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소리 32호 (14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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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비결, 넘치는 감사 김윤호 목사

사람이 숨길 수 없는 게 2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기침과 사랑입니다. 이처럼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 있지만 반드시 드러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감사입니다. 감사는 말로 해야 합니다. 마음에서만 품고 있으면 감사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일단 감사하고 보는 것입니다. 인생이 감사하잖아요. 주신 구원도 감사하고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것도 감사하고. 평범하게 느끼고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하나님의 은혜인 것입니다. 감사함으로 그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그것은 기적이 되지 않습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원망과 불평이 찾아옵니다. 감사의 베이스캠프를 높게 쳐야 합니다. 최근 들어서 높은 봉우리를 등반하는데 성공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베이스캠프를 높이 쳤기 때문입니다. 낮게 쳤을 때보다 가야할 길이 적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것이 바로 감사에 대한 자세입니다. 감사를 베이스캠프라 생각해 봅시다. 적당한 감사를 하면 인생이 너무나도 힘듭니다. 올라가야할, 만나야할, 겪어야 할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베이스캠프가 되는 감사의 말과 감사의 행동을 많이 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승리할 것입니다. 감사 하다는 말 절대로 아끼지 말기 바랍니다. 더하여 ‘keep the face’ 항상 웃고 항상 기뻐합시다. 살면서 어려운 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어려운 일들은 대부분 매우 사소한 일입니다. 작은 관계에서 서운하고 섭섭하게 됩니다. 그럴 때 감사한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사로 모든 것을 덮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그렇게 받아들이는 내게 복이 됩니다. 마음 밭이 복이 되는 것입니다. 감사는 절대로 리액션이 아닙니다. 액션이죠. 먼저 행할 수 있어야 하고 먼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는 감사함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찬송함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감사는 말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죠. 하나님 앞에 감사를 물질로 보여드려야 합니다. 사람이 선물을 통해 마음을 전하듯 예물을 통해서 예배를 통해서 우리 마음을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예배를 드림으로써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 부터 왔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실제적인 것을 드리고 반드시 하나님과 구체적인 관계를 맺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 우리 인생에 유익이 됩니다. 늘 평탄하고 평안한 가운데 감사를 알 수 없습니다. 어려움과 환란 가운데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말씀을 깨달아 알아야 합니다. 환란가운데 기뻐해야 합니다. 골프공에는 홈이 있습니다. 그것을 딤플이라고 하는데 그 홈의 역할은 공기의 저항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 인생의 어려운 일, 내 몸의 가시 때문에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쁨가운데 기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환란가운데에야 하나님께서 나를 살리심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10명의 나병환자가 병 고침을 받았지만 1명만이 감사했습니다. 그 한명의 감사가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감사의 씨앗을 많이 뿌리고 다니기를 바랍니다. 환란 중에 감사가 꽃필 줄로 믿습니다.


Letter from The Editor.in.chief 서로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사람과 마음을 쏟아놓고 이야기하는 거라고 해요. 비밀이나, 사사로운 이야기들, 여러 감정들을 모두 털어놓으면서요.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 공유되는 게 많을수록 깊은 사이가 된다고 합니다. (간혹 커플이 되기도.) 이번 주제는 ‘쏟다.’입니다. 다윗이 하나님께 마음을 쏟아놓은 것처럼.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깊어지고 싶어서요. 진중한 것보다는 아이처럼 전부 쏟아놓으려고요. 이미 다 아시는데, 솔직한 게 좋잖아요. 이번에 바뀐 게 있다면, 각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컨텐츠를 완성하는‘작가제’를 도입했다는 거예요. 말이 작가 제지 사실 내 글을 내가 쓰는 거예요. 기존 매거진들처럼. “쏟다.”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있고, 묵상을 남기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쓰기도 하고.. 이렇게나 다양하게 나왔네요. 동일한 게 있다면 전부 아마추어라는 거..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앞으로도 계속이요.) 퀄리티는 좀 낮을지언정 진심이 담겼으니! 사담을 남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매거진입니다! (1년마다 편집장이 바뀌니까요.) 뭐든 지나고 나면 후회가 남는데, 역시나- 그러네요. 나름 열심히 한 거 같은데 지금 보니, 다 하나님이 하셨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울 거예요 분명. 많이 배우고, 익히고, 사랑하고 (싸우고, 혼나고, 삐치고, 울고) 시원 섭섭하게 갑니다. 사랑해요 에디터즈. 안녕! 편집장 김덕유


contents

하영준 도시락을 쏟다.

김은진 시선이 쏟아지다

이가람 워스트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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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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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택 예배에 쏟다

윤지현 Unknown

하영준 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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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영 여자의 가방

김정훈 일상, 순간

하영준 붕어빵 집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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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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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아 쏟아버리다

소민수 마음을 쏟아 놓다.

송수진 삶, 쏟는 3435

3031 3233

이하은 그래도 괜찮아.

NEWSONG ALUMNI

NEWSONG NEWS

3637

3839

4041

MISSIONARTY WORK REPORT 4344


도시락을 -쏟다

어릴 적 소풍 전날 밤이면 설레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건 6살, 유치원에서 가는 봄소풍 때도 마찬가지였다.

글 하영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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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엄마는 얼른 안 자면 소풍을 못 갈 거라고 겁을 줬다. 나는 눈감고 숫자를 100까지 세면 잠들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어둠 속에서 1부터 하나씩, 천천히 숫자를 세었다. 결국 잠이 들었는데, 내가 숫자를 몇까지 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100은 넘었던 것 같다. 내가 아침에 잠을 깬 건 달그락거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 엄마는 부엌에서 김밥을 말고 있었다. 내 소풍 도시락이라고 했다. 나는 엄마 옆에서 햄 한 줄을 주워먹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끌어 안고 누웠다. 그리고 엄마가 김밥을 다 말 때까지 조금 더 잠을 청했다. 나는 자면서 부엌에서 흘러오는 간장 냄새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맡았다.

유치원에서 간 곳은 잔디가 넓게 펼쳐진 공원이었다. 점심시간이 됐을 때, 나와 친구들은 노란 개나리가 핀 화단 옆에 돗자리를 폈다. 돗자리에는 디즈니의 병아리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병아리(그것이‘트위티’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얼굴을 피해서 앉았다. 곧 이어 우리가 싸온 도시락 냄새들로 화단이 메워졌다. 그리고 나는 도시락 뚜껑을 열다가 그대로 김밥을 쏟았다. 놀라 도시락을 내려봤을 때, 나는 점심밥을 전부 쏟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시락 안에는 김밥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노란 단무지 몇 개, 햄 몇 줄만이 보였다. 작은 네모 모양의 단무지는 도시락 구석에서 은박지에 쌓여있었고, 햄은 도시락 벽을 따라 누워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흙범벅이 된 김밥에서는 여전히 참기름 냄새가 났다. 군데군데 묻은 깨도 보였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나는 옆 친구의 김밥을 나눠 먹었다. 친구의 김밥은 소고기 김밥이었다. 짭쪼름한 소고기 맛이 났는데, 웬일인지 목에서 잘 넘어가지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물도 마시지 않고 삼켰다. 집에 오는 차에서 내려 집까지 터덜터덜 걸었다. 걸을 때마다 가방에서는 텅 빈 도시락통 소리가 났다.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엄마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 엄마는 웃으며 내게 잘 갔다왔는지를 물었다. 엄마 얼굴을 보자 내 안에 눌러왔던 무언가가 터지는 걸 느꼈다. 나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쏟아버렸다고 말했다. 나는 울음을 참으려다 힘들어 포기했다. 그러자 울음은 더욱 크게 터졌다. 엄마는 괜찮다며 나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난 한참을 더 울며 엄마 스웨터에 얼굴을 비볐다. 엄마 옷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도시락을 쏟지 않았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잠깐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면 나는 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지금도 나는 그렇게 한다. 요즘 날이 좋으면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나들이를 간다. 가끔 여럿이서 갈 때면 서로의 엄마 도시락을 나눠 먹는다. 물론 어느 누구도 도시락을 쏟지 않는다. 누가 우리 엄마 도시락이 맛있다고 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다. 그것은 6살 텅 빈 도시락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0607


ESSAY

0809


글 김은진(20)

명성교회 대학부의 많은 선배들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있어보였다. 공부도 잘하고 믿음도 좋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멋지고 예뻤다. 그리고 지난주에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후배가 고등부 회장 임기를 마쳤댄다. 내가 대학부에 올라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곧 후배가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꼴에 대학부 선배라고 긴장이 된다. 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그리고 예수님이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시선 이 쏟아 지는 것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 예전엔 그 모습들이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길을 나도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요즘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점점 긴장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는 내 모습을 본다. 나를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평가되고 이슈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믿음의 본을 보이고 싶다던 첫마음은 사라지고, 두렵다고 마음 문을 닫고 숨으려고 하는 내 모습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앞으로 성장해 나가며 이 길을 걷게 될, 또는 걷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어릴 적부터 목사님 아들로, 누구 집사님 딸로서 자라온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많은 괌심을 받을 때의 부담감, 그리고 그 관심에 한참 못 미치는 자신을 문득 발견했을 때의 절망감, 어떻게 견뎠을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신경 쓰다 보면, 내 안에 실제하는‘나’는 점점 작아지는 걸 본다. 하지만 더 슬픈 건, 사실 사람들은 나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 내가 유명 인사를 볼 때“어! 쟤 그 때 봤던 그 애네.” (+ 성격이 활발하구나, 조용하구나) 라고 한 순간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 처럼.

‘잘못되었다!’는 말로 함축될 수 있겠다. 사람들에게 멋지게 비춰지는 모습을 부러워하고, 또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면, 이 얼마나 소모적인 모순인가. 그래서 아예 그‘시선’이라는 것을 돌려버리기로 했다. 남들의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지도, 내게 쏟아질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기 위해. 쉽지는 않지만, 나의 중심이 온전히 하나님께 있게 될 때, 내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무것도 아님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비춰지는 내 모습이 두려운 것이니까. 하지만 내 이런 모습까지 알고 계신 분, 그래도 사랑하시는 분이 하나님 아닌가. 다음은 이런 나를 붙들어준 말씀이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 사도행전 20:24’

나는‘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며 전도를 할 용기가 없다. 그럼 적어도 봉사와 예배를 통해 교회의 부흥에라도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그마저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못 하겠다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POETRY

워스트 커플 글 이가람(21)

한 듬직한 청년이 있다.

청년의 꿈은 가느다란 실이 되는 것.

청년의 친구도,

아는 형도,

여동생도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실눈을 뜨고

바들바들

시험 또 시험을 보다가

시험에 든다.

대체 왜 이렇게 좁나요?

바늘구멍이니까!

그런데, 그러고보니, 그러면,

우리는

왜?

우리는_정말로_실이_되고싶은걸까_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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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예배에 _쏟다

사람은 나이대에 따라 쏟아내는 부분이 다른 것 같습니다. 10대 때는 학업, 20대는 취업, 그리고 30대가 넘어갈 수록 가정으로 집중되곤 하지요. 어머니의 자궁을 그리워하는 갓난애기의 울음처럼, 가정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쉼을 가져다 줍니다. 그런데 아직 20대인 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에 쏟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부분은 예배인 것 같습니다. 한 주 동안 나는 새벽예배와 수요예배, 대학부 예배, 주일예배, 찬양예배를 드리고 위해 교회로 가거든요. 그런 내게 사람들은 종종 물어옵니다. “일요일만 교회에 가면 되지 않아? 너도 취업하려면 그 시간에 스펙을 쌓아야지” 라고요. 이런 말을 들으면 내 스스로가 그 사람들 앞에서 작아질 때도 있습니다.

글 그림 조현택(24)

사람들은 내가 예배에 쏟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이 내 친구들입니다. 자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20대를 살고 있는 내가 친구로서 걱정이 되어서 해준 말일거에요. 나도 거기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가 힘들다고, 부모님이 보고 싶다고, 좋은 일이 생겼다고 부모님께 찾아간다는데,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왜 자꾸 찾아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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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박을 줄 수 있을까요.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는 것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만 예배는 몸으로 드리는 거라고 합니다. 부모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용돈 몇 푼 붙여드리는 것과 돈 없어도 보고싶다고 자주 찾아뵙는 것 중에,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다 하더라도 둘 중 어느 것을 효라고 말하겠습니까.

조금 뒤처질 수 있겠죠. 비옥한 토양보다 조금 늦게 꽃 필 수 있겠죠.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건 뿌리를 내린 곳이 다를 뿐입니다. 더 단단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려면 뿌리가 더 강하고 튼튼해야겠죠. 그래서 한 겨울 찬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예배를 드리고 돌아갈 때 느끼는 좋은 기분은 아마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자양분의 역할을 합니다. 마치 우리가 돌아갈 집이 있고 그 안에서 쉼을 얻어야 사회의 슬픈 경쟁을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배를 드리고 얻는 마음의 안정은 마음이 비로소 쉼으로 안정을 찾았다는 표식 같은 것이겠지요. 나는 이 마음의 쉼이 좋아서 예배를 드립니다. 이것을 누군가가 게으르다고 말한다면 대답할 말은 없어요.

말은 이렇게 해도, 나는 아직도 저 비옥한 토양이 좋아보여 그곳으로 뿌리를 옮기려고 하는 방황을 겪고 있습니다. 가끔은 순종이라는 핑계로 이 척박한 곳에 뿌리를 살짝 담그고만 있을지 모르죠.

저는 식물학자는 아니지만 우리가‘초’라고 부르는 식물은 뿌리가 얕은 초본식물이라고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뿌리가 깊은 식물은 목본식물로서, 우리가 흔히 나무라고 부르는 그것 말이에요. 산다는 것은 뿌리를 내리는 것이고, 어떻게 산다는 것은 어디에 뿌리를 내리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수분이 충분하고 온도가 따뜻한 토양도 있지만, 건조하고 온도가 차가운 토양은 전자의 두 배 이상 많다고 해요.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것은 건조하고 차가운 토양에 뿌리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예수님도 그런 곳에 뿌리를 내리셨으니까요. 토양의 문제가 아니에요. 서리가 내리면 강물보다 먼저 어는 돌처럼 사는 사람들의 마음 밭 말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 밭에서 꽃피우시다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어요.

그래도 연리지 나무라는 게 있어 가끔씩 두 개의 나무뿌리가 이어지는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함께 예배드리는 여러분들께 나와 뿌리를 이어주시길 염치 없이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열 두번씩 흔들리는 내 뿌리를 이곳에 두어 겨울이 지나고 오는 첫 봄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윤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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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21) Unknown kent paper(545×394),water color 나를 쏟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막아서 힘든 모습과 쏟고 난 후 준비된 상태의 편안한모습


어무이 글 하영준(27) 그림 윤지현(21)

고향에서는 풀 뜯던 염소들이 어메 하고 울면 그 염소 어미가 그제야 새끼들한테 젖을 물렸다 그래서 온 동네 아이들이 엄마를 어메라고 불렀다 저녁 땅거미 드리울 때 애들은 어메 목소리에 집으로 가고 나 혼자 발끝에 돌맹이 차며 돌아간 집 울 어메는 저녁장에 가야한다며 노을 처럼 익은 감자를 머리에 이고 웃으셨다 웃음이 너무 따뜻했는가 어메가 너무 멀어졌는가 마당을 지나 걸어가는 어메 뒷모습에 왜 눈물이 났는지 노을 한 폭 이고 가는 어메 뒷모습을 보러 나 뛰어가 만난 골목에서 산마루 넘어가는 바알간 태양이 어메 하얀 머릿수건 위 소쿠리에 또 쏟아질 때 골목에서 튀어나가 크게 내질렀던 소리 어무이요 울 어메 흠칫 놀라 돌아보며 웃고 나는 뒤돌아 뛰어가며 울어버렸네 염소들도 그 저녁 어무이라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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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쏟다

글 전아영(24)

가방은 우리에게 꽤 큰 의미를 갖는다. <여자의 가방>에서는 가방을 자아의 가장 내밀한 부분이고 정체성의 산물이자 심장이고 영혼이라고 서술한다. 마치 들고 있는 가방이 그 사람 자체라는 듯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여자들은 그정도로 신경을 쓴다. 하지만 그렇게 신경쓰던 가방이 집에 들어오면 그냥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인다. 얼마나 소중하게 들었었는지 잊어버린 것 처럼. 마치 소중한 당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흘려 듣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가방을 들여다 보면 생각지 못하게 그 안에 많은 것들을 발견한다. 문득 나를 발견하듯 내 가방을 발견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가방이 궁금해졌다. 친한 친구에게 가방을 보여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친구는 자신의 가방을 뒤져 보더니 부끄러운 듯 안된다고 했다. 왜? 라고 물어보니 많이 지저분하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보고싶은 거라고 말했다. 한참을 설득하고 설득하고 내 가방을 열어 보여주고 난 후에야 친구의 가방을 살짝 살펴볼 수 있었다. 친구에게 가방을 보여주면서 가방속을 보인다는게 참 부끄러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쩌면 하나님도 정돈된 모습보다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궁금하시진 않을까. <잃어버린줄 알았던 열쇠> - 김자연(25) 제 가방 안은 혼돈 그 자체에요. 집에서 나오면서 필요한건 모두 가방에 넣고 나오기 때문에 정말 잡동사니들이 가득 들어있죠.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늘 집앞에서는 열쇠를 찾아 한참 가방을 뒤적여요. 어느날은 몇분을 뒤지는데 가방에 열쇠가 없는거에요. 어쩔 수 없이 담을 타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가방을 쏟아놓고 보니 책사이에 열쇠가 있더라구요. 그 이후로 고쳐질 법도 한데 제 가방속은 여전해요. <언젠가 받은 롤링 페이퍼> 여러개의 가방 중에서 하나엔 늘 링으로 엮여있는 롤링페이퍼가 들어 있어요. 단기선교 다녀오면서 함께 다녀온 팀으로 부터 받은 롤링페이퍼에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들어 있어요. 가끔 꺼내 보면 그때가 생각나요. 순수하게 하나님만을 위해 보냈던 시간과 그 사람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한두개의 도장이 찍힌 카페쿠폰 여러장> 저는 같은 카페 쿠폰이 많아요. 지갑에 쿠폰이 있는 줄 모르고 새로 또 받고 받고 해서 이제 이 쿠폰들을 하나로 모으면 커피 한잔 먹을 수 있어요. <큐브> - 송규일(25) 제 가방에는 늘 큐브가 들어 있어요. 처음엔 친구의 큐브를 갖고 놀았어요. 그때가 15살때였죠. 그땐 한면을 맞출수 있었는데, 아무리 머리를 써도 모르겠더라고요. 알아보니 공식을 통해서 맞춰지는 거였어요. 설명서를 보면서 맞추다 보니깐 다 맞춰졌어요. 그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했죠. 지금은 실력이 늘어 그때만큼의 쾌감은 없어서 조금 아쉬워요. 보통 버스타고 갈때 뒤에 앉아서 하거나 기록을 재려고 책상에 앉아서 하기도 해요. TV를 보면서도 하는데 그땐 그냥 할아버지들이 손에 호두 들고 돌리시는것처럼 돌리고 있을때가 많아요. 또 겨울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걸어다니면서 돌리고 있죠. 큐브는 맞추든지 안맞추든지 항상 갖고 다녀요.


ESSAY

<이리저리 꼬여있는 여러개의 이어폰> 가방에 늘 이어폰이 여러개 있어요. 이어폰을 모으거나 하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니고, 겉옷 주머니나 바지주머니에 이어폰을 넣어놓고 옷장에 넣어 둘 때가 많아요. 그것을 모른채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오면 이어폰을 찾는데 그때마다 새로 사요. 노래듣고 싶은데 못듣는게 저에겐 너무 어려워요. <가득 들어있는 고무줄> - 최유성(24) 몇일 똑같은 가방을 들고다녀 집에와서 가방을 정리하려고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어요. 가방 바닥에 손이 닿을쯤 손에 익숙한 것들이 잡혔는데 들여다보니 자기들 자리인냥 바닥에 누워있는 노란 고무줄들과 머리끈들이었어요. 이미 제 할 일을 다한 것들과 아직 쓸만한 것들이 언제 이렇게 모였는지....... 바라보고있자니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여러장의 팜플렛과 주보들> - 최현혜(23) 연주회 팜플렛이 가방에 있었는데 과제에 참고해야되는 연주여서 모아놓고 있었어요. 과제를 한 이후에 빼놓았어야 되는데 깜박해서 계속 가방에 있었어요. 이런 것을 잘 버리지 않아서 예배를 드리고 나서도 주보는 늘 가방속에 있어요. <잔뜩 밑줄이 그어진 성경책> - 최박수(25) 저는 연극하는게 꿈이에요. 배우에게 있어서 대본은 어마어마하게 중요해요. 작품 분석이 엄청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대본을 읽고 또 읽고 분석하고 연구해서 제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런 저에게 성경책은 대본과 같아요. 얼마전 이준호 목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삶이 연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성경은 하나님께서 주신 대본이구요.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살아갈때 반드시 필요한 대본이 바로 성경인거죠. 작품의 대본을 잘 모르면 주어진 캐릭터를 절대 연기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이란 무대에서 내 삶을 온전히 연기하려면 성경을 수백번 읽고 공부하고 연구해서 결국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거죠그래서 열심히 읽어요. 밑줄도 치고 메모도 하면서요. 대본 보듯이. <인쇄가 지워진 영수증> - 김기린(24) 학교를 가던 중, 만원 버스에서 급하게 내리다 항상 차고 다니던 팔찌가 어딘가에 걸려 뚝하고 끊어져 버렸어요. 수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 자리에서 고치진 못하고 팔찌를 가방안에 넣어야 겠다고 생각했죠. 팔찌가 알맞게 들어갈만한 작은 수납공간을 찾았어요. 가방에 이런공간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잘쓰지 않았던 공간, 지퍼를 열어보니 빛바랜 영수증 하나가 곱게 접혀 있었어요. 누르스름하게 색이 변해있었고 찍힌 글씨마저 너무 흐릿해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날짜가 쓰여진 글씨가 희미하게 보였어요.‘2010-10-6’사실 날짜를 애써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영수증이었어요. 나만의 비밀스런 추억이 담긴 저녁식사 영수증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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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김정훈 (21)


SPECIAL INTERVIEW

“여기 늘 계셔주시니까”

임칠성 집사

글 하영준(27)

‘오늘은 바쁘고, 내일 점심 때 와요 그럼’

‘비가 오네..’

인터뷰 약속을 잡은 건 어제 오후였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책상에 앉아 질문거리를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나는 노트를 책상 한 쪽으로 밀어버리고 침대에 누웠다. 될 대로 되라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냥 질문을 미리 준비하기가 싫었다. 그것이 인터뷰이(interviewee)와의 대화를 인위적인 틀에서 규정하고 가두는 것 같은 불편함을, 영혼은 인위적인 것(nomos)에 대한 부정에서 온다는 소피스트들의 상념처럼 느꼈던 걸지도. 그건 인터뷰 장소를 따로 정하지 않고 일하는 현장으로 내가 가기로 한 까닭이기도 했다. 둘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경계선을, 나는 허물고 싶었다. 명일동 가락공판장 옆에서 매일같이 붕어빵을 굽는 임칠성 집사님. 나는 교회 근처에 있을 때면 종종 거기서 붕어빵을 사먹곤 한다. 인터뷰 약속을 잡는 그날도 슈크림과 초콜릿 붕어빵을 먹었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하루의 경계도 없이 내리고 있었다. 뉴스에선 아침에 그친다고 했는데. 비에 젖은 오후의 무게가 살짝 버겁게 느껴졌다.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명일시장 입구에서 붕어빵 가게를 보았을 때, 나는 비 온 뒤라야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음을 알았다. 거리도, 나무도, 사람들도, 길목을 채우는 물 묻은 풍경들. 집사님은 비오는 날에도 붕어빵을 굽고 계셨다. 나는 조용히 천막을 젖히고 들어갔다. 천막 안 내 자리는 엎어진 우유박스였다. 다행히 방석은 푹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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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브레이킹

사실 되게 조심스러웠어요. 붕어빵 장사라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혹시 어떤 아픔을 제가 건드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아니에요. 크게 아픔은 없어요. 이 일도 하나님이 다 시켜주시니까 할 수 있는 거지. 물론 물질의 복은 없어요.(웃음) 우리 남편 사업도 힘들고. 근데 우린 물질의 복은 없어도 하나님이 그냥 순탄하게 잘 지내게 해주세요. 자녀들도 그냥 순탄하게 잘 길러주시고. 뭐 별 거 있나?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

붕어빵 사러 올 때마다 라디오에서 찬양을 들으시는 것 같던데. 스마트폰으로 목사님 말씀 듣는 것도 몇 번 봤어요. 지난 9월 특별새벽집회 때는‘여호수아의 믿음’포스터가 붙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찾아온 거야? 교회 집사님 많잖아.(웃음) 사실 제가 교회 집사님들을 잘 몰라요. 집에서 혼자 교회를 나오거든요. 어렸을 때는 다 다니셨는데...

나는 어느새 내 어릴 적 이야기를 집사님께 털어놓고 있었다. 내가 교회 집사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집사님을 알고 있었던가. 이야기를 다 들으신 집사님은 이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IMF때 가세가 기울었던 얘기, 어려움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알아서 잘 크더라는 얘기. 딸 둘은 직장에 다니고 늦둥이 아들은 이제 20살이 된다고 하셨다. 둘째 딸은 나와 동갑이라고 했다.

자녀분들은 여기 자주 와요? 오죠.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 혹시 자녀분들이 붕어빵 장사를 부끄러워한 다거나 하진 않나요? 저희 부모님도 예전에 식당을 하셔서 저도 비슷한 기억이 있거든요. 창피스러웠어?

전혀요. 그때 전 너무 어려서요.(웃음) 나는 어릴 때 우리 아버지 하는 일이 창피스러워서 피해 다니고 했어요. 근데 정말 고맙게도 우리 아이들은 그런 거 없어요. 아들은 학교 마치고 와서 돈 정리도 도와주고. 그저께 둘째 딸이 그러더라고요. 자기 친구 부모님 중에 일 없는 분이 너무 많은데 엄마는 돈 번다고. (웃음) 네, 어서 오세요~

할아버지 한 분이 말도 없이 앞에 서셨다. 천 원짜리 한 장을 앞 바구니에 넣으시자, 집사님은 묵묵히 팥 붕어빵 세 개를 종이에 담아 건넸다. 여전히 말없이 붕어빵을 받으시고 뒤돌아 가시는 할아버지 뒤로, 안녕히 가시라는 집사님의 인사소리가 퍼졌다. 나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는데 팥 붕어빵 달라는지 어떻게 아셨냐고 물었다. 집사님은 매일 오시는 할아버지라고 대답하셨다. 손자 사준다고, 매일 저렇게 묵묵히 붕어빵 세 개를 사 가신다고.


SPECIAL INTERVIEW

혹시 이렇게 돈 통 놓은 거는 이유 있으세요? 직접 돈 안 받으시고. 내가 돈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요. 장갑을 끼고 있어서. 장갑 끼고 붕어빵을 굽고, 또 손님한테 주고 하는데, 돈에 균이 많잖아. 장갑 끼고 돈을 받으면 엄마들이 되게 싫어해요. 계산할 때마다 벗기도 번거롭고. 그래서 나는 돈을 안 받지. 이유는 그거죠 뭐. 다른 이유 있나.

그런 애들은 없었어요? 돈 갖고 도망가는. 있었어요. 손 넣고 오천 원짜리 확 빼가던 애가 한 명인가 두 명인가. 조심해야지 하는데도 어쩔 수가 없어요. 바쁠 때는.

마음만 먹으면 잡으실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하하. 그것도 그러네.(웃음)

그 애들이 그 다음부터는 안 와요. 자기가 양심에 찔리니까 못 오는 거야 여기를. 나는 손님 한 명 잃은 거지. 그런 아이들을 잡아서 창피를 줄 수도 없고.

집사님은 이 일을 하게 되신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아까 저 왔을 때도 말씀 틀어놓으셨더라고요. 뭐 틀어놓으신 거예요? 극동방송이요. 극동방송은 찬양도 나오고 말씀도 나오고 하니까. 또 선교 이야기도 많이 나와요. 그럼 그 이야길 듣고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죠. 안 그러면 몰라. 나는 아침에 눈 뜨면 명성교회 갔다가 다시 여기 와서 장사하다가, 그러고 집에 가니까요.

갑자기 시작했어 갑자기. 예전에 여기 앞 분이 할 때 내가 지나가는 말로 “여기 그만두면 나 줘요” 했었거든요. 근데 그 분이 하다가 남편이 좀 아팠나봐. 그래서 작년 9월 특별새벽집회 끝났을 때 나보고 얼른 하래요. 그때 저한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도 체인점으로 하는 건데 얼마를 좀 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하나님이 이걸 하라고 하셨는지, 어떻게 돈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아, 그렇게 시작을... 그럼 좀 힘이 많이 되세요? 말씀이나 이야기들이. 힘이 많이 되죠. 다 기억은 못해도 선교 이야기 같은 거 들으면 ‘저렇게 잘 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린 왜 못 할까’하는 생각도 하고. 근데 여기는 교인들이 많이 지나가기 때문에 내가 다른 방송을 못 틀어요.

어찌 생각하면 내가 여기서 돈 벌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해요. 내가 허리가 아파서 구부려서 청소도 못 하는데, 이건 서서 일할 수 있으니까.(웃음)

단골도 많이 있죠? 왜요? 제가 교회 안내를 오래 했어요. 수요예배와 주일예배 때요. 그래서 사람들은 저를 몰라도 저는 얼굴을 많이 알아요. 근데 내가 다른 거 틀어놓으면 혹시나 사람들이 와서 보고 ‘교인이 되서 저런 거나 듣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제 앞에서 여기 장사했던 사람은 뭐 뉴스도 보고 했다던데, 괜찮지요 사실. 근데 저는 왠지 못 그러겠더라고요.

# 붕어빵을 쏟다.

아직 말씀은 안 드렸는데 이번 우리 주제가‘쏟다’예요. 그런 거 있잖아요. 마음을 쏟아놓다. 우리가 쏟아내지 못하는 모습들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어서요. 근데 이 붕어빵도 밀가루, 이거 쏟는 거잖아요.(웃음)

단골 많지. 이 옆에는 수영장이 있어서 애들이 쉬는 시간마다 와서 배고프다고 한 개씩 먹고 가요.

집사님은 교회 다니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한 15, 16년 됐어요. 이 교회가 처음이거든요 내가. 다른 교회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여기 있다가 다른 교회 가면 이상해서 못 가겠어요. 예전에 성내동 살다가 새벽에 여기 오려니까 너무 먼 거야. 그래서 거기 근처 교회를 몇 번 다녔어요. 근데 정이 안 들더라고. 교회도 정말 좋고 말씀도 좋은데, 이상한 거야. 너무 여기서 정이 들어가지고.

근데 여기서 장사하시다보면 좀 서러울 때도 있지 않으세요? 그렇죠. 겨울에 손님이 많을 때는 내가 그 생각을 안 했는데, 여름에 손님이 하나도 없잖아요. 근데 나는 여기 이 좁은 공간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여기 상가가 크게 있어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갇혀있다는 기분에 진짜 너무 갑갑했어요. 또 주일에 장사를 하느냐 안 하느냐 문제로 생각도 정말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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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제는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모든 고민일 것 같아요.

그래도 쉬운 결정은 아니셨을 것 같아요.

나도 주일에 장사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기도를 많이 했어요.

그렇죠. 처음에는 내가 남편이랑 같이 1부 성가대를 갔어요. 왜냐면 얼른 예배드리고 와서 장사해야 하니까. 그렇게 작년 겨울에 몇 개월 장사를 하다가‘아, 이건 아니다’싶더라고요. 왜냐면 우리 남편 사업할 때 내가 늘 하던 소리가 그거였거든요. 주일 온전히 교회에서 지키라고. 그래서 주일 장사를 접었죠.

근데 지금 주일장사 안 하시잖아요. 내가 왜 접었냐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 땅에서 얼마나 잘 먹고 편안하게 살다가 가려고 그럴까. 우리가 교회에서 매번 듣는 말씀도 그거잖아요. 우린 이 땅에 잠시 왔다 가는 나그네라고.

혹시 그렇게 하신 뒤로 환경이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으셨는지. 사실 주일에 제일 매상이 많이 오른대요(웃음). 주일에 손님들이 많이 왔다가요 여기.

저도 주일에 여기 왔다가 안 열어서 돌아갔었어요. 네, 근데 그래도 아휴 그래, 하나님이 평일에 채워주시면 되죠. 처음엔 사람들이 왜 주일날 문 안 여냐고 많이 물어봤어요. 그래서 아예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어요. 그랬더니 이제는 사람들이 인식이 됐는지 지나가다가“주일날은 문 안 열죠?”이러고 가요.(웃음) 주일은 봉사하는 것도 있으니까, 나도 그걸 못 놓겠어요.

내년 여름엔 뭐 계획하고 계신 거 있으세요? 옥수수를 팔아볼까 해요. 올 여름에 하려고 했다가 시작을 못 했거든요. 내년엔 일찌감치 준비하려고요. 여름에도 잘 벌어야 주일 노는 게 보람 있지.(웃음)

혹시 이 일을 하시면서 품고 있는 마음, 뭐 그런 거 있으세요? 돈을 좀 벌면 뭐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아직까지 큰 생각은 없어요. (사진)

큰 생각이 아니어도.. 뭐 그냥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신다든지.. 그렇죠. 그 생각은 내가 항상 하고 기도를 해요.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고 아무 탈 없도록 하나님께서 도와달라고. 이게 여름에 철이 바뀔 때는 내가 조금만 반죽을 소홀히 하면 금방 쉬어요. 이거 하나 먹어봐.

어유, 이렇게. 이건 이따가 사진 찍고 먹을게요.


SPECIAL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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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나가게 되실 거예요. 저도 지금은 혼자 다니고 있지만요. 아무래도 일이 힘들어서 그러겠죠. 나도 이렇게 일하다 교회 가면 힘든데요. 회사를 좋은 데를 갔으면 또 모르겠는데..

요즘은 회사 좋은 데 가도 주일 출근 많이 해요 혹시라도 탈나지 않게 기도하신다는 거죠? 네, 음식을 먹고 그 가정이 평안하게 해달라고 기도 하고, 가정에 돈도 주시고, 그 가정의 모든 것이 평온하고 잘 되기를 기도하는 거죠. 여기 다녀가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어휴, 그래서 요새는 애들이 세상에 나가면서 다 버리는 거예요. 하나님이 직장에 복을 주셔야 주일에 일을 안 시키지. 예전에는 제가 그걸 기도제목으로는 안 썼는데, 애들도 직장에 복이 있어야 주일을 지키겠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구역장 보고서에 그걸 써요.

#쏟다. 하나님을 앎으로

그래도 자녀분들이 있어서 든든하시죠?

아직 학생이에요?

네, 학기는 마쳤는데 아직 졸업은 안 했어요.

든든하지. 애들한테는 정말 미안한 게, 솔직히 말해갖고 내가 해준 게 없어요. 내가 몸이 안 좋고 또 여유가 없으니까. 애들 초등학교 졸업하고부터는 많이 신경을 못 썼죠. 그래도 고마운 게 자기들이 잘 해 나가니까..자기가 벌어서 공부하고..

어이구, 이제 졸업하면 취업도 해야 될 텐데..

저희 어머니도 그런 얘길 하신 적이 있어요. 내가 해준 게 없다고. 그렇지 않은데 사실. 손과 눈은 붕어빵을 굽고 계시면서도 집사님 말투엔 옅은 한 숨이 묻은 듯했다. 아마 본인의 자녀들이 생각나셨나보다. 한 평이 남짓 안 되는 공간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에, 나와 동갑이라는 딸아이 생각이 나셨을 수도. 아니면 앞으로 같은 길을 걸어갈 막둥이에 대한 걱정이었을까.

나는 우리 친정아버지가, 저 어렸을 때 진짜 해준 게 없었어요. 왜 옛날 분들은 노름해서 돈 많이 갖다 버렸잖아요. 그래서 노름으로 돈 다 잃고 오면 내가 돈 안 벌어온다고 뭐라 하고..아버지가 미워서 집도 뛰쳐나와 혼자 생활도 많이 했어요. 아직도 나는 우리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라는 생각은 안 해요.

자녀분들은 직장생활 하고 계세요? 막둥이 아들 빼고. 누구나 어렸을 때 그런 경험들이 상처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네, 큰 딸은 직장생활 하고, 작은 딸은 체육을 전공해서 지금 트레이너를 해요. 근데 일이 좀 힘든가봐. 트레이너 일이 벌이가 안 좋으니까 하루에 두 탕을 뛰는 거야. 그래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나갔다가 밤 11시나 되서 들어와요.

그래도 지금은 내가 다 털어버렸어요. 왜냐면 이제 하나님을 아니까. 하나님을 앎으로써 그걸 다 버리고 우리가 버릴 줄도 알고, 생각할 줄도 알고 그렇지. 하나님 아버지 모르면 그런 거 평생 몰라.

어후..

자녀분들하고도 이런 얘기 종종하세요?

그래서 요번에 과로로 몸이 아파서 목사님한테 기도 받았잖아요. 일단 애가 과로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저께도 내가 큰딸하고 얘기를 했어요. 왜냐면 우리 남편이 지금이야 교회 다니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애들 어릴 땐 약주 한 잔 하고 들어와서 애들 많이 깨웠어요. 좋은 아빠는 아니었지. 큰딸하고 얘기를 하는데 애들이 아직 그걸 이해 못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런 거 다 버리라고, 엄마도 너희 할아버지를 많이 원망하고 그랬지만 속에 담아 놓아봐야 좋은 거 하나도 없다고 얘길 했죠.

걱정을 많이 하셨겠어요. 걱정했죠. 기도도 많이 하고. 근데 사실 나는 이때가 살짝 기회다 싶었어요. 왜냐면 우리 딸들이 교회를 잘 안 나가려고 하거든. 첫째 딸은 그래도 내가 교회 가라고 하면 주일은 어떻게든 가는데..어쨌든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목사님한테 병원 심방을 좀 가달랬죠. 콩팥이 염증이 심해서 열이 안 내려가는 거예요. 근데 기도를 받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열이 떨어졌어요. 그러니까 자기도 좀 생각이 드는지..

교회를 잘 나가게 됐군요? 뭐 아직까진“엄마, 좀 더 이따 갈게.”(웃음) 그래도 다행인 건 절대 안 간단 소리는 안 해.

하나님 아버지를 아니까 홀가분해질 수 있으셨다는 건가요? 그렇죠. 아직도 다 버리진 못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엔 다 있겠죠. 그래도 자식들한테 그런 걸 버리라고 내가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죠.


SPECIAL INTERVIEW

#편식 안 하기

집사님은 요즘 가장 마음을 쏟고 있는 부분이 어떤 부분이에요? 그런 건 없어요. 하루하루 살아요.(웃음) 그냥 여기 살면서 최선을 다 하지. 옛날에야 답답한 게 너무 많았죠. 근데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요.

그럼 좋아하시는 말씀이나 찬양 있으세요? 아까 말한 여름에 서러울 때 힘이 됐던. 찬양은 다 좋아요.

그냥 다요? 네, 다 그냥 나한테 와 닿는 찬양이에요. 라디오에서 소명 찬양도 잘 나오고. 진짜 찬양을 들으면 너무너무 좋은 게 많아.(웃음) 제목도 모르고 그냥 들을 때도 많아요.

우리에게 시사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선호하는 찬양과 그렇지 않은 찬양을 습관적으로 나누거든요. 찬양은 다 좋죠. 안 좋은 찬양이 어디 있어. 우리 목사님 봐요. 말씀 중에 무슨 얘기를 하시다가도 찬양 계속 부르시잖아요. 그럼 그게 나한테 맞는 찬양이고, 나는 그게 너무 좋은 거지.

주일마다 은혜를 많이 받으시나봐요? 은혜야 많이 받지. 맨날 졸다가(웃음). 안녕~

눈앞에서 어느 남자아이가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너무 순식간이었다. 아이가 있다 간 자리에는 어린 시절 아련한 기억처럼, 눈을 감아도 보일 것 같은 어떤 일렁임만이 머물고 있었다. #처음, 그래서 1호 저렇게 인사하고 가는 애도 있어요.(웃음)

오늘은 몇 시에 문 닫으세요? 애기들이 인사하고 가면 기분 좋으시죠?

저녁 8, 9시쯤. 제일 처음에 열었을 땐 11시에 들어갔어요. 근데 요새는 내가 몸이 너무 피곤해서 못 그래요.

네, 좋죠!

대학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저 전에 막 보면서 갔는데.. 눈이 마주쳐야죠.

저 천천히 걸었단 말예요.(웃음) 처음엔 기억을 못 했는데 나중에 봤을 때 어휴, 어쩜 그리 피부가 좋아가지고.(웃음)

저희 부모님도 가게를 하시는데 요즘 어려워요. 엄청난 불경기라더라고요. 지금이 제일 불경기에요. 가게 하나 잘못 차리면 돈 벌기가 힘들어. 근데 이거는 진짜 현찰 장사고, 내가 이걸 너무 잘 했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나는 좋은데 이걸 하고 있으면 좀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개인적으론 전 집사님이 참 좋은 게, 솔직히 교회에 대단하신 분들 많잖아요. 근데 그런 분들은 못 봬요 제가(웃음). 그런데 집사님은 여기 늘 계셔주시니까.. 대학부에 아는 사람은 좀 있으세요? 난 아무도 없어. 애들이 안 다니기 때문에. 아는 애들이 없어요.

그럼 제가 1호네요. 나도 대학부원하고 이렇게 오래 얘기하긴 처음이에요.

“앞으로 지나갈 땐 인사드릴 게요” 그냥 가져가라는 걸 한사코 거절하고 붕어빵 세 개를 사서 나왔다. 돌아가는 길이 왠지 아쉬워 뒤를 돌자, 비닐우산 너머로 붕어빵을 굽고 계신 집사님이 보였다. 처음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나는 어쩌면 ‘쏟다’라는 걸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던 걸까. 한 평 남짓한 저 공간에서, 잠시나마 서로를 서로에게 쏟았다. 인사를 하고 헤어진 지금도, 집사님은 붕어빵을 쏟고, 나는 내 삶을 쏟고. 깜빡하고 성함을 여쭙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 돌아가려다 그만두었다. 내일 다시 오지 뭐. 거리에는 여전히 비가 내렸고, 품에 든 붕어빵은 따뜻했다. 마음이 따뜻한 건지, 붕어빵이 따뜻한 건지 헷갈렸다. 하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우습게 본다고요? 그렇죠. 자기 눈에는 좀 별것처럼 보였는지, 사람들이 한 번 왔다가는 같이 교회에서 봉사하는 집사라고 생각을 안 해요. 사람을 아는 체를 잘 안 해. 근데 사람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어요. 내가 돈 잘 벌고 하나님한테만 잘하면 되지. 나도 처음에는 창피스러워서 아는 체를 안 했어요. 교회 집사님 지나가면 고개 숙이고 아는 체도 안 했다고. 근데 이젠 내가 좋아서 아는 체 해.(웃음)

이젠 서로 인사하고 그러시죠? 응

하나님한테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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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버리다

장진아(23)

내 안 저 밑바닥에 깊이 자리잡은 무언가가 있다. 쌓여있는 것들을 헤집고 문제의 그것을, 아니 그것만 집어서 꺼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전부 쏟아버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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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앞에_

글 소민수(25)

# 당신 앞에 쏟아놓다. 인생을 살다가 보면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시편 22편에서 다윗은 그런 힘든 순간이 찾아온 듯하다. 그는 자신의 응어리진 마음을 하나님 앞에 쏟아놓고 있다. 14 나는 물같이 쏟아졌으며 내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마음은 밀랍 같아서 내 속에서 녹았으며 15 내 힘이 말라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입천장에 붙었나이다 다윗은 평생에 수많은 시련을 겪었던 인물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목동 일을 하였으며, 사울 왕의 위협으로부터 피해 다니며 광야생활을 했었다. 나중에 다윗이 왕이 되어서 많은 복을 받았지만 아들에게 반역을 당하여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시편 22편에서 다윗이 어떤 시련을 당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상당히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뼈가 어그러질 정도의 고통이 그에게 있었고, 초가 불에 녹는 것에 비유할 정도로 심적으로 연약한 상태였다. 어쩌면 그는 원망의 어투로 기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의 마음을 참 조심스럽고, 가지런히 풀어놓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심정이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편 22편을 읽을 때마다‘나는 물같이 쏟아졌으며.’라는 부분을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이유는 그런 표현을 어디서도 볼 수 없었고, 다윗이 어떠한 상태였을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 쏟아진 물 쏟아진 물은 이리저리 흩어진다. 모양이 뒤죽박죽이 된다. 사람 마음도 바닥에 쏟아진 물처럼 흩어질 때가 있다. 뒤죽박죽 복잡한 심정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물이 쏟아지면 가치가 없어진다. 담겨있던 물이 쏟아지면 그 물은 더러워진다. 마실 수 없고, 씻을 수 없게 된다. 본연의 가치를 잃은 것이다. 세 번째로,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돌릴 수 없듯이, 인생에 있어서도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시편 22편에서 하나님을 향해 자기 마음을 쏟아놓던 다윗은 참 위로를 받았다. 잠잠하게 자기 마음을 토로하였을 뿐인데, 하나님은 그 마음을 어루만져주시고, 일으켜 세워 주신 것이다. 회복된 다윗은 시편 22편 후반부에 하나님을 찬양하며 글을 맺는다.

24 그는 곤고한 자의 곤고를 멸시하거나 싫어하지 아니하시며 그의 얼굴을 그에게서 숨기지 아니하시고 그가 울부짖을 때에 들으셨도다 25 큰 회중 가운데에서 나의 찬송은 주께로부터 온 것이니 주를 경외하는 자 앞에서 나의 서원을 갚으리이다 26 겸손한 자는 먹고 배부를 것이며 여호와를 찾는 자는 그를 찬송할 것이라 다윗이 하나님 앞에 마음을 쏟아놓았을 때, 주님께서 친히 엎질러진 그 마음을 추슬러 주셨다.

나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당시 휴가를 나왔을 때였다. 많이도 기다렸던 휴가인 만큼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갔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부대로 복귀하기 전날이었다. 그날은 주일이었고 예배를 드리러 가게 되었다. 예배당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데 도무지 예배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머리에는 부대로 복귀할 생각으로 가득했고, 힘든 군 생활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예배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은혜를 못 받고 부대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힘들어졌다. 그때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제가 이렇습니다. 머리에는 복귀할 생각만 가득하고, 예배에 집중하지도 못했네요.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주님, 군 생활을 잘 할 자신도 없습니다. 두렵기만 합니다.’그저 물같이 쏟아진 마음을 하나님께 잠잠히 고백했다. 기도를 마치자 곧 예배가 끝났고, 찬양대가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예배가 다 끝난 그때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예배당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 앉아 감사의 눈물을 흘렸었다. 하나님은 다윗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나의 엎질러진 마음도 추슬러 주시는 분이셨던 것이다.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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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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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canvas (53.0x33.4) pen 송수진(27)

실수로 쏟고 재미로 쏟고 웃음을 쏟고 슬픔을 쏟고 섭서함을 쏟고 남들이 쏟으니 나도 쏟고 갈바를 모르며 쏟고 노력을 쏟으며 열정을 쏟고 마음을 쏟고 사랑을 쏟고 자신을 쏟아내며 언젠가 우린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죽는다 그렇게 우린 삶을 쏟는다.



ESSAY

마음을 쏟다 글 이하은(20)

상처입어도, 엇갈려도, 그래도, 괜찮아.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죠. 하지만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쏟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진짜‘나’의 모습을 쏟아내서 보이는 건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내 모습을 안 좋게 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되고요. 나를 밀어내지는 않을까, 그러면, 결국 관계가 끊어지지는 않을까, 겁이 나기도 해요. 이상하게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 어렵더라고요. 마음을 쏟아내는 것이요. 누군가가 그러는데,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해서, 내 마음을 쏟아내기 어려운거라네요. 그러게요. 잃고 싶지 않아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요.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요. 그렇지만 쏟아내지 않고 이어가는 관계는, 허전해요. 마음속에 뭔가가 계속 차올라서, 그래서 누군가에게 쏟아내고 싶은데, 내 마음을 쏟고 나면, 내 마음속이 텅, 비게 될까봐. 그래서 견딜 수 없을까봐. 쏟아낼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답답해서, 가장 좋아하던 친구에게 덜컥 쏟아버렸어요. 내 모습을 그리고 내 마음을요. 갑작스럽게 쏟고 나니까 부끄럽더라고요.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도로 주워 담고 싶기도 했고요. 걱정도 됐어요. 나를 밀어내지는 않을까. 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내 마음이 비워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쏟았던 내 마음이 다시 채워지더라고요. 그 친구가 건네 준 마음으로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모습으로, 진심 가득한 마음으로 정말 가득 채워주었어요. 자랑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렇게 마음을 쏟아냈다는 것을, 그리고 채워졌다는 것을. 그리고 응원하고 싶어요. 상처 입을까봐, 엇갈리까봐 마음을 쏟아내지 못하고 있을 누군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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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ONG ALUMNI 알럼나이는, 명성교회 청년대학부(20대는 대학부, 졸업 후 30대부터는 청년부로 구성된다.) 중, 대학부 졸업을 앞둔 고기수들의 모임 입니다. “Alumni” 사전적인 의미로 졸업생.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에게 거저 주어진, 토요예배, 봉사, 교제, 기도, 나눔등, 대학부만의 아름답고 귀한 전통과 유산을 전하고 남기고 싶어 모였습니다. 첫 시작, 2014년 4월 어느 날, 대학부 최고기수 4명이 머리를 모았습니다. “대학부 10년 동안 받은 은혜가 참 많다.” “내 삶을 바꿔주셨는데, 무엇으로 다 갚지?” “은혜 받은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 “우리 후배들도 귀한 은혜들을 받았으면 좋겠다.” “예배에 한명이라도 더 나오게하자!” 이렇게 빚진 마음으로 목사님께 찾아가 말씀드렸고 그 후 공식적으로‘알럼나이’라는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알럼나이가 하는 일은, 대학부는 우리만의 토요예배, 봉사, 교제, 나눔의 아름답고 귀한 전통들이 많습니다. 선배들의 눈물과 기도로 만들어진 좋은 전통들을 후배 대학부원들에게 잘 전달하고자 합니다. 또한 선배로써 할 수 있는 일들. 예를 들면 식비나 차비 지원, 자취하는 친구들 지원 등을 기획,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로고제작, 영상제작, 온유 봉사등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실 생각보다 거창합니다. 로고와 차량용 스티커를 만들어 졸업생들에게 나누려고 하고요. 대학부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Alumni 1기, 2기... 이렇게 계속해서 현역 알럼나이들과 연계하려고 해요.

우리가 우리의 전통들을 다시 찾아내고 닦아내다보니 권태기가 온 애인처럼 서먹했던 하나님과 우리의 사이가 다시 회복되는 것 같았습니다. 일하는 모임이지만 일만 하는 모임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꿈꾸는 모임이고 싶습니다. 대학부 10000명 부흥, 세계에서 제일 하나님을 사랑하는 청년, 또 나아가 통일한국, 그 날이 올 때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설 대학부를 꿈꿉니다.

성년이 된 알럼나이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기도와 물질로 후원을 계속해서 후원을 이어나가는거죠. 장학금도 주고.. 후배들이 예배의 자리를 놓치지 않도록 여러가지로 지원하여, 그룹장이 되고, 팀장이 되고, 그렇게 은혜의 선순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크게는, 통일시대에 우리 뿐 아니라 북한의 청년들에게까지 도움을 주는 모임이 되기를 꿈꿉니다.

모임은,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는 전체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원하여 모인 스텝들은 매주 토요일 예배 후 두란노실에 모이고 있습니다. 매월 첫째주 전체모임에는 목사님께 말씀을 듣고, 대학부원의 발제를 통해 후배들에게 남겨줄 전통, 봉사, 예배를 팀으로 구성해 발전시키고 재조명 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미안합니다. 우리가 대학부 저기수였을 때, 고기수 선배들이 보여준 모습들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 그 선배의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 앞에 바로 서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매주 토요일 예배 후 8시에는 스텝들이 모여서 기도하며, 귀한 전통과 은혜들을 나누고 대학부를 위해, 후배들을 위해 계획한 일들을 진행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권면하건데 대학부의 귀한 전통. 예배, 기도회, 훈련, 교제, 나눔, 섬김, 봉사등.. 잘 기억하고 빼앗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것들이 여러분의 삶을 이루고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고,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줄 보물과 같은 유산이 될거라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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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ONG & editor 배현진

예배인도자학교 예배 인도자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훈련을 받는다. 9월 16일부터 시작 된 예배 인도자 학교는 매주 화요일 7시에 두란노실에서 하고 있으며, 신경민 목사님과 정구일 목사님, 임은묵 전도사님이 차례로 말씀을 전해주셨다. 8주 동안 진행되는 이 강의는 돌아오는 11월 11일을 마지막으로 마치게 된다.

교회교육 엑스포

추수감사절

매년 찾아오는 교회교육 엑스포가 10월 6일, 7일에 있었다. 이번 엑스포 주제는 ‘Back to the basic’이였으며, 당회장 목사님과 많은 강사님들이 와서 각자 여러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했다. 이를 듣기 위해 명성교회 교인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수많은 성도들이 와서 같이 엑스포에 참여하였다.

10월 26일 추수감사절. 성도들은 1년 동 안 감사한 것들을 가지고서 교회 앞마당에 모였다. 그곳에서 소고기 국밥 나눔행사 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국밥을 먹 었다. 또한 저녁예배는 추수감사 찬양예배 로, 감사의 제목들을 가진 여러 성도들이 각자 나와서 특별순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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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비전집회 청년대학부만의 축제, 비전 집회가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일정은 11월 15일(토) 비전달리기와 말씀집회가 있고, 16일(일) 에 청년대학부 헌신예배, 22일(토) 에 전 도집회와 나눔국밥 행사가 있을 예정이 다.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뜨거운 기도와 노력으로 준비되고 있는 비전집회에 많은 청년들이 와서 같이 은혜받기를 소망한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캐롤이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한다면 성탄절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명성교회에서 는 폭죽을 터뜨리고 점등식도 한다. 그리 고 성탄절 예배를 드린다. 이곳에 있다 보면 한겨울 추운 것도 모두 잊어버리고 감사만이 남게 된다. 12월 25일. 다른 일 하기에 앞서 기쁨과 감사로 추위를 덮어 보기를 권한다.

송구영신예배/신년축복성회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명성교회에서는 송구영신예배와 신년축복성회를 드린다. 한 해를 잘 보내게 해주신 것에 대한 감 사와 다음 해도 잘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로 1월 1일을 맞이하는 예배이다. 이번 해에도 많은 성도들이 모여서 감사를 드리며, 같이 축복을 받는 귀한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MISSIONARY WORK

Missionary Work Report

에티오피아 최태규(28)

정수영(26)

이상일(25)

중심사역 영상 사역 기도제목 단기선교팀을 위해.믿음으로 행동하는 선교사되길. 에티오피아를 위해 기도하고 기도로 답을 찾도록

중심사역 간호사로 병원 사역 기도제목 모든 한인 봉사자들이 하나되길 가족 구원, 믿음의 배우자 위해 단기선교팀 큰은혜 받도록, 모든 일 기쁨으로 감당하길.

중심사역 우물선교 기도제목 선교지에 온 이유 놓치지 않길 우물공사 안전히 마무리 되길 늘 긍정적으로 활기 잃지 않길 기도로 영적인 힘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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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천효기(25) 중심사역 BVschool 체육교사 고아원 생활 및 학습보조 주일 의료봉사 기도제목 단기선교팀 위해, 친형 공무원시험 위해. 사역 잘 감당하고 삶의 목적 찾도록

이소현(24) 중심사역 국제유치원 음악교사 Learning Class 피아노 교사, 주일의료봉사 보조 기도제목 늘 하나님 은혜 느끼고 경험하길, 단기선교팀 위해. 함께하는 사람들과 매일 즐겁 게 보내고 더 사랑하길.

추노을(23) 중심사역 Learning Class 한국반, 교회학교, 영어 유치원 기도제목 지치지 않도록. 아프지 않길. 하나님 은혜로 넉넉히 감당. 하나님 사랑 가득하길, 가족 건강, 할아버지 건강히 퇴원 하실 수 있도록.

조홍연(28) 중심사역 교회 행정과 지역교회 관리 기도제목 견습선교사들 주님 안에서 하나 되길. 내가 선교한다는 어리석은 생각 버리고, 주님 께서 함께 하시길. 가족 건강, 단기선교팀 위해.

조아라(23) 중심사역 사모님 보조, 고아원 행정 기도제목 더 많이 사랑 하도록, 믿음 기초 잘 쌓도록, 언어 공부 지혜 주시길, 가정 평안, 은혜의 한해 되길

필리핀 박태영(29) 중심사역 미정 기도제목 아프지 않고 잘 적응 하도록 시작된 학기 기도로 승리

김혜란(24) 중심사역 일본어 교사 기도제목 기도의, 찬양의 문 열리길 직분 지혜롭게 잘 감당하고 아이들이 하나님 안에서 잘 성장해서 많은 영혼과 나라 품는 사람이 되길, 목과 몸이 튼튼하길

오원희(22) 중심사역 행정실 행정사역 기도제목 반드시 기도시간 놓지 않길, 온유하고 더욱 사랑하길, 선교지에 있음을 잊지 않길, 아프지 않도록, 12학년 서류처리 과정에 오류나지 않도록

김경민(25) 중심사역 마닐라 한국 아카데미 (마한아) 교목실 기도제목 영육간 늘 강건하도록 사랑으로 섬기도록 영적으로 깨어있고 중보 많이 하도록

신민혜(22) 모임시간 매주 금요일 7시 중심사역 마닐라 한국 아카데미 (마한아) 유치원 교사 기도제목 교사로서 책임 의무 잘 감당 개인 묵상시간 가지도록 생활 가운데 필요한 것 채워지도록

김한나(23) 중심사역 중학생 한국사 교사 기도제목 다친 다리 수술 없이 빨리 회복되도록, 예배 잘 지키고 기도 많이 하도록


젊은소리 1112월 #ISSUE 32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강동마 00006

발행인 김삼환, 청년대학부 김윤호, 편집인(편집장) 김덕유 editor 배현진, 전아영, 김경준, 하영준, 조경희, 박노준, 박예언, 장원, 배형주, 송승찬, 소민수, 오창현, 조현택, 김정훈, 황민국, 김희진, 신주현, 김은진, 이하은, 이가람, 전보민, 장진아, 송수진, 윤지현 facebook.com/mseditors 인쇄 문영사 02 2263 5087, 발행처 대한 예수교 장로회 명성교회 대학부 /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330-5호, 02 440 9361-5 web www.mscolle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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