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am

Page 1


Content Cover Story 4 미스터 아웃사이더 조영남 6 남희석의 작가납치 프로젝트 16 OLD MEMORY 22 내 직업은 산타클로스만큼 멋지다 28 떴다 써니 32 -신은경 예사롭지 않아 33 -강소라 제가 정말 뜬건가요? 37 배우 안성기를 오래 바라보았지 42 Drama Special ‘최고의 사랑’ 48 me2day Talk-가수 싸이 56 요즘대세 김범수 매력관찰기 60 나는 가수다, 어디까지 왔니 64 눈물의 희극지왕, 김병만 68 TV보는 락 74 TELEVISION 78 입양 고백한 이아연 90 다시 세상밖으로 94 산사로 떠난 리처드기어의 휴가길 102

이혼소송 막전막후 112 프랑스발 K-pop열풍 현지 중게 118 문화도 기술이다 124 도시 농부들의 여름나기 126 삼삼오오 바늘질하는 여자들 136 NLCS,제주에 상륙하다 140 영어공부의 왕도 144 손열음이라는 새로운 클래식 한류 166 아빠, 딸이랑 레슬링 하세요 174 잘하는 말 을 키워주세요 178 단순하게, 어울리게 염정아의 ...182 시간조차 쉬어 가는 다도해에서 194 남편의 여름 출근복 204 취향따라 맞춤형 손목시계 210 맥시 스커트 활용 백서 211 아침 뉴스 앵커의 모닝 & 나이트뷰티 212 바캉스 뷰티 224 바캉스 뷰티 머스트 팩 232 무결점 피부 만들기 234 머리 묶기, 달인에게 묻다 240 훌쩍 떠나고 싶으실걸료? 244 -울룰루 사막 야생 투어 245 -베를린 디자인 로드 249 -일본 시골집에서 살다 오다 252 -클로즈 업 싱가포르 256 -보리카이 260 -스타일리시 바캉스 홍콩 262 -제주 올레 & 커피로드 264 -패밀리 캠핑 268 -한국내 리조트 투어 270 -전국 팔도 미각 여행 272


-부산 국제시장 맛 투어 274 사계절 보양식 276 이혜원의 중식 보양 요리 278 향긋하게 들깨요리 286 선 드라이 토마토 292 지친 아이들을 위한 여름 별미 냉요리 296 해외 동포를 위한 특별 경제구역 300 한젬마의 크리에이티브 홈 308 소재 따라 카펫을 쓰는 취향 318 공간을 위트있게, 조명 한 점 324 평창 드림팀의 비공개 파일 326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 현지 인터뷰 327 -평창 P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329 -자크 로케 IOC위원장 도쿄 인터뷰 332 -평창 젊은피 3인 3색 스토리 336 -평창의 17년 감동 도전기 339 연재만화 <분노의 바다> 342

Program August 2011 2011년 8월 둘째주 제2호 발행처 발행인 발행일 창간일 발행일

: : : : :

조인스미디어 김균석 매주 월요일 2011년 8월4일 2011년 8월9일

사진/기사 JmNT TV J-on(중앙일보) J Golf QTV 무비위크 일간스포츠

연예.영화

스토리온 Event Today

여성

쎄시-슈어 온스타일 여성중앙 레몬트리 인스타일 코스모폴리탄

엔터테인먼트 3355뮤직 U1 미디어

라이프 마운틴TV 푸드TV 오토조인스


Cover Story

계백

MBC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36부작)

제작사 : 계백문전사,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 커튼콜미디어 제작진 : 연출 김근홍, 정대윤 | 극본 정형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구태의연한 표현은 차지하고라도,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백제는 오랜 세월 ‘폭군 의자왕’이나 ‘낙화암세서 몸을 던지는 삼천궁녀’쯤으로 요약되어 지리 멸렬한 국가로 인식되어 왓다. 근래들어 백제의 기록과 유적지들이 확대 발굴 되면서 백제에 대해 무지했던 새로운 사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따. 드라마 계백은 역사 속에 감추어졌던 백제의 위대함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승자의 역사속에 억눌 렸던 백제의 한을 분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장장 680년의 역사를 지닌 백제가 폭군왕의 과도한 음주가무때문에 망했다는 망언을 걷고, 백제가 대내외 관계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투쟁과 고통을 겪었는지를 드라마적 재미와 역사적 의미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 <중략>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국가도 홀로 발전한 나라는 없는 법이다. 주변의 여러 나라와 끊임없 는 대외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백제의 멸망은 외교적 고립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그것은 곧 백

4


Program 제의 자주노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백제 멸망 8년저, 백제 의자왕은 신라에게 빼앗은 성을 당나라가 신라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하자, 이때부터 완전히 국교를 끊게 된다. 만약 당의 간섭과 군사적 개입 이 없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인가.... 이드라마는 국제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선택해야만 했던 백제 의 자주적 노선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그려보려 한다. 그 무엇보다 백제 말엽이 강성했던 이유는 인재에서 찾을 수 있다. 책사로 성충과 홍수가 있었다면, 탁월한 무장으로는 계백과 흑치상지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도 탐냈던 인재들이다. 사실적인 예로, 흑치상지의 경우 백제 패망 후 당나라로 건너가 돌 궐을 정복한 혁혁한 전과를 올린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대부분의 백제의 인재들은 운명을 나 라와 함께 했다. 그들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것이 과연 주군이었던 의자왕과의 충의 때문만 이었을까....그들에게도 이땅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이 있었을 것이다. 성충과 홍수, 두 천재적 책사는 처음에는 의자를 도와 정권을 잡고, 이후 강력한 법치국가를 실현하려 했다. 그것은 삼국통일을 위 한 천년대계의 기반이었다. 현명한 왕이라면 다행이지만, 모든 군왕이 현명할 수는 없다. 독재적인 폭군이나, 유약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린다면....삼국일통은 커녕, 나라의 십년지계도 장담하기 어렵다. 성충과 홍수는 당대는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국가운영의 시스템을 만들고, 가동하려 한 것이다. 계백, 660년 황산벌에서 죽었다는 기록 외엔 어떻게 낳았는지, 살았는지 아무 기록도 없는 인물... 그의 최후에서 유추해보면, 훌륭한 전략가이자 무예가였고, 적국인 신라에서 조차 그를 위대하게 평가할 만큼 대쪽 같은 충신이었다는 것... 당대의 석학 성충과 천재 흥수를 만나 새로운 국가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고 믿음을 지니게 된다. 들판의 키 작은 풀에 불과했던 그가 만났던 인연을 통 해...혹독하게 거듭나고...마침내 나라의 존망을 떠받치는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한 것이다. 어느 편견의 미망에 빠지지 않고 충의와 사랑과 미래의 에너지를 모두 끌어안고 산화한 이 사내 야말로 백제 마지막 역사의 한 페이지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계백...!!! 우리는 일생을 불살랐던 이 사내를 통해, 역사의 연속성은 승전국의 함성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가 이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MBC계백 공식 홈페이지의 기획의도에서..>

계 백 (이서진)

의자왕 (조재현)

사택비 (오현수)

은 고 (송지효)

5


6


Program

무대에서 60년

버라이어티, 윤복희 데뷔 60주년. 여섯 살 때 아버지의 창작 뮤지 컬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공식 데뷔한 윤복 희가 무대에서 60년을 살았다. 그녀에겐 여 러 최초가 붙는다. 최초의 아역, 루이 암스트 롱과 공연한 최초의 한류, 아마도 최초의 미 니스커트 제작자, 그리고 월트디즈니의 보이 스 캐스팅 역할을 하는 터라 그 원작을 세계 최초로 보는 사람 중 한 명. 어마어마하다. 정 작 그녀는 “난 최초, 이런 타이틀 별로던데” 라며 시큰둥했다. ‘최초’를 기억하고 살기보 다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는 것을, 윤복희는 그렇게 톡 쏘는 말로 대신했고, 그녀의 앙증 맞은 체구가 빛을 발했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7


그녀는 바빴다. 인터뷰 요청을 몇 달 걸러 세 차 례 했는데, 모두 퇴짜를 맞았다. 성지 순례를 계획 중이라서, 이사를 해야 해서, 데뷔 60주년 공연 세팅에 시간이 걸려서, 라는 이유였다. 모 두 이해되는 이야기들이었고, 여전히 버라이어 티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눈치를 챘다. 초여름 햇살이 강하던 어느 날, 웨스턴 스타일 에 보잉 선글라스를 낀 윤복희를 만났다. 기자 를 슬쩍 보더니 “이 선글라스가 당신 나이보다 많을 거다. 4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나는 고 개를 끄덕이며 “오늘 사진 촬영은 가수 비 콘 셉트로 해야겠다”고 농을 걸었다. 윤복희가 눈 을 말똥말똥 뜨더니 “비가 누구지? 내가 TV 를 거의 안 봐서”라고 궁금해한다. 집에 머물다 기자의 전화를 받고 세수만 간단 히 하고 나왔다는 그녀의 피부는 깨끗했다. 비 누 거품으로 씻어냈을 맑은 얼굴에는 기미와 주름살 또한 선명하다. 오른쪽 뺨과 귀를 잇는 달걀만 한 크기의 점은 ‘윤복희=자연 미인’임 을 증명한다. 최근 그녀가 몇 차례 실시간 검 색 순위에 올랐다.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해 “ 남진과 약혼 해프닝 당시, 난 나쁜 여자였다” 라고 까발렸을 때,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그녀의 가스펠 송 ‘여러분’을 기가 막히게 불 렀을 때였다. 그런데 일부 안티가 있었던 듯하 다. 지난 해프닝을 두고 왈가왈부, ‘여러분’을 두고 오빠 윤항기 목사와 사이가 안 좋다느니 등으로 또 왈가왈부. 보다 못한 윤복희가 댓글 을 달았다. “내가 윤복희란 사람인데, 잘 알지 도 못하면서 왜들 그러시냐”고. 윤복희는, 기 자가 아는, 소셜 네트워킹을 가장 열심히 하는 ‘딴따라’다. 데뷔 60주년을 맞이한 윤복희를 최근 이사한 경기도 광주의 한 아파트 근처에 서 만났다.

윤복희 마음에 바람이 분 거지 8

윤복희가 본명인가요

애매해요. 그렇게 불리기는 했는데, 호적상 이 름은 복기(복 福, 일어날 起)거든요. 10대 때는 어머니 성을 따 성복희로, 그리고 뒤늦게 학교 에 들어가려고 보니 출생 신고가 안 돼 있었고, 이후 아버지 호적에 들어가 윤복희가 된 거죠. 뒤늦게 학교를 가셨다고요

여섯 살 때 데뷔해 쭉 무대에서 살았으니까 학 교 다닐 생각을 못했죠. 그런데 주변에서 ‘복 희가 참 똑똑한데, 학교를 다니면 좋을 텐데’ 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란 게 뭐 지? 뭔데 그런 얘기들을 하지? 조금 프라이드( 자존심)가 상했지(웃음). 그래서 서울에서 학 교 다니던 사촌 오빠를 졸라서 검정고시를 친 거죠. 공연 끝나고 밤에 공부해서 시험을 쳤어 요. 중학교부터 들어가려고 했는데, 고등학생 으로 합격했죠. 학교생활은 할 만했나요

어느 날은 눈을 뜨니 양호실에 누워 있더라고 요. 그럴 만했지. 학교생활과 무대 생활을 동시 에 했으니까요. 조퇴를 하고 정문을 나서면 나 를 픽업할 택시가 대기해 있고, 그 택시를 타 고 삼각지 사무실에 가요. 사무실에서 공연 트 럭을 타고 미 8군으로 이동하는데, 그 트럭 안 에서 촛불을 켜고 공부를 했죠. 공연 끝나고 집 에 오면 새벽 2~3시가 되고, 너댓 시간 눈을 붙인 뒤 등교하는 스케줄이었어요. 고등학교 1 년을 다니고 학교 추천으로 서라벌예대(중앙 대 전신)에 입학했는데, 그해 10월에 루이 암 스트롱의 초대로 미국 공연을 하면서 한국을 떠났으니, 학생 신분은 2년 정도였죠. 루이 암스트롱과 인연은 어떻게 된 거죠

내가 열 살 때부터 미 8군 무대에 섰는데, 암스 트롱 모창을 한 게 미국까지 입소문이 난 거죠. 한국의 앙증맞은 여자애가 모창을 기가 막히 게 한다고. 8군에는 ‘딴따라 등급’이 있는데 난


Program 윤복희 사고 이력을 보면 데뷔 60주년의 열정이 보인다 윤복희가 무대에서 환갑을 맞이했다. 이 세월을 끌고 온 과정과 열정을 어떤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 도, 그녀의 사고 이력이 그 열정과 삶을 보여준다. 윤복 희는 1986년 ‘피터팬’ 공연 당시 세트가 무너지면서 척 추뼈 4개를 다쳤다. 의사는 공연을 강행할 경우 반신불 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몸 오른쪽이 일부 마비됐 고, 시력이 불안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공연을 강행했다. 그녀의 집과 은행 담보가 걸린 ‘지분제’ 공연 인 탓에 ‘아프다’는 핑계로 빠질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 다. 윤복희는 통증 억제제를 맞으며 사고 이후 4년 동안 공연을 진행했다. 4년의 투병 공연을 마친 어느 날, 세 수를 하는데 오른손이 편하게 움직였다. 엑스레이 촬영 을 하니 부러진 척추뼈 4개의 물렁뼈가 살아났더란 얘 기. 다만 시력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이렇게 웃 는다. “내 얼굴이 뿌옇게 보이니 진한 화장을 할 필요가 없지. 보이는 세상도 뭐가 낀 것처럼 다 예뻐 보인다”고. 윤복희 패션에도 비밀이 있다. 그녀는 여름에도 롱부츠 나 어그 부츠를 착용한다. 이것도 무대 사고의 영향인 데, 발이 조금만 차가워져도 진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녀는 이 저린 몸을 이끌고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무대 에 섰다. 막달라 마리아 역이었는데, 앉아서 하는 장면 이었기 때문에 강행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열정이 보 여준 ‘기적’인 듯했다.

9


AA등급으로 늘 최고 대우를 받았죠. 그분이 한국에 오면서 나를 찾은 거예요. 자기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해 달라고. 공연이 내 ‘밥줄’인 데, 당대 최고가 나를 선택한 거니, 안 응할 이 유가 없잖아요. 워커힐 공연에서 루이 암스트 롱과 듀엣을 했어요. 대단한 거죠. 공연이 끝나 고 2주 뒤, 미국으로 돌아간 암스트롱이 내게 계약서를 보내면서 떠나게 된 거죠. 윤복희 마 음에 바람이 분 거지(웃음). 암스트롱은 왜 당신에게 계약서를 보냈다던가요

에이, 그걸 왜 물어봐. 가수들 사이에서 그분 애칭이 팝(PaPa-파파를 줄인 말)이었는데, 내 수양 아버지가 되셨고, 아무튼 그건 ‘축복’ 인 거죠. 윤복희 하면 여러 전설이 있어요. 비틀스와 윤복희, 이런 얘기도 돌던데,

이건 무슨 얘기인가요 아, 1960년대 초반 영 국에서 ‘코리안 키튼’이란 이름으로 4인조 그 룹 공연을 했어요. 당시 비틀스가 갓 데뷔를 했 죠. 비틀스의 신곡 하나를 우리가 기막히게 잘 불렀거든요. 다음 날『런던데일리』에 비틀스 와 ‘코리안 키튼’ 사진이 나란히 실렸지. 기사 내용? 우리가 비틀스 오리지널보다 더 기가 막히게 노래를 잘 부르더라는 내용이었지(웃 음). 이후 우리가 엄청 유명해졌어요. 그 영상 이 지금도 유튜브에 나오던데.

엄마 곁에 가면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을 것 같아서 부모님을 열 살 전에 모두 떠나보냈죠.

그 ‘정’을 대신해 준 게 있나요 부모의 정이라? 그런 건 몰랐어요. 내가 부모님 손에서 자란 게 아니고, 엔터테이너적인 환경과 어른들 틈 에서 자랐으니까. 그러니 부모님이 안 계시니 못 살겠다, 이런 건 적었죠. 어머니가 일곱 살

10

에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투병하실 때 내가 여 관에서 생활했는데, 그때 죽으려고 생각했던 적은 있지. 자살을 생각한 거예요. 엄마 곁에 가면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때 감정이 어른들이 말하는 자살 같은 것과는 다르기 도 했을 것 같은데요

글쎄? 아무튼 내가 어른들 틈에서 자라 조숙 하긴 했어요. 그래도 요즘의 사치스러운 단어 와는 다른 거지.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생 명을 가지고 사치스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아구창을 돌려야 해. 지구 위에 얼마나 춥고 배고픈 이들이 많은데. 연예인들에게 그런 나쁜 일들이 종종 있는데요

보세요. 취미 삼아 일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유 명해졌어. 그때 컨트롤이 안 되면 유혹들이 속 삭인다고. 필요 이상의 돈과 인기, 명예가 다 가오면 주체를 하지 못하는 거지. 성형 수술하 고, 명품 사는 데 낭비하고, 마약.술.섹스 등 나 쁜 무리들이 몰려들지. 추락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어서 정말 조심해야 하는 생활이라 고 말해 주고 싶어요. 본인에게도 그런 유혹이 많았나요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애들이 있어도 내겐 우 스웠지(웃음). 난 연예계 생활을 잘했던 분들 과 함께 생활했고, 그분들의 무대 밖 생활도 다 지켜봤으니까요. 삼십대 시절부터 내겐 그 흔 한 세 가지가 없어요. 자동차, 가사 도우미, 매 니저와 기획사.

열네 살 때 월급을 가불해서 집을 살 정도 니까요 이제 데뷔 시절의 얘기를 해볼까요. 여섯 살에 아버지 윤 부길 선생이 만든 창작극 ‘크리스마스 선물’ 무대에 오른 게 데뷔였어요. 돌아보면, 이게 아버지에게 받은 큰 선물


Program 인 건가요

어린 나이에 돈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군요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는 반대했지. 윤부길 선생이 대단하신 분이잖아요. ‘견우직녀’ 등 국내 첫 오페라를 만들었고, 전쟁 때는 예술 인 수천 명을 데리고 부산 피난을 내려가 8군 쇼를 진행했어요. 그때 연예인들이 공연을 하 고 공연료 대신 스튜, 초콜릿 등이 든 식량 박 스를 받아온 게 기억이 나요. 공연 의상 만드 느라고 부산에 ‘국제시장’이 들어섰고요. 내가 그 무리 속에서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느 낀 게 네 살이었고, 그 맛을 안 거지. 여섯 살 때 서울 중앙극장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올 리는데, 내가 오빠가 쓰던 양철 필통에 손가락 을 집어넣고, 무대에 올려달라고 ‘자해 소동’ 을 벌였던 거예요. 아버지가 ‘그럼 선물로 딱 한 번’이란 조건으로 나를 세웠는데, 그게 빅 히트가 됐어요.

열네 살에 가불해서 집을 살 정도니까요(웃 음). 내가 움직이면 항상 따라오는게 돈과 인 기였지만, 그런 것들이 내 삶에서 필요한 부분 은 아니었어요. 난 비를 피할 공간과 배고프지 않을 정도의 음식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삶을 살았으니까. 오빠에게 사준 집은 일종의 가장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이후 무대에서는 늘 행복했나요

한 번 하고 딱 하기 싫어졌어요. 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싶었지. 그런데 엄마 투병하시 고, 아버지 떠나고 나니까 급할 수밖에 없잖아 요. 내가 움직이면 돈이 되니까, 누군가 가족을 챙겨야 했는데, 그 역할을 내가 한 거죠. 공연 수입으로 오빠 학비도 댔다면서요

그때 내가 꽤 유명했거든요. 수입이 꽤 됐고, 윤복희가 돈이 좀 있다는 걸 아는 어른들이 돈 을 빌려가면 이자도 받았어요(웃음). 당시 8군 에서 스페셜 A 클래스였고, 한 달 월급이 4만 ~5만원이나 됐어요. 4만~5만원이면 어느 정도죠? 지금과는 차이가 클 텐데, 자장면 값과 비교해 볼까요

에이, 이보세요? 자장면이라니. 집값과 비교 를 해야지. 몇 달치 월급을 가불해서 열네 살 때 집을 샀으니까요. 당시 오빠가 군대에 있었 는데, 제대하면 살 집을 오빠 명의로 구해 주 고, 미국으로 떠난 거죠.

난 딱 한 번 첫사랑과 결혼한 여자예요 자, 그때의 윤복희를 떠올리면 최초의 미니스커트 착용자 라는 전설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내가 미니스커트를 입긴 했는 데, ‘최초’ 이런 건 모르는 일이라고. 비행기에 서 내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계단을 내려오는 얘기를 하는데, 그게 CF 장면이었지, 실제 내 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내가 미니스커트를 만 든 ‘최초’는 맞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무대 의 상을 직접 제작했으니까. 내 취미가 바느질이 에요. 1960년대 어느 해외 국빈급 공연을 갔는 데 드레스를 안 챙겨 간 거예요. 그래서 부랴부 랴 원피스를 개조해 미니스커트를 만들었지. 그게 아마 원조일 겁니다. 애인(독일계 혼혈 가수 유주용으로 당대 인기 가수)에게 잘 보이 고 싶어 미니스커트를 입긴 했어요(웃음). 지금 말한 애인이 전남편 유주용씨죠. ‘무릎 팍 도사’에서 결혼 얘기, 남진과 약혼 해프닝 사연을 꺼내 실시간 검색 어 1위를 했어요. 결혼 생활을 정리해 볼까요.

유주용씨와는 어떻게 만나신 겁니까 십대부터 같이 공연을 하던 오빠였어요. 잘해 주고, 챙겨 주고, 돌봐주고 그러다 정이 쌓인 거죠. 어린 나 이에 오빠를 알았고, 나중에 가족을 이루면 오빠 랑 하겠지,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다, 오빠가 프 러포즈를 했고, 1967년 내한 공연 때 약혼을 한

11


뒤 미국으로 떠난 겁니다. 흔히 말하는 불 같은 사랑, 그런 건 아니었고요(웃음).

한 여자라는 거예요.

결혼하면 무대를 떠나 평범한 아내가 되고 싶었다고 했

그런데 인생에 ‘만약에’는 없는 거니까요

는데, 그게 잘 안 됐죠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하니까 무대에 올랐지만, 난 무대가 싫었어요. 내 초이스(선택)가 아니었으 니까요. 내게 무대는 컴컴하고 춥고 일을 해야 하 는 공간일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결혼하면 무대 를 떠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여기저기 음악 하자는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데, 그걸 다 뿌리친 거야. 그래서 내가 계속 무대에 올랐던 거죠. 이건 내 계획과 완전 반대잖아요. 그런 마 음이 있었지만, 난 또 프라이드가 세서 그 얘기 를 남편에게 못했지. 그런 어느 날, 남편이 질투 가 생긴 거야.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섰는데 날 좋 아하고 짝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겠어 요. 그래도 ‘그건 아니다, 당신밖에 사랑하지 않 는다’고 진정을 시켰지. 그런데 하루는 신문을 보 라며 건네더라고. 남진과의 스캔들이 난 기사였 는데, 평범한 주부로 살겠다는 내 계획이 틀어진 것도 있고, 화도 나고 해서, 홧김에 ‘에라 모르겠 다, 그래 맞다!’ 하고 질러버린 거죠. 남진과의 스캔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남진씨가 날 좋아했는데, 그가 다이아몬드 반지 를 가져와 프러포즈를 하기에 심통 난 상태에서 그냥 받아든 거지. 쌍방 소통이 아니라 그가 날 일방적으로 좋아했다고. 사실 그때 ‘딴 분’이 내 마음에 있긴 했어. 그래서 그게 들통날까 봐 겁도 나서 얼떨결에 남진과 약혼을 하고 났더니, 이거 큰 잘못이다, 난 유부녀 아니냐, 이래선 안 된다 는 죄책감이 엄청 크더라고. 그래서 다 돌려주고 없던 일로 했어요. 내가 나쁜 여자였지. 그래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게, 난 딱 한 번 첫사랑과 결혼

12

방금 말한 ‘딴 분’과는 잘 안 됐나요

(뾰로퉁한 표정으로) 나 좋아했던 남자들 다 말 할까. 괜찮았던 남자들 다 말하면 거기서 골라잡 을 거야? 지금 와서 뭐 그런 게 중요하다고. 삼십 대 초반부터 내가 혼자가 됐는데, 남자들 유혹이 왜 없었겠어요. 내가 세상 물정을 일찍 알고 조숙 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텐데, 결혼 생활이 참 행복 하고 좋았다면 혼자 못 살았을 거예요. 그런데 나 로서는 귀찮고 불편하기도 했거든. 그래서 이후 로는 그런 것들과 분명한 선을 긋게 된 거죠. 글 쎄 몰라, 애를 낳고 무대를 떠나 가정주부로 순탄 하게 살았다면 달라졌을 수 있겠지만. 그런데 인 생에 ‘만약에’는 없는 거니까.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여럿이 나을 때가 있는 데요

(무슨 그런 걸 묻느냐며 툴툴거리는 표정으로) 내 나이 낼모레 칠십인데, 어쩌라는 거야? 한 번 더 시집을 보내주겠다는 거야? 난 지금 이 순간 이 정말 좋아요. 외모나 경제력, 성격 이런 것 따 지지 않아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그분’을 만 났잖아요. (윤복희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삼십대에 교통 사고가 크게 났는데, 당시 어디선가 ‘걱정 마라, 괜찮다’는 성령을 받았다고 말한다. 1976년 2월 27일, 윤복희 나이 서른한 살 때다. 무대에 대한 염증, 결혼 생활 후유증, 스캔들 등이 동시다발 로 그녀를 조여올 때 일어난 일인데, 이후 윤복희 의 삶이 달라진다. 외국에서 대스타였던 윤복희 는 이후 귀국을 했다. 그리고 가스펠 송과 ‘슈퍼


Program

내가 지난해 안식년을 가졌어요. 평생 무대에서만 살아온 내게 긴 휴가란 걸 건넨 거였죠. 휴가를 보내면서 지난 생을 돌아보니까 기가 막힌 거예요. 아, 축복이었구나. 누가 그렇게 살아보라고 해도 못 살 인생이구나. 누가 날 인정 해줬고, 예쁘게 봐줬는데, 그분들께 고마움의 선물을 드리는 자리가 될 겁니다.

13


스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등 전도 뮤지컬, ‘피터 팬’ 등 어린이 뮤지컬 등으로 눈을 돌리며 새롭게 무대 열정을 깨운다. 이후 무대는 그녀에게 무지 행복한 공간이 됐다고 말한다. 최근 화제가 된 ‘ 여러분’은 윤복희가 만든 가스펠 송이다.) 그런 걸 깨달은 겁니다. 난 별 볼 일 없는 사람 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 어렸을 때부터 나를 택 해 훈련을 시키셨다고. 내가 돈만 버는 도구가 아 니었구나, 이런 것들도 깨달은 거죠. 이후 그렇 게 내가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이후부터 늘 신 이 난 거예요. ‘여러분’은 임재범이 부르면서 ‘불후의 명곡’이란 걸 새 삼 알렸는데요

편곡자가 내가 아는 친구야. 그 친구가 ‘여러분’을 편곡해서 부르겠다고 해서 오케이 했지. 그런데 2절까지는 자신이 없다며 양해를 구하더라고. 보 통 노래가 3분 분량인데, ‘여러분’은 7분짜리 곡이 거든. 1절만 3분을 넘기고 2절은 영어지. 사실 2 절까지 다 해야 스토리가 완성이 되는데, 그래도 공연 3일 전이라 시간이 없다니 어쩔 수 없잖아 요. 그 친구(임재범)가 노래 도중 무릎을 꿇었다 는 얘기를 듣고 내 속이 터질 것 같았어요. 이후 그 친구로부터 내가 받은 ‘성령’을 받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요. 이 친구가 영적으로 많이 아픈 것 같아서, 기도(걱정)를 해주고 있어요. 최근 근황 중 궁금한 부분은 이사를 한 겁니다. 전원주 택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아파트네요

사실 내가 집이며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스라엘 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 계획으로 성지 순례를 떠 났는데, ‘이제 시작이니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목 소리가 들려서 다시 돌아온 거죠. 여기는 예전에 살던 동네예요. 인터넷으로 부동산을 알아보다

14

가 이 집을 골랐죠. 사실 나도 ‘땅이 있는 집’이 좋은데, 주변에서 혼자 살면 번거롭고 위험하다 고 하도 말려서 아파트로 들어오게 된 거죠. 공 기도 좋고 안전하니까, 주변 잔소리도 없고 참 좋 아요. 꼭대기 층인데, 옥상을 내가 쓸 수 있어서 거기 옥탑 방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스라엘 가봤 어요? 옥탑 방은 황토로 만들 건데, 거기 흰색을 칠하고, 벽난로도 놓고, 이스라엘 느낌으로 만들 어보려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윤복희 이름을 건 최초의 데뷔 60주 년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뭘 보여줄 생각인가요

내가 지난해 안식년을 가졌어요. 평생 무대에서 만 살아온 내게 긴 휴가란 걸 건넨 거였죠. 휴가 를 보내면서 지난 생을 돌아보니까 기가 막힌 거 예요. 아, 축복이었구나. 누가 그렇게 살아보라고 해도 못 살 인생이구나. 누가 날 인정해 줬고, 예 쁘게 봐줬는데, 그분들께 고마움의 선물을 드리 는 자리가 될 겁니다. 내 이름을 건 무대는 처음 이죠. 난 소극장처럼 작고 소박한 곳에서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은데, 후배들은 자꾸 성대하 게 환갑잔치 하라고 하니, 흐흐. 인터뷰 중간 윤복희가 저 멀리 내다보며 이렇게 혼잣말 비슷하게 했다. “봐요, 우리가 만날 때와 지금 느낌이 또 달라졌잖아. 난 지금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해요.” 기자도 그 자리에서 못한 말을 전해야겠다. “윤복희라는 딴따라가 있어 우리도 무척 행복합니다”라고.


Program

15


드라마 ‘최고의 사랑’ 홍정은-홍미란 자매와 접선하다

뜻밖의 홍 자매이시네요!

아뿔싸,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인기 자매 작가의 애정 넘치는 컷은 물 건너갔다. 톱스타와 전직 아이돌의 말랑말랑한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최고의 사랑’으로 또 한 번 자매의 저력을 과시한 홍정은-홍미란 작가는 ‘가식은 절대 사양’이라며, 진짜 평범한 자매의 조금 특별한 작품 이야기를 하겠단다.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일러스트_김재민 장소 협조_ASTEROID COFFEE(031-909-5665)

16


Program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

충전은 잘 하고 있나? ‘최고의 사랑’을 쓰면서 많이 지

언뜻 사진만 보면 자매가 ‘한바탕’ 하고 나온 건 아 닐까 오해할 정도다. “우린 표현을 많이 하는 살가 운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낯가림이 심하고 차분한 두 사람의 성격상 인터뷰용 ‘다정한포즈’는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판타지와 코 믹을 섞은 달콤하고 발랄한 미니시리즈를 주종목으 로 하는 작가였기에, 그녀들의 성격 또한 작품 그대 로일 거라 내심 추측한 기자의 착각이었다. “둘 다 사진 찍는 걸 워낙 싫어해요. 근데 오늘 촬영도 꼭 해야 하나요?” 본인들이 갖고 있는 사진을 주겠다 는걸 겨우 설득해서 결국 카메라 앞에 선 홍 자매의 표정이 편치않은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기 싫은 숙 제를 하듯 후딱 촬영을 마친 그녀들에게 작품 이야 기를 건네자 비로소 얼굴이 밝아지고 말도 ‘속사포 랩’처럼 속도를 올렸다. (사진 찍을 때와 이렇게 달 라지다니! 배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외국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인터뷰며 밀린 약속들을 처리하느라 이래저래 쉴 틈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글 감옥’에서 해방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거 라는 홍 자매의 표정은 마치 막 수능 시험을 끝낸 고3 입시생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쳐서 무조건 한 달은 쉴 거라고 공언했던데

6년간 7작품, 다작 그리고 대박 8년 차, 5년 차 예능 작가 출신의 홍정은-홍미 란 자매는 지난 2005년부터 드라마로 활동 영 역을 옮긴 후 ‘쾌걸 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 플’ ‘쾌도 홍길동’ ‘미남이시네요’ ‘내 여자친 구는 구미호’ ‘최고의 사랑’까지 만화처럼 위 트 있는 설정, 판타지적 요소가 살아 숨 쉬는 일곱 작품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타의에 의해’ 혹은 ‘계약 때문에’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지만, 그녀들은 올해 ‘최고의 사랑’으로 절정의 필력을 과시하며 또 한 번 신드롬의 주역이 되었다.

홍정은 그간 글 쓴다고 세 살배기 아들이랑 못 놀아준 게 미안해서 작품 끝나자마자 사이판 여행을 갔다. 거기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잘 쉬기만 했다. 홍미란 대본 쓰는 동안에는 정말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끝나고 나니 홀가분해졌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매년 부지런히도 작품을 쓴다. 휴식 기가 짧은 것 같은데 대단한 체력과 실력이다

홍정은 우리도 이렇게 빡빡하게 작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진짜 쉴 틈이 없었다. ‘미남이 시네요’ 끝나고 바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를 하고, 또 바로 ‘최고의 사랑’으로 이어졌다. 매번 한 작품 끝날 무렵에 ‘다음엔 이런 드라 마를 쓸래요’라고 인터뷰를 하면 바로 다음 작품을 계약하자고 연락들이 와서 제대로 쉬 지 못하고 또 일을 진행했었다. 매번 힘들어서 도저히 못할 것 같다가도, 방송사에서 설득을 하면 또 넘어가게 되더라(웃음). 이번에도 여 름 방학 시즌에 드라마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시작할 줄은 몰랐다. 작년 가을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끝내놓고 올봄에 바 로 시작한 거니까. 이번에는 다음 작품으로 뭘 하겠다는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다. 말하는 순간, 일이 시작되니까. ‘선덕여왕’을 만든 박홍균 감독과 작업하고 싶어서 ‘최고 의 사랑’을 계약했다던데

홍미란 맞다. MBC에서 박홍균 감독님을 소 개시켜 준다고 하며 우리를 낚은 것이다(웃 음). MBC가 자체 제작을 한다고 해서 계약했 더니 편성을 바로 5월에 넣더라. 그래서 또 바 로 하게 됐다. 우린 매번 이런 식이다. 우리집 과 MBC 일산 드림센터가 가까워서 감독님이 랑 정말 자주 만나서 회의를 했다. 원래 ‘애정

17


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하려다가 감독님이 ‘ 최고의 사랑’으로 바꿨고. 대본은 6부까지 써 놓고 시작을 했는데, 마지막엔 시간적으로 쫓 기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무척 지쳤었다. 그래 도 엄청난 완벽주의자인 박 감독님 덕분에 세 세한 부분까지 아주 완성도 있게 만들어져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홍 자매표 대본의 힘은 역시 캐릭터 아이돌 밴드 이야기든, 현대판 춘향전 패러디 든, 한물간 연예인의 러브 스토리든 홍 자매가 드라마를 만들 때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 분은 바로 캐릭터다. 1층엔 주거 공간, 2층엔 작업실을 마련해 함께 살고 있는 자매는 ‘가 족 협업’ 체제를 200% 활용하며 눈만 떴다 하 면 곧바로 회의에 돌입하는 미친 스케줄로 캐 릭터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 ‘최 고의 사랑’의 독고진이 ‘정말이지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운’ 릴레이 회의의 산고 끝에 탄생했 다는 것을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으랴. ‘최고의 사랑’은 독고진이라는 강한 캐릭터가 작품을 그 야말로 장악했다

홍정은 이런 드라마는 시작하자마자 캐릭터 가 터지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남자와 여자를 시청자들이 마냥 좋아 하게 해야했다. 사실 ‘최고의 사랑’은 전직 아 이돌인 여자를 먼저 떠올려서 작품 구상을 했 고, 그렇다면 남자는 여자와는 레벨이 다른 톱 스타로 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만들기 시작했 다. 독고진의 말투가 워낙 특이하지 않나. 안하 무인에 이기적이지만 나름의 아픔이 있는 37 세의 남자를 만들려고 정말 죽을힘을 다해 회 의를 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쳐서 막상 캐릭터를 다 완성하고 나면 그때부턴 대

18

본 작업이 수월해진다. 큰 사건 없이도 캐릭터 의 힘만으로도 재미있게 갈 수 있으니까. ‘꼬라지하고는~’이라며 상대를 무시하던 나상실, ‘넌 민 폐 덩어리야!’라며 지독하게 예민하게 굴던 황태경처럼 일명 ‘싸가지’ 없는 인물의 계보를 이어오다가 독고진에 서는 이러한 캐릭터가 극대화된 느낌이다

홍미란 ‘독고진’은 ‘독고다이’에서 따온 이름일 정도로 자기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모두가 알 아주는 톱스타고, 화려하면서 가식적인 부분 까지 더해 진 남자다. 나상실이나 황태경은 남 들을 정말 신경 안 쓰는 애들인데 반해 독고진 은 정말 남 신경을 많이 쓰고, 스타라서 이미 지 메이킹을 하는 법도 안다. 진짜 자기만 잘난 줄 알고 잘난 척하는 걸 좋아하는 등 단점이 많 은데 그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자 했다. 자기만 너무 사랑하고 자기감정이 제일 중요한 남자가 독고진이었다(웃음). 완전 대책 없지 않나? 어떻게 보면 참 비호감일 수도 있는 성격이 독특한 캐릭 터들인데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홍정은 그건 아마 대리 만족 때문일 것이다. 걔들은 하고 싶은 대로 막 지르니까. 현실에서 는 절대로 그럴 수 없지 않나. 아무한테나 막말 하고, 자기 내키는 대로 한다는 게. 우리 자매 도 은근 낯을 가리고 소극적인 부분이 있어서 이런 캐릭터가 더 끌리나 보다. 홍미란 근데 그 부분을 정극처럼 정말 나쁘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코믹화해서 보여주니까 사 랑스러운 것 같다. 만약 진짜로 독고진이 힘없 는 스태프를 괴롭히거나 그러면 ‘저런 나쁜 놈’ 이 되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니니까 (웃음). 독고진을 연기한 차승원의 열연을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독고진과 차승원을 동일시하기도 하더라

홍정은 독고진을 더 강하고 못된 사람으로 보 이게 한 것은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남자답고


Program 차가운 이미지 때문이었다. 실제로 독고진이 라는 연예인이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 로 완벽했다. 이번에 처음 함께 작업했는데, 차 승원은 굉장한 완벽주의자였다. 감독님도 완 벽주의자여서 두 완벽 사나이의 대결이었다( 웃음). 차승원은 사소한 애드리브 하나도 다 미리 연구를 해서 온다. 자기가 생각해 낸 걸 우리한테 전화해서 꼬박꼬박 상의하고, 의상 도 어떻게 입겠다고 미리 알려주고. 사실 드라 마 작업하면서 배우랑 캐릭터랑 혼동될까 봐 일부러 연락을 안 하는데, 이렇게 작업하는 도 중에 통화를 많이 해본 건 정말 처음이라 우 리도 신선했다. 베테랑 배우라서 나름의 작업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네티즌들 반응이 더 웃겼다. “주인공이 정말 바보 같은 데 완전 멋있어”라고 하는 게

홍미란 우리가 바라던 대로 반응이 나왔다. 다

큰 아저씨가 일곱 살짜리처럼 유치하게 행동 하지 않나. 보통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남자 주인공은 발라드를 부르고 여자들은 이 모습 에 반하기 마련인데, 독고진은 ‘삿대질을 하면 서 비난하듯이’라는 지문 그대로 ‘하트 브레이 커’를 부르고, 30초 후엔 완전 멋진 표정으로 백허그를 했다. 어떻게 보면 진짜 말도 안 되 는 구성일 수 있는데, 독고진이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잡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들인 것 이다.

판타지 대신 진짜 현실을 말하다 주성치의 (둘 다 주성치의 광팬이다) 비디오 와 대여점에서 잔뜩 빌린 만화책으로 유년 시 절을 보낸 홍 자매는 퓨전 사극, 여장 남자, 기 억 상실,구미호 등 그간 판타지와 소녀 감성 에 접점을 이룬 작품들을 내놓았고,이는 홍 자

19


매표 브랜드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였다. 기 성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상상력 과 시도로 마치 순정 코믹 만화를 보는 것 같 은 홍 자매의 드라마는 ‘최고의 사랑’을 통해 현실에 발을 붙이게 되었다. 전에 없던 시도라서 더 신선했다.

아지는 건 없고, 그런데 갑자기 너무나 안정적 인 결혼 상대와 너무 피곤하고 위험한 남자가 동시에 들이대는 일종의 판타지. 현실에 발붙 이고 사는 평범한 여자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데뷔하고부터 계속 잘나갔고, 신민아, 이승기, 공효진, 차 승원까지 작품마다 배우 복이 넘쳐나는 홍 자매에게는

‘최고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말 현실 감각이

이런 생활의 걱정은 없어 보이는데

제대로 박힌 사람들이었다. 이 세계가 돌아가는 판을 정

홍미란 무슨 소리, 한 번도 편했던 적이 없었 다. 작품을 쓰는 동안은 정말 ‘너무너무너무너 무’ (이 부분을 엄청나게 강조했다) 힘들다. 물 론 쉬운 직업이 없겠지만, 우리는 세상에서 제 일 바쁜 석 달을 보낸다. 집 밖 출입은 고작 한 두 번 정도, 그야말로 감옥에 갇힌 느낌이다. 아무도 못 만나고, 오직 슈퍼에서 배달 오는 아저씨만 만난다. 일 년에 반 정도를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봐라. 스트레스의 정도 를 따지자면, 매일을 수능 시험 전날처럼 산다 고 해야 할까. 그 성적표는 일단 시청률로 적나 라하게 다 나오고, 전 국민이 내가 쓴 드라마 를 보고 수천 가지 평가를 내린다. 우리 앞에 대략 3만 개의 성적표가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말하니까 짠해지네. 그래도 세상 의 모든 직업은 다 힘드니까.

말 잘 아는 어른의 사랑을 보는 것 같아서 짠했다. 구애 정도 톱스타랑 자기가 사귀면 욕먹을 게 빤하니까 독고 진을 자꾸 밀어냈고

홍미란 사실 구애정(공효진 분)을 통해 연예 인의 비애보다는 먹고사는 게 참 힘들다는 것 을 말하고 싶었다. 인생이란 참 그렇지 않나. 원한다고 다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더럽고 치 사하지만 개구리 옷도 입고 텀블링도 해야 밥 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날마다 꿈을 키우 고 이뤄가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사는 건 참 팍팍한데, 그런 하루라도 열심히 사는 여 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구애정에게 노래는 꿈이 아니고 생계였다. 앨범을 내면 ‘다음 활 동 때 필요한 레퍼토리가 생기네’였지 꿈의 이 야기가 아니었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모든 대사를 같이 쓴다. 우리는 친자매라서 득과 실을 따지지 않고 굉장히 생산적으로 일한다 홍정은 그렇다고 이걸 너무 구질구질하게 해 버리면 고단한 삶을 그리는 ‘다큐’가 되니까 그건 아니었고, 나이는 한 서른쯤 됐고, 직장 생활을 10년정도 했는데 일은 잘 안 풀리고 나

20

홍 자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뭔가 특별했던 과거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완전 평범’이란 단어만 나 온다. 아버지 직장을 따라 내려간 구미에서 딸 넷, 아들 하나의 남매 틈에서 아주 보통의 교육 을 받고, 한 번도 튀어본 적 없는 학창 시절을 거쳐 언니 정은은 이대 행정학과에, 동생 미란 은 사범대 가정교육학과에 입학, 부모님의 뜻 에 따라 안정적인 공무원이 될 수순을 밟던 차 였다. 재미있어 보여 시작한 예능 작가를 거쳐, 홍 자매는 진짜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작가로


Program

홍 자매 작가의 집착 뇌 구조 “어차피 우린 같은 마음이에요.” 인터뷰 내내 홍 자매에게 가장 많이 들었 던 말이다. 두 사람이 입을 모아 집착한다는 다섯 가지는 무엇?

예능 작가 출신, 웃겨야 한다는 강박 피는 못 속인다더니, MBC와 SBS 예능 작가 출신인 홍 자매 작가는 숫기 없는 평소 성격과는 달리 작품에서는 ‘개그’ 욕심을 채우려 한다. ‘개그콘서트’ 연습실의 열 정을 뛰어넘을 정도의 회의를 통해 드라마회차별로 ‘빅 재미’ 신은 꼭 넣으려한다. 내 드라마를 거쳐 가면 다 대박 나야 해 한예슬, 한채영, 강지환, 박시연, 박신혜, 정용화, 장근석 등 홍 자매의 드라마를 거친 배우들은 이전에는 대표 작이 딱히 없었지만 그녀들의 작품을 통해 독특한 연기 변신으로 인정을 받거나 큰 배우로 성장해서다 잘됐다 고 홍 자매는 자부한다. 드라마 제목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드라마는 세트플레이, 융통성 있는 자매!

제목을 정할 때의 철칙은 노홍철에 대본으로 괜한 자존심을 부리진 않는다. 예 게서 배웠나 보다. 무조건 ‘긍정의 능 프로그램에서 단체 활동을 했던 터, 방송 힘’을 믿는다는 홍 자매. 제목이 긍 은 협업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현장 스 정적이어야 그에 딸려나오는 기사도 태프들 고생시키지 않게 장마철이나 무더운 다 긍정형이기 때문이란다. 만약 ‘최 여름, 혹한에는 주로 실내 장면을 쓴다. 영 고의 사랑’이‘얼떨결의 사랑’이었다 상으로 만들지 않으면 드라마 대본이란 쓸 면, 아무리 드라마가 대박이 나도 ‘ 모없는 글, 다 같이 즐거운 방법을 찾으려고 얼떨결에 잘됐네!’라고 나올 수도 있 늘 고민 고민!

그러면서도 출연 배우들과의 친분은 NO,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딱 2번만 본단다. 이유는? 부끄러워서! 기다려라 기무라 타쿠야 일본의 대표 미남 그룹 스마프의 멤버 기무라 타쿠야를 좋아 하는 홍 자매. 그가 출연한 ‘프라이드’ ‘히어로’ 등도 즐겨 봤 다는 홍 자매는 지난 일본 방문 때 ‘미남이시네요’ 드라마 제 작사가 기무라 타쿠야의 소속사인 쟈니스 쪽이라서 그의 사인 CD를 받아와 고이 간직하고 있단다. 다음번엔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며 소녀처럼 수줍어하는

는 거라며 유난히 제목에 관심!

홍미란 작가, 같이 가요! 데뷔 때부터 호평을 받았던 홍 자매표 드라마는 나날이 진화 중이다. 홍 자매의 머릿속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까.

21


방향을 틀었고 이제는 인생 자체를 드라마에 ‘ 올인’한 채 살고 있다. 처음엔 불안해했던 부모님도 이젠 많이 지지해 주시겠다

홍미란 예전엔 ‘공무원이 되어야지 이것들아’ 하 면서 노량진 대신 여의도에 있는 우리를 못마땅 해하셨다. 그러다 언니는 버라이어티 메인 작가 를 맡고, 나도 시트콤에서 대본을 쓰는 작가로 투 입이 되던 차에 또 박차고 나와서 드라마로 가려 니까 걱정을 많이 하셨다. 이제 자리 좀 잡는구나 했더니 또 뭘 하려고 그러느냐며. 요즘은 신기해 하신다. 우리 드라마가 좋 은 평도 많이 받고 둘이 신문에도 나오고 하니까. 홍정은 무엇보다 가족들의 도움이 크다. 막냇동 생이 어린이집을 해서 우리 애를 친엄마처럼 봐 주는 덕에 안심하고 작업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작 품을 유일하게 쉬었던 적이 내가 임신하고 출산을 했던 1년이었다. 막냇동생도 싱글이라 아예 같이 살면서 조카를 잘 봐주고 있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버텼나

홍미란 책상 앞에 멋진 유수풀에서 튜브를 타 고 있는 여자 사진을 붙여놓고 일했다. 언니랑 ‘우린 반드시 저 여자처럼 쉴 수 있다’ ‘저 여 자가 될 것이다’ 라며 힘들 때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 고 유수풀 10바퀴를 둥둥 떠도는 여자가 되는 게 ‘최고의 사랑’ 때 우리를 버티게 해준 제일 큰 힘이었다(웃음). 끝나자마자 사이판에 가 서 하고 왔다.

그래도 아래층에 아이를 떼어놓고 글을 쓰려면 신경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이 주는 매력

많이 쓰일 것 같다

은 무엇인가

홍정은 ‘미남이시네요’ 할 때만 해도 갓난아기 여서 상관없었는데, 이후부턴 아이가 엄마를 찾아서 힘들었다. 그래도 위층에 엄마가 있다 는 걸 알고 안심은 하던데, 드라마 쓸 땐 ‘엄마 일해야 해’하고 만날 2층으로 올라가 버리니 까 아이가 ‘엄마 일해?’라는 말을 먼저 배우더 라. 요즘은 ‘엄마 일 다 끝났어’라고 하니까 엄 청 기뻐하는데, 오늘처럼 인터뷰가 있다고 나 가는 날에 는 ‘일 끝났다면서 왜 자꾸 나가’라 며 싫어한다. 빨리 들어가야지(웃음).

홍정은 정말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잘 끝났을 때의 만족감이 크다. 누가 우리에 게 큰돈을 주며 평생 쉬라고 해도 아마 그냥 글을 쓸 것 같다. 우린 다시 즙을 먹을 용기가 있다(웃음).

육아는 그렇게 해결을 했고, 드라마 쓸 때 식사 같은 건 어떻게 했나

홍미란 식사라기보다는 그냥 허기를 달래려고 입에 뭘 넣는 정도이다. 그래서 주로 즙을 먹었 다. 포도즙, 산딸기즙, 홍삼즙 이런 걸 쌓아두

22

고 그냥먹는 거다. 빨리 해결할 수 있으니까. 즙으로 쓴 드라마라고나 할까. 그래도 ‘환상의 커플’ 할 땐 남해에서 즉석밥 정도는 사 먹었 으면서 일했는데. 홍정은 뭘 먹을 때도 식사가 아니라 계속 대사 구상하고 그러다 보니까 일의 연장선이다. 작 품 쓰는 동안에는 정말 100% 드라마에만 몰 두해야 했다. 먹는 건 그다음 문제.

흥행 보증 수표 홍 자매, 언제든 러브콜 홍 자매 파워를 제대로 경험한 방송 3사는 그 녀들이 쓰겠다면 언제든 두팔 벌려 환영이다. ‘홍 자매 드라마는 무조건 본다’라는 열혈 팬 들도 잔뜩. 데뷔 6년 만에 스타 작가 대열에 합 류한 홍 자매는 ‘돈값 하는 작가’가 되겠다며 다시 협업을 준비한다. 근데 드라마를 같이 쓴다는 것, 어디까지 협업인가


Program 홍미란 회의와 쓰는 것 모두 100% 같이 한다. 그래서 1회부터 16회까지 모든 대사를 다 알 고 있다. 예능에서는 항상 감독, 작가들이 다 모여서 팀으로 회의를 하기 때문에 그 습관이 몸에 배여서 드라마도 그렇게 쓴다. 우리는 일 단 자매라서 득과 실을 따지지 않고 굉장히 생 산적으로 일한다. 소모전이 전혀 없는 시스템으로 회의를 하는 게 가족 체제의 장점 같다. 앞으로도 쭉 같이 쓸 계획이다. 어떤 시놉시스를 가져가더라도 방송사에서 믿어준다는 건 작가로서 참 행복한 포지션이다

홍정은 여기서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는 게 좋 다. 우린 예능으로 방송을 시작해서 드라마 쪽 엔 전혀 인맥이 없었던 애들이니까. 홍미란 언뜻 들으면 황당할 구미호 이야기를 갖고 갔을 때도 ‘홍 자매니까 뭐 자기들이 알 아서 풀겠지’ 하면서 믿어주더라. ‘도저히 믿 음이 안 가니 1회부터 10회까지 다 가져 오시 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웃음). 제작사 에서는 구미호 이야기라니까 호러물인 줄 알 고 ‘트와일라잇’ 정도의 CG가 나와야 하느냐 며 제작비 걱정을 하기에 ‘아니에요. 그냥 로 맨틱 코미디예요. 이상한 여자애가 그냥 고기 사달라고 하는 거예요’ 이러고 수습하고 다닌 정도(웃음)? 데뷔 때에 비해 몸값도 많이 올랐겠다. 얼마인지 밝힐 수 있나

홍정은 데뷔 때는 신인급에서도 최저로 받고 일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비싼 작가’ 쪽 에 속할 정도로 많이 받는다. 그래도 금액은 민 감하니까 비밀로 하자. 근데 이거 하나는 진리 인 게, 많이 받는 만큼 돈값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비즈니스의 세계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 나. 남 탓할 필요가없다. 우린 받은 만큼 더 잘 해야 한다.

홍미란 완전 동감. 결국 책임은 많이 받은 사람 한테 있더라. 그래도 아직까진 ‘시청률 참패’ 처럼 크게 실패한 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잘 안돼서 욕을 먹는 건 상상도 하기 싫 다. 드라마를 쓰는 것 자체도 엄청난 고통인 데, 온갖 욕을 먹으며 계속 쓰면 아마 뇌가 터 져 나가지 않을까?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다. 시청자의 반 응이나 평가를 다 챙겨 보나

홍미란 우린 성공에 대한 엄청 큰 집착이 있다. 드라마가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드라마를 쓸 동안에는 엄청 예민해져 서 인터넷선을 뽑아 놓고 작업을 한다. 이건 내 인생인데 한 줄만 안 좋은 글이 있어도 마음이 엄청 상하니까. 근데 다 끝나고 나선 사람들이 ‘유치해, 말도 안돼, 큰 사건이 없어서 지루해’ 그래도, ‘우린 원래 이런 애들이야. 그래도 이 런 게 재밌는데 어쩌겠어! 하하하’ 이러면서 우리끼리 위로해 준다. 홍 자매의 드라마엔 이복 남매의 사랑, 불치병, 출생의 비밀 같은 소재가 없어서 좋다는 평이 많다

홍정은 우리는 흔히 말하는 막장 요소는 거의 안 쓴다. 시청자들이 심각하게 고민 안하고 좀 편안하게 드라마를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 리는 갈등도 빨리 풀어버린다. 마음 졸이게 다 음 회로 끌지 않고(웃음). 말랑말랑하고 순정 만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런 부분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고맙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는 있나

홍미란 딱히 눈여겨본 배우는 없다. 어차피 내 작품에서 배우와 만나는 건 인연인 것 같다. ‘ 최고의 사랑’ 독고진도 원래 이승기가 거론됐 다가 차승원으로 바뀐 것만 봐도 자기 배역이 다 있는 것 같다. 친한 드라마 작가는 누구인가

23


홍정은 내가 아는 유일한 드라마 작가는 동생 이다(웃음). 동생도 마찬가지고. 우린 인맥을 쌓을 방법도 없이 시작을 해서 진짜 아는 사람 이 없다. 스타 작가라서 강의 제안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홍미란 종종 들어오긴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뭔가를 가르치는 건 우리 성격상 안 맞는 것 같다. 어차피 숫기가 없어서 잘 하지도 못할 거 같고. 홍 자매의 작품을 좋아해서 문하생 하고 싶다는 작가 지 망생은 없나

홍미란 우리가 워낙 자매끼리만 뭘 해서인지 그런 말은 한 번도 못 들어봤다. 아마 우리한 테 오고 싶다는 사람이 없을 텐데(웃음)? 우린 그냥 자매끼리 해야 할 것 같다.

24

‘띵똥!’과 ‘독고진’으로 상반기 안방극장을 접수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홍정은(좌), 홍미란(우) 작가는 드라마가 끝났어도 여전히 분주했다. 종영 직후엔 가족들과 함께 사이판으로 ‘완전 휴식’ 여행을 떠났고, 7월부터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미남이시네요’ 때문에 TBS의 초청을 받아 며칠간 도쿄를 방문했다.(아래사진)


Program

25


OLD MEMORY 백영수 화백과 김명애의 프랑스 친구들_여섯 번째

파리의 여름, 캠핑의 추억을 꺼내다 녹음이 짙어진 정원을 바라보며 지나간 여름날을 돌아보다 ‘다시 젊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생 각해 본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지만 그중에서 특히 캠핑의 추억이 떠오른다. 최소한의 것으로 가장 부자가된 것 같은 아침, 그리고 그 넓은 대서양의 해변에서 옷 을 훌훌 벗고 소리를 지르며 느꼈던 자유가 그리워진다. 기획_강민경 기자 글&사진_김명애

1982년, 캠핑장에서 즐거웠던 한때.

1983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 지역의 언덕에서 남편과 함께.

1984년, 우리 식구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 누드 비치에서.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장욱진, 이규상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을 평정했던 백영수 화백은 ‘ 신사실파’ 화가 중 유일한 생존 화가다. 우연히 백 화백의 작품을 보고 그 가능성을 알아본 파 리 요미우리 화랑의 초청으로 1977년 파리로 건너간 그는 초대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후 한 국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프랑스 대표 화가 10여 명과 모임을 결성해 매년 전람회를 열고, 1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을 만큼 그가 프랑스 땅에 남긴 역사는 짙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프랑스에서 살아온 백영수 화백과 그의 아내 김명애씨.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전설 인 백영수 화백의 개인사를 지면에서 처음으로 풀어본다.

26


Program 파리에서 30여 번의 여름을 보내면서 10년 가 까이 캠핑을 했고, 1987년에는 니스 뒤쪽에 휴 가용 집을 마련해 10여 년을 그곳에서 지냈다. 그리고 2000년, 노르망디로 옮긴후에는 7년 간 휴가용 집에서 휴가를 보냈다. 우리 식구가 파리에 정착하기 전인 1970년대 한국에서는 여름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가까운 계곡 이나 해변에 하루, 이틀 갔다 오는 것이 고작이 었다. 그래서 ‘휴가’라는 말보다 ‘피서’라는 말 을 쓴 듯하지만, 교통도 시설도 열악해 아이들 을 데리고 가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불바드 네 에 자리를 잡은 첫해에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1980년엔 이웃들에게 떠밀리듯, 그러나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이탈리아 여행을 했다. 다음 해엔 서울 여행을 했다.또 다음 해가 되자 이웃들은 다시 우리의 휴가에 오히려 자신들이 더 조바심을 내며 계 획을 세우라고 졸랐다. 사실 최근 몇 해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하기 전의 파리에서는 피 서를 갈 필요가 없었다. 공기는 맑고 깨끗했으 며, 그늘에선 긴소매를 입어야 할 만큼 시원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거리에는 정장 차림의 노신사들이 있었고 허 리에 걸친 스웨터의 팔소매를 앞으로 당겨 느 슨히 묶고 다니는 잘생긴 청년들이 흔했다. 그 런데도 7월 중순부터 상점과 거리는 한가해지 기 시작하고 8월이면 동네의 상점이나 식당은 열린 곳보다 닫힌 곳이 많았다.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 역시 이전의 반도 되지 않아 썰렁함마 저 풍겼다. 그나마 시내 중심, 볼거리가 많은 곳엔 가벼운 옷차림에 카메라를 멘 관광객들 이 채워졌지만, 휴가라는 개념이 없는 내겐 그

저 텅 빈 거리가 쓸쓸할 뿐이었다. 1982년, 여 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 옆 집에 사는 쥘이 자기가 쓰던 텐트와 캠핑 안내 책자, 사야 할 품목이 적힌 목록을 건넸다. 그 렇게 우리 세 식구는 앞집과 옆집 이웃에게 떠 밀려 첫 캠핑을 떠나면서도 꼭 피서를 가야 하 는 것도 아닌데 이름도 생소한 캠핑을 하려니 즐겁기보다는 은근히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캠핑장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입 구에서 자동차 한 대와 세 사람의 입장료, 텐트 하나의 값을 지불하고 들어가니 키 큰 나무들 이 적당히 심어져 옅은 그늘이 드리워 있고 길 양옆으로 쭉쭉 뻗은 네 그루의 나무 사이에 집 처럼 큰 텐트가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의 텐트 는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는 작았지만 침실 하 나와 부엌으로 쓸 공간이 있고 서서 움직이는 데 충분한 높이였다. 캠핑장은 면적이 굉장히 넓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샤워장, 개수 대 등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캠핑장 풍경을 잠깐 구 경한 뒤 식재료를 사다가 푸른 자연 속에서 요 리를 해먹으니 등산조차 해본 적이 없던 내겐 별천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지퍼로 분리된 방(발로 펌프질을 해 부풀린 후 이불을 펼쳐 놓으니 그럴듯했다)에 세 식구가 살을 맞대고 누우니 따뜻하고 아늑했다. 바람에 펄럭이는 텐트 소리와 함께 약한 가로등 빛이 일렁이고 멀리 있는 옆 텐트의 두근거림을 들으며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텐트 안으로 스며든 뽀오얀 아침 햇살에 나는

27


1992년경, 니스의 자갈 해변에서 혜원이와 유학생의 모습.

1990년경, 빌라의 이웃들과 함께한 피크닉 풍경.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방의 지퍼를 열고 다시 바깥쪽의 텐트도 여는 순간, “아~” 하는 감탄 사가 절로 나왔다. 이슬을 머금은 차고 깨끗한 녹색의 공기가 가슴 가득히 들어오고 피부의 숨구멍에 속속들이 스며들었다. 크게 기지개 를 펴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웃들이 꼭 챙 겨 가라며 몇 번씩이나 주의를 주었던 두꺼운 스웨터를 꺼내 위에 걸치고 따뜻한 카페오레 를 두 손에 감싼 채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른 빵 을 먹는 아침. 서서히 퍼지는 햇볕은 이슬을 말리기 시작하고 옆 텐트의 이웃은 환한 웃음 과 함께 손을 흔들며 아침 인사를 했다. 세상 에서 가장 평화롭고, 내가 가장 부자처럼 느껴 지던 캠핑장에서의 첫 아침을 잊지 못할 것이 다. 그 여름 동안 우리는 불바드 네 이웃들이 짜준 스케줄대로 파리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오흐레앙’(Orleans)에서 시작해 ‘루아 르’(Loire) 강변의 캠핑장을 돌며 그곳의 많 은 성을 보았고, 대서양에 있는 ‘느와르 모티 에르 섬’(Ile de Noir moutier)의 모래사장에

28

1988년, 남프랑스 앙 티브의 요트장에서.

서 여러 날 을 보냈다. 그 이후 우리는 이웃들 처럼 캠핑을 떠나기 위해 봄부터 여름을 손꼽 아 기다리게 되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매년 캠핑을 하며 프랑스의 서쪽 대서양을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며 근접한 도시의 볼거리와 해 변을 섭렵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여름휴가는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햇볕을 쫓아다 니며 ‘선탠’을 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됐다. 이곳에선 여름 방학 후에도 평상시처럼 하얀 피부로 나타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혜원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우리는 매년 여 름이면 새까맣게 타도록 일광욕을 했다. 1984년, 불바드 네의 이웃 마틴-알도 부부와


Program 헤어진 지 2년 만에 우리는 그들을 보러 프랑 스 중서부 엉굴렘의 조그만 마을로 향했다. 그 곳에서 3일간 그들이 내준 방에 묵으며 만남 의 기쁨을 느끼고 융숭한 대접도 받았다. 그리 고 “조금만 더 머물다 가. 이렇게 곧바로 가면 자동차 바퀴가 펑크 날 거야”라며 붙잡는 알도 의 손을 못내 뿌리치며 그들이 일러준 서쪽 바 닷가로 향했다. 일 년 동안 기다려왔던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곳에 텐트를 치고 모처 럼 조용하고 상쾌한 흙냄새를 맡으며 녹음 속 에서 잠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해수욕을 하기 위해 그들이 일러준 길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도 왼쪽에 있어야 할 바다는 보이지 않고 소나 무 숲이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길 양옆에 줄 지어 서 있는 자동차를 보니 분명 바다는 소나 무 숲 건너편에 있는 듯하여 한참을 북쪽으로 가다 겨우 한 곳에 이르렀다. 해가 꽤 높이 오 른 시간에 세 식구는 파라솔과 깔개, 타월, 수 영복이 든 가방과 피크닉을 할 음식과 음료수 를 나누어 들고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걸었다. 꽤나 긴 거리를 땀이 나도록 걸은 뒤 나타난 모래 둔덕에 올라보니 대서양이 막막할 정도 로 끝없이 펼쳐졌다. “아~” 숨을 몰아쉬며 땀 을 식혔다. 잠시 후 아래쪽 모래사장으로 눈을 돌리니 빨갛게 몸을 그을리며 드러누운 사람 들이 보였는데 세상에, 모두 알몸이었다.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눈을 뜨고 봐도 여전히 벌거벗은 사람들이 공놀이, 산책 등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바다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남편의 얼굴을 보니 그도 나만큼이나 놀란 듯했다. 우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둔덕 에 앉았다. ‘이 일을 어쩌지? 다시 돌아가야 하

나? 이미 볼 것은 다 구경했는데….’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혜원이는 초등학교 3학 년까지 아빠와 목욕을 함께 한 터라 벌거벗은 남자를 보고도 별 놀라움은 없는 듯했다. 또 드 물긴 해도 팬티 정도는 입고 있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남편에게 눈으로 ‘그냥 우리도 내려갈 까?’했더니 그도 ‘가자’라는 눈짓을 보냈다. 막 상 내려가긴 했지만, 우리는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며 모래사장 중간쯤에 어색하게 자리 를 잡았다. 눈은 계속 내리깐 채 타월로 몸을 감싸 수영복을 입었다. 중학교 1학년인 혜원이 에게는 비키니의 웃옷을 입히지 않았고, 나는 가져온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다. 남편과 혜원 이는 팬티만 입은 상태로 바다에 들어갔다. 나 는 혼자 쭈그리고 앉아 눈길을 어디에 둘지 몰 라 하며 힐끗힐끗 옆 사람들을 보니 어느 누구 도 내게 관심을 두는 이는 없었다. 안심이 된 나는 천천 히 그들을 관찰했는데 어린아이들 과 물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부부도 있고, 열대 여섯살로 보이는 딸과 이리저리 뛰며 배드민 턴을 치는 아빠도 있었다. 늘어진 가슴과 배를 드러낸 채 해변을 산책하는 노부부도, 바다를 향해 두 다리를 벌리고 반듯이 누워 잠이 든 중년 부부도 있었다. 벌거벗은 그들의 너무나 태연한 모습을 보며 ‘그래, 우리가 태어날 때 옷 입고 태어났나?’ 하는 생각이 들자 혼자 원 피스 수영복으로 중무장하고 있는 내가 부끄 러워졌다. 나는 살며시 수영복을 어깨에서 내 려 배꼽 아래로 돌돌 말았다. 나를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슴을 내놓으니 정말 시원했 다. 이 작은 부분을 내놓았을 뿐인데 엄청난 자 유가 느껴졌다. ‘하긴 남자들은 당연한 듯 가

29


2000년, 노르망디의 작은 동네 바네크로에 마련한 집. 양떼들이 평화로운 그림을 만든다.

1992년, 휴가용 집을 마련했던 니스의 작은 산동네 빌라르 쉬르 바에서.

다음 해에도 다시 만났다. 그들도 우리 를 알아보고 미소로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이 땐 그 딸까지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 유로운 모습이었다.

1995년경, 모나코 해변에서 혜원이와 함께.

슴을 내놓은데 여자는 왜? 조금 불룩할 뿐인 데….’ 드물지만 팬티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 람들도 있으니 이만하면 우스꽝스럽지는 않 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이 자연스럽게 누리 고 있는 큰 자유가 부럽기까지 했다. 우리는 팬 티 수영복을 입고 삼 년 동안 그곳에 갔다. 그 리고 거의 비슷한 자리에 앉았는데 첫해에 만 난 독일인 가족(벌거벗은 부부와 팬티 수영복 을 입고 있던 열일곱 살쯤 되어 보이던 딸)을

30

1988년, 우리는 니스 뒤쪽으로 45km 떨어진 작은 산동네 ‘빌라르 쉬르 슐 바’(Villars sur Var)에 휴가용 집을 마련했다. 파리에서 1000km 떨어진 지중해 쪽은 멀기도 하지만 너무 호화스러운 캠핑은 우리 식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아예 염두에 둔 적도 없었는데, 이곳에 휴가용 집을 갖고 있는 친구의 초대로 여름 끝자락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 알프스 를 넘는 길에 반하고, 남프랑스의 태양과 빛, 향기에 반해 우리 역시 거기에 집을 마련했던 것이다. 이후 10년간 프로방스 지역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여름이면 니스의 자갈 해변과 칸의 모래사장 사이를 오가며 ‘코트다쥐르쥬’(Cot ed’Azur)라 불리는 지중해의 푸른 바다에서


Program 일광욕을 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곳, 파 리가 우기로 회색인 겨울에도 빌라르 쉬르 바 엔 밝은 햇빛이 비쳤다. 그곳의 집에는 참 많은 친구들이 다녀가 그들과 보낸 시간들이 귀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들 역시 아직까지도 그 곳에서 함께 보냈던 추억을 그리워하고 있다. 가족 같은 이웃이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매미 소리, 반딧불의 유희가 즐거운 해질 녘 산책 길이 있던 곳. 계곡마다 물든 단풍이 내 가슴 을 아리게 했고 겨울에는 테라스에 낮아 앞산 에 쌓인 눈을 보며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그 시절은 우리의 지난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혜원이 가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둘만 쓰자니 전처럼 즐겁지 않았다. 주변의 미술관, 명소들은 지난 10여 년간 친구들과 모두 방문해 더 이상 큰 매력이 없었고, 여름 바닷가의 뜨거운 햇볕도 시들해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리 와 니스의 거리가 멀어 자동차로 움직이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많아 가슴 벅차지만 좀 더 자주 사용할 수 있는 휴가용 집으로 바꾸기로 했다.

땅에서 흩어져 놀던 모습, 그 귀여운 양의 배 설물을 직접 치우던 경험까지. 그곳에서 지낸 7년 동안 후회, 좌절도 했지만 붉게 물들어 오 는 여명과 보랏빛 노을 속에 감싸여 감격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별빛에 가슴을 쓸 고, 창밖에서 비추는 달빛이 너무 밝아 잠에서 깨기도 했다. 활활 타는 벽난로의 불 속에 노 르망디의 습한 공기를 말리며 내 안을 그 불 빛으로 비추어 보기도 했다. 이 여름, 녹음이 짙어진 정원을 바라보며 지나간 여름날을 생 각하다 ‘내가 다시 젊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본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다시 돌아가 고 싶은 순간들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캠핑 의 추억이 떠오른다. 최소한의 것으로 가장 부 자가 된 것 같은 아침을…. 그리고 그 넓은 대 서양의 해변에서 옷을 훌훌 벗고 소리를 지르 며자유를 느끼고 싶다.

2000년, 우리는 파리에서 180km, 도빌에서 3.5km, 봉플라워에서 20km 떨어진 ‘바네크 로’(Vannecroco)라는 노르망디의 작은 동네 에서 약 6600㎡의 대지 위에 지어진 시드로( 능금을 짜서 만든 음료)를 만들던 커다란 건 물을 찾아냈다. 이곳에서 우리는 꿈에도 생각 지 못했던 많은 모험을 경험하고 추억을 만들 었다. 잡초로 휩싸인 집,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 으로 텃밭을 가꾸고 농부의 양떼 35마리가 내

31


국립중앙도서관 우진영 관장

책과 산책할까요? 할리우드 영화 ‘트렌스포머’는 전 세계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다. ‘스스로 변신하는 로봇’ 이 인기 요인. 여기, 가장 안 변할 것 같으면서 가장 빨리 변화하고 있는 도서관이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 혁신적인 도전을 해온 우진영 관 장은 창의적, 통합적 사고의 길로 ‘도서관식 교 육’을 제안했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이재희(studio lamp)

32

한국의 미용 성형 산업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 라 할 만하다. 실제로 매년 수백 명의 해외 의 사들이 찾아와 시술법과 병원 시스템 등을 벤 치마킹할 정도로 우리나라는미용 성형 산업 의 강대국이다. 세계의 미용 성형 제품 제조사 들도 한국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상태. 어 쩌면 이미 포화 상태인 이 시장에 조금은 뒤 늦게 독일계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기업이 뛰 어들었다. 바로 미용 성형 의약품 시장에 진출 한 ‘멀츠 에스테틱스’(이하 멀츠) 그것. 멀츠 가 한국 시장을 노크하게 된 데는 미국 지역 마케팅 이사였던 애런 킴의 노력이 컸다. 지난 2007년 우연히 국내 미용 성형 학회에 참석했 던 애런 킴 대표는 한국 미용 성형의 놀라운 기


Program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은 2년 전,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면서 업그레이드됐 다. 종이 책과 디지털 북의 논란이 정점에 달 했던 시기, 국립중앙도서관이 변화의 선두에 선다는 것 은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도서관은 변화했 고 그 결과 지금까지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세련된 디자인의 신축 건물에 컴퓨터로 손쉽 게 책과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를 잡으면서 도서관 문턱은 한층 낮아졌다. 지하 5층, 지상 3층인 디지털 도서관에는 커다 란 LCD 모니터가 모자이크 처럼 붙어 있고, 스마트폰에 쓰이는 아몰레드와 디지털 액자 가 곳곳에 보기 좋게 자리 잡고 있다. 종이 책 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지만 이곳에는 40만 권 에 달하는 책이 담겨 있다. 280여 대나 되는 컴 퓨터를 이용해 모니터 가득 종이 책의 질감을 느낄 수 있고, 바랜 잉크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볼수 있다. 영화 400편이 컴퓨터에 저장돼 있 어 무료로 관람할 수도 있다. 실제로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컴퓨터로 영 화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디지털 도서관은 최근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됐 다. 스마트폰으로 영화관 좌석을 예약하듯, 열 람실과 세미나실 자리를 예약할 수 있게 됐고, 한쪽에는 UCC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도 마 련됐다. 덕분에 아이들과 학생들의 발길이 잦 아졌다. 그런가 하면 책을 보며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디지털 북카페도 오픈해 여유로 운 공간이 늘어났다. 몇 해 전만 해도 ‘있었으 면’ 했던 소소한 바람들이다. 상상을 실현시키 는 사령관은 종이 책이 가득한 본관에 머무르 고 있는 우진영 관장. 행정학을 전공하고 행정 고시를 거쳐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문화공 보부 해외공보관과 로스앤젤레스-뉴욕 총영 사관을 지냈다. 영국 시티 대학교에서 예술 행

정 과정으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으니, 문화 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이론과 실전에 두루 강 한셈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진영 관장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온 지 일년이 채 안 된 시간 동안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지식의 길’이 있다 우진영 관장을 만나러 본관으로 향했다. 1층에 들어서자 디지털 도서관과는 다른 엄숙한 분 위기와 무게가 느껴졌다. 6층에 마련된 관장 실은 소박하고 정갈했다. 더운 여름 날씨에도 우진영 관장은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업무 를 보고 있었는데 에너지 절약 차원도 있지만 에어컨보다는 자연 바람을, 자동차보다는 걷 기를 좋아하는 아날로그적 취향 때문이다.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시와 시집展’을 보셨습 니까? 도서관에서는 주기적으로 테마를 정해 도서전을 여는데, 이번에는 ‘시’를 다뤘어요. 시대를 관통하는 인문학 정신은 아무리 강조 해도 지나치지 않잖아요. 여성중앙도 매달 ‘인 문학 아카데미’를 열고 있으니 공감하실 거예 요. 저도 그 강연을 몇 번 들었는데, 인문학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과 열정에 다시 한 번 놀랐 습니다. 그동안 알아채지 못한 거죠. 여러분이 도서관에 대해 못 알아챈 것도 있습니다. 도 서관이 창의성과 인문학의 보물 창고란 사실 이죠.” 각 분야의 책이 모여 있으니 ‘인문학의 보고’ 는 맞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창의성까 지 저절로 발현될까. 우진영 관장의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교육에는 도서관식과 학교식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요즘 학교 방식은 아이들이 알아야 할 것, 즉 커리큘럼을 정해 놓고 지식을 집어넣는 식이에요. 반면 도서관 방식은 알아야 할 것,

33


배워야 할 것을 미리 정하지 않고 직접 찾아 가야 하죠. 자료실에는 문학과 철학, 자연과학 등이 다 모여 있습니다. 주제에 따라 옮겨가며 볼 수 있으니 통합적 사고가 되죠. 아무리 한 분야에 통달한 선생님이라도 다른 주제에 대 해서는 모르지만 도서관 사서는 그 주제에 대 한 모든 분야의 책을 알려줍니다. 이러니 도서 관 방식이 창의적이고 인간적일 수밖에요.”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는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 지식iN’처럼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을 올려주 는데, 관련 서적리스트까지 제공한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는 종이 책과 전자 책, 인터넷이 모두 묶여 있는 셈이다. “도서관에는 ‘지식의 길’이 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죠. 본관과 디지털 도서관을 이 어주는 길이라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웃 음). 본관에는 국내에서 발간되는 모든 신문 과 잡지, 고전과 희귀본 800만여 권이 있고, 디지털 도서관에는 40만 권이 복제돼 있습니 다. 이 두 개가 융합되면 어마어마하겠죠? 앞 으로의 시대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이 큰 경쟁력 이 될거예요.”

도서관이 한류를 일으킬 차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바티칸 도서관, 로마 도 서관 등은 도서관을 넘어서 세계적인 유산이 됐다. 한 나라의 중앙 도서관은 국가의 문화 수 준, 국력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인 것. 현재 국 립중앙박물관은 아시아 곳곳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아시 아와 오세아니아의 국립도서관 관장들이 모 여 의견을 나누는 연례 회의를 처음으로 유치 했다. 18개국이 참가해 국립중앙도서관의 디 지털화에 대해 정보를 나눴다. “올해 초에는 터키에 한국 자료실인 ‘Window

34

of Korea’를 만들었고, 이집트에 하나 더 오픈 할 예정이에요. 현재는 12개 국가에 한국 자료 실이 있는데,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발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요즘 뉴욕과 파 리를 중심으로 ‘K-팝’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음 악이 떴다고 다른나라에서도 같은 것을 고집 하면 안 돼요.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 해서는 그 나라의 특색에 맞는 문화 아이템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알리는게 중요하죠.” 우진영 관장이 ‘한류’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 까닭은 2005년부터 2년간 뉴욕에서 총영사관 겸 문화홍보원으로 지낸 경험 때문이다. 그는 뉴욕에서 첫 한류를 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프 로젝트를 전개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문화 아 이템은 음식. ‘몸에도 좋고 보기도 좋다’는 한 국 음식의 장점을 무기로 UN 본부에서 한국 음식 축제를 여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다음에는 현대 무용, 음악, 영화 등으로 아이 템을 확장해 갔다. “문화는 ‘넌 버벌’(none verbal;비언어적) 분 야에서 시작해야 확산될 수 있어요. 그래서 먼 저 언어가 필요 없는 음식, 무용 등으로 한국 문화를 알렸죠.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호기심 이 생겼을 때 언어가 있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을 보여주는 거예요.” 우진영 관장의 ‘한류 붐 업 프로젝트’는 까다 로운 뉴요커들의 관심을 끌었고 성과도 좋았 다.『뉴욕 타임스』에 한국에 대한 기사가 한 건 보도되면 환호성을 지르던 시절, 일 년 사 이에 100여 건이 넘는 기사가 실렸다. 그는 “이 제 K-팝이 자리 잡으면, 도서관이 한류를 일 으킬 차례”라며 웃었다. ‘넌 버벌’은 ‘버벌’ 분야로 확장되는데, 언어가 모인 것이 바로 책이고 책은 모두 도서관으로 모이잖아요. 그러니 도서관이야말로 문화 분 야에 있어 ‘최후의 결정판’이죠.”


Program 검색만 하는 세상에서 ‘책’과 ‘산책’을 제안하다 우진영 관장이 작은 고백을 했다. 어릴 적 그는 도서관과 그리 친하지는 않았단다. 중고등학 교 국어 선생님이셨던 어머니 덕분에 책은 다 양하게 읽었지만, 도서관은 가끔 시험 공부할 때나 가곤 했다. 그는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 았으면 진작 자주 갈 걸 그랬다”며 너털웃음 을 지었다. 우진영 관장의 독서량은 관장직을 맡은 이후 급격히 줄었다. 솔직히 잦은 야근과 모임 때문에 한 달에 두세 권 읽기도 버겁다고 털어놨다.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 는지 다른 이들의 경우를 참고하려고 근래에 는 자기 계발서를 주로 읽고 있다. 우진영 관장의 ‘인생의 책’ 중 한 권은 창의적 인 생각을 하게 했던 이어령 작가의『젊음의 탄생』.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방법을 다양 하게 풀어놓아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단다.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이지만 자녀들에게 도서 관을 많이 다니라고 할 형편은 안 된다. 대학을 막 졸업한 아들과 고3 수험생인 딸은 그 시기 청춘들이 그렇듯 무척 바쁘다. 대신 집에 마련 해 놓은 서가에서 짬짬이 시간을 보낸다. 그래 도 ‘한 때 국어교사’였고, 여전히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내 덕분에 집 안에서 독서 분 위기는 자연스럽게 잡힌다고 한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우진영 관장은 애초부터

자신의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 대세에 지장이 있는 부분에서만 본인이 나서기로 한 것. “요즘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나 자신만 아는, 나밖에 모르는사람이 되지 말자 는 거죠. 자신만 아는 사람은 이기적일 뿐 아 니라 내 발전을 스스로 막는 사람이에요. 다른 관점을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면 보다 업그 레이드할 수 있죠.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묻 는다면 다른 이의 시각을 보기 위해서는 ‘책’ 을, 내 안을 보기 위해서는 ‘산책’을 하라고 말 하고 싶어요.” 우진영 관장은 매일 아침 50분 거리를 걸어서 출근한다. 처음에는 운동 삼아 걸었는데, 걷다 보니 걷는 것 자체가 좋아졌다. 하루 중 유일하 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50분을 걷는다는 건 상당히 지겨운 일이지만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창의력은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발휘되거든요. 이 것저것 선택의 폭이 넓을 때 오히려 창의력은 발휘되지 않죠. 검색은 많이 하지만 사색은 하 지 않는 세상입니다. 책은 많이 읽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적고요. 하지만 책을 통해서 내 안을 자꾸만 곰곰이 들여다보다 보면, 어느 순간 반짝 하고 창의적인 길이 보일 겁니다. 우 리 도서관엔 몽마르트르 언덕도 있으니 이곳 을 자주 찾아오시는 것도 좋겠네요(웃음).”

35


파킨슨병 딛고 16년 만에 책 펴낸

원로 동화작가 조장희, 삶은 끝없는 동화

조장희 작가의 자택 2층 무지개글방 풍경이다.

36


Program 일흔 살의 원로 작가가 16년 만에 동화책을 냈다. 파킨슨병을 앓으며 육체의 균형을 잃었지만, 동심으로 길어낸 지난날의 추억은 그립고도 따스했다. 동화는 기관사로 일하다 스물아홉에 요절 한 아버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생을 만난 후 ‘향기로 달리는 기차’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입 니다.” 영화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이 아니 다. 이번 인터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자가 한 일이라고는 동화책을 읽고 스무 개 남짓 질 문을 뽑아 팩스로 전한 것이 다다. 그러고 나 서 약속한 날짜에 원로 동화작가를 만나러 충 북 청원군으로 내려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 능소화가 활짝 피어 손님을 맞았다. 현 관 앞 테라스에 앉아 있던 조장희 선생은 기다 렸다는 듯 42매에 이르는 두툼한 원고를 건넸 다. 원고지의 글은 부인 정인숙씨가 남편의 답 변을 정서한 것이었다. 조장희 선생이 16년 만에 펴낸 동화집이 더욱 특별한 까닭은 그가 파킨슨병을 얻어 집 안에 서도 휠체어에 의지하는 투병 생활을 하기 때 문. 선생은 발음이 쉽지 않아 의사 전달이 힘들 것을 염려해 미리 답변을 준비해 두었다. 이런 식의 아날로그한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원고 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글을 다시 타이핑해서 옮기는 것만 으로 한 편의 기사가 완성될 것 같았다. 글이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 다. 기사 쓰는 내내 송구했다.

스물아홉에 요절한 아버지를 그리다 꽃나라를 달리는 기관차』는 선생의 자전적 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선생은 기관 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세 차

례나 학교를 옮겨 다녔다. 그래서 친구를 깊 이 사귀지 못해 외로움을 많이 탔다. 경부선과 경의선을 달리던 아버지가 지선인 충북선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청주로 왔다. 농번기에 할머 니의 호출을 받은 어머니가 집을 비우면 온종 일 홀로 집을 지켜야 할 때가 많았는데, 아버지 는 그런 아들을 기관차에 태우고 충주까지 달 린 적이 있다. 그렇게 종착역에 내려 탄가루가 섞인 점심밥을 먹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추억이 이번 동화 에 녹아 있었다. 1995년『괭이씨가 받은 유산』후로는 책을 내지 않은 걸로 압니다. 16년간 동화를 펴내지 않은 이유가 있다 면요

소설『삼국지』를 어린이용으로 재구성해 집 필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습니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라 선뜻 수락을 했다가 곤혹을 치렀습니다. 뜻밖 에도 원고가 써지질 않더군요.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쓰기 싫었던 것이지요『. 괭이씨가 받 은 유산』을 탈고했던 양수리를 떠나 고향으 로 내려왔습니다. 주변 환경을 바꾸면 글이 잘 써질까 싶었는데, 그게 또 생각대로 되지 가 않더군요. 원고는 써지지 않고, 갈등과 회 의만 늘어갔습니다. 그러다 뇌졸중으로 쓰러 지고 말았지요. 병을 어느 정도 치료하던 중 에 파킨슨병을 얻은 것이고. 이번에『꽃나라를 달리는 기관차』를 펴낸 계기가 궁금 합니다. 작년에『시와 동화』라는 잡지에 연재를 한 걸

37


로 아는데요

연재가 아닙니다. 원고지 300매 가까운 적지 않은 분량인데, 잡지 발행인인 강정규 작가의 호의로 전작을 수록한 것입니다. 작년 겨울호 에 실려 세밑에 잡지가 나왔고, 그 책을 몇 권 사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연하장 삼아 보냈습 니다. 이번 책을 펴낸 에디터출판사의 김태진 대표와 제 동화에 그림을 그린 김복태 화백에 게도 책을 보냈는데, 두 사람이 제 동화를 반 갑게 읽고 책으로 펴내자고 상의를 했던 모양 입니다. 동화를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드신 것은 언 제인지요? 불편한 몸으로 극기 훈련을 하듯 석 달 동안 작품에 매달리셨다고 들었습니다

파킨슨병이 있으면 균형 감각을 잃기 쉬운데, 한순간 넘어져서 척추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 은 적이 있습니다. 병실에 누워 생각하니 내게 도 죽음의 그림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다가오 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펜을 잡을 수 있는 손이 성하니 죽기 전에 몇 편을 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 금은 고인이 된 동화작가 정채봉씨가 편집장 으로 있던『샘터』란 잡지에 오래전에 발표한 짧은 동화를 다시 쓰기 시작했지요. 병상에서 ‘도첨지와 허첨지’란 풍자 동화를 쓰 면서 연습을 한 셈입니다. 이후『시와 동화』 에서 진행한 ‘한국의 아동문학가 100인’ 시리 즈에 참여하면서 ‘새 무지개 한 자락’이란 신 작 동화를 써냈지요. ‘새 무지개 한 자락’은 큰 며느리의 임신 소식을 듣고 초음파 사진을 보 면서 구상한 것입니다. ‘꽃나라를 달리는 기관 차’는 그 후에 쓴 작품이고요. 김 대표가 책을 내자고 했을 때 두 이야기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함께 싣기로 한 것입니다. (파킨슨병을 언급할 때마다 선생은 균형 감각 얘기를 많이 했다. 몸을 뜻대로 제어할 수 없

38

는 현실이 힘들 법도 하건만, 선생은 그런 내색 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밤에 잠이 잘 안 와 가끔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한다고 했다. 손잡이를 잡고 2층 무지개글방을 오르내리거나 휠체어 에 앉아 손수 바퀴를 굴리는 일은 익숙해 보였 지만, 정원 밖으로 나가 휠체어에 옮겨 앉거나 물건을 들 때면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그때마다 부인 정인숙씨가 곁을 지켰다.)

30년 넘게 알고 지낸 선후배의 우정 조장희 선생은 서라벌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 을 공부했고, 1961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잡지를 펴내는 직장에 다니며 동화를 쓰기란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말로 기억한다. “동 화작가가 동화를 안 쓰고 뭐하는 거냐”는 선 배의 명령 혹은 청탁에 못 이겨 태평양화학의 사보였던『향장』에 원고지 10매 분량의 짧 은 동화를 매달 쓰기 시작했다. ‘흰나비의 날 개옷’ ‘나비와 할미꽃’ ‘몸살 앓는 조개’(‘진주 를 품은 조개’로 제목을 바꿔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수록) 등 우화 형식의 짧은 동화를 3 년 가까이 연재했고, 이를 계기로 사보에 동화 연재 붐이 일기도 했다. 이번에 책을 펴낸 에디터출판사의 김태진 대 표와도 직장에서 처음 만났다. 김 대표가 1978 년에『소년중앙』 수습기자로 들어오면서 당 시 중앙일보 출판국 주간으로 있던 조장희 선 생과 첫 인연을 맺었다. 김복태 화백도 오래 알 고 지낸 사이였다. 김 화백에게 일러스트 작업 을 맡기면서 인연을 맺었고, 그 후 미술기자로 발탁해 함께 일한 바 있다. 그렇게 맺은 세사 람의 인연은 30년이 넘었다. 김 화백은 샘터사 에서 나온 조장희 선생의 첫 동화집『아기개 미와 꽃씨』때부터 삽화를 그렸고, 첫 장편 동 화집『 벼락 맞아 살판났네』에도 그림을 그


Program 렸다. 또 김태진 대표가 기획한『괭이 씨가 받 은 유산』초판에도 삽화를 그리는 등 선생의 책에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지만, 주량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늘 마시던 만큼은 마신 것 같아 요.”)

『 여성중앙』창간 멤버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얘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1969년 3월에 중앙일보 출판국에 입사 했습니다. 처음에는 막 창간된『소년중앙』에 서 일하며 대기하고 있다가 9월부터『여성중 앙』창간 작업에 들어갔지요. 당시 창간 요원 은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경력 기자로 채워졌 고, 야근 작업을 특히 많이 했습니다. 통행 금 지가 있던 시절이었지만, 신문사 차량만큼은 야간 통행증을 받아 운행할 수 있었지요. 늘 그 차를 타고 퇴근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 파이프 담배를 즐기는 멋쟁이셨다고 들었는데요

(웃음) 특별한 멋쟁이는 못 됩니다. 본래 색에 대한 감각이 좀 있었고, 균형과 조화에 대한 배 려가 좀 섬세했을 뿐입니다. 또 여성 잡지의 책 임 편집자로서 그만한 멋은 부릴 줄 알아야 한 다고 생각했지요. 병이 나기 전에는 체인 스모 커였습니다. 파이프 담배의 구수하고 달콤한 향에 취하고, 파이프의 오묘한 생김새가 아름 다워 그 미감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지요. 담배 못지않게 술을 즐기신 걸로 아는데요

동화는 순수하고 순진무구한 문학 1969년 12월 말에『여성중앙』창간호가 세 상에 나왔다. 조장희 선생은 창간호의 인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여성 잡지 발행 부수를 크게 뛰어넘었어요. 발매 즉시 매진이 되어 재판을 찍기도 했으니까요. 광명인쇄소 라고 지금도 이름을 기억하는데, 거기서 제본 되어 나온 창간호를 안고 회사로 돌아오는데 그 따끈따끈했던 감촉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 이 납니다.” 조장희 선생은『소년중앙』『학생중앙』『 음악세계』『라벨르』등 중앙일보에서 발행 한 잡지에 오랜 세월 관여했다. 그는 1993년에 경향신문 출판 편집국장을 끝으로 직장 생활 을 끝맺고 전업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선생은 발음이 부정확해 의사 전달이 힘들 것을 염려해 미리 답변 을 준비해 두었다. 원고지 42매에 이르는 글은 부인 정인숙씨가 정 서한 것이다.

그랬지요(웃음). 중앙일보 출판국에 있을 때 술을 제법 마셨습니다. 김태진 대표도 수습기 자로 들어와서 저한테 음주 에티켓을 배웠을 겁니다. 그 리고 김복태 화백은 술이 약한 편 이어서 저한테 음주 강의를 듣느라 아마 곤혹 을 치렀지요. (술 얘기가 나오자 김 대표가 끼어들어 당시 일을 증언했다. 찌개가 끓는 동안 점심 반주로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끓고 나면 또 한 병을 비 우던 시절 이었다. “알코올 도수가 25도라 지금보다 셌 죠. 통금이 있던 때라 밤 11시까지 술을 마셨

39


그리고『벼락 맞아 살판났네』로 어린이 문 화대상을,『괭이씨가 받은유산』으로 소천아 동문학상을 받았다.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오 래 하다 보면 때가 묻기 마련인데, 그 후에도 동심을 간직한 책을 꾸준히 펴낸 사실이 놀라 웠다. 선생은 “동화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 한 문학이며 이야기인 것처럼 마음에 때가 묻 은 사람은 동화를 쓸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에 서 강한 소신이 느껴졌다. 동화란 무엇인지요?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을 때 “우리 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게 되는 문화적인 충격” 이라는 말로 동화를 정의하신 적이 있지요

네, 맞습니다. 우리는 말을 배우고 말귀가 트 이면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고 자랍니다. 그 이야기에 동화의 원형이 들어 있지요. 그러나 옛날이야기는 어린이들만 듣는 게 아니라 어 른들도 함께 듣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화란 어 린이들만을 위한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는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럴듯한 픽 션안에 때로는 풍자와 비판 의식도 담겨야 하 는 것이지요.

바라보는 시선, 기억의 조각을 모으는 방식, 작품에 대한 애착 등 여러 가지 면에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작품은 투병 중에 쓴 것이지만, 주로 밤에 썼 습니다. 밤중에 작업을 하다 보니 상(想)을 모 으는 데 도움이 된 듯합니다. 아버지 생전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픽션의 공간 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행해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 고 내 자전적인 이야기, 성장통이 이 안에 담 겼다고 생각하니 내 동화 중에 가장 애착이 가 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투병 중에 한 가지 터 득 한 것이 있다면 찾아온 병을 굳이 증오하거 나 거부하기보다는 그것도 삶의 일부로 받아 들여 순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병을 친구 삼 아 동반자로 인정해야만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화도 힘이 닿는 한 신작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인생이 ‘도시락 안에 든 하얀 쌀밥에 날아든 석탄가루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엔 어쩔 수 없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 다. 생의 어두운 이면을 떼어놓고 밝음을 말할 수는 없

투병 중에 쓰신 이야기가 가족, 특히 부자(父子)의 이야

겠지요. 그래서인지 ‘기우’라는 말이 오래 와 닿았습니

기입니다. 동화가 다음 세대를 위한 작업이라고 한다면,

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기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시각

요즘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으신 건지요

각 느끼는 엄연한 현실의 고통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동화란 순수하고 순진무구한 문학입니다. 어 떤 동화를 써도 저는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아들 에게 순수하고 착하게 살라는 말밖에 더 할 말 이 없습니다. 이 바탕 위에 슬기로운 지혜를 더 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난세와 다름없는 타락 한 사회라 하더라도 이를 구원해 줄 말 한마디 가 있다면 그것이 동화겠지요. 비록 목소리는 크지 않더라도 동화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 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40

투병 생활이 이번 작품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요? 삶을

다가오는 죽음을 감지한다는 것은 공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피치 못할 필연으로 언젠가는 닥쳐오게 됩니다. 그 죽음을 인정하 고 그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진 빚은 없는지 돌아 보고 하고자 했던 일을 서둘러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이 안타깝지요.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신작 동화를 탈고하고 나서 정말 행복했 습니다. 오늘처럼 후배들이 찾아올 때, 손자 손


Program 녀가 할아버지를 보러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한없이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집사람의 손을 잡고 있는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을 느끼지요. ‘새 무지개 한 자락’은 새 생명과 만나는 설렘을 담고 있 습니다. 현재와 과거의 기억, 아버지와 손녀, 이렇게 시 간을 두고 이어지는 삶의 결 같은 것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고, 이 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통한 ‘부활’을 믿으시는지요

부활은 종교의 몫이지 대를 이어 번성하는 종 족 보존의 영속성과는 다릅니다. 인생은 대를 이어 계속됩니다. 그것이 동화와 인생이 닮은 점입니다. 스물아홉에 돌아가신 아버지, 저 그 리고 두 아들과 손자 손녀를 보면서 그런 확 신을 얻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그 것이 동화입니다. 자택 곳곳의 난간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선생은 그 손잡이에 의지해 2층 무지개글방을 오르내렸다. 선생은 잠시도 몸을 쉬지 않았다. 붓을 들고 한자를 써 내려갔고, 작품이 머릿속 에 그려지면 눈에 보이는 곳에 놓인 원고지에

글을 적었다. 창가에 놓인 작은 책상에도 선생 이 쓰다 만 원고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선생은 본인에게 닥친 병마의 고통을 입에 올 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혼자서 있기가 힘들어 손자 손녀를 마음 놓고 안아주지 못하는 안타 까움,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직장 을 마치고 내려와 밤새 운전해야 하는 작은아 들에 대한 미안함을 말했다. 아,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온 손들을 위해 맛있 는 점심상을 차려주신 사모님 얘기도 꼭 해야 겠다. ‘어머님 손맛’이 가득한 반찬에 염치 불 구하고 밥을 두 공기나 비웠다. 능소화 곁을 날 던 호랑나비 두 마리도 애틋해서 남겨둔다.

에디터출판사 김태진 대표가 조장희 선생의 휠체어를 잡고 있다. 그 앞에서 베레모를 쓰고 웃고 있는 분이 김복태 화백이 다. 세 사람의 우정은 30년을 넘었다. 그 모습이 훈훈했다.

『 꽃나라를 달리는 기관차』에는 두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꽃나라를 달 리는 기관차’는 스물아홉에 돌아가신 기관사 아버지와의 추억을, ‘새 무지개 한 자락’은 전작의 주인공 소년이 할아 버지가 되어 손녀를 보는 이야기를 담 고 있다. 회상과 이별이라는 지난날의 이야기가 새로운 탄생과 만남이라는 미래의 이야기와 소통하면서 깊은 울 림을 전한다.

41


두문불출 3년 만에 자전 영화 ‘아리랑’으로 뜨거운 논란

김기덕은 왜? 김기덕 감독이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극장 부금 사기, 믿고 의지한 사람들의 배신, 메 이저의 횡포…. 그는 프랑스 칸에서 있은 현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리랑’을 부르다 눈물을 와락 쏟았다. 그 사무친 눈물의 의미가 궁금했지만, 마이스터의 행방이 묘연했다. 그래서 자문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중앙포토, 화인컷 제공 했다. “김기덕은 왜?”라고.

42


Program “사자와 곰을 데려왔습니다. 동물농장을 만들고 있는 것 같네요. 울타리를 치기 위해 종려도 받 았으면 좋겠습니다.” 김기덕 감독다운 비유였다. 2004년,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한마디로 잘나갔 다.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을 받았고, 같은 해 영화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았다. ‘사자’와 ‘곰’을 데려왔으니 이 제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그는 칸영화제에서 황 금종려상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그렇게 에둘러 표 현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7년 뒤로 미뤄졌다. 지난 5월 칸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김기덕 감독 이 영화 ‘아리랑’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 선’에서 대상을 받은 것. 그러나 수상 소감보다 현 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리랑’을 부르다 눈 물을 와락 쏟는 장면이 더 화제가 됐다. 티셔츠에 모자 하나를 꾹 눌러쓰고 당당하게 말하던 예전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흰머리를 길게 기른 감독 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무너져 내리듯 서럽게 울었다. 날선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내면에 꼬깃 꼬깃 접어둔 감정이 한순간에 풀려나와 펼쳐진 것 같았다. 결국 종려를 손에 넣었지만, 그는 울타리 를 칠 힘마저 빠져 달아난 듯 보였다.

김기덕은 왜 눈물을 흘렸나 ‘아리랑’은 김 감독의 자화상 같은 영화다. 2008년 ‘비몽’ 이후 그가 왜 작품 활동을 중단했는지를 자 문하고 영화를 통해 자신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 는 과정을 담았다. 그는 셀프카메라 형식을 빌려 각본, 연출, 주연 등 모든 작업을 홀로 해냈다. 극 중에서 김 감독은 자신, 또 다른 자아, 자신의 그 림자,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감독 등 일인 다역 을 소화했다. 영화사를 통틀어 그런 전례가 없었 다. 칸은 이 새로움에 주목했다. 그러나 국내 반 응은 달랐다. 마이스터의 귀환은 언제나처럼 시끄 러웠다. ‘아리랑’에 한국 영화계에 대한 날선 비판 이 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김기덕 사단’이었던 장훈 감독을 겨냥 한 듯 “영화를 같이 하고 싶다고 이메일로 호소하 고 비 맞으며 간절히 부탁해 받아줬더니 5년 뒤 떠 났다. 자본주의의 유혹에 빠졌다”고 했다. 또 자신 의 영화에 출연한 모 배우를 지목하며 “악역이 제 일 쉽다고? 악역을 통해 자위하는 거잖아. 악역 잘 한다는 거, 내면이 그만큼 악하다는 거야”라며 날 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을 부정적으 로 묘사한 자신의 작품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했다는 이유로 훈장을 받았다며 “영화를 보고나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이보다 앞서 김기덕이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작 년 12월이었다. ‘마이스터 김기덕 감독, 배신당하 고 폐인 됐다’는 기사가 기폭제였다. “특유의 날카 롭고 예리한 눈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를 길 게 길렀고, 살이 쪘으며, 얼굴에는 윤기가 없고, 눈 빛은 흐리멍덩해졌다.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은지 머리도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기사가 기사를 낳 으며 동정론이 일었다. 2004년에 베를린과 베니 스에서 사자와 곰을 모셔온 세계적인 명장을 아 프게 한 사람들에게 관심과 비난이 쏠렸다. 김 감 독은 측근에게 배신을 당한 피해자가 되었고, 그 가 가장 아끼고 신뢰한 PD와 감독은 새삼 죄인이 되어야 했다. 김 감독은 움찔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았더 라면 다음 날 바로 장문의 자필 편지를 써서 언론 사에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몸이 좋지 않아 지방 에서 조용히 지내는데 이상한 기사가 나와 아래와 같은 해명을 합니다. 내용의 일부는 맞고 상심도 한 것은 맞지만, 이미 그 일은 지난 일이고 장훈 감 독과는 오래전에 화해를 했습니다.” 김기덕은 배 신을 한 측근으로 추정되는 모 감독의 이름을 밝 혔고, 이로써 대중은 장훈 감독의 이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영화를 중단하고 제가 지방에서 혼자 조용히 사 는 것은 여러 가지로 자신의 잘못된 삶을 돌아보

43


고 다스리는 시간이며 그 누구도 탓하거나 미워 하지 않습니다.” 생일날 썼다는 자필 편지의 어투 는 사뭇 진지하고 겸손했다. 김기덕은 “지나치게 영화로만 삶을 살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제 본질 을 깨달아가는 지금의 상황에 감사한다”는 말까 지 덧붙였다. 흰머리를 좀 기르고 살이 쪘다고 모 두 폐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리랑’이 칸에 공개되면서 사정이 달라 졌다. “당시는 많이 섭섭하고 안타까웠지만 이제 는 다 이해한다”던 말이 앞뒤 시제가 뒤바뀐 비문 으로 들렸다. 김기덕은 해외 언론 앞에서 눈물을 쏟았고, ‘자본주의의 유혹을 받아 떠난 기회주의 자’는 또다시 섭섭함과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김 기덕의 눈물에는 슬픔과 회한과 분노와 복수가 모 두 담겨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혼자서라 도 영화를 찍는 것이었고, 이렇게라도 영화를 들 고 칸을 찾았다는 생각에 그는 감개무량했다.

김기덕은 왜 상처를 들춰냈나 믿고 의지하던 PD와 감독이 짐을 싸들고 나가 회 사를 차렸다. 그들은 메이저와 손잡고 김기덕필 름에서 준비하던 영화를 제작했다. 그 영화가 송 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였다.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546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2010년의 화제작이 됐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보 면 장훈의 선택을 나쁘게만 볼 수 없는 면이 있다. 일이 꼬인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지금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이미 충무로에서는 유명한 사건이었다. 그 일로 김기덕은 많은 것을 잃었다. ‘영화는 영화다’가 개봉하던 2008년 9월만 해도 조짐이 좋았다. 소지섭, 강지환이 주연을 맡은 ‘영 화는 영화다’는 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장훈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저예산 영화지 만 주제 의식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영화는 순항 을 이어가며 1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 다. 제작비 6억원이 든 걸 감안하면 ‘흥행 대박’이

44

었다. 그러나 뒤늦게 문제를 알게 되었다. 배급을 맡은 회사가 극장 부금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고 빚 을 청산한 뒤 회사 문을 닫아버린 것. 한마디로 사 기였다. 김기덕필름은 수십억에 이르는 수익금은 커녕 1차 소송에서 겨우 원금 2억원을 회수했을 뿐이다. 괴롭고 참담했다. 김기덕은 영화 ‘아리랑’에서 말했다. “의리를 지 킨다면서 두 편 더 함께한다고 했는데 떠났다. 주 위에서는 배신이라고 말하지만 떠난 거다. 원래 삶이 그렇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실명을 거론하 며 이런 말도 했다. “장훈 감독은 메이저 업체와 계약을 하고 유명 배우들이 캐스팅됐으니 놓치고 싶지 않았을 거다. 기회주의자처럼 행동했지만 나 는 떠난 후배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었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조각난 대사들만 떼어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 겉으로 화해를 했다 고 하지만, 심정적인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것처 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 고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기도 한다. 김기덕필름 의 전윤찬 PD는 “‘아리랑’은 김 감독님 스스로 안 에 있는 걸 모두 털어내려고 만든 영화다. 김기덕 이 김기덕에게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하는 자 기반성을 담았다”며 말을 아꼈다.

김기덕은 왜 혼자서 농사를 지었나 김기덕필름은 여러 가지 불상사가 겹치면서 ‘폐 허’가 되었다. 김기덕은 강원도 모처와 아내와 딸 이 있는 경기도 파주의 집을 오가며 마음을 추스 르는 시간을 보냈다. 근 2년을 그렇게 두문불출했 다. 그런 그가 ‘풍산개’ 시나리오를 들고 전재홍 감 독을 찾은 것은 작년 가을이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할 수 있겠느냐’ 고 묻더군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기 덕필름에서 데뷔작 ‘아름답다’를 찍은 후 3년간 다 음 작품에 들어가지 못했으니까요. 당시 김기덕필 름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어요. 감독님은 저한 테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고 하셨고, 그 말을


Program 들으니 오기 같은 것이 생기더군요. 저로서는 무조 건 해야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재홍 감독은 영화 ‘빈집’을 보고 충격을 받아 프 랑스 칸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김기덕 감독을 만 났고 그 길로 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해 ‘시간’이란 영화에 연출부로 들어갔다. 김기덕이 “현재 저를 마지막으로 지켜주는 사람”으로 꼽는 이였다. 전 감독은 올 1월 중순에 ‘아리랑’의 완성본을 보았고, 그때 심정을 이렇게 회상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틀간 멍했어요. 작년 12월 23일에 ‘풍산개’ 촬영 을 마치고 편집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였죠. 감 독님이 그 힘든 상황에서 영화적으로 새로운 시도 를 한 점이 너무나 놀라웠어요. 나는 아직 멀었구 나 하고 느낄 정도로 영화가 획기적이었으니까요. 영화를 찍고 싶은데 찍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다시 깨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열망 같은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 전 감독은 칸영화제에 김기덕과 동행했다. 프랑스 방송사와 인터뷰를 할 때도 곁을 지켰다. “감독님 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이 많고 순수한 분이세요. 제가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순수 함이 감독님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돌파구’ 모임에 서 김 감독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 분들이라면 제 말에 공감하실 거예요.” 이런 말도 기억에 남아 있 다. 칸에서 김 감독이 물었다. “너한테 잘해 주는 친 절한 사람을 너는 좋다고 보니?” 전재홍 감독은 그 동안 겪은 일의 전후 사정으로 문맥을 이해했다. 그래서 선뜻 “네”라고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김 감 독이 말했다. “그래도 나는 네가 사람을 순수하게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도 이제는 사랑을 하면 서 살았으면 해.” ‘아리랑’의 국내 개봉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겉보 기에 김기덕은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 개봉을 앞 두고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는 자신에게 쏠린 이목을 거두어 제자에게 몽땅 몰아주었다. 정황이 그러했다. 김기덕은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찾기보

다는 도리어 자신과 소통하지 않는 세상을 탓하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자신의 영화를 어떤 정해진 잣 대로 재단하는 평론가들에게 분노했고, 자주 불편 하게 굴며 관객을 괴롭히거나 조롱했다. 그런 그가 감독이 아닌 현장의 스승으로 살아온 삶은 또 달랐 다. 그는 솔직하고 순수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에 우직했고 영화에 대한 신념에 고집스러웠다. 그러 나 그 확고한 신념이 꺾일 때 누구보다 가슴 아파 했다. 공교롭게도 ‘풍산개’ 기자 시사회(6월 13일) 다음 날로 장훈 감독의 ‘고지전’ 제작 보고회가 잡 혔다. 장훈 감독은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 념관에서 열린 제작 보고회 자리에서 김기덕 감독 과 관련한 질문에 조심스레 운을 뗐다. “(아리랑) 기사를 접하고 나서 ‘고지전’ 후반 작업 중에 많이 힘들었고, 아직도 그런 상황입니다. 하지만 김 감 독님은 여전히 저에게 큰 스승이시고 제가 존경하 고 사랑하는 분입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아리랑’ 을 통해 좀 더 편해지셨으면 합니다.” 한때 마음을 주고받은 두 사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했다. 김 감독은 “쉴 때 무얼 하나?”라는 질문에 “강원도 에서 농사를 좀 짓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에도 강원도 모처에서 농사를 지었다. “남들처럼 김매고 밭 가는 농사가 아니라 그냥 잡초를 그대 로 둔 채 씨 뿌리고 놔두었다가 따는 거다. 옥수수, 고추 등을 심는데, 밭에서 정성 들여 키우는 것에 비해 열매도 작고 조금 열리지만, 더 맛있고 영양 도 많다. 몰랐는데 그런 농사법이 생태 농법의 하 나로 원래 있다더라. 한번 해봐라. 재미있다.” 3년 전에 한 그 말이 무슨 예언처럼 들린다. 조만간 그 가 움직일 것 같다. 한동안 오래 쉬면서 영양가 있 고 맛있는 작물을 제법 수확했을 테니까. 그중 하 나가 ‘아리랑’이다.

45


따뜻한 이경규를 만났어 32년 만에 라이터를 버렸다. 녹화가 길어져도 ‘버럭’ 하지 않는다. 지친 PD에겐 하트 섞인 문자를 보낸다. 지천명을 넘어 여유를 찾은 이경규와의 온기 가득한 만남.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예상대로 까칠했다’ ‘말도 못 붙일 정도로 예 민했다’며 이경규와의 인터뷰 후 편치 않았던 그의 성격에 대해 적어놓은 기사들을 많이도 보았다. 만나기도 전에 전해 오는 소문에 걱정 부터 앞섰다. 하지만 웬걸, 푸근한 인상의 이경 규는 “나 피부 좀 좋아진 것 같지 않아요?”라 며 대뜸 피부 이야기부터 꺼내더니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인다. 지레 겁먹었던 기자의 소심증 이 민망했을 정도. 금연은 성공적이냐는 질문 에, 기분 좋게 “그럼!”을 외친다. 요즘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덧붙이자 “좋죠!”라고 또 밝게 답한다. 금연 스트레스, 그래도 행복하다

지독한 골초였던 그가 담배를 끊은 지도 벌써 7개월째. 하루 두 갑씩 거뜬히 피우던 그였기 에 올 초만 해도 금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엔 아주 미치겠더라고. 담배를 참으니까 성격도 포악해지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 요. 녹화가 잘 안 풀릴 때는 담배 생각이 간절 했으니까요. 그동안 내 몸이 주인을 잘못 만나 서 술이랑 담배 때문에 많이 지쳤거든요. 지금 까지 버틴 게 아까워서라도 다신 안 피우려고

46

요. 뭐 이제 몸을 좀 챙겨야 하는 나이니까.” 이경규가 금연을 결심한 것은 올 초 그가 출연 하는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 자의 자격’)에서 ‘남자 그리고 암’ 편을 촬영하 다 폐기종 진단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오랜 흡 연 때문에 폐에 구멍이 생겼다며 담당의사는 이경규에게 빨리 담배를 끊을 것을 권유했다. 이경규는 자신의 병명 또한 충격적이었지만, 위암 진단을 받고 긴급히 수술을 했던 가수 김 태원 때문에라도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나타나 김 태원의 위암 소식을 털어놓은 신원호 PD 앞에 서 ‘뚝뚝’ 눈물을 보였던 그였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당시 ‘남자의 자격’ 팀은 연기자며 스태프며 할 것 없이 모두 금연을 시도했는데, 지금은 이경규 혼자만 금연 약속을 지키고 있 는 상황이다. “몇 년 전에도 담배를 끊겠다고 한 적이 있었 는데 못 지키겠더라고요. 그때 딸 예림이가 ‘ 아빠 금연한다더니 화장실에서 계속 담배 냄 새가 나던데? 빨리 끊어’라고 저한테 편지를 쓴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금연하니까 가족들 도 아주 좋아하죠.” 아침마다 일어나기도 한결 수월하고 피부도 맑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이경규는, 그


Program

47


럼에도 가끔씩 솟구치는 담배의 유혹에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문다고 했다. 자 기와의 약속에 철저한 성격이니만큼 이경규는 이번 결심도 성공시킬 거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하기도 했다. 내가 참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구나

이경규는 지난 5월,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열 흘 동안 호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관광만 으로도 지칠 법한데 호주의 광활한 자연 속에 서 거친 사륜구동 차를 몰면서 오프로드를 달 린 그는 당시 너무 지쳐서 끝내 눈물을 흘리 기도 했다. “그때 무리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너무 힘에 부치니까 몸도 안 좋아 지더라고요. 다녀와서 좀 쉬면서 겨우 회복했 죠.” 함께 촬영길에 올랐던 신원호 PD는 “제가 가 끔은 경규 형님의 나이가 쉰두 살이란 것을 잊 곤 하거든요. 호주 배낭여행도 형님 나이에선 힘든 일정이었던 거죠. 다른 멤버들보다 구성 원을 더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피곤했을 거예 요”라고 말했다. 여행 7일째 되던 밤, 최종 목 적지인 서호주 벙글벙글로 향하던 이경규는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다며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끝내 눈물을 보였다. 여행을 와서 아 프다고하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해서 내내 고단함을 참던 그였다. “아무리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편안히 여 행을 해보라고 해도, 경규 형님은 방송 분량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쉬지를 못한 거예요. 오프로드를 달리는 차 안에서도 몇 시간 동안 혼자 계속 말을 하셨어요. 여행 하면서 카메라가 24시간 돌고 있었으니까 꼬 박 열흘을 쉬지 않고 촬영한 셈이니 탈이 날 만 도 했죠.”

48

비록 고된 촬영이었지만 유명한 관광지 위주 의 여행이 아니라 대자연의 거친 환경 속에서 김국진, 윤형빈, 전현무 등과 함께 시간을 보 내며 끈끈한 남자의 정을 느끼고 돌아왔다고 했다. “솔직히 여행을 가기 전엔 나 자신을 찾고 싶 었어요. 근데 한 차에 타서 하루 종일 이동하 면서 후배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내가 참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구 나’라는 생각에 새삼 감사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인간관계가 성립할까

이경규를 아는 이들은 그가 참 많이 부드러워 졌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엔 하지 않던 표현 도 많이 늘어 주위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것이 다. 방송에 어려움을 겪는 후배에게 밤낚시를 제안해서 매운탕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작가들에게도 “너희들 덕분에 방송이 잘되고 있어”라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단다. 절친한 후배인 이윤석은 “형님이 예전 같았으 면 ‘나 때문에 방송이 잘되는 거야!’라고 하셨 을 텐데 요즘은 동료며 제작진에게 공을 돌리 시더라고요. 코디네이터들을 데려다가 고기도 사 먹이시고요”라며 마음가짐이든 표현 방식 이든 한결 ‘착해진’ 선배가 보기 좋다고 말했 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촬영 당시엔 여행 가 방 가득히 즉석 밥과 고추장 등을 챙겨 와 호텔 안에서 직접 요리를 하며 모든 스태프의 엄마 를 자처하기도 한 그였다. 또한 개그맨 윤형빈 이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 캐릭터의 마지막 무대를 오를 때는 직접 녹화장을 찾아 존재만 으로도 힘을 실어줬고, 최근 KBS를 떠난 신원 호 PD에게도 “잘했어, 스스로의 가치를 키워. 지금처럼 늘 사고 치면서 살아!”라며 감사패 를 준비하고 직접 송별회까지 열어주기도 했


Program

‘참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늘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최고의 자리에서 버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예능 고수 이경규를 짓누르던 짐이었음을, 불혹을 지나 지천명에 다다르자 알게 된 것이다.

49


다. 이렇게 잔정 많은 그를 단지 소문 때문에 어려워하고 경계하던 많은 예능 후배와 방송 관계자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경규를 든든 한 버팀목으로 여기며 따르고 있다. ‘규 라인’ 에 합류하고파 스스로 ‘심복’을 자처하는 충성 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지만 역시 이경 규의 영원한 ‘노예’는 개그맨 이윤석이다. 늘 선배의 위치에 있는 것이 때로는 그도 벅찰 터. 지치고 힘들 때 연락해서 마음을 토로할 선배 가 있느냐고 묻자 “내겐 이윤석이 조언자이자 쉼터예요”라며 의외의 답을 해온다. 그가 늘 ‘ 나의 심부름꾼’ 혹은 ‘노예’라고 일컫는 그 후 배 말이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선 방송가에서도 상당히 미스터리하다고들 한다. 김태원은 ‘어 떻게 이런 인간관계가 성립되는가?’라며 유심 히 그들을 관찰했을 정도라고 했다. 이경규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이윤석을 ‘부리고’, 이윤 석은 속도 없는 사람처럼 그의 명령에 토 한 번 달지 않고 ‘따른다’는 것. 이경규의 ‘버럭 캐릭 터’는 이윤석과의 관계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두 사람만의 독 특한 애정 표현이라고 했다. 약 10년 전, 함께 해외 촬영을 떠났던 그들은 이경규가 “형이 평 생 너의 든든한 산이 되어줄게”라는 말 한마디 로 남다른 인연이 되었다. 이윤석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냥 궁합이 맞겠 다 싶었어요. 내가 그런 감이 좀 있거든요. 이윤석은 성품도 유순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서 역사, 문 화, 경제, 음악까지 아주 박학다식해요. 후배지 만 정말 존경스럽죠. 그래서 힘든 결정을 하거 나 고민이 있을 때, 늘 이윤석에게 모든 걸 털 어놓고 상담을 해요. 우리 둘이 성격이나 성 향이 대조적이라서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벌써 10년을 지켜온 사이잖아요. 앞으로가 더

50

기대되는걸요”라며 이윤석에 대한 칭찬을 늘 어놓는다. 그 목소리에 진심이 그득했다. ‘일 평생 주종 관계’라는 우스갯소리는, 평생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란 말의 거친 표현임 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주변에 점점 사람이 없어졌다

한때 이경규는 방송가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예능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PD 입장에선 협업 하기에 결코 편치 않은 일인자였던 것이다. 촬 영 초반에는 전투 태세로 그와 기 싸움을 펼치 는 제작진도 많았다. “몇 년 전부터 60분짜리 방송을 만드는 데 녹 화를 300분씩 하는 거예요. 그게 너무 비효율 적인 것 같아서 67분 안에 끝내자고 스태프들 을 들볶았죠. 후배들한테도 쓸데없는 말을 하 지 말라고 잘라내고 그러니까 주변에 점점 사 람이 없어졌어요. 맡고 있던 프로그램도 점점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참아야겠다’고 깊이 반성했어요. ‘남자의 자격’을 하면서 시청자들 에게 제일 호평을 받았던 것도 5시간 동안 마 라톤을 했을 때예요. 내가 후배들을 잘 이끈다 고 칭찬이 자자하더라고요. 난 그저 묵묵히 뛰 었던 것뿐인데. 요즘은 투정을 안 부려요. 24 시간 촬영도 거뜬해요(웃음).” ‘참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늘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고의 자 리에서 버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예능 고수 이경규를 짓누르던 짐이었음을, 불혹을 지나 지천명에 다다르자 알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난해 한 강연회에서 그 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산에 올라갈 때 등에 멨던 배낭이 무거워서 버리고 싶었는데 꾹 참고 정상에 올라갔더니 먹을 것이 배낭 안 에 들어 있더라고요. 그러니 인생의 무거운 짐


Program 을 함부로 내려놓지 마세요. 나는 고등학생인 딸 예림이 대학도 보내야 하고 마누라도 먹여 살려야 하고, 칠순을 넘긴 부모님도 계시고, 방 송이며 영화며 책임져야 할 게 많아요. 이 모 든 게 내 어깨를 누르지만 나는 내려놓지 않 을 거예요”라던 그의 말은 전에 없던 고백이라 더 감동적이었다. ‘코미디언은 사생활이나 사 적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 사람들이 그의 개 그를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라던 그의 철칙과 는 다른 이 인간적인 고백에 용기를 얻었다는 이들도 많았다. “마음이 많이 바뀌었어요. 나는 지금의 내가 정말 좋아요. 욕심도 많이 버렸고 욕망도 줄었 어요.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지금이 제일 행복 해요. 누군가 내게 ‘몰래 카메라’나 ‘양심 냉장 고’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전 그냥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다고 말할래요.” 욕심도 버렸고 욕망도 줄였더니…

MBC에서만 무려 여섯 번이나 방송 연예 대상 을 수상했던 그였지만 지난 2007년, 2008년 무렵에는 ‘라인업’ ‘간다 투어’ 등이 저조한 시 청률로 조기 종영되면서 ‘이경규도 한물갔다’ 는 냉정한 시선과 맞서야 했다. 퇴물이라는 말 보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아들이 TV 에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하던 부모님의 근심 어린 얼굴이었다. 주말 저녁이면 TV에 나오 는 아들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사시던 분들이었 으니 말이다. 특히 45년 동안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며 성실함을 유산으로 물려준 부친에겐 더욱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기쁨을 드 리고 싶어서라도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 었다던 그의 바람은 2010년 KBS 연예 대상 수 상이라는 결과 를 낳았고, 대한민국 예능계의 중심엔 여전히 ‘이경규’라는 이름이 건재하다.

‘힐링 캠프’ ‘남자의 자격’ ‘화성인 바이러스’ ‘ 러브 스위치’ 등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를 두고 개그맨 이수근 은 “이경규 선배님은 심장입니다. 선배님이 뛰 는 한 예능도 뜁니다”라며 무한한 존경을 표하 기도 했다.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는 살벌한 예능판에서 그가 걸어온 30년의 기록은 후배 들에게도 훌륭한 지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개그에 대한 걱정과 갈등이 있 어요. 남을 웃기는 건 여전히 자신이 있지만 어 떻게 웃겨야 하는지는 자신이 없어서 늘 생각 이 많아요”라며 고민을 토로하는 그의 얼굴에 는 ‘그럼에도 개그맨이 천직’이라는 행복함이 깔려 있다. “제 팬들이 ‘30년 행복했다, 앞으로 30년 더 부탁한다’라고 하던데, 저는 20년을 더 하고 싶어요”라며 “환갑 때도 방송!”을 외치는 그 와 끝인사를 나누고 그의 트위터 프로필을 검 색해 봤다. ‘개그맨, 최고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꾸는 남자, 휴먼덩어리.’ 그가 오늘 기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이미 저 문장 속에 다 들어 있었 다.

51


임수정, 최강희, 김현중, 이준익 감독

배용준과 와인 친구들 배우를 넘어 문화 기획자를 꿈꾸는 배용준이 기획한 책이 나왔다. 와인 애호가 배용준은 15명의 셀레브리티를 테이블로 초대했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북스캔 제공

52


Program

배용준의 개인적 취향 배용준+2005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2005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_하이 클래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단골 주인공. 아시아 를 대표하는 배우 배용준과 지상 최고의 와인이라 불리는 이 와인은 환상의 궁합이다. 달콤한 과일 향기가 환상적으로 피어오르고, 타닌이 입안에서부터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 들…2005 도멘 프리에르 로크 샹베르탱, 2005 도멘 필립 파칼레 주브레 샹베르탱 배용준은 와인을 자주 즐기는 와인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이사한 성북동 집 지하에는 와 인 셀러를 설치했다. 황토로 마감해 자연적으로 습도가 조절되고 온도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 와인을 보관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그는 지역별로 와인을 잘 정리해 두고 있다. 배용준은 평소 지인들에게 와인을 매력을 알리는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와인을 추천하기도 하고, 블라인 드 테이스팅을 하기도 한다. “가격이나 품종, 지역, 빈티지 등을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레이블에 집착하지 않고 오로지 와인에 집 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가끔 지인들이 집에 찾아오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시켜보는데 그럴수록 다들 와 인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테이스팅 실력이 전문가 못지않고, 로마네 콩티 와이너리 등 와이너리 투어도 했다니 이준혁 소믈리에의 말처럼 전문가나 다름없다. 하지만 와인의 빈티지와 시음 적기에 대해선 까다롭지 않다. 평론가들이 20년 뒤가 시음 적기라고 해도 그 자리에서 즐겁게 마시면 그만. 음식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 있듯 와인 역시 취향대로 마시는 게 좋다고 여긴다. 평소 요리를 즐겨하는 그는 음식 솜씨도 수준급이다. 김치도 직접 담 가 먹을 정도.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며 요리에 관심이 생겼고, 혼자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배용준은 호기심도 욕심도 많다. 직접 펴낸 책『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준비할 때는 대부 분의 사진을 직접 찍었다. 그후 사진의 매력에 빠져 평소에도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를 같이 가지 고 다닌다. 관심사가 다양하니 집에 있을 때도 무척 분주하다. 다독가인 만큼 책을 읽고 있을 때가 가장 많고 아니면 운동을 하거나 와인을 즐긴다. 한 마디로 바른 생활 사나이. 꽤 오랫동안 솔로로 지내고 있는 그에게 이준 혁 소믈리에는 “이상형을 와인으로 설명해 달라”고 제안했다. “우선 제 말뜻을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길 바랍니다. 저는 밸런스가 좋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정신적인 건 강과 육체적인 건강이 모두 균형을 이룬 분을 만나고 싶어요. 와인 역시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좋아하죠.” 배용준은 최근에는 와인을 편하게 마시지 못한고 했다. 마음이 편안하지 못할 때는 와인에 다가가지 않는 것이 그만의 규칙. 최근 몇 년 동안 작품 활동을 못하고 있는 것이 배우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는 건 아 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드림하이‘ 촬영 때 다친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지금은 몸을 회복할 때라고 했다. 그래도 올해 안에는 꼭 작품을 선택해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53


“앞으로 예술 학교를 만들고 싶은 꿈도 있고,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배우로 일하면서 꿈은 계 속 변해 왔어요. 최근에는 환경과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좋은 가르침을 주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깨끗한 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mini interview 이준혁 소믈리에

“배용준은 굉장히 센서티브한 사람. 인생, 와인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와인과 사람』은 배용준이 기획하고 소믈리에 이준혁씨가 인터뷰어가 되어 셀레브리티 15인과 함께 인 터뷰를 한 뒤 엮은 책이다. 이준혁 소믈리에는 11년 차 경력으로 아기 다다시와 와인 칼럼을 같이 연재하 고, 그의 책『와인의 기쁨』등을 감수했다. 현재는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배용준과 이준혁 소믈리에의 인연은 4~5년쯤 됐다. 와인을 자주 마시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여 느 날처럼 와인을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배용준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배용준씨는 굉장히 센서티브한 사람이에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늘 궁금해하죠. 와인을 마시다 보면 오늘 뭘 했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풀어놓게 되는데, 그럼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을 만나 와인을 같이 마시면서 그들의 인생과 와인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했죠.”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기획에 들어갔다. 이준혁 소믈리에는 배용준의 집을 드나들며 아이디어 회의 를 했다. 사계절에 맞는 15가지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에 맞는 셀레브리티들을 라인업하기 시작했다. 연예계 사정을 잘 아는 배용준이 리스트 작성에 도움을 줬고 실제로 섭외에 힘을 써주기도 했다. 그렇게 구성된 인터뷰이들은 배우 임수정・최강희, 가수 김현중, 이준익 감독, 첼리스트 정명화, 서울관광마 케팅 구삼열 대표 부부, 사진작가 배병우 등이었다. 첫 인터뷰의 주인공은 배병우 사진작가. 인터뷰를 해 본 적 없는 이준혁 소믈리에를 도와주기 위해 배용준이 동행했다. “인터뷰 전에는 배용준씨와 질문 방향을 의논했고, 원고를 쓸 때는 책을 낸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줬어 요. 배용준씨는 글을 쓸 때 한 글자 한 글자 신경 써서 쓰는 스타일이라 저한테도 많은 도움이 됐죠.” 인터뷰는 지난해 9월에 시작해 올해 3월 끝이 났다. 15병의 와인과 함께 15명의 인생을 만난 이준혁 소믈 리에는 “모두 와인 한잔하고 싶을 만큼 향기로운 분들이었다”며 웃었다.

*이 기사는 최근 발간된 책 『와인과 사람』(이준혁 저, 북스캔)에서 일부 발췌해 재 구성했다. 책의 판매액은 자 선 단체에 전액 기부된다.

54


Program

임수정의 멜로 영화 임수정+1990 볼랭저 R.D

1990 볼랭저 R.D_볼랭저는 제임스 본드의 샴페인으로 알려져 있다. 007시리즈 중 ‘다이 어나더 데 이’에서 제임스 본드는 감옥에서 나온 직후 가장 먼저 볼랭저를 찾았다. 볼랭저는 남성다움을 상징 하는 샴페인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황금빛 샴페인의 품격과 깊은 매력이 배우 임수정과 잘 어울린 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들…NV 루 뒤몽 크레망 드 부르고뉴, NV 샤토 수세리 크레망 드 루아르 임수정은 와인과 친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영화 촬영을 하다 보면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와인보다는 소주, 맥주를 함께할 시간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요즘은 입에 맞는 와인을 기억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더 알고 싶은 열정이 생겼다”고 했다. 인터뷰 당시는 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영화 ‘김종욱 찾 기’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때였다. 두 영화 모두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도드라지지 않는 경우였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설탕’ 등 개성 있는 역할을 해왔던 이전과는 조금 다른 행보다.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보단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영화라는 매체를 정말 사랑하다 보니까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배우로서 욕심을 조 금 줄이게 되는 거죠. 이젠 자연스럽게 절제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임수정은 멜로 드 라마의 여주인공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 임 수정은 “한 때는 역할이 왜 이렇게 한정적일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사랑에 대한 작품을 많이 하면서 느 낀 것은 아직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사랑에 대한 표현은 한계도 없고 절대로 전형적이 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자로서 나이가 들면서, 배우로서 성숙해 가면서 사랑의 위대함과 넓고 깊음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 그녀의 성격은 많이 밝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지낸다. 웃는 얼굴보다 표 정 없는 얼굴일 때가 많고, 즐겁게 말하기보단 침묵하는 모습이 더 익숙하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조 금씩 새로운 모습이 생기고 있지만, 임수정다운 모습은 변함이 없다. “배우란 삶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리고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는 제가 좋고요.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계속 나아갈 생각이에요.”

55


스타일 아이콘, 김현중 김현중+1998 펜폴지 그랜지

1998 펜폴지 그랜지_호주를 대표하는 품종 시라즈로 만들었고, 강렬하고 진한 맛에 폭발적인 과일 캐릭터가 특징이다. 펜폴지는 호주 와인을 세계에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한 와이너리로, 한류를 이끌고 있는 김현중에게 꼭 맞는 와인이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들…2004 토브렉 런리그, 2004 그리녹 크릭 앨리스 블록 쉬라즈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 소주를 즐기던 김현중은 이제 ‘와인을 마시고 싶은 날’이 생겼다. 처음 마신 와인은 ‘1982 샤토 무통로칠드’. 배용준과 함께 마셨는데 너무 좋은 와인부터 마셔서인지 이젠 웬만한 와인은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이준혁 소믈리에는 “미각은 예민해서 처음 높게 시작 하면 맛을 낮추기가 어렵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5만원대 호주 신세계 와인을 마셔보라고 추천했다. “저도 처 음에 와인은 사치스러운 술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는데 이젠 와인을 즐겨 마시다 보니까 타인의 취향이 이 해되고 더 이상 사치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해외에 갈 때마다 마음에 드는 와인을 사와서 와인 셀러 를 잔뜩 채웠는데 요즘은 비어 있어요. 다시 채워 넣어야죠.”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스포츠를 즐기며 에너지 를 충전한다. 요즘은 축구장을 자주 찾는다. “연예인 축구단도 가입했지만, 다들 몸값이 비싸서 태클을 공격적 으로 못하겠어요(웃음). 그래서 동네 축구팀에서 경기하는 게 더 좋아요. 동네 형들은 제 다리가 부러지진 않 을까 걱정할 정도로 태클을 심하게 걸거든요.” 김현중이 실감하지 못하는 게 또 있다. 자신이 젊은 세대의 아이콘이라는 것. 가수와 배우 활동을 성공 적으로 병행하고 있고 아시아 지역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대한민국 잠실 출신 인 제가 아직 가보지도 못한 나라에 팬이 있다는 게 생소하다”고 말한다. 언젠가 팬이 한 명이라도 있 는 나라에 가서 팬미팅을 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자신을 응원해 주 는 모습을 보며 이제부터는 되도록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덕분에 드라마 시청률이 낮을 때도 전혀 기죽지 않고 촬영에 열중할 수 있었다. “바로 전 작품이 시청률이 좋지 않았는데, 대진운을 탓하 지는 않아요. 배우로서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시청률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침체되면 앞 에 나서서 활발하게 리드하려고 하죠.” 그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사실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작품 속 모습이 있습니다만, 광고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 족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56


Program

최강희와 디저트 타임 최강희+2005 에곤 뮐러 샤르초프베르거 리슬링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2005 에곤 뮐러 샤르초프베르거 리슬링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_가장 사랑스러운 배우와 가장 달콤한 디저트 와인의 매치 는 당연한 일. 최강희는 “복숭아 주스같 이 달콤한 맛에 황금색 컬러가 예쁘다”고 평했다. 이 와인은 손으로 일일이 수확하 고 작황이 좋은 해에만 만든다. 한 해에 60~150병 정도밖에 생산하지 않아 희소 성이 높다. 특히 2005년 빈티지는 호평을 받은 와인이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들… 2005 샤 토 리외섹, 2007 샤토 생 미셀 에로이카 라슬링 최강희는 의외로 낯가림이 심하다. 이준혁 소믈리에와의 첫 만남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와인 덕 분에 곧 화기애애해졌다. 그는 와인 초보자인 최강희에게 와인잔 잡는 법부터 알려줬다. 그녀는 와인을 좋아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를 볼 때 잘 몰라도 소믈리에에게 물어보기가 쑥스러워 요. 주위에는 와인이나 샴페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혼자만 와인을 즐길 줄 모르는 것 같아서 선택하기 가 망설여지죠.” 최강희의 솔직한 말에 이준혁 소믈리에는 “그럴 때는 좋아하는 맛의 포도 품종을 하나 정해 서 그 품종으로 만든 와인 위주로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섬세하고 화려한 맛이 매력적인 ‘피노누아’ 품 종을 추천했다. 최강희는 아직은 와인에 깊이 빠져들고 싶진 않지만, 곧 다가오는 생일에는 개그우먼 송은이김숙과 함께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와인 한잔 같이 마신 적이 없다면서. “남들이 보기에 털털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깊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기뻐요. 친한 사람들은 제가 이상하다고 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고 보니 4차원이 아니 라고 실망을 하죠. 의뭉스럽고 비밀이 많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그녀는 스스로를 “식물처럼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춘기이고 싶다고. 그래서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면 곤란해진다. 구체적으로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은 자신이 가장 행복할 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전 아직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 어요. 언젠가 좋은 상대를 만나면 결혼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죠. 다만 소개팅이나 선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 어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중이에요.” 그녀가 행복을 가장 정확하게 느끼는 순간은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나눌 때다. 그녀는 “피를 뽑고 골수를 기증하는 일은 가장 쉬운 일”이라고 했다. “전 통증을 잘 느끼는 편도 아니고, 주사 바늘 꼽는 것도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환경운동연합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환경 보호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어려운 일이죠. 골수 기증은 20만분의 1의 확률을 가지고 있어서 10년을 기다려서 하게 됐어요.”

57


1986 빈티지, 이준익 감독 영화감독 이준익+1986 샤토 라피트 로칠드

1986 샤토 라피트 로칠드_보르도 메독 지역의 1등급 와인인 5대 샤토 중 하나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메를로, 카 베르네 프랑 등을 블렌딩해서 만들었다. 보디감이 강하고 과일 향이 진한 것이 특 징. ‘와인의 교과서’로 불리는 와인과 충 무로의 대표 주자 이준익 감독이 만났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들… 2000 샤토 클 레르크 밀롱, 2005 샤토 퐁테 카네 이준혁 소믈리에가 이준익 감독에게 추천해 준 와인은 1986 샤토 라피트 로칠드. 이준익 감독이 영화계에 입문한 연도와 같다. 하지 만 이야기는 ‘영화’가 아닌 ‘영화인’부터 시작 됐다. “좋은 분들과 좋은 자리에서 함께 했던 와인 들이 많았지만 안성기・박중훈씨와 마셨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박중훈씨가 특히 소문난 와 인 애호가라서, 와인을 여러 병 마셨습니다. 박중훈씨는 재밌는 비유법으로 와인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정말 유쾌했어요. 안성기씨는 와인에 대한 자신의 취향이 확고한 분이라는 걸 그때 알았죠.” 이준익 감독은 배우는 물론 20~50대 촬영 스태프들과도 친구처럼 지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스템이 바뀐 것이 도움이 됐다. 그래서 모든 이가 평등한 소셜 네트워크도 열심히 활용 중이다. 그는 역사를 통해 현재의 관객들과 소통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제가 연출한 영화들을 보면 줄거리는 다르지만 무엇인가 비슷하다고 생각될 거예요. 이유는 인 간에 대한 연민이 크고 악인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그의 천성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포도를 가지고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와인을 만들어 내는 와인 메이커와 비슷하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와인 메이커 샤를 슈발리에의 철학은 작황 이 좋고 나쁨을 떠나 매년 일관성이 있는 품질을 만든다는 것. 그 결과 ‘역시 샤토 라피트 로칠드 야!’라고 인정할 만한 수준의 와인을 만든다. 때론 흥행에 성공하진 못하지만, 일관된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준익 감독과 닮았다.

58


Program

IN

VANCOUVER

59


‘위대한 탄생’ 우승한

백청강, 진정 그를 앙까?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강민구(studio lamp), 중앙포토

60


Program “박칼린 앙까? 진짜 앙까?” 백청강이 두 눈 부릅뜨며 아버지에게 한 말이다. 옌볜 에서 온 청년은 귀엽고 순수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 보니 쿨한 ‘까도남’이었다. 그 는 상금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했고, 사나이답게 그 ‘뱉은 말’을 지켰다.

올 초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 글로벌 오디션 중국 편에 스물두 살의 옌볜 청년이 등장했다. 부모가 한국으로 돈 벌러 간 탓에 아이는 아홉 살 때부터 조부모 밑에서 컸다. 부모 품이 늘 그 리웠다. 청년은 두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싫었는 지 더벅머리로 한쪽 눈을 가리고 다녔다. 심사 위원석에 있던 이정현이 그 모습을 지적했다. “ 지금 스타일이 1980년대 까치 같은 느낌인데, 까치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지났습니다. 이제 헤어스타일을 바꿔보세요.” 그러자 청년은 대 답했다. “네, 알겠슴다.” ‘옌볜의 원석’ 백청강은 그렇게 등장했다. 그는 머리를 자르고 ‘위탄’ 오디션 무대에 올라 승 승장구했다. 이정현의 말마따나 까치의 시대는 끝난 듯했다. 옥석을 가려 20명이 남았고, 심사 위원 한 명이 도전자 네 명씩을 맡아서 지도하 는 ‘멘토 스쿨’이 시작되었다. 백청강은 이태권, 손진영, 양정모와 함께 김태원 스쿨에 입학했 다. 그렇게 ‘공포의 외인구단’이 결성되면서 까 치는 부활했다. 까도 까도 매력이 나오는 의외성의 사나이

백청강을 만난 것은 지난 6월 8일. 그는 ‘위탄’ 그랜드 파이널 무대에 오르기 전 “만약 우승을 한다면 상금 절반으로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도 와주고 싶다”고 했다. 그 약속을 이행하는 날이 었다. 백청강은 서울 남현동에 있는 상록보육원 을 찾아 아이들 앞에서 ‘하트브레이커’와 ‘이별 이 별이 되나봐’를 열창했다. 둘 다 그에게 의미

가 큰 곡이었다. 백청강은 ‘하트브레이커’로 감 성적인 록 발라드로 대표되던 자신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뒤집었다. 그날의 퍼포먼스는 ‘위탄’ 생방송 미션 곡 중에서 ‘다시 듣고 싶은 노래’ 1 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별이 별이 되나봐’는 말할 것도 없었다. 멘 토 김태원이 제자를 생각하며 쓴 곡이었다. 김 태원은 중국에서 처음 본 백청강을 두고 “상처 를 많이 받은 야수 같았다”고 했다. “청강이는 ‘선인장’ 같은 친굽니다. 날카로워 보이고 가시 도 있지만 그건 한편으론 상처가 만들어준 열 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상처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죠. 특히 음악 하는 사 람에게는 상처가 필요해요.” 백청강에게는 상 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는 그 상처 를 어루만지는 정서가 배어 있었다. 백청강은 옌볜에서 36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친구와 함께 오디션장이 있는 칭다오를 찾았 다. 그는 어려서부터 꿈이 확실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TV에서 H.O.T의 ‘위 아 더 퓨처’ 공 연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 “청강이는 우기 기 시작하면 막지 못했어요. 한다면 하는 아이 였습니다.” 아버지 백명덕씨의 말처럼 그는 중 학교 졸업 후 음악 학원에 들어가 독하게 자신 을 단련했다. 대중 앞에서 검증도 거쳤다. 옌볜 TV의 전국 청소년 콩쿠르 오디션에서 1등을 했고, 제1회 청소년 신인가요제에서 대상도 받 았다. 그리고 3년간 옌지(연길)의 밤무대에서 새벽 3~4시까지 노래하며 꿈을 키웠다. 그 열

61


정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백청강은 우승 상금으로 1억원(2억원은 앨범 제작 지원금)을 받았다. 그는 상록보육원, 지온 보육원, 삼동소년촌, 혜명보육원에 1000만원씩 4000만원을 기부했고, 상록보육원의 아이들 방 을 돌며 옷과 신발을 손수 전달했다. 또 함께 저 녁을 먹으며 장난을 쳤다. 그는 작은 키와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 덕에 귀여운 인상이었다. 하지 만 ‘귀엽다’거나 ‘모성애를 자극한다’는 말은 한 국에 와서 처음 들었다. 오히려 과묵하고 남자답 고 쿨한 성격이었다. 까도 까도 매력이 나오는 의외성의 사나이, 그가 바로 백청강이었다. 외인구단의 다른 멘티들은 김태원의 요청으로 찾아온 박칼린을 두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 는 것 같았다”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백청강은 달랐다. 그는 수 줍은 듯 “예뻤어요. 나이가 몇이에요?”라고 되 물으며 수컷의 본능을 드러냈다. 또 아버지와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아버지가 “박칼린을 알고 있다”고 하자 깜짝 놀란 듯 “박칼린 앙까( 알아요)? 진짜 앙까?”라고 사투리를 연발해 화 제가 되기도 했다. 또 있다. ‘위대한 캠프’ 파이 널 라운드를 앞두고 심한 감기에 걸려 고생할 때 아침저녁으로 라면을 먹었다고 한 말이 방 송을 타면서 동정표를 얻었다. 그러나 백청강 은 “사실 라면은 내가 진짜 좋아해서 먹는 것” 이라고 쿨하게 해명한 바 있다. ‘옌볜의 원석’은 보석으로 진화 중

백청강은 글로벌 오디션에 뽑혀 한국행 티켓을 얻었다. 덕분에 충남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 서 일하는 아버지를 만났고, 그 모습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 넨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한국에 와서 돈을 버느라 너무 일찍 떼어놓고 너 혼자 공부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부모의 정을 제

62

일 많이 느낄 때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고, 지금도 남들은 오디션 현장에 와서 응원하고 있 는데 가서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 허나 어머 니와 아버지는 중국과 한국에서 친지들과 함께 너의 노래를 들으며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 백청강이 국내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옌볜으로 떠난 것은 지난 6월 10일이다. 오디션에서 승승 장구한 덕에 어머니도 한국에 왔고, 세 식구는 한 몸이 되어 귀향길에 오를 수 있었다. 중국 국 적인 백청강은 그동안 비자를 받아 국내에 머 물러왔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면 기한 연장을 신청해야 했다. 물론 한시적인 조치였다. 한국 에서 가수로 활동하기를 바라는 백청강에게는 영주권 취득 같은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옌볜행의 가장 큰 목적은 여기 있었다. 옌볜에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곳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간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자녀들이 무척 많았다. 그들은 백청강의 외로운 도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화려한 성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또 한국 가수를 동 경하며 무대에서 땀을 흘리는 친구나 후배들에 게 그는 영웅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나 백청강은 6월 18일에 방송된 MBC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에서 불안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한동안) 연예인처럼 스케줄이 빡빡했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면 스케줄도 하나하나 없어질 겁니다. ‘위대한 탄생 2’가 시작되면 시청자들 도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저는 또 잊힐 겁니다.” 그렇다고 백청강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작일 뿐입니다. 꿈을 이뤘다고 표현 할 수 없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것 뿐이지 아직 프로 가수가 아니니까요. 이제 겨 우 꿈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고 생각합니다.” 백청강은 프로의 세계가 냉혹하다는 걸 알고 있 었고, 그 세계에 뛰어들어 성공하겠다는 각오


Program 도 돼 있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옌볜 에서 하루 10시간씩 김경호의 노래를 따라 부 르며 연습했다. 누군가는 모창에 가깝다고 했 지만, 정작 백청강과 한 무대에 오른 김경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자꾸 모창이라 하는 분 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백 청강은 누구보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지 고 있습니다.” 백청강은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된 비음을 없애 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멘토 김태 원으로부터 “이제 그 비음을 조절할 정도가 되 었으니 조금씩 섞어도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 다. 백청강의 미래가 밝은 까닭이 여기 있다. ‘ 옌볜의 원석’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그는 반지든 시계든 목걸이든, 어느 자리에 박혀 어 떻게 빛나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빨리 깨우쳤 다. 앞으로 옌볜의 원석이 어떤 보석이 되어 나 타날지 궁금하다.

“이제 시작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것일 뿐 아직 프로 가수가 아니니까요. 이제 겨우 꿈에 한 발자국을 내딛은 겁니다”

백청강 어머니 이란숙씨 “내가 더 일찍 한국을 찾지 않은 건…” 어머니 이란숙씨는 아들이 ‘위탄’ 오디션에 나간다고 했을 때 크 게 반대했다. “세상에 그게 얼마나 한심한 일이냐. 한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아들의 도전을 말렸었다. 백 청강은 위탄 글로벌 오디션 날짜가 대학 입시일과 겹쳤지만, 처 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도전에 응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보낸 7개월 대장정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란숙씨는 옛일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고백했 다. “청강이가 매번 올라갈 때마다 ‘내가 끝까지 너의 도전을 반 대했으면 어땠을까. 네 운명이 어떻게 됐을까. 진짜 내가 너에게 걸림돌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한국에) 안 가는 게 맞다. 애한테 도움이 안 되는가 보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란숙씨가 더 일찍 한국을 찾지 못한 까닭이 여기 있었다. 용기 를 내어 한국을 찾은 어머니는 미안한 마음에 몇 곱절을 더해 아 들을 응원했다. 오디션이 끝난 후에는 스케줄에 지친 아들을 위 해 홍삼을 건넸고, 팬들이 보내온 비타민을 챙기는 등 못다 한 애정을 쏟았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무뚝뚝하게 대했지만, 얼 굴은 웃음으로 그득했다.

63


손연재 선수의 사인 볼 경매에 기부 도우미로 나선 토니안과 ses의 슈, 개그우먼 정주리.

스타들과 함께 전하는

희망의 소리

지난 7월 9일, 특별한 나눔 행사가 열렸다. 청각 장애 어린이에 게 맑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연예인 자선 바자회가 바로 그 것. 즐겁고 따뜻한 공기가 맴돌던 현장을 소개한다. 취재_엄수진(프리랜서) 사진_이민희(studio lamp)

64


Program 청각 장애 어린이를 돕기 위한 마음이 통하다

선한 마음은 원래 통하는 법이라고 하던가. 이 번 바자회는 좋은 취지 아래 뭉친 스타들과 많 은 사람들의 호응으로 한껏 따스했다. 패밀리마 트 6000점 달성을 기념하며 웅진식품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수익금 전부를 청각장애협회에 기 부해 청각 장애 어린이들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 록 도와주는 뜻깊은 자리였던 것. 좋은 취지로 이 뤄지는 행사이니만큼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사 회 여러 분야의 스타들이 자신의 애장품을 기증 해 주목을 받았다. 착한 마음이 통한 덕분일까. 비가 오락가락하고 더운 날 야외에서 치러졌는 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아와 기분 좋게 소란스러웠다. 축구 선수 박지성과 이 청용의 사인 볼, 배우 박해일의 모자와 가방, 김 명민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시 입었던 니트, 가수 김현중과 2PM의 사인 CD 등 각기 다 른 분야의 스타들이 내놓은 다양한 물품이 금세 품절되었을 정도다. 즐겁고 유쾌한 나눔의 현장

행사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나눔’이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 일이 아 님을 알려주었다. 특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경 매. 박지성 선수의 사인 축구공과 손연재 선수의 사인 리듬 체조 공이 경매 물품으로 선정되어 분 위기를 고조시켰다. 10만원에서 시작한 박지성 선수의 사인 볼은 그의 뜨거운 인기를 증명이라 도 하듯 가격이 점차 올라가 흥미진진한 경매를 이끌어냈다. 최후의 2인이 1만원씩 가격을 올리 며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박지성 선수의 열혈 팬이라는 한 남성에게 40만원에 낙찰! 7만원에서 시작해 25만원에 낙찰된 손연재 선수

의 사인 볼 역시 인기였다. 특히 손연재 사인 볼 경매를 진행한 ‘기부 도우미’ 토니안은 좋은 일에 쓰이는 것이니만큼 경매가를 높이기 위해 공에 행운의 키스를 하는 등 센스를 발휘해 많은 사람 들의 호응과 웃음을 유발했다. 경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웃음을찾는사람들’ 개 그맨들의 공연 무대가 이어졌고 행사장 한쪽에 는 행사를 후원한 웅진식품의 ‘자연은’ 블루베리 음료 시음 공간도 마련되어 참가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발 벗고 나선 ‘기부 도우미’ 스타들

자선 행사가 더욱 빛나고 원활하게 물품 판매가 이루어진 데는 ‘기부 도우미’로 나선 스타들의 노 력이 컸다. 원조 아이돌에서 가수, MC, CEO로 변 화를 거듭하고 있는 토니안과 그가 이끄는 TN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 일명 ‘토니안 사단’ 이 참석해 나눔을 함께 실천한 것. 토니안과 아 나운서 최은경, 개그우먼 정주리, 김지선, SES의 슈는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석해 바자회 물품판 매에서부터 경매까지 진행하며 기부 도우미로서 활약했다. “가수, 개그맨, MC인 우리들의 소리를 듣지 못한 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죠. 아이들이 소리 를 들을 수 있고 같이 웃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조 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 디 있을까요!”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개그우먼 김지선은 청 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더욱 안타까웠던 듯 좋 은 일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65


66


Program

“오늘 와주신 분들의 마음이 가장 값지네요” (토니안) (사진 위)높은 가격에 낙찰된 박지성과 손연재의 사 인 볼. (사진 좌)좋은 취지 덕분에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성황리에 치러졌다.

평소에 좋은 일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좋은 취지의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 네요. 게다가 함께 일하는 다른 연예인분들과 마음 을 모아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 더욱 기쁘고 요. 사실 우리는 ‘듣는다’는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 죠. 하지만 그 평범한 일이 청각 장애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꿈일 거예요. 어린 청각 장애 친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행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많은 청각 장애 어 린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67


사과, 눈물, 환호, 설전…

뮤지컬 어워즈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조승우는 고액 개런티에 대해 사과했고, ‘서편제’는 대상으로 한을 풀었다.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 3 시간의 기록.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두 ‘조’의 팽팽한 대결

조승우_“창작극보단 해외 유명 작품에 올인, 나를 두고 한 말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조광화_“조승우 겨냥한 것 아니야, 모두의 책임.” ‘서편제’로 극본상을 받은 후 해외 라이선스 작품 말고 국내 창작극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조광화 작 가의 날카로운 수상 소감 이후 남우주연상 수상차 무대에 오른 조승우는 “창작 극엔 3편밖에 출연하 지 않았다. 조 작가님이 나에게 한 말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 수상을 위해 또 무대에 오른 조광화는 “아까 한 말은 조승우를 겨냥한 게 아니었다. 조승우 같은 스타 도 출연하고 싶은 멋진 창작극을 만들겠다”라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68


Program 고액 출연료 사과한 조승우

제대 후 복귀작인 ‘지킬 앤 하이드’로 남우주연 상을 수상한 조승우는 수상 소감에 앞서 고액 개 런티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중앙일보(2010년10월 28일자)를 통해 조 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 출연료가 회당 1800만 원, 총 14억4000만원(80회)이라는 사실이 공개되 면서 뮤지컬계가 술렁였다. 당시 제작자인 오디 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긴급 기자 회견 을 자청해 “회당 매출의 15% 정도를 조승우에게 준 것이다. 그의 티켓 파워에 비춰봤을 때 이는 합당한 수준”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실제 ‘조승우 파워’는 대단해 매달 티켓 오픈 때마다 10분 만 에 조승우의 출연분은 동이 났고 이는 공연 전체 의 흥행, 수익과도 직결됐다. 하지만 타 배우와의 형평성 문제, 스타 마케팅에 의한 티켓 값 상승 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흘러나오는 상황. 이날 조승우는 “출연료가 공개되면서 마음이 무 거웠고 죄인이 된 느낌으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혹시라도 내 개런티로 인해 상처받은 배우가 있 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받는 만큼 제 몫 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감한 출연료 이슈_

감자로 떠올랐다. 5관왕 ‘서편제’가 눈물 흘린 사연은?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서편제’는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을 비롯해 연출상(이지나), 극본상(조광 화), 여우주연상(차지연), 여우신인상(이자람) 등 주요 5개 부문을 석권했다. 하지만 수상자로 오 른 ‘서편제’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 5 월, ‘서편제’의 제작자인 피앤피컴퍼니 조왕연 대 표가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억원에 달 하는 빚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고 고인의 지인은 “그는 창작극을 외면하는 현실에 지쳤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날 극본상을 수상한 ‘서편제’의 작가 조광화는 “오늘 입은 양복은 조 왕연 대표의 장례식에서 입은 상복이다”는 말로 운을 뗀 후, 해외 라이선스 작품에만 편중된 현 실을 짚었다. 뮤지컬 ‘서편제’는_

이청준의 소설과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한 판소리 뮤지컬 ‘서편제’(2010.8.14~11.7)는 소리꾼 이자람과 실력파 배우 차지연을 통해 구성진 남 도 소리의 한을 무대로 옮겨내며 호평을 받았지 만 흥행에는 다소 부진했다.

뮤지컬계에서 A급이라 불리는 배우들은 작품의 규모에 따라 회당 50만원에서 500만원가량의 출 연료를 받지만 개런티 책정은 천차만별이다. 지 난해에는 ‘천국의 눈물’에 출연한 가수 김준수의 회당 출연료가 3000만원이라는 소문과 함께 고 액 논란에 휩싸이자 제작사가 계약서를 공개하 며 회당 800만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뮤지컬계에 스타 캐스팅이 빈번해지자 기존 뮤 지컬 배우와 연예인 간의 출연료 격차가 뜨거운

69


Awards “지난 6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 회관에서 열린 ‘신한카드와 함께하는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는 음악감독 박칼린과 뮤지컬 배우 오만석, 김무열 의 사회로 진행됐다. 최우수 창작 뮤지 컬의 영광은 총 5관왕을 달성한 ‘서편 제’에 돌아갔고 ‘빌리 엘리어트’도 4관 왕을 달성했다. 조승우가 남우주연상, 차지연이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되었 다. 남우신인상은 ‘빌리 엘리어트’의 다 섯 빌리인 김세용, 박준형, 이지명, 임 선우, 정진호가, 여우신인상은 ‘서편제’ 의 이자람이 수상했으며, 시상자로 깜 짝 등장한 황정민은 스승인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에게 공로상 트로피를 안겼 다. 신한카드 인기스타상은 ‘천국의 눈 물’에서 호흡을 맞춘 김준수, 윤공주가 함께 수상했다.

“박칼린씨는 진정한 하의 실종이네요” 시상식 진행을 맡은 오만석이 공동 MC인 박칼린의 롱 드레 스를 보며 실망한 목소리로. 2부에선 “하의 튼실이군요”라 고 또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70


Program

“요즘 애들은 발표력이 참 좋아요” ‘빌리 엘리어트’의 다섯 주인공이 모두 남우신인상을 받아 무대에 오른 후 수상 소감을 서로 먼저 말 하겠다고 수업 시간처럼 손을 번쩍 들자 오만석이 재치 있게.

“먹고살기 바빠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움도 많이 받았어요”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코러스로 주목을 받은 차지연은 ‘서 편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유명세를 이 어가며 가수로도 데뷔한 그녀는 겸손하고 아름다운 배우가 되 겠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71


김구라, 김국진, 이윤석

웃음기 쫙 빼고 잘나가는 개그맨들이 모였다.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해 tvN ‘스타 특강쇼’ 무대에 선 것. 웃음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던 세 남자는 오늘만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 모드로 돌입했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tvN 제공

72


Program

김구라가 사는 방식 김구라는 자신의 ‘롤’을 안다. 독설 캐릭터와 이 미지를 고수하며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랄 시청 자 입장까지 고려한다. 배우가 역할에 충실하듯 예능인 역시 자신이 맡은 포지션에 충실해야 하 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원칙주의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의 독설과 막말은 일리가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에,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성공하 지 못하는 것보다 노력하지 않는 것’. 그는 “비주 류든 주류든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찾으라”는 솔 직한 말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나는 안 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이맘때 500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어요. 동현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였고, 아버지는 루게 릭병에 걸리셨고, 부채가 1억원 정도 됐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한 사람도 수입이 없다 보니까 힘 들었죠. 결정적으로 음주 운전 때문에 면허가 취 소됐습니다. 그렇게 상황이 바닥이었던 제가 지 금 의료 보험비를 100만원 이상 내고 있습니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항상 불 안합니다. 고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도 불안하기 는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나름대로 SBS 공채 2기 개그맨입니다. 동기들이 홍록기, 이동우씨죠. 방 위병으로 근무할 때 잠깐 나와서 개그맨 시험 보 고 붙었습니다. 방송국에 왔더니 모두 서울예전 을 나왔더군요. 나한테는 기회를 아예 안 주고 자 기들끼리 밀어주니까 세상이 정말 더럽다 생각했 어요. 욕도 많이 했습니다. 홍록기는 ‘틴틴파이브’ 하면서 쭉쭉 치고 올라가

는데 나는 ‘깡패3’ 이런 것 만 하니까 내 주변에 는 상황이 좋지 않은 선배들만 있게 된 거예요. 무대에 서서도 처음에 ‘파이팅’해서 나와야 하는 데 내공이 없으니 대충 하고 들어오는 거예요. 돈 은 버니까 그 당시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했죠. 하 지만 항상 저는 ‘뭔가 이거 오래 못 갈 것 같은 데’ ‘불안한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항상 새로운 거 없을까 하던 찰나에 깡패 역할마저 없 어지더니 IMF가 터졌어요. 어느 날 갑자기 프로 그램이 싹 없어졌죠. 그때 제가 결혼을 했을 때인 데 4000만원짜리 전세 살다가 2000만원짜리 전 세로 옮기고, 그다음엔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 만원짜리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아버지가 자동차 영업 사원을 해보라고 하셔서 차를 팔면서 지냈 는데 항상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죠. 돌아이 짓도 꾸준하게 오래 하면 인정받는다…

당시에 주병진씨가 인터넷 사업체를 차렸습니다. 쟁쟁한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죠. 근데 그런 사람들만 데리고 프로그램을 할 순 없잖아 요. 황봉알이란 친구가 저한테 같이 하자고 해서 그 당시에 인기를 끌던 박철의 라디오 프로그램 을 본뜨고 제 별명인 ‘구라’를 써서 ‘김구라의 두 시 탈출’이라고 했죠. 아예 개명도 했어요. 우리 가 쟁쟁한 사람들과 똑같이 하면 저희 프로그램 을 보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편하게 방송해 보 자’ 해서 욕을 하면서 방송을 했습니다. 아니, 얼 마나 웃겨? 우리가 하면서도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때 난생 처음으로 팬클럽이 생겼어요. 저는 욕 을 하되 사람들이 순응할 만한 얘기를 양념 삼아 재밌게 했거든요. 방송을 하면서 ‘이거 잘하면 될 것 같은데’ 하는

73


희망이 있었어요. 한 달에 60만원 벌면서, 빚을 지면서도요. 그런데 당시 주병진씨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고, 방송이 사라졌어요. 전 그때 가 장이었으니까『 딴지일보』 인터넷 방송을 찾아 갔어요. 그런데 그곳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전혀 안 됐죠. 그래도 거기 가선 욕하면 안 되겠다 해 서 시사 코미디를 하는데 그때 연예인들을 언급 했습니다. 유명세를 타면서 케이블로 가고, 거기서 또 인기 가 있으니까 라디오로 캐스팅되고… 돌아이 짓도 꾸준하게 긴 시간 갖고 하면 인정을 받습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남들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일 하는 방식, 꿈꾸는 방식은 남들과 똑같이 하면 안 되죠.

많은 놈이야’ 식으로 제 이미지에 플러스가 되더 라고요. 그런 사소한 것들도 나중엔 다 쓸모가 있 더군요.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의 성공 비결 강호동씨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정말 잘 쓰는 거 같아요. 삼국지 유 방처럼 제때 게스트들을 활용하고 그들과 호흡하는 능력이 대단합 니다. 유재석씨는 정말로 무결점의 예능인이에요. 사석에서는 정말 빵빵 터지고 야한 얘기도 많이 합니다. 방송 스타 일이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을 배려한다든지 상투적으로 대한다 든지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요즘은 조금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만, 사람 자체가 부단히 노력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대단한 방송인이라고 생각해요. 유재석씨가 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선 저 같은 사람과 방송을 해야된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랑 하면 제2 의 전성기를 맞지 않을까 합니다. 이경규씨는 정말 멋있는 게 잘한다 싶은 후배는 적극적으로 밀어줘 요. 몇 년 전 KBS에서 했던 ‘그랑프리쇼 여러분’ 프로그램에서 전 고정 MC가 될 만한 위치가 아니었어요. 그때 이경규씨가 저를 추

74

배철수가 롤 모델…

천해 줬습니다. 이경규씨 무지 생색낼 것 같죠? 그런데 단 한 번도

저는 사실 예전에 배철수씨가 롤 모델이었어요. 팝송을 좋아했거든요. 초등학교 3~4학년 때 처음 들었던 음악이 ‘guilty’라는 제목의 팝송이었어요. 팝송을 배우려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 도 영문과에도 진학했죠. 디제이가 되기 위해 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 조 금이라도 기억력에 해가 될까 봐 담배도 절대 피 우지 않았어요. 3~4년 전까지는 커피나 라면도 아예 안 먹었습니다. 디제이가 되려면 음악도 많 이 알아야 하고 영어도 잘해야겠다 싶어 어린 나 이에도 계획을 세웠던 거 같아요.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토요명화’ 이런 거 보실 때 배우들 이름 나오면 그걸 노트에 적어서 영화배우 이름들을 외웠어요. 이걸 나중에 써먹 을 때가 있을까 했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MBC ‘라디오 스타’ 할 때 그런걸 얘기했더니 ‘아는 게

안 그랬습니다. 이경규란 사람을 지금까지 많은 MC들이 바라보는 이유는 그가 정말 ‘예순이 넘어서도 방송 현장에 있겠다’는 사람이 기 때문입니다. 이경규씨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예요. 일에 있어서는 자기밖에 모르거든요. 아직도 이렇게 방송에 남아 있는 것은 자기만 생각하고, 딴 데 한눈 안 팔기 때문이죠. 이 사람 들처럼 남들하고 다른 방식으로 자기 일을 꾸준하게 한다면 분명 어디에 가서든 리드하는 존재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남들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꿈꾸는 방식은 남들과 똑같으면 안 되죠”


Program

김국진의 실패 통달 이제 막 자기 페이스를 찾았다. 시청자들에게 불 안감을 줬던 적응기가 지나고 이젠 편안한 웃음 을 전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됐다. 롤러코스터 인생에서 방송을 중단했던 하강기를 지나고, 다 시 올라오는 중. 지금은 이경규, 김구라 등 유난 히 저돌적인 MC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공격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두 사람 이 그에게 꼼짝 못하는 걸 보면 보통 내공은 아 닌 모양. ‘천천히 가는 게 인생 계획’인 타칭 ‘김 삿갓’은 이번 강연에서 진취적인 성향과 도전 정 신을 보여줬다. 제대로 실패하는 법…

전 ‘실패 통달’에 대해 말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정말 실패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 요. 실패한 사람이 했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실패의 방법입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노 력하지 않으면 똑같은 실패와 실수를 되풀이합 니다. 실패는 나쁜 실패가 있고, 좋은 실패가 있습니다.

제가 한 프로그램이 의외로 그렇게 많이 실패하 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1억원씩 벌었습니다. 그러다 미국에 갔습니다. 갔다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토요일 7시대 MC를 맡았 을 때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 런데 시청률 3%라는 불명예를 남기고 문을 닫았 습니다. 왜 망했느냐? 그 당시에 ‘개그 콘서트’ 전 에 하는 다른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5분, 10분짜 리는 잘했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짜리를 하려니 까 앞에 5분은 재밌는데, 5분이 지나니까 할 말 이 없어요. 그 55분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시간입니다. 같이 진행했던 김용만씨를 쳐다보지 못했어요. 거기서 방송에 대한 많은 걸 깨달았어 요. 처절한 실패 속에서요. 사실은 예전에 더 벌 수도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1억원씩 벌었지만 몸이 너무 많이 지쳤어요. 어떻 게 보면 치료비로 1억원을 쓸 수도 있었죠. 어떨 땐 사흘 동안 단 1분도 안 쉬고 일했어요. 살려고 방송을 중단했어요. 죽을까 봐요. 내가 미국 갔다 와서 처절하게 실패하면서 방송에 대해 비법을 터득한 것이 ‘실패 한번 해보자’ 였어요. 최선을 다한 실패엔 힘이 있다…

1년 정도 방송을 쉬고 골프를 했는데, 그건 나만 깨지는 거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한 사람 들과 프로 테스트를 같이한 것은 ‘깨져보자’는 거 죠. 문득 이렇게 보니까 제 몸이 뭔가 해볼 몸이 에요. 그냥 내버려둘 몸이 아니라는 거죠. 전 윗 몸일으키기 300개, 팔굽혀펴기도 300개씩 하고 그랬어요. 의외로 제가 힘을 쓸 수 있다는 거죠. 200명이 출전한 첫 번째 프로 테스트에서 190등 했어요. 두 번째는 150등, 세 번째는 100등을 했 습니다. 네 번째 50등, 다섯 번째 10등, 그래서 여섯 번째 2등을 했습니다. 경쟁률이 20대 1이었

75


는데 예선을 통과한 거죠. 그런데 왜 프로가 안 됐느냐? 안 된 이유가 있었 습니다. 그때 ‘반달곰 내사랑’이라는 미니시리즈 를 했습니다. 연일 밤샘 촬영이 이어졌죠. 본선을 치를 수 있는 이틀만 촬영을 빼달라고 한 다음 대 회에 나갔는데 200명 중에 101등을 했습니다. 그 래서 프로가 안 됐죠. 그러고서는 드라마 끝나고 열다섯 번 이상 계속 떨어졌죠. 여섯 번째는 잘 쳤는데 그다음에는 왜 떨어졌을 까요? 여섯 번째까지 철저한 계획을 세웠는데 일 곱 번째부터는 ‘하던 실력이 있는데’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안일한 생각이 저를 끝없이 떨어뜨 린 거예요. 어떤 선배가 저한테 “너한테 더 이상 절망할 권리가 없어”라는 말을 했어요. 대신 실패 할 권리는 있어요. 실패한다는 것은 시도한다는 것이거든요. 제일 안 좋은 건 시도를 안 하는 것, 더 안 좋은 건 포기하는 것. 계획을 세우고 끝까 지 해보려는 시도가 여러분을 성공으로 안내할 겁니다.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최 선을 다해서 얻어진 실패는 여러분들을 깜짝 놀 라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아끼지 마라…

박경림씨 알죠? 박경림씨가 중학교 때 저를 찾 아와말했습니다. “아저씨, 저 MC가 되고 싶어요.” 제 생각엔 그녀가 고등학교 올라가면 다른 길을 생각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가서 또 찾 아 왔어요. “아저씨, MC가 되고 싶어요.” 2학년 때 찾아왔을 때도 똑같았어요. 전 MC가 되고 싶 다고 찾아왔을 때도 놀랐고 MC가 돼서도 놀랐 어요. 저는 박경림씨가 앞으로도 저를 놀랠 거라고 믿 습니다.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 일이 맞 을까 고민하는 청춘들이 많을 겁니다. 속으로 저

76

일은 안 맞아, 저거 하면 안 돼, 무조건 실패해. 머릿속으로 엄청난 실패를 그리죠. 제가 ‘테마게 임’ 할 때 연기는 안 하겠다는 것이 제 조건이었 어요. 너무 쑥스러워서 못 하겠다는 거였죠. 그 감독께서 “토크만 해” 하다가 “한 컷만 해봐” 해 요. 그러다 “이번 주에는 세 컷만 해볼까”했어요. 그러다 제가 ‘테마게임’을 계속했어요. 나중엔 정 극까지 했죠. 나는 연기에 재능도 없고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 지만 이걸로 우리나라 최 고 감독에게 영화 제의도 받고, 드라마 제의도 받 았어요. 내가 너무 하기 싫어했던 연기가 제가 움 직일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된 거죠.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한 일이 정말 본인의 길일 수 있어 요. 그래서 부딪혀보라는 거예요. 도도새라는 새가 있어요. 먹을 것도 많고 날씨도 좋고 어떤 동물도 살지않는 섬에 살았어요. 자연 히 도도새는 날 필요가 없었죠. 그런데 섬에 사 람들이 들어왔는데도 이 도도새가 날지 못했어 요. 그러다 사람이 들어오고 많은 동물이 유입되 면서 천적 때문에 멸종을 하게 됩니다. 20대에는 천적이 생기기 시작하고, 30대가 되면 천적이 많아지고, 40대 때는 더 많아져요. 50대 때는 다 천적이 됩니다(웃음). 도도새처럼 편안 한 것만 찾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멸종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역경을 겪고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날개를 달고 날 수 있습니 다. 자신을 아끼지 마시고, 자신의 노력을 아끼 지 마시고, 실패를 아끼지 마시고 꿈을 그려나가 길 바랍니다.


Program 과장)과 방송을 병행하고, 꾸준히 개그맨으로 살 아가고 있는 이유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은 별 거 아니다. 한 번 웃고 가는 것. 그게 성공한 인 생이다. 싸움의 룰을 깨자…

이윤석의 싸움의 기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웃을까’보다 ‘왜 웃을까’가 궁금한 박사 개그맨. 성실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으로 그는 때론 너무 많은 노력을 해 주위 사람 들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지금 그 점이 ‘남자의 자격’에서 통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최대한 성의껏 일을 하지만 자기가 아니 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없다. 그게 이윤석이 17년 동안 교수 생활(현재 서울예전 방송연예학부 학

이윤석이 싸움의 기술에 대해 말한다고 했을 때 어 생각이 들었는지 압니다(웃음). ‘싸움’ 하면 독 특한 편견이 있어요. 정형화된 생각이죠. 치고받 고, 맞고, 누구 한 명은 이기고 한 명은 반드시 지 고… 하지만 다른 종류의 싸움도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싸움의 정형화된 편견을 버리 자, 룰을 깨보자 이런 겁니다. 저는 사람들하고 말을 잘 못해요. 저는 CF나 프 로그램이 들어와도 결정을 잘 못해요. 그러면 서 경석이 대신 다 말해 줘요. 제가 나서지 않아도 출연료가 얼만지 확인하지 않아도 경석이가 다 알아서 해줬죠. 만약 저처럼 싸움에 약하다면 대 신 싸워줄 사람을 만들면 됩니다. 저는 그런 사람 들이 많아요. 이경규 형님도 있어요. 룰을 바꾼 예들은 너무 많습니다. 룰을 깨면 싸움 에서 승리는 안 하더라도 최소한 지지는 않아요. 일본에서는 사과 농사를 굉장히 많이 짓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해에 90%의 사과가 떨어졌 대요. 한 농부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죠. 10%의 사과를 비싼 가격에 내놓자고요. 떨어지지 않는 사과란 의미를 담아 많이 팔았어요. 규칙을 조금 만 바꾸면 불행이 와도 내가 좀 불리해도 항상 방 법은 생기기 마련이에요. 싸움의 룰을 깨세요. 부부 싸움 할 땐 논리를 버려라…

룰이 적용되지 않는 예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니 까 부부 싸움이 그렇더군요. 아내가 혹은 여자 친 구가 말을 할 때 욱해서 싸울 때가 있습니다. 한

77


마디 하다 보면 또 싸웁니다. 그러면 그때 그녀가 말하는 태도를 보면 됩니다. 그런 것들을 유심히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공감이 됩니다. 통증이 느 껴져서 아파할 때, 그럴 때 논리적으로 얘기해 봐 야 화가 안 풀려요. 통증이 가라앉아야 화가 풀리 죠. 싸움할 때도 화를 실컷 내다 보면 많이 풀립 니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여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세요. 싸움을 막는 방법 중에 제일 좋은 게 칭찬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자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 예쁘세요”입니다. 거기서 우리가 조금 더 신경을 써주면 좋아합니다. 칭찬할 때 조심해야 될 것이 칭찬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혹은 단점 을 먼저 얘기하고 장점을 얘기하는 것도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칭찬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칭찬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 어야 합니다. 김구라씨 같은 경우는 “인간미 넘쳐 요”라는 말을 좋아할 거예요. 국진이 형 같은 경 우는 “짐승남이야”를 좋아할 거고요. 좋아하는 것 말고, 잘하는 것을 해라… 요즘 청 춘이 힘든 시대인데 제가 조금 무모한 주장을 하 려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꿈을 펼치세요,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전 똑똑한 개그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잘 하는 것이 몸 개그였어요. 일단 잘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정을 받습니다. 이경규 형님도 하고 싶은 것이 영화입니다. 잘하는 예능 하시다 가 영화를 하셨잖아요. 인맥도 확실히 중요합니다. 저도 데뷔했을 때 제 옆에 서경석이란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잘됐어요. 3년 하다가 제가 힘들 때 제 옆에서 ‘She’s Gone’ 을 같이 불러주던 김진수씨가 나타났어요. 김진수

78

씨 덕분에 3년 하고, 그 다음에 이경규씨가 오시 고, 지금 제 옆에 양준혁 형이 와주셨어요. 많이 만들기 힘들면 소수도 됩니다. 소수지만 깊게, 양 보다 질을 찾고, 한강 같은 친구와 선배, 동료를 각 분야에 한 명씩만 만들어도 든든합니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면 소수 인맥을 깊 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물론 첫인상이 중요 하죠. 요즘은 한 번 보고 안 만나는 경우가 많거 든요.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중요해요.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 편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목적지를 가는 것인 인생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는 지 한 번씩 생각해 보세요. ‘함께 발화하면 연결 된다’는 뇌과학 연구가 있습니다. 행복했던 기억 을 떠올리면서 한 가지 동작을 해보세요. 이걸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행복한 생각을 하 지 않더라도 이 동작을 하면 뭔가 행복한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엉덩이에 힘을 줍니다(웃음). 불안할 때 이 동작을 하면 편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우리가 즐거운 일이 있으면 웃잖아요. 우리가 웃 고 있으면 근육이 ‘웃고있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뇌가 엔도르핀을 만드는 것입니다. 양치질을할 때 도 ‘웃고 있네’ 라고 생각하면 행복해질 거예요. 불안하다고 책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도 ‘이거다’라고 결론을 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습 니다. 다른 사람은 결론을 내려줄 수 없지만 나 자신은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 내가 운전해서 목 적지를 가는 것이 ‘인생’이지 누가 쭉 끌어주는 건 ‘견인’이잖아요. 그러니 따라오는 불안감을 즐 기면서 갈 길을 가세요.


Program

79


expert COLUMN

TV 보는 樂

남자들은 왜 축구와

169cm의 메시에 열광할까? K의 전 남자 친구 Y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와 리오넬 메시(이하 메시)의 열혈 팬 이다. K는 프리메라리가 생중계를 보기 위해 TV 앞에서 하얗게 밤을 지새우던 Y를 이해 할 수 없었다. 남자들은 왜 그토록 축구에 미치는가. 애인보다 좋은 메시의 매력은 대체 뭐란 말인가. 기획_김민주 기자 글_김선영(TV 평론가)

80


Program 축구, 이를테면 남자들의 멜로드라마

물론 K 역시 메시가 현재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는 것쯤은 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아르헨티 나 전에서 펼친 메시의 그 기막힌 플레이를 온 국민이 지켜보지 않았던가. “내 이름은 메시, 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CF 덕에 성장 호르몬 장애를 이겨내고 최강의 선수로 성장 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잘 안다. 사실 Y와 사귀는 동안 배운 몇 가지 지식으로 바르샤가 어떤 팀이고, 어떤 선수들이 뛰고 있는지까지도 대략은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 간의 ‘ 엘 클라시코’ 더비를 시청하며 바르샤를 응원하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문제는 그녀가 그와는 달리 축구를 진심으로 즐길 수가 없었다는 거다. 국가 대항전도 아닌 먼 나라 클럽 축구를 대체 무슨 재미 로 본다는 건지. K는 이번 기회에 그 뒤늦은 궁금증을 진지하게 풀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최종 결승전을 앞두고 남성 유저들이 많은 커뮤니티면 어김없이 챔피언스 리그(이하 챔스)가 화제였고 응원 열기도 대단했다. 어 딜 가나 Y와 비슷한 수준의 열광적인 마니아들이 있었다. 응원하는 클럽은 달라도 그 응원 팀에 대한 몰입도만은 한결같이 높았다. 팀이 이기면 밤새 웃고 떠들며 환희의 감격을 나누고, 팀이 지면 역시 잠 못 이루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 좋아하는 선수가 환상적인 플레이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면 그 선수에 대한 애정 표현은 연인에게 하는 사랑 고백 못지않게 뜨거웠다. 마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시청하면서 수시로 울고 웃으며 현빈을 향한 애정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던 K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그 리고 불현듯 K는 깨달았다. 아, 그러니까 축구는 이를테면 남자들의 멜로드라마인 거구나! 가장 글로벌하고 대중적인 영웅 판타지와 절대 고수, 메시

챔스를 진지하게 지켜보는 동안 K는 이 지상 최대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가 무협과 유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성에게 로맨스물이 있듯이, 무협은 단연 남성들의 대표 장르다. 거기에는 주인공이 여 러 미션을 거치며 잠재된 재능을 각성하고 절대 고수로 성장하는, 모든 남성이 소년 시절부터 꿈꾸던 영웅 판타지가 압축되어 있다. 그런데 챔스에는 다른 어떤 대중 오락물보다 그 무협의 정수와 판타지 가 강하게 녹아 있다. 무협의 3요소인 무(武), 협(俠), 정(情)이 적용될 수 있는 뛰어난 기술, 스포츠맨 십, 팀 플레이가 있으며, 무엇보다 화려한 영웅들의 대결과 승리의 서사가 있다. 즉 고유의 팀 컬러를 가진 클럽들이 최강 팀을 가리기 위해 토너먼트를 거치는 과정은, 무협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여러 문파를 최강 문파가 차례로 격파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K는 그제야 남성들이 챔스에 그토록 감정 이입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컨대 챔스는 최강의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총출동한 필드 위의 ‘은하 영웅 전설’이자 오늘날 가장 글로벌하고 대중 적인 영웅 판타지였던 것이다. K가 알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었다. 이번 챔스 참가 팀 중 무협의 정 수를 가장 순도 높게 구현하는 팀이 바로 Y가 좋아하던 바르샤라는 것. 바르샤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특히 상업 자본이 지배하는 축구계에서 ‘축구 순수주의’를 외치며 정직한 스포츠맨십과 가장 뛰어난 팀 플레이를 보여주는 팀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르샤 축구를 ‘뷰티풀 풋볼’이라 부른다.

81


그 바르샤의 정신을 대표하는 선수가 바로 메시다. 축구계의 수많은 빛나는 별들 중에서 그가 유독 돋 보이는 것은 최강의 실력과 그에 걸맞은 품성을 동시에 지닌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고의 골 결 정력과 이타적인 플레이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공격수이며, “바르샤와 가슴으로 계약했다”고 말할 정 도로 몸값보다 의리를 중시하는 선수다. 무엇보다 메시는 장애의 시련과 단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결 국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오르는 성장 판타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영웅이었다. 남자들이 챔스와 메시에 열광하는 이유. 사실 K가 나름대로 찾아낸 답은 수많은 대답들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동안 K에게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응원하 는 클럽 팀과 선수가 생겼다. 시간은 어느새 챔스 결승전 전야였다. K는 Y에게 연락을 해볼까 잠깐 망설였다. 에필로그_ 챔스 결말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바르샤는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결승골을 기록한 메시는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이 통합 된 ‘FIFA 발롱도르’(2011)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그리고 K는 Y와 다시 만나는 중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다.

TV 평론가 김선영은…

어릴 때부터 TV 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직업 덕에 온종일 TV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10아시아』 『월간 에세이』『한겨레21』등에 글을 기고하며 가끔 TV에도 얼굴을 비친다.

82


Program

83


TELEVISION Drama

계백

MBC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36부작)

제작사 : 계백문전사,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 커튼콜미디어 제작진 : 연출 김근홍, 정대윤 | 극본 정형수 지난줄거리 ( 8월 1일 -3회 / 8월2일-4회) 3회 14년 후, 형 문근과 함께 주점에서 일을 하는 계백은 가끔씩 주점을 찾는 은고에게 보이차를 선

물하지만 창피만 당하고 만다. 선화와 의자를 구하려다 오른팔을 잃게 된 무진은 술로 세월을 보내고 계백은 그런 무진을 정성껏 챙긴다. 한편 사택비의 탄신일을 앞두고 의자와 사냥에 나선 교기는 갑자기 의자에게 화살을 들이댄다. 4회 의자를 대신해 궁궐에 가게 된 계백은 정체가 탄로나 취조를 당하게 되지만 은고의 도움으로 간

신히 풀려난다. 만신창이가 되서 돌아온 계백의 모습에 무진은 가슴이 아프고 그런 무진을 본 게백은 다시는 싸우려 하지 않겠다 다짐한다. 한편, 의자의 본심을 헤아릴 수 없는 사택비는 의자를 불러 지 난날 선화의 주검앞에서 선화에게 속삭이던 말이 무어냐고 캐묻는다.

84


Program 이번주 내용 ( 8월 8일 -5회 ) 5회 극적으로 의자와 재회한 무진은 황후께 지키는 목다한 약속을 지키러 떠나고 계백은 낮선 무진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사택비 진영에 잠입한 무진은 인질로 사로잡히고 만다. 한편, 무진을 구하려는 계백은 은고를 불러 지난 날 목숨을 구해준 빛이 있으니 무왕을 만나 상황을 전해달라고 말하는데.. 계백의 어린 배우들…노영학-이현우-박은빈-한보배

은고역을 맡은 송지효

85


TELEVISION

Drama

무사 백동수

SBS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24부작)

제작사 : 케이팍스, 소프트라인 제작진 : 연출 이현직, 김홍선 | 극본 권순규 최근줄거리 ( 8월 1일 -9회 / 8월2일-10회 / 8월8일-11회) 9회 초를 밝혀 놓고 마주 앉아 있는 지선과 구향. 지선이 조심스레 몸을 돌려 겉옷을 내리면 구향은

조심스레 품에서 단검을 꺼내든다. 등을 보이고 누은 지선은 눈을 감고 있다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 탁자 위 거울에 비친 구향을 보는데, 천천히 단검을 뽄는 구향의 손이 보인다. 순간 떨리는 지선 의 눈빛! 한편, 훈련 파발이 도착하고, 깃발을 드는 봉수대장 . 봉수대에서 4개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파발은 봉화를 확인한 후 다시 한양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86


Program 10회 북벌지계를 옮겨 그린 김홍도는 그림이 세장이라는 사실과 북벌지계의 뜻을 사도세자에게 알

려주는데, 봉수대로 파견된 세명은 봉수대에서 서유대를 만나고 뱀에 물려 죽을뻔 했던 백동수는 여 운의 도움으로 살아나다. 아들을 통해 직부인으로 들어온 아이 셋이 사도세자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홍대주의 음모로 봉수대에 파견된 백동수와 여운, 그리고 양초립은 시험에 빠져 죽을 위기에서 채지로 봉화에 불을 붙이는 시험을 통과하게 된다. 북벌지계의 문신을 지우려고 계향을 부른 사도세자에 유지지선은 등의 문신은 자신에게 무거운 짐 이였다고 말한다. 북벌지계를 그림으로 그려받은 홍대주는 대신들을 모아 사도세자를 처단하기로 한다. 11회 수웅은 정순왕후의 가마를 지나치는데 묘한 느낌에 잠시 멈춰서 뒤돌아본다. 순간 다시 고개 돌려보면 김한구와 홍봉한이 가마를 타고 지나간다. 수웅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영화관을 바라보다가 고개 돌리는데, 일각에서 모습을 보이는 구향, 수웅의 뒷모습을 보다가 영화관을 본다. 한편, 동수는 힐끔힐끔 지선을 보고 지선은 무심한 표정으 로 앞만 본다. 지선이 발을 헛디뎌 휘청하고 동수는 급히 지선을 부축하는데 두사람 잠시 손을 잡게 되지만 지선은 부리나케 손을 떼고...

87


TELEVISION

Drama

스파이 명월

KBS2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16부작)

제작사 : 이김프로덕션 제작진 : 연출 황인혁, 김영균 | 극본 전현진 최근 줄거리 ( 8월 1일 -7회 / 8월2일 -8회 / 8월8일 -9회 ) 7회 뜻하지 않게 열애설이 터져 난감하게 된 강우와 명월, 결국 강우는 명월을 해고한다.

집에 들어오자 명월이 없는 텅 빈 집이 괜히 더 크게 느껴지고 심란하다. 한편 자꾸만 구설수에 오르는 강우가 주회장은 못마땅하고, 류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되는데.. 옥순과 희복은 명월의 해고소식에 심각성을 깨닫고 심기일전하여 다시 한 번 명월을 강우에게 접근하게 하는데..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강우가 끄떡도 하지 않자 옥순은 비장의 카드를 쓰게 되고 강우의 쇼케이스가 있는 날 명월은 강우를 납치하려고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88


Program 8회 명월은 위기에 처한 강우를 다시 한 번 구하게 되고, 이런 명월이 강우에게 색다른 감정으로 다

가온다. 온 주변이 명월로 보이게 된 강우, 자신의 눈과 마음을 의심하게 된다. 한편 경대표는 강우를 위기에서 구해준 명월을 다시 경호원으로 복직시키고, CF 촬영차 싱가포르로 함께 떠나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강우는 명월에 대한 감정 확인으로 불쑥 키스를 하고, 그로 인해 둘 사이는 더 어색해진다. 옥순과 희복은 강우의 마음을 확신하고,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게 할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류와 명월을 연인 사이로 위장시켜 강우 앞에 나타나는데... 9회 강우는 명월이 사랑한다고 고백한 일들이 모두 거짓이라는 걸 알고

심하게 화를 내고는 명월을 다시 한 번 해고한다. 이 모든 일들이 실패로 끝나자 옥순과 희복은 크게 낙심하고 명월은 강우가 했던 말을 상기하고는 본인도 배우가 되겠다며 경대표의 소속사로 찾아간다. 강우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명월에게 복수할 기회라며 직접 연기지도를 하겠다고 나서는데...

89


TELEVISION

Drama

공주의 남자

KBS2 (수, 목) 오후 09:55~ 방송중 (총 24부작)

제작사 : 공주의 남자 문화산업 전문회사, 어치브그룹디엔, KBS 미디어 제작진 : 연출 김정민, 박현석 | 극본 조정주, 김욱

왕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들뜬 수양대군이 대신 김종서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 이른바 계유정난이 다. 기왕의 사극에서도 심심찮게 다룬 이 사건을 새로운 시각, 즉 <관련자들의 2세>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 하고자 한다. 수양대군의 딸<세령>, 김종서의 아들<김승유>, 문종의 딸이자 단종의 누이<경혜공주>, 신숙주의 아들<신면>이 바로 그들이다. ‘금계필담’등의 야사는 수양의 딸과 김종서 손자의 운명적 사랑을 전하고 있다. 충청북도 백악산에는 두사람이 피해 살았다는 동굴이 전해지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수양대군의 장녀와 김종서의 손자와 의 사랑이라는 설정을 김종서의 막내아들과의 사랑으로 재 설정 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원수가 되

90


Program 어버린 승유와 세령 간의 운명적인 로맨스물이다. 여기에 승유를 사랑한 경혜공주와 세령을 사랑한 신면이 엇갈린 애정구도를 형성한다. 그들 네명, 즉 <관련자 2세들>의 눈을 통해 계유정난 전후 영 사적 사건들이 담고 있는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KBS공식 사이트에서> 최근 줄거리 ( 8월 3일 -5회 / 8월4일 - 6회 / 8월8일 - 7회 ) 5회 세령이 공주인 척 승유와 만난 사실을 알게 된 수양대군. 승유를 살려달라는 세령의 간곡한 부

탁에도 수양은 승유를 죽이려한다. 김종서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사직을 대가로 수양대군과 거래를 하고 그 덕분에 승유는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 승유 대신 부마로 뽑힌 정종과 경혜공주의 혼례 날 문종이 쓰러지자 멀리 떠나있던 승유는 급히 한 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6회 그네터에서 우연히 만난 승유가 냉정하게 지나치자 세령은 상처를 받고, 출합 후 말없이 사라진

경혜공주를 함께 찾아나서게 된 세령과 승유. 세령은 승유에게 지난 일을 사과하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전하지만 승유는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 기 위해 다시 차갑게 외면한다. 문종이 승하하고 어린 단종 대신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려는 순 간 김종서가 문종의 교지를 들고 나타난다. 한편, 승유는 세령을 찾아가는데...

91


TELEVISION

Drama

너에게 반했어

MBC (수, 목) 오후 09:55~ 방송중 (총 16부작)

제작사 : 제이에스픽쳐스 제작진 : 연출 표민수 | 극본 이명숙

최근 줄거리 ( 8월 3일 -10회 / 8월4일 - 11회 ) 10회 니가 다시 나 좋아하게 해달라구.

이신은 엠티를 간 곳에서도 아픈 규원이를 계속 걱정하고, 규원이 보는 앞에서 이신 은 윤수에게 주 려고 했던 목걸이를 저멀리 던져 버린다. 한편, 캠퍼스에는 이신과 규원이 사귄다는 소문이 돌기 시 작한다. 11회 인기 많은 이신 사귀려면 적응해야지.

카타르시스에서 공연중이던 이신은 규원에게 기습키스를 하고, 규원은 당황한다. 미 술관 티켓이 생 긴 이신은 규원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편, 태준은 희주 대신 규원이 공연하여 반응이 좋아 지자 석현이 의도적으로 희주 를 따돌렸다며 일을 꾸민다.

92


TELEVISION

Drama

보스를 지켜라

Program

SBS (수, 목) 오후 09:55~ (총 16부작 )

제작사 : 에이스토리 제작진 : 연출 손정현 | 극본 권기영 최근 줄거리 ( 8월 3일 -1회 / 8월4일 - 2회 ) 1회 대망의 첫취업, 첫출근 날 은설은 회사 건물을 보며 무언가 수상스러운 기분을 느낀다. 그날 밤.

신입사원 환영식이 열리는데 장소는 고급 룸싸롱. 역시 수상하다. 게다가 은설은 옆에서 계속 추근 대는 사장에게 불쾌함을 느끼고 결국 폭발하고 마는데. 마침, 근처 룸에 지헌이 미간 빠직한 채 앉아있다. 억지로 끌려온 미팅 자리에서 심기가 불편했던 지 헌은 복도를 나서다 거칠게 지나가는 은설과 부딪히고 만다 2회 지헌은 비서로 소개된 은설의 스펙을 보고 이정도 스펙이면 낙하산이 아니냐며 무원을 추궁하

고 자신을 감시하려고 보낸 스파이 아니냐며 은설을 몰아세운다. 지헌은 은설에게 자신의 비서로서의 주의사항을 말해주고, 은설을 제발로 관두게 하기 위해 온갖 말 도 안되는 지시를 내리며 골탕먹이기 시작한다.

93


TELEVISION

Drama

광개토대왕

KBS1 (토, 일) 오후 09:40~ 방송중 (총 80부작)

제작사 : KBS 자체제작 제작진 : 연출 김종선 | 극본 조명주, 장기창

“칼을 들었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고구려 18대 고국양왕의 둘째 아들. 훗날의 광개토태왕. 장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어린 시절부터 고 구려의 변방을 지키는 용맹한 장수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는다. 실추된 왕권과 북방의 잦은 침입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는 고구려를 위해 자신이 할 일은 그것뿐이라 믿고 있다. 꿈이 있다면 장차 왕 위에 오르실 형님을 보좌해 강한 고구려를 만들 대장군이 되는 것. 이를 위해 고구려 수비의 요충지 인 요동성에서 고무 대장군의 지도를 받으며 용맹스런 장수로 성장한다. 왕자의 신분이지만, 그에 대 한 특권의식보다는 스스로 평범한 장수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 때로는 지휘관으로서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 어떠한 전략적 이익보다 사람의 목숨이 중하다는 뜨거운 생각을 갖고 있기에 고무 대장군의 염려를 사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전장에 나설 때는 가장 먼저 나서고 가장 뒤 에 물러나며, 사석에서는 크게 격식을 따지지 않아 부장과 병사들 뿐 아니라, 그의 용맹한 전과를 듣 는 백성들로부터 마음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 때문에 고구려의 국경 바깥 뿐 아니라 고구려 내부에도 그를 시기하다 못해 적으로 여기는 자들이 있음을 서서히 깨달아 간다.

94


Program 최근 줄거리 ( 8월 6일 -19회 / 8월7일 - 20회 ) 19회 저자거리에 붙은 벽서는 담덕이 왕위를 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담덕은 그러한 벽서를 쓴 범인이 가라지라는 정황을 잡고 몰래 움직인다. 한편 벽서는 담덕일파가 쓴 것이라고 가라지가 담망을 부추기고, 동생을 사랑하던 담망조차 슬슬 질투와 의심을 시작한다. 한편 가라지는 고구려에 잠입한 풍발 등을 만나 담덕을 두고 음모를 꾸민다 20회 담망은 민심을 알아보고자 담덕과 함께 몰래 저자거리에 잠행을 나가지만,

백성들이 담덕을 믿고 따른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온다. 가라지는 황실에 진상된 한혈마를 타보라고 담망을 부추긴다. 제왕의 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거친 한혈마를 제압할 수 있다는 속설 때문. 하지만 담망은 말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고, 담덕은 형을 위로하기 위해 한혈마를 길들여 형에게 바치려 하지만, 가라지는 오히려 형을 누르려 한다며 이간질한다.

담덕에게 쏠리는 민심을 확인하고 당황한 담망 왕자 백성들의 신망을 얻어가지만 형제간 왕권을 둘러 싼 암투로 비칠까봐 근심하는 담덕

95


데미 무어가 출연한 CNN의 프리 덤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네팔의 실종된 아이들’ 편은 6월 26일오 후 9시에 방송되었다.

네팔에서 성매매 아동 보호에 나선

데미 무어의 착한 행보 우리가 데미 무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전남편 브루스 윌리스와의 사 이에 세 딸을 두었으며 현재는 연하의 유명 배우 애시튼 커처와 결혼했다는 사실 정도다. 그런 그녀가 반성매매 운 동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동료 배 우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가 하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자료_CNN 제공

96


Program

세계적인 여배우가 호소하는, 아동 성매매 근절 캠페인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정의란 무엇일까. 정의 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마이크 샌델 교수의 실 제 하버드대 강의 ‘JUSTICE’(정의)를 바탕으로 쓴 베스트셀러『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면 우리 가 이 시대를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들이 나온다. 자유 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 를 지는가, 자유 시장은 공정한가, 도덕적으로 살 인을 해야 하는 때도 있는가 등등. 세계적인 관점 에서 보자면, 이런 어려운 질문과 비견될 만한 도 덕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에 준하는 이슈들이 산재 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 치여 보다 근본적 이고 심각한 문제들을 종종 외면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주위를 환기하고 심각성을 인지하 게 되는 건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이슈를 홍보하 고 전달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인 것 같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잘 아는 세계적인 배우, 데미 무어 가 앞장서고 있는 아동 성매매 근절 캠페인도 같 은 의미에서 세계인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 다. 데미 무어는 지난해 1월 남편 애시튼 커처와 함께 노예처럼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아이들을 돕 기 위한 재단 ‘The DEMI & ASHTON FOUNDATION’을 설립하고, “현대 시대의 노예제도는 매 우 복잡한 이슈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남자들이 이런 성매매에 참여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다”며『US 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재단을 만들고 아동 성매매 반대 활동에 앞장서게 된 계기에 대해 이 야기했다. 지난해 3월엔 UN에서 개최한 포럼에 참가해 성매매 수요자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처벌 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자기 목소리도 냈다. 올

해 초에는 현대판 노예제도의 종식을 위한 CNN 프리덤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아동 성매 매 실태를 폭로하기 위해 네팔로 떠났다.

인도 국경 근처, 네팔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인신매매의 주요 거 점인 바이라하와를 찾은 데미 무어. 이곳에서 네팔 소녀들이 인 도의 사창가로 팔려간다.

대도시에 일자리를 구하러 온 네팔 소녀들의 비극 네팔에 도착한 데미 무어는 성매매로 고통받 고 있는 소녀들의 교육과 재활을 지원하는 재단 을 운영하고 있는 아누라다 코이랄라를 만났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1만2000명의 네팔 소녀들 을 인신매매의 늪에서 구한 마이티 네팔 재단의 이사장인 아누라다는 데미 무어에게 매년 수천 명의 네팔 소녀들이 일자리를 약속하는 사람들을 따라 대도시로 떠나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 했다. 또 사창가에서 여러 남자들과 강제로 성행 위를 해야만 하고 저항하면 구타까지 당했던 소 녀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쳐 집으로 돌아간다 해 도 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동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질서를 유지 해 온 네팔에서는 인구 중 약 30%가 빈곤에 시 달리는 데, 아동 성매매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사

97


(맨위)데미 무어와 브루스 윌리스와 사이에 낳은 세 딸 루머(22), 스 카우트(19), 타울라(17) 역시 엄마의 뜻에 동참하고 있다. (가운데 우)데미 무어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내에서 자행된 아동 성 매매로 고통 받았던 피해자들을 만났다. (가운데 좌)네팔 소녀들을 인신매매의 늪에서 구한 마이티 네팔 재 단의 이사장인 아누라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데미 무어. (아래 우측)지난 해 UN에서 개최하는 포럼에 참가한 데미 무어는 반기문 총장을 만나 아동 성매매 근절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98


Program 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들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 기 때문이다. 데미 무어는 이곳에서 성매매를 강 요당했던 11세가량의 어린 소녀들을 만나 고문과 학대, 심지어는 여성스런 몸매를 만들기 위해 성 장 촉진 호르몬을 강제로 먹었다는 끔찍한 이야 기를 듣고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네팔 총리 잘라나트 카날은 데미 무어를 만난 자리에서 여성들에 게 필요한 모든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벌이는 데미 무어 자신이 직접 나서 피해 아동들을 만나 성매매 실 태를 폭로하고 있는 데미 무어는 사람들의 참여 를 이끌어내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Real men don’t buy girls”(진정한 남자는 소녀를 돈으로 사지 않는다) 라는 슬로건이 담긴 피켓을 들고 남편과 함께 찍 은 사진을 페이스북(www.facebook.com/dnafoundation)에 올렸다. 그러자 부부의 뜻에 공감한 저 스틴 팀버레이크, 숀 펜, 에바 롱고리아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은 물론, 네티즌들도 슬로건이 담긴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다. 또한 같은 슬로건이 담긴 티셔츠 디자인을 페이 스북으로 공모했고 그렇게 당선된 슬로건 티셔츠 를 만들어 캠페인에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 고 수익금을 마련하고 있다.

강제 매춘을 당한 어린 소녀들은 가족들의 외면 때문에 두 번 상처받는다. 데미 무어는 사창가에서 구출된 어린 소녀와 함께 그녀의 가 족들을 만나기 위해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6시간 거리의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시골 마을을 찾았다.

99


‘덩신밍과 상하이 스캔들’ 그 후 120일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직격 인터뷰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최근『꿈꾸는 리더가 아름답다』는 신간을 냈다. 파문에 휩쓸려 리더 자 격이 훼손된 주인공의 책 제목으론 꽤 수상한데, 흥미를 끄는 것은 별책 부록 형식으로 담아낸 ‘상하 이 파동, 무거운 침묵의 진실’이다. 김 전 총영사가 스캔들 120일 만에 밝힌 진실을 응시했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덩신밍과 상하이 스캔들’. 화끈한 시나리오가 무색 하게, 결론은 시들했다. 정부 합동 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돌아보자. 덩신밍의 분명한 실체는 드러난 게 없고, 국가 기밀 문서가 유출된 블록버스터 급 스파이 사건도 아니었다. 덩신밍이라는 여자는 비 자 발급 등 이권을 노린 단순 브로커, 거기에 성을 개입시킨, 이 정도. 자, 그렇게 해서 남은 건, 중년의 엘리트 남성과 브 로커 여인이 얽힌 치정 사건이다. 그럴듯한 스파이 영화를 보려다, ‘막장’ 드라마를 본 셈인데, 시나리 오만 보고 구입한 티켓은 환불될 리 없다. 환불을 못 받으니, 누구를 탓해야 할까. 영화에 출연한 주 인공(덩신밍과 남자들)?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자 (언론 등)? 답은 그들 모두이면서, 자극적인 ‘스캔 들’을 기대했던 우리들이다. 상하이 파문을 떠올려보니, 기억에 남는 건 여전히 자극적인 소재들이다. 당시 덩신밍의 외모는 저잣 거리 안주감이 됐다. 그녀와 중년 엘리트 공직자들 의 다정한 사진 포즈들은 정지된 사진 너머의 은 밀한 상상을 부추겼다. 언론에 노출된 사진들은 가 공할 확산력을 보여줬다. 사진 속 피사체는 둘, 남 자와 덩신밍. 몇 장의 포즈는 연인처럼 보였다. 섹 스, 스파이 사건 등의 스토리와 절묘하게 결합하면 서 일부 언론은 대단한 시나리오를 썼다. 상하이

100

스캔들은 ‘마타하리’ 혹은 ‘색계’의 극장 판으로 둔 갑했다. 사실 확인은 시나리오에 묻혔고, 남은 건 ‘ 자극’과 ‘추정’이었다. 김정기(51) 상하이 전 총영사. 덩신밍과 찍은 사 진 석 장의 주인공이지만,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 다. 그는 조직 기강 및 관리 소홀과 파문 등을 이 유로 퇴직 하루 전에 해임 처분됐다. 한편 덩신밍 스캔들에 등장한 A, B, C 영사 등의 ‘줄줄이’ 리스 트가 모두 ‘그렇고 그런’ 관계로 보였다면, 그는 ‘섹 스+스파이+사진’이라는 자극적인 ‘확대 재생산’의 피해자다. 그는 사진과 스파이 스토리를 두고 정치 적 음모 가능성, 사진 날짜 데이터 조작설 등을 제 기했다. 4월에는 덩씨의 남편 진모씨를 사진 조작 등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6월에 는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덩신밍 스캔들에 연루된 한 남자? 이 불편한 선입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그가『꿈꾸는 리더가 아름답다』는 신간을 냈다. 파문에 휩쓸려 리더 자격이 훼손된 주인공의 책 제목으론 꽤 수상하다. 자수성가 스토리, 누군 가에겐 글로벌 경제서(대한민국 시대정신과 북한, 미국을 통해서 본 중국의 정치, 경제 금융 등이 포 함됨), 누군가에게는 자기계발서로 읽힐 이 책에서


Program

■중국 최고위층 덩신밍의 추정 재산은 수천억원대. ■덩신밍은‘액세스(접근) 불가’의 국가적 보호 대상. ■덩신밍 남편 진모씨는 일방적인‘계약 결혼’파기로 공황 상태였다. ■덩신밍과 찍은 사진은 ‘기관’의 음모였다. ■덩신밍이 보여준 ‘괴력’에 남자들이 홀린 것.

101


흥미를 끄는 것은 별책 부록 형식으로 담은 ‘상하 이 스캔들’에 관한 내용이다. 기자는 책 출간 전에 그 소식을 듣고 그와 접촉했 다. 일부 언론이 써댄 자극적인 시나리오 탓에 홧 병이 났다는 그는 언론 접촉을 민감하게 받아들였 다. 그에게 세 가지 조건을 달았다. 첫째, 시나리오 에 파묻힌 ‘사실’을 얘기해 보자는 것, 둘째, 한순간 에 지위와 명예를 잃은 변화를 읽어보자는 것, 셋 째, 파문에 휩쓸려 나간 ‘인생 이력’을 한번 짚어보 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의 이력에는 상당히 흥미 로운 지점들이 있다.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그에게 미리 말하지 않은 것 이 있다. 덩신밍이라는 여자의 실체, 그리고 사건 이후 덩신밍의 근황에 관해서는 만나서 물을 생각 이었다. 덩신밍의 확인되지 않은 실체에 대해서는 사기꾼 혹은 성을 매개해서 이권을 노린 단순 브 로커 vs 중국 태자당(중국 실세의 자제)의 한 명이 자 ‘괴력’의 ‘콴시’(관계 혹은 연줄)라는 극과 극의 인물로 엇갈린다. 인터뷰 장소는 여의도 한 호텔의 파크 카페다. 사 건 이후 그는 이 호텔 아파트에서 부인과 머물렀 다. 사건 진화를 하고, 책도 집필하면서. 김정기 전 총영사와 마주 앉았다. 중년의 뱃살을 찾을 수 없 을 만큼 몸매 관리가 잘돼 있다. 다크 브라운 계통 의 뿔테와 어투는 엘리트 인상을 풍겼다. 인터뷰 초반, “내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사람인 데”라며 토로를 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덩 신밍 스캔들에 연루된 한 남자? 그는 이 불편한 선 입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는 스캔들 대신 파 문 혹은 파동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기자는 명함 을 건넸고, 그는 8월쯤 돼야 명함이 나올 것 같다 며 양해를 구했다.

법무법인 영진의 고문 변호사, 중국 남경대학 국 제경제연구소 객좌교수 직함이다. 잠시 몸을 추스 르고, 8월부터 이 두 곳에 적을 두고 활동을 재개 한다.

어떤 명함인가

그때는 이미 죽은 몸이란 생각에 더 이상 무서울

102

파문 이후 어떻게 지냈나

주로 강연 활동을 다녔다. 한국, 중국, 북한, 미국 등을 포함한 글로벌 정치 및 경제 문제에 관한 내 용이다. 내가 마음고생으로 힘든 걸 아니까, 강연 초청을 해주는 분들이 있더라. 강연을 다니지만 ‘ 상하이 파동’에 관해서는 얘기를 안 꺼낸다. 『꿈꾸는 리더가 아름답다』는 책 제목이 수상하다고 해 야 할까. 타이밍이 그렇고,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한 시점 인데

원래 중국 관련 전문서를 쓰려고 했는데, 이게 시 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기존에 나왔던 책『미래형 리더의 조건』의 개정판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금융, 사회, 북핵 문제, 대한민국 시대 정신 등을 덧붙여 쓴 거였다. 책을 쓰면서 마인드 컨트롤이 되더라. 내가 홧병이 나면, 술로 못 푼다. 마인드컨트롤을 하는데, 글 하나하나를 정리하면 서 마음을 비우고 집중이 됐다. 안 그랬다면?

내 인생을 돌아보면 전환점이 있었다. 그때마다 새 로운 영역에서 열정을 갖고 출발을 했다. 10대부 터 앞만 보고 달려왔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인 생이라는 점에서는 프라이드(자부심)를 갖고 있 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언론의 융단 폭격을 맞고 죽을 지경이 됐다. 특히 일부 언론은 내 인생을 두 고 ‘인격 살인’도 했다. 사실 확인도 없이 남의 인 생을 함부로 재단하고 편집해도 되는 건가, 정말 홧병이 나더라. 언론을 자극하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데


Program

게 없었다. 바닥을 쳤기 때문에 더 이상 추락할 일 도 없었다. 일부 언론이 ‘가십 특종의 광적인 노 예’가 됐다. 자극적인 시나리오에 빠져, 3무(무책 임하고, 무분별하고, 무지한) 기사를 써댔다. 그래 서 더욱 정신을 차린 거다. 언제 회복될지는 모르 지만, 적극적으로 나의 길을 걷는 게 답이라는 결 론을 냈다.

상하이 파문을 겪으면서 집사람을 얻었다고 보면 된다. 가장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이자 우군이 돼줬 다. 원래 내가 정치하는 걸 싫어했다. 정치 발 담그 는 것도 반대했고. 그런데 황당한 일을 겪으니까, 적극적으로 이해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책을 낸다니까 주변 반응이 어떻든가

집사람은 그 많은 기사들을 읽은 적이 없다. 기사 보다는 본인 판단을 믿는 사람이다.

주변에서는 많이 말렸다. 타이밍이 아니다, 늦춰라, 신문 광고도 하지 마라, (상하이 스캔들에 대한) 내용을 담으면 매장된다, 이런 충고들. 그런데 이 런 생각이 들더라. 정치 사회란 곳에 의리가 있던 가? 결국 내 스스로 돌파하지 않으면 죽는 건 나 뿐이니까. 이번에 인간을 공부했다. 사건이 터지니 까, 사방이 적이더라. 우군이 적군이 되는 민심이 참 차갑고. 인간 군상을 뼈저리게 배웠다. 부인은 ‘상하이 스캔들’ 당시 우군이었나, 적군이었나

덩신밍과 찍은 사진은 부인 입장에서도 상당한 오해감 아 닌가

덩신밍과 찍은 석 장의 사진, 새벽에 남녀 단둘이 있는 옷차림과 포즈 인가? 덩신밍과 찍은 사진은 총 석 장. 여러 손님들과 함 께 찍은 한 장을 제외한 두 장이 덩신밍과 단둘이 찍은 것이다. 사진 속 덩신밍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한 장은 의례적인 포즈지만, 촬영 시간

103


대와 소파에 앉은 공간이 의심을 받았다. 한 장은 덩신밍의 어깨에 오른손을 올리고 있다.

것일 수 있다.

언론에 노출된 사진이 상상을 부추겼다

덩신밍의 남편 진모씨, 덩신밍의 일방적인 계약 결혼 파기로 공 황 상태였다

대한민국 사회의 음흉한 시선이 오버랩된 거 아닐 까. 자기들 뒤가 구리니까, 그렇게 보는 거다. 외교 무대에서는 허그, 포옹이 자연스러운 매너다. 게다 가 덩신밍이 다정하게 찍어달라는 주문을 해서 어 깨에 손을 올린 포즈가 된 건데, 그걸 오해하는 시 선이 이상하지 않나. 덩신밍과 찍은 사진을 외교 관행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 덩신밍이 한국을 좋아했다. 사진 찍기도 좋아했고. 그래도 어떤 사진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정하게 비칠 수 있겠더라

어깨에 손을 올린 사진은 이탈리아 국경일 행사 가 있던 상하이 힐튼호텔 그랜드 볼룸의 로비에서 찍은 것이다. 많은 손님들이 스탠딩 파티를 하는 중이었다. 거기서 뭐가 있을 수 있나? 소파에 앉 은 사진은 상하이 밀레니엄 호텔 13층의 클럽 라 운지에서 찍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프랑스 총영 사와 면담 중에 덩신밍이 와서 인사를 했고, 사진 촬영을 한 거다. 덩신밍은 프랑스 영사와도 친분 이 있어 보였다. 마치 그 공간이 프라이빗한 장소 처럼 오해를 하던데, 클럽 라운지 공간에 들러보 면 알 것이다. 촬영 시간이 새벽 2시란 것도 문제가 됐다.

그 가정대로 생각해 보자. 새벽 2시에 둘만의 공간 에서 촬영을 하는데, 그렇게 자세가 꼿꼿할까? 새 벽에 여자와 단둘이 있는 옷차림과 포즈인가? 상 식대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거기 클럽 라운 지가 11시면 문을 닫는다. 사진 날짜와 시간은 부 적절한 관계로 몰아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진 조작설은 이런 내용이다. 김 전 총영사가 재 직 당시 J 부총영사(정보기관)와 갈등 관계에 있 었고, 이에 J씨가 덩신밍의 남편 진모씨를 이용하 거나, 투합해 사진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상하이 스캔들과 사진은 진모씨가 언론과 국가 기 관에 사건을 조사해달라며 투서를 보내면서 시작 됐다. 정부 합동 조사단은 김 전 총영사의 알리바 이가 분명하고 밀레니엄 호텔 클럽 라운지의 마감 시각이 밤 11시인 점에 비추어 사진 조작의 가능성 을 열어뒀다. 일부 언론은 사진 폴더에 의심이 간 다며 조작설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4월 진모씨 를 사진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인터 뷰는 잠시, 진모씨 이야기로 넘어갔다. 덩신밍의 남편 진모씨가 그럴 이유가 있나

복잡한 얘기들이 숨어 있다. 둘의 관계는 필요에 따른 위장 혹은 계약 결혼으로 볼 수 있다. 덩신밍 이 일방적으로 ‘계약 결혼’을 파기하면서, 당시 진 모씨가 공황 상태였을 것이다. 나와 갈등 관계를 빚던 J씨가 원한을 품고, 그 상황을 이용해 조작을 계획했을 거라 추정한다. 내가 덩신밍에게 국내 고 위 인사 연락처(사건 초기 국가 기밀 정보로 확대 됐지만, 결과적으로 기밀 정보는 아닌 것으로 판 명되었다)를 유출했다는 것도 공작 프로의 솜씨일 테고. 그런 공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까? 과연 진모씨가 단독으로 진행한 걸까? 그걸 생 각해 보면 공작의 주인공이 나올 것이다. 진모씨를 고소한 이유는?

진모씨를 고소한 건, 사실은 조작 음모자를 밝히기

104


Program 위해서이기도 하다. 진모씨가 사실을 밝히면, 공작 세력이 밝혀질 것 아닌가. 그런데 공작의 세계는 복잡한 구도니까, 과연 교사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덩신밍이라는 여자는 한마디로 ‘액세스(접근) 불가’의 최고위층 덩신밍의 정체는 사기꾼vs단순 브로커vs중국 비공 식 라인의 대단한 실세 등 극과 극을 오르내린다. 정부 합동 조사단은 덩신밍과 접촉하지 못했다. 과 연 덩신밍은 어떤 여자일까. 그는 덩신밍에 관한 얘기는 꺼낼수록 루머만 늘어난다며 말을 아끼려 고 했다. 그러나 덩신밍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사 실 확인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감출수록 추정만 늘어간다. 그가 말한 덩신밍은 실로 대단한 여자였 다. 중국 태자당(중국 실세의 자제)의 일원, 비공식 라인에서 괴력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콴시’(연줄), 국익에 큰 도움이 되는 인물…. 그러나 이런 말을 들을수록, 덩신밍은 더욱 ‘미스테리’하고 위험한 인 물이 돼가고 있었다.

불가’ 대상이다. 비자 발급의 이권을 노린 단순 브로커라는 조사 발표는

비자 발급은 덩신밍이 총영사관에 도움을 준 만큼 편리를 봐준 거다. 덩신밍이 뭐가 부족해서 브로커 짓을 하겠나. 조사 결과에서도 금품, 이권 등 불법 행위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단순 지침 위반이 있었 을 뿐이다. 덩신밍은 중국 비즈니스에서 국익에 도 움이 되는 소중한 자산으로 봐야 한다. 덩신밍에게 속았을 수도 있는데

중국 최고위층과 패밀리들은 베일에 싸여 있다. 문 제 해결 능력과 현장에서의 영향력 등으로 검증 이 되는 거다. 중국 영도자들과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데 덩신밍은 상해 행사에서 영도자들과 편하게 얘기를 나눌 정도다. 또, 외교적 문제가 있 거나, 중국 고위층 면담과 접촉을 추진할 때 덩신 밍은 전화 몇 통으로 해결을 했다. 중국 비즈니스 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콴시’(연줄)다. 인간관계 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못 한다 해도 과언 이 아니다. 덩신밍은 현장에서 검증된 비공식 라 인의 ‘콴시’다.

덩신밍은 어떤 여자로 정리하고 있나

그걸 증명할 수 있나?

덩신밍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게 낫다. 중국 정 치 정서상, 실력자에 대한 얘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으니까.

중국 기관지 환구시보에서 스파이 사건이 불거 질 때 굉장히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사건은 조 기 수습이 됐다. 중국 정치에서는 행간을 잘 읽어 야 한다. 환구시보의 행간은, 한 부분에서 ‘덩신밍 =보호 대상’이라는 맥락이 숨었다고 봐야 한다. 국 내 한 신문에서 정보기관 출처로 덩신밍에 대해 재산 250억원대, 정치적 배경은 상해 당서기의 비 서장이라고 보도했다. 상해 당서기면 중국 정부의 미래 권력이다. 비서장만으로도 대단한 영향력을 암시하는 거다. 실제 재산은 거기에 몇 배를 곱할 수 있을 것이고 권력은 훨씬 더 탄탄한 배경이 있

일부 보도를 보면, 덩신밍은 사기꾼이다

덩신밍을 실제 접촉한 언론이 있나? 다들 ‘카더라’ 에 의존해서 나온 뉴스들이다. 덩신밍에 관해 오 락가락하는 얘기들은 모두 소설로 보면 된다. 정부 조사단도 그녀와 접촉하지 못했다. 중국의 VIP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프라이버시가 노출 되는 것을 굉장히 불쾌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 고위층을 건드리는 건 ‘성역’을 건드리는 것 과 마찬가지다. 덩신밍은 한마디로 ‘액세스(접근)

105


을 것이다.

덩신밍과 남자들 덩신밍이 보여준 ‘괴력’에 끌리지 않았겠나 덩신밍과 부적절한 관계로 지목된 남자들은 H, K, P 전 영사 세 명이다. K영사는 “사랑을 시기하지 않으며 어길 시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친필 서약 의 주인공이고 H영사는 K영사와 삼각관계로 심각 한 갈등을 빚었다고 알려졌다. H영사는 한 인터뷰 에서 덩신밍과 애인 관계라고 밝혔고, 파문 이후 덩신밍과 함께 잠적했다는 소문이 있다. 상하이 교 민 사회에서는 이 얽히고 설킨 관계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H영사의 부인이 이 문제로 영 사관에서 남편과 다퉜다는 소문도 회자됐다. 남자 들은 40대 엘리트들이었다. 40대 중년 엘리트들이 왜 한 여자에게 이성을 잃었는가? 이 질문은 저잣 거리의 대단한 안줏거리였고, 일부에서는 심리 분 석까지 나왔다. 상하이 스캔들의 이면에는 ‘엘리트 +권력층 중년의 부적절한 애정행각’이 숨어 있다. 덩신밍에 빠진 남자들을 어떻게 보나

사건이 복잡하다. 일부는 어떤 음모에 희생된 측 면이 있다고 본다. 부적절한 관계를 입증하는 증 거가 추가로 나온 게 없지 않나. 부하 직원들의 프 라이버시다. 아주 유능했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 해 애썼던 사람들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 들에게 덩신밍은 업무상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은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친밀도는 높 았을 것이다. 덩신밍의 매력이 뭐라고 보나

이 여자가 보여주는 중국 사회에서의 파괴적인 힘, 그 ‘괴력’에 놀라지 않았겠나. 그 영향력에 굉장한 신뢰를 느꼈을 테고. 한편으로 그 가공할 만한 힘 이 신비롭지 않겠나. 뭔가를 부탁하면 전화 한 통

106

으로 해결이 되니까.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자. 상하이 스캔들의 이면에 중년 엘 리트 남성의 심리 읽기가 있었다. “덩 씨가 매력이 있기보 다 타국에서 고독한 생활을 하는 중년 남성이 예민하고 약해 져서 생긴 일” “앞만 보고 달려온 사회 엘리트들의 억제했던 감정 분출” 등의 분석을 어떻게 보나.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 공관이 고독을 느낄 정도 로 한가한 곳이 아니다. 특히 상하이엑스포를 준비 하고 행사를 치렀던 1년 6개월 동안은 전 직원이 정신없이 바빴다. 그런데 어느 조직이건 실적 경쟁 이 치열하다. 그럴 때 업무에 도움을 주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소스가 있다면 누구나 관계를 형성하고 싶지 않겠나. 덩신밍이 그 소스였고, 그 이상은 모르겠다.

홧병, 그리고 명예 회복 지난 6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해임 처분 취 소 청구 소송을 냈다. “허위 사실에 근거해 징계 처 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고, 해임될 정도로 품위 유 지 의무 등을 위반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상하이 파문으로 그가 졌던 책임은 이렇게 정리된다. 덩신 밍과는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고, 스파이 사건으로 불릴 만한 국가 기밀 유출 혐의도 없다. 물론, 조직 기강 문란과 관리 소홀의 책임은 별개지만.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건 이유는

법적으로는 명예 회복을 기대하지만, 정치적으로 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조직 기강과 관리 문제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지만, 파문이 커지면서 밀린 셈 이다.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조직의 수장으로서 정 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 하지만, 일과 관련해서는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다. 상하이 총영사로서 애국 심과 열정을 갖고 일했다. 상하이 총영사 취임 후 3년 동안 술집에 안 가고, 골프를 안 친다는 약속 을 지켰다. 공관장 카드도 사사로이 쓴 적이 없다.


Program

금품, 향응, 접대 없이 조직 생활을 했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 행사는 조직원 모두가 ‘전쟁’을 치를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불명 예’다. 언론이 조금만 냉정하게 사건을 다뤘다면, 이런 불명예는 없었을 것이다. 나를 자극적인 시나 리오에 패키지로 묶었다. 무엇보다, 매장당한 내 ‘ 인생’은 꼭 되찾고 싶다. 되찾고 싶은 ‘인생’이란?

(그의 인생 이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큰 줄기는 역 경을 딛고 일어선 자수성가 스토리인데, 여러 번의 전환점이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고교 2년 중 퇴, 21세에 명문 대학 스타 영어 강사로 이름을 날 렸고, 밀리언셀러가 된『거로영어연구』를 저술했 다.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 정치학과를 최우수 졸업 했고, 법학 박사 학위와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 득했다. 중국 북경대학에서 북한, 중국학을 연구한 이력도 있다. 31세에 거로출판 CEO로 부와 명성 을 얻고 40세에 한국 사이버대학교 초대 학장으로

선출되며 대학 경영자로 경험을 쌓았다. 2007년 7 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측 국제위원장으로 일했고, 2008년 4월 총선 당시 공천 고배를 마셨다. 그로부 터 한 달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임 공관장으로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주변에서는 공식 외교 라인 출신은 아니나 다양한 글로벌 전문 지식을 갖춘 인물로 평가한다.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되자 비외 교관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다). 외교의 ‘외’ 자도 모르는 사람을 외교관 시켜놔서 그 모양이 됐다고? 미국에서 10여 년 동안 국제정 치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중국에서 4년 동안 북한 과 중국학을 연구한 전문가로서 열정을 갖고 뛰었 던 내 인생은 어디에 있나. 글로벌 정치 경제에 관 한 전문 지식도 묻혀버렸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 다. 그 인생마저 도전을 받는다면, 전문성을 두고 밤샘 공개 토론을 해 보자고.

107


어머니와 이모가 전한

송지선의 마지막 한 달 딸을 먼저 보낸 부모는 “하고 싶은 말이 남았지만 마음속에 묻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좁은 창문 사 이로 힘겹게 몸을 던진 서른 살 맏딸의 마지막을 더 힘들게 하기 싫어서라고 했다. 스포츠 스타와의 스캔들 후 스스로 삶을 내려놓은 송지선 아나운서의 마지막을 돌아봤다. 취재_이한, 김민주 기자 사진_김민주 기자, 중앙포토

108


Program 지난 5월 28일, 제주도 서귀포시 ‘보타사’에서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봉정식이 열렸다. 고인의 부모 가 딸의 영정 앞에 책 한 권을 올려놓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원고를 완성했지만 미처 출간되는 걸 보지 못한 야구 서적이다. 표지 속 그녀는 야구 글러브를 낀 채 맑게 웃고 있었다.

송지선 아나운서가 스스로 생을 버린 지 5일째 되던 날, 기자는 제주도 서귀포의 한 절에서 딸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은 부모의 뒷모습을 봤다. 이 암자는 49재를 치르는 기간 동안 고인의 위패를 모셔둔 곳이다. 고인이 생전 바다를 워낙 좋아했 던 터라,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을 골랐다. 그래 서인지 절 앞마당이 해변과 지척이었다. 다음 날이 삼우제였지만, 부모는 이날도 딸을 보 려고 애써 먼 길을 왔다. 한라산 기슭의 한 추모 공원에 영면한 딸을 만나 안타까움을 달래고 오 는 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은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다. 영정 속 그녀 의 웃음이 너무 환해서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 어머니 배씨는 파란색 보자기를 꼭 안고 있었다. 보자기 속에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고 송지 선 아나운서가 생전에 썼던 야구 관련 책이다. 원고가 이미 완성돼 있었고, 그녀의 생일 즈음 에 출간될 예정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유작이 되 어 버렸다. 어머니는 딸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을 영정 앞에 내려놓으며 한참을 흐느꼈다. 고인은 책 표지에 서도 예쁜 웃음만 짓고 있었다. 배씨는 딸 사진을 보니 참았던 감정이 동하는 듯 눈물을 멈추지 못 했다. 아내 곁에서 애써 울음을 참던 아버지 송씨 의 어깨도 흔들렸다. “생과 사의 길은 멀리 떨어 져 있지 않다”는 스님의 말도 부부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날 배씨는 딸이 쓴 책을 한 장도 넘겨보지 못

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스스로 몸을 던진 딸 생각이 또 날까 봐 차마 읽을 수가 없다”며 가만 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기자에게 “나는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대신 가져가서 좀 읽으라”고 했 다. 기자가 “그래도 따님의 마지막 기록인데 간 직하는 게 좋겠다”고 거듭 권하자 결국 받아 들 기는 했지만 끝내 책장을 넘기지는 못했다. 부부 는 결국 표지 속 딸 사진만 한참을 어루만지더니 영정 앞에 책을 가만히 내려놨다. 아버지 송씨는 “지선이가 (구설수 때문에) 책 출간이 미뤄질까 봐 고민했는데 결국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다” 며 안타까워했다. 기자는 고인의 부모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스 스로 삶을 내려놓은 서른 살 여인의 아픔이 뭐였 는지 듣고 싶었다. 애써 아픔을 삭이던 부부에게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부모는 “딸 의 고통을 속 시원히 얘기하고 싶지만,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굳게 입을 닫았다. “우 리 곁을 왜 이렇게 빨리 떠나버렸는지 모르겠다” 며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부모는 지갑 한쪽 에 넣어둔 막내아들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얘가 우리 막내인데, 힘들어할 아이들을 위해서는 우 리가 기운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돌아섰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촉망받던 송지선, 책임감 강 한 맏딸이자 효녀였던 그녀는 무슨 고민이 있었 기에 부모를 두고 먼저 눈을 감았을까.

사랑에 아팠던 그녀, 삐뚤어진 관심을 견디 109


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그녀가 삶을 내려놓은 데는그녀의 마 지막 인터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고 송지선 아나운서는 자살 하루 전날 한 인터뷰 를 통해 “임태훈 선수와 1년 반째 교제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태훈은 소속 구단인 두산 베어 스 홍보팀을 통해 열애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서로의 시각 차이는 상당 히 컸다. 이 상황에서 임태훈의 입장 발표를 들 은 송지선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야구 관계자는 기자에게 “두 사람이 사귀었는 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전제하면서, “(고인이) 구 단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겠느냐”고 귀띔했다. “여자로서 느꼈을 수치 심은 남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을 것”이 라고도 전했다. 두 사람은 야구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타였다. 송지선은 스포츠 케이블 tv ‘MBC스포츠플러스’ 의 간판 아나운서였고, 임태훈은 두산 베어스의 주력 멤버이자 국가 대표 선수였다. 이들의 열애 설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캔들이 터 지자 구단과 방송국은 서로의 입장에 따라 대응 책을 마련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주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산 구단은 임태훈을 2군에 보냈고, 송 아나운서도 자신이 진행하던 ‘베이스볼 투나 잇’에서 하차해야 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 싼 여러 소문이 돌면서, 양쪽 부모가 만나 뭔가 를 논의하고 ‘합의’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당사자 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구단이나 방송국, 또 는 부모들로부터 심적인 압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고인은 지난 4월 자신의 트위터에 “미래가 있을

110

까? 시집이라도 잘 가는 게 현명한 길인 것 같은 데, 내 사랑은 그럴 리도 없다”라는 글을 남기기 도 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가 순탄치 않게 흘러가면서 그녀의 가슴에 점점 깊은 상처가 생 겼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눈을 감기 최소한 한 달 전부터 그 아픔은 계속 커져왔다. 고인은 평소 매우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성격 이었다고 전해진다. 지인들은 그녀가 네티즌이나 주위의 반응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고 스트레 스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얼굴이 알려진 직업 이다 보니 때로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수롭지 않은 듯 씩씩하게 이겨냈으면 좋으련 만, 여린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지난 4월에는 야구 경기 결과를 전하던 중 말실 수를 해 한동안 악성 댓글에 시달렸는데, 당시 그 녀는 “욕설을 보니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 장이 뛰어서 멍해진다”며 힘들어했다. 며칠 후 미니홈피에는 “자살하는 연예인들 심정이 이해 가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 와중에 임태 훈 선수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글이 미 니홈피에 올라오면서(그녀는 자신이 쓴 글이 아 니고 팬에게 아이디를 도용당했다고 했다) 네티 즌들의 장난 섞인 댓글에 또다시 마음을 다쳤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 그리고 상처와 함 께 쏟아진 주위의 삐뚤어진 관심의 무게를 이겨 내지 못했다.

사생활로 구설수, 직장과 꿈을 동시에 잃었다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한 건 사랑의 아픔만이 아 니었다. 자살 소동과 스캔들은 결과적으로 그녀 에게서 꿈을 빼앗았고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겪 게 만들었다. 송지선은 일곱 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을


Program

“여자의 수치심이 극단적 선택 불렀나, 그녀를 괴롭힌 네 가지 마음의 짐, 원망스러운 부분 있지만 지금은 딸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을 뿐” 따라다니면서 야구의 재미에 푹 빠졌다. 소위 말 하는 ‘야구광’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보충 수업 빼먹고 몰래 야구장을 다니다 혼나기 일쑤였고,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다음에는 쉬는 날에도 매 일 야구장을 찾았다. 심지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휴가를 내고 중국에 가 야구 경기를 관람하 기도 했다. 그녀에게 야구는 직업이기 전에 가장 큰 즐거움이고 꿈이었다.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야구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을 때는 “ 이제야 꿈을 이룬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그녀는 야구 팬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 사이에서도 열성

딸의 영정과 마주한 엄마의 심경을 가늠해 보는 건 불가능한 일일 터. 하지만 고인이 쓴 책을 차 마 열어보지 못하는 모습에서 유족들이 겪는 아 픔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적인 아나운서라고 인정받았다. 하지만 자살 소동 이후, 그녀는 프로그램 진행을 중단해야 했다. 회사에서는 그녀의 거취를 공식 적으로 논의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사생활에 관 한 문제니 징계는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스캔들 로 떠들썩했으니 뭔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당시 “송지선 아나운서가 계약직 사원인 데다 논 란이 크게 불거진 이상 프로그램 하차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생활로 구설수에 오른 터라 다른 방송사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111


이었다. 그녀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그때 부터 그녀는 극도로 불안해했다고 한다. 유가족 들은 그녀가 “직업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초조해 하면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마침 고 인이 생을 마감한 날은 방송사에서 그녀의 거취 를 결정해 통보하기로 한 날이었다. 여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쳤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고인은 10년 넘게 서울에서 혼자 생활 했는데 그동안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학비며 생 활비를 챙겨왔다. 고인의 이모는 기자에게 “방송 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한 건 아 니었고, 동생이 아직 학생이라 집에 손을 벌리지 도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심리적인 괴로 움에 현실적인 고민까지 두 배의 부담을 느꼈고, 여린 성격에 혼자 속으로만 삭이며 끙끙 앓았다.

이모가 전한 유가족의 요즘 고인의 아픔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었다. 기자는 수소문 끝에 서울에 사는 고인의 막내 이모인 배씨를 만났다. 고인과 비교적 나이 터울이 적은 그녀는 “어렸을 때 몇 년간 함께 살았던 터라 유난히 정이 가는 조카 다”라며 입을 열었다. 배씨는 “제대로 피지 못하 고 금세 시든 꽃”이라며 안타까워했고, “조카 또 래의 기자를 보니 괜히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고 인의 마지막 모습과 남겨진 가족들의 심경을 전 해 줬다. 요즘 고인의 부모님은 좀 어떠신가요. 어머님이 장례식 장에서 억울한 표정으로 “나중에 모든 걸 다 말하겠다” 고 하셨는데요

지선이를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았잖아요. 언니는 딸에 관한 얘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 어 했어요. 그런데 다른 가족들이 이제 아무 말

112

도 안 하기로 마음을 모았죠. 우리가 어떤 입장 을 말해도 상대는 또 다른 입장이 있을 거고, 그 렇게 평행선을 달리다 보면 또다시 별별 괴소문 이 쏟아지겠죠…. 더 말해 봐야 이상하게 부풀려 진 이야기만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덮자고 했어 요. 그게 소문 때문에 괴로워하다 죽은 지선이의 영혼을 그나마 위로하는 길이고, 남은 네 식구도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어차피 세 월이 지나면 사람들은 지선이 일을 잊을 거고 조 용해지겠죠. 고인이 남기고 싶었던 말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가족들은 이제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형부가 빈소에서 기자에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남은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더니 일 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저렇게 냉 정하게 말하는 걸 보니 친아빠가 아닌 것 같다’ 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기가 막히더라고요. 이러니 가족들이 무슨 말을 하겠 어요. 부모님들은 스캔들이 났던 임태훈씨 측과 연락을 했나요

이제는 아예 안 해요. 지금 와서 두 집안끼리 연 락해 봐야 뭐하겠어요. 장례식 때도 안 왔었고, 만나봐야 솔직히 뭐가 좋겠어요. 야속한 기분도 들겠어요

우리 입장에서야 원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반 대로 누군가는 또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요. 남녀 관계는 당사자만 아는 거니까 제가 말씀 드리기는 좀 조심스러워요. 다만 지선이가 아파할 때 남자가 잡아줬으면 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 족들이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 그냥 침묵하는 건 아니에요. 지선이가 이미 떠나고 없는데 굳이 남 탓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어서 그런 거죠.


Program

관계에 대해 시각차를 보인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서로 상처로만 남았다. 송지선은 상처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았고, 임태훈은 사건 이후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두문불출 중이다.

빈소에 내걸린 이제 겨우 서른 살인 고인의 사진을 보고 지인들 은 “얘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113


고인이 마음도 여린데, 최근에 힘든 일이 많이 겹쳤죠

야구를 워낙 좋아했던 애라서 스포츠 아나운서 하면서 정말 행복해했는데 악성 댓글 때문에 많 이 힘들어했어요. 남들에게 보이는 직업이다 보 니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많았고요. 다른 사람한 텐 말하지 못해도 자기 엄마한테는 힘들다고 자 주 말했나 봐요. 지선이는 마음이 정말 여렸어요. 오죽 힘들었으면 우울증 치료를 받았겠어요. 어머니와 같이 있던 방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 충 격이 크겠어요

언니가 서울에 올라와서 매일 보살폈는데, 그날 딸이 죽는 걸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 어요. 잠깐 못 본 사이에 그렇게 됐다고, 계속 옆 에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면서 정말 많 이 울었어요. 부모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언니는 매일 절이랑 성당에 기도를 하러 다녀요. 얼마 전엔 지선이가 언니 꿈에 나타났는데 환하 게 웃고 있어서 마음이 좀 놓였대요. 그래도 날 짜가 지날수록 아픔이 치료되는 게 아니라 가슴 에 점점 더 사무친대요. 어릴 때부터 워낙 똑똑 하고 예뻐서 언니랑 형부가 3남매 중에서도 특 히 지선이를 끔찍이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두 사 람 다 매일 링거 맞으면서 남은 애들을 생각해 버티고있어요. 동생들이 아직 어리다던데, 잘 견디고 있나요

아니요. 무척 힘들어해요. 막내가 올해 스물한 살 이에요. 형부가 교수로 있는 학교에 다니는데, 학 교에서도 누구 교수 아들이라는 얘기보다 송지선 동생이라는 얘기를 더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던 애였어요. 누나가 집에 왔다가 서울로 올라가면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울 만큼 유독 따랐죠. 막내 는 지선이가 죽었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고 장례

114

식에도 안 왔어요. 배씨는 문득 달력을 넘겼다. 날짜를 가만히 세어 보더니 “7월 10일이 49재”라며 힘겹게 입을 열었 다. 아직 너무 젊은데, 조카의 명이 그것뿐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스캔들 당사자 임태훈, 충격으로 두문불출 중…

고인과의 스캔들에 휘말렸던 두산 베어스 투수 임태훈은 현재 두문불출이다. 고인이 생을 마감한 날 2군으로 내려간 후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고 있다. 두산 베어스 구단 의 한 관계자는 “임태훈이 워낙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2군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 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13일 경기도 구 리에서 열린 2군 경기에 갔을 때도 그는 선수단 과 동행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 지 않는 선수는 있지만, 경기장에 아예 나오지 않 는 경우는 드물다. 구장 관계자들은 임태훈에 관 한 질문에 다들 함구했다. 기자는 서울 대치동에 있는 그의 집도 여러 번 찾 아갔지만 가족과 접촉할 수 없었다. 만나서 얘기 를 나누고 싶다는 편지를 남겼지만 연락은 없었 다. 이웃 주민들도 한동안 그의 가족들을 잘 만나 지 못했다고 했다. 사건 이후 임태훈 측도 심리적 인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는 국가 대표 출신의 스타급 선수다. 지난 2010 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 다. 올해도 프로 야구 개막 후 한 달 동안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캔들이 터지기 하루 전인 5월 6일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날 임태훈은 평소와 달리


Program 상대 타자들에게 많은 안타를 허용하며 점수를 내준 다음 마운드를 내려갔다. 고인의 미니홈피 글이 화제가 됐던 5월 7일에는 팀이 이기고 있을 때 출전해 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로부터 2주 후, 인터넷을 달구던 스캔들이 잠 잠해질 무렵 임태훈은 1군으로 복귀했다. 이날 구단을 통해 “송지선과 연인 사이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그날 경기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둬 충격에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튿날 송지선이 생을 마감했고, 결국 그는 이틀 만에 다 시 2군으로 강등됐다. 구단 측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심신이 불안정해 2군 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태훈은 언론과 의 접촉을 피했다. 대신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 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일어나서 감독으 로서 유감스럽다. 감독에게도 책임이 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팀을 잘 추스르겠다”며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동료 선수는 “본인이 잘 추스르고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주전 투수가 빠지자 두산 베어스의 성적도 하락 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개막 후 줄곧 2위를 달리 던 두산 베어스는 5월 들어 부진에 빠졌다가 임 태훈이 스캔들에 휘말린 후부터 급격히 무너지 며 7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6월 13일에는 8년 동 안 팀을 지휘했던 김경문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 유로 사퇴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소속팀 성적 이 급격히 하락하고 김경문 감독까지 옷을 벗으 면서 임태훈의 부담도 더 커졌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임태훈이 1군에 복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5월 7일 송지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두산 베어스 임태 훈과의 관계 폭로 글 게재. 송지선 트위터에 자살 암시 글 등록. “미니홈피 글은 해킹당했다” 해명 5월 8일 송지선 사과 글 게재, 야구 관련 프로그램 진행 중단 5월 10일 임태훈 2군행 5월 22일 임태훈과 1년간 열애 사실 공개, 이날 1군 복귀한 임태훈은 열애설 부인 5월 23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투신 자살, 임태훈은 두문 불출 중.

송지선의 마지막 15일

115


자식 군대 보낸 부모 마음을 쐈나

해병대 총기 사건, 안타까운 뒷얘기 일각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해야 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픈 사건’이라며 안타까워한다. 해병대 내무반에 발사된 13발의 총알은 눈을 감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들의 마 음까지 쐈다. 해병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비극 이 생긴 걸까. 그 안타까운 뒷얘기를 취재했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중앙포토

116


Program 총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 모 상병은, 사 고 당일 수류탄으로 자살을 시도하다 부상을 입 고 현재 해병대 2사단 의무대에 격리 구금돼 있 다. 사건 초기에는 부모가 병실을 지켰으나 일주 일 후 그가 공식 구속되면서 가족들은 현재 병원 을 떠나 있는 상태다.

김 상병 아버지 “죄인 주제에 무슨 할 말 이 있겠느냐…” 사건이 벌어진 날, 김 상병의 아버지는 아들이 다 쳤다는 연락을 받고 경북 구미에서 부랴부랴 올 라왔다. 부대 방향으로 차를 몰다 아들이 성남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말에 급히 발길을 돌렸고, 다시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겼다는 소식에 10시간 가까이 운전을 했다. 황망하게 병원으로 달려가 던 와중에야 가해자가 아들이라는 소식을 들었 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병원에 누운 아들 에게 그저 ‘왜 그랬느냐?’는 질문밖에 할 수 없 었다. 김 상병의 부모는 사건 당일부터 6일 동안 병원에 머물며 아들 곁을 지키다 구속된 후 집으 로 돌아갔다. 부부는 아들에게 “교도소 가면 봉 사하는 마음으로, 죄를 씻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 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김 상병이 평소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 었다는 걸 몰랐다. 사건 후 김 상병이 자신의 신 병을 비관하고 분노의 감정을 표현해 둔 메모가 발견됐지만, 가족들에게는 그런 얘기를 꺼낸 적 이 없다. 최근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김 상병 의 동생은 지금도 뉴스 속 그 사람이 자기 형이 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김 상병은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친구들에게도 부대 안에서의 일을 잘 털어놓지 않았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친구들이 근황을 물으면 그냥 ‘사회 랑은 좀 다르다’고 말할 뿐 별다른 언급은 없었 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휴가 날짜를 맞춰 놀러 갈 계획을 세우는 등 여느 청년들과 다름없는 모습 이었다. 고향 친구들은 사건 속 김 상병이 자기 친구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믿기 힘들다는 반응 을 보였다. 구속이 결정되고 곧 변호사가 선임됐다. 군대 인 권을 다루는 시민 단체 ‘군인권센터’에서 변호사 연결을 도와줬다. 하지만 김 상병의 부모는 ‘무슨 염치로 변호사를 선임하겠느냐. 사과하는 일 말 고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며 변호인 접견을 한동 안 고사했다. 부모의 사양으로 결국 무료 국선 변 호인이 선임되려던 찰나, 법무법인 창조의 이 모 변호사가 김 상병의 변호를 자처하고 나섰다. 창 조는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 GP초소에서 총 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 김 모 일병 의 변호를 맡았던 곳이다. 이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들 셋을 군대 에 보내본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마 음이 들어 변호를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상병이나 가족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세상 을 떠난 청년이 넷이나 있고 유가족들의 마음이 아직 달래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상병의 입장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상병의 부모는 지난 7월 14일 변호사를 만나 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날도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연방 고개만 숙였다. 두 사 람은 요즘 누구를 만나든 “유가족분들께 정말 죄 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 이병 어머니 “4일만 있으면 휴가였는데…” 117


사건 당일 김 상병의 범행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 는 사람이 있다. 현재 해병대 2사단 구치소에 구 속된 정 이병이다. 조사 결과 범행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해군 중앙 수사단은 정 이 병에게 사전에 김 상병과 함께 범행을 공모했다 는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정 이병의 부모는 지난 7월 14일 기자와 만난 자 리에서 “아들의 혐의를 믿을 수 없다”며 울먹였 다. 정 이병이 부대 전입 후 선임병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고, 팔에는 담뱃불로 지진 상처가 있 다는 기사가 보도된 후였다. 어머니 이씨는 “아들에게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 었지만 워낙 겁에 질려 있는 데다 너무 괴로워해 서 도저히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 버지 정씨도 “집으로 전화를 걸어올 때마다 늘 잘 있다고 했고, 훈련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견딜 만하다기에 안심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부는 손을 앞으로 나란히 모은 자세로 한참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들이 첫 휴가를 나오기 4일 전에 사고가 터 졌어요. 며칠만 기다렸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 데….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떻게 보 면 우리 아들과 김 상병도 피해자입니다.” 정 이병의 변론은 여성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김 모 변호사가 맡고 있다. 변호사는 기자와 만나 “ 정 이병이 가족과 면회한 자리에서 ‘김 상병은 정 신병자가 절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정 이병이 처음 가족과 만나던 날 겁에 질린 채 계속 울기만 했고, 변호사가 뭘 물 어봐도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만큼 바짝 군 기가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정 이병의 부모는 사

118

건 이후 최근까지 언론에 해병대 관련 뉴스만 나 와도 노심초사 걱정하며 변호사에게 전화해 걱정 을 털어놓고 있다. 정 이병은 신학도 출신으로 평소 경기도 평택의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목회자를 꿈꿔왔 다. 현재 그가 다니던 교회의 지인들은 “(고참의 지시대로) 이등병이 상병과 함께 범행을 공모했 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 이병 구명 운 동을 벌이고 있다.

아들 잃은 유가족들 “아이들을 가해자로 내몰 지 마라” 지금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이미 세상을 떠 난 청년들의 유가족이다. 이들은 “아들을 잃은 슬 픔은 말할 것도 없고, 가혹 행위가 이슈로 떠오르 면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이 별안간 가해자 취 급을 당하는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례식 기간 동안 성남의 국군수도병원 영안실 에서 유족과 만났을 때도 그랬다. 거기서 만난 유 족 중에는 김 상병이 평소 ‘죽이고 싶다’고 언급 했던 해병대원의 친형도 있었다. 그는 “오히려 김 상병이 동생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형의 주장 에 의하면, 숨진 해병대원은 사고 전날도 전화를 걸어 ‘김 상병에게 시달리느라 힘들고 괴롭다’고 털어놨다, 그는 “왜 동생이 왜곡된 눈으로 비쳐지 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인의 아버지도 “김 상병이 아들을 성희롱하는 등 상습적으로 괴 롭혔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사망자의 아버지도 “피해자인 우리 아들 이 순식간에 가해자로 바뀌어버렸다”면서 “며칠 만 있으면 포상 휴가를 나온다던 아들이 총에 맞 아 죽었는데, 마치 후임병을 괴롭히는 나쁜 고참


Program

군대에서의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모들이 피부로 느끼는 구타나 가혹 행위, 왕따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래 사진은 총기 사고가 일어나기 이틀 전, 다른 해병대 부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 이등병의 유가족이 군 수사관들과 나눈 대화를 적어둔 메모다. 이 쪽지에도 구타와 가혹 행위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119


이 된 것 같아 억장이 무너진다”며 억울해했다. 한 유족은 “택시 기사 수입으로 대학 등록금 대 기가 버거워 조카가 어렵게 학비를 벌며 공부하 다 해병대에 왔는데 불명예스럽게 눈을 감았다” 며 침통해했다. 실제로 유족들은 군의 조사 결과 발표와 언론 보 도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혹시라도 고인들이 왜곡되게 비쳐질까 염려했다. 사고 당일, 긴박한 현장에서 정신없이 기사가 쏟아져 보도 내용에 크고 작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유족 대표 들은 그때마다 거세게 항의하며 단어 하나, 작은 뉘앙스에도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상병과 정 이병 어떻게 되나, 상관 살해 적 용되면 형량 무거울 듯, 정 이병은 치열한 법 적 공방 예상 현재 부상을 당한 김 상병은 해병대 2사단 의무 대에 격리됐고, 정 이병은 2사단 구치소에 수감 됐다. 김 상병에게는 상관 살해와 살인, 살인 미 수, 군용물 탈취 혐의가 적용됐고, 공모자 정 이 병은 살인 미수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부문에 대 해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일단 김 상병은 범죄 행위 자 체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보지만, 정 이병에게는 과연 공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따 져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단 총기 사고를 조사한 군 당국은 “(정 이병이) 공모한 것은 맞지만,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 다”고 밝혔다. 총기 탈취나 사격 등 직접적인 범 죄 행위는 저지르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이 부분 만 보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을 것으로 보

120

인다. 물론 이것은 1차 조사 결과이고, 정확한 내 용은 앞으로 재판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 사건이 크게 이슈화됐지만 본격적인 조사와 재판 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우선 지난 7월 19일, 사 건 발생 후 처음으로 현장 검증이 열렸다. 김 상 병 측은 비교적 순순히 조사에 응했고, 정 이병 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우선 상관 살해는 군법에서 가장 무겁게 다루는 죄 다. 만일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면 무기 징역 이나 사형 수준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 최전방 소초에 서 총기 사고를 일으켰던 김 모 일병에게도 사 형이 선고된 바 있다. 다만, 정 이병의 경우 공모 범위가 어디까지 적용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 라질 수 있다. 현장 검증을 앞두고 김 상병 변호인은 “유족들의 마음이 진정되는 게 먼저”라면서 향후 변론 계획 에 대한 말을 아꼈다. 정 이병의 변호인은 “정말 로 역할을 분담해서 범죄 행위에 가담했는지 여 부는 철저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제 하면서 “변호인 입장에서는 공범으로 보기 힘들 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해병대 사고 일지 재구성, 의도적인 조준 사격인가 우발적 실수인가 김 상병은 왜 총을 쐈을까. 이 의문을 두고 여러 얘기가 오 간다. 삐뚤어진 군대 문화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고, 적응 하고 참아내지 못한 개인의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7 월 4일 낮 11시 40분, 김 상병이 동료들에게 K-2 소총 13발 을 쐈다. 사건이 일어나기 두시간 전, 김 상병은 정 이병에


Program 게 ‘○○○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으나 정 이병은 ‘그러지

한편 김 상병 역시 왕따와 가혹 행위의 피해자였다는 주장

마십시오’라며 말렸고, 김 상병이 범행에 동참할 것을 지시

도 있다.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이병은 변호사와 만난

했으나 정 이병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해군

자리에서 “(김 상병은) 탈영하려고 총을 훔쳤는데 총을 들

중앙 수사단이 공식 발표한 사건 당일 현장의 모습이다.

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자기에게 다가오니까 엉겁결에 쐈

해병대 측은 김 상병이 총을 ‘난사’한 것이 아니라 특정 인

다. 그다음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물을 향해 ‘조준 사격’했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범행 동

이병은 변호인을 통해 “김 상병이 부하들에게도 제법 잘 해

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사본부 측에서는 계획적으로

줬고 상관에게 깍듯했지만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벌인 일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사건 직후 김 상

보도에 의하면, 김 상병 역시 면회하러 온 가족들에게 “(처

병이 조사단과의 면담을 통해 “모두 죽이고 도망가려고 했

음 총을 쏜) 그 순간부터 손이 덜덜 떨리고 내 정신이 어떻

다”는 진술을 한 데다, 부대원 중 일부가 “김 상병이 평소 적

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실제 가장 먼저 사망한 것으로 알

응을 잘 못해 선임병에게 질책을 많이 받았다”고 증언했기

려진 이 모 상병은 평소 김 상병과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때문이다.

알려졌다.

해병대 총기 사건, 안타까운 뒷얘기 “군대라서 그렇다는 시선 경계해야”

해병대의 기수 열외가 사고 불렀나_

왕따와 가혹 행위가 이슈가 된 건 김 상병이 조 사 과정에서 구타와 ‘기수 열외’를 언급하면서부 터다. 기수 열외는 해병대에만 존재하는 은밀한 문화로 부대원들이 특정 병사를 따돌리는 행위 다. 김 상병은 누가 왕따를 시켰느냐는 질문에 사 망자 중 한 명을 거론했다. 그는 평소 김 상병이 ‘죽이고 싶다’고 언급했던 바로 그 대원이다. 그가 주동자로 지목한 사람은 김 상병보다 후임 이다.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해병대는 ‘기수’가 곧 생명이어서 제대한 지 십수 년 된 사 람들도 선배 해병에게는 무조건 깍듯하게 대하 지 않던가. 하지만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거

기 얽힌 뒷얘기가 있었다. 기수 열외 대상자로 지 정되면 후임병들을 시켜 그 사람에게 일체의 고 참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 조사 결과 김 상 병은 “기수 열외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몇몇 후임 들이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 조만간 기수 열외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을 갖 고 있었다. 공범으로 지목된 정 이병은 가혹 행위를 당했 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학대학 출신으로 목회자 를 꿈꿨는데, 한 고참이 ‘병장은 하느님과 동급이 니까 나를 믿으라’면서 정 이병 앞에서 성경책을 불태웠고, 팔을 담뱃불로 지지는 등 육체적-정신 적인 가혹 행위가 이뤄졌다. 심지어 바지에 불을

121


붙이거나 얼굴과 목에 소염제를 발라 놓고 화끈 거려도 씻거나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 다고 한다. 실제로 사건 후 조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저지 른 것으로 밝혀진 해병대원 2명이 추가 구속됐 다. 김 모 병장과 신 모 상병이 폭행 혐의로 구 속된 것. 해군 중앙 수사단에서 부대원들을 상대 로 집중 조사한 결과다. 이들은 김 상병과 정 이 병에게도 직접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사망한 해병대원들과 김 상병, 정 이병 사이 에 평소 어떤 일들이 오갔는지는 아직 자세히 전 해지지 않고 있다. 군기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_

최근 군대와 관련해 안타까운 소식이 자꾸 전해 온다. 행군하던 훈련병이 탈진해 숨지는가 하면, 귀가 답답하니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가 꾀병이라며 묵살당했던 이등병이 스스로 목 숨을 끊기도 했다. 최근에도 해병대에서 자살 사 건 2건이 보도됐다. 이렇게 군대 내의 사건 사고 가 여러 차례 이슈가 되던 차에 총기 사고까지 터지면서 병영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 아졌다. 이번 총기 사고를 보면서 누가 먼저 괴롭혔는지, 누구의 잘잘못인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잊 을 만하면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 유를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부적응으로 보 는 시각을 경계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군인권센 터 임태훈 소장은 “문제를 자꾸 특정 대상으로 만 한정 지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구조적인 문

122

제와 사회적인 문제가 있는데 개인에게만 책임 을 물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두 해병대원의 변 호사도 나란히 그런 입장을 밝혔다. “범죄 행위 와 공범 여부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은 냉정하게 내려야겠지만, ‘군대라서 그렇다’ ‘적응을 못하고 사고 쳤다’ 이런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타나 가혹 행위를 사병들만의 문제라고 축소 해서 보는 시각도 문제다. 임태훈 소장은 “간부 들은 내무 부조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사병들 사이의 악습’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고위 간부는 하급 간부들을 대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돌 아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개인의 군기가 아니라 조직 분위기 전체를 손대야 한다는 목소 리가 높다. 군 당국에서는 늘 ‘재발 방지 교육을 철저히 하 겠다’고 밝히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늘 불안한 게 사실이다. 군인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부모 들은 뭘 해야 될까. 인권센터 관계자와 심리 상 담가들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나보다 약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바른 인식을 심어주 라고 조언한다. 힘없고 약한 아이와 어떻게 어울 리라고 가르쳤는지, 혹시 공부를 좀 못하거나, 집 안이 어려운 아이들과 놀지 말라고 한 적은 없 는지 짚어보자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과는 별개로 좀 더 큰 틀에서 본다면”이라는 단 서를 달고 “나도 엄마지만 자기를 사랑하는 법 을 가르치는 데는 관심이 많은데 다른 사람을 사 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는 적은 것 같다”면 서 아쉬워했다. 성인이 된 아들은 군대 얘기를 부모에게 털어놓지 않는


Program 다_

국방부가 밝힌 군 사망 사고 현황을 보면 2006 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부 625명이 복무 중 눈을 감았는데 자살이나 총기 사고, 폭행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4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자살자 수는 지난 2006년 77명에서 2010년에는 82명으 로 소폭 늘었다. 이에 대해 임태훈 소장은 “자꾸 군기를 강조하면 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 변화에 군 이 적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군대에서 누가 괴 롭혀도 다들 ‘잘 있다, 괜찮다’라고 말하지, 스무 살 훌쩍 넘긴 아들이 그걸 부모에게 얘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 으면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 국 장은 “군대 스스로 인권이나 병영 활동 실태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군 의 특수성을 감안해야겠지만, 공정한 외부 기관 을 통한 꾸준한 감시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견해 를 밝혔다. 실제로 인권 단체 등에서는 군부대 방문 조사 등 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 2005년 이후 외부에서 군대 내부의 자세한 인권 실태 조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 tip_해외 군 인권 보호 사례 대만은 외부 인력인 인권 운동가나 교수, 심리 상담가 등이 인권 위원으로 위촉돼 부대 안에서 활동하고 있고 독일은 지난 1915년부터 민간 위 원으로 구성된 ‘국방감독관’이 상시적으로 부대 에 방문해 조사한 내용을 공개한다. 군인권센터 는 국내에도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123


‘잘 노는’ ‘똘끼충만’ 딴따라일 뿐이라고?

124


Program

요즘 대세 UV와 이태원 클럽에 동행하다! 히트곡 ‘이태원 프리덤’ 발표 이후 이태원 클럽 최초 입성이다. 지난 7월 17일 새벽 1시 30분, 인기 그룹 UV가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 로코코에 나타났다. UV가 초대된다는 사실에 이날 클럽의 티켓은 진작 매진이었다. 수백 명이 빼곡히 들어찬 클럽 안에는 UV를 외치는 목소리와 환호로 엄청난 열기 를 뿜어내고 있었다. UV의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가. 그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함 께,지난밤 이태원을 들끓게 한 UV와의 클럽 동행기를 방출한다.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UV가 갖는 사회적 가치

개그맨 유세윤과 아티스트 뮤지로 구성된 UV의 인기가 대단하다. 그냥 즐기려고 시작한 두 남자 의 유쾌한 놀이에 대중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빠 져들고 있다. 지난해, 재미 삼아 만든 ‘쿨하지 못 해 미안해’가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네티즌의 폭 발적인 사랑을 받은 이후 이들은 ‘집행유애’ ‘인 천대공원’ ‘이태원 프리덤’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 키며 UV의 저력을 과시했다. 뼛속까지 개그맨이 라는 의미의 ‘뼈그맨’ 유세윤과 실력파 뮤지션으 로 전문 음악 업체인 뮤지사운드를 운영하는 뮤 지의 결합이기에 이들은 개그와 음악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확실히 UV는 대중문화계에서 독보적 존재다. 일 단 개그맨인지 뮤지션인지, 그들의 정체성을 확 실하게 규정짓기 어렵다. 개그로 보기엔 너무나 잘 만든 노래, 정식 가수로 보기엔 지나치게 유치 하고 엽기적인 행각들 때문이다. 손등에 ‘뽀로로’ 스티커 문신을 새기고, 교실에서 신는 ‘삼선 슬리 퍼’로 멋을 내면서도 음악성만큼은 기성 가수 못 지않게 훌륭하니 이들이 스스로를 ‘천재 뮤지션’ 혹은 ‘범우주적 스타’라 해도 밉지 않다. 이 모든

게 ‘개그’라는 안전지대에 있기 때문에 대중은 이 들에게 관대한 시선을 보낸다. UV가 재미로 보 여주는 놀이에 대중 또한 재밌어서 동참하고 있 기 때문이다. 가수 유희열도 “이 시대 문화 아이 콘이고 신드롬의 주역인 데다 처음으로 나도 이 팀에 가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질투와 샘이 나 는 그룹”이라며 자신의 진심에 UV식 개그 코드 를 담아 이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사실 UV가 보 여주는 퍼포먼스와 음악은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꽤나 훌륭하다(기존의 개그맨들이 리메이크 음반 을 발표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UV의 음악 을 들어본 이들은 대부분 ‘중독성이 장난이 아니 다’라고 평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가요’ 를 만드는 능력을 가졌기에 이들은 대중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이토록 완벽하게 개그와 음악 을 컬래버레이션한 이들은 없었기에 UV는 그 희 소성 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들이 건네는 카타르시스가 흥행의 포인트

평범한 지구인 두 사람이 위대한 UV로 변하는 데 필요한 장치는 가발 하나면 된다. 이들은 가발 을 통해 UV라는 독특한 가상 쇼로 사람들을 불 러 모으고 정말 마음껏 자신들의 ‘똘끼’를 표출한

125


광고, 게임 음악을 하는 뮤지(위)는 코미디 연기가 하고 싶었고, 개그맨 유세윤(아래)은 음악이 하고 싶었다. 오랜 친 구인 두사람은 ‘유부남 둘’이라는 의미의 UV를 만들어 재미있게 놀고 있다.

다. 스스로를 ‘음악의 신’이라고 설정한 UV는 완 벽한 역할 놀이를 대중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이 다. 빅뱅, 김조한, 정엽, 박진영까지, 그들은 내로 라하는 뮤지션들을 마구 조롱(인터넷에서는 이 를 ‘UV 능욕’이라고 말한다)해도 이런 장난에 딴 지를 거는 안티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장 난도 정도껏 하라’는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대체 적으로 UV는 우호적인 시선 아래에서 활동하는 특혜를 누린다. 유세윤과 뮤지는 UV 활동을 통해 돈을 벌고 성 공을 해야겠다는 집착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정말 재밌어서 곡을 쓰고, 집에서 휴대폰

126

카메라로 뮤직비디오를 찍고, 자신들을 찬양하 는 페이크(가상) 다큐멘터리(‘UV 신드롬’)을 만 들 뿐이다. ‘진정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못 당해 낸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들은 몸소 보여 주고 있다.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지 않는 이유 도 ‘UV만의 독창적인 성향이 담긴 음악을 만드 는 게 정말 재밌어서’란다. 이들에게 ‘창작의 고 통’ 같은 건 없다. 이 모든 과정 자체가 남 주기 엔 너무도 아까운 자신들만의 신나는 유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말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이 두 남자의 모습에서 대중은 대리 만족을 느끼며 열광하고 있다. 그리고 UV가 보여주는 즐


Program 거운 장난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물질적 성공 같은 건 관심 없다며 쿨하게 넘기고 더 큰 재미 의 보물섬을 찾아나서는 다 큰 사내들의 놀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까. 아래 기사는 UV의 ‘우주 대스타’라는 재밌는 설정 을 그대로 따르며 진행했습니다. UV와 세 시간 동안 야밤 동행을 하면서 사람들 이 왜 UV에게 열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 다. UV는 “나는 왜 열정도 없고 사는 게 시들한가” 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제공하 고 있었습니다. UV와 함께한 시간을, 그들이 성공 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인 ‘행복 키워드’로 정 리해 봤습니다. PM 11:00 민낯, 뮤지션 UV의 자신감

UV를 만나기 위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이

태원에 도착했다. UV가 공연할 클럽 앞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토요일 밤에 클럽을 찾은 남녀들은 저마다 화려한 복장으로 한껏 멋 을 냈고 “오늘 진짜 UV 오는 거야?”라며 살짝 흥분한 상태로 줄을 서 있었다. UV의 매니저에 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행방을 물었다. 대학로의 ‘HOT 떡볶이’ 가게에서 분식을 먹고 있다는 상 황이 접수됐다. 요즘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음악 페스티벌 준비 때문에 노래 연습을 하다가 출출 해졌다는 것. 좀 일찍 와서 메이크업 하는 모습 을 찍으면 안 되겠느냐고 하자 “UV는 메이크업 을 하지 않아요. 그들은 언제나 민얼굴이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주얼 가수 타이틀은 김범수에 게나 줘버린 UV는 오직 음악만으로 승부하겠다

127


는 자신감으로 얼굴은 내버려둔단다. 행사나 방 송을 할 때 메이크업 숍에 들를 일이 없으니 이 들의 출발지는 언제나 유세윤의 스위트 홈인 경 기도 파주다. AM 12:30 가발 쓰기는 일종의 의식 행위

우리의 만남은 클럽 옆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서 성사되었다. 편안한 복장으로(알고 보니 무대 의상이었다!) 기다리던 UV와 감격적인(기자에게 만) 첫인사를 나눴다. 준비하는 모습부터 사진을 찍으려 하자 “일단 가발부터 쓰고요”라며 은근히 경계한다. UV에게 가발 쓰기란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배우가 짙은 분장으로 역할 준비를 하듯, 이들은 레게 스타일의 독특한 가발을 쓸 때 에만 ‘음악의 신’ UV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이 가발은 유세윤, 뮤지에겐 확실한 자기 최면이고 지켜보는 이들에겐 ‘UV라는 쇼를 보고 있다’라는 정확한 표식이 된다. 그동안 UV는 공식 활동 무

128

대에 가발을 쓰지 않고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었 다. 매번 다양한 스타일의 가발과 헤어밴드를 직 접 구입한다는 유세윤은 이태원 첫 공연을 기념 해 새 가발의 포장을 뜯었다. 잘 어울린다는 칭찬 에 “뮤지가 쓴 게 더 예쁜 것 같은데…?”라며 은 근히 파트너의 비주얼을 탐내면서도 카메라 앞에 서 ‘세윤신’(네티즌이 붙여준 애칭)만의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쉬지 않고 선보였다. 요즘 UV를 찾는 곳이 많아 피곤하지 않으냐는 물음엔 “어차피 즐기려고 하는 거라서, 되도록 힘들다는 마음은 안 가지려고 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UV를 많이 좋아해 주시니까 신나서 하고 있어요”라며 ‘진정 즐기는 자’의 모습을 보 여줬다. 지하 주차장이라 딱히 앉아 있을 곳이 없 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세윤신은 멀뚱히 서 있는 기자에게 자신들이 타고 온 차에 앉아 있으라며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기도 했다. UV가 내려준 ‘ 강 같은 은혜’에 감격하며 그들의 변신을 하나하


Program 나 지켜보았다. AM 12:45 UV의 팬이라면 자격 시험은 필수

유세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뮤지는 그 룹 하이사이드의 리더로 10년 넘게 음악을 해온 뮤지션이다. 광고와 게임 음악을 전문으로 만드 는 프로듀서인 뮤지는 뛰어난 가창력과 작곡 실 력으로 UV의 음악적 수준을 높이는 중요 인물이 다. “평소 코미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UV 활 동을 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라며 담담하게 이 야기하는 뮤지의 환한 미소가 보고 싶어 “UV의 팬이다, 1집 사인 CD도 갖고 있다”라고 하자, 2 집 수록곡인 ‘999’를 당장 불러보란다. 예상치 못 한 공격, 역시 UV다운 팬 감별법이다. UV 앞에 서 이 정도 테스트쯤은 통과해야 그들의 진정한

팬이 될 수 있는 것. 그들은 팬에게도 호락호락하 지 않았다. “‘집행유애’와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가사를 안 보고도 부를 수 있는데 왜 하필 잘 모 르는 곡을 시 키느냐”며 머쓱해하자, 대뜸 “껌 있 어요?”라며 딴소리를 한다. 역시 어디로 튈지 모 르는 UV다운 쿨함이다. 클럽 공연을 앞두고 기 대되지 않느냐는 말엔 “우리가 방송을 안 하니 까 인기가 많은지 잘 모르겠다가도, 클럽이나 콘 서트 무대처럼 관객들이랑 직접 만날 때 미친 듯 이 환호해 주니까 기분이 좋아요”라며 전혀 들뜨 지 않은 말투로 말한다. 뮤직비디오나 무대 위에 선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 내는 그들이지만, 평소 엔 평정심을 유지한다. 유세윤이 무대용 신발인 핑크색 삼선 슬리퍼로 갈아 신자 모든 채비가 끝 났다. 이제 클러버들을 열광시킬 시간, UV는 ‘저

129


찬란한 불빛, 젊음이 가득한 세상’인 이태원 거리 로 성큼성큼 나섰다. AM 1:30 UV는 떨지 않는다

혼잡한 클럽 안이라 혹시 모를 안전 사고에 대비 하기 위해 경호원만 5명 이상, 매니저까지 합세 해 족히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UV를 감싸며 무 대 옆의 작은 대기실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클 럽은 UV의 광신도들이 모인 듯, 그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로 고막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대기실 의자에 앉은 UV는 목을 풀거나 물을 마 시는 등 라이브를 위한 별다른 준비는 하지 않

130

았다. 뮤지는 가발 이쪽저쪽에 꽃을 꽂아보다가 TV에 시선을 돌린다. “전혀 긴장되지 않아요. 재 밌을 것 같은데. TV 재밌네요”라며 담담한 목소 리로 딴소리를 한다. 평소 실력으로 해보겠다는 대단한 자신감, 무대에서 마음껏 놀겠다는 편안 한 마음이 두 사람을 더욱 미치게 하는 원동력이 었다. 정말 1초도 떨지 않던 UV는 오프닝 곡인 ‘999’의 반주가 흘러나오자 무대 위로 그냥 뛰어 올라간다. 그들의 등장에 좀 전보다 10배는 큰 환 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클럽에 모인 사람들을 순 식간에 장악하는 UV.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된 ‘ 우주 대스타’다운 면모였다.


Program

AM 2:00 우린 넘버원, 당당히 최고급을 요구하라

겨우 노래 한 곡이 끝나는데도 클럽은 열광의 도 가니다. UV는 “ ‘이태원 프리덤’을 발표하고 나서 오늘이 이태원 첫 공연이에요. 아, 드디어 적당한 값을 받고 이태원 무대에 오르네요!”라고 특유의 건방진 표현으로 기쁨을 표했다. 열창으로 목이 타자 물을 달라던 UV는 “프랑스제 에모 생수 없 어요? 우린 고급만 먹는데?”라고 톱스타답게 당 당히 최고급을 요구한다. 이들이 도도한 말을 내 뱉을수록 팬들의 함성 소리가 더 높아진다. 오늘 의 드레스 코드가 복고라는 말에 클러버들을 둘 러보던 유세윤은 “뭐야, 그냥 촌스럽게 입은 거잖 아요? 거긴 그냥 옷 못 입은 사람들인 거죠?”라 고 깐죽거렸고 여기저기서 ‘킥킥’ 웃음이 터져 나 온다. UV의 ‘관객 능욕’에도 누구 하나 기분 나 빠하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한 남성 팬은 UV에 게 “형님 욕해 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 다. “에이, 무대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욕을 해요. 그러지 말고 여러분이 시원하게 저희한테 욕해 주세요”라며 관대한 미소를 짓는 UV.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때 수백 명의 클러버가 UV를 향 해 온갖 욕을 하자, 이에 질세라 UV는 마이크를 입 가까이 대고 더 다양하고 걸진 ‘욕 세트’를 내 뱉는다. 거친 욕을 들었음에도 관객들은 까무러 칠 듯이 더 좋아하니, 이런 희한한 광경을 어디 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얼마 전 시상식에서도 “ 벌써 세 번째 수상이라 솔직히 좀 지겹네요. 도 대체 우리 음악을 왜 좋아하는 거죠?”라는 재수 없는 멘트를 과감히 해 화제에 오른 UV는 이처 럼 아슬아슬한 농담을 통해 의외의 웃음을 선사 한다. “우린 뭐든지 다르게 가고 싶어요. 특별한 게 좋잖아요.”

앙코르까지 총 4곡을 연달아 부른 UV는 땀으로 온통 젖은 몸을 티슈로 대충 닦고 가발을 벗은 후 다시 클럽을 빠져나갔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달라, 사인을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안전을 염려해 일단 밖으로 무사히 나가야 했다. 이태원 길거리에서 진짜 UV를 만난 사람들은 “ 어머, UV다! 대박!”을 외치며 “이태원 프리덤 짱!” 을 연발하기도 했다. 식상함을 거부하는 UV의 자유로운 정신이 무엇 인지, 가까이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면 충분히 느 낄 수 있다. 손을 높이 들며 ‘프리덤!’을 외치는 그 들에게선 우리가 마음속으로만 상상하던 진짜 ‘ 자유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 그맨과 뮤지션의 성공적 하이브리드로 대중문화 계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UV. 이들의 더 강한 장난을 기대하는 건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 다. 보고 있나 UV, 그대들이 진정 대세다!

131


다문화 여성들의 희망

효재와 통영 누비 사업단에 가다 경남 통영의 대표적인 어시장 서호시장. 여기에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이주 여성들의 희망이 자라나고 있는 이곳에 이효재씨와 동행했다. 기획_김지선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취재 협조_민들레누비사업단(055-646-8906)

132


Program

통영의 보물, 누비 통영의 누비는 섬세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곳의 지역 특화 사업이다. 통영에서는 적극적으로 통영 의 전통 누비를 지원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통영YWCA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다. 이 훈련은 통영 YWCA 에서 운영하는 ‘민들레누비사업단’으로 2009년부 터 바느질 교육과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 2011년부 터 한국여성재단으로부터 ‘다문화가정 직업ㆍ창 업 지원 사업’ 파트너 단체로 인정받아 직업 교육 비 지원을 받고 있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생명 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삼성생명이 ‘민들레누비사 업단’을 후원하는 것. 다방면에서 이루어지는 훈 훈한 후원이 경제적인 도움의 측면을 넘어 일상의 행복과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이주 여성들의 누비 관련 교육은 통영YWCA 부 속 기관인 통영 지역 자활 센터 가온누비가 담당 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들 중 많은 수가 결혼

전에 재봉틀을 이용한 직업을 가졌고 그래서 누 비 기술을 비교적 쉽게 습득하는 것을 보고 이러 한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이곳은 단순히 결 혼 이주 여성들의 취미 생활을 넘어 이들의 일자 리를 창출하고 통영 전통 누비기술 전수와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취지를 갖고 있어, 단순히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다는 개념 외에도 통영의 문화 자원을 지속시키는 역할도 한다. 여기서 잠깐 누비 이야기를 하자면 누비는 두 겹 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 지게 박는 바 느질이나 이러한 방법으로 만든 물건을 말한다.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간격에 따라 잔누비-중누 비-드문누비, 형태에 따라 홈질누비-박음질누비, 솜의 유무에 따라 솜누비와 겹누비로 분류하기도 한다. 솜을 넣어 홈질한 것은 볼록누비, 골이 깊고 넓어 오목하게 보이는 것은 오목누비, 솜을 넣지 않고 천과 천만을 누빈 것을 납작누비라고 한다. 이곳 ‘민들레누비사업단’의 대표적인 누비는 잔누

민들레누비사업단’의 주요 품목은 가방이다. 다채로운 컬러의 누빔 가방은 실용성이 특징.

133


(좌)동전과 카드 등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주머니.

(하)누빔 천으로 만든 지갑은 내구성 이 좋아 오래 써도 쉽게 해지지 않는다고.

비다. 잔누비는 누비 간격이 0.5cm 이내의 것으로 그 바느질이 정교하여 올을 셀 수없을 정도다. ‘민 들레누비사업단’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업에 영감 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씨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업에 참여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교육 기간 동안 수강료는 물론이고 재료비까지 무상으로 지원되 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 초급반 과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받고 실력 이 향상되면 빠르면 6개월 후에 건너편 작업장으 로 가서 임금을 받으며 누비 제품을 생산하게 되 는 시스템이다. “민들레누비사업단은 통영YWCA의 부속 시설과 비슷한 개념으로, 자체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돼요. 하루 종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면서 동시에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곳이죠. 특히 누비는 한국어를 못 해도 가능 한 작업이라서 참여율이 높아요. 또 교육이 끝난 후에는 이곳 민들레누비사업단에 취업을 하거나, 가사일로 시간이 여의치 않은 여성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도 참여할 수 있어요.” 통영YWCA 회장 허점숙씨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우리 문화인 누 비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여기까 지 성장해왔다고 설명한다.,

이주 여성들의 한국살이 누비 바느질과 이주 여성들의 꿈이 자 란다 ‘드르륵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통영YWCA ‘민들레누비사업단. 통영항에 바로 근 접한 이곳은 계단을 중심으로 교육장과 작업장 으로 나뉘어 있다. 수업 때마다 15~20여 명의 이 주 여성들이 참여하는데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중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서로 언어는 다 르지만 타국에서 산다는 동질감이 이들을 친구로 만든다고. 이 교육장에서 이주 여성들은 1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두 시간 동안 누 비 교육을 받는다. 원하는 이주 여성은 누구나 수

134

“언어도 다르고 정서도 다른 이곳이 낯설기도 하 고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 왜 답답하 지 않겠어요. 통영YWCA 한글교실에서 언어 교 육을 받는데, 10개월~1년 사이에 한국어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 람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집에만 있게 되어 한 국 생활 적응이 더욱 힘들죠.” 통영YWCA 민들 레누비사업단에서 누비 교육을 담당하는 허영희 팀장은 타국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주 여 성들이 취미를 가지면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된다 고 말한다. 자라온 환경이 다른 탓에 한국 여성 들과도 쉽사리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녀들


Program 교육장을 방문한 이효재씨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누비 연습을 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한 명씩 인사를 건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은 새로 사귄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교육장을 찾는다고. 이익창출을 넘어 이곳이 그 녀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7년째인 샤론은 김나영이라는 한국이름을 또렷하게 발음하며 자 신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필리핀에서도 집에서 재봉틀을 사용했기 때문에 시작할 때부터 부담 감도 없었고요. 누비가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을 한국사람들이 사용한다 는 자부심도 생기고, 필리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누비가 이제는 내 나라의 문화라고 생각돼서 할

수록 기분이 좋아요.” 6개월의 과정이 끝난 후 모두 작업장으로 이동하 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지 1년 이 지난 딘티하우(한국 이름 강한나)가 그 예다. “재봉틀 실력이 잘 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이곳 에서 재단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해서 그때부터 재단을 담당하고 있어요.” 약간은 어두운 표정을 띠고 있던 앳된 모습의 우 즈베키스탄 이주 여성은 한국으로 시집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고향에 있는 가족이 많이 그리울 거예요. 언어가 달라 남편과 대화도 되지 않고 심지어 나이 차이도 많으니 이 것저것 힘든 부분이 많겠죠. 이곳에는 우즈베키

135


스탄 여성이 한 명뿐이라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 는 친구도 없는 상태여서 저도 신경이 많이 쓰여 요. 꼭 이 여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결혼 이주 여성들이 평생 고향의 가족들을 마음에 품고 살 아가고 있어요.” 누비 교육 담당 허영희씨의 설 명이다.

이효재에게‘ 디자인’을 배우다 “저도 바느질장이에요.” 이효재씨가 자신을 이렇 게 소개하자 한쪽에서 “장이는 기술자라는 뜻이 에요”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효재씨를 자신과 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주 여성들이 갑 자기 동질감을 느끼면서 한결 표정이 부드러워 진다. 이주 여성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인사 를 건넨 이효재씨는 그녀들의 누비 솜씨를 감상

하는 내내 꼼꼼한 바느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이효재씨는 바느질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방 전 체를 다 누비지 말고 어느 부분은 비워두세요. 한 국은 원래 여백의 미를 좋아하잖아요.” 그러면서 자신이 손수 만든 테이블 매트를 꺼내보였다. “ 제가 좋아하는 꽃과 꽃잎 모양을 가장자리에 조 용하게 바느질했어요. 이 바느질만으로도 충분히 누비 작품이 탄생되거든요.” 그리고 이효재씨는 단순히 바느질만 한다고 생 각하지 말고 앞으로 디자이너의 마인드로 어떻 게 하면 더 좋은 그리고 세련된 누비 제품을 만 들 수 있을지 고민하라면서 사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홀

올해부터 통영YWCA의 ‘민들레누비사업단’에서 누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허영희 팀장과 결혼 이주여성.

136


Program 한국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마음이 통하면 그만이다. 이곳에도 이효재씨를 좋아하는 이주 여성들이 많아 짧은 강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리는 제품을 만들어보세요. 그러면 자신이 만든 작품의 값어치가 올라가게 되죠. 저는 ‘시작은 미 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을 좋아해요. 여러분에게 정말 들려주고 싶은 말이네요. 지금 은 비록 조그마한 이곳에서 누비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반드시 누비로 전 세계를 누비게 될 것이 란 꿈을 잃지 마세요.” 이효재씨는 이날 여성들 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 꿈이 사 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들려주고 싶 었나 보다. ‘민들레누비사업단’의 모든 제품은 ‘꽃피는 아침 마을’(www.cconma.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구 매 목적이 아니라도 그녀들의 솜씨를 감상하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이효재씨는 이날 직접 만든 누비 테이블 매트와 냄비 받침 그리고 지인이 선물한 토끼 모양 받침에 담긴 디자인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137


이재만 변호사의 패밀리 로펌

못생긴 사람은 윙크만 해도 성희롱? 직장 문화다 관례다 하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과연 어디까지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될까. 기획_지희진 기자 사진_중앙m&b

변호사 이재만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서울 지방변호사회 이사 겸 법정위원장 을 역임하였고 현재 서울중앙 지방법원 조기조정위원, 대한체육회 법률고문, 경찰청 법률고문,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KBS TV ‘여성공감’의 ‘이재만 변호사의 드라마 법정’, SBS ‘라디오 로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성과 가족, 청소년을 위한 생 활 법률을 쉽게 알려주는 ‘친절한 법 해설가’로도 활약 중이다.

138


Program

직장 내 성희롱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성희롱의 기준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게 마련 입니다. 가해자는 “말 한마디 한 게 무슨 성희롱인가?”고 항변하고 피

해자로서준비한각종증빙자료를가지고각지방자치단체에있는성

해자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이 느껴졌다”고 신

희롱신고센터나 국가인권위원회(국번 없이 1331)에 신고 접수하는 것

고하는 것입니다. 이런 확연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성희롱의 기준에 대

이 첫 번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 명백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2010년 6월 4

가해자 중심 조사를 해서 가해자에게 성희롱 예방 교육 참가나 손해 배

일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정의되

상을권하고,만일기업내의성희롱환경개선이필요한정도의내용이

어있습니다.이법2조2항에는“직장내성희롱이란사업주-상급자또

라면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나 해당 기업에 권고할 수도 있습

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

니다. 만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가해자가 무시하면 그 권고 내용

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

을 증빙으로 하여 법원에 민사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해자는 해고나 인사상 불리한

불이익을주는것을말한다”고했으며‘성적굴욕감과혐오감을느끼게

조치를 받을 수 있나요

하는 직장 내 성적 언동 전반을 포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14조에는 “사업주는

어디까지가 성적 언동인가는 논란이 있을 테지만 그 기준은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

느끼는 주관적인 굴욕감과 혐오감’이 기준이 됩니다.

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고 모두 성희롱이 성립되나요

된다”고해서인사상불이익을엄격히금지하고있습니다.뿐만아니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성적 언동과 이에 대한 반응에는 개인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

차가 있게 마련입니다. 예컨대 잘생긴 미남 미녀가 성적인 암시가 담긴

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여 성희롱

짓궂은 농담을 할 때는 굴욕감을 못 느끼면서 못생긴 사람은 윙크만 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14조 2에는 “성희롱

도혐오감을느끼는경우가있습니다.이렇듯개인차가있기때문에‘누

피해 근로자가 고충 해소를 요구할 경우 근무 장소 변경, 배치 전

가 보더라도 성적인 언동임이 분명한 행위’여야만 성희롱이 성립됩니

환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

다. 예컨대 어떤 직장 동료나 상사가 “여자는 꽃이야. 꽃으로 가만히 있

으며 고객 등으로부터의 성적 요구 불응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을 때가 제일 예뻐.”라는 말을 했을 때, 이에 대해서 여직원이 “그런 말

인사상 불리한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은 주의해 주세요”라고 수차례 당부했는데도 그런 언행이 계속되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회사 측

면 이는 성희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여직원이 커피 좀 타다

이 압박을 가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주면손님이좋아하실거야”라는말을하며접대를권하는행위는경우

고용노동부 산하 관할 지방 노동청을 통하여 진정이나 고소, 고발 등을

에 따라서는 성희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야한 사

할 수 있습니다. 진정이나 고발의 경우에는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범죄

진을 깔아 놓고 여직원들 앞에서 고의로 노출하며 낄낄거리는 태도 등

사실을 알고 있는 제3자도 가능합니다. 지방 노동 관서의 장은 관련 법

은 성희롱에 해당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의 진술과 주변의 객

령 위반을 조사한 다음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시정 지시를 하고

관적 정황에 따라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시정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수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아

성희롱을 당했다면 어떤 절차로 해결해야 하나요

직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이 부족하여 범죄 행위인 줄 모르고 인위적으

성희롱은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을 판단 기준으로 하지만, 객관적인 증

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므로

빙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면 주변 정황에 대한 자

법률적 구제 방법이 있고 가해자나 성희롱 환경을 관리 감독하지 않은

세한 진술서를 작성해 두거나 증거(녹취 등), 증인 등을 서둘러 확보해

회사 측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 피해자가

두는 것이 입증에 유리합니다.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신고 접수하여 정정당당하게 대처하면 권리 구제

다면오히려직장내에서인심만잃고불이익을당할수도있습니다.피

를 받을 수 있습니다.

139


스마트폰만 갖고

한 달 살아보니 두 남자가 스마트폰으로 한 달간의‘서바이 벌’에 도전했다. 트위터가 아니면 아무하고 도 말할 수 없는, 말하자면 ‘고립’상태에서 의 실험이었다. 스마트폰과 SNS는 이들을 고립에서 구원해 줬을까. 취재_이한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나 홀로 전국 일주에 나선 박준영씨.

지난 6월 10일, 케이블 채널 tvN에서 ‘스마트폰 연애시대’라는 다 큐멘터리를 내보냈다. 스마트폰만 갖고 한 달 동안 서바이벌에 도 전하는 내용이었다. 도전자는 두 명, 아이폰 유저 박승제(26)씨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지냈고, 스마트폰 초보 박준영(20)씨는 SNS로 만난 사람하고만 대화하면서 전국 일주에 도전했다. 오프 라인 관계를 모두 끊고 생존과 소통을 모두 스마트폰에만 의존해 보는 도전이었다. 실험자들은 트위터로만 얘기할 수 있다. 한 달 뒤, 실험을 마친 도전자 중 한 명은 “140글자의 분명한 한계 를 느꼈다”고 말했고, 또 한 명은 “요술 방망이처럼 뭐든 가능했다” 고 말했다. 스마트폰 서바이벌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자. mission 1_CCTV 달린 빈집에서 혼자 놀기

인터넷만 있으면 버틸 줄 알았는데… 실험이 시 작되기 전에는 몇 달이라도 혼자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밥은 직접 해 먹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하 면 되고 마실 물도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트위터 만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라고 했지만, TV와 인터 넷만 있으면 혼자서도 얼마든 시간을 보낼 수 있 다고 믿었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있 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웬걸, 딱 3일이 지 나니까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일주일도 버티기 힘 들었다. 교감은 있는데 소통이 없더라_트위터로 많은 사람 과 수다를 떨었지만, 거기에 올릴 수 있는 글은

140

유리집에 고립됐던 박승제씨.

최대 140글자 이내였다. 그 숫자에서 오는 한계 가 분명했다. 상대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글자로 만 소통하려니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사람 의 웃음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SNS에서는 온 통 ‘ㅋㅋㅋ’와 ’ㅎㅎㅎ’밖에 없었으니까. 교감이 계속 오가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 깊은 소통이 이 뤄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의미 없는 수다의 반복일 뿐, SNS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는 있지만 깊이가 깊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혼자 있다 보니 계속 트위터에만 매달 리게 됐다. 평소 내가 과묵한 성격인 줄로만 알았 지, 이렇게 말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줄은 몰랐 다. 그렇게 혼자 스마트폰 액정을 들여다보는 시 간이 자꾸 늘어나면서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누군가 쓴 글에 따라 기분이 왔다 갔다 하 는 게 제일 견디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의 멘션( 글)은 같은 단어여도 내 기분에 따라 다르게 해 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조울증을 겪듯, 액정 에 뜬 글에 따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하루 에 몇 시간씩 트위터에 글을 남기는 일상이 계속 됐다. 그 와중에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누군 가와 눈을 마주 보고 얘기하는 거였다. 그만큼 소 통이 그리웠다. 그동안 사람들의 얘기에 진심으로


Program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 다. 나는 과연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지낸 걸까. 눈으로는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면서 건성으 로 옆 사람과 얘기했던 건 아닐까. 그렇게 반성하 며 한 달을 버텼다. 사람 눈을 보면서 얘기하고 싶어요_실험용 집에서 나오자마자 서울 강남역으로 갔다. 사람이 굉장 히 많았다.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에 굶주렸던 터 라 그 분위기가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아니었다. 불특정 다수와의 교감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가족들과 만나서 식탁에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고 싶었다. 결국 바로 집으 로 발길을 돌렸다. mission 2_트위터 하나 믿고 전국 일주에 도전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로 도와줄까? 한 달간의 전국 일주, 여행 경비는 50만원, 사람들이랑 말을 하면 안 되고, 보름간의 잠자리와 하루 한 끼의 식사는 트위터 친구들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미션이었다. 이름도 얼 굴도 모르는 남자한테 선뜻 잠자리를 내줄 사람이 있 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트위터의 누군가는 분명히 도 와줄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놨다. 그래도 방송 촬 영 미션이니까. SNS를 만나면 스마트폰은 요술 방망이다_먼저 전남 해남으로 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땅끝에서 출발 해 서울로 올라오면 좋을 것 같았다. 트위터에 전국 일주 계획을 올려놓고 무작정 도와줄 사람을 기다렸 다. 이틀이 지났지만 도우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트친(트위터 친구)도 만나지 못했다. SNS로 연결된 사람과만 말을 할 수 있다는 규칙 때문에 이 틀 동안 철저히 군중 속의 고독을 맛봤다. 결국 트위터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기로 했다. 멘토 역할로 실험에 참가한 『시사IN』고재열 기자가 도와줬다. 그가 나를 ‘트친 소’(트위터 친구를 소개합니다)하자 순식간에 팔로워 가 1000명으로 늘었다. 그때부터 스마트폰은 ‘요술 방 망이’가 됐다. 필요한 것을 SNS에 올려두기만 하면

누군가 나타나서 해결해 줬다. 밥을 사주는 사람, 미 용실이 어딘지 알려주는 사람, 자기 집에서 재워주겠 다는 사람도 있었다. 트위터의 힘은 팔로워 숫자에 따 라 몇 배로 늘어났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 박원순 변 호사 같은 트위터 유명 인사와도 만났다. 이외수 선 생의 사모님은 “촬영 말고 정말로 혼자서 다녔으면 더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조언하셨다. 촬영이 니까 쉽게 도움을 얻을 거라며 안심했던 게 부끄러 웠다. 다음에는 정말 그래 보고 싶었다. 하지만 촬영 중이 아니었다면, 나 혼자서 유명인의 도움 없이 ‘전 국 일주 중이니까 도와주세요’ 했다면 이만큼의 피드 백이 있었을까. 남의 밥상에 수저라도 얹어라_SNS의 힘은 팔로워의 숫자로 정해진다. 그들이 나와의 관계를 끊는(언팔 로우) 것도 순식간이다. 파워 트위터리언의 힘에 숟 가락을 얹어 SNS의 관계를 넓혔다면 그걸 유지하는 건 오직 자기 몫이다. 정보가 됐든 재미가 됐든, 유 익한 걸 줘야 팔로워들이 나를 신뢰하니까. 실험이 끝나고 팔로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지 고민해 봤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대신 세상 경험을 먼저 하고 싶었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해볼 생각이다. 학교는 그다음이다. 지금은 그 얘기 위주로 트위터를 운영하 면서 팔로워들과의 관계를 유지한다. 동갑내기 대학 생들과 다른 얘깃거리로 말이다. 서바이벌을 위해 선택한 앱

유리집 박승제씨_실험용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제 품이었는데 ‘이마트’ 앱을 내려 받으니 생필품을 전부 구매할 수 있었다. ‘TED’ 앱을 받아서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 팔굽혀펴기 숫 자를 세주는 앱을 설치해 놓고 매일 운동에 매달렸다.

전국 일주 박준영씨_스마트폰엔 여행 정보가 많지만 나는 앱 보다는 트위터의 힘을 더 많이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지 도’만 다운로드하고 나머지는 트위터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강원도 행 고속버스 시간표도, 생전 처음 가보는 동네의 식당 주소도 온라 인으로 연결된 누군가가 알려줬다. 스마트폰의 위력은 앱이 아니라 SNS에서 거미줄처럼 연결된 ‘관계’였다.

141


자녀 교육의 새로운 화두

마음의 면역력, 자존감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사태가 일어난 원인 중 한 가지는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실패를 겪었을 때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굳은 심지(心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잘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위기에도 쉽게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게 하는 힘, 아이들의 ‘자존감’ 에서 그 답을 찾았다. 취재_지희진 기자, 박해나(프리랜서)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일러스트_박현주

142


조세핀 교수는… 정신건강 상담사이자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 아이 자존감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행복한 삶을 위해 서는 자존감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자존감을키우는 것은 99% 부모의 양육법 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Program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조세핀 교수 성공으로 이끄는 사고방식, 자존감을 말하다

2008년, EBS 프로그램 ‘아이의 사생활’의 ‘자아 존중감’ 편 이 방영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적극 적인 데다가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실험 결과 로 증명된 것. ‘학업 스트레스’는 자존감을 망치는 요인이며, ‘부모의 지나친 사랑’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을 그르친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자존감’은 여 전히 자녀 교육의 뜨거운 감자다. 당시 ‘아이의 사생활-자 존감 편’에 출연해 이슈가 됐던 조세핀 하버드대 교수에게 ‘자존감’이 왜 중요한지를 물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긍정적 에너지, 자존감

자존감은 자아 존중감, 그대로 해석하면 ‘스스로 존중 하는 마음’이다. 즉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이고 주어 진 일을 잘 해내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적 특성이다. “자존감을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까요? 모든 사람들이 집을 짓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탄탄하고 고른 땅에 집 을 짓는 것과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은 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고 해도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죠. 자존 감은 그런 집 짓기의 기초 공사 같은 것입니다. 자존 감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아이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내고 쉽게 극복할 수 있죠.” 자존감은 자신에 대 한 신념으로 스스로에 대한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쁜 점까지도 인정하고 좋은 모습으로 바꿔가려는 긍정적 에너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갖 고 있어요. 10대에서 30대까지의 사망률 1위가 자살 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일이죠. 공부를 잘하는 것,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 이에요. 하지만 진짜 삶에서는 그것이 다가 아니잖

아요. 자신의 삶을 즐기고 행복을 느끼는 게 중요하죠. 엄마 의 역할은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주 어진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자존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인 것이죠. 자존감은 아이의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 니까요.” 자존감 높은 아이 vs 낮은 아이

조세핀 교수는 자존감의 정도를 아이들의 행동을 통 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새로운 상황을 마주했 을 때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존 감이 높은 아이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잠시 낯설 어하지만 이내 호기심을 보인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 은 아이는 일단 거부감을 보이면서 피하려고 하고 대 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경 향이 있다. “흔히 이런 행동을 보면 부모님들은 아이가 내성적이 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성격과는 별개의 문 제입니다. 내성적이고 외향적이라는 것은 새로운 정

143


보를 받아들이는 프로세싱의 차이거든요. 내성적인 아이들은 외향적인 아이들보다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 고 하는 것이지 회피하지는 않아요.” 또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실패를 경험할 경우 안 타까워하면서도 왜, 어떤 이유로 실패를 했는지에 관 심을 갖고 다음 기회에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다. 그리고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면 적극적으로 전문 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 은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 이게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자존감도 높다?

아이의 자존감을 판단할 때 물론 ‘공부를 잘하는가’도 판단 기준이 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새로운 지 식을 습득할 때 흥미를 갖는다. 그래서 대개 공부도 잘하는 편. 이런 아이들은 특히 자기 주도 학습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다. 스스로를 믿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자 기 주도 학습을 할 때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못해 좋 은 결과를 내지 못 할 때가 많다. “주의할 것은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모두 자존감이 높 은 것은 아니란 거예요. 미국 아이들의 경우는 성적과 자존감이 비례해요. 하지만 한국 아이들만은 예외죠. 자존감이 높고 낮은 것을 떠나서 성적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답니다.” 미국 학교에서는 시험이 끝난 후 아이들끼리 서로 시 험을 잘 봤는지를 묻는데, 한인 아이들이 “fail”이라고 답하면 “Real fail or Asian fail?”이라고 다시 한 번 묻 는다고 한다. 한국 아이들은 만점이 아닌 것을 모두 ‘Fail’이라 부르기 때문. 이러한 과도한 경쟁의식 탓에 우리 나라 아이들에게는 자존감과 성적이 비례한다는 등식을 적용할 수 없다. 8살이 되기 전, 자존감은 거의 완성된다

“0세부터 18개월까지는 애착 형성의 단계예요. 아이

144

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매우 중 요한 시기죠. 자아 발달 단계에서는 이때를 신뢰 또 는 불신을 갖게 되는 단계로 봅니다. 이 시기에 엄마 가 아이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중요한데 만약 아이가 울 때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귀찮아하면 아이의 신뢰감 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처음부터 낮은 자존감이 생기게 돼요.” 18개월부터 5세까지는 자율성과 수치심이 결정되는 시기다. 만약 이 시기에 아이 스스로 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엄마가 도와주는 행동을 하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자신은 아무것도 못 한 다는 의식이 생기게 되어 자존감에도 상처를 입게 된 다. 그리고 5세부터 7세 사이에는 자기 주도 능력과 죄책감을 배우게 된다. 이때는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 고 혼자 힘으로 뭐든 해보려고 하는 때. 만약 이 시 기에 엄마·로부터 혼이 나고 거절을 당하면 죄책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은이렇게 8세가 되기 전 이미 자존감이 거의 완성된 다는 것이다. 자존감은 평생을 통해 지속되므로 이후 에도 노력을 하면 바꿀 수 있긴 하지만 8세 이후부터 는 엄마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다양한 환경에서 영 향을받기 때문. 그래서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 느 때보다 영­­·유아 시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학부모님이 메일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내셨는데 어느 날부터 아이가 자기의 모습을 그릴 때 팔이나 다 리를 그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뭐든 엄마가 다 해주니 아이가 자신에게는 팔다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처럼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살펴보면 99%는 부모에게 잘못이 있어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행동 을 그대로 배우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한국 어머니들 은 뭐든 일일이 다 간섭하고 욕심을 너무 많이 내요. ‘다 널 위해서 하는 거야’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그 말 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에요.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아이를 위


Program 한 것인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를요.”

조세핀 교수는… 정신건강 상담사이자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 아이 자존감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 존감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자존감을 키우는 것은 99% 부모의 양육법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Q

이제 일곱 살이 된 아이가 자신에게 불리하거 나 혼날 상황이 되면 “내가 안 그랬는데”라는말 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혼자 놀다가 어질러진 장난감 을 엄마가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내가 안 어지럽혔 어”라고 말하는 거죠. 하루는 색종이로 바람개비를 만 드는데 잘못 자른 것 같아 “이건 왜 이렇게 잘랐어?” 라고 물어봤더니 또 “내가 안 그랬는데”라고 하더군 요. 왜 아이가 이렇게 거짓말을 할까요?

A

아이의 자존감 높이는 양육 원칙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문제 행동을 하면서 엄마에게 SOS를 보낸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였을 때는 적절 한 대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부터 아는 것이 시급하다. 다행인 점은 말 한 마디, 행동 하 나를 꾸준히 바꿔나가다 보면 아이의 자존감을 회복 할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사랑하는 당당한 아이로 키우는 자존감 육아법. 아이와의 대화, 엄마의 공감과 이해가 필수

엄마가 어떤 말을 꺼내기 전에 아이가 먼저 겁을 먹고 있어요. 아이의 이런 두려움이 어디서 시작 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아마 평소 엄마가 아이와 대화할 때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비 난하는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아요. 자존감에 있 어 공감과 이해는 필수적이거든요. 아이가 아이다워 질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공감에 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장난감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도 일곱 살 아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아이는 이미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있지만 엄마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덜컥 겁이 난 것이거든요. 이때의 거짓말은 악의적인 것이 아니 라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니 이럴 때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야단을 치기보다 왜 거짓말을 했을 까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해요. “와! 아주 재미있게 놀고 있구나”라고 공감의 모습을 보인 뒤, “그런데 이렇게 어질러놓으면 엄마가 치우기 힘들겠지?” 라고 말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아이는 거짓 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Q

내년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그래서 일곱 살이 되면서부터 학습지를 시작했어요. 조 금 늦게 시작한 것 같아 걱정을 했지만 별문제 없이 잘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보니 문제 를 건성건성 풀고 어떤 것은 그냥 읽기만 하고 지나 치더라고요. 왜 그랬냐고 물으니 “어려워 보여서”라고

145


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퍼즐이나 운동을 할때 자신이 없으면 쉽게 포기를 해서 걱정이었는데, 학교를 가서 도 계속 이렇게 하면 어쩌죠.

A

아이의 자제력, 끈기, 참을성, 자기 조절 능력은 만 3세부터 형성되어 만 7세쯤되면 어느 정도 기 본 틀이 잡혀요. 그래서 유아기 때는 아이가 해도 되 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잘 구분해 주는 것이 중요하며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떨쳐내고 성공하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해요.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아 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다 보니 스스로 실수를 할 틈도 주지 않고 있어요. 밥도 먹여주고, 입혀주고, 닦아주는 등 모든 것을 엄마 손으로 하다 보니 아이 의 자기 조절 능력 형성을 방해하게 되죠. 이렇게 포 기가 쉬운 아이들이라면 실수나 문제 상황에서 부모 가 도와주기보다 아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문제를 어려워하면 엄 마가 나서서 같이 풀려고 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문제 를 풀 수 있도록 쉬운 것부터 진행을 하세요. 스스로 모든 문제를 풀고 나면 “혼자 침착하게 문제를 다 풀 다니, 대단한데?”라며 아이를 칭찬하는 것도 중요합 니다. 이렇게 조금씩 단계를 올리면 아이가 집중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거예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라

146

Q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 랑부터 늘어놔요. 운동회 나갈 계주 선수를 뽑았 는데 2등을 했다며 새로 산 운동화만 아니었으면 1등 을 했을 거래요. 할머니는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는데 저는 어쩐지 너무 잘한다고만 하며 아이를 키워 걱정 이에요. 지난번 영어 테스트에서도 다 안다며 큰소리 치더니 결국 테스트에 떨어졌지요. 아이가 자만심에 빠져서 노력하지 않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A

칭찬은 아이가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하는 효 과적인 방법이에요. 하지만 칭찬을 남발하면 아 이는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죠. 또기대만큼 칭찬을 받 지 못하면 금세 좌절감에 빠지게 됩니다. 바람직한 행 동에 대한 칭찬과 무엇이든 잘했다며 응석을 받아주 는 것은 다른데 자존감과 자기중심적 행동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죠. 무조건 칭찬을 하는 것도 좋지 않지 만 지금 상황에서는 결과 중심의 칭찬 방식이 더 큰 문제예요. 달리기 결과나 영어 테스트 결과에만 초점 을 맞춰 아이를 칭찬하면 아이는 그 과정이나 노력 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에도 해결책 을 찾기보다 자책을 하게 만들죠. 칭찬의 기술은 아 이가 노력한 과정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거 예요.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노력했다면 칭


Program 찬을 해주고, 결과가 좋더라도 과정이 나빴다면 그 일 은 훌륭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필 요합니다.

렇다면 더욱 부모의 평소 양육법을 점검해 봐야죠. 대 게 유아기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다른사람이 자기 것을 빼앗아가는 것을 싫어하고 방해를 받으면 화를 내요. 부당한 상황에서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아 이가 상황을 포기하기 때문인데, 이 경우 부모는 평 소 아이에게 도덕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 하지는 않 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얌 전히 있어야 해” “양보를 해야 착한 아이지”등 아이가 착해지기를 강요했다면 아이는 늘 행동하기 전 주저 하게 되거든요. 아이의 마음을 달래준 뒤, 차례를 지 키지 않는 친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제시해 주세요. 일관성 있게 화를 내라

Q

동생이 생긴 후로 아이가 부쩍 어리광이 심해 졌어요. 동생을 따라 젖병에 우유를 먹겠다며 떼를 쓰기에 “누나는 컵에 먹는 거야. 요구르트를 줄 게”라며 살살 달래고 타일렀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 생 각하는 의자에 앉는 벌을 줬어요. 5분후에 보니 아이 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앉아 있더라고요. 달래도 듣지도 않고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아요.

A

착한 것과 자존감 낮은 것은 다르다

Q

집에 있을 때는 활동적인 아이예요. 가족이나 친 척들과 있을 때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재롱둥이 죠. 그런데 집 밖에만 나가면 아이가 너무 얌전해져 요. 유아 놀이방에서 만난 다른 아이들 틈에서 미끄럼 틀 한 번 못 타고 서성이기만 하죠. 그러나 결국 아이 들에게 밀려 또 울고 말아요.

A

이런 경우 엄마들은 아이를 두고 ‘순하다’ ‘얌전 하다’ ‘착하다’라고 착각하는데 하지만 이런 아이 는 자존감이 낮은 거예요. 특히 아직 유아기인데도 그

생각하는 의자는 아이에게 스스로의 행동을 돌 아보고 반성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좋은 훈육 도구예요. 하지만 아무 상황에서나 생각하는 의자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 않고, 또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죠. 우선 이 경우는 떼쓰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반응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누나니까’ ‘형이니 까’ 하는 식의 대화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처음에는 ‘ 요구르트 줄게’ 하며 보상을 제안하다 갑자기 화를 내 는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도 문제예요. 무엇보다 중요 한 것은 벌을 주고 난 뒤 아이를 달랠 때는 엄마가 아 이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이 를 꾸짖을 때 화를 내지 않고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 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더욱 중요하거든요. 반 성의 시간을 준 뒤에는 반드시 아이를 다독여주세요.

147


포옹으로 말로든 엄마가 여전히 아이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해요.

일상 속 자존감을 높이는 양육 tip

1 아이의 속상한 마음만 받아들인다_부모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 표현도 수용해야 한다. 화나고 속상하 고 떼를 쓰는 마음 자체를 받아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 정을 억압하지 않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까지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자존감 발달을 위해서는 먼저 감정에 대해 반 응하고 그다음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대안 행동을 제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2 목표를 작게 설정해 성공의 경험을 맛보게 할 것_자 존감이 높아지려면 욕심을 줄이고 성공 경험을 늘려 주어야 한다. 너무 허황되고 큰 목표가 아닌 세부적인

148

목표를 세우게 하고 이것을 하나씩 성공해가는 경험 을 통해 자존감이 향상될 수 있다. 아이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목표를 이루어나갈 수 있게 된다. 3 자존감을 건강하게 하는 아이의 장점 찾기_아이에 게는 일반 지능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는 다양한 능 력들이 숨어 있다. 아이가 잘하는 부분, 열심히 집중 하고 있는 부분을 격려하고 개발시켜 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잘하지 못했던 부분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부모의 시선을 통해 아이는 장점을 찾아가 면서 자존감이 더욱 건강하게 발달한다. 4 살아 있는 교과서가 돼라_타인의 감정을 잘 인식하 려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신을 살아 있는 교과서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일상생


Program 활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아이 앞에서 짧고 적절한 말로 표현할 것. 아이와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부부간에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 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149


조기 교육이

뇌를 망가뜨린다?

최근 ‘사교육 없이 우리 아이 키우기’ 포럼에서 조기 교육이 뇌 발달에 손상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뇌 발달 시기에 맞지 않는 자극과두뇌 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다. 기획_강승민 기자 취재_박해나(프리랜서) 사진_김진희(studio lamp), 중앙포토

150


Program

Q

유아 교육 포럼에서 두뇌 발달 시기에 따른학습 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아기의 뇌는 엄마 배 속에서 엄마 뇌의 1/4 정도 크기가 형성돼 태어납니다. 350g 정도죠. 그리고 1년 사이에 1000g 이상으로 성장합니다. 20세 전 까지 뇌 발달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거죠. 뇌 발 달에는 적절한 자극이 필수입니다. 아무 자극도 주지 않으면 뇌는 발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두 뇌 발달 시기에 따른 적절한 학습은 우리의 뇌에 효과적인 자극이 됩니다. 두뇌 발달을 촉진시키 는 것이죠. 하지만 그 자극이 너무 과해도 뇌는 망가질 수 있습니다.

Q

도 떨어집니다.

조기 교육이 두뇌 발달에 과도한 자극이 된다는 것인가요

유아기 때는 아직 뇌가 다 발달하지 않아 수용할 수 있는 영역이 작은데,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 이 지속되면 뇌에 과부하가 생기게 됩니다. 220 볼트의 전깃줄에 10만 볼트의 전류를 흐르게 하 는 것과 마찬가지죠. 결국 불이나겠죠? 유아기의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넘어서는 것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뇌 발달 시 기에 알맞지 않은 학습을 하는 것도 큰 문제입 니다. 뇌는 앞쪽부터 뒤쪽으로 서서히 발달하는 데 2~3세 때는 뇌의 가장 앞부분인 전두엽이 발 달하게 되죠. 그러고 나서 가운데 부분인 두정엽 과 측면의 측두엽이 발달하고 마지막으로 후두 엽이 발달합니다. 이렇게 연령에 따라 발달하는 뇌의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학습을 하 는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조기 교육은 이러한 뇌 발달 시기에 맞지 않는 자극을 주기 때문에 효과

Q

유아기 때는 가장 먼저 발달하는 전두엽에 맞는 학습을 해야겠네요

전두엽은 2~3세 때 빠르게 발달하는데 종합적인 사고와 창의력, 주의 집중력 등을 조절하는 역할 을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알맞은 학습을 할 경우 창의력이나 주의・집중력 등을 높여줄 수 있 습니다. 암기 위주의 학습보다 는 창의적이고 정서적인 학습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전두엽은 인성, 도덕성도 담당하고 있습니 다. 그래서 전두엽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범죄자 가 될 확률이 커지는 거죠. 실제로 국내 연쇄 살 인범들은 유아기 때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요. 유아기 때 받은 정서 교육과 인성 교육이 평 생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인 성이나 창의력 교육보다는 영어 학습이나 초등 선행 학습을 시키는 부모가 많습니다. 하지만 영 어 같은 학습은 초등학교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유아기 때는 다양한 인지 교육과 창의 · 정서 교 육을 통해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 합니다.

Q

초등학교 때는 학습과 관련된 뇌가 발달하게 되나요

2~3세가 지나면 서서히 대뇌 피질이 발달하게 됩니다. 특히 9세에서 11세 사이에 발달하는 두 정엽과 측두엽이 학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두 정엽은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뇌’라고 불리고 측 두엽은 ‘언어의 뇌’라 불리죠. 측두엽은 초등학교

151


시기부터 빠르게 발달하는데 9세부터 11세 사이 아이들의 어휘가 눈에 띄게 풍부해지고 표현력도 훨씬 좋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죠. 이 시기에 언어 를 배우면 관련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 조금만 자 극을 주어도 훨씬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 니다. 따라서 영어 학습의 적기는 초등학교 때라 고 볼 수 있죠. 언어 교육은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많은 학부모들이 유아기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지만 사실 측두엽이 발달하지 않았 기 때문에 그리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고 있는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죠. 그래서 잠을 충 분히 자고 난 아침에 신경 전달 물질이 가장 많 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 전달 물질을 하루 종일 소 모하고 나면 밤에는 다시 잠을 자면서 신경 전 달 물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하루 8시간 의 수면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충분히 잠을 잔 뒤 가장 좋은 컨디션의 두뇌 상태에서 학습하 는 것이 몇 시간 덜 자고 공부하는 것보다 더 효 과적입니다.

Q

국내 뇌의학 연구의 권위자 서유헌 교수는

유아 시절에도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 덜 발달한 언어의 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 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은 이중 언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미국 에서 어린 시절부터 살던 아이들이 영어와 한국 어 둘 다 잘하는 것은 이중 언어 환경에 자연스럽 게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밖에서는 영어를, 집 에서는 식구들과 한국어를 사용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라면 집에 서는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죠. 그러면 아이들이 부담을 가장 적게 받으면서 자 연스럽게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Q

건강한 두뇌 발달을 위해 지켜야 할 점이 있을까요

뇌는 신경 전달 물질이 나와서 정보 전달을 하는 데 그 물질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영양소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신경 전달 물질을 만드는 활동은 뇌가 쉬

152

1980년부터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뇌학회 초대 회장, 한국뇌신경과학회 이사장등을 역임했다. 대학 시절부터 ‘ 뇌’ 분야를 연구해 왔으며『머리가 좋아지는 뇌 과학 세상』 『 천재아이를 원한다면 따뜻한 부모가 되라』『 잠자는 뇌를 깨워라』등 4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고 얼마 전 교육 포럼에서 두뇌 발달 시기에 따른 학습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Program

'해외동포국제무역타운' 밴쿠버 설명회 ▶장소: Executive Hotels & Resorts (노스로드 한인타운 신협은행 인근) ▶주소: Ball Room #A 405 North Rd. Coquitlam ▶일시: 8월 19일(금), 오후 4시 ▶예약: ☎604-544-5155, ☎604-763-2842 ▶좌석관계로 반드시 사전예약 ▶주최: 해외동포국제무역타운 추진위원회 ▶후원: 중앙일보 밴쿠버지사 ▶홈페이지 www.oktown.co.kr

153


학생이 행복하다는 학교 前 거창고 전성은 교장 인터뷰

아프니까 청춘이다? 맞다, 그런데 왜 아플까 참된 사람이 되려면 월급이 적은 쪽, 황무지로 가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경남 거창에 있는 학 생들이 행복한 학교, 거창고등학교 얘기다. 그 학교에는 ‘공부는 왜 하는가’ ‘학교란 무엇인가’처럼 아 무도 묻지 않는 궁극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참스승이 있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154


Program 경남 거창에 있는 거창고등학교는 어느 학교보다 도 유명하다. 서울에서 차로 네 시간을 달려야 도 착하는 곳에 위치해 있고, 한 해 졸업생이 120여 명 남짓한 작은 학교지만 전국구 인기를 자랑한 다. 이유는 두 가지. 독특한 교육관과 뛰어난 학 업 성적 때문이다. 40여 년 전부터 명문 대학교 합격생 비율 20%를 유지하고 있는 거창고는 수년 전부터는 수능 시 험 평가에서 연속으로 전국 20위권 안에 들어 언 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58년 전, 개교했을 때도 최초의 남녀 공학 고교이자, 최초의 공교육 대안 학교로 화제를 모았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수업을 하다가도 책장을 덮 고 교사와 학생 모두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토끼 몰이를 했다는 거창고의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 오고 있다. 지식 교육 외에도 전인 교육을 중요 시하는 거창고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 목이다. 때문에 성적으로 전국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은 거창고 입장에서는 전혀 반가울 리 없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전성은 전 교장은 재직 기간 동안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 교직 생활을 통해 느낀 점을 담아 책『왜 학교는 불행 한가』(메디치)를 펴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교육 전문가나 학부모, 학생들을 만나면 ‘지나친 교육열’과 ‘자주 바뀌는 교육 정책’, ‘질 낮은 공교 육’ 이 세 가지를 학교의 문제로 꼽는다. 그러나 그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원인을 알려주거나, 해 답을 내려주는 경우는 없었다. 새로운 학교 모델 로 인정받았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라고 불리 는 거창고에서 40여 년간 몸담은 전성은 전 교장 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한 말씀 들으러

경남 거창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업(業)을 이은 아들, 학교를 떠 나고 난 뒤 서울에서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거창 IC에서 다 시 30분을 들어가니 낮은 산 중턱에 전성은 전 교장의 집필실이 나타났다. 학생들이 가끔 농사 를 짓는 ‘거창고 농장’ 뒤에 자리 잡은 소박한 집 이었다. 2006년에 정년 퇴임한 그는 매일 이곳으 로 출근해 글을 쓰고, 연구를 한다. 지금 그가 연 구하고 있는 것은 아버지 전영창 목사가 생전 기 록했던 교육에 관한 문서들을 해석하는 일이다. 전영창 목사는 1956년 거창고를 설립한 초대 교 장으로 평생 ‘학생을 바르게 키워내는 일’에 몰두 했던 교육자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한 그는 미국 선교사들과 함께 한국에 전인 교육 기관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을 돌다 지금의 거창고 자리에 학교를 세웠다. “아버님은 항상 ‘아이들은 모두 평등하고, 귀하지 않은 아이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 원경선 이사장님(원혜영 국회의원의 아버지)은 참된 학교가 가야 하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셨죠. 두 분을 비롯한 거창고의 스승님들께 듣고 배운 것들을 전하고 싶어서 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한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낡은 문서는 전성은 교 장만 알아본다. 그는 “돈을 주고 해석해 보라고 해도 모두들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들더라”며 웃었 다. 아버지가 못다 한 ‘업(業)’은 아들이 대를 이 어가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배재고등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계신 거창고등학교로 내려왔 다. 짧은 거창고 학생 시절을 지나, 서울대학교

155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뒤에 다시 거창고등학교로 돌아와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서른둘, 지 극히 어린 나이에 교장직에 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40여 년이 흐르고, 정년 퇴임 시기가 다가오니까 빨리 그만두고 싶더라고요. ‘ 교육’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전 성은 전 교장의 자기 고백이다. ‘학생을 섬기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라는 아버지의 교육 관에는 동의했지만, 대한민국의 교육과 정반대의 교육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설립자 전영창 선생이 만들었다는 거창고의 직업 선택 십계명만 봐도 그렇다. 이 십계명은 지금까지 거 창고 강당에 걸려 있다. ‘월급이 적은 쪽을 선택하라 /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닌 나를 원하는 곳을 택하라 /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 은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 하라 /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곳을 가 라 /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로 가라 / 사회적 존경성을 전혀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 부 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 다. 의심치 말고 가라 / 왕관이 아닌 단두대가 기 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지요. 벌써 20년 전 에 학생들이 강당으로 몰려와서 십계명을 떼자 고 시위를 했어요. 지키지도 못할 십계명인데 부 담이 된다는 게 이유였죠. 그래서 제가 아버님을 비롯한 세 명의 스승님 이름을 대면서 ‘뗄 수 없 다’고 말했어요. 그분들만큼은 아무런 의심 없이 십계명을 실천했던 분들이니까요. 그랬더니 학생 들이 아무런 말을 못하더라고요.” 전성은 전 교장은 십계명을 하나씩 세 번에 걸

156

쳐서 학생들에게 훈화를 하곤 했다. 훈화 시간에 는 거창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의 학생들까지 들으러 왔다. 그는 “물론 이 십계명을 철저히 지 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지니고 산 다면, 가끔씩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겠느냐” 고 물었다.

학교를 불행하게 하는 세 가지 신화 우리 교육의 어두운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 다. 그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전성은 전 교장은 ‘세 가지 신화’ 때문이라고 말을 꺼냈다. 그가 말하는 ‘신화’의 뜻은 ‘잘못됐지만, 모든 사 람이 믿는 것’ ‘의심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이다. 첫 번째 신화는 ‘이렇게 교육하면 이런 사람이 나 온다’는 생각이다. 전성은 전 교장은 “사람들은 학교 교육만으로 인격이 길러지고, 변화할 수 있 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에요. 학교는 어떤 분위기,

“시험 성적 등 숫자로 표시된 학생의 정 보는 제일 부정확하고 의미 없는 정보예 요. 87점과 91점 받은 학생 사이에 도대 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Program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할 뿐 어떤 사람을 변화 시키지 못합니다. 그 한계를 분명히 알아야 해요. 또 학교는 외딴 섬이 아닙니다. 한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을 만드는 건 그 사회에서 비판 없이 통용 되는 ‘상식’인데, 학교 역시 그 상식에 지배를 받 죠. 하지만 학교는 상식에 순응하고, 그 사회의 기준에 맞춰 성공하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돼요.” 그는 또 “학교와 학생은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 는 고대 국가에나 있을 법한 교육관이 지금도 존 재한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부국강병’을 목표로 ‘ 인재 양성’에 애를 쓰고 있다는 것. ‘인재’란 자본 주의 초기, 사람을 ‘인적 자본’으로 여겼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통제받고 있을까. 그는 교과서, 교과 과정, 평가, 학교 설립 허가 등이 우 리의 교육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진 교과서로 만든 교과 과정은 결국 사지선 다 정답 문화를 낳고 또 성적 위주의 주입식 교 육을 만듭니다. 그리고 주입식 교육에 필요한 것 은 명령과 복종이니 사제 관계는 자연스럽게 사 라지게 되죠. 이것을 막기 위 해서는 교육의 상 당 부분을 자율에 맡겨야 해요. 그러면 아이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할 수 있는 ‘섬김’의 교육을 실천할 수 있죠.” 두 번째 신화는 더욱 착각하기 쉬운 것이다. ‘부 모가 자식보다 어른이고, 교사가 학생보다 선생( 先生)이며, 내가 너보다 세상을 더 잘 안다’는 생 각이다. 전성은 전 교장은 “과연 먼저 태어났다고 능력이 더 나은 걸까요?” 하고 물었다. “어른이 아이보다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더 나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에게

그런 생각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내가 학 생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평등한 관 계 속에서 교육을 해야 하죠. 다른 학교 학생에겐 너그럽게 그럴 수 있지만, 또 우리 학교 학생에 겐 그러지 못합니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 은 마음 때문이죠.” 거창고등학교 학생들은 좋게는 ‘자유분방하다’, 나쁘게는 ‘건방지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선생님 에게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하고, 교장 선생님 도 스스럼없이 대하기 때문. 거창고의 수업 방식 은 소크라테스와 그 제자들처럼 선생님과 학생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방식이다. “묻는 사람에게 대답을 해주고, 되묻고, 다시 대 답을 듣는 방식을 중국에선 ‘학문’(學問)이라고 합니다. 배울 학(學)과 물을 문(問), 배움은 묻는 데서 시작한다는 거죠. 공자와 맹자가 모두 사용 했던 방식이에요. 묻는 사람에게는 대답이 주어 지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닌 해답일 뿐입니다. 활 짝 열려 있는 답이죠. 거창고에서는 교사와 학생 이 서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배우는 길을 동행합 니다. 그게 바로 ‘자율’이죠.” 거창고등학교는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 으로 유명하다.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와 함께 재단 법인인 ‘거창고등학회’에 속하는데, 이사회 는 교육 이념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교장 으로 임명한다. 학교 운영에 대한 전적인 권한은 교장이, 학사 일정과 교수 방식 등에 대한 권한은 교무 회의가, 그리고 교육 활동 운영에 대한 결정 권은 학생회가 갖는다. 교육 활동은 예술제, 운동 회 등 학생들이 주관하는 행사를 말한다. “매년 4월 마지막 주가 되면 50년 전통의 예술제 가 열려요. 학생회는 미리 각 반 대표들의 의견을

157


모아서 그해 예술제 계획서를 작성해 교무부에 제출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죠. 하지만 결국 최 종 결정권은 학생회에 있어요. 예술제 진행은 물 론이고, 평가도 학생들이 합니다. 교사들은 학생 들이 조언을 요청하기 전에는 관여하지 않고 지 켜보기만 하는데 이게 거창고의 자율이죠.” 30여 종목의 경기가 치러지는데, 그 수준은 보잘 것없지만 직접 무언가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평가 하는 데서 오는 학생들의 기쁨은 대단하다고 한 다. 이렇게 학생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율적인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가치관을 만들어나간다.

공부는 낚시, 등산, 스포츠 같은 취미 중 하나다 전성은 전 교장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공부다. 퇴임한 후에는 새벽이면 일어나 신학, 교육학 등 을 공부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고 했 다. 그러나 역사는 좋아해도 수학은 싫어한다. 공 부에도 선호가 있고, 취향이 있는 것. 하지만 우 리는 ‘공부는 열심히 하면 할수록 결과가 좋아진 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이게 마지막 세 번째 신 화다. “공부를 강제로 시키면 성적이 올라갈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공부는 바둑이나 운동, 낚시, 피아 노 등과 같은 취미 중에 하나입니다. 공부에 취미 가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어요. 공부 를 잘하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축구 를 잘하는 재능을 갖기도 하고, 시를 잘 쓰기도 하고… 사람은 저마다 갖고 있는 재능이 다릅니 다. 그런데 부모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공 부에 자녀가 재능이 있는데 발견하지 못한 건 줄

158

로 착각하는 거죠.” 그는 “낚시 전문가가 되려면 낚시를 공부하고, 전 문 등산가가 되려면 등산을 공부하듯, 학교 공부 는 여러 가지 전문성 공부 가운데 하나일 뿐”이 라고 했다. 학교 공부를 잘하는 재능을 타고난 아 이는 부분적인데, 마치 모든 아이가 그 재능을 타 고난 것인 양 성적에 목을 매는 사태는 이런 신 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젠 아이들이 학교 공부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 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의 소질이 뭔지, 재능과 관심은 뭔지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하죠. 재능과 소질에 비해 관심을 소홀 히 하기 쉬운데, 매우 중요해요. 슈바이처는 음악 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신학에 관심이 있어 공부했고, 결국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로 들어갔 어요. 관심이야말로 인생을 결정하는 요소예요.” 그는 재능과 소질,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공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학교 교육, 특히 초등학교 때는 아이들의 재능과 소질, 관심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숫자로 모든 것을 판단하 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시험 성적, 수능 성적 등 숫자로 표시된 학생의 정보는 제일 부정확하고 의미 없는 정보예요. 국 어 점수 87점 받은 학생과 91점 받은 학생 사이 에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시를 잘 쓰는 아이인지, 소설을 좋아하는 아이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숫자로는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숫자를 조금 완화시킨 것이 등급인데, 그것도 학 생을 선발하는 데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죠.” 2003년부터 2년 동안 참여 정부의 교육혁신위원 장을 지낸 그는 당시 ‘학생 교육 이력철’을 만들


Program 자고 제안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3까지 재 능, 소질, 관심을 기록한 이력을 보관하자는 것.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탄핵 사태를 맞이하면서 개혁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교육 개혁은 20년 동안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 는데 많이 아쉽죠. 입학사정관제만 해도 그래요. 원래 계획은 아이들이 몇몇 대학에 쏠리지 않고 자신의 적성, 관심에 맞는 전국의 대학에 골고루 지원하도록 장려하려는 정책이었어요. 그런데 몇 단계 과정을 생략한 채 실시하다 보니 점점 또 다 른 경쟁 구도가 되어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정부와 학교 모두 변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이루 기는 힘든 일. 부모부터 생각을 바꾸는 게 현명 할지도 모른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재능과 소질, 관심이 잘 드러나지 않아 모두 알기는 어 렵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발견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저는 딸 넷, 아들 하나를 두었습니다. 다섯 아이 에게 한 번도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 없고, 열심히 산으로 들로 바다로 데리고만 다녔죠. 그렇게 똑 같이 키웠는데도 다섯 명이 모두 제각각이에요. 넷째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영 어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관심은 연극인데, 소질 과 재능은 영어 쪽인 거죠. 현재는 영어 연극을 가르치면서 세 가지 모두가 충족되니 행복하다 고 합니다. 막내는 그림과 연극을 좋아하지만 사 진을 하고 있어요. 크게 다른 분야가 아니라서 혼 란스럽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그는 자신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적성이나 관 심 분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교육 자도 자기 자식 앞에서는 별수 없다”며 웃었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자주 ‘다 너를 위해 하는 말

이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자식을 위하는 마 음이 맞는지, 나를 위한 마음은 아닌지 곰곰이 생 각해 보세요. 세 가지 신화를 말씀드렸지만 그 신 화를 깨기란 쉽지 않습니다. 피눈물 나는 자기반 성이 있어야 하죠. 저도 이 세 가지를 거창고등 학교를 그만둘 때쯤에서야 제대로 알았습니다(웃 음). 쉽지는 않겠지만, 스스로에게 세 가지 신화 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보세요. 학문이란 묻 는 일을 배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159


일상생활 속 세계의 과학 교육 호주의 학교에서는 ‘과학의 밤’이란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한 학기에 걸쳐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를 선생님과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연 과학 분야가 월등히 앞선 독일의 연구소들은 상설 ‘school labor’를 설치해 두고 학생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 현상을 흥미롭게 설 명하고 있다. 그 밖에도 프랑스는 일주일에 1시간씩 방과 후에 진행하는 과학 클럽을 통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 이렇듯 세계 교육 선진 국의 아이들은 교과서 안의 딱딱한 이론 과학이 아닌 실생활 속 체험을 통해 과학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기획_이미정, 강민경, 지희진 기자 일러스트_음선미

160


Program

WORLD WIDE Germany 글·사진_홍혜정(독일 통신원)

과학 박물관을 찾은 엄 마와 아이가 인체 모형 을 끼워 맞추는 놀이를 하고 있다.

school labor 통해 과학적 호기심을 발전시키는 독일 독일이 2011년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80명에 이른다. 그중에서 화학, 물리, 의학 등 자연 과학 분야의 수상자만 68명. 독일이 자 연 과학 분야에서 앞서가는 나라임을 증명해 주는 숫자다.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뛰 어난 기술로 명성을 누리고 있는 독일 자동 차 기업인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도 우 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 예로 아우디사 의 광고 문구인 ‘기술을 통해 앞서가는 기업’ 은 과학과 기술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의 성향 을 잘 보여준다. 과학 기술을 귀하게 여기며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 독일의 사회적인 분위기다. 과학 감수성을 키우는 조기 과학 프로그램

독일 사람들은 어릴 때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가정에서는 정 착된 토론 문화를 활용해 부모들이 아이들과 끊임없이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 이 박물관을 찾아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킨 다. 이런 박물관들은 가족 단위뿐 아니라 매 주 20여 개의 유치원 그룹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재밌게 과학의 원리를 익힐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 박 물관에서는 거창한 실험 도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도구를 이용해 과학 놀이를 한다. 예를 들어 옷걸이와 노끈 을 연결해 소리를 들어보면서 공기 중의 소 리 전달에 대해서 배우는 식이다. 몇몇 대학의 부속 유치원에서는 정부가 지원

161


하는 조기 과학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한다.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실험이나 베이킹파우 더에 식초를 넣어 반응을 지켜보는 등 쉬운 재료를 통해 과학을 가르치고, 무엇보다 시각 적 효과 등을 통해 과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바이오 사이언스 분야에서 140 년 전통을 쌓아온 기업 ‘바이엘’의 경우 오 래전부터 ‘BayLab’ 시설을 운영하면서 어린 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한 프로그램의 이름 은 ‘Make Science Make Sense’. 과학적 지 식보다 감수성과 호기심을 우선시하는 독일 사람들의 과학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 목이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는 한 주제를 2주 동안 다루며 탐구 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몸’이 주제라면 몸의 기능에 대한 과학적 지 식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뼈의 숫자를 세는 수학적 놀이를 접목해 통합적 사고를 기르도 록 한다.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과학은 재밌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다. 아이들의 과학 아지트 ‘school labor’ 독일의 많은 대학 연구소들은 중.고등학생들 에게 연구소 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 부 연구소는 아예 상설 ‘school labor’를 설치 해 놓고 청소년들이 단체나 개인으로 언제든 지 방문하도록 했다. ‘school labor’에서는 일 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 현상을 흥미롭 게 설명해 주고, 아이들이 직접 실험할 수 있 도록 다양한 실험 기구들을 갖추고 있다. 예 를 들어 ‘휴대폰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162

유로화 표시를 관찰하며 숨겨진 과학적 의미를 찾고 있는 학생.

심사위원들이 대회에 참석한 학생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를 알고 싶은 학생이라면 물리 연구소를 찾 아 실험을 하고 체험하면 된다. 연구소 탐방 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 에 걸쳐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기 때 문에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가능하다. 우선 연구소를 탐방하기 전, 학생들은 그룹 별로 모여 해당 주제에 대해 조사를 한다. 실 험을 할 때는 연구소 담당 연구원들이 학생 들의 수준에 맞추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지 도해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학적 지식도 체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연구소는 초 · 중


Program 소년 연구 대회’는 세 명이 함께 출전하는 팀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등학교가 요청하면 수시로 학교를 방문해 학 생들에게 자연 과학 분야를 소개하는 설명회 를 열기도 한다. 킬 대학 부설 연구소 ‘이페엔’은 과학 교육 과 정과 학습 지도를 연구하는 곳으로 독일 과학 교육의 중심지다. 물리 · 생물 · 화학 전문가, 교육 전문가, 교육 심리 전문가까지 모여 학 생들에게 과학을 쉽게 잘 가르칠 수 있는 방 법을 고민한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지구 시스템 프로젝트’의 경우, 학생들이 어려워하 는 지질학을 어떻게 수업에 녹여낼 것인가를 연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러 지질학 연 구소에서 의견을 모아 지질학 개념에 대해 쉽 게 풀이한 자료는 각 학교에 제공돼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대학에서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수학, 물리, 화 학, 전기학, 메커니즘 등 과학 과목 강의를 따 로 개설하고 있다. 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 들은 주말이 시작되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부터 3시간씩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한 학기 강의를 마치면 원하는 학생은 시험 을 칠 수 있으며 이 성적은 대학에 입학할 때 인정받을 수 있다. 팀 프로젝트를 통한 과학 탐구 활동 독일에서는 과학 대회가 자주 열린다. 학생들 역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 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대회 에 참가한다. 만 14세까지 참여 가능한 ‘청소 년 실험대회’와 만 15세부터 21세까지 자격

163


학생들은 대학의 상설 연구소를 찾아 자유롭 게 과학 실험을 한다.

모형 풍력 발전기를 만드는 과학 시간.

배수관 연결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집을 짓는 아이들.

이 주어지는 ‘소년 연구대회’가 매년 전국적 인 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1966년부터 개 최된 이 대회는 생물, 화학, 지구과학, 수학, 물리, 공학, 작업환경 분야 등 일곱 분야로 나 뉘어 진행되는데 참가자는 개인 혹은 3명까 지 팀을 구성하여 참가할 수 있다. 독일의 과학 대회는 하루 동안 참가자들의 과 학 실력을 겨루는 게 아니라 몇 개월에 걸친 실험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아이들은 실험 전 후 과정을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과학 적 지식과 연결시키는 법을 배운다. 이때 전 국적으로 6000여 명의 과학 교사나 각 분야 의 전문가들이 적절한 실험 기구나 전공 지식

164

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도시별, 각 주별 예선 대회를 통과한 학생은 전국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데 경쟁률이 상당하다. 2011년에는 72개 학교에서 출전하였는데 그중 195명의 학생들 만이 본선까지 출전했다. 많은 독일 기업들은 이 대회와 파트너십을 맺 고 상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학생들이 대회에 참여하는 데 소요되는 교통비, 식비 등 일체 의 경비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회의 수상자들에게는 기업에서 몇 주간 실 습할 수 있는 기회나 연구소와 기업에 취업 할 경우 우선권을 주고 있다.


Program WORLD WIDE Australia 글·사진_박소형(호주 통신원)

케이트는 엄마와 함께 채소를 돌보며 환경에 대해 공부한다. 지렁이 농장에 음식물 찌꺼기를 집어넣는 일도 케이트의 몫이다.

일상에서 과학의 주제를 찾는 호주 흥미 그리고 현재 삶과의 연관성, 이 두 가지 가 호주 과학 교육의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호주의 학생들에게 과학은 어렵고 지루한 과 목이 아니다. 교과서라 할지라도 이론을 설명 하는 데 만화를 이용하는 건 다반사이고, 구 체적인 실험 가이드에 따라 집에서 직접 실험 을 하는 일도 많다. 좀 더 어렵고 복잡한 이 론이나 내용은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배우고 반 학생들끼리 과학 박물관이나 도서 관,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보 고 손으로 만지며 탐구한다. 호주의 학교는 종종 ‘과학의 밤’(Science Night)이란 행사를 연다. 학생들이 개인이나 팀을 이루어 한 학 기에 걸쳐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들을 선생님 과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이다. 학생 들은 자신만의 발명품을 독특하고 기발하면 서도 핵심을 빠뜨리지 않고 발표한다. 또 호 주에는 각 주마다 학교 과학 교사들이 모이

는 단체가 있어 학생들의 과학 교육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사이언스 빅토리아’의 경우를 보면 해마다 과학 재능자 찾기, 과학 드라마 대상 등의 대회를 개최해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또 이 단체는 학습 부교재와 실험 자재 등 과학 교육에 유용한 자료들을 끊임없 이 찾아내고 특정 주제의 과학 캠프나 세미나 를 열어 교실에서 하지 못한 과학 교육의 깊 이를 채워간다. 생활 속에서 과학을 접하는 호주의 아이들 중학교 2학년인 맬컴은 ‘과학의 밤’ 과제물 준 비로 요즘 한창 바쁘다. 과학 선생님과 정한 몇 가지 주제에 맞춰 이번 학기 내내 조사를 하고 실험을 했다. 주제는 네 가지인데, 환경 안에서 화학과 연관된 문제들, 약품으로도 쓰 이는 식물들, 화학으로부터 얻는 에너지, 화학 반응으로 일어나는 색상의 변화가 그것. 동네 공원에서 식물을 채집해 스크랩하기도 하고

165


동네 공원에서 식물을 채집하고 있는 맬컴과 형 로버트.

사이언스 빅토리아’는 각 학교의 과학 교사들이 모여 과학 교육의 방향을 함 께 모색하는 단체다. 과학 교육에 유용한 자료들을 오프라인 모임은 물론 홈 페이지를 통해서도 끊임없이 공유한다.

호주의 과학 교과서. 만화나 도표, 사진 등 아이들의 흥미 를 유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많다.

인터넷이나 도서관에서 환경 관련 자료들을 찾아 정리하기도 했다. 산성과 알칼리성을 구 분하는 색상 실험은 안내 책자를 따라 읽으 며 집에서 형과 함께 실험했다. 대부분의 실 험 재료들은 집 안에 있는 일상용품들. 이렇 듯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들을 이 용한 실험이 많은 이유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워주기 위해서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과 목이지만, 일상생활과 연관된 것이 많아 아이 들은 과학을 ‘놀이’처럼 익히고, 평소에 갖게 되는 호기심을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유 용한 지식이라고 인식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케이트는 요즘 지렁이를 키우는 재미에 푹 빠

166

져 있다. 엄마가 하루 종일 부엌에서 모은 음 식물 찌꺼기들을 들고 마당 뒤로 가 검은 플 라스틱 상자(지렁이 농장) 안에 밀어 넣는다. 축축한 헝겊과 흙이 들어 있는 상자 안에서 지렁이들은 이 음식물을 먹고 분해해 배설한 다. 지렁이가 배설한 흙은 정원의 채소를 키 우는 옥토가 되고 지렁이 농장에서 흘러나온 흙즙은 천연 비료가 된다. 케이트는 환경 문 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고민하면서 지렁이 농장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 는 방법, 천연 비료를 만드는 방법 등 케이트 는 끝도 없는 질문을 쏟아내고 엄마와 함께 여러 가지 실험과 조사를 하며 답을 찾아간 다. 케이트는 이 실험을 통해 뒷마당의 채소 와 화초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Program

WORLD WIDE France 글·사진_박언영(프랑스 통신원)

과학 클럽에서는 선생님 의 지도 아래 일주일에 한 번씩 비누나 사탕 만 들기 등 아이들이 호기심 을 느낄 만한 주제로 과 학 실험이 이루어진다.

눈높이실험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프랑스의 과학 클럽 프랑스는 각 시마다 학생들과 지역 시민을 위 해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 취재를 위해 찾은 과학 클럽은 초등학교 근처에 자 리 잡고 있으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 지(프랑스 초등학교는 5년제) 128명의 학생 들을 12명씩 그룹을 만들어 화요일부터 토요 일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1 시간씩, 그리고 고학년인 5학년들은 1시간 반 을 할애해서,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비누· 초 · 사탕 만들기 등을 배운다. 복잡한 화학을 가 르치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호기심 을 이끌 만한 주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 의 원리를 익히게 하는 일종의 과학 과외 학 습인 셈이다. 취재를 요청했던 날은 저학년

학생들과 함께 나디아, 사브리나 두 교사가 사탕 만드는 실험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날 만든 사탕은 1844년부터 이어져온 전통 사탕 인 베를랭고. 설탕가루 250g, 포도당 25g, 레 몬 1개, 물 7.5cl, 색소 2방울을 가지고 한 시 간 동안 사탕 만들기 실험이 이어졌다. 먼저 냄비에 설탕과 레몬즙, 물을 부어 140℃까지 끓여 시럽을 만든 뒤(컵에 찬물을 붓고 끓인 시럽을 떨어뜨려 동그랗게 뭉쳐지게 되는 정 도) 대리석이나 평평한 돌에 식용유를 바르 고 그 위에 붓는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뒤 집개로 굳어 있는 시럽을 식혀가면서 떼어낸 뒤 가위로 잘라 설탕가루에 묻히면 완성된다. 그다음 교사가 실험 내용을 칠판에 정리해 주 면 학생들이 각자의 노트에 만드는 법을 필기

167


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거친 후 수업을 마치 게 된다. 이런 실험은 아이들의 호응도가 좋 아 매번 1시간으로는 부족할 정도라고. 아이 들은 학교의 틀을 벗어나 과학 클럽에서 교 사들과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며 과학을 재미 있게 접하고 있었다. 파리에 위치한 대규모 과학 산업관 프랑스에서는 학교 밖 또 다른 과학 교육의 장으로 1970년대에 프랑스 대통령 직을 역임 했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텡이 1986년 6년 간의 공사를 거쳐 완성한 과학 산업관이 있 다. 이곳은 과학 산업 문화를 폭넓은 대중, 특히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만든 곳으로, 파리 및 근교에 있는 학교들의 견학 장소가 된다. 한 해 1만 3000개 학교가 방문하는 곳으로 교실에서 이 론으로만 알았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경

(위)과학 산업관 견학 후 자 뭇 진지한 모습으로 ‘과학 산업관 방문 기록서’를 작성 하고 있는 학생들

험해 볼 수 있다. 과학 산업관에는 2세부터 고등학교까지 나이와 학년에 맞는 다양한 프 로그램들이 있고, 전시회 형식으로도 마련되 어 있다. 견학 후에는 ‘과학 산업관 방문 기록 서’라는 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하도록 하는데 보고서는 에너지, 위성, 우주, 변혁, 소리, 빛 등 10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특별히 흥미로 웠던 부분과 재미없었던 부분들을 학생이 자 유롭게 체크하도록 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아 이들을 위해 마련한 과학 프로그램은 그뿐만 이 아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1937년 화 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장 페랭이 파리에 세운 디스커버리관이 있고, 1991년부터 매년 과학 축제가 프랑스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주로 전시, 강의, 교육 아틀리에, 연구소 개방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 에 프랑스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과학을 밀 접하게 만날 수 있다.

(위)과학 클럽에서는 간단한 실험일지라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보도록 지도하고 있다. (옆)과학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내용을 꼼 꼼하게 기록하는 것.

168


Program WORLD WIDE Netherlands 글·사진_지은주(네덜란드 통신원)

금속, 화학, 건축, 음악 속에서 과학을 발견하는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세계 정상 급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과학 분야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 원을 등에 업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 음은 물론, 실제로 과학 기술 분야의 세계 경 쟁력 보고서에서 세계 8위를 차지하는 저력 을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가 이토록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 을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교육에 있다.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과학 연구를 위하여 그 무엇보다 인재 양성에 많은 투자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 · 중 · 고등학교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과학 교육 역시 체계적이고 실용 적인 배움을 모토로 고등 교육의 튼튼한 토 대를 만들어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과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실험 준비물만 나눠줄 뿐 아 이들의 다양한 실험 결과에 대해서 ‘맞다, 아 니다’ 식의 결론은 도출하지 않는다. 또한 실 험 준비물을 보고 어떤 실험을 할지를 아이들 스스로 추측해 보도록 하는 등 무엇보다 창의 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 었다.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과학 교육과 밀 접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과학적인 지식을 얻고 싶을 때 사이언스 숍을 찾는다. 각 대학 마다 사이언스 숍을 설치해 연구비와 예산을 들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있는 아이들 역 시 이러한 기관들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교 육을 경험할 수 있다.

169


무엇이든 보고 만질 수 있는 과학 놀이터, 니 모 과학관 1997년에 문을 니모 과학 박물관은 ‘과학 기 술의 체험과 발견’(To do and discover)이라 는 슬로건 아래, 실생활 속의 과학 원리를 역 할 놀이를 통해 배우는 과학 탐구 공간이자 놀이 공간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Please Do Touch!’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데, 직접 보고 만지는 참여나 체험 형태의 전 시물로 공간이 가득 차 있다. 작동법을 확실 히 알지 못하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지다 보면 자연스레 그 원리를 터득한다는 설명이다. 역학 에너지의 원리를 배우는 체인 리액션 (chain reaction), 생명체 DNA, 뇌의 세계, 금 속, 화학, 건축, 음악을 망라한 모든 코너에 서 과학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과학 놀이터다. 그중에서 도 건축 기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만든 기계 공원과 환경을 생각하는 미래 대체 에너지를 보여주는 에너지관이 특히 인상 깊었다. 먼저 기계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복잡하게 설 치된 기계 구조물들을 작동시키면서 건축의 기본적인 성질, 균형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또 에너지관은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 의 원리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 생수 정화를 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 이 특별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니모 과 학관은 학교 밖 학습 장소로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배우도록 하는 과학 체험 교육, 과학 이벤트 등의 교육

170

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이론이 아닌 체험을 통 한 과학 현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 을 이용해 이곳을 찾고 있다.

(위)학생들이 힘의 원리를 깨닫는 실험을 하고 있다.


Program

(옆)물의 정화 시스템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치.

(아래)현미경을 통해 세포를 관찰하고 있는 아이들.

171


아이와 즐거운

그림 대화 해볼까요? 엄마와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지만, 정작 말을 해도 서로의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 목소 리 대신 그림으로 교감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색다른 대화. 그 속에서 발견한 내 아이의 진짜 마음.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김진희(studio lamp)

“지금부터 20분 동안 서로 말하지 않고 그림으로 얘기해 볼까요?” ‘엄마, 아빠와 미술로 이야기하는 마음학교’ 수업에 모인 네 가족이 각자 앞에 놓인 미술 재료들을 만 지작거리며 들뜬 표정으로 지켜보다 선생님의 독 특한 제안에 갸우뚱한다. 받아든 종이에 각자의 나 무를 그린 후 엄마와 아이가 이를 합쳐서 한 그루 의 가족 나무를 완성시키는, 이날 수업의 포인트는 ‘비언어적인 소통’이었다. “어머님들, 평소에 애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많은 말 을 하죠? 그런데 아이들의 말은 얼마나 잘 들어주 시나요? 혹시 목소리만 듣느라 아이들의 눈빛이나 표정은 놓치고 있지 않나요?” 선생님의 연이은 질 문에 어머니들은 ‘말하지 않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 며 크레파스를 집어 들었다. 엄마와 재잘재잘 말을

172

하던 아이들도 모처럼 조용히 입을 다문 채 그림 에 빠져들었다. 바로 옆에 앉아서도 서로 말을 나 누지 않은 채 각자의 나무 그리기에 열중하는 모습 이 제법 진지했다. 아이들과 대화하기 힘든 부모에게 제격 요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미술 치료 수업이 인기다. 아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관심도 높다. 이번처럼 부모와 아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수업에도 많은 가족이 모인 다. 주말에 진행되는 수업에는 주로 일하는 엄마 들이 많이 오는데, 평소에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 는 시간이 적어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기대도 높다. 수업 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애들 교육에 관심은 많지 만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


Program 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파악하기가 힘들더라고 요. 아이와 대화를 잘 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 아이의 진짜 이야기 를 들어보려고요”라며 참여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은 종이에 메모를 하거나 낙서를 하는 것만 으로도 자신의 마음이 드러나기 마련. 다양한 도구 와 재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면 마음속의 이야기 가 어느 정도 흘러나온다. 각자의 스케치가 끝나자, 엄마와 아이들이 나무를 합쳐서 공동 나무 꾸미기를 진행했다. 아이와 엄마 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만든 종이를 하나로 끼운 후, 이번에는 함께 상의하면서 완성해 가는 과 정이다. “이제부터는 마음껏 이야기하면서 함께 만 드는 거예요”라고 선생님이 말하자, 아이와 엄마들 이 참았던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시끌시끌했다. 아 이가 어떤 나무를 그리고 싶었는지 물어보고, 아이 또한 엄마가 그린 그림을 짚으며 “이게 뭐야?”하고 묻는다. “엄마, 나는 과일을 좋아하니까 온갖 과일 이 열리는 나무를 그려보고 싶어” “엄마는 우리 후 영이 나무를 만들고 싶어. 후영이가 좋아하는 분수 도 있고 미끄럼틀도 있고 수박도 있는, 세상에서 제 일 소중한 나무 말이야”라며 엄마와 아이는 눈빛을 교환하고, 서로의 표정을 읽었다. 엄마가 자신의 이 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나무 를 꾸밀 방법들에 대해 이것저것 말을 이어갔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으로! 아이들은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고 엄마와 협동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 에 즐거워하며 나무 꾸미기에 집중했다. 특히 각종 도구와 재료를 활용해 구멍을 뚫거나 실로 꿰거나, ‘마카로니’ 같은 음식 재료들을 종이에 꽂거나 풀 로 붙이는 등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작업에 큰 관 심을 보였다. 수업 도중 한 아이는 실에 마카로니를 꿰어 세상에 서 하나뿐인 목걸이, 팔찌를 엄마에게 직접 걸어주 기도 했다. 애교가 뚝뚝 묻어나는 행동에 엄마는 “ 정말 고마워, 진짜 소중한 목걸이네~”라며 아이를 칭찬해줬다. 그러자 곳곳에서 다른 아이들도 엄마 에게 줄 선물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요즘 한자 배우기에 빠져서 한자가 새겨진 나무를 만든 아이, 달콤한 과일이 잔뜩 열린 나무를 만든 아이 등 4팀 4색의 독특한 나무 네 그루가 완성되 었다. “평소엔 제가 간섭을 하는 편인데, 그냥 내버 려두니까 이렇게 특별한 그림이 그려지네요. 정말 신기해요, 별말 안하고 칭찬만 했는데도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나무가 만들어졌어요.” 이처럼 부모의 정서적인 반응은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무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는 엄마와 아이, 그림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 가 족의 사랑스런 모습이었다.

173


말하는 습관

밥상머리에서

기획_강승민 기자 글_김미경 사진_중앙m&b

김미경 원장은… 18년간의 스피치 노하우를 담 은 베스트셀러『아트 스피치』 저자. 방송에서 솔직한 입담을 펼치며 잘 알려진 스타 강사로 다수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최 근 ‘키즈 스피치 리더십’ 등 다 양한 커뮤니케이션 콘텐트를 개발 중이다.

174

미국의 명문 대학 아이비리그 재학생 중 30%가 유 대인이라고 합니다. 유대인이 전 세계적으로 두각 을 나타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원인 을 가정에서 찾는 교육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유대인 가정에는 독특한 가족 습관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족 구성원끼리 끊임없이 대화를 나 누는 게 제일 눈에 띄는 점입니다. 무언가 결정해 야 할 사항이 생겼을 때, 우리 가정에서는 주로 부 모님이 결정하지만, 유대인 부모들은 설사 본인의 생각이 있다고 해도 자녀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스피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이고, 주체적인 아이로 자라게 되는 거죠. 이게 유 대인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의 이유라고 많은 전문 가들이 말합니다. 공부라는 게 자기 스스로 해야 발 전하는 것이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억지로 머릿 속에 넣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스피치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훈련’밖에 없습니다. 훈련이라는 표현이 좀 강하긴 하지만, 사실이 그


Program 렇습니다. 좀 순화시켜 표현하면 ‘습관’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빌 게이츠의 말하기 습관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말 이면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사업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을 나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들인 습관이어서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지만, 본인 스스로 밥 상머리에서 이루어지는 가족 간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 적이 있었습니 다. 실제 우리나라의 명문가에서는 밥상머리 대화 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말하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말 잘하는 사람들을 한 번 곰곰이 떠올려보세요. 평소 말수가 적은데 말을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즉시 해버리는 스타일의 사람들 이 이야기를 잘하죠. 본인이 의식했는지 어땠는지 는 모르지만, 그 사람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 을 잘하고 싶다’라는 열망을 강하게 품었던 사람들 입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한 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 아할까?’라는 고민을 부단히 해온 것이죠. 물론 평 소 말하기에서 체계를 가지고 스피치 능력을 끌어 올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성공적 인 스피치를 하게 되는 과정은 거의 다 비슷하고 참 단순합니다.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이 습관만 들이게 해도 매우 뜻깊을 거라고 생각합니 다. 사실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습 니다. 친구들 앞에서 재미있게 말하거나, 선생님께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교단에서 매일 강의하는 선생님도 처음에는 엄청난 두려움 이 있었을 겁니다. 사실 그 두려움이 에너지입니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 노력 을 통해 개인의 능력이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스피치 능력은 훈련을 통 해서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습관 들이기와 경험 의 문제입니다. 한 번, 두 번 계속 도전하고 경험하 다 보면 어느덧 자유자재로 이야기하는 자신을 발 견하게 될 겁니다. 집에서 말하는 습관을 만드세요 첫 번째_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재치 있게 말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듣는 사람들 도 이내 지겨워하죠. 하지만 듣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소 재를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사실 주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찾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로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 친구의 해외여행 이야기, 연예인의 생활 등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 등은 언 제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입니다. 스피치 소재를 찾는 것은 시간을 따로 두고 하는 게 아니라 일 상생활 중에 ‘늘’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일기 쓰기, 메모하기, 독 서하기, 친구들의 이야기 경청하기, 질문 많이 하기 같은 행동을 습관 들이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누군가에게 들은 소 재가 자신만의 스피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_머릿속에 먼저 설계도를 짜는 일입니다 그 설계도는 복잡한 게 아닙니다. 보통 A-B-A’ 구조로 돼 있죠. 글짓기를 할 때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입니 다. A(주제 밝히기)에서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꺼내고요. B(주 제 검증)에서는 A에서 말한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A’에서는 다시 한 번 주제를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어떻습니까? 간단하죠.

세 번째_자신의 말에 자신감을 갖는 일입니다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어쩐지 말대꾸 같고, 그 래서 말을 하지 않다 보니 불합리한 상황도 그냥 당하고 넘어가 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더군다나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다그치 거나 잘못을 크게 확대해서 혼내기라도 했다면 아이들의 입은 굳어버릴 거예요. 하지만 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힘을 믿 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혹시 선생님의 질문에 할 수 있는 대답이 없다면 그 이유라도 정확하게 설명해 야 하는데,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는 절대 자신의 마음을 알아 줄 리 없습니다. 그냥 우물쭈물, 대충 얼버무리면 그게 더 버릇 없어 보이는 것이죠. 설사 조금 버릇없어 보이더라도 언제 어디 서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습관

175


입학사정관 전형까지 준비하는

여름 방학 포트폴리오 방학 중 체험 활동이 포트폴리오가 되는 시대가 됐다. 자 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그 과정을 평가하는 제도가 입학사정관 전형이기 때문. 진로 선택부터 자기 주도 학습 , 신나는 체험활동까지,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수 있는 서머 스쿨을 찾았다. 기획_강승민 기자 취재_이미회(자유기고가), 엄수진(프리랜서)

서 머 스쿨 고르는 6가지 기준

2012년 대입부터 수시 비중이 60% 이상으로 결정 돼 사상 최초로 정시 비중을 앞지른 데다 과학고 와 영재고 등은 물론 국제중에서도 입학사정관 전 형을 도입함에 따라 입시 준비 트렌드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학교 성적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 는 시대는 지난 것. 학교 성적은 물론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까 지를 보여줘야 한다.그러나 이 변화는 공부에만 매 달려왔던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혼란을 준것도 사 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다. 학과 공부에서 자 유로운 여름 방학을 맞아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서머 스쿨을 선택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하는 학생 이 많은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하지만 자기 주도 학습법, 리더십, 진로 탐색, 독서캠프 등 분야도 다 양하고 종류도 많다 보니 옥석을 가리기 쉽지 않다. 강충인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교수는 입학사정관 전형 캠프나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6가지 기준에

176

부합되는지를 고려해 보라고 조언한다.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캠프인가, 둘째 캠프가 암기 위주가 아니라 체험적이고 활동적인가, 셋째 캠프 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넷째 진로를 이미 선 택한 경우라면 자신이 원하는 학과와 관련이 있는 가, 다섯째 자기를 발견할 수 있는 캠프인가, 여섯 째 교사진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가. 또한 강충인 교수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란 창의적 인 체험 활동이 중시되는 공교육인 만큼 부족한 부 분을 캠프 등을 통해 보충하는 한편 학부모와 함께 하는 활동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입학 사정관 전형에서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학생의 멘 토가 돼야 한다는 것. 어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 니더라도 방학에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거나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일상 을 떠나 자연과 함께하다 보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자녀의 고민이나 호 기심, 미래의 꿈 등을 발견하는 수확을 얻을 수 있 기 때문이다.


Program

먼저 보낸 선배 맘의 캠프 후기 서울교대 자기주도학습 캠프에 참가 - 초등학교 2학년 윤솔비 엄마 김나영씨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기 때문에 자기 주도 학습 캠프에 보내는 게 아직 이른 건 아닐까 고민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집을 떠나 혼자 생활 하면서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사귄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렇 지만 사실 캠프에 보내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 니다. 아이가 3일 캠프에 다녀온 것으로 눈에 띄게 변화를 보인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의 캠프겠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온 아이의 일상을 보면 캠프에서 마냥 놀다 온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3일 동안 아이 는 쉼 없이 자극을 받고 머리가 깨이는 느낌을 받 았다고 해요. 캠프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왜 공

부하는가, 어떻게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 공부하 는가, 나는 어떠한가’ 등 지금껏 한 번도 접하지 못 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캠프가 아이에게는 하나의 터닝 포인트였던 거지요. 시키는 공부에서 벗어나려 하다 캠프에 다녀와서 한 가지 변화를 꼽으라면 엄마가 시키는 공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었 습니다. 가령 제가 먼저 하라는 교과 공부 대신 연 산 문제집을 푸는 거예요. 왜 이걸 풀고 있느냐고 물으니 지금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돼서 이걸 먼저 하고 머리를 좀 돌려 교과문제집를 풀면 잘될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클래식 음악을 작게 틀어놓는 것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음악까지 틀어놓 고 공부를 하더라고요.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순서 를 정했다는 것, 집중이 잘 안 되는 상황을 인식하 고 집중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했다는 것. 이

177


것이 캠프 이후 처음 시도한 아이의 자기 주도 학 습이었습니다. 아이는 캠프가 좋았다고 말합니다. 제 생각도 같습 니다. 아직 어려서 뭘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 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서울교대 프로 그램을 비롯해 방학 캠프들이 너무 비싼 게 사실이 거든요. 비용이 절반 정도만 돼도 주저 없이 보내 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 돈이 아까워서라도 아이가 캠프에서 배워온 것들과 활동지들을 바탕 으로 후속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캠프에서 받은 자극들이 일상에서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도로 아 미타불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178

엄마에게 무지막지한 숙제를 남기다 며칠 놀다 오라고 아이를 보내고 저는 한숨 돌려야 지 했는데 실은 엄마에게 무지막지한 숙제를 남겼 네요. 캠프 3일 동안 아이에게 학습 동기 부여와 의 욕을 높이는 데 분명한 자극을주고, 구체적인 방법 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로 하여금 해볼 만하다는 생 각을 갖게 한 게 가장 큰 수확인 듯합니다. 다만 그 것을 일상으로까지 연장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는 캠프에서 돌아온 이후, 학습 주체자인 아이와 학습 조력자인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프로그램이 거의 학습 위주 여서 운동이나 레크리에이션 같은 활동이 부족하 다는 거였어요. 캠프를 선택할 때 이런 부분도 미 리 점검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Program

독서&봉사 포트폴리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독서와 봉사 활동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해서 자료를 축적해야 하는 필수 과목이라 할 수 있다. 독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작성하는 게 관건 독서 활동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서 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산맥이다. 심사위원들은 독서 이력을 통해 학생의 이해력, 창의력, 사고력을 평가하고 지원자의 관심 분야 등을 파악한다. 서류 를 제출할 때 당황하지 않고 준비된 독서 이력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읽은 후 스스로 독서 내용을 정리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이나 독서 기록장에 독 후감을 최소 한 달에 1권, 1년에 10권 이상 작성하 고 특정 시기에 몰아서가 아니라 학년별, 학기별로 꾸준하게 감상문을 작성해 사고의 흐름이 드러나 도록 하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다양한 분야 의 독서를 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자신의 진로와 관련이 있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 좋다. 또 한 다양한 책을 읽고 ‘나만의 추천 도서목록’을 만 든다든지 학습 일기 등을 쓰는 것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봉 사 활동은 양보다 질! 입학사정관제에서 봉사 활동 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학생의 사회 봉사 정신과 인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에서 가 장 중요한 요소는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봉 사 활동을 하는 이유, 둘째 지속적인 참여 여부, 셋 째 봉사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넷째 지원 한 학과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가 바로 그것. 대학 이 봉사 활동을 평가할 때는 등급을 정해 놓고 일

정 시간 이상이면 해당 등급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 고 있다. 입시만을 위해 몇백 시간을 봉사 한다거 나,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마구잡이식 으로 봉사 활동을 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 다.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게 바로 합격의 지름길. 봉사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포트 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좋다. 봉사를 하면서 힘들었 던 점, 보람 있었던 일, 변화된 것등을 진솔하게 기 록해 두면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특별한 봉사 활동 기록을 제출할 수 있다. 봉사 활동 정보 는 청소년자원봉사, 청소년활동종합서비스 사이트 를 이용하면 된다..

179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진로 찾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학교 성 적은 좀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 과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가 바로 리더십과 자신감 등 인성에 관한 부분. 공부만 잘하는 바보가 아니 라 대인 관계가 뛰어나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 난 사람이 진정한 인재라는 것. 다양한 체험 활동 을 통해 리더십과 자신감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고르는 게 관건.

전문가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파악했다면 입 학사정관 전형의 절반 이상은 준비했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이야기. 하지만 세상에는 할 일도 많은 법. 설사 하 고 싶은 일을 골랐다 하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소질 에 맞지 않는다면 한낱 꿈에 지나지

180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가능성 을 열어놓고 꿈과 실현 가능성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방학 기간은 아이들이 다양한 체 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Program 2011년 한국에서 있었던 여름방학 캠프 서울교대 자기주도학습 캠프 49만2000원문의_02-3474-2362 www.brainup.ac (주)조선에듀케이션 맛있는 멘토스쿨 통학캠프 참가비_86만원 문의_02-2299-7002 edu.chosun.com/selfstudy 비전아카데미 자기주도학습 여름방학 기숙캠프 참가비_200만원(1차), 168만원(2차) 문의_031-851-5073 큰사람연구소 자기주도학습 산사체험캠프 참가비_77만원 문의_1688-8420 www.imentossam.com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우리말 논술캠프 참가비_45만원(초중등), 52만원(고등) 문의_02-3279-0900 등대리더십 독서캠프 참가비_33만원 문의_031-971-2731 edu.liskorea.org 테마한국사/세계사논술캠프 참가비_22만원(한국사), 23만원(세계사) 문의_02-568-2179 www.edulove1004.com 연세대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GLAD 한국의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의 학생들이 참여 참가비_140만원 문의_02-2123-3968 해병대슈퍼리더십 캠프 참가비_45만원(4박 5일 숙박형), 120만원(9박10일 숙박+야생 형) 문의_1644-0242 www.camptank.com 정조와 다산에게 배우는 리더십 아카데미 참가비 3만원 문의_070-8118-6888 www.ggfc.co.kr NLP집중력 자신감 리더십 캠프 참가비_60만원(초등학생), 65만원(중학생) 문의_02-582-3296 www.MindNLP.com 청소년진로컨설팅캠프 참가비_74만원 문의_02-720-6253 www.insungschool.co.kr 우주비행사 캠프 참가비_22만원 문의_02-3477-0933 www.spaceschool.co.kr 과학로봇CEO 캠프 참가비_56만원 문의_1688-2143 www.werobo-edu.com 호기심 사이언스 캠프 참가비_21만원 문의_02-568-2175 www.edulove1004.com 어린이 궁궐문화 현장학습 참가비_6만5000원 문의_02-730-4796∼7 www.koreaschool.co.kr 어린이인권다큐캠프 참가비_20만원 문의_02-568-2175 www.edulove1004.com 꿈나무 재테크 환경캠프 참가비_3만원 문의_1577-1004 camp.myangel.co.kr

181


뽀로로는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뽀로로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여기서 출발했다. 뽀 로로 제작사인 오콘을 찾아 ‘뽀로로 엄마’ 우지희 상무를 만났다. 궁금한 이야기가 많았다. 유아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특종에, 아기 공룡 크 롱이 친구로 등장한 배경까지…. 뒷얘기가 무성했다.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오콘 제공

한 부부가 아이와 함께 이민을 갔다. 유치원에 서 동양인이라고 놀림을 받던 아이는 홧김에 이 렇게 소리쳤다. “그만해. 나 뽀로로 만든 나라에 서 왔다구!” 그 뒤로 아이의 인기는 급상승해 누 구보다 빨리 유치원 생활에 적응했다는 후문이 다. 이 얘기는 실화다. 뽀로로는 땅 위를 쪼르르 걷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구름을 뚫고 우주로 날아오를 기세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 인 화면에 이틀이 멀다 하고 ‘뽀로로’ 기사가 실 리는 판이니. 그날도 그랬다. 뽀로로의 미국 진출 을 앞둔 시점에 ‘디즈니사의 뽀로로 매각 제안’ 기사가 터져 나왔다. 매각 대금으로 제시한 금 액이 1조원이란 소리가 들렸고, 디즈니사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면서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졌 다. “뽀로로를 파는 건 박지성이 국적을 바꾸는 것과 같다. 돈은 많이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사흘 지나서 돌 맞아 죽을 것 같았다.” 오콘의 김일호 대표가 어느 강연에서 한 말이 기사가 되어 널 리널리 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뽀로로 제작사인 오콘을 찾았 다.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기 전 10개월을 엄마 배 속에서 보내듯, 뽀로로가 방송을 타기 전 여

182

러 대의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서 세포 분열하며 산고를 치르는 곳이 오콘이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 가?’ 일찍이 폴 고갱이 자신의 그림에 붙인 멋진 제목에서 힌트를 얻었다. ‘뽀로로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그 답을 듣기 위해 남편 김일호 대표와 함께 오콘의 창업 멤버로 활 동한 우지희 상무를 직격 인터뷰했다.


Program

183


2001년에 기획에 들어가 2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 쳐 2003년 6월에 첫 방송을 한 걸로 아는데요 아 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오콘, 하나로통신(현 SK 브로드밴드), EBS의 공동 참여로 프로젝트가 시 작됐어요.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대표와 오콘의 김일호 대표가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우리만의 작품을만들자며 의기투합했죠. 하나로통신의 투 자를 받기로 하면서 공동 제작사로 들이고 EBS 가 더빙, 음악 녹음 같은 후반 작업에 힘을 보태 기로 하면서 일이 풀렸어요. 여전히 네 곳이 공동 제작하는 건가요 네, 동일 해요. 네 곳이 공동 출자해서 수익을 나누는 구 조로 보면 돼요. 기획과 마케팅, 제작을 아이코닉 스와 오콘에서 나눠서 하고 있죠. 아시다시피 한 편에 5분짜리 영상을 2편씩 묶어서 일주일에 2 회씩 방송하고 있어요. 52편을 묶어서 한 시즌으 로 보는데, 현재 3기까지 나왔어요. 4기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현재 4기를 제작중 에 있어요. 올가을이나 겨울을 목표로 하고 있 습니다만,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네요. 늦어도 내 년초에는 방영될 거예요. 이번에 새로운 인물이 하나…. 새로운 인물이오? 기존 캐릭터 외에 또 누가 새롭 게 추가되나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얘기인데…. 그게 사실이면 특종인데요? 전 세계 유아를 대표해 서 묻겠습니다. 어떤 캐릭터인가요 새 인물이 등장하는 건 확실해요. 애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캐릭터죠. 동물은 아니고요…. 여기 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우지희 상무는 상당히 난 처해했다.) 초기에 북한이 뽀로로 제작에 참여했다던데, 그건 무슨 얘기인가요 당시에 하나로통신이 대북 사업

184

을 하고 있었거든요. 북한의 삼천리 총회에 제작 을 제안했고, 그쪽에서 받아들이면서 뽀로로 1, 2 기 제작에 북한 측이 참여하게 됐어요. 제작 과정에 문제는 없었나요? 의사소통 같은 의사소통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에서 표현력에 차이가 있었어요. ‘신나게 뛰어가다’ ‘모두가 행 복한 표정을 짓다’ 같은 스토리보드상의 표현을 시각적으로 옮길 때는 작업자의 감성과 경험이 반영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작업물을 보면 정말 신이 나서 뛰는 모습이 우리하고 달라서인 지 느낌이 안 산다고 할까요? 우리 는 동기 부여 가 되잖아요. 타이틀에 작게라도 이름이 올라가 면 디자이너로서 자긍심도 갖게 되고, 그래서 요 구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기 마련인 데, 북한에서 온 작업물을 보면 딱 거기까지라는 인상을 받을때가 많았어요. 늘 방영 일정에 쫓기 다 보니 부족한 대로 받아서 우리 쪽에서 수정 한 적이 많아요. 뽀로로와 친구들 캐릭터는 어떻게 나왔나요? 탄생 비화를 듣고 싶은데요 지역과 인종을 뛰어넘는 캐릭터로는 사람보다 동물이 낫죠. 쥐는 미키마 우스, 고양이는 헬로키티, 강아지는 스누피…. 이 런 식으로 접근해 우리는 펭귄으로 갔어요. 유럽 에서 방영된 ‘핑구’라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아기 펭귄 핑구는 말을 안 하는 데, 우리는 말을 하는 따뜻한 캐릭터로 갔죠. ‘아 기곰 푸’의 따뜻한 감성 같은 걸 넣고 싶었거든 요. 펭귄을 주인공으로 하되 여러 동물 친구들이 북극에 함께 산다는 설정으로 캐릭터를 잡았어 요. 여우(에디)는 영리한 꼬마 발명가로, 비버(루 피)는 요리를 잘하는 상냥한 여자 캐릭터로, 백 곰(포비)은 덩치가 있는 우직한 캐릭터로 갔죠.


Program 크롱은 뭐죠? 악어인가요 크롱은 악어가 아니라 알에서 깨어난 아기 공룡이에요. 1기 1화에 나오 는 에피소드인데, 안 보셨나요?

대치동 뽀로로 엄마가 된 사연 뽀로로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보통 새 시즌 에 들어가면 1년 안에 52편을 끝내는 걸로 계획 을 잡아요. 기간이 늘어날수록 제작비가 초과되 기 때문에 마지노선을 정하고 움직이는 거죠. 한 두 편의 샘플 시나리오를 빼고는, 주제를 한두 줄로 정리한 개략적인 에피소드만 갖고 시작한 다고 보시면 돼요. 52가지 주제를 여러 작가들 에게 나눠주고 시나리오를 쓰게 하죠. 이렇게 스 타트를 끊고 나면 정신이 없어요. 시나리오 점 검하고, 스토리보드 나오는 대로 애니메이션 작 업 들어가고…. 방영 날이 다가오면 쪽대본으로 드라마 찍는 상황이 벌어지죠. 동시다발로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업무 분장과 스케줄 관리에 신 경 써야 해요. 뽀로로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아이들의 대통령 이라는 ‘뽀통령’을 넘어 ‘뽀느님’이라는 신의 단계 로 넘어간 것 같은데요 제가 아들 둘을 키우고 있 어요. 첫째 준성이가 2001년생이에요. 2003년에 뽀로로가 방영될 때 그걸 보고 자랐죠. 애들 사 이에서 뽀로로 인기가 엄청나다는 건 알고 있 었어요. 준성이가 유치원에서 “우리 엄마가 뽀 로로 만든다”고 해서 스타가 됐죠. 제가 ‘대치동 뽀로로 엄마’로 꽤 유명해요(웃음). 그렇지만 아 이가 없는 어른들은 대부분 반응이 시큰둥했어 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 으니까요. 확실히 떴다는 느낌을 받은 게 언제인가요

두 가지 일이 기억나네요. 올 초에 강호동씨가 ‘1 박 2일’에서 “뽀로로는 대통령, 방귀대장 뿡뿡이 는 국무총리쯤 된다”고 한 말이 알려지면서 세간 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연등사건도 떠오르네 요. ‘부처님 오신 날’ 연등 행사에 사전 협의 없이 뽀로로 연등을 제작해서 언론 홍보에 활용한 적 이 있어요. 제작사 입장에서는 저작권 보호를 위 해 사용 금지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 일로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나중에 허락은 했지 만, 연등 행사에 쓴 것 같지는 않더군요. 과정상 에 아쉬움이 있는 것이죠.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어른들도 뽀로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뽀로로가 너무 떴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다른 좋 은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작품도 많은데, 뽀로로가 너무 독식한다는 느낌은 없는지요? 대통령 임기가 재선, 삼선 이어지면 말들이 많아지잖아요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와 경쟁을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죠. 개인적으로는 타깃 층을 달리한, 경쟁력 있는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웃나라 일본을 보세 요. 짱구, 도라에몽, 케로로 같은 많은 캐릭터들 이 살아남아서 경쟁하고 있잖아요. 일본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3D 애니메이 션으로 유아 시장을 공략한 이유가 있지 않나 요? 2D 애니메이션 시장은 일본이 꽉 잡고 있잖 아요 3D 애니메이션 붐이 인 게 1990년대 중반 이에요. 픽사에서 나온 ‘토이 스토리’가 시작이었 죠. 오콘은 1990년대 후반에 SBS 인기가요의 ‘룰 루랄라’나 SBS 뉴스의 ‘나잘난 박사’로 3D 캐릭 터를 구현하는 기술력을 쌓았어요. 하지만 그 이 상의 뭔가가 필요했죠. 애니메이션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일본 작품은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다

185


고 봤어요. 흥미와 재미 위주였죠. 유아용 애니메 이션을 선택한 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대적 으로 경쟁자가 적었고, TV 방영을 기반으로 캐 릭터 사업을 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 기 때문이에요. 뽀로로 이후 해외 마켓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주 목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애니메이션 한류’는 어 디까지 왔나요 초기에 비하면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뽀로로 가 큰 역할을 한 건 맞지만 아직 ‘애니메이션 한 류’를 논하기는 어려워요. 그러기에는 마켓 장악 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타깃 층에 캐릭터 인지 도를 쌓으려면 오래 방송을 타야 해요. EBS에서 꾸준히 뽀로로를 방영한 덕에 이만큼 인지도가 쌓인 거죠. 하지만 해외는 달라요. 130여 개국에 수출을 한 건 맞지만, 보통은 에이전트를 통하기 때문에 팔고 나면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기 힘들 다는 뜻이죠. 영향력 있는 방송사에서 얼마나 오 래 뽀로로를 방영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적어 도 1년은 꾸준히 방송해야 인지도란 게 생겨요. 현지 미디어에 영향력을 미치고 그 효율성을 높 일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비즈니스를 빼고 애니메이션을 논하 긴 어려워 오콘의 김일호 대표가 남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요 네.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 선후배 사이죠. 남 편이 88학번이고 제가 91학번이에요. 소위 말하 는 캠퍼스 커플이죠. 남편이 학교 다닐 때부터 스케일이 컸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주머니 사 정이 넉넉했고, 돈을 잘 쓰고 다니다 보니 따르 는 후배가 많았죠. 남편이 1996년에 LG전자 디

186

자인센터를 나와서 ‘오 컨설팅’이라는 브랜드 디 자인 컨설팅 회사를 차렸어요. 자본금 500만원 에 개인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썼죠. 그때 저도 같이 일했고. 당시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기업으로부터 수주 를 받아 인터넷 홈페이지나 CD-ROM 등의 멀티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다만 발주처가 시 키는 일만 하지는 않았어요. 그걸 왜 만들려고 하는지, 발주처 고객의 입장에서 근본적인 문제 를 끊임없이 고민했죠. 그런 문제 해결의 과정이 있었기에 뽀로로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산업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은 조금 거리가 있어 보 이는데요 비즈니스를 떼어놓고 애니메이션 사업 을 논할 순 없어요. 어떤 캐릭터든 상품화를 염 두에둬야 해요. 캐릭터를 잡을 때부터 사업성을 고려해서 기획에 들어가죠. 캐릭터를 상품화하 는 업체에서 제품을 만드는 데 어렵지 않은 형 태여야 하고, 캐릭터 모델이 아이들이 보편적으 로 좋아하는 동물이어야 해요. 크롱은 당시 공룡 이 인기였기에 좋은 반응을 얻었죠. 반면에 알바 트로스(새)는 기획 단계에 넣었다가 나중에 뺐 어요. 어른 역을 맡은 선생님 캐릭터였는데, 이 야기가 너무 교육적으로 흐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꼭 상품화를 염두에 둬야 하나요 ‘선물 공룡 디보’ 만 해도 제작 기간 3년에 80억원에 이르는 돈이 들었어요. 흥행에 대한 확신 없이 어떤 사명감만 으로 제작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죠. 그렇다고 방송에 나가면 바로 피드백이 오는 게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이 1년 이상 꾸준히 방송 을 이어가야 시장에 인지도란 게 생기죠. 장기적


Program 인 안목이 있어야 해요. 투자자도 멀리 보고 기 다릴 줄 알아야 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뽀로로 4기 외에 또 있나요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극장용 3D 입체 영화 를 제작 중이에요. ‘뽀로로와 신나는 아이스 레 이싱’이라고 눈밭에서 펼치는 스포츠 이야기를 담고 있죠. 마지막으로 오콘의 꿈은 뭔가요. 어떤 미래를 그리 고 있나요 아직은 모자란 점이 너무 많아요. 디 즈니가 가진 산업적인 노하우만 해도 우리보다 100년이 앞서잖아요. 전문 인력의 풀만 해도 상 당하고. 세계적으로 일본이 가지고 있는 애니메 이션 시장이란 게 있어요. 그에 필적할 만한 성 장을 위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오콘만의 스타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인정을 받는 것이 우리의 목표죠.

plus 오콘 김일호 대표 인터뷰 1조원 매각 거절한 뽀로로, 장부 가액은 0원” 오콘은 뽀로로와 디보로 대박을 쳤다. 그런데 의 외로 회사 실적은 좋지 않았다.

오콘 김일호 대표는 그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했 다. “지난 2009년에야 흑자로 돌아섰어요. 지난 해 매출 52억원에 당기순 이익으로 6억원을 올 렸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1조원에 팔라는 제안을 거절했습니다만, 뽀로로의 현재 재무제표상 자 산 가치는 ‘0원’입니다. 100억원을 투자해 작품을 만들었더라도 5년간 정기상각을 통해 제로가 되 거든요. 눈에 보이는 수치로는 그렇습니다.” 뽀로로와 디보는 상각이 끝났다. 하지만 차기작 제작에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경우 미국에서는 70배를 쳐주지 만, 우리나라 은행은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기다 려주지 않는다. 콘텐츠 사업이 힘든 이유는 눈에 보이는 수익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점이다. “캐릭터는 통계적으로 데뷔 3년이 고비입니다. 이후 7년을 넘기면서부터 브랜드화가 돼요. 뽀 로로는 9년차인데 계속 성장하고 있잖아요. 이 제 막 해외 시장이 열리고 있고. 그동안 직접 사 업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내년에 영화가 개봉하 고 테마파크와 의류 사업이 본격화하면 매출에 도 탄력이 붙을 겁니다.” 김일호 대표는 장기적으로 사업 부문을 분리할 생각이다. 그는 역량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지만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회사로 오콘을 키 우고 싶어 한다. 비즈니스를 디즈니사에 맡기는 픽사가 그의 롤 모델. 오콘은 서초동 사무실을 떠나 뽀로로 테마파크와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 판교의 신축 사옥으로이전을 앞두고 있다.

뽀로로와 가상‘메신저 토크’ 뽀통령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187


늘 그렇듯 집중력이 문제였다. 5분 안에 많은 얘기를 뽑아내야 했지만, 이 자유 로운 영혼을 뜻대로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서….” 뽀로로 주제곡이 자꾸 귓전을 맴돌았다. 성 기자_‘포켓몬스터’ ‘토마스와 친구들’ 같은 외국 캐릭터가 주름잡던 애니메이션 시장에 국산 토종 캐릭터가 선두 주자로 나서다니 정 말 격세지감입니다. Pororo_격세지감이요? 성 기자_아, 죄송합니다. 말이 좀 어려웠나요? 그럼 쉬운 질문부터 갈게요. 세계적으로 많은 팬이 있는 걸로 압니다. 본인의 매력은 어 디 있다고 보시나요? Pororo_안경빨’이죠. 성 기자_안경이 아니라 고글 아닌가요? Pororo_아, 고글이군요. 고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발 포샵으로 고글 지운 사진 유포하고 그러지 마세요. 제동이 형이 안경 벗 으면 이상하잖아요. 저도 그래요. 눈이 작다고요. 성 기자_그렇군요. 또 질문 들어갑니다. 최근 한 네티즌이 님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삼자는 주장을 펼쳤는 데, 어떻게 보시는지? 모자에 새긴 P자가 평창을 뜻한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Pororo_회사에서 아는 얘긴가요? 성 기자_회사요? Pororo_오콘이랑 아이코닉스요. 성 기자_무슨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회사 눈 치를 봐야 하나요? Pororo_사실 제가 마음 놓고 연애도 못 해요. 워낙 쏠린 눈들이 많아서.

188

성 기자_아, 그럼 좋아하는 분이 있다는…? Pororo_좋아하는 사람은 많죠. 가까이에. 성 기자_혹시 패티(펭귄)인가요? Pororo_전 요리를 잘하는 분이 좋아요. 성 기자_아, 그럼 루피로군요. Pororo_외모로 누구를 평가하는 건 아닌 것 같 아요. 성 기자_좋은 말씀이세요. 그래도 이왕이면 패 티 외모에 루피의 요리 실력을 갖춘 분이 낫지 않을까요? Pororo_그런 얘기는 따로 만나서 하시죠. 성 기자_‘뽀로로와 노래해요’를 봤는데, 노래 실력이 상당하더군요. 따로 연습을 하나요? Pororo_따로 하는 건 없어요. 목이 짧아서 소 리가 잘 나오는지도 모르죠. 그래도 유브이 형들에 비하면 아직 멀었어요. 성 기자_유브이라면 ‘이태원 프리덤’을 부른 바로 그 UV? Pororo_네. 세윤 형이 손등에 제 문신을 하고 나온 걸 봤거든요. 성 기자_기억나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었 죠? Pororo_솔직히 창피했어요. 제 얼굴이 너무 못생기게 나와서. 성 기자_화제를 바꿔서, 강호동씨가 “뽀로로 는 대통령, 방귀대장 뿡뿡이는 국무총리쯤 된다”고 한 적이 있는데, 혹시 나중에라도 정 계에 입문할 의향이 있으세요? Pororo_대통령이면 끝까지 간 것 아닌가요? 저한테 뭘 더 바라시죠? 성 기자_듣고 보니 그러네요. 분위기도 바꿀 겸 이름으로 삼행시 한번 지어보죠. Pororo_그거 재밌겠는데요. 성 기자_그럼 제가 운을 띄울게요. 뽀?


Program

Pororo_(5초 후에) 뽀로로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 기자_로? Pororo_로망을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 기자_로? Pororo_(3초 후에) 근데 로망이 뭐죠? (대화는 여기서 끊겼다. 정확히 5분이 지나 있 었다. 잠시 후 자신을 ‘포비’라고 밝힌 친구가

메신저에 등장해 “뽀로로 여기 없는데. 크롱이 랑 비행기 타러 갔어”라고 했다. 기자는조용히 메신저 창을 닫았다.)

189


아빠, 딸이랑 레슬링 하세요 아이들과 놀아줄 때는 몸을 과격하게 쓰면서 노는 게 좋다. 그래야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무슨 까닭일까. 취재_이한 기자 사진_강민구(studio lamp) 최근 호주 뉴캐슬 대학교의 ‘아빠와 가족 연구 프 로그램’ 연구팀에서 재밌는 실험을 진행했다. 5 세 미만 아이를 둔 30가구를 대상으로 아빠와 함 께하는 ‘레슬링’이나 ‘양말 빨리 벗기기’ 같은 과 격한 놀이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 사했다. 수개월간 매일 아빠와 과격하게 놀게 한 다음 심 리 상담을 해봤다. 그랬더니 남자 여자 구분 없이 대부분의 아이들이 성취감이나 자아 존중감 지수 가 일반 아이들에 비해 높았다. 연구팀에서는 “아 이들은 아빠를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190

그런 과정을 거치며 아빠를 이기면 ‘거대한 상대’ 를 물리쳤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정서에 좋은 영 향을 끼쳤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지난 6월 17 일자 미국 ABC뉴스에도 보도돼 화제가 됐다. 소리를 질러야 아이가 즐겁다_

기자는 과격한 놀이가 정말 그런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해 보려고 국내 전문가를 찾아갔다. 지난 7월 16일 경기도 안산의 한 공동육아 어린이집. ‘ 아빠 놀이학교’를 운영하는 놀이 치유 연구가 권 오진씨가 그곳 아빠들에게 ‘제대로 노는 법’을 가


Program 르치는 자리였다. 아빠 20여 명이 3세부터 7세 사 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강사는 우선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뒤에서 살 짝 안아보라고 했다. 그게 아이와 잘 놀아주는 1 단계라고 했다. 2단계는 좀 더 꽉 껴안고 아빠가 소리를 지르는 거다. 3단계는 더 세게 그리고 목 소리도 더 크게, 마지막 4단계는 있는 힘껏 껴안 고 아이와 같이 소리를 크게 질러야 한다. 그랬 더니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자지러졌다. 강사 는 아이랑 놀아줄 때 세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고 했다. 우선 목소리를 크게 낸다. 그다음 추임 새를 활용하는 게 좋다. 놀라움을 표현하는 감탄 사, 혹은 잘했다는 칭찬이 좋다. 마지막으로 과감 한 할리우드 액션이 필요하다. 정리하면, 아빠는 ‘오버’하면서 놀아야 된다. 바로 실습을 해봤다. 아빠들에게 아이 눈을 보고 큰 소리로 ‘잘했어’ ‘멋있어’ ‘최고야’라고 소리를 지르라는 미션을 줬다. 처음엔 좀 민망한 듯 머뭇 대던 아빠들이 왁왁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 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아빠 얼 굴만 보고도 빵빵 터진다. 그다음은 하이파이브.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발바닥을 마주치고, 일 어서서 엉덩이를 부딪히면서 ‘파이팅! 잘했어!’라 고 외친다.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 중에는 성격이 내성적인 아이도 있을 터. 그런데 다들 방방 뛰면 서 몰입한다. 뭐가 아이들을 즐겁게 한 걸까. 제일 좋은 장난감은 아빠 ‘몸’이다_

권오진씨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아 빠의 몸”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과 씨름을 해보 자고 했다. 첫 판은 아빠가 이기고, 두 번째 판에 는 강약을 조절하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져주라고

조언했다. 시범을 보이려고 강사가 한 아빠와 씨 름 자세를 취했다. 그는 아빠를 살짝 넘어뜨린 다 음. ‘이겼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넘어진 사람의 아 들이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다음 판 에서 자기 아빠가 이기고, 강사가 잔뜩 과장된 몸 짓으로 ‘내가 아빠한테 졌다’고 하자 그제야 울음 을 그친다. 사람들은 아이의 눈물이 그저 귀여운 듯 깔깔댔다. 하지만 이 장면이 오늘 강의의 핵심 이었다. 어린아이에게 아빠는 그런 존재다. 크고 강한, 그래서 누구한테도 지면 안 되는 사람. 그 런데 만일 아이가 아빠와 직접 몸을 부대끼고 경 쟁해서 이기면 어떨까. 이때 아이는 성취감을 느 낀다. 권씨는 “그 또래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높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레슬링 10판 하면 6번은 져줘라_

이날 아빠들이 배운 놀이에도 그런 게 많았다. 아 빠와 직접 겨루거나, 몸으로 뭔가를 극복하고 성 취하게 만드는 놀이다. 예를 들어 아빠가 앉아 서 다리로 아이를 붙잡고 아이에게 탈출해 보라 고 하거나, 어깨로 서로 밀면서 선 밖으로 밀어 내기, 신문지를 들고 아이가 그걸 ‘격파’하는 놀 이도 있었다. 강사는 “뭘 하고 놀든, 가장 중요한 건 아빠의 오 버스러운 리액션”이라고 강조했다. 동작이 작거 나 소리가 크지 않으면 아이의 감흥은 그만큼 덜 해진다. 그러니 아이가 신문지를 찢으면 ‘우와’ 하 면서 잔뜩 놀라고, 아이가 밀어내면 나뒹굴듯 넘 어지는 게 좋다. 물론 적당한 강약 조절이 필요하 다. 아빠와 아이의 승패(?)는 대략 4:6 정도가 좋 다. 처음에는 아빠가 이기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191


아이가 이기는 게 좋다. 쉽게 져주지 말고 아이 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기도록 하는 게 포인 트다. 아빠와 딸의 단체 레슬링이 벌어졌다. 다리 를 걸어 아빠를 넘어뜨린 아이들은 입이 찢어져 라 웃으며 좋아한다. 이날 6세 된 딸을 데려온 이 호상씨는 “원래 아이들과 몸을 쓰면서 많이 놀아 줬는데, 스킨십이 좋을 거라는 생각만 했지, 아이 에게 이렇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몰 랐다”며 신기해했다. 아빠의 몸이 절실한 이유는 또 있다. 아이들이 네 살쯤 돼서 ‘기운이 뻗치기’ 시작하면 엄마 힘으 로는 혼자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 이럴 때 아빠 의 체력이 필요하다. 또 엄마들은 항상 교육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다 보니 놀아주면서도 자꾸 뭘 가르치려고 한다. 하지만 아빠들은 그냥 ‘막’ 노 는 경향이 있는데, 놀 때는 오히려 그런 식의 접 근이 좋다.

192

아빠랑 아이랑 ‘싸우는’ 놀이 스타킹 줄다리기_ 올 풀린 스타킹을 구해 양쪽 끝에 매듭을 만든 다음 줄다리기를 한다. 서서 당기면 넘어질 수 있으니 앉아서 하는 게 좋다. 신문지 눈싸움_신문지를 길게 잘라 뭉치고 바닥에 금을 그어둔 채 서로 던진다. 냄비 뚜껑을 방패로 쓰라고 알려주면 더 재밌어 한다. 적당한 타이밍에 아빠가 항복하면 된다.

오뚝이 씨름_ 쪼그리고 앉아 양팔로 무릎을 감싼다. 오리걸음으로 걸어가서 상대방을 밀어 쓰러뜨리는 놀이다. 마음껏 넘어지며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기 쉬워 효과가 크다.

파테르(일명 빠떼루) 놀이_ 아이가 바닥에 엎드리면 아빠가 아이 몸 위에 살짝 엎드린다. 시 간 내 아이가 탈출하면 성공. 적절한 연기로 강약을 조절한다.


Program

193


우리 아이 리더로 키우는 키즈 스피치

아이 성향 따라

잘하는 ‘말’을 키워주세요 기획_강승민 기자 글_김미경 사진_중앙M&B

김미경 원장은… 18년간의 스피치 노하우를 담은 베스트셀러『아트 스피치』저자. 방송에서 솔직한 입담을 펼치며 잘 알려진 스타 강사로 다수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최근 ‘키즈 스피치 리더십’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 션 콘텐트를 개발 중이다.

194


Program 아이들의 말하기는 그 유형에 따라 보통 4가지 유형, 리더형, 유머형, 신중형, 소심형으로 나뉩 니다. 리더형은 발표와 말에 대한 두려움이 없 는 유형이에요. 선생님께서 “누가 발표해 볼래?” “발표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면 어느새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에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 도 하지만 동시에 잘난 척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어른들과도 스스럼없이 말을 잘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발표를 잘하는 아이 로 인정받은 후에는 자기 주장이 더욱더 강해져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형 일 수 있다는 거죠. 유머형은 말하기를 좋아하는 유형이에요. 리더 형과 조금 다른 점은 ‘싯다운 스피치’에 강한 스 타일이죠. 하지만 수다스러운 게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말이 많으면 말실수를 하 게 되죠. ‘내가 오늘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 말에 친구가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라는 고 민을 할 때가 종종 있죠. 신중형은 정답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말을 하는 유형이에요. 그런 차가운 모습에 아이 주변에 친 구가 많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신중형은 자기 주 장만 하는 리더형이나 말이 많은 유머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친구를 주변에 두려고 하죠. 하지만 리더형과 유머형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사교성을 조금 키울 필요가 있어요. 조별 활동을 하게 되면 리 더형이나 유머형이 발표를 도와줄 수 있고, 신중 형은 아주 정확한 관점으로 과제의 밑그림을 그 려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소심형은 말하는 데 두려움이 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유형이에요. 하지만 워낙

말을 하지 않다 보니까 말에 대해 자신감은 점 점 없어지고 말끝이 흐려진다거나 목소리가 작 게 나오죠. 리더형이나 유머형이 이야기하는 모 습에 주눅이 들기만 하고 언제 어떻게 끼어들어 야 하는지 타이밍을 잘 모른다는 거죠. 소심형이 이야기에 낄 수 있는 방법은 맞장구인데, 친구들 의 말을 경청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임새를 주며 맞장구쳐주는 거예요. 맞장구와 함께 눈빛을 강 하게 보내면, 친구가 먼저 물어볼 거예요. “할 말 있어?” 라고요.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리더형이나 유머형이길 바라는 분들이 많아요. 일반적으로 말을 잘하는 유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서로 다른 유형의 아이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키워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죠. 리더형의 아이들은 나서서 발표하는 것에 자신 감과 동기 부여를 받아요. 하지만 학교에서 발 표를 혼자 도맡아 할 수는 없죠. 여러 명이 같이 작업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해요. 예를 들어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거죠. 연극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을 배려 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대사 를 들으며 경청을 배우게 됩니다. 유머형의 아 이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주어야 해 요. 조금 수다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말을 많 이 하며 성장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말을 잘하죠. 때로는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해 핀잔을 듣기는 하지만 부모님만큼은 철저히 아이의 편 이 되어주세요. 신중형의 아이들은 말하기 전에 할 말을 원고로 작성해 보면 좋아요. 생각이 많은 유형이기 때문 에 글솜씨가

195


뛰어나죠. 발표뿐 아니라 평소에도 글을 써서 자 신의 생각을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면 어느새 생각을 말로 전 달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소심형 의 아이들은 스스로 말을 하지 않아요. 무작정 말을 하라고 하 기보다는 부모님이 먼저 질문을 던져 대답을 하 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어요. 또한 단답형의 대 답을 하지 않 도록 부모님들께서도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 길게 말할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지 말자” 라고 말해 주세요. 3 신중형_

정답을 고민하고 정답이라고 생각될 때에만 이 야기를 하죠. 혼자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 때문 에 친구들은 멀리 떠나가게 된답니다. 정답이 아 이어도 좋으니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생각만 하지 말고, 지 금까지 생각한 내용이라도 한번 이야기해볼래? 틀려도 상관없어”라고 권유해 보세요. 혹은 발 표의 기회가 있다면 사전에 원고 작업을 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4 소심형_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1 리더형_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주장하는 리더형을 보 면서 똑똑한 아이라고 착각하면 위험합니다. 스 피치는 절대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자기의 주장만 옳다고 생 각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한다면 경고해 주 어야 합니다. “친구의 의견도 소중해. 일단, 끝까 지 들어보자” 라고 말해 주세요. 2 유머형_

재잘재잘 말을 잘하는 우리 아이가 마냥 천진하 고 귀엽죠. 하지만 너무 말이 많으면 말실수를 하게 되고, 산만한 아이로 비춰질 수 있어요. 말하는 데 두 려움이 없어 연습 없이 발표를 하다 큰 실수를 하게 되기도 하죠. 가장 큰 실수는 주제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경우죠. “지금 이야기 하고 싶은 주 제에 대해서 서두에 먼저 말해 주고 끝까지 잊

196

말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말 을 할지 그 틈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성격이 소 심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는 생각에 소심형은 늘 배려만 하고 있는 거예 요. “어떻게 생각해?” “한번 이야기해 볼래?” 라고 의견을 묻는 질문을 해주세요. 리더 형이나 유머형처럼 질문에 대해서 즉각적인 답 이 나오지도 않아요. 답이 나올 수 있도록 2~3초 정도 기다려주세요.


Program

197


트렌치코트 DVF, 크리스털 볼 장식 네크 리스 미네타니.

198


Program

단순하게, 어울리게 염정아의 매력이란…

멋대로, 염정아와 어울릴 촬영지들을 준비했더랬다. 드라마 촬영을 마칠 즈음 해외로 떠나 좋은 그림을 만들어보자고, 친절하게 제안을 하고 싶었다. 상냥한 프러포즈에 매니저는 무뚝뚝한 답을 전해 왔다. 해외에 가는 걸 한사코 거절하니 서울에서 찍자는 것. 결국 장대비 쏟아지던 날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나름의 준비물은 표지 사진과는 다른 이미지의 화보 컷을 얻기 위한 소품, ‘가발’이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그녀는 머리에 색색 헤어롤을 만 채 메이크업실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이 안 터진다며 종종걸음 치다가, 촬영 끝나는 대로 서둘러 가야 하니 메이크업 받는 동안 (헤어드라이어 돌아가는 그 북새통의 공간에서) 인터뷰를 하잔다. 당황스러운 제안이다. 조심스럽고 우아하기보단 격의 없이 털털한 쪽이다. 겸양 떠는 염정아는 기대하지 말자고, ‘무릎 팍 도사’에 나온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나 예쁘잖아’라는 말도 밉지 않게 내뱉고는 개구쟁이 소년처럼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면 그만. 직설 화법으로, 반복적으로 자랑을 해대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행복을 숨기지 않았고 까칠함도 자신 있게 드러내는데,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다 알 것만 같았다. 염정아가 의외로 수더분한 여자라는 걸. 만나고 나서 알게 된 염정아의 매력이란, 단순하게 하지만 어울리게 사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 그걸 터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그녀는 보여주었다. 기획_안지선 기자 사진_조세현(icon studio) 스타일리스트_이 윤경 헤어_이혜영(프리랜서) 메이크업_이현아(프리랜서)

199


이너의 니트 톱은 문영희, 턱시도 재킷 스 텔라 맥카트니,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의 배기팬츠는 구호.

200


Program

클래식한 더블 브레스티드 화 이트 재킷 끌로에, 네크리스 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1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과 튜브 톱 드레스 는 구호, 화이트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 장품.

202


Program

파워 숄더 시폰 블라우스는 자라, 벌룬 실루엣의 팬츠는 구호, 네크리스는 미네 타니.

203


화이트 언밸런스드 스커트는 nohke j, 재 킷은 끌로에, 슈즈는 개인 소장품.

204


Program

풍성한 실루엣의 화이트 원피스는 구호,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5


애초의 제안은 해외로 촬영을 한번 가자는 것이 었다. 이렇게 서울에서 쉽게 찍는 게 우리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하고 딱 한 번 해외 화보 촬영 가 봤는데 일로 가면 재미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메 이크업하는 것도 귀찮고. 난 서울에서 찍어야 좋 다. (해외 나가면) 좋은 걸 봐도 이거 우리 남편 좋아하겠다, 우리 애들 정말 잘 먹겠다, 그럴 게 뻔하다. 자주 등장하는 배우가 아니어서 우리는 잘 대접 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인터뷰는 영화 홍보할 때 만 한다. 그것도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나 소속사에서 이건 꼭 해줬으면 해서. 드라 마나 영화 홍보할 때 인터뷰 가끔 하니까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생활 얘기 많이 나오는 것도 별로고. 회사(소속사)에서 내 스타일을 너 무 잘 아는데 하라고 하는 걸 보면 이유가 있겠

206

구나 싶었다. 이유가 뭔지 알겠나 여성중앙이 되게 잘나간다고 (웃음). 그런 거 아닌가? 맞다(웃음). 3년 만에 나왔는데 ‘로열 패밀리’ 보 니 연기가 녹슬지 않았다. 드라마 마치면서 ‘무릎 팍 도사’나 ‘1박 2일’에 나온 이미지 보니, 또 아줌 마 염정아를 아낌없이 드러내더라 내 일상이 그 렇다. 동탄에서 아줌마로 산다. 아이 유치원 엄마 들만 만나고, 모이면 무조건 애들 얘기 하고. 애들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다른 연기자들과는 종종 만나지 않나? 심은하랑도 친한 사이였던 걸로 아는데 심은하씨와는 그냥 가 끔 연락하고. 그 집 아이들보다 우리 애가 좀 어리 다. 다른 배우들하고도 어울리며 지내고 그러지는 않는다. 요즘은 주로 유치원 엄마들과 어울린다. 동탄 엄마들은 염정아랑 놀아서 재밌겠다. 배우여 서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나 그건 모르지, 그 입장


Program

이 안 돼봐서. 재밌어들 한다. 언니로 대접도 잘 해 주고. (올해로 40세인 그녀는 큰딸이 4세, 둘 째 아들이 2세.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는 제일 고 참이란다.) 극성 엄마로 포지셔닝 되는 것에도 부담이 없는 것 같다. 애들이 아직 어리지만 엄마로서 아이를 관리하고 교육시키는 철학이 뭔가 내가 안절부절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아이들 보호나 안전 에 대해서다. 혹시 방심해서 애가 다칠까, 그런 염 려가 크다. 우리 아이는 유치원 버스도 안 태운다. 직접 해야 마음이 편하다. 만날 데려다주고 데려 오고. 버스를 못 믿는다기보다는 내가 해야 마음 이 편한 타입이다. 사교육도 사실 이것저것 시킨 다. 네 살인 큰애는 영어 한글 발레 미술 배우고 단과로 공부하는 게 더 있다. 근데 그게 일주일에 한 번씩 텔레비전 볼 시간에 하는 차원이다. 그것 도 다 내가 데리고 다닌다.

네 살 아이에게 그 정도면 극성 엄마 맞다 난 그 런 염려가 있다. 혹시 아이가 나에게 뭔가를 보여 줬는데 내가 그걸 캐치 못하고 방치하게 될까 봐. 그런 불안감 때문에 이것저것 시켜본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크지 않나. 더구 나 여배우의 입장에서 그런 생활이 잘 적응이 되 는지 궁금하다 애 엄마가 되고 나니 너무 바빠졌 다. 결혼 전엔 촬영 스케줄 외에는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없었다. 쉬고 있을 땐 심심할 정도였으 니까. 지금은 심심할 틈이 없다. 근데 바쁜 게 아 주 좋다. 하루 종일 내가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게. 체력도 좋은 것 같고 몸 움직이는 걸 워낙 좋 아해서 하루 종일 즐겁게 돌아다니고 있다. 또 저 녁 시간은 퇴근한 남편과 함께 보낸다. 어느 자리에서든 부부애도, 행복도 숨기지 않는 것 같다. 보기 좋다 숨기지 않는다. 남편이 무척 가정적으로 잘해 주고 요즘은 더 잘해 준다. 내 가 활동을 안 하다가 요즘 좀 했더니 아이들이 엄 마의 빈자리를 혹시 느낄까 봐 애들을 살뜰하게 챙기더라. 겉으론 무뚝뚝한 사람인데 애들에게는 참 잘한다. 당신도 일반 엄마들에 비해 디테일하게 아이를 케어하고 자신보다는 아이에게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그런가 행복 하게 해주고 싶다. 좋은 걸 사주고 좋은 데 데려 가주고 그런 차원이 아니다. 아이들이 많은 걸 경 험하고 느끼게 해고 싶다. 배우로서 가기 불편한, 가령 마트 같은 데서 카트 태워 쇼핑하고 롯데월 드에서 뒹굴게 하고 싶다. 내가 배우지만 그것 때 문에 애들이 손해 보게 하고 싶지 않다. 안 그래 도 자꾸 다른 시선으로들 아이를 보니까. 그걸 최 대한 못 느끼게 해주고 싶은 거다.

207


인상에 비해 일반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지닌 것 같다. 4형제가 뒹굴며 자란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 같고. 자랄 때 집안 분위기는 어땠나 주말마다 엄 마 아빠가 많이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4남매여서 우리끼리 재밌게 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아서 정서적으로 풍족하고 안정돼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애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랑 자주 만나 고 고모들, 이모들 자주 보고 그렇게 정겹게 지내 게 하고 싶다. 실제로 동탄에 친정 동생 두 가족 이 살고 있고 올케네 아이랑 우리 아이가 동갑이 어서 우루루 몰려다니며 산다. (퍼펙트한 가족상 이라고 거드니) 이미 우린 그렇다(웃음). 아무나 그러긴 쉽지 않은데, 특히 겸손이 미덕인 공인으로서는 조금 특이하다 싶게 늘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이다. 여유로움이 드러나는 것도 같 고 남 부러워할 시간에 내가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어떤 이들은 날더러 어려움 을 너무 모르는 사람 같다고 그러던데, 사실 나라 고 늘 좋기만 했겠나. 어려움들이 나에게 큰 타격 이 되진 않았다는 말이 더 맞겠지. 늘 솟아날 구 멍이 있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정 말로 금방 회복이 된다. 어려움이라니까 생각나는데, 영화 ‘장화 홍련’ 이 전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배우였던 걸로 ‘무 릎 팍 도사’에서 묘사되었더라. 사람들에게 염정 아는 주연 배우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을 것 같은 데 조연을 한 작품이 몇 개 있지. 엄밀히 조연이 라기보다는 두 번째 주인공이었다. 뛰어난 외모 때문에 조연은 못했고(웃음). 예쁜 외모가 무기인 배우라고는 생각 안 했다. 타 고나길 크고 날씬한 것 같아서, 관리를 열심히 하 는 것 같지도 않았고. 뛰어난 외모에 대한 발언을

208

반복하는데, 진심인가 아니다. 뛰어난 외모를 가 진 사람이 그러면 재수 없지 않나. 내가 내 빈틈을 아니까 그런 말이 부담 없이 나오는 거겠지. 남편도 그 빈틈을 아나 남편은 나의 외모를 마음 에 들어 한다. 평소에 칭찬하는 스타일은 아니어 도 할 얘기는 하는 남자다(웃음). 다행이다. 성격이 좋다는 말보다 남편이 해주는 예쁘다는 말은, 나 같아도 좋겠다 성격도 좋단다. 귀엽다고 한다(웃음). ‘장화 홍련’ ‘워킹맘’ ‘로열 패밀리’ 같은 출연작들 을 보면 어떤 역할을 해도 염정아의 외모에 기댄 분위기가 있다. 일상적인 역할은 안 어울릴 것 같 기도 하고. 외모의 이미지 때문에 역할의 한계가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내 외모가… 느낌이 좀 평 범친 않다. 순해 보이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근데 뭐, 괜찮다. 아무리 불쌍해 보이려고 한들 내 얼굴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이래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있을 거다. 그걸 거스르려고 하면 또 재미가 없다. 난 내 색깔대로 가는 거다. 다작을 했지만 그래도 못해 본 역할들이 많을 텐 데,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못해 보고 나이 들어가 는 게 서글플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배우여서 많 이 못해 봤다. 이미 그 나이를 지나쳤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역할들이 생기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실은 별로 연연해하는 타입이 아니다. 물으니 지어서라도 대답을 해야 하는데, 난 정말로 주어진 대로 만족하고 산다. 나 이 드는 것…, 당연히 나이 들고 있다. 늙는 것도 그런가보다 한다. 매사에 그렇다. 크게 욕심이 없 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뜻대로 안 된다거나 연 기가 내 맘대로 안 될 때 예민해지기도 하고 작 품 욕심, 흥행 욕심은 물론 있지만 크게 예민해지


Program 지 않는다는 얘기다. 본인도 큰 욕심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활동을 할 이유는 없고. 남편은 어떤 입장인가, 아내의 직업 에 대해서 내가 활동하는 것 자체를 썩 좋아하지 는 않는다. 그냥 주부로 살았으면 하는 것 같다. 결혼 전 그런 얘기를 서로 했었나 결혼하면서 연 기를 하겠다, 안 하겠다 서로 합의한 건 없지만 마 음속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서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그랬고. 그만두는 걸 고려했던 건 몰랐다. 사라진 배우로 남는 건 슬프지 않나 아니다. 그것도 괜찮다. 내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건데 뭐가 슬픈가. 내가 다른 생활이 더 즐거워서 이 직업을 관두겠다는데. 그럼에도 결과적으론 결혼 후에도 굵직하게 몇 작품을 했고 반응이 좋았다 해보니, 아주 가끔 하나씩 하는 게 나한테도 에너지가 되더라. 이번 에 ‘로열 패밀리’ 하면서 느꼈다. 3년 동안 쉬면 서 나 나름대로는 행복하고 재밌고 그렇다고 생 각했는데 일은 또 다른 성취감을 준다. 남편도 내 가 더 밝아졌다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중이 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활동을 많이 하는 건 원 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도 나도 아이들에게 집중 하고 싶어서다. 부업으로 하는 것치곤 굉장히 성공적인 셈이다( 웃음). 가끔 한 작품씩만 해도 할 때마다 정말 집 중력이 좋은 배우 같다. 마지막으로, 배우의 끈을 놓지 않고 간다면 성공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성공…, 딱히 그런 건 없고 다만 지금 배우라서 행 복하다는 걸 깨달았다. 애 엄마가 되고 평범한 주 부의 삶을 살다 보니 배우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 인지를 알았다. 나는 20년을 그렇게 (배우로) 살 았지만 평범한 아줌마로 살다가도 여기 오면 또

이렇게 배우가 된다. 그게 정말 재밌고 감사하다. 촬영장에 나오면 내가 중심이고, 날 위해 꾸며줄 이 많은 스태프들도 있고. 나이 많은 대선배들 봐 도 평소엔 그냥 할머니일 텐데 밖에 나와서 일하 실 땐 다들 얼마나 멋있는지. 무척 좋아 보인다. 그래서 여배우는 참 좋은 직업인 것 같다. 그녀는 ‘아직 갈 길이 멀죠’라는 겸손 대신 이대로 만족한다며 일관되게 웃는다. 배우가 천직이라고 죽자 살자 매달리는 사람보다 쿨해 보인다. 복잡 하지 않게 어렵지 않게 사는 법, 그래서 점수도 얻 고 궁극에는 행복에 다다르는 법까지, 제대로 알 고 있는 명민함이 보인다. 쉽게 가도 결코 설렁설 렁 갈 것 같지는 않은 프로 근성은 이미 한 페이 지를 꽉 채우는 필모그래피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김혜수가 영화 ‘타짜’ 촬영을 마치고 한 영화 잡지 와의 인터뷰에서 염정아에 대해 한마디를 했다. ‘ 타짜’ 최동훈 감독의 전작이 염정아가 출연한 ‘범 죄의 재구성’이었기 때문에 기자는 김혜수에게 염 정아의 연기력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염정아씨 는 정말 잘하는 연기자죠. 사람들이 그걸 잘 몰랐 어요. 1996년에 같이 드라마를 했는데 보태지도 덜하지도 않는 세련된 연기를 한다는 걸 느꼈어 요. 대개는 괜히 힘써서 열연하지 않으면 어색하 거나 부실하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다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보석이 세공을 해야 보석이지 그 냥은 원석이잖아요. 좋은 배우는 역시 시간을 두 고 볼 일이에요. 염정아씨, 박찬욱 감독님 ‘쓰리, 몬스터’의 프롤로그에서도 멋지지 않았나요?”

209


210


Program

지춘희와 윤해영

시간조차 쉬어 가는 다도해에서 지춘희와 윤해영이 사이좋은 친구 같은 모습으로 여행을 떠났다. 비록 날씨는흐 렸지만 두 여자의 가슴에는 추억할 수 있는 에피소드 하나가 더 생겼다. 기획_이미정 기자 사진_이건호(studio dhal) 메이크업_고원혜(고원) 헤어_보나(고원) 스타일리스트_신수희 의상_미스지컬렉션 장소 협조_엘도라도 리조트(061-260-3300)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태평염전에서는 연간 국내 천 일염 소비량의 6%에 해당하는 1만5000톤의 소금이 생산 된다. 소설가 김훈이 ‘속수무책의 평야’라고 했던 드넓은 염전에 두 여자가 손을 잡고 섰다. 하늘거리는 시폰 소재의 롱 원피스·블랙&화이트로 컬러 믹스된 튜브 톱 점프슈트·비즈 장식된 캔버스 슈즈 모두 미스지컬렉션.

211


‘참, 마음이 건강한 배우구나.’ 화보 촬영을 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면 반갑게 웃어주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최악의 촬영 현장에서도 불평 한마디가 없다. 스팽글 소재를 이용한 상의가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는 슬리브리스 원피스,화이트 컬러의 캔버스 슈즈 모두 미스지컬렉션..

212


Program

증도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길이 4km, 너비 10m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우전해수욕장을 마주할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수려한 장관을 선사한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스킨 컬러의 롱 원피스,나무 소재를 이용한 뱅글 모두 미스지컬렉션, 여름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13


“올해 4월 초에 채염한 이 소금들은 10월까지 이곳에 머무릅니다. 소금을 살짝 찍어 혀끝에 대보세요. 단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퇴근 무렵에 찾은 촬영팀을 거절하지 않고 소금 창고를 내준 염부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의 너그러운 마음이 고맙다. 울 소재를 이용한 여름 재킷,시크한 튜브 톱 점프슈트,몸매가 드러나는 시스루 팬츠,화이트 캔버스슈즈,볼드한 목걸이 모두 미스지컬렉션

214


Program

30년 가까이 된 이 소금 창고는 그나마 ‘신식’에 속한다고 한다. 나무 벽 사이에 배어 있는 진한 소금 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브라운 컬러의 재킷,시폰 소재의 롱 원피스,가죽 소재의 낮은 굽샌들,레드 컬러의 목걸이 모두 미스지컬렉션, 레드 컬러의 반다나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15


증도군의 우전해수욕장은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신안 게르마늄 갯벌축제’를 열어 갯벌 자연 탐험과 머드 마사지 등을 즐길 수 있다. 면 소재의 롱 카디건,상의는 피케 셔츠를 하의는 와이드형 팬츠 스타일로 구성된 점프슈트 모두 미스지컬렉션.

216


Program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찍은 첫 번째 컷. 대지의 90% 이상이 아름다운 자연으로 어우러진 이곳은 마치 푸른 자연 속 테마 공원을 연상시킨다. 뉴트럴 컬러의 슬리브리스 드레스, 가벼운 트렌치 코트,옥스퍼드 슈즈,목걸이 모두 미스지 컬렉션.

217


오전 7시, 장대비가 쏟아지는 서울을 피해 전라남도 신안으로 향하는 길. 연일 비 소식이 들려와 촬영 을 떠나는 에디터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촬 영 장소로 정한 신안만큼은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 는데 행여나 일기 예보가 어긋나지는 않을까, 현장 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꼽아봅 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다섯 시간을 달려 증도대교 를 지나니 눈앞에 몇 년 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 정되었다는 태평염전이 보이더군요. 새하얀 소금밭 을 기대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탓에 소금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행동 은 조금 더 재빨라집니다. 빗방울이 굵어지기 전에 촬영을 끝내야겠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짐 을 풀고 이번 달 주인공인 윤해영씨의 헤어와 메이 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왕이면 화보를 통해 색다 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촬영 전 전해 온 그녀 의 요청이 반가운 터라 이번에는 좀 더 메이크업에 힘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사이 에디터는 포토그래 퍼와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 시티로 선정된 증도 면을 둘러보았습니다. 새삼 마을의 고요를 자연이 선물한 것 같아 급하게 서두르던 마음을 진정시킵 니다. 화보를 찍을 때 모델만큼 똑같은 비중으로 중 요한 것은 바로 촬영 장소입니다. 시간조차 쉬어 간

218

다고 하는 이곳에서 비를 피해 가며 담아낼 수 있는 장소들을 꼽아보았습니다. 이윽고 모델의 모든 세팅 이 끝나자 이번에는 거센 비가 멈출 줄 모릅니다. 그럴 땐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차 안에서 비가 잠 잠해지길 기다렸다가 한 컷씩, 한 컷씩 평소보다 한 템포 느리게 화보를 완성해 나가는 수밖에요. 새삼 이 먼 곳까지, 여성중앙의 제안에 흔쾌히 오케이 사 인을 보내고 따라와준 윤해영씨가 고마워집니다. 아 마도 그 배경에는 지춘희 디자이너와의 오래된 우 정도 포함되어 있었겠지만요. “신인 시절에 최명길, 황신혜 선배와 같이 드라마를 할 때였어요. 선생님이 두 선배와 친하다 보니 저 도 덩달아 그 자리에 있다가 인사를 드렸죠. 그때는 그것뿐이었어요. 어린 저는 그저 ‘아, 이 분이 디자 이너 지춘희 선생님이구나’라는 생각만 했죠. 그러 다 5~6년전, 선생님을 다시 뵙게 되었는데 옛날 생 각이 나더라고요. 그때 이야기를 드리며 ‘선생님, 나 중에 같이 점심 먹어요!’라고 데이트 신청을 했어요. 며칠이 지났을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생님을 옆 자리에 태우고 양수리로 향했죠. 제가 어디 가 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바로 자동차에 시동 걸고 출 발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때 차 안에서 제가 직접 준 비해온 매실 주스와 과일을 드시며 선생님이 이런


Program

말씀을 하셨어요. ‘이런 일에 익숙해지지 말아라. 나 를 위해 챙겨 온 것은 너무 고맙지만 너는 배우니 까 좀 더 도도해져도 좋아. 그래야 대접을 받을 수 있거든’이라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실 주스도 타 오고, 과일도 깎 아 오던 그 윤해영은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웬만한 일들은 매니저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 씩씩하게 해결합니다. 매니저 입장에서 보면 편하겠다 싶었는데 매니저는 오히려 조금이라도 배 우답게 까탈을 부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촬영 이 순조로웠던 이유 중 8할은 어쩌면 성격좋은 윤해 영씨 덕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할 때 보니까 꾸준히 몸매 관리를 한 것 같더 라고요.” “평상시에도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 각하기 때문에 어딜 가도 동선을 짜서 계획성 있게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수영이나 요가, 골프 등 운동도 꾸준히 하고요. 아마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은 그 덕분이겠죠? 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 느 순간에나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요. 엄마로서도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요. 그래 서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 이의 등하교를 함께해요. 자주 갖는 모임도 역시 학 부형 모임이고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점

이 있다 보니 교육이나 학교생활 등 여러 가지 나 눠야 할 이야기가 끝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모델의 역할을 끝낸 배우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딸을 둔 엄 마로 돌아옵니다. 다음 날, 촬영팀은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광주 로 이동했습니다. 촬영 전 이미 약속되어 있던 남도 여행을 시작한 것이죠. 우리는 무등산의 자연 속에 파묻힌 의제미술관을 들러 20세기 우리나라 남종화 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작품을 감상했습니 다. 물론, 그 유명하다는 광주의 육전도 맛보았고요. 홀가분하게 촬영을 끝낸 터라 밥은 꿀맛 같았습니 다. 그러고 나서 조금 더 달려 도착한 곳은 땅끝 마 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입니다. 미황사에 들어서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 이 느껴졌습니다. 그 뒤편에 병풍처럼펼쳐진 달마산 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1박 2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 속에는 여러 그림이 담겨 있었습니다. “촬영하는 내 내 가족여행을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선생 님이 일일이 스태프들을 챙겨주시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비 오는데도 모두들 즐겁게 촬영했잖 아요. 저에게는 선생님과의 좋은 추억 하나가 더 쌓 인 셈이죠.”

219


men’s FASHION

해마다 고민

남편의 여름 출근복 스타일이 곧 경쟁력이 되는 요즘, 연일 계속해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출근복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걱정이다. 직업과 직장의 특성에 따라 패션 스타일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남성들의 출근복 스타일링을 캐주얼, 비즈니스 캐주얼, 클래식 스타일로 나누어 제안한다. 기획_김지선 기자, 김혜진(프리랜서) 사진_김황직(studio il) 헤어&메이크업_애브뉴 준오(02-3448-0605) 순수 청담(02-515-5575), 라이크어유키(02-540-6266)

캐주얼, 긴소매 리넨 셔츠는 필수 정승원(엔씨소프트 브랜드전략실) 결혼 2개월 차에 들어선 새신랑 정승원씨는 온라인 게임 개발 회사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창의력을 요하는 업무적 특성상 전 직원에게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기업 브랜드 디자인 업무를 담당 하는 정승원씨는 자신의 센스가 옷으로 표현되는 듯하여 스타 일링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그래서 스타 일리스트 박세연씨에게 평소 스타일링에 관해 궁금했던 몇 가 지를 물었다.

질문: 주위 사람들은 캐주얼 의상으로 출근해도 된다고 하면 부럽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정장보다 캐주 얼 스타일링이 어렵거든요. 캐주얼하면서도 센스를 발휘 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일까요 답 : 리넨 소재 재킷을 장만하세요. 여름이라고

티셔츠만 덜렁 입기보다 재킷을 적절하게 활용 하면 센스를 확실하게 높일 수 있어요. 여름 옷 은 스타일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액세서리를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얇은 가죽 스트 링 팔찌나 가방, 신발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 도 좋아요.

220

캐주얼한 디자인의 코튼 소재 화이트 셔츠 6만9000원,자라맨, 카키색 면 팬츠 39만5000원,C.P. 컴퍼니, 카키 브라운 컬러 스웨이드 스트랩 워치 27만9000원,마시모두띠, 가죽 스트랩 장식 캔버스 백팩 28만원,본호 앤 파트너 by 피플 오브 테이스트


Program 외근이 많은날 재킷 착용 질문: 청바지나 면바지에 티셔츠를 많이 매치하는데요, 티셔츠 선택 팁이 궁금해요 답 : 프린트가 있는 티셔츠는 자칫 너무 어려 보

이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미지 를 줄 수 있으니 피하세요. 그 대신 피케 셔츠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는 스 트라이프 티셔츠를 선택하면 돼요. 피케 셔츠도 단색으로 된 것보다 칼라에 다른 컬 러의 스트라이프가 있는 것을 선택하면 훨씬 단 정하고 멋스러운 캐주얼 룩을 완성 할 수 있어요. 질문: 출퇴근 때에는 덥지만 사무실은 에어컨 때문에 추 워서 옷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요 답 : 이럴 땐 긴팔 리넨 셔츠가 정답이죠. 여름이

라고 꼭 반팔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 을 버리라고 권하고 싶어요. 출퇴근 시에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면 되거든요. 그리 고 약간 헐렁한 디자인을 선택하면 오히려 반팔 티셔츠보다 시원해요.

카키색 면 소재 반팔 티셔츠 2만6000원,자라맨, 화이트 팬츠 19만원,닥스, 체크무늬 스포츠 재킷 129만5000원,C.P. 컴퍼니, 브라운 위빙 벨트 15만9000원,니나리찌, 그레이 가죽 스니커즈 19만5000원,프레드 페리, 캔버스 소재 포트폴리오 케이스 19만원,본호 앤 파트너 by 피플 오브 테이스트, 브라운 가죽 스트랩 워치 20만8000원, 타이맥스 워치 by 갤러리어클락

아내와의 데이트 베이지와 카키 컬러 체크무늬 반팔 셔츠 20만원대,APC, 생지 데님 팬츠 20만원대,APC, 캐멀 레이스업 슈즈 25만8000원,소다, 캔버스 소재 숄더백 15만9000원,밴드 오브 플레이어스, 브라운 사각 프레임 안경 12만9000원,알로, 브라운 가죽 스트랩 워치 50만8000원,폴스미스 워치 by 갤러리어클락

비즈니스 미팅이 있는날 블랙 스트라이프 반팔 티셔츠 15만8000원,APC, 블랙 라인이 트리밍된 화이트 클럽 재킷 20만원,해지스, 생지 데님 팬츠 4만9900원,유니클로, 시원한 느낌의 화이트 보트 슈즈 27만8000원,소다

유쾌한 분위기의 회의 경쾌한 깅엄 체크 셔츠 10만원대, 라코스테, 잉크블루 컬러 진 6만9000원,자라맨, 스트라이프 니트 타이15만9000원ㆍ 버그앤버그 by 피플 오브 테이스트, 블루 위빙 벨트 가격미정,마에스트 로,가죽 라인 장식의 캔버스 소재 백팩 23만5000원,생크비스트 by 플랫폼 플레이스, 브라운 모카신 13만9000원,스페리, 블랙스틸 프레임 안경 13만9000원,알로

221


비즈니스 캐주얼, 슬림 피트 재킷으로 승부 이영주(코이누르 주얼리)

주얼리 브랜드 코이누르의 이사 이영주씨는 마케 팅과 홍보, 영업을 책임지고 있어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패션 스타일링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코이 누르 주얼리를 대표 하여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패션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편안하면서 도 멋스러운 스타일을 즐겨 입고 최근에는 피트 감 있는 스타일을 즐긴다는 이영주씨가 스타일리 스트 박만현씨에게 패션 쇼핑과 스타일링에 관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질문: 최근에는 피트감 있는 정장을 구매해요. 그러나 자 칫 너무 어려 보이거나 점잖지 못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거 같아 조심스럽기도 한데요. 구입 시 주의 할 점을 알 려주세요 강직한 남성 이미지를 낼 수 있는 스트라이프 재킷 13만2000원,스타일옴므, 그레이와 네이비 재킷과 잘 어울리는 파스텔 블루 셔츠 4만9000원,더 셔츠 스튜디오, 슬림 피트의 정석인 네이비 팬츠 11만8000원, 지이크파렌하이트, 클래식한 정장에도 잘 어울리는 브라운 컬러 슈즈 22만원,더문스

답 : 피트감 있는 남성 정장은 섹시하게 보일 수 있

는 아이템이에요. 그러나 슬림 피트와 스키니 피트 를 구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사람들이 가 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이 부분이죠. 스키니 피트 는 보디에 완전히 타이트하게 붙는 것을 말하지만 슬림피트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거예요. 질문: 여름에는 네이비 컬러의 재킷을 주로 입어요. 셔츠 는 어떤 컬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 : 보통 네이비 컬러 재킷에 화이트 셔츠를 선택

하곤 하죠.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스타일링이기 때 문이에요. 화이트도 좋지만 연한 파스텔 블루 셔츠 를 선택하고 여기에 톤 다운된 와인빛 행커치프를 매치하면 세련되게 보이면서 자신감 있는 남성으 로 연출 할 수 있죠. 질문: 와이셔츠 단추는 몇 개 정도 푸는 것이 좋을까요 답 : 많은 남성들이 와이셔츠의 맨 위 단추 하나만

222


Program 비즈니스 캐주얼, 슬림 피트 재킷으로 승부 이영주(코이누르 주얼리)

주얼리 브랜드 코이누르의 이사 이영주씨는 마 케팅과 홍보, 영업을 책임지고 있어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패션 스타일링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직원들과 회의가 있는날 퇴근후 친구와 약속 각각 다른 아이템과 연출해도 좋은 얇은 면 소재 재킷과 팬츠 각 11만3000원, 5만9000원,스타일옴므, 경쾌한 느낌을 주는 퍼플 스트라이프 셔츠 7만9000원,트루젠, 화이트와 딥 그린 컬러가 어우러진 컴포트화 10만2000원, 더문스,

재킷과 팬츠 세트는 각 19만8000원 , 13만8000원,지이크, 칼라와 소매 부분에 체크무늬 천을 덧대어 패션 센스를 더한 연한 블루 셔츠 9만8000원, 편하면서 격식 있는 옷차림에도 그만인 슈즈 18만9000원,더문스 타이와 시계,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편안하고 시원한 느낌이 나는 리넨 소재 네이비 체크 재킷 27만8000원, 지이크파렌하이트, 어느 재킷에나 잘 어울리는 깔끔한 무지 화이트 셔츠 3만9000원,더 셔츠 스튜디오, 짙은 네이비 면 팬츠 4만2000원,스타일옴므, 다크 브라운의 클래식한 슈즈 28만8000원,소다 옴므

면 소재 네이비 컬러 재킷 18만8000원・ TNGT, 화사하면서 따뜻한 남성의 이미지를 살려주는 핑크 셔츠 4만9000원,더 셔츠 스튜디오, 경쾌하면서도 점잖은 이미지를 낼 수 있는 체크무늬 팬츠 13만8000원, 지이크파렌하이트, 젊고 세련된 느낌의 화이트 가죽 슈즈 17만원,더문스, 시계와 포켓 스퀘워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23


클래식 슈트, 정석에 충실할 것 백인재(하나대투증권 법인영업본부)

평소 클래식 슈트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은 백인 재씨는 정석에서 벗어나지 않는 슈트 스타일링을 좋아한다. 다른 기업의 법인 담당자들을 상대하는 업무적 특성상 업무 시간 내에는 슈트 상의까지 갖추어 입는데 오랜 내공을 쌓은 그도 클래식 슈 트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고. 요즘에는 체크 슈트 나 다크 브라운 계열의 슈트 스타일링에 도 관심 이 많아졌다는 백인재씨가 스타일리스트 김미현 씨에게 클래식 슈트 스타일링에 대해 물었다. 질문: 체크 슈트, 브라운 컬러 계열의 슈트를 자연스럽게 스타일링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회사에 출근할 때 튀 지 않게 스타일링할 수 있을까요 답 : 은은한 그레이 체크 패턴의 슈트를 선택하세

요. 여기에 블루 계열의 타이나 화이트컬러가 섞 인 포켓 스퀘어를 매치하면 세련되고 유니크한 스 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어요. 브라운 슈트를 매치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 피부 톤이에요. 백인재 씨는 피부 톤이 까만 편이니까 다크 브라운 계열 의 슈트에 깔끔한 화이트 셔츠를 매치하 세요. 타이는 슈트보다 두 톤 밝은 컬러를 선택하 면 되고요. 질문: 셔츠를 구매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답 : 셔츠를 선물로 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데 셔츠는 적절한 소매길이와 가슴 부분의 피팅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꼭 입어보고 구입을 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어요. 꼭 포켓이 없는 셔츠를 구 매하고, 입다 보면 셔츠가 늘어나기 때문에 구입 할때 셔츠의 목 부분에 손가락 1개가 들어가는 정 도로 여유 있는 사이즈를 선택하세요. 그리고 가 장 기본적인 셔츠의 소매길이는 슈트의 소매로부 터 1.5cm 정도 나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224

투 버튼 네이비 슈트 브레스트 27만8000원 팬츠 14만8000원,지이크, 와이드 칼라의 화이트 셔츠 10만원대,닥스, 갈색 윙팁 슈즈 37만8000원,소다 옴므, 레지멘털 타이 가격 미정,닥스, 네이비 가죽 스트랩이 은은한 시계 가격 미정,네이비 아미, 포켓 스퀘어 가격 미정,비노, 안경 21만원대,슈퍼


Program 질문: 슈트를 입을 때 체형이 가장 고민되는데요. 저처 럼 키가 크지 않은 체형은 어떤 슈트를 어떻게 입는 것 이 잘 어울릴까요 투 버튼 슈트 스타일링 답 : “백인재씨와 같은 경우는 어깨선이 자연스러

운 원 버튼 재킷을 입어 실루엣이 길어 보이게 하 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깊이 파인 브이 라인 존을 만들면 상체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죠. 또 가운데 버튼만 잠그는 것이 정석인 더블 브레 스트는 입었을 때 브이 라인 존이 깊어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어요. 질문: 최근에 포켓 스퀘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 떤 소재와 컬러로 매치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 : “포켓 스퀘어를 시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초보자의 경우 타이와 포켓 스퀘어의 소 재와 컬러를 맞추는 것이 가장 쉬워요. 좀 더 세 련되게 연출하고 싶다면 네이비 블루 와 와인, 그레이 컬러의 포켓 스퀘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전체적인 색상의 보색 컬러로 포인트를 주거나 화려한 컬러의 포 켓 스퀘어를 매치하는 것도 감각적 인 슈트 룩을 완성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내공과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통해 감각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레이 체크 스리피스 슈트 스타일링 화이트 셔츠12만원,지오송지오, 그레이 체크 슈트재킷 12만9000원 베스트 팬츠 모두 가격미정,모두 스 타일옴므, 체크 타이 가격미정, 닥터타이, 브라운윙팁 옥스퍼드 슈즈31만8000원,미소페, 남색 포켓 스퀘어 가격 미정,비노, 블랙 뿔테 안경 7만원대,캘빈 클라인, 다크 브라운 벨트 가격 미정,에르메네질도 제냐, 부토니에가격 미정,비노

투 버튼 네이비 슈트 가격 미정ㆍ지오송지오,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 7만9000원,트루젠, 브라운 윙팁 구두 37만8000원ㆍ소다 옴므, 네이비와 블루 레지멘털 타이 가격 미정ㆍ닥스, 갈색 프레임 안경 8만원대,, 캘빈클라인, 브라운 가죽 스트랩 벨트 가격 미정,에르메네질도 제냐, 시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블 브레스트 슈트 스타일링 더블 브레스트 네이비 슈트 가격 미정,닥스, 화이트 셔츠 가격 미정,캘빈클라인, 블랙 브리프케이스 39만원대,니나리치, 타이 가격 미정,비노, 안경 21만원대,슈퍼, 버클 장식 윙팁 슈즈 가격 미정,더문스, 실버 메탈 워치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브라운 컬러 스리피스 스타일링 브라운 슈트 브레스트 31만8000원 베스트 15만8000원 팬츠17만8000원, 모두지이크, 화이트 셔츠 7만9000원,트루젠, 레이스업된 블랙 윙팁 슈즈 24만8000원,알도, 레지멘털 타이 가격미정, 닥스, 브라운가죽 스트랩 시계 가격미정,이끼, 블랙 스트랩 벨트 가격 미정, 에르메네질도 제냐

225


취향따라, 맞춤형 손목 시계 소매 짧은 상의를 주로 입는 여름철 패션에서는 시계의 주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다. 다양한 소재의 스트랩을 선보이고 있는 올여름 시계는 블레이슬릿과 레이어링해도 좋고 하나만 착용해도 예쁘다.

1 프레 임 안 도형들이 귀여운 느 낌을 준다. 30만원대,토이 와치 2 베젤 위 블랙 주얼리 장식이 고급스럽다. 42만원,마크바이마 크제이콥스 3 스트랩 교체가 가능해 시계와 팔찌로 스타일링 이 가능하다. 29만원,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4 우레탄과 알루미늄 등의 소재로 만들어 가볍게 착용할 수 있다. 14만원,아디다스 by 파슬코 리아 5 로즈 골드 베젤 위 주얼리 장식이 화려하다. 19만8000원,파슬 by 파 슬코리아 6 레오퍼드 패턴의 스트랩과 프레임 속 주얼리 장식이 돋보인다. 47만원,마이클코어스 7 스위스 쿼츠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 가격 미정,모 바도 8 스포티한 디자인에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9만2000원,타이맥스 9 룩에 포인트를 주는 화려한 컬러의 시계. 29만원,AX by 파슬코리아 10 스트랩 교체가 가능해 실용적이다. 4만8000원, o clock 11 자개 장 식이 고급스러운 실버 메탈 시계. 32만8000원,Gc워치 12 클리어 플라스틱 소재로 시원해 보이는 효과를 준 다. 40만원대,마이클코어스

기획_김혜진(프리랜서) 사진_정애란(studio il)

226


Program

맥시 스커트 활용 백서 1970년대 레트로 열풍과 함께 베스트셀러 아이템으로 떠오른 맥시 스커트. 도심 속에서 이국적인 시티 룩으로 스타일리시하게 코디하는 해법을 찾았다. 기획_김혜진(프리랜서) 사진_정애란(studio il)

허리 부분을 넓게 잡아주어 보디 라인을 날씬하게 보이게 해주는 하이 웨이스트 맥시 스커트. 20만 원대.빈폴레이디스

룩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볼드 한 네크리스. 3만 8000원,레스봉봉

레오퍼드 패턴이 화려한 빅 프레 임 선글라스. 37만 5천원, 이브생로랑 by 사필로

칼라 라인의 디테일이 고 급스러운 베스트. 16만 8000원,온앤온 시폰 소재의 셔츠 블라우 스. 가격 미정,I’M 얇고 보드라운 소재로 만들어 걸 을 때 스커트의 움직임이 예쁘다. 8만9000원,자라

오렌지 컬러와 체인 스트 랩의 매치가 시원해 보 이는 숄더백. 19만8000 원,A리스트

소가죽 소재의 심플한 브 레이슬릿. 3만9000원,마 시모두띠

약간의 광택이 있는 소재 라 고급스럽다. 19만9000 원,마시모두띠

발목 스트랩의 탈착이 가능한 스 트랩 샌들 29만8000원, 매긴나 잇브릿지

주얼리 장식으로 포인트 를 준 웨지 힐. 8만8000 원,찰스앤키스 안감의 망사가 볼륨감을 주어 형태의 흐트러짐이 없는 맥시 스커트. 24만 8000원,클럽모나코

227


아침 뉴스 앵커의 모닝 & 나이트 뷰티 새벽 6시, 뽀얗고 화사한 얼굴과 차분한 목소리로 하루의 첫 뉴스를 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침 뉴스의 꽃, 여자 앵커다. 어쩌면 그 이른 시각에도 그렇게 완벽한 모습을 할 수 있을까? 철저한 자 기 관리를 통해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완성하는 방송 3사 손정은, 이정민, 최혜림 앵커의 비결을 공개한다. 기획_김지선 기자, 조한별(프리랜서) 사진_김황직(studio il)

228


Program “매일 2ℓ 생수 한 병은 피부 보약이에요” ‘MBC 뉴스투데이’ 손정은 아나운서 저녁 9시가 되면 취침을 하고 새벽 3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손정은 아나운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뉴스의 신뢰도가 좌우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고. 일주일에 3~4번 꾸준히 피 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지인과의 약속은 주말로 미루는 등 스케줄 관 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건강 관리 외에 피부 관리는 기본이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최근에 새로운 피 부 관리 비법을 찾았단다. 하루에 생수 2ℓ를 꼭 마시는 것. “하루에 물을 한 잔도 안 마셨을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한 달 전부터 생수를 즐겨 마셔요. ‘물을 마시는 것이 정말 피부에 영향을 미칠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3~4일이 지났을까요. 피부가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항상 건조했는데 지금은 메 이크업을 한 후 몇 시간이 지나도 피부가 촉촉하고 화장도 들뜨지 않아요. 확 실한 효과를 본 이후로 생수병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마실 정도로 생수 애호 가가 되었죠.” 물을 컵으로 마시면 얼만큼 마셨는지 가늠할 수 없어 아예 책 상 위에 2ℓ짜리 생수병을 놓고 계속 물을 마신다고.

AM 03:00

보습은 피부의 힘

“새벽 3시 30분까지 방송국으로 출근해서 그날의 뉴스를 살펴보고 4시 30분부터 메이크업을 시작해 요. 집에서 출발한 후 메이크업을 하기까지 한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 피부가 건조해지 지 않게 집에서는 피부를 위해 두터운 수분층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요. 수분 스킨과 세럼으로 스킨케 어를 마무리하고 수분 크림을 듬뿍 사용해요. 꼼꼼하게 바를수록 피부가 촉촉해져 메이크업 아티스 트가 화장이 잘된다며 좋아하더라고요. 피부에 수분을 공급한 후에는 매일 플레인 요구르트와 호두, 아몬드, 푸룬, 라즈베리, 사과를 섞어 믹서에 갈아서 마셔요. 포만감은 물론이고 맛도 좋아 꼭 챙겨 먹 죠. 열량이 높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변비에도 좋아요. 뉴스가 끝나고 오전 8시에는 스태 프와 다 같이 아침을 먹기 때문에 자칫하면 하루에 4끼를 먹게 되는 셈이 돼서 새벽에는 열량이 낮 고 영양가가 높은 것을 선호해요.” 1_아침에는 화장이 잘 받을 수 있도 록 수분 크림을 충분히 발라준다. 울 트라 훼이셜 크림,키엘 2_각종 견과 류와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는 영양 과 비타민 보충을 위한 그녀만의 건 강 음료다. 3_매일 생수 2ℓ를 마 시기 시작하면서 피부 건강을 되찾 게 되었다.

229


AM 21:00

부기를 최소화 하는 소식

오후 5시 이후에는 일체 음식물을 먹지 않아요. 물은 조금씩 마시지만 자기 직전 수분을 섭취하면 새 벽에 일어났을 때 부기가 생길 수 있어서 자제하는 편이죠. 얼굴이 별로 붓지 않는 체질이긴 하지만 생수를 2ℓ이상 마시고 난 후부터는 새벽에 얼굴이 조금 붓던 증상도 사라진 거 같아요. 저녁은 절대 소식을 원칙으로 해요. 또 취침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오후 5시 이전에는 저녁 식사를 마치죠. 밥을 먹기도 하지만 우유와 선식을 섞어 마시거나 삶거나 구운 고구마와 유기농 토마토로 대신하기도 해 요. 자는 동안 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죠. 피부 관리를 위한 스페셜 케어는 주로 보습 마스크를 이 용해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얼굴에 붙이면 하루 동안 높아진 피부 열도 낮출 수 있고 모공 수축 효과도 있어요. 팩을 뗀 후에는 영양 크림으로 피부에 영양을 공급해요.”

1_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녁에 는 유기농 토마토와 고구마를 주로 먹는다. 2_팩을 한 후에는 영양 크 림을 발라준다. 슈퍼바이탈 엑스트라 모이스트 세럼,아이오페 3_차가운 수 분 마스크 팩은 수분 공급과 열 노 화 방지 효과가 있다. 영지 보습 마 스크,수려한

230


Program

231


232


Program “수면 시간 조절과 식습관 관리가 중요해요” ‘‘SBS 출발 모닝와이드’ 최혜림 아나운서 올해로 아침 뉴스를 진행한 지 4년 차인 최혜림 아나운서. 아침 뉴스를 통해 시청자와 아침을 연다는 것은 항상 그녀를 가슴 뛰게 만든다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뉴스 진행을 하기 위해서 새벽 3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평범하지 않 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꾸준한 관리와 페이스 조 절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 시간 조절이다. “방송 초기에는 긴장 한 탓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어요. 요즘은 몸도 새벽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예전보다는 조금 늦게 자는 편이에요. 대신 퇴근 후 약 1시간 동안 낮잠을 자 죠. 유독 몸이 피곤하거나 피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오후 7시부터 잠 을 자는데, 다음 날 일어나면 몸이 가벼워져요. 식사는 이른 새벽이라 입맛이 없을 때가 많아 제철 과일로 허기만 달래고 방송국에 도착해서 함께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편상욱 아나운서와 따뜻한 오미자차를 나눠 마시죠. 오미자차 는 피부를 위한 비타민 보충은 물론, 밤새 잠긴 목을 풀어주는 데도 좋아요.” 목이 잘 잠기고, 말을 많이 하면 목소리가 쉽게 갈라지는 그녀는 수시로 배즙 과 목 캔디를 먹으며 지친 목을 보호한다고 한다.

AM 03:00

새벽에도 선크림은 필수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얼굴의 부기를 빼는 거예요. 얼굴이 쉽게 붓는 편이라서 부은 얼굴을 빠른 시간 내에 가라앉힐 수 있는 제 나름대로의 몇 가지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요. 아침에 볼이나 눈이 심하게 부었을 때는 수건을 찬물에 적셔서 사용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적 신 수건을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한 다음 얼굴에 덮고 가볍게 손으로 눌러줘요. 찬 기운은 혈관을 수축 시켜 부기를 가라앉히고, 손으로 누르면 마사지 효과도 얻을 수 있죠. 메이크업을 할 때 아이섀도 색 깔 선택도 중요해요. 핑크, 피치 계열은 얼굴이 부어 보이는 색이라 자제하고, 음영 효과를 살려 부은 눈을 감출 수 있는 골드 브라운 계열을 주로 사용하죠. 새벽 4시에 집에서 출발하는데, 해가 뜨기 전 이지만 선크림을 잊지 않고 꼭 챙겨 발라요. 스튜디오에 설치된 조명이 햇빛 못지않게 강렬해서 조 명 빛에 피부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기미나 열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아침 뉴 스 시간은 다른 시간대의 뉴스보다 40분 정도 길어서 다른 방송 때보다 더 신경이 쓰여요. 쉽게 푸석 푸석해지는 피부를 위해 아침 메이크업 전에는 수분이 많은 스킨을 바르고, 수시로 미스트를 뿌려주 면서 수분을 잃지 않게 해줘요.” 1_차갑게 적신 타월을 이용해 부은 얼굴을 가라앉힐 수 있다. 2_오미자 차는 비타민을 공급하고 목을 보호 해 준다. 3_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방 송국 어디서든 파우치를 휴대하고 다닌다.

233


AM 21:00

피부를 위한 체계적인 팩관리

“피부가 건성 타입이라 쉽게 건조해지고 거칠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마스크 팩을 하면서 피부에 수분 을 공급하려고 노력해요. 얼굴에 팩을 할 때는 피부 상태가 잘 정돈되어 있어야 팩의 효과를 최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팩을 하기 전 준비 단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저만의 노하우를 이용하 죠. 우선, 세안을 한 후 스크럽 제품으로 각질을 제거하고 영양 크림을 발라요. 이때 손가락을 이용해 마사지하면서 바르는 것이 포인트예요. 그런 다음 스팀 타월을 얼굴에 올려놓아요. 스팀 타월은 피부 를 안정시키고 모공을 열어 다음 단계의 제품 흡수를 높일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팩을 붙 이죠. 다음 날이면 피부가 훨씬 촉촉해지고 탄력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여기에 좀 더 매끈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우유로 세안을 해요. 폼 클렌징으로 메이크업을 깨 끗이 닦아낸 후, 우유를 얼굴에 충분히 적셔주면 돼요. 우유를 이용하면 피부가 촉촉해지고 각질 제 거 효과도 뛰어나요. 그리고 저는 저녁에 고기나 짠 음식을 먹은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뾰루지가 생 기고 화장이 들떠요. 그래서 트러블 방지를 위해서라도 저녁 식사는 되도록 저염식에 채식 위주로 하 려고 노력해요.”

1_각질 제거와 영양 공급을 위 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우유 세안 을 한다. 2_트러블 방지를 위해 저녁 식사는 저염식으로 한다. 3_딥 클렌징은 블랙헤드를 방지해 준다. 제로오일 딥 포어 클렌저・오 리진스

234


Program

235


236


Program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과 피부 관리 비결이죠” ‘KBS 뉴스광장’ 이정민 아나운서 아침 뉴스를 진행한 지 회수로 4년 차인 이정민 아나운서는 이제는 아침 뉴스 베테랑이다. 처음에는 이른 아침 시간인 데다가 처음 맡는 뉴스 진행이라 어 색하기까지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앵커의 역할에 몸이 맞춰져 지금은 잘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편안하다고. “아침 뉴스를 오랫동안 진행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관리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관리 비결을 많 이 물어봐요. 방송 때문에 장시간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피부가 좋 다는 말을 자주 듣거든요.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인 것 같아요. 저녁 약속은 물 론 술을 일절 금하고 매일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 3시에 일어나니 까요. 이제 이 생활이 익숙해져서 아침 뉴스가 없는 주말에도 새벽 3시면 어 김없이 눈이 떠져요.” 또 방송이 끝나자마자 클렌징 오일과 클렌징 폼으로 2 중 세안을 한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1~2시간 낮잠을 자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아침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에게 건강은 필수다. 이정민 아나운 서는 평소 자주 걷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주일에 1~2회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 것을 건강 비결로 꼽는다.

AM 03:00

아침식사는 보약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세수를 해요. 이때 비누나 클렌징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가볍게 헹 구는 정도예요. 스케줄이 많은 날에는 하루 종일 메이크업을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피부 자극을 최 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거든요. 물 세안을 한 후에는 세타필 ‘데일리 어드밴스 울트라 하이드레이팅 로션’만으로 피부 보습을 마무리해요. 아기들이 사용해도 무방한 제품이라 민감한 제 피부에도 자극 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공복에 녹즙을 마셔요. 녹즙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간을 해독하고 세포 재생 작용을 한대요. 그리고 아침밥은 꼭 챙겨 먹어요. 아침 에너지의 근원은 밥 힘이거든요. 가 리는 것 없이 배불리 먹어야 그날 방송도 잘되더라고요. 또 제가 씩씩하고 힘 있게 멘트를 해야 아침 에 방송을 통해 저를 보시는 많은 분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1_냉장고에 보관해 둔 아이 쿨링은 부은 눈을 빠르게 가라앉힌다. 2_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제철 과일이야말로 최고의 보양식이다. 3_녹즙은 맑고 건강한 피부를 위한 그녀의 뷰티 푸드다.

237


AM 21:00

우유로 부기를 최소화 하다.

저녁에는 절대 소식을 원칙으로 하고 소금 간이 거의 안 된 음식을 저녁 메뉴로 정해요. 불가피하게 짠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는 우유를 한 컵 마시고 자요. 나트륨이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다음 날 얼굴을 붓게 하는 반면,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과 칼륨은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해 붓는 것을 최소화시켜 주거든요. 잠들기 전에는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죠. 오일 앰풀을 바르는 것을 잊지 않아요. 오일 타입으로 손에 떨어뜨려 마사지하듯 얼굴에 원을 그리듯 바르면 자고 일어났을 때 피부가 한결 탱탱해진 것 같은 느낌을 줘요. 저는 한 가지 제품만 사용하는 편은 아니에 요. 여러 가지 제품을 사용해 보고 제 피부에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해요. 그리고 똑같은 제품을 사 용하지 않고 매일 바꿔가며 사용해요.”

1_바쁜 스케줄로 지친 몸에 활력 을 주기 위해 비타민 C 알약을 챙 겨 먹는다. 2_우유는 몸속 나트륨을 잡아줘 얼 굴이 붓는 것을 방지한다. 3_운동으로 땀을 충분히 흘리면 노 폐물을 배출하여 피부 트러블을 예방 할 수 있다.

238


Program

239


SUMMER LIST

비키니 입는 사람들을 위하여

바캉스 뷰티

휴가지에서 비키니를 입을 때는 삐져나온 살을 감추고 예쁘게 몸매를 드러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관리와 스타일링, 비키니 입기 전에 꼼꼼하게 알아둬야 할 체크 리스트.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김황직(studio il) 모델_스테파니 리 헤어&메이크업_장혜정, 다호(제니하우스) 의상 스타일링_홍은화 장소 협조_워커힐 야외 수영장 리버파크

240


Program

얼굴에 색을 입히기 전, 피부 청소 콧등에 박혀 있는 블랙헤드와 피지를 제거하는 피지 클리어 제품을 소개하는 홈쇼핑 방송을 보 면서 누구나 한번쯤 사볼까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동남아의 날씨처럼 습하고 더운 여름철, 야 외에서 피부를 오래 노출시키면 모공이 늘어나 고 피부 노폐물이 쌓인다. 피부 속이 깨끗하지 않 으면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를 때 뭉치기 쉽고 파 운데이션 역시 들뜨기 마련. 또 태닝 메이크업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펄 제품은 인중에 돋아난 솜털이나 정리가 덜 된 눈썹에 끼면 지저분해 보 일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거뭇한 털은 페이스 왁 싱 제품을 이용해 제거할 것. 휴가지에서만큼은 화이트나 블랙 비키니를 입고 평소 시도해 보지 않은 과감한 컬러 메이크업에 도전한다 해도 과해 보이지 않을 듯하다. 올여름 엔 혼자서 그리기 쉬운 컬러 아이라이너와 브러 시 없이도 부드럽게 잘 발리는 오렌지와 핑크 립 스틱이 많이 나왔다. 아이 메이크업의 경우, 아이 라인은 평소보다 조금 두껍게 블루 계열로 포인 트를 잡았다면 두 가지 컬러를 선택해 아이섀도 와 아이라인을 투 톤으로 바르면 밋밋한 눈매에 입체감을 줄 수 있다. 입술은 선글라스를 썼을 때 잘 어울리는 컬러를 고르면 좋은데, 맥 프로팀 메 이크업 아티스트 김은지씨는 “선글라스를 쓸 때 는 피부는 하얗게, 볼 터치는 생략하고 입술 색을 선글라스 색에 맞추어 포인트를 주라”고 이야기 한다. 선글라스 테가 검정 혹은 브라운 계열이라 면 오렌지 계열을, 선글라스 테가 화이트 혹은 파 스텔 계열이라면 핑크가 더 잘 어울린다.

241


부드러운 크림 속에 들어 있 는 쌀 전분 성분이 묵은 각질 을 제거해 주는 천연 박피 효 과 스크럽. 모던 프릭션TM 네이쳐스 젠틀 더마브레이션 125ml 6만3000원,오리진스

눈가에 여러 가지 비비드한 컬러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넓게 바르 거나 두 가지 색을 섞어서 바르면 섹시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아쿠 아 크림 6g 3만1000원,메이크업 포에버, 스타일러 포 아이즈 4.6g 3만8000원,비디비치

242

페이스 제모를 받을 수 있 는 베네피트 브라우 바 (1544-4059)에 가면 눈썹 주 위뿐 아니라 입과 턱, 헤어라 인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왁싱을 받아보았거 나 혼자 해본 경험을 위한 셀 프 제모제도 나왔다. 페이셜 왁스 알로에 베라 15ml 1만 3900원,veet

남국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있는 리조트에 놀러 갈 계획이라면 워터프루프 기능이 있는 컬러 아이라이 너를 챙겨 가면 좋을 듯. 스파클 워터 프루프 리퀴 드 아이라이너 1.7ml 2만8000원대,스틸라


Program

블랙이나 브라운 선글라스에 는 오렌지를, 화이트 선글라 스엔 핑크를 바르면 잘 어울 린다. 쉰 수프림 립스틱 3.6g 2만9000원,맥

243


노출 전, 관리 잘된 몸 만드는 법

일 년에 한 번 과감하게 노출할 때 태닝이나 보 디 펄 메이크업처럼 연출법도 중요하지만 일부 러라도 시간을 내어 꼼꼼하게 몸 구석구석을 관 리받거나 홈 케어를 해두어야 한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다 친구들과 갑작스레 떠난 여행에서 제모를 하지 않은 비 키니 라인 때문에 사만다에게 지적받았던 미란 다를 떠올려보자. 삐져나온 살을 감춰주는 수영 복을 선택하고 허벅지와 허리 뒷부분의 울퉁불 퉁한 셀룰라이트, 거뭇한 겨드랑이 등의 꼼꼼한 관리는 필수다.

셀프 케어할 때 필요한 제품들 셀룰라이트 제거하는 슬리 밍 로션

은근히 반짝거리는 보디 펄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여배우의 보디 메이크업을 할 때 꼭 ‘펄’ 제 품을 사용하는데, 많이 바르 면 번들거리기 때문에 강조하 고 싶은 부위 위주로 쓸어주듯 이 바르는 것이 팁이다. 쇄골이 나 어깨 라인, 종아리 앞쪽 정 도만 바르면 된다. 라이팅 리 퀴드 일루미네이터 3만2000원, 크리니크

244

허리 뒷부분과 허벅지에 지방 이 울퉁불퉁하게 자리 잡은 것 을 셀룰라이트라고 하는데, 이는 다이어트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 는다. 슬리밍 제품으로 케어할 것. 퍼펙트쉐이프 다이어트 코치 200ml 2만4000원,로레알파리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는 태 닝 스프레이 하는 여자들이 많아지면서 네 일숍이나 스파에서 태닝 섹션 을 운영하고 있는데, 스프레이 형태로 온몸에 도포하는 수분 태닝은 1회에 2만원 정도다. 급 할 때는 태닝 스프레이나 파우 더를 이용해 피부 톤을 정리할 것. 드 솔레일 브론징 페이스& 보디 스프레이 12호 미디움 태 닝 3만8000원,부르조아

집에서 제모하는 왁싱 키트 겨드랑이나 비키니 라인처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곳은 왁싱 전 문 숍을 찾으면 말끔히 정리할 수 있지만, 아직까진 좀 민망하다 면 왁싱 젤을 사용해 보자. 포에틱 왁싱 키트 7만8000원,bliss

넓은 면적에 유용한 셀프 제모기 왁싱 젤이나 크림을 바르고 몸의 털을 부드럽게 제거하면 좋겠지 만 시간이 없을 때는 전기면도기와 비슷한 기능이 있는 여성용 제 모기도 도움이 된다.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 50만원대,트리아 뷰티, 여성용 제모기 샤인 퍼펙트 26만9000원・필립스


Program

245


246


Program

휴가지에서 꼭 필요한 응급 처치 파우치 잘 준비하고 과감히 노출했더라도 뜨거운 태양 아 래 오랜 시간 있다 보면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야 하고, 땀을 씻어내고 덧바를 데오도런트도 필요하 다. 바캉스 떠날 때 챙겨 가면 유용하게 쓸 만한 제 품들을 골랐다.

펄이 섞인 보디 메이크업 을 하고 물놀이를 하고 나 면 끈적이고 찝찝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 몸을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데, 긴장된 근 육을 풀어주고 활력을 주는 민트 성분 클렌저를 사용하 면 릴랙싱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까띠에 스포츠 샤워젤 200ml 2만1000원,온뜨레

덥고 습한 날씨에 하루 종 일 노출되어 있다 보면 특 히 겨드랑이 부분은 땀과 냄새로 얼룩지기 십상. 축 축한 땀 분비를 억제하고 거뭇하게 색소가 침착된 겨드랑이 부분을 케어하 는 전용 에센스. 프러블매 틱 암피트 리뉴잉 에센스 30ml 1만7000원,쏘내추럴

장시간 비행 후, 혹은 여행지에 서 오래 걷고 난 뒤 수영장에 서 쉴 때 사용하면 좋을 만한 종아리 전용 로션. 제품 속에 든 허브 성분이 피부를 시원하 게 만들고 신진대사를 촉진시 켜 부기를 빼고 날씬한 종아리 를 만들어 준다. 비타 바디 스 키니 레그 80g 2만5000원,오휘

자극이 적은 딥 클렌징이 필요할 때 사용하기 좋은 제품. 자 외선 차단제와 메이크업 제품을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 데, 살짝 그을린 피부 때문에 쓰라릴 때는 진정 작용이 있는 클 렌저를 사용하면 자극이 덜하다. 디펜스 아쿠아 산소 클렌징 무스 3만3000원,비오니케

247


휴가갈때 이것만은 챙기자

바캉스 뷰티 머스트 팩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에 돌입하면서 여성들의 고민 은 하나 더 늘었다. 휴가지에서 남보다 더 돋보이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챙겨보지만 미어터질 듯한 가 방을 보고도 여전히 뭔가 부족한 느낌. 페이스에서 보디까지 총망라해 휴양지에서 자체 발광할 수 있는,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아이템만 모았다. 기획_이미주(프리랜서) 사진_김황직, 정애란(studio il) 모델_김현희 헤어&메이크업_에이치 샵(02-547-1521) 제품 문의_080-080-4512

Must pack 1 뽀송뽀송 향긋하게, 휴고내츄럴 듀얼 액션 데오도란트 화학 성분이 함유된 데오도란트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피 부에 자극을 줄 뿐 아니라 땀 냄새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All natural 재료로 만든 휴고내츄럴에서 새롭 게 출시한 듀얼 액션 데오도란트는 세균으로 인한 땀 냄 새를 잡아주는 천연 안티마이크로바이알 성분이 함유되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 라이스 파우더 성분이 효과 적으로 땀을 흡수해 끈적임과 밀리는 감 없이 장시간 상쾌함을 유지할 수 있다. 42.5g 1만6000원

Must pack 2

Must pack 3

Must pack 4

지친 피부에 특효약, 쌍빠 어반 익스프레스 마스크 휴가 기간 동안 뜨거운 햇볕에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켜 줄 애프터 바캉스 제품도 하나쯤 챙겨 가자. 프리미엄 해 초 성분이 지친 피부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30시간 수분이 지속되는 쌍빠 어반 익스프레스 마스크는 바캉스 필수 아 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외부 환경으로 인해 손상된 피부 표면을 회복시키고, 피부 안 진피층에까지 수분을 탄탄하 게 채워주는 원리. 1매 1만2000원

아찔한 비키니 라인 만들기, 리포존 마사지 롤러 적절한 운동과 식이 요법을 병행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슬 리밍 제품을 사용한다면 보다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리포존 마사지 롤러는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고 탄력 있는 보디라인을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아이템 으로 별도의 기구 없이 간편하게 셀룰라이트를 관리할 수 있다. 특히 근육이 단단하게 뭉친 부위에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 100ml 4만5000원

상쾌함과 촉촉함을 동시에, 쌍빠 어반랩 미스트 날씨가 뜨거워질수록 피부는 지치고 건조해지기 때문에 수시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극이 없 는 무알코올 플로럴 미스트인 쌍빠 어반랩 미스트는 로즈 워터와 라벤더 워터 성분이 지치고 민감해진 피부를 생기 있게 깨워준다. 또 피부 재생 및 회복에 탁월한 나이아신 아미드(비타민 B3) 성분이 장시간 외부 활동으로 인한 안 면 홍조와 트러블을 완화시킨다. 100ml 1만8000원

248


Program

Must pack 6 이것 하나면 OK, 휴고내츄럴 트래블 키트 부피가 큰 가방은 여행길에서 짐이 되기 마련이다. 따라 서 최대한 간편하게 짐을 꾸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 All natural 재료로 만든 휴고내츄럴의 베스트 아이템만 모아 놓은 트래블 키트는 에센셜 미스트와 올오버 로션, 샤워 젤, 샴푸, 컨디셔너, 립밤 등 총 6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키 트의 모든 제품에는 천연 보습 성분인 시어 버터, 식물성 글리세린, 피부 재생 및 진정 효과가 뛰어난 토코 페롤, 호호바 오일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여행 시에도 트 러블 없이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6종 (각 60ml, 립밤 4.5g) 1만8000원

Must pack 5 고통 없이 말끔하게, 에필레뜨 헤어 리무버 바캉스 시즌을 맞아 다양한 방법으로 셀프 제모를 도와주 는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자신과 맞는 제품을 선택하 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에필레뜨 헤어 리무버 레이 디는 통증과 냄새, 피부 트러블 없이 간편하게 매끈한 피 부로 관리할 수 있는 아이템. 미세한 사포 재질 성분의 제 모 패드가 털과 함께 묵은 각질을 제거해 제모 한 번으 로 한결 말끔해진 피부를 경험할 수 있다. 본품+리필 5 개 1만8000원

Must pack 7 한 듯 안 한 듯 내추럴 피부 표현, 쌍빠 글래머 샷 흐르는 땀과 물놀이로 ‘화장발’ 제대로 받기 어려운 휴가 지에서는 메이크업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피지, 주름, 모공 등의 피부 결점을 커버해 안색을 개선해 주는 글래 머 샷은 기초 케어와 메이크업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코스 메이크업 라인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최신 기술인 어드밴스드 옵티컬 마이크로렌즈 테크놀로지가 피부를 진 정시켜 즉각적으로 가는 주름과 잔주름을 커버하고 장기 적으로 사용하면 주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일 아침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 얼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균일 하게 발라준다. 30ml 6만8000원 블루 계열의 비치 타월은 마리메꼬(02-515-4757), 챙이 넓은 모자는 메트로시티(1588-1234), 블랙 비키니 는 망고(02-2638-2400), 비치백 안에 든 옐로 토이 카 메라는 포토트리(www.pototree.co.kr), 실버 스트랩 샌들 은 스티브매든 (www.stevemaddendna.co.kr).

249


나탈리 포트먼처럼

무결점 피부 만들기 블랙 스완’의 헤로인 나탈리 포트먼이 영화 촬 영 중 애용했다고 입소문 나면서 화제가 된 화 장품이 있다. 피부 결점을 즉각적으로 커버해 일 명 포토샵 세럼으로 불리는 글래머 샷이 그 주 인공. 세계적인 여배우를 홀린, 글래머 샷의 매력 을 파헤친다. 기획_이미주(프리랜서) 사진_정애란(studio il), 중앙포토 제품 문의_쌍 빠(080-080-4512)

나탈리 포트먼의 시크릿 아이템, 글래머 샷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에 나오는 여배우들의 피 부는 한결같이 곱다. 빡빡한 일정으로 바쁠 때 는 수면 시간이 2~3시간밖에 안 되고 화보 촬 영 등 강한 조명에 피부가 노출될 일도 빈번한 데 그녀들의 피부는 언제나 화사하다. 많은 여성 들이 연예인이 쓰는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렇다면 아름답기로 소문 난 여배우들은 어떤 화장품을 쓸까? 주름, 피지, 잡티 등 피부의 결점을 커버해 주는 쌍빠 글래머 샷은 영화 ‘블랙 스완’으로 제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나 탈리 포트먼이 즐겨 사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집 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근 아들을 순산하 면서 엄친딸에서 슈퍼맘으로 변신한 나탈리 포 트먼이 프랑스 잡지 ‘Voici’와의 인터뷰에서 영 화 촬영 중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모습을 연출하 기 위해 즐겨 사용한 뷰티 제품으로 글래머 샷 을 소개한 것. 영화 속에서 나탈리 포트먼은 클

250

라이맥스인 ‘백조의 호수’ 무대에 오르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생얼’에 가까운 투명 메이크업을 고 수했다. 하지만 신경질적인 연기를 펼칠 때조차 그녀의 피부는 반짝반짝 빛났으니, 인터뷰 이후 글래머 샷의 인기가 얼마나 치솟았을지 짐작하 고도 남는다. 나탈리 포트먼도 반했다, 글래머 샷이어야 하는 이유 피부 결점을 즉각적으로 커버해 주니까

메이크업의 기본은 결점 없는 피부다. 스모키, 누드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색조 메이크업 트렌드 에도 변하지 않는 기본은 완벽한 베이스 메이크 업. 또 땀과 피지가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자주 수정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여름에는 즉 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일수록 활용도 가 높다. 글래머 샷은 쌍빠의 최신 기술인 어드 밴스드 옵티컬 마이크로렌즈 테크놀로지를 적용 해 피부를 긴장시켜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 는 결점 커버 아이템이다. 제품 사용 후 1분 안 에 주름이 사라지고 넓은 모공을 채워 울퉁불퉁 한 피부 결이 매끈하게 정리되는 것이 특징. 특 히 ‘HQA 마이크로렌즈’ 성분은 모공 크기를 즉 각적으로 타이트하게 잡아주고, 피지 조절 기능 과 주름 개선 효과가 있다. 장기적으로 주름 개선 효과가 있으니까

최근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성 분 중 하나가 바로 히알루론산이다. 히알루론산 은 피부와 관절, 태반 등에 분포하는 복합 다당 류 성분으로 콜라겐, 엘라스틴과 함께 진피층에 서 수분을 머금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수분을 끌어들이는 함수성이 높아 보습 제품의 주요 성 분으로 이용된다.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기초 케


Program 어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쌍빠 글래머 샷 에도 역시 히알루론산 성분이 함유되어 장기적 으로 사용했을 때 주름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기초 케어와 메이크업을 한번에 해 간편하니까

여름날 두꺼운 메이크업은 하는 사람도 보는 사 람도 부담스럽다. 또 기온이 높을수록 많은 여성 들이 가벼운 메이크업과 자연스러운 피부 톤을 선호하는데, 잘 고른 제품 하나로 언제 어디서 나 쉽게 피부 톤 보정이 가능하다. 쌍빠 글래머 샷은 기초 케어와 메이크업의 중간 단계인 코스 메이크업 라인으로 기초 케어 후 메이크업 전에 사용하면 별도의 메이크업 없이도 피부 고민과 결점을 자연스럽게 커버해 준다. 사용 방법은 손 등에 글래머 샷을 소량 덜어 얼굴 안쪽에서 바 깥쪽으로 균일하게 펴 바른다. 이때 제대로 된 효과를 보고 싶다면 피부에 흡수될 수 있도록 1 분간 기다리는 미덕은 필수. 1,3_세포라 매장 내 쌍빠 코너. 한 편에 글래머 샷이 진열되어 있다. 2_세포라 뷰티 스튜디오 외관.

세포라 점유율 2위, 글래머 샷의 진가 나탈리 포트먼도 인정한 글래머 샷의 진가는 프랑스 세포라 전 지점에서 스킨케어 부문 2를 차지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세포라는 루이비통 모엣 헤네시(LVMH) 그룹의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 체인점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뿐 아니라 중국, 미주 지역까지 전 세계 14개국에 약 52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쌍빠는 프랑스 내 163개 스토어 와 10개의 세포라 뷰티 스튜디오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이탈 리아, 일본 등 22개국의 전문 매장과 백화점에 입점돼 있다.

251


252


Program 러움을 자아냈다. 한예슬과 똑같은 헤어스타일 을 하고 싶은 마음에 파마를 했지만 그녀처럼 자 연스럽고 촉촉한 웨이브가 좀처럼 완성되지 않 아 속상했다면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팁에 귀 기 울여보자.

그녀의 웨이브 단발을 엿보다

결국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얼마 전 뺑소니 여부 조사차 경찰에 출두했던 한예슬이 여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유는 다름 아닌 헤어스타일 때문이었 다. 굵고 자연스럽게 웨이브 잡힌 단발머리가 이 목을 끈 것. 웨이브 단발로 바꿨을 뿐인데 러블 리하면서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여성들의 부

“한예슬의 헤어스타일은 세팅 펌으로 기본 웨이 브를 만들었어요. 파마를 했어도 샴푸 후 어떻게 말리느냐에 따라 웨이브 모양이 달라지므로 샴푸 이후 케어가 가장 중요해요. 샴푸 후 머리카락에 에센스를 먼저 바르고 드라이어로 두피를 말리 죠. 모발에 수분이 70~80% 남았을 때 적당량의 머리카락을 잡은 뒤 찬바람을 이용해 뒤쪽 방향 으로 돌리며 말려요. 말린 상태에서 적당량의 에 센스를 손바닥에 묻혀 머리끝을 위로 올리며 바 르면 여성스러운 웨이브가 완성돼요.” 한예슬의 웨이브 헤어를 완성시킨 서언미씨의 말이다. 한예슬이 아주 굵은 웨이브 단발의 정석을 보여 주었다면 공효진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통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웨이브 단발을 선보였 다. “웨이브 단발을 연출하고 싶다면 파마를 하 는 것이 쉬워요. 단, 열 파마를 하면 부스스하고 둥글게 말리는 느낌이 강하므로 일반 클리닉 펌 을 하여 가늘고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만드는 것 도 좋아요. 공효진의 경우에는 컬 그대로의 느낌 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그 러려면 샴푸 후 두피 쪽만 충분히 말리고 모발 은 자연 건조해야 해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선 미씨는 공효진의 부스스한 웨이브는 오히려 지저 분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에센스 등을 이용해 촉촉하고 차분한 웨이브 단발을 완성하라고 덧붙 인다.

253


머리카락이 건강해서 어떤 파마를 해도 예쁘고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머리카 락이 얇고 건조한 타입이라면 어떠한 파마를 해도 부스스한 웨이브가 연출되어 속상하기만 하다. 이 렇게 웨이브가 잘 안 나오거나 부스스한 머릿결이 문제라면 파마를 하기보다 차라리 스타일링기나 헤어롤을 이용해 웨이브 헤어를 연출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자칫 아줌마 머리처럼 보일 수도 있으므로 적당한 노하우를 숙지할 것. 스타일링기를 이용한 셀프 내추럴 웨이브

How to 1_샴푸 후 머리가 젖은 상태에서 헤어 에센스 제품을 바 른다. 2_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까지 완벽하게 말린다. 3_스타일링기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빗질을 해야 한다. 빗질을 하지 않은 채 스타일링기를 사용하면 엉키기 쉬워 열에 의한 손상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4_전체 머리카락을 가닥가닥 블록을 나눈 다음 스타일링 기를 앞머리는 바깥쪽 방향으로 말아주고 뒷머리는 방향 을 섞어가면서 말아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만든다. 5_스타일링기로 컬을 살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다시 한 번 말아서 지그시 감고 있으면 더욱 찰랑이는 웨이브

스타일링기로 두피에서 2~3cm 전 지점까지 만 말아준다. 스타일링기 온도는 건강한 모발은 150℃, 가늘고 건조한 모발은 130~150℃, 굵고 뻣뻣한 모발은 150~160℃ 정도가 적당하다.

를 만들 수 있다.

헤어 스타일링기를 다루는 사람의 기술과 방법에 따라 웨이브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관건은 스타일링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최대한 자연 스럽게 웨이브를 마는 것. 헤어 스타일링기를 비 스듬히 잡고 머리카락을 스타일링기에 감을 때 여러 번 돌리지 말고 한 번만 감은 후 그대로 끝 을 향해 자연스럽게 빼야 한다. 이때 머리끝으로 갈수록 속도를 빨리하는 게 포인트다. 좀 더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원한다 면 스타일링기에 모발을 사선으로 넣은 뒤 스 타일링기를 세로로 세워 말면 된다.

254


Program

How to

헤어롤을 이용한 셀프 글램 웨이브

롤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롤클립이 두피 가까운 곳의 머리까지 웨 나 메칼핀을 가능한 한 두피 쪽으 이브를 만들고 싶다면 롤을 만 후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로 가까이 고정하는 것이 좋다. 쐬어준다. 많은 양의 머리카락 을 말면 두피 가까운 부분까지 헤어롤의 열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부분에 10~15초 정도면 충분하다.

1_샴푸 후 머리카락을 완전히 말린 후 헤어 에센스를 꼭 바른다. 2_머리카락 전체를 6~7등분한다. 윗머리 한 등분, 오른쪽 머리 한 등분, 왼쪽 머리 한 등 분, 뒷머리 한 등분, 나머지 머리를 2~3등분 하면 된다. 3_모발의 끝을 롤에 대고 팽팽히 잡으면서 롤을 두피 쪽으로 말아서 감는다. 롤 하나에 마는 머리카락 양이 많을수록 자연스러운 웨 이브가 완성된다. 4_두피가 예민해 뜨거움을 잘 느낀다면 롤 과 두피 사이에 화장지를 말아 살짝 끼워 넣 는다. 5_롤을 고정한 후 5분 정도 지나면 롤을 풀 어준다.

헤어롤이나 스타일링기를 이용해 만든 웨이브는 오후가 되면 풀려버리는 단 점이 있다. 헤어롤로 탱글탱글한 웨이 브를 완성한 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소프트한 왁스를 헤어 전체에 발라 자 연스럽게 고정시키자. 마지막으로 스 프레이 왁스를 살짝 뿌려 마무리하면 웨이브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헤어 스타일링 제품 Best 5

모발에 윤기를 제공하면서 동 시에 원하는 스타일링 연출 이 가능하다. 크리미한 질감 이라 바르기도 쉽다. 크리에 이티브 크림 왁스 50ml 2만 6000원-키엘

음이온을 발생시켜 모발을 보 호하고 정전기를 방지해 주 는 효과가 있는 헤어롤. 20개 의 롤이 들어 있어서 머리숱 이 많은 사람도 한 번에 스타 일링할 수 있다. 유닉스 PW204 10만원-유닉스

하나의 제품으로 4가지 헤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다 기능 헤어 스타일링기. 작은 사이즈라 휴대가 간편해 여행 할 때 필수 아이템이다. 이매 진 8만2000원-로벤타

가늘고 힘없는 모발을 위한 샴푸. 모발의 주성분인 단백 질을 채워 건강하고 풍성한 헤어로 가꿔준다. 틴투틱 엑 스트라 볼륨 샴푸 237ml 3만 2000원-제이슨

건조하고 부스스한 모발에 영 양을 공급해 촉촉하고 부드러 운 머릿결로 가꿔주는 세럼. 모발의 보습력을 강화시킨다. 스무스 인텐스 세럼 100ml 1 만2000원-로레알파리

255


Hair Idea

머리 묶기, 달인에게 묻다

“유행하는 업 두 스타일, 실핀만 있 으면 간단해요” 차홍(차홍 아르더 원장)

256

SBS ‘스타킹’에 출연해 간단하게 완성할 수 있 는 동안 헤어 스타일링법을 소개해 유명해진 차 홍 원장. 365일 중 헤어숍에서 머리 손질을 받 는 날은 20일도 채 되지 않는데, 손님들이 집에 서 혼자 머리 손질을 하더라도 헤어숍에 다녀 온 듯한 스타일링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에서 다양한 셀프 스타일링 방법을 연구하기 시 작했다고. 차홍 원장의 동안 헤어 스타일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업 두 헤어. 어려운 기술이나 도구도 필요 없고 손을 이용해서 대강 말아 올 리면 완성되는데, 몇 시간 공들여 연출한 스타일 보다 더 멋스럽다. 매력적인 업 두 스타일을 예 쁘게 완성하는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헤어 라인과 굴곡 연출. 빈틈없이 팽팽하게 머 리를 당겨 묶기보다는 양쪽 귀 옆과, 이마 라인 의 잔머리를 최대한 살리고 뒷머리와 앞머리 부 분에 자연스럽게 볼륨을 주어 납작한 두상을 입 체감 있게 만들어야 어려 보인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려원과 손예진은 동안 업 두 헤어를 즐 기는 스타일 아이콘. 조금만 연습하면 몇 분 만 에 완성할 정도로 방법은 간단하지만 드레시한 원피스나 캐주얼한 복장에도 두루 잘 어울리기 때문에 알아두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1_세팅이 잘되는 강력 스프레이_업 두 스타일이 가능 한 길이는 어깨 약간 아래 정도부터. 길이가 아슬아슬 하게 짧아 돌돌 말아놓은 머리가 불안하다면 스프레이 로 고정하자. 실루엣하드홀드스프레이 295ml 2만원・슈 바프코프 듀서베일 2_U핀과 실핀_업 스타일 중에서도 업 두 헤어 스타일링을 하기 위해서 실핀은 필수. 플라 스틱 통에 실핀과 U핀을 종류별로 정리해 두면 찾아 쓰기 편하다. 3_페이스 라인 섀도_이마 모양이 예쁘지 않을 때 페이스 라인을 예쁘게 잡아주는 제품. 꾸어셀 셰도우 30g 1만2600원-플랜비


Program 업 두 스타일 3_땋은 머리 끝부분을 잡고 머리를 동그랗게 뭉치며 돌린다.

1_머리를 손으로 빗질 해서 정수리 높이 정 도까지 최대한 높게 올려 묶는다.

2_기본 땋기 방법으로 머리를 땋는다. 느슨하 지 않도록 팽팽하게 땋 고, 끝 부분을 고무줄로 묶는다.

4_머리가 고정되도록 U 핀이나 실핀을 동그랗 게 뭉친 머리 둘레에 꽂 는다.

5_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만 든 뒤 양쪽 귀 옆과 이마 쪽 잔 머리를 빼 준다. 뒤통수의 잔머 리도 집게 모양 손가락을 이용 해서 조금씩 뽑아 입체감 있는 뒤통수 라인을 만든다.

6_이마 라인이 너무 높거나 M자형이라 예쁘지 않다면 커버할 수 있는 섀도 제품을 이용해 예쁜 이마 라인을 만 들어준다.

257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돌돌 말아 묶는 올림머리, 멋스러운 포니테일 스타일 등 여름에는 시원하게 묶어 올린 스타일이 대세다. 스타들의 헤어스타일에서 찾은 스타일링 포인트, 머리 묶기의 달인에게 직접 배웠다.

이요원, 이범수 등 많은 연예인들의 헤어 스타일 링을 담당하고 있는 유로 원장.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봉우리 역 할로 출연 중인 황정음의 독특한 헤어스타일도 유로 원장의 작품이다. 그가 제시하는 헤어 트렌 드는 내추럴 볼륨. 드라이어나 파마의 힘을 빌려 서 인위적으로 볼륨을 주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 렇게 만들어낸 볼륨은 오히려 사람을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요즘에는 머 리 자체가 가진 볼륨감이 그대로 살아날 수 있 도록 스타일링한다. 물론 가장 쉬운 헤어스타일 이라고 생각하는 포니테일 스타일도 자연스러운 모발 자체의 볼륨감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 가르 마 없이 손가락을 빗 삼아 머릿결을 정리해 느 슨하게 묶고 꼬리빗의 끝부분을 사용해 잔머리 를 톡톡 건드려 흘러내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스타일리시한 포니테일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 다. 기억해야 할 점은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헤 어 스타일링을 위해서는 가르마를 타면 안 된다 는 것. 구획 정리를 확실하게 해주는 가르마는 나이보다 5살 이상 더 올드한 이미지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1모로칸 오일_ 모든 헤어 스타일링의 기본은 머릿결. 머리가 젖은 상태일 때 모 로칸 오일을 발라주면 머리가 건강해져서 모발 자체의 볼륨감이 살아난다. 오일트리트먼트 100ml 6만8000원-모로칸오일

2 굳지 않는 스프레이_

“꼬리빗으로 결을 살리면 포니테일 도 스타일리시해져요” 유로(애브뉴준오 원장)

258

세팅력도 좋고 여러 번 뿌려도 굳지 않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즐 겨 찾는 마법의 스프레이. 에르네뜨 헤어 스프레이 500ml 가격 미정-로레알 프로페셔널

3 꼬리빗_ 저렴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빗이기도 하다. 머리 를 빗을 때 내추럴 볼륨을 살리고, 잔머리 정리에 도 움이 되는 필수품.


Program 포니테일 스타일 3_꼬리빗 끝 부분을 이용해서 머리 사이사 이에 볼륨감을 주고 머릿결을 살린다.

1_손가락을 빗처럼 사 용해서 머릿결을 정리 한다. 빗으로 빗은 듯 너무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다.

2_정면에서 봤을 때 1.5cm 정도 포니테일 윗부분이 보일 정도의 높이에서 머리를 묶는 것이 적당하다. 처음에 머리 묶는 높이는 더 높아도 상관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아래로 처지기 때문에 그 점 을 감안하면 조금 더 높이 묶 는 것이 좋다.

4_앞머리, 옆머리에 있는 잔머리가 자연스 럽게 떨어지도록 꼬리 빗 끝부분으로 쓸어내 려 정리한다.

5_ 끝 부분에 컬을 살 짝 넣은 스타일의 귀 여운 포니테일을 원한 다면 머리를 묶기 전 에 턱 아랫부분에만 컬링기를 이용해서 웨 이브를 만든다.

6_포니테일 스타일은 높이 가 중요한데 앞머리를 한쪽 만 늘어뜨리고, 목 가까이 에서 묶으면 성숙한 이미지 를, 평소보다 살짝만 옆으 로 묶으면 귀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259


훌쩍 떠나고 싶으실걸요? 여행도 자주 가본 사람이 제대로 아는 법. 바캉스 잘 보낸다고 소문난 여행 마니아들과 기자들의 리얼 여행기를 준비했다. 기획_강승민, 지희진 기자 취재_안지선, 이미정, 조유미, 김민주 기자, 최은초롱(객원기자) 표지 & 뒤표지 사진_강미승(여행작가)

260


Program

vacance + Australia 원시의 자연을 느끼는 서호주판 1박 2일

울룰루 사막 야생 투어 원시 시대 동식물이 사는 자연과 인간의 발자국 이 확연히 드러나는, 서로 상반된 매력이 공존하 는 호주. 여행자의 발걸음에 따라 다양한 인상을 남기는 나라다. 글·사진_강미승(여행작가)빠(080-080-4512)

01 261


1_매끌매끌한 퇴적층으로 구성된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울룰루 지역. 2_버스 뒤에 취사가 가능한 스낵 카를 매달고 다닌다. 3_막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 울룰루 사막 투어에서는 다른 나라 여행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4_100km마다 위치해 있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상점에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최근 시드니, 멜버른과 같이 잘 알려진 관광 도시 대신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를 체 험하는 서호주 사막 투어를 하는 이들이 꽤 많다. KBS ‘남자의 자격’팀이 도전했던 배낭여행을 상 상하면 조금 더 쉽게 이해 될 듯싶다. 필자가 여행을 떠났던 시기는 지난해 8월 말 즈 음으로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의 계절 변화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여름인 7~8월이 호주에서는 한겨울이고, 울룰루와 같은 사막 지역은 초가을 정도의 날씨로 밤낮의 기온 차이가 크다. 흔히 울룰루를 여행할 때는 현지 여행사 캠핑 투 어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가이드가 예약 하는 사람의 수에 맞춰 간단한 취사 시설이 가능 한 장비가 들어 있는 차량으로 3~5일가량 이동

262

을 돕는다. 보통은 시드니에서 연결되는 코스로 방문하면 5일가량 소요된다. 필자는 호주의 양면 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싶었던 터라 멜버른을 통해 경비행기를 타고 울룰루로 가는 3일 코스 를 예약했다. 멜버른에 큰 짐을 맡기고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 서 경비행기에 올라 울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공 항은 시골 카페를 연상시키는 푸근한 분위기였 다. 가이드와 미팅을 마치고 독일인 부자와 영국 청년 2명과 일행이 되어 여행을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한가운데로 접어드니 도로 에서 부터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았다. 편의 시설 이 잘 갖춰져 있고 한국에서의 평소 생활과 무엇 하나 다를 것 없는 여행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터 라 극성맞은 일상 대신자연이 주는 감동이 더욱


Program 특별하게 다가왔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 고 기념품을 사는 여행을 즐긴다면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 일정이다. 사막에서 불 지피고 불침번 서는 유목민 체험

울룰루 여행은 캠핑과 비슷한데, 가이드가 준비 해 주는 식재료를 가지고 스낵 카에 있는 취사도 구를 이용해 직접 음식을 해 먹어야 한다. 또 한 밤의 추위를 막기 위해 다 함께 나뭇가지를 모 아온 다음 불을 지피고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야 한다. 이를테면 유목민의 공동 생활을 체험해 보 는 셈이다. 특별한 관광지는 없지만 워타르카 국립공원에 속 해 있는 협곡인 킹스 캐니언과 붉은 흙산으로 이 루어진 울룰루는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이 대표적 인 일정이다. 킹스 캐니언 입구에서 간이 물병 에 물을 채워 넣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그 주변 을 돌아보는 형태로 구성된 투어는 2시간가량이 걸린다. 이곳에는 휴지통이 아예 없다. 쓰레기를 버려서 도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가이드가 주지시켜 주 는데, 신기할 정도로 그 원칙을 어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또 한 가지는 누구 하나 나뭇가지를

꺾거나 벌레를 잡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 어느 구간에서는 사진도 찍을 수 없다. 매끌 매끌한 퇴적층으로 구성된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울룰루 지역은 현지 부족들이 매우 신성시하는 ‘ 신의 영역’으로 불린다고 한다. Enjoy tip 예약 방법_인터넷으로 현지 호주 여행사(www. adventuretours.com.au/)에 접속해 예약하면 된다. 여러 가지 패키지가 있고 준비물도 나와 있다. 필자가 선택한 코스는 ‘Just the Centre 2 Night Safari tour’. 가이드 팁은 따로 없고 가격은 호주 달러로 350달러다. 울룰루에는 멜버른이나 시드니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데, 큰 트 렁크를 가져가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가벼운 복장에 등산화, 배낭에 넣어 다니는 튜브형 물통 정도만 준비해 갈 것. Profile 강미승씨는… 잡지 에디터로 활동하다 눈앞의 안락함을 버리고 거칠지만 인간미 넘치는 여행 속으로 뛰어들었다.『여행, 색에 물들다』(눈과 마음)를 펴낸 여행작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이며 잡지에 패 션 및 피처 칼럼 등을 기고하고 있다.

263


vacance +Germany

건축가 양진석의 독일 인테리어 여행

베를린 디자인 로드

02 264

베를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처음 가본 유럽의 도시이고, 처음 해외 인턴십을 한 곳이기도 하다. 동독과 서독의 흔적이 남아 있고 오래된 과거와 트렌디한 현재가 공존해 있는, 묘한 매력에 반해 자주 찾곤 한다. 여름휴가처럼 시간이 많을 때에는 인테리어 공부도 할 겸 베를린으로 향한다. 기후까지 서늘하니 여름에는 베를린이 최고다. 글·사진_강미승(여행작가)빠(080-080-4512)


Program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 많은 나라를 가봤지 만 독일만큼 인테리어 소품 매장이 다양한 곳은 없었다. 독일은 어디를 가도 빈티지 소품을 파는 숍이 많다. 지역마다 빈티지 숍들이 늘어선 거리 가 조성돼 있기 때문에딱히 거리 이름을 알 필요 가 없을 정도다. 역사적 사건이 많았던 나라인 만큼 자기네 과거 를 접목해 만든 소품들이 많다. 또 베를린은 예 술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로 많은 아티스트 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어번 크래프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품처럼 보이는 인테리어 소품 들은 도시적이고 현대적이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베를린에 갈 때마다 내가 가장 많이 사오는 것은 에코백이다. 베를린은 친환경적인 도시라 슈퍼마 켓마다 에코 백을 파는데 디자인이 무척 귀엽기 때문. 가격도 3~5유로로 저렴해서 선물용으로도 좋다. 집 안에 걸어두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 용할 수 있다. 손수건도 디자인이 예쁜 게 많다. 여러 장 사와서 액자 안에 넣어 걸어두면 집 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20세기 예술 전반에 걸쳐 일어난 디자인 혁신 운 동인 바우하우스가 시작된 나라인 만큼 우아하지 만 소박하고 심플한 스타일의 램프를 저렴한 가 격에 살 수 있다. 꼭 디자이너의 제품을 살 필요 없이 바우하우스 풍의 법랑으로 만들어진 램프를 사오면 되는데, 우리와 같은 220볼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하 기도 편하다. 이처럼 베를린에는 사고 싶은 게 넘치므로 인테 리어 소품을 살 때 과소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쇼핑할 때 항상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니면서 위시 리스트를 작성한다. 숙소 에 돌아와서는 집 어느 곳에 놓을 것인지를 생각 한 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다음 날 구 입한다. 숨겨진 부티크 호텔과 에너지 충전소 베를린에서 특히 소개할 만한 것은 ‘부티크 호텔’이다. 인테리어가 예쁘기도 하거니와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 유럽에는 부티크 호텔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독일의 베를린은 숙 박료가 다른 도시에 비해 더 싸다는 장점이 있 다. 파리 부티크 호텔의 하루 숙박료가 250유로 인 반면 베를린에서는 150유로면 괜찮은 호텔에 묵을 수 있다. 베를린은 지역마다 분위기가 완전 히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좋은 부티크 호텔이 있고 주변 볼거리가 많은 지 역 몇 곳을 소개한다. ‘미테’라는 지역은 우리네 서울역 근처처럼 볼거 리가 많은 곳이다. 특히 밤늦게까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과 바가 문을 열기 때문에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며 나이트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미테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티크 호텔은 ‘캠퍼’라 는 글로벌 신발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캠퍼 호텔’ 이다. 실용적이고 위트 있는 인테리어는 물론 다 른 유럽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심한 서비 스를 받을 수 있다. 저녁 8시 정도에 들어가면 침대 옆에 매트가 곱 게 깔려있고, 그 위에 핫핑크색의 캠퍼 슬리퍼가 놓여 있다. 마치 일본의 료칸에서 저녁에 이부자 리를 곱게 깔아주듯 극진한 대접을 해주는 것. 창 가의 블라인드도 내려놓고, 조명도 아늑하게 바 꿔놓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에아주 적합한 공 간이 된다.

265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프란츠 아우어 버거’에서는 유모차를 끄는 아빠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만큼 아기를 위한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아이들 장난감부터 아동용 가구도 팔기 때 문에 베를린에 가면 꼭 들르는 편이다. ‘크로츠 버그’라는 지역도 재밌다. 독일에서 터키 이주민 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베를린인데, 특히 이 지 역에서 이국적인 문화를 많이 경험할 수 있다. 터 키식 물담배와 소품, 카펫, 쿠션 커버 등 ‘터키+독 일’의 디자인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테나 프란츠 아우어 버거의 부티크 호텔에 묵 으면서 약 3일 정도 느긋하게 주변 인테리어 숍 을 둘러보는 게 좋다. 관광 명소, 박물관 등도 인 테리어가 잘 되어 있으니 하루 정도는 건축물 투 어를 하는 것도 추천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는 모던 아트 뮤지엄인데, 베를린에 갈 때마다 꼭 들러서 오랜 시간을 머문다. 대가들의 작품부터 미디어 아트, 신진 작가의 실 험적인 작품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항 상 디자이너로서 에너지를 충천받는 곳이다.

도 든다. 베를린의 핫 스폿_요즘 베를린에서 뜨는 곳은 프 란츠 라울 버거에 위치한 한국 식당 ‘순이’. 김밥, 비빔밥 등 분식과 한식류를 판다. 베를린에서는 이탈리아 음식이 싸기 때문에 자 주 먹는데, 이탈리아와 독일 음식이 지겨워질 때 는 ‘순이’를 찾는다. 베를린 트렌드 세터들이 모 이기 때문에 그들의 세련된 패션 스타일을 구경 하는 재미도 있다. Profile 양진석씨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 밑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9년 동 안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짐을 꾸린 경험을 바탕으로 책 『이 사하는 날』을 펴냈고, 현재 서울 평창동에 디자인 스튜디오 ‘MouRi’ 를 운영 중이다.

1_예술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답게 베를린에서는 감각적인 벽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Enjoy tip 여행 정보_베를린 여행 일정은 최소 4박 5일은 돼야 보고 즐길수 있다. 서울-베를린 간 직항편 이 없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나 뮌헨등 다른 도 시를 거쳐서 가야 한다. 서울-프랑크푸르트 직항편의 소요 시간은 11시 간 35분 정도.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는 열차 편을 이용 하면 된다. 항공료는 편도 100만원 정도. 부티크 호텔 일반 룸의 가격은 하루에 15만~20만원 선 인데, 가족 여행을 갔을 경우 25만~30만원 정

266


Program

2_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있는 베를린의 건물. 3_세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캠퍼 호텔.

267


vacance +Japan

여행작가 천소현의 기타히로시마초 민숙 여행

03

일본 ‘시골집’에서 살다 오다 바꾸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서도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숙소와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만 찾아다니는 여행 말이다. 일본어 초급 수준도 안 되는 나에게 그것은 매우 편리한 선택이었지만, 뭔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것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도전한 기타히로시마초에서의 ‘민숙’ 경험은 그야말로 ‘완전한’ 일본 여행이었다. 불과 2박 3일이었지만 우리는 일본에서 ‘살아봤던’ 것이다. 글·사진_천소현(여행작가)

오전에 한국의 집을 떠나 저녁에 일본의 ‘집’으로 향했다. 여행 가방의 무게에 이동의 피로가 더해 져 어깨가 무거웠지만 현관 앞까지 나와 있는 오 토상(아버지), 오카상(어머니)의 환한 미소에 피 로가 사르르 녹아들었다. 밝혀두지만 우리 중 누구도 재일 교포가 아니다. 그저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여행자들일 뿐 이다. 그러나 기타히로시마초(北廣島町)에서 찾

268

은 민숙(民宿)은 첫 순간부터 바로 ‘집’으로 여 겨졌다. 지명이 익숙하게 들렸다면 제2차 세계대전의 원 폭지였던 히로시마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타 히로시마초는 일본 혼슈 히로시마현에 있는 인구 2만 명의 작은 마을이다. 히로시마시에서 북쪽으 로 40km 떨어져 있다. 해발 800~1200m의 산지 에 둘러싸여 있는 고원의 농촌마을로 여름에는


Program 등산과 트레킹, 겨울에는 스키가 유명하다. 그리 고 일본 내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농촌 체험장소 로 인기가 높다. 중요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하나타우에(모내기) 축제는 2009년 유네스코 세 계무형문화유산에 추천되었을 정도로 일본 농경 문화의 상징적인 이벤트다. 모내기가 시작되는 6 월 초가 되면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 가 몰려오는데, 그들이 숙소로 선택하는 곳이 바 로 민숙이다. 민숙은 호텔이나 료칸처럼 쾌적한 잠자리를 제 공하지 않는다. 보통 2층 구조의 큰 집에 3~5명 이 잘 수 있는 여러 개의 방이 있는데, 일본인의 생활 방식 그대로라 침대가 있을 리 없다. 욕실과 화장실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며 아침과 저녁, 두 끼의 식사가 제공된다. 그렇다면 ‘민박’ 과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민박 이 그저 저렴한 숙소라면, 민숙은 마치 일본의 가 정에 사적인 손님으로 초대받은 느낌이다. 소박 하지만 집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인테리어와 가 구는 물론이고 테이블 위에 얌전히 놓여 있는 차 와 간단한 스낵, 깨끗하게 빨아서 다림질까지 해 놓은 이불 시트까지, 단순 소박하지만 모든 것에 서 정성이 느껴진다. 실제로 민숙은 주인의 자녀들이 사용하던 방을 그대로 내어주는 경우도 있고, 가족들이 여행객 들과 함께 식사 를 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돌아 다녀도 일본 사람들과 말 한마디 나누기 쉽지 않 은 보통의 일본 여행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 이다. 조금이라도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훌륭한 ‘원어민 학습’이 없고, 아이들 에게는 일본 가정의 내밀한 속살을 경험할 수 있 는 귀한 기회가 된다.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만 계신 집의 주인들은 아이들을 더욱 귀여워해 준다. 그 야말로 일본에 ‘시골집’이 생긴 느낌이다. 까다로 운 일본 사람들이 아이들의 수학여행이나 농촌 체험 여행지로 기타히로시마초의 민숙을 안심하 고 선택하는 이유도 그들의 보살핌이 든든하기 때문이다. 기타히로시마초에는 이런 민숙들이 40 여 곳이나 있다. 이틀을 묵었던 아르펜야(あるぺん屋, www.alpenya.jp)도 그렇게 사람 냄새가 짙은 곳이었다. 조 금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과 마룻바닥이 정겹고, 거실 벽난로 옆으로 폭신한 소파가 자리 잡고 있 었다. 벽면을 장식한 가족 사진, 각종 상장과 상 패, 미처 먼지를 털어내지 못한 낡은 소품들은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이 가족 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었다. 안주인 수기하라 케 이코는 일본 100대 부녀회장으로 꼽혔을 정도로 살뜰한 살림의 여왕이었다. 젊은 시절 스키 선수였던 남편에게 반해 일찍 결 혼한 그녀는 스키장이 많은 기타히로시마초에서 남편과 함께 민숙을 운영하면서 이제는 십여 명 손님들의 식사를 뚝딱 만들어내는 ‘억척 여사’가 되었다. 그녀가 만든 수제 치즈는 마치 크림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집에서 누룩을 띄워 직접 담근 탁주는 탁 쏘는 탄산의 알싸한 느낌과 밥 알 갱이가 씹히는 독특한 식감을 지니고 있었다. 여 러 가지 장아찌와 반찬을 예쁘게 차려내는 아침 식사는 웬만한 료칸이 부럽지 않았고 어묵전골, 오리전골, 대게찜 등을 주메뉴로 한 저녁 식사는 매번 너무나 훌륭한 만찬이었다. 이런 민숙의 요 금이 보통 1박 2식에 1인당 6500엔부터라니, 일 본의 물가를 고려하면 너

269


무나 후한 인심이었다. 난생처음 경험한 일본인의 일상 기타히로시마초 에서 할 수 있는 자연 활동은 다양하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청정 지역이라 아이들은 집 앞의 계곡으로 바로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기 도 하고, 밤이되면 반딧불이의 뒤꽁무니를 쫓느 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수려한 너도밤나무 숲 과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는 초원, 잘 보존된 습 지까지, 생태 답사 지역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런 농촌 체험 프로그램과 생태 체험 프로그램은 지 역의 민간 비영리 단체의 협조 아래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례로 우리가 아르펜야에서 맛있게 먹은 만두는 안주인이 제공한 조리법에 따라 인근의 공장에서 지역의 농축산물만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고 했 다.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고 지역 내의 일부 민숙 이나 온천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해 지역 경제를 보호하면서도 활성화 시키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기타히로시마초가 일본의 스키 남방 한계선을 이룬다는 점이다. 부 산보다 위도가 낮지만 겨울이면 보통 150cm가 훌쩍 넘는 눈이 쌓인다. 40년 전에 오픈한 오사 스키장을 포함해 게이호쿠분 카랜드, 파인릿지리 조트게이호쿠국제, 야와타코겐191등 6개의 스키 장이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고, 이 지역 아이들 은 학교의 정규 수업 과정으로 스키를 배울 정도 다. 하지만 최신 시설의 스키장이 차츰 늘어나면 서 기타 히로시마초의 스키장은 예전에 비해 활 기를 조금 잃었다고 했다. 한국의 스키 리조트와 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은 자연설 스키장이 텅 텅 비어 있으니 겨울에 다시 한번 찾아오라는 말 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270

2박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기타히로시마초의 시 간은 ‘정’으로 채워졌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거리 를 보면 자발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떠 나는 버스 안에서 오랫동안 손을 흔들며 자꾸 되 돌아보게 되었다. 기간에 상관없이 민숙에 묵었 던 사람들이 떠날 때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이별 의 장면’을 연출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것 은 난생처음 여행을 통해 보통의 일본인이 살아 가는 내밀한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일이었 고, 귀한 대접을 받고 감사의 마음을 주고 오는 ‘ 공감여행’이었다. Enjoy tip 찾아가는 길_기타히로시마에서 가장 가까운 국 제 공항은 히로시마 공항이다. 공항에서 기타히 로시마초까지는 버스로 1시간 소요. 일본 철도를 이용해 히로시마역에 하차할 경우는 버스로 1시 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행 문의_기타히로시마초 관광협회(0826-726908 www.kitahiro.jp), 기타히로시마초 개발과 (0826-72-2111),헬로재팬투어(02-734-7142, 민 숙 예약, 교통편 예약 가능)추천 먹을거리_기타히 로시마초에는 메밀국수의 급수를 결정하는 ‘메밀 국수 도장’이 있을 정도로 메밀국수가 유명하다. 드넓게 펼쳐진 메밀밭을 배경으로 다카하시 명 인이 만드는 메밀국수를 맛볼 수 있다면 횡재가 따로 없다. 추천 명소_1000m급 산들이 이어지는 니시주고 쿠 산지의 고원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게이 호쿠 온천에서는 상쾌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객실, 레스토랑, 특산물 판매점을 갖추고 있으며 노천 온천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다. 입욕료


Program 성인 500엔, 소인 300엔. 문의_0826-35-1230 Profile 천소현씨는… 11년 동안 ‘우연한 여행작가’가 되어 펜 하나를 매단 채 세상을 유 람해 왔다.『금요일에 떠나는 방콕』(랜덤하우스),『베이징』 (안그라픽스)의 저자이며 현재 여행 매 거진『트래비』의 팀장으로 여행과 삶 사이의 행간을 채우고 있다.

안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가구와 소품들이 놓여 있는 거실.

저녁 식사 메뉴로 나온 오리 전골. 민숙에서는 아침, 저녁 식사 때마다 훌륭한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다.

271


04

vacance +Singapore

한준호 아나운서의 가족 여행

클로즈 업 싱가포르 추억은 사람이 만들어가지만, 그 사람이 기억하는 장소는 추억이 만든다. 내게 싱가포르가 그렇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추억을 만들었기에 다시 찾고 싶은 장소가 된 것이다. 글·사진_한준호(MBC 아나운서)

16년 전 군대를 다녀와 잠시 여행사에서 일했던 나는 해외여행 인솔자가 되어 팔자에도 없던 해 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와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싱가포르는 내 첫 여행지이 자 아마도 마지막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 년에는 휴직을 하고 싱가포르로 유학까지 다녀왔 을 정도로 나는 이곳에 애착이 많다. 사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지로 그리 각광받는 곳은 아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싱가포르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이

272

다. ‘법이 너무 엄격해서 겁이 난다’ ‘도시 국가 라 돌아볼 곳이 별로 없을 것이다’ ‘동남아 국가 라 아이들 데리고 가기에는 꺼려진다’ 등등. 하 지만 나는 가족 여행이라면, 특히 가족의 첫번째 해외 나들이라면 반드시 싱가포르로 가라고 권 하고 싶다. 싱가포르의 법이 엄격한 것은 사실이 다. 하지만 그 법은 마약, 폭력 등의 범죄와 도시 를 더럽히는 것 에 국한되어 있어 여행자들이 특 별히 주의해야 할 만큼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 다. 오히려 치안이 안전해 더욱 편하게 여행을 즐


Program 길 수 있다. 또한 깨끗한 도시를 추구하는 싱가포르에서는 모 기를 없애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한여름에도 창문을 활짝열고 잘 수 있다. 거기에 도심 곳곳으 로 깨끗하게 뻗은 지하철인 MRT는 싱가포르 전 역을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문화의 다양성이다. 개항 초기 각 인종별로 모여 살도록 한 인종 정책으로 인도계를 중심으로 하는 리틀 인디아 거리, 말레이계와 아랍계의 문화를 볼 수 있는 캄퐁 글람 지역과 그 중심에 있는 아랍 스 트리트, 중국계의 터전인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한 나라에서 다양한 인종의 삶을 체험하고 돌아올 수 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호커센터 인 종이 이렇게 다양하다 보니 싱가포르에는 먹을 거리가 많아 음식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특히 여 러 가지 음식을 파는 일종의 푸드 코트인 호커센 터에는 각 나라별 음식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 되는데, 흔히 관광객들에게 소개되는 음식은 10 가지다.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칠리크랩을 비롯해 우 리의 꼬치구이 격인 사테, 치킨라이스, 로티 프라 타, 생선머리 커리, 개구리탕 등이 있다. 사테나 치킨라이스 등은 뉴튼 서커스에 위치한 푸드 센 터가 유명하고, 칠리크랩은 싱가포르 제일의 해 변인 이스트 코스트에 위치한 점보와 레드하우 스가 유명하다. 또한 야밤에 리틀 인디아 거리 근 처 무스타파 쇼핑몰 주변에서 즐기는 로티 프라 타는 싱가포르 여행 중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 이 되어 줄 것이다. 식물원 보타닉 가든에서 초원을 느끼다

싱가포르의 면적은 서울의 1.15배 정도다. 이런 크기에 뭐 돌아볼 곳이 있을까 싶겠지만, 이들 이 사는 모든 장소가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특 히 싱가포르는 1960년대 이후 녹색 정책을 펴 국 가 전체를 녹지로 만들고 있는데, 보타닉 가든 과 그 안에 있는 오키드 가든, 차이니스&제패니 스 가든, 포트캐닝 파크 등은 세계적으로도 이름 난 곳이다. 특히 싱가포르 최대 식물원인 보타닉 가든은 그 규모만 52만㎡로 걸어서 돌아보는 데만 3~4시간 이 걸릴 정도로 넓다. 본래 식물원의 기능보다 레 저를 위한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라 도심 속에서 넓은 초원을 거니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대자 연을 만나고 싶다면 동물원을 추천한다. 싱가포 르에는 서부에 위치한 주롱 새공원, 북부에 위치 한 싱가포르 동물원, 그리고 그 옆에 위치한 나이 트 사파리까지 총 세 개의 큰 동물원이 있다. 여행 일정이 짧으면 이 세 곳을 모두 돌아보기에 는 무리가 있으므로 아이들과 간다면 싱가포르 동물원을, 연인과 함께라면 나이트 사파리를 권 하고 싶다. 싱가포르 동물원의 가장 큰 특징은 개 방형이라는 점인데, 만다이 호수를 옆에 두고 있 어 시원한 대자연을 볼 수 있다. 울타리가 쳐져 있지 않아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도 매력적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핫 스폿, 센토사 섬

2010년 문을 연 테마 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 자리하고 있는 센토사 섬의 특별함은 짧은 글 에서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하철 하버프론 트역에 위치한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사방이 유 리로 만들어진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넘어 이 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즐거움이

273


시작된다. 본래 영국 해군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하던 곳이었 는데, 싱가포르 정부에 의해 현재는 섬 전체가 휴 양 시설로 바뀌었다. 카지노와 페스티브 호텔 등 세계적인 호텔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기도 하다. 해변과 각종 놀이 기구, 공연과 볼거리들이 가득 해 이곳에서만 일주일을 보내도 지겹지 않을 것. 싱가포르 여행을 간다면 센토사 섬은 절대 빼놓 지 말아야 할 멋진 장소다. 세 개의 부두에서 맞는 낭만의 밤 싱가포르를 가 로질러 바다로 이어지는 강에는 이색 볼거리들 이 있다. 옛 부두로 사용되던 곳에 멋진 카페가 들어서면서 각 부두는 나름의 색을 띠게 되었기 때문. 강 상류부터 로버슨 키, 클라크 키, 보트 키가 순 서대로 자리 잡고 있다. 로버슨 키는 고급 주택가 에 위치해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유럽의 분위기 를 연출하고, 바와 클럽이 들어서 있는 클라크 키 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들이 많다. 마지 막으로 보트 키는 해산물과 함께 조용히 맥주 한 잔하기에 좋은 장소로, 이곳에서 싱가포르의 상 징인 멀라이언 파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세 곳을 한번에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싱가포르 강을 따라 움직이는 보트 를 타는 것. 멋진 야경과 보트! 싱가포르 여행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Enjoy tip 싱가포르 그레이트 세일_매년 7월에서 8월 사이 싱가포르 쇼핑의 중심지 오처드거리에서는 그레 이트싱가포르 세일을 한다. 세일 하면홍콩이 유 명하다지만, 싱가포르 세일의 장점은 너무 늦게

274

가서 물건이 없는 건 아닌가 싶은 순간 새로운 물건들이 새로 풀린다는 것. 이는 정부가 행사 기간 내내 여행객을 유치하려고 내놓은 새 로운 판매 기법이다. 2011년 세일 기간은 6월 27 일부터 8월24일까지. 행사 기간은 매년 변동이 있으므로 홈페이지를 꼭 확인할 것. www.greatsingaporesale.com.sg 싱가포르에서 빠트리면 안 될 4+1[꼭 먹어봐야 할 음식 4+1]치킨라이스, 칠리크랩, 로티 프라타 + 아이들에게는 망고 슬러시, 어른들에게는 타이 거 맥주 [낮에 꼭 가봐야 할 곳 4+1] 오처드, 센 토사, 동물원, 디스커버리센터 + 멀라이언 파크 [밤에 꼭 가봐야 할 곳 4+1]클락 키, 무스타파, 나이트 사파리, 이스트코스트 + 뉴톤 서커스 호 커센터 Profile 한준호씨는… ‘쇼바이벌’ ‘닥터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MBC 아나운서. 한국 외국어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싱가포르 국가 연구를 할 정도로 싱 가포르에 빠졌다. 유학 생활과 가족 여행 경험을 토대로 한 싱가포 르 여행기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Program

싱가포르의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동물원을 추천한다. 북부에 위치한 싱가포르 동물원이 제격. [사진 위, 옆]

보트를 타면서 부두 세 곳의 야경을 즐기는 ‘낭만 여행’도 싱가포르에선 가능하다.

275


vacance +Boracay&Hongkong

05

리얼 버라이어티

보라카이 세계 각국 사람들이 잠시 휴양차 방문했다가 떠나지 못하고 발이 묶여버리는 곳, 새하얀 모래사장과 그보다 더 눈부신 해변을 여행 기간 내내 마음껏 소유할 수 있는 곳. 보라카이는 열대의 아름다움을 넘어선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글·사진_백주희『( 인조이 보라카이』 저자)

1day, 여장을 풀고 해변으로 가자

필리핀 보라카이에는 럭셔리한 리조트부터 에어 컨조차 준비되지 않은 저렴한 숙소까지 다양한 종류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 에게 추전하고 싶은 리조트는 화이트 비치의 정 중앙에 위치해 이동이 편리하고 예쁜 어린이 풀 장까지 갖춰져 있는 보라카이 가든 리조트다. 여 장을 풀었다면, D몰에 있는 버짓 마켓에서 여행 지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자. 간단한 스 낵류부터 치약, 칫솔까지 없는 게 없어 보라카이

276

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들르는 곳이 바로 버짓 마켓이다. 그 밖에도 D몰에는 론 리 플래닛, 파울로 컬렉션 등 비치웨어를 구비하 고 있는 숍이 많기 때문에 미처 수영복을 준비 하지못한 경우나 국내에서는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구입하지 못했던 다양한 비치웨어를 구입 할 수 있다. 쇼핑을 마치면 해변가를 산책하거나 리조트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보라카이에 왔다면 일단 바다는 실컷 체험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어른들은 해변에


Program 서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다. 해변 어느 곳에나 마사지사들이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하는지 지켜보면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마사지 요금은 통상적으로 350페 소 정도 하며팁은 50페소 정도 주면 된다. 2day, 바다 한가운데서 누리는 호사, 선셋 세일링 둘째날 에는 스킨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해 보자.

오전 일찍부터 시작하면 점심 전에 마칠 수 있는 스킨 스쿠버 다이빙 체험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보라카이 바닷속을 두 눈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 는 기회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어렵지 않게 다이버 강사들과 함께 체험 할 수 있다. 강사들이 1:1로 체험자들을 인솔하므 로 교육 내용만 사전에 잘 인지하고 있다면 얼마 든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저녁 시간에는 일 몰을 감상할 수 있는 선셋 세일링을 해보는 것도 좋다. 바다 한가운데서 해가 지는 풍경을 감상하 는 선셋 세일링은 그 어떤 체험보다 보라카이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3day, 시푸드 런치를 제대로 즐기는 호핑 투어

셋째 날에는 호핑 투어를 추천한다. 호핑 투어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바다 한 가운데서 낚시와 스 노클링을 즐긴 후 인근의 섬으로 가 시푸드로 런 치를 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호핑 투어만큼은 국내 여행사를 통한 코스를 추천한다. 이유는 푸 짐한 시푸드 런치에 있다. 현지인들과 흥정해 호 핑 투어를 떠나게 되면 비용은 절감할 수 있어도 푸짐한 시푸드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 필리핀에 왔다면 반드시 게 요리를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속이 꽉찬 ‘알리망고 크랩’은 육질이 쫀득하고 살

이 많아 평상시 먹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게 요 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호핑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루호산 전망대와 나비 농장을 방문하자. 루호산 전망대는 보라카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먼저 나비 농 장에서나비를 감상한 후 버그 카 혹은 ATV를 직 접 타고 전망대로 방문하는 코스가 있다. 작은섬 인 보라카이에서 나비 농장과 루호산 전망대는 소박하긴 하지만 중요한 여행 코스다. Enjoy tip 보라카이 섬에 가는 방법_마닐라를 경유하는 방 법과 칼리보 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이 있다. 마닐라를 경유하게 되면 국제선 공항에 서 다시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 카티클란 공항까 지 가는 경비행기를 타야 한다. 마닐라에서 카티클란 공항까지는 총 50여 분이 소요된다. 카티클란 공항에 내리면 대기하고 있 는 트라이시클을 타고 제티 포트로 향한다. 제티 포트에 내리면 다시 작은 배를 타고 보라카이 섬 의 포트인 각반으로 가게 된다. 각반 포트에서 다 시 트라이시클을 타고 보라카이 섬의 메카인 화 이트 비치로 가는 것이 마닐라를 경유해 보라카 이 섬에 닿는 방법이다.

277


vacance +Boracay&Hongkong

06

스타일리시 바캉스

홍콩 내가 여행, 휴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곳은 홍콩이다. 좋아하는 쇼핑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먹을거리, 볼거리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풍성하니 여름휴가 만큼은 조용한 곳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해마다 홍콩을 찾게 된다. 글·사진_심연수(브랜드 폴리시 대표이사)

하루 종일 쇼핑 삼매경에 빠지다

내가 홍콩을 찾는 시기는 7월 중순에서 8월 말 무렵. 7월과 12월, 일 년에 두 번있는 세일 중에 서 여름 세일이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주로 7월 에 시작되는 세일 시기에 맞춰 가는 편이다. 홍

278

콩의 세일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30% 정도의 할 인으로 시작해서 세일 기간 끝으로 갈수록 가격 의 90%까지 할인된다. 세일 시작 무렵에 방문했 다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제품을 할인 가격에 구입하는 기쁨을, 세일 막바지 무렵


Program 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에 명품을 쇼핑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홍콩의 쇼핑 플레이스는 백화점부터 시내 곳곳에 있는 브랜드 로드 숍까지 무척 다양하다. 때문에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쇼핑 삼매경 에 빠지기 십상. 특히 캐주얼 브랜드부터 명품까 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ifc몰’과, 코즈웨이 베 이 지역의 ‘이자벨 마랑 숍’은 강력 추천하고 싶 은 쇼핑 스폿이다. 세일 기간에는 아웃렛도 더 큰 폭으로 할인을 시작하니 떠나기 전에 새로 생긴 아웃렛정보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말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웃렛은 압 레이 차우의 ‘호 라이즌 플라자’라는 곳으로 지미추, 아르마니 그 룹, 레인 크로포드가 있는 아주 큰 아웃렛이다. 27층 건물이 모두 아웃렛인 호라이즌 플라자는 가구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한국에 배달 서비스까 지 하고 있으니 직접 가지고 오지 못해 아쉬움 이 남은 제품은 배송 신청을 하면 된다. 공항에 서 택시로 5분거리에 있는 ‘시티 게이트 아웃렛’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쇼핑 명소. 나이키부터 랑 방, 버버리, 홍콩의 액세서리 멀티숍 ‘온페더’까지 입점해 있다.

도 근사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이솔라’는 홍콩에 갈 때마다 즐겨 찾는 곳이다. 근사한 레스토랑의 경우 슬리퍼 차림이나 너무 캐주얼한 차림으로 가면 입장을 할 수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쇼핑을 하면서 사전 답사를 하고 예약까지 마친 뒤 다시 호텔로 돌아가 멋지게 차려입고 저녁 시간을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다.

홍콩에서 뜨는 곳만 골라서 찾아가자

Profile

홍콩에서의 바캉스는 쇼핑이 메인이기는 하지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맛있는 음식이 많기 때 문에 시간을 내서라도 꼭 찾아가 먹어보는 편이 다. 큰 건물이나 쇼핑센터 안에 유명 레스토랑이 나 바가 같이 있어 쇼핑과 음식을 같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홍콩의 장점. ifc몰에 있는 차 이니스 레스토랑 ‘레이가든’, 뷰도 좋고 인테리어

심연수씨는…

Enjoy tip 홍콩 투어는 플랫 슈즈 신고, 하이힐은 필수품_보 통 홍콩 여행은 3박 4일이나 4박 5일 일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바캉스라고 하지만 워낙 볼 거리가 많기때문에 시간을 잘 활용해야 후회 없 는 여행을 할 수 있다. 홍콩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한 신발. 택시와 지하철 등 교통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쇼핑몰간의 연결 통로 가 길고 서울에서보다 걸어 다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복장은 최대한 가볍고 편하게, 신발은 슬 리퍼에 가까운 플랫 슈즈를 신는 것이 좋다. 근 사한 레스토랑에 가게 되거나 갑자기 약속이 생 길 경우를 대비해서 디너 앤 나이트 룩으로도 연 출이 가능한 원피스와 예쁜 하이힐 한 켤레 정도 를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수제화 브랜드 나무하나, 액세서리 브랜드 폴리폴리 등 많은 브랜 드의 홍보와론칭 행사를 담당하는 브랜드 폴리시의 대표이사. 최근 에는 케이블 TV FashionN의 프로그램 ‘스위트룸2’의 게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279


vacance +Jeju

그 길 위에서 행복하기

제주 올레&커피로드 어쨌거나, 요즘 제주에서는 올레를 빼고 나면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 판이다. 끊어졌다 복원된 길을 걷고 사라졌다 다시 불러낸 그 길을 걸으며 여행자들은 제주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글_고선영(여행작가) 사진_김형호(포토그래퍼)

07

아이와 함께하는 올레 여행이라면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 다. 23개의 올레길은 저마다의 개성과 특징을 가졌다. 10-1 코스의 가파도 올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5km 내외라 긴 시간을 걸어야 하며, 일부 코스는 험한 계곡과 자갈밭, 경 사도가 꽤 있는 숲길 등을 지나게 되기 때문에 가족 도보 여행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아이와 함께라면 1-1코스(우도, 15.9km, 4~5시간), 6코스(쇠소깍~외돌개, 14.4km, 4~5시 간), 10-1코스(가파도,5km, 1~2시간) 등이 괜찮다. 꼭 올레를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에는 올레길이 아니더라도 더없이 멋진 도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애월의 한담마을 해변에서 시작해 곽 지해변까지 이어진 1.2km의 바닷길 산책로인 한담해변산책 로도 그중 하나. 걷기 싫어하는 귀차니스트에게도 이 길이

280


Program 주는 짧고 강한 인상은 대단히 강렬하다. 제주시 가 꼽은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의 하나이며 천 천히 걸어도 왕복 40분이면 충분하니 걷는 이에 게 행복한 길이다. 중산간의 거문오름은 만장굴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다. 거문오름 탐방 을 위해서는 2일 전까지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jejuwnh.jeju.go.kr)로 신청을 해야 한다. 전문 해 설사가 동행해 거문오름을 오르며 이곳의 자연과 식생, 곶자왈 숲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초등학생 이상의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매 우 유익하다. 삼나무 숲길로 유명한 교래리 1112 번 도로 중간에 사려니숲길 입구가 있다. ‘산의안 (內)’이라는 뜻의 제주 말인 ‘솔아니’가 변해 지 금의 ‘사려니’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길은 마음으로 걷는 치유와 명상의 숲길이다. 숲길은 물찻오름 을 지나 서귀포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오름까지 약 15km가 이어진다. 현재는 물찻오름 아래쪽에 서 사려니오름까지의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월 든을 지나 붉은오름의 동쪽 출구까지의 길만 걸 을 수 있는데, 갈 수 없는 길이 많지만 걸을 수 있 는 길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길게 우는 까마 귀 소리, 명랑한 삼나무 숲에 이는 바람 소리, 댓 잎 서걱대는 소리에 붉은 화산송이 흙을 밟는 뽀 드득 소리까지 더해져 심심할 틈이 없다. 숲길은 각각 주제를 달리하는 10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 고 온통 초록의 숲을 이루는 여름이면 청량함으 로 가득하다. 맑은 날에도 좋지만 부슬부슬 비가 오거나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면 이 숲길은 더 할 나위 없이 신비롭고 낭만 있는 길로 변신 한다. 비자림도 마찬가지. 숲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비

자림에 는 500~800년생 비자나무 2500여 그루 가 밀집해 군락을 이루었는데 단순림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숲 한 가운데에는 수령 800년 이상 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크기의 비자나무가 있는 데, 그 길까지 걷는 동안 어떤 늙은 나무가 말을 걸어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숲이 뿜어내 는 위엄과 생명력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제주의 바람을 넣고 커피를 내리는 카페들 얼마 전부터 제주의 바람에도 솔솔 커피 콩 볶는 냄새 가 실리기 시작했다. 여행자들은 제주가 품은 끝 내주게 멋진 바다를 눈앞에 두고 기차게 맛 좋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고, 내비게이션에도 나타나 지 않은 한적한 바닷가 혹은 중산간 자락의 어 느 후미진 길가에 숨은 카페를 물어물어 찾아 나 서기 시작했으며, ‘관광’을 마다 하고는 하루 종 일 카페에서 뒹굴거리며 세계 커피 여행을 떠나 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커피 맛으로 유명한 카페들은 대부분 로스팅 또는 핸드 드립을 전문으로 한다. 로스터 와 바리스타들은 제주의 바람을 조금 넣어 콩을 볶고 커피를 내린다. 그중 제주시의 ‘신비의 사랑’ ‘이레하우스’, 산천 단의 ‘바람’ 카페는 이 섬을 대표하는 커피 맛을 자랑한다. 그들은 거의 매일 정성 들여 콩을 고 르고 볶고 내린다. 로스터 박상국씨가 운영하는 ‘ 스테이위드커피’는 최근 제주의 하늘과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블렌딩한 ‘그 커피 탐라도다’를 선 보였는데, 상큼하고 달콤한 맛과 향이 이섬의 여 름과 썩 잘 어울린다. ‘신비의 사랑’은 섬세한 드 립으로, ‘이레하우스’는 커피의 신선도와 함께 운 영하는베이커리로 이름 높다. 곰솔 숲 우거진 산 천단 구석에

281


숨은 듯 들어앉은, 기자 출신의 이담씨가 운영하 는 ‘바람’의 커피에는 이름 그대로 제주의 바람과 나무와 바다의 향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커피 맛만큼이나 깊은 사연을 지닌 주인장들 제 주도 카페 주인장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물고 기’ 카페의 장선우 감독이다. 장 감독이 아내와 함께 제주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05년. 영화 ‘성 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귀양살이하듯’ 내려온 제주에서 카페를 열었는데, 이후 카페 앞으로 올 레길 8코스가 열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 다. 카페 건물은 서귀포 대평리의 작은 마을에 야 트막한 돌담집의 외형을 그대로 살렸다. 덕분에 처음 찾는 여행자들은 물고기 카페의 간판을 보 고도 카페 건물을 찾아 두리번거리곤 한다. 이 밖 에도 전직 잡지 기자가 정착해 문을 연 ‘바람카 페’, 두 아들 쿠쿠와 노마를 데리고 생전 먹지도 않던 커피를 배워 고내포구앞 제주 전통 돌담집 에 문을 연 ‘쿠쿠노마’ 등도 커피 맛 만큼이나 깊 은 사연을 간직한 카페들이다. 제주 카페가 커피 맛과 주인장의 사연으로만 유 명한 것 은 아니다. 올레길이 생기고 제주를 찾는 개별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독특한 스타일의 카 페가 선을 보였다. 이른바 ‘무인 카페’가 그것이다.

가장 먼저 제주에 선을 보이면서 가장 유명한 무 인 카페가 된 곳은 서쪽 해안의 ‘오월의꽃’이다. 이곳이 자리를 잡고 유명해지면서 고내포구의 ‘ 산책’이나 용담해안 도로의 ‘노을언덕’ 등의 무인 카페들이 생겨났다. 무인카페는 손님들이 손수 커피를 마시고 설거지까지 하는방식이다. 물론 차 값도 알아서 내야 한다. 무인 카페 중에는 정 해진 가격이 있는 곳도, 그냥 내고 싶은 만큼 내

282

면 되는 곳도 있다. 아쉬운 점은 차 값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차를 마시고 그냥 가는 사람이 생 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Enjoy tip 여행 문의_

(사)제주올레 064-762-2190 www.jejuolle.org 거 문오름 위치_조천읍 방향 97번 번영로를 이용해 선흘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 문의_064-7840456 사려니숲길 위치_절물휴양림 삼거리에서 1112번 도로를 타고 1131 도로 방면으로 우회전 후 3분거리. 문의_064-730-7272 비자림 위치_제주시에서 1132번 일주도로를 이용

해 함덕과 김녕, 평대리를 거쳐 비자림에 닿는 다. 문의_064-783-3857 그 밖에 가볼 만한 제주 카페 닐모리동동_지난 5월 새로 오픈한,카페의 수익금

을 올레재단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단체에 기부하는 착한 카페다. 제주시 용담3동 2396번 지. 문의_064-745-5008 아일랜드 조르바_‘유랑 노점 카페’라는 독특한 콘 셉트를 가진 카페다. 월정리 앞바다의 멋진 풍광 을 감상하며 카푸치노 한잔 마시면 더없이 행복 한 여행이 될 터.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7길 52 번지. 문의_010-7513-2595 카페 메이비_서귀포의 트렌드가 시작되는 이중섭 거리에 문을 연 카페. 이국적인 분위기에 서귀포 의 외국인들은 죄다 이곳으로 모여든다. 서귀포 시 서귀동 416-2번지. 문의_070-4143-0639 스테이위드커피_제주도 최고의커피를 맛볼 수 있


Program 는 곳. 하루 종일 카페에서 뒹굴거리며 모든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스테이 커피 홀릭(3만원) 메뉴도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8-1 사이게스트하우스 2층. 문의_070-4400-5730 Profile 고선영씨는… 하루, 이틀 짧은 시간을 내어 작은 도시를 둘러보는 낭만적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작가. 소도시에서 발견한 뭉클한 재미와 행복을 담은 책『소도시 여행의 로망』을 펴내기도 했다.

제주도의 유명한 카페들 은 대부분 핸드 드립을 전문으로 한다.

카페 로드의 메카인 장선 우 감독의 ‘물고기카페’. 야트막한 담장이 정겹다.

제주도로 커피 로드를 떠 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무인 카페 등 독특한 스타 일을 가진 카페들이 문을 열었다.

283


바람 좋으면 생각나는 들살이,

패밀리 캠핑 말하자면 나는 캠핑을 즐기지는 않는 캠핑족이다. 1박 2일 여행길에 한 끼 끼니거리 챙기는 것도 싫어하는 타고난 귀차니즘에, 여행은 오직 쉬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캠핑은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순전히 야생 기질충만한 남편 덕에 둘째 아 이가 첫돌이 되기도 전부터 캠핑을 ‘따라가보기’시작했다. 글·사진_심연수(브랜드 폴리시 대표이사)

서너 번은 남편 친구 가족들에게 얹혀서 ‘더부살 이형’ 캠핑을 했다. 캠핑을 하려면 유독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데, 우린 눈치껏 바비큐도 굽고 설 거지도 도와가며 비교적 쉽게 캠핑의 맛을 본 것 이다. 두세 가족이 함께 캠핑을 가면 혼자서 모든 캠핑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돼 첫 캠핑의 두 려움이 없어진다. 2~3년 캠핑 적응 기간을 보내며(지금도 즐기기 보다는 적응기에 가깝지만!) 든 생각은 캠핑이야 말로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경험이자 어른이 돼서 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라는 것이다. “가족만의 의 미 있는 리추얼이 있어야 한다”는 모 교수의 글을 읽으며 ‘그래, 우리 패밀리에겐 캠핑이 있지’ 하고 안도했으니까. 캠핑장에선 자연이 아이들의

284

놀잇감이기 때문에 나이 차 있는 아이들끼리 어 울려 풀숲으로 개울로 뛰어다니며 시간을 보낸 다. 수줍음 많은 큰아이에게도 캠핑이 적절한 놀 이가 되었고, 체력이 약한 편인 둘째 아이에게도 ‘바깥 놀이’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장 난감이나 텔레비전이 없어도 아이들은 땅에 물 을 부어 진흙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개울에서 송 사리를 잡으며 한나절을 보낸다. 또 캠핑은 여러모로 ‘남자의 놀이’다. 캠핑을 오면 남 자들이 부지런해지는 것도 아내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 뚝딱뚝딱 못을 박아 집(텐트)을 짓고, 장 작을 피워 먹을 것을 준비하는 모든 일이 밖에선 남편의 몫이 되는 셈이다. 같은 1박 2일의 시간이라도 캠핑을 하고 나면 그


1_2~3년의 적응 기간을 거쳐 여름 캠핑은 우리 가족만의 리추얼이 됐다. 2_춘천 중도. 자고 일어나 내복 바람으로 잔디밭을 누비던 둘째 채원이. 3_망상 캠핑장에서 캠핑 메이트였던 스웨덴 아이 아만다와 외국 아이와 놀러온 게 마냥 좋은 지원이.

시간의 질량이 풍성해진 느낌이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네 식구가 온전히 그 시간들을 공유한 것처럼. 어스름 해질 녘, 캠핑장에선 집집마다 장 작불을 지피느라 분주해진다. 이 불 냄새 의 중독성을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약속이 라도 한 듯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고 뛰어노느라 피곤에 지친 아이들이 텐트 안으로 기어들면 어 른들은 장작불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찬 기운 스며드는 저녁, 군불을 쬐며 플라스틱 잔에 와인을 마시는, 이런 ‘은근한 낭만’이야말로 캠핑의 묘미다. 즐기는 캠핑족이 되기엔,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 다. 샤워하지 않은 채로 잠자는 것, 찬물에 설거 지하는 일은 괴롭기만 하다. 그래도 남편이 캠핑 스케줄을 잡으면 군말 없이 따라나선다. 집에서 빈둥대다 마트 한 바퀴 돌고 오는 주말을 보내는 것보다는 가족들 서로에게 ‘이로운 일’임이 분명 하니까.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곯아 떨어진 두 아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 어김없이 이런 농담 을 나눈다. “그래, 집이 진짜 좋다. 우리 집이 이렇 게 좋은 걸 알려고 우리가 만날 캠핑을 가나 봐.” 번번이 내 집의 안락함을 일깨워주는 것도 캠핑 의 매력이라면 매력이 아닌가.

Program

가부터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오토캠핑 예약 자 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단점이다. 캠핑카에서 하룻밤, 동해 망상 캠핑카_캠핑카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망상해수욕장 해변가에 주욱 늘어선 ‘상설 캠핑카’를 이용해 볼 것. 동해 바다 가 바로 앞에 있어 경치도 좋고, 차 안에서 자는 재미에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는, 용문사 유원지 내 캠 핑장_캠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니지만 유원지 뒤편으로 텐트족들이 꽤 모이는 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예약 없이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 고, 자리 경쟁 치열하지 않고, 서울에서 매우 가 깝다는 것이 장점. 아침에 일어나 트레이닝복 차 림으로 천년 넘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사에 등산을 다녀오는 재미도 좋다. 물놀이와 캠핑을 한 번에, 가평 패밀리아 캠핑 장_우리 가족의 첫 캠핑장이었던 곳이자 낚시 마 니아인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곳. 물가에 있어서 고기잡이 놀이가 가능하고 더운 날씨엔 물놀이도 할 수 있다. 시골 유원지 같은 분위기.

Enjoy tip 고즈넉함 그 자체, 춘천 중도오토캠핑장_춘천에 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강위의 섬.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딴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고즈넉한 분 위기에 반해 버린다. 넓게 펼쳐진 잔디와 자작나 무들도 예쁘고, 토끼풀을 주거나 모터바이크, 자 전거 타기 등 소소한 즐길 거리도 있는 편. 언젠

285


1_통영 ES 리조트. 아기자기한 인테리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2_짜릿한 물놀이 시설을 갖춘 비발디파 3_대명리조트에서는 도자기 빚기 체험

반짝 바캉스,

국내 리조트 투어 서로 바쁘게 생활하느라 주중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서로에게 추억을 남겨줄 수 있도록 선택한 국내 리조 트 여행. 간단히 짐을 싼 뒤, 지금이라도 당장 떠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글·사진_심연수(브랜드 폴리시 대표이사)

그동안 가족들이 함께 다녔던 여행 중에서 아이 들이 좋아했던 곳은 충북 단양에 있는 대명리조 트. 이곳은 리조트 내에서 가족과 함께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수 있는 여러 가지 이벤트가 많 아서 인상적이었다. 전통 혼례 체험은 아이들에 게 우리 선조들의 결혼 풍습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면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무형문 화재 서동규 명장과 함께하는 도자기 빚기 체험 도 재밌었다. 아이들은 직접 물레를 돌려 도자기 를 빚어보는 물레 체험을 했고, 실제로 장작 가 마에서 도자기를 굽기도 했다. 흙 만질 일이 없 는 도시에만 살던 아이들에게 색다른 추억이 된 것이다.

286

지난 6월 초에 1박 2일로 다녀온 전북의 변산리 조트는 변산 앞바다가 둘러싸고 있어 파도 소리 를 자장가 삼아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변산반 도의 아기자기한 해안을 따라 이어진 바닷길, 숲 길, 들길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물길이 열릴 때면 개펄에 놓인 바위를 온통 뒤덮은 따 개비를 구경하기도 하고, 숨구멍만 내놓고 모래 속에 숨어 있는 조개도 들춰 봤다. 아이들은 게 를 잡느라 하루 종일 바다와 함께 뒹굴며 놀았 다. 바닷길을 따라 나 있는 들길과 숲길에서는 가족 모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삼림욕을 즐기기 도 하고 풀꽃 향내를 맡으면서 걷기도 했다. 리조트 여행을 할 때 귀찮다는 이유로 식사나


리어가 이탈리아

Program

파크 오션월드. 험도 가능하다.

간식까지 모두 리조트 안에서 판매하는 음식으 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주변의 맛집 을 찾아다니면서 그 지방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을 좀 더 즐겁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추천 하는 리조트는 비발디파크 오션월드다. 주변에 특색 있는 강원도 지방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맛집들이 많고 피라미드, 스핑크스, 파라오등 마 치 이집트를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인 풍경과 짜 릿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아이들과 꼭 다녀오는 곳이다. 국내 리조트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 한 것은 이동 거리. 특히 아이들이 어리다면 너 무 먼 곳보다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3시간 이내 의 거리에 위치한 리조트가 적당하다는 것을 기 억하자. Enjoy tip 유럽에 온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통영 ES리조 트경상남도 통영 최남단,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 리는 산양면 바닷가에 가면 마치 동화책 속 풍 경처럼 알록달록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다. 이탈 리아 휴양지 샤르데나풍으로 멋을 낸 ‘통영 ES 리조트’다. 경치좋은 언덕에 아기자기한 인테리 어로 꾸며진 외관이 인상적이고, 바다와 마주한 커다란 통창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거실 소파 에 앉아 한려수도 섬들을 구경하고 발코니에서 는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수 있다. 야외 수 영장과 공연장, 이탈리아 레스토랑 시설이 괜찮 고 리조트 주변으로 난 산책로와 바닷가 요트장 도 추천할 만하다. 문의_055-644-0087 제주도 골프 여행을 꿈꾼다면, 샤인빌리조트 표선면 바

닷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끼고 들어선 럭셔리 리조트다. 연못과 야생화로 꾸며진 홀이 가족단위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표선 지방은 원래 제주도 내에서도 공기가 좋고 유독 물이 맑기로 유명한 곳. 리조트를 둘러싸고 있는 짙 푸른 잔디 광장과 클럽하우스 주변 경치는 골프 애호가가 아니어도 한눈에 반할 만큼 매혹적이 다. 객실은 호텔형과 빌라형으로 나뉘는데 클래 식한 느낌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방문객들에 게 인기가 높다. 빌라형 객실인 ‘로얄빌’이 바다와 제일 가까우니 바캉스 시즌에는 이곳을 예약하는 게 좋다. 올 해초 영화배우 전지현이 브랜드 화보를 촬영했고 최 근에는 SBS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류승수와 홍수현이 수영장 장면을 촬영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제주 관광객들 사이에서 부쩍 입소문이 늘고 있는 곳이니 예약을 서두르 는 게 좋다. 문의_064-780-7000 Profile 이경선씨는… CJ미디어에서 패션, 뷰티 프로그램의 PD로 활약했고 현재 서울예술종합학교 공연예술제작학부 겸임교수이자 위드컬쳐의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휴가 때는 리조트를 애용한다.

287


전국 팔도 미각 여행 농촌 전문 리포터로 십 년 넘게 활동하면서 건강한 먹을거리와 식재료들을 만났다. 직접 보고 만지고 먹고 이야기를 듣는 등 오감으로 느끼면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됐다. 싱싱한 자연과 착한 농부들의 인심이 넘치는 두 곳을 소개한다. 글_안은금주(빅팜컴퍼니 대표·식생활 소통 연구가) 사진_정성환, 김병호

spot 1 힐링 여행과 건강한 진미를 맛보는 장흥 편백나무 숲에서의 힐링과 토요시장에서 먹는 장 흥 삼합, 자연 농법으로 정직하게 토종 쌀을 재 배하는 착한 농부들이 있는 곳 전남 장흥! ‘열심 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수년 전 광고의 카피와 아주 잘 어울 리는 곳으로 장흥을 들 수 있다. 장흥은 서울에서 꼬박 6시간을 넘게 차로 달려가야 닿는 곳이다. 하지만 장흥에 도착한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멍해졌다. 장흥군 안양면 억불산 자락에 자리 잡은 표고버섯 농장 때문이다. 하늘을 향해

288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 있는 편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숲으로 들어 서자 피톤치드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는 듯 상 쾌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어 봤다. 공기가 참 달다. 숲 속 깊이 들어가자 가슴 높이의 수만 개의 표고목들이 편백나무와 나무 사이로 횡대로 열 맞춰 또 다른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편백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추자 대지의 수 분이 증발하면서 살랑살랑 춤이라도 추듯 아지 랑이가 피어오르던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다. 릴랙스한 여름휴가를 알차게 마무리하고 싶


Program 1_피톤치드 가득한 편백나무 숲을 거닐다. 2_김포 초지대교에 위치한 대명항 어시장을 둘러봐도 좋다. 3_향긋한 표고버섯과 고기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은 사람은 장흥 노력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40 분이면 가볍게 가는 제주 성산포항을 찾자. 한반 도 끝을 제대로 구경하고 올 수 있는 매력 만점 휴양지다. spot 2 김포에서 즐기는 삼색(蔘色) 여행 여기 인삼 맥주 한 잔이요! 경기도 김포는 개성인 삼 생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개성인삼의 참맛을 맥주로 즐길 수 있다고? 애주가들과 색다른 맛을 즐기려는 미식가들에게 는 참 반가운 소식이다. 2년 전 김포 농업인의 날에 초청되어 이곳을 찾 았다. 이때 나의 호기심을 끈 것 이 바로 인삼쌀맥주였다. 알싸한 첫맛에 진하고 진한 맛. 끝으로 쌉싸래한 인삼 의 향과 맛이 느 껴졌다. 김포에서는 5~6년근 인삼을 생산하고 있 다. 게다가 인삼쌀맥주 갤러리도 있다. 1층에는 삼을 살 수 있는 공간, 2층은 갤러리로 꾸며 져 있다. 맥주를 만드는 양조 시설도 볼 수 있게 만들어놨다. 더 재밌는 건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도 개발되어 수준 높은 인삼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 맥주도 인삼쌀맥주, 인삼밀맥주, 인삼흑맥주 세 가지가 있어 내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와 인삼 으로 만든 개성 만점 안주도 맛볼 수 있다.

Enjoy tip 김포의 또 다른 여행지, 함상공원_인삼으로 기력 을 충전했다면 인삼갤러리에서 5분 거리인 대명 항에 위치한 함상공원으로 가보자. 이곳에는 52 년간 바다를 지킨 상륙함인 운봉함을 활용하여 꾸민 함상 체험 공간이 있다. 2010년 가을에 개장한 따끈따끈한 관광지다. 안 으로 들어가자 첨단 기술로 꾸며진 체험관이 인 상적이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배안을 둘 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여 분 정도. 그 시 간이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입장 료가 아깝지 않다. 문의_031-987-4097 Profile 안은금주씨는…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MBC ‘화제집중’ 등을 주무대로 활동 해 온 농촌 전문 리포터. 현재 빅팜컴퍼니의 대표다. 최근에는 전국 의 농산어촌을 찾아다니며 만난 사람들, 먹을거리 등을 담은 책『싱 싱한 것이 좋아』를 펴냈다.

289


부산 국제시장 맛 투어 서로 바쁘게 생활하느라 주중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시 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서로에게 추억을 남겨줄 수 있도록 선택한 국내 리조트 여행. 간단히 짐을 싼 뒤, 지금이라도 당장 떠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 력적이다. 글·사진_심연수(브랜드 폴리시 대표이사)

국제시장은 영화의 거리, 아리랑거리, 만물거리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맛 투어는 바로 ‘아리랑거리’ 에서만 할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은 시장 초입부터 길이 끝나는 곳까 지 다양한 음식이 현지인과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다. 길거리 음식이란 자고로 조금은 불편하게 먹 어야 제맛! 서서 먹는 사람들부터 구석에 삼삼오오 웅크리고 앉아 먹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진짜 길거리 음식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그들 틈에 끼어야 한다. 초입에서부터 사람들을 붙잡는 메뉴는 바로 비빔당면. 삶은 당면에 갖가지 삶은 채소를 넣고 초고추 장 양념에 비벼 먹는데 쫄면보다 부드럽고, 라면보다 쫄깃한 당면 면발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 는 메뉴다. 그 면발의 유혹에 못 이겨 3000원을 지불하고 한 그릇 뚝딱 비빔당면을 해치우고 나니 바로 뒤에 충무김밥이 기다리고 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김밥에 양념에 절인 빨간 무와 어묵 무침, 부추무침이 함께 세팅되어 나오는데 손 빠른 아주머니들이 즉석에서 따뜻한 밥을 김에 말아

290


Program 주는 모습이 재미있어 마치 자석에 이끌리 듯 좌판 앞에 앉게 된다. 충무김밥을 먹고 나니 이번엔 식사 후 갈증을 풀어줄 시원한 식혜가 눈에 들어오는데 한 사발에 단돈 1000원! 이때쯤 되면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다. ‘이제 그만 먹고 시 장 구경 좀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1박 2일’에서 이승기가 들렀다는 분식집이 나온다. 어묵 국 물에 촉촉하게 불린 가래떡 꼬치는 간장 양념을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 먹다보면 한쪽 구석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미니 바가지가 눈길을 끄는데, 바빠서 챙겨줄 수 없으니 손님이 알아서 어묵 국물을 떠 먹으라는 의미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포만감을 느낄 때쯤, 국제시장의 명물인 씨앗호떡을 마 주하게 된다. 900원으로 맛볼 수 있는 이 씨앗호떡은 찹쌀 반죽에 해바라기씨가 주인공인 속 재료를 듬뿍 넣고 기름과 마가린이 섞여 있는 통 안에서 튀긴 것으로 더운 여름에도 이를 맛보려는 사람들 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여름에는 팥빙수, 겨울에는 팥죽으로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단팥 디저트, 당 면과 기타 재료를 넣은 유부를 구수한 국물에 끓여 먹는 유부 전골까지. 한번 국제시장 맛 골목 이 야기를 시작하면 끝을 내기가 힘들다. 부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해운대 앞바다도 좋고, 헌책을 잔뜩 만날 수 있는 보수동 책 골목이나 부산 국제 영화제 기간이 되면 발디딜 틈없는 PIFF 거리도 꼭 추 천하고 싶은 재미있는 거리이지만 또 다른 ‘부산’을 만나고 싶다면 아이 손잡고 소소한 먹을거리의 유혹을 느낄 수 있는 국제시장을 추천한다. 주머니에 단돈 1만원만 넣고 가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91


“사계절 보양식 오리고기 밴쿠버에 납시오!” 고기살이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 더운 여름철 지진 기력을 회복하고 자외선에 그 을린 피부를 더욱 건강하게 해주는 보양식이 있 다.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좋은 음식, 바로 오리고기다. 남녀노소 누가 먹어도 건강에 좋은 오리고기를 생고기 그대로 대접해 손님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토담. 건강한 오리 고기를 선보여 밴쿠버 교민들의 건 강을 지켜주고 있는 토담의 성 사장은 “오리고기 는 닭하고 육질부터 달라 퍽퍽한 맛은 전혀 없고

292

고기살이 연하고 부드럽다”며 “오리는 미용에도 좋고 기력을 찾아주는 음식이라 남녀노소 모두에 게 좋은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손님들에게 보다 신선하고 맛있는 오리 고기를 대접하기 위해 냉동이 아닌 생고기만을 취급한 다는 성 사장은 “냉동 고기와 생고기는 육즙부 터 다르다”며 “우리는 생고기만을 취급해 진정한 오리 고기의 맛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 였다. 토담의 오리 고기 메뉴는 로스구이와 전골로 나 뉜다.


Program 뼈를 발라 살코기는 로스구이로 뼈는 곰탕 끓이 듯 푹 고아 푸짐한 전골로 대접한다고.

내 집에서 먹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는 성 사장은 “발효 음식으로 최고인 충청도식 청국 장과 뼈까지 곱게 갈아 만든 추어탕, 그리고 위 장이 안 좋으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양우탕 등 건강식 탕 요리도 좋다”고 권했다. 또한, 여름에 별미인 비빔, 물 냉면과 콩국수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리 로스구이는 고기의 참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특별한 양념을 준비하지 않는다. 전골 또한 오리 뼈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진하고 구수해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집에서 자주 해먹지 못하는 번거로운 음식이지만

내 앞의 이익을 생각하기 보다 내 가족을 대접 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대한다는 성 사장은 “쉽 게 일하면 쉽게 실패하고 힘들지만 열심히 일하 면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건강한 음식을 행복하 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모토아래 4년째 토담 을 운영하고 있다. 밴쿠버 중앙일보-조현주 기자 sophy228@joongang.ca

293


중국 다롄에서 배운 솜씨로

이혜원의 중식 보양 요리 축구 선수의 아내, 뷰티 사업가, 두 남매의 엄마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고 있는 이혜원이 얼마 전 올리브tv 요리 프로그램 ‘푸드 에세이’를 통해 중국 요리를 선보였다. 남편 따라 머물게 된 나라의 대표 음식은 꼭 먹어보고 직접 만들어본 뒤 ‘완전 정복’하고 돌아온다는 결혼 10년 차 이혜원의 중국 요리 레시피.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스타일링_문인영(101 studio) 중국 현지 사진 제공_올리브tv ‘푸드 에세이’

294


Program

중국 다롄 사람들은 거의 매일 토마토달걀수프를 먹는다. 남편과 아이들도 곧잘 먹는 음식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저녁 메뉴로 준비한다.

새벽 시장에서 장 보는 축구 선수의 아내 이탈리아, 독일, 일본, 중국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해 온 남편(안정환 선수)을 따라 머물렀던 나라마다 현지 요리 장인들과 친분을 맺으며 솜씨를 쌓아왔다는 이혜원은 “내 요리는 퓨전이 특징”이라고 이야 기한다. 그래서 외국에 머물 때면 남편과 함께 현지에서 유명한 요리들을 다먹어본다. “입맛에 맞는 현 지 전통 요리는 종종 만들어보는데, 정확한 레시피가 궁금할 때가 많아요. 아무리 해봐도 음식점에서 먹던 맛이 안 나면 저만의 방법을 쓰죠. 우선 호박떡 같은 전통 한국 간식을 만들어 포장한 뒤에 요리 장인들을 찾아가요. 떡을 선물하면서 한국에선 이사 떡을 돌리면서 새로운 이웃들과 인사하는 풍습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재밌어들 해요. 그렇게 요리 장인들과 친해지다 보면 재료 들여오는 루트며 레시 피는 저절로 알게 되죠.” 이렇게부지런한 그녀가 재료를 구하는 루트는 대부분 야시장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중국 다롄에서는 새벽 어시장에 가서 해물을 사다 조개찜, 전가복 등의 중국 요리를 해 먹는 다. 이때 중국 본토 레시피에 한국 고춧가루를 뿌려서 칼칼함을 더하는 게 그녀만의 노하우.

295


온 가족이 모인 저녁 식탁 메인 요리, 전가복(오른쪽) 재료_전복 4마리, 오징어 1마리, 새우 12마리, 해삼 2마리, 죽순 1개, 당

근 1/4개, 청-홍피망 1/2개씩, 양파 1/4개, 청경채 8개, 굴소스 4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생강 1/2작은술, 고추기름 2큰술, 간장-청주 1큰술씩, 닭 육수 2컵, 후춧가루-참기름 약간씩, 전분물(전분-물 2큰술 씩) 만들기

1_해산물은 모두 깨끗이 씻어 전복은 편 썰고, 해삼은 0.3cm 두께로, 오 징어는 안쪽에 칼집을 X자로 내어 손가락 굵기로 썬다. 2_죽순은 모양 을 살려서, 청-홍피망은 0.7cm 폭으로 썬다. 당근은 0.3cm 두께로 썰 어 꽃모양 틀로 모양을 낸다. 청경채는 끓는 물에 데쳐 준비한다. 3_달 군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생강을 넣고 볶다가 향이 나면 해산물과 채소를 넣고 골고루 볶는다. 4_3에 간장, 굴소스, 청주를 넣고 볶다가 닭 육수와 후춧가루를 넣어 한소끔 끓으면 전분물을 풀어 농도

중국 현지식으로, 토마토달걀수프(왼쪽) 재료_토마토 3개, 달걀 4개, 치킨 스톡 1개, 물 4컵,

다진 마늘 -다진 파 1작은술씩, 올리브 오일 1큰술 만들기

1_토마토는 8등분하고, 달걀은 곱게 푼다. 2_달군 냄 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넣어 중간 불에서 볶는다. 3_2에 푼 달걀을 붓고 볶다 물을 넣고 불을 줄인다. 4_3에 1의 토마토를 넣고 5분 정도 끓이다 치킨 스톡을 넣는다.

296


Program

소 재료 따라 다른 맛, 완자탕(위쪽) 재료_다진 돼지고기 600g, 다진 오징어 50g씩, 다진 호두 5개 분량, 달걀 2개, 파 1/4 대, 식용유 적당량, 소

금-후춧가루 약간씩 맛국물(파 1대, 배춧잎 3장, 당근 1/6개, 표고버섯 2개, 생강 1쪽, 마늘 2쪽, 청주 1큰술, 굴 소스 2큰술, 간장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물 4컵) 만들기

1_맛국물용 채소 중 파, 당근, 표고버섯은 어슷하게 썰고 배추 잎은 도톰하게 폭으로 썬다. 생강과 마늘은 편 썬다. 2_1에 물을 붓고 끓기 시작하면 은근한 불에서 끓이다가 청주, 굴소스, 간장, 후춧가루, 소금으로 간을 한 다. 3_다진 돼지고기는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여 골고루 치댄 후 3등분하여 다진 오징어-김치와 호두-모차 렐라 치즈를 각각 가운데 넣어 동그랗게 완자를 빚는다. 파는 채 썬 후 찬물에 담가 준비한다. 4_달걀을 곱게 풀어 완자에 옷을 입힌 후 170℃ 식용유에 넣어 반쯤 익도록 가볍게 튀긴다. 5_2의 맛국물에 4를 넣고 끓인다. 6_3의 채 썬 파를 건져 물기를 제거한 후 5에 올려 낸다.

297


엄마의 손맛을 이어받은 이혜원의 요리 유전자

“얼마 전까지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친정엄마가 만들던 요리를 어깨너머로 보다가 시집간 뒤에 하나둘 도전해 봤어요. 이제는 내가 만든 요리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라며 슬쩍 우쭐해한다. 결혼을 하고 보 니 케첩, 마요네즈까지 만들어 먹였던 친정엄마의 모습을 점점 닮아가더란다. 아이들 먹일 음식이라면 밥은 물론이고 빵, 음료수까지 어지간하면 대부분 직접 만든다. 이렇듯 정성스레 음식을 만드는 그녀는 새로운 요리를 배우는 일에도 열심이다. 한국에 머물 때는 고소영도 속해 있다는 결혼한 여자들끼리 만 나는 요리 모임을 가진다.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요리의 기본기는 이 요리 모임에서 배웠다고.

중국 재료로 만든 한국 음식, 채소무침과 항정살구이 (오른쪽) 재료_항정살 200g, 우유 1/2컵, 생강 1쪽, 간장 2큰술, 부추 50g, 치커리 20g, 채소 양념(식초 2큰술, 간장 2작

은술, 설탕 1작은술, 고춧가루 1/4작은술), 마늘 소스(다진 마늘-올리고당 2큰술씩, 식초 4큰술, , 소금 약간) 만들기

1_생강은 편으로 썬 후 분량의 우유와 간장과 함께 항정살을 골고루 버무려 30분간 재운다. 2_마늘 소스 재 료는 골고루 섞어 준비한다. 3_부추와 치커리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후 물기를 뺀다. 4_1의 고 기를 팬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5_먹기 직전에 3의 채소를 양념에 버무려 4의 항정살구이에 곁들여 낸다.

298


Program

299


중국 현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이혜원과 안정환.

기름에 볶고 소스를 넣고 끓이는 레시피를 주로 사용 하는 중국 요리에는 느끼한 식감을 중화시켜 주는 각종 차를 곁들인다. 중국 사람들이 보이차를 많이 마시는 걸 보고 이혜원도 한동안 보이차를 먹었다. 그러다 현지 요 리 장인이 권해 준 흰국화차를 맛본 후 요즘은 약재시 장에서 말린 국화를 사다 끓여 먹고 있다.

300


Program 남편과 아이 따로, 끼니마다 두 가지로 밥 짓는 아내

축구 선수들은 한 경기만 뛰어도 엄청나게 체력이 소진되기 때문에 이혜원은 남편을 위해 매끼 고기 반찬을 만든다. 삼겹살, 항 정살 등 부위마다 마늘, 간장, 고추장 등으 로 소스를 달리해 구워 먹는 레시 피를 사용한다. 주식으로 먹는 밥은 더 정성스럽 게 만든다. 남편용, 아이용 따로 짓는데, 몸 에 열이 많은 남편을 위해서는 찬 성질이 있다는 율무를 넣은 흑미밥을, 아이들에게 는 먹기 좋게 흰쌀밥을 따로 담아낸다. 밥 에 곁들이는 현미, 콩 등의 잡곡은 한국에 나올 때마다 구입해 진공 포장을 한 뒤 중 국으로 가져온다. 후식도 어른과 아이용을 따로 만든다. 찹쌀 옹심이를 띄운 국화차는 남편과 그녀 가 마시고, 시원한 오미자차는 아이들용으 로 준비한다.

국화차 & 오미자차(위쪽) 재료_말린 국화 4개 분, 따뜻한 물 2컵, 찹쌀가루 1/4컵,

물 적당량, 소금 약간, 전분물(전분 2큰술, 물 2큰술), 오미자 2큰술, 생수 2컵, 시럽(설탕: 물=1:1) 적당량 만들기

1_따뜻한 물에 말린 국화를 넣어 우린다. 2_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약간 단단하게 반죽 한 후 손톱만 한 크기로 동그랗게 만들어 끓는 물에 넣 고 약간 투명해지면서 떠오를 때까지 데친다. 3_1에 전 분물을 풀어 점성이 생길 때까지 저어가면서 끓이다 2의 찹쌀 반죽을 넣는다. 4_오미자는 깨끗이 씻어 생수 2컵에 담가 하룻밤 동안 냉장고에서 우린다. 5_4를 면 보자기에 국물만 걸러낸 뒤 취향에 따라 시럽을 가감한다.

301


들깨김치볶음 미역석이들깨무침

들깨머위나물

통들깨깻잎순볶음

들깨우거짓국

302


Program

이정화의 ‘살 수 없는 맛’_

향긋하게, 들깨요리 들깨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 공급원의 보고라 고 불린다. 어떤 요리라도 들깨를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 기획_강민경 기자 글&요리_이정화 사진_우창원(WNP studio) 캘리그래피_양영희

서로 바쁘다 보니 웬만한 수다는 생략하고 사는 막내 여동생과 어쩌다 통화할 일이 생기면 본론 은 뒷전이고 음식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섯 자매 중 막내인 동생의 주장에 따르면 본인 이 엄마와 겸상을 가장 많이 했고, 속 깊고 말 잘 듣는 성격이라 엄마의 식성과 음식에 대한 이해 가 누구보다 높단다. 2월에는 굴 넣은 쑥국 세 번 만 먹으면 굴의 영양이 좋아 살이 통통하게 올라 문지방을 뛰어넘는다느니, 가을 전어에는 깨가 서 말 들었다느니 하는 등의 엄마가 해줬던 음식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동 생은 그때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던 머위 잎을 이제는 2000원어치 사서 혼자 거뜬히 먹고, 이른 봄에 쑥국을 먹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 은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얼마 전에도 동생과 음 식 이야기를 했는데, 그날의 주제는 ‘깨’였다. 나 는 깨를 정말 좋아해 냉면 집에 가서도 냉면 사 리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깨만 잔뜩 넣어 먹는다 고 했더니, 본인은 TV를 보면서도 컵에 깨를 담 아 야금야금 먹는다며 임신 중에는 깨를 너무 많 이 먹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담당 의사에게 말했 다가 깨에는 엽산이 많이 들어 있어 오히려 임신 부에게 좋다고 하는 바람에 머쓱해진 적도 있다 고 맞불을 놓는다. 일 년 내내 곰솥에 불이 꺼지

지 않고 마당엔 늘 표고버섯이 펼쳐져 있던 어 린 시절의 풍경. 칠남매 도시락 준비에 아침 일찍 한 축씩 구워내던 고소한 김 냄새에 잠이 깨고, “ 국수가 밥이가” 하시며 세끼를 따뜻한 밥으로만 챙기셨던 어머니 덕에 여섯 자매가 결혼해 각자 의 길을 가면서도 먹을거리에 대한 열의가 하나 같이 대단한 걸 보면, 음식에 있어 부모의 역할 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어릴 때 부모가 정성껏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자랐어 도,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밖에서 식사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극적인 음식들 로 기호도 바뀌고 또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 을 수는 없겠지만,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에 다시 기억될 입맛을 어릴 때 알게 해야 할 사명이 엄 마에게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303


언젠가 TV에서 오메가 3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존의 인디오들은 힘을 내야 할 때 오메가 3가 다량 함유된 식품을 먹는다는 내용이었다. 아시아권에서는 들깨, 유럽에서는 아 마씨가 오메가 3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라고 한다. 깨를 정말 좋아하는 나는 들깨 요리에 유난히 극성을 부린다. 냉장고에는 물에 불린 후 갈아놓은 것, 볶아놓은 것, 겉피가 있는 것과 겉피를 제거한 것 등 종류별로 들깨가 준 비되어 있다. 대부분의 요리에는 볶은 들깨를 사 용하지만 부드러운 맛을 살리고 싶을 땐 겉피를 제거한 들깨를 사용한다. 반면 해장국 등에는 겉 피가 있는 들깨를 넣는데, 맛도 더 좋을 뿐 아니 라 몸에도 좋아 즐겨 먹는다. 겨울에는 신김치를 들기름으로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끓인 후 들깨 가루를 듬뿍 넣고 자작하게 조려 상에 자주 올리 곤 하는데, 들깨 가루 하나로 인해 소박한 김치 볶음이 품이 가득한 김치찜 요리로 업그레이드 된다. 들깨는 우거짓국의 마술사이기도 하다. 아 무리 맛이 없는 된장이라도 삶은 우거지에 된장 을 넣고 조물조물해서 쌀뜨물과 멸치를 넣고 오 래도록 푹 끓인 후 마지막에 들깨 가루를 한 숟 가락 푹 떠 넣으면 놀라운 맛으로 변신한다. 들깨 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생들깨를 사다가 참깨 볶듯이 볶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사 용하면 좋다. 통들깨는 씹히는 맛이 좋아 깻잎볶 음이나 취나물 등을 무칠 때 깨소금 대용으로 사 용하기도 한다.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머위 줄기 도 들깨 소스를 만나면 최고의 반찬이 된다. 머위 를 삶아 껍질을 벗긴 후 들기름에 볶다가 조선간 장으로 간을 하고 물을 조금 넣어 끓인 후 생들 깨에 물을 조금 붓고 믹서에 갈아 만든 들깨 소

304

스로 살살 버무리면 머위의 쌉싸래하고 설겅설겅 씹히는 맛과 들깨의 고소한 향이 어우러져 그 맛 이 일품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깨를 볶거나 빻 으실 때 옆에 앉아 집어 먹던 기억이 지금도 아 련하다. 그 때문인지 들깨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특별하고 소중한 식재료다.

들깨우거짓국 재료_쌀뜨물 2컵, 우거지 100g, 된장 2큰술, 들깨 가루

2큰술, 국물용 멸치-풋고추 또는 청양 고추 약간씩 만들기

1_쌀뜨물을 준비하고 우거지는 삶아 적당한 크기로 썬 다. 2_우거지에 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3_쌀뜨물 에 멸치를 넣고 끓이다가 2의 우거지를 넣고 푹 끓인 후 들깨 가루를 넣는다. 4_기호에 따라 잘게 썬 풋고추나 청 양 고추를 넣어 먹는다. 들깨김치볶음 재료_김치100g, 물 적당량, 들기름-들깨 가루-설탕 약

간씩 만들기

1_김치를 적당한 크기로 썬 후 오목한 팬에 들기름을 두 르고 볶는다. 2_기호에 따라 설탕을 조금 넣고 김치 국 물이나 물을 붓고 자작하게 끓이다가 들깨 가루를 넣고 볶아준다. 이정화씨는… 굵직굵직한 인테리어 작업을 해오고 있는 디자이너 이정화씨는 타 고난 미각의 소유자다. 식재료 하나도 까다롭게 선택하고 양념을 많이 넣은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조리법을 즐 긴다. 디자이너로서의 미적 감각은 식탁에서도 발휘된다. 요리를 전 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맛있고 세련되게 한 상 차려 먹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녀로부터 식당에서는 살 수 없는 맛의 비법을 전수받는다.


Program

들깨소스깻잎채소말이 재료_깻잎 20장, 쇠고기(차돌박이) 200g, 파프리카-양

파-오이 적당량씩, 소스 (마시는 홍초 2큰술, 간장-볶 은 들깨 가루 1큰술씩, 레몬 한 조각) 만들기

1_깻잎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_파프리카, 오이, 양파는 씻은 후가늘게 채 썬다. 3_쇠고기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4_볼에 소스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5_깻잎 두 장을 깐 다음 데친 쇠고기를 올리고 채 썬 채소들을 얹어 돌돌 말아준다(깻잎 대신 양상추 를 큼직하게 뜯어 재료를 올려 먹어도 아삭한 식감이 살 아 맛있다). 가운데를 잘랐을 때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꼬치를 이용해 양쪽을 고정시키거나 채소 줄기를 이용해 보기 좋게 묶는다. 6_그릇에 채소 말이를 담고 소스와 함께 낸다.

305


통들깨깻잎순볶음 재료_나물용 깻잎 100g, 볶은 통들깨-

들기름-다진 마늘 적당량씩 만들기

1_깻잎은 깨끗이 손질해 씻은 후 끓는 물에 약간의 소금을 넣어 데친 뒤 물 기를 짜낸다. 2_팬에 들기름을 두른 후 다진 마늘과 깻잎을 넣어 볶다가 통들 깨를 넣어 버무려준다.

들깨머위나물 재료_머위 줄기 100g, 생들깨 또는 들깨 가루-들기

름-조선간장(국간장)-물 적당량씩 만들기

생들깨는 씻어 건진 후 물을 넣고 믹서에 간다. 2_머 위 줄기는 삶아 껍질을 벗긴 후 3~4cm 길이로 자른 다. 3_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머위를 볶다가 조선간 장으로 간을 한 후 약간의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다. 갈아놓은 들깨즙을 넣고 버무려가며 끓인다.

306


Program

307


선 드라이 토마토 요리를 함께 만든 국 내 1호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씨. 선 드 라이 토마토 메뉴를 공유하며 요리의 전 과정을 함께했다.

홈메이드로 도전해 본

선 드라이 토마토

여름 채소인 토마토를 이용해 이탈리아의 저장 식재료로 유명한 선 드라이 토마토 만들기에 도전해 보 았다. 선 드라이 토마토는 만드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오래 보관할 수 있을뿐더러 다양한 메뉴에 활용 할 수 있고 영양가도 높은, 알면 알수록 훌륭한 식재료다. 기획_이미정 기자 사진_이재희(studio lamp) 요리_이미정 기자, 김은경(쿠킹노아)

308


Program 차이윈’이라는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호정씨 를 만나게 되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 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100% 홈메이드가 가능하지요. 이탈리아의 기본 식재료인 선 드라이 토마토 역시 국내에서는 수 입산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사실 집에서도 충 분히 만들 수 있거든요. 선 드라이 토마토를 만 들어 올리브 오일과 허브 잎을 넣어 상온 보관하 면 여러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요.” 채소 소믈리 에 수업을 들었을 때 가장 처음 사용되었던 재료 가 바로 토마토다. 다양한 종류의 토마토 와 함 께 맛을 비교하며 ‘베지프루트 커뮤니케이션’ 시 간을 가진 것. 마침 토마토가 제철 재료이기도 했 고, 식재료 하나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에도 호기심이 생겨 직접 선 드라 이 토마토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선 드라이 토마 토는 이탈리아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저장 식 재료다. 토마토를 말리면 쫀득한 식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생토마토와는 다르게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데, 올리브 오일에 절인 선 드라이 토마토 는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샌드위치 속 재료로 이 용할 수 있고, 또 파스타나 전채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그 밖에도 선 드라이 토마토를 믹서에 갈아 소스로 이용해도 좋다. 만약 국물이 있는 요리에 토마토 특유의 향미를 더하고 싶다면 1/2컵 정도 넣고 끓여도 좋다. 식재료 면에서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선 드라이 토마토는 뛰어나다. 그 이유 는 토마토의 주성분 중 하나인 리코펜이 암을 일 으키는 주원인인 활성 산소를 막아주는데, 바로 이 리코펜은 열을 가할수록 우리 몸에 잘 흡수되 기 때문. 익힌 토마토는 리코펜의 체내 흡수율이

생토마토에 비해 4배가량 높으며, 익힌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을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9배까지 높 아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암 환자들은 토 마토를 삶아 껍질을 벗겨내고 믹서에 갈아 토마 토 주스로 즐겨 먹기도 한다. 올여름엔 깊이 있는 단맛과 새콤한 맛이 살짝 곁들여진 선 드라이 토 마토를 직접 만들어보자.

슈퍼푸드, 토마토 서양에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수록 의사 얼굴은 파랗게 변한다’ 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토마토의 효능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토마토 는 항암 효과뿐 아니라 비타민 C가 풍부해 매일 2개만 먹어도 하루 비타민 C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비타민과 미네 랄이 듬뿍 들어 있으며 신맛을 내는 사과산과 단맛을 내는 과당, 포 도당 등도 들어 있는 천연 피로 해소제다. 『자연이 만든 음식 재료 의 비밀』이라는 책에서는 튀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토 마토주스를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토마토의 카로틴이 지용성 비타 민이기 때문에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체내에서 빨리 흡수되게 해 위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 또한 변비가 있을 때는 섬유소가 더 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삶아서 먹는 것이 좋다.

309


선 드라이 토마토 피자

국내 최초 채소 소믈리에

재료_모차렐라 치즈 200g, 방울토마토10개, 올리브 5개, 버터 약간, 피자

에디터 이미정은…

도우(강력분 200g, 박력분 50g, 우유 180cc, 설탕-올리브 오일 1/2큰술 씩, 드라이 이스트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피자 소스(선 드라이 토마 토 1/2컵, 올리브 오일-파르메산 치즈 3큰술씩, 드라이 바질-칠리 고추 1큰술씩, 마늘 3쪽,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2009년 채소 소믈리에 교육 과정이 국내에

만들기

1_볼에 피자 도우 재료 중 강력분, 박력분, 드라이 이스트, 설탕, 소금을 넣 고 잘 섞는다. 여기에 우유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나무 주걱으로 고루 섞 어 반죽을 만든다. 2_버터를 바른 볼에 1의 반죽을 넣은 다음 랩을 씌워 상온에서 30분간 1차 발효한다. 3_발효가 끝난 반죽을 4등분해 각각 둥글 게 만든 다음 10~15분 동안 상온 보관한다. 4_피자 소스 재료는 믹서에 넣 어 곱게 간다. 5_3의 반죽을 팬 크기에 맞춰 밀대로 밀어 피자 도우를 만 든 뒤 그 위에 4의 소스를 얇게 펴 바른다. 6_5에 모차렐라 치즈를 넉넉히 올린 후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올리브는 슬라이스해서 올린다. 7_200℃로 예열한 오븐에 6을 넣고 치즈가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310

처음 들어왔을 때 시범 테스트반을 수강했 다. 이달부터 건강하게 채소를 섭취하는 방 법을 찾아내 직접 요리도 해볼 예정.


Program How to make 선 드라이 토마토

발사믹 닭가슴살 오븐구이 재료_닭가슴살 3쪽, 치킨 스톡 1컵, 선 드라이 토마토-

발사믹 식초 1/2컵씩, 양파 1개, 올리브 오일 3큰술, 설 탕 1큰술, 마늘 5쪽, 레드 와인 1/4컵, 화이트 와인-소 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_양파는 채 썰고, 마늘은 편으로 썬다. 2_닭가슴살은 반 으로 저민 후 화이트 와인과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밑간 한다. 3_달군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닭가슴살을 올 려 앞뒤가 노릇해지도록 센 불에서 굽는다. 4_올리브 오 일을 두른 팬에 양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노릇해질 때까 지 볶은 다음 마지막에 마늘을 넣고 향이 배도록 볶아 따로 덜어 놓는다. 5_4의 팬에 치킨 스톡과 발사믹 식초, 레드 와인과 설탕, 약간의 소금을 넣어 신맛이 날아가게 10분 정도 끓인다. 6_오븐용 용기에 3의 구운 닭가슴살 을 담고 4, 5와 선 드라이 토마토를 얹어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40분간 굽는다.

우선 두 가지 토마토로 시도를 했다. 첫 번째는 근 처 마트에서 판매하는 다홍색 컬러에 단단한 ‘유럽 형 토마토’라는 품종이었고, 두 번째는 유기농 가 게에서 구입한 일반 토마토였다. 토마토를 얇게 썰 어 90℃로 예열한 오븐에 세 시간 정도 가열한 뒤, 볕이 좋은 야외에서 하루 정도 말리면 되는데, 결 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선 드라이 토마토를 만드는 데는 다홍색의 단단한 토마토가 좋다. 과즙이 적게 나오면서 원래 모양 그대로 잘 건조되기 때문. 너 무 익어 무른 토마토를 사용하면 모양도 예쁘지 않 고 과즙이 너무 많이 나와 오븐에 굽는 과정에서 지저분해지기 쉽다. 다 말린 토마토는 곶감처럼 꾸 덕해지는데 저장해 두고 요리에 이용할 거라면 깨 끗이 닦은 유리병에 선 드라이 토마토, 올리브 오 일, 허브 잎을 넣어 냉장 보관하면 된다. 선 드라이 토마토를 이용해 국내 채소 소믈리에 1호인 김은경 씨는 홈메이드 토마토 피자를, 기자는 앞서 소개한 정호정씨에게서 배운 발사믹 닭가슴살 오븐구이에 도전했다. 토마토 피자의 경우 선 드라이 토마토를 갈아서 소스에 이용하기 때문에 토마토를 싫어하 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고, 발사믹 닭가슴살 오븐 구이의 경우 토마토 향이 더해져 닭고기 특유의 비 린내가 나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깊어졌다.

1_오븐에서 세 시간 구웠을 때의 모습. 이 상태에서 햇볕에 하루는 족히 건조시켜야 선 드라이 토마토가 완성된다. 2_허브와 칠리 고추, 선 드라이 토마토 등을 갈아 피자 소스 를 만드는 방법은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법에서 착안한 것. 3_오븐에 넣기 직전의 발사믹 닭가슴살 오븐구이. 처음에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포일로 윗부분을 덮어 굽다가 20분 후 걷어낸다.

311


지친 아이를 위해

여름 별미 냉요리

대학생이 된 민경이는 여름이면 속까지 시린 차가운 음식만 찾는다. 찬 음식이라고 영양을 포기할 순 없는 일. 지친 입맛은 살리고 여름 더위에 축 처진 기운을 북돋울 수 있는 별미 냉요리를 소개한다. 기획_배수은(프리랜서) 사진_이재희(studio lamp) 요리_김수연

영양 만점, 차게 먹는 일품요리

덥고 지치기 쉬운 여름철에는 아이들이 입맛을 잃 거나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어 느 때보다도 먹을거리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냉요리로 입맛을 돋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름철에 흔히 해 먹는 냉채나 냉국 외에 우리 집 여름철 단골 메뉴로는 파스타 를 이용한 샐러드를 꼽을 수 있다. 갖가지 채소를 듬뿍 먹을 수 있는 데다 감자나 고구마 등을 곁들 이면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기 때문이다. 발사믹 식초와 씨겨자, 꿀을 넣어 만든 소스의 새콤달콤한 맛이 더위로 잃었던 입맛을 당긴다. 미리 만들어둘 때는 익힌 재료를 올리브 오일에 한 번 버무리면 파스타가 붙거나 재료가 마르지 않아 좋다. 특별한 날이나 손님 상차림에 잘 어울리는 샤브샤 브도 여름철에 먹기 좋은 냉요리 중 하나다. 뜨겁

312

게 먹어도 맛있지만 익힌 재료를 차게 식혀 먹어 도 별미다. 돼지고기 샤브샤브의 경우 우리나라에 서는 그리 친숙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돼지고기 고유의 고소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꽤 인 기가 높다. 단,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데칠 때 청주, 대파의 푸른 잎 부분 등 향신 재료를 넣 는다. 물론 쇠고기를 이용해 냉샤브샤브를 만들어 도 좋은데, 데친 고기는 재빨리 건져 얼음물에 넣 어 열기를 식힌다. 재료들을 접시에 따로 담아 소 스를 찍어 먹기도 하고, 먹기 좋게 소스로 버무려 내기도 한다. 소스는 참깨를 넉넉히 넣고 두반장 과 참기름으로 맛과 향을 낸 중국풍 소스가 돼지 고기와 잘 어울린다. 가슴속까지 시원한 여름 음료

여름철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뭐니


Program 뭐니 해도 음료와 아이스류가 아닐까 싶다. 엄마 입장에서는 안 먹는 게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영양도 맛도 꼼꼼히 챙기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민 경이가 여름마다 달고 살다시피 하는 아이요테는 우유와 요구르트, 과일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맛도 영양도 그만인데, 망고 외에 냉동 베리류를 넣어도 좋고 만든 후 살짝 얼려 아이스캔디로 만들어 먹어 도 맛있다. 오렌지,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과 일에 얼음을 넉넉히 넣어 갈아 만드는 스무디 역시

우리 집 인기 음료다. 우유나 요구르트, 연유 등을 더하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난다. 다양한 과일을 얼려 두었다가 즉석에서 갈아 주거나 과일을 큼직 하게 썰어 넣고 젤리를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 두 어도 여름철 아이들 간식으로 유용하다. 또 단팥을 넉넉히 만들어 보관해 두면 요모조모 쓸모가 많은 데, 얼린 우유를 곱게 갈아 팥빙수를 만들어 먹어 도 맛있고, 우유와 연유를 함께 넣어 얼려서 팥아 이스캔디를 만들어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김수연씨는…

여성지 기자로 일하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일본으로 떠나 전업주부로 지냈다. 사교육이 없는 일본에 서 그녀는 딸 민경이를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 께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먹을거리. 집에서 제대로 지은 밥을 먹고 자란 민경이는 사교육 없이도 공부 잘하고, 사회성 좋은 따뜻한 아이로 자랐다.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민 경이는 올해 연세대학교 국제학부에 입학했다. 비싸고 좋은 음식보다 엄마가 정성으로 만든 음식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김수연씨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기적의 공부 밥상』(F.book) 이라는 책을 냈다.

313


돼지고기버섯샤브냉채 재료_모샤브샤브용 돼지고기 200g, 무 150g, 백만송이버섯 100g, 새송이버섯 2개, 물 4컵, 청주 3큰술, 대파 푸른 잎

부분-쪽파-소금 약간씩, 소스(간장-참깨-물 2큰술씩, 식초 1큰술, 참기름 2작은술, 설탕-두반장 1작은술씩) 만들기

1_무는 감자 깎는 필러로 가능하면 얇고 길게 벗겨내 듯이 썰고, 새송이버섯은 길게 반으로 잘라 저며 썬다. 길이가 긴 것은 반으로 자른다. 백만송이버섯은 작게 나눠 두고, 쪽파는 송송 썬다. 2_냄비에 물을 넣고 끓으면 대파 푸른 잎 부분, 소금, 청주를 넣은 후 버섯과 무를 넣어 살짝 익혀 건져서 식히고, 샤브샤브용 돼지고기를 한 장씩 넣어 익힌 후 건져 얼음물에 차게 식힌 후 물기를 뺀다. 3_참깨를 분마기에 곱게 간 후 나머지 소스 재료들을 넣고 골고루 섞어서 샤브샤브 소스를 만든다. 4_차게 식힌 돼지고기와 무, 버섯을 접시에 담고 소스를 따로 담아내거나, 재료들을 한데 담 아 소스로 버무려 내도 좋다. 버무려 먹는 용도로 소스를 만들 때는 두반장을 넉넉히 넣은 후 물은 섞지 말고 간장으 로 부족한 간만 맞추도록 한다. cooking tip 돼지고기는 물에 데친 후 재빨리 얼음물에 넣고 식 혀서 물기를 빼면 여분의 기름기와 잡내가 없어지 고 쫄깃한 식감도 살릴 수 있어 좋다.

314


Program 파스타채소냉샐러드 재료_파스타 1½컵, 알감자 6개, 방울토마토 4개, 양상추 3

장, 브로콜리 1/3개, 어린잎 채소 30g, 소금-올리브 오일 약간씩, 소스(올리브 오일 3큰술, 꿀 1/2큰술, 다진 양파발사믹 식초 1큰술씩, 씨겨자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 간씩)

으로 자르고, 양상추는 적당한 크기로 손으로 찢는다. 어린 잎 채소는 씻어 물기를 뺀다. 5_소스 재료를 모두 볼에 담 아 골고루 섞어서 샐러드 소스를 만든다. 6_볼에 어린잎 채소와 양상추를 제외한 재료들을 넣고 소 스를 뿌려 골고루 섞은 후 마지막에 어린잎 채소와 양상 추를 넣어 살짝만 버무린다.

만들기

브로콜리는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나누고, 알감자는 솔로 껍질을 문질러 닦고 반으로 자른다. 2_끓는 물에 소금 을 넣고 파스타와 손질한 알감자를 넣어 파스타 봉지 표면 에 표시되어 있는 시간대로 익힌다(알감자와 파스타가 익 는 시간이 거의 비슷하므로 함께 익혀도 무관하다). 3_2의 냄비를 불에서 내리기 직전에 브로콜리를 넣어 50초 정도 데친다. 익힌 재료들을 한데 담아 올리브 오일로 살짝 버 무린 후 충분히 식힌다. 4_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뗀 후 반

아이요테망고 재료_망고 1개, 플레인 요구르트 2팩, 저지방 우유 1컵, 생

크림 1/3컵, 꿀 2큰술, 레몬즙 1큰술, 얼음 2개 만들기

1_우유는 얼리고, 망고는 작게 썰어 둔다. 2_믹서에 1과 나머지 재료들을 전부 넣어 곱게 간다. 작게 썬 망고를 조금 남겨 두었다가 장식용으로 사용하거나 음 료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cooking tip 알감자, 브로콜리, 파스타 등 익 힌 재료들은 생채소와 버무리기 전 충분히 식혀야 하기 때문에 표면이 마르거나 파스타가 붙지 않도록 올리브 오일에 살짝 버 무려 둔다.

315


[사진]해외동포국제무역타운단지조감도

Housing Point

해외동포를 위한 특별 경제구역

대학생이 된 민경이는 여름이면 속까지 시린 차가운 음식만 찾는다. 찬 음식이라고 영양을 포기할 순 없는 일. 지친 입맛은 살리고 여름 더위에 축 처진 기운을 북돋울 수 있는 별미 냉요리를 소개한다. 기획_배수은(프리랜서) 사진_이재희(studio lamp) 요리_김수연

한국에 최초”해외동포 특별경제구역(WWW.OKTOWN.CO.KR)”이 추진되어 해외동포들의 관심 이 특별하다. 누구나 살고 싶은곳에 주변시세 절 반값에 제공하므로서 입주자체가 엄청난 혜택이 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토지를 파격적 조건으로 제공하며 해외 동포들이 거주 및 비즈니스를 진행하기에 적합한 테마형 단지를 구성하므로 해외동포들은 물론 한 국내 주거 및 테마주택에 관심있는 수요자들의 관심으로 가치가 상승될것으로 기대된다.

316

전세계 176개국 750만 동포와 함께하는 해외동 포국제무역타운은 한국토지신탁, SBS컨텐츠허브 등의 공신력 있는 6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 하고, 경기도 의왕시 및 안성시의 파격적인 지원 을 통해 해외동포들의 쾌적한 주거와 안정적인 비즈니스도 가능하도록 조성되는 재외동포들을 위한 특별구역이다. 특히 의왕시는 백운호수 주변 0.955㎢(약 30여만 평)에 지식정보교류센터와 문화시설,수변공원 등 을 갖춘 ‘백운지식문화밸리’를 조성하고 그 중 해


Program 외동포국제 무역타운 조성을 첫번째 역점사업으 로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써, 서울 강남 서초역 에서 10여분 거리인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에는 300세대 규모의 타운하우스와 국제무역센터를 조성하고, 서울 강남에서 50분 거리에 위치한 안 성 해외동포국제 무역타운에는 600세대 가량의 고급전원주택과 국제무역센터가 추진되고 있다. 의왕시 해외동포국제무역타운은 “백운지식문화 밸리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4월에 의왕시가 경기도를 거쳐 국토해양부로부터 도시 개발지역지구로 공식지정을 받은 곳으로써 의왕 시가 동 추진위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토지를 제 공하고, 안성시는 1400억을 투자하여 기반시설 을 지원함으로써 누구나 살고 싶은 집을 주변

시세의 절반값 수준에 드리는 파격적인 혜택 뿐 만 아니라, 분양금액의 60%까지 대출 (년이율 4.2~4.5%)도 가능해 구입시 부담이 없다. 또한 비즈니스에도 전념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1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혜택까 지 제공한다. 이번 테마형 주거 및 비즈니스 단지는 한국과 의 비즈니스로 잦은 한국방문이 필요하거나, 한 국내 주택을 모두 처분해 한국방문시 주거의 불 편을 겪던 해외 한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으로 보인다. 특히 쾌적한 주거환경에 익숙한 캐나다 및 밴쿠 버 한인들에게는 해외동포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 분양에 큰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의향서 및 신청서 확인 = www.oktown.co.kr

아시아타운 동양의 품격이 느껴지는 전통타운

317


유럽타운 나의 명예를 드높이는 곳

아메리카타운 나의 성공을 말해주는 곳

318


Program 의왕시 강남 생활권과 연결된 의왕시 백운호수

안성시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 자리안 한성시 사업부지

319


아시아타운 주택 조감도

320


Program 유럽타운 주택 조감도

321


유럽타운 주택 조감도

322


Program 아메리카타운 주택 조감도

323


human & space 한젬마의

크리에이티브 홈

만나자마자 집에 대한 철학을 쉼 없이 풀어놓는다. 아트 하우스, 갤러리 하우스라는 말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그녀는 할 말이 많다. 단순히 작품이 놓인 공간이 아닌 온 가족이 참여하고 창작할 수 있는 공간, 한젬마가 추구하는 아틀리에 하우스다. 기획_강민경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헤어&메이크업_끌로에(02-512-5400)

한젬마의 집은 작은 갤러리 같다. 꼭 있어야 할 가구만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은 자신의 작품으로 채웠다. 못 시리즈를 모티브로 제작한 의자, 조명은 물론 쿠션 커 버,작은 오브제까지도 그녀의 디자 인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324


Program 한젬마는 화가다. 그러나 화가라는 말만으로는 그녀를 설명하기 어렵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한국 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아홉 차례의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 다양한 행사에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다. 여기까지는 ‘보통’ 화가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일반 대 중에게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더 유명하다. 다양한 TV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국내 최초 미술 전문 MC 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그녀가 낸 미술 관련 서적만도 벌써 다섯 권이다. 전문가, 예술가의 영역이던 미술을 대중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작가라는 수식어가 그녀만의 차별 지점. 미술계에서는 이례적이고 독특한 행보다. 그만큼 한젬마는 영역의 넘나듦에 편견이 없고, 자유롭다. 한젬마의 작품 세계는 ‘관계와 소통’으로 함축된다. 미술과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상관관계 속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1995년, 서로와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오브제인 못, 지퍼, 똑딱단 추 등을 주제로 한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날 못 더미 안에서 사람의 형상을 발견한 한젬마는, 이후 그녀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못과 못을 연결해 사람의 모양을 본뜬 ‘못 사람’을 탄생시켰고 의자, 가로등, 정자 등 ‘못사람’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차례로 세상에 나왔다. 엄 마가 된 이후엔 새로운 영역으로 또 한 번 눈을 돌렸다. 남편의 업무차 2년 남짓 독일에 머물면서 창의적인 영-유아 교육에 큰 자극을 받은 한젬마는 일상 속에서 미술로 창의력을 깨우는 방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녀답게, 또 한 번의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325


1층에 위치한 게스트 룸. 단순히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곳곳에 작품을 배치해 두니 집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낸다.

326


1_그녀의 대표작이기도 한 못 시리즈 작업은 1995년에 시작됐다. 못과 못을 연결해 사람의 형상을 만든 ‘못사람’은 그 후 몇 년이 지나 탄생했다. 집 안에 있는 가구와 소품은 모두 못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것.

감성을 자극하는 작은 갤러리 한젬마에게 집은 편안하게 쉬는 휴식처가 아니다. 그곳은 일터이자, 끊임없이 그녀를 자극하 고 창작하게끔 하는 곳이다. 작년, 이태원 주택가에 자리한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도 집에 대 한 오랜 고민의 결과다. 40년도 더 된 낡은 집이라 공사를 하는 데만 5개월 이 걸렸다. 그녀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세운 원칙은 두 가지. 본인을 위해 집 안에서 미술 작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남편과 딸을 위해 가족의 용도와 편이성에 맞춰 가장 편리한 동선을 만드 는 것. 2층 규모의 집은 군더더기가 없다. 집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클래식 모던으로 잡고 꼭 있어야 할 가구만을 배치하고 그 외의 공간은 자신의 작품으로 채웠다. 창밖으로 넓은 마당이 펼쳐지는 거실엔 소파와 테이블만 놓여 있지만 그녀의 작품 덕에 시선 둘 곳이 많다. 회의가 많은 남편을 위해, 사람들을 불러 집에서도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1층에는 게스트 룸을 만들 었다. 즉 남편을 위한 공간이다. 2층은 부부의 침실과 아이 방. 그러나 부부 침실을 제외한 다 른 공간은 아이를 위해더 신경 썼다. “독일에서 지내던 시절, 휴식의 개념을 넘어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아트 룸 호텔이 성행하는 것을 보며 영감을 받아 공간을 꾸몄어요. 그러나 그림 몇 점 걸린 ‘갤러리 하우스’ 를 지향하지는 않아요. 소파에 멀리 앉아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코앞으로 다 가오게 하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쳐다보게 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게 하는 공간으로 꾸 미고 싶었죠.” 만지고 싶고 들여다보고 싶고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은 한젬마의 집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의 집에 발을 들인 손님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이곳저곳 을 분주하게 움직인다.

Program

2_게스트 룸에 있는 금빛 조명은 고가 의 프랑스 제품인데 브랜드 창고 세일에 서 저렴하게 건져 온 것. 게스트 룸인 만 큼 화려함을 살리기 위해 과감한 컬러의 조명을 걸었다.

327


작품을 모티브로 한 소품 취향 한젬마의 집에서는 ‘집이 곧 작품’이란 공식이 성립한다. 지하 공간에서 지상 2층에 이르기까지, 책상과 의자는 물론 조명, 난간, 컵, 심지어 쿠션 커버에 이르기까지 못 시리즈를 모티 브로 한 다양한 가구와 소품들이 통일감을 주며 곳곳에서 이 야기를 풀어간다. 침실과 게스트 룸에 있는 침구 역시 못 시 리즈 패턴을 넣어 제작한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세 번이 나 다시 제작할 만큼 공을 들였다. 침실 사이드 테이블에 놓 여 있는 조명은 시장에서 만원짜리 조명을 사다가 ‘못사람’의 형태로 레이저 커팅한 금속을 달아 완성한 것. 집 안에서 고 가의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저렴한 것을 구입해 아티 스트의 감각을 입혀 완성한 것들이라 더 흥미롭다. 거실의 소 파는 신혼 때부터 사용한 것인데, 쿠션과 등받이 부분만 에메 랄드빛 녹색으로 리폼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신시켰다. 게 스트 룸의 포인트 아이템인 골드 조명 역시 창고 세일을 할 때 매우 저렴하게 건져 온 것. 발품 파는 쇼핑을 즐기는 그녀 는 시간이 날 때마다 청계천, 황학동, 방산시장 일대를 돌며 싼값에 ‘물건’을 건져 온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조 명은 당장 전시장으로 가도 손색없는 ‘작품’이다. 청계천 일대 를 돌며 여러 개의 각기 다른 디자인의 조명을 저렴하게 구 입해 파이프, 집게 등을 이용해 모빌 형식으로 직접 디자인한 것인데, 딸 혜연이가 무척이나 좋아한단다. 모빌 형식으로 제 작하고 트럼펫 등의 악기를 걸어놓은 건 아이의 감수성을 키 워주기 위한 엄마의 친절한 배려다.

(위)2층으로 올라가는 천장에 설치된 조 명은 2 3 한젬마가 직접 디자인한 것. 청 계천, 황학동 일대를 돌며 저렴한 조명 을 사다가 아이디어를 입혀 모빌 형태로 제작했다. 조명을 악기로 연결한 아이디 어가 기발하다. 2_집 곳곳에는 ‘못사람’이 놓여 있다. 그녀는 못 시리즈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 는 모든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3_입구에 있는 벽 조명 역시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

328


Program

2층에 위치한 부부의 침실. 침대 헤드 자리에 커튼을 달고 가운데 십자가 오 브제를 배치하니 성스러운 느낌이 든 다. 침구는 못 시리즈를 모티브로 제작 한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세 번이 나 다시 제작할 만큼 공을 들였다.

329


2층은 아이를 위한 공간. 아기때부터 쓰던 침대를 소파처럼 리폼하고, 작품 을 하고 남은 자투리 조각들을 모아 쿠션 커버를 만들었다. 카펫 위에 있 는 인형은 한젬마가 딸을 위해 직접 만든 것.

330


Program 집은 창의력을 깨우는 아이의 놀이터 그녀가 최근 출간한『 그림 엄마』는 미술로 창의력을 깨우는 방법을 소개한 책. 한젬마는 아이 교육, 특히 창 의력 교육에 관심이 많다. 2층에는 딸 혜연이의 그림으 로 갤러리 월을 만들었고, 지하 차고를 개조해 만든 아 틀리에 한쪽의 작업 책상 옆에는 축소된 사이즈이긴 하 지만 아이의 작업 공간이 어엿하게 마련돼 있다. 벽면에 는 자신의 작품은 물론 최두수, 노상균 등 좋아하는 작 가의 작품을 걸어두고 한쪽에는 혜연이의 그림을 나란 히 붙여 놓았다. “작업실 한쪽에 수납장을 들여놓고 혜연이 그림을 모으 고 있어요. 전 이사를 많이 다녀서 어릴 때 그린 그림이 거의 없어졌거든요. 그게 얼마나 아쉬운지요. 그래서 32 칸짜리 수납장을 주제별로 나누고 아이 그림을 하나둘 모으고 있는데, 나중에 혼수로 줄 생각이에요.” 방은 혜연이의 놀이터다. 미끄럼틀 등 다양한 놀이 기 구를 들여놓아 아이는 이곳에서 쉴 새 없이 뛰놀며 상 상력을 키운다. “아이들은 노는 게 곧 일이고 공부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활기차게 놀 수 있는 공간, 상상력이 샘솟는 공간으로 만 들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혜연이는 또래 아이보다 감 성이 풍부하고 예술적인 감각도 뛰어난 편이에요.” 꽃과 나무가 있는 마당도 혜연이의 또 다른 ‘작업실’이다. 마당 한쪽에 미니모래 놀이터를 만들어 아이가 흙을 밟 을 수 있게 했고, 그 옆에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비닐 아 틀리에를 설치해 놓았다. “마당을 꾸밀 때도 어떻게 쉴까가 아니라 마당에선 무 슨 작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비닐 아틀리에 를 만드는 건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원하는 사이즈대 로 PVC 비닐을 입히고 볼트와 너트로 조여주면 그만이 에요. 아이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할 때마다 신문지를 깔 아주고 물감을 꺼내고 다 그린 후에는 다시 정리하고 치

워야 한다면, 그건 엄마에게도 부담이고 아이 역시 자유 롭게 ‘작업’을 할 수가 없거든요. 아이도 나름의 영감이 떠올랐을 때 뭔가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언제라도 원 하는 것을 할 수 있도 록 준비된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혜연이는 볕이 좋은 날이면 마당의 비닐 아틀리에로 뛰 어나가 햇빛을 받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한다. 마당 의 꽃 역시 아이를 위해 최대한 다채로운 색으로 다양 하게 심어놓았다.

331


(좌측)2층은 아이를 위한 공간. 아기때 부터 쓰던 침대를 소파처럼 리폼하고, 작품을 하고 남은 자투리 조각들을 모 아 쿠션 커버를 만들었다. 카펫 위에 있 는 인형은 한젬마가 딸을 위해 직접 만 든 것.

마당은 혜연이의 놀이터다. 마당 한쪽에 미니 모래 놀이터를 만들 고, 아이가 자연을 보며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어 놓았다.

332


Program

아틀리에 벽면에는 자신의 작품과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그리고 혜연이의 그림을 걸어놓았다. 창의력이 샘솟는 공간이다.

(우측)지하 차고를 개 조해 만든 가족만의 아틀리에. 엄마와 딸 은 나란히 앉아 자유 롭게 작업을 한다.

‘엄마’ 한젬마의 일상 아티스트가 아닌 ‘엄마’ 한젬마는 철저하게 가족 중심주의다. 웬만해선 아이와 늘 함께하려고 애쓴다. 한젬마는 아이와 자주 화방 나들이를 가고 미술관을 찾는다. 같은 소재를 주제로 한 다 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한 소재를 두고 화가마다 얼마나 다양하게 그렸는지를 느끼게 한다. 아이와 함께 보았던 명화들을 벽에 붙이거나 액자에 넣어 걸어두면 아이는 그 앞에서 한 참 동안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는 아이가 가는 곳,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잖아요. 전 어디든 최 대한 혜연이와 함께 가려고 해요. 심지어 전시 오픈 때도 아이 손을 잡고 갈 정도죠(웃음).” 업무와 관련된 곳이라도 여건이 된다면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그녀의 원칙이다. 한창 엄마 손 이 필요한 아이를 일 때문에 소홀히 하고 싶지 않고, 또 그렇게까지 하며 자신의 욕심만 챙기고 싶지 도 않다. 남편과는 마당을 가꾸며 취미를 공유한다. 그녀에게 마당 속 자연은 기쁨과 위로를 안겨 주는 작은 갤러리다. 관리하는 데 손도 많이 가고 시간과 정성도 만만치 않게 들지만, 이 시간은 부부에게 명상의 시간이고 온전하게 소통하는 시간이며 휴식의 시간이다. 그녀의 가드닝 스승은 다름 아닌 시부모님. 은퇴 후 강원도 산골로 거처를 옮기신 시부모님은 된장, 고추장은 물론 콩, 감자, 고구마, 채소 등을 수시로 보내오신다. 마당의 꽃들 중 상당수는 시부모님이 키우던 것들이 이사 온 것. 한젬마는 요즘 마당 가드닝을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아 이를 키우는 일과 꽃이나 화초를 키우는 일, 그리고 자신이 성장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사실 어른과 아이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림 엄마』가 영・유아를 위한 책이라면, 지금 준비하 고 있는 건 기성세대의 창의력 계발을 위한 책이에요. 미술은 창의력을 깨우는 가장 좋은 도구 거든요.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일을 계속 해나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나와 아이 를 동시에 성장시키며 오랜 꿈인 미술로 봉사하는 삶을 실천해야죠.”

333


소재 따라 카펫을 쓰는 취향 카펫은 겨울에 잠깐 쓰는 소품이라 여름엔 말아서 보관할 공간이 없다며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을 바꿔보자.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신소재 카펫이 등장했고 여름에 쓸 수 있도록 가공한 울 소재 카펫도 있다.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스타일링_이정화(시에스타) 제품 협찬_인엔(02-3446-5102), 산타모아(02-512-3831) 카우라(02-423-5586), 프라임카펫(02-535-2734), 한일카페트(1566-5900)

친환경 페이퍼 카펫은 화문석과 비슷한 느낌이 나 여름에 사용하기 좋다. 나무와 종이를 이용한 친환경 신소재로 만들어진 핀란드 브랜드의 미니 카펫. 900×1500cm 가격 미정·우드노트 by 인엔

334


Program

나무와 비닐, 카펫의 소재가 되다

핀란드 브랜드 우드노트는 나무와 종이를 이용 해 ‘종이 실’이라는 기능성 친환경 섬유를 만들었 다. 이 새로운 섬유는 카펫, 매트, 침구 등에 사용 되는데 먼지나 오염 물질을 끌어들이지 않기 때 문에 합성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들 이 사용하기 좋다. 또 기존 직물의 염색 과정에서 나오는 염소 가스가 발생할 일이 없고 중금속과 합성물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처럼 카펫에 사용 하는 소재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 특 히 청소하기 용이한 실용적인 소재가 대거 등장 했다. PVC라 불리는 인조 가죽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비닐 소재나 종이 소재의 하나인 사이잘 카 펫은 물걸레로 닦을 수 있어 편리하다.

멀리서 보면 잔잔한 무늬지만 가까이 보면 얇은 줄을 촘촘히 엮어 만든 PVC 소재 카펫. 6.6㎡ 기준 45만원·프라임카펫

335


바닥 냉기 잡아주는 천연 울 카펫 카펫 전문 브랜드에서는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도 록 섬유 자체에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들어 있는 천연 울 소재로 카펫을 만들고 있다. 타일로 바 닥을 깐 집에서는 여름에도 바닥의 냉기를 막아줄 러 그나 카펫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럴 때 천연 울 소재 카펫이 안성맞춤이다.

천연 울 소재 디자인 카펫. 170×230cm 가격 미정·한일카페트

336


Program

공간별로 만들어 쓰는 폴리에스테르 카펫 물빨래하기 좋고 털이 잘 빠지지 않는 폴리에스테르 카펫은 사 이즈별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급 스러운 분위기와 포인트를 주는 인테리어 요소로 카펫이 주목을 받으면서 욕실과 주 방 등 여자들의 활동 공간을 중심으로 카펫의 응용 영역이 넓어 지고 있다. 공간별로 잘라 쓰는 폴리에스테르 카펫은 이러한 스 타일링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아이템이다. 컬러도 여러 가지라 비 슷한 채도의 투톤 폴리에스테르 카펫을 여러 개 이용하면 한결 스타일리시하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폴리에스테르로 제작된 투톤 카펫. 섀기 파일로 만들어져 강아지 털처럼 복슬복슬한 느낌이 난다. 100×150cm 각 23만원·카우라

337


취향대로 디자인하는 맞춤 카펫 주문 제작 카펫은 보통 수입 브랜드에서만 가능한 얘기였는데 이 제는 국산 브랜드도 주문 제작이 가능해졌다. 한일카페트 등 카 펫을 취급하는 모든 브랜드에서는 기본적으로 주문, 맞춤 제작 이 가능하지만 그들의 디자인 샘플 안에서 골라야 하는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 오더메이드 전문 국내 카펫 브랜드 카우라에서 는 사이즈, 디자인, 소재, 털 길이, 직조의 방식까지 디테일하게 100%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이정화씨는 “지금 사서 사계절 내내 쓰 려면 까슬까슬한 아크릴 소재를 이용한 오더 메이드 맞춤 카펫 을 사용해 보라”고 일러준다. 맞춤 카펫은 거실용부터 현관 매트 까지 취향에 따라 제작할 수 있다. 프린트할 패턴을 선택한 뒤 원형, 타원형, 꽃 모양 등으로 형태를 결정하면 소재는 물론이고 파일 높이까지도 원하는 대로 만들어준다.

핸드메이드로 판화를 찍듯 꽃 모양을 넣은 와인색 카펫은 천연 울과 실크가 섞여 있는 제품. 160×230cm 150만원·프라임카펫

천연 울 소재로 제작된 원형 카펫. 200×300cm 130만원·카우라

338


Program

전선 조명은 디자이너 박진우의 작품, 화이트 체어는 140만원·산타모아, 패브릭 쿠션은 가격 미정·한일카페트

내구성이 우수한 BCF와 아크릴을 혼방한 화이트 카펫. 160×230cm 140만원·카우라

339


공간을 위트있게, 조명 한 점 ‘공간의 숨은 조력자’ 조명 하나가 집 안 표정을 바꾼다. 기획_강민경 기자 사진_강민구(studio lamp) 촬영 협조_몰테니&C(02-543-5093), 루밍(02-6408-6700) 디사모빌리(02-512-9162), 와츠(02-517-3082), 필립스(080-600-6600), 코시스홀딩스(1588-9820)

조희선씨는…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은 물론 스타의 집까지 개조 해 주는 요즘 가장 ‘몸값’ 높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업계에서 그녀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잡지와 방송을 통해 ‘인테리어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그 녀는 최근 자신만의 개조 노하우를 담은 『홈 디자 인 스토리』(중앙m&b)를 출간했다.

340


Program 조형미가 돋보이는 테이블 램프 는 이탈리아 브랜드 다네제 밀라 노 제품. 화이트와 레드의 컬러 조화가 감각적이다. 41만원-루밍 면이 없이 선으로만 만들어 진 독특한 디자인. 리네로제 제품으로 스몰, 라지 사이즈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 미정-디사모빌리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대명사로 꼽히 는 베르너 팬톤의 판텔라 램프. 화이트 컬러는 오늘 날 유일하게 생산되는 에 디션 제품. 137만원-몰테니&C

조형미가 뛰어나 기능성을 넘어 오브제 역 할을 톡톡히 하는 플로어 램프. 소리와 빛 을 투과하는 특수 개발된 PVC 시트를 이 용해 만들었다. 디자이너 성병권의 제품. 가격 미정-코시스홀딩스

조명 디자인의 아이콘,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테미데 의 테이블 램프. 눈사람을 형상화한 사랑스러운 디 자인으로 헤드를 움직여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29 만원-루밍

실제 나뭇가지로 스탠드의 기둥 을 세운 기발한 제품. 심플하면서 도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환경 친 화적인 분위기가 난다. 블루 네이 처 제품. 가격 미정-와츠

은은한 빛을 내는 LED 캔들 라이 트. 낱개로 두어도 예쁘고 받침대 에 여러 개를 함께 올려 놓아도 색 다른 분위기를 낸다. 6개 세트 12 만원-필립스

341


17년 감동 도전

‘평창 드림팀’의 비공개 파일 삼수에 성공했다. 김연아가 울었고, ‘평창의 여인’이라는 톱스타가 생겼다. 일본에서 만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입양아 스타 토비 도슨의 연설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감동 PT’에 얽힌 뒷얘기와 남아공 더반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평창 드림팀’의 열흘을 취재했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중앙포토, 연합포토, 권철(재일 사진작가) 제공

개최지 투표 당일, 프레젠테이션을 끝낸 한국 유치위원 단 멤버들이 청중에게 박수를 받고 있는 사진. 이날 평 창은 3개의 후보 도시 중 마지막 순서로 PT를 진행해 인상적인 마무리로 좋은 점수를 얻었다.

①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 남아공 현지 인터뷰

을 알렸다.

② 더반 감동은 어디서 왔나, 평창 PT 비하인드

개최 도시 투표를 앞두고 남아공 더반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는

③ 자크 로게 IOC 위원장 도쿄 인터뷰

데, 김연아는 한 달 내내 PT를 연습하느라 원고를 죄다 외웠다고 했다.

④ 유치 확정되던 ‘더반의 그날’ 풍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까지 재미있는 사연이 많다. 한국의 프레젠테이

⑤ 김연아, 문대성, 토비 도슨… 드림팀 젊은 피

션을 감수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테렌스 번스는, 8년 전 캐나다 밴쿠

⑥ 눈물의 삼수생, 평창의 17년 감동 도전기

버, 4년 전 러시아 소치의 유치 활동을 도와 평창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 던 인물이다. 유치위 관계자들이 ‘그 사람은 정말 꼴도 보기 싫다’고 손 사레를 치던 사람이지만 올해는 “우리 약점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평창 열풍이다. 10년 동안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도전 만에 거둔 감동

며 스카우트해 직접 PT를 맡겼다.

적인 성공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유치전 막바지, ‘힘을 더 보태달

광고 대행사 제일기획은 프레젠테이션 영상 제작 전반을 맡아 120억(내

라’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의 요청에 이명박 대통령

부 추정)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평창 자원봉사자 중에는 유치 활동

이 일정을 이틀 앞당겨 남아공으로 날아갔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을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아공으로 날아온 아들도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한 명을 만나려고 2시간씩 기다리며 평창

그들의 사연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342


Program 평창의 여인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

남아공 현지 인터뷰

“불가능해 보여도, 원하고 노력하면 되더라”

글_전수진(중앙 SUNDAY 기자)

그녀는 평창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더반의 여신’ 으로 불리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이하 유 치위) 나승연 대변인의 얘기다. 유창한 영어와 세 련된 외모, 화려한 언변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이 끈 그녀를 개최 확정 후 남아공 호텔에서 인터뷰 했다. 그녀의 방에는 여전히 평창에 관한 각종 자 료와 현지 영어 신문들이 가득 차 있었다. “엄마 TV에서 봤어, 집에는 언제 와?” 하며 울먹이던 아들…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그녀가 제

일 먼저 한 일은 한국의 아들 나일 군에게 전화 를 거는 일이었다. 올해 다섯 살 난 아들은 “엄 마 텔레비전에 나온 거 봤어, 그런데 집에는 언 제 와?” 하면서 울먹였다. 나승연 대변인은 지난 1년 반 동안 지구를 열 바 퀴 넘게 도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어린 아들은 엄마를 평창에 완전히 뺏겼던 셈이다. 하 지만 나 대변인은 “2018년쯤 되면 나일이도 ‘그때 우리 엄마가 굉장했었구나’ 하면서 조금은 자랑 스러워해 주지 않겠느냐”라면서 웃었다. 평창의 승리가 확정된 후, 기자와 만나 뒤늦게 털어놓 은 얘기다. 공식 일정을 대부분 끝내놓고 편하게 얘기를 나 누는 자리. 대화는 그녀가 가장 편하게 구사하는 영어로 진행됐다. 나 대변인은 외교관인 아버지 를따라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랐다. 영어와 프 랑스어에 능통하고 서구적인 스타일의 매너가 몸 에 밴 것은 그래서다. 그 언변과 세련됨에서 풍기

는 포스 덕일까. PT 후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이 미 난리였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전부 그 녀 차지였고, 호텔 방에서 기자와 얘기를 나누는 순간에도 여기저기서 축하 전화와 안부를 묻는 연락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나 대변인은 “한국에서의 분위기는 들었는데 (인기가) 며칠이나 가겠느냐”고 하면서 조심스러워했다. 이미 현지에서도 여러 건의 인 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가급적 사양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이룬 성과인데 몇 명한테만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말하며 갑작스 러운 관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수개 월 동안 IOC를 취재해 본 바, 이런 차분함과 겸 손한 인성은 사실 나 대변인의 오랜 강점이다. 유 치활동을 위한 오랜 여정에서 나 대변인은 거의 매달 세계 각지를 돌며 여러건의 프레젠테이션 과 기자 회견을 담당했다. 그때마다 기자 회견 분 위기를 부드럽게 이끌며 세련된 카리스마를 보 여왔다. 눈물 꾹 참고 끝낸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숨 가쁘게 달 려온 끝에 ‘평창’이 호명되던 순간, 과연 어떤 기 분이었을까. 나 대변인은 여러 수식어를 동원해 가면서 그때의 감정을 표현했다. “모든 것이 정 지하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꿈같은 순간이었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이랑 마구 부둥켜 안 고 눈물을 흘렸죠. 순식간에 정말 온갖 감정이 복받쳤어요. 아마 그 순간은 앞으로도 평생 잊지

343


못할 것 같아요.” 이번 유치 활동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프레젠테이션 시간. 그녀 는 연설 직전에 조금 긴 장해 입이 마르고 순간적으로 ‘단어가 꼬여서’ 당 황했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첫 마디를 시작 했다고 한다. “IOC 실사단을 맞이하던 평창분들의 모습이 갑 자기 생각났어요. 비인기 종목 국가 대표들이 저 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꼭 유치해 달라고 당부하 던 기억도 났고요. 그래서 마음이 동해 잠깐 눈물 이 날 뻔했어요. 그런데 제 앞에서 도지사 출신인 김진선 특임대사가 강원도 얘기를 하면서 한 번 눈물을 보였거든요. 저까지 울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꾹 참았죠.” ‘평창 프레젠테이션’은 모두 8명의 ‘드림팀’으로 구성됐다. 김연아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출신 스포츠 스타 토비 도슨, 태권도 국가 대표 출신 문대성 IOC 위원 등 젊은 피와, 이명박 대통령, 조양호 유치위원장, 이건희 IOC 위원 등 정-재계 인사로 구성된 화려한 라인업이다. 이 쟁쟁한 멤 버들 사이에서 나 대변인이 맡은 역할은 IOC 위 원들이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평창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변인은 “오랫동안 IOC 위원들의 몸짓과 그들 이 미소 짓는 법, 그리고 대화법까지 익혔다”고 말했다. “위원들의 마음을 사려면 그들의 언어로 말을 해야 하는데 이건 ‘어휘력’과는 다른 문제” 라는 설명이다. 8명 중 마지막 주자로 나선 그녀는 감동을 주는 메시지로 프레젠테이션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필 요도 있었다. 인위적이지 않게 그들의 마음을 움 직여야 했고, 최선을 다해 메시지를 전달해 결

344

국 스스로도 눈물이 고일 만큼 최선을 다해 연 설했다.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평창이 개최지로 발표된 이후에 한꺼번에 터뜨렸다. 총회에 참석했던 세 계 각국의 IOC 위원들이 다가와 한국 스태프들 을 축하했는데 가장 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사람 이 나 대변인이었다. “진정으로 원하면 꿈은 이뤄진다는 걸 실감했어 요. 불가능해 보이는 꿈도 내가 진심으로 원하고, 거기에 올라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실제로 된다는 걸 직접 체험했죠. 평창의 꿈을 이룬 것 도 행복하지만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귀국 후 밝힌 프레젠테이션 비하인드 스토리 나승연 대변인은 지난 7월 15일, 귀국 후 서울 광 화문 프레스센터의 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들 과 한 번 더 만났다. 이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 당 일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솔직히, 나도 떨렸다” 행사장은 크고 어두운데 조명은 오직 무대의 연사 에게만 집중됐다. 청중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거라 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IOC 위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 떨렸지만 친한 위원들의 얼굴을 보고 시선을 맞추면서 긴장을 풀어갔다. “김연아 PT, 소리가 영상보다 3초 늦게 나왔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발표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 됐다. 이때 기술적인 실수로 소리가 영상보다 조금 늦게 나왔다. 그 순간 너무 괴롭고 마음고생이 심했 었노라고 털어놨다. “조양호 위원장 PT,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왔다” 조양호 위원장이 발표할 때는 갑자기 IOC 노래가 나왔다. 조 위원장은 당황한 내색 없이 멘트를 계속했다. 다행히 IOC 리더십에 관한 부분 이어서 참가자들은 효과음으로 착각했다.


Program

더반의 감동은 어디서 나왔나

평창 PT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투표 당일, 한국의 프레젠테이션이 남아공을 흔들었다. 잔잔함 속에서도 깊은 감동을 줬다는 평가다. 한국의 슬 로건은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었다. 올림픽 전문 사이트 ‘어라운더링스’는 이번 PT에 대해 평창 9점, 뮌 헨 7점, 안시 5점을 줬다. AFP 등 외신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지지 호소와 피겨 챔피언 김연아의 매끄러운 연설, 입양아 출신인 미국 스키 스타 토비 도슨의 스토리텔링 으로 이어진 평창 프레젠테이션은 한 편 의 잘 짜인 드라마 같았다”고 평했다. 역발상 신의 한 수, ‘원수’를 영입해 ‘전권’을 맡기다 PT를 준비하기 전, 유치위원회는 두 가지 ‘개혁안’을 내놨다. 우선 스포츠 국제 대회 유치전의 대가인 미국인 전문가 테렌스 번스를 프레젠테이션 총감독으로 영입했다. 그는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올림픽 전문 컨설팅 회

김연아는 더반의 톱스타였다. 현지 피겨 꿈나무들은 김연아와의 짧은 만남에 크게 감동했다. 오른쪽 페이지 사진은 김연아가 공 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현지 사진들.

사 헬리오 스파트너스의 대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등 굵직한세계 대회를 유치해 스 포츠 마케팅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확정된 후에도 2015년 러시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성공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테렌스 번스가 지난 10년 동안 밴쿠버와 소치의 유치활동을 진두지휘하면서 평창에 두 번이나 패배를 안겼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다. 아무래도 유치위 관계자들에게는 껄끄러운 인물이 었다. 유치위에서 오래 활동했던 한 간부는 “경쟁을 하 다 보면 우리의 장점을 부각시키는것도 중요하지만 경 우에 따라서는 상대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흘려 야 할 때도 있는데, 헬리오스는 우리를 두 번이나 ‘물 먹 인’ 회사여서 감정이 안 좋았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

345


다. 또 다른 스태프는 “발음이 비슷한 헬리콥터도 타기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유치위 위원장은 위원장 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테렌스 번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물론 반대가 만만찮았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우리의 약점을 냉정하게 알고 있 는 능력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반대파들 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다. 결국 테렌스 번스는 이번 프 레젠테이션 전략을 전체적으로 감수하면서 평창 승리에 적잖은 공을 세웠다. 최근에는 그의 아버지가 한국전 참 전 용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하자면 왕년의 원수 와의 완벽한 ‘관계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부 대단히 노력했고 열린 사고로 자신을 대해 결국 원 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영리한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게 뭔지 알고, 또 그걸 아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줄 안다. 프레젠테이션에 나 선 모두가 그랬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노력했다. 김연아 는 스마트하고 멋졌으며, 나승연 대변인은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서 가장 프로페셔널했다. 조국에 대한 애정과 신념도 대단했다.” PT로 홈런 친, 제일기획의 ‘삼 세 번’ 또 하나의 개혁은 PT 영상을 제작하는 ‘제일기획’으로 향했다. 지난 두 번 의 유치 활동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했던 제일기획도 칼을 갈며 ‘삼 세 번’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식 홍

감동 PT 1등 공신 테렌스 번스, “평창은 변했고, 한국은 스마트했다” 테렌스 번스는 투표가 끝나고 미국으로 돌 아가『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그가 공개한 평창의 홍보 포인트는 곧 유치위의 전략과 완벽 하게 일치했다. “올림픽 유치 활동의 트렌드도 변했다. 이제는 ‘올림픽 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우리는 왜 올림픽 을 원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예전의 평창에는 이게 없 었다. 평창은 늘 ‘남북한의 평화’에 대해서만 말해 왔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올림픽 유치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지평’이라는 브랜드를 입혔고 이것은 한 국뿐 아니라 올림픽 운동 전체를 관통하는 힘 있는 메 시지가 됐다.” 그는 ‘평창 드림팀’ 멤버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들은

보 일정을 앞두고 유치위는 평창 프로젝트에 경쟁을 붙 였다. 제일기획을 포함한 또 다른 대형 광고사들이 PT 를 겨뤄 유치위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에 영상 제작을 맡 기기로 한 것. 그동안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많이 쏟 았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제일기획의 관계를 염두 에 둔다면 쉽지 않은 결정일 수도 있었다. 경쟁은 제일기획 입장에서도 좋은 자극제가 됐다. 제일 기획 관계자들은 “어쨌든 우리도 두 번이나 실패했기 때 문에 제대로 명예 회복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최선 을 다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PT 제작을 진두지휘한 영 상디자인팀 임종성 팀장과 이홍석 PD는 지난 10개월 동 안 쉬었던 날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사 람들이 중계로 본 PT는 딱 4편 이지만 유치 활동을 위 해 제일기획에서 제작한 영상은 40편이 넘었다.

346


Program 제일기획은 경쟁사와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마스터’ 3명이 총출동해 직접 PT에 나섰다. 마스터는 본부장급 임원이다. 일반적으로 팀장 선에서 진행될 일이었지만, 그만큼 회사의 명예를 걸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 다. 제일기획은 결국 유치 활동에 공식 참여했고 감동적 인 영상을 연출해냈다. PT가 끝난 후 경쟁 도시였던 프 랑스 안시의 관계자가 유치위를 찾아와 “정말 감동적이 었다”는 인사를 건넸고, AP통신 등 외신 기자들은 “평창 이 PT로 홈런을 쳤다”고 했다. 영상을 본 사람들 중 일 부는 “평창의 최종 PT가 최근 몇 년간 국제 대회 유치 경쟁 PT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 여기서 여담 하나. 나 승연 대변인은 프레젠테이션 첫 연습 도중 혼자 마음이 동해 울었다고 했다. 멤버들의 마음가짐과 영상의 완성 도가 그 정도였다. 평창 드림팀의 PT 전략, ‘발음도 억양도 전부 외워라’ 평 창 프레젠테이션은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짰다. 제일 기획이 기획의 틀을 잡았고 테렌스 번스의 조언을 더 해 큰 그림을 그린 다음, 영상 제작은 영국 업체와 협력 했다. 대신 김연아가 발표한 주력 영상은 한국에서 제 작했다. 유치위 이병남 평가준비처장은 “최근 국제 대회 관련 PT는 전부 감성에 호소해 투표인단의 마음을 움직이려 고 애쓴다”고 설명하면서, “그동안 한국은 평화나 분단 같은 주제로 묵직한 감동을 주는 전략을 세웠지만, 이 번에는 순수하게 스포츠 얘기로만 감동을 주려고 했다” 고 말했다. “또 다 른 김연아가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 것들이 그런 부분이다. 담백하고 진솔한 멘트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스 피치 전문가가 필요했다.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할 정, 재 계 인사들은 연설 준비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양호 위원장은 영국의 스피치 트레이닝 전문가를 찾

아가 섭외해서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2시간씩 연습했다. 발표자들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동영상은 물론이고 처칠 수상과 케네디, 링컨 전 대통령의 연설 음성을 구 해 달달 외울 만큼 들었다. 유치위위원들과 함께 남아공에 다녀온 제일기획의 한 관계자는 “투표 전날에 는 발표자 8명 모두 연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완벽하 게 외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몇 번 을 연습해도 억양과 발음이 똑같은 수준까지 올라가 있 었다고 한다. 드림팀의 프레젠테이션에 힘을 실어준 사람이 바로 테 렌스 번스 대표였다. 영상이 완성되면 테렌스 번스가 내 용에 맞게 발표자를 배당하고 전략 을 짰다. 그는 연설 내용은 물론이고 손짓 하나까지 일일 이 체크하면서 그림을 만드는 스피치 전문가이기도 했 다. 그가 “대통령도 예외 없이 1시 간 연설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해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이 조심스레 이명박 대통령에게 의향을 물었다는 뒷얘기도 있다. 그날 대 통령은 ‘당연히 해야지’라고 대답했다.

평창 프레젠테이션은 120억원? 유치위가 본격적으로 PT를 준비한 건 작년 여름부 터다. 후보 도시가 발표된 게 작년 7월이었고 공식 적인 홍보 활동은 그 이후부터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일기획이 만들어 IOC 위원들 앞에서 소개 된 크고 작은 영상만 40편 정도다. 국내 굴지의 광 고사인 제일기획입장에서도 굉장히 큰 프로젝트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광 고업계 관계자들은 “PT 제작비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1년 반 동안의 활동을 전 부 따지면 100억~120억원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 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 관계자들은 “아 직 그동안 진행됐던 제작 활동에 대한 결산이 끝나 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규모가 크기는 할 것”이라 고 밝혔다.

347


평창의 성공에 대해 물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 도쿄 인터뷰 지난 7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자크 로게 국제올 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전임자 인 고(故)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뒤를 이어 임기를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그는 “나도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포커 페이스로 유명한 자크 로게 위원장은 “평창과 뮌 헨의 표차가 커서 놀라는 바람에 표정관리를 못 했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글_전수진(중앙 SUNDAY 기자)

평창의 프레젠테이션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봤나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로 직접 국가의 지원을 보증한 측 면도 작용했겠지만, 스포츠맨으로서 본인의 경험을 부 각시킨 것이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이전 국제스포츠연맹을 통해 처음 만났으며 ‘스포츠맨’으로서 이 대통령을 잘 기억한 다. 김연아 선수의 프레젠테이션도 좋았지만 개인적으 로는 한국 입양아 출신인 미국인 스키 메달리스트 토비 도슨의 프레젠테이션이 매우 인상 깊었다. 아직 평창을 방문한 적이 없다

조직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유치 성공 후 평창측에서 3개월 안에 조직위를 구성하겠다고 약속 했다. 지금껏 유치전에서 멋진 날씨의 평창을 근사하게 묘사해 놓은 비디오를 정말 많이 봤다. 앞으로도 같은 장면을 보게 되길 바란다(웃음). IOC 위원장으로서 지난 10년을 돌아본다면

청소년 올림픽인 ‘유스 올림픽’을 만들어 지난해 7월 싱

348

가포르에서 1회가 개최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엄격히 금지해 공정성을 높인 것을 들고 싶 다. 그리고 평창이 성공을 거둬 내 재임 기간 중에 유치 한 것이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올림픽을 성 공적으로 치러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은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좋을까

남자든 여자든 첫 번째로 팀을 잘 이끌 수 있는 리더십 을 갖춰야 한다. 둘째로는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경기 운 영을 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정계와 재계 모두와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이


Program 길 바란다. 또 중요한 건 소통 능력이다. IOC와의 소통을 얘기하는 건가

IOC와의 소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올림픽에 대한 메시 지를 앞으로도 계속 한국 국민의 가슴에 불어넣을 수 있 는 소통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조직위가 운영될 7년 동안 선거 등 많은 변수가 있고 조직위 구성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으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 도 짚어두고 싶다. 국제스포츠계의 1인자이자 경제 전문지『포브스』가 최 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67위로 꼽 은 로게 위원장은 벨기에 요트 선수출신이다. 스스로를 ‘ 침착하고, 점잖고, 조금은 지루하고, 효율적인 사람’ 이라고 농담 삼아 표현한다. 특히 효율성은 그가 아주 중시하는 가치다. 그가 눈썹 하나만 치켜세워도 그의 비서들이 척척 알아 서 움직일 정도라고 한다. 한 IOC 직원은 “농담을 좋아 하는 따뜻한 성품이지만 일을 할 땐 효율적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국내에서 논의 된 남북 공동 개최나 분산 개최는 ‘효율성’ 차원에서 위 배되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컵이 성공하기까지 매우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문화와 환경이 다른 두 국가가 한 경기를 치러내 는 건 쉽지 않다. 물론 남북 단일 팀, 개막식 공동 입장 같은 상징적 조치들은 환영할 만하다. 지금 까지 두 번(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공동 입장이 있었고, 다시 그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단일 팀 구성과 공동 입장을 위해 남북 올림픽위원회 와 폭넓은 협의를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만일 단일 팀이 구성되면 선수들의 출전권이 줄어들 수 도 있는데, 추가 배정은 가능한가

남북이 단일 팀 구성을 원한다는 강력한 신호도 없는데 벌써 그런 문제를 논하는 건 너무 이르다. 또 거의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얘기다. 다른 두 팀이 한 팀을 구성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해결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다. 먼저 남북 양측 파 트너들의 협의가 우선이다. 공동 훈련 캠프를 만 드는 것도 IOC의 결정사항은 아니지만 환영할 만 한 방법이다.

공동 개최나 분산 개최가 안 된다지만 IOC와 협의하면

평창의 승리가 확정된 뒤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

이미 제출한 계획을 변경하거나 평창에 가까운 북한 도

2020년 하계 올림픽에 가라테나 우슈 같은 무술 종목

시에서 몇 경기를 치를 수도 있지 않은가

추가를 고려하기로 결정했다. 혹시 태권도가 위험해지

평창은 이미 IOC에 제출한 계획을 실현하는 것만 으로도 2018년 2월 개최까지 밤낮 없이 일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개최와 합리적인 경기 운영 을 위해서는 지금도 할 일이 산더미 같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분산 개최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건 우리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는 건 아닌가

보나

개인적으로는 태권도에 비관적이지 않다. 물론 태권도가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종목 이든, 협회에서는 자신의 종목을 더 육성하기 위 해 노력해야 한다. 솔직히 태권도가 유도나 가라 테 같은 다른 무술 스포츠종목과 경쟁을 해야 하 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태권도 자체에 특정한 문 제점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2002년 한·일 월드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에 도전할 텐데, 평창이 2018

단일 팀 구성이나 개막식 공동 입장 가능성은 있다고

349


년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면 2020년에는 아시아가 아 닌 다른 곳에서 개최되는건가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인식은 없다. 도쿄는 2016년 올림픽 유치에서 그저 런던에 졌 을 뿐이다. 평창처럼 더 강력한 유치 후보 도시가 돼서 나타날지가 관건일 뿐, 평창과 같은 아시아 도시라는 건 문제가 안된다. IOC가 추구하는 건 경기의 질적 수준이지 도시 위치가 아니다.”

평창 유치 확정되던‘더반의 그날’은… “힐튼호텔 유니폼에 태극기가 꽃혔다 ” 승리를 확인하기 직전까지는 숨 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 다. 현지시각 7월 6일오후 3시 35분. 자크 로게 IOC 위 원장의 표정도 살짝 굳어 있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 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 전자 투표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다. 투표 결과가 처음으로 뜨는 곳 은 로게 위원장의 모니터다. 로게 위원장은 소문난 포커페이스로 여간해선 얼굴에 감 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스마트한 유머와 세련된 매 너로 여유 있게 바로 받아넘긴다. 그런 그도 투표 결과 를 보고 놀란 속내를 잠깐 드러낸 것이다. “평창 63, 뮌 헨(독일) 25, 안시(프랑스) 7”이라는 결과가 떠 있었을 모 니터를 들여다본 로게 위원장은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가 말문을 열었다. “IOC 동료 여러분, 2차 투표는 필요 없겠습니다. 투표를 1차로 마감하겠습니다.” 총회가 진행된 더반 국제컨벤션센터(ICC) 바로 옆 방인 프레스센터에서 실시간 중계를 지켜보던 외신 기자들은 그 순간 “평창이네(It’s Pyeongchang)”라고 이구동성으 로 중얼거렸다. 기자와 함께 지난 1년간 유치전을 취재해 왔던 독일 dpa통신의 스벤 부시 기자는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축하한다. 평창이 확실하다. 우리가 졌다.”

350

기자는 “아직은 모르지 않느냐”라고 대답하면서도 손으 로는 나승연 대변인에게 “축하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 냈다. 하지만 나 대변인은 “고맙다. 하지만 아직 축하하 고 있지는 않다(Thanks, but I ain’t celebrating yet)” 라는 답장을 보냈다. 나 대변인은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나서야 털어놨다. “대 기실에서 프레젠이션 팀과 함께 초조하게 기다렸어요. 로 게 위원장이 1차 투표로 마감한다고 말하는 순간 조용히 ‘됐구나’ 하는 눈빛을 교환했죠. 하지만 최종 공식 발표 까지 마음을 놓지는 못했어요.” ‘한국의 얼굴’ 김연아는 사진 촬영 1000장 오후 5시, 로게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봉투를 뜯고 “평창 2018”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외신 기자들은 이미 써놓았 던 ‘평창 유치 확정’ 기사 송고 버튼을 눌렀다. 한국 기자들과 평창 유치위 관계자들은 짧은 탄성을 터 뜨리며 기쁨을 감추지못했다. 승리가 확정된 날 밤, IOC 리셉션은 ‘평창의 잔치’가 됐 다. IOC 본부 숙소인 힐튼호텔 바에는 밤늦도록 IOC 위 원들과 관계자들이 찾아와 스태프들에게 축하 악수를 건 넸다. IOC의 사전 승인을 받은 관계자와 기자들만 출입 이 가능한 비공개 파티였다. 평소 외부와의 접촉을 조심 스러워하던 IOC 위원들도 이날만큼은 자유롭게 샴페인 을 터뜨렸다. 파티에 참석한 위원들은 기자에게 “평창이 그간 정말 열심히 해왔다. 나도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 다. 그날 밤 힐튼호텔의 바 웨이터들은 유니폼 앞섶에 미 니 태극기를 꽂고 샴페인을 날랐다. 파티는 새벽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고, 다음 날도 어딜 가 든 현지인들이 “헤이, 평창!”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 켜세웠다. 이날 파티장의 또 하나의 주인공은 김연아였다. 여전히 눈물이 맺힌 얼굴로 등장한 김연아는 주위로부터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기자를 보고서는 “저는 유치전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서 울 자격이 없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하고 농담을 하면서도 “잘 끝나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 다”고 강조했다.


Program 김연아는 올해 5월 18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열 렸던 유치 활동에 처음 등장했다. 피겨퀸의 인기는 여기 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IOC 위원들 도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사진촬영을 요 청하곤했다. 그럴 때마다 김연아는 환한 미소로 IOC 위 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후문. 유치위의 한 관계자 는 “김연아가 사진을 1000장은 넘게 찍은 것 같다”고 귀 띔했다. 그 인기가 남아공 더반으로도 이어져 유치 활동

에 큰 힘을 보탰다. 동계올림픽 유치의 의미는 상상 외로 크다는 것이 국제 스포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데일리 텔레 그래프』의 재클린 맥네이 기자는 “통계를 볼 때 하계올림 픽과는 달리 동계올림픽은 3만 달러가량의 국민 소득이 있는 국가들이 유치해 왔다”며 “한국이 동계올림픽을 성 공적으로 개최하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 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51


피겨퀸과 입양아 스타의 활약기

평창 드림팀 젊은 피 3인 3색 스토리

지난 7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자크 로게 국제올 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전임자 인 고(故)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뒤를 이어 임기를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그는 “나도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포커 페이스로 유명한 자크 로게 위원장은 “평창과 뮌 헨의 표차가 커서 놀라는 바람에 표정관리를 못 했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김연아 평창 원피스+자크로게 가방 = 203만원 김연아가 프레젠테이션에 입고 나왔던 블랙 재킷과 원피스가 화제 다. 디자이너 정구호가 김연아만을 위해 제작했다는 이 의상은 방 송 후 사람들의 관심에 결국 올해 F/W 시즌 신상으로 출시될 계획. 가격은 재킷과 원피스를 합쳐 약 130만원대로 예상된다. ‘김연아 의상’이 관심을 끌면서 그녀가 공식 석상에 입고 나왔던 옷이 매 장에서 ‘완판’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맞춤 의상까지 출시되는 걸 보면 평창과 김연아에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 다. 그녀가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악수할 때 들고 있던 가방도 화제가 됐다. 브랜드와 가격이 알려지면서 상품 문의가 부쩍 늘었

글_전수진(중앙 SUNDAY 기자)

352

다는 후문.


Program ‘히든카드’ 피겨퀸의 스위스 재림기

지난봄, 평창이 경쟁 도시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 하며 부쩍 힘을 내게 된 계기가 있다. 그건 바로 ‘평창 드림팀’의깜짝 카드 김연아였다. 당시 경쟁 국 독일은 유명 스케이터 출신 영화배우 카트리 나 비트를 내세워 전방위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 고 있었다. 피겨퀸출신 여류 스타의 등장에 뮌헨 은 줄곧 이슈 몰이를 했다. 그 카드를 뒤집을 한 국의 대항마가 바로 지금의 여왕 김연아였다. PT 영상 제작 실무를 담당했던 제일기획 이홍석 PD는 “한국은 김연아를 꼭꼭 숨겨오다 올해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유럽 PT 때 깜짝 카드로 출전시켰다”고 말했다. 피겨에 대한 인기가 높은 유럽의 표심을 자극하고 6월 아프리카 PT, 7월 메인 PT에서 뒷심을 노린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스위스에서 발표된 영상은 ‘테크니컬 PT’였다. 감성을 자극하 는 홍보 영상이 아니라 경기장 부대시설이나 교 통, 기술적인 면을 어필하는 자리였다. 자연히 비 교적 딱딱하고 건조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김연아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르 IOC 위원 들을 설득하며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쳤다. 김연아의 진짜 영향력은 발표 이후에 드러났다. 해외 언론들이 앞다퉈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취 재했고 IOC 위원들은 체면을 내던지고 평창 부스 에 찾아와 기념 촬영을 제안했다. 유치위 관계자 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김연아 효과로 평창이 확실한 탄력을 받았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뮌 헨 유치위원장을 맡은 카트리나 비트와 김연아 를 비교하면서 ‘신구 피겨 여왕의 전쟁’이라는 기 사를 싣기도 했다. 유치위 홍보대사로 활동한 김연아는 남아공에서 피겨 꿈나무 20여 명을 만나 스케이트를 가르쳐

줬고 현지 일간지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소외 지역에 올림픽의 가치가 전파되었으면 한 다”는 내용의 글도 기고했다. 유치위 관계자는 “3 번째 도전이라는 절박함 때문에 무거웠던 분위기 가 김연아의 합류로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우먼 파워’ 속 태권도 스타 문대성 위원의 존재감

나승연 대변인과 김연아의 ‘영 우먼 파워’가 스포 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있지만, 문대성 IOC 선수위 원도 빼놓을 수 없는 공로자다. 그는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태권도 국가대표로 참가해 금 메달을 목에 건 스타 선수 출신이다. 2008년 베이 징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에 뽑힌 문대성은 남아 공과 아프리카를 돌며 전 방위적인 ‘태권도 외교’ 를 펼쳐 물밑에서부터 표심을 끌어 모았다. 문 위원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을 두루 돌며 어린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한국을 알렸다. 지 난 5월 스위스에서 일정이 모두 끝났을 때도 귀 국 하지 않고 세계 각국을 돌면서 IOC 위원들 을 만나왔다. IOC 위원끼리는 아무리 자주 만나 도 윤리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십분 살렸다. 이제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들이 아직 아빠에게 낯을 가릴 정도다. 평소 쾌활한 성격으로 유명한 문대성 위원은 큰 아버지뻘인 IOC 위원들의 어깨를 스스럼없이 주 무르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표심을 샀다. 남아공 현지에 다녀왔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IOC 위원 들 중에서 문 위원을 꼭 아들처렴 여기는 사람들 이 많다더”라고 귀띔해 줬다. 문대성과 김연아의 활약에 힘입어 프레젠테이션 분위기가 훨씬 젊고 밝아졌다는 평가다.

353


입양 출신 스타 토비 도슨이 IOC를 울렸다

문대성과 김연아는 ‘예상할 수 있는 조합’이었다. 동계스포츠의 꽃인 피겨에서 절대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현역 스타와, 국내 유일의 IOC 선수 위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받쳐줄 젊은 피가 한 명 더 필요했다. 유치위는 고민 끝 에 입양아 출신 미국 스키 스타 토비 도슨을 불 러들였다. 토비 도슨은 부산 출신으로 세 살 때 시장에서 길 을 잃고 고아원에서 지내다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인종 차별과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스키 에 입문해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의 양부모는 아들이 안정적인

354

유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한국계 형을 한 명 더 입양하는 등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고 알려졌 다. 메달리스트가 된 후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돼 화제를 모았고 지 난 2007년에 아버지와 상봉한 바 있다. 그는 스키를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메달리스트 가 된 경험을 들려주며 투표단을 사로잡았다. 남 아공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연습이 덜 됐다 는 지적을 받았지만, 평창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정준호에게 제스처와 억양, 표정 등을 집중적으 로 배우고 무대에 섰다. 그의 사연에 마지막까지 투표지를 결정하지 못했던 ‘부동표’가 많이 흡수 됐다는 평가다.


Program 두번의 눈물을 딛고 섰다.

눈물의 삼수생, 평창의 17년 감동 도전기 평창이 처음 동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내비친 게 지난 1994년, 벌써 17년 전이다. 이미 두 번 실패했고,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면 다음에는 유치 도전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었기 에 이번 성공은 더욱 인상적이다. 강원도의 힘,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1994년 올림픽 유치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1998년에 당시 강원도지사로 재임하던 김진선 현 특임대사가 2010년 대회 유치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캐나다 밴쿠 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함께 공식 후보 도시로 선정됐지만 실제 준비가 진행된 것은 많지 않았다. 계획서만 제출해 놓고 경기장 건 설 예정지인 맨땅에서 IOC 조사단의 실사를 받았다. 남들은 경기장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다 멋지게 짓겠습니다’ 한들 경쟁이 될 리 없 었다. 하지만 의외로 선전했다. 1차 투표에서 1 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개최지로 선정되려면 과반수의 지지가 필요했다. 평창은 밴쿠버와 함께 2차 투표에 나섰는데 아깝게 패했다. 평창은 재도전에 나섰다.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들도 우호적 인 시각으로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경쟁 상 대는 잘츠부르크와 러시아 휴양 도시 소치. 경

쟁이 굉장히 치열한 가운데 평창의 유치 가능성 을 점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1차 투표에 서 1위를 해놓고 2차 투표에서 뒤집 혔다. 평창이 두 번째로 고배를 마시던 날, 제일 기획 임종성 팀장은 그때도 PT 영상을 담당했 었다. 당시 과테말라에서 열린 최종 투표 현장에 갔었던 임팀장은 “아침까지만 해도 된다는 분위 기였는데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서로 인사 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뿔뿔이 흩어져 숙소로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단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소치와 평창의 운명 은 딱 4표 차이로 갈렸다. 세 번째 도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평창은 뚝

355


심 있게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배수의 진을 치 고 최선을 다했다. 결국 역대 최다 득표를 얻으 며 유치에 성공했다. 유치위의 한 관계자는 기 자에게 그 사연을 들려주면서 갑자기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며 웃었다.

텔 광장에 모여 맥주파티를 열었다. 프레젠테이 션 영상 제작 스태프로 현지에 다녀 온 한 PD는 “월드컵 거리 응원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중에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그 자리 에 왔었다”며 현지의 흥분을 전해 줬다.

“이번에도 안 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IOC를 움직인 정-재계 거물 4인방

남아공에서 투표를 지켜본 사람들중 상당수가 적어도 한 번, 대부분 두 번의 실패를 현지에서 직접 겪었던 사람들이다. 유치위 주요 스태프는 물론이고 현지까지 날아간 강원도민 자원봉사자 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유치위 멤버 중에는 실사를 며칠 앞두고 병세가 악화돼 눈을 감은 사람도 있고, 홍보처 멤버 중 에는 부친상을 당했는데도 맡은 일이 끝나지 않 아 늦게서야 비행기를 탄 멤버도 있다. 평창에 서 온 한 자원봉사자는 “아버지가 유치위 자원 봉사를 하시다가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이 자 리에 같이 오지 못해 아쉽다”며 눈물을 흘리기 도 했다. 그래서일까. 남아공에 다녀온 제일기획 관계자 는 현지에서의 긴장감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그 는 “처음 다녀온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한 번 경 험이 있는 사람들은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하면서 “이번에도 안 되면 전세기 추락시켜서 다 같이 죽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물론 농담 섞인 멘트겠지만 평창이 얼마나 절박하게 마지막 도전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개최지가 결정된 날, IOC 위원을 포함한 공식 스태프 100 명을 대상으로 호텔에서 공식 만찬이 있었다. 평 창을 축하하는 파티다. 하지만 현지에는 100명 말고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었다. 이들은 호

드림팀의 대중적인 인기와 관심은 나승연 대변 인을 포함한 ‘젊은 피’에게 쏠렸지만 IOC위원들 의 실질적인 지지를 가져온 건 정-재계 거물 4 인방의 노력 덕분이었다.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이건희 IOC 위원,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김진 선 특임대사가 그들이다. 특히 조양호 위원장은 한동안 그룹(한진)을 전 혀 돌보지 못한 채 유치 활동에 전념했다. 대한항공 오너의 이점을 활용해 비즈니스 전세 기 한 대를 활용해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IOC 위원 신분을 적극 활용해 유치전을 벌였다. 한 위원이 저녁 약속을 취소하자고 하는데도 2시간을 기다려 기어이 만 날 만큼 열정적으로 임했다. 김특임대사는 대사 로 부임한 후 비행기 마일리지만 87만 km가 쌓 였다는 후문. 지구를 스물 두바퀴 도는 거리다. 거물 4인방의 활발한 외교 활동이 유치위의 중 심이었다.

356

푸틴 총리도 영어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 프레젠테이션도 화제였 다. 사실 대통령은 외교 관례상 국제 회의에서도 자국어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큰 규모의 회의장 등에서는 어차피 동시통역기가 제공되기 때문이


Program 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부터 영어 프 레젠테이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직접 IOC 위 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 문이다. 여기에 숨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4년 전, 러 시아 푸틴 총리의 일화다. 푸틴은 UN 총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 회의에서 영어를 쓰지 않 는 것으로 유명하다. 늘 러시아어만 쓰면서 나름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그랬던 그가 공식

석상에서 처음 영어로 발표한 게 바로 4년 전 소치와 평창이 경쟁하던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특유의 달변으로 IOC 위원들을 설득했지만 영어로 직접 메시지를 전 달한 푸틴의 연설에 비해 표를 많이 얻지 못했 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 은 전력을 기울이는 유치위 멤버들에게 힘을 실 어줄 겸 영어 PT를 선택했다.

357


Program 연재 만화

358


Program

359


360


Program

361


362


Program

363


364


Program

365


366


Program

367


368


Program

369


370


Program

371


372


Program

373


374


Program

375


376


Program

377


378


Program

379


380


Program

381


382


Program

383


384


Program

385


386


Program

387


388


Program

389


390


Program

391


392


Program

393


394


Program

395


396


Program

397


398


Program

399


400


Program

401


402


Program

403


404


Program

405


406


Program

407


다음주 계속... 408


Program

Program 8월 둘째주 여성중앙 Program 2011년 8월 8일 이어집니다.

August 2011 2011년 8월 첫째주 제1호

409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