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Page 1



목 차

Ⅰ. 서론 1. 연구배경과 목적

.. ... ... ... ... ... ... ... ... ... ... ... ... ... ... ... ... ... ... ... ... ...

3

2. 연구범위와 방법

.............................................................

7

Ⅱ. 이론적 검토 1. 적정기술의 유래와 고전적 의미

.............................................

10

..... ...... ...... ...... ...... ...... ...... ...

12

..................................................

14

2. 적정기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 3. 적정기술 관련 쟁점사항

Ⅲ. 한국사회에 적정기술운동은 형성되었는가 1. 국내 적정기술운동의 주요 흐름과 동향

... .... .... .... .... .... .... .... .... .

19

........................................

21

..........................................................

24

....................................................

30

2. 전환사회를 위한 적정기술운동의 태동 3. 적정기술 조직 일반현황 4. 몇가지 실험, 성과와 한계

Ⅳ. 지금 적정기술운동은 지속가능한가 1. 자립경영을 위한 지속가능성 진단 2. 사회운동적 지속가능성 진단

..... ...... ...... ...... ...... ...... ...... ...

39

................................................

45

Ⅴ. 결론 1 . 연구요약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52

2. 정책적 방향 3. 종합

참고자료

........................................................................... 54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56

............................................................................. 57



Ⅰ. 서론

1. 연구배경과 목적 1) 연구배경

❍ 적정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

국내에 적정기술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적정기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E. F. 슈마허 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이 2002년 국내에서 발간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 다. 슈마허의 거대기술과 물질주의에 대한 근본적 물음은 국내 양심적 공학자와 과학 기술계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동시에 환경과 먹거리, 불평등,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개인과 단체에서도 적정기술을 접하 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05년 크리스천과학기술포럼1)을 시작으로 2006년 대안기술센터2), 2008년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3), 2009년 한밭대학교 적정기술연 구소4)와 나눔과기술5),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6) 등의 탄생으로 현실화되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도 지속적인 적정기술 연구가 진행되어 사회문제 해결 및 과학기술 시스템의 변화를 추진하는 흐름이 나타났으며, 이 연구의 성과로 2013년 KAIST 사회기술혁신연구소7)가 설립되고 2015년에는 사회기술혁신네트워 크8)가 구성되기도 했다. 결국 정부 정책에도 반영되어 ‘과학기술 ODA를 통한 과학 한류 조성’을 국정과제로 삼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지원사업은 1) 2) 3) 4) 5) 6) 7)

크리스천과학기술포럼(Christian Forum in Science and Engineering), www.sciengineer.or.kr 대안기술센터(Alternative Technolgy Center), www.atcenter.org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http://cafe.naver.com/earthbaghouse 적정기술미래포럼(Appropriate Technology Future Forum), http://atforum.tistory.com 사단법인 나눔과기술(Sharing & Technology, Inc), www.stiweb.org 사단법인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Scientists & Engineers Without Borders, SEWB), www.sewb.org KAIST 사회기술혁신연구소(Research Institute for Social Technology and Innovations), http://risti.kaist.ac.kr 8) 사회기술혁신네트워크, http://cafe.daum.net/sotech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3


물론 환경부와 특허청에서도 적정기술 분야의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지방정부 독자적으로 민간 차원의 활동을 정책적으로 수용하며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9)을 필두로 충남적정기술협동조합연합회10), 서울에너지생 활기술네트워크11) 등 지역사회 현장과 보다 밀착된 적정기술 흐름이 형성되기도 했

다. 이를 볼 때 한국사회에 적정기술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나 그 흐름과 관련 사업, 활동형태는 따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아직 적정기술에 대한 이론적 토 대가 미약하고 사회통합적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현장에서 활 동하고 있는 적정기술 분야 단체 및 개인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활동 과 사업적 전망을 찾는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 정체성 혼란과 전망의 부재

국내 적정기술을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ODA형 적정기술 분야는 국가 정책과 지원 사업이 과거부터 확립되어 있었고, 이 분야에 뛰어든 개인과 단체도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어 활동과 사업영역에서 정체성의 혼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자립형이자 사회운동적 적정기술 분야는 2013년부터 관련 협동조합 및 활동가들이 속 속 등장하는 등 저변이 확대되었지만 적정기술에 대한 철학적 이론적 토대의 취약함 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활동전망을 밝혀내는 데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정기술 활동이 그간 폐기물을 만들어 온 것 아닌지12), 적정기술로 비 즈니스를 해야만 하는가 또는 적정기술로 비즈니스가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13), 각종 정부지원제도의 달콤한 유혹과 자립자치 사이의 고민,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자본시

9)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Coop Of Transition technolgy), http://kcot.kr 10) 충남적정기술협동조합연합회, www.facebook.com/atcoop 11) 서울에너지생활기술네트워크(에너지슈퍼마켙), www.e-super.co.kr 12) 최근 적정기술 활동가들 사이에 자신들이 만들어온 제품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 꽤 많이 만들어 보 급했지만 실제 생활현장에서는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 부분 성능과 효율이 낮고, 지나치게 크거나 볼품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성찰은 개발자의 관점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다시 적정기술을 전개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13) 이런 문제의식은 주로 적정기술을 하나의 괜찮은 프로그램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단체들이나 다 른 영역의 활동가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이다. 계몽적 또는 시민사회운동적 관점에서는 적정기술을 매 혹적인 경제영역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괜찮은 대안에너지 프로그램으로 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 다.

4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사업 결과보고서


장 외에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 적정기술로 도대체 어떤 사회 를 만들 것이며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고 있다.

❍ 자립기반의 취약성과 불안정성

2012년부터 시작된 ‘나는난로다 콘테스트14)’를 계기로 사업적 감각이 있는 개인사 업자나 엔지니어들이 저마다 색다른 기능을 선보이며 고효율 화목난로와 화목보일러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동시에 공동체운동, 녹색운동, 먹거리운동, 환경운동 등 사회운동적 성격을 띤 개인과 단체들에서 적정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와 가치실현운 동을 접목하려는 움직임 또한 활발해졌다. 그러나 화목난로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적 정기술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안정적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해 대부분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적정기술 분야의 개인이나 협동조합들이 2013년부터 사회적기업, 마을 기업, 지자체 프로젝트, 중소기업청 및 정부지원사업 공모 등에 몰입하는 상황을 만 들고 있다. 물론 공적자금이 적정기술 분야의 활동기반을 획기적으로 확산하는 기회 를 부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당사자들이 갈수록 보조금의 포로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 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돌아봄을 위해서라도 경제적 자립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과 중장기 전략은 어떻게 세워나가고 있는지, 정부 및 지자체 지 원사업의 긍정적, 부정적 효과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때이다.

❍ 적정기술의 지속가능성 모색

적정기술은 삶의 기반과 지역의 조건을 고려한 사회적 기술이라 그 분야가 매우 광범 위하고, 기술적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 농촌지역의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도입해 가는 추세다. 또한 적정기술은 기존의 개도국에 적용해 왔던 개념에서 벗어나 농촌은 물론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도

14) ‘나는난로다’ 고효율화목난로 콘테스트는 한국사회에 적정기술을 활용한 화목난로 자작(DIY) 열풍을 일으킨 행사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담양 창평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고, 그다음부터는 전북 완주 로 옮겨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주최하고 있다. 3회 때부터 공식 행사명을 ‘전환기술전람회’로 쓰 고 있으나 부제로 ‘나는난로다’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5


에너지전환에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국내에 적용할 적정기술과 관련한 이론적 연구는 물론 기 술적 연구개발도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나 기술적 연구개발은 오로지 현장 활동가들의 자발적 역량에 의존하여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척박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기업과 각종 정부지원사업의 문을 활발히 두드리며 경제적 활로 와 사회적 운동을 동시에 풀어내려는 적정기술 조직들에게 정체성 혼란으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적정기술의 가치와 가능성을 보고 달려든 많은 활동가와 조직들 스스로 자 신들이 처한 상황과 현실과의 충돌 지점, 고민의 스펙트럼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 은 적정기술운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연구이다. 또한 취약한 경제구조 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정책적 대안과 함께 다양한 적정기술 관련 사회적경제 조 직의 등장과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적 정기술운동이 지금 이대로 가다간 자본시장은 물론 사회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 한 채 그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 짧은 역사이지만 적정기술운동 및 협동조합이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객관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과 사회운동적 활동방향에 대한 진지한 모색 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미가 있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기 시작한 적정기술의 사회운동적 의미와 과제, 사회적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제시하여 보다 분명 하고 자신감 있는 적정기술운동을 형성하고자 하는 데 있다. ❍ 이를 위해 최근 몇 년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적정기술 분야의 주요한 흐 름을 찾아보고, 지역별로 등장한 협동조합의 형성 배경과 활동 과정을 정리하고자 했 으며, 특히 적정기술을 매개로 한 활동이 사회적 가치 실현과 경제적 자립에 어떠한 도움과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현장 리더의 목소리를 담아 개괄적으로나마 파악해

6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사업 결과보고서


보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다. 대부분의 적정기술 조직들은 같은 지역 내 친분이 있 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액의 출자금을 마련해 초기 자본을 형성하였는데, 각종 보조 금 없이는 협동조합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로 고착화되어 협동조합 내부적으로 위기 감을 갖게 하였다. 이에 리더의 솔직한 고민을 드러내고, 각종 지원사업의 긍정적 효 과와 부정적 효과는 무엇인지, 협동조합의 경제자립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 더욱 중요하게는 적정기술 협동조합 리더 및 활동가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의 내용 은 무엇이고,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과제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자 했다. 본 연구과정 자체가 적정기술 리더 및 활동가들의 고민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고 보다 진전된 적정기술 운동의 상과 내용을 정립하는 기회로 작용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이는 아직까지 스스로 공통의 고민거리에 대해 돌아볼 시간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 한편 본 연구는 국내 사회적경제 분야의 적정기술 역사가 짧고 관련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보다 심층적인 연구 작업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적정기술 협동조합의 중장기적 활동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주 요한 목적이라 하겠다.

2. 연구 범위와 방법 1) 연구 범위

본 연구의 결과로 제시될 적정기술의 현실 진단과 지속가능성 방안에 대한 공간적 범 위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이내의 시간적 범위를 염두에 두고 작 성되었다. 내용적으로는 우선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외 주요한 흐름 과 이론을 제시하였고, ODA형보다는 국내 사회적경제 영역의 협동조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다만 시간적 거리적 요인으로 모든 적정기술 조직들을 심층적으로 연구하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7


지 못했으며, 광역별로 연구 목적에 부합하는 조직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지속가능성 방안을 찾아보았다. 이에 국내 적정기술 조직의 형성과정과 일반현황을 살펴보고, 사업 과정에서 드러 난 리더 및 활동가들의 현실적 문제인식의 종류와 내용을 알아보았다. 더욱 중요하게 는 협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지속가능성 및 자립경영을 위한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기 위 해 사업현황과 결과, 조직 내외부의 협동 방식과 참여율, 수익사업의 아이템과 수익 창출 현황 등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2) 연구 방법과 구성

연구배경에 밝혔듯이 적정기술 관련 국내 연구 성과는 주로 ODA를 중심으로 다루어 져 왔으며, 2013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국내 적정기술 에너지 공동체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본 연구보고서는 국내 사회적경제 영역의 적정기술 협동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문헌조사와 자료조사를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현지방문 및 구두조사를 병행하 였다. 문헌조사를 통해서는 국내외 적정기술의 여러 흐름과 이론, 동향을 살펴보았 고, 자료조사는 적정기술 조직들이 발행한 공식 비공식 문서를 참고하였다. 지속가능 한 전망과 계획을 연구하기 위해 현장 리더들의 현실인식과 진단 내용을 파악하기 위 해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현지방문을 통해 조사하거나 그래도 시간이 부족할 경우에 는 전화로 구두조사를 진행하여 보고서의 현실감을 높이도록 노력했다. 본 연구과제 가 제시하고 있는 공통의 주제에 대한 집담회를 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연구보고서 2장은 적정기술에 대한 등장배경과 고전적 의미, 국내의 적정기술 관련 몇 가지 쟁점과 다양한 시각 등 이론적 분야를 주로 다루었다. 3장에서는 국내 적정 기술 흐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정기술 조직들의 등장 배경과 과정, 주요 흐름과 동향, 성과와 한계를 제시하였다. 4장에서는 본 연구의 목적을 세부적으로 파 악할 수 있도록 적정기술 조직의 일반현황을 자세히 소개하였고, 적정기술운동을 주 도하고 있는 현장 리더의 현실진단 내용과 고민지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사회운 동적 가치와 경제적 자립기반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준비정도와 계획이 얼마나 충

8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사업 결과보고서


실한지를 파악하여 적정기술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앞서의 장에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적정기술 조직의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과제를 제시하였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9


Ⅱ. 이론적 검토

1. 적정기술의 유래와 고전적 의미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제3세계 국가의 가난하고 소외된 주민들이 경제적 궁핍과 질병, 사회적 불평등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현지 환경을 존중하고 현지 재료 를 활용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위해 개발되고 보급된 인본주의적 관점의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의 등장은 산업자본주의의 한 측면인 인간의 가치에 대한 고려가 배 제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거대 시장에서 소외된 주민을 위한 따뜻한 기술로서의 역 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적정기술은 처음에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15)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등 장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Ernst F. Schumacher)는 현대사회의 거대기술이 필연 적으로 에너지 과소비와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진단하고 그 해법으로 중간기술 을 제안했으며, 1965년 영국에서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중간기술개발집단 (Intermediate Technology Development Group: ITDG)’을 만들어 중간기술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1973년에 출판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저서를 통해 저개발국의 지역 문화나 자연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값 싸고 소박한 기술이 필요함을 역설하였고, 이는 그 무렵 발생한 1차 오일쇼크와 맞물 려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중간기술은 적정기술로 변화하였고, 서구에서조차 대량생산 기술과 자동화 기 술이 실업과 인간소외를 낳는다는 비판이 고조되던 1960~70년대에 적정기술운동은 전 세계를 휩쓸게 되었다. 적정기술운동이 최고조였을 때에는 전 세계에 이를 담당하

15) 슈마허의 중간기술은 전통기술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강조한 인도의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가 이끌었던 스와데쉬 운동(Swadeshi Movement)에서 비롯되었다. 간디는 ‘거대기계에는 필 연적으로 복잡하고 위계적인 사회 조직,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 도시화, 낭비적 소비가 수반된다’고 지적하며, 거대기계의 이러한 경향에 저항할 수 있는 기술로 ‘그것은 물레다’라며 전통기술을 강조하 였다.

10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는 조직이 1,000개가 넘을 정도였다(홍성욱 교수). 이후 슈마허의 적정기술 철학을 기 반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패럴론연구소(1969), 그리고 70년대에 들어서는 영국 대안기 술센터(1973), 미국 국립적정기술센터(1976) 등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한편 “적정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연구는 1973년 슈마허의 책이 출판된 이 후부터 1990년대 이르기까지 주로 국제개발협력의 ‘효과성(effectiveness)’에 대한 담 론과 연계되며 활발히 전개되었다. 이 시기 적정기술에 관련된 연구는 제3세계의 효 과적인 발전에 대한 것 외에도 미국 등 선진국 자국 내의 반문화운동 및 환경운동에 대한 부분”16)도 있었으며, “‘적정(appropriate)’이라는 단어는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해석되고 적용되었으며, ‘적정기술’이라는 주제는 지역단위와 국제단위를 활발하게 넘나들었다. 개도국을 위한 적정기술 안내서가 작성되었고, 국제경제학회, 국제개발학회 등 다양한 국제학회에서 제3세계의 발전과 관련된 주요 어젠다로 제시 되었다.”17) 하지만 서구에서 1990년대까지 활발했던 적정기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산업화 가 가속화되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풍요로 인해 오랜 기간 지속되지 못한 채 하나둘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감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대중들로부터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당시 유엔환경계획(UNEP)은 적정기술을 재생가 능한 에너지 기술, 재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생산과 소비에서 오염물질이나 폐 기물 배출을 최소화 하는 기술, 자연의 생태시스템과 일치하는 기술, 합리적 이용이 가능한 기술로 소개하며 적정기술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이후 적정기술 분야에서 혁신이 지속되고 2007년 스미스소니언 연구소(Smithsonian Institute)에서 발 행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18)이 전 세계에서 발간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서 개별 단위로 추진되어오던 적정기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16) 이도영(2013.12), 한국 적정기술 정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다양한 가치로 새롭게 채색된 21세기 적정기술, 한국과학기술정책 제23권 제4호, 120쪽. 17) 이도영(2013.12), 한국 적정기술 정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다양한 가치로 새롭게 채색된 21세기 적정기술, 한국과학기술정책 제23권 제4호, 120쪽. 18) 적정기술의 바이블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스미소니언연구소의 내셔널디자인뮤지엄(National Design Museum)이 2007년 개최한 동명의 전시회를 모태로 해 탄생한 책이다. “세계 디자이너의 95%는 오 직 상위 10%의 부자 소비자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디자인 혁 명이라고 불릴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머지 90%를 위한 디자인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는 폴 폴락과 같은 국제개발협력 종사자의 이야기,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꿈꾸는 디자이너, 과학기술에 ‘따뜻함’을 담으려는 공학기술자, 그리고 개발협력 현장의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이 책 에 담겨져 있다.(책 소개문 인용)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11


2. 적정기술에 대한 다양한 해석

적정기술은 ‘적정’과 ‘기술’의 합성어이다. 직역하면 ‘적정한 기술’ 또는 ‘적당한 기 술’이라서 기술적으로 적당한 수준이라는 첫인상을 준다. Appropriate Technology라 는 단어가 무슨 이유로 한국에서 ‘적정기술’이란 단어로 번역되어 불리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19)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으면 그 뜻과 의미를 전달하기도 어렵고 혼란마저 일으키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사실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무엇이든 기준이나 표 준이 있는 법인데 적정기술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기준이 달라지므로 만병통치약과 같은 이미지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시대적 상황과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대안기술, 중간기술, 지역기술, 에코기술, 인간중심기술, 사회기술 등 다양한 용어들로 혼용되어 불리고 있다. 2000년 이후부터 적정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학문과 기술적 분야에서 혁신의 과정 을 거치며 주로 개발도상국의 빈곤지역을 대상으로 했던 적정기술 논의도 현재에 와 서는 보다 다양한 분야와 수요층에게로 다가서고 있다. 한국사회에도 교육, 디자인, 에너지, 주거, 친환경, 로컬푸드, 사회적경제, 정부정책 등 공공과 민간영역에서 다 양한 동기와 목적이 어우러져 더욱 더 확장된 형태로 적정기술이 한국사회에도 영향 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고전적 의미로 적정기술을 정의하기에는 해당 조 직의 지향과 목표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해 보다 다양한 의미로 재해석되며 적 정기술 리더들의 입을 통해 각양각색의 용어로 불리게 되었다. 적정기술에 대한 국내 논의와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임을 전제하고 현재까지 적정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① 로우테크(Low Technology) 관점 - 적정기술을 주로 기술적 수준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첨단기술(High Tech)과 대비하

19) 일본에서 Appropriate Technology를 適正技術로 번역한 것을 국내 학계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라 는 얘기도 있다.

12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여 사용되며 전통기술의 복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하므로 만들기 어려우면 적정기술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런 관점을 반영해 적당기술, 중간기술, 손발기술 등으로 불린다.

② 대안기술(Alternative Technology) 관점 -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 기반한 기술은 생태계 파괴 등 지구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끼 치므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야말로 대안적 기술이라는 관점이 다. - 자본주의 산업사회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므로 사회의 근본시스템에 대 한 대안적 상을 포함하고 있다. - 친환경기술(에코기술), 사회기술, 전환기술, 공익기술 등으로 불린다.

③ 인간기술(Human Technology) 관점 - 대량으로 찍어내는 상품화된 산업기술은 특성상 과대공급과 불필요한 소비를 야기하 고 제품에 인간의 삶을 맞춰나가 결국은 인간소외와 불평등을 야기하므로 이윤을 고 려하되 제품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기술이 펼쳐져야 한다는 관점이다. - ODA형 적정기술의 대표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나눔기술, 따뜻한 기술,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 등으로 불린다.

④ 지역기술(Local Technology) 관점 - 대안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 삶의 모든 생산과 소비영역에서 기술 및 상품의 로컬화가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대안기술의 관점과 유 사하다고 볼 수 있다. - 로우테크든 하이테크든 지역내 구성원의 기술적 수준과 합의, 기술의 소유와 경제적 순환이 가능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와 관련해서는 마을기술, 공동체기술, 공생기술, 자립기술, 삶의기술, 생활기술 등으 로 불린다.

한편 적정기술 관련 개인이나 조직들의 활동 성격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 첫째 는 에너지 불평등 및 사회문제 해결을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관점, 둘째는 공동체와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13


협동, 자립의 가치를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관점, 셋째는 대안적 사회로의 전환을 중 심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위와 같은 구분은 본인의 경험 속에서 얻은 지식을 통해 정리한 것이라 국내 적정기술의 이론적 기준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국내의 적정기술 조직들이 위 구분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본 연구과제에서 다루는 협동조 합들도 여러 개의 관점을 동시에 지니고 활동하고 있다.

3. 적정기술 관련 쟁점사항

국내의 적정기술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2008년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상의 소통과 녹색연합이 꾸준히 진행한 에너지자립마을네트워크의 오프라인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2010년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온라인 카페를 비롯해 생태건축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온라인 소통 공간, 2013년 전환기술사 회적협동조합 및 지역별 협동조합이 생기면서 적정기술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 행되었다고 불 수 있다. 물론 이 전에도 태양광, 풍력, 자전거발전기 등 아이템 중심 의 적정기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구심력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 한 것은 2010년 이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치열한 사회운동을 몸소 체험하며 각자의 철학과 가치를 기준으로 적 정기술을 받아들이고 활동해온 적정기술 리더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바라던 사회상과 삶에 대한 고민, 적정기술과 그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적정기술운동의 가치와 방향,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문제 등 다양한 의 제에서 사소한 의견에까지 묵직한 이견이 존재해 왔었다. 그리고 적정기술을 바라보 는 관점과 의견 차이로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지거나 규정력 없는 소모임 정도에서 단 순한 의견개진 형태로 이따금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쟁점이 남아있는 상태로 각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으며, 쟁점의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14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1) 도대체 어디까지가 적정기술인가?

적정기술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2007년 정도만 하더라도 적정기술은 기본적으로 로우테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쓸모없거나 버려진 재료로 화목난로나 태양열온 수기 등 전에는 돈으로 구입해야 했던 에너지 장치를 DIY 하는 것이 적정기술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DIY의 영역은 에너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먹 거리, 의류, 목공, 농사 등 모든 생활상에 적용되므로 적정기술도 재료와 대상이 되 는 기준을 확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러면서 쟁점이 하나 둘 제기되었다. 그중 대표적으로 대두되었던 것이 태양광발전이 적정기술인가 하는 문제제기였다. 태양광발전의 과정은 충분히 적정기술이라 얘기할 수 있지만 태양광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세라믹 반도체 재질의 태양전지는 유해한 화학물질을 거쳐 만들어지고 그 자체 가 하이테크(High-Tech)이므로 결과적으로 적정기술이 아니라는 시각이었다. 마찬가 지로 대형풍력이나 지열시스템과 같이 첨단 테크놀로지로 작동하는 모든 장치들에게 도 비슷한 쟁점이 형성되었다. 이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제기하는 것은 적정기술을 기술적 수준으로만 판단하면 심 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어느 지역, 어느 계층에게든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적정기술을 기술적 수준으로만 판단하게 된다면, 예를 들어 태양열 정 수기라는 장치가 국내에서는 적정기술이지만 저개발국가에서는 첨단기술이 될 수 있 다. 따라서 재료와 기술수준으로 기술의 적정성을 판단하지 말고 기술의 소유문제와 가치지향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적정기술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위와 같이 적정기술은 몇 줄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적정기술이 저 개발국가의 빈곤 완화의 수단이나 질병 예방의 수단이 되고, 어떤 때에는 소득 증대 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자립과 에너 지전환을 위한 수단, 더 나아가 기업이윤의 사회적 기여와 국가 차원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기술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기술을 적용하려는 공동체의 지향과 준비 정도,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등 종합적인 고민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어느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15


마을이든 에너지 자립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려 했을 때 그 기 술의 성격이 하이테크냐 로우테크냐가 아니라, 그것이 마을에 적용했을 때 에너지 자 립이라는 충분한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적정기술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기술을 사용하는 마을사람들이 해당 기술을 직접 이해하고, 일상생활에도 적용하 며, 기존의 무분별한 소비 위주의 생활방식에서 스스로 좀 더 개선된 방식으로 변화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2) 적정기술로 누려야 할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적정기술은 결국 자신이든 마을이든 지역사회든 좀 더 개선된 방향으로 삶의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실천적 행동을 동반한다. 따라서 적정기술을 통해 삶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또는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미래상을 고민하게 마련이다. 매우 적극적으로는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에너지와 먹거리를 자립적으로 해결하려는 구상을 할 수 있고, 누구는 에너지만이라도 독립해 보고자 하거나, 가족 구성의 특성상 약간의 편안함을 고려해 적정기술을 부분적으로 적용하려고 한다. 어 떤 경우든 적정기술은 기존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로 돌아가는 시스템보다 불편할 수밖 에 없으며, 이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적정기술을 생활 속으로 불러들이지 못한 다. 그렇다고 적정기술은 원래 불편한 것이므로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현재의 사회시스템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무책임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의 적정기술은 전환적 삶에 필요한 생활요소의 완전한 자립 기술의 구현보다는 자발적 불편을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받 아들여져야 한다. 불편은 감수하는 것이지 강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 비즈니스 또는 산업화가 필요한가?

많은 적정기술 리더들이 공통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지점이다. 이는 대부분 협동 조합 방식을 통해 적정기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보니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과 수익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는 현실적 목표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적정기술 리더나 활

16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동가들은 농사를 짓거나 사회단체 활동을 하거나 다른 부문에서 활동하면서 잠깐 시 간을 내서 적정기술 활동을 하는 형태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 그러 다보니 활동량은 훨씬 늘어나지만 경제적으로는 특별히 나아지지 않아, 협동조합을 하자니 힘들고 안 하자니 너무 아까운 현실이다. 적정기술이라는 독특한 영역이 한 단계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이 적정기술에 전업으로 뛰어들지 못 하게 하는 취약한 물적토대가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적정기술 협동조합의 활동 과정에서 나타난 어려움은 때로는 사업화 필요성 에 대한 찬반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이제는 적정기술 분야에서도 전업활동가들이 나 타나야 하고 그들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동감이 형성되었다. 나아가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에너지자립을 위해서라도 사회적경 제 관점의 산업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대부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적정기술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적정기술 활성화와 자립기반 구축, 이를 통한 안정적 수준의 일자리 마련 등을 위해서라도 필연적으로 비즈니스와 산업적 접 근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으며, 나아가 적정기술을 통한 대안적 경제시스템을 보다 적 극적으로 고민하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현실적 가능성과 절박함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 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적정기술의 확산을 위해 산업화 또는 비즈니스화는 매우 중요하며, 어떤 형태로든 시장경제체제 안에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산업적 도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낡은 방식이 아닌 사회 적경제의 전체적 기획과 전망 속에서 적정기술 분야가 다루는 생산, 유통, 소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보조금을 어찌할 것인가?

현재 적정기술에 몸담은 개인과 단체 대부분은 각종 정부지원금이나 지자체 보조금으 로 연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을 통해 인 건비를 충당하거나 수익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 초기에는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구 입하는 데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였다. 이외에도 지자체의 제안을 받거나 참신한 아이 템을 역으로 제안하여 프로젝트 사업비를 지원받은 경우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17


게 정부 지자체의 이런저런 지원금은 적정기술의 활동기반을 구축하는 데 많은 기여 를 했던 것이 사실이며, 사업량과 질적내용이 획기적으로 성장하는 긍정적 성과를 내 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볼 때 당장 보조금이 중단된다면 협동조합을 유지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존재한다. 이렇게 적정기술의 경제적 토대가 전체적으로 취약한 현 실은 당연히 리더들에게도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행스럽게도, 적정기술이 대중 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라도 사용자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생산·보급해야 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자립의 활로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하면서도 반성적인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사용성과 디자인 요소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보조금 활용방식이 바뀌는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즉 전에는 보조금으로 장비를 구입하거나 인건비로 주로 사용하였다면 점차 기술개발 쪽으로 사용처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결 국 이런 면에서 보조금은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런 방어막 없이 지금과 같은 보조금 위주의 수익창출 경로 가 유지될 경우 적정기술운동 및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리더들 또한 절제된 판단으로 조금씩 보조금을 줄여 나가 겠다는 각오를 세우게 만들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적정기술이 제시하는 새로운 가치의 사회적 기술을 자본시장으 로부터 보호하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증 및 지원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술적 독창성과 완성도, 수익성이 있느냐 만을 보는 지금의 특허 제도와는 다른 것으로 해당 기술이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지, 그 쓰임새와 효과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주요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 추가 기술개발과 공공시장 시범보급의 기회도 제공되 어야 한다. 자본시장 진출에 필요했던 기술인증제도와는 다른 개념의 인증과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제 아무리 혁신적인 적정기술일지라도 자본시장의 경쟁에 떠밀려 장렬 히 전사할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18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Ⅲ. 한국사회에 적정기술운동은 형성되었는가

1. 국내 적정기술운동의 주요 흐름과 동향

1) 국내 적정기술의 등장

한국사회에 적정기술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이다. 당시 새마을운동과 함께 전국민 과학화 운동의 일환으로 처음 언급되었으며, 정부 주도하에 국가의 경제 산업 발전을 이끄는 전략분야를 도출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에서 등장했다. 이렇게 초 기 한국에서의 적정기술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 계획과 대학교수라는 엘리트를 중심으 로 한 접근방식이었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국 가 정책이었다기보다는 경제 부흥을 위해 농업과 산업 부문에 적정기술의 요소를 선 택적으로 도입하려는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적정기술은 한국 의 도시와 농촌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 및 근대화를 위한 기술이며, 적정기술의 수요 자는 ‘개인’보다는 ‘국가’로 볼 수 있다.”20)

2) 주요 흐름과 동향

파란만장한 박정희 정권 시대와 군부정권의 시대가 끝나고 국내에 적정기술이 다시 등장한 것은 2002년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이 국내에 발간되 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학계의 관심이 촉발되면서 2005년 이후부터는 이공계 교 수 및 공학자들 중심으로 과학기술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며 본격적으로 한국사회에

20)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도영 박사는 ‘한국 적정기술 정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룬 논문에 서 국내 적정기술의 시작과 도입과정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19


접목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해를 거듭할수록 대학사회의 공학교육에 디자인 및 기 술에 대한 재해석 작업이 이뤄지면서 대학생, 디자이너, 국제기구활동가, 종교인 등 다양한 참여자를 만들어내며 국내 적정기술 논의를 확장시켜 왔다. 이를 연도별로 살 펴보면, 2005년 크리스천과학기술포럼(Christian Forum in Science and Engineering, CFSE) 설립을 시작으로 2007년 한밭대학교 적정기술연구소, 2009년 사단법인 나눔

과기술 및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가 속속 설립되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인 2006년에 경남 산청에 대안기술센터21)가 설립됨과 동시에 귀 농학교, 도시농업학교, 한옥학교, 흙부대 및 생태건축학교 등의 프로그램이 동시다발 적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는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22)라는 온라인 카페가 생겨나 면서 화목난로 DIY 열풍을 일으키며 국내에 적정기술이 급격하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부터 전국귀농운동본부가 농촌 자립기술의 일환으로 화덕워크숍 및 농촌 생활 적정기술 보급원 양성교육을 진행하였고, 같은 해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 적정 기술을 위주로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라는 온라인 카페도 만들어지며 한국사회에 적정기술 붐을 일으켰다. 2013년부터는 전북 완주군의 전환기술사회적협 동조합을 시작으로 충청남도와 서울시에서 적정기술을 지방정책에 적극 반영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주민참여형 교육사업과 홍보사업이 진행되어 적정기술 대중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의 흐름은 일부 대학과 과학기술 단체들, 정부 관료가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 및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ODA)를 중심으로 한 시범적인 개발도 상국 지원사업, 이를 위한 정책연구와 기술지원의 차원에서 적정기술을 강조한 접근 법이라고 볼 수 있다. 후자의 흐름은 국내 문제, 즉 생태적이며 자립적인 삶과 대안적인 사회로 가기 위 한 적극적 고민으로서 에너지자립 또는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한 접근법이 강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적정기술이 보급되자 2013년부터 한국 21) 대안기술센터 설립자인 이동근 씨는 적정기술의 본 고장이 불리는 CAT(영국 대안기술센터)에서 적 정기술 학위를 받았으며, 국내로 돌아와 한국사회에 접목하기 위해 센터를 세웠다. 한국 적정기술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필자 또한 이곳에서 처음으로 적정기술을 익혔다. 22) 네이버 온라인 까페인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는 국내 적정기술 발전에 많은 공을 세우고 있는 김 성원 씨가 만든 적정기술 공유 공간이다. 초기에는 흙부대건축네트워크 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나 적정기술 분야의 모든 정보를 다루는 종합적 성격으로 변화하였다.

20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과학기술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꾀하며 새로운 관점의 ‘사회 적 기술’을 다룬 여러 연구논문이 제출되었다. 이들은 에너지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학기술이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하 고 있다. 이는 오랜 과학기술계의 국제개발협력 차원의 적정기술 관점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에서도 과학한류와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적정과학기술’이란 용어를 쓰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5년 현재 시점에서 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적정기술에 접근하여 ‘적정과학기술’로 개념화하고 ‘ODA를 통한 과학한류 확산’과 ‘사회문제해결 및 국민복지’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적정기술을 수용하고 있다.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확산되며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도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적정기술 아이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최근에 는 몇몇 대학에서 적정기술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적정기술이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깊고 확장된 세계관을 형성해 나가고 있으며,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확대되고 있음은 분명 하다. 최근 몇 년간 적정기술을 주제로 한 서적과 신문기사, 공중파의 기획방송과 다 큐멘터리, 학계의 다양한 포럼과 아카데미, 대학을 중심으로 한 창업강좌 및 경진대 회, 관련 정책연구 등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에 적정기술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안적이며 생태적인 사회운동을 지향하는 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사회적경제 운동과 만나며 학계와 정부 중심의 적정기술과는 다른 흐름과 세력을 한국사회에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2. 전환사회를 위한 적정기술운동의 형성

2007년경부터 시민사회운동 및 진보진영의 다양한 활동 공간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는 과정에서 지역과 현장에 접목하기 좋은 적정기술을 접하게 되고, 집요할 정도의 집중력으로 기술정보를 수집하고 온오프라인 을 통해 현실에 적용하려는 활동을 왕성하게 전개하였다. 특히 산청 대안기술센터 이 동근 소장의 선구적 활동과 온라인 카페인 김성원의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이재열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21


의 적정기술센터 등은 전국에 고효율 화목난로 및 태양열 난방장치 등 적정기술 DIY 열풍을 일게 만들었다. 이들의 정보 소통공간과 노력의 과정이 중요했던 것은 공학자 나 과학기술자들이 아닌 소위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에 적정기술 매니아 층을 형성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들의 3~4년간의 초기 활동은 개인적 차원이었지만 지역운동과 녹색운동, 협동조 합운동과 만나며 자연스럽게 공통의 목표와 요구를 형성해 나갔으며, 만남이 잦아지 면서 조직적인 적정기술 활동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논의의 무대는 주로 온라인 보다는 녹색연합이 꾸준히 만들어온 지역에너지학교와 에너지자립마을네트워크라는 오프라인 워크숍이었다. 이런 논의의 과정 속에서 농촌과 개인사업자들에게 폭발적 관심을 받았던 고효율 화목난로 DIY를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 보고자 ‘나는난로다’ 라는 기술교류의 장을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적정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결국 2년여 간의 소통과 공감대 속에 2012년 11월 서울 하자센터에서 김성 원, 이재열, 이현민, 박승옥 등의 제안으로 적정기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40여 명의 에너지 및 공동체운동, 귀농운동 활동가들이 운집하여 가칭 ‘지역에너지자립 적정기 술협동조합’을 추진하기로 결의하는 일대 전환기를 맞이했다. 당시 7명(김성원,이재열, 안병일,이현민,함승호,김희옥,박용범)의 준비위원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협동조합 건설에

돌입하였고, 2014년 4월 완주군수의 적극적 지원으로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라 는 이름으로 완주군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23) 이때부터 적정기술 전개방식도 획기적으로 변화되었다. 지역사회를 책임질 적정기 술 활동가를 최소 100명 이상 양성하자는 내부적 핵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로지 교육활동에 매진했다. 그간 개별적으로 활동해 오던 방식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실습형 적정기술 교육으로 바뀐 것이다. 이 흐름에 자신감을 얻은 적정기술 활동가들 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결성과 동시에 자신의 지역에서도 협동조합을 결성해 나 가는 적극성을 띠게 되었다. 그리하여 봉화, 울산, 천안, 부안, 통영, 정선 등에서도 적정기술 협동조합이 추진되었고 그 결과 경북 봉화에서 국내 1호인 핸즈적정기술협 동조합24), 천안에서는 국내 2호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25)이 탄생하였다. 2015년

23)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완주군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하자센터에서 열린 조합 결의 자리에 당 시 군수였던 임정엽 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며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약속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로컬푸드로 성공을 거둔 후 로컬에너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 하면서 적정기술자 집단을 파트너로 삼고자 적극 유치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22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현재는 보다 많은 지역에서 협동조합 및 단체가 설립되었고, 시민사회단체와 거버넌 스 조직에서도 적정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다양한 사업들이 지자체별로 진행되 고 있다26). 또한 충남적정기술협동조합연합회27), 서울에너지생활기술네트워크28) 라는 광역별 연합조직도 만들어졌다. 이들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의 구체적 현실을 기반으로 새로 운 사회를 바라는 다양한 흐름과 발걸음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며, 적정기술을 활용 해 기술적 분야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제적 영역을 조금씩 열어가고 있다 는 점이다. 또한 재미와 친근함, 자발성을 불러일으키는 적정기술 특유의 장점과 사 회적 문제 해결 가능성 및 ODA 사업확장성 등으로 정부와 지자체, 과학기술계의 정 책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적정기술이 다루는 기술적 분야가 지역과 마을이라는 바람직한 사회상에 적합한 기술로 받아들여져 지역운동의 새로운 활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으며, 자본축적의 대상이자 거대산업기술의 상징 이었던 과학기술에 근본적 물음을 던지며 기술시스템의 전환을 얘기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 있게 봐야 한다.

24) 핸즈적정기술협동조합은 2013년 1월 적정기술 온라인 카페 양대 축의 하나인 ‘자립하는 삶을 만드 는 적정기술센터’ 매니저인 이재열 씨를 주축으로 설립되었다. 국내에 수많은 태양열 온풍기와 태양 광 추적기를 대중화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 며, 현재는 휴면상태에 있다. 대신 2014년부터 활동공간을 서울로 옮겨 ‘마을기술센터 핸즈’를 설립 하고 정해원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5) 필자가 2013년 4월에 결성한 협동조합으로 다른 협동조합과는 달리 진보정당 당원을 중심으로 구 성하여 다소 정치색과 이념성이 강하다. 초기에는 충남도내 적정기술 인력양성 및 조직건설 컨설팅 을 활동목표로 삼았으나 연합회가 만들어지면서 자기소임을 다하고 현재는 아산으로 확장 이전한 후 경제적·운동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26) 2010년 환경단체로는 처음으로 광덕산환경교육센터가 적정기술을 적용해 바이오디젤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3년부터는 거버넌스 조직인 전국의 지방의제21에서 에너지 분야의 적정기술을 의제로 채택하면서 현재까지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푸른아산21, 푸 른충남21, 푸른경기21을 들 수 있다. 27) 2014년말 시군별 적정기술 워크숍의 성과와 충청남도의 적극적 관심을 배경으로 5개 협동조합이 모여 결성되었다. 협동운동과 시민햇빛발전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해온 박승옥 대표가 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28) 2013년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에너지생활기술 공모전을 계기로 핸즈와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녹색연합이 중심적으로 꾸린 협의체이다. 이 네트워크 또한 국내 적정기술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핸즈라는 기술자 집단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23


3. 적정기술 조직 일반현황 국내 적정기술 관련 조직은 유형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으나 앞서 개략적으로 소개한 바와 같이 편의상 해외 ODA형 조직과 기업형 조직, 국내 사회형 조직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ODA형 조직과 국내 기업형 조직은 본 연구과제의 대상이 아니지만 국내 적정기술의 조직의 일반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참고로 제시 한다. 국내 사회형 조직도 구분하기 쉽게 지역별로 정리하였다.

1) 해외 ODA형 조직 기관명

설립일

설립목적

활동내용 국내복지사업

굿네이버스

1991

아동권리보호

해외구호개발사업 해외적정기술 사회적기업지원

크리스천 과학기술포럼

한밭대학교 적정기술연구소 (구 에너지정책연구소)

2005.10

기독 과학기술인의 네트워크 과학기술 연구, 나눔활동

과학기술 캠프 경진대회, 아카데미 해외 적정기술 보급 적정기술 논문집 발간

2009.6

적정기술 연구 및 보급

워크숍 개최, 서적발간

(2004.7)

정책제안

정책제안 및 과제수행 대학 동아리 활동 지원 적정기술 개발 및 보급

사단법인 나눔과기술

2009.10

적정 과학기술을 개발 보급

국내외 적정기술 지원활동

나눔의 과학기술문화 확산

학술회의 개최 경진대회, 아카데미 개최 적정 과학기술 연구개발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

2009.12

빈곤해결 과학기술 보급

과학기술 해외봉사활동

국내외 전문 네트워크 형성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 적정기술 대중화사업

24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적정기술 미래포럼 (구 적정기술재단)

적정기술 아카데미 2011

적정기술의 플랫폼 제작

포럼, 전시회 개최 적정기술 관련 서적 발간 공학과정에 정규수업 편성

한동대학교 그린적정기술 연구협력센터

2010.3

저개발국가 자생력 강화 및

개도국 적정기술지원사업

경제적 기반 지원

해외전공봉사(GEP)지원사업 국가 ODA사업 수행 적정기술 관련 정규 수업

부산대학교 공학교육혁신

2005.1

거점센터

서울대학교 적정기술센터

저개발국가 자생력 강화 및 경제적 기반 지원

적정기술 봉사단 파견 국가 ODA사업 수행

2014

적정기술 기반 국제협력사업 관련 연구와 사업 적정기술 학술적 허브

적정기술학회

공학봉사설계 프로젝트

2015.2

정보제공 및 학술기반 조성 적정기술 필요계층 및 지역 연결

통합적, 학제적 연구 적정기술 데이터베이스 구축 봉사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학술연구 발표회 학회지 및 출판물 발간 국내외 적정기술단체 교류협력

위 조직들은 과학기술계의 공학자들과 대학 교수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대부분 정부 의 ODA 사업을 수행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적정기술 아이디어 경진대회 및 창업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과학기술의 글로벌화와 적정기술 정신이 만나며 제3세 계 현지에 적용가능한 대학생 창업지원 사업 및 이와 연계한 현지 기술봉사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고 일회적 사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2014년부터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는 현지 주민들이 사회적기업을 직접 만들어 수

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2015년에는 국내 적 정기술 관련 대학교 및 과학기술계가 모두 참여한 적정기술학회(Academic Society for Appropriate Technology)가 설립되어 다양한 분야의 적정기술과 기술 필요계층 및 지역

을 연결하고 적정기술에 관한 학술적 허브기능을 담당할 전망이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25


2) 국내 기업형 조직 기관명

설립일

설립목적

활동내용 태양광 발전설비

에너지팜 (Energy Farm)

2008.11

재생에너지 제품 공급

태양열 조리기, 오븐

교육활동

소형 풍력발전기

에너지 빈곤층 기술이전

하이브리드 발전 설비 LED 가로등

딜라이트 (Delight)

바이맘 (By Mom)

난로공작소

2010.7

2012.5

2012

난청 장애인용 보청기 보급

저가형 보청기 개발,보급

대중적 보청기 보급

중고가형 보청기 개발,보급

사회적 기여

각종 사회공헌

에너지 빈곤층 지원 실내 난방텐트 보급

고효율화목난로 개발,보급 적정기술 농기구 개발,보급

우드앤번

2013

고효율화목난로 개발,보급

썬라이즈

2013

고효율화목난로 개발,보급

실내난방 기능 보온텐트 연구개발, 보급 각종 사회공헌 적정기술 난로제작 전업 적정기술 농기구 보급 브랜드명 레드불 적정기술 난로제작 전업 브랜드명 네모스토브 적정기술 난로제작 전업 브랜드명 썬라이즈, 파로스 세계수준의 화목난로 목표

에너지팜 김대규 대표는 산청 대안기술센터에서 간사를 맡으며 이동근 소장과 함께 국내 대안에너지 기술 보급에 많은 역할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대중적인 대안기술 보급을 위해 에너지팜을 설립하여 사업화를 모색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딜라이트와 바이맘은 대학교 적정기술 창업아이템 지원사업을 통해 발굴된 국내 청 년기업들로서 혁신적 아이템과 시장성으로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지속 적인 성능향상 및 제품개발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의 대표적 적정기술 성공 사례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난로공작소와 우드앤번, 썬라이즈는 고효율화목난로 컨테스트 ‘나는난로다’를 통해 형성된 개인사업자들이다.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제품을 내놓아 국내 적정기술 고효율 화목난로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고 있다. 현재 이

26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들은 다른 사업을 접고 적정기술 화목난로 하나만으로 수익을 만들어 가고 있다.

3) 국내 사회형 조직 지역

조직명

설립일

대표

구성원수

주요사업 종합적 적정기술 교육사업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2013.4

정용수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37

완주군 로컬에너지 정책사업 적정기술 관련 컨설팅

충남적정기술협동조합 연합회

서울에너지생활기술 연

네트워크

시군협동조합 지원,컨설팅 2014.9

박승옥

50

충남도 정책제안,시범사업 충남형 적정기술 연구개발 에너지자립 교육, 지원

2013.2

정해원

150

도시형 적정기술 개발,보급 에너지생활기술 공모전 개최

생태귀농학교, 소농학교

체 전국귀농운동본부

1996

차흥도

9,000

도시농부학교, 토종농사보급 농촌적정기술 교육 및 보급 귀농 관련 종합서적 반간

대안교육연대

2002

삶을위한교사대학협동조합

(2012)

사회기술혁신네트워크

2015

대안교육운동 손진근

170

대안교육 교사활동가 양성 학교별 적정기술 교육.보급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모태

송위진

50

적정기술 부분적 수용 포럼,연구작업 진행 태양광,태양열 장치 보급 도시형 적정기술 교육사업

마을기술센터 핸즈

2014.2

정해원

3

청소년 에너지생활기술교육 맞춤형 제품 보급 에너지생활기술공모전 진행 서울에너지진단사 중심으로

서울 서울적정기술협동조합

2014.2

손상훈

9

구성 주택에너지효율화 컨설팅 에어컨실외기 차양막 보급 에너지자립마을 컨설팅

에너지 슈퍼마켙

2013

김소영

5

에너지.적정기술 교육 재생에너지 장치 보급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27


문경에서 서울로 이전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2012.5

강신호

3

에너지 대안기술 연구개발 적정기술 교육지원 신재생에너지 보급,컨설팅 도시형 대안학교 청소년 문화작업자 양성

하자 작업장학교

2001

김희옥

20

주니어과정,시니어과정 운영 적정기술교육,창의서밋 진행 서울 적정기술 교류공간 적정기술 교육,컨설팅

아산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2013.4

안병일

17

적정기술 연구개발 맞춤형 제품보급 바이오매스 적정기술 개발중

홍성 얼뚝협동조합 아산 송악에너지공방협동조합 충남

아하홍성생활기술협동조합

2013.1

이민호

9

흙부대집 시공 스트로우베일 하우스 시공 송악마을 에너지자립 기여

2013.8

이상준

7

주민워크샵 및 교육 적정기술 난로,화덕 제작 적정기술 교육,체험장 운영

2014.3

박용석

5

홍성 농업기술센터와 협업 컨테이너 재활용하우스 시공 흙집시공

공주 두레적정기술협동조합

2014.6

한동희

10

주택 생태단열, 리모델링 농촌형 화덕 제작 보급

예산 꼼지락적정기술협동조합

2015.4

이승석

7

2009

이재영

6

적정기술 농기구 제작.보급 마을 대장간 복원 환경체험교육

광덕산환경교육센터

신재생에너지 체험교육 적정기술 체험교육 햇빛누리사업단에서 전환 태양열온수기 제작,보급

완주 햇빛누리협동조합

2015.2

이재승

5

소형태양광발전 제작,보급 완주군 마이크로태양광 보급

전북 완주 에너지협동조합

2014.11

양근식

10

순창 흙건축연구소 살림

2013.1

이민선

6

28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사업 진행 완주군민 적정기술 교육 에너지활동가 네트워킹 생태단열 교육,시공 농촌 적정기술 교육


생태주택 교육,시공

완주 TERRACOOP

2014.11

양준혁

23

곡성 항꾸네협동조합

2013.5

이재관

34

건축에 적정기술 기법 적용 현대중공업 퇴직후 귀농 고효율 화덕, 캠핑화덕 보급 마을커뮤니티 사업 진행 시민에너지교육

전남 통영 착한에너지연구소

경북

동네목수 양성과정 진행 흙건축학교 수료생들이 설립

2012

김일환

1

상주 귀농귀촌지원센터

2009

조원희

5

산청 대안기술센터

2006.5

이동근

5

신재생에너지 관련 체험교육 적정기술 교육 2014년 적정기술 교육,보급 집짓시,목공교육 공동체운동,대안기술 적용 적정기술 교육 생태건축,퍼머컬쳐 교육 현대중공업 퇴직자 중심

경남 울산 자립기술협동조합(준)

2014

진일주

12

부산귀농운동본부와 협업 적정기술 교육,보급 적정기술 고추건조기 개발중 신재생에너지 적정기술 교육

광주 공생기술센터

2014

김재술

1

숲속의발도로프학교와 협업 에너지자립기술 연구개발 자원순환 체험교육

경기 화성 에코센터

2012.6

김도근

4

목공체험,환경인형극 적정기술 교육 마을에 적정기술 적용 시도 귀농한 청년 중심으로 구성

정선 마을에너지공방00

2013

김영주

2

농촌 적정기술 교육,보급 작은시골집짓기 교육 2014 적정기술 난로팀 구성

강원 원주 노나메기

변재수

3

적정기술 워크샵 진행 주택에너지 진단

인제 DMZ평화생명동산

2008

정성헌

6

2015년 적정기술 교육 시작

위 국내 사회형 조직은 그 성격과 사업내용을 볼 때 적정기술 조직으로 분류하기 어 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사회에서 적정기술과 관련한 지역 거점이나 논 의를 형성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수용하여 포함시켰다. 실제 전국귀농운 동본부와 화성에코센터, 삶을위한교사대학협동조합, 하자작업장학교 등은 중요한 역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29


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적정기술만을 다루는 조직이 아니더라도 사업계획을 통해 조직 의 목표로 적정기술을 수용하고 있는 조직과 정기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지역 별 단체들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광덕산환경교육센터, 순창과 상주의 귀농귀촌지원센 터, 원주 노나메기, 인제 DMZ평화생명동산은 적정기술 조직은 아니지만 상시적으로 적정기술을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훨씬 더 많은 지역과 단체에서 적정기술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회적이거나 자체 역량이 없는 단체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어찌되었던 위 조직들과 거론되지 않은 단체들에서 1년에 최소한 5번 정도의 적정기술 관련 교육이나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한 해 동안 전국 곳곳에서 200회 이상의 적정기술 활동이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29). 이는 국내사회형 적정기술 조직을 통해 한국사회 내에 적 정기술이 급속하게 전파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직적이며 정책적인 활동으로 모아질 경우 사회적 파급력은 물론 커다란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 몇 가지 실험, 성과와 한계

1) 집체적인 적정기술 교육방식 도입 실험

국내 적정기술 활동가 및 단체들의 네트워크 연합체이자 기술자 집단으로 출발한 전 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은 생태적 순환사회로의 전환 및 적정기술을 통한 지역운동 재 조직화에의 기여를 지표로 삼았다. 핵심적으로는 지역에서 활동할 적정기술 활동가를 최소 100명 이상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설립과 동시에 본격적인 교육사업에 열정적으로 몰두했다. 한 번 교육을 받으면 자신의 지역에서 스스로 강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29)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이 적정기술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적정기술 협동조합들은 적어도 1년에 10회 이상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의활동까지 더한다면 그 횟수는 훨씬 증가한 다.

30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현장실습 위주의 다소 높은 강도로 진행되었다. 이 때문 에 교육방식은 일회적인 것이 아닌 최소 2개월 이상의 합숙을 요하는 하드 트레이닝 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그간의 방식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실험이었으 며, 지역 활동가를 원스톱서비스로 양성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주 로 에너지 자립기술 위주의 적정기술을 내용으로 하였으며, 인기가 많았던 고효율 화 목난로와 벽난로 등은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교육을 수료한 이후에는 지역으 로 돌아가 강사활동을 하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 공방설립 또는 협동조합 결성을 해달 라는 주문을 빼먹지 않았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자연스레 적정기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실제 품앗이 같은 일감 나누기와 인력지원 등의 교류활동 이 진행되고 있다.

2) 지역별 적정기술 활동거점의 형성 실험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의 2013년 활동을 평가하면서 적정기술 대중화를 위한 좀 더 적극적인 교육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2014년부터는 지역 거 점을 형성해야 한다는 구체적 목표로 지역별로 2∼3명의 팀을 구성해 교육에 참여하 게 하고, 마을운동이나 사회단체 회원들을 우선적으로 받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2 년간의 실천적 노력으로 처음 목표로 한 100여 명의 적정기술 활동가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계량적으로는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실제 2013∼2014년 2년 사이에 충남지 역에는 적정기술연합회와 6개에 달하는 협동조합이 설립되었고, 서울에서도 적정기술 협의체와 하자센터의 청년팀을 비롯한 5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이외에도 전남 곡성에서 항꾸네협동조합, 울산에서는 자립기술협동조합, 강원도 정 선에서는 에너지공방00, 완주에서는 햇빛누리사업단이 협동조합으로 개편하기도 했 다. 협동조합이나 공방은 아니더라도 순창 귀농귀촌지원센터와 상주 귀농귀촌지원센 터의 정기적인 적정기술 워크숍, 원주 노나메기의 적정기술팀 구성, 여러 대안학교에 서의 마을과 함께하는 적정기술 워크숍, 유알아트의 삶의기술 문화 프로젝트, 경기도 화성 에코센터의 적정기술 프로그램 등 손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지역에서 거점 역 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다. 물론 앞서 거론했듯 아직 거점으로서의 물적 인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31


적 기반이 취약한 것은 분명하다.

3) 3년 이내 경제적 자립과 적정기술 생태계 기초 마련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은 설립 당시 3년 이내에 완주군의 지원 없이도 경제적 자립 이 가능한 재정구조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는 자립경영을 위한 준비를 3년 이내에 마쳐야 한다는 것으로 이와 관련한 수익사업 계획을 총회를 통해 결의하고 하 나둘 추진해 나갔다.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수익사업을 꼭 해야만 하냐는 부정 적인 의견도 있었으나 보조금과 소액의 교육참가비 외에는 딱히 수익을 만들어낼 방 법이 없는 조건이라 큰 반대 없이 사업이 추진되었다. 수익사업을 추진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점은 ‘지역에 만들어진 협동조합과 어떻게 수익을 나누고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인가’였다. 이는 전환기술이나 지역 협동조합이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출발 했기 때문이기도 하며, 적정기술 생태계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생산, 유통의 영역을 구분하여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정기술 활동가들의 태생적 한계30)와 수요자 관점의 제품개발이 부족했다 는 결정적인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사실 협동조 합을 결성하고 책임적 위치에 있었던 리더들은 사업화 및 경영상의 경험이 풍부하지 못했다. 또한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한 제품개발 과정에 대한 노하우, 시장성 을 가늠하기 위한 기술검증 및 현장테스트 등 사업화 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 이 누락된 채 강사들과 상근활동가들의 자의적 판단과 초보적 경험에 의지해 사업화 가 진행되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현재로서는 자립 구조가 사실상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당장이라도 지자체의 보조금이 중단되거나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지원금 이 중단될 경우 사업 규모와 인력 운영이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비록 늦었지만 몇몇 협동조합들이 이전보다 개선된 방향으로 적정

30) 대부분의 적정기술 활동가들은 풍부한 사업화 경험을 갖고 있지 못했다. 학생운동을 거쳐 인생의 대부분을 노동운동, 녹색운동, 빈민운동, 시민운동 등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회사에 취직해 서 일했던 경험이 사업경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32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기술 제품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주력 상품을 선정하기도 하고 디자인 및 성능 개선작업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수년 간 진행하면서 노하우가 쌓인 교육서비스도 내용과 형식 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여전히 조합의 중요한 수익창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 과로 미미하지만 매출도 전년과 비교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4) 지자체 에너지 사업 및 정책의 파트너로 성장

무엇보다도 변화와 성장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역별로 자리 잡은 적정기 술 협동조합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자체의 에너지 자립 및 마을사업, 도시재생 사업 등의 정책사업에 협의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3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앞에서 밝힌 대로 그간이 헌신적인 활동의 결과로 적정기술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방송과 언론에서도 협동조합의 활동상이 심심찮게 보도되었다. 게다가 적정기술을 접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유익한 에너지자립의 방안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정책사업에 하나둘 적용해 나가고 있다31). 협 동조합 리더들도 지자체 강의 및 행사 등에 초대되고 컨설팅 역할까지 하면서 지역 내에 적정기술의 존재감을 확산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정기술 연합조 직이 있는 서울과 충남, 경기, 완주 지역에서는 보다 협력적인 방식으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적정기술 정책을 추진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32).

31) 대표적으로는 전북 완주군의 맞춤형 주거공간 에너지효율화 사업 및 농축산농가 냉난방에너지 적정 기술 시범사업, 서울시의 주택에너지설계사 양성과정 및 원전하나줄이기 에너지생활기술 공모전, 충 남 논산시의 농촌지역 취약계층 생태단열 안심마을 조성사업을 둘 수 있다. 32) 가장 먼저 완주군은 임정엽 군수 재직당시 로컬에너지를 핵심군정으로 삼고 적정기술을 중심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적정기술 로컬에너지센터라는 실증공 간 조성과 팰릿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는 산림바이오매스 타운을 하는 추진했다. 그 다음으로는 충청 남도가 광역차원으로 처음으로 적정기술 확산정책을 수립하고 충남적정기술센터 조성사업, 적정기술 매뉴얼 제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역점으 로 추진하면서 에너지생활기술로 개념을 정리하고 여러 에너지 분야에 적정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33


5) 드러난 한계

❍ 협동조합이 아닌 적정기술 단체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적정기술 협동조합이 ‘협동’보다는 ‘적정기술 보급’에 방점 을 두고 활동해 왔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협동조합이라는 틀은 협동조합 바람이 부 는 가운데 적정기술 보급을 위한 당연한 선택으로 별 생각 없이 받아들여진 것일 수 도 있다. 물론 지나친 평가일 수 있지만 지난 몇 년간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 면 그렇게 과한 표현도 아니다. 지난 3년간 모든 적정기술 협동조합의 활동내용은 한 마디로 실습형 체험 위주의 기술교육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적정기술로 활동하는 협동조합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조합 설립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협동의 과정은 생략되 고 기술적 역할분담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제품 제작이나 강의를 잘 할 수 있는 것 에 초점이 맞춰졌고, 기술적 능력이 있는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모든 활동이 위임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솔직히 협동조합이 아닌 적정기술 사회단체 또는 적정기술 사업체 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지도 모른다.33)

❍ 활동가들의 과부하와 아마추어적 경영

이 문제가 현재 적정기술 협동조합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고통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활동가들이 가정사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너무 바 쁘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돈도 생각만큼 벌어다 주지 못하다보니 듣는 말이다. 여 기에는 협동조합 운영시스템의 아마추어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협동조합의 실질적 리더나 상근활동가들은 조합 활동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집행해야 하며, 강의자료 준비와 실습 준비, 이런저런 연구개발, 행사기획, 각종 실 무적 준비와 사무행정, 게다가 총무회계의 역할까지 한마디로 멀티플레이어이어야 했 다. 아직까지는 열정과 무의식적 희생정신이 남았지만 혼자 다 해야만 하는 아마추어 적 구조는 활동가 자신은 물론 조합의 생명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 결국 휴일도 없이 반복되는 강행군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활동의 지속가능성은 보장받지 못한다. 33) 적정기술 발전전망을 조심스럽게 모색해 본다면 준비하는 지역과 집단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조직 형태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굳이 생각도 없는데 협동조합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민단체나 연구소, 공방, 사업체 등의 형태가 적정기술을 활성화에 더 어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34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이제부터는 강의는 강사가 하고, 조합경영은 담당자를 정하고, 제작은 따로 팀을 구성하여 해결하든 활동영역을 보다 전문화하고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물 론 조합 내에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이 한두 명인 경우가 많아 역할을 나누고 전문화 하려는 시도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수요가 높아지는 다양한 연령층의 교 육서비스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전문 교육강사단을 양성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도 매우 필요한 사업이다34). 이는 곧 생산형 협동조합일 경우 교육서비스와 같은 분 야의 활동은 별도의 인력을 만들어 역할을 분담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전문화 과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 불확실한 기술력과 협소한 시장

적정기술 붐이 휩쓸면서 그동안 많은 주택과 단체사무실에 적정기술 제품이 판매되었 다. 그러나 실험적 장치들이 대부분이고, 상업적 목적을 띠고 제작된 세련되거나 성 능을 보장하는 장치들은 최근에 와서야 일부에서 보급되었다. 이런 이유로 적정기술 은 성능과 모양새도 별로고 지나치게 크기만 하다는 불만이 제기되었고, 그때마다 적 정기술은 원래 불편한 것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강요되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제기는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기술자들에게도 자성을 불러일으켰다. 결정적으로는 그간 자신 이 만들어온 적정기술을 활용한 장치들이 실제 삶의 현장에 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물 로 전락하는 모습을 목도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스스로 검증하기도 어려운 불확실한 기술력을 인정하게 되었고,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적정기술 장치를 만들기 위한 기 술개발 및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보다 진전된 설정을 이끌어 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리더와 활동가의 머릿속에 새겨진 것일 뿐 협동조합 활동체계 속에 반영되고 있지는 못하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에 맞춰 기술개발이 진전된 제품을 내놓은 협동조 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협동조합들이 기술력과 시장성에서 협소함을 극복하지 못하 고 있다.

34)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은 2015년 환경보전협회의 지원을 받아 여성주부를 대상으로 한 적정기술 에너지디자이너 양성과정을 3개월간 진행한 바 있다. 남성중심적 적정기술이 대다수를 차지한 상황 에서 여성의 감수성이 큰 힘을 발휘하는 적정기술 분야를 찾아내고, 특히 교육서비스 분야의 전문가 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최소 5명 정도라도 남으면 이들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강사 훈련과정을 배치한 후 2016년 하반기부터 별도의 교육사업팀 또는 교육협동조합을 조직하는 것을 구상하였다. 최근 디자이너 수료 여성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러한 구상을 공유하고 우선은 4명이 작 은손 조합가입 및 강사훈련과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35


한편 적정기술 관련 마케팅이 거의 전무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경 우도 거의 없다. 그저 페이스북이나 SNS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전부이다. 마케팅에 투자할 만큼의 재정적 여력이 없는 것도 원인이지만 적정기술 제품을 소비할 시장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소비 천국인 도 시인들이 사용할 제품은 매우 제한적이고 대부분 농촌에 어울리는 제품들이어서 적정 기술 시장은 협소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지자체를 통한 공공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품의 공인시험인증을 획득해야 하므로 기술력 향상과 제품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 되고 있다. 따라서 도시형 적정기술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거나 농촌이나 단독주택, 사무실, 창고 등에 최적화된 한층 개선된 제품을 통해 시장형성을 준비해 나가야 한 다.

❍ 아직 뚜렷하지 않은 공동의 방향타

적정기술 활동가들의 반성적 평가이지만 그동안 너무 기술교육에만 치중했다는 고백 을 자주 듣는다. 적정기술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단순히 기능인을 양성하자는 것이 아 니었음에도 기술정보의 세련된 가공, 제품제작 과정의 노하우 전달, 효율적 교육진행 을 사전준비 등 실무적이거나 기능적인 면에만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적정기술이 만들어가야 할 사회상과 적정기술의 인문적, 철학적 가치는 충분히 전달 되지 못했고, 오히려 교육생들이 적정기술 철학을 강의주제로 잡아달라는 역제안이 있었을 정도이다. 비록 전환적 적정기술운동을 얘기할 기회가 교육 공간 외에는 특별히 없는 상황이 지만 이제부터는 강사 개인들의 과거 사회운동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관점에 맡겨져 강의 앞부분을 채우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하며, 반드시 한국사회에서의 적정기술의 시대적 가치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논의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동시에 적정기술의 가치와 필요에 동의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적정기 술의 관점과 인문적, 철학적 의미에 대해서 하나하나 합의해 나가는 과정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 적정기술 담론을 형성하지 못함

36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국내에서 전환사회를 위한 적정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계획과 활동, 세력화를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 한 분위기와 조건도 충분히 성숙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담론을 형성할 적정기술 내부 의 논의와 합의과정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 논의를 추동할 조직적 체계도 아직 없다35). 담론 형성이 현장 활동가들의 몫인지 아니면 학자 및 연구자들의 몫인지 정 확하지는 않으나 적정기술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연구작 업이든 세미나든 학술활동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시작되어야 한다. 적정기술 활동가 내부적으로도 현재의 쉼 없는 일정이 잠깐의 면죄부가 될 수는 있지만 적정기술운동 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논의가 미뤄져서는 안 된다. 때문에 적정기술에 호의 적이며 같이 호흡해야 할 다양한 사회진영과 함께 전체적 그림 속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당장이라도 다양한 영역이 참여하는 전국적정기술네트워크를 재 건해 나가야 한다.

35)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이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 과도한 역할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국내 여러 부문과의 네트워크 사업도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해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2014 년 중반부터 전국단위의 적정기술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필요성만 제기된 채 구체 적인 움직임은 아직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37


Ⅳ. 지금 적정기술운동은 지속가능한가

국내 적정기술 조직들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하나는 경제적 자립구조 를 갖추는 과제, 또 하나는 적정기술운동을 제대로 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는 현재 적정기술 조직들 스스로도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말한다. 적정기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으며 정부와 지자체도 슬슬 돈을 풀고 있고, 많지는 않으나 조금씩 수익도 생기고 있지만, 구성원의 생계와 안정적 활동을 기약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현실이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익형 경제기업을 바라보고 창 업을 한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내용성을 더욱 풍부히 하려고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단체를 만든 게 사실이다. 과정이 어떻든 적정기술 조직들이 사회운동적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경제조직으로 서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한국사회에 새로이 형성된 대 안경제형36) 조직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열악한 급여 수준, 수공업적이 며 노동집약적인 생산방식, 과도한 보조금 의존도, 말로만 협동조합인 운영방식 등은 갈 길 바쁜 적정기술운동을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 적정기술운동의 지속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적정기술에 뛰어든 여러 조직들 의 현실 조건을 위의 두 가지 영역에서 진단해 보고자 했으며, 연구에 적합하지 않은 조직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우선 적정기술을 조직의 사업으로 반영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국 귀농운본부, 대안교육연대, 광덕산환경교육센터, 하자작업장학교와 같이 고유의 기능 이 분명한 조직들은 제외하였다. 또한 수익창출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순수한 네트워 크 기능을 하는 서울에너지생활기술네트워크와 사회기술혁신네트워크, 적정기술을 활 발히 적용하고 있으나 교류·협력이 거의 없는 착한에너지연구소도 조사에서 제외했

36) 사회적경제가 시민사회단체의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사회운동과 경제가 결합한 새로운 활동이 조직 되는 추세이다. 그 영역은 적정기술(대안에너지개발)… 초기의 사회적기업이 거의 활동하지 않은 새 로운 영역으로서… 대안경제형 사회적기업은 지역협동조합운동,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 환경운동, 지역공동체운동의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뜻이 맞는 사람들의 시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김신양, 「사회적기업의 유형별 심층 사례연구」, 110쪽)

38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다. 마지막으로 흙건축연구소 살림과 테라쿱도 제외했는데, 크게 보면 적정기술로 분 류할 수 있지만 건축 분야는 한국사회에서 별도의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고 당사자들 도 적정기술보다는 건축조직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여 남은 14 개의 조직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하고 기초조사부터 진행했다. 그러나 조사는 초기부터 커다란 문제에 봉착했다. 적정기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 으로 이름을 알리며 나름 탄탄한 구조를 갖췄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여러 협동조합조 차 조사 자체를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기초 체력이 취약한 상태임을 확인했기 때문이 다. 적정기술 조직의 전체적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처음 조사대상을 만나면서부터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마찬가지로 뛰어난 기술력과 전문적 연구역량을 갖춘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도 그렇고, 조건이 그나마 좋은 서울이나 충남에서 활동하 고 있는 서울적정기술협동조합과 공주의 두레적정기술협동조합도 상황은 좋지 않았 다. 현황파악을 해보니 의미 있는 조사지표로 삼을 곳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과 마 을기술센터 핸즈,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항꾸네협동조합, 햇빛누리협동조합 5곳뿐 이었다. 게다가 완주의 햇빛누리협동조합은 지난 3년간 개인사업자 동업 방식의 사업 단으로 완주군의 마이크로태양광발전 보급사업을 통해 경영안정화를 이룬 상태에서 올해 초 협동조합으로 조직전환을 한 케이스라 적합한 조사유형이 아니라고 볼 수 있 다. 이러다보니 결국 4개만이 남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대부분의 조직들은 제대로 된 재무현황과 사업현황 자료조차 부실하여 객관적 조사지표로 삼기에도 힘들었다. 이것이 지금 국내 사회운동적 또는 사회적경제형 적정기술 조직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1. 자립경영을 위한 지속가능성 진단 1) 조사대상 조직들의 재무구조 현황

재무현황은 대부분 2015년을 기준으로 조사하였고, 공식회계로 정리된 자료로 재무구 조를 파악하기에는 현실성이 없어 실제 발생하였던 매출액 등을 규모적으로 파악하여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39


정리하였다. 따라서 정리된 금액은 정확하지 않음을 밝힌다. 조사대상 14개 조직의 출자금 총액은 1억6,390만 원으로 평균 1,261만 원으로 나 타났는데, 적게는 70만 원부터 많게는 3,000만 원으로 조직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이는 전국의 7,759개 협동조합의 평균 출자금인 1,917만 원(기획재정부 발표자료, 2015년 8월말 기준)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초기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협동조합을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경제활동이 어느 규모인지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출액은 전체 총액이 11억 1,710만 원이었고, 조합당 매출액은 평균 7,979만 원으로 조사되어 기술집약적 제품 이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활발한 활동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매출액은 정부 및 지자체의 보조금 수입을 포함한 금액이어서 객관적 경영 지표로 삼기에는 분 명한 한계가 있다. 경제적 자립도의 주요한 척도인 보조금 수입은 매출액의 절반 수준인 5억5,150만 원으로 조사되었으며, 조합별로는 평균 4,242만 원으로 적지 않은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보조금 지원을 받은 조합은 충남 아산의 송악에너지공방 협동조합으로 아산시가 발주한 농촌 및 도시외곽 노후주택 개량사업에 선정되어 높은 비중을 보이게 되었다. 이외에 마을기업인 항꾸네협동조합과 꼼지락적정기술협동조 합, 예비사회적기업인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등도 높은 보조금 수입을 보이고 있 다. 한편 적정기술 교육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워낙 많고 강사비가 대부분 개인통장으로 지급되는 바람에 거의 모든 조직들이 재무현황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수익이 매출액 대비 10%인 1억1,010만원으로 의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구조를 종합해 보면 적정기술 분야에서 정부보조금이 없어도 그나마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조합은 전환기술, 핸즈, 작은손, 항꾸네로 볼 수 있다.

조합명

지역

기업형태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전북 완주 마을기술센터 핸즈

서울

개인사업자

40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자본금 매출액 (출자금) 1980

17500

2500

7000

매출액중 비공식 비공식수익 보조금 채무액 수익 성격 수입 12500

3000

강사비

5500

1300

강사비

0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서울

서울적정기술협동조합

서울

주식회사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충남 아산 사회적기업 얼뚝협동조합

충남 홍성

송악에너지공방협동조합 충남 아산 마을기업 아하홍성생활기술협동조합 충남 홍성 두레적정기술협동조합

1000

0

600

강사비

600

170

4200

0

1200

강사비

400

1740

13510

7560

1800

강사비 부대사업

1900

440

2300

0

0

70

28000

25000

1000

강사비 부대사업

140

1250

1000

260

강사비

7500

90

300

강사 부대사업 10000

1600

2800

2500

0

0

250

14000

0

0

0

충남 공주

꼼지락적정기술협동조합 충남 예산 마을기업 햇빛누리협동조합

2000

전북 완주

0 300 0

항꾸네협동조합

전남 곡성 마을기업

2000

9900

4500

850

강사비

0

마을에너지공방00

강원 정선 임의단체

500

2250

2000

200

강사비

0

3000

500

0

500

강사비

0

자립기술협동조합(준)

울산

임의단체

2) 활동인력과 급여 수준

이 부분에서 적정기술 조직들의 경제적 불안정 구조를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소위 열정페이에 의해 조직이 가동되고 있었다. 14개 조직에서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는 상근활동가들은 모두 42명으로 조직당 평균 3명이었다. 그러나 금액을 떠 나 단돈 얼마라도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인원은 29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조합 별 평균 2명으로, 나머지 1명은 무급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저생계비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급여 수준이다. 정기적으 로 급여를 받는 인원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도 1인당 월평균 78만 원밖에 받지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가장 많은 정기급여를 지급하는 조합은 사업이 안정 화된 완주의 햇빛누리협동조합으로 월 평균 205만 원이었으며, 정해진 급여 없이 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강사비에만 의존하는 조합도 5곳이나 되었다. 이는 대부분 조직들이 교육서비스 활동에 많은 역량을 투여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수입은 따라주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즉 교육서비스만으로는 안정적 재정 구조를 갖추기에는 힘들다는 점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활동가의 생계안정과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41


조직의 경제자립을 위해서라도 중심사업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적 정기술이 교육서비스 활동을 뺀다면 말이 안 되므로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과 같이 전문적 교육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자체의 공식적 지원예산이 충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육서비스 제공은 가급적 조합의 중심사업이 아닌 보조사업으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 다.

조합명

실제 활동인원

급여를 받는 인원

급여인력의 근무형태

1인당 월평균급여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5

5

전업

150

마을기술센터 핸즈

3

3

전업

130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2

1

전업

50

서울적정기술협동조합

1

0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4

4

전업

160

얼뚝협동조합

4

0

계절업

40

송악에너지공방협동조합

3

3

전업

200

아하홍성생활기술협동조합

1

0

두레적정기술협동조합

7

6

꼼지락적정기술협동조합

1

0

햇빛누리협동조합

5

5

전업

205

항꾸네협동조합

3

2

반업

45

마을에너지공방00

2

0

0

자립기술협동조합(준)

1

0

0

0

0 전업

106 0

3) 주력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자체 평가

이미 확인했듯이 4개 조직을 제외하고는 모든 조직이 교육서비스를 주력 상품으로 채 택하고 있었다. 보조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거나 구성원의 전문기술을 활용해 인테리어나 연구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자체 만족도

42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평가에서는 스스로 좋은 점수를 매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원인이 있 겠지만 주요하게는 사업에 집중할 수 없는 불안정한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 다. 특이한 점은 활동기간이 오래되었거나 재정구조가 뒷받침되는 조직에서는 그렇지 못한 조직보다 대체적으로 자체 만족도 평가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를 보더 라도 재정 및 활동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이냐에 따라 제품 및 서비스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의 평가가 그렇다면 문제해결을 위해서 개선방향을 생각하고 있는지와 장기 적 목표 실현계획을 알아보기도 했다. 주력상품(서비스)을 교육서비스에서 다른 방향 으로 변경할 계획이 있는지 조사했는데, 8개 조직은 구체성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 만 주력상품(서비스)를 바꿀 것이라고 했으며 나머지 6개 조직은 특별한 고민 없이 변경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 구체적인 실현계획을 묻는 질문에서는 급여수준을 묻는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와 비슷하게 재정구조가 비교적 나은 조직들이 구체적인 실현계획을 수립했거나 이미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명

제품. 현재주력상품 서비스품질 (서비스) 자체평가

주력상품 (서비스) 변경방향

문제해결 및 사업목표 달성 위한 장기적 실현계획 수립 여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교육서비스 보조사업

80

기술개발 전문교육

강사단중심 교육위원회 가동 기술개발비 확대 조합원 교육 정례화 유지 맞춤형 에너지제품 기술개발중

마을기술센터 핸즈

교육서비스

75

도시형기술개발 안정적기관

도시형 아이템 개발 실현계획 수립중 아직 구체화되지 않음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교육서비스 연구용역

55

기술연구기관

안정적 기술개발 전념구조 마련 구체회되지 않음

서울적정기술협동조합

교육서비스

50

변경계획없음

연구용역을 통한 기술개발 에어컨 실외기 업그레이드 체계적 교육프로그램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교육서비스 인테리어 연구용역

75

기술연구기관

기술집약적생산기반확보 별도 바이오매스단열재 사업단화 관련 연구개발비 기확보 에너지전환 마을사업 결합중 연구작업 별도진행중

얼뚝협동조합

건축사업

50

변경계획없음

세우지 못함

송악에너지공방협동조합

주택개량사업 화목난로

65

변경계획없음

세우지 못함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43


아하홍성생활기술협동조합 교육서비스

55

변경계획없음

세우지 못함

두레적정기술협동조합

건축사업 교육서비스

50

변경계획없음

세우지 못함

꼼지락적정기술협동조합

교육서비스 농기구 제작

60

농기구

농기구 분야에 집중

햇빛누리협동조합

태양열온수기 태양광발전

80

맞춤형 난방에너지 기술개발, 보급

맞춤형 온수난방기 개발중

항꾸네협동조합

교육서비스 화덕

75

화덕생산전문

청년 양성을 위한 기숙형학교

마을에너지공방00

교육서비스

40

변경계획없음

세우지 못함

자립기술협동조합(준)

교육서비스 화목난로

65

기술개발 전문교육

세우지 못함

4) 조사결과 진단

대부분의 조합들은 사업의 초기자금이라 할 수 있는 출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활동 을 시작했고, 대부분 기술집약적 제품에 대한 장기적 전망이 없이 접근이 쉬운 교육 서비스를 위주로 수익을 창출해 왔다. 조사에서 드러나듯이 교육서비스가 사업의 많 은 양을 차지했지만 안정적 재정구조를 갖추는데 한계를 보였고, 여전히 열정페이에 의존하거나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임금구조 속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중 요한 것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과 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육서비스를 주력으로 해서는 재정안정을 기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이러한 불안정한 인력과 물적 기반이 그대로 주력제품(서비스)의 품질에도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는 점이다. 비록 조합별 평균 매출액이 약 8천만 원 정도로 작년에 비해 늘어난 것은 분명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만 기술집약적 제품이 없다는 점 은 조합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이 의외로 많은 점도 유심히 봐야할 대목이다. 조합별로 평 균 4,200만 원 정도 보조금을 받아 사업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기초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정기술 확장과 조합 경영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 나 기술집약적 제품개발 및 경영전문화, 협동조합 내부 역량강화와 인력확충 등이 계

44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획적으로 준비되지 않으면 조만간 보조금 눈치만 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활동가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42명의 실질적 활동가 중에서 고작 29명만이 급여를 받고, 그것도 최저생 계비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은 시급하게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모든 조직들은 현재 처한 현실적 시장조건과 주체적 상황을 조 합원들과 함께 냉정히 진단해보는 시간부터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 다. 더불어 새로운 주력 상품을 개발하고 검증하기 위한 기술적 검토와 홍보전략, 공 공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 등 조합 발전전망을 수립하는 기회가 만들어 져야 한다. 문제는 조합들이 진단과 모색의 움직임에 나서게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2. 사회운동적 지속가능성 진단

적정기술 조직들의 활동가들은 사회적 변화를 갈망하던 이들이 대다수였고, 개인적이 든 집단적이든 에너지운동, 로컬푸드운동, 귀농운동, 마을운동, 도시재생운동, 협동 조합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오면서 적정기술 분야를 자신의 활동 영역에 받 아들였다. 때문에 적정기술 활동 또한 시작부터 강한 사회운동적 성격을 띠게 되었으 며, 실제 밀양 송전탑 난로지원사업과 같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장에 연대를 하는 가 하면 주요 리더들은 SNS를 통해 적정기술의 반자본주의적 성격과 급진적 요소들 을 전파하기도 했다. 이러한 적정기술 주체들의 이념적 동질성과 과거부터 쌓여온 헌신성은 적정기술 조 직이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활동력을 유지해 나가는 주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 나 적정기술이라는 이름을 건 조직으로서 얼마나 지향과 목표에 충실한지를 본다면 그 수준은 아직 초보적이라 할 수 있다. 조합 정관에 기록된 지향과 목표는 다른 조 합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것일 뿐 조합원 스스로의 학습과 합의를 통해 정리된 것 이 아니다. 결국 적정기술 조직이 지향과 자기목표, 활동방향을 분명히 세워내지 못 하면 생명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자의든 타의든 적정기술이 선명한 자기노선을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45


갖지 못한 현실은 한국사회에 좀 더 풍부하고 좀 더 조직적인 흐름으로 나아가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합의된 내용은 아니더라도 적정기술 주체들의 개인적 의지와 목표, 그 것을 추진해 나갈 조직적인 틀과 내부동력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운동적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들에서 경제적 지속가능성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황으로 나타나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 고 있다.

1) 조직의 형식적 의결구조와 주체들의 과부하

적정기술 조직들이 소수 정예부대로 구성되다 보니 리더의 판단과 의견에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직원회의를 통해 사실상 모든 사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14개 조직 중 4개 조직만이 이사회를 통해 사업을 결정해 나갔으며, 나머지는 리더가 결정하는 대로 사업이 추진되거나 상근직원들의 회의로 결정되는 구조로 나타 났다. 그나마 총회나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더라도 동의차원의 형식적 결정만 하 는 경우도 있었다. 주체들의 열정과 추진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현재의 조직상태가 어떠한지를 자체 평 가를 해달라고 질문했는데, 예상한 대로 한 군데도 빠짐없이 현재 조직상태가 과부하 라고 답했다. 그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는 8개의 조직이 적정기술로는 생계보장이 안 되니 다른 일을 하면서 활동을 하는 방식이라 과부하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 다. 그 다음으로는 현재 활동인력에 비해 지나치게 사업이 많다고 조사되었다. 그렇 지만 한 가지 이유만으로 과부하를 겪고 있지는 않았으며, 사업과다와 인력부족, 생 계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결정구조와 공식적 의결구조를 일치시키 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는 등 내부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활동가들의 과 부하 상태가 매우 염려스러운데, 경제적 자립구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인력 확충을 통해 과부하 상태를 극복하기가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자원봉사자를 늘이거나 청년인 턴을 지원받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사업량을 줄여서라도 과부하 상태를 해결해 나가 는 노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46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조합명

의결구조

실질결정구조

조직상황에 자체진단

원인 자체진단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총회,이사회

이사회

과부하

사업과다 인력부족

마을기술센터 핸즈

주주회의

직원회의

과부하

사업과다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주주회의

대표

과부하

인력부족

서울적정기술협동조합

총회,이사회

대표

과부하

생계문제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총회,이사회 사무국회의

사무국회의

과부하

사업과다 인력부족

얼뚝협동조합

총회,이사회

총회

과부하

생계문제

송악에너지공방협동조합

총회,이사회

대표

과부하

사업과다 인력부족

아하홍성생활기술협동조합

총회,이사회

대표

과부하

생계문제

두레적정기술협동조합

총회,이사회

총회

과부하

생계문제

꼼지락적정기술협동조합

총회,이사회

이사회

과부하

생계문제

햇빛누리협동조합

총회,이사회

이사회

과부하

인력부족

항꾸네협동조합

총회,이사회

이사회

과부하

사업과다 생계문제

마을에너지공방00

없음

대표

과부하

생계문제

자립기술협동조합(준)

없음

대표

과부하

생계문제

2) 불안정한 인적 역량

모든 사업은 결국 사람의 의지와 역량에 의해 조직되고 발현된다. 앞에서 드러났듯이 과부하 조직상태를 바꾸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은 요연한 일이다. 리더의 역량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상태도 지속가능성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 이기도 하다. 리더가 사업계획서도 쓰고, 강의도 해야 하고, 회계도 해야 하고, 용접 도 해야 하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조직에 어떠한 유형의 인적자원이 필요하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47


자신의 조직이 부족한 역량을 채울 인적자원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8개 조직이 각각 전문적 교육인적자원, 생산분야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5개 조직은 기술 력과 개발역량이 있는 인적자원을 필요로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적정기술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사용자 중심의 적정기술 제품개발이라는 과제를 아직 피부로 느끼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조직별로 안정적 운영을 위한 필요인력이 총 75명, 평균 5.4명으로 조사되었 지만 당장 그만큼의 수입을 보장할 수 없어 당분간은 희망사항으로 남겨둬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조직에 필요한 인적자원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 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점에서 적정기술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직역량 계획의 주요한 지표라고 보인다.

조합명

필요한 인적자원유형

필요인원

현재인원

인력확보계획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개발/교육/생산

10

5

필요시 확충

마을기술센터 핸즈

교육

4

3

사업확장 고민중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개발

3

1

조건안됨

서울적정기술협동조합

연구/교육

3

0

조건안됨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생산/연구/교육

6

3

기술개발 시범사업 실현시 생산인력 확충

얼뚝협동조합

생산

10

0

조건안됨

송악에너지공방협동조합

생산/개발

3

3

조건안됨

아하홍성생활기술협동조합

교육/생산

3

0

조건안됨

두레적정기술협동조합

생산

7

6

조건안됨

꼼지락적정기술협동조합

생산

3

0

조건안됨

햇빛누리협동조합

생산

7

5

조건 마련되면 확충

항꾸네협동조합

개발/교육/생산

4

2

조건안됨

마을에너지공방00

교육

2

0

조건안됨

자립기술협동조합(준)

교육/개발

10

1

조건안됨

48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3) 활발한 지역운동과의 교류,협력

적정기술 조직의 자립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난 교육서비스가 이 질 문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도할 정도의 교육활동은 적정기술을 주제로 한 일반 대중과의 오프라인 접촉 기회가 많았음을 보여주는 것이 며, 그만큼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존재감을 알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앞서 재정현황 조사에서 지자체 보조금이 의외로 많은 것을 확인했었는데, 이는 지 방 행정기관과의 사업적 교류를 여는 기회로 작용했으며, 또 다른 협력사업과 제안의 장이 열리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역사업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조직이 지자체, 거버넌스, 시민사회, 연구기관, 사회적경 제조직 등과 크고 작은 교류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활동하 고 있는 지역 공간 내에서 사회운동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영양분을 만드는 데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충남 조직들은 충남적정기술협동조합연합회의 질서 속에서, 서울 조직은 서울에너지생활기술네트워크의 관계 속에서, 전북 완주의 조직 들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의 폭넓은 관계 속에서 접촉면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4) 리더 및 활동가들의 현실인식

조직의 대표이거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는 주체들은 대부분 치열한 사회운동을 경 험한 40대 후반의 사람들이다. 적정기술 이론을 체계적으로 학습하지는 못했지만 적 정기술의 전통적 정신과 가치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인 대열에 서게 했다. 그 러나 자신이 해왔던 영역이나 현재 자신이 주로 해야 할 실천영역을 중심으로 적정기 술을 수용하다 보니 바라보는 지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물론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리더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최고의 고민거리는 ‘졸업’한 것으로 알았던 만능해결 사 또는 멀티플레이어 활동을 다시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자 또는 병든 몸을 치유하고자 또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이런저런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49


이유로 귀농하거나 사회활동의 영역을 바꿨는데 적정기술을 하면서 과거와 같이 몸 바쳐 일해야 한다는 것은 솔직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가장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있 었다. 이제는 적정기술이고 뭐건 간에 일을 좀 줄이는 게 소원이라고 투정어린 하소 연을 하기도 한다. 적정기술 조직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리더에게 의존해 있는 상황에 서 리더와 주요 활동가들의 이런 고민 지점은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적정기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지향점의 차이는 리더들의 경험이 나 인격을 볼 때 적절한 기회와 장에서 한번 제대로 얘기되면 쉽게 정리될 사안이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합 상태에 대한 진단은 리더들마다 구체성에 있어서 차이가 나지만 전반적으로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지표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현재와 같 은 수공업적이며 노동집약적 제품 생산과정으로는 돈도 안 되고 몸만 축낸다고 인식 하고 있다. 이에 제작 단가를 올리거나 작업효율성을 개선하거나 아니면 어려운 공정 은 전문 외주업체 맡기는 등 다양한 해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동시에 수요를 일으키 기 위해 전보다 훨씬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기술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 만 재정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조직의 리더들은 문제의식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당장 뾰족한 수를 내기가 어려워 한숨만 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 태에 놓여 있다. 한편 법인운영, 보조금 집행방침에 맞는 회계처리, 수익창출, 효율적 작업공정과 장비배치, 시간과 안전, 기술개발, 성능점검과 현장검증 과정 등 신경써야할 사항이 늘어가고 보다 전문적 경영이 중요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거의 모든 리더들이 경영과 회계 분야에 까막눈이나 마찬가지지만 다행히 여러 개의 중간지원조직이 관련 업무를 지원하고 있어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 있고, 본인들 스스로도 배워나가는 과정 이 되고 있다. 적정기술을 활용해 사회운동과 경제사업을 병행해야 하는 현재의 조직 성격이 바람직한 것인지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하는지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는 대부분 현재는 병행할 만한 조건이 안 될 뿐이지 당연한 건데 그런 걸 왜 묻느냐는 쿨한 반 응을 보였다. 이러한 리더들의 현실인식을 볼 때 자력갱생 해야만 하는 현재의 적정기술을 둘러 싼 주객관적 조건이 개선된다면 어쩔 수 없이 적정기술을 접어야 하는 위기상황으로 까지는 다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리더들이 처한 정신없고 갑갑한 현실이 조직의 활동원칙과 언어,

50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문화를 만들어 내는 데까지는 고민의 끈이 닿지 않고 있으며, 5년 이상을 바라보는 중장기적 사업방향과 지역사회전략에 대해서는 아주 피상적이거나 아예 고민이 없다 는 점이었다. 따라서 누구든 나서 공통의 현실 문제를 서로 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하 는 논의의 장부터 조직되어야 한다. 리더들은 제발 그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51


Ⅴ. 결론

1. 연구요약 본 연구에서는 한국사회에 불어 닥치는 적정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가 운데 정작 당사자인 적정기술 주체 및 조직들의 정체성 혼란과 전망의 부재, 경제적 자립기반의 취약성과 인적 구성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는 판단하에 한국사회에서 적 정기술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무엇보다 연구결과가 적정기술의 사회운동적 의미와 과제, 사회적경제에 미치는 영 향과 가능성을 제시하여 보다 분명하고 자신감 있는 적정기술운동을 형성하는 데 조 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적정기술을 매개로 한 활동이 사회적 가치 실현과 경제적 자립에 어떠한 도움과 영 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이를 위해 적정기술 조직들의 일반현황은 물론 재 무상태와 운영현황, 인적구성과 급여수준, 조직발전을 위한 개선노력과 세부계획, 사 업집행 결정구조, 조직상태와 원인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등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적정기술 주체와 조직의 긍정적, 부정적 현실을 다음 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1) 긍적적인 면

○ 수년간의 집요하고 헌신적인 활동으로 지역별로 적정기술의 활동거점을 형성하는 뚜렷한 진전이 있었으며, 양적 질적으로도 분명한 발전을 이루었다. ○ 최근에 와서는 지자체 에너지 사업 및 정책의 파트너로 성장하는 성과를 내었다. ○ 정체성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실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을 뿐이 지 경제적 자립과 사회운동적 지속가능성을 분리해서 사고하고 있지는 않았다. 따

52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라서 협동조합이라는 방식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현재의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미미하기는 하지만 소수의 단위에서 준비와 실천이 진행되고 있다.

2) 부정적인 면

○ 조직형태는 협동조합을 취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사회단체 성격의 적정기술 단체에 가까운 현실이었다. ○ 조사 대상 모든 조직들이 과부하 상황에 놓여있었고, 조직 관리운영과 경영은 조 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마추어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 무엇보다 적정기술 조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미진한 기술개발과 검증받지 못 한 성능, 협소한 시장으로 인해 경제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 한국사회에 전환적 사회상을 보여줘야 할 적정기술운동이 아직 사회적 흐름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ㅎ 고민도 부족하고 준비태세도 갖추지 못하고 있 다.

3) 주요 과제

○ 교육중심에서 기술개발로의 방향 전환 경제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술집약형 체질로의 변화가 필요하며, 반드시 사용자 관점의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 적정기술이 교육에 올인했다면 이 제부터는 ‘기술개발’에 올인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적정기술 담론 형성작업 담당자와 논의틀 조직 적정기술 주체와 조직들의 공동의 지향과 사회적 역할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진영과 호흡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야 하며, 대안사회에 대한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53


전체적 구상 속에서 적정기술 담론 형성 작업을 담당할 인력과 틀을 조직해야 한다.

○ 적정기술 네트워크 조직 재건 이를 위해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네트워크 역할을 맡던가, 적정기술과 지역운동 의 교류의 장이었던 지역에너지네트워크에 다시 결합하든가, 작년부터 추진되었지만 흐지부지되었던 적정기술 전국네트워크를 재건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2. 정책적 방향

1) 지역사회 전략의 전체적 계획 속에서 적정기술 추진

적정기술의 구체적 현장은 지역이며, 지역사회 전환에 동의하는 사회운동진영과 지역 의 새로운 소통과 동력으로 전환의 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적정기술이 보다 지역 사회에 뿌리박고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일은 멈추어서는 안 된 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전략을 세우기 위한 논의를 촉발하고 기회를 제공하 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점이다. 적정기술의 자기 성장전략은 결국 지역 속에서 스 스로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수요자 관점의 연구개발과 사회적경제 플랫폼 구축

한국사회에 적용 가능한 적정기술 아이템은 다양하다. 틈새시장으로써의 성장 전망도 밝으며 공공시장에서도 조금만 더 분발한다면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전히 낮은 인지도와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실용적인 기술개발 및 제품이 너무 미진하다 는 점이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기술개발 과정이 없이는 다 음 단계로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적정기술 분야의 연구 및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현장활동가 중심의 민관협력 적정기술연구개발센터가 절실히 요청된다.

54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한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과 전환의 문화를 형성 해 나가는 공간으로서의 플랫폼 또한 필수적이다. 특히 노동집약적 적정기술 분야는 물론 연구개발이 필요한 기술집약적 적정기술 분야까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 요 정책은 적정기술 성장에 필수적이다. 전환사회를 위한 적정기술은 많은 개술개발 과 비즈니스화 과정을 밟아야 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방식의 협업체계 전략과 성장 단계별 지원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접목될 때 기술집약형 사회적경제의 새 영역을 확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적정기술의 사회적 인증 및 사회적 소유제도 도입

적정기술은 일반적 기술제품과 달리 유무형의 결과물로 지역사회에 보급된다.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구하고 필요 없으면 마구 버리는 그런 제품이 아니며, 사회적 가치 에 부합되는 제품을 필요에 의해 생산한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이 개발되어 수요자에 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가치가 담겨져 있어야 하고, 그것이 생산, 유통, 소 비의 주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적정기술은 사회적기술이며, 적정기술을 자본시장으로부터 보호하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증제도가 있어야 한다. 기술적 독창 성과 완성도만을 보는 자본주의 특허제도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회적 특허라고도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해당 기술이 사회적 가치에 부합해야 하며, 그 쓰임새와 효과 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주요하게 판단하고 그 가치와 실현가능성이 인정될 경우 우선적으로 추가 기술개발과 공공시장 시범보급의 기회를 보장하는 개념을 말한다. 만약 사회적 인증과 지원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 아 무리 혁신적인 적정기술일지라도 자본시장의 경쟁에 떠밀려 장렬히 전사할 수밖에 없 다.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55


3. 종합

적정기술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첫째, 적정기술이 한국사회에서 의미 있는 사회 운동으로 흐름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정기술 주체들의 분명한 의지 가 있어야 하며, 그것을 추진해 나갈 내부동력과 조직적인 틀로서 전국적정기술네트 워크 재건이 필요하다. 이게 만들어져야 적정기술 주체들의 공통의 지향점이 세워질 수 있으며 목표도 좀 더 구체화되고 조직별 역할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둘째, 적정기술운동이 처한 주객관적 현실을 스스로 진단하고 성찰하는 기회가 있 어야 하며, 이제 그만 적정기술의 시즌 1을 마무리해야 한다. 네트워크 재건을 통한 새로운 동력의 형성, 수요자 관점의 기술집약적 제품개발과 조합의 체질개선, 지역사 회 전략에 맞는 새로운 적정기술 활동가 양성 등으로 적정기술 시즌 2를 시작해야 한 다. 셋째, 에너지와 문화, 경제, 교육, 정치 등의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분야 에서 새로운 사회상을 상상하고 결의를 이끌어 내는 도전적 재조직화가 기획되어야 한다. 그것은 어느 마을에서는 전환마을 담론으로 재조직화가 추진될 수도 있으며, 어느 지역은 지역화폐를 담론으로, 어느 동네에서는 난로마을, 흙마을, 똥마을, 바람 마을, 태양마을과 같은 극단적 에너지자립마을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재조직화 는 다양성과 급진성을 나타내며 국가와 자본에 빼앗긴 정치경제적 주권을 스스로 획 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적정기술운동은 전환사회를 위한 지역사회 전략과 노선을 찾는 과정 속에서 경제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운동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해결해 나가야 한다.

56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참고자료

김찬중. 2011. 「적정기술을 활용한 개도국의 지역사회개발 모델 발굴」.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지식재 산정책』 통권 제9호, 2011년 12월호. 한재각·조보영·이진우. 2013. “적정 ‘기술’에서 적정한 ‘사회기술 시스템’으로 : 에너지 관련 기술 분야의 국제개발협력과 사회적 혁신”. 『과학기술학연구』 13권 2호. 이도영. 2013. “한국 적정기술 정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다양한 가치로 새롭게 채색된 21 세기 적정기술”. 『한국과학기술정책』 제23권 제4호. 김신양 외. 2014. 「사회적기업의 유형별 심층 사례 연구」 제6장 대안경제형 사회적기업.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57


58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


※ 2009~2012 한살림 연구·활동 공모 지원사업 진행 경과 구분

연구자 김희경

2 0 0 9

개인 과제

개인 과제

농촌지역의 지역통화 활성화 방안: 충남 홍성군 홍동면 사례 를 중심으로

김단

온배움터

생태주의 운동의 대두 이후 ‘3세대 활동가’들의 실험적 활동 경험에 관한 연구

사)중랑천 사람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 노원지역 네트워크에 대 한 경험

연구 팀

2 0 1 2

개인 과제

연구 팀

연구소 마을, 녹색연합 지역을 변화시키는 자연 에너지: 마을 만들기의 새바람

박준영

한살림원주

김일영

자치코디네이터 네트워크

지역아동센터의 미래 찾기: 방과후학교 확대 정책과 지역아 동센터의 새로운 정체성 찾기

최태영

구로시민센터

마음으로 만나는 도농교류 모델 연구: 구로시민생협의 경험

연구 조영미 외 팀 과제 조보영 외

개인 과제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에코맘(환경친화주부)의 속성 및 이의 형성 동인 탐구 홍성 홍동면

김현철

2 0 1 1

연구 주제

이동근

연구 강시원 외 팀 과제 신동철 외

2 0 1 0

소속

수원 칠보산자유학교 해움터

원주지역 대안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건 찾기

칠보산 마을신문 만들기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마을 품앗이 ‘해움터’: 할머니와 마 실가기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 대전지역 마을기업의 지역살림운동 중간지원 조직의 호혜적 대학원 시장 형성 전략을 중심으로

정보연

도봉시민회

“치유와 키움의 도봉시민회”는 정말 치유하고 키웠나?

최준영

문화연대

조헌철

개인 활동가

엄은희 권인근

부산대 한국민족문화 연구소

김이경

한양대학교

오윤명

씨앗들 협동조합

오관영

좋은예산센터

지역살림을 위한 지리산권 협동조합 실태조사 및 협동 방안

김선기 김달현

원주협동사회 경제네트워크

지역 사회적 경제 조직 간 협업 체계 구축 및 필요성과 수 요 분석에 따른 2차 협동조합 설립 가능성

대안적 생활양식 구축과 새로운 시민주체 형성을 위한 ‘민중 의 집’ 운동 사례분석과 이후 과제 연구 청년 귀농귀촌을 위한 연구 부산귀농학교의 역사와 지역살림의 의의 지역 중심의 경제시스템 마련과 소농 자립을 위한 시민통화 *일본 도요타 시 아스케 지구 쌀 본위제 f-money* 대학 텃밭의 활성화 방안 및 지역사회 교류 방안

59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사업 결과보고서 • 베네수엘라 협동조합운동 연구 / 하승우 땡땡책협동조합 • 협동조합과 함께 성장하다 / 김정연 다문화협동조합 모두 •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 안병일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을 위한 농지공유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 / 최용재 환경농업단체 연합회부설연구소

2015 모심과살림 생명·협동 연구지원공모사업 결과보고서

적정기술,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 적정기술 조직 진단과 지속가능성 모색

집 필 안병일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대표) 펴낸곳 모심과살림연구소 펴낸이 박맹수 펴낸날 2015년 12월 31일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