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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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전 2016-04

2016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토론회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년

일시 : 2016년 3월 8일 오후 2시 장소 :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



■ 프로그램

사회

고미경 ·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발제

◈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정춘숙(한국여성의전화 이사) ◈ 가정폭력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서경남(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

‘움직이는’ 마을에서 ‘폭력 말하기’에 대한 숙고 김홍미리(여성주의 연구 활동가)

토론

황정임(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연구센터장)

방데레사(가정폭력 없는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사업 기획위원,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최순옥(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


▬ 글 싣는 순서 ▬

【발제문】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 정춘숙 ·············· 5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년경과 및 평가 ▪ 서경남 ························· 23 움직이는’ 마을에서 ‘폭력 말하기’에 대한 숙고 ▪ 김홍미리 ····················· 33

【토론문】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마을이 움직이도록’ 컨텐츠와 사람을 중심에 두자 ▪ 황정임 ················································· 57

다음 워크숍은 언제? ▪ 방데레사 ··································································· 63

마을공동체가 담아야 할 공공적 과제 - 폭력없는 마을, 인권에 민감한 주민되기-의 가능성으로 답한다. ▪ 최순옥 ···· 69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정춘숙(한국여성의전화 이사)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정춘숙(한국여성의전화 이사)

한국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발간된 한국의 성평등 보고서는 여러 범주 중 안전 분야만이 2009년 67.0에서 2013년 58.31)으로 8.7p가 감소하여 5년 간 성 평등 수준이 악화된 유일한 분야라고 적시하였다. 보 고서는 강력범죄 피해자 성비와 전반적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도 성비 모두가 악 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1). 여성폭력 중에서도 가정폭력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2015년 한국여성의전화 본부와 지부의 전국 상담통계를 살펴보면 총 상담 건수는 35,869중, 가정폭력상담은 13,727건(38.3%), 성폭력상담은 12,542건(35.0%), 성매 매상담은 2,441건(6.8%)으로 나타나 가정폭력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서도 가정폭력 발생율은 45.5%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폭력의 문제는 높은 발생율과 함께 피해의 심각성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최 근 발생한 자녀학대 살해 사건들이나 11세 소년의 아버지 살해 등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가정폭력에 대한 우리사회의 정책대안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과 같다. 한국여성의전화가 가정폭력, 아내폭력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아내폭력, 가정폭력이 모든 폭력의 근원이 되며,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져 외부로 드러나기 매우 어려운 조건에 있으며, 여성들이 가장 많이 가장 쉽게 경험하는 심각한 폭력이기 때문이 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 이후

가정폭력·성폭력 근절정책은 국정목표4, 안전

과 통합의 사회 분야,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강화가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2013, 2014, 2015년 ‘성폭력·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가정폭력 에 대해 가정폭력 예방교육 의무대상 기관 확대, 긴급 대응 및 피해자 안전 확보,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 배치, 피해자 보호시설 확대,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지원 강화, 노인학대 예방·보호 강화 등의 계획을 발표하였다. 가정폭력 방지 종합 1) 주재선 외, 2014, 2014 한국 성평등보고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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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안은 2017년까지 가정폭력 재범률을 2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2012 년에는 가정폭력 재범률이 32.2% 수준이다. 이를 2017년에는 25.7%로 약 20% 정도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2). 이 글에서는 그간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한국여성의전화가 2012년부터 2014까지 3년간 진행한,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 직이는’ 마을모델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Ⅰ. 정부의 가정폭력 정책의 문제점 1. 현장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박근혜 정부의 여성폭력 근절 정책 박근혜 정부는 정부 출범이후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집중적인 정책을 펼쳤다. ‘4대악 근절’ 정책이 본 궤도에 오른 2014년 11월 발생한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아내살해 암매장 사건, 2015년 1월 12일 별거 중인 아내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내의 전 남편과 자녀 들을 인질 삼아 하루 동안 감금하다 무참히 살해한 사건 등이 발생했다. 이 두 사 건 모두 피해자의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하였고, 피해자들이 직접 경찰서 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의 안이한 대응으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주요 정책인 경찰의 초 기 대응 강화가 일선 현장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다. ‘4대악 근절’과 관련하여 경찰은 가정폭력·성폭력 근절 운동 단체와 MOU 체결을 많이 하였다. 각 상담소와 기관들은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MOU 체결 요청을 받았으나, MOU 체결 이후 경찰서와 별다른 관계 개선이나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일 선 기관들이 중론이다. 이러한 기관 간의 업무 협약은 구체적인 업무 협조 등의 변화 없는 일회성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경찰을 포함한 각 급 학교나 공공기관에 의식변화를 위한 예방교 육을 실시하였다. 가정폭력의 경우 2015년의 경우 10월 말 현재 의무교육 대상기 관 16800개소 중 16549개 기관에서 예방교육을 실시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여성 가족부, 2015년 국정과제 평가 추진실적). 그러나 얼마나 많은 교육이 실시되었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질을 가진 교육이 어떻게 실시되었는가가 중요하다. 2015년 5월 필자가 모니터링한 지방의 한 경찰서는 약 300여명의 경찰 관이 한꺼번에 교육을 받았고 뒷좌석의 경찰은 거의 대부분은 졸고 있었다.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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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는 강사에게 성희롱·가정폭력 예방교육으로 배정된 2시간 교육시간을 줄여달라 고 요청하였다. 심지어 한 참가 경찰은 교육 시간이 길다며 강사에게 항의하기 까 지 하였다. 교육은 의무시간을 채웠으나 교육의 효과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 다. 역시 필자가 모니터링 한 2015년 6월에 초등학교 3학년 학생 대상 예방교육의 경우 2개반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바닥에 앉게 해 아이들이 교육에 집중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교육 횟수는 늘어나고 있으나 그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장면이다.

2. 약속은 했으나 지켜지지 않은 제도 개선 새누리당은 ‘4대악 근절’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가족행복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자살 등 4개 분과별 전문가들 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각각 필요한 법과 제도를 개선을 하겠다고 천명하였다. 각 분과는 그 분과를 담당하는 국회의원과 민간전문가나 전문단체가 함께 했다. 새누 리당은 각 분과에서 제기하는 법률의 제·개정을 안을 당론으로 정해서 반드시 통과 시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4개 분과 중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가정폭력’ 분과 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협의회’가 민간 전문가로 참여 하여 8차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였다. ‘가정폭력’ 분과는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 공청회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개최해, 1년 가 까운 노력 끝에 2014. 2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을 발의하였다. 그러나 당론으로 정해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새누리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법안은 폐기되었다. 법률 개정 과정에서 개정안을 당론으 로 삼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던 새누리당은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하였고, 4대악 근절을 외치는 정부는 피해자 보호 강화를 담은 개정안을 극력 반대하여 법률 개 정은 결국 좌초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 대해 관 련 기관들은 정부의 ‘4대악 근절’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 다3). 3. 국가의 책임을 민간에게 전가하다, ‘4대악 보상보험’ 박근혜 정부는 ‘4대악 근절’ 정책의 일환으로 ‘4대악 보상보험’을 2013년 7월 1 일 출시하였다. ‘4대악 보상 보험’은 현대해상이 개발해 출시하였다. 여성폭력 근 3) 한국여성의전화, 2015,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평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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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운동 단체들은 ‘4대악 보상보험’은 정책성 보험이며,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보험 회사에 떠넘긴 것이라고 비판하였다4). 우선 가입대상은 일단 지자체와 학교 등을 통한 단체 가입만 가능하며 지자체가 보험료 대부분을 지원해 국가가 돈을 내 민간보험 회사를 돈벌게 해주는 것 아니 냐는 비판도 있었다. 또한 보험금 수령을 위한 입증 책임의 문제,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피해자 지원정책을 축소시킬 뿐이며, 가정폭력·성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손해사정과 정에서 피해자에게 입증을 요구할 때, 2차 피해는 필연적으로 발생 한다고 우려하 였다. 관련단체들은 보험이 출시되던 날 금융감독원 앞에서 ‘4대악 보상보험’을 철 회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였고 이러한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결과인지, 일선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 ‘4대악 보상 보험’을 홍보하거나, 보험 가입 권유 등은 이 루어지지 않았다. 홍보중심의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4대악 보상보험’에 관해서는 어떠한 홍보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4. 성과 중심의 정책설정과 왜곡되는 결과 성폭력·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직접적 목표로 제시한 미검률은 높이고, 재범률은 낮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특히 가정폭력의 특성이 지속성과 반복성에 비 추어 재범률을 낮추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가정폭력 재범률은 2014년 10월 10.8%에서 2015년 10월 5.2%로 전년 동기 대비 5.6% 낮 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범률을 낮추겠다는 정부 정책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과거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재범 가정폭력 사건이 초범으로 둔갑 하거나, 재범률을 줄이기 위해 가정폭력 사건을 숨기는 등의 일이 이루어졌던 것을 생각해 보면, 재범률의 조사 방식을 상세히 밝히고 그 요인을 분석해 향후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여성폭력 근절은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가정폭력·성폭력 모두 신고건수 를 높이고, 기소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정책이 여론 의 현장의 변화에 반응해야 하나, 지나치게 여론이 집중되는 곳으로 정책의 우선순 위를 정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다. 즉 정책이 문제에 본질에 접근하기 보다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인기 영합적 정책을 제시하게 될 우려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4대악 근절’과 ‘안전’이라는 대중적 이슈를 통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가정폭력·성폭력 근절 정책의 실체는 현장에 근거하지 않은 홍보 4) 한국여성의전화, www.hotli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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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거나, 정책 실현 주체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정책 설계기시의 목표를 성 취하였는지는 의문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여성폭력 근절 정책이 피해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하며, 여성폭력의 본질인 성차별의 문제를 정책에 포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Ⅱ. 가정폭력 근절 정책 개선 방안 1.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적 노력과 대안 세계 각국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고, 그 중심에는 UN이 있다. 여성폭력 근절위한 UN의 노력은 1995년 북경여성대회를 기점으로 강화되었 다. 2007년 발간된 코피아난 UN은 사무총장 보고서 ‘여성폭력 종식-담론에서 행 동으로’는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 이행을 강조하였다. 보고서는 국가는 “폭 력피해여성에 대한 올바르고 효과적인 구제책을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여기에는 “고통을 받은 상해에 대한 배상, 원상회복, 보상, 재활, 재발 방지와 보호”가 포함 된다. 반기문 사무총장 취임이후 UN은 여성폭력 근절을 주요한 정책 과제로 삼고, 2008년 ‘NO라고 말하세요’, 2013년 ‘주황으로 물들이자’, 2014년 ‘HeForShe’ 등 의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2014년 라시다 만주(Rashida Manjoo)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여성폭력은 자신의 존엄성과 삶의 권리,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잃 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인권의 차원에서 봐야 하며, 여성 차별과 억 압 등 인권침해는 폭력의 원인이자 결과이라고 하였다5). 그는 제도적 차별의 만연 과, 법률의 보장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 문화가 남아 있고 여성 소득이 남성보다 낮은 게 당연시되는 등, 차별과 불평등이 직장에서도 나타나며, 이 차별과 불평등 이 영속화되면서 여성폭력의 원인이자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였다. 라시다 만주 (Rashida Manjoo)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여성폭력의 근원이 되는 성차별에 접근해야 하며, 의식의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성 평등한 의식변화와 여성폭력을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 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를 살펴보겠다.

2.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5)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news/19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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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는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후 법과 제도의 변화를 넘어 가정 폭력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의식과 관행의 변화의 중요성을 느껴, 2000년부터 여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역여성운동을 펼쳐왔다. 우리사회는 UN에서도 인정받을 정도 로 여성에 대한 폭력 관련법과 제도가 갖춰져 있으나 법과 현실은 차이는 매우 크 다. 법과 제도의 완비는 오히려 일반 시민들에게 여성폭력 문제가 마치 해결된 것 같 은 ‘착각’을 가져오게 하며, 피해자들에게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는 책임이 마치 당사자들의 ‘선택’의 문제인양 오해하게 만든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러한 법과 현실의 차이를 줄이고자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영위 하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통해,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 축하고, 이를 실질화 할 주체의 형성, 각 기관간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가정폭 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1)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의미와 필요성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폭력의 발생 이전의 예방 개입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폭 력을 중단시키는 방법을 찾는 예방 개입이 있다(박영희, 2001). 예방은 1, 2, 3차 예 방으로 세분화 되며, 일반집단을 대상으로 보는 1차 예방과 폭력상황이 발생했을 당 시의 2차 예방, 폭력이 후 사후 적응상황을 3차 예방으로 나누어 질 수 있다(박영희 2001, 안동현 1999). 예방개입의 측면에서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을 살펴보 면, 우선,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가정폭력을 조기에 발견하 고, 당사자들을 지원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가정폭력근절을 위해서는 가정폭력을 ‘인지’하고 ‘발견’ 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폭력의 가장 큰 특징은 ‘은폐’된다는 것과 ‘지속’되는 것이다. 2007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시기는 11년 7개월이 지나서였고, 2013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의 경우도 가정폭력 발생 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1.8%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변에서 가정폭력을 알아채고, 도움을 주는 것은 가정 폭력 근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가정폭력을 알아본 주변인의 1차적인 반응 역시 매우 중요하다. 폭력의 징후를 무시하느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함 께 해결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느냐는 당사자에게 향후 폭력에 대한 대응방식을 결 정할 만큼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이 폭력 피해 당사자에게 가정폭력과 관련된 정보 를 알려주는 것이 때로 피해생존자에게 커다란 인생이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기반 한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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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는,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역사회의 대응은 지역사회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주민을 살해하거나, 재물을 파괴하는 등 지역민들이 가정폭력으로 인한 2차 3차의 범죄 피해를 입는 경우를 목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가정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를 떠나 새로운 지역공동체에서 가정폭력의 피해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은 설계하도록 안전을 보장하고, 자원을 연계하여 인권중심의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주민등록 열람제한이라는 법적 근거를 주민센터에 서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상담소를 비롯한 지역의 다양한 기관을 통한 피해 회복을 위한 각종 지원, 평생교육센터 등을 통한 인권의식 교육 을 통한 의식향상 등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다기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통합적’이란 지역사회에 있는 폭력 관련된 서비스 제공 기관들 간의 유기적인 전달체계 형성을 통한 효과적인 서비스 전달 확보와, 폭력 피해 발생단계에서 만의 서비스가 아니라 폭력이 발생하 기 이전의 폭력 예방에서 부터 폭력발생 이후의 재발 방지 및 재활에 이르는 전체 적응과정에 대한 포괄적인 개입을 의미 한다6). 정부의 ‘2015년 국정과제 평가 추진실적’에서도 기관간의 협력을 중요한 요인으 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찰과 1366 합동워크숍, 등등을 진행하고 있으 나, 중앙과 중앙, 중앙과 지역, 지역과 지역의 협력을 이루어내고, 이를 지속시켜내 야 한다. 2)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 (1) 가정폭력 문제에 집중하는 네트워크 한국여성의전화가 ‘움직이는’ 네트워크를 구상하게 된 이유는, 가정폭력 피해자들 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형태는 있으나 그 실질적인 내용이 없고,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또한 우리사회가 주로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을

중심으로 여성폭력 문제를 다루어와, 성폭력이나 아동성폭력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가장 흔하게 발생하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범죄라 는 인식이 부족한 가정폭력에 대한 지역사회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인식했기 때문 6) 박영희, 가정폭력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연계망 구축에 관한 연구, 지역사회복지운동 제 10집,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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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다. 네트워크 구성 후 알게 된 사실은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에 대 한 문제의식을 한국여성의전화 뿐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다른 기관 들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역 내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등은 각 기관의 상위 기관의 가정폭력 지침에 따라 각기 다른 대응방안을 갖는다. 이는 때로 중복되기도 하고,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하여 폭력 피해 당사자 지원의 효과가 반감되 기도 한다. ‘움직이는 네트워크’는 네트워크를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과 가정폭력 예방․ 근절 활동에 대한 각 기관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각 기관들이 네트워크가 갖는 중 요성을 인식해 분절적이 아닌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연계와 각자의 역할을 최대화 하려 했다. 이러한 과정은 여성인권 향상과 여성에 대한 폭력근절이라는 목표에 이르기 위한 기초 작업이며,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최대한 반영해 기관들 간의 ‘움직이는’네트워 크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2) 현장 담당자 중심의 네트워크, ‘움직이는’ 사람들 2012년 ‘움직이는’ 첫해부터 네트워크 기획팀 구성의 원칙은, 그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로, 본인들이 일하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들로 구성하 였다. 이는 많은 경우 간담회 등에 기관의 대표를 모시려 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것으로, 향후 피해자에 대한 직접 연계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각 위원들 은 각자 자신들의 현장에 ‘움직이는 네트워크’와 함께 할 사람들을 더 모집했고, 각 현장에서 워크숍을 열수 있도록 연계하였으며, 워크숍을 주관하고 각 기관별 모 델 만들기 집중논의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기획팀은 가정폭력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참여한 각 기관은 다른 기관들의 현재 상황과 어려움을 잘 알게 되었고, 각 기관에 대한 이해에 바탕 한 다양한 조언과 대안들을 검토하였다. 법률에 근거한 각 기관의 가정폭력에 대한 역 할, 법적 권한과 한계에 대해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2013년 기획위원 구성은 2012년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의 평가와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종교단체를 포함시켰고 약사회와 지역아동센터를 포함시켜 협력체계를 더 민간중심의 주민밀착형 구조를 강화하였다. 또한 마을에서 직접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마을전문가를 모시 고자 한국여성의전화 담당활동가가 3차례 정도 직접 마을 회의에 참여하기도 하였 다. 2014년 기획위원 구성은 통장, 새마을 부녀회, 전의경 어머니회등 기존에 한국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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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전화가 연대하던 단체들과는 성격이 다른 기관들과도 연대를 확대했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마을 모델 기획위원>

연구자

지역전문가

2012 황**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정책센터 연 구위원) 박**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팀 / 본회 가정 폭력전문상담원) 신** (은평구여성정책모니 터링팀 / 본회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황** (갈현초등학교 교사) 아동/청소년 전문가

김** (구산초등학교 지역사 회교육전문가) 허 * (은평구청소년복지상 담센터 CYSNET 담당)

경찰서

문** (서부경찰서 생활안전 과 여성청소년계)

구청/정책전 문가

이** (은평경찰서 형사과 형사지원팀) 김** (은평구 희망마을담당 관 주무관)

가정폭력전문 가

마을전문가

종교기관 기타

정춘숙 (본회 상임대표)

2013 황**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정책센터 연 구위원)

2014

이**(은평구 청소년 상담지 원센타 센터장)

이**(북한산 래미안 가정어 린이집)

황** (갈현초등학교 교사) 김** (구산초등학교 지역사 회교육전문가) 김미*(서부경찰서 여성청소 년과 아동·청소년계 형 사) 박**(은평경찰서 여성청소 년 형사) 박**(은평구 가정복지과 주 무관) 정춘숙 (본회 상임대표) 조**(한국여성의전화 회원) 고**(한국여성의전화 가정 폭력상담소 소장) 권**(응앙동 산골마을 부녀 회 회장) 원**(응암동 산골마을 부회 장) 이**(응암동 산골마을 부녀 회 총무) 이신*(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마을 상담 원)

신**(한국여성의전화 가정 폭력 상담소 소장) 서**(한국여성의전화 조직 국장) 고**(은평 여성연대 여담) 김**(열린사회 은평시민회 청년모임) 박**(응암1동 7통 통장) 정영록(응암1동 새마을 부 녀회) 임**(아줌마가 키우는 아줌 마 연대) 이**(서부경찰서 전의경 어 머니회)

문**(광현교회) 용**(성산교회)

방***(구파발 성당)

우**(은평 약사회 부회장)

나**(은평소방서 대)

김명*(은광지역아동센터 센 터장)

조**(은평구 간호사회)

의용소방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기획위원들이 먼저 가정폭력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며, 자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15


신의 기관에서 그동안 진행한 가정폭력과 관련된 일을 소개하고, 각자 스스로 자신 의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기획하고 실행하였다. 2013년 부터는 한국여성의 전화가 주최하는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

었는데 매우 호응이 좋아 각 기관 워크숍에서도 같은 모양으로 진행하였다. 네트워 크의 발전 방향은 공공기관에서 민간기관, 조직에서 개인으로 확대해 가며 지역에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고자 하였다. (3) 참여자 모두가 주체가 되는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 평』 ‘움직이는 네트워크’의 또 다른 방향은, 누구만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 크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고 개인 모두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 해 한국여성의전화는 참여자 모두가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각 기관에 대한 이 해를 높이고, 민주적인 ‘네트워크’의 운영과 여성폭력에 대한 이해, 지역사회와 리 더십 관련 교육 등을 통해 여성폭력 근절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주체를 만들어 내고자 하였다. (4) 각 기관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알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2014년 각 기관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지를 물었으나, 각 기관들이 자 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네트워크의 혼란이 오기도 하 였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예방’을 기관의 역할로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포괄적으로 본 다면 틀린 것은 아니나, 경찰의 역할은 1차적으로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해서 폭력 행위를 제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사 법적 기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상담소의 경우는 법률과 본인들이 규정한 대로 피해자를 보호 지원하는 것이 주 된 기능이다.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상담소의 역할은 피해자의 상담요청에 응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다. 보호시설의 경우는 피해자의 신체적 심리적 피해를 지원하고 향후 자립 자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한다. 최근 피해생존자에 대한 지원은 당장의 응급한 상황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자립지원 강화가 주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생존 여성의 경우 도 자립지원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자립의지 역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생존자의 자립의 시발점이 되는 자립의 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 평등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안되고 있다(정

16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춘숙, 2015). 학교의 경우는 말 그대로 1차 ‘예방’이 주된 기능이다. 학교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포함해 고위험군, 개인적으로는 가정폭력에 무관한 모든 아이들이 있는 곳이다. 여 기서는 1, 2, 3차 예방의 모든 것이 포괄될 수 있겠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1차 예 방을 중심으로 하고 2, 3차 예방의 경우에는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Ⅲ. 가정폭력 근절 정책을 위한 대안 최근 각종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범죄 예방에 관한 정책을 얘기할 때 ‘셉테 드’가

유행처럼

모든

곳에서

제안되고

있다.

‘셉테드’는

범죄예방환경설계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로 범죄예 방을 목적으로 건축물 등 환경을 설계 하는 개념이다. CC-TV 설치나, 담장 허물 기 사업 등이 그 한 예이다. 그러나 ‘셉테드’는 외부의 모르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 는 폭력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아는 사람’에 의한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에 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안에 CC-TV 를 설치할 수 도 없고, 집을 외부에서 다 보이도록 만들 수도 없 다. 따라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인 가정폭력, 아내강간, 친족성폭력의 경우에 CPTED는 무력하기만 하다. 강은영(2012) 역시 CPTED가 사적 공간에서, 아는 사 이에 발생하는 범죄, 가정폭력이나 가정 내 혹은 옥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등에 대해서는 범죄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국가 정책과 대중매체의 보도 관행이 여전히 여성폭력범죄의 전형적 이미지를 ‘공적 공간에서’, ‘모르는 사 람’에 의해, ‘보호가 필요한 피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하고 있어 이로 인한 가 정폭력, 부부강간, 데이트 강간, 친족성폭력 등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며 제대로 대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은영(2012)은 1세대 CPTED가 영역성과 방어공간을 강화하는데 목표를 두었다면 2세대 CPTED는 지역 사회 내에 긍정적 인 행동방식 및 이웃공동체에 대한 기준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지역사회의 영역성 이 확보되지 못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가정폭력,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에 있어서 지역사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가정폭력 문제를 만날 때 가장 어 려운 것이 가정폭력, 아내폭력 문제를 아직도 ‘개인’의 문제로 보며, ‘남의 집 개인 사‘로 치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사회구성원들과 가정폭력 피해생존자들의 의 식을 바꾸고 ‘남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여기는 사회연대성의 원리를 공동체 안 에 부활시키는 방식의 지역사회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17


1. 예방 교육의 실질화와 의무화를 통한 의식의 변화 2013년 ‘양성평등기본법’의 개정으로 가정폭력·성폭력· 성매매 예방교육이 각급 학교와 공공기관에 의무교육이 되어 여성폭력 근절이 기초인 예방 교육이 활성화 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 성 평등 과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권 교육이 유치원부터 초, 중, 고 각급 학교에 정규교 육과정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폭력예방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 평 생교육센타 등 의식과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다종다양한 곳에서 여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져, 여성에 대한 폭력의 본질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 다. 정부의 2015년 국정과제 평가 추진실적에 따르면, 가정폭력 예방교육 의무대상 기기관은 총 16,800개소인데 이중 16,549개 기관이 교육을 실시했고 이중 초 중등 각급 학교가 12,143개소로 72.8%를 차지하고 있다. 즉 학교기반 예방교육이 국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모두를 합친 것 보다 많이 실시되었다는 것 이다. 접근성과 효과성이 높은 각급 학교에 여성폭력과 인권에 대한 교육이 정규과 정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2010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경찰의 가정폭력 의식조사에서 약 70%의 경찰이 가정폭력은 가정의 일이고, 가정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7). 이런 인 식은 경찰이 가정폭력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해도 자신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신고를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특별히 경찰대학이나, 로스쿨 등에는 가정폭력을 포함한 여성인권 일반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수 과목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교육이외에도 다양한 훈련을 통해 최근 문제되고 있는 경찰이 가정폭력 피해자를 쌍방폭력의 가해자로 취급하 고 있는 점등을 보완하여야 한다.

2. ‘신고합시다’ 운동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신고를 활성화 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전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 범죄이며 신고해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와 함께, 신고의 무자에 의한 신고율 증가를 위한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고의무자들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신변보호와 신고 이후 피해자들이 어떤 과 7) 김경록·박경래, 2013, 4대악 근절 정책 추진방안 및 소요예산 분석, 한국행정연구원.

18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정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게 되는지 등을 자세히 알려주어야 한다.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문화행사, 교육프로그램, 다양한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 UN의 여성폭력 근절 캠페인을 차용한 성폭력·가정폭력 신고합시다’ 운동이나 가정 폭력 신고자에게 포상하는 방법들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각종 매스컴이나 교통 수단등 거리 곳곳에, 공공건물 곳곳에 가정폭력 관련 공익광고를 다양한 방법으로 게시하고 실시하여야 한다.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을 마련할 것은 2011 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예방을 위한 홍 보 등이 자칫 가정폭력에 대한 통념을 강화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상 세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3.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다기관 네트워크와 협력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 역사와 뿌리가 깊어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요구된다. 2007년 UN사무총장 보고서 ‘여성폭력종식-담론 에서 행동으로’에서는 여성폭력 종식을 위해 NGO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정 부와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모든 기관이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이해 하고 수행하며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 기관과의 연계를 위한 연계의 주 체가 있어야 하고, 네트워크에 예산이 지원되어야 하며, 전문적 지식과 실행력을 갖춘 단체들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각 기관간의 의식의 편차가 매우 크므로 기관간의 여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 등이 공유될 수 있도록 이를 가능하게 할 프 로그램과 예산이 제공되어야 한다. 현재 각 지역에서는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하나8) 활동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기관 협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네트워 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상적으로

심도 깊은 연계를 지속해 낼 것인

가가 관건이다. 또한 여성가족부등 여성폭력 근절 정책을 지휘·조정할 주무부처를 정하고 이를 통 해 각 부처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공통의 정책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지원 정책 뿐 아니라, 여성폭력 에 대한 의식과 문화의 변화 등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관련 부처들인 여성가 족부, 법무부,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안전부, 문화관광체육부, 보건복지부등 여러 부 처 간 통큰 협력이 우선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부처 간 여성폭력 근절 8)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http://www.mogef.go.kr/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19


정책이 보다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공동의 정책 방향 마련과 집행이 가능할 것이 다. 이를 위해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고 상호보완적인 정책방안을 마련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앙 부처 간 협력과 같이, 중앙과 지방의 연계와 협력도 중요한 과제이다. 중앙정부의 정책방향이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에서 정책이 제안된 내용대로 실현되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 정도가 미리 논의되고, 협의 되고 모니터링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여성폭력 근절정책의 현안으로는 첫째, ‘여성발전기금’과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에서 지원되고 있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을, 예산의 안정성과 확장 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의 일반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가정폭력 가 해자에 대한 실제적인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3년 9월 10일 국회의원 김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구속률이 0.8%라고 발표되었다. 즉 가 정폭력이 처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다. 제대로 된 가 해자에 처벌이 있을 때 비로써 피해자들에게 폭력 피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여성폭력 방지에 대한 장기적인 국가행동 계획이 마련 되어야 한다.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행동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음으로 인 해 여성폭력 근절 정책은 장기 계획 없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치중해 왔다. 이로 인해 정책이나 예산이 중복되거나, 가해자에 대한 비현실적인 강력 처벌만이 강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성폭력 방지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국가행동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 여성폭력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와 더불어 경 찰-검차-법원에 이르는 사법체계안에서 관련 통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가정 폭력이 사회적 범죄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가정폭력의 사회적 비용 등 가정폭력 의 사회적 속성에 관한 연구 등이 지속되어야 한다.

20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참고자료> 강은영,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와 성폭력, 젠더리뷰(가을호)10088_vol26, 2012. 박영희,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연계망 구축에 관한 연구, 지역사회복지운 동 제 10집, 2001. 서울1366 홈페이지, 2016, 2, 27일 검색, www.seoul1366.or.kr 여성가족부, 2015년 국정과제 평가 추진 실적, 2015. 정춘숙,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한울, 2015. 정춘숙,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네트워크 모델 in 은평:움직이는 네트워 크 구축과 발전방향, 한국여성의전화, 2012. 정춘숙, ‘4대악 근절’ 구호로만 남은 박근혜 정부의 여성폭력 근절 정책,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89호, 2015, 7. 주재선 외, 한국 성평등보고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 ver.1, 2012. ____________,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 ver.2, 2013. ____________,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 ver.3, 201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평가 자료, 2015. 한국여성의전화 hotline.or.kr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21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서경남(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서경남 ▪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1.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출발점 2012년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지역사회 네트워킹 모델 만들기 프로젝트 (이하 ‘움직이는’ 프로젝트) 출발점은 세 가지 문제의식이었다. 첫째 가정폭력의 완 성은 이웃의 침묵과 무관심이라는 점, 둘째 여성폭력 근절을 목표로 다양한 지역네 트워크들이 구성되어 있으나 실재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유지하고 있는 기능의 경우 아동성폭력 사안에만 치중되는 경향이 짙고, 셋째 가정폭력 방지를 위 한 법,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으나 현실과 닿고 있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 법을 마을에서 찾고 싶었다. 가정폭력을/마을에서/누구나 알아채고→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 그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움직이는’ 마을의 출발점이었다. 2.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프로젝트 1) 2012 ‘움직이는’ 마을 모델 제일 먼저 ‘움직이는’ 마을을 만들어갈 사람을 찾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지역주민 한명 한명이 움직이는 지역사회의 주체가 되는 것이지만 그 첫 단계로 은평구라는 지역사회에서 가정폭력 방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부터 짚어나가기 위해 가 정폭력을 접하고 있는 지역 내 기관과 학교, 지역네트워크에 대한 탐색을 걸쳐 기 획위원을 섭외하였다. 공문, 전화, 면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프로젝트 에 대해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구성된 기획위원은 가정폭력전문가, 아동/청소년전 문가, 관할 경찰서, 구청 주무관이었다. 기획회의를 통해 현장에서 가정폭력을 접하고 처리하면서 부딪혔던 어려움과 고민 을 충분히 나눌 수 있었고 각 기관별 가정폭력 예방, 발견, 지원, 후속단계별 역할 을 담은 ‘움직이는’ 모델을 발표했다. 또한 ‘움직이는’ 워크숍에서 제안된 내용을

‘움직이는’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 25


바탕으로 움직이는 아이들 지침서, 움직이는 이웃 지침서, 움직이는 당사자(피해자) 지침서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 2012년 ‘움직이는’ 기획위원 기획위원 연구자 지역전문가 아동/청소년 전문가 경찰서 구청/정책전문가 가정폭력전문가

황정임 박은미 신경희 황지영 김현미 허 일 문승민 이윤희 김지영 정춘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정책센터 연구위원)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팀 / 본회 가정폭력전문상담원) (은평구여성정책모니터링팀 / 본회 가정폭력전문상담원) (갈현초등학교 교사) (구산초등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은평구청소년복지상담센터 CYSNET 담당) (서부경찰서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 (은평경찰서 형사과 형사지원팀) (은평구 희망마을담당관 주무관) (본회 상임대표)

2) 2013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2차년도 기획위원은 1차년도 네트워크 심화 및 마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중간과 정으로 마을의 경계에 있는 그룹과 마을에서 활발하게 마을 활동을 하고 있는 사 람들을 기획위원으로 섭외했다. 1차 년도 기획회원 중 경찰서 및 구청은 공공기관 의 잦은 부서이동 특성상 기획위원으로 지속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을 접해야했다. 처음 기획위원 섭외 당시 고려하지 못한 지점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지역 네트 워크라면 중요하게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후임자에게 잘 연결되어 2차년 도 움직이는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1차년도 피해 당사자 워크숍에서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제안된 종교기관 및 의료기관 모델 만들기에 주력했다. 교회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교인 두 명을 섭외했으나 두 분 모두 교회 내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을 하고 계셨고 교회 보다는 지역아동센터의 소속감으로 기획회의에 참석하시면서 그 분들 스스로 교회 내 움직이는 모델을 만드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있었다. 결국 움직이 는 교회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교회는 지역사회와 가장 밀접한 종교기관이지만 장 벽이 높은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마을상담원 활동을 하면서 마을에 폭력의 경계에 있는 여성들이 많고 그로 인해 생긴 상처와 고통을 의심받지 않고 털어 놓을 수 있는 기회, 공간 제공으로 여성 들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이신애 선생님을 여러 경로를 통해 움직이는 네트워크와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을 통해 마을의 다양한 여성커뮤니티를 만나게 되었고 움직이는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연결로 진행된 사찰

26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심택사 워크숍은 교회 모델을 대신하여 의미 있는 종교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2차년도 움직이는 모델 중 가장 큰 성과는 약사회 모델이다. 의료기관을 찾던 중 의료기관 보다는 지역사회에 접근성이 좋은 약국을 생각하게 되었고 은평구 약사 회 회장님을 먼저 만나 움직이는 프로젝트 설명을 하는 중에 부회장님을 소개 받 았다. 우경아 약사님은 약사회 차원의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움직이는 프로젝트에도 흔쾌히 결합해 주셨고 약사회 워크숍 및 움직이는 약봉투를 제작하여 은평구 전 약국에 배포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 내 주셨다. 또한 서부경찰서 형사님의 도움으로 서부경찰서 관내 8개 파출소에서 교대 시간에 맞춰 모든 경찰관에 가정폭력 관련 교육을 할 수 있었다. 20분 정도의 짧은 시간 이었지만 가정폭력 해결을 위해 경찰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 전달하고 동시에 현장 이 어려움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차년도에는 1차년도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 1차년도 네트워크를 계속 구동하는 모델을 만들어 갔다.  2013 움직이는 기획위원 기획위원 연구자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사회통합정책연구실 연구위원)

마을

이신애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마을상담원)

교회 약사회 지역아동센터 경찰서 아동/청소년 전문가

문상임 용영순 우경아 김명자 김미라 박보람 이정자 김현미 황지영

(광현교회) (성산교회) (은평약사회 부회장) (은광지역아동센터 센터장)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아동·여성계 형사) (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형사) (은평구청소년상담지원센터 팀장) (구산초등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갈현초등학교 교사/은평학부모네트워크)

구청/정책전문가

박소영 (은평구청 가정복지과 주무관)

가정폭력 전문가

조남진 (한국여성의전화 회원/2012 움직이는 네트워크 기획위원)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소장)

‘움직이는’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 27


<그림1> 은평구약사회가 제작(3만장)해서 관내 198개 약국에 배포한 [나와 이웃에 힘을 주는 처방전] 약봉투. 이 봉투에는 ‘옆집의 고성에 이웃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과 가정폭력 상황에 놓인 이웃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3) 2014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차 년도에는 움직이는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인 마을 속 모델 만들기에 주력했고 마을에서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지역 여성 리더들을 만났다.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지역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할 수 있다면 피해자를 발 견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보다 많은 지역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새마을부녀회, 전의경어머니회, 의용소방대, 통.반장 등 지역에서 적극 적 활동하고 있는 단위들을 만나서 움직이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하지만 관변단체 의 특성 때문인지, 지역의 보수성 때문인지 1, 2차년도와 달리 가정폭력을 사회구 조적 문제로 바라보지 못하고 개인의 성향,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 다. 지역에 들어갈 때 유의할 지점이다. 2차년에도 만들지 못했던 종교기관을 모델을 새롭게 도전하여 만든 구파발 성당의 움직이는 모델은 굉장히 의미가 크다. 본회 전화상담원 및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데레사 선생님의 연결로 여성폭력에 관심이 있는 수녀님을 만났고 수녀님께서 성당내의 여러 가지 절차를 잘 진행해주시어 교우 150명 대상 움직이는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다. 워크숍은 지역 주민의 가정폭력에 대한 의식 및 인식의 척도를 가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지 만 가정폭력 개념과 유형에 대해 굉장히 광범위한 범주로 얘기가 오고 갔고. 다양

28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한 실천활동들이 제시되었다. 또한 서북병원에 근무하고 계신 은평구간호사회 회장 조미자 선생님을 만나 움직 이는 의료기관 모델을 만들었다. 병동팀장 20명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병원 홍보물에 신고전화 안내, 병원 내 홍보물 비치 등 병원 내에서 실현 가능한 여러 가지 좋은 제안들이 제시되었다.  2014 움직이는 기획위원 기획위원 고은경 (은평여성연대 여담) 김다현 (열린사회 은평시민회 청년모임) 마을

박시형 (응암1동 7통 통장) 정영록 (응암1동새마을부녀회) 이인라 (서부경찰서전의경어머니회)

어린이집

이혜진 (북한산래미안 어린이집)

종교기관

방데레사 (구파발성당)

소방서

나상옥 (은평소방서의용소방대)

간호사회

조미자 (서울시은평구간호사회)

가정폭력 전문가

신상희(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소장) 서경남(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3) ‘움직이는’ 기획위원의 역할 움직이는 기획위원은 월1회 정기 기획회의에 참석하여 전체적인 진행상황을 논의 하고, 기관별, 그룹별 워크숍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였다. 기획회의는 기획위원들이 가정폭력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적 범죄임 을 인식하는 것을 목표로 가정폭력과 관련된 주제를 영화, 교육 등으로 다양하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4) ‘움직이는’ 기획회의 진행과정 회차 움직이는

내용 - 참석 소감 나누기 - 2013년 ‘움직이는’ 지역사회 네트워킹 모델 만들기 사례발표

‘움직이는’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 29


1차 회의

-

2014년 ‘움직이는’ 지역사회 네트워킹 모델 설명 프로젝트 전체 일정 공유 및 기획회의 일정 논의 질의응답 기획위원 위촉

움직이는 2차 회의

-

영화감상(“침묵을 말하라”) 및 이야기 나눔 2014년 사업계획서 공유 ‘움직이는’ 네트워크 모델 논의 질의응답

움직이는 3차 회의

- 영화감상(“우모자”) 및 이야기 나눔 - ‘움직이는’ 네트워크 모델 기관별 실행 계획 논의 - 질의응답

움직이는 4차 회의

- ‘가정폭력의 실제와 대응’ 강의 - ‘움직이는’ 네트워크 모델 기관별 실행 계획 논의 - 질의응답

움직이는 5차 회의

- ‘움직이는’ 모델 워크숍 진행 결과 보고 - ‘움직이는’ 모델 기관별 실행 계획 및 일정 논의 - ‘움직이는’ 모델 워크숍 정리 틀 논의

움직이는 6차 회의

- ‘움직이는’ 모델 워크숍 진행 결과 보고 - ‘움직이는’ 모델 기관별 실행 계획 및 일정 논의 - ‘움직이는’ 모델 발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

5) ‘움직이는’ 모델 만들기 워크숍 진행과정 ‘움직이는’ 모델은 사람의 변화만이 지역의 변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 다는 기대로 시작한 모델이다. 이미 사람들 속에 깊이 내재화된 가정폭력에 대한 통념이 하루아침에 변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때문에 더 많은 사람과 만나 가정 폭력을 드러내놓고 얘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지역에서 다른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가정폭력이 침묵과 무관심으로 완성되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직면 하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가정폭력이 ‘나’와 마주할 수 있게 하였다. 마주하 는 순간 고민이 시작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실천 활동까지 만들어내는 과정은 가정 폭력의 진실과 바른 인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이렇게 ‘움직이는’ 모델 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되어지는 변화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움직이는’ 워크숍은 기관의 성격 및 구성원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가정폭력의 실 제와 대응’의 강의 교육이나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들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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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말하라’, 주변 이웃의 관심으로 가정폭력을 해결해 가는 영화 ‘실뭉치’, 가정폭 력 피해 생존자 레슬리 모건의 이야기를 담은 TED ‘CRAZY LOVE’ 중 선택 감상 한 후 다음 4~5가지 질문으로 진행했다. ① 가정폭력을 주위에서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나? 있다면 당시 어떻게 대처했 는가? ② 가정폭력이 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 ③ 가정폭력의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④ 가정폭력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 ⑤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 단체 또는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3차년도 움직이는 모델 만들기 사업은 기획위원들의 적극적 활동으로 채워졌다. 가정폭력을 처음으로 만나고 접하는 기획위원들이 많았지만 6~7회에 걸쳐 진행되 는 기획회의에 참여하여 가정폭력에 관한 논의, 토론을 이어가면서 가정폭력에 대 한 이해 및 전문성을 높여갔다. 그러면서 기획위원들 스스로 가정폭력을 알려내는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본인이 소속된 그룹이나 조직, 종교기관, 커뮤니티 대상 움직이는 워크숍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준비하였다. 이처 럼 움직이는 모델 만들기에서 기획위원의 역할은 중요했고 1~3차년도에 결합했던 기획위원 한사람 한사람이 최선을 다하여 역할을 잘 수행해 줌으로써 3년에 걸쳐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다만 3차년에도 결합했던 지역 여성 리더 그룹 중 일부는 어렵게 기획위원으로 섭 외했는데 기관의 특성상 본회와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2차년도 종교기관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조직들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과감히 포기하고 지역의 다른 네트워크를 새롭게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동시 에 지금까지 구축된 네트워크를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 하다. 3차년도에 새로운 네트워크 확대에 집중하면서 1~2차년도에 구축된 네트워 크를 병행하지 못하면서 움직임을 주춤하게 한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총 30여명의 기획위원이 결합했고 움직이는 워크숍으로 1,000 명을 만나 가정폭력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임을 알려냈다. 움직이는 프로젝트의 중요한 활동력인 기획위원들을 섭외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이 사람들을 직접 조직하여 가정폭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워 크숍을 진행한 것에 대한 큰 의미부여와 자부심이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기획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인이 발 딛고 있는 현장에서 실제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이 렇게 지역사회에서 한국여성의전화를 만나고 가정폭력에 대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마을도 함께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움직이는 마을 사업의 목표가 더

‘움직이는’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 31


디지만 조금씩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중 앙정부를 상대로 법이나 제도를 변화시키는 활동에 주력하기 때문에 지역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지만 3년 동안의 움직이는 네트워크로 한국여성의전화는 은평구 지역의 다양한 기관, 조직, 사람들을 만났다. 지역에는 아직도 가정폭력이 ‘남의 일’이고 ‘집안 일’이고 ‘부부싸움’이고 ‘개인의 문제’인 사람들이 많다. 움직 이는 프로젝트가 지속되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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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마을에서 ‘폭력 말하기’에 대한 숙고 김홍미리(한국여성의전화회원 · 여성주의연구활동가)


34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지역사회 네트워킹 모델 마을만들기] 3년을 돌아보며

‘움직이는’ 마을에서 ‘폭력 말하기’에 대한 숙고

김홍미리 ▪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 여성주의연구활동가

1. 무엇이 달라졌을까: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을 속에서 제가 그날 느꼈던 건 할머니 연세 많은 세대들은 맞고 막 그런 사단이 나야 가정폭력을 당했다라고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감정에 대해서 상처를 받는 거에 대해서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 았어요. 그래서 많이 놀란 게, 많이 나오셔서 아니면 많이 들으셔서 그러신가, 그만큼 미디어 여기저기서 정서적인 학대도 학대라는 많이 교육하잖아요. 많 이 [미디어에] 나오잖아요. 교육의 효관가 그거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부분에 초점에 맞춰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되게 많이 놀랬 어요. - 2014년 3차년도 움직이는 워크숍에 참석했던 참가자 인터뷰 중 지난 3년간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지역사회 네트워킹 모델 만들기(이하 ’움직이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획위원 및 참가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프 로젝트를 처음 시작하던 2012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고 감지한 부분은 단연 ‘마을에서 폭력을 말하는 일’이 쉬워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인터뷰 어의 표현대로, 이럴 말하기가 어렵다고 여겼던 여성의전화가 외려 ‘옛날식’이라고 느낄 만큼 폭력은 마을 안에서 충분히 ‘문제적’인 어떤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2013년부터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4대악 근절 정책과 서울시 ‘안전마을’ 담론이 기여한 바가 크다. ‘움직이는’은 ‘모두의’ 침묵과 무관심이 가정폭력을 떠받 치는 견고한 토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1년뒤 현 정부는 4대 악 근절(4대 폭력)을 전면에 내세웠다.9) 알아채는 주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9) 물론 가정폭력이 처음부터 4대악에 포함되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근절해야할 폭력에 가정폭력이 제외되었다는 사실은, 가정폭력에 폭력에 대한 당시의 무관심을 나타 내주는 중요한 지표다. 4대학에 가정폭력을 포함해야한다는 여성의전화 등 단체의 요구 가 없었다면 지금과 침묵은 여전했을 것이다.

‘움직이는’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 35


으로 시작한 ‘움직이는’이 1년뒤 마주한 것은 가정폭력(여/성폭력)은 악(惡), 가해 자는 괴물(怪物)이라는 도식적인 진단과 그것에 의존하는 담론의 확산이었다. 때문에 3년 전에 비해 폭력을 더 많이, 더 심각하게 ‘문제화’하는 지금의 변화를 마냥 반갑게 맞이하기가 어렵다. ‘움직이는’ 프로젝트가 정부의 4대악 정책, 그리 고 서울시의 안전마을 정책과 더불어 폭력을 ‘쉽게’ 말하는 지형을 구축하는 일에 기여했을 테지만, 폭력이 너무나 ‘자명한 악’으로 말해지는 이 상황이 편치만은 않 은 거다. 폭력이 ‘악’한 것, 몰아내고 배척되어야할 어떤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회자되는 것은 아닌지, 폭력을 나와 연루시키지 않고 너무 편안하게 평가하거나 비 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지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런 불편감은 ‘움직이는’ 이 이후 지속적으로 담보해야할 ‘콘텐츠’와 직결된 것이기도 하다. 폭력이 마을에

서 ‘어떻게’ 회자되고 있는지, 어떻게 회자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변화된 지형 이 후 ‘움직이는’이 충분히 숙고했는가. 정부정책 등 달라진 제반 조건들은 사업을 지 속하는 과정에서 반영되었는가? 3년 평가를 위해 참여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 에서 연구진에게 떠오르는 질문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둘러보는 마을은 ‘움직이는’을 시작할 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달라져 있다. 2012년 ‘대체 어디까지가 폭력이 고 폭력이 아닌가?’를 질문하던 기획회의는 더 이상 없다. 기획위원 뿐만 아니라 2014년(3차년도) 움직이는 워크숍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도 폭력의 기준이 어디까 지인지를 질문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 폭력을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 폭력 이 단지 신체적 폭력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당연하듯 말했다. 1차년도 기획회의 및 움직이는 워크숍에서 매번 설왕설래했던 ‘어디까지가 폭력인가?’라는 질문은 마 을에서 폭력을 말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혹은 비중이 아 예 없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이런 변화를 묵도하면서 1차년도 ‘움직이 는’ 담당 활동가로서 나는, 당시 우리가 상상했던 ‘폭력 없는 마을’에 대한 단계적 기획을 촘촘하게 다시 살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누구라도 폭력을 말하는 마을이야말로 폭력 없는 마을(김홍미리, 2012)”이라고 했던 당시의 상상, 기대 혹 은 지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지금 우리가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봉착한 문 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을 해야할 때인 거다. 폭력을 흔하게 말하는 마을의 변화는 물론 반가운 일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 다면 아무 것도(성과이든 문제이든) 발견할 수 없고 아무것도 조정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사이 마을에서 폭력이 더 빈번하게 회자되기 시작했다는 것, 폭력을 입에 담지 못하던 3년 전에 비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중대한 변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있고, 상상했던 마을로 향하는 길의 어느 만큼 와 있을까. 우리가 새로이 마주한 질문거리는 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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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떻게 말할 것인가 - 폭력과 나의 연결 속에서 2-1. 폭력을 나와 연결하는 연습 2012년 여성의전화는 움직이는 마을로 가는 3단계를 상상했었다(<표1> 참조). 그 때의 상상력을 현재에 적용해보면 지금은 폭력감수성은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채 폭력에 대한 말들이 흔하게 회자되는 과도기적인 [2단계]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폭력이 나쁘다는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지만 그런 합의가 갈등 없이 ‘쉽게’일어난다 는 것은 수상하다. ‘빠른 합의’는 그 사이에서 수많은 맥락과 내용들이 생략될 수 있다는 혐의를 가지며, 예상컨대 그 생략된 것은 폭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다. [2단계]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을.... (중략) 마을에서는 다양한 피해경험들 속에 서 폭력인지, 싸움인지, 훈육인지를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한다. 이런 논쟁들

속에서 마을의 폭력감수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여전히 피해경험을 대상화하며 폭력과(‘나’)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 2012 움직이는 마을모 델만들기 ver1. 자료집 p20 갑론을박 하지 않고 ‘그것은 본래 그러한 것’이라는 당위로 폭력이 회자될 때 마 을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멈춤’ 상태가 될 수 있다. 폭력을 침묵으로 반응 하는 것에서 폭력을 ‘감시’로 반응하는 것으로 이동한 것 뿐일 수 있다. 두가지 모 두 폭력을 타자화 하는 방식이고, 둘다 폭력을 ‘나의 문제’로 가져오기 어려운, 혹 은 가져오기 싫은 태도를 고착시킨다.

‘움직이는’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 37


[1단계] 움직이지 않는 마을 마을이 보이지 않고 피해자는 물 론 아무도 가정폭력에 대해 말하 는 사람이 없는 단계. 가정폭력을 너무 협소하게 생각해 서 형태를 달리하는 많은 폭력들 을 발견하지 못한다. 기관들은 개 별적으로 움직인다.

[2단계]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을 마을이 살아나는 단계. <폭력감수성>이라는 색을 입은 마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피해자 들은 가정폭력을 말하기 시작하고, 마을에서는 다양한 피해경험들 속 에서 폭력인지, 싸움인지, 훈육인 지를 두고 갑론을박한다. 이런 논 쟁 속에서 마을의 폭력감수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여전 히 피해경험을 대상화하며 폭력과 (‘나’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3단계] 움직이는 마을. 마을의 폭력감수성이 피해경험과 만나 다양한 가정폭력 경험이 자 유롭게 회자되는 단계. 노란색의 피해경험들이 마을과 소통하고, 파 란색을 입은 마을의 폭력감수성은 이 경험들과 융화된다. 마을의 다 양한 기관들이 폭력감수성을 확장 하며,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 한다. 가정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예전 과 다르게 폭력을 조기에 발견한 다. 높아진 폭력감수성은 사소한 폭력도 허용하지 않는 마을 분위 기를 만들고 피해경험을 존중한다. 가정폭력이 줄어들고 학교폭력, 성 폭력도 함께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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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폭력을 타자화하는 습관과 의식적․무의식적인 거리두기는 ‘움직이는’을 처음 기획하던 때부터 중요하기 고려했던 요소들이다. 때문에 답을 주기 보다는 답 을 받고자 했고, 먼저 나서서 말하기보다는 참가자들의 말을 기다리고 듣는 방식을 고수했다. 즉, ‘움직이는’은 누군가 말하는 폭력을 ‘전달’받는 위치와 누군가의 폭 력(경험/사건)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나’ 사이를 사유하고, 관찰자나 타자가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폭력과 마주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기획이었다. 때문에 움직이는 기획회의와 움직이는 워크숍은 ‘질문’으로 구성되었지 ‘정해진 답 변들’로 채워져 있지 않다. 또한 그 질문들은 ‘내가 할 수 있는/없는 일, 내가 했 으면 좋았을 일/못해서 아쉬운 일, 내가 할 수 없었던 이유들’을 물음으로써 ‘내’ 가 폭력과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를 떠올릴 수 있는 역할을 해주었다. 방향을 미 리 정해놓거나 답안지를 갖고 있지 않은 이런 방식은 종종 ‘준비미흡’이나 비체계 적인 것처럼 보일 위험도 있지만, 이런 여백 없다면, 기획위원들과 워크숍 참가자 의 스토리를 담을 수도 없다. 바꿔말하면 이런 여백은 기획위원들과 워크숍 참가자 들이 채워갈 몫이었고, 그 기다림은 위원들(그리고 워크숍 참가자들이) 각각 습관 처럼 가지고 있는 폭력에 대한 나(만)의 접근방법을 (재)사유하게 하고, 폭력과 ‘나’ 를 연결하기 위해 마련해야하는 필수조건이기도 했다. 뭔가 진행은 되는 거 같은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키워드는 있는데 그 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라는 게 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근데 진행 하면서 보니까 그게 머물러서, 그니까 그 순간에 좀 머물러서 우리가 어떻게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하는 부분에 대한 비디오시청을 하면서, ‘아 문제를 문 제로 못느꼈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그런거에 대한 지식적인 부분, 인식 적인 부분은 좀 와닿았다,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면서, [동시에] 회의 전체적으 로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마무리하면서 이 제 그 발표도 하고 이러니까. 하고 온 것들에 대한 정말 큰 거를 뭔가 발표를 하고 이런 느낌 보다는 우리가 해온 거를 발표하는 거가, ‘아 큰 뭔가를 이변 을 만들어내는 거보다 우리 속에서 머물러 있고, 새롭게 전환된 거, 그리고 하고있던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있어서 참 좋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계기였고. 그런 것들이 참 좋았어요. 뭔가 큰 변화, 계획에 따라 쭉 가는 거, 이런 저희 틀을 바꾸는 시간들이었던 거 같았구요. 중간중간 나와서 센터 나 오셔서 교육을 해주시거나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들에 대해서 같이 논할 수 있었던 시간들 좋았구요. - 2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이정자(청소년상담지원센터) 교육이 위에서 하는 것은 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설득력이 잘 없잖아요.

‘움직이는’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 39


이것은 약간 수평적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수평적인 느낌이 들고.. 위에서 내 려오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해 나가는 것이잖아요. 구파발에서 했는데 불 광동도 하고 이렇게 하다 보니 은평구가 좀 했고, 은평구가 하다 보니 옆에 서대문구가 했고..이렇게 차츰차츰 넓혀가다 보면 어느새 서울 시내가 다 했 다 그런 식으로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위로부터의 운동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의 움직임들.. 그리고 그분들의 이야기이니까. 평신도들,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 이니까요. - 3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방데레사(여성의전화 상담회원) ‘헷갈린다’. ‘뭐지?’ ‘어쩌자는 거지?’ 뭐지? 첫 번째 질문. 이거를 경찰관의 시 선으로 보자고하면 문제해결이잖아요. 근데 여기는 문제제기잖아요. 제 입장 에서는 해결과 제기 사이에서 아 여기는 문제만 제기하고 해결의 방법은 없 구나..뭘 하자는 걸까?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어요. 신고를 한 다음, 우리는 신 고 이후가 경찰의 역할이었고.. 그 때 여성의전화에서 제가 마을공동체에 그 걸 갔을 때는 문제제기였죠. 지역 내에 가정폭력이 있으면 같이 신고를 해서 그 가정 내의 갇혀있는 여자 분들을 나오게 하자. 이거였는데 “그렇게 나오게 하면” 저는 이거였어요. 어쩌자는 거지? 나오게 하면... 아마 그때는 마인드가 아직 바뀌기 전이었던 같아요. 그걸 하면서 지금도 그 당시에도 가폭 업무였 는데, 지금 가폭 업무를 하면서 그 마인드가 왜 나왔는지 왜 그 질문을 던지 셨고, 그걸로 계속 끌고 나갔는지 아직은 저도 명확하게 100%로 다 이해했다 고는 못하지만 왜 그 사업을 시작했는지는 이해를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 아요. -2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조선미(서부경찰서) 2-2. 연대 감각 혹은 연결감 여백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일례로 움직이는 기획위원들이 속해 있는 조직과 여성의전화가 ‘움직이는’을 통해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청소년상담센터와 반(反) 여/성폭력운동단체는 같은 문제를 공유하지만 서로 달리 움직여왔고, 경찰과 반(反) 여/성폭력 운동단체는 같은 문제를 공유하지만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편함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간격이 유지되곤 했다. 청소년 문제가 여 성폭력과는 무관하지 않지만 서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궁금해 하지 않는 방식으 로, 여성폭력 예방의 핵심조직인 경찰과 여성단체도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의 적 정선을 찾아나서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해온 바 크다. 이때 ‘움직이는’에서 보여준 여백은, 비어있다는 그 말의 의미와 다르게, ‘좀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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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해 하고 협력의 방안을 찾아나서는 일에 기여해왔다. 요컨대 질문하기 방식은 1) 마을에서 움직이는 주체가 -당연한 악으로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그물망처럼 복 잡한 삶의 맥락 속에서 설명되어야 하는 것들로 알아가는 데 유효할 뿐만 아니라 2) 주체들이 속한 조직 간의 ‘연대감’을 만드는 데에 기여했다. 이는 비단 청소년 상담센터나 경찰서와 같은 공적 조직의 형태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주체의 변화는 주체를 포함하는 공동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공동체 안 팎에서 변화를 추동한다. 다만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미 위원의 말대로 ‘왜 변하지 않아?’라고 다그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런 대화를 2-3년이 지 난 지금 서로 마주앉아 하고 있다는 사실이어야 한다. 그때는 모호했고, 답답했고, 이상했고, 삐딱하지만 그 경험은 그 자체로 이후의 생활에 영향을 주며, 이후에 만 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모호하고 답답하게 느꼈던 ‘움직이는’회의와 워크숍을 떠오르게 하는 방식으로- 위원들과 워크숍 참여자들을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질문을 던질 때 우리들 사이에 돌아오는 것은 답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으로 이동하는 경로이자, 권력/젠더에 대한 감수성이 돋아나는 경로다. 질문 이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이 사람을 만나게 하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궁금해하고, 또 답답해하고 모호해하고, 그러면서 다시 질문하고 연결해가는 과정이 바로 2단 계에서 상상했던 ‘갑론을박’의 시간들이며, 그리고 이 시간들은 폭력이 서로가 서 로의 관계 속에서(즉 구조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기회’가 되고 있 다. 이를 통해 획득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감각이고 이런 ‘감’들이 돋아나는 곳에 폭력을 당연한 악(惡)이 아니라 구조(構造)로 만날 수 있는 정서가 흐를 수 있다. 나와는 무관한 어떤 괴물을 나서서 진단하고/처단한다는 일면 ‘의로워 보이는 정 의감’에 휘둘리기보다, 괴물 아닌 보통의 가해자들 사이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다시 회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 속한 나, 내가 구축하는 구조를 인식하게 하 는 일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폭력을 ‘가르치는’ 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것들이 다. 2-3. 부재중인 공론장과 ‘움직이는’의 상상력 움직이는 기획위원이자 여성의전화 상담회원으로서 움직이는 워크숍@성당을 진행 한 방데레사 위원은 지금의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이 (당사자만이 아니라 주변인 들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관련된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편이 되어준다’는 말이 일방적으로 가르친다고 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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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닫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런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

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움직이는’ 워크숍이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야하는 이유가 이렇듯 아무도 마련해주지 않았던 ‘장’을 여는 첫번째 시도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교육‘받는’ 자리가 아니라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하는(공론) 자리는, 더욱이 ‘폭력’을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듣고 말하는 자리는 의외로(?) 거의 없다. 성당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고, 편이 되어주고 하면. 데이트 폭 력도 마찬가지. 청년들이 지금 성적 혼란, 가치관의 혼란이 심한데, 사랑인지 폭력인지 기도하고 내가 인내하여야 하는 것인지.. 그러면서 그게 결혼으로 가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잖아요. 그런데 성당이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한번 고민해보자 그러한 자 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 나의 그것을 알아주는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뭘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건 스스로 깨닫는 것이고, 그런 장을 마련해 주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 죠. 그동안에 한 번도 아무도 그런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고 교리만 가르쳤는 데 그것은 설득력이 없어요. -3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방데레사(여성의전화 상담회원) 제도적으로 각종 폭력예방교육은 비교적 촘촘히 구축되어 있다. 누구든 생애 한번 은 폭력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양적으로 확장되었고 여기에는 폭력예방교육의 ‘시장화’도 한

몫하는 중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각종 폭력예방교육(성희롱/성

폭력/가정폭력/성매매/학교폭력 예방교육)은 양적 확장에 반비례하는 ‘교육의 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과 아이를 ‘보호한다’는 틀거리를 고수하고, 보 호하는 자가 아니라면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지 못하는 교육이 대세를 이룬다. 신고 하는 법 등 법적 절차가 고지되고 여성과 아이를 보호해야하는 책무가 공지되면서 학습자는 자신의 정당성을 획득해가긴 하지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한 다.10) 우리 중에 누구도 폭력이 구조화된 사회안에서 예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외부인인 것처럼 자신의 외부자 지위를 굳건히 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우 리는 외부인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누구는 누구를 누구로부터 보호하고 있는가. 이 세 개의 ‘누구’는 각각 분리된 주 10) 폭력관련 교육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다기보다 국가가 먼저 제도적 으로 의무화했다는 점은 폭력 관련 교육이 학습자의 호기심에서 출발하기 어려운 지형을 구축한다. 간헐적이고 일회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는 현실적인 제약도, 폭력이라는 (불편 하고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페다고지에 대한 국내외 연구의 부재도 폭력예방교육의 지 형을 더 척박하게 만들어온 요소다. 더 자세한 논의는 졸고 ‘폭력예방교육에서의 페미니 스트 페다고지를 고민하며’(김홍미리, 201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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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가, 우리는 모두 첫 번째의 ‘누구’ 인가‘? 또한, 교육의 질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만이 아니라 마을은 폭력예방교육의 ‘양적 확장’의 여파에서 조차 빗겨난 공간 중에 하나다. 직장과 학교 등 공적체계에 편입 된 이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폭력예방교육체계는 ‘마을’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마 을에서 학부모의 이름으로 종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하지만 그 기 회는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교육의 질을 보장받기 어렵다.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 내에도 폭력예방교육은 부재하다. 비단 ‘폭력예방교육’의 형식이 아니라 하더라도 마을주체들의 성인지감수성 훈련이나 워크숍이 소흘하게 다뤄지 고 있는 것은 의아하다. 이것은 서울시의 ‘안전마을’에 공론장에 대한 상상이 부재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시의 안전마을 사업 추진경로를 찾아보면 안전마을 을 만든다고 하면서도 ‘부재중인 공론장’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이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찾아보기 어렵고, 도시디자인설계에 집중하고 있어 그 ‘가시 적인’ 성과물에 압도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다.11) 외양적 변화에 대한 이 런 식의 경도(혹은 압도)로 인해 애초 서울시가 꿈꿨던 마을공동체의 복원과 안전 마을이 정책적으로 분리될 수 있었으리라 본다. 또한 은평구 ‘움직이는’ 마을을 염 두에 두고 시작한 안전마을공모 사업이 점점 지역방범으로 고착되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서울시의 이런 왜곡된 정책 실현은 서울시만의 과오로 끝나지 않는다. 서울‘특별’ 시를 모델로 삼는 지자체의 행보가 예정되어 있다. 이제라도 안전마을 사업이 생략 한 마을 주체들의 변화, 부재중인 공론장을 마을에 살아있게할 묘수를 궁리할 때 11) 서울시 안전마을 사업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서울혁신기획관 지역공동체담 당관)와 분리되어 있다. 안전마을 사업은 안전총괄본부 소속 안전문화팀과 문화본부 소속 디자인정책과 등에 분산배치 되어 있으며, 1)안전총괄본부에서는 주민참여형 안전마을 사 업을 공모하는 일을 2)디자인정책과에서는 범죄예방디자인(CEPTED) 안전마을 50개소 사 업을 진행 중이다. 주민참여형 안전마을 사업 예사는 아래 그림을 참고할 수 있으며, 내 용적으로 범죄예방디자인 안전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서울시 안전마을 정책은 도시디자인에 집중되어있다. 도시디자인 외에 별도로 주민공모를 실시하면서 서울시는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 다.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참여를 독려하고, 마을주민들이 나서서 도로를 보수하고 벽화 그리기를 기획하면서 마을안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마을에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들만 있을 때 마을은 안전해지기 어렵다. 마을 안에서 ‘안전이 대 체 무얼까요?’를 질문하지 않으면서, 안전이 무엇인지 질문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 들어내지 않으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성찰적으로 바라보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어떤 변화를 바라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성북구 장수마을 주민이자 성북구 인권위원인 배정학 님이 [서울특별시 성북구 범죄예방디자인 조례 제정안] 인권영 향평가 회의에서 담당부서인 도시디자인과 직원에게 했던 말을 덧붙인다. ‘디자인으로 마 을이 안전해지지 않으며, 장수마을은 벽화를 다시 지웠다’고. 그 직원분의 항변처럼 벽화 를 그리면서 마을 공동체가 복원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의 이름은 ‘도시디자인설계’ 가 아니라 ‘마을공동체 복원고 지역주체의 성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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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런 궁리에 ‘움직이는’과 함께한 사람들이 중지를 보탤 수 있겠다.

3. 무엇을 말할 것인가? - 법정이 아니라 ‘마을에서’ 여성폭력 말하기 3-1. 신고를 넘어서는 말들 : 판단자/관찰자의 쉬운 말하기를 넘어서 다시, 여성폭력이 마을에서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는지를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폭 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제3자의 구도로 접근되기 쉽고 당사자와 거리를 둔 관찰자의 입장에서 ‘피해자를 돕고 가해자를 처벌한다’는 제3자적 도식이 관성처럼 들러붙어있다. ‘움직이는’이 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해야만 하는 것은 이런 관성에 대한 저항이다. 많은 이들이 (판사나 검사나 경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가해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알지 못하고, 알 수 없으며, 알 필요가 없는 것처럼 폭력에 대한 담론은 얄팍하다. 때문에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은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를 두고 있는 이웃으로써, 이웃인 당사자 로써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 을 수 없다. 폭력이 아니라 부부싸움이라고 이야기하는 남편이나, 여성의 말과는 다르게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는 남성의 주변인인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 는 사이에 ‘어떤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그 상황에 대해 침묵을 선택한다 하더라 도 그것은 침묵을 ‘행사하는’ 것이다. 통상 마을에서 여성폭력을 두고 이웃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에는 1)침묵과 2)소문에의 동참 3)신고가 있다. 그 중 신고는 박근혜 정부의 4대악 근절 정책에 힘입어 이웃들의 더 쉬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조선미 위원(경찰)은 가정폭력 사건

<그림 6> 서울시 안전마을 사업 예시 그림 서울시는 안전마을을 “다양한 위해요인(재난, 재해, 범 죄, 화재, 교통 등)의 해소와 취약집단(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인, 다문화가족 등)의 안전을 위해 주민(단 체) 스스로 노력하는 마을”로 정의하고 이를 위해 프 로젝트 사업을 공모한다. (사진출처. 서울안전누리 http://safecity.seoul.go.kr:8070/scmyn_cf/seoulSafePoli cy/unitySafeVilageBsns.do) 2012년 ‘움직이는’은 서울 시 여성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후 서울시가 여성안전마을 예산을 배정하고 프로젝트 를 공모했는데, 안전지킴이, 벽화그리기, 비상벨 설치 등 환경개선과 방법에 치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움직 이는’이 했던 것처럼 소소한 워크숍들이 마을에서 일 어나지는 않았다. 이는 폭력이나 안전관련 마을 워크 숍을 진행할 수 있는 마을주체의 부재와 그런 공론장 이 익숙하지 마을 문화와 관련된다. 이런 조건을 고려 하지 않고 추진되는 프로젝트는 기존 담론의 반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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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예전보다 이웃이 신고하는 비율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마을활동가 이신애 위원도 마을교육에서 가정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나이드신 어르신들도 ‘신고해야지!’라고 나서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증언한 다. 초등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인 김현미 위원도 가정폭력에 관여하지 않던 학교 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다루고 있으며 작은 폭력이라도 신고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신고가 쉬워진 지역사회의 모습에 ‘움 직이는’이 끼친 영향력은 적다고 할 수 없고, 이런 변화는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것이다. 다만 신고는 사건의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 혹은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이건 또한 ‘움직이는’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할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신고도 있고 또 다른 것들도 많이 있다. 데이트 폭력이라 던지 이런 것도 접하게 되고, 알게 되더라구요. 사람들에게 그래도 많이 저변으로 깔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구요, 학교도 많이 바뀌어가 지고 가정폭력이라던지 이러한 것이 저희가 처음에 회의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이 다루어지고, 아이들 폭력이 가정이랑 너무 상관이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 다 의식하시고, 지금은 조그마한 폭력이 있어도 다 저희는 신고, 저희는 무조 건 신고하거든요. - 1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김현미(지역사회교육전문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당연한’ 것들이 없고 고려해야할 변수가 적지 않지 만, 이런 사유의 생략은 마을에서 곧잘 일어난다. 서로의 사정을 알고 관계를 알 며, 역사를 알고, 통념상 무엇이 더 나은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을 에서 여성폭력을 두고 일어나는 세가지 반응인 침묵, 소문에의 동참, 신고 등의 모 습은 이런 복잡한 앞뒤사정 속에서 마을이 찾아간 일종의 협상점이나 노하우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새로운 선택지인 ‘신고’는 관행적인 침묵이나 소문동참과 달리

마을에서 여성폭력 예방과 근절의 방향에 서는 마을의 새로운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는 ‘집안일에 상관말자’는 기존의 통념을 깨는 일이면서도 자칫 하면 ‘폭력은 악’이라는 새로운 통념을 만들어낼 위험도 내재한다. 신고는 더 흔해

지고 많아져야 하지만 이웃들에게 신고가 ‘유일한’ 선택지여서는 안된다. 신고는 문제해결의 과정중에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하나의 중대한 수단이지만 그것 이 우리가 할수있는 전부일 수는 없는 거다. 통념은 깨져서 새로운 통념으로 이동 하는 것이 아니라 통념을 깬 후 우리가 할 수 있는 더 많은 일들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것이 처음에 말했던 [2단계] ‘갑론을박’하는 마을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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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마을이라는 비옥한 토양: 가해자의 성찰과 피해자의 다른 삶이 있는 장소 마을에서 어떤 사건이 회자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그 사건과 연루된 많은 사람 을 고려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때 자신을 안전한 ‘판단자’

의 위치에 둘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그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는 ‘당사자의 위 치’에 둘 것인가는 중대한 경합의 요소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경합을 생략하고 손 쉬운 ‘판단자’의 위치를 선호하지만, 마을이 아니라면 이런 경합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는 부재하다. 판단자는 도처에 많고 섣부른 판단자도 그만큼 많다. 마을은 섣 부르게 판단할 수 없는 경합의 주체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때문에 마을이야말로 (마을이어야만) 폭력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뭐. 우리 애가 여자친구랑 전화를 하는데 욕을 너무 심하게 한 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는데 ‘엄마 괜찮아 걔도 더 심해’ 그런 경우 되게 많거든요. 그랬을 때 이런 경우에 내가 어떻게 애한테 얘기를 해야되는지, 그 런거라든가. 그런 아주 실질 사례나 낮은 단계에서부터 얘기를 해보면, 좋겠

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고. (중략) 마을에서 이런 얘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보 자, 이런 얘기를 생각하셨던 것이고, 저는 엄마들하고 얘기를 많이 하면서 그 게 되게 필요하다 갈급하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거에요. 그 접점이 맞 은 거죠. 엄마들도 성교육이라든지 가정폭력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 이 많은데, 우리들끼리만 수다 떠는 거죠. “어우 그 엄마 어떻게 그럴 수 있 어”, 이런 애기만 하고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어떤, 어떤 식으로 해야되지? 이런 거에 대해서는 얘기를 못한채, “어우 그 집이 그렇대?” 그러고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마을에서 이런 얘기들이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 2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이신애(마을활동가) 마을에서 폭력은 ‘아내폭력’에 한정되지도, 성폭력에 한정될 수도 없다. 피해의 전 과 후, 피해의 과정이 온통 마을에 뒤섞여 있다. 2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인 이 신애 위원 말대로 마을로 갈수록 폭력을 말하는 것은 복잡해진다. 이런 말하기의 ‘복잡성’이 마을에서 폭력이 더 ‘갑론을박’되어야하는 이유이고, 마을에서만 그런 삶의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같이 묻고 답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매우 많다. 가해자의 성찰이 어

떻게 가능한지, 가해자가 자신의 언어로 (부부싸움, 성관계, 연애가 아니라) 폭력을 호명하도록 하는 일에 주변 이웃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아직까지 마을에 서 말해지지 않았다. 또한 피해자와 대화하는 방법도 이웃인 우리는 잘 알지 못한 다. 피해자는 ‘보호’해야할 취약한 대상으로 정형화되어 있고 ‘우리가/ 그녀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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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의 이름으로/ 구조해주는 것’ 말고는, 피해자와 마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가 더 말해야 할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와 마주하는 우리의 방식에 대 한 것일 수 있겠다. 가해자의 성찰을 돕기보다 가해자의 입장에 빠르게 공감하는 일은 피해를 가중시키는데 기여하고, 피해자와 공감하려하다가도 그/그녀가 우리가 기대한 피해자 전형과 맞지 않을 때 그/그녀를 쉽게 의심하는 일들도 피해를 가중 시키는 ‘우리’를 낳았다. 요컨대 피해는 ‘그 사건’에서 시작되지만 우리의 말과 행 동 사이에서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고 아예 없는 듯 사라질 수도 있는 유기체 같 은 것이다. 때문에 마을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다. 신고가 구체적 으로 1인이 해낼 수 있는 중요한 몫이라면, 1인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여성폭력을 자신의 문제로 품고, 가해를 중단시키고(가해자의 인정과 자신의 폭력-권력에 대한 직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은 ‘공동체’로서 마을이 해낼 수 있 는 중대한 몫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움직이는’ 3년 동안 워크숍에 등장하지 않았다. 아니면 워 크숍에서는 이야기 되었으나 기록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인터뷰에 응한 기획위원 들이 미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 것일 수 있다. 그게 아니면, 1) 워크숍이 단1회 에 그쳐서이거나 2) 워크숍에서 충분이 이야기를 할 수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 거나 3) 워크숍 진행이 충분한 논의들을 하기엔 미숙했거나 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주어진 자료에 근거해 본다면, 이유는 아래의 세 가지 때문이다. 움직이는 워크숍은 3년동안 동일한/유사한 방식으로(2차년도에 영화관람이 추가되었다) 진행 되었고, 워크숍 시간은 1-2시간 내외로 짧았으며, 모든 워크숍은 1회적이었다. 2012년 최초의 실험과 적응기, 양적 확산기를 지나 2016년 움직이는 워크숍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때가 왔다.

4. 공론장을 열어 ‘촉진자’와 함께 4-1. 긴 호흡으로 엮는 그물망 네트워크 아래 <그림5>는 지난 3년간 움직이는 프로젝트를 통해 연결된 분야와 조직들, 사 람들을 간략히 나타낸 것이다. 여성의전화가 움직이는 기획팀을 구성하고, 기획팀 에 참여한 기획위원들이 각자의 동기와 발심(發心)으로 각각의 역량을 활용해서 각 각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워크숍을 만들어갔다. 3년간 총 26개 기관에서 1,000여명 의 참여자들과 함께 했고 첫해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마을 곳곳은 3차 년도 에 이르러 ‘움직이는’의 주요한 네트워크로 구축되었다. 서울시와 은평구의 마을 복원의 의지, 그리고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은평구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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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등은 ‘움직이는’이 마을로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조건이 되어주었다. (서울시 와 은평구가 양성하고 있는 마을활동가들과 여성의전화 사이 유기적이지 못한 연 결망은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변화해갈 것이라 기대해본다). <그림 7> 2012년~2015년 움직이는 워크숍 진행 현황

움직이는 3년을 평가하면서 여성의전화 안에서는 이 사업이 너무 연속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공공기관, 학교에서 종교기관/의료기관과 마 을로 들어가는 이러한 경로는 점진적으로 마을속으로 들어간다는 1차년도 기획의 방향과 맞닿아 있긴 하지만, 정작 기존에 네트워킹이 지속되지 않고 점점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다니는 불연속의 문제를 낳았다. 이번에 진행한 인터뷰는 그러한 문 제의식 속에서 수행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 ‘움직이는’이 보낸 3년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박은미 위원은 마을에 안전한 그물망을 만들자는 첫해의 기획을 기억해내면서, ‘3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 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을 차곡차곡 지역에서 쌓아야 하지만 한층쌓고 그 위 에 한층 올리는 벽돌 쌓기 식은 마을운동에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한다. 나중에 성당이며 어디며 막 쫒아다녀서 만나고 했잖아요. 알리고 했잖아요. 그게 굉장히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막상 말이 쉽지 그렇게 네트워크 하 기위해서 찾아다니고 뭔가를 소개하고 설명하고 그런 관계를 만들어내는 거 는 굉장히 힘든 과정이거든요. 그쪽에서 신뢰하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 는 건데 그렇게까지 이끌어 냈다는 건 굉장히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걸 좀 차곡차곡 지역에서 쌓아나갔으면 좋겠다, 근데 이게 사업이 [프로젝 트가] 안되니까 좀 아쉽더라고. 우리가 뭐 움직이는 하면서 항상 그런 얘기 했잖아, 어쨌든 안전한 그물망들이 곳곳에 좀 있어야 된다라는 거. 그런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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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들을 계속 만드는 거잖아요. 어.. (약간 연속성이 없다는 생각이나 그런 생 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렇죠 근데 처음이잖아요. 이제~~ 이제 한 번 두번

했는데 뭐 어떻게 해. 뭐 그물을 뭐 이렇게 밑에서부터 촘촘히 이렇게 쌓아나 갈 수도 있지만 이게 아니면은 막 던져가지고 나중에 이어도 또 그물이 되는 건데, 2년차 3년차로 이렇게 튼튼한 그걸 하기는 쉽지가 않은 거 같고. 나는 좀 이렇게 다양하게 뿌려놓은 것들이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그걸로 또 좀 엮을 수 있지 않을까. 그니까 꼭 이 벽돌을 놓고 이 벽돌을 쌓아야 되냐, 그 렇게 물론 하는게 좋기도 하지만 사업의 특성상 혹은 이런 활동을 홍보하는 특성상 꼭 그것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하면 좀 다양하게 씨를 뿌려놓고 그게 좀 해를 거듭하면서 더 쌓이면서 네트워크가 되지 않을까? - 1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박은미(마을활동가, 전 여성의전화 상담회원) 그의 진단은 인터뷰체 참여한 기획위원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워크숍이 1 회로 그치는 등의 불연속에 대한 문제를 알고 있지만 그것이 네트워크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을활동은(‘움직이는’은) 1-2년동안 시행되고 성과를 남기 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긴 호흡이 필요한 중장기적인 ‘삶의 기획’이다. 마을을 변화시키는 기획이 아니라 ‘좋은 마을이 되는 과정’을 함께하는 과정이고, ‘좋은 마 을’을 하기(doing) 위해서 (젠더를 포함해서) 권력을 감지하는 감수성이 돋아날 수 있게 독려하는 과정이다. 이때 우리가 먼저 놓아야 할 것은 조급함이고 잡고있어야 할 것은 지난 3년을 통 해 알게된 연대에 대한 감각이다. 그리고 그 연결감은 ‘움직이는’을 통해 만난 사 람들을 통해서 매순간 만나게 되는 것들이다. 4-2. 움직이는 사람들이 거는 기대와 희망, 열정 무엇보다도 ‘움직이는’의 가장 큰 성과는 마을에서 ‘움직이는’을 시작하지 않았더 라면 만나지 못했을 이들을 만났다는 사실일 것이다. 1000명이라는 숫자는 양적으 로도 적지 않지만,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서 ‘여성폭력’에 대해 생각해보고 (예방이

든 처벌이든 신고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는 건 전무후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공론장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지역 을 찾아다니는 노력들 속에서 마을조직과 마을활동가를 만나고, 이들은 움직이는 마을리더로서 (여성폭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마을을 움직이고 있다. 스스 로 영향력 있는 리더라는 것에 대한 자각, 여성폭력 예방과 근절에 대한 주체의 책임감은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기획위원들이 토해내는 말이었다.

‘움직이는’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 ◀ 49


저는 그래도 조금 한 걸음 물러서 있고, 객관적이고, 약사회라는 조직이 있잖 아요. 조직이 있으니까 조직을 활용해서 홍보도 할 수 있고, 내가 교육 좀 하

면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여자들도 조직이 있으면 아무래도 자기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눌 수 있으니까 확대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약사회 조직의 동의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죠?) 저는 리더로 결합한

거니까요. 여약사회 회장이니까 내가 리더니까. 내가 좀 해야겠다하면 가서하 는 거죠. - 2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우경아(여약사회) (‘움직이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마을사업 할 때. 이건 제가 처음에는 마을공동체 얘기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 를 안 꺼냈어요. 처음에. 몇 번 할 때는. ‘[폭력 이야기는] 싫어하겠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뭐 하다가 싫어하면 접지 뭐.‘ 이런 생각으로 [하기 시작했어 요]. 어느 정도 얘기까지 꺼냈냐면 아예 사진을 붙여서 마을에 대한 얘기를 한 다음에 이 사진은 어떤 사진인거 같으세요? 하면 가정폭력 이런 얘기가 나오죠, 그럼 선생님들 만약 옆집에 가정폭력으로 이런 일 있으면 어떻게 하 실 것 같으세요? 그렇게 말씀을 드리면, 60대 어르신도 ’아 신고해야지!‘ 특히 남성 분들도요. - 2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이신애(마을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마치 마을에서 ‘움직이는’을 기다리고 있 었던 것처럼 ‘움직이는’과 함께 동기화된 이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건 여성폭력 이 그만큼 고질적이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해결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찾지 못해온 이슈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로를 필요로 했지만 그런 사람/그런 곳이 있는지를 모르거나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를 몰랐다는 것이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마을주체들은 여성폭력을 주제로 마을에서 공론장을 여는 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그것을 홀로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여성의전화는 바로 이 점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많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여성의전화가 마을 리더들의 ‘움직이는’에 대한 열정과 기대에 잘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때로 보인다. 공론장은 열렸고 사 람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공론장의 필요와 중요성을 아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 일을 함께 시작한 마을 리더들은 1) 앞으로 이런 공론장이 지속될 것과 2) 더 ‘깊은’ 논 의들이 일어나야하지 않겠는가라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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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감이나 그런 건 없었는데 한두번 해서 체계적일까? 효과가 있을까에 대 한 그런 생각은 있었지만 이게 아무래도 그냥 뭐 아무대서나 한다면.. 교회나 성당이나 아무래도 좀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교육한다는 것은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이게 1회성으로 끝나면 거기에 대 한 의문이 제일 많았던 거 같아요. - 2014년 3차년도 움직이는 워크숍에 참석했던 참가자 인터뷰 중 이런 게 계속 지역사회에서 소모임으로 계속 굴러가면 정말 좋겠다, 정말 생 산적이겠다 생각이 있는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교재나 프로그램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거를 채울만한 역량은 없는 것 같고, 1회적이기는 좀 아 까워요. 이게 그 애쓰신 분들이 아까워요. 이 사람들을 조직해내고. 이런 테마 를 막 구성해서 쉽지 않았을텐데 뭐 이렇게 발굴하다보면 한계가 있잖아요. 이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중략) [‘움직이는’을 통해 서] 성당이든 우리 단체든 조직에서든 역량이 있는 사람을 모아서, 공론을 일 으키고, 영화도 같이 보고 토론도 하고 막 우리 뭐할 수 있겠냐 이런 실질적 인 행동 뭐 실천방안들도 내오고 그랬는데 그 다음에 그 다음에를 어떻게 그

고민이에요. 일단 멈췄다는 거죠. 이거를 내가 어떻게 하기에는 미천하다는 거죠.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그리고 이거를 우리가 어떻게 모니터 링을 해야하는 건지. 사업 우리가 관심있는 진짜 나아지는 세상으로 가고 있 는 건지. - 2차년도 움직이는 기획위원 우경아(여약사회) 이들의 말처럼 ‘움직이는’에는 이 다음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이 없었다. 움직이는 워크숍을 통해서 사람들은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고 아이디어를 내 고 정말 무엇인가 우리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에 찼(었)지만, 워크숍 이후에 그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현실이 되어서 가정폭력 이웃지침 서 들이 이웃에게 전달되고 약봉투에 새겨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표2>참고) 웃고 떠들면서 상상하고 기대하며 만들어냈던 아이디어의 현실화,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움직이는’을 애정하는 이들의 숙제로 남았다. 구분 2012 1차년도

움직이는워크숍@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움직이는 모델(할 수 있는 일) - 학교는 가정폭력을 지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훈육가 구별하기도 어렵고 지원해도 어디까지 해야 할지 그 끝이 없어서다. 학교장의 인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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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

상담원 신변보호 필요하다. 학교에 성폭력매뉴얼은 있는데 가정폭력은 없다. 가정폭력지원매뉴얼이 필요하다. - 할 수 있는 일: 일상적인 관찰, 폭력감수성 높이 기(학부모/교사/학생 워크숍/가정통신문 활용), 가정 폭력 도움기관에 대한 일상적인 정보제공, (아동매 뉴얼, 이웃매뉴얼, 피해자침서 안내), 가정폭력 스크 리닝, 동학년 사례회의 등 통한 지원, 제도적으로 학교장의 책임의무화, 지전가 고용안정화 가정폭력과 부모의 훈육을 구분하기 어렵다. 또, 가 정폭력이라 알아차린다고 해도 학생 부모의 일에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 아이들 눈 높이에 맞는 홍보물이 있다면 좋겠다. 너무 심각한 가정폭력만을 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문제

청소년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자5명의 이야 기를 듣는 것이 무리였던 워크숍)

가정폭력당사자

(움직이는 워크숍에서 나온 실천과제가 실재로 도 움이 되는지에 대해 토의함)

경찰서(지구다/파출소)

동사무소

(움직이는 기획팀에서 나온 이야기 정리) 통반장 교육시 이웃지침서 배포, 가정폭력 재범우 려가구 순찰 (심층인터뷰 진행) 동사무소의 복지담당자 1인의 관 리가구가 대략 430가구. 가정폭력 가구를 발견할 여 력도 시간도 없는 물리적 조건이 우선 해결되어야 함

지역사회복지관

(심층인터뷰 진행) 업무량이 많고, 지역에서 복지관 이 가정폭력을 해결해주는 곳이라는 인식 부재함.

지역아동센터 (교사/지전가)

-예방교육기관으로 최적의 모델(그러나 교육을 받 아도 폭력이 줄어들지 않더라. 왜일까? 모르는 사 이에 자신이 폭력을 행사하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는 인식교육이 필요하다) -지역아동센터는 그 자체로 아이들의 안전망 -은평구에만 27개, 전국에 4천곳, 마을안전망 거점 기관으로 적절한 조건, 일상적이고 주기적인 예방 교육실천으로 인권감수성 높여야.

은평약사회

-약봉투 뒤편에 연계기관 안내 및 전화번호 홍보 -가정폭력근절 스티커를 산뜻하게 제작해서 약국에 붙이자 -리플렛을 비치하여 사회적 관심 유도 -상해가의심된다면 병원진료 연계 -약사 보수교육, 지역별 반회모임에서 교육 및 워 크숍

2013 2차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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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새마을부녀회

경찰서(지구대/파출소)

은평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마을 (한빛마을센터, 은평구민체육센터)

사찰-심택사

가정어린이집연합회

통반장 및 부녀회 2014 3차년도

서북병원간호사회

구파발 성당

* 약사회는 지역거점을 이용해 적극적인 정보전달 자 역할을 할수있다. 전문적인 관심과 교육 동반시 ‘지역사회평화멘토’ 가능하다 -부녀회회원들이 여성폭력에 대한 지역리더로서의 역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은평구 소식지에 여성의전화 상담내용과 활동을 소개 -반상회를 토해 이웃과 소통 (서부서관할 2개 지구대A/B, 2개 파출소A/B 총8회 교육 및 간담회 진행) -정보제공자 및 내담지 징후를 파악하여 연계할수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교육, 남성대상 교육이 필요하다 -결혼전 교육 필요하다 *워크숍을 통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심리상담전 문성과 본회 여성주의상담 전문성이 만나는 지점을 늘려가기로 함. -자신의 폭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을 때 폭력상 황에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함. 결국 폭 력은 감수성을 갖는 것이 중요. -신고자에 대한 안전보장이 담보되어야 한다. -신고해야하지만 가족내 일을 관여하기란 쉽지 않 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가부장적 가치관으로 남편이 가족구성원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기획위원 평가: 종교단체는 지역주민에게 모임의 결속점이자 소통의 장. 지속적 만남, 다양한 역할 모색 필요. 그럴 때 지역내 더 촘촘하고 탄력성있 는 안전망이 되어줄 것) -가정통신문 발송시 가정폭력 리플렛 동보발송 -리플렛, 스티커 등 홍보물 상시비치 -원장님 대상 성폭력,가정폭력 전문상담원교육 이 수 -예비군 훈련 통지시 가정폭력 리플렛을 집집마다 우편함에 넣는다 -환자내원 시 기본검진체크리스트에 가정폭력 관련 사항 첨부 -서북병원 로비에 가정폭력 홍보와 지속적인 교육 -성당내 가정폭력 예방 스티커 및 리플렛 상시 비 치 -가정폭력상담실 운영 -아버지교실 및 청년모임에서 가정폭력 및 성폭력 교육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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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에 가정폭력 관련정보 인쇄 -가정폭력 및 성폭력 심화교육 요청 은평구여성활동가 연대 ‘여담’

-학교밖 아이들에게서 발견되는 가정폭력 흔적들. 그것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나

서부경찰서 전의경어머니회

-전의경 어머니회의 가정폭력상담원교육이 필요 - 전의경대상 가정폭력예방교육실시 -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차원의 교육이 필요하 다

은평의용소방대

-(시간상 영화관람후 워크숍을 진행하지 못함)

열린사회은평시민회 청년모임

-나도 모르게 가정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겠구나를 생 각하는 게기가 됨 -일상생활에서 성평등감수성과 민감성을 높이는 실 천이 필요하다

<표 13> 2012년~2014년 ‘움직이는’ 워크숍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들. 첫해와 비교할 때 해 를 더해갈수록 집단별 실천과제가 구체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3. ‘움직이는’의 그 다음 : 컨텐츠와 사람 인터뷰를 진행하고 녹취록을 읽어가면서 (과거에는 움직이는 첫해 사업 담당자였고 지금은 움직이는의 이후를 고민해야하는 연구활동가의 자리에서) 발견하는 것들은 이제는 움직이는 워크숍을 심화시킬 때가 왔고, 심도있는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마을 곳곳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움직이는이 지난 3년동안 그물망 네트웍을 만들었다면 그 네트웤으로 연결된 이들을 한단계 깊고 넓게 연결할 시점 이 지금인 거다. 과거에는 없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마을에 있고, ‘움직이는’의 필요 성과 그것의 심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지금이 바로 그 ‘때’다. 한 단계 더 깊고 넓은 연결망은 두 가지를 축으로 한다. 하나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그 사람 들과 함께 만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움직이는 컨텐츠다. 우선, 마을 리더와 여성폭력전문집단이 함께 마을의 폭력담론(마을에서 무엇을/어 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학습하고 질문하는 시간이 축적되어야 한다. 움직이는 위원들과 마을활동가들, 여성폭력전문가 집단(여성폭력예방강사나 여성폭 력전문상담원이 될 수 있겠다)은 지금까지 움직이는 워크숍에서 나왔던 일상의 실 천(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서 움직이는 워크숍의 그 다음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마을을 잘 아는 사람(마을의 분위기나 사람들, 메카니즘과 같은 것들) 과 마을은 잘 모르고 여성폭력을 잘 아는 사람들(피해의 맥락, 피해를 지속시키는 공동체와 같은 것들)이 지금까지 한 공간에 모여서 마을에서 여성폭력을 다루는 일 을 주제로 깊은 만남을 가져본적 없다는 걸 기억해보자. 그리고 이들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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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현실감각 돋는’ 워크숍이 폭발할지 상상해보자. 여기에서 만들어갈 내용들이 곧이어 시작될 움직이는 ‘이 다음’ 워크숍의 토대가 될 것이다. <그림 9> 2016-2018 ‘움직이는’ 핵심네트워크(안) -5개 단위는 1) 1-3차 사업기간 중 기획 위원의 결합도 및 2) 움직이는 프로젝트 에 대한 공감대 3) 지역사회 영향력 4)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경찰이나

은평구여성활동가연대

‘여담’

등 마을과 조직의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겠다. - 이 핵심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의 다음 단계 워크숍을 기획하고 여성폭 력전문가 집단과의 심화워크숍을 통해 컨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5. 나가며 :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와 젠더(권력)감수성이 숨쉬는 마을 ‘움직이는’ 마을만들기는 공론장을 살아있게 하면서 가능했다. 다시 말해 소소하게 곳곳에서 질문하기를 통해 공론장을 열기로 하면서 가능했고, 그것을 지향했다. 이 런 ‘움직이는’의 질문하기(여백있는) 방식은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와 관련되어 있다.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는 권력관계를 다룸으로써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거대한 프로 젝트의 하나이며(Crabtree and Sapp 132; Allen, Walker, and Webb), 인종, 계 급, 섹슈얼리티, 능력, 다른 정체성의 표현들과 젠더가 교차하는 방식과 함께 젠더 화된 권력관계를 다룬다(Alana Cattapan, 2012:127). 여기서 말하는 ‘거대한 사회 적 변화’란 법제도 개선 등의 공적 체계의 정비가 아니라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하 는 주체의 변화와 그것을 통해 만들어가는 거대한 물결로 이해될 수 있다. 때문에 마을에서 사람들이 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는 ‘움직이는’의 방식은 1) 좁게는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행해져온 폭력예방교육의 대안적 페다고지 로 고려될 수 있으며, 2) 넓게는 비단 젠더 이슈만이 아니라 민감한 이슈(권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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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방식 등)를 다루는 과정을 통해 경험의 차이가 유통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서있는 (일상의) 권력을 점검하는 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 성을 가진다. ‘움직이는’은 보잘 것 없어 보이고 소소해보이지도 모르지만 보기보다 파워풀하고 흥미진진하며 전복적이다. 그곳에 사람이 있고 질문이 있으며 논쟁이 있고 이동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움직이는’은 네 살이 됐다. 다시 ‘긴 호흡’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지역운동이 늘 그렇듯이 변화는 더디게 오고, 이런 더딘 변화 를 견디는 일이 ‘움직이는’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기다림만큼 지치는 일 도 없어서 그렇다. 더욱이 성과를 바라는 세계에서 ‘기다리자’는 말만큼 힘없어 보 이는 말도 없다. 그렇더라도 호흡은 훨씬 더 길어져야 한다. ‘움직이는’은, 디자인 에 집중하는 서울시 안전마을이나 여성을 계속 보호하려고만 드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의로운’ 실천임이 분명하다. 발자국이 모여드는 곳에 변화가 있다. 발자국은 길이 없는 곳에서 느려지고 길이 있는 곳에서는 바퀴 로 대체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여성의전화가 해온 지난 20여년의 지역운동 역사를 고려할 때, 전국에 있는 25개 여성의전화 지부와 함께 ‘움직이는’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여성안전을 빌미로 여행서울이나 디자인서울이 만들어진 것처럼, 디자인 부산이나 디자인 광주 등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럴 수 있는 토양에서 그러지 않을 수 있는 토양으로 마을을 바꾸는 일을 이제부터 같이 시작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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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마을이 움직이도록’, 컨텐츠와 사람을 중심에 두자 황정임(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연구센터장)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마을이 움직이도록’, 컨텐츠와 사람을 중심에 두자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연구센터장)

◦ 가정폭력방지를 위한 법률이 제정되고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체계와 가 해자에 대한 처벌체계가 만들어졌으며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가정폭력 관련 법과 제도는 그 기반을 공고히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발제에서 지적된 바처럼 법, 제도와 현실의 간극은 컸고, 가정폭력에서 벗 어나는 책임이 여전히 당사자의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2013년 가정폭력 실 태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피해당사자도, 이웃도 여전히 가족내 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 이렇게 제도정책이 갖고 있는 공허함에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된 것이 바로 움 직이는 마을 모델이다. ‘가정폭력을/마을에서/누구나/알아채고 → 관심갖고 →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 그 일을 하도록’ 움직이는 마을은 시작되었다. ◦ 첫 번째, 두 번째 발제를 통해서 우리는 움직이는 마을 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였고, 그동안 추진되었던 내용과 방법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본 토론자는 세 번째 발제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많은 경우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 에서 이후 방향을 전망하곤 하는데, 3년 동안 본 사업에 참여했던 지역 주민들 을 실제 만나 그들의 말을 통해 그간의 사업을 진단하고 향후 방향을 전망했기 때문이다. ◦ 세 번째 발제자가 제안한 움직이는 마을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움직이는 마을은, 가족 내 일로 치부되어 드러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대물림까지 되는 가정폭력 문제를 이웃이, 지역사회가 인지 하고 발견하는데서 출발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그룹들을 대 상으로 워크숍을 통해 가정폭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논의하였고 그 과정과 결과로 마을에서 가정폭력에 관 심있고 열의를 보이는 리더들이 생겨났다. 본 토론자는 2014년 움직이는 마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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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토론회에서 투트랙 전략을 제안한 바 있다. 즉 지금처럼 새로운 지역주민 들과의 접점을 찾는 방식과 만들어진 접점들의 역할과 활동을 어떻게 지속하고 활성화할 것인가를 탐색/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지역내 주체를 발굴하고 찾아가는 것과 찾아낸 주체들이 한단계한단계 인식의 변화에서 행동의 변화, 자발적인 실천과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병행됨으로써 재생산구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제안하였다. 세 번째 발제문에서 움직이는 마을을 통해 발굴된 리더들은 공론의 장이 지속되어야 하고, 더 깊은 논의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움직 이는 마을의 성과이자 새로운 과업이 제시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제 움 직이는 마을 모델이 이들의 기대와 열정에 부응하기 위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업그레이드 작업은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 ◦ 업그레이드 작업은, 기존 방식에 대한 보완과 3년간의 작업에서 찾아진 리더들 이 갖고 있는 열의와 의지를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실험으로 이뤄져야할 것으로 본다. 기존 방식은 리더들과 함께 움직이는 마을에 참여했던 본인들의 경험들을 나누면서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새로운 방식은 어떻 게 만들어가야할 것인가. 그간 움직이는 마을에 참여했던 기관과 조직들은 다양 했다. 따라서 리더들이 속한 조직의 특성, 가정폭력 문제와의 직간접적인 관련성 등 많은 것이 상이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그룹에서 생성된 리더들이, 각 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 문제에 있어서 공통된 문제의식과 고민을 토 대로 각자 자신이 속한 조직안에서 구체적인 실천과 실행을 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상호간 네트워크를 통해 상보적/협력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움직이는 마을 업그레이드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하나의 단일한 기관에 가서, 그 들과 소통을 시도했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마을 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알아채기를 위한 접근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가정폭력 관련 제도정책의 변화를 견인해 왔고, 가정 폭력 피해여성을 지원해 오면서 축적해온 한국여성의전화의 역량과 문제의식이 었다고 볼 수 있다. 움직이는 마을 모델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한국여성의전 화도 기존 축적된 역량을 토대로 하는 새로운 역량을 개발, 축적하는 시간이 필 요하다. 공통분모를 다지면서 개별적인 접근도 이뤄져야 하므로 추진세력도 역량 과 동력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공동체, 마을공동체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전략들과의 접목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인식(의식화) 이후의 단계로

60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이끌어 가기 위한 전략을 찾는데 있어서, 각 지역과 마을은 그 나름의 역사, 정 서, 여건 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접근 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시사하는 바 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첫 번째 발제와 세 번째 발제 모두에서 현재의 폭력예방교육에 대한 문제의식 과 움직이는 마을을 통해 대안적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토론자의 오해일 수도 있지만). 마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번째 발제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4대악 근절 노력, 최근에 보도된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 등으로 인해 충분히 ‘문제적’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폭력예방교 육의 확대와 함께 직장, 학교 등에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서비스 등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관련된 교육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이러 한 변화들이 마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변화들은 마을을 움직이는 데 어떤 의미를 가질까. 본 토론자는 움직이는 마을은 보호 뿐 아니라 교육도 넘어선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세 번째 발제자가 설명한 것처럼 여백, 갑론을박 의 시간, 알아가는 기회와 스스로 깨닫는 기회를 통해 만들어지는 움직이는 마 을은 현행 폭력예방교육의 대안이 아닌 다른 차원의 접근으로 보기 때문이다. 제시된 교육내용에 근거하여 전달되고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한명한명 이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과 오해 등을 스스로 인식하고 바꿔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지역사회가 해야 하는 일들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다른 차원이라고 보는 것이다. 제도화된 교육은 그 나름의 효과와 의미를 가지고 있 으나, 고정된 틀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정해진 물량과 속도에 의해 추진되며, 무 엇보다 사람과 사람을 마주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실천과 실행에 이르게 하는 구체성을 갖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움직이는 마을에는 1회성 교육이 아닌 지속적인 접촉과 소통, 실험과 실천을 통해 만들어지는, 세 번째 발제에서 제안된 긴 호흡이 전제되는 것으로 본다면, ‘교육’으로 통칭되는 그것도 넘어서 야 하는 것이다. ◦ 세 번째 발제자가 제안한 대로 이후의 작업으로 사람과 컨텐츠이고 마을을 잘 아는 사람과 가정폭력을 잘 아는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들어 가는 시도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고 그에 따른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마을을 움 직이기 위한 또 다른 길의 시작일 것이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마을이 움직이도록’ 컨텐츠와 사람을 중심에 두자 ◀ 61



다음 워크숍은 언제? 방데레사(가정폭력 없는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사업 기획위원,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64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다음 워크숍은 언제?

방데레사(가정폭력 없는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사업 기획위원,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1.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성당 모델 경험(한국여성의전화, 2014) ∎ 2014년 10월 29일 구파발성당에서 15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한 가정폭력 예방 교육 워크숍은 3차년도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를 준비하면서 종교기관을 찾 고 있었던 한국여성의전화와 성당 교우들과의 상담을 통해 가정폭력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수녀님과 필자 그리고 가정폭력에 대한 공론의 장을 기다 리고 있었던 교우들 서로가 원했던 만남이었음. ∎ “그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는 소감을 나눔. 조별로 토론한 내용을 발표할 때 의견이 폭넓고 깊이 있음에

랐고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이미혜, 2005)’임을 깨달음. 섣 불리 가르치려 하지 않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워크숍을 기획한 것이 정말 좋은 접근이었고 폭력예방교육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음. ∎ 가정폭력 발생원인: 경제적인 이유, 폭력의 대물림, 알코올 의존, 가정교육의 부 재, 가부장적 사고와 폭력적 성격 및 습관, 의사소통의 문제, 사회·제도적 문제(힘 있는 사람의 폭력 행위가 허용되는 사회, 유교사상, 남성의 우월성, 경찰에서도 대 수롭지 않게 대응함,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움) ∎ 가정폭력의 범위: 신체적 폭력, 언어적 폭력, 정서적 폭력(가정폭력의 범위에서 성적 폭력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음. 포르노 중독, 인격을 모독하는 행동, 수치 심을 느끼게 하는 말과 행동 등 포괄적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음) ∎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신고, 상담, 이웃의 도움, 피해자 보호와 치유

다음 워크숍은 언제? ◀ 65


∎ 성당 차원에서의 가정폭력 예방과 대응: 응급전화와 상담소 설치, 가정폭력 예 방 안내책자 비치, 가정폭력 상담 전화번호 스티커 붙이기, 가정폭력 심화교육 실 시, 남성, 아동, 청소년, 청년 대상으로 가정폭력 예방교육 실시, 부부교육 및 부모 교육 프로그램 진행 2. ‘신고합시다’와 ‘신고’ 이후의 과정 ∎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서 ‘신고’를 하면 가정폭력은 멈추는가? 발제자 들의 말처럼 더 많은 ‘신고’가 필요하지만 신고는 끝이 아닌 시작이고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 워크숍에서 가정폭력 예방교육으로 논의했던 가정폭력 심화교육과 남성, 아동,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 하는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여전 히 숙제로 남아 있음. ∎ 워크숍을 통해 참가자들이 남의 일처럼 여겼던 가정폭력이 사실은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권력을 감지하는 감수성이 자라나면서 ‘나에게 가정폭력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경찰에 신고한 이후의 삶 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가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 다양한 질문과 궁금증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함. ∎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태도는 가정폭력 피해자와 행위자(가해자)에게 매 우 중요함. 경찰관이 가정폭력에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거나 행위자(가해자)에게 공 감한다면 가정폭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실로 전 화한 내담자가 가정폭력 담당경찰관이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상담을 권유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여겨짐. ∎ 서울시 안전마을 사업의 일환인 ‘셉테드(CPTED, 범죄예방환경설계)’는 강도, 주 거침입 절도, 방화, 차량 절도 등의 범죄에 있어서는 억제 효과가 있으나 집안에서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에 대해서는 범죄 예방 효과가 크지 않음. 단순히 환경의 물리적 변화만으로 범죄나 범죄에 대한 공 포심을 감소시키려는 접근 방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공동체의 사회적인 유 대와 공동체 의식을 개선하는 과정이 함께 추진되어야 함(발제자들; 박현호, 2006).

66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 서울시 안전마을이 가정폭력과 관련하여 모든 마을 주민들에게 안전한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외적·물리적 환경의 안전을 도모하는 실천과 함께 ‘움직이는’ 마을 모델을 활용하여 마을 주민들이 생각하는 폭력과 안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과 공론화를 통해 마을 공동체가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나 남의 집안일이 아닌 우리 마을의 문제로 여기는 사회연대성의 원리를 공동체 안에 부활시키는 방식의 지역사회 대응이 필요함(발제자들).

<참고 자료> 박현호(2006).

셉테드

도입

9년

만에

범죄율

39%

‘뚝’.

주간동아

548호.

pp. 26-27. http://weekly.donga.com/List/3/all/11/79850/1 이미혜(2005). 여성주의 상담원리와 사례. 왜 여성주의 상담인가. pp. 154-171. 한국여성의전화(2014).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 ver.3. pp. 49-55.

다음 워크숍은 언제? ◀ 67



마을공동체가 담아야 할 공공적 과제 : - 폭력없는 마을, 인권에 민감한 주민되기 -의 가능성으로 답한다. 최순옥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마을공동체가 담아야 할 공공적 과제 : -

마을, 인권에 민감한 주민되기 -의 가능성으로 답한다.

최순옥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우연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드라마 미세스캅에서 한 장면, ‘술 취한 남편의 폭력으로 얼굴에 상처 가득한 여성이 벌벌 떨면서 중국집에 술안주 요리를 주문하는 척하면서 경찰서로 전화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여성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남편에게 맞아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여성을 남자선배경찰에게 인계하고 밖으로 나가게 해놓고 문을 잠근후 방 망이로 남성의 성기를 떼버려야 한다고 소리 지르며 개인적으로 응징하다 제지당하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다. 그 이후 화면은 전체 흐름에서 이 여성경찰이 강력반으로 지원 차출되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 강력반에 가게 된 배경으로 양념으로 얹혀진 가정 폭력장면 이었다. 좀처럼 드라마에서는 ‘폭력이 난무하는 어떤 집’ 주변에 많은 이웃들이 살 고 있는데도 소리도 못 듣고 신고도 안하고 문제에 개입을 안하니 예방도 해결과정에서도 주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폭력현장과 폭력 행위자와 피 해자, 그리고 경찰’ 정도만 이해관계의 당사자로만 나온다. 이웃들은 그저 끌려가는 범인이나 피신해가는 피해자를 향해 웅성거리는 주변부의 모습으 로만 존재할 뿐이다. 이 모습은 현실이기도 하고 이것은 한편 당연히 누군 가가 내 주변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능동성을 거 세하는 등 그래서 한편으로는 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잠시 꿈꿔본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가 폭력의 문제를 대처하는 주민들의 ‘주도적 관여의 모 습’을 당연한 것으로 늘 보여준다면 어떨까.. 폭력문제는 국가나 경찰만 하

마을공동체가 담아야 할 공공적 과제 ◀ 71


는 것이 아니라 이웃들이 세심하게 또는 관심 갖고 서로 지켜봐줘여 하는 공동체의 질서며 규범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런 모습을 반복적으로 긍 정적으로 보여준다면 어떨까 ..말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미 우리사회는 수많은 폭력 수위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불편한 진실인 ‘가정 내 폭력의 실상, 데이트폭력, 돌봄기관의 폭력, 학교 안에서의 폭력, 온라인 상에서의 언어폭력 등은 여전하며 어느 면에서 국가나 정책적 대응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자정의 도를 넘어선 듯 하다. 활성화될 마을공동체 활동에 담겨야 할 내용들을 묻고 답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실천적 노력과 제안 중에서 ‘움직이는 마을’이라는 상을 제시한 것은 현재 ‘마을관계망’의 구축의 필요를 다양한 분야에서 제안하는 것과 맞물려 시의적절한 대안이 라 생각한다. 가정폭력을 마을에서 누구나 알아채고→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 고 → 그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움직이는’ 마을의 출발점이라는 이 과정이 현실화되려면

‘누구나’가 ‘아무나’이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 확실히, 지표

가 될 사람들 ‘누구나’는 누구고 어디에 있는가이다. 그 ‘누구나’를 찾는 과정은 서울에서 마을공동체 정책과 연관 지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정책은 주민이 스스로 자기가 필요한 마을관계망을 만들 어가는 것을 돕고 촉진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 마을을 만드는 것이 아 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함께 살아가는 생활 필수요소를 제안하고 해결해가 는 과정에서 의사결정력과 협동력 등의 힘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간 단하게 정의하면 서울의 마을이란, 궁리하며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하소연하고 함께

함께 협동으로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이웃들의 관계망’

이다. 절차적으로는 주민의 등장과 연결, 성장을 중심 프로세스로 설정하여 지원정책 혁신, 자치구 단위 지역역량강화, 다양한 마을살이와 마을활동 발 굴, 마을활동가 교육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정책의 참여자는 지역과 모임 성격에 따라 차이가

72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있지만 대체적으로 모든 분야별 마을사업에서 참여자의 대부분은 30대여 성~50대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아이 돌봄과 교육을 매개로 이웃이나 지인들과 커뮤니 티 성격이 강한 모임으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체로서 규모나 활 동내용을 갖추게 되고 지역사회 다양한 관계망들과 접속되어 새로운 역할 을 부여하거나 요구받게 되는 과정들이 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이 영역 또한 마을이다. 마을공동체활동에 참여하는 다수의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다양한 활동이나 학습의 과정을 밟고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적으 로 참여주민들 사이에서 기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경험과 관계의 확장을 경험한다. 작은 모임으로 시작해 여러 모임과 연결되거나 교류의 장에서 다 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이뤄진다. 서로 들여다보거나 배우는 관계나 교류가 이어지고 공동체 가치가 확산되며 한편에서 자연스럽게 마을의 공공적 기 능에 눈을 뜨게 되고 공공의 변화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 참여, 공동체 내부의 학습, 소통과 관계 형성 훈련, 성취 감 획득이 일어나며 특히나 여성은 스스로의 자주적인 역량이 강화되는 것 을 공동으로 경험하게 된다.

앞에서 애기한 ‘누구나’의 그 당사자로서 ‘여

성’이 마을과 이웃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동기부여 되는 과정이다. 또 다른 ‘누구나’를 찾는 과정은 좀 더 큰 단위의 실험에서 부터 온다. 마을공동체 형성에 대한 필요와 요구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더 선명하게 제 기되곤 한다.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발생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 (경쟁. 이기주의. 경제 불평등, 계층고정화, 무관심, 무책임, 불안한 사회여 건 등)를 그간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개별화되고 무관심 한 도시 안에서

사람답게 사는 가치를 다시 구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인 것

이다. 또한 국가중심적 중앙주도적 해결방식에 대한 의문과 반성을 본격화한다. 현재 서울시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아가는 복지정책이 동단위 마을을 기 반으로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동 단위 복지공무원 충원으로 지원계층 의 발굴과 지원구조를 만드는 일과 마을의 재구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 민들이 직접적으로 마을안에서의 역할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이전보다 확대 된 마을관계망을 만들고 활성화하는 작업이 동시에 추진 중이다. 최근에 부천 등에서 일어나는 ’아동폭력, 사망사건‘이 학교-지역행정기관

마을공동체가 담아야 할 공공적 과제 ◀ 73


의 긴밀한 연계와 협조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듯이, 송파세모녀 자살사건 이후 ’동 단위 복지행정과 여성지원‘이 좀 더 호흡을 맞출 필요를 일깨웠듯 이 ’가정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단위의 관심‘은 시작점으로는 ’지 역사회 공공 공익적 성격의 기관과 조직의 일차적 조직화와 관심, 상시적 노력과 소통‘이 우선되야 하겠고 , 나아가서는 ’마을조직과 마을모임‘이, 좀 더 확장된다면 ’마을모임‘에 참여하는 ’많은 주민들’이 이 흐름 안에서 ’폭 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도록 교육과 인식이 자연스런 마을활동 방식으 로 자리잡도록 ’끊임없는 내용 제공’이 되야 한다. 동 단위 행정의 성격이 바뀌고 민관협력을 넘어선 협치가 본격 거론되며 좀 더 많은 주민조직과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다. 마을의 과제, 이웃의 고통들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고 해결과제들을 찾는 과정이 잦을수록 폭력이 은폐될 수 없고, 설사 늦게 발견되었더라도 드라마 처럼 웅성거리다 끝나는 이웃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으로 되돌아 가 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을에 맞는 사람들의 처방이 나올 것이고 그 이 후에 골목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별 영역의 의제가 영역을 넘어 우리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려면 그간의 사회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고 우선 정책과 구조도 다시 짜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너무 많은 사람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 다. 어쩌면 움직이는 마을모델이 나온 것도 지금 마을공동체를 강조하는 것 도 모두 긴급처방전일 수밖에 없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누구나’ 가 될 수도 있고 ‘누구나’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74 ▶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 종합 토의


■ 종합 토의


■ 종합 토의


■ 종합 토의



2016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토론회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년

발행일 2016년 3월 8일(한여전 2016-04) 발행처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흥로 16길 8-4 전화 02-3156-5400 팩스 02-3156-5499 가정폭력상담 02-2263-6464 성폭력상담 02-2263-6465 이메일상담 counsel@hotline.or.kr 홈페이지 www.hotline.or.kr 이메일 hotline@hotline.or.kr


마을공동체가 담아야 할 공공적 과제 ◀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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