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웹

Page 1

통권 167호 2018년 1월

노동자가 만드는

www.kilsh.or.kr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담을 허물다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자살의 안과 밖: 보이는 그물과 보이지 않는 괴물 모래시계에서 비밀의 숲까지



독자에게

<담>을 허물다

이번 특집 ‘담을 허물다’는 이주민생애구술사 <담> 프로젝트에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담> 프로 젝트는 구술생애사 방식으로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살면서 마주하는 ‘담’은 무엇인지, ‘담 높이’는 얼마나 높은지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주민으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적으로 소수자인 여성/청소년 이주민에게 또 다른 의미의 ‘담’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담> 프로젝트에 뜻을 함께한 활동가들은 꼭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주민 그리고 세상에 꼭 알리 고 싶은 이주민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설득했습니다. 고국으로 귀국한 이주민과의 인터뷰를 위 해 비행기에 몸을 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과정은 또 하나의 다른 ‘담’을 마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말하고 글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보니, 이주민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웠 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은 차별과 폭력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딛고, 자신의 이야기가 담을 넘어 우리 사회에 들어서도록 말하겠다 결심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 이었습니다. 2018년에는 담을 마주한 독자들과 앞으로 담을 마주하게 될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의 ‘담’, 내 안의 ‘담’을 함께 넘기 위해 도움닫기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담> 프로젝트 전문은 인터넷 언론사 <미디어오늘>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차례

특집

담을 허물다

표지_김아름

28 '담을 허물다'를 시작하며 30 쑤쑤! 우리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해요! 32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오쟈 씨 이야기 34 지금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요 36 그냥 내 나라예요, 거기도!

4


출처_세상을 바꾸는 꿈

30

14 1

독자에게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2

차례

38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인간다운 삶,

위험이 집중되는 열악한 사업장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40

자살의 안과 밖:

인권이 마주한 여전히 차가운 날들 8

안전보건동향 안전보건공단 박두용 이사장 취임해

보이는 그물과 보이지 않는 괴물 44

안전과 건강 칼럼 산재 사고·통계·지표, 드러내야 바꿀 수 있다

12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46

14

문화읽기 모래시계에서 비밀의 숲까지

48

발칙X건강한 책방 정신을 피폭당한 노동자를 생각하며

‘ILO 제47호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의 내막

노동자 건강상식 집에서도 통증 잡기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5)

노동부, 드라마 촬영 현장 작업중지하다 10

노동시간에세이

52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독서실 총무의 노동자성

현장의 목소리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54

18

22

경계인의 고백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내 꿈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이러쿵저러쿵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연구리포트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5


노동안전건강뉴스

자연재해 후 복구 작업자의 안전보건문제 정리 콜라비 선전위원

홍수,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 발생 후 오염

지난해 10월, 31세 남자가 괴사성 근막염 진단

된 물은 여러 가지 독소, 세균 등 다양한 유해요

을 받은 후 사망했다. 지역 보건당국에 의하면,

인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에서 재해발생시 초기

그는 허리케인 하비로 손상된 집을 수리하는

대응에 투입되는 응급구조인력은 대개 필요한

일을 했고, 그 과정에서 물이나 잔해의 세균이

훈련을 받고 보호구를 갖춘 상태에서 일하지만,

상처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된

이후 청소와 재건 등 복구 작업을 하는 노동자

다. 괴사성근막염은 상당히 드물지만, 전문가들

들은 그렇지 않아 이들에 대한 보호책 마련이

은 고용주들이 해수 박테리아가 연조직을 손상

필요하다.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이

전 미국 산업안전보건청 부청장 Jordan Barab

야기한다. 또한 복구 작업에 관여하는 고용주들

은 침수 지역은 다양한 유해 물질이 유입되어

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마련

마치 ‘화학물질 수프(chemical soup)'같다고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언급했다. 화학 시설, 공장, 주유소 등에서 흘러

일반적인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폭풍 발생

나온 화학물질들은 물론, 배출 펌프, 하수처리

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중점을 둔 안전 계획

시설, 동물 사체로부터 나온 세균 등 과 같은 생

(safety plan)을 미리 준비해둘 것, 특별히 훈련

물학적 유해인자로 오염된다는 것이다.

받은 응급대응팀을 갖출 것, 이러한 유형의 작

한편, 이러한 재해 발생 후 곤충류와 곰팡이 개

업에 적절한 장비를 갖출 것, 노동자들이 장비

체수가 증가한다는 것도 안전상 고려해야할 문

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하는

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산업위생 관점에

것이다.

서 현실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곰팡이입 니다. 수해 이후에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 도 문제지요. 야외작업자들에게 가장 큰 위협 중 한 가지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입니다.”

6

출처 : Toxic water poses danger to recovery workers after catastrophes, 2017.11.15. Business Insurance.


건설현장 휴일에 안전 사고 위험 더 높아

경기도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올해 들어 수원과 화성, 용인지역을 중심으로

출처_건설노조

휴일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급증한 것 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따르 면 올해 경기지청 관내인 수원과 화성, 용인 건 설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모두 2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7.9%인 11명 이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등 휴일을 틈타 사 고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 꼴로 휴일에 사망한 셈이다. 이는 2014년과 2015년 전체 건설현장 사망자 21명과 25명 중 휴일 사망자가 각각 3명으로 14.2%, 12%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큰 폭으 로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도 건설현장 사망자 28명 중 휴일 사고 사망자는 5명(17.9%)이었 다. 지난해 2월 4일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사고와 12월 9일 용인에 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전도사고로 노동자 3명 이 목숨을 잃은 사고 모두 토요일에 발생했다. 또 지난 9월23일 화성 소재 건설현장에서 노동 자가 사망한 사고와 12월 2일 수원과 화성의 신

교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1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휴일작업의 경우 건설현장 책임 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현장 노동자들 또한 휴 일 분위기에 젖어 작업 기강이 느슨해져 사고 를 자초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관내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산업재 해 위험경보를 발동하면서 무재해 안전관리를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 청 관계자는 "주말에 부득이하게 작업을 해야 한다면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며 " 주말 등 휴일 작업에 대한 별도의 안전관리 강 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 공사현장에서 각각 추락사고가 발생해 노동 자 2명이 사망한 사고 또한 토요일에 일어났다. 크리스마스 휴일이었던 지난 25일에는 수원 광

출처 : "근로자 산재 급증…휴일 공사장이 위험하다", 뉴스1, 2017.12.30.

7


지금 지역에서는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인간다운 삶, 인권이 마주한 여전히 차가운 날들 - 2017 프로젝트 <그날들> 둘러보기

림보 인권교육센터 들

2016년과 2017년이 이어지는 겨울, 많은 사람

고, 멈춤이나 기다림 없이 우리가 함께 길을 만

이 광장에서 적폐 청산과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

들며 걸어가는 길 그 자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

며 촛불을 밝혔다.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을

다. 2017 프로젝트 <그날들>은 바뀐 것 같지만

당했고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아직 변하지 않은 일들, 그리고 쫓기고 밀려나는

되었다. 2017년이 그렇게 흘렀다. ‘이명박근혜’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

정권이 아닌 새로운 정권이 촛불 혁명의 힘으로

록했다.

탄생했으니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고 이미 변화 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인권은 모두의 언어인 동시에, 배제되고 나중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우리의 삶에 인권도

로 밀려나는 이들의 언어이기도 하다. 소수자에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 할 수 있는가. 지난 10월

대한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운 사건들이야말로

28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촛불 1주년 인권 궐

우리가 가장 선명하게 새겨야 할 인권의 기억이

기대회의 구호는 ‘인간답게 살아보자’였다. 인권

다. 혐오의 목소리에 동조하여 정부가 차별금지

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2017년은 어땠

법을 국정과제에서 지우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을까.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할 때, 혐오와 편견에 소수자들의 존재가 깎여나가고 위태로운 살얼

인권이 마주한 날들은 여전히 차갑다

음판 위를 걸을 때야말로 인권의 힘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모든 사람의 삶이 바뀐 것은

차별받아도 되는 사람,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사

아니다. 촛불 혁명으로 세워진 정부가 곧 평화와

람, 나중으로 밀려나도 되는 인권은 없다.

민주주의가 아님을 드러내는 1년의 기록들을 살

- <2017 프로젝트 ‘그날들’을 펴내며> 중 발췌 정리

피다 보면, 인권은 저절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 8


2017 <그날들>

함께 있던 노동자들은 죽은 동료에 대한 죄책감, 크레인의 두려움, 정신적 트라우마로 일터를 떠

2017. 3. 23

나고 있고, 사고로 인해 일하지 못한 기간의 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재출범하다

업급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인권 기본법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반차별에 대한 사회적 공

2017. 9. 7

감대를 확산하고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사드가 소성리에 추가 배치된 날

연대체이다. 2010년 결성된 이후 국회 및 정부

9월 7일 오전 8시 12분, 사드 장비를 실은 차량

의 차별금지법 발의 대응, 캠페인, 1인 시위, 토

들이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을 홀연히 통과했다.

론회 등 활동을 이어나가다가 2015년 잠정적인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는 국회 비준

휴지기에 들어섰다. 2017년 탄핵 이후 인권과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평등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 활동

적폐라며 대통령이 되면 최우선으로 문제를 해

을 재가동했다.

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7. 4. 22 우리일터 새로고침 대행진

2017. 10. 12

4월 22일 비정규노동자 2000여 명이 모여 “대

대구 '청소년 노동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통령이 바뀐다고 내 일터가 바뀌는 것이 아니”

공동행동’ 발족

라며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걸었다. 추모의 길,

2017년 한 해 동안 대구시, 대구 수성구, 달서구

비정규직 철폐의 길, 연대의 길을 걷자고 행진을

의회가 연달아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부결하거

제안한 이들은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던 ‘시

나 보류했다. '반기업', '반시장 경제 정서 유발'

민’이었고, 광화문 광장에 텐트 하나 쳐놓고, 한

등을 내세운 노골적인 반대세력이 자유한국당

파를 견뎠던 ‘광화문 텐트촌’의 촌민들이었다.

소속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대구 청소년 노동인권조례

2017. 5. 1

제정을 위한 공동행동’이 출범했다.

노동절, 노동자의 하늘이 무너졌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과 지브형 타워크레인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노동 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에 9


안전보건 동향

안전보건공단 박두용 이사장 취임해

선전위원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제14대 이사장에 박두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사회 구조, 피해자에게

용 한성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지난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안전관리 등 우리

12월 27일 임명됐다. 박두용 이사장은 산업안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청산하겠다는 포

전보건 전문가로 한성대학교 안전보건대학원

부를 밝혔다.

장, 한국산업보건학회장, 한국안전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15년에는 국제산업위

또한, 최근 계속되는 타워크레인 사고, 첨단 반

생학회장(IOHA)에 선출되어 세계적으로 전문

도체 산업에서의 직업병 문제 등을 해결하기

성을 인정받았다.

위해, 적절한 공사비용과 공사 기간, 쾌적하고 건강한 작업장, 안전한 기계설비와 장비, 안전

박두용 이사장은 안전보건공단 본부에서 개최

한 화학물질 사용하기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된 취임식을 통해 "안전에 있어서도 새로운 원

해당 관련 기업의 변화를 촉구했다.

칙과 규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변화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두용 이사장은 안전보건사업도 사업장 특성에 맞는 전문화가 필요하다며, 반

특히 박두용 이사장은 권한을 가진 자가 책임

도체 사업장, 서비스산업, 프랜차이즈, 감정노

을 져야 한다는 게 안전의 기본 원칙이라는 소

동자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가를 양성

신을 밝히며, 국내의 경우 사업 전반의 권한은

하여 안전보건공단이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산

과도하게 사업주나 원청업체에 쏠려 있지만 사

재 예방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약속했

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현

다.

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으로서 10


노동부, 드라마 촬영 현장 작업중지하다

지난 2017년 12월 23일 오전 2시께 TV 드라마 <

그리하여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근로감독 이후 노

화유기> 촬영장에서 3m 이상 높이의 천장에 샹들

동자의 안전을 위해 목재 사다리 사용을 금지시키

리에 고정 작업을 하던 스태프 이종률 (언론노조

고, 천장 위에 진행되는 작업 일체를 중단시켰다.

MBC 아트지부 조합원) 씨가 추락해 하반신 마비라

또, 이후에도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를 추가로 소환

는 중상을 당했다. 한편, <화유기> 제작사는 이러한

해 조사할 예정임을 밝혔다.

사실을 숨긴 채 방송을 다시 재개해 사회적으로 손 가락질을 받았다.

언론노조는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장을 만나 현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안전 진단 실시를 비롯해 현장

이종률 씨와 가족에게 사건을 위임받은 MBC 아트

스태프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와 연장근로수당 미

지부와 언론노조는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근로감

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조사 등을 요구했다.

독을 요청하여 진상 파악을 요구했다. 이에 고용노

또, 2018년 1월 첫주에 제작사 ‘JS 픽쳐스’와 시공

동부 평택지청은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현장 조

사 ‘라온’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

사를 진행했다.

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계획이다. 드라마 방송사 인 CJ E&M 측에도 작업 중지와 재발 방지 대책 수

조사 결과 현장에선 천장이 무너져 추락하는 사고가

립 논의를 위한 면담을 공식 요청해둔 상황이다.

발생했지만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촬영이 계속 진행 중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또한,

이번 사태로 드라마 제작현장의 열악함이 다시 드러

보수한 천장 위의 경우 육안으로도 목재와 합판이

난 만큼 보다 근본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변화와

벌어진 상태가 발견되었고, 세트장 내부 이동 통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 어둡고 비좁으며, 촬영장 바닥에 각종 케이블과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 제작사, 스텝 노동자 등 관

목재 및 페인트 등 인화 물질이 방치돼 있는 등 다른

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겠다.

사고 위험이 확인됐다. 11


안전과 건강 칼럼

산재 사고·통계·지표, 드러내야 바꿀 수 있다 류현철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2018년 새해가 밝았다. 12월 31일에 뜬 해와 1월

미 있던 것들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 역시 의미가

1일에 뜬 해가 다를 리 없으나 사람들은 매년 첫

있다. 산재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새해

날이면 새로운 기대를 품고, 변화를 위한 자신과

덕담과는 다른 어둡고 참담한 이야기라도 새로워

의 약속 실천의 시작점으로 삼곤 한다. 동기부여

지기 위해서 변화하기 위해서 먼저 드러내야 한

란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다짐과 계

다.

획과 마찬가지로 정책이나 제도 역시 그 시점(始 點)을 매해 첫날로 잡는 경우가 많다. 달력을 기

개별 산재 사안을 언론을 통해 드러내고 사회화

준으로 하는 행정상 편의가 목적이겠으나, 새해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노동절을 시작으로

이기에 새로운 제도의 등장을 기대하게 된다.

지속해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재해는 연일 언론에 서 문제를 보도하고 사회 이목을 집중시켜 정부

노동안전보건 영역, 특히 산재보험 제도에서도

의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끌어 냈다.

최근 새로운 변화는 감지된다. 여전히 아쉬운 점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산업현장에서는 타워크레

은 있으나 출퇴근 산재 인정 범위가 확대되고 뇌·

인뿐 아니라 천장크레인·이동식크레인 등 다양한

심혈관질환 산재 인정기준이 개정되고 산재보험

크레인이 존재하며 오래전부터 중대재해의 대표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조직개편이 예고됐다.

적 사례로 꼽혀 왔다. 2012년부터 지난해 5월까

정부의 공식적인 보도자료에서 ‘근로자’ 대신 ‘노

지 4천67건의 크레인 관련 재해로 194명이 사망

동자’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는 것 역시 반가운

하고 3천937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일이다.

으로 알려진 타워크레인 외에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위험은 늘 존재해 왔다. 타워크레인만이 문

하지만 늘 새로운 것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12

제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직업적 위험의 크기를 결과를 통해 추정

노동자를 산재보험으로 지원해야 한다.

하게 하고, 또한 예방 활동 방향이나 보상범위 설 정 기준이 되는 산재 통계의 의미는 크다. 그러나

국내 상황에서는 현행 산재 요양 승인을 기준으

우리나라 산재 통계는 오래전부터 문제점이 지적

로 하는 산재율 상승은 오히려 이들 기관 활동의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분의 1

적극성을 반증하는 지표로 봐야 할 일이다. 기존

에도 못 미치는 산재율에 비해 압도적 수위를 다

산재율(산재승인 건수) 감소를 기준으로 산재 예

투는 산재사망률은 우리 사회가 아직 산재를 제

방 활동 성과를 평가하게 된다면, 더디고 힘든 과

대로 드러내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개

정을 거치는 산재 발생 예방 활동보다는 상대적

별 사안들이 알려지고 사회화되는 것 이상으로

으로 손쉬운 '분모 크게 만들기'나 '산재 발생 신

산재통계가 잘 다뤄지고 그 의미를 설명해 알리

고·산재 요양 신청·요양 승인 줄이기'로 성과지

는 것이 중요하다.

표를 높이고 싶다는 잘못된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산업재해 그 자체가 아니라 산업재해‘율’

질병을 숨기는 것이 결국 정신과 신체를 망가뜨

을 낮추는 것이 성과가 돼서는 안 된다. 물론 이

리는 것처럼 산재의 참담한 현실을 감추거나 가

러한 지적과 관련해 국가산업 안전보건지표 개발

리는 것이 능사가 아님은 당연하다. 여러 종류의

에 관한 연구(2015·2016년) 등 다양한 시도들이

커밍아웃이 사회 지탄을 받고 당사자 고통을 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적인 지표의 유의

반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드러내야만 비로소 인정

미성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하고 단순한 지표로

되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것

서 업무상 사고와 질병 발생수준에 대한 제대로

을 가로막는 산재 승인제도, 현행 산재 요양 승인

된 통계자료는 필수적이다. 이것이 제대로 드러

을 기준으로 한 산재통계 방식, 또 그것을 중심으

나지 않으면 대부분의 대안 지표들은 산재 예방

로 한 기관평가 지표를 바꿔야 한다.

기관의 행정적 부담만 늘리게 될 수도 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기관과 산업재해를 당한 노

드러나지 않은 산재는 위험을 감춘다. 감춰진 위

동자들의 생활 유지와 적절한 치료와 정상적인

험은 관리할 수 없다. 관리되지 않는 위험이 또다

업무복귀를 담당하는 기관, 이러한 업무 전반을

시 산재를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

관장하고 관리하는 기관을 평가하는 기준에 현행

다. 산재율은 높이고 산재 사망률은 낮추는 한 해

산재율 감소를 포함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 민

가 되기를 기원한다. 제대로 된 산재통계를 바란

간보건관리기관 평가지표에서도 마찬가지다. 적

다는 말이다.

극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을 드러내고, 감춰 진 재해들을 찾아내고, 노동자들의 질병에서 직 업적 요인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가급적 많은

* 이글은 지난 1월 4일 매일노동뉴스 [안전과 건 강] 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13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ILO 제47호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의 내막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은 여전히 OECD 연평균 노동시간 1, 2위

연평균 노동시간과 비준조차 하지 못했던 다른

를 다투는 장시간 노동의 나라다. 이런 나라가

OECD 국가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을 <그림 1>

ILO의 주 40시간 노동 협약을 비준했다는 것

을 통해 확인해보자. 연평균 노동시간 2위 국가

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 협약은 ‘노동자가

의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이, 얼마나 낯 뜨

근대산업의 특성인 급속한 기술적 진보의 혜택

거운 일인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을 가능한 한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종 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 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생활 수 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제 원 칙을 승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매우 간단한 협약이고 1935년에 채택된 매 우 오래된 협약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의 무거 움 때문에 실제 이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ILO 187개 회원국 중 15개국에 불과하다. 심지어 OECD 소속 유럽 국가로는 핀란드, 스웨덴, 노 르웨이만 비준한 상태이다. 한국은 이 협약을 2011년에 비준했지만, 비준 이후에도 연평균

14

노동시간이 무려 2,113시간으로 1위 멕시코 뒤

<그림1> OECD 회원국 연간 노동시간

를 바짝 쫓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출처 : [노동시간 보고서] ① ‘토요일은 검은 날’ 2017.07.29 KBS 뉴스 data room http:// news.kbs.co.kr/news/view.do?ncd=3524416


어떻게 이렇게 망신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까.

맞추기로 마구잡이 ILO 협약 비준을 진행하며

일반적으로 국제협약을 비준하면 그로부터 1

제47조 협약까지 비준했다. 연평균 노동시간이

년 이내에 그 협약이 실정법적 효력을 갖게 된

1,368시간에 불과한 독일도 비준하지 못한 협

다. 그 때문에 국제협약 비준 이전에 이에 대한

약을 말이다.

입법절차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발생할 수 있 는 여러 문제를 조율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번 문재인 정부는 ILO 기본 협약을 2019년

2010년 이명박 정부도 이를 위해 ‘주요 ILO 협

까지 모두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협약은

약의 비준을 위한 국내 법제도 비교 검토’라는

제47조 협약과 달리 내용도 구체적이고 비준

연구보고서를 한국노사관계학회에 의뢰했다.

후에도 ILO로부터 꾸준한 감시를 받기 때문에

이 보고서에서는 ILO 제47호 협약에 대해 ‘협

비준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차일피

약의 취지나 목적이 구체적인 기준의 제시가

일 미뤄오기만 한 비준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아니라 원칙의 승인과 적용의 확대를 통한 보

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비준이 그 취지에 맞

편적 기준으로의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

게 이행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더는 제47

로 현행법 기준으로도 충분히 비준이 가능’하

조 협약의 비준 상황과 같은 부끄러운 일이 있

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협약에 자세한 규제

어서는 안 된다.

내용이 없이 원칙만 있고 한국의 근로기준법

그리고 이미 비준된 제47조 협약은 더는 부끄

제50조에 주 40시간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므

럽지 않게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

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다.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

하지만 주 68시간 노동을 인정하는 행정해석,

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그보다도 더 긴 노동시간을 인정하는 광범위한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

특례업종, 간주시간제, 감시, 단속 노동 등의 현

간제 원칙을 승인’한 국가로서 노동 시간 기준

실을 두고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

제외 업종 및 연장노동을 모두 폐지하진 못하

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

더라도 적어도 68시간 행정해석의 폐지, 특례

을 하고’, ‘생활 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

업종 대폭 축소, 간주시간제 및 감시, 단속 노

로 주 40시간제 원칙을 승인’하겠다는 제 47조

동에 대한 기준 재설정 등은 적극적으로 시행

협약을 비준한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

해야 할 것이다.

다. 그런데도 2010년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 회의 개최, 한·미 및 한·EU FTA 체결에 구색 15


ㅇㅇㅇㅇㅇㅇ 현장의 목소리

출처_세상을 바꾸는 꿈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손정인,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지난 2017년 11월 28일 오전 국회에서는 권미

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했고, 인권학계와 법조계

혁 의원실, 국민주도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개

를 중심으로 사회권 강화와 관련한 여러 개정안

헌넷),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건강세상네트워크,

들이 이미 제출된 상태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

정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합연맹, 빠띠, 바꿈/세상을 바꾸는 꿈이 함께 주

점이다. 헌법이란 “그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공

최한 건강권 시민증언대회 “건강할 권리를 헌법

감하는 기본 가치에 입각하여 구성원의 기본 권

에! 건강할 권리를 외치다”가 열렸다. 2018년 6

리,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권력의 조직, 행사

월로 예정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헌법

에 관한 기본원칙을 정하는 한 나라의 최고규

에 반영할 건강권 내용에 대해 시민들이 목소리

범”이다. 따라서 기술적, 전문적 논의뿐 아니라

를 내는 자리였다.

공론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 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윌리엄

16

이런 자리는 왜 만들어졌을까? 국회 헌법개정

탤벗의 설명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인권은 도덕

특별위원회(이하, 국회 개헌특위)가 2017년 초

규범으로부터 하향식의 추론, 특수 사례에 대한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보편적 인권을 이끌어내

성, 권력의 재조정, 의무와 책무성 기제를 강조

는 상향식 과정 두 가지 모두를 통해 발전해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강에서 ‘권리’ 언

으며, 이 중 후자가 우세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어를 사용함으로써, 집합적 선(善)보다 모든 개

러한 상향식 과정은 종종 도덕적으로 지배적인

별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하게 되고, 질병의 극

권위자의 판단에 도전한 피지배층의 사회운동

복과 억제를 넘어 질병의 생성과 분포, 그리고

이기도 했다. 인권의 발전을 위해 상향식 과정

질병의 사회적 상태를 결정하는 권력을 인식하

이 한층 더 강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 만들어준다. 또한 건강권의 초점은 보건의료

실제로 건강권의 경우에도 일반 시민들이 숙의

에서 건강 상태의 통제로 옮겨가고, 환자를 바

과정을 통해 목소리를 낸 선례가 있다. ‘2013

라보는 시각도 질병의 피해자나 보건의료의 수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에 참여한 시민

혜자에서 자신의 건강과 관련한 적극적 의사결

13인은 건강권에 대한 국제규범, 법적 근거에

정 참여자로 변하게 된다.

대한 전문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직간접 경험 과 가치를 바탕으로 건강권 내용을 도출한 바

이날 증언대회에는 건강 악화 때문에 참석하지

있다. 당시 시민들은 전문적, 기술적, 분과적 관

못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님을 포함하

점을 보였던 전문가들에 비해 더욱 통합적이고

여, 학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급식노동자

포괄적인 관점을 보여주었다. 개헌 논의 과정에

박화자 님, 중증 뇌병변 장애 아들을 돌보고 있

시민이 참여하는 것은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내

는 최은경 님,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

용과 절차의 모든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가 치이즈 님, 성소수자 청소년 위기지원센터

라 할 수 있다.

띵동의 활동가 이인섭 님, 화력발전소가 밀집 된 당진의 환경운동가 유종준 님, 필수의료자원

사실 건강권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 많이 대중화

의 부족을 타개하고자 시민의 힘으로 공공병원

되지 않은 개념이다. 한국 사회에서 건강은 의

건립 운동을 전개해온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의

학적 처치의 대상으로 간주되거나, 극단적인 자

활동가 백승우 님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자의

기책임 혹은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운

경험을 토대로 건강권 침해 사례와 요구를 이야

명론을 오가는 어떤 상태로 여겨지고는 했다.

기했다.1 이날의 증언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다른 한편에서는 ‘체력은 국력’이나 ‘건강은 국

같은 몇 가지 요인들로 요약할 수 있다.

력’처럼 국가주의 관점에서 동원가능한 사회적 자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건강이 개인적 책 임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문제라는 점, 건강이 인권이라는 관점은 아직 낯설다. 그 러나 건강을 인권으로 바라보게 되면 인간 존엄

1 행사 당일에는 시간 제약 상 시민들이 충분히 많은 이 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 내 용을 연구보고서 『헌법에 건강권을! 10차 개헌과 건강 할 권리』 부록 1에 담았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http:// health.re.kr/?p=4253). 17


첫째, 보건의료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건강 결

체납자는 이 때문에 의료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

정요인이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건강에 해

었다. 또한 ③ 소외 지역에서는 응급의료 같은

를 미치는 것은 단순히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필수 의료자원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④ 장애인

서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환경 때문이

의 경우 일상 돌봄에 필요한 장비와 소모품, 의

라는 지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① 고온다습하

료지원이 부족할 뿐 아니라 건강검진 같은 예방

고 환풍장치가 고장 나 있으며 바닥이 미끄러

서비스를 받거나 치료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

운 학교 조리실 같은 근로환경 ② 체벌과 폭력

고 있었다. 그리고 ⑤ 가습기 살균제 같은 소비

이 난무하고 지나친 통제로 학생을 압박하며 장

상품 때문에 건강피해를 입었음에도 구제가 불

시간 학습과 수면부족을 강요하는 학교 환경 ③

충분하고, ⑥ 청소년은 콘돔 같은 건강보호용품

석탄발전소에서 비롯된 먼지와 소음으로 살기

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이 제기되었다.

어려워진 생활환경 ④ 필수 의료자원 부족과 오

넷째, 이렇게 건강권 침해가 일어나고 이에 대

염시설 집중이라는 지역 불평등, 장애인의 교육

한 해결이 어려운 것은 건강에 대한 의사결정에

기회 제한과 낙인‧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시민 참여가 제한된다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이

차별과 직간접적 폭력, 청소년의 자율성 무시,

를테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환경 개

임금과 근로환경에서 비정규직 차별 등 불평등

선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과 차별/혐오의 문제 등이 지적되었다. 따라서

단체 행동을 하는 것에 큰 제약이 있었으며, 생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건강결정요

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

인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

지 못해서 체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고, 건

둘째, 기업이나 개인들의 건강침해에 대한 국가

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활용품에 대한 정

의 보호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 또한 거듭 지적

보가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기

되었다. 이를테면 가습기 살균제나 열악한 근로

에 가습기 살균제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환경, 성소수자 차별 같은 문제의 경우, 국가가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설립과 운영, 지역개발과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다. 하지만 생활용품의

환경정책에도 주민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안전이나 근로환경의 안전보건에 대한 규제가 미비했던 것,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세

한편 건강권 시민증언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플

력을 방조하는 것 등은 제3자에 의한 건강 침해

랫폼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할 권리’란?”2에 올

를 방지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라온 시민들의 의견에는 보편성, 차별금지, 평

다.

등권, 건강하고 안전하며 인간다운 생활환경과

셋째, 건강과 의료보장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

노동 환경, 다양한 삶의 기회, 사회적 책임 등 다

역시 컸다. 구체적으로 ① 비정규직 노동자는

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이를테면 “돈 없어

산재보험 신청이 어렵고, ② 생계형 건강보험 18

2 http://govcraft.org/events/270


도 건강하게 살 권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 하게 살 권리! 성폭력 OUT!” “모두가 건강히 일 할 수 있는 사회!” “건강할 권리란? 다양한 삶에 대한 기회 보장!” 등이 대표적 발언이다.

③ [소극적 건강권] 국가는 제3자의 건강 침해로부 터 사람들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④ [적극적 건강권, 공공의료 확충] 국가는 사회보 장과 보건의료 제도·정책·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특히 국가와 지방자

이러한 시민들의 건강권 피해 증언과 의견을 종

치단체는 충분한 수준의 공공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합하여 이날 행사에서는 개정헌법에 반영해야

⑤ [참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람의 건강에 중

할 건강권 요구안을 도출했다. 현행 헌법 제36

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서비스의 기획, 실행, 평가

조 3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

과정에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호를 받는다”를 다음과 같이 개정하자고 요구했 다.

셋째, 건강권 보장을 위해 헌법상 여타 기본권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차별금지, 노동

첫째, 헌법 전문(前文)에 기본원리로서 ‘생명과

권, 노동3권, 인간다운 생활권, 환경권, 주거권

건강 존중의 원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등의 강화가 중요하다.

둘째, 건강권은 현행과 같은 부속 조항이 아니 라 별도의 독립 조항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그

건강권 시민증언대회는 헌법 개정 과정에 시민

리고 여기에는 건강권의 속성, 건강을 보호하기

의 목소리를 내고, 개헌을 넘어 건강권에 대한

위한 건강결정요인과 이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

소극적 의무, 시민들의 의사결정 참여 권리를

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이후 건강권에

명시해야 한다.

대한 담론이 확산될 수 있도록 참여 단체들은 증언대회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시민 증

제OO조

언들을 모아 개별 카드뉴스로 발간 중이며, 이

① [건강에 대한 권리성, 보편적·비차별적 권리로서

론적 내용과 해외 사례를 추가한 연구보고서를

의 건강권] 모든 사람은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

발행했다. 향후 국회 개헌특위 활동의 모니터링

강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성별, 연령, 지역, 고용 형

을 비롯하여 학술 토론과 미디어 캠페인을 지속

태, 장애, 성적 정체성과 지향, 경제적 부담능력 등을

할 것이다. 모든 활동과 자료는 온라인 플랫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

가브크래프트 캠페인 사이트 “건강할 권리를 헌

②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국가는 사람들의 건강

법에!”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제도․정책․서비스의 기 획과 실행에서 제1항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 다. 3 http://govcraft.org/discussions?project_id=health-right 19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예순번째 이야기

내 꿈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 영어 학원 선생님 인터뷰

피터님이 일하는 사무실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가 만난 피터 님은 비록 어릴 적 원

피터님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선생님의 꿈

했던 학교 선생님은 아니지만, 학원에서 아이

을 키웠다고 한다.

들을 가르치며 함께 호흡하는 영어 선생님으 로 일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아르바이트로

제가 고등학교를 일반 학교가 아닌 대안 학교에 다

시작했지만,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든 피터님의

녔는데요. 졸업할 때 선생님이 너는 나중에 훌륭한

이야기를 2017년 12월28일 한 카페에서 직접

영어 교사가 될 거라고 기대하신다고 했었거든요.

만나 들어보았다.

대학교 졸업할 때 즈음 학교 선생님으로 오라는 연 락도 받았고요. 그만큼 저를 잘 아는 선생님도 그렇

꿈과 현실의 간극이 컸던 시기

고 저도 그렇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피터고요, 올해로 33살이에

20

요. 학원에서 5년째 초. 중. 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피터님은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영문과를

가르치고 있어요.

전공하고, 교직 이수를 받아 학교로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비민주적인 대학과 부조리한 사회

제가 가르치는 반에 학생들이 늘어나면 학원마다

에 눈을 뜨게 되면서 교직의 꿈은 접어야만 했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학생 한 명 당 얼마 이렇게

다.

인센티브를 받아요. 저는 한 명당 3만 원씩 받았던 것 같아요.

영문과에 교직 이수가 과정이 있어서 공교육을 고 민했는데 학생운동하고 학생회 활동하다 보니까 공

반복되는 시험과 씨름하는

부를 못했어요. 그러다 졸업을 해야 하는데 저한테

학원 선생님의 하루

남은 건 벌금뿐이더라고요. 그래서 벌금 갚으려고 알바를 시작한 게 학원 선생님이었는데 이게 업이

저는 초, 중, 고를 다 가르치니까 오후 2시에 출근해

돼서 5년을 했네요.

서 밤 9시나 10시 돼야 퇴근했어요. 2시에 출근하면 원장님하고 선생님들이 학원 운영이나 학생들 학업

저녁 없는 삶

관련해서 회의를 해요. 그리고 나면 수업 준비를 하 고 3시 반이나 4시 정도부터 초등학생들 수업을 시

피터님은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 제대로 된

작해요. 그 다음부터는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가르

휴가나 휴일도 없이 5년을 일했다고 한다.

쳤어요.

학원이라는 곳이 아무래도 열악하잖아요. 특히 학

날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개 하루 3~4번 정

원은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 출근을 많이 해

도의 수업이 있다고 했다. 그나마 수업이 없는

요. 월차, 연차, 휴가 같은 것도 없고요. 일할 때 근

경우에 교육과 관련해서 연구하고 고민할 수

로계약서를 쓰기는 하는데 계약서 자체가 4대 보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했다.

되는 거 빼고는 대부분 원장님에게 유리한 조항들 이거든요. 예를 들면 다른 학원에서 일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가르칠 교재를 연구하는 거예요. 혹시

과외를 하지 않는다, 이런 조항만 있는 거예요. 그나

모르니까 앞에 진도를 나가야 할 부분을 확인하기

마 있는 4대 보험도 학원에서 들어준다고 하면 고

도 하고, 문제를 직접 풀어보기도 하고요. 만약 모르

맙기는 한데, 이게 또 4대 보험을 들면 월급이 줄어

는 게 있으면 답을 찾아보고 하는 거예요. 학생들 수

서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해요.

업 끝나면 교실 가서 간단하게 청소도 해야 하고요. 수업을 안 해도 일은 끊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나마 월급에 더해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제 도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상 시기를 거쳐 시험 기간이 되면 학원 과 선생님들은 긴박하게 움직이게 된다고 한다. 21


시험 기간에는 주말이 아예 없어요. 보충 수업도 해

그래도 누군가를 가르칠 때 느끼는 행복감

야 하고 자습 감독도 해야 하니까요. 근데 이렇게 일 해도 돈은 못 받아요. 요즘엔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부담도 되는데, 그래도 아이

까 어느 학원에서 주말에 다 무료로 보충해주고 공

들이 공부를 해서 성적이 오를 때 그럴 때 가장 보람

부시켜준다고 하는데 우리 학원이라고 어떻게 가만

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승의 날 이럴 때 손편지 써

히 있겠어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학원비

주고, 선물주고 그러면 아이들은 형식적으로 했을

도 안 받고 무료로 노동해요. 기출문제들 모아서 알

지도 모르지만 저는 정말 고맙더라고요. 학원을 그

려주고 문제 풀이해주고, 뒤떨어지는 아이들 있으

만둔 친구들이나, 이전에 다녔던 학원 아이들한테

면 나머지 공부시키고 정신없이 돌아가요. 시험 끝

연락왔을땐 정말 고맙더라고요. 그리고 학원 그만

나면 원장님이 수고했다고 따로 몇십 만 원 챙겨주

뒀을 때 학부모들이 과외는 따로 안하냐고, 아이들

실 때가 있어서 그날만 기다리면서 버텨요.

이 선생님 너무 좋아하는데 아쉽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도 내가 아이들을 잘 가르쳤구나 싶은

22

학생뿐만 아니라 늘 평가받는 선생님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시험은 피할 수 없다 보니 결국 시험 점

반대로 일하면서 원장님, 학부모, 학생들과의

수에 따라 학원 선생님들도 평가받고 영향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어려움도 있었을 것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같은데 어떨 때 그런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

이게 영어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잖아

을 가르치려고 하고, 너무 공부해라 잔소리하기 보

요. 그래서 저는 이왕 공부하는 거 재미있게 하자 그

다는 학생들과 친밀하게 관계도 맺고, 공부 좀 못해

런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학부모들은 일단 무조건

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안 되더라고요. 아이를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비싼 돈 내고 아이들 학원으

학원에 보낸 부모님들은 시험 성적 안 나오면 바로

로 보내는 거니까 그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

학원을 바꾸거나 원장님께 항의하거든요. 그럼 원

담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저도 모르게 성적이 안 오

장님은 선생님들을 이른바 쪼는 거에요. 이렇다 보

르는 학생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가 있어요.

면 선생님들이 압박을 안 받을 수가 없어요. 시험 끝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건데, 가끔 이런 제 모습을 보

나면 아이들이 그만두고 바뀌는 게 눈으로 확확 보

면 이제는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

이니까, 학원이 어려우면 저는 돈을 못 벌게 되니까

요. 특히 선생님과 학생은 분명한 권력 관계가 있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계속하게 돼요.

거니까 이런 점을 분명 경계해야 되거든요.


수업중인 피터 선생님 최근엔 피터님이 같이 일하는 동료 여선생님들

왜곡된 사교육 시장의

이 남자 학생들이 가하는 각종 성폭력, 성희롱

한복판에서 드는 고민

등으로 인해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힘들어 하는 걸 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 문제를 어떻

지금의 사교육은 학부모에게는 너무 큰 부담을 주

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고 한다.

고 학생들은 억압시키잖아요. 잘못된 영어 교육 방 식도 참 문제고 학원 선생님을 하고는 있지만 뭔가

결국 몸은 아프고 건강을 점차 잃어가는

바꿔야 할 것도 많고 고민도 있는데 당장 저 혼자 바

학원 선생님

꿀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점이 늘 어려운 것 같아 요.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지 대상포진이 온 적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

그래서 피터님은 전체 교육제도의 변화가 필

스를 많이 받을 때가 있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진

요하지만, 당장 사교육을 없앨 수 있는 게 아니

짜 학원 선생님들의 비애가 뭐냐면요 아파도 출근

라면 학원 선생님들의 노동조건이 잘 갖춰져서

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는 쉴 수가 없어요. 아프면

휴가도 쓰고,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고, 학부모

아픈 데로 참고 해야 해요.

나 학생들이 갑질해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권 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피터님은 몸이 아픈 것뿐만 아니라 저녁 없는

을 전했다.

삶에 대해 어려움과 고층도 매우 크다고 말했 다.

제가 5년 만에 일을 잠깐 그만두고 영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저녁에 노을을 보는데 너무 예쁜 거 예요. 그리고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노을을 보는데 여기도 너무 예쁜 거예요. 그때 내가 이렇게 예쁜 저 녁노을도 못 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3


연구소 리포트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김형렬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본 연구는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속 사업장 중 택시회사의 규모와 근무형태별로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 건강실태 등에 대

11개 사업장을 선정하여 해당 사업장 소속 택

한 몇 개의 연구가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감

시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

정노동이나 작업 중 폭력의 경험, 이로 인한 건

였다. 설문 내용은 인구 사회학적 특징, 노동시

강 영향 등은 연구된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

간 및 근로조건, 폭력 경험, 감정노동 실태, 신

여 노동시간, 휴식시간을 비롯해 택시노동자들

체 및 정신 건강 상태, 수면 건강, 교통사고 및

의 노동조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감정노동, 작

교통법규 위반 경험으로 구성하였다. 총 698명

업장 폭력 경험의 실태, 다양한 신체 건강과 정

의 노동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더불어 근무형

신건강 설문조사뿐 아니라 생체지표 검사를 통

태별로 주야 2교대 3인, 야간고정 2인, 1인 1차

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제 2인 총 7명을 대상으로 생체지표 및 면접조

연구의 목적은 택시노동자들의 근무 현황과 폭

사를 하였다.

력 및 사고 경험, 감정노동, 신체 활동도, 수면 의 질,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정신건강, 신체

2. 연구의 주요 결과

건강 등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이를 근거로 택

24

시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과 관련이

1) 택시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장시간 노동

있는 요인을 밝혀 그것을 중재하는 방안을 제

이번 설문 결과 택시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시함으로써 택시노동자의 안전 및 건강권을 확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8.3%가

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며, 84%가 한 달 25~26

본 연구는 서울 지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

일간 일하였다. 주간 근무, 야간 근무 시 휴식


시간이 없거나 30분 미만인 택시노동자가 각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

각 84.8%, 85.5%임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응

었다. 뇌심혈관계질환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

답자가 휴식시간도 거의 없이 장시간 노동에

에 의한 피로 누적으로 운전 중 심한 졸음을 유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67.4%의 응

발할 수 있어 택시노동자 개인의 건강뿐만 아

답자들이 야간근무 도중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

니라 공공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고 답했고 29.2%는 잠을 자긴 하지만 택시 의

한, 대다수의 택시노동자가 고령층이고 뇌심혈

자에서 잔다고 응답했는데, 택시노동자들은 근

관계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무 중 휴식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휴식 장

유병률이 높아 택시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대한 대책 및 건강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

시급한 상황이다.

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위 사항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도록 택시노동

2) 택시노동자의 흡연, 카페인 섭취 실태

자의 충분한 휴게 시간 및 적절한 휴게 장소 확

택시노동자의 흡연율은 52.8%로 우리나라 일

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반인구 집단의 흡연율인 39%보다 아주 높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12주간 평균 주 60시간

다. 특히 1인1차제는 60%, 야간고정은 65.9%

을 초과하는 업무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

의 택시노동자가 흡연하였다. 야간 노동의 비

한 과로사 인정 기준에 해당한다. 80%에 육박

율이 높은 노동자일수록 흡연을 많이 하는 것

하는 택시노동자들이 과로사 기준에 해당하는

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카페인 섭취량도 매우

근무형태, N(%)

1개월 평균 근무일수 25일 미만 25~26일 26일 초과 1주 총 근무시간 50시간 미만 50시간~60시간 미만 60시간~70시간 미만 70시간 이상

주야2교대 N=228

1인1차제 N=62

주간고정 N=218

야간고정 N=185

전체 N=693

31(14.2) 178(81.3) 10(4.6)

5(9.3) 42(77.8) 7(13.0)

26(12.4) 160(76.2) 24(11.4)

45(25.0) 125(69.4) 10(5.6)

107(16.1) 505(76.2) 51(7.7)

9(4.2) 27(12.4) 116(53.5) 65(30.0)

3(5.1) 3(5.1) 15(25.4) 38(64.4)

21(10.1) 37(17.7) 99(47.4) 52(24.9)

17(9.6) 27(15.2) 96(53.9) 38(21.4)

50(7.5) 94(14.2) 326(49.2) 193(29.1)

<표1> 택시노동자 근무형태에 따른 한 달 기준 근무일수 및 노동시간 25


높았는데, 전체택시 노동자의 75.5%가 하루 6

어지는 등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승객

잔 이상의 카페인 음료 섭취를 보고하였다. 장

의 가해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

시간노동, 야간노동을 이겨내기 위해 흡연과 커

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되며, 대응 매뉴얼 배포

피 등 카페인 섭취를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2013년 서울시에서는

2차적인 건강위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판단

택시 내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 및 운전석 보

된다.

호격벽 시범설치를 추진했으나 현재 법제화 되 지 못한 채 남아있다. 또한, 승객의 개인 생활보

3)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

호의 문제와 충돌하여 많은 택시 법인회사에서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

는 차량 내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실정이

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

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간 폭행 20.2%, 욕설 등 언어폭력 62.1%, 신체 접촉 및 성희롱 13.5%, 위협 및 괴롭힘 38.3%

4) 택시노동자의 정신 건강 실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운행보다 야간

이번 설문에서 택시노동자들의 우울증 및 외상

운행 시에 폭력을 당한 비율이 더 높았는데, 이

후 스트레스 장애 실태에 관해 확인하였다. 우

는 야간 운행 시 취객 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

울증의 경우, 의사에게 진단된 우울증이 있다고

될 가능성이 더 높은 사실을 반영한다. 택시 운

답한 비율은 1.9%로 높지 않았으나 본 설문지

행 중 폭력은 택시 노동자 본인에게도 심각한

에서 우울증 선별검사 문항을 이용하여 우울증

손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형 교통사고로 이

여부를 따로 확인한 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근무형태, N(%)

주야2교대

1인1차제

주간고정

야간고정

전체

N=228

N=62

N=218

N=185

N=693

신체적 폭행 없음

170(78.7%)

48(81.4%)

187(89.9%)

121(68.8%)

526(79.8%)

있음

46(21.3%)

11(18.6%)

21(10.1%)

55(31.3%)

133(20.2%)

없음

82(36.8%)

23(38.3%)

105(50.0%)

45(25.0%)

255(37.9%)

월 1회 미만

120(53.8%)

31(51.7%)

88(41.9%)

107(59.4%)

346(51.4%)

월 1회 이상

21(9.4%)

6(10.0%)

17(8.1%)

28(15.6%)

72(10.7%)

신체접촉, 성희롱 없음 있음 위협 및 괴롭힘

191(87.6%) 27(12.4%)

45(75.0%) 15(25.0%)

185(89.8%) 21(10.2%)

151(85.3%) 26(14.7%)

572(86.5%) 89(13.5%)

없음

123(55.4%)

30(50.0%)

162(77.5%)

98(55.1%)

413(61.7%)

있음

99(44.6%)

30(50.0%)

47(22.5%)

80(44.9%)

256(38.3%)

언어적 폭력

26

<표2> 택시노동자 근무 형태에 따른 다양한 폭력경험


16.7%가 우울증으로, 의사에게 진단받은 비율

과 휴게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

과 큰 차이를 보였다. 택시노동자들이 실제 우

다. 택시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졸음운전에 대한

울감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제대로 진

우려가 크다. 이러한 휴게시간의 부족은 졸음운

단받거나 의학적 관리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

전과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이다.

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전보건교육 강화 및

또한,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1명이 외상 후 스

작업장 개선을 위한 노조 참여 보장 또한 주요

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개선과제라고 판단된다. 노동안전보건교육

폭력과 교통사고를 경험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

은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스가 많았는데, 이는 폭력과 교통사고가 택시노

알아야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

동자들에게 실제 정신적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

하고 기본적인 활동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알아

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력 및 교통사고 등 정

야 문제를 피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

신적 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뿐만

다. 특히 매일 개별적으로 지역 각지에 흩어져

아니라 이미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

일하는 택시노동자들의 경우 공식적 정보 접근

및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건

이 쉽지 않고, 개별적 노하우에 따라 문제를 해

강의학과 치료 및 정신 상담 프로그램 등 구체

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택시운전에

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맞춘 노동안전보건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한 택시노동자들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예방

3. 결론 및 제언

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작업중지권을 발휘할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고 있는 사납금제도의 폐

수 있게 하거나, 법적인 보호가 가능할 수 있는

지,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고 있는 노동시간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무한정 늘리도록 허용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59

연구를 통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진단

조 특례제도를 폐기해야 하고, 실제 노동시간만

하는 최우선 목표는 문제의 ‘개선’이다. 좀 더

큼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노동시간을

나아지는 방향을 찾고, 실제 문제가 해결되는

임의대로 계산하여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간주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8조의 폐지가 무

을 회피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 등

엇보다 필요하다.

지자체와 정부는 대중교통으로서 택시업계를

또한, 많은 국제기구와 선진국에서 운전 노동에

철저히 관리감독 하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

대해 하루 최대 운전시간, 월 최대 운전시간 정

수단으로서 운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택시노동자에게 휴게시간 27


사진으로 보는 세상

28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사진 한장의 연대를 부탁드려요! 반올림은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2년 넘게 노숙농성 중입니다. 사회적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조차 외면하는 삼성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전해주세요. 삼성 간판이나 제품 로고가 있는 곳에서 찰칵! 반올림 응원의 메시지를 들고 찰칵! 무엇이든 좋습니다. 연대의 마음을 사진에 담아 SNS에 올려주세요 #삼성_직업병문제ㅡ해결하라 #NoMoreDeath_Samsung

그리고 릴레이를 이어갈 3명을 태그해주세요~

사진/글 : 선전위원회

29


특집 : 담을 허물다

‘담을 허물다’를 시작하며

사월 <담> 프로젝트,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그들은 거기에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놓으며 머리를 숙여야 했습니다. 산업재해나 사

-제7의 인간: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

고, 강제추방과 단속, 신변 위협으로 인한 자살,

한 기록, 존 버거

젠더폭력 등으로 많은 이주민이 사망했습니다. 집이 된 비닐하우스, 빗물이 새서 전기가 흐르

여전히 죽음으로 호명되며

는 벽, 잠기지 않는 방, 휴식시간 없이 돌아가는

2016년 겨울을 환히 밝혀주었던 빛은 크고 작

컨베이어 벨트, 생산량을 위해 제거되는 안전장

은 변화들로 일상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정의

치는 이주민에게 닥친 한국사회의 잔혹한 현실

에 대한 분노로 시작되었던 촛불은 더 많은 민

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주주의와 인권을 열망하는 촛불로 이어졌습니

30

다. 변화가 시작되었던 그곳, 광장은 다양한 사

우리는 같은 사람이기에

람들이 모였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습

“가난한 나라에서 왔지?” “이상한 냄새 나.”

니다. 그 날의 목소리는 변화를 일구어내고 있

“말귀를 못 알아들어” “답답하게 굴어” “힘든

습니다.

일 하러 온 건데. 뭐 어때”…

그러나 변화가 시작되었음에도 여전히 보이지

쌓인 담 너머 사람이 있습니다. 더 늦출 수 없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변화의 길목에서 함께

을 만큼 울부짖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옵니

불을 밝혔지만 이름이 아니라 죽음으로, 숫자

다. 차별의 시선을 혐오의 언어를 맨몸으로 받

로 불립니다. 올해도 몇 번을 새하얀 국화꽃을

아내며 가해지는 고통과 죽음의 공포에 울부짖


고 있습니다. 울부짖는 그 사람들의 곁에 머물

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이들을 기억하고, 이

며 안부를 묻고 삶에 말을 건네려 합니다. 그 사

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무얼 할 수 있을

람들도 나도 사람이기에. 이보다 더 마땅한 이

까 고민했습니다. 이주민구술생애사 프로젝트

유가 필요할까요? 그저 우리는 같은 사람이기

<담>은 이러한 고민 끝에 꾸려진 기획단입니

에.

다. <담> 기획단은 이주민들이 숫자가 아니라 이름으로 기억되고, 혐오와 차별로 뭉뚱그려진

당신의 목소리를 ‘담’아, 높게 쌓인 ‘담’을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기를

무너뜨리고

소망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높다랗게 쌓인 회색빛 ‘담’은 목을 뒤로 젖혀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회가 나눈 이

<담> 기획단은 여성 이주노동자 스레이나 씨,

쪽과 저쪽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그 사람들에

북한이탈주민 김복주 씨, 이주노동자 오쟈 씨,

게 붙인 부정적인 이름들을 떼어내려 합니다.

이주청소년 황윤호 씨, 이주노동자 영상활동

가난하고, 냄새나는, 답답한 사람이라는 편견과

가 아웅틴툰 씨, 종교적 난민신청자 ‘A’ 씨, 귀

낙인을 떼어내고 개개인의 이야기를 건져 올리

국 이주노동자 날라끄 씨 7명의 이주민을 만나

려고 합니다. 저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삶에 문

서 삶에 말을 건넸습니다. 그 사람들이 전해오

을 두드리고 말을 건네어, 그 사람들의 목소리

는 삶의 이야기를 빼거나 보태지 않고 오롯이

를 담으려 합니다. 오가는 이야기는 오롯이 기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이 하나의

록되어 높게 쌓인 담에 균열을 주기 시작할 것

역사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삶의 목소리가 사

입니다. 기록된 이야기는 꺼칠꺼칠하고 차가운

회에 가닿아 지기를 바랍니다. 이주민의 목소리

담을 흔들 것입니다. 사회가 붙여놓았던 이름들

가, 목소리를 통해 울리는 마음들이 모여 높게

은 오롯이 한 사람의 이름으로, 삶으로 불릴 것

쌓인 담에 균열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입니다. 집단이 아닌 한 사람으로 불리고 다양

균열이 일어날 ‘그 날’이 낯설지만 새로운 세상

한 삶의 모습으로 이야기될 때, 더욱 평등해지

을 마음껏 상상하며 한 걸음씩 내딛겠습니다.

지 않을까요?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본다면 누

한걸음에 다가감이, 다음 한 걸음에는 소통이,

군가를 담 너머로 밀어내지 않고, 이쪽과 저쪽

그다음 한 걸음에는 울림이 이어지기를 기대하

을 나누어 벽을 쌓지 않을 테니까요.

며 그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이야기되는 그 날 을 향해 함께 걸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며 경기이주공대위는 변화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 31


특집 : 담을 허물다

쑤쑤!1 우리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해요! - 여성 이주노동자 스레이나 이야기

정지윤 <담> 프로젝트, 수원이주민센터

스레이나 씨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남

로 떠났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그곳 음식점에

쪽으로 15Km 정도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나고

서 숙식하며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을

자랐다. 그녀는 열두 살이 되던 때부터 항상 일

늦게 알게 된 아버지는 스레이나를 집으로 데

하여 돈을 벌어야 했다. 어머니를 도와 길거리

려오려고 프놈펜까지 찾아 왔지만, 그녀는 병든

에서 행상했고 열여덟 살이 되어서는 음식점의

어머니와 일곱 명의 동생이 있는 어려운 집안

종업원으로 일했다. 하루 1달러, 한 달 20달러

형편을 아버지 혼자 감당할 수 없음을 너무나

의 월급은 동생들의 학비이자 엄마의 병원비이

잘 알기에 매몰차게 아버지를 돌려보냈다. 그리

자 가족들의 생활비였다. 월급을 좀 더 많이 받

고 낯선 대도시에서 서른두 살이 될 때까지 쉼

기 위해 그녀는 남들이 꺼리는 일도 마다하지

없이 일했다. 음식점일 뿐만 아니라 3층짜리 가

않았다.

게를 새로 짓느라 벽돌과 시멘트를 나르는 일 까지 사장이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야만 했다.

“맥주 파는 일을 하면 월급이 40달러나 됐어요. 하

숙식을 조건으로 한 달 20달러 월급을 받고 시

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술 파는 여자는 술만 파는 게

작했던 프놈펜 식당, 13년을 일한 그곳에서 마

아니라 다른 안 좋은 일도 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

지막으로 받은 월급은 100달러였다. 한국행

멸시해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알지만

은 그녀에게 13년간 일한 식당에서 받던 월급

내가 진짜 그런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가족을 위해

100달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서, 내 일이기 때문에 떳떳하게 일했어요.”

벌 새로운 기회였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한 국은 상상과는 사뭇 달랐다.

스레이나 씨는 열여덟 살의 어느 날 부모님께 도 말하지 않은 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 32

1쑤쑤 : 캄보디아 말로 힘내라, 파이팅이라는 뜻이다.

“6시부터 12시까지 일을 하고 밥을 먹는다고 계약


했는데 1시까지 일을 하고 밥을 먹었고 밥 먹자마

나 이틀을 쉬고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다. 게다

자 바로 일을 했기 때문에 점심시간 한 시간 쉬기로

가 어떤 사업주들은 초과근로 수당은 고사하고

한 건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일을 시

초과근로 시간에 대한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은

키는 만큼 돈이 맞는지 의심스러웠지만, 한국 온 지

채 60시간을 일하건 70시간을 일하건 주 40시

얼마 안 돼서 물어볼 수도 없었고 계속 일만 했죠.”

간 기준의 최저임금만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 런 척박한 한국의 노동 환경 속에서도 여성 이

핸드폰도 없이 왕복 3시간을 걸어 나와야 마트

주노동자 스레이나 씨는 순응하고 무릎 꿇지만

가 나오는 시골, 비닐하우스로 둘러싸인 곳에

은 않았다.

서 충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스레이나 씨는 하 루 12시간이 넘게 일을 했다.

“처음에 농장에서 무작정 나온 뒤부터 크메르노동 권협회를 알게 돼서 관계를 맺고 같이 일을 하게 됐

“사장님을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노동부에 가서 얘

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들

길 했어요. 한국에서는 노동부에 가서 신고를 해봤

은 협회 일이에요...(중략)...선생님은 한국 사람이고

자 바로 이길 수는 없어요.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노

나는 캄보디아 사람이에요. 한국 선생님 있지만, 캄

동부에 갔었는데 그때마다 노동부에서는 자꾸 사장

보디아 사람인 내가 있으면 캄보디아 사람들하고

님이랑 화해하라고 자꾸 그렇게만 얘기했어요...(중

이야기를 더 잘 할 수 있어요, 문제 해결을 하기 위

략).... 한 번은 사장님이 일하는 시간이 아침 6시부

해서 어떻게 증거 자료를 모으고 어떻게 준비해야

터 저녁 6시까지였던 걸 6시부터 7시까지 하라고

하는지 설명해 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 일을

노동 시간을 바꿨어요. 사장님 말은 겨울에는 일이

하는 게 중요해요.”

적어서 아침 9시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나니까 그때 일 안 하는 시간만큼 지금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E-9 2 비자가 만료된 뒤 한국어를 공부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그대로 일했어요.

D-43 비자로 한국에 다시 들어온 스레이나 씨

10월 중순쯤 되니까 시골이니까 어둡고 추워요. 그

는 여전히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때는 그럼 사장님 말대로 9시 시작해서 5시에 끝나

않는다. 한국어를 배우며 크메르노동권협회를

야 하는데 그때도 6시에서 7시까지 똑같이 일했어

대표하여 노동자들을 돕고 한국의 잘못된 고용

요..”

허가제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목소리 를 높인다. 그녀의 삶의 이야기는 ‘여성 이주노

스레이나 씨처럼 농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동자’로만 규정할 수 없다. 매 순간 땀 흘려 일

근로기준법 63조의 예외규정에 의해 추가 근

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모두의

로수당이나 휴일 보장을 받지 못한다. 수많은

이야기, 그 평범함이 그래서 더욱 특별할지도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은 한 달에 겨우 하루

모른다. 2비전문취업비자, 고용허가제 3일반연수비자

33


특집 : 담을 허물다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오쟈 씨 이야기

푸우씨 <담> 프로젝트, 상임활동가

“고향 친구들 모두 한국에 왔어요. 다 여기 있어요,

인도에서 네팔로 돌아와 카트만두에서 6개월가량

한국에. 네팔에서 가족 중 한 명이 E-9 비자로 한국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시험에 합격해 운 좋게 한국에

에 와서 돈을 벌면, 그 돈으로 다른 가족 모두가 살

오게 된 오쟈 씨. 그는 인천 서구의 와이어 커팅 회사

수 있거든요.”

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한국생활과

태어나 자란 네팔을 떠나는 것, 가족들의 생계를 책

달리 현실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눕기에도 빠듯하

임지기 위해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는 것은 오쟈 씨

고, 화장실도 없는 컨테이너에서의 생활이었다.

와 또래의 네팔 청년들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쟈 씨는 한국에 오기 전 ‘필더보이’로 인도에서 일

“회사에 가서 부장님한테,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

했다. 회사의 지시에 따라 사무실로 서류나 돈, 책을

하니까 ‘안녕하세요 하지마.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준비해 오토바이로 전달하는 일을 했다. 열심히 일

해’ 라고 하더라고요.”

했지만, 한 달 꼬박 일하고 받는 월급은 한국 돈으로

그는 한국에서 첫 출근길에 곤욕을 치렀다. 출근하며

20만 원, 많을 때는 25만 원 남짓한 수준이었다. 일

인사를 건넨 오쟈 씨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인사를

자리를 찾아 인도에 갔지만, 네팔과 별반 상황이 다

받는 둥 마는 둥 잘라먹은 한국인 부장은, 출근할 때

르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그는 고향에 돌아와 친구들

고개를 숙이고 다니라고, 눈을 깔고 다니라고 말했

처럼 한국행을 택했다.

다. 심지어 사장과 부인은 오쟈 씨의 인사도 받지 않 았다.

“5명이 한방에 자야 했어요. 기숙사 비용도 내야 했

34

고요. 월급에서 10만 원씩 잘라갔어요. 하숙비, 전기

“네팔에서 오자마자 한 달 동안 매일 같이 욕먹고,

비, 인터넷비. 이렇게 해서 1인당 10만 원씩 기숙사

맞고 그랬어요. ‘시발’, ‘이 새끼야’ 이런 욕을 했어

비용으로 잘랐어요.”

요.”


업무지시를 하는 부장은 매일 같이 욕을 했고, 때로

오쟈 씨는 우여곡절 끝에 안성·평택에 있는 플라스

는 폭행도 가했다. 일도 많이 힘들었다. 그가 맡은

틱 사출 공장으로 직장을 옮겼다. 농촌에 있는 공장

업무는 운반이었다. 60~70kg가량의 와이어 뭉치를

에서 오쟈 씨와 동료들은 일이 없을 때는, 회사 밖

혼자서 들어 날랐다. 고된 업무로 1년 정도 지나자

의 농장에 불려가 풀을 베야 했다. 정해진 업무가 아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허리가 아팠다.

닌 다른 일을 시키는 것에 대해 묻자, 회사에선 ‘시키 는 대로 해!’라고 답했다. 3년 시효의 비자가 만료되

“병원에 갔더니, 무거운 물건을 운반해서 그런 거라

면, 1년 10개월을 연장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

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가서 얘기했죠. 몸이

용허가제’의 비자 연장을 미끼로 회사에서는 부당한

아프다고요. 회사를 옮겨 달라고요. 그러자 회사에

일을 강요했다. 12개월이 넘게 일하면, 퇴직금을 지

선 ‘일해! 일 안 할 거면 네팔 가!’라고 했어요.”

급해야 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11개월짜리 계약

그때부터 오쟈 씨는 넉 달 가까이 악몽 같은 일상을

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공장의

보냈다. 출근한 그에게 부장은 아프냐고 묻곤, 아프

다른 부서로 재계약을 맺게 하는 꼼수를 쓰는 회사

다고 답하면, ‘일 없어! 가서 쉬어!’라고 하며 그를

였다. 오쟈 씨는 또 한 번 이주노조의 도움을 받아 사

기숙사로 돌려보냈다. 때론 아무 의미 없이 무거운

업장을 변경했다. 그렇게 지금 일하는 천안의 볼트·

재료를 이곳저곳으로 들어 나르도록 시켰고, 어떤

너트 제조회사에 터를 잡았다.

때는 2시간만 일을 시키고는 일이 없다며 돌려보냈 다. 그가 아프다고 하니 회사에선 컨테이너가 아닌

‘사장님’의 허락 없이는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고,

다른 기숙사(아파트)로 그를 보냈다. 그리고는 월급

‘사장님’이 3년을 근무한 이후 비자 연장을 해주지

에서 20만 원을 기숙사비로 잘라갔다.

않으면 더 일하고 싶어도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결국,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쟈

현재의 고용허가제의 부당함을 몸소 느낀 오쟈 씨는

씨는 스스로 노동부를 찾았지만, 노동부 직원은 모

이주노조의 활동과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는 행

르겠다며, 사장에게 말해서 사업장을 변경하라고 했

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 도움은 커녕,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부 직

선 그에게 기대고 있는 가족들의 삶도 보장이 되지

원에게 배신감을 느꼈던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이

않기 때문에, 오쟈 씨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이주노

주노조였다. 우연히 친구에게 건네받은 전화로 이주

조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노조 위원장(네팔에서 온 우다야 라이)에게 사정을 말한 그는, 14개월 만에 사업장을 변경했다.

오쟈 씨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여러 생각이 교차했 다. 한국경제의 필요에 부응한 많은 이주노동자에게

“평택에서 일하던 회사, 사장님도, 부장님도 안 좋은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이대로면 충분한가.

사람이었어요. 회사에선 ‘네팔로 돌아가고 싶냐, 말

정말 그런가. 계속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 들으면 비자 연장 안 해줘!’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한다. 35


특집 : 담을 허물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요 - 이주노동자 영상활동가 아웅틴툰 이야기

박유호 <담> 프로젝트, 노동당

아웅틴툰씨는 미얀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한

그는 한국에 들어오자 마자 인천 제물포 인근의

국에 들어온 시기는 94년 18세 고등학교를 갓

한 선박엔진 주물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합

졸업한 때였습니다. 당시 미얀마의 정치상황이

니다.

좋지 않아 대학에 진학 할 수 없는 그는 외국으 로 견문도 쌓고 공부도 하고 싶어 ‘산업연수생’

막상 한국에 들어와서는 배우는 시간이 있기는

제도를 신청하여 한국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커녕 쉬는 시간조차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노동 시간은 하루 12시간을 넘는게 당연했고, 주말도

그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 견문도 넓히고 배울 기

없었습니다. 잠자리 또한 비가새고 좁아서 휴식

회가 많아지겠다며 기대를 했지만 그를 기다리

을 취하기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기대’는 이내

는 것은 열악한 노동환경이었습니다.

‘실망’이 되었습니다.

“‘산업연수생’ 이름만 듣곤 막 이것저것 대접 받으며

그를 괴롭히는 것은 장시간 노동시간과 열악한

공부하며 일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노동환경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직장에서의 차

기대는 금방 깨졌어요. 이렇다 할 한국어 교육도 없

별 또한 무시 못했습니다.

이 3일 정도 딱 교육하고 나서, 바로 공장에 들어가 서 일하게 되었어요.”

“한국말이 서투니 한국인 직원들이 기분 나쁜 장난 을 많이 쳤어요.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한국인 직

36


원들이 한국어를 가르쳐준다고 하면서 나쁜말(상대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인들이 쉼 없이 살아가는

방을 비하하는 말이나, 욕설 등)을 해보라고 해요. 그

이유를 궁금해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일

런데 우리는 한국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니니

하는가 하고 말입니다. 자기가 일하면서 보았던

까, 이게 해야 할 말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웠어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찾기보다는 무엇에

요. 그 말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어투를 보며 분간

쫓겨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을 해야 하니까 이래저래 눈치보는 법부터 배우게 되 었어요.”

“한국사람들은 너무 여유롭지 못하게 사는 것 같아 요. 너무 잘사는 미국이나 유럽만 쳐다보고 사는데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한국어’에 서툴다는

부족하지만 여유롭게 살아가는 동남아시아 사람들

이유로 무시받는 일들이었습니다.

의 삶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는 1년정도 일을 하다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가 살았던 미얀마에서는 사람들이 넉넉하지는

노동을 하다가 입은 부상인데 ‘외국인’이라는 이

않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이야기합니

유로 산재신청을 거부 당했습니다. 산재신청을

다. 한국사람들에게 보고 배울게 많지만 여유롭

알아보면서 이주노동운동을 하는 동료 노동자들

게 사는 법은 미얀마사람들에게 좀 배워야 한다

을 만났습니다. 노동법을 배우고 동료들의 노동

고 말입니다.

상담을 해주면서 그는 지금까지 이주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 중에서 그는 ‘2003년’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장시간 노동을 없애려는

이주노동자들의 집단 농성과 투쟁의 경험들을

고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긴 노동시간

자랑스레 이야기했습니다.

과 열악한 환경은 계속되고있습니다. 우리에겐 여유로운 삶이란 굉장히 멀어져 보입니다. 하지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지금 한국

만 아웅틴툰씨는 간단합니다. 좀 더 스스로를 돌

땅에서 이주민 영화제를 몇 년째 진행하고 있고

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입니다.

이주민방송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길은 그리 복잡 “이주민 방송 3년, 다른 데에서도 방송 일을 3년정도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

했던 경험을 살려서, 미얀마에서 한국의 EBS같은 교

니다. 어려운 시간을 겪어오면서도 활기차고 여

육방송사를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요. 성인 청소년

유롭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제게도 새

아이들 모두를 위한 교육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로이 힘이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7


특집 : 담을 허물다

그냥 내 나라예요, 거기도! - 귀국 이주노동자 날라끄 이야기

최수정 <담> 프로젝트, 수원이주민센터

“회사에 도착해서 보니까 엄청 시골 같았어요. 겨울이

하루 3번의 식사도 모두 해결해야 하는 그 회사에

라 나뭇가지만 남아서 삭막했어요. 차에서 내리자마

서 날라끄는 한 해를 채 넘기지 못하고 다른 회사

자 밖에 이렇게 보고 ‘진짜 나 어디에 온 거야? 이런 세

로 옮겼다. 물론 돈도 많이 벌고 일도 힘들지 않은

상도 있었구나!’ 생각했어요. 먼저 사장님하고 사모님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건 날라끄가 선택할 수

이 있는 사무실에 들렀어요. 제가 사모님한테 ‘안녕하

있는 게 아니었다. 노동자의 직장이동 자유와 직

세요?’라고 인사했는데 그분은 나한테 인사 안 했어요.

장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있는 고용허가제하에서

인사하라고 해서 인사했는데…. 그리고 사무실에서 나

그건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와 공장에 갔는데 건물이 아니라 비닐하우스였어요. 화장실은 공장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

“3번밖에 회사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에

데 화장실을 쓰고 물은 공장에 와서 다시 가지고 가야

안 들어도 거기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했어요. 그리고 집은 컨테이너였어요.”

엄청 힘든 일이었어요. 철판 같은 거, 건물 지을 때 필 요한 철근 만들었어요. 다행히 그 회사 사장님은 좋은

38

처음 밟은 한국 땅, 처음 만난 한국 사람, 모든 것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일은 힘들었지만 2년 반 동안

이 낯설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래도 돈만 많이 벌

진짜 열심히 일했어요. 다른 회사 사람들은 그렇지 않

수 있다면 참을 수 있었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

았거든요. 한국 사람이 외국 사람한테 일 시킬 때 말하

기 위해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군인의 꿈도 포기

는 거나 큰소리치는 거 보면 자기가 위에 있다고 생각

하고 찾아온 한국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일해도

하는 것 같아요. 어떤 회사에서는 다 욕부터 시작했어

한 달에 80~90만 원밖에 벌지 못하고 그 돈으로

요. 아침에 올 때마다 욕하면서 ‘야, **! 이리 와’ 이렇게


해요. 좋은 말 한 번도 안 해요.”

게,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넘어갈 방법을. 회사가

힘들고 고된 노동, 불편한 주거 환경, 외국인이라

왜 다른 기계에서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왜

고 욕부터 시작하는 사람들. 필요한 것을 얻기 위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회사, 돈으로 치료비를 내

해 왔다지만, 하루하루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 없

려고 하는지 날라끄는 모르지 않았다. 너무나 잘

이는 견디기 힘든 나날이 많았다. 게다가 언제 어

알았다. 그래서 회사가 알아서 잘 치료해줄 테니

떻게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작업 환경의 위험

문제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고 했을 때 그대로 따

역시 감수해야 했다.

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여러 번의 수술과 오랜 치료 끝에 날라끄의 손가락은 정상으로 돌아갔

“기계에서 제품이 두 개씩 나오면 문을 열고 그 제품

다.

을 빼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기계에 내 장갑 이 끼어서 들어갔어요. 피가 엄청났어요. 병원에 가려

날라끄가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그리고 한국에

고 밖으로 나와서, 같이 일하던 스리랑카 친구한테 기

서 얻은 것도 첫 번째는 돈이었다. 돈을 벌기 위

계에 있는 내 잘린 손가락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갔어

해 온갖 어려움과 억울함을 참았다. 이제 스리랑

요. 그때 병원에서 회사 사람들이 거짓말했어요. 제가

카로 돌아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된 날라끄. 힘

불량을 자르는 분쇄기에서 다친 거라고, 제품 기계로

들었던 나라 한국은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

다친 거 아니라고 거짓말했어요. 분쇄기는 우리가 실

을 것 같기도 한데 그는 “다시 돈 벌러 가고 싶은

수하면 다칠 수 있어요. 그런데 제품 기계에서 다쳤다

건 아니에요. 진짜 한국에 잘해주고 싶은 마음 있

고 하면 센서를 새로 고쳐야 하고, 보험 문제가 생기고

어요. 나한테는 고마운 나라니까. 한국에 다시 갈

그래요. 그때는 제가 회사 사람들한테 거짓말해도 괜

기회가 생기면 가보고 싶어요, 당연히. 그냥 내 나

찮으니까 내 손가락만 제대로 치료해주라고 했어요.

라예요, 거기도.”라고 말한다.

병원비 750만 원 정도를 회사에서 냈어요. 전에도 다 른 사람이 이렇게 다친 적 있었는데 그때도 회사에서

얼마 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5년 이상의 체

병원비를 해 줬어요. 산재처리 해도 아마 100~200만

류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

원 밖에 못 받을 거라고 들어서 안 했어요.”

다. 또한, 숙식비를 월급에서 원천징수할 수 있게 한다고도 한다. 세월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어도

갑작스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고 앞에서 날라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환경은 나빠지기만 한다.

끄는 다른 건 상관없이 손가락이 다시 제대로 붙

젊은 날, 그 빛나는 청춘을 한국에서 온전히 보낸

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당장 내 손가락이 어

날라끄, 그리고 지금도 청춘을 바쳐 일하고 있는

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의 거짓말이나

수많은 날라끄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응답할 수밖

산재처리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회사는 그

에 없는 걸까?

것을 너무나 잘 알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적법하 39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나 노동자 건강 이야기

위험이 집중되는 열악한 사업장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올해는 근로자 건강센터에서 일하게 되다 보니

다. HCFC-123으로 인한 간독성 문제는 비교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사고나 중대재해가 발생

적 잘 알려 있지만, 특검이나 작업환경측정 물

하는 사업장에 방문해서, 해당 사업장의 안전

질은 아니어서 현재 관리가 되지 않는 화학물

보건 관리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었

질이다. 그래서 이를 취급하는 사업장은 이 물

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의 작업환경은 매우

질에 대한 노출관리가 안 되고 있을 거라고 예

열악해서 화학물질에 대한 중독사고나 안전문

상했는데,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게 소화기 제

제로 인한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작업환

조공장의 작업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경이었다. 아마도 이 작업장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사업

소화액을 소화기에 충전하는 작업에서 작업자

장보다 더 위험하고 더 해로운 환경이었을 것

들이 호흡기와 피부로 고농도로 노출돼서 사

이다. 그러나 한국의 소규모 사업장, 하청 사업

업장을 방문해 확인하였다. 그 결과 작업과정

장과 파견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환경은 평소

공학적으로 개선 국소 배기장치와 같은 환기

안전과 보건에 관한 근로감독 수준을 고려했을

시설이 미비하였다. 유기용제 노출을 줄여 줄

때 다른 사업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을 것 같

수 있는 적절한 보호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

지 않다. 중독사건이 발생한 작업장을 방문하

는 상황에서, 날이 더워지면서 끓는점이 낮은

면서 한국의 작업장의 안전보건문제와 관련해

HCFC-123이 대기 중으로 증발하면서 작업자

서 느꼈던 점을 기술할 것이다.

의 피부와 호흡기를 통한 고농도 노출로 이어 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작업자들에

작년 여름 소화기 제조 공장에서 발생하였던

서 독성간염이 발생한 것이다.

간독성 물질인 HCFC-123 중독이 생겼던 사업 장을 방문해서 재해 노동자를 조사한 적이 있 40

이런 해로운 작업환경 때문에 한 명의 노동자


가 독성 간염으로 사망하였고, 2명은 간 수치

근에 많이 발생해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크

가 많이 올라가서 독성 간염으로 입원 치료를

레인 사고가 한국의 작업장 안전문제를 현실을

하였다. 이 재해의 특징은 젊은 노동자가 희생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되었고 파견업체서 파견한 노동자들이 산업재 해 피해자였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경험한 중독사고와 취업자 노동 환경

요약하면 50인 미만 소규모 제조업의 육체노

조사 결과와 같이 많은 생산직 노동자, 특히 하

동자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에서 안

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좀 더 열악한

전 보건관리의 실패로 일어나 사건이었다.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안전을 위

또 다른 사업장은 화학물질 보관 탱크에 점검

한 화학물질 관리는 무방비상태이며, 어쩌면

하러 들어간 노동자가 화기 물질에 의한 질식

위험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이었다. 다행히 구조가

성이 크다. 그래서 우선 현재 산업재해와 중독

되었지만 끔찍한 중독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었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제조업의 생산직 노

다. 이 사업장도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작업자

동자, 건설업의 일용직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

들이 다루고 있었고, 화학물질 중독으로 인한

에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대책 마련의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현장은 관

기본이자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

리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급성중독

규모 사업장, 하청업체, 파견 노동자들이 일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저장 탱크에 송기 마스

고 있는 사업장의 화학물질 관리 실태는 더욱

크와 같은 안전 장비도 없이 들어가서 저장 탱

더 파악되고 있지 않다. 이렇게 취약한 노동자

크에서 작업한 것은 안전 수칙에서도 많이 벗

의 산업재해와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 사고를

어난 일이었다.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 이다.

내가 방문해서 조사했던 사업장이 한국의 소규 모 제조업 사업장의 현실을 대표한다고 볼 수 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취업자 노동 환경을 조 사를 분석해보면 제조업의 육체 노동자들이 더 해로울 수 있는 작업환경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고 같은 직업군에서도 정규직보다 임시직이 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더 해로운 환경에서 일 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된다, 하지만 한 국의 작업장에서는 직업적 노출은 잘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안전 문제 역시도 마찬가지다. 최

41


노동시간에세이-과로자살 거둬내기

자살의 안과 밖: 보이는 그물과 보이지 않는 괴물

예동근 부경대학교

1. 폭스콘의 과로사와 투신자살

당시 폭스콘의 최고경영자 테리 고우는 주주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다. 중국 대

의 연례 만남 자리에서 "노동자들이 업무에 지

륙에 투자한 대만계 기업 폭스콘에서 14명의

쳐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 단조로운 업무와

직원이 연속 투신자살했다. 그 후 폭스콘은 기

일부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90%는 개인 관계

숙사 등 많은 건물에 자살방지용 그물을 설치

와 가족 분쟁으로 인한 것이었다"1라고 말했다.

했다. 기숙사 창문도 30초의 시간을 들여야 열

그에 따르면 공장 노동자의 상당수는 20~25세

리게끔 설계하였고, 심리상담원을 두어 실시간

사이의 연령대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었고

상담을 할 수 있게 했다. 하루 자살 관련 상담

사랑하는 이와의 분리 심리적 충격과 의지할

전화만 1,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1 CIOKorea, “폭스콘 CEO "4년 전 잇단 자살, 노동 환경 탓 아니었다"”, 2014.6.26.

baidu사진

폭스콘 기숙사의 그물 42

baidu사진

폭스콘 공장의 건물


곳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몇몇 노동

려해 같은 공장에 납품을 맡기지 않는 편이다.

자들은 보상금을 위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었

그러나 폭스콘은 각각의 공장에 보안을 엄격하

다고 추가했다.

게 유지한다. 폭스콘은 업무 시간에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공장 내부에 거의 모든 시설

글로벌 유명 브랜드인 애플 회사도 비판 여론

이 갖춰져 있고, 기숙사까지 있어 공장 밖으로

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착취공장”, “자살공장”

나갈 일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특히 폭스콘 공

을 이용하여 돈벌이한다는 비난은 계속 쏟아져

장의 근무 교대 시각에는 금속 탐지기를 거치

나왔다. 하지만 2010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

고 몸수색을 받는다. 이런 철저한 비밀유지 덕

고경영자는 “폭스콘은 노동 착취 공장이 아니

분에 제조사들은 폭스콘을 신뢰한다.

다. 식당과 수영장까지 갖춘 꽤 괜찮은 공장”이 라며 “자살시도가 어이지고는 있지만 40만 명

룽화(龍華)에 근무하는 폭스콘 직원은 27만 명,

에 달하는 공장 직원들의 수를 고려하면 미국

24시간 3교대로 각종 전자제품을 쉴 새 없이

전체 자살률보다 낮다”2고 답변했다. 이렇듯 공

생산하고 있다. 거대한 기지 안에는 생산 공장

장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자살

과 직원 숙소뿐만 아니라 식당, 병원, 잡화점,

의 원인을 개인적 요인에서 찾는다. 자살자의

은행, 소방서 등 70여 동의 건물이 모여 있다. 5

성격, 우울증, 대인관계, 빚 등 개인적 요인들

만 명이 동시 식사할 수 있는 20여 곳의 대형

을 수없이 나열한다. 그리고 투신자살자의 동

식당에서는 매일 15만 명분의 식사가 준비되

정론자들은 기업의 문화, 조직, 장기근무, 직장

는데 소비되는 쌀 양만 40t이 넘는다. 이 같은

내 스트레스 등 구조적 요인에서 찾는다. 기업

광경은 생소하고 무섭다. 5만 명이 함께 식사

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한술 더 떠 공업사회, 지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똑같은 작업복만 입은 낯

식정보사회의 성격이 강할수록 자살은 피할 수

선 사람을 보았을 때 무엇이 생각나겠는가? 은

없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하제국의 스톰트루퍼가 떠오른다. 개인의 생각, 기호, 취미, 창의성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말해

2. 폭스콘이 요구하는 것은 스톰트루퍼

도 들어주지 않고, 기계처럼 손만 놀려야 할 때,

누가 젊은 청년노동자들을 보이지 않는 자살의

20대 젊은 피가 솟구치는 청년들은 참을 수 있

그물로 조이고 있는가? 아이러니하게 “고객제

을까?

일”은 폭스콘의 사훈이며, 회사의 신조다. 고객 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충성을 요구한다. 보

맑스는 이것을 “소외”라고 정의했다. 인간이 소

통 경쟁사들은 제품 정보가 빠져나갈 것을 우

외되면 투명인간처럼 되고, 주변 사람은 생소하

2 폭스콘의 직원은 120만 명에서 130만 명에 달하며 투신사건이 발생한 광저우지역의 공장은 30만 명이 넘는 다.

43


고, 주변 환경은 두렵고, 삶은 무미건조하다. 지

화웨이 대표는 군인 출신이다. 조직문화는 군사

속적 감시에서 노동하는 사람은 초조하기 쉽고,

화 되어 있다. 이 부분은 폭스콘과 비슷하다. 고

얇아지는 지갑과 지친 몸을 바라보면 삶은 초

학력자들을 뽑고 있지만, 신입사원들의 입사교

라해진다. 더욱 무서운 것은 AI시대를 준비한

육은 군사화 됐다. 교관도 중국 군인의 자랑으

다는 핑계로 “스타워즈”의 출현을 알리는 작업

로 여기는 “국기반”(國旗班)에서 영입하고, 2주

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간 군사교육과 함께 회사교육을 한다. 회장과

제조업체 폭스콘은 지금 지구에서 가장 많은

사부(지도교수), 신입사원이 일체화된 “회사부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폭스콘과 유사한 세

일체” 세뇌 교육을 시킨 후, 회사와 함께 공존

계적 기업들이 로봇생산에 경쟁을 올리고 있다.

할 수 있는 기본훈련을 3개월 진행한다.

얼마 전 폭스콘은 4만 대의 Foxbots를 투입한

대부분 신입사원은 3개월 기간에 임용되지만,

다고 선포했다. 폭스콘 자살 사건 이후 각종 분

그 압력은 매우 크다. 연쇄 자살 사건도 이 시기

쟁과 사회여론에 시달리었고 중국 내 인건비도

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화웨이 기업이 전자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폭스콘 대표는 2011년에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만큼, 최고

“100만 로봇 시대”를 공언했다. 복잡한 전자제

의 엘리트들을 모집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분야

품에서 인간은 “정밀한 손”이란 우세가 사라지

에서 방황하고, 짧은 시간에 평가받아야 하고,

면 곧장 로봇에 대체될지도 모른다. 인간 노동

수시로 잘릴 수 있는 위기감에서 생활해야 했

자들이 “자살공장”을 탈출하면 모르겠지만, 그

다. 자살한 장루이(張銳)는 이렇게 불만을 토로

들은 더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처럼 변할지도

했다고 한다. “비록 소프트분야에서 내공을 쌓

모른다.

았지만 통신영역에서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실습기간을 지나도 바로 잘리지는 않겠

3. 화웨이(華爲)는 천국인가? “자살문”인가?

지만, 모든 사람이 경쟁하고 있기에 너무 힘들

2007년은 화웨이에 있어서 불행한 해 일지도

다.”

모른다. 중국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기업으로서

44

찬사를 받았지만, “자살문”이란 오명도 동시에

화웨이 회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간이침대”

달고 있었다. <신주간>잡지는 “화웨이는 중국

문화는 화웨이문화의 상징이고 자랑꺼리였지

에서 가장 힘들게 일 시키는 기업”이란 제목으

만, 연쇄자살사간이 일어 난후, “자살도구”란

로 연쇄 자살 사건을 다루었다.3

오명을 받았다. 간이침대는 군인의 배낭처럼 수

3 新周刊,“华为:可能是中国最累的企 业”,2007.8.31

시로 몸에 붙어 있고, 전투도구로 인식되게 하


였다. “간이침대는 절반의 집이다. 화웨이 사람

2007년 심천시 위생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

들의 체력과 지력을 집에 보내지 않고 최대 한

르면, 18세 이상 심천주민들의 정신질환률은

계로 빨아 먹고 있다.”

21.1%로 중국 도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리 고 우울증 발병률은 7%로서 당시 전 세계 우울

이처럼 고학력 엔지니어들, 중간 관리자 심지어

증 발병률 3.1%를 초과하였으며, 불안장애 환

화웨이 회장도 우울증에 걸렸다고 자백하고 있

자는 9.94%로서 10명중 1명이 불안장애 환자

다. 대부분 시간을 회사에 보내는 이들은 여가

이다. 더 무서운 것은 당시 심천의 연평균 자

시간이 없고, 심지어 애인과 만날 시간도 없어

살자가 2,000명으로서 당시 교통사고 사망자

길게는 두 달 뒤에야 애인의 얼굴을 보았다고

보다 높았다고 한다. 10만당 자살률로 환산하

한다. 그러나 회사는 “위기론”을 주지시키며 회

면 당시 800만 심천인구로 볼 때 25%이다. 이

사와의 “운명공동체”를 강조하여 내부경쟁을

는 OECD 국가에서 자살률 1위를 기록한 한국

조장하고 있다. 한편으로 회사의 소속감을 강조

보다 높은 수치이며, 서울의 자살율과 막상막하

하여 안정감을 찾게 하지만, 과도한 압력과 내

다.

부경쟁은 오히려 회사 소속감과 안정감을 상실 하여 직원들을 소외시켰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자살예방책 을 찾으면서 “자살방지” 그물을 설치하고 있다.

드라마처럼 모든 것을 회사를 위해 헌신하였는

그러나 우리가 사는 도시, 그리고 그 도시 안에

데,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던져졌을 때 어떤

회사들이 사즉생의 결단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기분일까? 화웨이뿐만 아니라 중국, 나아가 한

돌진하는 시스템은 자살을 탄생시키는 보이지

국, 일본 등 IT, 게임관련 기업들도 비슷한 딜레

않는 “거대한 괴물”이 아닐까?

마를 갖고 있다. 이런 직종 자체가 “자살 세포” 를 갖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화웨이가 존재하는 도시 심천 자체가 “우울증 의 도시”, “자살의 도시”다. 이 도시에는 화웨이 와 비슷한 거대기업 텐센트, ZTC 등 많은 IT기 업이 있다. 한편으로 “IT도시”로 선망의 대상이 고, 활기찬 도시, 꿈의 도시이지만, 다른 한편으 로 시들시들 병들어 가고 있다.4 4 중국 노동자의 과로사, 자살은 회사 내부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2007년~2010년 사 이 중국 신노동법의 제정과 실시단계에 폭발적으로 발생 한 과로사와 자살사건들이란 점에서 법제도와 도시의 환 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5


노동자 건강상식 집에서도 통증 잡기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5)

[허리 통증] 세면대 앞에서 허리 구부리기가 힘들어요! 정경희 선전위원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 물리치료사

잦은 야근으로 힘들었던 사무직 종사자 지숙 씨는 얼마 전 계단에서 발목을 삐끗하였다. 추운 날씨에 걷기 조차 불편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설상가상으로 세수하러 세면대에 허리를 숙이자 허리통증이 심해 서 있기 조차 힘들었다. 지숙 씨는 왼쪽 엉덩허리근과 오른쪽 허리네모근이 매우 긴장된 상태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동작뿐 아 니라 몸통을 오른쪽으로 구부리거나 돌리는 동작을 매우 힘들어했다. 일반물리치료와 체외충격파로 긴장 된 근육을 풀어주고, 테이핑 요법으로 좌우 근육균형을 맞추어 움직일 때 통증 완화뿐 아니라 편하게 허리 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었다.

1.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엉덩허리근 1) 대요근 ② 허벅지가 시작되는 골반과 대퇴골이 겹쳐지는 지점까지 테이프를 부착한다. ① 배꼽 옆에서 허벅지가 시 작되는 지점까지 길이의 테 이프를 준비하여 환자는 다 리를 쭉 펴고 누운 상태에서 배꼽 옆에서 테이프를 부착 한다.

2) 장골근

46

① 골반 앞쪽 가장 많이 솟 아있는 곳의 안쪽에서 허벅 지 안쪽 시작점까지 길이의 테이프를 재서 준비한다. 다 리를 펴고 누운 환자의 골반 앞쪽 가장 솟아있는 곳의 안 쪽에 부착한다.

엉덩허리근

② 골반과 허벅지 고랑 사이까 지 피부에 부착하여 마무리한 다.


2. 몸통을 구부리고 회전하는 배안⦁ 바깥 경사근 1) 배안경사근

① 환자는 바로 누운 자세에 서 배꼽 손가락 두 개 위에서 골반 위 앞쪽으로 가장 솟은 곳까지 테이프 길이로 잘라서 2/3를 반으로 나눈다. 배꼽 손 가락 두 개 위에서 시작하여 부착한다.

② 테이프의 한 가닥은 골반 앞쪽 가장 많이 솟아있는 곳 에 다른 가닥은 옆구리 방향 으로 부착한다. 배안경사근

2) 배바깥경사근

배바깥경사근

① 환자는 엎드린 자세에서 갈비뼈가 끝나는 지점에서 요추까지 수평선으로 가서 손가락 두 개 정도 위쪽부터 골반 가장 윗부분까지 테이 프를 잘라서 2/3정도 반으로 나눈다. 테이프 길이를 쟀던 첫 부분에 테이프를 부착하 기 시작한다.

② 테이프의 한 가닥은 골 반 앞쪽 가장 많이 솟아있 는 곳에 다른 가닥은 옆구 리 방향으로 부착한다.

3. 허리를 펴는 허리 네모근

① 환자는 무릎을 구부려 허리 를 동그랗게 엎드린 자세에서 골반 윗부분부터 갈비뼈까지 길이로 테이프를 자르고, 2/3를 반으로 나눈다. 골반 윗부분부 터 붙이기 시작한다.

② 한 가닥은 요추와 평행하게 직선으로 붙이고, 다른 가닥은 갈비뼈 끝나는 방향으로 부착 한다.

배바깥경사근 ③ 반대편도 같은 방법으로 실 시한다.

47


문화읽기

모래시계에서 비밀의 숲까지

송윤희 회원

1992년 <모래시계> 드라마가 방영됐다. 한국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0대 비정

대중문화 역사상 처음으로 광주 5.18 항쟁을 다

규직이 처한 힘겨운 삶을 다큐멘터리 적인 접근

룬 기념비적인 드라마였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으로 그린 영화였는데 세계적인 주목까지 받은

나는 그 드라마로 광주 항쟁을 처음 제대로 알

결과 ‘로제타 법’이라 속칭된 10대 비정규직 노

게 되었다. 그 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동자 차별 금지법이 통과될 수 있었다. 한편, 한

난 이야기의 파급력에 매료되기 시작했는데, 어

국에서는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미생>이 있

찌 보면 뇌리에 가장 깊게 각인된 작품이 바로

다. 그 당시 한 회사의 알바에서부터 임원까지

<모래시계>였던 것 같다. 역사 속 은폐되었던

도 “나도 정말 (알고 보면) 장그래”라고 생각(착

진실 한 조각이 이야기를 매개로 일파만파 알려

각)하게 만들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

지는 것, 그리고 허구의 인물들로 인해 그 역사

마였다. 이후 여당은 그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

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 ‘이야기’라는 창작

장그래를 따라 ‘장그래 법’이라는 비정규직 종

영역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합대책을 내놨다. 물론 비정규직을 줄이기보다 되레 양산한다며 ‘장그래 양산법’이라고 비판을

1999년 벨기에에서 <로제타>라는 영화가 나와 48

받고 수그러들었던 바 있다.


바로 그다음 해에는 2015년 묵직한 사이다 한

서 이 작품을 접하게 됐고 이 작품의 창작자인

방을 줬던 <내부자들>이 개봉했다. 영화는 “대

이수연 작가가 왜 “괴물”이라 불리는지 여실히

중은 개, 돼지다”라는 명대사를 남겼고 극장을

알게 됐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여러 인물 군

나온 관객은 허구의 세계에서 소탕된 썩은 정

상들을 과장 없이 진실하게 담았고, 추악한 현

치인과 기업가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십분 느낄

실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것도 살인사건 추리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치 예언처럼 영화 속 설정

물이라는 상당히 오락적인 방식으로 사람의 이

들이 그다음 해 2016년 훨씬 더 ‘막장화’ 되면

목을 집중시키며 훌륭하게 해냈다. 주인공들은

서 현실로 재연되었다. 영화 속 악당들처럼 썩

진범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거짓과 싸웠고 진실

은 기업가와 정치인, 고위 관료들은 개, 돼지였

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담담한 과정에서 나는

던 대중들의 촛불의 힘으로 소탕되었고 지금 엄

희열을 느꼈다. 작가의 가치관이 도식적으로 삽

정한 심판을 받고 있다.

입되는 실수는 없었다. 오롯이 주인공들의 고군 분투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의 고뇌 안에

‘이야기’의 힘은 어마어마한 것 같다. 그 힘으로

서 주제가 표현되었다.

법이 개선되기도 하고, 반대로 정치적으로 선동 되며 악법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기막히게도

좋은 이야기는 너무나 반갑다. 그 이후 사회가

우리네 현실을 예언해내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급변하거나 어마어마한 변혁의 물꼬를 틀지 못

야기가 작게는 한 인간의 겉부터 속까지, 크게

한다고 해도, 벨기에의 로제타법 통과 이후 15

는 우리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오점과 추악, 추

년, 노동 유연화와 비정규직 양산 정책이 펼쳐

태부터 추앙받아 마땅한 의로운 족적까지 담아

졌다 해도, <미생> 방영 이후 청년 비정규직의

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이야기는 그간 주목

애환과 특성화고 청소년들의 죽음이 이어져도,

받지 못했던 진실을 그려내고, 세상에 돌팔매질

<비밀의 숲> 방영 이후 또다시 부패한 권력 집

하며 세상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물론, 어떤

단이 버젓이 재생된다 해도. 우리네 삶을 진실

이야기들은 그와 무관하게 우리의 나약한 쾌락

되게 응축시켜 담은 이야기에 목마르다. 나 스

신경들을 자극해주거나 그간 지나치게 고통을

스로도 그 갈증 때문에 창작을 하는 것 같다. 진

겪은 통각 신경들을 따뜻하게 쓰다듬어주며 세

실은 계속해서 이야기로 표현되어야 한다.

상 흐름에 동화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지난여름 드라마 업계에 돌풍을 불고 온 작품이 있다. 바로 조승우, 배두나 주연의 tvN 미니시리 즈 <비밀의 숲>이다. 나는 뒤늦게 대본집을 사 49


발칙 건강한 책방

정신을 피폭당한 노동자를 생각하며 <위장취업에서 늙은노동자로 어언 30년>을 읽고

조건준 금속노조 경기지부 출처_레디앙

몹시 아팠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피로가 쌓일

품 가재도구 팔아서라도 집안을 살리는 법이다. 정

때, 추위가 몰려오니 독하게 앓았다. 택배가 도착

리해고자 복직을 위해서 단체협약 몇 조항 양보할

했다. 이범연 선배가 쓴 책을 보내왔다. 만사 귀찮

수밖에 없다.”

아 밀쳐 두었다. 한참 누워있으니 답답함이 몰려오 자 궁금증도 함께 일었다. 명문대 나와 위장취업

어떤 이는 내게 “양보 교섭을 강요한 자본의 프락

하더니 무려 30년이나 생산현장에 있던 이 사람

치”라고 했다. 자본에 맞서 함께 투쟁을 만들어 온

생각이 궁금하다.

과정은 모두 사라지고 그렇게 욕을 먹는다. 다시 그 상황이 와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들은 혁명투

50

단박에 읽었다. 그와 함께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사처럼 비치고 나는 자본 프락치처럼 보일지라도,

1999년부터 대우그룹 부도에 맞서며 화염병 날

그들은 “계속 전진”을 외치더라도 나는 냉정하게

리던 2001년 대우차 현장, 막바지에 결국 단체협

물러서야 할 때 “후퇴”를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큰

약 몇 조항 내주고 정리해고자 전원 단계적 복직

결단인지 조금은 안다. 당시 이범연 선배는 교섭에

을 합의했다. 나는 격한 투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끝까지 참여했고 나보다 더 큰 고초를 겪었다. 영

고 교섭을 앞둔 막바지에 대의원과 조합원 앞에서

광도 절망도 고뇌도 고스란히 담으며 살아온 30년

분명히 말했다. “집안이 망할 상황이 되면 전자제

이 깊게 묻어있다.


투쟁과 해고가 반복된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처럼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단어를 들은 적

글 하나하나 곱씹지 않아도, 글이 담은 장면이 영

이 없다.

상으로 되살아나기에 단박에 읽을 수 있었다.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범연 선배의 고민을 다 알

2001년 대우차는 2009년 쌍용차보다 덜해 보였

수 없다. 만나 얘기한 지 10년 넘은 듯하다. 그런

지만 미리 보여준 쌍용차였다. 단 한 장면도 사라

데 바로 어제 만나서 얘기 나눈 것처럼 왜 이리 공

지지 않았다. 이범연이 쓴 그대로, 처음 정리해고

감 가는 대목이 많은지 모르겠다.

통지서를 받는 조합원 집 문이 열리는 순간에서부 터 혹독하게 이어진 공권력 투입, 화염병 날리던

성찰이다. 배부른 귀족노조 소리 듣는 대기업 노

순간들, 그리고 마지막 교섭과 그 이후 긴 후유증

동자로서 진지한 자기성찰이다. 운동권은 늘 비판

등...

적이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 온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이범연은 진지한 성찰을

“모두 살려고 하면 다 죽는다”는 말이 공포처럼

담아내고 있다. 비판적 방법도 중요하지만, 성찰적

밀려와 사람을 해고의 벼랑 밑으로 떨어뜨렸다.

방법이 가진 위력이 있다.

생존 벼랑에 선 순간, 해고 공포를 경험한 순간, 오 직 생존 욕망이 치솟아 오른다. 그래서 동료도 버

정리해고는 정신적 피폭이었다

릴 지경인데 어찌 비정규직을 챙기겠는가.

1997년 기아차 부도와 외환위기를 거친 후 1998 년 정리해고제 도입과 함께 몰아닥친 현대차 정리

피폭당한 이후 상처들 그대로

해고현장, 만도 공권력 투입, 대우차정리해고, 그

정리해고라는 정신적 피폭을 받은 후, 이범연이

리고 2009년 쌍용차에서 77일 점거 농성, 2010

쓴 그대로 잔업특근 한 대가리라도 더 하려는 노

년 경기지역 부품사 정리해고를 경험했다.

동해방이 아닌 노동속박 욕망이 솟아났다. 같은 정규직이라고 해도 피폭당한 정신이 만들어낸 갈

혹독한 쌍차 투쟁이 끝나고 외상후스트레스증후

등과 상처는 그대로 남았다.

군에 시달리며 몇 사람 죽었을 때, 치유를 위해 달 려온 정혜신 박사는 “피폭상태”와 비유했다. 산자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거 때만 되면 딱히 이유를

와 죽은 자로 갈라지고 군사작전처럼 진압하던 폭

알 수 없는 짜증과 서글픔의 감정에 사로잡혔다”

력에 노출된 노동자는 원자폭탄 방사능에 피폭당

나도 그렇다. 민주노총 선거가 진행되는 지금도

한 것처럼, 정신적 피폭 상태를 경험한다고 했다.

그렇다. 정리해고로 산자, 죽은 자로 갈라지는 아

51


픔이 선거 때면 재현되는 듯 했다.

해서, 노조는 공유지가 아니라 이놈 저놈이 사유화 함으로써 비극에 이르는 ‘공유지’가 되고 있다. 그

그 혹한 시절을 겪었으니 뭉쳐도 부족할 텐데 늘

래서 나는 민주노조를 넘어 21세기에 필요한 전혀

갈라진다. 민주주의라는 포장은 그냥 공식적이고

다른 노조를 발견해야 한다고 믿는다.

합법적으로 서로 갈라지는 경쟁 공간처럼 느껴질 뿐이다. “선거를 둘러싼 권력 경쟁이 모든 관심과

특히 이범연 선배가 아파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역량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한다”는 말에

의 갈라진 관계를 보면서 이 문제를 결코 도덕성

1,000% 공감한다. 우리는 민주주의 이상의 민주

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외환위기 이후

주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빙하기’를 맞아 계급투쟁이 아닌 서로 일자 리 다툼을 해온 ‘개급(犬級)투쟁’을 통해서 해결할

이범연 선배는 아직도 정파에 후한 점수를 준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파가 “활동가를 키워내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 다면, 노동운동은 커다란 진전을 이루어 낼 수 있

노조의 명백한 한계가 있을까?

을 것이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는 권력의

선배는 “노조의 명백한 한계”를 지적한다. 이 문제

힘을 쫓으면서 권력의 함정에 빠진다”고 한다.

를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런데 한계는 노조에만 있 는 게 아니다. 전위정당도 파멸적 한계를 드러내

그래서 나는 정파를 경계한다. 조합원은 피폭 후

면서 20세기 사회주의가 망했다. 전위당이 되려고

이익 종자가 되고, 활동가는 피폭 후 권력 종자가

했던 정파에도 한계가 있다. 진보정당도 한계가 있

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파는 권력을 장

다. 이 세상에 한계 없는 인간은 없고 한계 없는 조

악해 세상을 바꾸려는 집단이다. 그 본질에 ‘권력

직은 없다.

의 함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노조 간부나 활동 가를 키워내는 역할을 정파가 아닌 노조의 다른

노조의 명백한 한계를 지적하는 대목을 읽으며

시스템으로 해내야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그럼 다음 결론은 뭐지?’ 내심 걱정했다. 고색창 연한 80년대 계급 운동 이론에 따르면 노조는 경

52

어떻게 비극의 공유지가 탄생할까

제주의를 벗어날 수 없기에 전위정당이 필요하다

“노동운동의 ‘공유지’를 넓히자”고 한다. 그렇다.

고 했다. 노조는 경제주의를 벗어날 수 없기에 ‘정

나는 공유가 중요하다 믿는다. 그런데 노동자 공

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치세력화를 외쳤지만 꽝

유지가 되어야 할 노조가 상처받는다. 이익 종자

이었다.

가 된 조합원에 의해서, 권력 종자가 된 정파에 의

다행히 선배는 노조 자체가 외부로 열려있어야 한


다고 말한다. “자기 동일성을 확장하는 조직화 방

노조 한계를 설정한다. 그것을 초월하는 조직을

식과 구별되는 ‘만남의 조직화’ 방식”을 말한다.

생각한다. 대중 한계를 설정하고 그들을 초월한

“공감의 힘”을 말한다. 나도 오랫동안 다른 조직화

목적 의식적 전위가 되어 자생적인 대중을 계몽해

방식, 그리고 그 출발로서 공감을 고민해 왔다. 피

왔다.

폭된 민주노조 조합원이 이익형 인간으로 나갈 때, 생존벼랑에서 추구하는 이익욕망은 강력하다. 혁

우리에겐 새로운 사고방식이 절실하다. 선배는 동

명 의지로 포장한 정파 권력의지가 권력형 인간을

일성을 확장하는 조직화 방식이 아닌 ‘만남 조직

정당화할 때, 권력 욕망은 아주 강렬하다.

화 방식’ 연장선에서 “플랫폼”으로서 노조와 “네 트워크”로서 노조를 말한다.

그렇다면 ‘공감’은 이익욕망과 권력욕망보다 더 강렬할 수 있는가? 세월호 아픔에 대한 공감처럼,

딱, 정확히 바로 이런 지점에서 나는 선배와 일체

탄핵 촛불 운동에서 확인한 공감처럼, 간헐적으로

감을 느낀다. 권리 플렛폼으로서 노조, 무권리 노

만 확인할 수 있는가? 아니다. 내가 노동현장에서

동자가 노동권 주인이 되기 위해 언제나 접속하면

실천해 오면서 느낀 것은 그 이상 힘이 있다. 나는

서 풍부한 방법을 퍼갈 수 있는 플렛폼으로서 노

공감의 힘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정리하고 싶

조가 21세기 대안 노조라고 생각한다. 유비쿼터

다.

스, 와이파이가 잘 뜨기를 바라는 접속 시대에 언 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서 노조가

비급은 없다. 다만 고민이 생생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선배는 노조 한계를 초월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중 한계를 지적한 운동권

이 책엔 비급이 없다. 다만 이범연이라는 위장취

은 전위 필요성을 주장하며 전위를 자처했다. 노조

업자, 배부른 대기업 노조 조합원이라 불리지만

한계를 지적한 정파는 정치 우선성을 주장하면서

비정규직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정규직 노조의 한

노조를 정당정치 도구로 만들어 왔다.

계를 넘어서 열린 노조를 생각하는 생생한 삶과 고민이 있을 뿐이다.

“활동가(=전위)와 대중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을 지적한다. 그렇다. 바로 이 대목에서 나는

“이범연 선배, 언제 쏘주 한잔 찐하게 사쇼!”

완전히 선배와 바로 어제 얘기를 나누고 온 듯한 착각을 느낀다. 전위와 그 아류인 활동가는 자본주 의 본질적 한계에 사로잡혔다며 경제주의에 갇힌 53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독서실 총무의 노동자성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2017년 10월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사건을 의뢰받

겨 노동자성을 부정 받기 위해 B의 '근로계약서'를 '

았다. 독서실에서 총무로 근무하였던 노동자가 1년

위탁계약서'로 변경하였다.

이상 근무하고 퇴직을 하였는데 퇴직금과 주휴수당 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업주는 독서실 총무는

그러나 형식적인 계약서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B는

근로기준법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지급을

08~12시 또는 08~13시까지 1일 4시간 또는 5시간씩

하지 않았다. 이미 같은 독서실에서 같은 업무를 하

주5일 근무하였다. 필요하면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였던 다른 총무(A)에 대하여 노동부에서 노동자가

주말에도 근무하였다. 그리고 추가 근무에 대하여 별

아니라는 판단을 했었기 때문이다. 앞 사건에서 독서

도로 수당을 지급받았다. 출퇴근 카드를 작성하였으

실 총무(A)가 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는지 도

며,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하였고, 사업주는 카카오톡

리어 의문이었다.

을 이용하여 단체 또는 개인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 를 하였다. 매월 임금에서 사업 소득세를 공제하였고

노동자성이 부인될 것을 우려하였던 의뢰인(B)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B의 업무수행 과정

상당히 많은 자료를 가지고 사무실을 찾았다. B는

을 살펴보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이 당연히 인정

2016.7월부터 2017.1월까지 6개월 기간의 근로계약

된다고 판단하였다. 게다가 B는 근무시간 중 자신의

서를 작성하였고 담당업무는 1~5항에 걸쳐 상세하게

카운터에서 간헐적으로 자신의 책을 보며 공부를 할

기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2017.2월 재계약을 하면서

수는 있었지만 회원 관리를 위해 카운터에 상주해야

‘위탁계약서’라고 명칭을 변경하고, 담당 업무의 내

했다. 근무시간 후에는 자리를 제공받지 않았고, 독

용을 ‘독서실 총괄적인 관리에 관한 업무’라고 포괄

서실에서 공부도 하지 않고 공공 도서관을 이용하였

적으로 작성하였다. 아마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 문

다.

제로 노동부에 진정 사건이 제기되었던 교훈을 되새 54


같은 독서실에서 같은 일을 하였던 A와 B에 대한 노

이런 경험 때문에 B는 엄청난 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

동자성 인정 여부가 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2017

지만 사실상 앞 사건에서 근로감독관이 사업주에게

년 6월에 고시원 총무의 노동자성이 인정된 판결이

각종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였다면 A가 자료를 제출

나왔다. “고소인들의 업무가 근로시간 내내 이어지지

하지 않았더라도 쉽게 노동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었

않고 정해진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공

다고 판단한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

부를 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였던 A와 B의 노동자성을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었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고시원 총무

다. 결국, A의 노동자성이 부정되어서는 안 되는 사

가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는 되

건이었다. 그런데 B가 유사한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

겠지만 근로자성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사유는 되

였고, 출퇴근기록부터 1일 업무일지까지 사업주의 지

지 못한다(서울중앙지법 2017노922 판결).”고 하였

시, 감독 권한이 구체적으로 행사한 자료가 쏟아지자

다. 이 판결에 의한다면 B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

근로감독관은 노동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A사건을 담당한 근

하였다. 그리고 체납금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화해

로감독관은 A의 노동자성을 부정하였다. 그리고 B의

를 유도하였다. B는 수험생의 처지에서 사건을 지연

사건도 같은 근로감독관이 담당하게 되었다.

시키는데 부담이 되었고 결국 당사자 협의로 체불금 품을 조정하여 받았다. 사용자는 처음의 완강한 태도

노동부에 사건을 제기하면 관할 구역에 따라 지정된

에서 차츰 변화 하더니 끝내 굴욕적으로 합의하는 상

근로감독관에게 사건이 배정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

황에 놓이게 되었다며 한탄을 하였다. 도리어 사용자

고 있다. 그 때문에 A의 진정 사건을 담당하였던 근

가 근로감독관의 태도 변화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

로감독관이 B의 사건을 다시 배정받았다. 근로감독

다.

관은 서울노동권익센터를 통해 노동권리보호관을 대 리인으로 선임하여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진정 사건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였을 때 근로감독관이 편향

이 제기되자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건

적 태도를 보이거나 이번 사건과 같이 다른 사건에

조사에 앞서 “A의 노동자성이 부정된 이유가 뭔가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낸 경우 등 근로감독관의 업무

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A 스스로 총무 업무보다는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근로감독관을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근무하였다”

변경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스템이 없다. 위와 같은

고 진술을 하였다는 것이다. 진정을 제기한 당사자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든 사용자든 근로

스스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아마

감독관의 의사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

도 A의 노동자성이 부정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황에서 편향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A는 별다

상황에 부닥친 경우 공식적인 요청을 통해 근로감독

른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관을 변경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55


이러쿵저러쿵

경계인의 고백

조애진 회원

저는 2004년 대학 졸업 후 근로복지공단 공채 시험

며 달리 대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입사 후 조

에 합격하여 2015년 퇴사까지 11년간 공단 직원으로

직의 특성을 차츰 알아가면서 본격적으로 많은 갈등

근무하였습니다. 입사할 땐 근로복지공단에 대해 구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지금도 여전히 대

체적으로 알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노동부 산하기관

다수의 공공기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규직과 비

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하는 정부 출연기관이라는 단

정규직의 갈등, 정규직 내에서도 공채출신과 전환직

편적 정보만을 가지고 취업을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출신 사이의 반목, 뿐만 아니라 노동부에서 넘어온

법학 전공으로 시험을 보고 들어간 터라 주로 임금채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사이의 구별, 노동자들 사

권 변제금을 회수하는 업무, 즉 체불 노동자에게 체

이의 첨예한 구분 작업이 상시로 일어났고, 노동조합

당금을 지급하고 사업주의 재산을 찾아 집행하는 업

선거 과정에서도 그러한 ‘출신’을 토대로 후보가 세

무와 그 외에 공단에서 일어나는 각종 민사 분쟁에

워지고 선본이 꾸려졌습니다.

법률상 대리인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담당한 업무 자

대학 시절 학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던 ‘노동자

체만으로는 큰 내적 갈등 상황에 놓이지 않아, 꽤 오

의 일치·단결’이라는 구호가 같은 부서, 지사, 지역본

랜 시간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부 안에서 무참히 해체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괴 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반면, 공단 내부에도 민주노

56

당시 신입사원 교육을 함께 받았던 동기는 100명 정

조를 열망하며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 있었

도였는데, 그중 25명은 이른바 ‘외부공채’라고 호명

습니다. 세 차례의 노동조합 선거에서 낙선하였음에

되었습니다. 지사 발령 이후의 회식 자리에서도 어떤

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꿋꿋하게 내부의 변화를 도모

이는 ‘전환’으로 어떤 이는 굳이 ‘외부공채’라고 부르

하는 공단 내 선배, 동지들을 보면 그들과 끝까지 함


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사실 저는 조

지하철노동조합 노안부장인 이동훈 동지와 한노보

직 내에서 평소 갖고 있던 생각들과 현실의 괴리에

연 상임활동가인 이숙견 동지를 만나 처음엔 후원회

좌절하여 도망치듯 휴직을 하고 로스쿨에 진학하였

원으로 한노보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재신청을 한

습니다. 현재는 변호사 일을 하며 공단을 상대로 소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은 공단을 상대로 싸

송을 하는 일을 하고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예전의 동

우면서 그간 미처 알지 못하였던 민낯을 직면하는 과

료들과 어색하게 만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 습니다. 어쩌면, 공단의 내부 지침이 법령보다 엄격

한발 뒤로 물러나 외부에서 공단을 바라볼 때 많은

한 잣대를 가지는 것, 처분 담당자가 보수적으로 산

감정이 교차합니다. 산재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악

재 노동자를 대하는 것, 직원들이 민주노총이라고 하

의 축이기도 한 공단이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힘들게

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것, 나아가 직원들 스스로

일을 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마냥 비난할 수도 없는

산재신청을 한 노동자와 같은 노동자라는 계급적 인

애매하고 어정쩡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개인적 친분

식을 하지 못하는 것은 공단 구성원들 내부로 분열과

을 떠나 외부에서 경험한 공단의 행정처분 과정은 그

차별이 만들어낸 비극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야말로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근로복 지공단은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 ‘피고’로 자동입

2004년 저의 자리를 만든 것은, 2003년 근로복지

력 되게끔 등록되어 있을 만큼 소송을 많이 수행하는

공단의 비정규직이었던 이용석 열사의 숭고한 죽음

기관입니다. 공단의 일부 간부들은 소송 수행을 많이

이었음을 공단 입사 후 얼마 안 된 시점에 선배에게

하고,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는 데 대해 대단한 자

서 듣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몸에 불을 댕겨 비정규

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처분에

직 철폐를 외친 이후 다수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불복하는 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사법적 판단이 공단

전환되고 덩달아 공채 몇 자리 생긴 것입니다. 조직

의 처분과 결과를 달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처분이 주

에 몸담게 된 경위가 어떻든 결국 우리는 서로 별반

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처분의 신뢰성이 낮

다르지 않은 노동자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

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토록 많은 소송이 진행되

다. 저는 지금 공단 퇴사자로서, 변호사로서, 한노보

는 것은 공단의 입장으로서는 매우 부끄러워해야 하

연 회원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면 공단 내부의 개별 노동자들과 공고한 연대를 이 루어낼 수 있을지, 또 근로복지공단이라는 거대한 조

공단에서 퇴사하여 변호사 업을 하면서 2016년 4월

직을 상대로는 어떻게 잘 싸울 수 있을지 진지하게

경 우연한 계기로 부산지하철 기관사의 안타까운 자

고민해 봅니다. 우리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

살사고에 대해 유족급여지급청구 사건을 대리하게

음을, 우리가 결코 서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

되었습니다. 당시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집행부에서

는 2018년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산재대응 TF를 구성하였고, TF내에서 부산

57


한노보연 이모저모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에 참여해주세요! 2018년 첫 번째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을 <뇌심혈관계질환 직업병 인정기준 고시안 검토-개선지점과 과제 정리>주제로 진행합니다. 작년 12월 29일 고용노동부가 고시안을 내 환영 하는 바이지만, 몇 가지 우려지점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되 짚어보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 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시간 : 2018년 1월 17일, 19시반 - 장소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일터 24시> 프로젝트 참여자를 기다립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영상활동가 미디어 뻐국이 <일 터 24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일 하는 사람의 일터와 노동과정을 카메라에 영상으로 담아, 우 리 사회가 알아야 하고,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을 이야기하고 자 합니다. 영상 촬영은 출근부터 퇴근까지 진행하고, 별도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실 분을 애타 게 찾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실 분은 아래로 연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문의 : 미디어 뻐꾹 (https://www.facebook.com/xxnnn21/)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재현(02-324-8633)

2018 현장연구나눔마당 개최! 지난 한 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를 돌 아보고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안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현장연구 성과와 과제를 발표하는 2018 현장연구나눔마당 이 열립니다.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는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과 한국 현황 비교(노동시간 중심으로)를 주제로 진 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시간 : 2018년 2월 3일, 14시 - 장소 : 민주노총 15층 교육원 (서울 중구 정동길 3)

58


노동안전보건잡지

일터의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1년 구독료 40,000원 권당 가격 4,000원 구독 신청 02-324-8633, laborr@jinbo.net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예금주 : 한노보연)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향해 모든 이들의 안녕함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어 가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으로 함께해주세요 후원신청 www.klish.or.kr, laborr@jinbo.net

1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강모열 강영우 강정주 강진욱 강찬구 강충원 곽선영 권동희 권영국 김경도 김경희 김기동 김기헌 김대광 김동춘 김두현 김만원 김명성 김미선 김봉철 김부욱 김선미 김선배 김선수 김성희 김수현 김승섭 김승환 김영수 김영철 김옥헌 김우태 김윤지 김재민 김정신 김정열 김정원1 김정원2 김종은 김준우 김지나 김지원 김진철 김창헌 김필수 김혜선 남원철 노현 류현석 명준표 문제혁 문진영 박상정 박선재 박성천 박신안 박윤경 박일원 박제한 박종국 박종우 박주옥 박채원 박해정 배정란 백남순 백남운 민주노총법률원 법무법인민심 변승규 붉은몫소리 삼식이 서동현 서문기 선종현 손근호 손익찬 송영석 신경석 신경화 신유록 신정범 신진섭 심인호 안기옥 안대엽 안성민 안태은 양문영 양진권 양희만 엄연섭 예병진 오동영 오병창 오진환 오현정 오희정 우지영 유기훈 유상철 유준 윤성용 은상준 이경남 이고은 이기태 이대용 이동윤 이명숙 이명준 이민경 이병근 이상언 이상재 이선웅 이세영 이승운 이승주 이영호 이우상 이원태 이은주 이인규 이자호 이재범 이재중 이정규 이정엽 이진아 이창후 이한진 이활연 이효상 임경채 임재우 장성미 장현석 정규전 정두인 정미경 정병권 정성욱 정영민 정윤경 정하나 정해선 정현섭 조명심 조민제 조연선 조영호 조은혜 조인정 조종완 조창묵 주석재 지영훈 진선우 차은우 채수용 채종석 천지선 최재근 추상효 추승현 한국지엠노동조합지부 한규권 한진구 함승호 허경 현대차지부남양위원회 홍정연 홍진성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67호 2018년 1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콜라비, 종호, 경미, 나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 성실 표지 김아름 인쇄 동광문화 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8년 1월 5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07023)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lish.or.kr 이메일 laborr@ jinbo.net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