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통하는 창
파리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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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 2009년 1월 28일(수)
우덕송(牛德頌) 폭설로 인한 어려움과 사상최대 의 교통대란에도 불구하고, 설날 을 맞아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떠 나는 모습은 민족 대이동을 연상 시킨다. 정다운 사람들과 조금이 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떠난 사람들에게 정체로 인해 길 에서 보내는 시간은 초조하고 안 타깝다. 하지만 먼 길과 불편함에 도 불구하고 들뜬 마음으로 고향 을 찾는 모습은 외국에서 설을 보 내는 우리들에게 고향으로 향하는 그리움을 더하게 한다.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외국에 서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유학생 들은 학교 수업으로 혹은 아르바 이트 때문에 설날이지만 마른 바 게트와 치즈를 먹으며 보냈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설날 유독 부모 의 음식 맛이 그리울 유학생들을 초청하여 파리의 다수 한인 식당 들이 떡국을 나누는 미담은 가슴 을 훈훈하게 한다. 바로 이러한 작 은 미담은 학생들에게뿐만 아니라 전해 듣는 우리에게도 다시 한번 도전할 힘과 용기를 주어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계획하게 한다. 올해는 기축년(己丑年)이다. 소의 해다. "만물에는 각각 다소의 덕 (德)»이 있는데, 그 중 "소는 짐승 중에 군자"로, 한 해 동안 소의 덕 을 배우기를 이광수는 그의 수필 "우덕송"에서 권고하고 있다. 소의 가장 큰 덕은 남을 위한 말없는 '자
기희생'과 '인내'가 아닌가 싶으며, "우덕송"에서 묘사되는 소의 모습 에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지며 왠지 코끝이 시큰해 진다. 예전에 우리 아버지 시대만 해도 소와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아이 들은 겁 없이 소를 몰기도 하고, 소 의 사심 없이 큰 검은 눈망울에 자 신의 얼굴을 비춰보기도 했다. 소 가 울면 그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크게 한번 "음매"하고 울면, 왠지 속이 후련한 느낌이 들면서도 아 련한 느낌이 들었다. 소와 가깝게 지내면 성격도 은근히 닮게 되는 것일까 (類類相從) ? 예전에 아버 지 세대는 좀더 느리고, 좀 더 인내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현재 우리는 소와 멀리 살게 돼서일까?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빨리 빨리"이고 그만큼 성격도 급해지 고, 참을성도 적어진 듯 하다. 아버지가 소를 몰고 갈 때, 비록
소를 모는 이야 아버지였지만, 소 가 아버지 걸음을 따르는 것이 아 니라, 아버지가 소의 걸음을 따랐 던 것 같다. 소 걸음… 12간지 중 기는 뱀을 제외하면, 가장 여유 있 게 걷는 동물이 소인 듯하다. 느 리게 걷지만, 가장 우직하고 믿음 이 가는 걸음이다. 신중하게 한 걸 음 한걸음 걸으며, 자신의 삶의 자 취를 땅에 영원히 남기려는 듯 도 장을 찍듯 그렇게 걷는다. 이렇게 소는 그리 더디지도 빠르지도 않 은 우직한 걸음걸이로 인내와 끈 기를 가지고 천리를 걸어간다. 우 보천리(牛步千里)이다. 우리 아버 지들도 그렇게 소처럼 평생을 걸 으셨다. 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세는 듯 걷 는 것은, 이미 빠른 속도에 익숙해 진 우리에게는 전진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마치 뒤로 후 퇴하는 듯 많이 답답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동안 우리를 포함한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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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세상사람들이 너무 정신 없이 조급히 걸었는지도 모른다. 뒤를 돌아볼 사이도 없이 바삐 걷는다. 아니 뛴다. 100미터 달리기처럼 뒤를 돌아보는 사이 몇 사람이 혹 은 다른 나라가 우리를 앞지를 까 뒤를 쳐다 보기에도 겁났다. 또한 마치 천길 벼랑 위에 놓여진 다리 를 건너는 듯, 아래를 내려다 볼 엄두도 못 냈다. 우리보다 가난하 고 어려운 많은 이웃들, 혹은 국 가들이 있음에도 갈 길이 바빠 그 들을 살펴볼 엄두도 못 냈다. 그 렇다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보며, 이렇게 뛰는 궁극적 인 삶의 의미가 과연 '경제'에만 있 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 도 없었다. 기축년 새해이다. 세계적인 경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시 소처럼 열심히 일을 해야 한 다. 하지만, 소처럼 우직하게 일을 하되 남도 포용하면서, 그리고 가 끔 하늘을 쳐다보면서 소망과 꿈 을 되새김질 할 일이다. 우리 부모 는 소와 같이 묵묵한 희생으로 우 리에게 사상 유래 없는 경제성장 의 기적을 이루게 해주었다. 이제 는 우리차례이다. 우리는 비록 인 터넷 상이던, 혹은 뜻이 상반된 사 람과의 담화에서든 '반듯한 언어생 활'과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올곧 고 기개 있는 선비 정신을 우리 후 손들에게 물려 줘야 할 것이다. <파리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