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월 CONTENTS
대한민국 최초 시리즈 ⑨ 한국 최초의 볼펜 나홀로 집에, 나홀로 직장에…21세기는 나홀로족 시대? 물 없이 빨래하는 세탁기, 그 비밀은? 21세기 불로장생? 냉동인간의 비밀 생활 속에 숨겨진 곡선의 미학
2013년 4월호 > 대한민국 최초 시리즈
대한민국 최초 시리즈 ⑨
한국 최초의 볼펜 볼펜은 펜 끝에 달린 작은 볼이 회전하며 몸통의 카트리지로부터 잉 크를 뽑아내 종이에 옮겨 적는 필기구입니다. 이 볼펜은 작고 가벼워 어디서든 휴대하기 편리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습 니다. 하지만 볼펜을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딱 한 곳 있습니다. 바로 우 주입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아 카트리지 에 담긴 잉크가 볼 쪽으로 내려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항 공우주국(NASA)에서는 수많은 연구 인력과 1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들여 우주에서도 쓸 수 있는 무중력 볼펜의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런 데 미국이 이 볼펜 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는 동안 러시아는 이 문제를 손쉽게 해결했습니다. 그냥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연필을 쓴 것입니 다. 생각만 유연하다면 어려운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히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화입니다. 사실 우주에서 쓸 수 있는 무중력 볼펜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 볼펜의 실용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우리의 과학 기술이 우주 행성을 이웃 나라처럼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몇 백 원짜리 볼펜들은 불과 60 년 전까지만 해도 무척 생소하고 신기한 물건이었습니다. 한국에 처 음 볼펜이 등장했던 그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무중력 펜 (사진: 위키피디아)
기자들만 쓰던 고급 필기구, 볼펜 볼펜은 1945년 미군이 우리나라에 진주하면서 처음 소개되었는데, 이 필기구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 한국전쟁 때, 외국 종군기자들이 취재를 다니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당시 볼펜 은 기자들이 쓰는 펜이라 하여 ‘기자펜’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필이나 잉크를 찍어서 쓰는 펜, 만년필 등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볼펜의 편의성에 주목한 국내 문구사들은 이 필기구를 생산하려 했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특수 합금으로 만든 볼펜 촉과 굳지 않는 잉크를 개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 초반까지 이 볼펜 촉을 밀 수하다가 적발된 회사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볼펜, 모나미153 그래도 우리나라 문구회사들은 자체 기술로 볼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1958년 부 산의 왕자화학공업사에서 우리나라 순수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볼펜 왕자볼펜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쓰인 볼펜은 1963년 광신화학공업사(현 모나미 사)에서 개 발한 ‘모나미153 0.7’볼펜이었습니다. 당시 광신화학공업사의 송삼석 사장은 일본의 거래처 직원이 길고 하얀 막대기를 들고 간편하게 글을 적는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 신기한 필기구 가 일본에선 보편적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즉시 볼펜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그 결 과 우리에게 익숙한 육각형 모양의 모나미 볼펜이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모나미볼펜 153 광고
모나미 볼펜의 성장과정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연필과 펜 제조사들은 흑색선전에 나서 볼펜을 쓰면 악필이 된다는 소문을 퍼뜨렸고, 사람들은 이런 속설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또 몇 몇 문인들은 볼펜으로 쓴 원고는 정성이 깃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볼펜 사용을 거부하기도 했습 니다. 모나미 회사는 이러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은행이나 관공서 등에 볼펜을 공짜로 나눠주며
적극적인 판촉을 벌였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볼펜의 보급은 늘어갔고, 사람들은 점차 볼펜 의 편리함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모나미 볼펜은 1971년에 월 15만 자루 이상 생산할 정도로 대히트를 치게 됩니다. 이때 모나미 볼펜 한 자루의 값은 15원이었습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값 이 3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그럼에도 모나미 볼펜은 인기가 너무 좋아 동네 문구점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후 모나미 볼펜은 국내 볼펜 시 장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43년간 33억 개 이상 생산될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게 됩니다.
외국 브랜드에 점령된 한국 볼펜 시장 모나미 볼펜이 성공하고 볼펜 수요가 급증하자 문성화학, 백광공업, 백화기업 등 십여 개의 회사 들이 볼펜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최 초로 연필을 만들어낸 문화연필도 1974년 단일 품목 생산이라는 고집을 꺾고 볼펜을 시판하기 시작했습니다. 볼펜 생산 업체가 이렇게 늘어나자 1980년대에 는 이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외 필기구 업체의 경 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1981년에 설 립된 모닝글로리는 학생들 취향에 맞춘 예쁜 모 양의 문구류를 출시하며 모나미, 마이크로와 함 께 필기구 빅3로 자리 잡게 됩니다. 1989년에는
문화볼펜(1968년8월6일 동아일보 광고)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필기구류가 해제되며 일본산 볼펜이 대거 국내로 유입되었습니다. 1992년 에는 값싼 대만제, 중국제 볼펜이 수입되며 우리나라의 볼펜 시장을 외국 업체들이 잠식하기 시작 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화위복 한국 볼펜 1990년대는 우리나라 볼펜 산업으로서는 최악의 시절이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며 모닝글로리와 마이크로사가 부도를 맞았습니다. 게다가 독일과 일본에서 생산된 고급 볼펜과 동남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저가 볼펜의 협공을 받으며 국내 볼펜 산업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져갔습니다. 위기를 맞은 국내 볼펜 제조사들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했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볼펜과는 다른 기능성 볼펜들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붓과 사인펜, 색연필의 특성을 결합한 다기능 펜을 만들 었고, 향기가 나는 펜이나 빛이 나는 펜 등 학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특수한 펜들도 개발했
습니다. 모나미 사는 해외 수출이라는 반격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1998년 모나미 볼펜은 미국 의 월마트와 K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과 수출계약을 맺고 이들 매장에 입점했고, 대만 등 아시아 지 역 수출에도 나섰습니다.
한국 볼펜, 빼앗긴 국내 시장을 되찾는 것이 시급해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지만 우리나라 볼펜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숙제는 해외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시장을 되찾는 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필기 구 시장의 70%를 외국 제품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1년 10월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서 판매된 10월의 필기구 판매 현황을 보면 외국 제품이 1~8위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 제품은 모나미 사인펜과 수성펜이 9, 10위로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때 지구 12바퀴를 휘감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수량의 볼펜을 생산하던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행히 2011년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은 품질이 향상된 우수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 탈환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모닝글로리는 1,000만 자루 이상 팔린 마하펜의 업그레이드 버전 ‘롤 마하펜’을 출시했으며, 모나미는 50년 전에 개발한 모나미153 볼펜을 휴대하기 편한 디자인으로 개 량했습니다.
모닝글로리의 롤 마하펜
모나미 153 개량형 볼펜
지난 50년간 우리나라는 격동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판잣집이 즐비하던 도시에는 첨단 공법으로 건 축한 건물들이 가득 들어섰으며 자동차, 컴퓨터, 전화기, TV 등은 현재 세계 일류 제품으로 인정받 고 있습니다. 한국 대중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은 세계 문화 시장에 한류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눈 부신 발전과 변화의 뒤에는 이런 과정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지켜온 우리나라의 볼펜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볼펜에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우리나라 볼펜은 전 세계인 들이 애용하는 지구촌의 볼펜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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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호 > 문화홀릭
나홀로 집에, 나홀로 직장에…
21세기는 나홀로족 시대?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걸그룹 씨스타의 노래 ‘나 혼자’의 가사처럼 최근 혼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23.9%로 약 414만 명에 달합니다. 1990년 1인 가구의 수가 9%였다는 사 실과 단순비교해도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동네 마트에서는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오는 어머니와 자녀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혼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 어난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걸까요? 한국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나홀로족’ 현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나홀로족 현상 나홀로족은 일본에서 먼저 생겨났습니다. 2000년 27.6%였던 일본의 1인 가구 비율이 지금은 32% 인 1,679만 명까지 늘어난 상황입니다. 이렇듯 일본의 1인 가구가 늘어난 이유는 고령화 사회로 접 어들며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어났고, 젊은 층에서도 미혼자와 이혼자가 급증했기 때 문입니다. 집 안에 틀어박혀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와 일정한 직업 없이 돈이 필요할 때 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프리터족이 늘어난 것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결혼은 불편해서 싫어! 나홀로족이 증가하는 이유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과 유사한 궤도를 밟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에서 전국 10대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1인 가구 증가 원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8.2%가 ‘개인주의 확산과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혼자 살면 자유롭고 가족 부양 이나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는 남녀의 결혼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에 따르면 35~49세의 미혼남성이 1990년 2만4,239명에서 2010년 24만2,590명으로 약 12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혼 여성 숫 자도 6.4배 늘었습니다.
1인 노래방, 1인 고기집… 1인 시장을 형성한 나홀로족 나홀로족의 증가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젊 은 층 사이에서는 혼자 식사를 하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명동이나 대학로 같은 번 화가에서도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보다 귀에는 이어폰 을 꽂고 눈으로는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들 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나홀로족의 증가는 ‘1인 시장’을 형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 G 마켓에서 팔린 즉석식품은 2011년 대비 27% 증가했으며 1인용 싱글가구는 2011년에만 115억 원 이상의 매출을
편의점 도시락 (사진: CU)
기록했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끼 니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2012년에 전년 대비 평균 40%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나홀로족은 카페나 식당, 노래방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함 께 어울리는 공간도 바꾸어놓았습니다. 명동의 한 카페에 는 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1인용 테이블이 등장 했고, 신촌에 있는 라면집에는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혼자 서 편안하게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도서관 열람실처럼 1 인 칸막이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서울 강남역 주변에 있
일본에 있는 1인 식당
는 한 고기집은 일반 식당과 달리 바처럼 긴 테이블을 마 련해 그 앞에 앉아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만들 어 놓았습니다. 노래방과 술집에도 나홀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1인 노 래방은 작은 독방에 들어가 헤드폰을 쓰고 반주에 맞춰 노 래를 부르도록 되어있습니다. 호프집에는 1인용 안주가 등장해 혼자서 부담 없이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고 합니 다. 이 1인용 노래방과 술집들은 나홀로족의 호응을 받으 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인 노래방 (사진: 매드보이스)
나홀로족을 위한 심부름 알바도 등장 만약 혼자 사는 직장인 A씨가 집을 비웠을 때, 택배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옆집 이나 이웃 사람들에게 부탁했지만 요즘은 ‘생활 심부름센터’에 연락하면 된다고 합니다.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생활 심부름센터는 택배를 대신 받아주거나, 급하게 물건을 사야 할 때, 집에 애완견을 홀로 둬야 할 때 등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업체입니다. 혼자 사는 여성들 은 늦은 밤, 외출하기 겁날 때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연락해 야식 주문이나 물품 구매를 대신 시킵니 다. 나홀로족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 생활 심부름센터에는 ‘약을 사다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다고 합 니다. 나홀로족의 고독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있습니다. 온라인 중고시장 헬로마켓과 생활 서비스 코너에는 모닝콜해주기, 고민 들어주기, 일주일 문자 친구 해주기, 공연 같이 봐주기, 5분 동 안 욕 듣기 등 나홀로족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아르바이트가 1,000개 이상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의 19.1%는 70대 이상 노인들입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몇 십 년 후 우리 나라는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독거노인들이 거주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예전 양로원에 계신 한 할머니가 제 손을 붙잡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번 만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함께 모여 밥 한 끼 먹었으면 좋겠다고요. 그 할머니의 소망처럼 온 가 족이 모여 단란하게 밥을 먹는 일상을 회복할 날은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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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호 > 通하는 테마
물 없이 빨래하는 세탁기, 그 비밀은? 저희 어머니는 건망증이 심합니다. 얼마나 심하냐고요? 얼마 전 세탁기를 돌리면서 세제 넣는 것을 깜빡해 물로만 빨래를 하더니, 어제는 반대로 물을 넣지 않아 하루 종일 세탁기가 돌 아가지 않게 했답니다. "엄마 쫌!" 하고 제가 핀잔을 주며 세탁을 시작하니, 어머니는 "차라리 방망이로 빨래를 두들기던 옛날이 나았다"며 볼멘소 리를 하셨습니다. 세제를 쓰지 않아도 방망이로 빨래를 팡팡 때려주면 검은 때들이 '아파요!' 소리치며 떨어져 나온다나요? 저로서는 빨래를 세제 없이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알 고 보면 세제나 물 없이도 빨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많 고, 그런 세탁기도 있다고 합니다. 물 없이, 혹은 세제 없이 빨래할 수 있는 세탁기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또 이 세탁기는 어떻게 빨래를 깨끗하게 만 들 수 있는 것일까요? 재미있는 세탁기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 겠습니다.
빨래할 때 세제와 물이 필요한 이유는? 세탁기는 더러운 의류에서 때를 제거하는 기구입니다. 세 계 최초로 개발된 세탁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명확하게 확 인되지는 않지만 오늘날의 것과 비슷한 형태를 갖춘 세탁 기는 1851년 미국인 제임스 킹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그 후 1874년 윌리엄 블랙스톤이 기계식 세탁기를 고안했고, 1908년엔 미국의 알바 피셔가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드럼세 탁기를 개발했습니다. 본격적인 전기세탁기의 시대가 열리 게 된 것입니다. 세탁기가 옷을 세척하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세탁기는 둥 근 세탁통에 빨랫감과 물, 세제를 넣고 원심력을 이용해 회 전을 하며 때를 분리합니다. 이때 돌아가는 통의 회전 속도
1930년 전기 세탁기
는 분당 1,000~3,000회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빠져나 온 때는 탈수구를 통해 밖으로 배출됩니다. 그런데, 세탁을 할 때 물과 세제를 동시에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물과 세제가 옷에 붙어 있는 다양한 이물질들을 녹이기 때 문입니다. 물은 설탕처럼 끈적끈적한 당분이나 피, 흙과 같 은 이물질을 녹여냅니다. 하지만 볼펜 잉크처럼 기름이 섞 인 성분은 녹여내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세제가 필요한 것 입니다. 세제 알갱이는 물을 좋아하는 친수기와 기름을 좋아하는 친 유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기름 성분이 묻은 세탁물 에 세제를 넣어주면 기름을 좋아하는 친유기가 기름 분자에 닿아 기름때를 녹여냅니다. 그 후 세탁물을 물로 헹구면 물 을 좋아하는 친수기가 섞이며 옷에 묻은 때와 물이 함께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이처럼 물과 기름을 연결해 서로 섞이게 하는 물질을 계면활성제라고 합니다.
물이 없어도 빨래할 수 있는 세탁, 드라이클리닝 여기까지 살펴보면 물과 세제는 세탁할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처럼 보이는데 물과 세제 없이 어떻게 세탁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그 답은 세탁소에 있습니다. 세탁소에 가면 ‘드라이클리닝’ 이라 적힌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이 드라이클리닝이 바로 물 없이 빨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랍니다. 드라이클리닝은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염색공장 사장 인 장 바티스트 졸리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실수로 식탁보에 등유를 흘렸고, 그 다음날 식탁 보의 등유가 흘렀던 부분이 깨끗해져 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섬세한 섬유로 만들어진 식탁보가 일체의 수축이나 손상 없이 깨끗하게 세척되 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실크처럼 섬세한 섬유는 물에 닿으면 크기가 줄어들거나 변색되기 쉽습니다. 장 바 티스트 졸리는 이 우연한 발견을 계기로 등유와 휘발 유를 사용해 고급 섬유를 손상 없이 세척할 수 있는 ‘드 라이클리닝’ 세탁법을 개발해냈고 이 방법은 오늘날에 드라이클리닝 기계
도 쓰이고 있습니다.
드라이클리닝이 어떤 원리인지 대충 눈치 채셨죠? 드라이클리닝은 물 대신 기름 성분 을 가진 용제(물질을 녹이는 데 쓰는 액체) 와 특수 세제를 사용해 이물질을 제거합니 다. 이 용제는 물과 달리 기름 성분만 녹일 수 있기 때문에 물에 녹는 물질은 녹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용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드라이소프’라는 특수 세제입니 다. 이 세제는 물에만 녹는 물질과 용제가
1인 노래방 (사진: 매드보이스)
섞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때문에 기름때 와 물에 녹는 때를 모두 씻어낼 수 있는 것 입니다.
세제가 필요 없는 이온 세탁기 가끔 빨래를 널다 보면 종종 녹지 않고 덩어리 져 있는 세제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옷을 만져보면 미끌미끌한 세제의 감촉이 남아 있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한 번 더 빨자니 물과 시간이 아깝고 그대 로 말려 입자니 피부에 해로울 것 같아 꺼림칙합니다. 이런 고민은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세탁기로 날려 보낼 수 있습니다.
삼성 버블 드럼세탁기가 '2011 그린 애플 환경 어워드' 수상 (사진: 삼성)
LG 드럼세탁기 탄소 마크 (사진: LG)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세탁기는 지난 2001년 우리나라 대우전자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이 세탁 기 안에는 특수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일반 수돗물이 들어오면 물을 전기 분해합니다. 물에 전기가 흐르면 소다회(Naco3)라는 촉매제를 넣는데요, 그러면 물이 수소와 이온으로 분리됩니다. 그 후 가 벼운 수소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물에는 알칼리성인 이온만 남게 되는데, 이렇게 발생한 이온은 오염물질을 분해하거나 살균하는 능력이 있어 세제 없이도 깨끗하게 세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합 니다. 이 같은 무(無)세제 세탁기는 수질오염과 세제로 인한 피부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세탁기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아직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세탁기가 깨끗하고 편리한 세탁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되었다면 최근 나오고 있는 세탁기는 물 절약과 환경보호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버블 드럼 세탁기’는 세 탁조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크게 절감해 ‘2011년 그린 애플 환경 어워드’에서 친환경성 혁신 제품 으로 인정받았습니다. LG전자에서 출시한 ‘LG 드럼 세탁기’는 저진동 모터를 장착, 세탁기 작동 중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존 제품 대비 17% 가량 절감해 유럽 친환경 전문 인증기관으로부터 저 탄소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친환경 세탁기가 더욱 많이 보급되고 많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개울가에서 빨래 방망이와 약간의 세제만으로 옷을 세척했습니다. 세제도 대부 분 녹두가루, 팥가루, 콩가루, 오줌, 잿물 등 자연소재였기 때문에 강물이 오염될 확률도 적었다고 합니다. 환경보호를 위해 친환경 세탁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하고, 합성세제 대신 천연세제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거품 낀 탁한 강물을 맑게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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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호 > 通하는 테마
21세기 불로장생? 냉동인간의 비밀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에는 ‘판도라’라는 이름의 행성이 등장합니다. 지구로부터 4.4광년 떨어 진 곳에 위치한 이 별에는 푸른색 피부의 나비족이라 는 외계 종족과 기묘한 모습의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 다. 지구인들이 이 행성에 가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우 주를 항해해야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그 시간을 6년 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인들이 6년이라 는 시간을 고스란히 우주선 안에서 보낸다면 폐소공 포증이나 식량 문제 등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한 가지 방안을 마련해 이 런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합니다. 바로 ‘인체냉동보존 (Cryonics)’기술입니다. 주인공 제이크를 포함한 지 구인들은 이 장치를 이용해 6년 간 냉동상태로 있다 가 판도라 행성에 도착할 때 깨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냉동보존 기술이 영화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허구가 아니라 약 50년 전부터 연구되어 온 실제 기술이라면 여러분은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21세기 불로장생 비결인 냉동보존 기술과 그 비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초의 냉동인간,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퍼드 1967년 미국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퍼 드는 간암 판정으로 죽음을 맞게 되자 스스로 냉동인간이 되길 희망했습니 다. 의학기술이 발달한 미래에 눈을 뜨 면 자신이 치료를 받아 살 수 있을지 모 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미 키 마우스 창시자로 유명한 월트 디즈 니와 유명 야구선수 테드 윌리엄스 등 400여 명의 사람들이 베드퍼드처럼 냉 동인간 상태가 되어 죽음의 시계를 멈 췄다고 합니다. 인체냉동보존기술이란 사람의 신체를 영하 196℃의 액체질소에 넣어 냉동 보존하는 것을 뜻합니다. 방법은 먼저 신체를 얼음통에 넣고 심폐소생기로 호 흡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해 뇌가 손상되지 않도록 합니다. 그런 다음 체내의 혈액을 전부 제거한 뒤 심 장이 멈추지 않도록 부동액 역할을 하는 액체질소(동 결보호제)를 혈관에 주입하고, 시신을 영하 196℃의 금속용기 안에 넣으면 냉동인간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냉동인간을 성공적으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극저온에서 급속으로 냉동을 할 수 있는 조 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 이 바로 동결보호제로 쓰이는 액체질소입니다. 액체 질소는 비등점이 -196도로 매우 낮아 급속도로 동 결되기 때문에 세포막 파열을 방지하고 분자운동을 순식간에 멈추게 한다고 합니다. 1986년 독일의 연구팀은 냉동 보존한 난자를 해동해 수정란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2004년 벨기에 연 구팀도 원숭이의 난소 조직을 해동해 새끼를 탄생시 켰습니다. 지난 2011년 인터넷에서는 액체질소를 이 용해 냉동된 금붕어가 되살아나는 동영상이 공개되 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월트 디즈니 (사진: 위키피디아)
냉동인간, 과연 가능할까? 여기까지 살펴봤을 때 냉동인간의 기술 실현은 우리 코앞까지 다가온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처럼 큰 개체를 냉동한 뒤 해동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인체의 70%는 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얼렸다 녹이는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생기면 세포의 부피가 10% 가량 늘어 나 상당수의 세포가 파괴된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인체 내의 수분을 효과적으로 얼릴 수 있도록 다양한 고효율 동결보조제를 개 발했지만 이를 해동할 수 있는 실마리는 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과학자들에 의해 냉동인간 기술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그래핀 (사진: 위키피디아)
지난 2012년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Graphene)을 이용해 액체 내 에서 결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원자 단위로 관찰,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 핀이란 탄소 원자가 육각 벌집구조로 결합된 투명한 막으로 두께가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할 만큼 얇고 액체를 고정시킬 수 있을 만큼 강도 또한 뛰어나다고 합니다. 액체를 원자단위로 관찰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관찰대상을 1,000배가량 확대 해 식별할 수 있는 투과전자현미경이 있지만 이것을 사용해도 액체를 원자단위로 관찰하는 것은 불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0.34나노미터 두께의 그래핀 사이에 액체를 가두고 이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액체 결정을 원자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액체 안에서 백금 결정이 형성되 는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핀 기법을 활용하면 혈액 속의 바이러스나 촉매 반응 등 액체 속에 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기술이 더욱 발 전하면 냉동인간 해동 시 세포가 파괴되는 원인을 규명해 냉동인간의 부활을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이정용 교수
냉동인간, 과학의 축복일까, 저주일까? 하지만 냉동인간 부활이 인류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조 금 더 고민해봐야 합니다. 냉동 장치에 의해 냉동인간이 깨어난 다 하더라도 이는 불로장생과는 확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죽음 을 피하기 위해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깨어난 인간은 오랜 시간 사회와 단절되고, 함께 하던 가족과 친구들이 없어 잘 적응하기 힘들 것입니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결국 현재 자신이 지닌 소 중한 가치들을 지키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현재가 먼 과거가 되어 먼지처럼 사라졌을 때, 잠에서 깨어 난 냉동인간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요?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냉동보존기술에 의지하지 않고도 우리는 영생을 산 듯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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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호 > 문화홀릭
생활 속에 숨겨진 곡선의 미학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일몰을 구경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는 둥근 양어깨에 노을을 지고 검은 실루엣을 이루며 서 있었습니다. 붉은 태양이 굽이진 산의 능선을 따라 하늘을 온통 빨간 꽃빛으로 물들 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몰의 아름다움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산자락을 빽빽하게 채운 직각의 아파트 들이 황혼의 손길을 가로막아 타다 남은 재처럼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 니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 풍경은 아파트처럼 딱딱한 직선 형태의 구조물들이 장악해버린 것 같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주택들은 직선 형태의 복합주택으로 변했고, 구불구불한 길들도 직선으로 바뀌었습 니다. 최대한 빠르고 편리하게 살아가려는 욕심이 둥근 자연을 직선으로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이 만들었고, 곡선은 신이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자 연이 만든 곡선은 현란한 장식이 없어도 그 자체로 단아한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생활 속에 숨겨져 있는 곡선의 미학! 그 아름다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한국 전통의 미, 곡선 우리나라는 예부터 곡선의 아름다움과 장점을 생활 곳곳에 적용해왔습니다. 초가집의 지붕은 둥근 하향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초가지붕은 볏짚을 새끼줄로 엮어 처마부터 용마루 방향으로 이 어 만드는데, 이때 볏짚의 두께 차이로 지붕이 완만한 타원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 타원형의 초가지 붕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겨운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기와집에서도 아름다운 곡선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와지붕 은 집 전체 입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무겁다는 느낌 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날렵한 처마의 곡선 덕분입니다. 기와 지붕의 곡선은 땅으로 내려오다가 처마 끝에서 하늘로 날아오 르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기와집이 균형감 있 게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한복은 곡선미를 최대한 살려 만든 친 자연적 의상입니다. 한복의 풍성한 곡선은 신체 결점을 보완 해주고 옷 입은 사람의 자태를 단아하게 살려줍니다. 치맛자 락이 바람에 물결치듯 나부낄 때면 그 아름다움은 극에 달합 니다. 지난 2006년에 열린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에서 우리 한복이 최우수 전통의상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한복의 아름다 움을 외국인들도 공감한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2. 곡선이 주는 안전함, 완전도로 곡선의 아름다움은 도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충북 청 주시는 올해 9월까지 흥덕구 분평동 인근의 몇몇 구간에 완전 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완전도로란 보행자의 편리성을 최대한 강조해 사람과 자동차, 자전거가 조화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든 곡선형도로를 말합니다. 직선도로는 커브가 없기 때문에 과속하기 쉽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 도 큽니다. 그러나 S자형으로 만들어진 완전도로는 차량의 속 도를 자연스럽게 줄여줍니다. 커브길도 최대한 90도에 가깝 게 만들어 저속 운전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곡선형 도로의 장 점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로 가 곡선형이면 굽은 각도만큼 주변에 공간이 남게 되는데, 이를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갖춘 녹지공 간이나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들은 안전운전을 할 수 있고, 보행자들은 자동차에 뺏 긴 길과 자연을 되찾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자연을 되살리는 곡선 현재 미국,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직선으로 정비 했던 하천을 곡선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잦은 태풍과 홍수에 시달리는 일본은 하천을 통제하고 관리하 는 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에코 리버(Ecoriver)’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이것은 직선으로 된 강을 곡선 으로 되돌리고, 콘크리트 제방 대신 나무 제방이나 갈대숲을 조성해 하천의 생태계를 보존하는 친환경적인 하천 복원 사업 입니다. 요코하마시에 흐르는 이타치강은 훼손된 자연이 어떻게 되살 아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일본의 산업화가 급속 히 진행되자 1970년대 이전부터 이타치강은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강에는 검은 기름과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진동했고 강물은 하수구 물처럼 심하게 오염되어 물고기가 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되었 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에코 리버 사업이 진행되자 이타치강은 예전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습 니다.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직선으로 만들었던 하천은 제방을 걷어내 곡선으로 바꾸었고, 평평한 강바닥에는 흙과 돌을 깔았습니다. 강 주변에는 수풀을 심고, 흙과 나무로 만든 제방을 다시 쌓고 수질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 20년 뒤 이타치강은 물고기가 헤엄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생태 하 천으로 되살아났습니다.
곡선 같은 삶을 살아가기를 지난 200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카>에는 직선 도로가 들어서며 사람들에게 외면 받게 된 66 번 국도가 등장합니다. 이 도로는 구불구불한 곡선이기 때문에 속력을 높일 수 없고 목적지까지 가 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66번 국도 대신 직선으로 된 고속도로를 선택한 자동차들은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래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의 매력도 모른 채 오직 빠른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만 급급해 합니다. 이 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와도 무척 비슷합니다. 학교 시험, 취업, 사회생활, 결혼, 내 집 마련 등 다 양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은 직선 도로를 질주하듯 앞만 보고 달립니다. 그러다 보니 성격은 조급해지고 마음은 피폐해집니다. 그렇게 쉴 틈 없이 달려 목적을 이루고 났을 때, 이들에게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곡선의 미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곡선의 미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계획이 곧은 직선형이라면 그것을 한 번 둥근 곡선형으로 바 꿔보세요.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주변에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가끔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차근차근 걸어가 보세요. 그렇게 도착한 여러분의 목적지는 그 무엇보다 값지고 아름답 게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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