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Vol.14
Business from the perspective of Bible
Cover Story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의 비전과 흐름 김재구 사회적 기업가의 사업과정 배종태 세계 속의 한국 기업가 정신과 벤처 생태계 이영달
People & Company 창업은 역경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입니다 한정화 누군가의 삶을 회복하는 이야기, 마리몬드 윤홍조
Issue 채무에 대한 신학적 조망 송용원 희년 경제제도의 개념과 적용 2 김대영
2015년
이사장
박래창
부이사장
김인식 코리아디지탈 기술고문 윤현덕 숭실대 교수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
이사 이건호 순복음대구교회 담임목사 정현구 서울영동교회 담임목사 송용원 은혜와선물교회 담임목사
문영기 유진크레베스 대표 여용동 다윈기술금융 대표 유현오 (주)제닉 대표 이대식 (주)삼신기계 대표 이백용 바이텍시스템 대표 이병구 (주)네패스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정종섭 웨슬리퀘스트 대표 지용근 CBMC 사무총장
김용준 성균관대 교수 배종석 고려대 교수 안동규 한림대 교수 임성빈 장신대 교수 황호찬 세종대 교수
감사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박사
최현돌 대구대 교수
자문위원 김용준 성균관대 교수 박의범 강원대 교수 안동규 한림대 교수
임성빈 장신대 교수 윤현덕 숭실대 교수
주우진 서울대 교수 한기수 연세대 교수
권수라 한양대 교수 김광점 가톨릭대 교수 노명진 창조T&S 이사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박사 박광우 KAIST 교수 방유성 피플퀘스트 대표 배종태 KAIST 교수 유시용 중앙대 교수 이영달 동국대 교수
이형재 국민대 교수 정연승 단국대 교수 천상만 중앙성결교회 목사 최호윤 나눔과 셈 회계사 최현돌 대구대 교수 편주현 고려대 교수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황호찬 세종대 교수
운영위원 배종석 원장 고려대 교수 김홍섭 부원장 인천대 교수 이천화 부원장 가립회계법인 회계사 박 철 부원장 고려대 교수
사무국 조기성 사무국장
김윤미 사무간사
하나님 나라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
기독경영연구원의 후원의 특징 1.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개인, 기업, 교회 등 누구나 후원할 수 있습니다. 소액이나 거액이나 상관없이 후원 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기후원, 일시후원, 물품후원, 재능기부 등 다양한 방법으 로 후원할 수 있습니다.
2. 투명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운영지원금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들의 후원과 자체 교육 연구 수익으로 운영되며 그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3. 기독경영연구원에 대한 후원은 R&D에 대한 투자입니다. 시민운동과 직접선교도 중요하지만 깊이 있고 실제적인 연구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구호와 캠페인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전문적이고 신뢰받는 연구를 위한 후원은 가 장 소중한 투자입니다.
4. 즐거움과 의미가 넘치는 일입니다. 즐거움과 의미가 동시에 충족되는 일은 많지 않은데, 기독경영연구원에 대한 후원 은 선하고 아름다운 일(시133:1)입니다. 후원의 기쁨과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 일에 동참하여 주십시요.
후원방법 1. 정기후원(CMS) 약정 월 정기후원을 약정하시면 매번 은행에 갈 필요도 없으며, 잊어버리는 일도 없습니 다. CMS 정기후원 약정을 추천합니다.(약정서는 온라인 www.kocam.org에서 도 작성 가능)
2. 무통장입금 특별한 사업이나 기념일에 일시후원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의 계좌로 입금하시면 됩니다. 국민은행 827-01-0305-854(예금주: 사단법인 기독경영연구원)
3. 물품후원 & 재능기부 기타 여러 물품이나 재능기부도 받습니다. 사무국(02-718-3256)으로 문의해 주 세요.
CMS 후원 신청서 (신청서를 작성하셔서 우편으로 보내주시거나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이 름:
전화번호:
이메일:
은행명: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후원금:
만원
출금일: □ 5일 □ 25일 □ 위의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합니다.
이름:
(인/서명)
2015 Vol. 14
66 영성 시리즈2 : 하나님을 향한 갈망
김경은
70 그리스도인들의 바른 신앙 정체성 회복을 위하여 이승구
05 권두언
정연승
Cover Story Innovative & Social Business
Management Insight
74 소셜전략으로 승부하라 : 나이키
권수라
79 PB 상품의 동향과 중소기업의 전략
이형재
82 불확실성과 인과 관계
유시용
84 역발상의 법칙
정연승
06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의 비전과 흐름
김재구
12 사회적 기업가의 사업과정
배종태
17 세계속의 한국 기업가정신과 벤처생태계
이영달
88 [북 리뷰] 경제민주화를 말하다
편주현
90 [음반]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지강유철
People & Company
28 창업은 역경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입니다
한정화
36 누군가의 삶을 회복하는 이야기, 마리몬드
윤홍조
Issue
Book & Culture
94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최 은
98 [북 리뷰] 주일 신앙이 평일로 이어질 때
홍병룡
101 조국장의 독수기讀數記
조기성
Perspective
44 채무에 대한 신학적 조망
송용원
103 차별이 없는 사회
52 희년 경제제도의 개념과 적용 시리즈2
김대영
송 자
Waits
Spirituality
27 지혜있는 자는
강대연 조기성
56 일과 영성시리즈 2 : 공동선과 일
송용원
73 탈주
61 기독교 친화적인 중간사회가 필요한 시대
김회권
87 독자의 소리
2015 Vol. 14
CMR(Christian Management Review)는 사단법인 기독경영연구원 이 발행하는 대표 크리스천 경영 전문 매거진입니다.
공동 발행인 박래창 이사장 / 배종석 원장 고려대 교수 편집 자문위원 김병연 서울대 교수 / 김성국 이화여대 교수 / 백기복 국민대 교수 유영진 Temple Univ. 교수 / 윤현덕 숭실대 교수 / 이건호 순복음대구교회 목사 이장로 고려대 교수 / 이장호 높은뜻광성교회 목사 / 임성빈 장신대 교수 정현구 서울영동교회 목사 / 주우진 서울대 교수 / 한기수 연세대 교수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 / 황호찬 세종대 교수 편집위원장 정연승 단국대 교수 편집위원 권수라 한양대 교수 /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유시용 중앙대 교수 /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 편집장 조기성 기자 김윤미 디자인 & 인쇄 RED PRINTING & PRESS 발행처 기독경영연구원 121-729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328(도화동 532) 신원빌딩 1층 전화 02-718-3256 | 팩스 02-718-3528 이메일 kocam@kocam.org | 홈페이지 www.kocam.org 페이스북 www.facebook.com/www.kocam.org
CMR는 비매품으로 기독경영연구원의 후원자 들에게 발송되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후원약정서를 작성해 주시거나 사무국으 로(전화, 이메일)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www.kocam.org
■ 권두언
혁신과 나눔의 경영
정연승 편집위원장· 단국대 교수
최근 ‘플랫폼 경영’이 화두라고 합니다. 플랫폼이란 특정 장치나 시스템에서 기초가 되는 틀 또는 골격을 지 칭하는 용어로, 정치·사회·문화적 합의나 규칙을 의미하기도 하고, 기업경영에서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기본 프레임을 의미합니다. 결국 플랫폼이 제대로 놓여야 기업이든 사회든 창조적 발상과 발전이 가능해집니 다. 고속도로가 잘못 건설되면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잘 달릴 수가 없는 것처럼, 새로운 혁신과 벤처의 움직 임도 그 토대가 되는 플랫폼이 잘 놓여야 발전하고 더욱 가속도가 붙습니다. 즉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과 사조 의 등장에는 먼저 이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신념적 기초에 대한 튼튼한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번 CMR은 매우 시의적절하고도 필요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이번 호의 화두는 ‘Innovative & Social Business’입니다. 새로운 혁신적인 비즈니스와 따뜻한 사회적 비즈니 스라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두 가지 주제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이는 사회와 공동체를 향한 섬김과 나 눔 정신의 발현이 때로는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바람과 기대 때문입 니다. 최근 성수동, 테헤란로 그리고 판교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소셜 벤처, 사회적 기업 등을 위시한 벤처 창 업 붐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관련 정부 부처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고, 꺼져가던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의 불씨도 되살아 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벤처 열풍과 곧 이은 거품의 기억이 있는 우리들로서는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를 냉정히 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토대를 굳건히 세우는 작업들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만약 군불만 때 우다 만다면 현재의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아픔과 상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번 호에서는 최근의 혁신과 벤처생태계 흐름,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의 움직임, 그리 고 기업가정신의 제고 등에 대해 현재 일선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기경원 전문가들의 의견을 깊 이 있게 담았습니다. 이는 기경원의 소명 중 하나가 우리 사회와 기업이 보지 못하고 다루기 어려운 이슈들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혁신과 벤처, 그리고 사회적 비즈니스의 현상과 움직임,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들을 통해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최근 메르스 여파 등으로 한국경제의 침체가 깊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챤 기업인들은 세상의 경제 논리인 덧셈, 뺄셈의 신앙이 아니라, 어려운 와중에서도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었던 안디옥 교회의 곱하고 나누는 신앙을 기억하며 베풀고 헌신된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다니엘처럼 늘 꿈꾸며 새롭고 혁신적인 것들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한 기업인이 되어야겠습니다. 하나님은 봉사와 헌신 의 낮은 자세를 가지면서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를 꿈꾸는 기업인들에게 합당한 기회와 축복을 주실 것을 믿 습니다. CMR
5
Cover Story
Cover Story
01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의 비전과 흐름 김재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Ⅰ. 들어가는 말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활성 화된 것은 사회적 기업이 프론티어 역할을 했기 때
푸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그리고 고아와 과부와 가 난한 이웃들을 돌보라는 하나님의 공의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 포도원 주인으로 묘사된 예수 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문이다. 사회적 기업은 지역 개발, 취약 계층에 대 한 일자리 제공, 사회 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 을 추구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수단은 영업 활동을 수행하여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이다. 어떤 면에서 ‘좋은 일을 한다’는 것과 ‘돈을 번다’는 것이 마치 “뜨거운 얼음”이라는 말처럼 양립되기 어렵게 보이지만, 바로 이러한 모순의 충돌에서부 터 우리는 생명과 창조를 향한 새로운 에너지가 창 출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사회적 기업은 바로 기독 교 원리에서부터 출발된 것이다. 세상에 나아가 특 별히 경제 영역, 기업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기독경영인들 에게 있다고 할 때 비즈니스 선교의 원리도 사회적 경제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시대에 사회적 기 업과 함께 짝이 되는 협동조합을 사용해 어려운 자 들, 연약한 사람들을 세워 스스로 경제생활을 영위 할 수 있게 하는 총체적 구원의 역사를 이끌어 가
그러면,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는 누구일까? 바 로 예수님이다.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 주 인은 ‘먼저 와서 일하였으니 품삯을 더 달라’는 일 꾼에게 그와 약속한 것은 지켰으니 “네 것이나 가
시는 분도 바로 하나님이시다. 오늘날 자활기업, 마을기업, 비영리조직 등과 함께 국가와 시장 사 이에 존재하면서 사회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가 진 조직인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지속가능한 일자
지고 가라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 이 내 뜻이니라(마20:14)”라고 한다. 세상이나 경영 학에서 가르치는 형평(equity)의 논리처럼 각자가 기여한 몫만큼 배분 받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의 개혁이란 관점은 역사적으로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세대의 지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이다. 누구는 수확 철이라 어떻게든 일손을 마련하려고, 또 누구는 최저임금의 논리를 들어 이 본문을 해석
6
하지만, ‘나중 온 이사람’에게도 똑같이 은혜를 베
리를 창출하고 복지 전달 체계를 혁신하는 핵심 경 제 활동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교회들도 선교와 구제 등의 각 사역 현장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하여 주목하고 이와 연계하여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2004년 이후 고용, 복지, 보건 예산은 약 3배 이상 증가하였으 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회적 경 제를 통한 고용, 복지 해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 에 요구되고 있다.
Cover Story
만장일치로 제정된 이후 2015년 2월 현재 6,7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말 현재 1,200여개의 인증사회적기업과 1,400여개의 예비 사회적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1970년대 이후 복지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정부의 한계, 시장의 실패로 인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비영리조직 활용을 통한 개선방안을 모색하였으나, 결국 새로운 대안으로서
Ⅱ. 사회적 경제의 출현과 하나님의 경제에 대한 요청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증가하는 실업과 심화되는 양극화 문 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2007년 사회 적 기업 육성법 제정에 의해 활성화된 이후 2010년 을 기점으로 민간주도, 지역중심,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 등을 주요 원칙으로 하여 직접지원보다는 자 생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간접 지원방식으로 전환하여 2014년 말 현재 1,200여개 의 인증사회적기업과 1,400여개의 예비 사회적 기 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편, 2011년 말 협동조합 의 자유로운 설립과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에서 여야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가 나타나게 되었다. 한 국도 현재 급증하는 복지 및 고용 수요에 대하여 새 로운 방식의 대응이 필요한 현실이다. 2004년 이후 고용, 복지, 보건 예산은 약 3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 회적 경제를 통한 고용, 복지 해결이라는 새로운 패 러다임이 우리 사회에 요구되고 있다. 개인의 자조, 자립을 근간으로 하여 공동체의 사랑과 통합, 지역 발전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사 회적 경제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갈 견인차 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사회적 기업, 협동조 합 이외에도 자활기업, 농수산공동체기업 등을 합 쳐서 사회적 경제조직들은 10,000여개를 넘어섰 다. 여기에 개별법상의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등을 합치면 이미 고용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고 있기에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
7
의 세계,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 사업과 사역을 일치 시키는 비즈니스 선교의 관 점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주 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교 회는 흔히 거룩과 세속을 구 분하면서 교회가 사회에 영
Cover Story
향력을 끼치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행하도록 인도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종 교개혁을 일으킨 루터도 “밭 에서 일하는 농부나 설거지 2011년 말 협동조합의 자유로운 설립과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협 동조합기본법이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제정된 이후 2015년 2월 현재 6,700여개의 협 동조합이 설립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를 하는 주부들도 모두 성스 러운 직업이며,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와 같 이 세속에 있는 회계사, 예술
가치창출(CSV) 등 민간 자원연계를 효과적으로 이
가, 목수도 거룩한 일을 하는 것이다. ‘경제계는 물
루어 내면,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
론 이 세상 어느 것도 하나님의 통치 하에 있지 않
결국 사회적 경제가 출현하게 된 배경을 돌아보
는 것은 없다’라는 믿음으로 기독교인, 하나님의 사
면 그 중심에 ‘양극화의 심화 현상’이 있다. 이윤 창
람들, 교회는 사회에 나아가 변혁하는 역할을 하여
출을 최고의 목표로 두는 경제의 대안적 개념으로
야 한다. 사도 바울도 자비량 선교사(Tent-maker)
자본보다 사람을 우위에 두는 경제 개념이 필요하
로서 활동하였고,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와 같이 자
였기 때문이다. 세상의 경제가 ‘돈을 위하여 사람을
신의 사업과 사역을 일치시켜 선교하는 모습을 우
사용하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경제는 ‘사람을 위하
리는 초대교회에서 볼 수 있다. 성경 속의 요셉과
여 돈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사람을 살리고 섬기
다니엘뿐만 아니라 18세기 영국에서 노예제 폐지
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하나님의 경제’는 사회적
를 주창한 윌리엄 위버포스는 정치계에서 복음을
경제와 상통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 경제의 원리
선포하고 실천한 정치가였다. 이와 같이 경제계에
역시 단순히 봉사나 기부, 자선이 아니라 한 사람
서도 한국 교회는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다니엘,
의 변화를 이끌어 내어 그들의 자립, 자조를 기반
요셉을 찾아야 한다. 그들을 제자로 훈련시키고 멘
으로 하여 지역의 경제기반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
토링하여 하나님의 인격, 경배와 찬양의 사랑, 경
을 기업가로 세우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즉 물고
영윤리를 갖추게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을 이
기를 잡아주는 것(전통적 복지모델)이 아니라 물고
시대의 시장(marketplace), 로마로, 바빌론으로, 애
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고, 더 나아가 어업 계 전반
굽으로 보내야 할 사명이 있다.
의 혁신까지 목표로 하는‘사람 잡는 어부’들을 불러 서 사회적 기업가로 세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사회적 기업이 가지는 2가지 특성과 비즈 니스 선교(Business as Mission, BaM)를 비교해 봐
8
그동안 한국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두 개
도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이들 모두 실제 존재하는 상업적 비즈니스를
을 위하여’는 라이파이젠 은행의 상호유대정신을
행하는 기업이다. 둘째, 각각 사회적 가치를 창출
강조하는 슬로건으로 유명하다(김형미, 협동조합
한다는 것과 복음을 전한다는 의도적 목적성을 가
운동에 스며든 기독교 사상, 기독교사상, 2013. 07)
지고 있다. 셋째, 경제적 측면에서의 성과는 상업 적 적합성과 지속가능한 재무적 수익성으로 나타
한국의 기독교도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
난다. 넷째, 가장 중요한 사회적 측면에서의 성과
과 함께 해왔다. 일제하 YMCA와 장로교를 중심으
도 상호 일치하는데, 1)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로 협동조합이 이루어져 왔으며, 이는 해방 이후에
지역주민 등의 삶의 가치와 질을 향상시킨다, 2) 경
도 이어져 왔다. 가장 가까운 시점으로는 일산에
제적 빈곤에 처한 이들과 나그네, 이민노동자 등에
소재한 거룩한 빛 광성교회가 탈북자 등을 위한 사
게 일자리를 창출해준다, 3) 어찌 해 볼 수 없는 무
역을 해오다가 2014년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한
능과 차별의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비즈니스를 통
사례를 들 수 있다. 협동조합은 자본 중심이 아니
한 해결책을 제공해준다, 4) 사회적 혁신을 행하여
라 사람중심으로 민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상호존
기존의 적폐나 부조리를 해결 한다 등이다.
중, 공존을 도모하는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기 때문
Ⅲ. 기독교 사회적 경제의 역사와 사례
Cover Story
에 기독교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토대가 되는 가치관과 정신이 바로 서야 한다. 비록 출발선이 동일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사
여기서는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사회적 경제의 모습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조직들의 사 례를 통해 위에서 살펴 본 목적들이 어떻게 달성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성경은 초대교회가 협동에 의하여 세워져 감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는 하나 님과의 개인적 관계를 기반으로 이웃과의 집단적 관 계에서 온전히 서야 함을 가르친다. 애굽 광야의 수 도원, 공동체 운동, 사업과 신앙을 함께 행한 모라비 안 선교단, 유럽의 협동조합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협 동의 원리는 역사 속에서 지속되어 왔다. 19세기 영국에서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의사였 던 윌리엄 킹이 협동조합에 대하여 설파한 후 이를 계승한 곳이 바로 로치데일 협동조합이었다. 독일
회적 기업에 대하여 3년간의 한시적 인건비 지원이 있지만, 이후 자립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행정의 지원만으로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될 수 없 다.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옳은 일을 하니 당 연히 남들은 나를 도와야 한다.’는 식의 생각으로 일 을 한다면, 지속가능한 자립기반을 구축하기는 어려 울 것이다. 예수님이 연약한 자들을 세워서 제자로 삼고 훈련시키셨듯이 한국 교회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도록 섬겨야 하 고, 정신적 기반을 제공하여야 한다. 아래에서는 기독교인과 교회에 의해 시작되어 오늘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몇몇 대표적 사회적 경제조직 사례를 소개한다.
의 라이파이젠은 기독교 정신에 근거하여 자조와 연대책임에 바탕을 둔 농촌신용협동조합을 창안하 고 보급하였는데, 이 조합은 현재 100여개국에서 5 억명의 조합원과 90만개의 지점을 지닌 협동조합 으로 발전했다. ‘1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1인
1. E3Empower
먼저 재미교포가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세운 E3Empower는 애초에는 미국 내의 남는 자원들 을 재활용하여 선교지에 기부하면서 선교하는 모
9
Cover Story
델을 지향하였으나, 이에 한계를 느끼고 사회적 기
딧 사업, 교육 및 컨설팅 사업, 일자리 창출 지원 사
업을 설립하게 되었다. 캄보디아, 아이티 등 동남
업, 연구, 조사, 세미나 및 책자 발간 등이 있다. 그
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선교지를 대상으로 하
동안 5개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여 (주)메자닌아
여 깨끗한 식수와 태양열 발전을 통한 빛의 제공
이팩(2008년), (주)메자닌에코원(2009년), (주)고마
을 목표로 하여 시작하였다. 이의 기반에는 스탠
운 손(2009년), 블레스&블리스(2010년), (주)고마
포드대학교 D-School 재학생들이 적정기술로 개
운 사람(2010년) 등이 있으며, 74개의 사회적기업
발한 정수기와 태양열 충전 램프가 큰 역할을 하였
과 290여개의 개인 창업 가게 지원사업을 도왔다.
다. E3Empower는 단순히 기부에 그치지 않고, 정
2014년부터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위탁을 받
수기 설치를 통한 공동체 정수장 사업을 구상하고
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태양열 충전 램프와 더미 컴퓨터 설치 사업 등을 연결하여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지역기반 비즈니스 를 세우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단체로 한국
활동은 E3Empower의 설립자가 비즈니스맨이면서
등 13개 국가에서 Goodwill movement를 전달하
도 자비량 선교를 하면서 제3세계에서 만났던 수많
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한국밀알선교단 등 사회복
은 소기업가들, 마이크로크레딧 현장의 경험에 기
지재단, 개교회들이 사업단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반하여 경제, 사회 영역 전반에 있어 총체적 구원
서울 (도봉, 송파), 수원, 창원, 부산 등에 소재하고
을 위한 비즈니스 선교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하였
있다. 미국 감리교 Edger J. Helms 목사님에 의해
다. 특별히 태양열 충전 램프 판매 사업은 그저 주
시작하여 보스턴 지역의 이민자들과 가난한 이들
부로서 남편에게 경제적 의존을 해왔던 여성들이
에게 기증물품을 수선하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
마이크로 크레딧을 통해 램프를 팔아 수익을 만들
는 일자리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자선이 아니라
면서 자녀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학교 교육
일할 기회를 제공하려는,“사람, 기업, 환경”을 생각
을 시키며 아플 때 병원을 보낼 수 있는 ‘자랑스런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어머니(proud mom)’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준 다. 오늘날 해외에서의 선교는 비즈니스가 아니고 서는 문을 열기가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상황으로
4. 월드휴먼브리지(분당 만나교회)
만나교회가 중심이 되어 설립된 국제 구호 개발
변화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 사회적
단체로 사단법인 형태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빈곤
경제를 통하여 비즈니스 선교의 새로운 장이 열리
과 차별로 시름하고 있는 이웃들의 아픔을 예수그
길 기대한다.
리스도의 마음으로 품고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돕
2. 열매나눔재단
기 위해 설립되어, 1%나눔 캠페인, 유산기부운동 등 기부운동, 그리고 공익카페 파구스 사업, 모아
열매나눔재단은 사회복지 법인으로서 높은뜻연
사랑, 엔젤맘, 아이러브, 사랑의 곳간, 사랑의 설렁
합선교회(김동호 목사)에 의하여 설립되었다. 소
탕 나눔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해외지원사업으로
외된 이웃이 스스로 자립하는 것, 궁극적으로 우
볼리비아, 르완다, 케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여 또 다른 이 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열매나눔재단이 꿈꾸 는 생산적인 복지, 새로운 나눔이다. 주요 사업으
10
3. 굿윌 스토어(Goodwill Store)
로는 저소득층 자활·자립을 위한 마이크로크레
5. 유은복지재단 나눔 공동체
장애인의 직업재활을 통한 존엄성과 행복 추구 를 위해 기독교 정신으로 대안을 찾고자 1994년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성속을 구분하는 이원론 적 관점을 배격하고, 기업세계에 적극적인 선교를 시행하여 사업과 사역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기독 교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리더십과 경영자들을 훈 련시켜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한국 교회가 사회적 경제 영역에 관 여할 때,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많은 교 장애인 자활자립장인 ‘나눔공동체’를 설립하였고,
회에서 선교의 목적, 재정투입의 우선순위, 투명한
2002년 장애인 근로 작업 장인 ‘사회복지법인 유은
재정운영 등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복지재단’을 설립하여 미션을 이루어가고 있는 곳
서의 역할, 이웃과의 관계, 세금문제, 그리고 투명
이다. 주요사업영역은 친환경 새싹채소, 베이비채
한 교회재정 등을 위해서 교회와는 분립된 법인을
소, 콩나물 재배 및 판매사업이다. 이 사업장은 건
설치하여 이 사역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
강한 원칙 운영과 진정성 있는 품질로 인정받았고,
다는 의견들이 앞서 실천해왔던 목회자들과 크리
한 사람의 온전한 삶의 변화를 이루어내었으며, 사
스천 지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물론 사역단체
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법인의 지배구조에 교회 리더십들이 참여하여 효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과적으로 연계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나, 교회재정
기존 업체들이 자동재배기를 사용하는데 반해, 수작업이라는 차별화로 대응하고 표준화 및 항온,
과는 분리하여 투명한 의사결정, 재정 운용이 이루 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항습, 항균 공조시스템 등 최상의 재배환경을 수립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 중에는 역량 있는 교회
하여 최고의 품질로 시장에서 인정받아 현재 새싹
가 많으며,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
채소시장의 40%를 점유하는 성과를 내었다. 그리
이 현실이다. ‘부름 받은 자들’인 교인들이 교회에
고 장애인 58명, 고령자 7명, 새터민 2명을 고용하
서 은혜받고 훈련되어 사회에 나아가 세상을 변화
여 수급자가 아니라 어엿한 납세자로 자립하게 하
시키도록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또한
였으며, 이중 32명이 대학에 진학하여 학사학위를
하나님께서 주신 물질들도 어렵고 연약한 사람들
취득하는 변화가 있었다. 소득취약계층에게 사회
에게 흘려보내어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
적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적 자립기반을 확보하
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일시적 시혜나 자선이 아니
고 지역사회의 통합을 이룬 사례이다.
라 지속가능한 사업기반을 통해 사람들을 세워 사
IV. 크리스찬 기업가와 한국 교회의 나아갈 길 기독교와 사회적 경제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한국교회는 우선 사회선교의 일환으로서 사회적
Cover Story
회를 변화시키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그려본다. 김재구
김재구 원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 를 받았다. 전 한국생산성학회 회장과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
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명지대학교 크리스천최고경영자과 정(C-LAMP) 교학부장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다.
경제를 바라보고 특히 비즈니스 선교와 연계하는 ■ 이 글은 <이슈 & 미래>(미래목회포럼 편집, 예영커뮤니티, 2015년)에 기고해서 출판한 책의 내용과 동일합니다. 출판 사와 미래목회포럼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11
02
Cover Story
Cover Story
사회적 기업가의 사업 과정과 역량 구축 배종태 KAIST 교수
1. 제3세대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기업 (New Entrepreneurship)
의 지원이 만들어낸 벤처 열풍으로 나타났다. 그리 고 2000년대 이후 10여년간 우리나라는 기업가정 신의 침체기를 겪어왔으며, 최근에야 제3세대 기업 가정신 물결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제1세대가 개별기업의 기업가정신과 산업인프라 조성을 통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산업발전과정을 보면 크게 두 차례에 걸친 기업가정신(起業家精神, entrepreneurship) 물결을 볼 수 있다. 제1세대 기 업가정신 물결은 1960-1980년대의 경제사회개발 5 개년계획을 근간으로 정부의 의지와 기업가들의 헌신을 중심으로 산업화를 이룬 시기에 나타났고, 제2세대 기업가정신 물결은 1990년대 중반의 경제 위기 대응노력과 벤처특별법을 근간으로 한 정부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제2세대는 벤처기 업가들의 절박함과 도전,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발 전을 추구했다. 이제 제3세대 기업가정신의 시대는 경제발전 과 기술발전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을 함께 추구해 야 하며, 그 주체에는 대기업과 영리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소셜벤처 등 사회혁신기업들도 포함되어야 한다. 각 세대별 기업가정신의 핵심주체와 기업가 정신의 네 가지 요소 (생태
표1. 제1세대, 제2세대, 제3세대 기업가정신의 특성 비교
핵심 주체 특성
기업가 정신 요소 특성
12
핵심 주역
추구 목표
정부 역할
제1세대 기업가정신 (1960년대~1980년대)
제2세대 기업가정신 (1990년대~2000년대)
경제발전
경제발전/기술발전
대기업
주도자 (initiator)
사업 동기
생계유지 (빈곤극복)
기업가 E)
의지 기반, 도전/성장
생태계 (H) 집중육성 (seed, focus)
자원 (R)
기회 (O)
정부지원 (제도/자금) 모방/개선
벤처기업
촉진자 (promoter) 기회추구
확장육성 (sprout)
경력 기반, 개인성취 정부지원, 민간투자 개선/혁신
계, 기업가, 자원, 기회) 별 제3세대 기업가정신 (2010년대)
특성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대기업/벤처/소셜벤처 경제/기술/사회발전 지원자 (facilitator)
생계/기회, 문제해결
창발/확산 (rippling)
가치 기반, 다양한 배경 다양한 자금원천, 보조 금 혁신/융합
[주] HERO 모형: 생태계(Habitat), 기업가(Entrepreneur), 자원(Resources), 기회(Opportun ity)
사회적 기업 및 소셜벤 처의 발전도 크게 기업가정 신의 발현과 확산의 관점에 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사 회발전 및 경제발전의 한 축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 서는 사회적 기업가가 사업
과정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사회적
험을 쌓아야 하고, 지원기관들도 각 이슈군 별로
기업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전문화/차별화하는 것이 좋다. <표 2>는 10대 소셜
보고자 한다.
이슈를 기존 연구들과 비교/정리하여 제시한 것이
2. 사회적 기업가의 사업 과정 (Entrepreneurial Process)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 시에 창출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사회적 가치 를 창출한다고 모두 사회적 기업은 아니다. 사회 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 설립의 주된 목적일 때, 그 기업은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 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해서” 차별화 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많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 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지 설명하지만, 정작 무 엇에 대해 어떻게 해서 누구에게 어떤 혜택을 주어 서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기업가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점으로 두되, 그 출발점은 자신이 관심 있는 소셜 이슈의 선택과 “해결해야 할 구체적 문 제의 정의”이다. 우리는 많은 소셜 이슈 속에 살고 있다. Elkington & Hartigan(2008), UNDP(2000), JP Morgan(2000), 아스피린센터(2014) 등 사회적 기업에 대한 연구 자나 기관들에서 제시하는 소셜 이슈들을 정리 해 보면, 소셜 이슈는 ① 교육, ② 소액금융(microfinance), ③ 빈곤, ④ 에너지/환경, ⑤ 보건/노령화, ⑥ 여성, ⑦ 주택/도시화, ⑧ 문화/예술/IT, ⑨ 국제 개발/적정기술, ⑩ 커뮤니티 개발 등 10가지 정도 로 분류할 수 있다. 각 이슈 별로 다른 전문지식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 업가들도 자신의 이슈에 대한 심도 높은 지식과 경
다. 사회적 기업가의 사업 과정은 소셜 이슈를 정의 하는 데서 출발하여 유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 해 궁극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목표 로 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서 끝난다. <그림
Cover Story
1>은 사회적 기업의 사업 수행 및 가치 창출 과정 을 도식화한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자신의 소셜 이슈 영역을 선 택[A]한 후에 이를 사회적 기업의 사업으로 실현하 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업무는 현재 풀리지 않 았거나 효과적으로 제공되지 못해 생긴 사회적 문 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정의[B]하는 것이다. 현 재의 사회적 고통이나 어려움 등 사회적 문제에 대 해 차별화된 해결방안을 제시[C]할 수 있을 때, 이 것은 사회적 기업의 매력적인 사업기회[D]가 된다. 이 기회를 실현하는 주체는 사회적 기업가이다. 사회적 기업가 및 창업 팀의 경험, 역량, 열정[E]이 이 사업기회를 실제로 실행하고, 목표 성과를 얻 고, 가치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사회적 기업가는 이 기회를 핵심기능과 차별 화 포인트를 가진 구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 현[F]하여, 목표로 한 고객들에게 제공[G]하여야 한 다. 사회적 기업가는 최우선 고객부터 정의하여 이 들을 대상으로 사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고, 점차 시장을 넓혀가는 상향식(bottom-up)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물론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업환경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사업전략을 수립 [H]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업실행 단계에서는 시장분석 및 마케팅 전략 [I]을 바탕으로 제품/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고, 사업에 필요한 자원을 어 떻게 조달 할 것인지[J]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어 조직 구성이나 파트너십 등 사업실행 과정[K]을
13
표1. 제1세대, 제2세대, 제3세대 기업가정신의 특성 비교 소셜 이슈의 분류 10대 소셜 이슈
Cover Story
Elkington &Hartigan (2008)
UNDP (2000)
JP Morgan (2010)
아스피린센터 (2014)
교육
교육
문화
1
교육
교육
2
소액금융
금융
3
빈곤
영양
빈곤, 아동
4
에너지/환경
에너지/자원, 환경
환경
물
환경
5
보건/노령화
건강
보건, 질병
건강
헬스케어
6
여성
여성/양성평등
여성/양성평등
7
주택/도시화
인구
주택
거주환경
8
문화/예술/IT
디지털화/IT
9
국제개발/적정기술
-
10
커뮤니티 개발
안보
그림 1. 사회적 기업의 사업수행 및 가치창출 과정
14
소액금융 음식
국제개발/파트너십 지역사회
통해 고객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L]하고, 사 회적 기업 및 고객들에게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M] 하고, 사회를 위해서는 기업가가 지향해 온 사회적 가치를 창출[N]한다. Elkington & Hartigan(2008)이 그의 저서 <세상 을 바꾼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에서 미래의 사 회적 기업가들에게 한 제언은 <그림 1>과 같은 문 제해결 중심적 관점에서 볼 때 더욱 잘 이해될 수 있다. 그들은 ① 무엇보다 확장 가능한 기업가적 인 “해법”에 초점을 맞추고, ② 명백히 해결 불가능 하게 보이는 “문제”에도 도전하고, ③ 실패를 대비/ 각오하고 “실패”에서 배워야 하며, ④ 새로운 사업 모형을 빨리 “실험”해보고, ⑤ 사람들에게 더 나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높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① 미션과 비전은 크고 명확 하게 가지되(think big), ② 문제는 구체적으로 정 의하고(define specific), ③ 사업은 작게 시작하고 (start small), ④ 사업모형은 빨리 실험/검증하여 무 엇이 바뀌어야 하는 지 찾고(fail fast), ⑤ 궁극적으 로 사회적 영향이 큰 사업으로 발전(grow Impact) 해야 한다.
3. 사회적 기업가의 역량 구축 (Entrepreneurial Competencies) 사회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해 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는 일은 한 번 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크고 작은 시 도와 실패, 이 실패를 통해 얻은 사업모형의 변화
Cover Story
(pivoting), 수행 팀의 학습과 인내를 통해 마침내 처음에 기대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 회적 기업가에게는 여러 가지 역량과 마음가짐, 행 동양식이 요구된다. 사회적 기업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그림 2>와 같이 세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가에게는 ① 사명감과 문제 해결능력(Head, 知)이 필요하고, ② 고객의 문제를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열정(Heart, 情)이 요구 되며, ③ 실행과정에서는 인내력과 기업가정신, 여 러 파트너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협력(Hands, 意)이 절실하다. 물론 이를 둘러싼 사 회적 기업을 위한 생태계(Habitat, 場) 조성도 중요 하다.
그림2. 사회적 기업가에게 필요한 세가지 영역의 역량
15
그림3.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와 작동원리 (자료: 배종태·라준영, 2013)
Cover Story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는 <그림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① 혁신 생태계 (Seeds)와 ② 시장 생태계(Needs)이다. 사회적 기 업가가 문제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할 때, 이를
에너지가 될 것이며, 건강한 생태계는 이러한 사업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참고문헌
도와주고 검증해주는 기술혁신 생태계와 사회혁신
1.배종태·라준영, “제3세대 기업가정신과 소셜벤처 육성전략,” 기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야 하고, 아울러 사회적 기업
2.John Elkington and Pamela Hartigan, The Power of
가가 만든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팔리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시장 생태 계와, 선별된 사업에 대해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주 는 자본시장 생태계가 필요하다. 생태계의 각 하부
술과 경영, 산업기술진흥협회, 2013년 3월.
Unreasonable People - How Social Entrepreneurs Create Markets That Change the World, Harvard University Press, 2008. [강성구 옮김, 세상을 바꾼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 에이지 21, 2008]
3.D. Bornstein and S. Davis, Social Entrepreneurship: What Everyone Needs to Know, Oxford University Press, 2010.
요소들은 [변이-선택-복제]의 과정을 거쳐 진화하고 발전하게 된다.
배종태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를 취득하고, 1993년부터 KAIST 교수로
이상에서 사회적 기업가가 수행해야 할 사업 과 정과 사회적 기업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 살펴 보 았다. 그러나 어렵고 인내가 요구되는 사업 과정에 서,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절실 함”이다. 고객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공 감과 절실함,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열망, 목표에 대한 기업가와 구성원들의 공 감대와 전략적 의지(strategic intent)가 지속적으 로 유지될 때, 사회적 기업가는 개인적으로나 사회 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 과정에
16
서 얻어지는 작은 성공은 다음 여정을 위한 새로운
재직했고,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하거나 학술대회에 발표한 논문 및
연구보고서가 100여 편에 달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는 한편 학술지 편집위원, 정부나 민간기업 자문가로서도 활동했으며 과학
기술처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겸 최고벤처경영자과정 책임교수로 재직 중이고, <기독경영연 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박태준의 경영 철학 1,2≫(공저), ≪기술의 대융합≫(공저)등이 있다.
Cover Story
03
세계 속 한국의 기업가정신과 벤처 생태계 이영달 동국대 교수
The Entrepreneurship Divide™ 2000년대 초•중반 우리 사회에 제법 회자되었던,
Cover Story
본 조사 평가는 기업가정신지수와 경제수준은 상호 비례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보다 일인당 GDP(PPP 기준)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또 최근에도 여전히 화두가 되고 있는 ‘잉글리시 디
기업가정신 지수가 높은 국가는 터키, 리투아니아,
바이드(English Divide )’라는 표현을 기억하는가.
라트비아 단 3개국이며, 나머지 국가들은 기업가정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가에 따라 소득수준, 심지어
신지수가 높을 수록 경제수준이 높음이 확연히 구
사회적 계층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되었다.
이로부터 10여년 이상이 지난 2015년의 세계는
우리보다 GDP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또 다른 ‘디바이드(divide; 분할)’ 현상과 마주하고
가정신지수가 낮은 국가들은 쿠웨이트 등 중동 산
있다. 이는 바로 ‘Entrepreneurship Divide™’이다.
유국들로써 특수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본 산포도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이 사회 전반에 기초
는 ‘Entrepreneurship Divide™(기업가정신 분할)’이
하고 있는 국가 또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경 제적 수준에 있어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설 명하는 내용이다. 2011년 설립된 The Global Entrepreneurship and Development Institute에서는 매년 각 국가들 의 기업가정신 지수(GEI,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를 측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2015년 보고서 에 따르면, 한국은 130개 국가 중 그 순위가 28위이 며, 지수 값은 54.1로 1위 국가인 미국의 85.0 대비 간격이 큰 상태이다. 아시아권 국가로는 대만(69.1) 이 8위이며, 싱가폴(68.1)이 10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면 현재 우리의 경제규모(세계 15위권)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기업가정신 지수를 보이고 있다.
원자료: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 2015 이영달, Beyond Entrepreneurship: Globalization & Harvest, 2015 한국벤처창업학회 춘계학술대회
17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 정책적 노력에도 불
구하고, 창업기피 현상 여전히 높아…
최근 벤처생태계를 활성화 하기 위해 상당한 자 원의 투입과 함께 정책적 노력을 다 하고 있음에도
Cover Story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을 꺼리는 현상은 여전히 높게 드리우고 있다. 2014년 OECD에서 발
는 창업’이 주를 이루는 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중 소기업청에서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시제품 제작 등 의 목적으로 사업화지원금(보조금)을 최대 7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와 같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 램을 통해 최대 5억원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재 정 및 비재정적 창업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적어 도 돈이 없어 창업을 하지 못하는 환경’은 아닌 것이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 2015> Per capita GDP in PPP 2012 or latest available data, in 2005 constant international dollars Source: World Bank; Hong Kong is from IMF and Puerto Rico is from CIA
행하는 ‘Entrepreneurship at a Glance, 2014’를 살펴 보면, 우리는 창업의 동기 중 ‘기회추구’ 목적의 창 업이 21%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 고 있다. 상대적으로 생계형 창업은 63%로 인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8
즉, 우리의 냉정한 현실은 ‘먹고 살기 위해 나서
다. 다른 의미로는 ‘자본력이 없어도 얼마든지 창업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면제혜택’까지 부여하자는 논의가 진행되는 등 창업자들을 위한 제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 세계시장을 상
지금 우리 시대에 벤처생태계 활성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다. 이 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이해와 함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의 생 존의 문제를 담대히 감내하고 풀어나가고자 하는 헌신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로 할 수 있는 창업이 기대만큼 일어나지 않는 이
리적 장벽(psychological barriers)를 넘어서야 한다.
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한
우리의 경우, 제도적 장벽은 거의 제거가 되어 창업
개인이 기업가적 행동 또는 활동을 착수하게 되는
하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역량 장벽과 심리적
보다 구체적으로 창업을 전제로 하자면, 한 개인
장벽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나 팀이 창업활동을 수행할 것인가의 여부를 판
역량 장벽은 교육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그
단하는 기준은 창업활동을 수행하였을 때 가지게
러나 심리적 장벽은 단순히 몇가지 사항을 개선한
되는 보상(rewards)과 위험(risks)에 대한 비교 평가
다고 그 수준이 현저하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결과가 투영되는 것이다. 즉, 보상이 위험보다 크다
판단된다.
고 한다면 창업활동을 착수할 것이고, 위험이 보상 보다 큰 수준이라고 한다면 창업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Cover Story
결국 성공사례가 실패사례보다 많아져야 하고, 실패를 했을 때도 다시금 일어설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창업의 실패사례가 그 규모나 수준 모두에서
이를 기초로 본다면, 아직 우리의 환경은 창업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한번 창업에 실
동을 통해 기대되는 보상수준(expected returns) 보
패하게 되면 정상적인 경제 및 사회활동을 할 수 없
다 파악되는 위험(perceived risks)이 여전히 높은
는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와 문화’ 가운데 있다.
것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창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벽(institutional
필자가 최근 2년 동안 매 학기마다 학부과정의 학생들에게 60세 이상의 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면
barriers), 역량 장벽(capability barriers), 그리고 심
기초 환경
중간 변수
기술
경력대안적 선택
기회
(Oppertunities)
경제개발 수준
개인의 평가 위험 vs 보상
수요적 측면
(Risk vs Rewards)
역량
인구통계학적 특성
(Capabilities)
사회문화
기업가정신 발현 (Outcomes)
인식
(Preferences)
교육기관 및 인프라
공급적 측면
교육의 역할
·벤처 창업 ·사내 벤처 창업 ·기업조직 내 혁신활동 ·공공부문 기업가정신 ·정치부문 기업가정신 ·사회부문 기업가정신 ·교육부문 기업가정신 ·문화부문 기업가정신 ·예술부문 기업가정신 ·스포츠부문 기업가정신
지원접근가능성 (Accessiblilties)
19
최근 부도 법인 발생 현황
Cover Story
국가별 창업동기
접조사 과제를 부여하였는데 면접항목 중 ‘나는 자
하고 여전히 창업은 ‘기대되는 보상’ 보다, ‘파악된
녀들에게 기업가의 삶을 권면했거나, 또는 앞으로
위험’이 더 큰, ‘위험한 도박’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고 있다는 것이다.
‘권면하지 않겠다.’라고 응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 주된 이유는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너무 고 생스럽고, 또 위험이 너무 크다.” 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연구한 ‘재도전기업의 애로사항’을 통해 파 악해 본 결과, 한번 실패 한 후 재도전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평균 50개월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인 생의 절정기를 ‘늪’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애쓰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이다.
20
다시 말해, 여러 정책적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
우리 경제 및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왜 우리의 창업환경은 기대되는 보상수준 보다 파악된 위험이 더 크다고 인식되는 것일까? 앞서 소개한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는 이에 대한 배경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는 환경을 상세하게 살펴 보니, 전반적으로 세계평균 수준이나 아시아 지역 의 평균 수준보다는 높게 나타난다. 기술혁신과 인 적자원의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이 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사항이 경쟁, 기회, 국 제화에 관한 사항이며, 이는 세계 및 아시아의 평균 보다 현저히 낮거나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의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아시아 평균 및 세계 평 균 보다 현저히 낮거나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창업활동과 관련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거나 제 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은 것이 바로 상 기한 문제점들이 비단 벤처생태계에 국한되는 사 항이 아니라, 우리의 국가 전체적인 경제 및 사회적 취약성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퇴보시키는 것 중 주요한 하나가 ‘합법적 불공정’이다. ‘법과 원칙의 준용’ 이라는 것이 일견 합리적이고 원칙주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준 자체가 불 공정하게 설정되어 있다면 과연 그것이 정당성을 지닐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중소기업인과 벤처기업 인들이 언급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 바
공정하지 못한 경쟁환경, 제한된 기회의 부여와
로 그것이다. 축구 경기를 하는데 기울어진 운동장
실패 시 재도전의 기회 상실, 국제화를 위한 기반환
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이다. 위쪽에서 경기를 하는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 2015
Cover Story
21
팀은 대기업이며, 기울어진 아래쪽에서 경기를 하 는 팀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라는 것이다.
Cover Story
는 심리적 박탈감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OECD의 조사 자료 중 이러한 흐름을 시사하는 결
또한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퇴보시키는 것 중 하
과가 있다. 우리의 경우, 창업 고려 시 ‘역할모델(role
나가, 대기업 소유주 가족들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이
model)’을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 보다 중요하게 생각
다. 순대, 떡볶이, 종이컵, 생수, 세탁물 등 대기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본 ‘역할모델’
둘러싸고 발생하는 모든 가치사슬 또는 공급망에는
이 성공한 창업 사례가 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접하게
어김없이 소유주 가족 또는 친인척들이 실명 또는 차
되는 경우는 실패하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더 많이
명으로 자리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원가혁신을 통해
그리고 심각하게 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판매할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고유의 경쟁력보다 친인척 등 특수관계가 사업활동 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이미 최근의 흐름은 앞서 그래프를 통해 살펴 보 았듯이 기업들의 실패가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기 업 또는 사업실패가 가정해체 또는 극단적 선택으로 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현상에 직면해 있다.
퇴직금을 모두 투자하여 혁신적인 아이템을 개 발하고 출시하더라도, ‘로열 패밀리 한걸음’을 당해 낼 재간이 없다. 결국 사업에 실패하여 신용불량자 로 전락 하는게 현재 많은 벤처창업자들의 현실인 데 반해, 대기업 소유주의 가족 및 친인척들은 그런 위험과 수고를 하지 않고도 수백억원, 수천억원, 또 는 수조원의 가치 상승을 만들어내는 모습들이 만 연한 현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밤낮없이 뛰 는 중소, 벤처기업의 종사자들이 이를 접하면서 갖
국내의 이러한 열악한 사업환경을 극복할 수 있 는 유일한 대안은 바로 한국이 아닌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영미권 국가 들과 달리 국제화를 하는데 필요한 기반환경이 매 우 취약하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개방성 모두 제한 적인 상태이다. 최근 일정한 역량을 갖춘 벤처기업 들이 창업활동 자체를 뉴욕이나 런던 등 국제화가 용이한 도시를 기반으로 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역시 매우 제한적인 경우이다.
국가별 창업 시 주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22
* 이영달, Beyond Entrepreneurship: Globalization & Harvest, 2015 한국벤처창업학회 춘계학술대회
최근 뉴욕, 런던, 시드니, 더블린 등 영미권의 주
(technological innovation)’, 그리고 ‘사회적 이동성
요 국제도시들은 이미 국제화된 기반을 토대로 전
(social mobility)’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
세계를 대상으로 유수의 창업기업가들을 ‘초청’하
로존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이동
고 있다. 두바이 같은 도시는 특히 인도계 기업가
성’에 관한 문제이다. 한 사회가 역동성을 갖추기 위
들을 적극 유치하여 자국민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해서는 계층 간 이동이 일어나야 한다. 즉, ‘개천에
창업생태계를 외국인을 통해 구축해 나가고 있다.
서 용 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Entrepreneurial Nomads’, ‘Entrepreneurial Exodus’ 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현 상이다. 이에 반해 우리의 경우 국제적 교류나 활동 에 있어 진출활동(outbound)과 유입활동(inbound) 이 모두 제한적이다. 상대적으로 진출활동이 조금 더 활발한 편이라는 것으로 다소 위안을 삼을 수 있 으나, 이 역시 진출에 필요한 기초 비용의 부담 정 도가 높아 낙관적 미래를 마냥 기대할 수만도 없다.
벤처생태계 활성화, 선택이 아닌 필수
최근 전 세계에서 혁신적 기업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주요한 세계적 기업가들은 모두 불우한 가정환 경 및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기업 가적 활동’을 통해 부와 명성을 모두 얻음으로 ‘사회 적 약자 계층’에서 ‘사회적 주류’를 넘어 세계적 반열 에 올랐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도 같은 경우라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영국 등에서는 이들 이 바로 경제와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국가적 영웅 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바로 이것이 기업가적 활동 을 통해 ‘사회적 이동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가정
‘고용없는 성장’, ‘장기 경기침체’, ‘최악의 청년
신 교육을 초등학생부터 의무화 하고 있다. 이 교
실업’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일자리, 양극화, 경
육을 통해 역량장벽과 심리적 장벽 그리고 결론적
제 및 사회적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으로 제도적 장벽까지 스스로 넘어설 수 있는 ‘힘
은 ‘벤처창업 활성화를 통해 기업가적 경제와 사
(entrepreneurial competences)’을 길러 주는 것이
회(entrepreneurial economy & society)’로 변혁하
다. 미국은 이미 이러한 환경을 만든 지 오래 되
는 것이다. 이미 영미권 국가들에서는 자본주의
었고, 이제는 더 나아가 공립직업전문대학(public
(capitalism)와 사회주의(socialism)의 구조적 대
community college) 과정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본
척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대안으로써의 기업
과정에 전공영역과 관계없이 기업가정신 교육을 의
가정신, 즉 ‘Entrepreneurialism’을 공론화 하고 국
무화 하여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
가 전략에 반영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경우
고 있다. 더 나아가, 고등학교와 대학과정이 결합
‘Innovation & Startup America Initiative’, 영국의 경
된 신개념의 P-Tech(Pathways in Technology Early
우 ‘Entrepreneurship is Great’ 켐페인, 유럽의 경우
College High School)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사회체
‘Entrepreneurship 2020’ 등이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
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해나가는 실행계획들이다.
있다. 유로존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기업가정
이는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때 그 결과로 얻게 되 는 가치가 크게 보면 ‘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impacts)’, ‘일자리 창출(job creations)’, ‘기술 혁신
Cover Story
신 교육을 위해서만 한화 약 20조원의 예산을 투입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즉, 기업가정신을 삶의 기술(life skills)로 간주하 는 것이다.
23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고려 요소
Cover Story
* Sexton, Startup Ecosystem Fusion Model (The Startup Equation, 2014)
벤처생태계 활성화는 입체적 접근 필요, 전문적 접근과 헌신적 리더십 발현이 병행 되어야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업가정신 교육을 해 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하지, 이를
24
위한 구체적인 결정과 추진 내용은 빈약하거나 그
수준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비전문가에 의해 비 전문적인 교육이 일정한 교육적 체계성(pedagogy) 없이 행해지고 있어, 기업가정신에 대한 참된 이해 와 실천을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역기능적 현상까 지 발생하고 있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 또는 실질 실업률은 이미 30%대를 넘어선 수준이다. 일자리를 놓고 자녀와 부 모간 갈등이 벌어지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과 고령화라는 이중의 올무에 엮인지 오래 되었다.
아직도 개념정의가 명확치 않은 ‘창조경제’를 대
태계에서는 공공영역의 조달 및 구매에 있어 벤처
안으로 자위하며 더 이상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기업이 공급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확장해야 한다.
없다. ‘기업가적 경제와 사회’로의 변혁이 그 대안이 되어야 한다. 이는 바로 벤처생태계 또는 기업가정 신 생태계가 기존의 대기업중심 경제구조와 사회체 제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 있다.
셋째, ‘실패가 자산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 다. ‘혁신적 실패’가 용인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기관 특히, 대학이 ‘실패의 실험장(테스 트 베드)’가 되어 사회진출 전 실제 세계의 양면성
창업 및 벤처생태계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특
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
정 요소 몇 가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여러 요소들
프로젝트들에 있어서도 실패에 대한 관용의 문화가
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착이 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
이를 위해서 가장 주요한 것이 바로 정부나 국가차
적 장치가 필요하다.
원에서 전문적 접근과 함께 헌신적 리더십을 발현 하는 것이다.
넷째, 기업가정신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 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반드
뉴욕시는 더 이상 금융, 소비, 관광의 도시가 아니
시 필요한 부분이다. 흉내만 내어서는 안된다. ‘기
다.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라는 애칭을 가질 정도
업가적 리더’의 풀을 키워 나갈 수 있는 기반환경을
로, 최근에는 실리콘 밸리 보다 투자가 더 많이 이루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전문가를 양성하는
어지는 세계적 창업도시(startup city)로 변모하고 있
기능부터 우선해야 한다.
다. 미국의 호황가운데서도 두드러지게 호황을 누리 고 있다. 바로 블룸버그 전 시장이 재임하는 약 12년 동안 펼친 ‘기업가적 리더십’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현실로 다시 돌아와 벤처 생태계가 활성 화 되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여러 경제 및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번영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다 음의 사항을 간절히 제언해 본다. 첫째, ‘합법적 불공정’을 걷어내는 담대한 노력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 대통령을 포함 한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는 아 래로부터의 변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기적으 로도 어렵다. 위로부터의 깨어있는 인식과 함께 긴 호 흡으로 끈기 있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진정한 의미의 ‘기회 균등’을 이루어야 한 다. ‘소득과 부의 균등 분배’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 에서의 ‘기회 균등’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실력’이 우 선이 될 수 있어야 하지, 어떤 ‘친인척 배경’을 가졌 는지가 우선이 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 적어 도 ‘꿈꿀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벤처생
Cover Story
다섯째, ‘개방하고, 개방하고 또 개방해야’ 한다. 우 리의 빗장을 완전이 열어 놓을 때 우리가 나아갈 수 있 다. 이를 위해 국제화 교육이 필수적이다. ‘영어 교육 = 국제화 교육’이 아님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 사 회 전 계층을 대상으로 국제화에 대한 바른 이해와 함 께 다양성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 들이며, 세계인과 교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여섯째, ‘기업가들에 의한 문명화 운동(enterprise civilization)’이 필요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기 업가의 이미지는 비윤리적으로 인식되어 있다. 기 업가들 스스로 정체성을 정립하고, 우리 사회에 희 망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혁신가로 거듭 나는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상기한 제언은 상대적으로 원론적 사항에 가깝 다. 각론에 관한 사항은 이미 많은 내용들이 검토 되었고 또 시행되고 있다. 너무 많은 각론이 있어 오히려 지금은 중복성을 제거해야 할 정도이다. 원 론적 기초에 대한 사항들이 바로잡히지 않은 상태 에서 무수히 많은 각론적 사항들이 현장에서 시행
25
되고 있다 보니 여러 부작용과 역효과들이 나타나 이 역시 국가적으로는 상당한 손실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시대에 벤처생태계 활성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다. 이 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이해 와 함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의 생존의
Cover Story
문제를 담대히 감내하고 풀어나가고자 하는 헌신 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합법적 불공정 사회’ 흐름가운데, 아래로부터(bottom-up)의 변혁 은 실효성이 매우 낮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부터 (top-down)의 변혁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고, 리더 들의 진정한 헌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리더십팀에게 느헤미야의 리더십, 다윗의 담대함, 요셉의 신실함을 주시길 간절히 기 도한다. CMR 이영달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경영전략/벤처 전공) 학위를, 동대학
원에서 MBA과정(경영전략/벤처 전공)을 마치고 Baruch College
of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에서 MS(Finance)를 받았다. 쌍용 회계팀 사원을 시작으로 (주)CAS 재무총괄임원(CFO), 글로벌 사업본부장(CMO), 러시아법인장, 등기이사를 거쳐 (주)힐캐피탈매
니지먼트 대표이사와 BS금융지주 경제연구소 부소장을 지냈다. 현 재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ship MBA 주임교수
와 (사)한국벤처산업연구원 감사로 활동 중이고, <기독경영연구원 > 조직건강센터 총무로 섬기고 있다.
26
www.kocam.org
27
People & Company
CMR 2015 Vol. 14
People 한정화
중소기업청 청장
창업은 역경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입니다 정연승(이하 정) : 중기청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보
보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중기청장들은 평균
사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장기간에 근속하시면
임기가 1년 반 정도였습니다. 그럴 경우 정책을 펼
서 소회랄까 남다르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 수
쳐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임기가 끝날 수도 있습니
도 있고 긴 임기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드실 것 같
다. 저는 특히 벤처 창업 자금선순환 정책을 2년 전
습니다.
(2013년 5월)에 처음 시행했는데 지난 2년 성과를
니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최장수 청장이라는 기
한정화(이하 한) : 연임은 아닙니다, 여기는 임 기제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다 보니 2년 을 넘기고 있어요. 그래서 좋은 점은 초기의 정책
28
이, 임기 내에서 성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People & Company
기반으로 다시 후속 보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가졌던 중기청장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의미가 있습니다.
www.kocam.org
정 : 아무래도 임기가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정책
품에 성공하고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점이 있었습
한 : 그런 점이 있죠. 아무래도 자기가 한 정책이
다. 그리고 소액 구매 쪽을 최저가 입찰제에서 적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고 피드백 등을 거
정가 보장으로 전환을 시켰어요. 소액 구매 쪽이
쳐 다시 보완해서 한 번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
그동안 최저가 입찰제였는데 상당히 불만이 많았
니다.
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적
실현 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니다. 그래서 낙찰가 하한선을 설정하도록 했습니
자를 보더라도 납품을 하고 보는데 그렇게 되면 납 정 : 그동안 중점적으로 하셨던 정책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면?
한 : 제일 처음 시도한 것이 벤처 자금 선순환 생 태계를 조성하는 것인데요, 2014년 법인설립 8만 개, 벤처자금투자가 10년 동안 최고치였습니다. 예 를 들어 벤처 펀드가 2조 6천, 투자가 1조 6천이 실 현됐어요, 창업환경측면에서도 많이 좋아졌구요. 요즘 전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창업 분위기가 조 성되고 열기가 생겨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큰 성 과입니다. 이번 정부가 창조경제를 표방했잖아요, 창조경제 핵심이 창조적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창업에 도전하도록 한 거니까 그런 점에서 는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전통 시장 활성화 정책이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전통 시장은 그동안 대형유통 마트 등에 밀려서 계속 매 출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최근 감소 추세가 상당히 완화되었습니다. 중기청이 정책 지원한 시장은 매 출이 10%정도 증가해서 이제는 상당히 안정화 되 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이 창업을 해도 초기 유통 팔로우 를 잘 못해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 공공구매 판로 개척을 위해 이번 7월에 제7홈쇼핑이 만들어집니 다. 제7홈쇼핑을 기반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 일까지 연결하는 유통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요, 이 정책이 중요한 것은 수많은 창업기업들의 초기 생존율을 높여주는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 니다. 이것도 제 임기 내 중요한 성과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정부시장, 공공구매 시 장이 최저가 입찰제여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납
품을 하고나서도 회사경영이 어려워지니까요. 정 : 혹시 분야를 구분한다면(예를 들어 제조, 유통, 벤처, 자금 등) 청장님이 생각하시기에 현재 정책
을 가장 집중해야하는 분야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 까?
한 : 분야도 분야지만, 첫 번째는 생태계에 있 어 유통팔로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유통팔로우 부분은 정책 대상이 아니었습니 다. 왜냐하면 사실 유통팔로우는 기업의 초기 창업 에 씨드 머니를 지원하거나 R&D자금을 대주고 나 머지는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유통팔로우까지 해주는 건 좋지 않 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현실에 서 왜 이게 불가피했냐하면, 우리나라 유통은 몇 몇 대기업의 독점 구조입니다. 5대기업이 80%정도 의 유통 관련 수직계열화 기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진입하 더라도 엄청난 협상력으로 제 값 받고 납품을 하는 게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모든 대가(Cost)와 위험 부담(Risk)을 약자에게 떠넘기는 구조입니다. 그런 점에서 두 가지 차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 는데, 한쪽은 정부가 대체적인 수단을 마련해주는 것, 허나 이런 정책이 능사는 아닙니다. 또 하나 다 른 대안은 기존 유통채널에서 공공거래 질서를 확 립해 주는 겁니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서 이 일을 하고 있지요. 두 번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이 굉장 히 한계가 있죠. 내수시장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 느냐,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서 수출지원 정책이나
People & Company
29
CMR 2015 Vol. 14
는 등, 초기의 리스크와 비용을 줄 여서 수출 시장 쪽에 참여할 수 있 도록 돕는 게 중요합니다. 10년 전 만해도 한국중소기업이 글로벌시 장에 진출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 다. 한국제품에 대한 글로벌시장 에서의 이미지가 대기업 몇몇 제 품을 제외하고는 고급제품 이미지 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 년 사이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 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자동차와 전자를 중심으로 해서 글로벌 탑기업이 되면서 일종의 후광효과가 해외진출을 돕는 것, 이것 둘 다가 그동안 너무 서 플라이 푸쉬(요소공급)정책을 많이 썼는데, 이 부 분을 디맨드 풀(수요견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 니다. 그럼 먼저 B2B(Business to Business : 기업 간 마케팅)쪽은 납품단가 적정 가격을 보장해야하 고, B2C(Business to Customer : 기업이 개인 고객 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쪽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 해야 합니다. B2G(Business to Government : 기업 이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쪽도 최저가 입찰 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B2F(Business to foreigners : 해외시장)쪽도 좀 더 해외시장으로 나 갈 수 있도록 유통흐름에 있어서 대책을 마련해 주 는 것이죠. 최근 시급한 것은 수출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 큰 이유가 있지만 비 수출 중소기업이 수출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목표 는 10만개 정도를 수출 중소기업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양성하는 것인데, 현재 9만개 정도, 1만 개 정도 더 늘어나도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초기에 수출 하려고 하면 시장개척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해
30
외전시에 참여하려고 할 때 기술인증 쪽을 도와주
People & Company
생겼습니다. 중소기업도 지난 10 여 년 동안 정부가 R&D지원도 많이 했지만 그간 의 누적효과 덕을 보고 있습니다. 제품의 기술, 디 자인, 품질이 비약적으로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소 위 한국 원산지에 대한 불이익이 상쇄되었고 또 상 대적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의 기술과 실력이 늘어 남에 따라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데 굉장히 우호적 입니다. 게다가 몇몇 나라에서는 ‘한류’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효과 덕을 보고 있습니다. 정 : 말씀하신대로 패러다임을 서플라이에서 디맨
드 쪽으로 바꿔서 활력을 일으켜서 꼬여있는 문제 를 좀 풀어내는 그런 하나의 드라이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경제 주체
들이 합심해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지금의 서플라 이적인, 나눠 먹기식의 관점으로 하다 보니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한 : 서플라이 중심이라는 것은 조금만 잘못하 면 요소과잉 공급으로 인해서 과당경쟁을 만들어 냅니다. 기업 창업을 계속하라고 지원해주면 국내 시장은 정해져있는데 너도나도 창업을 하면 서로 가 어려워지지요. 정 : 이번 CMR 14호의 주제 중 하나가 ‘벤처열풍’
www.kocam.org
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성수동 벤처 거리가 형성되
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있다는 뉴스가 최근에 자주 보도되면서, 혁신, 공유경제를 키워드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움직임이
업입니다. 어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
었고, 그후 짧은 시간에 다시 침체되었습니다. 성수
예를 들어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에 있던 사람들이
고 사회적 기업들이 집적이 되면서 신선한 움직임
또 하나, 성공 확률이 높은 기술창업은 경력-창
있습니다. 사실 2000년 초반에 벤처열풍이 굉장했
아 창업에 도전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동 벤처 열풍이 또 다른 벤처열풍을 만들어 낼 것인
실무경력을 그동안 잘 쌓아가다 창업한다는 것은
게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중기청장님께서는 이
불구하고 그 사람들을 창업 현장으로 끌어들일 수
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인지 관심 있
엄청난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그런 기회비용에도
러한 움직임 또는 이와 연관된 젊은 기업들의 창업
있는 방법은 창업 기획사, 소위 Accelerator 역할을
에 대한 움직임을 보면서 새로운 벤처붐 혹은 창업 에 대한 활력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십니까?
할 수 있는 곳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을 15개 정도 뽑아서 10개씩 선발해
한 : 저는 성수동 보다는 역삼동 테크노 벨리 모
150개가 되도록 목표를 정하고 시행했는데 지금
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
100개 정도가 시작되었습니다. 매년 100개정도는
서 창업 흐름을 바꿀 수 있으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을 인큐베이팅 하는
주류가 될 수 있는 우수기술창업이나 혁신창업이
데 역삼동 메인 스트리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처
일어나야 합니다. 중기청은 이를 위해 TIPS(Tech
음으로 시작한 곳이 아산 나눔 재단의 ‘마루180’ 입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라는 프로그램을
니다. 빌딩 4곳에 10개에서 15개 정도를 인큐베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민간주도 기술창업
팅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미니클러스터를 만들
프로그램입니다. 민간 엔젤 투자자나 벤처캐피탈
고 있는데 몇 년 지나면 몇 백 개 정도가 될 것입니
의 1억 투자가 결정되면, 3년에 걸쳐 9억(원 플러
다. 지난 10년간 보기 힘들었던 우수 전문 인력들
스 나인)을 지원해 줍니다. ‘라인 제도’라고도 하는
이 창업에 도전해 벌써 1년 밖에 안 되었습니다. 현
데요, 제가 중기청장이 되면서 처음으로 디자인 했
재 투자도 받고 기업가치가 높아져서 엑시트(Exit :
습니다. 민간투자를 받으면 정부가 R&D 매칭을 해
기업을 공개해 영속 가능한 형태를 향해 계속 나아
서, 선발과 투자를 민간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
가는 것과 회사를 매각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를
록 돕습니다. 정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면 선
한 곳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별능력이 취약한데다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 시장 또는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에서 계약의 한 쪽 당사자가 정보나 자기만 가진 유리한 조건을 이 용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취하는 걸 뜻 함)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민간은 자기가 투자하면 스스로 모니터 링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런 지점이 획기적입니 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잠재력 있는 우수 인력 들이 창업 시장에 들어오는데, 과연 3년을 버틸 수 있느냐, 3년을 버티면 성공확률이 굉장히 높아지는 데 처음 3년을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3년이 지났을
정 : 서울 내 다른 지역에도 그런 움직있습니다. 선 릉역 근처는 어떻습니까?
한 : 선릉역 근처는 “디캠프”라고 은행연합회에 서 만든 곳인데, 비슷한 개념으로 활기를 띠고 있 습니다. 그곳 역시 앞으로 명소가 될 것입니다. 또 하나 강남역 삼성전자 올라가는 방향에 구글 캠퍼 스가 만들어 졌고,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가 근처 로 들어옵니다.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앞으로 지 속될 굉장히 새로운 흐름입니다. 이것 외에 성공 사례로 창업사관학교, 창업선도대학 등의 프로그
때 흔히 나타나는 죽음의 계곡(Death-Valley)을 극
People & Company
31
CMR 2015 Vol. 14
램들이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창업이 무조
한 : 시장 확대가 필요합니다. 내수 시장을 넘어
건 힘들고 위험한 것이 아니고 성공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현재 가장 가
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15년 전에 있었
능성이 높은 곳은 중국입니다. 몇몇 기업들이 중국
던 벤처 붐과 일시적으로는 비슷한 현상일 거라 생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콜마
각합니다. 그 당시도 IMF라는 금융 위기 속에서 대
BNH’는 코스닥에 들어와서 1조이상의 마켓 갭을
기업으로 부터 구조 조정 된 인력이 정부의 창업정
만들었는데, 모두 중국시장에서의 성공 덕입니다.
책과 맞물리고 코스닥 버블까지 더해졌기 때문입
패턴을 보면 국내 성공기업은 300억에서 500억, 글
니다. 지금도 코스닥이 활성화 되고 있는데 10년째
로벌시장을 잘 뚫으면 1천억, 그중에서도 독자적으
500대에 머물다가 근래 700까지 올라갔습니다. 상
로 B2C시장이나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한 기업은 많
당히 의미 있는 조짐입니다. 현재 대기업들 상황이
지 않습니다. 벤처 기업 중에서 1천억 이상 매출을
안 좋아지면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인력
올린 기업이 454개 정도인데 그중에 70%는 B2B로
이 밀려나오면 그들은 당연히 창업을 생각하게 되
대기업 의존적인 형태입니다. 직접소비자들을 상
고, 창업을 고민하면서 어떤 정부정책을 활용할 것
대로 하여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
인가를 찾게 됩니다. 원플러스 나인을 더욱 홍보하
은데 해외시장, 즉 동남아, 중동, 중남미 이쪽을 통
고, 전국적으로 형성되는 창조경제 혁신센터 중에
해 그런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서 TIPS와 연결하는 곳을 몇 군데 더 세우려고 합니
한국의 혁신기술 제품은 해외시장으로 나가려
다. 대기업출신 경력 창업자들이 이런 정책을 활용
면 국내시장에서의 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에
해 상당히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게 되길 기대하
서 해야 할 중요한 첫 번째 역할은 이 부분을 돕는
고 있습니다.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공구매 시장에서의 역할이
정 : 또 다른 곳은 없습니까, 판교는 어떻습니까?
한: 네, 판교도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 쪽에서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곳은 소프트웨어 분야가 활 발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흐름이 일종의 전체적인 생태계를 형성할 것입니다. 테헤 란 벨리에서 성공하면 이것이 구로 벨리, 판교 벨 리까지 삼각축으로 이동하면서 창업 성공기업이 성장하도록 그림을 그립니다. 테헤란 벨리는 창업 인큐베이팅 장소가 되는 것이죠. 정 : 실질적인 측면에서 벤처 테크노 벨리를 중심으
로 하는 새로운 벤처혁신의 움직임이 국가경제나
비즈니스적으로 봤을 때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중 요하고 크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벤처 붐
을 지속하기위해 정부와 벤처기업, 대기업과 대학
32
등 각 주체들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있을 수 있는데, 신기술 인증제품과 우수기술제품 우선구매 제도입니다. 어느 정도 개발에 성공하면 구매를 보장해주는 구매조건부 기술개발 등을 활 성화해서 공공구매시장에서의 기업 실적을 투명하 고 광범위하게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소비자입장 에서는 홈쇼핑을 통해서 초기에 판매실적을 기여 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기존 홈쇼핑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경쟁업체가 많은데 왜 제7홈 쇼핑을 시작하려고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 니다. 중기청은 제7홈쇼핑이 절대 경쟁모델이 아 니고, 각각의 시장 자체가 다를뿐 아니라 초기 제 품의 얼리어답터 쪽에 무게를 싣는 것이라고 계속 설득하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정부의 역할은, 이 열기를 살리기 위한 회수시장 활성화입니다. 회수시장의 핵심은 코스 닥이고, 코스닥이 지금 700선을 넘어가려면 연기금 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조성
People & Company
www.kocam.org
중소기업청장으로서 노력을 많 이 기울였는데 성과가 미비합니 다. 창업이 많이 활성화되었지만 대부분 생계형 창업이고, 기회형 창업은 적습니다. 그 이유 중 하 나가 기회형 창업이 다운사이드 리스크, 즉 사업 실패를 인생 실 패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사업 실패가 절대 인생 실패가 아니라 는 메시지와 신호를 정책적으로 분명하게 준다면 상당히 많은 사 람들이 창업시장으로 들어올 것 입니다. 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걸 압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공공거래 질서’입니다.
니다만, 코스닥이 점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시
시장의 불합리한 ‘갑을 문화’ 때문에 스스로의 노
장으로 확대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M&A시장을 활
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못 받고 있습니다. 대표
성화 하여 엑시트(Exit)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어
적인 예가 납품단가 문제, 기술탈취 현상이 비일비
야 합니다. 그래야지 엔젤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
재합니다. 잘나가는 기업이 창업 단계 회사의 기술
납니다. 엔젤 투자 활성화를 위해 2년 전 소득공제
인력을 통째로 스카웃해서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경
등을 파격적으로 시행했는데 생각보다 늘지 않았
우도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송이 벌어집니다.
습니다. 민간자본들이 투자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통해 문제를
록 정부가 가교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해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파산에 이릅니다. 이것은 사실 본질적인 문
세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우리나라
제인데 ‘우리나라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많이 도와
의 창조경제 생태계, 창업기업가 정신을 가로막고
주고 세계에서 중소기업관련 정책이 이렇게나 많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실패 비용(cost of failure)’입
은데 왜 현상이 해결이 안 되느냐’라는 비판적인 의
니다. 사업 실패가 족쇄가 되어 재기가 굉장히 어
견이 많습니다. 이것은 게임의 룰 자체가 아주 불
려운 게 현실인데, 제가 10년 전부터 연구하고 논
공평하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한마디로 ‘기
문도 발표한 분야입니다. 정책적으로 이 부분을 해
울어진 운동장 문제’ 라고 하는데요, 운동장의 낮은
결하기 위해, 창업자 연대보증제도는 현 정권 들어
쪽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공을 힘차게 차도 하프라
많이 없앴습니다. 정책 자금부터 없앴습니다. 민간
인을 못 넘는 반면, 높은 쪽에서 공을 차면 쉽게 골
금용 쪽도 확대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그
대까지 날아가 버리게 되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
외에도 창업실패를 통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회
수 차가 커지게 되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
복 후에도 5년간의 기록으로 인해 금융이용이 굉
안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해왔습니다.
장히 제한되는 어려움을 풀어주는 문제, 즉 실패하
이 부분은 제가 오래전부터 문제제기 하였던 부
더라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분이기 때문에 이번 정부 들어서 많은 반대에도 불
People & Company
33
CMR 2015 Vol. 14
구하고 중소기업기술보호 지원법이라는 법을 만들
안을 내세웠지만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대기업에
게 되었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소송으로 가지 않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이유입니다. 이 문제로 많
도록 중재조정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1월부
은 논쟁을 벌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제도를
터 중재조정위원회가 발족이 되어 현재까지 여러
강하게 시행할 때마다 언론에서 기업을 힘들게 한
건이 진행 중입니다. 기술탈취 문제로 피해를 본
다는 문제 제기를 하니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여러 중소기업들과 모인 간담회에서 알게 된 사실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한국이 선진화 사회로 가
은 어떤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이 억울해서 재산을
려면 실패 후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과 공정
다 털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했지만, 우리나라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0대 로펌은 이미 대기업과 거래가 있고 중소기업 의 소송을 맡을시 대기업과의 거래가 불발되는 어 려움을 겪지 않으려 합니다. 그 외에 로펌을 통하 여 소송을 했을 때는 물론 게임이 되지 않는 게 현 실입니다. 이러한 법률적 부정(legal injustice)을 해 결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
것에 동의합니다. 이런 흐름이 사회와 국가와 경제 계를 바꾸는 메가 트렌드로 계속 이어지기 위해 어 떤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지 몇 가지 제안 을 부탁드립니다.
를 들어 ‘의무 고발 요청 건’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한 : 저는 대기업중심의 발전 전략이 성공적이
불공정거래가 일어났을 때 공정거래 위원회를 통
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긍정적 효과가 많았습니
해 검찰에 고발 되는 형태였는데 이번정부 들어서
다. 첫 번째는 이 전략을 잘 보완해서 발전시켜야
는 중소기업청장이 권한을 가지게 되어 고발을 하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중소기업이 해외수출시장
면 무조건 검찰에 고발이 되는 형태가 바로 ‘의무
으로 나가는데 대기업의 후광효과를 엄청나게 보
고발 요청 건’입니다. 제가 지난 2년 동안 적극적으
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모바일, 반
로 이 법을 활용했습니다.
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화장품 등 명품효과가 대
정 :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있음에
도 불구하고 창업이 쉽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 : 사람의 의식과 문화는 제도적만으로 바뀌 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도와 함께 처벌과 인 센티브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공정거래를 위반하 면 실형이 주어질 정도로 공정거래 FTC가 굉장히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정거래 를 위반하면 벌점제가 있습니다. 벌점이 누적되면 공공구매 입찰 제한이 생기고 10점을 받으면 3개 월 입찰제한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10점을 받더라 도 교육을 받으면 다시 가산점이 생기기 때문에 아 무도 이 제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낸 아이디어 중에 하나가 벌점 5점에 6개월
34
정 : 우리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새롭게 산다는
입찰 제한입니다. 사실 7점에 1년, 10점에 2년 법
단합니다. ‘Made in Korea’가 이제 열등제품이 아니 라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이 변화되었습니다. 60 년대까지만 해도 ‘Made in Japan’이 불량제품의 대 명사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잘 없을 겁니다. 그 러나 70년대 소니 전자, 혼다 자동차 등을 통해 일 본 제품의 인식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양극화 의 이중구조로 가다가 균형과 상생으로 발전한 사 례를 가진 나라는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에서는 19 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강력한 사회혁신 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 해 과감한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 또는 Social reformation)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혁신을 위한 노동운동은 기독교가 주도해서 일으켰습니 다. 두 번째로는 지금 판세가 바뀌고 있습니다. 지 금까지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무
People & Company
www.kocam.org
시했지만 이제는 일부 현상이긴 해도 중 국기업들이 한국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M&A를 합니다. 중국시장에서 성공적으 로 런칭한 기업들은 판매가 열 배 이상 늘어나고 기대 수익도 늘어납니다. 앞서 얘기했던 콜마 BNH에서는 코스닥 시장 가치가 1조가 넘어가면서 개인보상도 엄 청났습니다. 이렇게 생태계 자체가 바뀌 는 중입니다. 중국 자본이 워낙 규모가 커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데 하나 는 중국시장에 들어가서 한국중소기업이 영세성의 한계를 탈피할 수 있는 효과도 있고 중국으로부터의 투자에 의한 가치 상승 효과도 있습니다. 정 : 창업을 계획 중이거나 시작한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 창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볼 때 현재는 창업 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스스로 잘 준비 해서 정부의 정책지원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초기 의 실패비용을 상당히 낮출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 에서 기대수명이 80-100세라고 하는데, 한번은 누
Target을 설정하라. 3. 목숨을 같이 할만한 Team 이 있는가? 셋 중에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세 번째 목숨을 같이 할만한 ‘Team’입니다. 창업 관 련된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고 시대 흐름을 잘 살피 면서,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CMR 인터뷰 : 정연승 (단국대 교수) 사진 : 조기성 정리 : 김윤미
구나 창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바로 ‘삶 의 방식으로서의 기업가 정신과 창업’이 필요하고 창업을 평소에 공부하고 배워야 합니다. 창업 실패 이유 중 하나는 균형감각의 상실입니다. 인간이 균 형감각을 상실하는 이유는 첫째로 두려움(지나친 비관주의)과 자만심(지나친 낙관주의)입니다. 성 경에서 말하는 것이 두 가지가 바로 ‘두려워하지 말 라’ 와 ‘교만하지 말라’입니다. 창업은 역경을 스스 로 자초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로 기억할 것은, 성경에서 역경에 대하는 자세와 관려해서 ‘고 난을 만나거든 기뻐하라’라고 도전합니다. 고난 그 자체가 아니라 고난에 대한 태도가 중요합니다. 마 지막으로 구체적인 팁을 주자면 바로 ‘3T’입니다. 1. 시장에 대한 정확한 Trend를 알라. 2. 정확한
35
People & Company
CMR 2015 Vol. 14
Company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누군가의 삶을 회복하는 이야기,
마리몬드
통증이라는 단어를 새삼 찾아보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윤홍조 대표는 통증을 느꼈고, 그 통증
으로 인해 지금의 사업은 시작되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칭하는 위안부라는 단어에 따옴표를 넣어서 표 기해야 한다는 그의 말, 그 역사는 어느 역사의 한 자락이 아니라, 기억을 넘어 기념되고 세상의 많은 이들이
그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힘주어 말하는 그의 눈빛이 조 금 흔들렸다. 통증은 가슴을 통과해 감정으로 탈바꿈한 후에 머리를 강타하고 손발을 움직이게 하는 아픔이
다. 마리몬드는 아픔을 느낀 한 청년이 써 내려가고 있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든 이야기 너머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36
People & Company
www.kocam.org
CMR :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 되었나요?
군 제대와 동시에 복학 후 많은 생각이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복학생들과 비슷하게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었죠. 하지만 남들과 같은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았던
이고도 강력한 ‘희움’이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기여하고자 ‘희움 더클래식’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CMR : 처임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부모님 혹은 주변 의 우려나 반내는 없었나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인액터스(Enactus)라
부모님께서 걱정 하셨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
는 개념의 공동체를 2010년 3월에 접하게 되었습
수원에서 살고 있었는데 제가 밤새서 일하고 차를
니다. 전공을 활용해 지속가능하고 더 나은 세상을
놓쳐서 집에 못 들어가게 되는 자주 상황이 생기니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 좋았습니다. 처음 그
까 그게 반항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
공동체에 들어가서 맡게 된 프로젝트가 블루밍 프
래서 고민하시더니 서울로 이사를 와주셨습니다.
로젝트였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위안부’ 할머
사업을 시작하고 1년 반 동안, 사무실을 성수동으
니들의 복지와 인권 회복 운동에 힘쓰는 NGO(기
로 이사하기 전까지 사무실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부금에 의존하는)의 재정 구조 개선을 위한 비즈
걸어서 3분이었어요. 편하게 다녔어요. 처음엔 이
니스를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실리콘 밴드 팔찌나,
것저것 못미더워 하시면서 지원해 주셨지만, 조금
에코백 등을 만드는 작업, 희움이라는 브랜드를 만
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이제는 더 믿어주시고 지
드는 작업에 동참하면서 할머니들을 만났습니다.
지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CMR :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나 여러 고민이 있었
CMR : ‘위안부’ 할머니와의 만남을 사업 아이템으
학교를 마칠 시점이 되었고, 인액터스와 블루밍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선택받은 것 같은데요
프로젝트 활동도 마칠 시점에도 해결되지 않는 갈
~^^* 우연히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제가 알고 있던
증이 있었습니다. 분명 ‘희움’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생각들이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할머니들께서는 계속 소천
어요. 일례로 처음에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일본
하시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는 측면에
군 ‘위안부’ 문제를 위해 활동하는 NGO의 수익 사
서는 제가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
업과 관련된 전략을 짜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당연
끄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무엇이 진정한 일본군
히 아무 이해도 없는 상황에서 방법론적인 부분에
‘위안부’ 문제의 해결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대해 고민하다 보니 맘에 들지 않는 전략만 나오더
것 자체가 저에게 큰 자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라고요. 그러다가 역사관에 가게 되고, 그 역사관
래서 “미래의 나에게 후회 없을 정도로 이 일에 매
바로 옆에 있는 쉼터에 계신 할머니들을 만나 뵐
달려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모르는 해외 사람
기회가 있었어요.
을 텐데 이 일을 계속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들이 상품과 콘텐츠를 통해 이 할머니들의 이야기
역사관에서 경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제가
를 올바르게 알게 하고, 공감하게 하자.” 라는 생각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슬픈데, 쉼터에서
으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창업은 시
만나 뵌 할머니들은 우리 할머니랑 다르지 않은 거
작되었고, 굳이 할머니를 위한 다른 브랜드를 만들
에요. 굉장히 큰 충격이었죠. 이 아픔을 외면해 왔
어 활동하기보다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 통합적
다는 것, 그리고 그 아픔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들
People & Company
37
CMR 2015 Vol. 14
을 피해자로만 여겼다는 것. 그게 너무 죄송했어 요. 그때부터 부채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활동을 열심히 하면 그 부채의식이 없어질 것 같았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알면 할수록, 수요 집회에 참여하거나, 역사관에 다시 갈 때마다 생각은 더 깊어졌어요.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관점이나 방법들의 문제점을 발견 하기도 했고요. 결국, 활동을 하면 할수록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다는 죄송함은 더 커졌어요. 마치 벗 어날 수 없는 늪 같았어요 CMR : 최근 마리몬드 혹은 대표님께서 고민하고 있는 질문이나 방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최근 고민 중 하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어떻 게 하면 외부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입니다. 그래서 시장반응을 보기 위한 전시를 가집니다. 홍 콩에서 디자인문구 박람회가 있었고, 7월 베이징 에서 전시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해외 전시를 통해 저희 브랜드와 상품을 알리는 작업과, 동시에 현지 입점 가게를 선정하는 작업을 거치게 될 것 같습니 다. 기본적으로 마리몬드 사업의 모토는 디자인이 나 제품이나 컨텐츠로 사람의 존귀함을 회복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 할머니들이 받으실 위로도 있겠지만, 고 객들이 상품을 사는 것만으로 존귀함의 회복이 얼 마나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사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존귀하잖아요. 그걸 모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할머
속 발굴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이야기와 삶을 다른 형태로 변환해 전하는 게 마리 몬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니들의 이야기도 알리고 사람들에게도 위로를 전 달할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최근 더해진 방향성 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자체가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할 수 있는 웹툰이나 시를 고객들이 접할 수 있도록 애쓰
38
CMR : 현재 가지고 계신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
는지요? 최근 고민하시는 이야기들 역시 새로운 콘 텐츠나 물건으로, 또 다른 프로젝트로 시작되게 되 나요? 새롭게 구상하시는 사업도 있으신가요?
고 있습니다. 할머니들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더 많
패턴은 이미 수 십 개가 제작되어 있고 기하학
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조명 되었으면 합니다. 모
적으로 늘어 날 것 같습니다. 제품의 수량이나 생
든 이들의 어머니 이야기라든지 또 다른 이들을 계
산량, 아이템에 있어서 제한은 없습니다. 상품 같
People & Company
www.kocam.org
은 경우에는 다른 패션 브랜드처럼 패션을 전문적
수 있는 즉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경험을 누
으로 만들 상황은 아직 아니라서 디자인 문구나 상
려보게 하는 플랫폼을 기획하고 구상 중입니다.
품, 패션 잡화나 리빙 상품을 위주로 만들면서 조 금 더 확장될 수 있는 상품은 베이직 라인까지 만 들기 위해 기획과 작업 중입니다. 또 현재 작품을 모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위 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작품 뿐 아니라 지금 후원
CMR : 웹이나 앱으로도 연동을 하는 것 까지 생각 하고 계신가요?
네 모바일 앱 역시 지금 기획 단계에 있구요, 핵 심적인 질문들을 하면서 계속 논의 중입니다.
중인 곳 중에 24시간 어린이집이 있는데요, 그곳은 어머니가 미혼모이고 아이들이 일주일에 엄마를 보는 횟수가 한 번 정도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기 본적인 생활과 교육은 제공되지만 아이들의 미래 에 매우 중요한 가족과 함께 누려야 할 문화나 여 가생활은 굉장히 제한적이더라구요. 그런 부분을
CMR : 다른 인터뷰에서 ‘위안부’ 할머니라는 단어
에 위안부에 따옴표를 넣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해외에 알리는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 지 알고 싶습니다.
위해 월 150만원 정도의 후원금 외에 아이들이 그
따옴표에 대해서는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공유
리고 작업한 것들을 모아서 작품을 만들려고 계획
된 것을 저희가 잘 활용을 한 것입니다. 위안부 할
중입니다.
머니들과 관련하여서는 해외에서 전시들이 있지만
그 외에도 마리몬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곳
단순히 그분들에 대한 동정, 안타까움에 그칠 가능
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탈북 청소년이나 다문화가
성이 많다고 봅니다. ‘나비기금’ 이라고 있는데요,
정 아이들이 있죠. 작품을 모아만 주어도 그 패턴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을 변화시켜줄 수 있는 프리랜서들은 전국에 많이
할머니들께서 만든 기금인데 전쟁 성폭력 피해자
있습니다. 저희는 작가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제
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입니다. 그곳에도 저희가
공하고 작품만 모아주는 역할을 하면, 나머지는 디
일정 부분 계속 기부금을 전달하여 위생, 교육, 안
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 작품을 변환하고
전, 식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나중
응용할 수 있고, 고객들이 또 뭔가를 첨부해서 살
에는 그 사람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People & Company
39
CMR 2015 Vol. 14
작품을 받아서 패턴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야기
자자들과 긍정적인 논의가 오가고 있는 상황입니
의 분위기가 동정 쪽으로만 가지 않고 할머니들을
다. 그 상황에서 저희가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것
존경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도록 하는 방법은, 이
은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고객들이 봤
런 사람들조차 용기를 내어 자신들이 겪은 아픔을
을 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도
나누고 더 나아가 이들과 이들의 이야기로 많은 사
할 때 그렇잖아요. 우리가 전하는 복음이 정말 사
람들이 위로와 도전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외
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가? 듣고 싶어 하는 형태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랑 연대하려고 노력
메시지로 전달되는가를 스스로 질문해봐야 하는
중입니다.
것처럼, 마리몬드의 상품이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
하나의 구체적 계획은 조금씩 상품을 알리다가
는 디자인이나 그래픽인지, 마케팅 과정에서 전달
해외에 작은 장소를 임대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하는 메시지가 사람들이 읽고/듣고 싶어 하는 잡지
담은 쉼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미 스파,
의 글처럼 잘 전달되고 가슴까지 다가가는지에 대
마사지 등 자본에 종속된 쉼의 공간들은 많이 있습
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니다만 저희가 만든 곳을 찾는 사람들은 할머니들
의 이야기를 통해 시작된 어떤 콘텐츠와 제품이 자 신들에게 쉼과 치유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그곳 에서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삶을 존경하고 나도 그 렇게 살고 싶다는 것까지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7년 정도 긴 계획을 가지고 함께 꿈을 꾸고 있는 중입니다.
CMR :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만 해도 전달하 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치 있고 깊이가 있는데, 그런
메시지를 작은 생활제품에 담는 것이 혹여 사건이 나 메시지 자체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 판은 없었습니까? 있었다면 어떻게 소통하고 극복 하셨나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홈페이지나 게시판에 그런 CMR :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은 세상의 문제를
의견을 올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너무 부정
한 동기부여라는 운동의 성격은 장점이지만, 사업
혹은 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 또한 그
명을 요청하시거나 진심으로 궁금하신 부분에 대
각하는데요. 마리몬드는 이 부분을 어떻게 고민하
다. 우리가 이일을 왜하고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
해결하기 위해 좋은 뜻과 취지로 시작합니다. 강력
40
적인 댓글 같은 경우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설
뜻과 취지의 지속을 위해 중요한 고민거리라고 생
해서는 일일이 답변을 해드리고 설명을 해드립니
고 있나요?
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을 준비 중입니다.
현재까지 매출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어서 사업
하지만 악의적인 의도로 접근 하시는 분들에겐 대
운영과 기부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금은 스케
응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의심에 찬 시
일 업을 해야 하는 단계라고 보구요, 잠재적인 투
선으로 보시던 분들도 많았지만, 할머니들의 수요
People & Company
www.kocam.org
집회에 2년간 팀원들이 돌아가며 빠짐없이 참여하
유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회사에
면서 긴 시간에 걸쳐 꾸준히 신뢰관계를 쌓아가다
서는 자기에게 맡겨진 일 외에 것들을 해야 할 경
보니 인정해주시고 믿고 맡겨주시는 분들이 생겨
우 금전적 보상이나, 상사에 의한 압박, 불이익에
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 두려움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
CMR : 마리몬드에 함께 하는 분들은 몇 분인가요?
마리몬드의 독특한 사무실 문화나 재정 운영과 관 련된 주목할 점이 있는지요?
리몬드는 동료를 도와주는 것은 진심으로 사랑하 는 마음에서 함께 하는 것을 강조하고 중요한 가치 로 여깁니다. 그 지점이 명확하고 거기서 출발해야 협업에 시너지가 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
인원은 15명 정도가 있습니다. 채용은 계속적
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두려
으로 늘려갈 예정입니다. 팀은 디자인팀, 마켓팅과
움을 저는 가지고 있고 다른 문화가 마리몬드에 축
커뮤니케이션 팀, 경영지원팀 3팀으로 구성되어 있
적되기를 힘쓰고 있습니다.
습니다. 점심과 저녁이 제공되고 한 달 인건비는 4
출근시간은 10시지만 특별히 간섭하진 않습니
천-5천만원 정도입니다. 사실 창업 초기에는 직원
다. 회의가 있거나 함께 무언가를 시작할 때 외에
들에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이슈를 위해
는 자신이 알아서 시간을 관리하도록 합니다. 작
헌신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업공간은 스스로 필요한 곳을 정해서 할 수 있도록
든 생각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합니다. 한 달에 한번 평일날 함께 쉬는 날을 정해
대기업의 존속을 위한 부품이 되지 않기 위해, 가
서 그날 각자 무얼 할 건지 공유하고 함께 회식하
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데, 의미 있
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마리몬드는 일의 특성
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 일을 위해 똑같이 부품처
상 여성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휴가 제도
럼 일하는 건 소모적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
를 비롯 사무실 문화가 여성이 편리함을 느끼도록
습니다.
확대되어 갈 필요성이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 부분
인간의 존귀함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마리몬드 의 사업목적과 사무실 분위기와 일하는 양식이 추 구하는 가치와 어긋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제는 사람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어 주기 위한 금전적인 지원(연봉인상, 출산지원 금, 신혼여행 지원금, 실비보험 등)을 계속해서 늘
에 귀를 많이 기울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CMR : 엔젤투자와 관련하여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투자 받는 것과 관련해 마리몬
드만의 원칙이 있거나 찾고 있는 투자의 방향성이 있습니까?
려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평소에 일하면
저희는 매각이나 M&A를 원하지 않고 서로 동역
서 직원들이 몸의 이상을 느끼면 한의원에 가서 진
해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
료를 받을 수 있도록 무상 지원하고 사무실에 피곤
다. 투자의 목적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동의하고
하지 않도록 각종 비타민을 비치해 두었습니다. 장
끝까지 지켜보며 같이 갈 수 있는 분들이면 좋을 것
차 주거, 의료, 교육에 있어서는 함께 일하는 식구
같습니다. 투자하는 목적 자체가 단기적인 수익을
들이 불편함이나 불안함이 없이 일하게 해주자는
보려는 것이라면 되도록 지양하고 있습니다.
것이 저의 1차원적인 목표입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직원들 모두가 존귀하고 함께 일하는 식구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공
CMR : 마리몬드 역시 조직이 커지면서 대표님께서
경영과 관련된 고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결해가고 계신지요?
People & Company
41
CMR 2015 Vol. 14
마리몬드 내부 운영을 위한 살림꾼이 필요하다
나오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많아서 진행을 했고 운이
는 생각을 했고, 현재 적합한 사람을 찾고 있는 중
좋게도 아주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창업 초창
입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기에는 제품 만드는 것에 집중을 했었는데 모두 샘플
명확하게 전달한 후 전략컨설팅에서 커리어 변경
링 수준에서 끝났고 오히려 패턴과 그래픽이 많이 남
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제안해볼 생각을 하고 있
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습니다. 면접 후 우선 작은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
부분에 집중해야 된다는 거죠. 디자인과 패턴을 가
해본 후 업무스타일이나 가치관에서 잘 맞는지를
지고 콘텐츠 비즈니스에 집중해야지 제조업 방향으
검토한 후 정식으로 함께 일하려고 합니다. 사람을
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걸을 깨달았습니다.
추가로 뽑는 과정은 고민이 많이 되기도 하지만 내 부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CMR : 사업을 하시면서 위기의 순간과 기회의 순 간이 있었을텐데요?
중에라도 마리몬드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떤 부분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저희는 스스로를 ‘마리몬더’라고 부릅니다. 채용 면접 시, 에세이 질문이 있는데요, 하나는 전쟁과
위기의 수간은 한번 성공했던 사업 방식을 또
여성인권박물관을 다녀와서 본인이 일본군 위안부
한 번 시도했을 때 크게 실패 했던 경우입니다. 작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
은 기업의 경우 조심해야할 부분입니다. 한번 성
인지 또 하나는 자신의 재능과 그 일을 마리몬드에
공했더라도 또 한 번 사람들이 그 상품을 원하는지
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질문합니다. 그 과
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또 사람과 관련해 실수
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고, 구석구석 빈
가 참 많았는데요. 제가 하고자하는 이슈와 사업이
틈에 대한 질문을 직원들이 같이 합니다. 또 하나
너무 중요해서 주변 사람들은 돌아보지 못했던 부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도 하려고 하
분이 있었습니다. 대표의 열정이 명확하다 보니 주
지 않는 일을 하고자 하는지를 물어 봅니다. 저도
변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아주 부족했었죠. 반대로
처음 이일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
너무 사람들과의 관계가 느슨해졌을 때도 문제가
려하며 반대했습니다.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
발생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
스로에게 왜 해야 되는지를 질문하고 다른 사람들
다. 앞으로도 더 많을 것이구요. 현재 집중하는 것
을 설득해서 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
은 성과를 내고 성장을 해야 지속 가능한 조직이라
하고 그 부분을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는 점을 우선적으로 공유하되 마리몬드가 계속해 서 일하고 싶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직원들도 이 조 직이 없어지면 안된다는 부담을 가지고, 업무를 하 면서 개인적으로 불편하고 자신이 성과를 낼 수 없 는 부분에 대해서는 툭 터놓고 기댈 수 있는 일터 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42
CMR : 마리몬드는 어떤 사람과 함께 하나요? 혹 나
CMR : 창업 후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에 관한 것이
건, 사람에 관한 것이건 고민이 많으실텐데요. 문제 를 해결하고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대표님만의 시간이나 공간, 습관이나 버릇 같은 것이 있나요?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혼자 운동하는 시간을
기회의 순간은... 음, 처음에는 옷을 만들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사람이 많이 없는 밤 늦은 시간에 헬
안했습니다. 하지만 반팔티셔츠는 쉽게 만들 수 있
스장에 가서 혼자 운동을 하면 답답함이나, 풀리지
을 것 같아서 한번 시도를 해보았는데 스웻 셔츠도
않았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People & Company
www.kocam.org
CMR : 혼자 있을 때는 주로 뭐하시나요?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같은 것도 알려주세요.
한 달에 한번 함께 쉬는 날에 혼자 사무실에 나 와서 밀린 책 읽고 이것저것 정리하면서 개인적으 로 큰 쉼을 얻습니다. 먹는 것에는 별로 취미가 없 습니다. CMR : 취업이나 창업 등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창업이나 취업을 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하고 자 하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졌을 때,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일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짚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이 일 을 시작했을 때는 해야 하는 일의 이유는 분명한데 어떻게 진행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며, 또 이 일이 얼마나 커질지에 대해서는 막막했습니 다. 일단 해보자 하고 시작을 하니까 방향성이 보 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은 변수들이 많아서 사람
CMR :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이 마리몬드와 대표 님을 위해 어떻게 응원하면 좋을까요?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의 여유가 있어
수록 깨달았습니다. 어떤 문제와 상황에 정확한 어
야 어느 순간 내려놓고 다시 돌아볼 수 있고 주변
떤 한 가지 답만을 구하고자 하면 힘들어 질 수 있
과 곁, 뒤를 돌아보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습니다. 시작하려는 분명한 이유와 함께 주어지는
여유와 쉼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CMR
상황과 환경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윤홍조 대표의 말에 안도했다. 곁과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사업가의 언어는
아니지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이제 한 단계 더 도약을 준비하는 마리몬드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인터뷰를 마치고 성수동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서울 구석 낡아가는 작은 동네 한 켠에서 다양한 꿈들이 몽글몽글 피어
나는 것 같았다. 성격은 각기 다르지만 젊음을 자산으로 소셜 벤처라는 작은 돌풍이 몰아칠 준비를 하고 있었 다. 까페 한 구석에서 인터뷰 하면서 찍은 사진을 훓어 보았다. 아직 미소년의 웃음을 간직한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의 조금 전 나눈 말이 들리는 듯 했다.
인터뷰 : 조기성 정리 및 사진 : 김윤미
43
People & Company
CMR 2015 Vol. 14
채무에 대한 신학적 조망 “칼뱅의 부채 신학에 대한 비엘레의 이해” 송용원 은혜와선물교회 목사
오늘날 부채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민 공동체, 국가 공동체, 그리 고 세계 경제 질서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개인의 탐욕과 낭비, 물 려받은 가난, 치솟는 물가와 집값, 저임금과 실업, 막대한 사교육비, 기형적 대출구조, 부동산 시장침 체, 경제적 양극화, 취약한 제도적 보호 장치,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중산층의 대거몰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채를 진다. 그렇다면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가 칼뱅(Jean Calvin, 1509-1564)이 부채와 관련한 신학적 통찰 역시 당시 시대적 배경을 전제하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칼뱅이 활동하던 당시 유럽, 특히 제네 바는 경제적 질서가 급격히 변화하던 시기였다. 당 시 제네바에는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의 박해를 피 칼뱅이 활동하던 당시 유럽, 특히 제네바는 경제적 질서가 급 격히 변화하던 시기였다.
해 프랑스 및 전 유럽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밀 려오는 종교 피난민들로 인해 20년 만에 도시의 인 구가 1만에서 2만으로 급증하던 격변기였다. 당연 히 가난과 빈곤 문제, 도시 내부 경제적 양극화 이
44
슈, 특히 급증하는 부채가 매우 심각한 경제적 문
www.kocam.org
제였다. 칼뱅의 부채신학은 이런 상황에서, 특히
돌리도록 실제적으로 의도되었다고 보았다. 이점
공동체적 입장, 사회통합적인 노력 가운데 펼쳐진
이 개혁교회의 통찰이다.
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부자들이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과도한 이자를
물질적 재화와 돈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증언
물리는 행태에 대해 영적 경고와 사회적 대안을 제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돈이 자기
시하는 가운데 부채에 대한 그의 사상이 형성되었
손에 있을 때 그것은 믿음을 시험하는 도구이기 때
다.
문이다. 그래서 돈에 대한 태도, 특히 부채에 대한 태도는 그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얼마나 신뢰하는
칼뱅이 보기에 물적 재화들은 하나님의 보편적
지에 관한 확실한 표지 중 하나이자 신적 섭리에
인 은혜의 중개이자 표지다. 물적 재화는 하나의
대해 그들이 가진 믿음에 대한 증언이다. 칼뱅은
객관적/영적 가치만 갖지 않고, 주관적/교육적 가
부와 가난이 모두 인간의 마음을 시험하는 것이라
치도 지닌다. 돈과 경제적 활동을 통해, 특히 돈을
고 했다. 부는 축복이고 가난은 저주가 아니라 양 자 모두 하나님 앞에서 믿음을 시험하는 문제지와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락한 인간은 물질적인 부요함을 하나 님의 선물로서 인지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 돈 에 자율적인 권세와 효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돈을 포함한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부 인한다. 이제 물질적 부는 더 이상 하나님의 은혜 의 표지가 아니라 맘몬의 도구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성령의 역사만이 돈의 포악한 다스 림에서 인간을 건져낸다. 맘몬의 억압으로부터 자 유로운 인간이 되지 못하면 돈은 여전히 죄인들의 사회에서 주인이다. 은혜의 상징인 물질은 모든 인간 가운데 풍성하 게 나누어져야 한다. 물질적 재화와 돈은 경멸되거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가 칼뱅(Jean Calvin, 1509-1564)
나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금욕주의적 오류는 하나 님의 은혜에 대한 오해다. 오히려 물질의 주된 목 적은 공동체적 섬김에 있다. 물질적으로 부요한
빌리고 빌려주는 채무 관계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자, 혹은 돈을 빌려주는 자는 그래서 하나님의 풍
인간을 하나님 그 분에게로 이끄시는 목적을 가지
성한 선물의 분배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고 계신다. 그러기에 부채관계를 포함해서 모든 경 제적 활동은 하나님 나라를 미리 보여주는 하나의
비엘레가 볼 때 이자를 받고 대출해주는 것, 반
상징이다. 칼뱅은, 일반적으로 세상의 모든 재화들
대로 이자를 주고 대출받는 것에 대한 칼뱅의 생각
이 인간을 영적인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지만, 그
은 서구 유럽의 경제사에서 결정적인 “터닝 포인
모든 경제적 활동은 인간을 다시 영적인 생활로 되
트”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 칼뱅은 사회에서
45
CMR 2015 Vol. 14
비엘레에 따르면, 칼뱅은 대출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오직 성경이 가르치는 것에 의지했다. 그는 성경이 공식적으로 이자 대출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진술한다.
돈이 갖는 섭리적 역할에 대해 신학적인 통찰이 있
님에 의해 자기에게 주어진 것, 즉 용서와 생명과
었다. 그가 보기에 돈은 인간을 서로 연결시키는
은혜와 같이 무상의 선물을 받고 살아가는 것에 대
하나의 방식이다. 돈을 통해 인간은 서로에게 구할
한 정당한 응답이다. 칼뱅은 “네게 구하는 자에게
수 있는 좋은 것들, 서로 간에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마
것들을 전해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돈은 경멸의 대
5:42)와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
상이 아니다. 한편으로 이원론적인 금욕주의신학
무 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라 그리하면 너희 상
은 하나님이 인류를 위해 유용하게 만드신 물질적
이 클 것이요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 되리
인 선물들을 깨끗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므로 피
니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하
해야 할 태도다. 다른 한편으로 재산에 대해 이기
시니라”(눅6:34)는 신약성경의 말씀은 그동안 고리
적 탐욕을 부추기는 현대적 개념 역시 인간을 돈에
대금업을 잘못된 방식으로 제한하며 통제했다고
대해 자율적인 주인 또는 독립적인 소유주로 여기
보았다. 칼뱅은 그리스도께서 이자를 받고 대여하
게 하므로 이 역시 멀리해야 하는 태도다.
는 것을 규제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는 제자 들에게 돈의 진의를 잘 이해하도록 돕고자 하신 것
46
돈을 값없이 빌려준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하나
으로 해석한다. 칼뱅은 돈을 주고받는 무역의 기초
www.kocam.org
인 금융대출의 기원에서부터 그리스도교 교회가
신학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셈이
갖고 있던 금지조항을 제거한 최초의 신학자다. 그
다. 사실상 이 두 종류의 부채는 서로 극단적으로
러한 이유로 그는 칭송을 받기도 하고 비난을 사기
구분하는 범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도 한다. 이로 인해 칼뱅은 현대 자본주의의 창설
그렇다고 해서 후자가 성경적인 내용을 완전히 결
자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여하고 있는 것으로 말할 수도 없었다.
칼뱅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정당화
비엘레에 따르면, 칼뱅은 대출에 대해서도 처
하려고 교부들이 이전에 사용하던 금융대부를 비
음부터 오직 성경이 가르치는 것에 의지했다. 그
난하기 위한 근거로서의 성경 구절들을 단순하게
는 성경이 공식적으로 이자 대출을 금지하지 않는
무시하진 않았고, 예전의 다른 신학자들과 사뭇 판
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들이 그들 자신
이한 신학적인 해석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다른 이들을 돕는 일에는 무
오늘날 부채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민 공동체, 국가 공동체, 그리고 세계 경제 질서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다.
확실히 이전의 신학자들 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통
척이나 더디고, 그들이 수행하는 섬김에 보상을 기
찰력을 갖고 있었는데, 과거의 신학자들이 이 세상
대하는, 자연적이고 본성적인 경향성들에 대해 정
의 경제적 현실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것에 비
죄한다. 반대로 하나님은 인간에게 능동적이고 사
해 칼뱅은 자신의 시대에 대한 풍성한 통찰을 갖고
심이 없는 자선을 요청하신다. 칼뱅은 이렇게 말한
있었다.
다. “무엇보다도 성경은 고리대금업을 완전히 정 죄하는 어떤 진술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비엘레에 따르면, 칼뱅은 복음서의 성경 구절
사람들이 흔히 매우 선명하다고 간주하는 그리스
들 중 재정적인 생활에 있어서 어떤 새로운 현실에
도의 말씀, 즉 ”어떤 것을 바라는 것 없이 꾸어주라
는 실제로 적용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간
“는 말씀의 취지가 곡해되었기 때문이다(눅 6장 35
파했다. 만일 칼뱅이 21세기를 살았다면 신학적 적
절).
용을 새롭게 보완하고 적용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 하고 발전시켰을 것이다. 16세기 당시에 그는 한편
칼뱅이 볼 때, 이자 대출을 결정하기 위한 중요
으로 소비를 위한 대출과 다른 한편으로 생산을 촉
한 요소들은 성경적인 율법주의나 철학적인 추론
진하기 위한 대출을 중요하게 구분했다. 전자는,
이 아니라 공정의 규칙이었다. 칼뱅은 부채에 대해
단지 어떤 사람을 돕기 위한 대부이고 채무자가 어
어떤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오
떤 것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었고 보상을 보장하지
래된 유대인들의 관점에서 본 고리대금과 생산적
도 않는 것이었다. 후자는 생산 대출(생산물의 매
인 목적들을 위해 돈을 빌려주는 새로운 관습이나
각 대금을 변제대금으로 사용하는 대출)이라 불릴
실행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는 같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생산대출은 노동과 결합
은 구분을 가지고 반대편을 보았다. 이자 대출을
됨으로써 새로운 수입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므
단순히 고리대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고 본 것
로 대출은 합법적으로 보상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다.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는 착취라고 단정해서
47
CMR 2015 Vol. 14
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예외 조항이 있다고 보았
지원의 한 형식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이다.
다. 칼뱅은 이자 대출에 대한 정당화 작업을 했고 동시에 그 한계를 정하려고 애를 썼다.
5. 환경이나 세상의 관습을 하나의 예외로 고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관습은 단지 죄악으로
비엘레는 「칼뱅의 사회경제적 사상」이라는
가득한 인간 존재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
그의 저서에서 칼뱅이 인식하는 이자 대출에 관한
리는 개혁교회 윤리의 근본적 원리를 깨닫는다. 종
7가지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교개혁의 윤리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사회 적 관습의 기준과 척도에 의해 그들의 행위를 측
1. 법적으로 정당한 어떤 이득이라도 다른 사람
정하지 말아야 할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에 의
들의 가난과 고통을 통해 취해서는 안 된다. “가난
해서만 측정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
한 자들은 이자가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이
는 세상 관습의 관점에서 무엇이 허용될 수 있는가
도 재난에 의해 고통을 받는 속박아래 놓여서는 안
를 고려하지 말자. 무엇이 옳은지 공정한 지를 이
된다. 그들의 가난을 통해 철저한 필요의 상황 속
세상의 대단히 부당한 기준에 의해 평가하지 말고,
에 놓여선 안 된다.”
하나님의 말씀을 수칙으로 사용하자.”
2. 자선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것에서 공제한 후
6. 자기 시대의 가장 통찰력 있는 저술가들의 분
에 남게 된 것만 이득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
석을 넘어서, 칼뱅은 이자가 삶의 비용에 영향을
다. “두 번째 예외는 이것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준다고 언급했다. 돈에 대한 이자의 비율은 계약의
들은, 그들의 가난한 형제자매들의 가치를 인식하
당사자들에게만 관련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자기들의 돈을 안전하게 보
또한 모든 소비자들과 관련된다. 이자는 진지하게
관하는데 관심을 쏟아서도 안 된다.”
고려되어야 한다. “여섯째로, 거래하는 개인에게만 유익한 것만을 고려하지 말고 공중을 위한 처방과
3. 자신이 용납하지 않는 조건들을 다른 사람들
방책을 고려하자. 한 무역업자에 의해 지불된 이자
에게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 “자연적 정의와 일치
는 분명히 하나의 공적 비용이다. 그러므로 적절히
하지 않는,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것
결정해야 하는 것은, 계약이 해롭지 않고 보편적인
들은 어디에서나 적절한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
서비스가 되는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 그리스도의 명령(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해주 기를 네가 원하는 것)과의 조화를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7. 칼뱅은 5번 조항과 관련해서, 이를 하나의 특 정한 환경의 관습에 비추어서만 아니라, 또한 현 재 존재하는 법의 관점에서도 확인한다. 죄인인 인
48
4. 오직 돈을 빌려준 사람이 그가 행해서 얻은
간에 의해 구성된 하나의 특정한 사회는 그 사회가
돈의 실제 가격 보다 더 많이 취득했다면 이자율에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상대적인 최소한의 질
대해 물어보라.(그렇지 않으면 대부는 적절한 대출
서를 확보하기 위해 그 기준을 적용한다. 그리스도
이 아니라, 성경에서 금지하는 의미에서 고리대금
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그들의 믿음과 그
이 된다) “돈을 빌리는 자는 빌려진 돈과 같거나 그
믿음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에 의해 결정되는 그들
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의 행동을, 최소한으로 규율하는 이러한 (세상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자가 없는 대부는
열등한 기준에 만족하는데 머물러서는 결코 안 될
www.kocam.org
것이다. “일곱째로 지역 또는 각 지방의 시민법이 허용하는 기준을 어기지 말자. 비록 이것이 언제나 충분하지 않다 해도 말이다. 이 법들은 그들을 강 제로 교정하거나 억제할 수 없는 것들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정함을 더 선호해야 한 다. 그것은 지나침을 막을 수 있다.” 비엘레에 따르면, 칼뱅은 이자가 합법적인 것 이 되는 한계를 보여주는 어떤 획일적인 이자율도 고정될 수 없다고 보았고, 만일 신자라면 하나님 과 분명한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이 고려되어야 한
존 칼빈과 기독교 강요
다. 만일 어떤 사람이 강제된 기준, 또는 시민법에 의해 정해진 이율에 만족하는데 머물러 있다면, 그
빌려주는 것은 불법적인 것이라는 규칙을 확고부
신자가 하나님과 명확한 영적인 관계 속에 있는지
동하게 따르고 있었다. 이러한 금지 규정은, 니케
의 여부가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심지어 조건이
아 공의회가 이미 A.D 775년에 명기했다. 그리고
완전히 규범적이고 정직할 때조차도, 객관적이고
많은 공의회와 교황들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진술
외부에서 바라 볼 때, 기독교인은 반드시 그가 사
되었다. 1234년 교황 그레고리 9세의 교령은 문서
적인 이득이나 탐욕을 향한 목마름에 유혹되지 않
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1311년 비엔나 공의회에서
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의 직업으로서 돈을
다시금 채택되었다. 그러나 이 규칙에는 수많은 예
거래하는 것은 어떤 여지도 없이 허용될 수 없는
외조항들이 있었다. 절대적 규정이 아니었다. 채
일이다. 오직 단 하나의 유일한 결정적인 규칙은
권자는 대출융자가 그에게 실제적인 손실을 끼쳤
‘사랑과 이웃의 복지’이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을 때는 채무자로부터 배상 권한을 부여받았다. 만
복음서에서 계시하고 가르친 내용이다. 그러한 사
일 대부가 어떤 위험성을 포함하고 있다면 채권자
랑이 매우 요구되는 계명으로서 채권자는, 자기가
는 또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자격이 있었다. 결국
빌려준 돈을 보상 받거나 변제 받기 위하여, 결코
공의회에서 문서화된 금지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
어떤 다른 이로부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거나
고, 보상을 상정하고 돈을 빌려주는 관행은 종교개
그들의 사적인 생활을 자유로이 재량껏 운영할 수
혁 이전에도 무척이나 빈번했고 이 관행은 급속도
있는 자유를 박탈할 수는 없다.
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비엘레에 따르면 중세 스콜라 신학에서 볼 때,
칼뱅과는 달리, 루터와 같은 다른 종교 개혁가
금융대출과 관련하여 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도저
들은 이러한 점에 있어서 중세 전통을 충실하게 따
히 용납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 이자는 한마디로
랐다. 그들은 이자를 정죄하고 관습에 의해 유지
불법적인 것이었다. 이것이 토마스 아퀴나스의 입
되는 예외들은 허용했다. 반면에 제네바의 개혁가
장이다. 돈은 본질적으로 비생산적인 것이었다. 그
인 칼뱅은 탁월한 법학 교육에 의해 정련한 사고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언급한 것이었다. 그
를 했던 한 사람의 법률 전문가로서, 제네바 도시
리고 교회의 교부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취해진 입
가 적절한 한도 내에서 포함된 이자를 받고 대부하
장이었다. 중세 기독교 세계는 이자를 받고 돈을
던 제네바 도시의 관습을 잘 알고 있었다. 1538년
49
CMR 2015 Vol. 14
제네바의 이자율은 5%로 고정이었다. 이것은 합당
번영에 대해 매우 세련된 경의를 표했다. 고리대금
한 법률이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경제적
에 대해 약간의 주저함을 가지고는 있었음에도 불
인 상거래였다. 비엘레에 따르면, 루터가 활동했던
구하고, 이자를 받고 대출하는 것을 굉장히 용인하
독일 지역은 경제적인 버블 상태였다. 그곳에서 큰
는 편이었다. 인문주의자들은 로마법이 대부를 정
규모의 재정적인 운영과 고리대금업의 팽창은 매
당화한 최초의 법률이었다는 법학자들의 생각에
우 날카로운 도덕적인 문제들을 일으켰는데, 이 채
동조했다. 칼뱅은 그런 점에서 부채에 관해 전통적
무신학과도 빈번이 충돌했다. 그래서 독일의 개혁
인 사고와 근대적인 사고의 중간에서 더 섬세하게
자들, 동부 스위스의 개신교 신학자들이 고리대금
발전하는 시기에 신학적으로 기여했다.
업과 대부업의 해로운 영향에 극심하게 반대하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 루터는 자기의
종교개혁가 칼뱅이 생산 대출과 신용 융자에 중
활동 후반기에 접어들어서는 너무나도 높은 이자
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그 생산 대출을 소비 대출
율이라 생각되면 그것을 모두 고리대금이라고 말
과 구별해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돈을 빌
했지만, 이자 그 자체에 대해서 그렇게 말한 것은
려주는 것의 영향에 대한 그의 신학적인 분석 때문
아니었다.
에(그것이 불완전한 분석이라 해도), 그는 소비자 를 인식하고 있었고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50
루터는, 만약에 사람들이 돈을 가지고 그 자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서, 광범위하
로 이득을 풍성하게 볼 수 있는 그러한 넉넉한 경
게 퍼진 고리대금의 관습 때문에 채권자들이 채무
제적인 조건에 있지 않는다면, 돈이 없어 타인에게
자들에게 가할 수 있는 손실을 정확히 알고 비난하
구걸을 해야 하는 정도로 재정이 감소될 수 있는
고 있다는 점에서, 칼뱅은 확실히 그 이전에 그리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러한 이들에게 이자를
고 동시대의 다른 신학자들 철학자들과 같은 차원
받고 돈을 빌려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받아
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칼뱅은 채권자가
들였다. 마지막으로 루터는 다양한 이자율의 적법
돈을 빌려주고 손해를 보면서 겪을 수 있는 고통에
성을 인정했다. 귀족들은 4%의 이자, 부르주아 시
대해서는 채무자의 편에서 그 고통을 명확하게 인
민계급은 6%의 이자, 상인들이나 금융업자는 8%
식한 것처럼 그렇게 똑같이 인식하지는 않고 있었
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관련된
다. 이것은 칼뱅의 한계다. 칼뱅은 돈을 빌려주는
대부가 필수적이고 그 근원이 동정심에서 유발된
채권자들이 필요로 하는 보호조항에 대해서는 채
것이라는 조건 하에서 그러했다. 루터는, 그의 동
무자들의 필요에 대한 보호조항에서 주장했던 만
시대 사람들과 같이, 경제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
큼 강력하게 요청하지 않았다. 일종의 신학적 불균
할을 하는 생산대출이라는 새로운 부분을 인식하
형이었다. 물론 칼뱅 당시의 고리대금의 횡행과 일
지는 못했다. 루터는 고리대금에 대한 고전적인 사
부 신흥 부르주아 시민계급을 제외한 대다수가 절
고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칼뱅을 제외
대적인 가난을 체험하는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부
한 나머지 당대의 종교 개혁가들은 거의 루터와 같
채에 대한 그의 신학적인 강조가 약자의 보호에 집
은 생각이었다.
중한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자 한계상황일 수 있다.
에라스무스와 같은 인문주의자들의 경우는 사
따라서 칼뱅의 채무 신학은 그 시대의 상황을
정이 좀 달랐다고 비엘레는 말한다. 그들은 일반적
좀 더 세심하게 고려하며 해석할 여지가 있다. 비
으로 16세기 도시들의 물질적인 진보와 증가하는
엘레에 따르면, 칼뱅이 보지 못했던 것, 그리고 오
www.kocam.org
늘날의 학문이 가르쳐주는 것은, 도덕적 정당성을
송용원
인식하지 않는 어떤 사회적 환경 속에서는 이자율
연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장신대 신대원(M.Div.)을 졸업했다. 미
에 대한 어떤 제한을 두는 것이, 이자율을 증가시
전공으로 조직신학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온누리교회와 뉴저지
키는 효과를 더 낳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이다. 더 많 은 위험을 포함하고 있는 비밀리의 활동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직한 사람들이 악덕 고리대금 업자들의 손아귀에 넘겨지는 결말로 귀결될 수도
국 예일대에서 신학(STM)을 공부한 후,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칼뱅 초대교회와 새문안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었으며, 미국 보스턴온누
리교회 초대담임과 뉴욕 맨해튼 뉴프론티어교회의 초대담임을 역 임했다. 현재는 은혜와선물교회를 개척하여 담임목사로 섬기며 “영 성과 일을 세우는 관계공동체”라는 새로운 도시교회모델을 시도하 고 있다.
있다. 그러나 칼뱅 당시의 제네바와 같은 도시에서 는, 그 도시는 어떤 영적인 컨센서스가 널리 퍼져 있었던 장소였기에, 이자율은 제한하는 것은 효과 가 있었다. 칼뱅의 가르침의 특징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 에 경제적 관계를 객관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데 있 었다. 그는 경제적인 끈들에 의해 인간들 사이에 창조된 도덕적 커넥션만 보여주고자 하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을 향한 그들의 영적인 책 임성을 또한 나타내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칼뱅이 가장 명쾌하게 서 있던 채무 신학의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세 윤리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윤 리로부터만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동시대를 살던 다른 개혁자들 그리고 그 후계자들과도 구분 되는 자리였다. 칼뱅이 보기에,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주로 하나의 경제적인 질문이나, 도 덕에서 나오는 하나의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 들의 모든 책임성을 갖고 있는 인간들을 하나님 앞 에서의 개인적 행동 혹은 인격적 행동으로 두는 것 이었다. CMR
■ 이 글은 지난 2월에 열린 <제7회 기독경영연구원 연구위원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발표자가 직접 요약한 것입이다.
51
CMR 2015 Vol. 14
■이 글은 CMR13호에서 이어집니다
희년 경제제도의 개념과 적용 김대영 융합경제연구소 SHC Lab 대표
2. 희년경제의 개념과 장점 안식은 하나님과 인간이 이타적인 사랑으로 하 나된 낮과 같이 밝고 아름다운 상태에서 인간의 이 기적인 죄로 말미암아 분리된 밤과 같이 어두운 분
유가 융합된 비지배 자유, 강자의 자유, 약자의 자 유, 개인의 자유, 사회의 자유, 그리고 개인의 자유 와 사회의 자유의 공적 조화를 위한 공화의 자유 등 다양한 자유의 차원과 정의를 가질 수 있는 이 유가 된다.
열된 상태를 극복하고 사랑으로 하나되는 개념을 가진다. 또한 안식은 자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가질 수 밖에 없는 독자적으로 분리된 상태의 한계를 극 복하고 공동체적으로 하나됨을 회복하게 한다. 이 러한 안식의 개념이 안식일, 안식월, 안식년, 희년 으로 시스템화된 구약의 희년 경제는 개인과 사회 모두가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자유를 가지기 위한 경제 구조이다. 자유는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구속이나 지배를 받지 않고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 을 의미하며 인간이 독립적인 개체이면서 동시에
성경의 희년 경제는 개인과 사회가 이러한 다양한 차원의 경제 적 자유를 융합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된 경제제도입니다.
사회 공동체에 속한 존재라는 점에서 철학적으로 존재론과 연관성을 가지며 정치적, 경제적 개념 개 념으로는 힘, 권력등과 연관성을 가진다. 이런 연 관성은 자유가 외부로부터 방해 받지 않는 개념의 소극적 자유,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
52
을 가지는 적극적 자유,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
성경의 희년 경제는 개인과 사회가 이러한 다양 한 차원의 경제적 자유를 융합적으로 가질 수 있도 록 설계된 경제제도이며 희년 토지제도는 토지의 특수한 소유권 구조, 50년 주기를 가진 안식년 제 도를 기반으로 하는 토지시장 제도, 토지의 휴경,
www.kocam.org
토지 무름, 토지의 사용권 만료 등으로 이루어진 희년 경제제도의 근본이 되는 핵심적인 제도이다.
가. 소유권 제도
희년 경제 제도의 소유권은 생산수단인 토지를 제외한 우물과 건물 등의 토지를 포함한 모든 소유 권이 사유(私有)이며, 생산수단인 토지는 종교적인 개념으로 보았을 때에는 하나님이 토지를 소유 하 시는 신유(神有)이지만 그 신유가 사회에서 구현된
성경의 희년 토지제도는 토지 문서를 거래하는 토지시장을 기 반으로 이루어진 제도이며 토지 시장이 토지 기반 경제의 가장 근본이 되는 시장이라는 사실이다.
형태는 전면에서는 사유, 후면에서는 사유와 공유 (公有)혹은 국유(國有)가 융합된 소유권을 이루는 른 사람에게 최장기간 49년(50년 희년 단위에서 희
특수한 소유권 구조를 가진다. 희년 토지 소유권 구조는 사적 소유권인 민법상
년과 7번의 안식년을 뺀 기간이 42년이기 때문에
의 총유 소유권 구조나 중국과 같이 국가가 토지를
안식년을 뺀다면 42년)동안 빌려줄 수가 있도록 설
소유하고 개인에게 그 토지를 임대하는 사회주의
계 되었다.
의적인 토지 공개념 소유권 구조와도 차별화된 구
셋째 수익권 영역은 자신의 토지를 사용하여 직
조로서, 개인의 토지 영구사용사용권을 지속 가능
접 수익을 얻거나, 또 자신의 토지 사용권을 빌려
하게 보호하기 위한 사적 소유권의 지속가능성에
주고 수익을 얻거나, 다른 사람의 토지를 빌려서
방점을 두고 있으며 그림 1 희년 토지제도의 소유
사용하여 토지의 수익을 얻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
권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수익권과 사용권은 사유
신의 토지를 개간하여 상승한 토지가치의 수익을
이며 처분권은 사유와 공유가 융합된 3중 구조를
얻는 배타적 사유의 영역으로 설계되었다. 희년 토지제도의 소유권 구조는 개인과 사회가
가진다. 소유권의 3중 구조의 첫째 처분권 영역은 국가와
경제적 자유를 가지도록 사적 소유권으로 구성되
개인의 소유권이 융합되어 있는 영역으로, 개인의 처
며, 분리된 사적 소유권 구조가 주는 문제점을 극
분권이 제한되어 있고 국가는 개인의 토지처분을 금
복하기 위해 처분권을 제한하고 공유하는 방법으
지한 것이 지켜지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하지만 개인
로 만든 서로 연결된 소유권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의 처분권을 빼앗을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리고 연결된 소유
둘째 사용권 영역은 모든 가정에서 가장인 남자
권은 후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설계되어 개인의 자
(사람)들이 자신의 토지의 영구 사용권을 배타적으
유로운 경제적 에너지를 극대화하면서도 공동체성
로 소유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영구사용권을 다
과 지속가능성이 유지되도록 설계되었다.
→ 능력에 따라 토지 사용권 독점 가능
→ 사유 : 모든 남자들의 소유권 <레위지파 제외> 국 가(개인의 처분권 제한)
→ 총유 : 국가(공유)와 개인(사유)의 소유권의 융합
그림1. 토지제도의 소유권구조 구조 그림희년 1 희년 토지제도의 소유권
53
CMR 2015 Vol. 14
서 거래하고 속이지 말라고 기
소출에 근거한 지대* 빌려주는 연수
토지 영구사용권 소유자
록되어 있다. 이때 사용권을 빌려주고 빌려 받을 때 가격은
기간이 만료되면 반환
토지사용자
토지사용권
시장에서 형성이 된다. 사용권 을 빌려주는 사람은 소출에 근 거한 지대와 빌려주는 기간을 곱한 만큼의 돈을 받을 수 있
그림2. 토지사용권 거래구조 그림 2 토지사용권 거래구조
는데 이것은 오늘날의 투자 개 념과 비슷하다. 그리고 빌려준
나. 토지시장 제도
기간이 끝나면 다시 토지를 돌려받게 되고 상승되 거나 하락된 토지가치를 소유하게 된다.
그 동안 성경의 토지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빌려주는 기간은 희년 바로 직후에는 최대 49년
주목하지 못한 사실은 성경의 희년 토지제도는 토
동안 자신이 원하는 만큼 빌려 줄 수 있지만 최대
지 문서를 거래하는 토지시장을 기반으로 이루어
빌려줄 수 있는 기간이 매년 줄어들다가 희년 직전
진 제도이며 토지 시장이 토지 기반 경제의 가장
의 해에는 1년동안만 토지를 빌려줄 수 있다. 왜
근본이 되는 시장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토지
냐하면 희년 1년 동안은 토지를 사용할 수 없기 때
는 다른 상품이나 건물 같은 생산수단이 아닌 부동
문이다. 이와 같이 토지의 영구사용권 소유자는 그
산과 달리 당시의 생산수단이었고 생산수단을 거
토지의 사용권을 소출에 근거한 지대에 최대 49년
래하는 토지시장은 오늘날의 자본시장과 같이 경
을 곱한 가격으로 팔 수 있다. 토지사용권을 사는
제의 가장 중심이 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형성된 가격으로 토지의 사용권
토지기반 경제의 일반적인 경제 개념은 토지는
을 사서 노동을 통해 소출과 토지가치를 올리는 노
노동과 자본이 투입되어 토지의 생산력에 의해 포
력을 하고, 이후에 남은 기간 동안의 토지사용권을
지티브 섬의 생산인 토지의 생산물이 생겨나게 하
시장에서 다시 팔아 자신이 올린 토지가치에서 남
는 생산수단이다. 그리고 토지의 지대는 토지 생산
은 기간을 곱한 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물의 가치에서 노동의 임금과 자본의 이자를 제외
그리고 그림 3 토지사용권 거품의 주기에서 볼
한 가치이며 토지는 지대를 만들어내는 근원이 된
수 있듯이 희년까지 49년 동안 토지가 유통 될 때
다. 그리고 토지 가치는 토지에서 무한기간 동안
처음에는 실제가치와 시장가치의 가격차이인 거품
얻을 수 있는 지대를 이자율로 할인한 가격으로 합
이 점점 커지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희년 가까이
친 것이 토지 가치가 되며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올수록 사용권 거품이 꺼지게 된다. 왜냐하면 49년
계속 지대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토지시장 개념과는 위기에 기록되어있다. 레위기에는 토지
토지사용권 거품 크기
차별화된 토지시장의 개념이 성경의 레 의 처분권이 제한된 영구사용권자가 다
토지 가치의 미래 예측이 최대 49년으로 제한
양한 필요에 의해 사용권의 일부나 전부 를 50년 주기 안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시
54
장에서 팔게 될 때 사용권의 가격을 소출에 근거해
0
50
그림3. 토지사용권 거품의 주기
그림 3 토지사용권 거품의 주기
년
www.kocam.org
이라는 긴 기간 동안의 가치에 대한 예상은 예상기
또한 토지 사용권을 빌려주는 개념을 오늘날의
간이 길고 거래 차액을 크게 가질 수 있어 거품이
경제 개념으로 생각해보면 사용권을 빌려주고 돈
생기지만 희년이 1년 남은 땅에는 거품이 꺼진 실
을 받는 개념에서는 투자를 받는 개념이지만 자신
제 소출에 근거한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의 토지를 능력 있는 사람에게 빌려주어 토지가치
이러한 희년 토지 시장 제도는 개인의 영구사
를 올리는 부분에서는 투자를 하는 개념이 되어 투
용권이 보호되는 소유권 개념을 기본으로 토지 사
자하는 것과 투자 받는 것이 융합된 개념이라는 것
용권 시장이 50년 주기를 가지고 운영되어 개인의
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적 자유를 극대화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가진 토지기반 경제를 이루도록 설계되었다.
다. 투자기반 경제제도
그러므로 희년 경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 의 미래의 지대를 현재화한 토지를 가지고 그 토지 가치의 일부를 팔아 투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영구적으로 돈을 갚을 의무를 가지는 돈을 빌
경제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경제의 피와 같은 금
리는 경제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고 또한 제도적으
융이 필요하다. 금융은 참여자들의 소유권이 분리
로도 금지되었다. 또한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의 입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빌려 받는 방
장에도 그 돈이 50년 주기 안에서 유한기간 동안만
법이 주로 사용 된다. 그런데 자유로운 시장 거래
갚을 의무가 있는 부채이기 때문에 부채 형태로 돈
는 개인의 경제적 능력 차이와 기존의 소유 차이
을 빌려주기 보다는 오늘날의 투자 개념과 비슷하
때문에 소수의 가진 자와 다수의 가지지 못한 자의
게 토지를 빌리고 돈을 빌려주었다.
양극화를 만들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 사이
이와 같이 희년 경제는 사적 소유와 시장의 장
에는 갚지 못하는 부채가 쌓이게 된다. 이러한 자
점을 채택하면서도 분리된 소유권하의 부채기반
유시장의 문제점은 희년 경제가 적용되던 당시에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체적인 투자 기반 경
도 나타나 있었고 부채문제가 경제의 신뢰와 지속
제를 이루기 위하여 사유를 기반으로 영구사용권
가능성에 중대한 도전이었다. 희년 경제는 이러한
이 융합된 특수한 토지 소유권 제도와 50년 주기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면
가진 토지 사용권 거래시장과 유한 한정기간의 부
자신의 영구사용권의 전부나 일부를 돈이 필요한
채 만이 허용된 금융구조로 설계되었다. 그리고 이
기간만큼 팔아 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여 돈을
러한 희년 경제구조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계속)
빌려 채무를 지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신의
CMR
토지의 사용권을 유통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을 장 려하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오늘날의 경제에서는 무한 기간 동안 부채 의무를 지는 부채제도가 사용되고 있으니 희년 경 제에서의 부채제도는 50년 주기 안에서 유한 기간
참고문헌
김대영. (2012). “융합경제 3.0 그리고 자본주의 7.0.” 퍼플.
김대영, 심상달, & 장원석. (2014). “융합적 사회적경제와 SHC.” 금융연구원. 김병하. (2005). “희년사상의 영성화.” 기독교서회.
대천덕. (2003). “대천덕신부가 말하는 토지와 경제정의.” 홍성사.
동의 부채 의무만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희년에 부
김대영
채가 없어지는 의미는 부채탕감이라기 보다는 유
Pacific등에서 IT컨설팅, 사업개발 등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SHC
한기간 의무 부채의 의무기간이 만료되었다고 보 는 것이 더 합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
연세대학교 전산과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 한국HP, HP Asia
기업 융합 컨설팅과 IT 분야에서 전략, 기업융합, 클라우드 컴퓨팅, 지식서비스, HR 영역에서 혁신적인 융합 전략과 기술 영역을 개척 하고 있다. 현재 융합경제연구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는 사람들은 돈을 빌려주기 보다는 토지 사용권을 빌리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선호했을 것이다.
55
CMR 2015 Vol. 14
Spirituality
2. 일과 영성
“공동선과 일”
송용원 은혜와선물교회 담임목사
서 일을 통해 선물을 나누는 감사의 삶을 사는 것이었 다. 칼뱅은 일에 대해 성찰할 때마다 항상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독일의 종교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그가 노 동에 대한 초기 칼뱅주의의 입장을 이해하는 개념으로 서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운 것은 개인주의 윤리였다. 베버가 볼 때, 칼뱅신학의 핵심과 기본은 선택 교리였 다. 하나님 앞에서 개인적 신앙과 소명이 중요했다. 한 종교개혁가 칼뱅(Jean Calvin, 1509-1564)은 노동과 공동선 의 상호관계를 창조와 타락과 구원이라는 세 단계로 역동적으 로 이해했다.
개인의 합리적 삶과 그 체계적 행동의 근거를 개별적 소명을 추구하는 신앙에 두었다. 이 개인주의 윤리가 17세기 영국, 네덜란드, 미국의 청교도 정신이 근간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베버는 칼뱅의 신학으로부
종교개혁가 칼뱅(Jean Calvin, 1509-1564)은 노동과
터 개인주의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선의 상호관계를 창조와 타락과 구원이라는 세 단
하지만 칼뱅은 결코 베버와 같은 생각을 지닌 적이
계로 역동적으로 이해했다. 우선 창조세계는 하나님의
없었다. 그가 일에 대해 본래 가지던 성찰은 공동체적
일로 시작되고 인간은 하나님처럼 일하는 존재로 지어
이었다. 베버의 분석의 기초가 되는 개인주의보다는,
졌다. 그래서 일이란 하나님의 동역자인 인간에게 주
공동체적 비전이 노동 윤리에 있어 더 근본적인 차원
어진 선한 선물이다. 토지는 그러한 선한 일이 행해지
에 놓여 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일이란 “하나님
는 기반으로서, 공동체 전체의 유익을 위해 하나님이
의 형상에 따라 계획된, 자연의 은혜로운 질서”를 채우
베푸신 선물이다. 그래서 칼뱅은 땅을 “아브라함의 모
는 것이다. 칼뱅은 일에 담긴 신적 소명에 대해 깊이 사
든 족속의 공동선”을 위해 주어진 것으로 기술했다. 그
색했고, 거기에서 일을 서로 함께 공유하며 나누는 인
는 공동체적 관점에서 토지의 영적인 의미를 성찰했
류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나갔다.
다. 그러면서 자연히 그 땅에서 행해지는 노동에 대해
56
서도 공동체 중심적인 사색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노동은 인간이 타락한 이후에 과연 어떤
칼뱅에게 공동체의 궁극적 소망은 하나님이 주신 땅에
식으로 변화되었을까? 칼뱅이 보기에 타락 이전에는
Spirituality 노동에 자발적인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타락한 후
고 멀어지고 속박되고 피폐해진다. 고리대금업과 같은
에는 노동에 일종의 강제적인 고통이 스며들고 말았
일은 그 누구에게도 경제적 선물이 될 수가 없다. 경제
다. 이 두 상황은 날카로운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칼
적 정의를 송두리째 붕괴시키는 악한 일일 뿐이다.
뱅은 다소 소극적인 방식으로 타락에도 불구하고 노동 하는 인간 안에 어떤 기쁨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고
이와 달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회복된 하
남아 있다고 말한다. 창세기 3:17 주해에서 그는 이렇
나님의 형상을 다시 은혜의 선물로 받은 그리스도인들
게 설명했다.
은 직업을 통해 노동이 주는 사회적 기쁨을 그들의 삶 속으로 다시 가져온다. 그렇게 해서 그들에게 안식일
“그러한 노동에 감미로운 기쁨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일을 성취하는
하지만 지금은 예속적인 노동이 인간에게 부과되었다.
날로서 신자들에게 새롭게 각인된다. 안식일은 회복된
이것은 마치 그가 광산에서 일하도록 정죄 받은 것과
일의 영적/경제적 의미를 누리게 한다. 안식일은 모든
도 같다. 그런데도 어떤 즐거움이 인간의 노동에 혼합
인류가 그리스도 안에서 갱신된 일을 통해 온전히 결
되었기에 그 같은 형벌의 고통도 하나님의 관대하심에
합되고 일치되는 상징이자 실제가 된다.
의해 경감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 들이 완전히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일과 안식의 반복을 통
해 그처럼 인간의 일에 즐거운 어떤 것을 섞어 놓으신
해 정체성이 새로워지는 것이다. 구원 받은 신자들은
것이다.
자신들이 타락한 세상의 노동이 가져다주는 성가심과 괴로움에서 그들을 해방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이렇게 칼뱅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풀어가는 신학
존재라는 걸 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노동이란 더 이
적-인간학과 그의 노동 이해를 서로 밀접하게 연결시
상 무거운 짐과 같은 압박도 아니고 소외된 저주도 아
킨다. 즉, 일의 기쁨과 자발성은 비록 심각한 손상은 입
니다. 오히려 일은 재미있고 의미 있고 그래서 기쁨과
었으나 다행히도 완전히는 상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람을 주는 은혜의 표시가 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여기서 칼뱅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완전히 부서져버
에게 일이란 사회적 노동관계를 보다 더 효과적일 수
린 관계적인 형상과 그래도 여전히 부분적으로 남아있
있게 돕는 마중물과 같이 된다. 칼뱅은 창세기 3:19 주
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새겨주었던 이성과 재능과 같
해에서 일하는 맛이 예전과는 달라진 그리스도인들의
은 어떤 실체적인 형상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에도 일은 “하나님의 선한 선물들 중의 하나”이다. 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
하지만 일에 대한 기쁨이 꼭 구원받은 신자들에게
실은 우리 인간에게 노동이란 아담의 죄와 타락 때문
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에 대한 기쁨은 타락한 세상에
에 “추락한 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영적인 현실 인
서 죄 아래 있는 인간 안에도 분명 남아있다. 칼뱅도
식은 칼뱅의 종교개혁 당시, 고리대금업과 같은 특정
이 점은 인정하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의 기쁨이란 것
직업에 대한 언급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인간은 본래
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된 인
사회에서 일을 통해 상호소통을 이룬다. 그러면서 창
간 안에서만 ‘온전히’ 새롭게 된다. 그러니 물리적 차원
조질서를 보존하고 누리는 존재다. 그런데 고리대금업
에서 남아있는 일의 기쁨과 영적 차원에서 되찾은 일
은 그렇지 않다. 고리대금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의 기쁨은 겉으로 보기에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이
부요한 자들과 가난한 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자유로워
둘 사이에는 사실 엄연한 질적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
지고 풍성해지는 게 아니라, 거꾸로 서로 점점 분리되
이를 칼뱅은 창세기 3:23 주해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
57
CMR 2015 Vol. 14
Spirituality 떤 희생 제사도 모든 인간이 자신의 부르심에 부지런 히 몰두하면서 공동선(the common good, commune bonum)에 기여하는 그러한 방식으로 힘껏 노력하는 것보다 하나님께 더 기쁨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노동의 (공동선을 위한) 본래적 역할이 이제 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들에게서 먼저 온전히 회 복되었다는 하나의 선언이다. 칼뱅의 이러한 주장은 제네바 시민들로 하여금 그들이 하는 일이 갖는 공동 체적 의미와 기능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그는 종교 개혁의 노동관을 에베소서 4:26-28 주해에서 이렇게 요
독일의 종교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그가 노동에 대한 초기 칼뱅주의의 입 장을 이해하는 개념으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운 것은 개인 주의 윤리였다.
약한다. “어떤 직업도, 그것이 공동선을 섬기지 않거나, 모든 사람들의 유익을 더하지 않아 유용하지 않다면, 하나님께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며 칼뱅의 사회경제사상
다. “자신들의 노동의 열매를 즐기는 신자들 안에 현시 되는 하나님의 은혜는, 모든 인간이 그 아래 종속되어 있는 저주와는 대비된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그들의 일의 열매를 맛보며 행복해한다. ”이와 같이 칼뱅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된 노동 의 본래적 역할에 초점을 둔다. 거기서 일에 대한 매우 새로운 시각이 탄생했다. 반면에 중세의 스콜라 철학 은 일하는 행위보다 기도하는 명상에 더 우선권을 부 여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노동으로부터 일의 영적 가 치가 서서히 분리될 수밖에 없었다. 칼뱅은 스콜라 철 학의 이런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을 공동선을 향한 하나의 예전적인 섬김으로 정 의했다. 한마디로 인간의 정신과 육체로 행하는 노동 과 그것이 지니는 영적 위엄과 가치 사이에 느슨해진 끈을 다시 바짝 조인 것이다. 우리는 칼뱅의 누가복음 10:38 주해는 그의 그런 의도를 잘 볼 수 있다. “인간은 다양한 종류의 노동에 종사하는 존재가 되
58
라는 명백한 목적을 위해 창조되었다. 그렇기에 그 어
을 사회학적 관점을 갖고 파고들었던 그래함(W. Fred Graham)은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다. “칼뱅의 사회적/ 경제적 성찰에서 당시의 직업을 평가하던 시금석은 과 연 그 일이 공동선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그러지 않은 가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칼뱅은 제네바 도시의 시민 공동체를 하나님이 선물을 수여하는 행위에 반응하는 공동체로 인식했다. 그리고 노동은 그렇게 응답하는 도 시 공동체를 위해 주어진 선물이면서 또한 그 안에서 공 유되는 선물이기도 했다. 칼뱅은 하나님의 선물로서의 일이 지니는 영적/사회적인 가치를 철두철미하게 공동 선이라는 관점에서 보기를 선호했다. 에베소서 4:26-28 주해에서 그는 이렇게 가르친다. “사람이, 나는 일한다, 나는 나만의 기술을 갖고 있 다, 또는 나는 그러한 거래와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가 않다. 우리 는 그것이 선한 것인지 그리고 공동의 선을 위해 이득 이 되는지, 그리고 내 이웃이 그 일로 인해 더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전체 공동체에게 유익하고 쓸 만하고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선한 것을 반영해주는 그런 직업들만을 인정하실 것이
Spirituality
독일의 종교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그가 노동에 대한 초기 칼뱅주의의 입 장을 이해하는 개념으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운 것은 개인 주의 윤리였다.
다. 그러니 하나님의 자녀가 반드시 자신의 이웃을 섬
”하지만 본래 일과 공동선의 관계에 대한 칼뱅의 생
기도록, 그의 기술과 직업을 사용하는 것이 모든 사람
각은 위와 같은 베버의 분석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칼
들의 공동유익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조처하자.”
뱅은 우선 하나님이 사람들을 서로 의존하게 만드셨다
더 나아가 칼뱅은 노동과 일은, 그것이 공동의 유익을
고 전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은 공동체를 강
보존하고 촉진하는 것이라면, 그 직업 선택의 자유 역시
화하고자 하신다. 그 과정에서 노동의 분할을 의도하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셨다고 믿는다. 칼뱅은 이런 신학적 전개를 통해 개인
러한 자유는 전체 공동체의 실천적 유용성을 위해 또 다
에 대한 공동체의 우위성에 공을 들였다. 그렇기에 직
른 종류의 교환 가치를 계속 형성하기 때문이다.
업을 변경하거나 몇몇 직업을 서로 결합하는 것에 대 한 청교도적 기준 역시 그렇게 하는 행위가 “공동선을
이와 관련해 칼뱅주의자이며 청교도 목회자인 리
위해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자신의 유익이 되는가?”에
차드 백스터(Richard Baxter, 1615-1691)는 공동선을 위
있었다. 반면에 베버는 칼뱅주의자의 이웃사랑과 그들
한 공리주의적 가치의 최적조건이란 시각에서 노동의
의 세속적 공리주의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두었다. 그
“분화”(division)를 긍정했다. 후대에 독일의 종교사회
는 이 관계가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그것이 사회경제적
학자 막스 베버는 노동과 공동선에 관한 백스터의 공
인 적용이 될 때 일어나는 상호영향과 구조적으로 유
리주의적 개념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개인주의적/금욕
사하다고 보았다.
적인 정신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지 분 석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직업의 전문화
그러나 신앙과 직업, 영성과 일을 연결하려는 칼뱅
는, 기술의 발달을 가능하게 만들기에, 생산에 있어서
의 본래적 성찰을 재발견하려면 우리는 그의 저작들에
양적/질적인 발전으로 이끌어준다. 그렇게 하면서 가
나타나는 영적 공동선과 사회적 공동선의 긴밀한 상관
능한 한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의 유익과 동일시되는
관계에 시선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의미의) 공동선에 도움이 된다.
늘 주목해야하는 칼뱅 연구가는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59
CMR 2015 Vol. 14
Spirituality
경제학 박사이자 제네바 대학과 로잔대학에서 신학을
기 초반 제네바는 유럽 각지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가르치며 베른선언을 주도했던 앙드레 비엘레(André
피난민들이 몰려들면서 도시의 인구가 갑절로 늘어났
Biéler, 1914-2006)이다. 그는 칼뱅의 사회경제적 활동들
다. 그 때 칼뱅은 그의 공동체 신학 이론과 ‘프랑스기금’
이 성도의 영적인 교제를 구체화한 것으로써 이해했
(French Fund)과 같은 실천적 운동을 통해, 경제적 어려
다. 비엘레의 이러한 분석이 초기 칼뱅주의자들의 행
움을 겪던 도시가 공동선에 반하는 여러 직업들을 만
동은 세속적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식별될 수 있다는
들어내던 당시의 구조적 타락을 체계적으로 극복하고
베버의 제안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고 역사적 사실
자 노력했다. 개인의 영적 성화를 넘어서는 ‘사회적 성
에도 가깝다.
화’(social sanctification)는 노동 본래의 공동체적 기능을 실제로 상당부분 갱신하며 이루어졌다. 당시의 역사적
결론적으로 말해서 칼뱅은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
정황을 깊이 인식하는 세계적인 기독교 철학자 니콜
된 인간의 노동이 갖는 영적인 의미와 그것이 공동체
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 1932-)는 그래서
에 현저하게 기여하는 바에 대해 매우 긍정하며 갈채
오늘날 불의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일깨우는 그
를 보냈다. 그러한 그의 시각에서 인간의 나태와 게으
의 명저,「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 때까지」(Until Justice
름은 공동체적 선에 반하는 행동으로 인식된다. 본래
and Peace Embrace)에서 일의 공동체적 의미와 역할에
하나님은 창조세계를 만드실 때 그 안에서 사람들이
대해 다음과 같은 멋진 요약을 선사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그리고 ‘함께’ 살아가도 록 디자인하셨다. 그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자 의도였
“각각의 직업적 역할은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이라
다. 그러니 상호소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야 하고,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역할을 포기해야 마
이러한 사회경제적 소통은 사람들이 일을 통해 각자
땅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하나님이 부르신 분
자신이 받은 소명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채워가는 공간
야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공동선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에서만 구현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태와 게으름뿐만
것은 아니다. 각 사람은 자신의 직업이 당연히 공동선
아니라 탐욕과 과도한 경쟁 또한 정죄 받아 마땅하다.
에 기여한다고 가정하기보다는, 스스로 그 점을 감찰
반대로 우리가 하는 그 어떤 일이라도 그것이 만일 공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 아마 이 점이 칼뱅주의자와
동의 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면, 그 일은 정당한 소
중세인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심오한 상충점일 것이다
명이었다고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 우리는 타락하고 부패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입장에 서서 칼뱅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그가 일할 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사회구조 가운데 상당 부분이 공
회를 박탈한다면, 그것은 한 개인의 복지뿐 아니라 공
동선에 기여하지 못하는 구조다. CMR
동의 복지에도 “공통의 폐”(common nuisance)가 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또한 칼뱅은 일에 관련되는 모든 것이 다 공동의 복 지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지, 만에 하나라도 사회적인 억압이 되어선 안 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터에서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에 올 바른 관계를 만들고자 힘썼다. 이에 착안해 우리는 노 동과 관련한 기독교적 사회운동을 “칼뱅주의적인 사
60
회적 경건”이라는 프레임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16세
송용원
연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장신대 신대원(M.Div.)을 졸업했다. 미
국 예일대에서 신학(STM)을 공부한 후,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칼뱅
전공으로 조직신학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온누리교회와 뉴저지 초대교회와 새문안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었으며, 미국 보스턴온누
리교회 초대담임과 뉴욕 맨해튼 뉴프론티어교회의 초대담임을 역 임했다. 현재는 은혜와선물교회를 개척하여 담임목사로 섬기며 “영 성과 일을 세우는 관계공동체”라는 새로운 도시교회모델을 시도하 고 있다.
Spirituality
기독교신앙 친화적인 중간사회가 필요한 시대 김회권 숭실대 교수
임박한 재림 기대에 경사된 신약시대 성도들의 이유있는 사회변혁적 기상결여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개시될 새하늘과 새 땅에 대한 종말론적 기대로 가득 차 있는 신약성 경에는 구원받은 신자들이 어떤 이상적인 사회, 국 가를 이루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이 거의 없다. 사 도 바울의 서신과 후기 신약서신(일반서신-특히 베 드로전후서)의 주조를 띠던 재림기대신앙은 주후 100년을 지나면서 조금씩 약화되기 시작했고, 2세 기 중반부터는 교회의 구성, 교인의 훈련(<헤르마 스의 목자>와 <디다케>), 그리고 교회의 정치직제 등에 대한 관심이 재림기대신앙을 점차 대신하게
주후 4기말의 기독교회는 더 이상 구름을 타고 오실 재림예수 님에 대한 열광적인 기대를 내세우지 않고 대신에 어떤 중간단 계의 사회를 이루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되었다. 감독제도와 교회의 통일성, 세례문답, 기 본교리체제의 정비 등은 재림신앙보다 교회의 세 상 착근에 더 관심을 가졌던 초기교회의 관심변천 을 잘 예시한다. 구원받은 신자들의 장기 세상거 주 필연성이 부각되면서 감독에 의한 교회의 정치 적 기능이 부각되었고 급기야 6세기에는 로마제국 의 행정관기능과 영적 통치기능을 겸전한 주교-교 황제도가 등장했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구 약성경 24권(그리스역본-영어역본-한글역본으로 는 39권)과 신약성경 27권을 정경으로 받아들인 주
후 4기말의 기독교회는 더 이상 구름을 타고 오실 재림예수님에 대한 열광적인 기대를 내세우지 않 고 대신에 어떤 중간단계의 사회를 이루고 살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일찍이 3세기 중엽의 카르타고 교부 키프리아누스는 “교회 밖에 는 구원이 없다”라는 명제를 주창함으로 맹아단계 의 가톨릭교회가 재림기대신앙의 좌절감을 치유하 고 지상에 오랫동안 정착하며 살아가는 순례자교 회 모델을 정초하기 시작했는데 그 열매가 426년
61
CMR 2015 Vol. 14
Spirituality
에 완성된 오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이었다. 오
갖추느라고 기독교신앙 친화적인 사회건설에 전혀
거스틴은 지상의 인간 도성과 병행하면서 맞물리
관심을 갖지 못한다. 이런 사회변혁 기상결여는 한
고 대립하고 그리고 그것을 초극하는 하나님의 도
국교회의 그릇된 구원론과 밀접한 인과관계를 갖
성으로서 가톨릭교회가 완숙한 모형을 갖추기 시
고 있다.
작하던 시대에 지상 도성 가운데서 천성을 향해 순 례하는 가톨릭교회상을 제시했다. 오거스틴 등이 생각한 가톨릭교회는 로마제국의 세계통치 이념을 이어받되 무력과 관료적 강압으로 유지되는 로마 제국과는 달리 사제의 영적 통치로 운영되는 국가
기독교신앙 친화적인 사회 건설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한국교회의 그릇된 구원론
적 모델을 따르는 중간단계의 이상사회였다. 교황 과 주교는 세속군주의 무장통치를 대신하여 성례 전, 기적, 말씀 등으로 사람들을 통치했다. 가톨릭 교회는 5세기 이후 기독교회의 중간사회였던 셈이 다. 가톨릭교회 교인들은 교회에 참여함으로써 멸 망해버린 로마제국에 소속했다는 안정감을 누리도 록 기대되었다.
한국교회에 만연한 구원론 중 대표적 오류는 세 가지다. 첫째, “구원은 개인의 영혼이 구원받는 것 이다.” 몸의 구원에 대한 강조나 물리적 환경, 지구 환경 등의 구원에 대한 강조는 이뤄지지 않는다. 개인구원은 사회적 성화나 구조악의 척결 등과 어 떤 관계도 없는 순전히 고립적이고 단자적인 경험 일 뿐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심각한 오류다. 둘째,
그런데 1517년 이후 형성된 개신교회에는 이런 가톨릭적 영적 봉건제국의 정밀한 정치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구원받은 개별신자들은 곧장 세속 사회와 맨몸으로 부딪치게 된다. 이 경우 구원받은 개별신자들은 가톨릭적 저인망 영성관리 체제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금세 세속화된다. 그래서 개신 교회는 또다시 재림신앙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역 주행을 하게 된다. 이 재림신앙에 빠진 교회는 구 원받은 신자들이 오랫동안 지상의 인간도성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망각하게 한 다. 재림에 대한 강조는 이단 소종파 뿐만 아니라 19세기 미국근본주의와 그것의 영향을 받은 한국 의 주류보수교회에서도 이뤄져왔다. 재림신앙은
“구원은 죽어서 천당가는 것이다.” 구원은 육체이 탈, 지구이탈을 통한 영적 혹은 혼백상태의 구원을 중시하고 있다. 이것은 사도바울 당시부터 이단으 로 이미 정죄된 영지주의 구원교설이다. 영지주의 가짜복음서들의 특징은 십자가 고난과 예수님 따 르는 제자도의 고난없이 순간이동식으로 천국직행 하는 데 치중한다는 데 있다. 셋째, “세상 마지막 날 실현될 천국은 지구를 탈출한 우주적 새 거주처 이며 이 지구는 어차피 불타 없어질 것이다. 따라 서 민주화, 지구 환경 운동, 생태계 살리기 등은 다 헛된 짓이다.” 이것이 지구멸절론적, 지구탈출적 구원시나리오다. 이 종말시나리오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것이 <휴거>라는 책이다.
구원받은 개별신자들이 세상에서 어떤 중간단계의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기에 개신교회들은 내세구원에 방점을 찍고 현실의 사회개선이나 변혁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 도 되는 심리조작에 손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구원 받은 신자들은 교회공동체(에클레시아)에 임시로
62
모였다가 구름타고 오실 예수님을 맞이할 태세를
어스니트 앵글리라는 사람이 쓴 <휴거>라는 소 설은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느 새 지상에서 잠적해버린다. 천사들에 의해 공중으로 부양되어 주(主)를 만나러 갔기 때문이다. 소설적인 상상력 으로 읽을 수는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은 기독교종말 교리를 설명하는 책으로서는 부적합하고 심지어
Spirituality 위험하다. 고(故)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형제 가 그의 아버지가 이 책을 교인들에게 선전하는 것 을 보고 조롱(?)하며 따지는 일이 있었다. 그때 옥 목사는 천국의 실재성을 확신하게 하는 데는 이 책 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아느냐고 반문하며 이 책의 가치를 옹호했다. 이 책이 천국의 실재성을 확신시 키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기독교구원 의 종말론적인 양상을 말하는 교리를 설명할 때는 이 책은 위험하다. 이 책은 지구탈출적인, 지구멸 절적인, 지구포기적인 종말시나리오를 말하고 있 기 때문이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이 지구보다 더 멋진 새지구를 신비한 또 다른 은하계나 신 태양 계 어디에나 만들어 두셨을수도 있다. 그러나 죄많 은 이 세상을 놔두고 공중으로 올라가 주를 영접하 며 불타는 지구를 바라보며 천국으로 유유히 비행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이 세상과 땅에 대한
죄많은 이 세상을 놔두고 공중으로 올라가 주를 영접하며 불타 는 지구를 바라보며 천국으로 유유히 비행하는 그리스도인들 의 모습은 이 세상과 땅에 대한 지극히 무책임한 기독교라는 인상을 심어줄 가능성이 매우 커 전도와 선교의 문을 닿아버릴 가능성이 크다.
지극히 무책임한 기독교라는 인상을 심어줄 가능 성이 매우 커 전도와 선교의 문을 닿아버릴 가능성
주님 안에서 자는 자들)이 먼저 일어난다. 셋째, 살
이 크다. 존 버년의 <천로역정>, 롯의 탈출한 소돔
아있는 우리 성도들보다 먼저 부활되어 구름속으
성 이야기 등은 확실히 죄많은 세상을 떠나 어디론
로 올려져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된다. 그 결과
가 이동하는 것이 구원의 시나리오로 적합해 보이
우리 살아있는 자나 주안에서 죽었다가 부활한 자
도록 이끄는 것이 사실이다.
들이 항상 주와 함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주와 함
지구탈출론적 구원시나리오의 허상과 참된 휴거신앙
데살로니가 전서 4:13-17은 지구탈출적 구원시 나리오(휴거) 옹호자들이 가장 자신있게 인증하거 나 인용하는 성경구절이다. 본문은 세 가지를 말한 다. 첫째, 예수 안에서 죽은 자들은 부활을 기다리 며 자는 자들이니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는 죽음을 죽은 것이 아니다. 둘째, 하나님은 예수님과 함께 데살로니가 교우 중 죽은 자들도 데리고 오실 것이 다. 재림을 기다리는 살아있는 우리보다 주님께서 호령, 천사장의 나팔소리, 그리고 하나님의 나팔소 리로 친히 강림하시면 땅에서 죽어 묻힌 자들(즉
께 영원히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져, 공중에서 주를 영접한다는 말 이 휴거론자들에게 휴거를 예고하는 결정적인 구 절로 인증된다. 그러나 이 말의 구약성서적 용도와 의미를 살펴보면 그런 말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 다. 구름은 하나님의 영광을 둘러싸는 외피다. 하 나님의 영광을 가리키는 완곡어법이다. 시내산에 도, 모세의 성막에도, 솔로몬의 성전에도, 이사야 의 환상속 성전에도 항상 하나님의 영광을 둘러싸 는 구름이 있었다. 이동 중인 성막 위에도 구름기 둥이 있었듯이 말이다. 단 7:13에서 구름타고 오시 는 인자같은 이가 등장한다. 에스겔서에도 하나님 의 이동식 보좌인 메르카바도 구름에 둘러싸여 있 다. 구름속으로 끌어올려진다는 말은 “하나님의 영 광에 이끌려,” “하나님의 영광에 휩싸여,” “하나님
63
CMR 2015 Vol. 14
Spirituality
의 영광으로 변화되어”라는 말이다.
대영광이 될 것이다.
공중은 대기권 너머 우주공간이나 혹은 대기권
칼 헨리가 쓴 <복음주의자의 불편한 양심>은 전
최상층부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이말 은 에베소
천년설적 종말론에 빠진 사람들이 즉 지구탈출론
6:12-14이 말하는 그 공중, 하나님과 인간 중간의
적 구원시나리오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지구와
영적 존재들, 정사, 권세, 보좌, 주관세력의 거소를
인간역사를 포기하는 행태에 대한 적절한 비판과
가리킨다. 하나님께 굴복하여야 하지만 잠정적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 대다수가 휴거론
로 하나님의 통치질서에서 벗어나 자율왕국을 이
적인 지구탈출적인 종말구원시나리오에 빠져있지
루는 반역적 세력들이 존재하는 영역이 바로 공중
만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알겠지만 하
이다. 이 “공중”은 플라톤적 세계관에서 익숙하게
나님은 한번도 이 지구를 포기하거나 멸절시켜 버
알려진 중간하늘이다. 오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
리는 그런 종말론 구원시나리오를 말씀하시지 않
> 11-12권에서도 자세히 다뤄지고 있는 중간계 피
는다. 오히려 지구갱신론적인 구원시나리오를 말
조물인 영적 피조물들의 활동영역이다. 사탄을 “공
한다. 지구가 하나님의 구원이 완성되는 곳임을 알
중 권세잡은 자”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뜻이
려주는 대표적인 성경구절을 보자.
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한다”는 말은 하나님께 반 역하는 천사들과 영적 세력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 의 불순종과 반역을 단죄하는 의미에서 십자가에 달린 주 예수를 참된 왕으로 영접한다는 말이다. “영접한다”는 말의 헬라어는 아판테시스다. 이 말 은 왕의 행사를 의미하는 파루시아와 짝을 이루는 의전용어다. 이 지상(인간세계)의 통치권을 완벽 하게 되찾아 행사하기 위해 자기 땅으로 오는 왕을 영화롭게 된 성도들이, 사탄적 반역세력들이 보는 앞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그 나사렛 예수를 왕 으로 영접하는 의식을 한다는 것이다.(파루시아와 아판테시스의 관계를 더 자세히 보려면, 김세윤, 『데살로니가전서 강해』[두란노, 2002], 190-195 참조). 따라서 이 데살로니가 전서 본문은 공중 휴 거, 지구포기적 우주천상계로의 잠적이나 증발을 가리키는 본문이 아니라 이 땅에서 성도들과 함께 사시기 위해 이 땅으로 내려오시는(파루시아) 주님 을 영접하는 성도들의 공개적이고 우주적인 왕 영 접의전을 가리키는 본문이다. 지구탈출적인 구원 이 아니라 지구갱신적 구원의 시작을 의미한다. 주 님의 재림에는 요한계시록적 창조적 파괴, 해체가 수반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우리가 이 땅, 죄와 죽음이 지배하는 이 땅이 새롭게 되어 주님과 우리
64
성도의 거처가 되는 것이 창조주 우리 하나님께 극
1. 하나님이 지으신 이 세상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으 셨다.(창 1장) 2. 하나님은 육신의 세계로 들어와 영광을 발하신다.(요 1:14) 3. 하나님이 주시는 구원은 육신을 덧입는 부활, 즉 공간 점유적인 몸을 가진 채 맛보는 구원입니다. 영이나 혼백 들의 구원이 아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부활 후에도 생선 을 드셨다. 먹고 마시는 구원이다. 4. “아버지 나라, 당신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게 해 주옵 소서.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이뤄지이다.” 주기도문 자체가 하나님나라의 종국적 기 착지가 땅임을 암시한다(마 6:8-10; 사 11:9; 합 2:14). 5. 다만 이 지구는 갱신되어 다시 하나님나라의 영토가 된다. 벧후 3장에 따르며 하늘과 땅은 불사름을 당한 후, 정화되고 단련된 후에 새하늘과 새땅으로 거듭난다(1113절). 6. 새 하늘과 새 땅이 처음하늘과 처음 땅을 완전 대체한 다.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은 없어졌다(계 21:1; 사 65:1719). 새 예루살렘이 하늘로부터 내려오고 하나님의 장막 은 사람의 장막과 함께 하여 하나님의 총체적인 신원하 심, 위로사역, 힐링이 일어난다. 땅에서 일어난 모든 악 행, 고난, 슬픔을 전제할 때 위로가 되는 위로, 신원사역 이다.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오는 새예루살렘성의 목적지 는 갱신케 된 땅, 새하늘과 새땅이다. 계시록 21:4-5은 뭔가를 새로 창조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주기보다는 만물 을 새롭게 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보여준다. 처음 것들 을 대체하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시는 하나님은 만물을 새롭게 하신다. 사망, 애통, 통곡을 말소시켜 주시고 만 물을 새롭게 하신다. 지금의 태양계 대신에 하나님 자신 이 친히 빛이 되어주시는 새하늘과 새땅(참조. 사 60:2021)을 창조해 주신다. 새하늘과 새땅은 의롭게 된 하나님 백성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하 나님백성이 주인이 되는 땅이 새하늘과 새땅이며 온유한 자가 차지할 그 땅은 바로 새하늘과 새땅이다(마 5:5). 요 한계시록의 새하늘과 새땅 비전은 이사야의 새하늘과 새
Spirituality 땅 비전을 계승한다. 이사야 65:17-25은 지구갱신적인, 세상질서 갱신적 새하늘과 새땅을 말하고 있다.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는 세상이 바로 새하늘과 새땅이다(잠 28:15 가난한 백성을 압제하는 악한 관원은 부르짖는 사 자와 주린 곰 같으니라)
이런 지구갱신론적인 구원을 받은 성도들은 다 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는 선교적 봉 사적 삶이다. 마지막으로, 지구갱신론적 구원시나리오를 믿 는 성도들은 주님이 오시는 날을 대망하면서도 구 원받은 개인들이 하나님나라가 완전히 도래할 때 까지 기다리며 살아갈 중간단계 사회가 기독교적
첫째, 영과 몸 모두의 구원을 즐긴다. 하루에 열
친화적으로 변화되도록 분투하게 된다. 우리는 성
다섯시간 직장에 매여사는 삶은 하나님이 주시는
령의 능력으로 거듭난 구원받은 개인신자가 되었
구원을 무효화하는 자기착취적 삶이다. 자기파괴
으나 기독교신앙을 유지하고 풍성하게 표현할 수
적 파라오 착취가 지배하는 개인의 삶과 직장의 삶
있는 사회,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 구원
이 하나님의 구원을 능멸한다고 보고 저항한다. 인
받은 신자가 교회에 임시로 모였다가 곧장 구름타
간을 근본적으로 비인간화하는 가혹한 압제가 사
고 오실 주님을 만나 지상탈출하는 시나리오가 그
라지는 세상을 희구하고 그런 세상을 구현하기 위
릇되었다면 우리는 구원받은 신자들의 장기지상거
해 분투한다. 아브라함의 순례자 신앙은 하나님이
주 시나리오에 맞춰 하나님나라에 근사치적으로
지으시고 경영하시는 공동체를 찾아가고 이루는
접근하는 중간사회를 건설하는 데 또한 전력질주
과정이었다(창 18:19; 히 11:8-16).
하여야 한다. 기독교신앙으로 직장생활이 가능한 회사가 기독교신앙 친화적인 중간사회다. 기독교
둘째, 하나님이 지으시고 경영하시는 이상사회
신앙의 순결성(비둘기)과 세상적응성(뱀)을 둘 다
를 찾아가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하나님이 주신
구현할 수 있는 직장이 요청된다. 정직한 기독교인
하늘상급을 위해 분할된, 미시적 순종을 축적을 하
기독교적 신앙을 표현하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
다가 주님의 재림시 결정적인 변화를 맛본다(빌
는 중간단계의 사회가 절실히 그리워진다. 이런 기
3:21). 지상에서 분투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경우 주
독교신앙 친화적인 중간사회 건설에 투신된 모든
님의 재림시에 부활하여 영화롭게 변형되어 마침
그리스도인들은 마땅히 칭찬받고 격려받아야 한
내 주님을 사탄을 단죄하듯이 공적으로 왕으로 영
다. CMR
접하게 될 것이다.
김회권
1979년 한국기독대학인회(ESF)의 성경 읽기 모임에서 회심하고
셋째, 하나님의 구원은 개인구원을 넘어 사회, 생태계 전체의 구원과 영화를 지향한다. 세상의 운
신앙 훈련을 받았다. 1983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1년간 한국기독대학인회 간사로 섬겼다. 1993년 장로회신학대학 원을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성서신학석사 및 철
명에 대한 책임적 성도가 기독교회의 본류를 이룬
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귀국하여 두레교회 부목사로 1년 반
다. 세계만민의 운명에 책임을 지려고 한다. 경제
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교목실장 겸 기독교학과 교수다.
동안 사역했고, 2002년 12월 일산두레교회를 개척하여 4년간 목회
불의, 빈부격차, 환경파괴, 핵오염, 기후변화 등을 재림 예수에게 맡겨버리고 오로지 내세적인 구원 만 기다리는 도피주의적 구원 대신에 세상변혁적 인 하나님나라운동에 참여한다.주님의 구원을 즐 기는 과정은 인격적 성화과정임과 동시에 이 세상
65
CMR 2015 Vol. 14
Spirituality
영성 : 하나님을 향한 갈망 김경은 장신대 교수
갈망의 ‘방향성’은 하나님과의 관계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긍정적이고 생명력 있는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66
사람들의 일생을 통해 계속되는 관심은 두 방향
로널드 롤하이저는 사람들의 행위를 형성하는 것은
을 향한다. 물질적인 것을 지향하는 지상적이고 세
그들의 영성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에게는 내면의 갈
속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신을 갈구하는 지향성, 즉
망이 있는데, ‘그 갈망을 가지고 궁극적으로 무엇을
성스러운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하느냐’가 영성이라는 것이다. 이 갈망, 열망의 ‘방향
은 분주한 일상의 삶과 삶이 주는 고통과 긴장을 핑
성’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존재의 통합
계로 습관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물질적인 세상에만
으로 인도되기도 하고 파괴로 이끌리기도 한다. 갈
두고 그것만을 추구하려 한다. 가톨릭 영성학자인
망의 방향이 자신만을 향할 때는 이기적인 자기몰두
Spirituality
사람들은 자신들의 매일의 삶이 하나님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하나님이 그들의 삶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에 빠지게 되어 자기 외의 모든 것은 자기이익을 위
날의 삶을 고통스럽게 보내게 된다.
해 이용하는 대상이 된다.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 한 탐욕과 착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또한 돈이나
결국, 어떻게 내적 갈망을 자신의 삶을 통해 표
성, 인기나 명예에 대한 집착이 사람들을 어떻게 파
현하는가가 바로 영성이고, 이 영성에 의해 사람들
멸의 길로 몰아가는지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왔다.
의 삶의 형태(the shape of living)가 조성된다. 기
잘못된 방향으로 추구하는 열망은 결국 자기 멸망의
독교 영성은 하나님과 갖는 관계적인 친밀함과 예
길이며 결국 모든 것으로부터의 단절을 초래하게 하
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아가는 삶이 인간존재
는 지름길이 된다.
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성령 안에서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그리스도를 따르
이렇게 갈망의 ‘방향성’은 하나님과의 관계나 다 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긍정적이고 생명력 있는 힘
는 사람으로 빚어져 가야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것은 기독교 인간이해에 근거한다.
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힘으 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갈망의 방향
기독교 인간이해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고 구
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우리의 내면은 불안과
원하셨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인간의 핵심이라는 것
공허함을 느끼며 무엇인가에 탐닉하게 된다. 가장
에서 출발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이자 근원은 하나
깊이 간직한 꿈과 갈망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누
님과의 관계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사랑보다, 다
군가와 혹은 무엇인가와의 친밀감을 갈구하면서
른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우
자신의 삶을 파괴해 가는 것이다. 결국 그 대상이
리의 존재의 핵심에 자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아니면 나의 존재는 아무 것도 아닐 것만 같은 불
을 ‘사랑의 질서’라고 한다. 먼저 사랑할 것을 먼저 사
안 속에서 그 대상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하며 나
랑하고 나중에 사랑할 것을 나중에 사랑해야 한다는
67
CMR 2015 Vol. 14
Spirituality
의미다. 더 많이 사랑해야 할 것을 더 많이 사랑하고
기를 바라시는 마음으로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계
더 적게 사랑해야 할 것을 더 적게 사랑해야 한다는
획을 구상하신다. 우리의 연약과 부족에도 불구하
뜻이다. 이렇게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가장 우선에
고 우리가 진정 그분께 용납 받은 존재이고 사랑받
둘 때 우리는 부족한 우리에게 충만하게 부어주시는
는 자녀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더욱 책임감을 가
하나님의 사랑의 깊이와 넓이가 말할 수 없을 만큼
지고서 의미 있고 가치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깊고 광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기에 하
있을 것이다. 아니, 살게 될 것이다. 자발적으로.
나님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우리가 체험하는 사
행복하게. 그리고 기꺼이 자원하는 마음으로.
랑의 단계는 나에 대한 사랑을 벗어나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확대되어 간다. 하
이렇듯 삶의 모양을 만들어 간다는 것, 삶의 형태
나님의 은혜와 사랑이라는 관점으로 인간의 의미를
를 형성해 간다는 것은 매일 계속되는 일상의 삶 속
새로이 해석하게 되고 개인의 삶의 역사를 보는 눈도
에서 어떤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며
폭넓게 열리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이 땅 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
하지만 데이빗 포드라는 신학자는 기독교신앙
의 뜻은 무엇이고 그것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하는
을 가진 사람들도 하나님과의 개인적 관계에 어려
소명의 발견에 관한 문제다. 소명에 대한 질문은 삶
움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
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추구,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독교 진리중 하나가 하나님이 우리를 간절히 원하
나는 누구인가’하는 영적 정체성의 질문과 밀착되어
고 계시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하나님
있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이자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이 그들을 가치 있는 존재로 대하고, 그들을 기뻐
영적 정체성을 분명히 가졌을 때, 매일의 삶에서 분
하시고, 그들을 위해 고통 받으시며, 그들의 삶의
별력을 가지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갖고 있고, 또한 그들을
위한 부르심이 있고, 죄와 고통을 통해서도 하나님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일
은 그들을 위해 일하신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
상성이다. ‘일상’이란 용어의 사전적 정의는 ‘매일
한다. 그래서 포드는 각각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
의 삶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반복으로서의 일상에
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아는
대한 정의는 일상의 삶을 평범하고 사소하고 무의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한다. ‘하나님 안에서 나
미하며 지루한 것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지음 받았는가?’에 대한
사람들은 일상성이 깨졌을 때 비로소 일상의 소중
질문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삶의 형태’를
함과 의미에 대해 반성(reflection)하게 되며, 일상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으로의 복귀를 꿈꾼다. 일상의 삶이 그저 단순하고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형태를 만들
사람들은 자신들의 매일의 삶이 하나님과 깊이
어가는 토대라는 걸 깨닫게 된다.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하나님이 그
68
들의 삶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오늘날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
믿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이 의
일상적 삶이란 그저 무의미한 반복이 아니라, 사람
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느끼지 못하게 된다. 하
들의 삶의 자리이고, 그것이 계속되도록 재생산하
지만 그리스도인의 매일의 삶에는 하나님의 목적
는 현실이다. 일상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고, 행
이 담겨 있다.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우리가 잘 되
복이나 고통을 경험하는 실제적인 삶의 현장이기
Spirituality 간 느끼기 때문이다.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과 하나 되는 신비를 경험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살아간 다면 우리의 일상의 삶은 넘치는 은혜와 충만한 기 쁨으로 점점 채워져 갈 것이다. 또한 공동체적 존재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 게 있어서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는 통로인 사람 들 또한 ‘중요한 타자’가 된다. 누군가를 통해 우리 는 하나님을 알게 되고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누 영성은 우리의 시선을 하나님을 향하고 우리의 관심을 하나님 과의 관계에 더 많이 두는 것이다.
군가의 얼굴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삶에서 오늘도 생명력 있게 개입하시는 하 나님의 일하심을 보게 된다. 하나님이 사랑의 관계 로 묶어주신 사람들과의 영적 우정의 관계 속에서
때문에 사람들은 그 일상 안에서 삶의 연속성과 의 미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은 현재의 일상적 삶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단지 현재의 삶 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서의 ‘오늘’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매일의 삶은 의미 없는 반복이 아니라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의 손길 과 그 분의 숨결을 발견하는 기적으로 가득한 ‘지금 여기에’가 될 수 있다. 즉, ‘하나님과 함께 걷는 지 금’, ‘오늘이라는 기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의 삶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그들 삶에서 ‘중요한 타자’의 존재 다. 개인의 삶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있어, ‘중요한 타자’의 존재 유무, 그 존재의 영향력이란 것은 참 으로 중요하다. 특히 종교적 회심의 경우와 같은 초월적인 종교경험에서 ‘중요한 타자’가 개인의 삶 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례를 우리는 정말 많 이 보고 듣는다. 기독교인들의 삶의 역사를 해석하 는데 있어서, 하나님과의 만남의 경험과 그 분과의 친밀한 관계성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며 존 재의 변형을 가져온다. 하나님 경험이 삶을 해석하 는 의미체계의 변경을 가져오며, 중요한 타자이신 하나님이 우리의 매일의 삶에 깊게 관련됨을 매 순
우리는 곁에서 가까이 호흡하시는 하나님의 흔적 을 보게 된다.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 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내게 주신 사람들’(요한복음 17:24)이 있다는 것 또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적이자 선물일 것이다. 이처럼 영성은 우리의 시선을 하나님을 향하고 우리의 관심을 하나님과의 관계에 더 많이 두는 것 이다. 그랬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시선으로 우리 자신과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날마다 우리를 빚 어 가시는 토기장이이신 그 분에게 우리를 맡길 때 우리의 삶의 형태는 그 분의 목적대로 모양을 갖추 어 갈 것이다. 영성은 또한 사랑해야 할 분을 제대 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해야 하는 만큼 사랑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우리의 영혼은 더욱 깊어질 것 이다. 그리고 더욱 맑아질 것이다. 하나님을 닮아 가면서. CMR 김경은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 학과(Th.M)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졸업했다.
미국 Fordham 대학교 (M.A.) 영성과 영성지도를 연구하고, 영국 Edinburgh 대학교 (Ph.D.) 영성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장 로회신학대학교 영성신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69
Spirituality
CMR 2015 Vol. 14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바른 신앙 정체성 회복을 위하여” 이승구 합신대 교수
최근 한국 갤럽 조사에서 나온 통계에 의하면, 한 국 기독교인의 59%만이 창조와 심판을 믿으며, 기 독교인 중 윤회설을 믿는 사람이 34%라고 합니다. 각자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날 한 국 교회는 신자수도 줄고, 사회적 신망도도 떨어지 면서, 동시에 신자들이 그리스도인다운 의식도 줄 고 있다는 것은 아주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이와 같 은 한국 교회 현실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 이 어떤 것이지를 생각하여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는 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으 면 합니다. 1. 이 모든 문제는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핵심적 문제는 양적 성장의 시기에도 과연 진정한 그리스도인 들이 형성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문제라는 이 상황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요? 그것이 바로 우리네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 없 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 실 한국 교회가 한창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에
보였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이전 에 걱정하시던 바른 생각을 가진 어르신들의 걱정 과 생각을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가 우리 안에 배태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닙니다. 양적으로 성장하는 그 때도 생각이 있 는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이 과연 기독교적인 것인가 를 심각하게 질문 했었고, 그와 같은 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우리 가운데 내어 놓을 지에 대해서 많이 걱 정했었던 그 목소리들이 생생합니다. 문제는 우리 들 대다수가 그런 걱정을 같이 하지 않고 그저 양적
70
성장의 버블(bubble) 가운데 자아 도취하는 모습을
핵심적 문제는 양적 성장의 시기에도 과연 진정 한 그리스도인들이 형성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 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문제의 핵심입 니다. 진정한 기독교적 정체성을 지니지 않은 사람 들이 매주 교회에 출입하고, 교회에서 중요한 직책 을 차지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그리하여 잘못된 그 리스도인들을 재생산한 결과를 우리가 지금 거두고
Spirituality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우리에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2. 기독교적 정체성이 없다는 말의 뜻
이것에 대해서도 여러 방면에서 다 생각해야 하 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그리스도인 됨의 “내용”(what)이 부 정확하다는 데서 오는 것이지요. 자신은 그리스도 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어떤 본질적 내용이 있다 는 것이지요. 그것을 요약하면 최소한 다음 세 가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성경을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참으 로 믿고 받아 신봉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사실 이것 이 그리스도인 됨의 내용 중 가장 많은 내용이지요. 형식적으로 성경이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라 고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기에 참으로 그 내용 하나 하나를 받아들이고 바르게 알아보려고 하고 그 내용에 자신의 생각과 삶을 다 드려야 하는 것이지요. (2) 그것을 잘 요약하고 있는 사도신경을 참으 로 믿고 고백하느냐는 것입니다. 형식으로 이를 받 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신천지는 물론이거니와 그 내용을 주의하지 않고 예배 중에 외우기에 창조와 심판을 믿지 않는 사람 수가 그만큼 많다는 통계가 나오는 것이지요. 그 내용에 따라 삼위일체 하나님 만을 경배해야 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자 신들의 교주가 죽은 뒤에 부활했다고 하며 그 부인 이 하나님 어머니라는 믿는 사람들이 40만이나 되 는 현실이 나온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이 사도신경을 참으로 제대로 공부하며 바르게 고백하지 않은 결 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이신칭의(以信稱義, justification by faith alone)를 참으로 바르게 이해하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들이 참된 그리스도인 이 아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서 통회하면서 참된 그리스도 인이 아닌 죄를 고백하고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고 믿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인데, 그런 사람들이 적 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공공연히 이신칭의 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가 하면, 그것이 무 슨 내용인지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늘어 가는 것이지요. 둘째로는 그리스도인 됨의 “어떻게”(how)가 나 타나지 않는 것이 정체성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앞서 말한 내용이 부족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실제 삶에서는 자신이 믿는다는 내용과 다른 모습이 나 타는 것이 문제인 것 입니다. 소위 말하는 신앙과 생 활의 분리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더 정확 히 말하면 자신이 믿는다고 말하는 신앙의 내용과 삶의 분리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니 결국 안 믿는 모 습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이어도 주일 에 예배 장소만 가득 채우면 된다는 생각이 주도할 때를 교회의 양적 성장기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표 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들이 참 된 그리스도인이 아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서 통
71
CMR 2015 Vol. 14
Spirituality
회하면서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닌 죄를 고백하고 이 제부터라도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하는 것입 니다. 지금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개개인 그리스도인이 그리해야 하고, 각각의 교회가 그리해야 하고, 각 교 단이 그리하며, 소위 기독교 단체들이 그리해야 합 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리스도인 이 아닌 이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가공(可恐)할만 한] 것입니까? 기독교회라고 하는데 진정 하나님 보시기 에 교회가 아니라면 그것은 얼마나 기괴(奇怪)한 것 입니까? 소위 가장 큰 기독교 단체라고 하는데 그 단 체가 하는 행태나 결국 그 믿는 것이 성경의 모습과
우리가 참으로 주님을 믿지 않고, 우리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며 우리의 힘을 의존하려고 했었다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회개해 야 합니다.
다른 그 모습(지금 우리가 그런 것을 목도(目睹)하지 않습니까?)이 얼마나 가련(可憐)합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 각하면서 지금이라도 살아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께 로 돌이켜야만 합니다. 그러니 진정 회개하여야 합 니다. 한번 믿은 사람들은 회개가 필요 없다고 하는 구원파 계열의 이단들만 그 잘못을 회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참으로 주님을 믿지 않고, 우리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며 우리의 힘을 의존하려고 했었다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회개는 회개의 열매를 맺게 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오늘부터라도 이상한 가르침 주 변에 서성이지 않고 바른 성경적 가르침을 향해 나 가는 모습이 보여지길 원합니다. 많은 분들이 열심 히 한다고 하면서 이상하거나 명확히 잘못된 가르 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우리가 진정 회개하지 않 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바른 성경의 가르침을 잘 추 구해 나가는 모습이 우리에게서 나타나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발 자국들이 가득하게 될 그날을 소망합니다. 손양원 목사님의 사랑의 실천과 같은 그런 믿음의 발자국
72
이 곳곳에 찍혀지는 것을 기대합니다. CMR
이승구
기독교교의학(Christian Dogmatics)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
로서, 현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조직신학 교수로 섬기고 있
다. 그는 총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를 졸업하고(B.A.),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학과 가치 교육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 득하고, 합동신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영국의 The University of
St. Andrews 신학부에서 연구(research)에 의한 신학 석사 학위
(M.Phil., 1985)와 신학 박사 학위(Ph.D., 1990)를 취득하였고, 미국 Yale University Divinity School에서 연구원(Research
Fellow)으로 연구하다가(1990~1992) 1992년에 귀국 후 한국 웨
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과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다.
Book & Culture 幕間 막간 탈주는 벗어남이나 도망침이 아니다. 모든 탈주는 내재적 탈주이고 벗어나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바꾸어-나감”이다. 체계와의 지난한 투쟁을 통해 주체는 새로워지고, 형성된 주체는 소요(逍遙)하며 새로운 체계를 짓는다.
“탈주는 오히려 부딪침, 끊음, 이음, 가로지름, 가름, 모음...의 운동”이고 전략이다.
73
CMR 2015 Vol. 14
t The Besc Strategi n Selectio 소셜 전략(Social Strategies)으로 승부하라!!
나이키의 소셜 전략 권수라 한양대 교수
SNS가 우리의 삶에 침투하여 지대한 영향을 미
여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 그러나 SNS상에서 엄청
치게 되었다는 사실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마 많
난 수의 ‘친구’ 나 ‘팔로어(follower)’를 모집했는데
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셜 플랫폼(social
도 소셜 플랫폼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올리지 못한
platform) 이용자 수가 10억명을 넘어섰다는 이 시
기업이 대다수이다. 왜일까?
점, 우리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왜 이렇 게 많은 사람들이 SNS에 열광하는 것일까 ?”
실패한 기업들을 잘 들여다보니, 이들은 기존
Management Insight
기업에서 사용하던 마케팅 전략을 본뜬 ‘디지털’전
74
인간의 심리를 잘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람을
략(digital strategies)’ 을 소셜 플랫폼에 그대로 적용
만나고 이미 알게 된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했다. 즉, SNS에 상업광고를 게재하거나 고객이 상
자 하는 기본적 욕구가 있다. SNS가 바로 이러한
품평을 올리는 통로로만 활용한 것이다. 이것이 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잘 수
로 SNS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행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못한 기업들이 저지른 큰 실수이다. 사람들이 SNS
소개해주는 유료 데이트 웹사이트의 매출이 급격
에 접속하는 목적은 상업광고를 보기 위해서가 아
하게 증가하고, 페이스 북의 가치평가 금액이 1000
니라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서이다. 결코 소
억 달러를 넘어가는 등 엄청난 수치들을 보니 기업
비자들은 기업의 영업대상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
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발 빠른
다. 단지 그들은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
기업들은 페이스 북 팬 페이지나 트위터 계정을 열
어 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은 상당한
고 이를 통해 신규 고객을 찾거나 기존 고객의 참
값을 치른 후에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이키의 소셜전략
‘반면, 이와는 반대로 사람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기존 관계를 강화하도록 돕는 ‘소셜 전략 (social strategies)’을 활용한 기업들은 상당한 수익
Nike(나이키)는 세계 최대의 미국 스포츠용품
을 올렸다. 이들은 사람들이 SNS상에서 보이는 행
업체로 오리건 대학(University of Oregon) 육상 선
동양식 및 기대수준을 분석하여 이와 일치하는 전
수인 필 나이트(Philip Knight, 1938~)와 육상 코치
략을 내세웠다.
인 빌 보워먼(Bill Bowerman)에 의해 1964년에 창
결국, 성공적인 소셜 전략은 1) 고객이 기업의
업한 스포츠 전문 기업이다. 재미있는 스토리 중
이익활동을 대신 해줄 경우 2)기업은 고객이 새로
하나는 육상 코치인 보워먼의 가장 큰 고민 중의
운 친구를 사귀거나 기존 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나는 그가 훈련시키고 있던 육상선수들의 부상
할 수 있도록 도와서 3)비용을 절약하거나 고객의
문제였다. 늘 무릎이나 발목의 부상을 달고 살던
소비의지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선수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방법을 고심하던 보워
것이다.
먼은 달리기를 할 때 좀 더 무릎이나 발목의 충격 을 흡수시킬 수 있는 운동화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사람들은 기업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하게 되었고, 결국 부엌에서 라텍스를 와플기계에
싶어 한다. 소셜 전략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찍어서 만든 러닝화를 탄생시킴으로써 나이키가
점에서 순수 디지털 전략과 차별화된다. 성공적인
시작되었다. 선수의 고충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
소셜 전략을 채택한 기업은 자사에 이익을 가져오
던 한 육상코치의 아이디어가 지금의 나이키를 탄
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관계를 강화하는 일을 돕게
생시킨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나이키는 점차 사업
된다.
규모가 커지자 새로운 회사 이름을 짓기로 했다.
디지털 전략 Digital Strategies
소셜 전략 Social Strategies 기업
기업 Facebook advertising
마케팅활동을�촉진하고�제품�및�서비스를
마케팅활동을�촉진하고�제품�및�서비스를
고객의�상품평을�수집한다.
고객의�상품평을�수집한다.
판매하기�위해�상업적�메세지를�방송하고
판매하기�위해�상업적�메세지를�방송하고
출처 : “Social Strategies That Work” , Piskorski, Harvard Business Review, 2011.11
75
Management Insight
www.kocam.org
CMR 2015 Vol. 14
1971년 나이트와 종업원 45명이 모여 투표를 한 결
해석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필름을 15개 시리즈
과 나이트가 원했던 Dimension Four는 밀려나고
로 올리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블로그를 시작
Nike가 1등으로 뽑혔다. 나이키 로고는 그리스신
한 이후, 매달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독특한 고객들
화에서 날개를 단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상징
이 400,000-700,000명 넘게 블로그를 방문 하게 된
한다.
것이다. 나이키는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하였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던 나이키는 2012년 매 우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동 안 매체나 TV 광고 등을 통하여 쏟아 붓고 있었던 마케팅 예산 240억 달러의 40%에 해당하는 부분 을 떼어내어 소셜 광고 전략 마케팅 부분으로 집
작지만 매우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소비자 그룹이 형성되었다고 인식하였다.
2. Touch of Gold, 2005
2005년 글로벌 축구 시장을 겨냥하고 있던 나
중하는 선택을 통하여 다른 기업들과 차별된 행로
이키는 2006년 월드컵에 대비하여 소셜 네트워크
를 선택하였다. 나이키는 일찍부터 소셜 전략의 중
MySpace와 손을 잡고, 친구 50,000명을 획득했으
요성을 인식하고 2010년부터 ‘Nike Digital Sport
며, 동시에 최대의 브랜드 커뮤니티가 되었다. 또
Division’을 독립적으로 운영하여 왔다. 나이키의
한 그들은 세계적인 축구스타인 호날두의 비디오
“궁극적으로 우리는 소비자들이 있는 그 자리에서 우리와 연결되기를 원한다. 전통적인 방식에 새 로운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대화하며 그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도록 하는데 초 점을 맞추어 빠르게 소셜 전략을 변화시켜 나아가고자 한다”
소셜 전략에 대한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를 제작하여 유투브에 올림으로 나이키 football 채 널과 사이트를 만들게 되었다. ‘Touch of Gold’ 라
사실 나이키의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역사적으
는 제목의 이 비디오는 단 몇 주만에 2천만 뷰라는
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훨씬 전부터 소비자들과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었으며, 이것이 나이키의
의 소통과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한 커
첫 번째 “전염성”의 비디오가 되었다.
뮤니티와 소비자집단 구축에 노력한 흔적들을 쉽
Management Insight
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2004~2006년 기간 동안 나이키는 온라인 홈페이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06년 나이키는 구글과
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게 된
파트너십을 이루어서 소셜 네트워크인 ‘Joga.com’
다.
을 개발하였다. 이 사이트는 140개국 14개의 언어
1. Art of Speed, 2004
76
3. Joga.com, 2006
로 제공되었으며, 축구매니아인 10대들을 위해 즐 거움과 창의성을 제공하는 사이트로 운영되었다.
2004년 나이키는 처음으로 소셜 기반의 마케팅
나이키는 이 사이트에서 축구와 다가오는 월드컵
캠페인을 실험적으로 시작하였다. 나이키는 혁신
에 대해 이야기하는 온라인의 장이 되기를 바랐다.
적인 미디어 제작회사인 Gawker Media와 팀을 이
2월에 시작한 사이트는 5개월동안 100만의 멤버를
루어 블로그 “Art of Speed” 를 시작하였고, 속도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월드컵의 열기
시대별 나이키의 소셜 전략
가 사라져감과 동시에 사이트의 참여자도 현격하
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게 줄어들면서 나이키는 사이트를 접게 되었다.
4. Nike+
국내에서도 나이키는 2007년 운동화와 특수 장 치를 연결시켜 조깅 정보를 표시해주는 신제품을
이러한 나이키의 소셜 전략이 한층 업그레이드
내놨다. 이전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던 소비자들
하게 된 계기는 바로 애플과의 협업이다. 이전까지
도 이젠 ‘똑똑해진 운동화’ 를 신을 수 있게 되었다.
소셜 전략의 형태로 진행해오던 다양한 소셜 미디
과거 발 모양에 맞춰서, 또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
어의 실험을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오프라인
어서 구입하던 것을 넘어 이젠 운동 상태를 측정
으로 확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CEO인 Mark Parker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Nike+는 더 훌륭한 스포츠 경험의 탄생이 가능 하도록 하는 디지털 소셜 요소들을 가미함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스포츠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은 단순한 신발 그 이상의 휠씬 가치있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는 나이키가 “제품” 으로부터 “제품+경험” 으로 이동하고 있음
77
Management Insight
www.kocam.org
CMR 2015 Vol. 14
Existing relationships
Social impact New relationships
1
2
관계를
관계를
페이스북을�이용하거나
제품 구매
강화하기�위해
나이키를�홍보함
3
통하여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여 왔 다. 그 결과 고객들의 나이키에 대한
교감이 보다 긴밀하고 친밀한 고객
Nike에�컨텐츠를
제품 구매
Reduce costs
서 한 발 더 나아가 프로그램을 통하
4
새로운�사람들을
제공함
의해 유지되었다. 이제 Nike+는 여기 여 형성되는 사회적 경험과 제품과의
새로운�사람들을 만나기�위해
브랜드 충성도는 제품의 질과 성과에
강화하기�위해
과의 접점이 되길 원하고 상호교류가
만나기�위해
Strategy impact
이루어지는 커뮤니티를 기대하고 있 는 것이다. 나이키의 이러한 노력은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많은 것을 배우
Increase Willingness to pay
고 소비자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 기 원하는 그들의 간절한 바램을 담 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해 개인별 정보를 제공해주는 지능형 제품들이 나 이키를 통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개개 인의 러닝 코치이자 트레이너 역할을 하는 혁신적 인 시스템이며 특히 개인별 운동 정보를 저장해 놓 는 나이키 플러스닷컴을 통해 자신의 운동량, 운 동방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 지고 있다 2012년 Nike + FuelBand에 이어 Nike + Baskerball, Nike + Training등으로 확장되면서 커 뮤니티를 통하여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도전 의식을 고취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스포츠 생태 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결 과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SNS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big data),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 IoT) 으로 확산되고 있는 기술의 변화 는 기업들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전략을 다시 돌아 보게 하고 있다. 이젠 “Everyday Strategy”를 고민해 야 할 만큼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략적 관점들을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으 며, 이는 단순히 전략의 수정이 아니라 전략의 혁 신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을 당황시키고 있다. 과거의 성공전략에 안주하여 장미빛 환상에 빠져있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환경과 이에 따라
Management Insight
날마다 변모하고 있는 소비자들과의 교감을 통한 이러한 소셜 전략의 결과 나이키는 2009년 이후 로 TV 나 매체 광고비의 상당부분을 절감할 수 있 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키의 마케팅 전략은 월드 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주요한 스포츠 경기와 통합 된 소셜 캠페인을 만들어가는데 초점을 두고 시행 되었다. 나아가 Nike+와 관련된 제품에 대한 투자 가 진행되면서 나이키는 그들 기업의 광고와 디지 털 전략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역사상 볼 때 나
78
이키는 효과적인 스폰서와 TV광고 및 매체 광고를
소셜 전략으로 정면 승부할 것인가? 선택은 전적으 로 당신의 몫이다. CMR 권수라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 사,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이며 저서로는 <경영, 신앙에 길을 묻다>(공저)가 있다.
이형재 국민대 교수
2007년부터 2012년 까지 전 세계적으로 PB 상품의 매출은 24%가 증가하였으며, 스위스의 유 통업체 PB 상품 비율은 45%에 달하며, 영국은 40.8%, 스페인은 40.6%, 프랑스는 28.3%에 달한다고 보고하였다.
자기 매장의 특성과 고객 성향에 맞추어 유통업
지고 왔고, 합리적 구매를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비
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을 PB(Private
교를 통한 구매로 이어졌다. 대형할인점이 우리
Brand) 상품이라 한다. PB 상품의 발전과정을 보
나라보다 빨리 도입된 외국의 경우, PB 상품은 대
면 초기의 PB 상품은 제조업체 브랜드(National
형할인판매점의 주력상품이 되었다고 할 수 있
Brand: 이하 NB)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
다. Kumar and Steenkamp(2007)는 월마트의 경
자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
우 PB 상품 구성비가 40%, 까르푸는 25%, TESCO
는 유통업체의 특성상 소비자의 구매패턴 파악
는 50%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분석하였다.
이 가장 용이한 바, 소비자의 심리와 트렌드를 가
AC Nelson(2013)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까
장 잘 파악 유통업체의 특성상 자체적 개발을 가
지 전 세계적으로 PB 상품의 매출은 24%가 증가하
79
Management Insight
PB 상품의 동향과 중소기업의 전략
www.kocam.org
CMR 2015 Vol. 14
원으로 추산하였는데 이 같은 금액은 이마트의 경 우 총 매출의 23.7%, 홈플러스는 26.0%, 롯데마트 는 20.8%에 해당한다. 이러한 PB 상품의 선호도는 초기 가격요인에서 현재는 품질요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PB 상품과 관련한 한국소비자원(2011)의 조사결과는 PB 상품 의 한계와 시장의 기대를 잘 나타내는데 출시를 원하 최근 PB 제품의 다양화는 소비자의 소득 변화와 소비행동변화 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판매를 확대 하여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 의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는 PB 상품으로서 저렴한 가격의 상품(38.7%), 특화 된 맞춤상품(31.3%), 유기농·친환경 상품(28.2%)이 고르게 분포되었다. 이는 소비자가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조사에서 PB 상품의 구매이유는 가격요인이라는 응답이 81.5%로
Management Insight
서 2008년의 동일한 조사의 62.1%에 비해 높아졌다.
80
였으며, 스위스의 유통업체 PB 상품 비율은 45%에
이는 PB 상품에 대해 저가격을 유지하되 향후 특화
달하며, 영국은 40.8%, 스페인은 40.6%, 프랑스는
된 상품까지 요구하는 것으로서 유통업체의 PB 상품
28.3%에 달한다고 보고하였다.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PB 상품은 큰 성장을 이루었
최근 PB 제품의 다양화는 소비자의 소득 변화와
다. 한국소비자원(2011)의 조사에 의하면 PB 상품
소비행동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여 제품을 개발
을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르는 소비자는 10.9%에 불
하고 시장에 판매를 확대하여 소비자의 다양한 욕
과할 정도로 PB 상품은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
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틈새시장
을 받고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품목별 PB 상
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PB상품의 세분
품의 발전과정을 보면 의류 및 잡화 중심의 1단계,
화 시장 경향을 살펴보면, NB상품보다 품질은 좋
생활용품 및 가정 필수품의 2단계, 신선식품 위주
으면서 가격은 NB상품과 비슷한 PB상품, 한 가지
의 3단계로 발전하였다. 최근에는 유통단계를 줄
기능에 집중하여 최저가격을 내세운 PB 상품, 고가
이는 방법으로 가전제품 등으로도 그 영역을 확
의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PB상품을 내
장하고 있으며 대형마트의 identity로 인식될 만큼
놓으면서 시장이 빠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권재우,
그 비중이 확대되었는데 국내 3대 대형마트인 이
이형재(2014)의 연구에 의하면, 패션추구성향, 식
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경우 각 기업별로 이
생활 추구성향, 문화생활 등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름은 다르지만 저가제품, NB 상품과 동급의 품질
은 PB 상품 인식과 구매경험의 영향에서 중요한 것
을 가지는 제품, 프리미엄 제품 등 3 단계의 브랜드
으로 나타났다. 성별, 연령대별, 소득수준 별, 이용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취급상품의 수도 이마트
빈도에 따른 차이에 비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
20,000 여개, 홈플러스 9,000개, 롯데마트 5,500여
PB 상품 품질 및 가격 인식, 그리고 구매경험에 미
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해 졌다(신세계유통산업연
치는 영향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
구소, 2010). 한국소비자원(2011)은 이마트 1조 4
러한 영향은 PB 상품유형별(고급식품, 일반식품,
천억 원, 홈플러스 9천 620억 원, 롯데마트 7,067억
가공식품, 의류, 가전, 고급잡화, 일반잡화) 차이가
성별, 연령대별, 소득수준 별, 이용빈도에 따른 차이에 비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 PB 상품 품질 및 가격 인식, 그리고 구매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양질의 제품 또는 식품을 생산하지 만 그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판로 확보의 방법으로서 소비자의 신뢰도 가 높은 유통업체와 공동으로 제품기획과 생산을 할 수 있다. 즉 신뢰도와 인지도가 높은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 등의 유통업체와 공동으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별로 품질이 우수하고 고객가치가 높 은 PB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한다면, 중소기업의 취 약한 시장 인지도와 판로개척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CMR
참고문헌
권재우, 이형재(2014),“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대형 할인점의 PB 상품 인식 및 구매행동 연구: 4·50대 주부를 대상으로,” 유통연 구, 19(4), 173-198.
A. C. Nielsen(2013). PLMA International Private Label Yearbook.
Kumar, Nirmalya and Jan-Benedict E. M.
Steenkamp(2007). Private Label Strategy: How to Meet the Store Brand Challenge,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이형재
서울대 경역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학 박사(마케팅 전공)를 취득했으며, 미국 매릴랜드 주립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마케팅 연구, 소비자학 연구, 한국마케팅저널, 고객만족
경영연구 등에 논문을 게재했고, 산업관련 활동으로 교육, 컨설팅, 심 사 등을 하고 있으며, 서비스 마케팅, 마케팅 전략 등의 연구 및 교육
에 관심이 많다. 현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이고, <기독경영연구원>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사적 관점의 마케팅≫(공저), ≪ 경영, 신앙에 길을 묻다≫(공저) 등이 있다.
81
Management Insight
www.kocam.org
CMR 2015 Vol. 14
불확실성과 인과관계 유시용 중앙대 교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자연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 의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에서 발견되고 관찰되는 것들이 바로 이 인과관계에 의해서 설명되어지기 때 문이다. 이러한 인과관계가 활용가능성이 높은 것은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적(결과)을 위해서, 수단(원인)을 동원하게 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최선을 다해서 동원하게 된다. 학생들은 높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한 다. 주부들은 부(wealth)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절약 도 하고 저축도 한다. 그러나 활용성이 높은 인과관 계라도, 이것이 미래에 대해서 적용될 때에는 불확 실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즉, 아무리 조건을 만족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인하 는 위험을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시켜도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Management Insight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래에 관한한, 불확실하다는
82
것이다.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의 힘은 아주 강한 편
장을 위해서 혁신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은 그만큼
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때로는 완벽한 계획과 준비
혁신이 기업의 이윤확대와 생존 내지 성장에 필수적
를 하였다 할 지라도,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혁신을 추구하는 것
다. 그래서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은 미래
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적극
의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위험을 줄이고자, 많은 노
적인 위험관리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불확
력을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은 완벽하게
실성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지만, 여전히 관리 불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가능한 영역이 많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기
기인한 위험내지 손실에 대한 관리는 가능한 것이
업들이 불확실성을 얘기할 때, 알려진 변수들에 관
다. 기업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직면하는 가운데, 좀
한 불확실성이 있다. 올 해 말의 매출액의 수준이나,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혹은 생존 내지 성
금리수준이나, 국내 경제나 세계 경제 여건 등은 기 업들이 이미 고려하고 있는 변수들에 대한 불확실성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가용한 모든 정보와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인관관계원리를 적용하여,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변
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관리내지 최소화
수들이 있으며, 그러한 관련이 없는 변수들이 때로
하면서, 오히려 관리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함
는 기업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도 있는
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것이다.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force majeure) 등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우선 관리할 수 있는 위험이나
이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우연”이라는 것도 이에
원인은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즉, 비용을
해당된다. 기업은 사업계획이나 위험관리를 할 때
최소화하고, 혁신을 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사
에 우연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즉, 우연은 관리의 대
업계획을 세우고, 마케팅전략을 짜는 등 할 수 있는
상이나 고려 대상은 아닌 것이다. 중세 이후의 르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리할 수 없는 불확
상스나 산업혁명 이후의 과학기술의 발전 등의 추세
실성이 존재함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는 신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해왔다. 종교적 색채
에서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우선 관리할 수
없이,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들을 대상으로 객관적
있는 위험이나 원인은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는 것이
인 인과관계의 원리로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다. 즉, 비용을 최소화하고, 혁신을 하고, 연구개발
결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적 성장을 이룩해오
에 투자하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마케팅전략을 짜
고 있다. 새로운 원리들이 밝혀지고 응용되고 신제
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
품이 생산되고 시장에서 판매되고 소비되면서, 시장
리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나 우연은 어떻게 할 것인
중심의 사회는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
가? 아무리 원인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관리를 하
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가용한 모든 정보와
고 노력을 해도,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한 것이다. 그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인과관계원리를 적용하여,
래서 원인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나서, 결과는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얘기들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나 위험을 관리하고 있
기업들도 원인의 관리 측면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
더라도, 분명한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지만, 결과는 신에게 의지해야 될 부분이 아닐까?
다. 인류가 신으로부터 탈출하여, 과학기술과 학문
CMR
을 발전시켜 왔는데, 여전히 한계는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견에서 신의 존재가 부인되거
유시용
나 신으로부터 탈출이 성공한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
University)에서 Applied Economics and Management로 박
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신의 존재가 증명 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하면서, 생존하
서울대에서 경제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미국 코넬대(Cornell 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택팀장과 한국은행 금융
경제연구원 국제경제팀 과장을 역임했고, 현재 사학연금 리스크 관
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 독경영연구원 운영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83
Management Insight
www.kocam.org
CMR 2015 Vol. 14
역발상의 법칙
역발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 정연승 단국대 교수
요즘 광고계에서는 소위 크로스 모델 기용방식 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냉장고, 밥솥, 세탁기와 같이 여성들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가전
역발상이란 기존 사고와 거꾸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생각을 내놓았다고 해서 모두 역발상은 아니고, 새 로운 생각 중에서도 기존의 상식이나 관념을 깨뜨려야만 역발상이 라고 할 수 있다.
제품 광고에 멋진 남자 모델이 등장하는가 하면, 남 성들과 가까운 자동차나 주류 광고에는 반대로 여성 모델이 출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흔히 ‘역발상 마케팅’이라고 한다. 역발상이란 기존 사고 와 거꾸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생각을 내놓았다고 해서 모두 역발상은 아니 고, 새로운 생각 중에서도 기존의 상식이나 관념을 깨뜨려야만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에 형 성되어있던 통념, 상식, 고정관념, 편견 등에서 벗어 나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발상을 전환해 남들과 차 별화된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 바 로 역발상이다. 따라서 역발상 마케팅이란 소비자들
Management Insight
이 생각하는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전 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인식시켜주어 소비 자들로 하여금 자사의 브랜드를 강력하게 기억하도 록 돕고 결국 이를 통해 자사 브랜드의 차별화나 독 특한 포지셔닝을 성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써, 루마니아를 연상시키는 ‘ROM’이란 상표와 루마 니아의 국기를 사용한 포장으로 1964년 첫 출시 이 후로 국민 초콜릿 바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루마 니아와 연결된 모든 것들을 촌스럽고 진부한 것으로 치부하는 루마니아 젊은이들에게 한결같은 롬 초콜 릿 바는 식상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루마니아의 젊
최근 성공사례 중에는 먼저 애국심을 마케팅에 이용한 신선한 역발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루마니아의 대표 초콜릿바 ‘롬(ROM)’의 사례가 있
84
다. ‘롬(ROM)’은 루마니아의 대표적인 초콜릿 바로
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바로 포 장에 있는 루마니아 국기였다. 젊은이들은 루마니아 국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었다. 포장을 변화시 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롬은 마
기존의 루마니아 국기 포장에서 American Rom 프로모션 후 미국 성조기로 포장 변화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 탄자니아 동물원
치 기습 공격을 하듯 어느 날 롬의 포장을 루마니아
까지 달성했다는 점이다.
국기에서 미국 국기인 성조기로 바꾸어 버렸다. 이 어 TV 광고에서도 건방진 표정과 제스처를 사용하
두번째로 역발상 아이디어로 사업 역전에 성공
는 인사가 나와서 미국식 영어로 “너희가 싫어해서
한 탄자니아 동물원 사례가 있다. 우리는 평소 동물
아예 미국 성조기로 멋지게 포장을 했어”라고 말하
원을 철창에 갇힌 동물들을 구경하는 곳으로 생각한
며 이것을 루마니아어 자막으로 처리했다. 광고 이
다. 하지만 탄자니아 동물원에서는 역발상을 통해
후 루마니아는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루마
동물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어 큰 인기를 얻
니아에 대한 모독이라며 기존에 사용하던 루마니아
었다. 당시 탄자니아에서는 이리의 잦은 습격으로
국기로 다시 바꾸라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났다.
큰 피해를 겪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외출 시 아
루마니아 소비자들은 스스로 팬 카페를 만들고, 청
이들의 안전이었는데, 이를 걱정한 한 여인이 아이
원 운동을 하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의 SNS를 통해
를 철창 속에 넣어 놓고 외출을 다녀왔는데, 어느 날
소비자 운동을 크게 벌였다. 그러자, 롬은 못 이기는
집에 와보니 이리 한 마리가 철창 주위를 맴돌고 있
척하고 일주일 만에 원래의 포장으로 다시 돌아갔
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탄자니아에서 기사화되
고, 루마니아 국민은 자신들의 국기와 대표 초콜릿
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마침 이 기사를 본 동물
바를 지켜냈음에 안심하며 애국심에 고취되었다. 또
원 직원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바로 ‘사람
한, 소비자들이 전에 느끼지 못했던 롬 초콜릿 바에
과 동물의 역할을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발상이었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크게 증가해 마케팅에도 큰
다. 그래서 동물원의 콘셉트를 사람이 주가 아닌 동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역발상적 시도를 통해 국가
물이 주가 되는 동물원으로 정하고, 사람이 철창에
전체를 뒤흔든 루마니아의 롬 초콜릿 바 사례는 많
갇힌 채로 차에 실려 이동하면 동물들이 다가와 사
은 것을 시사해 준다. 먼저 관심을 끌지 못하던 진부
람을 구경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사파
하고 재미없던 초콜릿 바가 광고 하나만으로 국민의
리의 철창 차에 갇혀 어슬렁거리는 사자, 먹이를 얻
애국심과 자존심을 건드리며 단 일주일 만에 엄청난
기 위해 차에 달려드는 호랑이, 무리를 지어 걸어가
움직임을 만들어냈다는 것, 그리고 단 한 번의 신선
는 코끼리,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 철창 위에서 기지
한 아이디어로 모든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
개를 켜는 원숭이들을 생생하게 쳐다보면서 마치 대
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충성고객을 만들어내는 성과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85
Management Insight
www.kocam.org
CMR 2015 Vol. 14
의료혜택을 제공했으며, ‘원두 주식(Beans Stock)’이 라는 스톡옵션을 주었다. 슐츠 회장의 직원 사랑은 종업원을 파트너라고 부르는 호칭만 봐도 알 수 있 다. 결국, 회사의 관심과 인정을 받은 종업원들은 자 신의 사업처럼 열심히 일했고, 스타벅스는 세계를 석권할 수 있었다. 직원을 회사의 비용이나 이용해 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소중 히 여기고 떠받드는 존재로 생각한 슐츠 회장의 사 고의 전환이 스타벅스의 오늘을 가능케 한 것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고를 뒤집어 생각해보 는 것, 문제의식을 품고 기존의 것을 무너트리는 역 발상은 식상하고 뻔한 마케팅에 지루함을 느끼는 소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고를 뒤집어 생각해보는 것, 문제의식 을 품고 기존의 것을 무너트리는 역발상은 식상하고 뻔한 마케 팅에 지루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매우 신선하고 새로운 관 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비자들에게 매우 신선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고객들 간의 전파 속도가 빠 른 바이럴 환경하에서 상황을 역전시키는 기발한 역 발상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늘 대세 를 따르기만 하지 말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과감 히 선택하는 능력과 용기가 기업인들에게 필요한 시
결국, 탄자니아 동물원에 대한 소문은 전 세계 관광
대다. 지금 우리 기업,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가
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세계 각지로부터 많은 관
능한 역발상은 과연 어떠한 것이 있을지 한번 곰곰
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었으며, 이와 함께 많은 동물
히 생각해보자. CMR
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역발상 아이 디어는 평범한 비즈니스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을 가 지고 있다.
Management Insight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에서 마케팅 전 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장기신용은행, 삼성경제연구소,
세번째는 고객이 아닌 직원을 최우선시하는 내
현대차, 이노션을 거쳐 마케팅, 유통, 서비스, 광고 분야가 주전공
부마케팅에 관한 사례이다. 고객보다 직원을 최우선
회 사무총장, <기독경영연구원 출판팀장>으로 활동 중이고, JAMS,
으로 존중한다는 철학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벅스의 역발상 경영을 살펴보자. 세계적인 커피 기 업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작은 원두커피 판매점에 불과했던 스타벅스를 크게 성장시킨 위대 한 CEO이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성공에는 슐츠 회 장의 각별한 직원 존중 철학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고 한다. 모든 기업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 는 ‘주주→고객→종업원’의 우선순위를 ‘종업원→고 객→주주’로 바꾸는 역발상을 한 것이다. 1988년부
86
정연승
터 파트타임 직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종합적인
으로 다양한 실무 경험과 이론적 연구를 쌓았다. 현재 한국 유통학 JSM등 유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였다. 현재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고, <기독경영연구원> 출판팀 팀장으로 섬기고 있 다. 저서로는 ≪49가지 마케팅의 법칙≫, ≪2018, 인구변화가 대
한민국을 바꾼다≫(공저), ≪한국경제 리포트≫(공저), ≪SERI 전 망 2001≫(공저) 등이 있다.
Book & Culture
어디든 ‘기독’ 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비웃음을 사는 시대입니다. 기독교적 음악, 기독교적 인간관계, 기독 교적 결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고 가치있는 개념에 굳이 ‘기독교적’ 이라는 말을 붙여 지향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CMR이 자선, 윤리 같은 일차원적인, 어떻게 보면 이미 세상(?)에서 훨씬 잘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성경의 메시지로 경영의 영역을 진지하고 세밀하게 살펴보고 ‘기독교적’으로 뿐만 아 니라 세상에서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간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돈이 전부인 시대에 기업경영을 성 경적으로 해 나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지만, 그것을 함께 고 민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함께 응원하고 고민하겠습니다.
김정규 도서출판 창비
경영학은 실용적 학문으로 현실의 필요에 의해 발전한 형이하학적인 학문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 인으로서 경영학을 대하는 철학을 고민할 필요는 있지만, 경영학과 같은 세속학문에 대한 기독교적 접근은 자칫 그 학문의 본질을 망각하고,형이상학적인 주장에만 머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CMR은 이러한 논 의들을 모아놓은 놀라운 장입니다. 교회에서, 대학에서, 현장에서 경영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 는 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은혜입니다. 더구나 전통적인 경영환경에서 초경쟁사회로 전환되어, 새 로운 변화를 위한 창의적인 발상이 요구되는 지금의 시점에서창조를 묵상함으로 창의적 경영의 근본이 무 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CMR을 통해 경영학이 하나 님나라를 이땅에 임하게 하는 수단으로 쓰이길 기도드립니다.
이병환 경북대학교 대학원 경영학부
경영하기 만만찮은 시대에 경영에 대한 성경적·실천적 가이드를 제공하는 CMR, 13호는 특히 관심 있 던 키워드가 가득했습니다. 유서 깊은 기독단체에서 사역하며 혁신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갈증이 있던 터에 ‘역-혁신’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보면서, 그럼에도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 반추하고, 미처 읽지 못했던 책장을 살포시 넘겨보도록 만드는 취향저격 책 소개나 영화 소개에 환호했습니다. 기독 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본 커버스토리는 무척 탐이 났습니다. CMR의 폭넓은 구성과 세심함은 늘 도전이 됩니다. 다음 호도 기대하겠습니다.
신효영 사단법인 기독교학술동역회 대표간사
87
Book & Culture
‘경제 민주화를 말하다’를 읽고 편주현 고려대 교수
결하여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관 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책의 저자들은 무척 화려하다.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인 노암 촘스 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를 비롯한 세 계 석학들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까지 시 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찰력 있는 연사들의 글 을 편집하여 한 책으로 묶어놓았다. 전세계가 관심 을 가지는 이슈에 대하여 다양한 분야와 관점에서 활 동하는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시간이 많지 않은 독자는 자신의 선호와 관심에 따라 저자들의 글을 선별하여 읽어도 무방하기 때문에 편리함까지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은 현재 세계 경제 체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 점에 대한 문제 제기로 부터 시작하여, 이런 문제가 노엄 촘스키 지음 | 김시경 옮김 | 위너스북
경제부문에 한정되지 않음을 보이고, 경제, 금융, 환 경, 복지, 빈곤퇴치등 각 분야에서 어떤 대안을 가지 고 인간의 가치가 존중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갈 수
88
이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드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 이책에서 많은 연사들이 주
러나기 시작한 경제 체제와 금융부분에 나타난 여
되게 제시하는 비판중의 하나는 ‘배보다 배꼽이 더
러 문제들을 꼬집고 있다. 영어 원제 People First
커졌다.’는 우리 속담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바
Economics 라는 제목만 보아도 추측할 수 있듯이 진
로 실제적인 생산 부문보다 생산을 돕기 위해 존재
정 인간을 위한 경제 체제가 무엇인지, 현재 경제체
하는 금융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 시스
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템이다. 우리 삶의 기본 요소중의 하나는 의식주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반면 한국
관련된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고 소비하는 활동이
어판의 제목은 원제와는 달리 ‘경제 민주화를 말하
다. 금융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이런 실물 생산과 관
다’로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최근 화두로 떠올랐던 경
련된 활동을 영위함에 있어 생산 주체간의 거래비용
제 민주화에 대한 논의를, 이책의 여러 논의들과 연
을 낮추고, 적시에 필요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
Book & Culture 로 일종의 윤활유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그렇다면 이렇게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관점에서 금융 발전이나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의 구
하는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전세계는 커
축이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많은 연구들이 등
다란 실패를 경험하였다.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이
장하였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은행위
없는 것인가? 많은 저자들은 문제 제시에 그치지 않
기들과2007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주도의 움직임과 민간
는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생산 부문으로 부터 생겨
에서의 의식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암
난 문제라기 보다, 금융 부문의 왜곡에서 불거진 문
촘스키같은 석학은 오히려 현재 당면한 금융위기가
제라고 볼 수 있다. 더이상 금융이 보조적인 역할에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많
머무르지 않고 자체의 증식을 통해 모든 생산의 영
은 석학들로 부터 나온 해결책에는 금융의 사회화,
역을 종속시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
제도와 규제의 정비, 정부 정책의 재정비, 경제 불평
유하자면 윤활유만으로 차를 움직이려하는 시스템
등을 고려한 정책의 집행 등등 여러 현실적인 대안
의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이 책에서
들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에 남는 것은 투명
나타난 일관된 지적중의 하나이다.
성의 확보와 민주주의 확대등 우리가 이미 알고 인 정하는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우리의 일터와 사
이 책은 금융의 왜곡을 통해 불거진 다른 여러가 지 문제들 역시 지적하고 있다. 삐걱거리는 경제 시
회 가운데에 중요한 가치로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 다는 것이다.
스템에서 끊임없이 거대 자본에게 집중되는 부의 편 향 문제와 환경 문제에 대한 심도높은 토론을 제시
책을 추천하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시대에 기
하고 있다. 또한 이런 여러가지 문제들을 국가안의
업을 이끌어가는 크리스찬 경제, 경영인들이 구조적
이슈로 한정하여 바라보지 않고, 국제적인 이슈로
인 문제 가운데 있는 전세계 경제시스템에 대한 이
확대하여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특별
해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어떤 의미있
히 북반구의 선진국과 남반구의 개발도상국(North-
는 가치 창출과 추구를 통해 현 시스템을 바꾸어 갈
South)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권력 야합과 불평등의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한다고 본다.
문제까지 언급하며, 전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를 바
타고 있는 고장난 차에서 내릴수 없다면 어떻게 해
라보는데까지 도움을 주는 책이다. 예를들어 국제관
야 하는가? 주류의 흐름을 따라 물질적인 가치를 성
계를 바라보는 한 석학의 인상 깊은 의견을 소개하
취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
면, 자야티 고시 교수는 현재 나타난 글로벌 불균형
운 가치를 창출하며 지속가능한 사업 모형을 제시하
은 개발 도상국이 채택한 수출지향적 모형의 모순으
고, 경쟁 가운데 처하지만 공생의 가치를 소홀히 하
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개발 도상국의 높은 저축
지 않는 기업인들이 일어나길 소망해본다. CMR
률과 낮은 투자율, 동시에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자 본이 미국의 안전자산을 소유하기 위해 투자되는 흐
편주현
름을 통해 불균형이 심화되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이런 글로벌 불균형은 남반구의 개발 도상국들이 북
다. IMF에서 인턴과 아시아 개발은행의 컨설턴트를 거쳤고, 대외경제정
반구 선진국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고 꼬 집고 있으며, 세계화의 허상에 빠져있는 여러 개발 도상국에게 국내의 수요 창출과 더불어 내수를 살리 고 지속가능한 모형을 찾을 것을 역설하고 있다.
대(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 책연구원에서 1년간 재직하였다. 현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
직 중이고 <기독경영연구원> 운영위원과 연구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남북한 경제통합의 혜택과 한반도 통일 국가의 역할≫ (공 저) 등이 있다.
89
Book & Culture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지강유철 양화진 문화원 선임연구원
지오아키노 로시니(1792-1868)는 이태리 페사로 출신의 작곡가입니다. ‘벨칸토 오페라 시대의 최고 작곡가’였던 로시니는 당시 가장 유명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울리케 팀은 <오케스트라>란 그의 책에서 “1816-1830년까지 유럽을 휩쓸었던 로시니 열풍은 아마도 1960년대의 비틀즈 열풍과 비교할 만한 것”이라고 썼습니다.
몇 작품을 남기지 않았지만 로시니는 빼어난 종
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교 음악 작곡가이기도 했습니다. 1842년에 볼로냐와 파리에서 초연이 된, 십자가 앞에서 통곡하는 마리
로시니는 죽을 때 막대한 재산을 남겼습니다. 그
아를 노래하는 <스타바트 마테르>는 그 해에 유럽의
는 유언장에서 두 번째 아내 펠리시에가 죽으면 고
29개 도시에서 공연이 되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향 페사로에 유산 기부를 명했습니다. 그의 유언에
감동시켰고, 그를 대표하는 음악 중 하나라는데 이
따라 페사로에는 음악원이 창립 되었습니다. 그렇게
견이 없습니다.
설립된 로시니 음악원은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매년 여름엔 페사로에서는 로시니의 음
로시니는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 특히 개신교인
악만으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데, 로시니의
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작곡가입니다. 우선
오페라를 부르는 가수들에는 한 번쯤 꼭 서 보고 싶
그는 인기가 절정이었던 1829년 <기욤 텔>(윌리엄
은 꿈의 무대라고 합니다.
텔 또는 빌헬름 텔이라고도 번역)이란 오페라 발표
90
를 끝으로 사실상 은퇴를 합니다. 이때 그의 나이 37
<스타바트 마테르>는 헨델의 <메시야>와 어깨를
살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이 붙으면 흥행이 보장되었
겨룰 만큼 당대 사람들을 열광케 했던 작품입니다.
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오페라를 써 달라고
볼로냐 초연 때 이 곡의 지휘를 맡았던 후배 오페라
매달렸지만 그는 76살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입장을
작곡가 도니체티는 초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
바꾸지 않았습니다. 14살에 오페라를 처음 작곡하여
다.
37살까지 무려 37개의 오페라를 작곡한 것으로 자신
Book & Culture
지오아키노 로시니(1792-1868)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에 엄청난 감동을
오스트리아와 영국에서 더 강했습니다. 바흐, 헨델,
경험한 이들은 주로 드라마틱한 음악을 선호하는 프
베토벤 등의 음악을 전통적 교회 음악이라 이해했던
랑스와 이태리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음악
그들의 잣대로 보자면 로시니는 종교 음악이 아니었
비평계에서는 <스타바트 마테르>에 대한 시선이 곱
던 것입니다. 바그너는 <스타바트 마테르>의 성공
지 않았습니다. 예수의 성 고난주간에 주로 연주되
에 배가 아팠던지, “로시니가 신앙심이 깊다고 말한
는, 십자가 아래서 심장을 도려내는 고통과 탄식으
다면 온 세상이 ‘신앙 그 자체 일 것’이라고 비아냥거
로 노래하는 성모 마리아의 노래가 너무 화려하다는
렸습니다. 독일인 중에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이나
게 그 이유였습니다. 너무 밝고 화려한 수난 음악이
하인리히 하이네와 같은 예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
라며 눈살을 찌푸렸던 것입니다.
만 말입니다. 이념적으로 하인리히 하이네는 혁명을 지지하는
수난 음악이란, 아니 종교 음악이란 대성당에서
정도가 아니라 그 때문에 망명을 선택하고, 자신의
오르간과 합창으로 슬픔을 내면화하는 것이어야 한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조국의 개혁을 말한 시인이었
다고 생각했던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로시니의 <스
습니다. 반면에 로시니는 1830년 프랑스 혁명 때 로
타바트 마테르>는 매우 불경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시니는 프랑스로부터 받던 종신연금을 더 이상 받을
그들에게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세속적 오
수 없게 되자 6년의 법정투쟁을 불사했습니다. 연금
페라 냄새가 너무 많이 났던 것입니다.
도 연금이었지만 혁명 때문에 그 이전에 자기와 구
그 열광은 말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마지막 리허설이 끝나자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귀가하 는 로시니를 집까지 따라가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첫 공연 뒤 청중은 모두 그의 집으로 몰려가 창문 아래 둘러서서 ‘로시니’를 외쳤다.
그래서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에는 ‘오페라
축해 놓았던 파리의 오페라 극장과의 관계에도 적잖
와 교회 음악의 잡종’ 내지 ‘세속화된 교회 음악’이란
게 문제가 생겼던 것입니다. 1848년의 이태리 혁명
낙인이 찍혔습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독일과
때는 반동으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하
91
Book & Culture
들을 만한 음반으로는 정명훈이 지휘하고 루바 오르고나소바와 체칠리아 바르톨리(소프라노) 등이 독창자로 나선 빈 필하모닉의 <DG> 음반과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고 안나 네트렙코, 조이스 디도나토(소프라노), 제임스 브라운리(테너), 일데브란도 다르 칸젤로(베이스)가 독창을 맡은 로마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워너 클래식> 음반, 그리고 합창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마르쿠스 크리드 지휘의 <아르모니아 문디> 음반도 곁에 둘 만한 소중한 음반입니다.
이네에게 로시니는 개혁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로시니가 수락한 것은
그는 로시니를 위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파격적인 작곡료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러나 로시니가 이 곡의 작곡을 결심한 것은 이
로시니 선생은 최고의 마에스트로이며, 음악의
작품을 의뢰한 스페인 출신으로 프랑스 국가 고문이
햇살을 온 세상에 비추는 이탈리아의 태양입니다.
자 사제였던 페르난데스 바렐라가 작품을 사적으로,
선생의 예술적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못하는 가
즉 공적인 미사에서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악보
련한 우리 독일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들이
를 출판하지 않겠다는 점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선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선생의 음악이 장 미꽃으로 뒤덮여 있어, 사색적 무게와 철저함이 부
이렇게 보자면 로시니가 <스타바트 마테르>를
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인들은 선생
작곡하게 된 첫 번째 동기가 신앙심이었던 것 같지
의 음악이 너무나 가벼운 날개를 달고 천상을 날아
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교회가 70-80년대
다닌다고 생각합니다.
에 드럼이나 기타, 또는 색소폰이 술집이나 건전하 지 못한 사람들의 대중음악에 사용하는 악기라며 예
사실 로시니도 <스타바트 마테르>를 작곡해 달
배 때 사용하는 것을 불편해 했던 것처럼 로시니의 <
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
스타바트 마테르>를 불편해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습니다. 이미 조스캥 데 프레, 팔레스트리나, 스카를
는 게 제 생각입니다.
라티, 비발디, 하이든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같
92
은 제목으로 빼어난 작품을 많이 남겼거든요. 특히
오페라 어법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그의 음악을
로시니는 1736년에 작곡된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세속적이라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게다가
마테르>에 경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페르골레시
로시니가 작곡 의뢰를 받고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
의 이 작품은 100여 년 동안 거의 독보적 위치를 점
지는 무려 10여 년이나 걸렸습니다. 그 10여 년 동안
Book & Culture
로시니의 신앙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했다고
곡 ‘성모 서 계셨네’는 라멘토(조가弔歌) 형식을 취하
단정할 만한 일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면서도 격렬한 슬픔을 승화한 감동적인 곡입니다. 연주 시간은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첫 초연이 1833년 에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바렐라는 수난 주간에 연
들을 만한 음반으로는 정명훈이 지휘하고 루바
주되길 원해 로시니를 독촉했거든요. 그러나 로시니
오르고나소바와 체칠리아 바르톨리(소프라노) 등이
는 요통 때문에 계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스타바트
독창자로 나선 빈 필하모닉의 <DG> 음반과 안토니
마테르>의 1/3을 조반니 타돌리니에게 대신 쓰게 했
오 파파노가 지휘하고 안나 네트렙코, 조이스 디도
습니다. 1833년 초연 때의 작품은 공동 창작이었던
나토(소프라노), 제임스 브라운리(테너), 일데브란
셈입니다. 4년 뒤 바렐라가 죽자 출판업자에게 이 작
도 다르칸젤로(베이스)가 독창을 맡은 로마 산타 체
품이 넘어갔습니다. 그 사실을 안 로시니는 출판과
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워너 클래식> 음반,
연주를 금하고 나머지 부분을 새로 썼습니다. 때문
그리고 합창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마르쿠스 크리드
에 사실상의 초연은 1842년으로 미뤄졌던 것입니다.
지휘의 <아르모니아 문디> 음반도 곁에 둘 만한 소 중한 음반입니다. CMR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10곡으로 구성되 어 있습니다. 4명의 독창자와 합창단, 그리고 오케스 트라에 의해 연주하도록 작곡된 이 곡은 제1 소프라
지강유철
1958년 태어나 총신대 교회음악과에서 지휘를 공부하고 삼일교회,
왕성교회, 산정현교회 등에서 성가 지휘와 청년 담당 교역자를 지냈
노, 제2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가 한 곡씩 독창을 합
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교회개혁실천연대의 사무국장으로, 뉴스
니다. 오페라적인 형식미와 선율도 뛰어나지만 5번
셉의 회상> <안티 혹은 마이너> <장기려, 그 사람>이 있다. 2009년 5
과 9번(‘내 육신이 소멸할 때’)은 교회 음악의 전통적 인 형식인 무반주로 부르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첫
앤조이와 월간 인물과사상의 기자로 봉사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요 월부터 100주년기념교회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으로 섬기고 있다.
93
Book & Culture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
내일을 위한 시간 최은 영화연구자
94
우울증으로 휴직중이던 산드라(마리옹 꼬띠아
의 도움으로 사장을 만나 재투표를 요청한다. 산드
르)는 직장 복귀를 앞두고 비참한 소식을 들었다.
라가 무사히 복직하기 위해서는 과반수인 아홉 명
사장이 산드라의 복직을 직원들의 투표로 결정하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
기로 하고, 산드라와 보너스 천유로 중에서 선택하
내일을 위한 시간>은 재투표를 앞둔 산드라가 주
도록 한 것. 열여섯 명의 동료들 중 두 사람을 제외
말 동안 열 네 명의 동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
하고 나머지 열 넷이 보너스를 택했다. 산드라가
명하고 지지를 부탁하러 다니는 길을 차분히 뒤따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해고되어야 한다고 반장이
른다.
동료들을 협박한 결과였다. 산드라는 동료 줄리엣
Book & Culture
구걸하는 것 같은 자괴감과 수치를 무릅쓰고
자본의 논리는 속삭인다. 선택의 순간에는 산드라
산드라가 자신을 거부했던 동료들을 차례로 방문
와 선택의 주체인 자신들까지도 모두 익명의 존재
하는 동안 그녀와 함께 우리는 그것이 비단 돈과
여야 했다. 눈치를 살피며 동료들은 하나같이 묻는
동료애 사이의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 “다른 사람들은 뭐래?”
깨닫게 된다. 거기에는 누군가를 밀어내야만 자 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불안과 그 불안을 이용하는 구조적인 힘이 개입 되어 있었다. 선택권을 지닌 그들 대다수는 대출금을 갚고 애 인과 새 출발을 하고 이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서 불법 ‘투 잡’을 뛰어서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처지였다. 산드라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절대빈곤 에 처해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 각자에게는 쉽게 포 기할 수 없는 천유로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산드 라가 그간 수년을 함께 일해 온 동료이기 전에 우 울증 환자라는 점은 그들의 선택에 면죄부를 부여 했을 것이다. 그들의 반대표가 아니더라도 산드라 는 결국 경쟁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타자의 얼굴은 윤리적 명령이다
산드라 없이 무기명 투표를 할 때와 달리 주말,
은밀한 노동과 휴식의 시간에 불쑥 나타난 산드라 는 그들에게 분명 불편한 존재였다. 에마뉘엘 레 비나스는 무기력하고 저항력 없는 타자의 얼굴에 직면할 때 나는 내 자신이 죄인이며 부당하게 나 의 소유와 권리를 향유한 사람임을 인식하게 된다 고 말했다(강영안, 『타인의 얼굴 : 레비나스의 철 학』, 문학과 지성사). 나에게는 이 얼굴의 호소를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그것이 곧 불의를 저지르는 일이 되므로 나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 된다. 그런데 이처럼 자신을 향한 무한대의 자유와 집중을 멈추고 타자의 얼굴에 윤리적으로 반응할
95
Book & Culture
때, 즉, 타자를 환대할 때, 인간은 익명성을 탈피하
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안느가 말했다. 그녀는 산
고 비로소 주체로서 바로 설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드라 편에 서는 것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
타자란 사회적 약자로, 성경적 의미의 ‘고아와 과
고, 자신을 찾아와 준 산드라에게 오히려 고마워한
부’를 뜻한다.
다. 산드라라는 타자를 환대하고 그 얼굴에 윤리적 으로 반응했을 때, 안느는 비로소 자기 인생의 주
그렇다면 곤경에 처한 산드라의 얼굴에 동료들 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산드라는 실상 그들 중 누 구의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그녀에게 지지를 약속한 동료들을 만난 곳은 상점이나 세탁소나 축 구장이었고, 거절한 동료들은 대부분 집 문 앞이나 길가에 멈춰 서서 짧은 대화를 허락했을 뿐이다. 특히 가장 친한 동료였던 나딘은 인터폰 너머에 숨 어 대면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산드라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었다. 산드라에 대한 안느의 환대는 그래서 더 특별하 다. 안느는 산드라에게 잠깐 집에 들어오겠느냐고 물어봐 준 유일한 친구였다. 남들처럼 그녀도 새 집과 뜰을 수리할 돈이 필요했지만 안느는 진심으 로 산드라를 걱정했고 그 문제로 남편과 다투고 결
96
국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나를 위해 뭔가를 결심
인이 될 수 있었다.
환대가 만들어 낸 저항, 저항이 된 환대 칸 황금종려상으로 이름을 알린 <로제타 >(1999)로부터 <아들>(2002) <더 차일드>(2005) < 로나의 침묵>(2008) <자전거 탄 소년>(2011)에 이 르기까지 벨기에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산드라나 동료들처럼 그 자신이 타자 이면서 또 다른 타자의 윤리적 명령에 직면한 인물 들을 그려왔다. 거리의 부랑아와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소년 범죄자, 마약중독자, 불법 이민자와 그 들에게 기생하여 착취하는 브로커들이 다르덴의 ‘타자들’이다. 평생 환대라고는 받아본 적도 보고 배운 바도 없을 그들은 손바닥만 한 양심에 기댄
Book & Culture
채, 도덕적 선택 앞에서 낯선 감정으로 갈등하곤
마침내 재계약을 앞둔 계약직 동료 대신 석 달
한다. 하지만 다르덴의 영화들은 인물들이 처한 상
후 복직하게 해주겠다며, 사장이 다시 ‘합리적인’
황이 단지 개인의 윤리적 딜레마일 뿐 아니라 산업
제안과 회유를 건네 오지만, 투표와 면담을 마치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루되어 있음을 간과하
회사를 나서는 산드라의 발걸음은 반듯하고 흔들
지 않는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그 중에서도 약
림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한 모습으로 웅크
자이자 타자에 불과한 개인이 구조적인 사회악에
리고 누워있던 첫 장면의 산드라를 생각하면 산드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라의 이 싸움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아
작품이다.
보인다. 그녀는 이제 책임 있는 주체가 되기를 회 피하고 타자를 밀어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모두
폭력적인 거절과 눈물겨운 환대 사이에서 산드
가 그럭저럭 타협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그건
라는 그 주말에 삶과 죽음을 오가는 경험을 한다.
아니라고, 그럴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한 사람이
그 시간은 산드라가 그간 익명의 가해자 집단으로
되었다. 세상은 결국 안느 같고 산드라 같은, 그 한
만 느끼던 동료들의 ‘얼굴’을 대면하는 동안 또 다
사람‘들’에 의해 바뀌는 것 아니겠는가 . CMR
른 ‘타자들’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베풀어진 환대를 그녀 나름의 환대로 응대하면서,
최은
그녀는 비로소 미워하고 싸워야 할 대상을 바로 볼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했고(영화예술학 박
수 있게 되었다. 산드라를 통해 영화는 책임을 져
중영화가 동시대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에 관한 책을 집필하면서,
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이 책임을 방기할 때,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방식인 것처럼 보이
사), 중앙대와 청어람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했다. 영화 연구자로 대 부르심에 따라 비정규직 말쟁이 글쟁이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와 사회>(공저), <알고 누리는 영상문화>(공저)가 있다.
는 다수결 원칙과 개인적 면담마저도 약자들에게 폭력이자 기만일 수 있음을 폭로한다.
97
Book & Culture
주일신앙이 평일로 이어질 때
성경적 관점에서 본 일과 일터 홍병룡 아바서원 대표
1990년대 중반 미국 철강회사 임원이자 평신도 지도자였던 윌리엄 딜의 선구적인 책, [월요일을 기 다리는 그리스도인](IVP 역간)을 출판하여 한국교 회에 소개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의 말 가운데 아 직도 기억나는 대목은 그가 몇 십 년 동안 같은 교 회에 다녔지만 교회에서 그에게 평일에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 일이 신앙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그 일을 신앙인답게 수행하려면 교회가 어 떤 도움을 줘야 할지 등을 물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일 신 앙이 우리가 눈뜨고 생활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 내는 일터와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런 신앙을 진지하게 여기겠는가 하고 반문 했던 것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로부터 몇 십 년이 흐른 오늘, 한국의 수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교회에서 평일 넬슨 지음 | 홍병룡 옮김 | 아바서원
의 일에 관한 성경적인 설교를 들어본 적이 있느 냐?”고 묻는다면 어떤 응답을 받게 될까? 혹은 “당 신이 그동안 읽은 신앙서적 가운데 일을 주제로 다 룬 책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 어떤 대답을
98
얻게 되겠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의 교회가
Book & Culture 목사나 선교사에게 안수를 하여 파송하듯이 일반
교회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그리스도를
직업을 가진 교인들을 분야별로 불러내어 공개적
만유의 주님으로 고백하는 신앙에 걸맞게 사적인
으로 파송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런 질문
영역과 공적 영역 모두에서 복음의 진리에 따라 그
들에 대해 어떤 답변을 얻게 될지는 누구나 충분히
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실로 시급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변은 오늘 한
절박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국교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 다.
최근에 일과 관련된 중요한 기독교 서적들이 잇 따라 출판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현상이다.
요즘 나는 시간이 갈수록 일과시간에 직장에서
2013년에는 [일과 영성](팀 켈러, 두란노)과 [일과
수행하는 일이 내 삶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
창조의 영성](파커 파머, 아바서원)이, 2014년에는
고 있는지, 이에 비해 내가 교회에서 주말에 예배
[월요일의 그리스도인](최영수, 생명의 말씀사)이
하고 교제하고 봉사하는 시간이 얼마만큼 되는지
출판되었고, 금년에 들어와서는 [나는 직장에서도
를 더 많이 의식하게 된다. 아울러 이 양자 사이의
크리스천입니다](세바스찬 트레거, 그렉 길버트,
관계에 대해서도 더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 지금과
생명의 말씀사)가 본서에 앞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
같이 주일의 신앙과 평일의 일이 단절되지 않고 만
었다. 이 가운데 직장사역훈련센터의 대표로 일하
일 양자가 매끄럽게 이어진다면 우리의 일터에 어
는 최영수목사의 책은 그동안 방선기목사를 중심
떤 변화가 일어날까? 오늘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으로 한 직장사역 운동이 낳은 좋은 열매라서 더욱
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어떻게 바뀔까?
고무적이다.
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그리스도인의 의식구 조와 일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면 몸담은
[주일신앙이 평일로 이어질 때]는 저자 톰 넬슨
일터는 물론 거기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 그리
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강연하는 유명강사로
고 한국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들어준 책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본인이 상당 기
현재 내가 속한 교회도 앞에서 언급한 윌리엄
간 일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 무지한 채 이분법적
딜의 교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목회자들은 교
사고방식을 갖고 교인들을 지도했으며 때로는 일
인들이 교회에 더 자주 나오도록 독려하고 무언중
중독에 빠지곤 했음을 고백한다. 이후 하나님의 은
에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의 양이 그 사람의 신앙
혜와 성경연구, 성령의 인도, 지혜로운 조언자 덕
수준을 말해주는 듯이 여긴다. 다른 교인들과 개인
분에 일과 소명에 대한 올바른 신학을 정립하여 본
적으로 혹은 전도회 같은 모임에서 만나더라도 평
인의 목회사역과 교회에 큰 변화를 초래하였다고
소에 하는 일과 직업에 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
말한다. 목회자의 의식전환이 교회 공동체에 얼마
는다. 일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
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하다. 우리의 직업은 신앙과는 상관없고 단지 돈
다. 이런 간증을 담고 있는 만큼 목회자와 평신도
을 벌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를 모두 독자층으로 아우르는 책이다.
고들 생각하는 듯하다. 교회에서 받는 신앙훈련이 일상생활에, 특히 사업과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영
첫 세 장은 우리에게 익숙한 성경적 세계관(창
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 이런 한국교회의 현실을
조-타락-구속)에 비추어 일을 조명한다. 하나님의
감안하면, 주일과 평일, 교회중심의 종교적 활동과
형상을 지닌 인간이 본래 일꾼으로 창조되어 창조
세상에서의 세속적인 일을 성/속으로 나누는 한국
세계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청지기 역할을 맡았으
99
Book & Culture 나, 타락의 결과 일이 고통스런 노동으로 변질되고
한 좋은 기획이라 여겨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나태와 일중독의 문제가 생겼지만, 모든 것을 변
있다면, 너무도 뻔한 얘기지만 미국인 저자인지라
화시키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의해 일과 일꾼도 구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속되었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어서 종말론적인 ‘이
국 특유의 이슈들- 회식문화, 애경사의 문제 등-은
미-그러나-아직’의 틀에 입각하여 현재 우리가 수행
앞에서 소개한 [월요일의 그리스도인]이 잘 다루고
하는 일과 장차 새 하늘과 새 땅에서의 일 사이의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끝으로, 이 분야의 베테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다루면서 현재의 일이 결코
랑으로 오랫동안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준 방선기
시간낭비가 아님을 강조한다. 저자가 “우리가 일을
목사는 “내가 아쉽게 느꼈던 부분을 거의 완벽하게
만들고 우리의 일이 우리를 만든다”(“우리가 책을
보완한” 책으로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
만들고 책이 우리를 만든다”는 교보문고의 모토를
가 배우고 깨달은 바를 개인적으로 적용할 뿐 아니
상기시킨다)는 명제 아래 일이 지닌 변혁의 능력
라 자기가 속한 교회나 공동체에서 독서그룹을 만
을 역설하는 점은 다른 책에서 접하기 어려운 통찰
들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다면 더 큰 파급효과가
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일이 현재 우리의 사람됨과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CMR
장차 우리가 어떤 인물이 되는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나에게 특히 신선하게 다가왔던
홍병룡
내용은 일과 공동선의 관계를 다룬 7장이다. “하나
표간사를 지냈다. 캐나다 리젠트칼리지와 기독교학문연구소에서 수
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일은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세계를 돌보고, 타인의 필요에 기여하고, 공동선을 장려하도록 정해진 하나님의 도구이다”(p. 165). 거의 모든 일을 이기적인 동기에서 수행하도록 부 추기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떤 다 른 동기와 목적을 품고 일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를 이상주의자 로 오해하면 안 된다. 이 책 전체에서 분명히 볼 수 있듯이 저자는 일과 일터의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희망찬 현실주의자’이다. 9장에서 다루는 일 터에서 직면하는 도전들 중에 성적인 유혹에 대처 하는 법을 읽어보면 이 점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마 지막 장은 일과 소명의 신학을 정립하여 지역교회 를 어떻게 새롭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몇 가지 실 제적인 지침을 제공해준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을 저자가 적절 한 비유와 성경 이야기와 본인의 경험을 곁들여 흥 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다. 아울러 각 장 뒤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리스
100
도인들의 실제 사례를 삽입한 것도 독자들을 배려
간사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IVP 대 학했으며, 현재 아바서원(협동조합) 대표로 일하고 있다. <평신도 신 학>, <당신의 하나님은 누구인가>(이상 아바서원], <예수의 도전 >(성서유니온선교회), <하나님은 월요일에 무슨 일을 하실까?>(새물 결플러스) 등 다수를 번역했다
Book & Culture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생각의 길, 2015
글쓰기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다. 그저 책을 읽 는다. <문장>(고종석, 알마, 2014)은 고종석이 라 읽었다. <문장>은 뒤로 갈수록 아쉬웠다. 1장 의 톤과 구성으로 끝까지 밀어 부쳐야했다. 1장 이 고종석이다. 박학다식과 수다스런 섬세함, 고 종석다움이 뒤로 갈수록 희미해졌다.<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0)는 고종 석 덕에 정색하고 다시 읽었다. 영어로 읽고 싶 은 책이다. 역사와 정치를 아우르는 지식인의 종 횡무진, 싸움닭 기질 다분한 조지 오웰의 활극이 다. 칼럼과 에세이쓰기의 정석, 조지 오웰은 무 엇보다 에세이스트다. 몇 몇은 통으로 외우고 싶 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윤태영, 책담, 2014)는 얻어 읽었다. 윤태영은 소년 같다. 풋풋함이 곳 곳에 배어 있다. 현실 정치 한복판에서 인간다 움과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고 글을 썼다는 것 은 굳건한 토대가 있다는 뜻이다. 가지런하고 바 지런한 글쓰기, 그야말로 푸근한 선배의 쪽 집게 노트다.<글쓰기 특강>은 궁금했다. 글쓰기로 산 첫 책이다. 훑어보고 확인하고 사려다 그냥 샀 다. 말과 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특강이고 말 인데 글됨과 운치, 리듬이 살아 있다. 오디오가 들리는 착각, 글에 대한 일가견이 일목요연하다. 유시민이 제자리를 찾았다.
번역하는 문장들
조재룡, 문학과지성사, 2015
무언가에 정통(正統)하다는 것, 어딘가에서 일가(一家)를 이룬다는 것, 그것이 좋아서건 아 니면 숙명처럼 고통스럽게 떠안은 것이던 거기엔 모종의 사태가 도사리고 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고 미루어 짐작키 어려운 그 무엇, 거기엔 자신의 인장을 또렷이 새기는 동안 흘린 피 냄새가 난다. 조재룡의 <번역하는 문장>의 서문(책머리에)은 압도적이고 치명(致命)적 이다. 치명적인 것들의 목록, 김현과 황현산과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 시절, 서동욱과 박준상과 김홍중의 <마음의 사회학>, 마음에 품었지만 언어로 엮지 못해 끙끙 앓았던 무엇 을 그들은 거기다 토해두었다. 조재룡은 말한다. “외국 문학은 한국어의 가치를 알아가야 하는 과제와 대면할 때만 우리에 게 외국 문학이 될 수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나는 떨쳐버릴 수 없다.” 그의 번역론을 읽는데 옷깃을 여미고 몸담은 곳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주체와 장에 대한 사유, 그의 번역론은 운 동론이다. 조재룡의 번역론은 단호하다. 단호에 담긴 그의 엄결성은 자신의 오장을 비틀어 짜낸 것이 분명해 읽는 이, 듣는 이를 자유케 한다. 단호할수록 자유케 되고 해방케 되는 이 묘한 읽기, 치명(致命)은 곧 해방이고 구원이다. 김현에서 황현산을 거쳐 조재룡에 이르는 역사가 도저하고 참으로 다행하다.
“번역은 경험적 사실들과 경험에서 축적된 지식과 언어를 통해, 다른 언어로 그 지식과 언 어를 위치시키면서, 매번의 맥락과 역사적 상황을 헤아려 말의 쓰임을 찾아가는 언어활동 전반에 대한 귀납적 성찰의 과정이며, 이는 사실 언어 자체의 속성이기도하다. 번역은, 번 역에 관한 이야기는, 번역에 관한 성찰은, 경험을 뒤로하고 전진하는 선험적 방법론이나 언 어-문화의 가변적인 속성을 제쳐놓고 저 혼자 앞장서 철학의 영역으로 달음질하고자 하는 사변적인 추체험의 기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조재룡의 복문, 명료하고 쫀득쫀득하다.
101
Book & Culture
감정과 욕망의 시간 - 영화를 살다 남다은, 강, 2015
“고해성사”는 반칙이다. 남다은은 고백한다. 남다은의 성정을 미루어 볼 때 명백한 반칙 이다. 남다은은 반칙을 무릅쓴다. 손해볼 일 밖에 없는 고백, 고백의 무력함을 아는 남다 은이 자신의 과거를 들추었다. 그 과정의 문장들이 둔탁하고 서걱인다. 남다은은 그 문장 속 정서의 삐걱거림을 퇴고하지 않았다. 남다은답다. 남다은에겐 남은 게 꽤 있(다고 본) 다. 남다은(의 글)을 <씨네21>에서 만났다. 남다은이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부터, 고백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할 때까지 빼놓지 않았다. <씨네21>을 다시 정기구독한 시점이 딱 그때 다. 752호 홍상수 에디션, 남다은은 753호 신전영객잔에 홍상수 영화에 대한 평론을 썼 다. 내가 읽은 남다은의 첫,이었다. 한참 여성 필자들의 글에 눈독을 들일 때였다.
설레는 순간,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 감흥을 붙들기 위해 망설이는 순간이 있 다. 가령 여행 가기 전 3일간의 설렘, 막상 개고생하고 갔다와 피곤해 죽지만, 여행은 그 3일의 설렘때문에 간다. 내겐 기다리던 이의 글이 묶여 출간되고 그 책을 손에 쥐는 순 간, 웃기게도 주문할까 사러갈까를 두근두근 고민했다. 남다은을 오래 오래 기다렸다. 남다은을 만난 적이 있다. 정성일이 만든 영화를 보고 난 후 GV자리였다. 거기가 씨네큐 브인지, 아트하우스모모인지, 압구정 CGV 무비꼴라쥬인지 가물하다. 남다은이 사회였 고, 정성일의 이야기 상대였다. GV가 끝나고 정성일 사인회가 있었다, 다들 정성일을 따 라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갔다. 난 반대방향, 그러니까 남다은이 질문지와 컵을 정리하는 책상 머리로 갔다. “팬입니다, 사인해주세요!” 식상하지만 진심어린 멘트였다. 남다은은 당황했다. “네~?” “글을 잘 읽고 있어요, 글이 좋습니다.” 누구 사인을 받고 말을 거는 걸 짓거리라 생각하 던 때였다. 가지고 있던 <씨네21> 남다은이 쓴 평론을 펼쳤다. 남다은은 거기다 “열공해 요, 우리! 남다은”이라고 썼다. 글씨도 악필이고 사인이 아니라 꼭꼭 눌러쓴 서명, 자기 이름이었다.
아마 남다은 생애 첫 “사인해주세요!”가 아니었을까. 몇 년 후 낙원상가 아트시네마에서 한 번 더 사인을 요청했다. 글이 삐걱거리고 있을 즈음이었다. 남다은은 기억했다, 생애 첫 사인해주세요라고 했던 이상한 남자를. 가볍고 편안한 웃음으로 이번엔 꽤 길게 써줬 다. 남다은의 글에서 심한 피로감이 느껴질 즈음이었다. 사인이 아니라 격려가 목적이었 다. 진실한 글쟁이의 글엔 문-취(趣)가 담긴다. 애정 어린 독자는 글에서 문-취를 맡는다. 김 혜리의 글이 최근 신통치 않다. 내 탓 일수도 있다, 여하튼 못 읽겠다. 남다은이 삐걱거리 다 필자에서 빠졌다. 스스로의 요청이었을 테다. 최근에 몇 꼭지를 썼는데, 부침이 여전 하다. 자기를 소진해 쓰는 글쟁이가 있다. 남다은이 다시 차오르고 부풀었으면 좋겠다.
102
철학의 헌정 : 5.18을 생각함 김상봄, 길, 2015
김상봉 선생은 무력하다. 80년 오월의 광주를 오늘 이 자리로 소환하려는 불가능하고도 무모한 시도, 오월에 대한 그의 사유는 길을 잘못 들었다. 80년 광주의 오월을 이야기하는 철학자는 무능하고 무 기력하다. 애초에 불가능하고 무모한 사유, 글이 절 룩거리고 비틀거린다. 무기력한 그의 글은 그래서 자주 시가 되고 선언이 된다. 비루하고 얍삽한 우 회, 철학자가 급기야 시를 쓴다. 시가 되어버린 사 유, 수포로 돌아간 시도, 돌이킬 수 없는 사유의 실 패.
80년 오월의 광주가 철학자의 손을 빌어 이제는 노 래가 된다. 노래 부르는 철학자, 본분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사태, 철학자는 어느새 춤을 춘다. 애 가를 부르며 승무(僧舞)를 춘다. 끝내 수행을 이루 지 못한 고뇌를 담아 춘다. 애초에 미완일 수밖에 없는 작업, 철학자가 자신의 몸을 내어 80년 오월 의 광주를 초혼(招魂)한다. 굿판이 된 글 뭉치들, 무당이 된 철학자. 모름지기 어떤 사태에 대한 어 떤 글은 이럴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생각이나 사유만으로 가 닿을 수 없는 거기, 철학 자는 홀로 앞서 몸을 끄-을-고 기어이 우리를 거기 데려다 놓으려 안간힘을 쓴다. 철학자의 딱하고 가 여운 몸부림, 몸서리치고 지새던 나날들이 겹친다. 차가운데 뜨겁고 차분한데 철렁거리는 글, 읽을 수 없고 읽기 불가능한 글, 울컥하고 울먹이며 삼킬 수밖에 없는 글, 말 안되고 글 될 리 없는 80년 오 월의 광주,가 파란곡절 끝에 김상봉 선생의 몸을 빌려 우리 곁에 시리고 눈부시도록 당도했다.
Book & Culture ■ Perspective
차별이 없는 사회 송 자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
만약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떤 사람이 점 쟁이가 되었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은 점쟁이도 못 되었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쟁이도 얼굴이 반듯해야 하는데, 호킹은 장애인인 데다 반듯하게 생기지도 않았기 때문이 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개인이든 나라든 타고난 능력과 여건이 다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기회의 평등 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입니다. 이런 이상적인 사회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은 수없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차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성별, 연령, 지연, 학연 등에 따른 차별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이러한 차별을 없애야 합 니다. 특히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악습은 무엇보다 먼저 타파해야 합니다. 부끄럽게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을 돕기는커녕 소외시켜온 것이 사실입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거니와 그들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 역시 따뜻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장애 인들 스스로도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고, 보호자들도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불편한 바깥세상에 그 들을 내보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애인들이 능력과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살아 갈 수 있는 편견과 차별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장애인들 중에서도 많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아울러 장애인들도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차별에 움츠려들지 말고 적극적인 사고와 의지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일 을 하며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만은 차별 때문에 장애인이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나 아가 장애인이 이 땅에 더 많은 공헌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무엇인가 자기 나름대로 잘할 수 있는 것을 한 가지씩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고 믿어야 하 며, 아울러 모두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나보다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차별할 게 아 니라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하나님께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서로 다른 것처럼 인간의 삶은 다양합니다. 서로의 차이와 다양한 삶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남들과 더불어 살 줄 모르는 삶은 불행한 삶입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구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시작된 것입니다. 은혜는 갚는 것이 도리입 니다. 그 은혜를 갚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 들이는 일은, 이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CMR
103
Q
Book & Culture 기독경영연구원 소개
What is biblical management? What would Jesus do if he is a CEO?
기업경영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옵시고
A
기업세계 위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하옵소서
기업 경영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헌금을 많이 하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업 내에서 예배, 전도, 신우회와 같은 종교활동을 하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업과 경영의 본질이 성경적 기반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독경영의 5가지 핵심원리 JusT ABC
우리는 믿습니다. 성경적 경영은 창조(Creation), 책임(Acountability), 배려(Benevolence), 공의(Justice), 신뢰(Trust), 이 5가지 핵심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연구
w 연구위원회 w 기독경영포럼 w 저술 및 출판
경영의 패러다임 전환 Paradigm Shift
교육
w 기독경영아카데미 w 기독경영캠프 w 기독경영학회(ACM)
차세대 리더양성 Next Generation
자문
w 기업건강센터 w 교회건강센터 w 기독경영칼럼
건강한 기업, 교회, 조직 Support & Consulting
경영과 조직의 재창조 Re-create the Business World for His Kingdom
사단법인 기독경영연구원 이사장 박래창 / 원장 배종석
104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328 (도화동 532) 신원빌딩 1층 (우121-729) 전화 02-718-3256 팩스 02-718-3528
kocam_spon.indd 1
이메일 kocam@kocam.org
웹사이트 www.kocam.org
13. 12. 5. �� 1:11
www.kocam.org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