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 뒤 북한
수능 설계자도 한탄하는 요즘 수능
김정은, 러중 사이 줄타기 외교하나
News 3p
Focus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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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받는 현직 의원 6명만 “연금 포기하겠다” 백일현 기자, 송영오 인턴기자 keysme@joongang.co.kr
불법 체류자 구제하는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발표한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정계의 공방이 거세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약 500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이 향후 2년간 오바마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인 불법체류자도 최대 25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공화당 소 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왕이나 황제처럼 행동하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 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맞섰다.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검찰 “저장된 카톡 사후 감청은 적법” 대법 판례와 따로가는 자의적 법해석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검찰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 법) 개정 없이도 다음카카오 서버에 저장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통신 제한조치(감청) 영장으로 확보하는 게 적법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는 ‘송수신이 완료된 통신 내용은 감청이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와 상 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또 전기통신사업자의 감청 설비 의무 법제화에 대해 ‘현실적인 감청영장 집행 개선방안’이라고 판 단했다. 앞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비법 개정 안을 21일 국회에 제출했다.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행에 대한 대 검찰청 연구 태스크포스(TF)는 최 근 “다음카카오 서버에 저장된 카카 오톡 대화 내용을 수일의 시차를 두 고 확보하는 것은 현행 통비법 규정 으로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 다. 현행법과 해외 감청영장 집행사 례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결과라 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카카오톡 감청과 관련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빚 어지고, 다음카카오 측이 감청영장 의 위탁집행에 불응하자 TF를 출범
시켰다. ‘통신제한 조치 감청영장 집 행 개선방안’을 연구하겠다는 취지 였다. TF에는 대검 반부패부, 공안부, 강 력부, 기획조정부, 과학수사기획관 실, 정보통신과 등 6개 부서 실무자 들이 참여했다. 해외 사례 연구는 해 외 주재 법무협력관들이 맡았다. 검찰은 카카오톡 감청이 ‘실시간으 로’ 이뤄지지 않는다 해서 위법한 것 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 음
녹음된 통화 감청하던 관행 디지털 통신에도 끼워맞춰 협조 거부엔 처벌 불가 결론 국회선 감청설비 의무법 발의
성통화 감청 때에도 통신중계기에 녹 음기를 달아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짧은 시차를 두고 확인했던 전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의 경우에도 감청(lawful interception)이 실시간 으로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적법한 것 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가 된 대법원 판례와 카카오톡 감청은 전혀 다른
사진 장터, 파리
사례여서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위탁집행을 거부 중인 다음카카오 에 대해선 단순 거부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통비법상 전 기통신사업자가 영장집행에 협조할 의무는 있지만 처벌조항은 없기 때 문이다. 다만 검찰이 직접 다음카카 오 서버에 접근해 영장을 집행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방해할 경우 공무 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 구축을 의무화하는 통비법 개정안 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17, 18대 국회 때 발의됐다가 여야 합의가 이 뤄지지 않아 폐기됐던 법안이다. 한 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는 “국가 안보 관련 사건이나 중대 범죄 수사를 위해 통신사업자의 감 청설비 의무화를 검토해 볼 순 있지 만 선행돼야 할 것은 이를 활용하는 국가기관에 대한 투명한 통제”라고 말했다. 검찰의 카카오톡 감청 강행 결론 과 정치권의 통비법 개정 논의를 놓 고 법조계에선 “디지털 기술의 발전 은 도외시한 채 아날로그적 관행에 매몰돼 편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대검 국정감사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의 ‘열쇠공’ 발언 에 비춰 볼 때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 행의 적법성 판단 역시 이미 내린 결 론에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총장은 “(카카오톡 위탁집 행이 어렵다면) 검찰이 직접 집행할 수 있다. 다른 압수수색에서 문을 안 열어 주면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여는 것처럼 할 수밖에 없다”고 말 했다. 국감 이후 김 총장이 “감청영 장 집행 개선방안에 대해 종합적으 로 연구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검찰 편의적으로 법을 해석한 것 아니냐 는 것이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는 “우리 사법기관은 아직도 우편물 검열시대의 마인드로 국민 통신의 기본권 제한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 적했다. 그는 “e메일, 인스턴트 메신 저, 모바일 메신저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수많은 형태의 통신수 단이 등장했고 앞으로도 등장할 텐 데 우편물 검열식의 아날로그 마인 드로 새로운 매체를 바라본다면 어 떤 법익이 우선돼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관계기사 4~5p
세계 최고이자 최대 규모의 사진 전문 아트 페어로 꼽히는 파리 포토(Paris Photo 2014)가 13일부터 16일까지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렸다. 프랑스와 전 세계에서 146개 갤러리가 참여한 올해 18회 행사에는 관람객이 6만여 명에 달했다. 예술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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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장을 중앙SUNDAY가 다녀왔다. 1부 1000원 / 월 5000원 | 정기구독 문의고객센터 080-023-5005
새누리당은 지난달 28일 의원 158명 전원 명의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출직 공무원에 임용되 면 재직기간 중 연금 지급을 전액 정 지한다”(47조)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위 공직자 출신 의원들은 세비와 별도로 매달 공무원연금도 받아 왔 지만 2016년 1월 1일(개정안 통과 시) 부터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의 주역 이 의원들인 만큼 개정안 통과에 앞 서 지금부터 연금을 국고에 기부해 야 개혁의 동력을 살릴 수 있다는 주 장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손인 춘 의원은 지난 18일 “총리와 장·차 관 등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연금 개 혁에 동참할 뜻을 밝힌 만큼 의원들 도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김무성 대 표에게 이런 방안을 건의했다. 연금 수급 의원 상당수는 이에 대 해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SUNDAY가 20~21일 연금 수 급 의원 38명(새누리당 29명, 새정치 민주연합 8명, 무소속 1명) 가운데 조사에 응한 17명(새누리당 13명, 새 정치연합 4명)에게 물은 결과다. 개정안 통과에 앞서 연금을 국고 에 기부할 의사가 있다는 의원은 6명 (김동완·신동우·이철우·윤재옥·임 내현·이개호)에 그쳤다. 반면 3명(김 회선·박주선·변재일)은 기부에 반 대했고, 8명(장윤석·김제식·박맹우· 김희국·이종진·안덕수·주호영·이노 근)은 답변을 거부했다. 강길부·경대 수·권성동·김장실·김종훈·배덕광
이종배이강후류성걸 의원 등 21명 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금 기부에 반대한 이들은 “개정 안 통과 전에 미리 호들갑 떨 필요 없 다”(김회선 의원), “본인이 알아서 판 단할 문제”(박주선 의원) 같은 이유 를 댔다. 답변을 거부한 8명도 대부 분 연금 기부에 부정적 속내를 내비 쳤다. “연금 기부가 개혁의 본질이 아 니다”(장윤석 의원)거나 “내 월급에 서 떼서 부어 온 내 돈”(익명을 요구 한 여당 의원)이라며 개정안 통과 전 에는 연금을 내려놓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매달 1100만원(세전)의 급여와 각종 혜택을 받아 연봉 1
공직자출신 38명 중 17명 조사 내 돈 왜 내놓나 반발하기도 연금 포기가 개혁 시작 지적 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인 의원들이 ‘이중 월급’(공무원 연금)을 꼬박 꼬박 챙기면서 연금 개혁을 추진하 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자치부(옛 안전행정부)에 따 르면 공직자 출신 의원들을 포함해 퇴직 후 매달 329만원 이상의 고소 득을 올려 공무원연금의 50%를 받 는 대상자(8642명)에게 지난해 지 급된 연금 총액은 1102억원에 달했 다. 공무원연금 기부에 찬성한 김동 완 의원은 “그리스는 공무원연금 개 정에 실패했기에 파산했다”며 “연금 기부는 고통 분담의 첫 출발”이라고 말했다.
중국유럽 바람 탄 미국 증시 中 금리 인하, 드라기는 부양책 시사 다우 신기록 행진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경기부양 발언과 중국의 금 리 인하 영향으로 미국 다우존스 산 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 록했다. 다우 지수는 21일 전날보다 91.06(0.51%) 오른 1만7810.06으로 거래를 마쳐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 500지수도 전날 대 비 10.75(0.52%) 오른 2063.50으로 마감해 역시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에 앞서 이날 독 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은행회의 (EBC) 연설에서 “우리는 인플레이 션을 높이기 위해 해야만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책 이 목표를 이룰 만큼 충분히 효력을 보지 못하거나 인플레가 더 낮아질 리스크가 구체화될 때 적절히 자산 매입의 규모·속도·매입 자산 구성을
21일(현지시간) 유럽은행회의 시작을 기 다리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ECB) 총재.
[AP=뉴시스]
바꿔 압력을 강화하고 개입할 수 있 는 더 많은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의 이날 연설 은 그간의 발언에 비해 인플레이션 을 높이기 위한 긴박함이 특별하게 강조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달 유 로존의 인플레이션은 0.4%로 ECB 목표치인 2.0%를 크게 밑돌았다. 전 문가들은 “성장 둔화가 우려되던 유 럽과 중국에서 긍정적인 통화정책이 나온 건 매우 잘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관계기사 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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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사설
Inside
국민안전처 발족, 안전 백년대계 첫걸음 돼야
Focus
극장가의 ‘블랙홀’ 된 인터스텔라, 그 오해와 진실 영화 인터스텔라가 ‘마법의 중력’으로 관객을 끌고 있다. 러닝타임이 2시간 49분이나 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시간과 공간, 중력의 비밀을 담고 있는 이 영화를 한국천문연구원 송용선 박사가 해부해 봤다. 11p Focus
세계화에 비판 시선 던진 지제크 냉전의 소멸로 냉전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슬라 보이 지제크는 세계적인 마르크스주 의 철학자다. 해외의 대표적인 친한파 지식인이기도 하다. 그의 세계 진단과 한국 사랑에 대해 들어봤다. 8p People
Column
학교 설립자로 변신한 대기업 임원
현진영의 롤러코스터 인생
대전 한빛고 홍사건 이사장의 스토 “현진영 Go, 진영 Go~”라는 멜로디 리. 퇴직 후 청년 시절 꿈을 좇아 14년 를 기억하시는지. 힙합 가수로 성공 전에 설립한 학교는 대전시의 인기 학 가도를 달리던 가수 현진영이 좌절 교로 성장했다. 그는 기업에서 배운 과 재기의 삶을 털어놨다. 나이트클 도전정신으로 명문고를 만들어가고 럽에 울려 퍼지던 ‘흐린 기억 속의 그 있다. 12p 대’는 애끊는 ‘사모곡’이었다. 24p Money
Economy
탄산수에 빠진 대한민국
해외직구 대신해 드립니다
탄산수의 인기가 거세다. 대형마트 는 물론이고, 편의점에서도 탄산수 매출이 많게는 5배 넘게 뛰었다. 탄 산수 정수기는 물론 탄산수를 만드 는 기능을 더한 냉장고까지 덩달아 인기다. 18~19p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 이(11월 28일)를 앞두고 해외직구를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해외직구. 해외직구 구매대 행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스냅 샵 김진하 대표를 만났다. 20p
Focus
Column ‘반상(盤上)의 향기’
영국 록의 원류를 찾아서
팝의 수도 리버풀
명가의 대결과 훈수
공항 이름도 존 레넌 공항으로 바꾼 영국 리버풀시의 비틀스 마케팅.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본다. 초기 비틀 스가 5파운드만 받고 공연을 벌였던 캐번 클럽은 이제 비틀스 투어의 순 례지가 됐다. 15p
냉혹한 바둑 승부의 세계에서 훈수 는 항상 논란이 된다. 하지만 남이 보 는 바둑 길도 승부의 하나. 명 대국 때마다 나오는 훈수 논란과 이를 막 기 위한 묘수들의 기막힌 대결을 알 아본다. 26p
클릭 SUNDAY 지난주 온라인 5 1 성공만 했다고? 수없이 실패했다…게임과 심리학은 상통 2 구글 알아본 족집게…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 디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책으로 약속 한 ‘재난 안전 컨트롤 타워’인 국민안전처가 지난주 업무를 시작했다. 육상·해상과 자연· 사회 재난으로 분산돼 온 대응 체계를 통합한 국민안전처의 출범은 세월호 참사 이후 모두 가 다짐한 ‘안전 대한민국’으로 가는 정부 대 책의 첫걸음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해경의 무능과 안 전행정부의 무사안일은 국민에게 ‘과연 이 정 부를 믿고 살아갈 수 있나’ 하는 근본적인 불 신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 주어진 ‘국가 대개조’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 장관급 정부부처로 신설된 게 국민안전처다. 안전행 정부와 소방방재청 업무를 총괄하고 차관급 인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아 우르는, 정원 1만 명의 공룡 조직이다. 장관 아 래 3명의 차관급을 둔 것도 전례가 없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 야 하는 국민안전처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전 문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재난 대응을 진두 지 휘할 컨트롤 타워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
급한 건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 지 않도록 예방하는 근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전처의 가장 중요한 임무여 야 한다. 그러나 장·차관에 군 출신 인사들을 줄줄 이 앉힌 것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상명하복 문 화와 일사불란한 행동에 능한 군 장성들이 기 용된 건 안전처가 재난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치중하는 부처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를 낳게 한다. 대통령-재난비서관-총리-국민안전처-소 방·해양본부로 이어지는 옥상옥식 지휘체계 와, 국민안전처 장관은 일상적 재난만 다루고 대규모 재난은 총리가 담당하는 구조도 문제 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긴급 재난 발생 시 책임 떠넘기기 추태가 재연될 여지가 크다. 인사·예산에서 사실상 독립기구인 해양 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를 국민안전처 장관이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장관급 부처라지만 총리실 산하여서, 재난이 발생할 때 군과 경찰과 같은 거대 유관 부서들
을 지휘하기엔 힘에 부칠 것이란 점도 우려를 더한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국 가 재난 발생 시 28개 연방 부처는 물론 적십 자 같은 민간기구까지 지휘권을 장악하는 이 유를 숙고해야 한다. 대형 참사 때마다 지적된 문제점들이 완전 히 개선되지 않는 한 국민은 그 어떤 재난대책 기구를 만들어도 전적인 신뢰를 보내기 어렵 다.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혁파할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 급하게 관련 조직을 모아 출범한 국민안전처 가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판교 환풍구 붕괴나 전남 담양 펜션 화재 등 어이없는 인재(人災) 들이 이어졌다. 큰 희생을 치른 뒤 후회하고, 사후약방문 식 대책을 내놓는 잘못을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 국민안전처가 속히 재난 예방 인프라 구축에 능한 전문가들을 참여시 키고, 효율적인 지휘체계를 수립해 국민 안전 의 중추기관으로 뿌리를 내려가길 기대한다.
북 남측서 대북 삐라 안막아 고위급 대화 무산 개성서 이희호 방북 협의한 김성재 전 장관에게 따져 분단 70주년 행사 제의엔 끄덕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남측 정부가 왜 풍선(대북 전단)을 막지 않느냐 고 북측이 반복해서 얘기하더라. 그래서 ‘박근 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니 진지한 표정으로 수첩에 받아적더라.” 지난 21일 개성공단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 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절차를 협의한 김성재(전 문화부 장관사진)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이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회담의 전 말을 전했다. 김 원장은 이날 원동연 조선아시아 태평양 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5명과 2시간가량 만났다. 양측은 이 여사가 육로로 평 양을 찾아 보육원 2곳을 방문하는 일정에 합의 했지만, 방북 시기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김 원장은 “북측은 ‘날씨 문제도 있고 하니 빨 리 오라’고 했지만, 김정일 사망 3주기(12월 17 일) 같은 북측 내부 문제를 고려해야 했다”며 “그래서 이 여사의 건강을 감안해 이르면 다음 주 내로 방북 희망 일자를 전하겠다고 밝혔다” 고 설명했다.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 중엔 방북 을 불허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12월 17일을 전
후한 기간은 피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북측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 언급할 상황이 아 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회담 도중 북측이 “대화하러 (남측 에) 여러 번 내려갔지만 남측이 자꾸 판을 뒤엎 는다. 풍선을 왜 막지 않느냐”고 따졌다고 전했 다. 김 원장이 “보수정권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이해를 구하자 북측은 “그래도 풍선은 막아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 에 대해 “북측이 ‘무산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려면 대북 전단을 막 아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원장이 “박 대통령이 남 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있다”고 강조하자 북 측 은 진지 한 표정으로 수첩에 이 를 받아적었다고 김 원 장은 전했다. 또 문세광 의 흉탄에 어머니를 잃 은 박 대통령이 2002년 방북해 김정일과 만난
사실을 김 원장이 언급하자 북측은 “그랬다. (박 대통령이) 원수님(김정일)과 합의했다”고 화답 했다고 한다. 북측은 김 원장이 통준위 분과위 원장인 점을 언급하면서 “남측 실세가 오셨다” 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여사가 정치인은 방북 수행단에서 빼기로 한 데 대해 북측은 “남측 신문에서 그런 보도를 봤다”며 이유를 물었지만 김 원장이 “이 여사만 큼 정치적 비중이 높은 분이 어디 있느냐”고 답 하자 그냥 넘어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여사가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날 가능 성과 관련, 김 원장은 “북측이 ‘윗분의 뜻을 받들어 나왔다’고 밝힌 데에 (김정 은이 이 여사를 만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회의 말미에 “내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남북 공동행사 를 준비 중인 만큼 통준위와 아태 위원회 간에 대화를 갖자고 북측에 제의했더 니 이에 웃으며 끄덕끄덕 하더라”고 전했다.
3 예술가에게 고흐 같은 삶 강요하는 세태 4 국민 게임 애니팡·캔디팡 저작권 제소당할까 촉각 5 세비 1억 넘어도 연금 꼬박꼬박 챙겨…“연금은 생활비, 못 내놓는다” sunday.joins.com
ch15 하이라이트
국민 66% 복지 위해서라면 세금 더 낼 의향 대통합위, 토론회 열고 공론조사 노인 기준 70~75세로 올려야 61.2%
오후 9시40분 속사정쌀롱
교양
조세호가 진중권은 모난 사람 같다고 폭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탄발언을 한다. 이 사람은 누구길래 SNS 에 자꾸 글을 올려 논란을 키우느냐고 생 각해 왔다는 것. 조세호는 녹화 도중 진중 권에게 글 잘 쓰는 법을 전수받고는 급히 노선을 틀어 진중권의 팬이 된다. 채널 번호프로그램 안내는 02-751-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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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확충을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 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정책상의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 로 올리는 것에 대한 찬성 의견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이하 대통합위)가 주최한 ‘국민대토론회’ 참석자들을 통해 살펴 본 결과다. 대통합위는 지난 15~16일 이틀간 경기도 안양 시 연성대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길을 묻다’ 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저출산·고령화 사 회에 대한 대응, 저성장시대의 고용 문제, 사회 갈등 해소와 양극화 완화방안 등이 논의됐다. 254명의 참석자는 여론조사기관이 일반 국민 중에서 지역과 연령 분포를 고려해 선정했다. 참
가자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한 정보를 기 초로 한 토론을 거친 뒤 22개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조사에 응했다. ‘숙성된 의견’을 알아보기 위한 일이었다. ‘복지를 확충하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6%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토론 전 사전조사에서도 과반을 차지 (58.7%)했지만 토론회 뒤의 조사에서 7.3%포인 트가 많아졌다.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증대방안으 로 정부 정책상의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 세나 75세로 올리는 방안에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찬성한다’가 25%, ‘대체로 찬 성한다’가 36.2%로 찬성 쪽이 61.2%였다. ‘매우 반대한다’는 6.4%, ‘대체로 반대한다’는 16.8% 로 반대 쪽은 23.2%에 그쳤다.
토론회 참석자 중에는 한국에 고도성장의 시 대가 다시 오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았 다. ‘앞으로 저성장시대를 극복하고 고성장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57.3%가 ‘어렵다고 본다’를 선택했다. ‘올 수 있 다고 본다’를 택한 응답자는 32.5%였다. ‘대기 업이나 중견기업을 먼저 성장시키면 중소기업 도 성장하고 일자리 증가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 는가?’라는 질문에는 61.2%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대통합위는 이에 앞서 네 차례의 권역별 토론 회 참석자들을 상대로 ‘국민대통합을 위해 추 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미래 가치’를 묻는 설문 조사를 벌였다. 상생·공정·신뢰·창의·안정·기타 의 6개 보기가 제시됐고, 그중 상생이 36.4%로 관계기사 10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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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수능 설계자박도순 교수가 말하는 요즘 수능의 문제점
당초 취지 변질 수능 무력화돼야 학생교육 살아난다 적이고 공정하다는 건 신화에 불과하다.” 통 계학자나 평가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다는, 그가 말하는 진실이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수능 때문에 온통 난리다. 지난해에 세계지 리 문항 출제 오류로 인해 손해본 학생들에 대한 구제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올해는 동 시다발적으로 여러 문제가 오류 논란을 빚고 있다. 영어·수학시험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런 수능을 계속 치러야 하나’라는 탄식도 나온다. 그래서 수능 개발자인 박도순(72)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를 만났다. 그는 1980년 대 후반에 수능을 설계했고, 93년의 시행을 주도했다. 이후에도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 원장을 맡는 등 꾸준히 수능에 관여해 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수능의 본명도 그가 붙여 줬다. 교육계에서는 ‘수능의 아버 지’라고도 부른다. 그는 “입시에서 차지하는 수능의 역할을 최대한 줄여야 학생과 교육이 산다”고 주장 했다. “수능 무력화가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는 수능이 사라져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왜 ‘자식’을 버릴 마음까지 먹게 됐을까. 수능과 입시에 대한 그의 주장을 8개 항목으로 정리 해 봤다. ① 교육계 이기주의 탓에 변질 시작 박 교수에 따르면 수능 형식의 시험에 대 한 논의는 87년 전두환 정권 말기 때 암기 식 교육을 없애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이 후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자문 기관으로 교육개혁심의회가 구성돼 준비 가 본격화됐다. 당시 그와 계명대 김영채 교수가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과 유사한 ‘대학적성고사’를 제안했다. 그리 고 90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이름 이 정해졌다. “대학 공부에 필요한 능력을 알아본다는 취지의 시험이기 때문에 최초의 의도는 간단 했다. 교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 중요하니 까 언어시험을,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니까 수 리력을 측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 어와 수리 두 영역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당 장 과학계에서 집단 반발을 했다. 과학 진흥 을 외치면서 어떻게 과학을 빼놓느냐는 것이 었다. 교육부 장관이 무마하려 했는데 통하 지 않았다. 그러자 노태우 대통령이 한번 넣 어 보라고 했다. 그래서 탐구영역이 생겨났 다. 그 다음에는 사회과목 관련 교사·교수가, 또 영어 분야가 들고 일어났다.” 박 교수의 회 고다. 수능 변질의 시작이었다. 수능은 ‘탈교과’ 문제로 암기된 지식이 아 닌 사고력을 측정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탈교과적·통합교과적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그런데 점차 사회·과학 등의 각 교 과 해당 교수나 교사가 자신들 영역의 문제가 더 많이 나오도록 정치권과 교육 당국을 압 박하는 ‘교과 이기주의’가 횡행했다. 그 결과 시험 내용은 학력고사와 별로 다를 것이 없 는 형태로 점점 변해 갔다.
⑥ 영역별 5등급제 평가가 적당 박 교수는 수능은 영역별 5등급제로 평가하 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안 병영 교육부 장관 때 나는 5등급제를, 그는 9 등급제를 고집했다. 9등급은 돼야 변별력을 갖춘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수능을 입시의 주요 기준으로 삼지 않게 하려면 등 급을 크게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장 관의 뜻대로 9등급이 됐다.” 박 교수의 말처 럼 수능이 5등급제가 되면 상위 20%에서는 변별력을 갖기 힘들기 때문에 주요 대학들이 이를 입학사정의 준거로 좀처럼 사용하지 않 을 가능성이 크다. 5등급제는 ‘수능 무력화’ 의 핵심 수단인 셈이다. “대학이 학생들의 수능 성적을 보려는 이 유는 이것 말고는 지원자가 전국 수험생 중에 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전국 학생을 서열화해 등수를 보 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얘기했듯이 그 서 열이라는 게 상당히 비과학적·비합리적이다. 수능을 신줏단지처럼 모실 이유가 없다.” 전 국 서열 상위권 학생을 입학시키는 것을 입 시전략의 성패 기준으로 여기는 대학이 우선 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19일 경기도 분당의 자택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교과 이기주의로 누더기 상태 ‘사고력 측정’ 본래 의도 사라져 수능은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학생부면접 등으로 신입생 뽑아야
입비용을 줄여 준다는 의도였다. 내가 엄청 나게 반대했는데, 청와대와 교육부를 이길 수 없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연계’의 의미 는 처음부터 EBS 교재 문제를 거의 베껴 내 는 것을 말했다. 그는 “평가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가르친 내용을 그대로 문제로 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출제하면 암기 가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EBS 연계 출제가 도입되면서 통합교과형 문제는 다 사라졌다” 고 주장했다. 요즘 수능시험 공부는 EBS 교 재 달달 외우는 게 대세다. ③ 현 시스템으론 출제 오류 불가피 박 교수는 “현재의 출제방식으로는 문제의 오류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제위원들 이 한 달간 합숙하면서 문제를 내지만 실제로 문제를 만드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에 불과하 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인쇄에 소요되는 시간 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일주일 안에 기존에 나온 문제, 또 합숙기간 동안 학원 등 에서 치른 시험에 나온 문제들을 피해 출제해 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출제위원으로 가장 적합한 사람은 고3 교사 다. 그런데 학교에서 보내지를 않는다. 그는 “누가 문제를 낼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 하다”고 지적했다.
②‘EBS 연계’ 출제가 수능 완전히 망쳐 “수능의 성격을 가장 많이 바꾼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의 EBS 연계 출제 결정이다. 학습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계층의 학생들에게 공 부에 도움을 주고 학부모들의 학습참고서 구
최정동 기자
④‘문제은행’도입은 비현실적 “수능 문제를 어떻게 낼지를 먼저 확고히 정 하지 않으면 문제은행을 만들 수 없다. 통합 교과형 문제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지, 교과 중심적 문제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지 아무 도 모른다. 쉽게 말해 교과서 위주로 내야 하 는지, 교과서에서 벗어나 내야 하는지를 지금 그 누구도 정할 수 없는 상태다.” 박 교수의 진단이다. 교육계의 견해도 비슷하다. 정부가 방향을 정한다 해도 정권이 바뀌어 다시 방 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문제은행 이 정착되기 힘들다고 본다. ⑤ 수능 ±10점 차이까지는 통계상 무의미 박 교수는 현재 400점 만점 수능의 측정 오 차를 ±10점으로 추정했다. “여러 차례의 실 험 과정을 거쳐 설계한 지능검사의 측정 오 차가 ±5점이다. 수능은 정교함이 훨씬 떨어 지기 때문에 두 배 정도의 오차가 있다고 봐 야 한다. 그러니까 통계적으로는 수능 380점 과 390점은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다. 점수의 차이일 뿐이지 능력의 차가 아니라는 얘기 다.” 그의 말대로라면 수능 점수 몇 점 차이 로 대학 입시에서 낙방한 수험생이 불합격의 합리적 근거를 대라며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 “점수는 객관
⑦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그는 “대학 입시는 각 학교에 다 넘기고, 정부 는 학생부나 수능 등의 자료를 제공하고 전형 비리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 다. 대학에 입시를 맡기면 본고사 시절처럼 어 려운 문제가 출제돼 과외를 부추기게 될 우려 를 언급하자 “본고사의 부작용과 본고사 금지 부작용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심각한 것인지 판 단하기는 힘들다. 시험이 쉽다고 과외를 안 하 는 것도 아니다. 쉬우면 시험에서 실수를 안 하겠다는 이유로 과외를 받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학 신입생 선발방법 중에서는 학생부 평가와 면접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얘 기했다. “학생부 기록과 자기소개서 내용이 허위로 또는 부풀려져 엉터리로 작성돼 공정 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지만 면접관이 10분만 얘기해 보면 진위를 가릴 수 있다. 대학이 게을러서 제대로 거르 는 작업을 열심히 안 할 뿐이다.” ⑧ 입시 개선 추진할 국가위원회 필요 그는 “지금의 교육부나 청와대 등 정부 어디에 서도 입시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걱정했다. 그는 국가적인 위원회 를 만들어 최소한 10년간은 정권의 성향에 따 라 틀을 깨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입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 년간 사회불평등 완화, 사교육 해소, 고교 정상화, 대학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정치적 구호에 휘 둘려 온 입시제도를 이제는 ‘어떻게 하면 미래 세대에게 의미 있는 교육을 하느냐’에 맞춰 재 정비해야 한다.” 그가 거듭 강조했다. 박도순 1942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고려대 졸 업. 미국 피츠버그대 박사.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교육학회장 역임.
파란만장한 한국의 대입 시험 (※학년도가 아닌 연도 기준) 대학별 본고사 1945~52년
국가연합고사 53년
대학별 시험 54~60년
대입 국가고사 61~62년
62년 대학들 선발권 돌려달라며 반발
대학별 시험 63~67년
예비고사+대학별 본고사 68~79년
72년 ‘국사를 예비고사 필수과목으로 지정’
예비고사+내신 성적 80년
학력고사+내신성적 81~92년
80년 ‘7·30 교육개혁조치’ 로 본고사 폐지 발표
통합형 수능+대학별 시험 93~95년
99년 ‘과목간 난이도 차로 인한 불이익 막기 위해 표준점수체제 도입’
통합형 수능 96~2003년
선택형 수능(시험과목 선택 가능) 2004~2014년
2002년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
2007년 과목별 9개 등급으로 성적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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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카카오톡 감청 논란 2라운드
디지털 외면한‘아날로그 검찰’감청 해석도아날로그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피고인이 ‘클라우드(cloud·인터넷으로 접 속하는 저장공간)’에서 삭제한 데이터도 압 수수색 대상에 포함돼 있었나요?”(재판장) “대상기간 안에 저장된 데이터는 모두 제 공했습니다.”(A클라우드업체 직원) “삭제된 데이터까지 포함한다는 표현이 영 장에 나옵니까?”(재판장) “대상기간 내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포함된 다고 판단했습니다.”(A클라우드업체 직원) 최근 법정에서 재판장과 증인으로 나온 클 라우드업체 직원 사이에 실제 오간 대화다. 수사기관이 위탁집행한 압수수색영장에는 대상기간이 특정돼 있었지만 삭제한 것까지 포함하는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날 재판장 은 삭제 후 복원한 데이터를 증거로 인정할지 판단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감청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감청은 실시간 대화를 ‘합법적으로 엿듣는’
것이었지만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 로 가로채는 것은 현재 기술론 불가능하다. 이미 송수신이 완료돼 데이터 형태로 저장된 대화 내용은 감청영장의 대상이 될까. 법이,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사례는 카카오톡 감청 논란과 직결 된다. 검찰 “기존 법으로 카톡 감청 적법”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은 위탁집행 규정(9조)을 두고 있다. 수사기관은 통신제한 조치(감청) 영장의 집행을 관련 기관에 위탁 요청할 수 있고 기관은 협조할 의무가 있다. 다음카카오는 3~7일 단위로 저장된 대화 내 용을 모아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방식의 위탁 집행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 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2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다. 문자메시지 발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A
검찰, “대법 판례 대상 아니다” 미국은 디지털 프라이버시 엄격 위치정보 수사기관 제공도 문제 감청설비 의무화 신중하게 해야
씨는 2009년 서버관리 프로그램이 해킹당해 광고 문자메시지가 대량 발송되자 자신이 보 낸 게 아니란 걸 확인하기 위해 서버에 보관 된 문자메시지 2만8811건을 복사해 열람했다 가 기소됐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무죄였다. 통비법상 ‘감청’이란 전기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 뤄지는 경우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미 수신 이 완료된 통신 내용을 지득하는 행위는 포 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카카오톡 영장집행에 이 판례를 적 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검 관계자는 “유선전화 시대에도 감청 영장을 위탁집행할 때에는 중계기에 녹음기 를 설치한 뒤 시차를 두고 확인하는 형태였 다”며 “대법원 판례는 저장된 자료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열람한 것이지만 서버에 저장 된 카카오톡 대화를 약간의 시차를 두고 확 인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 고 주장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감청이라는 게 송수 신이 이뤄지는 순간 가로채는 것으로만 이해 하는 것은 통비법 개정 과정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까지 협조 공문을 통해 통신제한조치나 통신사실확인 자료를 받던 것이 해당 지검장의 승인을 받도 록 바뀌었고, 이후 법원의 영장을 받는 것으 로 개정된 건 디지털 프라이버시권을 보호하 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 대범죄에 국한돼 있는 감청 범위를 축소한다 면 압수수색영장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통신 내용의 범위가 넓어져 국민의 권리가 더 침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디지털 증거에서 범죄 관련만 추려야” 통신법 전문가인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 과 교수는 “현행법으로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행이 가능하다고 쳐도 범죄혐의와 무관한 사람의 정보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술 발달과 법 사이의 괴리를 앞서 경험 한 나라들은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미 국 연방 9순회항소법원 알렉스 코진스키 수 석판사가 2009년 내세운 원칙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은 메이저리그 스 타 배리 본즈가 연루된 발코연구소의 금지약 물 사건을 조사하면서 캘리포니아의 연구실 컴퓨터를 압수수색했다. 표적으로 삼았던 10 명의 명단 외에 104명에 달하는 선수의 도핑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메이저 리그 선수노조는 “목적 외 명단을 입수하거 나 유출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소송을 냈다. 코진스키 수석판사는 선수노조의 손을 들 어 줬다. 그가 내세웠던 원칙은 디지털 증거
다음카카오 서버
범죄자
에 있어 ‘플레인 뷰(plain view)’ 원칙은 적 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영장에 적시되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보게 된’ 범 죄증거는 법정 증거로 허용하는데 이것이 플 레인 뷰 원칙이다. 하지만 디지털 증거에 있 어 플레인 뷰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코 진스키 수석판사의 판단이었다. 코진스키 수석판사는 “수정헌법 4조의 정신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 (Reasonable Expectation of Privacy)’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디지털 증거의 경우 아날로그 증거와 달리 무한대의 프라이 버시 사항이 혼재될 수 있어 무차별적 영장 이 발부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혐의 관련성(probable cause)이 없 는 것이 발견되면 즉시 열람을 멈추고 ^마땅 한 프로토콜(절차)에 따라 분리해야 하며 ^ 수사 담당자(case agent)가 아닌 컴퓨터 전 문가(computer personnel)에 의해 분리돼 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오길영 교수는 “미국은 더 큰 보호법익이
오길영 교수가 보는 ‘검찰의 법해석’
“카카오톡 수사, 무한대 프라이버시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오길영(41·사진)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는 지난 19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감청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를 하지 말 자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현행 법하에서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이 적법하다는 검찰 주장이 법리적으론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싹쓸이 감청’과 같은 프라이 버시 침해를 당연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검찰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의 개정 없이도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 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뭐가 문제인가. “아날로그적 법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문 제다. 과거의 통신은 1대 1의 통신을 의미했 다. 디지털 시대의 통신은 1대 다수, 아니 무한 대(∞)의 통신이다. 감청영장을 청구하는 검 찰이나, 이를 발부하는 법원이나 이 무한대의 기본권 침해를 고려해야 한다. 아날로그 감청 영장은 가벼울 수 있지만 디지털 감청영장은 헤아릴 수 없이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검찰은 감청영장의 대상 범죄가 중대범 죄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를 최 소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고전적 의미의 감청에서는 통신이 끝나 면 ‘휘발’돼 통신 내용이 세상 어디에도 존 재하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의 통신은 휘발 성이 없다. 서버로 전송돼 차곡차곡 쌓이는 통신 데이터를 서버 입구의 앞에서 수집(감 청)하나, 뒤에서 수집(압수수색)하나 다를 게 없다. 메기를 보(洑)의 앞에서 잡느냐, 뒤 에서 잡느냐의 차이일 뿐 디지털 통신에서의 감청과 압수수색의 본질은 같다. 둘 다 복사 (copy)일 뿐이다. 카카오톡 사태에 대해 왜 국민이 분노했나. 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감청 필요하지만 제대로 해야 디지털과 아날로그 통신 달라 범죄 관련 자료와 프라이버시 분리하는 건 수사기관의 의무
News 5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미유럽, 새 기술 나오면 사회 합의 거쳐 법적용 범죄 관련 없는 무한대의 제 3자 정보 무차별 조회해도 될까
위탁 집행
이동통신사 (SKTKTLG U+ 서버)
직접 집행
통신 사실 확인 자료
단순 위치 정보 통신 일시가입자 정보 사용 시간로그 기록 등
유선 전화 감청도 통신 중계기에 녹음기 설치해 시차 두고 확인 서버 지정된 대화내용 확인은 현행법상
범죄자
감청이 맞다 앞으로 위탁집행 대신 직접 집행할 기술적 해결방안 강구할 것 기지국 셀 무한대 접속
존재할 때에 개인의 인권을 무차별적으로 제 한하기도 하지만 기술 발달에 따라 기존 법 이 규율할 수 없는 영역이 생기면 사회적 논 의를 거쳐 법 또는 법 적용의 개선을 강구한 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말했다.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이들의 프라이버시 를 침해하는 ‘싹쓸이식’ 감청·압수수색 외에 도 우리 법엔 허점이 많다. 위치정보 문제가 대표적이다. 통신업체들은 통신사실확인자료라는 이 름으로 매년 2500만 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수사기관에 제공한다. 문제는 상당수가 기지 국 위치정보라는 점이다. 현행 통비법에 따르 면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정보통신망에 접 속된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가 포함된다. 내가 통화하지 않아도 기지국과 휴대전화 단말기 사이의 기계적 교신으로 내 위치는 통신사 기록에 남는다. 이 정보가 수사기관 에 제공되는 것이다. 검찰은 “디지털 시대의 통신은 언제, 어디서 주고받는지 포괄하는
(cell서비스 영역)
개념”이라며 “당시 위치정보법 논의와 맞물 려 기술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검찰의 설명은 옹색해진다. 독일 헌재 “기계적 교신은 통신 아니다” 미국은 1791년 수정헌법 4조 제정 이후 200 년 넘게 법을 고쳐 왔다. 프라이버시 보호대 상도 애초 사적인 공간인 장소 개념에서 사 람까지 확대했다. 기술 발달에 따른 법 적용 대상도 명확히 했다. 통신과 관련한 것은 ‘전 자통신프라이버시법(ECPA)’으로, 접속정 보 등 위치추적에 관한 것은 ‘펜트랩법(Pen/ Trap Provision)이 규율한다. ECPA는 다시 감청법(Wiretap Act)과 저장통신법(SCA) 으로 나뉜다. 유럽도 기술 발달에 따라 오랫동안 새로운 법리를 개발해 왔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06년 “기지국과 휴대전화 단말기의 기계 적 교신은 통신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에는 유럽사법재판소가 2006년 유럽연
보호해야” 있다는 이유에서였던 것 아닌가.” -검찰은 범죄와 관련 없는 불특정 다수가 접속한 단체 대화방의 대화 내용을 무차별적 으로 확보하는 게 아니라, 피의자 내지 조력 자들로 의심되는 대화방의 대화 내용만 확보 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범죄 혐의와 관련됐는지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미국에선 폭넓은 논의가 진행돼 왔 다. 대표적인 것이 알렉스 코진스키 수석판 사가 제시한 원칙이다. 범죄 혐의와 관련됐다 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디지털 자료는 수 정헌법 4조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 다. 아날로그 자료에 대해 ‘플레인 뷰’ 원칙 을 따르는 미국에서도 디지털 자료에 대해서 만큼은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 이다. 코진스키 이후 대부분의 미국 법정은 수사기관이 가져온 디지털 증거에 대해 범죄 혐의가 있는 것과 아닌 것을 어떻게 분리할지 묻는다.” -범죄 혐의가 있는 내용과 아닌 것을 수사 기관이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통비법상에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가 적시돼 있지만 처벌조항은 없다. 그래서 검찰도 다음카카오가 단순히 위탁집 행을 거부한다 해서 처벌하긴 어렵다고 본 것
이다. 미국의 수정헌법 4조처럼 우리나라 헌 법도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13조)고 규정했다. 물론 더 큰 법 익의 실현을 위해 기본권은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기 때 문에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기본권의 제한에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검찰 이 말하는 ‘기술적 해결방안’이 있는지는 모 르겠지만 손쉽다고 해서 다음카카오 서버에 가서 털어와선 안 된다는 거다. 기술을 개발 하든, 돈을 투자하든 다음카카오의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감청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통비법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대상인 위치정보는 제외해야 하나. “물론이다. 통신은 떨어져 있는 사람 사이 의 의사표시 전달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통비법에선 기지국 위치추적자료를 포함하 고 있다. 기지국과 휴대전화 사이에 통신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기계적으로 주고 받는 신호를 통신으로 봐선 안 된다. 현행법 으론 휴대전화의 특정 셀(cell) 안에 접속한 수천 명의 리스트를 한꺼번에 통신사실확인 자료라는 이름으로 수사기관이 넘겨받게 된 다. 통비법이 상정한 건 범죄 혐의가 있거나 관련 있는 정보를 집어내는 건데 이건 거꾸로 다. 일단 다 털고 거기서 좁혀가겠다는 거다.”
합(EU)이 제정한 통신사업자의 이용자 식별 가능한 데이터 보관지침을 프라이버시권 침 해란 이유로 무효화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 발달과 국민의식 변화로 권리보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때마다 검찰은 마지못해 따라갔을 뿐 적극적으로 호응한 적이 없다” 며 “국가 안보와 관련됐거나 중대범죄 수사 를 하려면 법을 고쳐야지, 검찰이 자의적으 로 해석해 적용하는 건 견강부회”라고 지적 했다. 21일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해 논란 이 재점화된 ‘전기통신사업자의 감청설비 의 무화’ 법제도 외국의 접근방식은 다르다. 미국은 94년 ‘법 집행을 위한 통신지원법 (CALEA)’을 만들었다. 영국도 2000년 ‘수 사권규율법(Regulation of Investigatory Powers Act)’으로 통신사업자의 감청설비 의무화를 법제했다. 호주와 독일, 네덜란드에 도 비슷한 법이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감청과 관련해 오랜 사회적 합의를 이뤄 왔다는 점이 다르다. 감 청영장의 발부기준과 대상도 엄격하다. 법을 만든 건 국제 테러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자와 수사기관 사이의 원활한 협조를 위 해서다. 이들 나라에서도 부작용은 끊이지 않는 다. 영국은 수사권규율법 제정 이후 거의 매 년 오용사례가 발생했다. 2008년에는 영국 남서부 풀(Poole) 지역 공무원이 유리한 학 군 배정을 받기 위해 수사권규율법을 이용했 다가 논란을 빚었다. 오길영 교수는 “주요 수사를 위한 감청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 통신사업자의 감청설비 의무화를 검토할 순 있다”면서도 “무분별한 감청영장 발부, 싹쓸이 영장 등 충 분한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감청설비 의무화를 추진하는 건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에 엉터리 튜닝으로 출력만 높인 엔진 을 싣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6 Focus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세계경제 진단 시진핑 정부, 금리 왜 조정했나
중국 금리 인하 진짜 속내는‘그림자 은행’죽이기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 인민은행이 21일 전격적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 0.4%포인트 내렸지만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이 목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중국 리 커창 총리(오른쪽)가 지난 19일 항저우(杭州)에 위치한 한 온라인 스토어를 찾아 직원에게 물류 서비스에 관해 질문하는 모습.
[신화=뉴시스]
중국이 21일 전격적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 0.4%포인트 인하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0년 12%에서 올 3분기 들 어 7.5%를 밑도는 7.3%의 성장을 하자 중국 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 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금 리 인하는 경기부양이 목적이 아니다. 지금 경제를 책임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마음 속에는 경제 성장을 위한 경기부양은 없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성장률에 더 이상 목매지 않는다. 리커창 총리의 올해 경제 성 장 목표는 7.5%가 아니고 ‘7.5% 좌우(左右)’ 다. 즉 ‘7.5%±알파’란 얘기다. 공대 출신 원 자바오(溫家寶) 총리 집권 10년간 중국 경제 는 죽어도 8%란 ‘保 8%’ 정책으로 목표 관 리를 했지만 상대 출신 리커창 총리는 ‘7% ±알파’라는 구간관리로 돌아섰다. 중국의 2014년 경제 성장은 7.5%가 아니라 7.3%도 될 수 있고 7.6%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8% 성장에 목맨 건 중국 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당 노동유발 계수가 80만 명 수준이어서 연간 700만 명 가 까운 대졸자를 취업시키려면 최소 8% 성장 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중
중국 정부, 성장률에 목매지 않아 금리 인하로 경기부양 가능성 작아 ‘금리 자유화’ 테스트에 무게 실려 中 1년 만기 예금대출금리 (단위:연%) 6.56 6.31 6.00
대출금리
5.60
3.50 3.25 예금금리
2011년 7월
2012년 7월 6월
3.00
2.75 2014년 11월 21일
자료: 중국인민은행
국은 3차 산업이 제조업 비중을 넘어서면서 노동유발계수가 150만 명으로 늘었다. 그래 서 지금 중국은 7%만 성장해도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고용이 가능해졌다. 중국은 2013년 7.7% 성장에도 1300만 명의 고용을 달성했다. 그래서 중국은 환경 문제 때문에 성장률을 높 이기 위한 경기부양을 할 생각이 없다. 돈 총량은 부족하지 않은 상태 중국은 돈 풀기를 겁내는 나라다. 이미 총통 화(M2)가 GDP의 200%에 달하기 때문이다. 돈의 총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유통속도가 문제다. 중국의 통화량을 잡아먹는 하마 3마 리는 ‘부동산, 과잉설비, 과잉재고’였다. 리커창 총리 집권 이후 최근 1년 반의 규제 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19개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업의 자금 수요도 줄었다. 그래서 한때 15%까지 치 솟았던 콜금리가 3%대로 떨어졌다. 자금 측 면에서 금리 인하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중국은 금리 조정을 통한 가격수단보다는 통화량을 직접 통제하는 수량 통제가 약발이 센 특징이 있다. 은행 대출의 주 수요자인 대 기업은 대부분 국유기업이기 때문에 부도 위 험이 없고 자금이 필요하면 금리와 상관없 이 자금 조달을 한다. 서방세계와는 달리 중 국에서 금리가 대출시장에 큰 영향을 못 미 치는 이유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국유기업의 과도한 자금 수요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
면 금리는 떨어지고 시중자금 유통속도는 높 아진다. 이런 특징 때문에 중국의 유동성 조절은 금리가 아니라 통화량의 총량 규제로 한다. 중국은 이미 M2가 GDP의 2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잠재적인 인플레 압력이 높다. M2의 대량 방출은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 금리 아닌 통화량으로 유동성 조절 그래서 중국은 지난해부터 단기적이고 제한 적으로 통화를 공급하는 신종 단기통화공급 수단(PSL·MLF 등)을 도입해 간헐적으로 발 생하는 시중자금 경색을 막고 금융시장 안정 을 도모해 왔다. 중국은 올 7월에 담보보완대 출(PSL·Pledged Supplementary Lending) 제도를 통해 중국개발은행에 주택재개발자 금 1조 위안을 지원했다. 9월과 10월에는 3 개월 만기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장할 수 있 는 일종의 중기 대출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 (MLF·Medium-term Lending Facility) 제 도를 통해 7695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번 금리 인하의 특징은 비대칭적 금리 인하와 금리 변동 폭 구간 확대다. 과거 중국 의 금리 인하는 예대 금리를 같은 폭으로 낮 추는 동시 인하였는데 이번에는 예금 금리는 0.25%, 대출 금리는 0.4%포인트를 낮추는 비 대칭적 금리 인하조치를 취했다. 상대적으로 예금자를 보호하고 대출자들에 대한 금융비 용을 더 낮춰 준다는 취지다. 또한 기준금리 대비 은행의 금리 결정 상 한선을 기존 기준금리의 1.1배에서 1.2배로 확대했다. 즉 과거 같으면 예금 금리의 상한 선은 2.75%의 1.1배인 3%이지만 이번 조치로 1.2배인 3.3%까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중국의 금리 인하는 금 리 자유화를 위한 금리 변동 폭의 확대를 시 험하는 것이다. 이번 중국의 금리 인하를 선진국의 통화 대방출과 제로금리로 표현되는 화폐전쟁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 치 않아 보인다.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부양 에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작고, 금리 인하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게 할 의도도 보이 지 않기 때문이다. 고리대금업에 대한 본격 압박 중국은 상장사 전체 이익의 50%가 은행업의 이익이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은 과하고 국 제경쟁력도 떨어진다. 이번 금리 인하의 목적 은 첫째 경기부양보다는 과도한 은행의 이익 을 기업의 이익으로 전환하고, 둘째 그림자 금융에 대한 압박이다. 부동산과 국제상품가격의 하락기에 금 리 인하는 자금의 증시 유입을 불러오고 증 시 상승을 가져온다. 중국 금융자산의 90% 를 보유한 상업은행의 독점을 점차 투자은행 (IB)으로 전환하고, 기업이 직접금융시장에 서 자금 조달 시 금융비용 하락 효과를 보려 면 증시 상승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금융상품 금리는 대출 금리에 연 동한다. 대출 금리 인하는 금융상품의 고금 리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는 초고금리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그림자금융’을 축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리커창 총리의 그 림자금융을 찌르는 창이 바로 금리 인하다. 자금시장이 안정돼 자금의 가수요가 없어지 면 고리대금업인 그림자금융은 석양의 그림 자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림자은행(shadow banking system) 투자은 행·헤지펀드·사모펀드·구조화투자회사(SIV) 등과 같이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중앙은행의 규 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시스템 적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림자’라는 말은 은행 대출을 통해 돈이 유통되는 일반적인 금융시장 과 달리 투자 대상의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 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걸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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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대북 인권결의안 유엔 통과 궁지 몰린 북한
김정은 믿을 건 러중뿐 新 등거리외교로 해법 찾나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 난 18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핵 과 미사일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 고 있는 북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유엔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은 22일 노동 신문 등을 통해 “공정성이 무시된 정치적 협 잡놀음이다. 핵실험을 더 이상 자제할 수 없 다”며 핵 위협론을 꺼내 들고 강력히 반발했 다. 결의안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최 고지도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 만 김정은 등을 법정에 세우고 처벌하기는 쉽 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유엔총회 본 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번 유엔 결의안에 대한 대응으로 바로 핵 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북한이 쓸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카드다. 목소 리는 한껏 높이겠지만 결의안에서 김정은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는 만큼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동맹권 대부분 북한에 등 돌려 하지만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북한이 더욱 궁지에 몰릴 것은 분명하다. 최고지도부의 책 임을 묻는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공론화 된 것 자체가 북한 정권엔 큰 부담이다. 실제
러, 경제제재로 동병상련 신세 중도 인권문제로 압박 받아 북, 최용해 보내 러와 정상회담 모색 북러 밀착으로 中 자극할 수도
이번 결의안의 표결 결과는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였다. 특히 투표에 참여한 비 동맹국 108개국 중 찬성 또는 기권을 한 나 라는 91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 당수의 비동맹국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으로선 우선 외교적 고립 탈피가 급선 무다. 이를 위한 행보도 발 빠르다. 북한은 유 엔 결의안의 파장을 막기 위해 서방과 대척점 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에 기 대를 걸고 있다. 두 나라가 그 어느 때보다 북 한과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러 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서 방과 대립하고 있다. 서방의 ‘고립정책’의 일 환인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인권 문제는 아킬레스건 이다. 미국 정부가 수시로 중국 내 인권 문제 를 거론하고 있어서다. 인권 문제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 단골 메뉴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 때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는 논리로 맞 서 왔다. 북한은 남한·일본과도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남한과는 5·24 조치 등 풀기 어려운 걸림돌이 있으며, 일본 과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러 관계 좋아 소득 없을 수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 서는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17일 러시 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튿날에는 블라디미 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접견했다. 최용해 는 이 자리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푸틴에게 전 달했다. 북한 언론들은 “내년에 양국 간 친선
협조 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것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년에 북·러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큰 것 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 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우리는 반대표 를 던졌다”고 밝혔다. 또 “인권 문제의 정치 화를 반대하며, 다른 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수단이 되는 것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 국의 속내에는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이 중국으로 번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북한 정권은 향후 중·러의 상황을 적극 활 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엔 표결에서 보 듯 비동맹권은 사안에 따라 북한에 언제든 지 등을 돌릴 수 있다. 따라서 바람막이 역할 을 할 수 있는 중·러에 대한 외교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러시아와의 정 상회담이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북·러 정담 회담이 먼저 성사될 경우 정치·경제적 측면 에서 가장 큰 후원자인 중국의 오해를 살 우 려도 있다. 김정은 정권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중 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21세기 신(新)등거 리외교’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1970년대 데탕트 시기 김일성 북한 주석은 중·러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는 자주노선 을 표방했다. 김용현 교수는 “최용해의 방러 로 북·러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이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도 작용한다”며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 중국과의 정상회 담인 만큼 중국도 이에 어느 정도 호응할 가 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 는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 3년이 다 되도록 아직 정상회담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예전 과 다르다. 하지만 다른 전망도 있다. 이동률 동덕여 대 중국학과 교수는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 되더라도 중국이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다” 며 “지금은 70년대 중·소 양국이 첨예하게 대 립했던 상황에서 북한이 등거리외교를 펼칠 때와는 다르다. 중·러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 다 긴밀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보유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가 러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여소야대 미국, 대북 압박 수위 높일 듯 북한 정권이 자신의 효용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외교전략을 선택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탈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 과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이다. 하지만 현재 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 강화에 힘쓰 고 있으며 북한 인권 문제는 이를 위한 명분 을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 중간선거에서 대 북 강경파인 공화당이 상·하 양원 모두를 장 악한 만큼 대북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 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미 정부의 가장 큰 목 표 중 하나는 이란이 강경파 정부로 바뀌기 전에 핵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북한과 대 화는 올해 안에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의 북한에 대 한 정책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 로 예측하고 있다. 북한 문제가 미국의 우선 순위에서 크게 밀리고 중국의 입장에선 북 한이 대미전략에서 하위 변수일 뿐이기 때 문이다.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냉정’으로 요약될 수 있는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라 는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한·미· 일 동맹의 대응수단으로 활용하는 만큼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을 둘 러싼 정세 변화에 따라 북한의 몸값이 높아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북·러 관계 주요 일지 1961년 조선·소련 우호협력 및 호상원조 조 약 체결
2001·2002·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러 및 정상회담
65년 조·소 군사원조 협정 체결
2013년 나진항~하산 철도 개통
2000년 조·러 우호선린협조 조약 체결, 푸틴 대통령 방북 및 정상회담
2014년 6월 러시아, 대북 차관 탕감 2014년 11월 최용해 노동당 비서 방러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왼쪽에서 셋째)가 17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최 비서는 다음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친서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에서 셋째)에게 전달하고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북ㆍ러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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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친한파’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
“불투명한 국제경제 협약이 민주주의 위협하고 있다” <FTA서비스협정 등>
좋아한다. 내 조국 슬로베니아도 강대국 사 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일본·러시 아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의기양양하게 (triumphantly)’ 성공했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해외 지식인·정치인들 을 보통 ‘지한파(知韓派)’라 부른다. 더 나아 가 ‘친한파(親韓派)’라 불러도 무방한 인물 이 있다.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슬 라보이 지제크(65)다. 지제크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2012 년 선정한 ‘100대 글로벌 사상가’다. ‘문화 이론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린다. 호감은 쌍방이기 마련이다. 지제크가 한국을 좋아하 니 우리 독자들도 그를 좋아한다. 서점에 가 면 지제크와 관련된 책들이 63종이나 있다. 전 세계 차원에서는 왜 그토록 인기가 드 높을까. 어쩌면 지제크가 소련·동구권이 망 한 후 ‘마르크스주의의 목소리’를 상당 부분 대변하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에는 마르크 스주의와 자본주의·의회민주주의·베버주의 (Weberianism) 등으로 구성되는 비(非)마 르크스주의가 사상의 양대 산맥이었다. 지금 마르크스주의는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적 어도 가끔은 소수 의견에 경청할 필요가 있 다. 지제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 터뷰 요지. -요즘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부채의 종언’이 필요한 시대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를 꿈꿨다. 민주주 의적 자본주의가 역사의 최종 공식이라는 관 념이다. 이 모델로 전 인류를 설득시키는 것 은 시간 문제라는 관점이다.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는 사실은 전 지구 적 자본주의에 적합한 정치 질서는 권위주의 라는 점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혼’ 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 이 결합은 서서히 붕 괴하고 있다. 특히 강대국들은 국민 모르게 비밀스러 운 협상 과정으로 무역 협정뿐만 아니라 돈 과 정보, 서비스의 흐름을 규율할 협정을 맺 고 있다. 투명성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 아무리 민주적인 과정으로 지도자들을 선출 해도 지도자들은 국제 협정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민주적인 토론이 살아 있다. “서구 민주국가들은 낙태 권리라든가 동 성 결혼에 대해 정치 토론을 하고 있다. 하지 만 근본적인 결정은 비밀리에 행사되고 있 다. 시민은 정보가 없다. 개인 차원에서는 자 유가 있다. 우리는 일자리나 읽고 싶은 책, 여 행지를 자유롭게 선택한다. 섹스도 하고 싶 은 방식으로 한다. 하지만 내 자유를 규정하 는 사회 제도는 점점 더 비민주적으로 결정 되고 있다. 이런 성향은 미래에도 지속될 것 이다. 그래서 나는 비관적이다.” 철학자 소명은 해답 제시 아닌 문제 제기 -공산주의는 부의 창출과 민주주의 양면에 서 실패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공산주의는 인류 역 사에서 최대의 윤리적·경제적·정치적 실패 사례 중 하나다. 20세기식 공산주의가 부활 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21세기 레닌’이나 공 산당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이미 끝난 일 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공산당만 해도 훌륭한 자본주의 규제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가 장 역동적인 자본주의를 공산당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최대의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가. “나는 자본주의를 비판만 하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경제 질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한 계에 다다르고 있다. 환경 재앙을 막는 문제 뿐만 아니라 시장의 문제 그 자체를 해결하 는 데 자본주의는 역부족이다. 지적 재산권 문제만 해도 자본주의는 한계에 도달했다. DVD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음악·영화 등의 데이터가 ‘해적’ 활동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
지제크는 런던이나 파리에 가서도 비빔밥을 찾는다. 지제크가 한국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겉과 속이 같고, 예절 바르고 따뜻하며 겸허하기 때문이다.
포린폴리시 선정 ‘100대 사상가’ ‘아파르트헤이트 계급 사회’ 우려 세계 미래, 환경금융 규제서 찾아야 한국 문제는 경제 아니라 정치·심리
정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2014)의 표지.
거의 공산주의적인 현상이다. 새로운 공동체 적 질서가 생성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 유재산에 기초한 자본주의가 이런 문제를 다 룰 수 없다고 본다. 금융이나 환경, 이민 문제는 자본주의가 통제할 수 없는 분야다. 베를린 장벽은 사라 졌지만 여기저기서 새로운 장벽을 쌓아 올 리고 있다. 미국은 미국-멕시코 국경에, 그리 스·불가리아는 터키와의 국경에, 터키는 시 리아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고 있지 않은가. 패러독스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상품의 이동 측면에서는 글로벌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 동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주 제한은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가. “우리들은 새로운 형태의 아파르트헤이트 에 접근하고 있다. 완전한 시민이 있고, 그늘 에서 살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이 있다. 나는 모든 선진국의 국경을 완전 개방하자고 주장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면 결과는 완전한 혼돈이다. 하지만 현 상태를 방치하면, 무질 서는 점점 더 증가한다. 내전을 방불케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 다. 지금 이대로 가면 누구도 살고 싶지 않은 아파르트헤이트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소수 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격 리돼 살게 될 것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 면 사람들은 ‘당신 미쳤냐’고 반응한다. 나 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미 할리우드도 알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종말 이 후(post-apocalyptic)’의 세상을 다루고 있 다.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 만, ‘새로운 아파르트헤이트 계급 사회’가 다 가오고 있다는 것이 비밀리에 논의되고 있다. 위험한 상황이다.” -앞으로 도래하는 것은 ‘자본주의 2.0’인 가 ‘공산주의 2.0’인가. “공산주의 2.0이라고 말하겠다. 옛 공산주 의의 반복은 절대 아니다. 환경·정치·영성·경 제의 측면에서 옛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보다 도 더 나빴다. 철저히 파산했다. 내가 말하려 는 것은 시장 메커니즘의 바깥에서 환경·금 융 등의 문제에 대한 규제 방법을 발견할 필 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민주주의의 복지국가에도 해답이 없 다고 본다. 협동조합이나 지역 공동체에서 해답을 찾자는 주장도 있는데 나는 회의적 이다. 거대한 규모의 국제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후쿠시마 사태를 상기해보자. 피해규모가
[중앙포토]
더 컸으면 3000만~4000만 명을 이주시켜야 했다. 누가 어떻게 그들을 이주시켜야 했을 까. 사하라 사막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중국 일부 지역도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따뜻해지고 있는 시베리아는 새로운 농업 생 산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 의 이주가 필요하다. 옛날에는 이주가 필요하 면 전쟁을 하면 됐다. 지금은 아니다. 세계의 모든 문제가 새로운 형태의 대규모 국제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준비 도 능력도 없다.” -무엇을 해야 하나. “나는 모른다. 나는 명료한 아이디어가 없 다. 내가 아는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면 위험한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냉전시대 에는 미·소라는 초강대국이 있었고 게임의 법칙이 명확했다. 오늘날 미국은 유일한 국제 경찰관이 아니다. 바야흐로 도래하고 있는 다극체제는 19세기 말 상황과 유사하다. 국제 사회의 규칙이 불명확했기에 결과는 세계전 쟁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서구가 충돌하고 있다. 확실한 규칙은 없고 신경만 날카로운 가운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 무도 모른다.”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달하면 국제정치를 포함해 모든 게 확 바뀔까. “틀림없이 그렇다. 몸과 정신의 특질이 바 뀌게 될 것이며 새로운 통제 방식이 부상할 것이다. 새로운 인류가 등장할 것이다. 하지 만 그 결과는 간단하지 않다. 비관론자들은 인류가 로봇처럼 된다고 말한다. 낙관론자들 은 인류가 새로운 영적인 통합을 달성한다고 예측한다. 기술 진부의 여파는 어떤 모습일 지 확실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투쟁’이 계 속된다는 점이다.” -우려할 만한 투쟁은? “아랍 세계뿐만 아니라 서구에서 근본주 의가 득세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 이기에는 그들이 목도하고 있는 ‘미친 듯한’ 역동적인 변화는 너무 심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새로운 근본주의에서 안정감을 찾는 다. 문제는 근본주의가 기술 측면에서는 보 수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슬람국가(IS)만 해도 기술 면에서는 초현대적이다. 근본주의 와 초현대적 디지털·무기 체제의 결합은 위 험하다.”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은 운 좋은 나라 중 하나다. 나는 한 국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의 문화에 대해 공 부했다. 경탄을 금할 수 없다. 한국 영화도
통일, 南이 北 기다리며 관찰해야 -한국에 문제가 있다면? “경제보다는 정치적·심리적 문제가 더 시 급하다고 본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세계에 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젊 은이들은 일에 중독됐다. 미친 듯이 일하며 야심도 크다. 한편 컴퓨터 게임 등 손쉬운 쾌 락(fast pleasure)에 빠져 있다. 늘 컴퓨터 앞 에 앉아 있다. 내 아들이 그러는데 국제 컴퓨 터 게임 배틀에서 한국인들이 참가하면 보나 마나 진다고 했다.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 다. 나는 한국인 게이머들의 정열을 높이 산 다. 하지면 장기적으로 이러한 심리적 불안정 상태가 파국을 부를 수 있다. 한국은 잘하고 있다. 번영을 누리고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암흑기에 대비해 야 한다. 암흑기에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 고 또 현명하게 된다.” -해결책은 어디에 있나. “흔히 전통 종교와 문화를 복원해야 한다 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 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중국 또한 종교의 정 치화를 막는 한편 종교를 후원한다. 사회 불 안정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전 통에 해법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어쩌면 새 로운 해답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철학은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철학이 세상을 바꾼 적은 없다. 철학의 공 헌을 과장하면 안 된다. 철학자가 할 일은 세 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당신들은 문제가 뭔 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당신들의 문제 인식 자 체가 문제다’라고 말해야 한다. 세상은 바뀌 고 있지만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 지 잘 모른다. 변화 속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어떤 자유인가’ ‘지금의 자유는 충분한가’ 같은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게 철학자들이다.” -경희대 석좌교수이기도 한데 한국 학생 들은 어떤가. “놀라운 학생들이다. 진지하고 겸허하고 열심히 공부한다. 미국 학생들은 어려운 철 학자들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잘 모르면서도 토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싫다’ ‘좋다’를 예단한다. 나는 미국 학생들 에게 ‘일단 알고 나서 싫어하라’고 말한다. 한국 학생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철학과 철학 자들을 이해하려고 한다. 내가 한국말을 몰 라 한국인의 지적 세계로 침투할 수 없어서 아쉽다.” -엄청난 다작인데 비결은? “옛 유고슬라비아 당국의 ‘탄압’ 덕분이 다. 학생들과 접촉하지 못하게 교수직이 아니 라 연구직으로 나를 배치했다. 덕분에 마음 껏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국에는 아무런 책무가 없다. 통일은 북 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달렸다고 본 다. 북한 정권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북한 은 이미 국제적인 정보 유통 체제에 편입되고 있다. 북한은 붕괴한다. 한국이 지나치게 걱 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기다리고 관찰하 고 조심하면 된다. 한국이 너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없다고 본다.” 슬라보이 지제크 옛 유고슬라비아 출생의 대륙철 학자다. 정치이론·영화이론·이론정신분석학의 대가 다. 사회현상을 라캉의 정신분석학, 헤겔 철학과 마 르크스주의 경제비판이론으로 해석한다. 현재 슬로 베니아 류블랴나대 사회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 자 유럽대학원(European Graduate School) 교수 다. 시카고대·컬럼비아대·프린스턴대에서 교환 교수 로 재직했다.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AD 9
10 Focus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대통합위 ‘대한민국, 국민에게 길을 묻다’ 토론회
복지 방향 물었더니 국민 67%가 中부담-中복지’원해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 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지난해 7월 설립된 국민대통합위원회(이하 대통합위)가 지난 넉 달간 벌여온 일이다. 국가가 최우선시해야 할 과제와 대응 방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 렴했다.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닌 ‘공론조사’ 라는 국내에서는 전례가 드문 방법을 동원했 다. 공론조사는 관련 기초 정보에 대한 학습 과 토론을 거친 뒤 ‘숙성된 의견’을 수집하는 기법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1200명에 대한 설문 조사와 1000명에 대한 대면조사를 통해 선정 했다. 그 결과 저출산·고령화 대응, 미래 공동 체 발전 방안 마련, 저성장 시대의 고용과 노 동 문제 대응, 사회갈등 완화와 양극화 해소 가 꼽혔다. 이 네 의제를 놓고 지난 15~16일 이틀간 253명의 일반 국민이 해결 방안을 찾 는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 구성에 는 지역별·연령대별 인구 분포가 반영됐다. 토론이 끝난 뒤 22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설 문조사가 진행됐다.
고부담 고복지, 저부담 저복지 각 16% 30대가 복지 증세에 가장 적극적 50대 82% “노인 기준 상향에 찬성”
경기도 안양시 연성대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 15~16일 주최한 ‘국민대토론회’의 모습. 250여 명의 참석자가 10명씩 한 테이블에 앉아 국가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사진 국민대통합위원회]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개선 방안?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미래 가치는? 단위: %
국민대토론회 참석자 254명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
※연령대별 인구 분포에 따라 표본 구성해 설문조사
정부 정책상의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올려도 되나?
2.6 기타
매우 반대
5.1 안정 대체로 반대 반반
창의
취업난 겪는 20대는 39%만 동의 신뢰
“복지 재정 비효율 운영, 정부 책임 커”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증대 방안 으로 정부 정책상의 노인 연령을 70세나 75 세로 올리는 방안’에 찬반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는 찬성 쪽이 61.2%로 나타났다. 하 지만 세대 간의 의견 차가 컸다. 50대에서는 81.5%가 찬성한 반면에 20대에서는 38.7%만 찬성을 표시했다. 50대의 정년 연장에 대한 기대와 20대의 구직난 때문에 의견이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의 복지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41.4
46.3
정부
대체로 찬성
상생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 있나?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 가?’라는 질문에 66%(167명)가 ‘의향이 있 다’고 밝혔다. 연령대별로는 30대(79.3%) 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60세 이상 중에서는 55.8%가 의향이 있다고 했다. 학력이 높을수 록 세 부담 증가에 대한 반대가 덜한 경향을 보였다.
66
있다
29.8 공정
여성 관련 기업제도·가치관 개선 164 ※ 국민대토론회 권역별 토론회 참석자 226명의 다중 투표 (1인 3표)에서 상위 4위까지의 항목
15
36.4
966명
5.2
16.8
36.2
19.4
7.1
정치권
6.7
학벌 위주 문화 등 삶의 가치관 개선 175 무응답
매우찬성
국민대통합위원회의 국민대토론회 진행 과정 시행일
내용
참석 인원
핵심 의제
10월 11일
중부권 토론회
226명
저출산· 고령화 대응
10월 18일
수도권 토론회
243명
미래 공동체 발전 방안
10월 25일
영남권 토론회
253명
저성장 시대의 고용
11월 1일
호남권 토론회
245명
갈등 완화, 양극화 해소
11월 15~16일
종합 토론회
254명
위의 네 의제 모두
고성장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보나? 다시 올 수 있다
다시 오기 어렵다
57.3 없다
190
정부의 직접 지원 정책 강화
국민
6.4 25
216
일자리·교육 등 출산 부담 요소 해소
복지 재정 비효율적 운영의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0.6 무응답
단위: 표
단위: %
34
32.5 5.2 무응답
※ 11월 26일에 전문가 토론회, 12월 중순에 ‘2014 국민대 토론회 백서’ 출간 예정
‘중(中)부담-중(中)복지’를 택한 이가 많았 다. 67.2%였다. ‘저(低)부담-저(低)복지’와 ‘고(高)부담-고(高)복지’를 고른 응답자 비 율은 각각 15.5%와 15.7%로 비슷했다. ‘복지 확대에 따른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의 시행 필요한가?’라는 설문 문항에는 90.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복지 관련 재 정의 비효율적 운영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 는 질문에 46.3%가 ‘정부’를 지목했다. ‘정 치권’을 고른 이는 41.5%였다. 대통합위는 이 토론회에 앞서 지난달 11일
부터 이달 1일까지 중부권·수도권·영남권·호 남권 순으로 네 지역에서 권역별 토론회를 진행했다. 각 토론회에 연령대별로 고르게 구성된 226∼253명의 일반 시민이 참여했다. 일자리·교육이 저출산 해결 관건 대전에서 실시된 중부권 토론회에서는 ‘저 출산·고령화 문제’가 논의됐다. 두 명의 전문 가가 각종 지표와 함께 견해를 제시한 뒤 시 민 10명씩이 조를 이뤄 토론을 벌였다. 그 뒤 토론에서 나온 해결 방안 중에서 참석자들
의 ‘동의’ 정도를 알아보는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자리·주거·교육 등 출산에 부담을 주는 문제의 해소’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그 다음으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학벌주 의 등 잘못된 가치관의 개선, 여성의 지속적 근로를 보장하는 제도와 문화의 순으로 동의 가 많이 표시됐다. 대통합위는 이 같은 권역 별 토론회에서 제시된 국민의 의견을 다음달 백서 형식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한광옥 대통합위 위원장은 “국민대토론회 와 공론조사는 국민의 정확한 의사를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종합해 국가의 정책 결정 에 반영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대통합위는 권역별 토론회 참석자들을 상 대로 ‘국민대통합을 위한 미래 가치’를 묻는 설문조사도 별도로 벌였다. 966명의 전체 응 답자 중에서 36.4%가 ‘상생’을, 29.8%가 ‘공 정’을 골랐다. 1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상생이 공정보다 많거나 같은 빈도로 선택을 받았다. 10대에서는 상생(24.4%)보다 공정 (31.9%)을 고른 경우가 많았다. 상생을 택한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였다.
토론회 실무 맡은 대통합위 은재호 박사
“여론조사로는 국민 생각 알 수 없어 토론의 장 만들었다” 이상언 기자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달부터 다섯 차례 진행해 온 ‘국민대토론회’는 기존의 공청회 나 여론조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민 의견 을 확인했다. 일반 국민끼리의 토론을 유도하 고 ‘공론조사’라는 것도 벌였다. 여론 수집 을 위해 이같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게 된 배경을 토론회 실무 책임자인 은재호(50·정 치학 박사·사진)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 합지원국장에게 물어봤다. -국민대토론회는 왜 개최하게 됐나. “우선은 국민대통합을 위해 국민이 원하는 정책은 무엇이며, 그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 어 국민이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생생한
공청회설명회엔 국민 불신 팽배 여론조사는 즉흥적 답변 탓 한계 학습 뒤 성숙된 의견 필요한 시점 이번 토론회, 의견 수렴의 새 모델
목소리를 통해 듣고자 했다. 국민 의견 수렴 과정과 절차를 개선해 보자는 의도도 있었 다. 국민의 의견을 묻는 대표적인 장치가 공 청회 제도이지만 많은 경우 요식적인 절차로 끝나 정부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예방하거나 해법을 도출하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공론조사와 일반 여론조사와의 차이점 은 무엇인가. “공론조사는 학습과 토론을 통해 주어진 의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뒤 참석자들의 심사숙고한 의견을 파 악하는 것이다. 흔히 사용하는 전화 여론조사는 물론 대면조사 역시 사전 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깊이 생각 할 기회를 준 상태에서 의견을 끌어내기보다는 즉흥적이
고 단편적인 의사를 묻는 경우가 많다. 흔히 선거 때마다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득표율과 달리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부 정책은 가변적인 여론보다 비교적 오래 가는 의견, 즉 공론에 기초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토론회 참석자 수가 적어 국민에 대한 대 표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통계적 측면에서 최대한 대표성에 대한 신뢰도와 타당성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했 다. 연인원 1300명을 성별·연령별·지역별로 표본 추출해 특정 사회집단이 과잉 대표되거 나 과소 대표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래서 10대 미래 세대부터 70대 은퇴 세대에 이르 기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4개 권역 국민이 인 구통계적 관점에서 볼 때 고르게 참여할 수
있었다.” -국민대토론회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평가 하나. “‘2014 국민대토론회’는 새로운 형태의 소통방식을 개발하고 제시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국민을 대상 으로 주최한 의견 수렴 절차는 대부분 파행 을 거듭했다. 과정과 절차에 대한 참여자들 의 불신과 불만 때문이었다. 정부가 마련하 는 공청회·설명회는 설득의 수순에 불과하다 고 믿는 국민이 많다. 이번 토론회는 주어진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연역적 절차가 아니 라 아무도 미리 알 수 없었던 결론을 끌어내 기 위한 귀납적 절차를 도입했다. 한국형 토 론모델을 만들고 우리 정서에 맞는 토론문화 형성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Focus 11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영화 인터스텔라 속 과학적 진실과 그 의미
광활한 우주 시공 속 웜홀 통한 星間 여행 가능할까 웜홀 입구 열려도 인간 이동 불가능 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사 회현상으로 이어질 정도의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터스텔라를 성공으로 이끈 소재는 가장 단순하고 익숙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것을 다스리는 중력이었다. 놀런은 이 세 가지 소재를 엄격한 과학적 사실주의의 화면 에 담았다. 그러자 숨어있던 평범한 소재들 의 진정한 모습이 걸어 나왔다. 그것은 인간 과 자연 간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비극과도 같은 것이었다. 예술의 상상력에 대해 비판을 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물리학적인 제약 조건을 벗어나 게 되면 소재가 가지고 있는 본질과 매력이 사라진다. 놀런은 인터스텔라에서 이전 영화 ‘인셉션’(2010년)보다 더 도발적으로 시간에 주어진 물리적 한계에 도전한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물리 세계는 극히 제 한적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 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간격과 당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간격은 절 대적으로 같다고 물리학자들도 믿었다. 하지 만 나의 시간과 당신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 고 있다. 상대성이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중력이 없는 이상적인 시공간의 현상 을 기술하는 특수 상대성이론이고, 다른 하 나는 중력이 있는 경우의 시공간을 설명하는 일반 상대성이론이다. 시간 흐름 늦출 수 있다는 이론서 출발 놀런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최소한 시간의 흐름을 늦출 수 있다는 물리적 한계 내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미 항공우주 국(NASA)은 블랙홀 주변에서 인간이 새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행성들을 찾게 된다. 여기에 시간에 대한 딜레마가 존 재한다. 쿠퍼(매슈 매커너히 분)는 중력이 아 주 큰 행성을 탐험해야 하고, 일반 상대성이 론에서 주어진 법칙에 의해서 자신의 생명의
새로운 정착지 세우는 건 비현실적 미시의 세계에서나 일어날 현상 블랙홀에선 아무것도 나올 수 없어 중력 이용한 지구와의 교신 장면은 개연성 있지만 아직 이론에 불과
한계를 넘어선 미래로 갈 수 있게 된다. 그런 데 그것이 반드시 인류와 그 자신의 새로운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가 경험한 느린 시간 동안에 그가 사랑하는 딸은 이미 죽음 의 영역을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는 30여 년의 시간 안에 돌아올 것을 약속하지만 여 행은 예상치 못한 시간의 지연 현상에 의해 서 길어진다. 쿠퍼는 사랑하는 모든 것과 이 별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인 시간의 맹점은 쿠퍼의 몇 시간이 지구상의 몇 년이 되었지만, 쿠퍼가 그 몇 년 을 더 산 것은 아니다. 쿠퍼에게는 그건 단지 한 시간인 것이고 지구 위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 것에 불과하다. 쿠퍼의 실질적인 삶은 연장되지 않았지만, 상대적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쿠퍼는 익숙한 그 모든 것을 상실한 것이다. 죽어가는 인류에게 보낸 초청장 웜홀 인터스텔라의 두 번째 주제는 공간이다. 흔 히 웜홀로 알려져 있는 아인슈타인-로젠 브 리지는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유도가 가능한 이론적 현상이다. 직관적으로는 블랙홀과 같 은 거대한 중력원이 빠른 회전에 의해서 공 간이 심하게 휘어져 들어가 마치 파이프 통 로처럼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는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인간이 사는 공간이 3차원 이므로 이 웜홀은 영화에서처럼 다른 공간 으로 가는 파이프가 아닌 공 모양의 구(球) 처럼 보인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물체의 궤적을 무 한대로 연장하면 수학적으로는 모든 물질을 쏟아내는 화이트홀로 나오게 되지만, 현실적 으로 이러한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되지는 않 는다. 실제로 공간에 생겨날 수 있는 웜홀은 아주 짧은 시간에 생겨나 사라져 버린다. 웜 홀의 한쪽 끝에서 출발해 다른 쪽 끝을 볼 수 있는 기회마저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자문한 미국의 이 론물리학자 킵 손은 다른 생각을 가지 고 있다.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웜홀 이 음의 진공에너지에 의해서 안정
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도 우주선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스 케일의 구멍이 아닌 양자역학적인 미시세계 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인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토성 근처에 웜홀이 생겨날 수도 있다. 한 가지 지켜야 할 팩트는 웜홀을 통해 다른 공간으로 여행할 수는 있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중력원이 존재해야 한다. 영화 속의 브랜든 교수는 이 웜홀의 출현 을 죽어가는 인류를 위한 초청장으로 생각했 다. 웜홀을 통해 무인위성 선발대를 보내고 이어서 12개의 유인 우주선을 보낸다. 그 결 과 생명이 정착할 가능성이 큰 세 개의 행성, 즉 밀러·만·에드먼즈 행성을 찾아낸다. 브랜든 박사는 NASA를 설득해 죽어가는 인류를 새로운 행성에 정착시키는 프로젝트 를 시작한다. 하지만 브랜든 박사 본인은 이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쿠퍼 일행은 지구로 귀환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서 새로운 정착지에 문명을 재건할 수 있는 생명의 씨앗들을 가지고 간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숨어 있는 진정 한 목적이었다. 웜홀이 존재하더라도 중력과 양자 현상이 만나는 접점에 대한 관측자료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인류가 이러한 공간 여행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지구 위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비록 기적적으로 웜홀 의 한쪽 입구가 태양계 내에 열렸다고 해도 그곳으로 인류가 이주해서 새로운 정착지를 세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공간이 가지고 있 는 비극은 내가 살고 있는 생명의 섬에서 다 른 생명의 섬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놀런의 사실주의 과학영화에서 관객은 인 간과 자연 사이의 본질적인 비극과 마주한다. 비극의 시초는 신화 혹은 종교적인 관념에서 비롯됐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본질적인 비극은 자연 자체에 있을 수밖에 없다.
도 100여 년이 흘렀지만, 자연은 인간을 비웃 기라도 하듯이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중력 현상들을 보여 주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은 바로 이 중력에 의해서 지배된다. 놀런은 지구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중력 현상의 위대함을 화면 에 담았다. 쿠퍼 탐험대가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밀러 행성이었다. 블랙홀과 가까운 곳 에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행성이다. 모선 에 일행을 두고 떠나면서 모선에서 기다리는 대원과는 7년 후 재회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밀러 행성에 착륙하는 대원들에게는 1시간 이지만 중력에 의한 시간 연장 효과에 의해 서 상대적 시간이 그렇게 차이 나는 것이다. 쿠퍼 일행이 도착한 곳에 밀러 박사는 없 었다. 그가 발신한 신호는 강한 중력으로 의 한 시간 연장 효과에 의해 아주 오랜 시간 동 안 수신됐던 것이다. 밀러 박사는 이 행성에 도착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사망했지만 그 가 잠시 동안 보냈던 신호는 그렇게 오랜 세 월 동안 관측될 수 있었던 것이다. 쿠퍼 일행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앞 서 착륙한 밀러 박사의 비행체를 덮쳤던 그 산맥 같은 파도가 착륙선을 덮쳐 온다. 블랙 홀에 의한 조수다.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공기 도, 생명을 가능하게 할 물도 있었지만 수시 로 덮쳐 오는 파도로 인해서 밀러 행성에는 사람이 살 수가 없었다. 파도를 피해 어렵게
SF 영화 베스트 20 1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2 블레이드 러너(1982) 3 에일리언(1979) 4 미지와의 조우(1977) 5 에일리언(1986) 6 스타워스(1977) 7 브라질 (1985)
1
8 메트로폴리스(1927) 9 터미네이터(1984)
과학이 발견한 인간과 자연 사이의 비극 인간의 삶에서 가장 근본적인 모티브는 연속 성과 확장성이다. 현대과학이 이해하고 있는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은 이 모티브에 대한 엄 격한 제약 조건을 설정한다. 이것을 있는 그 대로 보여 주었을 때 일상에서 인지하기 어려 웠던 자연이 주는 두려움과 그것과 마주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비극을 경험할 수 있 게 된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힘이 중 력이다. 그런데 가장 이해하기 힘든 힘도 중 력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출 판되고 중력의 기원이 현대적으로 이해된 지
10 제국의 역습(1980) 11 ET(1982) 12 더 싱(1982) 13 매트릭스(1999) 14 더 문(2009)
모선에 복귀한 쿠퍼 일행은 밀러 행성에서 보 낸 짧은 시간 동안 2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력 현상의 위대함 담은 별 여행기 쿠퍼의 여정은 블랙홀의 이벤트 호라이즌에 서 종료된다. 아멜리아를 에드먼즈 행성으로 보내기 위해 쿠퍼는 희생을 선택한다. 우주 선의 궤도를 이벤트 호라이즌에 근접하게 한 후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증가시킨다. 그 리고 본인이 탑승한 착륙선을 분리시키며 블 랙홀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우주선의 운동에 너지로 변환시킨 것이다. 2015년은 상대성이론이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중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인간이 이해하고 있는 중력은 여기까지다. 쿠퍼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 서 21세기 현대 과학의 무대는 막을 내린다. 블랙홀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신호 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쿠퍼는 중력을 사 용해 지구와 교신을 시도한다. 초끈 이론에 따르면 세상 모든 것이 담겨 있는 4차원 이외 에도 숨어있는 다른 차원이 있다. 인간이 살 고 있는 4차원의 시공간을 브레인이라 하고, 숨어있는 다른 차원의 공간을 벌크라고 한 다. 이 벌크로는 전자기력도, 빛도, 그 어느 신호도 전파되지 않지만 유일하게 중력만이 전달된다. 영화에서는 이 벌크로 전파되는 중력에 착 안해 블랙홀 내에서 지구로 신호를 보내는 것 을 상정했다. 개연성은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알 수 없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 쿠퍼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경험한 중력과 양 자역학의 상관성은 인류가 유일하게 해결하지 못한 양자중력을 이해하는 관측자료를 제공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쿠퍼는 바로 이 데이터 를 지구에 있는 딸에게 보내는 것이다. 본인은 다차원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웜 홀을 통해 다시 태양계로 복귀하고 홀로 떠 돌고 있던 쿠퍼를 우연히 발견한 우주선에 구조된다. 쿠퍼에게는 아주 짧았던 이 시간 이 그의 딸 머피에게는 백여 년의 세월이었 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이후의 모든 중력 현상은 이론적인 가정일 뿐 그 어느 것도 증 명된 적이 없다.
15 스토커(1979) 16 터미네이터2(1991)
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우주 거대구조
17 솔라리스(1972)
연구를 통한 우주 초기조건, 우주 가속팽창 원인 규
18 칠드런 오브 맨(2006)
명. 상대성이론의 우주론적 검증). 미국 UC Davis
19 더 플라이(1986)
박사. 시카고대 선임연구원.
20 금단의 혹성(1956) ※타임아웃(Time Out) 선정 2014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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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joins.com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주탐험대가 처음 도착한 밀러행성. [워너브러더스]
12 People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기업 임원에서 교육자로 홍사건 대전 한빛고 이사장
서비스도전정신 접목해 지방 명문고 만들겠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대전 외곽순환고속도로 안영 인터체인지를 나서면 바로 옆에 학교가 하나 보인다. 학교 중앙의 유난히 높은 국기봉과 큰 태극기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니 국기봉 의 높이는 35m이고, 태극기는 폭이 8m다. 국 내 학교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가장 크게 걸 려 있는 국기다. 학교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잇따라 낯선 방 문객인 기자에게도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를 외쳤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마주치는 학생 마다 반갑게 인사했다. 요즘 학교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학교 주변은 크고 작은 나무 들로 가득 차 있었다. 흑송 등 귀한 나무도 보 였다. 초록의 인조잔디 운동장에서는 학생들 이 뛰어놀았다. 맨발도 자주 눈에 띄었다. 대전 한빛고의 첫인상은 높은 국기봉, 학 생들의 인사, 잘 꾸며진 환경이 장식했다. 겉 만 봐서도 범상치 않은 학교임이 느껴졌다. 이 학교는 2000년에 생겨났다. 기업 임원 출 신인 홍사건(63) 이사장이 대전 성복고를 인 수한 뒤 그 자리에 새 학교를 만들었다. 국내 에서 개인이 학교를 설립한 사례는 그 뒤로는 없다. 학교 설립과 운영이 개인이 감당하기에 는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이 학교는 지난 해 말에 치른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서 대전시 고교 중 1등을 차지했다. 14년 만에 기피 학교에서 우수 학교로의 변신에 성공했 다. 과연 학교 운영의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홍 이사장을 만나 학교 설립 배경과 성공적 운영 비결은 물어봤다. -학교를 만들게 된 이유는. “삼성그룹에 입사해 제일제당(현 CJ)에 서 일하다 삼성항공의 임원까지 올랐다. 대학 때부터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가 학교 운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서 대학(성균관대 경제학과) 다닐 때 교직과 목을 이수해 교사 자격증을 따 놓았다. 회사 에 사표를 내고 고향(충남 당진)에 학교를 세 우려 했는데, 신규 설립 허가가 안 났다. 그래 서 신문에 학교 인수 의향이 있다는 광고를 냈다. 운영난을 겪고 있던 대전 성복고 재단 측이 연락해 와 인수를 결심했다. 염전을 가 지고 있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자금으로 썼다.” -학교를 어떻게 바꾸기 시작했나. “우선 낡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하고 주 변의 땅 약 9000㎡(3000평)를 사들여 체육 관ㆍ강당 등을 짓기 시작했다. 황량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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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빛고 홍사건 이사장이 올해 창단한 이 학교의 여자 축구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팀은 올해 전국체전에서 8강에 들었다.
청년 시절의 학교 운영 꿈 좇아 개인 재산으로 학교 시설에 투자 기피 학교가 인기 학교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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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 좋아야 공부도 잘한다” -개인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지금까지 어느 정도나 썼나. “그것은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가족들이 동의한 일이라서 기쁜 마음으로 내왔다.” 학교의 행정실장에게 이사장 출연금의 총 액을 물었으나 “홍 이사장이 외부에 밝히지 말 것을 당부한 사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 다. 김호기(58) 교장은 “전체 액수는 모르겠 고 최근 한 달에만 조경 공사비 등으로 이사 장이 5000만원가량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십억원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사학 최초로 교장 공모 실시 -학생들이 인사를 아주 잘한다. 어떻게 된 -뭔가 특별한 수업의 비결이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지향한다. 수 일인가. “우리 학교는 생활 교육을 강조한다. 기본 준별 수업이나 보충수업을 통해 교사들이 학 태도와 인성이 갖춰져야 공부도 잘할 수 있 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지도한다. 1학년은 다는 믿음이 있다. 입학 뒤 첫 학기에는 특히 오후 10시까지, 2ㆍ3학년은 오후 11시까지 학 태도 교육에 치중한다. 요즘에는 신입생들 교에 남아서 공부한다. 나는 선생님들이 열 이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른다. 학 심히 가르치면 학생들에게 과외보다도 좋은 교 행사에서 애국가는 4절까지 부른다. 태극 효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비 / 천둥 / 소나기 등 흐려져 비 또는 비 흐린 후 갬 -최근에는 국내눈사립고눈 최초로 학교장을 기를흐려짐 높이 세운 것은 나라를흐림 존중하고비사랑 하는 사람이 되자는 뜻이다. 일주일에 두 시 공모해 화제가 됐다. 왜 그런 시도를 했나. “통상 사학들은 이사장과 가까운 사람이 간씩 전교생이 태권도를 배운다. 졸업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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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빛고의 국기봉(높이 35m)과 태극기(폭 8m). 국내 학교에서 최고,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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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귀희씨 별세, 김종하(전 국회부의장) 토요일(13일) 거주 변호사)·해 씨 부인상, 김혜련(미국 은(첼리스트)씨 모친상=21일, 서울아산병 (23/17) (23/17) (27/19) (27/19) 원 장례식장 33호, 발인 24일 오전 7시30분, 02-3010-2293 (25/17) (25/17) ^안영기씨 별세, 이종원(KIST 명예연구 (26/21) (26/21) 원)·종철(한동대 부총장)·종호(세계한인 (27/20) (27/20)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씨 모친상, 방민환(전 대우증권 부사장)·금경연(온누리교회 목 (26/20) (26/20) 사)씨 장모상=21일 오후 7시43분, 서울성모 병원 장례식장 13호실, 발인 24일 오전 8시, 02-2258-594010일(수) 9일(화) 11일(목) ^장경천(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씨 별세=22 일 오전, 중앙대병원 장례식장 10호실, 발인 25일 오전8시, 02-86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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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학교 교사 중에서 교장을 고른다. 그렇다 보니 교장이 자신 있게 학교 운영을 할 수 없 다. 능력이 뛰어난 교장을 초빙하자는 생각 으로 공모 광고를 냈다. 마침 서울 동덕여중 교장 출신인 김 교장이 응모를 했다.”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학교 운영에 어떻 게 도움이 됐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비스 정신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 보 다 좋은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급식도 최대 한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만족도 가 커진다. 그런 부분이 인사 잘하고 공부 열 심히 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다른 하나는 안 주하지 않는 자세다. 학교는 기업에 비해 변화 의 속도가 더딘 곳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현실 에 그대로 머무르려는 성향이 커질 수 있다.” -학교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계획하고 있 는 일은. “올해 여자 축구팀을 만들었다. 학교를 더 널리 알리고, 학생들이 애교심을 더 갖도록 한다는 뜻이었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8강에 들었는데, 내년에는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할 생각이다. 학교 부 지에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기 시작했다. 내년에 완공되면 집이 멀어 통학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학생, 가정환경이 공부 안개 눈 후 갬공부할 수 있 비 후 갬 않은 학생들이 하기에 적합하지 게 된다. 그렇게 하나씩 쌓다 보면 머지않아 명문고로 기본 사이즈자리잡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부고
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음력 2014년 10월 2일
일요일(최고/최저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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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태권도 1단 이상이 되는 것이 목표다. 우 리 학교에는 학교폭력이 없다. 학급마다 태권 도 유단자들에게 ‘폭력행위 방지 책임’을 맡 겼다. ” -대전시에서 성취도 평가 1등을 하는 등 공부 잘 가르치는 학교가 됐다. 비결은.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친 덕분이다. 나 는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이 없으니 열정을 쏟아달라고 늘 당부한다. 학교에 건물을 추가로 지은 덕에 2000년에 전체 12개 학급 규모였던 학교가 24개 학급 규모로 커졌다. 그러다 보니 교사 들을 새로 뽑아야 했고, 자연스럽게 젊은 선 생님들이 많아졌다. 경험 많은 선생님과 젊 은 선생님들이 서로의 장점을 나누는 분위기 가 생겨났다.”
주변에는 나무를 심었다. 지금까지 50만 그루 정도를 심었다. 기업에서 일할 때 우선 ‘하드 웨어’가 제대로 갖춰져야 ‘소프트웨어’도 발 전한다는 것을 배웠다. 학교 시설을 잘 조성 해야 좋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퇴직 후 학교 이사장으로 변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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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AD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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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중앙은행 오디세이 ④ 은행업을 바라보는 시각
은행, 돈이 모이는 곳인가 돈을 바꾸는 곳인가 <錢>
<莊>
<兩>
<替>
차현진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장 hyeonjin.cha@bok.or.kr
스마트폰을 이용한 송금과 결제가 화제다. 통신업체와 정보기술(IT)업체들의 결제서비 스가 은행들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 보는 사 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은행업의 경계는 어디 인가? 그 답은 역사에서 나온다. 중국에서는 일찍이 남송(南宋)시대에 교 자(交子)라는 종이돈을 발행하며 금융업을 펼치는 상인들이 있었다. 청나라 때는 ‘첸좡 (錢莊)’이라는 금융회사가 조선에서도 영업 을 했다. 그 주인을 ‘장구이(掌櫃)’라고 하는 데, 이는 손 금고라는 뜻이다. 그들 옆에 항상 작은 금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업이 생 소했던 조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들 을 ‘짱께’라고 불렀다. 일본에서는 8세기 초 이미 은화(和同開珍) 가 발행되었으니 우리나라보다 근 300년이 나 빨랐다. 지방의 봉건영주들이 지폐(藩札) 를 발행하기도 했다. 봉건시대가 끝날 무렵에 는 무사정권으로부터 허가받은 금융업자, 즉 ‘료가에(兩替)’들이 등장했다. 료가에는 상당히 조직적이었다. 자금력에 따라 물품화폐·동전·은화·금화 등 취급하는 품목이 철저히 구분되고 동업자 사이에도 등 급이 있었다. 전국에 걸쳐 이어진 료가에 조 직의 최정점에는 10개 가문으로 구성된 ‘주 닌료가에(十人兩替)’가 있었다. 이들은 무사 정권(幕府·바쿠후)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축 이었으며 정경유착의 뿌리였다. 훗날 미쓰 이·노무라·산와·미쓰비시·다이이치 등 재벌 집단으로 진화했다. 교환의 기술이 넘쳐났던 일본에서는 화폐 의 종류도 많았다. 바쿠후, 즉 무사정권은 금 화와 은화의 교환비율을 1대 4.58로 정하고 료가에들이 이를 따르도록 명령했다. 이 비 율은 미일수호통상조약(1858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으나 당시 국제시세인 1대 15와는 너무 달랐다. 결국 저평가된 금화가 개항 이 후 급속히 해외로 유출되고, 국내에는 금 함 량이 3분의 1에 불과한 저질 금화만 남았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은본위제 도가 뿌리를 내렸다. 구시대의 화폐 질서와 함께 료가에가 떠받들고 있던 봉건사회는 급 속한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일본, 화폐와 금융제도 함께 개혁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사회 모든 분야에 서 정부 주도의 개혁을 진행했다. 화폐제도 도 그중 하나였다. 유신 정부는 1871년 ‘신화 조례(新貨條例)’를 통해 금본위제도를 선언 했다. 그러나 금이 워낙 부족했기 때문에 은 본위제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유신 정부는 화폐제도와 금융제도는 동전 의 양면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탄생 한 1872년 ‘국립은행조례’는 1863년 링컨 대 통령의 주도로 제정된 미국의 은행법을 베낀 것이었다. 이 조례에서 ‘bank’라고 불리는 서양의 상업 금융기관이 ‘은행(銀行)’이라고 번역되었다. ‘은화를 취급하는 업자 일행(집 합체)’이라는 뜻이다. 국립은행조례가 제정된 이후 구시대의 료 가에는 서구식 은행으로 급속히 대체되었다. 1880년에는 150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은행 의 난립은 은행권 남발로 이어졌다. 유신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일으킨 내란(서남전쟁) 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불태환 지폐를 남발하기도 했다. 내란이 진압된 뒤 유신 정부는 인플레이션 수습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혹독한 디플레이 션이 찾아왔다. 그 때문에 정부 안에서 알력 이 생기면서 1881년 오쿠마 시게노부(大隈重 信) 대장상이 축출됐다. 후임자 마쓰카타 마 사요시(松方正義·와세다대 설립자) 대장상
남북전쟁 직후 어음교환소의 모습. 오전 10시에 모 든 은행이 한자리에 모여서 고객한테 받은 어음과 수표를 서로에게 제시하고 확인한 뒤 정산했다. 이 런 과정을 차액결제라고 하는데, 오늘날에도 매일 반복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정산 뒤 중앙은행에 예 치된 지급준비금이 이체된다. [사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1896년 미국 대통령선거 포스터. 은화와 금화의 교환비율을 16대 1로 유지하느냐, 마느냐가 최대 쟁점이었다. 은 구두를 신은 소녀가 등 장하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는 그 비율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민주당 지지자의 작품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은화와 금화의 교환비율은 19 세기 내내 골칫거리였다. 일본에서는 그 문제가 봉건사회 해체를 촉진했다.
중국조선, 결제 수단만 발전 일본, 은행업을 망(網)으로 인식 日 식민지배로 예속 중앙은행 탄생
은행장 얼굴이 그려진 일본 제일은행권. 일본은행 권과 태환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오늘날 의 지폐들은 이처럼 상업은행 업무를 담당했던 발 권은행들의 약속어음에서 출발했다.
은 위조지폐를 적발한 공로로 정계에 입문한 금융 전문가였다. 그는 일본의 모델이 되었던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 았다. 당시 미국에는 중앙은행이 없었고 금 융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일본보다 더 큰 폐 해를 겪고 있었다. 한반도 지배는 화폐제도에서 출발 마쓰카타는 미국에 없는 중앙은행 제도를 배우기 위해서 유럽으로 향했다. 그러나 답 을 얻기 어려웠다. 일본의 전통에서는 무사정 권(바쿠후)이 료가에를 지배했으나, 유럽에 서는 정부가 지배하는 중앙은행이 보이지 않 았다. 그런데 프랑스의 레옹 세(Léon Say) 재무장관이 힌트를 주었다. 벨기에를 참고하 라는 것이었다. 벨기에의 중앙은행은 정부와 민간 주주들이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정부의 입김이 훨씬 컸다. ‘벨기에 국립은행 법’을 들고 귀국한 마쓰카타는 1882년 일본 은행을 설립했다. 임원 중 상당수가 관료나 정치인들이었다(관료들이 일본은행 임원으 로 임명되는 관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화폐와 금융제도의 정비를 완 료한 일본은 그들의 경험을 조선에 그대로 적 용했다. 옛 질서의 해체를 화폐제도에서 시작 한 것이었다. 동학혁명을 계기로 친청파(親 淸派)가 퇴진하고 친일파가 집권하자 일본은 그들처럼 은본위제도를 채택하도록 권했다
[사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1894년 ‘신식화폐발행장정’). 이후 조선은 불 태환 지폐의 남발로 인한 지독한 인플레이션 (백동화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내란(서남전 쟁) 이후 일본에서 벌어졌던 현상이 동학혁명 을 시작으로 조선에서 똑같이 반복된 것이다. 청일전쟁 이후 통제받지 않는 일본의 오만 함은 명성왕후 시해로 이어졌다. 그래서 고종 은 국정 운영에 러시아를 끌어들였다. 재정 고문으로 파견된 알렉세예프는 화폐 문제에 서 일본을 따돌리기 위해서 화폐주권 선언을 권고했다(1901년 ‘화폐조례’). 금본위제도 채택이 골자였다. 그러자 일본은 더욱 거칠 게 나왔다. 일본 돈(은화)과의 교환을 조건으 로, 불법으로 화폐를 유통시킨 것이다. 일본의 제일은행은 원래 조선 정부의 위탁 을 받아 항구 주변에서 관세 업무를 취급하던 기관이었다. 그러나 여신 업무를 빌미로 1902 년부터 은행권을 유통시켰다. 조선 백성들은 이에 분노하여 전국에서 제일은행권 배척운 동을 벌였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인천항에 군 함을 정박시키고 무력시위를 벌였다. 적반하 장 격으로 손해배상까지 요구했다. 몇 년 전 명 성왕후 시해를 떠올린 고종은 무력감 속에서 제일은행권의 유통을 인정했다. 화폐주권 회 복을 위해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중앙은 행 설립뿐이었다(1903년 ‘중앙은행조례’). 그러나 이것도 물거품이 되었다. 1904년 초 러일전쟁이 시작되면서 한일의정서가 강
압으로 체결되고 경제주권이 일본으로 넘어 갔다. 고종의 재정고문이 된 메가타 다네타로 (目賀田種太郎) 대장성 주세국장은 조선으 로 떠나기 직전 가쓰라 다로(桂太郎) 총리의 부름을 받았다. 가쓰라는 일본의 조선 지배 를 인정(가쓰라-태프트 밀약)받기 위해서 미 국과 접촉 중이었다. 그래서 메가타에게 “장 차 일본과의 완전한 통합을 위해 일본과 똑 같은 화폐를 조선에 보급하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의 화폐제도는 대한제 국보다 먼저 일본에 흡수되었다. 은행업에 관한 중국과 일본의 다른 관점 중국인들은 금융기관을 첸좡(錢莊), 즉 “돈 (錢)이 모인(莊) 곳”이라고 불렀고, 일본인들 은 료가에(兩替), 즉 “돈(兩)을 바꾸는(替) 곳”이라고 불렀다. 중국은 국내금융(여수신) 에, 일본은 국제금융(환전)에 초점을 맞춘 것 이다. 그것이 중국과 일본의 차이였다. 차이는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짱께’들 은 회표(會票)를 발행하고, 조선의 개성 상인 들은 어음(於音)을 발행하였다. 중국과 조선 에선 개체로서 금융기관과 결제수단은 발달 했으나 시스템을 보는 눈은 없었다. 그런데 일본은 미국의 은행법을 보자마자 ‘bank’ 를 ‘은행(집합체)’이라고 번역했다. bank를 집합명사로 번역한 것은 동업자들이 서로 얽 혀 망(網)을 이룬 채 어음과 수표를 교환하 는 지급결제 업무가 은행업의 핵심이라고 파 악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료가에들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해석이었다. 그렇다. 동업자 간 네트워크야말로 은행산 업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 네트워크가 없었 을 때는 직접 돈을 운반하는 수밖에 없었다 (송금=배달=결제). 이제 막 시작된 우리나라 의 카카오톡 결제와 중국의 알리페이도 은행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들의 서비스 는 은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네트 워크에 기생하는 것에 가깝다. 오늘날 은행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중앙은 행이 있다. 은행을 상대로 지급준비금을 관 리하는 중앙은행의 지급결제망이 없다면 정 부의 세수와 재정지출도 아주 불편해진다. 그런 점에서 중앙은행의 지급결제망은 국가 경제의 중추신경이다. 미국은 중앙은행 없이 연방정부가 홀로 국고금을 관리하다가 1914 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설립과 더불어 야만 상태를 벗어났다. 처음에 미국을 모방 했던 일본은 그 점에서는 32년 빨랐다. 중앙 은행을 중심으로 경제 전체를 엮는 지급결제 망의 큰 모습을 먼저 완성한 것이다. 한편 일본의 지배가 시작된 이후 조선은 일본의 판박이가 됐다. 정부에 예속된 중앙 은행이 그 예였다. 그런 중앙은행으로 똑똑 한 인재들이 몰리는 상황도 비슷했다. 그것 이 다음 이야기의 주제다. 차현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올해로 30년째 한국은 행에서 근무 중이다.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 오디세이 등 금융 관련 다수 저서가 있다.
Focus 15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영국 록의 원류를 찾아서 ⑦ 팝의 수도 리버풀
초기 비틀스, 5파운드 받고 ‘캐번 클럽’서 점심 공연 <8500원>
런던=조현진 국민대 특임교수·미래기획단장 gooddreams@hanmail.net
영국의 항구도시 리버 풀은 기네스 세계 기록 이 ‘세계 팝 음악의 수 (비틀스 미국 진출) 50주년 도(World Capital of Pop)’라고 명명했을 정 도로 로큰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도시다. 리버풀 출신 아티스트들이 음악 차 트 1위에 올린 곡은 모두 56곡으로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많다. 그러나 로큰롤 역사 에서 이 모든 화려한 수식어나 압도적인 통계 보다 함축적이면서 강렬하게 리버풀의 위상 을 상징해주는 고유명사가 있다. 리버풀 출신 으로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주역이자 로큰롤 의 역사를 새로 쓴 4인조 밴드, 바로 ‘더 비틀 스(The Beatles)’다. 브리티시 인베이전
공항 이름도 ‘존 레넌 공항’으로 바꿔 리버풀은 여러 교통편으로 도착할 수 있지만 비틀스 팬들에게는 항공편이 주는 특별한 매 력이 있다. 공항 이름이 비틀스의 리더 역할 을 한 존 레넌을 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1 년 7월 존의 미망인 오노 요코는 비행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 공항이 ‘리버풀 존 레넌 공항(Liverpool John Lennon Airport)’으 로 개명될 것”이라 밝혔다. 정식 개명은 보수 공사를 거쳐 2002년 3월 15일 이루어졌다. 영 국에서 특정 공항이 특정 인물의 이름을 따 명명된 첫 사례였다. 오노는 정식 개명 행사 때 다시 공항을 찾 았다. 이때 2m10㎝ 높이의 존 레넌 동상 제 막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리버풀 출신 조각가 톰 머피의 작품인데 행인의 발걸음이 뜸한 곳에 세워진 점이 아쉽다. 공항 외부에는 비틀스의 1966년 히트곡이 자 이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옐로 서브 마린’ 대형 조각상이 2005년 설치됐다. 공항 로고는 존 레넌의 자화상이다. 공항 슬로건으 로 비틀스 해산 뒤 레넌이 발표한 ‘Imagine’ 의 가사 중 ‘Above Us Only Sky(우리 위로 는 오직 하늘만이)’가 적절하게 선택됐다. 공 항 옥상에도 이 슬로건이 써져 있는데 비행기 내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시내로 들어와도 비틀스 흔적은 큰 노 력 없이 쉽게 발견된다. 그중 하나가 도로 를 달리는 비틀스 관광 상품 차량들이다. 비틀스의 히트곡 제목에서 따온 ‘Magical Mystery Tour(마법의 신비한 투어)’가 대표 적이다. 공항 슬로건에서 관광 상품명까지 비 틀스가 남긴 곡들과 가사가 이렇게 곳곳에서 긴요하게 사용될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110개 객실을 비틀스 주제로 꾸민 호텔 리버풀에 끝없이 나오는 비틀스 흔적과 유적 탐방의 출발지로는 시내 중심부의 매튜가가 지나는 캐번 쿼터(Cavern Quarter)가 꼽힌 다. 초입에 위치한 호텔은 본 시리즈 3편 ‘런 던의 비틀스 흔적들’(9월 28일자)에서 소개 한 비틀스의 영화이자 동명의 곡에서 이름을 딴 ‘Hard Days Night Hotel’이다. 2008년 2 월 개관한 이 호텔은 110개 객실이 모두 각각 다른 비틀스 관련 주제를 갖고 있다. 비틀스 화가로 유명한 미국의 섀넌(Shannon)이 작 업에 참여했다. 식당 블레이크(Blakes)는 비 틀스의 대표 음반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전설적인 음반 표지 작업을 맡은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캐번 쿼터 주변에는 비틀스 관련 기념품 점도 많다. 30년째 영업 중인 ‘더 비틀스 숍 (The Beatles Shop)’ 입구 위에 있는 비틀스 동상은 리버풀시에서 처음 만들어진 비틀스 동상이다. 이 상점은 급한 전화를 걸어야 했
캐번 명예의 벽 앞에 있는 존 레넌 동상.
운 지점에 본 모습을 복원해 문을 연 공연장 이 지금 관광 명소이자 캐번의 적자(嫡子) 인 ‘캐번 클럽(Cavern Club)’이다. 원 캐번의 공간 50% 정도가 활용됐고, 주소는 옛 캐번 의 주소지인 ‘10 매튜 스트리트’의 사용이 허 가돼 지금도 사용된다.
리버풀 시내 캐번 쿼터와 매슈 스트리트 근처에서 30년째 영업 중인 ‘더 비틀스 숍’. 입구 위에 있는 비틀스 동상은 리버풀시에서 처음 만들어진 비틀스 동상 이다.
[사진 조현진]
개발 바람에 ‘탄생지’ 사라졌지만 같은 곳에 록 위한 공간 다시 조성 근처엔 ‘명예의 벽’ 레넌 동상 세워 공항서 시내까지 비틀스 마케팅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영국 리버풀 잉글랜드 웨일스
런던
리버풀 존 레넌 공항 안내간판. 존 레넌의 캐리커처
던 비틀스의 드러머 링고 스타가 어느 날 불 쑥 들어와 상점 전화를 빌려 쓴 일화를 아직 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리버풀 명예의 벽(Liverpool Wall of Fame)’은 리버풀 출신으로 영국 음악 차트 1 위에 오른 아티스트와 해당 곡들을 소개하고 기념하는 벽이다. 2001년 3월 14일 제막식 때 는 리버풀 출신으로 첫 1위 곡을 배출한 리타 로자(Lita Roza)가 참석했다. 비틀스의 첫 히 트곡인 ‘Please Please Me’가 없어 의아해하 는 팬이 많은데, 이 곡은 1위에 오르기는 했으 나 명예의 벽 기준으로 사용한 ‘레코드 리테 일러(Record Retailer)’ 차트에는 2위에 머물 러 제외됐다. 그래도 다른 비틀스 곡이 17곡 이나 올라 있으니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50년대 영국 팝스타 토미 스틸은 후배인 비틀스의 큰 팬이었다. 공연차 리버풀에 왔 다가 비틀스의 업적에 비해 관련 기념물이 너무 없다고 생각한 토미는 “리버풀시가 3 펜스에 내가 조각한 비틀스 기념 동상을 구 매하면 기증하겠다”고 제안했고, 시는 이 를 받아들였다. 한국 돈으로 50원 정도인 3 펜스는 토니의 히트곡 ‘6펜스의 절반(Half of Sixpence)’에서 나은 상징적 금액이다. 동상은 작은 돌로 만든 벤치와 함께 82년 12 월 3일 제막됐는데 비틀스의 히트곡에서 이 름을 따 ‘엘리너 릭비 동상(Eleanor Rigby Statue)’으로 명명됐다. 동판에는 이 동상 을 ‘모든 외로운 사람들(All the Lonely People)’에게 바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이 곡 가사의 일부다. 8 4년 문을 연 ‘캐번 워크스(Cavern Walks)’는 패션 백화점인데, 지하에 비틀스 멤버 4명의 동상이 있어 특별한 기념일이면 팬들이 남긴 꽃으로 뒤덮인다. 입구에 있는 장미와 비둘기 조각상은 존 레넌의 첫 아내인 신시아 레넌(Cynthia Lennon)의 작품으로 장미는 존이 가장 좋아한 꽃을, 비둘기는 존 이 즐겨 이야기한 평화를 상징한다.
와 슬로건이 표시돼 있다.
비틀스 관광버스인 ‘마법의 신비한 투어’.
1984년 잊혀지던 ‘캐번’ 다시 살려내 로큰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유명 한 라이브 클럽으로 꼽히는 ‘더 캐번(The Cavern)’은 57년 1월 16일 재즈클럽으로 처 음 문을 열었다. 57년 8월 7일, 리버풀 출신으 로 당시 17살이던 청년 존 레넌이 이끌던 밴 드 ‘더 쿼리맨(The Quarrymen)’이 무대에 섰다. 후에 폴 매카트니와 조지 해리슨이라 는 이름의 청년들이 합세하면서 밴드는 진화 한다.
팝스타 토미 스틸이 기증한 ‘엘리너 릭비 동상’.
60년대 들어 캐번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 해 로큰롤 연주를 보여주는 런치세션 공연이 인기였는데, 61년 2월 9일 목요일 점심시간에 5파운드(약 8500원)를 받고 무대에 오른 밴 드가 있었다. 바로 비틀스였다. 비틀스는 이 런치세션 무대에 모두 151번 오르는데, 61년 11월 9일 이 공연을 지켜본 한 남자가 있었다. 비틀스의 매니저로 활동하게 되는 브라이언 엡스타인(Brian Epstein)이 었다. 두 달 뒤 비틀스는 브라이언과 정식 계 약을 맺는다. 비틀스의 운명이, 그리고 로큰 롤의 역사가 바뀌는 장면이다. 캐번에서 비틀스는 63년 8월 3일까지 총 292차례(일부 기록은 274번)에 걸쳐 무대에 오른다. 비틀스를 배출한 유서 깊은 캐번은 73년 5월 27일 문을 닫는다. 캐번이 들어섰던 창고 건물은 도시 개발 계획과 함께 완전히 헐려 많은 리버풀 시민과 비틀스 팬들을 안 타깝게 했다. 84년 캐번이 입주했던 창고 건물터에 한 개발업자가 위에 언급한 ‘캐번 워크스’를 준 공하면서 리버풀에서 잊혀져 가던 캐번은 다 시 존재를 드러냈다. 캐번의 로큰롤 의미와 정신을 계승하고자 비록 캐번이 원래 들어 섰던 정확한 위치는 아니지만 최대한 가까
척 베리, 롤링 스톤스도 거쳐간 ‘캐번’ 개관 이후 오아시스(Oasis)와 아델(Adele) 등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는 등 비틀스에 대 한 후배 가수들의 경의는 오늘날도 계속된 다. 폴 매카트니는 자신의 20세기 마지막 공 연이었던 99년 12월 14일 공연 장소로 캐번 클럽을 선정하면서 로큰롤 역사에서 캐번의 위상은 다시 한번 공고해졌다. 언론을 포함 해 단 300명만이 지켜본 공연이었다. 밴드에 는 핑크 플로이드의 데이비드 길모어(기타) 와 딥 퍼플의 이안 페이스(드럼) 등이 함께 했다. 2007년 1월 16일, 캐번 클럽은 50주년 을 맞이해 캐번의 전성기 시절 원 입구로 사 용된 장소를 단장하고 기념 안내판을 설치 해 캐번의 역사와 로큰롤에서의 의미를 알 리고 있다. 캐번 클럽의 소유자가 94년 개업한 ‘캐번 퍼브(Cavern Pub)’는 캐번 클럽 바로 건너 편에 위치한 또 다른 라이브 클럽으로, 주로 캐번 전성기 때 출연했던 아티스트들의 음악 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 기획된다. 클럽 입구 에 마련된 ‘캐번 명예의 벽(Cavern Wall of Fame)’은 캐번 클럽이 문을 연 지 40주년인 97년 모습을 드러냈다. 벽돌 하나하나에 아 티스트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캐번이 영업한 57년부터 73년 사이에 이곳 무대에 섰던 아 티스트 1801명의 이름이다. 비틀스는 물론 척 베리나 롤링 스톤스 등 알 만한 아티스트 는 모두 거쳐 간 곳이 캐번이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명예의 벽 앞으로는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는데 다름 아닌 존 레넌이다. 동상 제막식 때는 존의 오랜 친구이면서 브라이언 엡스 타인이 한때 관리했던 가수 빌리 크레이머 (Billy Kramer)가 제막 행사를 진행했다. 캐번은 공연장으론 뜨거웠지만 주류를 판 매하지 않아 공연장을 찾은 많은 아티스트 는 공연 전후에 인근 ‘더 그레이프스(The Grapes)’나 ‘화이트 스타 (White Star)’ 등 에 들러 술을 주문하곤 했다. 이 중 한 밴드 가 비틀스였는데, 단지 이 사실 하나 때문에 이곳들은 명소가 됐다. 업소들도 비틀스가 한때 단골이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는 데, 밀려오는 손님들만 봐도 비틀스의 인기 를 느낄 수 있다. 더 그레이프스는 비틀스의 첫 드러머였던 피터 베스트(Pete Best)가 밴 드에서 해고된 날 눈물의 술잔을 비운 장소 였다는 사실 때문에 로큰롤 역사에서도 주 목 받는 장소가 됐다. 작은 스토리 하나하나가 모인 스토리텔링 의 힘은 캐번 쿼터를 리버풀의 관광 명소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공고해지는 관광 명소 로서의 입지는 캐번 쿼터를 비틀스 성지로 격상시키고 있다. 조현진 YTN 기자·아리랑TV 보도팀장을 거쳐 청와 대에서 제2부속실장을 역임하며 해외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1999~2002년 미국의 음악전문지 빌보
캐번 클럽의 내부.
드 한국특파원으로서 K팝을 처음 해외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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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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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바다 처음 보는 100살 할머니 난생처음 바다를 본 느낌은 어떨까. 평생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올해 100세의 미국인 루비 홀트 할머니가 지난 19일 앨라배마주 오렌 지 해변에서 카리브해를 만났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는 전동휠체어에 앉아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바다를 응시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 움으로 모래사장을 처음 밟은 할머니는 “차갑다”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바다만큼 큰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사람 들이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할 때마다 너무 보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테네시주에 살고 있는 할머니는 그동안 목화농장 등 에서 일하면서 네 자녀를 키우느라 시간과 돈이 없어 바다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다음달 101번째 생일을 맞는 할머니의 이번 여행은 지역 생활지원센터와 노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성사됐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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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2014년은 탄산수의 해
입 안에서 ‘싸악~’ 탄산수에 빠진 대한민국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직장인 김지수(32·여)씨는 이른바 ‘탄산수 매니어’다. 그는 하루 두 병 이상의 탄산수를 마신다. 회사에 출근할 때면 꼭 편의점에 들 러 탄산수를 구입하는 게 본격적인 일과의 시작. 점심식사 후 동료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면 그는 어김없이 탄산수를 집어 든 다. 김씨는 “커피는 많이 마시면 카페인 때문 인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탄 산수는 그런 느낌이 없고 칼로리 부담도 없 어 좋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탄산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 다. 유통업계에서는 2014년을 두고 ‘탄산수 의 해’라고 부를 정도다. 올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약 6000억원. 이 중 탄산수시장 규모는 400억원대에 육박 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지난해 탄산수시장 규모는 200억원대에 그쳤다. 사실상 올 들어 100%가량 시장이 커진 것이다. 내수가 전반 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유독 탄산수만 매 출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이달 18 일까지 탄산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4.3% 늘었다. 일반 생수 매출은 8.5% 증가했다. 같 은 기간 이마트 전체 매출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탄산수 시장 400억대 육박 이마트 김남곤 과장은 “특정 상품군 매출이 50% 이상 늘어났다는 점은 침체된 소비에 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탄산수로 집 중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생수 전체 매출에서 탄산수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 해 4.6%에서 5.9%로 커졌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들어 지 난달까지 생수 전체 매출은 7.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탄산수 매출은 113% 증가했다. 하언정 롯데마트 음료MD(상품기획자)는 “2009년의 탄산수 매출을 100으로 볼 때 지 난해 탄산수 매출은 2009년 매출의 7.25배에 달했다”며 “단기간에 이처럼 매출이 뛰어오 른 음료 품목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의 경우 탄산수 매출 신장 폭 이 더 크다. 낱개 판매가 많다는 속성 때문 이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탄산수 매 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91.6%나 수직상
21일 한 여성이 서울 한강로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탄산수를 구입하고 있다. 올들어 탄산수 시장 규모는 100% 커졌다.
내수 침체 속 생수시장 지각 변동 해외여행 통해 탄산수 접해 여성 다이어트용으로도 활용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제품 출시
세븐일레븐의 탄산수 매출 구성(단위: %) 53.1 남성
29.4 여성
전체
70.6 30.3
38.1
20.1 15.0 11.4 1.0 0.6
1.6 10대
10.2
15.0 3.6
20대
30~40대 50대 이상
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생수 매출 신장률은 19.4%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GS25의 탄 산수 매출 증가율은 515.2%에 달한다. 탄산 수의 인기는 가전제품 판매에서도 확인된다. 롯데하이마트 한율희 과장은 “800만~900만 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탄산수 제조기 가 결합된 프리미엄급 복합 기능 냉장고 판매 가 꾸준한 편”이라고 전했다. 20~30대 여성이 주요 소비자 유통업계는 탄산수 인기의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우선 해외에서 탄산수를 경험 한 소비자가 늘었다. 해외여행객이 늘어난 덕 분에 탄산수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덕분에 ‘탄산수=탄산음료’란 등식 이 깨졌다. 기존에 국내 소비자들은 입안에 서 새큼하게 퍼지는 탄산의 느낌은 탄산음료 를 통해서만 받아들였다. 사이다와 콜라 같 은 탄산음료는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탄 산수는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탄산수도 탄산음료 못지않게 소비자들이 찾 는 제품이다. 외국 여행을 통해 탄산수를 접 한 국내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탄산 수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2000년대 초 반 외국에서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전문 점을 경험한 유학생과 여행객을 중심으로 테 이크아웃 커피문화가 확산한 것과 비슷한 맥 락이다. 덕분에 일반 생수와 달리 탄산수 부문에 서는 외국산 탄산수가 강세를 보이기도 한다.
[사진 이마트]
외국에서 먹던 브랜드의 탄산수를 국내에서 도 즐기는 이가 많아서다. 이마트의 경우 일 반 생수 매출 10위권 안에선 외국산 브랜드 를 찾아볼 순 없지만 프랑스 천연 탄산수인 ‘페리에’는 탄산수 브랜드 판매순위에서 꾸 준히 3~4위권을 오르내린다. 이마트 전체 탄 산수 매출 중 수입 탄산수가 차지하는 비중 은 39.1%에 달한다. 탄산수의 인기를 설명하는 둘째 근거로 20~30대 여성들이 탄산수의 주요 소비자라 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유통업계에서 는 가장 구매력이 좋은 고객층으로 여겨진 다. 탄산수가 국내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어 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젊은 여 성 고객이 탄산수를 많이 찾는다. 편의점 업 체 세븐일레븐이 탄산수 소비자들의 연령대 와 성별을 분석한 결과 여성 구매자 비중이 전체 구매자의 70.6%에 달했다. 탄산수 다이어트란 탄산의 속성인 포만감 과 산뜻한 느낌을 활용하는 걸 말한다. 하언 정 음료MD는 “식사 직전 탄산수를 마시면 배가 부른 느낌이 들어 음식을 많이 먹지 않 게 된다. 젊은 여성들이 탄산수를 많이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탄산수라는 ‘작은 사치’를 통 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가 많다 고 업계는 본다. 최근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 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 보틀(my bottle)’ 같은 개성 있는 물병의 인기도 이 같은 ‘작은 사치’의 한 단면이다. 하정엽 이마트 가공식
품 바이어는 “최근에 음료는 테이크아웃 커 피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감각을 표현하는 패 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마트 피코크 탄산수의 경우에도 이러한 점을 반영 해 대형 마트에서는 처음으로 ‘유리병’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탄산수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 엔 이견이 없다. 유럽의 경우 전체 생수시장 의 30%를 탄산수가 차지한다. 우리나라와 비 슷한 소비패턴을 보이는 일본에선 전체 생수 시장의 10%가량을 탄산수 제품이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성장여력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마다 자체 브 랜드 상품으로 탄산수를 앞다퉈 내놓고 있 다. 아예 탄산수 업체와 손잡고 자체 브랜드 탄산수인 피코크를 올 6월부터 판매 중인 이 마트가 대표적이다. 피코크는 이달 말 100만 병 판매(330mL 기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마트 측은 “출시 당시 플레인과 레몬의 두 가지 맛뿐이었는데 지난달 자몽과 라임 맛을 추가로 출시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며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자몽 맛 탄산수 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제품으로 기 대가 크다”고 말했다. 일본서도 생수시장 10% 차지 탄산수의 인기는 다른 업종에서도 확인된다. 탄산수 제조 기능을 더한 냉장고나 정수기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스파클링 냉장고는 정수된 물과 얼음은 물론 시원한 탄산수까지 마실 수 있는 기능을 더해 지난 2월 출시된 이래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매월 1000여 대씩 팔리는 등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 품은 비슷한 용량의 다른 냉장고보다 대당 100만~150만원가량 더 비싸다. 이 냉장고는 단계 농도 조절이 가능한 스파클링 워터 디 스펜서를 이용해 330mL짜리 탄산수를 최대 182병(탄산가스 실린더 한 개당)까지 만들 수 있어 출시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정수기도 일반 정수기보다는 탄산수 제조 가 가능한 제품이 더 인기다. 코웨이 스파클 링 정수기의 경우 지난 7월 출시된 이래 매월 30% 이상씩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김 기호 코웨이 과장은 “스파클링 정수기는 일 반 냉온 정수기보다 월 2700원가량 임대료가 비싸긴 하지만 최근 탄산수 열풍에 힘입어 판 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 탄산수 시장 진출한 이마트 최성재 식품본부장
“페리에 폭탄주 대신 피코크 폭탄주로 바꾸겠다” 이수기 기자
외국산 위주였던 국내 탄산수시장에서 국 산 제품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마트 가 PL 상품(자체 브랜드)으로 지난 6월 출시 한 피코크 탄산수와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 가 대표적이다. 세계 3대 광천수인 초정 탄산 수를 원수(原水)로 한 피코크 탄산수는 이달 말 100만 병(330mL 기준) 판매 고지를 눈앞 에 두고 있다. 롯데칠성의 트레비 역시 올 상 반기에만 5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 구 중이다. 국산 탄산수가 성장하는 이유를
탄산수 맛은 탄산 함유량이 결정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해 중장년층서도 소비 늘 것
최성재(55·사진) 아마트 식품본부장(부사 장)에게 물었다. -유통업체가 탄산수를 개발한 이유는. “상품 개발을 위해 유럽 출장을 갈 때마다 거의 모든 식당 테이블에 탄 산수가 놓여 있는 걸 봤다. 우리나 라도 서구의 식생활문화가 확산되는 만큼 탄산수 역시 머잖아 생수 시장의 주력 제품이 될 것이 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생수시장의 10%가량을 탄산수가 갖고 있다. 우리나라
도 그 정도까지 성장하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탄산수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뭐라고 보나. “탄산 함유량이 아닐까 한다. 시중에서 판 매되는 탄산수들은 광천수를 토대로 여기에 탄산을 일부 주입해 농도를 높인 것이다. 일 반적인 탄산수의 탄산 함유량은 3.5% 정도 로 보면 된다. 피코크는 탄산 함유량이 이보 다 다소 높은 3.8%다. 이 정도가 한국인이 가 장 좋아하는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아직까지는 국내 소비자들이 탄산수에
익숙하다고 보기 힘든데.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탄산수가 조금씩 시장에 뿌리내리는 느낌이다. 사실 우리 소비 자 입맛에 맞는 탄산수 맛을 구현하는 데 중 점을 뒀다. 업계에서는 국내 탄산수시장 규 모가 올해 350억~4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사실 탄산수 하면 외국산을 많이 생각 하는데, 우리나라 역시 탄산수의 역사가 깊 다. 피코크의 원수로 쓰이는 초정 광천수는 영국의 나포리나스 광천, 미국의 샤스타 광 천과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히지 않나.” -사실 페리에나 에비앙 같은 외국산 생수
Money 19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김문수의 홍콩 트위터
아베의 스콜피엔(Scorpi¥EN)
돌아온 수퍼 마리오
유령 골프
다음 주 preview
전갈 형상의 일본 ¥화. 100고지를 수평으로 잠행하던
오랜만에 터진 마리오 랠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에 중국 골프장은 텅 비고 유
미국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일명 ‘블프’) 기
¥-달러 차트는 최근 120고지를 겨누며 꼬리를 꼿꼿이
행(ECB) 총재, 중국발 호재에 작심한 듯 부양책 신공 퍼
흥가는 불 꺼져. 200홀 넘는 위용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대심리 주목. 25일 주요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세움. 기세는 아베가 2년 전 총리 취임 직후 75¥을 100
부으며 유럽증시 주간 3% 넘는 상승 이끌어. 로마의 검
모 골프장엔 앞의 앞 팀, 뒤의 뒤 팀도 없는 ‘유령 골프’
성장률(미국 3.5%, 독일 0.1%) 및 26일 미국 10월 내
¥까지 끌어올린 때보다 가파름. 화폐전쟁에 호출된 초
투사로 ‘세계를 움직이는 8인’에 뽑힌 드라기 총재. 사
즐길 수 있다고. 회식주 마오타이(茅台) 주가, 최근 반등
구재 수주(-1.1%)도 예정. 중국 금리인하 단행에 이
식 생략한 자객의 그림자.
공 많은 유럽호의 절실한 희망.
에도 최고치 대비 -40%.
은 유럽판 부양책 맞장구 또한 초미의 관심사.
액티스 캐피털 아시아 본부장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야구의 DTD 증시의 DSD <Down team is down>
<Down stock is down>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단위: %, 전년 동기 대비)
지난 8개월간의 대장정을 펼쳤던 한국 프 로야구가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게다가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사상 첫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 까지 쌓아 올렸다. 필자는 열혈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올해 시즌을 지켜보며 느 낀 점을 주식투자자의 시선으로 풀어 보 고자 한다. 성적은 실력에 수렴한다 특급 마무리인 오승환이 일본 리그로 이 적했다고는 하나 임창용이란 대안을 수혈 한 삼성은 누가 뭐래도 최강의 전력을 가진 팀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삼성의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러자 언론들은 순위 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거나 선수들의 기 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은 상위권 으로 점차 자리를 옮기더니 결국 가을이 되어서는 정규리그를 1위로 마감했을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을 거쳐 우승까지 거머 쥐었다. 10경기, 20경기라면 삼성도 일시적 으로 하위권에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128 경기를 치르면 결국 성적은 실력에 수렴하 게 마련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1~3개월의 시간 사 이에는 주가가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움직 일 수 있다. 투자자들이 반짝 실적을 내놓 으면 열광하고 악재가 나오면 싸늘한 반응 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3년의 시간 이 흐르면 결국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한 다. 가치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은 단기적으 로는 투표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 라는 말을 믿고 주가가 가치보다 낮은 주식 에 투자한 후 시간을 기다린다. 김재박 감독이 한때 내려갈 팀은 내려간 다는 의미의 DTD(Down team is down)
62.4 60 일반 생수 탄산수
50
52.5
49.9
40
30
26.7 20
19.7 13.8
10
8.8 1.4
0
2014년 1분기
2분기
3분기
10~11월 자료: 이마트
10~11월
3분기
2분기
전체 생수 중 탄산수 매출 비중
2014년 1분기
일러스트 강일구
일반 생수탄산수 매출 증가세 비교
주식시장은 투표기 아닌 체중계 주가는 기업가치 반영하기 마련 저평가주는 오른다는 믿음 가져야
란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확실한 전력 을 갖추지 않으면 당장 순위가 높더라도 결 국엔 내려온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 를 주식투자에 적용해 보면 DSD(Down stock is down) 혹은 USU(Up stock is up)라 바꿔 부를 수 있겠다. 지켜야 최후에 이긴다 삼성 하면 이승엽·최형우·박석민·박한이 등 팀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거포들의 이 름이 떠오른다.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자들이다. 당연히 삼성의 공격력은 강하 다. 하지만 우승을 놓고 자웅을 겨뤘던 넥 센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다. 홈런왕 박병 호를 비롯해 강정호·김민성·유한준 같은 일류 타자들이 버티고 있다. 결국 삼성이 넥센의 추격을 따돌리고 우 승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강한 투수력에 서 비롯된 지키는 야구에 있다. 안지만·차 우찬·임창용으로 구성된 불펜도 튼튼하지 만 무엇보다도 경기 초반 큰 점수를 허용하
지 않는 선발진의 역할이 컸다. 벤덴헐크· 장원삼·윤성환 등 선발승이 도합 53승으로 리그 1위였을 정도다.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로 일컬어지는 워 런 버핏은 ‘돈을 절대 잃지 않는다. 그리 고 그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는 투자 신조 를 가지고 있다. 만약 버핏이 야구 감독을 했다면 필시 점수를 내주지 않는 짠물 전 략을 펼쳤을 것이라 장담한다. 하지만 대 부분의 투자자들은 공격에 초점을 맞춘 다. 주식투자를 통해 홈런의 짜릿함을 누 리려 한다. 상한가 따라잡기, 세력주 찾 기, 테마주 투자가 득세하는 것도 이 때문 아니겠는가. 주식투자도 야구와 같은 장기 레이스다. 여기에서 이기려면 일단 점수 지키기가 우 선되어야 한다. 특히 선발투수에 해당하는 포트폴리오의 비중 상위 종목들이 튼튼해 야 한다. 이들이 무너지면 전체적인 수익률 도 물 건너간다. 멘털이 강해야 한다 한국시리즈는 삼성의 강한 멘털을 보여준 무대였다. 3차전에서는 9회 초 투런포로 승 리를 거뒀고 5차전에서는 심지어 9회 말 2 사에서 경기를 뒤집었다. 삼성의 선수들은 ‘어차피 우리가 이긴다. 이기고 있어도 이 기고 지고 있어도 이긴다’는 정신을 공유하 고 있다고 한다. 팀 분위기가 단기 흐름에 동요되지 않는 원인이다. 지난 9월부터 주식시장이 무척 혼란스 럽다. 대형주들이 소형주처럼 하루에 상한 가와 하한가를 왔다갔다 하는 데다가 저점 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락 흐름을 탄 주식은 바닥이 없이 빠지고 모멘텀을 탄 주 식은 천장이 없이 오르니 말이다. 이런 시 기에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일희일 비하지 않는 강한 멘털이다. 그리고 저평가 된 주식은 어떤 이유건 반드시 오른다는 상식에 근거한 믿음 또한 지켜 가야 한다. 이는 필자의 다짐이자 현시점에서 투자자 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다.
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금융감독 새 수장 진웅섭 금감원장
(단위: %)
브랜드들은 패션 소품으로도 여겨진다. “탄산수의 주요 소비층은 20~30대 여성 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한 연령층으로 상품 디자인에도 신 경 썼다. 그래서 이마트와 제조사는 물론 디 자인 전문기업과 유리병 제조사까지 함께 상 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협업을 했다. 가 격경쟁력에 신경 쓰면서도 플라스틱이 아닌 더 비싼 유리병에 피코크를 담은 이유도 여 기에 있다.” -젊은 여성들 중심이라면 시장성이 떨어 질 것 같다.
“맞다. 젊은 여성 소비자에게만 의지해서 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20~30대 남성 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탄산수를 즐기는 시 대가 멀지 않았다고 본다. 술 얘기이긴 하지 만, 요새는 양주와 탄산수를 섞어 먹는 문화 도 점차 확산되고 있지 않나. 저녁 자리에서 라도 탄산수를 중·장년층이 즐기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외국산 생수 이름을 붙여 ‘페리에 폭탄주’라고 부르더라. 앞으로는 우 리 제품명인 ‘피코크 폭탄주’란 이름으로 소 비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유통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뉴시스
위기 속 등판한 궂은 일의 달인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신뢰와 소통. 지난 19일 취임한 진웅섭(55·사진) 금 융감독원장의 취임사는 두 단어로 요약 된다. 진 원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금융 사고 등으로 훼손된 금융산업과 감독 당 국에 대한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시켜야 한다”며 “불신의 기조를 상호신뢰 기조 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 투명하고 자의적인 구두 지도, 법규에 저 촉되지 않는 사소한 사항에 대한 책임 추 궁 등 감독 관행의 개선을 바라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동 양사태, 개인정보 유출, KB금융 경영진 갈등 등으로 국민적 비난을 사고 있는 금 융감독조직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진 원장은 ‘자신보다 남을 빛나게 하 는 공직자’라는 평을 듣는다. 행시로 공직 에 첫발을 디뎠으나 적지 않게 한직을 돌 았다. 2012년 7월에는 정권 말기에 공무원
들이 기피한다는 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옮겼다. 정부로 돌아와서는 금융정보분 석원장을 맡았다. 그 후 1년 뒤 없어질 정 책금융공사 사장 자리를 수락했다. 그는 어떤 자리라도 일단 맡으면 뛰어난 성과 를 올렸다. 전문위원 시절엔 당 정책에 현 실성을 불어넣어 인정받았고, 금융분석 원장 시절엔 전직 재벌 총수와 비위 공직 자들의 해외 비자금을 밝혀냈다. 정책금 융공사 사장 시절엔 산업은행과의 통합 을 잡음 없이 이끌어 냈다. 행시 28회 진 원장이 부임하면서 금감 원에는 인사폭풍이 불 전망이다. 행시 25 회 최종구 수석부원장은 진 원장 취임 다 음날 사표를 냈다. 금명간 임원 12명에 대 해서도 일괄 사표를 받은 뒤 후속 임원 인 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 임원 12명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진 원장 연 배이거나 나이가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궂은일 경험이 많은 진 원장이 조직을 추 스르고 사기를 올려 줄 것이라는 안팎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20 Economy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블랙프라이데이 앞둔 해외직구 대행서비스 ‘스냅샵’ 김진하 대표
해외 사이트와 연동, 20초면 간단히 결제 해외직구(직접구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 이(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올해는 28일)를 앞 두고 국내 소비자 중에도 직구를 벼르는 이 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해외직구를 하 고 싶어도 직접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첫 화 면부터 영어로 표기되고 결제시스템도 국내 소비자에게는 생소해서다. 여기에 애프터서 비스(AS)가 제대로 될지, 정품 판매를 하는 지에 대한 불안도 크다. 스타트업 기업인 캐 주얼스텝스를 창업한 김진하(37·사진) 대표 는 이 점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쉬운 해외쇼핑’을 모토로 해 외직구 대행서비스 ‘스냅샵(gosnapshop. com)’을 만들어 지난달 열린 ‘글로벌K-스 타트업 프로그램 2014’에서 대상 격인 미래 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았다. 해외 전문가 들이 주는 구글·퀄컴특별상까지 받았다. 글 로벌 진출 가능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21일 서울 서초동 캐주얼스텝스 사무실에 서 만난 그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스냅샵을 이용한 구매액이 매주 30% 이상씩 늘고 있 다”고 말했다. 비결은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 품 관련 정보를 스냅샵 사이트를 통해 신속 하게 제공한 덕분이다. 해외 사이트와 직접 연동되는 덕에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에 관한 정보를 미 국 소비자들과 사실상 동시에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GAP 브랜드의 의류정보를 GAP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스냅샵을 통 해 한글로 볼 수 있다. 현재 스냅샵이 취급하 는 브랜드는 400여 개. 상품 수는 4만 종에 이 른다. 김 대표는 “스냅샵은 한국 고객들에게 수 수료를 물리지 않는다. 고객들이 원하는 상 품을 싸고 쉽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스냅샵 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판매자들 에게 한국이란 큰 시장에서 물건을 팔 수 있 는 채널로 스냅샵이 자리매김한 뒤 수익은
판매자들과 B2B(기업 대 기업) 거래에서 거 두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존 해외직구와 비교할 때 스냅샵의 장 점은.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온라인 쇼핑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제품에 대한 정보도 빠 르게 접할 수 있다. 아마존·GAP을 비롯한 400여 사이트와 연동했기 때문에 상품 카탈
‘스냅샵’ 홈페이지의 초기 화면.
해외직구 시 주의점 ① 제품 구입 시 교환반품·환불 안내 확인 ② 배송조건과 보상 내용 사전 확인
고객에게는 수수료 물리지 않아
③ 에스크로(escrow)제 또는 피해보상보험
외국 브랜드 정보 실시간 제공으로
가입 여부 확인
국내 온라인몰처럼 쉽게 쇼핑 가능
④ 전자제품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전압·주
결제내용 캡처해 증빙자료 남겨야
⑤ 제품 수령 후 포장상태 불량 시 개봉 전 과
파수 등 규격 살펴야 정 촬영 ⑥ 결제 시 가급적 현지 통화로 결제 ⑦ 계좌 송금 요구 시 확인된 사이트 아니면
로그를 해당 사이트와 거의 동시에 볼 수 있 다. 상품기획자(MD)가 임의로 제품을 골라 보여 주는 게 아니다. 이용자들이 직접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살펴볼 수 있다.” -해외직구 사이트를 이용할 때 편의성이 그 정도로 중요한가. “쇼핑을 하는데, 초보와 고수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스냅샵은 이런 차이를 해소하는 걸 목표로 한다. 해외 직구 열풍이 분다고 하지만 아직 해외직구를 해 본 사람이 많지 않다. 지금까지 온라인 쇼 핑객의 20% 이하가 해외직구를 했다면 앞으 로는 해외직구를 해 보지 않은 80%의 사람 을 위한 서비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해외 브랜드들은 한국에 기존 거래처가 있을 텐데. “해외직구가 늘면 아무래도 한국 시장에 서 기존 거래처의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 해 외직구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걸 미국 본사도 안다. 그들은 이런 현상을 현실
이용 자제 ⑧ 반품·취소 시 지급정지 요청할 수 있는 신 용카드 이용 김춘식 기자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로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스냅샵의 수익 모델은 뭔가. “지금은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 지 않는다. 스냅샵을 이용하는 한국 고객들은 제품값 외에 추가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단 의미 다. 소비자들이 싸고 쉽게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으면 우리는 만족한다. 소비자들은 주문 후 일주일 정도 뒤 상품을 받게 된다. 외국 판 매자들에게는 스냅샵이 한국이란 큰 시장으 로 진입하는 채널이 될 것이다. 수익은 외국 판 매자들에게서 B2B 거래를 통해 거두게 될 것 이다. 현재로선 저변을 넓히는 단계다. 소비자 들에게 스냅샵을 이용하면 이익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 궁극적으론 소비자들이 해외직
구인지, 국내에서 구입하는 건지 구분하기 힘 들 정도의 편의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스냅샵을 통한 결제가 어렵진 않나. “국내 인터넷쇼핑몰보다 어렵지 않다. 공 인인증서가 필요 없다. 회원에 가입한 상태 라면 제품을 고른 뒤 결제까지 20초면 충분 하다.” 스냅샵을 운영하는 캐주얼스텝스는 젊은 회사다. 직원들 평균 나이는 31세다. 지난 21 일 방문한 이 회사의 33㎡(약 1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 고 있었다. 작지만 실력은 만만치 않다. 벌써 미국 현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인도인·미
⑨ 결제 내용을 캡처하는 등 증빙자료 남겨 두기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국인 직원도 있고 직원 대부분 관련 업계에 서 5~1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김 대표도 삼 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었 다.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과 인력을 갖춘 덕 에 최근에는 투자사들로부터 15억원 규모의 펀딩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해외직구 시 주의 해야 할 점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선은 안전한 사이트에서 주문을 해야 하 고, 배송 대행이 철저한 회사를 고르는 게 기 본”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 제품을 다루는 사이트가 많은 만큼 배송은 제대로 되는지, 가짜 제품을 파는지 등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Economy 21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 혁신기업의 성공신화
폐열 재활용으로 200억 절감 효율 개선이 성장 동력 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남보다 앞선 기술력과 발상의 전환으로 에너 지 신(新)산업의 지평을 열어 가는 주인공들 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36회를 맞은 에 너지 절약 촉진대회는 에너지 절감을 성장발 판으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에너지 개척자’들의 축제다. 지난 19일 대회에 참석 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은 곧 국내 경제성장의 원 동력”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에너지 전략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으며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절약과 관 리는 옛말이다. 에너지를 혁신 분야로 삼아 에너지 신산업을 개척해 가는 ‘똑똑한 기업’ 이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너지관 리공단 김득수 홍보기획부장은 “공장과 건 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에너 지 효율을 높인 기업이나 수요가 많은 에너지 관련 신기술을 만들어 낸 기업의 활약이 눈 부시다”며 “ICT를 비롯한 과학기술이 에너 지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단열 진공유리로 해외 개척 제36회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 유공자들은 이 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영예의 금탑산업 훈장을 받은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은 공정 중 버려지는 폐열을 자체 회수해 재활용하 는 ‘핀치 프로젝트’로 연간 200억원의 에너 지 절감 효과를 거뒀다. 실시간으로 에너지 현황을 관리하는 ‘에너지최적화관리시스템 (EMOS)’은 장비 사용량과 최적 스팀 밸런 스를 알아서 조절하며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잡는다. 에너지 절감은 새로운 산업과 연결 됐다. 16개 단위 공장들은 연료로 재가공하 던 석유류 부산물을 항공유와 휘발유로 전 환, 일본과 동남아에 수출한다. 삼성토탈의 주력 사업은 에너지 절감을 통한 신에너지사 업에 있다. 에너지 절전형고효율제품은 기업의 활로 를 터줄 분야다. 안기명 이건창호 사장은 기 존 유리와 비교해 5배 이상 단열성능이 뛰어 난 초고단열 진공유리를 개발해 해외 시장 을 개척하고 있다. 진공유리 제조에 디스플 레이 패널 제작공정을 응용한 혁신적인 기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관에서 열린 제36회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에서 훈장 포장·표창을 받은 에너지 절약 공로자들이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삼성토탈 손석원 사장 등 101명 포상 절전형고효율 제품으로 기업 활로 정보통신기술 접목 신기술 개발해야
제36회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 훈·포장 명단 훈격
업체명(단체)
금탑산업훈장
삼성토탈 손석원 사장
철탑산업훈장
이건창호 안기명 사장
석탑산업훈장
현대중공업 김동수 부장
산업포장
두산중공업 정한우 상무이사 한국전력공사 황우현 처장 ㈜부-스타 김기종 부사장
대통령 표창
(개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이원재 본부장 외 4명 (단체) 한국디자인진흥원 외 2개 단체
국무총리 표창
(개인) 세광건설 김종두 대표 외 5명 (단체) 터보맥스 외 3개 단체
산업통상자원부 (개인) 킨텍스 엄재호 팀장 외 64명 장관 표창 (단체) 한국쓰리엠 외 11개 단체 자료: 에너지관리공단
술력이 이 회사의 장점이다. 2장의 유리를 받 치는 간극제는 높이 250μm(마이크로미터:1 μm는 100만 분의 1m), 직경 500μm로 미세 하지만 ㎡당 300㎏의 바람을 견딜 정도로 단 단하다. 앞으로 에너지 절감형 주택(Passive House)과 에너지 자립주택처럼 미래형 건물 이 건설되면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으로 전망된다. 국내 고효율기자재 인증 1호 에 빛나는 고효율 전동기는 김동수 현대중 공업 부장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엔진 대용 으로 사용하는 전동기에 지난 30년을 매진한 결과 캐나다·미국 등 4개국의 고효율 프리미 엄 전동기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그가 만들 어 낸 제품들은 국내외에 10만 대 이상 제작· 보급돼 연간 600억원이 넘는 에너지 절감 효 과를 거두고 있다. ICT 적용, 낭비되는 조명 자동 차단 고효율 산업용 보일러 개발업체인 ㈜부-스 타는 낡은 산업용 관류보일러를 대체하기 위해 열 전달률이 뛰어난 저녹스(질소산화 물) 보일러 등을 개발, 전국적으로 약 6400만 TOE(TOE는 석유환산t, 약 667억원 상당)의 산업용 에너지 절감을 이끌어 냈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폐수열·공기열·지
[사진 에너지관리공단]
산업 훈장을 받은 삼성토탈 손석원 사장, 이건창호 안기명 사장, 현대중공업 김동수 부장.(왼쪽부터)
열·우드펠릿 등 새로운 에너지원을 이용한 보 일러를 잇따라 개발하면서 새 시장을 개척하 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는 58%가 산업용, 20%는 건물 에너지로 사용된다. 그런 만큼 민간 기 업의 에너지 절약이 시급하다.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에서 산업포장을 받은 한국전력공 사는 구리남양주지사에 지난 2월 ICT를 적 용한 지능형 전력시스템 ‘스마트그리드스테 이션’을 구축했다. 기존 건물에 에너지 수요 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분전반을 설치해 낭 비되는 조명과 콘센트를 자동 차단하고, 풍 력태양력으로 전기를 생산해 소비전력을 줄인다. 전력 사용량은 2만5247㎾h에서 2만 2680㎾h로 월 평균 10%쯤 감소했다. 직원들
활짝 열린 중국 주식 투자 시대
후강퉁으로 투자 심리 살린다 상품 아이디어 봇물
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효율성을 높이고, 공사 중 먼지와 소음을 감내하며 협조한 결 과다. 한전은 이 시스템을 내년 90개 사옥으 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유일의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두산중 공업은 연평균 1000억원을 에너지에 쓴다. 고 철을 녹이는 전기로(용해로)의 구동이 늘면 서 소비전력은 해마다 11%, 돈으로 따져 60 억원가량 증가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 두산중공업은 ICT를 접목한 피크 전력과 전력수요 예측 관리시스템으로 에너지 효율 을 끌어올렸다. 전기로 시설을 교체해 연간 43억원의 전력 낭비도 잡았다. 한 해 절약하 는 에너지 비용은 예상치인 130억원을 뛰어 넘는 143억원이다.
연말정산 두둑하려면 체크카드 챙기세요
<滬港通>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간의 교차거 래를 허용한 후강퉁(滬港通). ‘후’는 상하 이를, ‘강’은 홍콩을 뜻한다. 그동안 중국 주식은 외국인 개인 투자자가 마음대로 살 수 없었다. 상하이 증시에서 외국인 전용 B 주에만 투자할 수 있었지만 종목 수가 50여 개에 불과했다. 지난 17일 후강퉁이 시작되 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홍콩을 통해 우량 주인 A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한국 투 자자들도 시행 첫날 100억~150억원어치의 중국 주식을 샀다. 외국인에겐 매매차익의 10%에 과세하던 것을, 후강퉁을 통해 상하 이 증시에 투자하면 3년간 면제하기로 한 정책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벌써 정보기술(IT)·헬스케 어 등 알짜배기 기업이 상장된 선전(深圳)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인 선강퉁(深 港通)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개시가 목표 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도 앞다퉈 투자 아 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재간
삼성·한국투자증권 등 신상품 출시 대신·신한금융 등은 정보 제공 선전증시-홍콩증시 교차거래 준비
접형 펀드인 ‘삼성 누버거버먼 차이나펀드’ 를 판매하고 있다. 저평가된 홍콩 H주와 본 토 A주에 탄력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모 (母)펀드인 누버거버먼 차이나 에쿼티펀드 는 2009년 7월 설정 이후 올 8월까지 63.8% 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 하락 국면에서 도 안정적인 초과 수익을 내고 있다. 누버거 버먼(NeubergerBerman)은 1939년에 설 립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약 260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업계 최상위권의 성과 로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 최고 등 급인 5 star를 획득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상하이 A주 관련 리서치 자
후강퉁 관련 국내 증권사 출시상품과 혜택
자료: 각 증권사
삼성증권
삼성 누버거버먼 차이나펀드: 홍콩 H주, 본토 A주에 투자
신한금융투자
상하이 A주식 상장편람발간. 본토·홍콩 동시 상장종목 정보 제공
우리투자증권
12월 31일까지 첫 거래고객 등에게 백화점·여행상품권 증정
한국투자증권
IM YOU랩-후강퉁 고배당플러스: 중국 고배당 주식과 소비 수혜주에 투자
대신증권
상품권 증정 이벤트. 상해 A주 관련 리서치 자료 제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중국분석팀 강화. 위안화 지급 이벤트
KDB대우증권
주간 차이나마켓 내비게이션 보고서 발간. 온라인 거래시스템 정비
유안타증권
동양차이나본토채권 공모형 펀드: 중국 우량 채권에 투자
료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 투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상해 A주식 상 장 편람’을 발간했다. 1200쪽에 달하는 이 편람에는 SSE180지수와 SSE380지수에 포 함된 전 종목, 홍콩·상하이 주식시장에 동 시 상장된 종목 등 총 568개 기업에 대한 분 석자료가 수록돼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 난 12일 상하이 A주에 투자하는 ‘I’M YOU 랩-후강퉁 고배당플러스’ 상품을 출시했 다. 중국 고배당 주식과 소비 성장 수혜주에 주로 투자한다. 대만계 유안타증권(옛 동양 증권)도 ‘동양차이나본토채권 증권투자신 탁 1호’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후강퉁 시행 일주일이 지난 지금, 자금 유 입이 줄어들며 ‘기대 이하’라는 평가도 있 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 방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후강퉁을 봐 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 투자자금이 몰린 내수주와 고배당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이다. 실제로 최근 3일간 홍콩에서 상하이 로의 투자는 핑안보험·다진철도·상하이자 동차 등 6개 주식에 전체 순매수의 53%가 집중됐다.
박성우 기자
BC카드가 ‘체크체크 연말정산’ 이벤트를 실 시한다. 내년 6월까지 체크카드 소득공제율 이 한시적으로 30%에서 40%로 증가함에 따 라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회원들에게 체크카 드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행사다. 이번 이벤 트는 11월 30일까지 BC카드 홈페이지에서 참 여신청을 한 회원 중 체크카드로 30만원 이 상 결제한 건에 대해 5000원 캐시백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인당 1회로 한정된 다. 12월 31일까지 BC카드 홈페이지에서 ‘체 크인 로또’에 응모한 회원 중 추첨을 통해 매 월 최대 100만 TOP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벤 트도 진행 중이다. ‘체크인 로또’는 결제금액 과 상관없이 체크카드 사용 고객이면 참여할 수 있으며 체크카드 이용 건수가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12월 31일까지 모든 BC카드 회원을 대상 으로 2~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도 제공한다. 별도의 신청 없이 할부거래가 가능한 모든 BC카드 가맹점에서 5만원 이상 사용하면 혜 택을 받을 수 있다.
22 Health Plus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JTBC ‘닥터의 승부’ 원년 멤버 민영일 원장
요즘 웰빙가에선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고혈압당뇨 환자, 자신의 병 사랑해야 장수
살 빼주는 주말‘잠 보충’
일러스트 강일구
임만 하기에 엄마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A는 귀가 후 간식을 먹으면서 숙제를 마치자니 최소 밤 11시30분이 넘어야 잠자리에 든다. 필자는 이런 아이들이 부모가 함께 지내는 주말에 수면을 보충한다면 비만 해소 등 건강관 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A에 게 필자는 “주말엔 반드시 가족이 함께 공원이 나 운동장에서 운동하고 PC 앞에선 1시간 이내 만 앉아 있으며 적어도 10시간 이상 숙면을 취 하라”고 당부했다. 그 결과 체중조절뿐 아니라 가족 간의 유대까지 좋아졌다. 잠을 적게 자는 것은 식욕과 어떤 관계가 있 을까. “시험 준비로 며칠 밤을 새우면 살이 좀 빠질 줄 알았는데, 체중은 하나도 안 줄었네요.” 입사시험 준비를 하던 한 환자의 말이다. 우리 몸엔 식욕과 관련 있는 호르몬이 몇 가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 포만 감·식욕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렙틴과 그렐린이 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이들 호르몬에 영 향을 미치게 되고 이에 따라 뇌는 ‘더 먹으라’는 신호를 계속 보낸다. 밤에 잠을 못 자면 더 먹게 되고 덜 움직이게 되니 체중이 줄 리 없다. 야심한 시간에 깨어서 하는 행동들은 하나같이 살이 찌기 쉬운 일들이 다. 몸의 각종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회인 수면시 간에 깨어 있다 보니 에너지를 평소보다 더 쓰 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밤 시간에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고열량의 간식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밤에 깨어 있는 동안 소비하는 칼 로리보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더 많아지는 셈이 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몸은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변하게 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3년째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2주에 한 번 방송국에 가서 오후 3시부터 밤 11시 가까 이 녹화한다. 다행히도 체력에 큰 부담은 없다. 출연자 중 나이가 가장 많아서인지 좌장 역할을 주로 한다.” 서울 강남의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73·소화기내과) 대표원장은 JTBC의 건 강 프로그램 ‘닥터의 승부’ 원년 멤버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건국대병원 등에서 명성을 떨친 복통(腹 痛) 명의. 20일 오후 원장실에서 만난 민 원장은 본 인의 건강 얘기부터 들려줬다. “키 1m73㎝, 체중 69㎏의 몸을 10년 이 상 유지하고 있다. 콜레스테롤·혈당은 정 상이지만 고혈압과 통풍, 어지럼증이 있어 약을 먹는다. 병이 있으면 약으로 잘 관리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낫는 병, 죽는 병 아닌 관리할 질병 환자 대상 교육 참여하는 것도 약
비에비스 나무병원
‘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뒤집으면 ‘수면 부 족은 만병의 근원’이다. 충분한 수면은 우리 몸 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대사·인지기능· 학습능력 등에 영향을 미쳐 우리가 건강한 삶 을 사는 것을 돕는다. 근육이나 각종 조직 등 신 체의 많은 부분에서 잠을 자는 동안 성장과 기 능 회복이 이뤄진다. 며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집중력·기억 력이 떨어지면서 멍한 상태가 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즉각적인 반응 외에도 장기적인 수면 부족이 고혈압·당뇨병 등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들이 수없이 제시됐다. 3년 전 필자의 연구팀은 수면과 어린이 비만 의 관계를 밝힌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아이들 역시 잠을 적게 잘수록 비만율이 높았다. 흥미 로운 사실은 주중에 잠을 적게 자더라도 주말 에 몰아서 잠을 더 잔 아이들의 비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주말만큼은 조금 더 재워서 숙면을 취하도록 해주는 것이 아이들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란 것이 연구의 결론이었 다. 여기서 주말 보충 수면은 주말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비만클리닉을 찾은 초등 5학년 남아 A의 하 루 얘기다. A 부모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 A는 학교 등교시간 직전까지 자다가 아침은 거의 먹 지 않고 학교에 간다. 점심 급식을 많이 먹고 수 업이 끝나면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들고 학원버스를 탄다. 중간에 패스트푸드로 저녁을 때운 뒤 두세 개 학원을 돌아다니다 밤 9 시에 집에 돌아온다. A가 그 시간까지 학원에 다 니는 것은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는 데다 집에 두니까 계속 냉장고 문만 여닫고 TV 시청·PC 게
CTMRI보다 손 진찰 유용할 수도 의사환자 스킨십이 치료 지름길 민영일 원장의 복통 원인 따라잡기 그는 질병을 조절하며 함께 사는 병, 낫 는 병, 죽는 병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당뇨병·고혈압 등이 조절하며 함께 사는 병에 해당한다. 이런 병은 “환자 대상 교육 이 곧 약이고, 환자는 자신의 병을 ‘사랑’ 해야 오래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폐렴 등 감염병과 대장 용종 등 수술을 통해 떼어낼 수 있는 병이 그가 말하는 낫 는 병이다. 죽는 병은 생애 딱 한 번 걸리게 된다. 췌장암·폐암 등이 여기 속하지만 최 근엔 폐암의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민 원장은 요즘 소화기내과 질환의 특징 으로 “대장암·유방암·역류성 식도염 등 서 구식 식사·비만과 연관된 질병이 크게 늘 고 있는 것”을 꼽았다. 대신 위암은 조금씩 줄고 있다고 했다. “위암의 감소는 젊은 세 대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이 낮아 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만을 ‘만병의 근원’이라고 본다.
배(복부)를 좌우상하로 4등분한 뒤 위치별로
^왼쪽 윗배 통증: 신장결석, 급성 췌장염,
나타나는 통증을 살피면 어떤 병 때문인지
위궤양, 강한 복부 충격으로 인한 비장 손상,
대략적인 진단 가능
대장에 가스가 찼을 때
^오른쪽 아랫배 통증: 맹장염(충수돌기염),
^왼쪽 아랫배 통증: 게실염, 신장결석
신장결석, 대장염, 여성의 나팔관과 난소질환
^갑작스러운 배 전체의 통증: 위장관 천공,
^오른쪽 윗배 통증: 담석증, 담낭염,
급성 복막염, 장 폐색, 궤양성 대장염,
바이러스성 간염
여성의 난소 낭종 파열, 자궁 외 임신
“신해철씨가 젊은 나이에 숨진 것도 살 을 빼기 위해 수술 받은 것이 단초가 되지 않았나. 비만은 질병이다. 비만 수술을 받 더라도 체중 관리는 일생 계속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설령 위의 용적이 (수술 로) 반으로 작아졌더라도 먹던 습관은 함 께 작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만은 대장암·유방암 등 암 발생 위험 도 높인다고 했다. “김자옥씨의 경우 원래는 대장암이었는 데 폐로 전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인(死
因)은 폐암이 아니라 대장암의 후유증으 로 숨졌다고 해야 맞다. 최근 국내에서 급 격하게 늘고 있는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 선 50대 이후 5년마다 대장암 검사를 받아 야 한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암의 ‘씨 앗’인 용종(폴립)을 떼어내면 되는데 차일 피일 검사를 미루다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 을 많이 봤다.” 민 원장은 청진기·촉진·10분 진료·나비 넥타이를 고수한다. “CT·MRI·내시경 등 고가의 진단 장비는
환자의 몸에 나타난 현상을 읽는 것이지 증 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증상을 파악 하는 데는 자세히 묻고(문진) 만지는(촉진) 것이 값비싼 검사보다 훨씬 유용하다.” 과거엔 흰 가운과 함께 의사의 상표였던 청진기가 최근 들어 거의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안타까워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 관계인 라포 (rapport) 형성이 중요하다. 의사와 환자 간 스킨십이 부족하면 라포가 생길 리 없고 이는 치료를 더디게 한다.” 의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환자에게 고가의 검사를 은근히 유도하는 것은 일종 의 ‘의료 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내가 눈만 몇 번 껌벅이면서 ‘암 검사를 해보라’고 하면 이를 따르지 않을 환자가 거의 없다. 나중에 검사해서 암이 아니라고 해도 오히려 (환자가) ‘고맙다’고 할 것이다. 양심적인 의사라면 과잉 검사를 절대 해선 안 된다.” 촉진·문진을 충분히 한 뒤 최소한의 검 사만을 환자에게 권유하는 의사가 그가 규 정하는 진짜 ‘명의’다. 민 원장은 10대 여성 아이돌 환자를 볼 때도 예외 없이 ‘마구’ 촉진하는 의사다. “촉진할 때 찬 손으로 갑자기 배를 만지 면 환자가 움찔하며 놀랄 수 있다. ‘차갑 다’는 느낌은 배를 긴장시켜 오진(誤診) 가 능성을 키운다. 내 손을 따뜻하게 한 후 촉 진하는 것은 그래서다.” 그는 “환자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 고 PC 화면에만 몰두하면서 ‘어디 아프세 요?’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어요?’ ‘(X 선) 사진 찍고 오세요’ 등 세 마디로 진료 를 끝내는 경우가 많은 우리 의료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최소 10분은 환자와 대화를 나눈다. 환 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얘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환자들이 느끼는 복통의 위치· 정도·유형 등만 귀담아들어도 진단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는 나비넥타이를 매는 의사로 유명하 다. 벌써 9년째다. “환자들이 내 이름은 몰라도 나비넥타 이는 기억한다. 보통 넥타이는 세탁을 자 주 하지 않으므로 온갖 세균의 온상이다. 넥타이를 통해 환자에게 인플루엔자(독 감) 등 병원체가 전파되기도 한다. 나비넥 타이는 위생적이다.”
환절기 건강 지키는 겨울 과일
겨울 딸기와 귤, 감기 막고 원기보충 추워지면 단맛 강해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비타민C 함유량
단위:㎎, 100g 기준
※ 하루 섭취 권장량: 100㎎
우리 선조에게 겨울은 비타민, 특히 비타민 C를 섭취하기 힘든 계절이었다. 기껏 김장 김치를 통해서나 비타민C를 보충했다. 겨울에 비타민C를 제공하는 대표 과일은 귤과 딸기다. 귤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 하는 과일이다. 비타민C가 100g당 44(조생 종)∼48㎎(보통종)이나 들어 있다. 귤은 대 부분 생과로 먹으므로 비타민C가 도중에 소실·파괴될 일이 거의 없다. 비타민C는 매 년 10월께 출시되는 조생종 귤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는 시기에 채취한 것에 더 많다. 귤 을 피부 건강, 겨울철 감기 예방, 스트레스 해소, 담배의 독성 완화에 이로운 과일로 보 는 것은 비타민C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헤스페리딘이란 성분도 돋보인다. 모세 혈관을 튼튼하게 해 주는데, 주로 귤의 속 껍질에 들어 있다. 고혈압·동맥경화 등 혈
44(조생종) ~48(보통종) 귤
71(개량종) ~82(재래종)
딸기
관질환 환자에게 귤을 속껍질째 먹으라고 권하는 이유다. 귤은 익으면서 산(酸)이 적어지고 당 (糖)이 많아져 신맛보다 단맛이 강해진다. 귤의 단맛은 설탕·과당, 신맛은 유기산의 일종인 구연산의 맛이다. 약간 신맛이 도는 귤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구연산이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로를 풀어 주고 피를 맑게 해 준 덕분이다.
껍질엔 비타민C가 과육보다 더 많이 들 어 있다. 한방에선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 람에게 말린 귤껍질(진피)로 만든 진피차 를 권한다. 진피차는 식욕을 북돋우고 설 사·기침·구토를 멎게 하며 이뇨(利尿) 효과 를 나타낸다. 과육과는 반대로 몸을 따뜻 하게 한다. 한방에서 몸이 차가운 냉증 환 자에게 진피차를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과거에 딸기는 봄의 끝자락에나 맛볼 수 있는 과일이었으나 요즘은 겨울딸기가 대 세다. 2006년에 제정된 ‘베리데이(Berry’s day·딸기의 날)’가 겨울인 2월 11일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겨울딸기는 봄딸기보다 맛이 더 달다. 당분 함량이 높고 신맛이 적어서다. 기온 이 떨어지면 딸기가 천천히 익는다. 따라서 양분의 소모는 줄면서 당분이 축적되는 시 간은 길어져 단맛이 강해진다. 또 날씨가 추우면 딸기의 신맛 성분인 유기산이 감소
한다. 농촌진흥청의 조사 결과 겨울딸기의 당 함량은 봄딸기보다 최고 17%나 높았 다. 반면 유기산 함량은 1월산이 4월산보 다 낮았다. 서양에선 고대 로마시대부터 딸기가 건 강에 유익하다고 믿었다. 우울감·의기소침· 염증·열·신장결석·통풍·관절염을 호소하 는 사람에게 이롭다고 알려졌다. 민간에선 치석이 있으면 딸기주스 양치액으로 입안 을 헹구고, 피부 미용을 위해 딸기를 얼굴 에 문지르기도 했다. 딸기의 대표 영양소는 비타민C다. 100g 당 비타민C 함량이 개량종은 71㎎, 재래종 은 82㎎에 달한다. 비타민C의 하루 섭취 권 장량이 100㎎이므로 딸기 예닐곱 개만 먹 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딸기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유익하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이 풍부해서다.
Sports 23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나이 들면 더 필요한 코어근육 만들기 <중>
맨몸으로‘앉으나 서나’온몸 근육 늘리는 최고 운동 연말이 다가오면서 송년회 등 회식 자리도 늘었다. 많은 직장인이 ‘회식 장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냐 아니냐’를 두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바닥에 앉으면 몇 분만 지나 도 발끝부터 등줄기까지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파 오기 때문이다. 앉았다 일어설 때는 무릎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민망할 때도 있다. 좌식생활을 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의 자에서 주로 생활하기 때문에 하체도 빈약하다. 몸의 중심을 키우면서 하체를 잘 활용하는 운동법을 알아봤다. 코어근육 만들기 두 번째 순서로 웨이트트레이닝의 하나인 스쾃 (Squat) 운동법을 소개한다.
배명구 스포츠 칼럼니스트
전문가들은 근력을 강화하고 근육량을 증가 시키는 데 스쾃이 단연 최고라고 입을 모은 다. 하지만 운동 매니어들도 스쾃은 기피하 는 경향이 있다. 힘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번 할 때 수많은 근육을 동시에 사용하다 보 니 몇 차례만 반복해도 숨이 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쾃은 빼놓을 수 없는 운동이다. 스쾃은 인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밀접 하게 연관돼 있다. 일상생활에서 앉았다 일 어나는 동작이 바로 스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의자에 앉았다 일어날 때, 물건을 주울 때, 어른께 절할 때도 스쾃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한국인은 좌식 변기가 도입되 기 전까지 대변을 볼 때에도 스쾃을 수행해 야 했다. 사무실에 묶여 있는 시간이 늘면서 현대인 은 하체 근력과 유연성을 많이 잃게 됐다. 나 이가 들면 근력과 유연성, 균형감각은 더욱 떨어진다. 스쾃을 하게 되면 앉았다 일어나 는 동작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스쾃은 하체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전 신운동이다. 특히 역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할 경우, 하체 근육 전체(허벅지·엉덩이·종아리) 와 코어근육 발달에 큰 보탬이 된다. 또 어깨 와 팔에도 자극을 주니 근육량의 증가를 가 져오는 데에는 최고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근육을 동시에 사용하는 능력도 증가시 킨다. 심폐지구력 향상, 지방 연소, 골밀도 증 가에도 도움을 준다. 일단 스쾃은 평소에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자신의 체중을 이용 해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전부이기 때문이 다. 다만 방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칠 위 험이 있다. 등 곧게 펴지 않으면 부상 위험 높아 일단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며 워밍업을 해 야 한다. 스쾃은 신체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운동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기본 자세는 다음과 같다. 발을 어깨보다 약간 넓게 해서 선다. 이때 발끝이 약간 바 깥쪽을 향하게 한다. 가슴을 반듯하게 세우
3
X 1
골밀도 향상, 심폐지구력도 강화 양발 끝은 바깥 향하게 벌려주고 엉덩이 최대한 내려야 무릎 덜 아파 중장년도 수시로 스쾃 운동 필요
X 2
고 운동을 하는 동안 등이 구부러지지 않게 한다. 의자에 앉듯이 몸을 내린다. 이때 허벅지 가 바닥과 수평이 되는 각도보다 더 내려가 기를 권한다. 바닥에 도달하면 엉덩이에 힘 을 가해 일어나서 원위치로 돌아온다. 운동 하는 내내 몸통의 긴장을 유지하도록 한다. 스쾃처럼 힘든 운동에서는 호흡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앉으면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일 어서면서 의식적으로 숨을 힘차게 내쉬도록 한다. 이상과 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초보자의 경우 세트당 15~20회, 2~3세트 를 하는 게 좋다. 세트와 세트 사이에는 1분 정도만 쉬는 게 좋다. 근육이 자리를 잡는 시 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2~3번 정도 하는 것을 권한다. 다리 길거나 근육 뻣뻣하면 조심 스쾃은 신체의 많은 관절과 근육을 사용하 는 운동이다.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자세가 무너질 수 있다. 동작 을 잘못 취하면 부상당할 위험이 높기 때문 에 다음 주의사항을 꼭 기억해야 한다. 첫째로 등과 가슴을 펴야 한다. 스쾃 도중 목이나 등이 앞으로 구부러지게 되면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척추에 큰 무리가 오게 돼
위험하다. 이런 자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머 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가슴은 앞으로 내밀어 야 한다(사진 1). 둘째, 엉덩이를 내밀어야 한다. 무릎을 구 부리면서 앉을 때 엉덩이를 뒤로 내밀면서 해 야 무릎과 허리 아랫부분에 무리가 덜 간다. 그리고 발 앞쪽이 아닌 뒤꿈치에 무게중심을 실어야 안정적으로 스쾃을 수행하고, 더 깊 숙이 앉을 수 있다. 스쾃의 깊이도 적절해야 한다. 어느 정도 바닥에 가깝게 앉느냐가 곧 스쾃의 깊이다. 엉덩이 근육의 유연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엉 덩이를 바닥에 가깝게 할수록 허벅지보다 강 한 엉덩이 근육이 운동을 주도한다. 무릎에 도 무리가 덜 간다. 다만 초보자나 덜 유연한 경우에는 자신의 유연성이 허락하는 범위까 지만 내려가고, 무릎과 허리에 통증이 생기 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릎이 발가락 앞으로 너무 나가게 되면 무릎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특히 다리가 긴 사람과 근육이 뻣뻣한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무릎이 몸 안쪽으로 접히게 되면 무릎 에 큰 부상이 올 수 있으므로, 다리와 발가 락을 약간 벌리고 스쾃을 수행하도록 하자 (사진 2). 자신의 체중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사람은 무게 나가는 물건을 들고 스쾃을 할
수 있다. 역기를 등에 메고 하는 바벨 백 스쾃 (barbell back squat)이 가장 흔한 형태다. 운동하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역기 대신 아령을 들고 하거나 배낭을 메고 해도 비슷한 운동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체력 약하면 문 문의자에 의지해도 좋아 기초체력이 약해서 도구 없이 자신의 체중만 으로는 스쾃을 하기 힘들 경우, 여러 가지 보 조기구를 써서 기본동작을 익힌 뒤 본격적인 스쾃의 기초로 활용해도 좋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거나, 의자나 문을 붙잡고 스쾃의 동작을 연습하는 것도 초보자에게 있 어 체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사진 3). 40대 이상은 인대와 관절이 약해지기 시작 하고, 골밀도가 낮아 스쾃 같은 다관절 운동 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허리나 무릎에 질병을 앓았거나 통증이 진행 중인 경우엔 반드시 의사와 먼저 상의 해야 한다. 사전에 별다른 병이 없다면 스쾃은 장점이 많은 운동이다. 다만 중장년층이라면 자신의 능력과 상태에 맞춰서 운동하고 충분히 휴식 을 취해야 한다. 가벼운 무게를 들고, 주의사 항을 지켜 올바른 자세로 운동하는 것이 중 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체중만을 이 용한 스쾃도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다고 한 다. 일상에서 자주 스쾃 동작을 취해주는 것 만으로도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
배명구 스포츠 칼럼니스트. 서울대 정치학과·서울 대 행정대학원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석사를 했다. 52세의 나이에도 키 1m79cm, 몸무게 72kg, 체지방 12%를 유지하며 주위에 자신만의 건 강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성호준의 세컨드샷
채를 든 골프 거인과 펜을 든 골프 거인의 충돌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골프계의 두 거인이 충돌했다. 골프 황제 타 이거 우즈와 85세의 골프 기자 댄 젠킨스(미 국)다. 우즈는 젠킨스가 골프다이제스트 잡 지에 쓴 ‘우즈와의 (가짜) 인터뷰’라는 기사 에 대해 발끈했다. 플레이어스 트리뷴이라는 웹사이트에 그는 “사실도 아니고 재미도 없 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우즈는 “(가끔 씩은)나에 대한 잘못된 보도에 그냥 넘어갔 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다. 이것은 벨트 아래 를 가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젠킨스도 거물이다. 골프채가 아니라 펜으 로 먹고사는 사람 중 세 명이 골프 명예의 전
당에 들어갔는데 살아 있을 때 들어간 이는 담배를 물고 있을 때 그 젠킨스 혼자다. 그는 골프뿐 아니라 미국 스 의 촌스러운 헌팅캡은 포츠 기자 전체의 부러움을 받는 인물이다. 시가를 문 혁명가 체 게 60여 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직접 쓰지 않 바라의 베레모처럼 보이 는다. 말만 하고 비서가 받아 친다. 진짜 ‘기 기도 했다. 2012년 디 오 댄 젠킨스 자님’이다. 젠킨스는 메이저대회 취 픈 챔피언십 때에는 재를 221번 했다. 선수의 출전 횟 텐트가 들썩거리는 엄청난 바람 속에서 수로 가장 많은 건 잭 니클라우스 도 기어이 담배에 불을 붙여내는 기술로 로 163번이다. 젠킨스가 58번 더 참 필자를 놀라게 했다. 가했고 앞으로 격차는 더 벌어질 우즈젠킨스의 충 것으로 보인다. 우즈는 72회 참 돌사건은 우즈의 과 가했다. 민반응이라는 것이 기 마스터스 기자실은 지정석 자의 생각이다. 대통 을 운영한다. 중앙일보 자리 세 령이든 누구든 조롱 칸 앞이 그의 자리다. 고령인데도 하고 씹어댈 수 있는 타이거 우즈 젠킨스는 아직도 담배를 피운다. 곳이 미국이다. 스포츠 스타도
예외가 아니다. 젠킨스는 가짜 인터뷰라고 명 확히 밝혔다. 그래도 젠킨스 편을 들고 싶지는 않다. 그 는 인종차별적이다. 젠킨스는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과 중국음식점 을 비교하는 농담을 했고, LPGA 투어의 한 국 선수들을 두고 “영어를 못하는 선수가 우 승한다” “방콕이나 필리핀에서 왔을 수도 있 는데 내 생각엔 그녀가 한국인 같다”는 등의 트위터 멘션으로 항의를 받았다. 그는 벤 호 건과 아널드 파머를 흠모하는 듯하고 타이거 우즈에게는 처음부터 삐딱했다. 더 아쉬운 건 재미가 없다는 거다. 젠킨스 는 무소불위의 선수 권력인 우즈, 잭 니클라 우스가 아프도록 강펀치를 날리곤 했는데 이 번 펀치는 힘이 없다. 우즈의 이혼 사건, 짠
팁, 잦은 해고 등 오래전 얘기를 재탕한 데다 풍자가 세련되지도 않았다. 우즈가 “재미없 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된다. 같은 스포츠 기 자로서 힘이 빠진 노병을 보는 것 같아 안타 깝다. 이번에 우즈가 글을 기고한 플레이어스 트 리뷴이라는 웹사이트도 눈길을 끈다. 선수 들이 기존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목소 리를 직접 담아내겠다며 만들어진 사이트다. 뉴욕 양키스에서 은퇴한 데릭 지터가 만들었 다. 저널리즘에 또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린 것 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좋은 것이 든 나쁜 것이든 대중이 원하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젠킨스가 나이를 이길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그게 대세라면 풍자의 시대와 는 안녕이 되는 것이다.
김춘식 기자
myeonggoobai@naver.com
24 Column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김미경의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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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영의 오뚜기 삶
너무 일찍 느낀 삶의 무게, 너무 일찍 맛본 성공추락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
처음엔 아닌 줄 알았다. 어느 날 소셜네트워 크서비스(SNS)를 통해 느닷없이 날아온 메 시지 하나. ‘원장님, 안녕하세요? 저 현진영 입니다. 저도 원장님 팬이에요’. 당연히 동명 이인이겠거니 했다. 현진영처럼 자기 고집과 똘끼(?) 가득해 보이는 사람이 내 강의를 듣 는 장면은 왠지 상상이 안 됐으니까. 그런데 잊을 만하면 자꾸 말을 시킨다. 혹시나 싶어 들어가 봤더니 ‘진짜’ 현진영(42)이었다. 오 마이 갓. 그가 누군가. 1990년대를 들었다 놨다 한 힙합음악의 대부. 힙합과 랩을 한국의 대중 음악계에 처음으로 소개하고 정상까지 끌 어올린 ‘전설’이다. 우리 또래들 중 한 번쯤 모자 티 뒤집어쓰고 폴짝폴짝 토끼 춤을 안 춰본 사람이 있을까. 반가운 마음에 일단 만 나서 얼굴이나 보자고 했다. 그런데 직접 만 난 현진영은 생각보다 더 ‘이상’했다. 아무 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런 말을 툭툭 하는 것 이다.
를 만들어 불모지였던 한국에 재즈음악을 전 파했던, 뼛속까지 뮤지션이었다. 현진영은 음 악적 재능뿐만 아니라 고집과 자존심까지 아 버지에게서 배웠다. 유력 정치인이 잔치에 연 주가 아닌 ‘반주’를 요구하자 당시 수천만원 을 호가했던 재즈 오르간을 망치로 부숴버린 사람이었다. 게다가 어린 현진영이 자랐던 곳 은 외국인들만 살았던 한남동의 유엔 빌리지. 당시의 춤꾼들이 어렵게 구한 해외자료를 보 면서 춤을 연구할 때 그는 옆집의 흑인 친구랑 ‘놀면서’ 본토의 비보잉을 배웠다. 이미 10대 시절에 그보다 더 힙합을 이해하고 완벽하게 구현하는 댄서는 없었다.
애 끝에 예쁜 아내와 결혼도 했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서 수많은 곡들을 만들었고, 재능 있는 후배들을 프로듀서로 키워내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뮤지션으로서의 열정, 혹은 ‘똘 끼’는 더더욱 충만해졌다.
부잣집 아들에서 끼니 걱정 소년가장으로 이런 재능과 열정에 불을 붙인 것은 ‘절박함’ 이었다. 현진영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소년가 장이었다. 어마어마한 부잣집에서 태어났지 만 어머니의 오랜 투병으로 가세가 기울고, 아버지마저 몸져누웠다. 순식간에 전기가 끊 기고 쌀이 떨어졌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춤추
살기 힘들어 자살 시도했다 실패 SM 1호 기획 스타로 새로운 삶
재즈 연주자 아버지 덕에 힙합 생활화 “결국 인생은 ‘숨쉬기 위해 사는 것’ 같아요.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도, 무엇인가를 갖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에요. 당장 이 순간 숨을 쉬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으니까요. 그걸 알고 나니까 나에게 오는 고통이나 슬픔도 덤덤하 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생겼죠. 그 모든 것은 숨 쉬고 있기 때문에 거쳐 가는 ‘과정’이 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거의 말하는 경지가 ‘도인’ 수준이다. 극심 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 대 할 수 없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숨을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당연한 일 이다. 그 위에 수많은 욕망과 소유물을 천 층 만 층 쌓아놓는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숨 쉬 는 소중함을 알려면, 그 위에 탑처럼 쌓인 모 든 것들이 무너져야 가능하다. 그렇게 보면 현 진영처럼 쌓고 무너뜨리고를 반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어떤 이들은 마치 그 일을 위해 태어난 것처 럼 보인다. 그가 딱 그렇다. 아버지는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국내 최초로 재즈밴드
성공에 취해 마약 손댄 뒤 감옥행 엄마 보고 싶어 만든 노래로 재기 가수에서 프로듀서 양성 사업가로 변신한 현진영이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김미경 원장 집필실에
는 것밖에 없던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댄스팀 을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먹고사는 게 너무 힘들어 한강 다리에서 두 번이나 몸을 던졌지 만 기적적으로 살았다. “동호대교에서 하염없이 울다가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보면서 몸을 날렸어요. 물속으로 막 내려가는데 발이 땅에 닿는 거예요. 그 순 간 갑자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헤엄 쳐서 나왔죠. 젖은 몸으로 다시 그 다리를 건 너 집으로 가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구나. 그렇다면 그냥 살자.” 그렇게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힘겹게 숨만 쉬던 아이는 몇 년 후 이수만 회장을 만나 SM 엔터테인먼트의 1호 가수가 됐다. 열여덟이 라는 나이에 데뷔를 하고 ‘슬픈 마네킹’이라 는 노래로 일약 스타가 됐다. 당시 너무나 생 소한 랩과 힙합, 토끼 춤 같은 힙합댄스로 대
서 롤러코스터 같았던 자신의 삶에 대해 털어놓고 있다.
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제 최정상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 에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꺼번에 쏟아 지는 돈과 관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사람에게도 사계절이 있다면 그는 봄의 문턱 에서 느닷없이 가을을 맞이한 것이다. 치열한 여름을 거치지 못한 가을의 열매는 허깨비와 같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그는 또다시 몸을 던졌다. 이번엔 마약에 손을 댄 것이다. 한 번 구치소에 갔다 와 보니 그가 가 졌던 모든 것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삼 각김밥으로 하루를 버티며 미친 듯이 곡만 썼 다. 그렇게 6개월 동안 만든 곡이 바로 ‘흐린 기억 속의 그대’였다. “어느 날 클럽에서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사진작가 김도형]
서 춤추는 사람들을 보는데 당장 내일도 어떻 게 될지 모르고 힘드니까 엄마가 보고 싶더라 고요. 그런데 오래돼 기억이 안 나서 더 슬펐 죠. ‘흐린 기억 속의 그대’는 그런 엄마를 생 각하며 만든 곡이었어요.” 당시 ‘11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 곡의 모티브가 ‘엄마’였다니. 그가 엄마를 대면한 곳은 산소 앞도, 영정 사진 앞도 아닌 나이트클럽이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 없이 성 공하고 모욕을 대면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 을까. 얼마나 아팠으면 현란한 불빛 속에서조 차 떠나간 엄마가 그리웠을까. 그리고 2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인 생의 무게가 버거워 다리에서 몸을 던졌던 소 년은 이제 ‘숨만 쉬어도’ 행복한 어른이 됐 다. 그동안 새로운 앨범도 발표했고, 13년 열
후배 키우다 파산했지만 음악 안 접어 아내 속을 징글징글 썩일 때가 한두 번이 아 니다. 특유의 미성을 중저음으로 바꿔보려고 일부러 살을 130㎏까지 찌운 얘기는 유명하 다. 최근에는 막장 인생이라는 주제로 곡을 만들겠다며 탄광촌을 찾아다니고 3주 동안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다. 남들에게는 ‘미친 짓’이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게 음악은 삶, 그 자체를 담는 일이기 때 문이다.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고, 자신의 인 생을 추억하게 하고, ‘나도 저랬는데’라는 말 이 나오게 하려면 그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단다. 당연한 일인데 왜 이해를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되레 불만스러 운 얼굴이다. 최근에는 대형 사고까지 쳤다. 후배들을 프로듀서로 키우는 회사를 운영하다 10억원 넘는 돈을 날리고 파산한 것이다. 아버지를 닮아 뼛속까지 뮤지션인 사람이 사장 역할을 잘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도 그런 자신을 너 무 잘 안다. 그럼에도 음악이 좋아 멈출 수가 없었단다. 사람이 자신만의 마이웨이를 가기 위해 서 갖는 모든 장점들은 또 다른 면에서는 엄 청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 과 재능, 꺾이지 않는 고집은 지금의 현진영 을 만들었지만, 그 때문에 다른 것을 돌아 보지 못하게 하는 독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음악을 포기할 수 없다. 하고 싶은 것 도, 할 줄 아는 것도 그를 숨 쉬게 하는 것도 오직 음악 하나밖에 없으므로. 다만 그 음 악에 대한 애정 때문에 다른 길까지 막혀 너 무 외로워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 걱정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가 천진하게 웃는다. “지나간 인생의 굴곡들이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다시 제 음악의 영감과 소재로 돌 아와 줬어요. 정말 행운이죠. 지금의 어려움 도 언젠가 또 다른 제 음악의 재료가 될 거라 고 믿고 있어요. 그러면 정말 숨 쉴 만해진다 니까요.(웃음)”
김대수의 수학 어드벤처
불가사의 < 무량대수 < 구골 ‘억수로 큰 수’도 계급이 있다 <10의 64제곱>
<10의 68제곱>
<10의 100제곱>
[문제 1] 2를 30번 곱한 수, 즉 2의 30승에 가 김대수 교수
장 가까운 값은 다음 중 어느 것일까요?
한신대 컴퓨터공학부
(1) 10만 (2) 100만 (3) 1000만 (4) 10억 [문제 2] 연산 기호 ★을 다음과 같이 약속하 였을 때 다음 수식의 값은 얼마일까요? 6★8=4
3★4=7
9★5=4
7★8=5
4★7=? [문제 3] 다음 각 박스 안의 세 숫자 사이의 관 계를 살펴보고 물음표에 들어갈 적당한 수를 구하시오. 2
4
3
7 6
8 8
11
5
4
7 10
6 ?
5
6
8 11
학창 시절 순열·조합과 더불어 계승(階乘) 또는 팩토리얼(factorial)이란 개념을 접한 기억이 날 것이다. 느낌표와 같은 부호를 쓰 는 n!은 1부터 n까지의 자연수를 차례로 모 두 곱한 값이다. 따라서 1!=1, 2!=2, 3!=6… 등인데 10!인 경 우에는 3,628,800으로 수가 커진다. 20!의 경 우에는 19자리 수, 30!은 33자리 수, 40!은 48 자리 수, 50!은 무려 65자리 수의 어마어마하 게 큰 수가 된다. 그러면 두뇌 스포츠인 바둑에서의 경우의 4 6 수는 얼마나 될까? 바둑은 가로와 세로가 각 ? 각 19칸으로 돌을 놓을 수 있는 위치는 361 개다. 그런데 흑과 백이 교대로 두게 되므로 이론상 361! 정도로 엄청 큰 숫자다. 참고로 253!은 500자리 수이고 450!은 1000자리 수
에 해당하는데, 1000!의 경우에는 그림과 같 이 4 × 10의 2567승에 해당한다.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양을 ‘억수로 많다’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인도 사람들은 갠지 스강 유역 모래알의 총 개수 단위를 ‘항하사’ 라고 불렀는데 10의 52승에 해당한다. 그것보 다 큰 ‘불가사의’는 10의 64승, ‘무량대수’는 10의 68승을 나타낸다. 한편 서양에서의 엄청나게 큰 수로는 1940 년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스 카스너가 저술 한 수학과 상상이란 저서에 적힌 ‘구골 (googol)’인데, 10의 100승을 나타내며 이를
쉽게 표현하면 1을 적고 그 뒤에 0을 100개 적 는 수다. 그 외에도 10의 10승의 100승인 ‘구 골플렉스(googolplex)’를 비롯한 여러 가지 큰 수들이 있다. 구글(Google)은 1998년 수학적 값 체계와 연계한 ‘페이지 랭크’라는 독창적인 검색 알 고리즘을 개발해 급성장한 세계 최대의 인터 넷 검색 서비스 회사인데, 아주 큰 수를 뜻하 는 수학 용어인 ‘구골’에서 회사 이름이 유래 됐다고 한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 이지는 ‘세상의 모든 것을 검색할 수 있다’ 는 뜻으로 회사 이름을 구골로 내정했다가 인터넷 도메인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이름인 구글로 등록했기 때문에 구글이 됐 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의 크레이(CRAY)란 수퍼 컴퓨 터는 1초에 100억 개 정도의 명령어를 수행 할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른 타이탄(Titan)이란 수퍼 컴퓨터는 1초
에 10의 16승에 해당하는 1경7590조 번의 연 산을 할 수 있다니 상상 속의 큰 수도 첨단 수 퍼 컴퓨터를 통해 다룰 수 있을 날이 점차 가 까이 오고 있다. [문제 1]에서 2를 10번 곱하면 1024이므로 대략 1000으로 생각하면 2의 20승은 1000을 두 번 곱한 셈이므로 100만, 2의 30승은 그것 의 천 배인 10억 남짓 되는 수다. [문제 2]에서 ★연산은 두 수를 더한 값의 일의 자리 수만 나타냄에 착안한다. [문제 3]에서는 위의 왼쪽 값에다 5를 더하 거나, 또는 위의 오른쪽 값에다 3을 더하면 아래의 값이 되는 규칙을 파악한다. 정답 [1] (4)번 [2] 4 + 7 = 11 중 1 [3] 4 + 5 = 9 또는 6 + 3 = 9
Science 25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김대식의 Big Questions 34 인간 세상의 선과 악
선악 공존은 인간의 선택 자유 위한 ‘신의 장치’인가 김대식 KAIST 교수뇌 과학자 daeshik@kaist.ac.kr
추운 겨울밤이었을까? 아니면 무더운 여름 밤? 좁지만 아늑한 방에서 아빠·엄마·딸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월 급 받으면 새 옷 사준다고. 일요일엔 다 함께 동물원에 가자고. 딸은 커서 아빠 같은 남자 랑 결혼하고 싶다고. 갑자기 세 남자가 방에 들이닥친다. 활짝 열려 있는 창문을 넘어 말 이다. 냉담하게, 아무 말 없이 남자들은 아빠 를 고문하고 엄마를 강간한다. 은행원 옷차림 의 남자는 목매달려 발버둥치는 아빠의 손을 비틀고 있다. 소란 피우지 말고 빨리 죽기나 하라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모자 를 내려쓴 남자. 아무리 버둥거려봐야 소용 없다! 남자 왼팔에 잡혀 모든 것을 바라봐야 만 했던 딸. 아이에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 질까? 4개월 새 100만 명 사망한 ‘솜 전투’ 독일 ‘신 객관주의(Neue Sachlichkeit)’ 화 가 막스 베크만의 ‘밤’이란 작품이다. 왜 가 족은 이렇게 처참한 죽음을 당해야 할까? 남 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왜 이런 악마 같은 짓을 저지르는 것일까? 이들의 사악함은 어 디서 오는 것일까? 인간의 사악함. 베크만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100년 전 여름 수 백만 명의 프랑스·러시아·영국·독일 청년들 은 환호와 웃음 아래 전쟁터로 향한다. 그리 고 그들 모두 굳게 믿었다. 길어야 두 달이면 전쟁은 끝날 거라고. 자신은 선하고 남은 악 하기에, 정의는 당연히 자신들의 편이라고. 말끔한 은행원 모습의 중산층 서민이던 막스 베크만 역시 군대에 지원해 위생병으로 일하 게 된다. 하지만 베크만이 경험한 전쟁은 모두가 꿈꾸던 ‘선하거나 화려한’ 전쟁이 아니었다. 긴 총검을 앞세운 군인들은 서로 팔짱 낀 상 태의 팔랑스(phalanx) 형태를 유지하며 전 진한다. 그들은 잊었던 건가? 이미 19세기 말 에 분당 500발씩 쏠 수 있는 ‘맥심(Maxim)’ 기관총이 발명됐다는 사실을? 헬멧도 위장 도 없이 기관총과 대포를 향해 진격하던 보 병들. 1916년 7월에서 11월까지 진행된 ‘솜 전투(Battle of Somme)’에서만 무려 100만 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는다. 맥심 기관총에 맞아 죽어가는 병사들은 위생병 베크만에 게 살려 달라고 부르짖었을 것이다. 터진 배 에서 튀어나온 내장은 병사의 목을 졸랐다. 뒤틀어지는 팔다리를 잡아주는 것 외엔 아 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위생병 베크만은 빌 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란 피우지 말고 차 라리 빨리 죽으라고.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소용없다고….” 식민지! 기관차! 만물박람회! 문명의 절정 에 서 있다고 믿었던 유럽의 모든 베크만들 은 ‘문명’이란 종이보다 얇은 껍질 아래 감춰 졌던 인간의 역겨운 진실을 보게 된다. 튀어 나온 내장, 살육, 무의미한 좌절. 참혹한 장면 볼 수 없어 눈 멀게 한 화가 어디 제1차 세계대전뿐이겠는가? 1258년 칭기즈칸의 손자 훌라구(Hulagu Khan) 는 15만 대군을 이끌고 바그다드를 함락하 는 데 성공한다. 이슬람 역사상 가장 찬란했 던 압바스 왕조(Abbasid)의 수도 바그다드. 100만 명 넘는 시민에 셀 수 없는 모스크, 상 점, 궁전들. 그리고 왕실에 있던 ‘지혜의 집 (Bayt al-Hikma)’. 아라비안나이트의 주 인공으로도 유명한 칼리프 하룬 알라시드 (Harun al-Rashid)가 설립한 ‘지혜의 집’ 은 당시 지구 최고의 대학이자 연구소였다. 여기엔 이슬람·페르시아·산스크리트 원서 들뿐 아니라 서유럽에선 이미 오래전에 사
우주 급팽창 이론이 가설하는 무한의 다중우주들.
족함’이듯 악이란 단순히 ‘선의 부족함’이기 에 세상에 독립적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악’이라 불리든, ‘선의 부족 함’이라 불리든, ‘하하 호호’라 불리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 정도 말장난으로 만족할 라이프니츠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자유 의지 를 가진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기 위해 ‘악’이 존재하는 것일까? 독일의 작가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 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가 노래하 지 않았던가. 자신이야말로 “언제나 악을 원 하지만 결국 선을 달성하는 힘의 한 부분”이 라고. 그렇다면 ‘선’과 ‘악’의 싸움은 어차피 ‘선’의 승리로 끝나게 돼 있는 ‘짜고 치는 고 스톱’이란 말인가? 역시 뭔가 찝찝하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상상할 수 있는 우주의 개 수는 무한이다. 하지만 실질적 우주는 단 하 나뿐이다. 신은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시다. 그 렇다면 이 단 하나의 우주는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우주 중 가장 뛰어난 우주일 것이 다. 라이프니츠는 고로 결론 내린다. 악을 포 함한 우리의 우주는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 든 우주 중 가장 최고라고.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인간의 추한 진실을 목격한 독일의 화가 막스 베크만(Max Beckmann)의 ‘밤’, 1918~1919년께 작품.
자비롭고 전지전능해야 할 신이 선악 공존하게 한 이유 알쏭달쏭 악을 막지 않는 신은 자비롭지 않고 악을 허락하면 전능하지 않은데
이탈리아 화가 안드 레 아 만 텐냐 ( A n d r e a Mantegna)의 1490년 작품. 수난과 죽음을 통해 인류를 구원한 ‘죽은 그리스도’.
라진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과학·의학서적 들이 보관돼 있었다. 종교·민족·나이 차별 없 이 모든 학자에게 열려 있던 ‘지혜의 집’. 항 복하라는 훌라구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던 바그다드의 운명은 처참했다. 100만 명 가까 운 시민이 학살당하고 수백 년 넘은 궁전·모 스크들과 함께 ‘지혜의 집’ 역시 흔적도 없 이 사라진다. 시체들의 피로 이미 붉어진 티 그리스(Tigris) 강물은 강에 던져진 고서 수 십만 권의 잉크로 인해 다시 검은색으로 변 했다고 한다.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Orhan Pamuk)의 책 내 이름은 빨강에 등장하 는 바그다드의 화가. 모스크 탑에 숨어 간신 히 목숨을 건진 화가는 일주일 동안 밤낮으 로 벌어지는 지옥 같은 장면을 보게 된다. 자 신의 친구·스승·제자의 죽음을 보면서도 아 무것도 할 수 없었던 화가는 신에게 울부짖 는다. 제발 저 짐승 같은 훌라구의 병사들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내가 믿는 당신이 진정 으로 존재한다면 제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이 아니게 해 달라고! 그것이 불가능하 다면 내 눈으로 내 아내와 아이들의 목이 잘 리는 모습만은 보지 않게 해 달라고. 하지만 신은 대답하지 않았고 화가는 그 모든 것을 보게 된다.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눈 을 감아보지만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모든 장면을 말이다. 결국 그는 마지막 기도를 한 다. 내 눈을 멀게 해 달라고. 저 아래에서 벌 어지는 장면들을 보지 못하도록. 하지만 멀 기는커녕 더 멀리, 더 섬세히, 더 참혹한 장면 들을 보고야 마는 화가는 결국 자신의 손으 로 자신의 눈을 멀게 한다. 우리 우주가 최고의 우주인가 군인들의 채찍, 이마를 찌르는 가시관, 손·발 을 뚫는 무시무시한 대못들. 그리스도의 수 난과 죽음을 통해 인류가 구원됐다고 믿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인간의 수난을 통해 얻는 건 무엇인가? 물론 페르시아의 예 언자 마니(Mani·215∼276년)가 주장했듯이 “선과 악은 그냥 빛과 어둠같이 우주의 두 가 지 본질적 원소들”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파르티아 제국의 수도 크테시폰(Ctesi phon) 근처에서 태어났다는 마니는 선과 악의 독립성을 깨닫고 인도에서 힌두교를 공부한다. 고향으로 돌아와 조로아스터교· 힌두교·기독교·유대교를 혼합한 ‘마니교 (Manicheanism)’를 만들고 십자가에 매 달려 죽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선이 악을 완 전히 소멸시킬 수 없고, 악이 선을 소멸시킬 수 없기에 인간은 이 독립적인 둘 간의 영원 한 싸움의 희생양이라고. SF(사이언스 픽 션)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서 자주 들어본 말이기도 하다. 마니의 신은 악을 이길 수 없는 존재지만 신은 당연히 전능하고 전지하고 자비로우셔 야 하지 않는가?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원하지 않지만 허락 해야 한다면 신은 전능하지 않다. 거꾸로 악 을 막을 수 있지만 막지 않는다면 신은 자비 롭지 않다. 악을 막지도 못하고 악을 원하기 까지 한다면 우리가 믿는 신이 아닐 것이다. 악을 원하지도 않고 막을 수도 있기에 우리 가 굳게 믿는 신이시다. 그렇다면 신이 존재 하는데 어떻게 세상에 악이 존재할 수 있는 가? 결국 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논 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 문제는 17세기 독 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를 통해 ‘신정론’이라 불리게 된다. 신정론의 답은 무엇일까? 우선 교부(敎父)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기 이탈리아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장난’ 방식을 사용해 볼 수 있겠다. ‘악’이란 사실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고. ‘보지 못한다’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의 ‘부
다중우주가 존재의 정체성이라면 굶주림과 학살, 전쟁과 재난, 끝없는 노동과 죽음. 이런 세상이 상상할 수 있는 세상 중 최 고라고?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Voltaire) 는 ‘팡글로스 박사’(Pangloss·pan=모든, glotta=혀, 고로 ‘우주 최고의 혀놀림쟁이’) 란 철학자로부터 “우리는 이미 상상 가능한 세상 중 최고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놀랄 만 한 사실을 들은 주인공의 삶을 그린 캉디드 (Candide)란 소설을 통해 라이프니츠의 철 학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 십자군 전쟁, 훌라구의 바그다드 학살, 두 번의 세계대전, 난징 대학살,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경험한 우리는 라이프니 츠에게 물어볼 권리가 있다. “이게 최선입니 까? 확실해요?”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최고’일 이 유는 없다. 아니 ‘최고의 우주’란 개념 자체 가 존재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라이 프니츠가 상상하던 ‘무한으로 가능한 우주 들’이야말로 현대 우주론이 가설하는 ‘다중 우주들(Multiverse)’과 같은 의미이지 않을 까? 139억 년 전 빅뱅 이후 급팽창한 우주는 다중우주들을 만들어냈으며, 양자역학적으 로 가능한 모든 결과는 결국 독립적인 다른 세상이나 우주에서 현실화된다는 가설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나, 우주의 왕인 나, 지구 최고의 거지인 나, 사이 비 종교를 창시하는 나, 죽어가는 누군가의 손을 비틀고 있는 나, 이미 오래전에 죽은 나. 모든 게 가능하기에 그 어느 것도 의미 없는 다중우주가 우리 존재의 진정한 정체성이라 면? 과연 선과 악의 차이는 무엇일까? 김대식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미국 MI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박 사후 과정을 거쳤다. 이후 보스턴대 부교수를 지낸 뒤 2009년 말 KAIST 전기 및 전자과 정교수로 부임 했다. 뇌과학·인공지능·물리학뿐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과 비잔틴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26 Column
반상(盤上)의 향기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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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의 세계
한판 바둑 며칠 이어질 땐 ‘봉수’로 컨닝 바둑 봉쇄 문용직 객원기자전 프로기사 moonro@joongang.co.kr
점심이 사라졌다. 요즘 세계대회에 가면 만 나는 풍경이다. 삼성화재배는 2010년부터, LG배는 올해부터 점심시간을 없앴다. 왜 그런가. 프로에게 훈수(訓手)는 쉽다. 가 벼운 표정만으로도 귀띔해 줄 수 있다. 동료 와 함께하는 점심이 의심을 사는 이유다. 그 래서 점심을 없애는 대신 대국장 한쪽에 과자 와 과일과 같은 간식을 준비해 두기로 했다. 초읽기에서의 화장실 사용도 같은 맥락의 문제다. 남은 시간 10초인데 화장실에 가야 할 때가 없지 않다. 생리적인 문제지만 손까 지 씻고 오면 짧아야 1~2분이다. 수읽기에 충 분한 시간이라 상대는 불쾌하다. 요컨대 훈 수의 문제다. 두 대국자 같은 숙소서 외부 접촉 차단 1938년 6월 26일~12월 4일. 한 판의 바둑이 6개월에 걸쳐 완성됐다. 혼인보(本因坊) 슈 사이(秀哉·1874~1940) 명인의 은퇴 기념기. 상대는 기타니 미노루(木谷實·1909~75) 7 단. 1968년 노벨 문학상을 받는 가와바타 야 스나리(川端康成·1899~1972)가 관전기를 도쿄 니치니치(東京日日) 신문과 오사카 마 이니치(大阪每日) 신문에 게재해 공전의 관 심을 끌었다. 가와바타는 이 대국을 소재로 소설 명인(名人)을 펴냈다. 메마른 터치로 그려진 승부와 승부사의 세계. 도쿄 시바구(芝區) 고요칸(紅葉館·회원제 고급 요정)에서 흑1과 백2를 두고, 하코네(箱 根) 나라야료칸(奈良屋旅館)에서 다음 수를 진행하는 등 대국장을 세 번 옮겼다. 제한시 간 각 40시간에 봉수(封手·대국을 잠시 중단 하는 것)가 15회였다. 소위 통조림 대국이었 다. 1940년대 이후 이틀 또는 사흘에 한 판 두 는 도전기에서 대국자는 대국 날 같은 여관이 나 호텔에서 묵는다. 동료와의 접촉도 제한되 는데 이를 일러 통조림 대국이라 불렀다. 담합은 인간의 속성이다. 일본기원에서도 담합은 있었다. 대국료를 많이 타기 위해 일 부러 빅을 연속해 세 번 만든 경우도 있었다. 세 판 두면 대국료를 세 번 받는다. 야마베 도시로(山部俊郞·1926~2000) 9단 은 5단이던 1950년 12월 24~25일의 승단대회 에서 411수까지 가는 긴 바둑을 두어 진기록 을 세웠는데 기록된 패만 본다 하더라도 눈 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당연히 의문이 있었 다. 장국(長局)을 의식해 일부러 패를 즐겨 한 거 아니냐? 1933년 10월 16일~1934년 1월 29일 ‘3三· 화점·천원의 바둑’으로 알려진 슈사이 명인 과 우칭위안(吳淸源·100) 5단의 대국이 있었 다. 명인의 환갑을 기념한 대국으로 제한시 간은 각 24시간. 첫날 가지바시료칸(鍛冶橋 旅館)에서 대국을 시작하자마자 명인의 얼 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바깥도 소란스러워 졌다. 우 5단이 파천황의 실험을 했기 때문이 다. 우 5단은 흑1을 화점, 흑3을 3三, 흑5를 천 원에 두었다. 3三은 일본 바둑 300년의 터부 (taboo)였다. 중반 흑이 약간 우세할 때 명인 의 묘수가 터졌다. <기보>를 보자. 백1(실전 백162)이 묘수로 흑2는 최선의 응수. 묘수의 힘으로 명인은 2집을 남겼다. 그런데 묘수에 대해서는 명인의 제자 마에 다 노부아키(前田陳爾·1907~75)가 발견했다 는 설이 당시 파다했다. 제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스승의 바둑을 연구했기에 어떤 식으로 든 말은 명인에게 들어갔을 것 아닌가. 그런 의심이 대국장 안팎에 떠다녔다. 가문의 비수 총동원된 토혈지국 1835년의 토혈지국(吐血之局)은 지난번 글 에서 본 바다. 이런 판은 가문의 흥망이 걸린
대국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시간 계산, 기록, 사물 정리, 입회인 등…. 사진은 1964년 일본 제3기 명인전 도전기 종국 장면. 정면이 사카다 명인이다.
다음 날 둘 수 제출한 뒤에야 휴식 가문 대결 치열했던 20세기 초 일본 고수 맘대로 대국 멈춰 뒷 말 자초 세계 기전도 점심 없애 훈수 방지
기보 백1이 의심을 받은 묘수.
것이라 숨겨둔 비수(秘手)를 총동원해야만 한다. 초반에 이노우에(井上) 가문의 비수가 나왔다. 큰 승부를 대비해 깊이 연구해 둔 것 이었다. 조와(丈和·1787~1847)는 낯선 수를 만나 크게 당황했고 초반 비세(非勢)의 원인 이 되었다. 혼인보 도사쿠(道策·1645~1702)의 이야 기도 보자. 1668년 혼인보와 야스이(安井) 가문 간에 명인 자리를 둘러싼 쟁기(爭碁) 가 일어나 10월 20일 야스이 산지(安井算 知·1617~1703)와 도에쓰(道悅·1636~1727)가 60국 쟁기 제1국을 두었다. 1670년 제20국이 끝났을 때 도에쓰가 12승4패4빅으로 앞섰다. 산지는 승부를 멈추고 은퇴했다. 재미있는 것 은 포석의 변화다. 도에쓰는 12국부터 제자 인 도사쿠가 창안한 포석을 들고 나왔다. 제 자와 연구한 것이다. 도사쿠는 ‘실력 13단’이 라 불린 기사로 일본 바둑 300년의 터전을 닦 은 인물이다. 도사쿠의 포석은 이제는 현대 바둑의 기초이기도 한데 당시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스포츠 대접 받게 되자 공정성에 초점 20세기 초까지 일본에서 승부는 권위 속의 승부였다. 대표적인 것이 봉수(封手) 제도. 두다가 상수(上手)가 “오늘은 여기서 멈추 지”라고 말하면 일어서야만 했다. 토혈국(吐血局)과 이적지국(耳赤之局) 을 보자. 토혈국엔 다음 기록이 남아 있다. 1835년 7월 19일 59까지 두었다. 21일 99까 지. 24일 172에서 멈췄다. 27일 246까지 두 고 종국했다. 이적지국은 다음과 같다. 1846 년 7월 20일 89까지 두다. 23일 141에서 멈 추다. 25일 325 끝수까지 끝장을 봤다. 초점 은 홀수일 때 중단됐다는 점이다. 홀수는 흑 의 착수. 토혈국에서 아카보시 인테쓰(赤 星因徹·1810~35)가 흑59를 놓자 조와(丈 和·1787~1847)가 “오늘은 이만 두지”라고 말 하고 일어섰던 것이다. 의문이 있다. 24일엔 172, 즉 백 172가 끝인 데?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승부가 끝난 뒤였다. 조와가 인심을 쓴 거다. 이미 반 상에 돌이 놓인 후 대국을 중단하면 의도는
하코네(箱根) 나라야료칸(奈良屋旅館)의 대국장.
환히 드러난다. 상대는 집에 돌아가 가문과 함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1932년 2월 요미우리신문 10인발(人拔·연 승전)에서 우칭위안은 10연승을 했다. 11번 째 대국자로 나선 스즈키 다메지로(鈴木爲 次郎·1883~1960)7단은 각자 16시간 나흘에 걸친 대국에서 우 소년을 집으로 불러 두기 도 했다. 나흘째 기록계에게 시간을 물었다. “남은 시간은 1시간 반입니다.” 노발대발했 다. “이런 바둑을 1시간 반으로 어떻게 두란 말이냐!” 부랴부랴 시간을 18시간으로 연장 했다. 소비시간은 흑 10시간 37분, 백 17시간 33분. 우 소년은 지쳤고 11연승은 실패했다. 1924년 일본기원이 세워진 이후에도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자의적인 봉수는 사라졌다. 이틀 둘 때 첫날 오후 4시를 봉수 시간으로 했다고 하자. 그러면 4시가 왔을 때 둘 차례 가 된 대국자가 봉수를 한다. 그는 1시간이든 2시간이든 필요한 만큼 생각해 다음 수를 결 정하고 기보 용지에 기록한다. 그러곤 봉(封) 한다. 다음 날 입회인이 금고에 넣어둔 봉투 를 열어서 확인하고 대국을 재개했다. 1968년 일본기원이 자부심을 갖고 펴낸 방 대한 책 위기백년(囲碁百年)(平凡社)의 제 3권은 사카다(坂田榮男·1920~2010) 9단이 편 찬했는데, 부제(副題)를 ‘실력주의의 시대’ 라고 붙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의 경우 1965년 국수전 도전기는 제한 시간이 5시간이었다. 하지만 2007년 왕위전 도전기는 각 2시간이었고 요즘엔 1~2시간이 보통이다. 봉수는 없었다. 점심엔 계시기를 눌러 시간을 정지시키고 식사 후 다시 두었
[사진 일본기원]
다. 서울 운니동 운당여관에서 둘 때엔 점심 을 주변 한식집에 미리 주문해두곤 했다. 세상은 그랬는데 왜 요즘 갑자기 점심시간 이 사라졌을까. 먼저 세계대회가 많아졌다. 88년 후지쓰배, 89년 응씨배 이후 많아진 세 계대회는 국가대항전 양상을 띠게 되었다. 시 간도 짧아졌으며 바둑의 정체성도 기예(技 藝)에서 스포츠로 이동하고 있다. 모든 것은 하나로 모아진다. 점심과 화장실 문제를 조정 해 공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둑의 철학성 해치는 부작용도 인간은 경계(境界)가 필요한 존재다. 지나치 게 투명하면 자신이 사라져 투명인간이 된다. 문제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가 인간인 한. 맑은 것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분석심리학 에서 말하는 그림자가 자라난다. 인도가 좋 은 예다. 종교적 문화가 지나쳐 거짓말이 횡 행한다. 바라나시(varanasi) 갠지스 강 가트 (gart)에서 목욕은 하지만 강물은 정화(淨 化)시켜 주지 않는다. 오탁(汚濁)을 키울 뿐 이다. 잠깐의 정화는 자기 자신은 보지 못한 채 타인의 불결만 엿보게 한다. 최근 바둑에서 공정성이 강조되고 있다. 조심해야 한다. 인도의 경우에서 보듯, 맑은 것이 강제되면 대국자는 자신도 모르게 어 두운 부분에 손댈 수 있다. 투명해진 대국자 는 사라진 경계 때문에 무의식에 휩쓸리기 쉽다. 바둑에서 철학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그에 있다. 철학은 모호한 경계를 갖고 노는 것. 반상은 본래 경계가 모호하다. ‘바둑’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상대 적인 게 뒤섞인 것을 말한다. 어쨌든 초점은 ‘나’ 자신이다. 시합은 공정 하게 하되 세상은 대충 사는 게 좋다. 몸과 마 음에 모두 좋다. 문용직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한국기원 전문기사 5단. 1983년 전문기사 입단. 88년 제3기 프로 신왕 전에서 우승, 제5기 박카스배에서 준우승했다. 94 년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는 바둑의 발견 주역의 발견 등 다수.
Column 27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삶과 믿음
땅의 스케일, 나라의 스케일 김영준 목사 pastortedkim@gmail.com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래빈(1936~72). 대단한 기교파였는데 35세에 요절했다.
[중앙포토]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내 곁의 음악 ①
바이올린 위 손 움직임 소리마저 좋은 래빈
피아니스트
요 일주일간은 꿈에서 들은 음악 하나 에 푹 빠져 있다. 카를 엥엘의 가곡 ‘SeaShell(조가비)’이다. 이런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다. “조가비야, 조가비야. 노래를 불러 주렴, 부디. 배들의, 선원들의, 새들의, 열대 나무들의…” 사실 이 노래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카를 엥엘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작곡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훨 씬 많으니. 나도 이 곡 말고 다른 그의 곡들 은 잘 모른다. 그런데 내 꿈에 나온 곡은 이 원곡은 아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래 빈의 소품집,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음반에 들어 있 는 버전으로, 에프렘 짐발리스트가 바이올 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것이다. 맨 처음, 피아노 가 시작 하 는 음 은 ‘F#(파샵)’, 바로 다음 음은 한 옥타브 아래 ‘자연음 F(파)’,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이 두 음을 몇 번 오가던 음들이 곧 바닷물처 럼 퍼지며 화음 몇 개로 번진다. 이어서 래 빈이 첫 음을 켜는데, 하… 지난달 바이올린 에 관한 칼럼을 쓰느라 하이페츠·밀스타인· 오이스트라흐·코간 등을 무더기로 들으며 오랜만에 심장이 밥 먹는 것 같은 행복감에 몸을 떨었지만, 역시 내 단 하나의 사랑은 언제까지나 래빈일 것 같다. 사람으로 태어 나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1절이 끝나 고 같은 멜로디를 한 옥타브 위에서 장식음 들로 변주하다 말고 후렴구 직전, 슬라이딩 하며 옥타브 아래로 내려오는데 자세히 들 으면 지판을 끄끄끄끅, 미끄러져 내려오는 그의 손가락 움직임이 다 들린다. 요새 녹음 같았으면 빵빵하게 채워 넣은 에코 덕에 듣 지 못했을 소린데. 아, 나는 왜 이렇게 늦게 태어난 걸까. 2주 전엔 미국에서 만난 친구 덕에 그가 요새 한창 꽂혀 있다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원 없이 들었 다. 내 생각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 람 중 대부분이 둘 중 하나다. 교향곡을 자 주 듣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 친구
중앙포토
손열음
는 전자, 나는 후자다. 나는 실은 교향곡에 큰 열정이 없다.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대 신 실내악이나 협주곡을 듣는다. 하지만 그 런 나에게도 물론 제일 좋아하는 교향곡은 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 C장조 ‘더 그레이트(The Great)’ 도이치번호 944다. A단조인 2악장을 들으면 어느 순간부터 앞 이 안 보이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단조이던 곡이 발전부에 가서 장조가 되면 그때야 비 로소 슬프다는 느낌이 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막막한 기분을 제일 잘 전해 주는 것 같은 클라우스 텐슈테트 지휘, 런던 필하 모닉 오케스트라의 1984년작을 제일 좋아
했는데 이제는 카를 뵘 지휘, 베를린 필하모 닉의 64년 녹음처럼 시작부터 이미 살짝 청 승맞은 것도 좋다. 슈베르트라 하니, 쓰고 싶은 곡이 너무 많다. 내가 처음 제대로 빠진 슈베르트의 기악곡은 아마도 피아노 소나타 B플랫장조 도이치번호 960이 아니었나 싶다. 이 곡이 야 워낙 명곡이니 나 한 명쯤 더 좋아하는 게 특별하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근 몇 년 사이 내가 제일 좋아하게 된 ‘네 손을 위 한 헝가리풍의 디베르티스망 도이치번호 818’은 영 알려지지가 않았다. 지인께 선물 받은 릴리 크라우스(작은 사진)와 호메로 드 마갈헤스 연주의 이 곡 음반을 처음 틀
었던 그때, 나는 하노버의 우리 집에 있었 는데 하던 일은 음악 때문에 강제로 멈춰야 했고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색이 선명했다. 그 계절에 여기선 잘 볼 수 없는 광경이어서 였는지 어쩌면 음악이 지어낸 색깔 같기도 하다는 헛생각을 했다. 곧 음악 얘기를 늘 공유하는 친구에게 엄청난 음악 하나를 발 견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말을 꺼냈더니 그 친구 왈, “어머, 나 그 곡 악보도 읽은 적 있는데, 그게?!” 그래서 나도 한 번 악보를 찾아봤다. 역시 그 친구 말이 맞았다. 이렇 게 단순할 수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곡 일 수가. 단순해서, 아무것도 아니어서 좋은 건지 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단순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아닌 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만 크라우스와 드 마갈헤스 이 두 사람이 미쳤 다는 건 확실하다. 크라우스는 한 음 한 음 에 가사가 붙어 있는 것처럼 피아노를 친다. 나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라 는 미사여구를 별로 안 좋아한다. 쟁반에 뭐를 굴리든 어차피 의미도 없는 소음인데 다 은과 옥이 만난다는 게 딱히 따스한 느낌 은 아니라서. 그런데 크라우스 여사께는 이 것 말고 다른 표현이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좀 더, 더 고귀하고도 소중한 표현은 없을까. 순백자에 진주알 정도로 해야 하나. 모르겠다. 백자엔 미안하지만 그것도 좀 모 자랄 것 같아서. 사실, 진작부터 ‘내 인생의 음악’ 을 쓰 고 싶었다. 자연스럽고 개인적이면서도 확 실한 매개채 - 즉 특정 음악이나 연주를 가 지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 지만, 잘 안 됐다. 그것은 괴상한 사고에 사 로잡힌 탓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한 곡 한 곡 무지무지 잘 선정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내지는 이 곡은 쓰고 저 곡은 안 쓰면 저 곡 은 서운해서 어쩐다지 하는 덜떨어진 감상 주의 또는 이 곡, 이래 놓고 내가 먼저 싫증 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어쭙잖은 책임감 같 은 것도 발동했다. 연주 프로그램 짜는 것도 아닌데 뭘 이리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괜한 걱정은 걷어치우고 이 즈음에서 한번 써보 기로 한다. 다만 아직 ‘인생’은 조금 겁나니 내 ‘곁’의 음악정도로.
나는 이른바 모태신앙이 아니다. 우리 가족 들 중에 기독교인은 없었으며, 목사는 더욱 없었다. 내가 목사가 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며,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돌연변이 라 하겠다. 하나님의 섭리라고밖에는 설명 할 수 없다. 목사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되 었을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젊었을 때 나는 야망이 컸다. 기왕 태어난 거 큰 꿈을 갖고 맘껏 이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중 매력을 느낀 직업은 두 가지였 는데, 하나는 기업가였고 다른 하나는 정치 가였다. 기업 경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멋지고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 생활 수준을 높이는 길은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그중에서 도 가장 남성다운 분야는 철강·조선·정유 산 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업 중에는 사 탕이나 과자를 만들어 파는 기업도 있고, 매 장을 차려 남이 만든 물건을 가져다 팔아 이 윤을 남기는 기업도 있지만, 기왕 사업을 하 려면 철강이나 선박을 만드는 것이 가장 멋있 고 스케일이 크다고 생각했다. 정치 또한 매력적인 직종으로 다가왔다. 최근 흔히 보는 치졸한 국회의원 말고, 국가 와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의 길은 보람이 있 으리라고 생각했다. 영국에서는 공무원을 시빌 서번트(civil servant)라고 부르는데, 서번트는 ‘하인’이란 뜻이다. 또한 장관을 미니스터(minister)라고 부르는데 이 말 역 시 섬긴다는 뜻을 갖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려고 공직자가 되는 게 아니라 이미 부자인 사람들이 공직에 입문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사회를 위해 기 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것 이다. 로널드 레이건의 국방장관이었던 캐 스퍼 와인버거는 건설회사 벡텔의 부사장 출신이었고, 국무장관이었던 사이러스 밴 스는 월가의 변호사 출신이었다. 선진국에 선 고위 공직과 민간 기업 간에 회전문이 있 어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요즘에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그러한 전통이 퇴색되는 느 낌이 없진 않지만. 나는 과거에 그런 꿈을 갖고 살다가 목사 가 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향수가 조금은 남 아 있다. 큰 뜻을 품고 하나님의 종이 되었 지만, 더 큰 그릇이 되지 못하고 작은 그릇 이 되지는 않았는지 괜한 마음도 있다. 한국 의 개신교는 경쟁이 심하고 작은 것에 연연 하다 보니 사람을 크게 만들지 못하고 속이 좁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그러기에 나는 청소년들이라도 큰 꿈 을 가질 것을 늘 권한다. 분명 하나님의 부 르심은 영광스럽고 위대하며 필연적이나, 나라와 민족 그리고 인류를 위해 온몸을 던 지는 것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함을 강권하 곤 한다. 큰 야망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 아
교육 목적은 취업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일 찾아나가는 과정 이 땅의 청춘에게 자유를 허하라 니다. 오히려 꿈을 위축시키고 현실적인 일 에 매몰되게 하는 것이 나쁜 것이다. 요즘에는 일류 대학을 다니는 학생마저 도 인기 있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 일에 급급하다고 한다. 슬픈 일이다. 고등교육을 받는 목적은 취업에 필요한 지 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거다. 그러 려면 사색이 필요하고, 생각이 자유로워야 하며,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의 견을 들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아니다. 영토의 크기가 나라의 스케일을 좌우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 어 떤 인재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해 겨룰 수 있 는 실력이 있다. 이 사실을 주지하고 젊은 세 대에게 부지런히 전파해야 한다. 믿음대로 된다고 하지 않던가. 김영준 소망교회 부목사를 지낸 뒤 2000년부터 기쁜소식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手不釋卷
<수불석권>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언제부터인지 늘 이맘때가 되면 대학수학 능력시험(修能)에 출제된 문제의 정답에 대 한 오류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가 한바탕 홍 역을 치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문 제를 더 맞히고 틀리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 라지고, 이에 따라 대학 선택의 기회가 바뀌 며, 또 이로 인해 인생의 항로(航路)가 변경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인생의 끝은 아니겠지만 인생의 분기점(分岐點)이 될 공 산은 크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기 때 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 明)은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며(盛年 不重來) 하루에 아침을 두 번 맞지는 않는 다(一日難再晨).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해라(及時當勉勵). 세월은 사람을 기다 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고 읊었다. ‘세 월부대인’은 세월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 아오지 않으니 시간을 소중하게 아껴 쓰라, 즉 학문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뜻으로 자주 인용된다. 사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수불석권(手不 釋卷)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수불석권은 손
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이니 평생 열심 히 공부하는 모습을 일컫는다. 삼국지(三 國志) ‘여몽전(呂蒙傳)’에 나오는 말이다. 여몽은 전쟁에서 공을 세운 까닭에 오(吳) 나라 손권(孫權)에 의해 장군으로 발탁됐 다. 손권은 책 읽을 겨를이 없다며 공부를 피 하는 여몽에게 황제인 자신 또한 늘 독서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후한(後漢)의 황제 광 무제(光武帝)는 바쁜 가운데서도 손에서 책 을 놓지 않았으며(手不釋卷), 위(魏)나라의 조조(曹操) 또한 늙어서도 배우기를 좋아했 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에 크게 자극을 받은 여몽은 이후 전장터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하루는 노숙(魯肅)이 옛 친구인 여 몽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다 그의 박식해 진 모습에 깜짝 놀라며 언제 그렇게 많이 공 부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여몽은 “선비가 만 나서 헤어졌다가 사흘이 지나 다시 만날 때 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져야 하 지 않는가(刮目相對)”라고 답했다. 수능에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 까지 실패할 필요는 없다. 인생에서 실패하 지 않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늘 손에서 책 을 놓지 않는 수불석권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책이 떠나지 않는 인생은 곧 성공한 삶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28 Column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세상을 바꾼 전략 ⑤ 위기를 넘는 힘
민주국가를 독재국가보다 강하게 하는 건 ‘청중비용’ 김재한 교수 한림대 정치학
독재국가와 민주국가가 전쟁을 하면 누가 이 길까. 또 독재자와 민주국가 지도자 가운데 누구의 위협이 더 통할까. 사람들은 독재자 의 호전적 위협이 더 통하고 독재국가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 다. 역사 통계에 따르면 민주국가의 승률이 독재국가보다 훨씬 높았다. 또 전쟁 일보 직 전의 위기상황에서도 민주국가보다 독재국 가가 더 자주 굴복했다. 꼭 31년 전인 1983년 11월 23일 소련을 겨 냥한 미국의 미사일이 서독에 배치됐다. 물 론 소련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를 철회시키 지 못했다. 62년에는 소련이 미국 바로 앞 쿠 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했으나 미국의 강력 한 반발로 성공하지 못했다. 냉전시대 미·소 간 대치상황에서 미국의 승리는 종종 국가 지도자가 대외 경고를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 했을 때 국내 정치에서 부담해야 할, 이른바 ‘청중비용(audience cost)’으로 설명된다. 청중비용을 피하려는 민주국가 지도자는 다 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공개적인 경고를 실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국이 그 경고를 받아들인다. 이에 비해 독재자에게는 청중비 용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매뉴얼대로’ 작동하면 북도 달라질 것 4년 전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도 쿠바 미사 일 사건과 종종 비교된다.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0분쯤, 연평도 주민들은 ‘아닌 밤 중에 홍두깨’ 식의 포탄 세례를 받았다. 1953 년 정전협정 체결 이래 처음으로 북한이 남 측 영토, 그것도 민간인을 향해 포탄을 퍼부 은 사건이다. 연평도 포격 8개월 전에는 인근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 다. 이후 이른바 5·24조치 담화문을 통해 이 명박(MB)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 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MB는 천안함 사건 직후 백령도를 방문한 데 이어 10월엔 연평도를 방문해 서해 영토·영해의 수호 의 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11월 남측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한다고 북측에 통 보했다. 22일과 23일 아침, NLL을 인정치 않 는 북측은 자국 영해에 남측 사격이 이뤄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를 가하겠다는 통 지문을 남측에 발송했다. 남측으로서는 연례 적인 호국훈련이라 예정대로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부터 약 4시간에 걸쳐 사격훈련을 실 시했다. 남측 사격훈련이 끝난 직후인 오후 2 시30분쯤부터 약 1시간에 걸쳐 북측은 연평 도 군부대와 민가에 무차별 포격을 실시했 다. 북측의 포격이 시작된 10~20분 후 남측의 대응 포격이 있었다. <그림>은 A국과 B국 간의 간단한 위기대 응 게임이다. 제1단계에서 A가 상대국 도발 시 강하게 응징하겠다고 천명할지 말지를 선 택한다. 그런 경고가 없다면 상황은 A와 B 간의 대세에 따라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 만일 A가 B에게 경고했고 제2단계에서 B 가 이를 수용해 도발하지 않는다면 A의 승 리다. 만일 A의 바람과 달리 B가 도발한다면 공은 다시 A에게 간다. 이 제3단계에서 응징 이냐 아니냐는 두 가지 선택지가 A에게 주어 진다. 응징하면 전쟁이고, 응징하지 않으면 B 의 승리다. 제2단계에서 B가 도발할지 말지 는 제3단계에서 A가 어떻게 할지에 대한 B의 추정에 달려 있다. A가 감히 전쟁까지는 원 하지 않을 것이라고 B가 판단한다면 B는 도 발을 선택하게 된다.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쌍방은 상대의 경 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북측은 MB의 5
2010년 11월 23일 오후 북한의 포탄이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남측 영토인 연평도에 떨어진 직후의 모습.
두렵게 보이는 호전적 독재자도 ‘강경 대응’ 약속한 민주국가 리더가 다음 선거 의식해 원칙 지키면 굴복 미국의 ‘쿠바 미사일 해법’ 좋은 예
위기대응게임
A국
경고
경고하지 않음
현재상태
B국
도발
도발하지 않음 A국 승리
A국 응징 전쟁
응징하지 않음 B국 승리
월 경고를 무시했고, 남측도 포격 사건 전날 과 당일의 북측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격 사건 직후 열린 청와대 벙커 회 의에서 MB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고 합참의장에게 지시했다. 오 후 3시30분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확 전 방지를 지시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이후 청와대는 언론에 배포한 대통령 지시 문구를 수차례 바꾸다 저녁 6시엔 청와대 홍보수석 이 ‘확전 자제’라는 표현은 전혀 없었다고 발 표했다. 북한의 포격 직후 남측은 항공기 출격 여 부, 그리고 출격 항공기의 공대지미사일 장착 여부와 관련해 오랜 시간 우왕좌왕했고, 또 교전규칙의 국제법적 해석을 두고 한미연합 사와 수차례 전화하는 등 오랜 시간 설왕설 래했다. <그림>에서 좌(응징)로 갈지 우(응징 하지 않음)로 갈지 묻고 고민한다는 것은 우 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전쟁은 남측 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이런 남측의 전개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연평도 포격을 감행한 것이라면 전 략적으론 옳은 선택이다. ‘도발 응징’ 약속 못 지키면 리더는 치명상 만일 <그림>의 제3단계에서 A가 좌로 갈지 우로 갈지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자동으로 좌(응징)로 가는 시스템이라면 어떨까. 그렇 다면 B는 도발 감행을 주저하게 된다. 남측이 정치적 고려 없이 매뉴얼대로 즉각적이고 심 각한 대북 공격에 나설 것으로 북측이 예상 했다면 북측은 아예 도발하지 않았을 것이 다. 전쟁은 북한, 특히 북한 정권에 매우 심각 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 다. 자동적으로 에스컬레이트 되는 사안에서 북한이 도발한 적은 없다. 연평도 포격 사건, 판문점 도끼 사건 등은 모두 즉시 가동될 남 측의 응징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북한이 일 으킨 사건이다. 역설적이게도 자동적으로 에 스컬레이트 되는 응징시스템이 도발을 억지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지지에 의존하는 민주국가 지도자는 자신이 천명한 대외 경고를 실천하지 못하면 정치 생명이 거의 끝난다. 따라서 외부를 응 징하겠다고 천명했으면 그대로 행동으로 옮 겨야 한다는 것이다. MB가 연평도 포격을 받 고 강력 대응하지 못했을 때 대통령 지지도
[중앙포토]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11월 23일 저녁에 비상 소집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 실 벙커에서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포격 사건 1개월 후 한국군은 연평도 앞바 다에서 사격훈련을 다시 실시했다. 일부 언 론에서는 “우리의 주권을 쏘았다”고 보도했 다.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이 발끈했던 K-9 자주포는 딱 1발만 쏜 것이어서 동일한 강도 의 훈련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단 굴 복하지는 않았다는 대내적인 모양새는 갖췄 다. 12월 사격훈련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TV 는 남측이 북한군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격 훈련 장소와 타격 지점을 변경했다고 주장하 면서 “우리 혁명 무력은 앞에서 얻어맞고 뒤 에서 분풀이하는 식의 비열한 군사적 도발 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 다”고 보도했다. 독재자의 청중비용이 작다 는 맥락에서 보면 북한 정권은 자신의 대남 경고를 꼭 실천해야 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12월 사격훈련에 대해 응징하지 않았다. 배후에 있는 국민을 이용하는 전략은 민주 정부만이 구사할 수 있다. 예컨대 정부 간 합 의가 최종적으로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발효 되는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협상에서 상대국의 양보를 얻기가 더 쉽다. 독재자보다 민주 지도자가 국민을 핑계로 상대를 더 잘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격 흥정에서도 대리인을 내세우는 측이 유리할 때가 많다. 주인이 아닌, 대리인에 불 과한 자판기에서 가격을 깎은 소비자는 별로 없다. 오히려 자판기가 돈을 먹고 상품을 내 놓지 않아 자판기를 흔들다 깔려 죽은 사람이 훨씬 많다.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위기상황은 보통 치킨게임으로 설명된다. 쌍방이 서로 마주보고 자동차를 몰았을 때 피한 측은 치킨(겁쟁이)이 되고, 피하지 않은 측은 영웅이 되는 게임이다. 상대의 양보를 강
요하기 위해 상대가 보는 앞에서 자기 차의 핸 들을 부숴버리고 자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임 을 강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상대 는 자기 차 핸들뿐 아니라 자기 차 브레이크까 지 부수며 더 강경한 모습을 보여줘 이기려 할 수도 있다. 미친 개에 물리지 않으려면 미친 개와 싸우지 않고 피해야 하는데, 이를 이용 해 실제 미치지 않았지만 미친 것처럼 보이게 해 상대로 하여금 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치킨게임에서는 선택을 바꿀 여지가 있는 자가 패배하고, 자신의 선택이 바뀔 수 없음 을 상대에게 인지시키는 배짱 센 자가 승리 한다. 그 배짱은 잃을 게 없어 ‘배 째라’는 식 의 불리한 처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한쪽 이 작은 것에 목숨 걸고 싸우면 다른 큰 것을 갖고 있는 다른 한쪽은 양보하게 된다. 상대방 심리 못 읽은 ‘배수진’은 자충수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 배수진(背水 陣), 필사즉생(必死則生). 이런 전략을 잘못 쓰면 벼랑 끝에 떨어지거나 물에 빠지거나 아 니면 죽을 수도 있다. 자충수(自充手), 즉 바 둑에서도 자기가 놓은 돌이 오히려 자기의 수를 줄여 결국 패하게 될 때도 있다. 임진왜 란 때 조선군은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싸웠으나 참혹한 패배를 겪었 다. 배수진에서는 비기는 것이 없다. 이기지 않으면 참패인 것이다. 치킨게임에서 나의 강경한 의지를 반대편 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 지 못한다. 치킨 상황에서는 자신의 강경함을 상대가 믿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상대가 그렇게 믿지 않음에도 강경하게 밀어붙이면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가 발생한다. 상대의 강 경한 모습은 ‘쇼’이고 상대가 궁극적으론 양 보할 것이라고 쌍방이 확신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상대를 압박해 상황을 주도하든지, 상대에게 밀려 양보하든지, 계속 밀리는 판을 뒤집거나 계속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몇 차례의 파국을 감수하든지, 이 가운데 어떤 전략이 나을지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김재한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 박사. 2009년 미국 후버연구소 National Fellow, 2010년 교육부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정치현상의 수리적 분석에 능하다. 저서로는 동서 양의 신뢰 DMZ 평화답사 등.
Column 29
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401>
‘서북의 왕’ 후쭝난, 키 작아 황푸군관학교 쫓겨날 뻔 수천 년간, 중국은 황제 밑에 왕들이 많았다. 인간 세상은 연극 무대와 다르다. 막이 바뀐 다고 해서 순식간에 새로운 정경이 펼쳐지지 않는다. 혁명으로 공화제가 실시된 후에도 사람들의 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왕이라는 직제는 없어졌지만, 지방에 할거하는 군벌들 을 여전히 왕(?)이라고 불렀다. 국민정부 시대에도 여전했다. 윈난(雲南) 성 주석 룽윈(龍雲·용운)은 윈난왕, 동북(東 北) 보안사령관 장쉐량(張學良·장학량)은 동북왕, 마부팡(馬步芳·마부방)은 칭하이 (靑海)왕,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특무 조 직인 군사위원회 조사통계국을 이끌었던 특 공왕(特工)왕 다이리(戴笠·대립) 외에도 산 시왕(山西)왕 옌시산(閻錫山·염석산)등 한 둘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들의 권한과 권력 은 봉건시대의 왕과 다를 게 없었다. 통치지 역 주민과 관원들의 생사여탈권을 남과 나누 지 않았다. 중공 정권 수립 후에도 마오쩌둥 은 동북군구사령관 가오강(高崗·고강)을 대 놓고 동북왕이라고 불렀다.
가난한 약방주인 아들로 태어나 일본과의 전쟁 10년 전부터 예언 마오쩌둥이 됨됨이 알아보고 천거 훗날 국민당 최고 계급인 상장 올라 왕 소리를 들으려면 황제의 신임이 두텁거 나 황제도 어쩌지 못할 힘을 보유해야 했다. 대륙시절, 황푸군관학교도 자타가 인정하는 왕을 몇 명 배출했다. 남들이 시베이왕(西北 王)이라 부르던 후쭝난(胡宗南·호종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후쭝난은 저장(浙江)의 작은 약방주인 아 들로 태어났다. 하루 두 끼가 고작이었지만 공부 하나만은 잘했다. 중학교 졸업 후 간판 만 학교지 학교 축에도 못 드는 소학교에서 국어와 역사·지리를 가르쳤다. “나도 잘 모르 는 것을 애들에게 가르치다 보니, 세상에 도 둑놈도 이런 도둑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 다”는 일기 남긴 것을 보면 양심적인 교사였 다. “나는 행운아였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회초리 맞으며 고문(古文)을 익혔다. 학생들 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을 덜기 위해 고 전을 끼고 살았다. 천하대사가 이해되기 시 작하자 어떤 부잣집 아들도 부럽지 않았다” 는 일기도 남겼다. 1921년 여름 휴가 때 후쭝난은 친구들과 함 께 베이징과 톈진 지역을 여행했다. 산하이 관(山海關)에 이르렀을 때 10년 후 일본과 전 쟁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친구들에게 단 언했다. 1931년 9월 18일, 일본 관동군이 동
후쭝난이 20년간 따라다닌 예샤디(葉霞翟·왼쪽 첫째). 오른쪽 첫째는 전 주소련 대사 푸빙창(傅秉常). 1937년 칭다오(靑島).
북을 침략하자 친구들은 10년 전 후쭝난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황푸군관학교 시절에도 ‘예언자’가 후쭝난의 별명이었다. 군관학교 학생모집 공고를 본 후쭝난은 교 사 생활을 청산했다. 친구에게 “도둑놈들 소 굴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편지를 남겼다. 예 비고사 격인 초시(初試)를 치르기 위해 상하 이로 갔다. 몇 년 후, 숙적(宿敵)이 될 시험관 마오쩌 둥(毛澤東·모택동)은 대범했다. 몇 마디 물어 보고 2차 시험 응시자격증과 광저우까지 갈 여비를 찔러줬다. 광저우의 2차시험은 응시자격 심사였다. 18세 이상 25세 미만, 키는 165㎝ 이상이라야 응시가 가능했다. 규정대로라면, 키가 160㎝ 도 안 되는 29세의 시골 노총각 후쭝난은 응 시자격조차 없었다. 그래도 체력 테스트는
받았다. 달리기를 하던 후쭝난은 키가 워낙 작다 보니 금세 눈에 들어왔다. 감독관은 후 쭝난을 대열에서 끌어냈다. “너는 근본적으 로 군인의 재목이 아니다. 응시자격을 취소 한다. 고향으로 돌아가라” 후쭝난은 자존심이 상했다. 감독관의 얼굴 을 째려봤다. 융통성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어 보였다. 다른 이유라면 몰라도, 신체조건 때 문에 모욕을 당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 이 나왔다. 땅에 주저앉아 방성대곡했다. 울기 를 마치자 대들었다. “나를 국민혁명에 참여 시키지 않겠다는 이유를 대라. 혁명은 청년들 에게 주어진 의무다. 키가 혁명과 무슨 상관 이냐. 나폴레옹은 나보다 키가 작았다. 쑨원 선생도 1m68㎝밖에 안 된다. 당 대표 랴오중 카이(廖仲愷·요중개) 선생도 나만큼 작다. 쑨 원 선생의 주장이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
제야 알겠다. 너 같은 것들이 나라에 보답하 려는 열혈청년들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방안에서 듣고만 있던 랴오중카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후쭝난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대표 자격으로 너의 응시자격을 비 준한다.” 이어서 글씨 한 폭을 써서 후쭝난에 게 줬다. “국민혁명은 인재를 요구한다. 성적 이 좋고 신체가 건강하면 키가 좀 작아도 응 시자격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 1개월 후 후쭝난은 황푸군관학교 1기생 합 격 통지서를 받았다. 랴오중카이는 훗날 왜 소한 후쭝난의 어깨에 국민당 최고의 계급인 상장 계급장이 부착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후쭝난은 여자 문제로도 많은 일화를 남겼 다. 다이리의 정부로 알려진 여인에게 반해 20년을 한결같이 따라다녔다. 52세 때 겨우 결혼에 성공했다. <계속>
독일 재통일(Deutsche Wiedervereinigung) 을 이끈 베를린장벽 붕괴가 지난 9일로 25주 년을 맞았다.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옛 독일 민주공화국(동독)에 속하던 주들이 독일연 방공화국(서독)에 연방의 일원으로 가입하면 서 통독을 이뤘다. 국가 대 국가가 아니고, 지 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연방에 가입하는 ‘지자체 연합’이라는 통일 형식에 눈길이 간 다. 한국도 통일에 대비해 전략적인 지방분권 제 정비가 필요함을 알려 주는 대목이다. 90년 통독을 굳이 재통일로 부르는 이유는 1871년 1월 18일 프로이센 왕국 주도로 이뤄 졌던 독일 통일(Deutsche Einigung)과 구분 하기 위해서다. 영어로도 1871년의 독일 통일 (Unification of Germany)과 90년의 독일 재통 일(German reunification)은 용어가 다르다. 흔히 독일 통일은 무력으로, 재통일은 외 교협상으로 이룬 것으로 보는 경향이다. 독
일 통일은 1864년 덴마크, 1866년 오스트리 아·헝가리, 1871년 프랑스와 벌인 세 차례 전 쟁에서 프로이센군이 승리해 이룰 수 있었던 것으로 여긴다. 전쟁을 모두 승리로 이끈 통 일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가 ‘철혈재상’으로 불린 것도 이런 믿음에 일조 했다. 이 별명은 그가 1862년 9월 30일 프로 이센의 의회 격인 란트타크의 예산위원회에 서 했던 연설에서 비롯된다. 당시 “이 시대 가 장 중요한 과제(통일)는 연설과 다수결이 아 닌 철과 피로써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통 일 논의를 위해 1848·49년에 열렸던 프랑크 푸르트 의회에서 연설과 다수결에 의존하다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 것을 “큰 실수”라 고 비난했다. 여기서 언급한 ‘철혈’은 무력이 라기보다 공허한 말과 주장에 대비되는, 경 제력·군사력 등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모든 것 을 의미했을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호쾌한 무력보다 신중한 외 교를 늘 강조했다. 군사력에서 절대 우위란 있을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언제 어떤 역습 을 당할지 모르는 게 국제관계라는 이유에서 다. 힘으로 상대를 무자비하게 짓밟거나 모욕 을 주는 행동은 피했다. 대표적인 것이 1866 년 오스트리아·헝가리와의 전쟁 당시 오스트 리아령 보헤미아의 쾨니히그래츠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프로이센군이 대승한 직후의 일이 다. 상대가 궤멸하자 국왕 빌헬름 1세와 장군 들은 보헤미아를 접수하고 더 나아가 오스트 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인 빈에 입성하려고 했다. 이에 반대한 비스마르크는 군 사령관으 로 참전하고 있던 왕세자를 통해 국왕을 설득 함으로써 가까스로 진군을 멈추게 하고 협상 으로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비스마르크는 ‘부드러운 평화’를 원했다. 상대에게 치욕을 안겨 줘 나중에 보복을 부를
[사진 김명호]
후쭝난은 황푸 출신 중에서 진급이 제일 빨랐고, 가 장 많은 병력을 지휘했다. 연도 미상.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독일의 통일과 재통일
수 있는 영토 병합이나 대규모 승전 퍼레이드 를 삼갔다. 대신 오스트리아와 신속하게 친선 관계를 복구했다. 덕분에 프로이센은 비수에 등을 찔릴 염려 없이 또 다른 통일 견제세력인 프랑스와 1870~71년 전쟁을 치러 승리함으로 써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비스마르크는 사실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 직후 암살당할 뻔했다. 프로이센 주도의 통일에 반대한 독일의 급진주의자 페르디난 트 코헨블린트가 가까운 거리에서 다섯 방이 나 총을 쐈지만 비스마르크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을 뿐이다. 통상 그런 위해를 당하면 분 노 때문에 감정적이 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는 이를 억누르고 냉정하게 재상의 역할을 다 했다. 우리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얼마나 냉정 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가.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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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한국, 독일 통일 방식만 쳐다보지 말라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한국 사람들은 종종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분 단된 나라가 한국과 독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체코슬로바키아와 오 스트리아도 쪼개졌다. 물론 체코슬로바키아 의 분단은 굉장히 짧았다. 미군과 소련군은 1945년 12월 각각 서부와 동부 체코슬로바키 아에서 철수했다. 오스트리아는 훨씬 더 길 었다. 독일처럼 오스트리아도 4개 연합군 점 령 지역으로 나뉘었고, 수도 빈도 베를린처 럼 4개 지역으로 쪼개졌다. 55년에 이르러서 야 영세중립을 선언하는 조건으로 통일된 상 태에서 독립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오스트 리아가 통일과 독립을 얻을 확률은 한국보다 낮았다고 할 수 있다. 냉전 초기 미국과 소련 의 대립은 아시아보다 유럽에서 더 치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정치인들은 좌우를 떠나 통일을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보 다 앞세웠고 그 결과 연합군과 모든 이해당사
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통일을 이뤄냈다. 한국도 그렇게 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해 방 이후 48년 남북한 국가 수립까지 3년 동안 한반도의 통일을 논의할 여지가 남아 있었 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도 통일 논의가 벌 어지고 있던 바로 그 기간, 한반도에서의 논 의는 실패로 돌아갔다. 독일이 통일된 90년 남·북 예멘도 통일했 다. 남북한이 한국전쟁에서 서로 싸운 것처 럼 남·북 예멘도 72년과 79년 두 차례 동족끼 리 전쟁을 벌였다. 남북한 회담처럼 결렬됐 다 재개되기를 반복한 협상을 거쳐 예멘은 자본주의 북예멘이 대통령을, 공산주의 남예 멘이 총리를 하는 조건으로 통일했다. 하지 만 남예멘이 북예멘보다 너무 가난했기 때문 에 문제에 봉착했다. 남예멘은 94년 다시 독 립하려고 했고 작은 전쟁도 치렀다. 성공한 통일 사례도 있지만 예멘처럼 성공 적이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일부 한국 사람 은 한국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고 말하 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랍인들과 소말리 인들도 여러 나라에 걸쳐 살고 있고, 쿠르드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홍병기 칼럼 기획 에디터 klaatu@joongang.co.kr
그것을 보게 된 것은 실로 우연이었다.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 마주친 한 방송 프 로에 눈길이 꽂혀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나중에 VOD로 찾아 처음부터 다시 봤다. EBS가 지난주 방송한 이 2부작 다큐멘터 리는 ‘가족 해체’라는 주제 아래 세월호 희 생자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667번지. 이곳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여기에 아이들 이 있습니다”고 시작하는 이 다큐는 “그들 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가족은 안녕 하냐고…”로 끝을 맺는다. 단원고 학생 희생자 학부모 96명의 증언 을 모아 만든 이 다큐 속에는 어느 날 갑자 기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아들을 잊지 못해 아이가 입던 티셔츠와 바지와 신발과 양말을 신은 채 합동분향소 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버지. 두 달 반 만 에 진흙투성이로 되돌아온 딸의 여행가방 속에서 자신이 챙겨 줬던 옷과 멀미약이 그 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오열하는 어머니. 아들 책상 서랍에서 2030년에 개봉할 타임 캡슐 편지를 발견하고 ‘사랑한다’는 아이의 편지 속 고백을 차마 끝까지 읽지 못하는 아 버지…. 외환위기의 자락에 태어나 초등학교 때 신종플루로, 중학교 때 조류인플루엔자로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고교생이 돼 서야 생애 첫 수학여행을 떠났지만 그게 마 지막이 된 아이의 기막힌 사연도 소개된다. 이 다큐는 러닝타임 100분 내내 ‘말하지 말고 보여 주기(show, don’t tell)’라는 탐사 언론 피처스토리 작법을 충실하게 따른다. 특정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실을 있 는 그대로 자세히 보여 준다. 절제된 감정의 시선 속에 남은 가족들의 억제할 수 없는 분 노와 좌절감에서 괜스러운 죄책감까지 담 담하게 전달된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이를 잃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남은 가족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아픈 이야기를 내보여 주면 서 ‘대한민국의 가족은 과연 행복한가’라 는 질문을 던진다. “말을 할 수 있을 때 가족들에게, 아이
예멘中美연합 통일 향한 길 다양 성공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아 통일 앞서 실속 있는 통합도 대안
족도 독립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세 나라 에 흩어져 살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의 사례도 강조하고 싶다. 1821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뒤 과테말라·엘살 바도르·온두라스·니카라과·코스타리카는 하나의 국가였다. 하지만 1838년 내전 때 각 각의 나라로 갈라졌고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중미 국가들은 시간 상으로 한국보다 2.5배는 더 길게 분단돼 있 는 셈이다.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 는 한국 사람들은 들어본 적이 없을 중앙아 메리카통합체제(SICA)이라는 기구의 사무
해외 만평
국이 있다. 이 기구는 중미 국가들이 완전한 통일의 전 단계로 합의한 사안들을 집행하 는 업무를 한다. 중미 의회, 통합 대법원, 각 종 경제기관 등이 그 합의 사안이다. 코스타 리카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여권(旅券)도 같다. 영국의 통일 경험도 공유하고자 한다. 1707년까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엄연 히 다른 나라였다. 하지만 그해 스코틀랜드 는 혹독한 경제 상황에 직면했고 많은 국회 의원이 재앙적인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엄청 난 액수의 돈을 잃었다. 이것을 기회로 본 잉 글랜드는 스코틀랜드 의원(귀족의 경우)들 에게 오늘날 25만 달러(평민 의원에겐 절반) 에 상응하는 뇌물을 제공하고 국회를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많은 스코틀랜드 의원은 국 회 해산에 찬성표를 던진 뒤 국민의 폭동을 피해 외국으로 도피했다. 시작은 이렇듯 해 괴했지만 두 나라는 현재까지 통일을 유지하 고 있고 최근 국민투표도 잘 넘겼다. 한국은 이런 다양한 사례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 독일 방식 이외에도 다
양한 통일을 향한 길이 있다. 독일의 사례는 한국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둘째, 통일 시도는 대부분의 경우 아무리 오 래 협상을 해도 매우 어렵고 항상 성공적이 지는 않다. 셋째, 통일이 성공적이어도 영원 히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넷째, 중앙아 메리카의 사례에서 보듯 통일의 전 단계에 해 당하는 통합 방식도 있다. 예를 들어 남북한 이 개별 국가로 존속하면서도 둘 사이의 군 사적 갈등 가능성이 없어지고, 자유롭게 서 로 왕래할 수 있으며,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 는 상태가 그것이다. 이 통합 방식이 한국 사 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나는 모른다. 내가 제시한 사례들 중 어떤 것이 한반도 통 일에 가장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반도 전문가들이 최대한 많은 사례들을 들 여다보길 간절히 희망한다. 통일 논의에 창조 적인 영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에버라드 전 영국 외교관. 벨라루스ㆍ우루과이 대 사 거쳐 2006~2008년 주 북한 영국 대사 역임. 전 스탠퍼드대 쇼렌스타인 아태연구센터 팬택 펠로.
“외강내약(外强內弱)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며 힘을 과시하지만 경제 고립으로 고전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
들에게 매일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세 요.” 이제 더 이상 아들에게 그런 말을 건넬 수 없으니 너무나 아프고 미안하다며 울부 짖는 한 희생자 아버지의 애절한 부탁이다. 화면 속에서 이어지는 희생자 가족들의 사연들은 우리가 그동안 그들로부터 이야 기를 직접 들어보는 데 소홀하지 않았나 하 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세 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대책위라는 이름 아 래 분노에 찬 무서운 모습으로만 비쳤던 게 아닐까. 참사의 충격이 시간이 흐르며 퇴색 해 가면서 그들은 피해자이기보다는 갈등 의 당사자로 여겨져 왔을지도 모른다. 정상 으로의 회귀를 위한 적응의 관점에선 세월 호는 하루라도 빨리 잊어야 할 기억이었다. 하지만 희생자 가족들은 말한다. “그날 이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 세상은 변한 게 없는데, 우리 아이만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는 게 고통스럽다”고. 그 어떤 부 ©CLEMENT/Cartoon Arts International www.cartoonweb.com
독자 옴부즈맨 코너
세월호에서 이젠 벗어날 때라지만 유가족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
혜성 얼굴 잘 보여준 와이드 샷 해설 기사도 충실
우리 모두에게 미완의 숙제로 남아
모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바람이다. 그 하나 하나의 흐느낌이 통곡처럼 들려오는 장면 을 보며 그들에게 ‘이제 그만 잊자’는 말은 쉽사리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날 아이들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 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혹여 유병언 의 죽음과 이준석 선장의 징역형이라는 그 림자 뒤에 숨어 책임을 마무리해 버리고 있 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 실종자 수색도 중단되고, 진도 팽목 항의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도 철수했다. 다들 하루빨리 4월 16일 이후의 ‘비정상’에서 일 상의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들 말한다. 23일로 세월호 참사 222일째가 된다. 그날 별이 된 아이들은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 사회는 이제 안전한가요? 이 제 우리가 그들에게 진정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11월 16일자 중앙SUNDAY는 ‘이정현 사 용설명서로 예산 챙긴다’와 관련된 기사를 1면과 4면에 실었다. 호남에서 당선된 새누 리당 이정현 의원의 예산 챙기기 활동을 둘 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풍경과 의미를 상 세하게 보도해 가독성이 높았다. 분명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한다는 점에서 이 의원 당선이 유의미하고, 그의 활 동 역시 중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 은 편치 않았다. 의정활동은 소홀히 하고 지 역구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의원들의 모습 이 연상됐기 때문이었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실효성 없는 사업이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예산 정국 막판 ‘쪽지예산’ 밀어넣 기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건 아닌지도 혼란 스러웠다. 치열한 지역 예산 따내기만큼 국 가 예산의 적절한 배분이 진행되는지 중앙 SUNDAY가 균형감 있게 감시의 눈을 세 워주길 바란다. 1면 ‘애니팡 제소당할까’ 기사는 영국 게
임업체 킹닷컴이 국내 게임사 아보카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냈다는 사 실을 전해줘 흥미로웠다. 하지만 킹닷컴이 그동안 자사 게임 ‘캔디크러쉬 사가’와 표 절시비가 붙었던 ‘애니팡2’는 놔두고 왜 다 른 게임에 먼저 소송을 걸었는지는 궁금했 다. 더불어 ‘게임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 의 대상인가’와 관련된 논쟁이 활발해졌으 면 좋겠다. 16~17면 와이드샷은 혜성 탐사선이 찍은 혜성 사진을 2면에 걸쳐 실었다. 신문 지면 으로 이렇게 크고 자세한 혜성 사진을 제공 한 곳은 중앙SUNDAY뿐이었을 듯하다. Q&A 형식으로 쉽게 풀어 쓴 전문가의 해 설이 곁들여져 더욱 유용했다. ‘한반도와 사드’는 찬반 양론을 6~7면에 1면씩 상세하게 실었다. 집중탐구 및 깊이 있는 분석이라는 중앙SUNDAY의 강점을 잘 이용했다. “북한 스커드 미사일의 공격 능력과 사드의 방어 능력에 대한 정확한 정 보가 없는 상태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는 전문가의 언급이 정곡을 찔렀다.
23면 ‘나이 들면 더 필요한 코어근육 만 들기’는 특별한 운동기구 없이 근육을 단 련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 헬스 트레이 너나 스포츠학 공부 경력 없이 스포츠 칼 럼을 쓰고 있는 고학력 필자의 이력도 독 특했다. “일반인도 나처럼만 하면 체지방 10%대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주 S매거진에서는 단연 ‘세상의 멋 진 도서관’ 사진이 돋보였다. 칼럼을 더욱 몰입해 읽도록 만드는 사진들이었다. S매거 진 마지막 페이지 포토에세이 ‘케이티의 남 과 여’도 매번 기다려지는 코너 중 하나다. 사진을 찍은 시·공간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 게 제공해 주는 것도 사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 같다. 유희연 2000년부터 2007년까 지 문화일보 정치부·사회부·국제 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전업주부로 일곱 살, 네 살 두 아 들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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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
‘창업’에 대한 환상이 불러온 비극
신장섭의
시대공감
청년 취업난, 창업 부추기는 정부 자영업 대출 > 대기업 대출 기현상 한국경제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 기존 기업 키우기에 힘써야 정상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제학 교수
한국 경제는 지금 지루한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언제 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 을지 막막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드러나 는 몇 가지 수치들은 우리 마음을 더 암울하 게 한다. 2010년 말 94조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 이 올해 10월 말까지 약 4년 동안에 40조원 이나 늘었다. 이 기간에 대기업 대출 증가액 은 29조원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오 히려 줄어들었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금 중 소기업 대출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앞 으로 더 많아지는 건 시간문제다. 금융권 입 장에서 보면 돈 떼일 가능성이 큰 부문의 대 출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영업자 대출 급증에는 오래 지속되고 있는 내수 부진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경쟁 은 심해지는데 내수가 침체되니까 매출이 줄어들고 할 수 없이 빚으로 연명하는 업체 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왜 우리 주변에 이 렇게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는가? 자영업 급증의 분기점은 1997~98년 한국 금융위기 때의 정리해고와 기업 구조조정 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된 중· 장년층이 창업의 길로 많이 나섰다. 직장 내 에서 성공과 안정을 이루는 것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청년들도 취직보다는 창 업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정부도 창업을 미화하고 부추겼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너무 대기업 위주로 성장했 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미국 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창업의 길 로 나가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많아져야만 경제의 활력이 회복된다는 진단이 따라붙 었다.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과감하게’ 펼 쳐졌고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 수많은 창 업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청년실업 문제 가 심각하니까 정부에서 청년 창업을 더 적 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얘기들도 쉽 게 나왔다. 그러나 경제 문제는 투입 대비 산출로 따 져야 하고, 정책은 그에 따라 우선순위를 잘 설정해야 한다. 상식선에서 살펴보자. 흔히 “벤처기업은 10개 중 1개가 성공하면 성공” 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창업은 아 무리 잘돼도 90%가 성공하지 못하다는 것 이다. 창업 자체는 상대적으로 쉽다. 성공하 지 못한 90%에 들어가더라도 “창업을 해봤 다” “평균만큼은 했다”고 스스로 자위할 수
있다. 국민 세금을 여기에 넣더라도 “실패를 교훈 삼아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한 것”이라고 합리화할 수 있다. 그렇지 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패라 는 멍에를 걸머지게 되고 사회적 낭비가 벌 어지는가. 실제로 성공의 길은 항상 좁다. 그리고 성 공한 소수의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크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어간다. 그렇다면 창업을 해보는 것보다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따져보고 행동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 훨씬 중요하다. 사회적으로도 창업을 지원하기보다 만들어진 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와 틀을 만드는 것 이 더 효율적이다. 기업가 정신을 오래 연구한 대니얼 아이 젠버그 하버드대 교수는 그래서 “창업은 아 이를 낳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라며 기업 정책의 초점을 ‘창업(start-up)’보다는 ‘성장(scale-up)’ 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샐러리맨의 신 화’를 일구었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도 같 은 생각을 했다. 본인은 회사생활 5년 만에 창업했지만 지금 베트남에서 키우고 있는 청년 사업가들에게는 10년 후에 창업하라 고 권고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으니까 10 년 동안 충분히 경험을 쌓고 인간관계도 만 든 뒤 창업을 해도 늦지 않고, 또 그래야 실 패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창업에 대한 지 원이 사회보장 대책과 혼재돼 있었던 것 같 다. “약자에게 기회를 준다”든지 “청년에게 취업 이외의 대안을 제공한다”는 등의 목표 가 경제논리와 뒤섞였다. 경제논리로 따지 면 창업 성공은 극도로 불균등한 과정이다. 수많은 실패를 뒤로하고 소수의 성공이 이 루어진다. 실패하는 사람들을 많이 지원한 다고 해서 성공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하는 사람들을 잘 솎아내야 사 회적 낭비가 줄어든다. 창업 정신은 물론 중요하다. 도전적인 창 업가가 계속 나와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성공하는 기업인들이 많이 나오는 것 이다. 기업 투자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 데 자영업자 대출이 제일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한국 경제가 뭔가 거꾸로 가고 있는 현 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창업에 대한 환상이 불러온 비극을 지금 아프게 체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민주주의 후퇴하나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국 뉴욕은 다섯 개 지역으로 구성된 도시 다. 뉴욕시를 생각하면 대개 중심지인 맨해 튼을 떠올리지만, 이 도시는 요즘 뜨는 브루 클린,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퀸스, 빈곤 및 범죄로 악명 높은 브롱코스, 그리고 단 독주택이 많은 스태튼아일랜드로 구성돼 있다. 스태튼아일랜드를 뺀 다른 지역들은 모두 다리와 지하철로 맨해튼과 연결돼 있 다. 맨해튼에서 스태튼아일랜드로 가려면 30분 정도 배를 타야 한다. 월가 남쪽에서 출발해 스태튼아일랜드로 가는 길에는 자 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 있다. 최근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면서 갑자기 무거운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혹시 민주 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 각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를 갖게 된 것은 최근 미 정치에 서 드러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탓이다.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민주·공화 양당 체제로 인한 경쟁 없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다. 각 당의 골수 지지파들이 늘면서 정치적 지역분화가 점 점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쟁 과 협상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을 창출하는 정 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물론 당내 경쟁이 있긴 하지만 이는 동일 한 정치철학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 간 경쟁 이기에 정책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 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내 고향인 미시간 주 앤아버는 대학촌이라서 그런지 공화당 의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민주당 세력이 강 한 곳이다. 최근 중간선거에서도 시장 후보들은 민 주당 소속이거나 무소속이었다. 시의원에 는 민주당 후보 일색이었다. 이처럼 경쟁 없 는 선거를 통해서는 새로운 정책이나 개혁 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화당 강세 지역도 사 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구조는 견제가 없기 에 부패를 쉽게 양산한다. 부패는 꼭 뇌물뿐이 아니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봐주기’와 같은 세련된 방법도 있다. 미국에선 노골적인 부 패보다 이런 세련된 부패가 흔하다. 특히 봐 주기는 연방정부보다는 지자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앤아버에 인접한 디트로이트는 재정적자 로 2013년 파산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지자체의 파산이었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디트로이트 파산 원인 중 하나는 임금과 연 금에 관련된 공무원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계속 수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공 무원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시 정부는 지역 경제 침체와 맞물려 파산했다. 둘째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다. 미 국은 헌법을 제정할 때 기본권 보장이 빠져 1791년 10개 권리를 보장하는 ‘권리장전’을 만들어 개헌을 했다. 그 내용을 보면 정부의 공권력을 억제하고 시민에게 더 많은 권리 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최근 이에 반하는 사건들이 늘고 있다. 2013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 드워드 스노든은 국가안보국(NSA)이 인 터넷을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국가안보라는 명분 앞에 침묵하 고 있다.
양당제 부작용에 정치적 지역 분화 정부 인터넷 감시에도 시민들 침묵 값비싼 대가 치른 민주주의 지켜야
민주화의 반대말은 비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상황을 보면 비민주화의 초 기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를 원상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경쟁 선거 와 기본권 보장이 확립돼야 한다.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역행은 미국에만 해당되진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20세기 수많은 전쟁과 갈등에 따른 막대한 희생을 대가로 자리를 잡았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 은 압제로부터 해방된 민주사회를 갈구하 는 인간의 희망을 상징한다.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로버트 파우저 미국 미시간대에서 동양어문학 학 사와 언어학 석사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에서 언 어학 박사를 받았다. 일본 교토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후 현재 미국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말말말
On Sunday
“이러니 당이 죽어가는 정당이라는 이야기 들어”
인간 문재인, 정치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 21일 같은 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설전을 벌이며. 두 사 람은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비상대책위원의 사퇴 시기를 놓고 충돌했다. 최민우 정치부문 기자 minwoo@joongang.co.kr
두 달 남짓 남은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의 문제는 ‘문재인 이냐 아니냐’로 정리할 수 있다. 아니 조금 더 핵심을 들여다보면 ‘문재인이 출마하느 냐 마느냐’로 축약된다. 문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다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전폭적 인 지원 속에 그가 당권을 탈환하는 건 예 정된 수순처럼 보인다.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김동철 의원), “비대위원이 출마하 는 거 자체가 쩨쩨하다”(김영환 의원)는 견 제도, “문 의원이 당선되면 당이 쪼개질지 모른다”는 ‘호남 신당론’ 으름장도 사실은 ‘문재인 출마=당선’이라는 두려움의 발로 일 수 있다. 문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2월 중순께 출마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막판 변수가 있긴 하다. 대리인을 세우는
거다. 이런 복안은 문 의원이 전면에 나섰다 가 자칫 생채기만 입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당 대표가 되고 난 뒤 급전직하한 안철수 의 원이 대표적 예다. 믿을 만한 2인자를 내세 워 그가 악역을 맡고 문 의원은 2017년까지 안정적인 길을 간다면, 당권도 잡고 대권도 유망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문 의원도 내심 이걸 바랄지 모른다. 문제는 마땅한 대리인이 있느냐다. 친노 진영엔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486 운 동권 출신 인사 중 제법 쓸 만한 인재가 있 지만, 자칫 칼끝이 돌아오는 건 아닌지 불안 하다. 결국 문 의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정치인 문재인이 리더로서의 모습을 강하게 어필한 적이 있는지, 썩 떠오 르지 않는다. 여전히 ‘노무현의 남자’라는 이미지가 적지 않다. 3년 전에도 주변의 권 유에 떠밀리다시피 정치에 입문했다. 대선 레이스 과정에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를 “종북인지 아닌지 정체성을 밝히라”며 매섭게 몰아붙이는 역발상으로 판을 흔들 고, 보수 진영을 안심시켜야 했음에도 그놈
의 ‘의리’ 때문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지 난 세월호 정국에서도 그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따라 동반 단식에 나선 게 전부였다. 사람 좋고, 소탈하며,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않는 진정 성이 있다는 건 이제 그만 얘기해도 된다. 선의만을 믿고 무작정 찍을 만큼 국민도 그 리 순진하진 않다. 이젠 스스로 지도자 문재인으로서의 역 량을 입증해야 한다. 당권을 잡아 온갖 포 화를 뚫고 끝까지 친노 패권주의를 밀어붙 이든,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자 신의 수족(手足)을 잘라내고 더 큰 그림을 그리든 말이다. 그게 비록 권력의 비정함 이라도, 국민이 확인하고 싶은 건 문재인의 사람됨이 아닌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결국엔 관철해 내는 집요한 권력 의 지다. 누가 그러지 않았나,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망이 가장 강한 자가 결국 대통령이 된 다고. 상처를 두려워해선 대권도 오지 않 는다.
“감사합니다. 한국어 학생이에요. 재미있어요!” 최근 부임한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글로 직접 쓴 글. 리퍼트 대사 는 한국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수시로 올려 호응을 얻고 있다.
“문래동은 산업과 문화가 만나는 창조경제의 현장” 박근혜 대통령, 2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 방문 중에. 이곳에는 소규모 금 속 가공업체 1300곳이 들어섰고, 최근엔 예술인들의 작업 공간으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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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 웨이크필드가 조사한 서울 명동의 ㎡당 월 평균 임대료. 조사는 65개국 330개 상업지역의 소매 임대료를 대상으로 했 다. 조사 결과 명동의 월 평균 임대료는 전년 대비 17.5% 오른 7924유로(약 1100 만원)로 세계 주요 도시 상권 가운데 여 덟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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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호 2014년 11월 23일~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