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월 CONTENTS
■모든 화폐가치의 기준이 된 ‘금’ 이야기 ■홈쇼핑 한류바람 ‘쇼퍼테인먼트’가 뜬다! ■사전과 전화번호부 ■상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거미줄’의 활용, 어디까지?
2013년 10월호 > 뻔(fun)한 자원이야기
모든 화폐가치의 기준이 된
‘금’ 이야기
인간을 웃기고 울리는 금속 ‘금’ ‘금지옥엽’이란 말이 있습니다. 금이나 옥처럼 귀하게 여겨 애지중지한다는 뜻인데요.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금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대접받아왔습니다. 금의 원자 번호는 79. 원소 기호는 Au, 원자량은 196.967입니다. 금을 뜻하는 원소 기호 Au는 ‘빛나는 새벽(Aurum)’ 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황색의 광택을 지니며 금속 가운데 퍼지는 성질과 늘어나 는 성질이 가장 크고, 화학적으로도 매우 안정되고 공기 중에서도 산화되지 않는 금은 이런 물리 적 성질 덕분에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귀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고대 전쟁도 이 금을 차지 하기 위한 투쟁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고, 중세 서양에서는 연금술로 금을 인위적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원정이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항해도 알고 보면 금을 찾 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현재 세계의 금 생산량은 연간 2,200~2,500t에 불과합니다. 전 세계 보 유량도 17만여 t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금의 쓰임새는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지금껏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간에게 매우 특별한 금 금은 구리와 함께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용한 금속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금을 태양신의 상 징으로 여겼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숭배하는 태양신 ‘라’의 피부가 모두 황금으로 되어 있다고 믿 었고, 살아 있는 신인 자신들의 왕 파라오가 죽으면 황금으로 관을 장식했습니다. 일례로 이집트 제 18조 왕조의 파라오 투탕카멘이 죽자 이집트인들은 100kg이 넘는 황금 관과 마스크를 만들 어 투탕카멘의 시체를 보관했습니다. 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공법도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원전 3600년경에는 금 제련법 이 개발되어 각종 장신구와 의식용 제기, 화폐 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는 ‘아우레우스(라틴어로 순금)’라는 금화를 만들어 로마제국의 공식 통화로 사용하기도 했습니 다. 금은 중세시대에 유럽의 기축통화 역할을 했습니다. 125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주조된 ‘플 로린’이라는 금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금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은 중세에 납을 금으로 바 꾼다는 연금술을 발전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되어 이슬람 제국 에서 만개한 후 중세 유럽까지 전파된 서양의 연금술은 주로 납과 수은 등을 화학적으로 변성시 켜 금을 만들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납 중독, 수은 중독으로 병 들거나 죽었지만 이들의 연구는 오늘날 화학 발전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만유인력 이론으로 유명한 영국 과학자 아이작 뉴턴 도 1660년 이후에는 자신이 20년 넘게 몰두했던 물 리학을 버리고 연금술 연구로 말년을 보낼 정도였습 니다. 대학자였던 뉴턴의 사례에서 보듯 금은 인간에 게 특별한 존재였고, 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대단 했습니다. 인류는 금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다른 나라 를 침략했고, 새로운 금맥을 찾기 위해 바다위에 무수 한 배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콜럼버스의 대항해 이후 촉발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 열강의 남아메리 카 개척도 알고 보면 황금 도시 엘도라도(El Dorado) 를 찾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가까운 예는 1848년에 시작된 미국의 ‘골드러 시’입니다. 그 해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규모 금맥
연금술 연구로 말년을 보낸 아이작 뉴턴
이 발견되자 일확천금을 노린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골드러시’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 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금을 캐서 부자가 된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대신 이들에게 질긴 텐트 천으로 ‘리바이스’ 청바지를 만들어 팔던 사람만 갑부가 되었습니다.
세계 화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다
1816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채택하면서 금은 세계 화폐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합니다. 제1차 세 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는 금은 모든 국가의 통화였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1900년부터 금본위 제를 실시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산업기반을 확보하고 연합국의 맹주가 된 미국은 금 보유량을 대폭 늘려 자국의 달러를 중심으로 국제통화 질서를 재편했습니다. 1944년 브레튼 우즈 협정에 의해 달러를 기준으로 각국의 환율을 정한 것입니다. 미국은 달러와 금의 교환율을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했습니다. 그 당시 미국은 전 세계 화폐용 금의 75%를 가 진 나라였죠. 하지만 미국도 금 태환을 멈춰야했습니다. 베트남전에 막대한 군비와 달러를 쏟아 부어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1온스당 35달러였던 금 가 격은 치솟았고,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많아졌습니다. 인플레와 달러화의 가치하락이 심각해지자 미국은 금 태환을 정지하고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꿨습니다. 1971년 닉슨 행정부 때의 일입니다. 이로써 70년 간 지속되어 온 금본위제는 폐지되었습니다.
무궁무진한 금의 사용 금은 장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약품, 첨단산업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현재 생산되는 금의 약 50%는 장신구, 40%는 투자용, 10%는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금은 늘어나고 펴지는 성 질과 열전도성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금을 압착하면 1만분의 1mm까지 얇게 펼 수 있는데, 이 를 전연성(展延性)이라고 합니다. 1g의 금을 늘리면 3,000m가 넘는 금실을 뽑을 수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도 금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충치가 생겼을 때 치과에 가면 금을 덧씌워 주
는 크라운(crown) 치료를 하는데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행해져 왔습니다. 기원전 600년 경 고대 이탈리아의 에트루리아(Etruria) 사람들은 이를 대신해 금으로 된 철사를 이용하는 치료 방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금은 예술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림에 화려함과 강렬함을 강조하기 위해 금박을 더하는데요. 중세시대의 예술은 반짝거리는 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적 세계의 빛을 상징 하려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금은 화가들의 그림재료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키스’라는 작 품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금박, 템페라, 은박, 수채를 함께 사용하는 독 창적 기법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의 금박 표현기법은 8가지나 될 만큼 그는 금을 많이 사용 했습니다. 화려한 금박으로 장식된 그의 작품은 에로티시즘과 화려함이 절정으로 올랐던 당시의 비엔나 문화를 대표하기도 합니다.
금은 공기나 물에 의해 부식되지 않고 본래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금을 녹이려면 1,063℃ 이상 의 고열로 녹이거나 강한 산화력을 지닌 진한 염산을 사용해야 합니다. 금은 자연 상태에서 덩어 리 상태로 발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석영이나 황화철 광맥 속 작은 알갱이 형태로 존재합니 다. 사치성 재화이면서 화폐의 역할을 대신하는 금은 산업용으로도 무척 뛰어난 금속입니다. 치 과용 충전제 외에 전기도금, 전기접점, 반도체 연결선, 미사일 등 공업용으로도 쓰이지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빛과 성질이 변함없는 금은 앞으로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으로 그 지위를 여전히 지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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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호 > 通하는 테마
홈쇼핑 한류바람 ‘쇼퍼테인먼트’ 가 뜬다!
재미·깊이·소통을 모두 잡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상품 마케팅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컨슈머’를 활용한 마케팅입 니다. 컨슈머 마케팅은 제품을 사용해본 소비자가 솔직하고 긍정적인 후기를 남기면 제2의 소비 자가 이를 보고 구입 의사를 결정하는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입니다. 기존의 마케팅 방식에는 업 체와 소비자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면, 컨슈머 마케팅은 소비자와 소비자가 벽 없이 동 질감과 신뢰감으로 서로 연결된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런 동질감과 신뢰감에 바탕을 둔 마케팅 방법이 최근 홈쇼핑업계에도 적용되어 변화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2년 전부터 홈쇼핑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쇼퍼테인먼
트’가 그것입니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합 성어인 쇼퍼테인먼트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을 넘어서 홈쇼핑업계의 한류 바람으로까지 이어 지고 있습니다. 현재 해외 6개국에 8개의 채널 을 갖고 있는 CJ오쇼핑은 자사의 홈쇼핑 방송 이 인기를 끌자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롯데홈 쇼핑 역시 베트남, 태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 10여 개국에서 견학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CJ오쇼핑 이해선 대표는 현재 추세대 로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 세계 1위 홈쇼핑 업체가 나올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에서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세계적인 벤치마크의 대상이 된 우리나라의 ‘쇼퍼테인먼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동적이던 방식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다 우리나라의 홈쇼핑은 케이블TV의 보급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1995년 LG홈쇼핑과 지금 CJ오쇼 핑의 전신인 39쇼핑이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이어 2001년에는 인지도 높은 의류 브랜드와 잡화 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한 현대홈쇼핑과, 롯데그룹 계열의 우리홈쇼핑, 하림계열사로 식품 중심 의 농수산홈쇼핑이 출범한데 이어, 마지막 주자로 홈앤쇼핑이 2012년에 업계에 자리를 틀었습 니다. 홈쇼핑은 TV를 매체로 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IT산업의 발달과 맞물려 성장했습니다. 초기의 홈쇼핑이 쇼 호스트가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하거나 모델이 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극 적이고 단조로운 방식에 그쳤다면, 요즘의 홈쇼핑은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시연하고 현지 로케 이션을 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변모했습니다. 최근에는 공중파 TV의 토크쇼나 예능 프로의 리 얼리티 쇼 방식까지 차용해 홈쇼핑의 콘텐츠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제품과 관련된 외 부 전문가를 초빙해 전문 지식 및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주부 컨슈머들을 뽑아 직접 방송에 참 여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스타일에비뉴 홍보 (사진 : 홈앤쇼핑)
그녀들의 수다 홍보 (사진 : CJmall)
쇼퍼테인먼트 성공비결은 전문가와 주부 컨슈머 쇼핑에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홈쇼핑의 쇼퍼테인먼트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 습니다. 풍부한 방송 경험과 뛰어난 입담을 가진 쇼 호스트,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인기 모델이 나 주부 컨슈머, 그리고 제품 품목과 관련된 전문가의 의견이 그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홈앤쇼핑의 ‘스타일에비뉴’인데요, 이 프로그램은 애청자들이 많아 현재 ‘스타 일에비뉴 시즌2’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패션에 관한 전문 지식이나 스타일링 솔루션 등을 제안해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과 함께 홈쇼핑의 전문성을 강화시 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들은 또 있습니다. CJ오쇼핑의 ‘그녀들의 수다’는 홈쇼핑 시청자층과 비슷한 연령대 의 주부 쇼 호스트와 시청자 또래의 인기가수가 콤비를 이뤄 전문가를 대신해 현직 주부들의 생 생한 사용 후기와 실용적인 정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GS홈쇼핑에서는 유명 진행자 최유라 씨 와 주부들을 등장시켜 매출 증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리얼리티를 강조한 시연과 실시간 소통 흥행에 성공한 홈쇼핑 프로그램 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홈쇼핑 업계에도 ‘리얼리티’가 공통적 으로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 습니다. 예를 들어 아웃도어 제 품을 시연하기 위해 실제 해외 에 있는 유명한 산에 가서 촬영 을 하기도 하고, 빨래 건조대를 선보일 때는 직접 젖은 빨래를 스튜디오에서 널어 보이는 것입 니다. 이밖에도 각종 제품을 직
CJ오쇼핑은 홈페이지에서도 방송을 볼 수 있다. (사진 : CJmall)
접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줘 제 품을 직접 사용해보지 못해 소비자들이 가질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말끔히 씻어내 줍니다. 여기 에 쇼 호스트의 입담까지 더해져 재미와 신뢰감도 심어 줍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CJ오쇼핑은 지난 2012년 우수 영상물에 대한 시상식인 ‘그리메상’의 케이블 광고영상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리얼리티와 전문가를 통한 정보 검증, 실시간 SNS소통 등은 프로그램에 대한 신 뢰도와 친근감을 높여 CJ오쇼핑은 홈쇼핑채널로서는 드물게 고정 시청자층을 형성하기까지 했 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홈쇼핑 프로그램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만큼 재미가 있 고, 둘째는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 신뢰를 주며, 셋째는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을 통해 소비자와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홈쇼핑 업체들은 프로 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동원합니다. 그 덕분인지 2004년 업계 최초 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CJ오쇼핑이 지난 6년간 해외 홈쇼핑 사이트에서 판매한 한국 상품의 누적판매 실적은 5,0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이 회사는 오는 2016년에는 현재 세계 1위 사업자인 미국 QVC를 넘어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GS 홈쇼핑 역시 매년 해외 매출이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홈쇼 핑 한류’라 불릴 만큼 세계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홈쇼핑 업체들의 선 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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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호 > 아날로그 시리즈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진‘지식의 보물창고’ 불과 10년 전만해도 집집마다 사전이나 옥편 한두 개나 전화번호부 하나쯤은 꼭 있기 마련이었는 데요, 요즘 학교 교실에서는 사전과 옥편은커녕 ‘전자사전’조차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이 유는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한국어부터 한자,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할 것 없이 거 의 모든 어학 사전을 내려 받을 수 있고, 전화번호도 앱 하나면 깔끔하게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0~40대들에게는 영어 시간에 그 이름도 유명한 ‘엣센스영한사전’을 손가락에 침 발라 넘 겨가며 단어를 찾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단어 찾기가 버거울 때는 친구들과 한 문단 씩 나눠 뜻을 찾아 그것을 공유하고, 쉬는 시간에는 사전 빨리 찾기 대회를 열어 간식 내기를 했던 추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두꺼운 어학사전도 자장면 집을 찾기 위해 뒤적이던 전화번호부 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유용하게 쓰였던 사전과 전자사전, 전화번호부 가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지게 된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의 한국어사전, 을유문화사 <조선말큰사전> 사전 이야기를 하면 제일 먼저 우리나라 ‘국어사전’의 어 떻게 탄생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최초의 한국어사전은 1920년 한글을 자모순으로 배열하고 거기에 일본어로 주 석을 붙인 <조선어사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사전은 우리 스스로 편찬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주도 아래 만들 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만든 사전의 필요성을 깨달은 주시경 선생과 그 제자들이 1929년 ‘조선어사전편 찬회’를 조직해 사전 편찬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탄압한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작업해 두었던 원고가 분실돼 사전편찬은 중단되었고, 결국 최초 의 우리나라말 사전인 <조선말큰사전>은 해방 후인 1947 년에 편찬됩니다. 1957년까지는 나머지 6권이 완성되면
조선말큰사전 (사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서 비로소 제대로 된 우리말 사전을 갖추게 되었고, 그 후 다양한 국어사전들이 편찬되기 시작했습니다. 영한사전의 탄생은 이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한사전은 1891 년 제임스 스코트가 펴낸 <English-Corean Dictionary>라고 합니다. 해방 후에는 류형기 목사 가 한국인 최초로 <신생한영사전>을 1946년에 출간했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엣센스 영한사전> 과 <프라임 영한사전>은 1971년에야 발간되었습니다.
두꺼운 사전에 혁신을 일으킨‘전자사전’의 탄생 전자사전의 등장은 일대 혁신이었습니다. 첫째는 무거운 사전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 둘째는 단어를 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 자사전은 1991년 6월 ‘에이원프로’에서 출시한 영한전자사전입니다. 이후 전자사전은 일본의 샤 프, 카시오 외에 한국의 아이리버, 누리안 등이 참여하면서 시장을 넓혀나갔고, 기능도 다양화되 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전자사전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10여 개가 넘는 방대한 어학사전과 발음을 알려주는 음향 기능, 글씨를 인식하는 전자펜 기능에, 동영상 플레이어, 라디 오, DMB, 문서뷰어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대거 포함된 종합 멀티미디어기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막강한 기능을 자랑하던 전자사전의 인기는 채 몇 년 가지 못했습니다. 아이폰으로 시작된 ‘손안의 PC’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인기가 급격히 식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세는 숫 자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얼마 전 일본 전자사전의 양대 산맥인 샤프전자와 카시 오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겠다 고 발표했고, 국내 최대의 전자사전 메이커 아이리버는 2008년 약 481억 원이었던 전자사전의 매출이 5년 사 이 98억 원으로 5배 이상 떨어졌습니다. 전자사전 전문 업체인 누리안의 매출 역시 2008년의 1/3 수준으로 떨 어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전자사전 업체들 이 사업을 접었고, 그나마 뚝심으로 버티고 있는 몇몇 업체들만이 어학과 학업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전자사전을 내놓아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화번호부와 114안내센터 인사말 변천사 1966년 이래 매년 새로 발행되었던 전화번호부는 상호, 업종, B2B, B2C 등으로 업체 번호를 기록한 직업별 전화번호부와 가입자 이름을 가나다순으 로 나열한 인명전화번호부 2가지로 나뉩니다. 인 터넷과 휴대폰이 대폭 보급된 2000년 이후 전화번 호부의 정보제공 방식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것 은 CD번호부, 인터넷안내, 전화안내 등인데요,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바로 안내원이 육성으로 번호를 알려주는 ‘114 전화안내’였습니다. 114전화안내는 안내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찾고자 하는 곳의 ‘주소’나 ‘이름’을 알려주면 전 화번호로 안내받는 형식인데요, 때때로 친절하고 예쁜 안내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연히 전 화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도 간혹 있는데요,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안내원들의 인사말에도 변천이 있습니다. 1980년대는 “13호입니다.” 하고 안내원이 자신의 고유번호를 밝히다가 1990년부터는 문의에 빠 르게 응답하고자 인사말 없이 “네네”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보다 친절한 서비스가 요
구되면서 1997년에는 “안녕하십니까?”로 인사말을 바꿨고, 2005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힘 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친근한 인사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랑합 니다’라는 말이 듣는 사람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공적인 전화안내 업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지난해부터는 “힘내세요, 고객님”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3 천만대 이상 보급된 지금은 114에 전화를 걸 필요도, 안내원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앱스토어에서 필요한 앱만 다운받으면 손쉽게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전화번호부가 필 요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이처럼 스마트폰 덕분에 전화번호 찾기가 무척 쉽고 편리해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사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두꺼운 사전을 찾는 사람들도 없고, 지금도 묵묵히 두꺼운 사전을 출판사들이 만들고는 있지만 그 판매량은 예전과 비 교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제 아무리 다양한 기능으로 우리 생활을 편리하 게 만들어줬다고 해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단어를 찾아가며 뜻과 철자를 외우던 노력을 대 체할 수는 없습니다. 두꺼운 사전을 생소하고 불편하게 여기는 아이들이 이런 정서와 가치를 유지 하고 지키는 의미마저 잃어버린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고 씁쓸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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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호 > 通하는 테마
상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추천! 좋아요 매력! 상품의 이미지와 성능, 특·장점, 가격만을 홍보하는 광고는 더 이상 소비자 에게 감흥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마케팅은 지극히 상투적이고 진부하기 때 문입니다. 평범한 상품에 이야기를 담아 특별함과 가치를 더하고 소비자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도록 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도 나날이 눈이 높아만 가는 소비자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이끌 어내기 위해 자사 제품의 브랜드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상품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이야기에 소비 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이 담겨야 합니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 이 미국 필립모리스사의 유명 담배 브랜드 말보로입니다. 말 보로(Marlboro)는 브랜드 명의 각 글자에 의미를 부여해 ‘남 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사랑을 기억한다(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는 문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광고는 처음 진행됐을 때부터 소비자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고, 지금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회 자될 정도입니다. 말보로의 사례처럼 잘 지어낸 스토리 하나로 주목받은 마케팅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베로나에 가면 줄리엣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베로나에는 ‘줄리엣의 집’이 있습 니다. 이 집은 13세기에 지어진 집으로 수많은 연인들 의 발길로 연일 문정성시를 이루는 곳입니다. 그들은 로 미오와 줄리엣이 그랬던 것처럼 발코니에 서서 애정 표 현을 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합니다. ‘줄리엣의 방’에 는 줄리엣이 쓰던 침대, 드레스, 장신구 등이 갖춰져 있 습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그것을 보고 ‘줄리엣이 이곳에서 정말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존인물이 아닙니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베로 나에 전해지던 한 연인들의 슬픈 전설에서 착상을 얻어 지어낸 연극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모두 허구속의 인 물이니 줄리엣이 이곳에서 살았을 리가 없죠. 하지만 베 로나 시의 공무원들은 13세기에 지어진 고색창연한 건물을 골라 발코니를 달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 해 줄리엣의 방을 꾸며 이를 관광 상품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러자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이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꼭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수많은 연인들이 ‘줄리엣의 방’으로 몰려들었고, 그 덕분에 베로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명 성을 얻었습니다.
일본식 식당인줄 알았던 고베식당 고베식당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제품의 차별화를 꾀한 매일유업 마케팅의 산물입니다. 이 회사는 새 로 개발한 냉동 레토르트 카레의 론칭을 위해 이런 이름을 고안해냈습니다. 이 제품의 마케팅 담당 자들은 자신들이 지어낸 가상의 식당이 마치 실제로 점포를 여는 것처럼 설정해 브랜드 이름 알리기 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기자들을 영화관에 초청해 광고 예고편을 상영하고,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의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여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한껏 높였습니다. 그 결과 고베식 당은 제품 론칭과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스토리를 가진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니 게 됐습니다.
MCC 고베식당과의 기술제휴를 맺은 매일유업(사진: 고베식당 홈페이지)
고베식당은 일본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인 효고현 고베시에서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고베시는 예 로부터 유럽과의 무역이 발달해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시내 중심가에 외국인들이 모여 살았던 가이진칸(外人館) 구역이 지금도 있고, 다른 나라에서 먹거리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이 기도 합니다. 고베는 풍요로운 자연환경으로 좋은 재료와 우수한 요리사들이 많아 실제로 요리를 만 드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곳에는 일본 대표의 정통 카레 장인기업인 MCC 고베식당이 있기도 합니다. 일본 카레의 본고장 고베에서 80년 동안 카레를 만든 장인의 손맛이 녹아 있다는 스토리를 담아 레토르트 카레 신제품을 홍보해 짧은 시일 안에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최초로 생수를 상품화한 에비앙 프랑스 생수업체 에비앙은 최초로 생수를 상품화 한 회사로 유명합니다. 물을 사먹는다는 개념이 생 소하던 시절, 에비앙은 ‘신비의 약수’라는 고급 이미지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지니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스토리 덕분입니다. 1789년 신장 결석을 앓고 있었던 프랑스 의 한 귀족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 휴양을 가서 그 마을의 물을 먹고 병을 고친 일이 있었습
니다. 나중에 학자들이 그 물의 성분을 조사해보 니 미네랄과 같은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다량 함 유가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 에비앙은 귀 한 신비의 약수로 여겨지게 되었고, 그 소문이 퍼 지면서 유럽에서 가장 좋고 비싼 생수로 날개 돋 친 듯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정 확한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에비앙 제품들 (사진 : EVIAN 홈페이지)
군인의 목숨을 구한 지포 라이터 베트남 밀림에서 무수한 총탄이 빗발치던 1960년 대 한 싸움터에서 안드레드 중사는 베트콩의 총알 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한 참 후 그는 가슴 의 통증과 함께 깨어납니다. 분명히 가슴에 총알을 맞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살아있었던 것이 지요. 안드레 중사는 총알에 맞은 자신의 가슴을 만져 보았습니다. 그러자 손끝에 딱딱한 물건의
베트남전 병사들은 자신이 소유한 지포에 자기만의 글자와 그림 등을 새겨넣었다.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윗주머니에서 그 물건을 꺼내보니 바로 총알자국이 선명한 라이터가 나타났 습니다. 중사의 목숨을 구한 것은 바로 지포 라이터였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라이터 덕분에 목숨을 건진 그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이처럼 강한 스토리를 지닌 지포라이 터는 이후 남성의 상징,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지금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끝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해드리겠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출신의 모나코 왕국 왕비 그레이스 켈리는 임신해서 볼록하게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에르메스 가방으로 감췄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그녀를 따라다니던 파파라치의 사진에 찍혀 잡지 에 실렸고, 에르메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가방에 ‘켈리 백’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켈리 백이 에르메스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제는 사람이든 제품이든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고 기발하게 전달하느냐가 경쟁력인 시대입니 다. 감성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시대에 스토리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갖습니다. 스토리가 힘이고 경쟁력인 시대, 기업들은 오늘도 소비자들이 공감할 ‘그럴듯한 이야기’를 찾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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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호 > 우리가 만날 신기술
‘거미줄’의 활용, 어디까지?
약 4억 년 전부터 지구에 살기 시작한 거미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이용하여 생존 도구인 다양한 거미줄을 만들어냅니다. 점도가 높은 실, 집짓기 용도의 물을 튕겨내는 실 등이 그것입니다. 거미 줄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주 놀라운 기능이 숨겨져 있는데요! 거미줄의 특성과 그에 따른 활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거미줄의 놀라운 능력 고대 그리스인들은 상처의 출혈을 멈추기 위해 거미줄을 상처 부위에 대고 눌렀고, 뉴기니 지역에 서는 낚싯줄이나 고기잡이 그물에 거미줄을 꼬아 넣기도 했습니다. 또 남태평양 바누아투 군도에 서는 담배나 화살촉의 쌈지를 만드는 재료로 거미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되어온 거미줄은 강철보다 20배 높고, 방탄복 소재 인 케블라 섬유보다 4배 높은 강도를 자랑합니다. 탄력성은 나일론보다 2배 높을 뿐 아니라, 방수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거미줄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천연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 고, 생분해성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큽니다. 이러한 특성에 주목해 많은 학자들이 거 미줄을 이용한 연구에 몰두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험에 쓰기 위한 거미줄을 다량으로 얻어내기 위 해서는 수많은 거미들이 필요한데 거미들은 서로 잡아먹는 특성이 있어 학자들은 그동안 거미를 대량으로 사육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골몰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989년 거미줄 연구에 일대 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 해에 거미줄을 구성하는 단 백질 생성 유전자를 발견함으로써 인공 거미줄의 대량생산으로 연구 방향이 전환됐습니다. 그 후 인공 거미줄 대량 생산에 나선 많은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거두고 있습니다. 한 예로 일 본의 바이오벤처 기업 ‘스파이바’는 얼마 전 누에의 유전자를 조작해 이 누에가 단시간에 누에고 치 형태로 거미줄과 같은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도록 했고, 캐나다의 생명공학회사인 넥시아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염소의 유방세포 안에 거미줄 유전자를 넣어 염소가 젖으로 거미줄을 생성 하는 단백질을 대량 분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밖에 거미실크 유전자를 담배와 감자의 세포 안에 삽입하여 식물의 잎에서도 거미줄 단백질이 나오도록 한 기업도 있습니다.
거미줄, 어디에 쓰이나?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거미줄의 활용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거미줄은 앞서 말씀 드린대로 강철보 다 강도가 훨씬 높고, 나일론보다 신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거미줄을 섬유로 만들어 옷을 만들면 평생 입어도 헤지지 않는 옷과 절대 구멍 나지 않는 양말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가볍고 단단한 머 리 보호용 헬멧이나, 방탄복의 소재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거미줄은 또 낙하산이나 거미줄 총 등 군사용, 산업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웹숏’이라 불리 는 거미줄 총은 방아쇠를 당기면 3m 넓이로 두꺼운 거미줄이 퍼지도록 되어있어 적을 무력화시 켜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웹숏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이 총에서 나오는 거미줄은 시속 70km로 달 리는 3~4t 무게의 트럭도 꼼짝 못 하게 만들 정도라고 합니다. 자동차 차체에 거미줄 섬유를 사용하면 차체의 중량을 크게 줄여 현행 자동차보다 연비는 18% 향 상시키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15% 감축할 수 있어 자원절약과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 습니다.
의료부문에서도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거미실크로 사람 눈의 각막을 개발한 미국의 생명공학자 데이비드 캐플런은 “거미줄은 인체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인공힘줄이나 인 공장기, 수술부위 봉합사 등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쓰임새가 나날이 늘어가는 거미줄이 앞으로 우리 생활에 얼마나 더 많 은 혜택을 가져다줄까요? 아마 가까운 장래에는 우리가 가볍고 질긴 거미줄 옷을 입고, 거미줄 로 만든 인공장기들을 몸에 달고 거리를 활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징그럽고 끔찍 하게만 여겨져 천대받고 있는 거미가 무척 기특하고 고마운 존재로 인류의 사랑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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