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보고 및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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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 일시 : 2018. 5. 29. (화) 10:30 ■ 장소 : 종로 마이크임팩트 스퀘어 12층 라운지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순 서

사회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 프로그램 1.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프로그램 <당신 곁에 뷰티 풀 라이프> 활동 보고 (유진 한국여성의전화 기획운영국) ■ 프로그램 2.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지원 프로그램 참여 경험 나누기

■ 발제 1.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보고(김홍미리 여성주 의 연구활동가)

■ 토론 1. 김미선(여성자활지원센터 Doing 센터장) ■ 토론 2. 조성균(여성가족부 권익보호과장) ■ 토론 3. 서경남(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

■ 질의응답 및 종합토론


목 차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프로그램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활동 보고⦁유진 · ▪가정폭력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와 조건⦁김홍미리

7 23

▪‘가정폭력피해여성 자립지원모델 연구’ 토론 -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 원방향과 내용을 접목하여⦁김미선

77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토론⦁조성균

87

▪함께 걷는 자립을 위하여⦁서경남

89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프로그램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활동 보고 유진 / 한국여성의전화 기획운영국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하는 동시에 일시적이고 시혜적인 지원을 넘어 피해 여성들이 주체적인 삶의 방향 을 정하고 폭력 이후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자립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프로그램

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본회의 여성주의 가치관이 접목된, 참가자의 성평등 의식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활동 보고

을 고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자가 자신의 피해 경험이 스스로의 잘못이 아니며 사회 구조적인 성차별 문제임을 인지하도록

유진 / 한국여성의전화 기획운영국

독려하여, 궁극적으로 폭력 경험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자립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 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당 신 곁에 Beautiful life’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한 삶을

1. <2017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프로젝트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꾸릴 수 있도록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지원하자는 취지 아래 자립에 필요한 지

Beautiful Life'> 진행 보고

원을 하고자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 처음 시도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프로그램이다.

1) 프로그램 취지 및 준비과정 1년여 간의 준비과정 동안 내부 기획팀의 기획 회의 14회를 비롯하여 참가자에게 한국여성의전화는 1987년부터 폭력을 피해 간신히 몸만 도망쳐 온 생존자들을 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자 자립 프로그램이나 직업훈련 프로그

해 사무실 일부를 개조하여 피난처를 운영하였다. 이 피난처가 쉼 자리를 제공한다

램을 운영 중인 국내·외 유관기관 종사자 등의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자문회의를

는 뜻의 ‘쉼터’라는 이름으로 31년간 운영되고 있다. 하루 평균 8명 이상, 연간

7회 진행하였다. 여성주의 연구자, 여성 관련 국가 기구의 공무원, 여성 인력 개발

3,000명 이상. 30년 동안 91,000명 이상의 가정폭력 생존자들이 한국여성의전화의

센터 종사자, 여성 자립 지원 단체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각

쉼터를 거쳐 갔다. 생존자들과 함께한 30년은,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오래뜰은 아내

분야에서 여성폭력피해 여성에 대해 어떻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원 당시

폭력을 ‘집안일’이 아닌 ‘사회적 범죄’로 인식의 전환을 끌어냈지만, 동시에 생존자

유의할 점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조언을 다각도로 얻고자 하였다. 실제

를 완전히 자립할 수 없게 하는 사회적 구조가 이들을 다시 폭력의 굴레 속에 돌

자립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거나 가정폭력피해 여성을 다수 상담해 온 유관기관 관

려놓는다는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계자의 자문을 통해 본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감에 있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여러 방향의 조언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자문회의들을 통해 일괄된 직업훈련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이 폭력 가정을 벗어나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다. 주거 문제, 생계난, 취업난, 건강 문제 등, 쉼터 퇴소 후 당장 생활해야

과정 보다는 참가자 개별의 적성과 욕구에 맞춘 직업훈련과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할 내 집 마련부터 생계를 위한 일을 갖는 것 그리고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일까지, 아무런 자원도 없는 상태에서 막막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의 개별 욕구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실제 가정

분이다. 그러나 현재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대부분의 지원은 쉼터에 있는 몇

폭력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 중이거나 입소 경험이 있는 가정폭력피해경험 당사자

개월의 기간에 한정되어 있고, 이 몇 개월은 몸과 마음의 폭력의 후유증을 치료하

13인을 대상으로 FGI를 진행하였다. 당사자들은 쉼터 퇴소 이후 겪은 여러 어려움

고 이혼 소송 등을 진행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사실상 쉼터를 퇴소한 여성들은

을 솔직하게 공유해주었으며 그 과정에서 쉼터 퇴소 이후 주거 지원 시설에서 겪

적성이나 경력 개발을 고려할 여유 없이 생계 해결이 우선이 된 직종에 취업하게

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갖춰져 있지 않고 말 그대로 방만

되며 이러한 직업의 경우 고노동·저소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사회 전체 가

주어지는 상황, 여러 가구가 한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공동생활에 따른 어려움 등

정폭력피해 여성들 중 극소수만이 쉼터에 입소하기 때문에, 가정폭력피해 여성의

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다수인 쉼터 밖의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상의 전문가, 당사자들의 자문 내용을 비롯해 기획팀의 국내·외 자립 지원 프로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한국여성의전화는 쉼터 밖의 가정폭력피해 여성들을 지원

9

그램들에 대한 자료 및 문헌 조사 결과, 당사자의 폭력 후유증 치료 정도와 여성

10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주의 의식 향상 정도 그리고 같은 경험을 한 피해 당사자 간의 연대와 같은 심리

한국여성의전화

하였다. 본회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통한 홍보 또한 진행되었다.

적인 치유가 궁극적으로 참가자의 경제적인 자립으로 이어져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자립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에 참가자에게

(2) 참여 프로그램

물리적인 지원과 동시에 여성주의 관점이 반영된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 하였다. 정신적 치유와 여성주의 의식 향상 및 참가자간 연대 형성을 본 프로 그램의 목표로 두고 관련 프로그램 진행 방식도 함께 논의하였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가 정신적 폭력의 후유증을 치료할 뿐 아니라 여성주 의 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인 자립을 계획하며 동시에 피해자간의 연대를 통해 자신 의 피해 경험이 ‘나의 잘못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게 하고자 하는

논의와 보완을 거듭한 끝에 참가자의 개별 상황에 따라 다각도의 지원이 필요할

본 프로그램의 목표에 따라 월 1회 참여프로그램의 내용이 구성되었다. 또한, 참가

것으로 판단, ‘당신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라는 주제로 주거, 생활, 직업훈련 세

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 자녀를 둔 점을 고려하여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참가 시 프

가지 지원 분야를 정해 각 대상자 모집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5개월의 프로

로그램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동반아동 프로그램을 영아반, 유아반, 초등 저

그램 진행 기간 동안 여성주의 의식향상, 집단 상담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월

학년반, 초등 고학년반, 청소년반으로 나뉘어 동시 진행하였다. 5개월 간 동반아동

1회의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동시 진행하였다.

의 치유 프로그램 등을 포함 총 22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2) 프로그램 진행 과정 (1) 참가자 모집 및 선정

교육명

교육 진행내용

첫 만남:

<당신 곁에 Beautiful life 뷰티풀라이프> 소

오리엔테이션

월세, 보증금 등의 주거 지원과 생필품, 의료비, 생활 가전 구매비 등의 긴급 생 계비 지원 그리고 직업훈련지원의 세 분야로 지원이 나뉨에 따라 아래와 같이 모

개, 인사 나누기

활,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폭력 예방교육(청소 1박 2일 자립캠프

년반), 미술치료교육(아동반), 캠프파이어, 몸+

당신 곁에, 꼭 필요한 한 가지!

맘 관찰하기, 비누 또는 부채 만들기 등 자기 계발교육 및 심리치유 프로그램 진행

모집 기간: 2017년 4월 18일 ~ 6월 9일

-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영화 <내 손을

지원 분야: 생활 분야, 주거 안정비

여성인권영화관람 in FIWOM

당신의 ‘꿈’ 곁에 모집 기간: 2017년 7월 6일 ~ 7월 19일 지원 분야: 직업훈련 교육비, 직업훈련장려금

쓰다, 듣다, 즐기다! 참가자 모집을 위해 전국 가정폭력상담소,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등 유관기관

잡아> 외 3편 감상 후 ‘나이 듦의 다른 얼굴, 지혜’ 피움톡톡 참가. - 동반아동은 ‘아인슈타인의 과학여행’ 연극 관람

다. 또한, 314개 기관에 더해 시민단체, 여성단체를 포함한 406개 협업기관에 온 라인 홍보자료를 발송하고, 297개 언론사 기자 메일링 리스트로 보도자료를 발송

12

9월 2일(토) ~ 3일(일)

9월 23일(토)

-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강의

10월

- 정다지기: 페스티벌 킥! 참가

21일(토)

「그 일은 전혀 - 가정폭력생존자 수기집 「그 일은 전혀 사소 사소하지 않습니다」 하지 않습니다」 저자와의 만남

접근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 예상되는 모든 관련 기관 314개에 홍보물을 발송하였

11

7월 29일(토)

지속가능한 생활경제를 실현하는 적정 소비생

집을 진행하였다.

과 한부모 지원 시설, 주거지원시설, 주민센터 등 가정폭력피해를 경험한 이들이

일시

저자와의 만남 및

- 2017 <당신 곁에 Beautiful life 뷰티풀 라

곁에 최종보고회

이프> 최종보고회

11월 18일(토)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등의 전문 자격 취득 과정뿐 아니라, 대학 등록금, 영어학원 수강료, 작업을 위한 (3) 곁에 적금

노트북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참가자 1인당 평균 약 230만 원, 세 분야에서 총 121,640,000원을 지원하였다.

참가자의 경제적 독립성 또한 중요한 자립의 기반이 된다는 자문회의 논의와 관 련 프로그램 조사 결과에 따라 참가자가 원하는 금액과 시기에 자율 적립하여 2년

(2) 참여 프로그램

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곁에 적금’을 신한은행과 제휴하여 진행하였다. 동반아동 51명을 포함, 총 462명의 연인원이 5개월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4) 상담 및 소통

프로그램 종료마다 참가자 대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를 매우 만족한다 5 점, 만족한다 4점, 보통이다 3점, 만족하지 않는다 2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1점

본회는 본 프로그램을 통해 한 기관이 폭력피해경험 여성에 대한 물리적 지원을

으로 조사하였으며 22개 프로그램에 대한 평균 만족도는 4.2로 높은 편이었다. 참

하는 일을 넘어, 가정폭력피해를 경험한 참가자 한 명, 한 명이 자립의 과정에서

가자들이 특히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프로그램은 ‘1박 2일 자립캠프’였으며, 그중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35년간 가정폭력근절운동을 해오며

에서 ‘몸+맘 관찰하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집단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인지한 쉼터 밖의 가정폭력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반 시스템이 부재하는

높았다.

상황과, ‘가정폭력’ 피해가 가지는 특수성, 예컨대 지속적인 가해자의 추적, 아직까

자녀를 동반하는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매월 참여 프

지 사법기관 등으로부터 ‘집안일’로 취급되어 신고 후 에도 적절한 법적 조치가 이

로그램 진행 시 동반 아동 프로그램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공문을 통한 협조 요청

뤄지기까지 많은 난관이 존재하는 점, 사회적인 편견 등 가정폭력만이 가지는 특수

을 통해 섭외된 보육교사, 초등학교 교사들이 유아반, 초등저학년반, 초등고학년

성이 반영되지 않은 시혜적인 복지 시스템이 대부분인 현실을 이해하는 단체로서,

반으로 나뉜 각 반에 1인 이상 투입되어 동반아동들의 미술 치유 교육, 연극 관람,

가정폭력피해여성이 자립의 과정에서 겪는 특수한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를 지원

국회 견학 등을 진행하였으며 4세 이하의 영아들의 경우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

방향에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실무자가 참가자의 개별적 자

스의 아이 돌보미를 섭외하여 영아별 1대 1 돌봄을 진행하였다. 본 프로그램의 진

립 정도를 파악하고, 이를 지원 방향에 반영하는 일이 본 프로그램을 통한 참가자

행을 위해 한국여성의전화의 활동가 18인도 매회 전원 투입되어 참여 프로그램 진

의 자립 정도에도 중요하게 작용하리라 판단하고, 5개월의 프로그램 동안 참가자

행, 동반 아동 교육 보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전개하고 필요 시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진행하였다.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참가자 개별의 이동 거리와 동반 미성년 자녀 수를 고려하 여 열차표 구매비, 고속버스 이용료, 주유비 등도 매회 프로그램마다 지원되었으 며, 특정 지역 인근의 참가자가 다수인 경우 버스를 전세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함

3) 프로그램 진행 결과

으로서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이동에 따른 어려움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1) 참가자 모집 및 선정

(3) 곁에 적금

약 3개월간의 모집 결과 총 81명이 본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다. 내·외부 관계자,

24개월 약정으로 하여 신한은행 적금을 진행하였고, 일부 참가자는 신변 보호 등

전문가로 구성된 5인의 심사위원이 총 2차례의 심사 회의를 거쳐 총 56명의 참가

의 문제로 은행 계좌 신설이 불가해 한국여성의전화와 일정의 약정서를 작성하였

자를 선정하였다. 주거비 지원이었으나 쉼터에 입소하게 되는 등의 개인 사정으로

다. 참가자별 적금액은 월 3만 원부터 30만 원까지 다양하였다. 월 적금액

지원이 취소된 2인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생활분야 24명, 주거 안정비 14명, 직

5,410,000원으로 총 129,840,000원의 적금액이 적립되어 참가자들의 자립을 위한

업훈련비 16명, 총 54명이 최종 참가하게 되었다. 주거 안정비에서는 월세와 보증

경제적 기반이 될 예정이다.

금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고, 생활분야에서는 생필품, 가전제품, 의료비 뿐 아니라 여행비 등도 지원되었다. 직업훈련분야에서는 한식조리사, 요가지도사,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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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담 및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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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참가자 거주지역 응답 수 비율(%) 참가자의 개별적인 지원 방향 및 자립 진행 상황 파악을 위해 참가자 1인당 평균

서울

29

53.70

약 23회, 총 1,233회의 상담 및 소통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참가자 개개인의

경기도

5

9.26

상황과 필요에 맞출 뿐 아니라 가정폭력피해당사자로서의 특수성을 이해한 지원과

충북

5

9.26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1박 2일 캠프 준비 당시 이런 소통들을

익산

4

7.41

통해 참가자들이 각각 자녀 동반 여부,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캠프 참가 시 필요한

경남

3

5.56

물품이 모두 다르다고 판단, 유니폼, 간식, 기저귀 등이 담긴 ‘캠프 선물’을 참가자

광주

2

3.70

별 이름을 붙여 개개인에게 맞는 54개로 준비하였으며 연령대별 비상약을 준비하

대구

2

3.70

기도 하였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최종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선생님(프로그램

인천

2

3.70

진행 활동가)들이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지원 내용, 상황을 다 기억하시는

대전

1

1.85

것을 보고 놀랐다.’, ‘나를 기억해주는구나 싶어 감동을 받았다.’ 등의 소감을 밝히

미응답

1

1.85

며 프로그램 실무자와의 소통 면에서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54

100.00

4) 경제활동 (1) 경제활동 경험 유무

2.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Beautiful Life> 참가자 인적사항 분석

경제활동 여부 1) 연령 참가자 연령대

응답 수 비율(%)

20대

9

16.67

30대

14

25.93

40대

20

37.04

50대

9

16.67

60대

2

3.70

54

100.00

응답 수 비율(%)

48

5

90.57 9.43

53

100.00

(2) 종사 직종 참가자 종사 직종

응답수

비율(%)

미응답

20

38.46

간호조무사

3

5.77

사무직

3

5.77

생산직

3

5.77

참가자 최종학력 응답 수 비율(%)

서비스업

3

5.77

고등학교 졸

22

40.74

요식업

3

5.77

대학교 졸

22

40.74

강사, 교사

2

3.85

중학교 졸

7

12.96

대학생

2

3.85

5.56

보험업, 영업직

2

3.85

직업교육중/취준생

2

3.85

간병인

1

1.92

작가

1

1.92

2) 학력

미응답 합

3 54

100.00

3) 지역

15

16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디자이너, 요가강사

1

1.92

미싱사

1

1.92

보육교사

1

1.92

사회복지

1

1.92

자영업

1

1.92

파트타임

1

1.92

1 나는 자립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지도사

1

1.92

52

100.00

나는 자립하는 데 있어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자신이 2 ① ② ③ ④ ⑤ 있다.

매 우 그 렇 지 않 다

그 렇 지 않 다

매 보 우 통 그 그 이 렇 다 다 렇 다

① ② ③ ④ ⑤

3 나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① ② ③ ④ ⑤

5) 가족 관계

4 내 생각과 느낌(좋고 싫음 등)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① ② ③ ④ ⑤

(1) 참가자 혼인 상태

5 여가시간에 할 만한 취미가 있고 종종 즐기고 있다.

① ② ③ ④ ⑤

6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이 잘 되어 있다.

① ② ③ ④ ⑤

7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다.

① ② ③ ④ ⑤

8 나는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다.

① ② ③ ④ ⑤

9 나는 건전한 대인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없다.

① ② ③ ④ ⑤

10 나는 공동체에서 규칙이 필요한 이유를 안다.

① ② ③ ④ ⑤

11 미래를 위해 저축(적금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① ② ③ ④ ⑤

12 한 달 동안 돈의 수입과 지출을 파악할 수 있다.

① ② ③ ④ ⑤

13 돈이 생기면 계획성 있게 쓰는 편이다.

① ② ③ ④ ⑤

14 도움을 요청하면 사람들은 나를 도와줄 것이다.

① ② ③ ④ ⑤

15 주변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① ② ③ ④ ⑤

참가자 혼인상태

응답 수

비율(%)

26

48.15

이혼 별거

11

비혼

10

20.37 18.52

별거 및 이혼 소송 중

6

11.11

결혼

1

1.85

54

100.00

(2) 자녀 수 자녀 명수

해당 참가자 수

0명

12

16

1명

13

17 주변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① ② ③ ④ ⑤

2명

19

18 내가 희망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① ② ③ ④ ⑤

3명

10

54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지 19 ① ② ③ ④ ⑤ 알고 있다.

3. 자립 척도 설문조사 분석 참가자 54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시작과 종료에 자립척도 설문조사를 진행하였

지역사회 도서관이나 주민 센터, 복지관 등에서 필요한 정 ① ② ③ ④ ⑤ 보를 얻는다.

20 적성과 관련하여 꼭 하고 싶은 일(공부)이 있다.

① ② ③ ④ ⑤

21 내가 잘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① ② ③ ④ ⑤

22 (주관식) 자립의 과정에 꼭 필요한 3가지는?

다. 각 객관식 질문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던 자립척도분야와 참가자들의 사전, 사후 응 답 평균 그리고 사전과 사후를 비교한 증감률((사후-사전/사전)*100)은 다음과 같

<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진 자립척도 설문지 >

다.

17

18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질문 분야

아진 것은 참여 프로그램 중 진행된 경제 교육을 통해 자신의 경제 상황을 객관적 문항 나는 자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전 사후 증감률 3.02 3.29

정서 나는 자립하는 데 있어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자 적자 3.93 3.86 신이 있다. 립 나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4.00 4.14 내 생각과 느낌(좋고 싫음 등)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3.76 3.90 자기 있다. 관리 여가시간에 할만한 취미가 있고 종종 즐기고 있다. 2.98 3.00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이 잘 되어 있다.

9.12 -1.61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 3가지’ 주관식 답변은 가정폭력피해경험자 FGI 등을 통

3.80 0.62 -0.46 5.64

3.33 3.45

3.53

3.57 3.59

0.40

경제 미래를 위해 저축(적금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적자 한 달 동안 돈의 수입과 지출을 파악할 수 있다. 립 돈이 생기면 계획성 있게 쓰는 편이다. 도움을 요청하면 사람들은 나를 도와줄 것이다.

4.17 4.24

1.57

3.38 3.71

9.73

3.78 3.76

-0.35

3.75 3.57

-4.96

3.48 3.65

4.76

3.31 3.65 주변 주변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자원 지역사회 도서관이나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서 필요 3.50 3.49 활용 한 정보를 얻는다. 주변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3.09 3.33

았다.

한 사전 조사 당시 주요하게 거론되었던 필요한 지원 및 실제 참가자들의 답변 중

3.09 3.08

나는 공동체에서 규칙이 필요한 이유를 안다.

그램에 대한 만족도 질문의 응답 평균은 4.26으로 전반적인 프로그램 만족도는 높

3.43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3.39 3.58 있다.

관계 의 나는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다. 자립 나는 건전한 대인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없다.

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기타 항목으로 물은 ‘당신 곁에’ 프로

10.02

공통으로 나타나는 양상들을 참고하여 아래와 같이 범주화 하여 분석하였다. 심리적 안정

심리 치료나 관련 교육 수강 희망, 정신적 건강 회복 및 안정 추구 등

자녀부양지원

자녀 교육비, 양육비, 사회의 돌봄 시스템, 단순히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더 많이 해주고 싶다 등

경제적 지원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

안정된 직장

소득 안정

교육비지원

자격증, 기술취득, 진학 등

주거지원 정보제공 건강회복지원

치료비, 건강 등, 신체적 건강 회복 및 안정 추구 등

창업지원 생활비지원

생필품, 가전제품, 교통비, 자차구입 등

연대

같은 피해 경험 생존자들과의 모임, 공동체, 지속적인 커뮤니케 이션 등

-0.28 7.78 기타

내가 희망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3.80 3.78

-0.32

진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교육과 훈련이 필 3.98 4.04 탐색 요한지 알고 있다.

1.45

사회의 인식개선 미응답 이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적성과 관련하여 꼭 하고 싶은 일(공부)이 있다.

4.13 4.24

2.56

내가 잘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3.89 3.90

0.34

카테고리

사전 응답수

사후 비율

응답수

비율 2.67

건강회복지원

8

5.00

4

경제적지원

24

14.00

12

8.00

교육비지원

19

11.00

19

12.67

객관식 문항 응답 분석 결과, 타 항목들의 증감률에 비교해 스스로 평가하는 자

기타

12

7.00

9

6.00

신의 자립 정도, 그리고 주변 자원 중 특히 대인관계에 대한 긍정적 평가, 즉 연대

미응답

9

5.00

10

6.67

감이 특히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축 정도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것은

사회의 인식개선

0

0.00

5

3.33

기타

당신 곁에 프로그램의 자립에 도움이 되는 정도를 점 수로 표현하면?

-

4.26

-

‘곁에 적금’의 결과로 파악할 수 있겠다. 자신의 경제 계획에 대한 평가가 다소 낮

19

20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생활비지원

19

11.00

19

12.67

찬가지로 가정폭력의 피해자일 그 자녀들이 매회 프로그램에 대부분 빠짐없이 참

심리적안정

17

10.00

16

10.67

가하여 결과적으로 426명의 연인원이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과 교육에 참여한 것

안정된직장

17

10.00

8

5.33

또한 큰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연대

2

1.00

4

2.67

자녀부양지원

8

5.00

10

6.67

정보제공

3

2.00

9

6.00

주거지원

27

16.00

28

18.67

창업지원

2

1.00

0

0.00

167

100.00

150

100

응답 분석 결과를 보면, 경제적 지원, 안정된 직장에 대한 욕구는 오히려 낮아지 고, 주거지원과 교육비 지원, 심리적 안정, 생활비 지원에 대한 욕구는 그대로 유 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제공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참가자는 증 가하였으며, 특이한 점은 사회의 인식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참가자가 프로그 램 후 새롭게 생겨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정폭력생존자 수기집 저자와의 만남,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여성인권영화 관람 및 토크 등 여성폭력과 여성주의에 대한 의식향상 참여 프로그램들을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 을 가지게 된 참가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겠다. 4. 평가 취지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회는 가정폭력피해 여성의 자립에 대한 동기부여를 물질적 지원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치유와 지원 그리고 나아가 여성주의 의식향상을 통해 도모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본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멀게 는 경상남도 진주, 전라북도 익산 등의 지역에서부터 모이고, 자녀를 최대 3인까지 동반하며, 대부분 주 5, 6일 직장에 종사 중인 참가자들의 상황을 참작하였을 때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할 수 있는 참여프로그램의 횟수는 주말을 이용한 월 1회가 최선이었다. 또한, 참가자의 이동 시간을 고려하였을 때 1박 2일 캠프를 제 외하고는 회 별 최대 5~6시간 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서 본회가 계획한 치유 프로그램, 여성주의 의식향상 교육 등을 충분히 다 진행하 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정해진 시간 동안 경제 교육, 치유 프로그램, 여성 주의 의식향상 교육 등을 최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치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 한 상황을 감안 하였을 때 프로그램 전, 후로 폭력을 구조적 문제로 보는 참가자 가 일부 생겨난 것으로 확인된 자립 척도 응답 분석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5회라는 한정적으로 진행된 횟수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물론 마

21

22


가정폭력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와 조건 김홍미리 /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dependency)’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의존적이며, 이때 의존은 극복

가정폭력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와 조건

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론적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누군가의

: 홀로서기를 넘어 함께 걷는 자립

보살핌 없이 생존해오지 않았고 성장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의 비의존 성이 허구라고 강조한다. 사회는 대등한 사람들(독립적인 개인)의 결사체가 아니며,

김홍미리 / 여성주의연구활동가

오히려 그러한 환상은 불평등을 고착시킬 뿐 아니라 정당화시킬 수 있다. 키테이의 이런 통찰은 홀로서기가 자립의 목표가 될 때 발생하게 될 위험을 경고 한다. 홀로서기는 자립의 경유지일 수는 있어도 자립의 목표가 되기는 어려운데,

1.

이유는 그것의 지속불가능성 때문이다. 의존하지 않은 상태는 달성 불가능하거나

들어가며: 자립의 의미를 묻다

달성한다 하더라도 언제라도 다시 의존의 상태로 이동할 수 있는 임시적인 상태다.

참가자들은 ‘당신 곁에(이후 ’곁에‘)’ 라는 이름을 마음에 들어 했다. 당사자가 경 험하는 고립감,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을 아는 한국여성의전화(이하 여전)의 진심이 담긴 이름이었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는 이끌리듯, 참가자들에게 전달 된 것 같다. ‘당신의 두려움을 내가 안다, 나도 안다’는 것만큼 강한 연결감을 만들 어내는 것도 없었다. 곁에가 나에게 무엇인지를 묻는 마지막 워크숍에서(곁에는 나에게 □다) 참가자들 은 이런 답들을 내놓았다. 지지자, 선물, 행운, 의지, 자립의 기초,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달걀 껍데기, 달달한 설탕, 미래로 나가는 용기, 싸워줄 수 있는 친구, 친정, 기쁨, 시원한 휴식처, 좋은 친구, 반창고, 디딤돌, 희 망, 용기, 터닝 포인트, 인생2막 등. 이 단어들 속에서 곁에는 참가자들에게 다그 치지 않는 조력자이자 발 디딜 수 있는 무르지 않은 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 다. 막대기 하나 걸쳐두고 뒷짐 지고 선채 알아서 늪에서 빠져나오라고 다그치는 장면 말고, 우르르 몰려와 너른 판자로 늪을 메꾸며 ‘이제 괜찮다, 천천히 나와 보 자’ 손잡는 장면에 가깝다. 이런 ‘곁에’의 과정은 자립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질문하도록 돕는다. ‘홀로 선다’라는 의미의 자립은 곁에의 경험을 딱 들어맞게 설명하지 못한다. 곁에는 홀 로서기를 생략하지 않지만 홀로 외롭게 서 있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홀로서기와 곁에서기 둘은 상호배타적이지 않으며, 홀로서는 사람과 곁에서는 사람이 서로 각 자의 칸에 배정된 것도 아니다. 그것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고, 서로가 서로 를 신뢰하고 응원하며, 이 관계들이 서로에게 홀로서기 할 수 있는 힘으로 작동한 다. 이때의 자립은 의존적 상태를 탈피한 자립이 아니라 상호의존하는 자립이며, 완결된 형태의 자립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자립이다. 이것은 지속적인 변화와 성 장의 과정이고 이런 관계에서 자립한 사람과 자립하지 않은 사람의 구분은 불가능 할 뿐 아니라 의미 없다. 여성주의 철학자 에바 키테이(2017:39)는 ‘인간 의존의 사실(fact of human

25

그것은 절대 상태가 아니라 순환의 과정에 있으며, 이는 개인이 (무)능력하거나 노 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의존의 사실(fact)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이때 지속 가능하지 않은 홀로서기 상태가 자립의 목표가 될 경우 개인은 그들의 통제 밖에 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요구받기 쉽고(사회는 그것을 자립의 ‘실패’라고 부 른다) 이때의 소외는 이들의 ‘자립’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동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비의존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허구적 신념 이 만연해 있고, 이것에 기대어 사회적 약자들에게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명령을 꾸준히 생산 중이다. 국가와 사회의 공적 책임은 할 수 있 는 한 최소한의 것들로 꾸려졌다. 최저 생계비 지급 정도로 누적된 차별과 배제를 책임질 일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책임은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만) 고려되곤 한다. 그러는 사이 의존하는 삶을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은 당사자(받는 이)와 조력 자(주는 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감정이 되어 왔다. 주는 이와 받는 이–주체와 대상 -의 위계적 관계가 고착화 된 것이다. 그 자체가 목적어야 할 ‘인간’은 정책의 효 율적 [집행자]와 그 정책의 효율을 입증해야하는 [대상자]라는 구조 안에서 성과를 내야할 대상으로 상상되었다. 그리고 자립 지원 사업에서 이 관계를 구체적으로 매 개하는 성과지표가 ’홀로서기‘일 때 대상의 의존상태는 실패로 분류되었다. 이 안 에서 국가(주는 이)는 수혜자(받는 이)가 계속 의지할까에 대해 의심하고, 수혜자 (받는 이)는 국가(주는 이)가 자신을 실패자나 자립불가능자로 판단할까 우려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기다림을 줄이고 조급함을 늘린다. 이런 위험성을 기억한다면 홀로서기는 자기 위치를 재조정 할 필요가 있다. 적어 도 자립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어야 한다. 홀로서기는 자립의 목표나 결과치가 아니 라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조건 중의 하나이거나, 혹은 자립 과정 중의 한 상 태에 가깝다. 그렇다면 자립이란 과연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할까.

26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할 수 있으며 적절한 도움을 주변에 요청할 수 있는 상태다. 이것이 곧 함께 걷는 가정폭력 당사자의 자립은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다. 경제적인 면에 국한하지 않는 사회적·정서적으로 독립을 달성하는 과정(공미혜,2017)으로 자립을 정의하며, 정춘

자립에 필요한 홀로서기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홀로서기가 아닌 ‘자기발견/자기돌 봄/자기에의 배려’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것은 함께 걷는 자립의 출발점이다.

숙(2014)은 ‘피해여성이 가정폭력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임금노동이나 사회지원서 비스 등을 통해 필요한 지원을 스스로 충족하며,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사회적

또한, 이 연구에서 자립은 인간의 의존성을 배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포용한다.

관계를 회복하고, 정서적으로 누구에게든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행동

요컨대 자립이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곁

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상태’로 정의한다. 두 연구 모두 사회적 관계 회복을 강조하

에 있는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조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삶,

지만 ‘독립’을 달성목표로 둔다는 점에서 이 연구가 지향하는 자립의 의미와 차이

나와 타인의 삶을 연결할 수 있고 그런 연결 속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할 수

를 가진다. 한편 정혜숙(2013)과 김명숙(2011)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삶의 과정

있는 삶을 뜻한다. 이때 자립은 ‘의존성’과 ‘주체적 행위성’을 포함하며 이것은 상

으로 자립을 위치시킨다. 김명숙은 ‘가정폭력 피해경험이 있는 여성이 자신의 삶을

호배타적이지 않다.

주도적으로 경영하여 사회적 자원을 획득하는 한편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존감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궁극적으로는 심리, 신체, 사회, 경제, 문화적인 모든

이 연구의 연구 질문은 가정폭력 당사자는 ‘어떻게 사회적·경제적·정서적으로 독

면에서 책임 있는 자기 삶을 사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때 김명숙은 자립이 비단

립할 것인지’가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서로의 응원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미래

개인적 성취에 국한되지 않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를 꿈꾸고 계획해 갈 것인가’이다.

강조한다.1)

하지만 자기책임성의 강조는 여전히 자립을 개인이 성취해할 과제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정혜숙(2013:262-263)은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참가자 10명의 심층 면접을 진행 하였으며 2017년 곁에

한 개인으로서 부모로서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정신적 자립능력을 모두

최종보고회 참가자 소감나누기 녹취록과 1,233회 상담기록, 사전사후 설문지 주관

갖추어 나가는 삶의 지속적 과제이자 과정으로 정의한다.2) 이어서 그는 연구참여

식 내용 등을 보조 자료로 활용하였다. 인터뷰이 선정 시에는 나이, 지역, 미성년

자 인터뷰를 인용하여 ‘복지의존은 자활[자립]의 한 과정(260)’으로 명명하며, 자활

자녀 여부, 곁에 지원내용 등을 고려하였으며, 1차 두 배수를 선정한 후 전화 연락

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할 실제적 의존이 가능한 대안적 공동체 개발의 중요성을

을 통해 인터뷰가 가능한 분들의 면담을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2018년 3월부터 5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논의는 공동체적 자립의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 하지

월까지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 인터뷰이의 집, 거주지 인근 카페 등에서 이루어졌

만 그의 논문에서 의존이 가능한 대안적 공동체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자립에

으며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다. 참여자들과 라포가 형성되어 있는 한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으로 등장하고 있어 의존적 공동체를 자립으로 지향

국여성의전화 곁에 담당활동가인 ‘유진’이 주로 인터뷰 하였고 연구자는 4회 동행

하는 이 연구의 방향과 차이가 있다.

하였다. 녹음파일은 녹취해서 자료화하였으며, 일곱 차례의 연구보고서 준비회의를 통해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과 자립의 의미와 조건을 함께 논의했다.

이 글에서 자립은, 키테이의 논의에 기대어 그리고 곁에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기

보살핌의 책임을 여성에게 위탁한 사회적 조건은 이제껏 아내폭력을 작동시키는

대어, 홀로서기를 넘어 ‘함께 걷기’의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홀로서기는 함께 걷

데 기여해왔지만, 보살핌의 불가피성을 이미 ‘아는’ 여성들은 역설적으로 자립의

기 위해서 회복해야 하는 자기발견과 자기에의 배려의 의미이지 경제적·정서적으로

의미에 ‘함께’와 ‘서로’를 통합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완벽한 독립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예컨대 이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가감 없 이 아는 상태, 자기와 자기 주변의 상황을 해석할 수 있고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

그 이야기를 나눠 준 연구참여자들의 인적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적절한 통제를 통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자립의 의미를 확장한 다.

구분

나이

2) 정혜숙 (2013). 미국 한인 가정폭력피해 한부모 빈곤여성들의 자활 경험. 한국사회복지학, 65(4), 245-269. 그는 이 연구에서 자립이 아닌 ‘자활’을 정의하고 있지만 맥락상 자립의 의미 를 갖기에 인용한다.

사례1

38

27

28

자녀 미성년자녀 3명

혼인상태

이혼

현재 직업

주거형태

곁에 지원 내용

한부모

LH전세임대

가족여행

코디네이터

(8천만/13만)

피아노 구입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과 해석의 공동체 (3) 환대의 공간 (4) 폭력관계의 온전한 종식과 분리 (5) 폭력을 사례2

50

사례3

44

사례4

39

사례5

사례6

34

52

성인자녀 2명 미성년자녀 3명 미성년자녀 1명 미성년자녀 2명

성인자녀 2명

이혼

이혼

이혼

구청 아이돌보미

주거지원시설

보험판매

월세

카드판매 등

(5천만/8만)

기초생활수급

주거지원시설

사회복지사과정 노트북 구입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말하기 (6) 중장기 계획을 세울 기회를 보장받기 의 여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가족여행

2-1. 자립의 조건1: 존재의 확인 곁에 최종보고회에서 참가자들은 ‘(과거에는) 나라는 존재가 없었다’는 말을 쏟아

검정고시비용

냈다. 아르바이트 이혼

(다니던 회사의 폐업)

이혼

간호조무사

월세 (500만/35)

주거비

- 나라는 존재감이 없이 살았던 거 같아요. - 30년간 남편과 살면서 저의 존재는 없었어요.

주거지원시설

- (곁에는) 나를 찾는 시간이 되어 주었습니다.

치과치료비

- (곁에는) 용기이고 희망이고 한 생명의 소생, 그런 장이었다.

노안용 안경구입

- (곁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내 삶을 연장시켜 주었 사례7

45

미성년자녀 2명

소송 중

작가

단기쉼터

습니다.

미술심리전문가과정

- 저는 여기 오기 전에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노트북 구입

뭐 그냥 물음표였어요. 여기에 와서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 사례8

사례9

54

29

성인자녀

남편의

3명

이혼거부

미성년자녀 1명

소송 중

간호조무사

아르바이트

월세 (300만/30만) LH전세임대

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 와서 저는 지금 완전체의

월세 지원

사람인 사람입니다. 플로리스트 과정

<곁에 최종보고회 참가자 소감 나누기 중> 로푸드요리

사레10

27

-

비혼

아르바이트

전세

지도자과정 비건베이킹기초

한편 참가자들은 곁에 이후에 ‘꿈이/희망이/계획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짠 듯이 쏟아냈다. 꿈, 계획, 희망은 나에게조차도 잊힌 나를 복원하고 있다는 신호다. ‘나 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어려울지 모르지만 자기가 없는 시

2. 함께 걷는 자립의 조건 : 충분한 지원과 환대

간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끈과 같고 그 질문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존

폭력 관계와 직면하고 그것을 끝내기도 쉽지 않았지만, 그 이후의 삶을 꾸리는 것도 두려움 없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두려움은 폭력 관계에서의 두려움과는 다른데, 전자가 침해(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후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불확실성은 ‘다른 미래’가 생겼다는 것의 확인이기도 하다. 암흑 이나 죽음 따위가 아닌 ‘다른 미래’가 시작되는 순간인 거다. 그러니 그 두려움은 이제껏 품고 살아온 ‘낡은 두려움’의 끝자락 일 수 있으며 곧이어 설렘과 희망으로 연결된 것일 수 있다. 바로 이때 두려움을 희망으로 연결하는 의지처가 필요하다. 참여자들의 말을 통해서 함께 걷는 자립의 조건은 (1) 존재의 확인 (2) 상호학습

29

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희망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사람임을 알기,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라는 목표가 애초 곁에의 사업목표 에 등장한 적은 없었다. 일례로 곁에 준비 회의에서는 참가자들을 ‘소생’시키자고 결의한 적 없고, 참가자들에게 꿈을 심어주자거나 용기를 주자고 다짐한 적 없었 다. ‘사람’으로 대하자거나 환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바 없었다. 다만 곁에 는, 참가자들이 이후의 삶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고 (확신은 아니더라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초대하기를 바랐으며, 곁에를 통해 작은 성취의 경험 하나 가졌 으면 했다. 신청서에 자립계획을 적도록 한 것이나 곁에 적금을 기획한 것은 그런

30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기대에서였다. 곁에는 질문을 던졌고, 참여자들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이 뭐야?

가정폭력으로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던 <사

내가 생각하는 자립이 뭐지? 내가 자립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지? 나는 얼마까지

례2>는 오리엔테이션에서 드러내놓고 말한다는 한 참가자의 말을 통해 그렇게 해

저축할 수 있지?’라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가 생겼다.

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사례10>은 아픈 경험을 한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 하고’ 살아가는 모습-심지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를 보며 자책했던 자신의 마

이렇게 참가자들은 ‘나’를 주어로 사용해 보면서 나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하고 그

음을 되짚어본다.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가 있음을/있었음을/실재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하지만 질문 하기는 시작일 뿐 그 질문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다. 하나

그런 걸 많이 배워요. 어떤 사람이 그때 ‘곁에’ 첫 오리엔테이션이었는가. 거기

는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살아온 삶에 대한 해석이고 두 번째는 기다려주는 환대

에서 그러더라고. 나는 가정폭력으로 이혼했다라고 자기는 드러내놓고 얘기를

의 공간이다. 이 두 가지는 나를 향하는 질문이 자기비난으로 향하지 않을 수 있

한 대요. 자기를 소개하면서 얘기하는데 어, 저는 그게 아니었거든요, 그 때만

도록 만드는 필수불가결한 안전벨트다.

해도. 완전히 딱 닫아놓고. 아,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막 그런…. 그러면서 ‘그래, 그렇게 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하나하나 그런 거를 많이

저는 항상 주도적이고 분위기에 맞춰서 되게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근데 남편

보고, 듣고, 배우죠. <사례2>

이랑 지내고 나서 그런 성격이 없어 진 거예요. 근데 여기 오다 보니까 그런 …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까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러면서 나를 찾았던

나는 생각도 못 했던 걸 저 사람은 했구나. 그런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 같아요…[중략]… 첫 번째로는 가면 항상 그걸 나누고 올 수 있고 내가 덜어

폭력을 당한 사람은 무조건적으로 숨죽여 살고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 거

낼 수 있어가지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지만 다 고통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각자가 아픈 건 있는데 열심히 살고 있는 거예요. 그런

이 다 다를 거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래도 그런 고통을 나눌 수 있었고… <사

점이 좋았어요. 무조건적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고 슬퍼하고 우울해 하는

례9>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거… 되게 당당하게 얘기를 하는 거예 요. 내 잘못이 아니고. 저는 한편으로는 내 잘못도 있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2-2. 자립의 조건2: 상호학습과 해석의 공동체

있으니까… <사례10>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질문에 답할 것이 없을 때가 있다. 실제로

‘곁에’ 만나면서 아, 그래. 나만이 아니구나. 저는 길거리 다니면서 웃고 지나다

살아낼 방도가 없어서이기도 하고, 방법을 몰라서이기도 하고, 나와 같은 상황에서

니는 사람들 보면, 가족들 ‘아 저 사람들은 저렇게 웃으면서 다니는데 나는 이

도 (잘) 살아낸 보기를 본 적 없어서이기도 하다. 살아낼 방법이 (곳곳에) 있거나

게 뭘까.’ 막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제 그런 분들 만

정보를 알 때,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이후 담담하고 당당하게 삶

나고 얘기하다 보니까 ‘아, 나만이 아니구나. 저런 분들도 있었구나. 그래서 저

을 이어가는 모습들을 볼 때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지고 시도해볼 보기

런 분들도 저렇게 씩씩하게 살고, 나 또한 또 항상 행복한 마음 갖자.’라는 생

들도 많아진다.

각이 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 <사례4>

격월로 진행한 워크숍과 1박 2일 캠프는 곁에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비춰보 고 (재)해석하는 장이 되어주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이 나눠준 곁에 후일담에

저는 항상 주도적이고 분위기에 맞춰서 되게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근데 남편

는 ‘이야기할 수 있고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빠지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이랑 지내고 나서 그런 성격이 없어 진거예요. 근데 여기 오다보니까 그런…

어떻게 했기에 좋았는지를 물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거’, ‘오래전부터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까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러면서 나를 찾았던 것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이라는 것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말

같아요…[중략]… 첫 번째로는 가면 항상 그걸 나누고 올 수 있고 내가 덜어낼

그대로 그것은 이심전심(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의 대화였다. 같지만 다른 경

수 있어가지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지만 다 고통이

험들, 동시에 다르지만 같은 경험들 속에서 서로의 경험을 토닥였고 잘살아냈다는

다 다를 거 아니에요. 그치만 그래도 그런 고통을 나눌 수 있었고… <사례9>

칭찬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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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그 쪽으로[가정폭력을] 모르는 사람한테 내 살아온 얘기해봤자 이게 서로가 안

곁에 선생님들께서 학원에 전화해서 도와주신 것도 있고, 공문을 만들어 주신

맞잖아요. 같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게, 그런 것도 좋았고 1박할 수 있는

것도 너무 고맙고 뭔가 희망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곁에 최종보고회 참

게 그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낯설지가 않더라고. 왠지. 처음 봐도 같이 한

가자 소감나누기 중>

방을 쓰면서 이렇게 한 공간 안에서 몇 마디 대화를 하다 보니까 금방 이렇게 왜, 되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 같애. 낯설다 그 생각은 안 들고 되게

“내 얘기 길어서 기억 못하시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다 기억하시더라고요. 선생

이렇게 좀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또 사회에서 이렇게 별개로 만난 사람하고

님들이 나의 소소한 거 다 생각 못하고 잊을 수도 있겠지 했는데 다 아시더라

또 틀리게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사례

고요. 섬세하게 배려해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곁에 최종보고회 참

6>

가자 소감나누기 중>

‘바보처럼 나는 왜 그땐 (폭력인줄) 몰랐을까?’라는 건 가정폭력 당사자들이 자책

정말 준비를 너무 열정적으로 하셨던 것 같아요. 그게 보였어요. 그래서 그런

하는 메인 메뉴 중 하나다. 이때 다른-다르지만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참가자들은

가? 저희는 가면 힘을 얻었었어요.<사례7>

“나도 몰랐어. 우리 다 그래”라는 말로 단숨에 그것을 날려버린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라는 건 인생 다 힘들다라는 보편성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정

곁에 참여자들이 ‘섬세한 배려’, ‘대접받는 느낌’ ‘굉장히 철저한 준비’, ‘열정적인

폭력이 만연한 사회구조와의 대면이고 그것을 공통의 경험 속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준비’, ‘하나하나 엄마 손길 같은’, ‘친정 같은’ 이라고 말하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

는 의미다. 공감의 연대는 폭력을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으로 이해하도

해서는 데리다의 환대(hospitality)를 소환할 필요가 있다. 환대는 주체의 권한을

록 도왔고, 이것은 스스로에게(만) 향하던 부당한 질문들을 거부하고 질문의 방향

포기하지 않는 관용(tolerance)과 구별된다. 데리다(데리다, 2004:232-233)는 관용

을 부정의한 사회로 돌릴 수 있게 했다.

이 여전히 (주체가) 세심하게 따진 환대, (주체의) 감독 하에 있는 환대, 인색한 환 대, (주체가) 자신의 주권에 집착하는 환대에 불과하다고 본다. 관용을 환대라 할

2-3. 자립의 조건 3. 환대의 공간

수 없고 오히려 ‘환대와 정반대이거나 적어도 환대의 한계’라고 잘라 말한다. 이것 은 관용에 내재하는 권력 불평등을 가부장적인 것이라고 비판한 하버마스의 논의

여전은 곁에 프로젝트 기간에 총 1,233회에 걸친 상담을 진행했다. 기록된 내용 을 살펴보면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변화하는 참여자

와 맞닿아 있다. 자비나 은혜베풀기와 같은 요소를 지닌 관용은 지배자가 허용하는 범주 내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상황을 고려해서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자 54인의 변화무쌍한

자립의 조건에서 환대가 중요한 이유는 자립의 한계는 조력자가 정하는 것이 아

상황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참여자뿐만 아니라 참여자와 연결된 기관, 조력자

니라 자립하는 당사자 본인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력자의 역할

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여전이 목표했던 것은 ‘참여자의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지는

은 가정폭력 당사자가 살아갈 이후 삶의 한계를 미리 정하는 일이 아니라 누적된

것’이었다. 확정된 지원금을 입금하고 용처를 소명하는 일방향의 지원이 아니라 참

차별의 결과로 이미 협소해진 삶의 경계를 부수는 것에 있다. 경계를 강화하기보다

여자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껴안고 문제를 해결해 갔다. 전 남편이

경계를 허물어 당사자의 삶에 대한 기대, 상상력, 미래계획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

떠안긴 빚을 청산하는 방법이 있는지 정보를 수집해 안내하고, 보호막 없는 참가자

도록 독려할 책임이 있다. 경계 짓기는 지원자의 일이 아니라 경로를 정하지 않는

들에겐 소속이 되어주었으며, 적금을 만기까지 부을 수 있도록 중재했다. 참여자들

것이 책무라는 얘기이고, 지원대상자에게 선택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럴

의 상황을 진행 팀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암기의 힘이 아니라 참여자들을 대상

때에만 그 공간은 참여자가 안심하는 공간이 될 수 있고 두려움 없이 존재를 확장

화하지 않았던 사업진행 방식에서 온다.

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왜 싸워줄 수 있는 친구라고 했냐면 본인이 힘든 것을 본인 입으로 말

서울 가서 느낀 건데요. 참, 거기서 대접을 잘 받았다고 생각을 해요. (아, 진

하면 패배자의 변명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치부가 되는 것이 굉장히 많아요,

짜요?) 네. 그 동안에는 그래도 조금 저기였는데 거기 가서는 제가 조금 ‘아,

그리고 누가 말해줘야 아 쟤가 그렇게 힘들구나.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조금 느꼈어요.<사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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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말 다 엄청 감동하고. 진짜~ 멀잖아요, 진짜 사실은. 선생님이 묵는 곳에서 우 내가 개도 아니고. 개처럼 맞았으니까. 개같이 살았잖아요, 정말로. 그랬는데

리까지 오는 것도 멀어요. 우리보고도 갖다 달라고 하면 귀찮아요. 근데 귀찮은

여기 와서는 선생님이라는 소리도 하고, 또 이제 같이 막 웃으면서 떠들고. 막

표정 하나 없이, 그리고 애들이 막 까불고 난리치는 애들이 있었는데 그런 거

만나면 반갑다고 막 안아주고 막 하는 그런 게 너무 좋은 거예요. 막 놀러가서

하나 없이. 그 다음에 불꽃놀이 할 때도 정말 선생님들 힘드셔서 빨리 들어가

도 어? 정말 이렇게 먼… 정말 저희는 살면서 그런 데 갈 일이 없을걸요. 그런

서 쉬고 싶을 텐데 그런 거 하나 없이. 굉장히 그… <사례7>

산장 같은 데? 근데도 그런 데 구경 가고 막 연예인 누가 와서 잤다더라 그런 방도 가보고. (웃음) 되게 좋았어요, 저희는. 정말 이런 게 대접이구나, 다른 게

이러한 환대는 스스로를 주권자(대상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자리)로 이름붙이

대접이 아니구나. 아, 이렇게 했을 때 그래서 이런 게 대접받는다고 하는 구나

는 조직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곁에’가 한 것처럼 전혀 불가능한 것도

이런 거를. 저는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정말 짐승같이 살다가 아, 이제 사람이

아니다.

되는 구나 내가. 잘 벗어났구나. 그런 생각 정말…<사례4>

어떻게 ‘주권을 고집하지 않는’ 환대가 가능했는지는 참가자 인터뷰를 통해서 알 기는 어려웠다. 이것은 별도의 연구를 필요로 하며 곁에 진행 팀이 곁에를 진행하

곁에 진행 팀이 받은 요청은 다양했다. 개월 수에 따른 기저귀와 이유식, 알러지

면서 했던 질문과 고민들 속에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진행 팀

와 건강을 고려한 먹거리, 선호하는 감기약 등을 포함해서 원하는 노트북 사양과

의 일원이자 곁에 참여관찰자이기도 한 연구자의 관점에서 볼 때, 환대는 여성의전

사고 싶은 가전제품의 종류도 다양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요청들은 참여자가

화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내담자와 상담자는 평등하다’는 여성주의 상담원칙의 곁

받고 싶은 교육프로그램을 결정하고, 살고 싶은 동네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 버전이었다. 평등한 관계를 말로 하는 것과 직접 그렇게 하는 것의 차이다.

참여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한 것들이다. 그 과 정 역시 삶을 설계하는 과정의 일부이고 삶을 조정하는 방식을 익히는 기회라고

2-4. 자립의 조건4. 폭력관계의 온전한 종식과 분리

할 때 그러한 시간은 충분히 보장될 필요가 있다. Wuest,J.&Merrit-Gray,M(2002)는 가정폭력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여성들의 자기 그리고 선생님들이 저희를 대하는 태도가 피해자 보호해 줘야 돼, 그게 아니라

찾기(self reclaiming) 과정을 ‘[대항하기]-[벗어나기]-[돌아가지 않기]-[나아가기]’

평등하게 봐 주시는 게 너무 좋았어요. 의사나 환자처럼 약자 취급 하는 게 아

의 4단계로 구분해 설명한다. (1) 대항단계는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고 학대를 최소

니라 정말로 평등하게 대하시는 거예요 다들 아픈 건 있지만… 그래서 그게 되

화하고 방어를 강화하는 단계이며, (2) 벗어나기는 폭력관계로부터 적극적으로 벗

게… 그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되게 다양한 사람들, 저보다 어린사람도 있고,

어나려는 단계, (3) 돌아가지 않기 단계는 제도를 활용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유지

제 또래도 있고… 그런 게 좋았어요. 듬직하다, 제 뒤가 든든하다. 그런 느낌을

하고 지켜나가는 단계이고 (4) 나아가기 단계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새로

많이 받았어요.<사례10>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단계라

본다(이진형·김희숙,

2015:34 재인용). 이 연구의 주목할 점 [벗어나기]와 [나아가기] 사이에 [돌아가지 [캠프에서] 선생님들이 묵는 장소가 멀었잖아요. 근데 저희 장소에 와서 불편한

않기]라는 단계를 삽입했다는 점에 있다. 벗어났지만 [돌아가지 않음]을 확인할 때

게 없는 지 막 물어보셨는데 “저희 애가 열이 나는데 해열제가 필요할 것 같아

까지 불안은 계속되며, 돌아가야 하는 요인들이 돌아가지 않아야 하는 요인들보다

요. 뭐 콧물약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갖다 드릴게요.” 이랬는데 사실 굉장

당사자들에게 더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독해된다. ‘돌아가지 않아도 되

히 멀잖아요, 2층에서 1층이 아니잖아요. [약을] 갖다 주신 거예요. “모기약이

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 적당한 의지와 적당한 조력만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

없어요.” [했더니] 또 갖다 주시는 거예요. 전 더 놀란 게 사오셨대요, 그 약을

도 하다.

나가서. 그 캠프를 벗어나서 사 오셨다는 거예요. “허, 정말요?” 막 그… “아

이때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상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상태와

니, 없어요.”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사실은. 뭐 “아, 그 약은 준비를 못했네

는 구별되어야 한다.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상태란 당사자의 의지에 달린 문제가

요.” 할 수도 있는데. 거기가[숙소가] 시내에서 좀 떨어진 데니까 약 없다고 누

아니다. 그보다는 당사자의 통제를 벗어난 문제에 대해 공적 기관이 나서서 상황을

가 뭐라 할 사람 없어요. 근데 나가서, 차타고 나가서 사 오셨다 그래가지고 정

통제하고 당사자의 지속가능한 일상을 확보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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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위험한 가해자의 추적으로부터 안전해지는 일이나 분리 이후까지도 원격으로 시

<사례1>은 폭력관계를 온전히 벗어나 더 이상 괴롭힘 당하지 않고, 돌아갈 마음이

도되는 남편의 통제로부터도 영향 받지 않는 일 등은 피해자가 혼자서 해결할 수

들지 않는 지금의 상태를 보여준다. <사례1>의 고민은 미성년자녀(3명)의 심리정서

없다. 폭력 없는 삶을 향한 여정이 피해자 개인의 의지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개인

적인 건강과 전남편이 남겨놓은 빚을 갚아야하는 데에 있다. 아픈 자녀 세 명을

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이유다.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기 어렵고 이것은 자립의 과정을 어렵 게 만들지만 적어도 폭력관계로 돌아갈 일은 없다. 그의 말대로 경제적으로 똑같이

곁에 참여자들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4단계(나아가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힘들어도 그가 버틸 수 있는 건 괴롭히는 당사자가 이제는 없기 때문이다. <사례

많았지만 모두가 그런 시작을 함께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시작은 폭력관

2>도 사회복지사 과정을 밝으면서 노후의 삶을 계획하고 있고, <사례9>도 플로워

계와 직면하고, 그 관계로부터 벗어날 것을 결심하고, 벗어날 준비를 하고, 분리를

리스트 과정을 통해 이후의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당장의 교육비와 생계

감행할 때에 가능한 단계다. 10명의 인터뷰 참여자 중 7명은 각기 [나아가기]의 과

를 걱정하는 <사례3>도 3년 후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꿈꿔보기도 한다. 그리

정에 있었지만 두 명은 ‘돌아가지 않기’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고 이런 [계획할 수 있음]이 곧 나아가기의 신호라 본다.

구분

과정

도 속에서 삶의 반경을 넓혀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사례8>은 이러다가는 돌아갈

사례1, 사례5

자녀 안전, 폭력세대전이

직면> 분리> 결심> 준비

사례2

자녀에 대한 폭력

대한 사회안전망에서 빗겨나게 되었고 시누이들의 괴롭힘이 멈추지 않으면서 <사

분리> 직면> 결심> 준비

사례3

경찰신고

례8>의 삶에 제동을 걸고 있다.

사례4,

*이삿짐센터 미리 부름.

작년에는 한 두 개만 아팠는데 손가락이.. 이제는 전체적으로.. 강도도 더 심하

사례6.

*쉼터를 미리 알아봄.

고요….아픈 건 상관없어요, 괜찮아요. 근데 자꾸 우리 시누이가 자꾸 전화 오

사례9.

*이혼을 준비함.

는 게 스트레스예요. 모르는 번호로 오니까…. 아니 안 오더니 요 근래에 그렇

사례7.

* 분리 후 가해자의 추적.

게 오네요… 1년 되어 가잖아요… 그러니 이것이 들어오려나 그런가 봐요. 제

(수차례 단기쉼터 이동)

가 마음이 약하잖아요. 우리 시누들이 내가 마음이 약한 걸 알아요… 그러니까

직면> 결심> 준비> 분리

위험

하지만 분리 위험 상황인 <사례7>과 <사례8>은 남편의 지속적인 위협과 통제 시

분리 계기

직면> 결심> 분리> 준비

분리

분리

사례

분리 후 남편의 이혼 거 부, 시누이들의 지속적인

사례8

괴롭힘

분리

사례10

안함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사례8>의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면서 가정폭력에

분리했으나 건강문제, 경제력

우리 시누들이 제가 [집에] 들어오겠지 그런 거겠지….(중략) (아까 그냥 들어가

문제, 자녀문제 등 어려움을

버릴까 생각도 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집주인이 그냥 막 독촉하면서 욕만 안 했

겪으며 폭력으로의 돌아가야

지 소리 지르고 그럴 때는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죠……. 그런데 가고 싶지 않

하나 망설임. 남동생은 아버지와의

아요. 우리 큰시누가 가만히 안 있을 것 같아. 우리 시누 한 테도 폭행당했거든 동거

요, 두 번 이나. <사례8>

거부/가출 <사례8>을 폭력관계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는 위험요인은 이혼해주지 않는 남편

<표 3> 연구참여자들의 폭력관계 분리 과정 및 인터뷰 당시의 상황

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사실상 그 괴롭힘을 구동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와 사회 다. 국가는 남편이 있다는 이유로 가족의 생계를 외면했고 아버지의 수입이 있는 똑같이 힘들어도 누가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은 없잖아요. 네. 육체도 힘들

이유로 자녀는 학교 내 근로 장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공동거주 쉼터에 성인자

겠지만 정신적으로 누가 힘들게 하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조금 버티

녀와 함께 입소할 수도 없어 거주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집주인의 독촉과 시누

는 거죠, <사례1>

이의 계속되는 전화는 <사례8>을 더 취약하게 만들며, 안타깝게도 이 상황은 지금 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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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항상 이유가 ‘네가 잘못해서 그런다’, ‘네가 이렇게 했기 때문에 그런다’, 다 그 국가의 적극적 개입 없이 안전/건강/주거/생계 위협은 지속될 전망이고, 이대로

게 원인이 다 나한테 있는 거지. 우리 시부모도 그래요. 남편이 그렇게 한 거는

라면 <사례1>이 말하고 있는 ‘괴롭히는 사람이 없는 상태’는 <사례8>에게 도래하

네가 잘 하면 그러겠냐. 근데 그거는 절대 아니거든요. 네, 그게 저도 그런 말

기 어려워 보인다. 제도의 허점을 활용 중인 가해자가 <사례8>의 항복을 받아내기

듣고 저도 ‘아, 그런가?’, ‘아, 내가 잘못해서, 내가 정말 이러 이러한 부분은

전에 국가의 사회안전망이 먼저 작동할 수 있도록 정책의 공백을 메우려는 노력이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그렇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사례2>

필요하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언어폭력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때 언어폭 2-5. 자립의 조건5. 폭력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말하기

력인지 뭔지도 모르고 그냥 혼자 속앓이만 하고 있었고. 못 달려드니까. 정말로 이렇게 구타 식으로 폭력 이런 건 아들 놓고 <사례6>

폭력관계와 직면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해내는 일은 폭력 이후 삶으로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다. <사례5>는 어린 자녀가 아빠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 기를 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다.3)

폭력의 원인이 피해자가 아니고 폭력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

폭력이 아니라 부부싸움으로 생각했던

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해온 역사는 가해자

스스로를 되짚으며 상황을 다시 해석하고자 노력하며, 이후 경찰의 도움을 받아 폭

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에게는 폭력에 대한 책임감(자책감)을 선사해왔다. 때

력적인 상황으로부터 벗어난다.

문에 다른 삶으로 이동하는 일에는 이러한 수치와 자책을 떼어내어 분노4)와 희망 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때 필요한 것이 재해석의 언어들이다. 이것은

그 전까지는 이게 폭력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그냥 애정의 한 표현? 그니까 서

폭력을 합리화해 온 가부장의 오염된 언어를 거두고 나에게 맞는 옷으로(언어로)

로 좋아하고 하다보니까 그냥 이정도 스텐스, 싸울 수는 있지 라고 생각을 했

갈아입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성주의 인식론은 그러한 재해석의 경로에 당사자

어요. 근데 애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 ‘아 내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 건가’하

들과 동행한다.

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사례5> 저는 그 계기로 해서 약간 좀 제가 생각의 전환을 했다고 생각을 해요. 내가 여성이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싸움으로 인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1)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게끔 해주신 그런 게 있어

너무 일상적이고 (2) 주변 사람들의 합의 속에서 당연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

요. 그니까 저는 일단 예를 들어서 여성 인권이 뭔지도 몰랐고 (웃음) 그게 어

성에 대한 강압적 통제와 가해자들의 길들이기(gas lighting)는 한국사회가 합의한

떻게 뭐, 해야 되는지도 몰랐고. 근데 일단 그거에 대해서 제가 알았잖아요. 내

차별적 성역할에 기대서 일어나며 참여자들의 경험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계부를

가 폭력을 당하면 안 되는 거고 이제 저 말고 누구나 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

안 썼다는 이유로 머리를 때리거나(사례7),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말에 발

가 맞는 거는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제가 알았잖아요. 그리고 여성, 여자라고 해

끈하는 아내를 응징하는 것(사례1), 여자가 살림 헤프게 산다는 것을 구타의 이유

서 좀 못하고 그런 게 없다는 거를 조금 알았죠. 그래서 저는 좀 뭐라고 해야

로 드는 것<사례6>, 생활비를 반반 부담하는 것에 합의하지만 집안일과 육아는 여

되지? 제가 제 삶, 그니까 삶 자체는 똑같지만 제가 생각하는 삶이 조금 업그

자의 책임이니 여자가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일(사례5) 등은 참가자들이 익숙한 장

레이드되는 느낌? 그렇게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나는 좀 그 때 제가 그렇게

면이었다.

썼어요. 깨진 달걀. 겉에 일단 깨진 달걀에 그 안에 있는 병아리가 저예요. 그 리고 겉에 있던 막을 이 분들이 깨주셨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한 거거든요.

3) <사례5>만이 아니라 인터뷰에 참여자들은 폭력에 직면하던 순간들을 말하고 있다.(<표3 참고>). 또한 <사례5>의 사례가 그랬듯이 자녀는 폭력관계를 유지시키는 주요한 요인에서 폭력관계를 종결시키는 요인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이 폭력을 그대로 보고 배울 것에 대한 두려움, 엄마를 무 시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아이들도 자신을 무시할 것에 대한 두려움, 아이들을 자신 외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아이들이 그런 아버지를 미워할 것 같은 두려움은 용기를 내야하 는 이유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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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허라금(2017:80)은 사회적 맥락에서 분노는 강자의 감정이지 약자의 감정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분노는 상대에 대해 내가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을 전제하며, 이때 분노의 대상이 되는 사 안이나 상대를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수치를 분 노로 이동시킨다는 것은 상대방-가해자를 나와 대등한 위치에 둔다는 점에서 권력(지배)에 대한 감각을 전복시키는 맥락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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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그래서 그렇게 썼거든요, 제가. 되게 감동했어요, 그 때. <사례5>

한국여성의전화

의 차이, 서로 다르게 드러나는 차별의 결과들을 고려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하 루단위의 삶은 넘어설 수 있는 기회들이 보장되어야 하고 개인 간 차이를 충분히

<사례5>는 곁에 마지막 워크숍에서 진행한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저

고려하는 기회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자와의 대화 시간이 자신의 생각을 전환시켰다고 말한다. ‘삶 자체는 똑같지만 삶

곁에는 가정폭력 쉼터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나에게 필요한 꼭

이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라는 그의 말은 제 언어를 갖는다는 것이 어떻게 힘

한 가지를 신청 받았다. 지원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지속가능한 삶의 물꼬 역할을

(empowering)과 연결되는지를 알려준다. <사례5>가 ‘여자가 맞는 것은 잘못됐고

해내기도 했다. 지원내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각자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을

여자가 남자보다 못하지 않다’는 말을 살면서 처음 들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

골라 지원하는 곁에의 방식은 자연환경이나 사회 환경 혹은 개인별 특성에 따라

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그날 그 자리에서는 그 지식이 표면적인 앎

불평등에도 차이가 있다는 센(1999)의 논의에 영향을 받았다. 센은 동일한 재화는

(explicit knowledge)에 머물지 않고 자기 삶 속으로 초대되었다고 보는 것

동일한 기능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소득이 같다고 할지라도 아픈

(implicit knowledge)이 맞겠다. 초대 이후 그 문장은 더 이상 의미 없는 텍스트

사람은 건강한 사람처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당사자의 경우 같은

가 아니며 자기 삶을 하나씩 해석해주는 도구로 전환된다.

가정폭력 경험을 가진다 하더라도 경제활동을 해온 이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필요

해석의 도구를 취득한 후 <사례5>는 말하기 어려운 자신의 폭력 경험을 말하기

로 하는 지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격증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와 검정고시부

시작했고, 그것은 더 이상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렇게 안 살’고 있

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는 비단 시험의 내용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고 ‘지금은 그게 아닌’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폭력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로 묘

제반 조건들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 상황들을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사된다. 그리고 과거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난 지금의 정동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희

가족원 모두 건강하나 주거가 불안정한 경우와 주거는 안정적이나 자녀들이 아픈

망일 수 있다.

경우에 또한 서로 다른 상황을 고려해서 이후의 계획을 만들어가야 한다. 도로에 비유해보면 폭력 이후의 삶으로 가는 경로에서 국가의 지원 정책을 8차선 도로로

네네. 처음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데 그냥 한 번 얘기하기 시작하면 괜찮아요.

가정한다면, 당사자들의 현재 위치는 그 도로 위가 아닌 것이다.

뭐 없었던 일 얘기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겪은 거에 대해서. 지금은 그렇게

적은 지원이지만 곁에가 물꼬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상황에 맞춰 지원

안 사니까.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그냥… (중략)… 근데 애들이 잊지는 않더라

금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곁에 지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고요. 제가 아빠한테 맞았었던 거는 애들이 잊지는 않더라고요. “엄마, 옛날에

이후 방안에만 있던 아이가 거실에도 나오고 엄마와 눈도 마주치게 되었다는 분,

아빠한테…” 지금 한 번씩 그 얘기를 해서 제가 뜨끔해요. “엄마 옛날에 아빠

학원비를 지원해주어 자격증을 취득해서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는 분, 가정폭력 자

한테 맞아서 여기 이렇게 판다처럼 됐었잖아.” 막 이렇게 얘기해요. 그래서 그

녀에 대한 지원시스템이 부재한 사회에서 당장 길거리로 나앉을 뻔했던 삶을 곁에

런 거 좀 잊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거는 기억 안 해도 되는데. 그래서… <사

가 연장시켜주었다는 분 등의 이야기가 성과로 남았다.

례5>

그리고 이러한 성과들은 계획조차 세울 수 없었던 곁에 이전의 취약한 상태와 함 께 검토되어야 한다. 계획이라는 걸 세울 수조차 없는 상태, 아마티아 센의 말을

2-6. 자립의 조건6.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기

빌자면 역량 박탈의 상태를 고려해야만 한다.

마지막 자립을 위한 조건은 당사자들이 폭력 이후의 삶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남편의 이혼거부와 국가정책의 공백으로 인해 건강·주거·경제상황이 불안정한 <사

세울 수 있도록 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지원들이 보장되는 것이다. 분리를 통한 가

례8>은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향후 계획에 답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1)밀린 월세

정폭력 종결은 생활터전을 옮기는 것은 물론 해오던 일을 멈추고 총체적으로 삶의

와 (2)부채, (3) 아픈 몸(관절염)과 (4) 구타 후유증으로 잘 들리지 않는 귀 (5) 남

방식을 재조정하는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와 결별하고 무른 땅에서 삶을 재구

편의 이혼거부와 (6) 시집식구들의 괴롭힘 (7) 저임금과 (8) 서로 미워하는 (성인)자

축하는 이 과정에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일

녀들 이라는 조건은 당장의 생존 이외에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사례8>

것이다. 현재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도래할 삶의 윤곽을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에게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래는 ‘만약 생활비와 교육비를 제공할 경우 무엇을 할

위해서는 충분히 쉬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하며, 개인의 능력과 조건

생각인지’에 대한 <사례8>의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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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럼 만약에 선생님이 사실 지금 일이 너무 힘드시잖아요 선생님 진짜 하고 싶으신 일 하실 수 있게 저희가 교육비랑 생활비 드린다고 하면 혹시 하시고

[마을 도서관에서] “선생님 같은 분이 와서 강의도 하고 애들하고 책 만들기도

싶은 게 있으실까요?) 교육비랑 생활비요?… 우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만

하고 그러면 참 좋겠네요.”라고 했지만 그게 홈페이지에 다 뜨고 예. 다 막 이

약에 장기적으로 그렇게 해본다면)

깊이 생각 안 해봤는데 지금 생활이 너무

렇게 되는 거고. 지금 상태에서는 지금부터 한 1-2년 상태에서는 힘든 상황,

급급해서… 언감생심… (그래도 혹시 이런 걸 준비를 하면 어떤 걸 지원하면

그 상황이. 그리고 그 상황으로 못 가니까 또 속상하고 필명으로 할까 할래니

좋을까 해서요) 구체적으로 생각을 안 해봤어요, 일단 생활이… 힘들고 그냥 하

정말 다, 완전 다시 맨땅에 헤딩하듯 해야 돼요. 제가 유명작가도 아니지만 그

루하루 사는 게 너무 버거워서… (그러면 혹시 나중에라도 그런 게 생기면 저

래도 이제 그냥, 그냥 글 쓰면서 살기에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있어서 온 거였

한테 말씀 해주세요) 네, 지금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바빠요 그냥 하루하루 버

는데 새로운 이름으로 가기… 가는 게 하나의 방법이긴 한데 그거 역시 정말

티는 게…

맨땅에 헤딩하는, 시작해야 되는. 저는 오히려 난감한 상태죠. 그 능력이 발휘

…(중략)… (정말 열심히 사셨고 열심히 사시는 거예요) 그냥 하루하루 산다니까

될 수 있는가, 과연 나에게? 막 이런 아노미한 <사례7>

요. (매일 일을 빠짐없이 나가신 다는 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살아내기 위해서 하루하루 버텨가는 거예요, 버티기 하는 거예요, 사람의 버텨내기? <사례8>

<사례7>은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라는 고유한 직업이 있지만 남편의 위치 추적과 일상적 위협은 그 능력의 용처를 찾을 수 없게

<사례8>의 상황은 고립된 섬과 같았다. 16차선 고속도로가 보이기는커녕 고립된

만들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사례7>이 겪는 더 큰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

섬이라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사례8>이 네댓 번 반복하는 “하루하루”라

대책 없는 한심한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었다. 위치 노출 문제로 쉼터를 연거푸 옮

는 말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했던 날짜세기와 다르지 않다. 이

겼고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된데다 누적된 폭력으로 인해 생긴 폐쇄공포증은 ‘성

럴 때 세울 수 있는 계획이란 살아남기 그 이상이기 어렵다. 주거나 자녀문제 무

실한’ 쉼터생활을 하기 어렵게 했고, 정돈되지 않는 일상과 차곡차곡 진행하지 못

엇이라도 하나 안전해진다면 그 다음 계획을 세워보겠지만 지금과 같은 ‘버티기’상

하는 이혼준비는 <사례7>을 답답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태에서 하루 이상의 단위계획을 세우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사례8>은 아직 폭력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것, 그것은 폭력관계가 종결되지

예를 들어서 4-50만원에 월세를 꾸준히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저는 가능

않을 뿐 아니라 종결을 기대할 수 없게 조력이 멈춘 상태를 말한다. 복구를 시작

하면 애 전학을 안 시키면서도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그래서 이제 새 학기에

해야 하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훼손이 멈추지 않는 상태이고, 개인의 힘으로 통제할

맞춰서 장기쉼터를 가서 2년 정도는 전학 안 시키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수 없는데도 개인에게 책임지우는 상태다.

다음에 이제 그 사이에 이혼이 될 테니까 빨리 오늘부터 서둘러서 이혼이 되면

가정폭력 피해자의 폭력관계 벗어나기에 대한 연구들은 피해자의 자립의지를 강

뭐 모자원 같은 데 자리가 나면 가고 없으면 이제 주거로 가든가. ‘그렇게 해서

조하지만 그 의지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피해

돈을 모아서 우리가 살 집이나 임대아파트를 해야겠다.’ 뭐 이런 계획을

자의 의지가 폭력에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비단 아내 개인

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아무 계획이 없는 사람이 되 버린? 그니까 쉼터만

의 자각만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각과 저항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적 요인들을

전전하고 아무 대책 없는 사람이 돼버린 거예요, 그 분들이 보기에는. 내가 어

주목하는

떤 사람들에게 한심한 사람이 되어있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사례7>

것이다.

Kirsten

Beyer,

Anne

Baber

Wallis

and

L.

Kevin

세우

Hamberger(2013)는 친밀한 파트너 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4단계의 타원 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때 피해자의 건강이나 폭력에 대한 태도인 (1) 개인적 요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는 <사례7>을 가해자로부터의 위험에 보호해주지만 그의 회

소는 가장 안쪽의 작은 타원으로 존재한다. (2) 개인적 조건 둘러싸고 대인관계 및

복에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동생활을 위한 규칙을 지켜

가족 관계 요인이 자리하며, 그 다음으로 (3) 이웃과 커뮤니티 환경이 가족과 대인

야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는 쉼터 구조는 <사례7> 자기비난을 더 악화시키는 기재

관계를 둘러싼다. (4) 마지막으로 법제도적 환경과 공공정책과 긴급구조 정책 등의

가 되었다. 남편이 쏟아 부은 말들로 인해 -‘너는 정신병자고 일부러 사람 갈궈.

사회정책 시스템이 가장 큰 원을 그리고 있다. 사회정책시스템 없는 피해자의 의지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애야’- 스스로 내가 정말 정신병자인가?를 질문해온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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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이런 불안정함을 온전히 수신하기 어려운 쉼터 구조는 불신 받는 자신에 대한 불

‘심각한 신체적 폭력을 장기간 당한’ 사례가 아니었고 즉각적인 생명의 위협이 있

신으로 재생산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상태로 이동하기

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참 후 남편의 성폭력을 말하고 나서야 폭력인지 아

위한 시도는 시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닌지 애매하다는 주변의 시선이 거둬졌다는 그는 여성의전화에서도 자신의 사례 정도의 폭력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기대도 안했다’고 말한다.

<사례8>이 남편의 이혼거부로 인해 국가의 사회정책시스템에 들어올 수 없는 경

하지만 Kelly(1984)가 30년 전에 말한 바와 같이 피해는 동일하게 경험되지 않는

우라면 <사례7>은 가해자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지는 방법으로 가해자 분리가 아

다. 신체적 구타의 경중만으로 피해의 경중이 달라지지 않고, 개인의 상황과 조건

닌 피해자 분리를 채택한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고질적인 문제다. (1)피해자는 도망

속에서 피해를 취약하게 경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치고 (2)가해자는 뒤쫓지만 (3)국가는 가해자를 검거하지 않고 (4) 피해자를 계속

피해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고 그래야만 도와주겠다는 편협한 주인-국가와, (1)폭력

피신시키는 정책에서 안전해지는 것은 가해자뿐이다. 그것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

의 구조적 맥락을 이미 알고 있음으로 해서 (2)당사자의 호소 즉시 그것을 직관적

다. 쉼터는 안전한 가해자들로 인해 위험해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더 단단한

으로 인지하고, (3)추가훼손 없이 피해회복을 위해 입체적인 지원을 시작하는 주인

규칙들을 강제해야하고 그런 규칙이 버거운 <사례7>과 같은 입소자를 쉼터도 버거

-국가가 만들어내는 피해 이후의 세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워한다.

나만 참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버텨오던 <사례10>은 ‘물리적인 폭력이 되기 전에’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회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

한편 <사례10>은 폭력의 당사자성을 확인하는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내는 정책의

다.

공백을 보여주고 있다. <사례10>은 인터뷰 참가자 중 유일하게 가정폭력 피해자녀 였는데, 성인이라는 이유로 가정폭력 피해회복의 절차 안에 진입할 공식 경로가 없

처음에 경찰일 이후에 아빠랑 그거에 대해서 얘기 한 적은 없어요. 근데 스스

었다.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당사자의 ‘자녀’로 인식되었고 아버지의 폭력이 현재

로 ‘아,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되게 오래 했어요. ‘배게 밑에 칼

진행형이 아니며 간헐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회복을 위한 책무를 국가가 수

을 놓고 자야하나’, 아니면 ‘아빠가 늦게 들어온 날은 아빠가 먼저 나를 죽일지

신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사례10>도 가지고 있었다.

도 몰라‘ 라는 생각에. 그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너무 심해서 잘 때 자려고 누웠을 때 계속 울었어요. 울면서 자고. 그런데 그게 상담을 거치면서 나아지고

사실 저는 여기에 뽑히지 않을 줄 알았어요. (왜요?) 폭력이 되게 오랜만에 일

스스로가 달라진 거예요. 그래서 [상담] 선생님한테 뭐라고 했냐면 ’아빠가 그렇

어난 거고, 나보다 더 심한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경찰이 알려주

게 일을 만들고 내가 경찰을 부른 게 정말 잘 된 일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어

신 상담선생님도 그러셨어요. 안 뽑힐 것 같다고. 이런 지원이 저도 필요하긴

요. 평소엔 원망했었는데... 아빠 이유로 경찰 부르고 상담 받게 됐으니까. 그전

하지만 나보다 심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라는 얘기를 했었어요. 그 당시에 경

에는 어디서 받는 줄도 모르고 그런 건 다 돈 내야 되잖아요. 그냥 단순 우울

찰이 알려준 선생님한테. 그래서 매번 폭력을 당한다거나 매번 위협을 당한다

증 대인기피증 같은 거는 돈을 내야 되는 게 많으니까. 그러지도 저러지도 못

거나 그런 기억은 없어요. 제가 경찰을 부른 건 스스로가 더 이상은 ‘못 참겠

하고 하니까 혼자서 끙끙 앓고 그랬는데 일주일에 한번 씩 만나는 사람이 생기

다.‘ 해서 몇 년 만에 터진 아빠의 폭력에 화가 나서 경찰에 신고가 이어진 거

니까 나아지더라구요. <사례10>

고, 어떤 폭력이 계속 가한 건 아니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강했던 것뿐이지… (중략)… 그거요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게 마음에 와 닿았

가해는 과거에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이 해소되지 않을 때 피해는 현재 진행형

어요. 저 같은 분들도 있겠죠, ‘그 일은 사소한건 아니었지만, 평범한 건 아니

이다.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 대한 적확한 개입은 지금 상태를 넘어서고 다른 출발

지만,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준이 아니야, 내가 참고 견디면 돼’ 라고 하는

선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산한다. 피해를 의심받지 않고 자신의 상태가 공시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아니면 ‘나만 참으면 괜찮아…’ <사례10>

적으로 인정받는 경험들 속에서 사회의 외부인이 아니라 사회 속의 개인으로 자신 을 위치 지을 수 있으며 이런 시간이 지속될 때 사회에 안착 할 수 있다. 삶의 계

자신의 경험을 ‘사소한 폭력’으로 말하는 참여자는 <사례10>만이 아니었다. <사례

획이 생기는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다. 사회가 여성에게 여성이 사회에게 보냈던

9>도 곁에에 지원할 때 주변사람들로부터 ‘애매하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말한다.

불신이 안개라면 이 순간은 뿌옇던 안개가 걷히는 순간이고, 보이지 않던 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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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어느 길로 어떻게 발걸음을 내딛을지는 이제부터 생각 할 수 있다. 갈 수 있겠구나, 라고 안도하고 일단 가보자 결심할 수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것들이다. 가장의 폭력은 개인이 멈출 수 없다. 가족은 젠더, 계급, 나이 등이 집약적으로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출발 후 가면서 조력자들과 의논하면 된다. 혼자 가는 길

작동하는 권력의 공간이고 가장에게 구성원에 대한 통치권을 부여해 왔다. 그럼에

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는 막다른 길이나 무너진 곳을 확인하고 길을 만들어 두

도 가정을 정의의 예외영역으로 사고하면서 동시에 여성에게 가족돌봄의 책임을

면 된다. 그 길로 모두가 다 지나가지 않지만 그 길을 경유하지 않고 갈 수 없는

위탁해온 사회는 ‘가정을 돌보아라, 그것이 폭력가정일지라도!’라는 명령을 내려왔

당사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이것이 주권에 집착하지 않는 환대이

다. 당사자들이 한목소리로 ‘나라는 존재가 없었다’(2-1참고)고 말하는 건 그것이

고 자립의 조건이다.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부여한 –희생자라는-성역할이어서다. 폭력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이제야 겨우 내려놓은 다짐한 당사자들에게

3. 자립의 의미

있어 ‘책임감’은 자립을 위해 북돋워야할 것이 아니라 내려놔도 된다고 안심시키고 무게를 덜어 내야하는 항목이다. 그걸 덜어낼 때 잃어버린 나를 복원할 수 있고,

이 장은 연구참여자들이 말하는 자립의 의미를 정리하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다양한 연구자들이 당사자들의 자립을 다각도로 정의해왔지만 자립을 구상할 때

그것이 당사자들이 말하는 자립이었다. 내가 책임질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부당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한 내가 되는 그것 마이다.

경제적이고 정서적인 독립이라는 목표를 정한다는 점에서 한계라고 보았다. 참여자 들은 자립을 자기복원의 과정으로 설명했다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도는 삶을 미래

3-2. 사회적 관계의 복원

에 도래할 자기 삶의 내용에 포함하고 있었다. 물론 사회통념에 따라 누구의 도움 도 받지 않는 상태를 자립이라 말하기도 하였고 그것 또한 상호 조력하는 자립의 중요한 과정이었다.

클라멘트 코스를 고안한 얼 쇼리스(2006)는 빈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스물여섯종 류의 무력을 이야기한다.5) ‘무력의 포위망’이라고 표현한 이것은 빈민이 정치적 삶 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폴리스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탈출가능성을 낮추고 자포

3-1. 자기복원

자기 하게 만드는 것들로, 그 자체로 무력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 안에서 무력(force)이 된다. <사례1>은 학교가 어떻게 무력의 포위망으로 작동할 수 있는

<사례10>은 자립을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을 속박해온 것

지 보여주고 있다 등교를 거부하는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게 되면서 <사례1>은 아

들로부터의 분리로 설명한다. 이 말은 사례10의 홀로서기를 방해하는 것은 의지박

동학대 의심을 받게 되고, 존중 없는 담임의 태도는 <사례1> 무섭고 질리는 경험

약이나 책임감 없음이 아니라 과도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되었다. 비단 학교만이 아니라 가정폭력 당사자가 마주하는 세상은 (1) 무시가 준비되었거나 (2) 신뢰를 거둬내는 일이 빈번했다.

자립이요… 자립이란 나로 살 수 있는 거. 강아지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저는 그냥 마이패스가 되는 게 부러워요. ‘내 길 내가 간다’ 자립이라 한다면 그런

담임선생님이 저희 집에 와서 [학대여부] 확인을 하고 가셔갖고 그렇게 얘기를

거요. 아빠가 나 죽는다 소리해도, ‘그건 아빠 문제다’라고 선을 긋고 내 길을

했으면 됐는데 오지도 않고 그냥 얘기가 나돌아서 너무 화가 나고 사람에 대한

갈 수 있는. 그래야지 자립이 됐다고 생각하고 자립이라고 생각을 하고. <사례

질린다고 할까요? 무섭다고 해야 할까요… 네. 그것 때문에 진짜 밖에를 나가

10>

고 싶지 않았어요. 끝내는 마지막에는 제가 사과는 받아냈는데 사과도 안 하고 지나가더라고요.<사례1>

임태연(2004)과 홍미리(2005)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갖는 책임감에 주목한다. 가장 의 폭력마저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문제해결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시 간을 보낸다. 이것을 학습된 무기력이나 우울감이라는 결과적 접근으로만 해석할 수 없으며, 어떤 경로로 무력감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본다. 무력감 은 폭력을 책임지고 해결하려고 했던 무수한 시도와 그것의 거듭된 실패에서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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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빈민을 포위하고 있는 26가지 무력은 공공주택공급, 굶주림, 후원자, 행운, 타인의 시선:지적폭 력, 봉건제도, 버, 총, 성급함과 압력, 소외, 이웃들, 가정폭력, 집주인, 비열함, 마약, 감옥, 범죄, 질병, 타인의 시선: 미디어, 타인의 시선:인종차별, 경찰, 판매, 학대, 인종대립 등이다(쇼리스, 2006:94). 이것들은 포위를 통해 생각할 능력을 상실하고 희망을 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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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뭔가 세상에서 나는 점점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졌어요. 학교를 오래 쉬는

하더라도 포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합한 예이다. 한부모 코디네이

바람에 점점 또래들 사이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었고, 무능력해져서. 굉장히

터로 일하는 <사례1>은 한부모를 조력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중이며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무너뜨렸거든요. 이 세상에 내버려졌다고 느낄 때 나도 기뻐할 수

공적 시민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사례6>은 가정폭력 피해

있는 [사람이다].. (중략) 제도적으로는 절대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지만 나를

자 쉼터 퇴소자 모임인 ‘배틀’모임에서 받은 명함 한 장이, <사례9> 자신을 믿기

믿어주고, 제 경험을 믿어주고 지원해주신 덕분에 저는 떳떳해졌다고 생각합니

시작한 엄마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한다. 무력의 포위망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것

다. <곁에 최종보고회 소감나누기 중>

을 거부할 수 있고 심지어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그것은 곧 통제 가능한 것들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정치적 삶의 복원이라 할만하다.

쇼리스는 무력의 포위망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공 포에 질린 반응을 극복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무력의 포위망이 무

3-3. 미래의 복원, 설계 가능한 미래

너져 내린 작은 폴리스 안에서 ‘그들의 서로 다시 태어나는 것(2006:162)’이라고 말한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잃었거나 없었던 정치적 삶을 조금씩 복원해내는 것 을 뜻한다.

센은 무제약 상태(political liberty)와 정치적 자유(political freedom)를 구분한 다. 무제약 상태는 말 그대로 제약이 사라진 상태의 자유이고, 정치적 자유 상태는

가정폭력 당사자에게 있어 무력의 포위에서 예외적인 공간은 직장, 가족, 다른 공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가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때 역량

동체 등 여러 장소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새로 구한 일터에서의 인정, 가족구성원

(capabilities, 역량집합)이란, 실질적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의

이 전하는 신뢰의 메시지, 그리고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경청의 경험 등은 두려

집합을 뜻한다. 무제약 상태에서 정치적 자유상태로의 이동은 곁에 참여자들의 이

움을 극복하도록 도왔다.

동 경로였다. 표현은 다르지만 이러한 변화는 과거와 현재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면 서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말들 속에서 자주 등장했다.

되게 힘이 됐던 게 ‘배틀’ 모임 있잖아요. ‘배틀’ 모임 때 미리 왜 하신 분이 한 분이 오셔갖고 그 분 중에 그 때 무슨 같이 게임을 했는데 그 때 잠깐 한 5분

아이들 재우고 나면 지금도 열시 딱 얘네들 자라고 누우면 그 때부터. 지금 책

정도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잠깐 제 얘기를 잠깐 했

보거든요, 잘 자나 보면서 이제 책 보는 거죠. 그 시간을 나중에 영어 배우는

는데 되게 귀담아 들으시더라고요. 그러더니 그 분이 가실 때 명함을 하나 주

시간으로 굴리면 되니까. 그렇게… 근데 이게 한 번 시작하다보니까 계속 하고

고 갔어요. 나중에 연락 함 해보라고. 그 분이 뭐 공장을 하셨나 봐요. 근데 그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그냥 필요에 의해서 했다고 해야 되

주고 가셨는데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마음에 위안이 됐어요. 나중에 제가 거기

나? 근데 지금은 제가 그냥, 그게 힘, 그니까 저한테는 그 시간이 저만의 시간

안 갈 값이라도 그 명함 한 장 받았는데 그게 되게 힘이 돼갖고 그 후로부터는

인 거잖아요. 근데 뭔가를 제 머릿속에 집어넣는다는 게 되게 좋은 거죠, 기분

걱정이 안 되더라고요.<사례6>

이. 그래서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요. <사례5>

지지자가 생겼죠. 처음에는 엄마를 못 믿었었거든요. 근데 진짜… 점점… 처음

솔직히 말해서 그 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한 번도 미래를 생각해보지

에는 엄마를 못 믿었던 게, 엄마도 저에 대한 믿음이 없었을 거예요. 아 얘가

못했어요. 왜? 한 달 살고 한 달을 끝내야 했기 때문에. 그런데 ‘당신 곁에’를

혼자 저래가지고 잘 살아 갈 수 있을까? ‘혼자 사회에 나가서 사회에서 너를

만나면서 제일 제가 가졌던 거는 멀리 볼 수 있었어요. 늘 현실에 바동거리고

지켜준다 해도 얼만 큼 너를 도와줄 수 있겠냐.’ ‘나중에 애가 크면 니가 고등

진짜 현실을 살아내는 데 바빴다면 ‘당신 곁에’를 만나면서 여행을 준비를 했고

학교까지 애 키울 수 있겠어?’ 근데 지금도 큰데 집도 이런 걸 하나씩 엄마도

그 여행을 하면서 또 그 다음 여행을 생각했잖아요. 그리고 여행을 가는 이유

하나씩 이런걸 알게 되다 보니까 이제 조금 믿음이드나 봐요. 그래서 그런지

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면서 내 아이들에 대한 어떤 생각, 새로운 생각을

지지를 많이 해 주시더라 구요.<사례9>

가지게 됐었어요. 그게 나를 너무 가슴을 뛰게 했어요. 아, 나도 막연하게 막 그냥 하루를 사는 엄마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이 6년이라는 과정, 어찌 보면

<사례1>은 담임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낸다. 이는 무력의 포위망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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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넘겠죠. 이 과정을 내 머리 속에 싹 그림을 그려… 그대로 안 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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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지만, 너무 설레는 거예요. 그 설렘을 아시는지 모르겠다.

<사례3>

한국여성의전화

콜버그의 주장은 길리건이 보기에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성차별적이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고려(보살핌의 윤리)가 정의의 윤리보다 미성숙하다는 주장은 여성이

“그 전까지는 필요에 의해서(사례5)”, “그 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사례3)”다는

남성에 비해 미성숙하다는 편견을 강화할 뿐이라고 보았다. 이어서 그는 인간관계

표현은 제약이 없는 자유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상태는 제약이 없을 뿐이지

의 진실은 자아와 타아가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알 때에, 즉 보살핌에 의해서만

선택할 옵션도 힘도, 권한도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남편의 강압적 통제로부터

인간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에야 밝혀질 수 있다고 보았다.6)

벗어났다는 점에서 제약이 없는 자유상태라 불릴 수 있지만, 미래를 생각해보지 못

흥미로운 점은 곁에 참가자들도 타인을 조력하는 삶에 대해 꾸준히 말하고 있다

하는 하루는 삶에 대한 통제력을 복원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는 발 뻗고 잔다는

는 점이었다. 참가자 중한 명은 곁에를 통해 직업훈련비를 지원받으면서 한국여성

게 너무 감사하다(곁에 소감나누기)’ 라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이제는 없잖아요(사

의전화 영어 번역 자원활동에 지원했고, 또 다른 한명은 교육비를 지원받으면서 텀

례1)’는 무제약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었고, 그것 아닌 정치적 자유 상태는 삶을

블벅 후원을 신청했다.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으로 비치지

꿈꿀 수 있고 계획할 수 있다는 말들 속에서 발견된다. “그냥 그게 힘(사례5)”이라

않을까 하는 소심한 걱정이 들지만, 그렇지만 저는 올인하고 있다’는 감동의 메시

거나 “10년이 넘는 과정을 내 머릿속에 싹 그림을 그려(사례3)”보게 되었다는 이야

지도 남겼다. ‘곁에’의 마지막 시간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기는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해간다는 점에서 중대한 변화다.

마음이 이어졌다.

“막막했거든요. 이제는 새로운 꿈도 생기고 공부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 준비하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도 뭔가 사회적 활동에 작게 동참

“꿈을 많이 접고 살았는데 곁에를 통해서 조금 더 많은 꿈을 꾸고 아주 좋은

할 수 있다면, 한번쯤 해보고 싶습니다.”

귀한 친구를 얻게 되어 좋습니다.” “다시 도전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좋은 아빠는 주지 못하지만 내

“나는 이제 치료회복을 했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우리들 잘한 거 같아요.

가 좋은 엄마,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곁에 최종보고

그리고 이제 그 전에 있었던 것은 생각지 말고 지금 앞으로 내 모습을 성장시

회 소감나누기 중>

키면서 멋있게 꾸미고 예쁘게 가꾸고, 앞으로 또 여성들을 위해서 내가 진짜 뭔가를 부족한 점이 있어서 내가 하지를 못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도록

자기통치(self-sovereignty)로서의 자율성은 이미 인간적 권리로 주어져있는 것이

후원도 하고,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니라 어떤 능력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는 Joel Feinberg(1986:28, 허라금, 2014:126 재인용)의 논의는 자기통치력을 회복중인 곁에 참가자들이 이미 ‘어떤

“앞으로 제가 관심 갖고 공유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생각했고, 작게 제가 개인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곁에 참가자들은 전통적으로 자기

로 살아가면서도 이제 여성의 전화나 어디 여성문제에 항상 작은 도움이라도

통치의 개념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통치는 ‘어떤 사회적 영향이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부적 조건에 영향 받거나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원칙에 따라 자 기 욕구를 통제하고 자신의 선택을 의지하고 실천할 수 있음’을 의미해왔지만(허라

“저도 그렇게 힘든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금, 2014:106) 여성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까지 자기통치성 을 확장했다.

받은 사랑 돌려주고 싶다는 인사는 어느 행사의 마지막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예 의차림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참여자들의 말을 통해 익숙한

3-4. (상호)의존성의 환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

레퍼토리나 하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들이 자신이 구상한 미래의 주요 파트 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조력하는 모습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1980년대 캐롤 길리건(1994)은 인간의 독립성을 상호의존성보다 높은 도덕성 발 달단계로 구성한 콜버그의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도덕적으로 성숙한 행위자라 면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보편적 정의의 원리를 행위원칙으로 채택한다고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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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980년대 보편적 정의와 보살핌(돌봄)의 관계를 질문하기 시작한 논쟁은 정의론으로서 돌봄윤리 로 이어져왔다. 키테이의 인간의존의사실도 이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 돌봄 정의에 대해서는 잉 스터(2018)의 <돌봄: 정의의 심장>, 박영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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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있었다. <사례5>에게 자립은 주변의 도움 속에서 더 빠르고 완벽하며, 자립한 상 태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해줄 수 있을 만큼의 삶“이라고 정리한다.

저도 보면 자립 좀 너무 ‘곁에’도 의지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도 요즘에 가끔 했어요. 너무 이게 의지만 하려고 하는 건가? 내가 정말 자립을 해야 되는데,

도움이 있었어도 어쨌든 그 자기 혼자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근데 정말 조금 의지가, 의지하고 싶은, 의지를 하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옆에

도움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자기 혼자서 그렇게 할 순 없다고 생

서 누가 도와준다고 그러는데 그거를 뿌리칠 순 없더라고. 그러면 자립하는 데

각해요. 그리고 저는 자기 혼자 극복하는 것보다 주변에서 도움을 받고 극복하

내가 너무 또 그거를 붙들고 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리고 이제

는 게 더 빠르고 더 완벽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니까는 다른, 내가 내 스스

거기 안에서 잘 이렇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내가 많이 배우게 되고, 그렇

로 뭐라고 해야 되냐. 그니까 내가 내 스스로 하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서 도움

지 못하고 어려움 겪고 있는 사람들 보면 그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

을 받아서 나 혼자 살아갈 힘을 얻고서 내가 다른 사람한테 똑같이 해 줄 수

는 길이 뭘까. 이제 도움이 되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례

있을 만큼의 삶이면 저는 자립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저는 제가 겪어본

2>

바로는 그래요. 그래서 저는 굳이 자립을 혼자 하려고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 어요. 저는 제가 도움을 많이 받고서 현 상황까지 온 거라 그리고 저는 지금

지금 당장은 제가 저도 같이 동참할 수 있는 만큼의 저도 여유가 없고. 맘적

제가 사는 거에 대해서 지금 저는 상당히 만족을 하고 있거든요. 저 혼자 했으

여유도 없고. 조금만 제가 숨고르기를 하고 조금만 제가 숨 쉬고 나면은 제 형

면 아마 이렇게 안 됐겠죠.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으니까. 그래도 도와주신 그

편도 그냥 저도 같이 이렇게 좀 동참하고 싶어요. 누군가가 또 힘들어갖고 또

힘을, 힘입어 제가 지금까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거니까. <사례5>

찾아오시는 분이 있을 거 아니에요, [쉼터에]. 저도 그냥 제 나름대로 조금씩 적은 형편이라도 같이 후원도 하고 같이 힘내기도 하고. 제가 도움을 받았잖아

저는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 있으면서 저희들에게

요. 제가 도움도 많이 받고 많이 고마웠고 그 모든 거를 또 그게 또 나누는 게

사랑을 많이 주시면서 존중해주시고 그런 거에서 많은 자존감 회복이나 그런

그게 또 원칙에 맞고. 마음은 그래요. 근데 뭐 그 날이 또 멀지 않아 오겠죠.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살아가면서 나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

<사례6>

이 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면서. 내가 사람들을 대할 때 존중하면서 대할 수 있겠다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폭력관계를 벗어나는 것이] ‘그게 무서운 게 아니다’라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

<K님. 곁에 최종보고회 참가자 소감나누기 중>

요. ‘절대 나와서 내가 못 살지 않는다. 어떻게든 산다.’라는 거를 예, 알려주고 싶어요, 그런 분들한테. <사례4>

<사례5>와 <참가자K>의 말은 자립을 확인하는 기준이 홀로서기냐 홀로서지 못했 느냐가 아니라, 홀로 섰든 아니든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보살핌의 책무를 공

직장을 구한다든가, 아이들을 학교를 보낸다던가. 그런 거 할 때는 제가 가서

유하는 상태라면 어떤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받은 만큼 돌려주는 빚 갚음의

도와줘요. 왜냐하면 저는 사실 이런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미를 초월하며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살핌 정의와 접속한

우리가 이주 여성들에 대한 정책을 정말 많이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맨투맨

다. 돌봄을 정의의 심장(the heart of justice)이라고 말하는 D. Engster(2017)는

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아이들을 보내놓고 이 가정통신문을 읽을 줄을 모르는

타인을 돌볼 때 우리가 느끼는 좋음(good)에 대해 전한다. 누군가를 돌볼 때 느끼

거예요. 읽지, 읽는데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일일이 봐줄 수 있는

는 좋음은 의존적인 우리 자신의 존재와 연루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의 필요를

누군가가 진짜, 가이드맨이 있어야 돼요. 집을 얻는 거라든가. 그들은 막연하게

방관하거나 모른 척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잘 몰라서] 비싼 월세를 내고.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개인이 외면한다고 해서 돌봄의 필요가 없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돌봄 거부(외면)은

좀 챙겨주고 그들이 진짜 사회에서 바르게 정착할 수 있게끔 진짜 그런 거가

인간성에대한

너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례3>

완전한

인정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라

보았다

(2017:375-376). 누구나에게 존재하는 의존성을 거부함으로 생기는 일은 결국 자 곁에 참여자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관찰하기보다 고통과 함께하는 삶을 상상한

기로부터의 소외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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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다. 잉스터의 논의를 빌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기로 하는 지금의

해져있으니까. 그런데 힘들어 하다보니까 걱정만하면 걱정만 생기는 것 같아요.

결정은 미래의 당사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를 나로부터 소외시키지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살다보니까 진짜 어떻게 되더라구요. <사례9>

않겠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완전무결하지 않은 인간다움을 초대하는 것이고 그런 지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품는 과정인 거다. 그리고 미래에 만날 ‘과거의 나’를

내가 가진 거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편하고 아이 또한 마음 편하잖아요.

위해 할애해둔 미래는, 미래의 당사자들에게 환대의 장소가 되어줄 것이다. 지금

지금 OO이[자녀]가 되게 밝아졌거든요. 그래서 아이도 마음 편하고, 나도 마음

내가 그러하듯이 그들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품을 것이고 그것은 ‘다른’ 미래를

편한 거. 그래서 뭐 물질적인 거, 뭐 그런 자립이 아닌 내가 마음 편하게 살 수

만들어갈 수 있다.

있다는 거? 그런 것 자체도 자립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례4>

3-5. 과정으로서의 자립: 자립하는 중

당사자들에게 자립이란,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홀로서 기는 외딴방에서의 홀로서기가 아니라 의존성을 환유할 수 있는 상태로서의 홀로

자립의 의미를 참여자들에게 묻기는 했지만, 그것만큼 허망한 질문도 없었다. 자

서기를 뜻했다. 자립은, 지금의 평온함과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이었고, 누

립에 대한 사회적 정의는 강력했고, 자립지원단체가 자립지원 ‘대상 집단’에게 그

군가의 도움으로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상태이자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심하지

것을 물을 때 입체적인 답변이 등장하긴 어려웠다. 인터뷰에서 몇 년 정도면 스스

않을 수 있는 삶에 대한 기대였다.

로 자립할 수 있는지를 질문했는데 그것도 적합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립이 라는 대가를 요구하거나 대가를 재촉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질문자가 ‘장기적으

4. 가정폭력피해자 자립지원 정책의 원칙과 방향 : 관용에서 환대로

로 10년 정도면 어떨까요?’라고 부가적으로 이야기했을 때에야 “너무 좋죠.” 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이 (1) 자기 복원, (2) 신뢰를 통한 사회관계의 복원 (3) 정

복지의존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는 정책 대상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상태를 위축시

치적 자율성의 복원(잃어버린 미래의 복원), (4)상호의존성의 환류 (5)과정으로서의

키는데 기여해왔고, 곁에 참가자들도 그러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립이라는 점은 정책이 당사자를 조력하는 보조자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것은 연구자와 활동가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곁에 처음부터 계속 경계했던 부분이

상기시킨다. 당사자의 숫자만큼 자립의 이동 경로는 다양하며 이를 조력하기 위한

었다. <사례8>의 ‘자립하는 중”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우문현답의 보기 같았다. 완

자립지원의 방향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앞서 자립의 여섯 가지 조건들(2장)은

성된 형태의 자립을 상정하고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냐를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자립지원정책은 (1)당사자가 자신이

다그치듯 묻는 우문(愚問)에, 분명한 목적지가 정해져있지 않고 그것은 과정으로

누구인지 완전한 인격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2) 상호학습과 해석의

의미 있다는 현답(賢答)을 내렸다.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며 (3) 담당 기관은 평등한 관계에서 당사자를 조력할 수 있 어야 한다 (4) 폭력관계의 온전한 종식을 위한 조치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자립? 지금 자립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완전히 100% 완전 자립이라고

않으며 (5) 가부장의 언어로 오염된 폭력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 방법들

하기는 좀 힘들겠지만은 자립을 하고 있는 그 과정인 것 같아요. 뭐 요대로면

이 준비되어야 한다. (6) 마지막으로, 피해 경험을 의심하거나 재단하지 않아야 하

그냥 쭉 나가면은 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은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그래

고 중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입체적인 지원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도 더 나을 것 같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그나마 조금 더 숨쉬기 낫지 않겠나. 조금씩 조금씩 그래도 쌓이는 게 있지 않겠나 뭐 그 생각에. 그래도 이만큼이

이를 위해서 요구되는 자립지원정책의 원칙은 온정주의를 벗겨낸 온전한 환대다.

라도 또 나올 수 있게 그 뜰에서 또 그만큼 또 많이 도와주시고 여러 가지 부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가정폭력과 국가의 관계(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책임성)를 정

분이 힘은 굉장히 많이 됐어요.<사례6>

리할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은 범죄라는 인식도 환기해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에 대한 국가의 조력은 대상자가 특별하게 받는 혜택-수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위

쉼터 있을 때는요 자립이라는 게 되게 부담스러웠어요. 나 혼자 나가서 준비를

태롭게 하고 가정폭력을 방치한 국가가 가정폭력 당사자에게 취해야만 하는 적극

해야하는 구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돈도 없는데 돈벌 수 있는 시간도 정

적 의무라 할 수 있다. 당사자의 일상 복원의 의무를 가진 국가는 삶의 재건을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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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진적으로 기획하는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고, 공통성을 가지면서도 각기 다르게 주조된 불평등의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국가는 피해를 의심하고 검증하고자 할 때에 이 경험을 의심하면 정책을 무엇에 근거해서 만들고 집행할 것인지를 자문해야 한다. 국가 정책을 무리 없이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말을 의심하지 않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과 핵심역량 확

따르는 ‘올바른’ 피해자만 의심 없이 피해자로 초대하고, 그 경험만 가정폭력 경험

보를 위해 충분한 보장들을 양적 질적으로 준비하는 것, 마지막으로 자립커뮤니티

으로 축적할 때 달라진 경험치와 피해의 언어들은 정책의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의 활성화 정책이 요구된다.

무기력한 피해자는 갈 곳이 있지만 의지넘치는 피해자가 갈 쉼터가 준비되지 않 는 것, 개인의 조건을 고려한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아니라 빨리 손땔 수

4-1. 의심의 철회: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인식

있는 직업훈련에 집중하는 것, 노트북(컴퓨터)이 자립의 필수품목으로 들어오지 않 은 것, 성인자녀에 대한 지원정책이 부재한 것 등은 피해자다운 피해자를 모델삼고

‘복지병/복지의존’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회복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피해 경 험에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부정적 인식은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과

협소한 피해경험 중심의 정책들을 기획해온 역사 속에서 누적된 지원정책의 정체 다.

연결되고, 업무 담당자의 대상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당사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 고 있었다. 이것은 피해를 의심하거나 자립의지를 불신하는 형태로 도드라졌다.

처음에는 정부복지 지원금 받으면서, 이혼하면 받잖아요, 위자료나 뭐 이런 거. “그런 거 받으면서 다 숨켜 놓고 우리한테 거 받는 거 아니야?” 뭐 이런

1) 피해의심을 철회하기

소리도 들었어요. 젊은 사람이 뭐 이런 걸 신청해? 막. 젊으면 이거 받으면… 저도 예전에 세금 내고 다 했었어요. 힘들어서 받는 거라고. 서류가 통과됐으니

피해의심은 취약한 당사자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적이지만, 당사

까 받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서 따졌… (따졌어요?) 네. 쫓아가서 따졌어요. 너

자의 경험에 근거하지 않은 정책의 기획과 집행이 결과적으로는 정책의 비효율을

무 화가 나서. 전화상으로 딱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사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적이다. 초기 개입을 통해 추가 훼손을 예방할 수 있는

례1>

문제를 감시자의 역할에 충실하느라 개입 시기를 놓쳐버리는 일이나 부정적 감정 대립으로 인해 자립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이 늦춰지는 일 등은 더 큰 비용을 요하 는 후속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자를 의심하지 않고 당사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첫 째,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일이다. 당사자는 무기력함의 방식으로만 피해를 경험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지원을 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피해자다운 피해자

어머니와 같이 아버지와 같이 살던 집에서 나오고 이런 과정에서 아무런 제도

다. 둘째, 당사자는 자신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지금 무엇이 필요하며 앞

적으로 지원을,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어서 피해에서 회복하는 시간이 너무 오

으로는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유일한 1인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래 걸렸어요. 정신과 치료도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해서 제대로 된 진단서도 끊

된다. 제도는 거들 뿐 생각하고 설계하고 움직이고 수정하는 주체는 바로 당사자

지 못하고 그래서, 지금 여전히 동사무소나 이런데 가서 여러 번 요청을 해봤

다.

지만 아버지의 [폭력이] 증명되지 않았고 그래서. 뭔가 세상에서 나는 점점 없 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졌어요. 학교를 오래 쉬는 바람에 점점 또래들 사이에

2) 자녀라는 당사자 (피해자의 자녀인 피해당사자)

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었고, 무능력해져서, 굉장히 삶의 의미를 무너트렸거든 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썼어요, 이 세상에서 내버려졌다고 느꼈을 때 … 이렇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정책은 아내와 그들의 미성년 자녀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있

게 나의 경험을 알려주었고, 제도적으로는 절대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었지만

어 성인자녀는 어디에서도 지원받지 못하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지원의

나를 믿어주고, 제 경험을 믿어주고 지원해주신 덕분에 저는 떳떳해졌다고 생

부재는 폭력의 경험을 해석하고 회복할 기회를 잃는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뿐만 아

각합니다.

니라 해석되지 않기 때문에 폭력과의 인과관계를 공식화되지 못하고, 개개인의 경 <참가자J, 곁에 최종보고회 소감나누기 녹취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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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들이 섬처럼 남겨져 있었다. 가정폭력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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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제대로 된 정신과 진료를 할 수 없었고, 그로인해 제대로 된 진단서도 끊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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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제도적 선택지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없었으며, 결국 진단서가 없어 동사무소에 요청한 지원이 거절되었다는 자녀인 당 사자 J의 사례는 더 이상 이들을 제도의 사각에 방치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

4-2. 충분한 보장, 인간의 핵심역량의 확보

준다. 또한 인터뷰 참여자 중에서 성인자녀가 있는 <사례7>와 <사례2>, <사례6>을 통

마사 너스봄(2018:48-51)은 인간 존엄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려면 적어도 10가

해 자녀의 피해를 간접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에 의한 폭력의 당

지 핵심역량의 최저수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표4> 참고). 건강, 감정, 관계, 놀

사자인 경험이기도 하지만(사례7),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신을 향하는

이, 환경통제 등의 10가지의 핵심역량은 곁에 참여자들의 인터뷰 속에서도 발견되

분노(사례2)와 겹치며, 폭력관계를 진즉에 분리하지 못한 엄마에 대한 원망(사례6)

었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들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최소 조건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

을 경유한다.

다.

(그때 자녀분들 상담 좀 받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희가 너무 죄송하

첫째, [생명] 평균수명을 누리며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죽 거나 수명이 줄어들어 가치 있는 삶을 살지 못하게 되면 안된다.

게도 한번 지원금이 주거로 결정되면 다른 데는 지원이 안 되가지고 못 해드렸 잖아요, 그 후로 자녀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우리 막내는 우울증세가

둘째, [신체건강] 양호한 건강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 으며 적합한 주거공간을 보유해야 한다,

있는 것 같아 말이 없어, 뭐 물어보면 “응, 아니” 밖에 없어 그게 다야. 근데 지금 상담을 한다 한들 해결책이 없어. 저도 마찬가지로… 그렇잖아요… 우리

셋째, [몸의 통합]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성 적 만족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출산을 주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아들도 너무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차있어, 아빠가 너무 자주 폭행을 해서 아

(bodily integrity).

빠 때문에 강목으로 다리를 30대 50대 때려서 7cm가량 발바닥이 인대가 끊어 졌어요. 우리 아들이 계속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분노가 가득 차있어 <사례7>

넷째, [감각·상상·사고] 감각기관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상상하고 사고하고 추론할 줄 알아야 한다. 즐거운 경험을 하고 유해한 고통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엄마 심정은 더 아픈 거죠. 차라리 아빠가 나를 그렇게 가해하면 괜 찮은데 이게 내 앞…, 자녀를 그렇게 하는 거는 이제 더 이상 용납이 안 되더

다섯째, [감정] 주변사람이나 사물에 애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사

라고. 그렇다고 내가 그거를 아빠를 막을 수도 없더라고. 그런 거를 서로 이

랑하고 보살피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제… 아이들도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 엄마도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 슬픔, 갈망, 만족, 정당한 분노를 느낄 수 있 어야 하고 공포와 불안으로 감정발달이 방해받아서도 안 된다.

그런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큰 거예요.<사례2>

여섯째, [실천이성]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줄 알아야한다, 딸이 맨 마지막에 집 떠나올 때 했던 말이, 10년 전 아빠하고 이혼할 때 아빠

일곱 번째, [관계]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 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

를 내치지 못한 게 엄마의 최대의 실수라고 그러더라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제가 되게 섭섭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처음에 들을 때 나는 내 나름대로 아이

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자존감의 사

들 생각하고 가정에 그래도 그 울타리를 안 깨려고 그나마 나는 내 나름대로

회적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하며, 다른 사람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동 등한 존재로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을 다 했는데 애들 입에서 엄마의 최대의 실수라고 얘기하니까. <사례6>

여덟 번째, [인간외의 종] 동물이나 식물 등 자연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계 맺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1)원가해자인 아버지를 향한 감정, (2)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엄마에 대한 마음, (3)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 (4) ‘그래도 부모’라는 것에 대한 양가 감정 등은 정책의 공백 속에서 해석되지 못하고 있고, 이것은 다시 성인자녀를 둔 피해당사자의 지속가능한 일상을 가로막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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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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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놀이] 웃고 놀줄 알아야 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만 위기 상황을 버텨내기 어려운 ‘불안한 안정’이다. 만약 <사례2>의 건강에 적신

마지막으로, [환경 통제] 인간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선택과정

호가 오기라도 한다면 안정적인 소득은 바로 중지될 수 있고, 주거지원시설 기한을 마친 이후라면 불안정한 주거 문제와 결합되면서 위기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정치적측면), 재산을 소유할 수

이러한 위기는 리스크를 변수로 고려하지 않고 불충분한 지원을 간헐적으로 제공

있고 직장에서 동료와 서로 인정하는 의미있는 관계를 맺으며 인간답

하는 정책 지행에서 온다.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자립은 그것의 지속성을 강조

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물질적 측면).

한다. 어떻게 특정 목표에 이를 것인가가 아니라, ‘국가는 어떻게 그 과정을 중단

<표 4> 마사 너스바움의 핵심적 인간역량 10가지

없이 지속할 수 있게 조력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출처: 마사 너스바움(2018)의 책 <역량의 창조> p48-50.

지속성이란 중단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요구가 포함되어 있다. 국가의 곁에를 통해 사회복지사 교육훈련 비용과 노트북 구입비용을 지원받은 <사례2>는

지원은 지금과 같은 충분하지 않고 간헐적이며 조건 지워진 방식에서 벗어나, 충분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활동을 하고 있고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자격증을 취득하고

하고 지속적이며 조건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동되어야 한다. 하다가 마는 지원,

자녀와 함께 거주할 집을 장만하기 위해 적금을 붓는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차근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 불충분한 지원, 미래를 확인하지 않는 지원으로

히 해나가는 중이다. 너스바움의 핵심역량을 참고하여 가정폭력 당사자의 자립지원정책의 방향은 아래 시골에 한 번 엄마 뵈러 가려고 그래도 뭐 교통비가 5만원, 10만원 깨지거든

의 일곱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지금 당장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삶의 안정

요? 그것도 이제 절약한다고 안 가는 실정이죠. 동생 간다 그러면 동생 차 의

성이 확보되는 조력이어야 하고 (2) 당사자의 필요에 맞춘 주거권을 보장하고 (3)

지하고 막 가고 그랬는데… 이제 다 그냥 그 동안 다 이렇게 묻혀놓고, 그냥

신체적·정신적 건강권을 생애 전 과정에서 확보해야 한다. (4) 존재의 이유가 생존

포기하고 살았던 것들을 이제 하나하나 다 이제 끄집어 내 보는 거죠. 다 필요

이 아니기 위한 여가를 정책 기획에 반영해야 하고 (5) 아직 가정폭력 정책과 접속

한 것들인데 그냥 이렇게 묻혀두었던 거죠. 그래서 이제 그 때 여행비도 요청

하지 못한 가정폭력 당사자의 노후에 대한 정책적 조력, 그리고 (6) 반려동물과 연

했었는데 이제 저는 저한테 지원되는 거는 교육비만이라고 해서 교육비만 받았

결된 당사자의 일상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7) 당사자의 폭력경험을 해석하

었는데 그렇게 이제 여행비가 주어진다면 이제 엄마한테 가고 싶었죠, 애들이

고 임파워링하는데 필수적인 여성주의 인식론 등 의식고양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

랑 같이. 동생 간다고 그러면 항상 쫓아가거든요. 일도 그냥 캔슬해 놓고 가거

다.

든요. 캔슬하고 근데 동생, 네. 동생도 많이 의지… 내 스스로는 못 가는 거? 그냥 옆에 그런 거를 많이 의지를 했었고 그런 부분에서 아직도 내가 좀 자유 로워지려면 아직 멀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리고 이 모든 지원은 보호시설을 경유하지 않는 당사자들에게도 도달해야 한다.

<사례2> 1) 장기적인 지원 : 일상의 재건을 위한 중장기(5년/10년) 프로젝트

<사례2>는 이제야 포기하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본다고 이야기한다. 그 가 포기해고 살았던 것 중에 하나가 엄마를 찾아가는 것이었고, 그것은 차비를 감

지금 당장이 아니라 장기적인 삶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지원이려면, 자립지원 정

당할 수 없어서였다. 너스바움의 10가지 역량에 비추어 보면 <사례2>는 세 번째

책 단위를 1년이 아니라 최소 5년에서 10년 단위로 설계해야 한다. 당장의 먹고사

역량 중 가정폭력으로부터의 안전을 제외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는

는 문제만 해결하는 근시안적인 대책으로는 현재는 해결할지 모르지만 미래에 감

여전히 미약하다. <사례2>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비해 늘어나고 있지만

당할 위험은 높아질 수 있다.

이것은 폭력을 벗어나는 거기까지(자립의 조건)이지 인관관계의 선택권을 가지거나 네가 그거 해서 되겠니. 제가 알바 하면서 검정고시 준비하면서도 그랬어요. 네

아플 때 쉬기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사례2>를 여전히 위태롭게 남겨둔다. 자녀와 함께 살 집을 마련하

가 지금 이 나이에 검정고시해서 뭐 하냐. 그런 소리도 되게 많이 들었었거든

겠다는 것을 목표로 소득의 70%를 저축하고 있지만 그것을 위해서 의료비를 생략

요. (누구예요?) (웃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아이들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지

하고 있었다. 이 상태는 표면적으로 안정적인 일상을 복원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

금 왜 딴 짓을 하냐. 지금 애 셋 키우면서. 그런 소리도 엄청 많이 들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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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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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니까 그 분들이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그래, 검정고시도 볼 수 있지”

우선적으로 지원되면 일단은 거기서 뭔가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그럴

막 이랬던 분들인데 되게 좀. <사례1>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면 끝없이 방황할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제가 좀 남들보다 빨리 자립할 수 있었던 게 저는 집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멀리보고. 그게 필요하다… 음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기에 대한 제가 경험이 있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사실 그걸 알려줬었어요.

십년 내내 그냥 당장 눈앞이 급하니까 알바만 하면서 살아와서 지금당장은

<사례4>

가서 ‘나 이런 거 있으니까 일 시켜주십시오’하는 게 없는 상황이긴 해요. 그래 서 그런 걸 쌓고 그런 게 수입으로 이어지는 길이 필요하거든요.. <사례10>

그 방은 못 가는 방으로 이제 아예 해가지고 애들이 조금 이상했나 봐요. 친구 들이. “야, 쟤네 집은 저기 이모 사는데 저기 못 들어간대. 보지도 못하게 해.”

또한 국가가 조력하는 기간을 5년 이상의 긴 기간으로 예상하는 일은 당사자들이

막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나 봐요. 그런데 지금은 이제 온전히 우리만 사니까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국가가 보장한 안전지대에서

애들이 친구들도 많이 데리고 와요. (웃음) <사례5>

당사자는 (1년이나 3개월이 아니라) 5년/10년 단위로 삶을 전망해 볼 수 있다. 장 기프로젝트로서의 자립지원 구조에서 검정고시는 ‘딴 짓’이 아니라 5개년 계획의 1

(그러면 이 때 있다가 바로 전세임대로 나오신 거예요?) 네. 나오고 나서부터

단계로 지지받을 수 있으며(사례1), 알바로 채워진 10년(사례10)이 아닌 다른 기획

아이들 스트레스가 조금씩 풀리니까. 원형탈모도 낫고. 그러면서. 자유가 생기

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니까. 시설에 살면 솔직히 좀 자유가 덜하잖아요. 지켜야 되는 규칙도 있고. <사례1>

2) 독립 주거의 당연한 보급 주거안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가족구성원의 공미혜(2017:239)는 안정된 주거공간이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자립의지를 향상시킬 뿐 아니라 생의 전환점을 제공함으로서 피해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대한 요인

안식처로 사용가능한 독립적인 주거여야 하고, 독립주거지로의 이동이 운이 좋은 경험이 아니라 당사자 지원의 당연한 절차가 되어야 하겠다.

이라고 분석한다. 주거지원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온 바, 정부도 임대주 택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여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3) 보편적 건강권: 생애상담과 안정적인 의료보장

등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주거지원 정책을 만들고 운영해 왔다. 하지만 당사자들 은 임대주택 임대순위가 높다 하더라도 거주지로 신청할 수 없거나 우선순위라 하

건강은 주거안정과 함께 생존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더라도 입주가능성이 낮은 문제, 주거지원시설의 경우 다른 가족과 같이 사용해야

현재 가정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있긴 하다. 신청하면 받을 수

하기 때문에-1호 2가구 입주가 원칙-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갖지 못하는 문제 등을

있고 치과 진료 등은 받지 못하는 제한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없지는 않다.

제기해 왔다. 실재로 <사례5>는 월세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우리 집’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단독 주거로 거주지를 옮겼다. <사례1>은 공동생활을

여기에서 제안하는 건강권 보장은 당사자가 신청하고 국가가 신청한 만큼의 비용

힘들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운 좋게 LH전세임대에 입주할 수 있

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시스템 안에 가정폭력을 상시 관리 요소로 통합해

게 되었고, 이후에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한다.

내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국민건강검진 문진 문항에 가정폭력으로 인한 손상이 있

<사례4>는 주거가 안정되면 뭔가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고 그것 이 남들보다 빨리 자립할 수 있는 요인이 집이었다고 보았다.

는지를 필수질문으로 포함하고, 이것이 당사자에 대한 체계적인 건강관리로 연결되 는 통합적인 지원을 말한다.7) 그러한 전면적인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 한 감춰지기

저는 사실 제일 먼저 주거라고 생각해요. 주거. 우리가 어떤 그 내 삶의 보금자 리가 안정이 안 되니까. 갈 곳이 없거나 쉴 곳이 없거나 뭐, 그런 것이 없으면 참 불안하다고 저는 느껴지거든요? (네) 그치만 그것이 좀 안정되고 제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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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 아이디어는 2017년 스웨덴 자립 연수 기간에 방문한 NCK(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에 관한 국가지식센터 National Centre for Knowledge on Men’s Violence Against Women)에서 발간 한 <건강과 폭력에 대한 보고서 VIOLENCE AND HEALTH IN SWEDEN A National Prevalence Study on Exposure to Violence among Women and Men and it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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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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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말해도 이해받기 어려운 가정폭력 문제는 수면위로 올라오기 어렵다.

프고 뭐 이렇게 그 과정을 계속 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저 같은 경우도

<사례1>의 자녀들은 분리불안 등의 건강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례2>는 남편

아이들의 그 심리 쪽으로 저는 사실 많이 치중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

의 구타 후유증으로 인해 다리 한쪽을 절며 걷는다. <사례3>와 <사례5>, <사례9>

이 좀 안정이 되니까 저도 참 좋았었고. <사례3>

는 건강에 이상신호가 아직 없다. <사례5>가 남편의 구타로 치아가 부러진 적 있 지만 그것은 이후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사례4>는 허리디스크를 진통제

나를 누군가가 내 이름 나이밖에 모르는 저 사람도 내 지원자가 되고, 누군가

로 버틴다. 빠른 결단으로 아이가 마음의 병이 들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 반 정도

에게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 친구나 가족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는 성공한 자립이라고 말한다. <사례6>는 곁에에서 치과치료비를 지원받았다. <사

바라봐주는 사람, 굳이 힘들다고 하지 않아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 그런 게 도

례7>은 폐쇄공포증 때문에 지하철을 2-30분 이상 타기 어렵다. <사례8>은 처음에

움이 많이 됐어요. 그니까 지금도 그런 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네 금전적

약간의 위염만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남편의 구타로 인한 청력

인 지원도 그렇고 필요하고 한데, 그런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긴 해요…

상실 문제를 겪고 있었다. 성인자녀 상담을 요청하기도 하셨다. <사례10>은 1년에

음… 환영받는 분위기? 그 선생님한테 가면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니고, 일만하

걸친 상담지원을 통해 자신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했다.

는 존재가 아니고, 집에 가면 제가 집안일 장녀로서의 일, 엄마로서의 일도 다

인터뷰 참여자들이 전하는 건강이슈는 사례2와 사례8을 제외하고는 가정폭력과

하는데, 그 공간에서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사례1>

직접적인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하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하더라도 당 사자의 건강상태는 폭력과정과 동떨어져서 이야기될 수 없으며 이것은 이후 폭력

4) 여가의 보장

과 건강 논의에서 중점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가정폭력과 건강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지 않았다. 가정폭

여가는 너스바움이 제안하는 인간의 핵심역량 중 감정, 관계, 그리고 놀이(재미)의

력이 청소년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청소년분야나 사회복지 분야에서 연구되고

영역에 걸쳐있다. 여가가 왜 자립에 있어 중요한지 여행자금을 지원받았던 <사례

있지만 가정폭력의 위해성을 알리는 등의 협소한 논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

1>과 <사례3>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너스봄의 감정/감정발달을 지원하

만 가정폭력과 건강에 대한 논의는 폭력이 다음 세대로 전이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는 것은 다양한 인간적 유대 관계를 지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사례1>의 말

경고나 가정폭력 피해자는 우울하다는 식의 결과론적 논의를 벗어나야 한다. 가족

처럼 여행가서 큰 대화를 한 것도 아니지만,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들은

구성원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승인하는 문화에 내재된 일상적 가정폭력을 발견하

서로를 살피고 감정을 발전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서로 부르지도 않

고 조기에 그것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가정폭력 세대전이

던 관계는 장난도 치는 관계가 되었고, 고단한 엄마의 몸에 스킨십을 시도하기도

는 조기발견과 개입이라는 변수 없이 돌아다녀서는 안되며, 당사자가 우울하긴 해

하며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친밀함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도 자신의 삶을 해석하며 잘 살아내는 변곡점들이 우울증상과 함께 설명되어야 한 다.

도움은 많이 돼요. 엄청난 도움이 돼요 지금요, 저는. 우선 아이들하고 맨날 인상 쓰고 살았거든요. 얼굴만 봐도 인상 쓰고 짜증내고 서로. 근데 지금은 웃

가정폭력과 건강권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전제하면서, 피해 당사자로 자녀를 전

으면서 장난도 쳐요 저희는. (아, 진짜요?) (웃음) 그 여행이 뭐라고. 가서 뭐

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을 덧붙이고자 한다. <사례3>과 <사례10>의 말처럼

큰 대화를 한 것도 아니고. 서로 그냥. 응어리 풀고 온 것 같아요. 그냥 바람

자녀들도 변화의 과정을 겪고 생애주기에 따른 국가의 조력이 뒷받침 된다면 가정

쐬면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그거 하나뿐이었는데 저희한텐 엄청 큰 변화가 있

폭력 이후의 삶이 비교적 안전하게 이행될 수 있을 것이다.

는 거잖아요 지금요. (네) 서로 장난도 치고. 엄마 소리도 안 [했어요], 애들이 부르지도 않았어요, 저희는 서로 필요한 거만 얘기했었어요, 진짜 솔직히 서로

좀 아이들도 그런 변화를 갖더라고요. 적응 기간이 있더라고요. 엄마만 그런

밥 먹으라고 그냥. 밥도 같이 안 먹었어요. 그냥 먹고 싶으면 먹고 그냥 그런

과정을 넘어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함께 사는 구성원들도 그 과정을 힘겹고 아

식이었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한 끼라도 같이 먹고. 저는 애들 밥을 차려줘도 귀찮아서 못 먹겠는 거예요. (웃음) 그 귀찮은 거 있잖아요. (네) 밥 차려놓고 보면 기운이, 그거 차리느라 다 쏟은, 기운이. (그러고 난 누워있고) 네. 그러다

to Health>에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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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가 배고파지면 일어나서 그냥 한 숟갈 뜨고 치우고 자고 그런 식이었어요, 저

학대를 연구한 Phil Arkow(2014:8)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71%는 가해자가 자신의

녁에는. 그래도 지금은 제가 너무 힘들어 하면 딸아이가 밥 계란후라이도 하나

권위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동물을 학대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때문에 폭력관계를

하고. 아니면 진짜 너무 몸살이 나서 먹기가 아프다던가, 다리가 하잖아요. 그

중단할 때에 피해자들은 반려동물을 두고 나올 수 없는데 문제는 피해자 지원정책

럼 와서 주물러주기도 해요 애들이 이제는. 그렇게. 예전에는 아프던가 말던가

에 반려동물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반

서로. 뭐 저도 그랬고. 나 하나 신경 쓰는 것도 너무 힘드니까. 아이들한테도

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동물학대 치료비 등 관련 지원금이 부재하

신경을 제대로 못 썼었거든요. 그냥 돈 줄 테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해. 그런 식

다.

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서로 조금씩 챙기려고 하고 만약에 불만이 있으면 이 러이러해 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정도가 되니까. <사례1>

<사례6>은 주거지원시설에 더 있으면서 돈을 모아 퇴소할 계획이었지만 고민 끝 에 강아지와 함께 거주하기 위해서 퇴소를 결심했다. <사례10>은 폭력가정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하나는 아빠에 대한 연민 그리고 두 번째는

별로 말투가 없는데 여행을 갔다 오면서 뭐라 해야 되나? 엄마를 많이, 더 이

강아지와 함께 살 집을 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해하고 이렇게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었었어요. (중략) 뭐 작은 아이들보다는 큰 딸과의 관계가 좀 더 많이 편해졌고 좀 친구처럼 어깨동무도 하고, 같이 여행

개인적으로 요기서 한 몇 년 더 모아갖고 조금 더 모아서 이렇게 나중에 나올

도 다니고. 그리고 뭐 동생들이 옛날에는 좀 징징거리면 무관심 했다던가 그랬

때 방 얻어서 나올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계속 이렇게 저렇게 하

다면 좀 더 지가 엄마를 챙겨주려고 하는 그런 모습도, 동생들 챙기는 모습도

다보니까 이 강아지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래가 안 키워본 사람들은

보이고 막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일 크게 얻은 거라면 우리 큰 딸. 그니까 딸

이해를 못하겠는데 제가 도저히 안 돼갖고 딸한테 조심스럽게 “도저히 아무리

이 엄마를 믿는다는 게 느껴졌어요. 어떤 거였냐면 렌터카를 하고 가는데 네비

생각해도 방법이 없다. 얘를 어떻게 좀 다른 데 좀 보내든지.” 그 얘기 해갖고

가 가르쳐 주는 길을 밥을 먹기 위해서 가는데, 아주 산골로 가는 거예요. 네비

딸이 너무 또 상처를 받잖아요. 책임감 없이 엄마는 막 그런다고. 하다가 도저

가 이상한 길을 가르켜 줘가지고. 진짜 우리가 불을 켜지 않으면 모든 게 컴컴

히 안 돼갖고 제가 고민, 고민을 하다가 지금 OO쪽에 방을 알아보고 있어요.

하고 어둡고 무서운데. 나도 불안하지만 이제 뒤에 애들도 바짝 긴장해가지고

<사례6>

(웃음) 가는 거죠. 그런데 다른 때 같으면 막 엄마, 어디로 가려고 하냐고 막 뭐라 할텐데 “엄마, 저 네비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 막 엄마를 믿고 “엄마,

집에서 나오지 못한 이유는… 동생은 나갔어요. 동생은 아빠가 싫다고 나갔어

잘 하고 있어. 가면 될 것 같애. 길이 보일 것 같애. 엄마 잘 하고 있어.” 막

요. 연민이라고 해야 하나… 불쌍하다고 해야 할까… 돈 문제도 있고 그렇긴

이런 거 있잖아. (어머나) 계속 엄마를 염려하면서 “엄마, 네비가 문제인 것 같

한데, 제가 나가고 나면 혼자 남는 거예요 아빠가. 그거에 대한 불쌍한 것도 있

아.”하면서 그게 나한테 막 힘을 실어주고 싶은 지 맘 있잖아요. 그게 엄마가

고, ‘나가겠다고‘ 말을 꺼내지 못하겠다는 마음? 상대방한테 상처 주는 말이잖

지금 불안해하고 긴장한다는 걸 아니까 “엄마, 우리 밥 조금 덜 먹어도 되니까,

아요. 아무래도 그런 것도 있고 강아지 문제도 분명히 있어요. 원룸 같은 거는

조금만 참을 수 있어. 엄마. 이래 함 가보자.” 뭐 이런 것들? 그게 옛날이라면

나중에 생각해 보긴 했는데 원룸은 벽과 벽이 되게 얇잖아요. 그 상황에서 여

그냥 무관심하거나 “그 엄마, 알아서 해.” 막 이런다든가 이렇게 했는데 이제는

러 명이 사는 공간에서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면… <사례10>

그 내가 가지고 있을 내 약함을 지가 보고는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그런 모습 을 보면서 아, 이게 딸이 믿어주는 듯한 느낌? <사례3>

자립지원에 있어서 반려동물에 대한 고려는 입소 가능한 시설을 늘린다거나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가정폭력과 동물학대, 가정폭력 자

5)

반려동물에 대한 고려

립지원과 반려동물 등에 대한 후속연구를 통해 동물권과 폭력에 대한 전체적인 밑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반려동물 이슈를 통합한 자립지원 정

아직 국내에는 가정폭력과 동물학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지 않았지

책이 만들어 질수 있을 것이다.

만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협하려는 의도로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사례가 보고되어 왔다. 실재로 위험성 척도로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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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노년에 대한 고려(노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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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일, 우리의 성, 우리의 삶 속의 남성, 여성, 아이들 등 우리와 관련된 모든 것 자립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할 때 자립지원에서 고려해야할 중요한 변수

이 완전히 새롭게 부각되었다. 우리는 함께 정치학, 유대관계, 성, 권력 등을

중 하나는 당사자들의 노년이다. 노후에도 주거가 안정되고 당사자의 건강권이 보

규정해온 묵은 용어들이 남성적 시각에서 나온 부산물임을 알게 되었고, 여성

장된 상태라면 노후는 덜 불안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으로서 우리 자신의 시각으로 그 용어들을 새롭게 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시스템을 기준으로 본다면 피해자의 노년은 여러 가지 불안정함을 내재한다. 1-2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이전에는 이름조차 없었던

년의 단기 투자로 총체적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에서 피해자들은 제

삶에서의 고통스러운 측면들을 찾아보고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었다 - 마리

대로 준비할 시간도 갖지 못한채 생계부양의 최전선으로 내몰리기 쉽고, 그런 단기

암 그린스팬(1995:263)

적 계획은 당사자의 미래를 우연이나 운에 맡겨야하는 상황을 결과한다. 하지만 운 좋게 아프지 않거나, 운 좋게 자녀들이 상처를 잘 치유하는 일, 우연히 좋은 사람

곁에 참여자들은 곁에 프로그램 안팎에서 여성주의를 접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의 도움을 받는 등의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이것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노년

삶을 재해석해 낸다. 관찰과 평가의 대상이었던 자신을 스스로 평가주체의 자리에

이 된 당사자 개인이 지기 쉽다. 이것은 비단 연구자 개인의 비관적 전망이 아니

배치하고 당시의 상황을

라, 국가가 가정폭력 피해자 자립지원 원칙을 관용에서 환대로 전환하지 않고, 최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남성중심적인 사회가 만들어낸 장면임

소한의 지원을 ‘충분한 지원’으로 바꾸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결과 값이다. <사례

을 알게 되면서 자책을 멈춘다. 성평등 의식이 높을수록 자립의지가 높다거나(정춘

2>가 임대주택을 단기적 대안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5년이나 10년이 지난 그 이후

숙, 2014:95)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체의식 강화를 위해서는 여성주의 프로그램이

를 생각할 때 그 집만으로는 삶이 지속가능하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하다(공미혜, 2017:233)는 논의는 자책을 멈추고 (재)해석을 시작하면서 벌어

가정폭력 당사자의 노년에 대한 국가의 기획은 무엇인가, 만약 그것이 없다면 이 제부터라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객관화 하는 것은 이제껏 나를 원망해왔던 시간과 결별

지는 일들이다. <사례8>은 주눅든 상태를 과거로 보내고 당당해질 수 있다는 확신 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 <사례2>는 남편이 시도한 강압적 통제를 정확히 짚어내 고 있다.

그 분들 보니까 정말 임대주택 딱 되가지고 들어가서 자녀들이랑 엄마랑 사는 거 보고 나에게도 희망이 생기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임대주택은 또 생각해보

여러 가지 프로그램 하면서 강사님들 말씀 통해서, 아 나도 살아갈 수 있겠다

니까 단기적인 거 같고 뭐 5년, 10년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내

나도 할 수 있겠다. 용기? 자신감 조금 생긴 것 같아요. 나를 찾는 시간? 나는

노후까지 생각한다면 차라리 그런 게 낫겠다 그런 생각이… 생각이 너무 많으

내 잘못 이라고 생각 했었어요 내가 미흡 한 게 많아서… ‘맨날 너는…’ 그랬거

니까 이것도 저것도 안 되고 지금 좀 시간을 많이 허비해요.

든요 (그 생각을 바꾸시는데 저희 프로그램이 도움이 되셨던 거네요. 다행이에

<사례2>

요) 내가 주눅 들었었는데 당당해 질 수 있다는 확신, 나 완전히 주눅 들어 있 7) 여성주의 의식고양

었거든요 <사례8>

여성주의 의식고양(Consciousness Raising)은 당사자 역량강화를 위해 필수적이

이 사람은, 사람이니까 생각을 하잖아요? 때리면서도 내가 그렇게 자기에게 굴

다. 그것은 가부장의 언어로 오염되었던 당사자의 경험을 재해석하는 언어이고, 가

복하기를 원하는 거죠. 그리고 그거를 그렇게 조정을 해요, 또. 오히려 그렇지

정폭력을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초대하도록 돕는다. 여성주의

않고 ‘너는 그건 네 문제야.’ 너… 그러고 내가 좀 더 떳떳하게 보이면 그게 또

상담가 마리암 그린스팬(1995)은 여성주의의식향상그룹 참여경험을 이렇게 적고

보이는지 그거를 또 나를 어떻게 해서 이렇게 자기에게 굴복하게끔 만들어요.

있다.

고단수예요. .. 저도 그니까 많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걸 조금씩 배워가는 거지, 그걸 제가 몰라서 더 [폭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몰랐으니까 ‘그래, 내가 잘

남성이든 여성이든 지도자도 안내자도 전문가도 없이 여성들이 둘러앉아 각자

못했어, 그래. 내가 부족해서 그래.’ 그렇게 나타…, 많이 자책을 했던 것을 이

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고 공통적으로 느껴왔던 고통과 힘을 함께 나누는 과

제 그 무슨 다른 책을 읽고 그런 것들 보면서 많이 그거를 배우게 됐죠. 그래

정에서 매우 강력한 심리상담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다. 우리의 몸, 우리의

서 우리 지금 우리 아들 딸 같은 애들이 많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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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보고, 배우고 우리 지금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성폭력 이런 것도 많이 좀 대중화

확보해서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해가지고 그걸 좀 인지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될 것 같아요. <사례2>

당사자 커뮤니티를 발굴하고 지원, 육성하는 일이다. 캠프를 제외하고 네 차례의

(2) 두 번째는

곁에 워크숍 중에서 참가자들의 호응이 가장 높았던 것은 가정폭력 생존자 수기 ... 네. 상담 많이 했구요. 개인 상담도 하고 애들도 시켰어요. 애들도 이제 아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간담회였다. 1시간 30분여의 간담회는

동 그 심리상담 했었고 (필요하죠.) 네. 저도 개인상담 했었고 그리고 단체상담

공저자들이 전하는 ‘지금처럼 하면 된다’는 메시지와 참가자들의 세부 질문으로 채

했었고. 단체 교육같이 이제. 그리고 거기서 여성 인권 교육을 받기는 했는데

워졌다. 참여자들은 이 시간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었고 할 수 있

이제 이게 어려워요. 어려워요, 그냥. 근데 그거는 확실히 알죠 이제. 내가 겪

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사례5>는 나중에 직접 자립 성공기를 써서 책으로

은 일들이 다른 사람들도 겪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이제 박혀 있죠. 저

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나보다 먼저 폭력관계를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는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그냥 무던하게 생각했던 거? 그니까 저를 깨우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당사자를 안심시키고, 꿈이 꿈에서 끝나지 않을

그거만으로도 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사례5>

수 있겠다는 희망을 연결한다. 따라서 국가는 이후 이러한 당사자들간의 연대가 곳 곳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당사자모임의 발굴과 지원, 모임간의 연결이라는 구상을

가정폭력 자립지원 정책에서 여성주의 프로그램은 일회성 단기 프로그램이 아니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3) 마지막으로 취해야할 조치는 피해자 지원기관이 환대하

라 자립의 경로마다 결합되어야 하며, 당사자 간 네트워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

는 조력자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관장 대상 자립 워크숍을 정례화하는 것이다. 세

야 할 것이다.

부내용에는 대상이 아니라 조력자로서 곁에 서는 것이 무엇인지 10년이라는 장기 적 전망을 의심하지 않고 끌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을 공유하고 과

4-3. 함께 걷는 자립 커뮤니티 구축

정으로서의 자립을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자립을 위한 전문 기관이나 지원시스템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

5. 나오며

았다. 그 아이디어가 이제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본격화되지 않았다. 그 이유 에는 첫째,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국가정책의 기조가 가정으로의 복귀를 고집하던

곁에 참가자들의 경험 속에서 자립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통념에

시기가 오래 지속 되었고 둘째, 이혼 후에는 한부모 가족지원 체계로 들어갈 수

따르는 자립 완료상태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자립 개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

있다는 안이한 판단이 작동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덕분에 가정폭력 당사자들의 자

립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립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될

립지원에 대한 논의는 아이디어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다행히도 성매매 여성의 자

날을 계획하는 일은 홀로서기로서의 자립과는 다른 것이었다. 통상적인 자립논의에

립논의와 청소년의 자립 논의에서 당사자의 경험을 누락하지 않는 자립의 개념과

서 당사자의 책임감과 자립의지는 자립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되지만, 가정폭력 당

지원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고, 이러한 참조 점들이 가정폭력 당사자 자립

사자들은 책임감이 너무 과해서 문제였다. 생계와 자녀양육은 물론 (가정)폭력까지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책임지려고 했던 그 무게를 어떻게 덜어낼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 변을 살피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가정폭력 당사자들이 말하는

함께 걷는 자립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첫걸음은 함께하는 자립 커뮤니티를 만드는

자립은 자녀를 빼고 가능하지 않았고, 반려동물을 뺀 자립이나 어려운 이웃을 뺀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치들을 서둘러 진행할 수 있다. (1) 첫째 곁에

자립도 가능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일상생활에 대한 통제권과 정치적 자유를 획득

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워크숍과 같은 당사자들이 상호학습하고 에너지를 교환

하는 일은 자신을 발견하고 사회와 연결된다는 것에서 의미 있었지만 그것이 곧

하는 장소를 열어두어야 한다. 곁에 참가자들은 후속모임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고

자립에의 도달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렇다한들 의존하는 조력자는 필요했고 조력

후속모임에 대한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길게

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지 한계시점을 정하기 어려웠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이지를 찰떡같이 이해하며, 갈 때마다 서로의 변화와

이러한 목소리들을 종합해서 도출된 이 연구의 결과는, 자립은 과정적이고 상호의

성장을 확인받고 확인해주는 장소는 기다려질 수밖에 없겠다. 이러한 집단적 역량

존적이라는 사실이다. 자립은 홀로서기에 도달한 상태가 아니라 타인과의 연결 속

강화의 장소가 지금과 같은 단발적 행사가 아닌 안정적인 예산과 충분한 인력을

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할 수 있는 삶이었고 그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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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 참고문헌

의미했다.8) 과정으로서의 자립,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초대하는 자립은 기존의 성과지향적인

Amartya Sen, 김원기 역(2013), 『자유로서의 발전』, 갈라파고스·

자립과는 다르며, 때문에 정책을 설계하고 기획할 때에도 기존과는 다른 상상력을

Amartya Sen, 이상호·이덕재 역(1999), 『불평등의 재검토』, 한울아카데미·

필요로 한다. 일시적이고 단발적이며 분절적인 지원이 아니라 종합적이며 장기적이

Arkow, P. (2014). Form of emotional blackmail: Animal abuse as a risk

고 연속적인 설계도가 필요하다.

factor for domestic violence. Domestic Violence Report, 19(4),

대상을 성과를 내는 도구로 인식하고 투입 대비

p49

산출율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기획하는 중인지, 중단되지는 않았는지를 확 인하면서 필요한 조력들을 찾아나서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때 국가는 가정폭력을

가정문제로 소급하고 공적세계로부터 고립시킴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지속시킨

Daniel Engster,김희강·나상원 역(2017), 『돌봄: 정의의 심장』, 박영사 Earl Shorris, 고병헌·이병곤·임정아 역(2006), 『희망의 인문학-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이매진·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가정폭력 당사자 자립지원에 있어서 국가는 주권자가 아니라 조력자이며 당사자와 조력자의 관계는 평등한 관계다. 평

Eva Feder Kittay, 김희강·나상원 역(2017), 『돌봄: 사랑의 노동』, 박영사

등함의 감각을 갖는 것은 중요한데, 이것이 당사자에 대한 환대를 약속하기 때문이

Giovanna Borradori, 손칠성·김은주·김준성 역(2004), 『테러시대의 철학-하버 마스, 데리다와의 대화』, 문학과 지성사

다. 그리고 환대는 당사자가 자신의 존엄함을 확인하는 첫 번째 순간일수 있다.

Martha Nussbaum, 한상연 역(2015, 2017), 『역량의 창조』, 돌베개 오늘을 시작으로 가정폭력 당사자의 자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

공미혜(2017),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립 후 삶과 도전, 페미니즘 연구, 17(2), pp233-267.

<끝>

김인숙(2008), “자활”개념의 재구성에 대한 탐색-성매매여성 자활 현장을 중심 으로, 한국가족복지학, Vol.22, pp95-129. 김현경(2015),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 지성사 류은주(2009), 가정폭력피해여성들의 생애사 연구: 자립과 자립이후의 사회적응 을 중심으로, 한국가족복지학, Vol.26, pp5-34. 류은주(2011), 가정폭력피해여성의 공동거주시설 거주경험에 관한 질적 사례연 구: 주거지원사업정책대상자를 중심으로, 한국가족복지학, Vol.33, pp37-68. 석사학위논문,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2007. 이은정,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거취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 미간행 석사학위논 문,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2004. 이주연, “가정폭력 쉼터 이용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관한 연구”, 미간행 이희연·박태정(2010),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사회적 배제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여성연구, Vol.78(1), pp159-200. 정춘숙(2014),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립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강남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학위논문

8) 성매매에서의 자활 개념을 연구한 김인숙(2011:113)은 ‘성매매여성 현장실천가에게 자활은 과정 이었고, 가시적인 경제적 자활과 함께 비가시적인 것을 포함하는 것, 그리고 독립과 자족보다는 네트웤과 관계’라고 말한다. 김인숙이 성매매 현장실천가를 통해 발견한 자활와 이 연구에서 말 하는 자립의 의미는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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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숙(2013), 미국 한인 가정폭력피해 한부모 빈곤여성들의 자활 경험, 한국사 회복지학, Vol. 65(4), pp. 245-269. 허라금(2014), 관계적 자율성에 대한 철학적 연구, 철학, 제120집, pp103-129.

74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허라금(2017),

원통한

감정에

관한

철학적

탐색,

한국여성철학,

제28권,

pp55-86. 김애령(2008), 이방인과 환대의 윤리, 철학과 현상학 연구, 39, PP175-205. 이진헌·김희숙(2015),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난 여성의 성장 경험 연구, 한국사 회복지질적연구, 9(2), pp31-51. 인권교육센터 들(2015), 「2015년 위기청소년자립지원사업 자몽(自懜)연구결과 발표-“청소년 자립”밖에서 자립찾기」, 인권교육센터 들. Carol Gilligan, 허란주 역(1995), 『심리이론과 여성의 발달-In a Differnce Voices』, 철학과 현실사 Miriam Greenspan, 고석주 역(1995), 『우리 속에 숨어 있는 힘: 여성주의 심 리상담』, 또하나의문화 Tommy Andersson, Gun Heimer, Steven Lucas(2014), VIOLENCE AND HEALTH Exposure

IN to

SWEDEN Violence

A

National

among

Prevalence

Women

and

Study

Men

and

on its

Association to Health, National Centre for Knowledge on Men’s Violence Against Women (NCK)

75

76


‘가정폭력피해여성 자립지원모델 연구’ 토론 -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방향과 내용을 접목하여 김미선 / 여성자활지원센터 Doing 센터장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당신 곁에’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된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험 난한 자립의 길은 성매매 피해 여성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며, 더불어 현재 성매

‘가정폭력피해 여성 자립 지원모델 연구’ 토론

매 피해 여성의 자활 지원체계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마련되었다.

-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방향과 내용을 접목하여 -

-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 지원체계의 과정과 내용 김미선 / 여성자활지원센터 Doing 센터장

성매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방식이나 내용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윤락행위등방지법 상에서 성매매 문제를 여성들의 윤리적 문 제로 보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은 선도 보호시설을 통해 다분히 ‘선도 보호’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진행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프로젝트 ‘당신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2000년, 2002년 군산 대명동, 개복동 화재 참

곁에 뷰티풀 라이프(이하 ’당신 곁에‘)’ 진행 보고서와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던

사를 겪으면서 성매매 문제를 사회 구조적 문제로, 성매매 여성을 구조의 피해자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가정폭력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와 조건’이라는

인식하는 흐름 속에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다.

김홍미리 연구활동가의 글은 많은 공감과 배움을 주었다. 더불어 여성의 현실은 가 정폭력 피해 여성의 자립의 현장이나 성매매 피해 여성의 자활9) 지원의 현장이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글이기도 하였다.

자활지원센터는 2006년 3개소를 시작으로 2017년 현재까지 12개 센터가 전국 곳곳에서 여러 방식으로 자활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활지원센터가 개소, 운영되면서 성매매 여성의 복합적이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

이 글은 또 다른 여성폭력의 피해자들인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활과 그 자활

할 수 있는 구조부터 자활까지라는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원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들의 고민과 활동 내용을 담아 가정폭력 피해자

체계는 여성들에게 그동안 배제되었던 사회적 자원과 연결될 기회를 제공하였다.

들의 자립 지원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

자활지원센터가 자활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쉼 터, 상담소 등이 각각의 전문적 지원을 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1.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는 지속하여야 한다. 2. ‘자립의 의미’의 재해석에 동의한다. ‘당신 곁에’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논의 내용은 폭력피해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정폭력의 생존자로서 폭력의 구조에 다시 포섭되

김홍미리 연구활동가는 ‘자립’을 홀로서기를 넘어 ‘함께 걷기’의 의미로 사용하였

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은 매우 치열하였고 준비과정뿐만 아

다. ‘홀로서기는 함께 걷기 위해서 회복해야 하는 자기발견과 자기에의 배려의 의

니라 종료 후에 연구 과정까지의 작업은 현장의 고민과 담아 매우 세밀하게 진행

미이지 경제적·정서적으로 완벽한 독립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립을 ‘자기발견/자기 돌봄/자기에의 배려’라고 부르면서 ‘함께 걷는 자립의 출발

또한 ‘당신 곁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주말을 반납하면서까지 참 여한 당사자들의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와 절박성이 느껴졌다.

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정리와 해석에 동의하며, 이러한 정리는 피해 여성들의 뿐만 아니라 우리가 곳곳에서 만나는 사회적 약자들의 자립·자활과정에서

그리고 이 사업에 참여하였던 당사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한 ‘자립의 의미와 조건’들을 연구한 글에서 우리가 확인하듯이 본 사업의 의미와 필요성을 다시금 확 인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사업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어야 하며, 지속

도 적용할 수 있는 관점이다. 이러한 정리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만나며 자활을 이야기하는 현장에서의 고 민과 자활에 대한 개념에 대한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 방법이나 체계는 앞으로도 꾸준히 현장에서 연구되고 요구돼야 한다. - 성매매 피해 여성의 자활의 이해 9) 본 토론회는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립지원모델에 대한 연구를 이야기하는 자리이나 성매매 피 해여성지원체계에서는 자립이 아닌 자활(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제도와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음) 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본 글에서는 자립과 자활의 용어를 각각 영역에서 적절하게 사용하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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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피해 여성의 자활지원 현장에서는 자활은 과정이기에 획일화된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정리하였고,

성매매

여성의

자활은

(Empowerment)10)를 통해 사회적 자원을 확대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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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강화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이런 정리는 지난 10여 년간 단체와 지역을 넘어, 현장과 연구자들 속에서 함께

의미’를 충실히 담을 수 있어야 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이루어졌으며, 자활의 성공을 정의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전환의 합의를 도출하기도 하였다. 이는 경제적 자립을 자활의 성공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에 조금은 상황과 조건이 다를 수 있지만, 성매매피해 여성 자활 지원 과정에 서 ‘환대의 공간이 되고 싶은 자활 지원센터’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립적’ 자활에서 ‘상호의존적’ 자활로 성공의 개념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이었 다. 삶의 모습들이 다분히 ‘개인적’이거나 ‘독립적' 이기 보다는 ‘집합적’이며 ‘연결

1) 자활 지원센터의 역할

적’임을 생각하면 자활의 개념에서 ‘사회적 지지’나 ‘지역사회 연결’, ‘관계’ 등이

① 전업을 위한 다양한 경험이 제공되고 시도되는 공간

중요시된다고 보았다11).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이 지원현장에서 멈

자활 지원센터는 여성들이 개개인의 자활 목표와 과정을 내오고 실행할 수 있도

추지 않고 지역 내에서 함께 소통하고 연대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와의 연결 속에서

록 지원해야 한다. 그 지원 과정은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

사회적 지지망의 확대, 관계의 확대, 사회적 관계의 확장’을 이루어낸다는 것에 매

도록 자원을 확보하고 지원에 있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성매매 경험 여성

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들의 능동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3. ‘함께 걷는 자립의 조건과 의미’ : ‘충분한 지원과 환대’

② 드랍인센터(Drop in center) 자활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자활지원센터는 본인에게 어떤 곳이고, 어

‘폭력 관계와 직면하고 그것을 끝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 이후의 삶을 꾸리

떤 의미가 있는지 물으니, 여성들은 ‘쉼과 재충전의 공간’, ‘다른 곳으로 취업을 나

는 것도 두려움 없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두려움은 폭력 관계에서의 두려움과

갔어도 힘들고, 어려울 때 언제라도 들러 힘을 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 ‘비빌

는 다른데, 전자가 침해(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후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언덕’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즉, 여성들은 자활 지원센터가 있는 그

에서 나오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다른 미래가 시작되는 순간이며 설

자체만으로도 위로와 힘이 되는 곳이라 말한다.

렘과 희망으로 연결된 것일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자활지원센터는 언제라도 여성들이 마음 편히 드나들면서 자신의 이

자립과 자활의 시작을 피해와 불확실성 또는 모호함에서 나오는 두려움을 새로 운 시작의 설렘과 희망으로 연결하는 해석은 자립 또는 자활의 의미를 잘 보여주

야기와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드랍인센터(Drop in center)의 역할도 담당해야 한 다.

고 있다. 더불어 ’희망으로 연결하는 의지처‘가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이 의지처는 ’ 조건 없는 환대의 공간‘을 말하고 있다.

③ 안전지대(Safe zoon)

이러한 ’희망으로 연결하는 조건 없는 환대의 공간‘은 현재 존재하는가? 아니면

탈성매매만 하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가? 만약 만들어야 한다면, 당사자들이 말한 자립의 조건과

다. 경제적 문제 해결이라는 큰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하는 두려움뿐만 아니라 업주가 자신을 잡으러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여성들을 압도한다. 이러한 두려움

10) 성매매 경험 여성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경제적 자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문화 적인 인식 및 여성주의적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사회적 자원으로부터 배제되었던 여성들에 게 다양한 사회적 자원으로의 연계하고, 그 자원을 누릴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향상, 즉 역량강화를 위해 진행한 상담과 교육 및 프로그램은 성과를 내오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학력, 주거, 지역의 공공기관 이용 등에 대한 경험과 자원의 활용 등은 자활과정에서 지닌 문제의 해결과 함께 실생활 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와 도전에 자신감을 갖게 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사회적 낙인에 대해 문제 제기하면서 정치적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 히 피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구조를 드러내면서 성매매문제에 대한 증언을 하는 것이 기도 하다. 또한 성매매 경험 당사자운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지원 받는 여성에서 정책의 제안자로 나서기도 한다. 자활지원센터 운영에 당사자 입장으로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안하고 다른 여성들에 게 멘토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또한 성매매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 및 지역이슈에 관심 을 가지고 연대하고 있다.

과 힘겨움을 견디면서 여성들은 자활 과정을 겪고 있다. 또한 취업이나 창업, 또는 결혼을 하여 자기 삶을 꾸리고 있다가도 언젠가는 자 신의 과거 경험이 드러나 자신이 일구었던 터전이나 생활에서 배척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이 자활 지원센터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나서는 것 자체가 두렵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 움일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갖는 여성들에게 자활지원센터라는 공간은 그 두려움으로부터 잠시라도 해방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④ 관계의 확장과 자원연결의 매개체

11) 김인숙, 2008, 자활성과와 진단척도 연구,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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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자활을 ‘역량강화(Empowerment)를 통해 사회적 자원을 확대하는 과정’이라 정

택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폭력이다. 자원이 많다는 것은 곧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

의한다면 자활지원센터는 여성들의 자활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연결해 주고, 관계를

다. 또한, 경험도 자원이며 능력이 되는 사회이다. 다양한 사회적 경험은 곧 자산

엮어 주는 매개자이다.

이며 자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성매매 경험 여성들은 자원이 빈곤하고 그들이 지닌 문제

⑤ 삶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 그리기의 공간

의 해결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자원(지원)도 한계가 있어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자활지원센터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함께 고 민한다. 삶의 방향키가 되어 줄 가치를 발견하고 비전을 그리고,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적으로 진행되는 곳이다.

연계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거, 교육, 건강, 사회복지서비스 등 그 자원발굴과 연계 의 내용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러한 자원발굴과 연계활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경 험하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정보가 자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2) 자활지원사업의 내용 4. 자립의 과정에서 ‘국가책임 원칙 : 관용에서 환대로’ ① 자활상담 및 교육

폭력의 피해와 빈곤한 문제의 책임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간

상담을 통해 각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문제, 조건, 자원 등을 파악하면서 함께 진로를 모색하고 계획하고 실행, 도전하는 과정을 갖는다. 더불어 활동가나 내담자 라는 관계를 넘어 성매매가 무엇이 문제인지, 그 경험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발 견하게 된다.

성매매 자활지원의 현장에서도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자활지원에 대한 요구가 있어 왔다. 빈곤문제는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다루어져 발생과 해소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중요시하고 있다. 여성폭력문제도 여성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

활동가들은 상담을 통해 성매매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어떻게 배제되고 폭력에 노출되었는가를 알게 되며, 우리 운동의 이유를 발견한다. 즉, ‘개 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라는 여성주의 상담의 실천 장이라 말할 수 있다.

임이며, 그 구조의 피해자인 여성들에 대한 지원은 ‘시혜적’이기보다는 ‘보상적’ 의 미여야 한다. 즉, 사회적 배제의 피해자인 빈곤계층의 자활이나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에 조건 부적 지원(일하는 자에게 지원한다. 수급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라)은 적합하지

② 일자리제공사업, 직업훈련 및 학력취득 지원 등

않다. 이들에게 아주 작은 보상과 지원으로 결과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회

- 일자리제공사업

구조적 변화 속에서 사회권의 확대로 접근해야 한다. 자활 또는 자립의 책임은 한

일자리제공사업에는 공동작업장과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다. 자활과정에 있는 여성들이 생계비도 벌면서 일 경험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지원의 방향은 ‘성매매하지 않을 권리’을 이야기하

- 학력취득지원

는 것처럼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자립지원의 방향도 안전하면서 배제당하지 않으

저학력으로 인한 낮은 자존감과 사회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여성들에게 학력 취득지원은 배움의 열망에 대한 답이다.

면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즉 사회권(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권리, 즉 배제당 하지 않을 권리 - 교육권, 건강권, 노동권, 주거권 등) 획득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 직업훈련지원

한다.

어떤 여성들은 성매매가 아닌 다른 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직업훈련에 도전 하고 이를 지원받는다. 그 과정에서 취약한(저학력, 경험 및 자원부족, 심리적 문제

5. 나오며

등) 조건을 가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음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치열하게 진로를 모색하면서 성매매가 아닌 일에 도전한다.

김홍미리 연구활동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립과정은 피해 여성들이 폭력상황에 다시금 노출되지 않으면서 자기복원, 사회적 관계의 복원과 정치적 시민권 획득, 미래의 복원-설계 가능한 미래, 상호의존성의 환류라는 흐름

③ 자원발굴과 연계활동

속에서 지속되어야 함에 동의한다.

우리는 한 개인에게 자원이 곧 능력이 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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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자립의 과정은 다양하고 촘촘한 안전망과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84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다. 또한 ‘폭력 당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고 지키면서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있 도록 지원방향과 지원내용을 내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여성들과 활동가들은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꿈꾸는가?’,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하며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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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토론 조성균 / 여성가족부 권익보호과장


함께 걷는 자립을 위하여 서경남 /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는 과정에서 환대는 생략된 채 지원에만 치중하게 되는 우려가 있다. 환대가 생략 된 채로는 아무리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더라고 주는 이와 받는 이, 주체와 대상이

함께 걷는 자립을 위하여

라는 위계적 관계를 맺어올 수밖에 없다. 위계적 관계에서는 사람 대 사람의 평등 서경남 /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

한 관계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발표자가 자립의 첫 번째 조건으로 제시한 존재의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기복원 및 자기 존중감을 경험하기 힘들다. 자기 존중감

가정폭력 당사자들과 함께한 30년간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이 하 쉼터)는 아내폭력을 ‘집안일’이 아닌 ‘사회적 범죄’로 인식의 전환을 끌어냈다. 그러나 동시에 당사자를 완전히 자립할 수 없게 하는 사회적 구조가 이들을 다시 폭력의 굴레 속에 돌려놓는다는 한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보호’를 넘어 ‘자립’으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를 위한 기념사업으로 가정 폭력피해여성 자립 지원 프로그램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beautiful life 」 (이 하 곁에)가 진행되었다. ‘곁에’ 프로그램은 사회적 지원 시스템에서 소외·배제되어 있는 쉼터 밖 가정폭력 당사자들까지 포함한 최초의 자립지원 프로그램이다. 프로 그램의 처음 기획부터 실행단계, 종결 이후 참여자 심층 인터뷰까지 포함한 모든 과정을 연구·분석하였다. 연구·분석 결과를 토대로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새롭게 정 의된 자립의 의미와 조건을 발표하는 이 자리가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는 시작이기 를 기대해본다. 당사자들이 말하는 자립은 홀로서기를 넘어 ‘함께 걷기’의 의미로 인간의 의존성을 배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포용한다고 하고 있다. 요컨대 ‘자립’ 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곁에 있는 사람의 어려 움을 외면하지 않고 조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삶, 나와 타인의 삶을 연결할 수 있고 그런 연결 속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할 수 있는 삶으로 의존성 과 주체적 행위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정의에 적극 공감한다. 또한 발표자가 제안한 자립의 조건들도 적극 공감한다. 발표문을 바탕으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우선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쉼터의 지 원방향과 역할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또한 쉼터중심으로만 자립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함께 걷는 자립 커뮤니티 구축의 구체적인 방안을 찾 아가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의 회복이 없는 자립을 함께 걷기의 과정으로 볼 수 없으며 자립의 과정 중으로 정의하기도 어렵다. 당사자들의 자립이 환대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알기에 모든 관계에서 당사자가 대상화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평등한 관계로 만나고자 노 력해야 한다. 이런 자세나 태도들이 당사자들에게 전달될 때 비로서 함께 걷는 자 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 여성주의 의식향상 쉼터에서는 당사자들이 폭력 피해에서 벗어나 자립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개인상담과 집단상담 등 다양한 치유회복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당

사자들의 자립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우선이 다.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서 발생 할 수밖에 없는 성차별·성별불평등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가정폭 력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는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성 평등 의식이 자립의지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은13) 가정폭력피 해여성 267명에 대한 설문조사결과에도 드러났다. 곁에 프로그램에서도 가정폭력 을 ‘나의 잘못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여성주의 의식향상 프로그램들을 배치했다. 이를 통해 주체적인 자립을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당사자들의 자립과정에서 여성주의 의식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충분한 지원_주거지원 확대 및 자립지원금 지원 가정폭력 당사자들은 가정폭력을 피해 맨몸으로 탈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

1. 환대의 공간, 쉼터

립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자원의 의존은 반드시 필요하다.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쉼터는 가정폭력 피해로 ‘나’를 잃어버린 채, ‘사람’으로서 배려나 존중받지 못했

시행한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 중 쉼터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자 조사14)

던 삶에서 벗어나 자기를 복원하고 자기 존중감을 회복하는 공간이다. 그러기 위해 서는 발표처럼 서로의 응원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미래를 꿈꾸고 계획해 가는 환대의 공간으로서 역할이 먼저 요구된다. 하지만 다양한 사회적 자원12)을 지원하

91

12) 무료숙식, 의료지원, 법률지원, 개인·집단상담, 직업훈련, 동반자녀 지원, 주거지원 연계 등 13) 정춘숙(2014)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립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14) 2016년 전국 가정폭력상담소 100개소와 쉼터 63개소의 내담자 267명을 대상으로 우편설문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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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한국여성의전화

에서도 퇴소 후 자립에 필요한 자원으로 주거지원이 61.8%로 1순위였으며, 경제적 지원 15.7%순이었다. 곁에 프로그램의 사전·사후 결과에서도 주거지원에 이어 생

2017년 ‘보호’에서 ‘자립’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계기로 가정폭력 당사자들의 자립

활비 지원 순으로 욕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당사자들에는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자립의 의미 및 조건들이 정리가 안 된

생계비나 주거 마련을 위한 정착금 지원이 시급하며 가장 중요한 자원임을 알 수

상황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정의된 자립 의미와 조건을 기본으로 정리될 필요

있다. 쉼터 퇴소 이후 자립지원금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가 있겠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가정폭력 당사자들의 자립 지원을 위한 기본 방향

내에 예산이 확보되고 지원되어야 한다.

이 설정되어야 한다. 당사자들이 말하는 자립의 의미는 함께 걷는 자립이고 자립의 조건에서는 사회적 자원의 지원에 우선하여 배려와 환대였음을 기억하고 각 기관

4. 안정적인 가정폭력 당사자 자립지원 시스템 구축

장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정례적인 워 크숍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당사자들에게 ‘자립’은 가해자의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며, 폭력피해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과제이다. 쉼터는 비공개시설로서 개

7. 나가며

인생활이 제한되는 상황이 많고 공동체 생활의 어려움 등이 있다. 이로 인하여 위 급한 상황에서도 쉼터에 오지 못하는 당사자들이 수 없이 많다. 이런 상황을 반영

가정폭력 당사자는 ‘어떻게 사회적·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할 것인지’가 아니라

하여 곁에 프로그램은 쉼터 입소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했고

‘어떻게 서로의 응원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미래를 꿈꾸고 계획해 갈 것인가’가

개별 당사자들의 욕구에 맞춘 맞춤형 자립을 지원했다. 하지만 곁에 프로그램은 민

연구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당사자들은 함께 걷는 자립으로 답했다. 가정폭

간자원을 활용한 프로젝트 사업으로 지속성의 한계가 있다. 이에 곁에 프로그램의

력 당사자들과 함께 걷는 자립을 위해 환대로부터 시작하여 자립의 조건들을 충족

결과를 바탕으로 쉼터 밖 당사자들까지 아우르면서 당사자들의 개별 욕구에 맞춰

시켜 나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구축되고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5. 당사자 커뮤니티 지원 쉼터 30주년을 기념하여 아내폭력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 「그 일은 전혀 사 소하지 않습니다」를 출판했다. 출판을 기념한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시작으로 2017년에 전국적으로 7회에 걸쳐 저자들과의 만남 행사를 진행했고 올해는 10여 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을 넘어 우리사회 최초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사자의 목 소리로 가정폭력의 위험성·심각성 및 자립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들을 생 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변화 및 당사자들의 자립지 원을 위한 제도의 한계 및 공백을 알려내고 있다. 가정폭력을 탈출하여 ‘나’를 되 찾아가며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며 살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야 하고 더 많은 당사자들이 눈앞에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쉼터의 당사자 모 임을 조직화하여 다양한 자립의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당사자들 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일상이 아닌 다른 미래로 향하는 발을 내 디딜 수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6. 피해자지원기관 기관장 대상 자립 워크숍 정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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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 지원 모델 연구 보고 및 토론회

당사자가 말하는 ‘자립’의 의미 ■ 발행일: 2018년 5월 29일 (한여전 2018-06) ■ 발행처: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흥로16길 8-4 ■ 전화: 02-3156-5400

■ 팩스: 02-2256-2190

■ 이메일: hotline@hotline.or.kr ■ 여성인권상담: 02-2263-6464 ~ 5 ■ 홈페이지: www.hotline.or.kr 후원계좌: 하나은행 128-910002-01505 한국여성의전화 문자후원: #2540-1983 (건당 3,000원)

본 행사는 아모레퍼시픽,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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