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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R September 2013 Vol. 10

Book & Culture

‘제 답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의 답은 무엇입니까?’ 김광점 가톨릭대학교 의료경영대학원 교수

로 정리하여 발표하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었다. 1987년 타계하신 고 이병철 회장께서 절두산 성당 박희봉 신부께 보낸 24개의 질문.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이지만 지금까지 누구에게서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 질문들이었다. 이 분은 어 떤 답을 제시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도 ‘이런 주제의 책에 대해서 철학과 신학에 대해서는 문외 한인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옳을까?’하는 의문이 들 었다. 그렇지만 이 글의 독자들이 경영에 관계된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한 원고청탁자의 꾐에 넘 어가고 말았다. ‘경영학자의 인문 서적 읽기’와 같

Book & Culture

김용규 저 / 휴머니스트 / 2013년 7월

은 것을 기대하진 마시라. 그냥 한 명의 독자로서 읽은 소감을 밝히겠다. 책을 펼쳤다. 이 책을 왜 썼는지, 어떤 입장에 서 썼는지가 가장 먼저 나온다. 이 회장이 남겼다 는 질문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은 마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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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 책, <백만장

할 질문들에 대해서 스스로 답을 찾아보겠다는 것

자의 마지막 질문>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기독경

이 첫째 이유였다. 둘째 이유는 신과 종교에 대한

영연구원의 연구위원 세미나 때문이었다. ‘경영학

무차별적 공격에 대해서 아무 답도 내놓지 못하고

과 인문학의 융합’이라는 주제를 다룬 그 세미나에

있는 한국의 기독교 현실에 대한 반성과 대응이었

서 저자가 발제하는 시간이 있다는 핑계로 세미나

다. 그리고 방법론적으로는 ‘신학적’ 담론이 아니라

에서 이 책을 선물로 나누어준 것이다. 고전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해박한 지식과 엄청난 독서량, 그리고 경영학자 앞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복잡하

에서의 발표를 위해서 짧은 시간에 경영관련 서적

다(complex)’고 하겠다. 질문이 복잡하고, 답이 복

을 독파하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여 자신의 시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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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함, 후련함, 시원함은 어느 목사님에게서도 들을

난 후의 느낌이 복잡하다. 복잡한 주제이니만큼 서

수 없었고, 어느 신앙 서적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

로 대립하지만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설명들

던 시원한 해답이 제시되어 있는 데서 오는 느낌이

이 존재해왔을 것이다. 그럴 때 저자는 양립주의

었다. 쉬쉬 거리면서 ‘혹시 이런 거 아냐?’ 하고 속

(compatibility)에서 해답을 찾는다. 이분법적인 답

으로 생각하던 여러 문제에 대해서 저자는 분명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는 전체를 알 수 없으니,

게 그렇다, 아니다, 모른다 하는 답을 내놓고 있다.

여러 타당한 설명이 담고 있는 복잡한 것을 복잡한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 도킨스의 책을 비롯한 몇

채로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에코가 ‘장미의

권의 책이 던진 도전에 대한 반응, 이데올로기화된

이름’에서 윌리엄 수도사를 통해서 단순한 답을 요

기독교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을 향한 비판, 창조론

구하는 ‘The Simple’이 되지 말고 복잡한 것을 복잡

과 진화론에 대한 설명, 신의 전지전능함과 인간의

한 채로 받아들이는 ‘The Learned’의 자세를 가지

자유의지, 고통의 문제, 내세론, 죄와 구원의 문제,

라고 요구한 것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다보니 저자

교회 밖의 구원 문제 등에 대한 저자의 답은 선명

는 쉽게 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명쾌

하다. 그렇기에 동의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후련하

한 답을 원하는 제자에게 결코 명쾌하게 답하지 않

고 통쾌하다.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서 어떻게 설

는 윌리엄 수도사 앞에 있는 아드소와 같은 느낌을

명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던 주일학교 교사들이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기독교의 가르침에 대한 도전적인 책들이 나온

신의 존재 증명, 우주생성론, 진화론과 창조론,

상황에 어떻게 답하고 반응해야 할지 몰라 조마조

신의 전지전능함과 인간의 자유의지론, 인간 고통

마하고 있는 우리에게 단비와 같은 설명이 담겨 있

의 문제, 죄와 구원의 문제, 내세론, 사회악의 문

다. 그러나 그 설명들은 어느 특정한 입장에서 보

제, 종교의 문제, 신앙과 삶의 괴리 문제, 지구 종말

면 불편하게 여겨질 내용을 적잖이 담고 있다. 그

의 문제 등 실로 거대한 주제에 대하여 이 회장이

렇다고 해서 이 책 전체를 던져버리지는 않았으면

던진 거침없는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고전과 현대

좋겠다. 일단 ‘하나의 해답’으로 받아들이고, 만약

물, 철학과 신학뿐 아니라 최신의 과학적 연구결과

이 책에서 제시한 해답과 다른 해답을 갖고 있다면

를 동원하면서 ‘인문학적으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 답을 내어놓고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나가

아니 이 회장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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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하고, 답을 던지는 대상이 복잡하고, 책을 읽고

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종교무용론, 종교말살론을 주장하는 일부

불편함, 부끄러움, 아픔은 기독교인으로서, 교

‘이데올로기적 과학주의자’들의 도발에 대응하고,

회로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모습들, 굳이 들

때로는 이러한 도발에 대해서 엉뚱하게 대응하여

여다보고 싶지 않아 외면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적 기독

너무도 담담하게 묘사하고 지적하는 데서 오는 느

교인’들에게 답하는가 하면, 때로는 삶속의 실천으

낌이다. 저자는, 의식 없이 생각 없이 끌려가고 있

로 연결되지 못하는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들,

는 다수의 기독교인들을 향해서 깨어나라고, 그렇

저자의 표현을 빌면, ‘종교적 경험의 일상적 형태’

게 끌려가면 안 된다고 호소한다. 수많은 교회와

를 통해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현대 기독

신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사회악이 난무하

교인들을 향하여 ‘죽비’를 내리친다.

는 현실에 대하여 답하면서, 저자는 오늘날의 기독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몇 가

교인들이 참으로 ‘로고스’를 따르고, ‘자만심으로부

지가 섞인 것이었다. 통쾌함, 후련함, 시원함과 함

터 자유로워지며,’ ‘종교적 경험의 신비적 형태’ 대

께 불편함, 부끄러움, 아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통

신에 ‘종교적 경험의 일상적 형태’를 통해서 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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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증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꾸짖는다.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개리 해멀도 ‘지금

대중을 위한 기독교 변증서로서 소개되어 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서 경제위기를

는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톰 라이트의

불러온 가장 큰 문제가 기업인들이 가치를 상실했

<기독교 여행> 등과 달리 이 책은 자연과학에서 비

기 때문임을 지적하고 가치의 회복을 강조하며, 그

롯된 도전에 대해서도 답을 제시하고 있고, 자연과

것을 위해서 노력할 것을 요청하고, 스스로 앞서

학에 대해서 기독교인이 취할 건강한 태도를 보여

행동하고 있다. 인문학에 대한 경영계의 관심이 새

주고 있다. 기독교를 소개하는 책은 변증적 성격을

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띨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 회장의 질문이

발굴이나 새로운 경영방식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논쟁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인지, 또는 과학적

자 하는 도구적인 측면을 넘어서, 경영이 인간의

이데올로기의 공격에 대해서 답을 하려고 하기 때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만큼 ‘인간 가치’

문인지, 이 책은 상당히 논쟁적이다. 특히 책의 전

의 본질을 고민하고 추구하는 단계로 나아갈 필요

반부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읽기 어렵게 여겨질

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 회장이 던진 사회악 문제

수도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논쟁적인 접근이 싫은

에 대한 질문은 부분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이해 부

독자라면 같은 질문에 대해서 훨씬 부드럽게 답하

족에서 제기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더 큰 부분은

고 있는 차동엽 신부의 <잊혀진 질문>(명진출판)

기독교인이 기독교의 가르침대로 살지 못해서(않

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은혜로운’ 설명

아서) 제기된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기독경영

보다는 ‘분명하게 날선’ 설명을 원하는 독자라면 힘

학자와 기독경영인도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

들더라도 이 책과 씨름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대강령을 구

이 책에서 다룬 여러 주제들이 ‘충분한 깊이로

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서 고

다루어지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볼 때에는 그럴 것이다. 저자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시고는 ‘가서, 너

는 기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허수아비를 세워 놓

도 그와 같이 하라.’하고 명령하시지 않았는가?

고 비판하는 오류’에 빠지고 있다 했는데, 저자의 답

이 책에 담긴 답을 이 회장이 받았다면 흡족해

에 대해서 상대방도 그렇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답

했을까? 이 책의 내용이 이 회장에게 답이 되었을

자체에 대해서도 충분히 자세히 다루지 못하고 또 다

것 같지는 않다. 저자가 이 회장에게 답을 주려고

른 형태의 ‘허수아비’를 만드는 데 그쳤다고 여겨질

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수도 있다. 신학자들, 철학자들, 자연과학자들, 사회

것처럼 저자는 이 회장에게 답을 하기보다는 언젠

과학자들이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저자의 설명에 부

가 한 번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질문 앞에 스스로

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한 명의 저

서서 찾은 답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

자가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주제를 다룬

질문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

것에 대해서 각 주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고 비판

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질문을 던지며, ‘함께 대화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를 나누어보자.’고 독자에게 말을 건다. 당신의 답

어떤 글이든지 읽고 나면 떠오르는 경영학

은 무엇인가? 나도 답을 정리해보아야겠다. CMR

자의 자동적인 반응,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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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는 ‘가치’에 대해서

김광점

충분히 돌아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

다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치를

를 받았으며 현재 가톨릭대 의료경영대학원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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