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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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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호 / 2008년 12월 3일(수)
몸바이 테러 충격 지난 주말 인도 뭄바이(95년 개명 전 봄베이)의 테러사건은 2백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3백명이 넘는 부 상자를 내며 근래 인도에서 발생한 가장 참혹한 테러사건으로 기록되 게 되었습니다. 인도 언론에서는 이번 테러사건 을 "인도판 9.11", "뭄바이 전쟁"으 로 칭하며 이번 사건의 피해규모를 전하고 있습니다. 타지마할 호텔을 포함한 뭄바이시의 최고급 호텔 다 수, 철도역, 병원, 레스토랑 등 시내 10 곳에서 동시간적으로 발생한 이 번 테러사건은 온 도시를 아비규환 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 테러를 주도한 단체로 지목되 고 있는 Lashkar-e-Taiba는 파키스탄에 본부를 둔 이슬람 카 슈미르 분리주의자들로,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오랜 종교적, 정치적 갈등의 산물 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 와 파키스탄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카슈미르 지역은 예로부터 인도와 티베트, 중앙 아시아를 잇는 교통 의 중심지이자, 인도, 파키스탄, 아 프가니스탄, 중국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요한 군사 전략지로 기능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1947년 파 키스탄이 영연방 인도로부터 독립 할 당시 빚어진 갈등이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 분쟁으로 비화되었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인도와 파키스 탄은 세 번의 전쟁을 치르며 서로 를 철천지 원수로 몰아갔습니다. 현재는 유엔의 중재하 잠정 국경선 이 그어져 절반은 파키스탄령, 절
▲ 28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의 오베로이 호텔에서 테러범들에게 억류됐다 가 구출된 인질들이 경찰 호위를 받으며 호텔을 빠져 나오고 있다.
반은 인도령이 되었으나, 그럼에도 이 지역에 대한 첨예한 갈등은 여 전히 인도-파키스탄 간 대립의 씨 앗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독도입니 다. 독도 이야기만 나오면 수 천, 수 만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날을 세우 고 일본을 비난합니다. 물론 일본 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영토 분쟁은 해당국가들 사이의 복잡다 난한 역사 속에 깊숙히 뿌리를 박 고 있는데다, 주권과 민족 자존심 문제까지 더해져 복잡하기 그지없 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 다. 인도-파키스탄의 경우에는 영 유권 분쟁에 종교 갈등까지 더해졌 으니, 두 국가의 대립의 정도가 얼 마나 심각한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카슈미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 이 죽임을 당했는지 아는가?" 테러 당일, 인도 TV 채널의 전화를
받았던 한 테러리스트가 던진 질문 입니다. 이 테러리스트는 이후 인 도 정부가 투입한 테러진압요원에 의해 사살되었습니다. 이들이 인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무치는 원한이 느껴지는 발언 이었지만, 동시에 이는 이번 사건 이 결국은 허무하기 그지없는 복 수혈전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었 습니다. 내 가족, 내 지역의 평화를 위해 전 쟁을 한다면, 과연 그 뒤에는 진정 한 평화가 있을까요? 평화를 위한 전쟁은 모순입니다. 남의 불행을 전제한 나의 평화 는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을 것 입니다. 평화는 평화를 통해서 만 실현되는 것이기에 절대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종종 평화보다는 화려한 무 력이 단기간에는 훨씬 효과적이라, 수 많은 국가들, 혹은조직들이 평 화라는 이름으로 전쟁과 테러를 저 지르고 있습니다.
뮤지컬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보 면, 루시를 흠모하던 지킬박사가 약을 먹고 본성의 화신 하이드씨로 변신한 다음 루시와 강제적인 관계 를 가집니다. 이후 루시에 매료된 자기 자신에 화가 난 지킬박사는 결국 하이드씨로 변신한 순간 루시 를 죽이게 됩니다. 이후 정신을 차 린 지킬박사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때문에 아무 죄 없는 루시가 희생된 것을 깨닫고 분노의 화살을 이제는 자기 스스로에게로 돌리게 됩니다. 그리고 자살을 통해 자신 안에 내재된 하이드씨를 죽이는 것 으로 끝이 납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는 테 러, 폭력도 결국은 나 자신에게 돌 아올 분노의 화살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폭력에서는 영광의 승자란 없기 때문입니다.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보면,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로 변신해 악 한 짓을 너무 많이 저지른 나머지 나중에는 약을 먹지 않아도 스스로 의 악한 본성이 강해져 불쑥 불쑥 하이드씨로 변하는 위기를 맞게 됩 니다. 폭력과 악행을 빈번히 자행 한 끝에 스스로 자제력을 잃게 된 것입니다. 폭력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을 소진시키며 행해지 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킬 박사는 스스로의 목숨을 끊음으로 서 이 악의 순환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폭력은 자멸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락석 / 파리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