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32 I 2017. 06+07
‘덕질’예찬 * 덕질 :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
“씽크대 시스터즈” 포에버! │ 우리 결혼할까요? │ 민주시민 양성에 주체로 참여하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 이재웅 | 상명대98
Graduate Christian Fellowship www.onivf.com
목차 소리정음
깨끗하고 맑은 소리
덕질예찬
04 08 13 17
보드게임 예찬론»이용훈 프로레슬링,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공감의 서사»박종찬 “싱크대 시스터즈” 포에버!»유명주 온라인게임으로 ‘덕업일치’를 이루다»김기범
소리지음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
21 25 28 30 32 35 38 40
말씀산책»김유복 지금 다시, 헌법이다»정한신 미생:종로모임 이야기»허대리 우리 결혼할까요?»호욱,이은경 ‘오Chef’의 오늘 뭐 먹지?»오한웅 재외학사통신원»김영섭 함께 이어달리기»한형빈 쉼으로 작은 축제를 열다»최유진
소리이음
서로의 소리를 잇는 공간
45 49 51 53 54
소리가 만난 사람»오재길 직장인대회를 마치며»연응찬
안테나 팟캐스트 편집인의 글
소리
깨끗하고 맑은 소리
정음
지난 몇 개월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정농
‘덕질’예찬
단 사태에 이은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선거와 새 대통령…. 쉴 틈 없이 달려온 여러분에게 한 줌 위로가 되어준 것은 무엇이었 나요? 이번 호에서는 뜨거운 현실을 식혀주었던 다채로운 '덕질'이 야기를 소개합니다.
04 보드게임 예찬론»이용훈 08 프로레슬링,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공감의 서사»박종찬 13 “싱크대 시스터즈” 포에버!»유명주 17 온라인게임으로 ‘덕업일치’를 이루다»김기범
4+ 5
‘덕질’예찬
보드게임 예찬론
이용훈 ◆ 고신대85 나음누리, 사랑을 나누는 의원 원장
흔한 풍경 (1)
폴리티컬 월드
나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하고 싶은 게임 을 고르고, 룰을 아는 사람이 설명을 해주며
“여보, 빨리 와! 이제 게임 시작했어. 꼴등이 라면 끓이고 3등이 설거지하기!”
함께 게임을 진행한다. 전혀 모르는 게임이 라도 상관없다. 그 중에 아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친절하게 설명을 들을
흔한 풍경 (2)
수 있다. 게임에 열중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어느덧 12시가 넘었다. 출출하다. 컵
“안녕하세요, 해밀입니다.” “전 청바지라고
라면 하나씩 먹고 한 게임 더 하고 나면 2시
합니다. 제 아들은 반바지라죠.” “전 먹깨비.”
쯤 된다. 내일을 위해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난 키레라고 합니다.” 어느 평범한 저녁, 모
방향이 같으면 함께 가기도 한다. 다음에 또
임에서 만난 우리는 돌아가 자기 소개를 한
언제 만날지는 모른다. 그냥 시간되는 날 카
다. 한두 번 본 사람도 있고 처음 본 사람도
페에 가보면 만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있다.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 남여 불문하
함께 모여 또 게임을 한다. 정기모임(정모)에
고 이름도 묻지 않고 닉네임으로 통한다. 일
꾸준히 참석을 하면 더 친해지고 연락도 주
명 보드게임 덕후들의 모임이다. 닉네임 소
고받는다. 게임이 끝난 뒤에는 마음 맞는 사
개 후 바로 게임을 시작. 주로 처음 온 사람이
람들끼리 같이 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한잔하 기도 한다.
소리 정음
보드게임 예찬론
이벤트카드(지지율카드)
국회의원카드
역에 멈추면 보너스가 있다. 지역에 도착하면 이
흔한 풍경 (3)
벤트카드를 펼쳐 지지율을 획득하거나 잃는 이벤 트가 일어나는데, 이날 게임 중에는 정말 절묘하
“샘, 우리 게임해요.” 주일 오후나 수련회 마지
게 자기당과 같은 입장의 카드가 펼쳐졌다. 한 장
막 날 밤이면 우리 샘은 인기가 좋다. 마피아나 이
한 장 펼칠 때마다 폭소가 터져 나온다. 지금의 대
중 모션이 대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분위기
선 상황에 대해 자연스레 얘기도 하고…. 12개월
안 좋아하는 녀석들은 늘 샘을 찾는다. “이번엔 어
이 지난 후 (한 바퀴를 돌면 1개월) 지지율이 가장
떤 게임 가져오셨어요?” 소그룹모임(구역모임)에
높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데, 그때부터 대통령은
서도 “오늘 모임은 보드게임 할까요?”라는 제안에
대통령으로서의 특권이 주어진다. 물론 탄핵을 받
모두들 환호성이다. 소그룹 소풍에서 밤새도록 게
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이하일 때
임을 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 3장의 탄핵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대통령 을 탄핵시킬 수 있다. 대선 관련 뉴스를 보며 가
며칠 전 아이들의 시험이 끝났다. 한동안 게임을 못해 하고 싶은 종류가 많았지만, 때가 때이니만
족들과 선거에 빠져든 유쾌한 시간이었다. 간간히 이벤트카드에 대한 상황도 설명하면서.
큼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게임을 꺼냈다. 폴리티 컬 월드. 현재의 정치상황을 패러디하여 모노폴리
2002년 처음으로 루미큐브라는 게임을 해보게
(블루마블)의 형식을 빌려와 만든 게임이다. 각자
되었다. 몇 명이 모여서 편하게 놀기에 좋았고 무
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시작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척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나름 교육적이기도 했
목적이다. 말의 색깔은 파랑, 빨강, 노랑, 녹색. (지
다. 세계적인 대회도 있다고 했다. 그 뒤로 보드게
금의 상황을 반영한 듯, 대부분의 게임이 그 정도
임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PC방처럼 보드게임 방
의 색을 사용한다) 나는 늘 하던 파랑, 아들은 늘
이라는 곳도 가서 그곳에 있는 게임들을 해보았
하던 빨강을 선택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주사위
다. 지역별로 정기적으로 모이는 동호회에도 참석
를 굴려 그 수만큼 전진하는데, 도착한 지역마다
해본 나는 신세계를 발견한 것 같았다. 이렇게 건
경북 빨강색, 전남 녹색 이런 식으로 색이 정해져
전하고 즐겁게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문화
있다. 자기와 같은 색깔, 즉 자기의 지지기반인 지
가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 당시엔 보드게임
6+ 7
‘덕질’예찬
방이 많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게임 하나를 구
되었다. 이 나이에 게임이라니…. 모양은 좀 안날 수
입하는 것보다 거기에 가면 다양한 게임들을 할 수
있지만 매년 10월에 독일 에센이라는 소도시에서
있었고, 모르는 게임은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어 부
열리는 보드게임 박람회에 한번 참석해보는 것이
담스럽지 않았다.
로망인 보드게임 덕후들에게는, 보드게임이란 그 저 삶의 활력을 주는 다른 여타의 취미와 별반 다
언젠가 손자를 너무 좋아하시는 아버님이 집에 오
르지 않다. 실제로 모임에서 만나 결혼해 10월 에센
신 날, 함께 보드게임 방에 간 적이 있다. 보통은 할
을 거쳐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를 보고 모두
아버지가 손자와 놀아주셨는데, 거기서는 손자와
들 얼마나 부러워하던지. 부부가 함께 같은 취미를
게임을 하시면서 아버님도 같이 게임을 즐기시는
갖는다는 것은 관계를 행복하게 하는 귀한 축복이
모습을 보았다. 연령에 상관없이 함께 몰입해서 놀
아닐까 생각한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너무 좋았다. 우리나라 집에 하나쯤은 있는 화투나 바둑, 장기처럼 유럽에는 보
보드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혼자하기 어
드게임이 한두 개씩 있다고 한다. 외국 보드게임 사
렵다는 것이다. 물론 1인용 룰이나 게임도 있지만,
이트에 들어가 보면 노부부가 보드게임을 하고 있
대부분은 여러 명이 함께 해야 한다. 그렇기에 혼자
는 사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유럽은 독일을 중심
놀 수 없고 서로 배려해가며 함께 게임으로 끌어들
으로 보드게임 문화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보
여야 한다. 다음에 또 함께 게임을 하려면 평소에
드게임긱’이라는 사이트에는 전 세계의 새로운 게
잘해줘야 하고 어떨 때는 같이 게임해 달라고 딜을
임들이 소개되고 순위가 알려진다. 게임 디자이너
하거나 사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함께 모여 얼굴
의 얘기와 게임에 대한 문의, 그리고 자료들이 늘
을 맞대고 때로는 팀으로, 때로는 각자가 이기기 위
올라온다. 영문 텍스트가 많은 카드게임들 중에는
해 고민하고 수를 생각하다보면 다양한 테마와 방
유저 개인이 카드를 스캔해서 한글로 번역한 내용
법들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을 포토샵으로 작업하여 올려주기도 한다. 룰북도
같다. 한가지의 필승전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운에
영문이나 독일어로 되어있는 것은 번역해 무료로
의한 것도 있지만, 게임에 따라서는 치밀한 전략이
공개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필요한 게임도 있어 다양하고 깊은 사고를 하게 된 다. 처음에 아이들과 게임을 하다보면 게임에서 진
처음부터 많은 보드게임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삐지고 울기도 한다. 물론 보드게임은 게
보통은 모임에 가서 게임을 해보고 정말 재미있는
임에 따라서 블러핑(속임수)을 허용하거나 대놓고
것을 한 두 개 정도 구입하는 식이었는데, 언젠가부
블러핑을 통해 플레이하게끔 하는 게임도 있다. 그
터 수익성 문제 등으로 보드게임 방들이 하나씩 문
러나 그렇지 않은 게임에서는 속임수를 써도 상대
을 닫기 시작했다. 문 닫은 보드게임 방에서 가지고
방이 알 수 없는 게임이 있다. 때문에 게임하기 전
있던 게임이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오면서 유저들이
에 아이들에게 꼭 이야기 해주는 것이 있다. 게임은
구입해 보유하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게임이 싼 가
우리가 함께 즐기는 것이다. 이기면 물론 좋겠지만
격에 나오다 보니 보드게임 방에서 보기만 했던 좋
게임에서 졌다고 맘 상해 심통 부리는 건 같이 즐기
은 게임들을 많이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
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게임을 할 때는 스스로 정
서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던 게임들이 많아져 이제
직하게 해야 한다고.
는 집에 오시는 손님들이 보시고 신기해 할 정도가
보드게임 예찬론
다. ‘Here I stand’ 라는 게임인데, 종교개혁 이후 유 럽 전반에 걸쳐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배경 으로 하고 있다. 6명이 모여 6시간 동안 해야 하는 게임이라 만만치 않고 룰도 복잡하지만, 이 게임과 그에 이어지는 시기를 다룬 ‘처녀여왕’이라는 게임 까지 진행한다면 역사를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 다. 아들과 함께 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800개 정도의 다양한 보드게임을 가 지게 되었는데, 필요한 상황에서 적당한 게임들을 추천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학습상담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적절한 게임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소모 임 때 적절한 게임을 활용해 깊은 나눔과 친밀한 관 계를 맺어가는 좋은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함께 하다보면 서로의 특성과 성향도 드러나 서로에 대 해 이해가 깊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꼭 게임이 있 어야 하고, 많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보 드게임 방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간혹 보드게임 요즘은 보드게임이 많이 알려졌다. 로보77, 할리갈
방이라고 해서 들어가 보면 도박 같은 것을 주로 하
리, 보난자, 카탄의 개척자들, 카르카손 등은 보드게
고 있는 이상한 곳도 있지만 한 번의 유행이 지난 후
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두 번 정도는 들어보았을
라 정리되고 정돈된 좋은 곳들도 많이 있다. 주위의
것이다. 보드게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린이
보드게임 방이나 모임을 통해 먼저 접해보면 좋을
용 게임부터 매니아틱한 덕후들용 게임까지, 테마
것 같다. 가족뿐 아니라 연인이나 친구들과도 충분
도 교육뿐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탐험, 전쟁, 문명,
히 즐길만한 좋은 취미라고 감히 권하고 싶다.
추리, 건축, 레이싱, 요리, 판타지, 공상과학, 종교 등 으로 다양하다. 특히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
보드게임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몇
념하는 게임들이 나와 흥미로운데 종교개혁 시기의
몇 사이트를 소개한다. 보드게임에 대한 소개와 자
역사적 사건들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하여 구교와
료들을 찾아 볼 수 있으며 구매 가능한 곳들도 알
신교로 개종시켜 일정지역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
수 있다.
로 하는 ‘솔라 피데’라는 게임이나 ‘루터’라는 게임도 발매되었다. 얼마 전에는 사도들이 미션을 수행하
· 보드라이프 www.boardlife.co.kr
는 것을 테마로 한 게임이나 이스라엘에서 왕들에
· 행복한 바오밥 www.happybaobab.com
따라 퍼져가는 악을 참가자들이 협력하며 막아내
· 다이브다이스 www.divedice.com
는 ‘이스라엘의 왕’들이라는 게임도 호평을 받았다.
· 보드엠 www.boardm.co.kr
언젠가는 아이들과 함께 꼭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
· 보드게임긱 www.boardgamegeek.com (해외)
소리 정음
8+ 9
‘덕질’예찬
프로레슬링,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공감의 서사 박종찬 ◆ 인하대06 B-612에 사는 해리 포터. 브록 레스너 의 어깨와 양학선의 발목(?)을 가졌다. 학원복음화협의회와 한국기독교이단 상담연구소 청년회에서 간사로 사역하 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짜 뉴스 에 시달리다 페이스북에 팩트 체크 그 룹인 ‘기독교 루머와 팩트’를 개설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거 짜고 치는 고스톱이잖아?” 내가 프로레슬링을 좋아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진정성(authenticity)을 추구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프로레슬링은 ‘쇼’에 불과하다. 때로는 헐크 호건 같은 흘러간 옛 선수를 찾는 반응도 많다. 많은 한국인 들에게 프로레슬링이란 흘러간 추억일 뿐이다.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헐 크 호건이 최근 인종 차별 발언으로 모든 기록이 삭제된 걸 알 수도 없을 테고. 일반적인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면, 프로레슬링은 개성 강한 선 수들이 각본을 쓰는 작가들, 상대 선수, 심판, 카메라 감독 등과 합을 맞 춘 연출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경기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관중을 매 료시키는 연기력과 경기력이 중요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 다. 한국 프로야구가 스포테인먼트라는 합성어를 유행시키기 훨씬 전부 터 기획, 극작 기법, 마케팅 등이 어우러져 세계적으로 거대한 문화 산업 체를 구축해왔다.
프로레슬링,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공감의 서사
물론 나 역시 어렸을 적에는 진정성이라는 틀
문구를 가볍게 무시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2
에 갇혀서 프로레슬링에도 실전성이 있다는 걸
학년 2반 레슬링 연맹(Two-Two Wrestling Fed-
주변 친구들에게 강조했었다. 국민학생(이제는
eration)’이란 말도 안 되는 영어를 써서 TTWF란
한글 2010에서 오타라며 빨간 밑줄을 긋는)이던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지금은 TTWF란 페이스
나는 한 비디오테이프를 접했는데, 세계 최대의
북 페이지를 만들어 가끔씩 프로레슬링 관련 칼
프로레슬링 단체 WWE가 아직 세계야생동물기
럼을 쓰고 있다). 1)
금협회와의 소송에서 패하기 전이었던 WWF 시 절의 행사인 ‘서바이버 시리즈’였다. 헐크 호건이
통일부에서 대학생 기자를 할 때는 북한에서 열
세 줄짜리 로프를 두른 사각의 링에서 2m가 넘는
린 프로레슬링 경기를 기사로 다룬 적도 있고, 2)
상대 선수를 쓰러트리고 몸으로 덮어 심판에게
축구 유니폼을 맞출 때 프로레슬러의 이름이나
세 카운트를 받아내는 장면이, 내가 기억하는 프
유행어를 따서 등에 ‘BOOKER T’나 ‘What?’을 새
로레슬링과의 첫 만남이다. 몇 년 뒤에는 WWA
기기도 했다.
의 이왕표 관장이 한국 프로레슬링은 실제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노지심·서찬호·안재홍 선수의
나중에는 WWE뿐만 아니라 WWE에 흡수되
거친 훈련 장면을 접하기도 했다(지금은 이 국내
기 전의 WCW나, WWE보다 과감한 기술 사용
외의 선수들 대부분이 은퇴하였다).
이 가능한 TNA의 경기도 챙겨보았다. TNA에는 WWE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유입되어
중고등학생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덕질’에 돌입
활동하기도 했는데, 최근엔 반대로 AJ 스타일스
하여 ‘굿즈’(관련 상품) 구매와 ‘직관(직접 관전)’
나 사모아 조 같은 TNA 출신들이 WWE를 휘젓
에 나섰다(덕질, 굿즈, 직관, 그리고 앞으로 쓸 중
고 있다. 현재 WWE의 간판급 선수인 딘 앰브로
2병, 성덕 모두 당시에는 쓰이지 않거나 모르던
스가 있던 CZW의 경기를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말이었다). 티셔츠와 목걸이를 사기도 하고 내한
잔인한 경기로 유명한 단체였다. 형광등으로 상
한 WWE의 경기를 보러 동생과 잠실경기장에 가
대를 후려치거나 기다란 바늘로 뺨을 찌르기도
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는 반 친구들과 교실 뒤에
했다. 나는 전쟁의 유혈이 낭자하는 스타크래프
서 초크 슬램(상대의 목을 한 손으로 쥐고 들어
트의 프로게이머 임요환·홍진호·송병구·박지
올려 바닥에 메치는 기술), 파이어맨스 캐리(소
수가 참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경
방관이 불타는 집에서 부상자를 구출하듯 양 어
기를 본다고 해서 내가 폭력적인 사람이 될 거라
깨에 상대를 가로로 업는 기술), 툼스톤 파일드
고 생각하지 않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CZW의
라이버(상대를 거꾸로 들어 안은 채 무릎을 꿇
경기는 보지 않기로 했다(거칠 것 없는 성격의
으며 바닥에 꽂는 기술) 같은 기술을 주고받았
딘 앰브로스는 WWE에서 무정부주의자인 아나
다. 안전한 방식으로 상대방을 받쳐줄 수 있고 낙
키스트의 원과 A를 합친 문양을 따라 자신의 이
법을 할 줄 안다는 중2병 걸린 자신감은 방송에
름 머리글자 D와 A를 합친 문양을 상징으로 사
서 나오는 “제발 따라하지 마세요!” 따위의 경고
용하고 있다).
1) https://www.facebook.com/ttwrestling/ 2) http://unikoreablog.tistory.com/3606
소리 정음
10+ 11
‘덕질’예찬
고3이 되자 이종격투기인 K-1에도 열광하고, 뒷
기에 프로레슬러들은 ‘배우’로서 연기력도 출중해
날 특전사 교관이 되는 친구가 쌍절곤 시범을 보이
야 한다. 얽히고설킨 스토리라인에 프로레슬러들
며 이소룡이 최고라고 주장할 때 최배달을 거론하
은 사랑, 우정, 배신, 가족 문제, 오해, 갈등, 화해
며 실전 격술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십 년
를 연기한다. 이러한 연기력 덕분에 프로레슬러들
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빠져있는 프로레슬
은 영화에도 진출한다. 자이언트 커간, 헐크 호건,
링의 묘미는 바로 ‘짜고 치는’ 것에 있다.
골드버그, 라나 스타, 트리플 H 등이 깜짝 출연이 나 조연으로 출연하다가, 네이던 존스, 스톤콜드
짜고 치기에 가능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실
스티브 오스틴, 더 미즈, 존 시나, 케인, 바티스타,
전 격투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기술들이다. 100kg
숀 마이클스 등은 대개 WWE가 제작에 참여한 영
이 넘는 상대를 들어 올리거나 체조 선수를 연상
화이긴 하지만 주연을 꿰차기도 했다. 더 락이라
케 하는 화려한 공중 기술, 각종 타격·조르기·메
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드웨인 존슨은 <분노의 질
치기의 연계기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한다. 상
주> 시리즈로 흥행가도를 달리며 2015년 하반기부
대 선수는 합을 맞춰 팬들이 경악할 만큼 잘 맞아
터 2016년 상반기에 세계 남자 배우 수입 순위에서
주거나, 피하거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반격한다.
성룡, 맷 데이먼, 톰 크루즈, 조니 뎁을 누르고 1위
프로레슬러들의 힘과 기술이 펼치는 시각 효과는
를 차지했다.
관객들과 TV 시청자들에게 액션이나 무협, 스턴 트 영화 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과 무의식의 탄성 을 유도한다.
프로레슬러들은 개개인이 브랜드로서 팬들에게 인상을 남기기 위해 선악 구분이 명확한 각종 역 할극(role play)을 수행한다. 보통 속임수라는 뜻의
운동 능력을 활용하여 짜고 치는, ‘엔터테이너’로
기믹(gimmick)이라고 하는데, 캐릭터(character)
서 프로레슬러들은 연기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관
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
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주도하기 위해서는 경기 시
는 프로레슬러들의 기믹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 문
간에 따른 움직임과 상대 선수와의 합을 조절할 줄
화를 읽어낼 수 있다. 냉전이나 걸프전이 한창이던
도 알아야 한다. 표정 연기와 관객 호응 유도는 물
때는 구소련이나 이라크 기믹의 선수들이 악역을
론이고, 극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유행어 제조
맡았고, 이를 무찌르는 선역은 미국 태생 백인인
나 입담(마이크워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저들이
헐크 호건의 몫이었다. 시간이 흘러 최근에는 참전
왜 싸워야 하는가’를 팬들이 납득하고 기대해야 하
용사 기믹의 젭 콜터가 외국인들을 추방해야 한다
기 때문에 설전을 잘 해야 한다. 어떤 선수는 마이
며 미국 백인 선수인 잭 스웨거를 데리고 나와 한
크를 들고 나와 상대 선수와 입씨름을 하다가, 영
국의 ‘어X이 연합’ 같은 역할로 악역을 수행했다.
화 <8마일>의 파파 독처럼 말을 이어가지 못해서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WWE의 방침이 눈에 드러
(대사를 잊어서) 장내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
나게 바뀐 장면이다.
적도 있다. 정작 WWE의 사주인 맥맨 가문은 젭 콜터의 노 운동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 마이크워크뿐만 아
선과 일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
니라 대립을 이어가기 위한 극적인 요소를 연출하
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어프렌티스>란 방송으
소리 정음
프로레슬링,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공감의 서사
대니얼 브라이언과 팬들의 링 점거 사건
프로레슬러이자 격투 해설가인 김남훈 님과 2014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로 인기를 모으던 트럼프는 WWE 무대에 출연하
트, 선수 등장 음악과 행사 테마 음악의 구매로 이
여 악덕 회장 역할의 빈스 맥맨을 혼내주었으며 그
어진다(요즘은 나카무라 신스케의 등장 음악이 화
공로를 인정받아(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2013년에
제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각국의 예술인들이
는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트럼프가 ‘미
노래와 연주, 춤으로 표현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이 동일시 경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
Again)’라는 구호로 선거 운동을 할 때, WWE는 노
이 지금은 WWE의 한 브랜드인 스맥다운의 단장
골적으로 ‘대런 영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대니얼 브라이언이다.
Darren Young Great Again)’라는 한 선수의 복귀 준 비 영상을 시리즈로 송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대
대니얼 브라이언은 2m를 넘나드는 거한들이 가
통령이 되자 맥맨 가문을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상
득한 WWE에서 180cm도 되지 않은 키에 복근도
원의원에 두 차례 출마하며 정계 진출을 노려온 린
나오지 않았으며, 별명이 ‘염소 얼굴’일 정도로 외
다 맥맨을 중소기업청장에 내정했다.
모도 수려한 편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못난이’였던 그는 같은 선역이지
시청자나 독자는 영화, TV 드라마, 만화의 주인공
만 대척점에 있는 존 시나와는 다른 희열을 팬들에
에 자신을 동일시한다. 스포츠 경기장의 팬들도 지
게 안겨주었다. 악조건을 극복하며 노사 갈등에서
역 팀이나 자국 선수를 열렬히 응원한다. 프로레슬
무소불위의 ‘갑질’ 권력을 휘두르는 WWE의 경영
링은 스포츠의 현장성과 스토리가 있는 문화 콘텐
진에게 맞서던 중, 2014년 3월 3일 대니얼 브라이
츠의 캐릭터성을 결합한다. 팬들은 선수들과 함께
언과 팬들이 함께 링에 올라 구호를 외치는 링 점거
유행어나 구호를 외치고, 선수 고유의 동작을 따라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체 게바라와 대니얼 브라
하며, 특히 악역 선수에게 고난 받다가 결국은 이
이언의 얼굴을 섞은 초상화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
겨내는 선역 선수에게 지지를 보낸다. 이 모든 것
고 있었다. 이 일은 재벌들에 맞서 ‘월가를 점거하
을 현장에서나 생방송으로 함께할 수 있다. 팬들의
라(Occupy Wall Street)’는 미국 시민들의 시위를
동일시 경험은 선수들이 착용한 티셔츠, 모자, 목걸
연상케 하며 ‘사이다’를 선사했다. 대니얼 브라이언
이, 장갑, 암밴드는 물론 피규어(‘피겨’가 옳은 표기
의 승리는 팬들의 승리였고, 그의 챔피언 등극은 팬
이나 국내 덕후 통용 용어로 쓰자면)와 챔피언 벨
들이 챔피언이 되는 것과도 같았다. 3)
3) https://www.facebook.com/ttwrestling/photos/a.40558035622746 3.1073741826.401714489947383/911533032298857/?type=3&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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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예찬
포츠 스타에서 4위인 김연아를 제치고 2위에 오르 기도 했다(1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무대 내외 적으로 많은 팬들이 동일시하고 싶은 선수이자 캐 릭터이며 인간이다. 프로레슬링의 매력을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동일 시 경험의 절정’이다. 살면서 이겨본 경험이 적은 평 존 시나
한편 위에 언급한 존 시나는 운명과 맞서는 고대 영 웅 서사의 현대판이자 그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는 ‘인간 선언’의 승리자이다. 그는 헐크 호건, 얼티밋 워리어, 골드버그, 브록 레스너처럼 압도적인 무력 을 과시하며 경외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신인 시절 부터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하는 모습을 팬들이 지켜 보았고, 그렇게 쌓아온 투지로 16번이나 세계 챔피 언에 올랐다. 사이비 교주 기믹의 브레이 와이어트 는 성악설을 기반으로 선역 선수 내면의 악을 부추 겨 타락시키는데, 시나는 악마가 되는 대신 인간으 로 남기를 선택한다. 와이어트를 넘은 시나의 앞에 종합 격투기 무대 UFC 챔피언(그야말로 실전성을 증명한 게 아닌가!)을 지낸 ‘야수’ 브록 레스너가 등 장한다. 레스너의 대변인인 폴 헤이먼은 시나에게 야수를 상대하려면 야수가 되어야 한다고 꾀지만 시나는 지더라도 이를 악물고 인간성을 유지한다.4) 존 시나의 인간적인 면모는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한국에서 경기할 때 어설픈 한국어 로 팬들에게 인사했다(나는 그가 손바닥에 적힌 글 을 외우고 “안, 녕, 하, 세, 요, 감, 사, 합, 니, 다”라며 허리를 숙이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어린이들을
범한 서민들은 선수들에게 몰입해 그들과 함께 울 고 웃으며 역경을 극복한다. 요즘은 랜디 오튼, 브 레이 와이어트, 나탈리아, 타미나 스누카, 샬럿 플레 어, 커티스 액슬, 지미와 제이 우소처럼 프로레슬러 의 자녀나 손주 또는 사촌이 활동하거나, 매트와 제 프 하디, 존 시나, 사샤 뱅크스, 베일리처럼 프로레슬 링 덕후였다가 프로레슬러가 된 ‘성덕(성공한 덕후)’ 들이 선수로 뛰고 있다. 하지만 원래 프로레슬링 무 대는 패배자들의 집합소다. 레슬링, 미식축구, 역도, 복싱, 농구 등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 했거나 은퇴한 선수들이 흘러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출신 커트 앵글은 예 외적 인물이다). 단순한 경기를 넘어서 절묘한 스토 리라인을 따라 현장과 방송으로 선수와 팬이 호흡 하는 인생은 여타 스포츠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몰 입을 이끌어낸다. 짜고 치는 고스톱은 억울한 피해자에게 돈과 눈물, 때로는 삶을 앗아가지만, 각본 있는 스포츠인 프로 레슬링은 수많은 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 다. 짜고 쳐서 실전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기보 다, 공감의 드라마인 프로레슬링을 향유하며 인생 의 희로애락을 풀어보는 건 어떨까.
좋아하고,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기부를 아끼지 않 는다. 2015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선 활동을 한 스
4) https://www.facebook.com/ttwrestling/photos/a.40558035622746 3.1073741826.401714489947383/653203568131806/?type=3&theater
“싱크대 시스터즈” 포에버
“싱크대 시스터즈” 포에버! 유명주 ◆ 문화촌동성교회 집사 남편과 함께 연신내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2살이 된 딸아이 사랑이는 체조선수입니다. 저희는 입 양가족입니다.
(*글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가수 김창기 씨의 존칭은 생략합니다-편집인 주)
“덕질 :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 사전적인 의미로 본다면 분명 나는 ‘덕질’을 하고 있는 게 맞다. 나는 <김 창기 밴드>를 이끌고 있는 가수 김창기의 팬이다. 내가 김창기 팬클럽의 총무라고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창기…?!”하고 고개를 갸웃 거리곤 한다. 그는 정신과 의사이며 <동물원>이라는 그룹에서 활동했던 가수 겸 작곡가다. <동물원>은 1988년 김창기, 김광석, 박기영, 박경찬, 유준열, 이성우 등 7 인조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1집 앨범 ‘거리에서’, ‘변해가네’로 큰 주목을 받 았고, 2집에서는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 이어, 3집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등의 수많은 히트곡으로 사랑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김광석의 노래로 알고 있는 곡들은 거의 대부분 김창기의 작품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그는 보컬을 맡고 있던 김광석에 비해 뛰어나 게 기타를 잘 치거나 눈에 띄게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 아니었다. 어렴풋이
소리 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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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예찬
기억하는 그의 초창기 모습은 소년의 미소를 갖고
울다가 한동안 다시 일상을 견뎌낼 힘을 얻곤 했
있는 교회오빠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 그가 적어 내
었다. 당시 종교가 없던 내겐 그런 콘서트가 아마
려간 모든 노래 가사는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도 종교 의식과 비슷했던 것 같다. 주일 예배에 은
어쩌면 그 고운 멜로디에 그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혜 받고 한주일 살아갈 힘을 얻고 돌아오는 것처
가사를 써 놓을 수가 있는 걸까.
럼 말이다.
91학번이었던 나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동물원> 6집까지 함께 활동하던 김창기는 부모
이른 아침부터 온종일 쇼핑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님의 설득으로 의대를 마쳐야 했기에 한동안 음반
하고 저녁이면 학업을 병행해야 했다. 학교는 학내
활동을 하지 못했다. 작곡가로서 곡을 써서 발표하
문제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최루탄이 날아
는 것으로만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지냈다.
들어도 나는 학교 담벼락에 흙더미를 쌓아 담을 타
그 당시 작곡한 곡들이 ‘그날들’, ‘거리에서’, ‘사랑의
고 다니며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했다. 수업을 들
썰물’, ‘널 사랑하겠어’ 등이다.
을 때는 교문 앞에서 전경들과 대치하는 학우들에 게 면목이 없었지만, 차라리 그 자리에서 당당히 맞 서 싸울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1997년,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겨웠다. 불확실 한 내 미래가 더는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어떻 게 하면 덜 고통스럽게 죽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
쇼핑센터의 특성상 주말에는 손님이 더 많았다.
에 몰두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김창기는 의대 선
그나마 수요일이 쉬는 날이었으나 저녁에 수업이
배인 이범용과 함께 <창고>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있으니 일주일에 어느 하루라도 맘 편히 늘어져 쉴
그룹을 만들었다. 거기서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수 있는 날이 없었다. 게다가 남들 쉬는 주말까지
장을 살게’를 발표했다. 이 곡을 듣는 내내 밤새 얼
일하러 나가는 팍팍한 삶이 참으로 버겁던 시절이
마나 가슴을 치며 울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알게 됐
었다.
는데 이 곡은 김창기 또한 자살을 하고 싶었던 자기 심정을 노래한 곡이었다고 한다.
그런 삶을 사는 내게 유일한 도피처는 음악이었 다. 이문세, 윤종신, 김현식, 들국화, 김현철, 장필순.
좋아하는 가수 중의 한 사람이었던 김창기의 완전
빛과 소금, 푸른하늘, 박학기, 이소라, 봄여름가을
한 팬이 된 것은,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근
겨울, 시인과 촌장, 한영애, 정태춘과 박은옥, 박승
황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병원 건물 지하에 있는
화, 이승철, 징혜진, NEXT, 전람회, 이승환. 015B 등,
8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매달 팬들을 초대해 ‘먹고
많은 가수의 노래를 들었고 월급날이면 박봉을 쪼
마시는 공연’이란 제목의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개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구입했다. 벼르고 벼
었다. 그 공연은 일단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지
르던 콘서트를 보러가는 게 나의 유일한 낙이요 사
금은 많이 올라 3만원이지만 당시 입장료는 1만5천
치였다. 그저 그들의 노래가 좋았다. 지금처럼 MP3
원이었다. 제공되는 술과 안주 값도 안 나올 것 같
에 다운을 받아 듣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음반을 구
은 싼 가격이었다. 이 소극장 공연은 청중들이 지정
입해 힘겨운 이른 출근길이나 밤늦은 하교 길에 들
된 좌석에 앉는 게 아니라 야외용 방석을 깔고 계단
으며 따라 불렀다. 콘서트에 가서는 노래를 들으며
에 다닥다닥 쪼그려 앉는다. 냉장고와 아이스박스
소리 정음
“싱크대 시스터즈” 포에버
가수 김창기씨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에 맥주와 소주, 음료수 그리고 각종 스낵 종류가 가
김창기는 CBS라디오 ‘그대 창가에 김창기입니다’
득 가득 준비된다. 때에 따라선 김창기의 부모님이
를 1년 동안 진행했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하루라
제주도에서 직접 농사지어 보내신 한라봉이나 귤이
도 듣지 않으면 귀에 가시가 돋칠 것 같아 매일 아침
나오기도 하고, 공연을 보러온 팬들이 간식을 챙겨
가족들을 출근, 등교 시켜 놓고 싱크대 앞에서 방송
와 서로 나눠 먹기도 한다. 또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
을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집안일도 하고 방송에
와 팬들이 가볍게 건배를 나누기도 하며 어느새 하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의 음악인생 첫 팬클럽
나가 된다. 게스트도 대부분 김창기님과 함께 활동
인 ‘싱크대 시스터즈’가 만들어졌다. 사실 ‘싱크대 시
하던 동료 가수들부터 신촌 블루스의 엄인호, 장필
스터즈’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팬클럽 회장님은 멀
순까지 실로 다양하다. 요즘 같이 물가가 껑충 뛰어
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엄
오른 시대에 3만원으로 먹고 마시며 멋진 공연을 즐
마이며 교민 자녀들의 영어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기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열혈 선생님이다. 원래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록 그룹 <들국화>의 오랜 팬클럽이었는데, 전인권
소속사 대표이며 매니저를 자처하는 분 또한 한 사
이 ‘걱정 말아요 그대’를 돈 받고 한나라당 정두언 전
람의 팬으로서, 공연의 수익보다는 꽉 들어찬 관객
의원의 선거 로고송으로 부르게 한 것에 실망을 하
과 함께 김창기가 신나서 공연하는 모습이 좋다고
고 돌아섰다고 한다. 참 희한하게도 팬들은 좋아하
한다.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흠뻑 빠져 호형호제하
는 연예인의 성향을 닮는다. 우리 ‘싱크대 시스터즈’
며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오
들은 다른 팬클럽에 비해 조용하며 낯도 많이 가리
죽하면 올해 49세인 남편과 12살 딸아이까지 실제로
고 참 수줍다. 딱 김창기의 평소 모습을 닮아 있다.
만나본 그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매력에 빠졌을까.
그래서 김창기는 오랜 기간 록 밴드 팬클럽 활동으
이렇게 우리 세 식구는 모두 김창기의 팬이 되었다.
로 다져진 회장님의 연륜과 애정 공세를 몹시 수줍 어했다. 그런 우리 ‘싱크대 시스터즈’는 회장님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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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예찬
를 만나면 주머니나 가방을 뒤져 간식거리라도 꼭 챙겨준다. 김창기의 부모님은 당신 아들 팬클럽이 라며 손수 농사 지으신 밀감이나 한라봉을 해마다 잊지 않고 선물로 보내주신다. 나는 사실 남편과 연 애를 하던 시절에 백혈병이 발병했다. 그후 항암 치 료 후유증으로 17년째 이러저러한 고생을 하고 있 다. 김창기는 병들고 고단한 내 삶에 충분한 활력소 도 편달(?!)아래 점점 팬클럽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가기에 이르렀다. 이 나이에 새벽부터 있는 솜씨 없는 솜씨를 모두 발휘해서 바리바리 음식을 싸들고 김창기를 만나러 방송국에 쳐들어 가보기도 했다. 그의 공연이 있는 날에는 세 식구가 반짝이 POP 네임택을 만들어 가 슴에 단 채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현수막을 주 문 제작해서 공연장에 걸거나 공연 포스터를 우리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 곳곳에 걸어 홍보도 해봤다. 어느새 김창기는 한 사람의 연예인이 아니라 친한 교회오빠이며 멘토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내가 이렇게 덕질을 할 수 있는 건 남편의 배 려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김창기의 공연 이 있는 날, 우리 부부 둘이서 운영하는 닭갈비 가게 를 내가 비우는 날도 있다. 아침 방송시간에 맞춰 새 벽부터 외출하려면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의 아 침식사와 머리를 묶어 등교 시키는 일은 오롯이 남 편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번 생은 망했으 니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딸아이와 아내가 행복하면 자기도 행복하다”는 우스갯소리도 할 줄 아는 남자 다. 이 자리를 빌려 사랑과 배려의 아이콘인 남편에 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가게를 하다 보면 주말 공연에 못가는 날도 생긴다. 그게 아쉬워 속을 태우면 김창기는 우리 가게가 쉬 는 날에 맞춰 공연 일정을 잡아주기도 한다. 딸아이
가 되어주고 있다. 주변 지인들은 SNS를 통해 전해지는 내 소식을 보 며 그 나이에 참 재미있게 산다며 부러워할 때가 있 다. 같은 세대를 살아왔기에 학창시절 한두 번쯤은 듣고 따라 불러 보았을 노래들이라 나누고 싶은 마 음에 좋은 공연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 럴 때면 믿는 사람이 대중가수에 빠져 수요 예배나 금요 철야예배 대신 공연장에 가다니, 그것도 술 마 시는 자리에 간다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반응이 돌아올 때도 있다. 때로 나도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 본다. 주님의 은혜와 평강을 간구 하기보다, 나아가 하늘에 소망을 두기보다 이 땅에 서의 안위와 풍요로움에 소망을 두는 이들처럼 사 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나는 덕질로 인해 오히려 내 삶에 활력소를 얻고, 가정이나 사업장 그리고 교회 에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덕질을 해보려 한다.
온라인게임으로 ‘덕업일치’를 이루다
온라인게임으로 ‘덕업일치’를 이루다! 김기범 ◆ 서강대10 현재는 구로의 N사에서 밤길을 밝히고 있다. 언젠간 게임 안에서 움직이는 글 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기억하기로, 가장 처음 접했던 컴퓨터 게임은 ‘침 뱉기’ 게임이었다. 7살 무렵 아빠가 어디선가 가져온 CD에 담겨있던 그 게임은 건물 옥상에서 침을 뱉어 땅에 있는 사람들을 맞추는 식이었다. 그 유치한 게임을 하고자 허구한 날 하나뿐인 컴퓨터를 두고 누나와 다투었고, 결국 남매의 싸움에 지친 아빠는 CD를 두 동강을 내, 아들의 기억에 그 게임을 박히게 했다. 중고등학생 시절엔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차 라리 교과목이 게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1교시가 스타크래프트고 2교 시가 워크래프트라면 정말 공부할 맛 날 텐데!’ 그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은 아니지만, 나는 게임 전공(정확히는 게임 스토리텔링)으로 대학에 진 학하게 되었다. 상상했던 것처럼 ‘스타크래프트 게임 분석’, ‘워크래프트 의 스토리텔링’과 같은 내용의 강의를 들었고(그건 생각보다 즐겁진 않았 다. 왜냐면 전공이었으니까), 지금은 전공을 이어 게임 회사에 들어가 ‘덕 업일치’를 이뤄냈다. 나는 게임 덕후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공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게 임을 진로로 결정 짓게 만든 계기는 하나의 게임이었다. 중학생 때, 판타 지 라이프를 표방하던 ‘마비노기’라는 온라인 게임을 만났다. 게임 속에서
소리 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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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예찬
는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뿐만 아니라 양털을 깎아
이러한 추세에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내가 찾
옷을 만들고,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기도 했다.
은 출구는 인디 게임(Independent Game)이었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는 등 마
인디 게임은 인디 밴드나 독립 영화와 마찬가지로
치 환상 세계 속에서 실제로 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대형 기획사나 자본 없이 소규모의 개발팀에서 제
해주었다.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기
작한 게임을 말한다. 인디 밴드의 음악이 독특한 것
도 하며 온라인에서의 관계를 오프라인으로 확장
과 마찬가지로 인디 게임은 기존 상업용 게임에서
시켜갔다. 그때의 경험이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들고
경험할 수 없는 독창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싶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특징이다. 비록 많은 인디 게임을 해보진 않았지만, 접했던 인디 게임들은 내가 지니고 있던 게임에 대
그러나 취미는 전공으로 삼지 말라고 누가 말했던
한 인식을 바꿔 버릴 만큼 인상적이었다.
가. 막상 게임을 전공하니 애로사항이 생겼다. 내게 더 이상 게임은 게임이 아니었다. 과거의 게임은 친
그중 한국인이 제작한 ‘레플리카(Replica)’는 여러
구들과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며 즐겼던 놀이였고
방면에서 충격적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을
덕질의 대상이었다면, 전공 이후 게임은 이게 왜 재
보고 얼마 안 있어 레플리카를 플레이했다. 핸드폰
미있는지, 왜 인기가 있는지 공부하고 분석해야 할
을 해킹하는 게임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게임을
대상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공이 게임인데 시
실행하면, 누군가의 핸드폰 잠금 화면이 나타난다.
험과 과제, 프로젝트로 인해 정작 게임을 할 시간이
처음엔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방식의 게임이 매우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
독창적이라고 느꼈다. 방 탈출 게임처럼 힌트를 찾
연스레 이전과 같은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학
아 암호를 풀고, 핸드폰에 접근하면 한 통의 전화를
년이 오를수록 주전공은 (누구나 그렇듯이) IVF가
받게 된다. ‘너의 친구가 간첩이라는 증거를 찾아내
되었고, 게임은 단지 부전공일 뿐이었다.
지 못하면 네가 간첩으로 잡힐 것’이라는 경고의 전 화다.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띵했다. 게임
우리나라 특유의 부분 유료화 정책도 게임에 대한
속 핸드폰 화면은 친구의 핸드폰이었고, 나는 그곳
흥미를 잃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서 친구가 간첩이라는 증거를 억지로 찾아내야
과거 불법 복제 문제가 심각했다. 그 때문에 게임
했다. 게임은 영화 ‘자백’과 마찬가지로 국가정보원
을 구매한 후 즐기는 방식의 패키지 시장이 몰락
의 간첩 조작 사건을 폭로하고 있었다. 단지 놀이문
했다. 이후의 게임은 무료로 서비스(Free to Play)
화로만 인식했던 게임으로 사회 현상을 담고 문제
하고 있지만, 아이템을 이용하려면 현금결제를 해
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 개발을 꿈꾸던 내
야 하는 방식의 부분 유료화가 주류를 이뤘다. 2010
게 큰 충격이었다.
년 전후로는 ‘랜덤박스’라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이 대거 등장하며 게임의 밸런스를 모조리 망가뜨리
또 다른 인상적인 게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성
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어려운 던전을 공략
공한 인디 게임인 ‘마인크래프트(Minecraft)’가 있
해 아이템을 얻던 재미가 랜덤박스로 인해 도박으
다. 나는 협동이라는 측면에서 마인크래프트가 공
로 전락해 버렸다.
동체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익한 게임이라고 생 각한다. 먼저, 마인크래프트는 이름 그대로 광물을
온라인게임으로 ‘덕업일치’를 이루다
캐는 방식이다. 게임 세계에 들어서면 빈손으로 낯
다. 이 부분에서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실제
선 땅에서 생존해야 한다. 땅을 파고, 블록을 배치
로 게임과 폭력성은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며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레고처럼
어떤 게임을 즐기고 얼마나 즐길 것인지는 항상 점
집을 짓기도 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마인크래프
검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트 세계의 크기는 무려 지구보다도 넓다고 한다)하 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철광석을 캐고,
졸업하기 전에 공동체에서 어떻게 게임을 순기능
누군가는 나무를 벌목하고, 누군가는 농사를 지으
으로서 향유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일반적으로 공
며 자연스럽게 협동의 모습이 나타난다. 게임의 최
동체에서 게임은 형제들의 전유물이었고, 게임을
종 보스인 용을 잡든 집을 짓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하다가 다투는 일도 잦았다. 더구나 보수적인 기독
함께 나아가게 된다.
교 세계관 때문이었던 건지,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인식이었던 건지, 게임 문화에 대해서 쉬쉬하는 분
기존의 ‘롤(League Of Legend)’과 같은 게임도 협
위기와 부정적인 인식도 강했다. 특히 공동체에서
동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분명 ‘롤’은 5:5의 팀
게임은 금기와 같은 단어였다. 대학 신입생 시절,
전 게임이지만, 개인의 조작, 킬 점수 등에 초점이
공강 시간이나 LGM, 소그룹 모임이 끝나면 형들과
맞춰져 있어 협동보다는 개인의 경쟁이 주요 요소
종종 PC방에 가곤 했다. ‘마’로 시작했던 PC방 이름
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블록
을 본떠 우리는 마치 강의실처럼 ‘MA관’에 간다고
을 배치하며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창의와
비밀스레 이야기했다. 언젠가 간사님이 그것을 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동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게 되어 경악을 하며 형제들을 나무란 적도 있었다.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게임은, 사람들 간 물론 인디 게임이라 해도 과몰입과 폭력성의 부분
의 관계뿐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
은 여전히 염려로 남는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는 도구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나는 이
게임을 이야기하면 항상 부정적인 면모가 따라다
러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마음먹었던 시점에서 동
닌다. 나는 공동체 내에서 마인크래프트의 순기능
서울 지방회의 한 친구와 함께 e스포츠 토너먼트
적 면모를 전도해왔다. 열심히 영업한 덕분인지 공
를 계획하게 됐다. 공동체에서 게임으로 함께 소통
동체 하우스에서 마인크래프트를 시작했다. 그러
하기 위해선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어
나 너무 재미있게 즐겨버린 나머지 헤어나올 수 없
야 했다. 그래서 경쟁보다는 협동이 중요시되는 게
게 되었던 것 같다. 결국 간사님은 하우스 형제들에
임을 종목으로 삼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축구 게
게 제재를 가했고, (유익하다고 전도했던) 마인크
임인 ‘피파 온라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롤’이었다
래프트는 간사님 앞에서 금기 단어가 됐다.
(‘롤’은 경쟁 중심이라 피하고 싶었지만, 그나마 가
학부모 처지에서는 게임의 폭력성이 가장 염려스
장 나은 대안이었다. 아쉽게도 행사를 시작하기 바
러울 것 같다. 지나가는 시민을 무차별로 때려잡는
로 직전, 협동 요소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오버
GTA와 같은 게임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
워치’가 출시됐다).
어 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나 테러를 일으키는 범 죄자들이 게임 중독자였다는 뉴스도 끊이질 않는
수도권 지방회를 대상으로 페이스북에 홍보를 시
소리 정음
20+ 21
‘덕질’예찬
작했을 때, 반응이 뜨거웠다.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
한 것은 규칙에 있다. 게임의 규칙은 실제 세계를 묘
고 공유로 퍼져나갔다. 게임을 통해 공동체에서 소
사하고 패턴화한다. 따라서 우리는 게임을 통해 규
통하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그러
칙을 학습하고, 패턴을 익히며 뇌를 훈련해간다. 전
나 정작 신청자를 받고 뚜껑을 열어봤을 때 실망할
쟁을 형상화한 체스 게임을 통해 경쟁과 전략을 배
수밖에 없었다. 토너먼트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참
우는 식으로 말이다(물론 여기서 침 뱉기 게임이 우
가 인원이 적었다. e스포츠 행사를 취소할까 수도
리 생활에 어떤 훈련을 시켜주는지는 다시 고민해
없이 고민했다. 아직까지는 공동체 내에서 게임에
봐야 할 요소다).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시기상 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실제 세계를 묘사한 게임의 규칙을 통해 배 우고 훈련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공동체에서도 또 우
그래도 e스포츠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었
리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실 이것이
던 건 함께 준비했던 동서울 지방회 친구의 덕이었
게임 덕후인 내가 주전공 IVF와 부전공 게임을 병행
다. 그 친구는 적은 수의 사람들끼리도 충분히 재
하며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부분이다.
미있게 즐기면 되는 일이라며 나를 설득했다. 결국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몇 안 되는 참가 팀의
여러 부분에서 게임은 경제적이고 유익한 놀이문
게임이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로 중계됐다. 다행
화다. 단돈 5만 원만 있으면 유럽에 가지 않아도 유
히도 많은 사람이 게임 방송을 시청하며 즐거워했
럽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창문을 열고 게임을
고, 참여했던 소수의 팀도 즐거워하며 행사를 마칠
하다 보면 유럽의 바람을 느낄 수도 있다(미세먼지
수 있었다.
와 엄마의 등짝 스매시는 덤이다). 비록 누군가는 좋
사전에 계획했던 우승자 상품도 제대로 제공하지
게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신입생 시절에 지
못했고(참가비를 받아 상품을 갖추려 했으나, 참가
부 형들과 ‘MA관’에 가던 시절만큼 관계가 끈끈했
팀이 적어 준비할 수 없었다), 제2회 IVF e스포츠
던 적도 없었다. 게임이라는 공통 요소로 하나가 될
토너먼트로 이어질 수도 없었다. 그때의 시도는 지
수 있었고, 깊게 소통할 수 있었다.
금 돌아보면 마치 없었던 일처럼 잊힌 듯하다. 그러
게임으로 진로를 결정했을 때, 내가 만들고 싶었던
나 한 번이라도 게임에 대해 고민해보고 공동체에
게임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온라인에
서 향유할 수 있는 방법과 시도를 해봤다는 것에 의
서 오프라인으로 관계를 확장해 주었던 그 게임처
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럼, 사회 문제를 송곳처럼 담아냈던 그 게임처럼, 경 쟁이 아닌 상생과 협동으로 세계를 만들어가는 그
사실 게임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흔히
게임처럼, 언젠간 공동체에 함께 해보자고 당당히
게임을 이야기할 때 규칙과 가상 세계로 구성된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게임
고 말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침 뱉기 게임을 예로 들
덕후인 내가 게임을 덕질하는 이유이다. 랜덤박스
어보자면 규칙은 스페이스 바를 길게 누를수록 침
가 넘쳐나는 게임 시장 속에서 언제인가는 이룰 그
이 멀리 나간다는 것, 그리고 거리의 사람들을 맞추
꿈을 놓치지 않고 달려가고 싶다.
면 일정 점수가 올라간다는 식이다. 가상 세계는 게 임 속의 옥상이라는 공간을 말한다. 여기에서 중요
말씀산책
깨어짐, ‘저기 다윗이 걸어 나온다’ (삼상 18:4-5)
김유복 ◆ 영남대84
소리 지음
캠퍼스 간사로 14년을 섬긴 후, 뼈를 묻 으려 했던 IVF를 떠났다. 대구에서 대 학생들과 ‘기쁨의 교회’를 개척했고, 현 재까지 15년 간 사역하고 있다. 다음 세 대에서도 지속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열 매를 맺어갈 수 있는 교회를 세우고 싶 다. 저서로는 「깨어진 세상 희망의 복 음」이 있다.
요나단이 자기가 입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었고 자기의 군복과 칼과 활과 띠도 그리하였더라 다윗은 사울이 보내는 곳마다 가서 지혜롭게 행하매 사울이 그를 군대의 장으로 삼았더니 온 백성이 합당히 여겼고 사울의 신하들도 합당히 여겼더라 (삼상 18:4-5) 깨어지지 않은 리더는 위험하다. 깨어짐 없이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깨 어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타인을 깨뜨린다. 깨어지지 않은 리더는 자신뿐 아 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위험에 빠뜨 린다. 사울은 그 자신이 깨어지지 않기 위해 충신 다윗을 죽이려 했고, 다윗을 도왔던 무고한 제사장들을 죽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사랑하는 자녀조 차도 자신을 지키는 데 이용했다. 하나님의 위대한 사람들 중에 깨어지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 님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그를 왕으로 임명하셨다. 허나, 다윗이 임명받은
22+ 23
말씀산책
그때 바로 왕위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은
우리는 왕이 왕다울 때만 섬길 수 있다고 생각
다윗을 왕으로 세우고 오랜 기간 동안 그를 왕다
한다. 왕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경우 우리
운 왕으로 만들기 위해 그를 깨뜨리셨다. 하나님
의 선택은 두 가지다. 그 왕을 제거하든지 아니면
은 사울을 통해 다윗을 깨뜨려서 그 안에 왕적인
섬기지 않든지. 그러나 다윗은, 다른 선택의 여지
성품을 빚어가셨다.
가 없기도 했지만 미치광이 왕을 성실하게 섬겼 다. 그 과정 속에서 그는 왕 같은 왕으로 변화되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며 깨어지다
어 갔던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어려운 사람들은 우리를
사울이 미친 이유는 그가 깨어지기를 거부했기
깨뜨리시기 위해 하나님이 허락하신 도구들일 수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깨뜨리기보다 자신을 위협
도 있다. 특히 우리에게 주신 권위자들(아버지, 목
하는 존재를 깨뜨리려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미
회자와 영적 리더, 직장상사 등)은 하나님이 우리
쳤고 귀신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만약 다윗이 미
들의 성숙을 위해 깨어짐의 도구로 허락하신 이들
친 사울을 제거하거나 그를 섬기지 않았다면 분명
이다. 이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향후 우리가 어
그는 또 다른 사울이 되었을 것이다. 머지않아 다
떤 사람이 되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윗마저 미치게 되었을지 모른다.
가 된다. 우리가 그들을 통해 잘 깨어지면 우리는 다윗과 같은 멋진 왕이 되겠지만, 깨어지기를 거 부하면 우리 또한 사울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윗은 달랐다. 다윗은 상대가 어떤 상황 에 놓였든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할 일을 최선을 다 해 감당했다. 그는 진짜 왕처럼 살았다. 그가 왕관
하나님은 사울을 통해 다윗을 깨뜨리셨다. 고난
을 쓰고 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
으로 그를 깨뜨려 왕다운 왕으로 빚으셨다. 만약
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임명을 받은 왕으로서
깨어지기를 거부했다면 다윗은 그렇게 몸서리를
왕의 업무를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수행하는가 하
치면서 싫어했던 사울처럼 되었을 것이다. 그 역
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왕이었다.
시 깨어지지 않은 채로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깨어짐이다. 깨어진다는 것은 상대가 나 지난 호에서 보았던 것처럼, 다윗이 왕으로 부
에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거나 아니거나, 부도덕
름을 받은 후 처음으로 왕궁에서 맡았던 일은 미
한 사람이거나 도덕적인 사람이거나, 이런 것과
친 왕을 섬기는 일이었다. 다윗은 수금을 연주하
상관없이 하나님이 하라고 하시는 일을 통해 그
여 사울의 왜곡된 정신과 감정을 회복하게 도왔
를 섬기는 것이다. 다윗은 미치광이 사울을 섬기
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왕업이었다. 왕은 질서
며 왕 같은 왕이 되어갔다.
와 조화를 세상에 가지고 온다. 다윗은 왕이 온전 한 정신과 감정 그리고 인격을 회복하여 맡은 직
원수를 사랑하며 깨어지다
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다. 다윗은 사울을 사랑했다. 다윗은 사울 곁에서 사
말씀산책
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수금을 연주했다. 사울의
사랑했던 사람들에게서 인정과 칭찬이 아니라 오
성공을 진심으로 바랐다. 사울에게 부여받은 임무
히려 독을 묻힌 창이 날아올 때가 있다. 사람들은
는 최선을 다해서 성공시켰다. 그러나 사울은 자
보통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보복할까 생각한
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 다윗에게 창
다. 사실 다윗이 사울을 공격했다고 하더라도 그
을 던졌다. 유진 피터슨의 표현을 빌면 “창이 하프
것은 충분히 정당방위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윗은 피했다. 사울 이 그를 죽이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그의 곁
사울이 자신을 사랑하고 섬기는 다윗을 향해 광
에 머물렀다.
기를 발하여 창을 던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삼 상 18:6-9을 읽어보자. “사울의 죽인 자는 천천이
다윗은 두 번이나 사울을 살려주었다. 엔게디 광
요 다윗의 죽인 자는 만만이로다.” 여인들의 노래
야의 동굴 속에서, 그리고 여호와께서 그들을 불
는 사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울은 불안과 두
가사의한 깊은 잠에 빠지게 하셨을 때. 두 번의 기
려움 그리고 시기심과 질투를 느꼈을 것이다. 그
회는 모두 여호와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만 같았
리고 노래 소리에 지배당하고 말았다.
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을 처단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왕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사울을 향한
당신이 섬기는 왕이 당신에게 창을 던진다면 어
‘선의’를 드러내었다. 하나님이 사울을 동굴로 보
떻게 하겠는가? 그를 위해 수금을 타고 있는 나를
내신 이유는 사울을 죽이라는 뜻이 아니라 다윗의
향해 창을 던지는 왕에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선의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다윗은 정의롭고
분명한 것은 다윗이 만약 자신에게 창을 던진 사
선한 사람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사울과 그의 일
울에게 마음을 지배당했다면 그도 사울처럼 되었
행을 신비로운 잠에 취해 죽은 듯이 잠에 빠지게
을 것이라는 점이다.
했던 이유는 그들을 죽이라는 것이 아니라 다윗 의 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상상력이 부족
다윗의 위대한 점, 그가 왕다운 왕일 수 있었던 것
한 우리는 곧바로 복수를 할 기회라고 생각했을
은 그의 마음이 사울에 대한 분노나 복수심 혹은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달랐다. 다윗은 시험을 이
섭섭함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
겨냈다. 사실 반역과 보복은 언제나 정당성이라는
은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울을 깨뜨리려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고난은 그리스도인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깨어지는 쪽을 선택했
인 우리의 선의를 드러내고 우리의 왕적 신분을
다. 그리고 그는 왕 같은 왕이 되었다. 사울은 자
드러내기 위함이다.
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윗을 제거하려 했다. 만 약 다윗 또한 사울처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울
원수를 없애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그를
을 제거하려 했다면 왕좌에 올랐을 때 그 역시도
제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처럼 원수를
미치광이 사울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원수를 사랑함으로써 깨 어진다. 깨어짐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간다.
우리는 이런 일을 종종 겪는다. 내가 최선을 다해
소리 지음
24+ 25
말씀산책
신실하게 사랑하여 깨어지다
알고 고난을 받아들이는 삶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하나님은 다윗이 깨어지는 과정에도
자신의 왕위를 위해 하나님을 소비했던 사울은 딸의
소망을 갖도록 하려고 그렇게 하셨음이 분명하다. 깨
사랑과 다윗의 충성마저도 이용한다. 사울은 다윗을
어지고 부서질 때, 그것이 우리 안에 있는 왕을 조각
사랑해서, 그를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윗을 죽이
해내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임을 알게 되면 기다리고
기 위해 자신의 딸을 준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왕의
인내할 수 있다.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한다. 참으로 쪼잔한 결정이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자신의 크기는 점점 쪼
하나님을 신뢰하라. 조각가이신 하나님은 우리의 어
그라들고 있었다. 멋있던 사울이 쪼다가 되었다. 사람
떤 부분이 떨어져나가야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될지
들의 마음은 점점 사울에게서 멀어진다. 사울은 더욱
를 잘 아신다. 하나님이 조각도로 당신의 일부를 깨뜨
불안해진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
려 떼어내실 때,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을 맡겨라. 미
지 않았고 결국 진짜 미쳐버리고 말았다.
켈란젤로가 유명한 다비드상을 조각하기 위해 대리 석의 돌을 깎아내고 있을 때 한 여자아이가 물었단
사울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와 상관없이 다윗
다. “왜 힘들게 돌을 깎아내고 있어요?” 미켈란젤로
은 자신의 일을 한다. 다윗이 사울에게 고난을 받은
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이야, 이 돌 안에는 천사
이유는 그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윗
가 들어있단다. 나는 지금 그 천사를 자유롭게 풀어주
의 행위는 선했다. 다윗은 선했기 때문에 사울에게 미
고 있는 중이야.”
움을 받았다. 사울은 속였지만 다윗은 아랑곳하지 않 고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했다. 사울은 은혜를 모르
하나님은 ‘사람’이라는 조각도를 가지고 우리를 깨뜨
는 사람이었다.
려 다윗과 같이 만드신다. 깨어짐의 과정을 겪는 것은 힘들겠지만 우리는 신뢰할 수 있다. 그가 우리를 깨뜨
우리는 우리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리시는 이유는 비록 그 과정이 아프고 힘들지라도 우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하지만 정작 우리의 필요에는
리 안에 있는 천사를 자유롭게 풀어주기 위함이시다.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 우리의 은혜를 입었던 사 람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욕을 하며 떠나는 일
“저기 다윗이 걸어 나오고 있다!”
도 겪는다. 또 우리가 이용당하고 부품으로 소모된다 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된다.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말라. 신실하게 사랑의 자리를 지키라. 깨어짐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왕이 자란다. 하나님은 사울이 죽거나 죽음이 임박했을 때 다윗을 찾아 기름을 부으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 게 하시지 않았다. 다윗에게 먼저 기름을 부어 왕으 로 임명하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왕이 될 운명을
그냥 커다란 돌덩이 같은 우리를 향해 최고의 조각 가이신 하나님이 외치신다.
지금 다시, 헌법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 헌법 세 번째 이야기 -
정한신 ◆ 부산대94 IVF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아내(한은 정, 동아대 99학번)와 두 아들과 더불
소리 지음
어 성숙하는 가정을 꿈꾸며 살고 있 다. 캠퍼스에서 법학을 가르치고 있으 며, IVF 일상생활사역연구소의 기획연 구 위원이자 ‘일상학교’ 대표 겸 프로그 램디렉터다. ‘일상학교’의 법/제도 과정 의 일환으로 “전 국민 헌법 읽기 프로젝 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속 기획 강 좌 “대한민국 헌법을 말하다”를 기획하 여 진행하고 있다. peacemaker99@ hanmail.net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스며들어 있다. 법 적용과 집행상의 불평등은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확인된다. 금수
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
저·흙수저 계급론이 널리 회자되고, 소득 불평
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
등과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차별 및 소수자에
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그러나
대한 차별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이 조항이 무색하리만큼 불평등과 차별의 모
우리의 현실이다.
습들로 얼룩져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 이다. 성별에 의한 차별은 고용, 임금, 승진 등
사실 우리 헌법은 헌법 제11조 제1항외에도 여
근로관계에서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고, 남
러 조항을 통하여 평등의 원칙과 평등권을 규
녀의 성역할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사회 저변
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평등은 인간의 존
에서부터 미디어, 정책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엄과 가치에 준하는 최고의 가치이며 모든 국
26+ 27
지금 다시, 헌법이다
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자 국가
평등권의 기본조항인 헌법 제11조 제1항의 내
가 달성해야 할 궁극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광범위하게 구 조화되어 있는 이 현실은 그야말로 헌법 규범
헌법 제11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
과 헌법 현실의 불일치와 괴리를 극명하게 드
앞에 평등하다. 여기에서 ‘법 앞에 평등’의 의
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는 기본적으로 헌법, 법률, 명령, 규칙 등 모 든 법규범의 집행과 적용에 있어서 모든 국
그렇다면 이러한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수
민은 평등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있을까? 그 첫 번째 단계는 우리가 속한 정
이러한 법규범의 내용이 평등할 것을 요구한
치 공동체의 기본 규범인 헌법이 달성하고
다. 법 내용 자체가 불평등하면 이를 평등하
자 하는 평등의 내용을 살피고 이를 현실에
게 적용하고 집행하는 것이 오히려 불평등한
서 구현해 가는 일일 것이다. 그러한 기반 위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조항
에서 평등 사회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
에서 ‘평등’이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인
울여야 한다.
하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평 등하게 처우하되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합리
헌법 제11조 제1항은 평등의 원칙과 평등권
적 근거가 있는 차별은 허용하는 상대적인 평
이라는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는 기본 조항이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합리적 근거가
다. 제11조 제2항은 귀족제나 반상제 및 노예
있는 차별인가의 여부는 그 차별이 인간의 존
제 등 사회적 특수계급을 부인하고, 제3항은
엄성 존중이라는 헌법 원리에 반하지 아니하
훈장 등 영전(榮典)의 세습과 그로 인한 특권
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
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도 헌법 제
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되
32조 제4항은 “여자의 근로는 (중략) 고용, 임
어야 한다.
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노동관계에서 여성
한편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는 성별, 종교, 사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6조 제
회적 신분과 같은 차별금지 사유와 정치적,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중략) 양성의 평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역과 같은 차별금
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라고
지 영역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헌
규정하여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양성평
법에 규정된 사유와 영역은 예시적인 것이므
등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의 제
로, 그 이외의 사유(학력, 출생지 등)와 영역
반 조항에서 교육의 기회균등(헌법 제31조 제
(보건·교육영역 등)일지라도 그 차별이 불합
1항), 평등선거(헌법 제41조 제1항, 제67조 제
리한 것이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
1항), 경제 질서에 있어서의 균형성(헌법 제
다.
119조 제2항, 제123조 제2항)에 대해 규정하 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은 일련의 평등 보장
이에 따라 성에 대한 가치판단에 입각한 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중에서 평등원칙과
녀차별은 허용되지 않지만, 남녀의 사실적(
지금 다시, 헌법이다
생리적) 차이에 의한 차별이나 기타 합리적
한편, 헌법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인간
이유 있는 차별은 허용되고, 따라서 업무의
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
특성상 성별에 따른 자격에 구분을 두는 것은
다. 따라서 모든 영역에서 차별적 요소를 제
가능하다. 그런데 성별에 의한 차별이 노동관
거해 나가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
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앞서 언
치 영역에서는 선거권과 공무담임권(공직
급한 헌법 제32조 제4항과 근로기준법, 남녀
을 담당할 권리)의 확대, 선거구간 인구불평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투표 가치의 불평등 문제가 꾸준
등에서 특히 여성에 대한 차별적 고용관행을
히 제기되고 있다. 경제 영역에서는 ‘동일 노
금지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다. 사업주는 여성
동, 동일 임금 원칙’과 관련하여 정규직/비정
근로자의 모집과 채용시 직무수행에 필요하
규직 차별 문제, 과세 평등 문제 등이 논란이
지 않은 신체조건이나 미혼조건 등을 제시하
되고 있다. 사회 영역에서는 특히 주거, 여행
거나 요구할 수 없고,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
및 공공시설 이용과 관련하여 장애인 등에 대
해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교육, 배치, 승
한 차별 문제, 혼인과 가족생활에 남아 있는
진 및 복리후생에 있어서 혼인, 임신, 출산 또
남녀 차별 문제의 시정이 요청되고 있다. 그
는 여성임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 금
리고 문화 영역에서는 교육 불평등 문제가 다
지되어 있고, 정년, 퇴직 및 해고에 있어 여성
방면에서 제기되어 왔고, 최근에는 특히 정보
을 차별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헌법 및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온갖 편법과 탈법 수단을 동원하고, 근로자의 열악한 지위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
를 이용해서 차별적인 근로조건에 동의하게
언한다. 이는 단순히 법 적용의 평등만을 의
하거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차별
미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차별을 긍정하는 가
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불법적인 미혼
운데 국민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 평등의 원칙
조건 계약, 혼인 및 임신시의 퇴직조치, ‘유리
을 확립하고, 모든 국민이 평등한 존재로 존
천장’이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여성 승진에 대
중받는 실질적 평등이 헌법의 정신이다. 불평
한 차별적인 제한 등 헌법에 위배되는 일들이
등과 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
사회적 문제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
리 자신과 이웃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평
구하고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등의 연대가 절실하다. 평등이야말로 하나님 의 형상으로서 존엄한 인간의 기본 조건이기
선천적·후천적인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 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거주 외국 인들에 대한 차별, 이혼 가정과 미혼모 가정 에 대한 사회적 차별,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기 타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헌 법의 평등 정신에 반하는 사회적 인식과 관 행, 제도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때문이다.
소리 지음
28+ 29
미생 : 종로모임 이야기
오늘도 나는 출근을 한다 허 대리 ◆ 동아대05 서울살이 3년차인 부사니언(Busanian)으 로, 사역자인 남편과 재작년에 결혼하고 상 경했다. 현재 충정로에 있는 마케팅 회사에 서 근무하고 있다. (필자와의 합의에 따라 필명을 사용합니다.)
‘또 한 명 나가는구나….’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의 경우 6개월도 못 채우 고 그만두기에, 사회초년생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에
곧바로 구인 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린다. 이 업무는
는 이상과 현실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들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게다가 급여도 적다. 하지만 회사에 온 이상 역량을
있다. 입사한 지 이제 약 8개월 정도 되었는데 짜맞추
키워 나가야지, 이도저도 아니라 ‘그냥 힘들어서 그
기라도 하듯이 한 달에 한 명, 지금까지 총 8명이 퇴
만둔다’는 핑계는 너무 유약해 보이고 씁쓸하다. 그
사했다. 한 자리가 비면 또 그 자리를 누군가로 채워
들은 대부분 퇴사 후 토익학원을 다닐 것이라고 했다.
야 하니 채용공고도 올리고 면접스케줄도 잡는다. 뉴 스에서는 청년실업률이 최고치로 솟았다고 하고, 대
근무 경력이 2년 이상 되는 경우 본인과 비슷한 스
선 후보들의 공약에도 청년실업 해결과 일자리 문제
펙(입사시기, 직급)을 가진 다른 직원이 더 빨리 승진
가 중요한 화두였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네임밸류 없
하게 되면, 그간 회사에 꾸준히 머물렀던 자신의 능
는 중소기업이라 그런지 못 온다는 이야기도 없이 면
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마음에 퇴사를 결정하는 직
접에 불참하는 지원자들도 꽤 많다. 그간 회사에서 쓴
원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퇴사 이
구인광고 유료서비스의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나는
후 재취업을 하지 않고 휴식을 택하는 모습이 신선했
이전 직장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인지 아직
다. 그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해외여
까지는 회사가 무난하게 느껴지는데, 직원들은 왜 줄
행이나 단기 어학연수를 떠나는 걸 보면 그런 용기가
줄이 소시지처럼 퇴사를 하는 걸까?
부럽기도 했다.
미생 : 종로모임 이야기
연차가 높고 연봉협상에서도 제법 만족스러운 협상
많은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저절로 공감을 할 수 있
을 한 직원들의 경우에도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하나
었다. ‘그래, 나도 힘들었지.’ 이 회사 다니면서 이런
둘 생겼다. 중간 관리자급으로 이 업종에서 계속 일하
저런 일들을 겪었다. 화가 나는 일도 있었는데 시간
면서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들이기에 ‘이 길이 내 길이
이 지나고 또 괜찮아지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즐거
맞나?’ 같은 고민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회사
운 일도 있었다. H팀장은 그렇게 퇴사하지만 마지막
로 곧바로 이직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이 참 위로가 됐다. 누군가가 마음을 읽어 주니 조
본인의 젊음을 투자하여 땀과 열정을 쏟아 부은 이곳
금은 알 것 같다. 그래, 나도 수고하고 있다. 지금의
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고 들려오는
내 일터에서.
이야기로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오해나 갈등 의 문제인 듯했다.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회사에
남편의 사역지에 따라 거주지를 옮기게 되면 현재
서 비슷한 또래의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의 직장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고, 이후에 아기를 낳게
말과 소문도 무성하고 급기야 진실공방 같은 어려움
된다면 육아문제로 퇴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언
을 겪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교회 공동체에서도 흔
제까지 이 직장에 머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
하게 마주하는 문제였던 것 같다.
다. 그래서 감사하게 오늘 주어진 ‘직딩’ 라이프를 즐 기려고 한다. 직장생활하면서 가끔 열 받는 일도 있지
이렇게 또 한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직장 동료
만 소속감이 주는 안정도 있다. ‘일터’라는 공동체 안
는 어디까지나 직장에서의 관계일 뿐이라고들 한다.
에서 머무는 동안 이 직장이 내가 만나고 스쳐지나가
그래도 밥도 같이 먹고 하루 일상의 많은 시간을 함께
는 사람들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땅
했던 사람들인데 줄줄이 떠나니 마음이 어렵다. 입 ·
이 되길 바란다. 일하면서 쓴 마음이나 서운함, 억울
퇴사자로 인한 자리 이동과 반복되는 팀 재구성, 그런
함이 생길 때, 그 해결방안이 퇴사가 아니라 어려움
소소한 잦은 변화가 나에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다
을 잘 풀어나가고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직장공동체
가온다. 한번은 대표님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왜 이
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하나님은 오늘의
렇게 직원 퇴사율이 높은지 질문을 한 적도 있었다.
나를 이곳에서 어떻게 사용하실까? 회식자리에서 사
나는 이 회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내가 모
이다 4캔 따는 나는, 나중에 직원들에게 어떤 모습으
르는 문제가 있는지 궁금했다. 적성에 안 맞거나, 좀
로 기억될까? 일주일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회
쉬고 싶거나, 정 떨어져서 더는 못 다니겠다는 세 가
사에서 오늘 나는 하나님의 자녀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그 중에 마지막 이유는
까? 늘 고민하며 기도하는 마음을 품고 오늘도 나는
좀 아쉬웠다.
출근을 한다.
“대리님, 저 내일 그만둬요. 그동안 너무 수고 많으 셨어요….”
내일 퇴사하는 H팀장님의 마지막 인사에 감춰진 수
“꿈이 많으면 헛된 일들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도 그러하니 오직 너는 하나님을 경외할지니라”(전5:7).
소리 지음
30+ 31
우리 결혼할까요?
결혼 준비, 무엇이 중헌디? 호욱 ◆ 연세원주04 원주 IVF 6년차 간사이자 하루 빨리 한량으 로 살고 싶은 1인.
“너무 오가는 게 없으면 정 없어~” 예물과 예단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에게 어머니 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결혼과 부 모님이 원하시는 결혼의 모양은 달랐다. 우리가 원하 는 대로 하자니 이기적이었고,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 자니 피곤했다. 결국 서로의 소원을 조금씩 들어주며 준비했다. 투룸 아파트 전세가 나쁘지 않은 가격에 나와 있었 다. 우리가 예상했던 집값보다 500만원이나 저렴했 다. 원주의 외곽이었지만 기차역과 가까워서 은경이 가 서울을 오갈 때 좋을 것 같았다. 바로 여기다 싶었 다. 그런데 이게 웬걸? 머리꼭대기 위로 전투기 소리 가 작렬한다. 알고 보니 항공기 소음 수치가 80을 넘 어가는 장소였다. 검색을 해봤더니 이 정도면 소송감 이란다. 싼 이유가 있었다. 괜히 슬펐다. 그러고 나서
그렇게 천차만별인 줄 몰랐다. 나에게 냉장고란 당연 히 그 자리에 그냥 있는 물건이었다. 심지어 자취방에 도 냉장고는 옵션이니까. 독립냉각, 멀티냉각이라는 말을 처음 배웠다. 검색을 통해 모르는 단어를 공부해 가며 냉장고를 ‘PBS’했다. 그러고 나니 지금 집 한쪽 에 자리 잡은 냉장고에 이렇게 애정이 갈 수가 없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짬을 내어 같이 일상 영성 강의를 들었다. 우리는 결혼 후의 일상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이야기했다. 우리의 집은 음악과 손님이 머무 는 곳이 되기를, 꽃이 숨을 쉬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 다. 소박했지만 어려운 꿈은 아니었다. 낭만적이었지 만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우리 둘의 이런 수 다는 팍팍한 결혼 준비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 었다. “일상이 고단할수록 소박하게 향유해야 한다” 라는 말에 깊이 동의하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보다는, ‘어떤 불편함
결혼을 한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쳤을 거
을 끌어안고 살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라고 생각한다. 긴장의 연속이요 수많은 선택을 하는
결혼 준비 과정은 긴장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나는 부 모님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두 달 동 안 집을 알아보면서 고생도 많이 했다. 심지어 은경 이는 서울에서 원주를 몇 번을 오가며 집을 보러 다녔 다. 가전제품을 알아보는 것은 꽤나 어려운 공부였다. 세탁기 색깔 때문에 둘이 싸우기도 했다. 그레이로 할 건지, 블랙으로 할 건지 1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그리 고 마침내 색깔을 결정했지만, 지금 아내는 우리 집 세탁기 색깔을 모른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냉장고가
시간, 그 틈 사이로 둘만의 작은 꿈을 꾸었을 테지. 정 말 존경스럽다. 그리고 소소한 꿈을 꾸면서 현실의 팍 팍함을 돌파하며 살아갈, 우리를 포함한 그들을 응원 하고 싶다.
우리 결혼할까요?
사공이 왜 이리 많아? 이은경 ◆ 숙명여대05 음악, 공연, 영화를 좋아해 여기저기 기웃 거리다 IVFMEDIA에 정착한 영상팀 간사
검색창에 ‘예물 시계’를 입력한다. 결혼 준비로 유명 한 카페 글이 줄줄이 뜬다. “예물시계 저렴하게 했어 요”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예물 시계 실용성 있는 걸로 저렴하게 200만 원에 맞췄어요.” 응? 순간 내 눈 을 의심했다. 저렴한 게 200만 원이라고? 심지어 한 개 가격이다. 결혼을 준비하며 이런 일을 수없이 겪 었다. ‘예물’, ‘혼수’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가격은 천
은 필요할 때 구입하기로 했다. 우리가 하는 결혼인데 주변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들 었다. 나는 욱이에게 프러포즈를 하지 말라고 했다. 반면에 욱이는 프러포즈 안 하면 큰일 난다는 소리를 엄청 들었단다. 나는 ‘살면서 잘하는 게 중요하지 그 깟 이벤트가 무슨 의미인가?’라는 입장이라 하지 말 라고 한 건데, 도리어 주변 사람들이 아우성이었다.
정부지로 치솟았다. 결혼시장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결혼은 양가 어르신의 마음과 의사를 존중하는 태도 로 신랑, 신부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준비하는 게 제
친구들로부터 “은경이 네가 예물, 예단을 다 할 줄이 야!”라는 말도 들었다. 평소 결혼식은 간소하게 치를 것이라고 큰소리쳤는데, 나의 기준과 가치관에 맞지 않는 결혼식을 치르게 되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우 리 결혼식인데 왜 부모님들이 결정하려 하시는지 반 감이 들었다. 그러나 결혼을 준비할수록 자녀의 결혼
일 현명한 것 같다. 남들의 말보다는 부모님과 결혼 당사자의 의견과 뜻을 맞추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 래야 뒤탈이 없다. 결혼식은 행복하고 피곤하게(!) 끝 이 났다. 나름대로 우리의 의도와 진정성이 담긴 결 혼식이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잘 마칠 수 있었 다. 후련했다.
은 부모님의 인생에서도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 다. 혼주로서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싶은 엄마의 마 음을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결혼 준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묻 는다면 ‘결혼생활에 관한 대화’라고 말하고 싶다. 돌 아보며 가장 잘한 일은 결혼식 이후의 삶을 서로 나누
결혼 준비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어르신들의 의견에 따라 예물과 예단은 했지만 최대한 간략하게 하고 한 복은 생략했다. (이건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 한다.) 부모님의 종교가 달라 일반 예식장을 선택하 되 황금시간대를 피해 식대를 낮췄다. 대신 우리가 각자 직접 작성한 혼인서약문에 부부로서 우리의 기 도와 다짐을 담았다. 세간살이도 지금 당장 필요한 것 만 구입했다. 손님용 그릇, 여분의 이불, TV, 침대 등
고 상상해본 것이다. 주례를 부탁드린 선배 부부가 던 져주신 질문을 나누고, 결혼에 관한 책을 읽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야기했다. 그때의 대화가 지금의 결혼생활 원칙과 방향을 잡아주는 기준이 되었다. 지 금도 그 시간은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에게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 길 바라며 힘찬 응원을 보낸다.
소리 지음
32+ 33
‘오Chef’의 오늘 뭐 먹지?
아이스크림 덕후라면 연유 아이스크림과 초코 젤라또 오한웅 ◆ 서울대99 한마리곰미디어 대표이자 PD. DIA TV 크 리에이터. IAM 카드게임 개발자. 창의적이 면서 좋은 영향력을 주는 미디어들을 만들 고 싶어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중이다. 사람 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함께 보드 게임하고 노는 게 제일 즐겁다.
덥다.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봄이 찰나와 같이 지나
생각하는 동안, 평소 즐겨 먹는 연유 아이스크림을 30
간 자리에는 장기집권의 야망을 가진 더위가 왕 노릇
초 만에 뚝딱 만들어 냉동실에 집어넣었다.
하고 있다. 이런 날은 아이스크림을 먹어줘야 한다. 하지만 한겨울에도 아이스크림과 빙수를 입에 달고
‘아무래도 [소리]는 흑백이니까. 컬러풀해봐야 소용
사는 내가, 이 여름에 시원한 것들을 내키는 대로 다
없겠지?’
먹다 보면 디저트로 인한 엥겔지수 증가는 불 보듯 뻔한 일.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초코 젤라또로 결정 했다. 끓이고, 섞고, 또 끓이고, 얼리고, 꺼내서 뒤집
‘이제 그것을 꺼낼 때가 되었군.’
고…. 다음 날 냉동실을 열어 완성된 아이스크림들의 맛을 보았다.
수납장에서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빼어들었다. 냉매 를 얼리려고 냉장고를 열어 보니, 헐, 냉동실에 자리
연유 아이스크림의 이 맛은 흡사 어렸을 때 즐겨 먹던
가 없다. 어쩔 수 없지. 기계 없이 만들어 보자, 나의
서x아이스바 같은 느낌? 완전 내 취향이야! 초코 젤
아이스크림!
라또는 진하게 된 편이다. 하x다즈 까지는 아니더라 도 허x초콜릿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맛도 좋고, 사 먹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재료들
는 것에 비해 저렴하고, 알 수 없는 화학 물질도 들어
을 믹서로 갈아 바로 얼리기도 하고, 끓였다가 식히기
가지 않은 홈 메이드 아이스크림. 이번 여름에 몇 번
도 한다. 계란 노른자만 넣는 제조법이 있는가 하면
은 더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다!
흰자만 넣는 레시피도 있다. 오늘은 뭘 만들어 볼까?
‘오Chef’의 오늘 뭐 먹지?
* 연유 아이스크림 재료 우유 300g, 연유 150g, 휘핑크림 150g
* 초코 젤라또 재료: 우유 350g, 코코아파우더 10g, 설탕 70g, 다크커버춰 100g, 계란노른 자 3개, 휘핑크림(생크림) 200g
연유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 (easy) 우유, 연유, 휘핑크림을 잘 섞어 용기에 넣고 냉동실에서 얼립니다. 2시간마다 한 번씩 꺼내 포크 등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뒤집어주면, 12시 간쯤 뒤에 완성! 참 쉽죠?
초코 젤라또 만드는 법 (hard) 냄비에 우유, 코코아파우더, 설탕 40g만 넣고 코코아파우더가 잘 녹게 섞 습니다. 중불로 가열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끕니다.
계란 노른자와 설탕 30g을 넣고 휘핑합니다. 저는 핸드믹서 쓰기 귀찮아 서 그냥 믹서기를 사용해요.
적당히 온도가 낮아진 냄비에 다크커버춰를 넣고 녹입니다. 그리고 살짝 더 식혀서 (계란이 익지 않을 정도의 온도로) 휘핑한 계란 노른자에 반쯤 만 넣고 잘 섞어줍니다.
잘 섞였다면 냄비에 다시 붇고 약불에서 저어가며 조려줍니다. 적당히 점성이 있을 정도까지 조리면 불을 끄고 식혀줍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로 조리느냐에 따라 젤라또의 식감이 달라집니다!
소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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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Chef’의 오늘 뭐 먹지?
초코가 식는 동안 휘핑크림을 휘핑해줍니다. 물론 핸드믹서로 하는 것 이 휘핑이 잘 되지만, 저는 귀찮으니 믹서에 또 돌렸어요. 초코가 미지 근할 정도로 식으면 휘핑크림에 투하한 뒤 잘 섞어주세요.
역시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얼리고, 2시간마다 한 번씩 꺼내 포크 등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뒤집어줍니다. 사진은 포크로 뒤집는 장면이에요.
이렇게 완성된 아이스크림! 어디 맛은 어떤지 꺼내볼까요? 꽁꽁 얼어 있을 때는 잘 안 퍼지니, 살짝 녹여서 드세요.
TIP. (정말로) 냉동실에 자리가 없 어서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못 돌렸으나, 기계를 사용하면 좀 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만 들 수 있어요. 이때는 2시간마 다 꺼내서 포크로 뒤집는 작업 은 안해도 됩니다! 집안에 아이 스크림 매니아가 많다면 한 번 고려해보세요.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아이스크림!! 예쁜 그릇에 담아 맛있게 드세요! ^_^
재외 학사 통신원
체류증과 경시청의 상관관계 소리 지음
김영섭 ◆ 인하대95 대학원 석사 과정 후에 프랑스에서 환경공 학 대기오염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 고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파리선한 장로교회에서 30대 싱글 공동체를 섬기고 있다. 문서사역에도 관심을 갖고 작년에 파 리에 생긴 작은 크리스찬 도서관 운영에도 협력하고 있다. 아내와 세 아이와 함께 파리 의 작은 아파트에서 오순도순 지내고 있다.
매년 어김없이 그날은 찾아온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점점 빨리 흐 르는 것 같은데, 점점 경시청에 가야 할 날짜가 훨씬 더 빨리 다가오 는 느낌이다.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프랑스에 체류하려면 누구나 체 류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유효기간이 고작 1년이다. 전년도 체류증 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갱신 신청을 해야 한다. 새로운 체류증을 발급받기까지는 최대 6개월 이상 걸린다. 그러니 체류증을 발급받는 날 다시 갱신 신청을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체류증 업무를 담당하는 경시청은 보통 아침 9시에 문을 연다. 문 을 여는 시간에 맞추어 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체류증 갱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문을 열기 훨씬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린다. 이른 아침 에 도착해도 이미 여러 사람이 먼저 도착해 줄을 서 있는 경우가 허 다하다. 자칫하면 신청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일도 생기니 까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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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학사 통신원
일단 경시청에 발을 들여놓으면 1차 관문 통과. 한국의 은행에서처 럼 번호표를 받고, 내 앞에 약 10여명 정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 리를 잡는다. 번호가 하나씩 늘어나고 번호 하나 당 걸리는 시간은 보 통 10분 이상이다. 어떤 경우는 30분이 걸리기도 한다. 이제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프랑스에 오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덕목이 인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 못하면 화만 쌓이기 십상이다. 몇 시 간의 기다림 끝에 내 번호가 불리고 담당자를 향해 뚜벅 뚜벅 걸어 간다. 담당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 얼굴에 짜증이 섞여 있으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담당자와의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몇 시간 기다린 뒤라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의사 소통의 어려움까지! 한국 사람들이 유학이나 이민을 가려고 할 때 보통 영국이나 미국 같은 영어권 나라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언어의 장벽이 그나마 낮은 곳이라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개인적인 이유로 유럽의 다른 나라, 특히 프랑스에 오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언어의 장벽에 가장 먼 저 맞닥뜨린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프랑스의 경우, 도착하자마 자 경시청에 신고부터 하고 체류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때 은행계 좌 서류가 필요한데, 문제는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 종종 체류증을 요구한다는 부분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런 문제들이 산더미 같은데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 오는 한국 사람들 중에 프랑스어를 충분히 배 운 상태에서 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본인 스스로 모든 문 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내가 너무 아픈 적이 있었다. 병원에 가 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프랑스는 병원을 갈 때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그조차 쉽지 않았다. 병원에 전화를 걸기 전에 어떻게 말할지 연습해 보아도 실제 전화로 대화하는 건 내 예상대로 흐르지 않았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면 그나마 좀 낫지 만 전화 걸기는 몇 년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는 긴장의 시간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결국 주위 사람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부탁을 해야만 했다. 이런 일로 부탁을 한다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게 마련 이다. 부득이하게 ‘내려놓음’을 실천하게 되었다. 나의 자존심을 내려
재외 학사 통신원
놓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삶의 일부를 부득이하게 의탁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이러려고 여기에 왔나…. 그런데 타지에서 이런 내 려놓음을 반강제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찾게 된다. 다른 사 람에게 의탁하는 정도와 하나님께 의탁하는 정도의 비례관계를 주장하고 싶기 도 하다. 사소한 문제들을 본인 스스로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면 그만큼 하나님을 덜 찾게 되지 않겠는가? 물론 입증된 것은 아니니 믿거나 말거나. 일 년에 한 번 또는 많아야 두 번 갈 뿐인데도 경시청에 가는 날은 굉장히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 그리고 경시청을 향하는 발걸음도 언제나 무겁다. 경시청에 체류증을 신청하러 가는 사람들이 기도를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종종 받는다. 너 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기도하고 공무원 앞에서 너무 흥분하지 않고 말을 차근 차근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세느강이 흐르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주위에는 고풍 스러운 건물들이 많다. 파리 경시청은 그 건물들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노트르 담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Cite역에 내려야 하는데, 역에서 나와 노트르담을 향하는 길목에 경시청이 버티고 서있다. 혹시 노트르담을 방문하실 기회가 생 긴다면, 어느 건물 앞에 줄 지어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길 부탁 하고 싶다. 2015년은 프랑스에 온 지 10년이 되던 해이고 내 나이도 40살이 되던 해였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2014년에는 10년 유효기간의 장기 체류권(프랑스에는 영주권이 없고 이것이 영주권의 역할을 대 신한다)의 발급을 거절 받은 일도 있어서 하나님이 나를 어느 길로 인도하실 것 인가에 대한 의문과 기도가 많았다. 평소처럼 경시청에 체류증을 발급받으러 갔 다. 오랜 대기 시간을 거쳐 인상 찌푸린 직원을 마주 하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 고 있었다. “10년 장기 체류증 발급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마도 “내 귀를 의심했다”일 것이다. 인상 찌푸린 직원 은 굉장히 사무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녀처럼 사무적으로 대답할 수 없었 다. 좋은 소식을 알려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했더니 그녀는 그때서야 얼굴에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날, 경시청을 나와서 바라본 파리와 세느강은 얼마나 화 사하고 아름답던지!
소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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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어 달리기
‘희년’의 정신을 실현하는 “희년함께” 한형빈◆ 경북대08 2008년 봄부터 2011년 겨울까지 대구지 방회 경북대에서 IVF 운동을 했습니다. 법 학을 전공했고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 친 후 국회의원실 인턴비서로 일하다가, 현재는 ‘희년함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희년함께’라는 기독교 시민단체
제가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경제문
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희년함께’는 레위기의 ‘희년’
제에도 하나님이 관심을 가지고 계시며 우리가 따라
정신을 한국 사회에서 실천하고자 운동하는 단체입
야 할 그분의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
니다. 희년의 핵심 내용은 부채탕감, 노예해방, 토지
다. 관계와 내면의 회복, 건강한 이성교제와 결혼생
반환인데 저희 단체는 이를 현대 사회에 맞게 적용
활에 대해 하나님의 뜻이 있듯이 경제문제와 사회문
해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
제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있으며 그에 대
습니다.
한 이야기가 성경에 기록되어 있을 텐데 그것이 바로 ‘희년’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희년함께’는 30여 년 전부터 활동을 해왔지만 일상 속에서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았습
돌아보면 여러 경험을 통해 저를 이 길로 인도하신
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희년은행’
것 같습니다. 3년차인 2010년 겨울에 사회부 학교에
입니다. 희년은행은 일반 은행처럼 돈을 맡기고 빌
참여했습니다. 그곳에서 기독교인의 사회참여가 왜
려 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지 배웠고, 그 이후 지부에서 사회부 모임에
모인 목돈은 토지반환의 정신을 살린 ‘공동주거 지원
참여했습니다.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4대강 문제, 용
대출사업’을 통해 공동주거 시 필요한 보증금을 지원
산참사, 무상급식 등의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거
하거나, 부채탕감의 정신을 살린 ‘고금리 전환 지원
나 책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재정공동
대출사업’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갚아주고 무이자 대
체를 구성하여 용돈을 함께 써보기도 했고, 대안공동
출을 지원하는 데 사용됩니다.
체의 삶을 전해 들으며 ‘다르게 살기’의 필요성과 중 요성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이어 달리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두 역할은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비해서, 마지막 역할을 하 는 사람이나 단체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군 생활을 마치고 1년간 국회의원실에서 일할 기 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졸업 이후 기독교 세계관, 역사, 한국 사회를 다룬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국회와
책들을 읽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내가 살아가야
정부는 커다란 권력기관이지만 그 또한 예산과 시간,
할 세상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락
인력이 부족하고 한계가 있는 조직입니다. 한계 속에
한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충만한 세상, 정의
서 대안을 마련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정치적 힘을 통
롭고 평화로운 한반도와 구속을 꿈꾸다 보니, 구체적
해 제도화하는 것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으로 토지공개념, 평화주의, 통일에 관련된 주제까지
래서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직을 구성하고 대안을 이
관심이 닿았습니다.
야기하며 그런 삶을 살아내는 것이 무척 시급하고 중 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선 세 주제 중 가장 제 마음에 와 닿은 것은 ‘토지 공개념’입니다. 토지공개념의 핵심은, 토지란 물이나
현재는 앞선 경험과 고민을 살려, ‘희년함께’에서 한
공기처럼 자연의 일부이므로 개인이 소유할 것이 아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기존 업무에 관한 매뉴얼
니라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지공개념을
을 만들거나 홍보 기획을 하고, 또는 조직 전략에 대
적용한 경제 시스템을 통해 불공정한 부의 분배 문제
한 고민을 하는 등 다양한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
를 완화할 수 있는데, 이 개념은 ‘희년’의 토지반환 정
습니다. 앞으로는 희년운동을 어떻게 확산할지, 내부
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지 않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여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 어
는 세상에서는 그 어떤 고상한 가치나 합리적인 이치
떤 전략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 운동할 것인지 고
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입니다. 경제제도가
민하고 준비하려 합니다.
공정하지 않으면 빚을 아무리 탕감해줘도 빚지는 사 람이 늘어날 것이고, 노예를 해방해도 자발적 노예가
돌아보면 IVF에서 경험했던 소중한 가치에는 ‘운동’
늘어날 것입니다. 때문에 ‘희년’의 정신을 살리는 것
이 있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에 토지공개념은 꼭 필요합니다.
아니지만 조직 구성원 각자가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발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 그것이
진로를 결정할 때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시민운동 아닐까요? 캠퍼스에서의 경험을 바탕
이 무엇일까 깊이 고민했습니다. 학자가 되어 이론적
으로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고 계신 모
근거를 준비하고 정책적 대안을 준비하는 역할도 필
든 학사님들의 ‘운동’을 응원합니다!
요해 보였고, 시민운동을 하며 여론을 형성하고 대안 을 실험하는 역할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러한 정책 과 여론을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고 실행하는 역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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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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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작은 축제를 열다
화음으로 하나되기
최유진◆ 연세대86 하나님이 베풀어두신 이 세계의 아름다움 과 풍요로움을 나날이 더욱 즐겁게 탐구하 는 중이다.
졸업 25주년을 맞아 모교에서 86학번의 재상봉 행사가 치러졌다. 바로 그 해, 2015년은 내게는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해였다. 1990년에 졸업했다 는 사실 하나만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단박에 친해져 좋은 친구가 되었고, 그 동안 사정이 있어 집안에서만 지내느라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나날을 벌충 이라도 하라는 듯 여러 가지 경험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과대표로서 학교 발 전기금 모금이며 재상봉행사 기념문집 편집, 그리고 함께 행사에 참여한 61 학번 선배님들과의 귀한 만남, 동기들과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이끈 것 등등.
그중에서도 재상봉행사 축하공연을 위해 임시로 조직된 합창단 활동은 큰 즐거움을 주었다. 86합창단은 2015년 1월에 조직되어 넉 달 가량 연습하고 5 월에 축하무대에 오름으로써 해산되었지만, 함께하는 노래의 즐거움을 잊지 못한 동기들은 그 해 9월에 마음을 모아서 새로운 합창단을 조직했다.
간혹 프로페셔널한 성악가도 몇 명 끼어 있지만, 대부분은 노래 사랑으로 만 똘똘 뭉친 아마추어들이기에 실력은 고만고만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래 합창은 처음이라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몇 십 년 동안 성가대에서 노래해온 친구들도 있다. 스펙트럼이 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실력이 부족하고 아직 배울 게 많은 것도 분명하다. 유명한 음악가들을 많이 배출
세 번째 놀이, 합창
한 음대를 지닌 학교이기에, 성악, 기악, 작곡과를 졸
명 남짓한 작은 노래공동체도 아직은 한결같이 우리
업한 친구들에게서 큰 도움을 얻으며 조금씩 성장하
나라의 축소판이다.
고 있는 중이다. 1999년에 명저 <오리엔탈리즘>으로 널리 알려진 학 연세대학교에서 86학번은 역사적으로 조금은 특별
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
한 학번이다. 87년 민주항쟁 때 동기였던 경영학과 이
자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께 뜻 깊은 프로젝트를
한열이라는 친구를 잃었고, 그의 이른 죽음이 우리 사
진행했다. 아랍의 여러 국가들, 즉 시리아, 레바논, 이
회의 민주화에 남겨놓았던 의미는 생전 얼굴 한번 보
란, 이라크,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스라엘의 청소년들
지 못한 친구인 우리들에게 일생 마음의 빚처럼 남아
을 모아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조직한 것이다. 서
있다. 그 마음과 함께 같은 학번이라는 고리로 이어
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 처
져 해마다 이한열 기념관에서 주최하는 이한열 문화
음에는 옆자리에 앉는 것조차 서먹해하다가, 차츰 호
제에 참가하기도 하고, 저번에는 고려대 86학번 학사
흡을 맞추고 마음을 모아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해내
들의 초청으로 몇 사람이 촛불집회에 나가 함께 공연
는 과정을 담은 영상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오랫동
을 하기도 했다.
안 반목해 온 역사와 서로 다른 사상을 뛰어넘어, 뜨 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음악이라는
대통령 탄핵과 그로 인하여 이어진 대선 정국에서
공통 언어를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 사랑하
우리의 일상은 더러 아픔을 겪기도 했는데, 우리 합
고 화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프로젝트였다.
창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적인 집회에 나가 합창 단의 이름을 공공연히 걸고 공연을 할 수 있느냐, 합
정치색도 다르고 실력도 각각이고 각자 지닌 삶의 결
창단 밴드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공연히 밝힐
과 고민도 다른 우리. 그러나 ‘노래’를 통하여 예술의
수 있느냐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정치 종
길로 나아가는 도중 화합과 조화와 관용의 의미도 돌
교 등 갈등의 요소가 있는 주제는 서로 다루지 않는
아보는 중이다. 우리도 그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의
게 좋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우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 사이에 버티고 있는 장
리나라 사람들은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꺼리고 서로
벽을 뛰어넘게 해줄 도구가 있다면, 아마 그것들 중
를 관용으로 끌어안는 데는 아직 꽤나 서투르다. 50
하나는 분명 음악일 것이다.
소리 지음
미로슬라브 볼프
F L O U R I S H I N G
지구화 시대, 진정한 번영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묻다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 양혜원 옮김 무선 340면 | 17,000원
지구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 오늘날, 인간 번영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볼프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구화와 세계종교의 관계를 조명하고, 더 나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모든 종교가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 그렇게 될 때, 종교는 인간 번영을 위한 지구화를 이끌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지구화는 이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더 나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고 볼프는 그 비전을 제시한다.” _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종교개혁 500돌을 맞아 거듭나고자 하는 한국 기독교에 꼭 필요한 책이다.” _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손봉호, 김선욱, 김찬호, 박상훈, 찰스 테일러, 조너선 색스 추천! www.i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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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만난 사람
민주시민 양성에 주체로 참여하자 한국사회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 럼에도 교육은 공공의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고, 개인의 부와 문화적 자산의 격차는 교육의 격차를 만들어냈습니다. 제도권 교육 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은 다양한 대안교육 운동과 교육개혁을 시도하고 있 습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학생들은 여전히 제도권 교육 안에 있기에, 제 도권 교육을 개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번에 오재길 ◆ 춘천교대88 진행 이시종 / 정리 편집부
는 공교육 안에서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미래를 위한 교육 제도를 만들고 자 분투해 오신 오재길 학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도하고 학교로 돌아갑니다. 저는 경기도교육청에서 2년을 보냈고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올해까지 3년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장학사입
을 채우면 만기가 됩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년
니다.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걸 제일 좋아
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했고요. 현재는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 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사로 근무하던 중 2011년
아내 역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몇 년 전
김상곤 교육감의 교육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
수원에 있는 초등학교의 교감이 되었습니다. 교감
개발팀에 차출되었습니다. 아마도 노무현 참여정부
이라는 자리는 교장과 교사한테 눌리고 학부모에
시절 교육혁신위원회 상근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경
게 시달리는 굉장히 힘든 역할이라 빨리 끝내기를
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후 경기도교육청 기획담
바라더군요.(웃음) 하나 있는 아들은 군대 최전방에
당 장학사를 거쳐 현재는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파
있다가 (인터뷰하는) 오늘 휴가를 나왔습니다.
견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연구 파트너가 한국교육개발원이라면 경기도교육연구원은 경기
* 대학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IVF 활동은 어떠
도교육청과 관련한 정책연구를 수행합니다. 제가
셨나요?
하는 일은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인데 공동연 구자들을 모아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
당시 교대에는 ‘일천학우’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전
청 장학사의 임기는 10년이 상한이지만 보통 5년 정
교생이 960명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고등학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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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만난 사람
작은 학교였죠. 학생들도 서로 잘 아는 사이였고요.
존 학교는 엉망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학교혁신에 대
강원지방회는 비교적 활성화 되어 있었는데 춘천교
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가 늘 있어 왔습니다. 이는
대는 IVF도 작았습니다. 이른 아침마다 안개가 자욱
대안학교가 많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대
한 사열대 앞에서 기도회를 했는데 참석자가 적을수
안학교는 돈을 많이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록 비장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웃음) 전체모임 참석
래서 남한산 초등학교, 조현 초등학교와 같은 모델을
자도 몇 명 없었어요. 한 열 명이나 모였을까. 그래서
공교육 체제 내에서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
선후배끼리 친했습니다. 그때 IVF를 같이 했던 선후
게 된 것입니다.
배들은 지금도 ‘좋은교사운동’에서 자주 만나곤 합니 다. 저는 정책 쪽에서 관여하고 있지만 각종 모임에서
혁신학교 정책이란 이와 같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학사들이 많고, 지금도 계속 좋
기존의 모델이 되는 학교에 혁신학교라는 ‘정책의 옷’
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강원지방회는 IVF 회
을 입힌 것뿐입니다. 혁신학교 기획의 초기단계에는
관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훈련을 많이 했고, 쑥쑥 자
거대한 흐름도 있었고 헌신된 교사도 있었습니다. 참
라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여러 훌륭한 간사님들과 함
교육세대가 모두 교사였습니다. 일궈낼 수 있는 자원
께 한 것도 좋았고 당시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것
이 준비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습니다.
같은 움직임이 계속 뻗어나가는 것은 힘겨운 일입니 다. 유니폼만 입힌다고 혁신학교가 되는 게 아니고,
* 혁신학교 기획에 함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초기 혁
혁신학교를 위해 헌신된 사람들이 있어야하기 때문
신학교의 모습과 학사님이 동참하시게 된 계기가 궁
입니다.
금합니다. 저는 약간 늦게 합류한 편입니다. 처음에는 혁신학교 혁신학교는 기획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혁신학
를 홍보하는 것에 애를 많이 썼습니다. 혁신학교에 대
교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교육적 본질을 추구하는
한 오해가 많아서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혁신학교의
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을 갖추자는 이야기인
모든 것」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학부모들로부
데, 학교가 지금까지 기본이 안 되어 있었다는 반증이
터 전교조에서 만든 학교인지, 대안학교인지, 성적 떨
기도 합니다. 정책으로 추진한 것이 맞지만 정책으로
어지는 애들이 많은 것은 아닌지 등의 문의가 많았습
만들었다고 규정하기는 어렵겠네요. 왜냐하면 정책
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혁신학교가 대안학교를
을 펼치기 전에 혁신학교의 모델이 되는 학교(남한산
위축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재정적 부담이
초, 조현초 등)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큰 대안학교에 비해 부담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은 경기도에 있는 2300개의 초·중·고등학교 중, 혁신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 초등학교는 이미 교사들
학교가 400개가 넘습니다.
끼리 학교를 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그 학 교를 보러 오기도 하고 돌아가서 관련 학위를 쓰기도
*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개혁이라 불릴 만큼 기존의 교
했습니다. 대구 가톨릭대의 서근원 교수가 작성한 서
육방식에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울대 박사 논문의 모델도 남한산 초등학교입니다. 헌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신된 교사들의 움직임으로 이미 혁신학교가 운영되 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좋은 학교는 소수이고 기
혁신학교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칠판 앞에서 가르
소리가 만난 사람
치던 수업문화를 바꾸어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도
* 공교육 체제에서 계속해서 변화되어야 할 부분은
하고 과제도 함께 합니다. 평가도 논술형으로 진행
어떤 게 있을까요?
되며 경쟁은 지양합니다. 교장선생님 말 한마디에 순응해야 했던 교직문화도 변화했고요. 교사들이
몇 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에 가면 학생들은 중앙
학습공동체를 이뤄서 공부하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현관으로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양쪽 사이드에 있 는 계단으로만 다닐 수 있었고 교사들만 중앙현관
물론 학교에 따라 편차가 많습니다. 흉내만 내려는
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런 모습이 한국 교육현장
곳도 있고 잘 운영되는 곳도 있습니다. 혁신학교를
의 권위적인 마인드를 보여주는 문화라고 볼 수 있
위해서는 건강한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수업
습니다. 학교에 가면 역대 교장 선생님들 사진을 걸
도 혁신해야 하고 선생님들도 함께 해야 합니다. 현
어놓은 사례도 많습니다. 차라리 학생들 졸업식 사
재 한국사회의 학교는 칸칸이 교실이 나뉘어 있습
진을 한 장씩 거는 게 낫지 않나 제안해 보았지만 좀
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교과목 교사끼리 뭉쳐 있
체 변하지 않습니다.
거나 폐쇄적인 부분도 많습니다. 이런 문화를 바꾸 는 게 지난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혁신학교를 운영
언어 표현에도 변화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인솔교
하기 위해서는 교장선생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사도 동행교사로 이름을 바꿨으면 좋겠고, 교장교
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습니다. 교장
감을 학교관리자라고 하는데 이 부분도 바뀌어야
선생님 마음대로 할 수 있던 부분을 바꾸자는 것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리는 시설에 쓰는 단어지 학
니까요. 학교를 열고 같이 협의하자는 요청이 잘 받
생이나 학부모에게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단어
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은 책임도 같이 질
잖아요. ‘좋은교사운동’에 학습부진아에 관한 연구
거냐며 따지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교장이나 학부
를 많이 한 선생님이 있는데, ‘학습부진아’ 대신 ‘배
모나 의식이 깨어있는 분들은 제대로 된 혁신학교
움찬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더군요. 개인마다 속
를 선호합니다.
도가 다르기 때문에 천천히 해주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데 현재의 교육체제 속에서는 ‘부진아’라고
연구된 데이터를 보면 혁신학교라고 해서 성적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이러나 저러나 공부를 잘 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함께
교육에 대한 책임을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인식도
하도록 독려하면 흥미도 높아지고 성적도 올라갑니
변화되어야 합니다. 성적이든 인성이든 학생 한 명
다. 다만 대학 잘 가고 성적 좋아지니까 혁신학교에
에 대한 교육적 책임은 학부모에게도 있고 교사에
가자고 하는 건 본질을 잃고 원체제로 돌아가는 것
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내가 맡은 직분을
이나 다름없습니다. 혁신학교의 강점은 성적향상이
잘 감당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사과하거나 상담
아니라 학생들이 전학가기 싫어하고 행복해한다는
하는 교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왜 이런 학
부분입니다. 혁신학교에서는 학생을 ‘입시 준비하
생을 보내서 나를 힘들게 하느냐”고 하거든요. 연구
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존
를 하면서 다양한 다문화가정의 학부모를 만나보았
재’로 봅니다. 학교 역시 입시를 준비하는 곳이 아
는데,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는 학교에서 책
니라 학생의 존재론적 삶을 지원하는 곳으로 규정
임지고 잘 돌봐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하고 있습니다.
창피했어요. 해당 학부모들의 국가에서는 다문화
소리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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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있으면 학교에서 여러 방면으로 달라붙어 도
니다. 저는 학부모가 교육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
와준다고 합니다. 말이 어눌하면 말도 교정해주고 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는 학생이 공부를 못하면 전부
육 무력증이 있으면 근육을 집중적으로 돌봐주면서
학부모의 책임이라고 합니다. 대학 총장 협의회에서
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해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도 학부모를 탓하고, 공익광고 ‘부모편’에서도 학부모
교사가 마음을 먹어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마
를 탓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학부모에게 책임을
인드도 갖춰져 있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도
전가하는 형태입니다. 현재의 입시구조를 만든 것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죠.
교육당국이지 학부모가 아닙니다. 복합적 경쟁체제 인 입시구조 속에서 유독 학부모에게 자기 자녀만이
사회구조적인 면에서 변화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아닌 다른 자식도 생각하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한국사회는 교육열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는
이라고 봅니다. 학부모들이 제대로 된 권리를 찾을 수
데 교육열이란 사실 굉장히 좋은 것입니다. 연구에 의
있게 돕고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면 한국사회의 교육열은 경제성장 촉진효과를 연
학부모는 학교 지원자나 봉사자가 아니라, 학교의 공
간 0.6%로 잡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세계적으로도 상
동 주인이니까요. 이는 법적으로도 확인 가능한 사실
위권에 속합니다. 교육열은 자녀를 향한 교육적인 열
입니다.
정인데, 그 자체를 낮추라고 하는 것이 이상한 말이지 요. 교육열과 교육열 현상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올해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시민주체로 세울 수 있
있습니다. 교육구조와 사회구조 속에서 자녀를 향한
을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학생은 시민인 것
교육열 발산 현상이 왜곡되고 있어 문제인 것인데, 교
같으면서도 동시에 시민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
육열 발현 구조를 고칠 생각은 안하고 학부모 교육열
는 시민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국사회의 시
만 낮추라고 하는 것은 미분화된 생각의 결과입니다.
민교육은 형편없습니다. 오죽하면 학생들이 답답하 니까 자기들끼리 대통령 모의투표도 하고 그러겠습
대표적인 것이 사교육 정책입니다. 교육열 때려잡기
니까.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선거연령
식 정책으로는 사교육을 이길 수 없습니다. 먼저 사
이 19세입니다. 이 나이에 결혼, 군대, 공무원 임용, 세
교육은 ‘사악한 교육’, 공교육은 ‘공의로운 교육’이라
금납부도 가능한데 선거권만 안주는 셈입니다. 학생
는 생각부터 접어야 합니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그림
이라는 사회 통념 때문에 인식 사고에 굴레가 씌워져
자 교육입니다. 공교육이 신뢰를 잃을수록 사교육이
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많은데 어른이 학생에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제대로 된 공교육 근
게 적응을 못하는 셈입니다.(웃음) 물론 사회는 학생
처에는 사교육이 번창하기 어렵습니다. 사교육은 정
을 보호해야 하고 책임도 유예해주고 있지만 그것이
형화되어 있는 교육에 잘 대응할 수 있는데, 제대로
전부는 아니거든요. 학생 시민교육이 이뤄져야 함은
된 혁신학교의 공교육은 정형화되어있지 않기에 사
물론이고 학생이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교육의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극적인 민주시민이 되어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테니까요.
* 진행하고 계신 연구는 어떤 내용인가요? 소개를 부 탁드립니다.
* 제도권 안에서 교육개혁을 시도하는 일에 학사들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교육 현장에서 수동적인
작년에는 학부모 교육주체화 방안 연구를 진행했습
교육소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참여할
소리가 만난 사람
수 있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을 초빙하고 세금으로 운영 할 수 있는 학교들이 생겨난다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학부모가 교육에 참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학
교장선생님을 초빙하고 다른 교사는 모두 발령을 받
교운영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운영위원으로
습니다. 모든 학교를 학부모나 교사가 제안하여 세울
참석하게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교육에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인 몇몇 시도들이 시작되기를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운영위원회가
바라고 있습니다.
힘들다면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학 부모회는 반별로도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요즘은 학
* 한국사회의 교육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
교가 미리 활동을 짜놓고 봉사자 등의 역할만을 부여
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학부 모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살짝만 틀어서 노력
교육의 목적은 크게 보자면 민주시민 양성입니다. 시
해도 바뀔 수 있습니다.
민으로서 어떻게 학생들을 키울까 고민해야 하는 것 이죠. 교육이 교육다워지려면 교육만 가지고는 부족
때로 학교는 학부모가 학교의 일에 너무 참여를 하
합니다. 문제를 앓고 있는 것은 사회이기 때문이기에
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생 한 명을 교육 시키
같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입시체제로만 보자면 서
는 데 있어서 교사와 학부모 중 누가 더 관심이 많을
울권 대학에 진학을 하는 학생들은 10퍼센트에 불과
까요? 당연히 학부모의 관심이 더 클 것입니다. 교육
하고 나머지 90퍼센트는 루저로 취급받습니다. 그렇
에 대한 열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오지 않을
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가면 다 엎어서 자고, 졸업해도
때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학부모에게 도우미를 해
취업이 안 되고 봉급차이도 많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달라, 녹색어머니를 해 달라 하면서 짜인 역할만 부여 하면 누구라도 내키지 않습니다. 모임시간도 교사가
우리나라는 공부를 못하면 돈도 권력도 명예도 가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 하는 학부모들에게 맞
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러나 개인으로 놓고 봤을 때
춰 주말이나 평일 저녁시간대에 잡는다면 참석률이
는 잘하는 것이 분명 존재합니다. 개인이 잘하는 것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이란 학교
가지고 먹고 살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합니
에서 담당하는 것이기에 학부모는 주체가 될 수 없다
다. 구조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공부의 폭도 넓어지게
고 여깁니다. 그저 말없이 지원해주면 최고라는 관점
됩니다. 사람의 능력은 성적 이외의 다른 기준으로도
을 가지고 있죠. 저는 학사들부터 이 개념을 깨야 한다
평가해야 합니다.
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대형교회가 해외와 연결시켜서 영어를 배 혼자서 참여하기 어려울 때는 연대하는 방법이 있습
우게 하는 등 ‘국제’라는 단어를 앞세워 성적입시를 부
니다. 주변에 찾아보면 학부모와 관련된 시민단체들
추기는 곳도 있습니다. 말만 기독교 학교지 기독 사립
이 참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참교육학부모’ 또는 ‘인
귀족학교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이
지났습니다. 좋은 대학에 보내봤자 백수가 될 뿐이고
있습니다. 이런 단체에 참여하거나 정당을 통해 정책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헤매게 될 뿐입니다. 이제는 진
을 제안할 수도 있겠네요. 만약에 IVF 학사님들이 모
학교육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 필요합니다.
여서 제안하고 싶은 학교가 있다면 시도해볼 수도 있
좋은 대안학교나 혁신학교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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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만난 사람
추적 해보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는 탄탄
칭 네트워크 등 여러 단체가 함께하며 강력한 시너지
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자
를 내는 것이죠.
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성인이 되어서 도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 내년에는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셨는데, 향후에는 어떤 진로를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연구원만 해도 좋은 대학을 졸업한 사
진로에 관해서는 다양한 방향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람들이 많이 오는데 심사위원들은 대학으로 평가하
올해가 연구원으로 있을 수 있는 마지막 해이기 때문
지 않습니다. 대학과 역량은 상관관계가 많이 떨어진
에 내년에는 학교로 나가게 되겠지만, 어떤 곳이든지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예전 같으면 자유학기제 등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고 잘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의 정책이 실현되는 것은 어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면 그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생각을 깊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
제가 학교 현장에 있다가 정책개발팀으로 나오게 되
니다. 유럽에서는 정말로 돌아다니며 빵집이나 미용
었을 때 교무 3년차였는데, 현장에 그대로 있었다면
실 등에 취직하여 일을 경험해보기도 하고 그냥 놀아
교감으로 차출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나오는
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것을 선택했죠. 원래의 꿈은 대안학교를 하는 것이었
서는 아직까지 인프라 구축이 되어 있지 않아 어렵지
지만, 혁신학교 관련 일을 하면서 공교육 내에서도
만 앞으로 차차 증가할 것입니다. IVF 학사님들이 이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발견해서 참 좋았습니다. 지금
와 같은 일을 시도해보아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관
은 저에게 주어진 연구를 열심히 하고, 이후에는 다양
심 있는 학생들을 받아서 일을 맡겨보는 것이죠.
하게 열어두고 고민하려 합니다. 준비된 마음으로 인 도하심을 따라서 한 발자국씩 밟아나가고 싶습니다.
* 교육에서 혁신을 일으키려면 서로 자극도 주고 격려 가 되는 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학사님은 어떤 팀과 함께하고 계신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좋은교사운동’이라는 단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몇몇 분들과 함께 ‘교육 디자인 네트워크’라는 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군포 대야미에 60평짜리 공간을 얻었고 그 장소를 여섯 개 의 연구소가 함께 사용하며 다양한 교육정책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학사들이 모여서 장학사가 무
학부모와 학생이 주체가 되고 학교가 함께 협력
엇인지에 대한 책을 내려고 기획도 하고 있고 몇 권의
하는 올바른 교육이 한국사회 가운데 세워지기
책이 완성단계에 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에서 만난
를 소망하며, 올바른 교육 정책과 공교육제도를
분들이 주축이지만 계속해서 뜻있는 사람들이 합류
만들기 위해 분투하시는 학사님의 여정을 응원
하고 있고 그중에는 비기독교인들도 많습니다. 2,30
합니다!
명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교육정책 네트워크, 수업코
직장인으로서 일상의 의미를 찾아가다
직장인으로서 일상의 의미를 찾아가다 - 직장인 대회를 마치며 -
연응찬◆ 홍익대04 숙명여대 IVF 자매(이명화)와 네 살 된 딸 (연이서)과 함께 살고 있다. 성경공부가 하고 싶어 제 발로 IVF에 들어갔지만 성 경공부보다는 선배들 속만 괴롭히고 졸 업했다. 학생 때는 경제정의나 사회선교 에 대한 열망이 참 많았지만 지금은 회사 에서 홈쇼핑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 때 꿈 꿨던 삶을 현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지 고민하며 살고 있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기독인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가치관 의 혼란과 현실적 어려움들과 마주하기 마련이다. “직장인대회”는 기독 직장인들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보고 직장인으로서 하나님 앞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이다.
이런 “직장인대회”는 지난 3월, 세 번째 대회를 맞이했다. 이 대회는 직장 인모임의 구성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기독직장인들을 초대하여 이 운동 에 함께 동참하도록 격려하는 전체대회 성격의 모임이다. 전체대회 이외 의 정기모임으로는 ‘지역별 직장인모임’이 있는데, 3주에 한 번 정도 모임 을 갖는다. 현재는 주로 종로, 신림, 강서, 강남 등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 고 그 외 지역에서도 모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직장인대회에서 나는 기독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 15 분 동안 발표를 했다. 발표준비를 하며 지난 회사생활과 내가 기독직장 인 모임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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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으로서 일상의 의미를 찾아가다
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건강한 고민들이 미흡했다
아니라 ‘현재 회사원인 지금 시점에서도 내 꿈을 발
는 것과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내 한계에 직면하
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초
기도 했다.
적 에너지는 여러 경험과 과정을 통해 형태가 만들 어지고 완성되는데, 나는 내가 느꼈던 처음의 에너
직장생활 6년차인 나는 신입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
지에만 집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경험과
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6년 동안 직장을 두 번이
과정을 참고 견디며 향후 어떤 형태로 꿈을 만들
나 옮겨서 아직 회사나 경력 측면에서도 안정되지
어갈 것인지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못한 상태이다. 신입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고작 하루하루 살아가고 버티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또한 일상을 사는 기독직장인으로서 언젠가 내 전
하나님나라나 소명에 대한 고민은 저 멀리 한쪽 구
문성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칠 그 날을 위한 훈련
석으로 치우고, 퇴근 후에는 육아와 멍 때리기 등으
이 바로 ‘지긋지긋한 오늘’이란 점도 깨달았다. 현
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재를 살면서 내 실력이 부족해서 오는 고난이든 상 대가 악해서 오는 고난이든, 악을 선으로 갚는 길에
사실 안타깝게도 직장인대회 이후에도 이러한 삶
대한 하루하루의 고민이 단순 전문가가 아닌 ‘기독’
의 패턴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직한 지 겨우 3개
전문가가 되는 길의 훈련이라고 믿는다.
월 넘은 회사에서는 내부 직원들 눈치 보랴, 다혈질 팀장 눈치 보랴, 외부로 가면 MD들 눈치 보랴, 늘
직장인대회와 후속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내
눈치만 보고 사는 것이 일상이다. 눈치만 실컷 보다
일상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고민하게 해준다는 것
가 집에 오면 긴장의 끈이 확 풀리며 축 늘어진다.
이다. 내 일상은 다름 아닌 직장의 삶이다. 여기서 하는 일이 때로는 나를 정의하기도 한다. 우리 가정
그렇다고 직장인대회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까?
을 지탱해주는 물질의 원천이고, 반면에 내 한 달
그렇지는 않다. 직장인대회에서 얻게 된 큰 수확은
스트레스의 90%를 차지하기도 하다. 그래서 3주에
‘왜 내가 이렇게 헤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면
한 번 하는 후속모임에 참석을 못하면 이후 3주 동
으로 마주하게 된 점이다. 나는 매우 의미지향적인
안은 고민의 자극 없이 그냥 살아가게 된다. 안타깝
사람인데다가 소명과 일이 일치하는 직업을 찾고
지만 교회나 가정은 지난 6년간의 일상에 자극제가
싶어 했다. 그렇지 못한 현실 때문에 늘 불만족스러
되지 못했다. 그만큼 직장인대회는 내게 큰 의미를
운 일상을 살아왔다. 기독 직장인모임에 문을 두드
준다. 이것이 한 달 대부분의 시간을 멍한 채로 살
린 이유 역시 그 괴리감 때문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아감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
과거의 꿈과 이상에 집착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다고 생각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길로 가지 못한 내 현실을 늘 원망했다.
그런데 직장인대회와 후속모임을 통해 조금씩 내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의 꿈에만 집착할 것이
6월 안테나 ● 중앙사무국 1. 5월 8일(월)에 IVF 중앙회관 학사사역부 사무실에서 실행 위원회가 있었습니다.
● 6070학사회 창립 8년을 맞는 2017년을 “IVF 6070학사회 성장 도약의 해”로 정했습니다. 1. 4월 20일(목)에 봄 신앙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인생희 년과 하모니로 삶을 디자인하라”는 주제로 오창섭 학사님 을 모시고 인생희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 다.
● 수도권YGM 학사회 1. 수도권 YGM 모임이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IVF중앙 회관 지하 좋은땅에서 있습니다. 수도권지역에 거주하는 학 사님들은 언제든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입 학 사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모임문의 이철민 간사 070-8275-6363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ivfygm
2. 6~7월 모임일정입니다. 6월 06일(화) 휴강 : 현충일 6월 13일(화) 성경강해 6월 20일(화) 성경강해 6월 27일(화) 학사특강 : 20대와 30대의 생존전략 7월 04일(화) 성경강해 7월 11일(화) 성경강해 7월 18일(화) 휴강 : 여름수련회 7월 25일(화) 휴강
● 동서울학사회 1. 사역 보고 · 4, 5월에 팟캐스트 <아덕>과 <직장생존기>를 운영했습니다.
· 5월 26일 학사대표모임을 진행했습니다.
● 경기남학사회 1. 사역 보고 · 4월 26일(수) 경기남IVF 사무실에서 경기남 첫 학사모임을 진 행했습니다. 9분의 학사님이 함께 하셔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2. 정기 학사모임 안내입니다. 격주로 진행됩니다.
일시 : 5월 17일, 5월 31일, 6월 14일 오후 19:30 (날짜변경 시 소식지, 페이스북, 문자를 통해 공지됩니다.) 장소 : 경기남IVF 사무실(영통구 인계로 259-2, 2층) 문의 : 김원석 010-8720-3660 기남 출신 학사 외에 수원지역에 거주하는 학사님께도 열려있으니 경 관심 있는 학사님은 위 연락처로 문의 바랍니다.
● 강원(춘천)학사회 정기 학사모임 안내입니다. 함께하기 원하는 학사님은 아 래 일정을 참고해 주세요. · 춘천 (엄마들 모임-아이야) 일시 : 매달 첫주 목요일 오전 11:30 문의 : 사공은혜(한림대95) 010-5367-9120 · 춘천 (학사모임) 일시 : 매주 화요일 19:00 / 은혜교회 문의 : 김아주(한림대05) 010-6381-1635 ·수원 일시 : 매월 1회 토요일 저녁 / 순회 문의 : 최경순(한림대94) 010-9536-0703
● 충남학사회 1. 충남학사모임을 천안과 서울 두 곳에서 진행하고 있습 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 천안 이준희(단국대06) 010-5171-0569 · 서울 손윤형(백석대02) 010-9154-1160
2. 사역 보고 · 5월 충남학사수련회를 잘 마쳤습니다. 일정 : 5월 4일(목)-5월 6일(토) 장소 : 대전 헬몬수양관 주강사 : 김병년 목사님 참가인원 : 52명
● 전북학사회 1. 전북학사회의 다양한 사역을 소개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전북ivf 학사회 페이스북, 네이버 밴드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학사큰모임 일시 :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목요일 오후 19:30 장소 : 전주 소망장로교회
53 · IVFC 축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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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매주 토요일 아침 07:00~09:00 장소 : 전주 덕진 체련공원 문의 : 전성진 010-7448-0255 · 마더와이즈 : 초보엄마, 예비엄마들을 위한 모임 일시 : 매주 수요일 11:00~15:00 (한 달에 한 번 학사모임 참여 예정) 장소 : 이 집 저 집에서 만나요 문의 : 임하정 010-4696-8050 · 징검다리 캠프 일시 : 6월 23일~24일 장소 : 고산 자연휴양림
● 영남동부학사회 · 경주-포항 빨래터 주부모임 일시 : 매주 화요일 오전 10:30 문의 : 신지은 010-3120-1146 · 울산 주부 학사모임 일시 : 격주 목요일 오전 10:30 문의 : 박경아 010-6572-2176 · 8090울산대 학사모임 일시 : 매주 수요일 / 영남동부IVF회관 문의 : 진동일 010-6560-2176
● 대구학사회 1. 대구학사회 정기 소모임 안내입니다. · IEF(교대학사 교사모임) 매주 월요일 오후 18:00 · 가정피움팀(가정사역자모임) 매주 목요일 오후 20:00 · 사회복지팀(사회복지관련자모임) 매주 목요일 오후 19:30 · 평신도 지도자 남편모임 매주 수요일 오후 20:30 · 예사모 아내모임 매주 수요일 오전 10:00 · inG 수료자 모임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저녁 19:00
2. 대구학사회 사역계획 안내입니다. · 의미경영 콘서트 22회 일시 : 6월 18일(일) 장소 : 아멘교회
· 가정피움 공개강좌 일시 : 6월 20일(화) 장소 : 르호봇센터 주강사 : 정희돈 간사
● 부산학사회 부산학사회 정기 소모임 안내입니다. · TGIM(Thanks God It’s Monday) (1달에 2번 일상생활영성과 보냄 받은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모임) 부산대점 양말희 010-2061-5260 창원점 정수정 010-3620-9495 · E.M.포럼(복음주의목회자포럼) 일시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오전 10:30 문의 : 박철진 010-3578- 7086 · 마마클럽(주부학사모임) 일시 : 매월 1회 문의 : 임지은 010-4143-4926
● 경남학사회 1. 사역 보고 · 4월 중 학사방문 주간을 가졌습니다. 기간 : 4월 17일(월)~4월 22일(토) 대상 : 졸업 1~3년차 학사 · 경남IVF 학사수련회 일시 : 6월 6일(화) 장소 : 미정 주체 : 인제대 학사회
2. 6월 행사 안내 · 경남IVF 학사수련회 일시 : 6월 5일(월)~6월 6일(화)) 장소 : 김해 야훼동산 주제 : ㄱ.ㄱ.ㄱ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주강사 : 이시종 간사 목적 : 3년 만에 개최되는 경남지방 ivf 학사수련회로서 생사를 확인 하는 시간, 학사로써의 정체성과 공동체로의 부르 심을 재확인 하는 시간, 말씀과 강의로 회복되고 성장하 는 재충전의 시간
3. 지역별 학사모임 안내 · WOW(Women On the Way) 일시 : 매주 화요일 19:00~21:00 · 진주지역 정기모임 일시 : 매주 주일 19:00-21:00 · 진주교대 동창회 학사모임 일시 : 매달 셋째 주 금요일 19:00
● GLC+ 강의 일정입니다. 더 다양한 강의와 자세한 안내는 IVF 학사회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 습니다. · 에니어그램과 영성 4단계 일시 : 6월 16일(금) 오후 19:30, 17일(토) 오전 10:00 장소 : IVF 중앙회관 좋은땅 강사 : 이재천 목사 · 하나님나라 복음과 제자도 일시 : 5월 16일~6월 27일 매주 화요일 오후 19:30 / 6강 장소 : 양재주님의새교회 강사 : 노종문 목사
● 나음누리 1. 의료인 학사들이 지역별로 모이고 있습니다. 모임 에 함께하기 원하는 의료인 학사님들은 아래 모임 일 정을 참고해주세요.
팟캐스트 IVF 학사들을 위한, IVF 학사들에 의한, IVF 학사들의 팟캐스트! 학사님들을 위한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아학팟 IVF 학사회 팟캐스트. 본격 기독B 급 팟캐스트를 지향합니다. 3월 25 일부터 새롭게 시작된 <덕후방송> 과 <직장생존기>를 진행하고 있습 니다.
모임문의: 백성대 간사 070-8275-6345 ·서울지역(삼성병원모임) 일시/장소 : 한 달에 한 번 / 삼성서울병원 문의 : 이은경 010-8892-8076
그리스도인의 책나눔 -복팟
·서울지역(아산, 강동 모임) 일시/장소 : 한 달에 한 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 강필제 010-2710-7851
진행하는 팟캐스트 '복팟'입니다.
·경기지역(수원․용인모임) 일시/장소 : 한 달에 한 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 송재현 010-2231-1424
IVF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책모임을 지원합 니다!
퇴근하고 뭐할래?
·인천지역(강서․경인 모임) 일시/장소 : 한 달에 한 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 강의혁(010-8898-2498)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영남지역(대구모임) 일시/장소 : 매주 토요일(10:00~12:00) / 동신교회 필로세카페 * 마지막주 토요일(11:30~14:30)은 각 가정에서 모입니다. 문의 : 설기호 010-2866-2697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시도
· 부산모임 일시/장소 : 한 달에 한 번/ 장소 별도 공지 문의 : 이은정 010-3862-4189
2. 2017 나음누리 여름 수련회 일시 : 8월 13일(일)-8월 15(화) 장소 : 대전 헬몬수양관 주강사 : 이재천 목사 주제 : 가장 느린 자의 속도로, 가장 낮은 자의 자리로 * 어린이들을 위한 여름성경학교가 열립니다.
다루어보는 방송입니다. 취미, 일, 가정생활 등등 더 행복한 삶을 위해
하고 적용하며 공부합니다.
맑은물소리 하창완 목사와 함께 <시냇가에 심 은 나무(시심)>(IVP)의 진도를 따 라 성경말씀을 묵상하고 나누는 묵 상도우미.
말씀으로 여는 하루 IVF 출신 목회자들의 설교 팟캐스트
소리 지음
54+ 54
편집인의
메아리
얼마 전 e스포츠협회장이었던 전병헌 대표가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분은 인터넷에서 코스프레(만화나 게임 캐릭터로 분장하 는 일)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게 임 덕후라고 합니다. 공인된 덕후가 국가의 중책을 맡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잡지입니다. [소리]의 볼륨을 높여주세요! 홀로 씨름하며 분투하는 동역자에게 “내가 너를 지지한다”고 외칠 것입니다. 후원금은 전액 [소리]의 제 작비로 사용됩니다.
게 되었는데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창의적 운영을 기대하며 열렬히 환영했지요. 다소 부정적 의 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덕후’에 대한 인식이 변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호의 이야기를 들으며 '덕후'들이 가지고 있는 방 대한 지식량과 열정에 사뭇 놀랐습니다. 특정 대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대상을 깊이 탐구하고 관심을 기울 이며 내가 가진 재정과 시간을 헌신해야 하는 일이라 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예수 덕후'들이 '예수님 덕질' 을 할 때처럼 말이죠. 삶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덕질'이란 우리 모두에게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떤 덕질을 하고 계신지 한번쯤 떠올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소리]의 수다가 독자분들의 삶에 작은 쉼표가 되었길
후원계좌 [우리] 1005-000-990258 [국민] 760-01-0038-627 예금주 (사)한국기독학생회 2017년 3~4월 후원자 명단 곽지영(*2) 국효숙(*2) 권도균(*2) 김미화 김선미(*2) 김재원(*2) 김종기(*2) 김종수-구한나 김지은 나현순(*2) 남은경(*2) 민은혜 (*2) 박정현(*2) 박창재(*2) 손정엽(*2) 송인규(*2) 여운성(*2) 오 규덕(*2) 윤정범-지은실(*2) 이상엽(*2) 이원경(*2) 임정하(*2) 임 종학 장은숙(*2) 전선애(*2) 정민경(*2) 정성구-윤정은 조창훈-민 혜경(*2) 주님소리나눔 최수연(*2) 허성호 허지선(*2) 황진욱(*2) 강릉(*2) 경기남(*2) 경남(*2) 경인(*2) 남서울(*2) 대구(*2) 대전 중부(*2) 동서울(*2) 부산(*2) 북서울(*2) 서서울(*2) 영남동부(*2) 원주(*2) 전북(*2) 춘천(*2) 충남(*2)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월 후원하시는 분은 중앙지원부(070-8275-6303)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고대하며, 다가올 여름에는 우리의 삶도 푸른 잎사귀 가 무성한 나무처럼 풍성하기를 응원합니다.
김기인│편집인│sori@ivf.or.kr
제35권 제3호 통권232호 발행일 2017년 6월 1일 발행처 (사)한국기독학생회 학사사역부 주소 (04031)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56-10 (서교동) IVF 중앙회관 전화 070-8275-6313 팩스 02-333-7361 발행인 주상윤 편집장 이시종 편집인 김기인 김경아 편집위원 국효숙 김지은 박정현 오한웅 조창훈 허영신 허지선 편집디자인 김아롬새미 문이선 표지 이재웅 제작 김효영 인쇄 예원프린팅
전미 도서상, 미국 예술학회상 수상자 마크 트웨인,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문장가 두 편의 장편소설과 서른두 편의 단편소설만으로 문학사의 역사가 된
플래너리 오코너의 대표작이자 첫 장편소설.
현명한 피
위선, 허위, 모순, 부조리로 철저하게 찌들어 있는 종교적 관습과 일상을 반기독교와 반그리스도주의를 자처하는 주인공 헤이즐 모츠. 그의 시선을 따라 해학적인 언어 로 무자비하게 풍자하고, 이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예 수 그리스도와 기독교 구원의 절대성을 강렬하게
“거칠고 섬뜩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
탐구해 낸 걸작.
_윌리엄 윌리몬
플래너리 오코너 | 허명수 옮김
차갑고 가차 없는 시선으로 인간의 모순적 내면을
양장 268면 | 13,000원
파헤치고, 읽는 이의 마음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후벼 판다. -정이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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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녀를 꼭 읽어야 한다. _《뉴욕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