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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 극장엔 꼭 가야해! 직접 체험한 이색 영화관

‘해적:바다로 간 산적’ 김남길·손예진

ISSN 2288-1212

VOL.73

2014.7.25~7.31 2000원

산에서 온 남자 바다에서 온 여자 2014 영화 커뮤니티 풍경 영퀴방 대신 좋아요를 눌러요

단편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구교환 감독

트랜스포머는 왜 중국에 갔을까 급성장하는 찰리우드 │ 지리산 웨스턴 ‘군도:민란의 시대’매력 파헤치기






이번 주 영화계 08 │ 지금 영화관에선 09

커버스토리 산에서 온 남자, 바다에서 온 여자 ‘해적:바다로 간 산적’ 김남길·손예진 14 기획 2014 영화 커뮤니티 풍경… 영퀴방 대신 좋아요를 눌러요 22 애니메이션 ‘머나먼 세상속으로’ 아빠가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24

특집 이색 영화관 탐방, 이 극장엔 꼭 가야해! 28 기획 지리산 웨스턴 ‘군도:민란의 시대’ 매력 파헤치기 36 │ 급성장하는 찰리우드, 트랜스포머는 왜 중국에 갔을까 40 인터뷰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구교환 감독 44 │ 디테일의 재발견 ‘경주’의 공윤희 46 드라마 보는 남자 ‘연애 말고 결혼’ 주장미 47 │ 캐릭터가 만난 캐릭터 ‘인사이드 르윈’ 르윈 & ‘프란시스 하’ 프란시스 48 10만원으로 즐기는 8월 문화생활 가이드 49 │ 올드독의 제주일기 50 표지 사진 8월 6일 개봉하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주연 배우 김남길과 손예진. 사진=전소윤(STUDIO 706)

느슨한 옷자락 ‘군도:민란의 시대’를 보고 좀 의아했습니다. 강동원, 아니 그가 연기하는 악당 조윤은 급박한 대결의 와중에도 왜 두루마기 자락을 단단히 여미지 않는 걸까요. 이 장면에서 조윤은 백정 출신 의적 돌무치의 급습을 받고, 그의 뒤를 쫓아 말을 달려왔다가, 매복 중이던 의적떼에게 포위된 참입니다. 직전에야 제 집에서 쉬던 마당이라 의관을 정돈하지 못했다 해도 상황이 이쯤되면 허리끈을 질끈 동여맬 법도 합니다. 그런데도 조윤은 줄곧 느슨하게 옷을 걸친 자태로 칼을 휘두릅니다. 배우 강동원 특유의 아름다움과 결합한 그 모습에서 일종의 퇴폐미 같은 것을, 나아가 서글픔을 느꼈습니다. 조윤은 잠자리에 들려다 만 듯한 차림으로도 좀체 빈 틈을 허용하지 않는데, 의적들은 목숨 걸고 덤벼도 추풍낙엽처럼 쓰러집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 소개해 유명해진 내용인데, 재능을 타고난 듯 보이는 사람들도 최소 1만 시간 이상의 노력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얘기입니다. 1만 시간이라면 하루 3시간씩 10년쯤에 해당합니다. 돌무치는 의적에 합류한지 2년밖에 안되니 그렇다 쳐도 진작부터 의적떼를 이끌어온 리더 대호 역시 조윤의 적수가 못 됩니다. 대호도 의적 연차 10년 미만인 걸까요. 의적떼 전체로 1만 시간을 합산하는 ‘단체 1만 시간의 법칙’ 같은 건 없는 걸까요. 아무래도 조윤이 수상합니다. 배다른 동생은 이미 2년 전 기혼자로 목숨을 잃은 마당인데, 조윤은 상투만 틀었을 뿐 여전히 미혼입니다.

VOL.73 2014.7.25~7.31 발행인 송필호 편집장 이후남 취재 정현목 장성란 지용진 임주리 이은선 고석희 김나현 윤지원 편집 황혜민 이지영 디자인 이현민 김민선 광고문의 02-751-5555 FAX 02-751-5806 1부 2000원 발행주기 매주 금요일 등록일자 2012년 12월 14일 등록번호 서울중라00508

악당은 모름지기 권력과 돈에 더해 여색을 탐하게 마련인데, 조윤은 주색잡기와 전혀 거리가 멉니다. 조윤은 미천한 어미에게서 양반 아비의 서자로 태어났습니다. 그런 운명을 개척하고자 모종의 독한 결심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스크린 밖에서 1만 시간+알파의 노력을 들였을지도 모릅니다. 별다른 재능 없는 민초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조윤 같은 매혹적인 악당이

구독신청 02-2108-3456 발행처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 ●기사제보 및 의견은 m@joongang.co.kr로 보내주십시오. 02-751-5986, 5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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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악행을 저지를 때 그저 얼빠진 얼굴로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까 겁이 납니다. 편집장 이 후 남



이번주 이번 주영화계 영화계

박스오피스

돌아온 시저의 저력

‘혹성탈출:반격의 서막’(7월 10일 개봉, 맷

의 서막’은 북미에서도 2주째 주말 박스오피

4000여 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리브스 감독, 이하 ‘반격의 서막’)이 관객 수

스 1위를 지키면서 1억3895만 달러를 벌어

흥행 성공이다.

3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

들였다.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6월 25일 개

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금·토·일 주말 사

그보다 한 주 먼저 개봉한 ‘신의 한 수’

봉, 마이클 베이 감독)는 3위에 올랐다. 사흘

흘 동안 105만2000여 명을 동원하며 2주

(7월 3일 개봉, 조범구 감독) 역시 관객 수

동안 21만3000여 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300만 명을 돌파했다. 주말 사흘 동안 47만

521만9000여 명을 기록했다. 앞서 ‘트랜스

관객 수는 314만2000여 명으로, 전작 ‘혹성

6000여 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2위를 지켰

포머’ 시리즈가 1·2·3편 모두 700만 명 이

탈출:진화의 시작’(2011, 루퍼트 와이어트

다. 주말을 기준으로 3주째 박스오피스 2위

상 관람했던 성적에는 못 미치는 상태다.

감독)의 관객 수 277만 명을 앞질렀다. ‘반격

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누적 관객 수 319만

고석희 기자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제목

7월 18~20일 누적 관객 수(명)

1

혹성탈출:반격의 서막

2

신의 한 수

319만4000

3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521만9000

4

주온:끝의 시작

29만1000

5

좋은 친구들

37만8000

6

분신사바2

6만2000

7

천하무적 키코리키

1만9000

8

끝까지 간다

344만

9

프란시스 하

1만8000

10

더 시그널

314만2000

10만1000

※자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14년 7월 20일 기준.

이은선

블링블링 기자의

시저와 골룸의 대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을 보고 총 세 번 놀랐다. 시저의 리더

십에 놀랐고, 표정만으로 모든 감정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에 놀랐고, 그게 다 인간이 연 기한 것인데 영화를 볼 때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 앤디 서키스는 언제나 곱 씹어볼수록 더욱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곤 했다. 그의 연기는 인간의 육체에 갇히는 법이 없다. 배우들이 끝내 극복하지 못할 것 같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 ‘킹콩’의 콩을 넘어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저가 그렇게 탄생 했다. 이러다간 사전에 ‘앤디 서키스 한 명이 열 배우보다 낫다’라는 새로운 속담이 등재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그가 홀로 모든 등장 인물을 연기한 영 화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재미삼아 하는 상상이긴 하지만 단순히 상상에서 그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내게 확신을 불어넣어 준 것은 코난 오브라이언 이 진행하는 미국 토크쇼 ‘CONAN’(TBS) 영상이다. 오브라이언이 게스트로 출연한 서키스에게 물었다. “시저와 골룸이 대화를 나누면 어떤 모습일까 요?” 서키스는 아주 잠깐 곤란해 하다가 곧 골룸과 시저를 오가며 연기를 보여줬다. 그야말로 놀랄 노자였다. 혹시 이제까지 골룸의 쉰 목소리가 기계 조 작인 줄 알았다면 유튜브(YouTube)에서 이 영상을 찾아보시라. 서키스는 그가 맡은 모든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직접 한다. 몸에는 모션 캡처 도구 하 나 없었는데도 신기하게 그가 골룸으로 보였다가 시저로 보였다가 했다. 가끔 이 당연한 사실을 잊곤 하지만, 서키스는 모션 캡처의 달인이기 이전에 뛰 어난 재능을 지닌 배우다. 안 되겠다. 내년에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시저가 오르지 않는다면 항의 시위라도 전개해야겠다. 토막 뉴스 ‘경주’‘산다’‘새출발’ 로카르노 간다

론 하워드의 비틀즈 다큐멘터리

탐정 되는 크리스찬 베일

다니엘 헤니 디즈니 신작에 목소리 출연

8월 6~16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67회 로카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이야기를 그린 ‘뷰티

크리스찬 베일(사진)의 차기작은 ‘트래비스

다니엘 헤니가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르노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경주’(6

풀 마인드’로 200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

맥기’(원제 Travis McGee)다. 미국 작가 존

‘빅 히어로6’에 목소리 연기로 출연한다. ‘빅

월 12일 개봉, 장률 감독)와 ‘산다’(박정범 감

상한 론 하워드 감독이 비틀즈를 다룬 다큐

D 맥도널드의 탐정 시리즈 21부작 중 첫 작품

히어로6’는 로봇 베이맥스를 비롯한 여섯 영

독)가 초청됐다. ‘산다’는 올해 5월 전주국제

멘터리를 만든다. 리버풀에서 활동하던 비틀

인 푸른 작별(1964)을 각색한 영화다. 베일

웅들이 지구를 지키는 내용이다. 다니엘 헤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극장가에는 아

즈의 초기 시절

은 주인공 트래비스 맥

니는 로봇 베이맥스를 개발한 천재 공학도

직 개봉하지 않았다. 신인 장우진 감독의 ‘새

부터 1960년대

기로 출연할 예정이다.

타다시 하마다 역을 맡는다. 또 다른 한국계

출발’은 신인감독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20

전성기까지를 여

‘더 울버린’(2013)을 연

배우 제이미 정은 여섯 명의 주인공 중 하나

대 의 불안한 현실을 담은 영화다. 전주국제

러 인터뷰와 함께

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

인 고고 토마고 역으로 캐스팅됐다. 11월 미

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받았다.

녹일 예정이다.

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국 개봉 예정.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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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TO FILM 부산국제영화제가 출판산업과 영화산업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에서 마련한 출판콘텐츠 행사인 BOOK TO FILM이 올해 3회를 맞이합니다. BOOK TO FILM은 원작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출판사와 원작 판권을 찾는 영화 감독 및 프로듀서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2014년에도 출판콘텐츠에 관심 있는 다양한 국내외 관계자들에게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합니다.

모집기간 | 2014년 7월 7일(월) ~ 8월 1일(금) (4주간) 신청방법 | 이메일 접수 (seminar@asianfilmmarket.org) 신청자격 | 영화화가 가능한 도서 원작(e-book, 만화, 그래픽노블 포함)의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 플랫폼을 통해 정식 연재 중이거나 연재되었던 웹툰의 판권 소유자나 회사 문의 |

BOOK TO FILM 담당자 전화 051-709-2234 / 이메일 seminar@asianfilmmarket.org 홈페이지 www.asianfilmmarket.org


지금 영화관에선

이 영화, 볼만해? ★★★★★ 걸작 탄생! 죽기 전에 꼭 보길 ★★★★ 훌륭하네. 강추할 만 ★★★ 이만하면 볼만하지 ★★ 안타깝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 헐! │ ☆= ★ 반 개

드래곤 길들이기2 원제 How to Train Your Dragon2 감독·각본 딘 데블로이스 목소리 출연 제이 바루첼, 케이트 블란쳇, 제라드 버틀러, 아메리카 페레라, 자이몬 혼수 프로듀서 보니 아놀드 음악 존 포웰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101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7월 23일

●줄거리 이제 버크섬은 바이킹과 드래곤이 자유롭게 어울려 사는 공간이 됐다. 버크섬

할이 히컵의 핏줄이어야 할 이유는 딱히 없는 듯하다. 한쪽 다리를 잃은 주인공과 한쪽

에 평화를 가져온 히컵(제이 바루첼)도 어느덧 청년이다. 그는 아버지 스토이크(제라드

꼬리가 없는 드래곤이라는 범상치 않은 짝패를 탄생시킨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이야기

버틀러)의 바람과는 달리 족장이 되기 싫다. 대신 버크섬 밖 넓은 세상을 둘러보는 데

치곤 지나치게 도식적이 됐다는 인상을 지우긴 어렵다.

관심이 더 많다. 드래곤 투슬리스와 함께 섬 밖을 둘러보던 중, 히컵은 드래곤을 위협하

그 점을 제외하고는 구석구석 탄성을 자아낼 만한 요소로 가득하다. 보고 또 봐도 질

는 어둠의 세력을 만난다.

리지 않는 것은 히컵이 투슬리스를 타고 바다와 하늘을 무대 삼아 활강하는 장면이다.

●별점 ★★★☆ 2010년에 개봉한 전편은 인간와 드래곤의 우정을 중점적으로 다뤘

함께 나는 것에 익숙해진 둘의 움직임은 전편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일개 드래곤들을

다. 작품의 핵심은 서로 다른 두 종(種)의 이해와 교감이었다. 그 과정에서 뭉클한 감동

조무래기로 만들어버리는 초대형 드래곤의 등장은 이번 영화에서도 중요한 설정이다.

이 전해졌음은 물론이다. 이번에는 성장이 핵심이다. 버크섬의 장난꾸러기였던 아이들

한 마리만 등장했던 전편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두 마리인데, 그 위용에 입이 떡 벌어진

은 어엿한 청년 바이킹으로 자랐고, 이제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사랑하

다. 그 중 모든 드래곤을 조종할 수 있는 놈의 능력 때문에 가슴 아픈 사건이 벌어지기

는 이들을 위해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도 한다. 애니메이션치고 놀랍게도 주인공의 한쪽 다리를 잃게 했던 전편의 사건에 버

본격적인 이야기는 히컵이 드래곤을 붙잡아 군대를 만들려는 악당 드라고(자이몬

금가는 충격이다. 비극의 기운을 부러 걷어내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혼수)를 설득하기 위해 떠나면서 시작된다. 히컵은 그 길에서 드라고에 맞서 드래곤을

어느덧 이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북미에서는 기대 이하

수호하는 발카(케이트 블란쳇)를 만나고, 그녀가 20년 전 사라졌던 자신의 어머니라는

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코 작품의 질 때문은 아니다. 여전히 용 한 마리 갖

것을 알게 된다. 보기에 따라서는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이긴 하다. 수많은 드래곤을 정

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반려동물의 범주를 드래곤까지 넓혀놓은 드

성스레 수호하는 자와 드래곤을 사랑하는 히컵의 만남은 좋은 구도를 이루지만, 그 역

림웍스의 상상력이 3편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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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군도:민란의 시대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강동원,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이경영, 정만식 장르 액션 상영 시 간 137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7월 23일

●줄거리 탐관오리의 수탈이 극심하던 조선 철종 때. 천한 백정 돌무치(하정우)는 나주

대부호의 서자 조윤(강동원)에게 가족을 잃은 뒤 복수를 꿈꾸게 된다. 의적떼인 지리 산 ‘추설’에 합류한 그는 2년 뒤, 온갖 방법으로 백성을 잔인하게 괴롭히는 조윤을 벌 하기 위해 나선다. ●별점 ★★★☆ 부제 ‘민란의 시대’만 보고 이 영화를 비장하고 무거운 사극일 거라

지레짐작하면 큰 오해다. 시원하게 한판 펼쳐 보이겠다고 작정한 듯, 서부극을 떠올리 게 하는 오프닝으로 시작해 기가 막힌 속도감으로 인물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마치 무

땡추(이경영), 천보(마동석), 마향(윤지혜) 등 추설의 여러 인물도 모두 제 역할을 하며 다

협소설처럼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영화에서 1장 ‘지리산 추설’과 2장 ‘죽음

른 캐릭터들과 착착 호흡을 맞춘다. 조윤을 벌하러 가는 4장과 5장은 좀 더 묵직하게 펼

의 행렬’은 추설이 얼마나 호방한 집단인지를 통쾌한 케이퍼 무비의 모양새로 설명하

쳐진다. 마치 춤을 추듯 장검을 휘두르는 조윤과 양손에 널찍한 칼을 들고 뛰는 돌무치

고, 주인공 돌무치와 조윤 각각의 사연도 꼼꼼하게 보여준다.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호

의 대결이 그 절정이다. 문제는 조윤이 너무 아름답게 그려진다는 것. 그의 사연마저 가

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각 장의 구성은 나름의 완결성을 지녔다. 그 결과 주요 인물들

슴 아프게 소개되면서 복수에 나선 돌무치보다 외려 악당 조윤이 더욱 돋보이고 만다.

의 관계가 눈앞에 훤히 그려진다. 무엇보다 웃음을 줄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놓았다.

결론은 이렇다. ‘군도’는 ‘지리산 웨스턴’이라 명명해도 좋을 만큼 시원한 쾌감, 무협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 3장 ‘신세계’부터다. 추설에 합류하게 된 돌무치가 바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인상적인 장면들, 평범한 인물이 히어로로 거듭나는 줄거리가

보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장엄하게 묘사된다. 대나무 숲

고루 잘 빠진 액션 사극이다. 오락물로서 적절한 기대감을 충족한다. 다만 이 모든 걸

에서 수련하는 돌무치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대호(이성민),

압도하는 게 있으니, 바로 강동원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니, 베르나데트 라퐁, 헬렌 뱅상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6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7월 24일

●줄거리 서른세 살의 폴(귀욤 고익스)은 두 이모와 함께 산다. 폴은 두 살 때 사고로 부

모를 잃은 뒤 말을 하지 않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프루스트 부인(앤 르니)이 주는 차 를 마신 그는 잃어버렸던 기억 속으로 천천히 빠져든다. ●별점 ★★★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한 실뱅 쇼메의 첫 장편 실사영화다.

쇼메는 ‘벨빌의 세 쌍둥이’(2003) ‘일루셔니스트’(2010) 등의 애니메이션에서 가느다 란 선과 풍부한 파스텔 색조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쓸쓸함을 함께 그려왔다. 이 영화에서도 그 감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프루스트 부인이 거실 한복판에

를 통해 폴은 지금껏 자신을 옥죄고 있던 과거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삶의 아픔

꾸며 놓은 실내 정원하며, 등장인물의 성격에 꼭 맞춤한 의상에서 아기자기한 상상력

을 똑똑히 바라봐야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 영화의 목소리가 가슴 먹먹하게

이 엿보인다. 주인공 폴이 잊고 있던 기억과 마주하는 이야기 역시 그의 애니메이션들

다가온다. 거기에는, 말 한마디 없이 눈빛만으로 폴의 감정 변화를 그대로 내비치는 귀

이 그랬듯, 삶의 희망과 슬픔을 동시에 바라본다.

욤 고익스의 연기가 큰 몫을 한다.

입을 굳게 다물고 이모들이 짠 시간표대로 살아가는 폴의 눈빛은 텅 비어 있다. 그

폴의 이야기 외에도 죽음 앞에 의연한 프루스트 부인, 동물 박제를 즐기는 의사 등의

눈빛은 매주 프루스트 부인의 집을 방문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며 조금씩 살아난

이야기를 통해 이 영화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여러 자세를 보여준다. 다만 그 방식이 산

다. 그 기억 속에서 폴은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기뻐하다가도, 곧 그의 부모가

만해 극의 몰입을 다소 방해하는 느낌이다. 폴의 기억을 표현한 장면 역시 알록달록한

갈등했던 순간을 마주하고 괴로워한다. 결국 그 기억은 31년 전, 그의 부모를 앗아간 사

색감의 뮤지컬로 꾸며 눈길을 끄는데 그 형식 때문에 거기서 폴이 느끼는 기쁨, 불안,

고가 일어났던 순간을 향해 간다. 그 순간을 떠올리는 건 슬프고 끔찍한 일이지만, 이

슬픔 등의 감정이 좀 흐릿하게 다가온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11


지금 영화관에선

우리가족

피터팬:전설의 시작

감독 김도현 출연 김태훈, 이진철, 김원혁 장르

감독 닉 윌링 출연 리스 이판, 찰리 로우, 안나 프

다큐멘터리 상영 시간 85분 등급 전체 관람가

릴, 키이라 나아틀리 장르 판타지, SF 상영 시간

개봉일 7월 24일

124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7월 24일

●한 줄 줄거리 북한 이탈주민 교육기관의 봉사

●한 줄 줄거리 1906년 런던의 소매치기 소년 피

자로 활동한 김태훈 선생은 탈북 청소년들의 ‘아

터(찰리 로우)는 대부 지미 후크(리스 이판)와 함

빠’가 되기를 자처하며 탈북 청소년 10명과 그룹

께 보석상에 잠입했다가 수정구슬을 발견해 그

홈에서 한 가족을 이룬다.

힘으로 동료들과 함께 네버랜드에 도착한다.

●별점 ★★ 탈북 청소년의 일상을 담아낸 시선

숲의 전설

●별점 ★★☆ 영국의 2부작 드라마를 장편영화

이 따뜻하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새로 다니게

감독 빌레 수호넨·킴 사르닐루오토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시간 75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7월 24일

로 편집했다. 유명한 동화 피터팬의 프리퀄 격인

된 철광이,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진범이,

●한 줄 줄거리 원시 상태로 보존된 핀란드 숲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숲에 얽힌 핀란드의 전설과 민담

이야기에 SF를 접목했다. 네버랜드를 천문학적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원일이 등 탈북 청소년들이

을 토대로 숲 속에 기거하는 다양한 동물들의 특징과 습성을 묘사한다.

으로 재해석한 설정 등이 흥미롭다. 수정구슬을

한국 사회에 정착해가는 모습을 별 다른 기교 없

●별점 ★★★ 북유럽 신화 속의 세계수(世界樹), 즉 우주를 지탱한다는 나무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풀

되찾으려는 피터, 그를 도와주는 인디언 부족과

이 카메라에 담아내 감동을 준다. 아쉬운 건 다소

어간다. 세심하게 공 들여 촬영한 숲의 이미지와 웅장하고 신비로운 음악이 탁월하게 조화를 이룬다.

팅커벨(키이라 나아틀리), 해적과 손을 잡는 후크

거친 편집이다. 전문가 인터뷰는 극의 흐름을 방

자연 다큐의 내레이션은 자칫 설명적이기 쉬운데, 이를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등 여러 인물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는 다소 난잡

해하는 인상을 주고, 한 장면 안에 너무 많은 자

으로 소화한 점도 신선하다. 경탄을 자아내는 압도적인 장관이나 연출 기법은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

하다. 상영 시간을 줄이기 위한 편집도 이야기를

막은 눈을 어지럽게 한다. 윤지원

도 힐링된다. 고석희

부실하게 느껴지게 한다. 김나현

프란시스 하

논픽션 다이어리

파이어스톰

분신사바2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감독 정윤석 출연 고병천, 김형구, 박상태, 오영

감독 원금린 출연 유덕화, 임가동, 야오천, 호군

감독 안병기 출연 박한별, 신지뢰, 장정정 장르

그레이스 검머 장르 코미디, 로맨스 상영 시간

록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시간 93분 등급 15세

장르 액션 상영 시간 119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

공포, 스릴러 상영 시간 94분 등급 15세 관람가

86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7월 17일

관람가 개봉일 7월 17일

가 개봉일 7월 16일

개봉일 7월 16일

●한 줄 줄거리 프란시스(그레타 거윅)는 친구 소

●한 줄 줄거리 지존파 사건을 비롯해 성수대교·

●한 줄 줄거리 경찰인 루이(유덕화)는 테러 조직

●한 줄 줄거리 송치엔(박한별)은 미국에서 돌아

피(믹키 섬너)와 함께 뉴욕에 사는 27세 여성이

삼풍백화점 붕괴 등 1990년대 중반 연달아 일어

의 리더 차오(호군)를 검거하는 데 번번이 실패한

온 친구 나나(신지뢰)와 함께 살게 된다. 나나는

다. 꿈은 무용수이지만 현실은 연습생. 안 그래도

났던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현재의 한국 사회를

다. 루이가 차오를 끈질기게 쫓을수록 루이의 주

이상한 행동을 하고, 송치엔의 친구들이 하나 둘

되는 일 없던 그의 일상은 점점 꼬여간다.

이야기한다.

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시작한다.

●별점 ★★★☆ 누벨바그 영화 무드로 21세기

●별점 ★★★☆ 관계자들 인터뷰와 미공개 자

●별점 ★★★경찰과 범죄 조직의 뿌리 깊은 대

●별점 ★★★ 2년 전 대학 졸업 직전 자살한 샤

고달픈 청춘을 소환했다. 꿈에 미래를 저당 잡힌

료 화면을 한데 엮어 보여준다. 지존파의 엽기적

립, 스파이의 암약 등 홍콩 범죄영화의 전형적인

오아이(장정정)의 죽음을 떠올리며 송치엔이 연

젊은이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은 이미 많다. 그럼

범죄에 경악했던 당시 한국사회가 이후 훨씬 많

요소를 잘 활용했다. 소재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

쇄살인의 범인을 파헤치는 과정이 긴장감을 불러

에도 이 영화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재에 대한

은 희생자를 낸 대형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상대

지만 복잡하고도 잘 짜여진 이야기를 솜씨 있게

일으킨다. 중국의 유물론적 세계관 때문에 귀신

위로를 동시에 품고 있어 특별하다. 힘들어도 포

적으로 미약한 처분을 내렸다는 데 주목한다. 개

녹여냈다. 특히 사명감 넘치던 경관 루이가 계속

의 존재는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포

기나 절망이라는 단어는 곁에 두지 않는 프란시

별적 사건들을 연결해 90년대 전체를 정의하는

되는 검거실패에 점차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다 스릴러에 방점이 찍힌다. 한 맺힌 혼령의 복

스가 우리 모두를 위로한다. 제목의 뜻은 엔딩에

과정은 다소 논리의 비약이 보이지만 이를 통해

극적 긴장을 높인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자동차

수라는 한국식 공포에 익숙한 관객은 실망할 수

다다르면 알 수 있는데, 언젠가는 제 자리를 찾게

악(惡)과 윤리, 국가의 역할 등등 오늘날에도 여

추격전과 홍콩 시내 전체가 폭발하는 장면 등 볼

도 있다. 대신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이기주의가

될 모두를 위한 따뜻한 응원이다. 이은선

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고석희

거리도 풍부하다. 김나현

초래하는 비극을 또렷이 보여준다. 정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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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기발한 상상과 통쾌한 액션이 만났다. ‘해적:바다 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 이석훈 감독, 이하 ‘해 적’)은 조선 초기 사라진 국새를 찾아 바다로 떠난 해적과 산적의 모험이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코믹 하게 펼쳐지는 사극이다. 산적 우두머리 장사정은 천진하고 엉뚱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기지를 발휘 하는 남자, 해적 우두머리 여월은 시종일관 카리스 마와 강단 넘치는 모습으로 무리를 이끄는 여자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듯 하면서도 서로 어울리는 모습으로 산적과 해적의 조우를 빚어냈다.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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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바다로 간 산적’ 김남길·손예진

산에서 온 남자 바다에서 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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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해적:바다로 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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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복귀작으로 이 영화를 택한 이유는. “TV 드라마 ‘상어’를 마치고 체력적으

면서 놀라는 거야’ 하면서 연기를 했다.”

로 고갈돼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지쳐 있었고. 영화는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는

-이석훈 감독과는 첫 호흡인데. “감독 별명이 ‘포즈(pause, 일시정지)’다. 배우의 코

작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적’의 장사정이 제격이었다. 시나리오부터 재밌었다.

믹 연기가 본인 생각에 웃기지 않으면 칼 같이 자른다. 그야말로, 일시정지다(웃음). 처

바다에 가본 적도 없는 산적이 고래가 삼킨 국새를 찾아 떠난다는 설정이 기발했다. 그

음에는 착한 얼굴에 말도 느리게 해서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선한 웃음 뒤에 악마가

동안 해온 역할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있더라(웃음). 뽑아내야 할 게 있으면 정확하게 뽑아내서 믿음이 생겼다.”

-장사정은 엉뚱하고 천진난만하다. 기존에 연기한 비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

-영화 ‘미인도’(2008, 전윤수 감독), TV 드라마 ‘선덕여왕’(2009, MBC) 같은 사

과 다르다. “심지어 허당이다. 빈틈투성이인 실제

극을 해본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사실

내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웃음). 편안하게 연기

사극이 나와 잘 맞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다시 하니 쉽지 않더라. 게다가 이번에

-특히 어떤 점이 김남길과 닮았나. “필요 이상

는 코믹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감을 잡는 게 쉽지

으로 오지랖이 넓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사실 인 간관계가 필요한 만큼만 이뤄지는 것 같은데, 그 런 게 아쉽다. 내 성향은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 이 즐거우면 좋다는 편에 맞춰져 있다.” -스태프들도 잘 챙긴다는 얘기가 자자하다.

카리스마 벗은 빈틈투성이

김남길

전 ‘해적’의 컴퓨터그래픽(CG)을 담당하는 업체

스타일리스트 황혜정 헤어 김태선 메이크업 오선자 의상 협찬 톰 브라운, 디스퀘어드, 랑방, 산드로 옴므, 비비안 웨스트우드, 디올 옴므

에 방문해서 스태프 250명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군 복무 기간의 공백이 연기 감을 떨어뜨린 건가. “그런 셈이다. 불가피한 공백이었지만, 타격 이 컸다. ‘해적’을 촬영하면서,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원 래 나와 맞지 않는데 아등바등 여기까지 온 게 아

“좋은 영화를 만들자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 에 서로 다독여주고 힘을 보태주는 게 좋다. 얼마

않았다.”

김남길(33)은 그동안 비장한 역할을 맡아왔다. 주로 어둡고 차가운 비극의 한가운데서

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연기만 아니라 모든 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늘기 마련인데, 감각이 떨어지니 갑자기 도태된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

줬는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당황하더라(웃음).”

몸부림치는 역할들이었다.

-‘해적’의 시나리오를 쓴 천성일 작가와 인연이

최근 ‘상어’(2013, KBS2)에서 아버지의 복수를

각별하다고 들었다. “천성일 작가가 드라마 ‘나

위해 인생을 내건 한이수 역이 그랬다.

-어떻게 극복했나.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

쁜 남자’(2010, SBS) 각본을 준비하다 도중에 하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아온다. 다만 그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

차한 일이 있다. 그때 나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의욕만 앞선 엉뚱한 산적 두목 장사정 역이다.

는지에 따라 명암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진부

하더라. 그래서 나중에 나를 위한 작품을 써 달라 고 얘기했다. 한참 후에 내게 준 게 ‘해적’의 시나 리오다. ” -장사정 캐릭터가 처음부터 배우 김남길을 염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힘을 풀고 촬영한 원래 김남길’의 모습이다. 새로운, 아니 진짜 김남길을 만날 차례다.

왔다. 카메라 앞에서 떨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스 태프들의 눈치를 보게 되더라.”

한 얘기지만,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하 다.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촬영 장에서 유해진 형이 ‘네가 흔들리면 영화 전체가 흔들린다’며 크게 혼낸 적이 있다. 그 말이 자극

두에 두고 만들어진 건가. “그건 아니지만, 나와

이 됐다.”

비슷한 점이 많다. 천성일 작가와 사석에서 자주

-차기작 ‘무뢰한’(오승욱 감독)은 쟁쟁한 연기

만났다. 굉장히 재밌는 분이다. 기르던 강아지 얘

선배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다. 도전적 경험이 될

기만으로도 하룻밤을 샐 정도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한다.”

텐데. “맞다. 존재감만으로도 어떤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지난 5월 도연 선배가 칸국

-장사정의 외모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2003~) 잭 스패로우(조니 뎁)가 떠

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가서 문자를 보내줬다. 이번에 같이 잘 해보자는 짧은 내용이

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외형적 모습은 엇비슷해도 엄밀히 다른 캐릭터다. 장사정은 잭

었는데, 큰 힘이 됐다. 그 전에 도연 선배와 만났을 때 ‘남길씨는 눈빛 연기가 좋은데, 최

스패로우에게 없는 의협심이 많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건 없어도, 자기 휘하에 있는

근에는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다. 억지스러워 보인다. 이번에는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

식솔을 위하는 마음만은 큰 인물이다. 비록 비굴하게 굴 때도 있지만, 의리는 많다.”

면 좋겠다’고 하더라.”

-CG가 많은 영화다. 가상의 배경인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게 어땠나. “‘모던

-‘해적’이 배우 김남길에게 어떤 작품이 될까. “김남길이라는 배우에게도 다른 모습

보이’(2008, 정지우 감독)를 찍을 때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해 본 경험이 있어 수

이 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 좋겠다. 예전에는 시청자나 관객을 설

월했다. 게다가 유해진·박철민·김원해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다. 8개월 가량

득하기 위해 연기를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다

함께 촬영을 했는데, 이미 여러 작품을 함께 해 온 것 같았다. 감독이 ‘고래가 배를 덮치

가가고 싶다. 그 모습이 낯설더라도 배우 김남길, 아니 인간 김남길의 진짜 모습을 보여

는 장면’이라고 하면 배우들이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자, 여기서 고래의 눈을 쳐다보

주고 싶다.”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17


커버스토리│‘해적:바다로 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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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연기에 도전한 이유는. “여자 액션물이 드문데다, 더 나이 들면 기회가 없어질

힘들더라. 세상에 쉬운 연기는 없다.”

것 같아 선택했다. 한국영화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여자 해적이라는 캐릭터도 매

-여월은 여장부 캐릭터인데, 실제 손예진에게도 그런 면이 있나. “여성스럽고 간지

력적이었다. TV 드라마 ‘상어’를 끝낸 뒤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때였는데, 이런 캐릭

러운 대사 하는 것보다는 털털한 대사 하는 게 더 편하다. 말랑말랑한 거 별로 안 좋아

터를 놓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 ‘작업의 정석’(2005, 오기환 감독)에서 보여준 것처럼 짓

-여월은 요즘 말로 ‘의리’가 대단한 캐릭터인데. “동료 해적들을 형제처럼 아끼고

궂고 웃음이 굉장히 많다. 여성스럽거나 조신하진 않다.”

지켜주려 한다. 도적이지만, 정의와 의리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겉으론 강해 보여도 속

-이번 영화에선 트레이드마크인 눈웃음을 볼 수 없다. “계속 인상을 쓰고 있느라

으론 따뜻함을 갖고 있다.”

눈웃음이 한 번도 안 나온다. 뒷부분에 장사정과

-어떤 캐릭터를 참고했나. “‘캐리비안의 해적:

코믹한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웃지 않는다.

망자의 함’(2006,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키이라

웃기 시작하면 여월의 감정이 깨질 것 같았다. 눈

나이틀리를 참고했다. 여월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

웃음을 안 보인 첫 영화인 것 같다. 어둡고 무거운

에 외형적인 부분만 봤다. 동양적이면서 카리스마 있는 여자 해적을 창조하는 건, 모든 게 도전이자 실험이었다.” -감정 연기보다는 캐릭터 자체를 부각시키는 게 더 중요했을 것 같다. “감정의 디테일을 표현

액션에 눈 뜬 털털한

손예진

하거나, 감정을 폭발시키는 영화가 아니어서 부담 은 없었다. 거대한 배 위에서 주로 촬영했는데, 촬 영 시기가 추운 겨울이서 얼굴이 얼어 있었다. 워 낙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액션 신이 많아 정신

독)나 ‘공범’(2013, 국동석 감독)에서도 눈웃음이 나왔었는데.” -CG 분량이 많아서 상상에 의존해 연기해야 할 순간이 많았겠다. “‘타워’(2012, 김지훈 감독) 때 허공에 대고 소리 지르고 넘어지고 했던 경험

뭐니 뭐니 해도 ‘해적’의 가장 큰 이슈는 배우 손예진(32)의 액션 연기 도전이다.

이 큰 도움이 됐다. 다행히 배 안에서 찍는 분량이 많아 그렇게 막막하진 않았다. 바다와 하늘, 고래 같은 것들이 어떻게 CG로 구현될까 궁금했지, 힘

없는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연기나

해적단 두목 여월 역을 맡아 화려한 검술과

대사의 디테일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악조

고난도 와이어 액션을

-드라마 ‘상어’에 이어 또 다시 김남길과 호흡

초보답지 않은 솜씨로 소화해냈다.

을 맞췄다. “드라마에서 아련하고 처절한 멜로 라

-액션 연기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힘

눈빛만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인을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에선 새롭고 유쾌한

들었지만, 몸이 더 굳기 전에 해봐야지(웃음). 드라

카리스마 또한 강렬하다.

관계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과연 사랑하게 될까,

건에서 촬영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마 끝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서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몸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 액션 연기 를 하다보니 어느 하나 쉬운 장면이 없었다. 다행

스타일리스트 안미경 헤어 권민(올리브점) 메이크업 무진(올리브점) 의상 협찬 이자벨 마랑, 블루마린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 박신우 감

‘멜로 퀸’ 손예진은 ‘액션 배우’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를 갖게 됐다.

들진 않았다.”

그 정도 선에서 끝난다. 요즘 말로 ‘썸’타는 거지. 그리고 이 영화에 멜로가 많아지면 재미없다.” -산과 바다 중 어떤 게 더 좋나. “원래 물을 진

히 부상은 없었다. 담 걸려서 고생한 것 빼고는.”

짜 좋아했다. 휴양지로 늘 바다를 선택했는데, 요

-와이어 액션은 남자 배우들도 부담스러워 하

즘은 숲이 좋다. 살 곳으로는 산을, 휴양지로는 바

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몸을 던진 순간이

다를 택하겠다.”

많았다. 와이어 매달고 수직으로 하강하는 장면

-차기작은 뭔가. “미스터리·스릴러 등 자극적인

도 있었다. 무서웠지만, 이를 악물고 안 무서운 척하며 내려갔다. 대형 짐벌(세트의 움직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 거친 남자영화가 양산되는 트렌드 탓이다. 그래서 속상하다.

임을 가능케하는 지지틀)을 설치해서 배를 움직이며 찍느라 속이 울렁거릴 때도 많았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하고 싶은데, 요즘 상황에서 그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다. 그 와중에 액션까지 했으니 말 다했지.”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나. “같은 걸 반복하는 게 너무 싫다. 예전에

-찍다 보면 액션에 익숙해지지 않던가. “촬영 막바지가 되니까, 이렇게 하면 더 멋있

조금이라도 했던 대사나 느낌이 있으면 그 작품은 선택하지 않는다. 답습할 것 같아서

게 나오겠다는 감(感)이 조금씩 생겼다. 이번 영화에선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나중에

다. 같은 느낌도 다른 식으로 끌어내는 게 배우의 몫이긴 하지만 너무 힘들다. 최대한

다른 영화에서 액션을 하면 자세가 제대로 나오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고생스럽고

다른 캐릭터, 다른 상황에 놓이는 영화를 택한다. 그래서 ‘타워’ 다음에 연기적으로 깊

힘들어도 액션 연기가 매력 있다. 힘든 거 다 잊어버렸다. 노하우도 생겼으니 액션영화

게 들어갈 수 있는 ‘공범’을 했고, 뒤이어 코믹한 ‘해적’을 한 거다.”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또 할 것 같다.”

-결혼 생각은 없나. “‘델마와 루이스’(1991, 리들리 스콧 감독) 같은 여자영화 찍고서

-감정 연기와 액션 연기 중 어떤 게 더 힘든가. “심리적 고통보다는 육체적 고통이

해야지. 친한 효진 언니(공효진)와 로드무비 느낌으로 찍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더 견딜 만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해적’을 찍으면서 육체가 힘드니까 정신도 같이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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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해적:바다로 간 산적’

“드라마 ‘상어’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김남길의 실제 성격과는 정반대였다. 드라마 내용도 너무 어두웠고. 김남길은 정말 장사정 같은 성격이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굉장히 웃기다. 마치 김남길을 보고 만든 캐릭터 같다. 그래서 연기하기 더 편했다. 사실 ‘상어’ 때도 그는 웃고 떠들다가 슛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두운 연기를 했었다. 김남길의 진짜 모습을 잘 알기에 아무리 연기라도 그가 무게 잡으면, 적응이 안 된다.” 손 예진

“여월은 그동안 손예진이 보여준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연약하고 청순한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호기로운 여장부 스타일이다. 현장에서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웃음).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손예진의 액션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 어려운 액션을 거의 대역 없이 소화해낸 점이다. 더 이상 멜로퀸 손예진이 아닌,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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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퀴방 대신 좋아요를 눌러요 2014 영화 커뮤니티 풍 경

“어떤 영화의 장면인지 아시는 분?” 영화 스틸 한 장과 함

특정 페이지의 글을 꾸준히 받아보고 싶다면 ‘좋아요’

추천작을 꼽아 주는 서비스인데,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께 글이 올라온다. 금세 댓글이 달린다. “사진 속 남자는

를 눌러 구독자가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영화 관련 페이

과 연계해 영화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주기도 한다.

라이언 고슬링 같은데요. ‘블루 발렌타인’(2010, 데릭 시

지로는 아름다운 대사를 소개하는 ‘하루 한 번 명대사’,

버즈니는 개봉영화를 소개하고 예매 사이트를 연결시키

엔프렌스 감독) 같습니다.” 이곳은 ‘영화공장’. 페이스북

가슴 뭉클한 명장면을 소개하는 ‘영화 속 인생 경험’, 거

는 서비스로, 다른 회원들과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에 한글로 개설된 영화 관련 그룹 중 최다 멤버 수를 자랑

친 남성영화를 좋아하는 운영자 취향이 드러나는 ‘영화

커뮤니티가 있다.

하는 곳이다. 개설 반년 만에 6만여 명이 멤버로 모였다.

인의 밤’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는 방울방울’처럼

20대 초반인 멤버 한윤지씨는 “개인적 감상들이 올라오

구독자가 무려 40만 명이 넘는 페이지도 있다.

직접 얼굴을 본 적 없는 이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영 화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의 등장은 1990년대 PC통

는 트위터보다 영화를 함께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좋아

영화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나 스마트

신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과 비교하면 답답할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오가는 이야기는 개봉작 평가부

폰 애플리케이션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어주

정도로 느린 속도였지만 ‘영퀴방(영화퀴즈방)’처럼 지금

터 좋아하는 배우를 향한 찬사까지 폭넓다. 특징은 속도

는 역할을 한다. 왓챠나 버즈니가 단적인 예다. 왓챠는 사

도 회자되는 이름난 채팅방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인터

다. 멤버 중 누군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면, 다른 멤

용자가 영화 몇 편에 대해 별점을 매기면 이를 바탕으로

넷이 대중화되면서 각종 사이트, 카페, 블로그 등이 영

버들이 실시간으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반 응한다. 역시 20대인 멤버 안성원씨는 “글의 길이는 짧더 라도 멤버들이 빠른 시간에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남기 기 때문에 영화를 다각도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 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 누는 방식도 달라졌다. 페이스북의 경우 각 개인의 페이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의 매력은

이름난 영화 커뮤니티의 운영자들에게 그 특징과 매력을 물었다.

박진홍 DVD프라임

고 지우는 데이터’에 가깝지 않나. 하지만 DVD매니어에게

DVD프라임은 올해로 15년의 역사를

영화는 가치를 부여하고 소장하는 대상이다. 그러다보니 일

스북 외에 그룹이나 페이지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도 폭

자랑한다. 운영자 박진홍씨는 “1999

반 대중보다 영화를 더 진지하게 본다. 연령대도 높은 편이

넓은 소통이 가능하다. 그룹은 사용자들의 회원으로 가

년에 취미로 만든 사이트”라며 “DVD

다. DVD프라임 영화 게시판에서 매기는 개봉작 평점이 포

입해야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자 회원이 되면 누구나 글

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정보를 나누

털사이트와 다른 이유기도 하다.” 그는 “토론이나 논쟁이 벌

을 쓸 수 있는 공간이다. 대개 비공개로 설정되어 올라온

는 곳이 있었으면 했다”고 돌이킨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어져야 게시판이 잘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배울

글을 회원들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폐쇄형 커뮤니티이

등록된 회원수만 15만 명 정도. 회원들이 닉네임으로 글을

점도 많다”고 했다. SNS가 발달해도 회원들이 꾸준히 DVD

기도 하다. ‘영화공장’‘영사모’‘영화인’ 등이 페이스북

올리는 DVD프라임의 영화 게시판은 신작영화, 고전영화,

프라임을 찾는 이유는 “영화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려는

의 대표적인 영화 관련 그룹으로 꼽힌다. 반면 페이지는

제작 중인 영화 등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나 리뷰가 올라오

마음”이라고 꼽았다. “트위터는 글이 너무 짧고, 페이스북은

누구나 글을 볼 수 있지만 운영자만이 글을 쓸 수 있다

는 것은 물론이고 진지한 토론도 곧잘 벌어진다. “회원들이

대부분 실명으로 활동한다. 회원들이 서로를 마음으로 받아

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개방된 1인 미디어의 성격이 짙다.

DVD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렇다. 요즘은 영화가 ‘보

주는 곳이 DVD프라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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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지나

화 이야기가 오가는 새로운 무대로 떠올랐다. 일명 ‘네

영화를 두고 진지한 토론이 벌어지곤 한다”고 말한다.

각각의 캐릭터 포스터에 ‘군’자와 ‘도’자를 이용한 재미

영카’로 불리는 네이버영화카페, 본래 DVD에 대한 관

결과적으로 인터넷에서 SN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

있는 문구를 넣은 9장의 포스터다. 하정우가 연기한 도

심으로 시작된 DVD프라임 등은 여전히 활발하게 영화

랫폼으로 커뮤니티가 이뤄지면서 성향에 따라 영화를

치의 모습에 ‘누군지 다 알겠군, 머리를 밀어도’라고 적

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커뮤니티다. SNS가 시간순으

이야기하는 무대가 크게 넓어진 셈이다.

혀있는 식이다. 본래 하정우의 팬이 만든 포스터로, 이를

로 최신 글, 분량상으로 짧은 글 위주라면 인터넷 기반의

영화를 홍보하는 입장에서도 이같은 커뮤니티는 꽤

발견한 제작사 쇼박스가 쇼박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

카페나 사이트에서는 상대적으로 긴 글이나 오래된 글

중요하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시사회 티켓은 물론이고,

려 널리 퍼졌다. 영화 관련 홍보사들은 회원이 많은 커뮤

까지 찾아볼 수 있다. 역사가 오랜 만큼 그동안 회원들이

요즘에는 모바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쿠폰도 오

니티의 경우 아예 광고료를 내고 영화 광고를 싣기도 한

쌓아올린 저마다 고유한 분위기도 뚜렷하다. DVD프라

간다. 최근에는 SNS로 유통되는 데 최적화된 홍

다. 한 영화제 홍보담당자는 “SNS에서 구독자가 많은

임 운영자 박진홍씨는 “DVD와 홈시어터 등 하드웨어

보물도 곧잘 등장한다. 얼마 전에는 ‘군도:민란의 시

인기 그룹이나 페이지에 광고를 하려면 종이 매체의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으로 시작한 사이트여서 회원의

대’(7월 23일 개봉, 윤종빈 감독)의 패러디 포스터

70~80%쯤의 광고비가 든다”며 “결코 만만치 않은 액

대다수가 30~40대 남성들”이라며 “연령대가 높은 만큼

가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등장인물 9명

수”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김창섭 영화공장

아니다.” 영화공장만이 갖는 특징에 대해서도 “페이스북이라

의 영화 관련 카페 중 최대 규모다. 회원들의 돈독한 친목과 다

영화공장은 올해 1월 페이스북에 만들어

는 SNS를 기반으로 한다는 게 특별할 뿐, 자료 수준은 다른 커

양한 소모임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한씨는 “운영자인 나도 카페

진 그룹이다. 운영자 김창섭씨는 전화 대

뮤니티도 굉장히 높다”고 답했다. 영화공장에 스스로 바라는 점

내 소모임이 몇 개나 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네영카 회원

신 이메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스스

역시 “지금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좋겠다.

들을 두고 “공짜로 영화 보여줬다고 재미없는 영화를 재미있다

로를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했다. 영

그 뿐”이라고 밝혔다.

고 말하지 않는 성격들”이라며 “홍보사 측에서도 재미없는 영화

화공장을 만든 이유 역시 “영화 이야기를 할 만한 공간을 만들

는 시사회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네영카는 페이

고 싶었다”고 쉽게 설명했다. 현재 이 그룹의 회원은 6만 명이 넘

한주희 네이버영화카페

스북와 트위터에도 계정이 있다. “SNS의 확산 속도가 훨씬 빠

는다. 단시간에 수많은 회원들이 모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결

네이버영화카페(이하 네영카)는 2004년

르기 때문에 1년 전에 만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카페가 제

로는 “영화공장은 영화라는 커다란 틀에서 모든 범위의 대화를

시작됐다. 운영자 한주희씨는 “네이버에

일 좋다. SNS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이야기하

허용한다”는 점을 꼽았다. “영화, 배우, 해외 드라마 등등 뭐든

카페가 많이 만들어지는 시기여서 영화에

지 않는다. SNS의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내용은 보고 쉽게 흘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대한 카페도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버릴 수 있다. 카페는 그렇지 않다. 긴밀한 관계의 사람들이 거미

비공개 그룹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그룹 활동이 지인들에게 노출

며 “네이버가 주요 포털 사이트로 자리 잡으며 네영카에도 사람

줄처럼 엉켜 있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내가 특별히 운영의 묘를 발휘한 것은

들이 많이 모였다”고 설명한다. 현재 회원은 약 14만 명. 인터넷

조성된다.”

23


기획

1

“숲 밖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면 네 몸이 사라져버리고 말 거야.” 아빠가 소년에게

소년은 숲 속에 산다. 소년의 아버지 쿠르주는 아이에게 이름도 붙여주지 않 았다. 그는 늘 경고한다. 숲 밖에는 어떤 생명도 없다고, 밖으로 나가는 그 즉 시 넌 죽게 될 거라고. 아버지 외에 어떤 사람도 만나본 적 없는 소년은 그 말 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부모의 억압 혹은 과잉보호 때문에 자신이 사는 세 계 바깥으로 나갈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 누구라도 마음이 기울 대목이다. 천둥이 몰아치던 어느 날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고 의식을 잃으면서 소년은 알게 된다. 숲 밖으로 나가야만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첫 장면부터 동화책 삽화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숲이 펼쳐진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사실감을 넘어 스크린에 전해지는 따뜻한 정서가 독보적이다. 장 크 리스토프 드상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직접 숲을 찾아 수없이 그림을 그렸 다”며 “그 공간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빠가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애니메이션 ‘머나먼 세상속으로’

‘머나먼 세상속으로’(원제 Le Jour des Corneilles, 7월 31일 개봉, 장 크리스토프 드상 감독)는 여러모로 놀라운 애니메이션이다. 컴퓨터로 빚어낸 현란한 이미지가

2

“ 빨리 도망쳐. 널 사랑한다면 절대 그렇게 대할 리가 없어.”

넘쳐나는 시대에 손으로 그린 그림이 주는 투박함과 따뜻함, 아버지의 거대한 그늘에서 자란

마농이 소년에게

소년이 난생 처음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하며 겪는 감정이 주는 울림 때문이다.

동물 혼령들의 안내에 따라 소년은 숲 바깥 마을로 아버지를 데리고 나

그 이야기의 톤은 퍽 잔잔하고, 대사 역시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인상적인 대사를 통해

온다. 그 앞에 펼쳐진 마을은 풍경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감독은 “1920~30년대 아름다운 프랑스 농촌 마을이 떠오를 것”이라면서도 “특정 한 시대나 장소를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아 다양한 시대의 요소들을 섞어 그렸다”고 전한다. 운 좋게 소년은 마음씨 고운 의사를 만난다. 깊은 잠에 빠진 아버지가 수술 을 받는 동안, 소년은 의사의 딸 마농과 함께 지내게 된다. 마농은 늑대소년 처럼 구는 소년을 보살피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하는데, 이 과정이 무 척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대형 스튜디오가 지배하는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이 작품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이유”(버라이어티)라는 평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소년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수술에서 깨어난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4

이 소년의 성장담을 엿보는 길을 안내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장 크리스토프 드상 감독 장 크리스토프 드상(38)은 오랫동안 애니메이터로 활동해 왔 다. 감독을 맡은 건 ‘머나먼 세상속으로’가 처음이다. 이 작품 은 2012년 프랑스에서 작은 규모로 개봉해 서서히 입소문을

3

얻었고, 안시·자그레브 등 이름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호 “아빠는 사랑을 잃어버렸거나 숨겼을 거야. 그 사랑을 내가 찾아낸 다

평을 받아 해외까지 알려졌다.

음 아빠 수프에 몰래 넣어 드시게 하는 거야.” 소년이 마농에게

이 작품에는 아름다운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소년이 몽환적인 숲에서 동물

-연출작은 처음인데. “그동안 ‘오기와 바퀴벌레’(1998~

혼령과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마농과 소년이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주

2003) 등 주로 TV 시리즈에 참여해 왔다. ‘오기와 바퀴벌레’

고받는 장면도 그렇다.

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제작사 크실램 애니메이션에서 만든 작

하지만 이 작품을 볼 관객들이 최고로 꼽을 장면은 따로 있다. 마농을 통해

품인데, 후반 작업이 한국에서 진행되어 나도 한국에서 5년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된 소년이 아버지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그

정도 살았다. 세자르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상을 탄 장편 ‘랍

를 마주하는 장면이다. 사랑이란 감정을 먹을 것과 같다고 여기는 소년은,

비의 고양이’(2011, 앙트완 델레스보스·조안 스파 감독)에도

그걸 구해 아빠에게 먹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사랑을 찾아나선다. 이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작품이 애니메이션 장르의 주요 관객인 어린 아이들보다도 어쩌면 어른들

-전체 관람가 작품인데, 어른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캐나

에게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감독 역시 “내가 부닥친

다 작가 장 프랑소와즈 보체민이 쓴 소설 까마귀의 날들(이

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며 “이 이야기를 아이들도 볼 수 있게 하는 일

애니메이션의 원제이기도 하다)이 원작이다. 그가 쓴 소설은

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였다.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 들을 위한 판타지로 변형했다. 해외 여러 영화제에 이 작품이 출품되면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포장됐지만 궁극적으로

더빙 배우들의 열연

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 르노

-소년의 성장을 그리는 이야기인데 뒤로 갈수록 슬픈 정서

프랑스의 대표 배

가 지배적이다. 소년의 아버지가 겪은 아픈 사랑도 그렇고.

우. 그럼에도 장 르

“점점 성숙해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

노 하면 역시 ‘레옹’

인 동시에 러브스토리다. 한 사람의 사랑과 인생을 다룬 이야

(1994, 뤽 베송 감독)이다. 무뚝뚝 하고 묵직한 아버지 쿠르주에게서 살짝 레옹의 향기가 묻어난다. 로란트 도이취

기다. 거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공허함도 있다.”

4

“이 손수건을 절대 풀면 안 돼. 마농이 너를 알아볼 수 있도록.” 소년이 까마귀에게

조연을 전전하다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숲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버지는 다시 크게 다치고,

여러 애니메이션

소년은 까마귀를 이용해 마농을 숲으로 부른다. 이런 후반부에서는 날씨의

목소리 연기로 큰

변화에 따른 숲의 모습이 더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감독은 “우리 제작진에

사랑을 받게 된 프랑스 배우다. 그

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연’이었다. 밖으로 나가 거의 모든 종류의 날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소년 을 완벽히 소화한다. 이자벨 까레 ‘나에게서 온 편지’ (2012, 카린느 타르 디유 감독) 등으로 한국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소년

를 그림으로 그려볼 정도였다. 이야기와 걸맞은 배경과 빛을 쓰기 위해 정성 을 기울였다”고 설명한다. 특히 동물 혼령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소년이 아버 지의 비밀을 알게 되는 모습은 그 정경과 이야기 모두 퍽 감동적이다. 다른 인간과 격리되어 숲에서 살아온 부자(父子), 동물과 자연스레 교감하며 인간 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소년, 인간과 동물의 중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혼령 등 이 작품의 여러 요소가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한 편의 풍경화로

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소녀 마농을

어우러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보는 듯한 매력도 느껴진다”(할리

발랄하고 따뜻하게 연기한다.

우드 리포터)는 평가가 나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이기도 한데. “물론 그렇 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서는 말이다. 이 작품을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포장한 이유이 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 해 러시아·브라질·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 팔렸다.” -3D가 넘쳐나는 시대에 2D로 만든 이유 는. “이 주제를 말하기 위해서는 3D 보다도 손으로 그린 2D 애니메이 션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 했다. 물론 예산 문제도 있었 다.”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재구성 한 것입니다.

25




특집

멀티플렉스 이색 상 영관 체험기

감각적인 스타일에 열광한다면

부티크M

상 영관 은

어머, 이 극장엔 가야 해!

스위트 101호. 101호 극장지기가 정중하게 인사하며 맞이해주는 것부터가 색다르다. 그의 안내를 받아 입장한 상영관은 미술관에 온 듯 고풍스럽다. 벽면에 장식된 액자 형태의 조명과 좌석마다 설치된 스탠드 불빛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든다.

좌석 테이블에는 웰컴 컴 패키지 패키지가 준비되어 있다. 에비앙 생수 330㎖를 포 함해 입가심용 사탕과 물티슈·일회용 슬리퍼·담요가 제공된다. 부티크 호텔을 컨셉트로 한 상영관답게 룸서비스 룸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한 음

주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524 코엑스몰 지하 1층 메가박스 코엑스 문의 1544-0070 │ www.megabox.co.kr 가격 스위트(Suite, 101~103호) 평일 2만5000원·주말 3만원 컴포트(Comfort, 104~105호) 평일 1만1000원·주말 1만2000원

식과 음료를 앉은 자리에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테이블에 놓인 주 문지에 원하는 메뉴와 수량을 표시해 직원에게 건네면 상영 시 작 전 가져다 준다. 주문은 상영 10분 전까지만 받고, 결제는 카드만 가능하다. 좌석은 노르웨이의 유명 의자 전문업체 IMG에서 제작한 최고급 안락의자다. 등받이 를 젖힐 수 있을뿐더러 좌우로 움직일 수도 있다. 어찌나 푹신한지 발 받침에 다리를 죽

★ 아쉬워요 ★

의자가 지나치게 푹신해 비싼 돈 주고 숙면을 취할 수 있음.

뻗은 자세로 영화를 보면 감동이 밀려올 정도. 좌석 사이마다 간이 테이블이 있고 개별 의자 옆 쪽에도 선반이 있어 소지품 보관이 편리하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각 좌석에는 NFC(10㎝ 이내의

★ 이용 Tip ★

근거리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무선 통신기술) 태그가 붙어 있다. 스마트폰을 대면 메가박스 이벤트에 참여

오픈업 바와 클로즈업 바는 부티크M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도 곧 오픈할 예정이다. 서비스만 훌륭한 건 아니다. 선명한 화질과 색감을 구현하는 4K 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크린에 뉴욕 카네기홀에 설치된 것과 같은 음향 시스템을 갖춰 일반 상영관보다 생생한 관람이 가능하다. 연 인과의 기념일에 방문하면 더없이 좋은 데이트 코스가 될 것 같다. 고석희 기자 사진=김진솔(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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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극장이 달라지고 있다. 음료 거치대에, 팔 받침대가 뒤로 젖혀지는 의자에 감동하던 것도 이젠 옛일이다. 요즘엔 야외에서 텐트 치고 영화를 보는 상영관부터 음질 좋기로 소문난 헤드폰을 착용하고 영화를 즐기는 상영관까지 그 종류가 퍽 다양하다. magazine M 기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엄선한 상영관 일곱 곳을 소개한다. 스 크린과 음향 상태, 의자의 안락함, 매점 메뉴의 맛과 질, 그 외 부대시설까지 꼼꼼하게 따졌으니 믿어도 좋다. 이은선·고석희·윤지원 기자 haroo@joongang.co.kr

공 간·디자 인은

이게 정말 극장 로비인 로비 걸까? 마치 뉴욕에서 가장 ‘힙’하다는 호텔을 거 니는 기분이다. 구석구석이 부티크 호텔이라는 기본 컨셉트에 충실 하다. 각 상영관을 101호부터 105호까지 룸 넘버로 구분한 것이 다

가 아니다. 상영관 앞쪽에 붙어있는 좌석 및 비상 통로 안내도까지 실제 호텔의 것처럼 만들었다. 버리기 아까울 만큼 세련된 디자인의 팝콘과 음료 패키지 패키지는 어떻고! 평소 디자인이 예쁜 물건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으로 좌석을 예매했더라도 티켓 부스에서 직접 발권하기를 권한다. 영화표를 넣어 정성스럽게 포장한 봉투를 건네받는 기분이 그만이다. 작은 부 분까지 신경 쓴 것을 보니, 과연 흔하지 않되 멋지고 개성 넘치는 것들을 모아놓는다 는 뜻의 부티크(boutique)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다. 로비에 있는 오픈업 바와 클로즈업 바는 둘러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우선 오픈업 바. 이곳에 서는 로마식 사각 피자 전문점 피자리움의 피자와 칼스버그·레페브라운 등 여섯 가지 브랜드의 맥주를 판매 한다. 피자리움 이태원 본점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매번 좌절했던 사람이라면 여기로 오시라. 물론 팝 콘과 일반 음료도 살 수 있다. 오픈업 바의 한 귀퉁이는 팝업 스토어 자리다. 지금은 주말마다 칵테일을 파는 하바나 클럽과 녹차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오설록 매장이 있다. 클로즈업 바 바는 커피와 차의 공간이다. 서울 합 정동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앤트러사이트의 드립 커피와 뉴욕 맨해튼에서 건너온 브랜드 타발론의 다양한  메가박스

차를 마실 수 있다. 비장의 공간은 화장실 화장실. 웬만한 호텔 화장실은 물론이고 웬만한 집 거실보다 낫다. 소파에 앉아 쉬기도, 소지품 잔뜩 늘어놓고 화장을 고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이은선 기자 29


특집 │ 멀티플렉스 이색 상영관 체험기

색다른 자동차 극장을 원한다면

드라이브M

차 없어도 OK

자동차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차장 같은 공간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드 라이브M은 오히려 아늑한 캠핑장 분위기에 가깝다. 용인 민속촌 주차장 옆쪽 으로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면 탁 트인 상영관이 바로 보인다. 무엇보다 소음

으로 방해받을 만한 주변 건물이 없는 게 큰 장점이다. 울창한 나무들에 둘러싸인 널찍한 스크린을 보고 있 자면 숲 속에 들어온 기분도 든다.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확실히 된다는 얘기다. 입구에서 제일 먼저 관객을 반기는 공간은 매표소 매표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예매한 관객은 여기서 예매

주소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로 90 메가박스 용인 문의 1544-0070 │ www.megabox.co.kr 가격 자동차 1대 기준 스페셜존 평일 4만원·주말 4만5000원 드라이브존 평일 2만원·주말 2만4000원 자율석 평일·주말 7000원

권을 보여주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차량을 이동하면 된다. 물론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상영관은 1·2관으로 나뉜다. 일반 상영관처럼 출입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점을 중심으로 스크린이 양쪽에 하나씩 자리한 모습 이다. 두 관 모두 자동차 안과 밖에서 고루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주차 구간(드라이브 존)과 간이 의자를 놓은 구간(자율석)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한다 면 자율석에 직접 준비해 온 돗자리나 캠핑 의자를 펼치고 앉아 도 된다. 자동차 극장이되 차를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는 게

★ 아쉬워요 ★

화장실에 가려면 언덕 아래까지 내려가야 한다. 거리는 약 50m 정도.

이곳의 재미있는 특징인 셈이다. 민속촌 주차장이 종점인 버스 노선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기에도 큰 불편

★ 이용 Tip ★

함은 없을 듯하다.

뿌리는 모기약이나 텐트형 모기장을 추가로 준비해도 좋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면 1회차 상영이 시작될 시간이다.

30


 메가박스

반려동물을 데려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도 드라이브M의 큰 장점이다. 특히 주말에는 가 족 단위 관객이 반려동물과 함께 상영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 깔끔한 뒤처리는 필수!

그릴 패키지, 제가 한번 먹어봤습니다

각 관마다 오후 8시 즈음부터 하루 세 차례 상영이 이어진다. 자동차 밖에서 영화를 본다면 1관과 2관의 사운 드가 섞여 혹 관람에 방해되지 않을까. 양쪽 관을 오가며 직접 들어보니, 신기하게도 매점을 기점으로 사운드 가 어느 정도 분리된다. 시끄러운 장면일 경우엔 반대쪽 관까지 소리가 들리지만, 관람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 다. 소음에 민감한 관객이라면 신분증을 맡기고 이용료 1000원에 전용 헤드폰을 빌려 쓰는 방법도 있다.

메뉴 구성 ★★★★ 맛 ★★★

그릴 패키지는 메가박스 전 지점을 통틀어 드라 이브M에서만 판매하는 메뉴다. 스페셜존을 이 용하면 기본으로 제공되고, 드라이브존이나 자

그래도 드라이브 극장인 만큼 기왕이면 차 안에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기분을 맛보길 권한다. 자동차 안에

율석 관객은 매점에서 2만5000원에 살 수 있다.

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관람해보니 음향은 별다른 잡음 없이 깔끔한 편이다. 영화 상영 중에 차량 이동

바비큐·단호박 샐러드·초코 화이트슈·후르츠 파

은 삼가는 것이 기본 예의. 상영관 내부에서는 헤드라이트도 켜면 안 된다. 부득이하게 상영 도중 나가야 한다면 직원에게 알리고 동선을 안내받는 편이 좋다.

르페에 탄산음료 2개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각각 단품으로 구매할 경우 총 3만원. 기왕이면 5000 원 할인된 가격에 패키지로 맛보는 것을 추천한

추천하고 싶은 좌석은 2관에 있는 스페셜존 스페셜존이다. 주차 공간 바로 옆에 파라솔과 테이블이 설치되어

다. 샐러드부터 바비큐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식

있다. 기본 세팅은 2인 기준. 드라이브M은 차 한 대당 관람료를 받기 때문에 4명까지는 수용 가능한 공

사 대용으로 좋다. 양은 2인 기준이지만 꽤 푸짐

간이다. 4명 초과일 경우 1인당 자율석 요금(7000원)을 추가하면 의자를 설치해준다. 선착순으로 자리

한 편이라 아이들을 동반한 4인 가족에게도 좋을

를 선택할 수 있으니 인터넷으로 예매했더라도 여유 있게 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할 것을 권한다.

듯하다. 바비큐는 프랑크 소시지와 두툼한 베이

스크린을 등지고 섰을 때 왼쪽 자리일수록 영화가 잘 보인다. 스페셜존의 테이블 세팅은 퍽 아기자 기하다. 모기향이 피워져 있고, 벌레를 쫓는 허브인 구문초도 놓여있다. 미니 버스 모양의 라디오 라디오는

컨 그리고 두 가지 맛 소스가 딸려 나온다. 숯불 에 굽지 않고 철판에 익혀주는 점은 조금 아쉽다. 과일에 생크림을 얹은 후르츠 파르페는 달콤하고

소형 스피커를 겸한다. 이 때문에 테이블에 앉아서 영화를 보더라도 사운드가 만족스러운 편이다.

시원해서 후식으로 안성맞춤. 슈크림은 아이들이

이은선 기자 사진= 김진솔(STUDIO 706)

좋아할 것 같다. 31


특집 │ 멀티플렉스 이색 상영관 체험기

캠핑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오픈M

야외 상영

영화 시작 전 스크린에 뜨는 안내 문구부터 인상적이다. 앞 좌석을 발로 차지 말 라는 이야기 대신 ‘예약석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당신의 자리’라는 문구가, 휴대 폰을 꺼두라는 당부 대신 ‘전화를 하거나 대화를 해도 괜찮아요’라는 문구가 뜬

다. 학교 운동장만한 영화관, 오픈M에서는 원하는 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관객은 스크린 앞쪽에,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며 보고 싶은 관객은 텐트 안이나 스크린 외곽에 자리를 잡으면 편안하 게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혹성탈출:반격의 서막’(7월 10일 개봉,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한류월드로 300 메가박스 원마운트 문의 1544-0070 │ www.megabox.co.kr 가격 텐트존 2인 6만원 테이블존 2만원 자율좌석존 7000원

맷 리브스 감독) 같은 영화를 보며 주인공 시저 흉내를 내도 상관 없다. 음향 시설이 워낙 좋은 데다 1000원만 내면 헤드폰을 대여 할 수 있어 다른 관객에게 소음이 전달될 걱정을 덜어준다. 상영 도중 마음대로 자리를 이동해도 좋다.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고, 급한 전화를 받고, 크게 기지개를 켜도 괜찮다. 이곳에서 금지되 는 행동은 단 두 가지, 흡연과 취사다. 영화만 아니라 스크린 뒤편

★ 아쉬워요 ★

으로 펼쳐지는 멋진 야경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옥상 위에서 영

주변 건물의 불빛이 반사돼 스크린이 조금은 흐릿하게 보인다.

화를 보다가 일산 도심의 야경 야경까지 만끽하는 경험이 매우 특별하

★ 이용 Tip ★

다. 야경에 어울리는 로맨틱한 영화를 보러 다시 찾고 싶은 마음

복잡한 건물 구조 탓에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들 정도다. 늦은 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무료로 제공되는 담요를 덮으면 그만이다.

연락처와 약도를 숙지해 갈 것.

윤지원 기자 사진= 김진솔(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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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가 능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을 찾는다면

영화 관람과 동시에 캠핑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끌렸다. 오픈M은 도

색 상영관답게 제법 캠핑장 분위기가 난다. 단연 인기가 높은 좌

메가키즈박스

석은 2인용 텐트와 캠핑 테이블, 캠핑 의자가 제공되는 텐트존이

주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1579 롯데쇼핑플라자 5층 메가박스 영통 │ 문의 1544-0070

다. 일행이 2명이 넘는다면 아이들에(13세 이하) 한해 자율좌석

www.megabox.co.kr │ 가격 전 좌석 7000원

(7000원) 요금을 내고 함께 텐트존을

스크린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낮게 설치됐다. 좌석에는 등받이가 없다. 상영관 전체가

이용할 수 있다. 어른들은 추가로 존을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처럼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먼저 온 순서대로 자유롭게 원하는 자

구매해야 한다. 텐트존이 매진됐을 경

리에 앉는 것도 특징이다. 어린이 혼자 입장할 경우엔 만 5세 이상이어야 하고, 보호자가 함

우엔 뒤쪽 방갈로를 이용할 수 있다. 관

께 입장할 경우엔 나이 제한이 없다. 상영관 안에는 어른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있

객이 직접 텐트를 가져와 설치하는 것

다. 상영관 밖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료로 개방되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있

도 가능한데, 이 경우는 자율좌석존 가격만 받는다. 상영관 한

다. 2000권 이상의 성인·유아용 도서가 구비돼 있다. 부모와 어린 자녀가 함께 책을 읽을

쪽에서는 영화관 직원이 바비큐를 굽고 있다. 텐트존과 테이블

수 있는 공간이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온돌마루방도 있다. 악

존 관객에게는 바비큐 세트가 각각 2인분, 1인분씩 기본으로 제

기 연주 등 문화 강좌가 열리는 꿈틀교실도 운영 중이다. 매점 메뉴 역시 일반 상영관과 다

공된다. 바비큐·폭립·소시지와 감자튀김에 주류 혹은 음료가

르다. 유기농 초코 스무디, 앙증맞은 크기의 미니 팝콘이 인기다.

심 속 텐트 캠핑을 주제로 삼은 이

포함된다. 갓 구워져 나온데다 야외에서 먹는 것이라 맛 이 더욱 일품이다. 바비큐 세트 1인분은 식사 대용으로

바비큐 세트가 제공되는 테이블존은

 메가박스

주문이 가능하다. 캠핑 테이블과 의자,

 메가박스

충분하지만, 양이 부족하다면 1만5000원에 추가

텐트존에 비해 스크린과 가까워 영화에

씨네키즈

더 집중할 수 있다. 테이블 위에 다리를 걸친 채 영화를 보는 것도 여유로운 캠핑 분위기를 내는 방법 이다. 딱히 텐트나 테이블이 필요 없다면 캠핑 의자만 제공되는

팝콘과 나초는 연출 예.

주소 서울 노원구 섬밭로 258 건영백화점 지하 1층 CGV 하계 │ 문의 1544-1122

자율좌석존도 가격 면에서 현명한 선택이다. 오픈M은 현재 매

www.cgv.co.kr │ 가격 어린이 좌석 7000원, 일반 좌석 1만원

주 금·토·일 저녁에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는 명절과 공휴일에도

상영관 안에 어린이 전용 좌석과 보호자용 일반 좌석을 따로 두고 있다. 5세 이상 13세 이

운영될 계획이다. 멀리 교외로 나가기 망설여지는 주말이라면 이

하의 관객만 어린이 전용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어린 관객들을 위해

곳에서의 캠핑이 색다른 추억이 될 수 있다. 고석희 기자

상영 중에도 일반 상영관에 비해 조명을 밝게 유지한다. 이를 위해 고선명 스크린을 설치했 다. 매회 상영마다 전담 직원이 상영관 안에 자리해 관객의 안전을 보살핀다. 상영관 옆에 는 180여 권의 책과 유아 전용 태블릿 PC 4대를 갖춘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부모를 위한 공간인 커뮤니티 카페는 육아·요리·교양 등과 관련한 1000권 이상의 책이 있다. 평일 오전 주부들이 브런치를 함께 나누면서 유익한 생활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러브맘 클래스’도 카 페 내부의 멀티룸에서 열린다. 어린이들의 생일 파티도 가능하다. 마술쇼·테마 파티·만들

 CJ CGV

기 클래스 등 세 가지 파티 패키지가 마련돼 있다. 고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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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멀티플렉스 이색 상영관 체험기

여러 특별관을 한 곳에서 즐기려면

CGV청담씨네시티

다양한 상영관을 갖춘 CGV청담씨네시티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상영관이

4 DX

다. 오감을 고루 자극하는 생생한 4D 효과는 특히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6 월 25일 개봉, 마이클 베이 감독) 같은 블록버스터를 볼 때 제격이다. 영화관 천

장에는 스피커 80대가 설치되어 있다. 오토봇이 움직일 때 나는 미세한 소리를 사방에서 스테레오로 들려주 는 식이다. 스피커와 함께 천장에 설치된 10개 남짓의 둥그런 팬은 바람 효과를 만드는 기계다. 락다운이 주변 사물을 휩쓸고 등장하는 장면에선 팬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극의 박진감을 높인다. 영화에서 안개가 자욱한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23 문의 1544-1122 │ www.cgv.co.kr 가격 4DX 2만1000원 비츠 바이 닥터드레 평일 1만원·주말 1만2000원

장면이 나오면 스크린 뒤편에서 뿌연 안개가 나온다. 영화 속 환경과 상영관 내부 분위기가 일치돼 현실감을 높인다. 좌석에서 나오는 물·바람·진동 효과도 만족스럽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망치로 쾅 내려치는 듯한 효과가 의자에 전해진다. 변신 자동차들이 거리를 주행하는 장면과 우주선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의 좌석 진동감이 미묘하게 달라 재미있는 놀이기구 여러 개를 타 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물이 튀어서 옷이 젖는 것이 싫다면 좌석에 붙어 있는 버튼 버튼을 눌러 해 당 효과의 기능만을 미리 꺼둘 수도 있다. 다른 4D 상영관에 비해 좌석이 편안한 것도 장점 이다. 공간이 넉넉해 발을 뻗고 편안한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윤지원 기자 사진= 라희찬(STUDIO 706) 4D는 3D영화에 효과를 입히는 게 기본이니 3D 안경부터 불편해하는 관객에겐 추천 불가.

★ 이용 Tip ★

바람·안개 효과를 가장 잘 느끼고 싶다면 중앙 열에 앉을 것.

 CJ CGV

★ 아쉬워요 ★

더 프라이빗 씨네마 복층 구조의 대관 전용관. 최

기아씨네마 기아 자동차 브랜드 홍보관. 상영 전

비트박스·스윗박스 프리미엄 비트박스관은 좌

씨네샵 영화 상품을 파는 편집숍이다. 트랜스포

대 수용 인원은 80명.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 관람

벽면과 천장까지 총 6면에 투사되는 광고 영상이

석 허리 부분에 스피커가 내장돼 실감나는 사운

머, 스파이더맨 등 블록버스터 영화 캐릭터 상품

도 가능하고, 기업 행사·브랜드 쇼케이스 등을 열

짜릿한 체험을 제공한다. 일명 스크린X 영상이

드와 진동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가격은 평일

과 한정판 피규어, 영화 DVD, 포스터, 도서 등

수 있다. 1층에는 회의용 테이블, 2층에는 담소를

다. 본 영화는 정면 스크린에서만 상영된다. 상영

1만원, 주말 1만2000원. 2층은 안락한 커플 소파

을 판매한다. 씨네샵은 CGV청담씨네시티 8층

나눌 수 있는 소파 좌석이 있다. 대관료는 기본 4

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2층 좌석이 인기다.

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스윗박스 프리미엄’ 좌석

매표소 옆에 있다. 여의도·영등포·청주지웰시티

시간 400만원. 추가 1시간 100만원.

가격은 평일 1만원, 주말은 1만2000원.

이다. 평일·주말 관계 없이 1인당 2만5000원.

CGV에도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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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같은 안락함을 누리려면

샤롯데 주소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130 에비뉴엘 7층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문의 1544-8855 │ www.lottecinema.co.kr

비츠 바이 닥터드레

헤드폰 브랜드 ‘비츠 비츠 바이 닥

가격 평일 일반 2만7000원, 청소년 2만5000원 주말 일반 3만원, 청소년 2만5000원

터드레(Beats by Dr. Dre)’의 홍보관이다. 좌석마다 비치된

헤드폰을 통해 풍부한 사운드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상영관

샤롯데는 호텔 라운지와 영화관을 합쳐놓은 듯한 공간이다. 클

입구는 클럽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다. 다양한 컬러의 헤드

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운지를 상영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이

폰들이 전시된 진열대도 볼거리다. 상영관은 총 2개관으로, 각

용할 수 있다. 입장하는 즉시 직원들이 음료 주문을 받는다. 음

108개의 좌석이 있다. 내부로 들어서니 좌석마다 비치된 헤드폰

료는 영화표 한 장당 두 잔까지 제공된다. 음료 외에 팝콘 등의

들이 먼저 눈에 띈다. 전선 처리가 깔끔하게 돼 있어 옆 좌석의 것

메뉴는 별도로 판매한다. 가장 인기가 높은 메뉴는 샤롯데에서

과 엉킬 염려는 없다. 헤드폰을 쓰고 관람하는 상영관이라 웬만

만 판매하는 핫도그다. 와인이나 맥주를 원하는 사람은 한 잔에

한 소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영 도중 휴대폰으로 통화하

6000~7000원을 내고 마실 수 있다. 영화 시작 10분 전, 담당 직

는 관객도 있었지만, 옆자리의 관객이 알아채지 못한다. 장시간

원들이 관객을 자리로 안내한다. 늦게 도착한 관객을 직원이 좌

헤드폰을 쓰고 있으면 귀가 아프기 마련인데, 이 상영관의 헤드

석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것도 특징이다. 상영관 의자는 취향

폰은 귀에 거의 부담을 주지 않는다. 볼륨은 영화를 즐기는 데 최

에 맞게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좌석마다 칸막이가 있는 것도 장

적화된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관객이 임의로

점이다. 옆 좌석 관객이 스마트폰을 꺼내도 불빛에 눈살 찌푸릴

조절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상영관의 가장 큰 장

일이 없다. 좌석 옆에는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벨이 있다. 담요를

점은 모든 좌석이 일정한 음질의 사운드를 즐

요구할 때 쓰면 된다.

길 수 있다는 것. 뮤지컬이나 음악영화를 감상

★ 아쉬워요 ★

일반 상영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하기에 안성맞춤인 상영관이다. 대사 하나라

★ 이용 Tip ★

라운지에서 휴대폰 충전 가능.

윤지원 기자 사진= 김진솔(STUDIO 706)

도 허투루 넘기고 싶지 않은 관객이나 주변 소 음에 민감한 관객이라면 더 만족스럽다. 고석희 기자

★ 아쉬워요 ★

스크린 크기가 작은 편이다. 뒤쪽 좌석에서는 스크린이 좀 갑갑하게 느껴진다. ★ 이용 Tip ★

헤드폰을 쓰지 않고 관람하는 관객도 더러 있다. 피해를 줄 수 있는 큰 소음은 삼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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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리산 웨스턴‘군도:민란의 시대’ 매력 파헤치기 돌무치 하정우

바보 같지만 멋져

하정우(36)가 연기하는 백정 돌무치는 대부호 조윤에게 어머니와 누이를 잃고 도적떼 추설에 합류한 인물이다. 돌로 머리를 내리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몸에 힘은 장사 다. 더벅머리는 벌레가 튀어나올 것 같고, 표정은 멍하다. 이따금 고개를 흔드는 틱 장애도 있 다. 돌무치는 지금껏 하정우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바보 같은 캐릭터다.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윤종빈 영화 속의 하정우 용서받지 못한 자(2005) 태정 하정우와 윤종빈 감 독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 군대 안에서의 폭 력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을 흡인력 있게

대사를 툭툭 던지며 대파를 우걱우걱 씹어먹 는 모습에선 절로 웃음이 나온다. ‘군도’의 이야기는 그렇게 바보 같던 돌무치 가 복수를 다짐하며 변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 춘다. 영화 전반부가 돌무치의 코믹함에 집중

그린 영화로 당시 무

한다면 중반부터는 그의 비장함과 액션에 방

명이던 하정우가 배

점이 찍힌다. 이름을 ‘도치’로 바꾼 돌무치가

우로서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됐다. 후임을 감싸주다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

가도 결국 군대의 폭력과 질서에 순응해버리고 마는

로 등장하는 장면이 백미다. 양손에 무거운 칼

태정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 호평받았다.

을 들고 휘두르는 모습은 그간 하정우가 보여 준 액션 중에도 가장 인상적이라 할 만하다.

비스티 보이즈(2008) 재현 청담동 호스트바에서 일 하는 두 남자 승우(윤계상)와 재현을 통해 그 세계를 실감나게 묘사한 작

이런 와중에도 돌무치는 순박하고 코믹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그 덕에 영화는 끝까지

품. 하정우는 폼생폼

유쾌하게 달리지만, 바보 같던 인물이 멋있는

사 재현을 연기해 깊

히어로로 탈바꿈할 때 느껴지는 희열이 아주

은 인상을 남겼다. 만

크지는 않다. 뒤로 갈수록 조윤의 사연에 더

나던 여자에게 돈을 요구하며 “내가 너 돈 때문에 만 나는 줄 알아? ”라고 외치는 장면은 찌질함과 비열함 을 제대로 보여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했다.

영화의 무게감이 실리는 탓도 있다. 연쇄살인범(‘추격자’), 소설가(‘러브픽션’), 뉴스 앵커(‘더 테러 라이브’) 등 하정우는 특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형배 1980~90년대 부산이 배경. 비리 세관원 출신 익

정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연기 보폭을 넓히 며 정상의 자리에 선 배우다. 특히 중앙대 동

현(최민식), 부산 최

문이자 절친한 후배인 윤종빈 감독과 찰떡궁

대 조직의 보스 형배

합을 자랑해 왔다. 윤 감독의 영화에서 그는

를 주인공으로 남자

찌질한 남자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조직의 보

들의 세계를 진하게 그린 영화다. 하정우는 찌질한 모습을 확 벗어버리 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보스로 등장, “쏴라있

스까지 다양한 인물 군상을 연기했다. ‘군도’ 에선 그 모두를 아우르는 모양새다. 윤종빈과

네(살아있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이 영화를 크

하정우의 네 번째 합, 과연 성공적이다.

게 흥행시켰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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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의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가 다시 뭉쳤다. 여기에 ‘초능력자’(2010, 김민석 감독)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강동원까 지 합세했다. 올여름 한국영화 대작 행렬의 첫 테이프를 끊는 ‘군도:민란의 시대’(7월 23일 개봉, 이하 ‘군도’) 얘기다. 세도가들의 횡포로 민생고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때, 전남 나주의 부호 조윤(강동원)에게 가족을 잃은 백정 돌무치(하정우)가 도적떼 ‘추설’에 합류해 조윤을 벌하는 내용이다. 조선의 밑바닥 인생으로 변신한 하 정우, 아름다운 악당으로 등장한 강동원의 매력 대결은 물론, 조연 캐릭터들의 향연, 서부극의 요소를 차용한 액션 활극의 오락적 재미까지 영화의 면면을 살폈다.

이토록 아름다운 악당 조윤 강동원 ‘군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얼굴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강동원(33)이다. 그가 연기하는 조윤은 탐관오리들을 조종하며 백성을 악랄하게 착취하는 한편, 조선 최고의 무예 실력을 자랑하는 인 물이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조막만한 얼굴, 선이 또렷한 이목구비, 호리호리한 몸매의 강동원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시선을 붙잡는 이미지다. 특히 영화 중반 어두운 밤에 펼쳐지는 결 투 장면, 조윤이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채 칼 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강동원은 여느 여배우

볼거리 책임지는 역할, 자신 있었다 -2011년 제대 후 스크린 복귀작인데. 우연히 “술자 리에서 윤종빈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자기 세계가 확실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 다. 그 뒤 조윤 역을 제의받았는데, 주위에서 많이 만

못지않은 미모를 뽐낸다. 카메라는 수시로 강

류했다. 돌무치와 추설 무리가 이야기의 중심이고,

동원의 얼굴, 특히 길고 큰 눈을 화면 가득 잡

조윤은 영화가 시작된 지 한참 뒤 본격적으로 등장

는다.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고

하는 악역인데다, 하정우·이성민·조진웅·마동석 등

백성을 괴롭히는 악당 조윤이 신비로운 매력 을 입는 순간이다. ‘형사:Duelist’(2005, 이명

기라성 같은 연기파 배우들에 맞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겠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난 자신 있었다.” -무엇에 자신 있었나. “이 영화의 조윤은 장검을

세 감독)의 말 없는 무사 ‘슬픈 눈’의 우수와

이용한 시원시원한 액션 등 주로 볼거리를 책임지는

고독, ‘초능력자’(2010)에서 눈빛으로 사람들

역할이다. 촬영 전 넉 달 동안 검술 액션을 준비했다.

을 조종하는 초인의 악랄함이 함께 엿보인다.

훈련을 철저히 해서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전혀 힘

그 모습이 도적떼 추설 무리의 원초적 남성미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 동작이 너무 빠르다고 무술

와 대조돼 더욱 부각된다. 조윤의 매력은 극 후반 들어 점점 극대화된

팀이 투정하기도 했다(웃음).” -조윤은 ‘아름다운 악역’이다. 특히 머리를 풀어헤 치고 장검을 휘두르는 장면에서 출중한 외모가 빛을

다. 서자로 자라 아버지(송영창)의 인정을 갈

발한다. “시나리오에는 무서운 모습이라고 표현돼 있

망했던 내면의 슬픔이 부각되면서 극의 무게

다. 감독님과 나는 지금의 조윤보다 훨씬 거친 모습

중심이 완연히 조윤 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으로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분장 팀장님이 그

그 바람에 돌무치와 추설이 그를 벌하는 결말

장면의 조윤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고집하셨다. 긴

의 통쾌함이 반감되는 인상마저 준다. 지금껏 한국적 남성미, 그 명암을 적나라

생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액션을 하려니 불편하 긴 했다. 그 장면 촬영을 마치고 윤 감독님이 ‘그 머리 로 영화 한 편 더 찍자’고 하시더라(웃음).”

하게 그려왔던 윤종빈 감독의 영화 세계에서

-극악무도한 인물로 그려지던 조윤은 후반으로 갈

‘군도’의 강동원처럼 신비롭고 아름답게 그려

수록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데. “나쁜

진 남성은 없었다. 강동원은 하정우, 조진웅,

짓을 일삼는 사람이지만, 그 이유가 분

마동석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이 영화에서 윤종빈 영화 세계의

명히 있다. 서자로 태어난 조윤의 목표 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 가 유일한 혈육이기 때문이다. 어린

새로운 매력을 꽃피우는 데 당당히 성공했다.

조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역시 그런 이유라고 생각했다.” 37


기획

만주 웨스턴 ‘놈놈놈’과 비교해보니

힘을 잃은 선악 구도의 아쉬움 ‘군도’는 탐관오리와 양반들의 횡포에 반기를 든 도적떼 추설과 악랄한 부호 조 윤의 대결을 서부극 느낌이 물씬 나는 활극으로 풀어낸다. 서부영화의 요소를 적극 차용한 한국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하 ‘놈놈놈’)과 비교해볼 만하다.

‘군도’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철종 때다. 등장인물들은 분명 조선시대 풍의 의상을 입

기를 썰던 넓적한 칼을 양손에 든다. 천보는 쇠뭉치를, 마향은 화살을 잘 다룬다. 악당

고 있지만, 이들이 말을 타고 드넓은 벌판을 달리는 모습, 그 위에 깔리는 박자감 넘치

인 조윤은 무관 출신으로 긴 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이들의 세상은 백성의 삶을 보

는 음악은 노골적인 서부극 스타일이다. 서부극이라면 무법천지나 다름없던 19세기 후

살펴야 할 관리와 양반들이 도리어 백성의 재물을 빼앗는데 혈안이 되고, 이들의 악행

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 삼아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과 그 지역 사람들을 벌벌

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곳곳에서 민란을 일으키거나 도적떼에 합류하는 상황이다. 그

떨게 하는 악당의 대립을 그리는 것이 전형적이다. ‘군도’에서 정의로운 영웅은 백정 돌

무질서가 서부 개척 시대의 무법천지와 비견할 만하다.

무치를 비롯한 도적떼 추설이다. 이들은 못된 양반을 벌하고 그 재산을 빼앗아 백성들

일명 ‘만주 웨스턴’을 표방했던 ‘놈놈놈’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만주가 배경이

에게 나눠주는 의로운 도적이다. 지리산 깊은 계곡에 남

다. 일제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 대륙까지 넘보던 당대의

부럽지 않은 자신들만의 요새도 마련했다. 이들과 대립

만주는 온갖 나라와 지역에서 흘러든 사람들이 저마다

하는 악당은 전남 나주 지역 최고의 부잣집 아들 조윤이

살기 위해 꾀를 내고 몸부림 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

다. 막대한 부를 무기로 지역 관리를 손아귀에 넣고 민초

부극의 무법천지와 닮았다. 그곳에 나라 잃은 백성인 세

들의 땅을 빼앗아 더 큰 부를 쌓는데 매진하는 한편 사람

주인공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 ‘나쁜 놈’ 박창이(이병

목숨을 짐승만도 못하게 여기는 악랄한 인물이다. 서부

헌),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가 있다. 편의상 이들을 좋은 놈, 나쁜 놈 혹은 이상한 놈으로 나눌 뿐, 누구도 정

영화의 영웅과 악당이 총을 들고 대결한다면, ‘군도’의 영 군도:민란의 시대

웅과 악당은 각자의 무기로 싸운다. 추설의 돌무치는 고

‘군도’ 조연들 누가 누가 돋보이나

통 서부극의 전형적인 영웅이나 악당은 아니다. 그 중에

윤종빈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와 마찬가지로, ‘군도’ 역시 또렷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추 설 의 우 두 머리

바람잡이 연기파

정 신적 지주

대 호 (이 성민 )

태 기( 조 진웅)

땡 추 (이 경영 )

매력지수 ★★★ 무관 출신

매력지수 ★★★ 화려한 언변

매력지수 ★★★ 백성을 괴롭히는 양반은 벌하

으로, 상관의 횡포를 참지 못

과 연기력으로 자신도 못된 양

되, 이유 없는 살생을 죄악시한다. 조윤을 향한 도치

해 관직을 벗고 추설에 합류했

반들과 한편인 척 상대를 홀

의 강렬한 복수심을 우려하기도 한다. 위

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민주

려, 추설 무리에게 양반집 대

엄 있으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

적 방식으로 추설을 이끌되, 때

문을 열어주는 앞잡이 역할을

는 이경영에게 꼭 맞는 옷 같은 역

때로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휘

한다. 그러던 그가, 일순간 표

할인데, 땡추의 마지막 장면이

한다. 특히 대호가 백성들의 고혈을 빼먹는 양반들을 꾸짖는 장

정을 확 풀고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자신 역시 추설 패거리라는

좀 더 강렬하게 그려졌으면 하

면에서 이성민 특유의 중저음이 효과적으로 쓰인다.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의 쾌감이 쏠쏠하다.

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38


군도:민란의 시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도 ‘이상한 놈’ 윤태구는 “양반들 밑에서나 일본 놈 밑에서나” 살아가는 게 별 다를 게

과 달리 힘이 빠지는 듯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조윤이 추설의 지리산 요새를 공

없다는 점을 진작 깨닫고 인생 최고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격하는 대규모 액션은 추설의 정예요원들의 엇갈리는 운명과 조카의 행방에 주목하는

새긴 인물이다.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해체한다는 점에서 ‘놈놈놈’은 변형된 서부극이

조윤의 모습이 뒤섞이며 액션의 속도가 멈칫하는 인상을 준다. 결과적으로 돌무치와

라고 할 수 있다. 대신 말과 자동차로 만주 벌판을 가로지르는 추격전, 황야의 외딴 마

조윤이 대나무 숲에서 벌이는 마지막 액션은 영웅과 악당의 대결이라기보다 억울한 세

을에서 공중 활강을 펼치며 벌이는 대결, 달리는 기차 안팎에서 펼치는 총격전 등은 서

월을 살아온 이와 알고 보면 그 역시 서러운 인생을 살아온 이의 대결처럼 보인다. 누가

부극에서 영감 받은 상상력으로 빚어낸 갖가지 액션을 선보인다. 그 마지막에 세 주인

죽어도 슬픈 싸움이다.

공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결말은 결국 살아남는 게 최고라는 30년대 만주식 생존법

이 싸움에 종지부를 찍는 데는 또 다른 백성들의 가세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미약했 던 백성들이 각자의 울분을 딛고 대의에 합류하는 과정이 너무 단순하게 그려지는 나

을 단단히 아로새긴다. 그에 비하면 ‘군도’는 당초 뚜렷한 선악의 대립 구도를 제시했던 스스로의 설정을 후

머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조윤의 악행으로 어머니와 누이를 잃고 도적떼에 합

반 들어 조금씩 배반하는 모양새다. 돌무치와 추설을 정의로운 영웅, 조윤을 악독한 악

류하게 된 돌무치가 결국 복수에 성공한 결말임에도 그에 따른 쾌감 역시 이렇다하게

당으로 그리는 구도가 힘을 잃는다는 뜻이다. 미천한 백정 돌무치와 권력까지 손에 쥔

전해지지 않는다. 정의로운 도적떼와 악독한 악당의 대결을 서부영화식으로 통쾌하게

부호 조윤의 대립처럼 보였던 이야기는 추설 무리 전체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예 실

그리려던 극 초반의 다짐이 스스로 어그러지는 듯한 결말이다.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

력을 지닌 조윤의 대립으로 변형된다. 게다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조윤의 인간적인 내

과 서부극의 오락적 쾌감을 결합한 이 영화의 성취가 아쉬움을 남기는 배경이다.

면까지 부각된다. 추설 무리와 조윤이 본격적으로 맞서는 액션 장면이 이전의 액션들

장성란 기자

힘이 천하 장사

만날 당하는 백성

터프한 홍일점

천보(마동석)

장씨 (김 성균)

마 향 (윤지혜 )

매력지수 ★★★ 천에 싸맨

매력지수 ★★ 영화 후반에

매력지수 ★★★★ 추설의 정예 요원 중 유일한

쇠뭉치를 휘두르며 적을 단숨

등장하는 나주 농민으로, 조

여자. 귀신 같은 활솜씨로 여느 남자 못지않

에 제압하는 추설 최고의 힘장

윤의 횡포에 땅을 뺏기고 아버

은 전투력을 뽐낸다. 뒤웅박 팔자를 거

사. 천보가 처음 등장하는 대

지를 잃는다. 갖가지 액션과

친 여인답게 고상한 척하거나 내숭 떠

목에서 구수한 사투리를 늘어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추

는 법이 없다. 윤지혜는 억척스러우면

놓으며 혼자 여러 명을 쓰러뜨

설 무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

서도 꾸미지 않은 매력의 마향을 연

리는 마동석의 연기가 퍽 구성지다. 남자다운 그가 조직의 홍일

면적인 역할에 그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 조윤을 쓰러뜨리는

기하며 추설의 어떤 사내들보다 큰

점 마향에게 마음을 내비치는 방식도 재미있다.

데 있어 결정적인 몫을 담당한다.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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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트랜스포머는 왜 중국에 갔을까 중 국 영화 시장 에 꽂힌 할리우드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시대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도 중국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중국이 배경이거나 중국 배우가 출연하거나 중국 제품이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가 늘고 있다. 201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영화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최근 할리우드와 폭넓은 교류를 진행 중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찰리우드’(차이나+할리우드)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일러스트=강일구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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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6월 25일 개봉, 마이클 베 이 감독, 이하 ‘트랜스포머4’)의 한 장면. 쫓기던 조슈 아(스탠리 투치)가 냉장고에서 중국 브랜드 팩 우유를 꺼내 마신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그는 우유를 포기하 지 않고 끝까지 마신다. ‘트랜스포머4’에 등장하는 중 국 제품은 우유만이 아니다. 광저우자동차의 트럼치 (傳祺) 모델을 비롯해 에너지 음료 훙뉴(紅牛), 이바오 (怡寶) 생수 등 무려 15개의 중국 브랜드가 등장한다. 여기에 중국 배우도 출연한다. 중국의 스타 여배우 리 빙빙은 최첨단 과학 기술 기업 대표 수웨이밍 역을 맡 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명석한 수재로 묘사되는 주요 캐릭터다. 액션에도 능해 위협으로부터 조슈아를 보 호하는 역할이다. 이밖에도 ‘트랜스포머4’에는 왕잉, 뤼량웨이, 리정티안 등 중국 배우 10여 명이 등장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쩌우스밍도 카메오로 출연해 악당들을 물리친다. 1

중국 배우와 제품이 대거 등장하는 ‘트랜스포머4’ 는 중국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중국에서 개봉해 보름여 만에 2억6000만 달러의 흥

때는 크리스 에반스와 스칼렛 요한슨이 베이징을 찾

행 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의 제작비 2억1000만 달러

았다. 6월 상하이국제영화제 때는 휴 그랜트, 나탈리

를 웃도는 성적이자, 같은 기간 미국에서 벌어들인 흥

포트먼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했다. 지난해 9월 칭

행 수입보다 많다. ‘트랜스포머4’는 중국에서 개봉한

다오에는 니콜 키드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존 트라

외화로는 역대 최고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중국에서

볼타, 캐서린 제타 존스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2010년 개봉한 ‘아바타’(제임스 캐머런 감독, 중국 흥

출동했다. 초대형 영화 스튜디오 ‘칭다오 오리엔

행 수입 2억2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제쳤다. 앞서

탈 무비 메트로폴리스’의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

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월트 디즈니는 중국 영

중국 배우 판빙빙이 출연한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

해서다. 약 500억 위안(8조3000억원)을 들여

화사 DMG 엔터테인먼트 측과 ‘아이언맨3’(2013, 셰

처 패스트’(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중국에서만 1억

만드는 중국판 할리우드 격인 시설이다. 시

인 블랙 감독)를 공동 제작한 바 있다. 중국에서 흥행

20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미국을 제

상식도, 영화제도 아닌 행사에 이만한 배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트랜스포머4’ 역시 파라마운

외한 전 세계 흥행 수입 5억 달러 중 20%이상이

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트 픽쳐스와 중국 영화사 차이나 무비 채널·지아플릭

2

몇몇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중국

스 엔터프라이즈가 손을 잡고 제작한 작품이다. 드림

적어도 결정적 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사와 합작을 선언했다. 올해 3월 월트

웍스는 중국 합작 회사 ‘오리엔탈 드림웍스’를 설립해

역할로 등장했다.

디즈니는 상하이동방미디어그룹과 향후

2015년 개봉 예정인 ‘쿵푸팬더3’(여인영 감독) 공동 제

중국에서 나온 셈이다. 극 중 판빙빙은 분량은

할리우드의 친(親) 중국 성향이 짙어졌다. 중

수년간 장편영화 콘텐트 개발과 공동 제작

작에 나섰다.

국을 향한 할리우드의 애정 공세는 최근 중국 을 방문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리스트에서도

1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중국 로케이션에서 촬영하고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

드러난다. 올해 4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

2 중국에서 6월 말 개봉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출연한 중국 배우 리빙빙. 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맡았다.

져’(조 루소·안소니 루소 감독)의 중국 개봉

3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이 지난해 9월 열린 칭다오 오리엔탈 무비 메트로폴리스 착공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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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중국 영화 시장에 꽂힌 할리우드

남다른 흥행 규모, 이러니 반할 수밖에

으로 삼아 중국의 이미지를 여럿 등장시킨 것도 이 같

기술 및 상영 장비 업체 리얼D는 2012년을 기점으로

이처럼 할리우드가 중국에 다양한 방식으로 손을 내미

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흥행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에 향후 5년 내 500여 개의 3D 스크린을 확충할

는 배경에는 중국 영화 시장의 급성장이 자리 잡고 있

친숙한 제품과 배우가 등장하면 중국 관객들의 호감

계획을 발표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이끄는 캐머런

다. 2009년만 해도 1조 규모로 당시 한국과 비슷했던 중

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트랜스포머3’(2011, 마

페이스그룹도 2012년 중국 텐진에 3D 사업 본부를 설

국 영화 시장은 2012년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로 도약

이클 베이 감독) 역시 중국 개봉 당시 1억6000만 달러

립해 본격적으로 중국 공략에 나섰다. 당시 제임스 캐

했다. 2013년 현재 중국 영화 시장은 극장 흥행 수입이

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머런 감독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영화 시장으로, 향후

217억 위안(약 3조6000억원), 극장 관객 수는 약 6억 명

서 이 영화가 거둔 흥행 수입 7억7000만 달러의 20%

3D 기술에 있어서도 세계 정상에 올라설 것”이라며 기

에 달한다. 2004년 이후 매년 30%정도씩의 성장세가

에 해당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제작사인 파라마운

대를 드러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

축적된 결과다. 영화 시장 인프라도 급속도로 팽창하는

트 픽쳐스가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결

등에 따르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2016년 개봉 예정

추세다. 2013년 한 해에만 무려 903개의 영화관이 새로

국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중국 현지 촬영, 중국 배우 캐

인 ‘아바타2’에 중국 배우를 캐스팅하고 중국에서 촬

문을 열었다. 하루 평균 2.5개씩 영화관이 생긴 셈이다.

스팅 등의 조건을 내건 중국 영화사와 ‘트랜스포머4’

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현재 중국의 스크린 수는 1만8195개로, 올해 안

공동 제작 협력을 맺었다.

에 스크린 2만 개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

할리우드 영화의 중국 시장 공략에서 지난 2012

화 산업이 성장하면서 자본 유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영

년은 중요한 분기점이 된 해다. 중국 극장가에서 외

상 펀드 조성이 대표적이다. 2013년 8월까지 중국에 조

국 영화가 중국 영화의 흥행 수입을 처음으로 앞질렀

성된 영상 투자 펀드는 24개, 총 322억 위안 규모다.

다. 중국 영화와 외국 영화의 흥행 수입 비율은 2009

중국·미국의 영화 산업 교류 현황

2012 4월 제임스 캐머런 감독, 중국 텐진에 3D 사업 본부 설립.

할리우드가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년 56.5% 대 43.5%, 2010년 56.4% 대 43.6%, 2011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화 시장과 다양한 볼거리를

년 53.6% 대 46.4% 등의 수치를 보이다 2012년에는

원하는 관객의 수요가 할리우드를 빨아들이고 있는

48.5% 대 51.5%로 역전됐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

6월

것이다. 중국 관객은 특히 할리우드 3D영화에 대한 관

화에 기인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2012년 2월 시진핑

미국 3D 기업, 향후 5년간 중국 내 500개 3D 스크린 확충 계획 발표.

심이 폭발적이다. 2012년 중국에서 개봉한 ‘타이타닉

주석(당시 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정상

3D’(제임스 캐머런 감독)는 9억7000만 위안 정도의

회담에서 기존에 매년 20편으로 제한했던 중국의 해

2013년

흥행 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이 영화가 중국 외 전 세계

외 영화 수입 편수를 34편으로 늘리는 방침을 발표했

파라마운트 픽쳐스, 중국 영화사 차이나 무비 채널 등과

에서 거둔 흥행 수입보다 많은 수치다. 2013년 중국에

다. 늘어난 14편은 3D·IMAX 영화로 제한하는 조건이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제작 협력 계약 체결.

서 개봉한 ‘쥬라기 공원 3D’(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역

었지만, 중국 정부의 영화 정책에서 개방의 의지를 엿

시 3억5000만 위안 정도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트랜스포머4’가 영화 후반부에 홍콩을 주요 배경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외화 정책이 완화되면서

5월 완다(萬達)그룹, 미국 멀티플렉스 체인 AMC 26억 달러에 인수.

4월

9월 완다그룹, 칭다오 오리엔탈 무비 메트로폴리스 착공.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니콜 키드먼 등 할리우드 톱스타 참석.

할리우드는 중국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 3D

2014년 6월 푸싱(復星)그룹, 제프 로비노프 전 워너브러더스 픽처스 회장이 설립한 스튜디오 에잇(Studio 8)에 투자 발표.

2015년 월트 디즈니, 37억 달러 규모의 상하이 테마파크 개관 예정.

2016년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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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 32억 달러 규모의 상하이 테마파크 개관 예정.


찰리우드, 영화 산업의 왕좌를 넘보다

한편으로 중국 기업들도 할리우드로 향하고 있다. 중 국 기업 완다그룹은 2012년 미국의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AMC를 인수했다. 할리우드를 거점으로 전 세계 로 뻗어나가겠다는 포부다. 중국판 할리우드, 즉 찰리 우드는 나아가 세계 영화 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의 아 성에 도전하고 있다. 2017년 6월 개장을 목표로 칭다 오 오리엔탈 무비 메트로폴리스를 건설 중인 완다그 룹 왕젠린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튜 디오 건설을 통해 2018년 중국의 극장 흥행 수익은 미 국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며, 2023년에는 북미 흥 행 수익의 두 배를 넘을 것이다.” 또 중국영화는 자국

(왼쪽부터) ‘아이언맨3’‘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중국판 포스터.

시장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 이고 있다. 중국영화의 2013년 해외 박스오피스 수입

이 20초 이상 등장하고 영화 소품 전시를 최소 8개월

은 약 14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3% 성장세를 보였다.

간 호텔에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영화 속 호텔

얼마 전 중국 측이 할리우드에 으름장을 놓은 ‘사건’

의 등장 시간이 20초가 안 됐고 소품 전시도 호텔이 아

은 찰리우드의 위상과 중국의 눈치를 보는 할리우드

닌 다른 장소에서 진행됐다는 것. 자칫하면 중국 개봉

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6월 20일 베이징에

이 제때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할리우드

서 열린 기자회견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는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파라마운트 측은 사흘 뒤인

‘트랜스포머4’에 중국 투자사로 참여한 베이징 판구

6월 23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스투자유한공사(이하 판구)는 파라마운트가 계약을

이 회견에는 파라마운트 롭 무어 부회장을 비롯해 마

위반했다며 중국 개봉 연기를 주장했다. 판구 측에 따

이클 베이 감독,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 등 주요

르면 파라마운트 측과 계약 당시 영화 속에 판구호텔

인사가 고루 참석했다. 영화 속 캐릭터인 범블비도 판 구호텔에 전시했다.

숫자로 보는 중국 영화 시장

6.1억 명 관객 수

찰리우드는 막강한 자금력, 광대한 인프라 그리고 풍부한 관객층을 바탕으로 영화 시장을 키워가고 있 다. 세계 영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시선

홍콩에서 열린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프리미어 행사에 참

이 중국을 향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찰리우

석한 마이클 베이 감독.

217억 위안

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극장 흥행 수입(약 3조6000억원)

특히 엄격한 규제와 심의 등 폐쇄적인 영화 정책이 시

국 시장을 겨냥해 지나친 PPL(간접광고)을 등장시키

장의 발전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

는 데는 중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3,200개

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부 박희성 연구원은 “중국 영

전매대학 판웨이칭 교수는 magazine M과의 전화

극장 수

화 시장의 성장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지만 개방

통화에서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 중국 제품이 다수

18,195개

적인 시장과 폐쇄적인 정책의 불균형은 풀어야 할 과

등장하는 것은 중국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제”라며 “엄격한 심의 제도와 외국 영화 수입 쿼터 등

위한 전략”이라며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영화적 접근

이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어 시장에 호응하는 정

은 좋지만, PPL이 과도하면 영화가 상품으로 전락할

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가 중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스크린 수 ※자료=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 2013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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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8분 길이의 단편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구교환 감독

유머는 내 천성, 슬픈 얘기도 재미있게

DVD를 주지 않는가? ’는 감독 자신의 경험이 모티 브가 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구교환(32) 감독은 실 제로 여러 독립영화에 배우로 출연했다. 이번 단편 에서는 직접 주인공 기환 역을 맡아 극 중 배우인 기 환이 자신이 출연한 독립영화의 DVD를 받으러 가 는 여정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기환이 찾아간 감독 들은 한때는 저마다 ‘봉준호’를 꿈꾸다 영화의 꿈 을 접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거나 두문불출하는 모 습으로 등장한다. 흡사 만화 같은 상황 연출, 뜬금 없는 영화 패러디 등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 는 작품이다. 7월 초 막 내린 제13회 미쟝센단편영 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배우 로서, 감독으로서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는 의지를 이 영화에 담아낸 구교환 감독을 만났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 라희찬(STUDIO 706)

-단편 ‘거북이들’(2011)에 이어 이번 단편에서도 연 출과 주연을 겸했는데. “주인공 기환은 나의 독립영화 배우 경험과 영화를 향한 내 생각을 토대로 만든 인물이 다. 그러니 내가 연기하는 게 자연스럽다. 연기할 줄 알면 서 안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같기도 했다.” -본래 전공은 연기인데 어떤 계기로 연출을 하게 됐 나.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늘 있었다. 삼수 끝에 서 울예대 영화과에 연기 전공으로 입학했다. 전공 수업에 서 연기만 배우다 흥미를 잃었다. 연출 전공하는 친구들 어깨 너머로 연출이나 촬영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영화 연출을 하게 됐다.” -연출보다 연기로 활동을 시작해 많은 단편영화에 출연했는데. “운이 좋았다. 단편영화는 빛을 못 보는 경 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내가 출연한 작품은 대부분 영화 제에서 상영됐다. 첫 출연작은 윤성현 감독의 단편 ‘아 이들’(2008)이었다. 그 작품을 본 다른 감독들에게 캐 44


스팅 제안을 받았다. 조성희 감독의 단편 ‘남매의 집’ (2009)도 그렇게 출연하게 됐다. ” -상업영화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마음이 동하는 작 품에만 출연하겠다는 소신이 있다. 단편영화든 상업영 화든 같은 기준에서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내 이름을 남 기는 일이니까. 최근에 상업영화의 오디션을 볼까 고민하 기도 했는데, 서울독립영화제가 제작하는 옴니버스영화 인디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감독으로 참여하게 돼 여기 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고픈 욕심이 없나 보다. “아 니다. 그런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난 야망으로 가 득 찬 남자다(웃음). 꿈꾸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예를 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면 이번 영화를 3만 명 이상의 관객이 보면 좋겠다(웃음).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예전에는 남의 말과 판단에 일희일비했는데, 그들이 나

의 두려움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적인 대사다. “배우로

재주가 돋보인다. “내 영화에서 유머는 빠질 수 없다. 평

를 구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서, 감독으로서 내가 느꼈던 솔직한 심정이다. 나도 늘 그

소에도 주변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려는 강박이 있다

-이 영화는 결국 영화에 대한 꿈을 다잡는 이야기인

랬다. 배우나 감독의 삶은 오디션의 연속이지 않나. 연기

(웃음). 감독으로 촬영장에 가도 스태프와 배우들을 웃

데. “이 영화를 찍을 무렵 굉장히 우울했다. 연애에도 실

를 못했을 때도, 영화를 잘 못 찍었을 때도 그 작품으로

기려 노력한다. 멋있지 못할 바에야 재미있는 사람이 되

패했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고, 영화에 대한 회의도 느

나 자신이 판단될까 두려웠다. 술자리 같이 편한 사석에

자는 식이다.”

꼈다. 영화를 찍겠다고 동료들을 불러 모으는 게 꼭 나

서도 서로를 평가하곤 하니까, 어디서든 일종의 연기를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는. “정말 많다. 주성치는 나

혼자 잔치 벌이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방에 틀어박혀 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느낀 때도 있었다. 20대 때는 스트레

의 변함 없는 롤모델이다. 재수할 때 주성치 영화를 보고

임을 하거나 남의 영화만 봤다. 그렇게 바닥을 치고 나면

스를 많이 받았는데, 내 안의 심지를 굳게 만들려 노력해

큰 힘을 받았다. 빌 머레이도 무척 좋아한다. 정말 대단

다시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촬영을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한 배우 같다. 배우의 얼굴만으로 영화에 긴장감이 생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해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응원

-희극지왕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이경미 감독이 이

지 않나.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는 모습도 대단하다. 코미

가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랐다.”

영화를 크게 칭찬했다고 들었다. “왜 좋아했을까 곰곰

디 배우의 삶 자체를 아주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것처럼

-극 중 기환이 DVD를 받기 위해 찾아간 일곱 감독들

이 생각했는데, 캐릭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는 강력

보인다.”

의 모습이 우습지만 짠하게 그려진다. “일곱 명의 캐릭

한 사건보다는 독특한 캐릭터가 우선이다. 이경미 감독

-당신을 웃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엄마는 내가 인정

터 모두 내가 가진 여러 모습을 극화시켰다. 영화를 만들

의 장편 ‘미쓰 홍당무’(2008)나 단편 ‘잘 돼가? 무엇이든’

하는 최고의 희극인이다(웃음). 어느 날 엄마가 ‘교환아 엄

어놓고 창피해서 출연 배우에게 DVD를 안 주려는 모습,

(2004)은 모든 캐릭터가 강렬하고 흥미롭다. 애정을 담

마 국회에 시위하러 갔다왓스야’ 하며 메신저로 국회 안

누워서 만사 귀찮아하는 모습 등등. 이렇게 슬픈 이야기

아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그런 공통점 때문에 좋게 보지

의 꽃나무 화단 앞에 곱게 서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시

를 진지하게 찍으면 진짜 슬플 것 같아 재미있게 찍었다

않았을까.”

위하러 가셨다는 분이. 하하하. 너무 귀엽기도 하고, 이런

(웃음). 유머는 내 천성이기도 하고.”

-독립영화임에도 연출 방식이 잘 짜인 상업영화에

아이러니한 상황이 가장 재미있는 순간 같다. 그 사진을

-유일한 여자 감독으로 나오는 순지(고우리)는 일본

가깝다. “소재는 독립영화인데 만듦새가 상업영화 같다

보고 내가 대학 신입생 때 뭣도 모르고 스크린쿼터 관련

배우 아오이 유우의 청순함을 코믹하게 비튼 모습이다.

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촬영도 앵글을 정확히 잡아

시위에 나가 피켓 들고 기념사진 찍어온 기억도 났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영화의 분위기를 패러디하면 재미

정돈된 느낌으로 찍었다. 등장인물은 모두 최대한 만화

-차기작도 유머러스한 영화인가. “물론이다. 누구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순지가 나오는 장면을 이와

적으로 연출했다. 배우들에게도 연극적으로 연기하라고

좋아할 만한 멜로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릴 거다. 내 경험

이 슌지 감독의 멜로영화처럼 찍었다. 순지도 아오이 유

부탁했다. 아무리 단편영화라도 배우가 20분 동안 생활

을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담고 싶다.

우 스타일로 올린 머리에 원피스를 입혔다. 일반 관객들

연기만 하는 모습은 영화를 만드는 나조차도 못 볼 것

이전 작품보다 나의 내면을 더 면밀하게 분석해 영화에

이 알아보고 웃을 만한 캐릭터를 만들려 했다.”

같다. 영화는 재미있어야지. 이런 마음으로 찍었으니 내

풀어내려 한다.”

-순지는 기환에게 억지로 DVD를 주면서 이 영화로

영화가 쉽지 않나(웃음).”

-연애 중인가 보다. “내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는,

자신을 판단하지 말라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 삼아 이를 유머로 풀어내는

순수하고 재미난 친구를 만나고 있다(웃음).” 45


디테일의 재발견

‘경주’의 공윤희 장률의 ‘경주’는 흥미로운 픽션이다. 감독의 경험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사실적이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죽음’이라는 모티브는 끊임없이 영화를 맴돌며, 영화는 마치 백일몽처럼 다가온다. 특히 신민아가 맡은 ‘공윤희’라는 캐릭터가 지닌 모호한 기운은 이 픽션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영화에 드러난 공윤희의 히스토리는 이 렇다. 그녀의 남편은 우울증으로 자살했 으며, 그녀는 이후 술에 빠져 살다 한 스님 의 권유로 차를 마시게 되었고, 3년 전부 터는 ‘아리솔’이라는 찻집을 하고 있다.

2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 녀는 영화 속에서 가끔씩 유령처럼 여겨 진다. 감독도 종종 그녀가 현실의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묘한 뉘앙스를 준다. 이 3

1

것은 ‘경주’라는 제목을 지닌 이 영화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경주는 천년의 고도 다. 여기에는 155개의 거대한 능이 곳곳

리는데, 이때 카메라는, 마치 그가 올 것

최현은 환영을 본다. 죽은 김창희의 아내

“죽으면 고분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에 자리잡고 있다”는 도입부의 자막처럼,

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찻집 안쪽에

가 검은 상복을 입고 나타난 것이다. 그

“들어가도 돼요? 들려요?”라고 말한다.

경주는 도시 가운데 수많은 무덤이 있는,

서 그를 바라본다. 이후 둘은 방에 앉아

녀는 김창희가 살해당한 것도, 자살한 것

그녀는 혹시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세

생자(生者)와 사자(死者)가 공존하는 공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화 통화 때문에 최

도 아니며, 고승의 열반처럼 스스로 속세

상을 떠도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남편과

간이다. 영화는 이 공간성을 공윤희라는

현이 밖으로 나가자 공윤희는 최현의 자

와 인연을 끊었다고 말한다. 둘은 탁자를

똑같은 귀를 지녔다며 어둠 속에서 최현

캐릭터에 투영한다.

리로 옮겨 앉는다. 그리고 최현을 엿보듯

가운데 놓고 마주 앉는데(사진 4), 카메라

의 귀를 만지는 장면도 묘한 느낌을 준다.

북경대 교수인 최현(박해일)은 선배인

바라본다(사진 1). 이처럼 공윤희의 시선

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제자리로 오면 창

이 순간, 최현은 귀신에게 홀린 듯한 느낌

김창희(김학선)의 이른 죽음에 조문을 위

은 유령이 인간을 바라보듯, 숨겨진 곳에

희의 아내 자리에 공윤희가 앉아 있다(사

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그녀의 집 바로 옆

해 귀국했다. 그는 7년 전 망자와 함께 들

서 최현을 향한다. 그러면서 그 자신은 시

진 5). 허깨비의 자리에 앉아 있는 셈이다.

엔 능이 있다. 영화에서 그녀는 찻집을 운

렀던 경주의 어느 찻집을 떠올린다. 그곳

선의 대상이 되는 걸 피한다. 혹은 그녀는

공윤희는 비가 와서 옷이 젖자 흰색의 같

영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분명한 ‘현실

벽엔 춘화 한 장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 그

카메라로 찍을 수 없는 존재다(사진 2). 최

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모임 사람들과 노

적’ 캐릭터지만 영화는 자꾸 그녀의 현

림이 생각난 최현은 충동적으로 경주로

현이 찻집 마당을 360도 파노라마 숏으

래방에 갔을 때는 플로리스트 강 선생(류

실성에 판타지를 덧칠한다. 그래서 마지

향하고, 그 찻집에서 그곳 주인 공윤희를

로 촬영하려 할 땐 사진에 찍히기 싫다며,

승완)이 종이로 흰 꽃을 만들어 그녀에게

막 장면은, 해석하기 쉽진 않지만 그다지

만나게 된다. 여기서 그녀가 유령처럼 느

마치 인간에게 붙은 귀신처럼 최현의 등

바친다(사진 6). 흰 옷과 흰 꽃, 즉 수의와

놀랍지는 않다. 춘화를 앞에 두고 최현과

껴지는 첫 번째 이유. 그것은 그녀의 ‘시

뒤에 찰싹 붙는다(사진 3).

조화다.

죽은 김창희와 또 다른 선배 이춘원(곽

점’이다. 최현은 찻집 밖에서 안을 기웃거

좀 더 직접적인 증거도 있다. 찻집에서

공윤희는 능 위에 누워 능 안쪽을 향해

자형)과 공윤희가 앉아 있다. 최현이 말 한 것처럼 7년 전의 일인지, 윤희가 찻집 을 시작한 3년 전의 일인지 알 수 없다. 아 니 어쩌면, 현실엔 없는 일일 수도 있겠다. ‘경주’는 죽은 자와 산 자가 한 자리에 앉 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니까 말이다.

4

46

5

6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드라마 보는

남자

스펙만 따지는 연애에서 사랑을 외치다

로맨틱 코미디처럼 흔하면서도 어려운 조합이 또 있을까. 평범한 일

장미의 쾌활하고 당당한 면을 제대로 표현한다.

상 가운데 인상적 순간을 포착하지 않으면, 곧바로 잊히는 장르가 바

장미는 캐릭터의 현실성이 부각될수록 그 매력이 또렷이 드러나

로 로맨틱 코미디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라는 게

는 보기 드문 역할이다. 한창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얼핏 생각하면 길바닥에 널려 있을 것 같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살

사랑해’의 여자 주인공 김미영(장나라)과 비교하자면 더 그렇다. 미

진명현 새벽에 노트북으로 드라마 다운받아 보는 남자.

만한 이야기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거기에 웃음을 섞는 건 더

영화사업팀장. 사람들이 악역이라 부르는

영은 남자의 앞길을 위해 임신 사실을 숨기는, 지고지순한 캔디에 가

캐릭터에 곧잘 애잔함을 느낀다.

깝다. 그와 달리 장미는 지난 사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7월 4일 방영을

낮에는 KT&G 상상마당

‘연애 말고 결혼’ 주장미

랑을 붙잡기 위해 스토커 짓이

시작한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라도 할 수 있는, 적어도 자기 감

(tvN)은 평범한 제목보다 훨씬

정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충실한

비범한 로맨틱 드라마다. 요즘

인물이다.

젊은이들의 연애관과 결혼관을

‘연애 말고 결혼’은 연애에도

솔직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네

스펙을 따지고, 누군가를 책임지

쌍의 연인들이 결혼을 준비하

는 일은 되도록 피하려 드는 요

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렸던 드

즘 세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그 중심에서 장미는 홀로 ‘사랑

(2012~2013, JTBC)를 떠올리

이 연애와 결혼의 필요충분조

게 한다.

건’이라고 외친다. 장미는, 연애

‘연애 말고 결혼’의 줄거리는

는 사랑해서 하는 거고 결혼이

이렇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스

사랑의 완성이라고 믿었다가 굴

물아홉 살의 백화점 판매 직원

욕적인 이별을 맛봤다. 그를 돕

주장미(한그루)는 ‘썸’ 타는 중

겠다고 나선 기태는 사랑도, 연

이던 이훈동(허정민)에게 결혼

애도, 결혼도 모조리 믿지 않는

얘기를 꺼내려다 대차게 차인다.

다. 과연 장미와 기태 사이에 오

복수심에 훈동의 친구 공기태(연

가기 시작한 미묘한 감정은 어

우진)와 계약 연애를 시작한 장미. 기태가 장미를 계약 연애 상대로

디로 흘러갈까. 고리타분하지만 새겨들을 만한 장미의 사랑관을 시

고른 건, 이 여자라면 집안에서 절대 결혼을 허락하지 않을 거라 생

청자들에게 제대로 설득시킬 수 있을까. 진득한 사랑 대신 ‘썸’ 타는

각하기 때문이다.

데 열광하는 요즘 청춘 남녀들의 마음을 이 드라마가 뜨겁게 울릴 수

직설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대사, 특별할 건 없지만 공감가는

있기를 기대한다.

캐릭터가 이 드라마 최고의 무기다. 지난해 2부작 드라마 ‘연애를 기

장미가 하이힐을 벗었을 때

대해’(KBS2)를 썼던 주화미 작가의 솜씨다. 단단한 캐릭터와 꼼꼼

‘예쁜 여자’로 데이트를 하는 일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육체적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한 대사에 숨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극 초반부는

특히 발끝! 하이힐을 신고 하루종일 걸은 발은 척 보기에도 발가락뼈가 다 흐물흐물해진 느낌이다.

장미를 연기하는 한그루의 원톱 드라마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하물며 백화점 직원인 장미는 하루종일 하이힐을 신고 일한다. 장미가 처음에 훈동에게 반했던 순간,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센 척하는 여자 동비, ‘따뜻한 말 한마

장미는 잠시 하이힐에서 발을 꺼내 쉬고 있었다. 바로 그때, 훈동이 자신의 구두를

디’(2013~2014, SBS)의 당찬 여자 은영을 연기했던 그다. 각각 여자

장미에게 신어보라고 주고는 장미의 하이힐에 자신의 발을 집어넣으며

주인공의 친구, 동생 역이었다. ‘연애 말고 결혼’에선 당당히 주연으

장난을 쳤다. 어쩌면 그 순간, 장미는 자신과 한참 다른 훈동과

로 나서 제 기량을 충분히 뽐내고 있다. 또렷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서로 맞춰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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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만난 캐릭터

베프 여친 임신시켜 누나한테 빌붙어 내 앨범은 창고에 쌓여 나처럼 살면 비참해

르윈 뉴욕에서 아티스트로 살아간다는 거, 참 터무니없는 일이지? 프란시스 맞아요. 내 절친 소피(미키 섬너)도 그랬어요. 뉴욕에선 돈이 있어야 아티스 트로 살 수 있다고. 근데 혹시 배고파요? 막 세금 환급 받았는데, 내가 저녁 살게요. 르윈 밥 사준다니 고맙긴 한데, 돈을 막 쓰는 거 아냐? 프란시스 가끔은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좋아요. 확 그냥, 막 그냥! 앗, 근데 카드가 안 된다. 창피하게 왜 이러지? ATM에서 돈 좀 찾아올게요.

무용단 연습생 주제에 카드 긁어 파리 여행한 나보다 꼴통이네 힘내요, 저녁 사줄게요

르윈 계속 그렇게 살았다간 겨울에도 코트 하나 없이 단벌 양복으로 버티고, 매일 밤 재워줄 사람 찾아 헤매게 될 거야, 나처럼. 프란시스 벌써 비슷해요. 남자친구가 동거하자고 했는데, 소피와 살아야 한다고 거절했 거든요. 근데 소피가 다른 룸메이트 구해서 이사가버렸어요. 운 좋게 아는 친구 아파트 에 빈 방을 하나 얻긴 했는데, 거긴 고급 아파트라 월세가 비싸요. 르윈 근데 그렇게 돈을 써? 직업이 뭐야?

‘인사이드 르윈’ 오스카 아이삭 극 중 이름:르윈

프란시스 설명하기 힘들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인데, 진짜 하고 있진 않거든요. 음, 말

‘프란시스 하’ 그레타 거윅

하자면 무용수인데, 실은 무용단 연습생이죠. 이렇게 살다간 부모님 집, 지인들 집, 숙식

극 중 이름:프란시스

이 제공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전할 것 같아요. 거주지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르윈 지금 몇 살인데?

직업 가난뱅이 음악가.

프란시스 스물일곱 살이요. 근데 나 늙어 보여요?

성격 될 대로 되라는 식.

르윈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하는 짓은 철딱서니 없고, 생긴 건 겉늙었네.

매사 우울하지만 노래할 때는 절실함. 위기 듀엣 파트너가 자살하고, 고양이를 떠맡고, 뮤지션 생활도 포기하고픈 절박한 상황. 미친 짓 친구 애인 임신시키기. 기타 메고 무작정 시카고에 오디션 보러 가기.

거주지 뉴욕 브룩클린.

프란시스 뭐지? 이 근거 없는 날카로움? 그러는 그쪽은 무슨 일 하세요? 르윈 포크 가수야. ‘돈이 안 되는’ 노래를 부르지. 난 아버지처럼 선원이 되기도 싫고, 결혼해서 교외에 살기도 싫어. 비록 내 앨범은 레코드 회사 창고에서 먼지만 맞고 있지 만 난 노래하고 싶다고. 절박하게. 근데 나처럼 살면 좀 비참해지긴 할 거야. 프란시스 이미 비참해요. 연말 공연 무대에 올라야 돈 받아서 월세도 내는데, 단장님이

직업 스물일곱 살의 가난한 무용수. 성격 되는 일이 없어도 엉뚱 발랄, 낙천적인 4차원. 위기 애인 잃고 우정 잃고 갈 곳 잃은 대략 난감한 상황. 미친 짓 통장 잔고가 바닥났는데도 세금 환급 받아 한 턱 내기. 카드 긁어 파리 여행 가기.

공연에서 빠지래요. 돈 없어 죽겠는데. 내 춤도 그렇게 별로인가? 르윈 그래도 내가 더 심해. 난 말이야. 가장 친한 동료 가수 짐(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여 자친구 진(캐리 멀리건)을 임신시키고, 그 사실을 모르는 짐에게 낙태 수술비를 빌리려 했다고. 진이 그런 나더러 ‘꼴통 새끼’래. 살아있는 생명체랑 접촉 자체를 하지 말래. 프란시스 대~박! ‘데이트 불가능(undatable) 프란시스’로 불리는 나완 비교가 안 되 네요. 그렇게 인간 말종으로 사는 비결이 뭐예요? 르윈 누나 집에 빌붙으러 가서도 누나를 무시하는 뻔뻔함? 2년 전 내가 임신시켰던 여 자가 낙태 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고도 아무 것도 안 하는 무책임함? 저녁 식사에 초대한 친구들이 노래를 들려달라는데 되레 성질을 내는 무례함? 프란시스 진짜 꼴통이네요. 카드 긁어서 파리 여행 갔다 온 나는 상대가 안 되겠어. 르윈 물론이지. 난 어쩌다 맡게 된 고양이를 잃어버렸고, 유명 클럽 매니저 눈에 들어보 려고 시카고로 오디션 보러 갔다가 땡전 한 푼 못 건졌어. 이럴 바에는 뱃사람으로 사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선원 자격증을 분실해서 그마저도 할 수 없었지. 자넨 앞으로 40년 은 더 지나야 이런 경지에 오를 걸.

한 포크 가수가 되는 날, 합동 공연하는 꿈 한번쯤 꿔보자고요. 르윈 그래. 우리끼리라도 서로 응원해야지. 근데 이제 꿈은 그만 꾸고 현실을 깨달아야 하는 때 아닐까. 48

김혜 선 방송작가. 영화 보다가 허리가 휘는 여자. 기능성 의자가 정신적·육체적 지주.

일러스트=신용호

프란시스 그래도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언젠가 내가 무용가로 성공하고, 당신이 위대


송원섭의 문화가이드

10만원으로

8월은 자연스럽게 공연 비수기. 이럴 때면 절 로 영국 런던의 PROM이나 에든버러의 프린 지 같은 8월의 공연 천국이 그리워지네. 대신

즐기는

서울의 8월은 락 페스티벌의 물결이야. 프레 디 머큐리는 없지만 퀸이 슈퍼소닉 페스티벌

8월

(8월 14일)에, 오지 오스본과 마룬5가 현대카 드 시티브레이크(8월 9~10일)에, 레이디가가 가 AIA리얼뮤직(8월 15~16일)에 내한하네. 여 ‘코리올라누스’의 톰 히들스턴

유만 있다면 돈 쓸 기회는 정말 많아. 물론 우리의 모토는 그런 게 아니지? 고개

‘토르’ 시리즈와 ‘어벤져스’로 국내에도 팬이

을 받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라르손이 2004

를 돌리면 일단 8월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많은 배우 톰 히들스턴이 타이틀 롤을 연기하

년 사망해 ‘밀레니엄’ 시리즈는 더 볼 수 없게

전당에서 열리는 부천 필하모닉 유럽 투어 프

기 때문이야.

됐지만 대신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문화생활 가이드

가 전 세계 스릴러 매니어들을 사로잡고 있어.

리뷰 콘서트가 보여. 말 그대로 올 가을 유럽

‘리어 왕’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이

투어를 앞두고 국내 팬들에게 그 레퍼토리를

지. 타이틀 롤을 맡은 사이먼 러셀 빌은 그리

해리 홀레는 신장 1m 90㎝에 비쩍 마른, 절

선보이는 기회야. 지휘는 계관지휘자 임헌정.

지명도 높은 배우는 아니지만, 이번엔 연출을

대 미남은 아니지만 특유의 시니컬한 매력으

부천 필하모닉

브람스 교향곡 4번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샘 멘데스가 맡았다는 데 눈길이 가. 멘데스

로 여자가 끊이지 않는(소설이잖아, 이해해!)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

협주곡 1번도 관심이 가지만 특히 한국 현대

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2000)와 ‘007 스카

엘리트 형사야. 그 시리즈 중 스노우맨은 눈

R석 3만원

음악인 전상직의 ‘관현악을 위한 크레도’ 초

이폴’(2012)로 유명한 감독이지만 본래 연극

사람을 만들어 놓고 여자들을 죽이는 연쇄살

연이 포함돼 있는 공연이야. 신예 바이올리니

연출가 출신이라는 건 다들 알지? 가격은 1만

인마를 그가 추적하는 얘기지. 북유럽의 긴

NT Live ‘코리올라누스’ ‘리어 왕’

스트 김봄소리도 주목. 모처럼 3만원으로 예

~1만5000원.

겨울, 냉기가 뿜어 나오는 스릴러가 더위 쫓기

각 1만5000원

여름 전시는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에도 제격일 거야. 624페이지라 부담스럽다

8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는 ‘백자예찬’을 권하

고? 곧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질

다음은 셰익스피어야. 아쉽게도 실연은 아

고 싶어. 백자 그 자체뿐만 아니라 백자의 미

걸. 1만원 정도.

니지만, 셰익스피어 극을 그 본고장인 영국 국

감에서 영향을 받은 수많은 한국 현대 미술의

윤현승의 뫼신 사냥꾼은 총 6권이나 되

립극단의 공연으로 볼 기회가 생겼어. 바로

일품들을 소개하는 전시야. 9000원. 기획전

는 시리즈인데 일단 첫 권을 사서 읽어보라고

요 네스뵈 스노우맨

NT Live라는 이름으로 영국 국립극단의 공연

과 상설 전시를 모두 볼 수 있는 가격.

권하고 싶어. 아마 3박 4일 정도 여정이라면

약 1만원

술의전당 콘서트홀의 R석에 앉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을 실황으로 녹화해 전 세계의 다른 극장에서

8월에 권하고 싶은 책은 아무래도 무더위

백자예찬 전

9000원

후딱 읽어 버리고 내가 왜 한 권만 사 왔을까

보는 행사인데, 요즘 영화관에서 보는 뉴욕

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재미있는 책’

안달복달할지도 몰라. 조선을 모델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연상하면 될 거야. 올

이겠지. 이쯤에서 슬쩍 중앙일보 임

한 가상 국가를 무대로, 각 산을 차지

해 초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워 호스’를 보

주리 기자의 일상방황을 추천하고

하고 있는 괴력을 가진 뫼신(산신)들

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잘 아실 테고.

싶기도 한데, 이 책이 자신의 장래를

을 노리는 자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8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코리올라

생각하는 20~30대 여성들에게는 꽤

그려 낸 판타지 소설이야. 검술을 기본

누스’와 ‘리어 왕’이 하루 한 차례씩 상영돼.

유용하면서 심지어 재미도 있긴 하지

으로 하는 무사들, 정신 세계를 지배

‘코리올라누스’는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만 여기서 소개하기엔 좀 낯간지러운

하는 무당들, 그리고 본래는 동물이면

중에서도 그리 자주 공연되지 않아 친숙하지

책이기도 해.

서 초자연적인 힘을 얻게 된 뫼신들이

는 않은 작품이야. 뭐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

그래서 진짜 추천할 책은 요 네스뵈의 스

라는 세 축을 놓고 수많은 등장인물의 엇갈림

곡을 아는 사람이라면 줄거리를 대략 아는 정

노우맨. 작가 이름을 보고 스칸디나비아 느낌

이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도지. 2011년에는 랄프 파인즈와 제라드 버틀

을 받았다면 정확해. ‘밀레니엄’ 시리즈의 스

말할 수 있어. 일단 첫 권 1만2000원 정도.

러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어. 그런데 이번

티그 라르손은 스웨덴 출신, 요 네스뵈는 노르

연극 ‘코리올라누스’가 주목을 끄는 건 영화

웨이 출신이지만 두 작가에게서 비슷한 느낌

냉면·콩국수·빙수는 하루에 한 번씩만 먹 고, 배탈 조심해.

윤현승 뫼신 사냥꾼

약 1만2000원 ≒9만1000원

송 원섭 블로그 ‘송원섭의 스핑크스 2호점’ 운영자. 모든 종류의 구경과 참견이 삶의 보람. ‘오지라퍼’라는 말을 만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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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제주일기

분명 오리였다

자연에 너무 바싹 다가서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특히 평생 도

송 뉴스 특보는 크고 격렬한 파도가 포구를 무심히 덮치고 또 덮치는 영상을 온종일 보

시에서만 살던 사람이 막연한 환상을 근거로 무턱대고 뛰어들면, 대자연은 혹독한 수

여주었다. 그걸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은 욕구가 파도처럼 솟구쳤다. 누군가에겐 큰 불

준으로 그 짝사랑의 대가를 요구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도시 샌님의 군걱정인지

행일 수 있는 상황을 구경거리로 여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 49%, 경거망동하다가 제일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주로 어려서부터 즐겨보던 재난영화에서 영향받았을 이런

먼저 죽는 재난영화 조연 캐릭터가 될 것 같은 예감 51%가 다행히 나를 단념시켰다. 그

공포심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처음 실감한 건, 오래전 알프스 융프라우에서였다. 스

때였다. 거칠게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 사이로 동물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귀 기울여

키나 스노보드를 탈 줄 모르는 나와 친구는 눈썰매를 빌렸는데,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

들어본 결과 틀림없이 태풍에 날개를 다친 날짐승, 정확히는 오리의 소리였다. 지난 봄

면서 썰매가 통 나가질 않았다. 짐짝이 돼버린 썰매를 끌고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사방

암스테르담 고흐 뮤지엄에서 (괜히) 사온 판초 우의가 드디어 진가를 발휘할 순간이었

은 온통 흰색으로 뒤덮였고, 어느 순간 공간감도 원근감도 완전히 사라져 한 발짝 앞이

다. 기다려라, 오리여. 태풍이 너를 다치게 했을지언정 집으로 안내하겠다. 내 비록 도시

낭떠러지라 해도 전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걸 ‘화이트아웃’이라고 부른다

샌님으로서 격랑에 맞설 기개는 부족하지만 너를 구조함으로써 태풍 너구리 에피소

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더듬더듬 한참을 헤매다가 친구는 문득 배낭을 열더니 남아

드를 완성하리라. 하지만 마당 구석구석을 아무리 뒤져도 오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

있던 딱딱한 빵을 꺼내 씹으며 눈을 마구 퍼먹기 시작했다. 배고픔과 피로 그리고 절망

았다. 포기하고 들어왔다가 고통에 찬 울음소리에 이끌려 다시 나가기를 몇 시간, 나는

감에 사로잡혀 엉엉 울던 그의 얼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만약 내게 억세게 재수 없

에피소드 완성에 협조하지 않는 오리의 태도에 슬슬 지쳐갔다. 아쉽지만 임무를 야생

는 일이 닥쳐 패가망신한 채로 생을 보내다 쓸쓸히 객사하게 된다면 나의 묘비에는 반

동물 구조센터에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출동 요청을 하기 전에 일을 확실히 해두기 위

드시 이렇게 써야 할 것이다. ‘젊은 시절 어느 날 융프라우 화이트아웃에서 살아남음

해 울음소리를 녹음해 구조센터 수의사인 지인에게 보냈다. 노심초사 한참을 기다린

으로써 평생의 운을 다 쓰다.’

끝에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 그거 그냥 비 올 때 맹꽁이 우는 소리예요.” 그 순간 내

태풍 너구리가 제주도에 다녀갔다. 크기는 중형급이지만 아주 강력한 태풍이 될 것 이라는 예보였다. 지난해 이곳에서 태풍다운 태풍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나로서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려했던 것만큼 큰 영향은 없었던 모양이지만, 지역 방 50

가 저주한 대상이 도시 샌님인 나였는지, 하필이면 다친 오리 성대모사를 일삼는 맹꽁 이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올드독 개 뒤집기와 화초 죽이기에 능한 만화가. 아직은 제주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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