 다투고 있는데 장차 본안소송에서 실제적 불이익 유 무 및 사회 통념상 합리성 인정 여부에 대하여 다양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의 유효 여부 를 판단하게 된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는 너무도 당연한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하였다.
정부로부터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압박을 받던 서울시 지방공기업(지하철,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농 수산식품공사, 주택도시공사)는 집단교섭을 통해 노·사 합의를 하였는데 합의문의 첫 문구가 “성과연봉제의 도입 여부는 노·사합의로 결정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지극히 상식적인 노·사 합의를 하였다. 노동법의 원칙을 확인하는 합의문에 노·사는 서명을 한 후 함박웃음을 지었다. 2017. 1. 31. 철도노조의 가처분 판결 결과를 접하 며 나는 웃었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에 나는 기뻤다. 2017년 상식은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는가! 51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장영우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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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에 진행된 '세월호 인양 대국민설명회'에
유가족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강제해산 당한 후 1
서 김현태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은 "4
기 특조위의 부활 또는 2기 특조위 구성을 요청하였으
월 인양을 목표로, 이것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 자세하
나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세월호 인양-수
게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습-조사-보존’을 위한 선체조사위원회의 필요성이 대
지난해 세월호 인양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인양
두된 것이다. 지난 2월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
시점은 지금까지 총 6차례 연기되었기 때문에 이 말을
산 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세월호
한편, 지난 2월 5일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에 따르
선체조사위 특별법은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
면 해수부는 올해 세월호 인양 후 선체조사 지원예산
표 발의한 법안과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
으로 3억5,000만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인양 후 꾸려
한 법안의 이견을 여야가 조정·합의한 것이다. 위원회
질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의 운영계획 등은 세월호 육
의 활동기간, 선체보존계획, 위원회의 구성 및 위원회
상 거치 후 미수습자 수습과 신원확인, 유실물 관리 등
직원의 정원에서 김현권 의원이 발의한 내용이 김태흠
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을 뿐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
의원이 발의한 내용보다 더 적극적인 선체조사위활동
힐 선체 조사와 선체보존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제시하
을 보장하고 있다.
지 않았다.
이 특별법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의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큼 세월
선체조사, 인양 과정 지도 점검,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호 인양 후 선체 조사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세월호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 과정 점검, 조사 종료 후 보
3월 2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인 2월 27일 416국민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연 기자회견. 유가족 들은 세월호 인양, 수습, 조사, 보존이라는 최소한의 목적 달성을 위해 12개월 이상의 활동기간과 80명 이상의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검토를 포함한 선체 처리 의견 표명, 위원회 운영 규
수습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수 있으며 선체조사위
칙 제정과 개정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원회의 활동이 무력화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
한 위원회가 조사를 위한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동
체 육상거치 후 최소 8개월 이상의 활동 기간을 보장해
행명령, 참고인등 조사,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원 감사
야 한다고 하였다.
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유가족의 우려와 아쉬움이 있는 법안이지만 3월 2일
국회 선출 5명, 희생자가족대표 선출 3명 총 8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04인 중 169인 찬성, 6인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위원회의 조사활동기
반대, 29인 기권으로 통과되었다. 당초 법사위 자유한
간은 6개월 이내이고,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의 반대로 상임위에는 상정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1회에 한하여 활동
차 못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법사위 전체
기간을 4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회의에서도 인양도 되지 않았고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
이에 416국민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2월 27일 여의
두고 있다는 이유로 상정을 가로막았다. 그간 김진태
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선체조
의원은 세월호 인양마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위원회가 꼭 필요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
이날 법사위는 본회의 직전 전체 회의를 열고 대체토
체조사위원회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였
론 끝에 김진태 의원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속기록에 기
다.
재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 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결국
최대 10개월에 불과한 조사기간과 50명에 불과한 인
통과시켰다.
원으로는 ‘세월호 인양-수습-조사-보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 12개월 이상의 활동기간과 80명 이상의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유 가족협의회는 선체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중 미수습자 53
이러쿵저러쿵
‘부작위의 세계’에서 정 글 회원
인턴 오리엔테이션 때 왔던 CS 강사 L씨는 1년 후, 레지던트 오리엔테이션 때도 왔다. 1년 만에 하는 강의였 지만 단 하나를 제외하면 바뀐 내용은 없었다. 그 하나는 ‘자기소개’였다. 2015년 2월, 인턴 오리엔테이션 강 의에서 L씨는 ‘지상의 스튜어디스, KTX 1기’ 출신이었음을 설명하는 슬라이드를 자랑스럽게 가장 앞에 넣었 다. 그때 나는 반사적으로, L씨가 비정규직 투쟁의 분기점이었던 시공간에 있었을 것이라 상상했다. 그리고 얼마 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과가 나왔다. 직후, 해고노동자였던 박 모 씨가 세 살배기 아이를 두고 투신했 다. 이듬해인 2016년 2월 레지던트 오리엔테이션 때, L씨의 강의에서는 그 슬라이드가 빠져 있었다. 같은 해인 2016년 3월 20일 일요일 저녁, 사당역 7번 출구에서 문득 ‘이제는 소설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해 여름, 한 소설가에게 처음으로 작법 강의를 들으며 소설이란 것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선택 한 소재가 L씨의 이야기였다. 슬라이드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을 때부터 묵직하게 마음 저 아래 침잠한 것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쓴 것 치고도 여러모로 엉망이었다. 한동안 묵혀두었던 원고를 그해 겨울, 다른 소설가의 합평모임으로 옮겨가면서 다시 썼다. 새롭게 고친 작품 에서 주인공은 KTX 파업에 아주 잠깐 참여했던 ‘지은’이었다. 그녀는 자회사로 복귀했다가 퇴사한 후, 자기 계발 강사로 시작해 지금은 중견 사업체를 운영하는 성공한 경영자였다. 어느 날 KTX 해고노동자의 자살 사 건을 접한 지은은, 강사로 승승장구하는 사이 어느 강연에서 잠시 마주쳤던 옛 동료를 떠올린다. 이름도, 얼 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혹시 그녀가 자살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그 동료를 추적하면서 죄의식이 깊어가던 중, 사실 그녀는 지은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재입사 했을 때, 본인을 혹독하게 괴롭혔던 미스터리 쇼퍼였음을 알게 되면서 내심이 무너져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고쳐보았지만 역시 나 엉망이었다. 실제 사회문제를 문학으로 옮겨 올 때,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적 완성도가 떨어진다. 내공도 54
없는데 그런 모험을 했으니 선생님과 동료들의 비판이 무척 썼다. 이런 건 소설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
다. 소설에 대한 그런 자의적 정의에 처음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학에 차츰 다가가면서 소설 한 편 의 테두리에서 한 세계를 완결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쓰는 이의 나태함을 증명하는 일 이상이 될 수 없 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처음,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 ‘부작위의 세계’를 넘어서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주지하다시 피 부작위(不作爲, Omission)는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음’을 뜻하는 법언이다. 엄밀한 논리적 귀결은 아니지만, 따라서 나는 ‘작위의 세계’에서 써야겠다는, 즉 땅 위의 비참에 기초한 학습 과 경험을 문학적 토대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개’가 사실은 두 가지를 위한 알 리바이가 아니었을까, 의심한다. 그중 하나는, 도드라진 개성으로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사특한 마음에 ‘정당 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주말에만 소설가, 그것도 지망생인 처지에 딴에는 무척 비장하다. 어쨌든) 지난해 사사했던 소설가는 사회문제에서 벗어나 무척 사적인 이야기를 ‘반드시’ 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 금 사사하는 소설가는, 대의명분을 담은 이야기를 쓰더라도 언뜻 비치게 만드는 기교만큼은 ‘반드시’ 익혀야 한다고 했다. IMF 시대 의과대학 입학생이라면, 아무리 모나게 살아왔어도 모범생의 습속은 버리지 못한다, 는 말은 선생님 말씀을 무척 잘 듣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프로이트식 ‘가족로망스’에 천착하고 있 다. 혈연 가족 안에서 실수로 살해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자살하는 살풍경 속에서 ‘나’라는 인간의 바닥 에 있는 것들을 톺아보고 있다. (물론 주말에만)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으면서도, 부작위의 세계에 침잠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어쩌면, ‘나’라는 인간 이 신자유주의의 토대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앞서 말한 두 가지를 위한 알리바이 중 나머지 하나는 이런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문법에서 보면 문학은 적극적인 비생산적 행위에 해당한다. 생존 에 몰두하고, 집착하고, 매진하기 위해서는, 그런 행위에 의미를 제시하는 사회적 생산이 요구되기 때문이 다.(Boltanski & Chiapello, 1999) 부작위의 세계를 그리는 문학은 그 대척점에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인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는 문학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산성’을 가장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세상의 지배적 문법에서 생산적이지 않은 것을 만드는 것 역시, 하나의 의미라는 것을 받 아들이게 된 이가 ‘부작위의 세계’에서 부치는 첫 번째 편지다. 이 세계에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른다. 다만, 깊 숙이 침잠한 불쾌한 그림자 속에서 예기치 않게 빛나는 무언가를 목격하고 싶다는 희망만 있을 뿐이다. 55
성명서
일하는 청소년의 이어지는 자살사건,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청소년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2014년 1월, 진천 A 공장에서 명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초과근무에 혹사당하며 선임 노동자의 폭행에 시달리던 청소년노동자 ㄱ 씨가 투신했다. ㄱ 씨는 대전지역 특성화고 3학년으로 2013년 11월부터 A 공장에서 현장실습 노동자로 일해 왔다. - 2016년 5월 B 외식업체 요리부서(수프 끓이기가 주 업무)에서 일하던 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ㄴ 씨는 군포지역 특성화고를 다니던 2015년 12월부터 B 외식업체에서 일했다. ㄴ 씨는 현장실습 시기부터 연일 이어지 는 장시간 업무와 선임노동자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 2017년 1월, C 통신업체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일하던 전주지역 특성화고 현장실습 노동자 ㄷ 씨의 자살사건이 발생했고, 연이어 여수지역 일반계고 졸업을 앞둔 청소년 노동자 ㄹ 씨가 일하던 D 기업 협력업체 창고에서 스스 로 목숨을 끊었다.
왜 청소년노동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특성화고등학교에 이어 일반계 고등학교에 다니며 일하는 청소년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 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청소년 노동자의 자살 사건이 증가하는 현실은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불안정노동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으며, 일하는 청소년의 취약한 노동조건이 그 원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청소년노동자가 죽음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성찰, 원인 규명 및 대책 마 련에 소홀하다. 청소년노동자가 열악한 일터에서 버티며 정신적 육체적 건강의 훼손과 고립감으로 인해 죽음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오히려 ‘나약한’ 청소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뿐이다. 사회적 책임은 온데간데없고 개인이 감 당해야 할 몫만 탓하는 형국이다. 특히 특성화고등학교 일부는 파견형 현장실습에 나갔다가 힘들어 복귀하려는 현장실습생에게 조금 더 버티라고 회유하고 있다. 취업률과 학교 이미지, 후배를 위해 조금 더 참으라고 위험 노동에 내몰고 있다. 일부 학교는 도 저히 버티지 못하고 복귀를 결정한 현장실습생에게 사회봉사 등의 벌칙을 들이댄다. 교사와 학교는 현장실습생 이 산업체에서 겪는 부당한 처우에 함께 대응하는 방패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방패는커녕 어려움을 하소연하거 나 문제를 해결해 나갈 통로가 없는 현장실습생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은 바람직한 취업도, 필요한 교육도 아닌 현장실습에 내몰려 있다. 정부가 취업률 경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소년 노동자들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 전반적인 열악한 노동환경과 파견형 현장실습제도의 구 56
조적인 문제, 청소년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사회인식이 결합해 나타난 문제이다. 하지만 그동안 청소년노동자의 자살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학교와 관할 교육청, 고용노동부 및 수사기관의 태도는 원인 파악부터 해결 과정 전반에 걸쳐서 개인의 병증과 나약함을 앞세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 했다. 따라서 이러한 죽음이 멈추지 않고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 파견형 현장실습의 지속적인 문제를 확인하고 있음에도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산학일체 형 도제학교의 확대로 귀결되고 있다. 학교 유형에 관련 없이 청소년노동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하는 청소 년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이번에 발생한 자살사건의 원인을 제 대로 규명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죽음의 행렬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 노동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청소년은 늘 지금 여기의 행복을 참고 '나중에' 누릴 것을 강요받아 온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이자 대표적인 소 수자 집단이다. 전국 14개 지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2017년 전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워크숍 참가자 들은 일하는 청소년의 사회적 처지와 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인권 침해 현실을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여 이 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연대 할 것이다. 청소년을 둘러싼 노동환경의 변화를 위한 노력, 현장실습제 도의 폐지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응 활동, 이번 자살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파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활동 등 우리의 실천 행보에 많은 이들이 동참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 우리의 요구 > 1. 정부는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노동자의 자살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 라. 2. 고용노동부는 청소년 자살 사건이 일어난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근로감독을 시행하라. 3. 정부는 학생인 청소년을 비롯해 탈학교/비진학 청소년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 하라. 4. 정부는 학생,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5. 정부는 청소년이 법에서 보장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청소 년, 교사, 사업주 등에게 노동인권교육을 전면 실시하라.
2017. 2. 20 2017 전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워크숍 참가자 일동 (경기도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대전청소년노동 인권네트워크/ 민주노총 제주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 트워크/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북청소년노 동인권네트워크/ (준)서울청소년노동인권지역단위네트워크/ 부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노동인권네 트워크) 57
한노보연 이모저모
3월 6일은 고 황유미 님 10주기였습니다. 3월 3일 수원에서 는 79명의 영정을 든 행진이 있었고, 4일 부산에서는 100여 명이 참여한 추모문화제가 열렸습니다. 3월 6일 당일에는 황 유미 님의 10주기와 79명의 삼성전자 산재 사망노동자를 함 께 기리는 추모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삼성 직업병 문제 조 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1만인 서명을 전달하고, 518일째 농성 장이 버티고 있는 삼성본관 및 강남역 사거리 일대를 방진복 을 입고 79명의 영정피켓을 들고 추모 행진했습니다. ‘몰라도 된다’는 말을 들으며 화학물질을 쓰고, 500만 원으로 보상이 다 됐다는 모욕을 당하는 유미들이 이제는 없어야 합니다.
연구소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원회 는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환경보건시민센터 등과 함께, 지 난해 석면 철거공사가 끝난 부산지역 4개 학교에서 아직도 석면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석면 교체공사 이후 제대로 뒤처리를 못 했기 때문입니다. 석면 철거공사가 완료 됐다는 학교에서 벽, 천장 등의 텍스를 떼어 내 분석해보니 여전히 석면이 검출된 것입니다. 다행히, 부산시교육청은 전 면 실태조사를 하고, 교육청은 실태조사에서 기준치를 초과 하는 백석면이 검출되면 특별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전문기관 에 의뢰해 제거작업을 신속하게 벌이겠다는 입장을 전해왔습 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길 바랍니다.
3월 4일, 회사의 노조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의 장례식 ‘노조파괴 없는 세상, 한광호 열사 민주노동자장’이 그가 숨진 지 353일 만에 열렸 습니다. 노조탄압의 주범인 유성기업 사장 유시영은 구속됐 지만, 뒤에서 이 폭력에 함께 했던 현대차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성민 영동지회장의 말처럼 “이제 겨우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시작일 뿐, 못다 이룬 노조파괴 없는 세 상은 이제 남은 우리”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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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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