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68호 2018년 2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과로사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복지’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노동자, 사회복지사
독자에게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오늘 사법부는 죽었다” “대체 촛불은 왜 들은 거냐“ “삼성 공화국이 아니라 삼성 왕국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알파고가 재판해라” 삼성 이재용에 대한 항소심 선고 이후 많은 시민들은 사법부에 대한 비난과 세상에 대한 냉소를 퍼부었습니다. 저 역시 지독한 감기로 고생하던 중에 이재용이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걸 두 눈으 로 보고 있으니 이게 실화인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제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습니 다. 재벌 앞에선 최소한의 법과 원칙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비상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대체 앞 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지 허무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걸어왔던 행보를 보면서 불길했던 예감이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700만 촛불로 탄생한 이 정부는 적폐청산을 이야기했지만, 재벌과 자본만큼은 늘 예외였습니다. 출범 이후엔 청와대로 재벌을 불러 자신은 성공한 일자리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손을 맞잡고 호프를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재벌은 이에 화답하듯 문재인 대통령 미국 방문에 동행 하며 각종 투자 선물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사법부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신동빈, 신격호, 조현아를 줄줄이 풀어줬고, 정권은 이들에게 평창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성화 봉송을 맡겼습니다. 국무총리는 기업들을 만나 평창 올림픽 성공을 위해 발 벗고 나서 달라며 티켓 판매를 부탁했습니다. 이 정도가 되다 보니 올림픽 최대 후원사인 삼성 그룹의 부회장 이재용이 공식 개막을 코앞에 두고 세상에 걸어 나온 게 그저 우연한 기회 같 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재벌이 선출되지 않아도 교체되지 않는 가장 강력한 권력임을, 그 제일 꼭대기에 삼 성 왕국이 있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노동자를 직업병으로 80명이나 죽이고 노조 할 권리를 짓밟으며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권력을 쌓아 올린 삼성과 재벌을 향해 다시 촛불 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3
차례
특집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2018년 새해 들어 노동안전보건 행정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변화가 어떠한 의미 일지, 조금 더 진전되어야 할 변화는 없는 지 짚어보았다.
표지_이은정
28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과로사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30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32 ‘복지’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노동자, 사회복지사 34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4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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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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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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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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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부산지역 학교석면철거공사 모니터링 진행
그때 그 군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40
‘복지’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노동자, 사회복지사
석면방직공장 회사를 상대로 환경성석면피해소송 승소 8
안전보건동향 영국 2016~2017 산업재해 통계, 사고사망 173명으로 나타나
46
안전과 건강 칼럼 근골격계질환 업무 관련성과 ‘공감격차’
12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48
현장의 목소리
문화읽기 동네 책방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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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X건강한 책방 평등한 사회에서는 가난해도 병들지 않는다
52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2018년 달라지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야간 노동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 14
노동자 건강상식 집에서도 통증 잡기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6)
생애주기별 국민 안전교육 실시한다 10
노동시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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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몫 없는 사람들의 몫 소리 자리를 찾다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과로사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56 18
한노보연 이모저모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후암동에서 食(식)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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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5
노동안전건강뉴스
트럼프 정부, 안전보건청 인력 줄인다 콜라비 선전위원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 안전보건청(OSHA)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주의자들은 많은 정부 인
는 40명의 작업장 안전 조사관(workplace safety
력이 정말 필요한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inspector)이 퇴직했지만,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그
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Rachel
수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한 조사관들은
Greszler는 정부가 연방 정부 인력구성에서 '과잉,
OSHA의 전체 연방 조사관 인력 중 약 4%에 해당한
낭비, 비능률'을 줄이기 위해 칭찬받을만한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 자연감소 등을 통해 더 작 은 정부로 ‘이행’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
OSHA는 트럼프 정부 첫해 신규 채용이 중단된 여
서라면 트럼프는 성공을 거둬온 셈이다. 2016년 말
러 기관 중 한 곳이며, 결원이 늘고 있지만 충원되
연방정부 인력은 2만 명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9월
지 않은 채 남아있다. 다른 연방 기관과 마찬가지로
말에는 16,000명 미만이었다. 같은 기간 OSHA는
OSHA도 광범위한 채용 중단, 자연감소에 의한 결원
116명의 직원이 줄어 정규직 상근 직원이 2,000명
을 충원하지 말라는 압력, 예산 삭감, 미래 투자에 대
이하로 감소했다.
한 불확실성 등 트럼프 정부 첫해에 역풍을 맞았다. 여러 노동자 지지자들과 전 직원들은 이러한 변화가
전직 OSHA 직원들은 결국 평범한 노동자들이 비
미국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책임 기관
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바마 정부에
으로서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 OSHA를 이끌었던 David Michaels는 인력이 감 소하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
OSHA의 조사관은 작업장의 안전보건을 지키는 지
다. “신규 조사관이 부족해지면 OSHA는 볼 수 없게
상 부대와 같다. 그들은 잠재적 위험 요소를 분류하
(invisible) 될 겁니다. 사업주들이 OSHA에서 조사
고, 노동자들의 불만 사항을 조사하며, 작업장 폭력
하러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노동자들은 더
을 기록한다. 이러한 활동은 사업주에 대한 소환, 과
많이 아프게 되겠죠.”
태료 부과, 또는 그 밖의 처벌로 이어진다. 자원이 한 정되어있어 중대 재해가 잦은 제조업 공장이나 건설 현장과 같은 고위험 작업장에 우선순위를 둔다.
6
출처 : Number of OSHA workplace safety inspectors declines under Trump, NBC NEWS, 2018.1.8.
최강 한파에 옥외 노동자들이 위험하다
최강 한파가 이어지면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노동부는 전국적으로 한파특보가 발효된 지난 1월
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
24일 처음으로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 발생 위험경
면 동상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저체온증 같은 한랭
보'를 발령했다. 전국 건설현장 안전보건관리자네
질환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트워크·보건관리자협의체에 '한랭질환의 증상 및
관한 규칙에는 폭염 때 사업주에게 옥외 노동자 휴
응급조치 요령'과 한랭질환 예방 기본수칙 등을 내
식·휴게시설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을 뿐 한파 때 의
려 보냈다. 작업 중 따뜻한 물을 제공하고 따뜻한
무는 적시돼 있지 않다. 한랭질환 예방 가이드라인
장소에서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라는 내용이다.
도 없다.
한파특보 발령 시 비교적 따뜻한 오후 2∼5시에 작
이렇다 보니 방한용품 제공은 사업주 재량일 뿐이
업하도록 권고했다.
다. 노동자들이 사비로 방한용품을 구매하거나 그냥
노동계는 보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
버틸 수밖에 없다. 쉴 공간이 없다 보니 택배나 퀵서
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두루뭉
비스 노동자들은 눈치를 무릅쓰고 건물 1층에서 짬
술한 권고 정도로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실질적으
짬이 몸을 녹인다.
로 보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업주가 실제 이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이동노동자
행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홍
들을 위한 쉼터를 세 곳(중·서초·마포구)에 마련해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가이드라인은
두고 있다. 서울 장교동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 관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의심이 간다"며 "한파가
자는 "지난해까지 하루 평균 44.5명이 이용했는데,
지속될 경우 작업중지명령을 내려서라도 노동자들
올해 1월 들어서는 60∼80명까지 이용자가 늘었
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며 "다른 지자체에도 옥외 노동자들이 쉴 수 있 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혹한기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외국 사례 를 검토한 뒤 최소한 올해 겨울이 가기 전에 가이드
출처 : 최강 한파에 옥외 노동자들이 위험하다, 매일 노동뉴스, 2018.1.30.
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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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부산지역 학교석면철거공사 모니터링 진행 이숙견 상임활동가
‘불멸의 물질’이라며 칭송을 받았던 석면은 발암
선정한 학교의 준공점검 모니터링(전체공사완료
물질 1급 물질로 확인되었다. 한국에서는 석면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제조 및 사용금지물질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 다. 하지만 지금도 과거에 사용된 석면건축물에
2017년보다는 공사과정에서 많은 주의를 기울
의한 피해는 지속되고 있기에 2014년부터 석면
이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간
이 함유된 석면건물의 경우 석면지도제작, 석면
점검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은 짧아
안전관리와 많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다중이용시
진 겨울방학기간에 석면교체작업을 포함한 전등
설의 경우 무석면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
및 냉난방교체작업이었다. 최대한 석면노출이
이다. 특히 학교는 학생들에겐 더욱 치명적인 위
안되게 심혈을 기울여서 해야 할 석면철거공사
험을 줄 수 있기 때문에 2015년부터 전국의 시
가 시간적인 문제로 공사과정에서 철저한 음압
도교육청에서 방학기간동안에 석면천정텍스 교
유지, 보양작업, 공기질 측정이 제대로 되지 못
체작업이 진행중이다.
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한 학교는 석면폐기 물이 지정폐기물로 폐기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하지만 2017년 겨울방학동안 석면교체 공사과
있는 것을 점검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정에서 부실한 석면철거공사의 문제점을 석면추 방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이후 부산시교육청과 부
2월까지 공사가 마무리되는 학교의 추가 준공점
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이하 부산석면공대위)는
검과정을 통하여 종합적인 문제점을 정리하여
방학기간동안 석면교체공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부산시교육청에 제기하고, 향후 이러한 문제가
함께하기로 협의하였다.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번 겨울방학 공사 이후 부산지역의
이번 겨울방학에는 55개 초중등 학교에서 석면
석면함유학교는 287개 학교로 향후 석면함유학
텍스 해체공사를 진행하였는데, 부산석면공대위
교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학교안의 안전한 석
는 이 중 12개 학교에 대한 중간점검 모니터링
면관리 또한 필요하다.
(석면철거공사 직후)과 55개 학교 중 무작위로 8
방치된 석면폐기물
학부모와 함께 진행중인 준공점검모니터링
석면방직공장 회사를 상대로 환경성석면피해소송 승소 한국에서 제일 큰 석면방직공장인 제일화학에
정을 받은 제일화학에 이은 두 번째 손해배상판
이어 부산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석면방직공장
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과거 부산은 전국
인 동양S&G(옛 동양아스베스트) 공장 주변에
에서 가장 많은 30여 곳의 석면공장이 운영돼,
거주하다 석면 질환에 노출된 석면피해 주민 4
향후 피해 판정에 따라 주민 피해자들의 대규모
명이 업체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 일부 승소 판결을 받게 되었다. 동양S&G는 1978년부터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에 석면방직 공장을 세워 2008년까지 석면포, 석면사 등 석 면제품을 생산해 왔다. 전국 최대 규모인 연제구 연산동 옛 제일화학과 함께 부산에선 두 번째로 큰 석면방직공장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유일하게 주민 손해배상 인 9
안전보건 동향
영국 2016~2017 산업재해 통계, 사고사망 137명으로 나타나 최민 상임활동가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은 매년 4월 1일부터 그 다음
당 300 명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사망만인율은 12
해 3월 31일까지의 산업재해 통계를 수집하여 공표
배 높은데, 사고 부상자 비율은 1.5배 밖에 안 된다.
한다. 2016년 4월 1일부터 2017년 3월 31일까지
업무상 질병까지 포함하면 가려진 그림은 훨씬 크
영국에서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137명이
다. 영국에서는 업무상 질병은 보고가 아니라 추정
다. 10만 명당 0.4명 수준이다. 영국 산업재해보고
만 하고 있다. 한국과 보상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
규정(RIDDOR)은 사망사고, 7일을 초과하는 요양
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은 130만 명이 업무상 질병
이 필요한 경우, 몇 가지 특정 사고 부상을 사업주가
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추정하면서, 이 중 51만 명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보고된 업무상
은 질병이 한 해 동안 새로 발생한 노동자라고 발표
사고 부상 노동자 수(일부 자영업 포함)은 70,116명
했다.
이다. 이 중 7일 초과 요양이 필요한 노동자의 경우
보고되는 업무상 사고의 18배가 넘는 노동자가 업
만 따지면, 10만 명 당 198 명이다.
무상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2016년 한국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사고와 질병 관련 손실 비용 추정에서도 전체 손실
1,777명이며 이 중에서 업무상사고 사망자수는
액을 약 20조원이라 보고, 이 중 약 70%는 질병으
969명, 업무상질병 사망자수는 808명이다. 사고 사
로 인한 손실, 30%는 사고 관련 손실로 추정하고 있
망자만 보면 10만명당 5.3명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다.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경우를 산업재해로 규정
같은 비율로 보면 한국에서는 최소한 145만 명이
하고 있는데, 2016년 사고 재해자 수 중 사망자를
넘는 노동자들이 업무상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을
제외한 사고 부상자는 81,811 명이다. 10만명 당
것이다. 산재 은폐를 고려하면 이 숫자는 훨씬 커진
443명이 업무상 사고로 다치는 셈이다.
다. 하지만, 2016년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보상을 받
영국에서는 3일 초과 요양자를 보고하다가
은 노동자는 8천 명이 채 안 된다. 질병 규모와 보상
2012/2013년부터 7일 초과 요양자 보고로 보고 체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해도 한국에서
계가 바뀌었는데, 당시 3일 초과 요양자는 7일 초과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인식, 관심, 보상이 터무니없이
요양자보다 약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
작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용해 보면 영국에서는 4일 이상 요양자는 10만명 10
* 출처 : http://www.hse.gov.uk/statistics/overall/hssh1617.pdf
생애주기별 국민 안전교육 실시한다 재현 선전위원장
정부가 지난 1월 18일 국민의 재난 및 안전사고 예
하여 어린이 사고 위험이 높은 물놀이 등에 대한 수
방과 대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교
상안전 능력을 배양시킨다. 체험교육이 재난대응에
육부, 보건복지부 등 25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1
효과적임을 감안하여 전국 안전체험관을 2021년까
차 국민 안전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번 기
지 22개를 신규 건립한다. 또한, 생애주기별 안전교
본계획을 바탕으로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
육 콘텐츠와 교육프로그램을 68개 영역 뿐만 아니
단체는 기관별로 ‘2018년 국민 안전교육 시행계획’
라, 장애인·외국인·노인 등 안전약자를 위한 맞춤형
을 수립하여 추진하게 된다.
으로 개발·보급하고 국민이 가정에서도 학습할 수
그동안 국민 안전교육은 안전관련 종사자를 대상으
있도록 제공한다.
로 집중되거나 일반 국민에게 생활안전, 교통안전
국민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은 2022년까
중심으로만 일부 이루어지면서 미흡했던 것으로 파
지 1만 명까지 양성하고, 안전 교육기관도 전국에
악되었다. 그래서 이번부터는 범정부적으로 생애주
100개 이상을 지정·육성하여 국민 안전교육을 지원
기별 안전교육을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와 필
하게 된다.
요한 교육 기반시설(인프라)을 갖추는 단계별 이행
이러한 변화는 분명 환영할만한 결정이다. 그러나
안(로드맵)을 수립하였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있게 진행될지, 교육
이번에 수립된 “국민 안전교육 기본계획“은 ‘사람
내용의 질은 어느정도 담보 할 수 있을지 제도가 본
중심·생명존중의 안전한 사회 구현’이라는 구호 아
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판단하고 평가해보는 과정이
래, ‘국민의 재난·안전사고 예방 및 대처능력 향상’
필요할 것 같다. 또한, 국민들이 청소년기부터 장년
을 목표로 진행되게 된다. 목표 달성을 위한 6대 분
까지 노동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일터
야 15개 과제는 2022년까지 추진이 완료되며 주요
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교육에 대해서도
성과목표는 다음과 같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겠다.
초등학생은 현재 3~5학년까지만 실시하는 것을 생 존수영을 2020년까지 전 학년(1~6학년)으로 확대 11
안전과 건강 칼럼
근골격계질환 업무 관련성과 ‘공감격차’ 류현철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올해 운 좋게도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을 더 깊
라는 제목의 책으로 번역됐다)에 등장하는 단어
게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근골격계질환으로
다. 과학자나 정책결정권자가 노동자의 입장에서
산재 요양 신청을 한 사례 중 건설일용직·조리종
생각해 보려는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을 말한다.
사자·요양보호사·택배기사, 이사를 포함한 하역
하루에 1천 명의 아이들에게 먹일 밥을 짓고, 삽
종사자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 업무 관련성 평가
자루로 찬을 볶고, 천 개의 식판과 수십 대의 스
를 위해 현장조사를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외
테인리스 배식차를 윤이 나도록 닦고, 식당 바닥
래에서 신청인들의 직업력 조사와 증상 상담, 필
을 걸레질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팔꿈치 통증을
요한 추가 검사를 하고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
마주한 의사가 혹시 테니스를 치거나 배드민턴을
의학과 등 전문의들과 협진하고 일터로 직접 가
치지 않는지 물어보는 일이 그런 예라고 하겠다.
서 그들의 노동과정을 살펴보며 업무 관련성 평 가서를 작성하고 이는 이후에 업무상질병판정위
관절과 근육과 힘줄이 온통 긴장하는 노동의 현
원회의 판단자료가 된다. 더구나 비용은 산재보
장을 제대로 접해 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험에서 지불해 노동자들의 부담이 없으니 직업환
지점들이 많다. 한여름 친지의 집들이를 위해 준
경의학과 의사에게 이런 일은 그야말로 호사다.
비한 5킬로그램 남짓의 수박 2통을 양팔에 들고 아파트 단지를 헤매 본 경험 정도만 가진 나 같은
12
이런 호사스런 업무를 하면서 자꾸만 떠올리는
책상물림 전문가·행정가들에게 인력으로 다루는
단어는 ‘공감격차’다. 실험실에서 벗어나 노동현
25킬로그램·50킬로그램·80킬로그램은 실제로
장을 누비며 노동자들의 고통과 건강문제를 조사
체감하기 어려운 무게감이다. 5만원 남짓 경조사
해 드러내고 변화를 도모하고자 했던 과학자 캐
비용의 현실감을 가진 노동자들이 수십억원의 횡
런 메싱의 회고록(지난해 <보이지 않는 고통>이
령이니 비자금이니 하는 금액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처럼. 대형마트에서 2리터 생수통 6개
2시까지 해야 하는 노동자의 온몸 관절과 힘줄은
묶음(고작 12킬로그램)을 ‘으헙’ 기합을 넣어 들
속으로 앓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서 담고 쇼핑카트 바퀴의 뻑뻑함을 불평하다가
실상을 업무상질병판정위 전문가들에게 그대로
운이 나쁘게도 마트 출구에서 주차장까지 생수
전달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현
묶음을 들고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앞으로 생수
장에 가서 동영상을 열심히 찍어 봐도 나중에 돌
는 택배다!’는 깨달음을 얻을지 모르지만, 매장의
려보면 그들은 너무도 쉽게 중량물을 들어 올리
그 많은 생수통 묶음을 4단 높이로 쌓아 두는 일
고 일을 해치우는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 육체노
은 누가 했을지 택배 배송원은 하루 몇백 킬로그
동으로 단련됐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해 높은
램의 짐을 들고 몇백 계단을 오르내려야 할지는
근력을 가졌고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자는 것은
떠올리지 않는다.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공감
정신노동으로 단련된 전문가들의 뇌가 모두 아인
격차’가 나타나고 만다.
슈타인의 것과 같기를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 ‘공감격차’를 줄이고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봐
어깨의 회전근개질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일
야 보인다. 마트에서 생수통을 들면서, 현관문까
부 전문가들은 40·50대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지 배달된 20킬로그램 쌀자루를 들어 옮기면서,
질환을 산재로 인정하고 보상해야 하는지 이해할
구내식당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으면서 공감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40·50대의 ‘누구나’라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들의 직업과 업무를 모두 물어봤다면 아마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다. 흡연을 하는 모두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업무 관련성 인정기준은 이
에게 폐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비흡연자에게
렇게 현장을 들여다보고 인정기준을 재정립하는
도 폐암은 발생하지만, 흡연자들에게서 폐암 위
것이 필요하다. 조리급식 노동자의 팔꿈치질환,
험이 훨씬 높다는 것과 같은 당연한 이치로 힘을
형틀목공의 어깨 회전근개질환 등 직종에 따라서
쓰고 반복하는 부담작업이 많았던 이들에게 근골
당연 인정기준을 만들고, 근골격계질환 산재승인
격계질환 위험은 높기 마련이다.
과정의 행정적 비용과 당사자의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향해 가야 한다. 근골
내 힘으로는 제대로 들고 가누지도 못하는 무게
격계질환 인정기준과 재활복귀에 대한 정책적 관
의 석재를 번쩍 들어 올려 한손으로 받치고 앵커
심이 높아진 점은 고무적이다. 그래도 아직도 갈
드릴로 고정하는 노동자의 어깨 근육은 이미 정
길은 멀다. 훨씬 더 중요한 ‘예방’까지 내다봐야
상이 아니다. 농수산물시장에서 쏟아져 나온 20
하기에.
킬로그램이 넘는 당근이며 감자 수백 박스를 쉴 새 없이 담아 400킬로그램이 넘도록 손수레에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싣고 납품차량으로 옮기는 일을 새벽 2시부터 낮 13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야간 노동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 - ILO 제171호 야간노동 협약 검토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미치는 해악에 대
지 못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의 야간노동협약을 검
해 우리 노동시간센터는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정
토함으로써 앞으로 야간노동 규제를 준비하는 데에
상적인 생체리듬이 방해받아 다양한 증상과 질병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생기는데 가장 흔한 문제인 수면장애와 이로부터 이 어지는 우울과 불안,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기
국내 야간노동 관련 법적 규제
에 발생되는 소화기계 질병, 오랜 기간 야간노동에
근로기준법에서 야간노동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 내
종사할 경우에 높아지는 유방암, 뇌심혈관질환이 대
용은 다음과 같다.
표적이다.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아 본인의 손상뿐만
- 임금의 가산 :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아니라 대형사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
까지 사이의 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족, 친구와 함께 여가를 보내기 어렵고 사회의 시계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와 맞지 않는 시계에 맞춰 살다 보니 삶 자체가 피폐
- 보상 휴가 :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해지기도 한다.
따라 야간근로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갈음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권의 측면에서 야간노동은 최
하여 휴가를 줄 수 있다.
소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공의 안전과 돌봄,
- 야간노동의 제한 : 18세 이상 여성의 야간근로는
사회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공정의 특성상 연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함. 임산부와 18세 미만
속적으로 수행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야간
자는 야간근로를 시키지 못함 (예외 : 18세 미만자와
노동은 철폐되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을 해
산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여성의 동의가 있는 경우,
야 하는 노동자들은 그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보호받
임신 중의 여성이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
아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한국의 야간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는 매우 미흡하다. 한국에서 아직 비준하 14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야간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
에 대한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특수건강진단을 받도
고 있다. (제7조) 무엇보다 임산부에 대한 최소 16주
록 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다.
이상의 필요한 기간에 대해서 예외 없이 야간노동
- 6개월간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의 시간을 포함
을 제한하고 있는 점은 중요한 차이점이다. 또한, 소
하여 계속되는 8시간 작업을 월평균 4회 이상 수행
득과 기타 직책, 승진기회 등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경우
명시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다면
- 6개월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과 동료에 대한 미안함으로 울
시간 중 작업을 월평균 60시간 이상 수행하는 경우
며 겨자 먹기로 스스로 야간노동에 ‘동의’하는 임산 부들이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ILO 야간노동협약 시사점 1) 야간노동자의 건강 보호
3) 노동자의 협의 하에 계획되는 야간노동
ILO 협약에서도 야간노동자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
ILO 야간노동협약에서는 사용자가 야간노동을 계
검진과 이상이 있을 경우에 대한 사후관리를 명시하
획할 때에는 도입 이전에 노동자대표와 세부사항을
고 있다. 그중에 특히 제6조에 명시된 야간작업 부
협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제10조) 한국에서도 노
적합 시 가능한 유사직종 전환, 급여 보전, 해고로부
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교대제에 대해 노사협
터의 보호 조항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도 야간작업
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제
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 수행되고 있고 건강진단 의
한적인 사례로 일반적으로 근무형태를 정하는 것은
사는 이상자에 대해 “작업전환”을 사후관리 방법으
사용자의 경영권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
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
나 야간노동과 같이 노동자의 인권에 직결되는 문
업장에서 작업전환이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고 만약
제를 다루는 데에서는 ILO 협약에서 규정하는 대로
그렇게 일자리를 잃게 되면 열악한 복지제도만으로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는 생계가 곤란하기 때문에 건강진단 의사는 소신껏
이와 같이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줄
작업전환을 권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강문제로
이는 데에 ILO 야간노동 협약이 중요한 시사점들을
야간노동이 어려워진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훨
주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의 앙상한 조항을 볼 때
씬 강화되지 않는 한 현재의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이 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참 요원해 보이지만 그래
은 그 한계가 너무나 크다.
도 가이드라인이 주어져 있으니 이를 향해 개선되도 록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ILO 협약에서도 야
2) 야간노동과 모성보호
간노동 자체를 줄이는 문제는 깊이 다뤄지지 않고
한국에서도 18세 미만과 임산부에 대해 야간노동을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야간노동의 피해를 줄이는
제한하고 있듯이 (물론, 예외조항 덕택에 완벽한 제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야간노동이라는 원인을 최소
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야간노동에서의 모성보호
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는 ILO 야간노동협약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 15
ㅇㅇㅇㅇㅇㅇ 현장의 목소리
출처_공공운수노조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과로사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 서우석 홍보부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작년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공감대를 형성했던
외국항공사들의 지상조업을 처리해주는 회사이
이슈가 있었다. 바로 ‘과로사’ 문제다. 짧은 단
다. 고인은 수하물 탑재 및 하역을 맡은 램프 여
어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 담
객부 93조 조업장으로 무려 17년 동안 일했던
겨 있다. 하루 15시간 넘게 일 하고 바로 새벽에
베테랑 노동자였다. 그런 그가 왜 오전 출근한
출근해야만 하는 버스운전사, 본인이 감당할 수
직후 쓰러져 사망했을까. 고인을 비롯한 한국공
없을 정도의 높은 업무강도에 쓰러져간 집배원,
항 노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공
야근하는 사람이 많아 ‘구로의 등대’라 불린 넷
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 서우석 홍보부장을
마블에서 과로사한 게임개발자 등 모두 일 때문
지난 1월18일에 만났다.
에 세상을 등진 노동자들이다.
16
2017년 12월13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자신이
서우석 님 역시 올해 공항에서 근무한지 20년
일하던 일터에서 사망했다. 바로 대한항공 자회
차다. 만만치 않은 경력이지만, 본인 말고도 30
사 한국공항 직원인 故 이기하 님(49)이다. 한
년 가까이 한 사람들도 제법 많다고 한다. 열악
국공항은 대한항공 및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은
한 근무환경에서 버텨야만 했던 이유를 물었다.
“혼자일 때랑 가정을 꾸려 식구가 있는 사람들은 못
초과한 사실이 없다고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
그만둬요. 힘들어도 계속 참고, 견디고 그러죠. 이곳
다. 그러나 노조에서 고인의 출퇴근 자료를 분
일은 여러 분야가 있는데 근무환경은 비슷비슷해요.
석한 결과 월평균 50시간의 초과노동을 한 것
제가 처음에 한 일은 화물 수출·수입이었죠. 국제우
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한 날
편물 취급소에도 1년 있었고, 램프여객에 온지 4년
은 월평균 8~9일이나 됐다.
째예요.” 여기에 인력부족 문제까지 더해져 현장은 매일 故 이기하 님의 사망 날, 서우석 님도 출근을 했
이 전쟁터와 다름없다. 고인 역시 사망하기 세
다.
달 전부터 7명이 작업할 일을 4~5명이 도맡았 다. 비행기에 수하물을 싣기 위해 좁은 공간에
“저도 그날 아침 근무를 나왔거든요. 어떤 직원이 카
몸을 구겨 넣고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은 노동
톡에 소식을 올렸죠. 출근했는데 갑자기 쓰러져 병
강도가 굉장했다. 야외 작업이기 때문에 날씨
원에 이송됐다고요. 우리도 그 정도만 듣고 일 하다
영향도 크게 받는다. 인원도 부족한 상황에선
가 계속 소식을 기다렸죠. 그런데 숨졌다는 거예요.
제대로 식사하기도, 쉬기도 어렵다. 어쩌다 운
사람이 일 하러 나왔는데 죽었으니까 정신이 없었
좋게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도, 비행기가 빨리
죠. 노조 홍보부장이니 소식을 모르는 조합원들에게
도착하면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다시 현장으로
알리고, 지방 공항의 조합원들에게도 내용을 전했
달려가야 한다. 공항에서 일하는 지상조업 노동
죠. 일이 손에 안잡히더라구요.
자 모두가 시달리는 문제다. 그러니 故 이기하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옛날부터 직원들이 누
님의 죽음에 대한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구 한명 죽어나갈 것 같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어 요. 일이 많이 힘들기 때문에요. 같이 움직이는 팀 인
그렇다면 고인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동료들
원만 충원을 해줬어도, 병원 다니면서 일을 했을 텐
의 정신적 충격과 상처회복을 위한 조치는 취해
데... 거의 1년 가까이 인력 충원 없이 자꾸 사람을 줄
졌을까. 사고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해선 사건
이기만 했어요. 한명, 한명 빠져나갈 때마다 노동 강
초기 대응 때부터 심리치유를 해야 한다. 하지
도가 배가 됐어요. 심지어 어떨 때는 급하게 병원 가
만 회사의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개인
서 못나오면 3명이 할 때도 있었죠. 어쩔 수 없이 하
이 버티거나, 그만두거나 둘 중에 하나일 뿐이
는데, 정말 힘들어요.“
다.
노조는 고인의 죽음을 ‘과로사’로 주장하고 있
“트라우마 치료? 그런거 없어요. 故 이기하 님이 근
다. 반면 회사는 공항 업무 특성상 탄력근무를
무했던 조의 조원이 5명이었어요. 그런데 사고 나
도입해 운영한 것이고, 연장근로는 주 12시간
고 바로 하루, 이틀 있다가 계약직 직원은 충격 받아 17
서 회사 못 다닌다고 사표내고 그만뒀어요. 다른 친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유동적인 업무표다. 어
구도 일주일 있다가 자기도 그만두겠다고 부조장한
떤 날은 오후 5시에 출근이고, 어떤 날은 오후
테 얘기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 조의 조장이 일 하
4시, 또 다른 날은 새벽 5시. 심지어 30분 간격
다 쓰러져 죽었는데, 당연히 그 조원들의 충격이 컸
으로 쪼개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신입직원들은
죠. 전문가들에게 의뢰해서 트라우마 치료를 해주거
알람을 맞춰놓고 자도, 2~3일 일을 하고나면 힘
나 그런걸 안하고 있어요.
들어서 알람 소리를 못 듣고 지각을 하거나 심
한국공항이란 회사가 대한항공 자회사이지만 전혀
지어 출근을 못하기도 한다. 또 퇴근과 출근 시
작은 규모가 아니예요. 상장도 했고, 사원수도 적지
간 간격이 지나치게 짧아 집에 가지 않고, 회사
않죠. 매출도 크게 증가했구요. 그런데 직원들에게
에서 자고 출근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비인간
푸는게 없어요. 당연히 직원들 애사심도 떨어질 수
적인 업무 스케쥴은 10명 중 겨우 2~3명만 남
밖에 없죠. 회사는 직원들 일 시킬줄만 알지 다른 걸
게 하는 악조건으로 작용하고, 남아있는 사람들
안해요. 사고도 감추기에 급급하고... 몇 십년간 계속
은 더욱 강도 높은 노동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벌이지고 있는 일이예요.“
다.
열악한 환경은 당연히 노동자들에게 유인책이
“비행기랑 여행객은 계속 늘고, 수하물 양도 많은데
될 수 없다. 나름 기대를 품고 입사해도 버티기
오히려 일하는 사람은 줄어요. 적은 인원이 일을 하
조차 힘들다. 일손이 부족해도 일을 그만두는
다보니까 과로가 되고, 과로사가 발생했죠. 몸에 질
젊은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했다.
병도 많이 생겨요. 비행기하고 시간 싸움을 하다보 니까 식사를 못해요. 제일 긴 노동시간이 일 하는 기
18
“이직률이 높아요. 일이 힘드니까요. 실제 일을 해보
준으로 15~16시간 정도인데 그러면 하루 세끼는 먹
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어서 많이 그만둬요.
어야 하거든요. 운이 좋으면 먹는거고, 반대로 한 끼
제일 큰 문제는 수면시간이예요. 잠을 못자요. 출근
만 먹고 일하는 경우도 많아요. 아파도 병원에 못가
시간만 있고 퇴근시간이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죠.
죠. 오전 7시에 출근을 했으면 오후 4시30분, 5시
쉬는 것도 문제예요. 만약 휴게공간이 있다고 해도
정도엔 퇴근을 해야 하는데, 그런 퇴근 시간은 아예
이용할 시간이 없어요. 사실 진짜 조용하게 직원이
생각하지도 말라고 같이 일하는 선배들이 얘기할 정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이건 저희만의 문제
도죠. ‘1시간 후면 퇴근이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가 아니고 인천공항의 문제이기도 해요. 인천공항
데 그게 아니고 오늘 일이 끝나야 끝나는 거라는 식
전체를 둘러봐도 일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
이예요.”
자체가 없거든요.”
존재하지 않는 퇴근과 부족한 수면시간 외에도
높은 노동 강도는 당연히 일하는 사람의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서우석 님 본인도 일하다 엄지
결국 사람이 한 명 죽었지만, 현장은 여전히 바
손가락 일부가 잘려나갔다며 본인의 손을 슬쩍
뀐 게 없다. 고인의 장례식 또한 아직 치루지 못
내밀었다. 또 근골격계질환으로 어깨 근육이 파
했다. 유족과 민주한국공항노조는 ▲회사의 공
열되어 두 달간 집중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식사과 ▲산재처리 ▲유족보상 ▲주52시간 근
본인만 시달리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일 자
무준수 ▲적정인력 배치 준수 및 인력충원 등을
체가 좁은 공간에서 쭈그려 앉아 무거운 가방이
요구하고 있다.
나 화물을 다루다 보니 양이 많을 때는 주먹 하 나 들어갈 틈도 없이 가방을 쌓는다. 그런 일을
서우석 님은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길게는 20~30년 하다 보니 당연히 몸이 성한데
간절한 마음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
가 없다. 하지만 병원에 치료 받으러 가지도 못
다. 이 청원에 약 3천명 가까운 이들이 서명했
하고, 만약 입원까지 해도 자기 연차를 쓰는 경
다.
우가 태반이다. 산재여도 회사가 거부해 하지 못한 경우가 제법 많다고 했다.
“회사는 자기들 힘들땐 직원들에게 봐달라고만 하 고, 막상 직원들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목숨을 잃어
안전장비 지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도 눈 하나 꿈쩍을 안해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신청을 하면 새 물품을 지급 해주는 식이었다.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도 넣었어요. 정말 화가 치밀
지금은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여 1인당 포인트
어 오릅니다.”
내에서만 구매를 해야 하고, 만약 포인트가 없 으면 개인이 사비를 들여 구매하는 식이다. 회
그는 자기가, 노조가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
사에서 주는 포인트는 필요한 안전장비를 사는
라고 대답했다. 가족들과 단 한, 두 시간이라도
데 턱 없이 부족하다. 서우석 님도 올 겨울 새
시간을 갖고 싶고 집에 대소사가 있으면 참여를
방한화가 필요했지만, 새 작업복 교체를 위해
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고 최소한 인간답게는
방한화를 본인 돈으로 샀다고 했다.
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프지 않고, 다치 지 않고, 죽지 않는 공항 노동자들의 행보에 우
“사고가 났지만 변한 게 없어요. 작년 3월에 강영식
리가 함께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대표이사가 한국공항 신임사장으로 취임했어요. 그 뒤로 현장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1년 가까이 인력충 원도 안하고 있고, 줄어든 인력으로 계속 일하고 있
* 지난 2월 1일 저녁 유족과 회사 측의 협의를 통해 故이기하 조합원의 위로 보상과 장례 일정에 합의 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고인에 명복을 빕니다.
거든요. 특히, 유족에게 먼저 손을 뻗어 책임 있는 사 과나 배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유족들에게 상처만 주고 있어요.” 19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예순한번째 이야기
후암동에서 食(식)빵과 함께 - 빵 만드는 오너 셰프 이유나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가 만난 이유나 님은 서울 후암동에
아보고 싶었어요. 제과에 관심이 많던 터라 대학졸
서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오너 셰프였다. 이유
업을 하고 한국에서 ‘르 꼬르동 블루’를 다니게 되었
나 님은 오래도록 좋아하는 빵을 만드는 일을
어요.”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 어떠한 노동 과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르 꼬르동 블루란 프랑스 본교와 여러 나라에
데 있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은
분교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요리, 제과, 제빵 전
없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문 학원인데 이유나 님은 여기서 제과 공부를
지난 1월 22일 월요일 빵집 인근에서 진행하였
마치고 관련된 일을 하다가 좀 더 심도 있게 일
다.
을 배우기 위해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 다. 그러다 마침 다운타운의 큰 빵집에서 함께
좋아했던 빵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
운영하는 비스트로에서 일을 하면서 빵에 대해
“저는 원래 음악을 전공했는데, 졸업을 앞두고 미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에 대한 고민을 하며 여행을 다니다가 다른 삶도 살 20
“정말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 빈손으로 영어 이력서
의 미래와 함께 성장할 사람이라는 검증을 마친 사
만 몇 십장 준비해서 캐나다로 떠났어요. 그러다 괜
람만이 주방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서 손님과의 소
찮아 보이는 곳에 무작정 들어가서 일자리가 있는
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했었죠. 그 당시 저
지 물었어요. 정말 운 좋게 취직이 되었고 몇 번의
희 직원들 모두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다음날, 다
해프닝 끝에 집도 구했어요. 함께 일하는 빵팀, 제
다음날까지 빵 예약은 넘쳐났고 판매는 맨투맨 시
과팀, 요리팀 친구들 대다수가 퀘벡사람들이라 그
스템이라 손님 한 분 한 분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썼
런지 서투른 저의 영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했
어야 했어요. 쉬는날에는 시장조사를 다니며 셰프
고, 밥은 잘 먹고 다니는 지 힘든 건 없는지 걱정해
님께 고서를 써 내야 했고 항상 모든 것에 대한 피드
주고 많이 챙겨줬어요. 캐나다에 가기 전에 한국 가
백을 서로 쏟아내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냈어요.
로수길 레스토랑에서 1년 넘게 막내 일을 해서 그런
그러다 번아웃 된 직원들이 하나둘씩 그만두고 저
지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워킹비자가 끝날
역시 그곳을 나오고 로테이션이 확실히 되는 빵집
때쯤에는 제가 원하면 취업비자를 알아봐주겠다고
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했는데 제가 혼자 있기에는 외로워서 돌아가겠다고 했어요. 그 시절 생각하면 내가 꿈을 꿨었나 싶어요.
이유나 님은 두 곳의 빵집에서 5년의 시간을 보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유명한 빵집을 돌며 맛보
낸 후에 2015년 5월 후암동에 [후암동 食빵]이
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개인 빵집에 문을 두드
라는 식사 빵을 만드는 빵집을 열었다. 함께 근
려서 취업하게 되었어요.”
무했던 동료들 중에도 본인들의 가게를 운영하 는 친구들이 있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
우리가 흔히 아는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같은
다.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인 빵집은 빵을 만들기 위한 준비부터 만드는 과정, 판매까지 한곳에서
후암동에서 꿈을 펼치다
이뤄진다. 때문에 그곳 직원들은 권위와 실력을
“학창시절에 부모님께서 준비해주시는 밥만 받아먹
겸비한 셰프에게 빵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물론
다가 외국에 나갔을 때 직접 밥을 차려 먹어보니 삼
판매 등 가게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배움의 기
시세끼 차려먹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거예요.
회를 얻게 된다.
특히 한식이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아침식사로라 도 빵으로 대신해보니 간편했어요. 그래서 저는 밥
“어디서 일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과정이 다른데
대신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식사빵에 관심이 가고 만
제가 처음으로 일한 빵집은 저희 업계에서 알만한
들게 되었어요.”
사람은 아는 셰프가 있는 곳이었는데 취업하고 2년 넘게 빵은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오래토록 그 가게
이유나 님은 다양한 맛을 연구하면서 후암동 21
食빵 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식사빵을 만드는 데
닦고 발효실이나 오븐을 청소하고 다음날 계량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프렙을 준비해요. 그러면 해가 지고 매장 청소를 하 고 빵이 다 팔리면 바로 퇴근하고 빵이 남으면 늦게
“일반적으로 빵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치아바타
까지 손님을 기다리기도 해요. 보통 8시에 끝나는
나 깜빠뉴(컨트리브레드) 등의 유럽 빵들을 조금 생
편이에요”
소해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나 친숙한 식빵 틀에 넣어서 치아바타食빵, 시골食빵 등등 이런식으로
이유나 님은 쉬는 날을 제외하곤 보통 15시간
개발했어요. 건강한 아침식사를 위해 상대적으로
씩 일했다. 직원을 채용해서 교대로도 일해 봤
저온에서 장시간 발효를 하여 소화가 잘 되는 식사
지만 여러 문제로 인해 계속해서 그럴 수는 없
빵이 되도록 하고 있어요.”
는 노릇이었다.
후암동 동네는 어떤 곳인지, 주로 어떤 분들이
“하루에 문 열고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 제 생각에 2
빵집을 찾아오는지 물었다.
명이 교대로 일하면 될 것 같거든요. 이전에는 직원 분이 있어서 제가 새벽에 나와서 빵 만들고 낮에 그
“후암동은 남산아래 서울 한 중심에 있지만 고즈넉
분과 교대를 했는데 지금은 휴무를 늘리고 혼자 일
한 분위기를 가진 동네에요. 오래사신 터줏대감 같
하고 있어요."
은 어르신들도 많고 교통편이 좋다보니 새로 유입 된 젊은 가족들도 많고요.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은
허리에서부터 전해지는 고통
분들이 찾아주세요.”
“일하면서 무거운 걸 많이 들어야 할 일이 많은데 이점이 가장 힘들어요. 제가 이쪽 일을 하면서 허리
후암동에서의 하루
가 많이 안 좋아졌는데요 밀가루포대 라던가 무거
“일단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요. 낮 12시에 가
운 걸 요령 없이 무조건 허리힘으로만 들어서 그랬
게를 오픈하려면 5시에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
던 것 같아요. 10여 년간 주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야 되거든요. 전날 반죽을 해서 저온발효 해 놓은 빵
손목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어요.”
도 있고요, 전날 계량해둔 재료들로 당일 반죽을 하 는 빵도 있어요. 반죽을 하고 1차 발효, 2차 발효, 분
이유나 님은 노동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지
할, 벤치타임, 성형, 최종발효 등등 중간 중간 짬날
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이
때 크로와상 제품도 만들고 하면 12시까지 정신이
있다고도 했다.
하나도 없어요. 12시에 가게 오픈을 하고 손님응대
22
를 하면서 최종 발효만 남은 빵들을 2~3시 까지 차
“저처럼 결혼과 맞물려 있는 여성들이 1인 가게를
례로 구워요. 빵이 다 나오는 3시부터는 식빵 틀을
운영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거 같아요. 저한테는 후
암동 食빵이 자아실현의 공간인데 주변에서는 올해
요즘 이유나 님은 소비를 줄이고 나에게 휴식
나이가 몇이냐, 애는 언제 낳을꺼냐 이런 거만 물어
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으로
보고 관심을 가지세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가
휴일을 보내고 있다.
정을 꾸리게 되고 아이가 생기면 최소 몇 년은 일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거
“지금은 제가 몸을 혹사하면서 일하고 싶지 않아서
든요”
이렇게 결정을 했는데 사실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 까 가능 한 것 같아요. 만약 책임져야하는 자녀나 부
일과 삶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
모님이 계신다면 아무리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
“쉬는 날도 바빠요. 밀린 빨래해야죠, 물리치료 받으
아도 선뜻 이렇게 쉬겠다고는 못 했을 것 같아요."
러 병원도 다니고요, 은행일도 봐야하고요. 가게에 서 사용하는 포장지에 도장도 찍어야 해요.”
오래도록 빵을 곁에 두었으면 인터뷰 마지막으로 이유나 님에게 이 일을 길
이유나 님은 지난 3년간 쉼 없이 달려온 끝에
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 10년 뒤 후암동 食빵은
요즘 영업일을 주 4일(화~금)로 변경하면서 일
어떤 모습일 것 같은지를 물었다.
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글쎄요. 저도 요즘 고민이에요. 요즘 들어 혼자 운 “저는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쉬는 것도 중
영해 가는 것이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아 들어서요. 우
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게를 오픈할 때 휴무
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추상적으로
를 정하려고 하니 사람들이 다 말리는 거예요. 가게
10년 후에 시골에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싶어요. 저
가 자리 잡을 때까지 하루도 못 쉰다는 생각으로 일
는 꼭 내 가게를 해야 되는 건 아니라서 좋은 곳이
해야 한다고요. 결국 그 얘기에 설득되어 첫해엔 주
있다면 하나의 구성원으로써 사람들과 복작대며 일
6일을 영업했어요. 사실 하루 쉰다 해도 영업을 쉬
하고 싶기도 해요.”
는 것이지 가게는 나와서 다음날 반죽과 프렙 등을 준비하고 들어가야 해요. 무튼 그러고 나서 가게를
가게운영의 책임, 육체적인 부담, 여성으로서 결혼
운영해보니 손님이 없는 요일이나 특정 시기가 있
과 출산의 압박 등으로 인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오
잖아요. 그래서 두 번째 해에는 주5일 영업을 했어
래도록 이유나 님이 좋아하는 빵을 손에서 놓지 않
요. 그 당시엔 후암동 食빵 이라는 책을 작업 중이라
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판매는 직원과 함께 했어요. 그러고 최근에 날이 추 워지면 손님도 줄고 해서 주4일 영업으로 파격 결 정했어요.”
23
연구리포트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선전위원회
지난해 11월 CGFED1와 IPEN2이 스웨덴 정부
베트남 경제의 기둥인 전자산업
와 여러 기부의 재정 후원을 받아 베트남 삼성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국 중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이야기를 보고서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전화, 컴퓨터 등을 포함
로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베트남과 삼성이
한 전자산업은 베트남에서 수출 1위이자 GDP
전자산업으로 얼마나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지
에 총 20%를 차지할 정도다. 베트남 국민 중
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성 노동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역시 2005년 4만
자들의 노동조건과 환경, 건강 실태를 드러내고
6천 명이었던 반면 9년 뒤인 2014년엔 41만1천
자 하였다. 이 보고서는 영어로 발표됐는데 한
명으로 확인된다.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국에 이러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반올림, 다산
중 80%는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인권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
들이다.
이 번역으로 수고해주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베트남에서 전자산업 의 규모와 경제적 중요성은 드러나는 한편, 노 동자들의 노동조건과 환경, 건강에 대한 실태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정보 역시 제한되어 있다.
1 개발과 젠더, 가족, 환경 연구센터(Research Centre for Gender, Family and Environment in Development) 2 IPEN은 1998년에 설립한 비영리 공익 단체로 전 세계 의 환경 및 공공 보건 그룹을 이끌어 인간의 건강과 환경 을 보호하는 안전한 화학 물질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24
한국에서 이미 직업병 문제를 10년째 부정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삼성’이라는 점에서 문제 의 심각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공생관계인 베트남과 삼성
한 여성 노동자를 고용해서 안전보건 조치는
삼성은 1996년 베트남에서 공장을 처음 가동
방치하고 저임금으로 일 시켜왔던 것과 전혀
한 이래 20년이 지난 현재 자본 규모 총 148억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달러인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가 되었다.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전
2016년 베트남에서 삼성의 매출은 463억 달러
자산업 회사 중 3분의 1은 법을 어겨가며 초과
나 되었다. 수출과 매출 규모만 보더라도 이미
노동을 시켜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베트남 법은
삼성 공장은 단지 베트남뿐만 아니라 전체 공
초과 노동을 월 30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장 시스템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법 위반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개 업체
또한, 삼성은 현재 전체 휴대전화의 50%를 베
의 경우 초과 노동이 생산량이 많을 때 월 100
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의 생산
시간 이상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른 3개 업
량은 8%에 불과하다. 베트남은 삼성을 전자산
체의 경우도 50∼60시간 초과 노동을 강제한
업과 외국인 직접 투자의 성공 사례로 평가하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 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 전자산업이 경제에
베트남 노동장애사회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초점 맞춘 보고서와
대해 지나치게 긴 초과 노동은 전자산업 산재
연구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경제성과를 이루기
사고에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다고
까지 현장에서 일해 왔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
하지만, 이번 연구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노동
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자 중 이러한 사실에 대해 알거나 들어본 사람 은 없었다.
방치된 현장 안전보건 베트남은 세계적으로 제품 품질을 보장하기 위
베트남과 삼성만 알고 있는 위험성
해 표준 개발을 강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
베트남 전자산업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정작
은 연구된 적도, 알려진 바도 없다. 그러나 이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와 동료들의 건강
은 전자산업의 심각한 건강 문제에 대해 이미
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작업장 안전보건 시스템
알고 있다. 베트남 노동장애사회부는 전자산업
이 없다. 베트남과 삼성은 가장 낮은 임금을 받
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화학물질, 방사선, 전
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여성 노동자에게
기파 노출로 인해 암이 발병하거나 심장마비를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물론 노동자가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단지 추
보장받아야 할 안전보건 문제도 방치해온 것이
론일 뿐이며 실제 전자산업으로 인해 납중독과
다. 삼성이 한국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
직업병이 존재한다 하여도 지금은 통계상 입증 25
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한국에서 삼성과
회사 관리자에게 연락해서, 구급차가 와서 나를 싣
근로복지공단, 법원이 전자산업 직업병을 대하
고 회사 건강센터로 갔다. 거기서 내게 응급 처치를
는 입장과 일맥상통하다.
해 주고, 약을 투여한 뒤, 병원으로 보내줬다. 몸이 회복된 후, 집으로 혼자 갈 수 있었다. 나중에는 소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화기계에 문제가 생겼다. 교대 근무에서 주간 근무
연구를 위해 45명의 여성 노동자를 인터뷰한
에서 야간 근무로 바뀌고 나서 종종 복통으로 고생
결과 대부분은 4일간의 주야 교대근무를 하며
한다. 내 생각에는, 주간 근무 때는 점심을 먹는데,
하루 9∼12시간 내내 서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야간 근무 때는 자정에 저녁을 먹고 낮에 계속 자느
또한, 장시간 노동과 함께 대개 베트남 법에서
라 아무것도 못 먹는 것에 내 위가 적응을 못 해서
허용하는 소음 노출 초과 기준을 초과해서 일
그런 것 같다. 너무 아프다 싶으면, 쉬겠다고 요청한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휴식 시간의 경우 공
다. 정상적으로는 통증이 4~5분이면 멈췄다가 30
식적으로 주어지더라도 노동자들은 휴식을 갖
분쯤 뒤에 다시 아파진다. 때로 둔한 통증이면, 그냥
지 못했다. 회사는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너무
계속 일한다.”
많은 휴식시간을 갖는다고 지적하면 임금을 삭 감할 수 있기 때문에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또한, 여성 노동자들 스스로는 화학물질을 직접
최대한 생산라인에 머물게 했다고 하였다. 그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반대로 이들 중 누
결과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려면 ‘화장실 카
구도 세정제가 화학물질을 함유하였다거나 다
드’를 관리자에게 요청해야 할 갈 수 있을 정도
른 부서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도
로 휴식 시간을 통제하였다.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휴대전화 조립 공장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한 명도 빠
에선 업무 과정 중 페인트, 잉크, 세정제 등 화
짐없이 모두 근무 중 실신 혹은 어지러움을 호
학물질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공정 단계에서
소하였다고 증언했다. 일하는 사람 모두가 겪다
가열, 금속 코팅 가스 처리, 도색, 레이저 새김,
보니 노동자들은 이러한 증상을 교대 근무하면
절단 등 작업으로 인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가
당연히 겪는 정상적인 결과라고 인식하였다. 더
능성은 매우 높다.
욱 놀라운 건 유산을 겪는 것 역시 젊은 사람이
26
라면 교대 근무하면서 겪는 매우 정상적인 일
“나는 삼성에서 일하면 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도 있
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그밖에 시력이 손상되고
다고 들었다. 그래서 공장에 일하러 오기 전에 부모
코피를 쏟거나 종아리가 붓는 것, 관절의 통증
님께 만일 가서 일하는 게 불가능하다 싶으면 돌아
등도 호소하였다.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또 동시에, 만일 내가
“한번은 고열이 나서, 작업장 감독을 불렀다. 그가
독성 물질에 노출된다면,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도
노출될 것이고, 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아마 별문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어떤 기업인가?
제 없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생산 완료 제품 작업장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며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에서 일할 때면, 도난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자기장
않을 정도로 회사를 운영하면 된다는 반노동적
문을 매일 통과해야 한다. 최근 정기 건강 검진 결과
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도 좋았다. 나중에 아프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해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
나는 지금 건강하다. 우리는 모두 자기장 문을 걱정
합을 결성하고 노동조건과 작업장 환경을 개선
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른다.
하기 위한 집단적인 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그래도 그 문이 들고 나는 사람을 모두 체크해서 이
있다.
런 소문이 퍼졌다.”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이 바라는 변화
여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인터뷰를 통해 일터에서 어떤 변화를 가장 원
베트남과 삼성의 전자산업 사업은 지속적으로
하는지 물었을 때 대부분은 노동시간이 줄어들
확장될 것이다.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고, 교대근무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답하였
삼성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15만 명으로 확
다. 또한, 인터뷰 참가자 대부분은 특히 젊은 노
대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예측되고 있다. 베트남
동자일수록, 전자산업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돈
입장에서도 전자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둥 역할
을 모아, 나중에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어 했다.
을 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기여해왔기 때문에 삼성과 이해관계를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일하는 것이 나의 목표는 아니다. 나는 싫
이를 위해 베트남은 지금처럼 전자산업 기업
증이 났다. 여기서 일하는 것은 당장 사는 데 필요한
활동에 우호적인 제도와 경제 환경을 조성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다. 나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
서 더 많은 투자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모님과 함께 살거나,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부모님
그러나 전자산업의 성장과 반대로 안전하고 건
근처에서 살고 싶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여기서 일
강하지 못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일하는 여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은 학교로 다시 돌아
성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서, 부모님 댁 근처에서 새 직장을 찾거나 내 가게
이를 위해 이번 연구팀은 베트남 차원의 전자
를 열고 싶다.”
산업에 대한 법과 규제, 제한적인 전자산업 정 보 접근성 문제 해소, 여성 노동자 젠더 문제를
노동자 결사의 자유 침해하는 베트남과 삼성
비롯한 건강 문제 실태 파악, 작업장 환경 개선
베트남 국제노동기구 협약 제87조와 98조에서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하였다.
보장하는 노동조합 결성과 단결의 자유를 비준 27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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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은 지난 1월 30일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삼성 이 재용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엄중처벌과 삼성직업병 문 제 해결을 촉구하는 하루 이어말하기를 진행하였습니 다. 당일 춥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씨에서도 촛불을 함께 들고 적폐청산을 외쳤던 각계각층의 시민사회가 한목 소리로 법원과 삼성이 이재용을 엄중 처벌하고 삼성직 업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다시 한 번 이날 함께해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사진 반올림 / 글 선전위원회
29
특집 :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최저임금 따라 나의 삶의 질도 오르려면?
유선경 민주노총 인천본부 상담실장
최저임금 7,530원이 결정되고 난 뒤 작년 10월부터
나 상여금 지급방식을 변경하는 데 앞장서서 동의해
상담소에는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방법이나 최저임
주는 노동조합이 있는가 하면, 근무시간과 다를 바
금 적용시기와 같은 소소한 질문부터 최저임금 인상
없는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바꿔치기하는 단체
을 회피하려는 회사의 꼼수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
협약에 서명하는 노동조합도 있다. 어느 날은 왜 민
지 묻는 말까지 다양한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
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에 앞장서느냐고 숨넘어가 는 목소리로 찾아와서 항의하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
야간까지 연장했었는데 새해가 되자 갑자기 5시간
면 어느 날은 장시간 노동에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
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자고 한다며 "나가라는 말
고 있다고 민주노총이 노동자에게 진정성 있는 운동
이지 이게 뭐냐"고 항변하는 식당 서빙 노동자, 울며
을 하고 있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겨자 먹기로 휴게시간을 늘리고 있는 경비노동자와
하지만, 우리 사업장을 민주적인 곳으로 바꿔보겠다,
택시노동자, 회사는 상여금을 기본급화하겠다고 하
이제 이렇게 마음대로 근무조건을 정하는 관행을 바
는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가 없다며 답답
꾸고 우리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보겠다며 노동조
해하는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정리해고를 해
합을 준비하는 노동자도 있다.
야겠다는 회사의 말에 속수무책인 어느 공단 노동자,
30
지금까지 공휴일은 모두 쉬고 있었는데, 이제 모두
최저임금 인상 이후 사용자들이 내놓는 꼼수와 노동
연차로 대체한다는데 어떻게 하냐는 노동자까지 최
자를 둘러싸고 있는 노동환경을 생각하면, 최저임금
저임금인상 이후 각 사업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꼼수
을 단지 얼마를 더 올리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어
들이 나타나고 있다.
떤 수당을 넣고 뺄 것인가의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된
그 와중에 회사의 편에 서서 상여금을 기본급화하거
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당 단가를 올리는 운동,
즉 최저임금을 올리는 운동과 함께 첫째, 어떻게 하
없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있다.
면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조건을 정하는 비민주적
임금의 단가만을 무한정 올릴 수는 없거니와 그것이
인 현장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사회보장시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많은 것을
템을 어떻게 확충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도 만들어
소유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아야만 삶이 제대로 설
가야 한다.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삶 대부분 시
현재의 법제도 하에서는 노동자의 쉴 권리는 너무나
간을 돈을 벌고 일을 하는 데 써버리기보다 적정한
쉽게 사용자에 의해 포기된다. 사용자는 연차수당을
수입에 여유롭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
임금 속에 포함해 휴가를 매수하거나 연차대체합의
보장시스템이 함께 개선돼 나가야 한다.
를 통해 노동자의 시기 지정권을 박탈하고 있다. 노 동자 또한 낮은 임금을 보충할 생각으로 휴가를 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을 둘러싼 여러 목소리는,
기보다 수당으로 받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자의
통상임금 논쟁에서부터, 조금은 미완의 모습을 갖
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쉴 권리는 너무나 쉽
췄던 주 40시간제 도입에서부터 시작되었던 노동자
게 포기하고 있다. 임금을 낮추기 위해 터무니없이
의 갈망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주 40
긴 휴게시간도 문제다. 장시간의 휴게시간은 노동자
시간제가 도입되고 사라졌던 월차휴가, 대신에 며칠
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다. 사업장에서 휴게시간이
더 늘려줬던 연차휴가는 연차대체 서면합의 속에 모
란 아무리 휴게공간이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휴일이라곤 주휴일과 노동
있다 해도 물리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휴게
절 밖에 없다는 법 논리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높은
시간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시간은 손쉽게 사용
의료비와 교육비, 차갑기 그지없는 사회보장시스템
자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속에서 까딱 잘못 했다가는 금방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삶을 조금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
통상임금이슈든, 최저임금이슈든, 문제가 생길 때마
이라도 불사했던 노동자들이 이제껏 현장을 버텨왔
다 사용자는 쉽게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있다. 불이익
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현
변경 시에는 노동자 과반의 집단적 동의가 있어야
장을 버텨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최저임금과 노동시
하지만, 대부분 노동자가 회사에 밉보일까 봐 혹은
간 논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운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 동의서에 서명을 해버리고 만
동이 최저임금을 얼마 더 올리고, 산입범위를 어떻
다. 용기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노동자도 있지만, 상
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노
담하러 온 노동자 중 대부분이 체념해버리거나 막을
동환경 전체를 바꾸는 운동의 출발점에 있게 했으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버린다. 노동조건을 정하는 건
한다.
회사이고 회사에는 막강한 인사권이 있으니 어쩔 수 31
특집 :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출퇴근 재해 산재인정이 넘어야 할 것들
홍이 회원
2018년 1월 1일 이전까지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
이상이 이미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고 있었
통수단(통근버스)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
다. 국내의 경우도 공무원, 교사, 군인은 이미 인
관리 아래서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너무 늦은
만 제한적으로 업무상 재해를 했었다. 그 결과 출
감이 있다.
퇴근 버스를 제공하지 않는 중소기업, 새벽에 출 근하는 청소 노동자, 건설 노동자, 대중교통이 다
현재 출퇴근재해(자동자, 대중교통, 도보 등)사고
니지 않는 사업장으로 출근하는 산림감시원 등 취
는 9만 4,000여 건으로 확인된다. 이전과 달리 앞
약 계층 노동자들은 산재를 인정받지 못해왔다.
으로는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이러한 차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리적인 이유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출퇴근 재해를 입는
가 없다며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위헌결
많은 노동자가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정을 내렸다.
취약 노동자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생계 위협에 직면하는 위기로부터 사회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이후 국회는 사업주의 지배
된다.
관리 상황과 관계없이 통상적인 출퇴근 재해도 산
32
재로 법안을 2017년 9월 28일 통과시켰다. 올해
이번 결정이 무척이나 반갑지만 고민되는 점도 있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이 법으로 인해 노동자들
다.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밖
은 대중교통, 도보, 자가용 등 교통수단에 관계없
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통상적인 경로상의 출
이 출퇴근 시 재해가 발생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퇴근인지 여부, 사적 행위인지 아닌지 여부, 제3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이제 시작이지만 독일, 프
자의 가해 행위에 의한 사고인지 여부 등 조사가
랑스, 일본 등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중 60%
필요하다. 즉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발생한
사고인지 확인하는 것보다 더 많은 조사와 시간
회사에서 각종 서류 및 처리를 다 해주는데, 산재
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출퇴
보험승인을 받기 위해선 재해 노동자가 산재 신
근재해 관련한 인력을 약 590명 증원한 것에 그
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출퇴근 경로에 대해
쳤다. 또한,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신규인력에
조사, 부정 수급 등의 사유는 없는지 공단의 조사
대한 교육과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하위 법령
등 여러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및 업무 프로세스 구축, 전산프로그램 개발 등이
으로 신속한 산재처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 든다.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 산재보험은 사회보장제도로 무과실 책임주의를
하는 것은 그 긍정성과는 별개로 여전히 준비가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 사업주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는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면서 퀵 서비스 노동자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가 개선되어야
와 같이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
한다.
종 중 본인의 주거지에 차고지를 두고 출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는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첫째, 영세사업장이나 5인 이하 또는 10인 이하
실질적으로 이들이 출퇴근 과정에서 사고가 잦
사업장의 산재보험요율을 일괄 요율로 적용해야
고,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인데 배제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세사업장 사업주는
당한 것이다. 이전 출퇴근 재해 적용 기준이 차별
산재보험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노동자에게 압
적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는데도 또다시
박을 가하거나 산재를 은폐할 수 있다. 산재보험
사회적으로 약자인 퀵 서비스 노동자를 배제하는
요율 제도를 보완하여 노동자 다수의 산재신청
것은 납득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이 영세사업주에게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고 사업 주도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산재신청을
출퇴근 재해 9만 4,000여건 중 7만 건이 교통사
독려하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고인데, 교통사고의 경우 요양 기간이 길지 않고 상대방과 위로금으로 합의하고 종결하는 경우가
둘째, 신속한 산재처리를 위해 신청서 제출 및 증
있다. 이를 산재처리 하는 것이 가능할지, 재해를
빙자료, 처리 절차, 조사 방법 등을 단순화하여 산
입은 노동자가 사업주 눈치를 보지 않고 산재신
재 노동자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지도 고민이 앞선
앞서 지적했듯 산재보험은 모든 일하는 노동자에
다.
게 평등하게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산 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써 반드시 우선해야 할 역
절차가 복잡한 것도 문제다. 현재는 만일 자동차
할이다.
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할 경우 신고만 하면 보험 33
특집 :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뇌심 업무상 질병 고시 개정안에 대해 - 2018 달라지는 노동안전보건 행정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
한국은 한해 약 310명의 노동자가 과로 때문에
시간을 기준 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밖에
산재로 사망한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근로시간 평가 기간의 규정, 최소 휴식시간을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산재심사를 통해 승인된
정하는 후방 규제, 근로시간 기록에 대한 규제,
노동자만을 말한다. 승인된 사례의 절반 정도
대기시간에 대한 규정 등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 사망하고, 승인율은 20% 내외인 것을 고려 하면 매년 최소 3,0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2003년부터 1주 근로시
의심되는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쓰러진다는 계
간을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평균 근로
산이 나온다.
시간 제한 없이 주 12시간의 연장 노동을 허용 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68시간
일하면서 과로하는 게 일상이고 죽도록 일하다
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근로기준법 59조
죽어 나가는 것이 너무 무덤덤하게 흐르는 사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의해 노사가
회. 하지만 과로사가 사회문제가 되는 국가는
합의하면,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다. 이 특례는
많지 않다. 과로에 대한 산재보상은 일본, 대만,
무려 43%의 종사자가 적용받는다.
한국 등 동아시아에 국한된 제도이다. ILO 국
34
제협약이나 EU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장시간
작년 말 노동부는 ‘뇌심혈관질환 산재 인정기
노동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준’ 고시를 개정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EU의 경우 ‘7일 평균 노동 시간이 시간 외 근
있고, 만성 과로의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할
로를 포함해 48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권고
때 과로기준시간에 노동자의 업무강도나 업무
하고 있고, 이에 따라 EU 국가들은 주 35~48
부담 가중요인을 반영하는 내용이 골자다.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
에 있어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하도록 하는
는 경우 업무 관련성이 증가하고, 업무 관련성
규정을 신설했으나, 현장마다 야간노동 스케줄
이 강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신설됐다. 가중
이 다른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엄격하다. 또
요인은 ①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②교대
한, 감시 단속 업무 및 이와 유사한 업무의 야간
제 업무 ③휴일이 부족한 업무 ④유해한 작업
근로 가산 적용 제외 또한 문제다. 마지막으로
환경 (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불규칙한 업무, 상시 지속
⑤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⑥시차가 큰 출장
적인 장시간 업무, 고온업무 등이 빠졌다.
이 잦은 업무 ⑦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이다. 한계지점이 있지만, 개정된 내용을 산재심의 과 단기간 육체적·정신적 과로를 유발한 업무 변
정에서 제대로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근로복
화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종의 근로자
지공단 차원에서 질병판정위원들의 보수교육
라도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에서 ‘해당 노동자
및 판정 시 개정사항 안내 과정을 민주노총 추
가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변경하는 등 진일
천 질병판정위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할
보한 지점이 있다.
계획이다. ‘뇌심혈관질환 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내용을 알리고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도 진
한계도 많다. 현행 1주 평균 60시간을 넘겨야
행할 것이다. 또한, 가맹산하 노동안전보건 활
만성 과로로 판단하는 기준은 그대로 남겼다.
동가들을 대상으로 변화된 산재제도 관련한 교
원칙적으로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는 것이 현
육에서 개정안을 다뤄 산재신청과 조사 및 대
재의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이다. 200여 년 전
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릴 것이다.
영국의 산업 혁명기에나 적용할 만한 규정이 개정안에 남아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적용
과로사에 대한 산재 인정 폭이 일부 확대된다
되는 <공무상 재해 인정기준>에서 뇌심질환의
고 해서 과로사가 저절로 줄진 않을 것이다. 과
인정 기준은 주당 52.5시간이다. 공무상 재해
로사를 멈추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과로에
보다 낮은 수준의 뇌심질환 인정기준은 출퇴근
의한 사망이 잦은 사업장은 중대 재해사업장의
재해도입처럼 또다시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다
근로감독에 따라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
분하다.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에
다. 보상만이 아니라, 과로사 예방을 위해 노동
대해 뇌심혈관계 질환 인정기준으로 명확히 해
부의 행정해석 변경, 59조 특례 폐기를 포함한
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개선도 필요하다.
또한, 야간근무(22:00~06:00) 업무시간 산정 35
특집 :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김재광 소장
출처 sbs 뉴스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더불어민주당
새 정부 들어 국민안전과 노동현장의 안전에 대
물론 새 정부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박
한 언급도 늘고, 이에 따른 일정한 변화가 일고
하게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
있다. 그러나 과거의 문제 있는 관행과 적폐를
다. 하지만, 이른바 ‘개혁 드라이브’가 현실 가능
일소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여
한 시기를 고려한다면, 법 제도의 정비뿐 아니라
전히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에는 미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는 것에 그리 연유
진한 법 제도가 온전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만만할 시기 또한 아닐 것이다.
입법적, 행정적 노력 역시 큰 진전을 보이지 않 기 때문이다.
그간의 문제는 법제도 문제뿐 아니라 행정기관 과 그 구성원의 태도도 분명 작용하고 있었기 때
36
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안전과 건강에 도
적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즉 그동안 근로
움이 되는 법 개정의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하며,
복지공단의 법 취지를 몰각하는 행태를 보여 왔
설혹 법 개정이 여타의 사정으로 여의치 않다고
음을 꾸짖고 있다.
하더라도, 고용노동부와 산하 관련 기관 등은 행 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함으로써 노
직업병을 법원의 태도와 같이 넉넉히 인정하는
동재해와 현장 안전과 건강 변화의 여건을 조성
것은 법 개정과 관계 없이 실행될 수 있다. 최근
해야 할 것이다. 2018년에는 입으로만 하는 개
‘뇌심혈관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의 변경은 충
혁이 아니라면, 적어도 다음의 행정적 변화가 있
분하지는 않지만 좋은 신호라는 점에서 긍정적
어야 한다.
이다. 긍정적 신호는 여러 직업병에 확대돼야 하 며 설사 희귀한 질병이라 하더라도 “발병원인이
직업병 인정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나 발생기전이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아
그간 재해를 당한 노동자에게 고용노동부와 근
니한 질병이므로, 발병률이 높은 질병, 발병원인
로복지공단은 믿음직한 언덕이 아니라, 넘어야
및 발생기전에 대하여 의학적으로 연구가 다수
할 산으로 군림하였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직업
이루어진 질병과 비교하여 상당인과관계에 대
병의 인정의 높은 문턱으로 인하여, 산업재보상
한 증명의 정도가 완화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
보험이라는 공적 사회안전망이 있음에도, 직업
다.”는 결론이 법원의 판결로 확인되는 것이 아
병 요양신청을 애초에 포기하거나, 많은 수가 신
니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관점으로
청과 심사 과정에서 좌절하고 고통 받아 왔다.
확고부동하게 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설립의 취지가 민망하게도 매년
한편, 현장에서 가장 흔한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적지 않은 흑자를 자랑하고 있다. 삼성직업병과
직업성 질환이 아니라는 분명한 반증이 없는 한
관련된 판결은 그간 제도의 취지가 얼마나 훼손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 그간 이 질환에 대한 까
됐는지를 다음과 보여주고 있다. “근로자의 업
다로운 인정 기준과 절차로 인해, 노동자들은 산
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함으로써
재보험에 의한 요양을 못 하거나, 아니면 치료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
시기를 놓치고 이로 인해 오히려 장기간 요양에
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와 손해로 인한 특수한
이르게 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회적 비용 낭
위험을 적절하게 분산시켜 공적 부조를 도모하
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자 하는 사회보험제도의 목적 및 사회 형평의 관념 등을 고려하여 그 인과관계의 유무를 규범
37
출처_민중의소리
노동자의 알 권리를 위해 싸우는 반올림
또한, 이로 인해 유해요인인 작업장의 개선도 미
다도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우선하여 보호하여
진하여, 동일 작업, 동일질환 반복 다발이라는
야 할 고용노동부와 그 산하 기관은 그동안 초지
악순환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골격계질
일관 기업의 편에 서서 법적의무인 측정결과마
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명백한 반증이 없는
저도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여,
한 인정되는 방향으로 변경하고, 질 높은 요양관
노동자의 알 권리와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로 인해 노동자의 고통의 시간을 연장하였던 것이 아닌가?
노동환경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바로 얼마 전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그리고
이것은 법이 개정되지 않아 발생한 불가피한 일
근로복지공단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판결이 있
이 아니다. 정부와 그 산하기관이 자신의 임무를
었다. 고용노동부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
방기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권리
유로 공개하지 않았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를 훼손한 것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환경을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것이
알고자 하는 것으로 방해하는 이러한 극악한 관
다. 판결은 “해당 정보가 삼성전자의 경영·영업
행은 일소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점에서
상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고, 해당 정보가 공개될
그 누구의, 그 무엇의 핑계도 될 수 없다. 각 사
경우 삼성전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
업장의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정보 이력이 공개되
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
어야 한다. 각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의 정보이
할 우려가 있는 개인 이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력이 공개되어야 한다.
을 공개하라”고 하였다. 노동자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어느 정부 기관보 38
고용노동부나 산하 기관은 언제나 인력난을 호
소한다. 이러한 주장은 분명 근거가 있다고 판
열어놓아야 한다. 관리감독 이후 개선조치에 대
단하고, 인력의 충원 역시 바라는 바이다. 그러
하여 사업주뿐 아니라, 노동조합 및 해당 작업
나 인력의 충원과 함께 현장의 안전과 건강을
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차확인을 해야 한다.
지킬 수 있는 자를 만드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우군이 현장의 노동자이며, 노동조
교차 점검에 의한 개선 효과 향상과 더불어 노
합이다.
동조합과 노동자의 책임감을 참여를 통해 향상 시킬 수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강조하는 위
사전적인 관리감독은 더욱더 조밀해져야 하며,
험성평가의 이념적 기초가 ‘작업자의 주체적 참
사후적인 개선 관리도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여를 통한 개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동자
아무리 인력을 충원한들 전체 사업장을 충실하
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은 두말할 필
게 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현
요가 없다.
장의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참여가 중요하다. 법 개정이 지체되더라도 그동안의 행정기관의 노동자의 ‘참여할 권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현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실적으로 노동자의 배제는 실효적인 사업장 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된 행정이 오히려 필요한
전보건체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을 고용노동
법 개정을 좀 더 쉽게 할 수는 여건을 조성할 수
부가 인식해야 한다. 관리감독 등등을 강화하더
있다. 적폐 청산의 출발은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라도 현장 노동자의 상시적 관찰과 감시 그리고
산하 기관이 자신의 반 노동자 행태를 반성하고
참여가 부족하면 그 목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일소하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예컨대 작은 사업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에서 지 역명예안전감독관 활동을 독려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지역의 명예안전감독관의 질 향상뿐 아니 라, 사업장 정보 파악과 출입 등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지역 노동조합과 안전보건단체의 협력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 속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지역명예안전감독관이 선임되어야 한 다. 노동조합이 조직된 단위 사업장의 경우 관 리감독에 있어 참관 내지 참가를 가능한 최대한 39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그때 그 군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최혜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2년차이다. 2017
기용제 노출 등에 의해 백혈병이 발병된 것 같
년 상반기에는 컨설트 환자를 볼 기회가 있었
다는 것이었다.
다. 컨설트란 병동에 입원한 다른 과 환자들이 직업환경의학과 진료를 원하는 경우, 찾아가
처음 그를 만나러 갔을 때는 백혈병에 관한 두
면담 및 진찰을 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그렇
꺼운 전공 서적을 읽고 있었다. 간단히 질병력
게 의뢰된 환자의 수는 많지 않았다. 또한, 대
과 직업력, 취미 등을 이어 물어보았고 그가 사
부분이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에 대한 업무 관
용했었던 여러 가지 도장 재료들의 성분이 무
련성을 의심하는 경우에 주치의를 통해서 의뢰
엇인지 물어 그 자료들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
해달라고 부탁해서 이뤄지는 경우였다.
는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직 공상을 신청 하지 않은 상태여서 걱정 반 기대 반인 모습이
컨설트를 통해서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
었다.
는데, 그중 한 명은 군인이었다. 30대 초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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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성이었고 2017년 5월 급성백혈병으로
본인은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공로를 인
진단받았으며, 본인이 맡았던 부대 내의 업무
정받아 국방신문에 이슈 인물로 선정되어 실
와 질병의 관련성에 대해 소견을 적어달라는
린 적도 있으며 표창도 여러 번 받았다며 자랑
의뢰였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부대에서 전
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공상 위원회에 병원 기
차 등의 모형을 제작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그
록과 업무 관련성을 서술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과정에서 환기나 보호구 지급 등은 이뤄지지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게끔 도와주겠다는 이
않았으며 꽤 오래 그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유
야기를 상사로부터 들은 차였다.
한편, 백혈병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장기간 추적
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 행해진 연구도 상대적
관찰해야 하기에 더 이상 군에서 근무할 수 없
으로 재정상태가 좋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 것
어서 아쉽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군이 그의 일
이었고, 이라크나 아프간전에 참전 후 발생한
들을 인정하고 그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수용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했다. 나도 그의 이
stress disorder)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고 싶었다. 그중에서 전쟁터 주변 주둔지에서 발생할 수 과연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퇴원 후 혈액 내
있는 분진의 종류와 폐질환에 대한 것이 그나
과 외래를 오가는 기록 사이에 직업환경의학과
마 내가 궁금해 하던 영역과 비슷하여 정리해
에도 두 번 방문한 기록이 있어서 확인해보았
발표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 내가 궁금해 했던
다. 교수님의 외래 기록에 따르면, 공상처리위
것은 군대에서 취급하는 전반적인 유해물질과
원회에서 그가 제출한 모든 자료를 반려해서
작업환경들, 그리고 군인들의 직업병 유병률이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있는
궁금했었는데, 당연하게도(?) 그런 좋은 자료
것 같았다.
는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면 전혀 그 방면의 연 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다소 막연한
처음에 그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모든 상황을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군
종합해보면 공상이 쉽게 인정될 것 같았지만
대 내의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와 그들의 건강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
상태와 함께 공상 심의 과정상의 합리성도 점
면 아직 이 방면의 일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탓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찾아 와 그런 상황에 대해 상담을 한다고 하면 무엇 을 말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으나 뾰족한 대안이나 해줄 수 있는 조치는 떠오르지 않았 다.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경험이 부족한 탓인 지 모르겠다.
이전에 군대와 같은 폐쇄적인 조직에서 보건 관리가 잘 되고 있을지 의문이 들어 세미나 주 제로 삼고 발표했던 기억이 있다. 국내 연구 41
노동시간에세이-과로자살 거둬내기
‘복지’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노동자, 사회복지사
천주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출처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광화문 1번가에서 정책 제안하는 사회복지사 몇 달 전, 문재인 정부의 정책 플랫폼이었던 <
돌봄 영역뿐만 아니라 학교, 의료 등 사회복지
광화문 1번가>에는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위
영역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
한 정책제안(“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해”)이 올
다.
라왔다. 제안 내용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이렇
42
다. 현재 사회복지 종사자는 연장근로가 가능한
이처럼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 보더라도, 사회복
특례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특례업종 분야
지사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인력난으로 과로
에서 제외하라는 것. 다음은 인건비 가이드라인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면하는 사
에 맞춰 표준임금을 지급하라는 것. 마지막으로
회복지사는 감정노동에 시달리거나 복지제도
에서 탈락한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등 정
규직과 다를 바 없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규직이라고 하면 안정된 고용형태라고 생각 한다.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 일을 할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
수 있고, 연차에 따라 임금도 상승해야 한다. 하
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
지만 사회복지사에게 정규직이란, 다른 의미였
한 법률>(2011년)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
다.
라 보건복지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3년마 다 한 번씩 실태조사를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정규직이긴한데, 사회복지는 정규직이 특별히 크게
이러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2013년 네 명
의미가 없는 게 워낙 위탁사업이 많아요. 그러다보
의 사회복지공무원이 잇따라 자살했다. 이들은
니까 위탁이 종결되면 사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
20~30대 사회복지공무원이었다.
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좀 있어요. 지금은 정규직이 라고 하지만 위탁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어요.
한 사회복지공무원의 유서를 통해 사유를 짐작
(...) 조건부 정규직? (웃음) 뭐라고 따로 붙이진 않
하건대, 그는 일터에서 비인격적인 대우, 직장
는데 저희는 정규직이라는 정체성은 없어요. (...) 평
내 위계적 관료문화, 업무 압박, 과로 등에 시
가가 연 단위로 이루어지고, 3년 단위로 법인 운영
달리고 있었다. 이들의 죽음 이후, 사회복지사
평가가 같이 이루어져요. 법인이 잘 운영하고 있는
의 처우에 관한 문제가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
지 평가해서 재위탁 심사에 들어가는 거죠. 탈락되
으나 여전히 현장의 사회복지사는 제도 개선을
면 더 운영할 수 없어요. 이게 사실 사회복지사업에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이걸 민간위탁이라
되는 걸까?
고 하거든요? 그래서 아웃소싱 같은 거.
나는 아웃소싱 직원입니까?
우리 씨의 고용구조를 보면, 교육청에 소속되어
고우리(가명, 35세) 씨는 7년 차 사회복지사다.
있으면서 교육복지센터에서 일한다. 상세하게
그녀는 현재 지역사회교육 전문가로 교육복지
말하면, 교육청에서 법인에 위탁하고, 위탁업체
센터에서 일한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
에서 우리 씨를 고용한 것이다. 하지만 임금과
공했고,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현재 우
업무규칙은 교육청에서 받는다. 사회복지사는
리 씨가 일하는 곳은 세 번째 일터이다. 사회복
취직하더라도 2~3년마다 기관의 위탁 기간에
지사로서 그녀의 이력을 보면, 2~3년 단위로 일
따라 불안정한 고용을 경험한다.
터가 바뀌었다.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지만, 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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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씨뿐만 아니라, 시설 사회복지사들 또한
과로의 다른 언어들
지자체에서 법인에 위탁을 주면, 그 위탁업체에
: '페이퍼를 위한 페이퍼', '깔때기',
서 사회복지사를 고용하여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양심 없는' 사회복지사
우리 씨가 자신을 “정규직”이라고 생각하기보
운영비가 부족하고 프로그램을 늘려야 하는 상
다 “아웃소싱”에 채용된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황에서, 사회복지사는 본인 업무 외에 외부 사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다.
업을 지원해서 운영비를 마련한다. 외부 사업의 경우 10원을 쓰더라도 기록하고 보고서를 작성
사회복지 분야에서 불안정한 노동 구조의 골자
하기 때문에 “페이퍼를 위한 페이퍼” 작업으로
가 되는 것은 우리 씨가 말한 것처럼 “위탁사
인해 야근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
업”구조이다. 사회복지사는 개인의 업무 실적
게 일은 추가되고, 그것이 곧 조직의 실적으로
이나 만족도에 따라 평가받는 대신, 기관의 평
쌓인다.
가를 위해 일한다. 그로 인해 사회복지사는 자 신과 기관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높다. 자신의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은어 중 하나
고용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3년마다 행
는 ‘복지 깔때기’이다.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는
해지는 기관평가에서 기관이 좋은 점수를 받아
민원에 ‘복지’만 들어가도 사회복지담당 공무
야 위탁이 갱신되고, 사회복지사의 고용은 연장
원에게 업무가 몰리고, 사회복지사들은 하나의
된다.
일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자신에게 끊 임없이 생기기 때문에 “깔때기”라는 말을 쓴다.
어느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업무가 “(위탁)평가 를 위한 평가”에 따라 배치되고, 연중 프로그램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이유리(가명, 26세)
이나 행사 또한 최대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한
씨는 자신의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이라
방식으로 조직된다고 했다. 프로그램 이용자의
고 표현했다. 지역아동센터에는 센터장과 본인
수,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 등은 전년도보
만 일한다. 그러니 토요일에도 프로그램이 있
다 절대 내려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설이 독
으면 외근해야 하고, 휴가는 엄두조차 못 낸다.
립적인 재정구조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
자신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관은 평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평가에서 높
사회복지사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프로그램과 더 많은 이용자가 필요하다. 또 다른 경우는 주말에 외부 행사에 참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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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대체휴일을 쓸 수 없다. 이런 시간은
사회복지사가 각각 다른 임금을 받는 이유는
‘(담당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기
2005년 지방분권화 정책으로 복지시설 운영비
는 관행 때문에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책임은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지자체에
때문이다.
서는 법인에 사회복지 사업을 위탁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운영비에서 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사
면접에서 “야근이 많은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회복지사는 자신이 속한 지자체와 법인에 따라
질문을 받는 건 기본이고, 계약서를 쓸 때 추가
각각 다른 임금을 받게 된다.
근무나 당직을 하더라도 추가수당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서명을 한 사람도 있었다. 지
김가람(가명, 26세) 씨는 지난해 인턴 2년을 마
자체의 지원을 받는 곳은 야근이나 주말에 일
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임금이 인상됐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기록하지 못하게 만들거
다. 그녀는 월 195만 원을 받는다. 임금은 기본
나 휴가를 요구해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 178만 원(복지관)+5만 원(재단)+12만 원(지
거절한다.
자체 사회복지종사자 특별수당)으로 구성된다. 가람 씨가 있는 곳은 되도록 <인건비 가이드라
임금을 많이 줄 수 없다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인>에 맞춰 지급하려고 하지만, 계약직과 정규
것이 상식이지만, 돈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
직 사이에 임금 차이는 큰 편이라고 했다.
한다. 따라서 노동자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곧 ‘양심 없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고, 추가
한편, 이유리(가명, 26세) 씨는 임금이 기본급
노동은 사회복지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
150만 원(센터)+20만 원(지자체 사회복지종사
로 장려된다.
자 특별수당)으로 구성된다. 두 사람은 같은 학 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지만, 현재 다른 지
‘헌신’과 ‘후원’을 강요당하는 사회복지사
역, 다른 기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다시 우리 씨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녀의 한
제공하는 특별수당이 차이가 난다. 또한 재정이
달 임금은 190만 원 정도이다. 7년 차 사회복지
튼튼한 시설의 경우, 사회복지종사자에게 임금
사 임금이 190만 원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그
을 줄 수 있지만 영세한 시설(아동, 장애인 등)
래도 자신은 낮은 편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 씨
이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보다
는 교육청에서 임금을 받기 때문에 그나마 급
낮은 임금을 받았다.
여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복지 사가 더 많다고 했다.
이처럼 저임금 구조가 지속되는 데는 사회복지 사업의 재정구조도 문제이지만, 다른 한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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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마이너 신문
희생과 헌신 강요하는 사회를 꼬집은 사회복지사
회복지사를 “봉사자”나 “헌신”을 해야 하는 사
유리 씨는 세금과 후원금을 제외하고 한 달에
람으로 인식하여 임금 인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140만 원을 받으며, 그 금액으로 생계비를 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관리자나 후원자들에 의해
결한다고 했다. 당장은 부모님 집에 머물기 때
지속되기도 한다.
문에 주거비가 들지 않지만, 독립을 생각하는 상황에서 낮은 임금은 독립을 주저하는 요인이
한 사회복지사는 주변에서 “사회복지사는 그래
된다고 했다.
야(가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거나, “후원금으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 데 쓰라고 했
사회복지사는 경력이 있더라도, 경력에 따른 보
지, 너희들 주려고 하는 거 아니다”는 말을 들
상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20대
으면 속상하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도 노동하는
~30대 사회복지사는 빠른 이직을 고민한다. 미
사람이지만, 그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사
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둘이
회복지사로서 일의 가치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결혼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는 자조 섞인
더 나아가 인터뷰에서 만난 네 명의 사회복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사는 낮은 임금에도 자신이 일하는 곳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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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내고 있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냈다기보
사회복지사는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기거나, 부
다, “암묵적으로 대부분 후원을 하는” 문화 때
양가족이 생길 때를 대비하기 어려운 경제적 조
문에 월 10만 원씩 후원하고 있었다. 일하는 곳
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환은 개별 사회복지
외에도 다른 곳에 기부를 강요당하는 일이 왕
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사업의 생태계가
왕 있다.
얼마나 불안정하게 재생산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과로자살의 문턱에서
따라서 “사회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하다”라는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역할과 그들이 있는 현장
목소리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사회복지사
을 떠올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착한 사람’ 혹은
가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살지만 정작 자신의 복
‘선의, 희생, 봉사’를 떠올린다. 타인을 위하는
지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환경조차 제공받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배려하고, 이타적이고,
지 못하는 삶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가 사회복
헌신적으로 사명감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
지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의 복지 또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이래야한다’는 관
한 함께 갈 수 있다.
념이 오히려 사회복지사의 노동을 더욱 열악하 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다시 말해, 희생과 헌신 을 강요하는 문화가 사회복지사를 노동자의 관 점에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든다.
타인의 복지를 위해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일 하는 사람에게 사회에 헌신하고 감내하고, 희생 해야 한다는 노동윤리와 규율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사의 과로 노동은 위탁구조라는 한 축과 동시에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문화 가 만나 지속되고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이로운 일을 한다고 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감정노 동 등으로 이어질 이유는 없다.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갈수록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은 확대되고, 기존 의 자원으로 사회복지 정책이나 제도를 운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면, 여 기서 발행하는 비용은 모두 사회복지사 개인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것 은 사회적 비용을 사회복지사에게 전가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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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상식 집에서도 통증 잡기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6)
무릎 통증, 발을 헛딛은 후 무릎 펴는 게 힘들어요! 정경희 선전위원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 물리치료사
"계단을 내려오다 마지막에서 발을 헛디뎠는데 그 후로 다리를 구부리려 할 때마다 통증이 심해요." 다리 를 조금 절면서 들어오신 50대 여성을 침대에 걸터앉게 한 후 저항을 주면서 스스로 무릎을 구부리게 했다. 운동 초반부터 통증을 호소했다. 아무래도 넙다리두갈래근 정지부 가까이에 손상이 있어 보였다. 일반물리 치료와 체외충격파로 치료한 뒤 보행 시 스트레스를 감소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키네지오 테이핑 을 했다. 이번호에는 무릎을 구부릴 때 작용하는 넙다리네갈래근, 안쪽으로 회전을 주로하고 구부릴 때도 작용하는 넙다리근막긴장근, 무릎을 펼 때 작용하는 넙다리두갈래근의 테이핑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1. 무릎을 구부릴 때 주로 작용하는 넙다리네갈래근 ① 환자는 누운 상 태에서 무릎을 45 도로 구부린다.
넙다리네갈래근 ② 넙다리가 시작 되는 지점에서 무 릎 안쪽까지 길이 를 잰 테이프를 준 비한 후, 넙다리 시 작지점부터 무릎 안쪽까지 그림과 같이 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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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②번 부착한 테 이프가 굴곡되는 지점부터 무릎 바 깥쪽까지 잰 테이 프를 준비한 후, 굴 곡지점부터 무릎 바깥쪽까지 그림과 같이 부착한다.
2. 안쪽으로 회전을 주로하고 구부릴 때도 작용하는 넙다리근막긴장근
① 환자는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앞 쪽 골반 시작부터 무릎 바깥쪽까지 길이를 잰 테이프를 준비한 후, 골반 시작부분부터 부착한다.
② 넙다리를 따라서 무릎 바깥쪽까 지 그림과 같이 부착한다. 넙다리근막긴장근
3. 무릎을 펼 때 작용하는 넙다리두갈래근
① 환자는 엎드린 상태에서 넙다리 시작 부분부터 오금까지 길이를 잰 테이프를 준비하여 1/3을 두 갈래로 나눠준다. 그리고 엉덩이 바로 아래부 터 붙여있는 테이프를 부착하기 시작 한다.
② 두 갈래로 나눈 테이프를 한쪽은 무릎 안쪽에, 다른쪽은 무릎 바깥쪽 에 부착한다. 넙다리두갈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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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동네 책방 여행하기
콜라비 선전위원
지난해 봄, 통영 여행을 다녀왔다. 전혁림미술관
그 후 다른 지역에 갈 때마다 습관처럼 작은 책
을 찾아가다가 미술관 옆의 책방을 발견하고 반
방을 찾았다. 지난 가을 경주 여행에서는 그림
가운 마음에 들어가 봤다. 네댓 평쯤 될까 싶은
책 서점 '소소밀밀'에서 그림책을 들춰보며 낄
작은 공간에 제법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놓여있
낄거렸고, 제주에 갔을 땐 동문시장 부근의 '라
었다. 내가 관심 두고 있던 책들이 여러 권 있어
이킷'에 들러 제주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
서 책방 주인의 관심사가 나랑 꽤 비슷하다는
루는 계간지를 샀다. 올겨울 춘천에서 들렀던 '
느낌이 들었다. 책방 운영자의 취향대로 고르고
서툰책방‘은 주인장이 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고른 책들만을 들였을 터였다. 노동시간센터에
손글씨로 적어 여러 책에 꽂아둔 걸 보는 재미
서 낸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가 쏠쏠한 곳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 집 부근에
가 눈에 띄어 반갑기도 했다. 계산대 옆에는 통
도 그런 작은 책방이 몇 군데 있었다. 그런 책방
영과 관련된 책과 굿즈가 진열되어 있었다. 유
들이 도시 곳곳에 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심히 살펴보다 통영을 사랑했던 예술인들의 캐 리커처가 그려진 엽서세트를 골랐다. 게다가 그
어린 시절 학교 부근엔 적당한 규모의 서점이
지역 출판사에서 제작했다고 하니 통영여행 기
꼭 한군데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
념품으로 정말 딱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통
인가 ‘서점에 가는 것’은 번화가에 있는 대형 서
영 여행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점에 가는 걸 의미하게 됐다.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책을 사기 위해 굳이 서점에 갈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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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없어졌다. 클릭 몇 번이면 오프라인보다
하는 마음들이 그곳을 향해 모여들었을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책을 받을 수 있게 됐
그때와는 조금 다르지만, 지금은 삶의 변화와
으니까.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작은 동네 책방으로 모 여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예전
하지만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책장 사이를
의 사회과학 서점보다 훨씬 다양하고 재미난 책
누비며 다양한 책들을 둘러보고 들춰보기도 하
방들이 많다. 그런 책방들이 대학가는 물론 여
는 것,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을 우연히 만나게
러 지역의 곳곳에서 문을 연다(심지어 도저히
되는 것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다. 온라인 서점
책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주택가에도!). 물론
이 아무리 편리한들 이런 즐거움을 줄 수는 없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고 해도 책 한 권을 읽고
다. 게다가 최근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작은 책
삶이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좋
방들은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저마다
은 책들을 즐겁게 읽다 보면 좀 더 나은 삶을 선
고유의 분위기를 갖고 있어 더욱 즐겁다. 대개
택할 수 있는 힘이, 그런 가능성이 나이테처럼
물리적 공간이 제한적이라 선택받은 책들만 책
쌓일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 개인이 많아질
방에 진열된다. 이른바 ‘북 큐레이션’을 통해 책
수록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방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다. 독립출판물을 주
거라고도 믿는다. 집에서 머지 않은 곳에서, 여
로 다루는 책방이나 문학, 시집 중심의 서점도
행차 간 소도시의 어느 길목에서 책과 직접 만
있고, 여행, 예술, 동물, 심리 등의 주제로 특화
날 수 있는 사회라면 그래도 희망을 품어볼 수
된 곳도 있다. 대형 서점의 획일적인 책장과 매
있지 않을까.
대와는 다른 진열 방식과 공간 구성으로 개성과 취향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작지만 개성있는 책방들이 오랫동 안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따금
이런 작은 책방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기
내가 좋아하는 동네 책방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도 한다. 독서모임이나 낭독회, 작은 콘서트가
산다. 인터넷서점보다 살짝 더 비싼 정가로 사
이뤄지거나 다양한 클래스가 열리기도 한다. 단
야하지만, 그만큼 더 행복해지는 것 같은 느낌
순히 책을 파는 공간에서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
이 든다.
을 끌어들이고 연결하는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 는 것 같다.
덧.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노동안전보건 관련 책 을 주로 다루는 작은 책방의 주인이 되는 상상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엔 대학가에 사
을 해봤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런데 잘 안
회과학 서점이 하나쯤 있었다. 세상을 바꾸고자
팔릴 것 같다.(-_-) 51
발칙 건강한 책방
평등한 사회에서는 가난해도 병들지 않는다 〈건강격차〉 마이클 마멋 지음, 김승진 옮김, 2017
정경희 선전위원 출처_동녘
사회적 여건으로 발병한 질병의 해결은 공적으로 이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물질적 여건과 삶에 대
루어져야 한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합당한 말을 접한
한 통제력을 가지느냐 마느냐의 심리사회적 역량에
지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이를 뒷받침할만한 현실
대해 최근 사회적 관심과 연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의 이야기들은 넘쳐났기 때문에 구태여 축적된 근거
특이한 것은 자신과 지역공동체, 그리고 나라를 위해
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건강격차〉를 읽고서
목소리를 내는 정치적 차원의 역량 또한 건강형평성
얼마나 막연한 관념에 머물렀는지 깨닫는다. 정신과
을 향상시키는 요소라고 말한다. 부정부패를 척결하
의사가 되려 했던 마멋은 질병의 원인인 사회적 요인
고 민주적인 사회를 위해 들었던 촛불의 정치적 행위
을 연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에게는 계시와
를 건강형평성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마멋의 통찰력
도 같았던 역학을 접하게 된다. 수많은 국가 간, 지역
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간, 세대 간, 젠더 사이의 선을 넘나들며 쌓아온 실증 적 근거들을 〈건강격차〉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 독
영유아기의 경험이 성인기의 건강에
자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가고 있었다.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 인생의 출발선은 영유아기를 말한다. 이 시점의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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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의 박탈을 해소해야 건강형평성은 향
이나 경험은 생애에 걸쳐 이익과 불이익이 누적되면
상된다
서 건강의 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어느 한 시점이나
시기에 발생한 사건이 오래도록 영향을 남길 수 있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는 방문간호 역할까지 했던 소
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에 건강한 성장발달을 갖지
방관, 건강형평성을 위한 스웨덴 위원회, 영국 많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부적절한 양육일까? 빈곤
지역의 건강과 후생위원회, 시민단체, 국제기구, 보
일까? 마멋에 따르면 빈곤은 중요하나 동일한 빈곤
건전문가가 건강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최고의 시간
수준에서 아동발달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은 지역이
을 보내고 있다.
있음을 도표로 제시한다. 그리고 지역에서 영유아기
반면,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치적
성장발달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접근 가능한 양
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시간이기도 하다.
육프로그램 같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 빈곤과 발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너무 낮아서 기본적인
달 부진 사이의 관련을 끊을 수 있음을 제시한다.
것조차 구매할 수 없을 때, 그들의 삶과 나머지 사람 들의 삶의 격차는 특히나 강도가 높다. 개인소득 자
교육은 아동 생존율, 낮은 출산율 건강과
료만으로는 교육, 의료, 사회시설, 환경적 지원 같은
보호, 나라의 발전에 좋다
공공서비스의 역할을 잡아낼 수 없다.」
여러 장 중에서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엄마로서 매우
권력·돈·자원의 불평등에 대해 우리는 분노해야 하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엄마가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고, 이 분노의 흐름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쪽으
아동 생존율이 높고 출산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교
로 방향이 잡혀야 한다고 마멋은 말한다. 그리고 좋
육의 결과는 취업에 영향을 미치고, 좋은 생활습관을
은 사회의 척도로 건강과 건강 형평성을 이용하자고
선택할 여력을 가질 수 있으므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
제안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내가 사는 지역
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은
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계획해 봐야겠다.
배우자의 폭력에서 자신을 지킬 가능성도 커진다. 모 든 나라에서 교육성과는 가정배경, 사회경제적 조건, 학교에 따라 사회경제적 경사면 기울기의 차이가 있 다. 교육에서 성별 불평등은 사회에서의 성별 불평등 을 반영하는데 이것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는 좋은 소식도 마멋은 전해 주었다.
희망을 조직하는 사회 마지막 장에서 마멋은 〈공정한 사회, 건강한 삶〉을 읽고서 실천하여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킨 사례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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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法
2018년 달라지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2012년 서울도시철도 기관사의 자살 사건을 대
그 사이 위원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리하면서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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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하게 되었다. 위원장은 40분 가까이 공
근로복지공단은 “가급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
격적인 질문을 쏟아내었다. A4용지 몇 페이지
지 않을 수 있도록 하라. 인정률을 낮춰라”는 태
를 넘기며 대리인에게 “왜 이 사건이 업무상 재
도를 취한 것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실제로 5년
해가 아닌지”, “대리인과 유족의 주장은 과도한
전의 일이다. 내 생각으로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
법에 의해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 재해자와
한 과정으로 비춰졌다. 마치 범죄 사실의 진위
대리인을 취조하듯이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았
를 밝히고자 하는 태도를 취하며 나를 몰아붙
다. 엄격한 재해 인정 기준의 탓도 있었겠지만,
였다. 질판위의 다른 심의위원들은 그냥 가만히
무엇보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행정업무를 담당
지켜보고만 있었다. 견디다 못해 “목이 막혀 말
하는 기관이 설립 취지를 망각하고 굳건한 장벽
을 못 하겠네. 물 좀 갖다 주세요. 사람이 말을
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근로복
하는데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 잠시 숨 좀 돌리
지공단의 행정처리를 접하며 많은 변화가 느껴
고 합시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40여 분
진다. 비교적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업무상 재해
이 흐리고 질판위를 나서면서 노동조합 관계자
인정 여부를 결정하고, 재해자가 제대로 된 치
들에게 처음 꺼낸 말이 “집회부터 박읍시다”였
료를 받고 조속하게 사업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다. 참혹했고, 암담했다. 결국, 사건은 행정소송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모
을 통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나중에 그
습을 실감하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2018
를 다시 만나게 될 때 “내 말이 맞지”라고 확인
년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및 행정처리 과정에
하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많은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로 주목할 것은 요양신청, 유족급여 청
라고 규정하고,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
구 등 신청 서식에서 ‘사업주 날인’이 사라진 것
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
이다. 사업주가 날인을 거부하더라도 날인 거부
상 재해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실무
또는 미비 사유서 등을 첨부하여 제출하면 되었
적으로는 주거, 취업 장소, 통상적인 경로, 출퇴
지만, 의료기관에서 사업주 날인이 없다고 소견
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 없이 출퇴근 중 발생
서 작성을 거부하거나 사업주 날인이 없는 경우
한 사고 등 판단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만약
산재 신청이 안 되는 것으로 오인하여 신청이
출근 후 힘겨운 노동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일상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부작용이 상당히 많았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
때로는 사업주가 날인을 찍어준다는 명분으로
고 통상적인 경로로 귀가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위법적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노동자
인 합의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근
의 일상생활 영역까지 노동법률의 보장이 확대
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 여부에 대한 판단
되었다는 점에서 반길만하다.
을 받기까지 불필요한 갈등과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의 업무상
또한, 업무상 만성 과로 인정 기준을 다소 완화
재해 신청에 제약 요소로 작용하였던 사업주 날
하여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60시간(발
인을 폐지한 것은 어쩌면 근로복지공단이 문턱
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을 없앤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경우 인정기준은 유지하고, 발병 전 12주 동안 1 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두 번째로 “출근부터 퇴근까지 언제 어디서나
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
산재보상이 함께 합니다”라는 근로복지공단의
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업무부담 가
캠페인 광고를 보았을 것이다. 출퇴근 재해 인
중요인으로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경우, 교대
정기준이 변경되었다. 공무원, 교사, 군인과 달
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
리 노동자는 사업주가 제공한 출퇴근 차량을 이
(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육체
용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중
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
발생한 경우만 업무상 재해로 제한적으로 인정
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 종합적인 판단의
되었다.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를 엄격하게 판
기준을 제시하였다. 업무 관련성에 대한 보다
단하였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는 취지로 읽혀진다. 이
치 판결을 내렸다. 그 후 법률 개정이 미뤄지다
러한 제도가 현실에 안착되어 재해를 당한 노동
가 2018. 1. 1.부터 “‘출퇴근’이란 취업과 관련
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일상생활을 영위하
하여 주거와 취업 장소 사이의 이동 또는 한 작
는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업 장소에서 다른 작업장소로 이동을 말한다” 55
이러쿵저러쿵
몫 없는 사람들의 몫 소리 자리를 찾다 - 페미니스트 북카페 femm를 열며
홍코알라 회원
참 오랜 시간이 흘렀다. 성폭력 문제로부터 시작된
이곳을 와보고 생각보다 공간이 커서 막막한 마음을
여성의 몫 찾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그때, 아직
안고 돌아오던 그 날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공간
우리들은 젊었고 활동적이었고 무엇인가를 쫓아 움
이 커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했고 더 많은 것들을 채
직이고 있었다. 조직이라는 틀보다는 더 수평적인 형
워 넣어야 한다는 것도 덩달아 갑작스러운 일이 되었
태와 권력의 평등함을 상상하며 우리들은 하나둘 모
다. 오래 책을 함께 해 왔으나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여들었다.
각자의 삶으로 스며들어 따로따로 살아가던 우리들 은 막상 머리를 맞대고 보니 다른 상상을 하고 있기
어느새 몇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에 갇히
도 했다.
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이를 둘러업고 수원과 용산 을 오가며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하
그렇지만 몫 없는 사람들의 몫 찾는 자리를 만들겠다
기에도 벅찬 우리들이었지만 더 많은 활동으로 나아
는 생각 하나만큼은 모두 이견이 없었고 그 공간을
가지 못하는 점을 답답해하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든 만들어 낼 방법을 찾았다. 철거하고 도움
모임을 그만둘까 말까 하는 이야기를 여러 번 나누면
을 주겠다는 사람들도 생겨 오래 방치되어 있던 공간
서 여기까지 왔다. 그간 여성대회, 반성폭력 교육 등
에 페인트칠을 해주겠다는 사람이 나왔다. 책장을 근
등 몇몇 사안에 대해 연대라든지 소소한 활동이 없었
사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사람도 만났다. 짧아서 쓸 수
던 것은 아니었지만 안산시 사동에 또아리를 틀게 되
없던 수도배관도 보이지 않는 껌껌한 공간을 뚫고 애
었던 결정적인 사건은 생각보다 갑자기 진행되었다.
써 이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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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어디서 다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현아 언니
만들고 컵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데는 명선이가 나
는 자신의 30년 세월이 묵은 몇백 권의 책을 모두나
섰다. 정말 재주가 눈부시게 많은 친구다.
내놓았다. 우리들 몇몇도 가지고 있는 책을 꺼내왔고
드디어 책방 이야기가 나오고 일 년 즈음이 흘러 페
아이들 책도 가져왔다. 책과 또 책장들을 보내오는
미니스트 북카페 ‘femm’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어
친구들이 생겼다. 내부 공사 후 조금씩 틀어진 구석
가장 좋았던 점은 오픈식 날 그리웠던 많은 이들을
구석 시간 내 들러 툭 고쳐주고 가는 건설노조 친구
만날 수 있게 되었던 점이다. 그리웠던 많은 이들 대
도 왔다 갔다. 페인트칠을 도와주고 넉넉지 않은 돈
부분은 우리가 처음 함께 몫소리를 만들었던 사람들
으로 공간을 수리하는 데에는 발 넓은 상드의 역할이
이기도 하다. 몫소리는 ‘자리’를 찾음으로써 다시 처
컸다.
음으로 십여 년 절여진 묵은지가 되어 돌아왔다.
공간이 넓으니 반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만
묵은지가 된 우리들은 이곳에서 강좌도 열고 새 책도
들자고 했다. 커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바를 만들어
만나고 새로운 이슈와 영페미니스트들도 만나고 동
주고 가시는 분도 있었다. 우리들이 거리가 멀어 챙
네 주민들도 만나며 다양하게 조리될 것이다. 각자가
길 수 없는 택배를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교회에서 챙
어떤 페미니스트의 모습으로 femm에서 활동해갈지
겨주시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일을 시작하게 된 데
우리들 서로도 아직 다 모른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
에는 흔쾌히 이 공간을 써도 좋다고 한 우리 모임의
하고 끌어내야 하고 이 공간에 맞게 내 생각과 내 삶
든든한 후원자(?)를 둔 덕이기도 하다.
을 일치해가려고 애쓰며 살 것 같다. ‘femm’은 그런 공간이다. 누구든 안산시 사동을 들리면 한 번씩 들
돈이 없어 할 수 없던 내부공사는 종희가 경기도 따
려보시라.
복 사업에 지원하여 만들어 온 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공사 중에는 우리들이 돌아가며 들렸고 간식
아직은 빈 구석이 많은 ‘femm’에 오셔서 이제부터
을 챙겼다. 장사에 1도 경험이 없는데 사업자등록을
채워가자고 아무것도 없는 우리들이 이 공간을 만들
하고 관과의 문제니 소소한 공사 중의 문젠를 이번엔
어 온 것처럼 그것이 무엇이든 여러분들과 함께 페미
쥬드가 나서 꼼꼼히 챙겨주었다. ‘femm’ 이름을 짓
니즘을 그리고 다른 세상을 열망해 보고 싶다.
고 기계를 사오고 직접 배관을 하고 직접 스티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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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지난 1월 24일 20시 22분경,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 있는 (주)에이치케이테크의 30살의 젊은 노동자가 설비정비작업을 하던 중 프 레스 압착 사고로 인해 생명을 잃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조치들만 지켜졌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이며,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 사업주가 사고를 신고했음에도 이를 접수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1월 25일 9시경엔 사업주의 신고를 접수 받았지만, 사망사고에 대해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무책임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의 행태를 알리고자 한노보연 당장멈춰팀이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와 공동으로 카드뉴스를 만들었 습니다. 카드뉴스 전문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99010
지난 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2018 현장연구나눔마당'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은 ‘한국의 노 동시간 관련 기준, 어디쯤 와 있나’라는 주제로 한국의 노동시간 관련 기준 실태를 외국 기준과 비교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 다. 연구 결과 한국은 근로기준법상 무제한 연장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간 특례, 제외업종과 휴일/연장근로 수당 중복할증 문제 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노동시간 규제나 노동자 건강권을 우선하지 못하는 현실임을 꼬집었습니다. 연구진은 우리도 주 단위 노동시간을 규제하거나, 법정 휴일 노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야간노동을 제한하는 등 유럽 국가의 법과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더 자세한 현장연구나눔마당 연구 결과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kilsh.tistory.com/1395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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