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s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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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for Korean Crafts

Cover Story 오브제와 공예의 경계를 넘나들다 도예작가 이인숙 공간 종이, 찰나의 아름다움을 품다

Focus

일상속에 꽃핀 이베리아의 찬란한 문화, 아줄레주(Azulejo)

Opinion ‘뿌리깊은 나무’ 전 편집장 김형윤

Rhee in-sook, crocodile-clock P1, porcelain.2014

ISSN 2586-3975 값 12,000 원 9 772586 3970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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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의 교역, 관세법인 정상이 함께하겠습니다.

수출입 통관 관세환급 FTA 원산지 증명서 신청 물류 절감 컨설팅 대표이사 박순익 E-mail : separk@topcustoms.co.kr www.topcustoms.co.kr 문의·상담 032-891-4011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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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fts Vol.2 March/April 2018

Front 014

Editor's Letter

016

Things

024

공간

종이, 찰나의 아름다움을 품다 • 024

강원도를 닮은 공예…‘한국공예전 기량의 예술’ • 028

‘강건왕’ 아우구스투스가 사랑한 보물을 엿보다 • 032

036

Editor's Choice

044

공방Inside

“내 것,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죠” 도예 작가 양지운 • 044

나무가 빚어낸 따듯함, 치유의 힘이되다. 퇴촌목수 이진호 • 048

052

Reviews

‘맛과 멋’의 만남, 공예 스펙트럼 넓히다… 공예박사 박중원 • 052

‘영혼’을 담고자 한 예술가, 자코메티 • 058

064

Talk

한지의 美 • 064

068

Crafts shop

070

Crafts Guide 위) Table decoration in the form of a ship III 149 ©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아래) 김명례, Journey of the Hydrang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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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fts Vol.2 March/April 2018

Features 072

Cover

오브제와 공예의 경계를 넘나들다 도예작가 이인숙 • 072

전통으로 현대를 이끌다… ‘MOI WATCH’ 대표 김한뫼 • 080

088

Talent Spot

바다를 닮은 도예가 황지혜 • 088

형태의 ‘탈피’ 꿈꾸다…작가 인영혜 • 092

096

Focus

일상속에 꽃핀 이베리아의 찬란한 문화, 아줄레주(Azulejo) • 096

세계에 한국 공예의 ‘멋과 향’ 알린다

…‘한국전통문화센터’ 개관 • 104

공예와 기업의 색다른 만남 • 108

112

Makers

"1인 제조시대 열 것" …고산, '5차산업혁명' 꿈꾸다 • 112

116

Opinion

전통문화의 운명과 민중의 책임 • 116

위) 플랫폼엘 '랑데부 그녀를 만나다' 전시장 아래) 이인숙, Cp1, 촛대, porcelain, wax coatin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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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fts Vol.2 March/April 2018

Features

Front 014

Editor's Letter

Inmyeonjo the human-faced bird and traditional culture • 014

072

Cover

Rhee In-sook blurs the lines between objet and crafts in her extraordinary art pieces • 072

Kim Han-moi takes a hint from traditional mother-of-pearl craft and makes extraordinary waistwatches Talent Spot • 080

088

Talent Spot

Ceramist Hwang Ji-hye makes pottery that features lives of ocean animals • 088

In Yeong-hye tries to make shape and form

a matter of little importance in her artwork • 092

096

Focus

How Azulejo thrives as a traditional art form in contemporary everyday life • 096

016

Things

Korea Cultural Heritage Foundation showcases

024

Place

traditional arts and crafts for foreign tourists • 104

The Daelim Museum highlights the moments of paper transforming into a delicate art form • 024

Collaboration enbales powerful work for

craft artists and corporate brands • 108

Korean Crafts, the Art of Workmanship • 028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features a rich variety of Baroque exhibits of Augustus the Strong • 032

036

Editor's Choice

044

In the Studio

116

Opinion

Yang Ji-woon reveals how the ceramist felt pressure to make her "own and unique" pottery • 044

The fate of traditional culture and the responsibility of people • 116

Using wood, Lee Jin-ho conveys a mood of warmth and positivity • 048

052

Reviews

How to make use of traditional crafts into modern day relevance • 052

Alberto Giacometti, an artist who pours his soul

into his work • 058

064

Talk

The art of traditional Korean paper • 064

068

Crafts Shop

070

Crafts Guide

112

Makers

3D print maker Ko San talks about the fifth industrial revolution where manufacturing is no longer

dominated by factories • 112

박중원, Transformational Hybrid 935713-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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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fts Vol.2 March/April 2018

Magazine for Korea Crafts

편집 Editorial Dept. 편집장 Editor-in-Chief 박수현 Park Su-Hyun | sh@krafts.news 기자 Staff Reporter 최예선 Choi Ye-seon | melody@krafts.news 우형주 Wu Hyeong-ju | brotherj701@krafts.news 김기화 Kim Ki-hwa | dimensionbuster@krafts.news 사진 Photography 박요한 Park Johann | Johann@krafts.news 교열•교정 Copy Editing 최예선 Choi Ye-seon | melody@krafts.news 온라인 미디어 | Online Media 변희진 Byun Heejin | bandi21@krafts.news

디자인 Design 아트디렉터 Art Director 이화연 Lee Hwayeon | callmedear@krafts.news 디자이너 Designer 인우리 In Uri 어시스던트 디자이너 Assistant designer 고영선, 최우영

경영관리•광고 Management • Advertising 이사•에디터 Director•Editor 최유미 Choi Yumi | yumi.choi@krafts.news 법률고문 Legal Adviser•Lawyer 박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율) Park Ji-sun(Jangyul Law Office)

발행인 Publisher 이인숙, modified tree, porcelain, led, 황동, 2014

김향남 Kim Hy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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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및 정기구독문의 02-573-5513 www.krafts.news

Krafts 제2호 / 2018년 3•4월호 발행처 크라프츠(Krafts)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73 (서초동, 홍우빌딩)12층, 108C호 대표전화 02-573-5513 팩스 070-7755-5513 잡지등록일 2017년 11월 17일 등록번호 서초, 마00098호 인쇄 영은문화㈜ 발행일 2018년 3월 10일

© 2018 크라프츠(Krafts) 이 책의 저작권은 크라프츠(Krafts)에 있습니다. 본지에 수록된 글과 사진은 크라프츠 (Krafts)의 서면 허가 없이 사용이 불가합니다. Copyright© 2018 Krafts. All rights reserved. This material may not be published, broadcast, rewritten, or redistribu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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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인면조’와 전통문화 글 박수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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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가 전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면조(人面鳥). 말 그대로 사람 얼굴을 한 새다. 초기에 ‘기괴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내 사람들은 수긍하기 시작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 하는 인면조는 당대인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통했다. 백호와 현무 등 사방신(四方神)에만 익숙했던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존재이지만 수천 년이 지 난 지금 벽화 속에서 걸어 나와 세계인 앞으로 당당히 날아올랐다. 이렇듯 전 통은 끊임없이 재발견 되며, 재창조된다.

김한뫼 시계 공예가의 작품 역시 전통에서부터 시작됐다. 천 년이 넘는 전통 과 오랜 보존력을 자랑하는 나전칠기를 감각적인 디자인과 접목해 만든 그의 손목시계는 세계적인 시계 박람회 ‘바젤월드’에서 완판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고유의 전통에 현대적 해석과 공감이 어우러진 ‘새 것’이 탄생한 것이다. 이번 호에서 <크라프츠>가 전통과 현대의 ‘통섭(通涉)’에 주목한 이유다.

통섭은 새로운 방향성과 가치지향성을 지닌다. 하지만 융합 단계 없이 통섭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공예야 말로 재료, 방법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융합 이 시도될 수 있다”는 박중원 공예박사의 말은 국내 공예 산업에 화두를 던진 다. 박 박사는 “융합이란 단순히 서로 다른 것을 섞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화 합적, 변형적 융합의 단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전통을 재 해석하고 재창조 할 때 비로소 전통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살아 숨쉬는 예술 작품도 있다. 이베리아 반도의 아줄레주(Azulejo)다.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2’에는 아줄레주가 내부 인테리어로 쓰이면서 국내 시청자들에게 더 많이 알 려지게 됐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직접 방문하여 타일공예의 아름다움을 생 생하게 담아왔다.

이번 호의 커버에서는 오브제와 쓰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공예의 새 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도예 작가 이인숙을 다뤘다. 일견 탐미주의적이 라 생각했던 이인숙 작가의 작품은 군중의 감정이 투영된 비유와 상징, 기호를 담고 있다. 동시에 ‘인간의 감정에 집중하고 그것을 작품으로서 남겨야 한다’ 는 예술가의 경건한 소명의식마저 느껴진다.

전통의 매개체는 곧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114쪽 오피니언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 2대 편집장 김형윤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민중 고유 문화의 맥을 지키기 위해 발간되었지만 신군부에 의해 폐간 된 잡지다. 김형윤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근대화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타자화 된 우리 예술 및 문화 가치를 어떻게 일깨울지에 대한 성찰적 고민을 던져준다.

015


Things ①

크래프트 콤바인​ 이기용, 조준익, 김예진 3명의 대표 디자이너와 박윤 포토그래퍼로 구성되어 있는 크래프트 콤바인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방 법론에 있어 공예적 접근과 디자인적 접근을 함께 활용한다. “사람의 손을 거치는 생산 공정을 통해 쉽게 복제 되는 제품이 아 닌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료의 본질적인 가치를 제품에 담고자 합 니다. 그래픽, 제품, 공간 등 분야에 제한을 두기보다는 각 요소들을 넘나들고 결합하여 디자인합니다.” (사진=박윤미술촬영) www.craftcombine.com

Piece Tray - Blue sea, 400 x 400 x 12mm, 2016 felt , acrylic, merbau wood, thread ​하나의 패턴이 7피스로 분해되어 독 특한 모양의 다용도 트레이로 사용 할 수 있다.

Craft Combine Light, 170 x 40 x 40 / 100 x 40 x 40mm, 2015, walnut wood, epoxy, LED ​월 넛과 에폭시를 이용하여 디자인 한 무드조명 두 재료의 혼합을 연구 하였으며, 마치 하나의 재료처럼 보 이도록 디자인 하였다.

016


Craft Combine Plate, 150 x 150 x 90mm, 2015, brass, copper, aluminium, wood, marble, glass ​다양한 금속의 표면처리기법과 재료의 혼합을 통해 디자인한 접시 오브제.

Patterned Pallet Furniture​, 440 x 750 x 450, 2018, Used pallet, Acrylic, Felt, Robinia, Lauan plywood 화물 운반 후 버려지는 팔레트를 이용하여 디자인한 의자 (왼쪽부터) Piece Furniture City/ Mountain/Sea, 2016

Piece Furniture Mountain, 500 x 750mm, 2016, wood, felt, stone ​Piece Furniture는 여러 개의 피스 로 구성된 그림 이자 가구로, 산, 바 다, 도시가 모티브가 되었다. 도시 (City)는 황동과 아크릴, 바다(Sea) 는 알루미늄과 유리, 산(Mountain) 은 나무와 돌, 펠트를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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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②

도자장신구협회 ​ 1997년 창립전을 시작으로, 현재 100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인 한국 도자장신구회는 전통의 깊은 멋과 현대적인 감각의 융합으로 변화 하는 새로운 문화를 맞이하고있다.

정지현 life style - necklace ©정지현 구를 깎아 면을 만들어 물방울이 반사되는 형상을 표 현하였다. 오닉스, 진주, 크리스탈의 조합은 언발란스 한 느낌을 준다. 문의:minnie0109@gmail.com

오승주 Bags, Ceramics, silver, 37x40x13mm ©오승주 가방을 모티브로 한 도자장신구 문의: sweetishrain@gmail.com

김연화 Blooming ©김연화 김연화의 작품은 고유성을 가지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체계를 이루는 미니멀리즘의 반복적(Tautological)구성 을 이루고 있다. 문의: brightpond@gwnu.ac.kr

018


이예선 White Knot Jewelry, 35x35x10 mm, 슈퍼화이트, 투명유, 금, 2017 ©이예선 복식이나 의구(儀具)의 장식으로 사 용되어 온 전통적인 매듭을 주제로 한 도자장신구 가격은 6만원 문의: yeasun1227@naver.com

한세은 탁상용 트레이 오브제와 세라칠보 악세사 리 ©한세은 - 1250도 이상 고온에 구운 자기질 에 유 리질의 칠보안료를 바른 다음 다시 한번 열처리하여 만드는 세라칠보는 특유의 광택과 색채를 뽐낸다. 진세라믹 홈페이지:www.jinceramic.co.kr

한윤빈 오늘+오늘 ©한윤빈 장신구용도에 맞게끔 최소의 무게를 위하 여 color paper clay로 제작함으로서 흙느 낌을 극대화 한 것이 특징이다. 문의: 010-7296-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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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③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KCDF)은 경쟁력 있는 공예상품 개 발 및 작가 육성을 위하여 2013년부터 ‘공예디자인 상품개발사업’을 시행해왔다. 개발지원은 물론, 유통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발상품 브 랜드화 지원으로 한국 공예산업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2017년 개발상품 중 주목할만한 작품을 크라프츠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제공=KCDF)

/ 겸재 정선의 자화상 ‘독서여가도(讀書餘暇圖)’에서 모티프를 얻은 전하람 작가의 <‘독서여가도’ 테라피>시리즈. /

전하람 작가 약력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도자공예학과 졸업 2017 아시아현대도예전, 아이치현 도자미술관, 일본 2016 쓰器, KCDF, 서울 2015 Take the old create new, Fugui gallery, 잉거, 대만 2015 White & Blue interaction, Onyou gallery, 평촌 2014 Scratch, 디자인아트페어 한가람미술관, 서울 E-mail haramjun@naver.com


/ 나뭇결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옻칠 쟁반, 김나연, 김아람 작가의 <옻칠반> /

김나연 작가 약력

김아람 작가 약력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칠예전공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칠예전공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졸업

2017 제19회 그룹‘옻’ 전시회, 통영옻칠미술관, 통영

2017 제19회 그룹‘옻’ 전시회, 통영옻칠미술관, 통영

2015 한국칠예가회전, kcdf, 서울

2017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인

2012 세계칠예전,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대구

2012 세계칠예전,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대구

2011 다시 찾은 옻칠 80인전,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 서울

2011 다시 찾은 옻칠 80인 전,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 서울

2017 제5회 서울상징관광기념품공모전 대상, 아이디어상

2017 제5회 서울상징관광공모전 대상, 아이디어상상

E-mail ottottcraft@gmail.com

E-mail ottottcraf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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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칠 위에 정교한 패턴기법을 적용한 양정모의 <무로>는 테이블웨어로, 자연스러운 질감과 다양한 크기로 사용도를 높였다. 양정모 작가 약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졸업 2017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서울 2017 페이퍼월드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 2016 공예트렌드페어, 서울 2016 싱가포르 국제 가구박람회(IFFS), 싱가포르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 E-mail info@jungmoyang.com

022

/


/ 삼베와 한지로 한국적인 질감을 표현하여 세련된 전통의 미를 극대화 시킨 정대훈 작가의 <지곰 소반, 지곰 사각함> /

정대훈 작가 약력 2017 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 특별상 2016 남파전통공예문화상품공모전, 은상 2016 제2회 전통공예상품공모전, 입선 2015 대한민국전통공예대전, 우수상 2014 대한민국등공모대전, 장려상 E-mail jigom1999@naver.com

공모 접수 안내 한편, KCDF에서 진행하는 2018년 공예디 자인 스타상품개발 공모 접수가 2018.3. 14~4.20동안 이루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kcdf홈페이지(www.kcdf.kr)참조.

023


공간 ①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 展

종이, 찰나의 아름다움을 품다 글 최예선 기자 사진 대림미술관 제공

전시 소재로 처음 마주한 종이는 참으로 새삼스럽고 고고하면서도 또한 익살스러운 것이었다. 유 려한 곡선으로 도도한 자태를 뽐내다가도 어느새 친근하게 다가와 관람객의 동심을 일깨운다. 고 전 예술가들의 유명 작품 전시회에 온 듯하다가도 종이로 된 장난감이 가득한 ‘놀이터’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일상적인 소재 종이가 주는 특별한 경험. 종이 전시회 ‘너를 위한 선물’이다.

지난 2월 8일 오후 6시 30분, 야간 개장의 행운

낌이었다. 별빛의 모습을 하고 있는 종이 천막들

을 누릴 수 있었던 목요일 저녁. 1층 기념품 샵에

은 연약해 보이면서도 강해보였고 유한듯 하면

는 전시를 관람하러 온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서도 거칠었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리차드 스위니가 자연을 종이로 형상화했다면,

“이게 종이야?” 종이라는 흔하고 또 일상적인 소

완다 바르셀로나(Wanda Barcelona)의 ‘꽃잎에

재에 무장해제돼 있던 관객들은 첫 작품에서부

스며든 설렘’은 자연의 풍경을 통째로 옮겨다 놓

터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봤자

았다. 그곳에 비치는 햇살까지도. 그가 옮겨온 것

종이인데’라고 생각했다면, 작품 앞에선 그간 종

은 바로 정원이었다. 직접 전시 공간에 방문해 한

이에 대한 지식과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

켠에 있는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의 모습까지 고

은 각오했어야 했다.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탄

려해 배치했다는 이 작품은 온 공간이 꽃잎 모양

성. 도저히 종이로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세

을 한 종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관객들

계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 지나가는 몸짓을 따라 부는 미세한 바람에 종

종이 작품을 보러왔다 자연에 심취해 가는 기분

이들은 샹들리에처럼 흔들거렸다.

이랄까. 첫 작품 ‘고요한 새벽의 별빛’의 주인공

대림미술관 전시팀의 정규연 큐레이터에게

리차드 스위니(Richard Sweeney)는 밤 하늘의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을 들어보았

별 빛을 종이로 구현해 냈다. 주름진 종이들이 유

다.

려한 곡선으로 천막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은 흡 사 밤 하늘을 수놓는 무수한 별빛들을 쏟아낸 느

Hermitage, 2017, Paper, W2500 x D1400 x H1100 (cm)_사진제공 대림미술관


Q 현재 진행중인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 전시 제목의 의미와 그렇게 붙여진 이유 가 무엇인지 A 타이틀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 의 present는 ‘현재’와 ‘선물’을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공존하는 매체로써의 종이의 현재와 동시대 아티스트가 만든 종이 소재의 작품에 주목했다. 또 미술관을 방문한 관객들께는 작품을 경험하는 동안이 선 물과 같은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미술관 의 바람을 담고 있다.

Q 전시 기획 의도와 전시가 가진 의미는 무엇 인가. 여러 작가들이 함께 참여했다고 하는데 작 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A 종이는 일상 생활에 늘 사용되는 우리 주변 에 있는 친숙한 소재다. 그런 평범한 소재가 예 술가의 섬세한 손길과 만나 놀라운 예술작품으 로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 이번 전시를 기획하 게 됐다. 접었다 펼치면서 평면의 종이가 입체적 인 오브제로 변신하고, 수 놓은 듯한 화려하고 섬세한 페이퍼 커팅 작품, 모빌 형태의 작품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개성 넘치는 표현방식을 경험하다 보면 종이가 예술적 소재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Q 하필 ‘종이’인 이유와 전시 관전 포인트는 무 엇인지 A 얇고 연약한 소재라고만 인식되어 온 종이 가 그 고정관념을 깨고 입체적인 조각작품과 설 치작품을 구성하고 공감각적 체험을 선사하는 대형설치작품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소재가


갖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작품에 결합하고 자 각 공간의 시작점에 시인 오밤 이정현의 글 귀를 녹여냈다. 시인의 글은 작품의 감상 포인 트를 축약하면서도 공간에 풍성한 스토리를 더 해주고 있다. 전시장 2층에서는 별빛, 햇살, 바 람과 같은 자연적 현상을 떠올리는 종이 풍경 을 천천히 경험하시고, 3층에서는 리빙스케이 프(Livingscape)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는 방법이다.

Q 자연을 표현한 작품이 많은데, 주요 작품을 간략히 소개 부탁한다. A 세 번째 섹션에서 소개되는 아틀리에 오이 (Atelier Oi)의 ‘혼미노시 가든(Honminoshi Garden)’은 일본 기후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디자인된 모빌형태의 작품이다.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여 흔들리는 모빌은 잔잔한 바람을 연상시키며 중앙 이동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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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는 곡선의 형태로 제작되어 관람객이 오솔길 을 거니는 듯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여섯 번째 섹션에서 소개되는 완다 바르셀로나

Q 마지막  '그곳에 물든 기억'은 촉각, 시각 그

(Wanda Barcelona)의 ‘Color to Eternity’는 등

리고 청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기획 의

나무꽃을 모티브로 한 4000여 개의 종이 꽃송

도와 메시지는 무엇인지

이와 크리스탈의 반짝임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A 마지막 섹션에서는 국내 디자인그룹 마음스

꿈의 공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유색의 등나무

튜디오의 ‘페이퍼 워크’라는 작품을 소개해드리

Sweeney_사진제공 대림미

꽃이 영원을 상징하는 순백의 꽃으로 변해가는

고 있다. 벨벳과 비슷한 감촉의 수플레(soufflé)

술관

과정을 표현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종이는 빈

라는 제지에 핑크색 그라데이션을 입힌 수천 개

large Ø19.3(cm), mini

캔버스이며, 물감이자 붓이다”라는 완다 바르셀

의 갈대로 구성된 대형 설치 작품이다. 작품을

Ø7.5(cm) ⓒFuminari

로나의 종이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반영되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미술관

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이가 주는 촉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3 Bloom, 2015, paper,

1 Untitled, 2017, paper, monofilament nylon, lead and adhesive, W1,000 x D190 x

이 공간을 거닐면서 누구나가 지니고 있을 법한

H200(cm) ⓒSculpture and Photography Richard

2 Airvase, 2010, paper,

Yoshitsugu_사진제공 대림

W152.4 x H152.4(cm) ⓒ Tahiti Pehrson_사진제공 대 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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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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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From Color to Eternity, 2017, Paper and string_사 진제공 대림미술관 5 Paper Walk, 2017, Paper, Leaf size H80 (cm)_ 사진제공 대림미술관

6

과거의 아련한 기억 또는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

바 ‘오감 만족’. 마음까지 잔잔해 지는 마지막 공

면서 작품과 교감하기를 기대하며 기획되었다.

간에서 갈대가 손 사이를 스치는 듯한 종이의

마음스튜디오의 이달우 실장은 “‘페이퍼 워크’

감촉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의 사르륵 거리는 종이 갈대 사이를 걷고 난 뒤,

6 White Paper Furniture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진짜 자연 속

Collection ⓒStudio Job &

을 산책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작업의 모든

Moooi Groninger Museum, Groningen_사진제공 대림미

영감은 자연으로부터 온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술관

전시에서 자연의 요소를 담은 작품이 많은 것도

6 Cabinet of Curiosities (Green), 2012, paper and

7

이와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scotch, W80 x D80 x H100(cm) ⓒZim&Zou_사 진제공 대림미술관

유일하게 ‘만지지 마시오’라는 유의사항이 적혀 있지 않은 전시 공간. 마음껏 만지며 작품을 느

전시 안내

낄 수 있는, ‘교감’이 극대화 되는 공간. 2층부터 시작한 전시는 맨 꼭대기 층에서 그 절정을 이 룬다. 바로 마지막 섹션인 ‘마음 스튜디오’다. 갈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은 오는 5 월 27일 일요일까지 서울 종로 대림미술관에 서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대 숲을 재현한 공간. 갈대 모양을 한 벨벳 재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목요

의 종이를 보고, 만지는 것은 물론 흘러나오는

일과 토요일에 한해 오후 8시까지 야간 개관

노래로 청각의 즐거움까지 맛 볼 수 있다. 이른

한다.

027


공간 ②

한국공예전 기량의 예술 展

강원도를 닮은 공예 글 박수현 편집장 사진 박우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평창 동계문화올림픽 및

적’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도자(유리), 금속, 나전, 목칠,

패럴림픽 기간 특별전 ‘한국공예전 기량의 예술(Korean

섬유(한지), 장신구 분야 국내 공예작가 24명이 참여하여 작

Crafts, The Art of Workmanship)’을 개최하는 등 한국 공

품을 통해 스포츠와 공예가 가진 공유 가치를 조명했다. <크

예를 세계에 알리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2월 25

라프츠>는 이 중 네 명의 참여 작가를 통해 각각의 작품과

일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릴 때까지 약 5천여 명의 관람

기획 의도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객이 강릉 올림픽파크 라이브사이트 내 전시관을 방문했다.

이번 특별전은 강원도의 청정한 자연을 배경으로 뿌리 깊은 한국공예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동시대의 대표적 작품 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자연보호’, ‘도전정신’, ‘경험축

도예가

이가진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에서 반짝이는 최고의 순간을 수 행하기 위하여 추운 곳에서 매일같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기 량을 연마해 온 선수들의 땀에 대한 존경을 작품의 형태와 색, 기법 등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하얗고 고운 백자 흙을 물레로 성형하여 작품의 형태를 만든다. 단순한 '표면처리' 의 한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형태와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온전한 푸른 물질의 덩어리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신중 하게 유약 작업을 진행한다. 재료를 배합하여 유약을 만들고 푸른 빛이 중첩되어 깊고 맑은 느낌을 낼 수 있도록 조심스럽 고 두툼하게 유약을 입혀 소성한다. 청자라는 전통적인 소재 를 다루는 작업의 과정은 거의 천년 전 사람들의 방식과도 놀 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긴 시간을 이어 온 수행적인 작업의 기 평창 동계문화올림픽 특별전 ‘한국공예전_기량의 예

술을 익혀 그 결과물로 동시대 사람들과 의미 있는 감정적 교

술(Korean Crafts_The Art of Workmanship)’ 전경

류를 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028


강원도의 향(Gangwondo Flavor).

도예가

구세나 “이번에 출품한 작품의 제목은 강원도의 향으로 강원도의 대

할 수 있게 형태를 수정해 꽃병을 완성하게 되었다. 여러 개의

표 작물인 고랭지 배추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배추는 한

반복되는 꽃병들은 마치 배추 밭을 연상시킨다. 또한 추위 속

국인에게 친숙한 먹거리이고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에서도 견뎌내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의 강인한 생명력이 평창

다. 따라서 배추는 우리의 식생활을 대표하고 한국을 상징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닮았다고

는 자연물이라고 생각한다. 배추는 관찰했을때 형태적으로도

생각했다.”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그 형태적 미를 그대로 담아내고 자 배추를 캐스팅해 기본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실제로 사용

물방울(Waterdrop)

029


공존(Coexistence)

금속공예 작가

김현주 “금태칠과 나전의 끊음질 기법을 활용하여 현대 생활 속의 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우리공예가 과거에 머물

구, 무언가를 담아내는 기(器)를 만들고자 하였다. 이는 한국

러 있지 않고 현대 생활 속에서 아름답게 자리하길 바라는 마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성을 담아내는 기(器)로써 전통

음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연결고

기법을 통하여 현재를 표현하고 미래를 제시한다는 작업 의지

리로서 작용하는 본인의 작업은 전통기법으로 현재를 표현하

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매개체다.

고 더 나아가 미래에 전하고자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어준다.

간결하고 모던한 형태를 차용하여 현대인의 삶속으로 전통이

그것이 바로 전통을 담아 전해드리는 기(器)로써 완성된다.”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조형적 의도를 내포했다. 전통공예를

030


나전칠기 명장

손대현 전시 안내

“작품 명 ‘모란당초문흑칠함’을 풀어서 설명해보면 모란꽃과 당초 넝쿨 문양을 자개로 세공하여 장식하고 칠은 검은색 옻

‘한국공예전_기량의 예술(Korean Crafts_ The Art of Workmanship)은 패럴림픽 기

칠로 마감한 함을 뜻한다. 함은 밑짝이 깊고 위 뚜껑이 얕은

간인 3월 9일부터 3월 18일까지 강릉 올림픽

주로 보석류를 보관하는 상자다.

파크 라이브사이트에서 계속되며 출품작 참

모란문과 당초문은 고려시대 나전칠기부터 사용되어 온 전통

여 작가들의 연계상품 기획판매전도 인사동

문양이다. 유물들을 보면 이 문양들이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

KCDF갤러리에서 3월 5일까지 진행된다.

한 형태로 변형 되어 온 것을 볼 수 있다. 작업에 사용된 문양

전시는 공식 홈페이지(www.koreancrafts.

들도 이러한 전통 문양을 연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전통

co.kr)를 통해 웹 또는 모바일로 실시간 감상

적인 문양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재해석하면서 현대적인 감각

할 수 있다.

을 더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자개의 형태와 밀도, 바탕과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란당초문은 작품에 서 사용되는 문양 중 가장 대표할만한 문양이 되었다. 칠공예 중 나전을 장식하는 기법은 우리나라가 가장 발전하 였고 세계유일의 공예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세계 인이 모이는 올림픽을 통해 가장 한국적이고 진귀한 나전칠기 를 알리고 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 다.”

모란당초문 흑칠 함(Black Ottchiled Box with Ivy & Peony Design)

031


공간 ②

왕이 사랑한 보물 展

‘강건왕’ 아우구스투스가 사랑한 보물을 엿보다

1

글 김기화 기자 사진 국립광주박물관

왕이 사랑한 보물은 무엇일까? 지난 12월 19일

관의 소장품 130건이 엄선돼 공개됐다. 모두

개막한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왕이 사랑한

강건왕이 수집하거나 제작한 예술품들로 유럽

보물'이 누적 관람객 수 2만 2천 명을 돌파하

바로크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품의 보험평가

전시는 모두 3부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강

액만 813억원에 이르는 특별전에는 18세기 독

건왕이 직접 착용하고 사용했던 군복과 무기,

일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 왕이었던 ‘강건

왕의 보물 방인 ‘그린볼트(Green Vault)’ 등을

왕’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수집한 보물이

관람할 수 있다. 특히 그린볼트는 가문 대대로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내려온 보물에 강건왕이 직접 제작하고 수집한

이번 전시에는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을 대

것들이 더해져 18세기 유럽 최대 예술 컬렉션

표하는 그린볼트박물관, 무기박물관, 도자박물

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특별전에서는 상아, 청

1 <강건왕 아우구스투 스의 생김새를 본뜬 태 양 가면>, 1709년, 드레 스덴박물관연합 무기박 물관 소장, ©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2 무굴 제국 아우랑제브황제 의 왕좌 사진

2

032


1 2

1 2부 그린볼트 중 보석의 방 전경 2 2부 그린볼트 중 청동의 방 전경 3 <아테나>, 1650년경, 드 레스덴박물관연합 그린볼트 박물관 소장, ©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3

033


1

동, 은, 보석 등 재질에 따라 분류한 각 방에서

국 아우랑제브 황제의 왕좌>의 확대사진은 관

가려 뽑은 명품을 선보인다.

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충격을 선사할 것으로

또한 강건왕이 재위 기간 수집하거나 제작한

보인다.

도자기들도 소개한다. 18세기 유럽에서 도자기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이 소장한 명품을 한

는 ‘하얀 금’이라 불릴 만큼 귀하고 인기있는

자리에 모은 특별전 ‘왕이 사랑한 보물’은 국립

Dresden

물건이었으나 그때까지 유럽에서는 도자기를

광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4월 8일까지 계속

3 Cup in the Form of a

만드는 기술을 알지 못했다. 강건왕은 요한 프

된다.

리드리히 뵈트거를 시켜 유럽 최초의 도자기인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국립광주박물관

‘마이센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이에

(062-570-7000)과 기획전시실(1644-2625)로

자신감을 얻은 강건왕은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

하면 된다.

1 3부 도자기 궁전 전경 2 <타원형 뚜껑이 있 는 잔>, 1587년,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그린볼트박 물관 소장. © Staatliche Kunstsammlungen

Sea Unicorn_IV 133_워터마

한 도자기 및 마이센 자기로 장식한 ‘도자기 궁 전’을 만들고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으나 끝 내 완성하지는 못하였다. 이 전시에서는 왕이 직접 그린 배치도에 따라 ‘도자기 궁전’을 부분 적으로 재현해 봄으로서, 이루지 못한 왕의 꿈 을 더듬어 본다. 이밖에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확 대 사진 기술’을 이용한 전시 연출 기법이다. 2 부 ‘그린볼트’로 들어서면 본래 전시공간인 드 레스덴 궁전을 촬영한 초고화질 사진이 배치 되어, 실제 그린볼트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착 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또한 전시에 출품 되지 못한 다른 대표작들을 초대형 사진을 통

3

해 만나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강건왕 아우구 스투스 재위 시대의 대작 중 하나인 <무굴제

034

2


035


Editor's Choice ①

““다이아몬드 1캐럿을 위해 1500톤의 흙이 파헤쳐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문장은 나의 뇌리에서 쉽게 사라 지지 않았다. 나는 작가로써 광부가 되어보기로 했다. 원석에 틀을 떠내 어 레진으로 복제하고 원석이 파내려간 흔적을 새긴다. 다 시 하얗고 검은 지점토로 비어있는 원석의 공간을 메꾸어 준 다....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큰 구멍인 다이아몬드 광산, 그 흔적을 손 위에 올려놓을 만큼 축소시켜 장신구가 되었을 때 먼 하늘에서 대지를 바라보는 것 같은 상상이 개인의 사적공 간 안에서 펼쳐진다.” – 이정화, 작품노트 中

작품소장 푸른상호재단, 갤러리 오, The Art Gallery in Legnica, Poland 홈페이지 www.jeonghwalee.com Instagram silentmovement1 The traces of 1 carat, resin,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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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처 아원공방(www.ah-won.com), 갤러리오(www.galleryO.co.kr)


The traces of 1 carat, crystal resin, synthetic diamond powder, stone powder, film

The traces of 1 carat, resin, film

이정화 작가 약력 한양대학교 대학원 금속디자인 수료 한양대학교 금속디자인 졸업 2017 ITAMI international Craft Exhibition, The Museum of Art & Crafts ITAMI, 이타미, 일본 2017 크래프트 클라이맥스: 경기현대공예 2107, 경기도미술 관, 안산, 한국 2015 <SB2015:01_10>, 갤러리 아원, 서울, 한국 2013 <장식과 환영-현대장신구의 세계>, 국립현대미술관, 과 천, 한국 2013 <22nd Legnica International Jewellery Competition White soil (brooch Back side)

‘REVOLT’>, The Art Gallery in Legnica, 레그니카,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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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②

“나는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뿐, 오히려 감상자가 자신의 경 험과 가치관을 통해 각자의 것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작은 에피소드가 모여 새로운 이야기가 되고 과거의 기억까 지 더해지면 추억과 이야기는 다시 생성되고 쌓여간다. 나는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동안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다가도 격렬히 싸우고 상처를 주 고 받으며 애증의 추억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후의 추억과 이야기는 감상자와 사용자의 몫이며 나와의 기억과 는 다르게 될 것이다. 이제 그것이 품을 저마다의 지극하고 도 의미 있는 가치로 변하는 것이다.” - 한희선, 작가노트 中

발자국(footprints), 2015 W1200*D500*H450 Red Oak , Natural O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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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 2017 W1400*D200*H580 가변설치 백자토,와이어

작전명 번데기(PJT. Pupa), 2016 W550*D500*H1000 White Oak,

소꿉놀이(Childhood Memories)

Walnut, Natural Oil

apples, 2017

한희선(Han Hee-sun)작가 약력 한국조형예술원 목가구조형디자인 전공수료 대한민국 환경생태디자인대전 은상 2016 예술의전당 일상의예술전 홈페이지 www.thehand.co.kr

2017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E-mail ngks1212@naver.com

2017 G-세라믹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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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③

한국 도예계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모임 흙의 시나위 기획전-호호(好戶) 전에 출품된 작품들. 올해로 29년을 맞이한 ‘흙의 시나위’ 는 한국 도예계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모임이다. 자유롭고 실 험적인 작업을 지향하며 해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멤버들간의 활발한 교류의 결과물을 전시 활동으로 선보이고 있다. 현재 김문경, 김선, 김은정, 김현경, 배정은, 송은애, 안세연, 유경옥, 윤정 선, 이은송, 이전경, 이화윤, 정지현, 허정은 14명의 작가들이 활동 중이다. 2017년 ‘흙의 시나위’ 정기전 호호(好戶) 전은 처음으로 남성 도자 작가들과의 협업이 시도되었다. 여성 도자작가 14인과 남성 도자작가 14인이 각1:1로 매치되어 진행되었다. 사진제공=흙의 시나위

▵ 김문경 ✖ 김태곤 Natural flower,백자토, 2017 식물과 사물을 소재로하여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작업하는 김문경과 자연물을 소재로 주전자라는 사물을 조형적으로 표현 하는 김태곤의 작업은 자연물과 사물을 표현하는 공통점을 통 해 콜라보라는 형식으로 보여준다.

◃ 배정은 ✖ 조광훈 Give and take, 2017 배정은ㆍ조광훈 두 작가의 공동작업 ‘Give and take’는 비슷한 시기를 지나가는 젊은 작가들이 서로에게 소소한 위로와 용기 를 주는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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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규 ✖ 이은송

Sight Variation,2017 한종규의 반복되는 유닛은 높이와 각의 변화를 통해 빛 의 섬세한 조절과 그림자의 농담으로 일어나는 시각 이 미지의 [작은 변화]를 표현하고 이은송은 그림을 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한다.

▿ 안세연 ✖ 김재규 Combination Time, 조합토, 백자토, 슬립캐스팅, 수 금, 2017 안세연 작가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속 사물들을 시간 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금조각처럼 표현하였다. 김재규 작가는 집, 나무, 오래된 교자상을 함께 배치하였다. 시 간성을 상징하는 사물들을 다양하게 혼합, 교차하여 새 로운 의미로 바라보기 보여지기를 시도한다.

이진경 ✖ 박정근

지금, 과거 현재 미래 +인간, 도기질 점토, 화장토, 2017 한종규의 반복되는 유닛은 높이와 각의 변화를 통해 빛의 섬세한 조절과 그림자의 농담으로 일어나는 시 각 이미지의 [작은 변화]를 표현하고 이은송은 그림 을 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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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④

“나의 조각보는 마음의 치유이자 내 삶의 에너지이다. 우연 한 계기로 시작한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조각보를 만드는 과정은 늘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햇살에 비치는 아름다운 조 각보의 다양한 컬러들은 만드는 이를 사로잡는다. 바늘 한 땀 한 땀에 내 숨이 깃들기에 나를 표현하는 동안 나는 행복 하다.” - 정혜정, 작가노트 中

무제, 395 X 272mm, 옥사, 2017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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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2, 3 느림의 행복, 620X1,050mm, 옥사, 2010 ©정혜정

1

정혜정 작가 약력 제품디자이너 상명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전공 삼청각 규방공예 고급·기초과정수료 보자기,봄빛에 물들다, 삶의향기-보자기를 말하다 展 외

3

Instagram torong_torong E-mail torong2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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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Inside ①

“내 것,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죠” 도예작가 양지운

사랑받는 공예품의 특징은 무엇일까. 조선 후기의 백자 달항아리는 수려한 외형으로 현대 공예작가들에게 끊임 없이 영감을 던진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실용성이 더해진 공예품은 젊은 소비층의 선택을 받기에 딱이다. 양지운(39) 도예 작가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했다. 표면에 무늬를 파고 그 속에 금, 은 등을 채워 넣는 고려청자 상감기법을 응용해 만든 기법이 양 작가의 ‘금(金)연마상감’이다. 고화도안료로 색소지를 만든 후 가압기법으로 포인트를 준다. 그리고 금박을 채워주고 벗겨주는 기존의 상감기법을 활용하는 기법이다. 전통을 현대화했다는 의미외에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외형의 독창성이 그의 작품을 유일무이하게 만드는 이유다. 글 박수현 편집장•사진 최유미 에디터

cera-stone_espresso basic

044


양지운 작가는 ‘내 것,’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 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지금의 ‘양지운 표’ 작품 들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졸업작품을 준비 할 당시 제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과 센스 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살아남기 위해서 어느 부분에 힘을 쏟아야 할까 고민하 던 중에 제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엉덩이 오래 붙이고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대학교 마지막 해에는 매일 흙을 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사진촬영 차 직접 사용해본 양 작가의 에스프 레소 잔은 잡고 들었을 때 편안하기까지 했다. 바디부분은 시유를 하지 않고 표면 연마를 한 까닭에 부드러운 자연미를 손으로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심미성, 독창성에 실용성 까지 갖춘 양 작가의 ‘세라스톤 다기 세트’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3국 순방길에 서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영애에게 줄 선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양 작가에게 공예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물었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며 대학입시 전 미대에 서 배우는 미술분야에 대해 얕지만 전반적으 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입시 미술 뿐 아니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이 시간 에 나는 그림을 그리거나, 컴퓨터로 디자인을 하는 것 보다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 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었고 그렇기에 대학진 학을 할 때 공예과를 들어갔었죠. 학부에서 금 속, 섬유, 도자를 배워가며 도자기에 흥미를 쌓 아갔어요. 긴 시간 나의 것을 찾기 위한 연구와 과정들에 익숙해지고 학교를 나와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되 었습니다.” 양지운 작가 이력

작품활동 과정에서 양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개인전 3회

생각하는 것은 ‘집중력’이다. 흙과 둘만의 시간

2017년 문화예술발전유공자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선정 (공예디자인 부분)

속에서 온전히 집중을 할 때 아이템 선택, 디자

2017년 대통령 인도네시아 순방 정상선물 선정

인, 작업과정, 마무리, 전시, 비즈니스, 유통 등

2016년 대통령 멕시코, 몽골 순방 정상선물 선정

모든 것을 실수 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ASEM 문화장관회의 귀빈선물 선정 2015년 Milano Expo 한국관 개관기념 귀빈선물 선정

“제가 사용하는 재료와 도구, 기계들에 대한

2017-15년 우수문화상품, 우수공예품 지정

연구는 완성작에 많은 영향력을 주는 초석이

2017-14년 Maison & Objet, Paris

됩니다. 내 물건이 쓰일 장소, 사용자 등에 대

045


양지운작가

한 고민을 한 후 디자인을 하고 제작을 하여 마

을 한단다.

무리의 완성도를 높여 완성품을 만들어 내야

수량으로 본다면 양 작가가 한달 동안 만들 수

사람들을 만나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고, 유통

있는 컵은 제일 작은 것을 기준으로 100개 미

하기도 합니다. 나의 분신으로 내보내질 것들

만이다. 이는 색소지 준비 등 밑 작업에 들어가

이기에 이 모든 과정 하나 하나에 엄청난 에너

는 시간을 제외했을 때의 기준이다. 양 작가는

지를 쏟게 됩니다. 이러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이정도도 과거에 비해 굉장히 빨라진 속도라

있는 원동력이 곧 집중력인 것 같습니다.”

고 말한다. 손잡이 포인트 부분을 가압을 하고

양 작가의 하루 평균 작업 시간은 16시간 정도

3번에 걸치는 소성, 3번의 연마 과정, 코팅 등

다. 물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 등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포함해서 앞치마를 걸치고 작업실에 있는 시간

“모든 작업 과정에서 작업일지를 쓰며 저만의

이 그러하다. 외부 미팅이 있거나 서류작업을

데이터를 만들어요. 예를 들어 어떤 아이템은

해야 하는 날은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작업

한 달에 몇 개를 만들 수 있는지, 재료들이 얼

cera-stone platinum series

046


cera-stone espresso premium

만큼 필요한지, 포장 시

때문에 포장 하나 하나 소홀히 넘어 가는 경우

다국어 리플렛, 오동나

가 없다고 양 작가는 말한다. 양 작가는 “작품

무 포장 상자 수량 등의

에 대한 설명과 이력을 국문, 영문, 일문, 중문

데이터를 미리 만들어 놓으니

을 기본으로 리플렛을 준비해두고 필요해 따라

작업에 온종일 집중하기 수월하죠. 1인 스튜

사용할 수 있도록 아랍어나 이탈리아어, 프랑

디오에서 이 모든 과정을 신경 쓰는 것은 너무

스어 등 번역본을 미리 준비해둔다”며 “사용처

나 힘듭니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

에 따른 일반적인 패키지, 고급형 패키지 등 상

시 해야만 하는 부분이죠.”

대방이 원할 때 제시할 수 있는 샘플을 준비해

그런 노력 덕분에 양 작가는 지난 2017년부터

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3년 연속 프랑스 최대 리빙아트페어 ‘메종&오

평상시 작품활동을 위해 영감을 주로 어디서

브제 파리’에 참여 작가로 선정됐다. 그 외 매

받는지 궁금해졌다.

해 우수문화상품과 우수공예품에 작품이 지정

“매 순간 내가 접하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로부

되고 있다.

터 영감을 받아요. 보고 듣는 순간 떠오르는 아

“제 작업의 포인트는 금연마상감 기법입니

이디어가 있기도 하고 선잠에 들었을 때 떠오

다.도자기의 표면 장식기법으로 한국의 전통

르는 이미지를 바로 일어나서 간략하게 메모를

상감기법을 응용해서 고안한 유일무이한 기법

해두고 다시 자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자다

이다. 아무래도 전통을 현대화하였다는 아이덴

가 얻은 이미지로 나온 작품들이 꽤 많은 사랑

티티를 식기에 적용해 작업을 하다 보니 국내

을 받습니다. 작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작업실

소비자들이나 기업, 국빈 선물 용으로 많이 좋

밖으로 자주 ‘탈출’하는 편이죠. 꼭 약속을 잡

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지 않고도 그냥 어디론가 향할 때가 많아요.”

만드는 작품 대부분이 선물용으로 판매되기

047


공방 Inside ②

나무가 빚어낸 따듯함, 치유의 힘이되다. 퇴촌목수 이진호 경기도 광주의 조용한 마을, 퇴촌. 흩날리는 눈발마저 천천히 내려앉는 듯 한, 고즈넉한 이 마을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퇴촌목수 이진호씨가 운영하는 ‘카페 퇴촌목수’. 글•사진 최유미 에디터

‘목수’라는 카페의 이름에 걸맞게 입구에 들어 서자 나무 테이블과 의자 향이 강하게 풍겨온 다. 나무와 나무로 이어진 벽면은 부엉이 그림 들로 채워져 있었다. 나무와 그림, 사람이 어우 러져 있는 이곳에서 이진호 목수를 만났다. 카페에서 차로 15분 거리, 이 목수의 공방 안으 로 들어서니 상쾌한 시트러스 향이 났다. “나무는 쪼개고 나서야, 그 속의 결을 볼 수 있 습니다. 매일매일 다른 나무속 결의 모습은, 마 치 매일매일 다른 그림작품을 보고있는 것 같 다는 느낌을 줍니다.” 고객에게 주문 받은 테이블을 만들고 있었다는 그는, 방금 자른 나무의 단면을 보여주며 이야 기를 건넸다. 큰 키에 백발을 한, 목수다운 투 박한 손을 가진 그는 나무와 많이 닮은 모습이 었다.

048

이진호 목수의 작업 모습


049


1

2

나무는 대패질을 할수록 그 결들의 선과 색의

위해 고객의 집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고, 문을

대비들이 달라진다. 다듬을수록 정갈해 지는

열고 나오는 고객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그

단정함, 결의 다양한 모양과 선, 자연에서 오는

가 상상한 그 이미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다양한 색감 등은 나무가 가진 특성들이다.

그는 또한 한 중년 여성 고객의 일화를 소개했

“나무는 제가 상상한 것을 바로 표현 할 수 있

다. 그 여성 고객은 부모님이 즐겨 앉던 흔들의

는 가장 좋은 재료입니다.”

자가 그만 화재로 인해 타버리자 이 목수에게

그의 작품은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

새로운 흔들의자 제작을 의뢰했다. 어떠한 작

다.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염두에 두

품을 만들지 고심하던 그는 제품을 똑같이 모

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없이 ‘사

방하는 대신, 의자의 사진을 바탕으로 모양과

람’을 꼽았다.

형태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만들었다. 고객

가구는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이해로

은 그 의자를 부모님께 선물 한 후, 행복해 하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실제

는 부모님을 대신해 그에게 장문의 감사 문자

로 맨 처음 가구제작을 의뢰 받았을 때, 비록

를 보냈다고 한다.

식탁 하나뿐이었지만 만드는데 꼬박 3개월이

퇴촌에 자리잡은 지 어언 16년. 그는 왜 퇴촌에

걸렸다고 한다.

서 목수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첫 고객과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목

“처음부터 목수 일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리로 그분의 이미지를 상상해냈습니다. 가족

대기업 유통업계, 그 중에서도 패션 쪽에서 일

이 총 몇 명인지를 묻고, 집 내부의 사진도 한

하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자급자족하는 삶을

장 부탁했습니다.”

살고 싶었습니다.”

그는 작업하는 동안, 작품을 의뢰한 고객에 대

내려 놓을 것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과감히 내

해 끊임없이 상상했다. 그 고객이 좋아하는 음

려 놓고 퇴촌에 작은 집을 하나 장만하였다. 처

악을 들으면서 작업했다.

음엔 아내와 길거리에서 수공예품 등을 팔아

식탁이 다 만들어지고 난 후, 그는 제품 배송을

하루 하루 버는 돈으로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

050

1 퇴촌목수 이진호의 원목조 명 Bird 시리즈 2 퇴촌목수 이진호의 나무 테이블과 원목제품들.


“가구든 무엇이든 ‘공간’속에 존재하는 것입니 다. 공간속에 어우러진 저의 작품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카페의 천장이 높은 이유는, 가구 를 단순한 가구뿐만이 아닌 오브제 적인 요소 로도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함 입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공간인 카페에는 가구 외에도 회화, 조각보 등 다양한 예술 전시회도 함께 열 린다. 이번 10번째 전시에는 3월 중순까지 서 양화가 이미숙의 개인전이 열린다. “퇴촌이라는 지역안에서의 저의 역할도 생각 해보았습니다. 작은 전시회 혹은 작은 공연을 통해 퇴촌 속에 문화향유공간을 만들고 싶었습 니다. 또한 저의 작품이 다른 예술과 만나게 되 었을 때의 시너지가 늘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할까요? 나무가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라면, 그 림은 그 사이사이를 극적으로 메꾸는 현악기의

3

선율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현대사회의 거대한 조직을 벗어나 자급자족을

3 퇴촌 목수 이진호 4 퇴촌 목수 카페 내부 5 퇴촌 목수 전경

4

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고. 그러던 중 운명

꿈꾸며 목수의 길을 걷고있는 그는, 가성비에

처럼 가구를 만드는 일을 접하게 되어 가구제

만 함몰되어 아름다움이 배제되는 것들에 대

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 그의

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에게 아름다움이란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다.

곧 사람을 향한 것이다. “나무는 죽지 않습니

이 목수는 처음 가구에 입문했을 당시 조지 나

다. 베어진 나무라 할지라도, 온습도에 따라 수

카시마(George Nakashima/미국의 목제 가구

축과 팽창을 하면서 계속 움직입니다. 가구가

작가 및 건축가)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

놓여있는 집의 온도와 습도, 사용하는 이의 하

다. 자연스럽게 가구와 건축물이 이루는 조화

중에 따라 가구가 스스로 자리를 잡습니다. 사

역시 중요히 생각하게 됐다.

용되며, 온전히 쓰는 이의 것이 되는 것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열게 된 곳이 바로 카페 퇴촌목

나무로 만든 가구의 특징입니다.”

수다.

5

051


Reviews ①

잔치: 맛과 멋으로 따스함을 나누다 展

‘맛과 멋’의 만남, 공예 스펙트럼 넓히다 공예박사 박중원

052

세계인의 겨울 스포츠 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 사랑채에서도 손님 들을 맞을 채비가 한창이었다. 평창문화올림픽의 일환인 한식문화행사 ‘잔치: 맛과 멋으로 따스함을 나누다’ 개최를 위해서 였다. 글•사진 최유미 에디터


박중원은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카디프 메트 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 선더랜드대학교에서 박사학 위를 받았다.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주제전, 2016 공예 트렌드페어 주제관 및 마에스트로관, 2017 밀라노 한국공예 의 법고창신전,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로관, 2018 평 창문화올림픽 한식문화행사 ‘잔치: 맛과 멋으로 따스함을 나 누다’ 전시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와 경희 대학교에서 강의중이다.

청와대 사랑채 전시장 전경

이번 전시회의 큐레이터인 박중원 박사

053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잔치: 맛과 멋으로 따스함을 나누다’는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융 합된 한국의 미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기획 된 전시회로 지난 2월 7일 처음 문을 열었다. ‘곳간’, ‘사랑채’, ‘찬방’ 3가지 공간의 특성에 맞춰 진행된 행사에서는 전통 잔치 상차림, 현 대 공예품 등이 소개됐다.

특히 강원도 산골의 처마 밑에 걸린 곶감을 연 상케 하는 유리모형, 추운 겨울 포근함을 느끼 게 해주는 겨울 참새 등의 조형물은 한국 특유 의 따듯한 겨울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디지털 기술로써 형태, 질 감, 색, 소리, 빛으로 한국의 맛과 멋을 표현하

1

여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본 전시회의 전시 감독을 맡은 박중원 공예박 사를 <크라프츠>가 직접 만나기획 의도와 한 국의 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박중원 박사는 2016년 한식문화특별전 ‘여름나기-맛 멋 쉼’과 2017년 KCDF주관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 로관을 맡아 기획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예와 한식을 접목시킨 이유 는? ‘쓰임’이 있는 전시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실제로 요리사분들에게 각 작가들의 작 품을 직접 고르도록 한다. 2

한식과 공예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음식문화는 전통에서부터 뿌리 깊게 내려오는 것이다. 그

출함으로써 잔치의 풍성함을 보여주려 하였다.

리고 그러한 음식문화를 즐기는 데에는 공예는

사실 곶감이라는 이름은 제가 붙인 건데, 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릇에

기용 작가님이 썩 마음에 들어 하시지는 않더

음식이 담기기 때문이다. 문화를 담는 것이야

라.(웃음)

말로 공예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맹욱재 작가의 작품인 ‘겨울 참새’는 겨울 참새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조형작품 및 영

의 통통함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상에 빗대어 표현하셨는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

표현 돼 있다. 까치밥을 먹어 살이 통통하게 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이기용 작가의 유리작품의

른 겨울 참새는, 잔치의 풍성함을 돋보이게 해

경우 마치 곶감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곶감

준다. 전시장 입구에 이어진 영상은 보는 이의

이 처마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듯한 모습을 연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잔칫날

054

1 청와대 사랑채 전시장 전경 2 청와대 사랑채 전시장 내 인터랙티브 영상


곶감같은 느낌을 주는 이규홍 작가의 유리작품

055


배를 타고오기로 한 벗을 기다리는 동안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풍경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추운 겨울에 느껴지는 풍성함과 따 듯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1

‘전통과 현대’, ‘공예와 디자인’ 등 오늘날 공예 계의 화두인 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공예는 범위가 넓은 만큼 재료, 방법적인 측면 에서 다양한 융합이 시도될 수 있다. 제가 영 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연구했던 것이 바로 융합이었다. 주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인 특성을 뽑아내 시각화 하여 도자기 위에 표 현했다. 도자기를 매체로 하여 동서양의 문화

2

적 특성은 물론 수공예적 요소와 디지털적 방 법을 융합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융합이란 단 순히 서로 다른 것을 섞는 것이 아니다. 수평적 융합, 화합적 융합, 변형적 융합 순으로 단계적 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융합을 시도할

1 청와대 사랑채 전시장 전경 2 궁중음식연구원 신선로상

공예야 말로 한국의 미를 대표한다고 생각한

과 공예 작품

다. 한국공예는 오랜, 그리고 다양한 전통을 가

3 김준용 작가의 작품

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선시대 유교

때에는 발생할 수 있는 장점, 단점, 문제점들을

사상을 거치면서, 화려하고 수려한 미를 추구

모두 고려한 후 신중하게 시도하여야 한다.

한 이전의 한국의 미가 퇴색하게 된다. 조선시 대 이전에는 한국의 공예품들이 굉장히 화려했

전통공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다. 심지어 고려시대에는 원나라에 도자기 조

3

056


4

5

4 맹욱재 작가의 겨울참새 5 김준수 작가와 빈컬렉션 의 작품

공을 보낼 때 상감을 금으로 했을 정도이다. 이 렇듯 한국 전통공예는 범주는 다양하다.

6 김명례 작가의 작품

또한 전통이라는 것을 단순히 옛 것이라고 치 부하기 보다는, 현재의 우리의 삶 또한 전통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시 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통들을 끊임없이 재해 석하고 재창조를 해야 비로소 전통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공예에 전통이 입혀 질 때 스펙트럼이 좁아지기 보다는 되려 넓어질 6

수 있다.

전시 안내 한식문화행사 ‘잔치: 맛과 멋으로 따스함을 나 누다'는 궁중음식연구원, 빈컬렉션, 서지초가 뜰, 하이핸드코리아, 한국문화재재단을 비롯 하여, 맹욱재, 이기용 등 총 20명의 공예작가 들이 참가한다. 본 전시회는 청와대 사랑채에 서 2018년 2월 7일부터 4월 29일까지 열리 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이다.

057


Reviews ②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 展

‘영혼’을 담고자 한 예술가, 자코메티

혹자는 예술을 미(美)에 대한 탐닉의 발로라고 말 하지만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는 정반대였던 듯 싶다. 외로움, 결핍, 반성, 후회 따위의 인간이 가진 내면 깊숙한 민낯을 어떻게 보 면 앙상한, 또 때론 울퉁불퉁 정제되지 않은 석고 덩어리에 무자비하게 박제해 두었다. 그에게 보이 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 인간의 영 혼을 담고자 했다. 그가 석고를 쌓아 올리는 이유 였다.

“여러분들을 둘러싼 작품은 총 2조 1억원입니

2월 17일 토요일, 설 연휴 마지막 날. 전시관

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돈으로 작품

은 무척 붐볐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

의 가치를 메길 수 없다지만 알베르토 자코메

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알베르토 자코메티

티 작품에 붙여진 ‘사상 최고 경매가’라는 타이

한국특별전(展)’은 휴일을 맞아 오후 도슨트를

틀은 이 곳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궁금

위해 모인 50여명의 관객으로 가득 공간을 채

증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웠다. 1차원적인 미적 예술품과는 거리가 멀었 기에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무엇 보다 자코메티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했다. 화가였던 그의 아버지, 아내와 뮤즈 삼각 관계 간의 갈등, 그의 곁을 평생 지키며 석고 원본을 청동으로 탄생케 해준 그의 동생, 영원 한 라이벌로 꼽히는 피카소까지 그렇게 관객들 은 자코메티의 삶에, 작품에 깊이 빠져들고 있 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주관사 코바나콘텐 츠 유경옥 전시 팀장에게 자코메티와 본 전시 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유경옥은 코바나콘텐츠 전시 팀장으로 2012 년부터 코바나콘텐츠에서 진행하는 전시와 공연프로젝트 진행을 총괄하고 있다. 2015 ‘마크로스코전’, 2016 ‘르 코르뷔지에전’, 2018 ‘알베르토자코메티전’ 등의 전시를 담 석고 Alberto Giacometti, Walking Man II 사진제공=covana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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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했다.


자코메티는 말한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계 속 걸어나가야 한다.” 자코메티에게 ‘걷는’ 행위는 인간 본질에 대한 성찰과 극복의 반복, 그리고 실 패를 향한 성공, 또 성공을 향한 실패 모두를 아우 른다. 그래서 일까. 작품 ‘걸어가는 사람’이 응시하 고 있는 눈빛은 절망적이면서도 희망적이고, 끝도 없는 어둠이면서도 환희에 차 있다. 글 최예선 기자•사진 코바나콘텐츠

059


그는 수없이 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또 수없 이 많은 작품들을 깨 부수기도 했습니다. 그 이 유는 자신이 느꼈을 때, 작품이 죽어 있다고 생 각되면 전부 그것들을 깨부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전에서 감상하시는 작품들은 살아있는 자코메티의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 습니다. 그리고 ‘걸어가는 사람’은 2010년에는 소더비 경매에서 1200억원에 최고가로 낙찰이 된 적 도 있고, 2015년에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가리 키는 사람’으로 1400억원(1600억원으로 수 정)에 다시한번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습니 다.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작가 ‘피카소’ 1

의 기록을 깬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회 추진 이유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자코메티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코메티는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예술

무엇인가

가이면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조각작품을 만

자코메티의 작품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들어 낸 주인공 입니다. 그의 작품은 하나당 천

것은 ‘죽음’입니다. 20살쯤 우연히 목격하게

억 원이 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번 전시의

된 한 노인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 허무

총 작품 평가액은 2조 1천억원으로, 저희가 기

함을 깨닫고 자코메티는 평생 동안 인간의 삶

획했던 마크로스코 전에 이어 국내사상 2번째

과 고뇌, 영원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

최고가의 전시에 해당합니다.

고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슈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 되는 ‘걸어가는 사람’과 ’로타르 좌상’의 석고

자코메티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원본 조각 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자코메티의

무엇인가요. 그의 작품관, 혹은 세계관이 궁금

작품이 국보로 여겨지는 만큼 프랑스에서의 반

하다.

출이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

자코메티는 작품을 통해 살아있는 생명력을 표

문에 이번 한국전시에서 자코메티 작품을 감상

현하고 싶어했습니다. 자코메티는 사람의 생명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 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어떤 사람이었나 자코메티는 스위스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스위 스의 자연에 영감을 얻어 많은 그림과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후기 인상파 화가로 널 리 명성이 있던 아버지 조반니 자코메티를 따 라 화가가 될 줄 알았던 자코메티는 ‘’나는 무 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조각이라서 선 택했다’’라고 말하며, 조각가의 길을 선택합니 2

060

다.

3


력은 두상에 있다고 생각하여 두상작업에 열중 하였고 살아있는 눈빛을 담아 내기 위해 평생 을 노력했습니다. 특히 20세기 상징이 된 ‘걸 어가는 사람’(워킹맨)의 눈빛 속에 가장 불행 했던 인간의 고통을 참아내고 극복해 낸 굳은 의자가 엿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 는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자코메티의 대표작은? 그의 마지막 유언장과도 같은 작품 ‘로타르’ 작 품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작품 속 로타르의 시선 을 마주하다 보면 죽음 직전에 작업을 하는 자 코메티의 심정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죽음은 받아들이고 있지만 반면 에 삶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비통함. 그리고 영원히 살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인 염원, 등이 모두 보여지는 우리 인간 그대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걸어가는 사람’이죠. 매 경매마다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작품이 기도 하고, 이번 전시에서 ‘가리키는 사람’(1억 4128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평가액(1 억 393만 달러)이 높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4

번 전시회에서 최초로 안전 막을 치우고 육안

5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전시돼 작품을 제대로 느 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전시 맨 마지막엔 이 작품만을 위해 만들어진 ‘워킹맨 방’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1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covana contents 2 서있는 아네트, 1954년경 청동Alberto Giacometti, Annette Standing, circa 1954, Bronze, 47.5 x 10.5 x 19.5 cm, Photo Marco Illuminati, © Alberto Giacometti Estate /

전시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SACK, Seoul, 2017

저희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세계 최초로

3 작업실에서 야나이하라 흉상을 작업하는 알베르 토 자코메티, 1960 Photo Annette Giacometti, ©

조각작품이 마치 생명을 가진 듯한 생명체로

Alberto Giacometti Estate / SACK, Seoul, 2017

인식을 하고 작품을 감상하시면 자코메티의 작

4 두상 (자크 뒤팽의 책, 알베르토 자코메티, 마그 에

품 의도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의 백미인 ‘로타르’와 ‘걸어가는 사 람’을 감상할 때 작품의 눈을 바라보다 보면 그 안의 영혼과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합니다. 숙연한 명상을 통해 자코메티 가 표현하고자 했던 영혼을 느꼈다면, 그것만 으로도 전시 관람의 소기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디션, 1962의 표지를 위한 프로젝트), 1960-1962년 종이 위 연필 Alberto Giacometti, Head (project for the cover of a book: Alberto Giacometti by Jacques Dupin, éditions Maeght, 1962), circa 1960-1962, Pen on paper, 26.1 x 21 cm, © Alberto Giacometti Estate / SACK, Seoul, 2017 5 앉아있는 남자의 흉상 (로타르 III), 1965-1966, 청 동 Alberto Giacometti, Bust of a Man Seated (Lotar III), 1965-1966, Bronze 65.7 x 28.5 x 36 cm, Photo Jean-Pierre Lagiewski, © Alberto Giacometti Estate / SACK, Seoul, 2017

061


전시장에 ‘피카소가 시기한 화가 자코메티'라

이번 자코메티 전시회가 ‘광주요’와 협업해 아

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둘의 사이가 어

트 컬래버레이션 ‘자코메티 시리즈’ 출시했는

땠고, 무슨 일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데 협업 배경이 무엇인지

피카소는 자코메티보다 20살가량 나이가 많았

저희 회사와 광주요가 함께 협업을 이루어 아

는데요, 자코메티가 처음 프랑스 파리에 갔을

티스트의 혼을 담은 상품을 선보인 것은 지난

때 이미 피카소는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날

번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전’부터

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자코메티가 파리에서

다.

처음 전시회를 열었을 때 첫 번째 관람

한국의 단순하고도 유려한 아름다움과 서양의

객이 바로 피카소였습니다. 당대의 최

모더니즘 정신이 결합해 머그컵과 커피잔 그리

고의 예술가가 파리의 새로운 예술가

고 접시세트가 출시되어서 일반적인 그릇들과

를 단숨에 알아봤던 것이죠.

는 차별화가 되어 생각이상으로 성공적인 결과

피카소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를 안게 되었다. 이번 자코메티 재단과도 정식

작품에 관해 조언을 구하지 않았지만,

협약을 체결하여 ‘알베르토 자코메티 시리즈’

오로지 자코메티에게만은 자신의 작품

가 탄생하게 되었다.

에 대한 의견을 구하곤 했습니다. 그렇다

전통적으로 조선백자에 사용되었던 한국의 담

고 자코메티의 의견을 반영해 작품을 수정

백하고 깊은 색을 내는 ‘월백토’를 사용한 제품

하지는 않았죠. 피카소는 자코메티에게 겉으

들은 보기에도 품위가 있고, 깔끔한 디자인으

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생각을 했을

로 단아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반영하고

때 마티스 이후에 자코메티만이 진정한 예술

있어서 내국인은 물론 서양인들에게도 많은 사

가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언제나 자신만만했

랑을 받고있다.

던 피카소이지만 그래서 자신의 작품이 얼마

우리의 전통 자기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과 색

나 대단한지를 자코메티에게 인정 받고 싶어

을 기초로 하여 아주 담백하고도 고요한 광주

했을 뿐입니다. 당시 자코메티의 작업실을 자

요 시리즈는 자코메티 재단장을 비롯하여 관계

주 찾았던 피카소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코메

자들까지도 매우 흡족해 했던 컬래버레이션 작

티의 작품을 칭찬한 적은 없었습니다.

품이다. 또한 이것은 한국의 아트상품이 세계화에서 당 당히 경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세계인들 에게 유명작가의 작품으로 다가가 더욱 친근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을 선

걸어가는 사람, 1960 석고 Alberto Giacometti, Walking Man II, 1960,

보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Plaster, 188.5 x 29.1 x 111.2 cm, Photo Marco

실제로 전시를 보시고 자코메티 시리즈 제품을

Illuminati © Alberto Giacometti Estate /

구매하시는 외국인들이 매우 많아서 더욱 기쁘

SACK, Seoul, 2017

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전통자기를 기반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광주요와의 협업은 모든 면에서 좋은 사계가 될 수 있어서 앞으로 더욱 확대 발전 시킬 예정이다.

062


광주요 ‘자코메티 시리즈’ 사진제공=광주요

‘모든 인간이 죽음의 무게를 이해하기를’

‘자코메티 시리즈'는 예술의전당과 광주요 오

‘조각은 멈춰있지만 영혼은 걸어가는 중’

프라인 매장, 온라인몰(ekwangjuyo.com)에

‘우리는 모두 걸어가는 사람이다’

서 판매하며 아마존을 통해 해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머그와 접시는 각 16,900원, 커피잔 2

자코메티전의 하이라이트이자 맨 마지막 순서,

조 세트는 69,000원이다.

작품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 나오면 한쪽 벽 에 무수히 붙여진 메모지들을 볼 수 있었다. 작 품 ‘걸어가는 사람’의 실루엣이 찍힌 작은 메모 지에 저마다 사람들이 감상평을 적어 붙여 놓 은 벽에 위와 같은 글귀들이 쓰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코메티 작품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했던 죽음, 영혼, 희망과 같은 메시지들을 가슴

전시 안내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展)’은 오는 4월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

속에 새기고 나온 듯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며 쉬는 날 없이 운

도 자코메티가 작품에 담고자 했던 영혼의 세

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02) 532 4407이나

계로 빠져들길 바란다.

www.giacometti.co.kr로 문의하면 된다.

063


Talk

한지의 글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객원교수 김혜원

인류가 역사시대의 서막을 열게 된 것은 문자의 기록에서부

것으로 전해지며 서화, 지폐 등의 재료로 쓰이며 중국과의

터 시작된다. 종이와 문자는 인류의 정신과 문화를 계승해주

교역품으로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고려의 닥

는 매체로서 인류 문명 발달에 크게 기여해 왔다. 문명은 인

종이는 질기고 빛이 투명하며 은은한 윤기와 화려함이 제일

간이 사고와 경험을 토대로 그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

이라 극찬하며, 품질이 우수한 종이를 일명 ‘고려지’라 불렀

체가 존재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고, 그를 통해 과거사와 오

다. 1234년에는 금속활자를 발명했으며, ‘직지심체요절’을

늘의 현상이 이어지며 역사가 된다.

간행하였다. 이는 구텐베르그보다 약 200년 앞선 것으로 유 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가장 오래된 인쇄물로 등재되었다.

인류사상 최초의 종이는 기원전 40년대 중국에서 발명되었 고 이후 105년경 후한시대 채륜이 종이 제작방법을 개량하

조선시대는 종이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종이의 품질도 더

면서 본격적인 종이로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찬란한 문화의

욱 우수할 뿐 아니라 생산량도 증가해서 제지업이 국가 중

한 축을 담당했던 한지는 물질과 정신을 아우르는 우리 민족

요산업이 되었다. 1415년에는 조지서를 설치하여 국가적 관

유·무형의 자산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심사로 관리하며 원료 조달과 품질 개량, 종이의 규격화 등 질 좋은 한지를 제작하며 많은 양의 종이 수요를 충족시켰

한지의 역사

다. 그럼에도 전체 수요를 충당하기가 어려워지자 각 지방청

우리나라 한지의 전승은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

으로부터 공물로 종이를 받을 정도였다. 당시 산업군 총 27

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시대 중국으로부터 불교가 전래되고

종목 3500명 중 전국적으로 지장의 수가 800여명으로 제일

불경 간행을 위한 종이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지 제지기술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종이는 매우 번창했다.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경주 불국사의 ‘무구정광대다라니 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으로써 석가탑이 서기 751년

요람에서 무덤까지

에 세워졌으므로 적어도 이 인쇄물은 1,200년 이상 되었음

1,000년 세월을 견디는 한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을 입증하는 자료인 것이다.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함께 공존해왔다. 과거에는 아이가 태 어나면 집 대문 위에 금줄을 치는 풍속이 있다. 숯과 고추,

고려시대부터 한지는 명성이 높아 중국인들도 매우 좋아한

064

솔잎, 그 사이로 백색의 한지를 꽂는다. 금줄은 외부로부터


1 한지조명등-이유라 2 이유리, 화병커버, 사진제공: (재)한국공 예·디자인문화진흥원, 촬영 김잔듸

1

2

065


신성함을 지키기 위한 의식적 행위로 청결과 순수를 상징한

을 먹인 지유삼으로 비옷을 대체하기도 했다.

다. 어린아이는 점차 성장하면서 한지로 만든 책을 읽고, 한 지 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레 삶의 일부가

세상과 이별을 하는 시점에도 한지는 그 쓰임을 다한다. 장

된다. 뿐만 아니라 한지에 두툼하게 기름을 먹인 장판지를

례 절차에 따르면 염을 하는 과정에 한지를 사용하게 되고

방바닥에 깔고, 한지 벽지로 마감하며, 창호지를 발라 방안

장례 행렬을 이끄는 상여는 정성을 다해 만든 한지 꽃으로

의 통풍과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였다. 추위와 더위를 견뎌내

장식을 한다. 그리고 이승을 마감하는 그 순간 꽃상여로 아

고 습기와 건조함을 조절하는 질기고 강한 종이, 그래서 한

름답게 마무리한다.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대체하는 우리의

지를 우리 민족의 정신과 닮았다고 한다.

감성적 정서는 고귀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종이를 재료로 생활에서 활용되는 각종 소품을 비

한지의 우수성

롯한 가구나 한지공예품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관목으

등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한지 특유의 부드러운

로 우리나라 전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사

질감과 다양한 색상, 제작기법에 따라 바구니와 방석과 같이

계절이 뚜렷하고 적당한 강수량으로 섬유 길이가 길고 내구

종이 노끈을 엮어 만든 지승공예, 종이 낱장을 두껍게 붙여

성이 강한 질 좋은 한지 생산이 가능하다. 한지는 일반 목재

기물의 골격을 이루는 지호공예, 그리고 다양한 색상의 한지

펄프로 만든 종이에 비해 강도가 월등히 높아 결을 찾지 않

문양으로 기물의 겉면을 장식하는 전지공예품 등 다양하다.

고서는 찢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질기고 강하다. 한지 한 장 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원료 만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갑옷과

기, 삶기, 씻기와 햇볕 쐬기, 두드리기, 종이뜨기, 물 빼기, 말

투구가 필요하다. 철갑으로 만든 갑옷은 튼튼하지만 무거워

리기, 다듬기까지의 과정을 힘들게 거쳐야 오롯이 한지가 만

서 싸우기에 불편하다. 그러나 여러 번 기름을 먹인 한지 갑

들어진다. 흔히 한지를 백지라고도 하는데, 아흔 아홉 번의

옷은 화살촉이 뚫을 수 없을 만큼 강하고 가볍다. 겨울철에

손길을 거치고 비로소 마지막 사용하는 사람의 손이 백 번째

솜 대신 한지를 넣어 옷을 만들어 입었고 비가 올 때는 기름

닿아야 탄생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작업

1

2

1 한지조명등 - 소진영 2 한지조명등 - 이유라

066


이라고 할 수 있다.

닥나무를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한지의 치밀한 과학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닥풀은 pH가 7.0으로 현대에 각 광 받는 중성초지인 것이다. 또한 원료인 닥섬유 자체와 섬 유 간 지합을 형성하며 물리적인 결합력이 강해지고 표면강 도가 높아진다. 양지는 빛에 매우 취약하여 재질이 약화되고 쉽게 변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지는 양지에 비해 셀룰로 오스의 순도가 높으며 빛에 안전한 편으로 보존 수명이 길 다. 이러한 중성초지의 결과로 한지가 천년이 지나도록 열화 되지 않고 그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라이프의 한지 디지털 라이프가 현실이 된 지금,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도 래와 함께 여러 분야에서 종이의 사용이 줄었지만 그 외의 목적과 용도로서 종이의 감성적, 기능적, 경제적 가치가 증 가하면서 종이의 전체적인 사용은 줄었을 지 몰라도 특정분 야에서는 그만큼 종이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종이의 보존 성은 오랫동안 내구성을 가지며 오늘날 정보의 저장과 자료 의 전달이 용이하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최근 세계 최고 박물관의 하나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복원 사업에 한국의

소녀의 꿈 - 이미나

전통 종이 한지가 사용되었다. 문화재 복원 종이시장은 압도 적으로 일본 화지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우리 한지의 뛰어난 힘이 세계 문화재 시장에서 점차 인식되고 있다. 루브르에 소장된 19세기 바이에른 왕국의 막시 밀리앙 2세가 사용한

특히 한지 조명은 소재 자체의 순수성과 유니크한 디자인 감

책상을 복원하는데 우리 한지가 사용된 점은 매우 고무적인

각을 더하여 동양적인 신비감에 현대적인 분위기의 새로움

일이다. 이처럼 한지의 우수한 기능성을 비롯해 국가적 상징

을 느낄 수 있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흔히들 ‘한지’하면 전

성이 높은 기록물에 대한 기록용품의 재질, 디자인 등에 적

통적인 한옥에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다양한 디자인과 은

극적으로 대체하면서 우리나라 문화적 특성과 문화강국으로

은한 분위기의 불빛은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서 위상을 높이며 고유성을 지켜가고 있다.

도 매우 잘 어울린다.

한지는 주로 서화용으로 많이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예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연에 대한 향수와 핸드메이드 그리고

작품의 소재뿐만 아니라 액세서리나 패션소품 및 각종 생활

환경에 대한 인식이 고양되면서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

의 쓰임새를 갖으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근래에는 친환

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경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한지가 갖고 있는 우수

한지가 시대를 거슬러 트렌드를 초월하며 오랜 세월동안 다

한 기능성을 기반으로 건축 장식 소재로서 부상하고 있다.

양한 분야에서의 소재로 다뤄진 만큼 우리 삶 속에서 새로운

전통 공예소재와 기법을 사용하되 현대적 디자인을 융합하

방법을 시도하며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다.

여 한국 공예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공간 디자인으로 적용 하여 한지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집 안의 벽지나 장판 은 물론 조명, 커튼 등 한지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067


Crafts Shop

아리아워크룸 아리+ 我(나아) 아리는 ‘작다’라는 의미와 ‘크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순 우리말로 ‘작지만 크다’라는 아리 아워크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고있다. ‘네잎 꽃’을 모티브로 개발한 찻잔은 이중기벽 구조로 제작된 것이 특징 이다. 아리아워크룸의 단아꽃잔은 용기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 뜨거운 물에도 열전도가 낮고 보온 효과가 높은 기능성 찻잔이다. www.ariaworkroom.kr 오프라인 판패점 : 한국공예문화진흥원 갤러리샵 (인사동)

아리아 티팟세트

아리아워크룸의 단아꽃잔

소일베이커SOILBAKER 소일베이커는 세라미스트, 요리사,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가 함께하는 브랜드로 다양한 시각으로 식기에 접근하여 풀 어가고 있다. 그릇 자체의 퀄리티와 디자인뿐만 아니라 쓰임 용도부터 담음새, 그리고 패키지까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하고 있다. 소일베이커의 제주라인은 뉴욕의 코리안 스타일 라면집 제주 누들 바(Jeju Noodle Bar)와 콜라보한 것으로, 셰프즈테이블 앳 브루클린페어(Chef's table at brooklyn fai), 모리모토(Morimoto) 등의 다양한 파인 다이 닝에서의 경험으로 한식을 캐주얼하게 재해석한 더글라스 킴 셰프와 소일베이커의 미(味,美)감이 묻어나는 라인이다. www.soilbaker.com 오프라인 판매점: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0 1F

밍글라인 흑색과 백색의 유약이 서로 ‘섞여짐’을 표현 한 소일베이커의 밍글 시리즈는 블랙과 화 이트 유약이 교차하며 생기는 정형화 되지 않은 그레이 색상과 무늬로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그릇이 된다.

제주라인 소일베이커의 시그니처 흙인 산백토에 제주 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은은한 백색 유약 과 붓으로 하나하나 바른 상감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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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핸디크래프트GONGGI 손끝에서 만드는 삶, 시간을 담는 그릇. 지구마을 소생산자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는 수공예 리빙브랜드, 공기핸 디크래프트는 공정무역 원칙을 기반으로 소생산자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보호하고, 각 국가 및 문화권별 수공예 전통 을 보존하며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한다. 공기핸디크래프트는 자연에서 온 소재, 손으로 만든 생김과 어울림, 공 정한 생태계, 함께하는 힘에 가치를 두며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와 생활을 발견한다. www.gong-gi.com 오프라인 판매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4 쌈지길 1층 퍼센티

시간의 결 깎은 볼-마호가니 통원목 그대로를 잘라 깎은 바디에 코코넛껍질을 하 나하나 붙여 만든, 시간이 느껴지는 우드볼. 가격: Medium 8만5천원, Large 12만5천원

폴딩볼 코코넛나무를 깎아 만든 폴딩볼로 나무 그대로의 색감과 결이 살아있 으며, 펼쳤을 때의 자연스러운 곡선 이 멋스럽다. 가격: 5만8천원

요소갤러리 요소갤러리는 '내 삶을 빛내는 요소'를 모토로 국내 공예작가의 개성있는 도자기 그릇과 오브제를 소개하는 편집샵 이다. www.yosogallery.com

김세열 작가의 팔각플레이트

이창화 작가의 다각면기

4만8천원, 화양연화 굽접시와 원접시 각 8천원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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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fts Guide

금속분과 허정민 개인전 기간 ◦ 2018-02-01 ~ 2018-03-28

자연을 디자인하다. 「루이지 꼴라니」 특별전

장소 ◦ 동화사 성보박물관 기획전시실

기간 ◦ 2017-12-08 ~ 2018-03-25

작가 ◦ 허정민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전시관

작가 ◦ 루이지 꼴라니

소장품 특별전: 동시적 순간

기간 ◦ 2018-02-15 ~ 2018-09-16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원형 전시실

기간 ◦ 2017-12-21 ~ 2018-04-15

작가 ◦ 김희천, 남화연, 박찬경, 안정주, 오민, 전소정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내재된 곡선 展

작가 ◦ FONDATION GIACOMETTI, 단체 ◦ 국민일보

기간 ◦ 2018-02-09 ~ 2018-05-06

가내수공전

장소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갤러리 4

기간 ◦ 2018-01-23 ~ 2018-03-06

단체 ◦ 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

장소 ◦ 갤러리 단디

[세라믹루키] 공생 & 퐝스월드 기간 ◦ 2018-02-09 ~ 2018-05-06 장소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갤러리 5, 6 작가 ◦ 양형석, 황재원

2018 평창동계문화올림픽 기념전 기간 ◦ 2018-02-28 ~ 2018-03-06 장소 ◦ KCDF갤러리 제1전시실 작가 ◦ 강금성, 강미나, 고혜정, 구세나, 김선영, 김신령, 김영옥,

김재영, 김현주, 박순덕+김연경, 박예님, 손대현, 이가진, 이순재, 임종석, 정순주, 정운복+조성호, 정해조

070

작가 ◦ 김대웅, 이기호, 이상협


왕이 사랑한 보물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 -韓國・日本・中国-

기간 ◦ 2017-12-19 ~ 2018-04-08 장소 ◦ 국립광주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기간 ◦ 2018-01-26 ~ 2018-03-18

단체 ◦ 국립광주박물관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단체 ◦ 국립중앙박물관

시대교감

한국문화 속 곰

기간 ◦ 상설전시 장소 ◦ 삼성미술관 리움 MUSEUM 1

기간 ◦ 2018-02-07 ~ 2018-03-18

단체 ◦ 삼성미술관 리움

장소 ◦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

흙으로 만드는 이야기-직장인 김모씨

단체 ◦ 국립춘천박물관

기간 ◦ 2018-02-19 ~ 2018-03-06

‘운현궁, 하늘과의 거리 한자 다섯치’ 전

장소 ◦ Able Fine Art NY Gallery 서울관

기간 ◦ 2017-12-08 ~ 2018-03-04

작가 ◦ 유재연

장소 ◦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A

단체 ◦ 서울역사박물관

도자기로 보는 우리 역사 기간 ◦ 2017-07-12 ~ 2018-12-31 장소 ◦ 경기도자박물관 제 1·2 상설전시실 단체 ◦ 경기도자박물관

포터리밈 이달의 작가 展 기간 ◦ 2018-01-31 ~ 2018-03-06

대항해시대, 바닷길에서 만난 아시아 도자기 기간 ◦ 2017-11-28 ~ 2018-03-04 장소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 기획전시실 단체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일상의 재료, 종이

작가 ◦ 이상호

기간 ◦ 2017-11-15 ~ 2018-05-26

기간 ◦ 2018-02-21 ~ 2018-03-24

장소 ◦ 갤러리밈 2층 포터리밈

도깨비의 꿈

장소 ◦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6층 특별전시실 단체 ◦ 코리아나 화장품

장소 ◦ 사비나미술관 3층 전관 작가 ◦ 김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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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①

오브제와 공예의

경계를 넘나들다 도예작가 이인숙 글 최유미•사진 이인숙

STp2, porcelain,2013

072


“저는 작품을 생명과 인공물의 이분법적인 상징으로 풀어나갑니다. 주로 자연과 생명력은 동물로, 인공물은 차가운 물체인 나사로 상징화 하여 표현하죠.”

making it! , gallery O (개인전)_2

073


수십 마리 악어 떼가 거친 가죽을 뽐내면서 뒤

그 중 악어는 이 작가에게 있어 욕망을 표현하

엉켜있다. 악어는 저마다 기이한 몸짓과 방향

기에 가장 적절하다.

으로 늪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오브제의 아름

이인숙 작가의 작품세계에는 상징을 위한 다

다움을 느끼기에 앞서 성전 같은 경건함이 강

양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각

하게 다가온다. 작품 ‘Crocodile-clock P1’을

작품에서 기호로의 기능을 담당한다. 악어, 사

처음 본 느낌이 그랬다.

자, 기린 등의 동물 형상은 비유와 상징, 기호

악어 떼가 득실거리는 늪지대를 형상화한 시

체계를 작품에 투영하여 작품세계를 완성시키

계. 이 작가에게 악어와 시간은 서로 떼려야

기 위한 매개체인 것이다.

뗄 수 없는 관계다. 시간은 어떠한 형태와 종

“저는 작품을 생명과 인공물의 이분법적인 상

류든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 살

징으로 풀어나갑니다. 주로 자연과 생명력은

아있다는 것 또한 욕망을 의미한다. 그 생명력

동물로, 인공물은 차가운 물체인 나사로 상징

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 바로 동물이다.

화 하여 표현하죠.”

074

crocodile-clock P1, porcelain.2014


2

1

3

그의 최근 작품에는 이러한 작품관이 뚜렷하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여러 층으로 나누어

2 이인숙 작가의 작업광경

게 나타난다. 지난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

제작 된 스탠드 부분이 독특했다. “각 층들을

3 Urban jungle, 2017, 가

출품한조명 오브제 ‘Urban Jungle’은 ‘생명’과

이어 나가며 4~5번씩 가마에 구웠습니다. 흙을

‘인공물’을 의미하는 수많은 상징들로 구성돼

붙이고, 갈라진 부분을 메꾸고 가마에 넣고 다

있다. 사이드 테이블과 조명이 설치 된 해당 작

시 그것을 반복하며, 이러한 과정 또한 욕망하

품이 탄생한 것은 2016년 겨울이다. “당시 나

며 발버둥 치는 인간의 삶과 닮았음을 느꼈습

라가 혼란에 휩싸인 상태였죠. 저는 그러한 일

니다.”

련의 사건들을, 인간 본연의 감정으로 해석해

그녀의 주 작업기법은 캐스팅이다. 석고틀을

보기로 했습니다.”

활용해 다양하면서도 세밀한 작업을 가능하게

이 작가의 머리속엔 혼란스러움, 분노, 두려움,

해주는 기법이다. 이 작가는 “그때 그때마다

욕망, 희망 등의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떠오르는 관념을 표현해줄 수 있는 몰드를 꺼

리고 그 감정들을 상징하는 형상들로 작품을

내 즉흥적으로 작업한다”며 “주로 인공과 자연

1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한 악어의 모습

변설치,porcelain

075


jungle boot, í™”기, porcelain, 2014

076


crocodile-mirror P3, porcelain, steel, 2014

077


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면 구매해서 바 로 몰드를 뜬다. 그렇게 수많은 몰드를 수집하 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몰드 로 캐스팅 작업한 결과물은 그의 작품에서 하 나의 기호와 상징으로 쓰인다. 오는 10월 팬던트 조명작품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는 이인숙 작가. 그의 작품세계관에서 나 온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은 생활자기보다는 오 브제에 가깝다. 그럼에도 작가 이인숙의 작품은 ‘공예’를 지향 한다. 모든 작품이 반드시 누군가에게 쓰여지 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쓰임’에 대한 고정관 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이 작가는 말한다. 오브 제로서, 혹은 생활자기로서 이 작가의 작품은 쓰임새의 경계를 넘나든다. “도자기의 매력은 오브제이면서도 생활자기로 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품 속 동물은 기호와 상징의 의미로 태어났지만 누군가에게 는 그저 동물이 주는 친근함을 의미할 수 있습 니다. 오브제의 의도로 만들었어도 누군가에겐 좋은 스툴이 될 수 있죠. 저는 이러한 간극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간극이 바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이인숙 작가 2 modified tree, porcelain, led, 황동, 2014 3 The extension of ceramic use, 이화아트센터 2014_2

1

078

2


3

079


Cover ②

‘MOI WATCH’ 대표 김한뫼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한 시계 공방. 문을 열자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작업대가 눈에 들어온다. 잘 정리된 사무실 같은 분위기에서 김한뫼(40) ‘엠오아이워치(‘MOI WATCH)’ 대표를 만났다. 글 김기화 기자•사진 최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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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으로 현대를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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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색 바탕이지만 각도에 따라 천연자개 고유

“당시 국내에 접할 수 있는 시계 브랜드가 별

의 다채로운 빛깔을 볼 수 있는 나전칠기. 한국

로 많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롤렉스 같은 고가

의 전통공예 중 하나로, 국내에서는 목조 가구

유명 브랜드 시계들뿐이었죠. 때문에 시계 관

등의 장식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련 자료도 찾기 쉽지 않았고, 시계 제작을 배우

나전칠기가 손목시계 다이얼(시계바늘 아래의

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결국 시

금속 판)에 입혀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은

계 관련 잡지와 서적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MOI 공방이 유일하다. “다이얼에 나전칠기를

시계 제작을 배우고 회사를 차린 것이 2009년

1 작가의 작업 공간 2 시계 제작 모습

입히고서도 0.61mm의 두께를 유지시킬 수 있 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아마 전 세계에서 저 하 나뿐 일 것입니다.” 김 대표의 자신 있는 한마 디다. 김한뫼 대표가 시계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다. 어렸을때부터 시계 마니아였던 그는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된 시 계 매매 중개업을 시작해 차츰차츰 관련 경험 을 쌓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시계를 보다 보 니 제가 직접 만들어서 파는 게 어떨까 하는 생 각이 들었죠. 국내 시장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 까지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오겠다는 포부가 있 었어요.” 물론 시계를 만드는 것이 생각만큼 쉬울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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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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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김 대표는 그 당시를 “힘들었지만 보람

경험이었습니다. 시계를 하나 만들어 놓고 ‘나

찬 시간”라고 회상했다.

라면 이걸 살까?’ 하고 되묻는 과정을 반복하

김 대표가 현재 MOI를 대표하는 나전칠기 작

니 완성도 있는 시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요.

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

당장 이번에 (스위스에) 출품하는 시계만 해도

2016년 10월경이다. 이를 이루어낸 과정 또한

‘내가 2억 2천만원을 주고 이걸 사고 싶을까?’

그리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처음 나전칠기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졌습니다.”

를 시계 다이얼에 입히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전통 공예품에 선뜻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

2015년쯤이었어요. 여러 무형문화재 선생님들

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자신의 일화

을 찾아 뵙고 도움을 구한 다음 샘플을 만들어

를 소개했다.

봤죠. 역시 처음엔 아무리 해도 안되더라고요.

“나전칠기 기술을 가지고 스위스 각 기업에 프

나전칠기는 원래 나무 위에 입히는데 이걸 금

레젠테이션을 하러 갔을 때 브랜드 담당자들이

속 판 위에 입히니 붕 뜨더군요.” 나무는 수분

무표정으로 일관하더군요. 근데 나전칠기의 빛

을 흡수하며 나전칠기와 흡착되지만 금속에는

깔과 보존력이 천 년 이상 가고, 항균 효과까지

흡수력이 없어 생긴 일이었다. “결국 1년간 초

있다는 얘기를 해주니 눈빛이 변했어요. 그들

벌 작업, 건조 작업, 접착 방식 등 전통적 나전

이 원했던 것과 우리의 전통 기술이 맞아떨어

칠기 공정의 여러 부분을 변형하여 실험해봤습

진 겁니다.”

니다. 2016년 10월이 되어서야 자연광에 놓아

전통 공예 기술이 ‘필요’와 맞아떨어진다면 그

도 변형이나 뒤틀림이 없는 완성품을 만들 수

가치가 배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있게 되었지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소비시장을

그렇게 개발된 나전칠기 시계는 오히려 국외에

조사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자신의 작품에 반영

더 큰 관심을 이끌어내며 수출되고 있다. 직접

하는 것이야말로 김한뫼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만든 시계를 해외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오겠다

여기는 자세다. “자신의 분야에서만 생각하면

는 목표를 이룬것이다.

안됩니다.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내가 생각한 것을 만들고 이걸 사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수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김 대표만의 기

사람들이 팔아주길 바라는 것에 내 생각을 넣

술을 이용한 합작 제의까지 들어왔다. 김 대표

어야 해요.”

는 3월 22일에 개최되는 스위스 시계 박람회 ‘바젤월드(BASELWORLD)’에 유명 시계 브랜 드 아르티아(ARTYA)와의 합작 작품을 출품한 다. “바젤월드는 꾸준히 참가했습니다. 이번엔 삼성 ‘갤럭시 기어S3’를 공동 디자인한 이반 아르파(Yvan Arpa) 아르티아 대표와 콜라보 를 진행하죠. 제 나전칠기 다이얼을 보고 먼저 합작 제의를 하셨습니다.” 해당 시계에는 2억 2천만원에 달하는 값이 책정될 예정이다. 전통 공예의 아름다운 가치가 현대의 기술을 만난 결과이다. 지난 2009년 자신의 이름 ‘뫼’를 따와 회사를 차린 이후 근 10년간 김 대표를 이끌어온 원동 력은 무엇일까. “저에게 (워치메이커로서) 가 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시계 마니아’ 시절

087


Talent Spot ①

바다를 닮은

도예가 황지혜 이리저리 얽혀있는 산호초와 신비로운 빛깔의 해파리. 마른 땅에서 접할 기회가 적은 해양 생물들이 흙으로 빚어진다. 황지혜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세라믹 오브제다. 글•사진 김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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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생물의 복잡한 곡선 구조와 다채로운 색

같아요.”

감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렇기

그 당시의 경험을 작품으로 재현하기 시작한

때문에 황지혜 작가의 작품은 더욱 특별한 의

것은 홍익대학교 산업미술 대학원 도예과에 재

미를 갖는다. “제 상상 속에 존재했던 해파리,

학 중일 때였다. 노란빛과 원색을 배합하여 만

산호 등을 만드는 것이죠. 각 개체들이 모여 하

들어낸 해파리 모양의 오브제가 그 시절에 탄

나의 숲을 형성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

생한 작품들이다. “계속해서 스타일을 변화시

것 같아요.”

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바탕이 되는 도자기를

황지혜 작가는 흙으로 바다 생명체 모양의 오

청자로 바꾸거나 원색에서 벗어나 새로운 색채

브제를 만드는 도예가이다. 황 작가의 작품관

를 시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바다 생명체의

은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에서 비롯되었다고

숲을 만든다는 컨셉은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

한다. “아버지께서 밤 낚시를 좋아하셔서 따라

다.”

간 적이 있어요. 그 때 바다 가운데에 노란색

‘제 12회 대한민국도예공모전’ 대상, ‘제 34회

물체가 잠시 나타났었는데 그게 상당히 인상

서울현대도예공모전’ 특선 등 많은 도예 공모

깊게 남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해파리였던 것

전에서 수상 경력이 있으며 2015년 개인전 海

해림 5

089


계속해서 스타일을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바다 생명체의 숲을 만든다는 컨셉은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림 6

090


태와 자연스러운 단순 곡선 사이의 균형을 맞 추려고 매번 노력합니다.” 바다 생물의 형태는 황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지

1

만 그게 다는 아니다. “제가 만드는 머그잔도 실용도자보다는 오브제의 성격이 강해요. 일상 생활에 흔히 쓰이는 상업도자에 비해 깨지기 쉽고 집기도 어려워요. 하지만 소비자 분들은 유일무이한 자신만의 잔을 가지게 된다는 부분 에 가치를 두고 구입합니다.” 손잡이마다 각기 다른 모양새를 가진 머그잔 또한 황 작가만의 색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황 작가는 흙으로 바다를 빚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게 된 것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

2

한다. “오랫동안 흙을 만지는 것이 저의 궁극 적인 목표에요. 원대한 목표나 꿈을 갖는 것도 좋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흙을 만지고 노동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에요. 20~30년 후 에도 꾸준히 흙을 만지고 싶습니다.” 향후 그의 또다른 목표는 무엇일까. “아직 먼 일이지만 언젠가 제 작품들을 실제로 바닷속에 3

林(해림)을 연 바 있다. 최근엔 문화체육관광부 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

두고 영상을 찍어보고 싶어요.”

1 머그잔 2 2 해림 정물 3 작업중인 황지혜작가

관한 ‘2017 공예트렌드페어’의 창작공방관에 참여했다. 지난해 ‘2017 공예트렌드페어’의 창작공방관 에도 참가한 황 작가의 오브제는 보기에 편한 채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여러 색감을 내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산호, 해파리, 조개를 연상 시키면서도 각도에 따라 해양 생물과 전혀 다 른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작업 과정이 지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을 내기 위해서는 재벌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 해야 해요. 건조 과정도 천천히 공을 들여야 하 지요.” 오브제의 형태를 정하는 것도 고민스럽긴 마찬

황지혜 작가는 ‘제 12회 대한민국도예공모전’ 대상, ‘제 34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특선을 시작으로 도예 공모전에서 다양 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2015년 개인전 ‘海林(해림)’을 연 바

가지. “해양 생명체들은 단순하게 생긴 부분과

있다. 가장 최근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

복잡하게 생긴 부분이 동시에 존재해요. 제 작

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17 공예트렌드페어’의 창작공방관

품도 마찬가지지요. 복잡한 그물이나 촉수 형

에 참여했다.

091


Talent Spot ②

형태의 ‘탈피’ 꿈꾸다

작가 인영혜 언뜻 보아서는 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오브제지만 서서히 가구로 보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 안에 내포된 철학적 의미가 하나 둘 피어난다. 인영혜 작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감상자를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글 우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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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하는 물건이냐’에서부터 ‘이런 디자인

인지하고 작업했으며, 작년부터는 그 영역을

의 의자를 꿈꿔왔다’는 말까지 자신의 작품에

신체 전체로 확대시켜 작업했습니다. 의자에

대한 의견이 끊이질 않는다는 오브제 작가 인

관람객이 앉게 되며 자신도 모르게 짓는 표정

영혜. 그가 주로 만드는 작품은 의자다. 섬유

과 몸의 움직임을 작품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

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곡선을 구현해 이용

습니다.”

자가 실제로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불편 해 보이는 외형이지만 철과 나무 소재의 사용

인 작가는 사진에 찍힌 자신의 표정이 상상했

을 최소화한 덕에 놀랍도록 안락하다. 그러나

던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처음 영감을 받았

작가의 의도는 단순한 실용적인 측면을 넘어서

다고 한다. 평소 이상적인 자아를 연출하기 위

있다.

해 진정한 자아를 가두는 것이 얼굴이지만, 반 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는 것 또한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다’ 라는 플라톤의 말

얼굴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 작가는 이 점

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에 착안하여 관객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체험

동안은 인간의 영혼이 발현되는 도구를 얼굴로

해 보면서 받는 느낌까지도 작품의 일부로 승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라는 플라톤의 말이 모티브에요

◃ 인영혜, Face Chair 연작-4 ▹ 인영혜, Face Chair 연작-3, 5

093


1

화시켰다. 우둘투둘해 보이는 의자에 앉으며 느껴지는 안락함에 놀라는 관객의 표정이 작품

1 인영혜, Face Chair 연 작-1, 2 2 인영혜, Face Chair

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참여하는 예술의 한 부분인 셈이다.

“조금 더 과감해지길 바란다는 조언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의자라는 쓰임에 얽매여 안정 적이고 예쁜 형태의 의자를 만들려고만 했던 것이 아닌가 고민하게 되었고, 더 실험적이고 즐거운 형태와 색감, 재료를 사용해 보아야겠 다는 용기를 가지게 해 준 조언이었죠.”

지난 2013년 ‘익산한국공예대전’에서 입상한 이후 인 작가는 휴학 중인 학교의 연구실을 작 업실 삼아 작품활동을 진행해 왔다. 공예작가 라면 자신만의 공방에서 작업에 골몰하는 이미 지가 익숙했기에 개방된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2

094


3

4

“섬유라는 소재의 특성상 도자나 금속과 같은

는 것, 섬유나 공예, 의자라는 단어에 얽매이기

다른 소재와는 다르게 특별한 공방 없이도 무

보다 스토리를 가진 작가와 작품으로 기억되는

리 없이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문

것도 또다른 목표입니다.”

3 body chair2-suede, cotton900x800x650 4 Body Chair 연작-3 5 작업 모습

제가 없습니다.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도 하고요. (웃음) 학부생들에게 다양한 피드백 을 받거나 시간강사로 오시는 다른 작가님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다만 공방이 서울에 없다는 이유로 전시 기회를 놓치는 경 인영혜 작가는 ‘제 12회 대한민국도예공모전’ 대상, ‘제 34회

우가 많아 아쉽습니다.”

서울현대도예공모전’ 특선을 시작으로 도예 공모전에서 다양 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2015년 개인전 ‘海林(해림)’을 연 바

쉽지 않은 창작의 길을 걷게 된 이유가 궁금해

있다. 가장 최근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

졌다. 인 작가는 자신의 짧았던 취직 경험을 통

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17 공예트렌드페어’의 창작공방관

해 꿈을 찾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에 참여했다.

“다른 사람의 일을 내 일처럼 하는 곳이 아니

5

라, 내 생각과 내 이미지, 내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 니다. 공예인으로 살아가며 불편한 점이 없지 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제가 작업을 열 심히, 즐겁게 하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 니다. 꿈꾸는 일을 할 수 있고, 해나가는 것만 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 작가의 단기 목표는 다가오는 6월 일본 동 경의 ‘마루누마 예술의 숲’에서 열릴 첫 개인전 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다. “섬유 외의 물 성을 이용하지 않고 튼튼한 작품을 만들어내

095


Focus ①

일상속에 꽃핀 이베리아의 찬란한 문화,

아줄레주(Azulejo) 스페인 테네리페섬의 조용한 마을, 가라치코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 ‘윤식당2’는 지난 1월 5일 첫방송 이후 tvN 예능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매회 경신 중이다. 여유로운 현지인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테네리페섬의 자연 만큼이나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독특한 윤식당의 내부 인테리어이다. 그중 윤식당의 트레이드마크인 배우 윤여정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식당간판과 내부 벽장식이 특히 눈길을 끈다. 바로 이베리아반도(유럽 남서부,스페인·포르투갈을 포함하는 반도)의 타일공예 아줄레주(Azulejo)다. 가라치코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찾던 도중 식당 옆 타일 장인의 작품을 보고 인테리어를 타일로 꾸몄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타일공예품은 이베리아반도의 예술과 문화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수 세기의 역사를 거쳐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아줄레주를 <크라프츠>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생생히 담아왔다.

1 초기의 아줄레주 작업과정 2 타일 위에 밑그림을 그려 서 만드는 제작과정

글•사진 최유미 에디터

1

2

아줄래주(Azulejo)의 유래

아줄래주의 발전

광택을 낸 돌멩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랍어

초기 아줄래주는, 여러 색의 타일을 만든 후

Zellij에서 유래 된 아줄레주는, 주석 유약

그 타일들을 다양한 모양으로 자른 후 붙여

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 만든 포르투갈 및 스

하나의 타일로 완성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

페인 지방의 도자기 타일공예이다. 아줄레

다고 한다.

주는 이베리아반도를 침략한 아랍계 무어인

하지만 이러한 작업 방식은 타일 하나를 완

으로부터 전파되었다. 포르투갈의 왕 마누

성하는 데에도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엘 1세(재위 1495~1521)는 그라나다 알함브

때문에 이전 방식 대신, 유성물감을 이용

라 궁전에 방문하게 되는데, 이 때 알함브라

한 제작법이 등장한다. 유성물감으로 각 색

궁전을 아름답게 장식한 이슬람 무어양식의

깔 영역의 테두리를 칠한 후 가운데를 수성

타일 장식에 매료된다. 이후 포르투갈에 돌

물감을 넣어 굽는 방식이 그 다음으로 널리

아온 마누엘 1세는 자신의 왕궁을 아줄레주

퍼지게 된다. 그 후에는 테두리를 음각 양각

로 장식하면서 포르투갈의 아줄레주는 발전

형식으로 만들어 색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

하기 시작하였고, 포르투갈 전국에 퍼져 나

는 방법이 나타났다.

가기 시작했다.

096


옆면이 아줄레주로 장식 된 국립 타일박물관 내부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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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며 타일의 크기가 대부분 규격화 됐다. 이 과정에서 대량생산 방식도 도입됐다. 기름종이위에 그림을 그린 후, 선을 따라 작은 점을 뚫은 다음 유약 을 바른 타일 위에 놓고 검은 물감을 두드리면 타일 위에 밑그림이 그려지게 되는 식이다. 처음 아줄레주를 이베리아반도에 전하였던 이슬람교 무어인들의 경우, 이슬람 교리상 실제적인 형상을 조 형물 혹은 미술품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기하학 적이고 관념적인 문양이 초기 아줄레주에는 주류를 이루었다. 1492년 이후에는 무어인이 이베리아 반도 에서 다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의 문양들의 특징이 여전히 아줄레주에는 많이 남아있다.

1

또 17세기 이후에는 기독교 미술과 결합하여 성당 내

2

벽 및 외벽 다양하게 활용되었으며, 성당 제단과 제단 화 등이 아줄레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1755년 포르투갈 대지진 이후 대대적인 도시 재건작 업이 시행되면서, 아줄레주는 도시 건축의 중요한 요 소가 된다. 이때부터 아줄레주는 계층을 뛰어넘어 대 중들에게도 향유되는 예술로서 자리잡게된다.

◆ 지난 2월 취재차 방문한 스페인의 마드리드. 스페인 의 장식 문화를 보여주는 마드리드 내 국립 장식예술 박물관(Museo Nacional de Artes Decorativas)에 서 아줄레주를 만날 수 있었다. 층마다 가구, 그릇, 도 자기, 상류층의 호화로운 의상과 장식품 등이 전시되 어 있으며, 가장 꼭대기 층인 4층에는18세기 발렌시 아(Valencia)지방 주방을 장식하던 아줄레주가 그대

1 알파마지구의 아줄레주

로 전시 돼 있다. 당시 주방의 모습과 동시에, 부르주

가게

아의 파티복식 등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웅장하거

2 아줄레주로 장식된 리스

나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당시 사람들의 삶 속에

고(Viúva Lamego)라는 아

녹아있는 아줄레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줄레주 회사의 옛공장이기

마드리드에서 본 아줄레주가 생활 속 장식이었다면,

3 리스본 대지진 전의 리스

포르투갈에서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도시 전체를 아 우르는 예술 양식으로서의 아줄레주를 만날 수 있었 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 에 들어온 것은 곳곳이 칠이 벗겨진 건물들의 외관이 었다. 날마다 칠을 새로 해, 건물마다 알록달록한 색 을 유지하는 유럽의 건물 외형과는 달리 리스본의 건 물은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나타낸다. 테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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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내 건물. 비우바 라메

도 하다. 본 전경을 그려낸 아줄레 주. 타일박물관 2층에 위치 하여있다. 4 리스본 시내 기념품 가 게 내부의 아줄레주 5 리스본 시내의 많은 지 하철역사 내부 역시 아 줄레주로 장식되어있다. Restauradores역 승강장 내부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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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100

3 4


(Rio Tajo)을 따라 달리는 차 창밖으로 리스본 특유 의 콜로니얼 양식의 건축물이 펼쳐졌다. 강빛을 머금 은 아줄레주가 건물 외벽 곳곳이 감싸며 청량함을 뽐 냈다. 이곳 리스본에는 포르투갈의 타일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립 타일 박물관(Museu Nacional do Azulejo)이 자리잡고 있다. 국립 타일 박물관은 본래 1509년 레오노르 왕비가 건설한 수도원이었다. 박물관 내부에는 아줄레주 초기 무어양식부터 시작 하여, 아줄레주 작품들이 연대기적으로 전시 돼 있다. 시대순으로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수도원 건물답게 예배당이 나타난다. 내부를 꾸미고 있는 아줄레주의 흰색과 청색의 차분한 조합은 예배당을 더욱 엄숙하 고 경건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박물관 2층에는, 1755년 대지진 전 리스본의 모습을 담고있는 아줄레주 작품(Panoramic View of Lisbon)이 전시되어 있다. 총 23미터 길이의 이 작품은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리스본의 완전한 모습을 담고 있어,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5

작품 맞은편에는 리스본을 주제로 한 현대작가들의

6

아줄레주 작품 또한 전시되어 있다. 리스본 시가지의 아줄레주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발걸음을 옮겼다. 리스본 시내에 위치한 바로크 양식 의 상 호케 성당(Igreja de São Roque)은 화려함의 극 치인 내부장식 만큼이나 아줄레주로도 유명하다. 성 당 내부는 1500년대의 아줄레주로 장식되어있다. 성 당 근처에 위치한 비우바 라메고(Viúva Lamego)라는 1849년에 세워진 포르투갈 아줄레주 회사의 옛 공장 으로 가보았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아름다운 자태 를 뽐내는 아줄레주 외벽은 아직도 관광객들에게 최 고의 사진촬영 명소이다. 아줄레주 취재 이튿날, 포르투갈 북쪽지역의 도시인 1 스페인 국립 장식예술박

포르투(Porto)로 향했다. 북대서양과 맞닿은 아름다

물관의 18세기 발렌시아

운 항구도시인 포르투 또한, 아줄레주하면 빼 놓을 수

지방의 타일 주방 장식

없는 도시이다. 포르투 시내의 기차역인 상벤투(São

2 포르투 시내의 카르무 성당(lgreja do Carmo)

Bento) 역사 내부는 엔리케 왕자(Infante Dom Hen-

3 알파마 지구의 독특한

rique de Avis, 1394-1460)의 아프리카 서북부 세우

아줄레주 4 포르투갈 국립 타일 박

타 점령을 묘사한 아줄레주 벽화로 유명하다. 인구

물관의 아줄레주

100만 명 남짓한 유럽의 작고 가난한 나라 포르투갈

5 아줄레주로 만든 제단 화 '숙녀의 생애' 6 타일박물관의 아줄레주

은 교역과 황금의 도시 세우타를 점령하며, 대항해시 대의 포문을 열었다. 포르투 역시 리스본과 같이 거리

101


곳곳이 아줄레주로 장식되어있다. 길거리 곳곳 색 바 랜 타일들은 대항해시대 번영의 향수가 남아있는 이 도시와 묘하게 잘 어울렸다. 15세기 이후부터 ‘반짝이는 돌’ 아줄레주를 사용해 왔 다는 이베리아 반도. 이곳에서 직접 만나본 타일공예 는 단순히 예로부터 이어온 유산으로만 남아있지 않 았다. 리스본 알파마(Alfama) 지구에서 아줄레주 공 방 ‘Surrealejos’를 운영하고 있다는 전직 그래픽 디 자이너인 루카 콜라피에트로(Luca Colapietro)씨는 “머리속에 떠오른 디자인을 컴퓨터로 작업하여 아줄 레주용 특수지에 프린트한다”며 “그대로 타일 위에 올려 가마에 구워내어 타일을 만든다”고 말했다. 전 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기법과 색다른 디자 인으로 아줄레주는 여전히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아 름다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공원(Parce Guell)은 독특한 곡선과 모자이크의 타일장식으로 전세계 수많은 관광 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스페인이 낳은 천

2

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이곳 구엘공원에는 정문 의 경비실까지 알록달록 모자이크로 만들어져있다. 타일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아줄레주와 공통점이 있지 만 외형은 비슷한 듯 다르다. 공원 내 광장을 둘러싸

1 17세기 아줄레주의 패턴

고 있는 벤치는 깨진 타일과 도기로 장식돼 있다. 모

2 상벤투역 내부의 아줄레주.

자이크 조형물과 건물 곡선은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

4 상벤투역 내부

결 된 듯 한 느낌을 준다. 저마다 다른 색으로 반짝이

5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의 모

3 Surrealejos 공방의 타일

자이크타일

는 모자이크 타일은 동화 속 마을같은 몽환적인 분위 기를 연출한다. 이베리아의 유구한 역사속 문화적, 역사적 소산인 아 줄레주. 이베리아 반도에서 만난 아줄레주는 오늘날 에도 여전히 사람들 삶 속에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숨쉬며 일상 속 예술로서의 그 깊이를 더해가고 1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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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아줄레주 관련 둘러 볼만한 박물관

5

스페인 국립 장식예술박물관 Museo Nacional de Artes Decorativas 주소 Calle de Montalbán, 12, 28014 Madrid, 스페인 홈페이지 www.mecd.gob.es/mnartesdecorativas

포르투갈 국립 타일박물관 Museu Nacional do Azulejo 주소 R. Me. Deus 4, 1900-312 Lisboa, 포르투갈 홈페이지 www.museudoazulejo.gov.pt

1944년에 처음 개관한 국립장식예술 박물관은 15-19세기 에스파냐 상류 귀족층의 화려한 장식 예술품들이 전시 되어있다. 카페트, 가구, 도자

1509년 레오노르 왕비가 건설한 성모수도원

기, 장신구, 의복 등이 전시되어있으며, 4층 전시

(Convento da Madre de Deus)이 개조되어 만

실에는 18세기 발렌시아지방의 주방의 아줄레주

든 포르투갈 국립 타일 박물관은 리스본 동쪽 해

장식이 전시되어있어 눈여겨볼 만 하다.

안가에 위치하였다. 초기 무어양식의 아줄레주부

한편, 스페인 국립 장식예술박물관에서는 ‘시간

터 현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연대순으로 전시되어

의 여정 - 자연의 시간, 사람의 시간, 사물의 시간

있다. 특히 수도원 내부 성당의 아줄레주와 2층의

(Viaje del Tiempo)’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공예

대지진 전 리스본 풍경을 파노라마식으로 그린 아

품들이 전시 될 예정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

줄레주는 압권이다. 아줄레주의 역사와 진수를 느

흥원(KCDF)가 주최하는 본 전시회의 전시기간

끼고 싶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박물관이다.

은 2018년 4월 5일(목) - 6월 24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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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② Focus ②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대표 작품 전통목가구, 김홍렬, 지도 박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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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한국 공예의 ‘멋과 향’ 알린다

‘한국전통문화센터’ 개관 지난 2월 25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3월부터 동계패럴림픽이 시작되면서 추운 겨울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세계인의 관심과 시선이 대한민국으로 향하고 있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문화재재단이다.

1

글 변희진 기자•사진 한국문화재재단

한국문화재재단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대

영하고 있다. 연간 내외국인 약 90만 명이 방

상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대회 및 문

문하는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한지, 단청, 나전,

화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2월 4일, 인천

민화 등 전통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보거나 전

국제공항 제 2터미널에 ‘한국전통문화센터’를

통복식과 소품을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개관했다. ‘한국 장신공예의 멋과 향기’를 테마

수 있다. 이 외에 무형문화재 작품과 전통공예

로 이곳 전통문화센터는 몸단장을 위해 쓰던

작품을 비롯한 우리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

1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대 표 작품 매듭 전문, 김희진, 지도 노미자 2 한국전통문화센터 전통복 식 체험

한국 의복부터 현대생활에 맞게 개량한 모자, 주머니, 신발 등의 전통 장신구류까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체험 공간을 선보였다.

2

한국문화재재단은 전통문화가 현대와 함께 숨 쉴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는 문화재 청의 산하 공공기관이다. 재단은 사라져가는 무형유산을 올바로 전승하고, 전시, 전통의례 재현, 교육, 출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전통 문화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하여 이를 보전 하기 위해 1980년 설립되었다.

재단은 입·출국하거나 환승하는 내·외국인에 게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인천공항에서 한국 전통문화시설 5개소를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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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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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1 김영희, 백옥원형떨잠 및 뒤꽂이 2 2017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수업 장면 3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대표 작품 매듭 전문, 이예다, 지도 김혜순 4 오주현, 도자기 왕가의산책 5 김영희, 상투관 6 한국전통문화센터 전통공예 체험 7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대표 작품 입사 연구, 류혜정, 지도 최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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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만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고 국가무형 문화재 보유자의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연 중무휴 무료로 운영하며 오전 7시~오후 10시 까지 방문이 가능하다.

한국의 전통공예문화 확산을 위해 재단이 시 행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전승공예품 인증 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가 인증을 통해 전승 공예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섬유공예, 금 속공예, 도자공예 등 전승자의 보유기술이 집 약된 우수한 공예품을 발굴하기 위한 제도다. 공예 작가들의 전승활동 지원과 전통공예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2016년부터 실시돼 오 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센터에도 인증제 마크를 단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인증제를 받은 작가들은 명인명장관, 재단상품 관 등 오프라인 판매장 우선 입점 및 유통 지원 과 인증 공예품 국가매입 지원, 해외 박람회 및 국내 전시 우선 참가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전 승공예품 인증서 교부 및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인증 유효 기간은 지정일로부터 3 년이다.

이 밖에 한국문화재재단은 전통공예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및 관련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한다. 재단이 운영하는 한국문 화의집에 속한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는 직물 공예, 금속공예, 목공예, 칠공예 등 15개 분야 의 수업을 개설하여 교육생을 매년 1~2월 선착 순으로 모집한다. 수강생은 국가 및 시·도 지 정 무형문화재 보유자 강사진으로부터 32주 간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다. 평소 바 쁜 스케줄로 긴 교육 기간이 부담된다면 반기 별로 2달 간 열리는 단기강좌에 등록할 수 있 다.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 주소는 www.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개관한 한국전통문화센터 서관 내부

ch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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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③

공예와 기업의 색다른 만남

Brand×Crafts 한성자동차의 ‘Discover Korean Art’ 전시프로젝트와 루이까또즈의 장갑&향수 아트전 '랑 데부, 그녀를 만나다' 1

글 우형주 기자 •사진 한성자동차, 루이까또즈

공예 작가와 기업간의 융합이 문화 시장에 신

한성 청담 전시장에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메르세데스-

한국의 공예를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 솔루나

벤츠 코리아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는 한국의

아트 그룹(SOLUNA ART GROUP)과의 협업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자 지난 2월 7일부

을 통해 한국의 대표 전통 공예품을 현대적으

터 28일까지 ‘Discover Korean Art’ 전시프로

로 재해석하는 작가와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기

젝트를 진행했다.

위해 기획됐다.

1 ang suk chair 2 미디어 아트 오프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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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 하지훈_페브릭,이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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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곡선을 닮은 산과 계곡을 본떠 만든 하 지훈 작가의 구름 모양 의자와 한국 전통과 북 유럽 스타일의 라인을 담은 이영선 작가의 가 구 제품, 미디어 아티스트 정지수가 겨울 풍경 스틸 사진을 활용해 만든 감각적인 미디어아트 등이 특히 돋보였다. 텍스타일 이영선 디자이 너는 먹의 농담 수묵화가 담긴 여러 겹의 실크 오간자와 양모를 활용해 전시공간 전체의 은은 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시 기간 내 주말에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 행됐다.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청담 전시장에 는 평소 자동차에 관심 없는 대학생이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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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랑데부 그녀를 만나다' 전시장 전경 2 ROUND BAN, 하지훈_페브릭 이영선 3, 4 '랑데부 그녀를 만나다' 전시장 전경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꾸준히 발길이 계속되면

이 있는 향수도 선보이게 되었다”라며 “공간마

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영역 이상으로의

다 특별한 스토리와 섬세하게 디자인된 라이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스타일 공예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가 선보인 라이프스타 일 공예 특별전 역시 패션과 공예의 협업 가능

아트전에는 기술과 풍부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스웨덴 출신 장갑 디자이너 토마신 바르느코브 (Thomasine Barnekow)을 비롯한 30여 명의

루이까또즈는 지난 12월 6일부터 2월 11일까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예술공간 플랫 폼엘에서 오뜨꾸뛰르 장갑&향수 아트전 ‘랑데

이밖에도 침실, 드레스룸, 다이닝룸의 테마 전

부, 그녀를 만나다(Rendez-Vous)’를 개최했다.

시공간에는 탁자, 조명, 주얼리 등 200여 점이 넘는 공예 작품이 전시되는 등 기존 패션 영역

해당 아트전은 루이까또즈가 정기적으로 선보

의 확장을 통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고 있는 브랜드 기획 전시의 일환으로, 가죽 을 테마로 하여 장갑과 향수를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김유진 루이까또즈 본부장은 “가죽을 모티브로, 장갑과 가죽 냄새를 없애는 용도로 사용한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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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rs

“1인 제조 시대 열 것” 고산, '5차산업혁명' 꿈꾸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후보’ 고산(43) 씨를 지난 2월 서초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무려 1만 8,0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지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는 3D 프린팅 서비스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해 크고 작은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사무실 입구에서부터 자체 제작 3D 프린터로 만든 영화 캐릭터 피규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별도 공간에서는 3D 프린터 노즐이 산업용 시제품을 입체 콘텐츠로 신속하게 쌓아 올리고 있다. 제조업체, 건축설계사 등의 제작주문 요청 건을 처리하느라 직원들의 타자 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지난해 23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에이팀벤처스’ 얘기다. 글 박수현 편집장•사진 박요한 사진기자

검정색 긴팔 티와 청바지 차림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이날 <크라프츠>와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팅 산업’을 4차 산 업혁명의 시발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고산 대표는 “4 차 산업혁명을 넘어 5차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기존 공장에서만 가능하던 제조업 분야가 개인이나 작은 집단으로 넘어가는 ‘제조업의 민주화’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 에이팀벤처스가 자체 개발한 보급형 3D 프린터 '크리에이터블 D3(CREATABLE 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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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그가 꿈꾸는 제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질문을 던 져보았다.


1

2

1 에이팀벤처스의 주문제작 시제품들 2 크리에이터블 D3’로 시제품 제작 시연을 하고 있는 고산 대표

Q 에이팀벤처스 소개를 부탁드린다.

A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에이팀벤

A 에이팀벤처스는 3D 프린터 제조 및 온라인 3D 프린팅 서

처스의 크게 3가지 요소가 투자 유치 성공에 큰 부분을 차지

비스 스타트업으로 제조 분야, 특히 온라인 제조 서비스에 강

하였다. 첫번째는 (에이팀벤처스 제조 및 서비스 진행이) 모두

점을 두고 있다. 누구든 3D 도면, 혹은 2D 이미지나 간단한 스

온라인화 돼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 요소는 우리가 직접 제품

케치만 업로드해도 3D 모델링으로 제작해 배송해준다. 대부

을 개발, 제조해왔던 회사이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확보해 놓

분은 제품 디자인, 건축 등의 분야에서 시제품 제작을 원하는

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이 타이밍이다. GE(제너럴일렉트릭)

고객이나 기업, 전문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졸업작품을 제작

등 전세계 다른 경쟁업체들도 3D 프린팅 관련 기술 확보를 위

해야 하는 전공생들의 문의도 많다. 기존에는 3D 프린터 개발

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알토스벤처스 측에서 투

과 제작과 판매만 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온라인 서비스

자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

를 생각하게 되어 ‘쉐이프엔진(Shapengine)’ 서비스를 2016 년 론칭했다. 특히 3D 프린팅 온라인 분야는 앞으로도 굉장히

Q 고산 대표께서 보시는 4차산업혁명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성장할 미래 산업이라고 보고 있다.

A 4차산업혁명이라고 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실 5차산업혁 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량생산을 위해 시제품 제

Q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좀 더 설명 해주신다면

작을 의뢰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할수록 ‘제조업 민주화’

A 처음에는 보급형 3D 프린터 공유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

가 앞당겨 질 것으로 예상한다. 4차산업혁명까지는 공장의 효

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프린터를 등록해이용자와 매칭해주

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투입 대비 수익이 결정

는 플랫폼이다. 마치 에어비엔비처럼 돈을 벌 수 있다. 주문제

되지만 5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정 반대이다. 기존 공장에서만

작 후 택배로 발송되는P2P(개인 간 거래) 방식이다. 사업을 진

할 수 있었던 제조업을 개인이나 작은 집단이 모두 제조 설비

행하다 보니 보급형이 아닌 정교한 산업용 3D 프린터 결과물

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제조 민주화다. 그동안 많은

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났다. 마침 국내에는 3D 산업형 장비가

아이디어들이 시장에서 사장돼 왔다. ‘1인 제조업 시대’를 통해

엄청 많지만 가동률은 높지 않은 실정이었다. 거기에 착안 해

개개인 모두가 ‘메이커’가 되어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손쉽게

그런 업체들과 고객을 중심으로 고품질 3D 프린팅 산업 시장

실물화하는 사례가 늘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Q 아직까지 국내에는 ‘메이커’ 개념이 생소한데 Q 지난해 23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셨는데

A 과거에 비해서는 메이커 시장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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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하다. 정부 주도로 메이커 운동이 확산되기에는 콘텐츠 측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 소프트웨 어, 콘텐츠 등의 창출이 이어져야 한다. 다만 메이커들을 위한 공공 제작 공간이 확산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서울 종로 구 세운상가에 있는 ‘FABLAB(팹랩/Fabrication Laboratory)’ 도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에서 처음 시작돼 세계 70여개 국 600여곳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에 우리나라에도 서 울, 수원 등 7개 지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글 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무엇을 만들 것인지, 워크숍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국내 운영 수준을 높일 수 있다.

Q 메이커 문화는 단순히 ‘놀이’인가? 앞으로 메이커 스페이스 의 글로벌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 A 제 생각에 메이커 스페이스는 좋은 스타트업이나 창작자들 을 만들어내기 위한 플레이그라운드다. 지난 2010년 미국에 서 열린 ‘Maker Faire(메이커페어)’ 행사에 우연히 참가한 적 이 있다. 엄청난 규모에 한 번 놀랐고, 주차장이 포화상태라 차 를 세우고 행사장을 걸어가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가는 모습에 두 번 놀랐다. 미국에서는 메이커 문화 가 교육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단기적 트렌드가 아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늘날 3D 프린팅 시대에 도면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상황도 메이커 문화 확산 과 연관돼 있다.

Q 국내 공예산업도 향후 3D 프린팅 시장의 영향을 받을 것으 로 보는지 A 3D 프린터는 인간에게 손을 하나 더 만들어 준 것이나 다 름없다. 지금까지 공예하면 고도의 전문 기술이 필요한 영역 으로 여겨졌지만 3D 프린터 덕분에 만드는 것이 쉬워졌다. 입 문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마찬가지로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메이커 교육을 받고 전통 목공예로 넘어가는 젊은 친구들도 많이 봤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즐거 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Q 창업을 준비하는 미래 스타트업 유망주들에게 조언을 해주 신다면? A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하나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스타트업을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각 자가 생각하는 미래, 그 미래를 빨리 올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가 어떻게 가치를 더하고 노력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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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크리에이터블 D3'로 제작한 시제품 2 에이팀벤처스가 자체 개발한 보급형 3D 프린터 '크리에이터블 D3(CREATABLE D3)'

고산 대표 주요이력 학력 2010. 09 ~ 2011. 06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1년 수료후 중퇴 / 총 2년 과정) 공공정책 전공 2010. 06 ~ 2010. 08 싱귤레러티대학교 Graduate Student Program 2003. 09 ~ 2005. 08 서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석사 경력사항 2013. 09 ~ 현재 에이팀 벤처스 대표 2006. 12 ~ 2011. 12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 정책기획 부, 선임연구원 2005. 08 ~ 2007. 01 삼성종합기술원 컴퓨팅랩, 연구원 위원회 2017. 11 ~ 현재 4 차 산업 혁명 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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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전통문화의 운명과 민중의 책임 글 ‘뿌리깊은나무’ 전 편집장 김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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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초등학생 딸이 불쑥 말했다. “아빠, 존댓말 같은 거 없어졌으면 좋겠어.”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꾸중 들었던 일을 얘기하다가 터진 푸념이었다. 나는 속 으로 웃음이 나왔다. 선생님과 맞장을 뜨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속으로 분을 삼 키는 딸의 모습이 그려졌다.

우리 모국어의 다중구조가 의미하는 것 한국어는 한자와 한글이라는 이질 요소가 결합한 언어다. 거기에 언어생활에서 존댓말과 하대말이 있고 그 사이에 예삿말이 있다. 너무나 소통 구조가 다중적 이다. 머리 아프게 복잡하다.

존댓말도 그 내부로 들어가면 ‘전하, 수라를 젓수시옵서’부터 ‘아버님, 진지 잡 수십시오’, ’어머니, 저녁 잡수세요’, ‘형님, 밥 먹읍시다’ 식으로 여러 층으로 다 시 나뉜다. 세계 어디에도 의사 통로가 이렇게 미로처럼 복잡한 언어는 없다.

모국어는 어느 민족에서나 그 고유문화의 중심이다. 언어가 있어 비로소 사유 가 있고 창조가 있고 문화가 있다. 나는 우리 전통문화가 우리 모국어 못지않게 복잡하고 다양하며 풍부하면서도 미묘한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언어와 문화는 같이 가는 존재들이다.

조선 전통문화의 잔혹사 일본제국주의는 식민지 조선에 1938년 3월 15일 ‘고쿠고조요(국어전용)’ 정책 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조선어를 일본어와 같이 쓰도록 해왔던 언어 정책에서 더 나아가 일본어만 쓰도록 바꾼 것이었다. 한국어 말살 정책이자 이는 곧 한국 문화 말살 정책이었다.

일본제국주의는 역사는 물론 정치, 언어, 문화를 비롯한 생활 전반에서 조선인 의 의식을 통제하였다. 일본 것은 우러러 받들어야 할 선진 문화이고 조선 것은 모두 미개한 것으로 버려야 할 대상이었다.

날짜도 음력으로 따지고 나이도 세는 나이를 써오던 조선인들은 그것부터가 잘 못된 것으로 알아야 했다. 1943년에 혼인한 우리 어머니는 시집 와서 집 안에 모셔졌던 신주단지를 모두 물에 떠내려 보냈다고 했다. 초등학교 일본인 선생 들로부터 그런 것은 버려야 할 관습이라고 배웠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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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주의 통치 아래서 한국인은 모국어를 잊어야 했다. 아울러 그동안 핏 줄 속에 연면히 흐르고 있었던 고유문화를 버리도록 강요받았다. 단군신화로 상징되는 민족정체성, 동학으로 표출된 민본주의, 제례 의식을 포함한 유교 문 화 같은 정신 자산들이 모두 부정되었다. 판소리나 민요는 신식 일본 노래 뒤에 숨어야 했고 도자기나 옹기, 목기, 베틀은 시장에서 비까번쩍한 공산품에 밀려 났다.

아버지와 농악대 1960년대에 나는 중학생이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처음 듣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공설운동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거기서 놀라운 풍경을 보았다. 고깔모자를 쓰고 낯선 복장을 한 사람들이 각양각색 악기를 들고 요리조리 곡 선을 만들어 움직이며 풍악을 연주했다. 나는 가슴 속에 알지 못할 감동을 안고 그 처음 만난 풍악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날 거기서 또하나 뜻밖의 장면과 마주쳤다. 아버지의 모습을 구경꾼들 속에서 보았다.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가르치는 아버지는 그런 자리에서 마주치 니 무척 낯설었다. 술 한잔 하고 기분이 좋아 독일 노래 ‘보리수’를 부르는 모습 을 보긴 했지만 농악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1960년대 초 그 무렵이 우리 옛것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되살아나던 시점이었 던 것 같다.

서구 문물과 양키 문화 돌이켜보면 우리 전통문화는 식민지 시대에만 괄시와 소외에 시달린 것은 아 니었다. 일본제국주의가 패망했지만 그 어두운 시대에 한국인의 의식에 각인된 열패감은 그대로 이어졌다. 그런 형편에서 육이오전쟁을 만났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수많은 인명을 죽이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 을 깡그리 무너뜨렸다. 참혹한 파괴가 한민족의 마지막 긍지와 자존심까지 황 폐하게 만들었다.

전쟁 후 복구 과정은 긴 겨울처럼 춥고 스산했다. 한국인들은 미국이 앞장서 가 져온 서구 문물의 체온에 몸을 기대야 했다. 먹고사는 문제에 오로지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서 전통문화라는 것은 깊은 소외 속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을 수밖 에 없었다. 서구 문화, 값싼 양키 문화가 한국인의 의식을 점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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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과제 근대화와 산업화는 육이오전쟁 이후 몇 십 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 였다. 그 어간에서 한국어만 쓰지 말고 영어도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제기되었다.

국제화, 세계화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영어 사용 국가가 되어야 한다 는 주장은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오랜 수난에도 불구 하고 한국어가 오늘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모국어가 살아 있다는 것은 민족의 고유문화가 죽지 않았음을 뜻한다. 식민지 시대의 긴 박해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는 생명을 지켰다. 우리 전통문화도 인고 의 세월을 버티고 자칫 죽을 뻔한 위기에서 명맥을 되살렸다.

세계사를 보면 많은 민족들이 저마다 크고작은 흥망성쇠의 역사를 거쳤다. 그 때마다 고유한 언어와 문화도 시련의 위기들을 맞아야 했다. 그처럼 민족의 고 유문화는 어느 시대에나 도전에 부딪칠 위험성을 가진 것이고, 당대의 민중은 그 도전에 과감히 맞서야 하는 책임을 또한 부여받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과제다.

김형윤 잡지편집자. 에세이스트. 1972년부터 1985년 사이 에 월간 「문학사상」, 월간 「뿌리깊은나무」, 월간 「샘 이깊은물」의 편집장을 차례로 지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김형윤편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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