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여는 이야기 농업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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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 단국대학교 교수
이야기마당 땅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는 유기농업 _ 18 이태근 | 흙살림 대표
지속가능한 생태농업, 소농 중심의 기본소득 보장으로 _ 32 전희식 | 농부, 『아름다운 후퇴』 저자
밥상의 도덕 _ 43 박찬일 | 요리사,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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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재인식 - 농업환경정책의 모색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1. 문제제기 1) 농업과 환경의 연계성 ○ 환경보호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 통상적으로 알고 있듯이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 아니면 인간생활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서?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와 사회적인 정 체는 퇴보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 또 환경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환경 오염의 문제들이 기술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전개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 농업활동과 환경의 순기능/역기능 관계 - 관행농업을 하는 농민들도 농업이 환경보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농업의 다 원적 가치를 ‘국민’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 정작 본인들이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등으로 토양, 수질, 생물다양성, 기후변 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경제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다원적 가치의 많은 부 문을 파괴하고 실제로 다원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 환경자원에 대한 포괄적 인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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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의 포괄적 정의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즉, 자연자원에 국한된 개 념이 아니라는 것이고 이럴 경우 이러한 환경자원을 누가, 왜, 어떻게 보존하 고 활용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나타난다. - 결국, 환경자원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초이고 경제활동의 근본이고 우 리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보존이 전제된 활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2) 농업의 기능과 역할 ○ 농민이라는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인식? - 농업과 농촌을 구분해서 한번 살펴보자 ○ 농업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 식품생산기능과 결합생산물 생산기능이다. ○ 식품생산기능은 지금까지 농업의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다. - 즉,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역할에 초점을 둔 것이다. ○ 결합생산물 생산기능은 농업활동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교과서 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 생산물 중 가장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 농촌경관이 다. - 이것은 사실상 공공재로서 시장에서 가치가 평가되고 거래되기 어려운 부분이어 서 기존 농업활동에서는 중요하게 평가되지 못했던 부분이다. ○ 그런데, 선진국에서 농산물의 과잉공급 문제가 대두되면서 결합생산물에 대한 관 심이 높아졌고 그 결합생산물의 종류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기되었다. - 경제적 부문 : 부산물, 토지비옥도, 농촌관광, 수질, 생태자원, 경관 등 - 사회적 부문 : 관습, 공동체 활동, 제도, 법규 등 - 역사문화 부문 : 노래와 춤, 유적과 유물, 종교, 전통 등 ○ 결합생산물은 결과적으로 농업활동에 따른 공공재로 평가되고 있으며 산업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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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경시되면서 그 생산수준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보다 낮은 수준에서 생산 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지원해서 그 공급수준을 높여야 된다는 주장이 선 진국에서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 즉, 농업의 공공재 생산 기능을 다원적 기능, 다기능성, 외부효과 등의 개념을 사용해서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 결국, 농업의 기능과 관련해서 결합생산물, 즉, 공공재 생산기능은 농민들이 지 금까지 경시해 왔던 부분이었고, 실제 농업을 통한 환경보존을 위해서는 결합생 산물 생산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 이를 위해서 선진국에서는‘상호준수의무제(Cross-Compliance)’라는 원칙을 제 시하여 정부 보조금의 지급조건으로 환경보존과 같은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것이 2013년 EU 농정개혁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등장하였다. ○ 이제 경제적인 또는 산업적인 식량생산에만 초점을 둔 농업의 가치와 역할에 대 한 농민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3) 농촌의 기능과 역할 ○ 농촌은 어디일까? -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개념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모호한 개념으로 전문가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 없다. - 그래서 그냥 별 수 없이 서로 암묵적으로 안다고 전제하고 사용하고 있다.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로 정의된 것 이외의 지역을 농촌으로 정의하지만 일반 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 다만, 정책적으로 농촌과 관련해서는 일터, 삶터, 쉼터 등으로 정의하고 있는 데, 이것은 사람들의 농촌활용 방법에 중점을 둔 정의라고 할 수 있다. -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농촌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 지역 자체에 중점을 두고 농촌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농촌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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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경제적, 사회문화적, 여가, 주민생활, 환경적인 측면에서 농촌의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 농촌의 무엇을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자연, 역사, 문화, 인적자원 및 제 도적 자원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 농촌을 왜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환경적인 측면의 의의를 정립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 결과적으로 농촌의 활용과 보존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이것이 이용의 대상인가 아니면 보존의 대상인지를 먼저 판단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 공 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 이와 같은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정립하고 확산시키기 위해서 농업정책은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살펴보자.
2. 친환경농업의 가치 정립 ○ 친환경농업을 정책적으로 개념화하여 지원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선진국에서는 유기농업 수준의 생산물을 인증하는 정도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 ○ 어쨌든, 친환경농업은 우리만의 독특한 개념이다. - 이러한 친환경농업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고 현대세계에 걸 맞게 이것의 가치를 어떻게 정립하느냐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 앞서 살펴본 것처럼, 친환경농업도 두 가지 측면의 가치를 동시에 지향해야 한 다. - 즉, 식품생산으로서의 가치와 공공재 생산의 가치이다. - 실제 우리나라 친환경농업 육성법에서도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법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제· 항 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사용을 최소화하고 농업· 축산업· 임업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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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하여,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 · 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정의된다. ○ 법적으로는 ‘농업의 환경보전기능을 증대시키고, 농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며,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업인을 육성하여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농업을 추구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 안전한 식품생산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많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 지금까지 너무나 이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친환경농산물 관련 생협 홈페이지를 보면, 일반 식품판매 홈페이지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식품판매에 열을 올리 고 있다. - 우리 생협의 생존을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언뜻 보아서는 그 이외에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일반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렵다. ○ 또 다른 가치는 결합생산물로서의 공공재 생산 기능을 추구하는 것이다. - 지금까지는 그냥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안주면 공공재 생산에 기여하는 것으 로 판단해 왔다. 그래서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되는 것으로 간주해 왔다. ○ 그러나 이제는 친환경농업으로 어떤 공공재가 생산되고 있는지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 - 경관을 창출한다면 일반 농업과는 달리 친환경농업이 창출하는 경관은 어떤 것 인지를 밝혀야 한다. - 야생동식물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야생동식물을 보존하고 증식시켰는지 밝힐 수 있어야 한다. - 그래야 그것이 친환경농업 또는 유기농업에 의해서 창출된 가치인 것이다. ○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인 보호 자원의 내용을 밝히는 것이 왜 중요할까? 그냥 전반적으로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 많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고 다양한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 이후의 논의를 위해서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면, 친환경농업을 통해서 구체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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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복원, 보존, 증식되는 자원을 밝히는 것은 같은 친환경농업을 시행한다고 하 더라도 지역에 따라서 또는 농지의 위치에 따라서 보존되는 자원의 종류가 다르 기 때문이고, 지역적 차원의 경관과 환경보존에 기여하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 즉, 친환경농업을 통한 환경보존 효과가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 다시 말하면, 친환경농업을 통해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다른 지역과 비슷하지만 결합생산물로 생산되는 공공재는 지역별로 다르고 지역 내에서도 지리적 위치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다. ○ 결국, 특정 지역에서 친환경농업의 가치와 기능은 농산물을 활용해서는 그 특성 을 밝히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지역적 차원에서 생산되는 환경자원을 통해서만 정 립될 수 있다. - 즉, 친환경농업은 농촌이라는 지역적 개념을 포함시켜야만 그 가치를 정립할 수 있다 ○ 이러한 지역성 때문에 친환경농업의 생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도 농촌지역의 범위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친환경농업으로 생산되고 복원된 환경, 문화, 역사 자원 등을 활용해서 관광, 교육, 체험, 가공 등의 활동을 할 경우에도 반드시 지역적 배경에서 이루어져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 따라서 이제는 친환경농업이 농촌지역의 개념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보존 자원을 생산하기 위한 농업활동을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 - 이것은 단지 생명운동의 차원이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국민들이 요구하 는 내용이다. ○ 선진국에서 지난 수십 년간 농업활동을 통한 공공재 생산 증진을 위한 정책적 전 환을 시도해 왔다. - ‘농업환경정책(Agri-environmental policy)’이란 이름으로 시행되어 왔으며 전 체 농정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 이 정책은 유기농업에 한정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환경자원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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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관련해서는 유기농업이 가장 선도적인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기농업 이 가장 우선적인 주목을 받았다. ○ 선진국의 농업환경정책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이 나아 갈 바에 대해서 논의해 보겠다.
3. 농업환경정책의 개념 ○ 농업환경이란? - 농업활동으로 인해서 조성된 농촌지역의 경관, 생물다양성, 역사적 유적, 문화 적 유산 등을 통칭하여 이르는 것이다. ○ 농업환경정책이란? - 정부나 농업관련 기관이 농업예산을 활용하여 환경재 생산을 촉진하거나 환경적 악영향을 줄이고자 하는 정책이다 - 즉, 농림축산업과 관련된 제반 활동이 농촌지역 경관과 국토의 모습을 만든다는 인식에 따라 이들의 활동이 농업·농촌과 관련된 환경자원, 문화자원, 역사적 유 적 및 유물, 경관 및 생물다양성 등의 유지, 보존, 복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 원함으로써 이들의 공익적 가치를 제고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정책은 1985년 영국의 요구로 EU에서 농업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되면서 시작 된 정책이다. - 1987년 영국에서 환경민감지역정책(ESA)으로 시작되어서 1992년 EU
농정개
혁에서 환경보전을 위한 농업지원 정책으로 확대되었으며, 2000년에 농촌개발정 책의 한 부분으로 정착되면서 농업환경정책이라는 명칭으로 통합되었다. - 2014년부터는 ‘농업환경기후’정책이라는 명칭으로 실시되고 있다. ○ 이 정책을 가장 선도적으로 영국의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설 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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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국 농업환경정책 사례 : 농촌환경관리 정책 1) 도입 배경 ○ 영국에서 1986년에 환경민감지역(ESA) 정책을 결정하기까지 10여 년 동안 환경 단체와 농민단체 간에 치열한 논쟁과 정책적인 로비전이 있었다. - 1950년대부터 농업의 집약화 및 산업화가 야생동식물의 보존이나 지역경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었지만, 이러한 부정적 인 영향이 완전하게 인식된 것은 1970년대이다. ○ 영국의 상업화된 대규모 영농이 환경과 경관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이러한 공 공적 인식의 확대에는 현재 총 3백만 명이 넘는 회원들로 구성된 80여 개 환경단 체들의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이들은 1974년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2차 대전 이후 영국의 평야지대 (lowland)에서 95%의 허브초지, 80%의 초크와 석회암 초지, 60%의 히스, 50%의 전통림, 50%의 소택지와 황야가 소실되었고, 농약의 광범위한 사용에 따라 급격한 조류 수와 종류의 감소가 있었음을 밝혔다. - 뿐만 아니라 고대 유적지의 훼손과 현대적인 농장시설의 건설에 따른 전원경관 의 훼손도 심각한 악영향중의 하나로 지적하고 있었다. ○ 따라서 이들 환경단체들은 농업생산에 대한 환경규제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한편, 자체예산을 활용해서 토지를 구입하고 농민들과의 계약에 의해서 환경친화적인 저 투입농법을 적용해서 환경보호를 실행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농민들에게 소득보 상을 실시하고 있었다. - 이 와중에 영국의 EU가입으로 농민보상이 어렵게 되자 환경친화적인 농법의 적 용을 장려하는 정부정책의 수립과 예산지원을 요구하였다. ○ 그러나 이러한 환경단체들의 노력은 막강한 영국의 전국농민회(National Farmers' Union: NFU)와 지주연합회(Country Landowners' Association: CLA)의 로비력 에 막혀 번번이 실패하였다. - NFU나 CLA는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영국 농수산부 정책결정 및 수행의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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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였고, 또한 이들의 영향력 때문에 농수산부가 전통적으로 농업 및 식품에 대해 독립적인 정책결정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 따라서 환경단체들의 농업정책에 대한 개입은 NFU와 CLA 그리고 농수산부의 전통적인 상호협력관계와 농업정책결정에 대한 자주권을 위협하는 것으로써 당 연히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 그러나 NFU나 CLA가 다른 일반경제단체들처럼 환경단체들과의 논쟁을 기피했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두 가지의 자율권, 즉, 농업정책의 형성이나 수행에 관한 영국 농수산부와 농촌사회의 자율권, 그리고 토지이용에 관한 농민과 지주의 자주적 결정권을 강조하였다. - 두 단체는 근대적인 농업생산방법의 적용이 심각한 환경적인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이 농촌사회와 지역환경유지의 파수꾼 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 즉, 농촌지역의 환경유지 및 개선과 관련해서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농업생산방 법에 대한 일률적인 규제가 아니라 농민과 지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 법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임. ○ 이와 같이 농업생산에 환경규제를 가하려는 환경단체들과 농민의 자율적인 결정과 참여를 주장하는 농민단체들 간의 대립 속에서 영국 농수산부가 1985년도에 ESA 정책을 시행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라고 볼 수 있 다. ○ 표면적인 요인은 환경악화에 대한 공공적 인식의 증가에 따른 정치적 압력 때문 이다. - 그 절정은 1984년에 170명의 하원의원이 농촌지역의 자연적, 역사적 유산과 야 생 동식물의 보호를 위해서 정부가 공적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성명서에 서명 한 일이다. - 또 다른 요인은 환경규제를 통해서 농업생산량을 줄임으로써 과잉생산과 예산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으로 정부정책이 전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결국, 초기에 농민단체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서 대안적인 농업소득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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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영국의 농업환경정책은 이후 집약적인 농업생산이 환경과 전원경관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보다 가시적이고 장기적인 환경 및 경관보존을 목표로 설정하게 되었다.
2) 영국의 농촌환경관리 정책(Environmental Stewardship: ES) ○ 2005년부터 실시된 영국의 농촌환경관리정책(Environmental Stewardship: 이하 ES)은 “환경의 질적인 개선을 위해서 토지를 바람직하게 보존하고 관리하는 활 동”에 대한 재정적인 보상을 하는 시책이다. ○ ES는 자신들의 토지를 효과적인 환경적 방법으로 관리하는 농민과 토지 관리자에 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며 이 정책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 야생생물의 보존(생물다양성)(conserve wildlife (biodiversity)) - 경관의 유지 및 개선(maintain and enhance the landscape) - 역사적 환경의 보호(protect the historic environment) - 일반인의 전원지역 환경자원 접근 장려 및 전원에 대한 인식 제고(promote public access and understanding of the countryside) - 자연자원 보고 (protect natural resources) - 토양부식과 수질 오염 방지(prevent soil erosion and water pollution) - 구릉지역의 환경적 관리 지원(support environmental management of uplands areas) ○ 농촌환경관리 정책은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시책으로 구분됨. - 기초수준관리 지원사업(Entry Level Stewardship: ELS) - 유기수준관리 지원사업(Organic Entry Level Stewardship: OELS ) - 상위수준관리 지원사업(Higher Level Stewardship: HLS) ○ 기초수준관리지원 사업은 전체 토지를 대상으로 농민과 기타 토지 소유자 모두에 게 적용되는 시책이다. -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직접지불제도(Single Payment Scheme: SPS)에서 의무 사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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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하고
있는
농업
및
환경의무규정(Good
Agricultural
and
Environmental Conditions: GAEC) 수준이상의 간결하고 효과적인 토지관리를 의무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 유기수준관리 지원사업은 유기농업 단체에 등록되어 있는 모든 유기농가 또는 유 기농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현재 유기농지원제도(Organic Aid Scheme)에 따라 서 지원받고 있는 농가는 제외된다. ○ 상위수준관리 지원사업은 환경과 관련된 특별한 보존과 지원이 필요한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토지관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 이 분야는 지역의 특정한 자원에 대한 환경적 중요성(specific local targets)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며, 토지관리협약은 농민이나 토지관리자들이 이러한 특정자 원의 보존을 충족시킬 수 있고 또 이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의 가치(value for money)가 있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영국 농촌환경관리정책(ES) 개요>
수준
기초수준관리제도
유기수준 관리제도
(ELS, Upland ELS)
(OELS, Upland OELS)
기본수준
유기농업 수준
상위수준 관리제도 (Higher Level Stewardship)
특정한 요건 충족 의무 특정지역 및 활동에 관
자격
모든 농민, 토지관리자
유기농업 농민, 농기업
해 해당 지역 농민과 협 약
기간
보조금
5년간
5년간
10년 이상
일반적으로 £30(ha/year)
일반적으로 £60(ha/year)
협약기간동안 투입물의
- 단, 황무지 수준 이상
- 전환기 : £175(ha/
획기적 개선 필요(높은
토지 또는 필지가
year) (초기 2년간
보조금지급의 이유임)
15ha이상 토지 :
추가보조)
£8(ha/year)
- 과실류 :
실제 보조금은
£600(ha/year) (초기
협약내용에서 요구하는
3년간 추가보조)
관리수준에 따라 다름.
Upland ELS : £62(ha/year) - 위의 경우
Upland
£23(ha/year)
OELS:£92(ha/year)
자료 : Natural England, 201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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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8월 현재 약 58,000여 개 이상의 농촌환경관리 협약이 실행중이다. - 잉글랜드 지역에서 약 6백만ha의 면적(전체 농경지의 66%)에 해당되며 이는 당초 잉글랜드 정부의 목표치의 70%를 달성하는 것이다. ○ 이 사업을 통해서 국가적으로 보호 및 복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서식지 면적 의 84% (928,684ha)가 현재 농촌환경관리정책에 참여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 또한 국가적으로 소멸하고 있는 농경지 조류에 대한 보호를 통해서 마리수가 획 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 예를 들면, 섬촉새(cirl bunting)쌍이 1992-2003년 동안에 130% 증가하였고, 담쟁이 넝쿨(헤지로우)의 41%가 농촌환경관리 정책에 참여하고 있고, 지난 10 여년 동안 6% 정도 복원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 2007년에 농촌환경관리정책에 따라 6,800건 이상의 교육적인 농가견학을 지원하 였으며 여기에 참여한 인원이 17만 명 이상이었다. - 그중 99%의 응답자가 방문이 좋았다고 답하고 있으며, 방문한 학교의 92%가 학생들의 농촌과 농업에 대한 인식의 높아졌다고 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또한 농촌환경관리정책은 현재 매년 34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효과를 갖고 있으며, 농림업 및 기타 토지관리를 통해서 총 11%를 감소시키고 있다. ○ 농촌환경관리정책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출액 £1백만 파운드 당 평균 순혜택은 £25백만 파운드로 조사되었다. - 즉, 현재 농촌환경관리정책의 연간 지원액보다도 더 많은 액수의 소비를 지역경 제에 유발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적게는 £178백만 파운드에서 최고 £847백만 파운드의 소비를 지역경제에서 유발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 이를 통해서 1,800~15,000개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조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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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맺음말 ○ 최근 유기농업의 관행농업화, 유기농업의 제도화 등에 관한 논의들이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유기농업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이 경시되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연구들이다. ○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공허한 외침보 다는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 지 않을까 생각된다. ○ 그런데, 그 과정이 간단치는 않다. - 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정책이 그 목적으로 구체적인 환경자원을 보존하는 것으로 바꾸기만 하면 될까? 농민이나 정책담당자가 생각만 바꾸면 언제든지 친환경농업과 유기농업의 환경자원 보존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할 까? ○ 그동안 관행농업의 확산, 심화과정에서 무슨 자원이 어떻게, 얼마나 훼손되었는지 무지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는 복원해야 할 자원의 종류, 방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환경자원과 연계된 친환경농업을 수행하기 어 려운 여건이다. ○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농민과 정책담당자가 농촌지역의 환경자원을 복원, 보존하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즉, 농촌자원을 활용한 경제적 활동이 아니라 그 경제활동이 활용할 자원의 복 원과 보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이와 함께 우리 농촌에 존재하는 환경, 문화, 역사자원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복원하고 보존해야 하는지 그리고 여기에 농업을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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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생태농업, 소농 중심의 기본소득 보장으로 전희식 농부. 『아름다운 후퇴』 저자
박재일 선생은 교육의 본질에 대해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나뉘고 고정되는 것 이 아니라 선생이 학생이 되기도 하고 학생이 선생이 되기도 하는, 서로 배우고 가 르치는 관계이다”고 하셨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말씀에 덧대어 하신 말씀이다. 더 나아가 박재일 선생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와 ‘어데가 어떻게 아프다’고 말을 할 때는 환자가 선생이고 의사가 학생이며, 의사가 환자에게 이렇게 저렇게 치료해 주 는 과정에서는 의사가 선생이 되고 환자가 학생이 된다.” 하셨다. 의사는 환자의 학 생노릇을 충실히 함으로 해서 비로소 환자에게 의사노릇을 할 수 있다는 역설적 가 르침으로 읽힌다.
갈등과 고통은 자연과 멀어진 거리에 비례
현대의 첨단 문명은 편리와 효율의 극대치다. 단 한 번도 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도 하루를 살 수 있게 되었고 손가락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말을 건넬 수도 있게 되었다. 대신 자연과의 거리가 몇 광년 이상 멀어졌다. 사람이 자연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인위적 장치와 시설들이 차고 넘친다. 농 업까지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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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고질병은 ‘분리병’ 이라고 할 수 있다. 식구끼리 분리되어 재산다툼을 벌이 고 모든 이웃은 분리되어 경쟁 상대이며 모든 타인은 대상화되어 내 돈벌이의 고객 에 불과하다. 나는 이런 현상을 ‘전 국민의 장사꾼화’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생활필수품의 대부분은 시장이라는 블랙홀로 빠져 들어가서 돈으로 거래된다. 인격과 양심. 영혼까지도 거래된다. 농사도 그렇다. 씨앗이나 파종, 가꾸기나 방제작업은 물 론 거두기까지 다 시장에서 거래된다. 운반과 보관도. ‘공짜 휴대폰’이라는 선전 문구가 그렇듯이 일종의 사기가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폭넓게 용인되는 세태다. 이를 문제시 하는 사람은 없다. 이웃에 대한 불신과 부정 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보안 시스템이라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면서 그 누구도 이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농사도 그렇다. 믿을 농산물이 없다. 땅까지 속이려는 농부들이 등장했다. 땅을 착취하는 사기 물질들이 땅에 쏟아부어진다. 분리의 영역은 확장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자기 자신과의 분리가 광범하게 이뤄지는 지경까지 왔다. 자기 자신을 거래하기 시작했고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단계에 이르 렀다. 쓰러질 때까지 착취 강도를 높인다. 쓰러지고서도 생활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약물과 기계의 도움으로 일어나서 자기 착취를 계속한다. 농사도 그렇다. 농사의 외 형의 그럴듯할수록 빚 덩이가 늘어간다.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노동을 스스로 관리 하고 결정하지 못한다. 종속된 시간, 종속된 노동은 다시 만물과의 분리, 자신과의 분리를 강제한다. 현대농법이 그렇다. 현대의 주류농사가 그렇다. 모두가 자연과 멀어진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할 것이다. 삶이 자연과 멀어진 거리만큼 현대의 고질병은 깊고 그 거리만큼 고통은 크다. 콘크리트 바닥에 두꺼운 스티로폼 상자 속에 ‘베지’라는 거짓 흙을 넣어 작물을 기르는 현대농사는 농장에서 자연을 한 점도 안 남기고 걷어 냈다. 태양빛도 공기도 물도 영양분도 다 자연을 거스르면 서 만들어 낸 것들이다. 자연과 멀어진 농사가, 자연과 멀어진 농민이 건강할 수가 없다. 병이 안 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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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 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
농촌에 희망이 있을 때 사람 사는 사회도 온전해질 것이다. 갖가지 현대병의 진척 과정은 농촌의 파괴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의 농촌이, 우리의 농업이 자연성 을 회복할 때 희망은 싹이 틀 것이다. 우리 먹을거리는 우리가 키워 낸다는 것이 첫 번째 희망이자 목표이다.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먹어야 산다. 기계도 에너지를 먹어야 작동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랴. (음 식을)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단돈 7천 원만 주면 언제 어디서든 배불리 한 끼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은 근거가 취약한 미신일 수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첨단 전자기기가 있어도 밥 한 그릇을 얻기 위해 다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우리가 먹을 것은 우리가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농업이 그것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농촌에 청년들이 모여들게 하는 것이 두 번째 희망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인구 감소정책이 농촌지역을 향해 무자비하게 추진되었다. 농촌의 노령화와 공동화는 자연 적인 현상이 아니다. 작위적인 정책의 귀결이다. 농업인구는 현재의 6%에서 20% 정도로 올라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갈 때 가능해진다. 농촌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 전국의 청년들이 눈길을 돌려 농촌에 서 새로운 삶의 근거지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이자 농촌희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생태자연농업이다. 농업이 가지 는 환경보전기능을 더 이상 잃지 않게 하는 것은 생태자연농업 외에 없다. 많이 파 괴된 농촌의 자연환경을 회복시키는 것은 생태자연농업 뿐이다. 자연과 멀어질 대로 멀어진 농민들의 농사법을 자연이치에 맞게 수정하고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며 정 신마저 천심을 되찾게 하는 것은 분명한 자연생태농업 외에 방안이 없다. 자연을 이용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경외한 신적 존재로 여기는 것. 모든 존재의 근원 이자 삶의 바탕이 자연이라는 것을 엄숙하게 재인식하는 그런 농사가 생태자연농사 다. 자연은 인간의 편리와 욕구 충족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자연을 이용할 수 있 는 인간의 능력이 커져야 할 때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역사의 한 시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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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노동이었고 자연에 가장 가까운 분야였던 농사가 언젠가부터 자 연을 가장 심각하게 파괴하는 주역이 되고 말았다. 되돌려야 한다. 혁명을 꿈꾸던 많은 사람들이 혁명이라는 말 대신 변혁이라고 단어를 고쳐 부르더니 지금은 변혁이라는 말도 들을 수 없고 ‘전환’이라는 말이 인기다. 객체보다 주체가 돋보이는 개념이다. ‘나’라는 주체가 강조되는 ‘전환’이라는 개념에는 대상이 사라졌 다기보다 세상 모두가 대상이 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세상 모두가 전환되어야 한다면 그중에 으뜸을 농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래된 가치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농업을 전환해야 한다. 자연생태농업으로 청년을 농촌으로 모으고, 자연생태농업으로 우리 먹을거리를 장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전환의 진정한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자연생태농업으로 농촌의 촌락공동체가 복원될 수 있다. 국책사업으로까지 진행되는 지금의 여러 농촌프로그램들은 속이 알찰 수 없다. 자연생태농업이 농촌의 진정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자연생태 문화가 살아나고 인간성이 회복되는 농촌은 지원금 에 기댄 프로젝트로 완성될 수 없다. 자연생태농업의 복원이 열쇠가 된다. 자연경관은 살아나고 온갖 생명체와 미물까지 존중되는 세상에서 인간성도 온전히 회 복될 것이다. 미생물과 생물의 경계가 허물어진지 오래다. 미생물과 생명체는 원래 구별될 수 없는 것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과학의 이름으로 강제로 분리해 왔지만 그 런 시도가 무망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는 시대다. 자연생태농업이 그렇다. 농약 안 치고 비료 안 뿌리고 짓는 농사가 자연생태농사라 고 이해한다면 큰 오해다. 세상 만물이, 나 자신도 거룩한 신성임을 자각하는 농사 라야 제대로 된 자연생태농사라 할 것이다.
소농
요즘은 농민 개인에게 지원되는 농자재와 농자금이 거의 끊겼다. 농업회사법인이나 영농조합법인으로 대상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하는 영농관련 시책에 제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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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내려 해도 마찬가지다. 가족단위의 소규모 농사꾼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정 책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좀 더 심해졌을 뿐이고 참여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정 부 때도 그랬다. 아니, 대한민국이 생기고 나서 줄곧 그래왔다. 농장의 공장화고 농 사의 산업화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의 농토는 팍 줄어버렸다. 농민 수도 줄었다. 농가소득과 도시근 로자가구소득과의 격차도 계속 벌어졌다. 김영삼 정부 때는 농업구조개선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42조 원이나 농업에 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향수를 갖고 있는 노무현 정 부는 ‘6헥타르(ha) 7만 농가 육성’이라는 기치를 내 걸고 119조 원을 농업농촌 종합 대책으로 내놓았다. 억 단위가 아니고 조 단위다. 그 돈들이 다 어디로 가고 농민들 은 부채가 늘었을까? 그 돈들은 대부분 기업들에게로 갔다. 특히 대기업들. 기계공업, 전자공업, 석유화학 공업, 제약회사, 석유회사에 갔다. 농업정책자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농민들은 이름만 빌려주는 꼴이 되고 돈은 기업들에게 가는 방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 나 지금이나 시골 촌놈 등 쳐먹는 세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 다. 겉으로는 농사짓는 사람도 자가용 굴리고 대형농기계로 힘든 농업노동을 대체하고 있 어 번지르르 해 보이지만 그게 속 빈 강정과 같다. 대기업과 관료, 사기꾼들 배만 불리는 시스템은 더 교묘하게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농민 스스로는 제안서 하나 못 내고 농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꼭 어떤 자격을 구비한 토목회사를 불러들이게 하고 있다. 이런 농업정책은 농업을 경쟁력 강화, 농사규모 확대, 기계화, 첨단 과학화 등의 관 점으로 바라볼 때 나온다. 소규모 가족농은 생산비는 높고 생산성은 낮다는 평가도 같은 논리에서 비롯된다. 농산물 수입을 전제하고서 시장개방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다. 그러니까 소농은 설 자리가 없다. 과연 그럴까? 과연 경쟁 력을 높이는 농업, 생산성이 높은 농업, 농사규모가 커지고 기계화가 더 진척되면 우리 농업의 미래가 밝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농정 50년이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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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농법은 토양유기물을 남기지 않으며 토착미생물도 다 죽여 버려서 결국 땅을 죽 게 만든다. 땅이 죽으면 농사는 끝이다. 유기물이란 미생물 활동에 의해 분해가 되 는 것으로 분해가 되면 식물의 먹이인 무기질이 되는 원료이기도 하다. 각종 농산부 산물인 콩 대궁, 옥수수 대, 깻 대, 콩깻묵, 어분, 비지, 부엽토, 미강 등에 톱밥, 왕겨, 가랑잎 등이 다 토양유기물이다. 이런 유기물이 풍부해야 땅을 기름지게 하는 토착미생물이 활동하기 좋다. 이 부분에서 토착미생물의 역할과 기업형 화학농업과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착미생물이 작물에 주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미생물 얘기를 할 때는 콩과식 물과 뿌리혹박테리아와의 공생관계를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토끼풀이나 콩, 팥, 싸리나무 등이 다 콩과식물인데 이런 작물의 뿌리에 들어온 박 테리아는 숙주식물의 영양분으로 살아가고 대신, 공기 중에 81%나 있는 질소를 끌 어당겨서 뿌리가 먹기 좋은 유기질소로 바꾸어 식물에 제공한다. 그런데 농기계를 들이대고 농약을 치면 이 모든 것들이 다 죽는다. 유기물이 많고 미생물이 잘 살고 있어야 흙은 떼알구조가 되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되는데 정 반대 쪽으로 가기만 하니 땅은 죽어 조금만 비가와도 토사가 지고 습해장애도 일으키고 가뭄을 탄다. 흙이 떼알 조직으로 되는 것은 습기를 보존하면서도 배수도 원활하게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흙을 말한다. 통기성도 좋아 작물 뿌리에 산소를 잘 공급한다. 바 로 유기물과 미생물이 흙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인데 현대 시장논리에 포박된 생산성 중심의 농업은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다. 땅이 죽으니 죽은 땅을 부축해서라도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시설농사라는 비닐하우 스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온실효과를 노리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었으나 이제는 자연 상태에서는 스스로 자랄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작물들을 모아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인위적인 조작과 조절을 통해 농산물 생산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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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들이 마치 요즘 청소년들과 같다고 하면 좋은 비유가 되겠다. 칼로리 높은 음 식만 먹고 운동량은 부족하니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끝까지 달리는 애들이 없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극성스런 부모가 다 챙겨주다 보니 스무 살이 넘어도 자립은커 녕 제 손으로 밥상 하나 차릴 줄을 모른다. 허드레 잡일로 돈을 벌어 마트에서 사 먹을 줄만 안다. 비닐하우스 덕분에 한겨울에 오이도 먹고 딸기도 먹고 채소도 먹는다. 그런데 새파 란 겨울 채소를 절대 먹지 말라고 경고한다. 채소와 과일과 견과류는 건강의 기본인 데 채소를 먹지 말라니? 싱싱하다 못해 퍼런 상추가 겨울 식당에 삼겹살과 함께 오 르기 일쑤다.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질소 과다 식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색이 진하고 윤기가 나며 보기도 좋은 이런 엽채류들은 질소비료를 액상 상태로 줘 서 키운 비닐하우스 출신이다. 이게 침과 섞이면 아질산염(NO2)으로 바뀌고 몸속에 서는 메트헤모글로빈이라는 효소로 변하는데 이는 혈액의 산소 운반능력을 없애버린 다. 그래서 산소결핍증이 생긴다. 채소를 먹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경쟁력 중심 의 농업, 생산성 중심의 소득증대 농업이 저지른 자살골들이다. 회식 때 이런 질소성분 많은 채소와 삼겹살을 먹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다. 채소 류의 질소함량이 500피피엠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비닐하우스 겨울 채소들은 2,000-6,000피피엠을 웃돈다는 보고가 있다. 10,000피피엠 이르는 경우 도 있다고 한다. 이건 짐승도 못 먹는 폐기 대상이지만 버젓이 밥상에 오른다. 망가 진 땅은 망가진 먹을거리를 만들 뿐이다. 석유에 의존하는 지금의 농사가 결코 계속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소농을 경 건하게 떠 올리게 되는 것이다.
소농의 기본은 지역순환농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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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은 단지 작은 규모의 농사를 일컫는 것은 아니다. 사람, 가축, 농장, 하늘, 땅, 물, 이웃이 막힌 데 없이 잘 소통하고 순환하는 삶이다. 그래서 농산부산물이 외부 로 유출되거나 특별히 외부에서 들어올 필요가 없다. 논과 밭, 식구와 이웃, 가축과 농기구 등이 균형을 잘 맞춘 농사다. 모자라서 전전긍긍하지도 않고 남아서 흥청망 청하지도 않는다. 자연에서 빌려 쓰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농사다. 농사짓고 생긴 부산물은 반드시 본 땅에 돌려주고, 밭과 그 주변의 식물들은 죽이거 나 뽑지 말고 베어서 깔아 준다. 음식물 쓰레기와 똥, 오줌은 다시 밭으로 보낸다. 요즘 순환농사가 많이 거론되는데 마트의 유기농 식품들처럼 돈벌이 목적으로 순환이 다 유기농이다 하면서 접근하는 대규모 농기업은 자연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려 고도 않는 경우를 본다. 순환을 말하려면 자연에 인간의 작용력을 최소화 하는 방향 이어야 할 것이다. 농약과 비료만 안 하면 다 유기농이라고 생각한다면 단순한 생각 이다. 순환농사는 순환의 대상과 범위, 또는 순환 주기 등을 최소 단위로 해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소농을 얘기할 때 두 번째는 자립하는 삶이다. 자립은 자급에서 출발한다. 자급 능력이 자립의 기초가 된다. 먹을거리도 입을거리도 교육도 건강도 놀이도 문화도. 노동력도, 자급율을 일정부분씩 때로는 100% 이상 확보 하는 삶이 소농의 삶이다. 에너지, 물, 맑은 공기도 자급체제를 갖추고 재난에 대비하는 체제가 소농의 삶이 다. 때로는 지역차원의 자립 품목이 있을 것이고 때로는 원거리 교환을 통한 자립이 있을 것이나 자급의 삶에 뿌리를 두고 짓는 농사 중요하다. 농사에서 입을거리, 집 짓기, 에너지, 건강, 교육 등이 생산되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해진다. 소농은 필연적으로 공동체적 삶이다. 선한 공동체. 밥상 공동체. 수행과 함께 가는 공동체. 여민동락 하는 공동체. 마을 공동체. 뜻의 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삶을 지향하는 것이 소농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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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사유의 대상이나 범위를 현재의 삶에 맞게 잘 조직하는 것이다. 공동체적 삶 이 파편화 된 현대의 자본주의 삶을 극복하는 대안이다. 자연의 섭리를 잘 익히고 그에 따르는 농사가 소농이다. 소농은 농사 규모라기보다 농사법에 가깝다. 농사법이라고 하기보다는 삶 전체의 전환을 암시한다. 감자밭에 드문드문 울콩을 심어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와서 거름을 삼게 한다. 가뭄 이 오래되어도 식물 뿌리에 바로 물을 주지 않고 멀찍이 물을 줘서 뿌리가 스스로 물기를 찾아 뻗어 나오게 한다. 더디 자라지만 그래야 건강한 농산물이 된다. 생태자연농업을 ‘소농’이라는 말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농민월급제
농업 자체는 재벌기업들이 벌이는 사회공익사업들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데도 그동안 농민의 희생을 강요해 온 우리 사회가 ‘사회배당’ 차원에서 농민월급제를 실시하자는 것이 농민월급제(농민기본소득제)의 근거다. 농업과 농촌을 살리면서 농촌인구를 늘이는 동시에 도시과밀 인구 분산효과라든가 식 량자급률의 상승기대도 있다. 농민기본소득제를 기화로 정의롭지 못하고 초과 약탈이 보장되던 금융소득 세제도 뜯어 고치고,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자는 것도 농민기본소득제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주장들이다. 생태자연농업은 농민기본소득제와 결합되면서 탄력을 받게 된다. 자연적 재부에 대한 전 인민적 공유사상을 결합하면 농민기본소득제의 이론적·철학적 바탕은 쉽게 마련될 수 있다. 사회의 평균적 생산력 향상은 이를 실현 가능한 정책의 범주로 포괄한다. 농민기본소득제 운동은 한국사회 내부에 계급 간,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성별 간에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는 다양한 층위의 내부 식민지를 해방시키는 투쟁이기도 하다. 기본소득 도입은 '돈벌이 노동 사회'를 '필요노동 사회'로 바꾸어 가는 지렛대 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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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터
박재일 선생은 원주 생활 초기에 ‘협동교육연구소’에서 일을 했는데 협동조합적인 삶 과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 들고 시 내버스를 타고는 우선 종점까지 갔다. 종점에 내려 거슬러 걸어오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모내기나 농사일도 도왔다. 그러다보니 새참을 얻어먹기도 하고 막걸리도 한 잔 받아 마셨다. 그런 자 리에서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가입을 안내했다. 소농 운동과 농민기본소득제 운동을 정부에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볼 수도 있다. <한살림>은 그 정도의 실력과 의지가 있어 보인다. 박재일 선생이 하셨던 것처럼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시작하면 못할 것도 없다. 한살림 생산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비닐멀칭도 안 하는 생태자연농부 조직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농산물은 생산과 가격에서 우선적인 배려를 해 주는 걸로 해서 말 이다. 이미 선진 외국의 직불금 제도들도 자연환경보전 역할이 큰 농사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한살림>에서 ‘60년대 농촌 마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꼭 1960년 대 우리 농촌을 그대로 복원하여 사는 그런 마을 말이다. 삼성의 자연농원 같은 연 출된 보여주기 식 박제된 마을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1960년 방식으로 사는 마을이 다. 당연히 주된 생활은 농사생활이다. 10여 년 전에 나는 이 기획을 구상하여 관계 기관에 제출했던 적이 있다. 이곳은 경운기도 없는 농촌마을이 되는 것이다. 기껏 진공관 라디오가 있고 연탄으 로 때는 새마을 보일러 정도가 겨울 난방의 최신 방식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지지 방안을 갖추면 멋진 체험공간, 치유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농민기본소득제도 제한적으로 시범사업으로 정해 볼 수도 있다. 우선, 청년을 대상으 로 1년 단위로 2-3회를 목표로 사업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한살림>에서 지혜를 잘 모은다면 농촌청년기본소득 사업을 구상하고 대상을 모집하여 선정해 보면 재미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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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의미한 현상들이 발견되리라 본다. 내가 1996년 경, 귀농생활 2년차 때 ‘베란다 농원’이라는 기획서를 제출했던 적이 있다. 지금의 도시농부 개념이고 나중에 귀농운동본부의 ‘상자텃밭’ 운동의 모태라고 보면 무방하다. ‘60년대 농촌마을’에 사는 사람은 최우선적으로 농민기본소득제 적 용을 받는 주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오로빌공동체나 영국의 도트네트처럼 국가 단위로부터 자치권을 받을 수도 있는 그런 공동체 그림을 그려 보면 어떨까. 세상에 지속가능한 것은 없다. 워낙 절박하다보니 다른 욕심 안 부릴 테니 지속가능 하기만 해도 좋겠다고 우리가 ‘지속가능’이라는 말을 되뇌고 있을 뿐이다. 화학약품 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 현대농업은 물론 유기농업도 생태농업도 지속가능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박재일 선생처럼 도시락 싸들고 무조건 종점에 내려 타박타박 먼지 나는 오뉴월 땡볕 길 걸어가면서 말을 나누고 손을 내밀고 마음을 주고받는 일. 소농과 농민기본소득제를 우리가 먼저 우리 힘으로 시작해 볼 일이다. 박재일 선생에 대한 최고의 추모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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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도덕 박찬일 요리사.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저자
언젠가 허름한 목로에서 낮술을 한 잔 하고 있었다. 목에 수건을 두른 노동자가 두 엇 들어와서 국수를 시켰다. 그들이 후루룩 소리도 요란하게, 왕성한 식욕으로 국숫 발을 삼키는 광경을 물끄러미 보았다. 나는 너무도 부끄러워서 술잔을 놓았다. 대낮 의 술추렴 탁자는 그걸로 끝났다. 창피해서 얼른 셈을 치르고 목로 밖에 나오니, 햇 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아마도 인생 최대의 지독한 숙취였다고 기억한다. 노동하는 이들의 식탁은 진실되다. 그것이 곧 생산으로 이어지는 신성함이 있기 때 문이다. 한겨울 새벽에 장을 보면, 내가 먹는 밥도 아닌데 목이 멜 때가 있다. 막 짐을 부려놓고 추운 길가에서 식은 밥을 먹는 사람들이 보이는 까닭이다. 시장이란 본디 툭 터진 노상이라 바람 가릴 막조차 없게 마련이다. 어디서 배달 밥을 한 상 받아서 먹는 그들의 밥상이 초라해보이지는 않지만, 먹먹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 다. 그나마 배달이라도 받아 뜨신 밥을 드는 축은 낫다고 할까. 시장 노점에서 초라 한 도시락밥을 꺼내 국물도 없이 삼키는 할머니들을 보면, 아 이놈의 세상이라는 탄 식이 절로 나온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수레를 본 적이 있다. 밥과 국, 몇 가지 반찬을 실은 이동형 밥 수레가 인파를 뚫고 노점에 나 앉은 아낙들 사 이에서 밥을 퍼주고 있었다. 내게는 그때 찍은 사진 한 장이 있다. 이방인의 카메라 를 물끄러미 보며, 머릿수건을 쓴 채 밥을 밀어 넣고 있는 피곤한 표정이 드러난다. 이런 장면에서 여행자의 우수를 느낀다는 건 일종의 모독이다. 누가 그러거나 말거 나 바닷바람이 들이치는 자갈치의 억센 반 뼘짜리 노점에서 그들은 지금도 그렇게 노동의 밥을 먹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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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열악한 노동 환경을 꼽으라면 요리사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대개 영세 한 형편이라 급여나 복지 모두 바닥 수준이다. 식당 일을 하면, 대개는 두 끼의 식 사를 스스로 마련해서 먹어야 한다. 어제 오늘 내가 방문했던 한 식당의 요리사들이 하루 두 끼 먹은 음식은 이랬다. “아침은 라면과 중국산 김치. 점심은 시장에서 산 싸구려 오징어젓갈(페루산)과 들척 지근한 고추절임, 달걀프라이, 싸구려 소시지볶음, 이것저것 남는 재료를 쓸어 넣은 된장찌개….” 왕성한 식욕의 청춘들이 득실거리는 부엌이라 저것조차도 꿀맛이었겠지만, 밥이라도 한 끼 편하고 따뜻하게 먹기 어려운 우리의 노동 현실이 보였다. 사람들이 흔히 말 하기를, 이제는 누구나 양껏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세상이 얼마나 좋 아졌느냐고 한다. 그러나 노동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가장 근본적인 밥 한 술에 서 이미 차별의 식탁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가 김훈 선생은 한 끼니의 밥 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현실에 대한 걱정을 한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5,000원 이던 밥값이 1만 원과 3,300원으로 분리되는 세상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밥은 물 리적으로 열량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곧 계급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도 밥과 식탁은 도덕이기도 하다. 한 신문에 우울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남극해와 아프리카에서 우리 어선이 남획으로 국제적인 물의를 빚고 있다는 소식이었 다. 미국은 한국이 원양어업에 대한 국내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무역제재를 가하 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사실 이 문제는 그다지 간단치 않다. 좋은 장비로 무장한 강 대국 중심의 수산업 패권, 어족 고갈과 쿼터제로 궁지에 몰린 원양어업의 현실, 더 많은 수산물을 먹으려는 인간의 욕망,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식량 주권 문제까지 얽히고설켜 있다. 비단 수산물뿐 아니라 국력이 커지고 있는 주요국들, 그중에서도 중국에서 유제품과 고기를 포함한 수산물의 소비가 폭증하는 사태를 비판적으로 바라 보는 불편한 시선도 여기에 포함된다. 좀 다른 얘기이지만 중국의 소비 증가 문제에 관해서 걱정하는 인간들은 참 비겁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내가 아는 중국에 관한 최악의 우려는 “전 중국인이 화장지를 쓰게 되면 지구의 열대우림은 금세 파괴 되고 말 것”이라는 따위의 치사한 견해들이다. 중국인들은 화장지를 쓸 권리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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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중국의 어린이들이 우유 소비를 늘리는 것은 지구를 위협하는 행위인가. 8기통 자가용 타면서 버스 타는 인간들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것과 진배없다. 설사 그들의 욕망이 지구의 안녕에 위협적이라고 하더라도, 매일 화장지와 우유를 다량 소비하는 우리 같은 인간들은 비난의 대열에 있을 자격이 없다. 만약 중국인들 이 모두 화장지를 쓰고 회를 먹고, 소고기를 먹어서 지구가 망한다면 그건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여튼 지금 지구는 더 많은 생산물을 소비하려는 욕망에 불탄다. 3.7%. 한국의 식 량 자급률에 관한 어느 통계다. 대략 이 정도에서 움직인다. 요리를 하다보면 ‘야, 이런 것까지 수입해서 먹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우유나 화장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물건들이다. 문어가 비싸지니 북 아프리카 산이 수입된다. 이번에 문제된 지역 인 세네갈에서 갈치를 사들이거나 잡아와서 시장에 푼다. 문어나 갈치는 우리 밥상 에 흔하게 오르는 생선이지만, 값이 비싸지면 덜 먹어도 되는 식품이다. 최근에는 마트에서 심지어 이런 광고까지 한다. “항공으로 운송한 동남아 주꾸미 입하!” 우리가 언제부터 주꾸미를 그렇게 먹어야 했던 것일까. 굳이 항공유를 써가며, 냉장 수송을 위해 다량의 화석에너지를 불태워가며 먹어야 하는 수산물일까. 있으면 먹고, 없으면 참는 미덕은 어디 간 것일까. 기사에서 거론된 한 업체는 남극해에서 ‘메로’ 라는 생선을 규정량보다 훨씬 많이 포획해서 갈등을 일으켰다. 메로라는 생선은 심 해어의 일종으로 쫄깃하고 기름져서 맛있는 생선이다. 하지만 우리가 메로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식생활에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 것일까. 메로는 한번이라도 먹어본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이미 지금 당대의 세기는 먹는 문제에서 철학과 인내를 요구 하고 있다. 그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생존의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분위 기다. 미식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식탁에도 도덕이 필요하다는 일침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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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농 박재일 (1938~2010)
1938년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에서 농부의 아들로 출생 1960년 서울대 문리대 입학 1964년 6.3 한일협정 반대시위 주도 1965년 이옥련 여사와 결혼 1965년 한일수교협정이 조인되고 반대시위가 격화되면서 구속됨 1969년 강원도 원주에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만나고 진광중 학교에서 교편을 잡음 1971년 진광중학교 내 협동교육연구소 합류 1973년 가톨릭농민회 참여 1981년 일본 생활클럽생협, 대만 원주민소협 등 방문 1982년 가톨릭농민회 회장 역임 1985년 원주소비자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역임 1986년 서울 제기동 한살림농산 설립 1988년 2월 소비자협동조합중앙회 3대 회장 역임 1989년 한살림모임 의장 취임 19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1994년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초대 회장 역임 1997년 철탑산업훈장 수훈 2000년 서울 환경상 대상 수상 2009년 정일형 이태형 자유민주상 수상 2009년 일가상 수상 2010년 73세를 일기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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