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S SPRING/SUMM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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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강요 유광열 명장

옥주부 정종철

PEOPLE

VOL.6 값 12,000원

1 | Editor’s Note

광주요

KOO HOUSE 목금토식탁

백해영 갤러리

ANYANG PAVILION 소니카메라

BRAND

ART & LIVING

PLACE SPRING / SUMM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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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 SUMM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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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버려진 것들을 위한 항변

폐허의 조각도 이어붙이면 역사가 된다. 버려진 것은 필경 그 쓰임이 다해 버려진 것 일테 고, 쓰임은 그 자체로 삶의 이야기이다. 올 3월 개장한 돈의문 박물관은 재개발로 인해 철 거된 새문안마을 가옥의 흔적을 모아 놓았다. 언제 지어졌는지 모를 한옥부터 70~80년대 지어진 주택까지, 각 가옥의 평면도와 철거 당시 찍은 집들의 마지막 모습은 물론 주방에 서 사용된 타일과 지붕의 기와까지도 전시되어있다. 그 외에도 강남개발 전, 명문고등학교가 모여있던 이 주변의 과외방의 풍경 등 겹겹이 쌓인 세월의 단면을 잘라내 보여준다. 철거직전 곳곳에 칠이 벗겨지고 타일이 떨어진 주택의 부 엌의 모습을 담아낸 흑백사진에서는 따듯한 저녁 식탁의 온기가 느껴졌다. 최근 도시재생이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다. 요 몇 년 새 힙스터의 성지 로 떠오른 성수동은 원래 제조공장들이 모여있던 곳이었다. 국내 제조업의 몰락으로 문을 닫은 공장과 창고들을 재건축하는 대신, 외관과 내부 골격은 그대로 남겨 둔 채 카페로 변 신시켰다. 세월의 결을 그대로 담은 건물벽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이외에도 공간을 이 용한 업사이클링이 계속적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낡고 버려진 것들은 젊은이들에게 영감 을 일으키고 있다. 연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플라스틱과 쓰레기 문제는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소비라 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쓰임의 편리함과 아름다움뿐 아니라 쓰임 그 후의 가치까지 고 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량생산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소비지향적 삶에 지친 사람들은 이 제 인간적이고 따뜻한 소비를 찾기 시작했다. 공예는 단순한 쓰임을 넘어 사람과 사람사이를 잇는 소통으로서 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쓰이느냐 만큼 얼마나 잘 버려지는지가 중요한 화두인 요즘, 공예가 소비와 생산의 좋은 대안으로 앞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크라프츠 편집장

박세환

8 | Editor’s Note


9 | Editor’s Note


크라프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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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 SUMM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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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요

KOO HOUSE

목금토식탁

소니카메라

BRAND ART & LIVING

백해영 갤러리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ANYANG PAVILION

크라프츠

30길 21 A동 1503호

@kraftsmagazine

PLACE

KRAFTS VOL.6 SPRING / SUMMER 2019 ISSN 2586-3975

인쇄 영은문화 PEOPLE

옥주부 정종철

발행인

해강요 유광열 명장

VOL.6 값 12,000원

김향남 COVER PHOTO: KOO HOUSE

크라프츠는 전국 아티스트와 브랜드를 찾아다니며 만드는 현대공예 계간지입 니다. 모든 물건이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세상에서 정말 아끼고 사랑할 수 있 는 물건을 찾기 위한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나만의 것’이 넘치는 개성 강한 사

COPYRIGHT© 2019 크라프츠(KRAFTS). 이 책의 저작권은 크라프츠에 있습니다. 본지에 수록된

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글과 사진은 크라프츠의 서면 허가 없이 사용이 불가합니다.

KRAFTS is a quarterly magazine for Korean crafts based in Seoul. Each issue is a snapshot of our journey to find things that we can truly love and cherish in an age of disposability. It is our aim to build a society that values uniqueness and craftsmanship.

ALL RIGHTS RESERVED. THIS MATERIAL MAY NOT BE PUBLISHED, BROADCAST, REWRITTEN, OR REDISTRIBUTED IN ANY FORM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KRAFTS.

10 | About


11 | Editor’s Note



13 |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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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 London Col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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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 해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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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 JL Contempo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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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 Von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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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 오월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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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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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PEOPLE | “장인이라뇨, 그냥 취미생활일 뿐인걸요.”

옥주부 정종철씨 인터뷰

PEOPLE | 바다는 계속 흐르고 산은 더 푸르르다

해강요 유광열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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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 ANYANG PAVI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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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 “공예, 가장 한국적인 장르로 인정받게 될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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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영 갤러리 대표

ART & LIVING | KOO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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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LIVING | “숫자로만 세상을 보다, 손으로 만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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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알게됐죠.” 목금토식탁 이선용 대표

CULTURE | 인도차이나반도, 공예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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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소통의 공예, 남북 교류 촉매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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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꿈꾸는 박원순 서울시장

BRAND | 광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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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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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 공예, 이정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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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Table of Contents


17 | Editor’s Contributors Note


CONTRIBUTORS

편집

박세환 | 편집장

김성우 | 객원기자 최예선 | 기자 최유미 | 이사 박소은 | 마케팅 매니저 오창헌 | 아르케 디렉터 김호정 |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대표 최홍석 | 포토그래퍼 강성중 |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사진

교열·교정

배수경 | 포토그래퍼

최예선 | 기자

디자인

경영·광고

Especially Special

최유미 | 이사 박소은 | 마케팅 매니저

법률고문

발행인

박지선 | 법률사무소

김향남 | 대표

장율

KRAFTS 제6호/2019년 VOL.6 발행처: 크라프츠(KRAFTS)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30길 21 A동 1503호

잡지등록일: 2017년 11월 17일 등록번호: 강남, 바00235호

대표전화: 02-573-5513

인쇄: 영은문화㈜

팩스: 070-7755-5513

발행일: 2019년 03월 20일

18 | Table of Contents


19 | Editor’s Contributors Note


ICHEON CERAMIC in COLLECT 2019

DESIGN | Icheon Ceramic

전통의 미와 현대의 기법이 만난 김판기X양지운의 은달항아리부터

From the silver moon jar of Kim Pan-ki and Yang Ji-woon to

故지순탁의 다완까지.

teacups of the late ceramic master Ji Soon-tak, Icheon shared

올해 런던콜렉트(COLLECT 2019)에 출품 된 이천도자기 작품들

highlights of the beauty of Korean contemporary porcelain on

의 키워드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다.

the theme of the past and the present at London Collec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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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스튜디오


해인요

DESIGN | 해인요

조선백자의 아름다움 새로운 식문화로 탄생하다

The rebirth of Joseon moon jar’s beauty.

조선백자는 조선의 사상과 유교를 바탕으로 절제와 품격을 중시하 는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해인요는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21세 기 식문화로 새롭게 창조하여 조선의 사계를 주제로 새로운 이야기 를 만들어간다. 해인요는 조선시대 고령토의 기물 무게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 인 면을 깍는 기법을 통해 군더더기 없이 시원스럽고 모던한 이미지 를 선사한다. 우리의 전통 문양인 누비이불을 모티브로 따뜻한 감성 과 감촉의 재미를 더한다. 또한 고려시대부터 널리 사랑받던 화형은 몸통 전체를 꽃잎으로 형상화하여 여성스러움과 양감을 부각시켰다.

Influenced by Confucianism and Joseon’s philosophy, moon jars from the period have a restrained and dignified beauty. At Haeinyo the beauty of Joseon Dynasty moon jars is being reborn as part of 21st century culinary culture. Haeinyo’s creations tell a new story through an ancient art form, using Joseon’s four seasons as the theme. Haeinyo employs the method of shaving off clay to reduce weight, resulting in clean-cut, modern designs. The quilt pattern adds a sense of warmth and fun to the designs, and the flower shape design – a design popular since the Goryeo Dynasty – amplifies the volume and femininity of the desig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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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 CONTEMPORARY

DESIGN | JL Contemporary

JL Contemporary는 옻칠공예가 정은진이 디자인하고 작업하는 사물들로 채워나가는 브랜드이다.

JL Contemporary is the brand for objects designed by Jung Eun-jin, a designer specializing in lacquer.

과거 너무 전통적이고 가격적인 면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옻칠을 대중 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러 재료와 접목하는 시도를 통해 현대적이면 서도 수작업만의 독특한 감성을 작업에 담고 있다.

The brand approaches lacquer, which has been too traditional and expensive for wider appeal, from the public’s point of view. The brand offers modern designs that combine the traditional art with new materials, while capturing a sense of uniqueness only possible in handi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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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LIVING

DESIGN | Vonliving

Vonliving 브랜드의 강정은 디자이너는 전통을 일상생활에 캐주얼하게 녹이는 작업을 한다.

Designer Kang Jung-eun’s of Vonliving combines tradition with every day life.

전통이 녹아든 일상제품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에게 독특하고 가치있는

The goal is to give consumers a unique vision of modern life

현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비전을 전달하고자 한다. 오늘날 VON-

style through products whose designs have elements of the

LIVING은 새로운 시도, 전통의 아름다움 안에서 지속가능한 여행을

traditional. Vonliving aims to create a sustainable journey

목표로 한다.

through the new, and the beauty of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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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공방

DESIGN | 오월공방

봄의 따스한 햇살을 담은 오월 도자기

May Ceramic Studio, capturing the warmth of sunshine

오월공방은 아름다운 우리그림인 ‘민화’를 이용해 한국적 이미지 기반으

The goal of May Ceramic Studio is to give consumers a

로 현대인의 공간에 어울리는 테이블 용품과 소품을 만드는 공방이다.

unique vision of modern life style through products whose

단순 미술품이 아닌 실생활에 접목한 공예상품으로, 분청도자기 특유의

designs have elements of the traditional. Vonliving aims to

따뜻하고 깊이 있는 색감이 특징이다. 은은한 채색기법이 들어간 도자

create a sustainable journey through the new, and the beauty

기에는 단조로움과 화려한 색감이 서로 공존한다. 도자기에 삽입된 문

of tradition.

양은 각각의 의미와 문화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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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일상

|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Today’s Story 글·김호정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대표 사진·최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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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 Editor’s Note


일상

|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수묵화, 오늘의 우리를 담다 at 10:00 AM

갤러리에서 수묵화 한 점에 빠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채색 없이 먹을 진하게 갈아서 그리는 선과 먹을 약하게 갈아서 그리는 선으로 종이 위에 그려진 물결이 잔잔하고 담담하게 느껴졌다. 아침의 풍경과 향기가 머무는 이 공간을 담을 때 마다 간결한 구도와 선 이 분명한 수묵화의 농담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종이 위에 그 려질 수묵화를 완성하기 위해 먹을 갈고 붓을 툭툭 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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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Editor’s Note


일상

|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다시 만날 시간을 기록하다 at 02:00 PM

“어떻게 지내?”

고등동창이 안부를 물어왔다. 전화기 사이로 들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축하의 시간, 그날의 기록은 언젠가 그리움이 생길 때 행복한 기억을 꺼

같이 다니던 학교, 학교앞 분식집, 빵집을 회상하게 했다. 이내 그리움으로

내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낸다. 결국, 우리가 그리움으로 다시 만

우린 만나게 되었고 행복한 기억을 소환하여 ‘기억’ 이라는 실제를 남겼다.

날 ‘시간’을 기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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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35 | Editor’s Note

|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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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모르는 동네에서 알게 될 우리 at 05:00 PM

차를 마시러 가볼까 하는 마음에 걷다가 집 근처이지만 처음 보는 골

성이며 살아온 것 같았다.

목길로 접어 들었다. 처음 보는 카페들, 가게들, 공방, 갤러리에 눈

모르는 이 동네에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무심코 걷다 발견한 이 곳의 정

이 휘둥그레 한참을 구경하다 카페에 들어갔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취가 커피를 마실 때마다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모르는 나와 이곳을

그저 모르는 동네를 누볐는데 기분이 좋았다. 모르는 동네에 오게 되

알게 되는 이들 마음속에 차 한잔의 대화만큼 자리가 생겨나면 좋겠다.

어 기분이 더 좋았다. 한 순간 내가 누구인지 잊고 당장 해야 할 일 도 잊은 체 하릴없이 산책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길거리에서 서

제품 문의 서울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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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 Editor’s Note


PEOPLE | ‘옥주부’ 정종철씨 인터뷰

“장인이라뇨, 그냥 취미생활일 뿐인걸요.” ‘옥주부’로 나무도마 제작에 나선 코미디언 정종철씨 인터뷰

글·김성우 객원기자 사진·배수경

‘똑똑똑똑똑’ ‘탁탁탁탁탁’ 칼질할 때 나는 도마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

2017년 자신의 이름을 딴 나무도마 ‘옥주부’를 론칭하고 직접 작업한

들이다. 도마 재질과 관계없이 같은 표현이 쓰인다. 그런데 실제 소리는

도마를 팬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재질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플라스틱 도마가 짧고 간결한 소리를 낸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옥동자’와 ‘마빡이’ 캐릭터를 통해 큰 인기를 얻

면 나무도마는 깊은 소리를 낸다. 요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나무도마

은 ‘스타 코미디언’이 나무도마를 작업한다는 게 조금 생경하게 느껴

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졌는데, 팬들의 평가는 다르단다. 옥주부 도마는 특히 젊은 주부들 사

그래서일까? 최근 자신의 별명을 딴 집안일, 요리 콘텐츠 ‘옥주부’

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로 인기를 얻은 개그맨 정종철도 ‘나무도마’에 빠져들었다. 그는 지난

최근 양주의 목공예 작업장에서 정종철씨를 만났다. 나무도마 작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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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옥주부’ 정종철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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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옥주부’ 정종철씨 인터뷰

시작하게 된 계기, 그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보기 위해서다.

양을 낼 뿐이지만, 엔드그레인은 나무 섬유면이 앞면과 뒷면에 들어가

정종철은 도마제작이 처음엔 ‘그냥 취미’였다고 말했다. 가족과 많은

니 칼이 닿아도 흠집이 잘 생기지 않는 특징이 있다.

시간을 갖기 위해 요리와 살림에 몰두했는데, 그 속에서 재미를 찾게

“아직 엔드그레인은 우리나라는 들어오고 있는 단계에요. 엔드그레

되자 ‘그만의 살림 용품’을 갖고 싶단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경기

인이 장점이 많기 때문에 저도 엔드그레인으로 홍보를 많이 하고 있

도 양주의 공방을 찾아가 공예작업을 배우게 됐다.

는 상황이고요.”

공방에서 배운 내용은 개인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렸다. 정종철은

도마를 제작하는 데는 보통 보름 정도 되는 시간이 걸린다. 하나를 만

“팬들의 관심”이 나무도마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가 됐다

드는 데도 보름, 스무 개를 만드는 데도 보름이란다. 도마를 만들 나무

고 했다.

수(樹)종을 선택하고, 샌딩(사포질)하고, 오일로 코팅하고, 제작된 도

“하루는 제가 직접 만든 냄비받침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타일

마에 실리콘 발을 다는 것까지 여러 절차가 필요한데, 작업 중간중간

로 문양을 만들어 넣은 냄비받침이었어요. 그런데 팬들이 엄청 호응

에 제품을 건조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주는 거에요. 갖고 싶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예상도 못 했죠.”

제법 고된 작업이지만, 그는 “도마 작업이 참 재미있다”고 말한다. 팬

그래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냄비 받침 100개를 만들었다. 팬들의 반

들이 호응해주며 조금 규모가 커졌지만, 여전히 도마제작은 그에게 취

응이 뜨거워지자 또 100개. 이후 나무도마도 판매하게 됐다.

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를 다듬고 오일을 바르는 작업에는 항

공예 작업에 제대로 몰두하고 2년 반. 정종철은 이제 어엿한 ‘목수’가

상 즐겁게 임한다.

됐다. 제품의 연구와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외국의 도마 브

“앞으로 얼마나 더 도마를 제작할지도 모르겠어요. 도마 제작은 제가

랜드를 보고서 많은 연구를 한다.

좋아서 하는 거니까. 노는 일에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는 않잖아요.

“호주의 베인스우드(VEINS WOOD)라는 도마 브랜드를 접했는데

도마 제작은 다른 일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도마가 있구나’ 하고서요.

나무도마 작업은 정종철이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정종철

그래서 욕심이 생겼습니다. 유튜브에 도마 만드는 과정들이 일부 공

은 자신의 나무도마 브랜드에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그들과 꾸준히 만

개가 돼 있기에 따라 만들어봤죠. 하지만 원하는 품질이 나오지 않아

나고 있다.

서 나무를 바꿔보고, 외국 서적도 열심히 찾아보고... 처음 도마를 시

“서포터즈를 모집해서 제 도마를 설명해주는 작업을 진행해요. 구매하

작하고 2~3개월간은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네요.”

신 분들이 제 도마를 많이 써보고, 즐겁게 요리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 결과 정종철만의 고유한 나무도마도 완성됐다. 현재 옥주부 도마

정종철은 최근 옥주부란 이름을 달고, 요리서적 저술 작업도 진행하고

제작에 들어가는 모든 작업은 그가 전부 손수 진행하고 있다. 노하우

있다. 서적이 출간되면 ‘옥주부’ 브랜드 아래 정종철이 만든 주방용품

도 제법 쌓였다. 도마를 코팅하는 오일작업은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과 요리관련 프로그램, 그의 레시피가 담긴 요리서적이 함께 오르게

않는다고 한다.

된다. ‘스타 코미디언’ 정종철에서 살림 전문가 옥주부 정종철이라는

최근 옥주부 공방에서는 도마 앞면과 뒷면에 나무의 섬유조직(나이테)

호칭이 더욱 익숙해져간다. 그에게 옥주부는 애정이 가는 별칭이다.

이 드러나는 ‘엔드그레인(END-GRAIN)’ 도마를 주로 선보인다. 엔

“옥주부는 가족과 함께 하려고 시작한 살림에서 나온 별명이에요. 마

드그레인은 일반적 나무도마인 ‘페이스그레인(FACE-GRAIN)’보다

음에 들어요. 옥주부 도마가 다르살림에서도 잘 사용되는 모습을 본다

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이스그레인은 나무를 결대로 잘라 모

면, 그거만큼 큰 보람은 없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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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옥주부’ 정종철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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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유광열 명장

바다는 계속 흐르고 산은 더 푸르르다 해강요 유광열 명장 The ocean is unceasing, and the mountains are greener Master Yoo Kwang-yul of Hae Gang Pottery 글·최예선 사진·배수경 Words˙Choi Ye-seon Photos ˙Bae Soo-kyung

“아버지는 제 스승이자 저의 모든 길을 열어 준 분이에요.” 유광열 명 장은 아버지인 해강 유근형 선생을 이렇게 떠올렸다. 평생 고려청자를 연구해 한국 도자기의 큰 획을 그은 해강 유 선생. 아들 유 명장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아버지의 그늘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전혀요. 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테니까요.” 유 명장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가방에 흙을 넣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오직 고려청자 복원에만 매달린 청자장(靑磁匠) 인간문 화재였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계속 봐왔던 터라, 유 명장은 처음에 는 도자기 일과 무관한 사진관에서 일을 시작했음에도 이후 아버지의

“My father is my teacher and the person who opened all the doors for me,” Master Yoo Kwang-yul of Hae Gang Pottery said, describing his father Hae Hang Yoo Geun-hyung. Hae Hang Yoo Geun-hyung dedicated his life to Goryeo celadon pottery and left a big mark in Korean pottery. Although following in the footsteps of such a master could come as a burden, Yoo Kwang-yul says he felt no such emotions. “Not at all. Without my father, I would not be who I am today.” Yoo’s earliest memory of his father was that of “a man who carried around clay in his bag.” His father put his soul into recreating the celadon of Goryeo Dynasty. Even at the age of 20, he was too young to understand his father, and he h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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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유광열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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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유광열 명장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가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도자기는 곧 유 명장의 ‘천직’이 됐다. ‘해강(海剛): 바다처럼 넓고 금강산처럼 단단하고 아름답게 하라.’ 유 명장은 1993년 해강 선생이 100세로 세상을 떠난 뒤 그의 호(號)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해강의 뜻을 받들고 이어가고자 함이었다. “앞으 로 2대, 3대에 계속해서 해강이란 이름으로 대를 이어 나갈 생각이에 요. 일본 도공들은 계속 1대 호를 15대까지도 물려 쓰거든요. 우리나 라는 이런 것들이 아직 잘 안 돼 있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 아버지와 도자기의 전통과 정신을 이어가겠단 생각으로 해강이란 호를 계속 쓸 생각입니다.” 유 명장은 고려청자를 복원하고자 했던 아버지의 뜻을 잇고자 전국을 뒤져 고려청자부터 조선분청사기까지 과거 도자기 유물들을 발굴하고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지금의 ‘해강도자미술관’이 다. 오랜 그의 꿈이 이뤄졌다. 아버지도 생전에 흡족해하셨다. 도자기를 배운지 3년 차 때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신만만해 했던 앳 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점점 더 어려운 길이었 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배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고려청자 를 볼 때마다 지금도 감탄해요. 신이 만든 게 아닐까. 고려시대 그 열 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이 정도로 아름다운 청자를 만들었을까 싶 어요.” 단순히 청자를 빚는데 그치지 않고 도자기로 브로치 등 장신 구를 만들어 도자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다. “도자기 생각을 단 하루도 안해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제 눈에는 모든 것들이 도자기로 보여요(웃음).” 유 명장은 ‘이천시 1호 명장’에 이어 2002년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 다. 명장이란 무거운 칭호에 더해지는 사명감만큼 마음은 더욱 도자기 를 처음 배우던 시절을 되새기게 됐다. ‘겉멋이 들면 안 되고 혼이 들 어가야 한다.’ 아버지가 항상 강조했던 말이다. “쓰는 사람이 계속 보 고 감탄할 정도의 느낌이 들도록 제 혼과 모든 정신을 담아야 해요. 겉 멋만 들어서는 금방 식게 돼 있어요. 그래서 작품 앞에 솔직해지려 해

taken on the profession of photographer. But he answered his father’s call to learn the art, and as it was for his father, pottery became Yoo’s destiny. The artist name ‘Hae Gang (海剛)’ means to be as vast as the seas (Hae, 海) and as hard and beautiful as Mount Kumgang (Gang, 剛). When his father passed away in 1993 at the age of 100, Yoo took on the artist name his father used. The decision reflects Yoo’s determination to carry on his father’s philosophy. “I plan to pass on the name Hae Gang down to future generations. Some Japanese ceramists carry on artist names for up to 15 g enerations, but in Korea such traditions are not well established,” he said. “I plan to continue using the name to signify my determination to keep the spirit and traditions of pottery with my father.” In order to carry on the work his father started, Yoo searched all over the nation for pottery relics, from Goryeo celadon to Joseon’s Buncheong pieces. The findings from his search formed today’s ‘Hae Gang Pottery.’ He has realized a long-held dream, and his father would have been pleased too. “Now, I say ‘If I am dying of a disease, I would die smiling if a beautiful work of celadon porcelain was put in my hand.’ I think that would be the ultimate happiness,” he said. When he was younger, he was very boastful. Just three years into learning the art of pottery, he was convinced he was the best in the country. However, the more he studied, the more arduous and difficult the path became. Now 50 years in the field, he feels that the learning process continues. “I am still in awe every time I see a Goryeo celadon pottery. I wonder if it wasn’t a god who made them. I wonder how they created such beauty back in the time of Goryeo Dynasty,” he says. In his endeavors, he has opened new horizons in the field by making ceramic broaches and other accessories. “I am crazy about pottery. To me, everything is ceramic.” After being named the first Master of Icheon, he was named a Korean Master Hand in 2002. The heavy burden of responsibility that came with the titles reminded him of the days 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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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LIVING | PALACE GARDENS PARIS PEOPLE | 유광열 명장

요. 완벽하지 않은 부분 그대로를 인정하되 모든 걸 담았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아야 하는 거죠.” 2대째, 그리고 지금 3대째 해강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유 명장의 꿈 을 물었다. “청자는 음식이 도드라질 수 없어서 식기론 안 된다고 많 이들 말을 해요. 그걸 바꾸고 싶어요. 세계인의 밥상에 해강 청자 식 기가 놓이는 날을 보고 싶어요. 청자 식기로 세계 시장을 잡는 그런 업 적을 꼭 남기고 싶어요.” 예전의 해강이 넓은 바다이자 단단한 산이었다면, 현재의 해강의 바다 는 더 멀리 깊게 흐르고 있었다. 산은 더욱더 단단하고 푸르러만 간다.

was just beginning to learn the art. He thought on his father’s words: “do not be swayed by trends, pour your soul into your work.” “I must pour my soul into the work so that those who use (his pieces) are awed,” he said. “So I tried to be honest. I try to make pieces that I can honestly say that I poured my heart and soul into while also accepting imperfections.” Yoo, who is already passing on the Hae Gang spirit to the third generation, says that he has a dream. “They say that celadon is unsuitable for crockery because it takes the spotlight from the food. But I want to do this (make celadon crockery),” he said. “I yearn for the day that Hae Gang crockery is used across the world. I want to be the one to take on the global market with celadon crockery.” If the Hae Gang of the past was a sturdy mountain and the vast sea, the sea of today’s Hae Gang had become deeper and wider and the mountain stronger and gre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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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 ANYANG PAVILION

ANYANG PAVILION 글·최유미 사진·배수경

안양파빌리온은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보아도 유려한 곡선미가 느껴진다. 건물 내부에는 여러 설치미술품이

SIZA)가 설계한 조형예술 건축물이다. 처음 보았을 때 크게 다가오

놓여있다. 내부 중앙의 종이로 만들어진 커다란 원형의 벤치는, 건축

지 않았던 500㎡의 이 건물의 존재감은, 정면에서 살짝 비켜 바라보

가 신혜원의 작품으로 소통과 사색의 공간으로서의 이곳의 정체성을

았을 때 비로소 이해가 된다. 정면에서, 측면에서 어느 각도에서 바라

뒷받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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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 백해영 갤러리

“공예, 가장 한국적인 장르로 인정받게 될 날이 오겠죠.” 백해영 갤러리 대표 “Crafts will one day be recognized as the most Korean of arts.” Paik Hae-young, CEO of Paik Hae-young Gallery 글·박세환 사진·배수경 Words˙Bak Se-hwan Photos ˙Bae Soo-kyung

마치 수십 겹의 컷팅된 종이조각이 겉면을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 듯 한 모양새였다. 유려한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옆선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조그맣게 주둥이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있다. 그리고 이내 이것은 종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도자기다...”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 나오는 순간이었다. 물레로 만들어낸 백자의 표면에 바늘을 이용하여 섬세한 문양의 조각. 바로 백해영 갤러리 소속 작가인 이종민 작가의 작품이다. 갤러리 내부

The exterior of the object appeared as if encircled in layer upon layer of carefully cut paper. Following the curves up the object reveals an opening turned toward the sky. Only then, does the realization that the object is not made of paper but ceramic dawn on the viewer. The piece is the creation of artist Lee Jong-min of Paik Haeyoung Gallery, made by adding delicate decorations to the surface of a moon jar shaped on the wheel. A moon jar on display at the center of the gallery reminds the observer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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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 백해영 갤러리

중앙에 전시된 백자의 문양은 흡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잔잔한 파도, 또는 흐르는 강물의 형태를 띤 듯했다. 그때 백해영 대표가 다가 와 말을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백자 본 적 있어요?” 백해영 갤러리는 갤러리와 미술관이 대거 집결한 한남·이태원 지역의 ‘ 한남 아트 벨트’에서도 ‘1세대 갤러리’로 불린다. 지난 1988년 이태원 자택을 개조한 컨템퍼러리아트 갤러리가 그 시작이었다. 그 뒤로 삼성미 수관 ‘리움’과 세계적인 화랑인 페이스갤러리까지 이곳에 모여들었다. “이제는 공예 장인들이 현대미술 조각 장르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 요. 특히 우리나라 조선 달항아리는 해외 아트 컬렉터, 미술관, 호텔, 기업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워요. 이종민 작가의 달항아리 제작 기법도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합니다. 1년에 5점 이상 안 나와서 우리 갤러리에 만 전시하겠다는 조건을 붙일 정도로 희귀품이죠.” 실제로 백 대표는 한국의 공예 작가를 발굴해 해외시장에 소개하는 데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백 대표와 공예의 인연은 과거 뉴욕대(NYU) 음 대 피아노 연주자 과정을 밟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에서 미술 의 세계에 빠져 미술관 설립을 목표로 컬렉션을 시작했다. “뉴욕에 있을 당시 현대미술을 공부하면서, 정작 컬렉션은 공예 쪽으로 많이 했었어요. 현대미술과 공예의 융합은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었죠. 요즘에야 해외에서는 이미 공예를 컨템퍼러리 아트 분야로 생각하고 자 연스럽게 융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두 장르가 엄격히 구별돼요. 아직도 공예는 생활공예 분야에만 국한돼 있죠.” 한국 공예품이 세계 아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본 것은 갤러리 소속 박 서희 도예가였다. 백 대표는 그를 조각 분야로 소개해 외국 바이어와 컬 렉터의 눈을 사로잡았다. 2017년 스위스 바젤의 TRESOR 아트페어 에서 박 작가의 작품 14점이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즈 스페 셜리스트에게 판매됐다. 지난해 12월 아트마이애미에서 이상민(유리), 이종미(도예), 박성욱(도예), 신호윤(종이) 작가의 작품이 많은 판매 성 과를 이룬 것을 시작으로, 박홍구 목공예 작가의 작품 6점이 프랑스 로 에베아트파운데이션에 팔렸다.

tree branches shaken by the wind, or calm waves, or perhaps the surface of a river. “Have you ever seen such beautiful moon jars before?” gallery CEO Paik Hae-young said as she approached. Even in the Itaewon and Hannam area, the home to many galleries and art museums, Paik Hae-young Gallery is known as a “First generation gallery.” The Paik Hae-young Gallery can trace its roots back to the Contemporary Art Gallery, which was founded in 1988 by renovating a residential property. Since then, Paik Hae-young Gallery was joined by the likes of Leeum, Samsung Museum of Art and Pace Gallery in the area. “I think crafts masters need to expand into modern sculptures. Korean moon jars are very popular among foreign collectors, galleries, hotels and corporations,” she said. “The technique used in Lee Jong-min’s work is unique to Korea. No more than five pieces are made a year, they are so rare that the artist only displays his work with our gallery.” Paik is a passionate advocate of introducing Korean craft masters’ works to the international stage. Paik’s passion for crafts began to her college days, when she was studying to become a pianist at New York University. While in New York, she fell in love with art, and began collecting works of art with the goal of opening a gallery. “Although I learned about modern art while in New York, I focused on crafts in my collecting. At the time, combining modern art and crafts was very unconventional,” she said. “These days, crafts is considered a genre of contemporary art, but in Korea they are still very much separate. Even now, crafts is limited to utilitarian crafts.” It was with Park Seo-hee’s work that opened Paiks eyes to the potential Korean crafts has on the international stage. Paik introduced Park Seo-hee’s work in sculpting category, and captivated foreign buyers. In 2017, 14 pieces made by Park Seo-hee were sold to Sotheby’s at the TRESOR Contemporary Craft in Basel, Switzerland. In December, works by Lee Sang-min(glass), Lee Jongmin (ceramics), Park Sung-wook (ceramics), Shin Ho-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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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 예올


PLACE | 백해영 갤러리

“요즘 해외 미술시장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는 공예입니다. 이쪽에서도 ‘한류’ 돌풍이 불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가장 한국적인 장르이기 때문이 죠. 과거에는 국내 브랜드 인지도도 낮고 해외 진출 노력 자체가 적었는 데 이제는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좋은 신진 공예작가들이 발굴되고 있습 니다. 덩달아 해외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죠.” 백 대표의 향후 계획은 신진작가 발굴과 해외시장 진출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알리고 수출하기 위해 자연스레 해 외 방문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백 대표이지만, 국내 대중과의 소통 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갤러리 공간을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선보 일 계획이에요. 그것은 꼭 멋있어 보이는 것만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 트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일 수도 있죠. 아트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죠(웃음).”

(paper) reaped success at Art Miami, and six pieces by Park Hong-gu who specializes in wood craft were sold to Loewe Foundation of France. “Crafts is a major trend in overseas arts scene. There is no reason to prevent a Korean Wave in this field too. It’s because (crafts) is the most Korean genre,” Paik said. “In the past, local artists lacked recognition and there weren’t much efforts for expanding abroad, but these days talented new artists are being uncovered by galleries, and interest in Korea is rising.” Paik’s plans, however, are not limited to uncovering new talent and expanding abroad. Although her work requires her to travel frequently, she plans to reach out more to the Korean public. “I will use the gallery as the stage for a new form of exhibition. It will not be just about stylish art, but art as it is. It could be a snapshot of our lives. In the end, art is something we humans consume, so it must have an element of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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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HOUSE 글·박소은 사진·배수경

구하우스(KOO HOUSE)는 예술과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을 생활 공간

으로 명명된 열 개의 방으로 구성된다. 들풀과 수목으로 조성된 정원

속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집’을 컨셉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이다.

과 파빌리온이 있다.

열정과 심미안으로 컬렉션 된 세계 유수의 작가와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컨템퍼러리 작품과 더

일상의 시공간에 펼쳐지며, 계절과 일상의 소소한 변화와 같이 매년 3~4

불어 가구와 조명, 거울 등 디자인 작품이 일상과 같은 공간 속에서 어

회의 기획전과 신규 소장 및 주제에 따라 다채로운 컬렉션을 선보인다.

우러져 펼쳐진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예술과 삶이 하나가 되는 창조

집을 컨셉으로 하는 만큼 구하우스는 거실, 서재, 라운지 등 생활 공간

적 경험의 순간을 느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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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LIVING | KOO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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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LIVING | KOO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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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LIVING | 목금토식탁

“숫자로만 세상을 보다, 손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알게됐죠.” 목금토식탁 이선용 대표 글·최유미 사진·배수경

“얘는 레몬나무예요. 잘 자라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 잎사귀

혀 없어 보이는 이 두 직업은, 목금토식탁 이 대표의 전 직업이자 현

들이 말라서 후드득 떨어지더라구요. 알고보니, 레몬나무의 천적인 벌

재 직업이다.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했어요. 첫 직장으로 외국

레가 생긴 거였어요.” 어느 휴일 오전 찾은 합정동 목금토식탁에서 만

계 증권사에 입사하게 됐죠. 그리고 증권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난 이선용 대표가 키친 한켠에 놓인 레몬나무를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MBA학위가 필요했고,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지요.”

이어나갔다. “간신히 나무를 살리고 요즘은 매일 관심을 가지고 살펴

미국 뉴욕대학(NYU)에서 MBA를 마친 그녀는, 곧바로 월가의 대형

보니, 이제는 꽃이 피려고 하네요”

증권사인 메릴리치의 채권,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월가의 증권 애널리스트와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쉐프. 공통분모가 전

다. “높은 연봉을 받긴 했지만, 저는 그 일이 재미가 없었어요.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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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시작한 취미가 바로 요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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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데이 쿠킹 클래스부터 차근차근 요리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한 그녀 는 이내 소호의 10개월 과정의 요리학교 야간반에 등록한다. 그리고 그는 개근에 이어 1등으로 졸업했다. “손재주 좋은 한국인이잖아요. 게다가 한국식 교육 스타일인 암기력까지 더해져, 어쩌다보니 수석으 로 졸업하게 됐어요.” 졸업 후 그는 곧장 미쉘링 2스타 레스토랑에 취직했다. “거기에서 열 정을 쏟아붓는 쉐프를 만나게 되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곳 의 주방은 완벽주의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었 어요. 그리고 저에게 주방은 너무나 정직한 곳이었어요. 이전 직장에 서는 마음만 먹으면 게으름 피우면서도 일하는 척할 수 있었고, 실수 해도 크게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 식당은, 주방은 다 르더라고요. 게으름 피우면 바로 보이고, 제가 실수하면 바로 누군가 에게 피해가 가죠. 주방은 증권사보다 오히려 더 요령을 피울 수 없 는 곳이였어요.” 이 대표는 이후 워싱턴으로 이사가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고 주방 대 신 홀서비스 일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경험도 쌓았다. 그렇게 주방과 홀에서 경력을 쌓고 나서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내가 뭘 해야 할까? 하고 고민이 깊었어요. 마 치 사춘기를 겪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시작한 게 바로 도자기예요. 흙 을 만지고, 주무르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죠. 그러다,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걸 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미국에 있었을 때, 친구들끼리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서 술과 함께 저녁을 즐기던, 즐겁고 유쾌했던 그 식탁이 떠올랐어요. 사람 들이 다 같이 모여앉아, 와인 한잔하며 음식을 나누는 그 식탁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목금토 식탁이다. “일주일 중에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체험형 다이닝을 운영해요. 그 래서 목금토 식탁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6명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배우고, 나눠먹습니다. 목요일 금요일엔 저녁 식사를, 토요 일에는 베이킹을 해요.” 목금토 식탁은 요리 초보자도 얼마든지 와서 즐길 수 있다. 요리를 처 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게 아니라, 중간 과정에 참여하는 식이다. 비록 그 시간은 10분 내외지만, 손님들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뿐 아니 라, 음식을 만드는 ‘경험’을 가져갈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한다. “거의 모든 것이 기계와 컴퓨터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 내 손으 로 뭔가를 만드는 것만큼 강렬한 기억은 없으니까요.” 목금토 식탁의 정원은 6명이다. 그리고 이 6명은 항상 새로운 조합으 로 이루어진다. 친구들끼리 신청하거나, 서로 전혀 모르는 조합이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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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한국 정서상 타인끼리 테이블에 모이게 되면

ART & LIVING | 목금토식탁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다. 그래도 식사가 끝나갈 때에는 신기하게도 다 함께 웃고 즐기게 된단다. 음식이 다 만들어지면, 그릇으로 세팅을 하고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다. 플레이팅된 그릇들은 모두 다 이 대표가 직접 만든 도자기들이다. “제가 비록 도자기를 배운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도자기를 보는 눈 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좌우대칭이 완벽하고 매끄러운 도 자기만 예뻐 보였거든요. 지금은 좌우 대칭이 살짝 다른 모양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구요.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 수 있는 자연스러움 이야말로 진짜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목금토에만 식당을 열면, 다른 요일에는 무엇을 할까. “주로 메뉴 구상 을 해요. 재료 준비도 하죠. 장소 대관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 다, 일주일 중에 2일은 일 생각 없이 쉬려고 해요.” 월가의 높은 연봉을 버리고 한국으로 와 홀로 레스토랑을 오픈한 그녀. 인제 비로소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이 대표에게, 마지막으 로 행복에 관해 물었다. “물질이 주는 즐거움은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내가 진짜 하 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정말 다채로운 것 같아요. 그걸 찾 게 됐다는 데 정말 감사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행복을 찾으려 면, 항상 내가 뭘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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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반도, 공예로 물들다 글·사진 김성우 객원기자

전시장 안에서 가장 강한 조명은 십자수 판 앞에 설치된 백열등이었

메라를 든 관광객들은 여성들의 십자수 판 앞에서 셔터를 눌렀다. 작

다. 그 아래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세 명의 여성들은 십

품들 앞에서는 관광객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자수 판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베트남 중부 도시 달랏(DA LAT)의 XQ자수박물관에서

여성들이 작업하는 십자수 판에는 꽃과 새, 사람과 자연이 얽힌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이다. XQ자수박물관은 시내 중심부 전시관과

담겨있다. 여성들 뒤로는 전시장이 펼쳐진다. 그들이 직접 작업한 십

시외곽의 마을(VILLAGE)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곳 모두 박

자수 작품들, 여성들의 수상 실적을 담은 사진들이 다수 진열돼 있다.

물관 소속인 여성들이 십자수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있다. 박

적막이 이어지던 전시장 안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왔다. 손에 카

물관에서 예술가는 십자수 작품과 함께 관광상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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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인도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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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국가들은 수공예 산업 육성을 적극 장

CULTURE | 인도차이나

려하고 있다. 인도차이나 지역이 서구권에서 선호하는 관광지로 부상 하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굴뚝 없는 공장인 관광산업에 큰 투자 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의 수공예 산업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1990년대 초 개혁개 방 정책 이후 우수 지역공예작품 선발대회 등의 개최를 시작으로, 베 트남 정부는 매해 장인을 선발해 국가공인 장인증서를 수여하고 우수 한 공예품을 만들고 기술을 장려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외진 곳에 위치한 베트남 소수민족 랑싸(LÀNG XÃ, 베트남어로 마 을이란 뜻)에서 빈곤을 해소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위해 수공예산업 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수공예산업 진흥 정책으로 2005 년 1500여개였던 수공예 마을은 2015년 2000여개까지 늘어났다. 소수민족이라지만 이들이 베트남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에 달한다. 근래까지 소수민족의 거주지는 대부분이 농사와 상업이 발 달하기 힘든 오지에 위치해왔다. 하지만 수공예 기술을 선보이고 홍보 만 잘되면 랑싸 거주민들도 수공예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수공예 산업을 권장하는 국가 정책은 베트남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관광객들이 베트남 수공예품에 열광하며, 관광객 객단가도 증가했 다. 2017년 베트남 통계국의 집계에 따르면 관광객 1명이 하루 동안 사용한 돈은 14.5 미국 달러였다. 2013년 12.7달러에서 14.2% 증가한 액수였다. 관광객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 객 수는 1억3000만 명에 달했다. 2015년에는 1억22만 명, 2014년에는 9057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 수는 해마다 증가한다. 덕분에 베트남 현지 박물관에서 공예품은 ‘인기 전시품’ 지위를 누리게 된 지 오래다. 도시에서도 ‘공예박물관’을 표방하는 전시관이 늘고 있다. 달랏 에도 XQ 자수박물관 외 다양한 곳에서 이런 공예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베 트남 마지막 왕인 바오다이의 별장에는 직접 자수를 놓은 카페트와 다양한 도자기들이 진열돼 있다. 달랏 근교에 위치한 린푸옥 사원은 1990년 현재 의 모습이 완성됐는데, 맥주병과 도자기 파편으로 지어진 장소로 유명하다. 국제 원조단체 차원에서는 이런 베트남 수공예 발전에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있다. 수공예 산업이 ‘상업중심적’으로만 발전하고 있다는 것 이다.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는 공예품만이 각광을 받고, 자연스레 마 을에서 내려온 전통의 원료나 전통의 공예 방식보다는 물건을 빨리 만 들 수 있는 쉬운 공예방식만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광지로 개발된 마을들은 이전의 농촌마을에서 관광지로 변 하며,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아시아권 비영리단체인 아시아 시드도 이중 하나다. 이 단체는 “지역 정부와 중앙 정부, 관광 회사, 대학 및 기타 이해 관계자를 포 함한 관광기관 관계자들의 연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관광자원의 부 적절한 개발은 되레 수공예로 인한 수익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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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인도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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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문화도시’ 꿈꾸는 서울

“소통의 공예, 남북 교류 촉매가 될 것입니다” 행정수도 넘어 ‘문화도시’ 꿈꾸는 서울 ‘Crafts will be a medium of inter-Korean exchange,’ Seoul dreams of becoming a city of culture 글·박세환 편집장 사진·배수경 Words˙Bak Se-hwan Photos ˙Bae Soo-kyung

“공예는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활문화입니

“The culture of crafts has had a place in our lives has had a

다. 남북한이 과거에서 현대까지 시대와 지위를 넘나들어 다양한 주제로 활발

place in our lives across the ages. I think crafts is a field in

히 공감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which the two Koreas can communicate in, transcending time

임기 8년 차를 맞으며 매일 최장기 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박원순

and positions,” Seoul Mayor Park Won-soon said.

서울시장. 도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For Park, who is now in his eight year in office, his record-long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박 시장의 정책과 성과를 3선 시 장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이다. ‘박원순표’ 정책 중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문화정책이 차지하는 비

tenure as Seoul mayor comes with the burden of setting a new direction and bring changes for the city. The pressure is particularly high this year, as it is effectively the last in which his policies and achievements as a third-term mayor can be

중은 어느 정도일까. 과거 도시 개발을 위해 문화, 예술, 전통을 도외

assessed.

시하고 개발에 치중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 시장

Just how much importance does Park place on cultural p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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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공예’는 도시 문화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크라프츠와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공예의 산업적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며 “핸드메이드가 21세기의 신경쟁력으로 주 목받고 있는 시대 아닌가요? 공예작가들과 청년 디자이너의 협업으 로 공예분야 새 시장을 개척하고 청년 디자이너가 기존 제품을 새롭게 리뉴얼 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고 강조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 산하 서울디자인재단은 지역 명품 공예작가가 참여한 신제품과 청년 디자이너와 공예작가 협업 신제품 개발에 한창 이다. 디자인을 통해 공예가 일상에 자리 잡아 국내 문화 경쟁력을 키 우고, 이후 글로벌 공예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디자인 명품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 사이, 서울시는 서울공예박물관 건립을 추 진 중이다. 시민 삶과 가장 가깝고 친숙한 생활예술인 ‘공예’를 주제 로 한 박물관인 서울공예박물관은 서울 사대문 중심부에 자리 잡을 예 정이다. 이 외에도 2022년까지 시민생활사박물관, 민요박물관 등 11 개소의 박물관·미술관이 들어선다. 서울시가 펼치고 있는 ‘문화시민도 시 서울’ 정책이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박 시장의 공예산업 진흥을 위한 노력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서울 시민의 일상에 숨어 있는 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그 가치 를 모든 시민과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공예는 단순히 창작, 생활용품의 질적 개선 차원을 넘어 사회적 공감 과 아픔을 치유하고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21세기 새로운 소통의 도 구로 작동하길 기대합니다. 우리의 기억과 삶을 보전하고 재창조하는 문화 창조의 원천인 박물관은 한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명백하게 보여 주는 관광문화자산입니다. 앞으로 서울공예박물관이 스페인의 ‘구겐 하임미술관’이나 영국의 ‘발틱현대미술관’처럼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 의 눈과 발을 사로잡는 국제적 관광명소가 될 수 있도록 풍성한 콘텐 츠와 인프라를 갖춰가겠습니다.”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남북 관계 속에서도 박 시장의 공예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중앙, 지방, 민간은 남북관계를 견인하는 삼두마차죠. 남북 공통 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를 둔 민간교류는 정치적 이해 관계없이 지 속적 교류가 가능하고, 남북 신뢰 회복의 촉매가 된다는 점에서 더 욱 중요합니다.” 북한 지역은 고분벽화, 고려청자 등이 탄생한 전통공예 생산과 소비 의 중심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역사를 거치면서 맥이 단 절됐다. 오늘날에도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북한 소재 문화유산의 조

cies? To Park, who has stressed time and again that the city must break away from development-focused policies that ignore culture, tradition and arts, “craft” is an important part of his vision for nurturing the urban cultural ecosystem. “The industrial potential of crafts will only grow with time,” Park said in an interview the Krafts. “Isn’t ‘handmade’ gaining attention as the new competitive edge of the 21st century? What is need is for crafts masters and young designers working together to open new markets, and young designers recreating existing products to achieve sustainable growth,” he said. To achieve this,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s Seoul Design Foundation has been working with young designers and craftspeople to develop new products. The aim of the project is to help crafts to become part of everyday life and strengthen the country’s cultural competitiveness, and then lead to developing high quality designs that can set the trend on the global stage. The Seoul city government, meanwhile, has launched plans to build a crafts museum, which slated to be built in central Seoul. In addition, the city plans to build 11 museums and galleries, specializing in a wide range of topics such as folk music by 2022, as part of the city’s cultural policy drive. Park’s motive for trying improve the crafts industry is not simply based on the economic need to create new jobs. Park’s plans were born out of the idea to bring hidden cultural assets to light, and to share them with the public. “I hope crafts can serve as a new medium of communication, one that can connect people to regions, one that can heal scars and achieve social harmony. A museum that preserves and recreates our memories and lives is an asset of tourism and culture that can most clearly show a city’s identity,” Park said. “The city will develop the infrastructure and introduce contents to make the Seoul crafts museum into an international attraction like Guggenheim Museum Bilbao in Spain 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 With inter-Korean relations rapidly improving, Park hopes that the crafts industry will play an important role in helping the two Koreas reconcile. “Central and local governments, and the civilian sector are the three horses that draws inter-Korean relations. Civilian exchange can be maintained regardless of political conditions as the two sides share history and culture, and it is more important in that it will be a catalyst for the two sides recovering trust in each other,” Park said. Northern regions of the Korean Peninsula, where relics such as murals in ancient tombs and cultural assets such as Goryeo celadon were born, have been central to creation and consumption of traditional crafts. However, the traditions were cut off during Japanese occupation, and division of th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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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상태이다.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는 만큼 보다 실질적인 진전 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반도의 공예자원조사와 공예장인 의 계보 찾기 등은 북한지역과 공예 교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 지요. 향후 남북과의 문화 교류에서 서울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 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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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is day, research into cultural assets in North Korea remains inadequate due to the political situation on the peninsula. “As an atmosphere of peace is building on the peninsula, I hope there will be practical developments. For instance, research into crafts resources, and master craftspeople can only be done through cooperation with the North,” Park said. “Seoul city will play a main role in inter-Korean cultural exchange in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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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광주요 - INTRO

BRAND

광주요

지난 호부터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한 ‘BRAND’ 섹션의 취지는 이

아간 경기도 이천시 본사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통 장

렇다. 모든 것이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시대에서 보다 ‘인간적인’ 기업

작가마 ‘이천 수광리 오름가마’다. 문화재청 문화재로 등록된 광주요의

을 찾아 소개하는 것. 굳이 핸드메이드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다. 플라

전통가마는 진흙과 벽돌로 만들어진 길이 27M, 폭 2.3M의 계단식으

스틱이 대변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소비지상주의의 무한질주에 맞

로 구성돼 있다. 단지 전통적 가치만 가진 것이 아니다. 광주요는 지금

서 창의성과 혁신이 우선시되는 곳이라면 충분하다.

도 ‘등요제’ 행사 등을 통해 전통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굽는 모습을 관

‘나만의 것’을 찾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광주요 역시

광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러한 기획 의도와 잘 들어맞았다. 광주요가 도자 브랜드라는 사실이

동시에 바로 옆에 위치한 광주요 디자인연구소에서는 3D 프린팅 기법

야 누구나 알지만, 크라프츠가 주목한 것은 실제로 광주요 그릇을 만

을 활용해 트렌디한 디자인 개발이 이뤄진다. 새로운 디자인 개발뿐만

드는 사람들이다. 식탁 위에 올려지기 전까지, 광주요 그릇은 많은 장

아니라 헤리티지 제품을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끔 새단장하기 위

인의 손길을 거치게 된다.이 중 모든 제작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

한 연구도 이뤄진다. 전통과 현대기술의 만남인 것이다. 크라프츠는 광

는 ‘헤리티지’와‘클래식’ 라인 제품의 경우 생산 과정의 모습을 모두

주요를 만들고,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이천시 본사의 장

담기에 할애된 지면이 오히려 충분치 않았다. 광주요 취재를 위해 찾

인들과 조태권 회장, 김보선 푸드스타일리스트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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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광주요 - 조태권 회장

세계 속 보편화 된 한국문화를 꿈꾸다. 광주요 조태권 회장 글·최유미 사진·배수경

식탁 위에 펼쳐진 다채로운 도자기식기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정갈한

다 연결되어있어요. 음식과 술, 그리고 그걸 담는 도자기. 저는 이걸 10

음식들과 함께하는 술 한잔. “식당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곳이 아닙니

년, 20년을 바라보며 이끌어가고있습니다. “

다. 음식을 즐기는 곳이고, 문화를 즐기는 곳입니다.”

도자기 브랜드인 광주요를 필두로, 한식당 가온과 비채나, 그리고 프리미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어느 겨울날, 광주요 사옥에서 만난 조태권 회

엄 증류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화요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광주요

장은 미슐랭 3스타의 한식당 가온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특유의 당당하

그룹은 최근 미국 니만 커머스 하와이점 내 ‘화요 용문주병 패키지’ 시범

고 거침없는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국의 문화를 세계속의 보

입점 등을 통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어, 광주요 조태권 회

편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하나만 가지고 나가서는 안됩니다. 모든것은

장은 다소 충격적인 사업계획을 천명했다. 바로 광주요 생산라인을 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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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중국 경덕진으로 옮기는 계획이다.

디자인연구소도 계속 국내에 남아 디자인개발을 할 것이다.

크라프츠: 광주요는 그동안 국내 생산의 프리미엄 도자기 브랜드라는 인

크라프츠: 경덕진에서의 생산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

식이 강하게 있다. 경덕진으로의 생산라인 이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않

로 보는지

을 것 같은데

조태권 회장: 그렇다. 우리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것이

조태권 회장: 내가 처음 경덕진에 방문한게 1997년도였다. 그때만해도

다. 기존 국내 생산라인에서는 1년에 2-3개의 신제품 라인밖에 출시를

경덕진은 한국의 이천보다도 더 작은 규모의 공방들이 모여있던 곳이었

못했다면, 경덕진으로의 이전 후에는 1년에 20-30개씩의 신제품 출시도

다. 하지만 지금은 천지개벽수준으로 달라졌다. 중국 정부주도로, 매년

가능해진다. 이렇게 생산력이 든든하게 뒷받침 됨으로서, 획기적인 디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어 한 해가 다르게 개발되고있다. 수십개의 커다

인 또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곳에서 세계와 상

란 공장에서 분업화된 시스템으로 도자기가 생산되고있다. 해외 유명 명

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것이다.

품 식기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경덕진에서 자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도

가온을 미슐랭 레스토랑으로 만든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도자기와 더

시 내에 도자기 전문 대학교도 갖추고 있어, 중국 전역에서 수만명의 젊은

불어 한식, 그리고 술까지 세계속에서 경쟁하고자 노력고, 그 결과 가온은

대학생들이 도자기를 배우고, 만들겠다고 모여든 곳이 경덕진이다. 중국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

이 서양문화를 앞서겠다는 꿈을 가지고 만든, 그야말로 계획도시다. 반면

크라프츠: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의 광주요의 계획은?

한국은 인력이 부족으로 수년내에 도자기 공장들이 모두 문을 닫을 수 밖

조태권회장: 세계속의 보편적인 한국문화를 만들어 나갈것이다. 우리의

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세계수준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문화가 보편적이 된다면 세계속에 우리 한국이 얼마나 많이 퍼질것인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지에서 그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가. 그러면 자연스레 우리나라 공예가들의 먹거리도 더 커질 것이다. 먹는

서 직원들을 데리고가서, 경덕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왜 우리가 이렇게

것과 공예, 이것들은 다 연결되어있다.

변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물론, 선대로부터 계속 내려오던 옛날 방식의 전

우리 광주요는 앞으로도 세계인들이 감동할 수 있는 수준의 도자기를 만

통방식의 도자기는 기존대로 국내 생산을 고수할 예정이다. 또한 광주요

들고, 거기에 한국음식과 술을 담아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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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광주요를 만드는 사람들

광주요 유명식 장인 글·박세환 사진·배수경

“제가 잘해야 문화가 이어질 수 있지요.”

광주요 유명식 장인은 이천 작업실 1층 물레성형실을 담당하고 있는

크라프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40년 차 도자기 장인이다. 대부분이 손성형으로만 만들어지는 광주

유 장인: 어렸을 때 광주요에 들어와 처음 도자기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요 헤리티지, 클래식 라인의 생산지다. 성형과 조각, 제토, 소성 작업

흙을 만진 지 40년이 넘었지만 우리 일이 사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이 분업화된 작업실의 특성상, 물레성형실은 제품 탄생의 첫 단추를

것이라는 보람을 여전히 느끼고 있어요. 초창기 때는 다도나 항아리 쪽

끼우는 곳이다.

으로 많이 만들었는데 일상의 문화 변화에 따라 차츰 식기류 쪽으로 생

크라프츠: 성형실에서의 일과는?

산이 옮겨가는 추세에요. 저희 물건이 많이 팔리는 것을 보면 공예제품

유 장인: 물레로 하루에 기본 100개 제품을 만듭니다. 총 네명에서 작

이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울림을 주는 듯해서 뿌듯합니다.

업하고 기계 생산이 아니라서 주문 특수제작만 하고 있습니다. 오후에 는 정형(굽깎기) 작업을 합니다. 광주요 대표 헤리티지 제품인 목부용 문 청자 합도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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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광주요를 만드는 사람들

광주요 박광섭 장인

“모두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 않아 기특해요.”

크라프츠: 가장 어려운 점은? 박 장인: 모든 제품을 일일이 손으로 조각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손이 많이

광주요 이천 작업실 1층 물레성형실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조각실

갈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소장 가치가 있죠. 이곳에서

이다. 성형과 정형 작업이 끝난 도자기가 넘어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조각 업무를 담당한 지 벌써 26년도 더 됐네요. 재미있고 천직이란 말이죠

‘광주요표’ 조각이 입혀진다. 현대 소비자 트렌드에 맞게 문양과 디자

(웃음). 소비 트렌드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거

인이 개발되고 새로운 샘플 제작도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박광섭

기에 맞춰 새로운 조각을 입혀보고 새로운 문양을 뽑아내다 보면 시간 가

장인은 동료들과 함께 조각실을 담당하고 있다.

는 줄 몰라요. 가마에 나와 반응이 좋으면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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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광주요를 만드는 사람들

광주요 정우영 장인

“광주요 도자기에 가장 적합한 원료를 찾아야 합니다. 같은 지역이라

요. 예전엔 흙을 퍼다 썼다면, 지금은 공정을 통해 불순물도 제거하고

도 흙이 다르거든요.”

제품에 따라 흙을 달리해 최상의 상태로 재탄생시킵니다. 크라프츠: 어떤 흙이 좋은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채 숨죽여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의

정 장인: 일정한 백색도를 유지하고 반점이 튀지 않는 흙이어야 합니다.

작업실과는 달리 흙과 유약이 제조되는 제토실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가장 중요한 것은 성형을 했을 때 같은 사이즈와 색을 유지하는 것이지

에 시끌벅적했다. 이곳을 책임지는 정우영 장인은 한마디로 ‘흙의 달

요. 이를 위해 우리만의 원료를 개발합니다. 제품 특성에 맞게끔 배합

인’이다. 천안, 여주, 이천에서 직접 흙을 공수해 최고의 도자기 재료

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로 제조한다.

또 어느 지역 어느 원료가 좋은지 알아야 합니다. 같은 지역이라도 흙

크라프츠: 흙 제조 과정이 궁금하다.

성분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흙, 저 흙을 가져다 테스트를 하고 우리와

정 장인: 전국에서 공수해온 흙을 기계로 반죽해 한 달간 숙성시켜 점

가장 맞는 원료를 파악합니다. 1987년부터 흙을 개발해 왔지만 도자

력을 높여줍니다. 그래야 손성형 때 으스러지지 않거든요. 작업에 따

기 공부는 정말 끝이 없어서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요(웃음). 지금도 최

라 흙 속의 공기를 빼주는 작업을 통해 수분량을 맞춥니다. 제품의 특

고의 손맛과 멋을 갖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흙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성에 따라 원료를 비율별로 제조하는, 즉 광주요만의 레시피인 셈이지

연구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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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광주요를 만드는 사람들

광주요 정홍구 장인

“유약을 씌우는 작업은 그릇의 완성입니다.”

초벌구이가 끝난 도자기에 유약이 씌워진다. 불을 통해 유리질화되어

를 가마에 넣는 것입니다. 가마 속 위치에 따라 결과물의 강도가 달라

매끄러운 표면의 도자기는 빠르게 유약을 흡수한다. 이때 디핑 속도

지기 때문이지요.”

가 일정하지 않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색이 일정하지 않게 나온

크라프츠: 유약 작업 시 가장 어려운 점은?

다. 유약 작업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광주요 소성실의 정홍구

정 실장: “집중해서 꼼꼼하게 검수를 거쳐야만 판매가 됩니다. 라인

장인이 말한다.

별 색상에 따라 개별 유약을 입힌 후, 눈물처럼 흐르는 부분은 일일

“유약 작업의 첫 시작은 초벌입니다. 불을 때기 위해 오전 6시에 출

이 다 손질합니다. 또 집게가 닿는 부분도 새로 유약을 칠해줍니다.

근하죠. 가마를 쌓다 보면 체력 소모가 많아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

그 이후에야 재벌구이(고온소성)을 통해 유약을 녹여 완성된 그릇이

습니다(웃음). 초벌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일정하게 줄을 맞춰 도자기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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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광주요 - 스튜디오 로쏘

“공간을 채우는 따듯한 힘, 도자기를 쓰는 이유가 아닐까요?”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보선 글·최유미 사진·배수경

합정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 스튜디오 로쏘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

과 함께 두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게 특징이에요. 광주요의 또 다른

릇끼리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들어간 주방에

특징이 심플함을 베이스로 디테일을 주어 고급스럽다는 점이에요. 삼

서는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베를 붙였다 띄어내서 표면에 결을 준다든지, 일반적인 납작한 접시의

“오늘 보여드릴 음식은 간단한 핑거푸드와 디저트들이에요.” 이곳 스튜

가장자리에 각을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교함을 살리죠.”

디오 로쏘의 김보선 실장이 바쁘게 움직이며 말을 건네왔다.

첫 촬영은 광주요 시리즈를 이용한 디저트 스타일링이었다. 미색 색감의

조용히 둘러본 스튜디오 내부에는 다양한 라인의 광주요 그릇들이 저

미각라인과, 청화백자 스타일의 화조문 시리즈를 함께 스타일링 하였다.

마다의 스타일로 놓여있었다.

“저는 한 세트로만 놓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분위기에 어울리게끔 다

“평소 광주요 그릇을 좋아해요. 매년 신제품이 나오지만, 예전 라인들

양한 종류의 그릇들을 두는편이예요. 세트로 놓으면 너무 카탈로그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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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광주요 - 스튜디오 로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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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요? 광주요 제품은 디자인 자체가 동양스럽기도 하면서도, 티푸드

BRAND | 광주요 - 스튜디오 로쏘

와도 잘 어울리죠.” 다음 촬영 컷을 위해 김보선 실장은 광주요 달 항아리를 중심으로 여러 그릇들을 주변에 두어 소품처럼 연출하였다. “저는 그릇을 쓰임에 연연하지 않아요. 그냥 접시를 인테리어 소품처럼 신발장 위에 올려놓기도 해요. 가을 되면 나무 열매나 낙엽을 올려놓기 도 하죠. 자연스럽고 소박한 오브제예요.” 마지막 촬영은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화요와 함께 하는 술자리 무드를 콘셉트로, 볼록한 컵 안에 작은 초를 넣고 불을 붙였다. “작은 초를 종지 같은 데 놓아도 좋고, 면기에 물을 담아 플로팅초와 함 께 꽃을 두세개정도 띄워놓는 것 만으로도 멋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 어요. 증류식 소주인 화요는 단독으로 마시는 것보다 라임과 탄산수 넣 고 마시면 부담없이 가볍게 한잔하기 딱 좋죠. 밤에 친구들 오면 이렇 게 초를 켜고, 칵테일을 마셔요.” 끝으로, 그녀가 평소에 가장 즐겨 쓰는 광주요 라인에 대해 질문했다. “어디든지 잘 어울리는 미각 시리즈 제품을 선호합니다. 특히 미각 시 리즈는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입체감을 가지고 있어요. 그 리고 무엇보다 색이 부드러워 어느 곳이든, 어느 음식이든 잘 어울려요. 본래 음식보다 더 가치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야 말로 도자기가 가지 고 있는 가장 큰 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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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소니카메라 - INTRO

BRAND

소니카메라

카메라가 이번 호 ‘BRAND’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공예와

일상을 기록하고자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소통하는 공예작가

디자인을 다루는 매거진에서 카메라에 대한 리뷰를 다룬다는 사실이

와 디자이너를 위해 이번 기획을 준비했다.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보다

어색할 수 있지만, 카메라는 디자인의 ‘FINAL TOUCH’라는 점을 주

는 사진을 통해 소비자와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쓰임이 있기 전에 이미지로 전달된다. 작

카메라 리뷰를 위해 퍼니쳐브랜드 아르케(ARCHE)의 최홍석 포토그

가에게 촬영은 제품의 스토리를 감성적으로 다듬는 마지막 단계다.

래퍼, 크라프츠 배수경 포토그래퍼 및 최유미 에디터가 직접 며칠간 써

취재를 하다 보면 사진 담당이 아님에도 사진을 찍어야 할 순간이 있

봤다. 소니카메라의 주력 제품을 직접 써보면서, 전문지식이 없어도 일

다. 공간이나 오브제, 특별한 느낌을 글로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기

상 환경에서 얼마나 카메라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사

록용으로 카메라는 인터뷰 필수 준비물이다. 그러다 가끔 괜찮은 사진

진 속에 감성과 스토리를 담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그 과정과 느

은 지면에 넣는 경우도 있다.

낌을 텍스트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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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소니카메라 - 아르케

사진의 무게를 위한 투자 글 사진·최홍석 아르케 포토그래퍼

지난 십 수년간 C사 카메라의 골수 유저인 필자에게 SONY ‘RX1R II’

흐린 날씨, 12월 말의 짧은 채광 시간과 RX1R II의 고정된 화각이 변

는 처음 접해본 물건이었다. 2015년 초기 버전이 처음 출시된 이 녀석

수였지만, 극강을 자랑하는 소니의 노이즈 제어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

은 칼자이스사의 35MM 단렌즈와 일체형인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이

되었다. 35MM 화각은 제품과 배경이 어우러진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다. 카메라 전문지가 아닌 예술잡지에 굳이 전문가의 평이 필요한지 되

충분했으며 ‘매크로’ 기능 탑재로 제품의 디테일 까지 예리하게 담아내

묻기보다, 이전까지 진지하게 다뤄 볼 인연이 없었던 SONY의 미러리

는 것이 가능했다. 특히 손쉬운 매크로 변환에 김호정 푸드스타일리스

스ㆍ풀 프레임 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리뷰 작성 제안에 승낙했다. ‘

트는 “음식 촬영의 보편적 구도를 허물 정도의 매력이다”라는 평을 남

세계 최소형 풀 프레임’도 이미 식상해 졌을 테니,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겼다. 필자에게 새로웠던 조작감은 이내 즐거움이 되어 촬영은 큰 무리

느낀 여운을 ‘포토그래퍼’로서 주관적으로 기록해 보았다.

없이 마무리되었다. 결론은 ‘명불허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성능의 ‘

나긋하게 산란하던 빛이 잠깐 머물러 있었던 방배동의 ‘프로젝트 오

명기’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 카메라가 유저와 교감할 만한 ‘감도’를

늘 스튜디오’에서 가구 브랜드 ‘아르케’ 촬영팀이 지난 12월 연말

지녔는가’로 이어졌다.

모임을 가졌다. 이날 촬영 스타일링은 일 년 전 아마추어 작가들의

카메라는 단순히 시각을 잘 담아내는 도구이기보다는 유저로 하여금 개

작품 촬영 컨설팅을 위해 만났던 김호정 프로젝트 오늘 스튜디오 대

인적인 일상,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 눈 앞에 펼쳐진 인상적인 풍경들이

표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맡았다. 촬영 모델은 아르케의 신제품

울리는 감정의 동요를 간직하는 수단이다. 한 명의 유저와 하나의 카메

‘A.C.R (A CLOTHES RACK).’

라가 작용하는 한 번의 순간에 유저는 원하는 결과물을 카메라가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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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소니카메라 - 아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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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소니카메라 - 아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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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낼 것이라 믿어야 하며, 동시에 카메라는 유저에 의해 결과물로써

BRAND | 소니카메라 - 아르케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소니 RX1R II는 믿음직스럽다. 컴팩트한 외관은 수납 과 이동의 부담을 줄여주며, 고정된 화각은 역설적으로 고민의 무게 까지 덜어준다. 풀 프레임 센서가 보장하는 이미지 퀄리티, 미러리스 의 장점인 노출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한몫한다. 적어도 ‘모자 란’ 결과물이 적어지니 제 가치를 발휘할 기회가 더 자주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 재능 있는 친구는 다소 소심하다. 적어도 장기간 사용할 목 적이라면 좀 더 친해지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 본 평범한 일상 속 변화, 피사체와 거리를 좁혀가며 전달되는 친근감,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본 풍경의 여백을 발견했을 때 소니 RX1R II은 유저에게 더욱 강한 유대감을 전해줄 것이다. 그래서 아쉬웠다. 그런 감도를 느낄 정도로 오랫동안 소니 RX1R II와 함께 하지 못해서. 나 날이 예뻐져만 가는 휴대폰 사진이 유난히도 가벼워 보인다. RX1R II 의 사진은 분명 그 와는 정반대의 묵직함을 지녔었다.

제품 소개 A.C.R (A CLOTHES RACK): 얇은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조인트가 특징인 FIRST IMPRESSION 시리즈의 행거. 서로 다른 성질 을 지닌 나무와 철을 이어주는 구조로, 심플하면서도 아르케다운 구조 적 독창성을 보여준다. 시리즈의 또 다른 라인으로 입간판 제품이 있다. 제품 문의 인스타그램 @ARCHE_FURNI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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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소니카메라 - 크라프츠

기록과 기억, 그리고 사진 글 사진·배수경 크라프츠 포토그래퍼

카메라는 누군가에게는 직업으로, 누군가에게는 취미에 필요한 툴로 일

진 밖에 묻어낸다. 주로 공예품을 촬영하는 필자에게 사진은 아련한 기억

상생활에 항상 존재해왔다. 촬영을 하다 보면 몇몇 어르신들이 각자의

의 순간을 담고 있다. 백지위에 놓인 하얀 달항아리 느낌의 사진 결과물

추억의 카메라에 관해 얘기한다. ‘내가 N사의 의 무슨 모델을 썼었지’,

을 볼때면, 사진 속 물체를 통해 도예 명장과의 즐거웠던 대화 내용을 떠

‘내가 그 당시 H사를 썼던 사람이야’ 등등. 카메라가 단순히 어떤 장면

올린다. 순수. 달항아리는 명장의 백옥같은 순수함이 있다.

의 순간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젊은 추억도 직사각형 사

리뷰에 사용한 ‘알파7R III’는 여기에 묵직한 색감이 추가된다. 사실적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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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소니카메라 - 크라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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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라는 카메라의 충실한 기능에 그치지 않고 이 녀석은 당시의 느낌

BRAND | 소니카메라 - 크라프츠

을, 추억을 담담히 그려낸다. 풀프레임, 간편한 휴대성 등의 기능적인 부 분을 제외하고 누구든 쉽게 이미지로 스토리를 표현하기 좋은 카메라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장으로 완전히 교체된 시대에서 카메라의 문턱 은 낮아지고 기록에 대한 어려움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기록 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은 계속된다.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물려줄 수 있 는, 자신의 추억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열망. 알파7R III는 기능 에 많이 의지하지 않고도 기본 색감과 감도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전달하 기 충분하다. 기록과 기억의 잔상은 때론 다르다. 힘들었던 시기가 시간 이 지나면 좋은 안줏거리가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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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소니카메라 - 크라프츠

뷰파인더로 보는 일상의 즐거움 글 사진·최유미 크라프츠 에디터

잡지사의 에디터로 일하다 보면, 글뿐만 아니라 사진에 대해서도 어느

감을 키우기 위해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다. 렌즈교환식(DSLR)이 아닌,

정도 일가견이 생기게 된다. 디테일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여전히 나에게

비전문가들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똑딱이 카메라지만 말이다.

미지의 영역이지만, 전체적인 기사의 콘셉트를 짜는 입장에서 사진의 구

SONY의 RX1R2의 경우, 본 에디터가 실제로 일상 스냅샷을 촬영하는 카

도적인 느낌과 톤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이다.

메라이자, 취재용 서브 카메라로 2년여간 사용해오고 있는 카메라이다.

전문 사진작가와 함께 움직이며 협업해야 하는 에디터로서, 사진에 대한

칼자이스 렌즈를 장착한 이 제품은 전문가 만큼이나 세심하고 능숙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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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 조절이 가능한데, 근접 촬영 시 이 같은 장점은 더욱 훌륭하게 발

BRAND | 소니카메라 - 크라프츠

휘된다. 과감하게 아웃포커싱 된 피사체들은 사진에 감성을 더해준다. RX1R2는 일반적인 똑딱이에 비해 확연히 묵직하다. 하지만 사진이 주 는 무게에 비하면 한없이 앙증맞은 편이다. RX1R2는 본 에디터의 해외 출장에 유일하게 함께하는 카메라이자, 굳이 아이폰 카메라를 두고 귀찮 음을 감수하고라도 꺼내어 찍게 만드는 힘을 지닌 카메라이다. 촬영에 쓰인 또 다른 카메라, RX100M6의 셔터에 손을 올리자마자 바 로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오토포커싱이 되었다. 때문에 삼각대 없이 손 으로만 촬영하기 편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4K의 선명한 화질의 동영상이다. 본 제품으로 촬영한 본지 화보 촬 영 메이킹 필름은 큰 화면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고 있다. VLOG 와 동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무엇보다 필요한 기능일지도 모른다. 나날이 발전하는 휴대폰 카메라의 하드웨어적 기능과, 수백 종류의 다 양한 필터 어플들은 사진을 훌륭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여전히 ‘사진’이란 숨을 잠시 멈춘 그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다. 뷰파인 더를 통해 오롯이 피사체에만 집중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조 리개모드니 ISO니 좀 모르면 어떠한가.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이 쓰라고 카메라 회사에서 친히 오토모드를 만들어주었으니 좀 더 즐기는 마음으 로 사진 찍기에 임해보시길.

제품 소개 오랜 기간 조명 작품 활동을 해온 이은주(LILEE) 작가의 도 자기들에는 저마다의 독특한 조형적 요소가 녹아들어있다. 특히 귀여 운 전구를 연상케 하는 골든볼 에스프레소잔은 그녀만의 독창성이 돋 보이는 제품이다. 제품 문의 인스타그램 @EUNJ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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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이정표가 필요하다.

OPINION | 공예, 이정표가 필요하다

글·강성중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산업혁명이 있기 전에 일상에 필요한 그릇, 가구, 침구류, 주방용품 등 의 생활용품과 장신구들은 지역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오늘날 이 들 생활용품과 장신구들 대부분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유통되 고 있으며, 이들을 계획하고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디자인(DESIGN) 으로 통칭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 된 것은 1980년대 이후로 이전에는 응용미술, 산업미술, 도안, 장식미 술 등의 이름을 사용하였다. 디자인에 대한 용어가 이렇게 변모하던 시 기에 공예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어느 순간 공예가 디자 인과 비교를 통해 설명되는 대상이 되었다. 일반인들은 공예를 어떻게 생각할까? 공예에 대한 일반인 인식의 체계 적인 조사결과는 없지만, 필자가 보기에 사람들은 공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일반적 인식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공예는 손으로 만든 다. ‘공예’ 하면 장인이 암묵지의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여 직접 제작한 다. 이는 기계화된 시스템에 대량 생산되는 획일적인 공산품(디자인) 과 대비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둘째 공예는 예술적이다. 공예는 개인의 창작 작업의 결과물로서 개인의 감성과 취향에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공예에는 작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제품 디자인은 상품이라는 용 어가 보편적이다. 셋째 공예는 전통적이다. 디자인에 비해 공예는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과거의 누적된 결과들이 반영 된다. 그래서인지 현대 공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공예를 전통과 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들의 공예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디지털이 지배하는 후기 산업사 회에서 공예의 잠재성과 한계성을 함께 제시한다. 많은 사람이 우리 사 회에서 공예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의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공예 의 발전과 성장은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양적인 측면으로는 공예를 산업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지원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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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늘리는 것이다. 공예가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장과 사회의 변화를 고려할 때 공예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 공예의

소규모 제조 방식을 탈피해야 하는데, 대규모 생산 시스템이 아닌 공

산업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체

동 브랜드 운영, 판매와 유통의 다양화 및 규모화를 의미한다. 공예의

계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적으로는 기업이 주체가

질적 성장은 제품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의미하는데, 무엇보다도 공예

되어 공예 산업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예의 현실을 감안할

품 가격에 장인의 창작료가 합당하게 반영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때 정부가 주체가 되어 공예를 지원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의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대

공예가 나아가야 할 분명한 비전과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학의 공예학과들이 없어지거나 디자인학과들과 통합되고 있는 추세이

전략, 구체적인 방법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회성의 단기적 지원과 사

다. 다수의 대학이 학과 통폐합에서 공예보다는 디자인을 전공과 학과

업이 아닌 공예의 진흥과 발전을 위한 로드맵과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

명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학에서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평가에 중요한

요하며, 더불어 이를 총괄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직도 함

지표가 되면서 기업 취업에 불리한 공예가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예가 가지는 손의 힘은 아날로그 문화의 정점 이며, 공예가 가지는 예술적 가치는 개인 감성 표현의 중요한 방법이 다. 공예의 전통미는 세계화되는 한류 문화와 연계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자신의 현재적 삶을 중시하는 YOLO 문화의 확산으 로 공예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음은 공예 산업의 가 능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공예는 산업사회에서 문화의 다양화를 가 능하게 하는 주체이다. 공예는 수작업, 예술, 그리고 전통이라는 가치를 고수하여 온 덕분에 분 명한 정체성을 지켜온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갈라파고스 섬처럼 고립되어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디자인 기 술의 보편화를 극복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디자인에 공예를 접목하 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공예와 디자인을 이분법적 으로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이제 무의미하다. 그래서 공예의 디자인화, 디자인의 공예화라는 보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예는 디자인의 체계화된 기획, 관리, 마케팅, 유통, 브랜드 전략 등이 필요하고, 디자인 은 재료, 마감, 후가공, 감성표현 등의 공예 기술의 접목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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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SEOUL CRAFT DESIGN FAIR 2019 사람과 사람사이를 잇는 공예・디자인 페어

주식회사 아치서울이 주최하고 현대공예매거진 크라프츠와 이천시가 주관하는 아치서울 공예・디자인페어2019(이하 아치서울페어)가 오는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DDP 알림1, 2관에서 개최된다. 아치서울페어는 다양한 디자인과 공예작가뿐 아니라 이천시를 비롯한 공예관련 지자체, 기업들이 함께 꾸며나가는 열린 전시・박람회 공간이다. 아치서울페어 홈페이지는 www.archfair.com이며 참가접수는 4월부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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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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