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9월 웹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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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64호 2017년 9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시작으로

부산진구청의 공공성 강화로 행복하게 아이들 보육하고 싶어요!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2)



독자에게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지난 9월 5일 광주에서 올해에만 15번째 우정노동자의 부고가 있었습니다. 서광주우체국에서 일했던 고 이길연 집배원 노 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서광주우체국은 9월12일 안전 무사고 1,000일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한 고인에게 공적인 사고처리가 아닌 개인병가 처리를 종용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원이 부족해서 병가 중인 故이길연 집배원 노 동자에게 출근을 강요해왔다고 합니다. 결국 고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울분을 견디지 못하고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왜 우정사업본부는 위험한 현장은 개선하지 않으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일까요? 대체 언제까지 집배원 노동자들은 과로와 사고 위험에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하는 걸까요? 마음 졸이면서 우편과 택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언제쯤 오는 걸까요?

이번에 만난 공항 지상 조업 노동자의 현실도 집배원 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항 지상 조업 노동자는 비행기가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 기장, 승무원과 함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공항 지상 조업 노동자들은 승객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OECD 평균 연간 노동시간보다 많은 3,600시간을 일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매우 애정하는 제주도로 휴가를 떠날 때 이분들은 한번 출근하면 2박3일 동안 컨테이너에서 쪽잠 자면서 비행기에 있 는 수하물을 상하차하고, 청소·정비하면서 일해 온 겁니다. 이번을 계기로 저만큼이나 제주도를 애정하는 많은 분들이 현장 을 바꾸기 위해 민주노조를 만들고 싸우는 공항 지상 조업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함께 연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는 불편한 마음으로 제주도로 휴가를 떠나고 싶지 않거든요.

문제는 이곳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편하게 누리는 (야간)버스와 택시 노동자들 역시 과로로 인해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희로애락을 주는 방송/영화제작 노동자들 역시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이 하면서 일합니다. 몸과 마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 곁을 지키는 사회복지사들 역시 정작 자신의 가족 곁엔 있지 못하 면서, 주말과 공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가 사회적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걸까요? 이번 일터가 이러한 고민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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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시작으로 새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그리고 지난 7월 고 용노동부가 무한정 노동시간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특례법 업종 일 부를 축소하겠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전 면 폐지가 아닌 일부 업종인 것도 문제인 데, 폐지를 결정한 업종과 관련해서도 종합 적인 대안 마련 없이 노동시간만 줄이기로 해 현장에선 실효성에 물음표를 다는 상황 이다. 심지어 8월에 열린 국회에선 새 정부 의 이 결정마저 논의조차 못 하고 파행으 로 끝났다. 근로기준법 59조 전면 폐지를 시작으로 근로기준법 58조, 63조까지 노 동시간단축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된 지난 여름

표지_미디어뻐꾹

이었다.

26 한국은 주5일 근무제라는 엄청난 ‘착각’ 30 일단 무한정 노동시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32 장시간 노동과 사회복지사의 24시 34 멕시코보다 더 일하는 공항 지상 조업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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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공공운수노조

12 출처_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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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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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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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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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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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구로의 등대 넷마블, 게임 노동자들의 등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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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동향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 해결하겠다 팔 걷어 부 친 고용노동부 과연?

하자 40

노동시간에세이 처음 만난 일터에서 일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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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상식 집에서도 통증 잡기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2)

46

문화읽기 여름의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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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건강 칼럼 화학물질 유해성을 바라보는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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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

부산진구청의 공공성 강화로

꾸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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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X건강한 책방

행복하게 아이들 보육하고 싶어요! 50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일터 괴롭힘에 의한 자살

음식의 종합예술가, 푸드스타일리스트 52 20

연구리포트

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 진실을 품고 있는 세월호에 힘을 모으자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54

이러쿵저러쿵 실습을 마치며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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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보 이지 않는 굴레 속에서,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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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영국, 매년 중피종으로 인해 2,500여명의 노동자 사망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지난 1950 ~ 1980년대에 영국에서 산업용으 로 광범위하게 석면을 사용한 노동자를 중심으 로 50년간 악성중피종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 고 있다는 소식이다. 2015년 2,542명의 노동자 가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과거 3년 간의 사망자 수와 비슷한 수치였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 이르면 매년 2,500여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석면이 광범위하게

영국에서 발생한 중피종 연간 사망자수 (mesothelioma mortality in Great Britain by Geographical Area, 1981-2015)

사용한 건설업에 종사한 남성 노동자가 현재 중피종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고 한다.

업 노동자를 건축물의 해체·제거 작업시 노출 되는 석면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선 실행되

국내의 경우 1970년대부터 산업용으로 석면을 광범위하게 사용해서 1990년대엔 최대 연간 약 10만 톤을 사용했었다. 이렇게 봤을 때 영국 과 비교해보면 향후 20년간(2014~2033년) 중 피종 사망자가 남성 2,380명, 여성 1,199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석면 사용은 전면 금지되었지만 과거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석면이 각종 건축물 에 함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피종 사 망자 발생이 예측치보다 악화되지 않도록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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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야 하겠다.


과로, 산재인정률 30.5% 불과해

정부가 노동시간단축 등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과로로 인한 산업재 해 판단시 노동시간 인정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사 회적인 목소리가 제기 되고 있다. 현행 산재보험법에 선 만성 과로로 인한 산재인정 기준을 1주 평균 60 시간(발병 전 12주 평균) 또는 64시간(발병 전 4주

출처_KBS뉴스 갈무리

평균) 노동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이 현실과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 업무보다 과중한 부담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만성 과로)이 있었는지가 해당된다.

지난 4일 근로복지공단이 발표한 2017년 2분기 질

물론 고용노동부는 이 기준을 마련하면서 근무형태,

병별 산재 판정 현황에 따르면 과로사에 해당하는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해서 봐야 한다고 예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인정률은 30.5%를 기록했다.

외 단서를 달았다. 즉 앞서 노동시간 기준에 미치지

총 914건을 판정해 279건을 산재로 인정한 것이다.

않더라도 산재는 인정받을 수는 있다는 뜻이다. 하

이는 다른 질병의 산재인정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지만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해당 노동시간이 산재 인

수치다.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산재인정률이 59.4%,

정에 있어 일종의 '기준점'이 된다고 지적하였고, 정

기타 질병은 43.2%였다. 질병에 관한 전체 평균 산

부는 산재와 관련한 노동시간 기준 개선 등을 위해

재인정률 역시 49.4%나 되었다.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뇌·심혈관계 질환의 산재인정률이 낮은 이유로 현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시간 기준은 강제 기준이

행 과로 산재 인정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못 미치더라도 종합적 판단으

이 계속되는 이유다. 현재 기준은 고용노동부가 지

로 산재는 인정될 수 있다"며 "다만 좀 더 개선점을

난 2013년 과로를 산재로 인정할 때 노동시간에 대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결과에 따라 노동

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이 기준

시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더욱 적합한 기준을 마

은 앞서 언급한 노동시간과 함께 발병 전 1주일 이내

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후 고용노동부가 어떠

업무량이 30% 이상 증가(급성 과로)했거나, 발병 전

한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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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구로의 등대 넷마블, 게임 노동자들의 등대 될까 - 넷마블 노동자 과로사로 첫 산재 인정 나래 상임활동가

과로사와 넷마블

장시간 노동과 격무가 일상화된

한국 최초의 공업단지이자 70~80년대 노동운동

게임노동자들의 삶

의 메카로 불린 구로공단. 이제는 IT 첨단 산업 단

지난 8월 8일 국회에서 <넷마블 과로·공짜 야근

지로 육성되기 시작하면서 게임 회사가 밀집된 지

증언대회 및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이 있

역으로 탈바꿈했다. 그 지역에는 ‘등대’라 불리는

었다. 증언대회에 나온 B 씨는 2014년 1월 턴온

회사, 넷마블이 있다. 밤늦게까지 회사 불이 꺼지

게임즈라는 게임 개발사에 게임 기획자로 입사했

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그 등대에서 일하

고, 2015년 이 회사가 넷마블 네오로 합병하면서

던 20대 게임 노동자 A가 지난해 11월 급성심근

그해 10월 퇴사했다. 그는 당시 넷마블에서 야근

경색으로 사망했다. A 씨 말고도 30대 직원 1명이

은 일상이었고, 이러다 정말 사람이 죽어도 이상

휴가 중 돌연사하고, 1명이 투신자살한 사례가 있

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 B 씨가 밝힌 당시 넷마블의 상황은 처참했다. 게 그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원인은 초

임 준비 과정에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밤을 새

장시간 노동과 격무였다. 그는 발병 전 12주 동안

웠다. 일정 기간 동안 모든 팀원이 초과근무를 강

불규칙한 야간근무·초과근무를 했다. 발병 4주 전

제로 하여 생산량을 높이는 ‘크런치 모드’는 노

한 주 근무시간은 78시간이었고, 발병 7주 전에는

동 강도를 더욱 높였다. 정상 퇴근 시간을 넘기는

무려 89시간 일했다. 다행히, 8월 3일 국회 환경

것은 당연하며, 주말까지 모든 팀원이 나와 근무

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실에 의해 지난 6월 근로

를 해야 했다. 오로지 회사에서 강요한 게임노동

복지공단이 유족이 낸 유족급여 청구에 관해 ‘업

자로 사명의식 하나만으로 꼬박꼬박 야근과 주말

무상 재해’로 받아들여 승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에도 출근 해야했다. 이 기간에 매일 지하철 막차 를 타고, 막차마저 끊기면 택시를 타고 귀가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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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게임 출시가 돼도, 출

했다. 애초에 예방에 신경 썼더라면, 이러한 안타

시 후 주기적 업데이트를 위해 철야를 했다. 그러

까운 죽음과 사고가 없었을 거란 생각에 아쉬움이

다 보니 당연히 건강이 좋지 않았다. 신체적·정신

크다.

적 건강이 악화하여 고통을 호소하는 동료가 늘 곁에 있었다. 최근 게임 업계노동자 노동 환경과

증언대회에서 민주노총 서울남부지구협의회 무료

건강상태를 연구한 결과, 게임 노동자의 약 14%

노동신고센터와 정의당 국회의원 이정미 의원은

가 ‘우울증 의심’, 약 40%가 ‘우울증 확실’ 상태를

<과로사 재발 방지, 3년 치 체불임금 전액 지급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는 5배까지

위한 3자 논의 기구>를 제안했다. 무료노동신고센

높았다.

터에서는 2차 넷마블 체불임금 집단 진정인 모집 을 시작했다. 또한 8월31일 넷마블 게임즈의 방준

결국 B 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무엇보다 견딜 수

혁 의장과 넷마블 계열·관계사 13곳, 전·현직 대

없었던 이유는 임금이었다. 밤낮으로 게임개발에

표 14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서울고용노동

최선을 다했지만, 인센티브는 커녕 법정 연장 노

청 관악지청에 고발했다.

동 한도를 초과해 서 일했으며, 이에 대한 연장수 당조차 미지급됐다.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이 가장 문제로 지적하고

회사에서 미래를 볼 수 없었다. 지난 5월 넷마블

있는 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당사자

계열사 12개사에 대한 조사 결과 넷마블 노동자

와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

63%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했고, 연

지 않는 한 넷마블에서 내놓은 개선안은 미봉책에

장근로수당 44억 원이 미지급 된 거로 밝혀졌다.

불과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밝히는데 가장 큰 원동력 역시 게임 노동자 당사자들이었다. 넷마블

일터를 변화시키는 중심에 노동자 참여

은 시작에 불과하다. 게임 업계 전반의 변화가 필

반드시 보장되어야

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당사자로서 문제의

과로사 첫 산재 인정 보도가 나간 직후 바로 다음

핵심을 가장 잘 알고, 변화의 상을 그릴 수 있는

날 8월 4일, 넷마블은 모든 전·현직 임직원에게 2

노동자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년 치 미지급 초과근무 수당을 9월 말까지 완료하 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시간노동 개선에 대한 조 언을 받아 평균 근무시간도 42.9시간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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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 동향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 해결하겠다 팔 걷어 부친 고용노동부 과연? 선전위원회

지난 8월 31일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의 현안 중

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시·지속, 생명·안전

국민의 삶과 직결된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업무는 정규직 사용 원칙을 제도화하고, 비정규직은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과 현장 근로감독 행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겠다고 한다.

정을 강력하게 혁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 다.

또한, 유해‧위험 업무에 대한 하도급을 금지하고, 원 청 책임 범위 확대 및 처벌 상향 등 현장 노동 안전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의 경우 노동자가 고용 불안

문제에 있어서 원청의 책임을 제도화하고 불안정 노

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산재 위험에도 취약하며,

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강제하겠다는 뜻을 밝혔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사각지

다.

대인 점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하며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과 외주화 문제를 개선하겠

고용노동부는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일자리 정책 5

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년 로드맵을 올 하반기에 밝히고 노사가 참여하는 비정규직 T/F를 구성하여 사회적 합의를 해 나갈 계

구체적으로는 지난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획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차질 없이 추 진하고, 9월 중엔 852개 기관(중앙행정기관, 공공기

두 번째로 한국 노동자들의 높은 자살률, 최하위권

관, 자치단체 등)의 정규직 전환 규모를 포함한 로드

인 국민 행복지수와 노동생산성이 장시간 노동이 주

맵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요하게 작용한다면서 시급하게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를 위해 1주 최대 52시간으로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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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에선 정규직 채용 원칙을 확립하고, 합리

동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최우선 추진

한 차별을 근절하는 한편, 그간 보호가 미흡했던 하

하고, 근로시간 특례업종도 축소해 나가면서 궁극적

도급 노동자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

으로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출처_SBS뉴스 갈무리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던 현대판 노예

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법

제인 포괄임금제와 관련해선 규제 가이드라인을 10

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주당 68시간까지 노

월까지 마련하고,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

동시간을 허용했던 지침을 폐기하는 것일뿐 과로 문

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지털증거분석팀은 근로감독

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에 한참 못 미치는 상

행정을 과학화·전문화하여 서류로는 찾기 어려운

황이다. 현장의 현장 노동안전 문제에 대한 원청의

숨어있는 장시간 노동 실태를 적발하고 바로잡아 나

책임을 제도화하는 것 역시 점차 사용자성이 모호해

갈 계획이라고 한다.

지는 상황에서 원청을 누구/어디까지로 규정할 것 인지부터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연차 휴가를 강조하듯 일하는 노동시간 을 줄이기 위한 법・제도 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휴

퇴근 후 연락 자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근본적으로

가/문화를 개선하는데도 역할을 할 계획이다. 구체

기업이 업무 시간 외 절대 노동을 부과하지 못하도

적으론 연차 휴가 사용을 활성화하고 퇴근 후 업무

록 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무엇보다 고용

연락 자제, 업무 효율화 및 정시 퇴근 등을 추진할

노동부가 지금의 문제 의식과 의지를 굽히지 않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정책으로 노동시간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아래로부터 반영하기 위해 노

이 줄어들 경우 노동자 건강보호, 청년취업 활성화,

력해야 할 것이다.

일‧생활의 균형 등으로 노동자의 일터와 가정이 행 복한 삶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하였다.

고용노동부가 한국 사회 노동 문제 중 가장 긴급하 게 해결해야 할 비정규직과 장시간 과로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매우 다행이 다. 그러나 노동시간 특례업종의 경우 결국 지난 국 회에서 논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난 바 있다. 실제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얼마나 있는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11


안전과 건강 칼럼

화학물질 유해성을 바라보는 이중 잣대 - 소비자는 불안하고 노동자는 불감하다? 류현철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불안 그 자체는 개인과 사회의 온전성과 지속성을

다. 스물세 살 파견업체 청년노동자가 사망했다.

지키기 위한 생리적 반응이며 병증이 아니다. 그러

30년 전 수은온도계 공장부터 반도체 공장, 인조

나 불안이 과도해 일상이 위축되면 공포증, 과소해

가죽 공장, 휴대전화기 부품공장에서 일어난 중금

존재의 안전을 위협하면 불감증이라고 하며 병증

속 중독 사망·백혈병·희귀질환·실명에 이어 이번

이 될 수 있다. 유해 화학물질과 관련한 불안은 사

소화기 공장에서 발생한 독성간염 사망까지 일터

회적 인식의 극단을 보여 준다 할 만하다.

의 화학물질 문제는 진행형이다. 그러나 언론을 포 함한 사회의 반향은 어떤가. 아주 잠깐의 애도 단

이번에는 생리대였다. 가습기 살균제와 중금속 정

신 이후 집요한 원인과 대책에 대한 분석은 찾기

수기, 살충제 계란 등 각종 생활제품의 화학물질

힘들고 대부분 안전 ‘불감증’으로 연결시키곤 했

문제로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내 아이를 키우는 데

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안전이 되

필요하거나 가족 일상과 관련한 생활용품·소비재

고 그것을 위해 부가적인 비용(돈)을 부담하기도

의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큰 반향이 일어나고 언론

한다. 소비자가 노동자가 되면 선택의 기준은 역전

도 소비자 불안과 허술한 정부 대응을 교차 편집하

된다. 노동자들이 일터를 선택하는 기준은 안전이

며 집요하게 추적한다. 화학물질 속에서 자식을 키

아니라 임금(돈)이 되고, 임금을 위해서는 부가적

워야 하는 부모들의 불안은 ‘안아키’ 같은 극단의

인 위험을 부담하기도 한다.

편향으로 향하기도 한다. 가히 케모포비아, 화학물 질 ‘공포증’의 시대라 할 만하다.

이렇게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이 생산과 소비의 측 면에서 각각 불감증과 공포증으로 달리 현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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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노동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화학물질 문제

되는 맥락 속에서 이윤동기와 건강 형평성 문제를

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이번에는 소화기 공장이었

본다. 소비재로 접하는 화학물질 문제들은 당시에


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불안을 극대화하지만

‘내 가족과 아이에게는 이런 것을 입히고 먹일 수

시간이 지나면 다른 대체재(대부분 더 높은 비용

없고, 내 아이는 이런 일을 하게 될 리 없다’가 아

을 치러야 하는)를 찾아서 ‘소비’하도록 조장하고,

닌 어떤 가족과 아이에게도 그런 것을 입히고 먹여

새로이 이윤이 발생하는 수요가 창출되면 잊힌다.

서는 안 되고 어떤 노동자도 그런 일을 하도록 둬

소비재는 등급이 매겨지고, 구매력에 따라 위험과

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는 지

안전(비록 심리적인 것일 뿐일지라도)은 좌지우지

금 먹이고 입히는 것들의 안전뿐 아니라 장차 먹고

된다. 일터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 문제는 재해 당

입을 것을 벌기 위한 노동현장의 안전과도 밀접하

사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애틋한 개인사

다. 더 안전한 것을 소비할 권리가 중요하다면 더

를 잠시 다뤄 주기도 하지만 결국 노동자들이나 관

안전한 일터를 요구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리자들(이들도 노동자다)의 안전 불감증을 원인으 로 지목한다. 위험을 감당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몫

소비자 불안을 조장해서 새로운 소비 수요를 창출

이다. '원청-하청-파견-이주노동자'로 등급이 매겨

하고 노동자들의 불감을 선전해 이윤의 무한추구

지고 그에 따라 위험의 크기가 달라진다.

는 허하되 자본의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것을 경계 해야 한다. 소비재의 화학물질을 다루는 것만큼 일

먹고 입고 쓰는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 사회

터의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집요하고 끈질지게 노

적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비자

동자들의 불안과 정부·기업의 허술한 대응을 보도

의 불안도 이해한다. 그러나 화학물질로부터 안전

하고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소비자로서, 노동자로

한 사회는 결국 생산 현장에서부터 소비 지점, 폐

서, 지역사회 성원으로서 모든 영역에서 화학물질

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관리를 포괄해야

에 대한 문제를 건강 형평성 선상에서 다뤄야 한

가능하다.

다.

손톱만큼의 화학물질에도 다칠세라 애지중지 키

공장에 갇힌 산란 기계가 아닌 자연에서 노니는 건

웠던 아이들이 자라 취업을 하면 일터에서 듣도 보

강한 어미 닭이 낳은 달걀을 구하는 것처럼 정체

도 못했던 화학물질로 인한 각종 피부질환부터 암

모를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공장을 옮겨 다니는 파

과 희귀질환에 시달릴 수 있고, 시력을 잃고 간이

견노동자가 아닌 안전한 일터에서 고용불안 없이

녹아내리고 죽어 갈 수도 있다. 문송면은 세상을

일하는 건강한 노동자가 생산해 낸 가치결정체로

떠날 때 나이 15세였고,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은 고

서 상품을 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클린룸으로 들어갔으 며, 이번에 독성간염으로 사망한 소화기 공장 노동 자는 고작 스물셋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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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ㅇㅇㅇ 현장의 목소리

출처_공공운수노조

부산진구청의 공공성 강화로 행복하게 아이들 보육하고 싶어요! - 보육노조 최초파업 중인 성북 초등어린이집분회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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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중심지 서면 일대는 부산진구청이 담당

성북 초등어린이집은 박순애 원장이 20년 가까

한다. 우뚝 솟은 부산진구청 앞 가로수 아래에

이 부산진구청으로부터 재위탁을 받아오면서

는 50일이 다 돼가도록 돗자리를 깔고 무더위

4년 동안 25명의 교사가 교체될 만큼 각종 근

를 지나며 파업농성 중인 4명의 보육교사가 있

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착취와 인권을 짓밟아

고, 부산진구청 정문 안으로는 ‘과연 이런 억지

오고 있었다고 한다.

집회가 정당한가?’라는 제목의 어른 키보다 큰

“2014년에는 친환경 페인트칠을 했는데. 2015년에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단순한 노사문제로 바라

는 페인트를 벗기는 작업까지 했어요. 3~4일에 걸

보는 부산진구청을 향해 공공의 보육현장을 제

쳐서 사포를 들고 생전 처음 마스크를 낀 채 온종일

대로 관리하고 책임지라고 주장하는 보육교사

창틀의 페인트를 손으로 벗겨냈어요. 호흡기도 좋

들은 어째서 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것일까?

지 않고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특히 손톱이

부산진구에 있는 성북 초등어린이집 보육교사

빠져나갈 듯 아파서 후배 교사들 앞에서 눈물을 보

노조 윤경순 분회장, 이서영, 김현아 선생님을

이기도 했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요.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임신한 교사에게도 이일을 시켰어요. 밤 10시가 넘


어 퇴근을 한 날도 있었고, 점심은 각자의 돈으로 사

았죠. 그래서 조리사님이 제일 먼저 노조에 가입하

먹어야 했죠.

셨어요. 사실 주변에서 ‘노동조합’이라는 것도 있으니 가입

보육시간 아이들과 함께해야 함에도 불러내어 잡무

해서 힘을 키워내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노동조

를 시킬 때가 많았죠. 가까운 예로 2016년 5월 시민

합에 대해 왜곡된 말을 들어서 망설이고 있었죠. 그

공원 봄꽃 축제 후 원장님의 집, 지인들, 학교, 어린

러던 차에 3년 차인 이서영 선생님을 해고했어요. 2

이집에 두기 위해 시민공원에 전시되었던 화초들을

학기가 시작하기 전 이제 사회 초년생인데 못된 것

가지러 3일을 시민공원에 다녀야 했어요. 한두 개

만 배워서 못된 짓만 한다고. 어차피 재계약을 안 할

씩 가져가는 시민들과 달리 어린이집 차에 넘치도

거니까 지금이라도 다른데 알아보라고. 다른데 취

록 실어 “이렇게 많이 가져가면 곤란하다”는 소리를

직하면 자기한테 연락이 오는 데 조금이라도 좋게

들으면서 무거운 화분들을 반복해서 날라야 했는데

말해줄 때 가라고 했어요. 노조에 가입할까 봐 으름

부끄럽고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떨어지고 몸도 아주

장을 놓으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원장님으로부터

아팠어요. 그 시간에 같은 반에서 근무하는 동료는

우리를 지켜내기 위해 노조에 가입한 거죠.“

혼자 영아들을 보육하며 힘들어했죠. 며칠 동안 허 리 어깨 근육통으로 파스를 바르고 생활해야 했어

2016년 6월, 박순애 원장이 정신병원에 입원

요.“

한 것을 빌미로 구청이 계약을 해지하고, 구청 의 직영 운영 하에 김석순 원장이 투입되면서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2015년 부산진구에서

두 명의 원장이 모두 어린이집에 출근하였다고

제정한 조례로 인해 원장의 정년이 다되어지자

한다.

구청이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원장이 이에 불복

“아이가 화상을 입은 일이 있었어요. 원장님 부재중

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에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죠. 뉴스가 나

소송이 시작되고 부신진구청의 어린이집 감사,

가고, 학부모님의 항의 전화가 오고, 선생님들은 난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고, 교직원들은 원장의 협

리가 났는데 원장님은 심신이 약하셔서 병원에 입

박과 구청의 진정서, 탄원서, 각종 진술 및 경찰

원해 계셨던 거죠. 그래서 구청에서 새로운 원장님

서 출석 요구 등으로 고초를 겪게 되었고, 결국

을 파견 보냈고, 두 원장 체계로 저희가 몇 달간 지

2016년 3월부터 6월까지 9명이 노동조합에

내게 된 거죠.”

가입하였다고 한다. “현장에 있는 저희가 알고 있는 내용이 많으니 구청

결국, 구청의 행정패소로 김석순 원장이 물러가

에서 행정소송에 필요한 탄원서를 적어 달라고 했

고 원장자리를 되찾은 박순애 원장의 노동 탄

어요. 여기에 협조해주었다는 이유로 원장님이 저

압은 극에 달하였고, 2016년 12월 구청은 갑작

희를 해고하려 했고 이를 위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

스럽게 2017년 12월 성북 초등어린이집을 폐 15


원하겠다고 통보하였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시

협을 가하다 또다시 조리사에게 경영상 이유로

민단체와 함께 폐원반대 투쟁을 전개하여 막아

2차 정리 해고통보를 하였으나 현장투쟁으로

냈으나 원장은 이를 이유로 2017년 원아 모집

철회시켰다고 한다.

을 하지 않아 1차 정리해고를 강행하여 결국 교

“지난 3월엔 조리실에 조리사님의 동의도 받지 않

직원 7명이 해고압박을 못 이기고 퇴사하였다

고 CCTV를 몰래 설치했어요. 지금은 정보공시에

고 한다.

는 조리실에 CCTV가 설치되어있다고 변경되어 있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에 저희가 아동학대를 했

기는 하지만 당시, 눈에 불을 켜고 조리사님을 해고

다는 아동학대 시말서를 강요했어요. 아이가 화장

하기 위해 징계 거리를 찾으려고 했던 거죠. 분회장

실에서 울었는데 일부러 배변을 싫어하는 아이를

님 같은 경우 원장님의 요구대로 안 하시니 부장직

억지로 앉혀서 울렸다는 내용으로 적으라고 했어

을 박탈하고 업무지시 거부통보서를 줬어요. 해고

요. 그리고 원장님은 아이의 울음소리만 녹음하고

를 위한 준비단계로 징계를 위한 서류를 모으는 거

있고요. 그래서 배변훈련 중이었고 그에 맞는 것을

죠. 변호사가 옆에서 알려주니 법적으로 꼼짝 못 하

하고 있었을 뿐인데, 만약 원장님이 아동학대로 판

게 해놓고 고소 고발하려 한 거죠.”

단한다면 아동학대 전수조사를 신고해서 조사를 받 겠다고 했죠. 설사 저희가 아동학대를 하였다면 원

2017년 7월, 조리사 정리해고가 좌절되자 원

장으로서 당장 바로잡도록 조처를 하는 것이 맞으

장은 비조합원을 무리하게 채용하더니, 극심한

나 그 상황을 그대로 녹음하고 있는 것이 상식적이

차별대우와 탄압으로 교직원들이 더는 견딜 수

지 않은 행동인 거죠.

없게 만들었고, 보육 노조 성북초등어린이집 분 회는 2017년 7월 24일 보육노조 역사상 최초

원장님 손녀 반을 2년이나 했거든요. 그때 내 손녀

로 파업에 돌입하였다. 원장은 조합원 교사들이

한테 아동 학대한 것을 다 알고 있고, 증거를 가지고

맡고 있던 반만 부분 직장폐쇄를 시켰고, 부산

있으니 노조 가입하지 말라고 협박도 했어요. 최근

진구청은 아이들을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원시

에는 그 손녀가 저희 반에 있었어요. 초과보육이어

켰다.

서 다른 반 선생님과 분반을 했었는데 저에 대해서

“저희가 파업을 하면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피해를

그 선생님에게 자꾸 물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동학

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꼭 파업해야 하나 정말 고민

대를 걸어서 해고하려고 했던 거죠.“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만두는 것 말고는 더 버티기 힘들었어요. 파업하면서도 많이 힘들죠. 그래서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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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 급격히 줄어들자 원장은 원아를 조금

이 울었는데 연대해주러 정말 많이 오세요. 맛있는

더 모집하여 비조합원 교사 2명을 채용하였다.

것도 많이 사 오시고 ‘힘내라고 이길 수 있다! 끝까

그리고 조합원에게는 업무반려, 불가능한 업무

지 힘내라! 할 수 있다!’ 이런 격려의 말씀으로 싸움

지시, CCTV 감시압박 등으로 괴롭히며 징계위

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부산진구청은 파업은 노사 간의 일이라며 문제

대응해야 하는 좋지 못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계속

해결에 아무런 의지가 없고, 한때 이용했던 교

보여주는 것보다 당당하게 이겨내서 ‘너희 선생님

직원들이 자신들 때문에 생계를 잃거나 지옥

들은 올바르게 너희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험난하지

같은 현장에서 고통받는 부분에 대해 책임회피

만, 이 길을 갔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견뎌

에만 급급하며 적대시하고 있다. 쉽지 않은 싸

내는 것 같아요.”

움이라는 것도 예상되고 앞으로 더 심한 탄압 과 난관이 기다릴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헤쳐

운영의 투명성으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

나갈 것인지 들어보았다.

립어린이집이 민간위탁으로 공공성을 상실해

“노조 가입하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

가는 현장에서 이를 막아보고자 파업투쟁으로

는데 우리가 이겨나가야 하고, 파업을 시작할 때도

맞서고 있는 보육노동자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어느 정도 싸우면 결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더 큰 산

말씀을 마지막으로 들어 보았다.

이 나타나요. 그래서 하루는 힘 빠졌다가 하루는 다

“저희처럼 투쟁하는 분이 있다면 좀 더 용기 내자고

시 또 다짐하곤 하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쉽지는

말하고 싶어요. 투쟁하면서 왜 나만 이런 걸해야 하

않겠지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저희가 잘못

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여러 연대투쟁을 다

된 길을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투쟁해서 이

니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노조가 있는 일터를

기지 않겠나 생각해요. 건강이 좀 염려되지만 끝까

많이 접했거든요. 각자 일터에서 힘든 점이 있지만

지, 투쟁해야죠.”

자기 일터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육노조 최초로 파업을 한다는 사실

행복한 보육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투쟁하는 것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

보육노동자의 예시가 될 수 있고, 보육노동자의 노

음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한다. 아이들 보고

동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을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눈에는 눈물이 입가에는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끝까지 열심히 싸울

환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거예요. 그래서 꼭 이겨내 볼게요.”

“보고 싶죠. 어제도 아이들 사진 보면서 흉내 내면 서 아이들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아가면 아이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반겨줄까 하는 염려도 돼요. 아이 들이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지만 지금은 전원을 시켰으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없는 게 마음 아프죠. 그래도 아이들 앞에서 원장님 한테 끌려나가는 모습,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면서 울었던 모습, 아이들 앞에서 소리 지르는 원장님께 17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쉰 일곱번째 이야기

음식의 종합예술가, 푸드스타일리스트 -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아름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다. 방송과 SNS에선 언

식 만드는 영상이 나오는 회사들은 다 컨텐츠 회사

제든 음식을 먹는 장면과 그 음식을 아주 저렴

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먹방부터, 요식업, 구매대행,

하고 쉽게 만드는 영상들이 수없이 방영된다.

책 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먹방 컨텐츠가 최근 인기가 점차 줄고 는 있지만 1인 가구와 혼밥족에게 여전히 상당

요리사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 일을 하게

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일터가 만난 김

된 계기가 있나요?

아름 님도 그 영향력을 매일 같이 확인하며 일

“고등학생 때부터 요리를 좋아해서 대학 진학을 푸

하고 있다.

드스타일리스트학과로 했어요. 본격적으로 공부하 고 졸업해서 처음엔 레스토랑에 매니저로 취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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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일했어요. 레스토랑 운영과 관련해서 전반을 배울

“안녕하세요. 저는 김아름이고요 컨텐츠 회사에서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일이 너무 힘들고 저랑 맞지 않

1년 차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어요. 컨텐츠

는 것 같아서 그만두고 무역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회사란 말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데 SNS에서 음

일했어요. 그런데 몸은 편해도 너무 무료하니까 다


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지금 이

죠. 그다음부턴 저희가 요리를 정하고 레시피를 만

회사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을 하게 되었어요.

들 때 계약을 한 회사 제품을 사용해요. 요리를 할

요리사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이 일을 하게 된

때 사람들이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거나 계속 그

건 요리도 기본 잘하면서, 음식과 함께 공간을 연출

제품을 노출해서 판매에 도움이 되게 하는 거죠.”

하면서 다양한 소품을 사용하고, 사진과 영상도 촬 영하면서 종합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서 저랑 맞고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른바 혼

재미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밥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요

일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요. 요리책을 만들기도

구가 높아지다 보니, 각종 컨텐츠 회사와 외식

하고 호텔, 웨딩홀, 출장뷔페, 파티룸 등에서 음식

업계 이러한 방송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수

세팅하는 일을 푸드스타일리스트가 하거든요. 방송

익을 내고 있었다.

이나 광고, 음식점 메뉴판에 들어가는 사진이나 영 상을 제작하는 일도 하고요.”

출근해서 퇴근까지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집에서 아침 5시에 일어나요. 준비해서 나가면 5시

지금은 회사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

반이고 버스랑 지하철 타고 한시간 반 정도 가요. 회

고, 운영은 어떻게 하나?

사 근처에 도착하면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씻고 10

“이 회사가 10대~20대층을 주 타깃으로 SNS,

시에 출근해요. 출근하면 오늘 어떤 요리를 할 지 확

YouTube 채널에서 음식 만드는 방송을 하다 보니,

인하고 스튜디오에 가서 냉장고 확인하고 없는 재

그 음식을 정하고 만들기 위한 레시피와 재료 준비

료가 있으면 회사 차 끌고 재래시장, 백화점 등에 가

를 하고 직접 만들어요.

서 장을 봐요. 회사 도착하면 12시쯤 되고 장바구니 들고 스튜디오로 가요. 저희는 어차피 요리할 때 음

김아름 님의 회사와 비슷한 컨텐츠 회사가 요

식 맛보고 먹어야 하니까 점심을 따로 안 챙겨 먹어

즘 매우 많아지다 보니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요. 1시쯤 되면 이제 요리를 해요 하루에 4~5개 정

고 한다. 그래서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은 동영상

도 만드는데 평균적으로 저녁 8~9시가 돼야 끝나

조회수나 좋아요와 공유 횟수, 댓글 반응 등에

요. 그나마 쉬운 요리가 많아서 빨리 끝난다고 해도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7시에요. 이렇게 촬영하는 게 1주일에 한 두 번 정도 돼요.”

“방송할 때 보는 사람이 나중에 혼자서 만드는 법 을 따라 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요. 그래야 사람들

김아름 님은 요리를 마쳐도 일이 끝이 아니라

이 직접 요리를 하게 되고, 그러면 외식업계 광고주

고 한다. 뒷정리하는데 만 1시간 정도 걸리고

나 회사에서 저희 회사에 광고를 문의하고 계약하

사무실에 올라가서 업무 일지 쓰고 영수증 정 19


리해야 퇴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리가 없는

스토랑 메뉴를 음식으로 만들고 사진이랑 영상 촬

날은 어떻게 일과를 보낼까?

영하는 일이 많아요. 그리고 책도 내려고 해서 그거 작업하고 있고요. 사실 이런 게 회사한테 수입이 되

“보통 금요일에 긴 회의를 해요. 회사에서 방송 반

니까 일할 때 시간을 많이 쏟게 되는데, 방송은 돈은

응이 어땠는지 SNS 좋아요 횟수, 댓글 반응 같은거

별로 안 돼도 회사 인지도가 쌓이는 거니까 그것대

정리해서 피드백을 주거든요. 그럼 그거 평가하면

로 해야 하거든요. 이러니 매일 새벽에 퇴근하고 회

서 다음 한주는 어떤 요리를 할지 레시피는 뭐로 할

사 간이 침대에서 쪽잠 자고 일어나서 헬스장 가서

지 논의해요. 요리를 정하는 방식은 회의 때 푸드스

씻고 다시 일하고 이 루트를 반복하고 있어요."

타일리스트 각각 한 명씩 레시피를 제출하고 이건 어떤 층이 좋아할 것 같고, 이렇게 하면 더 간단할

일하면서 속상했던 점은 없나요?

것 같다 등등 설명을 해요. 그 음식이 채택되면 미리

"아무래도 다치거나 아플 때 마음이 안 좋죠. 요리

손질해야 할 재료 같은 게 있으면 준비해서 방송을

하면서 손에 물이 많이 닿으니까 주부습진, 포진 이

대비하죠.”

런 게 심해요. 약 바르고 고무장갑 끼고 별 방법을 써봐도 손에 물이 들어오니까 내가 이렇게까지 일

레시피 연구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을 해야 하나 싶어요. 그리고 매일 서서 일하니까 허

거 같아요?

리도 아프고 부종이 너무 심해요. 집에 와서 꼭 족욕

“그나마 촬영이 없을 때 레시피를 연구하니까 몸은

을 하는데 그런데도 안 풀려요. 다리에 쥐가 나니까

살짝 여유가 있는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해

새벽에 자다가 깬 적도 많고요. 공간 연출할 때 무거

요. 주로 대부분 먹방 TV에 나와서 사람들이 알 만

운 나무판 같은 거 들고 다니고, 시장도 한꺼번에 많

한 거, 방송에서 입체적으로 보이기 쉬운 치즈 요리

이 보니까 그 무게도 부담이 돼요.

를 많이 연구하는데 사실 워낙 먹방이 많고 오래되 면서 사람들이 식상해 하는 게 있어요. 그런데다 저

아픈 거 말고는 아무래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 나잇

희는 광고 계약 한 회사 제품을 사용해서 레시피를

대가 저랑 비슷하다 보니 또래 친구들보다 일을 못

만들어야 하니까 요리에 제한이 많아요.”

한다는 생각이 들 때 속상해요. 선의의 경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게 없지 않아 있거든요. 살이 계속 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이 회사는 최근 해외

는 것도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에요. 일하면서 음식

에서 유명한 음식을 구매대행 하거나 레스토랑

맛보고 해야 하니까 입사해서 지금까지 살이 8kg

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

나 쪘어요. 내 능력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남들이 그

다고 한다.

건 아니라고 질책 할 때도 힘들고 속상해요. 이럴 때 친구들한테 속 시원히 마음에 있는 이야기하고 싶

“요즘엔 요리하는 것도 계속하면서 회사에서 낸 레 20

은데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에 다니니까 공감도 안


되고 제가 회사 힘든 이야기를 하면 하루 이틀이면

5년 뒤나 10년 뒤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 것

들어주지만 제가 매일 그러니까 이젠 듣기 싫어하

같아요?

죠."

"글쎄요 이 일은 계속할 것 같은데 지금 회사에 있 을지는 모르겠어요. 신생 회사라서 체계가 계속 바

반대로 일하면서 즐거웠던 적은 언제에요?

뀌고 자리도 불확실해서요. 동료들도 이 회사는 한

"누구나 다 아는 방송이나 책에서 제 손이 나올 때

번 쯤 경험해보고 더 큰 회사를 가거나 프리랜서로

기쁘고 뿌듯해요. 음식점 갔을 때 메뉴판에 제가 만

일하려고 해요. 지금도 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뭐

들고 촬영한 음식이 있으니까 자부심이 느껴지더라

해먹고 살지 이걸 진짜 많이 생각해요. 지금 일이 워

고요.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죠. 그리고 촬영할 때 어

낙 힘들고 만족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이 생각을 계

려운 요리인데 뭔가 쉽게 척척 될 때가 있어요. 자

속하게 돼요. 그리고 독립도 하고 싶어요."

주는 없는데 그럴 때가 기쁜 것 같아요. 말하고 나니 속상한 게 더 많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인터뷰 하다 보니 대학 입학할 때 이 일을 너무 하

사람들이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고 싶어서 자기소개서에 큰 포부를 쓰고 면접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인식이 불편

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지금 일이 조금 익숙해지

하거나 그렇지는 않나요?

면서 나태해진 게 없지 않아 있는데 인터뷰하면서

“대부분 신기해하거나, 우와 그런 것도 있어요! 와

그때의 포부 자신감을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

멋있다 대박이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 것 같

요. 고맙습니다."

아요. 어떤 분들은 요리 엄청 잘하겠네! 이렇게 말 씀하시는데 그럴 땐 속으로 조금 찔려요. 요리를 기

여행을 좋아하는 아름 씨는 언젠가 반드시 세

본 하는 거지 요리사처럼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거

계일주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한다. 많은 사람

든요. 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결혼해서 남편 밥 하

에게 유익하고 즐거움을 주는 푸드스타일리스

나는 잘하겠다고 1등 신붓감이라는 이야기를 하세

트로써 꼭 성공하길 바라며 원하는 세계일주의

요. 특히 회사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저만 보

꿈도 꼭 이룰 수 있기를 늘 응원하겠다.

면 매번 그 말씀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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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사업 과정과 결과 소개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산재 은폐 사업주 형사 처벌 조항 신설을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산재 은폐 근

적극 환영한다

절과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요구해 온 노동자들의 투쟁이 결실을 맺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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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013년부터

이라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2016년까지 6차례에 걸쳐 280여 건의 현대중

산재 은폐 형사처벌 조항이 신설되었음에도 불

공업의 원, 하청업체 산재 은폐 사례를 적발하

구하고 산재 은폐가 계속될 수 있다는 심각한

여 고용노동부에 집단 진정을 하였고 산재 은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산업안전보

폐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투쟁을 쉼

건법 시행규칙 산업재해 발생보고 기준 때문이

없이 계속해 왔다.

다.

그런 활동이 반영되어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조(산업재해

항(산업재해 발생 기록 및 보고 등)에 사업주의

발생 보고)는 ’①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산재 은폐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신설되었고,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68조(벌칙) 조항에 10조 1항을 위반하여 산업재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경우에는 법

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는 자 또는 그 발생 사실을

제10조 제2항에 따라 해당 산업재해가 발생한

은폐하도록 교사하거나 공모한 자는 1년 이하의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별지 제1호서식의 산업재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

해조사표를 작성하여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장 또

이 신설되어 2017년 10월 19일부터 시행된다.

는 지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2014년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

재 발생 현황과 심각성을 공유하였고 산재 은

부 장관이 산업재해 발생보고기준을 요양 4일

폐 사례를 취합하기로 하였다.

에서 휴업 3일로 변경한 후 노동자가 다치더라 도 출근도장만 찍으면 사업주는 산재 발생보고

그리고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도 소속 지회

를 하지 않아도 되고 노동자는 제대로 치료받

의 1년간 산재 현황과 공상 현황을 수집하여 산

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재 은폐 수준을 확인하고 7차 산재 은폐 실태조 사 사업에 함께 하기로 하였다.

2017년 핵심사업으로 ‘산재 발생보고 기준 변경 투쟁’ 결의

현대중공업 원, 하청업체 산재 은폐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실제로 휴업3일 보고기준을 악용하여 깁스를 한 노동자를 출근시키는 사업장이 있다는 얘기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 내 금속노조 현

들이 계속 공유되면서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

대중공업지부는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2개월

대책위는 2017년 핵심사업으로 ‘산재 발생보고

간 현대중공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업3일 악

기준 변경 투쟁’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용사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10건의 동영상 과 1건의 사진을 확보하였다.

휴업3일 악용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대 중공업지부에서 사례를 동영상 등을 촬영해 취

영상에는 노동자들이 발목, 어깨, 손가락, 손목

합하고 여전히 산재 은폐가 심각한 하청업체

등에 기브스를 하고 출근하는 모습들이 생생하

산재 은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현대

게 담겨 있으며, 해당 영상에 찍힌 노동자들은

중공업 인근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를 방문하여

사실상 출근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일을 하기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었 다. 일하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휴업3일을 피하

그리고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 소속단위 중 현

기 위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출근을 하

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건설기계 울산지부, 학

고 있었다.

교비정규직 울산지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 회, 교육공무직 울산지부 등 비정규직 단위는 따로 기획 회의를 갖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산

또,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 하 23


출처_한국노총

청업체들이 산재 은폐 현실을 확인하고자 산재

례 산재 은폐 적발 투쟁 후 집단 진정과정에서

노동자 면담과 병원 실태조사를 통해 본인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업체가 폐업되었거나

직접 통화 7건, 통화 녹취 36건, 영상 5건, 면담

노동자 소속업체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노동

및 병원 조사 적발 11건, 기타 1건 등 60건의 산

자 진료기록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사업주가

재 은폐 사례를 적발하였다.

1개월 후에 산재 발생 신고를 했다는 이유 등 으로 무혐의처분을 내린 것 등을 감안하여 재

이들 노동자는 대부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해노동자와 직접 면담, 통화, 녹취, 영상자료 등

들로 넘어짐, 협착, 추락, 찍힘, 충돌, 화상, 감

구체적인 자료들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전, 사내 교통사고, 도장작업 중 질식 등으로 손 가락 골절, 안면부 봉합, 늑골 골절, 머리 찢어

조사과정에서 사업주들은 여전히 다친 노동자

짐, 화상 등 사고를 당했지만, 여전히 공상과 본

들에게 사복으로 갈아입힌 뒤 병원으로 후송하

인 부담 치료를 하고 있었다. 사고 피해자 60명

거나 ‘대학병원에 가지 마라’ ‘지정 병원 가면

중 공상처리를 한 노동자는 53명이었으며 본인

산재 은폐 조사하니 지정병원 말고 다른 곳으

부담 치료 4명, 치료방법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로 가라’고 하는 등 산재 은폐 행위를 계속하고

는 3명이었다.

있었고 대응방식도 이전보다 더 교묘해지고 있 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그동안 6차 24


지역 조사과정에서 비정규직 단위 기획사업은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동안 꾸준

9월 13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간담회를 통해

히 산재 은폐 근절 투쟁을 해 온 현대중공업 사

휴업3일 악용사례와 노동현장에서 여전히 반복

내하청지회 외에는 실제로 산재 은폐 사례들이

되는 산재 은폐 실태를 알리고 2017년 고용노

수집되지 못하였고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

동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산재 발

1년간 관련 자료를 제출한 곳이 소수 지회로 머

생보고기준을 기존 요양4일로 변경해 줄 것을

물면서 산재 은폐 전반적 실태분석까지 나가지

요구할 계획이다.

못하였다. 그리고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산재 절차의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 결과발표 후

복잡함과 까다로운 절차로 인하여 여전히 산재

대응 투쟁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보험상의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을 확인하며 산재 발생 시 병원신고제를 도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7월 11일 7차

입하여 다치고 병든 노동자를 신속히 산재 보

산재 은폐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

험으로 보호할 것을 함께 요구해 나갈 것이다.

다. 그동안 꾸준히 울산지역 산재 은폐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지역 언론들은 적극적으로 취재 와 보도를 해주어 지역사회에 우리의 문제의식 을 잘 전달해 주었다.

기자회견 후 산재 은폐 적발 건에 대해 고용노 동부울산지청에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사업 주의 의무), 제10조(산업재해발생기록 및 보고 등), 제23조(안전조치), 제29조(도급사업에 있 어서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안전보건총괄책임자,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소속 53개 하청업 체 대표를 고발하여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국회 환경노동 25


사진으로 보는 세상

26


마사회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고 박경근, 고 이현준 열사에게 일터는 무한경쟁과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터였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들이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마사회의 적폐를 뿌리 뽑고 마필관리사를 죽음으로 내모 는 현장을 바꾸겠습니다. 고 박경근, 고 이현준 열사의 명복을 빕니다. 글_선전위원회, 사진_조종완님

27


특집 :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시작으로

한국은 주5일 근무제라는 엄청난 ‘착각'

권종호 선전위원

1998년 IMF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출범한 노

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사정 위원회에서 사측과 정부는 노동계에 정리 해고 및 비정규직 채용요건 완화 등 고용 안정

그런데 이러한 주 5일근무제에 대한 합의

성의 포기를 강요하였다. 그 반대 급부로 노동

는 잘 이행되었을까?

계에 제시한 것은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이었

각종 노동시간 통계 자료 1에 따르면 한국은

다. 기존의 법정 기본 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

2004년까지도 연간 노동시간에 큰 변화가 없

서 주 40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연평균

었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1998년 시작되었

2,880시간을 근무하던 한국 사회 노동 현실에

는데, 차일피일 제대로 된 법제화를 미루기만

서 무엇보다 중요한 논의였다.

했을 뿐 진행된 것은 없었다. 노동계가 매년 대

1998년 OECD 연평균 노동시간은 이미 1,900

규모의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지속해서 요구하

시간으로 (주 40시간 * 50주) 2,000시간보다

자 2004년이 돼서야 주 40시간 법제화가 이루

도 적었다. 다시 말해 이미 기존의 OECD 국가

어졌다.

들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있었고, 한국만 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 을 하고 있었다. 이러니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 28

1 the 300, "통계는 평균 주 41시간 근무…" 진짜 직장 인의 삶은? http://m.the300.mt.co.kr/view. html?no=2014100713327665140


출처_한국노동사회연구소

그럼 2004년 주 40시간이 법제화된 이후 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잘 이루어졌을까? '

노동시간은 2011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추 세를 보이긴 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였다. 왜냐하면, 2004년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 정이 무려 7년에 걸친 단계별 시행을 부칙 상 에 정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1년 이후 다시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 출처_KBS뉴스 갈무리

고,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연간 평균 노 동시간은 2,113시간에 달한다. 이는 2015년

그러는 사이 1998년부터 2004년까지 200만

OECD 평균인 1,766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

이 넘는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양산되었고, 이후

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국가의 연

2015년까지도 이러한 비정규직의 규모는 전혀

간 평균 노동 시간으로 보기엔 매우 비정상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즉 개선해주겠다던 노동시

인 수치이다. 심지어 2011년까지 주 40시간 근

간 단축은 2004년까지 미뤄두기만 하면서, 정

로가 완료된 상태인데도 말이다.

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은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29


출처_사회진보연대

국가 프랑스 독일

법정근로시간 1주 35시간 1일 10시간 1일 8시간 (주당 근로시간 규정 없음)

영국

1주 48시간

일본

1주 40시간간

탄력적 근로시간제 의 단위시간 (정산기간)

연장근로한도

12개월을 기준으로 1주 35시간

연간 220시간 탄력적근로시간제의 경우 연간 130시간

법정 6개월, 단체협약 1년까지

1주 4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는 예외적으로만 인정

17주를 기준으로 1주 48시간 1개월단위, 1년 단위, 1주단위

별도의 규제 없음.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1주 60시간까지 근로가능 1주 15시간, 1월 45시간, 연간 360시간

<표1, 22>는 2015년 OECD 회원국 연간 노동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나타나

시간과 근로기준법상의 법정 노동시간을 비교

게 된 것일까.

해 놓은 것이다. 사실 각국의 근로기준법상 법

2004년 주 40시간이 법제화되고 2011년까

정 노동시간은 프랑스의 35시간을 빼면 한국

지 실제 적용이 완료되도록 했지만, 노동부는

의 주 40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영국

2004년 바로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에 12

은 주 48시간이 법정 기준이며 연장근로는 1

시간 연장 근로 외에 토, 일 휴일근로로 16시간

주 60시간까지 가능한 것으로 되어있고, 일본

이 추가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행정해석을

은 연장근무 15시간을 포함하면 주 55시간까

내리게 된다. 결국, 주5일 근무를 위해 고용 불

지 근무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영국

안정을 감수하면서 쟁취한 노동시간 단축이 어

과 일본은 각각 연간 노동시간이 1,674시간,

처구니없는 행정해석 하나로 다시 주 68시간

1,719시간으로 한국의 2,113시간에 비하면 연

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으로 돌아간 것이다.

간 400시간(근무일 50일, 2개월 이상) 정도 적 게 일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는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아예 무시할 정도의 예외 업종들이 수도 없이 많다. 독일, 영국, 일

2 표 2 박지순, 근로시간과 휴일에 관한 각국의 법규정 h tt p : // e n x . e n x . c o . k r/ o f f i c e / e n x / I D A r c h i v e / Policy/2012/노사정3차실근로시간단축위-발제-각국근 로시간과휴일(박지순)120405.pdf 30

본 등은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규정과 제약사항이 매우 자세하


게 되어있다. 즉, 이러한 예외 업종은 매우 특수

문제가 되는 업종은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기

한 상황이 아닌 이상 예외로 인정되지 않고 대

준법 58조의 주간근로시간제에 해당하는 업

부분 노동자는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종(대표적으로 택시 기사), 근로기준법상 근로

의미이다. 심지어 업무 강도가 낮다는 이유로

시간 제한도 휴일, 휴게에 관한 규정도 적용하

한국에서는 24시간 맞교대(주 84시간 근무)가

지 않는 63조의 적용제외 업종(농림, 축산, 어

자행되는 경비직도 독일 등에서는 법정 근로시

업 등의 일차 산업, 감시 또는 단속적 업무 - 대

간을 준수하게 되어있다.

표적으로 경비 및 시설관리) 등 매우 많은 업종 이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 기준이 있음에

그에 비하면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 예외 업종

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

은 너무 광범위하다. 먼저 최근에 가장 논쟁이

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지도 않은 형태의 포괄

되는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사업을 보자. 법

임금제'를 통해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라는 핑

에 정해진 특례업종이 1. 운수업, 물품판매 및

계로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하게 하는 사

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제작 및 흥행업, 통

례가 늘고 있다.

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광고업, 3. 의료 및 위생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이미 쟁취한 줄 알았던 노동시간 단축, 주5일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

근무제는 여전히 멀고 먼 이야기이다. 98년부

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현재

터 이어져 온 꼼수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효

사회복지사업)이다.

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회와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으로 주 68시간이 되어버

이러한 업무는 1일 24시간 내내 근무도 가능하

리는 행정해석의 문제, 너무 광범위한 특례업

고 무제한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법정 근로시

종의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논의 중이라고 한

간 주 40시간은 딴 세상 이야기이다. 쉬지 않고

다. 하지만 결정된 후에도 주 68시간 문제는 총

일만 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상황치고는 너무

5년의 유예기간을, 특례업종은 전면폐지가 아

광범위한 것 아닌가? 이러한 특례업종의 선정

닌 일부 폐지를 하겠다고 하니 이미 당연히 주

이유는 다수의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사업에서

어졌어야 할 권리임에도 또다시 노동자의 희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생만 요구하는 꼴이다. 이러한 논의 중 가장 어

그런데 저렇게 광범위한 업종에 종사하는 수많

처구니없는 내용은 당장 시행하면 막대한 재정

은 노동자는 다수의 국민이 아닌가? 그들의 편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의와 건강은 안중에 없는가? 또한, 공중의 편의

시행이 미뤄지는 동안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를 도모하기 위해 상시적인 일손이 필요한 업

막대한 이득을 취해왔다는 것이고, 노동자는

종이라고 꼭 근무시간을 늘려야 하는가? 인력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이

을 충원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제라도 지금 당장 시행해도 이미 늦었다는 점, 고통받는 노동자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31


특집 :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시작으로

일단 무한정 노동시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 김효 정책국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새 정부가 노동시간 특례 업종을 축소하겠다는

아예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일하는 팀도 같고 한

견해를 밝혔는데, 가장 먼저 집배 노조가 생각

사람이 업무를 쉬게 되면 일을 나누는 걸 견배라고

이 났다.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하는데 그것도 정규직 집배원, 상시 집배원 할 것 없

궁금해서 집배노조를 찾았다.

이 다 같이 나눠서 일한다. 그래서 노동시간 특례 폐

“이번 결정으로 집배원의 노동시간이 상당히 줄 거

지로 상시 집배원이 1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 노동

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제 생각엔 그 말이

을 못 한다. 그리고 토요일에 기본 4시간에서 8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집

간 연장 노동을 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거나, 인원을

배원은 공무원인 정규직 집배원과 비공무원인 상시

충원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남아있는 업무를 해야

집배원으로 나뉜다. 비율로 보면 공무원인 집배원

하고 결국 정규직 집배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이 1만4천 명, 비정규직인 상시 집배원인 2천5백 명

구조다. 그러니 결국 무책임한 우정사업본부로 인

이다. 이중 정규직 집배원은 노동시간 특례가 폐지

해 정규직 집배원은 불만이 쌓이고 상시 집배원과

되어도 공무원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노동시간에 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 예견된다.”

한이 없다. 반면에 2천5백 명의 상시 집배원은 살인 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기 때

노동시간 특례폐지 결정과 맞물려 우정사업본

문에 이번 결정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의 대안 마련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떠한 상 황인가.

32

이번 결정이 정규직 집배원과 비정규직인 상시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상항이다. 지금 이대

집배원 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로 토요 집배를 진행한다면 지금까지 평일에 연장

도 보인다.

노동을 했던 물량을 누가 처리하게 되는지 뻔히 아

“상시 집배원이 비정규직이지만 정규직 집배원과

는데도 가만히 있다. 특히 명절이나 선거철이 아니


라도 매월 15~25일은 물량이 폭주하는 시기다. 이

간 단축이 조금 더 현실로 가까워지면 좋겠다

때도 상시 집배원이 연장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

는 생각이 든다.

인데 지금보다 더 오래 건강을 해치며 일해야 한다.

“최근이 아니라 십 수 년 전부터 매년 10명 이상 집

이 모든 건 무책임한 우정사업본부 때문이다. 사실

배원이 과로와 교통사고, 최근엔 과로 자살로 사망

하루 이틀 일도 아니라 말하는 입도 아픈데 일례로

했지만, 집배원의 업무 경감이나 인원 충원 등 제도

2016년도에 사회적으로 집배원 장시간 노동이 문

적으로 개선의 노력이 미비했다. 토요 집배도 2015

제가 되자 우정사업본부가 각 우체국으로 주당 44

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잠시

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린

쉬고서 바로 폐지했다. 당시 토요 집배가 부활할 당

적이 있다. 그런데 업무량이나 인력 등 함께 조정이

시 반대하는 집배원 비율이 사 측과 가까운 한국노

필요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이 얘기

총인 우정노조 포함해서 70%나 되었다. 집배원들

인즉슨 우정사업본부는 문제를 면피하기 위해 서류

이 우정노조의 결정에 이렇게 압도적으로 반대한

상으로만 시간을 줄이고 집배원은 이전과 마찬가지

적이 별로 없었다. 집배원들의 이러한 불만이 결국

로 연장 노동을 하라는 결정인 거다. 심지어 주 44

민주노조인 집배 노조 건설로 이어진 거다. 많은 집

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면서 연장 노동을 했던

배원이 주 40시간제 도입된 지 10년도 넘은 세월

집배원들은 연장 수당도 제한되었고 통제받았다.”

동안 우리는 아직도 토요일에 일하고 있고, 동료들 이 오늘도 죽지 말자고 이야기하면서 일해야 하는

그럼 이번 정부의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평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해야 하나. “부족한 점은 있지만 집배 노조는 지금껏 집배원들

그렇다면 결국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업무량

이 노동시간 상한선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감소, 인력충원 문제로도 계속 싸워야 하는 상

문제라고 지적해왔다. 그래서 이번 노동시간 특례

황일 것 같다.

폐지로 인해 전체 집배원의 20%인 상시 집배원의

“아무래도 집배원이 공무원이다 보니 예산을 우정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단축되는 것을 매우 환영

사업본부가 벌어들인 수입에서 계획한다고 해도 즉

하고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제도 시

각 인력을 늘리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일단 우

행 초기엔 집배원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도 많고 불

정사업본부가 더는 마른걸레 쥐어짜듯 집배원의 생

만이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공무

명을 대가로 이윤을 남기는 건 그만두어야 한다. 그

원에게도 노동시간 상한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리고 토요 집배 폐지를 시작으로 점차 업무량과 인

사회적인 인식이 생기고 우리도 그러한 요구를 다

원 충원에 대한 대안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이

시 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말씀하신대로 이번을 계기로 집배원의 노동시 33


특집 :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시작으로

장시간 노동과 사회복지사의 24시 -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사회복지사 A 씨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직업이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흔히 ‘좋은 일 한다’는

하면 제대로 못 쉬어요. 휴일이 이틀이라 할 수 없죠. 그리

말과 희생정신, 봉사정신이라는 시선이 따라붙는다.

고 휴일, 공휴일에 근무하면 수당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이런 시선은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주장

게 없어요. 급여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받고 있죠. 야간

하기 어렵게 한다. 좋은 일에는 저임금이, 희생과 봉

에 휴게시간이 있어도, 한시도 장애인 분에게 떨어질 수

사정신에는 부당한 일에도 침묵해야 하는 억압이 동

없어요. 휴게시간이 아니에요. 주 60시간 이상 근무해요.

반된다. 특히,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필요

과로사로 인정받는 기준을 주 62시간으로 알고 있는데,

가 증가함에 따라 과업무에 시달린다. 하지만 항상

그러면 우리는 과로사로 인정받기 위해 90시간을 일해야

인력은 부족하고, 야근은 당연시된다. 이번 근로기

할까요? 우리가 노예도 아닌데 말이죠.”

준법 59조 특례조항에서 사회복지 업은 유지되었다. 공공의 필요성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장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자

선 어떤 문제의식과 고민이 있을까. 서울에 있는 중

부심과 보람은 어떤가요?

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 하는 사회복지사 A 씨를

“장애인분의 삶이든, 직원의 삶이든 뭔가가 바뀔 때요. 거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주시설 장애인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제약이 많아요. 그런 환경을 바꾸면서 요구하고, 선택하는 것들

이곳의 사회복지사들은 어떻게 근무하고 있나요?

이 늘어날 때 가장 보람차요. 저희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

“제가 일하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은 365일, 24시간 돌

환경이 좋아졌을 때예요. 차별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생

아가요. 그래서 교대근무 직원들이 24시간 2교대로 근무

활 재활교사들이거든요.”

해요. 주간근무는 오전 7시30분~저녁 6시30분, 야간근

34

무는 저녁 6시~오전 8시까지요. 스케쥴은 주간/주간/야

생활 재활교사들의 처우가 어떤가요?

간/야갼/비번/휴일인데, 사실 야간 근무하고 아침에 퇴근

“이분들은 사회복지, 재활학을 전공한 분 들이예요. 보건


복지부에서 급여가 나오는데 실제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없어요. 스트레스는 항상 있죠. 집에 있다가도, 아픈 분이

가장 낮은 급여를 받아요. 1호봉 기준으로 세전 연 2천4

생기면 시설로 가야 해요. 장애인분들의 모든 걸 우리가

백에서 2천5백 정도를 받는데, 그것도 시간 외 근무 80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죠. 우울증을 직접 호소하는 사람은

시간을 채워야 받을 수 있어요.”

없지만, 힘들어서 퇴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괜찮다고 해도, 얼마 뒤 퇴사해요. 그래서 이직률도 높죠.”

최근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이 10개 업종 으로 축소하기로 잠정 합의 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장 우선 해결되어야 할

사회복지는 유지하기로 됐죠. 이 문제에 대해

문제는 뭔가요?

어떤 고민이 있으신가요?

“노동시간이 정상화 되어야 해요. 급여나 노동시간 인정

“장애인 시설만큼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 없어

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죠. 시간

요. 교대 문제도 심각하죠. 그런데 선함이라는 굴레에 씌

외 노동을 하는 게 너무 당연시 돼요. 노동시간이 줄고, 인

어져 노동을 강요당하는 구조예요. 인력 기준은 10년이

력이 늘어나지 않으면 양적인 서비스가 늘어나도, 서비스

넘었어요. 그런데 서비스는 굉장히 많이 늘어났죠. 요구

질이 좋아지기 힘들어요. 지금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바

받는 것도 엄청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직접 서비스 수준

꿔야 해요. 최소 50%는 충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애인

은 얼마나 좋아졌을까요? 문제가 심각한데 시설을 대표

개인에 맞는 서비스가 가능해요. 거주시설은 집단생활이

하는 협회에서는 별다른 대응이나 성명서 조차 없습니다.

기 때문에 장애인분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요. 자기결정권,

사회복지사들은 문제에 공감하고 분노해요. 그런데 분노

선택권, 자립을 중시하면서 개인별 서비스가 강조되죠.

가 집단화되기 어려운 구조가 있어요. 교대 근무자들은

그런데 인력이 늘지 않으면 어려워요.”

조가 같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거든요. 노동자들이 서로 얘기하고, 연대할 환경이 안 만들어져요.”

사회복지 노동자로 바라는 일터는 어떤 곳인가요? “노동자들의 처우나 노동조건이 좋아져야 해요. 그러면

노동과정에서 여러 건강 문제도 발생할 것 같

장애인분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가 있을 거예요. 탈시설,

은데, 어떤가요?

자립, 인권을 가능케 하기 위해선 인력 충원이 필요해요.

“근무시간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넘어갈 때가 많아

개인의 노력으론 절대 안 되죠. 장애인도 사회복지사도

요. 만성피로를 호소해요. 교대근무를 하니까 밤에 잠을

사람답게 살지 못해요. 사회복지사도 노동자임을 인정하

못 자요. 야간근무 끝나고 낮에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고, 노동의 문제를 되돌아봤으면 해요. 사회복지사가 좋

안 오죠. 그래서 수면장애가 있는 분들도 있어요. 외상은

은 일 하는 직업이라고 하는데, 좋은 일이 아니에요. 옳은

빈번히 발생해요. 경미한 타박상 정도는 얘기도 안 해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스스로 우리의 노동 문제에

전염성 질병도 문제죠. 저희가 자체적으로 관리해서 어려

대해 옳게 바라보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연대 말

워요. 그리고 보행이 불편한 분들 지원하다 보면 근골격

고는 답이 없어요. 한목소리를 내야 해요. 더 많은 사회복

계질환이, 디스크가 발생해요. 그런데 병원 다닐 시간도

지사가 힘을 가질 수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해, 같이 목소 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35


특집 :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시작으로

멕시코보다 더 일하는 공항 지상 조업 노동자 - 공공운수노조 샤프항공지부 지부장 김진영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일한 만큼 정당한 임금은 받았는가.

”저는 2014년부터 공항 지상 조업 회사인 사프 항공 램

“한 달에 140시간 연장해도 월급이 300만 원도 안 되

프 직군에서 일하는 김진영입니다. 공항 지상 조업은 램

었다. 그래서 작년 5월에 노조를 만들고 그동안 못 받았

프, 항공정비, 기내 청소(캐빈), 기내식 준비, 티켓팅 등

던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지급 관련해서 소송하고 있다.

비행운행 관련해서 모든 일을 한다. 작년부터는 노동조

일은 길게 하는데 임금은 적다 보니 특히 젊은 노동자

합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들이 한두 달 있다가 그만두는 일이 허다했다. 제 후임 이 들어왔다 나간 사람만 100명은 된다.”

최근 들어 언론이 공항 지상 근무 노동자의 장시 간 노동실태를 보도하고 있다. 대체 얼마나 일을

늘 꼬박 한 달에 350시간씩 일한 것인가.

오래 하는 건가.

“그렇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딱 두 달간 주당 12시간만

“아침에 7시 출근해서 밤 11시 퇴근이 기본이다. 한 달

연장을 한 적이 있다. 평소에 애들 자는 모습만 보다가

에 평균 시간 외 노동시간만 140시간이다. 정규 노동시

같이 놀이터에서 놀고 목욕하고 저녁 먹는데 기쁘더라.

간인 209시간도 일을 하니까 한 달에만 350시간, 연간

그런데 두 달 지나서 회사가 59조 법 조항을 들이대면

3,600시간을 일하는 거다. OECD 통계로 보더라도 멕

서 다시 무한정 연장 노동을 시켰다.”

시코보다 더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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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해서 퇴근까지 일과가 어떻게 되나.

140여 편의 비행기를 70명아 다 처리한다고 보면 된

“아침 7시 출근이라 4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셔틀버스

다. 한 비행기당 그라운드 타임이라 해서 1시간 이내로

와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한다. 일 시작하면 16시에 퇴

처리해야 하는데 팀당 3명의 인원이 1m 공간에서 평균

근인데 그런 경우는 없다. 22시, 23시까지 근무하고 퇴

20~30kg 나가는 캐리어 180개를 (총 무게 3톤) 상하

근하고 집에 가려면 0시에 인천공항서 나가는 막차를

차하면서 일한다.”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서 다시 택시 타고 집에 가야 한 다. 그래서 그냥 회사에서 잔다. 둘째 날도 똑같이 반복

항공사 노동자들은 주 40시간 노동을 철저하게

해서 일하고 셋째 날은 새벽 5시 출근이다. 그래서 14시

지키고 있다고 알고 있다.

에 퇴근하고 다음 날 휴무다. 2박 3일 일하고 하루 쉬는

‘기장과 승무원은 항공법에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철저하

패턴을 반복하는 거다.”

게 휴게시간을 보장 받는다. 그런데 지상 조업만 항공법 에 적용을 안 받고 59조에 해당하니까 무한정 일한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인원이라도 많으면 관계없을 수도 있는데 회사는 59조

“비행기가 도착해서 다시 운행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를 이용해서 최대한 사람 적게 뽑고 시간 외로 일을 시

일을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올 때 자동차로 따지

키려고만 한다.“

면 주차장인 주기장으로 내려오게 신호를 보낸다. 다른 동료는 비행기가 정해진 위치에 내려오게 차가 못 다니 도록 통행을 차단한다. 비행기가 멈추면 움직이지 않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고임목을 채우고 비행기 안에 있는 수화물과 화물을 내

“지금 사회적으로 논의가 되는 있는 59조 폐지를 위해

리고 화장실에 있는 오염물을 정리한다. 그리고 새로 나

서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지금 민주노총과 한국

갈 비행기니까 다시 수화물과 화물을 차에 짐을 싣는다.

노총도 이 문제를 공동으로 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

그리고 견인 트랙터라는 화물 차량을 이용해서 비행기

치권에서는 기대만큼 결과를 내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를 정 위치에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으로 보면 대표교 섭 노조인 기업노조가 단체협상도 체결을 못 하고 있어

이러한 일을 하루에 몇 번이나 반복하는가.

서 회사와 기업노조 양측을 압박해야 할 것 같다. 그러

“회사가 지금 계약하고 있는 항공사가 제주항공과 이

다 보면 언제가 우리도 아스팔트처럼 튼튼한 길이 열릴

스타항공, 몇몇 외국계 항공사가 있다. 이 회사에서 하

거로 생각하고 있다.”

루 운행하는 비행기를 다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제주 항공이 하루 인 아웃(왕복) 60여 편, 이스타항공이 50 여 편이다. 거기에 외국항공이 30여 편이라 하루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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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보이지 않는 굴레 속에서, 오늘도 달린다

이영일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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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이었다. 인터넷 인기 검색어 중 K5가 상위

서는 초과근무가 허용되는 예외업종(특례업종)을 정

권에 랭크되었고, 내 차도 같은 차종이기에 무슨 내

하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운수업이다. ‘사용자와

용인가 싶어 클릭해봤다. 관련 동영상들이 나열되었

노동자 대표 간의 합의를 통한’이라는 단순한 조건

고 그중 하나를 보았는데 끔찍한 교통사고 내용이었

만 있을 뿐 초과근무에 대한 시간제한도 없기 때문

다.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 부근에서 발생한 버스

에 사업주는 사실상 ‘합법적으로’ 노동자들을 자유

추돌사고 이야기이다. 동영상에 달린 댓글은 운전기

로이 부리게 된다. 버스추돌 사고 기사를 보고 나서

사에 대한 비난, 현대기아차를 비아냥거림 등으로 가

이와 관련된 내용을 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득한 가운데, 나는 왜 버스 기사를 연민했을까. 검진

버스나 택시 기사분들을 검진하면서 평소보다는 좀

을 통해 내가 여러 버스 기사 분들을 만나고 있어서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고, 지면을 빌려 일부분이

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마 공유해보려고 한다.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냈던 광역버스 기사는 전날 16

우선 버스의 경우를 보자. 오전과 오후 두 개의 조가

시간을 넘게 운전 후 짧은 수면 뒤에 출근했던 터였

있는데, 오전조의 경우 새벽 4시 40분 첫 발차를 시

다고 한다. 버스 기사는 어떻게 전날 16시간을 근무

작으로 오후 4시 20분에 막차가 나간다. 오후조의

하고도 바로 출근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은 59조

경우 13시 40분에 발차해서 밤 12시 40분을 막차로

를 통해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끝이 난다. 버스 운행의 특성상 지하철처럼 정확히

수 없다고 분명하게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간을 맞춰서 들어오기란 쉽지 않다. 배차 간격 또

이것은 근로기준법 59조 때문에 가능하다. 59조에

한 여유가 없으며, 상시적인 교통정체 현상으로 인해


편안한 ‘휴식’은 쉽지 않을뿐더러 식사시간에 밥 한

간에 운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강

끼 여유롭게 하는 것도 힘들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제로 야간운전을 하는 셈이다. 기사들은 야간운전과

기사분들은 최소한 11시간 동안은 운전대에서 벗어

장시간 운전이라는 두 가지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날 수가 없는 장시간 운전을 한다. 유럽의 경우 일일

구조 속에서 매일 매일을 ‘살아내고’ 있다.

운행시간을 9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 본만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처벌규정을 보더라도

지난 2월 졸음운전의 방지책으로 여객자동차 운수

외국의 경우 처벌의 정도가 높지만, 우리나라의 경

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일부 개정되었는데, 그

우 안전규정을 어겼다 하더라도 사업주는 그저 180

내용 중의 하나가 ‘퇴근 후 다음 출근까지 연속 8시

만 원의 과징금만 내면 된다.

간 휴식시간 보장’이다. 운수업 종사자들이 보면 피 식 웃고 말 일이다. 더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택시의 경우는 버스와는 또 다르다. 이전에는 교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근무형태가 많았지만, 요즘은 차 한 대를 도맡아서

오히려 악법은 나쁜 것임을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

운행하는 방식인 일차제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나 악법이라도 그것은 모두의 합의로 만들어진 법이

교대로 돌릴 인력은 부족하고 차량은 남아돌기 때문

기에 그것을 따르지 않고 무시한다면 자신이 외치는

이다. 대중교통시설의 확대와 잘 정비된 환승 시스

정의가 사람들에게 울림이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

템은 택시 이용률을 더욱 낮추었다. 또 하나 반드시

기에 소크라테스는 기꺼이 미나리 독주를 들이켰다.

언급해야 할 것은 사납금이다. 사납금은 기본적으로

이 위대한 철학자는 공동체의 합의를 존중했고, 그

하루에 회사에 가져다 줘야 할 금액이다. 내가 검진

합의에는 ‘보편적 옳음‘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설파

을 나가는 한 택시회사의 경우 사납금은 일차제 일

했다. 특례업종이 현실적으로 당장 사라질 수는 없

일 기준으로 13만 8천 5백 원이다. 교대제의 경우

을 것이다. 누군가의 퇴근 시간 이후에도 또 다른 누

운전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이보다는 좀 낮

군가는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보호 장치는

은 편이다. 유류비는 회사에서 일정 리터까지 지원

철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의 근로기준법 59

해주지만, 식비나 간식비 지원은 없으며, 휴식을 위

조는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합의된 옮음’

한 ‘휴게공간’은 거의 없는 것과도 같다. 사납금을

이 더해져서 재탄생해야 한다. 버스나 택시 기사들

제외한 나머지는 운전자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사납

의 졸음운전, 심지어는 거친 운전까지도 시스템이

금을 확보하려면 과연 얼마나 운전을 해야 할까. 적

결국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요즘은 운전

게는 12시간에서 많게는 16시간 정도의 노동을 통

을 하곤 할 때면 버스나 택시의 거친 운전에도 반응

해 가능하다. 일차제 기사분들은 일하는 시간에 있

하지 않게 된다. 자연스럽게 양보하게 되더라. 여러

어 자율권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통 저녁 5

분들도 화내지 말고 양보하시라.

시 즈음에 출근해서 다음 날 아침 8시 즈음에 마친 다. 손님이 많은 출퇴근 시간과 요금 단위가 높은 야 39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내 노동시간 기록에 대한 권리가 내게는 없다

정받았다. (2016.6.2. 서울고법, “폐 잘라낸 SW개발자 산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일하던 한 IT 노동자는, 10년간

재 인정하라"

일하던 중 계속된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에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

걸려 폐절제 수술까지 받게 됐다. 큰 수술 후 복귀했

id=20160602151425)

지만, 그 다음 해까지 완쾌되지 않아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회사는 수술한 이듬해, 휴직 상한기간 1년

올 해 5월 게임업체 넷마블의 계열사 12곳에서 법정

을 채운 이 노동자를 해고했다. 해고까지 당하고 나

노동시간 초과와 연장근로수당 체불이 대대적으로

니 억울했다.

적발됐다. 지난 한 해만 해도, 전체 노동자 3250 명 중 2057 명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했고, 체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졌고 폐 절제 수술까지 받아

불된 연장 근로수당은 44억 원이나 됐다.

야 했다"는 점을 입증해 산재 인정을 받고자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면역력이 떨어질 정

그 동안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던 회사가 자발적으

도로 과로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해고까지 한

로 노동시간 기록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서울지방

회사가 근로 시간 관련 자료를 순순히 내놓을 리 만

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 디지털증거분석팀에서

무했다. 결국 이 노동자는 시간외근로 수당을 청구하

건물 출입 기록 880만 건, 시스템 접속 기록, 컴퓨터

는 소송을 진행했고, 자신의 주장보다는 적지만 1천

사용 기록, 야근 교통비 및 식대 지급 내역 등을 모두

427시간의 시간외근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시간외근

찾아내 분석해서 잡아낸 것이다.

로를 강요당했다는 점을 입증한 1심 판결 이후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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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후 과정

이 팀은 파리바게뜨에서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의 연

도 순탄치는 않았다. 공단의 심사 결과는 요양불승인

장근로수당을 축소 지급한 사건에서도 톡톡한 역

처분, 결국 항소심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산재를 인

할을 해냈다. 아예 출퇴근 시간을 전산 조작해 임금


을 떼먹던 회사 내 별도의 서버에서, 노동자들이 직

두 분류해서 기록해둬야 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보

접 입력한 출퇴근 시간 원데이터를 찾아낸 것이다.

수도 따로 기록해둬야 한다. 기록 보관 기간은 2년이

(2017.8.6. 넷마블 체불 잡아낸 디지털 포렌식, 노동법 위반

다. 영국의 경우는 최대 노동시간과 야간 노동시간을

꼼짝 마)

따로 기록을 남겨 2년간 보관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 한 겨 레 h t t p : // w w w . h a n i . c o . k r/a r t i/ s o c i e t y /

도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 시간

labor/805733.html)

을 기재하고, 이 근로시간 연장에 동의를 표시한 노 동자의 목록도 작성해서 2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

노동시간 기록과 보관을 법으로 규정한다면 현행법상 사업주에게는 노동자 노동시간을 기록할

기록된 노동시간은 장시간 노동 예방으로

의무가 없다. 체불임금, 불법적인 연장근무 적발을

기록과 보관은 활용을 위해서다. EU 노동시간 관련

목적으로 근로감독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근로시

가이드라인은, 각 나라에서 국내법으로 이런 노동시

간 기록이 없다”고 버티면 디지털 포렌식 등을 동원

간 기록을 법적 의무로 할 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노

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을 적발할 수 없다. 건강 문

동부 등 관할 주무 기관의 감독 하에 두도록 권유하

제때문이든, 떼어먹힌 임금 때문이든 노동자가 자신

고 있다. 관할 주무 기관이 이 기록을 활용할 수 있어

이 일한 노동시간 기록을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위

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을 사후에 확인하는 데에

두 사례는, 체불임금 소송까지 불사하며 본인의 장시

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노동 시간의

간 노동을 밝혀내고 인정받은 노동자의 노력과 신기

상한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

술로 무장한 성실한 공무원에 의해 장시간 노동 실

한하는 데에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를 숨기려던 회사의 장막을 거둬낸 사례다. 그런 데, 언제까지 이 두 사례를 미담으로 기억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기록해서 보관할 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

애초에 노동시간 기록을 강제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니라, 심지어 노동시간이 법적 기준을 넘지 않도록

노동자나 당국이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될

미리 제한한다고? 과로로 산재가 발생한 다음에도

수는 없을까?

노동시간 기록 얻는 게 하늘의 별 따기고, 노동부 근 로감독관이 근로감독을 하려고 해도 노동시간 기록

노동시간법을 따로 제정하여 노동시간을 세밀하게

을 얻는 게 쉽지 않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

규정하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노동시간을 기록하

운 상황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이라는 노동자 권리

고, 기록을 2~3년간 보관해야 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를 보장하는 데, 어떤 상황이 더 적절할지 물을 필요

부여하고 있다. 핀란드의 노동시간법은 각각의 노동

가 있을까?

자가 노동한 시간, 그에 해당한 보수를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노동시간은 정규 노동시간, 연장 근로 시간, 일요일 노동시간, 초과 노동시간 등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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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에세이

처음 만난 일터에서 일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최민 상임활동가, 과로자살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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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다. 하루 11시간 미만 근로를 한다는 ‘근로계약

이미 잘 알려진 세 건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서’를 썼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벌칙’ 명

자살 사건에서 얘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마이

목으로 2시간 먼저 나오는 일이 잦았다. 정리

스터고등학교 전자과에 재학 중이던 A 씨는 식

하다 보면 퇴근 시간인 밤 10시를 넘기는 것도

품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처음 해 보

일쑤, 보통 11시나 11시 반쯤 퇴근했다. 오픈 준

는 조리육 포장 일, 힘들어도 참고 하던 중 회식

비와 마감을 모두 해야 하는 ‘오마벌칙’은 막내

때, 나이가 많던 입사 동기에게 공개적으로 머

인 B씨에게만 적용됐다. 취업 직후부터 시작됐

리를 밟히고 뺨을 맞는 일이 있었다. 가해자는

고, 전체 근무일 중 절반 정도에 해당했다. 언

폭행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협박

어폭력이나 성적 괴롭힘도 심했다. 고인은 친

했다. 주말 동안 회사를 떠나 집에 있는 동안,

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이 하는 일

용기를 내 회사에 신고하고 현장실습을 중단하

이 “욕먹기”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차라리 입

기로 결심했지만, 그 뒤 벌어질 상황에 대한 압

대 해야겠다 결심하고,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박감이 너무나 컸다. ‘저는 너무 두렵습니다.’

말한 그 날, 그는 선배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회사 기숙사에서

뒤, 오후에 매장을 나가 생을 마감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1

C 씨는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B 씨는 인터넷쇼핑몰을 전공했지만, 취업률을

해지방어부서에서 일했다. 매일 달성해야 하는

높여야 하는 학교에서는 식당 취업을 추천했

통화 숫자와 해지방어율이 정해져 있었다. 회사

1 스토리펀딩 ‘헤드셋 내려놓고 편히 쉬기를’, 2화 ‘자살 한 현장실습생의 마지막 SNS

는 매일 아침 전체 센터의 실적을 공지하며 수


시로 압박했다. 각자의 실적은 상대평가로 성과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괴롭

급 결정에 반영되었다. 수습 기간에는 3등급이

힘의 과정에서 그 열등한 지위가 더욱 공고해

었지만 정식근무 이후에는 선배 노동자들과 경

진다.

쟁하게 되면서 실적은 9등급, 실적급은 4만 원

그런 점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은 일터 괴롭

에 불과했다. 해지를 방어하는 동시에 상품 판

힘의 대상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 사회에 만연

매 영업도 해야 했다. 이 역시 매일 실적 목표

한 나이주의, 청소년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들

가 제시되고 있었고, 실적을 못 채우면 업무종

수 있다. 청소년의 나이에 따른 차별에 근거한

료 후 남아서 영업 전화를 돌리거나 영업을 잘

일터 괴롭힘은 현재진행형이다. 방화문을 만드

한 사람의 콜을 듣고 공부해야 했다. 고객들에

는 업체에서 일하는 한 현장실습생은 한 달 중

게 심한 말을 듣고 힘들어하는 날도 있었지만,

1주일가량 잔업을 하는데, 언제 어떻게 잔업을

고객들을 응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실적

하는지 미리 알 수가 없다. 퇴근할 즈음 갑자기

을 채우지 못해 상사로부터 받는 압박이 더 커

‘오늘 야근해라’고 하면 거절하지도 못한다. 이

보였다고 한다.2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렇게 갑자기 야근 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젊은

했지만, 부모는 참고 다녀보라고 다독일 수밖에

애들’이다. 갑작스러운 연장 근무를 ‘명령’할 수

없었다. 결국 이틀 뒤 고인은 스스로 삶을 마감

있는 것은 이들이 청소년이고, 어린 노동자는

했다.

어른 말씀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현장실습생의 동기는, 다 3

현장실습생에게 가해지는 이중의 괴롭힘

른 직원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는 역할을

A, B 씨의 사례에서는 모두 일터 괴롭힘이 자살

한다. 보완이 필요해서 ‘보완하세요’라고 쪽지

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일터 괴롭힘은 일

를 보냈더니 ‘보완하세요?? 너 지금 몇 살이

터에서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위해하거나 사회

니?’라는 답을 받았다. 동기의 선배가 대신 사

적으로 배제하거나 누군가의 일에 부정적인 영

과했는데도, 상대방은 사과하지 않았다.

향을 끼치는 행위를 뜻한다. 일터 괴롭힘 연구

나이 어린 현장실습생은 성인보다도 쉽게, 일을

자들은 공통으로 일터괴롭힘의 바탕에는 권력

제대로 못 한다거나, 알려줬는데도 왜 따라 하

불균형이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일터 괴롭힘의

지 못 하냐는 압박과 폭언, 폭력의 대상이 된다.

피해자는 지위가 낮거나, 사회적 약점을 가지고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세차를 맡은 현장실습생

있거나, 소수자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보통

은 첫 출근 했던 날의 기억을 묻자 ‘욕을 많이 먹었다’고 답했다. 첫날이니까 ‘당연히 잘 못 하

2 강문식, 2017.03.22., 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의 문제점,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 3 다음 장은 『특성화고 학생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과 노동세계진입 연구』(2017)에 실린 필자의 원고 ‘일터의 사냥감이 된 현장실습생’ 부분을 요약한 것임.

고’, ‘잘 못 하니까 욕먹으면서 배우는’ 날이었 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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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청소년이라는 점 외에 ‘현장실습생’이

무방비로 노출됐던 C 씨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라는 점은 이들이 일터괴롭힘에 더 취약하도록

발견된다. 사실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일터에 ‘실

강제한다. 현장실습생 취업률을 유지하려고 하

습생’ 신분으로 취업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부정

는 학교 정책은 오히려 일터괴롭힘을 호소하는

적으로 평가하기 쉽게 만드는 밑그림이 된다. 거기

학생에게 ‘참으라’고 강요하게 된다. 결과적으

에 C씨가 다녔던 전체 회사 차원에서 강도 높게 추

로 다른 청소년 노동자보다 현장실습생을 일터

진되는 실적 경쟁이나 압박이 이런 부정적인 자기

괴롭힘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한 현장실습생

평가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 담임 교사는 SNS로 ‘회사를 그만두면 학교

박형민은 일부 자살에는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에 대한 배신’이라고 문자를 보냈고, 선임과의

‘성찰성’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자살자는

갈등으로 퇴사를 원하는 학생이 세 차례나 요청

자신의 삶과 죽음을 숙고하여 문제 상황을 인식하

할 때까지 복교 요청을 묵살했다.

고, 자신과 삶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이 과정에서 자살자는, 자신이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는 사

현장실습 자살자들의 자기평가 과정

람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자기 죽음을 통해서만

일터 괴롭힘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열등해서 괴롭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

힘을 당하는 것이 아니었더라도 괴롭힘의 과정에

면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4

서 ‘괴롭힘을 당할만한 사람’이 되어간다. 예를 들

청소년은 특히 성인에 비해 사회적 자원이나 경험,

어, 일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일에 투입해버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다른 선택지에 대한 사

리면, 그 사람은 일을 못 하는 사람이 된다. 학력이

고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경우 자신에 대한 부정

나 성별 때문에 차별당하던 사람은 이를 비판했을

적 인식이 ‘자신이 죽음을 통해서만 문제 상황을

때 조직에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매도되거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왜곡된 판단으로 이어질

차별을 못 견뎌 일을 그만두면 참을성 없는 사람으

수 있다. 청소년 자살은 특히 그들이 가진 자원이

로 평가된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일터괴롭힘 피해

빈약한 상황에서는 더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

자는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며, 한 현장실습생 인터

던 것들이 좌절될 때 성인에 비해 더 심한 스트레

뷰에서 보듯이 ‘자기 자신이 싫어지는’ 상황이 오

스와 좌절을 경험한다는 기존 논의도 숙고해봐야

기도 한다.

한다.5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를 실패자로 평가하고, 자신

실제로 A 씨의 경우 회사에 직장 동료의 폭력을 고

이 쓸모없거나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과정

발했으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문제 상황을 직

은 자살자가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다고 인식하고

면해야 했고, B 씨의 경우 사직을 결심했으나 이에

자살에 이르게 되는 자기 인식 과정과도 유사하다.

대한 직장 상사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다. C 씨도

그리고 이런 자기 평가 과정은 일터 괴롭힘에 시

4 박형민, 2010, 자살, 차악의 선택 : 자살의 성찰성과 소 통 지향성, 이학사, 3장~5장 5 서종한, 2015, 심리부검: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 학 고재,

달리던 A, B 씨 사례뿐 아니라 과도한 실적 압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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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이틀 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한

출처_참세상

적이 있었고, 그날 자살 기도가 있었지만, 부모님 은 힘들어도 이겨내 보라고 응대했다. 자살을 ‘차 악의 선택’, 능동적인 행위라고 볼 때, 비교적 저임 금에 구하기 어렵지 않은 일터에서 일하던 이들임 에도, 죽음을 결심한 순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처 지처럼 느꼈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

현장실습생의 자살을 함께 생각하기 파견형 현장실습 그 자체가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 런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부추기고, 대안을 구하는 행위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 습생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일터에, 실습생이라 는 취약한 상태로 내보내지고, 취업률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는 사직을 가로막는다. 부모와 교사는 흔 히 ‘참아보라’는 격려 이외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 지 못 한다. 이런 다양한 모순이 응축된 파견형 현

회초년생의 자살과 한국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장실습을 폐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자살은 어떤 측면에서 유사하고 어떤 측면에서 다

그러나 그 외에도 우리에게는 남아있는 질문들이

를까?

있다. ‘청소년’이자 ‘실습생’에게 가해지는 노동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자살을 되짚어 보는 과정

침해, 처음 맞닥뜨린 일터에서 겪은 압력과 스트레

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에서 출발하여 일하는 청

스, 가족과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폭력적인 질

소년의 노동 과정과 그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들,

서. 이런 어려움은 다시 어떤 경로를 통해 우울감,

이로 인한 자기 평가와 자기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

자살사고, 자살 행동으로 이어졌을까? 손쉽게 구

는지를 모두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될 것이다.

할 수 있는 저임금의 일자리, 졸업 때까지만 버티

청소년 노동자, 실습생 노동자로서의 노동권 침해

면 되는 일자리, 돌아갈 학교도 아직 남아 있는 그

와 이런 침해가 자살 사고나 자살 행동에 이르는

들은 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과정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서, ‘청소년 자살’

혹시 현장실습생 외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일터에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던 현장실습 노동과정의 경

서의 문제 때문에 자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험과 그 고통, ‘현장실습 대책 논의’에서 다루지 못

렇지 않다면, 이건 정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

했던 ‘자살에 이르는 심리적, 인지적 경로’를 재구

에게 좀 더 고유한 문제일까? 대학신입생이나 사

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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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상식 집에서도 통증 잡기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2)

[회전근개건염] '엊그제부터 옷 입기가 힘들어요!' 정경희 선전위원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 물리치료사

자동차 부품업체 라인 공정 중 좁은 공간에서 팔을

을 받게 되므로 불편하더라도 어깨를 돌리는 운동을

올려 줄을 당겨주는 일을 주로 한다는 김 모 씨는 엊

자주 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회전시킬 때 팔을 안으

그제부터 소매 있는 옷에 팔을 넣고 빼기가 힘들 정

로 돌렸던 잘못된 습관도 바꿔야 한다. 이때 회전근

도로 어깨가 아팠다고 한다. 그의 팔을 수동적으로

개에 테이핑을 병행하여 운동하면 통증을 감소시키

돌려보았을 때 올리는 동작보다는 팔을 뒤쪽으로 넘

면서 편하게 어깨 회전운동을 할 수 있다.

길 때 제한적이었고, 통증을 느낀 나머지 팔을 살짝 안쪽으로 돌리면서 내리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김 모 씨는 평소 작업할 때나 휴식시간에 팔을 뒤쪽으로 돌려서 어깨를 회전시키는 동작이 전 혀 없었기 때문에 이때 작용하는 어깨 회전 근육이 약해지거나 굳어져서 불편함을 무의식중에 느꼈을 테고, 이것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회전시킬 때 안쪽 으로 돌려 내리는 습관이 몸에 뱄을 것으로 추정된 다.

이런 경우 어깨를 회전시키는 대표적인 근육인 가시 위근, 가시아래근, 작은 원근, 어깨 밑근이 약해지거 나 굳게 된다. 이렇게 회전 근육에 문제가 생기면 어 깨를 회전시킬 때만이 아니라 다른 동작까지도 영향 46


가시위근 테이핑 환자는 팔을 편하게 내린 상태에서 테이프는 그림의 가시위근 위치의 길이만큼 잘라서 2/3 길이로 반으로 나눈다.

가시아래근 테이핑 환자는 손을 반대쪽 어깨 앞쪽으로 올려 잡은 자세를 취하고, 테이프 길이는 어깨 봉우리부터 어깨뼈 안쪽 선까지 길 이를 재서 2/3를 반으로 자른다.

작은원근 테이핑 환자는 가시아래근 자세와 같고, 테이프 길이는 어깨 봉우리부터 어깨뼈 아래 모서리까지 길이를 재서 반으로 완전히 잘라서 하나만 사용한다.

어깨밑근 테이핑 환자는 어깨를 편하게 내린 자세를 취하고, 테이 프 길이는 앞쪽 빗장뼈와 어깨 사이 오목하게 들 어간 부분부터 어깨뼈 아래 모서리각까지 재서, 4/5를 반으로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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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여름이 춥다

송윤희 회원

지난 8월, 혹독한 바이러스에 걸리고 말았다.

으로 하는 콕사키 A16 바이러스의 결과물 중 하

증상은 다음과 같았다. 만 하루의 38도를 넘는

나다. 이렇게 구구절절 별 것 아닌 바이러스 질

고열, 이후 완화되어 약 이틀간 37 정도의 미열,

환을 길게 이야기한 것은 너무나 팽배해 있는

그 후 이틀간의 입병(구내염). 그 구내염 역시

냉방 문화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흔하게 생기는 입술이나 혀 부위가 아니라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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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뒤쪽 벽을 시작으로 말 할 때마다 겹치게 되

여름이 너무 춥다. 더 자세히 말한다면 ‘실

어 있는 편도선 앞 쪽의 얇은 막에 생기는 형태

내’의 여름이 너무 춥다.

였다. 그냥 잡바이러스 같지 않았다. 특히 기침,

내가 걸린 허판지나 구내염은 과도한 냉방으

가래와 같은 감기 특유의 증상도 없이 진행되는

로 생긴 질환이다. 다들 느끼겠지만 요새 우리

이 바이러스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봤다. 대

는 여름을 상당히 춥게 산다. 실내에 에어컨 가

체 이 특이한 패턴을 보이는 바이러스는 무엇인

동은 웬만하면 23도의 최저 온도로 설정되어 있

가? 수많은 구글링을 결과 난 자가 진단을 내릴

어 얇은 겉옷 한 벌을 항상 여분으로 가지고 다

수 있었다. 허판지나(herpangina). 입병을 증상

녀야 할 정도다. 나는 글 쓰는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동네 카페를 자주 다니는 편이다. 그 날

로파간다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삼십대 후반

도 겉 옷 한 벌을 들고 카페를 찾았다. 들어서자

인 나는 에어컨이 없었던 이전의 여름철들을 너

마자 상쾌함을 넘어서는 추운 에어컨 바람이 느

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춥게 사는

껴져서 점원에게 조금 줄여달라고 요청을 했다.

게 보편화되지 않았던 90년 대 후반, 여름철 지

점원은 한 30분 동안 온도를 조금 높게 설정했

하철을 타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덥고 습했다.

으나 곧 다른 손님들이 몰려오자 온도는 다시

얼마나 더웠냐면, 그 안 좋은 터널 공기를 쐬기

뚝 떨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에어컨 냉방 방침

위해서 지하철 유리를 손뼘 만큼 열고 바람을

은 가게의 여름철 운영 원칙 중 하나였던 것 같

맞으며 더위를 달랬더랬다. 그 때는 지하철에서

다. 결국 조금만 참자 하는 통에 오싹오싹하는

내려 플랫폼에 나와야 그나마 살 것 같았었는데

오한이 들었고, 그렇게 오한이 든 이후 병이 생

지금은 반대다. 시원한 차내에 있다 플랫폼에

긴 것이다.

나오면 숨이 턱 막힐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더위를 견뎌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에어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저체온증은 면 역력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까페나 식당과 같이 손님들이 들어서자마자 시

저하된 면역력 틈을 타 공기 중에 떠도는 바이

원함과 상쾌함을 느껴야 경쟁에서 살아남는 곳

러스 등이 면역을 뚫고 인체를 공격한다. 더군

에서는 어쩔 수 없다 치자. 아무리 공공 기관이

다나 무더운 여름 날 땀을 한 참 흘리다 실내로

아니다 하더라도 민간기관과 회사의 사무실 온

들어가면 땀이 마르면서 더욱 체온을 빼앗아 급

도가 너무 춥게 세팅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나?

격히 체온을 떨어트린다. 생리적으로 좋지 않은

지하철 역시 필요 이상의 냉방을 하는 것 같다.

환경인 것이다. 우리 아이 역시 수족구에 걸렸

23도를 26도까지만 세팅 해 놓아도 좋을 것 같

었는데, 물론 다른 감염된 아이나 체액의 접촉

다는 생각이 든다. 적정 체온의 유지를 필요로

이 있었기에 걸렸겠지만 이를 방어할 면역력이

하는 우리 몸의 생리를 위해서라도. 더 넓게는

떨어졌던 건 과도한 에어컨 냉방 때문이었다.

에너지 절약, 그리고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라도.

땀 흘려 놀다가 들어간 식당에서 아이는 춥다고 호소를 했고, 그 날 밤 그대로 고열에 시달렸던 것.

이렇게 냉방의 과다 소비 문화를 지적하니 내가 너무 고지식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세대에 무슨 근검절약이란 말인가. 국가 프 49


발칙 건강한 책방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 -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출처_문학과 지성사

장영우 선전위원

이번에 소개할 책은 총 균 쇠다. 20년 전인 1997년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한 마디로 요악하

발간되었지만, 현재도 꾸준히 인기 얻고 있는 이 책

자면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

의 저자는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다. 생리학과 지리

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

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왜 인류는 동등하게 발전하지

이다’이다. 즉 백인이 인종적으로 우월한 것은 아니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저술하였다.

며 ‘뉴기니 사람들이 서유럽에 살았더라면 뉴기인들

저자는 1972년 뉴기니에서 “얄리”라는 원주민과 대

이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인

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원주민이 질문을 던졌다.

류 문명의 불균형한 발달의 원인은 인류가 초기에 정

자기 민족의 조상들이 과거 수만 년 동안 어떤 경로

착한 곳의 환경적 문제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를 통해서 뉴기니에 도착했으며, 유럽의 백인들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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떻게 뉴기니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냐는 물음이다.

최초의 인류는 수렵채집민이어서 이곳저곳 유랑하며

인류 발전은 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으

생활했다. 그러던 중 농경이 시작되었고 인류는 한

며 그 결과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한 위치

지역에 정착했다. 농경의 시작은 잉여생산물을 낳았

에 있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이에 제러드 다이아몬드

고 이는 계급의 분화, 기술, 정치, 경제의 발전을 야기

교수는 25년간 답사, 연구를 통해서 이 의문을 풀어

했다. 중요한 점은 농경이 시작된 시기가 대륙마다,

나가게 된다.

각 지역마다 달랐다는 점이다. 유라시아가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보다 농경사회로 발전이

그 원인이 다양성에 있다고 보았다. 중국은 진나라

빨랐는데 이는 유리시아 사이에 작물화 할 수 있는

이후에 대체로 통일된 국가를 이어나갔으나 유럽은

품종이 많았고 가축화하여 기를 수 있는 동물이 많았

분열과 전쟁을 반복하였다. 그래서 유럽은 다양한 경

기 때문이었다.

쟁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단일국가였던 중국에 비 해서 새로운 기술 수용의 채택과 확산이 잘 되었다.

또한, 유라시아는 다른 대륙보다 빠르게 문명이 전파 되었는데 유라시아가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 비해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새로워서 쉽게 비판할 수 있는

동서로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세로’의 문

대목이 많지는 않았지만, 종이와 나침반, 화약 등 무

명전파는 기후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

수한 발명품을 발명한 중국이 유럽에 뒤처진 원인이

는 작물과 가축이 적어 ‘가로’가 긴 것에 비해 문명의

단일국가에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중앙집

전파가 느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라시아의 대륙이

권적 정치제도는 분권형 정치제도에 비해 열등한 제

오세아니아,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섬나라보다 더 문

도라는 주장이 되기 때문이다.

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대륙은 고립된 섬나라 보다 사람들이 많이 살며 발명가수도 많고 경쟁도 많

또한, 저자는 환경이 문명의 발달에 절대적인 영향을

이 일어나기 때문에 문명의 발전과 확산이 더 용이하

미쳤다고 주장한다. 즉 가축화와 농경화에 적합한 환

기 때문이었다.

경에 사는 인종은 발전했고 열악한 환경에 살았던 인 종은 퇴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찬란한 문명을 일으

유럽은 다양한 가축을 기르면서 가축에게서 발원한 '

킨 자연환경은 안락한 환경이 아니라 가혹한 환경,

병원균'에 면역이 있었지만,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

척박한 환경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에 의한

은 유럽인들이 옮겨놓은 병원균에 많은 목숨을 잃었

경우가 많다. 문명이 어느 정도 발전하면 문명의 자

다. 또한, ‘쇠’의 발명을 통한 야금술의 발전과 ‘총’을

체적인, 내재적인 발전과정에 의해 발달하게 된다.

통한 전력의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식민지지

즉 저자가 주장하는 정도의 강도로 환경이 문명발전

배를 통해 오늘날의 유럽이 있다는 것이다. 즉 지리

의 절대적 요소인가는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적 환경에 의해 문명이 발전하게 되고 그 결과물인 총 균 쇠를 통해 문명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는 것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방대하지만 의외로 쉽

이다.

게 쓰여 열흘 만에 읽을 수 있었다. 지리학, 유전학, 언어학 등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서 문명의 발전과정

그렇다면 왜 중국은 유럽에 추월당했을까? 저자는

에 대한 이해를 넓힐 기회가 되어 의미 있는 독서였 다. 51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일터 괴롭힘에 의한 자살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지난 5월 전화를 받았다. 지하철에서 청소미화원으

물어봐라, 중학교 밖에 못난 무식한 사람, 본사에 이

로 근무하던 50대 여성 노동자가 자살했다는 것이

르겠다, 염병하고 자빠졌네, 죽여 버리겠다”는 등 업

다. 업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의 경

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인에게 지속적인 폭언을

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지

행사하거나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인보다 13살

하철 청소 업무가 고도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어야

이나 어리지만 덩치가 컸던 A는 공동 작업이 필요한

하는 업무는 아니라고 할 수 있고 동료 직원과 불화

경우에도 고인 혼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고인에게

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은 쉽지

업무를 부담시키는 과정이 이어졌고 점점 더 강도가

않다는 생각에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업무 관련성

세졌다. 급기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고인은 아들

여부는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해야

에게 핸드폰으로 대화를 녹음하는 방법을 배워 A와

할 것으로 보인다는 다소 부정적인 답변을 하였다.

의 업무상 갈등 상황을 녹음하였고 관리장(팀장)에

그리고 1개월 정도 지나 유족을 직접 만나 상담을 하

게 녹음 파일을 보내어 “A를 다른 역으로 옮겨주던

였다.

지 본인을 다른 역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였다. 그 러나 1주일이 지나도록 회사 측에서는 아무런 조치

고인은 10년 이상 지하철에서 청소업무를 수행하였

를 취하지 않았다. 고인이 토로한 고충 사항에 대해

으며 2017. 3월 초 회사의 인사발령으로 A와 함께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고인은 지난 5월 초 야간 근

근무하게 되었다. A는 지난 몇 년간 다른 3개의 역

무를 마치고 08시경 귀가하여 휴식을 취한 후 20시

에서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지속적인 업무상 마찰과

경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회사에 출근하지 않

갈등을 일으켰던 사람이었다. 함께 근무하기 시작한

고 자택에서 목을 매어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되었

지 1개월 정도 지날 무렵부터 A는 고인에게 “나잇값

다.

을 제대로 해라, 그 일도 못 하냐, 잘난 아들들에게 52


지난 5월에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

회사는 고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서 진행하였던 상담과 너무도 달랐다. 무엇보다 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었던 상황이 최악

인은 야간(21~06시)에 지하철 역사 청소를 수행하

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는 야간반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고인이 근무한 야 간반은 A와 고인 단 2명만 근무하는 상황이라는 특

<일터 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괴롭힘은 어떻게

수성이 있었다. 고인의 사망 후 회사 차원에서 진행

일터를 지배하는가, 코난북스, 류은숙 외)>라는 책

한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A는 관리장(팀장), 역무원,

은 “‘괴롭힘(harassment)’은 ‘일터에서 노동자의 존

동료(주간반, 기동반)들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확연히

엄성과 인격을 모독하고 권리를 위협하는 일체의 태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없는 단

도·행위’를 가리키는 포괄적인 용어다. 좀 더 구체

2명만 있었던 경우에 노골적으로 고인에게 위협적

화하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원치 않으리라고 간주

인 태도를 보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리장은

하는 위협적인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였다. 이 사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진술을 하였지만

건의 경우 일터 괴롭힘이 지속하였고, 출근을 두려

지난 수년간 다른 3개의 역에서 유사한 상황이 지속

워하게 될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 우울감, 정서적·심

되었던 것을 본다면 회사 측에서 A의 문제를 파악하

리적 이상 상태가 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

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다른 역과 달리 2명만

에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근무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회사는 A와 고인의 근

심지어 전직 요청마저 묵시하였던 상황이 고인의 자

무상황에 대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상

살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업무 관련성을

황이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고인의 불안감, 우울

확인할 수 있다. 일터 괴롭힘이 자살로 이어지는 사

감을 지지하거나 보듬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

례를 접하면서 받은 충격도 충격이지만 고인의 불안

었다. 고인이 사망하기 1주일 전쯤에 작성한 메모에

감과 우울감을 해소할 방안을 회사 차원에서 충분히

는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 죽일 듯이 달려든다”는

마련할 수 있었고 적극적인 조치를 시급하게 취하였

글이 적혀 있었다. 나는 상담하던 중 ‘단 2명만 야간

다면 이러한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에 넓디넓은 지하철 역사에서 근무하는 상황’을 떠

에 안타까움이 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현재 근로

올렸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업무를 수행하

복지공단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터 괴롭힘의

는 과정에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양상은 집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개별적인 경우도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켰고, 이러한 정신적 이상 상

있을 수 있다.그 때문에 노동자들의 정신적·육체적

태에서 자살로 이어진 경우라면 업무 관련성을 충

스트레스를 줄이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마련해야 하

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름 아닌 ‘일터

는 사업주는 더 적극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

괴롭힘’이 지속되었던 상황에서 책임과 권한이 있는

한다.

53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진실을 품고 있는 세월호에 힘을 모으자

나래 상임활동가

지난 8월 26일에 ‘세월호 거치 목포신항 전국 집

있었다. 그동안 언론의 왜곡 보도와 편파 보도, 의

중 방문의 날’이 있었다. 약 2천 여명의 사람들이

제 왜곡, 무(無)보도는 너무 흔하게 이뤄졌다. 세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필자는 함께 하지 못했

월호 사건 발생부터 언론 왜곡은 시작됐다. 목포

지만, 이 자리에 다녀온 필자의 지인이 전해준 사

MBC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보고가 올라갔음

진을 보고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동안 미디

에도 승객 전원이 무사하고, 구조됐다는 오보를 지

어로 숱하게 접한 장면들이라 무덤덤해졌다고 생

속했다. 당시 필자도 그 뉴스를 생중계로 보고 있

각했는데, 아니었다. 여전히 세월호는 ‘현재 진행

었는데, 전원구조라는 뉴스를 보며 일행과 안도의

중’이며, 반드시 밝혀져야 할 ‘진실’을 품고 있었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다. 지금도 서울 광화문에는 세월호 농성장이 굳건

않아 사고의 규모조차 확인되지 않는 큰 참사였음

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안전과 진실, 적폐청

이 확인됐다.

산의 상징적인 곳이 되었다.

그 이후에도 왜곡 보도는 멈추지 않았다. 허위보도 는 물론이고 유가족들의 마음마저 할퀴었다. 유가

54

MBC 파업과 세월호

족들은 당시 유해가 발견되었을 때 ‘심경이 어떻

8월 28일 MBC 라디오 PD 40명이 김장겸 사장을

습니까,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마

비롯해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돌입

구잡이식으로 던졌던 것을 꼽았다. 재난 참사 보도

했다. KBS 기자와 PD들 역시 함께 제작거부에 들

를 하기에 앞서, 죽음을 마주한 유가족들을 대하는

어갔다. 9월 들어 KBS와 MBC는 ‘공영방송을 되

언론의 태도에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다.

찾겠다’는 일념으로 9월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실 세월호뿐만이 아니다. 파업에 돌입한 라디오

이들이 파업까지 결심하게 된 이유에는 세월호가

PD들은 “시사프로그램을 비롯해서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세월호·위안부’는 금기였다”고 밝

렸다.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나서야 인양 계획을 발

혔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구출에 참여했던 어민

표하고, 점수를 가장 낮게 받은 상하이샐비지에 인

을 다룬 프로그램은 ‘정부·해경·헬기’를 삭제하라

양을 맡겼다. 의문이 남아있는 사건이라면, 심지어

고 강요받아, 결국 해당 방송은 기름 유출로 생활

유가족들마저 그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면 이

고를 겪는 어민의 이야기로 수정된 채 방송됐다는

사건은 끝난 게 아니다.

게 라디오 PD들의 지난날을 아프게 돌아보는 이 야기다.1

정부의 안전대책과 120톤의 철근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후속 안전대책을 8월 26

세월호 인양,

일 발표했다. 해수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과태료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인상안 등을 담은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

이렇게 세월호와 양방송사의 파업은 한 맥을 같이

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처리할 예정이다. 개정안

한다. 사실과 진실이 계속 왜곡되고 덮어지는 상황

의 주요 내용은 앞으로 해양사고를 일으키고 행정

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진실을 마주하기

심판에 불출석하면 현재 과태료 40만 원에서 4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렵게 진

인상된 200만원 을 내야 한다. 참사가 발생한 지

실의 끄트머리에 닿았다.

3년이 지나서야 겨우 행정심판 불출석 과태료 인

세월호 참사 발생 3년이 지나서야 우리에게 모습

상 정도가 이뤄진다. 물론 의미 있는 조치다. 하지

을 보였다. 그 뒤 목포신항에 5개월째 거치 중이

만 과태료 인상, 그것도 200만원 정도의 조치는

다. 그동안 세월호 인양을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

아주 소극적인 방식일 뿐이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과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거대한 몸집의 세월

총 426톤이 실려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다음달

호에는 많은 것들이 품어져 있다. 그 안에는 가족

까지 철근을 모두 꺼낼 계획이다. 9월7일 기준 화

품에 돌아와야 할 미수습자와 참사 발생의 원인을

물칸에서 나온 철근은 334.23t으로 약 426t의 철

밝혀낼 수 있는 진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근이 모두 수

있다. 인양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과 안도감이 듦

거되면 정밀 무게 측정이 가능해지고, 선체가 침몰

과 동시에 ‘왜 3년이 지난 지금에야?’라는 의문이

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가 확인된다.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권재근, 권혁규,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다섯 분이

요구했다. 온전한 인양이란 선체만 올라오는 것이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6월

아니라, 세월호가 품고 있는 그 날, 그 이후의 ‘진

취임한 김영훈 해수부 장관은 모든 미수습자를 가

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이다.

족의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 약속했다. 이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인양 계획을 세웠

약속이 유실되지 않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 해야

지만, 수습 종료 선언 이후에는 도리어 인양을 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부끄럽지 않게, 세월호를 마

1 미디어스 2017.8.24. 기사 “MBC 라디오에서 ‘세월호·위안 부’는 금기어”,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 html?idxno=100156

주 볼 수 있게 하는 길이다. 55


이러쿵 저러쿵

실습을 마치며

문영 한노보연 실습 학생

안녕하세요, 4주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실

소에서 한 달간의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사무실

습을 마친 문영(마이)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

로, 서울성모병원 회의실로 찾아가던 4년 전의

학과엔 실습 마지막에 4주간 선택 실습 기간이

저와 선택 실습으로 제가 나가는 것을 허락해

있습니다. 이 선택 실습 시간을 하고 싶은 일로

주십사 메일을 드리던 3월의 저와 실습을 마무

채우지 못하면 4주가 너무 아까울 것 같아, 떨리

리한 지금의 제가 다른 점이 무얼까 고민해보아

는 마음으로 최민 동지께 메일을 드렸었죠. 실

도 선뜻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여전히 저는 미

습을 마무리하는 짧은 글을 쓰며 그때의 메일을

숙하고, 고민은 산더미 같아 어떤 것부터 먼저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덥석 문을 두드린 저를

고민해야 할지조차 헷갈리고, 말을 고르긴 어렵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뻤던, 3월의 마지막 즈음

고, 경험을 더 한다고 더 능숙해지지는 못할 것

이었습니다.

같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간의 틈 새에 이런저런 경험도 고민도 있었고, 무엇보다

56

맨 처음 연구소 사무실에 방문했던 것은 4년 전

귀한 만남과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 건강권 모임 때로 기억합

이전보다 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되었

니다. 그때 이후로 제가 활동해온 보건의료학생

습니다. 직접 듣고, 보고, 정리하며 되뇌이고, 그

매듭에서 몇 번의 교차점을 지나, 이번에 연구

런 과정에서 상상하는 힘이 한 뼘 만큼은 더 자


란 느낌입니다. 다른 사람의 노동에 대해서, 삶

가를 빚어낼 수 있는지조차 막막한 것도 사실입

의 이야기와 무게에 대해서. 그리고 내 삶과의

니다.

연결성에 대해서 체감합니다. 그것을 믿고 함께 움직이려 할 때 거창하게는 운동이라고 이름 붙

그러나 (위의 어느 정도 조미료가 가미된 “학습

여 볼 수 있을까요.

목표”를 포함하여) 제가 안고 있던 질문들이 연 구소 동지들과 연구소를 통해 스친 만남, 앞으

연구소 일정과 특성화고교 여성 현장실습 노동

로의 가능성이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만남,

자의 파견형 현장실습 경험에 대한 연구 일정

그 기억과 인연들을 통해서, 정제 없이 흡수되

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실습 후 학교에서 정리

어 있음을 압니다. 경험들이 좀 더 제 안에서 영

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PPT에는 학교 수업에서

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익숙한 방식으로, 학습 목표를 제시하듯이, 실습

동지가 해주신 말씀이, 지금은 관계 없어 보이

을 시작할 때 안고 있었던 의문점을 제시했습니

는 경험들이더라도 나중에는 점처럼 되어서 그

다. 1. 노동안전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현장에서

것들이 서로 연결된다고요.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가? 2. 고용.임금 의제 와 비교해서 등한시되지 않고, 어떻게 노동안전

경험들을 빌어, 그 시간에 관계하는 이들의 도

보건에 대한 요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발표

움을 빌어 연결선을 그리는 것은 제 몫이겠지

시간에 스크린 앞에 서는 저는 선택 실습을 충

요.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 건강권 모임이 하나

실히 해내고 학업성과를 거둔 훌륭한 학생을 어

의 점이 되었고 지금의 실습으로 연결되었듯,

느 정도 연기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 기승전결

그때의 모임이 또 앞으로 다른 방향으로의 연결

에 맞게 경험들을 배치하고 좀 더 정답에 가까

선이 나아갈 수도 있을 테고, 지금의 실습도 다

울 것 같은 문장들을 만들어 냈습니다만.

른 경험들과 점으로 연결될 수 있겠지요, 그렇 게 선이 되고 무언가의 모양이 만들어지고, 또

사실은 질문 자체가 호기를 부린 것이고, 그보

가변적으로 다른 형태가 만들어지는 일들을 반

다는 훨씬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어수선한 질

복하고, 그러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좀 더 나은

문들을 가득 안고 시작했던 실습에 대한 결과

고민과 대답이 영글기도 할 겁니다.

는 지금으로서는, 선명한 문장들로 정리하긴 버 겁습니다. 서로를 다독이고 웃고 때로는 원망도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 경험을 할

하고, 어느 순간 의지하는 동지들의 하루하루를

수 있도록 시간과 노동을 내어주신 분들, 함께

스쳐본 기억들. 서로의 경험과 진심을 나누는

그 시간을 보내주신 분들, 또 앞으로 이 경험으

방법들. 지금 당장은 그 기억들이 어떻게 무언

로 연결될 모든 이들께요. 57


한노보연 이모저모 출처_민주노총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전면 폐지하라 지난 8월28일 민주노총과 과로사예방센터(준), 건강권실현을위한보 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17개 단체로 구성된 '과로사 OUT 공동대 책위원회(준)'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이 자리에 서 대책위는 지난 8월22일부터 26일 단 5일 동안 노동시간 특례 폐 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 1,000인 선언에 1,218명이 참여했으며, 국 회는 노동자는 과로사로, 시민은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로 내모는 노 동시간 특례 59조를 전면 폐지하라고 촉구하였습니다. 또한, 국회가 노동시간 특례를 즉각 폐지하고, 노동부는 과로사 다발 사업장에 대 한 감독을 강화하고, 문재인 정부는 과로사, 과로 자살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하는 ‘노동시간 특례 폐기 시민사회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삼성 반도체 직업병 인정해!

출처_반올림

지난 8월29일 대법원이 삼성전자LCD 공장에서 근무하다 희귀질환 (다발성경화증)에 걸린 노동자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사건에서, 업 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상당하다며, 이와 달리 본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노 동자가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은 반올림 역사상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번 소송을 애초 산재 보험법의 목적과 기능에 근거해 판단해야하며, 산재보험법이 말하 는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현재 의학과 과학 수준에서 확인 할 수 없다고 해서 인과 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 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직업병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 피해자와 반올림 운동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 결을 계기로 삼성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산재가 인정되고 직업병 인 정기준 확대와 재해자 입증 책임 문제 등과 같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 져야 하겠습니다. 고객님 매우 만족하셨습니까? 지난 9월8일 국회에서 민주노총,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 한국 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더불어민주당 등 노조와 시민사회가 모여 ‘방문노동자의 안전과 작업중지권 토론회'를 진행 하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선 각종 방문 노동자들이 위험한 현장 환 경과 비인격적인 고객으로 인해 각종 폭력과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방문 노동자의 생명과 안 전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 중 하나인 작업중지권을 비롯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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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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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64호 2017년 9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콜라비, 종호, 경미, 나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 성실 표지 미디어뻐꾹 인쇄 동광 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7년 9월 11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 호 (우 07023)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li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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