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성폭력 피해자, 피해자, ‘‘민사소송’을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일시 : 2018. 11. 28(수) 14:00 - 16:30 장소 :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 주최 : 한국여성의전화,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순
서
사회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당사자 발언 당사자 발언 1 당사자 발언 2
발제 성폭력 피해와 민사소송 _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성폭력 피해 보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사례와 법적 쟁점 _ 김재희 변호사
토론 민사소송을 통한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행사의 의미 _ 박윤숙 (사)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둘러싼 논의 _ 전해정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비교 : 배상과 보상을 중심으로 _ 김현숙 홍익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원
종합토론
2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목
차
성폭력 피해와 민사소송 · 최선혜
5
성폭력 피해 보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사례와 법적 쟁점 · 김재희
19
민사소송을 통한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행사의 의미 · 박윤숙
39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둘러싼 논의 · 전해정
51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비교 : 배상과 보상을 중심으로 · 김현숙
61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3
4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성폭력 피해와 민사소송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성폭력 피해와 민사소송 :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 배상의 어려움과 의미
최선혜1)
들어가며
2018년은 어느 해보다 한국사회의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용기 있는 말하 기가 많이 일어났다. 그동안 너무 ‘일상적’이어서 그것이 폭력인지 인식하지 못하였거 나, 그것이 폭력이라고 인식해도 자신의 피해에 대한 ‘말하기’가 생존권의 ‘위협’으로 둔갑하는 경험을 통해 여성들의 말하기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용기 있는 발화는 화자와 청자의 연대를 만들어냈고, 이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기폭제가 되었다. 피해자들은 폭력 피해를 드러냄으로서 한국사회의 성차별·성폭력 문제를 고발하고 본 인에게 폭력을 가한 가해자를 사회 시스템 내에서 책임질 것을 요구하였다.
무엇보다 성폭력은 사회적 범죄이다. 범죄 피해자로서 피해에 대한 회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피해자의 권리이다. 형법, 성폭력특별법에 의해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며, 수사·재판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배상’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 념, 입증의 어려움, 수사·재판기관의 성폭력 사건의 몰이해로 인해 2차 피해 등 그 ‘위법성’을 인정받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소송 의지’ 는 많이 약해진다. 또한 민사 소송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이를 통한 배상의 여러 한계들이 있다.
여기서는 성폭력 피해 배상의 어려움과 이를 통한 민사소송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자 한다.
1)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7
상담통계를 통해 본 성폭력 특성
다음은 2017년 본회 상담통계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표 1. 성폭력 피해 유형별 현황>
강간
유사강간
성추행
건수 비율(%) 성적목적을
166 11.4
34 2.3
330 22.6
위한
성적모욕·비
성관계강
변태적
공공장소침
난·의심
요
성행위
입행위 12 0.8
218 14.9
129 8.8
31 2.1
카메라 등
통신매체
스토킹을
이용촬영 62 4.2
이용 음란 50 3.4
동반한 성폭력 98 6.7
미파악
기타
합계
91 6.2
241 16.5
100 * 중복 응답
성폭력 피해 중 성추행은 22.6%(330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성적모욕·비 난·의심이 다음으로 14.9%(218건)로 나타났다. 강간이 166건으로 11.4%를 차지했으 며, 그 외 성관계 강요, 스토킹을 동반한 성폭력, 카메라 등 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 음란, 변태적 성행위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내용으로는 피임 거부 및 강제 질내 사정, 낙태 강요, 낙태 사실을 알림, 성병 감염 등이 있었다. 이처럼 성폭력 피해를 살펴보면 성폭력임에도 형사사법 체계 내에서 ‘범죄’로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음 을 알 수 있다.
<표 2. 성폭력 피·가해자 관계 분포> (전) 배우자
친족
(전)애인,
인터넷(채
직장
동급생,
교·강사,
데이트 상대자
팅 등)
관계자
선후배
교수
건수
60
69
206
30
212
40
17
비율(%)
6.9 동네사람,
7.9 서비스
23.7
3.5 모르는
24.4
4.6
2.0
제공자 11
미파악
기타
합계
건수
지인 등 67
18
78
869
비율(%)
7.7
1.3
2.1
9.0
100
단순대면인 27
사람 34
3.1
3.9
전체 성폭력 피해 상담 869건 중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는 8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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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95.17%를 차지했다. 성폭력 피·가해자 관계 분포를 살펴보면, 직장 관계자가 24.4%(212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전·현애인, 데이트 상대자 등이 23.7%(206건)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친족 및 전·현 배우자가 14.8%로 나타났다. 기타 로 주택 임대인-임차인, 택시 등의 차량 기사-탑승객, 통역 의뢰인 등이 있었다. ‘기 타’, ‘모르는 사람’과 ‘미파악’을 제외하면 전체 성폭력 피해의 85%가 피해자와 아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대부분 ‘아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특성으로 볼 때 폭력 피해는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은폐되기 쉽다.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라면 폭력은 관계가 지속되 는 한 드러나기가 더욱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가 문제 제기하는 시점에 이러한 맥락 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성폭력 피해 869건 중 2차 피해 경험이 드러난 사례는 총 168건으로, 전체 피해자 중 19.3%가 2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2차 피해 내용이 주된 상담 내용에 포함된 사례만을 한정한 건수로, 더 높은 비율로 2차 피해 경험이 발생 할 것이라 추정된다. 직장에서 겪은 경우도 18%로 높게 나타났는데, 사건 처리 과정 에서 회사가 가해자의 실명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고소하거나, 고용주가 검 찰 기소 전 신고 철회하라고 강요·협박했거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가 가중 된 사례 등이 있었다. 경찰, 검찰 및 법원의 2차 피해 건수는 17.5%로 그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1%대의 낮은 성폭력 신고율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 이 경찰 및 검찰 단계에 도달하지조차 못한다는 현실을 상기해 보면 매우 높은 비중 이라 볼 수 있다. 신고 접수단계에서 경찰이 “모텔 가는 것 자체가 동의 아니냐? 왜 처음부터 신고하지 않았느냐”, “신고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고 무고죄로 될 수도 있 다”는 말을 하며 피해자를 위축시키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등의 사례는 수 사·사법기관의 2차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성폭력 피해 배상의 어려움과 제언
1) ‘합의’와 ‘가짜 피해자’
A씨는 직장의 사업주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평소에도 사업주는 A씨 에게 성희롱을 일삼았으며,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 남편으로 인한 빚을 변제해야 했고, 세 아이의 양육비를 혼자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참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9
으며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 월급을 가불 받은 사실이 있기 때 문에 사업주는 A씨의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사업주는 A씨를 끌고 가 제압한 후 강간 하였고, 이 일로 A씨는 병원에 2주간 입원을 하게 되었 다. A씨는 가해자를 고소하였으나, ‘합의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은 인지 에 의해 A씨는 무고로 기소하였다. 이 사건의 검사는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님에도, 합의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고소하였 다고 하여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로 기소하였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합의 요구가 있어 경찰서에 갔음에도 경찰로부터 “별 것도 아닌 일로 300만원 받게 해줬으면 된 거 아 니냐”는 말을 들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피해자는 끊임없이 본인의 진술을 의심 받았고, ‘남편하고도 하는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피해자 조사를 받아야 했다. 병원비와 3개월 치 월급을 합하여 400만원을 합 의하고 가해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이 당시 검사에게는 ‘무고인지’의 근거가 되었 다.
‘형사합의’는 가해자가 자신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피해에 대하여 일정한 정도 의 보상 등을 약정하고, 그 반대급부로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형사상의 책임을 묻 지 않은 것을 내용으로 하는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상호 의사표현의 합치로 정의된 다.2) 그러나 이는 피해의 실질적 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이라는 피고인의 행위로 이해됨으로써, 피해회복이라는 요소가 피고인의 관점으로만 평가되 는 결과를 가져온다.3) 이에 가해자의 합의 시도는 피고인의 방어권이라는 맥락으로 이해된다. 오히려 부당한 조사과정을 경험한 성폭력 피해자가 형사소송 대신, ‘합의’ 를 통해 피해회복을 받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어떤 이해도 받 지 못한다. ‘성폭력’이라는 위법행위를 통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고자 하는 노력은 ‘가 짜’ 성폭력 피해자의 다른 의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배상 요구는 심지어 성폭력 무고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2) ‘인정’ 받기 쉽지 않은 성폭력의 위법성과 ‘성폭력’ 개념의 확대
범죄피해의 경우 일차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형사소송이다. 이를 통해 성폭력 범죄 사 실에 대한 인정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실제 성폭력 피해자를 지 2) 형사합의가 양형에 미치는 효과분석: 성폭력을 중심으로, 기광도, 한국피해자학회(2015) 3) 형사절차에서의 협상과 합의 ; 형사소송절차상 관행으로서 형사합의에 관한 실증적 연구, 장다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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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성폭력 상담소에서는 민사소송보다는 형사소송을 지원하는 경험이 더 많음을 체감하고 있으며, 본회 역시 2017~2018년간 법률구조로 지원한 사건을 파악해보면 성폭력 피해자의 형사소송 건이 민사소송 지원 건의 약 2배 높게 나타난다.
성폭력 피해자는 형사소송을 통해 그 행위가 ‘범죄’임을 확인받고, 그 후에 민사소송 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문제이긴 하지만, 형사소 송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불법행위의 ‘위법성’임을 인정받는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형사소송을 통해 그 ‘위법성’을 입증 받는 일은 결코 쉽지 않 다. <표 3> 성폭력사범1) 접수 및 처리현황 (단위: 명(%) 처리현황 소 구공판 기
접수
간
(신수)
처분계
불기소2) 불기소
기소계 (기소율 )
계
기타3)
구속
구약식
(율)
보호
계
기소유
기타계
사건
(불기
예(율)
(비율)
송치
소율)
(율)
14 30,735
30,523
12,891
11,742
2,550
1,149
11,324
4,862
6,308
1,000
15 35,046
34,826
(42.2) 12,513
11,651
(8.4) 2,441
862
(37.1) 13,691
(15.9) 6,711
(20.7) 8,622
(3.3) 946
16 37,808
37,594
(35.9) 12,417
11,711
(7.0) 2,294
706
(39.3) 15,000
(19.3) 6,973
(24.8) 10,177
(2.7) 1,060
(39.9)
(18.5)
(27.1)
(2.8)
(33.0)
(6.1)
*
자료: 법무부, 정춘숙 의원실 제공 자료(2017년 4월) 재구성
주 1) 관련 죄명 : 형법상 강간과 추행의 죄, 강도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성폭력범 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아동․청소년에대한강간․강제추행등), 아동복 지법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상습강간․강제추행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강도강간, 특수강간) 2) 불기소 : 혐의없음, 기소유예,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3) 기타 : 기소중지, 참고인중지, 보호사건송치, 타관이송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넘었고 법률상 처벌 규정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여 성가족부의 2016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고률은 1.9%에 불과하다. 성폭력사 범에 대한 기소유예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피의자 10명 중 6명은 기소조차 되지 않 는다. 기소 이후에도 제대로 처벌되는가도 확신할 수 없다.
또한 3심까지 진행될 경우 소송 기간만 약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신고, 수사 단계, 재 판 과정에서 수많은 의심과 통념에 맞서 지난한 기간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11
는 범죄 피해자로서 자신의 경험한 인권 침해 행위의 위법성을 밝히고, 이에 대한 마 땅한 처벌이 피해자에게 회복과 역량강화의 과정일 수 있으나, 현재 이러한 형사소송 의 체계 내에서 피해자는 지치고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전가되는 입증 책임과 성폭력 입증의 어려움, ‘폭행과 위협’을 전제로 하 는 ‘최협의’의 성폭력 개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념 등으로 인해 형사사법 체계 내에서 ‘성폭력’으로 인정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사소송에서 ‘성희롱’과 관련된 판례에서 보면 형법, 성폭력특별법 등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범죄에 이르지 않아 도 위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4) 형사사법 체계 내에서 성폭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별개로, 위법한 행위로서 ‘성폭력’ 개 념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피해 회복의 방법으로 민사소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성폭력 피해자로서 권리가 삭제되는 민사소송
피해자 B씨는 모르는 사람에 의해 강제추행 및 상해 피해를 입었다. B씨는 성 폭력 피해자로서의 소송 과정 중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요구하였 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조서 중 B씨의 직장이 언급되어 있는 부분이 지워지지 않고 가해자 측에 등사가 이루어졌고, 증인으로 나간 피해자의 신문 사항으로 이용되었다. B씨가 문제 제기 하였으나 판사는 그대로 속행하였다. B씨는 자신 의 직장 근처에 살고 있는 가해자가 찾아올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성폭력 피해자 C씨는 형사소송 이후,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 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에서 재산명시 결정문을 가해자에게 보내면서, C씨의 주 민번호 13자리, 상세주소가 노출되었다. C씨가 결정문을 확인하고 법원 실무관 에 항의하였으나 법원 실무관은 법원에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송 달을 막을 근거가 없다며 다시 송달 처리하였다.
4) 그것이 상대방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정도에 이 르는 것은 위법하여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 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령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 라 결정되어야 한다.(대판 1996. 1. 26. 선고 95다 46890),
12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전담조사제, 성 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의 배려 등 수사· 재판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권리는 성폭력특별법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 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23조 ‘피해자, 신고인 등에 대한 보호조치’에서 수사 또는 재판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 혹은 성폭력 범죄를 신고(고소·고발)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할 때,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하 범죄신고자법)’의 규정에 따라 범죄신고자의 인적사항(성명, 연령, 주소, 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은 기재하 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24조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 밀 누설 금지’에서 수사 또는 재판과정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개인정보(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밖에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를 누설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벌칙조항도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을 진행하면서 피해자의 개인 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경우도 종 종 발생한다. 위 사례와 같이 소송 중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피해자는 보복 등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피해자가 온전하고 자유롭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 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문제인 것이다. 국가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미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정보가 노출된 피해자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또 다른 소 를 제기하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성폭력특별법에 보장된 수사·재판과정에서 의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는 형사소송에 적용되는 권리이다.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 해서는 자신의 인적 정보가 가해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동안 보장 받았던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민사소송과 민 사집행에 있어 피해자의 인적 사항에 대한 보호 없이 피해자는 ‘보복당할 위험이 있 는’ 손해배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사·재판상에 보장되어야 하는 성폭력피해자의 권리는 형사소송만을 위한 것은 아니 다. 민사소송 및 민사집행법 개정을 통해 성폭력특별법에서 규정하는 성폭력 피해자 에 대한 권리 보장은 민사소송을 진행하는데 있어서도 준용되어야 할 것이다.
4) 성폭력피해의 시효와 실질적인 손해배상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13
성폭력 피해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D씨는 조정으로 소송을 마쳤다. 2심까지 가 는 형사소송 이후 성폭력 피해로 인한 상해로 인해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고 정신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이 후 D씨가 회복 기간을 거쳐 민사소송을 제기하 고자 하였을 때는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경과하였다. 시효를 법정에서 다툴 수 있었으나, D씨는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기에 조정 권고를 받아들였다. 당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뿐 아니라 피해로 인해 장기간 일을 하지 못 하는 등의 손해가 있었음에도 병원 치료 실비 정도의 액수를 배상 받는 것으로 종결하였다. E씨는 초등학교 때 운동부 코치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지만 가해자의 협박 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였다. 그동안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후유증으로 인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20여년이 흐른 후, E씨는 가해자가 그 학교의 교직원으 로 근무하는 것을 알고 학교에 알렸다. 그러나 학교는 가해자를 징계하는 대신 자진하여 사퇴하게 하였을 뿐 이에 대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미 공소 시효는 도과하여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성폭력특별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등을 통해 늘어나거 나 폐지되었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750조에 따르면 범 죄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범죄 발생일로부터 10년으로 규정되어 있다.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면 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그 후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긴 소송 기간과 형사 소송에서의 어려움은 가해자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피 해자가 바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수 있다. 위 사례의 경우처럼 재수술을 받는 등 상해의 피해가 계속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소위 ‘도가니 사건’으로 알 려진 인화학교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2011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및 우울장애 진 단 등을 받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 상청구’가 기각되었다. 아동이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계속하여 영향력을 미치고 있 는 상황에서 형사 뿐 아니라 손해 배상을 위한 소송을 진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피해가 장기간 진행 중이거나, 피해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드러나는 경 우가 많다. 따라서 민사 소멸시효 적용에 있어 이러한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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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적정한 수준의 손해배상액, 배상의 실질적인 이행, 배상명령제도 활용, 국가 및 학교, 사용자 등 가해자 이외에 성폭력 피해 이후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 있는 대 상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상명령제도는 법원이 직권 또는 피해자ㆍ상속인의 신청에 의해 별도의 민사소송 없 이 범죄행위로 인한 물적 피해, 치료비 및 위자료를 피고인에게 배상하라고 형사사건 유죄선고와 동시에 명령하는 제도이다. 2009년, 성폭력 범죄도 배상명령 대상에 포함 되었다. 대부분 민사소송은 형사소송 이후에 제기한다는 점을 볼 때 긴 소송 기간은 피해자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준다. 이에 형사소송으로 배상이 가능한 배상명령 제도 를 이용하는 것은 이 같은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효용성 은 의문이 든다. 지난 5년간(2012년-2016년) 통계를 보면, 신청 건수는 늘고 있는 것 에 비해 법원의 인용율은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배상명령 액수도 계속 감소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성폭력피해자가 이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 되어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에 따른 적정한 피해 배상액을 산정하고, 소송 중에 가해자가 재 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배상의 실질적인 이행이 이루어질 수 있 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가는 성폭력 수사·재판 과정에서 만연한 인권침 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하며, 피해자가 학교, 공공기관, 사업주 등 원인을 제공하거나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대상, 언론에 의한 인권침해 등에 대해 손 해배상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미투 운동 이후 이를 통해 용기를 얻었거나 피해 경험이 되살아나 상담을 요청한 경 우가 많았다. ‘언론에 나온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와 같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 가 경험한 것이 폭력임을 알았다’, ‘예전의 경험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같아 고통스럽 다’ 등을 호소한다. 이들은 예전에는 ‘성폭력’으로 개념화하지 못한 경험을 재개념화 하고,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 할 수 있는 것, 해도 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실행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용기에 사회는 이 일이 제대로 처리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응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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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국사회가 보여주는 태도는 수많은 여성폭력 피해 자를 ‘망설이게’ 한다. 이 사회가 바라보는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의 원인을 제 공하였거나, 심지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문제 제기하는 예민한 사람이거나, 다른 의 도가 있는 사람인 것이다. 이는 문제 해결의 과정을 또 다른 문제와 인권 침해를 양 산하는 과정으로 만들었다. 범죄 가해자에 대해 정확하게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 어야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임’을 져야할 주체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제도’ 속에 숨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힘이 되는 판결문이 나오길 바란다” 성폭력 피해자를 둘러싼 통념에 가득한 사회적 해석은 성폭력 피해자들에 ‘제대로 해 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확실성을 준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배상 청구의 어려움과 한계는 성폭력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위축시킨다. 패소 시 피해자가 떠 안아야 비용 역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데 걸림돌로 작동한다. 이로 인해 여 성들은 소위 ‘승소’할 수 있을 때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충분한 배상을 담보하지 못 한 채 조정 등으로 종결하는 경우도 많다.
민사소송은 성폭력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더욱 당당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성폭력 피해자를 둘러싼 통념과 쉽지 않은 소송 과정, 그리고 패소 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두 당사자가 민 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에 대한 정당한 회복을 할 수 있 도록 피해에 ‘부합하는’ 손해액을 산정하고, 성폭력 피해의 대한 이해를 볼 수 있는 성폭력 민사소송의 판례를 만들어 내고자 한 선택이었다.
성폭력 민사소송에 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이 과정에, 두 당사자들의 용기 있는 여정에 많은 여러분들이 연대하여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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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오정진, 박선영(2003), 「성폭력 피해배상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여성개발원 한국성폭력상담소(2016), 「성폭력 피해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전망」 장다혜(2012), “특집: 형사절차에서의 협상과 합의 ; 형사소송절차상 관행으로서 형사 합의에 관한 실증적 연구, 「형사정책」 24권 3호, 한국형사정책학회 기광도(2015), 형사합의가 양형에 미치는 효과분석: 성폭력을 중심으로, 「피해자학연 구」 23권 2호, 한국피해자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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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보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사례와 법적 쟁점
김재희/ 변호사
성폭력 피해 보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사례와 법적 쟁점
김재희5)
Ⅰ. 들어가는 말
우리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 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성폭력이라는 위법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자는 당연히, 위 규정에 따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성폭력 사건을 다수 진행하는 변호사로서, 다른 범죄 피해와 달리, 유독 ‘성 폭력이라는 범죄’에 대하여는 피해자가 법률규정에 따른, 금전적 배상을 청구하였을 때, 다른 잣대를 적용하여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형사소송에서 유 죄가 확정되어 불법행위가 입증되었음에도 민사소송을 포기하거나, 진정한 합의 의사 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형사소송 과정에서 합의를 하여, 성폭력 가해자에 대하여 내 심의 의사에 반한 감형 사유를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성폭력 사건에 있어, 국민 정 서와 달리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경한 처분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성폭력 피해자들은 다른 범죄 피해자와 달리, 민사소송을 포함한 일체의 피해배상 을 포기하거나, 내심의 의사에 반한 합의를 선택하는 것인가?
범죄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는 피해자의 당연한 법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 회는 유독 성폭력 범죄에 대하여만 피해자가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는 정황이 존재하 는 순간, ‘꽃뱀 프레임’이 작동된다. “성폭력 피해자는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 이외에
5) 김재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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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요구하면 안 된다”는 ‘완전무결한 성폭력 피해자상’에 대 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성폭력 피해자들은 형사 사건에서 범죄행위가 명확하게 입증되기 이전까지는 합의를 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는 형사고소를 당하고 수년에 걸쳐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치밀하게 본인 명의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거나 은닉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 서 형사소송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꽃뱀 프레임’에서 안전하게 벗어나, 민사소송 을 결심하는 순간에는 승소를 하더라도 집행이 가능한 가해자 명의 재산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소송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피해자가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었거나, 가해자가 성폭력 행위를 자백 하여 불법행위가 입증되었고, 가해자의 집행 가능한 재산이 존재하여 민사소송의 실 익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아래서 논의 할 내용과 같이 ⓵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 의 소멸시효, ⓶ 피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로 인한 보복 위험, ⓷ 낮은 손해배상액, ⓸ 집행단계까지의 소송의 장기화와 고액의 소송비용 등 민사소송을 통하여 손해를 배상 받은 과정에서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이 빈번히 존재한다.
결국 위와 같은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선처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피해라도 보전하기 위하여 내심의 의사에 반한 합의를 하거나, 합의와 민사소송조차 진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상 피해를 배상받을 기회를 포기하는 문제 가 발생한다.
본 발제는 성폭력 피해보상과 관련한 아동 성폭력 민사소송의 사례와 손해배상 청구 과정에서 소멸시효를 중심으로 한 법적 쟁점을 고찰해 봄으로써, 현행 성폭력 관련 민사소송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보완책에 대하여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Ⅱ 성폭력 피해 관련 민사소송의 걸림돌
1. 꽃뱀 프레임 작동으로 인한 소 제기의 어려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성폭폭력 피해자가 형사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되는 경우, 꽃뱀 프레임 이 작동하여 민사소송 제기 자체가 형사고소에 본질을 흐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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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으로는 형사고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또는 그 이전에 가해자의 재산에 대한 가압 류와 민사소송을 진행함으로써, 가해자가 형사소송 진행과정에서 재산을 은닉하는 것 을 방지하여 추후 민사소송 과정에서 용이 하게 피해를 전보받을 수 있는 장치를 해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은 ‘돈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형사 고소를 했다’는 꽃뱀 프레임 작동에 대한 우려로, 적절한 시기에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 한다.
특히 수사 및 재판 절차의 장기화, 가해자 도주 등으로 인한 기소중지 등으로 형사 소송이 3년 이상 장기화 될 경우, 소멸시효 도과의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물리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2. 형사상 피해자 보호 제도와 민사상 배상제도의 불균형
2012.12.28. 성폭력 관련 법률의 획기적인 개정을 필두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성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보호를 위한 형사법적 보완은 상당한 진전을 보여 왔다. 성폭 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를 준용 하여, 가명으로 고소 및 피해자 진술 조서와 참고인 조서 등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 고, 피의자나 제3자에게 피해자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를 하면서, 형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수사 재판 절차에서 성폭력 사건에 전문성을 갖춘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지정받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성폭력 관련법에는 “수사기관과 법원 및 소송관계인은 성폭력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나이, 심리 상태 또 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조사 및 심리ㆍ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는 수사 재판 절차에서의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와 배려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는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성폭력 범 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하는 공소시효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 절차에서 적용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규정은 민사소송절 차에 대부분 도입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로 인하여 최근 성폭력 민사소송 시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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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의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공개되는 문제(“성범죄 피해자의 집주소와 주민번호등 을 가해자에게 보내는 법원을 막아주세요”)로 국민청원이 일거나, 13세 미만 아동 성 폭력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로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사상 소멸시효 도과로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되는 등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절차에 마련된 피해자 보호 제도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형사소송절차에서 보장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 주요 보호 규정>
제도
관련 조항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인적 사항의 기재 생략)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신고등과 관련하여 조서나 그 밖의 서 류(이하 "조서등"이라 한다)를 작성할 때 범죄신고자등이나 그 친족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조서등에 기재하고 범죄 신고자등의 성명·연령·주소·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이하 "인적 사항"이라 한다)은 기재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4.12.30> ② 사법경찰관이 조서등에 범죄신고자등의 인적 사항의 전부 또는 일 부를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즉시 검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③ 제1항의 경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조서등에 기재하지 아니한 인적 사항을 범죄신고자등 신원관리카드(이하 "신원관리카드"라 한다)에 등재하여야 한다.
피해자의
④ 제1항에 따라 조서등에 성명을 기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범죄신
신원보호 및
고자등으로 하여금 조서등에 서명은 가명(가명)으로, 간인(간인) 및 날
사생활 비밀
인(날인)은 무인(무인)으로 하게 하여야 한다. 이 경우 가명으로 된 서
누설 금지
명은 본명(본명)의 서명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⑤ 범죄신고자등은 진술서 등을 작성할 때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 인을 받아 인적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 ⑥ 범죄신고자등이나 그 법정대리인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제1 항에 따른 조치를 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검사 또는 사법경찰 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⑦ 신원관리카드는 검사가 관리한다. ⑧ 신원관리카드의 작성 및 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피해자, 신고인 등에 대한 보호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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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성폭력범죄를 신고(고소ㆍ 고발을 포함한다)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 및 제7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9조와 제13조를 제 외하고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
제31조(심리의 비공개) ① 성폭력범죄에 대한 심리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결정으로써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증인으로 소환받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은 사생활보호 등의 사유로 증인신문의 비공개를 신청할 수 있다. ③ 재판장은 제2항에 따른 신청을 받으면 그 허가 및 공개 여부, 법정 외의 장소에서의 신문 등 증인의 신문 방식 및 장소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ㆍ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제2조(보호와 배려) ① 법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그 밖의 소송관계인은 심리·재판 과 정에서 피해자의 주소·성명·나이·직업·학교·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 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 등이 공개되거나 타인에게 누설되지 않 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법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그 밖의 소송관계인은 심리·재판 과 정에서 피해자의 인권과 특성을 배려하고, 당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수사·재판
의 사생활에 관한 신문 또는 진술이 이루어지거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
절차에서
심 또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성폭력 피해자에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대한 보호와 배려
제28조(성폭력범죄에 대한 전담재판부) 지방법원장 또는 고등법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성폭력범죄 전담 재판부를 지정하여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재판하게 하여야 한다. 제29조(수사 및 재판절차에서의 배려) ① 수사기관과 법원 및 소송관계인은 성폭력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나 이, 심리 상태 또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조사 및 심리ㆍ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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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② 수사기관과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를 조사하거나 심리ㆍ재판 할 때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며, 조사 및 심리ㆍ재판 횟수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여야 한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의 배려) ① 수사기관과 법원 및 소송관계인은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나이, 심리 상태 또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 여 조사 및 심리ㆍ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 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② 수사기관과 법원은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피해자를 조사하거 나 심리ㆍ재판할 때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며, 조사 및 심리ㆍ재판 횟수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 으로 하여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공소시효에 관한 특례) ①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52조제 1항 및 「군사법원법」 제294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해당 성폭력범죄로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
<개정
2013.4.5> ② 제2조제3호 및 제4호의 죄와 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죄는 디엔에이
공소시효 특례
(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 ③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 및 「군사법원법」 제291조부터 제295조까지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1. 「형법」 제297조(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 행), 제301조(강간등 상해ㆍ치상) 또는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ㆍ치사) 의 죄 2. 제6조제2항, 제7조제2항, 제8조, 제9조의 죄 3.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 또는 제10조의 죄 ④ 다음 각 호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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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송법」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 및 「군사법원법」 제291조부터 제 295조까지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3.4.5> 1. 「형법」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ㆍ치사)의 죄(강간등 살인에 한정한 다) 2. 제9조제1항의 죄 3.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제1항의 죄 4. 「군형법」 제92조의8의 죄(강간 등 살인에 한정한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공소시효에 관한 특례) ①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52조제1항 에도 불구하고 해당 성범죄로 피해를 당한 아동ㆍ청소년이 성년에 달 한 날부터 진행한다. ② 제7조의 죄는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 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 ③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 및 「군사법원법」 제291조부터 제295조까지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1. 「형법」 제297조(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 행), 제301조(강간등 상해ㆍ치상) 또는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ㆍ치사) 의 죄 2. 제9조 및 제10조의 죄 3.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제2항, 제7조제2항, 제 8조, 제9조의 죄 ④ 다음 각 호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에도 불구하고「형 사소송법」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 및 「군사법원법」 제291조부터 제 295조까지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1. 「형법」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ㆍ치사)의 죄(강간등 살인에 한정한 다) 2. 제10조제1항의 죄 3.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제1항의 죄
3. 민사소송의 실익
성폭력 피해자들은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어, 불법행위가 입증되고, 소멸 시효가 도과되지 아니하여,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되더라도 낮은 손해배상액, 가해자의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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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력, 보복의 우려, 신상노출, 소송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고통, 소송비용의 부담 등으로 민사소송을 주저하게 된다. 통상 법원에서 인용되는 성폭력으로 인한 손해배 상액은 500만원~4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민사소 송을 진행할 실익이 적다.
Ⅲ 아동기 성폭력 사례를 통해 본, 민사소송의 법적 쟁점
1. 아동성폭력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소멸시효를 중심으로 한 법적 쟁점
가. 아동성폭력 민사소송과 소멸시효의 쟁점
시효란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진정한 권리관계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그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제도를 말 한다.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 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참 고)
민법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하여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권의 소멸시효의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 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 여 소멸한다.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민법 제 766조 제1항 및 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거나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 효가 완성되고, 피해자가 성년이 되기 전에는 법정대리인이 대리하여 소(訴)를 제기하 지 아니하면, 소멸시효 도과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법무부는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성년이 될 때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유예해 피해자가 성년이 된 때부터 소멸시효 기간 내에 손해배상청구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도록 민 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바가 있으나, 이에 따르더라도 아동성폭력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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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부모가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은 경우 가해자를 알고 있다면 성년이 된 때부터 3 년 이내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동 성 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성년이 된 직후 3년 이내에 민사소송을 결심 하여 진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본 발제자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결심하고, 수사기관이나 법률조력 기관 등을 찾는 시기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경제적 자립을 시작한 시기인 25세 이후가 가장 많 았다. 해외에 비하여 정서적 경제적 자립이 늦은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할 때, 성년 이 된 직후인 3년 이내에 아동 시기 발생한 성폭력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 는 사례는 매우 희박함에도 아동성폭력에 대한 소멸시효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동성폭력의 특수성을 전 혀 고려하지 못한 법률규정이다.
이러한 아동성폭력 사건의 특수성과 일명 도가니 사건 등의 여파로, 형사소송에 있 어 미성년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성년에 달한 날로부터 진행하고, 13세 미만의 아동청 소년과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폐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사 상 소송에 있어, 소멸시효 제도는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하여, 형사소송에서 중형이 확정되어도, 소멸시효 도과로 민사상 피해배상을 한푼도 받을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다.
나.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한 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고찰
우리 민법과 판례는 손해를 안 때의 기산점을 ‘피해자가 손해의 발생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때’로 보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시효의 기산점을 늦추거나, 소멸시효의 원용을 신의칙 및 권리남용금지로 제한하는 방법 등으로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판례는, 사고로 인하여 만 2세경 좌족부의 성장판을 다친 피해자가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에 담당의사에게 진찰받은 결과 비로소 좌족부 변형에 따른 후유장애의 잔존 및 그 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게 된 사례에서, 좌족부의 성장판을 다친 만 세2 경이 아니라,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후유장애의 잔존 및 그 정도를 가늠하게 된 시 기(1998년 1월 경)를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이 현실화된 손해를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보아, 1998년 1월 경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산정하였다.(대법원 2001.1.19.선고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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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다11836 판결 참조)
또한 가해행위와 그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 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는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 다시 말하자면 손해의 결과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 로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때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이다.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55312 판결 참조)
나아가 판례는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 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 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 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 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 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 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 로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13. 5. 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시내용에 따라, 베트남전 참전군인 고엽제 피해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고엽제 후유증 환자들의 경우 손해를 인식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객관적으로 권리행 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 사유가 있었고, 그들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참전군인 들의 경우 그들 개개인의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록 후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 하는 단기간 내에 가압류 신청이나 소 제기 등 권리행사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등 매우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점을 감안 할 때 그들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 행사를 한 것이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한 바가 있 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참조)
2. 아동기 성폭력 사례6)
6)
본 사건들에 대한 사실관계는 피해자의 신상보호와 사건이 특정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하여 발제자가 진행하고 있는 아동 성폭력과 관련된 유사사례들을 통합하여 각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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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개요] ◆ 초등학교 시절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함 ◆ 십 여년 만에 우연히, 가해자를 대면한 후 과거 성폭력 피해의 고통이 떠올라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어 정신과치료를 받게 되는 과정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진 단을 받음 ◆ 정신과 진단결과,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 피해로 인하여, 십여 년 간 외상후스트 레스 장애가 지속 된 사실을 알게 됨. ◆ 강간치상 등으로 유죄판결 확정 ◆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시점을 기산점으로 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 해배상 청구 진행
3. 아동성폭력의 소멸시효와 법적 쟁점
가. 기존 판례로 본 아동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
아동성폭력 사건의 경우,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수 십년에 걸쳐 외상후스트레스장 애를 겪으면서, 전 생애에 걸쳐 후유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특히 다른 불법행 위와 달리 아동 성폭력의 경우 불법행위 발생 당시 그루밍과 성 경험 부족으로 성폭 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성장을 함에 따라 범죄 피해의 고통을 더욱 크게 절감하게 되 므로, 불법행위 시점에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정신적 피해가 더욱 커지는 특징이 있으며,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등을 비롯한 성폭력 피해에 대한 후유증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즉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 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인지하게 된다.
[아동 성폭력 사건들의 주요 특징] ◆ 그루밍으로 인한 성폭력 인지의 어려움과 성폭력 피해의 지속 ◆ 가해자의 위력의 범위를 벗어난 이후에야 문제 제기 가능 ◆ 일상생활로 복귀하더라도 트리거 발동으로 후유증이 지대함 ◆ 전 생애에 걸친 외상후스트레스(PTSD)지속 ◆ 공소시효가 남아있더라도, 증거 수집의 어려움 ◆ 성범죄가 입증되어도, 소멸시효 도과로 민사배상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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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세 이후 법적 조치를 결심하는 사례가 많아 소멸시효문제 발생
그러나 우리 법원은 위와 같은 아동성폭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일명 도가니 사건에서 1985년부터 2005년까지 광주인화학교 교사들로부터 성폭행을 겪은 뒤 2011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장애 진단을 최초로 진단받고, 대한민국(교육 부)와 광주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외상후스트 레스 장애 등을 진단받은 2011년으로 인정하지 아니하여, 소멸시효 도과를 이유로 민 사상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제 우리 사법부와 입법부는 아동성폭력 사건의 특수성과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변 화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정서, 성폭력 범죄의 억제 효과, 공소시효가 폐지된 형사법과의 균형, 아동 성폭력 피해 전보의 필요성,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 하여 아동 성폭력 소멸시효 적용에 있어 아래와 같은 논리를 적용하여, 시효개혁의 물고를 터야 할 때가 되었다.
나. 불법행위의 손해를 안날의 기산점에 대하여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 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그 인식은 손해 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 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 사실에 대한 인 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고 하고 있으며,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및 2012.3.29.선고 2011다83189판결 각 참조) 피해자 등이 불법
행위의 요건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 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 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손해를 안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 완성으 로 인한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다. (대법원 2001.9.14.99다42797판결 및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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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각 참
조)
따라서 아동 성폭력 피해의 경우, 유년기 시절 성폭력 피해로 인하여 향후 수십년 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극심한 피해가 지속 될 것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기 이전까지 그 손해 발생 자체도 불확실하여 피해자 및 피해 자의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인식하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외상후스 트레스 장애진단 시기를 현실화된 손해를 구체적으로 알았다는 기산점으로 보아 소멸 시효를 산정해야 할 것이다.
다.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계속
불법행위로 인하여, 그 손해가 계속되고 있는 경우에는 나날이 발생한 새로운 각 손 해를 안 날로부터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아동기 성폭력으로 인하여 수 십여 년에 걸쳐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현재까지 지속 되고 있다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가해행위 당시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 는바, 나날이 발생한 새로운 각 손해를 안 날로부터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라. 신의칙 위반의 권리남용인 소멸시효 항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 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 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 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 애 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13. 5. 6. 선고 2012 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은 주로 성폭력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아동 시기에 성폭력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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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당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법정대리인들 역시 피해자가 성년이 되어 형사 소송을 제기할 때 까지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 가해행위 시점과 상당한 기간을 두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 가 상당하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라는 원인이 유년기 가해자의 성 학대 행위에서 기 인하였다는 구체적 사실을 불법행위가 발생한 시점에서 10여년 후 인지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 등을 감안 할 때, 아동기 성폭력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사실을 알 게 된 후 3년 내에 소제기를 하는 경우에는 상당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보 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성범죄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 하는 것은 신의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Ⅳ. 결어
발제자는 법학학자가 아니며, 젠더폭력 사건을 다수 수행하는 변호사로서 성폭력 민 사소송에 대한 실무경험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제를 하게 되었다. 그러 나 본의 아니게 발제 내용이 난해하고 학술적인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우려되 기도 한다.
이에 본 발제문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을 하다가, 발제자가 아동성폭력 사건을 여러 건 진행하며 느낀 소회를 담은 <아동성폭력과 트리거>라는 페이스북 글로 결어 를 대신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시절, 수 십 차례 강간을 당한 피해자들은 당시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13 세 미만 발생한 아동성폭력 사건의 특성은 통상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그루밍 작업 이 동반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아동이 성관계의 의미를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성폭력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성폭력을 인지하는 단계인 사춘기 시절에는 이를 주변 어른에게 알리고 법적 인 절차를 진행할 내면의 힘이 없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의 수위는 심해지 나, 고소를 하거나 피해를 회복 할 기회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지워질 것 같은 유년시절의 고통의 기억은 점점 선명해 지다가 인생의 어느 시점이 오면, 어떤 트리거가 작동되어 가해자에 대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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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진다. 아동시절 성폭력피해를 고소하기 위해 오는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본 경험에 따르면, 그들은 우연히 가해자를 마주치거나, 가해자와 닮 은 사람을 보거나, 출산을 하거나, 아동시절 강간을 당했던 유사한 장소를 가거나, 매 스컴에서 아동 성폭력 사건이 회자되거나 등등 다양한 트리거에 의하여 수십 년 전 사건이 재현되어, 사건 발생 20년 만에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진단 받거나 자살을 시도하거나 가해자를 찾아가 책임을 묻거나 가해자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 으면 어떠한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대한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트리거가 작동하여 피해자가 유년시절 피해를 법적으로 고소하겠 다고 찾아오는 시기는 26세에서 30세가 가장 많다. 대학을 졸업해 직장생활이 안정화 되고 내면의 힘이 생긴 시점과 첫 출산을 한 시기의 여성들은 비로소 초등학교시절 나를 강간했던 괴물과 맞서 싸울 힘이 생겼다고 하며 법적 구제 방안을 문의해 온다.
그런데, 그들이 인생을 걸고, 매우 어렵게 20년 전 사건을 입증하여 가해자가 10년 형에 달하는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민사적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방법은 없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기 때문이 다. 우리나라 법제상 초등학교 시절 성범죄 피해를 당하였다면, 적어도 성인이 된 후 3년 내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소멸시효라는 제도로 인해 불법행위가 모두 입 증되고 이로인한 피해가 아무리 지대하다고 하더라도 돈 한 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유년시절 본인을 강간했던 가해자를 고소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은 단 한건도 본적이 없다. 현실적으로 유년시절 괴물과 맞 서 싸울 힘이 작동하는 시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적 자립을 한 이후가 많은데 현 행 민법의 불법행위에 의한 소멸시효 기간은 너무 짧아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아동 성폭력 사건들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한다.
누가 권리 위에 잠을 잤나? 피해자의 성폭력의 고통은 전혀 소멸되지 않았는데, 법 의 이름으로 피해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 정당한가? 특히 도가니 사건, 조두순 사건의 여파로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공소시효가 폐지되어 형사적 처 벌은 가능하다. 형사적 처벌이 가능하여 형사 판결로 범죄가 입증이 되었다면,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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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범죄에 대하여 민사상 소멸시효를 적용하여 피해자의 손해배상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형사법과 민사법 사이에 균형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성폭력 피해에는 시효란 없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소멸 되지 않은 고통과 이에 대한 배상의 권리를 법이라는 이름으로 소멸시키는 것, 이 자체가 법의 권리남용이며 신의 칙 위반이 아닌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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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서종희(2015),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유형별 고찰” 권영준(2009), “소멸시효와 신의칙”, 재산법연구 제26권 제1호 지원림,“민법총칙”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25주년 기념 한일 세미나, 성폭력 피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 의 전망(2016) 자료집 권영준(2017),“보험청구권과 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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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의 민사소송을 통한 권리행사의 의미
박윤숙/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
성폭력 피해자의 민사소송을 통한 권리행사의 의미 - 지원과정에서의 쟁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박윤숙7)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 처벌에서 나아가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는다는 것은 심신의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행사이며 피해자의 정의회복에 그 의미를 더해준 다.
성폭력 피해에 있어 민사소송은 정신적 손해배상의 의미가 크며 피해자 권리회복 차 원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피해자가 경험하고 있는 고통, 정신적 피해의 강도와 지속, 학업‧직업과 대인관계문제 등 일상기능 유지의 어려움, 피해자를 둘러싼 2차피 해 환경을 비롯하여 다양한 후유증에 대한 이해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사회, 사법부 인식의 결여는 여전히 피해강도, 표면으로 드러난 피해정도,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과 경제적 상황이 고려되는 판결을 내 리고 있어 피해자의 권리회복에 대한 기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으며 피해자에게 또 다 른 2차 피해가 되고 있다.
민사소송이 형사소송에 비해 가해행위의 불법입증이 덜 엄격하다고 하지만 형사결과 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며, 정신적 피해, 후유증 입증의 어려움을 이유 로 증거불충분으로 기각 하거나 그 근거를 최소화 하여 낮은 배상금을 판결하게 되고 소멸시효 문제로 법적판결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기소된 사건은 승소 혹은 조정판결이 패소보다 월등이 높아 피해자의 권리가 일정정 도 보장되는 측면이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아직 미흡하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와 후유증에 대한 적극적인 인정은 민사소송 뿐 아니라 양형기준과 공소시효 문제 등 형법의 판결과 개정에도 중요한 쟁점일 수밖에 없어 그 의의가 더욱 크다. 7)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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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들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가 법적대 처의 부담감을 최소화하여 일상유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정당성 강화와 치유회복의 과정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피해후유증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객관적이 고 과학적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 법률전문가, 의료전문가, 상담전문가 등과 긴밀하게 연대하여 판례를 바꾸어 가고, 법을 개정하는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1. 왜 민사소송을 해야만 하는가?
민사의 손해배상 청구는 피해자의 정의실현과 정당성 확보수단의 하나이다. 성폭력피해의 특성상 물리적, 신체적 피해 외 정신적 피해와 피해 후유증의 심각성 또한 정당하게 보상되어야 하지만 가해자의 책임 회피와 저항으로 피해자의 권익이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 피해자의 권익과 정의를 회복하는 과정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투 시국에 힘입어 피해자들의 폭로와 법적대처가 급증하고(본센터의 무료법률구조, 기존대비 약 120% 증가) 가해자 저항이 거세져 법적공방은 더욱 치열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피해자 중심의 인식변화와 제도의 보완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온전히 지원자, 변호인의 몫이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 실이다.
1) 피해자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 현재 법체계 망에서는 손해배상에 대한 권리실현의 어려움이 커서 피해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소송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지속적인 자극노출, 가 해자를 비롯한 주변의 압력, 의도성을 의심받는 꽃뱀프레임화, 패소에 대한 부담감은 피해자에게 상당한 위축감으로 작용된다.
성폭력 피해의 특성상 피해로 인한 시간적 물리적 피해 뿐 아니라 수치감과 자책감으 로 시달린 시간, 주변인을 경계하고 긴장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시간, 두통과 불면, 악몽의 날들 속에 잃은 것, 좌절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 는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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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공감의 결여와, 사법부 인식의 한계에서 피해 당사자가 부담해야만 하는 몫이 무겁기만 하지만 뚜벅뚜벅 끝까지 해내는 피해자의 용기는 스스로의 정당성 확보에서 나아가 사회정의 실현의 근간이 되고 있어 그 의미가 특별하다. 그 의미를 더욱 강화하고 지속하기 피해자, 현장활동가, 전문가의 끈끈한 연대가 필요 하다.
금전적 보상은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분명하게 자신의 피해에 대해 배상받을 권리실현, 상처받은 자신을 보살피고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심신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에서 나아가 징벌적 의미가 더해지기도 한다.
32세, 여 과거 강제추행피해(2018): “그 사람의 경제적 형편의 어려움으로 충분히 배상받지 못해도 좋다. 그동안 힘들었던 나에 대한 보상, 나의 권리라는 것을 공인 받는 것이고, 그만큼 가해자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싶다” 56세 여, 동네사람에 의한 강제추행피해(2017): “나의 50년 인생이 무너졌고 일상 생활이 다 무너졌다. 그 사람의 전재산을 다 준다고 해도 내가 받은 정신적 피해는 보상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억울해서 못살 것 같다” -24세 여, 과거 사범에 의한 지속적인 추행피해(2017): “굳이 민사까지 해서 오해 받고 싶지 않았지만 가해자의 태도와 형사처벌 결과를 보고 너무 실망했어요. 이것 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처벌을 더 분명히 하고 싶어요. 나 는 아직까지 이렇게 힘든데”
2) 생존자로서의 의미 확장 치유‧권리회복에서 나아가 성장의 계기가 된다. 피해자의 책임이 아닌 가해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 사법부가 가해자에게 당연 히 배상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정의 문제로 확 장되는 것으로 피해자가 건강한 사회구성원, 생존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 큰 용 기가 된다.
폭로에 대한 두려움, 2차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고, 자기권익이 보장된다는 믿음이 생겨야만 피해를 드러낼 수 있게 되지만(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거 나
미투 이후 폭로가 급증하는 현상) 자책감, 수치감, 모멸감을 가해자의 몫으로 돌
려주고, 그동안 잃은 것을 찾아가는 치유의 과정, 성장의 과정으로 가져가는 길은 아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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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험난하다.
일반적으로 형사를 거쳐 민사에 이르기까지 최소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피해자는 예측하지 못한 2차피해와 가해자 저항을 견디며 그 긴 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데 현 장활동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점이다. 현장활동가는 사건지원과 상담을 통해 피해자의 소진을 최소화 하고, 피해자의 정의 회복, 생존자로서의 의미확장에 함께 하 며 더불어 성장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 24세 여, 과거 사범에 의한 지속적인 추행피해 “내 책임도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했 고,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웠지만 내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받 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 고통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 데 내가 당당해지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 한겨레 신문의 2018년 2월 24일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 선수” 인텨뷰 기사 <17년의 투쟁’ 성폭력 코치 죗값 묻는 전 테니스 선수의 #미투> 중: 고소를 한 건, 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처음엔 이기고 지는 게 상관 이 없었죠.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내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것 같으니, 고소하게 해달라. 이 사람 잘못을 어디에라도 알리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다 재판이 시작되니까,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였죠. 1심 선고 하나로 17년 동안 힘들었던 걸 보상받는 느낌이 있어요. 70% 정도는 치유가 되는 느낌. 그동안 저는 피해를 알리 지 못한 제 스스로를 자책하고 책망해왔거든요. 재판을 통해 ‘내 잘못이 아니고 그 사 람이 잘못한 게 맞다’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준 거잖아요. 지금이라도 문제를 제기한 제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간을 통해 치유가 많이 된 것 같아요.”(형사 소송, 민사도 다르지 않다고 판단되어 인용함) 3) 성폭력 피해자 후유증을 적극적 증거로 인정받는 긴 여정에 함께 하는 것 주변의 압력과 저항을 딛고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은 지난하고 힘겹지만 법적으 로 정신적 후유증을 인정받는 다는 것은 현재 법체계에서의 공소·청구시효(치상인정) 문제와 직결되며, 법개정의 근거로 중요한 쟁점인 만큼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이다.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의 정도, 후유증의 양상은 피해자의 말하기를 통해서만 가능하 기 때문에 피해당사자의 경험과 진술이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2차 피해의 지 속,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지연된 외상) 등 피해 후유증은 현재피해 즉 상해로서 과학 적 증거로 인정되어야 한다. 과거의 일이 아닌 사건의 폭로와 함께 그 고통이 드디어 드러나게 된 것일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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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법망에서는 증거불충분과 소멸시효문제로 구제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 인 대처가 필요하다.
‘그동안 왜 침묵할 수 밖에 없었는가, 이러한 증상을 스스로 피해후유증으로
인지
할 수 있었는가, 피해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고,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사
회적 환경이었는가’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며 전문가의 진단과
의견이 객관
적 증거로 인정 되어야 한다. 피해자를 밀착지원하고 있는 현장활동가는 피해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후유증 증상을 수집하고. 전문가의 심리평가 및 진단, 상담자의 의견, 변호사 의견 등 가능한 방법들을 통해 인과성 입증을 위해 함께해야 한다.
- 한겨레 신문의 2018년 2월 24일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 선수” 인텨뷰 기사 <17년의 투쟁’ 성폭력 코치 죗값 묻는 전 테니스 선수의 #미투> 중: 어른들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볼까봐, 말을 못했거든요. 내가 말했는데 그 사람 이 ‘저 안 그랬어요’라고 하면, 제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했어 요. 사람들이 내 말을 믿게 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어요. 최대한 정직하게 살려 했고 요. 그러면서도 정말 유명한 지도자가 됐을 때 그 코치가 갑자기 이상한 폭로를 하 면 어쩌지. 내가 피해를 당했다고 세상에 알렸을 때, 칼 들고 쫓아오면 어쩌지. 이 런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런 게 좀 힘들었던 거 같아요.” - 세종시 태권도 사범에 의한 선수단의 집단피해 피해자92018년): “그것이 피해이 고, 누군가에게 말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해꼬 지를 당할까 무서웠고 지금도 그 사람이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학원선생님을 믿을 수 없어 아이들 학원보내는 것이 불안하다. 그 사람 차와 비슷한 엔진소리만 들어도 긴장되고 주변을 살피게 된다”
피해자의 후유증은 <아동청소년 보호법> 제20조 2항의 공소시효 연장에 규정하고 있 는 “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 의 과학적 증거 요건으로 되어야 하며 민사소송에서도 역시 그 증거요건이
되어야 한다. 성폭력피해자의 후유
증은 일반범죄와 달리 정신적 피해가 크고, 2차피해의 후유증이 큰 만큼 시효 연장 혹은 폐지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기준으로 통용되는 DSM-5(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진단은 이미 의학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의사의 주관적 평가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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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진단기준으로 성폭력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은 DSM-5 진단기준의 대부분의 항목을 충족시킨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PTSD 진단이 과학적 증거로 인정된 판례가 없지만 해외(호주
대법원 Stingel V Clark)에서는 2006년 대법원 판결에서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후 발병한 PTSD를 인정받아 공소시효 연장의 근거가 된 판례가 있다.
2. 지원 과정에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1) 정신적 피해 인정의 한계와 낮은 배상액 정신적 피해정도와 배상판결 금액은 재판부의 입장이 중요하게 작용되고 있는데 어디 까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볼것인가?
정신적 피해 입증 어려움과 낮은 배상액의 근거로 다음 사항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일상생활 잘 하고 있지 않나, 학업등 일상유지가 되고 있지 않나?’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한 사건으로 볼 수 있는가?’ ‘현재 부적응 문제와 과거 피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 ‘가해자의 무자력, 경제력 등 가해자 상황에 의한 배상액 결정’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후유증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피해자 권익을 위한 방어논리, 입증논리 강화를 위한 자료 확보하기. - 일반의 경우와 달리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 특성이 분명함에도 결국 피해자의 기질, 취약한 환경 등 제3의 요인에 의한 영향으로 왜곡되는 지점 경계. - 일상을 유지하면 고통이 없는 것인지, 피해자의 말하기를 통해서만 입증가능하다. 대인관계 불신과 불안(특히 이성에 대한 거부감, 불편감), 학교‧직업생활의 부적응, 자녀양 육에 대한 불안, 유사상황에 대한 공포 등으로 일상기능 유지와 발휘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왔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생활 속 부적응 사례 수집하기. (피해자도 인지하지 못함). - 심리평가 및 진단, 정신과 치료, 전문가 상담을 통해, 객관적 자료 확보와 더불어 치유·회 복의 기회 만들기 - 피해자 진정서, 목격자 진술서, 탄원서 등 제출하기 - 과정에 대한 의미 강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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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상금 지급지연 및 미지급 가압류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미지급 사례가 많다. 배상판결이 나도 가해자 가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지급을 미루거나 아예 이유 없이 지급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법적조치가 필요하지만 피해자는 피로감이 누적되고 가해자의 재산은닉 등으로 실효성이 없는 경우도 많아 뚜렷한 대안이 없다 (미지급 실제사례 살펴보기)
- 배상금의 지급지연, 미지급 시 지급에 대한 규제, 강제할 방법은 없는가, 정 부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3) 청구권 소멸시효 문제 형법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방법만 남게되는 데 청구시효마저 만료되면?
앞의 발제문에서 언급 되었듯이 아동‧청소년기 성폭력은 폭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 피해를 드러내기 시작하지만 학업, 직업, 결혼 등 성인초기 발달과제 수 행단계에서는 여력이 없어 미루어지다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비로소 피해를 폭로하게 된다. 자신의 상처에 대해 직면하지 못한 채 켜켜이 덧쌓인 심신의 고통이 드디어 드러나며 이제야 여기로부터 벗어나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고자 하지만 소멸시효 벽에 부딪힌다. 성폭력 피해자의 특성, 현재의 고통이 반영되지 않는 법적 구성요건이다.
이제야 용기를 내어 겨우 말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 정당한 권리구제에 한계가 있는 법체계에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시도할 수 있는가? 17년만의 미투,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의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원 단체와 지원자의 적극적 지원, 무엇보다 피해자의 굳은 의지에 의한 성과로서 새로운 시작점에 힘을 싣고 있다.
본 센터에 개인, 각 상담소의 민·형사 소제기 가능성을 문의하는 피해자가 꾸준하지 만 현재 법망에서는 증거불충분과 소멸시효문제로 구제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3~4월경에만 14명의 피해자가 문의했지만 법적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 사 범에 의한 선수단의 집단피해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 후유증을 주장, 치상으로 진행하 고 있어 그 의미가 각별한 사건이다. 현재 형사 진행 중, 민사진행 예정)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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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압력에 의한 합의(화해,조정) 성폭력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포기하는 경우 사실상 피해를 배상받을 대안이 없음에도 처음의지와 달리 미리 포기하거나 소송 진행 중 합의 혹은 조정을 선택하게 되는데 피해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앞의 발제문에서 제시된 소송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부담감, 가해자의 보복 에 대한 두려움, 꽃뱀프레임화, 가해자의 저항과 회유, 주변의 압력 등에 의해 많은 경우 합의나 조정을 선택하게 된다. 피해자의 저항이 강해지며 피고소가 늘면서 피해 자을 더욱 위축시킨다.(한국성폭력위기센터 무료법구조 결과)
상황에 떠밀린 합의, 조정 시 피해자 정의를 회복했다는 승리감 보다 자칫 패배감이 들 수도 있다. 합의금, 배상금을 받게 되더라도 자신의 치유회복을 위해 자유롭게 쓰 지 못하고 피해자 지원 단체 등에 대한 후원금으로 그 명분을 찾고 강화하기도 한다.
합의 조정은 피해자가 상황에 떠밀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이익을 위한 자유 로운 선택이 되어야 하며, 상담자와 변호인이 그 과정에 함께 하며 피해자의 권익보 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소송기간 단축 등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년도 2014
2015
2016
2017
2018
한국성폭력 위기센터 무료법률 구조 민사소송 결과(전체소송의 약 32%) 소송 건수 화해 승소 패소 취하 각하 전체 민사 조정 추행 30 207 55 강간 18 13 6 1 카메라 및 0 추행 27 203 57 강간 7 10 카메라 및 0 추행 27 215 67 강간 14 13 23 4 1 1 카메라 및 2 추행 29 61 208 강간 13 14 22 4 1 1 (피소1) 카메라 및 2 54 추행 (음주 5) 131 32 1 450 48 (피소13) 현재 현재 강간 (음주 10)
카메라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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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확인
소송결과를 보면 승소와 화해‧조정사례가 많아 피해자 권익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지 만 그 내용을 보면 현재 사법부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기소가 되었다는 것은 이 미 승소가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승소율은 큰 의미가 없다.
청구금액에 대한 배상판결금액을 살펴보면 물적피해와 상해정도를 증명할 수 있고, 위협의 정도가 분명할 때, 증거가 명백할 때는 청구액에 근접하고 있지만, 정신적 손해배상, 후유증 중심의 위자료 청구 시 기각되거나 판결금액은10%~30%정 도에 불과하다(별도자료)
3. 지원 사례를 중심으로
1) 미지급 사례 - 25세 여, 과거피해 (태권도 사범) *지원내용: 심리평가결과 및 진단서/ 업계 지인의 탄원서/ 상담사실 확인서 및 의견서/장기 지속상담 *정신적 피해, 후유증은 별도자료
2016년 12/2 형사 2심판결 (집행유예) 2017년 7/21 민사소송 제기 2018년 7월 2,000만원 배상판결. 현재 전액 미지급
- 53세 여, 현재피해(동네 지인) *지원내용: 심리평가결과 및 진단서/상해진단 및 진료영수증(엄지손가락 골절)/업계 지인의 탄원서/상담사실 확인서 및 의견서/지속상담. *정신적 피해, 후유증은 별도자료
2016년 11/11 형사 1심판결 2017년 7/21 민사소송 2018년 4월 25일 조정: 1,500만원 배상 조정, 전액 미지급. (2018년 5월부터 매월 125만원씩 12회 분할, 소송비용 각자 부담)
2) 시효도과 사례(사건 접수상태) - 36세 여, 초2때 피해(교사): 지금이라도 처벌하고 싶다. 민사소송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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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다. 아이 학교 입학을 앞두고 불안하다, 선생님을 믿을 수 없다. - 40세 여, 8~12세 피해(삼촌):요즘 뉴스를 보고 처벌하고 싶고 보상받고
싶다. 방법이 없는지 - 40세 여, 초1~2 피해: 수치스러워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함, 감정을 어떻
게 할 수가 없다, 살인의 충동을 느낀다. 법적으로 하고 싶다. - 36세 여, 12세 피해(사촌): 그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잘살고 싶다.
어떻게 라도 처벌하고 보상받고 싶다. - 60세 여, 16세(형부): 지금이라도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 너무 아파서
가슴을 치며 짐승처럼 운다. 언니는 자기생활만 중요하다. 어디에서 보상을 받나? 3) 낮은 배상액 사례 - 일반적인 상황
4. 당면 과제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배상, 피해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사법제도의 한계는 피해자에게 좌절감 패배감을 안기고 있다. 지원자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 한계를 딛고 최 선의 방법을 찾아가고, 새로운 판례를 만들고 법 개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 하다.
- 2차피해 예방과 소모전의 최소화를 위한 소송기간의 단축 필요. (대만, 호주에서 형사소송과정 등 신속처리 시행되고 있음) - 배상금 지급에 대한 의무 규제 등의 강화? - 형사결과에 대한 의존성 문제, 형사와 별개로 민사소송에 의한 피해자 권리 구제를 위한 제도보완. -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적용문제. - 피고소에 대한 남발문제 - 정신적 피해, 피해 후유증 에 대한 과학적 증거 인정. 피해자의 진술, 전문가의 심리평가 및 진단, 전문 상담자 의견 등은 객관적, 과학적 증거로 인정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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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기산점을 둘러싼 논의
전해정/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소멸시효 기산점을 둘러싼 논의
전해정8)
1. 법률
◎ 현행 우리나라 민법 규정 제166조 (소멸시효의 기산점) ①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 한다.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 ③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않는다. 부칙 제 1조(시행일) 이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 제2조(적용례) 이 법은 이 법 시행전에 행하여진 성적 침해로 발생하여 아직 소멸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한다.
2. 우리나라 판결 및 결정
◎ 소멸시효제도 존재이유 ① 법적 안정성의 보호 ② 채무자의 이중변제 방지 8)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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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채권자의 권리불행사에 대한 제재 및 채무자의 정당한 신뢰 보호 민법상 소멸시효제도의 일반적인 존재이유는 '법적 안정성의 보호, 채무자의 이중 변제 방지, 채권자의 권리불행사에 대한 제재 및 채무자의 정당한 신뢰 보호'에 있 다. ....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위 사건 유형에 대해 일반 적인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적합하다. 왜냐하면 위 사건 유형은 국가가 현재까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사안이므로, ' 채무자의 이중변제 방지'라는 입법취지가 국가배상청구권 제한의 근거가 되기 어 렵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가 소속 공무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불법행위를 저지 르고 그에 관한 조작ㆍ은폐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장기간 저해한 사안이므로, ' 채권자의 권리불행사에 대한 제재 및 채무자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 보호'라는 입 법취지도 그 제한의 근거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건 유형에 서는 '법적 안정성'이란 입법취지만 남게 된다. 그러나 국가배상청구권은 단순한 재산권 보장의 의미를 넘어 헌법 제29조 제1항에서 특별히 보장한 기본권으로서, 헌법 제10조 제2문에 따라 개인이가지는기본권을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 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이를 사후적으로 회복ㆍ구제하기 위해 마 련된 특별한 기본권인 점을 고려할 때,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헌법 제10조의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완전히 희생시킬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 보기 어렵 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하게 된 때'로 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에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에 규정된 사건에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주관적 기산점'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그러나, 국가가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 관여를 통해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집단 희생시키거나 장기간의 불법구금ㆍ 고문 등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유죄판결을 하고 사후에도 조작ㆍ은폐를 통해 진상 규명을 저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법행위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 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발생한 손 해의 공평ㆍ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지도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 러므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에 규정된 사건에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 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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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을 과거사정리법 제2 조 제1항 제3, 4호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ㆍ조작의혹사건에 적 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 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보 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 구권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 2018. 8. 30 자 2014헌바148ㆍ162ㆍ219ㆍ466, 2015헌바50ㆍ440(병합);2014헌바223ㆍ290, 2016헌바419(병합) 결정 민법 제166 조 제1항 등 위헌소원 등(병합) [헌공 제263호]
◎ 민법 제166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 [1] 신체의 상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반적인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와 달라서 그 손해의 내용, 태양 등을 미리부터 예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무불이행의 시점과 손해발생의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 로 이러한 경우 민법 제166조의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때”란 객관적, 구체적으 로 손해가 발생된 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피해자가 부상을 입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에 후유증이 나타나 그 때문에 수상시에는 의학적으로도 예상치 아니한 치료방법을 필요로 하고 의외의 출비가 불가피하였다면 위의 치료에 든 비용에 해당하는 손해에 대하여서는 그러 한 사태가 판명된 시점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후유장해의 발생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는 후유장해로 인한 손 해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된다고 할 것이고, 그 발생시기는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41880 판결 손해배상(자) [공1992.7.15.(924),1969]
◎ 민법 제766조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 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 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피해자 등 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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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개별적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 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2018. 5. 10 선고 2017나2037841 판결 손해배상청구의소 [각공2018하,477] ;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30440 판결 등 참조). ◎ 채무자의 항변권(신의성실, 권리남용) 소멸시효에 기한 채무자의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 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전 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 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 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 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 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다235318, 2014다235325(병합) 판결 손해배상(기)손해배상(기)
3. 일본사례9)
◎ 일본사례 1 :피아노 교사에 의한 성적 학대 사건 장래 피아니스트가 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던 원고(소녀)가 15세부터 23세까지 피 아노를 개인 레슨을 했던 피아노 교사에 의해 성관계를 강요 당한 사건이다. 원고 가 대학을 졸업하고 23세에 당해 피해에 대해 민사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 였다. 원고는 제소 당시 만해도 해리 성 장애, PTSD의 증상에 의해
피아니스트
가 될 가능성도 사실상 막혔고 심각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불법 행위의 존재 자체를 다투는 것과 동시에, 만일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해도, 불법 행 9) 불법 행위 책임에 기한 손해 배상 청구권의 소멸 시효에 대해 일본 민법 724 조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3년 '이라는 피해자의 주관적 인식을 기산점으로하는 단기 소멸 시효와 ‘불법 행위의 때 부터 20년'이라는 장기 소멸시효를 정하고 있다. 松本克美(Matsumoto, Katsu-Mi), “PTSDと損害賠 償 ・時問題 Concerning on Extinctive Prescription of Compensation for Damages caused by PTSD”, 『의생명과학과 법』,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13권(2015.06), 131-14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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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임의 손해 배상 청구권은 피해자 나 그 법정 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 사람을 알게 된 때부터 3 년 "으로 소멸 시효에 걸린다는 민법 724 조 전단의 단기 소멸 시효를 원용하고 원고의 제소로부터 3 년 이전의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권은 소멸 시효로 인하여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원고의 15 세에서 23세에 이르기까지 받은 '성적 자유' 불법 침해 행위를 일체 고려하여, 원고가 대학 4 년 때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 처음 피고의 가해 행위가 원인과 PTSD 등 발병 한 것을 알 게 된 것이기 때문에, 그 때가 "손해를 알았을 때"이며, 아직 시효는 완성하지 않 은 것으로 판단하고 900 만엔 (약 8100 만원)의 배상 청구를 인정하였다(센다이 지방 법원 1999 년 7 월 29 일 · 판례집 미등재).
◎ 일본 사례 2: 삼촌 의한 성추행 사건 이 사건은 외삼촌에 의해
원고가 3세부터 8 세까지의 성적 학대를 받은 사건이
다. 설날이나 추석 방학 때 묵으러 온 삼촌이 밤이 되면 잠자고 있는 원고의 방에 잠입해 와서 옆에 자고 원고의 성기를 만지거나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을 하다가 원고가 8세 때 강간에 이르렀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그 같은 피해를 "누구 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듣고 어머니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원고는 성인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심신이 고된 생활을 보내고 30대가 되 어도 불면증이나 자해, 자살, 우울증이 매일 계속 되었다. 그런 가운데 2011 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이전 한신 · 아와 지 대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PTSD 문제가 연일 보도되게 되었다.
원고는 어쩌면 현재 자신이 겪고있는 다양한 증상
들이 바로 어릴 적 삼촌에서 받은 성적 피해에 원인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정신과 의사에게 처음으로 과거성추행 피해를 털어놨다. 그 결과, 원고는 아동기의 성적 학대로 인한 우울증, PTSD를 앓고 있다고 진단되기에 이르렀다. 원고는 자 신의 부모와 함께 가해자인 삼촌을 직접 만나 과거의 성적 학대에 대해 따져 보았 으나 삼촌은 어느 정도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500 만엔 (약 4500 만원)를 지불 했다. 그러나 원고는 돈을 지불 말할 때 삼촌의 태도가 너무나 불순하여 재판을 하기로 결심했다. 가해자인 삼촌은 "이제 와서 그런 옛 일을 꺼내면 곤란하다. 돈 을 주면 되겠지. 돈을 지불했으니 이제 더이상 이것에 대해 왈가왈부 말라 " 고 하면서 진지하게 사과를 하는 듯한 태도는 전혀 없었다.
이 사건은 앞서 소개 한 피아노 교사 사건과 같이 피고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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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터 3 년'이라는 단기 소멸 시효를 원용하는 한편, 다른 한 편으로는 ’불법 행위 의 때부터 20 년 '이라는 제척 기간에 따라 원고의 청구권은 소멸되었다고 주장했 다. 아동기 성적 학대 피해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 중 20년 기간이 쟁점이 된 첫 번째 사건이다.
쿠시로 지방 법원은 2013 년 4 월에 피고의 주장대로 20 년 기간의 경과에 따른 청구권 소멸을 인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쿠시로 지방 법원 2013 년 4 월 16 일 판례 시보 2197 호 110pp.). "불법 행위의 때"라 함은 가해 행위의 순간이 고, 가해 행위에 의해 손해가 발생한 때가 기산점이라해도, 가해 행위가 종료 한 원고의 8 살 때 이미 PTSD의 증상이 발병했다는 정신과 의사의 의견서가 표시되 어 있는 것에 의거하여 그때부터 20 년 이상이 지난 후 제소이기 때문 권리는 소 멸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1 심에서 원고 패소 한 뒤 이 판결의 영향은 다른 사건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무 엇보다 아동기 성적 학대 피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나쁜 영향을 미첬 다. 항소심에서 지역 여성 변호사뿐만 아니라 성폭력 사건 경험이 많은 여성 변호 사 및 기타 시효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획기적인 원고 승소 판결을 얻어 내었던 도쿄 변호사 등도 가세하여 변호인단이 꾸려졌다.시효 · 제척 기간에 대한 원고 측 의 의견서에서 20년 기간의 기산점은 원고가 8살 때가 아니라 37 세를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가 37 살 때에 원고의 불면증, 우울증, 자살 충동 등의 증상이 과거의 피고에 의한 성적 학대로 인한 PTSD 등의 발병에 의한 것이 라고 의사에게 진단을 처음 받고서 원고에게 권리 행사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따 라서 그 때를 기산점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직업병 진폐 질환으로 고통받는 탄광 노동자가 사용자와 안전에 대한 규제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한 집단 소송 (치쿠 진폐 소송)에서 대법원이 2004 년에 판시 한 획기적인 기산점 이론이 이 사건에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2004 년 4 월 27 일 최고법원 민사 판례집 58 권 4 호 1032면)은 가해 행위에서 장기 간 손해가 발생한 경우 20 년 기간의 기산점인 '불법 행위의 때 "라 함은 진폐법 상의 관리 구분의 결정을 받은 날을 기산점으로 한다고 판시한 원심의 판결을 인 용하였다. 손해·피해가 발생한 때를 기산점으로 한다면 권리 행사 가능성으로 이어 지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인 손해의 발생이나 사실상 증상의 발병 시점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리 구분 결정이 나왔을 때 그에 상응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즉, 대법원은 ’불법행위의 때‘의 기산점을 상정할 때 권리 행사 가
58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능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당해 사건에서도 손해발생시를 기산점으로 한다면 원고의 권리행사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 사실상 손해의 발생시를 기산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014년 9월, 쿠시로 사건의 항소심은 PTSD의 발병은 8살 때이지만 우울증은 2005년에 발병되었으므로, 손해 배상 청구권의 20년 기간의 기산점은 2005년이 며, 아직 20년은 경과하지 않은 것으로서 원고의 청구 4000 만엔 (약3 억 6000 만원) 중 3000 만엔 (약 2 억 7000 만원)을 인정하는 일부 청구 인용 판결을 내렸 다. 이는 20년 전 아동기 성적 학대 피해자에 대한 배상 청구를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라 할 수 있다.(삿포로 고등 법원 2014년 9월 25일 판례 시보 2245호, 31 면) 4. 제언
◎ 일반적으로 시효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 사유 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멸시효조항을 적 용 금지
◎ 특히, 아동기의 성적 학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적용 금지,
3년
의 객관적 기산점, 10년의 주관적 기산점: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기 어려워 시효의 취지에 반함.
cf. 독일 2013년 민법개정 고의에 의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대해 피해자가 만 51세가 될 때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는다. 아동이 성년이 될 때까지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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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비교 : 배상과 보상을 중심으로
김현숙/ 홍익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원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비교 : 배상과 보상을 중심으로
김현숙10)
I. 들어가며 우선 발제를 맡아주신 두 분 발제자님의 발표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히려 내내 형사소송법을 전공하여 민사소송에 대하여 가볍게 접근하게 되어 토론자로서 깊은 토 론이 되지 못할까 염려가 됩니다. 발제문에서는 성폭력피해자의 민사소송에 대하여 다루고 있고, 두 분 모두 민사소송에 따른 손해배상문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저 는 민사소송 자체보다는 형사소송의 관점에서 민사소송을 바라보고자 하였고, 특히 형사소송절차에서 피해자 등의 신청으로 손해배상명령을 내리는 민사소송에 가까운 배상명령제도에 대해서 토론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성폭력범죄자에게 내리는 배상명령제도의 문제점과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에 대하여 간단하게 검토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II.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배상명령제도
1. 개관 우리나라의 배상명령제도는 1981년 3월 1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 촉법’이라 함)」이 제정되면서 도입되었습니다. 특정 범죄에 대하여 법원이 형사소송상 유죄선고를 하면서 동시에 당해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 또는 피고인-피해자 간 합의된 배상액에 대해 직권이나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배상을 명하 는 제도입니다. 또한 피고인-피해자 간 합의된 손해배상애게 관하여도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하여서 당사자 간 손해배상 약정에 대하여도 공판절차에서 승인함으로써 일정한 법적 효력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2. 배상명령 대상범죄 10) 홍익대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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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촉법은 형법에 규정된 죄에 대하여는 상해(제257조제1항), 중상해(제258조제1항 및 제2항), 상해치사(제259조제1항), 폭행치사상(제262조(존속폭행치사상의 죄를 제 외)), 과실치사상의 죄(제26장), 강간과 추행의 죄(제32장), 절도와 강도의 죄(제38장), 사기와 공갈의 죄(제39장), 횡령과 배임의 죄(제40장), 손괴의 죄(제42장)를 배상명령 대상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에 규정된 이외의 범죄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 처벌법’이라 함)」 제10조부터 제14조에 규정된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성적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 법’이라 함)」 제12조부터 제14조에 규정된 아동·청소년 매매행위,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요행위 등을 배상명령의 대상범죄에 포함시키고 있 습니다(소촉법 제24조제1항 제1호 및 제2호). 대상범죄가 성범죄까지 확대된 것은 2012년 1월 소촉법이 개정되면서부터이고(법률 제11163호)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손해’ 이외에, ‘위자료’를 배상명령 범위로 법에 규정한 것은 2005년 개정시입니다.
아울러, 동항 제3호에 따라 위에 열거된 범죄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특가법’이라 함)」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처법’이라 함)」 등 으로 가중처벌되는 경우에도 배상명령의 대상범죄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형법 제 32장의 강간과 추행의 죄 중 일정한 경우에 성폭력법 제3조부터 제9조에서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가중처벌 되는 범죄는 소촉법 제24조제1항제3호에 의하여 배 상명령 대상범죄에 편입되는 것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함)」은 제57조에서 ‘가정보호사건에 대하여는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 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라 가정보호사건에 대하여는 비교적 광범위한 범죄에 관하여 배상명령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에서는 가정폭력범죄의 개념에 소촉법 이 규정한 범죄 이외에도 재산범인 강요죄를 비롯하여 명예훼손, 모욕, 주거·신체수색 에 대한 부분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촉법에서는 상해와 폭행의 죄 를 배상명령의 대상범죄로 하면서도 존속상해, 존속폭행은 배상명령 대상에서 제외하 고 있지만, 가정폭력처벌법에서는 존속에 대한 상해나 폭행죄가 가정폭력범죄의 범주 에 포함되기 때문에 가정폭력에 한하여 존속상해나 존속폭행도 배상명령의 대상범죄
64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3. 배상의 범위와 우리나라의 배상명령제도 활용현황 배상명령에서 배상의 범위는 범죄로 인하여 발생하는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손해, 위자료입니다(소촉법 제25조제1항). 다만, 당사자 사이에 손해배상에 관하여 합 의한 경우에는 그 합의된 금액이 배상액으로 인정됩니다(제2항)
먼저 우리나라의 배상명령제도 활용현황을 보겠습니다. 아래의 표들은 대법원의 사 법연감에서 각 연도별로 발췌하여 재구성한 자료입니다. 표 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형사신청사건으로서 지난 10년간 배상명령 접수건수는 증감을 반복하기는 하였으나 평균 6,255건 정도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배상명령 접수건수는 지 방법원에서 8,181건, 고등법원에서 390건인데 이 중 인용이 각각 2,758건과 13건 정 도에 불과하였습니다(표 2). 그리고 표 3의 최근 5년간 배상명령사건 인용현황을 보 면 2016년에 신청사건이 증가하고 인용률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였으나, 배상신청건수 와 인용률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형사사법체계가 범죄자의 처벌 에만 중점을 두고 있던 과거와 달리 피해자의 피해회복에도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는 2010년 이후의 시점에서도 배상명령 관련 수치가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 고, 특히 2016년에는 인용률이 그마저도 상당히 감소하였다는 점은 범죄피해회복이라 는 관점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할 것입니다.
민사사건의 1심 소송절차에서의 원고승소(일부승소 포함)율이 95퍼센트에 달하는 점과 비교하여 볼 때에도 배상명령이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불법행위 자체 가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임에도 인용률이 3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은 사실상 배상명 령 제도가 피해자의 손해배상의 관점에서 효과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표 1
계
형사신청사건(배상명령) 접수건수 누년비교표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평균
4,437
4,714
4,342
5,803
6,438
6,688
5,901
6,799
9,245
8,181
6,255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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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형사신청사건(배상명령) 처리현황(2017) 구분
금년접수
지방법원 고등법원
표 3
8,181 390
합계
처리 결정 기각 4,974 417
인용 2,758 13
8,125 442
취하·기타
기타 45
348 12
최근 5년간 배상명령사건 인용현황(지방법원 기준, 2013~2017) 구분
신청
2013 2014 2015 2016 2017
6,688 5,901 6,799 9,245 8,181
계 6,196 6,012 6,176 8,887 8,125
처리 기각 3,573 3,684 3,962 6,211 4,974
인용 1,973 1,943 1,820 2,278 2,758
기타 650 485 394 398 393
인용률(%) 31.8 32.3 29.4 25.6 33.9
이는 성폭력범죄에서는 더욱 심각한 상태입니다. 아래 표 4와 5는 2017년의 지방법원 및 고 등법원에서 죄명별, 금액별로 배상명령을 내린 사건을 성폭력범죄에 한하여 정리한 표입니다. 2017년 지방법원에서 인용한 전체 배상명령 2,758건 중 성폭력범죄는 단 8건에 불과합니다. 표 6의 같은 기간 제1심 법원의 사건처리 표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사건이 11,757건이고 이 중 배상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일부 범죄 건수나 항소여부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매우 적은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 4
배상명령사건 죄명별·금액별 건수표(지방법원, 2017) 계
합계 강간과추행의 죄 성폭력처벌법 아청법
표 5
2,758 2 5 1
100만원
500만원
1000만원
5000만원
5000만원
까지
까지
까지
까지
초과
1,976
195
101 1
315 1 2 1
171
3
배상명령액
58,192,749,520 30,000,000 51,000,000 20,000,000
배상명령사건 죄명별·금액별 건수표(고등법원, 2017) 계
합계 강간과추행의 죄 성폭력처벌법
13
100만원
500만원
1000만원
5000만원
5000만원
까지
까지
까지
까지
초과
1
1
1
2
8
1
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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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상명령액
2,607,517,9 20 40,000,000 1,650,000
표 6
제1심 법원 죄명별 사건처리 표(2017) 처리 접수
강간과추행의 죄 성폭력처벌법 아청법
6,030 5,197 1,884
합계
유죄
무죄
형면제 등
5,818 5,093 1,933
5,347 4,690 1,720
203 128 38
3 3 2
소년원송치 기타 265 272 173
형사소송에서 배상신청은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소의 제기와 동일한 효력이 있기 때 문에(소촉법 제26조제8항) 다른 절차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가 법원에 계속 중인 때에 는 배상신청을 할 수 없고, 반대로 배상신청을 한 경우에도 배상절차가 종료되기 전 에는 역시 다른 절차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배상명령 사건이 신청되면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언제든지 피고인의 배상책임유무와 그 범위를 인정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조사할 수 있고,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를 조사할 경우 피 고인의 배상책임 유무와 그 범위에 관련된 사실을 함께 조사할 수 있으며, 범죄사실 을 인정할 증거는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와 그 범위를 인정할 증거로 할 수 있습니 다.
이 제도를 둔 원래 취지가 형사재판과정에서 현출된 증거를 간편하게 배상명령사건 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형사절차를 통하여 간이, 신속하게 피해자의 민사 상 손해배상 청구권 실현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하여 입증책임을 져야 하는 민사소송과는 달리 형사절차의 증거를 활용할 수 있다는 배상명령의 이점을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형사절차 에서 배상은 피고인의 형사상 책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에만 배상이 발하여지는 것이기 때문에(소촉법 제31조) 하급심의 유죄판결이 파기된 경우에는 배상명령의 성격상 당연히 배상명령이 취소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됩니다.
III. 현행 배상명령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효력상 한계점 우리나라의 배상명령에는 집행력은 인정되지만 기판력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판 력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는 배상명령으로 피고인의 재산을 강제집행하려고 하여도 악 의적인 피고인이 변론종결 전의 사유를 주장하면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게 되면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피해회복을 받는 시점이 지연되거나 때로는 부인될 수도 있어서 배상명령 신청과 심리과정에서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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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노력이 헛되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배상명령에도 기판력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 실 정입니다.
형사재판의 주된 목적은 국가의 형벌권 실현이지만,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위법상 태로부터의 원상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진정한 회복은 국가형벌권의 실현만으로 는 부족하고 피해자의 피해까지 복구되어야 회복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강제 집행력이 있는 배상명령을 내려야 현실적인 피해배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기판력이 인정되어야 책임을 회피하려는 악의적인 가해자로부터 고통받는 범 죄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고, 형사절차에서의 배상명령으로 손해배상 문제가 종결될 수 있다면 피해자로서는 이후 재차 법적 쟁송을 거쳐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 각합니다. 또 한가지는 민사사건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소장을 제출하여 야 하는데, 소장에는 당사자와 법정대리인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서 범죄의 피해자 의 인적사항을 노출할 위험성을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반하여 배상명령은 형사절차에서 내리는 것으로 범죄피해자가 자신의 신변을 노출시키지 않고 민사와 같 은 손해배상이 실현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소촉법 제28조에 따 라서 신청서 부본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리고 송달하는 등 의 피해자 신원보호 규정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신원보호가 중요한 성폭 력 피해자에게 배상명령제도는 매우 중요한 제도로 판단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경우 「범죄피해자 등의 권리이익의 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형사절차에 부수 하는 조치에 관한 법률」 제33조제5항에서 ‘적법한 이의의 신청이 없는 때에는 손해배 상명령의 신청에 관한 재판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기 판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독일 형사소송법 제406조제3항에 따르면 ‘부대청구에 대한 재판은 민사소송에서의 판결선고와 같은 효력을 가지며, 민사소송법의 준용에 의하여 가집행도 가능하다’며 기판력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은 형사 재판과정과 병행하여 손해배상명령에 대하여 심리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판결이 확정 된 이후 심리가 개시되며,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에도 민사법원에서 심리하여 종국결 정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차이는 있습니다.
2. 충실한 심리의 필요성 현행 배상명령제도는 형사소송에 부수하는 ‘형사신청’ 절차에 불과합니다. 담당 형 사 재판부로서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공판절차에 전력을 다하게 되므로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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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도 이상의 많은 노력을 기울이거나 충실히 심리하리라는 기대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시간적으로도 유죄판결의 선고와 동시에 배상명령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한편 형사책임을 근거로 하여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형사사건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책임을 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형사사건의 재판기록을 증거로 채택하여 참고하게 됩니다. 문제는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되거나, 사건관계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공범 등의 문제로 인하여 열람 또는 등사가 제한되는 사유가 다수 존재하고(형사소송법 제59조의2), 특히 범죄피해자나 참고인 등이 열람, 등사 신청인 이 될 때에는 자신이 제출하거나 진술한 내용이 아닌 경우 열람이나 등사가 불허되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따라서 범죄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하게 될 때에는 민사재판부 에서 형사사건을 재검토하고 기록열람과 등사로 재판이 지연되거나 형사기록이 제대 로 제출되지 않는 등의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해 형사재판부는 사 실관계를 판단하였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민사소송에 비해서는 용이하게 배상명령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손해산정의 범위와 그 한계 애초에 소촉법에 배상명령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를 회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배상액 역시 실손해 이상으로 책정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2005년 개정으로 위자료가 소촉법에 규정되기는 하였으나, 그 액수 또 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는데는 현저하게 적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상신청 을 인용하지 못하는 원인 중에 피해자 등 신청인이 신청한 액수를 피고인이 다투거나 별도의 주장을 개진하는 경우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직권으로 배상명령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당사자간의 합의를 우선시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치료비 손해 부분도 많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경우 육체적인 외상치료는 물론이고 지속적인 정신적 혹은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데, 범죄로 인하여 일단의 치료가 종료되는 경우에는 이후의 정신적인 후유장애로 인하여 일실수익이 예 상되면 배상명령의 대상에 포함시킬 기회가 매우 줄어들게 됩니다. 배상명령이 형사 절차와 병행하고 이에 맞물려 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명령시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일본의 경우처럼 형사사건이 모두 종료한 후에 배상명령의 심리를 시작하여 별도로 배상액을 산정한다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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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 미국의 연방형사소송절차처럼 배상범위에 ‘신체에 대한 침해범죄’에 대해서는 물리적, 정신의학적, 심리학적 치료를 위한 의료비는 물론 피해치유를 위한 비의료적 비용을 포함하고,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일실수익, 양육비, 이사비용, 사망한 경우 장 례비 등 일체가 포함된 배상액 산정을 눈여겨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18 U.S.C.A. §3663(b)(2), 심지어 미국은 연방양형가이드라인에 따라 피고인에게 손해배상과 벌금 형이 함께 부과되는 경우에는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벌금형을 납부하는 것보다 손해 배상명령을 우선하여 집행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USSG, §5E1.1.(c)]).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배상명령제도의 대상범죄에 재산범죄를 포함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이는 대상범죄로 제한한 중대범죄의 피해자의 경우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여서 통상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기에 상당히 곤란하다는 점과 형사절차에 있어서 인정된 사실을 근거로 간이하고 신속한 절차로 민사상의 청구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을 이유로 대상범죄를 중대범죄로만 확대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나 라의 전체 배상신청사건 중 사기죄처럼 피해자가 확정되기 쉽고 재산적인 피해액 등 배상액을 산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경우에 배상명령이 주로 활용된다는 점을 볼 때 같은 제도라도 도입과정이나 목적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성폭력범죄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와의 합의여부는 사실상 중요한 양형 사유가 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여부를 명시적인 양 형사유로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형사유에 명시적으로 ‘피해자와 의 합의’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처벌불원과 피해 상당금액을 공탁하는 것이 감경사유 로 기재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피의자나 피고인들은 수사 또는 형사재판 과정에서는 필사적으로 피해회복을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수사나 재판이 종료하면 피 해자들의 피해회복 호소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게다가 배상명령을 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배상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강제력이 없어서 배상명령의 이행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여기에서 다 다루지는 못하지만, 벌금 등을 재원으로 피해자 배상제도를 검토해볼 필 요도 있어 보입니다.
다양한 논의들이 남아 있으나 현행 우리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 배상명령제도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면서 지면과 시간관계상 제 토론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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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2018년 11월 28일(2018-14) ■ 발행처│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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