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_REC 에스더·룻기(부제: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 by 부흥과개혁사

Esther &Ruth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

그런 주석가의 자질을 전부 갖췄다. 그는 히브리어 본문과 문화에 능통하고, 주제와 구조를 파악 하는 설교자적 시각을 지녔고, 목회자로서 말씀을 섬세하게 적용하는 기술을 구사하며, 신학자 로서 그리스도 중심적 신학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다(이 점은 게할더스 보스까지 흐뭇하게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언어와 해석하기 어려운 은유를 능숙하게 다룬다. 두기드의 『에스더·룻 기』는 여러 세대에 걸쳐 독자와 설교자들을 발전시키고 고무할 것이다.”

- 켄트 휴즈 (일리노이주 휘튼 소재 칼리지 교회 담임목사) “‌ 이 주석서는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된다.’ 저자는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우리 에게 ‘치유의 신학’을 선사한다. 앞으로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이 매력적인 주석서를 읽고 발 전하고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 브루스 월트키 (올랜도 소재 리폼드 신학교 구약학 교수, 리젠트 대학 성서학 명예 교수) “‌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저자들은 목회자들에게 사람들의 ‘필요와 능력’ 모두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조언했다.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백성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이 주석 시리즈는, 신실한 설교자들의 그 두 가지 사역에 큰 힘이 된다.”

에스더 룻 ·기

“‌ 놀라운 주석서다! 이렇게 뛰어난 솜씨를 보여 주는 주석가는 보기 드물다. 그러나 이언 두기드는

에스더·룻기

- 브라이언 채플 (커버넌트 신학교 前 총장)

이언 두기드 ( Iain M. Duguid )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웨스트민스터 신학교(필라델피아)에서 구약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 『다니엘』, NIV 적용 주석 시리즈 『에스겔』, PTW 시리즈 『민 수기』를 포함한 다수의 성경 주석을 썼다.

옮긴이

황의무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공부하고 고려신학교(M.

Div.)를

졸업했으며, 현재 상도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역서로는 『확신의 영웅들』, 『NIV 스터디 바이블』, 『결혼과 복음의 신비』 (이상 부흥과개혁사) 등 다수 가 있다.

ISBN 978 - 89 - 6092 - 520 - 5 978 - 89 - 6092 - 181 - 8 (세트) www.rnrbook.com

값 15,000원

이언 두기드 지음 황의무 옮김

지은이

이언 두기드 지음 황의무 옮김

Esther &Ruth

시리즈 서문 | 6 저자 서문 | 10

에스더: 숨은 왕이 구하신다 1. 제국에 맞서라 ( 에 1:1~22 )

| 14

2. 미녀와 야수 ( 에 2:1~23 )

| 34

3. 모르드개의 저항 ( 에 3:1~15 )

| 54

4. 짖지 않는 개 ( 에 4:1~17 )

| 71

5. 부드러움과 섬세함 ( 에 5:1~14 )

| 91

6. 왕이 존귀하게 하려는 자 ( 에 6:1~14 )

| 109

7. 에스더가 자기 정체를 밝힘 ( 에 7:1~10 )

| 127

8. 끝나지 않은 게임 ( 에 8:1~17 )

| 144

9. 뒤바뀐 세상 ( 에 9:1~10:3 )

| 161

룻기: 여호와가 구원하신다 10. 향방 없는 길 ( 룻 1:1~5 )

| 182

11. 마지막 상황에서의 은혜 ( 룻 1:6~22 )

| 196

12. 폭풍에서의 피난처 ( 룻 2:1~23 )

| 217

13. 룻의 구속자 ( 룻 3:1~18 )

| 237

14. 룻에 대한 보상 ( 룻 4:1~22 )

| 254

시리즈 서문

어느 세대나 교회 안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신실한 강해 의 필요성이 늘 존재한다. 동시에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을 숙고 하고, 기독교 신앙의 교리들을 고백하며, 당대의 문화에 그것을 적용하는 신학 작업을 끊임없이 행해야 한다. 우리는 강해와 신 학 작업이라는 두 가지 과업이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교리는 성경 본문에서 이끌어 내야 하며, 성경의 어떤 특정 본문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성경 전체가 가르치는 교리에 기초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성경 강해와 신학적 고찰이라는 이 상호 의존 적인 과업들이 교회에서, 특히 다른 어떤 곳보다도 교회의 강 단에서 가장 잘 수행된다고 믿는다. 더구나 성경 연구의 결과 가 송영과 실천, 즉 하나님에 대한 찬양과 신자의 삶의 실제 적 용으로 올바르게 나타난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목적을 가지 고, 교회 안의 우리 세대를 위해 신선한 성경 강해인 “개혁주의

| 에스더·룻기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를 내놓는 것은 기쁜 일이다. 목회자와 교사, 성경공부 인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 시리즈가 하나 님의 정확무오한 말씀을 연구하는 데 충실하며 영감을 주는 유 용한 자원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는 네 가지 근본 방침을 갖 고 있다. 첫째로 이 시리즈는 성경적인 주석을 목표로 삼고 있 다. 즉 본문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포괄적인 강해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시 리즈는 단어나 구절을 낱낱이 해설하는 주해 주석이라기보다 성경 전체 단락에 대한 종합적인 강해다. 따라서 각각의 주석은 성경의 모든 책을 한 단락씩 차례대로 체계 있게 다루어 나갈 것이다. 둘째로 이 시리즈는 손색이 없는 교리 주석이다.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및 교리문답이 신구약 성경이 가르 치는 교리의 체계를 담고 있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각각의 책은 성경에서 발견된 개혁주의 신앙의 교리를 가르치고 장려하며 변호할 것이다. 셋째로 이 시리즈는 구속사적 관점의 주석을 지 향한다. 우리는 성경의 통일성을 믿으며, 또한 그 중심 메시지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구약에 대해 그리스도 중심적 견해를 취한다. 즉 구약의 인물과 사건, 규례 및 제도가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가리키고 있을 뿐 아 니라 우리가 믿음으로 살아갈 때 따라야 할 모범을 제시하고 있 다고 바르게 이해한다. 넷째로 이 시리즈는 실용적 주석이다. 적 절한 예화를 곁들여 성경 본문을 삶 (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모두 ) 의 현대 적 도전에 적용하고 있다.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의 기고자들은 모두 목회자이자 학자다. 목회자로서 각 저자는 자 신이 강해한 바를 먼저 자기 교회의 강단 사역에서 제시하게 된 다. 이 말은 이 주석 시리즈가 실제로 교회의 사람들에게 성경을

시리즈 서문 |

가르친 것에 근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구적인 주석을 목표 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강해 주석 시리즈는 학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효과적인 강단 사역이라면 어떤 것이든 그래야 하 듯이, 우리는 성경 및 신학 훈련 수준이 천차만별인 그리스도인 들을 대상으로 한 충실하고 명료하며 도움이 되는 주석을 의도 하고 있다. 이는 학문적 관심사에 그치는 일부 이슈는 부득이하 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뢰할 만한 수준의 학문성을 갖추려고 노력하며, 교회 안의 목 회자와 그 밖의 교사들에게도 이를 장려하며 본을 보이고자 애 쓸 것이다. 해석 및 신학상의 중요한 난제들은 본문과 관련이 있는 역사 및 문화 배경과 더불어 세심하게 다룰 것이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지속적인 탁월함을 갖추려고 애쓰고 있 다. 이 일은 하나님 말씀의 뛰어난 전달자로 입증된 저자들을 선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탁월함의 추구는 또 한 엄격한 편집 과정에도 반영되어 있다. 각 권의 편집은 시리 즈 편집자와 구약이나 신약 편집자가 함께 담당한다. 구약 편 집자인 이언 두기드 ( Ian 니 ( Daniel

Doriani ) 는

Duguid ) 와

신약 편집자인 대니얼 도리아

신학교에서 지금까지 가르치고 있는 존경받

는 학자이자 숙련된 목회자다. 이 분들이 하는 일은 각 권이 반 드시 최신 학문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며 본문 강해에 충실 하고 정확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시리즈 편집자인 우리는 각 권이 글쓰기의 탁월성과 교훈의 건전성, 적용의 유용성을 포함 하여 전반적인 질을 반드시 유지하도록 감독한다. 편집진으로 함께 일하면서, 우리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저자들이 반드시 최 상의 주석을 내놓을 수 있게 함으로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에 대 한 신뢰할 만하고 훌륭한 강해를 제공받도록 발행인과 더불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에스더·룻기

우리가 목표하고 기도하는 바는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 리즈”가 성경의 명료성과 힘에 대한 확신을 새롭게 하고 개혁 주의 신앙의 위대한 교리적 유산을 옹호함으로써 교회를 섬기 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강해 설교가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최상의 성경적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 주석을 읽는 목 회자들이 자신의 강해 설교 사역에 용기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평신도 교사들에게 이 주석이 성경 본문을 이해하고 가르 치기 위해 의지할 만한 가장 유용한 자료가 되기를 소원한다. 동시에 이 성경 연구의 경건한 특징이 이 주석을 읽는 그리스도 인 각자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즐거이 순종하는 제자도를 가르 치며 북돋기를 기대한다. 주님이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를 읽는 모든 분에 게 복 주시기를 바란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 하는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는 일에 끊임없는 신실 함을 베푸심에 감사를 드리고, 성령이 이 주석들을 교회를 교훈 하고 교육하는 데 사용하시기를 기도하면서 이 책들을 주 예수 그리스도께 의탁한다. 시리즈 편집자 리처드 필립스 ( Richard D. Phillips ) 필립 그레이엄 라이큰 ( Philip Graham Ryken )

시리즈 서문 |

저자 서문

에스더서와 룻기는 “영웅적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 다. 하나님과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세상 은 어떻게 다루시는지에 대해 성경이 보여 주는 큰 그림의 일부 분이다. 에스더서에서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의 언급되지 않지 만, 여전히 그렇다. 일상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에스더서에서 도 하나님의 임재가 감춰져 있지만 그분의 개입은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하나님이 멸망의 위협을 받던 하나님의 백성을 다시 한 번 구원하시는 과정 가운데, 연약한 의외의 인물들의 삶 속 에서 아하수에로의 제국과 하나님 나라 사이의 본질적 갈등이 일어난다. 그 사이에 룻기에서는 위대한 구세주가 애통해하는 나오미와 그의 며느리 룻에게 사랑과 긍휼을 베풀고 계신다. 그 분은 불순종하는 방탕한 딸이 빈손으로 돌아오도록 은혜로 인 도하셔서, 그가 예상하지 못했을 충만함으로 그를 놀라게 하신 다. 에스더서와 룻기 모두에서 자격 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 에스더·룻기

하나님의 은혜가 현저하게 드러난다. 두 이야기 모두, 이방인과 나그네들에게 충만하고 최종적인 은혜를 베푸심으로써 반역한 죄인들을 구원하시고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새로운 백성이 되게 하신 분이신 그리스도를 거듭 가리킨다. 저술은 혼자 하는 작업이지만, 어떤 책도 단 한 저자의 산물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 폴브룩에 있는 그레이스 장로교회에서 두 설교 시리즈로 시작된 이 책의 경우에도 특히 그렇다. 우리 가 지난 몇 년 동안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를 섬길 동안 그레이 스 장로교회의 성도들이 보내 준 큰 격려와 지원에 대단히 감사 하다. 하나님의 말씀에 갈증을 느끼고 은혜의 복음을 반복해서 듣고 싶어 하는 끝없는 열망을 가진 성도들을 섬길 수 있는 것 은 목회자에게 굉장한 복이다. 또한 내가 이 설교를 전하고 설 교문을 수정할 동안 함께 사역했던 릭 쉐퍼와 켄 한에게도 고맙 다. 이들의 근면함과 수고 덕분에 이 사역을 완수할 수 있었다. 내가 몇몇 수업에서 이 자료를 가르쳤던 웨스트민스터 신학 교 ( 캘리포니아 ) 에도 감사를 표한다. 많은 학생이 내게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졌고, 그 덕분에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이것을 어떻 게 설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학생이 교사에 게서 배우는 것보다 교사가 학생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이 시리즈를 함께 편집한 동료 댄 도리아니, 릭 필립스, 필 라 이큰에게 감사하다. 이들은 나의 엉성한 생각이나 미흡한 표현 을 주저하지 않고 지적해 주었다. 이들의 노력이 이 책을 훨씬 좋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결함들은 순전히 내 탓 이다. 이 주석 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이렇게 훌륭한 형태로 책을 펴낸 알 피셔와 개혁주의신학사 ( P&R ) 의 직 원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가족에게 감사하다. 나의 아내 바바라는 나

저자 서문 |

에게 가장 통찰력 있는 최고의 비평가이자 가장 열렬한 지지자 다. 그는 나의 진정한 “돕는 배필”( 창 2:18 ) 이다. 나의 자녀들 제이 미, 샘, 한나, 롭, 로지는 항상 교회 앞줄에 앉아서 내가 설교하 는 것을 경청했다. 그들은 내게 언제나 가장 먼저 “아빠, 잘하셨 어요”라고 말해 주었다. 내가 노력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준 것에 대해 그들에게 고맙다. 나는 그들이 앞으로도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지금과 같은 열정을 갖기를 기도하고, 앞으로 삶을 살아가 면서 은혜가 지배적인 교회를 꼭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 에스더·룻기

에 스 더

숨은 왕이 구하신다 The Hidden King Delivers

1 제국에 맞서라 에 1:1~22

왕이 만일 좋게 여기실진대 와스디가 다시는 왕 앞에 오지 못하게 하는 조서를 내리되 바사와 메대의 법률에 기록하여 변개함이 없게 하고 그 왕후의 자리를 그보다 나은 사람에게 주소서 ( 에 1:19 ).

험한 세상의 벼랑 끝에서 살아가는 불안하고 고된 삶을 상상 해 보라. 이것은 고전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 ( The Fiddler on the Roof ) 의

지배적 은유다. 주인공인 러시아 유대인 테비에 ( Tevye ) 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요약한다.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쳤다 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곳 작은 마을 아나테프카에 서는 모든 사람이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자다. 그들은 힘도 들이지 않은 채 즐겁고 경쾌한 곡을 연주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왜 그처럼 위험한 곳에 서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나테프카가 우리의

| 에스더

고향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느냐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전통의 힘이다.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 연주하기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20세기 초 러시아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에스더 시대의 유다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과 달랐으며 자신을 다스리 는 자들이 믿을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모든 권력은 바 사가 장악하고 있었으며 유다인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바사에 서 태어난 유다인이라도 고국을 떠나 낮선 자들 틈에 사는 이 방인이었을 뿐이다. 그들은 소유를 언제든지 몰수당할 수 있었 으며 관료들이 마음만 먹으면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웠다. 그러 나 운이 좋을 경우 노년을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며 괜찮은 삶 을 살 수 있었다. 테비에의 말처럼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 다……그러나 이곳은 고향이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 왜 유다 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구별된 삶을 살았는가? 왜 제국의 요구에 항복하고 그들에게 동화되어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지 못했을 까? 일본의 옛 속담을 거꾸로 뒤집으면 “튀어나오지 않은 못은 망치로 맞을 일도 없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이라는 표현이 적절한가? 하늘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가? 그분은 예전에 유다 백성에게 언약하 지 않으셨는가? 하나님은 그들의 조상이 이방 땅에 나그네와 객 이 되었을 때 돌보아 주지 않으셨는가? 하나님은 그들을 강한 손과 편 팔로 애굽에서 구원해 내지 않으셨는가? 이 하나님은 지금처럼 암울한 상황에서 자기 백성을 보살펴 주실 것인가? 아

1. 제국에 맞서라 (에 1:1~22) |

니면 그들을 버려두실 것인가? 어쨌든 그들이 홍해를 기적처럼 건넌 사건은 오래전 일이며 지금 하나님은 이곳 머나먼 바사에 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을 방관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 그들은 근래에 이 하나님을 볼 수 없었으며 그분의 말씀도 듣지 못했 다. 무엇보다 그들은 고국이라 부르는 땅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여전히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시며 능력으로 돌보실 것인가? 이런 점에서 테비에와 에스더의 상황은 우리가 처한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우리의 국가 나 신앙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박해를 받고 있지 않을는지 모르 지만, 오늘날 많은 하나님의 백성은 세계 도처에서 정확히 그 런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에서 나그네며 비 록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다. 우리는 이 나 라의 시민이지만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 다른 왕을 섬기는 신하 며 우리의 충성은 세상 사람과 다르다. 때때로 이 차이는 특별 히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공동체의 한 일 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똑같은 지배 방 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날 때가 있다. 우리도 진리를 위해 사는 자들이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 문화에 살고 있 으며, 다원적 사회에서 우리의 본질적 충성을 위해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이런 삶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여기가 고향이다. 더구나 우리는 하나님의 불가시성과 씨름하고 있다. 홍해를 가르시고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은 오늘날 우리의 삶 가운데서는 그와 같은 능력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신 다. 우리는 자신의 목적이나 꿈 ( 비록 하나님이 쉽게 이루어 주실 수 있는 선하 고 경건한 꿈일지라도 ) 이

환경에 의해 좌절되는 경험을 한다. 테비에

는 부자가 되는 꿈을 꾸며 자신이 더 나은 삶을 살 경우 하나님

| 에스더

의 우주적 계획이 틀어지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행복한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것이겠지만 하나님이 이런 꿈을 이루어 주지 않으셨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이 원하는 것은 하루 종일 하나님만 섬기며 사랑하는 친구가 그리스도를 믿게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우리의 기도를 들 어주실 경우 하나님의 우주적 계획이 어떻게 지장을 받는지 묻 지만 응답이 없다. 하나님은 숨어 계시며 그분의 뜻은 헤아릴 수 없다. 우리는 에스더 시대의 유다인이나 러시아의 디아스포 라처럼 우리 자신이 혼탁한 세상에서 균형을 지키기 위해 애쓰 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두 가지 유혹: 동화와 절망 우리는 에스더 시대의 유다인이 직면한 두 가지 중요한 유혹 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 한편으로 이방 제국의 힘은 매우 가시 적이고 분명하다. 그들은 군대의 행진 소리와 전차 바퀴 소리를 날마다 듣는다. 그들은 모든 삶을 지배하는 절대적 권력과 화려 한 삶을 목도한다. 그들은 국가가 지원하는 수백 개의 이방 신 전에서 분향하는 향냄새를 도처에서 맡는다. 왜 “우리는 하나 님의 언약 백성”이라는 신조를 포기하고 그들 무리에 동화되 지 않는가? 바사 제국의 목표는 바로 그것이었다. 공상 과학 텔 레비전 시리즈 『스타 트랙: 넥스트 제너레이션』 ( Star Trek: The Next Generation ) 에는

연방을 대적하는 보그 ( The

Borg ) 라는

심술궂은 종

족이 나온다. 보그는 만나는 사람을 자신의 집단으로 흡수해서 그들에게서 귀중한 것을 뽑아낸다. 그들의 구호는 “저항은 무익

1. 제국에 맞서라 (에 1:1~22) |

하다. 너희는 동화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바 사 제국은 영토 내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을 하나의 집단으로 동화시키려 했다. 동화되려는 유혹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은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수 24:15 ) 라고 고백했던 열정적인 사람들이 대부분 BC 538년 고레스의 조서가 내린 때 또는 그 후에 유배 지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나 바사의 수도 수산에 남아 있는 자들은 대체로 온건한 제국과 공존하려는 강력한 유혹을 받고 있었다. 유배지는 그들 에게 친절했다. 그들은 당시 권력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적 어도 이교적 환경은 언제든지 적대적 관계가 될 수 있는 잠재적 대적이며 결코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그들은 “당국”이 쉽게 그들의 대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변덕스러운 주 인임을 잊고 있었다. 동화가 에스더 시대의 백성이 직면한 한 가지 유혹이라면 절 망은 확실히 또 다른 유혹이었다. 그들은 언제 대적이 될지 모 르는 변덕스러운 제국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이해할 수 없고 보 이지 않으며 신비로운 방식으로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섬겼다. 보그족이 깨달은 것처럼 절망과 동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들이 “저항은 무익하다”라는 구호를 반복한 이유는 희망을 포 기한 자는 쉽게 동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다 포로 민은 어떻게 이처럼 적대적인 환경 가운데 희망과 신실함을 유 지할 수 있었는가? 우리는 어떻게 삶의 시련과 절망에 직면하여 굳게 설 수 있는가?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전개되면서 테비에가 발견했듯이 구별된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는 “전통” 이라는 대답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동화와 절망이라는 이중적 유혹에 대해 에스더서는 두 가지

| 에스더

대답을 제시한다. 첫째로, 제국을 풍자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권 력과 권위를 조롱하고 비웃는다. 이 풍자는 권위와 두려움의 대 상을 비웃으며 그것의 어리석은 면을 보여 준다. 억압받고 힘 없는 백성에게 풍자는 중요한 무기며 제국의 거만한 영광의 허 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독재 국가와 전제주의 국가는 자존과 관 련된 문제에서는 유머 감각을 발휘할 수 없다. 조지 오웰 ( George Orwell ) 이 Farm ) 과

소련의 정부 시스템을 패러디한 『동물농장』 ( Animal

같은 책에서는 모든 풍자가 금지된다. 정부가 풍자의 힘

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황제가 실제로 옷을 입지 않 는다고 생각하면 복종을 강요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제국 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보그족의 면전에서 웃을 수 있는 자는 결코 동화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풍자는 절망 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가 된다. 에스더서는 우리에게 대제국이 어떤 두려운 존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찮은 관료에 의해 통치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바사를 지배하는 권력층은 “황야의 7인”이 아니라 “아하수에로와 일곱 난쟁이”에 불과한 것으로 묘사된다.1) 에스더서가 취한 두 번째 방식은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때로 는 출애굽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보여 주 는 것이다.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의 사역은 천둥과 번개로 나타 나며 극적인 개입을 통해 애굽의 신들이 헛되다는 사실을 드러 낸다. 또한 출애굽기에는 백성을 인도하고 여러 가지 기적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드러낸 모세와 아론과 같은 위대한 영웅이 등 1) 예를 들면, 단 1~6장에는 똑같은 풍자 모티브가 나타난다. 본문에는 느부갓네살의

금 신상에 절하러 나온 다양한 계층의 관리들에 대한 긴 목록이 반복되며 절할 때 사용되는 여러 가지 악기 목록이 길게 제시된다. 제국은 이 큰 쇼에 동참하려는 유 혹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거만한 권력은 다니엘의 친구들이 신상에 절하기 를 거부함으로써 좌절된다.

1. 제국에 맞서라 (에 1:1~22) |

장한다. 그러나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이 배후에서 보이지 않게 역사하신다.2) 이곳에서는 극적인 기적이나 위대한 영웅이 나타 나지 않으며 다만 일상적 섭리를 통해 연약하고 평범한 백성을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에 있게 함으로써 제국이 하나님의 목 적에 부응하고 이바지할 수 있게 한다. 에스더서 어디에도 하나 님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하수에로와 그의 난쟁이들의 제국과 다른 한편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전능 하신 하나님 나라의 싸움에 대한 한 오직 한 가지 결과만 있을 뿐이다.

부자와 어리석은 자의 삶 에스더서는 아하수에로 제국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이 일은 아하수에로 왕 때에 있었던 일이니 아하수에로는 인도로부터 구스까지 백이십칠 지방을 다스리는 왕이라 당시 에 아하수에로 왕이 수산 궁에서 즉위하고 왕위에 있은 지 제 삼년에 그의 모든 지방관과 신하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푸니 바사와 메대의 장수와 각 지방의 귀족과 지방관들이 다 왕 앞 에 있는지라 왕이 여러 날 곧 백팔십 일 동안에 그의 영화로 운 나라의 부함과 위엄의 혁혁함을 나타내니라 이 날이 지나 매 왕이 또 도성 수산에 있는 귀천간의 백성을 위하여 왕궁

2) 샌드라 버그(Sandra Berg)는 “따라서 에스더서는 신적 활동을 경시하지 않고, 오

히려 이 땅에서 드러나지 않은 여호와의 임재를 보여 준다”(The Book of Esther: Motifs, Themes and Structure [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Dissertation Series 44; Missoula, MT: Scholars Press, 1979], p. 178)라고 말한다.

| 에스더

후원 뜰에서 칠 일 동안 잔치를 베풀새 백색, 녹색, 청색 휘장 을 자색 가는 베 줄로 대리석 기둥 은고리에 매고 금과 은으 로 만든 걸상을 화반석, 백석, 운모석, 흑석을 깐 땅에 진설하 고 금 잔으로 마시게 하니 잔의 모양이 각기 다르고 왕이 풍 부하였으므로 어주가 한이 없으며 마시는 것도 법도가 있어 사람으로 억지로 하지 않게 하니 이는 왕이 모든 궁내 관리 에게 명령하여 각 사람이 마음대로 하게 함이더라 왕후 와스 디도 아하수에로 왕궁에서 여인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푸니 라 ( 에 1:1~9 ).

이 아하수에로는 작은 나라의 군주가 아니다. 그는 인도에서 구스까지, 태평양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127개 지방을 다스렸다. 더구나 아하수에로는 군사 지도자, 신하, 귀족 등 정권 실세를 위해 6개월간 연회를 베풀 줄도 알았다. 웬만한 사람은 모두 그 곳에 모였다. 정원에는 대리석 기둥에 흰색, 보라색 휘장이 걸리 고 금과 은으로 만든 좌석이 배열되었으며 바닥에는 값비싼 재 료로 만든 모자이크 도로가 깔렸다. 손님들이 걸어 다니는 길과 그들이 앉는 좌석은 각종 보물로 치장하여 귀하게 다루어졌다. 모양이 같은 잔은 하나도 없었고 술은 자유롭게 마시게 함으로 써 왕의 관대함을 보여 주었다. 이 긴 묘사는 내레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 과 도한 묘사에 깊은 인상을 받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으며 지나친 사치에 대해서는 반감마저 가진다. 우리가 할리우드 스타들의 결혼식 ( 화환,

밴드, 합창단, 불꽃놀이, 비싼 드레스 ) 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

깊은 인상을 받는 동시에 반감을 가지듯이 이곳에서도 깊은 인 상과 함께 반감을 가진다. 아하수에로는 권력과 부의 화신으로 둘 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누렸다. 기억하라. 이 모든 것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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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묘사가 우리의 눈앞에서 제국이 몰락 하는 과정을 보여 주기 시작하며 이처럼 화려한 벽장을 가진 황 제가 사실상 옷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묘사는 8절에 제 시된다. “마시는 것도 법도가 있어 사람으로 억지로 하지 않게 하니[즉 ‘사람으로 억지로 하지 않게 한다’라는 조서가 있으니] 이는 왕이 모든 궁내 관리에게 명령하여 각 사람이 마음대로 하 게 함이더라.” 이 구절은 아하수에로의 권력이라는 주제를 계속 한다. 즉 그의 잔치에서 술을 마시는 것조차 그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도 제국의 고시와 법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따라서 억지로 하지 않게 한다는 것조차 보증을 위해 조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복종을 요구 해야 하는 권력은 불가피하게 관료적 사회를 형성할 수밖에 없 다. 진정한 권력은 이런 사소한 규제에 있지 않다. 이처럼 사소 한 규제는 사실상 힘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허약성을 보여 준다. 바나나의 크기와 모양을 일정 기준에 맞추라는 정부 규제 에 대한 이야기들은 정부의 효율성에 대한 사례라기보다 의미 있는 일을 찾지 못해 사소한 일에 지나친 관심을 가지는 탁상행 정의 한 사례일 뿐이다.3) 아하수에로의 제국이 그러했다. 우리 는 이 묘사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3) 문제의 정부는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다. 바나나의 기준에 대한 그

들의 법 No 2257/94에 따르면 바나나는 “기형이어서는 안 되며 비정상적으로 굽 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길이는 최소한 14cm를 넘어야 하며 등급은 27등급 이상이 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제는 지어낸 것이 아니라 실재하며 사실상 시행되지 않고 있다. Blake Morrison, “Adventures in Euroland”, The Guardian , December 17, 2001.

| 에스더

제국의 몰락 제국이 몰락하는 과정은 이어지는 장면에서도 계속된다. 칠 일 동안 술에 취한 왕 ( 아하수에로 대왕 ) 은 예상한 대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과잉 묘사이기는 하나 그는 일곱 명 이상의 어전 내시 를 보내어 왕후 와스디에게 관을 정제하고 나와 백성과 귀족에 게 그의 아리따움을 보이게 했다. “제칠일에 왕이 주흥이 일어 나서 어전 내시 므후만과 비스다와 하르보나와 빅다와 아박다 와 세달과 가르가스 일곱 사람을 명령하여 왕후 와스디를 청하 여 왕후의 관을 정제하고 왕 앞으로 나아오게 하여 그의 아리따 움을 뭇 백성과 지방관들에게 보이게 하라 하니 이는 왕후의 용 모가 보기에 좋음이라”( 에 1:10~11 ). 랍비들은 와스디에게 관을 정 제하고 보이라고 명령한 것에 대해 관만 쓰고 아무것도 입지 말 고 나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 해석은 본문의 의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지만 아하수에로의 모욕적 의도를 제대로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아내에게 화려한 옷을 입고 나와 술 취 한 무리를 즐겁게 하라고 명령한 것은 아내를 단순히 왕의 쾌락 을 위해 존재하는 인형으로 취급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왕후는 오늘날 은어로 “트로피 와이프” ( 젊은 미녀 아내 ) 였던

것이다.4) 그에게는 “억지로 하지 않게 한다”라

는 조서가 해당되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서 자기만 생각하는 사 람에게 권력을 쥐어 주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제국의 원초적 힘은 뜻하지 않은 장애를 만난 다. “그러나 왕후 와스디는 내시가 전하는 왕명을 따르기를 싫 4) 이 장면에 대해서는 Adele Berlin, Esther (JPS Bible Commentary; Philadelphia:

Jewish Publication Society, 2001), p. 11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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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하니 왕이 진노하여 마음속이 불 붙는 듯하더라”( 에

1:12 ).

메

대와 바사의 법은 철회될 수 없었으나 거부는 가능했다. 바사 의 풍습에 따라 여자들을 위한 별도의 잔치를 베풀고 있었던 ( 에 1:9 )

왕후 와스디는 아하수에로의 불합리한 요구를 따르지 않았

다. 법은 사람을 원하는 대로 마시게 할 수 있었지만 왕의 아내 를 성적 노리개로 취급할 수는 없었다. 한 여자가 일어나 “아니 요”라고 말하면 제국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없었다. 한 여 자가 소리 지르니 대제국이 기초부터 흔들렸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제국의 현자들이 모여 왕의 권위에 도전한 위험한 태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했다. “왕이 사례를 아는 현자들에게 묻되 ( 왕이 규례와 법률을 아는 자에 게 묻는 전례가 있는데 그 때에 왕에게 가까이 하여 왕의 기색 을 살피며 나라 첫 자리에 앉은 자는 바사와 메대의 일곱 지방 관 곧 가르스나와 세달과 아드마다와 다시스와 메레스와 마르 스나와 므무간이라 ) 왕후 와스디가 내시가 전하는 아하수에로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니 규례대로 하면 어떻게 처치할까” ( 에 1:13~15 ).

아하수에로의 조언자들은 왕후의 “그냥 아니라고 말

하는” 방식이 제국의 모든 가정에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므무간이 왕과 지방관 앞에서 대답하여 이르되 왕후 와스 디가 왕에게만 잘못했을 뿐 아니라 아하수에로 왕의 각 지방 의 관리들과 뭇 백성에게도 잘못하였나이다 아하수에로 왕이 명령하여 왕후 와스디를 청하여도 오지 아니하였다 하는 왕 후의 행위의 소문이 모든 여인들에게 전파되면 그들도 그들 의 남편을 멸시할 것인즉 오늘이라도 바사와 메대의 귀부인 들이 왕후의 행위를 듣고 왕의 모든 지방관들에게 그렇게 말 하리니 멸시와 분노가 많이 일어나리이다 ( 에 1:16~18 ).

| 에스더

왕후 와스디가 왕의 명령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 모든 집 안에서 남자의 위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제국의 반격 그러나 와스디의 거부가 실제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그는 개 인적으로 왕후로서의 힘과 특권을 잃었다. 제국의 현자들은 이 렇게 조언한다. “왕이 만일 좋게 여기실진대 와스디가 다시는 왕 앞에 오지 못하게 하는 조서를 내리되 바사와 메대의 법률에 기록하여 변개함이 없게 하고 그 왕후의 자리를 그보다 나은 사 람에게 주소서 왕의 조서가 이 광대한 전국에 반포되면 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여인들이 그들의 남편을 존경하리이다.” 이렇게 하여 와스디는 왕후의 지위를 빼앗겼다. 왕후가 거부 한 법이 그를 처벌했기 때문에 ( 에 1:15 ) 법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 다. 그러나 “법”은 왕과 조언자들의 변덕을 가려 주는 무화과 잎의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왕후는 왕의 부름을 받았을 때 왕 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다시는 왕 앞에 나타 날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에 그의 자리는 “그보다 나은” 사람 에게 주어질 것이다. 왕후의 행동은 결국 어리석은 행동이었으 며 그로 인해 아무도, 본인조차 자유를 얻지 못했다. 와스디는 제국 내에서 이런 돌출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보 여 주는 사례다. 밖으로 튀어나온 못은 망치로 맞을 수밖에 없 다. 에스더가 이런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국과의 관계 에서 훨씬 신중하고 민감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스디의 거부는 행동을 요구하는 법의 취약성을 보여 준다. 거부는 가능하다. 제국의 뜻에 동화하는 것

1. 제국에 맞서라 (에 1:1~22) |

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이 교훈은 제국에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법을 서둘러 제정했다. “왕 과 지방관들이 그 말을 옳게 여긴지라 왕이 므무간의 말대로 행 하여 각 지방 각 백성의 문자와 언어로 모든 지방에 조서를 내 려 이르기를 남편이 자기의 집을 주관하게 하고 자기 민족의 언 어로 말하게 하라 하였더라”( 에

1:21~22 ).

이 법이 얼마나 헛된지

생각해 보라. “남편이 자기의 집을 주관하게 하고 자기 민족의 언어로 말하게 하라”( 에 1:22 ). 제국의 모든 권위는 이 조서 뒤에 있다. 그것은 왕의 조서며 변개할 수 없는 법이다 ( 에 1:19 ). 제국은 왕의 조서를 문자와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했 다. 그들은 말과 전령을 통해 왕의 뜻을 모든 지역에 신속히 전 달해야 했다. 그러나 이처럼 요란한 과정을 통해 그들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실제로 한 여자의 저항을 통해 바사의 사회 질 서가 위협을 받았는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가정에서 남자의 권위가 정부의 조서 한 장으로 세워질 수 있는 것인가? 모든 남 자는 아하수에로처럼 자기중심적 방식으로 권위를 행사하고 즉 각적인 복종을 기대해야 하는가? 모든 남자는 아내가 자신의 뜻 에 따르지 않으면 버려야 하는가? 사실 이 조서는 아하수에로가 자기 가정에서조차 권위를 잃 었다는 사실을 모든 종족의 언어로 온 나라에 떠벌림으로써 자 멸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 법이 남편과 아하수에로에 대한 존 경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제정된 것이라면 사실상 역효과를 거둔 셈이다. 왕이 자신의 무능함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면 이 조서는 모든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듣게 하는 확실한 수 단이 된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아하수에로의 권력에 놀라 는 동시에 그가 강력한 망치로 못을 내리쳤으나 빗나간 장면에

| 에스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황제가 옷이 없다는 사실은 백성에게 위 로가 되는 소식이 아니다. 우리는 에스더서가 전개되면서 아하 수에로가 정치적 식견이나 인격적 사고력이 부족하다는 사실 을 알게 된다.5) 와스디에 대한 조서는 왕의 인격에 전반적인 문 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그는 실력보다 열정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조언자들에 둘러싸여 조종을 당하고 있다. 이것은 마 치 우리를 수술하려는 의사가 톱으로 통나무를 자르는 연습을 하면서 실수를 반복하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당시 하나님의 백성은 이런 세상에서 살았으며 지금도 하나님의 백성은 이런 세상에서 살 때가 있다. 권력이 무능한 자의 수중에 들어간 세 상에서는 도덕관념이 부족한 자들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으 며 최악의 경우 부도덕한 자들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직장이나 가정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세계 도처의 많 은 그리스도인은 실제적인 독재 국가에 살거나 선거로 뽑은 정 부 관료보다 지역 마피아나 마약 조직이 실제적 권력을 행사하 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세상은 권력과 지혜가 연결되지 않 는 위험한 곳이다. 생사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는 자들과 함께 사는 현실은 웃을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웃음이 반 응을 시작하는 최선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제국 아래서의 삶 우리는 에스더서의 첫 장에서 우리 자신의 삶과 관련하여 무 슨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5) Michael V. Fox, Character and Ideology in the Book of Esther , 2nd ed. (Grand

Rapids: Eerdmans, 2001), pp. 171–77.

1. 제국에 맞서라 (에 1:1~22) |

Esther &Ruth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

에스더 룻 ·기

“‌ 놀라운 주석서다! 이렇게 뛰어난 솜씨를 보여 주는 주석가는 보기 드물다. 그러나 이언 두기드는

에스더·룻기

- 브라이언 채플 (커버넌트 신학교 前 총장)

이언 두기드 ( Iain M. Duguid )

옮긴이

황의무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공부하고 고려신학교(M.

Div.)를

졸업했으며, 현재 상도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역서로는 『확신의 영웅들』, 『NIV 스터디 바이블』, 『결혼과 복음의 신비』 (이상 부흥과개혁사) 등 다수 가 있다.

ISBN 978 - 89 - 6092 - 520 - 5 978 - 89 - 6092 - 181 - 8 (세트) www.rnrbook.com

값 15,000원

이언 두기드 지음 황의무 옮김

지은이

이언 두기드 지음 황의무 옮김

Esther &R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