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를 구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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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일시 : 2018. 11. 27(화) 16:00 - 18:30 장소 :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 주최 :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준) 한국여성의전화, 국회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 순

서 

사회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 발제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_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인권부장

 토론  한국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정’이란 무엇인가 _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 ‘가정’내에서 해결하라?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여성폭력 _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가정폭력상담소의 역할 _ 한선미 전주여성의전화 대표

 종합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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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 한국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정’이란 무엇인가

· 김순남

 ‘가정’ 내에서 해결하라?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여성폭력

 가정폭력상담소의 역할

· 한선미

·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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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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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3


4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인권부장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김수정1)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정폭력특별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20년인 2018년, 일명 ‘강서구 아파 트 주차장 살인사건’ 등 여전히 가정폭력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목숨을 잃 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빈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체계에 대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 선의 상담소와 보호시설에서도 이를 오랫동안 지적해왔으나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정 책은 이를 반영·보완하는 데 미진할 뿐이다.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준)는 이에 국가가 제대로 된 관점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지원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안일한 가정폭력 대응 정책을 개선하고자 발족을 준비 중에 있다. 본 발제에서는 시급히 개선이 필요 한 과제들을 살펴보고,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준)의 활동 방향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1. 가정폭력,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의 가정폭력

UN 여성폭력철폐선언(Declaration on Violence against women, 1993)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공사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또는 심리적 손상이나 괴로 움을 주거나 줄 수 있는, 성별에 기반한(gender-based) 폭력 행위,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하겠다는 협박, 강제, 임의적인 강제박탈”로 정의하고 있으며 그 범주로 가족 내 폭력을 주요하게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남녀 간의 불평등한

1)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인권부장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7


힘의 관계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고착시키며, 여성의 인권과 기 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제시한 여성차별에 해당됨을 확인 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성차별의 극단적인 표현이며 성 적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UN의 가정폭력에 관한 모범 입법안(UN Commission of Human Rights: A Framework for Model Legislation on Domestic violence, 1996)에서는 가족구성 원으로부터 가족 내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별에 근거한 모든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 력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가정폭력을 ‘강력한 여성 억압수단’으로 정의한다. 국제적 규 범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본질은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임이 분명히 드러나며, 가정 폭력은 성별화된 폭력으로 여성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회적 범죄로 바라봐야 함을 명 확히 하고 있다. 실제 2010년 법무부 여성 통계2)를 살펴보면, 2009년 가정폭력사범 피해자 12,155 명 중 여성피해자는 전체의 81%를 차지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남편 이나 아내인 경우 6004건 중,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전체의 97%에 이르고 있다. 아이시코비츠와 베일리(Eisikovits and Vailey, 2011)는 남자가 행사하는 폭력과 여 자가 행사하는 폭력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있으나 실제 폭력의 결과는 남성 보다 여성에게 더욱 치명적이고, 여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더 취약하며 공포 를 잘 느낀다는 점, 더 심각하게 부상을 당한다는 점, 사회적으로 자립하게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남성보다 많다는 점에서 성별화된 폭력이라고 하였으며, 라디호카 쿠 마라스와미(Radihoka Coomaraswamy, 2000)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성 고정관념을 창출하고 유지시킬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여성이 주도해온 공간인 가정, 바로 그 안 에서 여성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정의된 바 없고, 가정폭력에 관한 입법 및 제도화의 과정에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의 본질과 그에 따른 접근은 법률상에 명문화되지 못했다. 현행 제도상 가정폭력은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통용되며, 특히 가정폭력의 대부 분을 차지하고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대표적인 양상인 남성배우자에 의한 여성에 대 한 폭력은 ‘부부폭력’, ‘상호폭력’ 등의 용어로 명명되며 성별화된 폭력으로서의 가정 폭력을 심각하게 비가시화시키고 있다.

○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서의 가정폭력 2) 법무부 여성통계는 2010년 이후로 생산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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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불평등한 젠더 규범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성적 폭력 을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하여 혼인이나 데이트 관계의 형성과 유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친밀성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통제를 가리는 중요한 기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피해자 자신에서부터 공권력에 이르기까지 폭력과 ‘사랑’을 구 분하기 어려워하고,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거나 개인 간의 사소한 문제로 여 기게 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살해 사건의 언론 보도를 분석한 보고 서에 따르면, 여성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은 폭력의 원인으로 ‘아내가 시댁에 가지 않아 서’, ‘자신보다 늦게 귀가해서’, ‘상추를 봉지채로 상에 놓아서’, ‘전화를 받지 않아서’ 등 성별고정관념에 입각해 피해자가 ‘여성성의 수행’을 제대로 못하거나 자신을 (감 히) 무시하거나 비난한 것에 대한 귀결인 마냥 범행을 진술한다. 또한 지극히 계획적 이고 선별적이며 상습적인 폭력행위를 ‘사랑’이나 ‘생활고’에 따른 것으로 범죄를 미 화하거나, ‘홧김에’,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한 행동으로 축소하려는 진술도 주요하게 나타난다. 이는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의 양상과 그것이 어떻게 은폐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젠더균형론이 득세하며 동등 한 사인간의 경미하고 사적인 문제로, 개인의 불운이나 일탈, 병리적인 문제로 간주되 기 일쑤다. 이러한 측면에서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은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에 있어 핵심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 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추방운동에서 폭력의 ‘행위’가 아닌 ‘관계’에 주목하며, 여성이 혼인이나 데이트 관계에서 일상적, 지속적, 복합적으로 경험하는 피해경험을 드러내는 활동에 집중해왔다. 일례로 2000년부터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주목하면서, 2006년부터 ‘데이트폭력’으로 명명하며 피해자 상담 및 인 권지원활동 외에도 다양한 정책적, 문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09년부터 언론에 보도된 배우자나 데이트관계의 남성에 의한 살해사건을 분석하여 발표해왔고, 스토킹을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의 연장선에서 관계중단 과정에서 주요 하게 나타나는 행위임을 가시화시키며 이를 범죄로 규율할 수 있는 처벌법 제정에 힘 써왔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

속에서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고,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에 대한 입법 요구 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그 입법 방향과 내용에 대한 우려도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9


큰 상황이다. 특히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 법)을 사실상 무력화한 입법체계를 그대로 둔 채 가정폭력 정의에 데이트 관계를 포 함시키는 방안이나, 가정폭력처벌법의 체계를 그대로 따르는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처벌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도출되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처벌법의 문제점을 더욱 강 화, 확산할 여지가 있는 만큼 가정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관점 정립을 토대로 적극적 으로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2. 처벌되지 않는 범죄, 가정폭력

○ 가정 유지가 그 목적인 가정폭력처벌법

가정폭력피해자들이 가정폭력을 벗어나기 어렵고 가정폭력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 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정폭력처벌법 전반에서 흐르고 있는 패러다임이 가정폭력피해자 의 인권보호보다는 가정의 유지와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을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절차의 특례를 정한 법의 입법목적에서 피해자의 인권보호보다 는 건강한 가정육성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가정폭력가해자에게는 보호처분을 도입함으로써 가정폭력이 피해자의 인권과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는 기본인식에 위배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 유지와 보호의 관점은 가정폭력문제의 본질과 인식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데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가정폭력문제는 여성의 인권과 기본적인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에 대한 인식과 가정폭력범죄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을 힘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생하는 원인이라는 관점을 외면하거나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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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적 기준과 가정폭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가정폭

력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가정폭력 문제는 가정 안에서 여성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범죄행위이며 국가는 가정폭력사건을 형사적 범죄로 인정하고 제재하 는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가정폭력사건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조 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실상의 보장’을 위한 소임을 다하여야 한다고 밝 히고 있다. 1997년 가정폭력특별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정에 대해 가급적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하면서 가해자의 개선과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었으나, 20년이 지난 현재 그 시행결과를 보면 가정폭력 범죄자의 개선뿐 만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도 미흡하다.

<표-1> 가정폭력사범 접수 및 처리 현황(검찰청) (단위 : 명) 처

처분계

기소계

기소율

불기소계

불기소율

기타계

가정 보호 사건 송치

2,939

2,942

529

18.0%

1,997

67.9%

416

384

13.1%

2012

3,154

3,159

469

14.8%

2,006

63.5%

684

629

19.9%

2013

17,191

17,131

2,574

15.0%

10,080

58.8%

4,477

4,238

24.7%

2014

23,527

23,457

3,125

13.3%

12,688

54.1%

7,644

7,185

30.6%

2015

47,007

46,545

3,970

8.5%

23,437

50.4%

19,138

18,207

39.1%

2016

54,191

53,237

4,527

8.5%

27,273

51.2%

21,437

20,311

38.2%

2017

47,036

46,912

4,489

9.6%

23,298

49.7%

19,125

17,184

36.6%

2018.7

21,526

21,289

1,966

9.2%

10,253

48.2%

9,070

8,236

38.7%

216,571

214,672

15,194

7.1%

77,481

36.1%

81,991

76,374

35.6%

기간

접수

2011

가정 보호 사건 송치율

※ 불기소계 : 혐의없음, 기소유예(상담조건부, 교육조건부, 기타), 죄가안됨, 공소권 없음, 각하 ※ 기타계 : 가정보호사건 송치, 소년보호사건 송치, 기타 ※ 출처 : 정춘숙 국회의원, 2018년 법무부 제출자료(2018.07.04.)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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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가정보호사건 처리내역 보호처분 단순처분

처리

합계

1호

2호

3호

접근

행위

행 위

연도

제한 (전 기통

권 행 사

신이

용)

4호 사회 봉사 · 수강

6호

7호

5호

8호

병과

보호

상담

처분

관찰

위탁

명령

불처분

기타

2011

2,971

1855

41

4

0

273

304

0

8

501

724

974

142

2012

3,626

2253

91

2

0

334

359

0

10

627

830

1,206

167

2013

5,699

3,749

94

1

1

667

668

1

19

1,177

1,121

1,772

178

2014

8,586

5,552

55

3

2

887

788

-

34

1,831

1,952

2,856

178

2015

16,868

8,917

138

2

-

1,366

1,673

1

79

2,705

2,953

7,319

632

2016

21,802

11,368

78

2

-

2,614

1,622

-

104

4,393

2,555

9,792

642

2017

20,622

11,562

45

1

-

3,202

1,504

-

78

4,431

2,301

8,802

258

합계 구성

80,174

45,256

542

15

3

9,343

6,918

2

332

15,665

12,436

32,721

2,197

100

56.4

0.7

0.0

0.0

11.7

8.6

0.0

0.4

19.5

15.5

40.8

2.7

※ 출처 : 정춘숙 의원실, 2017년 대법원 요청자료 재구성

가정폭력 사범 접수·처리 현황을 보면 가정폭력 사범이 2013년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 사건의 발생 건수가 늘어났다기보다는 정부 정책 등에 따라 ‘발 견된’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나, 결국 늘어난 범죄율에 비해 기소율은 갈수록 낮 아지고 불기소와 가정보호사건 송치는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소율이 평균 10%를 밑도는 것을 보아, 이는 가정폭력 범죄를 신고해도 가해자가 전혀 처벌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가정폭력 사건은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되어도 대부분이 불처분 및 상담위탁(60.3%) 위주로 처분되고, 접근행위제한(0.7%), 전기통신이용 접근행위제한, 친권행사제한은 극히 미미하다. 결국 가정보호사건 송치는 가해자상담에 대한 효과성도 정밀하게 입 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가해자들에게 면 죄부를 주며 가정폭력 재범률만 높이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한편, 가정폭력처벌법에서 나타나는 가정 유지의 관점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 해 사법적절차를 진행하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으로 취급받 게 하고,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는 가정폭력이 처벌되어야 할 범죄가 아니라 상담과 교 육으로 교정이 가능한 행위 정도로만 인식하게 한다. 실제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사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정유지와 보호라는 입법목적에 충실한 사법관계자 들에게 의해 폭력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이 좌절되거나 그 과정에서 심지 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12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한국여성의전화가 가정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건의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어떠한 경우에라도 지켜야 할 가정유지의 관점은 가해남편에게는 폭력과 살인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피해여성에게는 폭력적 상황에 대한 탈출보다는 가정유지를 위해 무조 건 참고 살아야 한다는, 그래서 가정폭력피해여성을 죽음에까지 내모는 논리로 작동 하고 있다. 폭력적 상황에서도 가정폭력피해여성들의 인내와 희생을 강요하게 작동하는 현행 특 례법의 가정보호와 유지의 관점은 대한민국 헌법 제 36조 제 1항은 “혼인과 가족생 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명시된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다. 가정폭력근절을 위해 국가개입의 기초가 되는 가정폭력처벌법에서 가정유지와 보호의 관점을 폐기하지 않는 한 가정폭력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검찰 단계에서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 처벌법을 무력화시킨 제도로 평가된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 사건의 가해 자에게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해 주는 것인데, 사회적 범죄에 대해 응당한 처 벌이 아닌 상담과 치료만으로 접근하고 있어 문제적이다. 더욱이 이 기준이 재범의 위험성 등을 면밀히 판단한 결과가 아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를 기소유예하 도록 하는 기준을 운용하고 있어 가정폭력범죄의 ‘위험 예방과 통제’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실정이다. 2012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서울가정법원·서울중앙지검·인 천지검으로부터 상담위탁 보호처분 혹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정폭력 행위자 55명을 분석한 결과 칼·가위·도끼 등 흉기를 사용해 아내를 다치게 한 경우가 25.5%(14명)에 달했고, 2010년 13.3%(10명)에 비해 늘어난 수치였다. 범죄의 심각성 과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 없이 무분별한 기소유예가 이뤄지고 있음을 미루어 볼 수 있는 수치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2) 검사는 가정폭력사건을 수사한 결과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교정 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할 수 있다.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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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검찰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한 경우 상담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범죄 자에 대한 사후모니터링 등의 사후 조치가 대단히 미흡하다. 사후 관리가 없는 상태 에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애초 의도한 상담의 효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정폭력은 경미한 범죄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 검찰이 일조하는 결과가 된다.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상담위탁을 맡은 일선의 상담소들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자들의 불성실한 상담 태도나 폭력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데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상담을 이수하 지 않는 비율이 높은데, 2013년 여성가족부가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가해자의 상담이수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상담을 이수하지 않은 비율이 35%였으며, 특히 보호시설 입소 피해자의 경우는 60%나 되었다. 가해자의 이런 불성실한 태도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사후 조치가 없어 가정폭력 피해자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야 폭력행동 조절이 가능한데 심각한 폭력에 상응하 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폭력이 심화되고, 피해자가 다음에는 신고하 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결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종용하는 ‘피해자 의사 존중’

한국의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범죄의 가정보호사건으로의 처리 등에 있어 ‘피해 자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외관을 가지고 있으나 가정보호라는 입법이데올로기와 맞물려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가정파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2차 피해를 야기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가해자로부터 보복당할 우려가 매우 높고, 가해자와 경제공동체로서 벌금형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가 함께 지게 되는 현실에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 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실정에서는 결국 가정폭력범죄에 관한 사법처리 여부와 처 분내용 등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피해자의 가해자와의 관계유지 의사 및 혼인상태 가 된다. 가해자 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는 것은 피해자에게 “이혼할 생각 있으면 고소하고, 아니면 그냥 용서하고 참고 살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는 것이다. 이혼 및 자립의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어야 할 고통과 2차 피해는 너무나 크고, 가정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피해 여성들이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이 혼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움에도 이를 간과한 현행 제도는 국가가 가해자의 처벌마저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피해자 의사 존중은 피해자의 인권보호의 측면에서 사법처리 전 과정에서 보장되어

14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야 하는 것이지, 가해자 처벌에 국한해서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 공소제기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수사절차상의 별도의 보호조치로 마련되어야 하며, ‘애인’, ‘남편’ 등 친밀한 관계라는 특수성을 배제한 채 피해자의 가 해자 처벌의사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3. 범죄 피해를 제대로 지원받지도, 보호받을 수도 없는 가정폭력

○ 여성폭력 피해의 사각지대 보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의 가정폭력 피해는 여성의 전 생애 기간 동안 데이트 관계 에서부터 관계 중단 이후에 걸쳐 피해당사자와 그 주변인을 포함, 매우 복합적인 형 태의 폭력으로 나타난다.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상담통계 분석에 따 르면, 가정폭력 상담 사례 중에서도 성폭력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15.6%(129건), 스 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5.4%(45건)으로 집계되었고, 데이트폭력 상담 사례 중 성 폭력이 동반된 경우는 50.6%(206건),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31%(126건)로 나 타났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데이트폭력, 스토킹, 사이버성폭력 등은 여성에 대한 폭력 의 다양한 양태 중에서도 이름 붙여진 일부이며, 결코 분절되거나 단일한 형태로 발 생하지 않는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그 양태보다 폭력의 본질을 중심으로 정의되고 규제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각각의 법률에 따라 별도의 피해자 지원의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피해자는 각각의 해당 상담소 등에서 지원을 받거나 그조차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2018년 여성·아동 권익증진 사업 운영지침상 가정폭력 상담소의 업무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피해를 신 고 받거나 이에 관한 상담에 응하는 일’로 확장되어 기존 가정·성폭력 상담소에서 지 원받지 못했던 데이트폭력, 스토킹 피해에 대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변경되었다. 그러 나 여전히 의료적, 법적 지원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폭력 중 ‘성적 폭력’에 한해서만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피해자의 인권 회복과 안전 확보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매우 미흡하다. 더불어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은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집행되고 있는데, 경제적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시혜적 차원에서 실시되는 사회복지사업과 범죄피해자 지원은 그 출발부터 다른 문제이다. 그러나 지원목적의 본질적 차이와 여성폭력의 특수성에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15


대한 고려 없이 ‘사회복지’ 차원에서 여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면서 자산에 따른 차등 지원, 개인정보 수집과 집적으로 인한 피해 등 부가적인 피해들이 발생하고 있다.

○ 이혼과정 중 자녀면접교섭 처분의 배제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조정이나 화해를 포함한 대안적인 분쟁 해결 절 차에 의무적으로 회부되지 않도록 보장하라. 이와 같은 절차의 사용은 엄격하게 규제 되어야 하며, 전문적인 팀에 의한 사전 평가를 통해 피해자/생존자의 자유롭고 정보 에 근거한 동의가 보증된 경우, 그리고 피해자/생존자나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추가 적인 위험의 지표가 없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일반권고 제35호 32(b), ‘기소와 처벌’에 관한 권고 중 일 부 번역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제8차 최종견해에서 가정폭력 사건 처리에 있어 상담이 나 교육을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화해나 조정 수단의 사용을 금지 할 것을 권고하였다. 화해나 조정 수단의 사용의 금지는 가정폭력 뿐만 아니라 젠더 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의 기소와 처벌에 관한 기본원칙으로 유엔여성차별철폐위 원회가 권고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의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 보호와 유지를 주 된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가정파탄의 책임을 피해자에 게 전가하고 2차 피해를 야기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이혼 과정 중 가정폭력 범죄의 특성을 간과한 사법기관의 조치로 인해 피해 여성의 생명이 위협받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아내의 이별요구에 대한 남편들의 보복은 상상을 초월하고 범죄의 양상은 납치·감금· 폭행·방화·살인 등에 이르며 매우 심각하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이혼소송을 시작하 게 되면 가해남편의 분노는 극에 달하며, 결국 피해자는 집을 나와 피신하게 된다. 간신히 폭력으로부터 탈출하여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가정폭력 범죄의 특 수성은 고려되지 않으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커녕 다시 폭력 상황으로 내모는 과정 의 연속이다. 이혼소송을 시작하면 가사조사관에 의한 가사조사를 받게 되는데, 가사조사관의 상 당수가 가정폭력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가정유지·보호의 관점에서 이혼을 말리거나 가정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여성 들은 이혼소송을 막 시작한 단계에서부터 좌절과 분노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더 우려되는 상황은 가사조사는 물론 대부분의 변론·조정기일에 가해남편과 대면하도록

16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하는 것이다.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탈출하여 나온 피해자에게 법적조치로 가해자를 만나게 함으로써 위험에 처하게 하고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법원은 또한 가해자에 대한 자녀면접교섭 사전처분을 내리고 있어 탈출해 있는 여 성과 자녀들을 별다른 보호책 없이 가해자를 만나게 하고 있다. 특히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 부모교육까지 받게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의 안전이나 인권보 다는 가정유지적인 법원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가정폭력피해 여성들에게까지 내려지는 부부상담으로 인해 평균 1년 정도 걸리는 재판이혼기간이 2~3개월 연장됨으로써 피해자의 안전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면접교섭권이나 부모교육·부부상담 명령 등을 통해 가해자를 만나게 하는 것은, 이미 오랜 기간 폭력 을 당해 온 피해여성과 자녀들에게 법의 이름으로 가하는 2차 폭력이다.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사법처리는 물론 이혼과정에서 화해나 조정 수단의 사용을 원 칙적으로 금지하고, 가정폭력 피해와 추가 피해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 피해자의 신변 안전 및 권리 확보를 최우선 원칙으로 규정하고 이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입법, 정책 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 가족 개념의 확장

이분법적이고 생물학적인 성에 입각해 남녀라는 ‘양성’의 혼인으로 가족이 구성·유 지되어야 한다는 정상가족규범은 가족을 둘러싼 정상성과 위계, 불평등한 젠더체계를 유지·강화하며 가족 내 차별과 폭력을 은폐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정상가족 규범은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을 비롯해 국가 가정폭력방지정책을 관통하며, 가정 폭력범죄에 대한 분명한 사법처리를 막고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관계회복을 주문하 며 가정폭력 근절을 가로막는 핵심 근거가 되고 있다. 또한 가정구성원을 혼인과 혈 연관계 중심으로 협소하게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가족 및 생활공동체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제8차 최종견해에서 가정폭력처벌법의 적용범위를 성별 정체성·성적지향과 관계없이 다양한 가족과 모든 여성들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 록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는 한국 사회의 가족/가정의 정의와 범위를 넓 히고 다양한 가족 및 생활공동체 구성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또한 여성폭력 피해자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장애, 질병, 연령, 경제적 상황, 지 역적 조건, 혼인 여부, 교육 수준, 국적, 이주상태 등에 따른 복합적인 차별과 다양한 필요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17


CEDAW는 일반권고 제35호(12)를 통해 “여성에 영향을 미치는 젠더에 근거한 폭력 이 다양한 단계와 방식을 보이며, 이에는 적합한 법적, 정책적 대응이 필요함”을 밝히 고 있다.

“위원회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에 불가분적으 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위원회는 그 요소들이 여성의 민족/인종, 원주민이거 나 소수자로서의 신분, 피부색, 사회경제적 위치와/혹은 계급, 언어, 종교 혹은 신념, 정치적 견해, 국가적 출신, 혼인 여부, 임부인 상태, 부모 신분, 나이, 도시 혹은 지방 에 위치함, 건강 상태, 장애, 재산 소유, 여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혹은 간 성의 여부, 문맹, 망명 희망, 난민, 국내이재민 혹은 무국적자 여부, 과부, 이민자 신 분, 가장 역할, 에이즈 감염 여부, 자유를 빼앗긴 상태, 성매매나 여성 인신매매 상태, 무력 분쟁 상황, 지리적인 고립, 인권옹호자들을 포함해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다 낙인찍히는 것 등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부정 적인 영향을 가진 다양하고 교차적인 형태의 차별을 여성이 경험하므로, 위원회는 여 성에 영향을 미치는 젠더에 근거한 폭력이 다양한 단계와 방식을 보이며, 이에는 적 합한 법적, 정책적 대응이 필요함을 인지한다.” -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일반권고 제35호 12, ‘범위’에 관한 내용 중 일부 번역

한국의 여성폭력에 관한 정책은 여성폭력 근절 및 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기본 이념과 원칙 없이 범죄 및 피해자 유형으로 구획되어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여성이 경험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형태의 폭력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체계가 미흡하다. 일례로 전국 장애인 가정폭력 피해 상담소와 보호시설은 각각 2개소, 3개소에 불과하며, 국비 지원을 받는 이주여성 성 폭력·가정폭력 피해 상담소는 단 한 개도 없다. 가정폭력을 비롯한 젠더에 기반한 여 성에 폭력에 관한 국가 정책의 수립·이행에 있어 포괄적이면서 개인 또는 집단의 특 성을 고려한 접근이 중요하다.

○ 다양한 단계에서 개입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자립 정책

<표-3> 가정폭력 전체 상담건수(가정폭력상담소, 1366)

18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년도

가정폭력상담소

1366

2012

118,178

94,985

213,163

2013

125,694

122,229

247,923

2014

143,190

137,560

280,750

2015

164,250

159,081

323,331

2016

178,533

164,937

343,470

2017

171,975

180,326

352,301

*출처 : 여성가족부 연차보고서 2012-2017을 재구성

<표-4> 가정폭력 사건 발생 현황 (단위: 건, 명) 발생건수

연도

(검거건수)

조치 검거인원

가정보호사건

구속

불구속

의견송치 인원

2012

8,762

9,345

73(0.8)

8,984

494

2013

16,785

18,000

262(1.45)

17,738

1,579

2014

17,557

18,666

250(1.3)

18,416

2,819

2015

40,822

47,549

606(1.27)

46,943

15,710

2016

45,614

53,476

509(0.95)

52,967

19,828

2017

38,489

45,206

384(0.85)

44,822

15,965

*출처 : 경찰청, 경찰백서(2005~2017)

<표-5> 가정폭력보호시설 입소현황 (단위 : 개소, 명) 연중 입소인원 연도

쉼터 수

2014

연중 퇴소 인원

입소 정원

소계

입소자

동반 자녀

소계

입소자 동반 자녀

69

1,147

4,140

2,551

1,589

4,132

2,555

1,577

2015

70

1,140

3,984

2,404

1,580

4,011

2,401

1,610

2016

67

1,133

3,415

2,102

1,313

3,434

2,110

1,324

2017

66

1,108

3,275

2,055

1,220

2,994

1,870

1,124

3,704

2,278

1,426

3,643

2,234

1,409

평균

*출처 : 여성가족부

위 표를 통해 가정폭력 상담건수 및 신고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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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만 상담건수 대비 신고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12.63%, 2016년 13.28%, 2017년 10.93%로,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가 상담만 하고 경찰에 신고하 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가정폭력 상담건수 352,301건, 가정폭력 신고건 수는 38,489건인데 반해 보호시설 성인 입소인원은 2,055명으로, 가정폭력 상담건수 의 0.63%에 해당하는 수의 피해자만이 쉼터에 입소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부폭력 발생률은 42.6%이나 신고율은 1.7% 에 불과해 가정폭력은 암수범죄가 매우 많음을 알 수 있고, 상담에서 신고, 쉼터 입 소까지의 인원으로 추정해 볼 때 전체 범죄 피해자의 극소수만이 쉼터에 입소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러나 가정폭력 지원정책들은 가정폭력 전체 피해자에 전면적인 이 해 및 장기적인 전망 없이 전체 피해자 중 극소수에 불과한 쉼터 입소자 위주로만 설 계되어 있고, 쉼터 입소 중에만 지원받을 수 있는 단기적, 일시적인 정책들이 추가되 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생활 기반 일체를 포기해야 하거나, 생활상의 제약, 동반자녀·반려동물의 입소 제한 등 여러 이유로 가정폭력 피해자가 쉼터 입소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쉼터에 입소하지 않았더라도 가정폭력 피해자로서 누릴 수 있는 지원 및 자립 정책은 더욱 다양해져야 하고 그 범위도 넓어져야 한다. 그 피해를 알리고 외부에 개 입을 요청하기 어려운 가정폭력의 특성상, 다양한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는 지원 및 자립 정책이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4. 나가며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성차별이 그 문제의 본질인 만큼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만 해결할 수 있다.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우선으로, 가정폭력 범죄를 개인 간의 문 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제대로 처벌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가정폭 력 피해자들이 사회적으로 구축된 지원 시스템을 어려움 없이 활용하고 이를 통해 폭 력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에 요구되는 시각이기도 하다.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관점으로 가정 폭력상담소를 운영하기 위한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가 내년 초 공식 발족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는 여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아 친밀한 관계 내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지원 체계를 구축, 보완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참고 문헌>

조재연(2018), "가족 내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다시보기", 2018년 제 1차 가정폭력방지 정책 포럼 <가정보호를 넘어 여성인권 강화를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실효성 제고 -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8차 권고 중심으로> 자료집, (재)한국 여성인권진흥원. 한국여성의전화(2017),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 - 현장의 목소리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밝.히.다 한국여성의전화(2017), 쉼터 30주년의 성과와 과제 - ‘보호’에서 ‘자립’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의전화(2013), 가정폭력방지법 전면개정을 위한 토론회 - ‘무력화된 현행법, 이대로 둘 것인가?’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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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한국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정’이란 무엇인가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한국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정’이란 무엇인가

김순남3)

1. 가정폭력은 사회 전반의 젠더정의와 정상성이 작동하는 규범을 질문하는 토대

-'가정'내의 폭력이 아니라 가정의 정상성을 구성하는 가치에 기반한 폭력들(즉, 정상 성 자체가 폭력과 연결되는 방식들-사랑과 폭력의 고리들, 사랑하니까 통제한다는 의 미들, 가족이니까 이래도 된다는) -'정상적인'가족규범이 공고할 수록 가정내의 폭력을 공론화하기 어려움 --'정상가족', '위기가족'이라는 정상가족이데올로기는 가족내부의 폭력의 문제를 은 폐시키며,

위기가족에 대한 낙인을 통해서 가정은 유지되어야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를 형성함 --"가정폭력근절을 위해서는 국가개입의 기초가 되는 가정폭력처벌법에서 가정유지와 보호의 관점을 폐기하지 않는 한 가정폭력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발제문)라는 것이 핵심적인 부분이며, 가정의 보호가 아니라 폭력을 종식하고자 하는 국가의 인식의 변 화와 개인의 인권의 관점 속에서만 가정폭력을 가정보호가 아닌 폭력의 문제로 인식 하는 접근의 변화가 가능 -특히, 여성들의 삶의 취약성은 가정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하는 조건 속에서 작동하며, 그러한 구조는 사회적으로 정상성을 공고히하는 젠더권력, 이 주자의 위치, 장애등 사회적 소수자의 다양한 조건과 교차되면서 작동 -이러한 맥락에서, 가정이라는 장소는 동등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떠한 시민을 정상화하는가, 어떠한 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바라보는가에 대한 사 회적인 규범과 교차되는 곳이며, 사회적인 규범은 이성애중심적인 성별권력뿐만 아니 라 신체정상주의, 호모포비아, 국가주의등이 작동하는 곳 -이렇듯,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정당화 하는 가치들은 사회 속에서 한 개인이 어 떠한 위치인가를 반추하는 토대이며, 이 사회에서 작동하는 관계의 ’정상성’이 무엇이

3)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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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그러한 정상적인 가치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차별, 통제를 은폐하고, 동시에 지속하게 하는 조건으로 작동함을 보여줌

2. 젠더체화 폭력과 젠더위계에 기반한 폭력들

-성별이분법에 기반해서 특정한 젠더규범을 체화시키고, 위계화시키는 폭력의 구조들 (여자가 나를 무시한다, 공고한 남자다움, 여자다움의 규범들)은 폭력의 문제를 사회 적인 약자, 여성 개인의 문제로 사고하기가 쉽고, 폭력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구조를 양산함(아내가 시댁에 가지 않아서, 자신보다 늦게 귀가해서 등(발제문)) -무엇보다, 가정을 유지하는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라는 인식은 '내가 더 노력하면 괜 찮아지겠지'라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폭력을 사소한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는 경 향이 강화됨. --이러한 인식은 젠더정의를 은폐하는 법적인 시스템(가정폭력 판결 사례에서 보여지 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판결과 해석의 차이들, 술에 취해서, 우발적이라서, 아내가 뭘 잘못해서...)속에서 강화되며, 신고 이후에 국가의 대응의 부재가 여성들을 폭력속에서 취약하고, 순응하게하는 젠더위계를 지속하게 함. -즉, 여성들이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무력한 존재로 만들어가는 국가, 사회의 폭력 카르텔이 핵심이며, 여성을 권리를 가진 개인이 아니라 가정에 종속되는 존재로 사고 하는 것과 연결됨. 무엇보다 발제문에서 조건부기소유예의 조건으로 제시되는 부부상 담이 "피해자에게도 잘못을 교정"하여야 하는 압박을 가중할 수 있다는 부분은 소수자 와 약자에게 가하는 사회적인 '교정'에 대한 규범과도 연결됨.

3. 가정폭력과 피해자다움의 의미들과 가치들

-무기력하고 순응적인 피해자의 이미지를 통해서 젠더위계와 젠더규범이 공고화 되는 방식들이 작동하며, 이러한 고정화된 폭력에 대한 이미지들과 사회적인 가치들이 가 정폭력의 대상으로서의 자신을 인정하기 싶지않은 구조를 양산함 -'예외적인'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정폭력의 이미지와 '낭만화된' 가정의 이미지를 통해 서 폭력과 차별을 공고히 하는 방식들이 작동함 --권리의 주체와 시민권과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보호받을 수 있는 피해자의 상을 통 해서 보호받을 수 있는 여성과 아닌 여성의 사회적인 구분들이 공고해짐.

26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4. 삶의 자립과 인권의 관점에서 가정/가정이 아닌 경계를 재구성하기

-가정폭력은 가족을 떠나서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자립이 가능한 사회와, 다양한 가족 들이 평등하게 존엄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모델들과 유기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 됨(즉, 한부모 가족들이 자립해서 살기 어려운 사회에서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 다른 관계나 삶으로의 이동은 제약될 수 밖에 없음) -또한, 소수자와 인권의 관점에서 모든 가족은 평등하다라는 인식이 가족의 '정상성' 을 해체하는 과정일 때, 가족상황차별 철폐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인식의 변화와 연결될 수 있음. -또한, 이혼절차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이후에 여성빈곤 문제와의 교차적인 접 근은 발제문에서 지적한데로 단기적인 지원정책에 대한 문제의식과 주요하게 만나며, 삶의 자립이 가능한 사회속에서 평등한 삶, 관계는 가능함을 보여줌(예를들면, Charlene, Sarah, Fran(2003)년 조사에서 연구참여자 110명 중에서 38%가 폭력 이 후에 홈리스를 경험함, 한국에서도 남성노숙자와 다르게 여성노숙자의 43.3%가 가족 문제-가정폭력, 친족성폭력 등-로 인해서 홈리스가 되었지만 여성노숙인과 가족문제 에 대한 접근은 부재 ) ---남성을 경유해서, 남성의 보호자로서의 여성의 삶이 아니라 인권에 기반한 권리의 주체로서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확장이 요청되는 상황에서 여성인권실현을 위한 전 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의 출범이 권리의 문제로서의 가족의 문제를 정치화하는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라 생각함.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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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가정’ 내에서 해결하라?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여성폭력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가정’ 내에서 해결하라?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여성폭력

김정혜

1. 법이 친밀관계에서의 폭력을 대하는 방식

형법상 친족간 범인은닉, 증거인멸, 친족간 권리행사방해, 절도, 사기, 공갈, 횡령, 장 물취득 등의 범죄 등은 처벌을 면제. → 사회 도덕규범에 부합하는 행위, 경제공동체로서의 가족의 성격.

살인죄(사형, 무기, 5년↑)/존속살인(사형, 무기, 7년↑)/‘직계존속의 치욕을 은폐하기 위한’ 영아살해(10년↓), 유기(3년↓)/존속유기(10년↓)/영아유기(2년↓), 상해/존속상 해, 폭행/존속폭행 → 전통적으로 형법은 직계존속에 대한 범죄를 가중처벌하고, 비속에 대한 범죄를 감 경함.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폭력범죄는 결과적으로 처벌을 면제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구성원간의 범죄에 대하여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과 같은 경 미한 제재를 가하거나 절차상의 특례를 규정한 법률’(17대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

즉, 가족관계에서의 불법, 폭력은 허용되며, 국가의 개입이나 개입의 정도는 선택적 임. 가족관계에 대한 국가 개입 태도는 사적 영역 내 자율적 해결의 필요성과 사회 규범의 반영이라는 두 가지 차원.

사적 영역으로서의 가정은 자율적 개인들의 자율성의 영역으로 전제됨. 사적 공간 내 에서의 관계들은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 호혜적 관계라는 가정에서 출발.

그러나 정상화되는 폭력은 아동에 대한 ‘체벌’, 아내에 대한 통제 등 사회규범에 부합 하는 행위임. 사회규범에 부합하는 권력의 불균형, 그로 인한 폭력과 차별 행위는 허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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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됨.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허용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도 함.

친밀성의 영역에서, 개인의 의사와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존중. 우리사회에서 국가의 형벌권은 당사자 간의 화해나 보상과 무관하게 작동해왔음에도4) 가정폭력에서는 형벌 권을 유보시키고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할 의무까지 부여. 그 결과, 친밀성 영역에서의 권력 유지.

경찰 설문 결과, 경찰의 소극적 대응의 이유로서, ‘경찰 개입 없이도 관계 개선 가능’, ‘부부 문제는 가정 내 해결이 우선’보다도 ‘적극 개입했다가 가족관계 악화 우려’가 훨씬 높게 나타남. 가정폭력을 사적 문제로 보는 인식은 약화되었으나, 가정 유지의 관점에서, 경찰의 개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 존재. ‘폭력에도 불 구하고 보호되어야 하는 가정’의 존재. 그 모순이 피해자 의사 존중으로 ‘해소’됨. 피 해자에게 책임이 넘어가는 것.

2. 피해자 의사 존중

● 피해자 의사 존중의 근거

가정폭력처벌법 제9조(가정보호사건의 처리) ① 검사는 가정폭력범죄로서 사건의 성질·동 기 및 결과,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 등을 고려하여 이 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검사는 피해 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 ②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제1항을 적용할 수 있다. 1.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가정폭력범죄에서 고소가 없거나 취 소된 경우 2.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가정폭력범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한다는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였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 제12조(법원의 송치) 법원은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한 피고사건을 심리한 결과 이 법에 따 른 보호처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사건을 가정보호사건 의 관할 법원에 송치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

4) 형사조정은 최근에 도입되었고, 배상명령은 거의 작동하지 않음. 회복적 사법의 이념은 최근의 것. 피 해자는 형사절차에서 당사자가 아니므로 배제되고, 참고인이자 증거로서의 지위.

32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 피해자 의사 존중 의무는 검사가 가정폭력범죄를 보호처분으로 처리할 때, 형사법 원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하여 가정법원으로 송치할 때 에 적용. 법 조항의 표현에 따르면, 형사범죄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고자 할 때 형사사건 대신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한 의사를 묻는 것이어야지, ‘형사 처벌을 하기를 원하는가’를 질문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될 것.

- 더구나 경찰의 피해자 의사 존중은 법적 근거도 없음.

● 피해자 의사 존중의 효과 - 가정폭력범죄 중에서 형법상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범죄는 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죄뿐이며 가족관계에서 처벌이 면죄되는 범죄는 공갈죄뿐 이지만, 피해자 의사 존중 의무 때문에 모든 범죄가 반의사불벌이 되는 효과. - 그리하여 상해, 중상해, 특수상해, 특수폭행, 유기, 학대, 체포·감금, 중체포·중감금, 특수체포·특수감금, 특수협박,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강간상 해·치상, 주거·신체 수색, 강요, 재물손괴죄도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 처벌을 면제할 수 있게 됨.

●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고 있는가?/확인할 수 있는가? - “형사처벌할 거예요?”: 폭력 피해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처벌’여부를 묻는 것의 적절성 문제. 처벌의 권한이 없는 피해자에게 처벌의 책임과 죄책감을 부여. - “가정 유지 안 할 거예요?”: 비난과 질문의 혼재.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가? - 가해자가 있는 자리에서 질문하기 - “A4 한 장 휙 던져놓고 갔어요”: 피해자 권리 고지의 형식성. 자유로운, 충분한 정 보에 기반을 둔 동의의 부재

● 피해자 의사의 추정 - “어차피 같이 살 거잖아요”: 가정 유지를 전제로 한 사건 처리. - ‘처벌 의사’조차 질문하지 않고 기록에는 ‘처벌불원’으로 남기는 사례들. -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 원하지 않아서 가정폭력 사건 처리가 어렵다고 하지만, 다른 가정폭력 사건들의 처리 경험을 토대로 이번 사건도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것’, ‘화해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질문조차 하지 않음. - 경찰이 충분한 확인 없이 가정 유지 의사를 추정할 경우, 피해자 지원 관련 정보의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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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이나 처벌 관련 정보 제공도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됨. 폭행 직후의 분리만을 원할 것으로 추측하고, 가해자를 연행했다가도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집으로 돌려보냄. 경 찰이 ‘개입’은 했지만 피해자는 아무 지원도 받지 않았다고 느끼고, 이후 신고를 포기 하게 됨.

● 가정폭력의 파편화 -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말라”: 이전의 폭력이 당사자간 관계에서 미치는 영향을 배제 - 통상의 형사사법절차에서 범죄 성립을 판단하는 방식의 반영. 살인은 이번에 그 사 람을 죽였는가, 폭행은 이번에 그 사람을 때렸는가가 쟁점이지 이전에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판단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 형법 체계에서 과거 범죄 전력 은 전과, 상습성으로서 별개의 구성요건이거나 양형에서 고려할 사항임. - 전체 가정폭력을 구성하는 각각의 사건들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된 사건으 로 사고되어,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피해자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은 축소됨. 때문 에 ‘폭력도 없는데 예민하게 구는 피해자’, ‘가정의 파괴자로서의 피해자’로 이해됨. 사전적 개입은 시도되지 않으며, ‘때리면 연락해라’, ‘못 나가게 하면 전화해라’, ‘지구 대로 전화해라’가 가능해지는 지점. - 그러나 가정폭력은 관계의 친밀성으로 인하여, 당사자들 간에 오랜 시간에 걸쳐 누 적된 행위와 관계들을 통하여 의미가 구성됨(스토킹과의 유사성). 위험성, 개입 필요 성, 필요한 개입의 종류 등의 판단은 당사자 간 누적된 경험에서 도출되어야.

34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가정폭력상담소의 역할

한선미/ 전주여성의전화 대표



가정폭력상담소의 역할 : ‘안전한 말하기’와 ‘폭력적 관계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함께하기5)

한선미6)

Ⅰ. 문제 이해의 출발 : 의문과 질문들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질문들이 필요하다. 1997년 가정폭 력을 범죄로 규정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들이 마련되 었음에도 우리사회에서의 가정(아내)폭력은 줄어들지 않는가? 그리고 왜 여전히, 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인가? 심지어 3~4일마다 한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게 살해되는 현실7)은 달라지기는커녕 왜 갈수록 더 위험해지는가? 그리고 여성들은 피해를 겪고도 말할 수 없는가? 피해를 말하는 순간 피해자비난의 2차 피해를 겪고, 죄책감에 고립되며, 분노할 권리를 빼앗기고 마는가? 극히 낮은 가정폭력 신고율 (1.7%, 2016년)은 극히 낮은 기소율(8.5%)과 무관한가? ... 그리고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그간 우리사회가 해온 질문의 방향은 적절 했는지부터 질문해야 한다. 가령, 우리는 여성폭력을 사회문제나 범죄로 규정하면서도 개인에게 어떤 원인이 있는지 질문하고, 개인적 요인을 찾고, 개인적 해법을 요구하는 가? ‘대인간 폭력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공통된 신념은 법의 시행이나 사법제도 뿐만 아 니라 종종 피해자, 가해자, 친구, 가족이 폭력을 용인하고 유지하게 한다(워렐&리머, 2004)’는 명제는 변화되지 않는 가정폭력의 현실의 근본원인을 잘 설명해준다. 어떤 사회문제든 구조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유독 여성들이 피해자가 되거나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위험에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

5) 본 원고는 필자의 논문 <아내폭력통념이 사법적 개입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14)>과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한 <2015년 전라북도 가정폭력실태조사>자료집에 실은 발제문, 올해 5월에 진행된 <5월 가정폭력없는 평화의 달 선포식>에서 필자가 작성한 선포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료집에 실린 원고 등을 재구성하였다. 이중 필자의 논문은 전북지역 사회복지기관 실무자 246명(여성폭력기관, 아 동·청소년기관, 부부·가족상담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전라북도 실태조사는 1,942명(여성 1,319명, 남성 576명)의 전북도민 설문조사와 피해자 설문(106명)으로 진행되었다. 6) 전주여성의전화 대표 7) 한국여성의전화는 매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을 취합·분석하고 있 다.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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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견고한 가부장제,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만 연을 외면하고, 여성폭력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미온적 사법개입, 피해자 비난과 통 념, 2차 피해 등의 무지하고 폭력적인 장애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가정(여성)폭력문제 를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든 안전하지 않 다. 그리고 가정폭력 상담지원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나는 이 러한 여성의 현실과 무관한가?’가정폭력상담소(지원자)의 역할 이해의 출발점은 이 질 문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Ⅱ. 가정폭력상담소(지원자)의 역할

1. 피해당사자(여성)들이 안전한 말하기를 통해 폭력적 관계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함 께하는

공간과 자원 : 이를 위해 서비스제공자에 그치지 않고, 중재자의 역할을 경

계하며, 지지와 옹호자로서의 역할정립이 필요하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이 구조적 문제라는 것은 어떤 여성도 이 문제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직접적인 피해와 가해의 맥락에 있 을 수도 있으며, 가족이나 지인, 이웃 등 어떤 형태로든 간접적으로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원자와 내담자라는 연관성은 피해당사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상담지원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관점으로 보는 가에 따라 문제 해결의 방향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상담지원과정은 이롭거나, 해롭거 나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는 단순한 엄포만은 아니다. 힘겹게 상담소의 문을 두드린 피해내담자가 이야기를 계속하여 문제해결까지 도달하는가, 아니면 도중에 중단하는 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에는 상담지원자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 본적으로 가정폭력상담지원과정은 피해당사자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피해경험을 말하 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는 상담지원자가 여성폭력의 문제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음 을 이해하는 것에 전제하며, 비난적인 여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지지한다는 신뢰관계에 기반한다. 본회의 경우, 당사자의 역량강화를 위해 10회기이상의 여성주의 개별상담과정과 의식 향상집단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주의(개인)상담에서는 피해경험에 대한 구조 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이를 전제로 당사자의 죄책감과 딜레마에서 벗어나 폭력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신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회 지속내 담자들이 참여하는 의식향상(CR)집단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다른 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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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안전한 말하기의 과정들을 통해 당사자들은‘누구에 게도 말할 수 없던 이야기를 용기내어 말할 수 있었고’,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에 큰 힘이 되고’, ‘(상담자가)편견없이 믿어주고, 온전히 말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많은 지지에 힘이 난다’고 이야기한다. 상담소가 존재하는 이유는 피해당사자가 폭력 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 방식과 과정은 어떤 비난도 없이 온전히 당사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이는 안전한 말하기와 지원과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2. 당사자관점에서의 사회적·사법적 해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 다. 가정(아내)폭력이 사회문제이자‘범죄’라는 인식에 동의한다면, 이에 대한 공적·사법 적인 개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사를 가져야 한다. 적극적인 개입정책의 여부는 범 죄에 합당한 대응책으로서 기능함은 물론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인식수준을 높이고, 예방 교육적 효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에 언급한 것 처럼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개입은 미온적이고 방관적이다. 문제는 가정폭력 상담소를 포함한 관련 기관 실무자 역시 사법적 개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요구와는 괴리를 보여주는 현실에 있다. 참조> 사법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동의정도 평균비교(5점척도) 피해 당사자

문항

유관기관 가정폭력 종사자 기관종사자

1. 가해자를 무조건 체포하는 제도 도입

4.01

3.75

2. 피해자에게 의사를 묻지 않고 가해자처벌

3.44

3.01

3. 가해자에 대한 상담보다 처벌이 강화

3.72

2.99

4. 피해자보호 강화를 위하여 접근금지명령 등의 절차를 간소화

4.14

4.07

5.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집에서 나가는 방식으로의 정책 변화

4.36

3.92

3.92

3.55

전체평균

3.48

4.22 3.77

<아내폭력통념이 사법적 개입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한선미,2014)> <전라북도 가정폭력실태조사(전주여성의전화, 2015)>

우리사회에서도 그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외국의 사법개입정책에 대한 동의정도에 도 구체적으로 반영된다. 각 문항은 5점 척도로 구성되었다. 피해당사자들은 무조건적인 가해자 체포 제도8)와 ‘접근금지명령 등의 절차간소화 방 8) 사법기관에서 미온적인 대응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체포우선주의’가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 는 시각이 많다. 체포우선제도의 목적은 ‘피해자를 차별하는’ 경찰관의 재량권을 축소하기 위한 것으 로(Stark, 1993; 주명희, 2006 재인용), 가정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사건에서도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 로 경찰이 체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체포가 능사가 아니며, 추가폭력 등의 위험 등 한계 역 시 지적(Crane, 1987; 주명희, 2006 재인용)되고 있지만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임을 알게 하거나,

‘가정’폭력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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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 필요성에 대해서 높은 동의를 보인다. 이는 현재의 사법체계가 피해당사자의 적극적인 보호요청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 가 아닌 가해자가 집에서 나가는 정책’9)에 대해서 가장 높은 동의를 보인다. 즉 안전 과 생활에 대한 보호조치 관련 항목에 대한 절대적인 필요를 호소한다. 이는 피해자 임에도 오히려 자신의 집을 두고 숨어지내야 하는 불안함과 부당함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피력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동일한 문항으로 조사되었던 선행연구(한선미, 2014)에서 가정폭력기관은 평균 3.77로 유관기관 종사자 평균(3.55)보다는 높지만 피해당사자에 비해 다소 낮은 동의 정도를 보인다. 특히 ‘가해자의 퇴거나 분리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동의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가해자에 대한 체포 우선제나 처벌방안’에 대해서는 피해자보다 낮은 동의 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 된 바 있다. 유관기관 전체로는 다른 방안에 비해 ‘가해자상 담보다 처벌강화’ 방안을 가장 낮게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가정폭력 기관을 비롯한 유관 기관종사자들은 외국과 같은 체포우선제도나 강제기소정책보다는 상담개입이나 피해자보호조치를 좀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개입 이나 사법체계의 필요성은 기본적으로 피해‘당사자’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에 있다 고 할 때, 특히 가정폭력기관은 피해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할 때,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사법적 개입에 대한 호소를 지 지하고 옹호하는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이혼의사나 처벌의사 여부 등 기계 적인 피해자 의사존중 방식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안전할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이 우선되고, 가해자 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때,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사라질 때 그리고 다양한 가족이 인정될 때, 피해생존자가 두려움없이 말할 수 있다. #metoo 즉 피해를 말하는 것은 무조건 지지되어야 한다. #with you의 연대의식은 나도 나의 가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에서 출발한다. 생존자의 말하기와 가정폭력기관의 연대는, 문제의 실체를 드러내고, 해결에 기여하고, 우리의 안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

체포된 가해자 집단보다 상담의뢰된 가해자집단의 폭력재발율이 높다는 연구결과, 가정 내 살인사건 의 감소(Sherman, 1994; 주명희, 2006 재인용)등 체포우선 또는 강제제도의 효과성 또한 입증되고 있다.(한선미, 2014 재인용) 9)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보다 강화된 피해자보호조치를 위한 민·형사상 개혁을 실행하고 있다. 1997년 오스트리아는 기존 쉼터이용 중심의 가정폭력대응시스템에서 ‘가해자가 집을 나가야 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통해,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불이익을 강조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영국도 1996년에 점유명령(occupation orders)으로 피해자 권리를 강화시켰으며, 독일의 경우도 가 해남편이 일시적, 영구적으로 집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긴급명령신청을 대폭 간소화하였다. 이와 같은 법적 조치를 통해, 유럽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가 집을 나가는 형태로 정책을 전환해, “경기를 잘못한 사람이 경기장에서 퇴장해야 된다”는 인식전환이 확산되고 있고, 예방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 고 있다(김은경, 2003; 한선미, 2014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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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생존자 관점에서의 지원(안전한 말하기)을 위한 통념과 2차피해 점검 1. 여성주의적 관점과 개입(구조의 문제로 보는 역량) 왜 대부분의 성인피해자가 여성인지에 대해 질문과 해법을 가져가는 과정이 필요하 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견고한 가부장제,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 으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조적 관점을 견지하지 않으면 지원방식과 방향은 결국 피해자 개인의 원인-피해당사자의 유발- 과 해법-피해당사자의 책임, 가해자와 의 의사소통 중재-으로 귀결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온 피해당사자에게 2차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 견지하기 위해서는 아내폭력에 대한 상담지원자의 통념을 점검하는게 우선한다. 이러한 통념은 대부분 폭력의 원인을 해석하고, 해법을 규정하는데서 발생한다.

2. 가해자 상담에 편중된 가정폭력 상담현장의 문제 2000년대 초반부터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하기 시작한 정부지원의 ‘가해자교정치료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가해자상담은 현재 많은 상담소들의 중심사업이 되어 있는 현실이다. 오히려 피해자지원이라는 상담소의 근본적 존재이유와 활동이 외면당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더욱이 문제는 내담자와의 라포형성을 기본으로 하는 상담의 특성상 가해자 상담은 가해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정폭력상담 소가 피해자와의 중재적 접근을 취하게 하는 근본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가정폭 력이 범죄라는 당위가 희석되고, 가정폭력이 단순한 부부갈등과 의사소통의 문제로 해석되며, 사법적 개입에 대해 미온적인 현장의 인식으로 연결된다. 앞서 말한 대로 이는 가정폭력상담소가 피해생존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 자의 중재기관으로 자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부부폭력, 상호폭력이라는 명명에 대한 경계 이러한 용어는 남성과 여성간의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에 대한 맥락이 배제한 것으로 여전히 대부분의 피해자가 아내인 현실을 설명하지도 못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을 모호하게 만든다. 본회의 조사(2015)에 의하면 신체적․성적 가해를 하는 이유에 있 어 성별차이는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여성들의 가해이유는 주로 폭력을 당하 는 와중에 자신을 보호하거나(92%), 앞으로 더 이상 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82%),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69%)로 나타났다. 즉, 지속적인 피해를 당하다가 자 신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남성의 가해이유는 주 로 내 말을 무시해서(65%)로 아내에 대한 통제적인 의도를 가지고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경찰 등 사법기관뿐만아니라 가정폭력기관도 피해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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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대응시 당장의 폭력상황에서만의 신체적 피·가해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폭력적 관계의 탐색이며, 이는 과연 누 가 지속적인 피해자였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4. 중립적 태도에 대한 오해 가해자와 피해자에 사이에서 치우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마치 균형잡힌 중립이나 객관성으로 오해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피해를 호소해도 ‘부부사이 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둘 다에게 들어봐야 한다’며 판단을 보류하는 태도가 피해 당사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민감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폭력을 가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가해와 피해 사이의 중립적 태도, 그 자체가 2차 피해일 수 있 으며, 정상가족주의와 연결되어 결국 ‘가족내에서 일어나는 폭력범죄에는 개입하지 않 음’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중립은 피해와 가해에 대한 도덕적 판 단을 보류하는 것이 아니며, 피해당사자의 과거 혹은 미래의 판단과 선택에 대해 존 중하고, 관련자의 가치관으로 지시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데 있다.

5. 정상가족의 보호라는 신화에 대한 경계 우리 사회는, 상당수의 가정폭력상담현장에서 조차도 피해여성에게 가정을 유지할 것 을 요구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유관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선미, 2014)10)에 의하면 가정폭력 현장 종사자들은 ‘법적개입이나 역량강화를 중심으로 하 는’ 여성주의적 개입(37%)보다는 ‘가정회복과 소통개선을 중심으로 하는 개입’(63%) 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정회복과 의사소통개선 접근’을 선호하는 경우에 아내폭력통념의 정도가 높고, 사법적 개입은 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는 일부 가정폭력관련기관의 가정보호적 관점, 아내폭력에 대한 편견적 인식으로 인 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으며, ‘무수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사법개입 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피해여성들의 현실과는 괴리될 뿐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미 온적 개입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폭력이 있더라도’ 가정은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는 견고한 인식은 결국, 가정을 지켜 야하므로, 피해를 사소하거나 사적인 것으로 축소하고,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잘못이 있으니 침묵하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렇듯 정상가족의 신화는 피해당사자에게 인내와 순응을 요구하고, 분노와 저항을 폭력피해의 빌미 내지는 쌍방폭행으로 왜곡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정상가족이데올로기가 비정상적인 폭력을 감추는 위험에 대해

10) 유관기관 종사자 246명 중 가정폭력기관 종사자 30명에 관한 분석으로, 이는 전체대상자의 결과-가 정회복 및 의사소통개선(65%), 법적개입 및 역량강화 접근(35%)와 거의 동일하다(한선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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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수용될 때, 피해당사자와 자녀들이 ‘고립’ 대신 ‘선택’의 권한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6. 2차 피해에 대한 성찰과 주의 : 피해자 비난, 성역할 편견, 아내폭력통념 전북지역 관련기관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한선미,2015)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아내폭력통념은 중간정도의 수준으로, 관련 실무자의 절반 정도가 통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법제정 초기의 연구결과11)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 다. 그 정도가 높은 통념으로는 ‘부부사이에 있는 여러 문제’ 중 하나, 즉 부부갈등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거나,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음’에도 떠나지 않는 아내에 대 한 편견, ‘상담이나 치료를 받으면 폭력이 없어질 것’이라는 상담만능적 인식, ‘아내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피해유발인식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은 피해를 유발 하는 언행이나 행동을 하지 않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폭력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假定)에서 출발하며, 이는 폭력의 맥락과 성별권력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같은 연구에서 성역할고정관념이 높을수록 아내폭력통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결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즉, 아내폭력 통념은 가정 내 부부사이에는 대등한 힘과 권력이 있으므로 피해여성들이 노력할 의 사만 있다면, 얼마든지 폭력적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그럼에도 폭력적 관계가 변화되지 못하는 데에는 피해자가 뭔가 가해의 빌미를 주거나, 무기력 등의 심리적 취약성이 있거나, 대응하거나 시도하지 않는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내폭력에 대한 몰이해 및 잘못된 통념은 사회적 편견으로 구조화되며 피해자 비난 태도와 결합하여 결국 2차 피해12)라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아내폭력에 대한 2차 피해에 관한 논의나 연구는 성폭력에 비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차 피해 는 실제로 피해당사자로 하여금 문제의 해결보다는 문제를 지속시키는 방향으로 유도 하게 된다. 어렵게 자신의 피해경험을 호소한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 이러한 통념적 반응들은 피해자인 자신에게 ‘뭔가 잘못이 있다’는 ‘비난’을 하는 것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 또는 ‘죄책감’을 갖게 되고, ‘상의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은 ‘좌절과 고립감’으 로 연결될 수 있다. 피해당사자의 말하기를 옹호하는 역할을 하는 가정폭력기관이 2 차 피해를 성찰하고 주의해야하는 이유이다.

11) 유만수(2000) : 조사대상자인 가정폭력관련기관 실무자(상담원, 사회복지사, 경찰, 의료종사자, 공무 원 등)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7.9%가 아내구타에 대한 왜곡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 었다. 12) 2차 피해란 피해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편견과 통념 으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모든 피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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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워렐, J. · P. 리머. 2004. 『여성주의상담의 이론과 실제』(김민예숙·강김문순 옮김). 서 울: 한울아카데미 전주여성의전화(허민숙·김홍미리·한선미). 2015. 전라북도가정폭력실태조사 한국여성의전화. 2011.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을 통해 본 가정폭력 ‘2차피해’ 사례 연구보고회 자료집 한선미. 2014. “아내폭력통념이 사법적 개입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사회복 지실무자 중심으로.” 한일장신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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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2018년 11월 28일(2018-14) ■ 발행처│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준)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국회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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