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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36 I 2018. 02+03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4

삶에 가까운 공부하기

8

말랑한 떡볶이와 책이 만나는 시간

24 말씀산책

40

육아, 나를 다루시는 하나님의 방식

IVF 학사사역부

www.onivf.com 책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 이재웅 | 상명대98


개정판

너무 쉽게 포기한 복음주의, 다시 찾아야 할 기독교의 미래, 우리 시대 교회의 희망을 톺아보다.

복음주의란 지적으로 타당하고 일관성 있는 기독 교다! 저자는 복음주의의 계보, 매력, 특징, 약점, 미래를 통해 ‘복음주의’라는 복잡한 개념을 명쾌하 게 그려 낸다. 개인적 소회, 장점과 단점에 대한 균 형 잡힌 평가, 역사적 추적, 교리적이고 조직신학적 인 개관뿐 아니라, 복음주의가 직면한 약점을 주도 면밀하게 관찰하고 객관화시킴과 동시에 우리 시대 에 교회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분명하 게 제시한다.

“정리되지 않은 채 파편으로 흩어져 있던 복음주의의 역사와 계보, 특징들이 비로소 씨줄과 날줄을 엮듯이 하나의 퍼즐로 완성되는 지적 희열! 최근 저술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의 여러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적 실하다.” -이재근(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 교수)

김재영(미국 L.A. 국제신학교 교수) 이강일(IVF 복음주의 연구소 소장) 오스 기니스(『소명』 저자) 제임스 패커(『하나님을 아는 지식』 저자) 존 스토트(『그리스도의 십자가』 저자) 등 강력 추천!!! 알리스터 맥그래스 ㅣ 정성욱 옮김 ㅣ 이재근 해설 무선 신국 288면 ㅣ 14,000원

Evangelicalism and the Future of Christianity

www.ivp.co.kr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작년 말, 전국 각지에서 하나님나라 운동을 펼치며 살아가던 학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운동가대회”를 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독서모임’을 매개로 활동하는 공동체가 많았습니다. 의식하고 둘러보니 이미 주변에서 수많은 독서모임이 진행되고 있더군요. 요즘 같은 혼밥시대에 어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는 걸까요? 이번 호에서는 독서모임의 다채로운 매력을 모았 습니다.

소리정음

04

삶에 가까운 공부하기(아볼로클럽 창원팀 독서모임)_박소영

│깨끗하고 맑은 소리

08

말랑한 떡볶이와 책이 만나는 시간(주부학사 독서모임 “말랑, 책볶이”)_한선미

12

영혼을 위한 한 끼 집밥(북클럽 “나를 위한 저녁”)_이혜원

16

함께 책을 읽는 유익(광주지역 “책읽기 모임”)_박시현

20

상상과 실험의 공간을 만들다(진주지역 학사 독서모임)_류재한

소리지음

24

말씀산책_김문정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

29

쉬엄쉬엄_최학범

32

아빠는 전업주부_전전

34

목구멍이 포도청_한수지

37

함께 이어달리기_노동욱

40

소리가 만난 사람_이선화

46

안테나

49

팟캐스트

50

편집인의 글

소리이음 │서로의 소리를 잇는 공간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삶에 가까운 공부하기 - 아볼로클럽 창원팀 독서모임

박소영 진주교대10 졸업하면 ‘교실 속의 하나님나라 운동’을 당차 게 해나갈 줄 알았지만 실상은 매일 사리를 만 들며 살아가는 3년차 교사. 벼락치기로 책을 읽고 수다스럽게 떠들며 고통스럽게 글을 쓰 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참 즐겁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참 잘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소장님이 “복음주의 운동의 역사와 전망”에 대한 강

많이 들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순수하게 칭찬인 줄

의를 해주셨다. 세상의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는, 세

알았는데, 머리가 크고 나서 되새겨보니 딱히 다른

상과 호흡하는 ‘참여적 복음주의’와 관련한 내용이

말을 찾지 못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대학시절 공

었다. 강의를 마치면서 복음주의운동 연구소에 대한

동체훈련이나 수련회에서 책 소개도 많이 했었다.

소개가 이어졌다. 2014년부터 복음주의운동 연구소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는 독서가 취미일 것 같았으나

는 공부하는 기독지성인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현실은 저자와 제목, 책 표지에 대해서만 바삭하여

전국 독서모임, 아볼로 대학원, 심화스터디 등을 진

둘러대기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임용 고시를 준비했

행해왔다고 한다. 세상을 공부할 때 세상을 이길 수

고 운 좋게 합격하여 창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지금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그날의 큰모임은 끝났다. IVF

사는 동네에는 꽤 큰 도서관이 있고 근무하는 학교의

운동의 60년을 기념하며 복음주의 운동의 큰 흐름

도서실도 다양한 도서가 구비되어 있어 여러모로 책

을 살폈던 하루였지만 나의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

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도서관

았다. 물론 감사했고 감동을 받았지만 그날의 감동

대출카드는 전입신고하고 2년이 지나서야 큰맘 먹

은 다음날 우리 반 아이들과 씨름을 하면서 씻은 듯

고 겨우 만들었다. ‘기독 지성인’이라는 말은 스스로

사라져 버렸다.

꺼내기 부끄러운 단어였고 학사가 되고 나서는 크게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하루 큰 사고 없이 버텨

날씨가 좀 더 쌀쌀해졌던 어느 날, 의외의 인물에게

내는 것, 남들만큼만 하기에도 벅찬 사회초년생에게

서 연락이 왔다. 현재 창원 아볼로 모임의 팀장 언니

‘책 읽기’란 굉장히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다.

였다. 그때만 해도 같은 지역에 있는 학사로 알고 있 었고 어색한 인사를 나누던 사이였는데, 갑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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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2016년 가을, ‘IVF 60주년 기념 큰모임’

연락이었다. 내용은 창원 아볼로 독서모임을 시작하

에 참여하게 되었다. ‘복음주의운동 연구소’ 이강일

려 하는데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였다. 언니는


60주년 기념 큰모임 후 강사님과 학사들이 함께했던

서는 평생 안 읽어볼 것 같은 책을 같이 읽을 수 있

티타임에서도 아볼로 모임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 모

는 모임, 다양한 전공, 직장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

임을 실제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실행력에 박수를

며 자신의 삶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모

보내며 나는 ‘고민해 보겠다’는 답을 보냈다. 당시만

임, 직장에서도 교회서도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할

해도 나는 딱히 새로운 모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했다. 졸업 후 1년 정도 지내보니 도저히 혼자는 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아볼로 클럽에 참여하게 되

대로 못살겠다 싶어 교사선교단체인 TCF모임에 참

었다.

여하고 있었고, 교대 IVF 학사모임도 나름 꾸준히 하 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해 본다는 말은 인 사치레 정도였다.

아볼로클럽은 현재 창원지역에 거주하는 IVF학사 들과 함께하고 있다. 각자가 모임에 참여하게 된 이 유는 다양하다. 나처럼 큰 부담 없이 시작한 사람도

그러나 역시 실행력 최고인 팀장 언니는 구체적인

있고, 학사로서의 삶이 녹록치 않아 고민하던 중 참

모임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고 확답을 할 때가 되어서

여한 학사도 있다. 좋은 모임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

야 이 모임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

하게 된 사람도 있고 개인의 더 나은 앎과 기독지성

작했다. 앞서 말한 바대로 나는 독서가 취미인 사람

운동의 실천을 위해 함께하게 된 이도 있다. 서로 다

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 시절 리더들과 함께했던 책

른 마음과 이유로 모였지만 같은 책을 읽고 나눈다.

나눔의 유익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볼로 모임은 하

그리고 다시 다른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통해 배운

나님나라를 위한 기독지성 운동이었지만 나의 경우

다. 책은 ‘신인사자’, 즉 신앙,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

는 시대를 읽음으로 그리스도를 알기 위해서나, 더

과학의 분야를 고루 읽으며 세상에 대한 균형적인 이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지성

해와 앎을 이루려 한다.

운동, 시대정신 함양보다는 ‘기분전환’이었다.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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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은 격주에 한번 정도 하고 있다. 먼저 분량을 적

확한 서술 방식이 좋았지만 독자가 동아시아 역사에

당히 나누어 자신이 맡은 부분을 발제해 온다. 그리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설명

고 카페나 동방, 누군가의 집에 함께 모여 발제한 내

하다 보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조

용을 나누고 토론을 한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독서

금 읽다 토론하고 또 한참을 서로 가르치며 읽어낸

모임과 다를 것이 없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마

첫 책이었다.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

지막 시간에는 서평을 쓴다. 그동안 팀원들과 토론

기 전에 읽었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비

을 하며 내 생각이 이래저래 쌓이면, 글을 쓰는 동안

통한 현실과 이를 해결해 나갈 공론의 ‘장’을 어떻게

그것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 편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실질적인 고민을 나누는 시

의 글을 써내는 것은 (비록 해본 적은 없으나 비유하

간이었다. 그 외에도 「마음 뇌 영혼 신」, 「단속사회」,

자면) 마치 출산을 하듯, 있는 힘을 모두 짜내어야 한

「하나님나라를 욕망하라」,「사피엔스」를 읽고 토론

다. 그래서 서평을 완료하기로 한 날에 다다르면 우

하며 글을 썼다.

리 팀원들은 창작의 고통으로 울부짖는다. 글을 모 두 쓰면 신뢰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빨간 줄을 직직

아볼로클럽은 복음주의운동 연구소(줄여서 복연)

그으며 합평을 한다. 합평의 과정을 통해 책 읽기를

의 전국 모임이다 보니 네이버 카페나 페이스북과

넘어 더 깊이 있는 ‘생각’이 만들어진다.

같은 SNS를 통해 다른 지역의 아볼로팀과 소식 및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 가령 모임의 발제 자료를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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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에 시작한 창원 아볼로클럽은 어느덧 1

페에 공유하고 서평을 공개하기도 한다. 또 정성껏

년이 지났다. 부지런히 읽고 나누었지만 바쁜 마음

쓴 서평은 모임 안에서 합평을 과정을 거치지만 복

으로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일 년 동안 여섯

연 간사님께 직접 첨삭을 받을 수도 있다. 함께 읽

권의 책을 읽고 각자 자신의 주장이 담긴 서평을 써

고, 말하고, 쓰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

내었다. 첫 책은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라

인 공부가 된다. 더불어 간사님께 좋은 책을 추천받

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고비를 잘 넘겼기에 지

아 도서를 선정하기도 하고 그에 대한 보충자료를 받

금까지 아볼로클럽을 하고 있는 거겠다’ 싶을 정도

을 수도 있다. 아볼로클럽은 지역의 특색에 따라 개

로 혼자서는 안 읽었을 책이다(우리는 이런 책을 스

성을 가지고 융통성 있게 진행되지만 큰 틀에서 기본

스로 서 있는 책이라고 부른다). 깊이 있는 설명과 명

적인 형식을 같이한다.


또 복연과 함께 좋은 강의를 개설하기도 한다. 지역

가 하면, 따뜻하고 정의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며 이

에 좋은 강의를 열어 아볼로클럽의 팀원들뿐만 아니

해하는 이도 있다. 책을 읽지만 동시에 사람을 읽어

라 많은 이웃에게 기회를 열어둠으로써 기독지성 운

내는 과정이며, 각자의 필요로 모였지만 우리는 서

동을 ‘함께’하고자 한다. 실제로 두 번째 책을 읽고 서

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다.

평을 쓸 때 즈음하여 창원 지역에서 글쓰기 강의를 열었다. 근대에서 ‘개인’이 가지는 의미와 ‘자신의 생

그래서인지 공부뿐 아니라 노는 것에도 참 열심이

각을 담은 글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강의였다. 모

다(그래서 일 년 동안 여섯 권을 읽었는가 보다). 합

임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서평을 독후감상문 정도

평을 하는 날은 책거리를 하듯 꼭 맛있는 것을 먹었

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요약한 뒤

고 팀원들 중에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을 앞 둔 이가

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것, 때로는 저

있으면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일 년간 취업

자의 주요 주장에 당당하게 반박할 수도 있는 ‘자신

이나 결혼,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다른 지역으로 간

의 생각’을 써내는 것이 서평임을 강의를 통해 실질

팀원들도 있지만 그들이 창원으로 왔을 때 갑작스럽

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팀원들의 두 번째 서평은 그

게 모임을 열 수 있을 정도의 끈끈함이 생겼다. 우리

날의 좋은 교재가 되어 공개적으로 평가 되었지만,

는 출신 학교도, 교회도, 대학 시절을 보낸 지역도 달

그때 생긴 내성 때문인지 이후 합평을 할 때 쓴 소리

랐기에 만날 리가 없는 사람들이지만, 아볼로클럽을

가 오고가도 기분 좋게 받는 태도가 생긴 듯하다. 글

통해 함께 공부하는 좋은 친구요 서로를 가르치는 교

을 쓰는 이달 말에도 ‘나만의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

사가 되었다. 가볍게 커피를 마시고 즐겁게 음식을

지는가?’를 주제로 강의가 예정되어 있다. 정치학과

나누며 정치와 사회를 논하고 교회의 모습을 고민

포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 근대성, 글쓰기 등 아

한다. 진화론자가 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이 땅에

볼로클럽은 우리끼리도 좋은 모임이지만 우리 지역

서 하나님나라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야기한다.

과 이웃에게도 유익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강 의를 개설하고자 한다.

나는 이제껏 공부를 열심히 해왔다. 대입을 위해 공부했고 졸업반에는 직장을 위해 공부했다. 교사가

더불어 다양한 사람에게 열려 있는 모임이다. IVF학

되어서는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다. 나름

사뿐 아니라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

의 의미가 있었지만 삶과 떨어져 있는 공부는 허무

나 열려 있다. 아볼로클럽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

함을 주었다.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시작한 아

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책을 공부한다는 것

볼로클럽에서의 공부는 그 어느 공부보다 삶에 가

에도 큰 의미가 있다.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전공과

깝다. 주어진 환경에 안도하며 안정감에 취해 살고

하는 일이 다른 학사들은 서로 다르게 이해하며 각

자 하는 내게 세상을 바로 보게 하고 하나님나라에

자 그 이해의 깊이도 다르다. 팀원들의 배경지식을

대하여 깨닫게 한다. 잊고 있던 운동성을 다시금 일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다양하게 배울 수 있

깨워 준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학사들에게도 (정

다. 또 각자 개성은 얼마나 다른지, 발제하는 스타일

말 오랜만에 듣는 잔소리겠지만)공부할 것을 제안한

에서부터 그 사람이 느껴진다. 성향에 따라 한 사건

다. 공부의 방법은 쉽다. 같이 읽고, 같이 말하고, 같

을 비판적이고 가치중립적으로 해석하는 이가 있는

이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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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말랑한 떡볶이와 책이 만나는 시간 - 주부학사 독서모임 “말랑, 책볶이”

한선미 한성대99 하루에 4만 마디는 해야 하는, 전천후 시끄러 움 담당. 늘 뭔가를 궁리하며 신나는 할머니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인 사람.

2016년 3월 30일, SNS에 책모임 광고를 냈습니다.

입단을 포기하신 분도 계시니 매우 중요한 부분이

유명인도 아닌 사람의 광고 글에 누가 반응을 하려

었습니다. 순식간에 5명의 멤버가 결성되고 일주일

나 싶었는데, 그동안 책모임에 목말라 했던 사람들

후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후 2년 동안 매달 세 번

의 댓글이 금세 이어졌습니다. 엄격한 심사와 신중

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책을 읽는 엄마들이

한 절차를 통해 구성원을 선발해야 했기에 책모임

모입니다.

에 지원하는 자격조건도 있었습니다. 자격조건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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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와 같습니다. “떡볶이를 사랑하는 분.” 책모임 조

우리가 하는 책모임의 이름은 “말랑, 책볶이”입니

건치고는 좀 의아하죠? 그러나 이 자격조건 때문에

다. 모임에 이름을 짓는 일은 빠뜨릴 수 없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새 이름과 함께 새로운 결속력, 다짐,

고 가벼운 책이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책을 읽습

애정이 솟아나니까요. 이름 풀이를 해볼까요. ‘말

니다. 혹은 ‘여자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싶은 생각

랑’부터 시작해보자면 ‘책으로 우리의 마음과 육아

이 몰려오는 시기니 페미니스트 책을 같이 읽으면

에 지쳐 굳어가는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보자’는 의

서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

미와 ‘우리가 사랑하는 떡볶이는 떡이 얼마나 말랑

해 경험이 녹아 있는 뜨거운 대토론의 장을 펼치

말랑하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래

기도 합니다. 75세에 그림을 시작한 모지스 할머

서 ‘말랑’은 포기할 수 없는 단어였습니다. 책볶이

니 책을 읽고는 천가방에 그림책 표지를 함께 그

는 ‘책모임 후에 함께 먹는 점심은 1초의 고민도 없

린 날도 있습니다. 75세 할머니도 시작하셨는데 서

이 무조건 떡볶이로 하자’고 결의하였는데, 그래도

른 중반쯤의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너무

‘책을 읽고 난 후에 먹어야 하니, 책부터 볶아 먹자’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평소에 정말 읽

뭐 이런 의미였습니다. 이렇게 책모임은 거창하고

고 싶었던 고전인데 혼자서는 매번 포기했던 책도

심각하지 않게 그리고 무겁지도 않게 시작되었습

함께 읽습니다. 책모임에서는 어려운 책이나 쉽게

니다. 구성원 다섯 명도 주최자만 알고 지낸 사이

읽히지 않는 책을 같이 읽으면서 포기하지 않는 용

지, 각자는 서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습니

기와 압박을 줍니다. 그것도 힘들면 한 챕터씩 나

다. 그러나 책과 떡볶이가 있으면 그 어떤 단절도

눠 읽는 협동심도 발휘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인문

화평케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남북

교양서나 철학책도 읽을 수 있습니다. 무거운 운

회담에서도 각 대표가 공통의 책을 함께 읽고 떡볶

동 기구로 근력을 키우듯, 이런 책도 좀 읽어줘야

이를 먹으면서 평화를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요?

독서력도 늘어나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책뿐 아니

책에는 강력한 마법 같은 힘이 있으니까요.

라, 프랑스 여자들은 왜 다 예쁘고 날씬한지에 대 한 책도 후보에 이름을 올립니다. 정보가 더 많은

모임의 규칙은 이렇습니다. 각자가 함께 읽고 싶

사람, 지식이 더 많은 사람의 권위 있는 책 목록이

은 책을 2~3권씩 가져 옵니다. 그 책들을 선정한 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책 목록을 통해 우리 모두

유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후보로 오른 열권 남

가 책모임의 주인이 됩니다. 내 취향에 맞는 책만

짓한 책 중에서 함께 읽을 책을 투표로 결정하고,

읽는 것이 아니라 편견과 편식 없는 독서를 하게

결정된 책을 가장 어울리는 달에 배치합니다. 어떤

됩니다. 나라면 절대 펼치지 않았을 책의 책장을

책에 어울리는 달이 있냐고요? 그럼요. 방학 전후

넘기며 때로는 감탄하고 때때로 실망하며 서른이

로는 아이들과 보낼 긴 시간을 위한 전투력을 든든

훌쩍 넘은 우리는 여전히 배우고 넓어져 갑니다.

히 갖추고자 교육서나 육아서를 읽습니다. 그러면 한번이라도 덜 소리 지르고 한번이라도 더 참아줄

책을 읽고 서평도 나눕니다. 서평은 절대 무리하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설이나 추석이 있는 달에

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 ‘5줄 이상 쓰기’가 서평의

는 명절 증후군으로 힘들고 지칠 것을 고려하여 쉽

원칙입니다. 이 5줄은 A4 용지 한가득이 되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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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핸드폰 메모장의 5줄이기도 합니다. 단, 핸드폰 5줄

이 탐방도 떠납니다.

은 반드시 가로쓰기를 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노트 에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을 손글씨로 빼곡하게 적어

책과 책모임이 우리에게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시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냥 읽습니다. 좋았던

간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런 시간을 누리면 좋겠

부분, 공감되었던 부분,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들을

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매달 모일 때마다 적게나

나눕니다. 누구도 우리의 밑줄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마 회비를 걷어 왔는데 그 돈으로 책을 접하기 어려

않습니다. 다만 서로 귀와 마음을 열고 잘 들어주고 고

운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

개를 끄덕여줍니다. 책과 다른 현실, 달라지지 않는 현

러던 중 소년원에서 문학치유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

실 앞에선 목소리를 높여 함께 분통을 터뜨리고 더 나

의 글을 봤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

은 우리가 되자고 다짐합니다.

고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면식도 없는 선생님께 왕언니들이 책을 사주고 싶

“말랑, 책볶이”의 멤버들에게는 역할 이름표가 여러

다고 전했습니다. 원래는 연말에 거하게 떡볶이 파티

개씩 있습니다. 연주자, 사진작가, 마을 도서관 관장,

를 하려고 모아둔 회비를 싹싹 긁어 보냈습니다. “꽃다

공동육아 선생님 등등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엄

운 너희들아, 책과 함께 활짝 피어라”라고 전했습니다.

마’라는 이름표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엄마들이

그 돈으로 선생님이 어떤 책을 얼마큼 사셨는지는 중

자주 만나는 책은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정해진 책 한

요하지 않습니다. 혹시 선생님이 자기가 볼 책도 슬쩍

권과 그 달에 아이들과 읽었던 그림책 중 소개하고 싶

끼워 넣으셨을까? 그런 의심이 고개 들 틈은 없습니다.

은 책을 읽어주고 듣습니다. 세상은 넓고 그림책은 정

책으로 받은 위로와 격려가 어여쁜 그들에게도 전해지

말 많습니다. 그림책 바다의 대항해를 떠난 우리는 서

길, 그들도 우리처럼 책이라는 좋은 친구와 더불어 지

로를 통해 매월 신대륙을 발견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낼 수 있게 된다면, 그 맛을 알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이런 책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책모임을 통해 서점,

없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 어디에 꽂혀 있는지도 모르는 보물 같은 책들 을 만납니다. 엄마 전문가가 엄선한 책에는 실패가 없

책모임을 하고 나면 누가 읽든 말든 꼭 후기를 SNS에

습니다. 그렇게 매달 5명이 한권씩 추천하여 60권을 훌

공유합니다. 부끄럽지만 셀카도 찍습니다. 함께 읽었

쩍 넘겼습니다.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책이 아닙니다.

던 책을 올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그림책을 나의 책으로 만나게 되면, 그 안에는 무릎을

올립니다. 언제부터인가 후기에 이런 댓글들이 달리기

탁! 치고 마음을 쿵! 두드리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진행하면 되나요?”, “말랑, 책

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 책모임 이름

볶이에서 올린 책 같이 읽고 있어요.”, “우리 모임에서

처럼 우리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집니다. 처음에는 낯설

도 이 책 읽어 보려고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책모임

었던 우리가 책이라는 통로로 연대하고 우정을 쌓아갑

이지만, 그 안에 찍힌 행복한 우리 얼굴을 보고 누군가

니다. 가끔은 강연회도 함께 가서 듣습니다. 좋은 저자

는 용기 내어 책모임을 시작합니다. 함께하기 힘든 사

의 강연회가 있을 땐 아이돌을 만난 팬 마냥 수줍은 얼

람들은 이렇게나마 책으로 연결되어 가끔 후기도 나

굴로 책을 들고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섭니다. 날씨

눠줍니다. 작은 씨앗들이 여기저기에 뿌려 있음을 알

가 좋은 날에는 돗자리를 들고 공원으로 나가기도 하

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디딤돌이 되

고, 동네 유명한 떡볶이 집까지 찾아내 책도 읽고 떡볶

고 마중물이 됩니다.

10 | 소리정음


한참 육아에 집중하는 시간들을 보낼 때 엄마들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는 말이라 곤 “그래쪄여, 아이구 잘했네, 하지 마, 그만해”가 전부인 그런 날도 있습니다. 영향력을 미치는 삶, 하나님나라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럴 듯해 보이는 삶’의 단어들은 내 삶과 멀리 떨어져 상관없어진 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그 러나 이 작고 다정한 책모임을 통해 우리는 때때로 얼굴 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됩니 다. 외롭고 힘들게 육아라는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사 람에게 친구가 되어줍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고 우뚝 선 아이들을 길러내기 위한 질문과 대화가 아닌, 함께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추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아이 들을 키우기 위해 같이 고민합니다. 흔히 말하는 수다 떠 는 시간 같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보석을 캐내고 있습니 다. 함께, 말이죠.

“말랑, 책볶이”는 이렇게 세 번째 해를 맞이합니다. 중간 에 새로운 친구가 왔다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일 때문에 잠시 쉬어가기도 합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사 람들을 다시 모집하려고 합니다. 세 번째 해를 맞이하는 친구들과는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읽고 싶기도 하고 우리 만의 기록을 잘 남겨두어 작은 소책자도 만들고 싶습니 다. 이태 동안 읽어왔던 책 목록을 정리해서 공유도 해보 려고 합니다. 삶이 분주하게 돌아가기에 가끔은 시간 내 서 책을 읽고 준비하고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때가

[말랑, 책볶이 비법 전수] • 사람을 모은다. 최소 3명~ 최대 6명까지가 적정선. • 날짜는 매달 고정으로 정해둔다. 아이들의 유치원, 학교생활도 고려한다.

있습니다. 그러나 쉬이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

말랑말랑한 책과 떡볶이를 볶아보려고 합니다. 사실 삶

• 함께 읽을 책 목록은 모두가 참여해서 정한다. 그래

이라는 것,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지지고 볶는 일이 니까요.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이 이 렇게 함께 모여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림책 읽으며 함께 울고 웃고, 책 목 록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모습 말입니다. 성취감도 느끼 고 서로가 대견해지는 삶을 지내다 보면 우리도 좀 더 자 라나 있지 않을까요?

야 주인의식이 생긴다. •서평은 꼭 준비하되 양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 어른용 책 한권과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 그림책은 자유롭게. • 책모임 하면서 주변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좋은 강연 이 있는지 찾아보고 참석해본다. • 회비를 걷어서 책이 필요한 다른 그룹의 누군가를 돕는다. •후기를 꼭 기록한다. •그리고 서로 마음껏 용납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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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영혼을 위한 한 끼 집밥 - 북클럽 ‘나를 위한 저녁’

이혜원 성신여대11 1년 6개월, 경쟁이 치열한 은행에서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회초년생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몇 십 년 동안 한결같이 직장을 다 닌 우리 부모님 세대를 가장 존경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는 소위 ‘뺑뺑이’가 아닌 경기도의 어느 지

참으로 가치가 있지만 그만큼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

역에서 더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공부를 했다.

을 처절하게 배웠다.

막상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다들 중학교 에서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이 모였다. 대학교에 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내는 것은 고사하고 직장생활

어가기 위해서는 그들과 경쟁해야 했다. 그렇게 대

이 정신적으로 너무 버거울 때였다. IVF 리더 동기 언

학에 들어왔더니 바로 냉혹한 ‘취업’이라는 문이 떡

니가 매년 3월에 열리는 ‘기독직장인대회’를 다녀온

하니 버티고 있었다. 그야말로 경쟁사회다.

후 직장인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회에 다니는 직장동료가 한 명도 없었고 교회 셀

여러 관문을 통과하여 현재 나는 금융기관에 취업

의 구성원도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이었

해 일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 앉아 앞에서는 다양한

기 때문에 내 또래 기독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

고객들을 만난다. 뒤에서는 책임자들의 따가운 눈총

들의 이야기가 너무 고팠다. 언니는 내 상황을 듣더

을 받으며, 옆 창구에 앉아 있는 다른 직원들과 보이

니 회사 근처에 ‘강남지역 직장인모임’이 있다는 것

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과

을 알려주었고, 이 모임을 이끌고 계신 한병선 이사

연 무엇일까. 기독직장인으로서 나는 ‘구별됨’이 먼

님을 연결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위한 저녁’이

저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교회를 다닌다고 말

라는 주제의 북클럽을 알게 되었고, ‘쉼이 필요한 누

하지도 못하는 신입직원이었다. 회식자리에서나 실

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문구에 이끌려 후다닥 신청

적 압박에서도 나는 경쟁에 초연한 듯 행동하며 직

을 해버렸다.

장에 어울리지 못하는 핑계거리를 찾아 헤맸다. 입 사 후 1년, 회사에서 내 몫을 하며 돈을 번다는 것이

12 | 소리정음

나를 위한 저녁이라니!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QT는


북클럽 송년특집에서 함께 읽었던 소책자

커녕 당장 내 앞에 앉아 있는 어떤 사람이 내릴까 눈

상을 충실히 살다가 온 사람들이 쏟아내는 이야기

치싸움을 하는 나에게, 함께 책을 읽고 책 속에서 위

는 신기하게 나에게도 적용이 되고 영향을 끼치는

로를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근사하게 다가왔다. 드

것 같았다.

디어 당일, 북클럽에서는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 성」이라는 유진 피터슨의 책을 함께 읽었다. 책을 처

그날 나온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울과

음부터 끝까지 읽는다기보다는 부분 챕터만을 함께

다윗의 비교였다. 사울은 인간적으로 칭송받던 왕이

읽고 자유롭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좋

지만 하나님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왕이었고, 다윗

았던 부분은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오디오

은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 간음과 같은 범죄를 저질

를 통해 귀로 같이 듣는다는 점이다.

렀음에도 하나님을 사랑했고 하나님이 택한 왕이었 다. 이처럼 하나님의 시각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

북클럽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학생에서부터 나이가

우리의 일터에도 적용이 될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

지긋한 분까지 연령층도 다양했고, 직업도 작가에서

는 직장상사의 태도와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을 미워

부터 주부신학생까지 폭이 넓었다. 사실 처음 보는

하는 행동에 정당성을 만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과연

사람들과 책에 대해 토론을 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하나님은 어떻게 보고 계신 걸까.

일이었다. 게다가 출근하여 하루의 에너지를 다 쓰 고 온 나에게는 애써서 열심을 내야 하는 고단한 일

다윗이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후 첫 번째 한 일은

이었다. 이름이나 나이, 자신에 대한 소개 없이 온전

나쁜 왕을 섬기는 것이었다. 사울왕의 궁전으로 들

히 책을 읽고 나누는 상황이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

어가 종이 되었다. 그는 종인 동시에 왕이었다. 하나

지만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디선가 자신의 일

님의 부르심을 받고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아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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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열쇠는 어떤 직업이나 일을 맡았느냐가 아니라 어

공연이 있다. 먹고 공연을 보고 찬양을 듣고 부르는

떤 환경에 있든지 우리가 그 일을 왕업으로 행하느냐

데 거기다가 함께 책도 읽는다. 덤으로 IVP에서 주관

이다(59~60p).

하는 만큼 그날 읽는 책을 선물로 받는다. 정말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은 행사다.

사울이 일을 잘하고 좋은 왕이 되는 방편으로 하나 님을 하나의 수단으로 끌어들인 것처럼 나 또한 냉

북클럽에서도 옆자리 사람들과 책 속의 주제로 이

정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면서 하나님이 주권자이심

야기를 나누지만 개인적인 삶 나눔이 주가 되지는

을 때로 망각한다. 하나님보다 회사조직과 이 세상

않는다. 각자가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부

이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이

담감에서 충분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오늘 처음 만

일터에 감사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일터에서 살아남

났고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고 다시 보더

는 것으로도 벅차게 느껴진다. 그러나 하나님이 일

라도 기억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나누는

하는 분이시듯 내 삶과 일터는 언제나 하나님으로부

대화 속에서, 오히려 담대해지고 진솔해지며 책 속

터 나온 것임을 기억해야 하겠다.

에 집중할 수 있다. 어쩌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당연 하게 쓰고 있을 가면을 벗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

14 | 소리정음

그후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직장인 모임과 북클럽에

로 참여가 가능하다. 재정 상태나 직업에 구애받지

참여하고 있다. 직장인 모임과 북클럽 모두 책과 함

않고 선착순으로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쉼

께하는 모임이다. 그러나 북클럽만의 특별함이 있다

을 얻으러 올 수 있다. 북클럽에서 챙겨주는 다양한

면 그것은 분명 쉼이다. 북클럽에는 간단한 식사와

양식들로 쉼도 얻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배불


리 채워져서 집에 돌아갈 때는 몸과 마음이 풍성하

에 공동체로 함께할 수 있는 걸 찾아보는 것은 유익

고 따뜻해진다.

하다. 그중에 책을 ‘함께’ 읽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창피하게도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요즘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면 뭔가 전우애가

렇게 때문에 이 책모임이 너무 감사하다. 나는 대학

느껴진다. 전쟁터에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고 서로

에 들어온 뒤로 아침식사를 거르게 됐다. 회사원이

가 잘 버티고 살아있음에 위안을 얻고 다시 전쟁을

된 지금까지 집에서 밥을 먹은 횟수는 거의 손가락에

나갈 동기부여를 하는 군인처럼 말이다. 사회는 IVF

꼽을 정도다. 어렸을 때는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을

공동체와는 전혀 달랐다. 자신을 내어주고 서로를

좋아 해서 외식이 너무 즐거웠다. 그런데 요즘 온갖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IVF 안에 있다가 회사로 나오

조미료로 범벅된 바깥 음식으로 인해 내 몸이 상하

니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아무 무기도 없이 전쟁터

는 것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그냥 누룽지 밥을

에 나온 사람들은 부상을 입고 퇴사라는 최후의 방법

먹어도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이 참 좋다. 삼시세끼

을 택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세상을 잘

밥 챙겨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삼시세끼 중에

살아내고 있는지 서로에게 적당한 간섭이 필요한 때

서 한 끼는 집밥으로 먹어야 몸도 균형이 잡힌다. 우

인 것 같다. 하나님이 주신 우리의 일터 안에서 세상

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사람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영을

이기에 하나님의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을 기억하는

하나님으로 채우는 한 끼 집밥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북클럽은 영을 채우는

순간에도 어디선가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을 직장인

집밥과도 같다. 하나님이 우리를 공동체로 부르시기

학사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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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함께 책을 읽는 유익 - 광주지역 “책읽기 모임”

박시현 외국어대06 외대 글로벌 캠퍼스 아랍어 통번역학과로 IVF 에서 고년차 리더까지 섬겼으며, 현재는 광주 에 있는 호남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입니다. 조그마한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소리>에서 ‘광주지역 독서모임’에 관한 글을 써달

많은 책을 탐독했고, 그 시절 기독청년 아카데미의

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 한동안 잊고 살았던 IVF 시절

정기 강좌와 청어람 아카데미의 세속성자 수요모임

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졸업하고 학사로 산 지 벌

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세계관

써 5년째가 되었습니다. 간혹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

적인 회심’과 독서, 아카데미에서의 경험 등이 어우

나님나라 운동’이라는 목표 아래, 공동체하우스에서

러져, 훗날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단한 일에 알게 모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고 호흡했던 소중한 시간이 떠

르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광주 호남신학대학

오를 때가 있습니다. 삶과 사역에 치이며 바쁘게 살

교 신학대학원(이하 신대원)에 입학한 후에도 “기독

아가다보니 잊고 지냈는데, <소리>를 통해 다시 추

청년 아카데미”나 “새물결 아카데미”같은 아카데미

억의 집에 들어갔다 온 느낌입니다. 그 시절은 추억

사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속에 남겨둔 과거형이 되어버렸지만, ‘하나님나라 운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겠지요.

본래 신학이 아닌 인문학을 전공하려다가 진학 실 패 등을 겪으며 쉬게 되었고, 결국 신학을 공부하기

16 | 소리정음

저는 사람들에게 제 신앙의 여정을 이야기 해줄 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회가 생길 때마다 대학시절 IVF를 통해 일종의 ‘제 2

아카데미 사역이 활발하지 못한 호남지역에서 아카

의 회심’을 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IVF에서 기독교 세

데미 사역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비전도 품게 되

계관적인 사유를 접하게 되면서 그리스도를 믿는다

었습니다. 2년 전부터 그 비전을 품고 기도만 해왔지

는 것이 자신의 세계관이나 삶의 철학, 라이프 스타

요. 그러다가 신대원 입학 후 우연히 동기로부터 광

일까지도 바꾸게 만드는 총체적인 변화를 수반한다

주에도 “아카데미 숨과 쉼”이라는 단체가 있다는 이

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제 2의 회심

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단체 이름을 기억하고 있

이었습니다. 이후 리더로 섬길 때 1년간 휴학을 하며

다가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게 됐고, 그룹을 운영


하고 계시는 박근호 목사님과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강남순 교수님의 저서 「페미니스트 신학」

목사님이 외대 서울캠퍼스에서 간사로 사역하셨다

을 텍스트로 모임을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전

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목사

에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캠퍼스에서나 SNS

님의 삶의 터전이자 사역의 현장인 “그루터기 공동

상에서 페미니즘 담론이 핫한 이슈로 떠올랐던 시

체”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아카데미 사역과 공

기였습니다. 청년 대상 사역자들이 페미니즘 사상의

동체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덤으로 지

물결로 인해 20대 청년들과 소통의 문제에서 실제적

금의 “책읽기 모임”까지 소개 받았습니다. ‘책모임’

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이라는 단어, 그리고 새로운 분들을 만날 수 있겠다

책모임을 통해 시대가 참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것이

는 기대감으로 모임에 발을 들여 놓기로 결심했습

교회로도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

니다.

모임 후 「페미니스트 신학」의 저자 강남순 교수님이 광주에 오셔서 「용서에 대하여」라는 저서로 북 토

제가 독서모임에 처음 참여하게 된 날은 정확하게

크를 열기도 해서,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책입니다.

2017년 5월 22일입니다. 이 독서모임은 제가 들어오 기 약 서너 달 전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합류한 뒤 함께 나눈 책은 「눈 뜬 자들의 영성(

주로 캠퍼스나 교회에서 사역하시는 젊은 사역자분

크리스토퍼 휴어츠, IVP)」, 「페미니스트 신학-여성,

들로 이루어진 모임입니다. 박근호 목사님과 위길복

영성, 생명(강남순, 한국신학연구소)」, 「데칼로그(김

간사님, 그리고 문병주 간사님은 IVF 분들입니다. 그

용규, 포이에마)」, 「두 지평(앤서니 티슬턴, IVP)」입

리고 박재도 목사님(광주 기억하는 교회)과 김윤오

니다. 그 이전에는 「국가란 무엇인가」, 「복음이란 무

전도사님, 뒤늦게 합류한 제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엇인가」,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등으로 모임을 했

모임 구성이 캠퍼스나 교회에서 발로 뛰는 젊은 사

다고 합니다. 이제 곧 다가오는 월요일에는 「생각의

역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사역에 대한, 특히 청

시대(김용규, 살림)」로 책모임을 합니다.

년 사역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 그리고 교회에 대한 고민이 책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이야기 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임은 「두 지평」으로 책모임을 했을 때입니다. 성경 해석과 철학적 해석학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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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담고 있는 전문적인 책이었습니다. 어마어마

「데칼로그」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유익했던 책

한 책의 두께라니! IVF 모 간사님이 강력하게 추천

입니다. 십계명을 ‘철학의 존재론적 사유’를 가지고

하신 책이라는 소문에 대뜸 함께 읽어보기로 했지

풀어내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책인데, 십계명은 ‘인

만, 만만치 않은 책이었습니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간에게 존재의 참된 자유를 누리며 살게 하기 위해

건지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읽

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베풀어주신 계명’임을 이야기

던 곳을 또 읽고 또 읽으면서 겨우 겨우 해치우듯이

합니다. 실제 이 책은 제가 교육전도사로 교회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하이데거, 불트만, 가다머, 비트켄

성도들을 가르치고 양육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십

슈타인 등등, 철학자들이 하는 말을 알 것도 같고 모

계명을 위시로 하는 구약의 ‘율법’을 딱딱하고 율법

를 것도 같고 알쏭달쏭한 말을 정신없이 해나갔습니

주의적일 것 같은 느낌으로 대했던 편견을 깨뜨리는

다. 적어도 제가 맡은 부분이나마 잘 이해해 보려고 2

데에 일조했습니다.

차 자료까지 봐가며 공부했지만 2차 자료를 보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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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것을 느끼며 서로서로가 무지의 한계를 여

책모임은 보통 월요일 오전 10시에 격주 간격으로

실히 깨달았습니다. 이 책을 함께 읽어나갔던 때는

그루터기 공동체에서 진행됩니다. 참석자들 사정에

한참 포항 지진과 모 교회의 세습 문제로 시끌시끌

따라 미뤄지는 경우도 있지요. 모두 다 책을 읽어오

했던 시기입니다. 책모임 밴드에 “두 지평을 통한 씨

되 사회자가 진행하는 방식으로 합니다. 사회자가

름으로 시름시름 ‘무식앓이’의 여진을 앓고 있다”라

맡은 책이나 챕터의 주된 내용을 이야기하고 텍스

고 올라온 글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달에

트를 읽으며 자신이 깨달은 점과 느낀 점 등을 자유

걸쳐 겨우 끝내고 나서 “왜 이 책이 강력 추천되었던

롭게 나눈 후, 자연스럽게 질문을 제기하며 토론식

건지 모르겠다”며 우스갯소리가 오고가기도 했습니

으로 모임이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사회자가 제기

다. 책읽기를 끝내고 나니 왠지 다른 책이 쉽게 느껴

한 질문에서 토론이 이루어지지만 이내 질문이 질

질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한

문을 낳고 그 질문이 또 다른 질문을 낳게 되면서,

가지 느낀 것은, 성경을 해석할 때 그냥 단순하게 해

자연스레 혼자서 책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사유

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해있는 삶의 실존과

와 통찰을 제공해주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이런 경

상황을 고려해서 그 안에서 해석될 때 성경의 진리

험은 같이 책을 읽을 때 흔히 경험했을 거라고 생각

가 자신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그 부

합니다. ‘텍스트가 또 다른 텍스트를 만들어 내는 힘’

분 하나는 제대로 건졌던 기억이 납니다.

말입니다. ‘책’을 통해 ‘나’를 읽어내는 것, 이뿐만 아


니라 ‘책모임’에서 같은 책을 통해 또 다른 나인 ‘타

셔서 하나님이 성도 여러분에게 주실 모든 축복들

자’를 읽어내는 것, 이렇게 새롭게 읽어낸 텍스트가

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그것을

모여서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힘, 이게 바로

온전히 이 땅에서 누리고 살려면, 즉 하나님의 나라

책모임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롭게 만들

를 경험하며 살려면 십계명이 말하는 메시지를 주

어진 텍스트’는 실제 자신의 ‘삶의 자리(context)’ 속

의 깊게 되새겨야 합니다”라는 언어로 바꾸어 전달

에서 재생산되어 나온 따끈따끈한 한정판, 일명 ‘리

하고, 계명 하나하나의 의미를 풀어가며 함께 공부

미티드 에디션’이 되는 것이겠지요? 저는 책모임의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교회 공동체만의 언어로 바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서로의

꿔서 해석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 책은 「두 지평」입

삶이 반영된 새로운 텍스트만큼 주어진 현실에 큰

니다. “성서 텍스트의 해석은 자신이 처한 삶의 실존

울림을 주는 텍스트가 어디 있을까요?

이 고려될 때에 진짜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는 내용 을 통해 얻은 원리였습니다. 이처럼 책모임은 큰 유

저의 ‘삶의 자리(context)’에서도 책모임은 간접적

익이 되는 모임입니다.

으로나마 자극을 주었습니다. 특히나 위에서 말한 두 책, 「데칼로그」와 「두 지평」이 자극제였지요. 교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함께 하나님나라를 꿈

회를 섬기고 있는 위치에서, 그리고 신학을 공부하

꾸고 욕망하면서 그 욕망을 그려나가는 것이라는

는 신학도의 자리에서, 텍스트의 한 구절 한 구절은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는 그려나가기 벅차고 또 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해주곤 했습니다. 교회에서 성

계가 있습니다. 단순히 함께 모여서 내가 하지 못한

도들과 함께 매주 한 시간씩 교리문답을 공부합니

생각들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책모임은 의미가 있는

다. 마침 십계명을 다루는 부분이었는데, 십계명의

것 같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학사로서의 삶을 살고

전체를 꿰뚫는 주제와, 그 주제를 어떻게 하면 공동

있는 많은 IVFer 분들에게 제안합니다. 함께 하나님

체의 상황에 맞도록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

나라를 욕망할 수 있는 모임, 혹시나 그 욕망이 시

민이 많았습니다. 이때 바로 「데칼로그」 책이 “하나

들었더라도 다시 불을 붙여보기를 소망하는 분들과

님 안에서 존재의 자유를 누리며 자유롭게 살아라”

생각을 모을 수 있는 ‘책모임’ 한번 해보는 것, 어떠

는 메시지를 제시했습니다. 저에게는 ‘유레카’였습

신가요?

니다. 저는 이 말을 청장년이 섞여있는 교회 공동체 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죄의 노예 상태에서 구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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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상상과 실험의 공간을 만들다 - 진주지역 학사 독서모임

류재한 경상대98 “노당연”을 마음에 품고 그냥 존재하는, 경상대 IVF 학사.

그냥 문득 모임

맞이 학사모임 한번 어떨까요~?”라는 이야기가 나 와 2017년 마지막 목요일에 송년모임을 가졌습니다.

며칠 전,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다 ‘이렇게 살 수

우리는 서로에게 무민(無+mean)이라는 호칭을 사

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라

용합니다. 2005년 가을부터 진주지역 학사모임이

는 최승자 시인의 시 “삼십 세”가 문득 생각났습니

시작된 이래 ‘회장’ 또는 ‘리더’라는 고정된 자리가 있

다. 홀연 연필에 달린 지우개가 ‘서른’을 지우고, 그

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간사들도 학

연필이 새로운 글자 ‘마흔’을 사각사각 적었습니다.

사모임에 참여하지만 간사가 아니라 똑같은 학사로

지워진 서른과 새롭게 새겨진 마흔 사이에는 ‘느슨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끌어가고 지도하는 고정된 자

한’, ‘약간 수다스러운’, ‘상상하는’, ‘실험하는’, ‘관심

리가 없이, 서로간의 교류와 역동만 있을 뿐입니다.

갖는’ 형용사들이 보입니다. 이 형용사들은 지난 십

다시 말해 서로 간의 열림과 관심, ‘마음 씀’으로 존재

년 동안 진주지역 학사모임을 통해서 들어서 깨달은

했었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聞得) 것입니다. 진주지역 학사모임은 언제나 ‘독서’ 와 함께합니다.

진주지역 학사모임은 고정된 형태 또한 없습니다. 최소한의 모임 시간만 정해져 있습니다. 주일 오후 7

진주지역 학사모임

진주지역 학사모임 단체톡방(참여자 위치 정보 : 진 주, 통영, 사천, 창원, 부산, 울산, 남극)은 “연말연시

20 | 소리정음

시~9시. 그러나 꼭 7시에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매 주 모임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없습니다. 모임에 대한 최소한의 공지만 있을 뿐, 오고 가는 것에 대 해서도 학생 때처럼 챙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 리에게는 각자가 보냄 받은 일상이 중요하기 때문


입니다.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는 데 4개월 이상 걸

화된 미션얼(missional) 정신으로, 다채롭고 미션얼

린 사례도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지금 우

한 실험 이야기들을 스스로 만들고 공유하고 있습

리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문제, 즉 일상생활 속

니다. 그 전체 모습은 다음 사진과 같습니다.

에서 어떠한 질문을 물어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새로 학사모임에 참여하는 무민들은 당황 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드라 이아이스가 기화하는 장면과 같아서, IVF의 장점인 명쾌하고 정확한 구조와 방향성이 없는 것처럼 보 이기 때문입니다.

고정된 자리와 구조가 없는 진주지역 학사모임은 상상과 실험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상상(想像) 은 마음에 있는 나무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거나 전

이미 시작된, 다양한 독서모임

체를 조망하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 과 돈이라는 이미지로 촘촘하게 짜인 현실세계 내 에서 틈과 숨결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를 바라 보게 될 것입니다. 이는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지성 근 소장의 표현에 따르면, ‘나니아 연대기에 등장하 는 네 남매들이 옷장을 통해서 나니아에 들어가 위 대한 사자 아슬란을 만나는 시간, 즉 하나님나라 이 미지를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상상은 두 가 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있 는 세계의 한계를 조망하고 그것을 넘어서 바라보 는 시각을 갖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미지로 인 해서 우리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한 실험을 땀 내 음 나는 삶과 일터에서 시도하는 것입니다.

진행 중인 모임을 소개합니다. 먼저 “보통독자모 임”입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평범한 세 사람이 커 피숍에 앉아서 그냥 수다를 떨었습니다. 자연스럽 게 교회에서 경험하는 불편함으로 주제가 옮겨 갔 습니다. 어떻게 그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는 「교회의 본질」, 「일상교회」, 「새로운 교회가 온다」를 소개했습니다. 그 계기로 책모임이 시작되었고, 이후에는 일반서적 위주로 책을 읽었 습니다. 최근 읽은 책은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 여」입니다. 책은 같은 장소에서 90분 동안 정해진 분량을 읽습니다. 그런 후 각자가 재미있게 읽은 부 분 또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을 이야기합니 다. 작년에는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

진주지역 학사모임 이야기를 좀 길게 하는 이유는 연결성과 확장성 때문입니다. 진주학사모임은 내

회’에 선정되어서, 인권영화제도 커피숍을 빌려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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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은 지식과 음식을 나누는 벗들의 모임이며,

정도 거리에 있는 진주에서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요, 작

그날 그 자리에서 책을 함께 소리 내어서 읽는 모임

년 11월부터 교회 청년들과 일주일에 한번 책모임을 하

입니다. 식객 진주는 총 7회 진행되었습니다. 참가

고 있습니다. 이 책모임은 주일에 커피를 마시다가 시

자 중 가장 인상적인 분은 한 무민의 어머니였습니

작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의 고단함이나 일상을 무의미

다. 50대 후반이신 나이에도 아침 9시 30분에서 오

하게 보낸다는 고민을 나누면서, 뭔가 ‘생산적’이고 ‘의

후 6시까지 지치 않으시고 함께 책을 소리 내어 읽

미 있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었습니다.

래서 평소 교회 청년들과 만들어 보고 싶었던 책모임을 제안했고 모두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즉흥

“프로젝트 10”의 ‘10’은 부산-창원-진주-순천을 연 결하는 10번 남해고속도로를 의미합니다. 네 도시를

적으로 모임이 시작되었고 저희는 읽을 책을 정한 뒤 그 주 금요일 저녁 7시에 모였습니다.

연결하는 느슨한 학습공동체입니다. 정기적인 모임 이기보다는 그때그때 이슈와 필요에 따라서 기획되

이 모임에서는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카페 스터디룸에서

는 모임입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전공 분야도 다

음료도 마시며 읽을 만큼의 분량을 정해 돌아가면서 소

양한데, 역사, 철학, 법학, 교육학 등입니다. 그래서

리 내어 책을 읽습니다. 미리 책을 읽어올 필요가 없습

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듣고 학습할 수 있다

니다. 그 후 책의 내용 중 각자에게 인상적이거나 와 닿

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혐오”

은 부분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물론 딱딱하게 책이야기

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함께 「혐오에서 인류애

만 하는 게 아니라 주중에 일터에서 있었던 사건이라거

로」를 공부했습니다.

나 자신이 가진 고민도 같이 나누고 있습니다. 책은 지 금까지 신앙도서와 일반도서를 번갈아가며 총 세 권을

“작은 책모임”은 지역교회 청년들과 함께 시작한 모

같이 읽었습니다.

임입니다. 아래에 이 모임을 만든 황금성 학사의 나 눔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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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월 수로는 3개월, 햇수로는 2년째 맞은 저희의 책모 임을 돌아보면, 무엇보다 우리 안에 소통하고 교제하는

안녕하세요. 저는 통영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경

공간이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각자 삶의 자리

상대 06학번 황금성입니다. 직장은 통영이지만 한 시간

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 모임을 통해 삶을 풀어내


고 다시 일터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책을

주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당혹감을 넘어 때로는

통해 우리가 가진 고민을 풀어가고 성장해 갈 수 있어

상처를 주는 여러 경험 속에서, 혼자 끙끙거릴 수만

참 좋습니다. 새해에도 이 모임을 통해 청년들이 함께

은 없다는 필요가 커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82년생

소통하고 일상을 승리하며 잘 살아내길 기도합니다.

김지영」소설을 추천받아 읽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아직 그러나 곧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곧 시작하려고 준비 중

인 모임들이 있습니다. 바로 “완물완궁”과 “여성주

이 살아온 삶 속의 이야기와 사건들이, 내가 경험한 사 건들과 연결되면서 씁쓸했습니다. 소설 속의 김지영 과 나,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며 주변의 여성 지인들에게 틈 틈이 권했습니다.

의 책읽기 모임”입니다. “완물완궁”은 ‘완전 물어보 고 싶고 완전 궁금’한 모임입니다. 성경을 읽고, 질

작년 여름, 선배 학사님과 차를 마시며 여성 모임에

문하고, 그 질문으로 함께 탐구하려 합니다. 이 모

관한 제안을 들었습니다.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임은 한 무민이, 비종교인 직장동료가 지니고 있는

들었습니다.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경험 속에서 혼자

성경에 대한 궁금증을 보고 제안했습니다. “여성주

씨름할 대한민국의 크리스천 자매들과 함께 이 고민

의 책읽기 모임”은 여성 독서모임입니다. 이 모임

을 나누고,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너무 좋

을 준비하는 자매의 마음을 아래에 함께 나눕니다.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식간에 주변의 IVF 자

매학사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어떻게 무엇을 매체로

학교를 졸업하고 학사로 지내며 피부로 느끼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꼬리표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비록 처음의 열정과는 다르게 각자의 바쁜 일정에 밀

것입니다. 여자아이로 자라면서 겪은 차별은 그저 우

려 아직 시작하지 못했지만, 2018년에는 꼭 자매들만

리 집안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

의 수다와 공감, 위로의 장을 가지고 싶습니다. 책으

활을 하는 지금, 그것이 제 개인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

로, 영화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달콤한 디저트로 함

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사로서 연차가 쌓일

께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을 축

수록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차별이 느껴지

복하는 모임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난감한(?) 상황에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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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산책

세상 속의 나그네 (벧전1:1~2)

김문정 연세대93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2012부터 신대원 3년, 신약학 석사 2년을 마치고 현재 안산이주민센 터에서 기관목사로 이주민들을 돕는 일을 하 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베드로는 본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와 비두니아에 흩어진 나그네 곧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아심을 따라 성령이 거룩하게 하심으로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받은 자들에게 편지하노니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더욱 많을지어다.” - 벧전1:1~2 -

저에게 인생 중에 가장 특별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꺼려하는 도시였습니다. 마침 제가 다니던 영국교회

물어본다면 태국에서 1년, 영국에서 3년 살았던 때

에서 담임 목사님이 베드로전서 본문으로 시리즈 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영향을 끼쳤던 그 기간

교를 하고 계셨습니다. 말씀이 저에게 전혀 위로가

동안 말 그대로 ‘세상 속의 나그네’로 살았습니다. 나

되지 않았고, ‘Stranger in the world, 이거 꼭 내 꼴이

그네의 삶은 재미날 때도 있지만 아주 힘들 때도 있

네. 남의 나라에서 나 지금 뭐 하고 있냐?’며 오히려

습니다. 저 역시 그 기간 동안 바닥을 쳤던 적이 있

자조적이었습니다. 한국사람 하나 없는 영국 도시에

습니다.

서 외국인 유학생 사역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은 베드 로가 말한 ‘세상 속의 나그네’와 꼭 닮아 보였습니다.

영국에서 학교를 마치고 유학생 사역을 위해 이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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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낯선 도시에서 혼자 사는 삶이 생각보다 만만

복음서를 읽다 보면 ‘베드로’라는 인물은 예수님의

치 않았습니다. 그곳은 영국 내에서도 파키스탄 커

제자 중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는 인물입니다. 다른

뮤니티가 가장 큰 지역으로 영국 본토인들이 아주

제자들보다 말이나 행동을 과장하는 스타일인데, 이


는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처음 제자로 발

고, 이에 대해 예수님은 아주 만족해하시며 ‘반석’

탁되는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지요. 특히 누가복음

이라는 뜻을 가진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십니다.

에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그렇습니다(눅5장). 이

그리고는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는 엄

날 예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 있는 배에 오르셔

청난 약속을 하십니다. 덧붙여서 ‘천국 열쇠’를 주

서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말씀을 마치고는 시몬

시겠다는 약속까지 하십니다. 우리가 유럽이나 기

(예수님에게 ‘베드로’라는 이름을 받기 전에 ‘시몬’

독교 성지에서 열쇠를 들고 있는 베드로 동상을 종

이라고 불렸습니다)에게 깊은 곳으로 가서 고기를

종 발견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잡으라고 하시죠.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이렇 게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우리들이 밤새 고기를

여기에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베드로는 자신의

잡으려고 했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하지

성격에 걸맞게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자신이 누

만 당신이 말씀하시니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

구인지를 밝히신 예수님이 자신에게 다가올 고난

다.” 베드로의 이 말은 ‘보나마나 헛수고일 테지만,

에 대해서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나누자, 베드로는

예수님이 하라고 하시니까 한번 시늉이라도 해보

이에 대해서 강하게 항변합니다. 성경은 베드로가

겠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

“예수를 붙들고 항변했다”고 묘사합니다. 누가 스

게 엄청난 양의 고기가 잡혔습니다. 역시 베드로는

승이고 누가 제자인지 모를 정도로 아주 강력한 반

이 사태에 대해서도 격하게 반응을 합니다. “나는

대를 표시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베드로

죄인이니 나를 떠나소서.”

에게 “사탄”이라는 말까지 쓰시며 나무라십니다. 예수의 제자로서는 아주 민망한 장면이죠. 듣지 않

베드로의 특별한 언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

아도 될 말을 듣게 된 행동을 한 것입니다.

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는 길에 아주 유명한 질문을 하나 던지십니다. “너

특별한 언행의 클라이막스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예수를 따라다니던 제

배반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수제

자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가

자라고 일컫는 베드로답게 예수님이 끌려가시자

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세례 요한이

그 뒤를 따라갑니다. 스승이 위기에 처했는데 그

요”, “주님은 엘리야이십니다”, “선지자 중의 하나

냥 못 본체 할 수 없었던 거죠. 하지만 베드로의 미

가 아닐까요?”라고 모두들 정답에서 약간씩 비껴

행은 아쉽게도 그만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는

가는 대답을 하는데, 베드로는 질문을 하신 예수님

결과를 맞습니다. 예수의 제자는 예수를 ‘따라가는

의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을 합니다. 질문을 하는 사

자’인데, 그 따라감이 결국 실패한 것입니다. 베드

람의 의도를 알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주는

로가 여종 앞에서 예수님을 강력하게 부인한 뒤에

그리스도이십니다”(막8:29).

예수님과 눈이 마주쳤을 때 기분이 어떠했을지는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립니다.

마태복음은 이 장면을 좀 더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 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질문에 “주는 그리스도

어떻게 보면 실수투성이인 베드로의 엉뚱한 행동

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답했

과 드라마틱한 인생은 오히려 저에게 완벽주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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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제가

는 말과 연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난’은

젊었을 때(?)는 바울이 이상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약성경에서는 베드로전서에 제일 많이 쓰였고, 신

나이가 점점 들면서 오히려 베드로의 인간적인 모

구약을 통틀어서도 시편(17번)에 이어서 2위입니다.

습에서 위안을 받습니다. 항상 정답만을 말하는 것

시편이 총 150편이고, 베드로전서는 겨우 5장이라는

이 아니라 정답에 가까이 갔다가 쓸데없이 한마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빈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

를 더 보태서 감점이 되는 ‘안타까운 답지 같은 인생’

다. 베드로는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현재는 믿음 때

이 우리네 인생과 더 닮은 것 같아서이죠. 베드로의

문에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지만 우리가 속

이후 행로는 사도행전과 갈라디아서에서 그려진 뒤

한 곳은 우리에게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이 땅이 아

여기서도 실수를 해서 사도 바울에게 엄청 면박을

니라 ‘영원한 하나님나라’임을 강조함으로써 성도들

당합니다(갈2장)-사라집니다. 따라서 베드로를 좋

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아하는 사람에게는 베드로의 이름으로 남겨진 편지 가 있다는 것이 아주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바울

또한 베드로가 성도들에게 예수를 믿기 전의 습성

서신의 엄청난 양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에서 벗어나기를 계속해서 권유하고 있는 것에서 볼

에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수 있듯이, ‘나그네’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함으 로써 ‘성도들이 이전에 속해 있던 세상’과의 분리를

오늘 본문으로 잡은 구절이 담겨 있는 베드로전서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볼 수 있습니다. 믿음을 가지

를 읽어 보면 ‘나그네’라는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1

기 전에 이교를 따르던 생활습관을 베드로는 이렇

장 1절에서부터 자신이 편지를 쓰는 대상이 곳곳에

게 표현합니다. “너희가 음란과 정욕과 술취함과 방

흩어져 살고 있는 ‘나그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

탕과 향락과 무법한 우상숭배를 하여 이방인의 뜻

니다. ‘나그네’라는 말은 베드로전서에 총 세 번 나옵

을 따라 행한 것은 지나간 때로 족하도다”(벧전4:3).

니다. 앞서 말한 1장 1절과, 1장 17절 “너희가 나그네로

이러한 삶을 떠나 하나님을 따르는 삶을 살 것을 권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 마지막으로 2장 11절

고하며 베드로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일시적 체

에서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

류자로서 ‘나그네’의 삶을 성도들에게 권유하고 있

를 권하노니”입니다. 한마디로 베드로는 그 당시 예

습니다.

수를 따르는 자들을 ‘나그네’라고 표현했습니다. 제 자들의 정체성을 ‘나그네’라고 정의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나그네’라는 단어를 어떻게 받 아들여야 할까요? 이 땅에 사는 ‘나그네’로서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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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개정에서 ‘나그네’라고 표현한 παρεπίδημος

성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옵니

(‘파레피데모스’)라는 단어는 ‘낯선 땅에서 거주하는

까? ‘나그네’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일시성은 잘못하

이방인, 방문자, 일시적 체류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면 이 땅의 것을 ‘덧없는 것, 헛된 것, 그냥 사라져 버

‘일시성’과 ‘방문자’라는 의미가 있는 단어입니다. 이

릴 것’으로 이해하게 합니다. 더 나아가 이 세상을 ‘죄

단어는 베드로가 성도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사용한

로 가득한 곳, 따라서 믿음과 거룩함을 지키기 위하

것처럼 보입니다. 베드로가 편지를 쓸 당시 성도들

여 멀리하여야 할 것’으로 여기게도 합니다. ‘하나님

이 살던 환경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단어입니

나라’에 소망을 두고 살아가는 것은 참 바람직하지

다. 이는 베드로전서에 15번이나 나오는 ‘고난’이라

만, 그렇다고 우리가 거처를 두고 살아가는 이 세상


안산이주민센터 추석축제를 마치고 아프리카 공동체와 함께

에 대해서 모두 헛된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은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세계를 여행한 크로아티아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현대의 많

사람 ‘톰(Tom)’의 이야기입니다. 톰은 경제 위기로

은 신학자들은 교회와 세상을 양분하는 이원론적인

갑자기 직장을 잃고, 삶의 의미도 잃어버렸습니다.

사고 구조가 교회를 사회로부터 소외시킨다고 말합

그러다가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라는 프로그

니다. 세상을 죄로 가득한 곳으로 이해하고, 따라서

램을 통해서 자신의 집에 여행자들을 받아들이기 시

나를 세상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이해한다면, 사회에

작했는데,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도 세

대한 교회의 책임을 다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계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러한 태도는 교회를 ‘구원의 방주’라고 여기고 ‘교

는 안전한 집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이 두려

회 중심의 생활’을 성도들에게 강요하기도 합니다.

웠습니다. 미디어와 교육, 또 교회의 가르침(?)이 주

이는 이 세상을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독생자까지 내

는 영향으로, 세상은 톰에게 두려운 곳이었기 때문

어주신 ‘하나님의 집’으로 보는 것과 상충됩니다. 또

입니다. 결국 그는 두려움을 떨치고 여행을 떠났고,

한 이러한 이해는 인간의 구원을 영적인 것으로만

5년 동안 발로 걷고 차를 얻어 타며 세계를 여행했습

한정 짓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음이 영의 문제만이

니다. 여행은 그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먼

아니라 영과 육을 포함하는 전인적인 것이라고 이해

저 인종이나 문화, 종교의 차이가 아무리 크더라도

한다면, 구원도 인간의 영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같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육체적 일상이 포함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애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기 전에는 미디어나

초에 인간의 영과 육을 분리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믿지 말아야 할 것도 알

보입니다. ‘나그네’라는 단어가 가져올 수 있는 이러

게 되었습니다. 여행 전과는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

한 오해를 방지하고, ‘나그네’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었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온 후 시간이 어느 정

갖고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도 지나면 이러한 감동도 시들해집니다. 여행에 대 해서 반복하여 이야기하는 것도 지겨워지고, 사람

저는 최근에 한 비디오 클립을 보면서 아주 감동을

들도 자신의 이야기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습니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의 힌트를 발

다. 그는 이것을 ‘여행 후 우울증(post-travel depres-

견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비디오는 5년 동안

sion)’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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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제 귀가 번쩍 뜨였던

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베드로가 말한 ‘나그네’로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서의 우리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세상 에 살면서 동시에 하나님나라에 속한 우리들은 이 세

첫 번째는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여행

상을 사는 동안 나그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

을 떠나기 전에 했던 일을 다시 하고, 오래된 친구들

그네는 여행하는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이나 사람들

을 다시 만나고, 익숙한 곳에 다시 가면서 옛 생활을

에 시선을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며 최종 종착지만을

찾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안정을 찾을 수 있

바라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행길에서 만나

습니다. 하지만 세계를 누비며 여행의 활기에 넘쳤

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며, 오래된 또는

던 그 사람은 사라지고 맙니다. 두 번째 방법은 다

새롭게 시작하는 인연을 귀하게 여기며, 내 주위에

시 가방을 싸고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관심을 갖고 즐거워하며

여행이라는 스릴 넘치는 모험 속으로 떠나는 것입

사는 사람이 아닐까요?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과

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여행을 하면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면서 잠이 들고, 아침

서 살 수는 없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계속 떠돌아다

에 눈을 떴을 땐 오늘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니게 되면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

지 설레면서 잠이 깬다면, 매일매일 새로운 곳으로

킬 수 없고,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일시적인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기분으로 하나님이 우리에

관계 때문에 안정감도 가질 수 없습니다. 톰은 이제

게 선물로 주신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든 일이

마지막 방법을 통해서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

있을 때에도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겪는 어려움 정도

기를 합니다. 한 곳에 머물러 살면서도 여행하듯 사

로 생각하며 지나칠 수 있을 것입니다.

는 것입니다. 여행가서 하듯이 한 번도 가보지 않았 던 거리를 찾아 걷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도

이제 2018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 한

걸어보고, 새로운 취미를 갖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

해도 우리에게 어떠한 인연과 만남이 있을지 기대하

던 일들을 시도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

는 마음으로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사는 한 해를 맞이

써 두려움을 떨치고 여행을 떠났던 모험심과 패기

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넘치는 그 사람으로 일상을 흥미롭게 살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덧붙이는 말 )

너무 힘들어서 영국 사역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찰나, 그 영국교회에서 부목사님이 대신 주일 설교를 하신 적 이 있었습니다. 설교를 다 마치고 “오늘 예배를 마쳤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단 아래로 내려가셨다가, 무슨 영문인지 다시 단 위로 올라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직 예배를 마치지 않았습니다. 지금 여기에 자기가 ’Stranger in the world’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직장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아니면 무슨 일로 이 낯선 곳에 왔는지 저는 모르지만, 하나님이 그분과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힘들어 하는 것을 다 알고 계십니다.” 이백 명 정도의 성도들이 함께 있던 예배당에서 저는 대성통곡을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꼭 저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렸던 것이죠. 여전히 세상 속의 나그네이 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꽃길임을 그때 알았습니다.

28 | 소리지음


쉬엄쉬엄

클라리넷, 중년의 활력소

최학범 국민대90 대학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지금까지 20 여 년간 기계설계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 으며, 두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와 잘(?) 살 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한 여가활동은 참 다양 하다. 최소 2년 이상 빠져들었던 취미만을 열거해도 열대어, 축구, 목공, 오디오, 색소폰, 국궁, 탁구, 자동차, 낚시, 클라리 넷 등이 있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취미라면 열대어(디스커스) 와 오디오(60년 된 진공관 라디오)가 거실에 버티고 있고 낚 싯대는 자동차 트렁크에 실려 있다. 탁구는 지금도 회사에서 동호회를 만들어 점탁(점심 후 탁구)과 야탁(야근 전 탁구)활 동을 번갈아 하고 있으며, 먼지와 함께 장롱에 모셔놓은 색소 폰도 언젠가 나의 입김이 닿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는 최근 90년대 올드카를 들여왔고 정비 지옥에 시달 리다 눈물을 머금고 처분했지만, 언젠가 드림카인 포르쉐를 입양하겠노라 선언하고 열공 중에 있다. 거쳐 간 취미 중 가장 중독성이 강했던 것은 국궁이었는데, 활터 할아버지들의 술 심부름과 허드렛일에 환멸을 느껴 3년 만에 접게 되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다시 재기하리라고 다짐해 본다.

2018.02+03 | 29


아내는 여기에 적은 것 말고도 더 있을 테니 잘 생각

그런데 계속해서 듣다 보니 클라리넷은 나무의 울

해 보고 <소리>에 이실직고하란다. 이런 화려한 취

림이 곱디 고운, 매력적인 음색을 가진 사랑스러운

미 경력은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낳았다. 경제적 부담

악기였다. 어느 순간 나도 클라리넷 소리에 매료되

은 물론 사물이나 몸을 움직여 활동하는 취미를 좋아

어 버렸다. 색소폰 소리가 시원한 장대비 소리와 같

하다 보니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중심적인 아내와 늘

다면 클라리넷은 함박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소리 같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누가 그러던가. 모든 취미의

다. 특히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찬송가는 영적으로

가장 큰 적은 아내라고….

메마른 내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아내는 교회봉사와 겹치며 클라리넷 레슨을 못

가장 최근에 빠져있는 여가활동은 바로 클라리넷

받게 아니 안 받게 되었지만, 교회에 생긴 클라리넷

이다. 거의 일 년간 그룹 레슨을 받고 있다. 인생을

반은 어느덧 2개로 늘어났다. 그렇게 시작한 클라리

살면서 악기 하나 정도는 자유롭게 연주하자는 취

넷 레슨에서는 주일예배 후 전공 선생님을 모셔 완전

지로 기초부터 배워나가고 있고, ‘내 평생 가장 사랑

기초부터 하나씩 배워나갔다.

하는 여가활동’의 하나로 자리매김 중이어서 소개하 고 싶다.

클라리넷은 갈대로 만든 얇은 ‘리드’라는 것을 붙여 그 틈새로 호흡을 불어 넣을 때 리드의 떨림이 악기

지금 섬기고 있는 교회의 어느 열정적인 집사님이

전체를 울리며 특유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다.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반을 만들어 제대로 한번 배

낯선 오선지에 그려진 작은 콩나물들을 보며 손가락

워보자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렇게 클라리

과 호흡을 컨트롤하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넷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아내가 먼저 절친인 그

호흡이 달리고 손가락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집사님의 권유로 순식간에 클라리넷 반에 배정되었

색소폰과는 호흡법이 달라 처음에는 소리 자체가 나

고, 별 관심도 없던 나에게 같이 배워보자며 남편의

지 않고 꽥꽥 우스꽝스런 소리만 나서 서로 쳐다보

그 많은 취미를 잊은 듯 여러 번 꼬드겼다.

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선생님은 호흡을 이용해서 연주하는 악기는 일명 ‘앙부셔(입모양)’가 중요하니

당시 나는 클라리넷이란 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평소에 작은 빨대를 입에 물고 부는 연습을 하면 좋

어떤 소리가 나는지 전혀 몰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

다고 했다. 나는 소리다운 소리를 내보겠다는 일념

았다. 검은색의 투박한 나무에 실버 버튼들이 어지

으로 업무 중에도 빨대를 물고 일을 하곤 했다. 그렇

럽게 장식된 악기여서 처음에는 실망스러웠다. 게다

게 2~3개월 정도 연습을 하니 얼추 클라리넷 비슷한

가 연주를 들어 보았더니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음색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악기를 회사에 가져가서 퇴

은 아니었다. 색소폰의 깔끔하고 명료한 음색과 달

근 후에도 연습을 할 정도로 클라리넷에 빠져들었

리 클라리넷 소리는 심심하고 맹맹해 뭔가 2% 부족

다. 소리가 잘 날 때는 내 소리에 스스로 감동하여 정

한 듯했다. 계속 듣고 있자니 졸음이 쏟아지며 지루

신 줄을 놓을 때도 있었고, 고요하게 찬송가를 연주

했지만, 아내는 부드럽고 영성이 느껴지는 듯한 음

할 때는 주님의 임재를 느끼기도 했다.

색이라며 무척 좋아했다.

30 | 소리지음


리가 까다로운 목관 악기를 구입하기 보다는 ‘에보 나이트’라는 플라스틱 재질로 된 악기로 입문하기를 추천한다. 이렇게 2~3년간 연습한 후에 목관으로 업 그레이드 하는 게 보통의 순서다. 악기 구입은 낙원 상가에서 IVF 박형철 학사님의 도움을 받아 조금 저 렴하게 구입했다. 물론 성질 급하고 장비를 중시하 는 나는 처음부터 목관으로 덥석 구입했고 시작부터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 도 내가 연습하는 곡을 곁에서 흥얼거리기도 하며, 클라리넷 연습 시간만큼은 아낌없이 지원해준다. 가 족여행을 가서도 심심할 때면 클라리넷 연습을 하라 고 할 정도다.

이제 일 년 정도 배웠으니 앞으로 배워야 할 게 너 무나 많고 갈 길도 멀다. 하지만 그 길이 클라리넷과 함께여서 너무 즐겁다. 엔지니어라 자칫 삭막할 수 6개월 정도 배운 후 회사에서도 클라리넷 동호회 를 만들었다. 교회와 회사에서 주 2회 레슨을 받는 데, 거의 음대 입시생 수준이다. 내 모습을 본 동료 들은 “그러다가 쥴리어드 음대에 가는 거 아니냐”라 는 농담도 한다. 처음 배울 때는 ‘모차르트의 클라리 넷 협주곡(영화 아웃오브 아프리카의 OST)’이 그렇

도 있는 일터에서 클라리넷은 나에게 활력소가 되고 틀려도 좋은 편한 친구가 되었다. 그간 다양한 여가 생활을 넓고 얕게 거쳐 왔지만 클라리넷만큼은 깊이 있게 알아가고 싶다. 날이 갈수록 정이 들고 편안해 지는 친구처럼, 클라리넷은 고된 중년의 시간을 함 께해주는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

게 아름답더니 요즘에는 ‘생상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가 너무 좋다. 일을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들을 때가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클라리넷의 아 름다운 음색에 빠져들곤 한다. 생상스는 클라리넷의 가장 아름다운 음역대를 잘 알고 이 곡을 만든 것 같 다. 클라리넷의 가장 예쁜 소리만을 모아놓은 주옥 같은 곡이다.

클라리넷의 장점은 악기의 구입비용이 다른 악기에 비해 좀 저렴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 라리넷을 구입할 때, 초급자의 경우 굳이 비싸고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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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전업주부

본업은 주부입니다!

전전 고려대98 ‘전 대리, 전 LP, 전 과장, 전 이사’로 불리다 가 ‘선유아빠’, ‘지유아버님’이 더 익숙해져버 린 10살, 7살 두 딸아이 아빠.

“본업은 주부고요, 부업으로 가끔 일감 받아서 글 쓰

등하굣길 챙기고, 다 똑같다. 써놓고 보니 더욱 별 거

는 일을 해요.”

없다. 주부의 일상은 늘 진부한 한 문장이 전부다. 가 장이 벌어오는 돈으로 집에서 놀고먹는 줄 아는 사

이런 대답을 듣고서야 사람들은 안도하는 눈빛을

람이 많을 것이다. 뚜렷한 성과가 없고, 출퇴근이 없

보낸다. “집에서 살림해요”라고 말하면, 오랜만에 만

으며, 내가 아닌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추어진 일상

난 지인이든 처음 인사하는 사이든 어색하게 웃으며

의 반복. 병가도 없고 승진도 없다. 상여금은커녕 연

머뭇거린다. 여지를 주지 않고 바로 부연설명을 한

봉협상도 없다. 프리랜서처럼 폼 나는 명칭도 없다.

다. 그제야 사람들이 편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놀고먹는 모습이다.

반응도 참으로 다양하다. “힘 내.” 자꾸 무슨 힘을 더

맞벌이를 하다가 수입의 반이 줄은 셈이니 경제적

내라는 거지?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쉬워요, 지금

으로도 결코 쉽지는 않다. 다행히 삶의 질은 그렇게

사표 낼 수 있다면. “요즘은 남자들도 많이 그런다더

나빠지지 않았다. ‘색시(아내를 부르는 별칭)’가 검

라.”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소하게 살림을 꾸려간 덕이다. 이쯤에서 눈치 챈 사 람도 있으리라. 예전의 나는 육아와 살림을 일하는

집에 들어온 지 3년 째. 남자가 살림한다고 특별히 다를 게 뭐 있겠나.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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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시에게 전부 맡긴 못난 남편이었다. 내가 번 돈도 나 위해 쓸 줄만 알았다. 그런 내가 주부라니!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살림을 시작한 초

크 생긴 핑계로 같이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떨면 좋

보 주부이다. 전에 자취 생활을 해본 적도 없다. 집을

을 텐데 말이다. 아이들 엄마끼리의 네트워크가 늘

예쁘게 꾸미거나 DIY를 하는 취미도 없는지라 서툰

부럽다. 결국 이틀 내내 점심때마다 혼자 먹어서 해

모습 그대로 살고 있다. 살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결했다. 다들 집에서 편하니까 살찌는 줄로 알겠지?

싶은 로망도 없다. 식구들이 모두 나간 월요일 아침, 청소를 마치고 혼자 커피 한 잔 내릴 때는 ‘그냥 이대

지난달에 가입한 육아 아빠들의 커뮤니티에 들어

로 살아갔으면’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고개를

가 본다. 게시판에 글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다. 마

흔든다. 정신 차려.

지막 글이 올라온 지 이틀이 넘었다. 나는 가입할 수 없는 성중맘(성동구/중구) 카페에는 사람이 바글바

굳이 ‘본업’이라는 말까지 덧붙여 가며 전업주부 소

글한 것 같던데. 거기는 매일 재미나겠지? 달력을 본

리를 피하는 이유는 색시 때문이다. 무슨 대단한 꿈

다. 주부 학사 기도회 날짜를 확인한다. 다음 모임엔

을 펼친답시고 구직을 포기한 채 집에만 있는 남편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다. 처음 이 모임에 나

을, 색시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색시에게 늘 미안

가는 건 또 얼마나 조심스러웠던지. 주부 학사라면

해하며 집에서 쭈그려져 사는 건 아니지만, 자랑스

으레 동성들의 모임을 기대할 테니 시커먼 남자가

럽게 전업주부로 살겠노라 말할 순 없다. 내 인생은

불쑥 찾아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걱정했다. 기도

하나님의 것이기도 하고 배우자의 것이기도 하니까.

보다 수다가 그리워 찾았는데 다행히 환영 받았다.

아, 딸들을 잊고 있었네. 주부의 인생은 하나님의 것

계속 환영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기도 하고 배우자의 것이기도 하며 아이들의 것 이기도 하다.

주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주부의 삶을 동경해본 적도 없다. 그냥 살아가는데 필요해서, 상황에 맞추

작년 색시의 생일이었다. 언제나처럼 가족 넷이서

어 살다 보니 지금처럼 지내고 있다. 평안한 마음으

케이크를 놓고 “후, 짝짝”을 했다. 올해는 조금 비싸

로 비교적 만족스럽게 살고 있지만, 혼자 행복한 티

고 양이 적은 조각케이크로 샀다. 그런데 색시가 교

는 함부로 낼 수 없는 애매한 모습이다. 조금 외롭게

회에서 생일 케이크를 하나 더 받아왔다. 이건 또 언

잘 지내고 있다.

제 다 먹나. 다음 날,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얼른 청 소를 마치니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이럴 때 가장 아쉬운 것이 동네 친구다. 전화해서 ‘차 마시러 건너

아,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안 나네. 벌써 끝났나. 빨래 널어야지.

와’라고 말을 건넬 만한 친구 한 명 없다. 공짜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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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이 포도청

내가 나를 지워가고 있다

한수지 서강대07 올해에도 자신을 ‘신입’으로 ‘막내’로 소개해 야 할지 고민 중인, 입사 4년차 회사원. 홀로 있을 땐 글자와 관련된 것을, 타인들과 있을 땐 창조적인 모든 활동을 좋아한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다이어리를 펼쳐 새로운 다짐과 계획을 세울 때였다. 생각보다 내가 ‘회사생

에서 이것을 인정해주느냐, 안 해주느냐가 올해 계 획에 들어갈지 말지를 결정짓는 열쇠였다. 맙소사!

활’을 아주 많이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는 새삼 놀랐다. 본래 무슨 일을 계획하고 이루기를

회사에 들어온 후, 나는 내가 꽤나 잘 사는 편이라

좋아하는 사람답게, 나는 연말의 열흘 정도는 새해

생각했다. 여기서 ‘잘 산다’라는 것은 ‘내가 나로 정

를 맞이할 생각에 들떠있는 편이다. 들뜬 마음으로

직하게 반응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삶’ 정도의 아

계획을 짜고 보면 그 중 대부분은 내게 ‘놀이’이고,

주 추상적인 의미다. 출근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

일부는 구체적인 성과로 나와야 하는 것들이었다.

다 이 기준으로 생각하려 나름대로 애썼다. 애썼다 고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 계획에는 회사에서 인정

입사한 이후에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계획을 짜

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자연스레 녹아 있었다. 단 한

면서 한 해의 시작을 열곤 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유

번의 결정으로 언제든 떠날 수 있기도 한 ‘일터에서

독 계획이 잘 세워지지 않았다. 무언가 써내려가기

의 삶’이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니 괜히 슬펐다. 잘

전에 끊임없는 자기검열을 반복하는 것이다. 결국

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 생각해왔지만 이 정도로

‘해서 뭐해?’, ‘하면 어디에 도움 되냐?’라는 질문을

체화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속상했다.

통과한 리스트만 다이어리에 쓰게 되었는데,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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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니기, 어학점수 취득, 다이어트 같은, 직장인

입사 첫 해를 돌아보면 말할 수 없이 바빴다. 지난

이라면 누구나 ‘버킷리스트’에 한번쯤 담아볼 법한

3년의 시간 중 가장 많이 울고 힘들었던 시간도 첫

얘기로 가득 찼다. 심지어 어학과 관련해서는 회사

해, 1년차 때였다. 그때는 회사가 너무 바빠서 반작용


처럼 내가 나일 수 있기 위한 잡다한 생각을 정말 많

쉽게 마음을 잡을 수 있고 그래서 아주 효율적으로

이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고민하던 것을 잃고 싶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는 생각, 즉 일터는 돈을 버는

지 않아 발버둥 치던 나날을 보냈다. 한편으로는 하

공간 정도이고 구체적인 하나님나라의 일이란 말씀,

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첫 직장에서의 삶을 부끄럽게

기도, 전도와 같은 특정 활동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살고 싶지 않았다. 일상에서의 하루하루도 내 소명

에 깊은 반발을 가지고 있어, 일상의 모든 순간을 하

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는 내가 그대를 소명이

나님나라 가치에 맞게 살자 다짐해왔다. 그 생각은

라 부르며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은 업무를 주는 듯했

적당히 대충하자는 ‘땡보’ 심보를 마음에서 치울 수

고, 실제로 업무의 무게는 날이 갈수록 더 무거워졌

있게 해주었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회사

다. ‘아… 괜히 이름값 하는 게 아니구나…. 정말 나를

생활에 임하게 해주었다. ‘그래봤자 회사는 그런 너

탈탈 털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의 열심을 소비할 뿐 적당한 보상도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거나, 그렇기 때문에 ‘하루빨리 떠날 수 있으

그런데 이상하게도 1년차 시기를 견디고 나니 그 뒤

면 떠나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런 말을 들을수록 떠

의 회사생활은 비교적 쉬웠다. 자연스럽게 나의 삶

나야겠다는 마음은 더 사라졌다. 내가 나로 살아갈

과 일터에서의 삶, 그 균형을 더 잘 맞춰갈 수 있으

수 있다면 회사를 굳이 떠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

리라 믿게 되었다. 그러나 남은 것은 나도 모르는 사

다.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시간의 대부분을 사용

이 체화되어 버린 긴장감과 열심, 주어진 생활수준

하는 공간에서 부끄럽지 않게 잘 지내는 것, 그러면

에 익숙해지는 그 정도인 것 같다.

서도 나의 결을 잃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하나님나 라를 잘 살자고 생각했다. 나의 태도와 삶의 모습이

2018.02+03 | 35


녹아 사라지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 무엇에 물들어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지 돌아보

‘이미, 벌써, 어느 정도 녹았구나’를 자각했다. 회사

지 않을 수 없다.

를 떠날 마음이 조금도 없는 이때에 나는 ‘내가 녹 았구나, 내가 사라지는구나’라고 깨달아버린 것이

나의 온전한 시간의 주인이신 주님이 칭찬할 만

다. 그것은 내가 입사하면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

한 일상, 일터에서의 모습을 살아가면서도 그곳에

타이밍으로 여겨왔던 상태인데 말이다.

서 배우는 것들과 그들이 요구하는 것에 내 모든 걸 내어주지 않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내

1년차 때의 내 모습을 기억하는 상사들과 지금까

가 나로 살아가면서 이 조직의 충실한 일원이자 저

지 함께 일하고 있어, 한 주에 한 번 ‘신입일 때의

항적인 구성원으로 남는 길은 무엇일까. 딱 3년만

한수지’와 비교를 당한다. 한수지의 비교대상이 한

다니고 퇴사하겠다는 결심을 접고 4년차에 접어든

수지라니. 1년차의 열정이 지금까지 있으면 그것

내게 가장 큰 기도제목이자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

도 제정신이 아니라며 맞장구치지만, 이미 나는 회

다. ‘어느 누구의 시선도, 어떠한 가치 판단도 없는

사에서 ‘언제나 열심히, 목숨 바쳐 일하는’ 사원으

단독자 앞에서의 고독한 자리가 끝이 없을 이 고민

로 찍혀있는 걸까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실력이

을 지탱해주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부여잡고, 이

좋은 편도 아니다. 업무 열정이나 업무 강도는 확

시기도 그냥 잘 견뎌야 하는 걸까?

실히 지난날보다 줄어드는데도 다이어리 리스트 와 글들 속에는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한 나의 방법 과 방식, 다짐이 남발하다니 웃긴 일이 아닐 수 없

36 | 소리지음

일단 다이어리 계획부터 수정해야겠다.


함께 이어달리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를 통해 울타리 밖의 꽃들을 만나다

노동욱 대구대97 영과 속의 경계에 있는 날라리 집사

안녕하세요. <소리>를 통해서 다시 인사드리는 노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토탈

동욱입니다. IVF 간사 사임 이후 시민단체에 뛰어들

케어를 목표로 합니다. 치료비 지원에서부터 대안교

어 ‘정보공개센터’를 거쳐 지금은 ‘(사)한국백혈병소

육, 최근에는 사회적경제 영역에까지 서비스 영역을

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

확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는 1년의 준비 끝에

만나는 사람도 다양합니다. 치료를 받는 갓난아이부

2016년 10월 29일에 창립하였습니다. 협회의 역사는

터 청소년, 청년, 그리고 부모님까지 모든 연령대의

20년 되었습니다만 대구지역만 지회가 없어서 개척

사람을 두루 두루 만나고 있습니다.

하게 된 것이지요. 사역할 때 주로 개척을 담당했는 데 간사를 그만 둔 후로도 여전히 개척을 하고 있네

대구에는 총 5곳의 병원에서 소아암 환아를 치료하

요. ‘정보공개센터’를 그만 둘 무렵 한 선배로부터 제

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병원에 방문하

안을 받아 시작한 일이 이제 햇수로 3년째가 되었습

여 새로운 환아가 없는지, 기존 아이들은 잘 치료받

니다. 지역의 활동가들이 으레 그렇듯 모금부터 사

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또 병원학교와 사회사업실에

무행정, 사업기획, 교육 등, 바쁜 일정에 정신이 없습

들러 어려운 가정은 없는지, 도울 일은 없는지 물어

니다. 이제는 제법 일이 몸에 익어 여유가 있지만 처

봅니다. 병원을 방문하며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소

음 일을 배울 때는 참 막막했습니다.

아암이라는 절망적 상황, 병원이라는 부정적 환경에 서도 여전히 아이들은 밝습니다. 그 작디작은 몸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백혈병소아암 환아와 가 족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환아의 발병부터 치료,

주렁주렁 링거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도 웃음꽃은 피 어나고 장난을 치며 돌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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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은 완치(5년 생존률)가 80%정도이지만 여 전히 아동사망률 1위인 무서운 질병입니다. 연간

고 치열하게 투병중인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된 다면, 그래, 해야지’라고 또 다시 다짐합니다.

1600여명이 발병합니다. 생존한 20%의 아이들도 재 발과 후유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작년에

“울타리 안의 꽃도 예쁘고 울타리 밖의 꽃도 예쁘

소아암을 경험한 청소년을 데리고 처음으로 다양한

다.” 작년에 나를 주저하지 않고 움직이게 했던 구절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숨어 있는 청소년을 만나

입니다. 10만 명당 16명이 발병하는 이 질병을 가진

기 위해 3개월 동안 병원과 가정방문 등을 다녔습니

아이들은 어쩌면 울타리 밖의 아이들인지도 모릅니

다. 치료기간은 1년에서 3년 정도 되는데, 이 기간 동

다. 울타리 밖에 있어도 충분히 사랑받고 살아갈 이

안 학교에 갈 수 없고 민감한 사춘기 시기라 학교에

유가 분명한 아이들입니다.

적응하기가 어려워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절실하 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어렵사리 17명의 친구들

2018년에는 모금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집중치료

을 만나 공부도 하고 노래도 만들고 여행도 떠났습

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 자

니다. 한 번도 여행을 떠나 본 적 없는 친구가 제주도

식을 먼저 하늘로 보낸 가족들을 위한 트라우마 상

에 가게 되어 신나서 들뜬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담센터 등 해야만 하는 사업은 너무 많습니다. 하지

없네요. 참 보람 있고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만 결국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행할 수가 없더라고요. 올해는 작년보다 더 바쁘게 움직일 듯

그 프로그램을 마친 후 한 주 정도 지났을 때입니다.

합니다. 소아암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풀어가기 위해

그간 만나 오던 2명의 친구를 하루 간격으로 하늘나

열심히 달려가는 2018년을 살겠습니다. 응원해주세

라로 떠나보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이별에 무기

요. 그리고 혹시 가족이나 친지, 이웃 중에 소아암으

력하게 앉아만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

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사님들이 있다면 연락주세

워 있다가 나도 모르게 목 놓아 울었습니다. ‘지난주

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에 보고 왔는데 좀 더 챙길 걸, 더 안아줄 걸’ 하는 후 회가 밀려왔습니다. ‘희망과 절망을 줄타기하는 듯 한 아슬아슬한 이 일을, 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38 | 소리지음

몇 주 동안 고민하다가도 여전히 아이들을 만나고

Homepage|www.dgsoaam.or.kr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삶의 끈을 포기하지 않

E-mail|daegu@soaam.or.kr


고대 교회에서 현대까지 영성으로 읽는 기독교 역사

기억상실증에 걸린 현대 교회를 위한 처방전! 우리 시대 교회 갱신과 창조적 제자도를 위한 보고!

천국을 향한 경주에서 교회 역사의 가치를 모르는 그리스도인은 얼마 못 가 지쳐 떨어져 버리기 마 련이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값진 유산, 곧 풍부하게 축적된 가족의 역사를 갖고 있다. 모든 그 리스도인은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았으되 훌륭하게 살았던 가족 구성원들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고대 교회부터 현대까지 유구한 교회사를 영성의 렌즈로 읽어냄 으로써 기독교 신앙의 깊이와 넓이를 깨달게 해 줄 개신교 영성 신학의 교과서다!

“우물에 내린 두레박 같은 이 책은 나의 가족과 나를 이어 줄 이야기들을 길어 올려 줄 것이다.” _ 유진 피터슨 박영돈(고려신학대학원), 배덕만(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유해룡(장로회신학대학교), 달라스 윌라드(『하나님의 음성』 저자) 마크 놀(리젠트 칼리지), 이언 토랜스(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총장) 외 추천!

www.ivp.co.kr

제럴드 싯처 | 신현기 옮김 무선 392면 |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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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만난 사람

육아, 나를 다루시는 하나님의 방식 이선화 영남대98

진행. 이시종 / 정리 편집부

40 | 소리이음


2016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살아가는 방법에 적응해가고 있고, 남편은 안에서 머물기보다 도전하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은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1.1명대로 떨어진 유일한 나라 가 되었습니다. 출생아 수도 급격히 감소해 1970년 100

아이들은 9살 수민, 7살 희민, 5살 민준, 3살 민하, 이

만 명 시절은 이제 꿈에서만 볼 숫자가 됐습니다. 2016

렇게 넷이에요. 차례대로 아들 딸 아들 딸을 낳았어

년에는 40만62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나서 40만 명 선

요. 첫째 이름을 지을 때도 사실 저는 한글이나 특이

을 겨우 지켰는데 2017년에는 이보다 4만 명이나 더

한 이름으로 짓고 싶어서 엄청 찾아봤어요. 하지만

줄어든 참담한 상황이 예상된다네요. (“뉴스1, 새해경

가족을 이루니 남편도 싫어하고 어르신들도 계시니

제전망” 참조)

까 제 생각대로는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무 난하게 ‘수민이’로 결정했어요.

그야말로 저출산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성에 게 임신과 출산이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

다둥이 가정이네요. 처음부터 네 명의 자녀를 가질 계획

에서 다둥이의 엄마로 산다는 건 어떠할까요? 네 명의

이 있었나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선화 학사의 이야기를 들

딱히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사실 다른 엄마들은 모

어보시지요.

성애가 넘쳐서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라는

먼저 자기소개와 가족소개를 부탁드려요.

데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냥 애는 애, 나는 나에 요. 처음에는 결혼 계획도 없었는데, 막상 결혼하고

영남대 98학번 이선화입니다. 보통 “수민이 엄마에

나니 바로 아이가 생겼어요. 저는 새로운 상황을 좋

요”하고 소개하다가, 학교와 학번을 말하는 게 오랜

아하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생기면 낳아야겠다고 마

만이라 진짜 어색하네요(웃음). 전공은 시각디자인

음을 먹었는데 아이가 너무 잘 생기는 거죠(웃음).

이었고 학교에 다닐 때는 혼자만의 예술 세계를 펼

첫째를 낳고 나니 너무 신비한 거예요. “너무 신기

쳐내곤 했습니다. 올해 마흔이 되었고 결혼한 지는

하네? 둘도 낳아 볼까?” 했는데 금세 생기더라고요.

9년차에요. 출산도 쉽게 했어요. 엄청 빠르게 ‘순풍순풍’ 낳아 남편은 시립대 00학번으로, 학번은 저보다 아래지

요.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가면 남편이 사인을 하잖아

만 나이는 저보다 한 살 많아요. 제가 IVF 중앙회 미

요? 자연분만으로 출산이 안 되면 수술할 수도 있

디어 간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친구 소개로

다거나 병력이 어떠하다거나 하는 서류를 작성해야

만나 결혼하게 되었어요. 남편과 저는 참 많이 달라

하는데, 둘째는 사인을 하는 동안 낳아버렸죠. 20분

요. 저는 이상주의자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데, 남

걸렸어요!

편은 안정추구형의 사람이어서 모험을 싫어하거든 요. 처음에는 둘 다 파이팅하는 편이 아니라서 ‘뭔가

넷째는 피임을 했는데도 생겼어요. 하나님이 주셨

안 맞네’하며 삐지곤 했어요. 그래도 한 9년 살다 보

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6인 가족이 되었네요. 차를

니, 서로 다른 사람을 붙여놓으신 이유가 있구나 싶

카니발로 바꾸었는데 카시트만 네 개가 있어요. 6인

어요. 저는 저 멀리 외계에 살던 편이라 지구별에서

가족은 고속도로의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할 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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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좋아요(웃음).

긴 거죠. 저도 셋째아이쯤 되니까 “너는 셋째니까 그 냥 알아서 하자”고 하게 되더라고요. 정서적으로 불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아요. 네 아이들과 어떻게

안한 느낌이 들어서 올해는 셋째에게 집중하기로 했

지내시나요?

어요. 오전은 셋째, 넷째와 집중 놀이시간이에요. 점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자유로웠어요.

심 먹고 나면 첫째와 둘째가 돌아오니까 그때부터

제 성향에도 맞았고요. 아이들이 아침잠이 많으니까

는 다함께 놀이터에 가죠.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을

푹 자고 일어나서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나가서 많

놀다 와요. 간식가방에 음료수, 우유, 과일, 기름진

이 놀았죠. 그런데 첫째가 입학하면서 시간 맞춰 일

음식들을 싸서 매일 소풍하는 것처럼 놀고 있어요.

어나야 하고 준비해서 학교에 가야 하니까 그게 힘 들더라고요. 사실 저는 홈스쿨링을 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넷이 되니까 깨달은 게 있어요. 저는 제가 사

남편은 학교에 보내자고 했어요. 홈스쿨링을 하려면

람들과 잘 지내고 친구도 좋아해서 사람에게 관심

부부가 함께 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남편이 완강

이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넷이나 낳고

하니 ‘일단 후퇴’했죠.

서야 알았어요. 관계의 바운더리가 좁은데다가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도 없었던 거죠. 그래서 미디어 간

첫째는 학교에 적응을 잘 했어요. 그렇다고 학업성

사로 일하는 게 가능했나 봐요. 미디어 팀은 기계와

취도가 뛰어나지는 않아요. 한글도 떼지 않고 학교

일을 하니까요. 사람을 만나도 일로 만나고 마음에

에 갔거든요. 다른 아이들과 편차가 너무 심해서 선

는 관심이 없었는데, 애를 낳고 보니 한명 한명에게

생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해요. 한글도 모르고 수

관심을 가져야 했어요. 저를 사람 만드시려고 네 아

학도 못하니 상도 못 받고 받아쓰기도 빵점을 받아

이를 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왔는데, 다행히 아이가 긍정적이었어요. “100점 맞고 싶었어?”하고 물어보니까 “받고 싶지”라고 하긴 하

남편과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시나요?

는데 그렇게 힘들어하지는 않더라고요. “다른 아이

원래 남편 직장이 송도에 있었어요. 그때는 남편이

들보다 늦어서 그러니까 기다리자”고 했는데 차근

아이들 목욕과 숙제, 설거지를 담당했어요. 저녁에

차근 나아져서 2학기 때는 곧잘 했어요. 공부는 좀

책 읽는 것도 늘 아빠와 함께했죠. 네 명이니까 부모

못해도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해요.

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작년 가을에 남편이 이직을 하게 됐어요. 집이 영종도인데 고려

저녁에는 첫째 숙제를 봐주는데 그러면 둘째가 질

대학교 안에 있는 UN사무실로 출퇴근을 하게 된 거

투를 많이 해요. 첫째가 학교를 가면서 둘째도 유치

예요. 퇴근 시간만 두 시간 반이 걸려요. 그래서 남편

원에 보냈어요. 동네에 있는 단설유치원에 다니는데

이 전혀 집안일을 하지 못하니까 저도 정말 힘든데,

6살부터 혼자 등원했어요. 다행히 아파트단지 안에

남편은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에

차가 안 다녀서 걸어갈 수 있거든요. 작년에는 셋째

요. 남편의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집

가 많이 힘들어 했어요. 형과 누나에게도 치이고 막

도 알아봤지만 전세금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내고

내까지 태어나니 힘들었나 봐요. 형과 누나가 셋째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를 많이 예뻐했는데 막내가 태어나니까 예쁨을 빼앗

42 | 소리이음


혼자서 네 아이 육아를 감당하면 육아 스트레스가 정말 심

서 24시간 노동을 하는 건데 가치를 따지자고 하면

할 것 같은데요.

싸우자는 얘기가 되죠. 물론 직장생활도 힘들고 상사

교회에서 영성훈련을 해요. 언젠가 한번은 ‘사막의

와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하면서 맛있는 것

영성가들’이라는 세미나를 했는데 화가 났어요. 속으

도 먹으러 가고 동료와 풀기도 하고 개인시간이나 성

로 ‘사막의 영성가들은 애가 없잖아! 혼자 사막에 처

취감도 있잖아요. 육아는 제가 잘 못하면 아이가 망

박혀서 하는 거면 나도 하겠다! 그 사람들이 설거지

가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어요. 남편이 도와

를 해봤어, 기저귀를 갈아 봤어?’하고 소리쳤어요. 네

주지 않으면 육아가 어렵다는 말도 많이 하죠. 하지

아이의 엄마가 되니 쉬는 시간이 없어요. ‘내가 오늘

만 도와준다는 표현도 화가 나요. 육아는 도와주는

점심을 먹었나?’ 헷갈린 적도 많고요. 시간과 삶의 주

게 아니라 함께 키우는 거예요.

도권이 제게 없다는 게 느껴지면 정말 힘들어요. 그나마 저는 다른 엄마들보다는 육아를 즐기는 편이 저는 ‘아기띠’가 너무 싫어요. 제일 싫어요. 기저귀보

에요. 제 영혼은 ‘차 키’에 달려 있어요. 운전을 할 수

다 더 싫어요.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는 제 몸이니까

있으니까 아이들과 제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곳으로

아이와 함께 있어도 제가 주인인 것 같았거든요. 그

많이 싸돌아다녀요. 처음에는 집이 영종도라 교통비

런데 출산하고 아기띠를 들쳐 매니까 어깨도 아프고

를 어떻게 할지 걱정했는데 그러다가 제가 죽겠더라

허리도 아픈데 아기띠를 맨 채로 일도 해야 하는 상

고요. 혼자서 애들 데리고 동물원도 가고 공원도 가

황이 너무 싫더라고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

고 이케아 같은 곳도 가요.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

이 돌보고…. 이게 매일 반복되니까 나아지는 것도 없

도 좋아요. 공항이 가까우니까 공항에 가서 비행기

고 정말 지루해요. 아이들과 감정적으로 얽히면 정서

를 보기도 하고 가끔은 친구 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도 어려워지고요. 첫아이를 낳았을 때 느꼈던 신비감

요. 그랬는데 첫째가 학교에 가면서부터는 잘 다니지

이요? 이제는 전혀 없어요!

못해 아쉬워요.

직장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많이들 얘기하죠. 저도 직장에 다녀봤으니까 알아요. 그래도 육아가 100만 배는 더 힘들어요! 한번은 자매들끼리 아이를

예전에 IVF 미디어에서 근무했다고 하셨는데, 본인이 꿈 꾸던 삶의 모습과 현재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예술가로 살다가 육아를 전담하니 어떤 마음이 드나요?

데리고 모였는데, 모임 소식을 들은 어떤 형제가 ‘지

결혼할 때, 남자와 여자는 평등해야 하고 절대 육아

금 다들 일하는 시간에….’라고 말하는 거예요. ‘다들

를 혼자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둘째를

일하는데 너네는 모여서 노닥거리고 있냐?’라고 하

낳을 때까지는 일을 했죠. 집에서도 미디어 계통의

는 것 같아서 화가 났어요. 육아는 돈도 받지 못하면

일을 받아서 하거나 책이나 텍스트 같은 간단한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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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 작업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셋째를 임신하

물들의 유업과 가보를 이어가요. 큰일이 아닌 것 같

고부터는 못하겠더라고요. 경력 단절이 되는 게 싫

고 그저 흘러가는 것 같은데 그 길이 저에게 주어졌

어서 양육과 일을 같이 하고 싶었지만 결국 접었어

어요.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이나 걸릴 만큼 힘들었지

요. 그 전까지 아이들에게 “엄마는 곧 직장으로 돌아

만 이 길을 잘 이어가다 보면 나중에 또 새로운 길

갈 거고 지금은 너희에게 잠깐 시간을 주는 거야”라

이 열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것도 못할

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무리였던 거죠. 예전에는 첫

수도 있겠지만 말이에요. 육아도 가치가 있는 일이

째가 어린이집에 가면 제 육아가 끝나는 줄 알았어

에요. 하지만 이 사회가 그렇지 않다는 느낌을 줘요.

요. 몇 살부터 보낼 수 있는지 검색하곤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주양육자니까 맡아서 해야 하는

성과를 추구하는 사회라서 육아에 가치를 두지 않는 것

일이 많아요. 이 사회가 저를 현실에 적응하게 만들

같아요. 많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감당하기에 어려운 시

었어요.

대네요.

누가 인생의 목표를 엄마로 잡겠어요. 그런 사람은 미디어에서 일한 기간이 10년 가까이 되고 육아를

별로 없잖아요. 애들은 순수하니까 “나도 나중에 엄

한 기간도 10년 정도 되는데, 지난 10년 동안 제가 주

마가 될 거야”라는데, “으음…, 그래. 애는 조금만 낳

양육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아”하고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최소한 아빠가 일찍

하루는 꿈을 꿨는데, 꿈에서 ‘선교한국’의 파트를 맡

퇴근하기만 해도 육아가 훨씬 편할 거예요. 엄마와

아 일해 달라는 연락을 받은 거예요. 제가 미디어에

아빠가 저녁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말이죠. 그런데

서 근무할 때 ‘선교한국’의 디렉팅도 하고 메인홀도

요새 아빠들은 너무 늦게 들어와요. 남편의 퇴근이

담당했었거든요. 꿈에서도 애가 넷이었지만 다시 해

늦어지면서 주위에 힘들다고 하소연했더니, “안 그

보고 싶으니 하겠다고 했죠. 당일이 되어서 리허설

러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는 답변이 돌아왔어

을 하려고 갔는데 모르는 여자 분이 저에게 “알아서

요. 바쁜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되어버린 거

했으니까 됐다”라는 거예요.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

죠. 아빠만 일찍 들어와도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아서 “제가 이번에 이 코너를 맡게 돼서 진행하러 왔

있는데 말이에요. 육아 분담이 가정과 공동체 안에

다”고 설명했지만 “아, 그러세요? 저희가 알아서 했

서 자연스럽게 되면 좋은데 자꾸 누군가가 전담하게

어요. 됐어요”라며 거절을 하더라고요.

돼요. 그래서 저는 엄마들은 직장에 나가고 할머니 들이 다시 아이를 보는 일도 좀 불편해요.

꿈을 깨서 생각해 보니, 제가 ‘육아하는 시간’을 건 널목처럼 여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미디어

요즘 놀이터에 나가보면 방치된 애들이 많아요. 엄

에 있었던 나’가 진짜 나요, ‘육아할 때의 나’는 잠깐

마의 케어를 받는 애들은 전부 학원에 가니까, 낮 시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미디어에 있었던 것

간대에 나오는 애들은 방치된 애들이거든요. 동네에

도, 육아를 하는 것도 ‘나’인데 말이죠. 옛날의 나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정이 한두 곳만 있어도 훨씬

떠나보내며, 지금의 나는 아기 엄마고 육아에 집중

나을 거예요. 마음 맞는 친구가 있으면 급할 때는 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10년 만에 받아들이게 됐어요.

로 애도 봐주고 놀이터에 가도 안정적으로 놀 수 있 으니까요. 저는 가까이에 같은 교회 다니는 가정이

모든 성경의 인물도 어미가 있고 어미를 통해서 인

44 | 소리이음

있어서 위로도 많이 받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죠. 특히 육아

면 저는 둘째가 사귀어오는 친구들의 엄마와도 관계

관이나 교육관이 다르면 정말 힘들어요. 저는 선행

맺는 어려움을 넘어서야 해요. 셋째 민준이는 정말

학습이나 학원 얘기는 안하고 싶으니까 학교 엄마들

개구쟁이에요. 몸을 굴리며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저

과는 관계를 맺을 수가 없어요. 교회에서 3년째 주

도 몸을 굴리며 놀아야 해요. 어제는 4단 책꽂이에 혼

부모임을 하고 있는데 자리를 잘 잡아서 위로를 많

자 올라가서 뛰어내리더라고요. 아이들이 이렇게 집

이 받고 있어요.

에서 매일 구르고 뛰어다니니 1층에서밖에 살지 못 해요. 이런 일들이 힘들지만, 사람을 배우고 사람을

이런 사회이기에 출산과 양육이 점점 더 부담스럽게 다가

아끼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저에게 딱 맞는 방법

와요. 혹시 그런 독자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으로 배우고 있어요.

면 들려주세요.

제 주위에도 아기 없이 사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그

저는 굉장히 솔직한 편인데 육아를 하면서 ‘내 솔직

사람에게도 나름대로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경

함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우는 육아가 제 나름의 길이라고 받아들였어요. 아이

됐어요. 남편은 인간이면 다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

를 키우면서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니냐고 하던데 저는 인간이 아니었나 봐요. 누군가

별나라에 사는 것처럼 호기심과 즐거움과 자유를 위

에게 다가갈 땐 당연히 목적이 있어서 다가가는 것 아

해서만 살아왔는데, 제가 전적으로 돌봐야 하는 존재

닌가요? 남편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하나님은 사람과

가 생기면서 포기하는 걸 배웠고 성숙해간다는 느낌

의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을 저와 같은 방법으로 훈련시

이 들었죠. 하지만 아기가 없다고 해서 성숙의 기회

키시진 않을 테죠. 남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는 사람

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하나님이 각자에게 행하시는 방법이 다를 거예요.

이 되어가고 있어요. 좀 더 따뜻해지는 느낌이에요. 굉 장히 감사해요. 아무리 그래도 넷은 너무 많아요. 둘이 면 딱 좋겠네요!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딱 맞는 방법으로 아이를 많이 주셨어요. 첫째 수민이는 남 자아이지만 감수성이 뛰어나요. 소파를 버릴 때도 이 별식을 하며 작별의 과정을 지켜줘야 하는 아이에요. 몰래 버렸다가 아이가 너무 울어서, 재활용 쓰레기장 까지 나가 소파와 인사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어 요. 저는 감수성이 전혀 없는데 말이죠. 둘째 희민이 는 승부욕도 있고 친구들과도 정말 잘 지내요. 저는 모르는 사람과 절대 이야기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어떤 상황에서든 하나님은 우리를 ‘존재’로 부르신다는

사귀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둘째는 낯선 친구들에게

생각이 듭니다. 네 아이를 양육하면서도 ‘나’답게 ‘나’로

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요. 처음 발레학원에 갔

살아가는 학사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는데 다른 친구들끼리 모여서 떠드니까 “너네 뭐 땜

육아를 함께 부담하고 책임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

에 그렇게 재밌게 웃어?”하고 말을 걸더라고요. 그러

습니다.

2018.02+03 | 45


2월 안테나

⦁ 중앙사무국 1. 12월 16일(토)에 IVF 중앙회관 학사사역부 사무실에서 실행위원회가 있었습니다. 2. 12월 4일(월)에 IVF 중앙회관 학사사역부 사무실에서 GLC+ 운영위원회가 있었습니다. 3. 12월 13일(수)에 홍대 팟빵홀에서 IVP와 G&M, 직장인 사역팀이 주관하는 북클럽 “나를 위한 저녁” 송년특집 행사가 있었습니다. 60여명의 학사님들과 따뜻한 공연 및 미니 북토크를 함께했습니다.

03월 06일(화) 신입학사 환영회 03월 13일(화) 캠퍼스 연계 말씀강해(1) 03월 20일(화) 캠퍼스 연계 말씀강해(2) 03월 27일(화) 캠퍼스 연계 말씀강해(3) 3. 신입학사 환영회 일시 03월 06일(화) 19:30 장소 IVF 중앙회관 지하 좋은땅(홍대입구역)

● 경인학사회 1. 경 인 학사회에서는 신입학사들의 졸업과 학사의 삶을

● 6070학사회

축복하며 신입학사환영회를 갖습니다. 신입학사님들과

창립 8년을 맞는 2017년을 “IVF 6070학사회 성장 도약의

선배 학사님들이 함께 모여 2018년의 첫 학사모임을 시

해”로 정했습니다.

작하려 합니다. 경인 지역에 거주하시는 학사님 모두를

1. 1월 15일(월)에 IVF 중앙회관 좋은땅에서 “6070학사회

환영합니다!!

신년예배 및 정기총회”를 진행했습니다. 1부 신년예배

일시 2월 22일(목) 18:00 (저녁 식사가 6시부터 시작됩니다)

에는 주희재 이사장(건국대74)이 말씀을 나누었고, 2 부에는 2018년의 사업을 확정하는 총회를 열었습니다.

● 수도권 YGM 학사회

● 경기남학사회

1. 수도권 YGM 모임이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IVF중

1. 1 1월 학사모임은 30일 저녁 7시, 특강을 토대로 토스카

앙회관 지하 좋은땅에서 있습니다. 수도권지역에 거주

리의 「데몬: 악마의 회고록」이라는 책을 읽고 간단한 서

하는 학사님들은 언제든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

평 나눔을 진행했습니다.

히 신입학사 여러분을 대대적으로 환영합니다! 모임문의 이철민 간사 070-8275-6363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ivfygm 2. 수도권 YGM 02~03월 모임일정입니다. 간단한 저녁식 사가 마련되어 있으니 편하게 오세요. 02월 06일(화) 성경강해(이철민) 02월 13일(화) 성경강해(이철민) 02월 20일(화) 특강 : 2018년 한국사를 읽다(1) 02월 27일(화) 특강 : 2018년 한국사를 읽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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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경인IVF회관

2. 학사모임 안내 경기남 출신 학사님 외에 수원/용인 지역에 거주하는 학사님께도 열려 있으니 관심 있는 학사님은 문의주 세요 일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19:00 장소 경기남IVF 사무실 (수원시 영동구 인계로 259-2, 2층) 문의 김원석 간사 010-8720-3660


● 강원(춘천)학사회 정기 학사모임 안내입니다. 함께하기 원하는 학사님은 아 래 일정을 참고해 주세요. · 춘천 (엄마들 모임-아이야) 모임 매달 첫주 목요일 오전 11:30 문의 사공은혜 학사(한림대95) 010-5367-9120 · 춘천 학사모임 모임 매주 화요일 19:00 / 은혜교회 문의 김아주 학사(한림대05) 010-6381-1635 · 수원 모임 모임 매월 1회 토요일 저녁 / 순회 문의 최경순 학사(한림대94) 010-9536-0703

· 마더와이즈 : 초보엄마, 예비엄마들을 위한 모임 모임 매주 화요일 문의 임하정 학사 010-4696-8050

● 영남동부학사회 · 경주-포항 빨래터 주부모임 모임 매주 화요일 10:30 문의 신지은 학사 010-3120-1146 · 울산 주부 학사모임 모임 격주 목요일 10:30 문의 박경아 학사 010-6572-2176 · 8090울산대 학사모임 모임 매주 수요일 / 영남동부IVF회관 문의 진동일 학사 010-6560-2176

● 충남학사회 1. 충남학사모임을 천안과 서울 두 곳에서 진행하고 있습 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 부탁드립 니다.

● 대구학사회 1. 대구학사회 정기 소모임 안내입니다. · IEF(교대학사 교사모임) 매주 월요일 18:00

· 천안 이준희 학사(단국대06) 010-5171-0569 · 서울 손윤형 학사(백석대02) 010-9154-1160

● 전북학사회 1. 사역 안내 모든 학사모임의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는 전북IVF 학 사회 페이스북, 네이버 밴드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

· 가정피움팀(가정사역자모임) 매주 화요일 19:30 · 사회복지팀(사회복지관련자모임) 매주 목요일 오후 19:30 · 평신도 지도자 남편모임 매주 수요일 오후 20:00 · 예사모 아내모임 매주 수요일 오전 10:30 · inG 수료자 모임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저녁 19:00

● 부산학사회 1. 부산학사회 정기 소모임 안내입니다.

니다. · IVFC 축구모임 모임 매주 토요일 아침 07:00~09:00 / 전주 덕진 체 련공원 대상 전북출신 학사님이 아니어도 환영합니다.

· E.M.포럼 모임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10:30 문의 박철진 학사 010-3578-7086 · 마마클럽(주부학사모임) 문의 임지은 학사 010-4143-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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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학사회 1. 제주학사회 정기모임 안내입니다 · 학사 큰모임 모임 격월(12월, 02월) 넷째 주 토요일 13:00 문의 좌성훈 학사(제주대00) 010-4699-3282 · 지역 학사 모임 모임 격월(01월) 중 주말에 모임 문의 좌성훈 학사(제주대00) 010-4699-3282

● 나음누리 1. 의료인 학사들이 지역별로 모이고 있습니다. 모임에 함 께하기 원하는 의료인 학사님들을 환영합니다. 모임문의 백성대 간사 070-8275-6345 ·서울지역(삼성병원모임) 모임 한 달에 한 번 / 삼성서울병원 문의 이은경 학사 010-8892-8076 ·서울지역(아산병원, 강동지역 모임) 모임 한 달에 한 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강필제 학사 010-2710-7851 ·경기지역(수원, 용인, 화성지역 모임) 모임 한 달에 한 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송재현 학사 010-2231-1424 ·인천지역(강서, 경인, 부천지역 모임) 모임 한 달에 한 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강의혁 학사 010-8898-2498 · 강원지역(원주모임) 모임 한 달에 한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홍진용 학사 010-6272-3794 ·영남지역(대구모임) 모임 한 달에 한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설기호 학사 010-2866-2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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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임 모임 한 달에 한번 / 장소 별도공지 문의 이은정 학사 010-3862-4189


팟캐스트 IVF 학사들을 위한, IVF 학사들에 의한, IVF 학사들의 팟캐스트! 학사님들을 위한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아학팟 IVF 학사회 팟캐스트. 본격 기독B급 팟캐스트를 지향합니다. <덕후 방송>과 <직장생존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책나눔 -복팟 IVF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복팟'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책모임을 지원합니다!

퇴근하고 뭐할래?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루어보는 방송입니다. 취미, 일, 가정생활 등등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 고 시도하고 적용하며 공부합니다.

맑은물소리 하창완 목사와 함께 <시냇가에 심은 나무(시심)>(IVP)의 진도를 따 라 성경말씀을 묵상하고 나누는 묵상도우미.

말씀으로 여는 하루 IVF 출신 목회자들의 설교 팟캐스트

2018.02+03 | 49


편집인의

메아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잡지입니다.

<소리>의 볼륨을 높여주세요! 홀로 씨름하며 분투하는 동역자에게 “내가 너를 지지한다”고 외칠 것입니다. 후원금은 전액 <소리>의 제작비로 사용 됩니다.

얼마 전부터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단 어와 문법을 익히고 낯선 말로 시시콜콜한 문장을 만 들다보니 언어가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오네요. ‘새로

후원계좌 [우리] 1005-000-990258 [국민] 760-01-0038-627 예금주 (사)한국기독학생회

움’은 제게 언제나 재미를 줍니다. 골목을 누비며 뛰 어다니던 어린 시절도 즐거웠지만, 언제든지 새로움 에 덤벼들 수 있는 현재가 저에게는 훨씬 생동감 있 게 느껴집니다.

2017년 11~12월 후원자 명단 곽지영(*2) 국효숙(*2) 권도균(*2) 김선미(*2) 김재원 김종기(*2) 김종수-구 한나(*2) 김지은 나현순(*2) 남은경(*2) 민은혜(*2) 박정현(*2) 박창재(*2) 백금여(*2) 손정엽(*2) 송인규(*2) 여운성(*2) 오규덕(*2) 윤정범-지은실 (*2) 이상엽(*2) 이원경(*2) 장은숙 전선애(*2) 정민경(*2) 정성구-윤정은

올해는 색연필 일러스트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그림 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을 벗어나 다양한 색깔을 입히다보면 상상하지 못 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정형화를

정재성(*2) 조창훈-민혜경(*2) 최수연(*2) 허성호(*2) 황진욱(*2) 익명 강릉(*2) 경기남(*2) 경남(*2) 경인(*2) 남서울(*2) 대구(*2) 대전중부(*2) 동서울(*2) 부산(*2) 북서울(*2) 서서울(*2) 영남동부(*2) 원주(*2) 전북(*2) 춘천(*2) 충남(*2)

벗어나 다채롭게 펼쳐지는 세상을 빨리 만나보고 싶 네요! ‘이번에는 또 어떤 일에 빠져들어 볼까’를 고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월 후원하시는 분은

하며 새로움을 기다리는 오늘이 참 즐겁습니다. <소리>도 2018년을 맞아 새 디자인을 입었습니다. 편 집위원들과 디자인팀의 노고 끝에 탄생한 새로운 <소 리>, 어떠신가요? 페이지는 줄이고 알짜배기 코너만

중앙지원부(070-8275-6303)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소리> 페이스북 페이지 | www.facebook.com/sori.gcf ․ <소리> 블로그 | ivfgcf.tistory.com

엄선하여 알차게 구성해보았습니다. 1년간 함께 할 '소 리지음'의 필자들도 첫 인사를 드렸네요. 책자 리뉴얼 외에도 영상 제작과 카드 뉴스, SNS 이벤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친숙하게 다가가려 합니다. 한 해 동안 소소 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36권 제1호 통권236호 발행일 2018년 2월 1일 발행처 (사)한국기독학생회 학사사역부 주소 (04031)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56-10 (서교동) IVF 중앙회관 전화 070-8275-6313 팩스 02-333-7361

다시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날짜가 바뀌고 달력이 바뀌었을 뿐 달리 변한 것은 없지만, 우리의 일상이야

발행인 주희재 편집장 이시종 편집인 김기인 김경아

말로 가장 역동적인 순간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

편집위원 국효숙 김지은 박정현 오한웅 전전 조창훈 허영신 허지선

로운 <소리>와 함께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편집디자인 김아롬새미 문이선 표지 이재웅 제작 김효영

김기인│편집인│sori@ivf.or.kr

인쇄 예원프린팅


‘성폭력 예방 및 해결을 위한 규정’이 시행됩니다. IVF는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칩니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부 합하게 살아감으로써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드러내길 소망합니다. 특히 이 운동에 헌신한 간사들이 성 숙하고 경건한 리더로 먼저 자라가며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보이기를 기대합니다. 특별히 IVF 간사는 거룩을 추구하며, 신앙과 행동이 일관되도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역 뿐만 아 니라 사적인 삶에서도 수준 높은 윤리적 기준으로 임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건강하고 정결한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간사직을 수행하며 얻게 된 신뢰와 권위를 사적인 욕심을 위해 악용하지 말고, 신뢰가 무 너졌을 때 돌아킬 수 없는 상처로부터 학생, 동역자, 공동체를 보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IVF는 ‘성폭력 예방 및 해결을 위한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본 규정은 첫째, 간사의 비윤리적인 성적비행주)으로부터 학생, 동역자, 자신, 공동체를 보호하고, 둘째, 하 나님, 타인과의 관계에서 치유, 회복, 화해의 기회를 관련자에게 제공하며, 셋째, 공정하고 균형잡힌 방식으 로 성적비행을 조사하고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합니다. 부적절한 행위로부터 자신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의무적인 규정 준수보다 더욱 중 요한 것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자세입니다. 관계 맺는 모든 이웃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며 소 중히 여기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IVF 안에서 풍성히 드러나길 기대합니다. • 적용대상 : IVF에 의해 현재 공적 지위가 부여된 모든 개인 (1) 전임간사, 전임직원, 사무간사, 파트타임 간사 및 직원 (2) 이사, 활동학사, 전문간사, 협동간사 • 시행일자 : 2018년 1월 1일 • 신고방법 : help@ivf.or.kr ---------------------------------------------------------------------------------------------------------------------------------------------------------------------

본 규정에서 말하는 “성적비행”은 아래 (1)~(4)를 비롯하여 공적 지위에서 발생한 권위와 신뢰 관계를 악용하여 타인을 성적인 행 위에 참여시키는 것 또는 참여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말한다. 단, 학생과의 성적인 접촉은 그 유형 및 학생의 동의 여부와 상관 없 이 비행으로 간주한다.

주)

(1)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통칭하는 말로,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등을 모 두 포괄한다. (2) “성희롱”은 상대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 (3) “성추행”은 물리적인 신체 접촉을 가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뜻한다. (4) “성폭행”은 강간과 강간미수를 의미한다. 성폭력: 입맞춤이나 포옹, 뒤에서 껴안기 등의 신체접촉,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음란한 농담이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성적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 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음란한 사진, 그림, 낙서, 음란 출판물을 게시하거나 보여 주는 행위(컴퓨터 통신이나 기기 등을 이용하는 경우 포함), 직접 또는 팩스나 컴퓨터 등을 통해 음란한 편지, 사진, 그림을 보내 는 행위, 기타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 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등 특별히 IVF의 캠퍼스 간사는 학생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관계적인 힘을 가진 지위에 있다. 캠퍼스 간사는 담당하고 있는 지부의 학 생을 비롯하여 권위와 신뢰를 바탕으로 영향을 미치는 범위의 학생들과는 연애 관계 또는 성적인 성격을 지닌 사회적 서약을 맺지 않는다. 간사-학생 간의 신뢰와 관계적 힘에 대한 어떠한 오용도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 위함이다.


사랑받는 상담학자 래리 크랩의 최신작!

행복 A Different Kind of Happiness

나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도 예수님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신뢰받는 상담학자이자 영성가 래리 크랩이 발견한 참된 행복에 관한 성경적 미학. 암 투병이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저 자가 재발견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톺아보다. 저자는 행복이란 인간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따라 관계 맺기 위해 태어난 존재임 을 깨달아 나를 넘어 타인을 사랑할 때 맛보는 영원한 가치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성경적 행복의 해부학이다. 행복에 대한 빈약한 이해에서 깊은 이해로 이끌어 주며, 우리 시선이 참된 행복을 주시는 예수님께 머물도록 한다.” _강준민 목사(L.A. 새생명비전교회) 김재원(KBS 아나운서),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목사) 스티브 브라운(리폼드 신학교 교수) 외 추천

www.ivp.co.kr

래리 크랩 | 백지윤 옮김 무선 360면(예상) | 17,000원(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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