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1711

vol.219 2017.11*12

우리 안의 폭력

톰 라이트 ㅣ 백지윤 옮김 ㅣ 176면 ㅣ 11,000원

기도는 보이지 않게 흐르면서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을 새롭게 해주는 비밀의 시냇물과도 같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우리가 이해하 지 못하는 일들,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게 함으로써 그것이 실재임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초기 기독교의 중요한 기도 들, 어떤 경우에는 예수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 기도들을 외워 둘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길을 걷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 감자를 깎 거나 잠자리에 들 때, 언제든 그 기도 안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 기도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지탱해 주는 숨은 음악이 될 수 있으며, 우리는 곧 거기에 화음이나 새로운 리듬을 추가해 즉흥 연주를 하는 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_ ‘들어가는 말’ 중에서

본서는 『신약의 모든 기도』를 제목과 본문 디자인을 새롭게 하여 재출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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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폭력이 남기고

p. 06

아! 충 X X

04

일상 속의 언어폭력

06

폭력이 남기고 간 것들 _ 이상영

08

소그룹 나눔1

10

폭력 민감성 테스트 _ 정다은

12

서는 곳, 경계 그 아래 편 _ 김형수

16

소그룹 나눔2

18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

비폭력 대화 _ 손준호

24

소그룹 나눔3

26

<청춘시대>는 말한다, 서로의 용기가 되라고 _ 오수경

30

그래도 함께 _ 김은미

32

발행일, 발행처

2

일상 속의 언어폭력 p. 04

<청춘시대> 말한다, 서로의 용기가 되라고 p. 26

폭력이 남기고 간 것들 p. 06

잘 알지도 못하면서 p. 18

그래도 함께 p. 30

비폭력 대화 p. 20 3

일상 속의 언어 폭력

아직도 ? 갔냐 안 대 군

이것도 몰라? 니가?

! 아 XX충

이 정도도 못해? 그런 뭘 걸가 그래 지고

4

니코 니코 니~

너 코 진짜냐

무심코 던지는 돌에 개구리는...

이런 건 기본 아니야 ?

거지 는 하 면 라 하 무슨...

꺼져

맞아 도싸

너도 꾸미면 예쁠텐데

5

Intro.

폭력이 남기고 간 것들

올 봄에 개봉했던 영화 <미녀와 야수>를 봤다. 동화처럼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와 디 즈니 특유의 경쾌한 음악은 내 굽은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했다. 때문에 지루할 틈 없 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사랑하는 벨을 그녀의 아버지에게 돌려보내준 야수는 실의에 빠져 있었고, 벨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끌려갈지 모르는 아빠를 구하 기 위해 말을 타고 전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한 벨은 아빠가 말하는 야 수가 진짜로 있다고 소리쳤다. 증거를 요구하는 마을 사람들과 개스톤에게 벨은 ‘떠 올린 것을 보여주는 거울’을 들이밀었다. 거울 속 야수의 존재가 마을 사람들을 공포 로 몰아넣었을 때, 영악한 개스톤이 외쳤다. “놈을 잡지 않으면 우리도 당해요! 야수 를 잡아 죽입시다!” 마을 사람들의 공포는 곧장 광기 어린 분노로 변했다. 그리고 그 때, 아주 이상한 타이밍에, 나는 펑펑 울고 있었다. 대체 왜?!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앙숙이었던 미녀와 야수가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몇몇 있 다. 그중 하나는 서로가 은따라는 사실을 밝히는 장면이다. 벨이 먼저 마을 사람들 은 자신을 이상한 여자라며 손가락질한다고 말한다. 야수도 성안의 물건들이 자신 만 오면 조용해진다고 담담히 말한다. 나도 그렇다. 지금은 언제나 어디서나 산뜻하 게 말할 수 있는 비밀이지만 중학교 때 나도 은따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 터 친구들이 나와 노는 걸 꺼려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친구들은 나랑 어울 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뒤에서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먹잇감이 되어갔 다. 때로는 누군가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은근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분명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나를 괴롭히는 건 일부이고 모두가 나를 싫어하지 않 는다는 걸. 하지만 나는 몇몇 손가락질이 두려웠다.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나의 평 판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졌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었을까. 그저 피하는 것 뿐이었다. 그때부터 눈치를 많이 보기 시작했다. 나를 못살게 구는 친구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집중했다. 최대한 그들과 접촉하지 않으려 했고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내 행동이 저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점 점 더 소심해졌고 움츠러들었다.

6

조금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의 저주를 푸는

의 10대는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했다. 포

방법은 단 하나, 진정한 사랑이다. 흉측하

식자들로부터 살아남아야 했다. 그저 괴롭

게 변한 야수를 그 외모가 아니라 내면을

힘당하지 않는 평범한 애들처럼 되고 싶었

보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세상에 존재

다. 그래서 나는 나를 뜯어고치기로 결심

하기나 할까. 야수 본인도 그 저주를 풀 수

했다. 그러고 나니 수많은 단점이 눈에 들

있음을 기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에게

어왔다. 나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을 가

호감을 보여주는 벨의 모습도 나를 사랑하

리지 않고 친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는 것이 아니라며 부정한다. 하지만 결국

고쳐냈다. 고쳐낸다는 표현이 웃기지만 내

그 둘은 사랑하게 된다. 나 또한 미녀와 야

눈에 나의 모습은 정상에서 벗어나 치료

수처럼 강렬했던 사랑의 추억이 있다. 내

가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평범해

가 나인지도 몰랐던 때, 그 누구보다 나를

질 수 있도록, 그리고 아주 매력적인 사람

바라봐주던 이. 때로는 엄마의 사랑으로,

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변해갔다.

때로는 친구들의 사랑으로, 때로는 더러운 나의 발을 닦아주던 사랑으로 나에게 조심

언뜻 보면 평범해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히 다가와 준 이가 있다. 벨의 진실한 사랑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창

이 야수의 저주를 풀어 사람으로 돌아오

시절에 평범해진다는 것은 잔혹한 일이었

게 하듯, 하나님의 진실한 사랑은 사람들

다. 내가 평범해질수록, 아니 권력을 가지

의 기대대로 변해버린 내 모습을 있는 그

게 될수록 나는 나보다 더 약한 이들을 물

대로의 나로 만들어주었다.

어뜯어야만 했다. 또 나보다 더한 괴롭힘 을 당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남자답게 웃

물론 지금의 나에게 '그래서 지금은 괜찮

을 줄 알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내가 따돌

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괜찮

림을 당하는 친구들을 감싸주다간 내가 괴

은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기 때문이

롭힘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 힘든 부분은 중학교 때의 상처가 나에 게 아직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이

한편으로는 즐거움도 있었다. 누군가를

다. 나는 여전히 눈치를 보고, 여전히 먹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 짜릿했다. 누

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

군가를 마음대로 휘두를수록 진한 우월감

다. 내가 펑펑 울었던 그 장면이 너무나도

을 느꼈다. 나는 나보다 약한 이들에게 내

슬펐던 이유도 야수를 향한 마을 사람들

가 당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고

의 광기 어린 분노가 중학교 때의 나를 향

있었다. <미녀와 야수> 속 야수는 저주를

한 손가락질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하지

받아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변한

만 상처의 쓰라림이 나에게 주는 유익도

것이었는데 나는 저주도 없이 자발적으로

있다. 나는 사회적 약자가 고통받는 것이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 바로 야수로 변

나의 고통처럼 참기가 힘들다. 약자를 향

해가고 있었다.

한 악의가 나를 향한 손가락질처럼 느껴 졌기 때문이다.

이상영 강원대13 학생기자

7

소그룹 나눔 1

대학가를 읽기 전에 함께 나누어 봅시다.

1. 내가 보기에 나와 다른 사람의 싫은 모습/행동은 무엇인가요?

2.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나의 모습/행동은 무엇인가요?

3. 자신이 살아오면서 가했던/당했던 폭력을 이야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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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신이 가했던/당했던 폭력의 과정을 도식화해봅시다. ex) 거슬린다 -> 자꾸 거슬린다 -> 주위 사람들을 선동한다 -> 결정적인 때를 찾기 위해 관찰한다 -> 학교 폭력

5.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9

당신은 당신의 폭력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가요? 폭력의 일반적 정의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의도

안타까운 것은 폭력이 평범한 관계 속에서 발생

혹은 해를 끼칠 의도가 인정되는 정서적, 신체적

한다는 사실이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폭력

행위’이다.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 언

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렇듯 폭력은

어폭력, 왕따, 희롱 등 여러 이름의 폭력은 굉장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폭력에 얼마나

히 오래도록 사적인 영역으로만 취급 되었다. 그

민감할까? 나는 어떤 폭력에 노출되어 있을까?

런데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폭력은 점점 공적 영

신체, 언어, 위협, 통제, 따돌림, 흥미로 인한 폭력

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과 관련된 문항을 짚어가며 공감이 되거나 뜨끔 하다면, 관계 속에서 폭력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함께 이야기해보자.

(여기서 타인은 가족, 친구, IVF 및 교회 공동체, 이성 친구 등 관계 속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 설정합니다)

타인이 나에게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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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인에게

전혀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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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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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

전혀

가끔

종종

자주

없었다

있었다

있었다

있었다

화가 나면 타인에게 거친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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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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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기물을 파손하거나 물건을 집어던진 적이 있다 승부가 걸린 상황(게임,운동 등)에서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는 편이다 승부가 걸린 상황(게임,운동 등)에서 타인을 조롱하거나 비방한 적이 있다 나는 타인의 일과와 만남 등 중요한 일정을 모두 알고 확인하고 싶다 화가 나서 타인에게 거친 말과 함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화가 나면 타인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함 을 지른다 나는 타인의 옷차림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적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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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나 관련된 말을 들을 때 자주 욱하는 편이다 권위나 지위를 이용하여 타인이 원하지 않는 심부름을 시킨다 대화와 조율의 과정을 생략한 채 ‘순종과 헌신’ 을 요구한 적이 있다 나는 짜증이나 화를 해소하기 위해 머릿속으 로 복수를 상상한다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나 관련된 말을 들을 때 쉽게 욱한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할 때가 있다 나는 타인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를 걸었던 적이 있다 인터넷, SNS 등에서 타인을 향한 욕설이나 비방을 한 적이 있다 뜻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때때로 신체적/언 어적 폭력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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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점수 총합이 평균점수(27점) 이상일 경우 폭력(피해 또는 가해)을 경 험 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전체 평균 이상의 점수가 나온 경우 폭력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이 ‘폭력’ 임을 모르 는 것과 상방의 폭력을 문제 행동으로 보기보다는 사랑의 표현으로 간주하고 허용하려는 경향이 커요. 그렇다면 폭력 행위를 자연스러운 일로 인식하거나, 입장을 관철시키고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수단 으로서 여기게 되죠. 폭력에 허용적인 태도가 형성되면 폭력을 행사하거나 피해를 입 힐 확률이 높다고 해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게 되는 거죠.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폭력을 발견했다면 ‘폭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나와 타인을 존귀하여 여기며 살아가기 위해서…?’ 이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타이밍이에요. 정다은 대구지방회 경북대 담당간사

*문 지혜, 「대학생이 지각한 성장기 폭력 경험과 폭력 허용도 및 데이팅 폭력의 관계」, 2015 논문에서 설문 형식을 가지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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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곳, 경계, 그 아래 편 내 정체를 어느 자리에 두는지에 따라 나는 때론 경계의 위편에 때론 아래편에 선다.

비폭력 평화주의 신념을 가진 그이는 한국 남성에게 부과된 병역 의무를 거부 하고 감옥에 갔다. 수개월이 지나 감옥 생활에 적응할 때쯤, 재소자들에게 골 칫거리가 생겼다. 교도소 내에 쥐가 출몰했기 때문이다. 재소자들은 끈끈이 쥐 덫을 쥐가 다니는 길목에 두어 불청객을 생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처리 방법 이었다. 직접 손으로 잡아 죽인 후 뒤처리할 용기가 나지 않아 물을 담은 통속 에 넣어 익사시킨 후 사체를 버리기로 오랜 고민 끝에 결정했다. 동료 재소자 모 씨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반문했고, 물속에 담은 쥐를 보며 괴로워했 다. 그이와 나머지 동료는 쥐가 죽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옅은 재미를 느끼며 바라보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죽어가는 쥐를 보지 못해 괴로워했던 모씨 는 살인죄로 징역형을 살던 사람이었다. 살인자 모 씨와 평화주의 신념을 가진 그이, 징역형을 살아야 했던 행동의 틈은 멀었지만, 죽어가는 생명을 보는 동 안 생명에 대한 시선은 역전된 것은 아닐까. 옳고 그름은 선명하지 않고, 선과 악은 뒤섞여 있다.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은 쉬울 것 같지만 서는 자리에 따라 풍경은 다르고, 풍경을 보는 시선과 감흥 또 한 사뭇 달라진다. 내가 서는 자리만 지키면 될 것 같지만, 사람들이 한데 섞 여 사는 현실에선 쉽지 않다. 내 삶의 자리, 스스로가 붙드는 정체는 늘 변하 기 마련이다. 비폭력 평화의 신념을 가진 이가 죽어가는 쥐를 흥미롭게 볼 수 도 있고, 사람을 여럿 죽인 범죄자가 쥐의 죽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 러워할 수도 있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 남성과 여성, 내국인과 외국인, 이성애자와 성적 소수자, 비장애인과 장애인, 백인과 유색인, 성인과 청소년, 서울과 지방 등 우리네 삶 엔 수많은 경계가 교차하고 있고, 교차하는 경계는 한 사람 안에서 복합적으로 가로질러 있다. 전자는 후자보다 더 많은 권력이 발생하는 자리이고, 각자는 경계에서 어느 편에 서는지에 따라 때로는 다수자이고, 때로는 소수자로 살아 간다. 낱낱의 존재일 뿐인 나는 막상 현실에서 거대한 권력을 부리는 것 같지 않지만, 권력의 자리인 다수로서 소수가 느끼는 고통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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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상에 녹아들어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이 있다. 주먹으

최근 개봉한 영화인 <청년경찰>, <범죄도시>는 우리 안의 이

로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 물리적인 타격만이 폭력인 것은 아

방인을 소재로 다루었다. 두 영화에서 범죄자는 조선족들이다.

니다. 강자가 약자를, 다수자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것이 폭력

조선족들은 잔인하고,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로 묘사돼 있다.

이다. 폭력의 모습이 물리적이든, 언어적이든, 제도적이든 그

한국인 중 범죄자가 소수인 것처럼 조선족에게서도 범죄자는

것을 무엇으로 규정하고 정의 내릴지는 간단치 않지만, 폭력은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조선족을 범죄자, 깡패로 다루

권력의 격차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 격차에서 발생하는 폭력

는 방식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을 인지하지 못하고,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그 폭력을 만들어

마주할 때까지 특정 국적의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

내는 질서와 관성을 지속시키게 된다. 뭔가 대단한 권한을 행

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고,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사람을

사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엄청나게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가르는 경계의 위편에 서서 이방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질서

아닌데 왜 내가 폭력의 당사자로 지목되어야 하는가 싶겠다. 문

에 녹아든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제는 그 질서와 관성을 지속시키는 데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미 행사되는 폭력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소수의 경험

수련회가 되면 리더와 간사님들의 당부가 공지된다. 여학생

을 모른다는 것이고 모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경계의 위편에 섰

들에게만 해당하는 공지였는데, 짧은 옷, 몸에 딱 달라붙는 옷

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은 형제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삼가라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그 공지를 아무렇지 않게 멤버들에게 전달하는 리더였다. 형제

어느날 우연히,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의

가 시각적 자극에 취약해, 야한 혹은 음란한 생각을 할 수 있으

페이스북 포스팅을 읽게 되었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언론 보

므로 그들이 수련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극하지 말라는 뜻이

도가 외국인 우범자 인식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다. 그런데 왜 형제가 자매를 보고 음욕을 품는 것의 원인을 자

소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범죄 중 외

매에게 두는 것인가.

국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0.9%에 불과하지만, 전체 범죄 기사 건수 중 7.7%가 외국인 범죄를 다루는 기사라고 한다. 전체 범

생각하는 놈이 문제다. 모든 형제가 짧은 옷을 입은, 몸에 달

죄 중 강력범죄만 따지면 이 경향은 더 확대된다. 강력범죄 중

라붙는 옷을 입은 자매의 몸을 보고 성적 상상을 하는 것인지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는 강력범죄 중 2.2%에 불과하지만, 외

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그런 형제들에게 시선 처리하

국인 강력범죄를 다루는 기사는 11.8%를 차지한다고 한다. 언

는 법을 당부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는 문제의 원인

론의 보도 행태를 생각해보게 하는 논문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을 자매들에게 전가하고, 자매들의 몸을 규율하고 통제하는 것

외국인을 상대적으로 더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과 같다. 자매들은 늘 이 공지에 불편함을 느꼈겠지만, 형제들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은 당연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경계의 위편에 서게 되면 전 혀 인지할 수 없는 폭력의 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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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하우스에 살면 경험하게 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밤늦게 치킨을 시켜 놓고, 둘러 앉아 학업, 연애, 취직, 교회, 공동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연애 이야기 로 깔때기를 하지만 함께 삶을 나누고 대화하는 그 순간은 더 없는 즐거움이자 위로이 고 힘이 되는 시간이다. 그런데 단골 주전부리는 치킨이다. 한국 사회는 매년 조류독감으로 오리, 닭 등의 축산을 하는 가금류를 생매장 한다. 한 겨례 21 <닭장에서 닭을 해방하라>에 따르면 " 2003년부터 한국에선 거의 매년 AI 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3~2004년 528만5천 마리, 2006~2007년 280 만 마리, 2008년 1천만4천 마리, 2010~2011년 647만3천 마리, 2014~2015년 1937만 2천 마리, 그리고 2016년 2844만 마리. 매년 AI가 발생하고 그 피해 규모가 계속 커 지고 있지만 그동안 방역 당국은 AI의 발생 원인으로 야생 철새에게만 초점을 맞추었 다."라고 한다. 밀집형, 공장식 축산 등 산업화한 대량시스템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곤 하지만, 수 련회 마지막날 밤 행사마다 공동체하우스에서 뜨거운 밤을 보낼 때마다 치킨을 먹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을까.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에 기여하고 있는 우리의 “최애” 주 전부리 닭(가장 쉽고 편하게 준비하고 소비할 수 있는 닭) 소비는 매년 발생하는 수천 만 마리를 생매장하는 폭력과 무관할까. 인간의 욕구를 위해 소비되는 동물이라는 생 명에 너무 무관심했다. 먹기 위해 대량으로 도살하고, 문제가 생기면 인간의 편의대 로 동물을 생매장하는 것은 이 땅을 충만하고 아름답게 가꾸라는 명을 받은 우리로서 는 해서는 안 될 일은 아닐까. 경계의 위편에선 우리는 그렇게 폭력에 익숙해지고, 폭 력에 녹아들게 된다. 어느 봄날이었다. 내 동료는 한참 동안 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수화기 건너편 목소리 가 간간이 신음하듯 흘러나왔다. 무언가 심각하거나 절절한 일인 것 같았고, 울음도 섞 여 있는 것 같았다. 사연은 무거웠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수십 년을 같이 살았다, 같 이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집을 사고, 생계를 꾸렸다, 그러다 한 사람이 암에 걸려 하늘 의 별이 되었다, 헌데 두 사람은 서로의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하늘로 간 이의 가 족들이 함께 살아온 이를 배척하고 미워했단다. 급기야 두 사람이 함께 장만해온 집 에서 나가라 했고, 집에 무단 거주하고 있다고 소송을 걸었단다. 두 사람은 같은 성별 을 가진 이였다. 일하다 보면 종종 성소수자를 꽤 만난다. 만나보니, ‘동성애는 죄지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게 익숙한 그 말이 얼마나 폭력과 모순의 언어인지 깨닫게 된다. 나야 결혼 할 때 혼인신고서를 구청에 내면 되고 내가 아파 큰 수술을 할 때면 아내가 수술 동 의서에 서명하면 된다. 헌데, 동성 결혼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선 같은 성을 가진 부 부는 부부로 인정되지도 않기에, 긴급을 다투는 상황에서 수술 동의서에 서명조차 할 수 없다. 경계의 위편에선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이 동성애는 죄지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럼, 동성 결혼 합법화를 하든지, 결혼을 이성애자의 결합으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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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유럽처럼 동반자 법을 마련하는 데 동조, 연 대해야 한다. 한 사람 안에서도 수많은 경계가 교차한다. 내 정체를 어느 자리에 두는지에 따라 나는 때론 경계의 위편에 때론 아래편에 선다. 하지만 대체로 경계의 위편에 설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내가 경계의 어느 편에 선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다. 스스로 깨우치면 좋 겠지만, 경계의 아래편에 선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대체로 어렵다. 내가 불편해하지 않고, 내 삶에 너무 익숙하기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주하는 것은 불편을 당하고, 세상의 많은 부분을 낯설어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이다. 방법이 있을까, 저편의 사람을 만날 때 그들 편에 서는 것 말고는. 하나님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편드시는 하나님이고, 예수님은 늘 주류의 경계와 울타리에서 벗어난 사람 들을 살뜰하게 챙기셨다. 고통받는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는 너무 쉽다. 그러나 막상 내 자리를 경계 아래편에 선 사람들을 통해 발견하게 됐을 때 말보다 만 남이 무겁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무수한 경계에서 아래편에 자리한 사람이 라면 또 다른 경계의 아래편에 선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기보단 가난한 사람이 되는 삶, 가난한 삶은 그런 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내 자리를 아는 것 그리고 아래편 사 람을 만나면서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헨리 나우웬은 <세상의 길, 그리스도의 길>에서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제자의 길은 하향성의 삶이라고 했다. 쉽게 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척 '괜찮은 사람인 척' 애써 연기 할 필요는 없다. 서는 데가 다르면 풍경이 다르다고 했다. 서는 곳을 바꾸는 것만이, 다 른 곳 경계 아래편의 이웃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이 소중한 실타래가 될 것이라 믿는다. 결론은 못 돼도, 시작은 될 수 있을 것이기에.

김형수 학사 연세대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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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그룹 나눔 2

P.12~15 <서는 곳, 경계, 그 아래 편>을 읽고 나누어봅시다.

1. 폭력이란 무엇일까?

2. 스 스로 규정하는 본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사회에서 그어 놓은 경계의 어느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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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계 아래편에 서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이 신앙에 비춰볼 때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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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왜 자꾸 나한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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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못하면서 이게 어디서 함부로 나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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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VIOLENT COMMUNICATIOM 비폭력 대화_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

한 학생과 대화하다가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라고 말해버렸다. 그 학생은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어느새 우리의 대화에는 적대감이 느껴 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잘못된 생각이라고 판단받았을 때, 비 슷한 적대감을 보였던 것 같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맞고 틀린지, 평가받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신의 느낌과 욕구보다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더 집 중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적 용되는 듯 하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비교하는 말은 서로에게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비폭력 대화’의 저자 마셜 로젠버그는 이와 같은 대화를 ‘삶을 소외시키는 대화’라고 부 르는데, 그는 ‘삶을 소외시키는 대화’가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우리는 매일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에게 폭력은 나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폭력이라 했을 때, 누군가에게 상해를 가하는 것으로만 이해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이며 ‘비폭력간디협회’의 설립자 인 아룬 간디는 폭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가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에 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개 자신의 폭력성을 인정하지 않는데, 이것은 우리가 폭력 그 자체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폭력이라고 하면 우리는 대개 보통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 곧 싸우고, 죽이고, 때리고, 전쟁하는 것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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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는 실제로 힘을 행사하는 ‘물리적인 폭력’

비폭력 대화의 네 가지 요소로 솔직하게 말하고

과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정신적인 폭력’이

공감하며 듣게 될 때, 우리 내면에서는 폭력이 가

있는데, 정신적인 폭력이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

라앉고 자연스럽게 연민으로 서로에게 반응할 수

해롭고 위험하다. 정신적인 폭력은 피해자들의 내

있게 된다. 우리는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너무 빠

면에 분노를 일으켜서, 결국은 그들이 개인이나

르게 반응한다. 그 반응은 대부분 공격하거나 방

집단적인 폭력으로 대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어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비폭력 대화는 이러

정신적인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에 불을 지피는 연

한 즉각적인 반응 대신, 마음속의 부정적인 메시

료와 같다.”

지를 느낌과 욕구로 바꿀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보다 무엇을 원하는가

폭력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화에서 시작된 다. 반면 폭력이 만연한 이 세상을 바꾸는 변화도

에 집중함으로써 화해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 도록 도와준다.

대화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우리의 대화에서 변 화가 일어날 때, 폭력의 연결고리는 끊어질 수 있

비폭력 대화의 네 가지 요소는 고정된 공식이나

다. 내가 속한 간사 공동체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단계가 아니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요소를 생각하

위한 실천으로서 매주 함께 책을 읽으며 ‘비폭력

며 말하고 듣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폭력 대화

대화’를 배우고 일상에 적용해가고 있다.

를 경험할 수 있다.

‘비폭력 대화’는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하지 말 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이 아니다. ‘비폭력 대화’

관찰

는 우리 안에 잠재해 있는 긍정적인 면으로 서로

비폭력 대화의 첫 번째 단계는 평가하지 않고, 있

에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대화이다. 이와 같은

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표현 중

긍정적인 반응을 ‘연민’이라고 하는데, 연민은 서

에는 평가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너는 이기적

로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있는 그대로 솔직하

인 사람이야.”, “그 친구는 책임감이 없어.”, “아마

게 말하고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 ‘비폭력 대화’는

걔는 오늘도 늦을거야.” 등의 말은 평가가 담긴 관

연민을 바탕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에

찰이다. 관찰에 평가가 섞이면 상대방은 이를 비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판단과

판으로 받아들인다. 평가와 관찰을 분리하기 위해

배제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을 내려놓고 훨씬 편안

서는, 성급한 일반화를 피하고 때와 맥락에 맞게

하게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친구는 이번 주에 연락없이 근무를 세 번 빠졌어.”와 같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비폭력 대화’를 실천할

말은 평가가 섞이지 않는 관찰이라고 할 수 있다.

수 있을까? 비폭력 대화는 우리의 의식을 다음 네 가지 요소에 집중시키며 말하고 듣는 것이다.

1. 관찰 : 어떤 상황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느낌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인정 하고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느낌을 말하

2. 느낌 : 관찰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다.

는 것이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동

3. 욕구 : 자신이 알아차린 느낌이 내면의 어떤 욕

안 우리 사회에서 ‘느낌’이 가치있게 여겨지지 않

구와 연결되는지 찾아낸다.

4. 부탁: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구체적으 로 부탁한다.

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낌을 인식하고 표현하 는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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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천 소장님과 함께

욕구 세 번째 단계는 느낌 뒤에 있는 욕구를 인식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의 대 부분은 자신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이다. 하 지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우리의 느낌을 불러일으키 는 자극이 될 수는 있어도, 느낌의 원인은 아니다. 비폭력 대화는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인식하고, 나아가 상대방이 표현하고 있는 느낌과 욕구를 인식하기를 요청한다. 이를 통해 누군가를 탓하는 대신 자신의 느낌에 대해 책임을 지 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느낌과 욕구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나는 ~을 원하기 때문에 ~ 을 느낀다.’라고 표현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보다 연민으 로 반응할 수 있게 된다.

대화는 서로 말하고 듣는 것이다. 네 가지 요소를 통해 자 신을 표현하는 것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을 공감하며 들을 때 비폭력 대화는 이루어진다. 공감 은 다른 사람의 경험, 느낌, 욕구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 해하며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마음을 비우고 전 존재로 상대의 말에 집중하는 것이 공감이다. 비폭력 대화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든, 상대가 무엇을 관 찰하고, 느끼며, 필요로 하고, 부탁하는지에만 귀를 기울 인다. 그리고 들은 것을 되풀이해서 물어보며 상대방의 뜻 을 확인하고,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며 말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충분히 자 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주며 머무는 것이 중요 하다. 이렇게 공감하며 듣고 곁에서 머무를 때, 서로의 솔 직한 내면을 돌아볼 수 있고 나아가 내면의 분노를 풀어 갈 수 있게 된다.

부탁 네 번째 단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서로가 원하는 것 을 부탁할 때, 어떻게 표현해야 상대방이 연민으로 반응할 수 있을까? ‘~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정의 언어보 다, ‘~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긍정의 언어로 부탁하는 것 이 좋다. 그리고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부탁을 강요로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폭력 대화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 대방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솔직함과 공감을 통해 서로 가 스스로 원해서 변화하고 연민으로 반응하는 것이 비폭 력 대화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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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기 자신을 대할 때도 비폭력 대화를 적용할 수 있다. 비폭력 대화에서는 자신에게 비폭력으로 대하는 것 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에게 폭력적이면서 다른 사 람에게 연민을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다 른 누구보다 자신에게 더 비판적이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비판적일 때 우리는 수치심, 죄책감, 자기 비하에 빠지게 된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동기에서 비롯되는 변화는 자신 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 게 한다. 긍정적인 동기, 즉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 롭게 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되는 변화는 더 풍성한 기쁨 과 만족을 가져온다.

마셜 로젠버그, 「비폭력 대화」, 한국IVVC센터, 2011

춘천지방회 간사회

많은 이들이 비폭력 대화를 통해 일상의 변화를 경험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비폭력 대화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원투

연습이 필요하다. 먼저 자신에게 질문하는 연습을 했으면

원과 소그룹 등 다양한 만남에서 비폭력 대화의 적용을

좋겠다. 자신에 대한 존중과 연민에서 나오는 변화는 스

확장해가면 좋을 것 같다. 춘천지방회에서는 작년 9월에

스로에게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

‘한국회복적대화교육연구소’ 김승천소장님을 초청해 ‘공

된다. 우리가 자기 자신과 연민으로 깊이 연결되어 내면

동생활을 위한 회복적 대화’를 배우고 실습하는 시간을 가

에 평화가 있을 때, 어떤 말을 들어도 적대감을 느끼지 않

졌다. 이 모임은 공동체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친

고, 비판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구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있게 된다.

춘천지방회에는 총 3개의 공동체하우스가 있다. 각 공동

일상에서 비폭력 대화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하나님의

체 하우스에서 5~6명의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위대한 화해 이야기에 참여하는 여정이다. 우리가 일상에

서로 다른 생각과 방식으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함께 지내

서 쓰는 언어가 평화의 언어로 변할 때, 세상은 우리가 꿈

려니까 어려움이 많다. 그 어려움은 작은 차이에서 시작되

꾸는 평화에 좀 더 가까워질 것이다.

었다. 샤워기 사용하는 방법, 자고 일어나는 시간, 설거지 를 언제 하는지 등에서 시작된 차이는 어느새 서로에게 상

마지막으로 마하트마 간디의 말로 비폭력 대화에 대한 이

처를 주는 말로 이어졌다.

야기를 마무리하면 좋겠다.

상대의 다름에 대한 우리의 익숙한 반응은 판단이다. 우 리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자기만 생각하는 애’, ‘게 으른 놈’, ‘지저분한 녀석’이라고 꼬리표를 붙이게 된다. 사 실 그러한 판단 뒤에는 ‘갑자기 물을 맞아서 당황스럽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지 않는 한 진정한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샤워 끝나면 샤워기 방향을 돌려놓았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서로 달라서 불편하다’, ‘음식냄새가 나

손준호 간사 춘천지방회

서 불쾌한데, 설거지를 바로 했으면 좋겠다’라는 충족되지 않는 느낌과 욕구가 있다. 서로에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비폭력 대화를 통해 서로의 느낌과 욕구를 존중하며 솔직하게 말하고 들으면서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 는 가능성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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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그룹 나눔 3

P.20~23 <비폭력 대화>를 읽고 나누어봅시다.

1. 느낌과 욕구에 대해 말하거나 들었던 경험이 있는가? 그때 상대방/나는 어떻게 반응 했었나?

2. ‘ 비폭력 대화’를 통해 공동체와 캠퍼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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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모임에서 관찰, 느낌, 욕구, 부탁, 네 가지 요소로 비폭력 대화를 실습해보자. 그리고 소감을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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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는 말한다,

서로의 용기가 되라고 나는 생각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 살다 보면 ‘이불킥’ 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잘못인 줄 모르고 저지른 ‘사소한’ 일들이 누군 가에게는 사소하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먼지처럼 켜켜이 쌓인다. ‘좋은’ 혹은 ‘훌륭한’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지만 내가 남긴 편 견이나 차별, 혐오의 흔적이 지난 시간 곳곳에 남아있어 그저 부끄럽다. 때론 그런 나를 애 써 숨기느라 누군가를 향해 으르렁거린다. ‘평범’이나 ‘보편’의 언저리에 끼기 위해 무리를 하기도 한다. 드라마 <청춘시대>의 하우스메이트(하메)들처럼 말이다.

"나는 겁쟁이다. 눈을 감고 주먹을 휘두르는 어린 아이 같다. 무서워서 짖는 개 와 같다. 나는 겁쟁이다. 늘 겁이 난다. 낯선 곳은 이상한 곳이고, 이상한 곳은 무 서운 곳이 되고, 무서운 곳은 나쁜 곳이 된다. 그렇게 낯선 곳은 피해야 할 무서 운 곳이 된다. 나는 또 겁이 난다. 누군가에게 낯설게 보일까 봐. 이상하게 보일 까 봐. 그래서 나는 기를 쓰고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려고 한다. 나는 또 겁이 난 다. 내 안의 겁쟁이가 눈을 감고 휘두른 주먹에 누군가 맞을까 봐. 그래서 어쩌 면 나는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난다.”

-<청춘시대 2> 은재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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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 2>는 겁쟁이가 눈을 감고 주먹을 휘두르는 것 같은

었는지 ‘안부’를 가장하여 ‘추궁’한다.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야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상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에

할 가족마저 예은의 행실을 문제 삼으며 그의 존재를 부끄러워하

서 출발한다. ‘강언니’ 이나가 떠난 *‘벨 에포크’에 새로운 하메

고, 함부로 삶을 통제하려 한다. 피해자이지만, 온전하게 이해받

조은이 합류한다. 키가 크고 퉁명스럽고 남자 같은 외모의 조은

지 못한 채 오히려 숨어 지내야 하는 예은은 그렇게 가장 가까운

을 레즈비언으로 착각한 하메들은 ‘조은을 받아들일지’ 긴급회의

존재들이 휘두르는 ‘2차 가해’를 고스란히 당한다. 그렇다고 예은

를 한다. 십자가 목걸이를 내보이며 “난 좀 그래”라며 반대하는

이 전적으로 피해자인 것도 아니다. 그는 친구가 취업 스트레스로

예은과 “난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서로 불편하면 누군가는 나가

원형 탈모가 생긴 것도 모를 정도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야 되고…”라며 불편해하는 은재에게 지원은 말한다. “그게 차

결국, 그 친구는 그런 예은을 향한 질투와 분노를 폭발시켜 그에

별이야!”

* 벨 에포크 : <청춘시대> 하우스 메이트들이 사는 집 이름

게 지속해서 협박 문자 등을 보낸 범인으로 밝혀진다.

예은과 은재처럼 나 또한 그렇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

예은을 못마땅해 하기는 은재도 마찬가지다. 혼자 외출하기 두

라는 변명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막연하게 두려워하던 순간

려워하는 그에게 일상을 맞추는 것이 불편하고, 그럼에도 고마운

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그런 무지한 폭력이

줄 몰라 하는 예은이 원망스럽다. 그래서 수군거리며 ‘2차 가해’

공기처럼 존재한다. 조은을 레즈비언으로 착각하며 성 소수자에

를 하는 사람들과 다른 바 없는 말을 “걱정이 돼서”라는 의미를

관해 자신이 가진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낸 하메들은 ‘남자 같아

붙여 쏟아내며 상처를 준다. 그러나 자신이 “걱정이 돼서”라며 쏟

서’ 오해를 받는 조은에게 “네가 어때서!”라는 긍정보다는 “치마

아낸 그 말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때마침 찾아온 예

를 입고 다니는 건 어때?”라는 참견을 앞세운다. 상대를 외모나

은 엄마의 의도하지 않은 '미러링'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예

성격 등으로 쉽게 판단하며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와 닮았

은을 멸시하며 강제로 데리고 가려는 그의 엄마를 향해 용기 내

다. <청춘시대 1>이 죽음을 통과하고 살아남은 청춘들의 이야기

어 말한다. 이 말은 사실, 예은을 향한 은재의 사과이기도 하다.

라면 <청춘시대 2>는 그 이후 하메들이 일상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의미의 편견과 차별, 혐오와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다가 납치, 감금, 폭행 등 데이트폭력 을 겪은 예은이 당하는 현실은 더 가혹하다. 트라우마로 인해 친 구들과 하메들이 동행해야 겨우 외출이 가능할 정도다. 그런 예 은을 향해 학교 친구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의 잘못은 아니

“선배 엄마가 잘못한 거잖아요.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선배가 뭘 잘못했다고 엄마한테 그런 말 을 들어요. 선배는 피해잔데 왜 선배 탓을 해요? 사과하 라고 해요. 엄마한테 사과하라고 해요.”

-<청춘시대 2> 유은재의 말 27

서로의 용기가 된다는 것 <청춘시대 2>는 하메들을 정의롭고 올바른 인간으로 그리지 않는다. 피해 자인 동시에 선의 혹은 무지로 무장한 해맑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에 적당히 선을 긋고, 상처받을까 봐 오히려 으르렁거리는 연약하고 불완전하고 이기 적인 존재들이다. 마치 언젠가의 나처럼, 현재의 우리처럼. 그러나 그들은 그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미워하고 갈등하면서도 ‘함 께’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 있음’으로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 배 운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며 슬기롭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성 장한다. 그 결과 은재는 자신의 말이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 실을 깨닫는다. 예은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그들은 ‘겁쟁이’에서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 용기는 서로에게 연결될 때 비로소 편견과 차별, 혐오와 폭력 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두 발로 단단하게 서는 힘이 될 수 있다. 용기는 어떻 게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을까? <청춘시대 1>에서 배가 침몰하는 사고를 겪고 ‘살아남은 자’의 무게에 짓 눌린 채 자신을 방치하는 인생을 선택했던 이나의 이야기는 <청춘시대 2> 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름’에 관한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지원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이전 시즌이 ‘신발장 귀신’을 매개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이번 시즌은 조은이 우연히 발견한 저주가 담긴 ‘분홍 편지’ 를 매개로 전개된다. 결국 그 편지는 문효진의 동거남이 ‘벨 에포크’에 난입 하여 칼부림하는 사건을 통해 ‘수신인’이 밝혀진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문 효진의 단짝이었던 지원이다. 그 동거남을 통해 문효진이 ‘분홍 편지’를 쓰 고 며칠 후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원은 큰 충격에 빠지고 마침내 잃 어버린 기억을 되찾는다. 지원은 당시 문효진이 미술 선생님에게 성폭행당 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 충격을 받고,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 상황을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지원은 그제야 문효진을 대신하여 용기 내어 미술 선생님의 과거를 폭로한다. 그것이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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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를 향한 애도이며 살아남은 자신에 관한 사과다. 학보사 동료와 하메들이 그런 지 원의 곁에서 용기가 되어 지원이 ‘지연된 정의’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지 연된 정의>는 ‘분홍 편지’가 꽂혀있던 책 이름이다). 조은을 향한 편견에서 시작하여 예은이 당한 데이트폭력과 2차 가해, 문효진의 삶 을 망가뜨리고 지원에게 오랜 상처로 남은 성폭력으로 연결되는 이 이야기는 드라 마 밖을 뚫고 나와 현실의 ‘강남역 10번 출구 이후 여성들’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강 남역 살인 사건 이후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들의 용기 있는 증언과 연대가 이어지 고, 그 연대가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향한 연대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연대는 우리

사진출처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사회가 무심하게 침묵하며 견뎌온 편견과 차별, 혐오와 폭력을 담대하게 폭로한다. 용기는 그렇게 연결되어 느리지만 단단하게 서로를 세워 오랜 상처에서 웅크리고 있 던 이들을 직립의 인간으로 살게 한다. ‘벨 에포크’ 하메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상처를 털어버리고 일어서려는 어느 날 쿨 하게 ‘안녕’을 고한다. 하메들이 떠난 자리에 이제 우리의 현실이 남아있다. 그들을 보내며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나의 ‘mate’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그들 이 일상적으로 겪는 편견과 차별, 혐오와 폭력의 방관자이거나 가해자인 적은 없 을까?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용기가 되어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지원의 기도 와 맞닿아 있다.

“오늘 나는 저들을 위해 기도한다. 비바람 따위 맞지 말기를. 어찌할 수 없 는 일은 겪지 말기를. 답답하고 지루하더라도 평탄한 삶을 살기를. 그리고 또 나는 기도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을 겪었다면 이겨내기를. 겁나고 무서워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있는 힘을 다해 그 날의 내가 바라는 지금의 내가 되기를.”

-<청춘시대 2> 지원의 기도 오늘 나는 나를 위해 기도한다. 저들이 비바람을 맞고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겪지 않 도록 ‘곁’의 사람이 되기를.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어 함께 힘을 내어 일어나 두 발을 땅에 딛고, 햇빛 속으로 나갈 수 있기를.

오수경 <청어람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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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춘천교대14 학생기자

가끔은 힘들고 어려워. 너무도 다른 너희와 함께 한다는 것이 그러나 여전히 다름을 사랑하고자 노력해줘서 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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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마워

춘천지방회 공동체 하우스 자매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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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편집하면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된 것 같습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했던 학 창시절의 비겁한 나와 마주했습니다. 또 현재 일상 속에서 본의 아니게 폭력을 행사하고 또 폭

편집실에서

력을 당하기도 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학창시절은 이미 지났고 지금의 일상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정도 반성은 누구나 할 테니까요. 나도 딱 이정도 수준에 서 멈춰서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참여한 필자들의 삶이 담긴 글의 도움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폭 력이 남기고 간 것들’을 읽으며 학창시절의 나를 떠올리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폭력 민감성 테스트’에서는 점수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언제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서는 곳, 경계 그 아래 편’을 읽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문제를 소통하며 풀어갈 방법까지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비폭력 대화는 물론, 서로에게 용 기가 되라는 글을 읽으며 저는 비로소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젠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생각하고 원고를 청탁했던 게 떠오를 때마다 이불을 걷어차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호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아내는 공동체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춘천지방회 공동체하우스에 사는 학생 에게 이런 글을 청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원고에 서로를 사랑하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라는 표 현을 쓰더군요. 아, 고맙다는 관점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참 여러 면에서 머쓱해지 고 하고 배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엄창근 <대학가> 편집인 | daehakga@ivf.or.kr

<대학가>는 IVF 공식 회보로서 학생 운동 전반과 그리스도인 대학생의 신앙생활을 위한 읽을거리를 싣고 있습니다.

발행일 | 2017년 11월 9일 발행처 | (사)한국기독학생회

한국기독학생회(IV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는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비전을 가진 복음주의 선교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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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 김민영 나정수 배성우 이슬기 이지현 정다은 최지은 학생기자 | 강주은 김율 김은미 김하영 손석현 이상영 이유현 정대은 32

홍종락 옮김 | 양장 520면 | 27,000원

정의로운 사랑은 가능한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정의에 충실한 사랑, 사랑이 충만한 정의는 가능한가? 사랑이란 모호한 단어에 숨어든 불의를 해부한다! “사랑과 정의가 충돌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의 또는 사랑을, 혹은 둘 모두를 오해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이들이 갈등을 보았다고 생각한 곳에서 나는 조화를 보여 주려 한다.”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불의한 세상 한가운데서 사랑과 정의, 정의와 사랑이 충돌하는 듯한 문제에 직면해 우리는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모호한 사용에 숨어든 인간의 불의하고 악한 관행과 폐단을 정면으로 해부하고, ‘정의로운 사랑’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명쾌하게 보여 준다. “사랑에 대한 현대 기독교의 문헌 중 가장 중요한 책!”

“이 책은 월터스토프의 또 다른 고전이 될 것이다.”

_임성빈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_존 위티 주니어 에모리 대학

고세훈(고려대), 김회권(숭실대), 손봉호(서울대), 신국원(총신대), 미로슬라브 볼프(예일대) 외 추천!

www.ivp.co.kr

IVF 공식 회보 : 한국기독학생회(IV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는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비전을 가진 복음주의 선교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