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59호 2017년 4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누구를,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인가? 투쟁하는 노동자 잡는 손배가압류에 우리 함께 손잡고 희망을!
독자에게
미세먼지 같은 정치를 보면서 드는 자괴감 어느덧 박근혜는 전 대통령이 되고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 봄엔 이른바 장미 대선이 열립니다. 원 내 5개 정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진 지금, 대세라 불리는 분은 촛불을 ‘위대한 혁명’이라고 칭하며 적 폐 청산과 박근혜 없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세라 불리는 이분 역시 이 사회에서 청산되어야 할 적폐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가 실세로 있었던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한 정부는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약속을 뒤로하고 노동자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정권이 끝난 뒤에 그는 여전히 힘이 있 었지만,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외면했고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사드 배치 문제 등 주요한 정치 문제 에서도 적폐 세력과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였습니다.
물론 이분만 문제는 아니겠죠. 인양된 세월호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당원의 대표 대선 후보, 단순 교통사고인 세월호를 가지고 계속 들먹인다며 종북좌파세력 척결을 외치는 대선 후보 등등. 미세먼 지처럼 답답하고 탁한 이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자니 ‘우리가 이런 사람을 대통령 만들려고 촛불 을 든 게 아닌데’라는 자괴감이 들게 합니다.
촛불을 들었던 우리는 표를 구걸하기 위해 달콤한 말을 내뱉고 상대방을 헐뜯는 정치를 원하지 않습 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안녕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를 원합니다. 그래 서 <일터>도 이른바 장미 대선 이후에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이 사회가 어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을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각 대선 후보, 이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3
차례
특집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대선후보들에게 노동자 건강권 정책을 묻는 다. 하루에도 대여섯 명씩 일하다 죽는 이 사 회에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다음 정책에 대한 귀 후보의 의견은 무엇인가? 대선 후보 뿐 아니 라,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표지_이기화
4
28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방안을 내놓으라
30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14
36 1
독자에게 38
2
차례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대한민국 잔혹사,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실습생의 죽음
8
동향체크 산재요양 처리하며 만난 노동 현장 적폐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일하다 걸리는 폐병은 쌍팔년도 얘기 아닌가요?
40
노동시간_기획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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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학교가 위험하다!
12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44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산업안전보건 국제적 기준과 한국 현황 비교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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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행복을 사세요!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우기 5
48
발칙X건강한 책방 광부들의 삶에 대하여
14
현장의 목소리 투쟁하는 노동자 잡는 손배가압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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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법상 허울뿐인 사업주의 조력 의무
우리 함께 손잡고 희망을!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52
연구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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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이러쿵저러쿵 물고기를 키운다는 것
“선생님, 안녕하세요?” 26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늑장 인양” 후 “졸속 인양”
‘건설노동자’라고 불러 주세요 22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5
노동안전건강뉴스
미국 산업안전보건 연구원(NIOSH) 청년 노동자를 위한 '안전보건 8대 핵심역량' 제시 정리 콜라비 선전위원 미국 25세 미만 청년 노동자의 직무 관련 재해
- 노동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율이 평균 대비 약 2배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리와 자신과 동료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인식
조기 안전보건 기초 교육·훈련의 중요성에 대한
7.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재원
인식이 확산되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 연구원
확보
(NIOSH)에서는 청년 노동자에게 직무와 관련
8. 노동자가 안전보건에 관해 의사소통할 수 있
된 안전보건 기초교육이 적기에 제공될 수 있도
는 방법을 제시
록 '안전보건 8대 핵심역량(The NIOSH 8 Core
-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경우, 문제를 제기하거
Competencies)' 프로그램을 수립하였다.
나 보고하는 체계 등
미국 산업안전보건 연구원(NIOSH)이 제시한 '
미국 산업안전보건 연구원(NIOSH) 연구자들은
안전보건 8대 핵심역량'은 다음과 같다.
교사·교육 당국과 협력하여 '안전보건 8대 핵심 역량' 프로그램을 학교 교과과정에 포함해, 청년
1. 모든 노동자가 잠재적으로 부상, 직업병 및 사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데 필요
망에 직면할 위험이 있음을 인식
한 기술 및 지식을 조기 습득하는 데 활용 가능
- 노동자는 작업장 유해 위험요인이 본인과 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족에게 미치는 영향 인식 필요 2. 직무 관련 부상 및 질병은 예측 가능하며 예 방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 3. 작업 중 유해 위험요인 발견, 위험성 평가, 부 상 및 질병 가능성 예측 4. 부상 및 질병 예방법을 인식. 작업장 유해 위 험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 고 이를 특정 작업장 문제에 적용 5. 작업 중 비상상황을 예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결정 6. 사업주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 책임 인 6
식
출처 : 국제안전보건동향 424호, 안전보건공단
인권위, 소방공무원의 안전·건강할 권리 위한 개선 노력 환영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소방공무원들
고, 119감염관리실을 2015년 말 339개소에서
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소방 활동
2016년 말 653개소까지 확충하였으며, 부족한
을 할 수 있도록, 2016년 7월 국민안전처 장관
감염 의복 전용세탁기는 신속하게 확충하기 위
과 시·도지사(창원시장 포함)에게 법제 및 근무
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환경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및 각 시·도는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여 제도
인권위에서는 "2001년 서울 홍제동 다가구주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
택 화재 현장에서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
다는 계획을 알려왔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은 소방관 6명이 건물붕괴로 희생된 지 16년이 지났다."면서 "국민안전처와 각 시·도의 권고
국민안전처는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
수용·이행 노력을 환영하며, 향후 소방공무원
지 기본법」에 소방관서 보건안전관리규정 작성
의 업무상 재해 위험을 낮추기 위한 범정부 차
및 준수에 대한 국민안전처장관 및 시·도지사
원의 종합적 대응 및 협조가 이루어지기를 기
의 지도·감독 의무 조항 신설 추진 △2017년 새
대한다."라고 밝혔다.
로운 소방력 산정기준 마련 시 현장안전점검관 정원 신설 추진, 연가·병가·휴가·교육 등 현장
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2017.3.13. 인권위,
부서 결원 고려, △현장안전점검관 보건안전교
소방공무원의 안전·건강할 권리 위한 개선 노력 환
육 이수 기준 및 표준교육안 마련 등 이행계획
영
을 회신하였다. 또한, 국민안전처와 각 시·도는 부족한 현장활 동 인력 확충을 위해 2016년 소방인력 1,883명 을 충원하였고, 향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새 로운 소방력 산정기준에 따른 부족인력을 지속 해서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보호장비 6종(공기호흡기, 방화복, 헬멧, 안전화, 장갑, 방 화두건)의 보급 및 노후장비 교체를 완료하였 7
지금 지역에서는
대한민국 잔혹사,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실습생 의 죽음 강문식 회원, LG유플러스 실습생사망사건진상규명을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LGU+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홍수연 님이 지
#1
난 1월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故 홍
회사는 팀별로 판매실적을 할당하고, 팀에서 그 실적을
수연 님이 일한 LGU+ 고객센터는 2014년에도 한 노동
다 채우지 못하면 팀원 전체가 퇴근하지 못한 채 추가
자가 회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
영업을 진행하거나 체벌을 받아야 한다. 팀장은 끝내 실
이다. 당시 故 이문수 님은 유서에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적을 못 채운 노동자들에게 실적이 좋았던 상담노동자
영업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시키지
의 녹취를 듣고 이를 베껴 쓰게 시킨다. 여기에는 실습
않았다고, 하지만 시간 외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고 퇴직
생이든, 임산부든, 고령이든 누구도 열외는 없다. 이들은
하는 노동자들에게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적었
이를 ‘공부’라고 칭하고 있지만, 위계적 관계에서 일방적
다. 故 홍수연 님의 죽음 이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
으로 지시받은 인격침해 체벌임이 명백하다. 할당되는
리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드러
실적은 일일 단위로 부여되어 전날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나는 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2014년 故 이문수 님이
올렸어도 오늘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날은 야근이다.
고발했던 현장과 다를 것이 없었다. 故 홍수연 님도 실적
그래서 상담노동자들은 스스로를 ‘하루살이’라고 부르
을 채우지 못하면 퇴근하지 못했고, 시간 외 수당을 받
고 있었다.
지 못했다. 심지어 회사는 홍수연 님이 명을 달리한 후 일부 임금을 떼어먹은 채 지급하고서 지금까지도 이를
#2
내놓지 않았다.
판매실적은 팀별로 평가되기 때문에 내가 실적을 많이 올렸든, 적게 올렸든 팀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같이 남
이름은 고객센터, 실상은 판매센터
아야 한다. 팀장의 채근은 이어지고, 그 채근을 듣지 않
홍수연 님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제보를 기다린
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되기도 한다. 위약금이나 약정에 관
다는 명함을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배포하고 나니 속
련된 문구 등 반드시 안내해야 하는 내용을 빼먹는 거
속 연락이 오고 있다. 이들은 직장의 이름은 버젓이 고
다. 실수도 있지만, 상품을 어떻게든 판매하기 위해 일
객센터이지만 자신들은 영업사원에 가깝다고 호소했다.
부러 눈 감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지만, 실
홍수연 님이 일한 해지방어부서 노동자들은 고객의 해
적을 채우지 못했을 때 듣는 질책과 체벌 앞에서 마음이
지요구를 막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상품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많은 상담노동자들이 ‘사기 치는 기
지 판매해야 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분이 들어 일하기 힘들다’고 호소하며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
8
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교육청, 경찰, 회사 등이 보여 원청에서 각 업체로, 업체에서 각 센터로, 센터에서 각
준 태도를 돌이켜보면, 자칫 이번 사건이 개인적 문제에
부서로, 부서에서 각 팀으로, 팀장은 각 상담노동자에게
기인한 자살로 묻히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을 뻔
로, 이렇게 실적압박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하청 상담
했다. 경찰은 유가족들에게 회사를 조사해달라는 요구
노동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득은 재벌이 가져가고, 중
를 받았지만 이를 묵살했다. 교육청과 학교도 유가족 면
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말단 노동자가 책임지는 전형적
담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2014년에 이 업체를 근로감독
인 ‘책임의 외주화’ 구조이다.
했던 노동부도 문제가 반복되었는지를 점검하지 않았다. “나 콜 수 못 채웠어”, “귀책 잡혀서 콜 들어야 해”, 고인
거대한 인력파견업이 되어버린 특성화고 현장실습
이 이승에 남긴 흔적들만이 진실규명의 미약한 실마리
故 홍수연 님은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취업했다.
가 되었다.
같이 현장실습 나갔던 특성화고 학생들 33명 중 22명 이 채 다섯 달도 되지 않아 그만뒀다. 현재 남아 있는 10
故 홍수연 님의 죽음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이 사회에서
명도 이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받고 있지 못한 현실을 차갑게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전체 상담노동자의 평균 근속이
드러내준다. 이렇게 각종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故 홍수
0.86년에 불과했던, 그래서 일할 사람을 데려오면 도리
연 님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도 많다. LGU+, LB
어 소개비 조로 25만 원을 지급했던 이 업체에서 이루어
휴넷, 교육부, 노동부, 검찰, 경찰, 학교, 그리고 죽음이
진 ‘현장실습’은 문자 그대로 재벌-하청 사슬의 맨 말단
반복됐음에도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지 못
에서 쓰다 버려질 소모품을 공급하는 통로에 지나지 않
한 우리도. 홍수연 님의 죽음은 결코 개인적 죽음이 아니
았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거대한 인력파견업이 되어
다. 그리고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죽음이다. 더 이상 애
버렸다.
도로만 끝낼 수는 없다.
故 홍수연 님의 죽음에는 재벌 대기업의 실적 하달 톱니 바퀴에서 가장 밑바닥에 놓인 하청노동의 문제, 인격을 파괴하는 감정노동의 문제, 사회적 안전망이 벗겨진 특 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 등 한국 사회 각종 병폐가 얽혀 9
동향 체크
산재요양 처리하며 만난 노동 현장 적폐
머털도사
10
#1. 수증기와 매연으로 가득 찬 공장 안은 천둥 치듯 쿵
#3. 프레스 작업을 하다가 한 손이 전부 절단되고 압궤
쾅거린다. 모래로 만든 양동이 모양의 주형에 담긴 붉은
된 50대의 여성노동자를 만났다. 시골의 집 가까이 있
쇳물을 몇 사람이 가마 들 듯 들어 옮긴 후 땅바닥에 줄
는 한 농공단지에서 농사를 짓다가, 남는 시간에 공장에
지어 놓인 주형틀에 붓는다. 공장 바닥은 모래가루가 날
서 평생 처음으로 프레스를 이용하여 금속제품을 찍어
려 뿌옇지만, 노동자는 방진 마스크 대신 시커멓게 변해
내다 안전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손을 다쳤다고 한다. 남
버린 일반 마스크로 겨우 코와 입을 가리고 있다. 쇠를
편이 치매로 몇 년째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 집 가까
녹이고 옮기고 바가지를 이용하여 금속 모양을 만드는
운 병원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이들의 작업복은 면바지에 티셔츠 한 장이다. 이곳 노동
아빠를 제대로 챙겨줄 수 없어 밥하고 집을 치울 사람
자들은 주물사 분진 때문에 진폐와 호흡기질환이 발생
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산재 노동자의 손은 치료시설이
하고 수시로 쇳물에 화상을 당한다.
부족한 시골의 작은 병원으로 옮길 상태가 아니다.
#2. 바닥은 녹색으로 미끄러짐 방지 페인트가 칠해져
#4. 퀵배달을 하는 고등학교 아르바이트노동자가 음식
있다. 양쪽으로 놓인 생산라인에는 마트의 상품진열대
을 배달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거동이 힘들 정
처럼 공구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그 중앙에는 조립되고
도의 장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노동자들은 보
있는 자동차가 줄지어 서 있다. 한 노동자가 열심히 공
통 해당 업체에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일한다. 여
구를 들고 라인을 따라 걸으며 조립을 하고 있다. 옆 공
기저기 식당과 업체에서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고 건당
장 건물은 도장부다. 보호용 작업복으로 완전무장한 노
수수료를 받는다. 노동을 하고 타인으로부터 대가를 받
동자가 분사기를 들고 페인트를 칠한다. 곳곳에 안전 표
지만 ‘노동자가 아니라’며 산재보상도 받지 못한다. 이
지판이 서 있다. 그렇지만, 이 공장에서는 끊임없이 근
런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보호 대상에서
골격계 환자가 발생하고, 가끔 유해물질로 인한 직업병
배제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로 일하지만, 노동자가 되
도 발병한다. 유명한 자동차 제조회사 모습이다.
지 못한다.
#5. 등산화와 운동화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같은 작업
둘째, 한국의 기업은 이윤을 노동자의 목숨보다 소중하
라인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구토하고 호흡곤란을 호소
게 생각한다. 산재가 발생해도 이윤 측면에서 기업에는
하여 한꺼번에 6~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운동화 갑
큰 손실이 없다. 개별요율제도(수지율)를 도입하고 있
피를 골(발 치수에 맞게 제작된 발 모양의 신발모형)
지만 이미 위험이 하청업체에게 전가된 상태여서 오히
에 끼워 갑피에 방수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머리가 아프
려 대기업들은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하청업체만 보
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용한 방수처리 약품을 보니 국내
험료 부담이 높아진다. 또한, 산재사고에 대한 고용노동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붓으
부의 처벌도 미흡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하자
로 바르던 작업공정이 분사기로 뿌리는 작업으로 변경
고 하는 노동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다.
되면서 주변 노동자들까지 해당 물질을 흡입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병명은 “폐장염.” 이 위험한 물질에 대한 설
셋째, 노동자로 일하지만,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 명칭
명서를 회사도 노동자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은 사업주면서 노동자인 이런 사람들에게 산재보험법 은 도깨비와 같이 허상일 뿐이다. 불산 누출 같은 산업
해마다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하고 8만여 명의 노
재해로 인하여 인근 시민들이 피해를 당해도 산재가 아
동자가 산재를 입고 있다. 이 통계치는 실제 산업재해보
니다. 산업재해를 공장 단위에서 벗어나 기업 활동으로
다 훨씬 낮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전문가들은
인한 모든 재해로 그 의미를 확대하고, 산재보험의 대상
산업현장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안전에 대한 교육을 확
을 협소한 노동자 대신 전체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해야
대하면 산업재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
한다.
나 과연 이러한 조치를 통해 OECD 최고 산재사망률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산업재해가 줄어들 까? 가시적인 성
세월호와 같은 규모의 사건이 해마다 10번 이상 발생하
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는 한국의 노동현장이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지난 가 을부터 올봄까지 촛불 시민이 바꾼 부패한 권력만큼 노
첫째, 대기업-하청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한 산업현장의
동자들이 바꾸어 내야 하는 노동현장의 적폐도 한둘이
양극화 때문이다. 대기업은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
아니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을 권리를 찾
지만, 그 밑에 존재하는 수많은 하청업체들은 단가 후려
는 것도 노동자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치기, 위험한 작업을 떠안아 생산시설 현대화는커녕 살 아남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의 산업현장은 70년대
*머털도사 님은 산재보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일하는
막장 같은 곳에서 최첨단 작업장까지 과거와 미래가 공
노동자입니다.
존한다. 11
포커스
학교가 위험하다! - 부산지역 학교석면철거 오염에 무방비해 이숙견 상임활동가
불에 잘 견디며, 강한 알칼리와 산성에도 잘 견디는 석면은 가볍고, 저렴하여 석면의 위해성이 알려 지기 전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특히 학교와 같은 공공건물에서는 화재대비를 위해서 석 면을 의무적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석면이 발암물질임이 알려지면서 한국은 2007년부터 시작해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석면사용을 금지하였다. 한편 석면사용이 금지되었어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 석면건축물의 안전관리와 이들 건축물의 노후화에 따른 석면 노출 위험 증가를 막기 위한 단계적인 석면 건축물의 해체·제거작업 때문이다. 많은 공공건물 중 학교는 전체의 70% 이상 석면건축물이 포함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의 노출 위험이 크기 때 문에 2012년부터 각 시·도교육청에서 석면건축물 전면 조사를 시작으로 석면이 함유된 학교건축 물을 단계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석면철거가 오히려 석면노출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2017년 2월 8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 방네트워크는 2016학년도(2016년 겨울방학 포함) 석면철거를 한 서울, 경기지역의 학교 중 7개 학교 의 석면 오염조사를 실시하였고, 7개 학교의 교실, 복도 등에 있는 조각, 못, 먼지 등 47개 시료를 채 취하여 분석한 결과, 6개 학교 27개 시료에서 백석 면이 검출되었다는 심각한 사실(환경보건시민센 터 보고서 227호 참조)을 확인하였다. 부산에서도 2016학년도(2017년 2월까지 공사 완료 포함) 석면 철거를 한 학교 52개 학교 중 4개 학교에서 석면 12
C학교 교실바닥 석면잔재물
오염조사를 하였더니, 24개 시료 중 16개 시료에 서 백석면 2~3%가 검출된 심각한 결과를 확인하 였다.
부산 석면 오염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심각한 사 실은, A 학교의 경우 석면이 모두 제거되었다고 진술하였던 학교 측의 설명과는 다르게 석면이 2~3%로 함유된 석면 텍스 위에 석고보드로 처리 된 천정이 존재함에도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고
석면 노출이 없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있다는 사실이었다. 두 번째로, B 학교의 경우 이
석면철거 학교의 석면 오염조사 결과에 대한 기
미 2016년 여름방학 때 석면철거공사가 완료되었
자회견 이후, 부산시 교육청과 학교는 보도자료
고 이후 8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석면잔재물
를 통하여 2016학년도 석면철거를 시행한 52개
이 교실과 복도 곳곳에 방치되어 학생들에게 노
학교의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안전관리에 최선을
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C와 D 학교의 경우
다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문제
에는 교실 바닥, 교실 책상과 의자 위 등 바로 눈
를 제기한 부산석면공대위와 3월 17일 간담회를
에 띄는 곳에 석면함유가 의심되는 잔재물이 그
개최하여, 2017학년도 석면철거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심각한 결과는 학
학교의 실태 점검과 석면건축물이 있는 학교의
교 석면철거공사가 부실하게 처리되고 있음을 확
일상적인 석면안전관리실태 점검에 부산석면공
인시켜주었고, 전반적인 석면안전관리에 노력해
대위가 함께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협의하였다.
야 할 학교와 부산시교육청이 학교 석면 문제에
더불어 학교에 선임된 석면안전관리인이 일상적
얼마나 무지한지 드러났다.
인 석면안전관리와 석면 해체 작업 시 관리감독 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 (정기교육의 질 향상, 효율적인 관리감독 강화 등)을 하겠다는 계획을 확인하였다.
여전히 부산지역에는 석면건축물 학교가 638개 (2017년 3월 2일 기준)에 이르고 있다. 석면 노출 이 없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선 부산시 교 육청과 학교의 특단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 C학교 교실바닥 석면잔재물
다. 하지만 이와 함께 부산석면공대위, 교직원, 학 부모의 일상적인 감시와 문제 제기가 함께 이루 어져야 ‘안전한 학교’는 가능할 것이다. 13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우기 5 -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신한발브 분회 사례
김현호 부분회장
골병과 재해가 만연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 2016년 위험성 평가를 진행하면서, 노동현장의 안전과 조합원의 건강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개 선하고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에 속한 저희 분회는 자동차 완성사의 하청사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현장보다 열악한 환경과 심야노동,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해 드러나는 현장 재해가 50여 건으로, 다수의 조합원이 파스에 의지하거나, 물리치 료를 받으며 노동하고 있습니다.
골병과 재해가 만연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 저희 분회는 2016년 금속노조와 경기지부의 노동안전보건 사업 지침에 따라 현장 위험성 평가를 실행하였습니다. 1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노사공동 위험성 평가의 실행을 제안하였고, 2015년 사측에서 진행한 위험성 평가의 결과를 분석하였습니다. 사측의 입맛에 맞게 만 든 기만적인 결과에 대해 지적하였고,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를 위해 노사공동실행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하 였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사측 주도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다.’고 읽힐 수 있는 현행 법조문과, ‘노사공동 위험성 평 가’가 경기지부 집단교섭의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핑계 삼아 지부 집단교섭의 합의 이후 재 논의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아쉽게도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이후 산보위에서 노사공동 위 험성 평가의 계획과 실행방법을 계속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노조와 지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위험성 평가의 사업목표와 실행지침에 대해 상집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시작했고, 이 어 현장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 실행계획 교육설명회’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14
또한, 현장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에, 분회 실행위원들을 중심으로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경기지부 노안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실습해보는 교육을 저희 현장에 유치한 경험은, 분회 실 행위원들의 자신감과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 다.
넘어야 할 장벽이라면 넘어야 마침내 경기지부 집단교섭에서, 노사 공동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행하고 실행방안은 사업장별로 합의하기로 결론이 나면서, 3분기 산보위에서 노사 공동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노사 동수로 실 행위원을 구성하고 ‘금속노조 위험성 평가 관리시트’를 사용하여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쉽게도 조합 측 실행위원 활동시간은 합의하지 못해 조합 활동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실무 협의를 통해 구체적 인 일정을 논의하였습니다.
노사 양측의 실행위원이 역할 분담하여 각자 관리카드를 작성하고 결과를 취합하여 최종 완성한 후, 완성된 관리카드를 현장에 게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현장개선활동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의지가 없 었던 사측 실행위원들은 위험성 평가를 단 한 라인도 진행하지 않았고, 오롯이 조합 실행위원들의 노력만으 로 위험성 평가 관리카드를 완성했습니다. 한 달로 예상했던 사업은 결국 3개월간 진행되었습니다. 2017년 2 월, 완성된 관리카드에 준해 개선안에 대한 사측의 의견을 묻고 보완하는 작업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해보니까 참 좋더라구요! 올해는 더 내실있게! 위험성 평가 과정은 조합원들과 대면하며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문제들을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 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위험요소와 문제들, 개선책을 확인하는 과정을 넘어, ‘안전하다’ 또는 ‘생산 여건상 불가피한 것’이라고 오랫동안 습관처럼 잘못 인식해왔던 위험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개선방향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현장 유해위험요소의 심각성과 함께 그에 대한 책임과 개선 의무를 사측에게 다시 한번 인식시키는 과 정이기도 했습니다. 평가 기간에 개선 가능한 사항은 적극적으로 개선하였고,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 사업은 실행 및 투자계획을 제출케 하여 개선의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심야노동’과 ‘장시간노동’을 가장 큰 유 해위험요소로 확인하고 심야노동철폐와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노사가 당장 행동해야 하는 이유를 천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2017년 위험성 평가 사업을 위한 의제를 1분기 산보위에서 다루어야 합니다. 올해는 반드시 분회 실행 위원 활동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더욱 내실 있게 진행할 것입니다. 분회 실행위원들이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 과 라인에 밀착하여, 노동자 스스로 현장의 안전과 건강권을 일구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2017년 1 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를 위한 공문을 사측에 발송하면서, 더 안전하고 더 편하고 더 행복한 일터 만 들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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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ㅇㅇㅇ 현장의 목소리
투쟁하는 노동자 잡는 손배가압류에 우리 함께 손잡고 희망을! - 손배가압류를잡자! 손에손을잡고!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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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225, 195, 159, 13…등. 무슨 숫자일까? 로
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를 만났다.
또 번호일까? 뒤에 ‘억’을 붙여보자. 227억, 225억,
‘손잡고’의 탄생, 공감과 참여가 만들어낸 기적
195억, 159억, 13억 등 듣기만 해도 ‘억’소리 나는
“손잡고는 노동자 손배가압류 문제 때문에 만들
금액이다. 바로 철도노조, 현대차울산비정규직
어졌어요. 13년 11월 쌍용자동차 47억 판결, 현
지회, MBC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유성기업
대차 비정규직 고공농성 200일 넘게 하고 있었
지회 등 투쟁하는 노조에 사측이 쟁의행위를 했
죠. 마침 사회적으로 손해배상가압류 문제에 관
다는 이유만으로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이다. 여
심이 모였을 때였어요. 그 직전 12년 2월 한진중
기에 가압류까지 더해지면 금액은 더 어마어마해
공업 최강서 열사가 박근혜 당선 이틀 후에 목숨
진다. 2016년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손배소 총
을 달리하시는데, 그때도 158억이라는 손배소 언
액은 1,600억 원, 가압류 금액은 175억 원에 달한
급을 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다.
야겠다는 시민사회, 전문가, 학계가 모여 제도적
손배가압류로 인한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손
으로 바꿔보자 한 게 손잡고 처음 설립 단계였고,
배가압류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막
마침 시민들이 4만7천원씩 모아 보내는 노란봉투
고, 진정한 노동권 회복을 위해 2014년 2월 ‘손잡
캠페인이 시작 되서 불과 한 달 사이에 10억이 모
고’가 설립됐다. 그리고 올해 3주년을 맞이한 손
였어요. 기적 같은 일이었죠.”
현재 상임대표 배춘환 님이 노란봉투 캠페인의
투쟁하는 당당한 노동자이고 싶어 했던
첫 번째 발송자였다. 당시 셋째를 임신했던 상황
손배가압류 피해자들
에서 내 아이가 태어나면 노동자가 될테고, 나도
1차 의료생계비지원사업에 예상보다 신청가구가
노동자고, 남편도 노동자인데 쌍용자동차 해고노
적었다고 한다.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을
동자의 아이들이 학원비도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스스로 ‘피해자’가 되고 싶
를 듣고 첫째 아이 태권도 학원비에서 4만7천원
지 않은 심리를 알게 됐다고 했다. 피해자이지만
과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가 불씨가 되었다. 시민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최근 자본과 정부가
도 자신이 노동자라는 걸 알아가면서 그들의 영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손배가압류를 적극 활용해
역이라고 봤던 노동자 삶의 풍경이 다르지 않다
노조 파괴 사업장이 대폭 늘어났으며, 심지어 명
고 생각했던 것이 손잡고가 탄생할 수 있었던 원
예훼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청구해 노동
동력이었다고 윤지선 활동가는 힘주어 말했다.
자와 노조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축으로는 끊임없이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느 부분에 지원이 필요하냐, 이 돈을 어떻게 사
다른 한축으로는 피해자가 분명해요. 손배가압류
용하고 싶냐는 질문에 ‘쌀값 곱하기 12달’을 써놓
사업장만 20여 곳이 되는데, 만나다보면 계속 사
은 거예요. 쌀값, 그게 너무……. 그 정도까지라
건이 빵빵 터져요. 그러다보면 힘들 틈이 없고, 분
고는 생각 안하니깐. 그리고 처음 수요조사를 했
노가 차올라요. 먼저 시작한 사업이 생계의료비지
을 때 적어도 500가구는 넘을거라 생각했는데,
원이었는데 최소한의 서류와 신청서류를 받아보
처음 신청서 접수된 게 139가구였어요. 그리고
니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는 분들의 제각각 사연
지원대상자 발굴 기간에 한 달 통신비가 20만원
이 있어요. 내가 어떤 고통을 받고, 내가 왜 지금
가까이 나왔는데, 그 이유가 일반 전화로 하면 절
힘들고, 나한테 어떤 빚이 있고, 회사가 나한테 무
대 전화를 안 받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독촉전화
슨 짓을 했고…. 이런 내용이 쭉 있는데, 한마디로
일거라 생각해서 그랬던 거죠. 문자라도 남겨야
정리하면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통화가 겨우 됐구요.”
모르겠다’거든요.” 실제 손배가압류 문제가 노조 안에서 어떻게 인 왜냐하면 노동3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고, 근로
식 되고 있는지, 노동자 개인이 이 사건과 문제를
기준법이 있다고 해서 노동조합도 만들고 근로기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해야겠단 생각을 못
준법을 지키라고 주장했는데 모든 행위가 불법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피해 노동자들의 목소
라고 하는 회사와 판결 때문이다. 평생 벌어볼 수
리를 들으면서 지원금 받기를 꺼려했던 분들에게
도, 만져볼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돈을 내라고 판
‘이 기금을 받는 것은 더 당당히 싸우기 위해 필요
결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억울함, 분노, 좌절
한 것이다’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을 겪는다고 한다. 17
“아까 얘기한 것처럼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이건
속되는 사측의 탄압과 회유 등 피해노동자를 버
사회가 잘못된건데라는 생각. 그래서 피해자가 되
티지 못하게 하는 환경과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고 싶지 않은거예요. 왜냐면 정당히 싸웠으니깐.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당당해야하는데, 이걸 신청
“피해노동자분들 인터뷰를 하다보면 공통적으로
하고 기금을 받으면 피해자가 되니깐. 다른 한편
나오는 얘기가 자기는 살면서 주차위반 한 번 해
으로 나는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본 적이 없는데, 노조 활동하고 나서 전과자가 됐
서, 본인보다 힘든 사람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
대요. 도로교통법위반부터 업무방해, 얘기도 들
록 신청도 안하고 양보하신 분들이 계셨어요. 그
어본 적 없는 걸로요. 그렇게 전과자가 되더니 어
때부터 저희가 현장을 가기 시작했죠.”
느 날은 몇 백억 빚쟁이가 됐다는거예요. ‘내가 뭘 잘못했지?’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삶이 망가지는 손배가압류 문제
런데 법원에서 노동자가 잘못했다고 판결을 내려
손잡고는 설립 초기 모금액으로 생계의료지원 배
요. 이 분들은 살면서 제일 정의로운게 ‘법’이라고
분 사업을 시작하며, 법제도개선위원회, 노동현장
생각했는데, 그 정의롭다고 생각한 것에서 내버려
간담회, 노동법 관련 모의법정 경연대회, 연극제
졌다고 생각해요. ‘내버려졌다’는 표현을 하세요.
등 활동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러면 살아가기에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 거예 요.”
“생계의료비지원을 두 번 할 수 있을까의 고민은 있어요. 노란봉투캠페인 시즌2를 하려고 준비 중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들은 단순히 생계문제만
이예요. 벌써 2년이 지났거든요. 그런데 손배가압
겪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적 관계도 파괴되고 투
류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하고, 제대로 해결된 사
쟁과정에서 폭력을 당한 이들의 경우 트라우마로
업장이 없어요. 기금 받은 사업장 중 노조가 완전
남아 본인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에 스스로 괴
히 무너지거나, 회사 강요에 못 이겨 합의를 하지
로워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금지원 뿐만
않으면 거기서 벗어나기 힘든거예요. 승소해서 이
아니라, 심리적 치료와 지원이 시급함을 강조했
긴 곳은 상신브레이크밖에 없어요. 이렇게 상황이
다.
심각해지니깐 지원을 하지 않으면 버티기가 정말 너무너무 어렵겠단 생각을 한거죠.”
“이 분들이 버틸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생계비도 그 렇지만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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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선 활동가는 피해 노동조합에 합의를 하지
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치유 관련된 지원이나
말라고 얘기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털어놓았다.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쌍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 청구 금액의 압박, 높은
용자동차투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와락치유단’이
청구금액에 따른 몇 천에서 억에 달하는 인지대
나, 유성의 ‘두레공감’ 같은 곳이 더 많아지면 좋겠
법률 비용의 부담, 길고 지루한 법정 다툼에서 지
어요.”
노란봉투법 입법청원운동에 함께 해주세요
“지금 노란봉투법 입법청원운동을 하고 있어요.
활동을 시작한지 3년 동안 손잡고, 그리고 윤지선
이 법의 취지는 노동3권에 따른 쟁의행위에 대해
활동가가 만나온 많은 현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서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하고, 개인을 상대로 한
곳이 있냐고 물어봤다. 윤지선 활동가의 답을 듣
손해배상을 금지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자마자 이 질문이 우문(愚問)이었음을 깨달았다.
을 제한하는 법이예요. 19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 절되면서 2015년 이후에 새롭게 손배 청구된 사
“다 기억에 남아요. 어느 하나 기억에 안남을 수
업장들이나 혹은 이미 손배 판결이 나버린 사업
없어요. 정부가 노동탄압을 집중적으로 하던 시
장들, 이런 사업장들이 너무 가슴 아픈거예요. 그
기가 이명박 때였는데, 그 시기에 대다수 사업장
땐 환경노동위원회 과반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이
들이 탄압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모든 사안
격렬하게 반대했거든요. 손해를 입혔으면 갚아야
이 다 알려질 수 없고 더구나 주요 언론사에서는
한다는 민사법의 가치를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더
노동사안을 잘 다루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라구요. 지나간 일이지만 그때 좀 더 노력했더라
잘 몰라요. 사람이 죽어야 알죠. 누가 특별하다가
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20대 국회에
아니라, 저마다 사연이 기구해요. 다 말도 안되고
서는 일찍 준비해서 발의했는데, 논의안건에 못
요.”
올랐어요. 정치권을 실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시 민과 노동자들에게 나오기 때문에 6월 국회전까
윤지선 활동가는 손배가압류를 ‘악마의 제도’라
지 입법청원운동을 계속할거예요. 그러니 입법청
얘기했다.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게 만들고, 경제
원 운동에 함께해주시면 좋겠어요.”
적 타격부터 사회적 관계와 가정 파괴, 결국 노동 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끔 만들기 때문이 다.
손잡고 출범과 함께 뚜벅뚜벅 꿋꿋이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들과 함께 해온 윤지선 활동가에게 마 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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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세번째 이야기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건설노동자’라고 불러 주세요.
출처_참세상 정경희 선전위원 수원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출입구에서 마중 나
녁 컴컴한 시간에 끝날 만큼 일이 많았고, 월급이
온 김창규 님을 만났다. 김창규 님은 형틀목수이
회사 다닐 때보다 많아서 목수 일을 배우게 되었
자 건설노조 경기중서부 조합원이다. 출입구에서
어요. 이 일을 시작할 때는 30대라 젊어서 힘든
멀지 않은 곳에 1, 2층으로 쌓여 있는 컨테이너 박
줄 모르고 했는데 이제는 골병이 많이 들었죠.”
스들이 보였다. 그 사이로 들어가 녹슨 간이계단 을 따라 2층 컨테이너 박스로 올라가니 조합원들
보통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의 휴식 공간이자 탈의실이기도 한 사무실이 나 타났다.
“집에서 보통 새벽 5시에 출발해요. 가면서 동료 들 태우고 6시쯤 현장에 도착해요. 아침식사하고
회사 월급으로 자식 키우기 힘들어 형틀목수 시작
체조하고 간단한 조회하고 현장에 가면 7시 정도
조금 있으면 외손자를 보게 될 그는 형틀목수 일
돼요. 점심시간 1시간이고, 참시간이 30분씩 있
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
는데 대부분 참 먹고 담배 한 대 피울 정도 쉬어
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요. 어쩔 때는 참 시간을 쉬지 않고 끝나는 시간을 앞당기기도 하죠. 그렇게 일마치면 저녁 6시쯤 됩
“안산에서 회사를 다녔는데 월급이 짜서 자식들 키우기 힘들더라고요. 88년도에 건설 붐이 한창 성행했던 때라 새벽 컴컴한 시간에 시작해서 저 20
니다.”
아파트 공사의 기초와 마무리 하는 형틀목수
은 비용 아끼려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는데 노동
노동조합을 가입한 후 5년 전부터 줄곧 아파트
조합 가입해서 함께 싸우면 그런 꼼수는 더 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아파트
상 안 통하겠죠. 저희 팀에도 이주노동자 조합
보다 주택이나 연립 짓는 곳에서 일을 했었다
원이 있는데 팀의 책임자로서 작업이 잘못됐을
고 한다. 아파트 공사를 할 때 형틀목수는 어떤
때 지적을 하면 차별한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일을 주로 하는지 물었다.
되고, 한국인 작업자들과 갈등이 생길까 노심 초사하는 게 있죠. 한국인 노동자들이 무심코
“아파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파일을 박고나면
던진 말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철근 넣고 기초 매트를 치는 것을 시작하는 거 죠. 그리고 지하주차장과 본 건물의 지하층을
형틀목공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작업과정
만드는 거죠. 나머지 본 건물은 알폼 조립공이
을 물었더니 뜻밖에도 현장에서 일할 때는 느
라 불리는 작업자들이 옥탑 바로 아래층까지
끼지 못했던 힘듦이 있다고 했다.
반복해서 올리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굉장히 힘들어서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을 해요.
“워낙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어져서인지 기술
힘든 일에 비해 돈이 적어서 젊은 사람들이 안
적으로 힘든 것은 별로 없는데 현장에 들어와
들어오니 대부분 50살 넘은 사람들이 많아요.
서 노조를 거부하는 원청과 최하위 하도급이라
내국인 형틀 목수는 1층 출입구까지 작업이 끝
할 수 있는 회사 사람들과 갈등을 빚을 경우가
나면 관리동 같은 부속건물을 지으러가요.”
주로 힘들죠. 그 사람들은 떡 주무르듯 마음대 로 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나 불법체류자가 들
이주노동자도 건설노조 중서부지부 조합원
어오면 대 환영이나 우리처럼 노동법을 들고
가끔 접하는 이주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의
나오는 노조가 들어오면 싫어라 하죠. 그리고
갈등은 사소한 오해와 문화적 배려의 부족 때
제일 힘든 것은 항상 노상에서 일해야 하니 여
문만은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존재가 자신의
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날씨예요.“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라 생각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어
직업성질환 요인 넘쳐나지만 사고성 재해 아니
내는 방법은 없을지 궁금했는데 그의 말 속에
면 힘들어
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면 사실 종합적 인 근골격계 질환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필
“이주노동자 중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일하고
자도 그래서 이렇게 질문드렸다. 어디부터 골
있는 분은 저희와 똑같이 건설노조 경기중서부
병이 들던가요?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일하고 있어요. 사업주들 21
“허허~ 허리가 가장 먼저 신호가 왔어요. 물론
았어요. 그래도 동료들이 119를 불러서 결국
쌓여서 안 좋아지는 건데 대부분 구르거나 뚝-
병원에 갔고 1년에 걸쳐서 나은 적이 있죠. 보
해야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게 대부분이죠. 어
통 큰 회사의 경우는 오는 119도 돌려보내고
깨 무릎 할 것 없이 집에서 며칠 놀면 온몸이
회사지정병원 응급차를 부르거나 자기들 차로
쑤셔요. 사실 모두 다 가는 귀 먹은 사람이 많
병원에 태우고 가죠. 그래서 이런 아파트 공사
아서 그런 건데 서로 못 듣는다고 불편해 해
장에서 떨어지면 살 확률이 높은 사람들도 죽
요. 건축 일하는 사람들이 가래를 많이 뱉어
게 되는 거죠. 얘네들은 사람목숨을 아깝게 생
요. 시멘트 속에는 양잿물이라는 성분이 있어
각 안 해요.”
요. 그 물에 손을 담그면 물집이 생겨서 터지 고 짓물러버려요. 그런 게 바닥에 굴러다니다
법을 지켜야 우리의 안전도 지킬 수 있어요
말라서 먼지가 돼 바람이 불면 날아다니다가
이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다른 현장에서 얼
호흡기로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아직 이런 것
마 전에 배선공이 떨어져서 사망하는 사고가
으로 산재를 받은 경우는 없어요. 대부분 사고
있었고, 사망사건을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로 다치고 부러지면 보상을 받는 거죠.”
일이 아니다. 이런 죽음의 행진을 막으려면 어 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살 사람도 죽게 만드는 119 돌려보내기 매우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설현장. 그
“건설법을 지켜야죠. 하도급 철폐 내걸고 있는
동안 많은 사고를 겪으셨을 텐데 혹시 기억에
데 원청에서 하도급이 4, 5단계까지 내려오고
남는 사건이 있는지 물었다.
가장 마지막 하도급 현장에서는 일반공(일명 잡부)까지 하도급을 주죠. 그러면 팀장들이 팀
22
“오야지 밑에서 주택 짓는 일을 하고 있을 때
원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그것을 받는 거죠. 그
슬라브 위에서 자재를 놓고 보에 박으려고 하
러다보니 땡겨먹기 위해서 부실공사하고 안전
다가 주춤하더니 철근이 쌓여져 있는 곳에 거
시설을 안 하고 그런 것을 빼야 남으니까, 서
꾸로 떨어져 버렸어요. 다행히 정신은 안 잃고
로 하도급 받으려고 경쟁하면서 제 살 깎아먹
머리가 핑 돌더라고요. 1년 정도 치료받고 나
는 거죠. 저단가로 넣고 이윤을 남겨야하니 결
았죠. 동료들이 119에 신고한다고 하니, 119
국 불량자재 쓰고 불법체류자 같은 저임금 노
에 신고하면 사고 건으로 등록이 돼서 벌금이
동자로 인건비 낮추는데 그 피해는 결국 누구
나오고 산재건수도 올라가게 되니 사장이 막
에게 오느냐면 노동자에게 오죠. 그 집을 노동
자들이 사서 살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원청의 자
“제 나이 쉰여섯인데 노동조합에 늦게 들어왔
본가는 돈만 벌어먹지 우리의 안전과는 거리가
어요. 앞으로 길어야 10년은 할 수 있겠죠. 남
먼 사람이에요. 불법하도급 하면 안 되고 직접고
은 시간동안 노동조합 활동 열심히 하고 싶어
용 직접시공을 해야 해요.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
요. 약자는 뭉쳐야 싸울 수 있으니까요. 노동
작업복, 6개월에 한 번씩 안전화 지급받고, 작업
조합 상근자들과 조합원들 챙기면서 활동 열
마치고 깨끗하게 샤워하고 적정한 인건비도 받을
심히 하면 나중에 우리 아들딸들도 서민으로
수 있다고 봐요.”
살아갈 건데 좀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 해요.”
인터뷰 내내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노동조 합 활동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
“건설노동자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자본
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가들이 만들어 냈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노가다, 일꾼, 인부라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아
“그 전에는 노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노
요. 그러기 위해서는 하도급을 철폐해야 하고,
동조합 활동은 먼저 시작한 동료가 자기 권리를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저희 건설노동
주장할 수 있어서 좋다며 권유해줘서 시작했어
자들 열심히 싸울 때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
요. 처음에는 집회에 가도 불안하고 대오 맨 뒤에
어요!”
서 무대도 잘 안 보이데 있곤 했죠. 그런데 사람 다운 대우도 못 받으면서 일해 주고 돈도 많이 뜯
인터뷰를 마치고 현장에 왔으면 직접 봐야한
기고 여러 어려움이 있을 때 노동조합에 함께 하
다며 안전모를 쓰게 하고 직접 22층 작업 현장
니 훨씬 안정적이고 든든해요. 또, 현장에 노동조
에 데려가셨다. 일어설 때마다 철커덩 흔들리
합이 있어서 업주들이 비조합원들에게 저지르는
고 사방이 한 장의 철창으로만 만들어진 간이
불법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느껴요. 평소 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22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정적인 비조합원들도 저희가 임금인상이 되면 같
엄청난 위험 앞에 허술하기 그지없는 안전장
이 올라가니 내놓고 동조는 안 해도 필요성은 느
치에 의지해 일하는 건설노동자의 아슬아슬한
끼는 거죠.”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일해서 번듯하게 지어진 높은 아파트 앞 을 지날 때 고생은 했지만 기분이 좋아진다는 그 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23
연구 리포트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 교사의 건강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조사
이세영 후원회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교사’, 최근 중·고등학생 선호직업 1위로 언제
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국 초·중·고 교사들
나 손꼽히는 직업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비
의 건강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등의 직업 환경을
정규직이 급증하는 ‘헬조선’에서 누군가에게는
설문 및 면접 형태로 조사하였다.
이만큼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직업이 없을지도
24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폭력 경험 실태
달리 지금의 교사들은 교원평가와 성과급제로
- “저게 교사냐?”, “아빠 보내서 겁주면 돼.”
인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
이번 실태 조사 결과 많은 수의 교사들이 일상
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언어폭력 피해를
있다. 지난해 5월, ‘흑산도 집단 성폭행 사건’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흥미 위주의
폭력은 교사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 될 수
자극적인 기사들, 남성 교사만 섬에 보내면 된
있다. 심지어 폭력 경험 이후 그 장면이 떠오르
다는 무책임한 대책 뒤에 누구도 교사의 권리나
거나 비슷한 상황을 피하려 하는 외상 후 스트
안전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시간 동안 두발·복장 제한 금지, 체벌 금지
“한 아이는 초등학교 때 왕따 경험이 있어서 친
의 내용을 포함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등
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
학생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있었으나 교사의
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억압적 심리를 교사들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쩐지 아직도 낯설고
에게 막 퍼부었다. 심한 말을 많이 했는데 ‘저게
먼 느낌이다. 2016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
교사냐, 이게 교육이에요?, 왜 날 피곤하게 하는
육연구소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
거예요’와 같은... 알고 봤더니 이 아이가 청소년
우울증이었다. 엄마도 우울증이고 가정적으로 도 7년 정도 부모가 이혼 문제로 다투고 있다.”
“학부모가 찾아왔다. 내 앞에서 욕만 안 했지 ‘네가 뭔데’라는 식이었다. 복도에 나가서 엄마 랑 이야기할 때는 나한테 들리도록 ‘X발’ 이런 욕도 했다. 그때는 정말 저 사람이 나를 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심이 들었다. 심지어는 이 아 빠가 내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오는 게 아닐까,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나를 때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도 있었다.”
지난 1년간 위협, 괴롭힘, 신체적 폭행, 성폭력 피해 를 겪은 비율
“엄마들 사이에는 이런 얘기가 공공연하게 돈
감정노동 및 우울증 실태
다. ‘(일이 생기면) 아빠를 보내면 된다. 대부분
“한 선생님이 신규 2년 차에 첫 담임을 했는데
교사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가 한마디 하면 겁
그 반이 좀 힘들었다. 학생 3명이 이야기하는데
먹고 꼬리를 내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모두 욕이었다. 학생 3명이 교무실을 털기도 하고. 이래저래 사건이 많았다. 그 다음
폭력 실태는 설문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
해 2월에 그 선생님이 사표를 냈더라. 담임을 한
다. 최근 1년 이내에 모욕적인 비난, 고함, 욕설
번 하면서 거기에 질린 것 같다. 특히 신규 선생
을 들은 비율이 낮게는 20%, 높게는 30% 정도
님의 경우 처음에 원만한 반을 맡으면 이겨낼
로 나타났는데, 가해자는 학생, 학부모, 동료, 상
만한데, 이 선생님처럼 거친 반을 맡으면 학교
사 등 다양하였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를 그만둘 정도로 힘들어한다.”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이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 다. 신체적 폭행이나 성폭력(성희롱 포함)을 당
교사의 경우, 서비스직처럼 직접적인 감정노동
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는데, 신체적 폭행의 주
위험 직업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원
된 가해자는 학생,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동
평가나 성과급제와 같이 경쟁을 심화시키는 교
료와 상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폭
육정책의 영향 및 교권 추락으로 점차 감정노동
력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해주는 관리체계가 없
화 되고 있다. 감정노동 설문 결과, 여성 교사의
다는 것이다. 선생님 개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감정 노동 수준이 높게 나타났으며, 일부 영역
하는 상황이다.
에서는 다른 감정노동 위험 직군에 준하거나 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감정조절의 25
요구 및 규제’ 영역과 ‘감정 부조화 및 손상’ 영
교사는 과연 편한 직업인가?
역은 감정노동 고위험 직종 14개 중 각각 12위,
- 장시간 노동, 만족도 저하
11위로 항공승무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조직의
조사 결과,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교사들도
지지 및 보호 체계’ 영역이 가장 심각했는데, 14
상당수 있었는데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과
개 직업군 중 2위로 보건의료원무행정직과 공
로사 인정 기준에 해당한다. 농촌 일반고 교사의
공기관민원행정서비스직보다 안 좋게 나타났
15.9%, 도시 일반고 교사의 11.8%가 주 60시간
다.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 특히 일반고에서 장시간 노동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반
교사의 우울 수준도 매우 높았다. 우울 설문
고에서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방과 후
(CES-D) 결과 전체 교사의 28.0%가 유력우울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감독 및 과도한 행정 업무
증, 11.9%가 확실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령대별로 일반인구집단과 비교해도 더 높은 수 치였다. 일반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일반인구집
또한, ‘스승은 하늘이다’라는 말처럼 교사가 존중
단보다 더 건강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과 교사가
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인식의 변화, 경쟁 및 고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이라는 점을 생각해
립화, 사교육 의존 심화 등의 이유로 사회적으로
본다면,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교사의 직무스트
존중을 받고 있지 못한 현실이 직업 만족도를 더
레스와 우울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
욱 떨어뜨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는 대목이다. 기간제 교사의 경우는 유력 우울 증 33.6%, 확실 우울증 18.1%로 정규교사보다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교사 그룹별 유력 우울증 및 확실 우울증 비율
26
“일단 교사가 사회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들이 사고를 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다치 거나 해도 그게 다 교사 탓이다. 교사가 안 가르 쳤다, 교사가 학교에서 뭐 하느냐...”
“포털 사이트 댓글만 봐도, 동네 아줌마들을 만 나도 제가 항상 겪은 게 ‘누구 엄마, 벌써 퇴근했 어? 좋겠네, 나도 선생이나 할 걸. 좋겠어. 한 달 이나 놀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럼 나도 변명을 했다. ‘그게 아니라 방학 때 연수도 가고 출근도 하고.’ 요즘에는 ‘어, 너무 좋아. 자기도 선생 하지 그랬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게 되면 서 점점 사람들과 대화를 끊게 된다. 고립되는 느 낌이다.”
선생님이 건강해야 학생도 건강하다. 지금까지 교사의 직무스트레스 및 건강을 조사 한 결과를 살펴보았다. 우리가 그동안 미처 생각 지 못했던 교사들의 많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 는 연구였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일부에 지나지 않 을 뿐, 아직 교사의 직업 건강에 대한 논의는 걸 음마 수준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교육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나는 경쟁으로 사회 전체가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교육은 어떻게 흘러갈까. 학생 없이 선생님을 말할 수 없 는 것처럼 선생님 없이 학생을 말할 수 없고, 교 육을 말할 수 없다. ‘학생이 미래다.’라는 말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이 미래다.’ 27
사진으로 보는 세상
28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현장실습 노동자 홍수연님을 기억하는 추모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추모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이런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진 :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29
특집 :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방안을 내 놓으라 김재광 소장
대선후보들에게 노동자 건강권 정책을 묻는다. 하루에도 대여섯 명씩 일하다 죽 는 이 사회에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다 음 정책에 대한 귀 후보의 의견은 무엇인가? 대선 후보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 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같이 박근혜가 구속되
불의 무등을 타고 시작된 대선 레이스이기에 더욱
고, 세월호가 올라왔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 다르
더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적폐는
다. 극적인 마지막 장면 뒤에도 삶은 계속 되고, 세
‘사람보다 돈’이라는 이데올로기 자체다. 박근혜 게
상은 지속된다. 그래서 우리는 박근혜 구속 이후의
이트의 시작과 끝의 본질이 이것이다. 이것을 흔들
삶과 세상을 얘기해야만 한다. 우리 뿐 아니라 여러
고 뽑아내지 않는다면 모든 공약(公約)은 공약(空
사람들이 앞 다투어 적폐 청산을 소리 높여 말한다.
約)에 지나지 않는다. 청춘도 돈으로, 생명도 돈으
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후보들은 저마다
로, 위험도 돈으로, 사람도 돈으로, 공동체도 돈으로
적폐 청산과 사회통합의 적임자라고 스스로를 포장
환산하고 그 가치의 순위를 정하는 적폐의 본질을
한다.
캐내지 않으면, 잠깐의 봄이 지나고 다시 박근혜와 이재용 무리가 득세할 것이다. 우리 대다수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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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청산하고 무엇을
좌절할 것이다. 사회 전 분야에서 ‘사람보다 돈’이라
바꿀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의건 타의건 촛
는 생각을 뿌리 뽑아야 한다. ‘사람보다 돈’의 사회
에서 인권과 존엄이 제대로 설 자리를 좀처럼 찾을 수
대해 깊은 고민이나 뚜렷한 의지가 없을 가능성이
없다. 인권과 존엄이 없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높다.
위험하고, 공동체의 권력은 성원을 도구로 삼을 유혹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더 힘주어 그들에 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살맛나게 하겠노라
사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호언하는 대선주자들에게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해야할, 노동안전보건 부문 역시 ‘사람보다 돈’이
현장에서 노동자가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지 못하
우선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
고,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의 주체가 될 수 없
히 발암물질인 석면이 발견된다. 전공과 관계없는 저
는 사회가 살맛나는 세상이 되겠느냐고. 이런 사
임금 일자리에 고등학생들을 ‘현장실습’이라며 내몬다.
회에서 당사자인 노동자는 불건강해지고, 그 가족
사용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그 위험성이 무엇인지 알
과 사회가 불행해진다. 공동체와 사회 자체가 위
수 없는 노동자는 자기도 모르는 새 만신창이가 되고,
협받는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할 주체적 시민의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는다. 기업의 영업 비밀은 ‘절대
성장이 심각하게 제약된다. 노동현장의 안전과 건
반지’처럼 행사되어 노동자는 자신의 현장의 위험을 제
강은 민주사회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분명한 필
대로 알 수조차 없다. 이런데도 정부는 자본과 한편이
요조건인 것이다. 권력을 위임받겠다고 나선 자라
되어 비호한다. 노동자는 각종 사고, 질병 그리고 과로
면, 민주 사회의 분명한 필요조건을 충족하기 위
에 시달리는데 정부는 이를 관리, 감독할 인력이 없다
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의무가 아니겠는
는 타령만 벌써 30년 째 하고 있다. 관리 감독은 영 부
가.
실하면서도 노동자가 스스로 위험을 멈출 수 있는 권 리 확대에는 기겁, 난색을 표한다. 위험은 낮은 곳, 보
우리의 요구는 노동안전보건 부문의 전체를 포괄
이지 않는 곳으로 더욱더 확대되어, 하청, 계약직, 파견,
하고 있지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 요구
이주 노동자는, 세계 10위를 넘나든다는 경제 대국의,
는 인권과 존엄의 입장에 서 있으며, ‘사람보다 돈’
소모품이 되어 쓰다 버려지고 있다. 기업들은 기를 쓰
의 사회를 지양한다.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고 산재를 숨긴다. 아니 굳이 숨기지 않아도, 원청 자본
당연히 하나씩 이루어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우리
은 노동자가 죽어도 하청에 떠넘기면 그만일 뿐 그 책
가 늘 주장했던 명제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
임에서 자유롭다.
이란 기치에 서있는 이러한 요구가 이번 대선 시 기에 대선주자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공유되기를
각종 재난과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전에 대한 사
고대한다.
회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이러저러한 대책이 강구되었 다고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한 삶을 위 협하는 이런 문제들은 여전하다. 시민사회, 노동계 스 스로도 큰 관심과 여력을 쏟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대선 후보들 역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31
특집 :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선전위원회
대선후보들에게 노동자 건강권 정책을 묻는다. 하루에도 대여섯 명씩 일하다 죽는 이 사회에서, 노동 자가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다음 정책에 대한 귀 후보의 의견은 무엇인 가? 대선 후보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노동시간 단축과 건강한 삶을 위해 노동시간 제한을 막는 근로기준법을 바꾸자
2020년까지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정부의 계획.
그러나 오히려 증가하는 노동시간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에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출처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53조에서 1주 간에 12시간까지 연장근무 허용.
이 12시간에 주말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주 68시간까지 노동.
게다가 근로기준법 제59조에 특례 조항을 두어, 주 6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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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제한 특례제도를 폐지하라
노동자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 예방도 사업주 의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의무를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 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 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언적인 규정일 뿐.
부당해고 구제 신청 승소한 노동자에게 화장실 앞 책상 근무 강요.
민주노조 조합원임을 이유로 고소와 징계 남발.
불법적 인력퇴출 프로그램 수년간 운영하며 노동자 괴롭힘.
직장 내 상사의 부하직원 괴롭힘 방치하여 피해자 자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21.4%,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4조 7,835억.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6)
산업안전보건법 보건조치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 장해 예방 의무를 넣자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 신설하자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
일터 괴롭힘 예방을 사업주의 안전보건 예방 의무 중
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하나로 규정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접근.
1.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 일터괴롭힘 실태 조사
건강장해
• 기업 내 반괴롭힘 정책과 절차 수립
2.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 고충 처리나 진정 전담 인력과 조사 체계수립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 일터 괴롭힘 예방 교육과 인식 개선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
• 조직 분위기 개선을 위한 노력
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 는 건강장해 7. 업무 수행 및 이와 관계된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 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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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안전보건 체계를 만들자
산업안전보건청 신설과 안전보건관리감독 체계 확충 고용노동부로 독립된 산업안전보건 행정 조직 신설. 안전보건감독 전문 인력을 10배 이상 증원. 현장 노동자들을 명예안전보건감독관으로 선임, 실질적 권한 보장.
아픈 노동자에게 사회 보장을 중증질환 걸리면 소득 30% 감소, 질병 발생 6년이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
₩
상병수당 도입 업무 외 질병이나 사고로 장기 요양을 할 때도 소득 보전. 의무 법정 유급 병가 이미 145개 국가에서 유급 질병휴가 보장.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쉬게 하라!
실효성 있는 노동자 건강 보호제도 산업안전보건법 상 대표적인 노동자 건강 보호 제도인 특수건강 진단과 작업환경측정. 사업주가 측정과 검진 비용을 부담하니, 신뢰성 떨어지고 부실 해짐 측정이나 검사가 작업환경 개선이나 노동자 교육, 산재 신청으 로 이어지지 않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비용부담을 이유로 미실시되기도 함.
특수 검진 및 작업환경 측정에 제3자 지불방식 도입! 34
산재 통계,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있는 지표와 통계 생산 •사내하청 노동자 건강보험 사용내역 분석 결과, 재해율 국가 통계의 23배
추정.(더불어민주당) •일터에서 다친 조선, 철강, 건설플랜트 하청노동자 중 산재처리 10.5%. (국
가인권위, 2011)
현실을 반영 못하는 산재 통계와 조직적, 구조적 산재은폐를 뿌리뽑자!
산재은폐 바로잡기 산재보상보험 문턱 낮추기
산재보험 적용 확대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미적용 사업장까지 적용범
•몰라서, 절차가 까다로워서, 사업주 비협조로, 임금
위를 확대해 일터에서의 위험을 투명하게 드러내자.
보전이 적어서, 승인률이 낮아서. •산재 신청조차 하지 않는 일터 건강 문제가 많다.
업무상 사고에서 직업병을 넘어, 암/ 정신질환 등 직업 관련성 질환까지 산재 보상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예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면 누구나 쉽고, 부담없이 산재보
방을 위한 노력도 늘려가자!
상보험에 접근이 가능해야 숨겨진 산재와 직업병이 드 러난다!
35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작업자 및 노동자 대표에게 작업중지권 보장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느낄 때 지체없이 작업을 중단하고 피할 수 있는 권리.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의 ‘급박한 위험’ 대신,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거나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노동자 스스로 그리고 노동자 대표가 작업을 중단하고 노동자를 출처_일과건강
대피시킬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 삼성병원에 내려진 벌금은 800만 원. 매년 90% 이상의 사업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 고, 2,400명이 죽는 산업 재해에 검찰의 구속, 불구속 기 소는 5%를 넘기지 못함. 수십 명이 죽어 나가도 처벌은 빠져나갈 수 있는데 어떤 기업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이행 할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도입이 현실화되어야 기 업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대책이 겨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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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정규직의 직장의료보험가입률은 99.1% 비정규직은 직장의료보험가입률 39.3%, 지역의료보험 가입 비율 29.1% 주요업종별 30대 기업의 지난 5년간 사망노동자 245명 중 86.5%인 212명이 하청노동자. 2015년 사망노동자 38명 중 원청노동자는 2명, 하청노동자는 36명(95.0%)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 규모가 200만명을 넘는 것으로 보고(국가인권위, 2016) 그런 데 종업원을 두고 있지 않은 1인 자영업자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성격이 강함에도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아님. 퀵서비스기사 등 8개 업종에 대해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나 가입이 자율적이면서 자부담이 있 어 가입률은 매우 낮음. 소영세 사업장일수록, 시간제 노동자일수록, 고령 노동자일수록 사업주의 산재보험 적용을 기피하고 있어 취약계층 산재보험 적용률이 더 낮음.
비정규직노동자 직장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위험의 외주화 중단! 안전업무, 나아가 상시업무 외주화 중단!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가입 나아가 근본적으로 노동자성 인정, 노동기본권 보장 산재보험 미적용 사업주 처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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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건강보험 확대 적용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건강보험에 당연 적용될 수 있도
록 지역의료보험의 가입대상에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포함시켜야 한 다. •건강보험 가입과 유지 과정에서 단속 추방 등 어떠한 불이익도 가지
않도록 행정적 배려를 해야 한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나 고용허가 취소 사항에 산재나
장시간 저임금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산재은폐 조항 추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장시간노동 근절과 건강권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사유에 ‘산재를 당하여
을 위하여 근로시간 적용제외 사업장으로 명시한 근로
그 사업장에 더 이상 근로를 할 수 없다고 피해노
기준법 63조를 폐기.
동자 스스로 판단할 경우’를 추가하고, 이 경우 변
•농업분야의 높은 재해율을 감안하여 산재보험 의무
경횟수 제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가입하도록 법조항 개정.
•고용허가 취소 규정에 ‘중대재해 발생시, 산업
재해발생 보고의무 위반시 고용허가를 취소’ 규정 을 추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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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라
화학물질의 성분과 유해성, 취급상의 유의사항 등이 적혀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공장에 게시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2014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현장에서 유통되는 MSDS 중 67.4%에 영업비밀이 적용 되어 있어 그 성분조차 알 수가 없다. 노동자의 알 권리를 '영업비밀'이 가로막고 있다.
자신이 어떤 건강 영향이 있는 물질을 사용하는지조차 모르고 일하다 시력을 잃은 20대 파견 노동자들. 직업병이 의심되어 뒤늦게 자신이 썼던 물질을 확인하려 해도, 확인조차 어려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의 신청인 측 권리나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청구 절차만으로는 접근에 한계가 많다. 특히, 사업주의 영 업비밀 주장을 정부 측이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안전보건 자료를 통합전산시스템으로 구축하자
안전보건자료에 대한 영업비밀을 통제하자.
정부는 사업주로부터 안전보건자료를 받아 장기간
현행 정보공개법과 산안법은 사람의 생명ㆍ건강에
보관하고 통합적ㆍ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함.
대한 자료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공개가 원칙
가급적 모든 자료를 전산화하여 안전보건자료에 대
이라는 입장을 취하지만, 현실에서 그 원칙은 대단
한 통합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
히 무기력함. 안전보건 주요 자료를 ‘영업비밀’로 감 추고자 한다면, 정부기관으로부터 사전에 승인 받도 록 하자. 39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일하다 걸리는 폐병은 쌍팔년도 얘기 아닌가요?
이이령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저는 대학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 전공의를 하고 있
때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용접 흄·분진·가스 등에
으며, 특수 능력(?)을 가진 별종 의사입니다. 보통
노출되는 수많은 전·현직 노동자들은 과연 폐질환
병원에서 폐질환 환자들은 호흡기 내과에서 진료를
진료를 어디서 받는 것일까?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보지만, 제가 속한 병원은 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직
이 멀어서 공단 주변 병원들에서 진료 받는 것인가?
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진폐증 환자 진료를 담당하고
산재신청은 하는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있습니다. 그러니 의사 중에서도 소규모 과를 전공
물게 됩니다.
하며, 특수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주치의 경험을 가진 저는 어찌 보면 별종 의사인 셈입니다.
질병에 따라 다르지만, 진폐증은 물론이고 만성폐 쇄성폐질환, 간질성 폐질환, 폐암 등의 발생에 직업
입원 환자의 대부분은 과거 광부나 석공으로 일하
적인 요인이 약 15~20% 기여한다고 알고 있는데,
다 생긴 진폐증으로 산재 승인 받아 외래 치료를 받
산재신청·승인이 험난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한
던 중 폐렴, 흉수, 결핵, 폐암 의심 등으로 입원하는,
다 해도 탄광부진폐증 환자 외에 제 눈에 보이는 환
(서른네 살인) 저의 아버지 세대이거나 할아버지 세
자가 한참 적기 때문입니다.
대인 분들입니다. 비슷한 직업력을 가진 환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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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매너리즘에 빠져들 때쯤이면, 현직의 용접공
샤이(?) 직업성 폐질환 환자들
같은 분들이 요새 들어 숨이 조금씩 차는 게 혹시 진
작업환경측정을 위해 방문한 조선소에서 의문의 실
폐증 아니냐며 외래에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마리를 찾았습니다. 조선소는 연마 작업자, 도장공,
용접공은 물론 그 주변에서 일하며 용접 흄·분진 등에
석면 꼴 안 나려면,
매일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대공장이며 노동
알파고 시기 신기술에 선제적 예방이 중요
조합 힘도 있으니 폐질환 산재 신청자가 많을 것으로
과거 노출로 인한 직업성 폐질환 환자들을 드러내
생각했는데, 오히려 거의 없었습니다. 노동자분들과의
는 것과 동시에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현
대화 내용, 진폐증 환자 주치의를 하며 교수님들과 환
재의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미래의 직업성 폐질
자들에게서 배운 지식과 경험 등을 접목해 그 이유에
환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나노 물질
대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보았습니다.
은 ‘꿈의 물질’로 불리며 사용이 늘고 있습니다. 그 러나 같은 물질이라도 큰 입자일 때보다 나노 입
만성 폐질환은 대부분 질병 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
자 상태일 때 인체에 더욱 유해한 물질일 수 있음
리며, 증상도 서서히 생깁니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에도 노출 기준 조차 부재하고, 흡입 시 건강 영향
입사하는데다가, 질병이 진행하고 있어도 한창 일하는
에 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국은 나노
30~40대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약간의 기침·숨
물질을 사용하는 정밀화학, 제약, 화장품 제조 및
참이 있어도 동료들에게 꾀병 환자로 낙인찍히고, 회사
전자산업 등의 비중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더욱
에 알려져 잘리고 싶지 않아 그냥 넘기는 게 대부분입
우려됩니다. 또한,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3D
니다. 증상은 은퇴할 나이 즈음이나 은퇴한 후에나 심
프린팅에 사용되는 물질로 인한 호흡기 문제도 제
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그때는 주변에 동료 노동
기되는데 이에 대한 대비는 전무한 수준입니다.
자도 노동조합도 없어 산재에 대한 정보도 없을 것입
게다가 3D 프린팅을 이용한 소규모 사업장이 늘
니다. 혹은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고 나서 증상이 생겨
것으로 예상하는데, 소규모 사업장이 안전보건 사
서 생각을 못 했거나, 치료하는 병원에서 직업적인 원
각지대인 건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잘 알고 계실
인을 고려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겁니다.
속한 병원에 오는 많은 탄광부진폐증 환자들이 생각하 는 것처럼 본인이 담배를 피웠고, 마스크를 잘 못 썼으
건강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무턱대고 사용하다가
며,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 먼지 구덩이인 줄 알면서도
문제 발생 후 임기응변식 대처로 노동자·시민의
일한 것에 대한 자책이 있어 폐병은 내 잘못이려니 하
안전보건에 위협을 일으켜 ‘기적의 물질’에서 ‘침
며 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과 가습기 살균제 등 의 역사를 돌아보면 산업 구조 변화 초기, 신규 물
대기업이며 강성노조가 있다는 조선소의 사정도 이럴
질 도입 전에 인체 건강 영향에 대한 선제적 예방
진 데 중소규모 사업장, 하청노동자들, 외국인 노동자
및 연구가 절실해 보입니다. 최근 관심이 증폭되
들의 상황은 더 명확해 보입니다. 요새 정치권에서 샤
는 미세먼지 대책만큼, 오히려 그보다 더 큰 비중
이 트럼프, 샤이 보수라는 말이 있는데, 대규모로 존재
으로 정부·산업계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하나 드러나지 않는 직업성 폐질환 환자들을 샤이 직
직업성 폐질환은 쌍팔년도 이야기가 아니라 알파
업성 폐질환 환자라고 불러야 할까요?
고와 그 친구들이 많아질 미래에도 중요한 문제입 니다. 41
노동시간_기획
누구를,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인가?
신경아 노동시간센터
1.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2. 돌봄 노동을 위한 시간 3. 노동시간 특례제도와 과로의 기준 4. 야간노동, 교대근무를 줄이려는 정책적 접근 5. 노동시간만 줄이면 되나? 노동하는 시간 ‘동안’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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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 국회의 문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임금을 삭감하더
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주말과 휴일의
라도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공공운수노조의 자기희
초과근로수당이 실질적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로
생적 타협안까지 발표되었지만,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인한 중소기업 등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중소기업
늘 그래왔듯이 ‘임금 인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
만일까? 대기업 역시 정면으로 나서진 않지만 같은 심
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임금 인상 이슈 앞에서 노동시
정일 것이다. 더 부정적인 해석은 노동시간 단축 개정
간 단축 주장은 힘을 잃고 왜소해진다. 이런 현상은 노
안이 초과근로수당의 인상을 노린 노조의 꼼수라는 견
동자나 사용자 모두에게서 발견된다. ‘먹고 살기도 힘
해다. 많은 기업이 초과근로시간을 줄이기보다 수당 지
든 임금인데, 더 높이기는커녕 노동시간까지 줄여선 안
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과적으로 초과근로
된다’는 주장이나, ‘생산성을 높여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수당 인상을 통한 임금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어려운 시장에서 노동시간까지 줄이면 기업은 망하고
다.
말 것’이라는 위협까지 노동시간은 늘 임금의 종속 변
수로 여겨져 왔다.
이 사라진, ‘워킹맘’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을까? 생산성과 노동시
그러나 동시에 노동시간 단축 주장은 더욱 주요한 사회
간을 등치시키는 후진(後進) 자본주의, 인간의 삶에서
적 의제로 제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2012년 대통령
노동 이외에 그 어떤 것의 가치 부여에도 인색한 야만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가
(野蠻)의 시대를 끝내고 말 그대로 ‘휴머니즘’, 인간으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래 2017년 19대 대선에서
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의 질서를 만들어 갈 수
는 후보들 모두 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잠시 살
있을까?
펴보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칼퇴근법’이란 이름으 로 야근 금지를 통한 정시 퇴근을 보장하고, SNS를 이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용한 업무지시 등 돌발노동을 금지하며, 최소 휴식시간
적어도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해지려면 그런 방향으로
과 최대 근로시간, 근로시간 공시제 등을 제도화하겠다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 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연간 노동시간 1,800시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관계없이 대선후보들이 한
간, 주당 노동시간 40시간 완전 정착, 노동시간단축특
결 같이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는 모습이 이런 주장을
별위원회 설치와 수퍼우먼방지법 등을 제시했다. 국민
뒷받침한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너무 오래 일해 왔고
의당 안철수 후보는 연간근로시간 1,800시간, 포괄임
많이 지쳤다. 청년 취업 빙하기 사회에서 취업을 위해
금제와 고정초과근무제 관행 개선, 최소휴식시간, 휴가
몇 년씩 고생한 신입사원들이 정작 입사 후 1년을 못
저축제, 교대제 개선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 민주당 문
넘기고 직장을 떠나는 데에는 긴 노동시간이 원인인 경
재인 후보는 연차휴가 사용을 의무화하고, 육아기 부모
우가 적지 않다. 긴 노동시간과 무거운 업무부담을 이
의 노동시간을 임금삭감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기지 못해 자살하거나 죽음에 이르고 심각한 질병에 걸
로 제한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겠
린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최근 발생한 게임 산업
다고 한다. (정책 소개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내용
노동자의 자살,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공무원의 죽음,
이 충실한 후보부터 제시한 것이다.)
IT산업 개발자로 폐질환에 걸려 8년여 간의 법정 투쟁 끝에 산재 판결을 받은 양도수씨의 사례는 언제든 우리
후보들의 공약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두드러지는 것은
사회에서 재발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또 ‘경력단절’ 여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19대 대선이 치러지고 새
성을 돕겠다고 정부가 법까지 만들었지만, 여성의 노동
대통령이 취임하면 우리의 긴 노동시간에 획기적인 변
시장 경력을 불연속적인 것으로 만드는 구조는 지속되
화가 일어날까? 저녁 6시가 되면 칼같이 컴퓨터를 끄고
고 있으며, 긴 노동시간이야말로 그 핵심이다. ‘당당한
상사의 카톡 걱정 없이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을까? 포
직업인’을 꿈꿨지만, 일과 아이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
괄임금제라는 두루뭉술한 임금 대신 일한 시간만큼 보
으로 일할 에너지도 정신적 의지도 잃어가는 지친 모습
상받는 임금체계를 누릴 수 있을까? ‘수퍼우먼’이란 말
들이 우리사회 ‘워킹맘’의 얼굴이다. 43
을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기 쉽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지만, 한국사
그러나 여성학적 관점에서 보면, 돌봄이야말로 노동만
회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폐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큼 가치 있는 인간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이란 것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나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
을 하기 전에, 태아(胎兒)에서부터 돌봄을 필요로 하는
지고 싶다.
것이 인간의 존재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다. 인간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노동시간을 줄
삶은 돌봄에서 시작해서 돌봄으로 끝난다. 어쩌면 사회
여야 하는가?'
는 이런 생존과 유지에 필요한 돌봄이란 활동을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간의 발명품일지도 모른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만큼 왜 줄여야 하는
돌봄연구의 대표적 학자인 트론토(Tronto)는 “돌봄이
지에 대한 성찰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어떤 대답들이
란 우리의 세계를 유지하고 지속하고 보수해 나가기 위
있을까? 쉬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
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이며 돌봄의 대상은 “우리의 몸
해서? 저녁엔 집밥을 해먹기 위해서? 주말엔 1박 2일
과 자아, 환경 등 삶을 지속하는 데 관련된 모든 것”이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서? 친구도 만나고 책도 읽고 공
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돌봄이란 아동이나 노인, 장애
부도 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인과 같은 특정한 인간 집단이나 시기에 국한된 것이라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많을수록 좋을
아니라 인간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되는 과정이자 활
것이다. 현실을 넘어 우리의 사고(思考)의 한계를 넘어
동이다. 또 육체적 활동이자 정신적인 활동이고, 의식
상상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를 충족시키는 행위는 물론 관심과 배려, 친밀감 등 정서적 차원을 포함한다.
나는 그런 상상(想像)의 한 가운데, 구심(求心)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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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향을 ‘돌봄(care)'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트론토 등 돌봄연구자들은 우리는 태어나서 누군가의
‘돌봄’이나 ‘케어’라는 단어는 우리사회에서 너무 ‘범람’
돌봄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그러므로 누군가
해서 전혀 신선하지 않다. 어떤 노동자를 ‘OO돌보미’라
를 돌보아야 하는 책임 역시 갖는다고 주장한다. 우리
고 부를 때 우리는 쉽게 그(또는 그녀)의 임금이 그리
가 흔히 ‘인간은 상호의존적인 존재’라고 할 때 여기서
많지 않으리라고 추측한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보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은 돌봄을 주고받는 관
다는 기본적인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그(또는 그
계를 의미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성인으로 독립할 때까
녀)가 하리라고 짐작한다. ‘케어’라는 말 역시 의료 현
지 부모 등 타인에게 의존하며, 노인이 되어 역시 타인
장과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특수한 숙련(special
의 돌봄을 받는다. 또 성인의 시기에도 아프거나 장애
skill)보다는 일반적 숙련(general skill)에 가깝다. 케어
를 갖게 되었을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의식주를 위
는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이고 그 앞에 다른
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인간은 혼
단어가 붙어 ‘OO케어’라고 해도 그리 높은 수준의 기술
자서만 살 수 없으며, 먹고 마시고 입고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과 서비스 대부분을 누군가로부터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의 사회가 노동중심적인 것은 아니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인간 활동
때문에 돌봄연구자를 포함한 여성학자들은 인간사회의
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부상했고, '임금
도덕성 원리로 돌봄의 윤리(the ethic of care)를 제시
노동'이나 '경제활동'이 인간의 지위를 평가하는 최우
한다. 지금까지 사회관계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본적
선적인 규준이 되었다. 그리하여 맞게 된 일 중독 사회
인 원리는 정의의 윤리(the ethic of justice)였다. 이것
에서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과잉 생산 된 상품
은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을 기초로 추상적이고 보
을 팔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그리고 과잉 생산 사회에
편적인 원칙에 기초한 공적 영역의 도덕성 원리다. 그
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픈 이를 돌보고, 노인을 보살
러나 여성학자들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분리된 개인인
피는 일은 저평가되고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 되었
가’ 하는 질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인간은 태어나서 죽
다. 그뿐이랴? 이런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을 돌보는 시
을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의
간도 빼앗겨 왔다. 총체적인 돌봄의 위기, 돌봄의 공백
식하든 하지 못하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로 의존
상황이다.
하는 존재라는 것이 여성학적 인간관이다. 이런 돌봄의 윤리는 분리되고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공무원이 직장에서 쓰러진 후 정
관심과 친밀성, 인간관계와 유대, 상호관심, 반응성의
부는 뒤늦게 매월 1회 금요일 4시 퇴근을 제도화하겠
가치를 중심에 두는 가치관이다.
다고 발표했다. 노동시간 단축인가? 아니다. 일찍 퇴근
미국의 법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누스바움
하는 만큼 빠지는 근무시간을 다른 날에 덧붙이겠단다.
(Noussbaum)은 돌봄의 윤리를 중심으로 사회의 정의
이것은 좋은 제도인가? 돌봄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결
를 다시 구성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정의로운 사회는
론은 부정적이다. 우리의 일상적 돌봄은 1일 단위로 이
돌봄이 필요한 사람(돌봄수혜자)이 시민으로서 정당하
루어지며, 매일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대
게 돌봄을 받을 수 있고, 돌보는 사람(돌봄제공자)이 타
부분이다. 밥을 지어 먹고, 아이들을 돌보고, 쉬어야 하
인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착취되지 않는 사회를 가리
는 것은 매일 치러야 하는 재생산 노동이다. 한 달에 한
킨다. 지난 역사 동안 인간의 사회에서는 타인을 돌보
번 몰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평일 근무시
고 타인으로부터 돌봄을 받으려는 욕구가 지닌 보편성
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퇴근이 늦어지면 돌봄은 더 힘든
을 폄하하고 돌봄을 주변화해 왔다. 돌봄을 ‘비정상적’
일이 될 것이다. 일하는 부모들은 더 늦어진 퇴근에 발
이고 ‘일시적인’, 따라서 극복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
을 동동 굴러야 하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귀가시간
은 상태로 전제하고 사회와 제도를 조직화해 온 것이
을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
다.
한 노동시간 조정인가? 노동시간 단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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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산업안전보건 국제적 기준과 한국 현황 비교 연재를 시작하며
콜라비 선전위원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기준은 1981년에 제정된 산업
높은 수준의 안전보건 향상을 위해 참고할 광범위
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산
한 기술적 사항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안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
‘참고용’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고, 실제로 사업장에
의 안전과 보건 문제를 규제해왔다. 그러나 산업발
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제한
전에 따른 재해의 대형화, 직업성 질병의 증대, 중소
점은 있지만, 상당히 다양한 주제의 코샤 가이드가
영세기업에서의 재해 다발 등의 경향으로, 산업안
나와 있고 계속해서 제·개정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
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다.
명확히 하여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 기 위해 산안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렇듯 외형적으로 제법 번듯해 보이는 산업안전보 건 기준을 갖추고 있는데, 한국의 산업재해는 왜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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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은 다양한 관계 법령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
이지 않는가? 왜 높은 산재율은 변함이 없는가? 다
으로 구성되어 있고, 산업안전보건의 최소한의 기
른 나라의 기준은 한국의 기준과 어떻게 다른가? 한
준을 정해두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행하는
국의 산업안전보건 기준은 어떤 방향으로 개정이
코샤 가이드(KOSHA guide, 안전보건기술지침)의
필요한가? 이런 물음에 대해 올해 연구소에서는 산
경우는, 법령에서 정한 최소한의 수준을 넘어 좀 더
업안전보건의 국제 기준 또는 외국의 기준을 한국
의 현황과 비교해보는 연구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다
에 동의하였고, 다양한 측면의 비교 항목을 목록화하
양한 분야의 기준을 비교·정리하여 더 나은 기준이 어
는 작업을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나아가 더 넓게는, 내
떤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지 모색하
용이나 구체성 등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그런 기준이
려 한다. 이후 정리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학계와 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원
계 기관, 단체에서 쟁점화하여 현재의 기준을 실제로
인이 무엇일지 밝히는 것까지도 포함될 것이다.
개선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고자 한다. 사실, 모임에서 거론되었던 여러 가지 중요한 주제들 몇 명의 연구소 회원들이 팀을 이뤄 비교 연구를 함께
을 차례로 모두 다 다룬다면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
진행하기로 하였다. 지난달 중순에 있었던 첫 모임에
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생
서는 전체적인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두세 조로 나뉘
각보다 훨씬 더 방대한 작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길
어 조별로 한 가지 주제씩, 동시에 두세 가지 주제에
한(?) 예감이 들지만, 어쨌거나 연구팀은 첫걸음을 떼
대해 비교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였으나, 결국 한 가
었다. 앞으로 차근차근 계획대로 진행해나가면서 그
지 주제를 정해서 다 함께 진행하고 비교가 끝나면 또
내용을 일터에 연재하며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
다른 주제로 옮겨가는 식으로 진행해나가기로 했다.
다. 이 작업이 변화를 위한 발판의 일부가 될 수 있도
비교할 주제로는 장시간 노동, 교대제, 청소년 노동, 알
록 좋은 의견이 있다면 기꺼이 나눠주시길 부탁드린
권리, 작업중지권, 근골, 직업적 운전 등 연구소의 다양
다.
한 관심사가 비교 주제가 거론되었다.
그 중, 연구소에서 꽤 오랫동안, 또 지금도 계속해서 중 요하게 다루고 있는 문제인 ‘교대제’를 첫 번째 주제로 정했다. 사실, 연구소에서 2015년에 발간한 책 <좋은 교대제는 없다>에서 한 장(6장 교대제에 대한 규제와 개선안)을 할애해, 교대제에 대한 국제기구와 해외 연 구기관의 권고 내용을 소개하고 유럽 각국과 한국의 법적 규제를 대략 비교한 바 있다. 이번 비교 연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요목조목 비교해보고 따져보려고 한다. 첫 모임에서, 기준의 내용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이나 기준의 구체성 등도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것 47
문화읽기
행복을 사세요!
콜라비 선전위원
며칠 전 어느 심리학자의 강연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
유보다는 경험을 사라는 것. 여러 연구 결과, 돈으로 자동
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강연이었
차, 옷과 같은 소유물을 살 때에 비해, 여행이나 콘서트 등
는데, 생각을 바꾸라는 식의 공허한 조언이 아니라, 심리
과 같은 경험에 돈을 써서 얻는 행복이 더 강하고 더 오랜
학계에서 나온 다양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며 상당히
시간 동안 지속한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게 몇 가지를 제시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어 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행
나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봐도 맞는 말이다. 몇 년 전
복을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꽤 비싼 노트북을 샀을 때 기분이 좋았다. 여전히 유용하
이야기하는 등 꽤 균형 잡힌 시각의 강연이었다. 여러 가
게 사용하고는 있지만, 지금도 그 노트북으로 인해 기분
지 이슈 중 내가 가장 흥미롭다고 느꼈던 한 가지는 돈으
이 좋은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하지만 10년 전 노트북
로 과연 행복을 살 수 있는 가 였다.
한 대 가격에 맞먹는 경비를 들여 다녀온 인도 배낭여행 은 당시에도 좋았지만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릴 때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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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행복은 어느 수준까지는 비례하지만, 어떤 수준을
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의 경험이 여전히 지금의 행복
넘어서면 돈이 더 많다고 해서 행복의 수준이 증가하지
에 일부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다. 또, 흔히 들어왔던 말이
는 않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 상식적으로도 충분
지만 강연을 들으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한 가지는, 순
히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최근,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
간순간의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행
학자들의 관심은 ‘돈이 많으면 행복한 가’에서 ‘돈으로 어
복감을 느끼는 기준의 한 가지는 지난 시간에 대한 전체
떻게 행복해질 수 있나’로 옮겨왔다. 즉, ‘행복해지기 위한
적인 ‘평가’다. 지난 1년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보며 ‘괜찮은
소비’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결론은, 행복해지려면 소
한 해였어’라고 평가할 때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소개하는 어느 플랫폼
다른 한편으로는, 특별히 어떤 경험을 하며 행복하다고
그런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여행뿐 만이 아니다. 삶의 순
느꼈던 어떤 날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보통, 한국 사
간순간을 즐겁고 재밌는 기억으로 채워가려는 사람들이
람들은 전자, 즉 전체적인 시간에 대해 평가하고 행복을
더 많다는 걸 느끼는 또 한 가지는,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느끼는 것에 비해, 후자와 같이 순간순간을 특별히 만들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예전엔
어가는 행복에 대해서는 덜 익숙하다. 두 가지 방식이 모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학원이나 문화센터에 찾아가
두 다 중요하겠지만, 문제는 그 누구도 자기 인생의 끝이
정기적으로 꾸준히 해야 하고,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해
언제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람이 아
야 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부
니고서야, 앞으로 살날이 30년 이상 남아있는지, 단 몇
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경험
개월 또는 며칠밖에 남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매
의 선택지가 많아졌고, 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도 다
순간순간의 경험을 만끽하고 오래 기억하는 행복도 중요
양해졌다.
하다는 것이다. 동영상이나 블로그 등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쉽게 배울 수 강연에서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것들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활동을 선택해 비용을 지불하
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지만, 사실 이런 행복에 대한 생각
고 경험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은 학계의 연구와 무관하게 요즘 문화의 한 단면인 것 같
또 SNS가 그런 플랫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원데이클래
기도 하다. 10여년 전쯤만 해도,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
스’(하루 수업)로 검색해보기만 해도 무수한 검색결과가
만두고 장기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엄청난 별종 취급을
쏟아져 나온다. 물건을 사는데 돈을 쓰는 대신 이런 경험
받았고, 여행기를 쓴 책을 내면 꽤 주목을 받았다. 요즘은
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뭔가를
어떤가. 조금만 관심을 두고 보면,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경험하는 것이 나에게 유형의 결과물을 남기지 않더라도,
아니라는 걸, 생각보다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들을
그것을 경험하는 그 시간을 즐겁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
포함한 네 가족이 세계를 유랑했다거나, 결혼식을 생략하
을 만한 행복한 시간으로 만드는 데에 돈을 쓰는 것이다.
고 그 비용으로 산티아고 여행을 떠난 부부의 이야기라던
그런 사람들이 모두 다 ‘행복해지려면 소유물보다는 경험
가.. 그런 이야기는 이제 예전만큼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할
을 사는 게 더 도움이 돼.’라는 생각으로 그런 소비를 선택
만큼 많아졌다. 아주 특이한 사람이라거나, 별종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행복에 대한 관
느껴지지 않는다.
점이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9
발칙 건강한 책방
광부들의 삶에 대하여 – 영국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한국의 ‘탄광촌 풍속 이야기’
김규연 회원, 원진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처음엔 부두 노동자들의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런데 사실 위건 부두엔 부두가 없다고 한다. 옛날에 는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1930년대 탄광촌이 개발되면서 도저히 휴양지로는 써먹을 수 없는 시꺼먼 탄 광촌이 됐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은 아름다웠던 휴양지가 가장 궂은 장소가 되어버린 역설적 상황을 빗대 어 표현한 것이다. 이 책은 탄광촌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조지 오웰은 본인이 영국 북부 탄광 지대에서 겪은 체험담을 바탕 광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그만큼이나 열악했던 삶 의 모습들을 그대로 담았다. 새까매진 얼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탄진, 그 속에서 광부들은 마땅한 보호구 없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흔히 `막장'으로 불리는 지하 수백 미터의 노동 현장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탄진과 지하의 협 로에서 하루 8시간의 노동을 하고, 비계 바른 빵 한 덩이와 차가운 차 한 병을 15분 동안 허겁지겁 먹는 것으로 식사를 때 우며 일했다. 탄층이 자리 잡은 곳까지 출근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왕복 수킬로미터의 지하공간까지 탁한 공기 를 마시며 비좁은 갱도를 따라, 굽은 자세로, 때론 무릎으로 기며 2-3시간씩 출근해야 했다.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들의 삶은 노동환경만큼이나 열악했다. 한쪽 면이 완전히 50
막혀 통풍도 환기도 채광도 되지 않고, 샤워시설조차 마련되어 있지 못한 집에서 다섯 식구가 한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이들은 지저분한 집에서, 청소할 기력도 없이, 자존감을 상실한 채 살아간다. 정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부적합판정’을 받은 집들을 계속 방치하고, 느려터진 속도로 새 집들을 지어 나간다. 그러다가 가끔, 죽도록 돈을 모아서 그 새 집에 들 어오는 광부들이 생긴다. 완전히 정부가 통제하는 이 집들에서는 꽃 하나 제대로 키울 수 없고, 비둘기 하나 제대로 기를 수 없다. 이것이 당시 광부와 그의 가족들의 삶의 수준이었다.
한국에서도 탄광을 주제로 한 책도 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광부들의 노동환경과 그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을 고발하는 르포였다면, 이 책, ‘탄광촌 풍속 이야기’는 수 십 년간의 기록에 가깝다. 광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뿐 만 아니라 탄광촌의 생활과 금기, 문화 등을 담은 책이다.
갱내의 작업 환경은 조지 오웰이 기온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적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탄광촌은 늘 잿빛이었 다. 도시를 덮는 탄가루, 광부들의 삶 속을 파고드는 죽음, 가난의 삶과 폐허 같은 도시 분위기 때문이다. 감옥 같은 지하 수백 미터 검은 벽의 막장에서는 탄광사고로 광부들이 죽어나갔다. 갱구를 들어갈 때는 산 사람만 들어갔는데 나올 땐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나왔다.
주거 환경이나 삶의 모습 또한 영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탄광촌 주민들은 서울 같은 대도시 사람들로부터 탄 광촌에 산다고 무시당한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광부 가족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사택을 보고도 ‘양계장 같다’라든 가 ‘돼지우리 같다’라고 했다. 그나마 사택에서 살지 못했던 사람들은 여섯 식구가 방 한 칸 세를 얻어 살아갔다.
한국의 경우, 1989년 석탄 합리화를 기점으로 탄광촌들은 몰락했고 광부들은 전직하였다. 그 전까지, 생지옥에 비견되 는 탄광에서 그들이 노동을 해준 덕에, 지상 세계는 석탄을 이용하여 안락한 삶을 영위했다. 고상한 세계를 떠받치고 있 는 지상 위의 모든 인간들은 저 지하 노동자의 노고에 빚지고 있는 게다.
“당신도 나도 ‘타임스 문예 부록’의 편집인도, 동성애자 시인도 캔터베리 대주교도 아무개 동지도, ‘유아를 위한 맑시즘’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가 지금 누리고 있는 비교적 고상한 생활은 실로 땅속에서 미천한 고역에 시달리는 사람들 에게 빚지고 얻은 것이다. 눈까지 시커메지고 목구멍에 석탄가루가 꽉 찬 상태에서 강철 같은 팔과 복근으로 삽질을 해 대는 그들 말이다” -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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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法
산재법상 허울뿐인 사업주의 조력 의무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국내 대형병원의 건물 외관은 유명 쇼핑몰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하고 거대하다. TV에서 한 외과 의사가 말 하는 버스킹 프로그램에 나와 유독 화려한 우리나라의 병원과 외국의 공공병원과 비교하며 이유에 대해 이윤 에 집중하는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얼마 전 대형병원에서 폐지 수거하는 노동자의 뇌경색 사건을 맡았 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해당하지만 청소·미화 분야는 이미 오래전부터 용역업체를 통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 다. 대형병원도 다르지 않았다. 용역업체 소속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각 건물과 병동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품을 집하장에 쌓아 놓으면 재활용폐기물(폐지) 위탁처리 용역계약을 체결한 다른 업체의 노동자가 잡화장에서 폐 지를 수거하여 재활용분류 장까지 1톤 차량으로 운반한다.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재활용분류 장으로 옮겨진 폐 지는 수직 압축기로 압축하며 1일 8~9묶음의 압축 파지를 생산하는데 1묶음의 무게가 대략 450~500㎏ 정도 된다. 1톤 차량을 이용하여 1일 4톤 이상 상·하차를 반복하며 폐지를 수거하여야 한다. 모든 작업과정은 아무런 도구 없이 인력으로 이루어졌다. 압축 파지는 지게차로 운반하고 주기적으로 압축 파지는 수거 업체 차량이 수 거한다. 재해자가 주되게 담당한 업무는 집하장의 폐지를 수거하는 업무이다.
대형병원과 재활용품 위탁처리 업체는 계약서상 작업지침서를 통해 작업 인원 4명 이상 유지, 차량 수거할 때 2인 1조 작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근무 인원은 3명뿐이었다. 그 중 1명이 재해 1개월 전에 퇴 사하여 2명이 근무하게 되었고, 임시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였지만 1~2일 근무하고 나오지 않아 1개월 사이 10여 명이 변경되는 상황이 연속되었다. 재해자는 1톤 차량을 직접 운전하여 각 건물과 병동의 집화장에서 폐 지를 수거하는 업무를 혼자서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10월 초 뇌경색이 발병하였던 상황으로 인원 감 소와 업무량이 증가하였던 상황, 한여름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졌던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 특히 지하 주차 52
장에 마련된 재활용품분류 장은 선풍기 외 별도의 냉방 기구가 없었고,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의 열기로 찜통 같은 작업환경이 지속되었다. 재해자는 04시~16시까지 1일 10시간 이상 주 6일을 근무하였다. 업무상 과로 성 재해 인정 기준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요인이 복합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업주는 재해 조사 과정에서 재해자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며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사업주는 재해 자에게 일찍 출근하지 말라고 하였고, 사업주가 05시경 현장에 지도감독을 나오는 경우 없었던 경우도 많았 다면 재해자의 근로시간은 06~16시이며, 작업 중간에 수시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실제 근로시간은 1일 7시간 이하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리고 집화장에 쌓아놓은 폐지를 차량에 옮겨 싣고 압축만 하는 단순한 업무이기 때 문에 75세 이상의 노인도 쉽사리 수행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업무 강도가 강하다는 재해자의 주장을 반박하였 다. 실제 현장에서는 1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가 재해자 1명뿐이었고, 다른 노동자들은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 연 속되었던 상황이었다. 그만큼 일이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건 조사를 위해 재해자와 함께 현장을 방문하여 지하주차장과 지하 통로를 이용해 각 건물과 병동을 오가면 서 보았던 것들은 대형병원의 외관의 화려함과는 너무도 달랐다. 각종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 병원 폐기물 이 쌓여 있고 각 분야별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소속을 달리한 채 각양각색의 작업복을 입고 일하고 있었 다. 외주 용역의 실상은 분야별로 너무나 세밀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재해자는 뇌경색 발병 이후 상태가 호전되어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실제 이 사건 을 진행하면서 재해자가 직접 근무 현황과 작업환경, 근무 장소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하였기 때문에 업 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었다. 사업주는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 후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임금 대장 마저 제출 하지 않았다. 과로 성 재해의 경우 사업주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자료가 많다. 만약 재해자가 사망하거나 말을 못하는 경우 위와 같은 사건은 더욱더 난항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산재법에 사업주의 조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 으나 허울뿐이다.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 자료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주 날인 거부 사건인 경우 사업주 진술을 받기 때문에 이를 반박하는 것도 입증의 한 방법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법률적 의무를 더 정확 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재법이 재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사 업주의 조력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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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늑장 인양” 후 “졸속 인양” 권종호 선전위원
지난 3월 24일 침몰 후 3년이 다 되어서야 세월호는 인
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심지어 상하이 샐비지에 대
양될 수 있었다. 언론은 세월호 인양 소식을 앞다투어
한 전문 위원들의 평가는 3, 4위 정도였다는 증언도 나
전했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인양 과정을 지켜보며 감사
왔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990억 원, 999억 원의 입찰
의 마음을 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얼핏 보면, 박근혜
가를 제시한 유력 업체를 제치고 851억의 최저가를 제
탄핵 이후 바라던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시한 상하이 샐비지를 인양업체로 선정했다. 기술점수
했다. 하지만 3일 만에 해저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90점, 가격점수 10점으로 평가해 나온 결과라는데 인
세월호를 보며 이렇게 빨리 인양할 수 있는 것을 그동
양방식 자체가 다르고 인양 경험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
안 왜 못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되던 상하이 샐비지가 대부분의 배점을 차지하는 기술 점수에서 거의 동등한 점수를 획득하고 10점에 불과한
최저가 인양업체 상하이 샐비지
가격점수를 통해 1위 업체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상식
지난 2016년 12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인양업체
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를 상하이 샐비지로 결정하는 과정과 관련한 의혹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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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했다. 가장 큰 문제가 상하이 샐비지의 인양 방식이
인양 지연과 선체 훼손
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 대부분이 이번에 세월호 인
그렇게 선정된 상하이 샐비지는 2015년 8월 16일부터
양에 성공한 재킹 바지선 방식을 제안했고 대다수의 전
수중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재킹 바지선 방식에는 필요
문가도 재킹 바지선 방식이 아니면 세월호를 인양하
없는 선체 천공 작업이 지속되었고 총 140여 개의 천공
이 세월호 선체에 만들어졌다. 또한, 세월호 선체 구조
진상 규명, 선체 보존에 있어서도 해수부는 제대로 된
물을 지속적으로 제거하며 와이어를 연결했다. 세월호
대책을 세우지 못해 선체 훼손은 계속 진행되었고 이
유가족들은 선체 훼손과 관련하여 해수부에 지속적인
번 졸속 인양 과정에서 또 다시 침수 과정 조사에 중요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미 선정된 인양업체의 인양방식
한 부분인 선미 램프까지 절단하게 되었다. 유실 방지,
상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2016년 7월
진상 규명, 선체 보존에 대한 부실한 대책들에 비해 해
인양 가능할 것이라는 발표는 경험도 부족하고 적절하
수부는 선체 정리 계획만은 기민하게 처리하였다. 선체
지 않은 상하이 샐비지의 인양방식 탓에 번번이 연기되
조사위 및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들과 선체 정리 과정
었다. 이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공정 변경이 계속 되었
에 대한 협의도 없이 선체 정리 업체 선정까지 완료하
고 선체 훼손은 더욱 심각해졌다. 결국, 2016년 11월 연
였고 그 계획에도 유실 방지, 진상 규명, 선체 보존에 대
내 인양이 불가하다는 발표와 함께 인양방식을 재킹 바
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지선 방식으로 바꾸었고 1년 3개월간 지연되던 인양은 4개월 만에 완료되었다.
해수부의 박자 감각 2014년 11월 세월호 수중수색이 전면 종료되었고 이후
여전히 해수부 맘대로인 졸속 인양
인양에만 2년 반이 걸렸다. 그동안 해수부의 인양 관련
인양이 완료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해수
행태는 매우 지지부진했고 중요한 목적인 유실 방지,
부는 유가족과 관련 단체의 요구를 전혀 듣지 않고 있
진상 규명, 선체 보존을 위한 대책도 부실했다. 하지만
다. 이에 3월 27일, 4.16가족협의회ㆍ4.16연대ㆍ4.16
본 인양과 선체 정리 작업에서는 매우 속도를 내고 있
국민조사위원회는 공동으로 해수부의 졸속 인양을 비
다. 여전히 그 중요한 목적들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
판하는 긴급 브리핑을 발표했다. 브리핑 내용에서도 언
는 상태로 말이다. 해수부는 다른 목적을 가졌는지마저
급되고 있지만, 세월호 인양의 목적은 미수습자 수습,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참사의 진상 규명, 역사적 교훈을 남기기 위한 선체 보 존이다. 하지만 해수부의 인양 과정은 이러한 목적을
세월호 선체 인양으로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수
무시한 채 졸속으로 진행되었다. 미수습자 유해나 유품
습자 분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침몰의 진
이 유실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101개의 개구
상 규명도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해수부는 이제 와서
부에는 유실 방지막이 채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뿐
속도를 낼 게 아니라 인양의 목표부터 제대로 확인하고
만 아니라 인양 과정에서 제거한 선미 램프 부분은 세
더 신중하고 철저하게 이후 과정을 수행하여야 한다.
월호의 가장 큰 구멍인데도 불구하고 시일이 촉박해 유 실 방지막을 설치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검증되지 않 은 업체, 잘못된 인양 방식에는 1년 3개월을 보내면서 가장 중요한 유실 방지 대책에는 단 며칠도 쓰지 않은 것이다. 55
이러쿵저러쿵
물고기를 키운다는 것 얼음땡 후원회원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무렵의 일이다. 주말 오후 방에 누워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교육방송의 문화강 좌 같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유리로 된 어항에 알록달록한 작은 물고기들을 넣는 첫 장면부터 사회자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순간까지 즐거움으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열대어를 키워봅시다’였 다. 당장 어머니에게 달려가 교육방송에서 알려준 대로, 가습효과라든지, 인테리어 효과, 심리적 안정 등 어린 나이에 스스로에게도 크게 와 닿지 않는 이유를 늘어놓으며 어항을 사달라고 졸랐다. 설득에 성공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책상에 어항을 두면 아무래도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을 테니 자연스럽게 공부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지금 생각해도 허무맹랑한 논리였다. 어쨌든 그때부터 물고기와의 인연(?)이 시작되 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는 청계 7가 애완동물 거리에서 처음으로 30cm 남짓한 작은 어항을 사 온 이후 모친 의 작은 기대를 무시하듯 온정신이 어항에만 빠져버렸다. 알록달록한 고기들이 유리로 된 작은 공간에서 떼 를 지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그렇게 키우던 물고기 중 하나가 어느 날 어항 안에 알을 낳으면서 나의 관상어에 대한 애정이 최고조에 달 하였다. 자연에서만 있을 줄 알았던 물고기의 산란이 별 볼 일 없는 내 책상 위에서 이루어지고 알탕에서나 보던 물고기 알이 눈앞에서 살아있는 채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깨어날 준비를 한다는 것에 적지 않은 경외 심이 일어났다. 더불어 이렇게 태어날 생명을 오롯이 잘 키워보려는 마음에 관상어와 관련된 책도 읽고 PC 통신에도 들어가 정보를 찾는, 인생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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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성과 아닌 성과로, 신기하게 알을 쳐다보던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부터 민방위 대원이 된 지금까지 많 은 종류의 물고기를 번식시키고 분양을 하고 다시 또 새로운 물고기를 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지만, 물고 기가 주는 즐거움은 여전히 크다. 청계천에 다녀온 그 날 이후 크고 작은 어항에 크고 작은 물고기, 크고 작은 수초, 크고 작은 돌멩이와 나뭇가 지를 수없이 넣었다 뺐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기숙사에서도, 결혼하여 아내의 집에 얹혀사는(?) 지금도 물고기를 키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를 떼어 가정이라는 공간 에서 구현하는 고상하고 평화로운 취미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나 고양이 같은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달리 100% 사육자의 선택과 노력으로 어항의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매력은 다른 여가활동이 줄 수 없는 가치인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오며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들과 해도 안 되는 일들이 가득한 신산한 시간 속에서 잠시 눈을 돌려 유리로 된 통 안에 모래를 깔고 돌과 풀을 심고 고기를 넣어 작지만, 나만의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 힘없는 소시민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이라고 한다면 조금은 슬픈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만든 어항 속의 고기들이 자연도 아닌 환경에서 성장하고 번식하며 자신들의 삶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이른바 먹고사니즘의 진지한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면 내일은 하기 싫은 일도 좀 하고, 해도 안 되는 일도 부딪혀볼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필자의 어항을 거쳐 간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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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한노보연 부산 지역에서, 3월 16일부터 총 9회 일정의 산업 안전보건법 세미나를 시작하였습니다. 7월까지 진행 예정이 고,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부터 알 권리, 작업중지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작업환경측정과 건강진단, 산업안전보건위원 회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산업안전보건법의 여러 규정을 두루 살필 예정입니다. 현재 변호사, 노무사, 현장 활동가, 직 업환경의학전문의 등 다양한 회원, 후원회원이 참여하고 있 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 의와 전국 각 지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함께, 건강하 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바라는 특성화고 재학생, 졸업생 7대 선언과 3대 요구 선언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교 육청, 학교가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고, 대안적인 직업교육계획을 마련하라 는 것, 사업체들이 실습생, 훈련생, 인턴, 교육생 등의 이름으 로 행하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입니다.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해보세요.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과로사가 사회 문제화 되었고, 과로사 방지법 제정이나 과로사 위험 회사 공표 등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장시간 과중노동: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연구자 김직수 님을 모시고 노동시간 센터 4월 월례토론이 열립니다. 4월 19일 수요일 저녁 7시, 한노보연 사당 사무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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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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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59호 2017년 4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콜라비, 종호, 경미, 나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 성실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 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7년 4월 10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07023)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li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 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