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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R September 2013 Vo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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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문화에 사로잡힌 기업문화 김성훈 Univ. of New South Wales 교수

~ 충성! 푸른거탑은 아이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좋은 교 과서 역할을 한다. 한국사회에서 군대문화의 강력한 영향력은 쉽 게 관찰된다. 얼마 전 대리점에 강압적으로 물건을 내려보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식품 회사를 예로 들어 보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군인출신이 창업 한 이 회사에서는 예부터 군대식 상명하복의 문화 가 아주 노골적으로 강조되었다고 한다. 최고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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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부터 말단직원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상명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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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생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푸른

의 병영문화로 똘똘 뭉친 이 회사는 군대와 다름없

거탑’이라는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 푸른거탑은

었다고 한다. 회사는 군대문화를 유지 발전시키고

한 육군 부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자 아예 직업군인출신을 즐겨 뽑았다고도 한다. 이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코메디 연속극이다.

런 문화 속에서 잠겨 살아가던 영업사원들은 자연

군대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상

스럽게 자신들의 고객, 즉 대리점마저 군대식으로

황들이 배우들의 명연기에 담겨 코믹하게 전해진

거칠게 몰아 붙였다고 한다.

다.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군기’라는 개

이 회사는 다소 극단적인 사례라고도 할 수 있

념, 그리고 군대 특유의 상명하복의 인간관계가 자

다. 하지만, 군대문화를 연상시키는 한국의 직장문

리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푸른거탑을 시청하고

화에 대한 스토리는 주위에 흔하다. 많은 한국 기

나면, 우선 한참 웃는다. 그리고는 한국문화에 대

업들이 사원 교육의 일환으로 야간 행군을 포함한

한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게 된다. 군대문화는 한국

군대식 극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직장의 상사는

의 조직문화 구석 구석에 깊이 배어 있기 때문에,

마치 군대의 선임병처럼 부하에게 명령하고 다그

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집단의 목소리, 특히 상

고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문화에

관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종의 군

길들여진 한국인 조종사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원

기위반이므로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심지어 우리

활한 정보교류를 하지 못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지

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합리적인 조직문화를 자랑

않았을까 하는 분석 기사였다. 웬만하면 미국 공항

한다는 삼성조차도 그 조직문화의 근간에 군대식

또는 미국 항공기 제작사의 책임이 큰 것으로 드러

상명하복의 문화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

나기를 속으로 바라는 한국인에게는 여러모로 기

다. 군대문화만 알면 우리나라 기업 문화의 상당

분이 좋지 않는 기사였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부분은 저절로 이해된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

솔직히 뜨끔한 점이 많은 기사였다.

다.

한국에서 군대문화가 사회전반에 걸쳐 널리 깊

사실 기업이 군대를 닮아가는 현상은 우리나라

숙이 제도화(institutionalized)되게 된 데에는 나름

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

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 어느 나라에나 군대는 늘 사람들 가까이에 존재

일본 군국주의 아래서 근대화시기를 거쳤고, 미군

해 왔기 때문에 보고 배우기 쉽다. 그리고 사실 군

정을 거쳤고, 전쟁을 겪었으며, 이후 남북이 군사

대문화 만큼 그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조직 문화도

적으로 대치한 준전시상황을 버티면서 군사정부의

드물다. 인류는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군대라는

통치시기를 지냈다. 군출신 정치인들은 군대에서

조직 문화를 발전시켰다. 군대에서는 수천 명 심지

배운 리더십으로 국가를 이끌었다. 군출신 경영인

어 수백만 명이 함께 먹고 자며 하나의 목표를 위

들은 군대에서 배운 리더십으로 기업을 운영했다.

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군대는 죽음이라는 극

사병으로서 군대생활을 경험한 직장인들은 군대식

단적인 위험 앞에서도 조직원이 자신을 던지게 하

조직문화를 익숙하게 받아 들이고 순응했다. 군대

는 힘을 가진 조직이다. 이렇게 효과적인 조직인

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은 리더십에서 배제되었다.

군대가 기업이라는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

전통적인 유교문화는 상명하복과 충성을 강조하는

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산업화 시대에 이르러 많

군대문화와 결합되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이렇

은 사람이 공장에 한데 모여 물건을 만들어 내게

게 우리사회에 곳곳에 깊숙이 뿌리 내리게 된 병영

되자, 기업의 관리자는 이 많은 사람들을 효과적으

문화는 스스로를 재생산하기까지 한다. 어른들은

로 통제하고 관리할 조직관리 방법을 필요로 했다.

자녀들이 병영과도 같은 한국 기업 조직속에서 잘

이에 군대문화는 곧바로 참고할 만한, 그리고 이미

적응해 살아남기를 바라며 아이들로 하여금 일찍

그 효과가 충분히 검증된 조직 문화였다. 일찍부터

부터 병영문화를 체험하게 한다. 해병대 체험 프로

이를 지켜본 마르크스와 그의 제자들은 산업화된

그램과 같은 병영훈련을 겪으며 자란 아이들은 군

사회속에서 공장은 곧 거대한 병영과 다름 없게 되

대에 가기도 전에 이미 군대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었다고 한탄 했다.

다. 그래서 군대 문턱도 아직 가 보지 않은 어린 대

비록 기업과 군대가 닮아가는 것이 우리나라만

학생들이 동아리 후배들을 상대로 ‘군기’를 잡는다.

의 현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회사의 군기 문화는 확실히 유별난 면이 있다. 최근에는 샌프란 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항공 사고의 원 인을 두고 미국 언론은 한국 특유의 군대식 조직 문화를 거론했다. 군대를 거친 후 직장생활을 하 는 한국인들이 가진 독특한 위계적 소통문화가 사

군대문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러면 군대문화를 경영, 특히 기독경영의 관점 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우선, 조직문화로서 의 군대문화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무조건 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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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지만은 않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군대문화에

하면서,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의 조직을 ‘진’이라는

서는 누가 명령을 내리는 자이며 누가 명령을 따르

군사적 단위로 재구성하기도 했다. 교회에 군대문

는 자인지가 명확히 구분 된다. 따라서 전쟁과 같

화가 적용되는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

이 극단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군대에서

서 시작되어 전세계적으로 대학생 선교에 큰 역할

는 빠르고 안정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지며, 조직의

을 해 오고 있는 CCC의 경우, 단체의 이름에서부터

단합이 유지된다. 또 군대에서 임무의 완수는 조직

십자군(Crusad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교회

원 개인의 생명에 우선한다. 일단 명령이 내려지

조직에 군대문화가 반영된 가장 궁극적인 사례는

면, 군인은 개인이 가진 모든 것, 심지어 하나뿐인

아마도 ‘구세군’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모금 활동으

소중한 목숨까지 버려가며 그 명령을 수행해야 한

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 개신교 교단은 제

다. 이런 강력한 조직중심적 문화덕분에 군대는 많

국주의 시대에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이 교단은 그

은 인명의 희생을 무릅쓰고 전쟁이라는 엄청난 일

이름 자체에 ‘군(army)’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을 뿐

을 수행해 낸다.

아니라 교회의 조직도 군대식 체제를 따른다. 이

개인의 전적인 순종을 담보하는 군대의 문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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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 듯 하다. 예수님을

입고 사역한다.

찾아온 로마군 중대장(백부장)은, 군대에서 상급자

그렇다면, 성경에서 군대가 긍정적으로 묘사되

가 부하들의 절대적 복종을 당연히 끌어 내듯이 예

는 면이 있고, 교회조직 조차도 군대문화에 영감을

수님도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정도는 말 한마디로

얻고 있으므로 기독경영인은 기본적으로 군대식

간단히 할 수 있으신 것 아니냐고 말했다(마 8:8-9).

조직문화를 환영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이런 백부장의 통찰에 예수님은 탄복하셨다. 예수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님 뿐 아니다. 바울도 군대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

첫째, 성경은 군대식 인간관계를 이상적인 인간

았던 것이 분명하다. 바울은 서신서에서 그리스도

관계로 묘사하지 않는다. 앞서 지적한 대로 성경이

인을 군사로 비유한다. 군인이 개인의 사사로운 생

군대조직속에 나타난 위계관계를 메타포로 사용하

활에 매이지 않고(딤후 2:4), 온갖 고난을 감내하

여 하나님과 그 피조물 사이의 관계를 가르쳐 주고

며 (딤후 2:3) 주어진 사명에 헌신하듯이 그리스도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인도 개인의 안위를 뒤로 하고 고난을 달게 받으

관계에 대한 메시지이지 인간들 사이의 관계에 대

며 그리스도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울은

한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성경은 인간사이의 지

또한 어려운 전투를 철저히 준비하는 군인의 모습

배-피지배의 관계를 타락의 결과로 인간이 겪게 되

을 본받아 그리스도인도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든

는 고통 중의 하나로 묘사한다(창 3:16).

든히 입고 선한 싸움에 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엡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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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목회자는 ‘사관’이라 불리며, 군대식 제복을

예수님은 분명히 로마군대 백부장의 통찰력과 믿음에 감복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이 감복하신 것

이처럼 성경에는 군대식 조직 문화를 긍정적으

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가진 절대적 권세에 대한

로 묘사하는 구절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군대

백부장의 통찰에 감복하신 것이지 군대문화 자체

문화는 교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한국교

를 칭송하신 것이 아니다. 만약 예수님이 로마 군

회에서는 전도폭발, 전도특공대, 총동원주일처럼

대의 문화 자체를 좋아 하셨다면 제자들에게도 군

군사작전을 떠 올리게 하는 용어가 흔히 사용된다.

대식 조직 문화를 따르도록 하셨을지 모른다. 그러

한때 젊은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한 목회자는

나 예수님은 정반대였다. 비록 제자들은 서로 간에

교회가 유람선이 아닌 ‘전함’이 되어야 한다고 설교

위계질서를 분명히 하자고 다툼을 벌이곤 했지만,

예수님은 이런 제자들을 꾸짓으셨다(마 18; 막 9; 눅 9; 눅 22).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은 세상에 미처 존재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

바울도 마찬가지이다. 바울은 여러 번에 걸쳐

를 만들어 내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미 존

그리스도인이 군인처럼 살아가야 한다고 분명히

재하는 제품을 일사분란하게 찍어내는 전략으로는

권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주님을 명

이웃의 저임금 국가들과 대결해서 승산이 없다. 이

령권자로 하는 영적군대의 일원으로서의 군사가

런 시대에는 군대식 위계문화를 통해 얻는 것보다

되라는 것이지 로마군대에 입대해서 군인이 되라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 강력한 위계질서 속에서

거나, 교회를 군대처럼 조직해 운영하라는 것이 아

는 아이디어의 흐름이 단조로워지며, 개개인의 다

니었다. 오히려 바울은 당시 사회가 규정지어 놓은

양성이 억눌리기 쉽다. 그래서 기존의 아이디어가

인간사이의 권력 관계와 주님의 나라에 속한 성도

서로 결합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창조

들 사이의 형제 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을 명

의 과정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탁월한 아이

확히 한다. 예를 들어 바울은 도망친 종을 주인 빌

디어는 부하가 아닌 상관의 머리속에만 떠 오른다

레몬에게 돌려 보내면서 그 종을 종이 아닌 형제

는 보장이 없는데도 상관의 아이디어가 무조건 절

로 받아주라고 부탁한다(몬 1:17). 그리고 바울은

대적인 권위를 가지는 군대식 문화를 유지하는 것

빌레몬에게 이런 청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윗사

은 위험하다. 만약 기업 조직이 새로운 지식과 아

람인 듯 명령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울은 빌레몬

이디어를 생산할 능력이 없다면 그 기업은 지식기

이 자신의 청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반경제 속에서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를 바라며 매우 정중하게 설득한다(몬 1:14). 다시

이런 면에서 굴뚝산업시대를 지나 지식산업시대로

말해 바울은 자신이 리더로 있는 교회를 군대 같은

진행하고 있는 한국 경제상황에서 군대문화는 가

상명하복의 조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급적 빨리 극복해야 할 기업문화라 할 수 있다.

점에서 볼 때 군대식 조직원리를 군대가 아닌 조

게다가 한국기업의 군대문화, 특히 한국식 병영

직, 심지어 교회조직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비록

문화는 한국기업의 세계화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전략적 필요에 정당화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한국군대의 문화는 군대문화의 측면에서 보더라

자체를 성경을 따른 거룩한 행위로 정당화 할 수는

도 예사롭지 않다. 20세기 중반 이후 많은 나라들

없다고 본다.

이 직업군인중심으로 군대를 재구성하면서 민주적

둘째, 기업경영의 효과성 면에서 군대문화가 주

가치가 받아들여지는 병영문화를 만들어 왔다. 하

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선진국기

지만 한국의 군대는 국민개병제아래 억압적인 군

업 따라잡기(catch-up)를 기본 전략으로 삼았던 우

대문화의 틀을 유지해 왔다. 지원병이 중심이 되는

리나라 회사들은 군대식 조직문화로 효과를 본 것

모병제 군대의 직업 군인들은 일을 잘하면 승진도

이 사실이다. 그때는 선진국에 이미 존재하고 있

하고 보너스도 받는다. 하지만 국민 개병제 속에서

는 제품과 서비스를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비슷하

징집된 사병들은 무사히 시간이 지나기를 바랄 뿐

게 복제해 내는 것이 한국기업의 주요한 사업 모델

이다. 국방부 시계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런 병사들

이었다. 이런 따라잡기 경영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이 스스로 열심을 내어 일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은

일단 내려진 결정을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빠른 시

애초에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국 군대에서 병

간 안에 이루어 내는 단합된 조직력이었다. 따라서

사들을 부리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강압적인 형태

군대문화는 당시 한국기업에게 매우 효과적인 경

를 띄기 쉽다. 문제는 이런 한국식 병영문화를 기

영의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업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뿐 아니라 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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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게 외국에까지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계에 이른 팀제의 경우가 좋은 예일 것이다. 서구

한국기업이 중국 생산공장 현장에서 현지 직원들

에서 팀제는 직원들이 개인의 직무에 매몰되지 않

을 군대의 부하 다루듯이 거칠게 대하여 사회적 문

고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회사 일에 임할 수 있게

제를 일으킨 사례는 아직도 중국 내외에서 자주 회

하는 방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

자된다. 이렇게 극단적인 예는 아니라 하더라도 한

업에서 팀제 구축이란 계급적 조직 문화가 주는 경

국기업에서 일하게 된 외국인 직원들의 한국식 위

직성을 완화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창조하기

계질서 문화를 낯설어 하는 경우는 흔하다. 한국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시 말해 한국형

업이 진정한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려면, 이

팀제의 도입은 한국의 군대식 기업 문화를 완화하

제는 한국인이 아닌 사람, 한국의 독특한 군대문화

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인 셈이다. 또 한 예로 최근

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는

몇몇 첨단 기술관련 회사에서 쓰는 새로운 동료 호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칭방법이 있다. 이 회사들에서는 직원들이 관등성 명식 존칭과 직책으로 동료를 부르는 관행을 금지

군대문화를 벗으려는 도전 한국 기업이 병영문화의 영향력을 제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세차게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 는 것과 같다. 좋건 싫건 간에 우리나라 회사의 조 직문화가 군대문화와 온전히 결별하는 것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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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남북 대치라는 현실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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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David 니 John 이니 하는 식의 영어 이름으 로 지어 서로를 부르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식의 호 칭변경은 수직적 소통문화가 조금이나마 완화되는 효과를 주고 있다고 한다.

맺음말

한국의 모든 남자는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

기독교적인 기업 조직 문화라는 것이 단 한가지

에 그렇다. 신체 건강한 대부분의 남자가 군대생활

로 규정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형태의

을 통해 한국식 병영문화를 내재화한 후 기업조직

조직 문화에도 일정부분 악한 부분이 있고, 또 일

으로 유입되고 있기에 군대문화는 신입사원에 실

정 부분 선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

려 끊임없이 회사로 유입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어느 국가에서나 국가와 조직, 그리고 상관에 충성

존재하는 군대문화를 유지시키는 것은 기존 리더

하는 참된 군인들은 고귀한 인간상의 단면을 여실

십에 있는 이들에게 큰 유혹이다. 군대식 문화에

히 보여주어 왔다. 그러나 또 한편 군대는 폭력을

서는 조직원들은 높은 사람의 명령을 적어도 외형

준비하고 행사하는 조직으로서 근본적으로 악한

적으로는 즉시 받아들이고 시행한다. 따라서 리더

면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군대식 기업 조직문화

의 입장에서는 군대문화가 강화하면 조직이 제대

그 자체가 성경에 합하거나 반하는 것이라고 단언

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따라서 만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약 회사가 군대식 문화를 제어하고자 한다면, 상당

하지만 기독교적인 기업이라면 그 기업문화를

히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통해서 그가 속한 시대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안 된다.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군대식 기업문화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의 기업에서는 전통적인

는 장려해야 할 문화라기 보다는 하루 빨리 극복해

군대식 기업 문화가 초래하는 문제들을 인식하고

야 할 문화인 것으로 보인다. 군대식 문화 속에서

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

직원 개개인은 그 인격이 종종 무시되며, 기업은

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여 이제는 나름대로 정착단

지식경제 속에서의 성장동력을 잃기 쉽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에 만연한 군대식 기업문화는 사회 적으로도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군대를 닮 은 마초적 회사문화 속에서는 훌륭한 여성인력이 능력을 채 발휘하지 못하고 도태되기 쉽다. 또 군 대식 기업 문화는 개인으로 하여금 회사에 무조건 적인 헌신을 하도록 강요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창업주 가족을 우상시 하거나 부정부패 에 죄의식 없이 참여하게 되기도 한다. 게다가 군 대식 기업 문화는 회사 일을 개인의 그 어떤 것보 다 무조건 더 중시하도록 강요 하면서 가족생활이 나 교회봉사, 시민사회 활동 등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여러 가지 면들을 고려해 보면, 현시대 우 리나라 기독 경영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일사분란 한 조직건설이라는 군대문화의 유혹에 대한 적극 적인 경계심이다. 군대식 조직 문화의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 문화로서의 군대 문화는 분명히 단점이 많은 조직문화이며, 특히 우 리나라에서는 점차 그 단점이 더 크게 드러나고 있 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나서서 조금은 더 적극적으 로 군대식 기업문화에 딸린 숨겨진 비용이 드러나 도록 빛을 비추어 주고, 군대식 조직문화 속에 매 몰된 개인의 인격과 가치가 썩어가지 않도록 소금 을 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CMR

김성훈 현재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 Wales)대학교 경 영학과 교수이며, 서울대 경영대학,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 사, 미국 코넬(Cornell)대학교에서 인사조직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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