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송수진(28)
잘 들으면 보입니다 김윤호 목사 사 55:1~3 우리는 기본적으로 미래를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점을 보러 다니기도 하지요.‘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듯, 본다는 것이 주는 확신과 만족은 매우 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나의 미래, 우리의 미래, 그리고 통일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말씀을 잘 들으면 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맨 처음 빛을 창조하셨을 때도 말씀, 즉 소리로 창조하셨습니다. 들어야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면 무엇이 보이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말씀이 들리면 비전이 보입니다. 우리는 4년 동안 등록금을 내고 공부를 해도 그것으로 진로를 정하지 못해 고민합니다. 저도 히브리학을 전공했지만 도저히 써먹을 곳이 없어, 30대 때는 장신구 학원을 다니며 보석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고, 기도 후 신학대학원을 들어가게 된 것이죠. 하나님의 음성은 논리적인 체계, 경험, 배경 등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향해서 내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비전도 열립니다. 하지만 말씀이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내 욕심을 고집하고 만다면 비전은 닫히고 말 것입니다. 둘째, 분별이 보입니다.‘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의 지혜는‘듣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지혜라고 생각하는 것은 듣는 것입니다. 왕이 되어 재판할 때 자기만의 능력을 가지고 명쾌한 해답을 내는 게 아니라, 매 순간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백성의 마음을 들어 분별하였습니다. 말씀을 들으면 분별할 수 있습니다. 셋째, 반응이 생깁니다. 은혜는 누가 받을까요. 심령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말씀을 들으면‘하나님이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을, 나 같은 죄인을 만나주셨을까’라고 큰 울림으로 반응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복을 주기로 작정하고 말씀 하실 때‘쉐마(들으라)’ 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반응하는 사람은 작은 것에도 놀라운 것으로 반응합니다. 넷째, 하나가 됩니다. 하나님의 뜻은 하나가 되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과 우리를 하나로 만드시려고 예수님이 이 땅 가운데 오셨습니다. 혼자서 믿음생활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 한계가 오기 마련이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의 한계가 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가 하나 될 때 하나님께서 복을 주십니다. 다섯째,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내게로 나아와 들으라 그러면 너희 영혼이 살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씀을 들어야 하고, 말씀을 듣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말씀을 들을 여유가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두 말씀 읽는 연말이 되길 바랍니다. ‘하나님 말씀하여 주옵소서 내가 듣겠습니다.’하면 놀랍고 크고 비밀한 일들을 던져주실 것입니다.
Letter from The Editor.in.chief 혹시, 그럴 일은 당연히 없었겠고 지금에 이르러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만약 작년에 부서장을 맡았더라면 저는 아마 레터에 내가 봤던 영화나 철학서적 이야기를 적는 것으로 시작했을 겁니다. 하지만 magazine n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닌 걸요. 지금은 그런 교만하고 바보 같은 생각은 안 해요. 이건 우리 에디터즈의 잡지, 나아가 우리 뉴송의 매거진이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개인적으로 글을 많이 안 썼습니다. 하하.. 이번 호 주제는“어디야”입니다. 이 주제가 어쩌다가 나왔냐면 그냥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은 뭐가 있을지, 카페에서 우리끼리 얘기하다가 툭 던져진 주제예요.“어디야?라는 말은 일차적으로 관심이 있어야 나오는 말이잖아요. 그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는지 궁금한 것, 혹은 누군가 내가 어디 있는지를 궁금해한다는 것은 그 목적이야 어찌됐든 정말 큰 관심인 것 같아요. 행복한 일이죠. 내가 궁금해하는 사람,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요.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싣고 싶었는데..어쩌다보니 글을 수합했는데‘에세이’만 잔뜩 나왔어요. 그래서 이번 잡지는 에세이 천국입니다. 하하..작년 중후반부터 시행했던‘작가제’형식에 아직 우리가 적응을 완벽히 하진 못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겠습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전 이번 잡지가 좋습니다. 에세이 지만 다들 정말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썼거든요. 작년 한 해 이들과 울고 웃고(싸우고 삐치고) 지내다보니 저도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나봐요. 교열하는 중에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많이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잡지가 설령 눈에 안 차시더라도(물론 눈에 차면 좋겠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를, 가족을, 우리들을요. 저도 부서모임에 누군가 늦으면 전화로“어디야?”하고 묻지만 그런 궁금증 말고, 정말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시간, 장소, 영적 등등)에 대해서 요. 약간 변명이긴 하지만 많이 궁금해하다보니 배부가 한 주 늦었습니다. (연말연초에 정신이 없었던 이유도 아주 약간) 왠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중에 지인 한 명이“잡지 언제 나와?”라고 물어줬어요. 다행이었습니다. 에디터즈를, 매거진n을 궁금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요. 그것이 확인 된 이상, 앞으로 일 년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혹시 중간에 넘어지고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매거진n이 보인다면 한 번 물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어디야?” 그럼 정신차릴 수 있을 것같습니다. 편집장 하영준
contents 전보민 시계2 2829
전보민 시계1 1011
이가람 내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는 건 0809
하영준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싶습니다 2627
조현택 아들 어디야? 1415
전아영 감자먹는 사람들 2425
김정훈 내 향기 찾기 3233
이가람 고향이 어디야? 2223
전아영 레시피 1213
김정훈 향수 2021
소민수 미니 인터뷰 1619
장원 상념 3031
뉴송뉴스 3435
내가 어디있는지가 궁금하다는 건 글 이가람(22)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야?”라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아마, “네 마음 속?ㅎ”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똑같이 물어오면 아무래도 달라지겠지? “...왜요?”가족이 늦은 시간 아직도 밖이냐며 물어보면 “숙소 거의 다 왔어요~”하고 걱정을 덜어드리고 같은 시간에 룸메이트가 같은 질문을 하면 “숙소 도착하려면 멀었어~” 하고 이실직고를 한다. 그런데 가끔씩은 정말 가끔씩은 아무도 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서야 새삼스레 깨닫는다. ‘고마운 거였구나~!’ 어떤 사람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꼭 밥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는 비밀스러운 기제가 숨어있는데, 나로서는 이 기제를 혼자서 한 번 곰곰이, 깊이 생각해본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한 곳에 잘 적응하여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다 보면 아는 사람이 늘어간다. 그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아니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아는 사실은 ‘이 사람의 이름은 000이며, 몇 살이다.’정도의 정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 사람을 알지만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주로“잘 지내?”라는 인사가 오고간다. 어느 날, 지나가다‘아는 사람’과 마주쳐 반갑게 인사한 적이 있다.“잘 지내?”물으면서 그 사람이 휙 지나갔다.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아주 바빴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그 사람에게 내 존재의 무게가 그리 나가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 드디어“어디야?”와 “밥은 먹었어?”가“잘 지내?”와 달리 전제하고 있는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학을 전공 삼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있지만, 인간은 결국 인간이구나 싶은 한계가 느껴지는 몇몇 특성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중심성’이다.‘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인의 감정, 생각을 가장 먼저 느끼고, 생각하므로 이는 당연한 특성인데, 사실 다른 말로 하면 이 특성은 누구라도 타인의 감정, 상황을 100% 이입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어디야?”라는 질문이 오가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물론 특별히 나의 행방을 파악해야 할‘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 그냥 내가 이 시간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오는 경우의 이야기다.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한다는 것은 단순한 장소의 범위를 벗어나 상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까지 알고 싶어 한다는 것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는 내가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이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특정 시간쯤 어디에서 무엇을 주로 하는지 파악하고 나면 상대방의 사고와 감정에 확실히 좀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은 먹었어?”도 비슷한 이유로 차별성이 나타난다. 어떤 한 사람의 하루 컨디션에 대해, 그 사람이 느끼고 있을 감정에 대해 웬만큼 깊은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가 밥을 먹었는지 궁금해 하기는 쉽지가 않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므로. 이 흔하지 않은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해주시는 분들이 바로 부모님이다. 부모님에게는 자녀의 모든 상황, 감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동일시되는것이기 때문에 자녀가‘어디에 있는지’‘밥은 , 먹었는지’가 항상 궁금하신 것이다. 그러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오죽하실까. 세상에. 나한테“어디야? 또는“밥 먹었어?”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귀한 존재였다니. 그러니까 내가 깨달은 비밀에 의하면 그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이나 가져주실 법한 정도의 그 관심, 혹은 오직 하나님 아버지만이 항상 기울이고 계신 큰 관심을 나에게 쏟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한 편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정작 나는 잘 지내냐는 형식적인 질문만 던지고서 대답을 피해 걸음을 바쁘게 옮긴 적은 없는지, 그렇게 해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닌지. 사실“어디야”라는 이번 주제를 처음 접하고도‘스토커’라는 소재가 가장 먼저 떠오른 삐딱한 나였지만 이제는 오해를 받을지언정 많이 물어보고 싶다. 다들 어디서 뭐하고 있냐고. 밥은 먹었냐고.
0809
시계1 전보민(24)
분침이 부러운 시침 빠르고 싶은 시침 몸을 앞으로 힘껏 밀어도 정해진 때에만 갈 수 있는 시침 느려서 구박받는 시침 하늘과 땅을 남들이 닿고 돌아오면 겨우 한 발짝 내딛는 시침 느림보 시침 남들이 툭툭 어깨를 치며 가도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는 시침 달려갈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나는 시침 뎅울리는 열 두시 괘종소리 여느 때처럼 한 발자국 내딛었을 뿐인데 새들이 노래하고 햇빛이 눈썹을 간지르고 바람이 불고 맨드라미 과꽃 피는 소리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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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RECIPE
Special Gift made of oreo
2014년 짧고도 긴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죠. 무엇보다 감사한 것들이 참 많아요. 감사한 일들도 감사한 사람들도요. 해가 끝나니까 알게 되네요. 그런데 감사한 마음은 마음에만 가지고 있으면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간단한 수제쿠키로 마음을 전하려구요. 손재주도 없고 오븐도 없는 저도 만들 수 있는 수제 쿠키.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릴게요. 준비물 : o레o, 딸기 초콜렛, 다크 초콜렛, 긴 막대기, 포장지, 중탕할 준비물(뜨거운 물, 큰 그릇, 작은 그릇) O레O를 긴 막대기에 끼워 준비해 놓습니다. 큰 그릇에 뜨거운 물을 넣고 그위에 작은 그릇을 얹어 중탕할 준비를 합니다. (스텐레스 그릇을 사용하면 열 전도율이 높아 금방 녹아요.) 작은 그릇엔 적당량의 딸기 초콜렛을 넣습니다. 수증기가 초콜렛에 들어가지 않게 랩으로 잘 감싸 줍니다. 초콜렛이 다 녹았다 싶으면 꽂아둔 과자를 초콜렛에 퐁당 담금니다. 그리고 종이컵 같은 곳에 꽂아 말려 둡니다. 한번만 초콜렛을 씌우면 색깔이 애매 하기 때문에 두번 정도 반복해줍니다.
예쁜 분홍색 오레오가 완성 되었습니다. 이제 다크 초콜렛으로 데코를 해야 하는데요. 이때는 센스가 십분 발휘 되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 한분을 모셔서 진행했습니다. 짤주머니가 없으므로 포장지에 다크 초콜렛을 넣어 포장지 채로 중탕을 해줍니다. 그냥 뜨거운물에 퐁. 초콜렛이 다 녹았으면 포장지의 귀퉁이를 아주 조금 정말 조금 자른 뒤 크리스마스 분위기 겨울 분위기로 데코를 해줍니다. 눈 모양이나 귀여운 동물 모양은 연초에도 잘 어울리겠죠? 이제 접시에 놓고 말립니다. 그동안에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센스! 포장지에 싸서 예쁘게 인증샷을 찍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물을 전달하면 감사한 마음 전하기 미션 완료! 글 전아영(25) 요리 신은주(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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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한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한숨을 푹 쉬며,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내 목소리엔 이미 짜증이 역력했다. “여보세요!”“아들, 어디야?”“어디긴 어디에요 시험기 간인데 도서관이지. 공부하는데 왜 이렇게 전화해요? 하 실 말씀 있으면 문자로 하세요!” 도서관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왜 그렇게 짜증을 냈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결국, 시험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 상대가 필요했던 거다. 그리고 그 대상은 언제나 만만한 엄마였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이 내내 마음에 걸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다. ‘아들 엄마가 미안하다. 공부하는 줄도 모르고 저녁은 먹 었니?’이 문자를 보고, 나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참을 자책하고 반성하였다. 나는 왜 부질없이 어디냐고 묻는 친구의 전화는 즐겁게 받아놓고, 정말 나를 생각하고 사랑해주셔서 어디냐고 물어봐주는 사람의 전화를 이렇게 매정하게 받았을까. 사람은 가끔 자신의 주위에 항상 있다고 느끼는 무언가에 소홀히 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로.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휴대폰만 들고 있다가 어렵게 말을 했다. “엄마, 어디야?”
아들 어디야? 글 조현택(25) 그림 윤지현(22)
기말고사 시험기간에 며칠 밤을 제대로 잠을 못 잔 나는 뭐랄까, 겨울이 끝나서 장롱에 넣기 전 물빨래를 해버린 솜이불 같았다. 그런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학교 근처 카페에 들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비틀비틀 도서관으로 향했다. 사전과 같은 전공서적들을 책상 위에 쏟아내고 자리에 앉았다. 늘 하던 것처럼 공부하기 전에 핸드폰으로 인터넷 뉴스 기사들을 클릭했다. 그 순간 동기에게 전화가 왔다. 다음날 같은 시험을 보는 동기였다.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짧은 시간 동안 약간의 기대감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내일 시험 족보가 있나?”“시험 범위가 축소되었나?” 전화를 받았다. “현택아 어디야?”“도서관이지 너 어디야?!”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시험에 관한 좋은 소식은 얻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시험 이야기를 섞어가며 친구와 즐겁게 통화를 했고, 나는 다시 도서관 자리에 앉았다. 친한 친구와의 통화는 가끔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험범위인 책을 펴놓고 밑줄을 치려하는데 또 전화가 왔다. 휴대폰에는 ‘어머니’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무음으로 바꾸고 다시 공부를 했다.
26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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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행 복 은어 디
행복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생각에 있는거 아니에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생각 자체에 있는 거 같아요.
“행복은 뭐라고 생각해?” 저녁밥을 먹다말고 친한 동생이 건넨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입으로 가던 숟가락을 도로 내려놓으며 동생을 쳐다보자 이미 동생은 인터뷰라도 하는 듯한 자세로 노트와 펜도 꺼내들고 있었다.“왜 그게 궁금한데?”동생은 가만히 생각을 하는 듯했다. “내가 요새 행복하지 않거든. 그래서 다른 사람이 언제 행복한지 듣다 보면 나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얼마 후에 보게 된 영화‘꾸뻬씨의 행복여행’에서 그 동생과 똑같은 고민과 행동을 하고 다니는 주인공을 보고 나는 매우 놀랬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사는구나. 나는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져보았다. 행복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내 다른 사람들의 행복도 궁금해졌다.
있 다 고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저는 지금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기는 한데. 군대 갔다 오면 다들 철이 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사람이 처할 수 있는 최저의 상황에서 2년 가까이 지내게 하다가 내보내 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해도 그때보다는 낫잖아요. 예를 들면 제가 말년휴가 때부터 휴가 나와서 일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긴 한데 그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기뻤어요. 왜 기뻤냐 하면은 군대에서는 아무리 하루 종일 생고생하면서 작업을 해도 하루에 삼천원 정도 밖에 못 받아요. 지금은 좀 더 올랐겠지만 한 달에 십 몇 만원인데 여기서는 제가 일한 만큼 받잖아요. 여기서는 하루 일당이 육만오천원이었어요. 이틀만 일하면 군에서의 한 달 일당을 받으니까. 기분 좋죠.그것도 기쁘고 빨래를 해도 기쁘고 밥 먹을 때도 기쁘고 잠잘 때도 기쁘고 그냥 여기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기뻤어요. 정현서 (23)
행복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행복은 내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디 멀리서 여행가서.. 특별한곳에서 찾는게 아니고 가까이 있어주고 만나는 사람이나 내가 항상 가는 장소, 먹는 것 보는 것 익숙한 것이 행복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저는 예배드릴 때 제일 행복 합니다.
생 각 하 세 요 ?
이원석 (27)
행복은 어디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은 아이스크림에서 와요. 어떤 때 가장 행복해요? 아빠랑 놀면서 사과 먹을 때 가장 행복해요. 신유민 (4)
행복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화장실이요.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저는 진심으로 시간의 제약 없이 큰 일 볼 때 큰 행복을 느낍니다. 김현우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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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행복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우리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다고 당회장 목사님께서 늘 말씀하신 것처럼 늘 마음을 비우고 기쁘게 살려고 노력할 때 행복합니다.
행복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하는 그 곳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그룹원들과 같이 있을 때 행복해요. 저는 핸드폰 하면서 사진첩 보곤 하는데, 그룹원들 사진을 보며 ‘아, 이땐 이래서 행복했어.‘ 생각하며 행복을 느껴요.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저와 제 동생은 불신가정에서 태어났어요. 그런 저와 동생 그리고 제 딸을 구원해 주셔서 믿음생활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셔서 너무 너무 행복하고, 또 행복합니다. 지난주에는 잃어버린 양 남편도 3부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같이 예배드릴 때 너무 행복하내요. 임시옥 (55)
신다솔 (24)
행복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믿는 것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과거를 회상하면서 만족스러울 때. 신동준 (21)
행복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관계에 있지 않을까?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하나님 안에서 따뜻해지고 아름다워 질 때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 하나님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하나님이 주신 사람들 과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을 더 알아가는 것. 그게 정말 행복하더라. 김윤성 (27)
행복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행복은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전 행복은 교회에 있다고 생각해요. 교회에 오면 내가 좋아하는 모든게 다 있어서 행복해요.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찬양할 때나 찬양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해요.
어떤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찬양할 때 눈물이 나는 찬양이 있는데 그런 찬양을 찾을 때마다 하나님의 음성인 것 같이 느껴져서 행복해요.
이월심 (43)
김지은(20) 글 소민수(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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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글 김정훈(22)
명절이 다가오는 날이면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이참에 내려갔다올까?” 그 순간, 학업과 직장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솟구친다. 고향에 있는 그리운 가족들의 얼굴이 슬라이드 쇼처럼 지나간다. 내 손은 무의식적으로 교통편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때 누군가가 묻는다. “네 고향은 어디야?” 여기서 반응은 두 개로 나뉜다. (서울을 기준으로)서울에서 가깝거나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무덤덤하지만, 땅끝마을 해남처럼 머나먼 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은 한숨을 쉰다. (간혹“네 마음 속”이라고 대답하는 커플이 나타난다. 때리고 싶다.) 사람들은 고향이 멀수록 향수가 깊어진다. 가까운 곳일수록 가고 싶은 마음이 덜하다. 가까운 곳은 언제든지 가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놓고 가지 않는다. 그런데 머나먼 곳일수록 가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왜일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는 호기심이, 고향에는 그리움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요즘 교회를 가는 횟수가 일주일에 세네 번은 되는 것 같다. 교회를 자주 오가다 보면 교회 어디에서나 기도하고 찬양하는 사람들을 본다. 며칠 전에는 저녁에 비어있는 교육관 식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을 봤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할까? 사실‘열심’이라는 단어를 내뱉기조차 부끄럽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을 볼 때 그렇다. ‘무엇을 위해?’라고 자문할 때면, 잘 모르겠다. 그저‘고향 같아서’ 라고 스스로 대답한다. 우리 영혼의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천국’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호기심이 일고, 고향처럼 태어났던 곳이라서 그리움도 살아있는 곳. 우리가 천국을 꿈꾸는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문득 생각했다. 내 영혼의 고향. 멀리 있을 것 같지만, 성경에 천국은 가까이 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우리의 부족한 믿음 때문에, 우리 모두 향수 에 젖어들곤 한다.
향수_ 네 고향은 어디야? 내 고향은 어디일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2021
ESSAY
우선 사투리는 꽤나 경제적이에요. 즉, 말수를 줄이되 그 안에 더 많은 뜻을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죠. 예를 들어“쫌!!”이라는 한 마디의 정의와 용례를 개인적으로 한 번 들어보자면, 쫌 1. (학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떠들 때 카리스마 있는 눈빛과 함께) : 지금 조용히 하지 않으면 이 선생님은 아주 화가 날 지도 모른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마지막 경고 2. (친구를 서운하게 해서 사과를 해도 끄떡없을 때 애교 있는 눈빛과 함께 적당히 거부감 드는 콧소리로) : 이렇게까지 애쓰니 이제 그만 제발 화 풀어 달라는 필살애교 3. (나와 나이가 같거나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아주 간절한 목소리로 두 눈을 바라보며 애원하듯) : 이 부탁을 꼭 들어줬으면 한다는 강한 어필 어때요? ‘쫌’이라는 말은 제 개인적인 예시들 말고도 수많은 의미들을 담을 수 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말이랍니다. 훗. 경제적인 사투리로는‘마!’도 빠질 수 없어요. 이 한 글자에 얼마나 크고 깊은 뜻을 담을 수 있는지. 상상이 되시나요? 상대방을 재촉할 때 외치는“마!”는“얼른 가자!”, 이제 그만 됐다고 단념할 때 말하는 “됐다마.”는“됐어, 어쩔 수 없지 뭐.”, 옆 친구가 너무 촐싹댈 때 경고하는“마.”는 “적당히 좀 해.”를 의미하는 등 이 말 또한 아주 다채롭게 쓰여요~ 그리고 사투리는 느낌이 풍부해요. 음식의 맛에 비유하자면 풍미가 있다고 할까요? 음하! 예를 들어서 요즘 날씨가 춥다보니“귀 떨어져 나가겠다!”는 표현을 쓰시기도 할 텐데요, 저는 그걸“아-따 귀 떨굴타! 라고 하거든요,‘떨굴타’라는 거친 어감에서 제가 느끼는 추위 느낌이 좀 더 살지 않나요? 아아 가끔은 제가 고향 친구랑 신나게 통화하는 걸 목격한 서울 분들의 얼굴에 두려운 빛이 스치는 것을 보곤 해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화난 게 아니라‘신난’거니까요.^^ 또 재미있는 사실은 통화를 하면 막상 고향 친구들은 제가 서울말을 쓴다며 섭섭해 한다는 거예요. 흠. 제가‘사투리’를 쓴다나뭐래나.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저는 풍성한 감정을 듬뿍 실어 말할 수 있는 사투리를 매우x100 사랑합니닷!
고향이 어디야? 글 이가람(22)
안녕하세요? 상경 2년차에 접어든 대학생이에요. 제 고향 포항서 서울 올라온 지도 어느덧 2년이라니.ㅎㅎ 그 어렵던 표준어도 이제 익숙해지는 거 있죠? 서울말 뭐 크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음..헌데 이상하게 아직도 제가 인사만 해도 많이들 여쭤보시곤 하데요, “고향이 어디야?” 또 들켰죠 뭐. 경상도 녀자가 서울사람인 척 한 번 해볼라 캤디만. 그럼 들킨김에 긴장 좀 풀어볼게요. 저는 사실 사투리를 마이 사랑하거든요. ㅎㅎ 에이 유치하게 서울말이 낫네 사투리가 좋네 할 생각은 없고요. 지금부터 사투리만의 매력과 장점을 좀 소개해드릴까 해요잉~ 후후 신난다!
끝으로, 제가 사랑하는 사투리엔 정이 듬뿍 담겨 있어요~^^ 이번엔 정감 있는 사투리들을 통역(?)과 함께 보여드릴게요~ 고마 일나라. -> 그만 일어나렴. 인제사 일났다. -> 이제야 일어났어. 밥 마이 뭇나? -> 밥 많이 먹었니? 아이다 괘안타. -> 아니야, 괜찮아. 따꿍 좀 가와도. -> 뚜껑 좀 가져와 주련? 아따 아가야 쪼맨테이~ -> 어머 아기가 참 작다~ 아~ 가가 가였나? -> 아~ 그 애가 그 애였니? 지가 무슨 슈퍼매이라? -> 자기가 무슨 슈퍼맨인가? 언능 온나. -> 얼른 와. 앙거라. -> 앉으렴. 댕기와~ -> 다녀와~ 같이 노나먹자. -> 같이 나눠먹자. 시꺼. -> 시끄러워.
정말 정이 철철 흐르지 않나요? 나하하! 안동에 계신 친척 할머니를 뵈러 가면 할머니께서 손을 잡고 쓸어주시면서“야이야~왔나~”하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그 때마다 얼마나 포근했는지 몰라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지금도 온기가 필요할 때면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가족들의 구수한 사투리를 실컷 듣고 끊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저에게는 사투리가 곧‘정’인가 봐요.ㅎㅎ 그런가 봐요. 사투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억양인데 글로 담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아쉬워요. 그런가 봐요. 그래도 즐거우셨죠잉~? 그럼 저는 만족! 요즘 전아0언니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사투리를 참 사랑해주시고 많이 연습해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살아있는’사투리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하구요, 좋아하시면 제가 많이 알려드리겠심당! ^^ 자, 그럼 포항녀자 이만 물러갈게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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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아영(25)
감자먹는 사람들
“오늘 추워, 따뜻하게 입고나가.”라는 한스의 말이 생각나 겹겹이 옷을 입었다. 껴입은 옷가지 때문에 목이 살짝 죄여왔다.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려다 경대 위에 놓인 담배를 챙겨 주머니에 넣은 후 녹슨 문고리를 틀었다. 북쪽지방인 이곳은 8월인데도 벌써 추위가 왔다. 문을 열자 어디서 왔는지 아직 바스러지지 못한 낙엽 몇 장이 다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찬바람이 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눈 앞에는 꽤 넓은 밭이 보였다. 조금 전에 정오가 지난 시각이지만 뒷길 너머에 있는 기차역 때문인지 추운 날씨 탓인지 하늘은 뿌옜다. 저 멀리 보이는 밭, 벼들도 왠지 희뿌연 회색빛이 감돌아 보였다. 추울 때면 집 걱정이 앞선다.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몸은 건강한지. 여기에 온지도 벌써 6개월이 되었다. 이곳은 전화기가 없다. 그만큼 외진 곳이라 가족들과 연락할 방도는 매월 10일, 돈을 부치며 보내는 편지가 전부다. 우표를 사다 붙이는 것도 이곳에선 사치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그렇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러 온 사람들이다. 조금의 생활비를 제외하고, 번 돈은 모조리 집으로 보낸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돈을 부칠 때가 나에게는 가장 기쁜 날이다. 저 멀리 한스가 큰 마대자루에 이삭을 담고 있었다. 한스는 늘 표정이 없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한다. 지금도 얼굴이 터서 빨갛게 달아올랐는데도 조금도 불평하는 눈빛이 없다. 그의 표정은 참 읽기가 어렵다. 말도 없는 성격이라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가. 바로 옆 침대라 가까이 지내지만 어딘가 거리가 느껴진다. 코넬레스는 그런 한스와도 참 잘 지낸다. 그녀는 그의 무신경한 성격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코넬레스가 둔한 여자인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대답조차 인색한 한스에게 늘 조잘조잘 이야기를 한다. 그런가 하면 호레이스는 코넬레스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녀는 눈이 마주쳐도 말 한마디 먼저 걸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그녀와 마주칠때마다 그녀의 눈 사이의 진한 주름이 얼마나 더 깊어졌나 확인한다. 간혹 살짝 웃음을 지을 때도 있는데 그럴땐 화가 난건지 웃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묘한 표정이 된다. ‘학교에 입학하면 돈이 많이 들텐데...’일과를 마치고 해가지는 쪽으로 한참 걸어갔다. 막내도 이제 학교에 들어간단다. 작은 오두막옆에 쌓아둔 짚단을 지나쳐 기차역으로 들어섰다. 쌩하니 바람이 불었다. 공기에 타다 남은 재가 떠 다니는 것 같았다. 얇은 목도리를 끌어올려 입술까지 덮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담배갑이 손에 잡혔다. 아버지가 피시던 것과 같은 담배. 퀴퀴한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담배를 잘 피우진 않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꼭 챙겨 다녔다. 대합실을 지나치면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들었다. 아버지가 하시던 것 처럼 한 손으론 바람을 가리고 한 손으론 불을 붙였다.“후. 콜록콜록” 매캐한 담배연기가 차갑고 탁한 겨울공기와 섞여 목 안으로 들어왔다. 담배를 다시 입으로 가져오진 않았다. 가만히 들고 서서 타들어가는 담배를 바라봤다. 집에. 가고 싶다. 담배를 태우며 기차역을 걸었다. 세 개피 태울 때쯤 기차가 들어왔다.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일자리를 얻어 온 사람들일 거다. 여기는 온통 밭이니까. 유독 얼굴이 하얀, 갓 성인이 된 듯한 남자아이 한 명이 내렸다. 얼굴 가득 상기된 미소를 담고는 나에게 밖으로 나가는 방향을 물었다. 담배를 들고 있는 손을 뻗어 대합실을 가리켰다. 희뿌연 담배연기가 눈 앞을 가렸다. 대합실로 향하는 청년의 뒷 모습을 한 참 바라 보았다. 네 개피째. 이제는 돌아가야겠다. 현관문에 들어서자 부엌에서 일하는 꼬마 아이가 달려왔다. 밥 먹으러가자며 내 손을 잡고 식당으로 끌고간다. 손의 냉기에 아이 손의 온기가 점점 식어가는 듯했다. 동시에 내 손의 냉기도 식어갔다. 꼬마가 먼저 문을 열고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반쯤 열린 문 사이에서 멍한 눈으로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이쪽을 바라보는 코넬레스가 보였다. 그 옆으로는 고디바가 호레이스에게 감자를 건네고 있었다. 호레이스는 아무말 없이 따뜻한 차를 따르고 있었고, 나는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어디 갔었어. 얼른앉아.”이쪽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퉁명스럽게 말하는 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기차역에 잠깐 다녀왔어요.”식탁위엔 따뜻한 감자가 가득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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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글 하영준(28)
올 봄, 나는 4학년 2학기 졸업반으로 학교를 다녔다. 그때 문예창작과 예술B관의 로비에 있는 공용컴퓨터에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배경화면으로 있었다.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종강 날 마지막 수업을 들으러 갈 때도 그 배경화면을 보았던 것 같다.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올 여름의 일이다.
생각보다 그 장면이 인상 깊었나보다. 단순히 공부가 지겨운 몇 명의 학생이 저지른 행동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나는 거기서 일종의 귀먹은 두려움을 느꼈다.‘청년이여, 꿈을 찾아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회의 이면, 무질서하고 거대한 웅성거림 속에서 꿈조차도 경쟁의 거름망 안에서 재촉당하는 두려움 말이다. 한 학기 동안 공용 컴퓨터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굴리던 수많은 학생들. 그 화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단순히 웃고 넘겼을지. 아니면 문득 투영되는 자신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을지. ‘힐링’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턴가 종적을 감췄다. 마치 자연적으로 소멸한 것처럼.‘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더이상‘아프니까 환자다’ 라는 조소보다도 공감을 못 준다. 이유가 무엇일까. 급격한 사회변화 체제를 따라가려다 상처 입은 세대에게 자기치유를 제시했지만, 그 이후 무엇을 해야할지를 제시해주지 못했던 힐링의 한계가 속속들이 드러났기 때문일 수 있다. 많은 강사들이 자신의 인생 역경을 섞어가며‘꿈을 가져라’‘도전하라’ , 라고 외치지만 때때로 그것이 풍요의 부산물처럼 느껴지곤 했다. 도전과 꿈조차도 마치 사치라고 느껴질 수 있는 사회의 어두운, 그 지하에 자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 같았으니까. 나도 꿈과 관련 된 강의를 여러 번 들어보았는데 대부분의 결론은 늘‘좋은 대학’으로 귀결되곤 했다. 아니면 자기 인생이야기로 끝나거나. 나는 차라리 후자가 좋았다. 그럼 생각이라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청춘의 고민을 다룬 영화도 있다. 일본 영화‘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할지 몰라 먹고 노는 주인공 다마코가 나온다. 그녀는 자꾸 한 발자국 나아가는 주변 사이에서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 낙담한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나를 봤다.‘모라토리움기’는‘유예기’를 말한다. 그 유예기에 나도 한창 빠져있는 중이다. 사람들이 오랜만에 보면 가끔 내게 묻는다. 요즘 뭐해? 그럼 난 쉰다고 대답한다. 겪어보니 쉬는 것도 마냥 쉬운 게 아니었다. 나는, 우리는 청춘의 어디쯤 와있는 걸까. 학기를 마치고 반 년이란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지 않을 것 같았지만 중간중간 주위의 시선이 의식되기도 했고 무형화 된, 그러나 실존하는 어느 당위성의 재촉을 받는 것 같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했으니 서둘러 무언가를 시작하라는, 사회적 의무를 다 하라는 재촉. 구조화 된 틀에 구겨 놓기 위해 아우성치는 소리들. 잠시 귀를 닫기로 했다. 그리고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무언가 손아귀에 아른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잠시 쉬어간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왠지 편하다.
아까 언급했던 영화 얘기를 마저 하자면‘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의 주인공도 연예인이 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래서 직장 면접을 보러 간다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한 채 연예인 기획사를 찾아가 촬영을 한다. 꿈을 종용당하지 않고, 그래도 느리지만 스스로 꿈을 찾기 위한 날개짓. 1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주위 사람들은 나아가고 있고, 주인공은 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끝에는 1년이 지나고 설거지를 시작하는 주인공과, 그런 딸과 함께 늘 밥을 같이 먹으며 기다려주는 아빠가 있다. 스스로 고민하고 있는 꿈도, 나를 기다려주는 아버지도 있다.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진짜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 꿈이 있다. 잠시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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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2 전보민(24)
분침이 시침에게 토로(吐露)한다 째깍 열 두바퀴를 도는 동안 겨우 한 바퀴를 도냐고 째깍 내가 없인 넌 움직일 수도 없다고 째깍 째깍 조용히, 여전히, 초침이 돌고있다 홀로 큰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는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시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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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想念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 글 장원(27)
다음날 전공 시험 두 개를 앞둔 수요일 저녁 내 앞에 놓은 시험과 예배라는 선택지 문득 떠올랐어. 나는 어디야? 나에 대해, 남이 아닌 내 위치에. 고민해 보는 짧은 시간 내가 가려는 이 방향이 맞나 혹시 무엇을 놓치지는 않았나 믿음에 대해, 손익이 아닌 진짜인 그것에. 생각해 보는 추운 겨울밤 해 떨어진 직후인데 밖은 엄청 춥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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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RY
내 향기 찾기 글 김정훈(22)
우리 집 안방에는 묵은내가 나고 창틀 사이의 쇳덩이 먼지 바닥은 빛바랜 커튼 뒤 숨어 날려요
그리운 내 향기는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내 향기 생각. 날마다 침대에 홀로 엎드려 날마다 묵은내 만들어 옷장에 던져요.
늙어가는 시간의 옷장에 흘러서 내어던진 냄새는 옅게 스며들어갈 제 옷걸이가 뒤적뒤적 묵은내를 섞어요
그리운 내 향기는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내 몸은 내밀 곳 없어서 날마다 묵은내 만들어 옷장에 던지고 닮아가는 가방에나 담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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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NEWSONG 새롭게 시작한 2015년 한 해, 작년과 올 해를 한 눈에 바라보는 명성교회 뉴송뉴스 & 글 장원(26)
리더수련회
크리스마스 점등식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점등식이 있었다. 점등식을 보기위해 성전 앞마당에 모인 성도들은 추운 날씨에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하지만 막상 점등식이 시작하자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폭죽 등의 화려한 볼거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성도들은 함께 캐럴을 따라 부르며 추위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홈커밍의 달 특별새벽집회 홈커밍의 달을 위한 특별새벽집회가 지난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었다. 수많은 성도들이 참석하여 초대할 이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명성교회는‘아버지 집으로’라는 제목으로 작년 12월 7일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총 8주간 홈커밍의 달 행사를 진행 중이다. 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아버지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다. 홈커밍의 달 기간 중 등록자와 초청자 전원에게는 푸짐한 선물 및 다과가 제공된다. 남은 행사 기간 동안에 더 많은 이들이 하나님의 집에 나올 수 있도록 기도 해주시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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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축하예배 매해 12월 31일에는 성도들이 밤늦게 모여 예배를 드린다. 명성교회도 1월 1 일, 0시로 넘어가는 순간에 목사님이 울리 는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축하하는 시 간을 가졌다. 2014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음을 감사하고, 새로운 2015년에 더 큰 감사와 행복을 기대하며 드리는 예배이다. 새해의 첫 시간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팀 편성 2014년 한 해 동안 정들었던 팀을 보내고, 이제 새로운 팀에서 2015년 대학부에서의 신앙생활을 계속 이어나가는 시기가 왔다. 전 팀과의 즐거웠던, 혹은 섭섭했던 사건과 감정은 이제 추억 속에 묻고, 아직은 낯설지만 새로운 리더들과 팀원들을 만나 좋은 경험이 될 한 해를 위해 기도와 감사로 준비하자.
새로운 팀을 이루어 적응하는 것은 리더들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자신의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그룹원 또는 팀원의 신앙생활까지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리더들이 새로운 팀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무겁다. 더 나은 팀을 향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리더는 수련회를 통하여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동계수련회 일 년에 두 번 있는 수련회 중 정말 추울 때 하는 행사인 동계수련회가 올 2월에 다가온다. 집 앞에 나가기도 싫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주로 향하는 것은 은혜를 받기 위해서이다. 집밖으로 나가면 고생이지만 여러 번의 부흥회와 준비된 각종 프로그램을 거치며 받는 기쁨과 즐거움은 이 고생을 보상하고도 넘친다.
젊은소리 0102월 #ISSUE 33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강동마 00006 발행인 김삼환, 청년대학부 김윤호, 편집인(편집장) 하영준, editor 전아영, 김경준, 장원, 배형주, 송승찬, 소민수, 조현택, 김정훈, 김희진, 김은진, 이하은 이가람, 신은주, design 전보민, 장진아, 송수진, 윤지현 facebook.com/mseditors 인쇄 문영사 02 2263 5087, 발행처 대한 예수교 장로회 명성교회 대학부 /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330-5호, 02 440 9361-5 web www.mscolleg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