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_산업통상자원부 경제다반사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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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월 CONTENTS

바다 속 금광, ‘심해광산’을 아시나요? 고고한 민족혼이 담긴 전통칠공예의 맥을 잇다 칠기 명장, 임충휴 산업기술 R&D 우수사례 01.미래형 디스플레이 세계는 지금 어너지 재활용 열풍 “빚 많은 나라의 99% 국민은 굶어야 할까?”


2013년 5월호 > 通하는 테마

바다 속 금광, ‘심해광산’을 아시나요? 설화에 따르면 동해 바다 속 깊은 곳에는 바다 를 다스리는 용왕이 사는 궁전이 있다고 합니 다. 이 궁전의 벽과 기둥은 번쩍이는 황금으로 되어있고, 정원에는 진주가 열린 분홍빛 산호 나무가 만개해 용궁을 휘황찬란하고 아름답게 꾸며준다고 합니다. 동화 속 용궁은 이야기에서나 존재하는 환상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바다 속 깊은 곳에는 보석 처럼 빛나고 가치 있는 광물들이 지천으로 널 려 있습니다. 현대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부터 금, 은, 구리, 망간, 코발트에 이르 기까지 무한히 많이 매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상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해야 간신 히 구할 수 있는 희귀 자원들의 보고! 바다 속 심해광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심해 광산이란 금, 은 동 등의 광물자원이 바다 깊숙한 곳에 형성돼 있는 것을 말합니다. 심해광산은 크게 망간 단괴와 망간각, 열수광상으로 분류 되는데요, 망간 단괴는 바다 속 퇴적물의 금속성분이 뭉친 덩어리로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망간각은 바닷물에 녹아 있는 금속 성분이 쌓여 생성된 뿔 모양의 퇴적층을 의미합니다. 해저열수광상은 해 저의 화산 활동 과정에서 만들어진 광상으로 심해 광산 중 경제성이 가장 높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처(NOAA)에 따르면 심해저에서 채굴할 수 있는 금의 가치는 약 150조 달러(한화 약 16경3,000조 원)를 웃돈다고 합니다. 지난 2월 캐나다의 한 광산업체는 태평양 남서부 파푸아뉴기니 인근 해역에서 심해 자원을 채굴할 것이라 밝혔는데, 만약 이 업체가 심해 자원 채굴에 성공한다면 한 해 130만 톤 의 광석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심해 광물은 <종의 기원>으로 유 명한 19세기 영국의 박물학자 찰 스 다윈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지질학 연구를 위해 비글호를 타 고 북웨일스로 향하던 그는 심해 바닷물을 분석하는 실험에서 물속 에 녹아 있는 광물질을 채취해 바 다 속에 광석이 있다는 사실을 알 아냈습니다. 이후 학자들은 연구 를 통해 해저에 있는 암석에서 아 시추선 작업(출처:하이드로)

연, 니켈 등의 광물을 추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

러나 수심 1,000~6,000m에 있는 자원을 캐내려면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특수장비가 필요합 니다. 심해에서 캐낸 광석을 시추선으로 보내기 위한 고압 파이프도 있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당 시에는 이러한 장비가 부족했고, 투자 대비 채굴 가능한 귀금속의 양도 많지 않아 심해광산 사업은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 해양지질학과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과 센서 등 해양 원유 시추에 이용되


는 장비가 심해 광물 탐사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자 심해광산도 다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1993년 캐나다는 파푸아뉴기니에서 로봇을 사용해 심해 광물을 채굴한 후 바지선을 이용해 항구로 운반하 는 데 성공했습니다. 심해광산에 대한 관심은 1979년 열수광상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열수광상이 란 수심 300~3,700m 지역에서 마그마로 가열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과정에서 열수에 포함된 금 속이온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 다량의 금속을 함유한 광물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뜻합니다. 열수광 상 광석의 광물 함유량은 지상의 광석보다 20배 이상 높기 때문에 광산업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끌 었습니다. 지난 2005년 캐나다의 노틸러스 미네럴스사는 열수광상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 에 자극받은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도 열수광상 탐사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2000년대 들어서 귀금속 가격이 폭등하자 심해광산을 개 발하려는 사업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때 침몰 한 타이타닉호의 유물 수거와 침몰 잠수함을 찾아주는 일 로 돈을 벌던 바다 사냥꾼 톰 데트와일러도 최근 심해광산 으로 사업 방향을 틀어 현재 금, 은, 코발트 등의 금속을 찾 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심해저 자원 개발 탐사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 이라고 합니다. 지난 2010년부터 탐사에 나선 중국은 지난 해 유인 과학 탐사정으로 필리핀 인근 마리아나 해구에서 해저 7,015m 지점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나 라 역시 현재 심해광물 자원 탐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 니다. 1989년 하와이대학에서 해양 조사선을 빌려 심해광 물 자원 탐사를 처음 시작한 우리나라는 태평양에서 망간 단괴 광구를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통가, 2011년 피지, 2012년 인도양에서 각각 광물자원 탐사권을 확보했 습니다. 특히 2012년 확보한 인도양 심해광구는 제주도 면 적의 5.4배에 달해 광물이 본격 채집될 경우 적지 않은 양 의 금속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심해바다 구조(출처: 위키피디아)


심해에 잠들어 있는 막대한 양의 금속을 얻게 되면 새로운 자원을 확보한 산업기술과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습니다. 자원 채취와 이용에 따른 환경 파 괴도 따를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태평양에 확보해놓은 망간 단괴의 경우 총 2만㎢에 걸쳐 채굴이 이뤄지게 된다고 합니다. 채굴이 시작되면 바닥이 파헤쳐지고 바닷물도 혼탁해질 것입니다. 열수광 상의 개발도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큽니다. 열수광상에는 수백 종류의 바다 생물이 살고 있기 때 문입니다.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 가운데 하나로 바다가 인간의 손때 가 묻지 않은 자연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 보고 싶습니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를 속속들이 알아내기엔 우리 인간의 기술은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는 신비로운 매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원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지상처럼 바다 마저 마구 파헤쳐진다면 그때의 바다가 지금처럼 맑은 파란빛을 뿜어낼 수 있을까요? 자원을 얻고 자연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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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호 > ZOOM 人

고고한 민족혼이 담긴 전통칠공예의 맥을 잇다 칠기 명장, 임충휴


한민족의 역사 속에 녹아 있는 칠기문화 나전칠기로 불리는 칠공예는 패각을 이용한 전통 장식기법의 하나로 아시아 각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우리나라의 나전칠기는 전통적인 옻칠기법에 중국 당나라의 나전기법이 더 해져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 꽃핀 우리 고 유의 나전칠기는 고급 공예품으로 각종 고문헌에서도 언급되어 그 가치가 남달랐음을 짐작하게 합 니다. 은은한 옻칠을 바탕으로 무지갯빛 영롱한 전복껍데기를 재료로 쓴 것과 금속선을 당초무늬의 덩굴줄기나 무늬의 경계선 등으로 다양하게 응용한 것은 우리나라 나전칠기만이 갖는 특징입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나전칠기는 일찍이 상감청자와 함께 고려시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수출품으로 각광받기도 했습니다.

바다풍경 자개병풍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나전칠기는 권세 있는 양반계층이 향유하던 소수 고급문화에서 돈 있는 평민 들도 향유하는 대중문화로 바뀌는 과도기를 거치게 됩니다. 이때 청화백자에 등장하는 매화와 대나 무, 꽃과 새 등의 무늬가 나타나며 나전칠기는 새롭게 발전합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왜 색을 띄게 되고 독자적인 예술성을 상실하며 급격히 쇠퇴하고 맙니다. 또한 산업화 과정에서 옻이 아닌 캐슈(cashew)라는 대용 칠 재료가 등장하면서 나전칠기의 인기는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수십년간 쇠락의 길을 걷던 나전칠기가 다시금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최근 들어서의 일입니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국민의 민족의식이 깨어나면서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죠. 특히 글로벌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나전칠기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 품 목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명장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오묘한 빛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우리나라 나전칠기가 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전통을 목숨처럼 여기는 장인들이 있었기 때문입 니다. 그러나 기술자를 천시하고 서양 문물을 선호하는 풍조 에 밀려 많은 장인들이 작업장을 떠났고, 요즘에는 몇 안 되는 장인들만이 근근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인 임충휴 선생은 험한 시대를 거치며 지난 50년 간 칠기 제작의 외길을 걸어 온 명장입니다. 최근 인천에서 문을 연 글로벌숙련기술센터의 개관 기념 전시회를 하고 있는 임 명장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해 후진을 양성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칠기문화에 대해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특별한 애정이 느껴 집니다. “칠기는 한민족 역사와 함께 한 전통공예에요. 특히 옻칠의 유익함을 일찍 깨닫고 생활에 접목한 선조들의 지혜가 깃들어 있죠. 요즘에는 옻칠의 효능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잖 아요? 수백 년 전에 침몰한 배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임충휴 명장

는 것도 다 옻칠 덕분이거든요. 최근엔 웰빙이 트렌드가 되면 서 천연 재료인 옻칠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전복껍데기 등의 자개를 활용한 칠 공예품에서부터 분홍색, 초록색 빛깔이 영롱한 현대적 무늬의 디자인까지 전통칠공예 기법은 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제 작 과정과 재료만은 아직도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습니 다. 공예품에 분홍, 초록의 다양한 색을 입히는 것도 돌을 부

나비모양의 자개

수어 나온 광물의 자연색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하나의 작품 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서른 가지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평균 7회 정도 칠과 건조, 연마 과정을 반복 하는 것 또한 옛날과 다르지 않은 부분입니다. “건조 과정을 열(熱)이 아닌 습(濕)으로 하는 것도 우리 칠기의 특징입니다. 23도 정도의 온도를 유 지하면서 높은 습도가 유지되는 건조실에서 2~3시간 살짝 건조한 뒤에 다시 연마와 칠을 반복하는 식이죠. 재료를 구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옻은 질이 좋기로 유명한 강원도 원주 것을 써요. 전복은 그나마 양식에 성공하면서 껍데기를 구하기가 쉬워졌지만 옻과 나무는 그렇지 못하거


든요. 나전칠기에 가장 좋은 목재는 한옥에 사용하는 적송, 또는 고재(古材)라 부르는 전통건축물이 나 고가구에서 나오는 나무거든요. 이를테면 전통 한옥을 헐 때 나오는 대들보나 서까래 같은 거죠. 그런 목재를 구하기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네요.”

섬 소년이 타향에서 키운 명장의 꿈 임 명장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전라남도 완도의 한 섬마을 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던 그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고 합 니다. 홀로 시작한 타향살이는 고달픔의 연속이었습니다. 신문팔이와 식당 배달부 등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앞날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그가 전통칠공예 기술을 배우 면서부터였습니다.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통영 나전칠기 공방에서 일을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두 말없이 통영으로 갔습니다. 먹여주고 재워주며 기술을 가르쳐 준다니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었죠. 그 렇게 통영에서 한 3년을 허드렛일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어린 나이에 고생을 가리지 않고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 내는 그를 눈여겨 본 스승은 3년이 지나자 조금씩 기술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습니다. 임 명장이 그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배우기까지는 15년 이 걸렸다고 합니다. 모질고 기나긴 세월이었지만, 그는 나전칠기의 매력에 빠진 덕분에 그 긴 시간 을 버틸 수 있었다고 하네요. “갈등이 많았죠. 한 번은 정말로 포기하려고 고향으로 내려갔던 적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얼마 지나 지 않아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어린 시절 바닷가에 굴러다니던 전복과 조개껍데기가 나무와 옻 칠을 만나 멋진 예술작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이 정말 감동이었거든요.”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통영 나전칠기 공방에서 일을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두말없이 통영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통영에서 한 3년을 허드렛일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글로벌 산업을 꿈꾸는 전통칠공예 임충휴 선생이 국가로부터 명장의 칭호를 얻게 된 것은 지난 2004년의 일입니다. 무수한 시련을 극복한 끝에 얻은 명예라 고 할 수 있습니다.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지난 세월을 돌 이켜 보는 사이 명장의 눈시울이 어느덧 촉촉해집니다. “지금이야 명장이라고 인정해주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 리나라 칠공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페인트 칠 수준 정도 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전칠기 장 인으로 살아가며 제 공방을 열고 가정을 이루며 나름대로 보 람을 거뒀어요. 하지만 지난 IMF 경제위기 때는 정말 고생이 많았죠. 그때 함께 했던 동료 장인 상당수가 손을 놨어요. 저 역시도 갈등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포기하 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 제 자부심이죠.” 임 명장은 ‘절대 반칙하지 말자’는 좌우명을 철칙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수많은 작업 과정에서 간혹 색이 잘못 입혀지 거나, 나무가 뒤틀릴 경우는 가차 없이 폐기처분 했습니다. 그렇게 철저한 고집으로 세상에 내 놓은 작품은 고스란히 그

옻칠을 하는 임충휴 명장

의 명예로 되돌아왔습니다. 최근 그는 옻칠공예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해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옻칠공예가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작품으로 승화되어 후대에까지 아름다움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작품을 정성스레 어루만지는 장인의 거친 손마디에서 그의 굳은 의지가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전통 옻칠공예는 세계 최 고의 문화유산입니다. 전통을 이어가 는 제게는 그것이 가장 큰 자부심이에 요. 전통 옻칠공예의 은은한 빛깔과 변 치 않는 내구성은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를 닮았어요. 미래를 책임질 젊은 전통자개칠기 탁자

세대들이 그 의미를 헤아렸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임 명장이 전하는 나전칠기 제작 과정 1. 백골 다듬기 목재로 작품의 틀(백골)을 짜고 표면을 사포 등으로 정교하게 문질러 고르게 한다.

2. 바탕 생칠하기 생칠을 백골 전면에 충분히 발라 건조장에 넣어 말린다. 백골 전체가 견고해진다.

자개 화병

3. 삼베 바르기 생칠과 찹쌀풀을 잘 섞어 백골 바탕에 참종이, 삼베, 모시, 무명 또는 광목을 아교로 바른다.

4. 골회 바르기 토분과 생칠 등을 배합해 만든 골회로 베를 바른 위에 한 번 더 발라 말린 뒤 다시 한 번 더 발라 말린다. 이후 온도 23~25도, 습도 75%의 밀폐된 건조장에서 하루 동안 건조한다.

5. 골회 바른 후 손질 첫 번째 골회를 발라 연마한 후 잘못된 부분을 중심으로 묽고 얇게 발라 다시 하루를 더 건조한다.

6. 초·중칠 반복 건조한 작품을 연마해 초칠과 중칠을 반복한다.

7. 자개 붙이기 건조 후 연마한 바탕에 아교 칠을 하고 자개를 붙인다. 이때부터 끊음질 또는 줄음질이란 나전기법을 이용해 자개 문양을 만들어 붙인다.

8. 풀빼기 나전작업이 끝나면 필요 없는 아교풀을 뜨거운 물로 씻어낸다.

9. 자개 손보기 풀을 씻어 낸 후 자개가 떨어진 곳이 있으면 다시 보완하고 자개가 튼튼히 접착되도록 중칠과 건조, 연마를 반복한다.

10. 상칠하기 마지막 칠을 하는 것으로 이때 오물이나 티가 없도록 옻칠을 잘 걸러내 칠해야 한다.

11. 자개 긁기 건조 후 자개 위에 묻어 있는 칠을 칠칼로 깨끗이 긁어낸다.

12.연마 자개 긁기가 끝나면 아주 부드러운 숯이나 사포로 표면을 연마한다.

13. 광내기 연마 후 콩기름과 토분을 배합해서 오랫동안 문질러 광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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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호 > 산업기술 우수 시리즈

지난 5년간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기술R&D의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기술을 육성해왔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견인하는 산업기술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의 정부 R&D 투자의 성과를 점검함과 동시에 산업기술 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기술R&D 우 수사례 17선’을 엄선해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복잡한 지하철에 가까스로 탑승한 R씨는 소매를 살짝 걷어 손목에 찬 스마트폰을 펼친다. 인터넷 으로 경제신문을 검색하기 위해서이다. 간혹 종이로 된 신문을 보는 사람이 있지만 이제 드문 광경 이다. 옆에 서 있던 회사원은 태블릿 PC로 사이버 강좌를 듣고 있다. 목적지에 다 왔는지 태블릿 PC를 돌돌 말아 백팩 옆 주머니에 꽂고 서둘러 내릴 준비를 한다.”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보편화되고 난 뒤에 일어 날 미래의 우리 풍경을 들여다본 모습입니다.

미래형 투명 디스플레이가 등장했던 SF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

스마트폰 사용자 3,000만을 넘는 시대를 맞아 관련 산업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에서도 2012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도 단연 화제가 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입니다. 상용화가 이뤄져 널리 보급되기까지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 미래형 첨단 디스플레이는 7~8년 전부터 땀흘려 노력해 온 일꾼들이 있었기에 머지않아 빛을 보 게 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산화인듐주석 대신에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을 이용한 투 명전극 필름을 개발하여 국산화에 성공한 덕분에 대폭적인 원가 절감은 물론 구부러지는 디스플레 이도 곧 등장할 전망입니다. 무엇보다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이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이 를 중소기업에 기술 이전하여 사업화할 수 있도록 협력했다는 점에서 연구기관과 기업의 연계사업 이라는 바람직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혹시나 깨질까 두려워 전자제품을 케이스에 고이 담 아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 득하게 느껴지는 앞서의 사례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 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누구나 딱딱하고 네모 반듯한 모양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곧 종이처럼 유연한 스마트폰이 생활풍경을 바꾸게 될 테니 말이죠. 그것 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기술로 말입니다.

2008년 이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약진은 관련 기술의 끊임없는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정전 용량 방식의 터치스크린, 3G 통신망을 통한 음성 통화의 대중화가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는데, 2011년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화제였고 최근에는 홍채 인식과 자동 통화 연결 기능 등이 속속 나오 고 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IT기기의 발전과 기술 혁신으로 향후 3~5년간은 단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flexible display)가 이슈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혹은 광고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그 랗게 말거나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나 화면 속의 나비가 거실 유리창 속에서 날아다니는 장면도 곧 현실에서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기판 혹은 금속 등의 구부릴 수 있는 기판을 이용해 액정표시장치 (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자종이 등의 디스플레이 모드를 형성해 접거나 구부리고 말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디스플레이를 말합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우며 깨지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그래서 IT 제품뿐만 아니라 의류나 소품 등 에 응용이 가능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탄소 원자가 6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관 모양을 이루고 있는 탄소나노튜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유리 형태의 단단한 기판을 유연한 소재로 전환하 면서도 동등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디스플레이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고온과 저 온을 반복하는 공정이 많기 때문에 플라스틱보다 내열성이 좋은 소재를 찾아야 합니다. 탄소나노튜브(CNT:Carbon Nanotube)와 그래핀(Graphene)은 전기 전도도와 열전도율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투명하고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터치스 크린용 투명 전극, 초고속 전자소자, 고효율 태양전지, 초고용량 축전지, 생체 센서 등에서 이상적 인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실험 장면

현재 이러한 신소재를 이용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은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을 터치 패널의 투명 전극 재료로 사용하는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이로써 관련업계는 기존의 재료인 산화인듐주석(Indium Tin Oxide)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소재인 산화인듐주석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 소재의 원재료인 인듐은 수요에 비해 매장량이 부족한 희귀금속일 뿐만 아니라 최대 산출국인 중국이 공급을 제한하고 있어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깨지기 쉽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어 향후 출현하게 될 플렉서블 전자소자용으로의 활용도도 떨어졌죠. 이러한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체 물질로 탄소나 노튜브와 그래핀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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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호 > 通하는 테마

지구는 현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이상 기온 현상’을 겪으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구가 이 러한 현상을 겪는 이유는 인류가 석탄,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각종 폐기물, 음식물 쓰레기, 가축의 분뇨 등에서 메탄 등의 화학 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는 에너지를 아껴 쓰고 쓰 레기를 줄이는 등 ‘환경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각국은 환경보존은 물론 비 용 절감까지 할 수 있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 재생에너지 개발과 폐기물 재활용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다양한 에너지 활용 사례 를 알아보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노동 생산성을 자랑하는 덴마크는 돼지고기 수출에서도 1위 국가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는 법, 덴마크 사람들에게 돼지고기 수출은 자랑거리이자 고민거리 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인구 550만 명의 5배가 넘는 수천만 마리의 돼지로 인해 어마어마한 분뇨 가 배출되고, 그 분뇨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와 오물이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는 끊임없는 연구를 해 분뇨에서 바이오 가스를 채취하 고, 이를 저탄소 가스로 사용하는 신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 가스는 발전소 로 보내져 지역난방과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은 찌꺼기는 퇴비 등의 원료로 사 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덴마크는 환경 보존과 연간 315억 원의 에너지 생산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 제로’ 도시로 유명한 스웨덴의 함마르비 시는 생활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를 가정 난방용과 도심 지하철 및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 곳곳의 주 유소에서는 이런 생활폐수와 유기물을 처리해 만든 바이오 가스를 차량에 넣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청정 에너지원인 풍력을 이용해 연간 전력 소비량 의 2.37%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국가는 또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한 ‘국책 프로젝트’를 전개 해 공공부문의 조명을 에너지 절감형 LED로 대체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일본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금속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도시 광산 프로젝트 를 벌이고 있고, 천연가스, 원유 등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터키는 이스탄불을 포함한 30개 도시의 식당, 학교, 호텔, 가정 등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덕에 터키는 7억 5,000만 달러 상당의 석유 수입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리적, 기후적 특성상 도시 열섬 현상이 심각한 나라 홍콩 은 ‘녹색지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열대성 기 후로 일 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고, 자동차에서 내뿜 는 배기가스의 열기까지 더해져 도심의 온도가 갈수록 높아 만 가자 홍콩시 당국은 건물 지붕에 풀이나 나무를 심어 실 내 온도를 낮추도록 했습니다. 도시 중심부의 온도를 최대 6℃까지 내린다는 이 계획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어 도심 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와 함께 도시 미관 및 환경 정화, 도시 주민의 정서 순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캐나다 몬트리올 시는 북미 최초로 공용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태양 에너지로 작동되는 요금 정산기, 무선통신기를 장착한 자전거, 친환경 제품으로 만든 거치대로 구 성된 이 시스템은 많은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여기에 빠질 수 없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국내 최초로 하수 찌꺼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 용한 ‘열병합발전 시설’을 만들어 전력과 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방식은 이렇습 니다. 먼저 하수 찌꺼기를 매립하기 전 악취 제거를 위해 섭씨 35도 정도의 환경에서 30일가량 발 효 시킵니다. 그러면 여기서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이것으로 발전기를 돌려 열과 전기를 생산 합니다. 난지물재생센터에 설치된 이 시설은 지난 3월부터 전기 생산과 공급이 시범적으로 이루 어졌으며, 3월 25일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이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매년 2만MWh의 전기와 2만 4,000Gcal의 열 생산이 가능해 총 8,000가구에 열과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비용으로 환산 한 서울시의 이익은 연간 1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이렇듯 폐기물을 재활용한 에너지 생산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폐기물을 땅에 묻고 바다에 버리면 비용은 물론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에 따른 폐해가 막대하기 때문 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곳은 점점 더 없어지고 있습니다.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 라는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결국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환경보호, 자원절 약의 필요성 때문에 세계 각국이 폐기물 에너지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한 해 국내에서 버 려지는 쓰레기는 현재 83.6%가 재활용되 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16.4% 는 여전히 땅에 묻거나 소각, 또는 바다에 방류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양투기금지협 약인 런던협약은 폐기물 해양 투기 규제를 더욱 엄격히 실시하며, 투기 금지구역을 점점 더 늘려나갈 것입니다. 그에 따라 생 활 쓰레기 폐기 비용도 갈수록 상승할 것 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해 얻는 에너지 가 전체 에너지 공급량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생각보다 크며 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 입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의 규모와 영역도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에너지 재활용 기술이 새롭게 개발되어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 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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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호 > 通하는 테마

“빚 많은 나라의 99% 국민은 굶어야 할까?”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의 저자 폴 크루그먼 교수와의 1문 1답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진짜 이유와 불황 탈출 방안 벌써 5년째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확산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 계 수많은 나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경기회복 움직임이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는 국가들조차 국내총생산(GDP)이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위기 이전에 는 상상하지도 못한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 근의 추세만 보면 2020년까지도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흘러나온다. 이에 2008 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5 년만의 내놓은 신작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End This Depression Now!)》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대체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 폴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지금은 참고 견딘다고 해결될 상 황이 아니다. 침체라고 다 같은 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는 지금의 경제가 대공황 때와 매우 유사한 ‘대침체’ 상황이 라고 평가한다. 대공황 당시 경기부진과 부분적인 경기회복 이 반복된 것을 고려할 때 현 상황도 이와 비교해 다르지 않 다는 진단이다. 비정상적인 흐름이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이 우리 모두에게 치명적이고 누적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고 지적한다. 때문에 완전한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이 무엇보 다도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지금처럼 ‘긴축’ 일변도의 정책만 고수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긴축재정을 펼쳐야 할 때 는 침체기가 아니라 호황기입니다. 자꾸 상황을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장기적으로 보 면 결국 우리 모두는 죽은 목숨이죠. 오늘이 없는데 어떻게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긴축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잃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자동차에 시동이 안 걸립니다. 배터리가 나간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남편은 배터리를 갈아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가만 히 있다가 이제야 배터리를 간다면, 그동안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 죠. 대신 남편은 가족들에게 걸어 다니거나 버스를 타라고 말합니다. 그것 때문에 가족들은 많은 불 편을 겪고 있어요. 여기서 무엇이 문제인가요? 남편이지요. 현재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의 침체는 단순한 ‘마그네토 문제(magneto trouble)’로 봐야 합니다. 마그네토란 예전에 자동차 엔 진을 점화할 때 쓰던 자석 발전기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배터리만 갈아 끼우면 해결될 기계적인 문 제인 거죠. 우리 사회의 경제 엔진은 망가지기는커녕 여전히 쌩쌩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실업’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자리란 것을 그저 경제적 활동에만 국한 시키면 안 됩니다. 실업은 개인의 인생은 물론 경제 전반에 총체적 난국을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재 앙이에요. 더욱이 고용은 단순히 생산 활동을 넘어 인간 행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실업 문제는 과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요. 비자발적인데다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 다.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 수가 계속 누적해서 증가하고 있지요. 실직으로 인해 입 는 상처는 매우 절망적인 것입니다. 취업을 간절히 원하는데도 몇 달 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돈이 바닥나서 그동안의 삶이 허물어질 때 어떤 변화가 생길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인간 존엄성 의 훼손이에요. 더욱이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도 못한 이들에게 젊음이란 ‘저주받은 세월’에 불과할 것입니다. 실업률이 증가한 이유를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하려는 의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하 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최근 맥도날드가 인력 채용을 진행했 을 때 5만 명 모집에 100만 명이 모여들었습니다. 일하려는 의지가 준 겁니까? 게다가 실업자 수 통


그리스 시위 현장

월스트리트 시위 현장

계를 낼 때 지금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과 파트타임은 쏙 빼놓고 있지요. 상황이 이 지경인데 어디서 장기적 처방을 운운합니까.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현 시점에서 긴축은 실업 문제를 심화시켜 경제성장 동력 자체를 망가뜨립니다. 재정 적자보다 일자리 가뭄이 더 큰 문제인 이유입 니다. 나아가 실업 문제는 민주주의 가치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세계 전반에서 이민 반대 운동, 민족주의 운동, 권위적 정권의 득세 같은 극단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헝가리 등에서는 전제주의 정권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고요. 시장의 논리에만 모든 것을 맡기면 안 됩니다. 정부가 나서서 이 부분을 잡아주면 빠른 시간 안에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모든 고통을 끝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부족합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양적 완화보다는 ‘온건한 긴 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모자랍니다. 더 써야 해요. 현재와 같은 대침체의 상 황에서는 재정 지출을 더욱 늘려야 합니다. 돈을 더 찍어 확실히 풀어야 하는 거지요. 위기 이후 미 국 경제는 겨우 2조 5,0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 ‘겨우’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간 15조 달러 가치를 생산해내는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만회하고 도 남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우리가 지출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입니다. 여 기서 ‘우리’란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 모두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주택 건설과 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크게 떨어졌지요. 그리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됐습니다. 매출이 줄어드는데 생산시설을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겠죠. 또한 세수가 감소하자 정부 지출마저 삭감됐습니다. 지출 감소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곧 고용이 하락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국민과 국가 의 지출이 곧 국민과 국가의 수입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반적인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마저 지출을 줄인다면 도대체 누가 제품을 산단 말입 니까? 경기침체 속에서 모두가 저축만 하고 소비를 줄이면 결국 소득도 줄고 경기는 더 졸아들게 됩 니다. 누군가는 더 많이 쓰고 빌려야 해요.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세계 경제는 기본적으로 ‘화폐’ 경제입니다. 화폐는 완벽한 ‘유동적’ 자산이죠. 그런데 여기에는 함


정이 있습니다. 화폐 경제의 특성이 금융 시스템을 통해 증폭돼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 지면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심각한 침체를 초래하게 됩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돈을 빌리는 데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유동성을 ‘확대’했는데도 여전히 수요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금리를 변경해 금융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회복시킬 수 없다는 의미죠. 지금의 침체는 이 유동성 함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사람들이 돈을 쥐고 있을 뿐 투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유동성 함정 상황에서는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져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투자와 소비를 하라는 것입니다. 2011년 여름 “지금 당장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해 정부가 우주방위에 막대한 지출을 하도록 유도하자”라는 농담을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긴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재정 적자 공포는 대부분 허상이거나 과장된 것들입니다. 미국의 경우 평균 물가상승률은 2.5%에 불과해 오히려 과거의 평온했던 시절보다도 낮습니다. 더욱이 일 본만 해도 1990년대 이후 부채 규모가 계속 늘고 있지만 치명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요. 반면 긴 축에 따른 실업은 지금 당장 다수의 삶에 치명적인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돈을 더 찍을 때는 물론 공포심이 엄습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침체는 너무나 심각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 야 합니다. 오히려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채무 부담이 줄어들면 경기회복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4%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면 적당할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 경 기침체는 생산인력의 능력이나 설비 부족이 이슈가 아닙니다. ‘수요’가 부족할 뿐이죠. 이 수요 부족 을 정부가 채우면 됩니다. 자금을 더 쏟아 채용 늘려서 일자리 가뭄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경기부양 책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경기회복을 하는 게 우선이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때문에 상황을 방 치하는 건 죄악과 다름없습니다. 현재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미래는 나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를 걱정하면서 크루그먼 교수는 “이 모든 고통은 애초부터 겪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 한다. “이미 이 침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지식과 방법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는 “최근에서야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케인스 경제학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2년 안에 이 위 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정치적 의지 부족이 회복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고 안 타까워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크루그먼 교수는 “이제 경제학자로부 터 정치적 관심이 높은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 이 그들을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소개 대표적인 케인스주의자이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 의 신작. 폴 크루그먼 교수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경제위기의 원 인을 밝히는 이야기는 그만 하자는 것이다. 침체로 인한 고통이 여전히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묻는 것은 공허하며 “원 인이 아니라 치료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서 그는 대공황 이 래 최대의 침체를 몰고 온 금융위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설적이면서 간결한 표 현으로 자신의 처방을 써내려가고 있다.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 같은 문 제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도 참조할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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