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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ISSUE
14 ART
16 INTERVIEW
20 GALLERY
22 SCENE
28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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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이미 2065명의 여성을 농락했고 하인을
립음악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벨베데레 국제
시켜 그 여성들의 신상명세를 카탈로그로 만들게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지만, 특히
한 호색한 돈 조반니. 신분·돈·외모·지성 등 모든 것
2007년 서울국제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면
을 갖춘 이 매력적인 인물을 바리톤 공병우는 잘
서 정제된 가창과 타고난 미성으로 크게 눈길을
다듬어진 발성과 민첩하고 정교한 발음으로 완성
끌었다. 프랑스·스페인·독일·노르웨이 등 유럽 유
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듯한 그의
수의 극장에서 오페라 주역을 노래했고, 특히 돈
자연스러운 연기와 가창은 기중기 위에서 바람처
조반니 역으로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최근
럼 빠른 템포로 ‘포도주의 노래’(Finch’han dal
국내에서는 국립오페라단 ‘돈 카를로’의 로드리고
vino)를 부를 때나 거대한 사과 위에 위태롭게 버
역으로 관객을 매혹했고, 정명훈이 지휘한 오랑주
티고 선 채 기사장과 대결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페스티벌 ‘라 보엠’에서는 마르첼로 역으로 활약
여유와 기품을 잃지 않았다. 이보다 더 뛰어난 돈
했다.
조반니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오네긴을 어떤 인물로 보여줄 것인지 공병우
지난 3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
의 해석이 궁금해 물어보았다. 타치아나의 열정적
른 국립오페라단의 ‘돈 조반니’를 보고 쓴 리뷰의
인 사랑 고백을 거절할 때의 오네긴이 거짓말로 빠
일부다. 당시 이 공연을 보면서 문득, 돈 조반니 역
져나가려는 ‘나쁜 남자’인지 아니면 자신의 진심
을 맡은 바리톤 공병우가 차이콥스키의 오네긴 역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성악가들이 무대의
도 아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상을 갖춰 입고 연기를 보여주며, 조명을 다채롭게
“‘가정을 꾸릴 생각이 있었다면 타치아나를
이 오페라 속 두 인물은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서
사용해 실제 오페라 공연 같은 분위기를 만들 예
아내로 택했을 것’이라는 오네긴의 말은 진심이라
태어났으면서도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
정이라고 한다. 샤오치아 뤼 지휘, 제임스 로빈슨
고 봅니다. 그래서 몇 년 후 깊은 회한을 안고 재회
기 때문이다.
연출로, 오네긴 역의 공병우 외에 타치아나 역의 소
했을 때 더욱 강렬하게 타치아나에게 빠져들었겠
프라노 이윤아, 렌스키 역의 테너 파볼 브레슬릭
지요. 돈 조반니는 신적인 파워를 가진 인물이지만
다 빨리 왔다. 12월 6일 오후 7시 ‘예브게니 오네긴’
등 탁월한 가수들이 큰 기대를 모은다. 조역 가수
오네긴은 후회와 좌절을 아는 훨씬 인간적인 인물
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들 역시 알차게 꾸려졌고, 유명한 왈츠와 폴로네즈
로 그릴 생각입니다.”
2008년 국립오페라단의 ‘오네긴’도 같은 장소에
를 포함해 차이콥스키의 화려하면서도 가슴 시린
서 이번처럼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이루
음악을 연주할 서울시향에게도 기대가 크다.
그런데 그의 오네긴을 경험할 기회가 예상보
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진지한 남자인지.
모음보다 자음이 강조되는 러시아어를 노래 하면서 소리가 깊어지고 무거워진다는 그는 앞으
어졌다. 오케스트라가 피트 아닌 무대 위에서 연주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난 바리톤 공병우는 서
하고, 무대장치와 의상과 연기 없이 성악과 관현악
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오페라학교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밝혔다.
에 포커스를 맞추는 공연이다.
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한 뒤 마르세이유 국
글 이용숙 음악평론가 rosina@chol.com,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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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오텔로’의 이아고 같은 개성 있는 악역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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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자(74)와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62). 그들이 영화로 손을 잡았 다. 내달 개봉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에서다. 김씨 가 맡은 역할은 부잣집 미망인. 그 영화 의상을 이씨가 맡았다. 대통령 영부인부터 대기업 안주인까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사모님 룩’을 만 들어 온 그다. 하여 두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큰 줄기가 그려졌다. ‘국민 엄마’에서 우아한 여인으로 파격 변신한 스토리, 거기에 뒷받침된 귀부 인 의상을 자연스레 엮는다는. 한데 막상 만나 보니 두 사람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 영화 를 하게 된 계기는 물론이고 각자 일에 대한 생각과 삶의 태도까지, 서 로가 서로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고백했다. 인터뷰 내내 무한 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고, 대목대목 ‘너무 잘 맞는다’라는 표현이 나 왔다. 두 시간 가까이 이뤄진 인터뷰는 물 흐르듯 흘러갔다. 패션과 연기 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그들이었지만 일부러 제 3자가 나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없었다. ‘영혼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소울 메이트’ 가 바로 두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올댓시네마 촬영협조: 정샘물 인스피레이션(메이크업·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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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영화 속 의상을 입고 인터뷰에 나섰다. 이씨가 부잣집 노부인 역에 맞춰 제작한 11벌 중 일부다. 그는 “선생님이 가장 우아하게 보이는 옷만 골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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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를 훔치는’에서 괴팍스런 미망인 역
엄마라는 역할을 벗어났네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가장의 실직
“아뇨. 결국 그 여자도 엄마예요. 아들과 갈등을 겪고
으로 승합차에서 생활하게 된 한 소녀가 집을 얻
상처 받는 엄마. 다른 형태를 보여줄 뿐이죠. 제가 엄
기 위해 부잣집 개를 훔치는 이야기다. 여기서
마 아님 뭘 하겠어요. 왜 영화를 네 번 밖에 안 했느
김씨는 개의 주인인 노부인을 연기했다. 촬영이
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것도 결국 같은 이유예
열흘뿐이었던 조연이지만 김씨의 출연 자체는
요. TV에서 이미 웬만한 엄마를 다 보여줬는데, 뭐가
화제가 됐다. 워낙 영화 출연이 손에 꼽히는 배
더 있나 싶은 거죠. 엄마로서 다른 접근을 할 수 있는
우이기 때문이다. 연기 인생 45년 중 스크린 진
작품만 영화에서 하는 거예요.”
출은 ‘만추’‘마요네즈’‘마더’ 그리고 이번 작품
전원일기’ 때문에 엄마만 하니까 불만이 없었나요.
“저는 드라마 ‘전원일기’를 하면서 모든 걸 배웠어요.
이 네 번째다.
사람에 대한 도리까지도요. 전원일기를 사람들은 농
심사숙고한 작품일 텐데, 어떤 점이 끌렸나요.
“제가 역할이 좀 미운 사람이죠. 괴팍스럽고 아무도
촌 드라마라고 하는데 아니에요. 시골 촌부지만 곳
믿지 않아요. 그런데 전 그 여자 편을 들어주고 싶었
간에 가서 혼자 소주 먹으며 심리극 같은 독백을 하
죠. 마음을 닫았을 땐 그럴 법한 이유가 있겠구나, 라
김씨가 출연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주요 장면.
는 장면도 있었고, 전화 새로 들어온 날에 죽은 엄마
고요. 남편도 없고, 아들도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간 설
랑 수화기 들고 통화하는 장면도 기억나요. 정말 형이상
정이에요. 그러다 어느 날 아들이 죽었다고 해서 가보
학적 이야기죠. 그걸 하고 나니 ‘모래성’ ‘겨울 안개’ ‘여
니 그 옆에 개가 있어서 데려와 키우게 되죠. 아, 이 여
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작품도 할 수 있었죠. 지금
자를 이해하게 되는 대사가 있어요. 운영하는 레스토
껏 연기 인생에서 역할이 모자라 못한 건 없어요.”
랑에서 조카가 일을 보는데 하도 잔소리를 하니까 그
연기에 대해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단순하게 표현하기 를 갈망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래요. ‘개가 사람보다 나은 게 뭔지 아니? 말을 안 해 말을.’ 다른 사람들 말에 상처 입은 여자의 마음을 표
“밥 먹고 화장실 가고 그런 걸 그대로 하는 게 사실적
현한 건데, 사실 그 여자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거
연기가 아니에요. 손이 아니고 발로 밥을 먹어도 공감
예요. 말하자면 이 여자가 딱 우리들 같더라고요. 자기
이 가면 사실적인 거죠.” 김씨가 잠시 뜸을 들이자 이씨가 대신 말을 이었
만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그런 깊이가 요새 나오는 영
다. “현실적인 걸 축적시키고 그걸 뛰어 넘어야 사실적
화들하고 좀 달랐어요.”
인 연기가 된다, 그런 의미예요.” 김씨가 여기에 고개를
감독이 어떻게 러브콜을 보냈나요(영화 ‘마더’의 출연을 놓 고 봉준호 감독이 4년간 구애와 설득을 했던 사연은 유명하다).
끄덕였다. “이번엔 그런데 잘하지 못한 거 같아 사실
“지난 연말에 연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하고 제작자가 여러 번 왔어요. 그걸 보고 캐스팅을 했는지, 캐스팅하려고 찾아왔는 지는 모르지만 그 연극과 이번 작품이 통하는 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아
쫄아 있어요. 저는요, 누구하고 시사회도 안 가요. 혼자서 봐야 내가 뭘 잘하고 못했는지 정확하게 느껴요.” 지금껏 수많은 배역 중 가장 실제와 비슷한 역할은 뭐였나요.
이들이 주인공이고, 가난이든 죽음이든 어려운 상황에서 끝이 아닌 희망을 갖
“기자들은 참 이 질문을 좋아해요. 모든 역할이 다 나예요. 다 나한테 있는 걸
는 모습이 그려지죠. 11월에 대본을 받아두고 결정을 미루면서도 해야할 것 같
크게 해서 보여준 거죠. 인기가 있었던 것도 죽을 쑨 것도 최선을 다했으니 그
다는 생각을 하긴 했죠.”
뿐이에요. 누가 안 물어봐서 그렇지 작품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아요.”
왜 망설였나요.
“감독님이 맘대로 하면 된다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만날 서민 역할
어두운 색감의 옷에 세련미 살리려 일일이 수작업
만 하다 상류사회를 하려니까. 까칠한 연기도 잘 못할 거 같고. 그런데 이광희
이씨는 이번 영화를 위해 11벌을 제작했다. 드라마 ‘사랑과 진실(1984)’
씨가 ‘선생님, 할 수 있어요. 내가 옷으로 지원할 게’ 이러더라고요. 이 말도 해
에서 효선(원미경 역)의 옷을 제작하며 디자이너로서 처음 극중 의상을
줬어요. ‘선생님 가끔 사람 말갛게 쳐다볼 때 얼마나 쌀쌀맞은 지 모르죠?’ 원
협찬했던 이력을 30년 만에 되살린 것. 김씨가 대본을 받아들고 올 때부
래 광희씨가 (고객들에 관해) 입이 무거운 사람인데 ‘사모님들은 꼿꼿해요’라
터 의상을 고민했다고 했다. “욕심이 났어요. 지금껏 알려진 엄마의 모습
는 실질적인 조언도 해주고.”
말고 좀더 여성적인 모습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죠. 배우로서 이미지를 확 S
바꾸는 계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있고, 이씨는 2011년 ‘희망의 망고나무(희망고)’를 설 립,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 3만여 그루의 망고나
배역을 어떻게 해석하고 디자인했나요.
“선생님과 얘기를 많이 했죠. 도도하고 냉정하지만 속
무를 심었다. 2012년에는 ‘희망고빌리지’를 열어 농업
깊이엔 따뜻함이 있는 여자라는데 공감을 했어요.”
교육, 재봉교육 등으로 남수단 주민들의 교육과 자립을
듣고 있던 김씨가 “이번 작품에서 의상 덕을 많이
돕고 있다. 이씨가 나눔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2009년
봤다”고 한 마디를 보탰다. 극중에서 여자가 강아지가
김씨의 아프리카 일정에 함께하면서부터. 처음엔 ‘두
없어진 걸 알고 슬퍼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단다. “베이
번 다시 올 데가 아니구나’ 했지만 돌아와서는 뭔가
지색에 금자수를 놓은 옷인데,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해야할 곳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상심하는 연기에 참 감정 몰입이 됐죠. 예쁜 옷이 아니
우연한 동행에서 일이 커졌네요.
라 왠지 나이 들어 보이고 힘이 빠져 보이는 옷을 만들
“남수단이 당시만 해도 상상하는 아프리카 그 이상으
어줬어요.” 그러면서 몸을 뒤로 돌려 옷감을 길게 늘
로 낙후됐죠. 선생님이 월드비전팀이랑 경비행기로 가
어뜨린 등판을 보여줬다. 창가에서 뒷모습을 비추는
는데 딱 한 자리가 남았다기에 제가 간다고 했어요. 거
장면에 입는 옷인데, 그걸 염두에 두고 이걸 만들었단
기서 뭐하시나 궁금하기도 했고요(이씨).”
다. “디자이너 머리가 다 빠졌겠다 했어요.”
2009년 두 사람이 함께했던 남수단 아프리카 현지 봉사. 이씨는 이를 계기로 현지 주민들의 교육과
의상 제작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자립을 돕는 ‘희망의 망고나무’ 사업을 시작한다.
“사실 우연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때 제가 가자고 해놓고 두 번이나 연기를 했거든요. 원래 1, 2월에 가려
“영화 얘기를 너무 일찍 들었다는 게 심란한 일이었죠
고 했던 걸 3월 중순이 돼서야 떠났어요. 디자이너 입
(웃음). 역할 자체가 미망인이고 노부인이라 우울한 느
장에선 성수기에 일을 놓고 가는 건데도 광희씨가 아
낌을 주려면 색깔이 제한적이었어요. 감독님도 딱 검
무 소리 없이 따라갔어요. 약속 지키는 걸 보고 저 사
정색을 원했고요. 그러니까 검정으로 우아하면서도
람 참 대단하구나 했죠.(김씨)”
카리스마를 살려야 하는데, 사실 이 색깔이 화면상에
봉사활동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서 디테일이 살아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더 많이
“저는 그게 봉사라고 생각 안 해요. 가서 보면 그런 애들
하나하나 손바느질을 해서 비즈를 달고 신경을 썼죠.
을 어떻게 모른 척해요. 내 재산을 다 내놓으라는 것도
완성까지 두 달 정도 애를 썼어요.”
아니고. 전 그들을 모르고 산 게 죄인처럼 느껴졌어요. 그니까 봉사가 아니라 도리죠. 처음엔 한 달은 밥도 안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은요.
“다 맘에 들어요. 다 노력해서 만든 거니까. 노력했는데
넘어가고 예쁜 가방을 봐도 못 샀죠. 이 돈이면 몇 명을
반응이 안 좋았다 뿐이지 장면에 따라 최선을 다했어
살리겠나 싶어서. 나도 얻는 게 많아요. 거기 가면 서울
요. 이런 게 참 선생님하고 비슷해요. 다른 사람 평가
에서의 고민이 참 쓰레기구나, 참 웃기는구나 그래요.
는 별 관심 없어요. 일이 끝나고 나서 죽을 듯이 고갈되면 잘 한 거고, 아직 힘
영혼이 맑아져요. 그러니까 가는 거지, 내가 무슨 천사라고. 눈 감고 누우면 천
이 남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거죠.”
장에서 애들이 빙글빙글 돌아요. 가서 심장에 사진을 찍고 오니까. 그래야 내
“맞아요. 뭘 하면 거기에 빠져서 끝나고 나면 앓아야 해요.” 김씨가 얼른 말을 받았다.
가 더 설명을 잘 해줄 수 있으니까요.” 김씨 얘기를 듣고 있던 이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또 운다’는 김씨의 핀잔을 듣고 눈물을 훔친 그가 한 마디를 더했다. “저도 이건 봉사가 아
8년 전 첫 만남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하는 사이로
니라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봐요. 마음에 와서 박힌 사람들을 그냥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와 통화를 주고 받는다는 두 사람은 8년 전 처음 만났
볼 수가 없는 거죠.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책임이기도 하고요. 나이
다. 어느 날 김씨가 전화를 걸어 와 “저 (매장에) 가도 돼요?”라고 물어온 게 인
들면 좀 느슨해지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래서 선생님이나 저나 더 열심히 일하
연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이전까지 경기여고 동창인 이신우 디자이너에게만
게 돼요. 본업에 충실해야 저희의 다른 활동도 더 관심을 가져줄 테니까.”
옷을 해오다 ‘전향’을 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통하는 게 많았다. 종교(기독교)는 물론이고, 생활 습관이나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비슷했다. 특히 ‘잔가지 없는 삶’이 똑같았다. 둘 다 일과 봉사, 딱 두 가지로 살았다. 김씨는 1991년부터 구호단체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를 맡아 나눔을 전하고 ●
실제로 이번 영화를 통해 각자의 재능을 쏟은 두 사람은 ‘도리’를 위한 또 다른 일을 도모한다. 김씨의 영화 러닝 개런티 수익을 희망고 사업에 쓰기 로 한 것. 남수단 현지에 현지 영어 성경학교를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어느새 소울 메이트에서 러닝 메이트가 되려는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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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 속 / 아주 아주 커다란 전나무 밑동 / 모래
그려낸 책이고 아이들에게 교훈적 메시지도 강하
이야기』로 출간되기에 이른다. 많은 출판사에서
언덕 토끼굴에 / 엄마 토끼랑 꼬마 토끼 네 마리가
다. 20세기 초 영국은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함으로
번번이 거절당한 끝에 결국 자비를 털어 만든 첫
살았어요. / 꼬마 토끼들의 이름은 / 플롭시, 몹시,
부터 많이 벗어난 때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품의 시
책이었다.
코튼테일, 그리고 피터였어요.”
작은 ‘위로’였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250권이 2주 만에 동났
맨 마지막에 등장한 토끼에 대해서는 누구나
1893년 스코틀랜드에 머물던 베아트릭스 포
다. 그러자 출판사 프레더릭 워른은 색을 칠한 컬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바로 ‘피터 래빗’이다.
터(Beatrix Potter, 1866~1943)는 노엘이라는 아
러판을 내는 데 동의했다. 1902년에 나온 정식 컬
꼬마 토끼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엄마의 충고가 이
이에게 편지를 쓴다. 포터의 가정교사였던 애니 무
러판은 선주문이 8000권에 달했다. 그리하여
어진다. “들판이랑 샛길이랑은 나가 놀아도 좋다
어의 어린 아들이다. 포터는 그림 편지로 아픈 아
1905년까지 그녀는 『피터 래빗 이야기』 『다람쥐
마는 맥그리거 아저씨네 텃밭에는 들어가지 말거
이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넛킨 이야기』『벤저민 버니 이야기』『말썽꾸러
라. 맥그리거 부인이 아빠 토끼를 잡아갔단다.” 아빠를 잃은 토끼 가족은 어땠을까. 엄마 말 잘 듣는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은 산딸기를 따러
“노엘에게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네 마 리 토끼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단다. 그 토끼들의 이름은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그리고 피터야.”
기 쥐 두 마리 이야기』『파이와 파이 틀 이야기』 『골로스터의 재봉사』까지 여섯 권의 작은 그림책 을 발표한다.
오솔길로 갔지만, 말썽꾸러기 피터는 혼자서 맥그
베아트릭스는 벤저민이라는 토끼를 키우기
여기에는 워른 집안의 편집자 노먼 워른의 공
리거 아저씨의 텃밭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상추를
도 했었고, 이 토끼를 모델 삼아 크리스마스 카드
로가 컸다. 워른은 포터가 5년간 글을 쓰고 책을
뜯어 먹고 강낭콩을 까먹고 당근을 뽑아 먹는다.
를 만들기도 했다. 1893년에는 피터라는 토끼를
펴내는 것을 도와주었고, 이 둘은 점차 사랑에 빠
그러다 맥그리거 아저씨와 마주치게 된 피터는 필
키운다. 이 토끼는 베아트릭스 가족과 함께 스코틀
지게 된다. 르네 젤위거가 주연을 맡은 전기 영화
사적으로 도망을 친다. 그물에 걸리고 말지만 기지
랜드를 여행하기도 했다. 베아트릭스가 노엘에게
‘미스 포터’(Miss Potter·2006)는 이 무렵의 이야
를 발휘해 옷을 벗어 던지고 물통에 숨어 있다가
편지를 쓴 것도 여행 중의 일이었다.
당대의 풍속을 거르고 포터는 자신의 작품과
간신히 돌아온다. 『피터 래빗』 시리즈를 아름다운 동화나 그 림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냉혹한 현실을
기를 중심으로 다뤘다.
출판사마다 출간 거절, 자비로 책 펴내
세계를 이해해 주는 남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약
한 명의 아이를 위해 쓴 글은 1902년 『피터 래빗
혼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워른은 급성백혈병
베아트릭스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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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사망한다. 낙심한 그녀는 작품의 배경이자 마
환경운동가이자 농부로 변신
자연과 사적의 보호단체 내셔널트러스트에서 기
음의 안식을 얻었던 레이크 디스트릭트 지역에 있
포터는 이곳에서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하고 자연
금을 마련하는 대로 부지의 절반을 협회에 팔기로
는 ‘힐탑’으로 이사한다. ‘미스 포터’는 포터가 이
보호에 앞장서는 환경운동가이자 농부로 변신했
합의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그녀가 내셔널트러스
사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다. 지역의 농장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목
트의 방향과 정책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지만 포터의 삶은 이곳에서 새로운 단계로
초를 관리하고, 양을 돌보고, 심지어 양 품평회의
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나아가는데, 포터는 매매가 성사되기 전부터 힐탑
심사위원까지 하게 된다. 1920년대부터 이 지역을
그녀의 노년은 조언자의 삶이었다. 자신의 땅
에 머물면서 상실감을 달랠 수 있었다.
개발하려는 시도가 늘어났고, 그런 한편으로 힐탑
을 내셔널트러스트 협회에 기증하면서 “원래 모습
근처를 순례하는 포터의 미국 독자들 역시 나날이
대로 보존해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녀의 노력
증가했다.
덕분에 협회는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메카가 됐다.
“돼지를 팔았다. 장사치들이 ‘헐값’이라고 부 르는 가격에…이 일대 전역으로 내 돼지가 팔려갔 다. 우리는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녀석들이 무럭
“‘피터 래빗’은 자신을 위해 구걸하는 게 아닙
오늘날 이곳은 영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
무럭 자라준다면 우리는 분명 돼지로 이름을 얻게
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거대한 건물과 도시의 시
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장소 중 하나가 됐다. 그
될 것이다. 돼지로 얻는 명성이라니!”
설이 들어와 황폐화될 위협에 직면한 윈더미어 선
것은 자연의 생생함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을 배경
농가의 일상을 담은 유머러스한 글을 보고 있
착장의 호숫가와 숲, 그리고 목초지를 구할 기금을
으로 백 년 넘게 사랑을 받아 온 조끼 입은 피터 래
으면, 자연의 치유력은 상실한 자의 마음을 친근하
마련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수많은 다정
빗이 탄생하고 성장한 장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 어루만져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자
하고 친절한 미국인들이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다
자연은 보존되어야 하지만, 신화가 될 때에야
연의 힘을 믿었다.
녀가셨고, 몇몇 분은 피터 래빗에 대해 묻기도 했
비로소 굳건하게 지켜질 수 있다. 포터는 단순한
습니다. 그림에 사인을 해서 준다고 하면 기금 마련
동화작가가 아니라 동화 같은 삶을 실천하고 만들
을 위해 1기니를 낼 사람이 있을까요?”
어 갔던 살아있는 예술가였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열여섯 소녀 시절 가족 과 함께 떠난 휴가지로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곳이다. 그렇게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피터
사람들은 성금을 내기 시작했다. 농장들이
래빗이 활동하는 숲 속의 무대가 됐고, 연인이 떠
매물로 나오자 포터는 협상을 시작했다. 자금은
난 이후에는 새로운 집필 장소가 됐다.
전적으로 책을 팔아 충당했다. 19세기 말 설립된
영화평론가. KBS ‘즐거운 책 읽기’ 등에서 방송 활 동을, CGV무비꼴라쥬에서 ‘씨네샹떼’ 강의를 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BS에서 방영중인 에니메이션 피터 래빗
영화 미스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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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주위를 팬더처럼 검게 칠했다. 가운데 가르마에 머리는 살짝살짝 보랏빛이 도는 은발로 염색했다. 게다가 온통 검정으로 덮은 옷차림까지-. 패션 디자이너 박종우(30·BAJOWOO)를 길거리에서 봤다면 겉멋만 들었다고 혀를 찰 외모다. 그런 그가 올해 10회를 맞는 삼성패션디자인 펀드(SFDF)의 수상자다. SFDF는 제일모직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을 위해 마련한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 박씨는 2012년 론칭한 남성 복 브랜드 ‘99%IS-’가 도버 스트리트 마켓, 10꼬르소꼬모 등 세계 유수 편집숍에 입점하고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 같은 톱스타들이 찾는 옷이 되면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펑크록 문화를 패션으로 옮겨낸 디자인은 ‘그 어디에도 없는’ 옷이란 호평을 들었다. 게다가 학생 신분 으로 도쿄패션위크에 처음 진출했고 꼼데가르송·매킨토시 등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하는 등 이력도 화려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도쿄에서 이뤄졌던지라 국내에선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셈. 그를 만나 좀더 많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그 역 시 할 말이 아주 많아 보였다. 첫 질문으로 “펑크 음악이 패션과 어떻게 연결됐지요?”라고 물었을 뿐인데, 막힘없는 답변이 50분을 넘겼다. 음 악과 옷, 그것은 곧 그의 전부로 들렸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제일모직
박종우 디자이너가 만든 남성복 브랜드 ‘99%IS-’의 2014 가을겨울 컬렉션. 헤드피스부터 신발까지 펑크룩을 모티브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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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스물 한 살 때부터 팬더처럼 눈 주위를 검게 칠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바지 통이 넓은 힙합패션에 무슨 깊은 뜻이 있겠느냐. 그저 좋아서 할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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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대였다. 그나마 합의를 본 게 일단 대학교를 가라는 것. 고 3 때 바짝 미술학원에 다녀 지방대 미대에 붙어놓고 패션스쿨인 에스모드서울에 입 학했다. 하지만 적응이 힘들었다. 매니큐어를 칠하 고 다니는 그에게 교수들은 “왜 그러고 다니느냐” 고 혼을 냈다. 패션을 가르치는 곳에서 차림새를 뭐라고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야단을 뒤로 하고 관뒀다. 스타일리 스트를 6개월간 꾹 참고 했지만 역시 그것도 아니 었다. 이번엔 가죽공장에 들어갔다. “생산 라인에 서도 제일 막내였어요. 가죽 더미를 들고 다니며 박씨는 올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펑크에 어울리는 올블랙을 택했다.
배달을 했는데, 그래도 신기하게 재미있더라고요.
여기에 지퍼·안전핀·스터드(징)를
가죽 만드는 것부터 옷이 나오기까지 다 보니까요.
주요 장식으로 삼아 독창성을 자랑했다. 특히 새로 디자인한 징을 일일이 손으로 박은 재킷은 예술작품에 가깝다는 호평을 받았다.
거기선 일 년 반을 일했어요.” 가끔 가죽 자투리를 홍대 음악실로 가져가 옷 으로 만들었다. 음악을 듣지 않으면 입지 말라는 듯한 매니어 의상이었다. 2001년 전후 인터넷이 막
펑크록에 빠져 펑크 옷을 만들다
상용화되던 때라 미국·태국·프랑스·영국 등지에서
모든 건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노래 ‘말달리자’에
펑크록을 현지 아이들과 음악파일과 사진을 주고
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는 TV에서 이
받았다. 그 김에 아예 밴드 티셔츠를 만들었고, 레
노래를 처음 들었다. 멋있었다. 문법에도 안 맞는
이블도 달았다. 월급 100만 원에 작업실 임대료가
노래 제목을 되뇌었다. 나중에 동네 대학생 누나
70만 원인데도 거기에 모두 쏟아부었다.
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을 어디 가면 볼 수 있느냐 고. 누나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홍대 앞 클럽 이름
도쿄패션위크 진출한 첫 학생 디자이너
을 대줬다. 무작정 홍대 앞으로 갔다. 길거리에서
군에서 제대하고 다시 디자이너로 꿈을 품은 건
만난 껄렁해보이는 커플은 초등학생 티가 나는 그
2007년 런던행이 계기였다. 이 역시 음악이 발단
를 클럽 앞까지 데려다 줬다. 들어가니 다들 황당
이 됐다. 1977년 펑크음악이 세상에 나온 해를 기
한 표정이었지만 나가라고는 안 했다. 주말에만 오
념하며 당시 런던에서 ‘섹스 피스톨즈’의 공연이
겠다는 허락을 얻어냈다.
열릴 예정이었다. “그 분들 살아있을 때 한 번은 봐
음악을 좋아했지만 직접 할 수는 없었다. “다
야지, 그랬어요. 한 달 반을 예정하고 갔는데 재미
루는 악기가 없었어요. 대신 그 문화에는 빠져들었
있어서 6개월을 지냈어요. 거기서 음악 하는 친구
죠. 멋부리기를 좋아했는데 펑크록에 어울리는 옷
들이 하루씩 재워줘서 버텼죠.”
을 구할 수 없어 리폼을 했어요.” 딱 붙는 체크무늬
친구들은 그에게 패션학교에 다녀보라고 했
바지를 찾지 못해 흰 바지에 매직으로 칠해 입거나,
다. 그래서 런던의 패션스쿨 세인트 마틴 스쿨에 응
시장에서 비슷한 무늬의 고무줄 통바지를 사서 수
시했는데 덜컥 합격. 하지만 막상 가려니 망설여졌
선하기도 했다. 바느질을 못 하니 옷핀을 잔뜩 꿰
다. “학비도 비싸고 나와봐야 돈이 또 들겠구나, 성
어 옷을 만들었다. 그렇게 밴드하는 형들의 무대의
공하려면 자본과 인맥이 있어야 하는데 안 되겠다
상을 도맡았다.
싶었죠.”
고등학교 졸업이 가까워지자 그도 장래를 고 민했다. 형들은 옷을 해보라고 했다. 집안에선 결 ●
그는 과감히 도쿄로 길을 틀었다. 자신이 잘 아는 것, 그리고 잘 하는 것이 펑크와 패션이었다. 이 두 개를 잘 엮어내고 싶었는데, 도쿄는 그 무대 로 적합했다. 음악을 상품으로 파는 가게도 많았다.
패션 거장 레이 카와쿠보의 각별한 애정
도쿄의 패션 학교 ‘드레스 메이커’에 입학한
무엇보다 ‘대형 사건’은 그가 꼼데가르송의 디자
이후 그야말로 물을 만났다. 졸업까지의 목표가 자
이너 레이 카와쿠보의 눈에 든 일이다. 카와쿠보는
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인 그곳에서 그는 2학년 때
파리 컬렉션에 초청된 첫 일본 디자이너이자, 기존
처음 가죽재킷을 선보였다. 반응이 좋아 하라주쿠
의 틀을 깨는 전위적 의상으로 유명한 인물. 지난
에 있는 유명 빈티지옷 가게 ‘베르베르진’에 가져
해 브랜드의 내부 보고를 통해 박씨의 존재를 알
갔다. 오케이 사인을 받고 물건을 내놓았는데 모두
게 된 패션 거장은 그에게 협업을 요청했다. 그는
팔렸다. 그 돈을 종잣돈 삼아 2012년 브랜드를 정
매킨토시와의 협업이 먼저라는 이유로 ‘아무 생각
식 론칭했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펑크. 진정한
없이’ 단박에 거절했지만, 카와쿠보는 “무조건 해
펑크를 알고 시작하는 펑크록 패션을 꿈꿨다.
달라”는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그렇게 나온 협업
“힙합 패션은 점점 멋있어지는데, 펑크의 이미 지는 점점 반감이 돼 가는 게 속상했죠. 내가 제대
의상은 모두 팔렸고, 이후 그는 레이를 직접 만나 감사의 인사를 들었다.
로 된 걸 보여주자, 그랬어요.” 한국 철물점을 찾아
“딱 20분을 만났어요. 일본에선 거의 신격화
지금껏 없던 징(스터드)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
되는 인물인데, 존댓말로 그러대요. 우리를 빛내주
징들을 일일이 손으로 박았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셔서 감사하다고요.”
옷감의 접지 부분들에까지 징이 들어갔다. 고급화
첫 협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그는 이번엔 꼼데
된 스트리트 패션, ‘핸드메이드 펑크록 의상’이었다.
가르송에 협업 전시를 제안했다. 올해 도쿄에서 7
이같은 그의 첫 컬렉션은 한국과 일본 편집숍
월 7일 77벌의 가죽재킷을 아트작품으로 선보였
에 깔리고 잡지에 특집 기사가 나갔다. 한국에도
다. 레이는 이 특별히 전시에 어울리는 오브제를
옷을 들고 와 편집숍에 내놓았는데, 그걸 뉴욕 편
만들어줬고, 파리의 꼼데가르송 뮤지엄에서도 이
집숍 ‘오프닝 세리모니’ 구매 담당자가 마음에 들
어갈 것을 주문했다. “꼼데가르송의 공장을 써도
어하며 사갔다. 이런 뜻밖의 수확은 도쿄 패션위
좋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아직은 아니라고 생
크 진출에 자격 조건이 됐다. “학생으로 처음이었
각했어요. 정말 도움을 받을 때는 아닌 것 같아서
죠. 하지만 하지 말라는 조항이 없더라고요. 쇼장
요.” 현재 그는 작업실로 학교 창고를 빌려 쓰고 있
도 공짜로 얻고, 학교에서 작업할 수도 있으니 안
다. 그래서 이번 SFDF에서 받은 10만 달러(약 1억
나갈 이유가 없었죠.”
1065만원)로 가장 먼저 팀을 꾸리고 보금자리를
행운은 계속됐다. 그즈음 일본 공연을 앞둔
만들고 싶다고 했다.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리스트가 옷 40~50벌을 호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됐다. 드라마 같은
텔로 공수해갔는데, 그중 박씨의 옷이 뽑혔다. 이
극적인 스토리. 하지만 들으면서 냉정한 의문을 지
후 세계적인 스타와의 인연이 이어졌다. 또 도쿄·
울 수 없었다. 펑크의 생각과 방식과 문화가 스며든
뉴욕·런던에 자리한 유명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옷이 과연 얼마나 팔릴 수 있느냐, 브랜드의 지속
마켓’에서 입점 제안이 왔고, 영국 클래식 브랜드
가능성이 있느냐는 점이었다.
‘매킨토시’에서도 협업 러브콜이 들어왔다.
“세계는 넓으니까요. 펑크를 좋아하고 관심 있 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어디에도 있는 걸 요. 이 점점들을 모으면 브랜드가 유지 되지 않을 까요. 팔리는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고 싶은 옷을 팔겠다는 마음도 그래서 자신 있고요.” 그러면서 그는 브랜드의 의미를 뒤늦게 설명 했다. “I am 99% from 1%.” 남들이 1%라 생각하 는 매니어의 패션, 하지만 그에게는 99%로 다가오 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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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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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球)는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완벽한 형태다. 작 가 이재효(49)가 추구하는 작품의 틀도 바로 구 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나무토막이거나 쇳덩이 가 대부분이다. 나이테가 고스란히 드러난 원시 의 거친 생명력, 묵직하고 날카로운 쇠의 물성은 작가의 꼼꼼하고 집요한 손놀림을 통해 매끈매끈 한 구의 형상으로 환원된다. 자연과 인공의 완벽 한 조화, 이재효의 작품 세상이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표 갤러리
0121-1110=114103(2014), wood(larch), 205x205x35㎝, 0121-1110=109091(2009), wood(big cone pine), 220x120x105㎝
이재효의 ‘Naturphilosophie’전 11월 14일~12월 14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표 갤러리 서울, 문의 02-543-7337 ●
“인터페이스는 컴퓨터 용어라 보통 사람
이 교수가 트위터의 로고를 보여준다. 하
들은 잘 모를 텐데요.”
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새가 그려져 있다.
무슨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지만 역시나였다.
“트위터라는 말은 새가 짹짹거리는 의성음에서 따온 영어
“우리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어. ‘얘야, 사이좋
야. 요즘 아이들은 140자의 트위터 속에서 참새처럼 재잘재잘
게 놀아라.’ 어렸을 때 들었던 어머니의 충고가 21세기 정보전
입방아를, 아니 엄지방아를 찧어대지.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는
선의 매뉴얼이 될 줄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말야….”
그리고 사람과 기계 사이, 그 사이가 바로 인터페이스란 거지.
이 교수의 감상적인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런데 그게 다 망가지고 있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라는
“사람이 사는 들판과 산이 접속되는 인터페이스에는 도깨
어머니 말만 잘 들었어도 세상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
비들이 살았어. 인간들처럼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지. 혹을 떼었
데. 스티브 잡스가 별건가. 바로 사람과 기계(컴퓨터)의 인터페
다 붙이기도 하고, 방망이를 한번 휘두르면 황금이 쏟아져 나
이스에 착안해 사이좋게 놀았던 사람이잖아.”
와. 인간과 친했다가도 심술이 나면 솥뚜껑을 솥 안에 집어넣
그렇다. 그가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 있던 거추장스런 키보 드를 없앴기 때문에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기막히게 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쿼티(qwerty)키보드 있잖아. 그게 100년 전 마크 트웨인이 치던 타이프라이터 키 그대로라
어 골탕도 먹인다고 했어. 도깨비 이야기는 삶이 고되고 가난한 초가집 사람들에게 도깨비 방망이의 꿈과 신선한 놀라움을 주 었던 거야. 우린 자연과 문명 사이에서 싸움도 하고 사이좋게 놀기도 했었지.”
는 거야. 스티브 잡스가 똑똑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멍청했던
지금 다른 나라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 전신주를 세우는
것 뿐이라고. 멍청해지지 않으려면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숨겨
‘도깨비 장난’을 한다. 통신위성이고 우주선이다. “하늘과 땅 사
진 인터페이스를 찾아야해.”
이가 너무 넓구나”하고 한탄하던 김소월의 ‘초혼’ 시대가 갔다.
“하늘과 땅 사이의 인터페이스라는 게 구름 잡는 소리 같
트위터의 종달새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구름 위에서 그들은 “금
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질문을 했다. 어
나와라 뚝딱”하며 미래를 움직이는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른다.
차피 종군기자를 자처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실패한 나로호 말야. 그 이름만이라도 아이들에
“정답이야, 구름. 요즘 클라우드(cloud) 컴퓨팅이라고 하잖 아.”
게 꿈과 감동을 줄 수 있었는데 말이지. 남의 기술 빌리지 않아 도, 돈 들이지 않아도 로켓 이름쯤이야 우리 힘으로 할 수 있었
그리고 이 교수는 시조 한 수를 읊는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잖아. 인류가 처음 쏘아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은 스푸트니크(С путник, Sputnik)호야. 러시아말로 ‘길손’, 그러니까 여행
옛날 농업시대에는 구름 위에 뜬 노고지리를 하늘과 땅,
의 동행자라는 뜻이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푸트니크의 연
겨울과 봄, 그리고 밤과 낮 사이의 인터페이스로 삼았다. 종다
인』이라는 소설까지 썼어. 거기 도전한 미국의 위성 이름은 또
리, 종달새, 그리고 하늘 높이 떠 있다 하여 고천자(告天子)라고
어떻고. ‘익스플로러(탐험가)’에 ‘선구자(파이어니어)’, 그리고
도 부른 새다.
그리스 신화의 놀라운 주인공 이름들…. 나로호의 이름엔 그런
“옛날 사람들은 노고지리 소리를 듣고 봄과 새벽이 온 것
것이 없어. 시(詩)도, 인문학도, 신화도, 스토리텔링이란 게 없어.
을 알고 일터로 나갔어. 그런데 그 새가 요즘 트위터(twitter)의
과학 기술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우리의 한계거든.” 노교수의
새가 된 거야.”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고 없다. 글 정형모 기자 S
벨기에 기업 ‘머터리얼라이즈’는 1990년대부터 3D프린팅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해온 선도적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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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자인위크2014(www.seouldesign.or.kr) 가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DDP와 COEX, 도심 곳곳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서울의 디자인 명소를 길따라 여행하는 ‘서울디자인스팟 투어’ ▶디자인하우스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헤럴 드디자인포럼 등 주요 디자인 관련 행사를 묶어 시 너지 효과를 노렸다. 또 생활 디자인 제품 및 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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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를 파는 ‘디자인 마켓’과 명사들이 서울의 디 자인에 대해 담론을 나누는 ‘디자인 세미나’도 화 제가 됐다. 이중 COEX 행사를 다녀왔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디자인하우스
3D 프린터 만능 시대에도 마무리는 ‘사람’
“3D프린터로 못 만드는 게 없다는데, 대체 어떻게 만든다는 거야?” 최근 ‘제 3의 산업혁명’이라는 3D프린팅 기 술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의문이다. 2014 서울디자인페스티벌(11월 26~30 일 COEX)에 가면 그 의문을 풀 수 있다. 올해 13주
얇은 층이 쌓여가며 조금씩 입체가 된다. 2분 예열
년을 맞은 이 행사는 ‘균형 잡힌 삶을 위한 건강한
후 노즐이 한바퀴 왔다갔다 하니 바닥에 밑그림
3, 4 이탈리아의 3D프린팅 패션·인테리어 브랜드
디자인’을 주제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빛
처럼 실루엣이 잡히더니 30분 만에 귀여운 고양이
‘비쥬엣&엑스노보’의 조명기구들
나는 아이디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 마리가 완성됐다.
매년 가장 중요한 디자인 이슈로 꾸미는 ‘월
누구라도 디자이너가, 제조업자가 될 수 있을
간DESIGN 특별전’으로 선보인 것이 3D프린팅 디
것 같은 설렘에 ‘디자인의 민주화’라는 말이 비로
자인. 공업용으로 알려진 3D프린팅이 디자이너와
소 이해가 갔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도 “디자이너들
만나 어떤 생활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가깝게 보
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건축설계사들이 모형
여줬다. 정교한 수공예품 같은 조명기구, 오트 쿠
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해 왔지만 점차 개인 사업자
튀르 패션쇼에서나 볼 법한 레이스 드레스도 한땀
들의 사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땀 사람 손이 닿았을 것 같지만 모두 3D프린터 로 단칼에 뽑아낸 것이란다.
1, 2 ‘머터리얼라이즈’의 제품들.
5 이탈리아 액세서리 브랜드 maison203의 팔찌
‘편리해서 좋지만 공작시간에 서툴게 석고 를 파고 찰흙을 뭉쳐보던 아날로그 감성이 무뎌
믿기 어려웠지만 디자인 랩 카페에서 그 공정
지는 것 아닐까’ 싶은 순간, 완성은 반드시 인간의
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기술력을 보유한 캐논코
손에서 이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욕 MoMA
리아가 화장품 냉장고만한 크기의 개인용 데스크
에서 판매중이라는 이탈리아 액세서리 브랜드
톱 3D프린터를 이용해 시범을 보였다. 3D모델링이
maison203은 깃털처럼 가벼운 나일론 소재를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그래픽 파일을 만들어 프린
써서 주물로는 도저히 찍어낼 수 없는 자유로운 디
터에 전송만 하면 끝.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국수
자인을 프린터로 뽑아내지만, 25년간 수작업으로
가락 모양의 플라스틱 소재가 가는 튜브로 들어가
액세서리를 만들어온 장인이 마무리를 해야 비로
200℃의 노즐 입구를 지나 녹아나오면 바닥부터
소 완성된다는 얘기에 왠지 마음이 놓였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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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디자이너 하름 렌싱크의 소금 설치 작품 ‘후각의 침대’
전시장 전경
불교문화상품 ‘본디나’
한복디자이너 김영진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디자인한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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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랩 카페에서 시연중인 캐논코리아의 데스크탑 3D프린터 ‘MARV’
약자를 위한 훈훈한 디자인이 대세
놀라운 디지털 기술에 긴장된 기분을 치유해주는 건 네덜란드 디자이너 10인을 초대한 글로벌 콘텐 츠관의 ‘건강한 디자인’전이다. 100세 시대를 맞 는 실버세대의 삶이 자칫 외롭고 불편해질까 배려 하는 훈훈한 아이디어에 마음이 절로 누그러진다. 레몬향을 첨가한 600kg의 천일염을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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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놓은 거대한 설치작품 ‘후각의 침대’가 공간 을 압도한다. 누웠다 일어나면 옷에 향기가 스며들 어 오랫동안 휴식의 기분을 유지시켜 준다. 관람객 들도 직접 누워 볼 수 있다. 옷에 묻은 소금을 터는 브러쉬까지 준비한 디자이너 하름 렌싱크는 “도 시에 사는 현대인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한 디자인” 이라고 말했다. 요실금 기저귀를 대체하는 보호속옷도 눈길 을 끈다. 고급스런 소재의 속옷에 특수섬유로 만 든 앙증맞은 흡수패드의 탈부착이 가능하다. 디 자이너 쥴리아 반 잔텐은 “성인이 기저귀를 착용 9
할 때 느끼는 부정적인 정서와 심리적 고통을 덜어 6 잡화브랜드 ‘로우로우’
주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7 ‘아이케이에스케이’의 어린이 디자인 제품
스튜디오 투르의 움직이는 조명 ‘Vivid’는
8 조명브랜드 ‘꼬마’의 1인가구를 위한 조명 9 ‘휴플레인’의 식탁 매트
구름 모양 쿠션처럼 푹신한 조명등을 툭 치면 부르 르 몸을 떠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내부의 자 동제어장치가 움직임을 감지하면 조명등도 움직이 8
는 원리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따뜻 한 디자인이다.
국 콘텐츠관은 불교문화상품 브랜드 ‘본디나’가
구류를 만든다.
매년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개
꾸몄다. 공간디자이너 마영범이 ‘비움’의 불교정신
소셜 벤처기업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
성을 표현하는 ‘디자이너스 랩’은 ‘18세기 파리로
을 토대로 디자인한 공간에 우리 사찰만이 가진
들이 심리치료를 받으며 만든 압화 작품을 패턴으
의 타임 슬립’을 테마로 했다. 12월 3일부터 예술의
고유의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생활문화상품
로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다. 수익금은 위안부 역
전당에서 최초의 해외 투어를 갖는 프랑스 장식예
이 빼곡하다. 용문사, 기림사 등 실제 사찰을 수놓
사관 건립 기금으로 사용한다. 놀랄만큼 화사한
술박물관 전시를 기념하는 특별전이다. 프랑스 명
은 단청과 꽃살문이 16가지 모던 패턴으로 재탄생
꽃무늬들이 할머니들의 어두운 과거까지 치유해
품 디자인의 기원이 되는 18세기 파리 귀족들의
해 세련미를 뽐냈다.
주는 느낌이다. 또 잡화브랜드 ‘로우로우’는 노숙
예술과도 같은 일상을 18명의 우리 아티스트가 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아이디어도 빛났다. 사회
자들의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 판매자들이
국식으로 재해석한 오브제들이 흥미롭다. 장응복
적 기업 ‘삼분의이’는 자폐아와 새터민, 다문화가
ID카드와 단말기, 돈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
작가는 화조도 지장에 로코코 문양을 새겨 넣었
정 등 특수환경 아동들의 미술치료를 사업으로 연
는 유니폼과 택배기사들에게 최적화된 가방을 선
고,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 예술적 재능을 펼칠 기회로 활용한다. 교육받
보였다.
한복을 주문한다면?’이라는 컨셉트로 베르사이
은 아이들의 작품을 토대로 제작한 디자인 상품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첨단 디자인 아
유 궁전에 걸맞게 화려하게 튜닝된 한복을 선보였다.
팔아 수익금을 다시 교육에 투자하는 시스템. 서
이디어의 향연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다양
한국문화콘텐트의 세계화를 위해 기획된 한
툰 솜씨지만 순수한 마음이 담겨 더 아름다운 문
한 인간에 대한 배려’였다.
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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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역에 트리플캐스팅 된 국립창극단원 민은경(왼쪽)과 정은혜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하룻밤의 맹세를 지키기 위
연극을 만들어온 루마니아의 거장 안드레이 서반
해 모진 고문을 견뎌낸 여인의 이야기에 공감할 현
(71). 해외 거장에게 고전 재해석을 맡기는 것은 세
대인이 얼마나 될까. 그녀의 맹목적인 정절이 과연
계 무대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도 있다.
우리가 박수쳐야 할 가치일까. 판소리 ‘춘향가’가
아힘 프라이어가 가면과 독특한 의상, 거대한 치맛
아름다운 우리 고전임에는 분명하지만 동시대와
자락, 표현주의적 화풍의 무대로 시각적 스펙터클
호흡할 만한 내용인지는 의문이다.
을 선사하면서도 작품의 원형을 강조했다면, ‘파
1962년 창단 이후 50년간 판소리 다섯 바탕 에 한정된 전통적 스타일을 고수해 온 국립창극단
격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서반은 과감한 현대화 를 택했다.
이 최근 창극의 경계를 파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배경은 ‘지금 여기’. 몽룡은 고위 관료의 자제
하다. 2012년 김성녀 예술감독 취임 이후 스릴러,
인 날라리 대학생, 춘향은 가난한 지방 처녀로 설
그리스 비극, 청소년극 등 다양한 소재로 관객층을
정했고, 밤무대 가수처럼 반짝이 옷을 입고 피에
확대하며 공연계의 관심을 모아온 국립창극단의
로 분장을 한 변학도는 오직 쾌락이 목적인 독재
새로운 도전 ‘다른 춘향’(12월 6일까지 국립극장
자다. 부패 정치인에 맞서 ‘비리척결’을 외치는 시
달오름극장)은 외국인의 시선을 빌렸다.
위대와 ‘FTA 반대’를 외치는 농민들의 구호는 동
독일의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
시대 관객의 추임새를 유도한다. 이야기를 풀어내
의 ‘수궁가’(2011)에 이은 두 번째 ‘세계 거장 시리
는 도창 역할은 바바리 자락 휘날리며 마이크를
즈’의 주인공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잡는 6명의 기자단 리포트가 대신한다.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수많은 걸작 오페라와 ●
무대도 상징적인 연극 무대에 가깝다. 주인공
쾌락을 좇는 독재자 변학도(김학용 분)는 반짝이 옷을 입고 나와 흥을 돋군다.
들은 무대 양쪽의 위태로운 나선 철제 계단을 오
는 영감님의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어이없는 죄목
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춘향’이 웅변하는 것은
르내리고, 무대 전면의 모래밭과 물웅덩이를 뒹
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춘향은 새빨간 브라탑을 두
달라진 현대의 여성상 따위가 아니라 이 시대에 희
굴며 사랑도 하고 고문도 당한다. 공연 내내 눈길
른 반라상태로 바닥을 구르고 물속에 처박힌다.
미할 대로 희미해진, 그러나 인간이 반드시 지켜가
을 끄는 건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 전통적 복장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붉은 피
야 할 가치의 무게인 것이다.
을 한 춘향과 몽룡의 점잖은 모습이 무대 위 화끈
는 스스로 눈을 찔러 피칠갑이 된 오이디푸스 왕
달라진 춘향의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한 실물과 대조를 이루거나, 배우와 관객을 실시간
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춘향이 갇히는 감옥은 천장
는 흔히 마음 착한 주인공이 역경을 견디고 행복
으로 촬영해 비추는 등 세계 공연계에서 유행하는
에 매달린 작은 새장. 사형집행 직전 몽룡이 구해
해지는 평범한 내용의 고전에 잔잔한 감동을 느끼
최신 연출기법이 다양하게 구사된다.
내긴 하지만 춘향은 이미 백발 노파로 변한 뒤다.
고 권선징악의 결말에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도 얻
그런데 판소리 가사는 고어를 그대로 살렸다.
처연한 몰골로 휠체어에 몸을 기댄 춘향을 뒤로
는다.
현대적인 몸짓과 대사를 하는 배우들이 ‘사랑가’
한 채 “과연 정의의 승리 뒤에 더 큰 사랑의 승리가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극장을
‘십장가’ ‘쑥대머리’ 등 노래는 판소리의 원형을 그
뒤따를까요?”를 묻는 기자의 마지막 물음은 영 회
나서며 도무지 여운이 없는 것은, 무대를 통해 아
의적이다.
무런 충격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접 경험한
대로 지키며 묘한 부조화를 빚어낸다. ‘좀 다른 옷 을 입었을 뿐 진짜 창극 맞다’며 기존 창극팬들까
그럼 왜 굳이 비극이어야 할까. 춘향이 단순
충격에서 유발된 강렬한 사유와 함께 고정관념을
히 한 남자만 사랑한 열녀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탈출케 하는 힘이야말로 예술의 본질 아닐까. 창
극의 기본 얼개는 고전을 따르지만, ‘다른’ 춘
‘이상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세상에 맞선 영웅이어
극이 전통을 넘어 지금 현재 우리 삶을 비추는 예
향은 결혼식으로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야 하기 때문이다. “춘향이 셰익스피어 같다”던 서
술일 수 있음을 보여준 건 거장의 힘이다.
그리스 비극을 선호하는 서반답게 춘향이 처하는
반은 미쳐 돌아가는 저열한 세상에 홀로 신념을 지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비극의 강도가 높다. ‘국민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
키는 햄릿과도 같은 비극적 영웅으로 춘향을 그리
사진 국립창극단
지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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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영화제가 시작됐다. 11월 27일부터 12월 4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 관 서울관 영화관에서 열리는 ‘2014 아세안 영화 제’다. 아세안(ASEAN)은 브루나이·캄보디아·인 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 가포르·태국·베트남을 말한다. 한국과 대화관계 가 수립된 지 올해로 25주년. 더욱 원활한 교류를 위해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정해문)가 출범한 지도 5년이 됐다.
브루나이의 리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번 행사는 12월 11~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세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아세안센터 가 기획한 특별 문화행사 ‘베스트 오브 아시안’의 첫 프로그램이다.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상징하 는 랜드마크를 조형물로 설치하는 ‘아세안의 보석’
싱가포르의 일로일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싱가포르로 온 필리핀 여성
(12월 2~14일 광화문 광장), 각국의 문양으로 래핑
테레사. 림 가족의 가사 도우미가 된 테레사를 골
한 버스 10대가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고유 문화와
려먹는 게 낙이던 집안의 개구쟁이 아들 자러. 하
관광 정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아세안 로드쇼’,
지만 이들은 어느새 서로 묘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국내 거주 아세안 지역 출신 젊은이들과 한국 청년
된다.
들이 함께 미래를 토론해보는 ‘한-아세안 청년포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신(新)
럼’(12월 3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이 이어진다.
아시안 드림’을 담담하게 풀어낸 ‘일로 일로’(ILO
이번 초청작들은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작
ILO·2013)는 싱가포르 앤서니 첸 감독의 장편 데
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로 각국 문화부와 대사관
뷔작이다. 그는 이 영화로 2013년 칸 국제영화제를
추천을 거쳐 결정됐다. 개막작은 인도네시아의 ‘마
달구며 신인 감독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황금카
이다스 하우스’(2009). 마이다라는 여대생이 거리
메라상을 거머쥐었다.
의 아이들을 위해 폐가를 학교로 만들면서 시작되
‘일로 일로’를 비롯해 아세안 10개국의 대표작
인도네시아의 마이다스 하우스
는 이야기로 인도네시아 근현대사 60여 년이 함축
‘영원한 풍경’전, 12월 5일~2015년 3월 1일
20세기 사진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
(1908~2004)의 작품 철학과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미학
는 전시가 열린다.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한눈 에 보여주는 ‘영원한 풍경’ 전이다. 초기작부터 마
ⓒ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
지막 작품까지 생전에 제작된 오리지널 프린트 작품 253점을 볼 수 있다. ‘Early Work in MOMA 1947’ 섹션에서는 브레송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립해 가던 1931년부터 47년까지의 초 기작을 모았다. ‘영원한 풍경’ 섹션에서는 그동안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베를린 장벽 설치 이후’(1962) 등을 처음 공개한다. 마지막 ‘순간의 영원성’ 섹션은 브레송이 제안했던 ‘주변 환경을 포함하는 포트레이트’가 주제 다. 앙리 마티스, 마르셀 뒤샹 등 20세기 거장들의 모습을 인물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다. 매주 월요일, 설날 휴관. 글 이도은 기자, 사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
●
돼 담겨있는 테디 소에리아트마자 감독의 대작이다. 캄보디아의 거장 감독 리티 판이 찰흙 인형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만든 ‘잃어버린 사진’ (2013)은 2013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작이자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화제작. 필리핀의 ‘사나 다티’ (If Only·2013)는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해 섬 세하게 그려낸 로맨스물로 2013년 씨네말라야영 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선생님 일기’(2014)는 태국에서 올해 상반 기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고 ‘일대고수’ (2013)는 베트남 액션 영화의 절정으로 꼽힌다. 또 ‘리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2013) 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메리에겐 뭔가 특별 한 것이 있다’의 브루나이 버전. 사춘기 소녀의 불 안감을 통해 라오스인들의 죽음에 관한 인식을 그 린 ‘찬탈리’(2012), 목에 링을 감고 평생 살아가는 미얀마의 소수민족 카얀족 소녀들의 도시 모험담 을 그린 ‘카얀 뷰티’(2012), 말레이시아 루저들의
태국의 선생님 일기
슬랩스틱 모험담 ‘KL 좀비’(2013)도 눈길을 끈다. 티켓은 무료. 30일 이후 영화제 일정은 다음과 같다 (상영 시간)
상영작마다 특별 게스트가 뒷얘기를 들려주 는 ‘월담(越談) 토크’도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싱
① 낮 12시, ② 오후 3시, ③ 오후 6시 30분). 문의 best.aseankorea.org
어송라이터 한희정, 영화감독 박찬경과 방은진, 만
◇30일: ① 사나 다티(필리핀) ② 일로 일로(싱가포르) ③ 리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브루나이)
화가 후렛샤, 영화평론가 김봉석, 문화평론가 정윤
◇12월 1일은 아세안 디렉터스 네트워킹 데이로 영화 상영이 없음
수, 여행작가 김남희, 무술감독 정두홍, 심리학자
◇2일: ① 선생님 일기(태국) ② 마이다스 하우스(인도네시아) ③ 찬탈리(라오스)
황상민 등이 참여한다.
◇3일: ① 일로 일로(싱가포르) ② KL 좀비(말레이시아) ③ 카얀 뷰티(미얀마) ◇4일: ① 일대고수(베트남) ② 사나 다티(필리핀) ③ 잃어버린 사진(캄보디아)
글 정형모 기자, 사진 한-아세안센터
무용 ‘인간 단테, 구원의 기획자’, 12월 5~6일
현대무용이 해석한 단테의 『신곡』 은 어떤 모습일까.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무용 특화극장 강동아트센터(관장 이창기)의 상주단
현대무용으로 만나는 단테의 신곡
체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예술감독 김성한)가 ‘신 곡’을 주제로 창작 초연무대를 펼친다.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그간 ‘이방인’ ‘구토’ ‘보이체크’ 등을 통해 꾸준히 문학과 무용의 접점을 모색하며 문학 텍
스트를 움직임으로 꾸미는 독창적인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번 신작에서는 휴머니스트 단테를 현대로 불러내 현 대인의 문제에 대한 해답과 구원 가능성을 묻는다. ‘신곡’에 등장하는 환상적 내세가 아닌 현대인의 실제 삶에 자리한 지옥과 인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연옥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며, 우리 내면의 천국은 어 떤 색으로 그려 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무용으로 풀어낸다. 작품 주제가 깊이 있고 방대한 만큼 보다 다 채로운 움직임과 표현을 더하기 위해, 정단원 외에 처음으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6명의 무용수가 함께해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사진 강동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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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포스트모던 건축 기행 저자: 이소 다쓰오 역자: 신혜정 출판사: 북노마드 가격: 1만6000원
‘포스트모던 건축’ 은 일본에선 외면당하는 용어다. 거품 경제 가 붕괴된 시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 저자: 타파크로스 출판사: 더난출판 가격: 1만5000원
만 저자는 이에 대한 연구와 논의 없이 미래 의 건축 방향을 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책을 펴냈다. 일본에서 통상적으로 ‘포스트모던 건축 시대’라 불리는, 1975년부터 95년까
BMW코리아는 얼마 전 인천 영종도에 400억 원을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각종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들여 드라이빙센터를 설립했다. 가속 페달을 바닥까
래시가드 관련 23만 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키
지 밟을 수 있고 웅덩이·급경사·요철 등 거친 길에서
니에 대한 불편함 ▶능동적인 수상 레포츠에 대한 관
도 차를 타고 주파해 ‘진격의 거인’
심 증가 ▶피부 보호에 대한 욕구 ▶
이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해주는 곳이
노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다. 12월 1일부터는 센터 2층 야외교
드러났다.
지 준공된 건축물 50곳을 소개한다. 안도 다다오, 필립 스탁 등 거장들의 작품을 사진 과 일러스트를 풍성하게 실었다.
해군의 탄생과 근대 일본 저자: 박영준 출판사: 그물
이 책은 크게 비즈니스와 라이
육장에 미취학 아동을 위한 ‘키즈
가격: 2만8000원
프스타일, 문화코드에 대한 분석 및
드라이빙 스쿨’까지 문을 연다. BMW코리아가 엄청난 돈을
예측으로 구성됐다. 지금 우리 사회
들여 이곳에 드라이빙센터를 만든
는 남과 달라야 하는 나, 회사보다
이유가 무엇일까. 『2015 생생트렌
가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가
드』의 저자들은 ‘마켓 쉐어’가 아닌
장, 무리보다 혼자가 익숙한 젊은이
19세기 해군의 위 력은 21세기 핵무 기의 위력과 같을 정도로 막강했다. 해군은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상징이었고
‘라이프 쉐어’ 전략 때문이라고 말한다. 차 전시장이
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뭔가가 새로운 대세를 이룬다.
동시에 유효한 외교 정책 수단이기도 했다.
아닌 브랜드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조성해 소비자들이
미국의 동영상 콘텐트 유통업체 넷플릭스(Netflix)가
이 책은 페리 함대의 출현으로 큰 충격을 받
간접 체험을 한 다음 자동차 구매 계획을 세우도록 자
공룡 기업 아마존을 제친 이유도 달라진 사람들이 원
은 일본이 해군 제도를 어떻게 구축했는지
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이동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수단으로서의 기계로 인식하지 않고 상품 가치로서의
‘SF영화’라는 장르구분 대신 ‘워싱턴을 배경으로 10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4년이 꼭 한 달 남은 연말, 출판가엔 2015 년을 예측하는 각종 전망서들이 줄을 잇는다. 그중
를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근대 일본이 청 나라나 조선에 비해 근대화된 국가 건설 과 정에서 앞서 나간 비결을 파헤쳤다. ‘메이
년 후 미래가 담긴 물질문명에 비판적인 30대 남성들
지유신을 위한 부국강병의 길’이란 부제가
이 많이 보는 영화’라고 분류해 사람들이 가려워하는
붙어 있다.
곳을 콕 찍어낸다.
『2015 생생트렌드』는 2013년부터 올 여름까지 각종
‘100세 시대’를 맞아 ‘액티브 시니어’로 명명된
SNS에 언급된 내용을 추적한 빅데이터 분석에 초점
실버세대의 활약에 대한 예견도 의미심장하다. 미국
베스트셀러
자료=교보문고
순위 책명
작가·출판사
을 맞췄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검색하는 단어 하나,
에서 컴퓨터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시니어넷에는 매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기는 글이 정보로 축적되어 거대
50대 이상의 수 만 명이 컴퓨터를 배우고 이를 통해
하고 의미 있는 판이 만들어지는 데 주목한다.
접한 인터넷 세상에서 지혜와 경륜이 담긴 토론 문화
03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를 생성해내고 있다.
04 창문 넘어 도망친
올 여름 ‘래시가드’ 열풍만 해도 그렇다. 래시가
트렌드란 결국 욕망이다. 모두의 욕망이 모여 새
드(rash guard)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01 미생 완간 세트(전9권)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02 비밀의 정원
조해너 배스포드 클 요나스 요나손 열린책들
05 에디톨로지
김정운 21세기북스
06 나미야 잡화점의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체온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긴 소매 수영복
로운 흐름을 만들고 그것이 또 다른 욕망을 만들어낸
을 말한다(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몸에 착 달라붙는 현
다. 이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
란한 스타일의 수영복을 입는 여성들 사진이 여럿 보
국 하나의 질문 아닐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09 어두운 상점들의 파트릭 모디아노 문학동네
글 정형모 기자
10 결혼, 하면 괴롭고 안 하면
인다). 저자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올 여름까지 1년간
●
07 트렌드코리아 2015 08 어떤 하루
김난도 외 미래의창 신준모 프롬북스 장경동 아라크네
영화
공연
클래식
전시
덕수리 5형제
뮤지컬 ‘러브레터’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이경복 개인전 ‘Plastic Breeze’
감독: 전형준
기간: 12월 2일~2015년 2월 15일
일시: 12월 3일 오후 8시
기간: 11월 25일~12월 6일
배우: 윤상현, 송새벽, 이아이, 찬성
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장소: 금호아트홀
장소: 서울 강남구 갤러리 이마주
등급: 15세 관람가
문의: 1566-1823
문의: 02-6303-1977
문의: 02-557-1950
만나기만 하면 서로 물고 뜯는 원수 같
영화 ‘러브레터’의 감동을 뮤지컬로
금호아트홀의 2014년 상주 음악가인
이경복 작가가 최근작 ‘p_gure’ 시
은 5남매가 부모님의 부름으로 덕수
만난다. 1999년 국내 개봉 당시 600
박혜윤의 무대. 금호아트홀은 박혜윤
리즈를 선보인다. 전작 ‘Room’ 시리
리의 시골집에 모인다. 그러나 정작 집
만 흥행을 기록하며 첫 사랑의 아이
의 독주회, 듀오ㆍ트리오 공연 등을 올
즈가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현대인의
에 있어야 할 부모님은 어디론가 사라
콘으로 자리 잡은 영화를 최초로 뮤지
해 다섯 차례 개최했다. 이번이 마지막
모습을 미시적 관점에서 표현했다면,
진 상태. 5남매는 행방불명된 부모님
컬화한 무대다. 공연계 블루칩 변정주
공연이다. 이번에는 바이올리니스트
‘p_gure’ 시는 흔히 알려진 유명 조각
을 찾기 위해 파출소에 신고도 해보지
연출과 김지현, 조상웅 등 최고의 배우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함께 드보르
품을 대량 생산 제품처럼 표현해 거시
만, 경찰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들이 함께한다.
자크ㆍ모차르트ㆍ베리오를 연주한다.
적 관점으로 시대성을 대변한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연극 ‘나는 너다’
익스트림 듀오
박용인 초대展
감독: 리들리 스콧
기간: 11월 27일~12월 31일
일시: 12월 8일 오후 8시
기간: 12월 3~9일
배우: 크리스천 베일, 조엘 에저튼
장소: 서울 신사동 BBCH홀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장소: 서울 인사동 장은선 갤러리
등급: 12세 관람가
문의: 1544-1555
문의: 1577-5266
문의: 02-730-3533
인간이 신처럼 군림하던 시대, 이집트
고뇌하는 인간 안중근을 그려 호평받
스테판 재키브(바이올린)와 지용(피
구상작가 박용인 선생의 칠순을 기념
왕국에서 형제로 자란 모세(크리스천
은 연극 ‘나는 너다’가 안중근 의사 서
아니스트)의 듀오. 개성 있는 두 연주
하는 개인전. ‘축적된 시간들의 서정
베일)와 람세스(조엘 에저튼). 생지옥
거 105주년을 기념해 재공연된다. 배
자가 만나 라벨 ‘치간’, 프랑크 바이올
적 풍경’이라는 제목처럼 그가 50년
같은 노예들의 삶에 분노하게 된 모세
우 송일국이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준
린 소나타로 프랑스 음악을 들려준다.
간 지속해 온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
는 스스로 신이라 믿는 제국의 왕 람세
생 1인 2역을 맡아 둘의 상반된 삶을
라벨 ‘라 발스’와 사리아호 녹턴으로
는 자리다. 대상을 간결하고 함축적으
스와 정면으로 맞선다. 그는 결국 자신
그려내고 연극계 대모 박정자가 어머
피아노ㆍ바이올린이 각각 독주하는 순
로 재현하며, 나이프에 물감을 발라 문
이 노예들을 이끌 운명임을 깨닫는다.
니 조마리아로 출연한다.
서도 마련돼 있다.
지르는 작업 방식이 두드러진다.
영화 예매
자료=맥스무비
공연 예매
자료=인터파크
순위 영화명
주연
순위 공연명
출연
01 인터스텔라
클래식 음반
자료=풍월당
순위 음반명
음반사
01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옥주현 김소현
01 브람스 & 슈만: 첼로와 피아노
02 빅 매치
이정재 신하균 이성민
02 뮤지컬 그날들
02 비발디: 조화의 영감
03 퓨리
브래드 피트 로건 레먼
03 아트서커스 카발리아
매튜 맥커너히
04 헝거게임:모킹제이
유준상 이건명 최재웅
03 아르헤리치와 친구들
DG Alpha
WARNER
가요 음원 순위 노래
자료=가온차트
가수
01 세 사람
토이
02 광화문에서
규현
03 U&I
토이
04 뮤지컬 황태자루돌프 안재욱 임태경 팀
04 베토벤:첼로와피아노를위한소나타 Sony
04 나는 달라
05 덤 앤 더머 투
짐 캐리 제프 다니엘스
05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05 파바로티: 클래식 듀엣
05 GOOD BOY
06 카트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06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내한공연
06 하이든: 십자가 위에 일곱 말씀 Zig Zag
06 인생은 아름다워
토이
07 뮤지컬 킹키부츠 김무열 오만석 지현우
07 말러: 교향곡 7번-두다멜
07 사뿐사뿐
AOA
08 뮤지컬 라카지
정성화 김다현 남경주
08 페이지4: 스테레오 콘서트
08 너의 바다에 머무네
토이
09 연극 리타
공효진 강혜정 전무송
09 솔 가베타: 플레이어
10 연극 라이어
공찬호 김연철 박중근
10 카라얀: 1980년대 DG 관현악
07 꾸뻬씨의 행복여행
제니퍼 로렌스
사이먼 페그
08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라이브 09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10 나를 찾아줘
조병만 벤 애플렉
S
조승우 류정한
Decca DG DECCA SONY DG
HI SUHYUN GD X TAEYANG
09 Good bye sun, Good bye moon 토이 10 그녀가 말했다
토이
“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에요.”
물이 피부 속에서부터 차올라 촉촉한 물광피부로 변한 내 얼굴이 등장한다.
세상의 인간 관계 중에 가장 알쏭달쏭한 말은 연예인들의 ‘친한 오빠
근데 물을 많이 마시면 자꾸 화장실 때문에 잠을 깨니 숙면을 취할 수 없다.
동생 사이’다. 나도 친한 오빠가 있는 여동생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친한 오
부스스한 얼굴이지만 “평소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기초화장만 한다”
빠들과는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모임에서 만나거나 걸핏하면 “왜 볼 때마다
는 연예인들의 말에 따라 로션과 비비 크림만 바르고 친구 모임에 나가본다.
살이 쪘느냐”며 구박받는 관계였다. 그 사람들처럼 단둘이 영화를 보고, 저
“너 요새 무슨 일 있냐. 왜 그렇게 갑자기 늙었느냐. 얼굴에 기름기는 번들번
녁 식사를 하고, 자동차에 나란히 앉아 손이라도 잡고 있었다면 당장 머릿속
들하고…살은 또 왜 그렇게 찌고. 운동 좀 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할 수 없
에서 ‘이 사람이 결혼이라도 하자면 어떡하지, 친구들은 뭐라고 할 것이며 2
이 아줌마 친구들이 맨날 이야기 하는 보톡스와 레이저 시술, 고급 화장품과
세의 얼굴은 어떻게 될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을 거다. 우리 땐 그랬다.
마사지 관련 정보를 얻어온다.
하지만 ‘썸탄다’는 말이 흔한 요즘
원망에 지쳐 이제 연예인들의 말을
은 친한 오빠 동생 사이란 정말 범위가
더 이상 믿지 않기로 한다. 늘 ‘세상에서
넓은가보다. 일단 ‘명예훼손으로 고소하
제일 가정적’이라는 남편과 다음날 이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연예인들의 말
겠다’고 펄펄 뛰다가 결국 연인이 되어
하는 사람들이 바로 연예인들 아니냐며
‘예쁘게 사랑’하는 단계에서 ‘절대 속도
1. 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에요
투덜대기도 한다. 미운 눈으로 바라보니
위반은 아닌’ 결혼에 이르게까지 아주
2. 젖살이 빠진 것 뿐이에요
40-50대에도 믿기 어려운 동안이라는
많은 미래의 잠재적 가능성을 포함한 관
3. 미모의 비결은 숙면과 수분섭취뿐
연예인의 미운 구석이 보인다. 바로 목 주
계를 정의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말 친
4. 평소엔 메이크업을 전혀 안 해요
름과 무릎 주름이다. 실같은 주름 한 줄
하기만 하고 영화도 안 보여주고 단둘이
5. 평범하고 내면이 차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에요
없는 얼굴이지만 천하 일색이라도 늘어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도 안 데려간 주
6. 속도위반 절대 아닙니다
진 목 주름과 그 사이 사이 불룩 처진 목
제에 가끔씩 돈이나 빌려달라고 하던 나
7.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다이어트는 꿈도 못 꿔요
살은 숨길 수 없다. 그뿐인가. 50대에도
8. 이렇게 가정적인 남편이 없어요
여전히 20대 같은 몸매를 유지하는 누군
9. 정말 상을 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연말 방송사 시상식)
가가 멋지게 차려입은 원피스 아래로 드
의 친한 오빠들, 정말 원망스럽다. 친한 오빠와 사귀는 어여쁜 여동생 들의 ‘젖살’의 정체 또한 미스터리하기
10. 제 애인은 팬 여러분뿐이에요
러나는 그 쪼글쪼글하고 말라붙은 서글
짝이 없다. 스물 대여섯 된 연예인들이 갑
픈 무릎이라니. 근데 왠지 신이 나고 위로
자기 오똑한 코와 날렵한 턱선으로 나타
가 된다. 적어도 그들과 내가 같이 늙어가
나서 ‘젖살이 빠졌을 뿐’이라고 말할 때
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다. 엄마 젖을 먹고 찐 살이라고 알고 있
하지만 믿고 싶은 거짓말들도 있다.
는 젖살은 왜 연예인들에게만 이십대 후반이 될 때까지 남아 있는 걸까. 그리
가끔 퉁퉁 붓고 살찐 얼굴로 나타나서 걱정을 시켰지만 늘 씩씩했던 동갑의
고 내 얼굴에서 빠져나간 젖살은 연예인들처럼 날씬하게 어디론가 사라지지
남자 가수, 그리고 늘 생글생글 거리며 “한때는 암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이
않고 축축 아래로 쳐저서 심술보를 만들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우리 엄마의
제는 다 나았어”하며 즐겁게 웃던 익숙한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세상
젖 성분에 문제가 있었나 싶어 엄마가 원망스럽다.
을 떠나면서다. “건강하다. 아무 문제 없다”는 거짓말, 언제든 얼마만큼이든
나도 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그들의 미모 유지 비법을 따라하기로
속아줄테니 오래 오래 그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오래 살아주었으면
한다. “충분한 수면과 수분섭취 밖에 비결이 없다”는 그들의 말에 따라 보이
좋겠다. 당신들 입으로 “최고의 애인은 여러분들이죠”라고 하는 팬들을 울
는 대로 물만 마시고 낮잠과 밤잠을 수시로 잔다. 꿈속에서는 평소에 마셨던
리지 않기 위해서라면.
칼럼니스트.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관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앙SUNDAY와 창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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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뒤를 돌아보면 안 돼요.’ 하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법 신은 그렇게 남녀를 차가운 돌로 만들어 버렸다. 에로스의 키스로 되살아난 프시케 앞에서, Musee de Louvre, Paris 2004
실제 만져보니 대리석은 따스했는데.
사진작가. 패션계의 힘을 모아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Fashion 4 Development의 아트 디렉터로 뉴욕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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