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veller] 크루즈 타고 갈라파고스

Page 1

discover

BartholomÉ santiago Sulli Van Bay

North seymour

Las bachas beach

South Plaza

santa cruz

크루즈 타고 갈라파고스

charles darwin research station

갈라파고스 제도를 항해하는 크루즈에 탑승했다. 메트로폴리탄 투어링의 이사벨라Ⅱ는 용맹하게 선인장 숲을 헤치고 물개 해변을 건너 미지의 섬을 향해 간다. 다음은 바다 위에서 울렁거리던 5일간의 기록이다.

짙푸른 바다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하얀색 크루즈, 이사벨라Ⅱ. 클래식한 크루즈의 전형을 보여준다.

santa fÉ

남플라사 섬 절벽에서 만난 붉은눈갈매기 한 쌍. 선명한 붉은색 아이라인을 보라. 붉은색 다리는 배에 품고 있다.


1

1 남플라사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채선인장. 산타크루즈 섬에서 봤던 손가락 모양의 선인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적도의 낮은 구름이 선인장에 걸려 있다.

the traveller aug 2013

2

3

1day

위해서 바다 이구아나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 먹이를 구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크루즈에 탑승할 시간. 뱅가(작은 고무 보트)를 타

를 비집고 해안에 착륙하는 순간에도 잠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서로 사

북반구에 살고 있다. 갈라파고스, 적도, 남미 같은 것들은 상상의 범위를

바다 속에서 1시간 안에 육지로 나오지 않으면 몸이 차가워져서 죽을 수

고 바다에 나가 있는 이사벨라ⅡIsabela Ⅱ에 닿았다. 웰컴주로 다이키

이좋게 머리를 베고 단잠에 빠졌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갈라파고스 강

벗어나는 것이라 가보기 전에는 실체를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도 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뛰어들어 해초를 입에 물고 나온다.

리를 건넨다. 그제야 남미에 온 것을 실감했다.

치로 태어나야지’ 하고 다짐했다. 산타페는 400만 년 전의 화산 바위가

공룡이 누워 낮잠 자는 모습이나 폼페이의 호시절을 떠올릴 때처럼 침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갈라파고스에

침한 안개 속에서 팔을 휘젓는 기분이 들었다.

서 가장 번화한 섬인 산타크루즈 섬Santa Cruz Is.의 호텔에 묵으면서

2day

장 유명한 동물은 바랑톤 육지 이구아나. 갈라파고스에서 사는 육지 이

갈라파고스에 닿기까지 거의 만 하루 동안 비행기와 공항에 갇혀 있었

‘1일 여행’을 신청해 원하는 섬을 찾아다니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갈라파

이사벨라Ⅱ는 정원이 40명인 작은 크루즈에 속한다. 그 말은 크루즈의

구아나는 두 종류가 있는데 바랑톤 육지 이구아나는 이 섬에서만 발견

다. 긴 행로의 마지막은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발트라 공항으로 가는 비

고스 제도를 항해하는 크루즈에 탑승하는 것이다. 갈라파고스라는 하나

크루 1명당 맡고 있는 손님의 수가 적다는 뜻이고 한 번에 100명씩 타는

된다. 운이 좋으면 이구아나가 선인장을 뜯어 먹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

행기. 1시간 30분의 짧은 비행시간만 견디면 갈라파고스가 손에 잡힌다.

의 이름으로 묶여 있긴 하지만 각 섬마다 서식하는 동물과 모습은 천지

대형 크루즈에 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단 의미다. 나와 함께 항해

다. 우락부락한 생김새와 다르게 이구아나는 채식을 즐긴다.

비행기에서 내내 고갱이 그린 타히티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발트라

차이다. 하여 이 섬 저 섬을 옮겨다니며 새와 갈라파고스 강치와 이구아

를 하고 있는 여행객은 20명. 에콰도르 본토에서 여행 온 가족, 리마를

오전의 섬 산타페가 키 작은 하얀 줄기 관목으로 얽혀 있었다면, 오후의

공항에 내려보니 공항 주변은 황량하고 거대한 모래 더미였다. 짐작할

나를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리고 이곳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반

거쳐 남미 투어 중인 호주 부부 등 국적은 다양하다. 편의상 스페인어를

섬 남플라사 섬South Plaza Is.에는 부채선인장 숲이 있다. 독특한 식

수 없을 만큼 넓은 땅덩이에 선인장이 듬성듬성 박혀 있었다. 며칠이 지

드시 국가 자격증을 지닌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앞선 2가지 문제를

쓰는 그룹과 영어를 쓰는 그룹으로 나눠서 이동하니 늘 10명 남짓한 소

생 때문에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용암 분출로 형성

나서 알게 된 거지만 처음에 느낀 황량함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데서

보다 수월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후자의 여행법을 선택했다. 즉 4박 5일

그룹으로 움직인다. 단체 관광은 질색이지만 이 정도 인원이면 결딜 만

된 섬의 최고점은 23미터인데 가파른 언덕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

기인하는 것이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서-비록 지구 반대편에서 관광

간 크루즈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여행하기로 했다.

하다. 적은 인원이 늘 함께 붙어 있다 보니 크루즈의 크루들은 물론이고

는 풍경이 백미다. 적도의 햇볕은 하얗고 반질되는 돌에 부딪혀 난사되

을 위해 24시간을 날아온 여행객이라 해도-아무것도 모아놓지 않았다.

발트라 공항에서 만난 크루즈 크루와 우선 산타크루즈에 있는 ‘찰스 다

다른 승객들과 각별한 사이가 된다. 벌써 영국에서 온 조지, 잭과 친구

고 납작한 풀은 온통 주황색 물결을 이룬다. 그 사이로 부채 모양 잎을

오직 인간만이 다른 생명의 주거지를 멋대로 옮겨서 이를테면 식물원

윈의 연구 센터’를 방문했다. 갈라파고스에 왔으니 다윈 얘기를 좀 해야

가 되었다. 크루즈에서의 하루는 육지의 삶에 비하면 매우 단출하다. 오

활짝 편 선인장이 우뚝 서 있다. 짙푸른 바다와 번쩍거리는 햇볕, 섬을

이나 동물원 같은 것을 만든다.

겠다. 19세기의 가장 유명한 과학자인 찰스 다윈은 1835년 비글호를 타

전 7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낯선 섬에 정박해 동물을 살펴본다.

덮어버린 주황색의 색채가 너무 또렷하게 올라와 정신이 혼미했다. “건

갈라파고스에 대한 또 하나의 큰 오해는 갈라파고스가 하나의 커다란 섬

고 갈라파고스에 도착한다. 당시 다윈의 나이는 26세, 지금의 나보다 어

그리고 배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잠시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다. 11시

기에는 섬 전체가 주황색을 띠지만 우기에는 짙은 푸른색으로 완전히

일 거라 짐작한 것이다. 실제로 갈라파고스는 19개의 화산섬과 주변 암초

린 청년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관찰한 동물을 증거 삼아 <종의 기원>이

에서 3시 사이에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그늘에서 쉰다. 그다음 바다에

뒤바뀌죠.” 우리의 가이드는 갈라파고스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

로 이뤄진 섬 무리다. 남아메리카로부터 약 100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

란 유명한 책을 집필했다. 찰스 다윈의 연구 센터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나가 스노클링을 하거나 다시 미지의 생물을 찾아 떠난다. 해가 지면 크

절벽에서 붉은눈갈매기가 인사한다. 이름처럼 눈에 붉은 테를 둘렀다.

며 행정구역상으로는 에콰도르 영토이고 갈라파고스 주에 속한다. 육지

다윈 동상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연구원들은 거북 알을 부화시켜 어느

루즈로 돌아와 별을 보다가 일찍 잠든다. 완벽에 가까운 하루다.

갈라파고스에서 번식기를 나고 겨울이 되면 인근 바다와 에콰도르, 페

와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척박한 환경 때문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진화

정도 자라면 바다로 떠나보낸다. 인간이 이 땅에 드나들기 시작한 이후

예고대로 두 번째 날이 밝고 가이드 비비아나와 함께 산타페 섬Santa

루로 이동한다고 한다. 그래선지 암수가 털을 골라주는 장면이 주로 목

가 일어났고 현재 그러한 동식물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여행객이 몰

로 배를 타고 들어온 쥐와 개가 거북 알을 깨뜨리면서 멸종하는 종이 생

Fé Is.에 도착했다. 산타페에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해변에 촘촘히 박힌

격되었다. 또는 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새와 함께다. 그 옆에선 강치 한

려들고 있다. 바다 이구아나를 예로 들면 그들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수

겨났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의 연구 센터에서 갓 부화해 꼬물한 아기 거

검은 점들이 강치 떼로 밝혀졌다. 수십 마리의 강치가 하얗고 고운 모래

마리가 할아버지 기침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갈라파고

영과 잠수 능력을 갖춘 이구아나다. 갈라파고스의 거친 환경에 적응하기

북부터 150세가 된 어른 거북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사장에 일렬로 누워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은 장관이다. 인간들이 강치

스에서 강치는 정말 서울의 길고양이만큼이나 흔하다.

122

발견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가장 오래된 섬 중 하나다. 산타페에서 가

123

2 사람을 발견하고도 도망갈 줄을 모르는 육지 이구아나. 채식주의자에다 통통한 발이 귀여운 갈라파고스의 마스코트. 3 산타크루즈에 있는 찰스 다윈의 연구 센터. 손가락 모양의 선인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란다. 산책로를 따라 키 큰 선인장이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다.

the traveller aug 2013


2

3day

라는 단어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사람에게 너무 쉽게 잡혀서 ‘푸른

갈라파고스를 항해하는 크루즈에 탑승한 지 3일째. 어깨는 날마다 까매

발얼가니새’라는 별명도 있다. 여튼 여간해선 날지 않는다. 대신 잠수와

지고 있으며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숙면을 취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

수영에 재능을 보인다.

리고 지난 이틀간 수백 장의 이구아나 사진을 찍었다. 갈라파고스에 다

북시모어 섬의 이방인들은 라스 바차스 해변Las Bachas Beach으로

녀온 사람이 이구아나와 다른 이구아나, 또 다른 이구아나 사진을 보여

이동했다. 라스 바차스 해변은 갈라파고스의 메인 섬인 산타크루즈 북

줬다고 푸념하던 친구에게 항의해야겠다. 그게 진실이야.

쪽에 위치한다. 이곳에 온 목적은 크게 2가지다. 플라밍고 찾기와 스노

인간들은 북시모어 섬North Seymour Is.에 조심스럽게 정박했다. 북

클링.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바닷가 한편에 맹그로브가 주위를 둘러싼 호

시모어 섬은 새들의 천국이다. 곳곳에서는 군함조가 “구구구구” 구애

수가 있다. 조용히 자리를 잡고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플라밍고가

하는 소리로 이방인을 더욱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바야흐로 짝짓기 철

우아하게 날아왔다. 곧 다리를 구부리고 물밑을 기웃거린다. “새우를 찾

이 무르익었다. 섬 곳곳에서 수컷 군함조가 빨간 울음주머니를 부풀려

고 있어요. 호수에서 민물새우를 잡아먹고 더 이상 먹이를 찾을 수 없으

소리를 낸다. 비현실적인 풍경과 배경음에 방점을 찍는 건 푸른발 부비.

면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할 거예요.” 역시 비비아나는 모르는 게 없다니까.

천연덕스럽게 발밑을 걸어 다니는 푸른발 부비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플라밍고를 봤으니 스노클링 장비를 꺼낼 차례다. 우리 뱅가가 도착하기

환청이 들렸다.“어서와. 푸른발 부비는 처음 보지?”사람을 보고도 아랑

전부터 몇몇 사람이 이미 바다를 차지하고 있었다. 라스 바차스 해변은

곳하지 않고 뒤뚱거리며 제 갈 길을 간다. 태도로 봐서는 사람더러 가던

모래가 아주 곱고 수심이 얕아 초보 스노클러에게 알맞은 장소다. 수영

걸음을 잠시 멈추고 길을 터달란 의중이다. 외딴섬에 사는 새 중에서는

을 못하는 나는 머리만 물에 담가 바다 속 또 다른 미지의 세상을 훔쳐본

포유류를 보고도 겁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쥐나 개, 고양이, 여우 등이

다. 작은 물고기 떼가 버글거리고 바위 근처에는 니모가 헤엄쳤다. 꽤 깊

자신을 물어뜯을 줄 모르고 말이다. 그런 새들은 대대로 육지에서 아주

은 곳까지 헤엄을 친 조지는 거북과 불가사리, 가오리가 눈앞에 나타났

멀리 떨어져 조류 외에는 섬에 정착할 수 없고 그래서 어떤 포식자도 존

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1 바르톨로메 섬의 생경한 풍경. 372계단을 오르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의 배경이 되었다. 2 푸른발 부비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나는 쪽보단 잠수하는 쪽을 선택한 모양이다. 가끔 날개를 쭉 펴서 스트레칭을 할 뿐 여간해서 날지 않는다.

재하는 않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뉴질랜드에도 카카포라는 멸종 위기의

1

새가 있는데 지나치게 평화로운 곳에서 살다 보니 날지 못하는 새로 진

4day

화(?)했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포기하고 많이 먹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올라hola! 아침 기상 음악이 나오기도 전에 안지가 방문을 두드렸다. 안

갈라파고스의 푸른발 부비에게도 사람이 자신을 절대 해치지 않을 거

지는 이틀 전에 이사벨라Ⅱ에서 만난 갈라파고스 소녀다. 산타크루즈

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부비를 처음 발견한 스페인 사람들이 뒤뚱거

섬에 살고 있는 11세짜리 소녀의 아빠는 크루즈 선원으로 일하고 있었

리면서 걷는 모습이 하도 우스워서 ‘bobo(스페인어로 ‘멍청이’라는 뜻)’

다.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크루즈 프로그램에 혼자 참여하게 된 소녀는 125

the traveller aug 2013


산타페 섬의 해변은 강치가 차지했다. 졸다 졸다 지겨우면 바다에 나가 헤엄을 친다. 다음 생애 태어나면 갈라파고스 제도의 강치로 태어나야겠다.

나무에 자리를 잡고 울 준비를 마친 수컷 군함조. 울음주머니를 하트 모양으로 부풀려 암컷을 부른다.

난생처음 보는 동양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 둘은 친구가 되는데… 안 지는 크레파스로 그린 거북과 푸른발 부비 그림을 선물로 주었다. 그리 고 크루즈에서 내리기 전까지 안지 선생님의 스페인어로 숫자 세기 교 실에 참여할 예정이다. 갈라파고스 소녀의 몸에는 태평양 바닷가의 소 금 냄새가 배어 있었다. 아침부터 기분 좋은 선물을 받고 운동화를 챙겨 신었다. 바르톨로메 섬 Bartholomé Is.에 가는 길이다. 어젯밤부터 비비아나는 372계단을 올 라야 한다고 겁을 줬다. 나무나 관목이 자라지 않는 바르톨로메에서는 해와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된다. 이 섬의 생명체는 땅에 붙어 자라는 하 얀색 풀과 선인장 한 포기뿐이다. 선착장에서 꼭대기까지 나무 계단만 이 묵묵히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나무 계단의 악몽은 금세 잊힌다. 아래로 반달 모양의 자연 수영장과 함께 비경이 펼쳐지기 때문 이다. 만약 이번 생애는 갈라파고스에 방문하지 못할 것 같다면 영화 < 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를 감상하도록. 나폴레옹 시대, 대 영제국 함대의 모험을 그린 이 영화에서 주인공 러셀 크로가 당신 대신 바르톨로메 섬을 오른다. 스크린 밖에서는 계속해서 두근대는 모험이 이어졌다. 뱅가를 타고 갈 라파고스펭귄을 찾아 떠났다. 크루즈에 타기 전부터 기다리던 시간이었 다. 선인장 아래서 펭귄이 노니는 모습은 오직 갈라파고스에서만 목격 할 수 있는 장면이다. 절벽에 붙은 이구아나와 갈라파고스 붉은 게를 지 나 드디어 선인장 아래 갈라파고스펭귄 한 쌍을 발견했다.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펭귄은 잠시 뱅가에 탄 여행객을 위해 포즈를 취하더니 멀리 사라진다. 장소를 옮겨 바다 한가운데 바위에 올라선 또 다른 암컷 펭귄 을 발견했다. 곧 수컷이 헤엄쳐 그 바위에 올라가더니 짝의 얼굴에 볼을 the traveller aug 2013


1

1 산타페 섬을 탐험하는 여행객에게 모자는 필수다. 크루즈 지붕을 제외하면 그늘진 곳이 없다. 선인장 나무 아래서 햇볕을 피하려 해봤자 소용없다. 2 산티아고 섬의 설리반 베이. 용암이 흘러 장미꽃 모양을 만들었다. 갈라파고스에서 방문한 지역 중 가장 젊은 땅이다.

2

비빈다. <동물의 왕국>에 방송되었다면 “자기야, 왔어?” 정도의 더빙과

햇볕이 그리워졌다. 어깨를 흉측하게 그을려놓았어도 선베드에서 자다

함께였을 것이다. 뱅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감

가 뜨거워서 화들짝 놀라 깼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거다. 혹은 순진한

탄사를 뱉었다.

얼굴을 한 푸른발 부비와 눈이 마주쳤던 때나 물개가 귀에다 대고 ‘잠

드디어 4박 5일간의 크루즈 여행이 마무리되고 있다. 마지막 행선지는

좀 자게 저리 가라’고 소리 지르던 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진짜

설리반 베이Sullivan Bay다. 산티아고 섬Santiago Is. 남쪽에 위치한

갈라파고스에 다녀온 거야?” 순진하게 눈을 반짝이며 묻는 친구에게

지역은 용암이 굳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파호에호에 용암이 1.5

잔인하게 대해도 괜찮은 건가. “응. 강치 옆에 누워 있었어.”

킬로미터에 걸쳐서 대지를 뒤덮고 있다. 갈라진 땅 아래서 외계인이 튀

3 뱅가를 타고 펭귄을 찾아

어나온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온통 새까만 땅 위를 걸어 다녔다. 갈라

떠난 지 한참 만에 선인장 아래 갈라파고스펭귄을 발견했다. 짧은 포토 타임을 즐긴 뒤 유유히 뒤돌아 사라진다.

파고스는 여전히 화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육지에서 태평

에디터 김윤정 취재 협조 메트로폴리탄 투어링

양 쪽으로 갈수록 젊은 땅인데 마지막 화산 활동은 2009년에 일어났 다. 육지에서 가까운 늙은 섬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침식되어 지도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질수록 새까만 용암의 표면은 노

이사벨라Ⅱ 매주 최대 40명을 싣고 갈라파고스를 항해하는 크루즈다. 생태학자 뺨치는 지식 을 지닌 가이드 2~3명이 유창한 스페인어와 영어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갈라파고스거북, 갈

을에 발갛게 물들어갔다.

라파고스펭귄, 플라밍고, 바다 이구아나를 찾는 생태 탐험과 스노클링, 글라스 바텀 보트 등 해양 액티비티가 적절히 섞여 있다. 해양 상황과 날씨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스케줄을 운영한

5day

다. 개인적으로 아침, 점심은 뷔페식으로, 저녁은 코스 요리로 차려지는 음식이 만족스러웠다.

이사벨라Ⅱ를 떠나는 날이다. 마지막 의식처럼 그간 아무도 쓰지 않았

메트로폴리탄 투어링 살아 있는 것의 낙원,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는 데는 꽤 많은 제약

던 언어-한글-로 방명록을 써 내려갔다. 내 친구 안지는 배에서 내리지

이 따른다. 관광객은 정해진 곳에서만 숙식이 가능하며 정해진 트레일로만 다녀야 하고 16명

않았다. 크루즈 크루들이 나를 따라 서울까지 갈 거냐고 놀리는데 눈물

당 가이드가 1명씩 동행해야 한다. 휴대전화, 맥주, 담배 금지. 동물은 사람을 만질 수 있으나

을 참느라 혼났다. 지구가 태양을 10바퀴 돌아 안지가 어른이 될 때까지

사람은 동물을 만질 수 없다. 이런 제약을 지키면서도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갈라파고스를 여 행하는 법은 현지 여행사가 제공하는 크루즈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투어링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어서.

Metropolitan Touring은 1969년 인류의 달 착륙과 함께 갈라파고스에 배를 취항한 에콰도

아침 먹고 바다, 점심 먹고 바다, 저녁 먹고 바다를 보던 갈라파고스 기

르의 여행사다. 그 후로 갈라파고스 여행을 선도하고 있으며 갈라파고스에서 배출되는 쓰레

간이 끝났다. 낡은 버스를 타고 발트라 공항으로 돌아간다. 양쪽 무릎 아래 벌레 물린 상처 둘과 샤워할 때마다 벗겨지는 허물이 적도의 훈장 으로 남았다. 발트라 공항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부터 벌써 이글거리는 the traveller aug 2013

특히 문어 세비체와 아보카도 브루스케타가 꿀맛.

128

기를 다시 남미 대륙으로 돌려보내는 브라운 프로젝트의 주체이기도 하다. 현재 메트로폴리 탄 투어링에서는 40명에서 최대 90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크루즈를 운영하고 있다. WEB www.metropolitan-touring.com

3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