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일터

Page 1

통권 162호 2017년 7월

노동자가 만드는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약 만드는 사람들 플랫폼 노동시대, 크로노토프는 누가 쓰는가 '들꽃'처럼 퍼져나갈 노동자 '역사쓰기'



독자에게

과거 없는 미래는 없다 이번 특집을 준비하며 7월 한 주간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주최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세미나에 다 녀왔습니다. 모든 세미나 세션에 다 참석한 것은 아니었지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내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평가가 부족했고,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 를 듣고 반영하기 위한 노력 역시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국제안전보건 전시회에선 VR(가상현실)을 이용해 안전사고 예방교육에 내실을 기여할 수 있다며 홍보 열기가 뜨거 웠습니다. 사물 인터넷 등장이 바꿔 놓을 미래의 안전보건 활동을 예측해 보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규모로 열 린 국제심포지움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자의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제는 노동안전보건 관련자에게 앞으로 다가올, 아니 이미 현실로 등장한 사회 변화에 발맞춰 안전보건 영 역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가 될 수 있는 긍정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일터가 처한 상황 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 없이 다음 사회를 준비하는 것에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현장에선 재래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1년에 2,400명의 노 동자가 산재로 사망합니다. 노동자들은 내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알지 못하고, 화학물질로 인해 병 에 걸려도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산재를 불승인합니다. 운수 노동자는 과로와 과적 야간 노동에 시 달리며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작업을 중지하면 목숨을 지키겠지만, 회사 로부터 평생 일하고 저축해도 갚을 수 없는 손해배상청구를 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지금을 어떻게 평가하길래 지금에 대한 평가 없이 미래로 달려가는 것인가요?

3


차례

특집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지난 7월 첫주 함께 지키는 안전보건, 함께 만드는 행복미래라는 제목으로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행사가 진행되었 다. <일터>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을 비롯해 노동안전보건 관계자들이 주최 한 세미나에 참여해 내용적으로 톺아보기 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표지_미디어뻐꾹

28 미래 안전보건의 과제, 일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 보장 30 직업성 호흡기 질환 32 사물인터넷이 바꿔 놓을 미래의 안전보건활동 34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36 예방 급여 도입으로 산재 예방이 가능한가?

4


14

1

46

독자에게

38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이게 사용하는 물질 때문에 생긴 병인가요?

2

차례 40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용접공의 업무상 질병

8

안전보건동향 내년 1월부터 출·퇴근 재해 산재 인정된다 울산교육청, 과학교사 대상 실험실 안전교육 진행하기로

뇌심질환 예방은 노동시간 기준 준수가 우선 44

노동시간에세이

46

문화읽기

포커스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가 아닌 폐기해야

48

12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52

14

현장의 목소리

플랫폼 노동시대, 코로노토포는 누가 쓰는가

계약직 교사의 비애와 좌절

10

위험성 평가 사례로 보기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발칙X건강한 책방 ‘들꽃’처럼 퍼져나갈 노동자 ‘역사쓰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길 위의 노무사들, 노노모

54

이러쿵저러쿵 반갑습니다, 여러분

상식이 통하는 회사, 평범한 삶을 위해 우리는 싸웁니다 56 18

한노보연 이모저모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약 만드는 사람들

22

연구소리포트 2017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 (2)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5


노동안전건강뉴스

집배원 잇단 사망에 우정사업본부 인력 충원 방침 밝혀 정리 콜라비 선전위원

최근 집배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정사 업본부가 노동 여건 개선책을 내놨다. 주 52시간 초 과 노동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일부 관서에 2018년 까지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월 19일 “최근 집배원 사망사 고가 잇따라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모든 집배원이 주당 52시간 이내 근무를 할 수 있도 록 집배원 증원 등 근로여건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 가겠다”고 밝혔다.

고, 일손이 남는 일부 우체국의 집배원을 업무부담이

집배원 사망사고는 지난 5년간 70건으로, 올해 들어

과중한 곳으로 전보하는 조치 등을 단행했으나 현장

서만 8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반발에 부딪혔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연고지와 먼

‘과로’가 지목된다. 올해 사망자 중 3명은 과로와 연

곳으로 전보가 이뤄져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는

관성이 높은 뇌심혈관질환이 사인이었다. 우정사업

상황에 놓인 집배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본부가 파악한 지난해 전체 집배원의 1인당 주 근로

우정사업본부는 2018년까지 일손이 부족한 우체국

시간은 48.7시간에 달한다. 법정근로 시간인 40시간

의 인력을 증원할 방침이며, 대부분 이륜차로 이뤄지

은 넘고, 연장근로 시간을 합한 52시간에는 미치지

는 배달을 차량으로 교체하고, 시스템 개선을 통해

못하는 셈이다.

집배원들의 청사 내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근무

그러나 우체국 별로 업무량이 천차만별이라, 인구가

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7월 6일,

급증하는 신도시 지역의 우체국은 주당 노동시간이

안양우체국 소속 21년차 집배노동자가 우체국 앞에

52시간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전

서 분신을 시도했고, 이틀만에 숨졌다. 안양우체국은

체 224개 우체국 중 서울·경인 지역을 중심으로 62

신도시 개발로 배달 물량이 급증해 대표적인 집배원

개 국에서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

인력부족 우체국으로 꼽혀왔다. 더이상 미루고 참을

52시간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집배원도 7,300여 명

수 없다. 지금 당장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으로 전체 집배원의 46%에 달한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월 개선대책을 발표하

6

출처: 집배원 잇단 사망에 우정본부 “주 52시간 초 과 노동 없도록 인력 충원”, 경향신문. 2017.6.19.


일본 핵시설 노동자들, 플루토늄 흡입

일본의 핵시설에서 설비 점검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

JAEA는 몬쥬 핵발전소 고속증식로와 관련해 불명예

이 플루토늄이 든 용기가 손상되면서 높은 농도의

스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몬쥬 고속증식로2는 1995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년에 냉각재가 누출되는 중대사고가 발생한 이후 운

지난 6월 7일, 방사능 먼지를 마신 징후로 추정되는

영을 거의 중단한 상태로, 최근 일본 정부가 폐로를

오염이 다섯 명의 남성 노동자 중 세 명의 콧구멍에

결정했다.

서 발견되었으며, 보호 장비를 제거하고 샤워를 한

국가적인 핵연료 리사이클링 프로그램에 따라 막대

후 다섯 명 모두의 팔 또는 다리에서 방사성 물질

한 플루토늄을 보유한 일본은 핵 무기 개발에 사용

이 발견되었다고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Japan

될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국제

Atomic Energy Agency, JAEA)는 밝혔다. 마사타

적 비판에 직면해왔다. 일본은 플루토늄 비축량을

카 타니모토 JAEA 대변인은, 손상된 용기에서 플루

줄이기 위해, 재래형 원자로에서 MOX연료 형태3로

토늄과 우라늄 일부가 흘러나왔으며 뚜껑을 열었던

플루토늄을 태울 계획이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50대 노동자의 폐 내 플루토늄 노출 수준이 높다고

사고 이후 지속되는 반핵 정서 속에서 중단된 핵 발

말했다.

전소를 재가동하는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월 6일, JAEA의 오아라이(Oarai)

출처 : Japan nuclear workers inhale plutonium after bag breaks, The Guardian, 2017.6.8.

연구개발센터에서 발생했다. 이 센터는 핵 연료 연구 를 수행하는 시설로, 도쿄 북쪽의 이바라키 현에 위 치해 있다. 이번 사건은 핵시설의 노동자들이 적절히 보호받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핵시설 안전에 대한 우 려를 일으켰다. 내부 피폭은 암 발생 위험이 있어 매 우 우려스러운 문제이다.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 의 사인 마코토 아카시 씨는, 50대 노동자의 노출량인 22,000베크렐(Bq)1은 즉각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주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 베크렐은 방사능 물질이 방사능을 방출하는 능력을 측정 하는 단위 2 fast breeder reactor. 소모되는 핵연료(플루토늄)보다 더 많 은 새로운 연료가 만들어지는 원자로. 3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

7


지금 지역에서는

용접공의 업무상 질병 이현옥 금속노조 SJM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

이번 달을 끝으로 약 25년간 우리와 함께했던 선

를 원망하며 업무와의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다.

석 형님께서 원인 모를 질병으로 인하여 현장을

결국, 개인은 그 무게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악

떠나게 되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여러 개인

순환의 구조가 반복된다.

적인 생각과 고민을 글로 옮겨 보았다. 지회 소식 지 <활화산>과 <일터> 독자와 고민을 함께 나누

요즘 우리 현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인

고자 한다.

하여 업무수행을 할 수 없게 돼서 퇴사하거나, 요 양 치료 중인 노동자들이 몇 분 있다. 그 질병들은

산업재해의 원인을

하나같이 생소한 질병인, "소뇌위축증" "횡단성

개인 몫으로 돌리는 사회 구조

척추염"이다. 소뇌 위축이 발병한 노동자는 결국

업무상 질병을 이해하려면 먼저 인간의 다양성을

운동기능 저하로 퇴사를 했다. 횡단 성 척수염으

인정함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같은 조건

로 투병 중인 노동자는 질병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에서 같이 업무를 하여도 동료 중 어떤 이는 골병

마비되고 노동능력을 상실해서 미래가 암담한 상

이 들거나, 이상이 없거나 혹은 흔하지 않은 질병

황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으로 사망하는 등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삶을 영

운동도 했던 노동자들인데 이제는 함께 할 수 없

위해 가지만 노동의 무게가 각각 다른 것이 우리

다.

의 현실이다.

인간의 조건은 하나같이 다르더라!

8

업무를 하다 아프거나, 다치면 아직도 현장에서는

자가 면역 질환인 횡단성 척추염의 발병 원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원인과 상관없이

대하여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미안함은 재해자의 몫이며,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적어도 면역 체계 변화가

노동할 수 없게 되어도, 대부분 노동자는 자기 몫

그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업무

으로 간주하거나 원인을 밝히려 하지 않아 유전자

상 과로와 스트레스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명확하


지 않지만, 신경계 자가 면역 질환의 발병, 악화

횡단성 척추염을 발생케 했다고 감히 추단해본다.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법원 (2009.4.9. 선고 2008두23764) 판례에서도 질병의 주된 발생 원

2014년 업무 중 자주 뒷목과 어깨가 통증과 뻐근

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

함이 동반되어 기존 질환이었던 경추 디스크의 영

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향으로 인지하며 참아 오던 중 그해 11월경 안산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중앙병원 신경외과 MRI 검사결과와 수원 윌스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념 병원, 수원 카톨릭대학교 병원 신경외과 진료 결과, 횡단성 척수염 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

이 노동자는 다양한 각도의 업무 수행을 필요로

그는 병가휴직으로 재활병원에서 효과를 기대할

하는 과중한 업무 환경에서 오랜 세월 (약 25년)

수 없는 치료에 전념 하고 있지만, 이번 달을 마지

플랜트 용접 업무를 해왔다. 그 결과 경추 3~4번,

막으로 1년 6개월의 휴직 기간도 끝이나서 평생

4~5번 추간판탈출이 되어 수술과 치료가 필요했

잡았던 용접기를 내려놓아야 되는 상황에 직면에

지만, 수술의 부담으로 인하여 보존적 치료만 하

있다.

고 통증을 참아가며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다. 그 러다 2012년 7월엔 약 2개월간 회사의 공격적 직

그는 지금 이렇게 호소한다!

장폐쇄로 인하여 심리적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그동안 회사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통증도 참아가

이후 직장폐쇄 문제는 투쟁으로 해결했지만 2013

며 열심히 일하다 이런 몹쓸 병이 생겼으니, 다른

년과 2014년 급격히 늘어난 업무량으로 잔업과

어떤 방법으로라도 고용을 보장해주면 안되겠느

특근, 철야 등을 하고 제품의 재질과 형태가 매번

냐는 말이다!

달라지고, 고가의 특수한 소재들로 작업하면서 조 장으로써 제품 불량과 완성에 대한 책임감 등 부 담을 느끼며 일해왔다. 그 결과 심한 과로와 스트 레스가 신체의 자가 면역 체계에 이상을 일으켜 9


안전보건 동향

내년 1월부터 출·퇴근 재해 산재 인정된다

선전위원회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자가용이나 전철 등 대중교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의 전 단계로 업무와 밀

통으로 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도 산업재해로

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사실상 사업주가 정한 출퇴

인정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6월 22일 국

근 시각 및 근무지에 귀속된다.”

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출·퇴근

“국제노동기구도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에 포함하도

사고도 산업재해로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은 산업

록 권고하고 있다.”

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회사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사고가 난 노동 자만 산재로 인정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노동자를 차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하는

별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반한다.”

교통수단이나 그에 따르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출·퇴근하다 발생하

이러한 판결과 더불어 헌재에서 2017년 12월 31일

는 사고에 대해서만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있다.

까지 개선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번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

6월 19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통과까지

면 내년 1월부터 전면적으로 출·퇴근 재해가 산업

이어지게 되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재해로 인정된다.

경총)에서는 노동자 보호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자동차 사고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산재보

10

현행법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개인 차량이나 대중

험과 자동차보험 간 구상권 조정 문제, 재정적 부

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해도 해당

담 등은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인데도 국회가

노동자는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노동

너무 성급하게 입법 조치를 했다며 부정적인 의견

자들은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

을 피력했다. 사회보험인 산재보험 제도를 오로지

는 이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지난해

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경총의

9월 헌법재판소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울산교육청, 과학교사 대상 실험실 안전교육 진행하기로

울산 지역 초·중·고교 과학 교사의 실험실 안전관

출처_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교육원과 울산광역시 교육청이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 이 의미있는 것은 그동안 방치되었던 실험실 교사 의 안전과 건강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라는데 있다.

미래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험실에서 2013 년엔 107건, 2014년엔 16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고 한다. 사고 유형으로는 날카로운 면과의 접촉 이 28%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화재 16%, 접촉 및 비산 15%, 파열 및 폭발 12% 순이었다.

문제는 사고가 이렇게 발생하는데 그동안 대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산업안전보 건교육원과 울산광역시교육청이 6월 1일부터 관 내 240여 초·중·고교 500여 명의 과학 전담 교사 및 보조교사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겠다고 밝 혔다.

이번 교육은 과학실험실 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며,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초 동대처와 체계적인 사고 수습을 위한 내용으로 실 험실 안전 관련 법규, 응급처치 및 실험실별 안전 관리 등 총 11개 콘텐츠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 교육이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겠 지만 이러한 시작으로 과학실험실 교사와 학생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으 로 바꾸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


포커스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가 아닌 폐기해야

선전위원회

지난 6월 19일 한국일보가 새 정부의 인수위

논란이 되고 있고, 현재 입법적으로 논의되고

격인 국정기획자문회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

있는 특례 범위를 축소해 나가면서 사회적 합

한 결과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16개 이상 줄이

의를 통해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는 것에 이미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는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단독, 노동시간 특례 업종 현

정치적 부담과 잘못된 방향 설정이

26개에서 10개 이하로 줄인다. 2017.6.19 한국일

아쉬운 결정으로 이어져

보)

결국 새 정부의 이러한 방향성은 이번 노동시 간 특례업종 결정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 아니

새 정부,

라 26개 업종 가운데 10개 이하로 규모를 축소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한다고 하지만

하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현재 특

이번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는 일자리 문제

례업종 제외가 유력한 16개 업종은 물품판매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새 정부의 의지를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통신업(우편업), 교육

반영한 정책으로 보인다. 반면에, 이번 결정으

연구 및 조사사업, 광고업, 소각 및 청소업, 이

로 새 정부가 노동시간 특례제도에 대한 어떠

용업(미용ㆍ욕탕 등) 등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

한 입장인지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한 결정에는 이전 박근혜 정부와 이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0개 업종의 노동시간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 캠프는 연구소가

특례제도를 폐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던 바 있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어 정치적인 부담도 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때 이렇게 답변했었다. “근로시간 특례제도가

12

최소화 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에 공감한다. 다

반면에 운수업, 영화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전

만, 특례제도의 필요성 및 불가피성 등이 함께

기통신업), 의료 및 위생 산업, 사회복지서비스


업 등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업종의 문제는 해당 자본의 반발과 사회적 합 의 부족, 불가피하게 특례업종을 지정할 수밖 에 없는 조건 등을 이유로 이번 특례업종 폐지 에 포함하지 못했다. 이제 출범한 새 정부가 사 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특례 업종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이 있는 특례업종을 폐지하겠다고 나 서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노동시 간 특례제도는 단지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일자 리를 창출하기 위해 폐지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26개 업종의 특례제 도는 그렇지 않아도 과로 사회인 한국 노동자 들의 노동시간을 더 늘리는 주범이 되어왔다.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절반이 노동시간 특 례 업종에 해당 돼 밥 먹듯이 장시간 노동을 해 왔다. 그 결과 노동자 ·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운수업 노동자들이 과로로 인해 운전 중 사고, 사망 등을 빈번하게 경험했다.

새 정부는 사회적 합의 뒤에 숨지 않아야 새 정부의 이번 결정이 있기 전 최민 한국노동 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가 노동시간 특례 와 관련해서 했던 지적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민 상임활동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

출처_더불어민주당

시간 규제가 엄격한데, 한국에서만 특례업종으 로 규정해 장시간 노동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 이다. 그는 “지나치게 엄격한 과로사 산재 인정 기준을 바로잡는 일도 병행해야 기업에 경각심 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법 판치는 노동 시간, 우선 ‘주 52시간’ 정착부터. 2017.6.9 한국일 보)

새 정부는 타 해외 사례와 정반대인 노동시간 특례 제도에 대한 고민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또, 자본과 자본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에 부담 을 느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명분에 숨 어서는 안 된다. 노동시간 특례가 노동자의 안 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기억하고 단호하게 자본과 정치 세력에 맞서야 하겠다.

서 “초장시간 노동이 상당부분 정부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행정해석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 가 의지만 있으면 당장 고칠 수 있는 게 많다” 며 “특히 전체 노동자의 약 절반이 해당하는 특 례업종 축소는 시급하게 손 볼 대목”이라고 지 적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운수업 등의 노동 13


알기 쉬운 위험성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보기 -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5)

선전위원회

연구소는 지난 5월 소개했던 전국금속노조 코

현장 실행위원 실습

스파지회와 위험성평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위험성평가는 현장 참여형으로 현장에서

이번에는 과정에서 어떠한 흐름으로 진행하고

일하는 조합원이 연구 사업에 함께 하는 것으

있고,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로 기획했다. 그 결과 음성과 김천에서 사업장 상황과 여건에 맞게 실행위원을 구성했다. 이

조합원 교육

렇게 구성된 실행위원과 함께 현장 조사 시트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음성과 김천 지역 두 사

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를 시작으로, 이번 위험

업장에서 조합원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해 금

성평가가 평가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일상

속노조에서 위험성평가를 집중 사업으로 추진

현장 활동을 계기로 삼아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했기에 현장에서 위험성평가 교육이 처음은 아

힘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자는 공감과 결의를

니었다. 하지만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노동조

모았다.

합에서 주관한 교육 이후에 위험성평가 사업을

14

실제 노동조합이 했던 것이 아니기에 비교적

현장 조사 시트 구성

자세하게 이 사업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교

현장 조사 시트에는 기본 평가번호, 부서명, 작

육에선 위험성평가 제도가 왜 만들어졌고, 의

업명, 1일 작업시간, 생산량, 작업일 수, 교대제

미와 사업의 목표, 진행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실태 등을 작성한다. 그 다음으로 아래 목차를

할 원칙 등을 조합원들과 나누고자 했다.

기본으로 하여 작업내용 전반을 쓰기로 했다.


1. 전반적인 작업 내용과 하루 일과

사실 현장에서 일만 하다가 직접 본인이 하는

2. 사고 경혐과 유해·위험요인

일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3. 근골격계 부담 요인과 관련한 치료 경험

그래서 많은 조합원이 시작 전 많이 우려했고,

4. 유해화학물질명과 유해·위험성, 사용량, 환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배기 장치 실태 5. 소음 측정치와 소음건강검진 결과

그러나 실제 현장조사를 하다 보니 실행위원들

6. 기타 유해위험요인 (조도, 분진, 온도 등)

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개선하고 싶었지만 실 행에 옮기지 못한 것들, 같이 일하는 작업자들

그 외 현장의 위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과

이 고충으로 이야기했던 것들, 말로는 괜찮다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 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은 위험요인의 실태

사고성 위험, 근골격계 유해요인, 소음, 화학물

를 파악하려고 많이 애썼다.

질에 대한 각각의 위험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10~20년 넘게 무심코 사용했던

실제 현장조사를 해본 결과

화학물질에 발암물질이 함유된걸 알고 화학물

가급적 현장의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조사해야

질에 대한 심각성을 새삼 깨닫는 등 현장안전

하므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효율적 현장조

보건 문제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도 높아지고

사를 위해 각 사업장별로 한 명의 실행위원이

있다. 무엇보다 위험성평가라고 하면 굉장히

16시간씩 시간을 할애 받아 음성은 한 번에 4

전문적이고 현장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

시간씩, 김천은 한 번에 8시간씩 조사를 하고

지만, 현장 참여형으로 진행하면서 그러한 선

있다.

입견을 깨고 문턱을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매 우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현장 조사를 중간 정도 마친 현재 상황을 짚어 보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위험성 평가를 직접하고 조합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확 인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15


ㅇㅇㅇㅇㅇㅇ 현장의 목소리

상식이 통하는 회사, 평범한 삶을 위해 우리는 싸웁니다 - 전국금속노조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파업 투쟁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16

고층 건물과 인공 운하,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인

김태섭 사무장에게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에 관

천 송도 국제도시. 이곳에 위치한 자동차 전자부품

해 물었다.

생산공장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노동자들의 일상

“노동조합 설립 준비는 작년 11월부터 했고, 올해 2월

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생산공장 노동자 354명

설립총회를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임금에 대해 불만

전원 비정규직인 ‘100% 비정규직 공장’ 만도헬라에

이 많았어요. 결정적 계기 중 하나가 통상임금인데, 기

서 드디어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그러나 사측은 대

존 상여금이 400%였는데 회사에서 통상임금 적용해

화가 아닌 탄압으로 노동조합을 대하고 있다.

기본급화 시킨다고 해서 300%를 시급으로 전환했죠.

100% 비정규직 공장에서 그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건

표면적으로 시급은 굉장히 높아졌는데, 그걸 빌미로

지, 왜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고 있는지 자세한 이

임금인상이 없었어요. 그리고 이 회사가 365일 쉬는

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공장 앞 농성장에 찾아갔다.

날이 없어요. 설, 어린이날, 추석, 크리스마스 전혀 못

인터뷰는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김태섭 사무장, 안

쉬어요. 12시간 주야맞교대로 일하면서 운영하다 보니

정훈 조직부장, 한샘 여성부장, 홍광수 노안부장과

장시간 문제도 컸죠. 그래서 몇몇 친한 동료들과 ‘이대

함께했다.

로는 안 된다, 우리도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판단을 했


어요.”

사무장 “저희 조합원들은 연령대가 20~30대로 낮아

안정훈 조직부장은 임금과 노동시간 문제 외에도 그

요. 관심도 없었죠. 저부터도 노조 활동하기 전엔 뉴스

동안 회사가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 털어놓았다.

로 안 좋은 모습 접하다 보니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어

“동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원청 직원에게 가봐야겠

요. 그거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죠.”

다고 했더니, ‘네가 지금 가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

개인으로 있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란 조직으로

가지 마라’고 했어요. 정말 비인간적이죠. 그리고 출근

뭉치고,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현

하다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에 피가 나서, 전화해 출근

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권력 관계가 노동조합으로

못 하겠다고 하니깐 대충 치료하고 오라고 한 적도 있

기운 것이다.

어요. 여성 직원은 성희롱 당해서 얘기했는데, 가해자

사무장 “과거에는 관리직들이 시키면 당연히 해야 하

는 한 달 감봉만 당하고 본래 부서로 복귀했어요. 결국

고, 주말 근무나 잔업도 얘네가 스케쥴 짠 거에 의해서

피해자인 여성 직원은 가해자 얼굴 못 보겠어서 퇴직

통제당했죠. 노조 생기고 나선 본인이 하기 싫으면 안

했고요.”

해도 되는 거구나를 이제야 조금씩 느끼며 인식이 많 이 바뀌었어요.”

만도헬라는 전체 고용인원 700명 중 생산직은 비정 규직, 사무직은 정규직으로 분리하고 임금, 고용, 복

현재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인정 및

지 등 전반적 노동조건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했다.

정규직 전환 ▲부당 인사 명령 철회 및 부서 원상회

사무장 “임금은 정규직 절반 정도예요. 근무시간은 정

복 ▲장시간 노동 축소 및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규직의 경우 주5일 근무에 주간근무만 하고, 비정규직

5월3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전 하청업체 두

은 주7일에 12시간씩 주야맞교대죠. 회사에선 비정규

곳과 11차례 교섭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사측 제시안

직 연봉이 3천5백에서 4천만 원이라고 하는데 실제 그

을 제출하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받는 날

돈을 받으려면 주야맞교대로 1년에 10번~15번만 쉬어

겨우 기본 단협안을 제출했는데 내용이 너무나 부실

야해요. 실제 저는 기본급이 145만 원 정도인데, 200

했다고 한다. 그날 조정중지가 떨어졌다.

만 원 이상 받으려면 잔업과 특근을 안 할 수 없죠. 그

사무장 “하청업체 서울커뮤니케이션과 쉘코아가 순차

리고 복지라고 할 것도 없어요. 밥만 정규직과 식당에

적으로 제출한 기본 단협안 내용이 똑같았어요. 이걸

서 같이 먹어요.”

보면 원청 개입이 확인되죠. 교섭하는 과정에서 하청 업체는 노조와 교섭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노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척박한 데 비해, 노

조의 요구안을 들어줄 능력이 없다는걸 잘 알고 있어,

동조합 가입률은 2천 노동자 중 200만 명, 약 10%

실제 결정권한을 가진 원청에 대화하자고 요구하고 있

정도다. 게다가 어렵게 노조를 만든다 해도 자본은

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회사는 계약해지 및 부당인사

노동3권은 무시한 채 오로지 노조깨기에 혈안이다.

명령을 내렸어요. 당한 부서가 노조 임원간부 비율이

이렇게 노동조합을 만들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간부

가장 높은 곳이에요.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는 의도

들은 우선 노동조합 편견 깨기에 공들였다.

죠.” 17


조직부장 “품질부서 대상으로 인원축소를 했어요. 품

안전 문제는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중

질 하던 사람들이 다 생산라인으로 보내졌죠. 품질에 5

요한 문제다. 일하며 어떤 안전 사고가 발생했는지

명 정도 소수로 남겼는데, 그 소수는 입사한지 얼마 안

물었다. 회사는 산재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사고조

됐거나 사측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이예요.”

차 다 개인에게 떠맡기는 식이었다. 사무장 “산재는 노조 설립 이전에 거의 없었죠. 다쳐도

파업하면서까지 지키려는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조

회사에서 공상 처리해주거나 그것마저도 안해줬어요.

합원들의 바람이 담긴 단협안의 주요 내용을 물었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공상처리로 돈 내주면 다 끝났다

다.

고 생각하거든요. 심지어 제가 있는 부서는 회사 차량

사무장 “임금요구안은 금속노조 동일요구예요. 그 외

을 못 쓰는 상황이라고 개인차를 쓰라고 했어요. 개인

성과금, 상여금, 교대제 개편에 대한 노조와의 논의, 차

차를 가지고 갔다 사고가 났는데, 그것도 개인 보험으

후 개선을 해나가기 위해 합의체를 꾸리자는 것이 가

로 해야 했죠.”

장 큰 핵심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노조를 인정 받는

조직부장 “심지어는 회사용 업무 차 사고가 나서 차가

거예요.”

조금 찌그러졌어요. 그런데 블랙박스도 차에 없고, 운 전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희 팀이 타는 차니까 돈 모

만도헬라는 형식적으로 2곳의 도급업체와 계약을

아서 수리하라고 하더라고요. 차 보험 들었냐고 물으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원청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

니, 그래도 저희보고 돈 내라고요.”

스의 지휘·명령을 받는다. 지난 3월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원청은 발

중량물을 다루다 보니 현장에선 끼임사고, 찰과상,

빠르게 증거를 은폐하고 있다고 했다.

타박상이 빈번하다. 다행히 노조가 생긴 후 사고에

조직부장 “고소고발 준비 과정에서 저희가 자료를 입

대해선 산재신청을 하며 대응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수했는데요. 원청 직원들이 로고를 다 지우고, 싸인 승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도 없었지만, 2014년 간호

인 받았던 것도 지우더라구요. 불법파견 증명할 자료

사를 채용해 비치하고 해골무늬 스티커를 붙였다.

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도 안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보호 장비조차 챙길 시간이 없다. 생산량에 쫓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업에 돌입하자 대체 생산을 위해 관리직,

사무장 “사실 노동 안전문제 관련해 단협에는 산업안

아르바이트생을 투입했다. 대체생산 부품은 현대,

전보건법에 따른 내용이 기본적으로 다 들어있어요.

기아차 완성차 브레이크 장치인데 불량품이 속출하

그중 저희는 ‘작업중지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고 있어 시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동료가 다쳐 피를 흘리고 병원에 실려 갔는데도, 그걸

조직부장 “브레이크와 핸들 생산을 현재 아르바이트생

다 목격하고 지켜본 동료는 그 자리에 들어가 일을 해

들이 하고 있어요. 정말 큰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 커

야 해요. 어떻게 그 작업을 할 수 있겠어요. 안전이 담

요.”

보가 안 되는데요.” 얼마 전 사측은 노조와 대화 없이 일부 생산라인을 3

18


조2교대로 변경했다. 이유는 부하율이 높은 생산라

‘100% 공장, 악마의 일터’라는 제목이 많이 나온다.

인 5개(약 120명)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과연 이곳에서 일 하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불리는

교대제 변경에 대해 노조가 대화를 요구했지만 사측

일터를 어떻게 바꾸고 싶어할까 궁금했다.

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사무장 “상식적이면 좋겠어요. 구조나 대우나. 저도 기

사무장 “노동시간 단축하는 교대제 변경은 저희도 고

사를 보더라도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싶

민이죠. 그런데 이번 교대제 변경은 인사발령과도 연

어요. 7~8년 근무했지만, 다들 참은거죠. 만약 회사로

계됐어요. 강제 인사발령을 해지 않으면 교대제 변경

다시 돌아가 일을 하면 상식적인 공간이 도면 좋겠어

수용은 어려워요. 인력충원 전혀 없이 부족한 인력을

요.”

채우기 위해 보내졌죠.”

노안부장 “원청 직원이랑 우리랑 차별없이 똑같이 다 니고 싶어요. 저도 개선 요청하려고 이메일을 몇 십통

만도헬라의 건강한 일터 지키기 여정은 이제 막 시

씩 보냈는데 개선이 안됐어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작됐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원청과 하청업체

회사를 위한건데도 안들어주더라구요. 동료들은 매일

의 합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씩

힘들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씩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투쟁 속에서 노동조

없어서 너무 속상했죠.”

합 결성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사무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해요. 생각할게 많고,

마지막으로 아직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래

업투쟁 소식을 모르는 분들과 노동자가 만드는 <일

도 좋은 점은 야간노동을 안 하는거요. 지금은 해 떠있

터>를 구독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을 때 일하고 저녁에 집에 가면 애들을 볼 수 있죠. 남

지 물었다.

들 잘 때 저도 자고요. 이런 평범한걸 못했으니까요.”

사무장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본인과 동

노안부장 “쉴 때 눈치 안보고 쉬는게 좋아요. 원청에서

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실제로 겪어보지

쉬는걸로 강제를 많이 했는데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않으면 잘 모르죠. 하지만 만연한 문제죠. 눈에 띄지 않

저희한테 원청 직원이 짜증도 많이 냈죠. 그런데 지금

게 어디에나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을거예요.

은 삶의 여유가 생겼죠.”

그래서 노동문제나 환경개선, 현실에 대한 고민들을 같이 해보면 좋겠습니다.”

삶의 질이 좋아졌냐는 질문에 한샘 여성부장은 밝은

여성부장 “우리나라에 국한된건지 모르겠는데, 권리를

표정으로 대답했다.

찾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참지 유난을 떤

“전엔 집에 가면 오늘은 몇 시에 자나, 일어나서 8시

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비

30분까지 출근하려면 집도 먼데. 그러려면 6시30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걸 바로잡자고 하는 활동에 유난

엔 일어나야하는데, 일 끝나고 밤 9시에 집에 가면 밤

이다, 이기적이라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10시고, 씻고 뭐 하고 바로 자더라도 잠도 바로 안오거

노안부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야해요. 비정규

든요. 그런데 이제 사람이 생각을 하게 되요.”

직 문제 해결을 안하면 계속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겠

만도헬라에 대해 기사 검색을 해보면 비정규직

죠. 그렇게 생각하고 서로 도와주면 좋겠어요.”

19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쉰 다섯번째 이야기

약 만드는 사람들 - 제약공장 베테랑 A씨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약병에 가득 담긴 영양제를 보면 어떻게 만들

전자회사에서 기계 보는 일을 하던 A씨는 지인

어졌을까보다는 이것을 먹으면 내 몸이 어떤

의 소개로 비교적 보수가 괜찮았던 제약회사에

효과를 보게 될지, 혹여나 후유증은 없을지에

서 일하게 되었고, 어느덧 15년째 몸담고 있다.

대한 생각이 앞서기 마련이다. 약국에 빼곡히

제약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업무 중 투

진열된 약과 건강보조식품도 다른 상품과 마찬

피스 방진복, 마스크, 모자, 손 소독을 하고 일

가지로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

하는 멸균실의 작업과정을 먼저 들어 보았다. "원료실에서 제조할 약에 들어가는 원료를 각각 만

15년 넘게 약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A씨. 그

들고, 혼합실에서 이 원료들을 혼합해요. 그런 다음

녀를 처음 만난 것은 치료실에서였다. 아팠던

제조할 약 모양으로 찍어내는 타정 과정을 거치고,

얘기를 하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기조차 힘들

이 약이 큰 봉지에 쌓이면 무거워요. 큰 약봉지를 4

었던 A씨. 그녀가 해왔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동안 10번 정도 들어서 기계에 갖다 부어요. 기

몇 개월이 지나고서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계가 소분하면 약에 따라 다른 라벨을 작업자가 걸

지금부터 경기도 화성시 소재 제약회사에서 일

어줘야 해요. 쳐서 원료의 함량이나 모양 등을 선별

하고 있는 A씨가 전해주는 약을 만드는 사람들

해요. 선별된 약을 모아서 큰 봉지에 담긴 약을 소비

의 노동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100정이면 100알씩 나누는 소분과정을 거치는데 포장하는 게 달라요. 병 포장

20


도 있지만, 플라스틱에 비닐이 입혀져서 한 알씩 까

지 더욱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먹게 되어있는 PTP 포장을 하죠."

"한 겹씩 포장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멸균실 밖으로 물건이 나오면 또다시 병 포장이나 소케이스에 10

제약회사라고 하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개씩 담아서 설명서를 넣어요. 요즘은 이 약을 누가

자동화가 되어서 지나가는 약만 검사하는 줄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보를 넣는 바코드로 된

알았는데 들어보니 자동화라고 해도 작업자의

태그 작업(RFID)을 하고 라면상자 크기의 상자에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0정, 30정씩 넣어서 개수 확인하고 회사 로고와

"그날 작업량은 혼합된 약의 양에 따라 결정이 되

약 번호 그리고 약에 대한 설명이 적힌 라벨을 다시

요. 기계로 할 때는 4시간에 1만 개 정도, 사람이 할

붙이고 상자를 들어서 옮기죠. 무게는 4kg정도 되

때는 4천 개정도 뽑죠. 요즘은 기계화가 돼서 그 전

는 것부터 시럽제의 경우 25kg정도 돼요. 4시간동

보다 수월하긴 한데 기계가 병에 약을 소분하면 실

안 40~50상자는 들어 옮기는 것 같아요."

리카겔과 비닐을 넣고 뚜껑을 일일이 닫아줘야 하 는 반자동화예요. 라벨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사람

A씨가 멸균실 밖 포장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이 일일이 검사하고 케이스에 넣어야 해요. 기계에

것은 지금은 자동화로 없어졌지만 몇 년간 계

서 약이 적거나 많은 경우에는 계정기를 흔들어줘

속해 온 수축작업이라고 한다.

야 합니다. 약이 100개면 100개에 맞는 마름모, 동

"수축이라고 해서 병 안에 약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

그라미, 길쭉한 모양 등의 100개의 구멍에 약이 각

을 집어넣고 거기에 설명서 넣어 코팅하듯이 기계

각 맞게 들어가게끔 흔들어주는 거죠. 그래서 자동

에서 비닐을 씌워서 10개씩 포장하는 작업을 했는

화지만 손목과 손가락, 어깨에 무리가 가는 일이 많

데 가장 힘들었어요. 기계화되기 전이었으니 둘이

아요. 멸균실은 청정지역이라 먼지가 있으면 안 되

서 4시간에 4천 개, 온종일 7천~8천개 하고나면 녹

고, 화장, 액세서리도 하면 안 돼요. 복장 자체가 답

초가 됐어요. 그 일을 했던 사람들은 다들 힘들어했

답하고,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엄청 시끄러워요.

고 저도 그 때 몸이 많이 망가진 것 같아요. 제약회

멸균실에서 소분과정 중 약을 부을 때와 기계에서

사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약이 굳어져

하루에 2만 개의 약이 떨어질 때 약가루가 계속 날

야 하니 기계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엄청 더워요. 그

려서 마스크는 하지만 그것으로 다 차단이 안 되니

리고 일일이 손으로 눌러서 비닐을 씌워줘야 하니

목도 아프고 비염을 앓고 계신 분도 많죠."

손가락, 손목, 어깨가 멀쩡하지 않았죠."

단순 반복 작업이라 언 듯 쉬워 보이지만, 계속

"자동화 이후에 비닐 작업은 없어졌는데, 그래도 기

하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A씨가 15년 동안 주

계에서 병이 나오면 라벨이 잘 붙어있는지 확인해

로 근무했던 곳이 멸균실 밖 포장작업이어서인

야 하고, 주사제라 크기가 작으니 한 번에 다섯 개 21


정도 일일이 병을 들어서 봐야 해요. 8시간에 2만개

유 있게 일하면서 저희의 편의는 안 봐주더라고요.

를 들어서 보려고 하면 반복적 동작 때문에 손가락,

전반적인 제약회사 분위기가 관리자는 대부분 남성

손목에 무리가 많이 느껴져요."

인데, 일반 여성 작업자를 대하는 태도가 강압적이 고 보수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 회사는 여자 반

근무시간이나 휴식시간, 휴게 공간에 관해 물었

장도 없으니 더 심하고요. 작업자들의 생각이 뭉쳐

는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져야 바뀔 텐데 사업주의 친인척들이 곳곳에 포진

"아침 8시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해요. 5년 전

해있어 힘들 거예요. 많은 제약회사가 소규모로 시

안정된 기계화가 되기 전에는 잔업이 정말 많았는

작해서 점점 커지면서 친인척으로 관계되는 사람들

데 지금은 거의 줄었어요. 잔업이 많을 때는 거의 매

이 들어오게 되는데 우리 회사도 예외가 아니에요.

일 했어요.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보통 저녁

그래서 아마도 노동조합 같은 낌새가 있다면 색출

9시나 9시 30분까지 했죠. 점심시간은 12시부터 오

해서 그 사람은 사직해야 할 거예요. 제가 입사하기

후 1시까지인데 식사하고 탈의실 바닥에서 쉬죠.

전에 이런 움직임이 있었는데 회사 문 걸어 잠갔다 하더라고요.

작업 중간에 휴식시간은 없어요. 아침 8시부터 12 시까지 4시간 꼬박하는 거죠. 화장실은 중간에 교대

테니스 엘보,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근골격계 질

로 갔다 오는데 대타로 일해 줄 사람이 없으니 화장

병을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봐서 주변에

실에 가면 동료가 힘들어져요. 보통은 반장들이 그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역할을 하는데 우리 회사는 이상하게 반장이 없어

느낄 수 있었다. 동료 중 몸이 아프면 어떻게 하시

요. 그래서 동료들끼리 미안해서 서로 눈치 보여 자

는지 물었는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 못 가고, 화장실 안 가려고 일하는 중간에 물을

대부분 손목터널증후군 같이 한 번쯤은 들어본 질

아예 안 마시는 분들도 계세요."

병이고, 많이 아파서 일 못 하겠으면 그만두죠. 저도 일하다 허리를 다친 적이 있었는데 부서장이 와서

인간의 생리현상조차 해결할 수 없는 전근대적

대놓고 산재 신청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인 작업조건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제약회사에

밥줄 끊길까 봐 못했어요. 몇 년 전에 산업안전공단

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스러웠다. 휴

같은 데서 한번 조사하러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분

게 시간도 없이 4시간을 연속으로 반복작업 하

이 이 작업을 이렇게 계속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

는 것은 근골격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이것

서 15년째 이렇게 하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깜짝 놀

은 전적으로 사업주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이런

라던데요."

행태가 행해지는 현실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지

22

물었을 때 그녀는 쓴 미소를 지었다.

개선할 것이 너무나 많은 현실에서도 약을 만

"부서장 밑에 남자 관리자들이 있지만, 자신들은 여

드는 일에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여쭤봤다.


"전문의약품을 주로 만들어서 많지는 않지만, 약 만 드는 기계장비가 비싸서 한 제약공장에서 만든 약 이 여러 제약회사나 상품명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 거든요. 제가 만드는 약이 광고로 나오고 가끔 그 약 먹고 효과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 기분이 좋죠. 처 음에는 심혈관질환이나 간질환 환자들이 먹게 되는 약을 만든다는 사실에 나름 뿌듯하기도 했고, 이 약 이 다 팔리는 걸 보면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 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겠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제 몸이

또는 손을 사용하여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

이렇게 아프게 되었죠."

업’을 명시하고 있다. 산재보상보험법에는 정당 한 절차를 밟아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도 보장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한 말씀 부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을 현실화시키는 문제

탁드렸다.

는 또 다른 과제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사람

"단순반복적인 작업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꼼꼼하게

들의 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에서

봐야할 것이나 노하우가 축적되는 경력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법도 지키지 않으며 노동자를 병들게

나름의 전문성이 있어요. 그런데 여성 작업자는 10

하고 있는 이 불편한 진실을 우리 사회는 묵과

년이 되면 호봉도 오르지 않고, 진급의 기회도 없어

할 것인가! 제약회사에 몸담고 있는 이들과 이

요. 남은 건 통증뿐이죠. 그래서 요즘 우울할 때도

글을 읽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있지만, 「일터」 처럼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알려나 가는 사람들이 있고, 이것을 공감하는 이들이 있다 는 사실이 반갑고 제게는 희망이 되는 것 같아요. 부 끄럽지만 산재보상보험법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거 든요. 저처럼 아파하는 제약공장 노동자도 건강하 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쉬어가며 일 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계속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5 호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6 조 제1호에 따른 근골격계 부담작업 2항에는 23


연구소 리포트

2017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 Ⅱ - 금속노조 A지회 현장조사를 중심으로

아이구 연구원

이번호 연구소 리포트는 지난 달 일터 연구리포트 A

지, 조사결과를 현장노동자에게 온전히 알렸었는지,

지회 설문조사 결과에 이어 현장 조사를 중심으로

후속 조치인 치료와 개선 활동을 지속했었는지 등

주요 내용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15년에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되돌아보았으면 싶

연구소를 비롯한 노동안전보건 단체 활동가들은 금

다. 지금이라도 현장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조

속노조 노안실과 ‘2016년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

사결과를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다음 유해요인조

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만들

사 전까지 개선과제를 하나라도 제대로 실행에 옮기

었다. 보고서를 본 사람도 있겠지만, 혹여 못 보신 분

는데 A지회 사례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을 소개한다. 보고서 발 간사에서 금속노조 위원장도 강조한 것이다. ‘제대로

2013년 유해요인조사에 이어

조사하고, 현장을 살려내고, 골병을 잡고, 제대로 치

현장노동자가 함께하는 조사

료받고, 더욱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근골격계

A지회는 2013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환자를 찾고

질환 유해요인조사여야 한다는 점이다.

개선과제를 찾으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인 인력 부족 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한 바 있었다. 2016년

24

실제 2016년 많은 현장에서 유해요인조사를 했을 텐

조사에서는 기본적인 과제인 개선과제를 찾고 환자

데, 현실은 제대로 하기 녹록지 않았으리라 생각한

에 대한 찾아 조치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과 현장의

다. 조사의 목적을 조직적으로 논의했었는지, 조사를

노동을 제대로 살피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자체적

기관에 위탁하던 노사 공동으로 하던 노조 중심으로

으로 조사할 수 있는 경험과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

하던 조사를 현장참여하에 제대로 했었는지, 조사과

였다. A지회 (가)지역 8명과 (나)지역 10명의 현장노

정을 현장의 관심과 참여를 북돋우면서 진행했었는

동자 한 사람당 16시간의 활동시간을 확보하여 직접


현장조사를 하였다. 이를 위해 하루 역량 강화 교육

라면, 시간이 부족해서 최종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조

과 실습을 거쳐 현장조사준비를 하였다. 이날 교육은

사에 참여한 이들과 직접 만나서 논의를 하지 못하

근골격계 질환 및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이해, 현장조

고 온라인상으로만 의견수렴을 하는 데 그친 아쉬움

사 시트 소개와 작성방법, 현장조사 실습 등의 순으

이다.

로 진행하였다.

현장 조사 주요결과를 반영한 또, 2013년에 인간공학적인 평가 중심으로 진행했던

후속 조치를 지속해나가기 위해 애쓰기

현장조사 방법을 바꿨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신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한 주요 핵심 개선과제는 다음

청자 현장조사 시 사용하는 시트를 재구성하여 현장

과 같았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심야노동과 장

의 노동 전반에 대한 실태를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시간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 부담 요인이 가중

전체 공정을 조사하였다. 처음 하는 조사방법으로 인

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는 부

해 조사과정이 쉽지 않았다. 실제 몸으로는 알고 있

담 요인이 같더라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노출 시

지만 글로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아 너무 어

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인한 절대적인 가중요인을 줄

렵고, 부담 요인 뿐 아니라 작업과정을 가급적 하나

이고, 12시간 주야맞교대로 인한 심야노동을 연속 5

도 빠뜨리지 않고 조사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조사

일 이상 격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누적된 부담 요인

대상을 조합원 뿐 아니라 (가)지역 현장에서 일하고

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부담 요인이 쌓이게

있는 비조합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골격계 질환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절대적인 부담노출

증상조사와 현장문답을 진행하였다.

시간과 심야노동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시 급하다.

녹록하지 않았지만, 현장조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현장노동자의 관심과 애씀 덕분에 현장의 부담 요인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중량물 취급 부담과 상•

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고, 주요 개선과제에 대해 정

하단 작업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이 중요

리하여 산보위를 통해 합의할 수 있었다. 당연히 A

하다. 중량물 취급의 경우 만성적인 부담 요인의 측

지회의 가장 핵심적인 유해요인인 장시간 노동과 심

면뿐 아니라 급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특히 허

야노동에 대한 개선을 위한 노사TFT 구성과 운영을

리 질환으로 이어질 경우 비용과 치료기간의 측면에

하자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질환 증상 호소자에 대한

서 엄청난 손실이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자

문진을 진행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에게도 치명적인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조사를 시작할 때, 조사할 때,

상•하단 작업의 경우 가급적 바닥에서 30cm 이상

최종 보고서 주요내용을 설명할 때, 개선과제에 대한

부터 어깨높이 사이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산보위 합의를 할 때 사업 전 과정에 조합원에게 지

것이 중요하다. 대차 최하단과 최상단 적재를 제한하

회 소식지 등을 통해 알렸다. 사업과정 중에 옥에 티

거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유압식 대차를 사용하는

25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연

실질적인 소음을 저감시키기 위한 개선이 절실하다.

동하여 작업대의 높이 개선 및 서서 하는 부담을 완

또한, 적정 조도로 개선하고 이중 혹은 삼중조도를

화하기 위한 의자 제공 역시 주목해서 개선할 필요

개선하는 것, 온도로 인한 부담 특히 저온으로 인한

가 있다.

부담 가중요인을 완화하는 것, 유해화학물질 및 먼지 등으로 인한 분진 노출부담을 완화하는 것, 지게차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공정별 인간공학적 부담

이동로와 작업자 통행로를 구분하는 것, 낙하와 추락

요인에 대한 개선을 구체적인 계획아래 노사 공동으

및 협착 위험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 등을 실제로 실

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공정에서 다

행에 옮겨 개선할 경우 연관부담 요인을 낮추는 것

양한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이 있다. 예컨대, 서서 작

은 물론이고, 작업환경 개선으로 통해 쾌적하고 안전

업하는 부담과 쪼그린 자세로 작업하는 부담을 완화

한 일터 조성을 통해 활기 넘치는 현장을 만들어 나

하기 위한 적절한 의자를 사용토록 하는 것도 하나

갈 수 있을 것이다.

의 방안이다. 가장 근골격계 질환 부담이 적거나 없 을 것 같은 사무직 직원의 경우도 PC 작업으로 인한

(가)지역의 경우 이주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부담

부담 요인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요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

다른 공정의 경우는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

기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근골격계 부

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개선을 하지 않거나 못

담 요인 중 부담 자세의 반복 빈도와 중량물 취급 부

할 경우 고스란히 작업자에게 근골격계 질환의 부담

담을 주목해서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으로 이어지고, 사업주에게는 생산성 및 품질 저하와

이주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으로부터 안전하게 일

직원의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더 많

할 수 있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소위 골

은 손실을 감당하게 된다. 안전과 보건문제에 노사가

병으로 인한 질환과 증상으로부터 훨씬 안전해질 수

따로 없이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활

있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이주노동자에게 근골격계

동체계와 활동시간을 보장하고 일상적인 개선 활동

질환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안 등을 교육하고, 아프면

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프다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현장문화를 조성하며,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소음, 조도, 온도, 분진, 사

하다. 이는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고위험 등 근골격계 질환에 직간접적 연관부담으로

이들 모두에게 해당한다.

작용하는 작업환경요인에 대한 개선 역시 놓치지 말

26

아야 한다. (나)지역은 소음을 차단한 부스를 설치했

A지회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확인한

지만, (가)지역의 경우 협소한 공간으로 인한 소음부

바, 사무와 QC 업무 이외 거의 모든 작업이 업무관

스가 없어서 설비소음으로 인한 부담이 컸다. 두 지

련성이 높거나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낮게 평가된

역 모두 청력보존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실시하면서,

업무라도 중량물 취급부담, 자세와 힘 사용으로 인한


부담, 주요상병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요인, 신체 부

(가)지역은 40명 내외 (나)지역은 70명 내외로 적은

위에 영향을 미치는 연관 부담 요인, 온도, 소음, 분

편인데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진, 조도, 사고위험 등과 같은 작업환경 요인 등 다양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한 근골격계 질환 및 증상의 부담 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정별 부담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선

다른 노동조합도 A 지회처럼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산업안전보건법 24조 5항

인조사를 제대로 했으면 싶다. 현장 상황, 현장조직

과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12장에 명시되어 있기

력, 노사관계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이유로 유해요

도 하지만 실제 근골격계 질환 및 증상에 영향을 미

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다. 오

치는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 개선을 포함한 구체적인

히려 반대로 다양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부담 요인을 줄이거나 없앨 수

으로 유해요인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야 맞교대 장시간 노동과 상

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물론 제대로 유해

시주간근무지만 토요일 특근을 거의 매주 하다시피

요인조사를 했거나 애쓴 노동조합이라도 개선과 의

하는 경우에 작업자의 부담은 훨씬 가중될 수 있다

학적 조치 등 후속 조치를 일상적이고 지속해서 추

는 점에 대한 대책 역시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래서

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개선과정에서 작업

조사 직후의 산보위에서 주요 개선과제에 대한 노사

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합의 뿐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노동 단축을

지나치지 않다. 개선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3개월

위한 노사 TFT를 구성 운영키로 합의한 것이다. 실

혹은 6개월 이후 작업자 의견을 수렴하여 수정 보완

제로 3년 주기의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취지

해 나가는 것을 통해 실효성 있는 개선으로 이어나

를 제대로 실현해 나가기 위한 물꼬를 텄다. 이제 노

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골격계 질환

동조합 차원에서 현장을 바꿔 나가면서, 일상적인 개

유해요인조사 사업을 하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

선활동을 지속해 나갈 노동자가 되도록 하는데 힘써

은 바로 사람인 노동자다. 노동자는 더 안전하고 행

야 할 것이다.

복하게 일하고 살아갈 권리를 누릴 주체이기도 하지 만, 권리를 실제 행사하기 위해서 해야 할 개선과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한

를 추진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동을, 현장

2016년 근골 조사의 의미

의 모든 노동을 꼼꼼히 돌아보는 것, 그 노동을 하는

2013년 인력충원이라는 핵심과제와 개선을 한 것에

노동자를 제대로 살피고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

이어, 2016년에는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문제를

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

해결하기 위한 노사 TFT를 가동하며 도처의 유해요

사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을 개선하기로 하였다. A지회의 경우, 조합을 만들 어 활동한지 5년여인 신생노조라면 신생노조로 그나 마 두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현장 조합원 규모가

27


사진으로 보는 세상

28


6월 23일 구로에서는 2차 칼퇴근 축제가 열렸다. 당연한 권리인 칼퇴근이 뭐라고, 퇴근 시간 알리는 종을 치며 행진 하고, 과로시키지 말라고 외쳤다. 이렇게 즐겁게, 환하게 웃으며, 우리의 여유로운 저녁을 되찾기 위해 싸울 것이다. 글,사진_최민 상임활동가

29


특집 :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미래 안전보건의 과제, 일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 보장 재현 선전위원장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노동부와 공단)이

심포지엄으로 진행한 ‘산재예방 50년, 미래 안

1968년부터 매년 7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전보건의 과제’에서 다뤄진 내용을 짚어보고자

으로 지정한 지 50회를 맞아 코엑스에서 산재

한다. 노동부와 공단은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

예방 50년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안전보건의

에 대해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사회가

과제를 고민해보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였

변화하면서 일터 환경 역시 급격하게 변화하고

다. 이밖에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동안 특수건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예

강진단, 위험성평가, 근로자건강센터, 작업환경

방하는 데 필요한 점이 무엇일지 국내외 전문

측정, 명예산업안전감독과, 하청노동자 산재예

가들이 머리를 맞대기 위해서라고 했다.

방 등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제도에 대한 현재 상황 진단과 이후 과제를 고민하는 세미

발표에 나선 해외 안전보건전문가들은 4차 산

나를 진행하였다. 이번 <일터>는 제50회 산업

업혁명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작업장 환경 변

안전보건강조주간에서 다뤄진 내용을 톺아보

화를 만들어내고 있어 그에 따른 노동안전보건

고자 하였다.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령 기 술의 발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노

첫 번째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국제 30

동자와 지리·공간적 의미의 일터가 아니라, 집


을 포함해 어떤 곳에서든 일하는 노동자가 등

단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구조가 복잡해지

장했는데 이들을 기존의 산업재해를 예방 정책

고 기존 전통적인 고용관계의 변화로 인한 문

과 시스템으로 보호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판단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가령 현재 1년에

또,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나타나는 일자리 가

10여 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는 현대중공업

운데엔 전통적인 고용 형태와 달라서 산업안전

의 사례만 보더라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문제

보건에 관하여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명확

가 아니라 재래형 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지금

하지 않고,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노동강도를

의 제도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지 못하거나 않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는 것, 원청에 대한 처벌이 아닌 꼬리자르기식

또한 인공지능형 로봇 오작동 시 노동자의 생

의 하청 업체 처벌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명과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 역 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가 이번 산업안전보건강 조주간에서 최초에 일을 주는 원청이 현장의

한국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왕 고용노동부 산재

안전보건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지

예방보상정책국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자

못하면서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반성하

의 안전보건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

며 현장 안전사고에 가장 책임이 있는 원청 사

생하고 있음을 공감하면서, 변화된 노동환경에

업주, 발주자, 사외 도급인 등에 대한 책임을 묻

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방안으로 유해위험요

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

인을 일으킨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확대되어야

고용노동부가 정부와 사업주가 기존 고용 관계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현재 현장에서 발생한

에 있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하청, 특수고용, 애

안전사고의 책임을 사업주 또는 사내하도급에

플리케이션 가입 노동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

서 원청 사업주에게만 물을 수 있는데, 점차 업

의 안전보건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

무의 분화가 늘어나고 다양해지면서 기존에 노

겠다는 점은 환영하는 바이다. 앞으로 고용노동

동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사업주에게만 책

부는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 정부가 산업

임을 부과해선 현장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힘

안전보건강조의 날을 맞아 위험의 외주화를 뿌

들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리 뽑고 산업안전보건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포 한 만큼 구체적인 정책 마련과 실현을 위해 힘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지적과 산업재해를 예방

써줄 것을 당부한다.

하기 위해서는 유해위험요인에 직접적인 책임 자, 원인 제공자인 원청 처벌을 확대해야 한다 는 문제의식은 반갑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31


특집 :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직업성 호흡기 질환 - 원인 찾기에서 보편적 보장으로

권종호 선전위원

32

직업성폐질환연구소는 직업성 호흡기 질환에 대

사로 의뢰되는 사례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

한 전반적인 연구와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

병으로 신청된 사례 중 공단이 연구소에 다시 의

사) 사업을 수행하는 근로복지공단 산하기관이다.

뢰하는 사례들로, 진폐보다는 폐암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연구소는 이번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연

폐질환(COPD) 사례가 많았다. 2012년 호흡기계

구소의 전반적인 활동을 소개하며 직업성 호흡기

질환 관련 업무관련성 전문조사를 전담하기 시작

질환의 현황과 중요한 문제가 되는 직업적 호흡기

한 이후 2016년까지 폐질환 연구소의 전문조사

계 유해인자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내용 통계를 보면 폐암 431건, COPD 1,560건이

직업성 호흡기 질환은 크게 직업성 암, 기도질환,

조사되었고 이 중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사례는

폐실질 질환, 감염성 질환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

폐암의 경우 291건(인정률 67.5%), COPD의 경

데 대표적인 직업성 호흡기계 질환은 폐실질의 질

우 773건(인정률 49.6%)이었다.

환인 진폐증이다. 현재까지도 진폐 질환자의 규모

주목할만한 점은 2013년 7월 업무상질병 인정기

는 1만 5천 명을 넘고 있으며 2012년까지는 조금

준에 COPD가 포함된 이후 이에 대한 전문조사

씩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2년 이후 광산업 이

의뢰가 2012년 3건, 2013년 6건이던 것에서 2014

외 제조업 근로자들에게서도 진폐가 진단되고 있

년 357건, 2015년 573건, 2016년 621건으로 크게

어 다시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늘었다는 점이고 이에 대한 업무상 질병 인정도

하지만 실제 폐질환 연구소에 업무관련성 전문조

167건, 249건, 354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이다. 그동안 직업적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했음에

에 포함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에 대

도 흡연 등 개인적 요인과의 관련성으로 배제되

한 국내 노출 기준 자체가 없고 노출 평가 방법에

던 질환이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임에 매우

대해서도 일치된 의견이 없어 전혀 관리가 되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직업병으로의 인식이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류 창고 내 지게

확대되지 못했다는 점, 인정률이 다소 낮다는 점

차 운전, 광산 및 터널 내 중장비 운전 등의 사례

등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에서 측정된 디젤 매연 노출 수준은 심각하였고

이번 폐질환 연구소 발표에서는 중요한 직업성

이러한 디젤 매연 노출 작업자에서 폐암 발생 사

폐질환의 유해인자로 실리카(모래 먼지 성분)와

례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어 역시 시급한 대책이

디젤 매연을 꼽았다. 다른 많은 폐질환 유해인자

필요한 상태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1급 발암 물질

들이 있지만, 실리카와 디젤 매연은 노동자들이

로 알려져 있음에도 측정 및 검진 대상이 아니라

흔하게 접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잘 모른다는 점,

는 점은 관리 소홀을 방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

유해인자로서 가지는 중요성이 매우 과소 평가되

개정이 절실해 보인다.

어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다뤄야 할 과제였다.

폐질환 연구소의 이러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유

실리카는 흔하게 접하는 모래 먼지의 성분이라고

해 인자에 대한 현황 파악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

생각해도 무방한데 이미 1급 발암물질로 잘 알려

고 직업성 질환은 여전히 명확하게 설명되기 힘

져 있다. 폐질환 연구소의 최근 역학조사에서도

든 경우가 많았다. 새롭게 등장하는 물질들과 업

실리카 관련 136건 중 120건이 직업병으로 인정

무 환경,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가려진 유해물

되었으며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매년 수십 명의

질, 노출 평가의 어려움 등은 직업성 질환의 원인

노동자가 실리카에 의한 폐암으로 사망하고 수백

을 더욱더 파악하기 힘들게 했다. 결국, 앞으로의

명의 노동자가 실리카에 의한 진폐 합병증으로

직업성 질환에 대한 판단은 원인을 찾는데 매몰

사망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기존의

될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보장의 개념으로, 같은 피

작업환경 측정 결과들은 일반 대기 중 실리카 농

해(결과)에 대해 같은 보상(책임)이 이루어지는

도 0.002㎎/㎥에도 못 미치는 사업장 측정 결과

결과주의적 관점을 채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를 제시할 정도로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이며 제

로 인한 보상의 확대가 자연스레 질환의 예방으

대로 된 측정 방법이 사용되지도 않고 있었다. 따

로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근로복지공단

라서 실리카 노출에 대한 제대로 된 측정과 실태

과 폐질환 연구소의 공통된 목적임을 이 세션을

조사가 절실하며 실리카 노출 고위험 업종에 대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노출 저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디젤 매연은 심지어 1급 발암 물질로 지정되어 있 음에도 작업환경 측정 및 특수건강진단 유해인자 33


특집 :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1

사물(IoT)인터넷 이 바꿔 놓을 미래의 안전보건활동 정경희 선전위원

1차 증기기관의 발명,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

디지털 산업시대의 기술적 동인과 가치창출

생산, 3차 IT가 산업에 접목된 정보화시대에 이어 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즘 4차 산업혁명으로 Industry 4.0, 자동화, 자동생

분석, 모바일(통신) 등의 지능정보기술이 상호작용

산시스템, 스마트화,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패러다임

하여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즉 제품이나 서비스 인프라 같은 현실 세계에서 데

되고 있다. 산업의 변화는 노동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이터를 획득·전송하여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

한다. 새로 창출될 일자리보다 사라질 일자리가 더

능 같은 가상세계에서 취합·분석하여 지식을 추출하

많다고 참석한 전문가 모두가 우려하는 디지털시대.

고 이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

노동의 변화 속에서 나타나게 될 안전보건의 새로운

이다2.

과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50주년 산업안전보건강조 주간에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디지털산업시대의 가치창출

디지털 산업시대 노동의 변화 ○작업장의 변화 컨베이어 벨트 대신 AGV3가 차체를 싣고 RFID4 내 작업 명세서에 기록된 후처리 작업자를 찾아 이동하는 셀 방식 으로 생산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 작업장 바닥의 가이드 라인만 바꿔서 제조라인을 다른 형태로 쉽게 변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이미 외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34

1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사람, 사물, 공간,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가 생성·수집·공유·활용되 는 초연결 인터넷을 말한다. 2 출처, STEPI Insight, 2016 발간. 3 automated guided vehicle,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고 자동으로 짐을 운반하는 차. 4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극소형 칩에 상품정보를 저장하고 안테나를 달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


○일의 성격이나 요구되는 능력의 변화

○인사관리에서 변화

업무의 자동화로 패턴화된 작업이 감소하고, 인공지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무자의 위치, 활동, 생산성을 감시

발전으로 기계가 모방할 수 있는 인간 노동의 범위가 확

하는 것에서부터 노동자들이 덜 감시받고, 더 많은 자율

장된다. 산업용 로봇의 급격한 비용감소로 단순 제조업,

성을 지니게 하며 성과와 혁신에 의해 평가받을 수 있도

서비스업에서 인간이 수행하던 기능적 직무가 대체될 것

록 조직 구조를 개편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으로 보인다. 인간과 협업을 할 수 있는 범용목적 로봇인 Baxter는 2만 달러, UBRI는 3만 달러에 도입할 수 있어

디지털화가 던지는 안전보건의 기회와 새 이슈

차세대 로봇을 통한 직무 수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

○전 생산 및 폐기물 처리 과정에 대한 연속적인 모니터

상한다.

링으로 관찰범위를 확대하여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작 업자의 헬멧, 허리띠, 신발 등의 센서를 통해 유해물질 농

○일하는 시간과 장소, 협력파트너 물색방식의 변화

도, 작업자 수, 위치, 사고여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피라미드 구조에서 네트워크로, 지식노동 조직방식으로

작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

변화하게 되는데 새로운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하고

하다. 전 공정 단계의 정보가 연계되어 필요한 자원, 필요

신속한 구조를 채택한 네트워크 조직은, 구성원이 수평적

시간과 인력에 대한 예측 가능으로 위험에 대한 대응력,

관계에서 상호의존하고, 생태계적 관점에서 인력과 재정

적응력, 회복력이 강화된다.

이 배분되게 된다. 따라서 교대근무, 탄력적 근무시간, 파

○안전을 고려한 기술개발과 제품디자인 등으로 기술혁

트타임, 호출형 근무 계약, 재택근무, 모바일근무 등에 대

신을 주도하는 안전관리가 되어야 한다.

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산재나 직업병의 책임성이 불분

○심리적 정신적 신체적 환경을 고려하여 사고예방을 위

명해지고 작업량과 작업시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할

한 안전에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산업안전과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복지정책의 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분산된 노동시장의 인력과 네트워크상에서 업무를 계

○새로운 노동변화에 조응하는 노동법, 지적재산법, 아직

약하는 새로운 노동방식

도 피처폰시대에 머물러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뒷받침

5

온디맨드 경제 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돼 개인뿐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항시 연결되어 작은 수요라도 언제 어디서나 충족할 수

한다.

있도록 적시수요의 경제적 특성을 구현한다. 따라서 온라 인 플랫폼을 활용해 서로 다른 조직에 속한 개인들이 함 께 일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공유된 유동적인 공동 작업 공간이 나타난다.

35 5 On Demand Work란 디지털 플랫폼으로 중개되나, 대면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는 노동을 말한다. 예로 대리운전.


특집 :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콜라비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중 열린 여러 세미나 중

라 해결방안을 제안하여 실행한 것이었다. 응급

지난 7월 6일 2017년 고객응대 근로자 건강보

실 내 부서별 토론회의 경우, 주로 진료에 대한

호 우수사례 발표대회에 참석해 여러 사업장의

정보와 안내가 부족한 상황, 대기시간이 길어지

사례들을 들어보았다. 제목의 ‘고객응대 근로

는 상황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가 폭언, 폭행을

자’는 ‘감정노동 종사자’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보인다는 결론에 따라, 대기실에 현황판 화면

수 있을 것이다. ‘우수사례 발표대회’인 만큼 발

을 설치해 각 환자가 현재 어떤 진료 단계에 있

표에 참여한 병원, 콜센터 등 다섯 개 사업장에

는지, 예상되는 대기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서는 감정노동 종사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

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한편, 병원의 특

을 다양한 측면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성상,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 즉 직원 간의 폭언 등도 감정노동의 주요 지점으로 지적

36

첫 번째는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의 사

되는데, 특히, 일반적으로 신규 간호사들이 취

례였다. 이 병원은 노사 공동으로 실태조사, 캠

약하다. 이 병원의 병동 내 부서별 토론회에서

페인 등의 활동을 펼쳐왔고, 실태조사 결과에

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신규 직원이 지정한

근거해 각종 방안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중 바

멘토로부터 입사 후 6개월간 도움을 받을 수 있

람직하다고 생각한 해결 과정은, 감정노동과 관

도록 하고, 익명으로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하자

련해 부서별 토론회를 열고, 토론회 결과에 따

는 의견 등이 제안되었다.


감정노동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방안은 현장

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고 능숙한 직

노동자들의 참여로부터 나온다. 일부 관련 부서

원들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것이 합

나 관리자에 의해 제시된 관리방안은 근본적인

리적인 방안 중 한 가지일 수 있다. 비록 이러한

해결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점에

대응체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

서 이 병원에서 부서별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개인별, 조직별로 대응

모색하고 실행한 사례는 본받을만한 부분으로

할 수 있는 이러한 체계를 갖추는 것은 바람직

보인다.

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씨제이그룹의 콜센터 운영사인 씨제이 텔레닉

그 외에도 여러 사업장의 사례가 소개되었으나,

스의 사례도 소개되었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

감정노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가족

의 경우, 그야말로 업무의 대부분이 감정노동

친화, 행복 등을 내세운 직원 복지 사업이나 일

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이다. 이 사업장에서는 고

반적인 스트레스 관리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

객응대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개

이 많아 다소 아쉬웠다.

인별, 조직별 대응체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었 다. 상담 시작 시, ‘서비스 향상과 상담사 인권

각 사업장마다 특성에 맞게 조직적으로 접근하

보호’를 위해 상담내용이 녹음된다는 안내멘트

여 해결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감

가 송출되고, 실제로 상담 중 언어폭력이 발생

정노동 종사자 보호는 개별 사업장에서의 접근

할 경우에는 언어폭력 자제를 요청하는 ARS 안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접근을 의무화하

내 멘트를 2회까지 상담사가 내보낼 수 있다고

기 위해서는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법

한다. 이후에도 언어폭력이 지속될 경우는 상담

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고, 악성 고객에 대

이 강제 종료되고, 이후 관리자가 해당 고객에

한 현실적 처벌 규정도 필요하다. 더 넓게는 나

게 연락해 사후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개인

의 노동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노동을 존

별 대응방법 이외에, 악성 고객을 전담하는 팀

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을 따로 구성해 운영하는 조직별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업무 특성상 상담사마다 욕설을 하거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을 만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한 상황에서의 대 응을 노동자 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것은 과도한 감정노동을 유발하고, 더 높은 스트레스로 이어 37


특집 :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예방 급여 도입으로 산재 예방이 가능한가? -근로복지연구원, 예방 급여 도입 제안 재현 선전위원장

그 어느 국가보다 취약한 사회보장 제도로 인해

산재자를 줄이자는 것이다.

산재 보험이 절실한 한국 사회에서 근로복지공

둘째, 업무상 질병 재해자의 상당수가 50인 미

단 근로복지연구원이 산재 예방의 중요성을 강

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이

조하는 동시에 산재 예방 사업과 산재보험사업

고,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50~60%가 중소

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산재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산재가 발

예방급여’를 고민해보자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생하고 있다. 따라서 예방 급여가 제도화 될 경

이 제안은 지금까지 산재 예방은 안전보건공단,

우 지불 능력이 없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건강을

산재 보상은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이었지만, 앞

보호 증진하기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

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에 보험 급여 항

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목으로 예방 급여를 신설해 산재 예방의 중요성 을 사회적으로 일깨우겠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의 경우 일본은 독립적인 보험 급여로 예방 급여를 운영

38

예방 급여 필요성을 고민하게 된 계기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첫째, 근로복지연구원은 산재보험 급여 중 일부

불거지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으로 노재

를 예방 급여로 사용한다면 다른 직업병 요인에

보험으로 2차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2001

비해 압도적으로 산재자가 많은 근골격계, 뇌·

년부터 시행한 이 제도는 노동안전위생법에 따

심혈관계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라 실시되는 정기 건강진단 중, 최근 진단 결과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은 작업 환경과 함

에서 뇌·심혈관계 질환에서 일정 항목에 이상

께 업무 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

소견이 있는 경우 2차 건강진단을 통해 영양, 운

환이라 개별 노동자의 건강 증진 활동을 지원해

동, 생활 지도는 물론 콜레스테롤 검사, 경동맥


초음파, 헤모글로빈 AIC검사 등을 실시한다. 대

에 있어서 안팎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만의 경우 노공보험법 제4절 29조1에 따라 직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업병 예방을 위한 검사 비용을 요양 급여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산재승

지급하도록 하고, 혈압, 혈관, 심전도, 소음 등

인이 아니면 치료비를 보전 받고 요양을 갈 수

건강검진을 실시하여 산재를 예방하고 있다.

없는 산재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산재인정 범위를 넓히고 신속한 보

예방 급여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

상과 요양 시스템을 가동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현재 산재보험의 8/100은 산재보상보험 및 예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이 시급하

방기금 지출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산

게 고민해야 할 과제다.

재보험에 예방적 성격을 강화하여 노동자가 업

아직 초벌적인 고민 수준이라고 하지만, 예방

무상 질병이 발생하기 전 발병을 예방하겠다는

급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이 굉장히 높다.

게 사실이다. 예방 급여 도입이 전혀 효과가 없

우선 예방 급여 지급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합

지는 않겠지만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 예

의가 필요하다. 왜 해당 노동자에게 예방 급여

방을 위해 운동 치료, 재활 운동, 고혈압, 콜레스

를 지급해야 하는지 정당성에 대한 깊은 논의가

테롤, 식단 관리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얼마

필요한 것이다. 또, 예방 급여 지급이 업무상 질

나 효과가 있겠는가?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

병을 예방할 수 있고, 실제 효과를 충분히 가져

환은 노동조건과 환경의 변화 없이 기대하는 만

올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재정적 부담을

큼의 산재 예방 효과를 거두기란 불가능하다.

제도 안에서 해결 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 역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승인을 기다리며 고통으

시 필요하다. 노동자 건강을 예방하기 위한 이

로 신음하고 있는 재해 노동자의 아픔에 공감하

전 활동이 사업장 단위였다면 예방 급여는 개별

고, 본연의 역할을 하는데 더욱 힘쓰길 바란다.

노동자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정 하거나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 급여 도입 논의 적절한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예방에 힘쓰기 위해 다각 도로 고민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근로복 지공단이 산재보험의 주목적인 산재노동자에 대한 신속한 산재 인정, 치료와 재활, 요양 업무 39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이게 사용하는 물질 때문에 생긴 병인가요?

곽경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얼마 전 경험한 사례이다. 신경과에서 대사성 뇌병증

검사 결과를 살펴봤다. 혈액 검사에서는 케톤 수치가

(metabolic encephalopathy)을 진단받은 40대 초

상승해 있었고, 간 수치가 아주 조금 올라간 것 외에

반의 남자에 대해 협진 요청을 하였다. 회사에서 세

특이소견은 없었다. 티아민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제를 퍼내는 작업을 하다 오심, 구토, 복시, 어지

경우가 많으니 신경과에서 혈중 티아민 검사가 나갔

러움을 증상으로 내원하여 입원치료 받고 있는 환자

으나, 결과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였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하였고, 뇌

물질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임상에서는 가장

영상에서 양쪽 시상 부위(thalamus, 간뇌 대부분을

흔한 원인부터 감별해야하고, 나 역시 차트만 봤을

차지하는 주요 구조물로 감각과 운동 신호를 선별하

때는 티아민 결핍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이 먼저 들

여 대뇌 피질에 전달하는 역할을 함)에 이상이 있었

었다.

다. 이는 우리 몸의 영양소 중에서 티아민(thiamine) 이 부족했을 때 보일 수 있으며, 이 경우 베르니케 뇌

병실에서 환자를 만났다. 어느 회사에 일하는지 물어

병증(Wernicke’s encephalopathy)이라 한다. 대개

봤는데 내가 방문하는 대행사업장이었다. 차량에 들

알코올 중독자나 식사를 잘 하지않는 영양결핍자들

어가는 금속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세척 업무를 맡

이 생기는데, 환자는 본인 진술에 의하면 술도 거의

고 있다고 했다. 2주 전에 일하면서 구역, 구토, 어지

마시지 않고, 식사도 잘했다고 하여 영양결핍일 가

러움이 있어서 동네 내과 의원을 가서 진료를 받았

능성이 낮으므로 혹시 사용하는 물질과 관련이 있는

는데, 증상이 계속되어서 내과에서 대학병원 신경

것인지 대한 협진 의뢰였다.

과를 방문해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얘기를 들 었다고 한다. 내원 당일은 주말을 쉰 월요일인데 세 정제를 퍼내다가 구역, 구토, 복시, 어지러움 증상이

40


갑자기 심해져 회사에다 잠시 병원에 다녀온다 말

다음날 사업장 담당 대행 간호사에게서 연락이 왔

하고 신경과 외래를 왔다고 한다. 세정제로 BSC-K

다. 그분이 회사에 병원에서 직업성일 수 있다는 이

라는 물질을 쓰는데 주성분이 1,2-디클로로프로판

야기를 들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어떤

(dichloropropane)이라고 한다. 원래 프레스 쪽에

상황인지 설명을 해줄 수 없냐고 하여 간호사와 같

서 일하다가 작년 말에 이쪽으로 부서이동을 하고,

이 회사에 방문하였다. 회사 임원들과 담당자에게

혼자 근무를 하고, 금속 세척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상태를 설명하고, 이 소견은 ‘티아민’ 결핍으

고 한다. 초음파 세척기에 금속 부품을 로딩하고, 세

로 인해서 많이 생기는데 그럴만한 요인이 없고, 임

척이 끝나면 빼내는데, 기계가 완전히 밀폐되어 있

상양상이 직업성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

지 않아서 세정제 냄새가 계속 나고, 세정제에 거품

을 했다. 회사에서는 그 물질(1,2-디클로로프로판)을

찌꺼기가 생겨서 기계 문을 열어서 직접 퍼내어서

사용한 지 3달밖에 안되었는데 그럴 수 있냐고 물었

빼준다고 한다. 방독면이 지급되긴 하는데 작업장이

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이 물질의 독성정

냉방시설이 없고, 불편해서 거의 착용하지는 않는다

보에는 그런 내용이 없는데(상당 부분 ‘자료없음’으

고 했다. 물질과 작업환경에 대해 확인을 해봐야 하

로 되어있음)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이 사람

지만 기본적으로 유기용제에 노출되면 중추신경계

이 산재 신청하면 인정이 될 수 있느냐 물어봤다. 제

가 표적장기이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가능성이 있을

대로 관리가 안되는 작업현장, 그리고 그것을 개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중요한 검사(혈중 티

하려기보다는 제도적 관리 밖의 물질의 사용, 독성

아민) 결과가 아직 안나왔으니 그 검사가 정상이라

물질에 대해 알려지지 정보가 안전하다는 근거로 방

면 직업적인 요인을 먼저 의심해봐야겠다는 말을 덧

어하는 모습,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소

붙였다.

규모사업장의 안전보건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과 참담함을 느꼈다.

대행사업장이라 우리 대행팀 산업위생기사를 만나 사용물질 및 작업환경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원래

며칠 뒤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하였고, 검사

디클로로메탄(dichloromethane)을 사용하는 사업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정상이었다(티아민 결핍으

장인데, 이 물질의 노출 정도가 작업환경노출기준에

로 생긴 개인 질병이 아님). 처음에 산재 얘기를 꺼

거의 육박하여 문제가 되었던 곳으로 올해 4월에 대

냈던 환자는 아이가 셋이라 지금 나이에 다른 데 갈

체 물질로 1,2-디클로로프로판(dichloropropane)으

곳도 없고 병원비만 해결되면 이 회사 오래 다니고

로 바꾸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물질이 노출기준은

싶다 얘기하였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업무 가능 여

있으나, 작업환경측정 대상물질도 아니고, 특수건강

부를 물어봐서 작업 전환을 권고하였다. 그분은 현

진단 대상물질도 아니라 관리가 전혀 안된다는 것이

재 작업 전환하여 프레스부로 이동하였고, 공상 처

다.

리 여부는 현재 협의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더 진행 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예의주시해야겠다. 41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뇌심질환 예방은 노동 시간 기준 준수가 우선 권종호 선전위원

과로로 쓰러질 당시 재해자의 나이는 45세였

778시간 32분 근무하여, 1주 평균 65시간을 근

다.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로 10년을 넘게 일해

무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이러한 장시간

온 그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부터 일

노동을 못 견디고 자주 바뀌면서 재해자의 업

을 시작했다. 재해자의 업무는 만들어진 제품의

무 강도가 더욱 강해지기도 했다. 결국, 여러 정

검수와 포장, 운반 등이었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황으로 재해자의 뇌출혈이 업무 관련성 질환으

제품을 처리하려면 화장실 다녀올 틈도 없었다.

로 승인되긴 했지만, 발생 전에 이러한 장시간

이미 3개월이 넘도록 주 6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노동을 해왔지만, 일감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한창 일하고 있던 오전 11시쯤 무거운

표준형 일반 노동자의 노동 시간

상자를 나르는 과정에서 재해자는 의식을 잃었

재해자는 일반 제조업 노동자이다. 이러한 제

다. 45세의 젊은 나이에, 그것도 술, 담배도 전

조업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 시간에 대한

혀 하지 않고 혈압약 하나도 먹지 않을 정도로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 노동자 표준형 시

건강하던 그가 쓰러진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간 기준을 따른다. 이에 따르면 기본 노동시간 주 40시간에 연장 가능한 노동시간 12시간을

42

재해자의 근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뇌출혈

더해 최대 주 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그

이 발생하고도 남을만하다. 쓰러지기 전 1주간

이상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어 고용노동부의

은 주6일 출근, 62시간 18분 근무했고 그 전 4

징계 대상이 되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철저히

주간은 총 24일, 261시간 27분 근무하여 1주 평

관리 감독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균 65시간 21분을 근무했다. 그 전 12주간은 총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정 근로 시간이 주


52시간에 휴일 근무(8+8) 시간을 더해 주 68시

평균 주 48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있

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으며, 독일은 6개월 평균 주 48시간으로 노동

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시적인 장 시간 근로는 가능하지만, 4개월 혹은 6개월간

다른 국가에서도 이렇게 일할까?

의 규정된 평가 기간 이내에 충분한 휴식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

보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 1, 2위를 다투는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 다. 먼저 EU의 권고안을 살펴보자. EU에서 권

이러한 노동 시간 제한 방식을, 앞서 이야기한

고하는 노동시간 기준은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재해자의 근무 형태에 적용해 보자. 재해자는

주 48시간이다. 특별한 예외가 없는 일반 제조

이미 4개월간 최대로 할 수 있는 노동 시간 816

업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더욱 철저하게 적용되

시간(= 48시간 * 17주) 중 778시간을 12주 동

며 만약 예외가 적용되어 주 48시간을 넘는 근

안 끝내버렸다. 남은 5주간은 38시간만 근무하

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초과한 근무 시간은 4개

고 쉬어야 하고, 월급은 급여에 연장근로 수당

월 이내에 보상되어야 한다. 즉, 약간의 노동 시

까지 모두 포함해서 받게 된다. 한국의 법정 근

간 증감이 있더라도 4개월의 평가 기간 이내에

로시간을 적용한다고 해도 17주 중 3주 이상 강

서 평균 노동 시간은 주 48시간으로 엄격하게

제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적어도 그만큼은 쉬

적용되는 것이다.

어야 인간다운 삶,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 이다. 일찍이 이러한 내용으로 주당 40시간, 연

이러한 권고는 여러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다.

장근로 12시간의 주 52시간 근로가 입법되었지

예를 들어, 핀란드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 4개

만, 이를 기만하는 행정해석으로 그 취지가 무

월간 138시간의 연장 근무가 가능한 것으로 규

색해졌다.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보완이

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주 40시간에 연장 근무

안 되면 행정해석이라도 제대로 하겠다고 했으

는 138시간/17주(4개월)=8.12시간/주, 즉 주당

니 비정상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

8시간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4개월간 연장

해 본다.

근무를 포함한 48시간의 근무를 규정하고 있 다. 핀란드는 이에 더해 연간 연장 근로를 330 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4개월 138시간의 연장 근무도 1년 내내 가능하지는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국은 17주의 평가 기간 43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에세이

플랫폼 노동시대, 크로노토프는 누가 쓰는가

정글 노동시간센터

“아버지께서 들판을 가로질러 익사한 소년의 시신

지는 현실, ‘해석되고 구성된 동시대성’이라 바흐

을 운반해오셨다.”

친은 말했다.

앨리스 먼로의 단편 <몬태나주, 마일즈시티>의 첫

현실을 비추는 문학의 용어를 다시 현실로 가져와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은 우리는 많은 의문을 던

보자. 개인은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개개의

질 수 있다. 이 소년은 누구이며 어쩌다 익사했나?

크로노토프들은 서로 갈등하고 포용하면서 공존한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은 과거와

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개개의 크로노토프를 통해

미래, 즉 ‘시간’에 관한 질문이다. 또 우리는 저 짤

사회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크로노토프도 생각해

막한 문장에서 들판이 만들어지는 것을 본다. 문장

볼 수 있다. 이 지면에서 주목하는 거대한 크로노

바깥에서는 소년이 익사한 물웅덩이도 보인다. 러

토프는 ‘플랫폼’이며, 개개의 서사들은 바로 ‘플랫

시아의 문예이론가 바흐친은 이렇게 문학 속에서

폼1 노동자’다.

나타나는 시간(chronos)과 공간(topos)이 응축된 내적 연관을 ‘크로노토프(Chronotope)’라 불렀다. 문학은 현실을 모두 담을 수 없다. 대신 시간과 공 간을 지시하는 문장을 통해 읽는 이에게 인식되고 재구성되어 가시화된다. 그래서 크로노토프는 진 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과 입장을 통해 그려 44

1 국어사전에서 플랫폼은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으로 정의함. 즉 승강장, 정거장을 뜻함. 기술의 발달을 통해 플랫폼 이란 뜻도 다양해짐. 원래 플랫폼은 ‘plat(경계를 정한 공간)’과 ‘form(형태)’의 합성어이다. 즉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 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함. 최근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플랫 폼의 의미는 ‘인터넷 정거장’임. ‘스마트 시대’에서 인터넷 사업 자·콘텐츠 제공자·고객 등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는 약속 장소가 바로 플랫폼. (참고: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 aspx?news_id=NB11123159)


오늘날 플랫폼은 주로 스마트폰 앱으로 매개된다.

플랫폼 노동이 이전의 한시적 고용과 결정적으로

앱을 통해 남는 방, 자동차, 장비를 빌려줬다. 이것

다른 것이 있다면 ‘속도’다. 이전에는 십분 만에 고

은 일종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노동력을 제공하기

용하고, 십분 만에 해고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디

시작했다. 시간성이 더해졌다. 플랫폼 안으로 서사

지털 플랫폼은 이를 가능케 한다. 이럴 때 속도를

의 주체인 개인이 대거 들어왔다. 에어비앤비, 우

따라가지 못하는 게 필연적으로 생긴다. 느린 사회

버, 메카니컬터크까지 가지 않더라도 카카오 드라

적 합의과정을 요하는 법제도가 그렇고 느린 진화

이버, 배달의민족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과정을 수반하는 노동자의 신체가 그렇다.

현실화된 미래의 노동중개 형태인 플랫폼은 다음

법제도를 먼저 생각해보자. 이미 한국에서도 배달

과 같은 희망을 제시한다. 미래를 스스로 일구고

업을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

싶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창업의 무

고 있다. (우리와 같은) 비판자들은 말한다. 고용의

한한 대지가 디지털 공간에 펼쳐진다. 이런 형태의

파편화는 사회계약의 폐지다. 사회보장제도의 기

독립고용노동은 최고의 임금을 찾아 자유롭게 이

원은 노동력 재생산이며 이를 위해 노동자의 신체

동하게 한다. 분초, 비트 단위로 일할 있다. ‘원하는

보호가 제도화 되었다. 따라서 사회권이 보장되고

만큼 일하고 원하는 만큼 번다.’ 어느 배달업체가

노동은 건강, 안전, 존엄이 보장되는 틀 안에서 이

(실제로는 자영업자 지위를 가진) 배달원을 구인하

루어져야 한다.

며 쓴 문구다. 플랫폼 안으로 수많은 개인들이 모 인다. 그리고 그 주체는 각자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총론은 그럴듯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효과적일

이 서사들이 모인 전체 크로노토프의 주체는 과연

까? 렌느1대학 조세파 디링제는 이런 식의 접근은

누구일까?

도급인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는 사회법의 입 법 목적을 약화시키며, 보편성으로 특수성을 희석

매사추세츠대 제럴드 프리드먼에 따르면 플랫폼

시킴으로써 오히려 개별 법 적용의 필요성을 약화

노동의 확산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시적 고용

시킨다고 주장한다. 프랑스보다 삭막한 우리 현실

형태는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2008년 등 경

에서는 플랫폼 노동이 단순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제적으로 열악한 시기에 급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특고)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디지

2006년 이후 미국 내 고용의 순증가는 모두 대체

털 특고’다. 그러나 단순히 ‘디지털 특고’라는 틀로

근로의 형태였다. 즉, 이런 고용관계의 변화는 노

본다면 플랫폼 노동 안에 있는 여러 고용관계의 차

동자의 선호 때문이 아닌 사용자의 선호 때문이며

이가 은폐된다. (이 논의는 이 지면에서는 논외로

플랫폼 노동의 증가는 이런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다.) 45


영국의 우버(uber)2 노동자들의 경우를 보자. 영국

먼 조이스는 이렇게 정리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부

일반노조는 우버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이에 승

실한 장비를 가지고 부적절한 근무환경에서 장기

소해 우버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최

간 일한다. 직업적인 건강악화는 개인이 책임진

저임금 보장, 유급연가 사용권과 노동시간 제한에

다. 부적절한 도구나 안전장비, 독성 화학물질, 위

대한 통제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는 우버라는 플

험한 근무환경, 훈련 및 감독 부족 등에 의한 사고

랫폼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버 노동자

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이뿐만 아니다. 일의 불안정

들은 실질적으로 인격권이 종속됐으며, 이는 우버

성 및 예측 불가능성은 스트레스를 증대시킨다. 일

에 사용자성을 부과하는 주요한 논거가 되었다. 반

과 생활이 분리되지 못해 심리 사회적 위기에 빠진

면, 프랑스는 우버가 사용자인가 대한 판단을 보류

다. 마감은 분 단위며, 임금도 그에 못지않게 초저

했다. 노동자의 노동은 고객을 향한다. 노동제공의

가다. 그런데 쉴 수 없다. 쉬는 순간 무한한 경쟁자

조건은 플랫폼이 정한다. 노동자의 급여는 고객이

가 제 몫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에

지불한다. 플랫폼과 고객 모두 별점을 통해 노동자

서 평판 관리는 노무 관리의 핵심이며, 한 두 개의

를 감독한다. 누가 사용자인가? 과연 한국의 법체

플랫폼이 시장에서 독점적 입지를 강화할수록 플

계는 이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랫폼의 노동자 지배력을 더욱 커진다. 동시에 그런 지배적 플랫폼 안에서 평판 관리는 노동자 내면의

우버 노동자의 소송이 시사하는 또 다른 면은 플랫

욕망도 부추긴다. 대규모 시장 안에서 평판만 잘

폼 노동의 대표적 문제가 긴 노동시간과 낮은 소득

관리하면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안겨준

수준이라는 것이다. 우버는 택시기사에 비해 우버

다.

노동자의 소득수준이 높다고 선전했지만 이는 총 매출이다. 연료비, 보험료, 차량유지비를 제하면 소

지난 세기 동안 나타난 기술의 급격한 변화는 늘

위 남는 게 없다. 하지만 노동자가 아니었기 때문

인간의 불안을 드높였다. 기술 격변의 시대가 지나

에 최저시급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고 나면 우려와 달리 노동자는 다른 일자리를 찾았

할까? 더 일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플랫폼 배달

다. 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질도 낮고, 보상도 낮은

노동자들도 다르지 않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원

일자리로 유휴노동력이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하는 만큼 번다.’는 선전은 살아갈 정도로 벌려면

다. 노동시간이 큰 폭으로 짧아지면서 고용이 유지

죽을 만큼 일하라는 말이나 진배없다.

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신체의 문제, 즉 산업보건의 문

플랫폼 시대의 크로노토프가 누구에 의해 쓰이는

제는 어떤가? 하트퍼드셔대 오슐러 휴스와 사이

지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유는 결국 노동이 누구에

2 우버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서비스.

46


게 어떻게 배분되는가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

만든 대안 플랫폼인 Faircrowd.Work를 살펴볼 필

다. 개개의 사람들이 쓰는 크로노토프는 자기 주체

요가 있다. 이것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플랫폼

적 서사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가지 살펴본

이다. 열 두 개의 대표적인 플랫폼을 리뷰하고 있

바에 따르면 사회전체의 크로노토프는 특정자본가

다. 해당 사업체의 약관에 노동권 침해 요소가 있

가 주체가 된다. 사회 보장은 사회계약이었고 그것

는지 ‘좋아요’로 보여주고, 실제 노동자는 플랫폼

은 근로계약을 근간으로 했다. 그렇다면 국가 권력

을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플랫폼 시대에 플랫

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폼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는 공적 플랫폼의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디링제는 법제적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

‘한국형 알파고’가 농담취급 받는 현실에서 시장주

나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임노동자의 지위를 부여

의자들의 거센 반발과 냉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통합적인 일반노동법을 구성

플랫폼이 21세기에 부활한 노동중개업이라는 점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모르겠으나 한국

감안한다면 공적 플랫폼으로 시장에서 독점적 지

의 경우 임노동자와 유사한 사회권을 플랫폼 노동

위를 가지는 플랫폼과 경쟁하는 방안도 열어두어

자에게 인정하는 것은 아직은 실효성이 낮아 보인

야 한다.

다. 노동조건에 순응해버리면 임노동자 지위를 받 아들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산재보상

한시적이고 불안정한 노동은 시장에 진입하기 전

법 개정 이후 개별 배달원이 산재 적용을 받도록

일시적인 시기를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한시적’

수정되었지만 보험료의 절반을 자부담해야하는 등

이라는 단어는 ‘영구적’과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장벽으로 인해 실제 가입률은 형편없이 낮은 것이

그 결과 사회보장과 소득보장의 권리는 일상에서

한 예이다. 그냥 안 하고 마는 것이다. 디링제 역시

지워진다. 휘황찬란한 기술의 향연에 쉽게 압도될

노동자성 여부에 상관없는 일반노동법에 더 힘을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오래된 미래임을

싣지만 이것도 실효성이 있을 지 미지수다. 새로운

직시해야 한다. 과거의 노동 중개상들은 디지털로

특수법의 입법이 늘 마법의 탄환이 되지 못하기 때

무장하고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다. 달라진 속도 앞

문이다.

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플랫폼 노동자에 게 사회는 무감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

근본적인 문제는 ‘속도’다. 이들 법이 위키피디아

는 것. 이것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어떻게 펼쳐

가 아닌 이상 따라갈 수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

질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지도 모른다.

각해 일종의 위키라면 당면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 지 않을까? 따라서 시민사회는 독일 금속노조에서 47


문화읽기

계약직 교사의 비애와 좌절 - 영화 ‘용순’을 보고 -

콜라비 선전위원

* 영화의 결정적 내용의 상당 부분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순이 육상부에 들어가 육상대회 준비를 하게 되 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용순은 육상

어느 인터뷰에서,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재미

부 담당인 젊은 체육 교사를 좋아하게 되고, 선

있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생님과 비밀 연애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싶었다는 감독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평소 즐

중 선생님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영화 소개 코너에서

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잔잔하고 애틋한 성장

‘동어 반복과 자기복제’가 난무하는 요즘의 한

영화일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의심과 갈

국 영화계에서 반가운 영화라고 소개되기도 했

등, 그리고 쫄깃한 미행(!) 과정을 거치며 드디

다. 게다가 알고 보니 작년에 참 재밌게 보았던

어 대망의 육상대회 날, 모든 갈등이 폭발하는

영화 ‘우리들’을 만든 영화사의 작품이었던 것.

격렬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개봉 후 3일째 영화관에 갔다.

역시 듣던 대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마음에 쏙 드는 영화였다. 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탄산

48

영화 ‘용순’은 여고생 용순의 2학년 여름을 담

수 같은 영화랄까. 진부하지 않았고, 유쾌하게

고 있다. 충청도의 어느 고등학교에 다니는 용

웃을 수 있었다. 나는 용순과 같은 10대를 어떻


게 지나왔던가 잠시 돌아보며 오랜만에 아득한

경험이 미천한 교사인 그로서는 아직 잘 알지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를 함께 본

못했을 것이다. 그보다는 계약직 교사 신분을

옆지기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평을 내놓았다.

벗어나는 것이 그에게는 더 크게 와닿는 일이

그도 영화가 재밌었다고 했지만, 용순이 좋아했

아니었을까. 원래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사람일

던 ‘체육’(용순과 친구들은 여느 고등학생들이

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육상부 학생들에게

그렇게 하듯 각 과목의 이름으로 교사들을 지칭

잘해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했다.)이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

아마 용순이 그에게 빠져든 것도 “너 잘하잖아. 너 뭐에 막 매달려 갖고 열심히 해 본 적 없지?

체육 교사와 단둘이 술자리를 갖게 된 교감 선

확신 갖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돼. 그래도 고갠

생은 곧 있을 육상대회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들고 뛰자.”라고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해주었기

않는다. 부담으로 느껴질 만한 이야기들을 주저

때문인지 모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무엇에 끈

없이 늘어놓으며, 육상대회 결과가 좋으면 정교

덕지게 매달려본 적 없던 용순이 처음으로 매달

사가 되는데 문제없을 거라는 언급도 한다. 20

려본 것이 결국 달리기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계약직 교사인 그,

는 점에서 그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어

자신의 지도로 준비 중인 육상대회의 성패에 따

긋나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라 안정적인 정교사가 될 수 있다! 육상부 학생 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충분

영화의 마지막, 용순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 아니 절박한 이유가 그에겐 있었던 것이다.

운동장을 달리는 장면. 파란만장했던 그 여름을 지나며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암시하는 용순의 나

한창 더운 여름 방학 기간에 육상대회 준비를

레이션과 함께 이야기는 끝난다. 체육 교사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름날 달리기 연습을 하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지

는 것은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만, 기대했던 육상대회는 엉망이 된 데다가, 비

학생들보다도 더 절박한 이유가 있음에도 그는

밀 로맨스(?)까지 탄로 나버렸을 테니 그의 정

학생들을 강하게 다그치지 않는다. 칭찬해주고,

규직 전환은 물 건너갔을 거라고 쉽게 짐작할

부드럽게 타이르고 격려하며 육상부를 이끌어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체육 교사가 얼마나

간다.

억울했을지, 그가 느낀 계약직의 비애와 좌절에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 고개 들고 뛰라며 새 운

관해 이야기하며 옆지기와 안타까움을 나눴다.

동화를 사주기도 하면서. 젊은 남자 선생님의 진심 어린 행동이 한창 예민한 여고생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49


발칙 건강한 책방

‘들꽃’처럼 퍼져나갈 노동자 ‘역사쓰기’

출처_한티재 출판사

50

박준성 역사학연구소

1. 언젠가는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글들을

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새삼스럽

묶은 책이 나왔다.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노동자

게 떠올랐다. 그들은 김성한, 김정태, 조리담당

들이 쓴 <들꽃-공단에 피다>이다. 바쁘다고 미

짬장, 남기웅, 민동기, 박성철, 박세정, 송동주,

뤘던 책을 펼쳤다. 손을 놓지 못하고 단숨에 다

안진석, 오수일, 이명재, 이민우, 이영민, 임종

읽었다. 한 사람의 글을 읽고 나면 다른 사람에

섭, 장명주, 전영주, 조남달, 차헌호, 최진석, 한

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궁금하여 계속 읽게

상기, 허상원, 황태섭이다.

만들었다. 아사히 비정규직 지회는 2015년 5월

서로들 모르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조

29일 구미에서 처음으로 만든 비정규직 노동조

합원들도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는 얼굴을

합이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한 달 만에 170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고, 오랜 시간 같은 공간

명이 문자해고 통보를 받았다. 희망퇴직과 생계

에서 일하면서도 서로 이름조차 몰랐다고 한다.

문제로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22명이 남아 지금

책에는 조합원 각자가 아사히에 오기 전에 무

도 2년 넘게 싸우고 있다.

슨 일을 했는지 묻혔던 비정규직의 역사가 드러

아사히 비정규직 지회에 강의도 가고, 집회에서

나고, 직접 몸으로 느낀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이

도 보고, 농성장에서 인사도 나눴지만 몇 사람

어땠는지,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회사가 구미

을 빼고는 내게 늘 ‘아사히 노동자들’이자 ‘동지

시와 공권력 그리고 ‘김앤장’을 끼고 노동자들

들’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만났던 조합

을 어떻게 탄압했는지, 지배계급의 사슬을 보는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들이 생생하게 실

일본 원정 투쟁 중에 4박 5일 동안 힘든 내색

려 있다. 책을 보면서 공식문건에서는 바로 다

없이 연대해준 일본 동지들을 보며 민동기는 연

가 오지 않던 아픔과 분노가 몸으로 스며드는

대가 필요한 곳은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다짐

느낌이었다. 아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

한다. 울산과학대 농성장 강제 철거를 막으러

기는 이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보편적인 삶과

달려갔던 이명재는 울산에 민주노총 산하 노동

다를 바 없다.

조합이 얼마나 많고,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이 수만 명이 있는데 철거를 막는 데 온

2. 아사히 노래패가 노래를 하고 율동패가 몸짓

사람이 고작 40명인데 절망하지만 진정한 연대

을 보여주면 잘 한다고 박수를 쳤으나 함께 호

의 의미를 되새기며 구미의 금속노조 KEC 지

흡을 맞춰 노래를 부르고 동작을 통일 시키는

회가 없었다면 아사히 비정규직지회가 이렇게

것이 얼마나 힘든지(이영민), 어깨 근육이 찢어

싸울 수 없었을 거라고 고마워한다.

지는 고통을 어떻게 감내해야 했는지(장명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생존은 가족의 생계와 직

무대 뒤쪽의 애환은 잘 몰랐다. 손재주가 있던

결된다. 해고는 가족의 걱정과 갈등을 증폭시킨

이민우는 농성장을 만들고 보수하는 일이나 현

다. 이해하고 지지하는 가족들에 얽힌 사연들도

수막을 직접 쓰는 작업을 도맡아 하게 되어 ‘이

눈물겹다. 상경투쟁 후 췌장염으로 입원했다가

반장’이 되었다. 공장에서 일할 때 뒤풀이 안주

뼈에 암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소견을

를 잘 만들던 ‘짬장’은 천막 주방장으로 “남이

들었던 박성철은 아내가 투쟁을 그만두라고 하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는 주부의 마음을 실감

지 않아서 고마웠다고 한다. 그리고 TV에서 촛

하는 농성장의 ‘엄마’가 되었다. ‘농성장 동지들

불집회 장면을 보면서 “다치지 마래이!”하던 초

이 손꼽는 인기 메뉴 베스트 3’로 닭발 10인분,

등학교 6학년 딸이 “아빠 돈 있냐?” 묻고는 “내

야채찜닭 10인분, 닭개장 50인분 레시피까지

용돈 좀 줄라고. 아빠 돈 없잖아.......세뱃돈 받은

올려놓았다. 이발사 출신 조남달은 농성장 이발

거 있는데”하는 대화를 소개한다. 조마조마 했

사를 넘어 ‘이발 연대’를 통해 연대의 중요성을

는데 암은 아니라니 다행이다. 이 대목에서 간

알리는 연대의 전도사가 되었다. 소외되고 착취

암에 임파로 전이까지 됐던 내 항암의 시절이

당하는 노동이 아니라 자발적 연대의 노동이 얼

떠올라 한참 동안 책을 덮고 앉아 있었다. 그러

마나 뿌듯한 기쁨을 주는지 그림을 보듯 다가온

고 보니 내가 이 책을 단숨에 끝까지 읽은 것은

다.

아니었다. 조직부장을 맡은 허상원은 꼭 이길 51


때까지 참아주겠다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3

주룡’이기도 하다.

된 딸이 원하는 학원 등록을 바로 못 시켜준 것

52

이 후회스럽지만 지금 투쟁에 쏟는 열정을 투쟁

3. 차헌호 지회장은 “지금 우리는 승리만큼 소

이 마무리 된 후 가족과 아내에게 쏟겠다고 약

중한 투쟁의 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는

속한다.

투쟁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고 글을

싸움이 길어지면서 떠나는 동료들이 늘어나고,

마쳤다. 나는 아사히 비정규직 지회 노동자들이

싸움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과 갈등이

쓴 이 책이야 말로 투쟁 과정의 산물이며 조금

때때로 밀물처럼 들이 닥칠 때가 있을 것이다.

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아낸 소중한 성과물이

투쟁과정에서 형성된 서로에 대한 배려와 동지

라고 본다. 스스로 글을 써서 기억을 기록하는

애가 중요한 버팀목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

일 또한 투쟁이기도 하다.

면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1984년> 소설에서 조지 오웰은 누가 과거의

현장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안진석은 어려움을

기억을 지배하느냐, 과거의 기억을 지배하는 자

돌파할 무기가 함께하는 삶의 방식과 이타적인

들이 현실과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감히 세상을 바꾸

배 계급이 계급 지배를 관철하는 힘 가운데 하

고 싶어서, 진정 역사의 주인인 노동자가 되고

나는 과거의 기억, 기록을 지배하고 역사를 장

싶어서 “나는 노동자”라고 외친다.

악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노동자의 역사를 기억

최규석의 만화 <<송곳>>에 “분명 하나쯤은 뚫

하는 일은 노동자의 현실과 미래를 위해 필요하

고 나온다. 다음 한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

다. 노동자가 자기의 역사를 기억하고 지배하는

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방식의 하나가 ‘노동자 자기 역사쓰기’이다.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이제까지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개인이 투쟁의

송곳 같은 인간이”라고 하는 명장면이 나온다.

경험을 직접 기록하거나 구술을 바탕으로 누군

투쟁하는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 한 사람 한

가 정리한 글, 취재를 바탕으로 쓴 르포 같은 글

사람은 인생의 긴 여정에서 보면 지금 ‘송곳’ 같

쓰기는 무수히 많았다. 역사 쓰기에 필요한 중

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위한 싸움이

요한 자료들이다. <<들꽃>>은 한 걸음 더 나아

이 땅 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좀 더 나은 세

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투쟁 과정 중에 모두가

상을 만드는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1931년 을밀

함께 썼다는 점에서 새롭고 소중하다. 프로 사

대 지붕위에서 고공농성 일인시위를 벌였던 ‘강

진가 이상엽 씨는 기록 사진을 찍을 때 잘 찍는


출처_가톨릭뉴스

프로가 혼자 아무리 잘 찍어도 아마추어 몇 명 이 찍은 사진 만큼 구석구석 골고루 못 본다고 했다. 이 책은 투쟁하면서 인상 깊은 경험과 맡 았던 역할을 나누어 씀으로서 널리 깊이까지 기 록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 인사’이면서도 전체의 흐름을 구성하는 ‘전체 사’가 되었다. 개인과 집단이 따로 이면서 전체 가 되는 공동 집필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책을 쓰는 일을 거들어 주었던 ‘전국불안전노동

정에서 가장 슬프고 힘들었던 일, 보람 있고 기

철폐연대’의 노고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뻤던 일들 중심으로 써도 좋겠다. 그리고 <들꽃

3부에 실은 ‘구미공단 산업 변화와 아사히 비정

2> 책 제목도 내 맘대로 <들꽃 2, - 꽃씨 공단에

규직 노조’(천용길), ‘아사히 투쟁과 법.제도’(이

퍼지다>로 붙여 보았다.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

경호), ‘공공.행정의 뒷짐 속에 파괴되는 노동과

자들이 척박한 구미 공단에 꽃 피운 들꽃이 “정

삶’(신순영), ‘전범기업 아사히글라스와 악마 변

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라

호사 김앤장’(안명희), ‘노동자는 하나다! 품앗

는 튼튼한 씨앗을 맺어 널리 널리 퍼지기를 바

이를 넘어 공동투쟁으로’(초희)는 ‘아사히 투쟁

라는 뜻이다.

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정리해서 알려주었 고, 토막토막 떨어져 있는 조합원들의 글이 투

책에서 이명재는 “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쟁의 전 과정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 것인지 이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

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동자들의 역사를 써

한번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하

주는 것을 넘어 옆에서 함께 ‘같이 쓰기’의 모범

였다. 이 책을 부지런히 읽고 주위에 권하는 일

을 보여주었다.

도 아사히 노동자들이 승리를 앞당겨 ‘들꽃 2’ 를 빠른 시간에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연대 가운

4.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투쟁에 승리

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도 책을 읽기 전에 열

한 뒤 <들꽃 2>를 쓰기 바란다. 이 책을 쓰고 난

권을 구해서 사람들에게 권했고, 책을 읽은 다

이후의 이야기 뿐 아니라 투쟁 과정이라 못 썼

음에 널리 읽었으면 좋을 것 같아 열권을 더 주

던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할 사연들, 투쟁 과

문했다. 53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길 위의 노무사들, 노노모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전국에서 28명의 노무사가 2002. 7. 10. 한자리

조합에 소속된 자, 노동·사회단체에 소속된 자,

에 모였다. 장고의 논의 끝에 ‘노동인권 실현을

사용자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 자”로 제한되어

위한 노무사모임(약칭, 노노모)’을 설립하였다.

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사용자의 입장, 노동자

그리고 2017. 7. 현재는 160여 명의 노무사모

의 입장에 따라 법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

임으로 확대되었고 15주년을 맞이했다. 노노모

라 일관성을 유지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를 설립할 당시 노무사라는 직역에 대해 잘 알

의지가 반영된 자격 요건이다.

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고, 노동계에서는 사용 자의 입장을 대변하여 인사노무관리 및 노동사

2005. 3. 노무법인 필을 개업한 즉시 노노모

건을 수행하는 사람들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

에 가입하였다.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는 김재

다. 즉, 노무사에 대한 적대적인 시선이 팽배했

광 노무사는 35호, 나는 36호, 김재민 노무사는

던 시기였다. 노동법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실

82호의 고유번호를 부여받았다. 흥국생명보험

현하기 위해 노동법은 최대한 노동자에게 유리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사건, 신세계 이마트

하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졌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사건, 포항지역건설노

던 노노모 회원들은 통상적인 노무사들과 달라

조 집단해고 사건, 현대차 비정규직 차별 사건,

도 아주 달랐다.

철도노조 집단 징계사건 등 공동대리, 이랜드뉴코아, KTX 승무원, 쌍용자동차, 반올림, 유성

54

노노모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찾기

기업 등 투쟁지원, 산재, 행정해석, 노동위원회

위한 공동활동, 지원, 연구, 조사, 여론형성 및

제도, 질판위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모임, 기자

연대활동 등을 통하여 노동인권의 실현에 기여

회견 및 성명서, 노동·인권탄압 진상조사 활동

함을 목적”으로 하였다. 회원 자격은 “노무사

(발전노조, 철도노조, SJM 등), 토론회, 법률안

로서 이 모임의 목적과 취지에 찬동하고, 노동

검토 및 제안 등 지난 15년 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노동사건에 항상 노노모 회원들이 직·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2007. 6. 소위 ‘이랜드

간접적으로 개입하였고 이러한 실천을 기반으

사태’로 불렸던 이랜드 일반노조의 투쟁을 잊

로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을 수 없다. 2013년 이랜드 투쟁을 배경으로 제 작된 <카트>라는 영화의 시나리오 감수와 ‘촛

2009. 11. 노노모 사무국장을 맡을 무렵 이명

불 집회 노무사’라는 배역까지 맡아 영화에 출

박 정권은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공공

연하게 되었던 계기가 이랜드 투쟁을 지원하였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노동탄압을 진행하였다.

던 것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개인적으로 소중

마치 시나리오에 의한 것처럼 공공부문 전반에

한 추억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 전에 <

걸쳐 “정부안대로 임금·단체협약 개악 요구 →

카트>에 출연한 노무사라는 소개를 받으며 살

노사교섭결렬 → 노동쟁의 조정결렬 → 단체

아가고 있다.

협약 일방해지 통보 → 노조 파업 → 파업 방해 및 노조탄압”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노노모가 걸어온 15년의 추억과 투쟁의 역사를

특히 발전노조와 철도노조에 대한 노동탄압은

짧은 글에 모두 담을 수는 없다. 사무실 명함

파업 참가자에 대한 납치·감금의 사례가 발생

에 노노모 소속 회원이라는 것을 적고, 교육하

할 정도로 심각한 인권유린까지 자행되었다.

면서 가급적이면 노노모라는 조직에 대해 한두

노동단체와 노동조합, 국회의원이 함께하는 진

번쯤 설명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상조사단을 구성하였고 노노모 또한 진상조사

노노모 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및 대응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던 시

자긍심을 느낀다. 그만큼 더 노력해야겠다는

기였다. 철도노조의 경우 파업참가자 11,588명

다짐을 하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하다. 누군가

에 대한 대량징계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노노

노노모 회원들을 ‘길 위의 노무사들’이라 불렀

모는 2010. 8.~2011. 1.까지 해고, 정직 이상의

던 것이 생각난다. 노노모 회원으로 산다는 것

중징계자 200여 명의 중노위 사건을 공동대리

은 어쩌면 ‘길 위의 노무사들’로 살겠다고 다짐

하기도 하였다. 서울, 충북, 부산, 충남, 경북, 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15주년을 맞

북, 강원, 전남 8개 지역의 13명의 노무사가 공

은 노노모 회원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

동대리인단을 구성하고 중노위 재심 사건을 진

낸다. 수고했어요. 오늘도!

행하였던 것은 노노모가 전국적인 조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계기이기도 하였다. 55


이러쿵저러쿵

반갑습니다, 여러분

나래 상임활동가

혹시 <서른,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라는 최영미 시인

쳐 부리란 걸/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누군가 그 대신

의 시를 아시나요? 우연히 30살 겨울, 선물 받은 시집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

이었습니다. 이 시가 마치 내 지난 날을 관통하는 기분

으리란 걸/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 ‘운동’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라는 것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 니다.

제가 20살 대학에 입학해던 해는 그 어떤 때보다 등록 금 인상률이 높아 전국의 대학에서 등록금 투쟁이 벌

56

“물론 나는 알고 있다/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술보

어졌습니다. 저희 학교는 이때 11%나 인상해 더욱 싸

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그리고 외

움이 격렬했습니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과가

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낮은 목

본관 점거에 동참했고, 총학생회장·부총학생회장이었

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그러나 대체 무슨 상

던 여성 선배들은 삭발까지 했습니다. 주어진 길만 가

관이란 말인가//잔치는 끝났다/술 떨어지고, 사람들

던 저에겐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어떻

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마지막

게 학생들이 학교 건물을 점거할 수 있지?’, ‘저래도 되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어렴

나? 큰일나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이 투쟁에 함께하

풋이 나는 알고 있다/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

게 되면서 스스로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학교의

아/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

주인의식을 가진 학생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답이

거운 눈물 흘리란 걸//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

었습니다.


그렇게 강의실보다 강의실 밖에서 배울 것들을 찾아다녔습

그리고 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죽음을 목도했

니다. 밤마다 친구, 후배, 선배들과 술을 마셨고 노래를 부

습니다. 5월1일 노동절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죽음을, 7

르고 투쟁을 했습니다. 너무나 진지하고, 즐거운 시간들이

월2일 1988년 15살 소년 문송면의 죽음을 지나쳐왔습니

었습니다. 물론 싸움에서 진 적이 훨씬 많았습니다. 지금도

다. 그리고 이 무더위에서 안전줄에 겨우 목숨을 맡기고

그때를 떠올리면 아쉽고 속상하지만, 지난날을 보듬고 위

일 하는 에어컨 수리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로하며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활동은 쉽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 새벽녘에 이 글을 쓰며 제가 어떻게 한노보연과 연이 닿았

할 권리와 인간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곳, 그 현실을

을까 떠올려봅니다. ‘시나브로’란 단어가 생각납니다. 모르

바꾸려고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아픔과 고통을 다뤄야

는 사이에 조금씩,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조금씩, 아주 느

하고, 때론 죽음을 끊임없이 대해야 합니다. 어떤 땐 죽음

리게 가까워졌습니다. 반도체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을 만

그 이상의 것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

나 나눴던 이야기들, 심야노동 철폐를 외쳤던 유성기업 노

럽게 한노보연의 손을 잡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동자들, 골병으로 아픔을 호소했던 학교급식실 비정규직

세상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리

노동자들과 실제 현장을 바꿔낸 두원정공까지… 학교 활동

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을 하면서, 졸업 후 일을 하면서 제 관심과 고민에는 한노 보연의 지향, 방향이 맞닿아있었습니다.

20살에 만난 ‘운동’을 시작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고, 그간 있었던 곳에서 조직의 성과를 떠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렇게 저는 30살 겨울을 넘기고, 올해 3월부터 한국노동

어떤 상태인지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분명한건 동지라 부

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를 수 있는 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은 고되더라도 즐거움

1월 말 면접을 보던 날이 선명합니다. 소장, 아이구, 민, 재

이 있다는 것, 나눠가는 과정에서 성장과 발전이 있다는

현이 모두 저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약 1시간반

것, 사람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

동안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했습

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노보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니다. 그때야 비로소 실감이 나더군요. 아, 내가 뭔가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구나.

앞으로 한노보연에서의 내가, 내 인생에서 한노보연이 어 떨지 궁금합니다. 이후 <일터>에 다른 인사와 소식으로

활동을 시작한 3월부터 회원 분들과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여러분께 다시 제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모

연구소와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역사부터 현장 이야기, 질병

두 건강히,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에 대한 이야기, 향남공감의원 방문 등 물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집행위원장과 함께 그동안 연구소가 작업했던 여러 연구조사 사업 보고서 학습을 했습니다. 이 시간을 보 내며 한노보연이란 곳이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배 울 수 있었습니다.

57


한노보연 이모저모

정치권도 반올림 농성 해결에 팔 걷어붙이자 6월 20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더불어민 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다큐멘터리 ‘클린룸 이야기’ 상 영회가 있었습니다. ‘클린룸 이야기’는 반올림이 IPEN(유해물질 없는 미래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의 제안을 받아 첨단전자산업 직업병 피 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제작한 영상입니다. 반올림은 이번 국회 상 영회를 통해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겠다 고 약속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더욱 힘 있고 발 빠르게 이 문제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약속을 강제하고자 하였습니다.

정부는 폭력적인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중단하라 6월 30일, 연구소가 함께 하고 있는 경기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경 기이주공대위)에서 수원 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 였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6월 16일 수원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단속 과정에서 중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치료도 하지 않은 채 보호소에 가둔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자리였습 니다. 대체 언제까지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이주노동자가 폭력을 당 해야 하는 겁니까. 정부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은 하루 빨리 중단되어야 하겠습니다.

지난 7월 1일 행복한 서산을 꿈꾸는 노동자모임 '행서모'에서 노동안 전활동가되기 준비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 모임에선 참석한 사람들 이 일터 현실과, 이번 노동안전활동가되기 프로그램에서 바라는 점 을 나눴습니다. 7월 16일부터 수련회 포함 9월까지 7차례 거쳐 진행 되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 되기 프로그램에 많은 참여와 관심바랍니 다.

58


노동안전보건잡지

일터의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1년 구독료 40,000원 권당 가격 4,000원 구독 신청 031-247-8633, laborr@jinbo.net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예금주 : 한노보연)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향해 모든 이들의 안녕함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어 가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으로 함께해주세요 후원신청 www.klish.or.kr, laborr@jinbo.net 669702-04-026894, 국민은행 김정수 (한노보연)

6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강모열 강영우 강정주 강진욱 강찬구 강충원 고지윤 곽선영 권동희 권영국 김경도 김경희 김기동 김기헌 김대광 김동춘 김두현 김만원 김명성 김미선 김보경 김봉철 김부욱 김선미 김선배 김선수 김설민 김수현 김승섭 김영수 김영철 김옥헌 김윤지 김재민 김정신 김정열 김정원 김종은 김지원 김진철 김창헌 김필수 김혜선 남원철 노현 류현 석 명준표 문제혁 민주노총법률원 박상정 박선재 박성천 박신안 박윤경 박일원 박종우 박주옥 박채원 박채은박해정 배정란 백남순 백남운 법무법인민심 변승규 변은영 변진경 붉은몫소리 삼식이 서동현 선종 현 손근호 손석기 손익찬 송영석 송한수 신경석 신경화 신유록 신정범 신진섭 안기옥 안대엽 안성민 안태은 양진권 양희만 엄연섭 예병진 오동영 오병창 오진석 오진환 오현정 오희정 우지영 유상철 유준 성용 윤정식 은상준 이고은 이대용 이동윤 이명숙 이명준 이상언 이상재 이선웅 이세영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호 이우상 이원태 이윤덕희 이은주 이인규 이자호 이재범 이정규 이진아 이한진 이활연 이효상 이희영 임경채 임재우 장현석 정규전 정두인 정라영 정미경 정병권 정성욱 정영민 정윤경 정하나 정해선 정현섭 조명심 조민제 조애진 조연선 조영호 조은혜 조종완 조창묵 주석재 지영훈 진선우 채수용 채종석 최재근 추상효 추승현 한국지엠노동조합지부 한규권 한진구 허경 현대자동차지부남양위원회 홍정연 홍진성 황진철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62호 2017년 7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콜라비, 종호, 경미, 나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 성실 표지 미디어뻐꾹 인쇄 동광 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7년 7월 12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 호 (우 07023)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lish.or.kr 이메일 laborr@jinbo.net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