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연합] 살림꾼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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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운동의 이해 살림꾼을 위한 기본학습교재


이 책은 한살림연수원이 발간한 ‘살림꾼을 위한 2016년판 기본학습교재’이다. 애초에 는 한살림을 알고자 하는 이들이나 한살림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 는 소개서이자 개론서로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나, 내용과 형식 등 여러 가지 로 미흡하여 일단은 임원, 활동가, 실무자 등 한살림일꾼(살림꾼)을 위한 학습교재로 펴냈다. 이 책은 협동의 결과물이다. 각각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7명의 살림꾼 집필자들 이 2016년 1년여 동안 전체 구성을 협의하고 역할을 분담하여 초안을 집필하였으며, 검토와 수정 작업을 함께 하였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이상국 고문, 곽금순 상임대 표, 조완형 전무와 몇몇 회원생협 이사장 및 실무책임자들의 적극적인 검토와 귀한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현재진행형이다. 향후에도 해마다 새로운 협동 작업을 통해 완성도를 더욱 높여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과 문장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연수원 의 책임임을 확인하며, 오랜 시간 공동작업의 수고를 함께해준 공동집필자들에게 다 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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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집필자> 김현(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서동재(한살림연합 인사지원팀) 우미숙(한살림성남용인 전 이사장) 이근행(한살림생산자연합회 연구원) 정영미(한살림연합 식생활센터 활동가) 좌수일(한살림수원 사무국장) 주요섭(한살림연수원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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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한살림의 탄생과 성장 2. 한살림철학의 이해 3. 한살림과 협동조합 4. 한살림의 물품사업 5. 한살림 소비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6.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7. 한살림의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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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한살림의 탄생과 성장 1. 한살림이 탄생하기까지 ... 11 1) 원주지역 협동운동의 경험 ... 11 2) 농민운동의 새길 모색 ... 12 3) 생명운동으로의 전환 ... 13

2. 한살림의 시작 ... 14 1) 한살림농산이라는 이름의 쌀가게 ... 14 2) 둘이면서 하나, 소비자공동체와 생산자공동체 ... 15 3) ‘한살림’을 선언하다 ... 20

3. 전국으로 퍼져가는 밥상살림 농업살림 ... 21 1) 곳곳에서 싹트는 한살림운동 ... 21 2) 지역에서 지역으로 ... 25 3)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한살림운동 ... 27

[참고] 한살림 조직 운영 변화 ... 31

제2장 한살림철학의 이해 1. 왜 한살림철학인가? ... 35 2. 아주 간단한 한살림철학의 역사 ... 36 1) ‘생명’에 대한 자각 ... 36 2) 한살림, 생명사상의 실천 ... 38 3) 한살림선언 ... 39

3.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 ... 40 1) 살아 있는 세계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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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심’으로써 살아있다 ... 42 3) 한살림철학으로 본 사회, 자연, 그리고 생명 ... 43

4. 전일적 사고방식 ... 46 1) 고정 없는 사고 ... 46 2) 덕분에 사고 ... 47 3) ‘한’으로 생각하기 ... 49

5. 자기답게 한살림답게 ... 51

제3장 한살림과 협동조합 1. 들어가며 ... 55 2.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 56 1) 2) 3) 4)

협동조합의 정의 ... 56 협동조합의 가치 ... 59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 61 생협법과 협동조합기본법 ... 63

3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이해 ... 65 1) 생활협동조합이란? ... 65 2) 한국 생협운동의 역사 ... 66 3) 한국 생협의 분화와 현재 ... 68

4. 한살림과 생활협동조합 ... 71

제4장 한살림의 물품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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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살림 물품 ... 73 1) 물품에 담긴 의미 ... 73 2) 물품의 개발과 개선 ... 73 3) 물품 가격의 결정 ... 74

2. 한살림의 사업시스템 ... 76 1) 2) 3) 4) 5)

직거래 약정 시스템 ... 76 생산안정기금과 가격안정기금 ... 78 물품의 수급 ... 79 자주관리, 자주점검, 자주인증 ... 80 지역 물품과 지역 물류 ... 82

3. 한살림 물품이 조합원 손에 오기까지 ... 83 [참고] 한살림의 정책(농업‧물품‧가공) ... 85 [참고] 생명의 먹을거리 나눔터 매장 ... 92

제5장 한살림 소비자 조직의 활동과 운영 1. 조합원, 한살림 활동의 시작 ... 97 2. 함께 만들어가는 조합원 활동 ... 98 1) 2) 3) 4) 5)

모임과 조직 운영에 참여하는 활동 ... 98 사업에 참여하는 활동 ... 100 사회와 함께하는 활동 ... 102 생산자와 함께하는 활동 ... 107 국제교류활동 ... 110

3. 조합원 활동과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 111 1)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의 목적과 성격 ...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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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의 조직 운영 원리 ... 112

4.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의 운영구조 ... 116 1) 조합원 ... 116 2) 기관의 구성 ... 117 3) 임원의 권한과 의무, 책임 ... 122

5. 한살림 소비자 조직의 과제 ... 125 [참고] 한살림연합 운영 구조 ... 126

제6장 한살림 생산자 조직의 활동과 운영 1. 한살림생산자, 땅과 사람을 살리는 농사꾼 ... 129 2. 생산자 운동의 주체, 거점, 네트워크 ... 130 1) 생산자 회원 ... 130 2) 농촌 한살림운동의 거점, 생산 공동체 ... 133 3) 한살림 농사의 네트워크, 작목모임 ... 134

3. 생산자 조직의 활동 ... 135 1) 2) 3) 4) 5)

생산관리 ... 135 조직 운영과 교육연수 ... 135 도농교류·농농교류 ... 136 농업살림과 지역살림, 그리고 연대활동 ... 136 기금 운영 ... 137

4. 생산자 조직의 구성과 운영 ... 138 1) 생산자 조직의 발자취 ... 138 2) 조직의 목적과 지향 ... 142 3) 조직구조와 체계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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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살림 생산자 조직의 과제 ... 145 [참고] 생산공동체‧가공생산자 현황 ... 147

제7장 한살림의 오늘과 내일 1. 조합원 100만 명 시대 ... 157 2. 우리는 ‘한’살림이다 ... 160 1) 생-소 하나, 한살림의 오래된 새길 ... 160 2) 더욱 넓게 더욱 가깝게 ... 164

3. 한살림, 새로운 30년을 향하여 ... 169 □ 더 읽어볼 책 ...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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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한살림의 탄생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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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살림이 탄생하기까지 1986년 12월,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이 문을 열었다. ‘한살림’이라는 이 름은 그렇게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운동을 싹트게 했던 사회적 배경, 지역사회라는 공간,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어떤 사회운동도 한두 사람의 생 각과 행동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나는 법이 없듯, 한살림에도 ‘전사(前史)’로 구분되 는 시기가 존재한다. 사상적‧철학적 배경까지를 아우른다면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겠지만, 활동이 구체적으로 일어난 시기를 중심으로 보자면 먼저 1960년대 이후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 일어난 일련의 움직임을 주목해 볼 수 있다. 특히 1970년대 와 80년대 초에 펼쳐진 지역사회개발사업과 가톨릭농민회운동의 변화가 한살림의 협동 운동과 농업살림운동에 미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았다.

1) 원주 지역 협동운동의 경험 1960년대 원주 지역은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 세력의 거점이었다. 천주교 원주교구는 당시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던 농민과 광부,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정의 실현을 주창하는 데 앞장섰는데, 그 중심에 지학순1) 주교가 있었다. 그는 독 재 정권에 맞선 부정부패추방운동의 상징이었을 뿐 아니라 지역의 신용협동조합운동을 지원하여 협동운동의 기반을 다지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지학순 주교와 함께 이 러한 운동을 주도한 이들이 무위당 장일순2)과 김지하 등을 비롯해, 이른바 ‘원주캠프’3) 1) 지학순(1921~1993): 1965년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에 임명된 뒤, 교구의 교세 신장과 발전에 주력하 는 동시에 다양한 교육‧복지 기관들을 설립해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한국의 사회‧정의‧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74년 내란선동과 긴급조치 1‧4호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가 이듬해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이 사건은 당시 교회 안팎으로 큰 영향을 주었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주요 저서로는 ≪내가 겪은 공산주 의≫·≪정의가 강물처럼≫ 등이 있다. 2) 장일순(1928~1994): 서울대학교 미학과 재학 중에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원주로 돌아온 뒤 줄곧 원주에서 생활했다. 1954년 대성학원을 설립하고 이사장을 역임했다. 1961년 ‘중립화 평화통 일론’이 빌미가 되어 3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이후 지학순 주교와 함께 반독재 민주화운동 을 전개했다. 1970년대 후반 무렵부터 ‘생명운동’으로의 전환을 주창했다. 한살림 설립에 사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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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불린 그룹이었다. 1972년 8월에 일어난 남한강유역 대홍수는 원주 지역 사회운동에 일대 전환을 가져 왔다. 구호사업을 위해 이듬해 ‘재해대책사업위원회’가 꾸려졌고 이들의 주도로 한우지 원사업, 수해복구사업, 소비조합 육성사업 등 지역사회개발사업이 진행되었다. 독일의 가톨릭재단 ‘미제레올’과 ‘까리따스’에서 지원받은 막대한 자금은 지역사회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현장과 주민들의 삶 속으로 흘러들었다. 한우지원사업의 경우, 마을 단위로 암송아지를 지원해 주고 이후에 다시 송아지로 돌려받는 방식이었는데 주 민들 사이에 특히 호응이 높았다. 협동조직도 활발히 생겨났다. 광산과 농촌 지역을 합 해 약 70개 신협(신용협동조합)과 50여 개 소협(소비자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작목별 생산협동체와, 설비를 함께 이용하는 이용협동체도 꾸려졌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자립하고 협동하며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당시 재해대책사 업위원회 활동가들 상당수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지역의 신협운동을 비롯한 협동 운동, 유기농업운동, 한살림운동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다.

2) 농민운동의 새길 모색 1970년대부터 농촌에서는 생산량 증대를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많이 뿌리기 시작 했고 이로 인한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땅과 물이 오염되고 그 속에 깃들어 살던 동식물뿐 아니라 농사짓는 농민들까지 농약 중독의 위험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생명 살 리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이 오히려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유통 구조로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했던 탓에 농민들의 삶도 불안정했다. 농민들이 농촌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도록 돕고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영향을 주었고 기금 조성 등으로 초기 운영에 도움을 주었다. 생전에 저서를 남기지 않았으나 ≪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녹색평론사)를 비롯하여, 강연 내용이나 대화를 묶은 책이 다수 출간되었 다. 무위당(無爲堂), 청강(靑江), 일속자(一粟子) 등의 호를 사용했다. 3) 1960년대 중반~1970년대 반박정희정권운동을 전개하면서 형성된 원주 지역의 사회활동가들을 일컫 는 말. 1980년대 전반 외부에서 이른바 이들을 ‘원주캠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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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했던 가톨릭농민회(1966년 설립)에서는 1980년대 초반,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 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으로 농업과 농촌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싹 텄다. 기존 농민운동과 결을 달리하는 ‘농민운동의 새로운 길’로서 ‘공동체 유기농업’이 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농촌과 도시를 잇는 도농직거래운동에서 새로운 전망을 찾고자 원주의 생산지와 서울의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직거래 활동을 간헐적으로 벌였고, 이 를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1985년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을 창립했다. 그에 앞서 재해대책사업위원회 활동가들과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은 일본과 대만 등지의 유기농업 생산지와 협동조합 조직을 견학했는데, 특히 일본 생활협동조합(생협)의 운영 방식과 형 태는 이후 한살림의 직거래 모델을 만드는 데 많은 참고가 되었다. 가톨릭농민회에 참여하고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박재일4)이 이후 한살림농산을 설립 했고 다수의 농민 회원들이 한살림 생산자로 결합했다. 충북과 경남 지역 등에서도 가 톨릭농민회를 기반으로 한살림 조직이 설립되었다. 이처럼 가톨릭농민회와 초기 한살림 운동은 그 지향점과 구성원들에서 여러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3) ‘생명운동’으로의 전환 ‘전환’의 지점은 사회운동의 방향 설정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원주캠프 활동 가들은 반독재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황금만능 물질중심의 산업문명 자 체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자각에 바탕해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기에 이 르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1982년 <생명의 세계관 확립과 협동적 생존의 확 장>(1982), 일명 ‘생명 운동에 관한 원주보고서’로 발표되었다. 김지하 시인이 초고를 쓰고 원주캠프 활동가들이 함께 토론해 완성한 이 문서에는 사회 전반에 생명 파괴 경 향과 죽임의 질서가 만연해 있음을 지적하고 어떻게 여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과 사회

4) 박재일(1938~2010): 1969년 원주로 가서 장일순 선생을 만나고 진광중학교 교사로 협동교육연구소 활동을 하다, 1972년 남한강홍수 재해대책사업위원회 사회개발사업에서 농촌지역 농민조직을 담당 했다. 1982년 가톨릭농민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1981년과 84년에 일본의 생협과 유기농 산지, 대 만 원주민소협 등을 방문하고, 1985년 원주소비자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어진 농부’라 는 뜻의 ‘인농(仁農)’을 호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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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의 전환을 이룰지, 생명가치를 중심으로 사회적 협동을 확장해가는 ‘생명운동’이 왜 일어나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생명운동에 관한 원주보고서’는 1989년 「한살림 선언」으로 이어져 한살림운동의 주요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한편 농민‧농촌운동이 새로 운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생명운동에 기반한 도농직거래운동이 등장했고, 이는 원 주소비자협동조합과 한살림농산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2. 한살림의 시작 1) 한살림농산: 도시와 농촌 사이에 다리를 놓다 1986년 12월 4일 서울 제기동에 문을 연 ‘한살림농산’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동네 쌀집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가게 안에는 무농약 쌀(충북 음 성 성미마을)과 유정란(강원도 횡성 공근마을) 등 당시에는 쉽 게 찾아보기 힘든 물품들을 갖추 고 있었다. 먹거리에 대한 불신 이 극에 달해 있던 당시, 도시 사 람들은 그 쌀가게에서만큼은 믿 을 수 있는 ‘진짜 농산물’을 구해 먹을 수 있었다. 더불어 그곳은

초기 한살림농산 내부모습

‘도시와 농촌, 자연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비롯한 도농공동체운동의 본 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했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하고 친한 사이가 되도록 하여, 생산자는 소비 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이가 되는 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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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합니다. … 그래서 땅도 살리고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서로가 믿 고 돕는 관계가 되고 모두의 건강과 생명이 보호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1987. 1 ‘한살림을 시작하면서’ 중에서

한살림이 문을 열던 날, 전국에서 각계 인사들이 그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들 었던 것만 보더라도 그 작은 쌀가게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반 독재운동을 벌였던 박재일이지 만, 민주화의 열망이 거리를 뜨 겁게 달궜던 당시에 가게 안에서 묵묵히 석발기를 돌리며 돌을 골 랐다. 이렇게 한살림은 매일 먹 는 ‘밥 한 그릇’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생명’과 ‘협동’이라는 가치로 새로운 사 회운동의 길을 열고자 했다. 농 촌 생산지와 도시 가정이라는 삶

서울 제기동 한살림농산(1986)

의 공간에서 농민과 주부들이 그 일에 함께했다. 생산지에서 보내오거나 때로는 실무자 들이 직접 실어온 물품들을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 전화 주문을 받아 공급하고, 간담회 와 정기모임을 열어 공급 방식과 개선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환경오염이나 농 업 문제와 관련한 강연을 열고 직접 생산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얼마 뒤 이용자들이 주체가 되는 소비자협동조합이 탄생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2) 둘이면서 하나, 소비자공동체와 생산자공동체 “이용자에서 주인으로”,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 창립 1988년 4월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이 창립되었다. 소비자가 단순 이용자에 그 치지 않고 스스로 주인이 된 것이다. 달리 말해 “손님의 자리에서 적극적인 ‘살림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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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탈바꿈”했다. 계획소비와 책임생산으로 더 다양한 물 품을 공급받고, 나아가 공동 구입과 나눔을 통해 공동체 적 삶을 실현하려고 협동조 합이라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편, 환경오염이 날로 심 각해지고 물질만능주의와 상 품소비문화가 만연해가던 상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 창립총회(1988. 4. 21)

황에서, 주부들 스스로 죽어

가는 밥상과 생명을 살리고 각기 갈라진 삶을 더불어 사는 삶으로 만들기 위해 모였다 는 데 또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한살림운동은 무농약 농산물을 어떤 특정한 계층에 공급하는 이기주의적 활동을 하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동적으로 만나 인간과 대지의 거 룩한 생명을 살려 내어 불합리한 삶의 모습을 걷어치우는 ‘함께 살림’ 운동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작은 힘을 모아서 꼭 해야 할, 또 누구나 할 수 있는 이 운동 에 적극적으로 함께합시다.” - 이순로(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취임 인사

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은 또한 몇몇 대기업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구조와 무 분별한 수입 개방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된 힘을 갖고, 생산자와도 연대하여 삶의 나눔을 실천하면서 생명 세상을 만들어나간다는 비전도 지니고 있었다. 가정을 건강하게 꾸리는 데서 출발해 이웃과 함께 공동체를 꾸 리고 지역사회에서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 시민의 역할을 실현하는 장으로서의 소비 자협동조합의 상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살림은 생명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협동조합과는 결이 달랐다. 한살림은 초기에 점포를 두지 않고 공급(배송)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당시에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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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역 개별 공급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소비자 다섯 가구 이상이 모여 ‘공동체’를 조 직하면 공급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일본 생협에서 해 온 반(班)조직 공급 시스템을 적용 한 셈이다. 다섯 가정이 모이는 이러한 방식이 가능했던 데는 이웃들에게 한살림을 권 하고 공동 주문과 배분, 수금 등을 자발적으로 담당한 공동체 봉사자들의 숨은 열정과 헌신이 있었다. 함께 물품을 이용하던 공동체는 차츰 물품 외의 이러저러한 것들을 나 누게 되었고 생활 전반의 영역으로 나눔이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한살림 활동의 기초 단위로서의 생활공동체로 성장해갔다. 조합 소식지 <한살림>에서는 수입농산물 문제나 농약, 수은, 환경호르몬 등 식품 안 전 관련 내용들을 비중 있게 다루었고, 조합원들의 사는 이야기와 공동체 활동 소개, 생산지 소식들을 두루 담았다. 현재 ‘벼 생산 관련 회의’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 는 ‘쌀값 결정 회의’는 1988년 9월에 처음 열렸다. 소비자(조합 이사)와 생산자가 함께 모여 앉아 적정 생산비를 고려해 그해 생산한 벼의 공급 가격을 정했다. 조합원들은 마을 모임을 꾸리고 물품에 대해 공부하며 자연스레 환경 문제 등 사회문 제에 관심을 키워나갔다. 일상을 살아가는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이런 문제를 함께 해결 해 나가고자 다양한 활동을 스스로 조직하기도 했다. 동네살림의 거점으로 지역자치 역 량의 축적을 기대하며 ‘지소’를 만들고, 이를 위해 출자 증자 운동을 벌이는 등 조직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체로 성장해 갔다.

한살림운동의 또 하나의 축, 생산자협의회 창립 대량생산‧대량소비에 의존하는 산업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농업 또한 하나의 ‘산업’ 부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점차 농촌의 땅과 환경이 황폐해졌다. 1988년 11월 농민 생산자 100여 명이 모여 한살림생산자협의회를 창립하면서 ‘생산 양식의 모순을 극복하고 생 산과 소비를 통일시킨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이로써 한살림농산, 한살림공동체소비자 협동조합과 함께 농촌지역에서 생명살림운동의 한 축을 담당할 조직이 탄생했다. 당시까지 개별적으로 물품을 공급하던 생산자들은 조직을 결성하고, 각자 출하 금액 중 2%를 모아 1%는 출자금으로 1%는 비용으로 활용했다. 생산자 교육과 도농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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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을 위한 활동도 해 나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생산 공동 체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대표적 으로 충북 음성 성미마을의 경우 한살림과 함께하기 이전부터 여 러 농가가 함께 유기농업을 시작 해 쌀을 생산해 왔다. ‘콩 세 알’의 의미를 강조하며 “농업의 근간인 모시는 삶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던 고 김영원5)

생산자협의회 창립총회(1988.11. 20)

생산자협의회 초대 회장(경북 의성), 한살림 최초의 무농약 쌀 생산자이자 우렁이농법의 창시자인 충북 음성 성미마을의 최재명‧최재영 생산자, 그 밖에 많은 유기농업의 선구자 들이 한살림 생산자로 함께했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밭에 콩을 심을 때, 한 구덩이에 세 알씩 넣었거든요. 한 알은 땅에 사는 벌레를 위해서, 또 한 알은 공중을 나는 새를 위해서, 또 한 알은 인간을 위해서 심었습니다. 옛날부터 자연과 새들과 벌레와 다 함께 공존한다는 의 식이 있었던 거지요. 철학적으로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삶을 통해 터득한 것 같아요.” - 김영원(한살림생산자협의회 초대 회장)

한살림생산자협의회는 유정란 품질 문제로 소비자들과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1992 년 해산되었다. 이후 2003년 ‘한살림생산자모임’으로 재창립되기까지 사단법인한살림 5) 김영원(1931~2007): 한국 유기농업 1세대 운동가로, "옛 사람들이 콩을 심을 때 세 알씩 넣은 이유 는 한 알은 하늘을 나는 새의 몫으로, 한 알은 땅 속 벌레의 몫으로,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의 몫 으로 심은 것"이라며 ‘콩 세 알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1978년 과수원에서 농약 중독으로 쓰러진 다음에 스스로 생명에 눈떠 생명농업 실천에 앞장섰다. 한국기독교농민회를 결성하고, 한살림생산 자협의회 초대회장(1988.11.20.~1992.3.9.), 우리농산물먹기국민운동 공동의장, 낙동강살리기운동 대 표 등 땅과 사람을 살리는 활동과 농사에 전념하였다. ≪눈뜬 장님 밥상 - 김영원의 유기농업 이야기≫ 등 저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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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산자위원회로 활동하며 작목별 회의와 생산자연수회를 이어가며 유기농법과 기술 을 서로 나누면서 교류하고 만남을 지속해 나갔다. 1996년에는 여성생산자연수가 처음 으로 열렸다.

생산=소비, 만남의 장을 열다 1988년 11월, 서울 성북동에서 첫 번째 ‘한살림 가족잔치’가 열렸다. 그간 한살림운 동을 펼쳐 온 생산자‧소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격려하고 정을 나누고자 잔치를 열었다. 생산지에서 가져온 먹을거리와 조합원 공동 체에서 준비한 음식이 한데 차려지고 역할극과 공동 놀이, 나눔터 등이 벌어졌다. 이후 해마다 가을이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잔치 마당이 어김없이 열 렸다. 1992년부터는 장소를 야외로 옮겨 일반 시민 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한살림장터’를 열었고, 현 재는 ‘가을걷이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곳곳에

한살림 가족잔치(1988)

서 이어지고 있다.

한살림 장터(1993)

생산자-소비자 나눔 잔치(1989)

1989년 6월 단오절 무렵에는 충북 음성 성미마을에서 생산자-소비자 나눔 잔치가 열렸다. “이제껏 얼굴조차 모르던 분들이 나와 우리의 생명의 파수꾼으로서 묵묵히 고 생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 우리도 그분들의 생존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하나 됨의 기쁨을 마음 가득 채우고 돌아왔다”는 한 조합원의 후기처럼, 많은 조합원들은 생산지를 방문하면서 비로소 ‘한살림 한다는

제1장 한살림의 탄생과 성장 19


것’을 자연스레 몸으로 느끼고 이해했다. 생산지 방문 은 ‘불신의 사회를 극복하고 믿음의 사회를 만들어가 는’ 한살림운동을 조금씩 실현해가는 장이 되었다.이 후 해마다 단오잔치, 봄철의 딸기 체험, 추수철 벼 베 기 행사, 생산지 일손 돕기 등을 열어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만남을 지속해 왔다. 1989년 7월에는 강원 홍천 산촌마을에서 어린이여

한살림대전생협 어린이 여름생명학교(2013)

름학교를 열었다. 도시 아이들이 여름방학 동안 시골 친구들과 함께 자연에서 어울려 놀고, 밥상이 어떻게 차려지는가를 알게 하고 나아가 한살림이 만들어가고 자 하는 세상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준비 했다. 1992년부터는 ‘어린이생명학교’라는 이름으로 생산지에서 농사일을 체험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계절 학교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한살림성남용인생협 어린이 가을생명학교(2015)

이렇게 생산자-소비자 만남의 장과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지는 경험은 이후 한살림 활동에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3) 한살림을 선언하다 한살림은 생산-소비 직거래와 공동체, 유기농업운동을 포함 하여 삶 전반에서 생명 세계관에 입각한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 들어간다는 실천 목표를 두고 있었다. 대중을 대상으로 협동운 동을 보다 구체적이고 광범위하게 펼쳐 나가자는 취지로 1989 년 10월 한살림모임을 창립했다. 원주캠프 활동가들 외에도 환 경운동, 문화운동 영역의 구성원들이 여럿 참여했다. 창립총회에서 발표된 [한살림선언]에는 앞서 ‘생명 운동에 관 한 원주보고서’(1982)를 통해 발표한 생명운동의 내용과 방향이 보다 구체적으로 담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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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산업문명 전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면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원주 지역에 서 전개된 지역사회개발운동과 가톨릭농민회 등 현장 운동의 경험에 더해 전통사상과 민중문화, 서구의 사회운동과 신과학에 이르기까지, 사전 공부모임에서 학습하고 토론 한 내용들을 두루 참조했다. 한살림모임 준비위원회‘ 구성원들이 함께 정리하고 최혜성 이 대표 집필한 ‘선언’은 근대를 넘어 새로운 문명의 도래를 내다보는 당시의 시대 인식 을 반영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모든 존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명의 세계관 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한살림모임은 생명운동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공부모임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한살 림’이라는 제목의 회보와 무크지를 발간하고 번역 출판물과 영상자료를 출판‧보급했으 며 대중강좌를 여는 등 한살림운동을 사회로 확장하기 위한 활동들도 펼쳐 나갔다. 그 러나 운영의 어려움 등으로 지속하지 못하고 1994년 사단법인한살림으로 통합되었다.

3. 전국으로 퍼져가는 밥상상림 농업살림 1) 곳곳에서 싹트는 한살림운동 한살림운동의 뿌리 - 원주 한살림농산 설립 1년 전 원주에서는 유기농업과 도농직거래운동을 구현할 조직의 필 요성에 따라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는 이야기를 앞서 했다. 여기에는 공동체 적 삶의 지향에 공감한 농민 생산자들과 조합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원주소비자협동조 합은 처음에는 밝음신협의 조직망을 활용해 가구별 공급을 하다가 1988년부터 서울의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공동체 공급 방식을 도입해 생활공동체를 조직했고, 1990년 5차 총회에서 원주한살림소비자협동조합으로 명칭을 바꾸어 한살림 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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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같은 대도시에 비해 인구가 많지 않은 원주 지역에서 유기농산물 직거래를 정착 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 으나, 지역 가톨릭교회와 신용협동조합, 소비자협동 조합 등의 기반이 있었던 덕분에 공동의 직거래 사업 을 모색하며 지속해올 수 있었다. 참기름공장을 설립 하고 두부생산시설을 만드 는 등 별도 사업 기반도 마 참기름공장 기름틀 축성식에서 지학순 주교 (1987)

련했다. 이렇게 원주에서

생산한 참기름, 들기름은 한살림농산(서울 제기동) 초기 주요 물품 가운데 하나였다. 이 후 원주 지역사회 안에서 생산과 소비를 조직하고 확장하며 협동경제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도 한살림은 중심 역할을 해 왔다.

직거래 소협에서 한살림운동으로 - 경남, 강릉 경남한살림은 가톨릭농민회운동이 주축이 되고 지역의 여러 사회운동이 함께 참여해 태동했다. 이들은 1985년 도농공동체교육을 시작으로, 농촌의 어려운 현실과 환경오염 실태 등을 학습하고 생명공동체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해 나갔다. 그리고 그 구 체적 방법으로 생산자-소비자가 함께하는 직거래 방식을 택해 이듬해 경남소비자협동 조합(경남소협)을 창립했다. 초기부터 원주소협 사례를 참고해 반조직을 만들고, 당시 일반적인 소협들과 달리 생산자-소비자의 지속적 관계를 중시하는 등 한살림운동의 지 향을 공유하고 있었던 경남소협은 1991년에 제4차 총회에서 경남한살림소비자협동조 합으로 명칭을 바꾸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경남한살림의 초기 활동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우리밀살리기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1984년 정부에서 밀 수매를 중단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밀밭이 사라지고 씨앗까지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1987년 경남소협 상무였던 김석호가 합천에 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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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씨앗을 심었고 통밀가루를 만들어 경남소협과 다른 지역 한살림에 공급했는데 조합 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19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를 창립하고 국수와 빵, 과자 등 밀 가공품도 만들면서 수입밀가루가 대부분 시장을 점유한 가운데서도 우리밀을 되살리 고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강릉 지역에는 1988년 강릉소비자협동조합이 설립돼 활동하고 있었다. 1992년 무 위당 장일순에게 한살림공동체에 대한 강의를 듣고 한살림운동에 함께할 것을 결의하 여, 이듬해 한살림으로 조직명칭을 변경했다(현 한살림강원영동생협). 바다에 접한 지리 적 이점을 살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 젓갈을 개발해 다른 지역 한살림에 공급 하기도 했으며, 이후 다른 지역에서 자체 생산 기반들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의 중심에 서 촉매‧지원 역할을 해 온 것이 특징이다.

충북 지역 협동운동‧농민운동 - 청주 충북 지역 한살림운동의 역사는 충북농촌개발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농촌개발회 는 1968년부터 충북 지역 일대에 신용협동조합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농민운동을 지원 해 왔으며, 귀농연수원을 통해 귀농인을 키우고 유기농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해왔다. 1993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 민간 유기농업 연구소 및 기술센터 역 할을 하고 있는 흙살림 또한 충북농촌개발회를 모태로 탄생했다. 2002년 충북농촌개발 회는 ‘눈비산마을’로 명칭을 변경해, 현재까지 자급자족 농업 공동체를 지속하면서, 유 정란과 그를 이용한 가공품을 생산하여 한살림에 공급하는 대표적인 생산지 가운데 한 곳이다. 충북 지역에서는 1988년부터 한살림 안내모임과 강연회 등을 열고 일본 생협을 견학 하는 등의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동시에 지역 생산자를 조직해 서울의 한살림에 유기농 쌀과 유정란을 공급했다. 1989년 당시 충북농촌개발회의 조희부와 청주신협의 손영배, 음성에서 무농약 농사를 짓던 최재명 생산자와 가톨릭농민회 회원 등이 청주한살림준비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 직거래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농업회사법인청주한살림 을 창립한 뒤 2006년 생협으로 전환할 때까지 협동조합이 아닌 방식으로 직거래 조직 을 운영한 것도 독특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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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지역에는 특히나 한 살림 생산지가 많아 초기부 터 생명학교 등 생산지 방 문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적극적으로 생산지를 발굴하고 생산자를 조직하 는 데 크게 역할을 했다. 개 인적 경험과 신념으로 무농 한살림공동체 대표자 연수회(충북농촌개발회 1990)

약 농사를 지었지만 판로가 없는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

고 어렵게 농사지은 무농약 농산물을 일반 농산물과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가치를 알고 인정해 주는 소비자들을 만나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갖 게 되자 생산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한살림 활동에 참여했고 이웃 지역에 소개해 생산 지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문화운동·지역공동체운동 - 광주, 대구, 부산 광주의 한살림운동은 지역 문화운동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1987년 해남에서 YMCA 활동을 하던 김성종은 김지하 시인의 권유로 감잎차 생산 공동체를 결성하고, ‘무등산 감잎차’를 서울한살림생협과 인근 찻집으로 공급했다. 공동체에는 다양한 분야 문화예 술인이 오가며 생산활동과 문화예술활동을 함께해 나갔다. 1988년 ‘더불어 사는 공동 체 한살림’이라는 이름으로 직판 매장을 열어 쌀과 잡곡, 유정란과 함께 문화상품을 전 시해 판매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생명운동, 문화운동, 전통예술, 유기농업 등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다. 공동체는 몇 해 뒤 해산되었으나 공부모임은 ‘틈’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었다. 한살림광주생협의 전신은 2003년 설립되었다. 설립된 협동조합은 이전 공동체와 조 직적 연속성은 없었으나 문화운동에 대한 의지와 더불어 구성원의 연결고리가 일부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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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했다. 경기도 물류센터와 거리가 먼 탓에 자연스레 지역 물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했고, 함께한 지역 생산자들은 경영이 안정되도록 도움을 주고 조합원 교육과 확산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고향인 경남 창녕 지역에서 농촌공동체운동을 시작한 천규석은 당시 원주와 서울, 경남에서 시작된 직거래 조직을 대구에서 만들고자 했다. 서울의 한살림모임과 연계해 1990년 대구한살림모임을 만들고 곧 이어 대구한살림소비자협동조합을 창립했다. 1991년 창간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격월간 『녹색평론』이 당시 대구한살림생협 의 기관지라고 자처했을 정도로 두 기관은 상호 동일한 철학적‧사상적 바탕을 공유하고 있었다. 1996년 농민들과 귀농희망자, 도시민들이 함께 농사짓고 공동체를 일구는 자 급자치 소농공동체로서 ‘공생농두레’를 만들어 10여 년간 운영해 온 것은 의미 있는 실 험이었다. 부산 지역에서도 1990년대 문화운동 그룹을 중심으로 [한살림선언]과 장일순의 글, 김지하의 생명사상 등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었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1993년 부산한 살림공동체를 창립하고 물품 공급을 시작했다. 농업과 전통문화, 공동체를 강조하며 활 동을 전개해 온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2) 지역에서 지역으로 2000년대 초중반 무렵 곳곳에서 지역 생협이 창립되면서 한살림운동이 전국으로 확 산되어 갔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도농복합 성격을 띠고 있는 지역들로, 대부분 인근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한 곳이 많다. 충남 아산 지역에서는 한살림의 대표 생산지 중 하나였던 푸른들영농조합에서 1998 년부터 지역공급을 시작하면서 기틀을 다져오다 2002년 한살림천안아산생활협동조합 을 창립한다. 전북 정읍에서는 2002년 정읍생명문화교육연대 주관으로 생협학교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2003년 매장을 열고 한살림 지역 생협으로 출발했다. 당시 생명문화교육연대 활동에 참여하던 정읍 칠보면 일대의 생산 공동체에서 두부, 콩나물, 장류, 유정란, 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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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등 20~30여 가지 지역 물품을 공급했다. 전체 공급 규모가 크지는 않았으나 생협 물품에서 지역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이니 그 의미가 남달랐다. 경기도 여주 지역에서는 2002년 금당리로 귀농한 곽현용과 지역 생산자들, 소비자 회원 100명이 함께 한살림여주이천생활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한살림운동에 참여했다. 당시 한살림사업연합의 지원을 받아 전국 물품과 지역 생산 물품을 공급했고 사업 영역을 경기도 광주로 확장하고 2007년 한살림여주이천광주생활협동조합 창립총 회를 개최했다(현 한살림경기동부생협). 전남 여수에서는 전석호 목사 중심으로 지역 사회운동 단체들이 함께 출범한 여수 YMCA생활협동조합이 2002년 한살림여수광양으로 재창립했으며(현 한살림전남남부), 경북 지역에서는 상주, 영주, 안동 등에서 이어져 오던 지역 모임과 생산자들의 기반 위에서 2011년 한살림경북북부생협이 창립되었다.

수도권에서도 2000년대 들어 지역 분화가 시작되었다. 사단법인 한살림에 속해 있던 고양지부가 2003년 1월 한살림고양파주생협으로 가장 먼저 분화하였고, 같은 해 11월 한살림서울생협을 창립, 그 뒤로 한살림성남용인생협(2006), 한살림경기남부생협(2008, 2006년 분화된 한살림과천생협과 한살림서울생협에 속해있던 군포·의왕 지역 통합) 등으로 분화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밖에도 여러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한살림운동을 함께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1990년부터 준비 모임 형태로 한살림생활공동체를 모색하던 대전 지역은 한살림청주 생협의 지원을 받아 매장을 개장하면서 2001년 한살림대전생협으로 분화하였다. 충주 지역에서는 2002년부터 환경운동과 생활이 만나는 지점을 고민하면서 한살림운동이 시작되었고, 마찬가지로 한살림청주생협의 지원을 받아 2004년 한살림충주제천생협으 로 분화 독립했다. 한살림부산생협에서 공급 일부를 담당하던 울산 지역에서는 적극적인 조합원 확대와 활동 이 일어나 2003년부터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전국 조직의 지원 에 힘입어 한살림제주생협이 탄생했다. 이전에 한살림천안아산생협 지역에 포함돼 있 던 경기 일부 지역이 분리되어 한살림경기서남부생협(2012)으로, 한살림원주생협에서 운영하던 춘천 매장을 기반으로 한살림춘천생협(2015)이 각각 창립하는 등 지역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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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춘천은 1990년경부터 ‘춘천한살림’이라는 이름으로 농산물 직 거래 활동을 해 온 전력이 있던 지역이기도 하다.

‘생명운동’이라는 큰 틀에 동의하지만 각 지역마다의 다른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따 라, 또한 참여 주체의 성향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빛깔을 띠며, 같으면서도 다른 한살림 운동이 전개되었다. 어느 조직이든 초기 설립부터 안정기에 이르기까지 그 밑바탕엔 지 역사회와 전국 조직의 지원과 임원, 활동가, 실무자, 생산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한편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과 광주, 대구, 부산의 한살림공동체 등 초기 명칭 에서 보듯 한살림은 공동체운동의 이상을 주요하게 가지고 있었다. 이웃끼리 문을 열게 한 초창기 생활공동체와 마을살림 모임은 지역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지역살림 활동으로 이어져 왔다. 농촌에서도 생산 공동체는 농업살림의 기본 조직 단위 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각 공동체와 지역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강좌와 공부모임을 열어 정보를 나누고 배우고 소통하면서 한살림운동이 점차 성장하고 성숙해 왔다.

3)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한살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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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방영된 <한혜석 주부의 한살림 일기>6)가 초기 조합 원 확대에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 2002년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7)이 방영되면서 한살림은 또 한 번 일대 전환기를 맞이한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 으며 가입하는 조합원이 급격히 늘면서 몇 년 사이 빠른 규모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2000년까지 2만 명 수준이던 조합원(회원) 수는 4년 뒤인 2004년 10만 명에 이르렀다. 공급 방식이 공동체공급에서 개별 공급으로 바뀌는 동시에 매장 개설과 이용도 점차 늘어났다. 매장은 물품 이용뿐 아니라 조합원 맞이, 활동의 거점으로서 의미를 가지면 서 곳곳에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주로 지역에서 물품을 개발하고 자체 공급 해오다 점차 전국 물류에 대 한 모색이 시작되면서 1996 년 경기도 광주에 물류센터 를 설립했다. 인터넷 한살림 장보기 페이지를 통한 온라 인 주문 공급도 2000년부터 시작되었다. 2002년 한살 한살림 물류센터 준공 (경기 광주, 1996)

림사업연합 설립과 전국 물

6) 1989년 KBS 1TV 문화기획 이규환 감독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당시 스물아홉에 결혼 4년차, 두 아 이의 엄마이던 한혜석 주부의 일상을 통해 한살림의 생산지 및 생산자 소개, 공동체 활동을 소개 하며 한살림의 시대적 의미, 유기농업의 의미를 두루 짚어 보는 작품이었다. 방송을 본 주부들에 게 더불어 사는 유기농업의 정신을 지키며 농약과 화학비료를 멀리하고 농촌과 도시에서 공동체 를 만들어가는 한살림 사람들의 모습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살림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큰 계기가 되었다. 7) 2002년 3월 SBS에서 신년특집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현대인들의 잘 못된 식생활 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폭로하고 바른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안전하고 좋 은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발하여 친환경 유기농산물 수요 확대와 생협의 성장에 큰 영 향을 미쳤다. 방송이 나간 뒤 한살림에는 회원가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폭증했고 예상을 뛰어넘는 급격한 회원증가와 공급량 신장을 가져왔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의 특성상 늘어난 수요량을 바로 뒷받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부 품목의 경우 고질적인 결품 상황이 발생하여 신규 회원들의 가 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불만어린 목소리도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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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의 통합으로 인해 각 회원 생협에서는 기존에 지역 생산자와 지역 물품이 차지했던 비중이 줄어든 반면 물품 사업에 효율을 더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시 지역 물품 을 늘리고 지역 물류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이 없을지에 대한 고민 또한 계속하고 있다. 또 특정 생산지와 연계해 꾸러미 사업(외국에서는 공동체지원농업(CSAㆍ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시 소비자들이 1년 단위 등 일정 기간 동안의 농업 경영비를 농가에 선지불하고 수확기나 매 달 단위로 농산물을 현물로 제공 받는 유형의 농산물 직거래 방식이다. 보통 제철에 나오는 농산물이나 가공품 등을 고루 섞어 보내며 농가의 사정에 따라 때마다 다르게 보낸다)을 운영하는 등 생산자와 소비자 가 더 가깝게 만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생산자들은 해마다 생산자 연수회 를 열어, 생명농업을 앞장서 실천해 오면서 겪은 어려움과 축적한 생산 기술과 경험을 공유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충남 아산 산정리에서 ‘지역농업’을, 강원 홍천 명동리에 서 ‘농약 없는 마을’을 선포하며 생산 공동체와 시‧군 연합회를 중심으로 유기농업 확산과 지역순환농업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져왔다. 물품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그만큼의 생산량과 생산 면적 또한 늘어났다. 한살 림 역사에서 농업살림의 의미는 한살림 내에만 머물지 않기에 한살림 생산자와 농지가 늘어나는 과정은 곧 우리 농업 기반을 지키는 동시에 친환경유기농업이 확립되고 성장 해 온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1990년대 초반 우리밀살리 기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을 포함해 우리 땅에서 난 가까운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 는 일에 함께해 왔다. 1993년 창립해 국내 유기농업 확산에 기여한 흙살림연구모임과 이듬해 창립된 환경농업단체연합회에도 한살림은 중심 역할을 했다. 이러한 흐름은 1997년 환경농업육성법(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도 영향을 주었다. 한살림은 먹을거리 직거래를 중심에 두고 가정과 지역에서 땅과 물을 살리는 환경 실천운동을 펼치며 생활운동으로 확장해갔다. ‘공해추방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운동 이 본격화되었던 1980~90년대에는 폐식용유를 모아 재생비누를 만드는 활동들을 지역 모임 단위로 활발히 진행했다. 1991년 협성생산공동체(현 물살림)에서 폐식용유를 재 활용해 가루비누를 만든 이후 먹을거리뿐 아니라 환경을 고려하는 생활용품들로 물품이

제1장 한살림의 탄생과 성장 29


확대되었다. 1990년대 후 반 시작한 수돗물불소화 반 대 운동은 이후 ‘불소 없는 치약’의 개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활동 의제도 조합원 주체 의 성장과 사회 변화 흐름 속에서 함께 변화해 왔다. (유기)농지와 생태계를 위 아파트 홍보장터 한편에서 진행한 비누 만들기(1996)

협하는 각종 개발사업(골프

장 건설, 새만금, 4대강 사업 등)에 반대하는 활동과 함께, 농지법 개정 등 제도 개선에 도 목소리를 냈다. 2000년대 초반 불거진 유전자조작식품(GMO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문제와 학교급식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 연대체에 참여하고 교육과 홍보 활동을 계속해 왔으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 후에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물품을 공급하는 것과 더불어 탈핵을 주요 의제로 삼아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처럼 한살림은 내외부적 요인과 환경에 조응하며 조직 운영과 사업, 활동에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큰 틀에서의 지향과 목적은 달라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생산과 소비 가 함께하는 협동조합 조직에 대한 모색이나 생명문화의 확산을 표방한 ‘한살림모임’의 실천 경험 등 한살림이 지나온 길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 에 관심을 기울이고, 조합원 주체성에 대해 안팎에서 이야기하는 이때 구성원 스스로가 ‘생산-소비 하나’와 ‘생명운동’의 이상을 민주적 참여로 실현해 나가고 있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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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조직 운영 변화 (전국조직 틀 변화 / 생산․소비 조직 창립과 분화)

연도

문화 운동/ 전문 기관8)

직거래 (물류)

전국 기구9)

생산 조직

소비 조직

자회사/ 사회적 경제 부문10)

원주사회개발위원회 충북농촌개발회

1970~80 년대 한살림 농산

1986 1987

한살림 생산자 협의회

1988 1989

한살림 공동체 소협

한살림 모임

청주한살림 (준)

원주한살림11) 한살림대구

1990 한살림 생활공동 체전국 협의회

1991 1992 1993

경남한살림12) 강릉한살림13) 부산한살림

해산

1994

한살림공동체소협->(사)한살림으로 전환 (지역 조직 참여)

1995 1996 1997 1998 1999 한살림 전국 협의회

2000 2001 2002

2003

모심과 살림 연구소

한살림 사업 연합 한살림생산 자모임15)

한살림 고양16)

한살림대전 한살림 여수광양14) 한살림 천안아산 한살림 정읍전주17)

제1장 한살림의 탄생과 성장 31


한살림 서울

한살림광주 한살림충주제천

(사)한살

2004

림18)

한살림 우리밀제과

한살림 과천19) 한살림 성남용인

2005 2006 한살림 전국생산자 연합회

2007 2008

한살림울산

한살림 여주이천광주 20)

한살림 경기남부

도서출판 한살림

한살림제주

2009 2010 2011

한살림연합

2014

2015

한살림 경북북부 한살림 경기서남부

2012 2013

한살림생산 자연합회

한살림 햇빛발전 협동조합

식생활 교육센터 한살림 물류지원 협동조합

한살림 연수원

한살림 재단

한살림춘천

우리 보리살림 협동조합 한살림 운송 협동조합

8) 생명운동과 생활문화운동의 확산을 위해 설립한 모심과살림연구소, 도서출판한살림, 한살림연수원, 식생활교육센터 등도 각각 분화하여 현재 독자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15년 설립된 한살림 재단에서는 기금운용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9) 한살림농산과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은 전국 각지에서 지역한살림이 태동하는 데 든든한 기 반이자 지원 역할을 했다. 1994년 사단법인한살림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수도권 지역에서의 직거래 사업과 동시에 지역조직을 지원하는 기능을 일부 담당했다. 전국 조직의 협의체로서 1991년 ‘전 국협의회’를 결성했으나 당시에는 전국 단위의 긴밀한 연대활동보다는 지역의 한살림 조직들 각 각의 특성에 맞게 자체적으로 운영되었다. 1998년에 다시 운영방향을 논의하여 ‘한살림운동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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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조직 명칭은 당시 기준으로 표기하였음. <참고자료> 『스무살 한살림 세상을 껴안다』, 모심과살림연구소 씀, 그물코, 2006. 지역한살림운동사 구술 녹취록(원주, 충북, 경남, 광주), 모심과살림연구소, 2011~2015. 한살림(소협‧모임) 소식지 및 지역별 역사 자료

극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실천하는 기구’로서 그 목적을 정하고 공식적으로 전국 조직의 설립 승인 등의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이 기능은 사단법인한살림을 거쳐 2011년 창립된 한 살림연합(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으로 이어진다. 10)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다양한 협동조합을 설립하며 사업과 활동 영역들을 생성, 분화해나가 고 있다. 여기에서는 전국 단위에서 설립 지원한 것에 한해 기재하였으나 이 밖에도 지역/단위조 직과의 관계 속에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지고 운영 중에 있다. 11) 원주소협(1985)에서 명칭 변경 12) 경남소협(1986)에서 명칭 변경 13) 강릉소협(1988)에서 명칭 변경, 이후 한살림강원영동으로 명칭 변경 14) 이후 한살림여수목포(2010), 한살림전남남부(2011)로 명칭 변경 15) 한살림전국생산자연합회(2007), 한살림생산자연합회(2011)로 명칭 변경 16) 한살림고양파주로 명칭변경(2007) 17) 한살림전북으로 명칭 변경(2012) 18) 전국조직으로 재출범 19) 한살림경기남부로 통합(2008) 20) 한살림경기동부로 명칭 변경(2016)

제1장 한살림의 탄생과 성장 33


제2장 한살림철학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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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한살림철학인가?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 한살림은 조금 이상한 곳이다. 밖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적지 않다. “생 산과 소비가 하나”라고 주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밥 한 그릇 안에 우주’=가 있다고 말 하고, ‘문명’이니 ‘영성’이니 하는 일반 사회단체에서 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범상치 않다. ‘노자’나 ‘동학’이 사상적 뿌리로 언급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한살림 매장은 말 그대로 매장賣場, ‘파는 곳’인데 간판 한 쪽에는 “생명의 먹을거리 나눔터”라고 써 있다. 물론 그냥 홍보성 문구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평소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호혜관계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그렇게 간단치 않은 것 같다. 홍보물 내용도 범상치 않다. 밥상살림, 농업살림은 그나마 어렵지 않지만, ‘낱 하나이면서 모두’ 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한’에 대한 설명은 만만치 않다. 요컨대 뭔가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하고 심오한 무엇이 있는 듯하기도 하다. ‘철학이 있는 한살림’이라고나 할까. 국어사전을 보면 철학이란, 첫 번째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되어 있다. 두 번째로는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그렇다. 한살림에는 한살림철학이라고 말할 만한 삶과 세계의 근본 원리에 대한 나름 의 생각과 인간과 사회와 자연을 보는 일관된 입장이 있는 듯하다. 한살림에서 흔히 쓰 는 ‘모심’이나 ‘살림’이라는 말도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한살림만 의 언어이다. 예를 들어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말은 한살림 고유의 모토이면서도, 생명 세계 의 보편 이치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모든 존재는 살아 있으며,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개체 안에 전체가 담겨 있다는 하나의 철학적 세계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컨대 ‘한살림’이란 말은 ‘한살림’이라는 한 단체의 명칭이기도 하지만, 이 세계를 거대한 유기체 혹은 ‘살아 있는 전체’라고 보는 철학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핵심 개념인 것이다. 한살림의 철학과 실천 방향을 정리해놓은 [한살림선언]은 “한살림은 생명의 이 념이자 활동”이라고 명언한다. 정말 ‘한살림철학’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한 셈이다. 새로

제2장 한살림철학의 이해 35


운 눈을 뜨게 하는 한살림철학, 한살림 사업과 활동의 비밀의 숨어 있는 한살림철학,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한살림철학이라고나 할까.

2. 아주 간단한 한살림철학의 역사 모든 사상과 철학이 그러하듯이 한살림철학도 나름의 탄생 배경과 역사를 가지고 있 다. 특별히 원주를 중심으로 1970년대와 80년대 민주주의와 민중 생존권, 그리고 새로 운 협동운동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실천이 바탕이 되었으며, 가톨릭과 동학 등 종교 배 경과 활동주 체들의 깊은 성찰과 자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열쇠말은 물론 ‘생 명’이다.

1) ‘생명’에 대한 자각 ‘살림’이라는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한살림철학의 열쇠말은 ‘생명’이다. 삶, 살 아 있음, 생존, 생활, 생태, 생계의 그 ‘생生’이다. 그리고 ‘명命’. 짐작할 수 있듯이 한살림철학에서 ‘생명’이라는 말은 목숨이라는 좁은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살아 있는 전체”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은 종교와 철학 에서 보편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삶/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 음을 사회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한국 사회운동 역사에서 ‘생명’에 대한 자각과 재발견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 그리 고 이에 기초한 담론과 사회적 행동이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 초이다. 강원도 원주가 그 고향인 셈이다. 1970년대 가톨릭 원주교구의 지학순 주교와 재야 사회운동가 장일순, 그리고 원주의 청년 사회운동가들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협동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을 벌이는 한편, 박정희 정권에 맞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1977년 즈음 장일순에게 문득 하나의 깨달음이 왔다고 한다. 훗날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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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나였다는 것을‘ 이라고 전해지는 바로 그 이야기이다. 독재에 맞서 치열하게 저항 해야 하지만, 상대 역시 나의 일부라는 자각이었다. 한 사람의 영혼과 한 포기 들풀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고, 모든 존재 안에 있는 숨어 있는 ’깊은 하나 됨‘에 대한 각성이라 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기 시인 김지하가 감옥 안에서 비슷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 유명한, 창살에 돋아난 개가죽나무 이야기‘21)가 그것이다. 편재하 는 생명에 대한 깨달음이 그것이다. 그것은 육체적 목숨이나 정치사회적 관계로만 규정 되어 온 인간에 대한 재발견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가 그러하듯 이, 한 사람 안에 있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자각이었다. ‘사회적 존재’를 넘어 인간의 생태적, 우주적 실존에 대한 각성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각성은 사회운동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1980년 말 김지하가 감옥에서 나온 후 장일순을 중심으로 원주의 사회운동가들이 깊이 공부하고 토론을 계속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이른바 ‘생명운동에 관한 원주보고서’이다. 1982년 초에 공개된 이 문서의 제목은 ‘생명의 세계관 확립과 협동적 생존의 확장‘이 었다. 그 제목에 문서의 지향과 목표가 잘 드러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사상 혁명이었다. 원주의 사회운동 그룹은 원주캠프는 문서를 통해 이 시대를 ‘생명 위기 시대’로 진단하 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동적 삶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며, 나아가 자본주 의와 사회주의를 동시에 넘어서는 ‘문명의 전환’이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존의 ‘유물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전통적인 사회운동으로부터 ‘생명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 21) 1970년 후반 어느 봄날 아침, 감옥 안에서 김지하는 쇠창살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비칠 때 바깥 에서 날아들어 온 새하얀 민들레 꽃씨들이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며 춤추는 것을 보았다. 또 쇠 창살과 시멘트 받침 사이에 빗발이 몰아쳐 홈이 파이고, 거기에 흙먼지가 날아와 쌓이고, 거기에 또 멀리서 풀씨가 날아와 싹을 틔우는 것을 보았다. 풀씨는 빗방울을 빨아 들여 무럭무럭 자라났 다. 개가죽나무였다. 그 개가죽나무가 유난히 푸르고 키도 커 신기해 보였다. ‘생명! 생명!’ 하는 메아리가 허공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저런 미물들도 생명이매 못 가는 데가 없는데 하물며 고 등 생명인 인간이 벽돌담과 시멘트 벽 하나의 안팎을 넘나들지 못해서 안달인가’ 하는 생각이 머 리를 스쳤다고 그는 술회한다. 김지하는 그 후 100일간의 참선에 들어갔다. 그에게는 그게 ‘생명 연습’이었다. 이때가 바로 10·26 직후였다. 교도관이 사방을 둘러보고 난 뒤 오른손으로 자기 목 을 탁 끊는 시늉을 하며 박정희의 ‘유고(有故)’를 전해주었다. 이어 1980년 5월에는 광주민주화운 동이 일어났다. 국내외의 지속적인 석방운동으로 김지하는 1980년 12월 12일이 되어서야 투옥 5년 9개월 만에 석방됐다. 신동아, 윤무한, <건국 60주년 특별연재/ 책으로 본 한국 현대인물사⑤/ ‘오 적’ 생명담론과 김지하>, 2009, 재인용

제2장 한살림철학의 이해 37


는 새로운 사회운동, 즉 생명운동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2) 한살림, 생명사상의 실천 이후 원주캠프는 새로운 철학과 실천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한 학습과 토론을 전개하 는 한편, 일본과 대만을 방문하여 유기농업과 생활협동조합 현장을 견학한다. 그 성과 로 1985년 도농직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원주소비자협동조합(현 한살림원주생협)’을 만든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6년 12월 서울에 ‘한살림농산’이 열렸다. ‘생명’을 화두로 하는 사회적 실천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땅과 사람, 물건과 물건,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갈라지고 못 믿는 사이가 되는 삶이 살림의 삶일까요, 죽임의 삶일까요? 농산물값이 내려가면 농민은 울고 소비자는 좋아하 고, 농산물값이 올라가면 소비자는 울고 농민은 좋아합니다. 이처럼 다른 이의 아픔이 나의 기쁨이 되는 삶이 옳은 삶일까요?” 1987년 1월 ‘한살림을 시작하면서’라는 제목으로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살림 농산 창립을 주도한 박재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아파하 면서 ‘죽임의 삶’에서 ‘살림의 삶’으로 전환을 호소한다. 한살림은 “생산과 소비는 하나 다”를 모토로 ‘생산-소비 협동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그동안 ‘딴 살림’으로만 존재했던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가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된다는 것, 말 그대로 ‘협동적 생존의 확장’이었다. 사실 생산자-소비자 직거래는 196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생산 농가와 소비자가 직 접 결합되는 산소제휴産消提携농업에서 크게 배운 것이었다. 하지만 한살림의 직거래운 동은 생명사상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살림의 직거래는 생산 자와 소비자 사이가 단순히 경제 편익 도모를 위한 관계로 머물지 않는다. 한살림의 협 동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 인간과 자연은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바탕 으로 하는 것이다. 농민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은 서로 살리는 공동체이며, 밥상을 살 리는 일이 곧 땅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는 일이 된다. 한살림운동은 ‘모든 생명은 하나’ 라는 한살림철학이 사회 실천으로 나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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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살림선언 이렇듯 생명사상과 한살림철학은 사회적 실천의 현장에서 몸으로 얻은 깨달음이었 다. 그리고 한살림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삶과 실천이 태어난 지 3년이 되는 1989년 10 월 역사적인( 문서가 발표된다. 문서를 만들고 발표했던 이들 스스로 공산당선언에 버 금가는 문서라고 자부했던, [한살림선언]이 바로 그것이다. [한살림선언](부제는 ‘생명의 지평을 바라보면서’)은 1989년 10월 28일 대전 신협연 수원에서 열린 <한살림모임> 창립총회에서 발표되었다. <한살림모임>은 유기농산물 직 거래를 매개로 생활공동체운동을 펼치는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한살림농산의 후신)>과 별도로 ‘생명’을 열쇠말로 하는 사상문화운동을 본격화하기 위해 발족되었다. 한살림운동의 선배들은 선언 발표에 앞서 1년여에 걸쳐 환경 위기와 생태주의, 동학 사상, 몬드라곤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공부했다. 공동학습의 성과를 토대로 무위당 장일순과 김지하 시인, 선언을 대표 집필한 최혜성 선생, 그리고 1986년 한살림 창립 이후 오늘의 한살림이 있기까지 20년 이상을 헌신한 고 박재일 회장이 함께 정리 해 발표하게 된다. 그 당시 시대 상황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상태였고,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군사독재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던 시절이었다. 세 계적으로는 구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되어 가던 시점이었 다. [한살림선언]은 야심차게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산업 문명의 쌍생아라고 진단하 며 이를 동시에 뛰어넘고자 했다. 선언은 산업문명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반해, ‘전일적 인 생명의 세계관’을 천명한다. 산업·자본주의 문명의 ‘경제인간’에 반해, 사회적면서 동시에 생태적이고 아울러 우주적인 새로운 인간관을 제시한다. 인간은 자기 안에 하늘 땅 우주를 모시고 있는 ‘높고 위대한’ 존재라는 것이다. 선언은 한살림의 철학적 의미를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 성’,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선언에 따르면 ‘한살림하 는 것’은 새로운 인식·가치·양식을 지향하는 ‘생활문화활동’이면서, 생명의 질서를 실현

제2장 한살림철학의 이해 39


하는 ‘사회적 실천활동’이고, 동시에 자아실현을 위한 ‘생활 수양 활동’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한살림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생명의 통일활동’이라고 말한다. - [한살림선 언] 5장 참조 [한살림선언]은 ‘생명’을 열쇠말로 하는 새 문명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와 민 주화를 시대적 과제로 하던 때에 [한살림선언]의 내용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새로운 차원의 철학과 비전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살림선언]이 하늘에서 똑 떨어진 철학사상적 담론은 아니다. 나름의 사상 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동학을 비롯한 한국의 전통사상, 서유럽의 녹색 생태주의, 그리고 양자역학과 진화생물학 등 새로운 과학의 성과가 그것이다. 특히 동학의 주요 개념들은 [한살림선언]의 기초가 되었다. 한살림운동의 상징이 된 ‘밥 한 그릇’의 깨달 음을 일컫는 식일완만사지食一碗萬事知, 모심의 생명사상을 표현한 천지만물막비시천 주天地萬物莫非侍天主, 존재의 실상을 ‘아니다 그렇다’의 이중문법으로 보여주는 불연기 연不然其然, 물질마저도 공경해야 할 거룩한 존재라고 말하는 경인敬人·경천敬天·경물 敬物의 삼경론, 서로가 밥이 되는 생명 순환의 원리를 표현한 이천식천以天食天, 그리고 ‘지금 여기 나’의 현존을 제사혁명으로 제시한 향아설위向我設位 등이 그것이다. 한살림의 생명사상, 혹은 한살림철학은 이를테면,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의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吾心卽汝心, 오심즉여심).”를 사상적 뿌리로 하여, 무위당 장일순의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그리고 박재일의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로 심화 확장되어 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살림철학은 무엇보다 기독교, 불교, 유교 등 보편 종교의 깨달음, 즉 생명 세계가 근원적으로 ‘하나(oneness)’라는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야 할 듯하다. 다만 그 내용과 언어를 우리의 사상적 전통에서 찾았던 것이다.

3.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 [한살림선언]에 따르면, 인류가 봉착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낡은 세계관에 있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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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인식할 때 우리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본다. 모두 세계관이라는 안경을 쓰고 있는 셈이다. 어떤 이는 세계의 본질이 물질이라고 말하고(유물론), 또 다른 사람들은 정신이 라고 말한다(관념론). 혹은 세계를 하나로 볼 것인가(일원론), 두 개로 나누어 볼 것인가 (이원론) 따위가 그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특정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세계관 에 지배 당한다. [한살림선언]은 현대사회의 지배하는 세계관이 기계론적 세계관이라고 말하고 그 대안으로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을 제시한다.

1) 살아 있는 세계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이란 간단히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즉 삶과 사회, 지구와 우주가 유기체처럼 살아 있다는 생각이다. 기존의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세계관 은 신이나 사람만이 살아 있는 존재일 뿐, 자연 생태계와 물건은 기계와 같이 죽은 존재 로써, 이용과 개발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왔다. 심지어 나 외에 다른 사람도 이해관계의 대상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살아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따져보아야 한다. 숨, 움직임, 따뜻함, 부드러움 등 살아 있다는 경험적 증거 가 많지만, 그것은 단지 일부일 뿐이다. [한살림선언]에서는 이러한 생명 세계의 특징을 기계와 비교해 7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기계가 ‘만들어진 것’이라면, 생명은 ‘자라는 것’이다. 둘째, 기계가 부품의 ‘획일적 집합’이라면, 생명은 부분의 ‘유기적 전체’이다. 셋째, 기계가 ‘경직된 통제’이라면, 생명은 ‘유연한’ 질서이다. 넷째, 기계가 ‘타율적으로 운동’한다면, 생명은 ‘자율적으로 진화’한다. 다섯째, 기계가 ‘폐쇄’된 체계라면, 생명은 ‘개방’된 체계이다. 여섯째, 기계가 직선적인 ‘인과연쇄’에 따라 작동하는 데 비해, 생명은 순환적인 ‘되 먹임고리’에 따라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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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곱째, 생명은 ‘정신’이다. 특히 생명의 관점에서 현대문명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단절/분리’이다. 너와 내가 분리되고, 자연과 인간이 단절되고, 자아와 내면이 분열된다. 땅과 사람이 단절되고, 양 심과 행동이 단절되고, 생산과 소비가 단절된다. 그에 대한 대안은 물론 ‘하나 됨’에 대 한 자각이다. 풀이 땅과 단절되면 살 수 없고, 물고기가 물과 단절되면 살 수 없고, 인간 이 공기와 단절되면 살 수 없듯이 생명세계에서 단절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세계는 ‘살아 있는 전체’인 것이다. 생명은 하나, 온 우주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로 연결된 전체인 생명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정신, 혹은 마음이다. 조금 도식적으로 말하면, 세계는 ‘정신 있는 존재’와 ‘정신 없는 존재’로 나누어진다. 특별히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생명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지성, 감성, 영성이라는 복잡하고도 풍 부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신 과학의 보고에 의하면, 세포 수준, 분자 수준, 양자 수준에서도 마음의 작용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주의 모든 존재들, 즉 인격과 비인격, 생물과 무생물을 막론하고 마음이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사실은 기계마저 도.

2) ‘모심’으로써 살아 있다 그런데 세계가 ‘살아 있다’,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생명 의 세계관 앞에 ‘전일적’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이다. 전일적이라는 말은 영어 ‘홀니스 (wholeness, 전체)’의 형용사형인 ‘홀리스틱(holistic, 전체론의)’의 번역어이다. 한자 로는 ‘전일全一’로 쓴다. ‘모두’와 ‘하나의 뜻을 동시에 갖고 있는 ‘한(=)’과 같은 뜻이 다. ‘한살림’의 그 ‘한’이다. 생명세계는 전일적이다. 전체로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작은 하나’ 속에서 ‘큰 하 나’ 즉 전체가 담겨져 있다. 한살림에서 자주 듣는 ‘밥 한 그릇 속의 생명세계’가 그렇고, 무위당 장일순이 자주 말했던 ‘나락 한 알 속의 우주’가 그렇고, 불교에서 말하는 ‘티끌 속의 우주(一微塵中含十方, 일미진중함시방)’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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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한 알 속의 우주’의 동학적 표현이 ‘모심’이다. ‘모심(侍, 모실시)’이란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가 ‘온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신비 체험을 한 이후 자신의 깨달음을 표현한 ‘시천주侍天主’에서 온 말이다. 직역하면 사람을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하느님(天, 하늘천)을 자기 안에 모시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 안에 있는 우주 혹은 신神 에 대한 자각을 최제우가 최고의 존경과 최대의 겸양의 마음을 담아 당시 언어로 표현 한 것이 ‘모심’이었다. 생명이라는 말 자체에도 모심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한자 뜻을 보면 ‘날 생生’과 ‘목 숨 명命’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이라는 글자는 땅 위에 돋아난 새싹의 모양에서 비롯되 었고 ‘명’이라는 글자는 ‘하늘의 명령’이라는 뜻한다. 그렇다면 생명이란 ‘새싹으로 돋아 난 하늘의 명령’인 셈이다. ‘풀 한 포기에 담긴 코스모스’이고, ‘새싹으로 드러난 우주’ 인 것이다. 그래서 한살림의 선배님들은 “모심으로써 살아있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내 안 에 우주가 모셔져 있어야, 내 안에 명命이 모셔져 있어야 진정 살아 있다는 말이다. 인 간이라는 생명도 모심으로써 영생永生하는 것이다. 내 안에 온 우주가 있고, 풀 한 포기, 종이 한 장도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 된다. 무위당 장일순이 성서에서 인용한 글 ‘아버지 내 안에 계시니’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이제 내 앞에 앉아 있는 그 이가 우주 고, 태극이고, 하느님이다. 조합원이 하느님이고, 생산자가 하느님이다.

3) 한살림철학으로 본 사회, 자연, 그리고 생명 세계를 ‘살아 있는 전체’로 이해한다는 것은 이제 사회와 자연, 그리고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구체화된다. 한살림의 사회관, 자연관, 생명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 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가치관 즉 삶의 우선순위도 변한다. 세계관은 가치관이 된다. 세계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전체’로 보게 되면, 인간과 사 회,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점도, 삶과 사회에 대한 태도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살림선언]에서는 세 가지 각성으로 표현된다.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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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이 그것이다.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 한마디로 사회는 전쟁터가 아니라 “네가 있어 내가 있는 ‘함께 살림터’”라는 말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사회란 각축장이다. 뿔을 들이밀며 서로 제압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전장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까. 한살림철학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낡은 세계관이 만든 허상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며, 적자생존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반영 하고 있다. 생명세계는 경쟁이면서 동시에 협동이다. [한살림선언]에 따르면 공생이 오 히려 생명세계의 본성에 가깝다. 생명의 관점에서 사회란 어울림이다. 이웃과 나는 둘이 아니고 둘이면서 하나이다. 당위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하는 비법이다. 협동적 생존의 확장이 그것이다. 한 자말 공동체共同體는 직역하면 한 몸이라는 말이다. 서로 다른 몸이지만 공통의 무엇 (同, 함께 공)이 있다. 영어 커뮤니티(community)에는 “함께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뜻 이 있다고 한다. 공동체적 삶이란 상품을 팔고사는 관계가 아니라 선물을 주고받는 관 계인 것이다. 그렇지만 공동체적 각성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옛 공동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전통사회 마을처럼 선택권이 원천 봉쇄된 공동체, 하나의 척도로 개인을 억압하는 공 동체가 아니라, 갖가지 꽃들이 제각각 자기답게 만발하는 백화제방의 공동체가 한살림 공동체이다.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개발하고 이용할 대상으 로만 생각한다. 자연은 단지 ‘자원資源’일 뿐이다.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이란 자연을 자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 혹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본다는 뜻이다. 바다의 물고기가 물을 떠날 수 없듯이 인간은 자연을 떠날 수 없다. 자연은 어머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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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자궁이며, 에콜로지(ecology)의 어원이 그렇듯, 자연은 인류의 집이다. 우리는 무심코 자연생태계를 ‘환경(環境, environment)’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연 은 단지 생존 조건이 아니다. 인간은 자연 속 뭇 생명들과 순환적 연결을 통해서만 살아 갈 수 있다. 숨 쉬고, 먹고, 싸는 모든 것이 자연과의 소통 과정이다. 인간과 자연은 상 호작용하는 전체, 말 그대로 ‘한살림’인 것이다. 그러나 생태적 각성이라고 해서, 원시 상태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뭇 생 명과 어울려 서로의 진화를 돕는 공진화共進化 혹은 상생, 즉 서로살림의 관점에서 보아 야 한다. 사람도 진화하지만, 자연도 진화한다. 더욱이 사람은 자연의 진화에 결정적으 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 인간은 자연을 보살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 어쩌면 이 부분이 한살림철학, 혹은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명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주적’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삶의 영역이 사회의 영역, 지구의 영역을 넘어 우주적이라는 뜻이 될 것이다. 사주팔자(명리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명은 태양 과 달과 별들의 우주 조화에 의해 태어나고 자란다”는 의미이다. 눈에 보이는 생명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명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모든 생명체(사실은 모든 존재) 안에는 137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의 정보가 응축되어 있다고 한다. 우주적 기억과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 질과 정신(비물질), 정신과 물질(비정신)의 경계를 넘어 무궁하게 존재하는 무엇이 있다 고 한다. 종교적 언어로는 신, 하느님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한살림선언]에서는 이를 우주생명, 혹은 ‘거룩한 생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살림의 운동의 지향’을 통해 이 렇게 제언한다. “우리는 우리 안에 모셔진 거룩한 생명을 느끼고 그것을 실현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이란 “무궁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자각 과 그러한 삶”을 의미할 것이다. 이때 생명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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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이라는 우상’이란 말이 있다. 생명을 하나의 실체로 여기면 우상이 된다는 뜻이 다. 실제로 자본주의사회에서 생명은 식품산업, 의료산업의 도구가 된다. 자본주의는 생 명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 생명을 상품화한다. 육체에 갇힌 생명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절실하다.

4. 전일적 사고방식 “우리가 얘기하는 생명운동의 핵은 전일성인데, 전全이란 건 보이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가 생활 속에서 경험하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 같은 서투른 사람한테 ‘생명이 뭐 냐?’ 하면 ‘몰라’ 하는 게 정답이라고. 어떻게 말로, 글로 얘기할 수 있어요? 배 맛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말로 얘기하는 것하고 같은 거지.” - 장일순,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전일적 생명 세계관은 사회와 자연, 생명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지만, 기존 사고방식 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생활과 활동, 사업에서의 기계론적 사 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한살림선언]에서 말하는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 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1) 고정 없는 사고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수많은 시각 정보가 시야에 들어 오지만 초점을 맞춘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귀청을 울리는 소리는 오만가지이지만 들리 는 것은 귀 기울이는 것뿐이다. 옆 사람과 속삭이며 산책을 즐길 때, 우리는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지 못한다. 잠시 대화를 멈추고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소쩍새 소리가 들리 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흔히 ‘객관적으로’ 본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학습된 사고, 경험적 사고,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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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자신의 신념 체계를 거쳐 해석한 틀로만 보고 느끼고 판단한다. ‘객관적 실재’란 두 뇌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왜 사람들은 사욕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요?” 라고 묻는 이현주 목사22)의 질문에 무 위당 장일순이 이렇게 답을 한다. “무명無明 때문이야. 깨닫지 못해서, 실재를 보지 못 해서. 그러니까 진리를 몰라서. 그래서 ‘사私’라는 감옥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라“ 대담 집 《노자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실재 혹은 진리의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은 근원적으로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 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내가 만진 것이 진짜 코끼리야” 라고 단정하지만 않으면 된다. 내가 알게 된 것은 세계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다른 사람이 얻은 정보를 주고받으면 어렴풋하게나마 전체 상은 그려 낼 수 있을 것이다. [한살림선언]에서는 주관적 사고라는 감옥을 벗어나는 인식론적 방법으로 불연기연 不然其然을 제시한다. 직역하면 ‘아니다 그렇다’이다. 거칠게 말하면 생명세계의 현상들 은 그 순간 드러난 모습으로는 ‘그렇다’ 이지만, 보이지 않는 잠재력으로 보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건을 ‘아니다 그렇다’의 역설로 보자는 것이다. 생명세계를 고정된 실체로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예컨대 도토리를 보고 ‘도토리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절반만 맞는 말인데 그 안에 숨겨진 ‘떡갈나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옳아, 너는 틀렸어”, “내가 다 알거든” 하는 단정하고 고정하는 사고는 이를테면 ‘인식론적 오만’이라는 것이다.(‘인격적인 오만’과는 무관하다.). 정확히 말하 면 ‘오류’인 셈이다. ‘인식론적 겸손함’이 인간관계의 기초이고 소통과 신뢰의 기초가 된다.

2) ‘덕분에’ 사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본인은 ‘나’로 여기면서 상대방은 ‘그것’ 22) 관옥(觀玉)이라고도 부르며, ‘이 아무개’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목사이자 동화작가이고 변역 문학 가이며, 교회와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드는 글들을 쓰고 있으며, 무위 당 장일순 선생과 함께 《노자이야기》를 펴냈다. - 《노자이야기》 작가 소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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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자신은 주체로, 상대방은 객체로 대상화·도구화하 는 태도이다. “인간은 주체, 자연은 객체”로 보는 사고처럼, 인간 사이에서도 자기만을 주체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관리 대상, 이용 대상, 통제 대상, 소유 대상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돈을 투자해 생산된 물건은 내 것이라는 생각, 나의 노동력으로 생산 해낸 물건은 내 것이라는 생각, 나의 아이디어로 생산된 물건은 내 것이라는 생각은 일 종의 오만이다. 다른 이들의 땀과 인류의 지혜와 자연의 조건 없는 베풂이 없으면 불가 능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람은 밥을 먹고 살지만, 사실은 누군가 밥이 되어 주기 때문에 밥을 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산자가 농산물을 공급하니 소비자가 먹을 수 있고, 소비자가 이용 하기 때문에 생산자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한살림선언]에서 소개하는 ‘하늘로 써 하늘을 먹는다(以天食天, 이천식천).’는 말은 이렇듯 서로가 밥이 되는 관계를 함축적 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나는 ‘덕분에’ 살아 있다. “생명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다른 존재 ‘덕분에’ 살아 있다”는 뜻일 것이다. 관계 속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 다. 이 세상의 일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는 않는 관계망 안에서 덕분에 ‘되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살림선언]에서는 이를 무위이화無爲而化 라고 말한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애써 공을 들이지 않아도 스스로 저절로 이루어진다” 는 뜻인데 핵심은 ‘저절로 이루어진다’이다. 이를테면 활동도, 사업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되어지는 것’이다’. 탁월한 한 사람의 아이디어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협업의 결과로 ‘되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되어진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가 아니다. 인간의 의식적 노력이 반드 시 필요하지만, 생명의 그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되어짐을 돕는 것, 촉매가 되 는 일일 뿐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덕분에’의 진정한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 된다. 상대 방 덕분임을 자각한 ‘나’는 삶의 진화, 사회적 진화의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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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으로 생각하기 전일적 사고방식의 열쇠말은 순 우리말 ‘한’이다. 낱(個, 낱 개) 하나이면서, 온(全, 온전할 전) 하나이면서, 가운데(中, 가운데 중)라는 뜻도 있는 그 ‘한’이다(‘한’은 ‘우두머 리(칸)’, 위대한 존재를 의미하기도 하다). ‘한’은 생명의 존재 양식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은 새로운 사고방식의 열쇠말이 되기도 한다.

낱 하나 안에 온 하나 식일완만사지食一碗萬事知는 한살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문구이다. “밥 한 그릇 안에 세상의 모든 이치가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세계관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위당 장일순의 책 제목 《나락 한 알 속의 우주》처럼, 나락 한 알에서 인간사회와 자연을 포함한 생명세계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한살림 사람이다. 낱 하나 안에 있는 온 하나, 부분 안에 숨어 있는 전체를 보자는 것이다. 숨겨진 질서, 관 계, 흐름을 보자는 것이다.

하나 속 둘 모든 사물에는 이면이 있다. 음양론을 빌어 말하면,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고, 강한 면이 있으면 약한 면이 있다. 어떤 과학자는 ‘드러난 질서’와 ‘숨겨진 질서’ 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경제학자는 ‘양의 경제’와 ‘음의 경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화폐경제가 양의 경제라면, 화폐 없는 선물경제를 음의 경제라고 말한다. 한살림 물품 하나에도 두 가지 측면이 다 담겨 있다. 상품의 측면과 선물의 측면이다. 화폐로 교환되니 분명 상품이지만, 그 안에는 소비자에 대한 생산자의 마음이 담겨 있 으니 선물이기도 하다. 노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품노동(임금노동)과 함께 선물노동 (호혜노동)의 측면이 숨겨져 있는 것 아닐까.

둘이면서 하나 한살림에 확실한 것이 없어 어렵다고는 말하기도 한다. 생산자면 생산자, 소비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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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사업이면 사업 활동이면 활동으로 똑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 안의 또 다른 면에 주의를 기울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둘로 나눠진 것 사이의 하나 됨을 놓치기 쉽다. 머릿속에서는 그렇지 않는데 일상에서는 그렇게 된다. 그런데 생명의 세계관으로 보면 “하나가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가까이는 부부가 그렇고, 생산-소비가 그렇다. 불교에서는 불일불이不一不二, “하나도 아니고 둘 도 아니다”라고 말한단. 반대로 하나이기도 하고 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원래 불일불이는 불일불이不一不異에서 왔다고 한다. 연결되었으면서도 각기 다른 모양을 지님, 다른 말로 각각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지만 뿌리는 하나인 것이다. 베트남 출신으로 세계적인 불교 수행자인 틱낫한 스님은 불일불이를 “같지 않고 다르지 않다(No same, No different)’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하 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 안에 또 다른 하나 “내 안에 너 있다.” 꽤 오래 전 어느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이런 말을 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최근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집단이 있는데, 널리 알려져 있듯 여성 안에 여성성이 있고 남성 안에 여성성이 숨어 있다. 남 성은 남성, 여성은 여성이라는 말은 표면만 보고 이면을 보지 못한 생각이다. 실제로 나이 쉰이 넘어가는 중년 남성과 여성은 자기 안에서 점점 커가는 여성성, 혹은 남성성 을 실감하게 된다. 모든 존재는 이중적이다. 아니 다중적多重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은 다 중인격자일 수밖에 없다. 음 안에 양이 있고, 양 안에 음이 있다. 진보 안에 보수 있고, 보수 안에 진보 있다. 세상엔 100% 진보도 없고, 100% 보수도 있을 수 없다.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자기 안에 보수를 고백하고,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자기 안의 진보 를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내 안에 보수 있다.” 한가운데 한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양끝도 아니고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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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어떤 상태, 중도中道라 말할 수 있다. 중도는 가운데이기보다는 차라리 안성맞춤, 적중的中이며 최적最適이라고 한다. 어느 학자는 ‘기우뚱한 균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운데도 움직인다. 기계적 균형 은 죽은 상태이다. 살아 있는 균형은 기우뚱한 균형, 움직이는 균형, 역동적 균형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기우뚱함에도 한계가 있어 임계점을 넘으면 균형이 무너지고 존재 자체 가 무너진. 지금 우리 사회는 이기와 이타, 경쟁과 협동, 부자와 빈자의 균형이 한쪽으 로 완전히 기울어져 균형이 무너져는 임계점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5. 자기답게, 한살림답게 모든 사상과 철학이 그러하듯이 한살림의 생명사상 혹은 한살림철학도 사람으로, 삶 으로 구현되지 않으면 땅속에 묻혀있는 보물에 불과할 것이다. 더욱이 한살림철학은 그 태동이 삶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출발점도, 종착점도 결국 삶/사람일 것이다. ‘온 하나(전체)’를 담지하고 있는 ‘낱 하나(개체)’의 재탄생, 즉 ‘한살림 주체’로 거듭난다는 말이다. 한살림철학의 눈으로 볼 때, 사람은 하늘과 같은 존재이다. 모든 사람은 무한한 잠재 력과 위대성을 지니고 있다. “생명의 그물 속에서 매 순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창조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고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한살림의 인간관이다. 한살림철학은 “새로운 사람의 새로운 삶”으로 실현된다. [한살림선언]에서는 그것을 새로운 생활양식의 창조라고 말한다. 새로운 생활양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개인 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이 그것이다.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 새로운 생활양식은 공동 체적 삶, 생태적 삶, 영성적 삶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다. 이는 각각 사회에 대한 공동체 적 각성,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에 대응한다. 공동체적 삶이란 잘 어울리는 삶이다. 나 없이 공동체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제각 각 자기답게 살면서도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꽃밭이 되는 새로운 공동체이다. 생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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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말할 것도 없이 자연과의 ‘함께 살림’이다. 영성적 삶이란 마음의 씨(영성/본성) 를 자각하고 잘 기르는 삶을 말한다. 공동체적 삶, 생태적 삶, 영성적 삶은 특별하지 않다.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오르며, 매일 아침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새로운 생활양식의 사회적 차원이란 소비양식, 교환양식, 생산양식, 노동양식, 소유 양식 등 사회제도와 시스템을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이다. 예컨대 한살림은 생산-소비 하나의 협동운동을 통해 나름대로 사회적 차원의 새로운 생활양식을 실천해 왔다. 깨어 있는 소비, 직거래와 호혜시스템에 의한 교환, 공동체적 생산, 조합원노동, 협동적 소유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확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생활양식의 창조와 실천은 쉽지 않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거니 와 개인적으로도 쉽지 않다. 한 번의 자각이나 한 번의 결단으로 어렵다. 그래서 부단히 자기를 바꾸고 발전시켜야 한다. [한살림선언]의 언어로는 ‘생활수양활동’인데, 한살림 의 세 가지 주요 활동 영역 중 하나이다. 수양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품성이나 지식, 도덕 따위를 높은 경지로 끌어올림”을 말한다. 이를테면 자기완성이다. 지성과 감성, 영성을 온전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한살림한다’는 것은 부단히 몸과 마음을 닦고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 ‘모심’이 생명의 세계관에 대한 각성 (자기 발견)이라면, ‘살림’은 개인 및 사회 차원의 새로운 생활양식의 창조(자기실현)이 고, ‘기름’은 자기 자신을 닦고 기르는 ‘수양활동’(자기 성장)이다. 무위당 장일순이 오래전 어느 강연장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살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어려운 일이에요. 속담에 “연자방아 돌리던 망아지는 밭에 가도 돌기만 한다”는 말이 있어요. 여태까지의 습관과 관행을 버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지. 결국은 스스로 하는 끊임없는 결단을 통해 자애와 절약, 겸손을 바탕 으로 전체를 보고 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무위당 장일순, 한살림월례강좌(1988. 09.19)

‘한살림하는’ 사람은 깨어 있는 사람이다. 무위당 장일순의 말씀대로 습관과 고정관 념에서 벗어나려면 매순간 깨어 있어야 한다. 늘 성찰하고 공부하고 또 해야 한다. 한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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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사람은 무엇보다 깨어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한살림선언]은 ‘사회정의’, ‘생태적 균형’과 함께 한살림운동의 3대 지향 중 하나로 ‘자기실현’을 제시한다. 이때 자기실현이란 개인 욕구를 충족하는 데 머물지 않을 것이 다. 다른 사람이나 세상에서 제시하는 욕망을 그저 뒤쫓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깊은 열망을 실현하는 일, 궁극적으로는 자기 안에 있는 숨겨진 하나 됨이 피어나는 것이 아 닐까. 그렇다. ‘한살림다움’이란 결국 ‘자기’를 잘 알고 ‘자기답게’ 사는 일일 것이다.

제3장 한살림과 협동조합 53


제3장 한살림과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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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이해관계라는 대립을 넘어 상호 신뢰로 함께 조직을 운 영한다는 측면에서 독특한 협동조합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물품을 공동 구입해 이용 하는 것이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소비자협동조합의 방식과 달리 생산자와 소비자가 생 산-유통-소비-재생이라는 순환적 관계망에 기초한 협동적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친환경농산물과 가공품 직거래라는 한살림의 사업 시스템은 많은 생협들에 영향을 끼쳐, 이제는 한국 생협의 주된 사업 방식이 되었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협동조합으 로서의 한살림이 처한 위상과 역할은 크다. 한살림의 조직 틀이 늘 협동조합이었던 것 은 아니지만 한살림 스스로는 운동‧사업의 정체성을 ‘협동운동23)’이라 일관되게 명명해 왔다. 한살림의 전사(前史)로 평가받는 1970년대 천주교 원주교구의 지역사회개발운동은 조합을 조직하여 생산과 소비(이용), 신용을 협동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1981년부 터 원주의 재해대책사업위원회와 가톨릭농민회 등에서 잇따라 진행한 일본 유기농업 연 수를 다녀온 사람들은 당시 서구에서 운영하는 소협과는 다르게 전개되던 일본생협 사 례를 접할 수 있었다. 산직産直24)과 반班공급으로 대표되는 일본생협을 다녀온 경험은 1985년 원주소협의 창립과 1986년 한살림농산 개설에도 영향을 미쳤다. 협동조합 진 영에서 한살림이 처한 위상이 그렇듯, 한살림 조직의 뿌리 또한 협동조합운동과 떨어져 설명하기 어렵다.

23) 한살림은 협동운동, 생활협동운동이란 표현으로 협동조합을 설명해 왔다. 이는 협동조합운동의 한 계를 넘어서기 위한 표현이기도 했다. 조합이라는 표현처럼 ‘조합주의’가 가지는 협동조합의 한계 는 뚜렷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구매력을 조직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의 방식 또한 생산자-소비자-실 무자를 동일한 운동의 주체로 삼고자 하는 한살림의 입장에서 볼 때 한계가 있었다. 이렇듯 협동 운동은 그 자체로서 협동조합운동에 대한 표기이자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명명이라 할 수 있 다. 24) 일본생협이 발전한 원인 중 하나는 기존 시장 유통을 넘어선 산지와의 직거래(산직) 활성화이다. 일본생협의 산직활동은 그 발생 초기에서부터 경제적 요구보다는 내용과 품질 측면의 요구가 많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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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1) 협동조합의 정의 정의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사회· 문화적인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손을 잡은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 사체이다. A co-operative is an autonomous association of persons united voluntarily to meet their comm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needs and aspirations through a jointly-owned and democratically-controlled enterprise. -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한 성명25), 1995, ICA

협동조합은 결사체(association)인 동시에 사업체(enterprise)이다. 협동조합을 하 는 목적이 결사체26)에 닿아 있다면, 방법은 사업체에 닿아 있다. 사업체를 통해 결사한 목적을 이루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에서 사업체를 소홀히 하고 결사체만 강조 하면 맹목으로 흐르기 쉽고, 반대로 사업체만 강조하게 되면 이내 공허해진다. 사업체 와 결사체의 조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소유자이며, 운영자이며, 이용자이다. 각각 출자를 하고, 운영 에 참가하며, 사업(재화/서비스)을 이용하는 것에 대응한다. 이를 협동조합 삼위일체의 원리라고 한다. 먼저 소유자, 운영자, 이용자라는 조합원의 각 위상에 근거하여 사업체 로서의 협동조합을 이해해 보자. 조합원은 출자를 통해 협동조합의 공동소유자가 된다. 그런데 협동조합의 공동소유

25) 19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총회에서 채택한 성명. 협동조합의 정의·가치·원칙의 세 부분으 로 이루어졌다. 처음으로 협동조합을 ‘정의’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오늘날 세계 협동조 합운동은 이 선언을 따른다. 26)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은 종종 조직, 협회 등으로 번역된다. 한자어 ‘결사(結社)’, ‘결사체’는 여러 사람이 공동 목적을 이루기 위해 조직한 단체를 말한다. 따라서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 을 협동조직체라 옮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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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다른 공동소유 방식과는 다르다.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그렇지 않을 때 처분권이 제한된다. 이는 운영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공동 재산을 처분할 때 자 기 지분의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주식과 달리 협동조합의 출자금은 재평가 되지 않으며 탈퇴하더라도 출자한 금액만 돌려받게 된다. 그러면 늘어난 재산은 누가 가져갈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합원 모두이다. 사업(이용) 결과로 발생한 잉여 일부는 내 부에서 유보(적립)하는데 이렇게 증식된 자산은 비非분할 성격을 지닌다. 개인에게 분할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적립금27)이라는 말 앞에 생략되어 있는 단어가 ‘비분할’로 적 립금은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고 모두의 자산으로 귀속된다는 뜻이다. 적립금은 협동조 합 공동소유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협동조합에서 민주적인 운영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선, 협동조합의 원칙에서 해설하고 있는 것처럼 누구나 평등한 1인 1표 제도를 들 수 있다. 자본에 비례하여 의결 권을 행사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아무리 많은 출자를 했다 하더라도 투표권은 오로지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다. 이와 연결하여 현행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에서는 1명 이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전체 출자금 총액의 1/5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있 다. 몇몇 사람에 의해 협동조합 자본이 형성되어 조합 운영의 왜곡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무엇보다 협동조합 민주적 운영의 요체는 조합원 참여이다. 총회와 이사회 등의 운영 은 물론이고, 협동조합의 사업과 조직 활동 과정에 많은 조합원이 참여해야 한다. 한살 림 물품 검토와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이 참여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각 지역 조합 원의 의견을 수렴해 자체 논의를 거친 의견이 지역 농산물위원회와 가공품위원회를 통 해 모이면 연합 농산물위원회와 가공품위원회가 모인 지역 의견을 토대로 물품을 심의 하고 결정한다. 이외에도 각종 위원회나 마을모임을 통해 조합의 사업과 활동을 알리고 조합원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민주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 한 성명’에서는 민주적 운영에 대해 상당 분량을 할애하여 강조하고 있다. 정보의 공개,

27) 현행 법체계에서 협동조합은 발생한 잉여의 10% 이상을 조합원 출자금의 3배가 될 때까지 적립 해야 한다. 이를 법정적립금이라 한다. 이와 달리 조합에서 임의로 사용의 목적을 정하고 임의적 립금을 적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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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교육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도 협동조합은 권력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서민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해 삶터에서 민주주의를 훈련해 왔던 과정이기도 하다. 로치데일공 정선구자협동조합은 평등한 1인 1표 제도, 이용고 배당을 통한 잉여 배분을 실현했고, 한국 사회의 신협운동과 생협운동의 조합원이었던 농민과 노동자들도 협동조합을 운영 해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시대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던 역사를 썼다. 오늘 협동조합을 하 는 우리도 이런 선배 협동조합인들의 전통 위에 서서 협동조합 민주주의를 심화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확장해야 할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한국 생협들은 대개 ‘직거래를 통한 친환경 먹을거리의 공동 구입’을 사업 방 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시장에 가는 대신 개인이 이웃과 함께 공동 구매 수단을 만들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공동 구입이다. 생협의 공동 구입은 소비자를 조직하는 데서 더 나아가 소비 자체를 조직한다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 언제든지 쉬 이용할 수 있는 시장 등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구입 방식을 들이기 위해 서는 소비 생활을 짜임새 있게 계획하고, 이를 생협의 공급 시스템에 맞추어야 가능하 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협의 공동 구입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소비의 조직화 를 통해 생산 방식의 변화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생산라인을 구분해서 가동하는 것 부터 시작하여 한 공장의 공정 전체를 바꾸어 낼 수 있는 힘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업’이 ‘이용’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이윤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은 사업에 대해 자기 책임이 있다. 협동조합원칙 세 번째는 ‘조합원의 경제적 참가’인데 이용 하는 것 외에 사업에 필요한 자본 조성에 참여(출자와 증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합의 경제 손실에 대해 출자금만큼의 책임을 지게 된다. 협동조합의 사업은 조합원들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하기 위해 존재 한다. 생활에서 드러나는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은 비단 경제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필요와 바람에 대해서도 사업의 형태로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 이다. 많은 협동조합들에서 좋은 일자리, 교육과 육아, 의료와 복지 등을 고민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살림에서 ‘지역살림’이나 ‘돌봄’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방법들을 모색하 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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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협동조합의 운영의 중심에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있다면 협동조합이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에서도 또한 그것이 드러나야 한다. 사업 자체를 통한 사회적 기여도 있지만 사업을 통해 ‘변화한 사람들’을 통해 기여해야 한다 는 말이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협동조합에 참여하면서 개인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서 머물던 관심을 사회의 필요 충족으로 연결시키고 확장하고 민주주의를 훈련하며 협동의 위력 또한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 변한 조합원은 조합의 결사 목적을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주식회사는 자본 중심이고 협동조합은 사람 중심이라고 할 때, 이는 단순히 의사 결정의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기여 방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2) 협동조합의 가치 1995년 발표한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한 성명’은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정의하는 한편,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새롭게 재조명했다.

가치 협동조합은 자조, 자기 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기초로 한다. 각 창설자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정직, 공개, 사회적 책임, 그리고 타 인에 대한 배려라는 윤리적 가치를 신조로 삼는다. -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한 성명, 1995, ICA

첫 번째 단락은 사업체로서 협동조합이 지니는 기본적 가치를, 뒤의 단락은 조합원이 지녀야 할 가치, 즉 결사체로서 협동조합에 필요한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시장과 국가가 나의 필요를 조직하고 해결하는 ‘대행’ 사회인 셈이다. 하지만 시 장과 국가의 힘이 커질수록 그 안에서 우리는 점점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 간다. 필요라 고 하는 것도 곰곰이 따져보면 조장된 것이기 십상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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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잃어간다. 의식주 가운데 나의 힘으로 조직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한 성명’에서는 협동조합 가치의 가장 앞자리에 ‘자조’를 두 고 있다. 자조自助는 스스로의 힘으로 서는 것이다. 그런데 자조(self-help)가 가능하려 면 상조(mutual aid)가 전제되어야 한다. 자조가 상대를 향할 때 상조(상호부조)가 된 다. 마찬가지로 소비자 자조는 생산자 자조의 바탕에서만 성립한다. 생산이 없으면 소 비도 없기 때문이다. 한살림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는 이렇게 상조한다. 그러므로 자 조는 협동조합을 하는 이유이며 상조는 그 결과이다. 이러한 자조-상조가 유지되기 위 해서는 ‘자기 책임’이 있어야 한다. 삶에서 민주주의를 훈련하며 ‘참여형 사회’로 만드는 것이 협동조합운동의 세 번째의 가치이자 의미이다. 참여나 분권보다는 대행이나 중앙집권이 ‘효율적’이다. 경제 효율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처럼 민주주의 또한 효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한살림의 느린 의사결정과 많은 회의 구조에 대한 불평이 많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민주주의와 연결이 된다. 효율이 우선이라면, 전문가들이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효율에 앞서는 것 이 ‘참여’다. 한살림의 역사에서 ‘수입산 명태’를 취급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 려 1년 6개월이 필요하였다. 방사성물질 자주기준을 정하기까지, 제 3세계와의 민중 교 역과 한시적 설탕 공급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수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체된 시 간만큼 한살림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고자 했다.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제안하고 참여하며 만드는 생협의 방식은 그 자체가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훈련하는 과정이다. 기업과 경쟁하는 치열한 현실에서도 분권을 고민하고 참여를 조직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며, 목적의식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조직하는 데 협동조합운동의 가치가 있다. 협동조합은 사회 적 약자인 노동자와 빈민, 여성들이 스스로 자조하는 운동으로 출발하였다. 경제력에 따라 권력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1인 1표를 운영의 기본으로 삼고, 잉여에 대한 자본의 기여가 어느 만큼인지 문제제기하며 출자 배당에 대한 제한을, 나아가 이 용고배당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한 것도 평등과 공정이라는 가치가 있어서 가능했 다. 더 나아가 산업혁명 시기, 영국 노동운동의 주요한 갈래였던 차티스트운동이 남성 의 보통 선거권을 주장하던 것에 반해 협동조합운동에서는 이미 여성에게도 평등한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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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권을 부여했다. 당시 로치데일 선구자들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으로 연대의 가치가 있다. 협동조합은 종종 조합주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조합원 의 이익에만 매몰되어 더 큰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지 못하기도 한다. 당장의 이익이 아 니라 지속가능하게 필요를 채울 수 있는가에 대해 넓게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좋은 사 회를 만드는 일은 조합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아울러 내부 연대뿐 아니라 지역 내 연 대, 세계적 차원에서의 연대에도 눈을 돌려야 다. 지구 전체에서 보자면 우리의 번영은 남반부의 희생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가 풍족하 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프리카의 굶주림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 문제나 환경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민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하되 실천은 삶터에서 구체 적으로 해야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의 횡포와 국가주의에 맞서 협 동조합 간 협동,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부문의 확대를 통해 더 큰 연대를 실현해 갈 의무도 여기에 있다.

3)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협동조합을 사회적경제의 틀로 설명하기도 한다. 사회적경제가 무엇일까. 접근 방법 에 따라 다르다. 때로 법이나 제도를 말하기도 하며, 조직 목적에 따른 분류 형태나 조 직 운영의 원리, 나아가 부문 경제(시스템)로 이해되기도 한다. 사회적경제 영역은 협동 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공동체를 비롯한 자활기업, 공제조합, 복지단체나 재 단법인 등의 비영리조직 등을 포괄한다. 보통 국가 주도의 공적 경제와 자본 주도의 시장 경제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이때 사회적경제는 국가 실패와 시장 실패28)를 보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성격을 동시에 띈 28) 20세기 초 세계대공황을 기점으로 시장 실패에 대한 이론들이 호황을 맞았다. 시장실패(market failure)란 자유로운 시장 기구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실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불완전 경쟁시장, 공공재, 외부성의 존재, 불확실성 등이 시장 실패의 원인으로 이야기된다. 이후 시장 실패를 이유로 국가의 개입이 계속해서 확장되었는데, 1970년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개입 국가의 전성기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다시 시장으로 복귀하자는 신자유주의 원칙론이 세상을 사 로잡으며 국가 개입이 원래 의도를 제대로 달성하지도 못할뿐더러 개입 그 자체가 오히려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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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 목적, 사회적 소유, 사회적 자본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전제로 한다. 협동조합의 경우 이윤이 아니라 구성원의 필요를 자조적으로 해결한다는 사회 목적이 있다.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의한 민주적 운영과 통제로 사회적 소유를 가 능하게 하며, 호혜와 자조-상조에 입각한 운영 원리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협동조합을 기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경제는 협동조합을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농 민‧도시 서민들이 만들었던 공제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은 스스로 필요에 의해 모인 자발적 결사체였다. 해고와 실직, 질병과 사망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고자 했던 공제조합은 물론, 소협으로 대표되는 협 동조합 또한 사업체 운영을 통해 국가와 자본에 의한 경제 수탈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자 했던 운동이었다. 애초부터 ‘사회적’ 성격이 강했다. 이렇듯 국가와 시장이 해결해 주지 않는 공동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협동조합운동은 1970년대 이후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협동조합과 커뮤니티협동조합 등으로 진화하게 된다. 한편 신자유주의의 틈바구니에서 부침을 거듭하던 전통적 협동조합들도 협동의 기반 으로서 ‘지역’의 가치를 주목하게 된다. 1980년 ICA의 모스크바총회에서 채택된 레이 들러보고서29)는 협동조합의 새로운 전략으로 ‘협동조합지역사회’를 제시했다. 이후 많 은 협동조합들이 지역 재생, 커뮤니티 복원, 지역 시민사회와 결합하기 노력을 기울인 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역 공동체‧커뮤니티 사례로 손꼽히는 서울의 성미산마을이나 강 원도 원주 지역 커뮤니티, 충남 홍성 홍동마을의 경우에도 마을의 중심에 협동조합이 있거나 협동조직 간 연대가 잘 이뤄지고 있다.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국가 실패 이론이 제기되었다. 29) 1980년 제 27차 ICA 회의에 제출된 A. F. 레이들로 박사의 <21세기의 협동조합 Co-operative in the year 200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협동조합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 래를 전망하면서 오늘날 세계가 처한 시대 상황을 진단하고, 협동조합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론과 실천 차원에서 묻는다. 협동조합이 지닌 문제와 취약점을 살피고, 협동조합이 선택해야 할 우선 과제와 협동조합인이 당면한 주요 문제들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세기의 협동조합은 무엇 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 길을 모색한다. - 《21세기 협동조합》 A.F. 레이들로 지음, 알마, 2015. 책 소개 글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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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생협법과 협동조합기본법 협동조합이 처음부터 법체계를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정권의 필요에 의해, 혹은 민간 협동조합운동의 성과에 의해 오랜 기간 하나씩 제도화되면서 한국의 협동조합 법 체계는 왜곡된 모습을 띠게 된다. 한국의 협동조합 법체계는 8개의 개별협동조합법(농 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생협, 중소기업협동조합,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산림조합)과 협동조합기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농협이나 생협 등 개별협동조합법의 구속을 받는 협동조합은 소관 부처가 저마다 다르며,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한 협동조합에 비해 설 립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규제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은 1998년 제정되어 1999년 시행되었다. 생협법 제 정 당시, 유통업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연합회 설립 근거 조항이 없었고, 농수축산물과 그 가공품 및 환경 제품으로 사업 유형 등이 제한되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생협법 시행으로 법인격을 획득하면서 생협은 비로소 법적 시민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사 단법인 등 다른 법인격으로 운영되거나 이사장 개인 명의의 사업자로 운영되었다면 이 제 사회적 공신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후 생협운동의 성장 및 사회적 영향력 확대 등에 힘입어 2010년 전면 개정된 생협법에서는 사업 영역이 ‘조합원의 소비생활에 필 요한 물자를 구입‧생산‧가공하여 공급하는 사업’으로 확대되고, 연합회 설립의 근거도 마련되었다. 한살림연합이 생협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것도 이 시기이다. 현재 생협이라 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하여 설립되어야 한다. 개별 협동조합법이 말 그대로 특정 협동조합 유형에만 국한된 것이었지만, 2011년 12월 제정되어 2012년부터 12월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 덕에 이제 누구든 협동조 합 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다. 농협도, 수협도, 생협도 설립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협동조합기본법의 구속을 받게 되므로 정부 소관 부처가 다르고 개별협동조합법에 따라 농협, 수협, 생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을 뿐이다(생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한 협동조합은 기획재정 부가 소관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노동자협동조합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을 꾸릴 수

제3장 한살림과 협동조합 63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고 누구든 5명 이상이 모이면 창립 요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전 생협법에서는 300명 이상 조합원이 3천 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모아야 가능했다. 또, 기존 인가받던 것이 신고로 대체되는 등 설립 요건이 대폭 간소화되어 협동조합은 바야 흐로 대중화 시대를 맞이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 두 가지로 협동조합을 분류하고 있다. 일반협동조합은 소비자협동조합, 사업자협동조합, 직원협동조합,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으로 다시 분류되는데 특히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은 둘 이상의 이질적 성격 을 띠는 이해 관계자가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 유형이다. 예를 들어 공동육아협동조합의 경우 학부모가 조합원이면 소비자협동조합, 교사가 조합원이면 직원협동조합, 학부모와 교사, 지역 주민이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하면 다중 이해관계자협동조합으로 분류한다. 이 선택에 따라 협동조합의 목적이 달라지며 운영 방식 또한 달라진다. 배당의 방법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한살림에서 생산자가 사외 이사로서 소비자생협 이사회에 참여하고 생산 조직의 대표가 연합회 이사회에 참여하는 모습도 협동조합기본법의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과 유사한 운영 모습이라고 할 수 있 다. 일반협동조합이 ‘공동의 이익(共益)’을 추구한다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 전체의 이익(公益)’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사회적협동조합 은 이후 협동조합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어 전 세계에 확산된다. 이탈리아 사회적협동조 합은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간단히 설명하면 A형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를 제 공하는 것이 목적이고 B형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사회적기업’도 이와 같 은 유형 체계로 구분한다.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체계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 유형은 1. 지역사회 재생,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 및 그밖에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 결에 기여하는 사업 2. 취약계층에게 복지·의료·환경 등의 분야에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 3.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 받은 사업 4. 그밖에 공익 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으로 위 유형의 공익사업이 전체 사업양의 40/100 이상이어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규제가 많은데 배당 금지, 해산 시 잔여 재산의 처분 금지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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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다.

구분

(일반)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일반)영리법인

비영리법인

조합원 실익 제고

(추가) 조합원 실익 제고 및 지역 주민, 취약계층 복리 증진

사업

업종 및 분야 제한 없음

업종 및 분야 제한 없음. 단, 주사업의 40% 이상 ‘지역 주 민, 취약계층 복리증진’ 등의 공익 사업 수행

설립

시도지사 신고

주 사업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 설립 인가

잉여금 10/100 이상

잉여금 30/100 이상

배당

이용 실적 및 출자액에 따라 배당 가능

이익 잉여금 배당 금지

청산

정관에 따라 잔여 재산 처리

잔여 재산 국고 등으로 환수 등

감독

정부 지원 및 감독 없음

정부 지원 가능 업무 감독 및 감독상 명령 가능

법인격 목적

법정적립금 (최소)

3.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이해 1) 생협이란? 산업혁명기 유럽에서 시작한 협동조합은, 1844년 창립한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의 성공 이후 다섯 가지의 형태로 성장한다. 소비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신용협동조 합, 농업협동조합, 서비스협동조합이 그것이다. 오늘날 협동조합의 분류 체계는 훨씬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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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한데 법체계나 주체와 사업 내용에 따라 분류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농협과 수 협, 소비자생협 등을 포함한 8개 개별법에 의한 협동조합과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기 본법에 의거해 다섯 가지, 즉 소비자협동조합, 사업자협동조합, 직원협동조합, 다중이해 관계자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분류된다. 생협은 협동조합법상 소비자협동조합 유형에 속하지만 한국에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라는 특별법에 의거해서 운영된 다. 국제적으로 소비자협동조합(Consumer cooperative) 즉 소협이 일반적이지만 일본 과 한국에서는 생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45년 대자본에 대한 저항, 생활 전반에 대한 협동이란 뜻을 담아 생협이란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에서도 처음에는 ‘소협’이라는 명칭을 썼으며, 1989년부터 ‘생협’이라는 명칭이 등장했 다. 이후 1993년 소협중앙회가 ‘생협중앙회’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생협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였다. 소협이라는 보편적인 용어 대신 굳이 생협이라고 쓰는 까닭은 협동 의 주체와 내용을 ‘소비자’의 ‘소비’가 아닌 ‘생활자’의 ‘생활’로 보는 까닭이다. 여기서 ‘생활’은 ‘생(명)활(동)’이라는 뜻이다.

2) 한국 생협운동의 역사30)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협동조합은 일제강점기의 민간 협동조합운동이다. 소비조합 운동은 1920년대 이후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는데,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계열의 운동가 는 물론 기독교‧천도교 교인들에 의해서 조직된다. 이들은 조합원의 생필품을 취급하고 문자 교육, 위생교육, 문화 교육 등을 했고 조선물산장려운동의 실천을 주요 활동으로 삼았다. 1932년 <동아일보>는 전국에 73개의 소비자협동조합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소비조합운동은 중일 전쟁이 발발하면서 일제의 전시 동원 및 경제와 민족말 살정책에 따라 강제 해산되거나 소멸하였다31) 오늘의 생협은 1970년대와 80년대 농촌과 광산지역에서 설립된 구판장형 소협에서

30) 이 절의 내용은 《신 이사를 위한 생협의 조직‧경영 코스》 1권의 부록을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31) 《협동조합 키워드 작은 사전》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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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원을 찾을 수 있다. 1972년 8월에 일어난 남한강 대홍수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 던 농민과 탄광 노동자들이 생활 자립의 방안으로 생활필수품을 공급하는 마을구판장을 만들고 이것이 소비자협동조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32). 한국 생협운동의 초기 모습인 구판장형 소협은 서울을 비롯한 도시로도 확산되었고 1989년경에 최고로 활성화되었 지만 이후 소멸했다. 전국 도로망 개설로 인해 유통이 쉬워지는 등 외부 환경이 변하고 자본의 견제 등도 원인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조합원을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만들지 못 했고 소수의 운영 주체에 의해 움직였던 탓이 컸다. 생협운동의 역사에서 1980년대 중반은 새로운 전환점의 시간이다. 전환의 모습은 초 창기 생협의 탄생을 만들어 낸 원주지역에서 나타났다. 생명 가치를 중심에 둔 농민운 동과 소비자의 만남(원주소협, 지금의 한살림원주생협)이 하나였다. 그것은 친환경 농산 물의 도농 직거래를 주요한 사업으로 하는 지금의 생협운동의 시작이었다. 또 다른 전환점은 일본 생협운동의 운영 방식을 적용하여 만든 반조직을 기초로 한 공동 구입과 사전 예약 주문 공급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구판장형 소협이 다수였 던 상황에서 상당히 실험적인 운영 방식이었다. 서구의 일반적인 소협운동과 비교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긴밀한 동반자 관계는 이 시기에 시작한다. 안양소협(현재의 바른두 레생협)은 구판장(매장) 없이 사전 예약을 통한 배송이라는 무점포 공급을 했다. 한살림 은 친환경농산물의 도농 직거래 방식을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조직 구조를 갖추는 등, 이전 소협과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1985년부터 본격화한 소협의 새로운 사업 모델(친환경 농산물, 도농 직거래, 주문 공급, 공동체 이용)은 이후 한국 생협운동의 성장 동력이자, 유럽 소협과 는 다른 한국 생협의 특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런 한국형 생협의 특징은 한살림에 서 비롯된 바 크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생협이 확산되었다. 대학생협은 이미 1980 년대 말부터 학원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시작되었으며, 의료생협과 공동육아협동조합 과 같은 실험은 생협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시행과 2000년대 초중반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의 증대로 한국 생협운동은 비약 32) 천주교 원주교구의 재해대책위원회는 이러한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하고 지원했다.

제3장 한살림과 협동조합 67


적 성장기를 맞이한다. 이 기간 생협의 연평균 성장률은 20~50%에 이른다. 하지만 이 후 친환경 농산물의 제도화 및 판매처 확대로 인해 안전한 먹을거리 구입처라는 생협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게 되었고 자본과의 경쟁 및 생협 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생협의 전체 성장세도 꺾이게 된다.

3) 한국 생협의 분화와 현재33) 1983년 창립한 소협중앙회는 단위 생협의 지원‧육성 외에도 생협법 제정이라는 필요 를 위해 만든 조직이었다. 영세한 생협의 물류를 해결하기 위하여 1988년 사업부를 설 치하여 1996년까지 물류 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밀 사업의 실패, 경영 미숙과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많은 부채만 남기고 사업을 정리했다. 그렇다고 물류 협동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생협중앙회의 사업 실패는 결과적으로 생협의 분화를 가져왔다. 한살림은 그 이전인 1994년 생협중앙회를 탈퇴하고 사단법인을 구성하여 별도의 물 류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존 생협중앙회의 회원 조직 중 일부는 수도권사업연합회 (현재의 두레생협연합회)를 구성하고, 또 다른 일부는 21세기생협연대(현재 아이쿱생협 연합회)를 만들았다. 그밖에 여성민우회생협(현재 행복중심생협연합회)과 정농회(현재 정농생협) 등 소수의 생협들도 독자물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두레생협연합회 두레생협연합회는 1997년 생협수도권사업연합회로 시작하였다. 바른생협(현 바른두 레생협), 주민생협(현 주민두레생협), 석왕사생협(현 경기두레생협), 신협한우리생협(현 경기남부두레생협), 부천YMCA생협, 안양YMCA생협, 광명YMCA생협 등 수도권 지역 의 7개 생협들이 물류와 물품 개발을 함께 하기 위해 사업연합을 구성하였다. 33) 이 절의 내용은 이재욱, 「한국 생협운동의 역사와 흐름 그리고 쟁점」, 2011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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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수도권사업연합은 2003년 10월부터 2005년까지 소속 조합 공통의 정체성을 확 립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였다. 그 결과 연합회는 두레생협연합회로, 회원 조합은 두레 생협으로 명칭을 바꾼다. 이중 단체 생협의 정체성을 가지는 조합(YMCA등대생협, 에 코생협, 한울안생협) 등은 이름을 바꾸지 않고 있다. 두레생협연합회는 지역 및 단위 생협의 독자성을 존중하는 형태로 운영되어 기존 조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생협연합회의 정체성을 통합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아이쿱(iCOOP)생협연합회 경인지역의 6개 생협이 수도권사업연합회과 별도로 사업연합을 결성하였으며, 21세 기생협연대로 명명하였다. 초기부터 물류사업 통합에 중점을 두어 사업의 집중과 조직 의 분화라는 방향으로 꾸렸으며, 이러한 정책은 지역의 소규모 단체들이 생협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구매대행제도34)와 같은 강력한 물류 기능 집중과 ‘자연드림’ 이라는 브랜드 통합을 통하여 생협의 효율적 경영을 가능하게 했으며, 생협들 중 짧은 기간 내 가장 높은 사업 성장을 이루는 연합회가 되었다. 단위 생협의 배송, 시스템, 물류, 브랜드, 물품 등 모든 사업영역을 연합회가 집행하는 사업 집중 시스템이고, 단위 생협은 주로 조합원 활동을 펼치며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가진 양 측면인 사업과 활동을 별도의 체계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서구 협동조합이 가지는 규모와 대중성에 주목하여 이를 실현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행복중심생협(구 여성민우회생협)은 1989년 여성민우회라는 여성운동단체에 기반해 창립되었다. 여성민우회생협의 등장은 한살림과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생협의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당시 새로운 여성운동의 지평을 열었던 여성민우회 는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활동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여성민우회가 생 34) 조합비 제도의 전신. 매월 일정한 금액의 수수료를 내는 조합원에게 물품을 할인하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제3장 한살림과 협동조합 69


협을 만들었을 때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생협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초기에는 반 조직을 통한 활동을 충실히 하며 빠른 성장을 하였다. 2000년대 초중반 아이쿱에 물류 를 위탁하였으나 현재는 다시 독자 물류 체계를 갖추고 있다. 2013년 연합회 체계로 개편하고 한국여성민우회생협에서 행복중심생협으로 명칭을 바꾼다. 조직적으로는 모 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와 분리했지만 여성주의 생협으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 주요 생협연합회 조직 현황(2015년 12월 말) 구분

조합원 수(명)

공급액

단협 수(개)

한살림연합

535,518

22

(백만 원) 367,422

icoop생협연합회

237,610

83

525,598

37,615

14

21,023

184,733

28

116,133

행복중심생협연합회 두레생협연합회 ◦ 주요 생협연합회의 조직 변화 과정 구분

설립35)

한살림연합

1986

한살림농산-한살림공동체소협-(사)한살림/ (주)한살림사업연합-한살림연합

아이쿱생협 연합회

1998

(사)21세기생협연대-(사)한국생협연대/한국생협연합회 -iCOOP생협연대/iCOOP생협연합회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1989

함께가는생협-한국여성민우회 생활협동사업부-한국여성민 우회생협-행복중심생협

두레생협 연합회

1997

생협수도권사업연합회-두레생협연합회

조직 변화 과정

35) 현재의 연합회가 아니라 모 조직의 설립 년도를 기준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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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살림과 생협 협동조합이 빠지기 쉬운 조합주의와 소비자 지향을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 시할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충분한 실천이 있어 야만 그것이 가능하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을 실현하기 위하여 사업체를 운영한다. 이때 필요와 열망의 시대적‧사회적 가치, 실현의 영속성 여부를 함께 바라볼 때 비로소 협동조합 사업체와 결사체가 만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생협의 사업 방식이 일정하게 정형화된 데에는 한살림의 영향이 지대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살림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다른 생협들이 소비 지 향으로만 흐르거나 조합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자극하고 견인해 낼 책임이 있으며, 나아 가 한살림이 지닌 인적‧물적 자원을 사회적경제의 확장을 위한 사회적 자본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제대로 수행할 때 조합원과 지역 주민은 한살림생협을 다른 생협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장 한살림과 협동조합 71


제4장 한살림의 물품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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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살림의 물품 1) 물품에 담긴 의미 한살림에서는 ‘상품商品’이라 하지 않고 ‘물품物品’이라 부른다. 이익을 얻기 위해 사 고파는 것이 상품이라면, 물物 자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특성과 쓰임새에 주목하는 것이 물품이다. 상품은 팔기 위해 만든다. 따라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이 뒤따른다. 이와 달리 한살림의 물품은 이용하기 위해 생산한다. 자연히 생활의 필요와 쓰임새를 염두에 두게 된다. 그래서 한살림의 ‘물품’이라는 용어 안에는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를 우선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살림의 물품은 처음부터 있던 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품을 선정하고 개선하며 나누 는 과정이야말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맺은 제휴이며 생활 협동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품을 구입할 경로가 다양해졌다. 그렇다면 한살 림 물품은 다른 친환경 물품과 어떻게 다를까? 제도로서의 농업기술 혹은 안전성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출발한 친환경 농식 품과 달리 한살림 물품은 세계관에 대한 접근에서 시작한다. 한살림운동은 본디 산업 문명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고, 생명이 순환하는 세계를 물품(사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필연적으로 그 물품(사업)은 생명의 먹을거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한살림 물품은 ‘친환경 상품’이라는 부가가치 이전에 생명살림이라는 한살림의 가치와 세계관을 담고 있다.

2) 물품의 개발과 개선 물품의 생산 기준과 사양, 생산량과 가격은 모두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결정한다. 한살림의 정책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의 농업 현실과 소비 수준, 농사 기술과 경제 상황, 운동적 목표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작목회의와 여러 위원회와 회의체, 생협사업추진회의, 연합 이사회 등 결정 권한을 가지는 단위는 저마다 다르나 결정 단

제4장 한살림의 물품사업 73


위를 생산자-소비자가 함께 구성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물품의 개발과 개선은 의견을 모아 이루어진다. 연합 농산물위원회와 가공품위원회 는 연합이사회로부터 물품의 개발과 개선에 대한 사항을 위임받아 한살림 생산 출하 기준에 의거하여 취급 및 개선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 위원회가 신규 물품을 검토하고 선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지역 생협의 농산물‧가공품 위원회가 모니터 등을 통 해 조합원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한 다음 이를 토대로 연합 농산물‧가공품 위원회에서 검토‧선정하는 방식이 있다. 이 경우 연합 농산물‧가공품위원회는 지역위원회의 의견을 토대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정과 개선 여부를 결정한다. 두 번째 방식은 지역 생협의 농산물‧가공품 위원회가 연합위원회로부터 개발에 관한 사항을 다시 위임받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지역 위원회는 생산지를 방문하여 생산 과정 을 직접 확인하고 한살림 생산 및 출하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며 조합원 자체 모니터와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쳐 완결적으로 신규 물품 선정 여부를 검토한다. 이렇게 검토한 물품은 연합 위원회가 별도의 검토 과정 없이 연합 물품으로 심의 확정한다. 이렇게 개 발의 권한을 지역 생협에 위임하는 것은 연합 위원회에서 모든 물품을 다루기 어려운 물리적 환경을 고려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임을 통해 지역 위원회의 역량을 강화한다 는 의미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연합 위원회가 물품의 개발과 개선에서 가장 먼저 고려 하는 것은 생산 및 출하 기준이지만 조합원의 감각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계속 이 용되는 물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물품을 연합 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결정하지는 않는다. 한살림의 정책과 직결되는 물품의 취급 기준은 연합 이사회에서 직접 심의‧결정을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 생협과 권역 생산 조직 이사회나 운영위원회 단위에서 논의하거나 전국 단위 정책 토론회 등을 거친 후 연합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3) 물품 가격의 결정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생활과 생명을 책임지는 마음으로 물품 가격을 정한다. 이때 생산의 지속가능성과 소비자의 생활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가격을 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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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생산비가 보장되어야 한다. 한살림 물품 가격 중 약 73.5%(2016년 기준)가 생산 가격으로 생산자에 게 지급되는 이유이다. 시중 상품은 가격의 50~70%가 유통마진으로 나가지만, 한살림에서 는 직거래를 통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였기 때문 에 가능한 일이다. 생협의 물품 사업은 이윤을 내 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합원의 이용을 위한 데 있 다. 시중 농산물은 기후와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폭등과 폭락이 빈번하지만, 한살림은 되도록 약속 한 가격에 일정하게 공급한다. 서로의 생활과 생 명을 책임지는 마음으로 가능한 일이다. 물품 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모여 결정한다. 몇 가지 주요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은 매년 농사를 시작하기 전 작목회의를 열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모여 결정된다. 생산가격(농가 수취 가격)은 생산비 보장이 가장 큰 기준이다. 농업의 재생산 을 보장하고 안정적으로 경영 계획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동일 품목이 더라도 생산 방법과 시기, 품종, 사양 등에 따라 다르게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산비 보장 방식은 직거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식이지만, 실제 여러 한계와 어려움도 있다. 첫째로 시장 가격의 영향을 꼽을 있다. 시장 가격의 등락에 따라 이용량이 크게 오르내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생산 원가 보장 방식 외에도 보조적인 가 격 안정 수단이 강구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생산 가격이 결정된 후에는 한살림연합 정기총회에서 한살림의 운영 경비 등 을 반영해 평균 공급 마진율(2016년 기준 26.5%)을 결정한다. 생산 가격에 마진율을 더하면 조합원가격, 즉 공급 가격이 정해진다. 공급 마진율 결정은 예산 계획의 승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물품 군별로 회전률과 손실률, 취급의 편리성 등 물품 자체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 외에도 물품의 사회적 공유 정도, 생산‧물품의 정책적 비중 등을 고려해 가산점을 산정하고 적용한다. 이렇게 정해지는 공급가격(조합원 이용 가격)은 대 체로 변동 없이 유지되지만 급격하게 내·외부 상황이 변할 때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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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도록 하고 있다. 정리하면 한살림 물품 가격은 농업의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비를 염두에 두면서,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소비 확대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책정한다. 되도록 고정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생산과 소비 상황을 고려한 탄력적인 운용을 위해 ‘가격 결정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2. 한살림의 사업 시스템 1) 직거래 약정 시스템 한살림의 사업은 직거래 약정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통 단계 없이 바로 교류한다는 뜻과 생산량과 이용량을 사전에 약속하여 정한다는 뜻이 함께 담겨 있다. 직거래는 유통 과정이 단순하고 비교적 투명하다. 이런 직거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서는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안전한 먹을거 리’를 판매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바로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 는다. 생산자와 생산 과정에 대한 믿음이 전제될 때 비로소 안심하고 구입하는 일이 가 능하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하였는지 명확해야 한다. 한편, 생산자 입장에서도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는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으려면 상호 방문을 포함 한 다양한 층위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한살림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얼굴이 보이는 관 계’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살림의 직거래는 다른 생협이나 유통 조직과 비교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생산자 개인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공동체 거래가 원칙이다. 친환경 농업이 개 인 단위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걸 감안한 것이지만 생산자 조직화를 염두 에 둔 것이다. 공동 출하는 여러 모로 조직화의 강력한 수단이 된다. 이 조직화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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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간 기술 교류, 품질 관리, 공동 출하 등을 넘어 지역 단위의 농업 체계를 전망할 수 있게 된다. 한살림 안에서도 고립된 개별 회원이 아니라 한살림의 한 주체로서 자기 역할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실제 한살림 생산 조직은 공동체-권역-전국 단위로 연결되 어 있으며, 품목별 작목회의를 두어 생산량, 생산 기술, 산지 배치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살림 직거래의 또 다른 특징은 종합(복수 품목) 거래이다. 생산자(공동체)와 단일 물품이 아니라 복수의 물품을 거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생산 자가 농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이러한 한살림 직거래의 특징은 농업 정책 에서 ‘지역순환형 복합 농업’이라는 지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제 약정으로 넘어가보자. 한살림은 사전에 생산 계획을 수립한다. 생산자와 품목별 로 생산 수량, 생산 방식, 가격 등을 미리 정하고 1작기36) 또는 1년 전에 약정을 맺는 다. 그렇다고 생산량-이용량에 대한 사전 약속이 저절로 결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기후 변화나 동일 작물의 출하량, 가격, 소비자 기호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그리고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출하량과 가격의 부침은 약정 수행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한살림에서 책임 생산과 책임 소비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 책임 생산은 생산량에 대한 책임 외에도 약속한 사양과 품질 등 생산 기준 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책임소비는 물품의 적체 시기에 특히 강조된다. 상반된 이해 관계를 가지게 마련인 생산자-소비자의 제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가격의 유불리라는 구매 조건보다 관계의 지속이 앞서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책임 소비이다. 한살림운동의 역사에는 이런 책임 생산-책임 소비를 증언하는 사례들이 많다. 2008년 농업용수 문제로 유기 농산물 인증이 취소된 충남 아산과 당진 지역의 쌀 8,800가마를 전량 소비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증이 아니라 상호 신뢰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소비자 개인의 구매력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전 약정 시스템을 유지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격안정기금을 활용하여 공급량의 과소에 따 라 생산 가격 혹은 공급 가격에 반영하거나, 가공품 등으로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 대표 적인 경우이다. 한살림 가공품의 역사도 농산물 생산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36) 한 해 중 해당 품목의 농사를 처음 시작하여 마무리하기까지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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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류와 과즙류는 과실의 과잉 생산물이나 등외품을 해결하기 위해, 한과와 떡류 등은 쌀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대표적인 물품이다. 한살림의 직거래 약정 시스템은 당사자 상호 간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며 조정하는 과정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있기에 한살림의 사업이 유지될 수 있다. 얼굴이 보이는 관계는 어쩌 면 그 결과이다.

2) 생산안정기금과 가격안정기금 한살림의 대표적인 정책 기금으로 생산안정기금과 가격안정기금을 들 수 있다. 생산 안정기금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를 반영한 것으로, 비의도적‧ 불가항력적인 재해시에 경제 손실을 일부 지원하여 생산 활동의 안정성(지속가능한 생 산, 책임생산)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점점 많아지는 오늘 날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생산 조직과 생협 조직이 각기 50%씩 균등 분담하여 조성하며 생협은 공급액의 0.1%를 조성한다. 물품 가격에서 원천 징수하지만 구조상으 로는 조합원들이 조성하는 방식이다. 농작물의 경우, 예상 수입의 최소 50%까지 보장 하며, 가공 원료가 손실을 입었을 때에는 손실액의 50%까지 보전한다. 원료와 달리 금 액 단위가 클 수밖에 없는 시설 장비는 피해 금액의 10% 이내에서 지원한다. 2012년 조성해 집행하기 시작했고, 2015년 말 현재 누계 조성액은 27억 7천만 원, 집행액은 9억 원에 이른다. 가격안정기금도 생산안정기금과 마찬가지로 생산 조직과 생협 조직이 50%씩 공동으 로 조성하고 있다. 생협이 공급액의 0.1%를 조성하면 생산 조직이 그에 상응하는 금액 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물품가격에서 원천 징수하는 것은 생산안정기금과 동일하다. 생 산안정기금이 지속가능한 생산을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라면, 가격안정기금은 가격 안정을 통해 책임소비를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완충 장치이다. 가격안정기금은 작황 상황이나 시장 환경이 달라져 시중 가격이 급격하게 변했을 때 그 물품을 조합원이 이용 가능한 가격으로 일시적으로 바꿀 때 사용한다. 약정했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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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에서 최대 30% 범위 안에서 위아래로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도 책임 소비가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소비 부진으로 적체가 예상되는 물품의 공급 가격을 조정하는 경 우, 생산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수급 물품을 구입 가격 이상으로 조달하는 경우 등에 쓴다. 2015년에는 단감, 배, 건고추, 고춧가루, 당근, 매실, 복숭아 등의 품목에 2억 6 천만 원을 집행해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줄이면서 물품 가격을 조정하여 적체를 해소하였다. 가격안정기금은 2014년 조성해 집행을 시작하였으며, 2015년 말 현재 누 계 조성액은 10억 6천만 원, 집행액은 5억 9천만 원이다.

3) 물품 수급 생산자와 소비자가 미리 물량과 가격을 약정할 때는 생산-소비 추이에 근거해 예측 해서 진행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나 시장 가격의 등락, 식품 안전 이슈 등의 외부의 변수 는 물품의 계획 생산-책임 소비를 어렵게 한다. 이러한 생산과 소비의 일시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가 수급 제도이다. 한살림은 농산물 전량에 대한 생산 계획은 생산자 회원이 중심이 되어 수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농산물이 계획대로 생산되지 않거나 예측한 소비량 이상으로 소 비되는 경우에는 부족분에 대한 수급 기준과 방법을 수급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 살림연합 지역 주재 실무자는 생산지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교류하고 점검한다. 생산물 수급 순서는 생산자 회원 - 예비 생산자 회원 - 협력 생산자 순을 따른다. ◦ 생산자 회원(조직) : 한살림생산자연합회에 가입된 한살림 회원(조직)으로서 연초 생산 계획이 수립된 생산자(조직) ◦ 예비 생산자 회원(조직) : 한살림생산자연합회에 가입할 예정인 예비 생산자(조직)로서 연초 생산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생산자(조직) ◦ 협력 생산자(조직) : 한살림생산자연합회에 가입되지 않은 생산자(조직)로서 한살림과 기 본적인 관계를 맺어 한살림 생산자나 실무자와 소통·교류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한살 림의 생산 기준과 동일하게 생산 관리를 하고 있는 생산자(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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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살림은 중간 수집 업체를 통한 수급을 금지하고 있다. 수급 생산지는 앞 으로 한살림 생산지로 전환하도록 해야 하는데, 수급 산지의 생산 이력 점검이나 품질 인증서‧농약 잔류 검사서 등의 문서로만 관리하는 체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기반 위에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4) 자주관리·자주점검, 자주인증 한살림은 국가 인증의 체계 를 포함한 자체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살림 자체 인증 시스템은 자주관리·자주점검와 자주인증이다. 자주관리는 생 산 과정을 생산자 스스로 관리 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자가 직 접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1차 농산물은 출하 전에 자주관리 점검표를 제출하며, 축수산물

조합원 자주점검 활동모습(2016)

과 가공식품, 생활용품은 연 2회 정기적으로 제출한다. 이를 1자 관리라 한다. 자주관리 는 한살림의 모든 생산자가 참여한다. 2자 관리라 할 수 있는 자주점검은 일반 조합원이 참여하여 진행하며 조합원이 그룹을 형성해 물품에 대해 간단한 학습을 거친 후 해당 생산지를 방문하여 현재 취급하는 물품의 생산 과정을 점검한다. 2011년에 도입된 자주인증은 한살림의 조합원 참여형 자체 인증제도이다. 2013년 부터 한살림 자주인증 현장 점검 역할을 담당하는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교육하여 현재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전문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이 먼저 생산지 점검을 진행하고 심사 보고서를 제출하면 소비자와 생산자 대표, 실무자, 외부 전문가 로 구성된 자주관리점검위원회에서 자주인증 심사 보고서를 토대로 자주인증 판정을 한 다. 생산자는 생산 체계를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소비자는 생산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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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생산자∙소비자의 주체성과 관계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국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에서 저농약 인증 체계가 2016년부터 폐지되면서 한살림 저농약 인증 생산 농가, 특히 과실류 농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게 된 것이 자주인증제도를 도입하게 된 주요 배경이다.

〈한살림 저농약 과실류 자주인증 기준〉

한살림 자주인증은 국가 저농약인증보다 더 강화된 한살림만의 까다로운 기준을 적 용한다. 특히 품목별 방제 횟수 기준은 더욱 엄격하고, 방제 계획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농약의 독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금지 농약 성분을 자 체적으로 설정해 소비자 안전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현재 24개 지역에서 133명 중에서 129명의 생산자가 심사를 거쳐 저농약 과실류 자주인증 승인을 받았다. 자주인증의 품목은 과실류에서 다른 항목으로 차츰 확대해 갈 계획이다. 한살림 자주인증을 통해 안전성 중심의 현행 인증제도의 한계를 넘어 생명과 협동의 지향이 담긴 한살림 자체 기준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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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역 물품과 지역 물류 한살림은 운동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연합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업을 통해 운동하 는 협동조합의 성격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사업의 규모와 운영 특성 등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역의 자주 결정권을 존중하여 지역 물품과 지역 물류 또한 허용하고 있다. 지역 물품은 지역 생협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연합을 경 유하지 않고 취급하는 물품을 말한다. 단, 이 경우에도 생산출하 기준 및 사양 기준은 한살림의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며, 물품의 개발 방식 또한 연합 물품 개발 과정과 동일한 경로를 거친다. 연합과 동일한 산지의 동일한 물품일 경유에만 개발 과정은 거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지역 물품은 생산지와 생협 간 지리적 인접성에 기초하고 있다. 한살림제주생협의 감귤, 한살림충주제천생협의 사과, 한살림전북생협의 유정란 등이 그러하다. 한살림연합은 지역 물품을 장려하기 위해 ‘가까이 愛’라는 공동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리적 인접성 외에도 지역 물품은 소농이나 복합농을 지원하는 의미가 있다. 한살림 연합은 지역 물품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물품의 연합 사업 분담률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역 물류는 한살림연합의 전산시스템(살림-e)을 사용하지만, 지역 생협의 물류센터 나 공급센터로 직접 입고되는 물품을 소속 매장까지 직접 배송하는 물류시스템을 말한 다. 현재 지역 물품은 주로 지역 물류를 따르고 있으나 연합 물류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달리 독자 물류는 전산시스템은 물론 물품의 선정부터 생산 점검, 입고, 검 수, 집품, 배송 등의 모든 사업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에도 한살림의 생산-출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현재 한살림부산생협은 독자 물류를 운 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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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살림 물품이 조합원 손에 오기까지 ① 3일 전 사전 예약

한살림 물품은 3일 전 사전 예약 시스템이다. 가정 공급뿐 아니라, 매장 발주도 마찬 가지이다. 불편하지만 3일 전 사전 마감을 하는 이유는 수요만큼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 해서이다. 수요를 예측하여 미리 생산하지 않고, 주문한 양만큼만 제때 수확하여 신선 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불필요한 물품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② 한살림물류센터 현재 경기 안성에 위치한 한살림물류센터는 2014년 2월 완공되었다. 약 2만 9,752 ㎡(9,000여 평)의 부지에 2만 7,593㎡(8,347평)의 5층(지하층 포함) 건물로 하루 평균 공급액은 약 10억 원에서 15억 원에 이른다. 물류센터 외에 한살림우리밀제과와 재사 용병 세척 시설, 햇빛발전소, 두부공장인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함께 있다. 물류센터는 각 생산지에서 생산한 물품을 보관하고 주문량에 맞게 소포장하거나 분배하여 각 한살 림 지역 생협 매장과 공급센터로 배송한다. 3일 전 주문 마감한 물품은 2일 전 산지에서 수확하여 물류센터에 입고되며 검수와 검품37) 과정을 거친다. 하루 전 집품38)하고 분 류해 당일 새벽 각 공급센터나 매장으로 배송된다.

37) 한살림 출하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물품의 수량, 품위, 표기를 점검하는 일 38) 주문된 수량을 품목에 따라 분류하여 배분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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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공급 조합원은 물품을 이용하고 생협은 공급한다. 조합원이 주체이면 ‘이용’, 생협이 주체 이면 ‘공급’이 된다. 이때 공급은 주문 공급과 매장 공급을 두루 일컬으며, 한자어로는 이바지할 공供과 넉넉할 급給을 쓴다. 그래서 생협 회계에서도 사고파는 ‘매출액’ 대신 ‘공급고’, ‘공급액’ 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살림의 초창기 공급 형태는 공동체 공급 이었다. 오늘처럼 개별 가정에 물품을 가져다주는 방식이 아니라, 다섯 가구 이상의 조 합원이 모여야 한살림 물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개별 가구의 주문량을 모아 함께 주문 하고, 한곳에서 물품을 받아 가구별로 나누었다. 물품 대금에 대한 결제도 당연히 함께 해야 했다. 어렵고 불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공동체 공급이야말로 매장이 없고 조합원 밀집도도 높지 않던 시절, 한살림의 사업을 가능케 했던 요인이었다. 매장이 늘어나고 조합원의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공동체공 급은 거의 사라졌지만, 지금도 두세 가구 이상 이 모이면 공동체공급을 이용할 수 있으며 지역 생협에 따라 물품 할인 혜택도 주어진 다. 공급은 단순히 이용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공간(매장)에서 사람(공급 실무자, 매 장 활동가)이 만나 조합원과 조합원, 생산자와 소비자, 한살림과 조합원을 잇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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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한살림의 정책 한살림의 모든 사업은 정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한살림 정책은 나아가야 할 바를 밝히는 지향이며 판단의 잣대가 되는 준거이고, 사업의 범위를 규정하는 울타 리이다. 따라서 한살림의 사업을 알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다. 한살림 의 세 가지 정책을 살펴보자.

(1) 한살림 농업 정책 한살림은 현재의 농업 문제를 단순히 경제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지 않고 ‘삶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기존의 농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식품의 안전성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지속가능하고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지역순환형 농업의 회복을 위한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을 정립하고자 한다. 한살림은 지역 범위에서 농업 생산과 물질 순환 및 생태계의 유기적 연관성을 중요시하는 환경 보전형 지역 농업 시스템을 형성해 나가는 것을 우리 농업을 지키고 살리는 중요한 대안의 하나라고 본다. 따라서 한살림 농업정책은 한살림 세계관의 표현인 동시에 한국 농업의 방향에 대한 제안이며, 한살림 농업 기술에 대한 세부 지침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⑴ 농업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한다. ⑵ 농업인이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농업의 모습을 만든다. ⑶ 농업을 계속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 ⑷ 식량자급 기반의 확보를 도모한다. ⑸ 각국, 각지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농업을 지향한다. ⑹ 유기농업과 환경농업을 지향한다. ⑺ 복합농업, 지역복합형 농업을 지향한다. - 한살림 농업정책의 기본 방향, 「한살림 농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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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은 농업을 식량생산이라는 고유한 역할 외에도 다원적 기능이라는 면에서 복 합적으로 인식한다. 국토의 보전과 홍수와 가뭄의 예방, 토사 유출 방지, 토양에 의한 정화, 야생 조수 보호, 산소 공급 및 대기 정화, 경관의 유지, 전통 문화의 계승‧유지 등도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직접 생산물의 경제적 가치 외에도 사회‧환경‧문화적 가 치 또한 정당하게 평가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복수 물품을 거래해 생산자에게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개별 생산자 차원에서 농업의 재생산을 담보한다. 또한 생산 공동체 단위로 거래해 지역 차원의 농업 재생산 을 뒷받침한다. 지역 차원의 농업은 유기농업 혹은 친환경 농업을 기본으로 하거나 지 향한다. 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1970년 80.5%, 1980년 56.0%, 1990년 43.1%, 2000년 29.1%, 2010년 27.6%, 2014년 24.0%로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이 자급률마저 쌀을 제외한다면 5%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처럼 낮은 식량자 급률은 식량위기 시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식량 자급 기반을 확대하는 일은 한살림 사업의 주된 목표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 체계에서는 단일 작물을 재배하고 규모를 확대하여 효율성과 수 익성을 추구하는 상업적 논리가 우세하다. 하지만 농업의 재생은 대규모 단작 농업이 아니라 복합 농업을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별 농가 차원에서 복합 영농 을 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단위에서 축산을 포함한 복합 순환형 농업을 추진 하는 환경보전형 지역농업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더욱이 유기농업은 다양한 작물 혹 은 부문끼리 보완하고 보합하는 결합 체계, 합리적인 윤작 및 간작 체계 등이 필요하다. 완결된 물질 순환 체계를 가진 개별 농가 단위 또는 소지역 단위가 함께하는 농업 복합 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한살림의 농업 정책을 핵심적으로 요약하면, 농업, 농민, 농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구하며 식량자급과 지역순환(복합)농업의 지향을 분명히 한 다는 데 있다. 경제 논리에 근거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의 잣대로 농업을 평가하는 것을 비판하며 총체적인 삶과 순환에 근거하여 농업의 가치를 평가하고자 한다. 자연히 농업 의 위상을 다시 설정하고 우리의 식생활과 식문화를 성찰하고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 나아가 국가 단위의 시각으로 농업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농업 정책에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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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한 기본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한 세부 전략 또한 제시하고 있다.

(2) 한살림 물품 정책 한살림 물품 정책은 물품에 관한 한살림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물품의 개발과 취급의 범위와 기준, 조건, 과정 등을 담고 있는 물품 정책은 한살림 농업 정책 과 함께 한살림운동의 목적을 사업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다. 한살림 물품 은 안전성과 친환경성이라는 차별성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과 친환경 성이라는 범주만으로 한살림 물품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선 한살림 물품 의 개발 및 취급 범위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농수축산물,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가공식 품, 친환경적인 생활용품으로 묶을 수 있다.

⑴ 물품 개발과 취급에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가장 우선시한다. ⑵ 생산의 계절성, 즉 제철을 중요시하지만 현재의 식생활 사정과 경제적인 생산 활동 을 고려한다. 시설재배(비가림, 하우스, 유리온실, 터널, 멀칭, 수막) 농산물을 인정하 고 수용하지만 육묘 기간 이외의 생육초기에 가온 재배한 농산물은 원칙적으로 인정 하지 않는다. ⑶ 농약(유기합성농약)과 화학 비료를 최대한 배제하고 줄이려는 노력이 담긴 농산물 을

개발하고 취급한다. 무농약, 무화학 비료의 유기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취급한다. ⑷ 작물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호르몬제(성장조정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을 개발하고 취급한다. ⑸ 외국 농산물이 범람해 지속적인 생산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국산 농산물을 개발하 고 취급한다. (잡곡, 한우고기 등). ⑹ 국산이면서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재배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여 만든 가공품을 개발하고 취급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농산물 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국내에서 생산된 일반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여 만든 가공품의 개발·취급도 고려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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⑺ 한살림 생산자가 직접 재배한 원료 농산물을 사용하여 만든 가공품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취급한다. ⑻ 불필요한 각종 첨가물과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가공품을 개발하고 취급한다. ⑼ 품질과 가격 면에서 차별성과 유리성이 있는 물품(수산물과 환경물품 등)을 개발하 고 취급한다. 앞으로도 품질과 가격 면에서 다른 물품과 분명한 차별성과 우위성이 없 는 물품은 개발하거나 취급하지 않는다(유제품 등). ⑽ 생산 협동체의 조직 틀을 형성하여 협동적인 노력으로 생산 및 출하하는 물품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취급한다. ⑾ 상업·공업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며 비유기적인 과정으로 생산한 것이 아니라 친환 경적인 생산 방법을 거치거나 이런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의지가 담긴 물품을 개발하 고 취급한다. 그리고 환경 보전형 지역 농업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거나 그것을 형성하 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있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농축산물과 그 가공품)은 개발하 고 취급한다. ⑿ 항생물질 등을 사용하여 인공 양식한 수산물(어패류)과 수입산(원양산과 국산이 아 닌) 수산물은 개발하거나 취급하지 않는다. ⒀ 항생제, 성장촉진제가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구입하거나 조건을 만족하며 만든 자 가 배합사료를 이용한 축산물(유정란, 계육, 돈육, 우육 등)만 개발하고 취급한다. - 물품 개발․취급기준, 「한살림 물품 정책」

한살림 물품은 농수축산물뿐 아니라 가공품과 공산품에서도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가 장 우선으로 고려한다. 농약과 화학비료라는 제도적 인증 조건 말고도 제철을 중요히 여기고 가온재배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취급 기준은 한살림 기준의 엄격성을 보여주 는 것이자 ‘생명의 먹을거리’라는 사업적 지향을 뚜렷이 드러내는 방증이다. 특히 모든 조건을 친환경재배로 한정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국산의 기준을 허용하는 것은 현실 조 건을 고려한 것이자 운동의 유연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1986년 한살림농산에서 처음 취급한 쌀에는 충북 음성 성미마을의 무농약쌀 말고도 경기 여주와 안성의 일반 경기미도 있었다. 그 이유 가운데에는 무농약이나 유기농쌀을 재배하려면 ‘전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직거래를 통해 쌓인 신뢰가 전환의 과정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믿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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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기계의 안전성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이행의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편, 한살림에서 지역 농업 전체를 염두에 두고 생산하는 물품을 우선 취급 대상으 로 고려하거나 생산 협동체를 강조하는데 이는 ‘지역 순환형 복합농업’, ‘환경 보전형 지역 농업 시스템’이라는 한살림 농업 정책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한살림 축산물의 첫 시작 또한 마을 단위 순환 농업의 방편으로 돼지고기를 취급한 데 있다. 이때 사료의 항생제 문제가 대두되면서 무항생제 사료를 사용하게 되고 밀폐식 사육 공간을 햇빛과 바람이 통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축산 분뇨가 거름으로 쓰여 지역 순 환 농업이 가능해졌다. 현재 한살림 축산은 사료의 자급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4년 말 현재 한국 식량자급률은 24.0%인데 이 중 사료용을 제외하면 49.7%이다. 안전성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사라지는 농지 확보와 식량자급률 향상 등을 위해서도 사료자급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국산보리를 급여하는 우리보리살림돼지는 한살림 전체 돼지고 기 출하량의 70%에 달한다. 100% 국산사료를 급여하는 국산사료한우도 한살림의 대표 적인 자급 사료 축산 정책이다.

(3) 한살림 가공정책 한살림 가공정책은 가공 사업을 바라보는 한살림의 가치와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 하고 표명한 것으로, 한살림 농업정책 및 물품정책과 함께 한살림 사업과 활동의 목적 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다.

(1) 생산(농업)과 가공을 하나로 인식한다. (2) 단순 가공사업과 장치 가공 사업을 구분하면서 발전시켜 간다. (3) 소규모 지역 식품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4) 전략적인 가공사업 영역을 설정한다. (5) 협동사업 경영체를 지향한다. (6) 생∙소협업형 가공 사업을 모색한다. (7) 사회 공공적 목적을 실현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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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존 생산지와 예비 한살림 가공생산지를 우선한다. (9) 철저히 주문 가공하는 방식으로 한다. (10) 1차 농축산물 생산지와 결합도를 높인다. - 가공 사업의 기본 방향,「한살림 가공 정책」

한살림은 농업과 가공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인식한다. 즉, 가공 사업이 농업을 지 탱하는 동력이라고 바라본다. 한살림 물품의 역사에서 가공품의 개발은 적체 농축산물 이나 등외품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또한 가공 사업을 통해 생겨나는 부가가치가 생산자에게 돌아감으로써 농촌과 농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농촌이 안정적 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농업 외에도 다른 방식의 산업과 일자리가 필요하다. 가공 정책은 가공 사업을 단순 가공 사업과 장치 가공 사업으로 구분한다. 단순 가공 사업39)은 지역 순환 농업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중심 부문(소재)으로 인식하고, 지역 생산자 조직화를 토대로 지역 순환 농업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거나 구축하려는 생 산지에 최대한 결합시켜 가도록 한다. 장치 가공 사업40)은 단순 가공 사업과 달리 시설 투자·기술 개발의 필요성, 인력 수급의 용이성, 경영적 안정성(규모성, 효율성, 경쟁력) 확보 등을 고려하여 산지 배치를 유연하게 적용한다. 장치 가공 사업은 적정 규모의(규 모가 있는) 단일 가공 공장을 조성하거나 몇 개 가공 공장을 한군데로 모으는 소규모 가공 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방향으로 삼고 있다. 또한 사업체의 방식으로는 사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협동조합 방식의 협동 사업 경영체(공동으로 참여·출자·운영하는 사업 법인체)를 지향한다. 기존 가공 생산자 외에도 한살림의 생산‧소비 조직이 함께 출자하여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공 원료 선택과 생산 가격(원가) 산정, 기존 생산지의 적정 생산 규모 설정, 새로운 생산지의 발굴과 선정 등에 있어서도 개인과 조직적 이해관계를 배 제하면서 공동 논의와 이해를 도모해 갈 수 있게 된다. 단순 가공 사업(농가공 사업)이 39) 단순 가공 사업은 고투입·고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생산지 내지 생산 조직과 결합하는 농가공 사업을 말한다. 40) 장치 가공 사업은 고투입·고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 가공 사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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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장치·기술을 필요로 하는 소규모 친환경 지역 식품 단지의 경우에는 생산자와 소 비자가 함께 출자하고 운영에 참여하는 생·소(生·消) 협업형 가공 사업을 적극 모색한 다.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소비자’, ‘소비하 는 생산자’로서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생·소 협업 사업을 실험하고 정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한살림 가공 사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생산자와 생산자가 함께 참여·연대하고 지역의 농업과 가공사업이 연계되는 하나의 대안경제 실천 모형으로 나아가는 것을 최종 목표 로 한다. 이것은 한살림운동의 중요한 과제이며,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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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한살림 매장_생명의 먹을거리 나눔터

조합원 소통 공간 요즘 사람들은 한살림을 가장 먼저 어디서 어떻게 만날까? 아마도 매장일 것이다. 매장에 진열된 2,000여 가지의 물품과 활기차고 다정한 매장활동가들을 통해 한살림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매장은 매일 매일 한살림 운동이 벌어지는 생명의 먹을거리 나 눔터이자 조합원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눈으로 보이는 한살림 운동의 역사는 매장의 역 사이기도 하다. 1986년 12월 서울 제기동에 문을 연 ‘한살림농산’ 쌀가게도 일종의 매 장이었고, 원주와 강릉, 경남과 대구 등 각 지역 한살림의 사업과 활동의 출발점 역시 매장이었다. 이후 공급소, 위탁 매장, 직영 매장 등을 거쳐서, 1998년부터는 조합원 활 동가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긴 하지만, 괴산과 부여 같은 농촌 지역에도 매장이 생겨 생산자 주도의 매장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전국 적으로 물품 공급액의 80% 정도가 매장을 통해 모이고 있고 매일 200~5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매장을 방문하고 있으니 매장은 한살림운동의 중심이다. 2017년 3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한살림 매장은 213곳이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대부분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2016년부터는 일요일까지 문을 여는 매장도 많아 특 별한 공휴일이 아니면 한살림은 조합원에게 매일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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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활동 공간 조합원에게 열려진 매장 공간에서 많은 활동이 창출된다. 물품이 조합원에게 바로 공급되기 때문에 물품시식을 통해 조합원의 반응을 확인하고 요리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한다. 특히 매장을 중심으로 요리교실을 열면 조합원들이 장을 보러 왔다가 손쉽게 참 여해 한살림 물품을 공부하고 요리도 배울 수 있어 좋은 활동 사례 중 하나로 자리 잡았 다. 매장은 생산자가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물품을 홍보, 생산자와 소비자 간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의 장이 된다. 짧은 시간 안에 생산자를 직접 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으니 좋다. 조합원과 조합원이 만나 한살림 이웃이 되기도 하는데 또 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모아 소모임을 하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매 장은 생산지 소식을 알리거나 국내외적으로 연대할 일이 있을 때 알리는 적극적인 조합 원 활동 공간이기도 한다. 매장은 주요 사안에 대한 서명을 받거나 주요 활동에 대한 설명을 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매장은 조합원 활동 공간의 핵심이다.

조합원 살림 공간 한 해 사업액의 80%가 매장 공간에서 판매된다고 보면 한 해 3,000억 가까운 물품 이 매장을 통해 조합원에게 공급되고 생산자에게 생산비가 전달된다. 매장은 사업과 운 동이 효율적이면서도 내실 있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한살림운동의 중요한 거점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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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며 생명 순환의 핵심적 연결 지점이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 매장당 6~12 명 정도의 매장 활동가들이 매장을 운영한다. 물품을 판매하고 조합원을 응대하는 공간 이니 운영의 묘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물품을 진열하고, 그날 역점을 두어 홍보해야 할 물품을 기억하고, 조합원에게 물품을 통해 말을 걸기도 하고, 생산지 정보와 물품 정보를 한 눈에 익히고 세심하게 알려 내야 조합원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조합원 손길이 잘 가지 않은 물품은 매장 활동가의 손을 거쳐 잘 보이게 하거나 참신한 접근 방으로 조합원 손길이 가도록 하게도 한다. 요일과 시간을 고려해서 여는 물품 시식, 조합원 특징을 콕 집어 적절하게 응대하는 물품 권유, 생산자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홍보하는 활동 등은 매장에서 이루어지는 독보적인 활동이다. 최근에는 조합 원 편이성을 고려해 매장을 개설하고 이전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하루에 일어나는 매출 규모가 5천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니 매장 운영에 대한 색다른 운동 방식도 계속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매장을 찾아오는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한살림운동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 핵가 족 시대란 말에는 살림을 배울 곳도 가르쳐 줄 사람도 없는 도시민의 생활 형태가 녹아 있다. 매장이란 공간에서 이런 사회 현상을 고민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본래 한살림 매장은 물품을 매개로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이 만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고, 농촌과 도시가 만나고, 소비 협동과 생산 협동이 만나는 곳이란 정체성을 갖고 있다. 즉 물품을 파는 매장이면서 동시에 관계를 회복하고 생명의 가치를 하나하나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장 공간을 중심으로 조합원이 편안하게 살림을 배우고 나 눌 수 있어야 물품 사업이 저절로 진행될 것이다. 즉 한살림 매장은 물품을 ‘파는 곳’이 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살림의 관계로 ‘이어주는 곳’이다. 한살림 매장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살기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주관리매장 자주관리 매장은 매장의 구성원인 매장 팀장과 활동가들이 매장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할 것인지 목표 설정과 활동 지표를 스스로 정해 운영하는, 말 그대로 자주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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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하고 운영하는 매장이다. 한살림서울생협은 2014년 강일, 여의도, 상계, 광나루, 잠원매장까지 총 5개의 자주 관리매장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이래 지부 단위로 자주관리 매장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한살림고양파주생협도 2016년 6월 지역의 조합원을 중심으로 매장 활동가를 구 성하여 자주관리 매장인 삼송매장을 새롭게 열고 2017년 전 매장 자주관리매장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생협별로 자주관리매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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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합원, 한살림 활동의 시작 한살림 소비자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얼굴이 보이는 생산자가 생산 한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리고, 이웃 조합원들과 마음을 열고 따뜻한 관계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 먹을거리와 땅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한뿌리 라는 걸 자각하고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표현 이기도 하다. 지난 30년간 한살림운동이 농촌과 도시에서 괄목할 만 한 성장을 이룬 바탕에는 소 비자가 자발적으로 실천했던 조합원 활동이 큰 몫을 담당했다. 소비자 조합원은 생명의 가치가 담긴 한살림 물품을 통해 농업살림과 밥상살림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한살림운동 의 주체다. 한살림의 소비자조합원은 한살림생협에 가입하고 물품을 이용하면서 일차적으로 한 살림을 만나게 된다. 한살림 생산자가 생산한 물품으로 우리 집 밥상을 차리고 이웃의 밥상은 어떻게 차려지는지도 걱정한다. 내 아이, 내 가족에게 안전한 밥상을 주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해 밥상을 통해 한살림운동을 실천하는 주체가 된다. 내가 마주한 음식 이 밥상에 차려지기까지 거쳐 온 사람들과 이들을 길러준 햇빛과 공기, 물과 흙 등 자연 의 도움의 깨닫게 된다. 밥 한 그릇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생명의 세계관에 눈뜨게 된다. 먹을거리를 통해 만난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만든다. 정기 적으로 모여 밥상과 생활을 나누면서 이웃 관계를 회복시켜 나간다. 콘크리트로 구획된 도시의 물리적인 경계 속에서 단절되고 기업의 마케팅 대상인 단순 소비자로만 살던 이들이 한살림 조합원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한다. 함께 모여 수다도 떨고 공부도 하면 서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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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함께 만들어가는 조합원 활동 밥상과 농업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소비자 조합원이 다양한 실천 활동을 한 지 30 년, 이제 60만 조합원 세대가 함께하고 있다. 조합원 모임도 수백 개로 늘어나 전국 23 개 지역 생협에서 다양한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자신과 지역 의 생활상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협동하여 해결해 간다. 한살림의 조직 운영이나 물 품 사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 그리고 보다 너른 사회의 시민들과 함께 활동 하기도 한다. 또한 먹을거리 안정성 확보, 식량자급률 향상 등을 위해 생산자와 함께하 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1) 모임과 조직 운영에 참여하는 활동 자신의 열망과 필요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를 설립한 주인은 바로 조합원이다. 마을모임이나 소모임 등 생활 터전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초 공간에서 자신의 의견을 모아 내고 대의원을 선출하여 의견을 대리하게 해 조직 운영에 참여한다. 또 생활협동조합의 법적 공식기구인 위원회 등의 이사회 위임기구나 이사회 에서 활동하여 한살림 소비 조직인 생활협동조합의 사업과 조직 운영 전반에 직접적으 로 참여하기도 한다.

마을모임과 소모임 활동 마을모임은 가까이 사는 조합원끼리 모여 한살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물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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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야기를 나누는 마을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조합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으로, 구성원 스스로 1년 동안 마을모임 운영안을 만들어 운영한다. 마을모임은 조 합원들의 생생한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의 장이자 조합원의 의견을 대리하는 대의원을 선출하는 장이기도 하다. 한살림운동 실천의 장으로서도 의미가 깊다. 생산지를 방문한 다거나 새로운 물품에 대한 정보, 환경이나 생태와 관련한 내용을 함께 배우면서 생명의 그물망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곳이다. 2016년 말 현재 전국 398개의 마을모임이 꾸려져 운영했다. 소모임은 비슷한 욕구를 가진 조합원들이 모여 주제를 정해 운 영한다. 시간과 장소도 자율적으 로 정하는데 구성원들이 합의하면 시작과 끝내기도 자유롭다. 소모임을 통해 한살림을 알아가고 조합원이 성장하여 사회적 활동으로 확장된다. 소모임은 조합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데 아이들 교육을 중심으로 한 육아, 교육, 생태 관련 활동과 요리, 바느질, 화 장품, 독서모임 등 다양하다.

조직 운영에 참여하는 활동 가. 위원회(분과)활동: 위원회(분과)는 조합원이 총회에서 위임한 이사회의 업무를 원 활히 수행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지역 생협의 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실현하는 대표 적인 조합원 참여기구이다. 지역 생협 주요 사업 계획에 따라 위원회가 설치되거나 없어지기도 하는데 한살림 물품 관련 농산물위원회와 가공품위원회는 23개 지역 생 협에서 대부분 운영되며, 지역 생협에 따라 식생활, 환경, 홍보, 논살림, 생명학교 등 의 위원회가 있다. 각 지역 생협의 농산물위원회와 가농품위원회의 위원장을 위원으 로 하여 한살림연합에는 농산물위원회와 가공품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되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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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임원 활동: 이사장과 이사, 감사 등 생협의 임원은 조합원을 대표하여 의결 기관 에 참여해 생협의 사업 경영과 조직 운영을 결정하며 조합원 참여활동의 핵심이다. 지역 생협의 규모에 따라 지부가 있는 생협에서는 지부 위원장 및 위원회의 위원장이 당연직 이사가 되며, 그 외 조합원 총회를 통해 조합원을 대리하여 이사를 선출한다.

2) 사업에 참여하는 활동 조합원은 일차로 물품을 통해 한살림을 만나며, 물품으로 드러난 한살림의 가치를 물품 이용을 함으로써 실천해 간다. 물품 이용은 생활협동조합의 지속적인 운영과 가치 를 실현해 가기 위한 조합원의 일차적 의무이자 자기의 필요와 열망이 담긴 물품을 이 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또 참여를 통해 어떠한 물품을 개발하고 개선할지에 대한 방향 을 제시하고 결정함으로써 사업에 함께한다.

물품 이용 활동 한살림의 생명운동은 물품을 통해 구현된다. 물품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고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조합원이 지켜야 할 기본 약속은 물품의 이 용이다. 소비자가 소비할 양을 약정하고 생산자는 그에 맞게 생산한다. ‘책임생산·책임 소비’는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한살림운동의 토대를 세우는 활동이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조합원의 물품 이용률은 높지 않다. 2017년 1월 기준 전국 약 59만 조합원 세대의 월 평균 공급액은 약 6만 2천 원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자 조합 원들의 주된 활동 중 하나로써 물품 이용에 대한 재인식이 요구된다.

한살림 쌀 먹기 운동 쌀은 생산자의 노력과 시간, 정성이 담긴 물품이자 우리쌀을 지켜내기 위한 생산자와 소 비자들의 긴 활동의 역사가 깃들인 물품이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라는 말에 드러나듯 생명운동을 대표하는 물품이자 한살림의 농업살림의 근간이 되는 물품이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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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다른 물품에 비해 9~10% 낮은 유통 마진율을 책정해서 쌀 가격의 대부분을 생산자가 받도록 해 우리 쌀과 농지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88년 첫 쌀값결정회의가 열 린 이래 매해 12월 초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여 다음 해의 쌀 수매량과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한살림 초기에는 쌀 출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조합원에게 쌀값을 먼 저 받아 생산자들에게 미리 지급하기도 했고 쌀 선수금 제도를 도입하여 일정한 양을 먹 기 위한 금액을 약정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대사회 캠페인으로 ‘무농약 쌀 한 말 먹기 운동’을 전개하였다. “무농약 쌀 한 말이 논 7평을 살린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대사회적으 로 우리 쌀의 중요성을 알렸으며 2005년에는 “우리쌀 우리가 먹읍시다” 캠페인을 벌였다. 2008년 ‘충남 아산 당진 미인증 쌀 사전 예약 및 책임 소비’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와 협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살림 쌀 소비가 둔화되어 쌀 생산지 면적은 조합원 증가 수에 비례하여 늘지 못하고 있 다. 지역 생협별로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한 연중 캠페인이나 활동을 정성 들여 진행 중 이다. ‘쌀 의무소비제 약정 운동, 방가방가 반가마 운동, 가치를 같이 먹어요’ 등 조합원과 함께 집밥 먹기 운동 등 쌀 소비를 위한 활동을 펼치는 한편 안정적인 쌀 소비를 위한 가 공식품 개발에도 열심이다. 2017년 현재 현미. 오분도미, 칠분도미, 백미, 찹쌀백미와 찹쌀 현미가 공급 중인데 백미 기준 한살림 쌀 한 말(8kg)은 30,700원이다.

물품의 개발 제안 및 개선 활동 1986년 한살림농산이 문을 열 때 10여 가지 물품에서 2016년 현재 2,000여 가지로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고 이에 따라 물품 사업액도 크게 늘었다. 한살림 물품의 증가와 개선에는 소비자 조합원의 역할이 컸다. 밥상에 필요한 1차 농산물과 2차 가공 품 외에도 조합원 살림살이에 필요한 생활 물품을 논의하고 지속적으로 물품 개발을 요구해 왔다. 조합원 모임에서 물품을 사용해 보고 평가하여 개선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수렴하고 건의했다. 이는 한살림 물품 개발에 중요한 자료가 되었고 현재 조합원들은 농산물위원회와 가공품위원회에 참여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지역의 물품 모임과 분과 활동, 위원회 활동은 한살림연합 농산물 가공품위원회 활동과 연결되 어 조합원의 주요 물품 사업 활동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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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농산물위원회 활동: 2017년 현재 한살림 23개 지역 생협 중 18개 지역 생협에서 조합원 활동 영역으로 농산물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농산물위원회는 1차 농산물에 대한 조합원의 이해를 돕고 신뢰를 확대하기 위해 물품을 공부하고 생산지 탐방을 진행한다. 생산지 농사 정보를 수시로 알리고 있다. 한살림에 맞게 생산 계획 과 출하 기준을 조정하기도 한다. 물품 개발과 개선에 조합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신규 제안 물품 검토와 작목회의에 참여한다. 지역 생협의 위원회와 분과 활동을 거 쳐 수렴된 의견은 연합 농산물위원회의 기초 자료가 되어 1차 농산물에 관한 물품 개선, 물품 확대의 근거가 된다. 나. 가공품위원회 활동: 한살림 물품 중 가짓수가 많으면서도 물품 취급 기준이 맞는 산지를 찾기 어려워 조합원이 원하는 만큼의 물품을 공급하기가 어려운 것이 가공품 이다. 가공품위원회는 가공품, 수산물, 생활용품에 대한 물품 정책을 검토하여 제안 하고 물품의 개발, 개선을 위한 검토와 선정을 한다. 물품 시식회, 가공산지 탐방, 물품 모니터링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매월 지역 생협별로 조합원이 참여하는 물품 심의를 진행하여 물품 사양, 맛, 요리 방법 등을 꼼꼼하게 검토한다. 연합 가공 품위원회에서는 22개 지역 생협 조합원 의견을 토대로 수많은 물품을 매달 심의 평 가하고 개선 사항을 접수하고 홍보 활동 계획을 세운다. 조합원이 제안하고 개발하여 만든 물품이 조합원 애용 물품이 되는 것은 바로 물품으로 한살림 운동을 실천하는 본보기다.

3) 사회와 함께하는 활동 밥상은 삶의 토대다. 한살림은 조합원의 밥상을 살리고 그 너머 세상의 밥상을 살리 고자 한다. 먹을거리와 생활용품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위기감이 높아질 때마다 사회 전체의 안전과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시민들과 함 께 고민하고 다각적인 활동과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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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교육활동 한살림 초창기부터 중요한 교육의 주제로 삼은 것 중 하나가 ‘안전한 먹을거리 교육’ 이다. 2000년대 이후 식품 안전 사건·사고와 함께 환경호르몬, 트랜스지방, 식품첨가 물, 아토피 등이 사회 이슈로 등장하면서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자연 스럽게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지역 생협별로 2002년부터 식품안 전위원회, 밥상살림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지부별로 식생활 관련 모임을 만들어 조합원에 게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과 홍보 활동을 펼쳤다. 2007년부터는 체계를 갖춘 ‘안전한 먹을거리 안내자 양성 과정’을 개설해 사회적으로 교육 활동을 넓혔다.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은 마을모임 은 물론 유치원, 방과후 놀이방, 초·중· 고등학교, 일반 기업 등에서 먹을거리 안내자 역할을 했고 지금도 다양한 곳에 서 식생활 교육을 하고 있다. 2009년 식생활교육지원법 제정과 함 께 한살림 독자적으로 밥상살림운동을 결합시킨 식생활교육의 내용과 형식을 만들었다. 2011년 한살림연합이 농식품 부 지정 21번째 식생활교육기관으로 지 정되었고 한살림서울생협은 2014년 지 정되었다. 2017년 3월 현재 23개 지역 생협 중 17개 지역에서 식생활 관련 위원회를 운영하고 한살림서울, 한살림성남용인생협은 식생활교육센터, 한살림대전생협은 (사)식 생활교육문화센터를 설립해 지역에서 식생활 교육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식생활 교 육 활동은 조합원을 식생활 교육 강사나 지역의 리더로 성장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 다. 한살림 활동의 연장으로 만난 지역 운동 주체들이 연대하여 청소년을 위한 간식 카 페나 마을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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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살림식생활수칙 5> 하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을 먹어요. 둘, 제철 채소, 과일, 수산물로 밥상을 차려요. 셋, 하루 두 끼는 우리 쌀로 지은 집밥을 먹어요. 넷,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 없는 밥상을 차려요. 다섯, 유전자변형식품(GMO) 걱정 없는 국내산을 먹어요.

GMO 반대 활동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조작식품)는 생명공학기술을 이용 하여 내부에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한 생명체를 총칭한다. GMO는 인위적으로 생물 형 질을 변형시킨 것으로 위험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새로운 독성 물질 생성, 알레르 기 등 위험성을 경고하는 실험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GMO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지 만 거대 곡물 자본 기업이 1996년부터 상업 재배해 오고 있다. 식량 자급률이 24% 이 하인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2014년 기준 GMO콩·면화옥· 수수·카놀라 등 총 139종을 수입하는 GMO곡물 수입 1위 국가다. 그런데 GMO 표시 제의 허점으로 각종 식품 제조의 기본 원재료인 간장류, 기름류, 당류를 살 경우 소비자 는 GMO 식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2016년 한살림은 전 조합원과 함께 GMO로부터 우리 농업과 밥상을 지켜내기 위한 ‘GMO 없는 안전한 생명세상’ 캠페인을 전개했고, 2017년에도 운동차원으로 지속하고 있다. 지역 생협별로 조합원 및 시민을 대상으로 GMO 바로알기 강좌 및 거리 홍보, GMO 완전표시제를 위한 ‘반GMO 청원 엽서 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상 GMO 표시 의무 대상 품목을 7종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18종을 모두 표시할 수 있게 하고. GMO 염려 없는 국내산 농산물에 Non-GMO를 표기할 수 있도록 촉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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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살림 활동 ‘밥이 보약’이란 말은 쌀을 먹고 살아 온 우리 민족의 무의식적인 인식의 표현이자 앞으로도 밥의 원천인 쌀농사를 소중하게 지켜 나가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역 생협에서 조합원이 본격적으로 논 생물 생태 조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8년 으로,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제10차 람사르 총회에서 ‘논 습지 결의안 통과를 위한 NGO네트워크’ 내 논습지위원회 연대회의에 참여하면서다. 지역 생협별로 자매 결연지 나 가까운 생산자의 시범 논을 정하고 조합원을 모아 학습하기 시작했다. 논살림 활동 은 1년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여 월별로 서식하는 논 속 생물과 논둑 식물 및 곤충조사를 시작했다. 실지렁이, 깔따구, 풍년새우, 물방개, 산골조개, 잠자리유충, 물방개, 물자라, 송사리, 미꾸라지 등이 그득한 논을 보면서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공존하는 건강한 생 태계를 보았다. 특히 관행농사로 사라진 뒤 멸종위기동식물 2급으로 지정된 투구새우가 충북 괴산(솔뫼), 전남 부안, 경북 의성의 유기농 논에서 대량 발견되어, 한살림 유기농 농사가 자연 생태계를 회복하고 있는 모습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다.

어린이 생명학교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자 하는 조합원 의 마음이 어린이 생명학교로 모아졌다. 매일 먹는 밥상에 올라오는 먹을거리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직접 농촌에서 경험 하고 또래 친구나 형 동생들과 어울려 2 박 3일 동안 공동생활도 해 보는 프로그 램이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시작되 기 전 조합원 중에 교사를 모집해서 한살림의 특징을 담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진 행한다. 밥을 먹기까지의 과정을 놀이를 통해 알려주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식품첨 가물 교육이나 가까운 먹을거리 교육도 했다. 자연에서 다양한 놀이들을 하면서 자연스 럽게 협동도 익혔다. 아이들도 함께 한살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조합원이 되는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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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다. 생명학교에 참여했던 어린이들이 벌써 어른으로 성장하여 봉사를 오기도 하고 한살림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도 있다. 현재도 아이들에게 밥의 소중함, 자연 속에서 노 는 즐거움, 또래 친구들과 협동하 놀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생명학교가 열리고 있다.

지역살림활동 지역살림은 한살림 조직 안의 조합원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를 생명의 원리에 맞게 살려 내는 활동을 지칭하는 것으로 2005년부터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과 함께 한살림의 핵심활동 목표가 되었다. 먹을거리 안전성을 위협하는 식품안전을 비롯해 환 경, 복지, 교육 등과 관련한 사회문제를 지역에서 함께 해결하고자 했다. 자기가 살아가 는 삶터인 지역을 보다 살맛나게 되살려 내고자 하는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회 안전망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복지활동, 지구적인 생태계 파괴를 해결하고자 연대하 는 환경 관련 활동, 먹을거리 안전성을 담보하고 싶은 먹을거리 활동 등이 돋보인다. 해마다 6월에 진행되는 지역별 환경의 날 행사, 시·도 지역별로 자리 잡은 알뜰장터, 방과 후 지원 활동, 반찬 및 간식 나누기 활동은 조합원 활동의 경험을 넘어 사업화되기 도 하였다.

자원순환운동 한살림운동은 생활실천운동이다. 한살림의 시작부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조 화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전개했다. 일회용 비닐 봉투 사용이 일반화되 던 때, 조합원들이 장바구니 들고 다니는 운동을 제안했다. 매장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를 상시 대여하거나 되도록 일회용 비닐 대신 종이에 물품을 싸 가도록 도왔다. 이제는 조합원들이 알아서 장바구니 지참을 실천하고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비닐 포장재에 대 한 고민도 하고 있다. 물품을 담아왔던 포장지를 씻어 말려 재사용하는 조합원도 있다. 2009년부터 전 지역 생협에서 실천하는 자원순환운동 중 대표 활동은 병 재사용운동 이다. 유리병 하나가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00년으로 추정한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병 제품 규격을 통일하고 완벽한 세척 시스템을 통하여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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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품 빈 병을 씻 어서 매장이나 공급 실무자에게 돌려주 면 2014년 2월 1일부터는 병 1개 당 50 원을 출자금에 적립해 준다. 한살림 모 든 매장에 빈 병 회수함을 마련하고 조 합원이 빈 병을 가져올 때마다 모아 둔 다. 빈 병을 챙겨오는 조합원이나 받아 서 깔끔하게 물류센터로 보내기까지 활동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재사용병 1개를 다시 사용하는 일은 형광등 30시간을 켤 수 있거나 이산화탄소 300g을 줄여 소나무 1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2015년 25만여 개의 빈 병이 되돌아왔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활동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는 전 세계인들에게 다시 한 번 핵의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조합원 생활수칙으로 전기 에너지 줄이기나 물 오염 줄이기 등 생활 속의 환경부하를 줄이는 일과 방사선 조사 식품 불매 운동을 끊임없이 해오곤 있 었지만 방사성 물질이 먹을거리에 엄청난 위협을 하게 된다는 현실을 이때부터 직시하 기 시작했다. 먹을거리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어 한살림은 방사성 세슘 기준치를 어 른 8베크럴, 유아 및 어린이는 4베크럴로 정했다. 생산자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염되는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여 조합원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핵발전소와 송전탑 핵폐기물 등으로 일상의 삶이 위협받고 있음을 알려내는 탈핵 활동에 참여하고 지원하고 있다.

4) 생산자와 함께하는 활동 소비자, 생산자를 만나다 먹는 것을 통해 몸과 마음을 살리고 한살림 운동을 만나는 조합원에게 한살림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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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생산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남다르 다. 쌀을 받아들면 생산자가 농사지은 흙의 몰캉거림, 바람 냄새, 햇살의 맑은 기운, 들풀의 생명력, 생산자의 땀방울 과 손길이 같이 온다. 물품마다에 담긴 생산자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일 은 초창기부터 30년간 지속되어 온 활동이다. 작은 봉고차 한 대로 산 넘고 물 건너 깊은 산골 생산지를 찾아가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도 한다. 정월대보름, 오월 단오행사를 열고 가을걷이 시기와 계절에 맞춰 벼 베기 체험 등 잊혀가는 농촌 문화를 복원시키는 행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또 물품별로 공부하고 각 생산지를 찾기도 한다. 꼭 한번 해봐야 할 교류 활동은 일손 돕기다. 뜨거운 태양을 벗 삼아 땀을 뚝뚝 흘리며 풀밭을 매거나 열매를 솎고, 씨앗을 심다 보면 팔 다리, 허리 할 것 없이 온몸의 고생을 체험한다. 마을모임 소모임 또는 매장 활동가나 운영 위원들 중심으로 일손 돕 기를 가는 경우가 많지만 조합원이 되면 새내기 생산지 방문을 의무적으로 권한 다. 가입 후 1년 미만 된 조합원을 모아 생산지 방문을 기획하는데 새내기 조합 원이 궁금해 하고 배울 것이 많은 생산지를 방문한다. 새내기 생산지 방문을 다녀 온 조합원은 적극적으로 물품을 이용하고 조합 사업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해마다 생산지를 찾아가는 조합원의 수와 방문 횟수가 늘어나 2016년에는 생산지 견학과 체험 활동, 일손 돕기, 생산자와 소비자 간담회, 매장 체험 행사 등의 도농교류 활동이 1090회에 걸쳐 열렸고 1만 4,720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생산자의 진정성과 노고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밥을 나눈 조합원은 넓은 의미에서 생명살림을 짓는 한가 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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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행사는 음력 1월 15일 전 토요일쯤 권역별로 열린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한 해 보름달 중 가장 커다랗게 뜨는 달을 보며 풍요를 기원하고 소원을 적어 태운다. 농 한기에 진행되는 행사라 생산자 분들이 대거 참여하여 많은 준비를 한다. 생산지별로 지신 밟기. 쥐불놀이,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세시풍속 놀이를 신나게 할 수 있다. 밤하늘 아래 에서 깡통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불빛이 주는 신비로움을 체험한다. 일 년에 한 번, 그때 만 경험할 수 있는 놀이다. -단오행사는 음력 5월 5일 단오절 풍속을 지켜가기 위한 것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적극적 으로 참여하는 행사 중 하나이다. 모내기가 한창인 때 손모내기도 하면서 심은 벼가 풍성 한 수확을 거둘 수 있도롤 빌며, 제초를 해 줄 우렁이 입식시킨다. 5월 단오 즈음에 하던 창포물 머리 감기, 줄다리기, 씨름 등에 조합원들이 참여 한다. 풍악을 울리는 차전놀이와 공동체 놀이도 벌어진다. 생산지 교류 행사 중 가장 크게 열린다. -벼수확 체험 및 메뚜기잡기 행사는 벼 베는 추수 즈음 열린다. 누렇게 익은 벼를 베거나 메뚜기를 잡고 떡을 해 먹는다. 기계로 모를 심고 기계로 수확하는 벼농사이지만 옛날부터 행해지던 농기구를 전시하고 직접 벼를 베어 탈 곡 작업도 해본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하면서 쌀이 생산 되는 과정을 알게 된다. -가을걷이한마당은 10월 말 경 권역별로 생산자와 소비자 가 모여 연다. 풍성한 먹을거리와 문화공연을 함께 즐기 며 한 해 동안 애쓴 생산자의 노고를 어루만진다. 서울지 역에서 열리는 가을걷이한마당은 조합원을 넘어 시민들도 참여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다. -딸기생산지 방문은 딸기 생산량이 많지 않아 조합원들이 매장에서 줄 서서 딸기를 사던 시절, 딸기밭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받아들여 시작하게 되었다. 유기농 딸기가 생 산되는 충북 부여 산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정착되었다. 한살림 딸기밭이 궁금한 조 합원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고 딸기를 따고 잼을 만들고 나물을 뜯기도 한다.

생산자, 소비자를 만나다 주로 생산지로 찾아가서 이뤄지던 도농교류 활동은 생산자를 도시로 초대하면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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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더 깊어진다. 농업살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거나 생산자의 삶을 이해하고 배 우고 싶은 조합원을 위해서 생산자를 초청하여 농사 이야기와 삶을 철학을 듣는 생산자 간담회를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남성 생산자 위주로 초대했지만 근래에 는 여성 생산자들이 초청되어 시골에서 먹던 음식을 재현해 주기도 하고 여성생산자로 사는 삶의 모습을 구수하고도 재미나게 들려주기도 한다. 각 지역 생협의 자매결연 산 지 중심으로 생산자가 여럿이 오면 지부 운영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함께 맞이하고 나들 이를 겸해 도시에서 하는 문화 활동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돈독한 정을 쌓은 경우도 많아 다른 곳에서 만나면 가까운 친척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5) 국제교류 활동 생명 가치의 지평을 넓혀가는 국제 교류 연대는 기후 재앙 등으로 인해 국제 구호 활동이 필요한 곳이나 국내 단체들의 요청과 제안을 검토하여 진행하고 있다. 실무자, 활동가 중심으로 엔지오 관련 연대와 교류 연수를 실시하고, 구호 및 모금 활동이 필요 한 영역에서는 조합원 활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해외 단체 견학 방문도 2010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구호·모금사업 기후재앙, 지진 등 국제 구호 활동에 대한 필요가 발생하면 이사회 협의를 거쳐 조합 원 모금 활동을 벌인다. 1997년 북한동포돕기 모금, 2001년 아프카니스탄 전쟁 피해 모금, 2011년 일본 지진 피해 주민 모금, 2014년 필리핀 태풍 구호 모금 등이 대표적이 다. 2014년에는 국제유기농업대상인 원월드어워드(One World Award) 금상 상금 전 액을 포함해 총 2천만 원을 인도 달리트 유기농장 지원 사업에 지원했다. 2014년 네팔 대지진으로 무너진 마하락시미 학교를 새롭게 짓는 건축비 전액을 조합원이 힘을 모아 전달했는데 2015년 전 지역 생협과 생산자연합회가 총 8천여만 원을 모았다. 2009년 아시아민중기금에 참여했고 2010년부터 1천만 원 규모로 호혜를 위한 아시 아 민중기금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민중기금 회원 단체 간 물품 교역 외 사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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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류재활용협회(JFSA)에 서 하고 있는 의류재활용사업 의 한국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 도 논의하고 있다.

교류 연수 해외 연수는 실무자·활동가 들의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되 고 있다. 매년 진행하는 일본

네팔 마하락시미학교 준공식(2016)

그린코프생협 연수는 30년 앞서 설립된 그린코프생협을 돌아보며 한살림의 현재와 미 래를 점검하는 기회이다. 유기농업 등 관련 해외 단체 및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IFOAM) 등 국제사회에 한살림운동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형성된 국제네트워크 를 기반으로 일본 외 지역에 대한 연수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제3세계교류연수(필리 핀 네그로스에 위치)는 2010년 사단법인한살림이 아시아민중기금에 참여하기로 결정 하면서 시작했다. 공동체 지원금 전달을 계기로 자연스레 3년에 걸쳐(2010-2012) 방 문했으나 필리핀 네그로스 지역의 복잡한 사정과 제3세계교류연수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정리되지 않아 2013년 이래 방문 교류를 잠정 중단하고 있다. 최근에 한살림운동은 성공적인 유기농사업운동 모델로서 국제협동조합운동진영 등 에 소개되고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One World Award 금상 수상 이후 해외 단체 견 학 방문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

3. 조합원 활동과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1988년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의 창립과 함께 한살림은 생활협동조합으로서 의 조직 형태를 갖추었다. 한살림은 1998년 12월에 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

제5장 한살림 소비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11


거해 전국 행정구역별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 생협 법 개정에 따라 생협연합회 형태로 한살림연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1)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의 목적과 성격 협동조합 역사의 맥락에서 한살림은 물품 공동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협동조합 에 닿아있다. 1998년 12월 29일(1999년8월6일 시행)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제정되 면서 한살림은 비영리 조직으로서 협동조합의 틀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한살림은 그 탄생의 배경과 역사적 흐름, 실천하고자 했던 사명에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한 다른 생협과 차이를 보인다. 이는 조직의 목적과 성격을 명시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표 준 정관과 한살림 정관에서 구별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표준 정관 제2조(목적)는 이렇게 명시한다. “상부상조의 협동 정 신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들의 자주 자립 자치적인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통하여 조합원 의 소비 생활 향상과 국민의 복지 및 생활 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에 비해서 한살림 생협의 정관은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살림운동의 세계관을 담았다. “이 조합은 생명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안전하고 건강 한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을 생산·공급하고, 모심과 살림의 가치에 따라 다양한 도농공동 체 운동과 지역살림운동을 전개하여 더불어 사는 생명살림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한살림서울생협 정관 이처럼 한살림은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서 물품 나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 라 농업과 밥상을 살려 이 세상 생명들이 본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자 한다. 생산자와 도시 생활인들은 친환경 물품을 서로 나눔으로써 공통의 필요와 염 원을 함께 해결하고자 다양한 물품 사업과 공동체 활동을 펼치고 있다.

2)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의 조직 운영 원리 한살림생협의 조직 운영 원리는 협동조합 공통의 운영 원리와 한살림의 고유한 운영 원리가 함께 있다.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을 해결하고자 결사를 통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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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결사와 사업의 운영 과정에서, 결사의 주체인 조합원들의 다양한 참여와 활 동으로 이루어진다. 조합원 활동이 조직 운영의 원리와 구조 속에 오롯이 담기는 것이 다.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조직 생협은 지역 생활터전에서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필요와 열망을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조직으로 생활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운영하는 자주적인 조직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협의 일원으로 참여하려면 일정한 출자금을 내야 하며, 조합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 여할 의무가 있다. 자신들이 필요한 일을 조합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조합이 안정적으 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운영에 관여할 책임도 있다. 한살림은 생산자의 물품을 구매함으로써 밥상‧농업‧생명‧지역살림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동의한 조합원으로 운영된다. 조합원은 물품 사업과 의결 과정, 한살림 활동에 자 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조직의 운영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조합원으로서 책임을 수행한 다.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로 운영되는 조직 이처럼 조합원은 자신들이 필요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사업에 참여한다. 조합원은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의 공동 재산을 만드는데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내고 출자액과 사업 이용 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다. 조합원은 총회에서 정 한 1구좌의 최소금액과 출자 방식에 따라 출자할 수 있다. 단, 한 사람은 전체 출자금의 20% 이내로만 출자 할 수 있으며, 분납이 가능하다. 출자 여부는 조합원의 자격 여부와 관계 있으며, 출자금을 내지 않은 경우에 조합원 자격이 없다. 단, 분납을 약속하고 일 부 출자를 할 경우에는 유효하다.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는 가입 시 출자금을 내는 것뿐 아니라 조합의 사업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 조합원은 사업을 이용할 때 이용액과 횟수에 따라 자동으로 증자를 한 다. 조합원이 매장을 이용할 때 1만 원 단위로 200원씩 증자(최고 1000원까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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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을 주문하여 공급을 받을 때, 1회 주문에 1000원이 자동 증자된다. 자동 증자 외에 조합의 사업 확장과 같은 특별 자원이 필요할 때 추가 출자를 할 수 있다. 지역 생협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조합원이 추가로 출자하고자 할 때에는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액수만큼 수시로 출자를 할 수 있다. 조합원은 조합의 자본금의 조달과 사용에 대해 최종 권한을 갖고 이 사안은 총회에서 의결된다. 조합 사업의 결과 잉여금이 발생하면, 조합원은 잉여금 배분 방법을 결정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를테면 법정 적립금을 제외하고 배당하지 않는 적립금으로 배분 하거나, 출자와 이용의 배당 비율을 정하거나, 적립된 잉여금의 사용처에 대해 결정한 다. 배당 시 이용 실적에 따른 배당(이용고 배당)은 전체 배당액의 100분의 50 이상이 어야 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법적으로 비영리조직이라 명시되어 있지만 세법상 영 리법인으로 분류되어 법인세와 주민세를 내야 한다. 단, 일반 주식회사보다 낮은 비율 로 책정된다.

조합원 가입에 제한이 없는 조직 협동조합은 성적‧사회적‧인종적‧종교적 차이에 따라 조합원 가입 제한을 두지 않는다. 조합이 하고자 하는 목적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조합원의 가입과 탈퇴에 대해 심의할 수 있다. 이사회는 조합원이 조합의 사업을 성실하게 이용하지 않거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 지 않은 경우, 조직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할 때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예컨대 조합을 정당 활동의 하나로 이용할 경우에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조합에 해를 줄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생협법에는 일정 기간 조합의 사업을 이용하지 않은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민주적 운영원리가 실천되는 조직 협동조합 방식의 운영 원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민주주의다. 협동조합 정의에서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하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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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듯이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은 협동조합의 본질이기도 하고 운영의 핵심 원리다. 협동조합의 민주주의적 요소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사람들은 대개 “출자액에 상관없 이 한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 원 칙에 처음 등장한 1인 1표제는 협동조합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것이고 일반 영리기업 과 구별하는 기준이 되었다. 1844년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에서 역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1인 1표라는 의결권을 부여한 사례는 협동조합의 민주주의 실현의 단면을 보 여준다. 1인 1표제라는 협동조합의 민주적 의결방식은 1주 1표제를 갖는 자본 중심의 기업과 구별하는 상징적 제도다. 하지만 그것이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대표하는 지 표는 아니다. 오늘날 협동조합의 운영에서 한 사람에게 하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의미 보다 조합원이 운영의 주체로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다. 생협법은 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관련하여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고, 출자금의 크기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의결권과 선거권을 부여하며, 조합원은 누구나 동 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여러 조항에서 명시한다.

생산자와 함께하는 의결 구조 한살림 조직 운영의 가장 큰 특징은 생협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운영의 주체로 참 여하는 점이다. 이는 한살림의 기본적인 철학인 ‘생산자와 소비자는 하나’임을 실천하는 의미로, 한살림연합 이사회, 생산자연합회 이사회, 각 지역 생협의 이사회 모두 생협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이사로 참여한다. 지역 생협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지역 생협 이사회에 1~4명 정도 생산자 이사가 참여한다. 생협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은 한살림의 독특한 문화다. 생협 조합원은 생산자로부터 현황을 직접 들을 수 있고 생산자의 관점에서 의안을 다룰 수 있어 생산자의 요구를 생협 활동에 수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생산자는 생협 활동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생산 조직에 소통할 수 있고, 생산자의 필요와 요구 를 생협 조직에 전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교류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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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의 운영 구조 협동조합의 운영 구조는 조합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조합원이 있고, 지배구조로서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총회와 대의원 총회, 조합원을 대표하여 총회에서 선출된 이사들 의 상설회의체인 이사회와 이사장, 사업 경영을 전문적으로 맡는 경영자로 이루어져 있 다. 또한 이사회의 의결을 돕는 자문 기구로서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한다.

1) 조합원 조합원은 생협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서 협동조합의 소유자이자 의사 결정권자, 운 영의 주체다. 누구나 정관상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일정한 지역권에 거주하거나 생활하 는 개인이나 단체, 조합의 목적에 동의하는 자와 단체) 조합원이 되며 원하면 언제든지 탈퇴할 자유가 있다. 단, 조합의 합리적 운영과 조합원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조합원의 가입 자격을 이사회가 심사하고 승인한다. 조합원 가입 탈퇴의 자유를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합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인정된다. 가장 중요한 조합원의 법적 권리는 총회에 참석하여 조합의 운영에 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조합의 임원(이사장, 이사, 감사)과 대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권, 임원과 대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권리다. 운영의 주체로서 조합원은 조합에 서류 열 람권과 그 사본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조합의 시설과 사업 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잉여금에 대해 배당을 청구할 수 있다. 권한에 따른 조합원의 의무도 있다. 조합원으로 조합에 참여할 때 조합의 목적에 동 의하고 그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가입하게 된다. 그만큼 조합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이용할 의무가 있다. 또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가지기 위해 출자의 의무가 있으며, 기본 출자 외에도 특정 목적을 위한 특별 출자금 조성에 적극 참여할 의무도 있다. 조합원이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다하는 것 외에 조합원이 조합 운영에 대한 책임도 갖는다. 이때 “조합원의 책임은 출자금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해 유한 책임 제도를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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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유한 책임이라 함은, 조합이 파산이나 재산상 손실을 봤을 때 조합원 한 사람이 낸 출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합원은 출자에 참여했지만 전혀 이용 실적이 없거나 분납하기로 한 출자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에 규약에 따라 제명될 수 있다.

2) 기관의 구성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모여 공동으로 소유하고 경영하고 이용하는 조합원 중심 조직이다. 소유와 경영, 수익권이 조합원에게 있는 협동조합은 조합원 수도 늘고 사업 규모가 늘어나면서 조합원 대의제를 채택한다. 즉 대의원 총회가 조합원 총회를 대신하고, 조합원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가 총회에서 결의한 사업 계획을 집행하고 감시 하며, 경영 일반을 경영자에게 맡긴다. 기관은 총회나 이사회와 같이 조합원이 자발적 으로 결성한 자율적 결사로서 생협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역할(사람)과 회의체 를 말한다. 생협법에는 조합의 운영에 관한 역할을 가진 사람과 회의체를 법으로 정해(법정기관) 보장한다. 법정기관으로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서 총회(조합원 수가 400인을 초과할 때 대의원총회가 총회를 갈음할 수 있다), 업무 집행 기관으로서 이사회와 이사장이 있 으며, 조합의 대표 기관으로 이사장, 감독 기관으로 감사를 둔다. 이들 기관들은 생협의 독립적 상설 기관이면서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기관으로 조직의 핵심 의사 결정 구조다. - 출처 : 생협의 거버넌스(허헌중)

총회 - 의사결정기관 생협은 공통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인 조직이다. 총회는 조합원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여기며 그것을 제안하고 수렴하여 반영하 는 기관으로서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이다. 총회는 협동조합에서 반드시 설치하여 운영해 야 한다. 총회는 정관을 변경하거나 조합의 해산·합병·분할, 임원 선출과 해임, 사업계획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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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 수지예산 편성, 결산 승인, 규약 제정·변경을 의결한다. 단 조합의 해산·합병·분할 에 관한 사항은 대의원 총회가 아닌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할 수 있다. 조합원 총회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재적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 하며, 조합원은 자신의 권한을 대리인에게 위임할 수 있다. 조합원 수가 400인을 초과 할 때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한 대의원으로 구성한 대의원 총회가 총회를 갈음할 수 있 다. 이때 대의원 정수는 100인 이상으로 한다. 대의원 총회에서 조합원 대의원은 자신 의 대리인을 세워 의결권과 선거권을 위임할 수 없다. 대의원총회 자체가 대의제이기 때문이다. 총회는 조합원이 협동조합에서 자신의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체다. 출자 좌수와 상관없이 한 사람에게 하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만큼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결권 행사가 조합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을 가진다. 하지만 점차 형식 적인 참여나 의례적인 행사로 그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조합원 권리가 강하다고 하 여도 한 사람의 의견이 존중되고 반영되는 것 같지 않다”는 실망감을 보이는가 하면, “1년에 한 번 총회에 와서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잘 몰라 형식적으로 임하게 된다”는 조합원도 있다. 집행부도 마찬가지다. 총회의 권위가 크다는 것은 알지만 의결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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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든가,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의지가 점점 약해지는 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1년을 돌아보며 내년을 내다보는 교류의 장이나 잔치 같은 형식의 총회가 치러진다. 그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조합원이 조합 운영의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위상을 찾지 못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총회와 대의원 총회를 최고의 의결기관인 동시에 조합원의 주체의식을 가질 수 있는 장으로서 어떻게 열어야 할지 조합원 대표와 집행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41)

이사회 - 업무집행기관 이사회는 필수 설치 기관이면서 상설적인 회의체 기관이다. 총회가 조합원 최고 의결 기관이지만 조합 운영과 관련하여 매번 총회를 열어 조합원의 의견을 묻고 결정할 수 없다. 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일상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상설적인 회의체를 구성한 것 이 이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이사회는 업무 집행 기관이면서, 총회에서 정해진 사항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의사 결정을 한다. 이사회가 업무 집행 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업무 집행과 관련한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고 실제적인 집행은 이사장이 실무 책임자와 실무자들과 함께 수행한다. 이사회 는 총회에서 선임된 이사장과 이사를 비롯해 이사회가 선임한 부이사장‧전무이사‧상무 이사로 구성한다. 이사회의 의결 사항에 대해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제42조와 정 관 제38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의 의결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조합의 재산 및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 - 총회의 소집과 총회에 상정할 의안 - 규정, 규칙 등의 제정과 변경 및 폐지 41) 신용협동조합법에서는 대의원 제도가 없다. 신용협동조합법 제25조에는 “재적 조합원 과반수의 출 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한다. 다만, 재적 조합원이 500명을 넘는 경 우에는 251인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할 수 있다”고 규정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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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요 자금의 차입 - 사업 계획 및 예산안 작성 - 간부 직원의 임면 승인 - 기본 자산의 취득과 처분 - 이사장 및 이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 총회에서 위임한 사항 이사회는 총회 의결 사항이 아닌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항들을 의결하는데, 정관과 규약은 총회에서 의결하고, 규정과 규칙 등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차이가 있다. 조합 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항은 대부분 이사회에서 결정하지만 법과 정관에 정한 의결 사항 외에 업무적으로 실무진에게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 자칫 조합 내부적으로 총회 다음으로 이사회가 의결 기관으로서 역할이 중대하다고 하여 모든 것을 이사회 안건으로 다루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 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합이 조합원과 그 대표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맞지만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권력 집중만을 고집할 수 없다. 적절한 위임이 이뤄지 고 보고와 소통 체계를 잘 갖춘다면 일상적인 업무 집행과 상설적인 회의체의 원활한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사회는 재적 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 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 한다. 이사장은 의결에 참여하지 않으며 가부 동수일 때 결정권을 갖는다. 단 이사의 개인 이익과 조합의 이익이 상반되는 사항이나 신분에 관련된 사항에 관해 이사 당사자 는 이사회의 의결에 관여할 수 없다.42)

이사장 - 대표기관, 업무집행기관 이사장은 한 사람의 자연인이지만, 협동조합에서는 대표 기관인 동시에 업무 집행 기관이다. 이사장의 대표권은 생협 법인의 대표 자격을 말한다. 대표 기관인 이사장은 42)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이사장이 의결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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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의 공적 업무와 관련한 모든 것에 대표권을 갖는다. 이를테면, 조합의 이름으로 은 행 통장을 개설하거나, 공문을 보내거나, 과태료나 벌금 부과 대상이 되거나 법적 책임 을 지니는 자리다. 이사장이 이사장으로 행하는 모든 행위는 조합의 대표로서 행하는 것이 되며, 이사장의 의사 표현이 조합의 의사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사장 외에 이사장 이 역할을 부여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합을 대표할 수 없다. 이사장은 업무 집행 기관으로서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의 업무를 집행한다. 이사장은 업무 집행과 관련하여 최종 결재권을 가지며, 직원의 임면과 관련한 인사권도 갖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상근 이사장 역할로서 일상적인 업무 집행이 상근의 경우 와는 달리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한살림에서는 대체로 실무 책임자에게 권 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종 결재권이 이사장이라는 업무 집행 기 관에 있다 보니, 조합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질 수밖에 없다. 법적 책임이 분 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업무 집행 과정과 책임 부분에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감사 - 감독기관 감사는 필수 설치 기관으로 조합의 업무 집행 상황, 재산 상태, 장부 및 서류 등 조합 운영전반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감사는 생협법에서 연 1회 이상 열게 명시되어 있지만 한살림 정관에서는 연 2회 이상 실시하게 되어 있다. 감사는 총회나 이사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예고 없이 조합의 장부나 서류를 대조하고 확인할 수 있다. 감사는 집행 기관인 이사장과 이사가 법과 규칙, 규약을 어기고 집행한 사실을 발견 할 경우에 즉시 이사회에 시정 요구를 해야 한다.

위원회 - 이사회 자문기구 위원회는 이사회의 의결 과정에 필요한 자문과 조합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이사 회의 결의로 설치할 수 있으며, 설치와 운영에 관해 정관과 규약으로 정한다. 위원회는 이사회가 위임한 사항과 위원회가 스스로 심의하기로 한 사항에 대해 심의하고 그 결과 를 이사회에 보고한다. 위원회는 상설 위원회와 특별 심의 사항을 다루는 임시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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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구분하여 설치한다. 한살림은 농산물위원회와 가공품위원회를 대표적인 상설 위원회 로 운영하며, 지역 생협에 따라 다양한 위원회를 꾸려 운영한다. 두 위원회는 조합원이 물품 구매 사업과 조합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의미에서 한살림의 특징적인 조합원 활동 이다. 위원회 위원은 조합원 중에서 이사장이 위촉하고, 위원회의 위원 정수와 임기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3) 임원의 권한과 의무, 책임 임원의 법적 지위와 역할 생협에서 임원은 이사장과 이사, 감사를 가리킨다. 임원은 조합의 업무를 집행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법적 신용 상태에 하자가 있으면 곤란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생협법에는 임원의 자격 조건을 정해 놓았다. 임원은 이사장을 의장으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와 감사회를 통해 직무를 수행한 다. 임원은 조합원을 대표하는 자연인뿐 아니라 법인도 맡을 수 있다(협동조합기본법 하의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임원은 반드시 자연인으로만 구성된다). 단, 법인은 임원 의 역할을 할 사람을 선임해 파견해야 하며, 선임한 사람의 신상 정보를 조합원에게 통 지해야 한다. 미성년자도 임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 단 법정 대리인의 허락을 얻었을 경우에 가능하다. 일례로 교육경제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 이사회에 학생이 이사로 참여 한다. 임원은 정관에 임기를 정해 직무 기관에 제한을 둔다. 임원의 임기는 기본 4년의 범 위에서 정관에 정한다. 임원은 연임할 수 있으며, 이사장은 생협법에서는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으며,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2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 이를테면 생협 의 경우 개별협동조합 정관에 임원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하면 이사장은 최대 4년까지, 기본 임기를 4년으로 정하면 최대 8년까지 이사장직을 수행한다. 생협법에는 특별히 겸직 제한 조항이 있다. 이사장은 다른 조합의 이사장을 겸직할 수 없고43)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는 감사를 겸직할 수 없으며, 해당 조합의 직원을 겸직 할 수 없다. 겸직 금지 제한은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서 집행 기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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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기관의 구분으로 공정함을 기하자는 취지가 있다. 임원과 직원의 겸직 금지도 의 사 결정 기관과 실무 집행자의 역할과 기능을 구별하는 것이 공정한 업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취해진 것이다. 생협이 소비자 조합원 중심 조직이다 보니 실무자 들의 의결 과정 참여가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 협동조합기본법하의 협동조합에서는 다 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의결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소비자협동조합의 의결 구조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임원의 권한과 의무 조합원에 의해 선출된 임원들은 조합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하 여 조합경영을 합리적으로 수행해 조합원의 필요를 충분히 해결하고 조합의 경영 안정 을 이뤄낼 의무가 있다. 임원의 권한은 조합원이 부여한 의무이기도 하다. 이사장은 이사 중에서 호선하여 총회에서 선출되며 임기가 있는 조합의 대표다. 이사 장은 협동조합의 대표권과 업무 집행권이 있으며 총회(대의원)와 이사회의 의장을 맡는 다. 이사장은 조합원의 대표의 자격을 가진 동시에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의 대표다. 여 기서 대표권은 법률적 위상을 갖는다. 이를테면 조합의 이름으로 계약을 하거나 협약을 할 때, 법인과 대표가 같은 법적 효력을 갖는다. 또한 조합의 이름으로 자금을 빌릴 경 우에도 이사장이 법인을 대표한다. 이사장은 조합의 인사권을 갖는다. 이사장은 직원을 임면하고 간부직원에 한해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사장이 임면한다. 법인의 대표권 은 협동조합에서는 이사장만 가지며, 예외적으로 이사장이 권한을 위임할 경우에 이사 장이 아닌 이사가 협동조합을 대표할 수 있다. 이사장의 업무 집행권은 대표권만큼 중요한 권한이다. 이는 법령이나 정관, 총회와 이사회에서 의결된 범위에서 모든 경영 업무가 포함된다. 단 이사장이 사고가 있을 때 에는 부이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이사, 감사의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하고, 해당자 가 2인 이상일 경우에는 연장자 순으로 한다. 이사회에서 이사장은 의장으로 회의를 주 43) 개별법에 의거한 조합의 경우에 이사장을 겸임할 수 있는지 법적 해석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실 제로 법적 근거를 달리하는 조직의 경우에 이사장을 겸임하는 사례가 많다. 이를테면 소비자생활 협동조합의 이사장이 협동조합기본법하의 조합의 이사장을 겸임하는 것에 대한 합법 여부의 논란 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겸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5장 한살림 소비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23


재한다. 하지만 의결에 참여하지 않으며, 만일 찬성과 반대의 수가 같을 때 이사장이 결정권을 갖는다. 이사는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업무 집행권을 갖는다. 하지만 대표권은 없다. 만일 이 사가 조합원을 대표한다고 하여 조합 경영과 관련하여 어떤 결정을 하거나 약속을 할 수 없으며, 그 결정이나 약속은 이사회의 의결이나 이사장이나 총회의 승인이 없는 한 효력이 없다. 감사는 특별한 상황에서 대표권을 갖는데 협동조합이 이사장을 포함해 이사와 소송 을 할 때에는 감사가 협동조합을 대표한다. 감사의 대표권은 현직 이사장이나 이사와 협동조합이 소송할 경우로, 전 이사장이나 이사가 소송대상일 경우에는 감사가 아닌 이 사장이 조합을 대표한다. 만일 협동조합과 현직 이사장과 소송을 할 경우에 또는 협동 조합과 현직 이사와 소송을 할 경우, 모두 감사가 조합을 대표한다.

임원의 책임 조합원을 대리해 조합의 경영을 수행하는 임원은 조합원의 요구와 필요를 잘 해결하 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총회에서 조합원과 함께 결정한 사업 계획과 정책을 성 실하게 추진하고 조합이 튼튼하게 꾸려갈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야말로 임원 활동의 기본이고 의무다. 임원은 법과 그에 따른 명령‧정관‧규약‧규정 및 총회와 이사회의 의결을 준수하고 조 합을 위해 성실하게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임원이 자신의 임무를 게을리 하여 조합 에 손해를 가하거나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사장과 이사는 이사회의 의결 사항이 조합이나 제3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의결에 찬성한 이사에게 책임이 있으며,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의결 에 찬성한 것으로 보고 연대 책임을 진다. 임원의 책임 여부는 일반적으로 조합과 제3자 에 손해를 끼치지 않고 성실하게 자신의 직무를 수행했는지에 달려 있지만 임원의 권한 과 직무를 수행하는 형태에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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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살림 소비자 조직의 과제 한살림의 역사는 이제 30년이다. 협동조합으로서 역사는 1988년부터 헤아린다고 해 도 27년, 사실상 법적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꾸려온 것은 12년 정도다. 유럽의 소 비자생활협동조합이 170년 역사를 이어온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생협은 아직도 성장의 입구에 서 있다. 생협은 처음 시작할 당시보다 정체성과 운영 원리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조합원 소유 경영 조직으로서 조합원 결의가 예전만 못하다. 조합원 수도 늘고 조합의 규모도 커졌고, 지역기반이 예전보다 넓어졌지만, 협동조합이 갖는 본래의 가치와 원칙이 점점 희미해지고 조합원들의 참여와 활동도 약해지고 있다. 생협 활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은 이와 관련하여 많은 혼란을 겪고 의문을 갖는다. ‘생협이 사람들의 자율적인 조직으 로서 결사체에 방점을 두느냐, 아니면 경제적 성격을 가지는 사업 조직으로, 또는 기업 의 속성을 강조하느냐’, ‘자본을 투자해 그 수익의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 기업과 생협 조직의 차이가 뭘까’, ‘친환경생산자에게 생산의 여건과 의욕을 주고 그로부터 친 환경 생산물을 얻는 것이 생협 활동의 목적이라면, 그 사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안정적 으로 운영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등이다. 이외에도 조합 경영의 책임과 관련해 조합원 대리인과 실무 업무 담당자의 역할에 대한 논쟁, 생협 조직 안의 임노동의 문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자원 활동 영역과 직원 의 관계 등 다양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생협이라는 조직에 대한 견해 차이와 혼란인 동시에 한살림 조직 운영의 문제 제기일 수 있다. 질문들은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나가 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의문을 묻어버리거나 무시하기보다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 함께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 협동조합다운 일이다. 역사는 흐르고 세상은 변한다. 변하는 세상에서 생협은 또한 한살림은 또 다른 변화 를 해야 한다. 그 변화는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확실히 찾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제5장 한살림 소비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25


[참고] 한살림연합 운영 구조 한살림의 전국적인 사업과 활동은 연합 조직의 틀을 갖고 이루어진다. 한살림연합(이하 연합)은 2011년 3월, 한살림의 전국 생협 조직과 생산자 조직, (사)한살림을 비롯한 지원 조직 모두를 아우르는 ‘하나의 한살림’ 연합 조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한살림은 전체 한살림운동의 정책 방향을 세우고 실행하는 단위인 사단법인 한살림과 물품 사업을 총괄하는 한살림사업연합 두 조직을 운영해 왔다. 두 조직은 각각 특화된 역할을 수행하 는 전국 조직으로 운영되었지만 물품 사업과 관련한 정책과 실행, 조직 운동과 사업 운영 의 이원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나아가 지역 조직의 정보 소통 체계가 두 갈래로 나 뉘면서 사회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 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살림의 전국 연합 조직 설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제기되었다. 전국 연합 조직은 한살림운동의 목표를 잘 담아내 물품 사업을 기반으로 한 생활협동운동을 일관되게 추진할 ‘하나의 한살림’ 조직이다.44) ‘하나의 한살림’ 연합조직의 모습은 지역의 한살림생협을 지원하던 사단법인한살림의 역할과 물품 사업을 총괄해온 사업연합을 통합 한 ‘한살림연합’이다. 이는 개별 지역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물품 사업과 조직운동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연대하며 실행해 가는 전국 조직이다. 오랫동안 이어온 조직 개편 논의가 빨리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2010년 생협법 개정 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 생협 조직 연합회는 독립적인 법적 근거가 없어 임의 단체나 사 단법인 형태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0년 생협법 개정으로 생협 조직의 연 합회를 설립할 수 있었고, 나아가 세제 혜택은 물론 사업 영역을 자유롭게 확대할 수 있 는 여지가 만들어졌다. 연합은 개정된 생협법에 의거해 ‘생협연합회’의 모습으로 창립했다. 하지만 연합은 법적으 로 규정한 생협연합회의 모습과 다르게 구성됐다. 전국 생협 조직을 비롯해 생산자 조직 과 지원 조직이 모두 연합에 소속되어 의결권을 행사하는 한살림 특유의 연합 조직 형태 를 띤다.

44) 2010년 조직개편특위 결과보고서

126


[한살림 조직도 2017년]

제5장 한살림 소비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27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28


1. 한살림 생산자, 땅과 사람을 살리는 농사꾼 생산자는 한살림의 뿌리와도 같다. 건강한 뿌리가 있어 꽃을 피고 열매를 맺으며, 튼 실한 열매가 퍼져서 새로운 뿌리내림이 이어진다. 뿌리와 열매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생 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에 의지하고 서로를 살리는 관계를 맺는 것이 한살림이다. 한살림 생산자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기르고 오염된 땅을 살리는 이들이다. 소외된 농촌지역에서 공동체 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다. 한살림 초기 생산자들은 화학비료와 유기합성 농약에 기대어 생명을 죽이는 농사의 폐해를 인식하고, 수확량이 줄어들고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해도 땅을 살리지 않으면 사람도 죽어간다는 것을 깨달 은 이들이었다. 음성 성미마을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고 벼를 재배해온 최씨 집안 사람들이 한살림농 산에 첫 무농약 쌀을 공급했다. 이 마을의 최재두는 한살림생산자모임을 재구성하면서 회장을 맡아 생산조직을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최재명은 양식 우렁이가 논에서 제초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켜 우렁이 농법을 전국으로 확산했다. 말 년에는 지역을 다니면서 농사 방식을 살펴보고 전파하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음성군에서 이 마을과 농지를 산업단지로 개발하려는 사업이 추진되어 이를 막기 위해 농성에도 나서고 농사와 마을 걱정을 하다 안타깝게 돌아가셨다. 당진 매산리에서 생강, 양파 등을 기르는 정광영은 환경을 돌보는 청지기 역할을 소 중히 생각하는 1세대 생산자이다. 도시 소비자들이 번거로운 손질과 쓰레기를 줄이도록 양파, 생강을 공급할 때 흙 한 톨 없이 손질해 보내, 소비자들이 그 정성에 감동하였다. 70년대 후반부터 꼼꼼하게 기록해온 영농일지는 한살림농사의 기록물로 행사 때 전시 하곤 한다. 지역순환농업의 전망을 세우며 생산자를 조직해온 한살림아산시생산자연합회는 지 난 십수년간 모아온 기금으로 아산농민재단을 만들어 농업과 지역사회의 지속성을 높이 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산연합회는 지역사회 아이들을 돌보는 단체들과 함께 해 마다 김장 나누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아산 인주의 1세대 생산자 정선섭은 벼를 재배 하면서 유기단계로 땅심을 살리고 나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외부에서 자재를 넣지 않는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29


무투입 농법을 몇 해째 진행하고 있다. 수확량은 좀 줄어들지만 외부 자재를 줄이고 건 강한 논의 물질순환을 통해 필요한 만큼 거두려는 실천이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전 회 장을 지낸 아산 음봉의 이호열은 오이 재배를 유기농 단계로 처음 시도하였다. 하지만 오이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물품으로 낼 수도 없는 상태였다. 오히려 이를 딱히 여긴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정도는 농약을 치라고, 그래도 우리가 사서 먹겠다고 위로를 하 였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를 믿어주는 소비자들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농약을 칠 수 없 어 덩굴째 걷어냈다고 한다. 초기 생산자들은 조금이라도 수확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칠 것인가는 고민하다가 그동안 살려온 땅을 다시 오염시킬 수는 없다는 자존심 과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농산물을 공급하겠다는 믿음으로 유기농업을 개척하였다. 가공은 온전한 물품으로 내놓기 어렵지만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 미쳐 소비 가 되지 못하고 그대로 저장하기 어려운 물품들을 처리하기 위해 즙을 짜고, 달이고, 빻고, 찌고, 말리고 하는 과정이다. 요즈음은 복합재료를 이용하거나 맛을 더해 새로운 물품을 만드는 일이 더 많아졌다. 까다로운 한살림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르며 건강한 가공품을 생산하는 일도 생산의 영역이다. 솔뫼공동체의 고추장이나 산들바다공동체의 채소액과 같이 기존의 생산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출자하고 운영하는 가공사업이 있는 가하면 한살림과 협력하여 자본과 기술과 설비를 활용하는 전문가공 영역도 있다. 개인 사업으로 한살림과 연계하여 전문화되었다가 한살림 조직과 구성원들의 출자를 받아들 여 협동경영체로 전환 발전해가는 경우도 있다. 땅을 살리고,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농산물을 먹이겠다고, 생명을 살리겠다고 생산현 장에서 땀을 쏟아낸 생산자들이 있어 한살림이 있다. 생산자 회원 한명 한명의 농사 인 생이 한살림의 생산활동을 구성해왔고, 농촌 한살림운동을 만들어 가고 있다.

2. 생산자 운동의 주체, 거점, 네트워크 1) 생산자 회원

130


소비자 없이 생산자 없고, 생산자 없이 소비자 없다. 한살림의 성장과 발전은 곧 생산 자 회원의 성장과 발전에 다름 아니다. 한살림운동을 하는 주체로서 생산자 회원 수가 늘어나고 회원들의 주체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그 주체들의 결사체인 생산자 조직의 과 제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비가 증가하면 생산자 회원 수가 늘고 조직이 확장되며, 소비 가 위축되면 생산자 회원 수의 증가도 주춤하게 된다. 하지만 회원의 활동역량과 생산소비 관계의 질적인 성장은 의도적인 활동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육과 교류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젊은 후계농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등 실천 활 동이 중요하다. 현재 생산자 조직은 ‘한살림운동 취지에 동의하고, 친환경 농축수산물 등을 생산, 유 통, 가공하는 개인 및 단체’에게 회원 자격을 주고 있다. 생산자 회원이 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생산공동체와 인연을 맺어 생산과 활동을 시작하는 예비회원 과정을 1년 이상 거치고, 지역조직의 추천을 받아 전국 조직이 실시하는 회원가입교육을 반드시 이 수하도록 한다. 이후 지역생산조직의 요청에 따라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정회원이 된다. 생산활동에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의 배우자는 함께 회원이 되며, 부부가 모 두 회원가입교육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 또한 해당 지역 한살림 생협에 가입하여 물품 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150세대(2016년말 기준) 회원들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충남이 가장 많고, 충북, 강원ㆍ경기 순인데 이 세 지역이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이는 초기부터 수도권에서 소비자들이 한살림을 조직해왔고, 중부ㆍ강원권의 생산자들이 인연을 맺고 사업연합을 이루어 성장해온 까닭이며,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된 사회구성의 반영이기도 하다. 생산 자 조직은 전국적으로 고른 성장을 위해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생산자 회원의 평균연령은 60.9세(2016년말 농가세대 기준)로 국내 농가 경영주의 평균연령 65.6세(2015 농림어업총조사)와 비교할 때 4~5세 젊다. 20~30대의 2세 후 계농이 근래 들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 후계농의 태부 족 현상은 한살림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살림 1세대 생산자 회원들이 고령으로 많이 돌 아가시고 농사를 그만두고 있어 지금까지 가꿔온 건강한 농지를 지키고 농업을 이어가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31


기 위해 후계양성, 귀농지원, 상조, 복지 등 많은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확대하고 지속하는 일, 그 일을 생산현장에서 꾸려갈 주체를 세우는 일, 바로 한살림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한살림 지역생산조직 회원 분포 > (2016년말 기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미 파악

합계

홍천연합회

4

17

62

53

31

11

1

179

8.3%

횡성권역

3

20

51

46

15

2

137

6.4%

7

14

51

73

43

188

8.7%

9

47

33

14

5

113

5.3%

7

15

13

11

46

2.1%

20대

산청연합회 경남권역

2

1

경북동부권역

2

비중

경북북부권역

3

9

9

4

2

27

1.3%

경북중부권역

2

16

21

18

6

63

2.9%

전남권역

4

29

34

29

12

2

111

5.2%

전북권역

1

24

23

15

8

1

72

3.3%

제주도연합회

3

31

39

28

18

2

122

5.7%

2

10

35

30

15

4

97

4.5%

아산연합회

6

25

83

117

83

22

336

15.6%

충남북부권역

1

5

8

21

25

5

65

3.0%

괴산연합회

3

24

72

63

31

1

194

9.0%

청주연합회

7

12

23

18

10

70

3.3%

충북남부권역

1

13

35

22

12

86

4.0%

충북북부권역

4

10

29

31

10

84

3.9%

개별공동체

3

9

26

18

1

57

2.7%

4

21

11

10

1

56

103

4.8%

281

647

621

387

102

59

2,150

부여연합회

1

개별생산자 합계 비중

132

3 0.1%

48

2.2% 13.1% 30.1% 28.9% 18.0%

1

1

3

4.7%

2 0.1%

2.7 %

100%

100.%


2) 농촌 한살림운동의 거점, 생산공동체 생산공동체는 한 마을이나 가까운 지역에서 농사짓는 다섯 명 이상의 회원이 매월(정 례) 모임을 갖고 공동으로 생산관리를 하며, 함께 한살림 활동을 하는 기초 조직이다. 말 그대로 공동생활을 하는 공동체는 아니지만, 한살림 생산과 출하를 공동으로 책임지 고 생활과 활동의 많은 부분을 함께 나누는 생산공동체이다. 또한 도농교류 활동과 농 촌 지역살림의 기본 주체이기도 하다. 한살림은 무너져가는 농업ㆍ농촌ㆍ농민을 살리기 위해 ‘농업살림’을 주요 가치로 삼 았고 그 첫걸음은 농촌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율과 자립, 협 동 정신에 터해 상부상조 하는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는 길이 한살림운동의 근본이라고 본 것이었다. 이러한 지향을 담아 생산조직을 공동체로 조직하였다. 생산공동체는 ① 서로 돕고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 ② 모두가 참여하고 존중받는 민 주주의, ③ 지속가능한 농업을 살리는 정신, ④ 생명의 근원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생 명살림의 농민 정신, ⑤ ‘생산과 소비는 하나’라는 도농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는 내용을 운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 생산공동체는 생산배정이 이루어지는 단위이기에 생산량과 품목에 대한 배분이 이슈 이기도 하다. 생산자의 조건과 생산여건에 따라 생산의 기회가 형평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생산공동체는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는 창구이기 때문에 새로운 회 원이 들어오면 배정물량이 많거나 여유 있는 회원들이 생산배정 물량을 내어주어 나누 기도 한다. 생산공동체에서는 잉여생산물이나 기준에 못 미쳐 출하하지 못하는 생산물을 활용하 여 가공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과일 등을 공동선별 출하하는 공동사업을 진 행하기도 한다. 대부분 공동체나 지역연합회 단위로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하여 공동출하 사업이나 공동체가공사업을 펼친다. 가공은 저장성을 높이고 잉여, 등외품을 활용하여 1차 농산물을 소비하도록 하고 공동체 일자리와 소득에도 보탠다. 공동사업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생산자들은 자체 회비와 출자금을 내어 부지나 설비를 갖추고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활용하여 사업을 구성하곤 한다.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33


3) 한살림 농사의 네트워크, 작목모임 한살림 농사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정부의 유기인증을 받고 정성을 다해 농사 짓는다’는 말만으로 대답을 채우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땅을 살리는 하나하나의 실천과정과 노고가 정부 인증서에 다 쓰일 수 없으며, 소비자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직거래 물류체계만으로 다 담길 수 없다. 지금의 한살림 농사와 물품 은 이 땅에서 처음 생명농업을 시작한 선배 생산자들로부터 생산기술과 관리 체계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개발하여 다른 지역으로 보급하고 교류해온 조직적 성과이 다. 또한 수확량이 형편없고 모양과 때깔이 못나도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지지해주고, 작고 못생긴 오이, 토마토 등을 기꺼이 먹어준 소비자들의 염원도 생산활동과 물품에 담겨있다. 이런 가치와 마음이 만들어낸 물품이고, 긍지와 관계가 작동하는 농사라는 것을 지금 이 시기에 잘 드러내고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살림 초기에 생산자들의 조직 활동은 생산기술 연구와 교류가 주요 내용이었다.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농사지으려니 순과 열매를 갉아 먹는 벌레와 병을 일으키는 세균, 그리고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풀과의 전쟁이었다. 척박한 땅에 필요 한 양분을 천연물질로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해결할 방법들을 찾아보고 연구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 작목별 교류모임이었다. 이후 친환경농사를 짓 는데 필요한 자재들이 시장에 상품으로 나오고 이를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작목 모임은 작목별 생산계획과 배정, 가격 등을 논의하는 작목회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다 가 근래 들어 상품화된 자재에 의존하여 관행화하는 유기농에 대한 성찰과 인증 자재에 대한 불신, 품위 향상과 유지에 대한 요구 등이 일면서 생산 중심의 작목모임을 재구성 하게 되었다. 생산자들의 참여와 의지로 품질, 품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중장 기 전망을 세워가고자 2015년에 13개 품목에 대해 작목모임을 재결성하고, 작목별 운 영위 구성, 기술교류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감자, 당근, 한지마늘, 건고추, 사과, 배, 포도, 복숭아, 수박, 딸기, 감귤, 블루베 리, 유정란 등 작목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일채소와 축산부문도 진행되고 있다. 생산공동체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조직의 거점이라면, 작목모임은 지역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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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목별 생산자들의 네트워크로 교차하여 구성, 운영되는 생산조직의 두 축이다.

3. 생산자 조직의 활동 1) 생산관리 생산자 조직의 핵심적인 활동은 생산관리이다. 건강한 물품을 생산하여 소비자의 생 명을 책임지는 것이 생산자의 첫번째 역할인 것이다. 책임생산을 위해 생산자들은 농가, 공동체 단위로 생산계획을 세우고 취합 조정하여 공동체별로 생산품목과 수량, 출하시 기를 정하고, 가격과 생산출하기준을 협의하여 한살림과 약정하고 생산과정에 들어간 다. 각 과정과 단계마다 생산자, 소비자, 실무단위가 적절히 조정하고 협의해온 것이 한살림의 전통이다. 생산관리는 재배농지와 용수가 오염 가능성은 없는지, 종자와 모종, 퇴비 등 자재관 리는 적절한지, 파종과 아주심기는 약정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재배과정의 안전성과 작 황은 어떠한지, 출하는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등을 살펴보는 일이다. 최종 검수를 받고 물류센터에 입고하는 단계까지는 생산자가 책임진다. 최근 전 과정에서 안전성 관 리, 출하과정에서 품위ㆍ품온관리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자주관리는 세 명 이상의 공동체 회원들이 함께 회원들의 필지 를 점검하여 문제가 없는지,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는 생산관리 활동으로 년 두 차례씩 진행하고 있다. 생산관리는 생산공동체가 주체적으로 진행하며, 소비자들이 참 여하는 점검활동, 실무자의 생산관리 활동도 함께 이루어진다.

2) 조직운영과 교육연수 기초조직인 생산공동체로부터 전국 이사회까지 대부분의 조직단위는 매월 월례회의 를 개최하여 생산과 활동 현안을 의논하고 소통한다. 여러 주체와 단위들이 협동운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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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한살림이기에 생산자 조직에도 회의하고 교육받느라 언제 농사짓느냐는 얘기가 나 올 정도로 많은 회의와 교육이 있다. 생산자 조직의 교육연수는 교육 기회 확대와 일상 화, 핵심일꾼 양성 강화, 한살림운동ㆍ생명농사ㆍ생활실천의 균형과 통합을 기본방향으 로 삼고 있다. 모든 생산자 회원들은 회원가입교육을 수료하고, 매년 재교육, 생산기술 교육, 각종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근래에는 연수원의 마음살림 과정에도 생산자 회원 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3) 도농교류ㆍ농농교류 도농교류는 생산과 소비가 하나임을 느끼고 인식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다. 생산지를 방문해본 소비자는 한살림에 대한 태도가 남다르다고 얘기한다. 소비자가 한살림을 느 끼고 이해하는 하나의 단계가 도농교류 활동인 것처럼 생산자도 소비자를 만나고 물류 센터와 매장을 방문하여 내가 생산한 물품이 어떻게 소비자와 만나는지 확인하면서 책 임생산의 중요성과 생산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도농교류의 멋과 보람을 느낀 생산자들은 절기와 계절마다 소비자들의 방문과 교류를 기다린다. 1989년 성미마을에 서 처음 단오절 잔치를 열고, 그해 가을 추수감사 가족잔치를 연 이후 생산자와 소비자, 농촌과 도시의 교류는 다양하게 발전해왔고, 대보름, 삼짇날, 단오, 수확체험 등은 전국 에서 연례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활동단위나 실무단위를 특별히 산지로 초청하여 교류하거나, 매장을 방문하여 물품 을 홍보하고 활동가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활동도 권역, 공동체 단위로 활발히 이루 어지고 있다. 근래에는 공동체와 공동체의 농농교류, 지역 청년이나 여성모임의 다른 지역 방문 활동도 많아져 생산기술과 조직운영, 지역활동 내용을 서로 배우고, 한살림 하는 연대의 정도 나누고 있다.

4) 농업살림과 지역살림, 그리고 연대활동 식량과 에너지는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 시대의 본질적인 과제이고, 건 강한 농(農)에 기반한 생활을 재구축해가는 것은 한살림의 대안적 방향이다. 피폐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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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농업을 지속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 한살림의 과제인 것이다. 농업의 지속성 은 지역의 생태적, 공동체적 삶을 재구성하고 실현하는 활동을 통해 보장될 수 있는 것 이다. 농지와 종자를 보존하고, 후계양성 및 지원과 연대에 나서는 것으로 생산조직은 그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DMZ평화농장은 고양파주 등 몇몇 수도권 지역한살림들과 생산 조직이 출자하여 파주북부에 농지를 마련하고 평화를 만드는 생산과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씨앗농장은 중부권 몇몇 지역한살림들과 생산조직이 출자하고 지원하여 괴산 소수에 안상희 회원이 일궈오던 터를 이어받아 우리씨앗 채종보급과 생산, 체험과 교육 을 주요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세마을은 해남의 김단 회원이 농지를 내고 협동조 합을 구성하여 청년들이 장단기로 머물며 농사와 농촌 공동체 생활을 일궈가는 활동으 로 생산조직이 지지, 지원하고 있다. 아산의 지역순환농업 실현과정은 단순히 농업생산 과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이 과정을 추진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아산 생산자 조직에서는 생산자 운동을 뒷받침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회원 자녀들이 나 인근 대학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이들이 아산의 생산조직, 사업장에서 활동하도 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멀리 몽골, 필리핀 등지에서 연수생을 받아 지속적으로 지원하 고 있다. 마을에서 고립되고 관행농업단지에서 고립된 한살림농사, 한살림활동은 불가능하다. 지역의 아이들을 돌보고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일부터, 지역 시민사회 연대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조직된 생산자 조직이 감당해야할 역할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소비조직 활 동의 한 축이 지역살림인 것과 마찬가지로 생산자 조직은 농촌지역 한살림운동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외 농업ㆍ농민단체와 연대하고 아시아 농촌 지역을 지원 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5) 기금 운영 생산자 조직의 예산은 회원들이 출하대금의 1.5%를 회비로 납부하여 조성하고 있다. 1988년 생산자협의회 창립 때부터 1%를 회비로 조성해왔다. 1990년대 후반에는 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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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1%를 추가하기도 했고, 활동기금조성을 위해 2010년에서 2016년까지는 2%를 거출하여 운영하였다. 이렇게 조성한 예산의 75% 가량은 그해 전국 및 지역활동 예산 으로 지출하였고 나머지는 기금으로 적립하였다. 2017년부터는 그해 예산 규모로 회비 를 현실화 하였다. 이렇게 적립한 기금은 생산안정기금과 가격안정기금, 복지기금, 수매 운영자금, 소비조직 지원(취약지역 매장 보증금 지원), 도농교류활동지원, 지역활동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4. 생산자 조직의 구성과 운영 1) 생산자 조직의 발자취 ① 직거래 활동의 시작과 생산자협의회 (1986년~1992년) 1970~80년대 원주캠프의 경험과 지원으로 박재일이 1986년 겨울 ‘한살림농산’을 열었다. 농업을 지속하고 땅을 살리는 생명운동을 더 널리 펼치기 위하여 생산자와 소 비자를 조직하고 농촌과 도시를 잇는 한살림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한살림농산과 한살 림공동체와 연대하여 무농약, 저농약 농산물을 직거래하고 생명농업을 실천해온 음성 성미마을, 횡성 공근, 충주 주덕, 아산 음봉, 상주 등지의 생산자 100여명은 1988년 11월 20일 한살림생산자협의회를 창립하고 의성의 김영원를 회장으로, 아산의 이호열 을 사무국장으로 선출하였다. 김영원 회장은 한살림에 ‘콩 세알의 의미’를 심어주었다. 생산자협의회는 한살림운동을 실천하는 생산자들간의 ①올바른 생산과 생활나눔 ② 생산자공동체의 확산 ③소비자공동체와의 연대를 목적으로 삼았고, 출하대금의 1%를 회비로 거두어 예산을 조성하였다. 이 시기에 협의회는 농사기술 연수, 협동농장실험, 생산기준 마련, 생활실천운동,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진행하였고, 소비자조직과 함께 단 오잔치, 생명학교, 가을걷이 등 도농교류의 전형이 되는 생산지 활동들을 조직하였다. 1990년말 유정란 품질문제가 불거졌는데, 품질개선과 생산자에 대한 조치를 둘러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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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생산-소비 조직 사이에 1년여에 걸친 의견 조율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생산 자협의회는 조직적 역할을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조직을 해산하였다. 이후 생산 자조직이 재구성되기까지 생산자 활동은 소비자협동조합에서 관리ㆍ지원하였다.

② 농업환경의 변화와 생산자 활동, 생산자위원회 (1993년~2002년) 1990년대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되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본격화하였으며, 문민ㆍ국민의 정부를 거치며 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친환경농업육성법(1997),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2000),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1999) 등 제도가 정비된 시기이다. 한살림은 책임생산ㆍ책임소비를 위하여 생산소비계획서(1992)를 작성하기 시작하였 다. 흩어져 있는 생산공동체를 강원과 중부(충북), 충남, 경북, 제천, 단양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작목별 모임도 벼, 건고추, 과수, 축산, 채소1, 채소2, 가공 등 7개 분과로 나누어 조직하였다. 이렇게 도대표와 작목분과대표, 공동체대표가 참여하는 생산자위원 회를 구성(1996)하고 분기별 회의를 조직하여 1998년에는 자리잡게 되었다. 생산자위 원회는 생산지 관련 문제(정책과제, 생산기준, 생산계획, 회원관리 등)를 포괄적으로 다 루는 생산자 이사회로 기능하였다. 1994년 사업에 필요한 법인격으로 (사)한살림을 구 성하여 생산자 대표도 의결구조에 참여하였다. 당시에는 주로 서울과 수도권의 직거래 사업을 하는 단위였기 때문에, 생산자위원회도 이 지역 사업에 참여하는 생산자들의 모 임 성격이었다. 회원 수는 144명(1996년말)이었다. 이 시기에 대구, 경남, 부산, 원주, 강릉, 청주 한살림 등은 지역별로 생산과 소비를 조직하여 직거래사업을 추진하였다. 1998년도에는 (사)한살림 이사회가 요청하여 한살림 농업정책과 물품정책을 수립하 였다. 여기에는 한살림이 지향하는 농업정책의 기본 방향을 담았고, 물품개발이나 취급 기준과 관점을 정리하였고, 구체적인 물품 생산ㆍ출하기준도 마련하여 운영과 관리의 지침으로 정착되었다. 또한 지역순환농업이 지역생산조직의 방향임을 확인하고 아산연 합회가 2000년 1월 지역농업 선포식을 가졌고, 이듬해 4월에는 홍천 명동리가 ‘농약없 는 마을’을 선포하며 지역농업의 의지를 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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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생산자모임의 재조직과 성장 (2003년~2012년) 2001년초부터 4년간은 한살림 소비자회원의 비약적인 증가(년평균 33.6%)와 공급 량의 폭발적인 증대(39.7%)가 이루어졌다. 각종 환경문제, 농식품 안전 문제, 유전자조 작문제 등 소비자 불안을 야기하는 사회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이 한살림을 찾은 것이다. 계획량의 2배가 넘는 수요 폭증은 공급을 위한 생산자 회원들의 증가로 이어져 2000년 300농가에서 2005년에는 1,200농가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2005년도에는 성장세가 절반 이하로 둔화되어(2005~2011년, 년평균 18% 성장) 약정량 축소, 가격인하, 외부 판매 등으로 생산조직은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으 로 2004년산 쌀 공급량이 소비량을 훨씬 웃돌아 다음해 생산 약정량을 30%나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소 비자들이 물품을 살 때마다 1%기금을 조성하여 과잉분을 저소득계층과 북한 어린이에 게 보내는 운동을 전개하였고, 생산자들은 수매한 쌀을 일정 비율을 도로 가져가고, 지 난 몇 년간 생산자들이 조직적으로 적립한 유기농발전기금 4억원을 손실보전에 활용하 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나서서 약정량을 줄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성취감을 함 께 나누었다. 2008년에는 아산과 당진지역의 쌀 8,000여 가마가 용수 수질문제로 인증을 취득하 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살림은 미인증쌀 대책반을 꾸려 지혜를 모았고, 소비조 직은 적극 나서서 해당 쌀을 사전예약과 공급으로 모두 해결하게 되었다. 이 경험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는 뜻을 모으고 함께 나서면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한살림조직의 분화, 개편에 따라 전국 생산자 조직으로 한살림생산자모임이 결성되 었다. 2003년 2월 14일, 500여명의 생산자들이 회원으로 결합하였고, 생산자위원회 위원장으로 역할해온 음성의 최재두를 회장으로 선출하였다. 2007년도부터는 도별 활 동을 본격화하고, 한살림전국생산자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협의회때부터 적극 활 동해온 아산의 이호열이 회장으로 선출되어 이후 6년간 생산조직을 이끌어 간다. 생산자연합회 5기 출범(2011)은 한살림연합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힘차게 출 발했지만 산청 농약 검출과 홍천 혼입사건 등 잇단 사고로 생산자조직의 자긍심이 무너 지고 조직운영 전반을 재검토하게 되었다. 조직을 성찰하고 방향을 재설정하기 위해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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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회원들이 나서 조직발전특별위원회를 꾸렸고, 그 활동의 결과로 생산자 사무처장제도 와 사무처 인력 확충, 생산자 활동가 운영, 년 2회 공동체 자주관리 운영, 인증사고 대 응 지침 및 상벌규정 운영, 신규생산자, 신규공동체 가입 절차 준수, 도농교류 정책과 활동 정비 등이 제안되고 시행되었다.

④ 조직의 재정비와 도약, 한살림생산자연합회 (2013년~2016년) 제6기 지도부가 선출(회장 김찬모, 사무처장 구장회)되고 공동체 중심운영, 생산 자 주관리 강화, 지역사회 활동 활성화 등을 조직활동 기조로 잡았다. 세계경제의 장기불 황국면으로 국내 소비도 위축되고 한살림도 저성장 시대를 맞고 있으며, 이상기후의 일 상화, 자유무역 확대, 친환경시장의 경쟁 과열 등 농업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013년 7월에는 부안 상록해수욕장에서는 “다시 새롭게, 함께하는 농업살림”의 기 치를 내걸고 전국에서 생산자 1,700여명과 소비자 300여명, 실무자 등 2,150명이 모 여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를 외치며 단합하고,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2013 한살림 생 산자 대회’를 열었다. 2005년 울진행사 이후 8년 만에 생산자 조직이 모두 나서서 준비 하고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생산자모임 이후 10년이 지나며 생산자연합회는 회원이 2천 세대를 넘어서고, 회비 ㆍ기금운영 규모가 년 수십억에 이르는 규모로 발전하였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 하고, 공신력 확보를 위해 2014년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여 (사)한살림생산자연합회로 재출범하였다.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활동도 많이 이루어져 괴산의 토종종자포 활동을 지원하고, 파 주DMZ평화농장 출자지원, 해남 미세마을 청년생산활동 지원 등이 이루어졌다. 생산 현장으로부터 운동 모델을 만들고 활력을 일으키는 활동이 많아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 이다. 생산조직은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고 확산하며, 한살림 농지지킴이, 농지공공화 운 동으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사회적인 역할도 점차 늘어나고 활발해지고 있다. 농업관련 사안은 물론이고, 사회ㆍ인권ㆍ환경문제, 국제 구호활동 등 생산자 회원들이 사회적 실 천으로 시선을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청년, 여성들의 역할도 커졌다. 1996년 처음 모임 여성 생산자들은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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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보고 싶었습니다. 하늘과 땅을 품은 그대’라는 주제로 500명의 회원들이 모여 ‘한 살림 여성생산자 한마당’을 펼치기도 했다. 2015년 7기 지도부(회장 김찬모, 사무처장 김관식 등)에 이어 2017년 초에는 8기 지도부(회장 이백연, 사무처장 김관식 등)를 구 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2) 조직의 목적과 지향 한살림 생산자 조직은 한살림을 구성하는 한 부문이자 중추로서 생산자 회원들의 조 직활동을 위해 생산자협의회를 구성한 이후 생산위원회와 생산자모임 시절을 거쳐 한살 림생산자연합회로 발전해왔다. 전국 단위 모임으로 회원과 회비, 기금 규모가 커지며 조직을 좀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사회적 공신력을 갖추기 위해 사단법인으로 등록 (2014.6.5)하였다. 생산자 조직은 정관에 ‘생명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지역순환농업을 실천 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을 생산ㆍ공급하여 신명나는 농촌공동체 건 설을 통해 농촌과 도시가 함께 행복해지는 생명살림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목적으 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① 한살림운동의 확산을 위한 회원 확보와 기금조성 및 운용사업, ② 한살림운동을 위한 조사, 연구, 교육, 출판, 홍보 사업, ③ 회원 및 생산자조직을 위한 활동과 사업지원 및 운영지도 사업, ④ 지역순환농업 확 산과 농촌공동체 육성을 위한 활동 및 지원 사업, ⑤ 생산안정을 위한 기술개발과 교류, 생산피해 지원 및 수매 지원 사업, ⑥ 친환경농산물 직거래와 가공 관련 사업 및 지원 사업, ⑦ 귀농귀촌지원, 도농교류, 복지, 실현농장, 연수원, 학교, 도서관 등 도농생활공 동체 관련 사업 및 지원 사업, ⑧ 유관 기관, 단체와 교류 및 협력사업, ⑨ 기타 본회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조직의 실행목표(2010년 작성)는 크게 네 분야로 나누어 ① 외부자원투입을 최소화 하는 자급순환형 농업방식의 실현, ② 자립ㆍ자치ㆍ협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한살림 마 을공동체 건설, ③ 물품과 삶을 나누는 도시와 농촌의 새로운 모델 만들기, ④ 권역ㆍ시 군연합회의 내실있는 조직운영체계 완성을 과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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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회원들의 활동 지향은 ‘한살림 생산자의 다짐’에 잘 담겨 있다. 이 다짐글은 2005년 울진에서 첫 생산자대회 때 발표한 결의문을 보완하여 완성한 것으로 생산자 회원가입교육 수료식 등에서 함께 낭독하고 있다.

< 한살림 생산자의 다짐> 하나.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풀 한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 모든 생명을 귀하게 모십니다. 둘.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생명살림세상을 열어 가는데 앞장섭니다. 셋.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물질의 풍요만을 추구하지 않는 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합니다. 넷.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모든 농사를 생명물질순환원리에 맞는 농업으로 전환합니다. 다섯.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이웃과 함께 생태적인 지역순환농업을 만들어 갑니다. 여섯.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모든 한살림회원을 내 가족으로 여깁니다. 일곱.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생명세상을 가꾸는데 필요한 공부에 전념합니다. 여덟.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전통적이고 건강한 농촌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힘씁니다. 아홉.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지역자급 기반을 높이는 데 앞장섭니다. 열. 나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켜갈 후계자를 양성합니다.

3) 조직 구조와 체계 생산자 조직의 기초는 생산공동체이다. 한 마을이나 가까운 지역에 다섯명 이상의 회원으로 구성된 생산공동체가 113개 조직되어 있고, 지역의 생산공동체들이 모여 지 역생산조직을 이룬다. 하나의 시, 군에 일정 규모의 지역생산조직이 형성되면 시ㆍ군연 합회를 구성한다. 현재는 아산시, 홍천군, 괴산군, 부여군, 청주시, 산청군, 제주도 등 7개 지역이 지역생산자연합회를 이루고 있다. 그 외 지역은 권역별로 4개~10개의 생산 공동체를 묶어 권역협의회를 이루며, 10개 권역협의회(횡성, 충북북부, 충북남부, 충남 북부, 경북북부, 경북동부, 경북중부, 경남, 전북, 전남)와 가공생산협의회 등 11개를 구성하고 있다. 지역생산조직(시군연합회와 권역협의회)은 지역대표, 생산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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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위원장들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며, 대부분 실무조직을 두어 지역 사 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생산자 조직의 조직화 목표는 생산공동체를 중심으로 시군단위 의 생산자를 조직하여 농촌 지역의 한살림운동을 실현하는 것이다. 전국 조직은 회장단(회장, 부회장, 사무처장), 지역생산조직 대표와 전국단위 위원회 (정책ㆍ여성ㆍ청년 등) 위원장, 연합 및 지역생협 대표(5~6명) 등 35명 규모로 이사회 를 구성하여 운영한다. 전국 조직의 집행기구는 사무처를 두어 실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국 단위 이사회, 회장단회의, 사무처ㆍ사무국장회의는 매월 개최하며, 지역생산 조직의 운영위원회도 매월 진행하고 있다.

< 한살림 생산자 조직 구성 >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총 회 감 사 이사회 위원회 및 연구회

7개 시·군연합회

사무처

10개 권역협의회

가공생산협의회

지역조직 운영위원회 지역조직 위원회ㆍ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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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공동체

사무국

생산공동체

생산공동체


5. 한살림 생산자 조직의 과제 : 농업살림의 길, 지속가능한 농업을 향하여 생산자 조직의 과제는 크게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이 시대 한국사회에서 일반적인 농업ㆍ농촌ㆍ농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은 한살림 생산지, 생산자들도 대부분 과제로 가지고 있다. 다른 갈래는 한살림 활동을 하고, 한살림 농사를 짓는 생산 자이기 때문에 특별히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핵심 과제는 사람이다. 농업을 경시하고 농사 알기를 우습게 아는 국가 정책과 사회 적 분위기 때문에 농촌은 인구가 계속 줄고,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다. 바쁜 시기에 생산 현장에서는 일손 구하기도 어렵다. 십수년 건강하게 살려온 농지를 칠팔십 어르신이 돌 보고 계신데, 그 인증 농지를 제대로 이어 가꿔갈 후계자가 많지 않다. 그나마 생산비를 보장하고 생산과 소비를 책임지겠다는 신뢰의 약속을 하는 한살림이라 농촌으로 돌아오 는 젊은 2세들이 있지만 모든 생산공동체의 5년, 10년 뒤 모습이 장밋빛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과 도시 젊은이들이 수시로 일손나눔과 농촌활동에 나서고, 뜻을 가진 이들이 귀농하면 자리잡고 농사와 한살림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지지,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부분적으로, 지역적으로 진행되고, 도시의 조합원, 활동가, 실무자 출신들이 공동체에 정착하고 있는 이들도 여럿 있으며, 생산조직에서는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일부 지원을 하고 있다. 다른 한편, 사회정책ㆍ제도와의 관계 면에서 보면 한살림 안에서 스스로 조직하여 극 복할 수 있는 과제가 있는가 하면 정책과 제도를 개선ㆍ개혁하지 않으면 극복하기 어려 운 과제들도 있다. 이 땅의 식량자급력을 높여가는 것은 근본적 지향이지만, 어떤 개인 이나 단체, 한 지역의 실천만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또한 첨예한 현안인 유전 자조작작물(GMO)의 확산방지와 상용화를 위한 시험재배를 막아내는 과제 또한 중요한 일이다. 인식의 확산과 행동, 조직과 지역간 연대활동을 통해 한편으로는 거점을 구축 하고 한편으로는 제도를 혁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은 소비자들과도 직접 연계 된 것이며, 한살림의 사회운동 역할을 외부에서는 많이 기대하고 있다. 제도화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사안 가운데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가 있다. 화학비료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45


와 유기합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잔류물질 분석에 기대어 운영되고 있는 인증제도는 ‘농업생태계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유기농업의 취지와는 달리 운영되고 있다. 잔류 위해요소에 대한 검사 항목을 늘이고, 검출 정밀도를 높이는 것으로 소비자 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다보니 땅의 건강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의 실천과 노력은 평가되지 않고 분석기기의 수치만으로 ‘건강’이 아닌 ‘안전’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과거 농약에 오염된 땅을 유기농으로 전환하는데 수년에서 십수년이 걸리는 이유 는 잔류농약 성분이 오랜 세월에 걸쳐 분해되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이 금지 된 지 수년이 지난 농약성분이 뿌리 작물에서 검출되는 경우도 있고, 독성에 따라 반감 기가 십년을 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토양 검사까지 마쳐 유기농 인증을 받은 밭 에서 재배한 작물에서 잔류농약이 미량 검출되는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 다. 분석기기의 수치에 의존하는 인증제도가 아니라, 자연-생산-소비 관계의 신뢰와 땅 과 먹을거리의 건강함을 우선하는 한살림 자주인증을 심화ㆍ확산하는 과제도 중요하다. 땅을 살리는 건강한 농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농부가 자긍심을 갖고 정성으로 농사 짓고, 물품을 알아주는 소비자와 호혜 거래를 하며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근본일 터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제도와 시장논리가 끼어들고, 전혀 다른 차원의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병충해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대이다. 이럴수록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한살림 의 첫 마음으로 생산-소비 관계를 맺어가고, 교류하고, 공동생산-소비하는 관계를 새롭 게 구축해가는 것이 절실하다. 농촌 삶의 질 향상, 복지, 지역자치 등등 농업이 지속가 능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함께 그 길을 열어갈 한살림하는 사람을 길 러내는 것이 한살림의 길이다.

146


▢ 생산공동체 현황

(2016년말 기준)

7개 시군연합회, 10개 권역협의회, 113개 생산공동체 지역

연합회/권역

주작목

내면공동체

여름채소

내촌공동체

잡곡

동홍천공동체

벼, 잡곡

두미반곡공동체

벼, 수박, 감자

명동리공동체

벼, 감자, 잡곡

서석공동체

여름채소

신시공동체

벼, 씀바귀, 완두콩 등

어유포공동체

유치리공동체

벼, 여름채소, 잡곡

주음치공동체

벼, 잡곡

여주 강천공동체

벼, 양파, 당근 등

여주 금당리공동체

벼, 감자, 고구마 등

원주생산자공동체

옥수수, 잡곡류, 복숭아 등

횡성권역

평창 백옥포공동체

팝콘용옥수수, 브로콜리, 양상추

협의회

평창 선애골공동체

산더덕, 곰취, 명이나물 등

횡성 공근공동체

벼, 감자, 누룽지 등

횡성 삼원수약초마을공동체

메벼, 감자, 콩 등

횡성 참나무공동체

도라지, 취, 고들빼기, 콩 등

강릉 하평들공동체

감자, 잡곡 등

양구공동체

찰벼, 잡곡

파주 천지보은공동체

벼, 감자, 채소류 등

금호골지회

홍천연합회

강원 경기

개별

경남

공동체명

산청연합회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47


경북

양지골지회

황매골지회

효렴골지회

거제 한울타리공동체

유정란, 새우, 다시마 등

거창 산하늘공동체

포도, 사과 등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참다래 등

경남권역

고성 논두렁공동체

밀, 메벼

협의회

함양 물레방아공동체

벼, 양파, 고추 등

진산공동체

된장, 간장, 고사리 등

너나들이모임(예비)

일일채소, 가공 등

서부지역생산자모임(예비)

풋고추, 딸기, 가공 등

봉화 산애들공동체

건고추, 잡곡류 등

경북북부

영주 소백산공동체

잡곡류 등

권역협의회

울진 반딧불공동체

건고추, 야콘 등

울진 방주공동체

건고추, 야콘, 된장 등

영천칠곡 햇빛공동체

사과, 배, 주스 등

경북동부

의성 쌍호공동체

벼, 양파 등

권역협의회

의성 청암공동체

사과, 마늘, 고추, 벼 등

청도 한고을공동체

미나리, 감, 밤 등

문경 희양산공동체

벼, 잡곡, 고추 등

봉봉공동체

꿀, 로얄제리 등

경북중부

상주 갯머리공동체

벼, 포도 등

권역협의회

상주 햇살아래공동체

사과, 포도, 배, 감, 과일즙

성주 가야산공동체

참외 등

성주 참살이공동체

참외 등

경북

148


지역

전남

전북

연합회/권역

충남

주작목

광양 한울타리공동체

매실 등

광양 옥실공동체

매실 등

담양 대숲공동체

단감

전남권역

무안 생기찬공동체

고구마, 무, 배추 등

협의회

보성 나눔공동체

벼, 고사리, 쪽파, 감자 등

영광 이음공동체

벼, 잡곡, 마늘, 양파 등

함평 천지공동체

벼, 무화과, 허브 등

해남 참솔공동체

벼, 겨울채소, 효소 등

군산 우리공동체

밀, 보리, 양파, 감자, 벼 등

남원 춘향골공동체

귀리, 찰보리, 밀, 벼 등

전북권역

무주 반디공동체 (신규)

사과, 복분자 등

협의회

부안 산들바다공동체

벼, 마늘, 양파 등

정읍 한밝음공동체

감자, 잡곡 등

진안 구량천공동체

수박, 단호박, 벼, 잡곡 등

제주 생드르구좌공동체

겨울채소 등

제주 생드르대정공동체

겨울채소 등

제주 생드르성산표선공동체

겨울채소, 귤 등

제주 생드르동원 (16년 분리)

귤등

제주 서제주 (16년 분리)

귤등

제주 생드르조천공동체

귤등

제주 큰수풀공동체

겨울채소 등

제주 한울공동체

겨울채소 등

제주 혼디드렁공동체

당근, 감자, 월동 무 등

제주 서귀포한라공동체

귤등

도고지회

벼, 채소 등

제주도 제주

공동체명

연합회

아산연합회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49


배방지회

벼, 채소 등

송악지회

벼, 채소 등

염치지회

벼, 채소 등

영인지회

벼, 채소 등

음봉지회

벼, 채소 등

인주지회

벼, 채소 등

만지울공동체

벼, 땅두릅 고사리 등

산벌공동체

산딸기 등

선사공동체

딸기, 한우, 양송이 등

소사공동체

딸기, 메론, 수박, 벼 등

신암공동체

딸기, 메론, 한우, 벼 등

진호공동체

딸기, 메론, 수박, 벼 등

참벗공동체

딸기, 생취나물, 땅두릅 등

당진 매산리공동체

벼, 마늘, 감자 등

충남북부권역

세종 고송공동체

벼, 배 등

협의회

예산 자연농회

벼, 사과 등

예산 초롱공동체

벼등

논산 그린공동체

벼, 딸기 등

감물흙사랑공동체

벼, 잡곡, 채소류 등

눈비산마을

유정란, 전병 등

느티나무공동체

배, 감자, 건고추, 유정란, 꿀

상주 문장대유기농공동체

벼, 건고추, 오미자 등

솔뫼공동체

벼, 잡곡, 고추장 등

칠성유기농공동체

벼, 잡곡류 등

한축회

소, 돼지 등

거북이공동체

김장채소, 방울토마토

부여연합회

충남

개별

괴산연합회 충북

청주연합회

150


들녘공동체

일일채소

뿌리공동체

일일채소

흥덕공동체

일일채소

청남둠벙공동체

벼등

초정공동체

일일채소

보은 대추골공동체

벼등

보은 백록동공동체

벼, 건고추, 곶감 등

충북남부권역

영동생산자모임

포도, 쨈 등

협의회

옥천 배바우공동체

밀등

옥천생산자모임

포도, 유정란 등

보은한울공동체(예비)

대추

단양 별방공동체

마늘, 양파, 잡곡 등

충북북부권역

단양 삼태산공동체

마늘, 양파, 콩 등

협의회

음성생산자모임

벼, 고추장, 유정란 등

충주공동체

벼, 사과, 복숭아 등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51


▢ 가공 생산자 회원 현황 분과

생산지

(87개 생산지, 뫼내뜰 2개분과 중복) 소재지

주요품목

공근봉화마을

강원 횡성군

누룽지

공근한살림

강원 횡성군

뻥튀기 류

괴산잡곡농산

충북 괴산군

잡곡, 보리차 찹쌀가루 등

눈비산농산

충북 괴산군

우리밀유정란전병‧보름달전병

다자연

강원 강릉시

만두류(고기, 물, 김치, 군, 피자)

뫼내뜰영농조합

강원 홍천군

미숫가루 등 가루류

봉식품

강원 홍천군

냉동감자떡, 단호박찐빵, 호두과자 등

들살림

강원 강릉시

피자류 등

새롬식품

전북 완주군

감자라면, 우리밀라면, 쌀라면 등

자연나라

충남 공주시

발효현미

장인정신

충남 계룡시

찹쌀막걸리

주)우리밀

서울 구로구

밀채소건빵, 하늘땅감자, 튀김가루 등

콩세알

경기 강화군

유부류

푸른들영농조합

충남 아산시

두부, 순두부, 콩국물, 검은콩두유 등

한살림안성마춤

경기 안성시

두부

한살림우리밀제과

경기 안성시

빵류

햇살나눔

강원 횡성군

밥풀과자류

화성한과

경기 화성시

과자, 떡, 호박쌀엿, 땅콩캐러멜 등

흥신식품

경북 칠곡군

우리밀색동소면, 우리밀흰밀국수 등

한들식품

충남 아산시

한우 육가공

축산분과

들판

전북 김제시

육계 등

(4개 생산지)

한살림축산식품

충북 괴산군

한우, 돼지 정육 및 육가공품

씨알살림축산

경기 이천시

정육(보리돼지, 육계, 오리)

마하탑

전남 신안군

소금류, 젓갈류

섬진강신비재첩

경남 하동군

재첩국

주잡곡분과 (19개 생산지)

수산분과 (12개 생산지)

152


신흥수산

전남 해남군

돌김, 참김, 파래김

아침바다

강원 강릉시

젓갈, 오징어채, 황태류

에코푸드코리아

충남 태안군

폐류, 갑오징어, 젓갈류

완도수산

전남 완도군

미역, 다시마

윈윈농수산

경기 양평군

새우, 바지라, 홍합살, 오만둥이

자연의선물

전남 장흥군

쇠미역, 쌈다시마, 매생이

추자씨푸드

제주 제주시

삵은문어, 꼬막새우살, 뿔소라살

한수풀

제주 제주시

제주자반, 갈치, 옥돔

해농수산㈜

경기 성남시

냉동생선류

해성씨푸드

경남 통영시

멸치류

금원산마을

경남 거창군

부각류

농민식품

충남 서천군

메밀묵가루, 도토리가루, 도토리묵 등

다농식품

충북 청원군

메주가루, 조선간장, 조선된장 등

반찬양념분과

맛가마식품

충남 논산시

진간장, 분말청국장, 환청국장

(16개 생산지)

뫼내뜰영농조합

강원 홍천군

김치류, 오이소박이, 콩자반 등

방주전통식품

경북 울진군

산골간장, 산골된장, 고추장, 효소 등

산식품

경기 이천시

김류, 고추부각, 다시마튀각 류

살림농산

강원 횡성군

참기름, 들기름, 생들기름 등

성미식품

충북 음성군

성미고추장

솔뫼농장

충북 괴산군

고추장, 현미찹쌀고추장, 메주 등

오덕원전통된장

경남 산청군

된장류

자연이준식품

강원 강릉시

어묵류(명태참어묵, 두부연어묵 등)

천지인

전남 함평군

참기름

한울타리공동체

경남 거제시

참맛가루, 다시마가루, 천연양념모음

해어림

제주 제주시

제주전통어간장

흥업우리맛식품

강원 원주시

쌈장, 막장, 청국장

과채가공분과

㈜생기찬

전북 무주군

가시복분자원액

(13개 생산지)

금산오미자농원

충남 금산군

오미자원액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53


덕천포도원

경북 김천시

포도즙, 호박즙, 야콘즙, 포도주

동상면사람들

전북 완주군

감잎차, 감식초

모듬살이식품

전남 해남군

산야초 등

문장대유기농

경북 상주시

생오미자, 오미자원액, 오미자음료 등

생드르영농조합

제주 조천읍

감귤주스 등

옥잠화영농조합

충북 영동군

딸기잼, 포도잼, 복숭아병조림 등

매화마을영농조합

전남 광양시

매실엑기스 등

청암농산

경북 칠곡군

사과잼, 사과주스, 매실음료 등

토리식품

경북 상주시

호박죽, 카레, 핫케이크가루 등

두란농장

전남 여수시

유자차

한울영농조합

경북 상주시

사과식초, 유자주스, 사과즙 등

거제사슴영농조합

경남 거제시

생칡즙, 도라지절편, 홍삼절편 등

고니골농장

강원 원주시

뽕잎나물, 뽕잎차, 뽕잎가루, 뽕잎환

대성의성마늘

경북 의성군

흑마을액, 통흑마늘, 홍화액

더불어세상

충북 청원군

도라지액(청주청원 거북이공동체)

산골농장

강원 횡성군

통밀퐁, 오곡퐁, 도라지청 등

산내마을

강원 횡성군

팥양갱, 단호박양갱, 고구마양갱 등

산들바다영농조합

전북 부안군

채소액 등

하늘빛

충남 공주시

채소액, 어린이홍삼음료

한결웰빙

전남 여수시

쌍화차, 십전차, 총명차, 한결옥고 등

향나눔허브원

전남 함평군

로즈마리, 캐모마일, 페퍼민트 등

육백산둥굴레

강원 삼척시

둥글레차

숙인농장

충북 영동군

수월산방

경남 하동군

녹차 등

(주)상시

경기 여주시

칫솔

생활용품

(주)편백코리아

경기 안성시

편백베개

(11개 생산지)

물살림

경기 파주시

화장품, 세제

부림제지

경기 이천시

휴지류

건강식품분과 (13개 생산지)

154


빈도림

전남 담양군

밀랍초

송산요

전남 담양군

자기 식기류

약초보감

경기 남양주

천연염색

인월요업

전북 남원시

옹기류

전통예산옹기

충남 예산군

옹기류

지원상사

경기 군포시

생활주방, 살균수, 옷장용탈취제

천향

강원 강릉시

수제비누류

제6장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 155


제7장 한살림의 오늘과 내일

156


1. 조합원 100만 명 시대 1986년 12월 4일 작은 쌀가게로 싹을 틔운 ‘한살림’이란 나무가 30년이 지난 오늘, 마 을 앞 느티나무처럼 거목으로 성장했다. 비록 일부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의 삶을 의지할 수 있는 작은 그늘이 되어 주었다. 밥상과 농업, 삶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삶과 세상을 열망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 한살림 30년은 생명살림의 30년이었다. 전일적 생명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 농촌과 도시가 나누어 하나가 되는 공생의 사회, 서로살림의 공동체를 꿈꾸고 실천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밥상살림, 농업살림, 지역살림을 기치로 친환경유기농 산물의 직거래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생활협동운동의 영역을 개척하고 다양한 사업과 활동 들을 펼쳐왔다. 1988년 소비자(조합원) 수 1,500명에 물품 공급액 4억 원 규모였던 한살림은 2015년 54만 세대 조합원이 함께 나눈 생명의 먹을거리 공급액은 3,620억 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연도별 공급액 및 조합원 수 추이>

제7장 한살림의 오늘과 내일 157


2000년대 들어서 3~4년마다 조합원 수가 2배씩 증가하면서 사업과 조직이 빠르게 성장 하였다. 2015년 말 기준으로 하루 평균 152가구가 새롭게 한살림을 시작하였고, 출자금은 525억 원으로 증가했다. 조합원의 구성도 초기 중산층 중심에서 점차 다양한 소득 계층으 로 확대되었다. 이전 조합원은 전업 주부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맞벌이와 1인 가구 조합원 도 빠르게 증가하는 등 조합원 구성이 다양해졌고 생활 양태도 크게 바뀌고 있다.

구분

2006년

조합원 평균 연령

41세

2009년

29.6%

34.6%

132.4%

117.4%

113.9%

전국

23.4%

20.9%

19.5%

한살림

51.5%

47.1%

43.9%

전국

46.9%

50.5%

52.7%

한살림

10.1%

13.1%

18.8%

전국 평균 대비 조합원 가구 소득

비율 2인 이하 가구 구성 비율

평균 가구원 수(명)

2014년 46세

취업자 비중

4인 가구 구성

2012년

139.5%

전국

2.67

2.58

2.52

2.48

한살림

3.7

3.7

3.6

3.4

출처: 한살림 조합원 의식 조사(2014)

조합원 수의 증가 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2015년 말 생산 농가는 2,159세대, 농지 면적은 4,234만 6000㎡(약 1,281만 평)이다. 한살림의 가까운 먹을거리 를 이용함으로써 줄인 온실가스는 1,501톤으로 소나무 30만 200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 우리보리살림사료 등 국산사료 자급률을 높이는 노력을 통해 수입 곡물 사료 1,691톤을 줄였으며 이는 농지 267만 7,000㎡(81만 평) 넓이에서 재배된 곡물 수입을 줄인 효과가 있다. 주요한 성과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2016년 말 기준)

158


제7장 한살림의 오늘과 내일 159


한살림이 이토록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람 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생명과 협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 생산자와 소비 자들의 존재 덕분일 것이다. 이러한 숫자는 30년의 한살림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결과일 뿐이다.

2. 우리는 ‘한살림’이다 하지만, 한살림의 오늘은 외형적 성과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한살림의 독특한 영향 력에 주목해야 한다. 그 핵심은 역시 생산-소비의 협동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찍이 한살 림운동의 선배들은 한살림은 “소비자협동조합운동과 유기농운동을 결합을 통한 새로운 모 델의 창조”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유례가 없는 새로운 이 길이 오늘의 한살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30년, 이제 한살림은 조합원/회원의 기대와 열망, 사회와 시대의 요청 을 반영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더욱 가깝게 더욱 넓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1) ‘생-소 하나’, 한살림의 오래된 새길 한살림의 생-소 하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새로운 유형의 협동조합운동으로 구체화되었다. 한살림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들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여 상호 협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실무자와 활동가들도 한살림을 이끌어 가는 주요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존중받고 있다. 그리고 생산자와 함께 지역사회 내에서 다 양한 한살림 활동을 일상적으로 펼쳐내면서 협동과 연대의 조직의 만들어 오고 있다. 활동 주체 간, 한살림 조직과 지역사회 간 열린 소통의 모습을 표현해 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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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의 이러한 협동의 실험은 세계 협동운동/협동조합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 려운 새로운 유형이다. 캐나다의 케이드 브레톤 대학의 명예교수이자 《지역을 살리는 협동 조합 만들기 7단계》의 저자인 그렉 맥레오드는 한살림을 지역 협동조합의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모델로 소개하고 있다.45) “생산자와 소비자 간 대립을 해소하고 농촌과 도시 사이에 긍정적인 다리를 놓고자”하며 “생산자는 소비자의 건강(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는 등 “상호 신뢰의 원칙에 기반”하는 한살림은 경영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법칙과 공식을 따르지 않는 다며 한살림의 가격 구조가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와 생산자 간 상호신뢰에 기반한 새로운 협동의 모델은 한국 농업의 새길을 45) ‘케이프 브레톤 지역 협동조합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인가?’, 그렉 맥레오드, 케이프 브레톤 포스트, 2015. 7. 1. ‘Is it time to re-invent cooperative in Cape Breton?’, CAPE BRETON POST.

제7장 한살림의 오늘과 내일 161


만들어왔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기초로 생산 계획 단계서부터 상호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 약속은 책임을 갖고 이행할 수 있도록 책임 생산과 책임 소비의 원칙을 확립했다. 아울러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제값을 평가받지 못하여 생산 가격도 보장받지 못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자는 원칙을 만들었다. 이러한 책임 생산과 책임 소비의 원칙, 적정 가격 정책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도농교류 활동을 통한 상호 신뢰의 구축, 기금 운영을 통한 가격안정과 재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한살림의 생산 관리 시스템은 국내 친환경농업에 뜻을 두 고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생산자들을 지원함으로서 친환경 농업 기반을 확대하고자 한 다. 이를 위해 국가 인증 시스템에 더해 생산-소비 협력형 물품 관리 체계를 마련하여 운영 하고 있다.

<한살림 생산-소비 협력형 물품 관리체계>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2014년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이 주관하는 국제유기 농업상(OWA, One World Award)46)을 수상하였다. 한살림을 금상 수상자로 직접 발표한 46) 국제유기농업상(OWA, One World Award)는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International Fed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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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테 퀴나스트(Renate Künast) 전(前) 독일 연방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장관은 “한 살림은 유기농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고 그 과정에서 원칙을 잃지 않았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삶을 돌보는 점이 인상적이며 이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한살림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유기 농업 운동 중 하나이고 매우 인상 깊다”며,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핵발전과 유전자조 작식품(GMO)이 없는 사회를 요구하고, 새로운 농업정책과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 온 점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한살림은 30년을 맞아 이제 생소 하나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할 때이다. 농 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교류뿐 아니라, 마음과 생활을 나누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어 ‘생산하는 소비자’, ‘소비하 는 생산자’로써 보다 깊어진 하나 됨을 모색 해야 할 것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우리보리사업과

2016년 출범한 농지살림운동은 그러한 노 력들 중 하나이다.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을 통해 생산된 우리보리사료를 공급하여 곡물사료 자급률을 높이고 국내 보리 생산 기반 보 호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of Organic Agriculture Movements)이 주관하고, 유럽 최대 유기농 가공식품기업인 라푼젤(Rapunzel) 이 주최하는 유기 농업 부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2008년부터 격년마다 수상자를 선정해 왔으 며, 2014년, 한살림은 4회 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제7장 한살림의 오늘과 내일 163


이와 함께 한살림은 농지를 지키는 일도 하고 있다. 농촌 생산자의 고령화로 농업을 포기 하거나 지역 개발, 또는 임대 만료 등으로 인해 어렵게 가꿔온 농지가 사라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환경적 측면에서의 긍정적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측면으로는 우리 농업 생산 기반이 줄어드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살림은 2016 년 ‘농지살림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농지소유를 공공화함으로써 조합원과 함께 농지를 지키 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 더욱 가깝게 더욱 넓게

한살림의 사업과 활동은 밥상과 농업을 동시에 살리는 생-소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고 나름의 성 과를 이루어냈지만, 이제 소비자조 합원과 생산자회원을 포함해 시민 한 사람, 한사람에 삶에 더욱 가까 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 한 노력은 한살림의 활동과 사업의 영역이 먹을거리에서 생활의 전 영 역으로 더욱 넓어진다는 의미이기 도 하다. 예컨대 사회적 경제, ‘혼 밥’ 시대의 먹을거리, 돌봄사업 등 이 그것이다. 저성장과 불평등 심화 등 세계 경 제 및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 시 대에 즈음하여 사회적경제가 주목 을 받고 있다. 이윤을 목적으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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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경제와 구별되는 시민사회 스스로 서로를 돕는, 자조 -상조의 호혜의 경제가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공익 서비스 제공, 일자리 창출, 사회 공동체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자활 공 동체와 사회적기업, 그리고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을 실현하는 협동조합과 같은 조직들이 사회적경제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조직이다.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 등 관련 법제 도가 제정되면서 지난 10여 년간 조직 수가 크게 늘어 2015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약 4만 여 개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설립되었다. 한살림의 경우에도 사회적경제 조직 물품의 취급 기준을 마련하는 등 물품 판로를 제공 하여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물품을 공급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은 13곳이며, 지역 한살림의 스토어 36.5를 포함하면 한살림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사회적경 제 조직 수는 10배 이상 늘어난다.) 그밖에도 사회적경제 조직의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숍인숍 또는 숍앤숍 형태로 한살림과 함께 마련하는 사례라든가 학교협동조합과 같 이 한살림이 외부 사회적경제 조직에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한살림의 업무 영역을 사회적경제 조직에 위탁하기도 한다. 한살림서울생협은 살림나르미협동조합과 한우리로컬푸드에, 한살림제주생협은 희망협동조합에 공급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한살림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으며, 지역 사업과 활동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처럼 업무 위탁을 통한 관계를 잘 다져감으로써 상호간의 필요 충족은 물론 보다 확장된 의미를 만들어 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한살림이 축적한 협동의 조직적 경험을 살려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설립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살림서울생협의 경우 조합원의 일공동체 지원 사업을 통해 일하는 사람의 자율성과 책 임성에 기반을 둔 자주 관리 노동의 실현으로 인간적인 노동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 물류지원협동조합, 햇빛발전협동조합, 운송협동조합 등 새로운 사 회적경제조직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한살림의 상상력과 정책 의지에 따라 새로운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활성화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지역 생협을 비롯하여 다양한 협동조합 들이 연대, 협력하여 지역사회를 재구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적극 참여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살림이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를 목표로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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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다. 구분

내용

한살림연합

공통적인 사회적경제 조직의 물품 취급을 위한 ‘사회적경 제 물품 취급 지침’ 제정(2014년), 한살림운송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 창립 지원

한살림대전

사회적경제 조직과 MOU 체결, 사회적경제 지원 기금 적 립, 사회적경제 위원회 운영, 일협동조합 운영

한살림서울

협동조합 지원센터 운영, 일상적인 협동조합 설립 지원 서 비스 제공, 자주 관리 매장, 일협동조합 운영, 살림나르미 협동조합, 한우리로컬푸드 업무 위탁

한살림강원영동

사회적경제 조직 발굴 및 창립 지원,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 직 물품 취급(강원곳간)

한살림제주/ 한살림성남용인

희망협동조합 업무위탁,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 물품 취급 (365 매장) <한살림의 사회적경제 활동 사례>

‘혼밥’으로 상징되는 1인 가구시대는 한살림의 먹을거리운동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최근 맞벌이 가구와 1~2인가 구의 증가로 인해 식생활이 변하고 있다. 또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식품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먹을거리 생산 과 소비 전반의 시스템과 문화 개선 요구가 거세다. 한살림은 ‘인간 생명 을 유지하는 기초인 먹을거리부터 자 연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농법으로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건강한 먹 을거리를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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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조합원 스스로가 건강한 식문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식생활 강사 과정, 요리교 실 등을 열어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 와 지역사회에서의 먹을거리 교육 요 청에도 부응하고 있다. 이밖에도 GMO, 식품첨가물, 방사성 물질, 환 경호르몬 등 새롭게 대두되는 먹을거 리 위해 요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노력과 더불어 학교급식운동, 식품 표시 제도 개선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의 한 자연 환경과 먹을거리 오염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국가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낮출 것을 요구하는 한편 독자적으로 방사성물질 정밀 검사를 진행하여 검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 하고 있다. 그간 먹을거리 협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지역살림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의 전 영 역에서의 돌봄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족 구조의 변화와 고령화, 양극화 문제가 갈수록 깊어 가는 가운데 지역사회의 개인화와 사회적 유대는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가족과 이웃을 대체한 자리에는 각종 서비스가 들어서고 있지만 접근성은 이전만 같지 못하고 돌봄에서 배제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행히 한편에서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풀어보기 위한 자발 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들어서 자신과 이웃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지자체의 지원을 얻거나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살림은 그동안 집중해 온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온 활동들을 토대로 지역에서 다양 한 한살림의 영역을 찾고 활동 과제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이것은 조합원들이 지역사회 속 에서 당면하고 있는 구체적 삶의 과제들을 민감하게 읽어내서 한살림 조직 전체의 실천 과 제로 담아내는 것으로 조합원 활동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 내는 길이기도 하다.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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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중고 장터 운영, 어린이 집 후원, 기부 활동 등 오래 전 부터 이웃을 돕는 다양한 돌봄활동을 만들어 오고 있다. 이처럼 조합원들이 지역사회를 건강 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켜 가는 자발적인 활동을 응원하고, 필요에 부응 하는 것을 지역살림운동이라 한다. 한살 림은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행복기금을 마련하여 운영했고, 강정마을과 밀양 등 육아사랑방

지역사회에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 현장을 꾸준히 지원하였으며, 영유 아와 고령자 돌봄을 위한 지역공동체, 돌봄의 관계망을 만들어 가기위한 활동 과 사업, 한살림의 가치와 먹을거리로 안전한 보육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지 역아동센터와 국공립어린이집과 같은 돌봄 기관 운영, 조합원들 이 스스로 지 역의 문제를 찾아서 협동하는 조합원 자 주 지원 활동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어르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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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지역살림운동의 그물망

3. 한살림, 새로운 30년을 향하여 “지난 30년간 행했던 한살림운동의 요체는 한마디로 ‘밥’의 운동입니다. 생명의 원천으 로서의 밥을 관계의 매개로 삼았습니다. 즉, 한살림이 쌀가게를 열어 쌀을 직거래한 것은, 쌀을 매개로 생명과 생명을 엮고, 이렇게 엮인 관계의 도움으로 하나하나의 생명이 제 모습 대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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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살림 창립 30년에 즈음하여 조직된 ‘한살림 30년 비전위원회’ 비전연구모임 의 제안문의 일부이다. 그렇다. 한살림 30년은 ‘밥’ 운동, ‘쌀’운동이었다. 그렇다면 한살림 새로운 30년의 요체는 무엇이 될 것인가? 30년 전 한살림이 탄생할 즈음, 세계적으로는 동구 사회주의권이 무너지는 냉전시대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으며, 한국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의 길목에 서있었다. 30년이 지난 오늘날 지구촌과 한국사회는 또 다른 전환기의 한 복판에 서있다. 생태·사 회· 경제의 복합위기와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문명사적 전환기이다. 이것은 한국정치의 변동이나 경기침체를 넘어서는 깊고 넓은 변화를 암시한다. 나아가 인간의 존재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을 예상케 한다. 그런데 변화가 밖으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내부의 숨은 열망이 외부의 도 전과 만나 새로운 사건으로 창발될 때 일어난다. 2017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의식은 30년 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으로 생성되고 있다. ‘혼밥’이 상징하듯 한 사람 한 사람 이 깨어나 삶의 주인이 되고,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의식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는 외부의 요인이나 누군가의 힘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보는 시각에 따라 3개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미래를 어떤 원인의 결과로 보는 ‘필연성의 미래’, 둘째 미래를 수많은 변수의 결과로 보는 ‘불확실성의 미래’, 그리고 미래를 지금 여기의 선 택의 결과로 보는 ‘가능성의 미래’가 그것이다. 그렇다. 열린 미래, 가능성의 미래를 여는 지금 여기의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 면, 새로운 30년을 향한 ‘우리’의 선택, 한살림의 선택은 무엇이 될 것인가? 한살림 새로운 30년 비전위원회는 그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첫째, 한살림운동의 핵심가치는 ‘밥’을 통한 생산과 소비의 유기적인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우리 안팎의 소외되고 부숴지고 밀려난 이들과 연대하는 속에서 실현될 것입니 다. 생산으로부터 소외된 생산, 소비로부터 소외된 소비, 생산으로부터 소외된 소비, 소비 로부터 소외된 생산, 생산과 소비 모두로부터 소외된 삶. 이들과 연대해 내 안에서, 우리 안에서 생산과 소비의 유기적인 관계망, 신뢰의 네트워크를 확충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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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살림은 현재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깨진 놈들, 부숴진 몸들, 밀려난 사람들의 ‘밥’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현재의 한살림과 미래의 한살림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고, 이질적인 타자와 연대하던 한살림의 첫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연대는 일방적 인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밥이 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생명을 기르는 일 조차 혼자 감당해야 하고,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들,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과 함께 하며 내 안에서, 우리 안에서 생산과 소비의 유기적인 관계망을 확충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살림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의지처, 안식의 공유지가 될 것입니다. 셋째, 한살림은 이제 물품의 생산과 소비를 넘어 ‘삶’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습으로 펼쳐 져야 할 것입니다. 생산자의 삶이 농산물의 생산에만 있지 않듯 소비자의 삶 또한 농산물 의 소비에만 있지 않습니다. 또한 노동을 통한 소득만으로 삶을 온전히 지탱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나아가 생산과 소비로부터 소외된 이들까지 함께 안심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의 각 영역에서 돌봄, 에너지, 금융, 교육, 노 동, 문화 등 새로운 ‘밥’의 소재를 발견하고, 서로의 삶을 돌볼 수 있는 다양한 유기적 관 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자립・자치의 사회시스템를 형성할 것입니다. 넷째, 조직 체계의 변화를 모색할 것입니다. 현재 한살림이 취하고 있는 동질 집단의 상호 부조를 전제로 하는 조직방식에서 한살림이 지니는 가치 중심의 조직 체계에 대한 고민과 함께 새롭게 드러날 밥의 소재에 맞는 새로운 조직 틀에 대한 구상도 궁리해 나갈 것입니 다. 다섯째, 우리는 이런 우리의 실천이 하나의 공간이 되어 더 큰 사회나 세계의 또 다른 공 간과 다리가 놓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한살림은 닫혀진 공간으로서의 자신을 극복하고, 자신이 확장해 온 공간을 기반으로 삼아, 자립을 지향하는 공간들과 더 큰 연대를 이룸으 로써 생명의 기운을 북돋워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끊임없는 공간의 분할과 확장, 주변화를 통해 이익을 추구해온 자본주의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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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지난 30년 동안 축적되었던 ‘밥’운동으로서의 한살림에 기반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만남에서 전일적인 삶의 연대로 확장하자는 것, 그리하여 한살림이 사회적 약·소자 들의 안식처가 되고 사회적 대안의 공간이 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살림 스스로 자기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살림은 지난 30년간 ‘가능성의 미래’를 창조해왔다. 그리고 지금여기 ‘또 다른’ 가능성 의 미래를 열기 위해, 언제나 그렇듯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직면해있다. 생산 자와 소비자가 새로운 관계를 선택해야 하고, 새로운 농법과 생산기술을 선택해야하며, 실 무자와 활동가들이 새로운 노동방식을 선택해야 하고, 한살림 지역조직과 전국조직이 새로 운 조직형태를 선택해야 하며,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어선 매장들이 새로운 매장운영방식 을 선택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지금 여기 ‘공동의 의미’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야 할 때 이다. 그렇다면 누가 선택할 것인가? 누가 창조할 것인가? ‘나’다. ‘우리’다. ‘소비자’ 이전에 한 사람, ‘생산자’ 이전에 오롯한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30년전 장일순과 박재일을 비 롯한 수많은 이들의 열망이 오늘의 한살림을 만들었듯이, ‘나’와 ‘우리’의 욕구와 열망, 선 한 의지와 사랑의 마음이 새로운 공동체를 창조할 것이다. 이제 ‘나’와 ‘우리’는 지금여기 새로운 한살림의 주인공이 되고, 생명살림세상의 공동 창조자가 된다. 희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다. 더 나은 존재로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믿음, 더 나은 삶과 세계로의 전환에 대한 신념이다. 한살림의 첫 마음이 그랬듯이 한 사람 한 사람 의 형편과 마음을 헤아리는 한살림이 되기를 소망한다. 현실의 벽에 고통하며 절망에 빠진 농민과 청년과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는 한살림을 기대한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 기는 마음이라면 함께 하고 있는 사람 누구나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하늘을 기쁘게 하는 것이지 않을까. 한살림이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들의 의지처 가 되기를 기대한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이 즐겨 이야기하는 ‘공생공락’ 대신에, 이번엔 ‘상생상락(相生相 樂)’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이익을 사고팔고 물품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더욱 깊고 더욱 넓은 ‘삶으로 만나는 관계’를 소망한다. 상생상락의 한살림 마당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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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한살림 선배들은 ‘생명’에 대해 ‘활동하는 무(無)’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생명의 길’이란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일 것이다. 생명의 길은 매번 새 길일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일 것이다. 나와 우리가 선택한 함께 가는 길이 곧 ‘생명의 길’일 것이다. ‘한살림의 길’도 마찬가지다. 1986년의 한살림과 2016년의 한살림이 다르듯이, 2015년 의 한살림의 길과 2016년의 한살림의 길도 조금은 다른 길일 것이다. 공생의 길도 마찬가 지요, 상생의 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시, ‘없이 하는 사람’, 무위당 장일순을 떠올린다. 목사 이현주와 무위당 장일순이 묻고 답한 책 『노자이야기』 2장에서 나오는 ‘노자’ 이야기 이다.

“공을 이루고서도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머물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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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읽어볼 책 [한살림] §

모심과살림연구소 지음, 《죽음의 문명에서 살림의 문명으로_한살림선언·한살림선언 다시 읽기》, 도서출판 한살림, 2010.

§

모심과살림연구소 지음, 《스무살 한살림 세상을 껴안다》, 그물코, 2006.

§

20년사 편찬위원회 지음, 『한살림 20년 햇살과 바람 정직한 땀의 기록』, 한살림, 2006.

§

모심과살림연구소 지음, 모심과 살림 총서 《모심 侍》, 《밥과 명상》, 《살림의 말들》, 《지역 살림운동의 길을 찾아서》, 2002~2009.

§

김성희 지음, 《살리는 사람 농부_한살림 생산자 16명의 이야기》, 도서출판 한살림, 2014.

§

그물코편집부 엮음, 《땅에 뿌리박은 지혜》, 그물코, 2006.

§

장일순 지음,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녹색평론사,2009.

§

김선미 지음, 《살림의 밥상》, 동녘, 2010.

§

서형숙·윤선주 지음, 《한살림 첫마음》, 도서출판 한살림, 2016.

§

김선미 지음, 《한살림 큰 농부, 인농 박재일 평전》, 도서출판 한살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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