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중국의 혁신 전도사, 칭화대 천진 교수
듀폰의 안전제일 기업 철학
샤오미와 삼성, 혁신 DNA가 다르다
사업보다 안전 폭우 땐 출근도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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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대북 삐라 살포 놓고 임진각서 온종일 남남 갈등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 버스가 25일 파주 임진각으로 진입하다 진보단체 회원과 파주시민들에게 저지당했다. 경찰이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버스를 둘 러싸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 중 일부는 이날 저녁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의 한 야산으로 이동해 대북전단 2만여 장을 북으로 날려 보냈다.
[로이터=뉴스1]
개헌 놓고 대립 치닫는 정치권
“개헌 지지할 국민 여론 얻으려면 국회,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하라”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특정 이슈로 정치권이 움직이는 걸 무슨 정국이라 한다면 지금 한국 정 치는 ‘개헌론 정국’으로 불릴 법하 다. 여야 의원 155명이 지난 1일 “개 헌 특위를 이달 중 구성하자”고 하자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블랙홀’ 이라며 제동을 건 게 시작이었다. 2 라운드에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맞붙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개헌을 입에 올렸다 하루 만에 “실수”라고 거둬들이자, 청와대는 21 일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 는다”며 비난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를 향해 거듭 사과했다. 그런 가운데 개헌이 왜 필요한지, 어떤 방향으로 개헌해야 하는지에 대 한 국민적 논의는 실종 상태다. 김 대 표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를 언급했지만 이 제도의 장점이 무엇 인지, 한국에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도 찾아볼 수 없다. 또 박 대통령 의 ‘경제 블랙홀’도 급한 불부터 끄자 는 식의 방편론일 뿐 개헌 공약의 준 수 여부를 경기와 연결 지을 근거는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동안 여야는 4년 중임제냐, 이원 집정부제냐 같은 권력구조를 놓고 갑
론을박을 벌여왔다. 또 분권형 대통 령제로 개헌한 뒤 2017년 대선 전 퇴 임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연대 해 집권한다는 식의 정치공학성 시 나리오도 무성했다. 국민에겐 ‘87년 체제’가 수술대에 오르는 게 무슨 의 미인지, 바뀐 시대상을 새 헌법에 어 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판단할 기회 가 주어지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에 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내각 제를 추진했던 김중권 변호사는 “개 헌은 의원들의 합의로 끝나는 게 아
대통령여당 파워게임 양상 국민여론도 개헌 찬반론 팽팽 “개헌특위에 다양한 참여를” 니라 국민투표로 이뤄지는 것”이라 며 “개헌에 대한 국민의 광범위한 합 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심하게 엇갈린다. 한국갤럽이 21~23일 1032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행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으므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2%, ‘제 도보다는 운영상 문제이므로 개헌이 필요치 않다’가 46%였다. 대통령제
를 바꾸는 개헌에 얼마나 관심이 있 는지에 대해서도 ‘관심 있다’가 46%, ‘관심 없다’가 48%로 양분됐다. 여론이 엇갈리는 데엔 국민적 불신 의 대상인 정치권이 파워게임 양상으 로 개헌론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라 는 분석이 많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은 “지금처럼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에 소통이 안 되고 국회 운영이 엉망 이라면 국민은 개헌을 ‘정치권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인식해 반대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헌은 박근혜 정부하에선 내년이 마지막 기 회”라며 “하지만 개헌을 성사시키려 면 정치권이 땅에 떨어진 신뢰부터 회 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특히 ‘식물’이란 비판을 받는 국 회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 겠다며 자신의 권한을 늘리려는 게 거부감을 사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 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철수(법학) 서 울대 명예교수는 “국회가 주장하는 개헌안은 자신들의 권한 확대에 치 중돼 있어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 어 렵다”고 말했다. 김종철(법학) 연세 대 교수도 “정치 기득권자인 기성 정 당들이 개헌을 제기하면 여야가 담 합한 국회 카르텔만 강화될 위험이 크다”며 “개헌론의 주된 흐름이 권
력구조 개편에 매몰된 점도 문제”라 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의사와 참여 를 강조한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그 게 헌법정신에 맞다는 것이다. 김철 수 교수는 “국민이 직접 개헌안을 만 들어 청원할 수도 있다”며 “정치권은 국민의 의사를 적극 수용해 권력구 조 개편뿐 아니라 국민의 권익을 보 다 많이 보장하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론 국회 개헌특위에 국민 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된 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특위 위원장에 국회의원 대신 경륜 과 인품을 갖춘 외부 인사를 앉히고 다양한 계층의 국민을 특위에 참여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헌론을 주도해 온 새누리 당 이재오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우 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중진들은 “개 헌에 동조하는 의원이 재적의원 3분 의 2를 넘어섰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헌의 성패는 정치권이 먼저 스스로 를 개혁하고 자신들의 이해보다 국민 의 권익과 국가의 비전을 담은 개헌안 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관계기사 3~5p
불로뉴 숲속 미술의 전당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파리 숲 속에 미술관을 지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S Magazine
의 탄생을 축하했다. 27일 일반 개관을 앞두고 중앙SUNDAY가 현장을 다녀왔다.
가 상상력을 총동원한 이색 건물이다. 20일 열린 오프닝 행사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 랑스 대통령이 참석,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등 각국 인사들과 새로운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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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에서의 대북전단 살포가 무산 됐다. 25일 오후 대북전단보내기 국 민연합 회원들이 임진각에서 날릴 예정이던 대북전단 풍선은 지역 주 민들의 반대로 뜨지 못했다. 찬반으 로 나뉜 양측은 오후 내내 극심한 몸 싸움을 벌였다. 소규모 전단 살포는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날 오후 7 시30분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과 보수단체 회원 네댓 명이 김 포로 옮겨가 2만여 장을 살포한 것이 다. 남측에서 대북전단을 보낸 것은 지난 10일 북측의 풍선 총격 이후 보 름 만이다.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남남(南南)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파주 임진각에서는 풍선을 날리려는 이들과 이를 저지 하려는 지역주민들이 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며칠 전 북측의 총격에 놀 란 가슴을 쓸어내린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트랙터 10여 대를 끌고 왔 다. 진보 시민단체에서도 수백 명이 나와 전날부터 천막을 치고 대기했 다. 이들은 “주민 생존권을 무시하는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오전 11시쯤 보수단체 회원 40여 명이 임진각에 도착했다. 북한 체제 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 10만 장이 풍선에 담겨 있었다. 양측은 서 로 달걀과 물병을 던지며 맞부딪쳤 다. 일부 반대파는 보수단체 회원들 이 타고 온 버스에 올라 풍선을 칼로 찢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오후 들어 충돌은 더 심해졌다. 보수단체 회원 일부가 서울에서 다시 풍선을 가지고 나타났고 임진각 망배단 대신 오두 산 통일전망대로 위치를 틀었다. 이 곳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충돌이 있 었다. 그 사이 박상학 대표와 회원 일
부는 김포 월곶면 일대로 옮겨가 전 단 풍선을 띄웠다. 박 대표는 “이날 현장에 지역 주민 은 없었고 종북단체 회원들이 주민 인 척하며 대치했다”며 “폭력과 공 갈 협박을 일삼는 종북단체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는 또 “앞으로는 미리 공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전단 살포를 계속할 것” 이라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 및 애기봉 등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대표인 이적 목사는 “종북 세력이 아니라 국민들이 와서 반대한 것”이라며 “대북 전단 살포로 남남 갈등이 일어나는 건 민족의 손해 라고 본다. 정부가 이 상황을 방치하 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 일대에서 전 단 일부가 살포된 것에 대해서는 “우
주민과도 몸싸움 살포 못해 김포로 옮겨 일부 날려보내 북한선 공식 입장 안 밝혀 리는 막을 만큼 막았다. 북측에서 총 만 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조선중앙통신 이 임진각 일대에서 진행된 상황을 보도하면서 “경찰이 전단 살포 망동 을 저지시키진 않고 오히려 진보단체 구성원들의 투쟁을 가로막았다”고 남한 정부를 비판했다. 북한은 앞서 23일 “끝내 전단을 살포하면 북남 관 계가 회복 불능의 파국에 처할 것”이 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고위급 접촉 대표단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상대를 자극하는 도발행위를 막기 위해 책임적 조치를 취하면 2차 북남 고위급접촉은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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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사설
Inside
도 넘은 집회 소음에 국민은 피곤하다
Focus 영국 록의 원류를 찾아서 록 스타의 혼이 숨쉬는 영국 축구장
록 떼창 응원에 그라운드가 들썩인다. 영국의 축구장은 록 스타들의 축구 사랑이 넘쳐나는 록 그라운드다. 엘턴 존은 한때 프로축구단 구단주였으며 맨유 구단 응원가가 인기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는데…. 15p Money
Column
미운 오리 새끼 다시 황금알 낳을까
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불과 3년 만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산 업이 있다. 정유산업이 그렇다. 2011 년 업체별로 분기마다 수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더니 이제는 수천억 원씩 손실을 본다. 그 속사정을 살펴 봤다. 18~19p
여자 잡스 엘리자베스 홈스 ‘여성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테라노 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 혁신적 인 혈액 검사법을 개발해 세계 최연 소 여성 억만장자로 올라선 그는 피 한 방울로 세계 의료산업의 새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p
알림
집회 소음에 대한 정부 통제가 강해졌다. 25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의 간접고용 노 동자 결의대회 현장에는 ‘소음관리’라는 문 구가 적힌 경찰 차량이 등장했다. 같은 글귀가 새겨진 복장을 한 경찰관들도 배치됐다. 지난 21일 발효된 개정 집시법(집회 및 시위 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른 경찰의 대응이 다. 새 시행령은 거리·광장에서의 최대 소음 허 용 한도를 낮에는 80㏈(데시벨)에서 75㏈로, 야간에는 70㏈에서 65㏈로 낮췄다. 80㏈은 시 속 70㎞로 달리는 대형 트럭이 내는 크기쯤의 소리다. 75㏈은 옆 사람과의 대화가 어렵게 느 낄 때 정도의 지하철 내부 소음 수준이다. 개정 시행령 발효와 동시에 경찰청은 소음 규제 실행 방안도 내놓았다. 기준을 넘기는 집회·시위에는 소리를 줄이라고 권고하고, 이 에 불응하면 앰프나 확성기를 압수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 서울에서만 244명이 전담 인력으
로 배정됐다. 경찰의 강제력 발동 계획에는 법을 규정대 로 적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집시법 14 조에는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그 기준 이하 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를 명 하거나 확성기 등의 일시 보관 등 필요한 조치 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8월 취임사에서 “기준 소음 초과 등의 불 법행위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 고 밝혔다. 집회를 자주 하는 일부 단체는 소음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그리 높은 기준은 아니 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낮의 소음 발생 허용 한도가 65㏈이다. 독일에서는 69㏈이 최 대 허용치다. 우리 사회에는 큰 소리로 외치지 않으면 자 신들의 목소리를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주한 미군 사령관 “북, 핵탄두 소형화 능력 갖췄다”
중앙일보 뉴스백화점조인스 중앙SUNDAY 등 30개 매체 기사, PC모바일로 제공
관련 실험은 아직 안 해 北, 미국의 인권 비판에 본토 타격 위협
중앙일보의 디지털 뉴스스탠드 ‘조인스(joins.com)’가 문을 열었습니다. 고화질 의 신문과 잡지가 지면 느낌 그대로 내 PC와 모바일 안으로 들어옵니다. 중앙일 보·중앙SUNDAY를 비롯해 여성중앙·쎄씨·월간중앙·포브스 등 총 30종의 신문· 패션잡지·시사경제지를 PC·스마트폰·태블릿으로 볼 수 있는 ‘내 손 안의 가판 대’입니다. 창간 이래 49년간 축적한 중앙일보 기사와 올해 발행된 모든 주간·월 간지를 구독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관심 있는 콘텐트는 바로 저장해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도 꺼내 볼 수 있습니다. 종이에 인쇄도 가능합니다. 10월 31일까지 조인스 회원 모두에게 모든 매체를 무 료로 제공합니다. 회원 가입은 웹 http://my.joins.com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구 독 신청한 신문과 잡지는 PC와 모바일 웹 joins.com, 모바일 앱으로 제공됩니다. 이용에 궁금하신 점은 언제든지 문의하세요. joins_help@joongang.co.kr
뮤지컬 보이첵에 초대합니다 중앙SUNDAY가 뮤지컬 보이첵(10월 9일~11월 8일LG아트센터)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동명 희곡을 세계 최초로 뮤지컬화한 무대로, 명성황후 영 웅을 연출한 뮤지컬계의 거장 윤호진 감독의 신 작입니다. 말단군인 보이첵의 순수한 사랑과 계급 사회의 부조리를 서정적으로 풀어낸 음악이 호평 받는 가운데, 드라마 간난이의 김수용과 꽃미남 스타 김다현이 소름 끼치는 연기로 기립박수를 이끌고 있습니다. 26일 자정까지 e메일(sunday@joongang.co.kr)로 성함과 개인 휴대전화 번호 를 보내주세요. 선착순 20분께 R석 티켓 2장씩을 선물합니다. 초대일시
10월 30일(목) 오후 8시
장소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문의
02-2005-0114
고 믿는 사람이 많다. 크게 외치는 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당한 방법이라 생각하기도 한 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다른 사람의 삶을 방 해할 권리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 소리를 지른 다고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주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굉음에 눈살 찌푸리는 것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과연 도 움이 되겠는가. 25일 광화문 집회장의 대형 스피커에서 나 오는 소리도 기준치를 넘었다. 경찰이 줄일 것 을 권고했으나 소용없었다. 지금은 계도기간 이라 강제 조치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향 후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마찰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지금까지 곳곳이 ‘소음 무법천지’ 가 된 데는 공권력의 물렁한 대응도 일조를 해왔다. 이번에는 경찰이 확고한 태도를 보이 기 바란다. 국민에게는 일과 휴식에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안 그래도 피곤하고 지친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이 24일(현 지시간) 미국에서 “현재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 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중거리 미사일 등 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민 간 연구소들의 주장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미군 고위인사가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스캐 퍼로티 사령관은 미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북한 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실어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이와 관련된 실험을 하지 않아 북 한의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개발 중인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 일(ICBM)인 KN-08과 관련, “북한은 ICBM 발사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미 발사 대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정권이 핵 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 화학무기와 사이버전 등 다른 비대칭 전력 강화 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비핵 화 진전에 따라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에 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해 “지금 주한미군 감축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일축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에 참석한 직후 열린 기 자회견에서 나왔다. 케리 장관은 또 “북한과 비 핵화 회담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는 주한미군 감 축과 관련된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가에선 “케리 장관의 주 한미군 감축 부인은 자신의 앞선 발언에 논란의 소지가 있어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이라는 분 석이 나왔다. 그는 이틀 전 “비핵화 문제가 진전 을 보이면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감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의 신병에 대해선
“북한이 인도주의적 이유만으로 도 이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말 했다. 한편 북한은 25일 인권문제를 이유로 김정은을 국제사법재판소 (ICC)에 회부하려는 미국 등에 대 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위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얼 마 전부터 우리 인권문제를 국제화 [중앙포토] 할 심산으로 유엔 인권이사회를 조 종했고 북한 인권보고서와 결의까 지 만들어 유엔총회에서 통과시켜 반공화국 인권 소동을 세계적 범위로 확산시키려 획책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또 “우리 식의 가장 강력한 새로운 대응선전포 고는 빈틈없이 확보된 강위력한 핵무력과 여러 첨 단 타격수단들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태평양지역의 미제침략군 기지들과 전쟁 광신자들이 있는 미국 본토의 주 요 도시들에 대한 전면 타격계획이 비준된 상태 라고 공개한 바 있다”고 위협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28일 뉴욕 유엔본부에 서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 관으로부터 활동 보고서를 제출받고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쌍둥이가 웃었다 LG, 2년 연속 PO 진출
당첨자발표 10월 27일 오후 개별통보(티켓 현장수령)
올 시즌 꼴찌 한화, 김성근 감독 영입 3년간 20억 받을 듯 클릭 SUNDAY 지난주 온라인 5 1 “잃을 것 없다” 당찬 샷 … 큰 바위 같은 LPGA가 흔들 2 [하지현의 마음과 세상] 청춘의 양극화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3 [On Sunday] 홍콩 TV 보고 놀란 중국인들 4 “공산당 타도” 외친 국민당, 레닌 스타일 따라 당 건설 5‘원가보다 매출, 가격보다 가치’… 이외에 다른 법칙은 없다 sunday.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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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는 ‘엘 넥라시코’(LG 와 넥센의 접전을 일컫는 말)로 치러지게 됐다. 25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와 NC의 경 기에서 LG가 NC를 11-3으로 대파하고 3 승 1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 로써 LG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다.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전에 서 LG는 경기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 다. 전날 플라이캐치로 호수비를 보여 준 이병규(7번)의 활약이 컸다. 3회 주 자 1, 2루 상황에서 우중간을 가 김성근 르는 3루타를 때려내 선취
점을 올렸다. 이어 5회에는 좌익수 우측을 가르 는 매서운 안타를 기록해 1점을 추가했다. 7회 에는 이진영과 오지환, 최경철, 정성훈이 나란히 득점을 보탰다. 선발 투수 류제국은 5이닝 동안 4피안타·1실점을 기록했다. 막내 NC는 전날 4-3으로 이겨 창단 이 래 포스트시즌 첫승을 올리며 분투했 지만 결국 LG에 무릎을 꿇었다. 27일 목동구장으로 옮겨가 는 LG의 올 시즌 넥센 상대 전 적은 7승9패다. 통산 팀 간 승패에 서도 50승76패로 상대적 열세다. 두 팀이 만나기만 하면 접전을 벌인다 해 팬들이 붙인 이름도 ‘엘 넥라시 코’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의 맞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 셀로나의 경기를 일컫는 ‘엘 클라시코’에서 따 온 말이다. 한편 올해 정규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 이 글스는 이날 김성근(72) 전 고양원더스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측 은 “김 감독이 내년 시즌부터 감독을 맡기로 정 식 계약했으며 자세한 조건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계약조건은 3년 동안 총액 20 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리그 8위를 기록 한 KIA 타이거즈 선동열(51) 감독은 이날 자진 사퇴했다. 선 감독은 지난 19일 2년간 총액 10억 6000만원에 재계약했지만 성적부진과 최근 불 거진 ‘안치홍 임의탈퇴’ 논란 등 잡음을 극복하 지 못하고 6일 만에 물러났다.
News 3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개헌 놓고 대립 치닫는 정치권 새누리당‘개헌전도사’ 이재오 의원
여당, 개헌 반대 청와대 말 따르면 유정회와 뭐가 다른가 <유신시절 대통령이 의원 3분의 1 임명>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여야 의원 155명이 참여한 ‘개헌추 진 국회의원 모임’의 고문인 이재오 (69·5선·은평을) 새누리당 의원은 대 표적인 개헌 전도사다.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목소리를 내왔다. 지 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블 랙홀”이라 언급하자 이 의원은 “개헌 을 미룰수록 더 블랙홀이 될 것”이라 고 대립각을 세웠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론이 봇 물을 이룰 것”이란 발언을 한 김무성 당 대표의 방중에도 동행했다. 김 대 표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를 들고 나온 것도 분권형 개헌을 주 장해온 이 의원과의 교감이 작용했 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 -김 대표가 개헌론을 언급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당 대표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했겠나. 김 대표는 2010년 한나 라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개헌을 주 장해 왔고, 최근에도 ‘정기국회 끝나 면 개헌에 착수하자’고 해온 사람이 다. 국회 의석(300석)의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개헌 모임에 참여하고 있 다. 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 231명 이 개헌에 찬성하는 걸로 나온다. 개 헌 정족수인 의석 3분의 2(200명)를 훨씬 넘는 의원들이 개헌론자라는 보도를 김 대표가 모르고 있었겠나.” -그러나 박 대통령은 개헌 반대 입 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도 “정기 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에 대해선 입을 일절 닫겠다”고 했다. “개헌을 오늘 당장 하자는 게 아니 다. 공청회를 열어 국민의 여론을 들 어야 하고, 선진국들의 개헌 사례도 모아야 한다. 지금은 국회에서 그런 작업을 할 특위를 구성할 때란 주장 일 뿐이다. 개헌안 발의부터 국민투 표까지는 반년에서 1년까지 걸릴 수 있다. 의원들이 하던 일을 제쳐두고 개헌에 매달리란 얘기가 아니다.” -김 대표는 ‘특위 구성도 정기국 회 이후에나 고려해볼 수 있다’는 생 각인 듯한데. “개헌 추진 의원 모임에서 특위를 만들자는 결의안을 국회 운영위에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도 여당 의원 시절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운 끝에 뜻을 관철했다”며 “대통령은 여당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하며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개헌 괜히 말했겠나 정기국회 내에 특위 구성해 내년 상반기 안에 개헌 끝내야 여야 합의하면 대표도 못 막아
제출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김 대표가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나 여야가 합 의한 특위 구성 요구 자체를 여당 지 도부가 막을 순 없다.” -그렇다면 특위는 언제 발족할 수 있나. “27일 국감이 끝나고 대정부 질문 과 본회의 일정이 잡히는 대로 국회 운영위에 특위 발족안을 상정할 예정 이다. 특위가 발족하면 정기국회 뒤 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에 국민투표로 개헌을 할 수 있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개 헌을 해야 다음 총선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청와대는 특위 구성조차 반대하는 입장 아닌가. “여당이 청와대 말을 그대로 따라 야만 한다면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 을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의원의 3 분의 1을 임명했던 유신 시절의) 유 정회처럼 되는 거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부터 말이 왔 다 갔다 하는데. “여당 대표니까 대통령이 한마디
하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었을 거다. 여당이 청와대와 갈등이 있는 건 당 연하다. 문제는 청와대가 그걸 인정 하지 않고 찍어 누르는 거다. 그러면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뿐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 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 로 분산시키는 개헌을 의원들이 추진 할 동력이 있나. 국민이 납득하겠나.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표피적인 얘기다. 국회가 불신받는 진짜 원인은 현행 헌법에 따른 제왕 적 대통령제다. 여당은 막강한 권력 을 가진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야당은 다음 대통령이 되기 위 해 여당과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밖 에 없다. 또 여당이 청와대 말을 안 들으면 ‘당·청 갈등’이라며 난리를 치니 청와대 2중대가 되는 거다.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고치기 위해 대 통령과 내각의 권한을 나누자는 게 개헌의 참뜻이다. 대통령은 국가원 수로만 존재하고, 행정부 수반은 (의 원으로 구성된) 내각에서 나오는 것
“정권 재창출용 전술? 호사가들의 입방아일 뿐 이재오 의원의 적극적인 개헌 추진 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 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에는 친이 계 실세였던 그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으로 소외당하자 ‘개헌 전도사’로 나섰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엔 높은 지지율을 누리 는 차기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자 이 원집정부제 개헌으로 외부 명망가 를 대통령 후보로 영입해 정권을 재 창출하려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 아 니냐는 지적도 있다. -MB 정부 시절 실세였는데 그때 는 왜 지금처럼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나. “나는 MB 정부 시절 개헌안을 직 접 만든 사람이다. 헌법학자에게 용 역을 줘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안
MB 때도 개헌 추진했지만 친박과 야당 극력 반대해 불발 여야 찬성한 지금이 골든타임
을 마련해 법제처의 자구심사를 거 친 뒤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서명도 받았다. MB도 개헌하자고 12차례나 국회에 얘기했다. 임기가 반년밖에
남지 않은 2012년 광복절에도 개헌 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여야가 다 반 대했다. 대선 주자들이 결정되자 더 욱 반대하더라.” -너무 늦게 시작한 거 아닌가. “아니다. MB 취임 직후부터 개헌 을 추진했지만 당시 친이계와 함께 여당을 반분했던 친박(박근혜계)들 이 무조건 반대했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했다. 그러니 정권 초반임에도 동력이 생기지 않은 거다. 그런데 지 금은 여야가 다 개헌을 하자는 입장 이다. 그러니까 개헌의 적기란 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같은 외부 명망가를 대통령 후보로 영입해 정 권을 재창출하려는 의도에서 개헌 을 추진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헌에 반대하고 싶은데 명분은
이다. 이렇게 권력이 분권화되면 여 당이 청와대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 져 당·청 갈등이란 말 자체가 사라진 다. 야당 의원들도 대통령이 되려고 임기 4년 내내 목숨 걸고 싸울 이유 가 없어진다. 이렇게 여야 갈등이 없 어지면 국회가 생산적으로 돌아가 고, 신뢰도 자연히 회복된다.” -여야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폐단 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원인이니 개헌 에 앞서 선거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선거법은 의원 개개인의 이해가 달려 있어 그러기 어렵다. 개헌을 통 해 합의적 민주주의 절차를 마련하 면 중·대선거구제나 정당명부식 비 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도 자연스 레 이뤄질 것이다.” -김 대표가 개헌의 방향으로 오스 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다. 동의하나.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내각 의 권한이 각각 5대 5다. 그러나 우리 는 분단국가이므로 통일과 외교안보
오종택 기자
같은 나라의 총체적 권한은 대통령 에게 가는 게 맞다. 그래서 국민이 직 접 뽑아야 한다는 거다. 비율로 따지 면 대통령 권한이 내각보다 조금 더 많은 구조다.” -우리나라는 두 개의 권력이 공존 하기 어렵지 않나. 어떤 사안을 놓고 대통령은 반대, 총리는 찬성하면 어 떻게 하나. “그런 문제를 막기 위해 헌법 조문 에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분명하 게 나눠 규정할 거다. 또 두 사람 사 이에 이견이 있으면 국무회의를 통해 몇 달이 걸리든 합의를 끌어내면 된 다. 무슨 일이든 최악을 전제하면 아 무것도 못한다.” -개헌안을 놓고 김무성 대표와 교 감이 있었나. “꼭 나와 얘기했다기보다는 본인 도 정치하는 사람이라 이원집정부 제가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는 판단 을 내린 것 아닐까. 우리는 둘 다 5선 이고, 국회 입성 동기다. 눈만 보면 뭘 말하는지 아는 사이다.”
“김문수, 당 분위기 알았으면” 없는, 호사가들이 하는 소리일 뿐이 다. 나는 5선 의원에 장관까지 하면 서 ‘이래선 나라가 정말이지 안 되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뿐이다. 개 헌하고 난 뒤 내가 의원을 더 할지 안 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개헌 을 추진하는 배경엔 정권 재창출에 대한 고려가 깔린 게 아닌가. “그건 여야가 똑같다. 야당도 이대 론 정권 창출이 어려우니 개헌하자 는 거다. 그쪽의 대권 주자들도 개헌 에 찬성하지 않나. 다만 특정인의 권 력 획득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개 헌은 안 된다. 물을 바꾸면 새 고기 가 와 헤엄치게 해야지, 옛날 고기가 다시 와 뒹구는 건 안 된다.”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개헌론자들 은 청와대뿐 아니라 개헌에 다른 목 소리를 내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설 득해야 할 처지다.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비박계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이원집정부제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 다. 역시 비박계인 김태호 최고위원 도 지난 23일 “개헌에 앞서 경제 살 리기가 중요하다”며 위원직을 사퇴 한다고 선언했다. -대권 주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기피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김문 수 위원장이 개헌에 반대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 입한 34개국 가운데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가 30 개국에 달한다는 걸 김 위원장이 알
았으면 좋겠다. 그 나라들은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고 청렴지수도 30위 이내다. 또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이 반대하는 의원보다 압도적으로 많 다는 점도 김 위원장이 알았으면 좋 겠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은 어떻게 보나.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경제 살리기 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개헌을 추진할 명분과 동 력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그의 말대 로 정기국회에선 개헌 특위만 구성 한 뒤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에 집중 하고 정기국회가 끝난 뒤부터 개헌 을 추진하면 된다.” 정리=박종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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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개헌 놓고 치닫는 정치권 개헌 앞서 선거제도 바꾸자는 선학태 교수
대통령제만 손 보면 무슨 소용 양당 체제 깨뜨려야 “개헌은 부차적이다. 우선 순위가 아니다.” 개헌론 정국이 한창이지만 개헌 자체가 본 질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진짜 중요한 건 놔두고 부차적인 사안에 소모전을 벌이는 정치권이 한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이는 선학태(사진) 전 전남대 교수. 영국 뉴 캐슬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고 독일·스웨 덴·핀란드 등에서 초빙연구원을 지낸 그는 “개헌 자체가 썩 중요하진 않다”고 한다. 그는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느냐가 정치개 혁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기성 정치권이 개 헌을 해봤자 한국 정치가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 선거제도를 먼저 바꿔 정치 엘리트를 물갈이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뜻이다. 서유럽 민주주의를 오랜 기간 탐구해 온 그를 만나 개 헌론과 정치개혁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개헌이 왜 부차적인 사안인가. “개헌을 하든 안 하든 생각보다 달라지는 게 크지 않다는 거다. 최근 봇물처럼 터져나 오는 개헌 논의는 4년 중임 정·부통령제, 이 원집정제 등 오로지 권력구조에만 초점을 맞 추고 있다. 어떤 대통령제가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지 등 대통령을 어떻게 뽑느냐에만 관심 이다. 하지만 정치체제에서 권력구조나 정부 형태는 상부구조일 뿐 그 근간을 이루는 하 부구조는 선거제도-정당체제다. 선거 방식 을 건드리지 않고 개헌을 해봤자 곁가지에 불 과하다. 본질을 바꿔야 한다.” -그 본질이란 무엇인가. “현행 대한민국 선거는 한 표만 더 받으면 승리하는 단순다수대표제다. 이는 지역 중심 의 거대 패권 양당 체제를 만들어낸다. 이걸 손대는 게 개헌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금 전 개되고 있는 개헌 담론은 그 나름의 장단점 이 있다. 100% 완벽한 건 없다. 하지만 단순다 수대표제를 바탕으로 한 양당 체제를 지속한 채 개헌을 하는 건 하부구조는 유지한 채 상 부구조만 바꾸는 것이기에 사실상 정치체제 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자칫 사회적 갈등 이 더 악화되거나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 득표율-의석률 괴리로 민의 왜곡 -단순다수대표제는 왜 문제인가. “전형적인 승자독식이다. 국회의원 선거 에서 한 표만 지면 집안이 거덜날 만큼 ‘쪽 박’을 차고 한 표만 이기면 수십여 가지 유· 무형의 특권과 혜택을 챙긴다. 무엇보다 정 당 득표율과 의석률 간에 심각한 괴리를 초 래한다. 2012년 19대 총선을 보자. 새누리당 은 42.8% 득표율로 50.7% 의석을, 당시 민주 통합당은 36.5% 득표율로 43.1%의 의석을 챙겼다. 득표율-의석률의 불비례성은 권역 별 차원에서 더 심각하다. 예컨대 대구·경북 에서 새누리당은 60.4%의 득표율로 의석을 100% 싹쓸이했고, 민주통합당은 호남·제주 에서 52.7%의 득표율로 84.9% 의석을 가져 갔다. 지역분할 구도를 고착화 한다.” -선거라면 승패가 있을 수밖에 없고 한 표 라도 이기는 계량화가 그나마 객관적 방식 아닌가. 또한 현행 선거는 비례대표제도 가미 돼 있다. “숫자의 함정이다. 여전히 선거를 게임이 나 스포츠로만 여겨 패배하면 제로라는 고 정관념에 빠져 있다. 져도 일정한 득표를 했 다면 이런 민의를 정치에 반영하는 선거제도 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 비례대표제 는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를 훼손시키며 양당 제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비례대 표 의석은 전체 300석 중 54석에 불과해 비율 도 낮다.” -결국 단순다수대표제에 의한 양당체제 가 문제의 핵심인가. “그렇다. 승자독식 단순다수대표제에 의
프리랜서 사진작가 박찬
광주=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승자독식 단순다수제가 萬惡의 뿌리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다당제 실현을 양당제에선 누가 이기든 대립 뻔해 합의제 민주주의로 제도 전환할 때
한 양당체제는 한국 정치에서 만악(萬惡)의 뿌리다. 유권자 양극화→선거 불복종→반쪽 짜리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한국 사회를 둘로 쪼개놓고 있다. 갈등 이슈만 터지면 ‘네가 죽 어야 내가 산다’는 극렬한 대결 양상이 나타 난다. 왜 재벌의 시장 독과점에 대해선 신랄 하게 비판하면서 정치 재벌인 두 거대 정당의 폐쇄적 정치시장에 대해선 침묵하는가. 국회 의원을 누구로 뽑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와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뽑느냐로 패러다임 을 바꿔야 한다.” -양당체제는 미국 등 외국도 있지 않나. “미국도 양당제의 폐해가 최근 고스란히 드 러나고 있다. 지난해 연방정부 셧다운과 국가 부채 디폴트 사태 등이 대표적 예다.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법) 예산 심의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벼랑끝 대치는 여전히 진 행형이다. 하지만 미국은 연방제-양원제 등으 로 정치적 양극화가 일정 부분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 완충지대가 없다. 치킨게임이다.” -대안이 있는가. “독일식 비례대표제다. 현행 우리 국회의 원 선거는 일종의 ‘2표 병립’ 혼합제다. 지역 구 의원과 정당 득표율에 의한 비례대표 선 출이 각각 따로 합계돼 단순히 더해질 뿐이 다. 반면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2표 연동’ 혼 합제다. 전체 의석수, 즉 지역구 의원+비례대 표가 정당 득표율에 좌우된다. 따라서 ‘2표 연동’ 혼합제는 지역구 의원들이 존재하면서 도 사실상 순수 비례대표제의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장점이 뭔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므 로 사실상 사표(死票)가 없어진다. ‘나는 A 후보(정당)를 선호하지만 될 가능성이 낮으 니 될 만한 B후보(정당)를 찍어야지’라는 식 의 사표 방지 심리가 사라진다. 전략적 투표 대신 진성 투표를 하게 된다. 민의를 조금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집계할 수 있다. 자연히 투표율이 높아져 정치적 무관심도 극복된다. 또 우리가 투표할 때 반드시 선호 정당과 인 물이 일치하는 건 아니지 않나. 두 가지를 분 리시켜 지역 중심의 단순다수대표제와 정당 중심의 비례대표제가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계층·직능 대표성과 지역 대표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셈이다. 기술적으론 현행 투표방 식과 유사해 유권자의 생소함을 덜 수 있다.” -결과적으론 비례대표 의원이 늘어나 국
회의원 총수가 확대되지 않나. “그게 걸림돌이다. 현직 의원의 저항감은 적지만 국민의 저항감이 클 것이다. 해법은 의원 특권을 대폭 줄이는 거다. 면책·불체포 특권을 없애고 세비와 보좌관을 줄이는 식 으로 말이다. 덴마크에선 의원 주차장도 없 다.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국회의원이 잘못하 니 숫자를 줄이자는 거지 일 잘하고 밥값 한 다면 누가 싫어하겠는가.” -최근 세월호 유가족 폭행 사건에 연루됐 던 김현 의원, 막말로 구설에 올랐던 김광진· 장하나 의원 모두 비례대표다. 그런 비례대표 를 더 늘리자는 건가. “언급된 인사들은 현행 비례대표제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현직 비례대표 의원이 과연 직능·계층·사회집 단 등을 두루 대표하고 있는가. 아니라고 본 다. 상당수가 당 지도부에 의해 낙점되고 계파 수장들의 지분이 작용한다. 당원이나 대의원 의 의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만 의 비례대표’로 국민적 관심도 못 받고 있다. 반면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유권자 가 정당 투표를 할 때 비례대표 후보가 누구 인지 꼼꼼히 따지게 된다. 득표를 위해선 경쟁 력 있는 인물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정당의 줄 세우기 문화가 약화되고 정당 혁신도 선택 이 아닌 필수가 된다.” 진보가 집권해도 복지·양극화 해소 어려워 -결국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로 가자는 주장인가. “양당 체제로는 더 이상 한국 사회를 지탱 하기 어렵다. 극단적 대립뿐만 아니라 소선거 구제에서 선출된 의원은 국가적 의제를 다루 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기 지역 챙 기기에만 혈안이 된다. 그래야 재선할 수 있 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치 브로커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복지·교육·의료나 양극화 해 소 같은 국가적 어젠다에 대한 관심은 약해 진다. 다수의 비례대표가 의회에 들어와 전 국적 이슈를 주도해야 한다.” -복지, 양극화 해소 등은 진보정당이 집권 하면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착각이다. 진보세력이 집권했다고 치자. 재벌이 조건반사적인 반감을 표할 거다. 자 본가들이 불안에 떨며 해외로 공장을 옮길 지 모른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은 물 건너 간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우파정권이 들
어서면 노동계층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노무현 정권에서 뻔히 추진했던 제주 해군기 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명박 정 권 출범 뒤 진보세력이 극렬하게 반대하지 않았나. 누가 옳고 그른 차원이 아니다. 너를 인정했다간 내가 다시 집권하기 어려운 양당 체제의 구조적 모순이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다당제의 강점이라면. “종적으로 각 정당은 사회적 뿌리를 갖게 된다. 자신을 지지하는 일정한 정치고객을 갖 는다는 얘기다. 한국 정당의 고질적 병폐는 한결같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레토 릭 아닌가. 모든 이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듯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이 한국 정치에 팽배해 있다. 도시 자영업자를 위한 당, 환경 을 앞세우는 당,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당 등 각 정당은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지니면 자연 히 유권자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횡적으로는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 문에 자연스레 연합정치가 이뤄진다는 거다. 이를테면 우파 정당이 ‘최저임금제 높일 테 니 부동산 활성화법 통과시켜 달라’는 식으 로 소수 진보정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필요 에 따라 이념적 색깔을 넘나든다는 얘기다. 자연히 이념적 고착화도 희석되고 정치 세력 간 극단적 대립도 약화된다.” -국회 선진화법만으로도 ‘입법 제로’를 보 였는데 다당제는 혼란만 가중시키지 않을까. “국회선진화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건 과반 정당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수 당인데 왜 질질 끌려다니나’ 하는 패권의식 이 본능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이처럼 다수 제 민주주의는 숫자로,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체질과 사고의 틀에 갇혀 있다. 이를 ‘나 혼 자론 할 수 없으니 옆 사람과 힘을 합치자’며 스스로 몸을 낮추고 타협하는 합의제 민주 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선학태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영 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캐슬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스위스 베른대, 스웨덴 스톡홀름대,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 등에서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지난해 정년퇴임 후 집 필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갈등과 통합의 정치 한국 민 주주의의 뉴패러다임 사회적 합의제와 합의제 정치 등. 올 초엔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자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하 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양당 구조를 타파하고 제3 정치세력 출현을 갈망하는 ‘안철수 현상’을 본인 스 스로 걷어찼다”며 “정치 개혁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부족 했다. 중앙당 축소 등 한국 정치의 미국화를 꾀하려 했다. 기본적으로 내공이 약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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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개헌 놓고 대립 치닫는 정치권 김무성 상하이 발언 그후
국회발 개헌 동력은 약화 국민에게 개헌론 각인은 의미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코미디 같은 일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의 비서실장 김학용 의원의 말이다. 그는 박 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의 개헌 파열음에 대해 “상하이 반란이니, 대통령과 정면대결 이니 하는 말은 다 코미디”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권 관계자 10여 명 의 말을 종합해 전말을 재구성했다. 김무성 측 “언론이 싸움 붙인 것”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은 3박4일간의 방중 일정 막판에 나왔다. 16일 오전 7시30분 (현지시간) 시작된 조찬 기자간담회에서였 다. 식사 전 일문일답에선 개헌 얘기가 없었 다. 문제의 발언은 식사 중 같은 테이블에 앉 은 기자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 표가 세월호법 이후 개헌을 논의하자고 했 다”고 하자 김 대표가 “정기국회가 끝나면 논 의 봇물을 막을 길이 없을 거다”고 답변하면 서 나왔다. 당시 테이블에서 오간 김 대표와 기자들의 문답을 복기해 보자.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미루자고 하는데. “경제 이야기를 했지.” -친박계는 총선 이후 개헌을 주장하는데. “다음 대선 가까이 가면 (개헌이) 안 되는 거다.” -여야의 분위기는 이원집정부제 추진인가.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의원 수)가 3분 의 2라고 기억하는데 그 이후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많이 구상하고 있다.” -개헌의 당위성이 있다면 뭔가. “우리 사회가 철저한 진영논리에 빠져 지 금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 ‘올 오어 나싱’ 게 임이기 때문에 권력 쟁탈전이 벌어지는데 권 력을 분점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산심의가 끝나면 개헌 특위를 구성하나. “여야 합의가 돼야지. 개헌을 원하는 의원 숫자나 활동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이어 김 대표는 “아까 봇물이 터질 것이라 한 것은…”이라며 부연설명을 하려다 “그만 하자. 이것도 톱(기사)으로 나간다”며 입을 닫았다. 한 기자가 ‘봇물 발언’을 꺼내자 웃 으며 “내가 언제 그랬나. 봇물 터질 가능성이 있다, 이랬지”라고 했다. 이후 김 대표 측은 “발언은 실수”였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자가 노트북을 펼 쳐놓고 받아 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고의 로 한 발언이란 시각을 버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학용 의원은 “간담회 뒤 곧바로 식사 를 하다 보니 기자가 노트북을 갖고 있다가 받아 친 게 너무 나간 것”이라며 “사적인 자 리에서 편하게 몇 마디 한 것뿐”이라고 주장 했다. 그는 “당 대변인이 ‘오프 더 레코드’(비 보도)를 걸었어야 했는데 당시 현장에 기자 가 너무 많아 대변인이 김 대표와 다른 테이 블에 앉은 게 잘못”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중국에서 기삿거리가 없다’
는 기자들 불평이 많아 부담을 느끼다가 나 온 얘기일 뿐”이라며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언론이 싸움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여당 대표가 대통령이 분명히 제 동을 건 개헌론에 대해 편하게’ 반대 입장 을 얘기한 건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김 대표는 다양한 개헌안 모델 가운데 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을까. 김 대표 측 장성철 보좌관은 “보좌진도 김 대 표에게 관련 자료를 올리거나 보고한 적이 없어 대표의 말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새정치연합 우 원내대표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 다. 우 원내대표는 중앙SUNDAY와 통화에 서 “김 대표가 내 말만 듣고 언급한 건 아닐 것”이라면서도 “9월 초 김 대표와 만나 오스 트리아 모델 얘기를 했더니 공감한다고 했 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선대본부장을 제안하자 개헌 을 조건으로 받아들인 바 있다.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간사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역시 개헌론자이자 김 대표의 방 중길에 동행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의 영향 을 든다. 이 의원도 지난 2월 낸 저서 이제는 개헌이다에서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고 다 수당 당수가 총리로 내치를 맡는 오스트리아 모델을 언급했다. 다만 다른 나라 모델도 다 루면서 꼭 오스트리아만 강조하진 않았다.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의 영향을 거론하 는 이도 있다. 빈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 은 안 교수는 지난해 11월 왜 오스트리아 모 델인가를 내고 국회에서 강연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점도 상도동 계인 김 대표와 공통분모다. 하지만 안 교수 는 최근 지인에게 “김 대표는 만난 적도 없 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선 반기문 카드 관련 풍문 떠돌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이 있다는 풍문 도 떠돈다. 분권형 개헌 시 외교·국방을 맡는 대통령에 반 총장이 적임자란 얘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반 총장이 차 기 대선을 꼭 1년 앞두고 2016년 12월 임기를 마치는 점,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충청권 출신 인사란 점 등이 근거다. 반 총장이 외교관 시절 대사를 지낸 오스 트리아의 쿠르트 발트하임 전 대통령도 유 엔 사무총장을 지낸 뒤 대권을 잡은 바 있다. 17~18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39.7%)에서 박 원순 서울시장(13.5%), 문재인 의원(9.3%), 김무성 대표(4.9%), 안철수 의원(4.2%)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오스트리아식 모델은 한계가 명 백하다는 반론이 새누리당 내부에도 적잖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의원은 “오스트리아 는 인구 800만 명의 소국인 데다 사실상 영 세 중립국이어서 인구 5000만 명에 분단국가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모두 발언하는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2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발 언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중앙포토·뉴스1]
김무성 ‘오스트리아식’ 언급하자 보좌진도 “보고한 적 없다” 놀라 야당 우윤근과 의견 나눴을 수도 이재오안병영 영향 끼쳤을 가능성 인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며 “우리 현실에선 외치와 내치를 칼로 자르듯 구분하기도 쉽지 않아 현실성이 약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개헌론 발언 다음날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치권엔 청와 대 압력설이 떠돌았다. 청와대와 김 대표 측은 모두 이를 부인했다. 특히 김 대표 측 인사는 “청와대 압력이 있었다면 오히려 사과를 하지 않는 게 김무성 스타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친박계가 김 대표에게 강력히 항의 한 결과란 관측이 많다. 친박계로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문제의 발언 보도를 듣자마자 중국에서 김 대표를 수행 중이던
의원에게 전화해 발언의 진의를 물었다”고 했다. 김 대표의 측근은 “김 대표가 귀국 후 이완구 원내대표와 만났을 때 친박계의 우려 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김 대표는 지금 대통령과 충돌할 이유가 100개 중 한 개도 없다. 노무 현 대통령이 정동영·김근태 열린우리당 대표 를 당선시키지는 못했어도 낙마시킬 수는 있 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가 3년 넘게 남 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각을 세우기는 어 렵다는 얘기다. 개헌특위 구성 내년에나 기약할 판 청와대 모 수석이 익명으로 언론을 통해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공격한 시점은 21일이다.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이 있은 지 5일 만 이고 사과 발언 4일 뒤다. 이날이 김 대표의 취 임 100일이다 보니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던졌 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19일 김기춘 비서
실장과 김 대표가 고위 당·정·청 회의를 한 지 이틀 만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주호영 정책위 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개헌 이야기 는 전혀 안 나왔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뒤늦게 발끈한 건 박 대통령이 연내 처리를 요구해온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김 대표가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사실이 알 려지면서 강경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란 해 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내야 할 성과를 막고 개헌론으로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거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공방 끝에 국회발 개헌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국회의 개헌특위 구성도 내년을 기약해야 할 상황이다. 다만 국민에게나 정치권에서나 개헌 프레 임이 퍼지는 계기가 됐다는 데엔 이견이 없 다. 새누리당 중진 인사는 “이제 개헌 논의는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못 막는 상황이 됐다. 개헌 불씨는 분명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6 Focus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200년 안전제일 기업, 듀폰에서 배운다
안전 위협요인 콕 집어내는 건 훈련된 집단의 눈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올해 대한민국에선 유독 안전사고가 많았다.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 고를 시작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판교테크노 밸리 환풍구 붕괴사고로 큰 인명 피해를 봤다. 전문가들은 모든 안전사고 이면에 하나의 법칙이 있었다고 말한다. ‘설마 이런 것까지’ 란 생각으로 안전 위협요인들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누군가 세월호의 과적(過積)을 신고했다 면, 환풍구에 올라가는 사람들을 제지했더 라면, 애초에 환풍구를 만들 때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더라면 이런 사고는 벌 어지지 않았을 거란 의미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안전 위협요인을 찾아내는 비상(非常)한 눈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200년이 넘도록 안전을 최우선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는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에 서 해답을 찾아봤다.
200년 넘는 안전철학, 듀폰의 업무환경 회의실 문 열다 부딪히지 않도록 서 있어야
계단 이용 시에는 반드시
할 위치 지정
손잡이를 잡아야 함
회의실 문에 쪽창 설치
계단에 안내문 부착
걸려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 무실 내 모든 문턱 없앰 아무리 바빠도 사무실 내에서 뛰 는 것은 금지
모퉁이 돌다 부딪히지 않도록 볼 록거울 설치 사무실 곳곳에 소화기·비상용 손 전등 배치 필기구, 가위, 칼 등 문구류는 날 카로운 쪽이 아래로 가도록 꽂음
안전의식은 상식과 원칙 지키는 것 2011년 7월. 출근을 준비하던 듀폰코리아 직원 들은 회사에서 온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기습 폭우가 쏟아지고 있으니 반드시 필요한 경우 를 제외하면 재택근무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국내 기업이라면 ‘놀랄 만한’ 일이었 겠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태연했다. 듀폰코 리아는 장마철 기습폭우가 내리거나 폭설이 있을 때 조기퇴근을 시키기도 한다. 100년 만 의 폭우가 쏟아진 이날. 서울 우면산에선 산 사태로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듀폰코리아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 떤 사업보다 직원 안전이 최우선이란 듀폰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전 세계 듀폰 사무실에 는 ‘커미티드 투 제로(Commited to Zero·안 전사고 제로(0)를 실천하라)’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듀폰코리아 사무실 을 찾았다. 전 세계 산업 평균의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안전사고율, 200년 전인 1811년 세 계 최초로 기업 내 안전규칙을 만든 회사다. 건물 3개 층을 쓰는 이 회사에선 어느 곳에 서도 문턱을 찾을 수 없다. 혹시나 걸려 넘어 질 수 있어서다. 사무실 곳곳에는 큼직한 볼 록거울이 있다. 복도가 꺾어지는 곳이나 칸 막이에 가려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볼 수 없는 곳이면 어김없이 달려 있다. 소화기와 비상용 손전등도 곳곳에 비치돼 있다. 사무실 책상 위 필기구통도 여느 회사와 는 다르다. 펜이나 가위칼 같은 문구류를 필 통에 꽂을 때 날카로운 쪽이 아래로 가도록
쓰레기통은 화재에 대비해 내부 가 보이는 철제 제품 사용
듀폰코리아의 안전제일주의 1 모든 회의 전 안전관련 보고(safety talk) 진행 2 회사 내 별도 운전 테스트를 통과해야 업무 차 량 운행 가능 3 직원들이 돌아가며 안전위원회(safety co
인체공학(Ergonomics) 고려해
mmittee) 위원으로 활동
사무실 의자 등 집기 점검 및 교체
4 근무 외(off-the-job) 안전위원회 통해 회사 밖 안전사고 예방
직원 3분의 1 잃는 사고 겪은 뒤 사업보다 안전 최우선으로 여겨 안전지침 안 지키면 인사상 불익 펜가위 꽂을 땐 뾰족한 쪽 아래로 폭우폭설 땐 출근 막고 조기 퇴근 사내 모임 시작 전엔 5분 안전토크
해야 한다. 사규로 정해져 있어 고의로 이를 어기거나 반복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모든 사내 회의나 모임을 시작할 때 5분가 량 안전보고(safety talk)를 하는 것도 일상 적이다. 자신이 경험한 안전사고에 대해 동료 들과 공유하는 자리다. 회사를 방문하는 외 부인들은 마치 극장에서 비상대피로 안내를 받듯 비상구는 어디인지, 화재가 났을 때 동 선은 어떻게 되는지 설명을 들어야 한다. 듀폰코리아 김숙경 홍보담당 상무는 “유 난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상식과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겉 으로 드러나는 안전규정보다 더 중요한 건 직원 개개인의 인식”이라며 “안전의식이 몸 에 배 있으면 오히려 이런 것들을 지키지 않 았을 때 불안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듀폰의 경영철학에서 안전을 최우선으 로 하게 된 것은 이 회사의 역사와도 관련 있 다. 흑색화약을 생산했던 창업 초기, 몇 차례 의 폭발사고를 겪으면서다. 1815년 폭발사고
불안전한 행동은 남의 안전도 위협 듀폰코리아 안전환경팀장인 이명덕 부장은 듀폰의 안전사고 예방비법을 묻는 질문에 “끊 임없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듀폰 직원들은 안전에 위협이 되는 사안을 발견하면 반드시 이를 동료에게 알려 주고 해 결책을 마련한다. 누군가 안전규정을 소홀히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게 이를 알려 주의를 환기시켜 준다. “개인은 자기도 모르게 안전에 위협이 되 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이를 지 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특히나 우리나 라에선 ‘오지랖이 넓다’거나 ‘지적을 한다’ 는 소리를 듣기 쉬워요. 하지만 불안전한 행
동이 남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면 그런 불편함을 이겨 내야지요. 안전 위협요인을 찾아내는 비상한 눈은 개인이 갖고 있는 게 아니라 훈련된 집단이 갖고 있는 겁니다.” 부주의한 개인의 단점을 훈련된 집단이 보 완하고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써 안 전 위협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 종의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셈이다. 듀폰이 강조하는 두 번째 안전철학은 리 더십에 있다. 임정택 듀폰코리아 사장은 “안 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솔선수범하는 리더 십과 몸에 체득된 개개인의 안전의식 가운데 하나라도 무너지면 안전은 지켜질 수 없다” 고 말했다. 임 사장은 “듀폰은 각국 법인 경영진에 게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면 비즈니스도 할 수 없다(If you can’t manage safety, you probably can’t manage the business)’고 요구한다”며 “안전 리더십 없이는 안전한 기 업·사회·국가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음)이란 말이 있지 않나.” -올해 유독 안전사고가 많았다. 듀폰 경영 진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나뿐 아니라 남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듀폰코리아는 생명과 직결된 안전사항 을 의도적으로,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바로 퇴 사시킨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조차 안전띠를 매지 않던 30년 전에도 듀폰코리아 직원들은 뒷좌석까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차량을 운 행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원칙 이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에 대한 비상(非常)한 눈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남의 안전까지 생각하면 된다. (사무실 공
조장치를 가리키며) 흔히 사무실에서 이 위 에 화분을 놓는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 사무 실에서 화분은 모두 바닥에 놓여 있다. 사소 한 것까지 신경 쓰면 나와 다른 사람의 안전 을 지킬 수 있다.” -편집증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피라미드 법칙이란 게 있다. 위험한 행동 30만 건이 1명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30만 건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계단 손잡이를 하루에 10 번씩만 잡지 않고 다니면 1년에 3000건이 넘 는다. 100명이 이런 행동을 반복하면 30만 건 이 된다. 위험한 행동을 줄여나가는 건 시간 이 걸린다. 정부와 기업, 사회가 노력해야 한 다. 이것이 몸에 배면 오히려 위험한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로 당시 전체 직원 3분의 1인 36명이 사망하 고 창업자인 E. I. 듀폰의 부인과 직원들이 큰 부상을 입었다. 안전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없다시피 했던 19세기 듀폰이 사규에 안전규 칙을 넣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임정택 듀폰코리아 사장
“남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게 듀폰의 안전철학” 이동현 기자
임정택(60·사진) 듀폰코리아 사장은 “듀폰 안전철학의 핵심은 상호의존(interdepen dence)에 있다”며 “내가 한 행동이 남의 안전 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사소한 안전 위협요소라 해도 무심코 지나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희대를 졸업한 뒤 1989년부터 듀폰 코리아에서 일해 온 임 사장은 “입사 이후 듀 폰 글로벌 차원에서 끊임없이 강조해 온 것은 어떤 생산활동보다 직원과 현장의 안전이 중 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전사고의 96%가 불안전한 행동에서 기인한다는 듀폰의 분석이 인상 깊다. “행동(behavior)과 태도(attitude)다. 불 안전한 장비, 환경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인
안전사고 96%는 사람이 원인 원칙 지켜야 안전사고 예방 정부와 기업, 사회가 노력해야
간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다. 안전에 가 장 위협이 되는 요소는 인간이 다. 안전이 문화가, 철학 이 돼야 하는 이유다.” -안전에 대한 리더십 과 구성원의 안전의식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돼선 안 된다는 의미인가.
“예를 들어 듀폰코리아 울산공장에선 ‘스 톱 프로그램’이 생활화돼 있다. 안전 위협요 소가 발견되면 즉시 가동을 멈추고 원인을 규 명할 때까지 재가동하지 않는다. 직원과 경영 진 모두 안전 위협요소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 으면 아무리 큰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안전리더십이란 어떤 건가. “솔선수범이다. 경영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이라는 게 듀 폰 경영진의 원칙이다. 출 근할 때 엘리베이터 상태 는 어떤지, 계단을 오를 때 나부터 손잡이를 잡는 지 스스로 돌아본다. 신 독(愼獨·홀로 있을 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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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전문가 대담 전작권 전환 연기 어떻게 봐야 하나
전작권 이양, 안보 상황 아닌 시간에 맞추는 건 난센스
한·미 외교ㆍ국방장관회의가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양국은 한·미 연례안보협의에서 합의된 조건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 권(전작권) 전환이 연기됐다. 한국과 미국은 23일 특정 시한을 정하지 않고 일정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한국으로 이양하는 데 합 의했다. 전환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한·미 연합방 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군사능력 ^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 능력 등이다. 이를 두고 ‘우리의 안보 현실을 고려한 적 절한 결정’이라거나 ‘군사주권 포기’라는 주 장이 엇갈리고 있다. 전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킬 체인(Kill Chain·선제타격 시스 템)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조기 구축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용산과 경기도 동두천의 미군 기지 이전 부지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여 반발이 만만찮다. 25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과 홍성민 안보정책네트 워크 대표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시기를 못박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연기 라고 봐야 하나. ^임관빈=전작권이 누구에게 있는 게 나 라를 지키는 데 효율적인가 하는 상황과 여 건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월 며칠 부 로 하자, 이걸 먼저 정해놓고 이양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 사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예 상과는 달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 혀 관리되지 않고 오히려 심각하게 발전했 다. 북한의 리더십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대 중국의 손자(孫子)는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적이 공격 해도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믿어야 한다. ^홍성민=전작권 논의와 관련돼 군에 시 간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다. 안보를 상황 에 맞춰 대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지금 같은 문민통제하에서는 국가에 가해지는 위 협을 분석해서 대비하고 전략적 지침을 내 려주는 1차적 책임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을 비롯, 국회 등 국민 대표자들에게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군사문제 전 문가들의 제언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도를 일시 중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북한의 핵실험 등 군사적 상황을 무시하고 전작권 을 돌려받기로 했다. 이는 정치적 접근의 결 과라고 판단된다. 당시에도 군 관계자들 중 에는 시간이 아닌 상황개념에 따른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전작권을 돌려받지 않는 것은 군사주권 포기라는 지적이 있다.
^홍=전작권이 일시적으로 연합사령관에 게 있다고 우리의 군통수권이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군사주권이 없다면 우리가 미국 과 전작권 전환 협상을 벌일 수도 없다. 정말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되찾아오면 된다. 게다 가 미국은 전작권을 넘겨주겠다고 이미 합의 까지 했다. ^임=야구의 구단주와 감독 관계를 보자. 선수 선발과 감독 선임 등은 구단주가 결정 한다. 경기에서 선수들을 기용하고 작전을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워크 대표
군에 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 필요 시 언제든 되찾을 수 있어 안보환경 변화 반영하는 건 당연 연기보다 환수할 때 비용 더 들어
홍성민
내리는 권한은 감독에게 위임된다. 이처럼 전 작권은 전시에 누가 작전을 지휘하는 게 가 장 효율적인가를 판단해 제한적으로 위임하 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은 실제로 완전한 군 통수권 행사를 하고 있다. 전작권이 연합사 령관에게 있다고 하더라고 자기 마음대로 하 는 게 아니다. 양국 국가원수와 장관의 지침 을 받는다. 작전권 위임을 군사주권 포기라고 과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도 아이젠하워 연합사 령관이 작전권을 갖고 지휘했다. -전환 연기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절 차가 필요한가. ^임=전작권 전환 시기 등은 법적으로 정 부에 위임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이보 다 작은 사안인 경우도 항상 국회에 보고하고 협의한다. 연기 문제가 외국과의 협상 사항이 라 사전에 노출될 우려 때문에 정부가 관련
당국과 협의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홍=역사적으로도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과 작전통제권 전환, 94년 정전 시 작전 통제권 전환 등 합의가 국무회의 심의로 결 정됐다. 물론 헌법 60조에 따라 비준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미 국회 비준을 받은 연합토지관리협정(LPP)과 용산기지이전협 정(YRP)의 내용 변동이 이에 해당한다면 법 에 따라 진행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기 합의가 지나치게 군사적인 면 만 고려한 것은 아닌가. ^홍=통일과 외교·국방 정책은 구분돼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국방의 문제를 다른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임=글자 그대로 작전통제와 관련된 군 사적인 문제다.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비약해 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기지 못하도록 만 드는 것은 안 된다. 그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이 국가와 통수권자가 할 일이다. 서독은 통 일 직전까지 동독보다 3~4배 강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통일도 쉽 지 않았을 것이다. -전작권 전환 결정 시 한반도뿐 아니라 역 내 안보환경까지 고려하기로 한 것은 지나치 게 미국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 아닌가. ^임=전작권 전환 연기는 순수하게 한·미 간 군사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한국을 방어 하기 위한 목적에 입각해 있다. 근본적으로 는 역내 환경이라도 한반도의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일 때 고려한다는 것이라고 본다. 동북아의 정치적 환경에 따라 전환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홍=이전 정부들에서 안보전략의 대전제 는 ‘북한은 경제난으로 전면전을 감행할 능 력도 의사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 은 ‘2015 통일대전’을 선언했고 헌법에 핵보 유국임을 명시했다. 그동안 세 차례의 핵실 험과 다섯 차례의 미사일 실험을 했다. 병력 과 군사력을 휴전선 쪽에 전진배치했다. 보 병사단을 60개에서 90개로, 특수전 부대병 력을 3만에서 20만으로 늘렸다. 동북아에선 중국의 군사정책이 명확히 변했다. 태평양과 인도양에서의 공군·해군력을 대폭 확대했 다. 이런 실질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당 연하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식 되고 있는 킬 체인과 KAMD 구축에는 천문 학적인 예산이 든다고 한다. 효율성에 의문 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이러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 을 적극 마련하는 데 앞장선 것은 전작권 전 환을 결정한 노 전 대통령이다. 이후 다시 예 산이 줄어 대비 속도가 오히려 늦춰졌다.
^임=군사적 대응능력은 적의 상황에 맞 춰야 한다. 적이 강해지면 거기에 따라 방어 력을 더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작권 전환과 관계없이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정보 능력이 특히 약하다. 미국에 거의 의존하다 시피 했다. 미국의 능력을 이용할 건 하지만 독자적인 정보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유사시 미국 전력이 한국에 도착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니까 그전에 어떻게 하든 대응해야 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누가 효율적으로 행사하느냐가 중요 연기=군사주권 포기 해석은 지나쳐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 국방비 GDP 3% 이상으로 늘려야
임관빈
다. 적의 공격 징후가 명백하면 타격해야 한 다. 결국은 돈이 문제다. 우리의 국방비는 국 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다. 3% 이상 돼야 대응 능력을 지닐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지연으로 군의 자주국방 태 세가 해이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임=기우다. 전작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작전의 효 율성을 따지는 문제일 뿐이다. ^홍=군으로서는 전작권을 최대한 조속 히 가져와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단지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힘이 약해 늦춰 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연기해주는 대가로 많은 것을 요 구하지 않을까. ^홍=반대로 전작권을 환수할 때 드는 비 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럴 경우 연기할 때 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다. 미국의 직접
김춘식 기자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신화=뉴시스]
국방비는 우리나라 예산의 2배인 600조원, 우주개발 등 관련 예산까지 합하면 1000조원 에 달한다. 한·미 동맹과 연합사 운영으로 절 감되는 우리의 국방비용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국가의 핵심은 민생과 군비의 균 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 하려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 계)에 대해서도 이제는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핵 공격은 미사일로 막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미 국의 전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국제정치 등 을 고려해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국방비 지출을 군이 혼자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다. 국회가 관리하고 감사원 이 지켜보고 있어 한 푼을 써도 명백하게 해 야 한다. 방위비 분담액 조정이나 고가 무기 도입 등은 별도의 채널에 따라 협상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이번 합의가 동북아 정세에는 어떤 영향 을 미칠 것으로 보나. ^임=북한은 자체 전략의 필요에 따라 움 직인다. 중국도 한·미 동맹관계를 인정한다. 그 안에서 작전통제권을 누가 가질 것이냐 하는 문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국제정치학 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보다 더 실질적인 위 협이 될 수 있는 한국의 800㎞ 사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도 일본이나 중국은 문제 삼지 않았다. ^홍=역내에서 군사 문제를 주도하는 것 은 북한임이 다 드러났다. 중국은 한반도 내 의 전쟁 억제 역할을 하는 한·미 동맹과 연합 사를 인정해왔다. 전작권은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왔다갔다 하는 것일 뿐이다. 전작권이 동북아 질서나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용산과 동두천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 져 주민들과 지자체 반발이 크다. ^임=계획 변경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지자체의 발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충분히 설 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 이익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홍=접적지역인 동두천의 개발이 오랫동 안 지연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 문제는 당 연히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국가 전체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워크 대표. 조성태(전 국방 부 장관) 전 의원 보좌관, 안보경영연구원 대외협력 실장, 국방저널 디앤디 포커스 대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국방대 총장, 육군 참 모차장. 현재 지상군연구소장, 합동군사대 명예교 수, 숙명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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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홍석현 회장 ‘불교의 마음챙김과 외교’ 허핑턴 포스트 기고
부처님 앞에 북한 문제 있다면 어떻게 풀어낼까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이 25일 미국 허핑턴포스트와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월드포스트에 ‘부처라면 북한 문제를 어떻 게 다룰 것인가: 불교의 ‘마음챙김’과 외교’ 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홍 회장은 “국 제관계를 승자독식의 투쟁으로 여기는 서 구식 사고와 달리 불교는 국가 간의 조화와 균형을 강조한다”며 “북한의 핵무기 제거와 같은 한 가지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장 기적이고 균형 잡힌 자세로 대북 외교에 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 전 주미대사
오늘날 외교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라크나 시리아 같은 곳에서 제기되는 도전은 너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우리는 근본적인 데서 잘못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 지구적인 통합의 이 시대에 심각한 외교적 긴장과, 가끔은 잔 혹한 충돌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상하 게 생각될 수가 있다. 문제의 일부는 17세기 이래 국제 전략을 지배해온 서구의 외교적 전통의 근본적인 전제에서 유래한다.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서구식 사고의 틀은 경쟁을 핵심적인 원칙으로 상정한다. 서 구 외교사의 전개에서 당연시된 게 있다. 패 권을 차지하려는 나라는 승자독식의 투쟁으 로 다른 나라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지만 그런 시각이 기후변화 같은 공동의 관 심사가 있는 전 지구적 공동체 시대에 적합 한 것일까. 모든 국제적 교환 관계가 ‘만인이 만인과 투쟁하는’ 홉스적인 세계에서 이뤄 져야만 하는가. 내 외교 경험에 따르면 도교, 힌두교, 그리 고 무엇보다 불교와 같은 동양의 철학적 전 통이 외교에 대한 대안적 접근법을 제공한다. 불교는 경쟁 대신 조화를 강조한다. 또한 불 교는 상호 연결된 세계의 외교적 도전에 대응 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구체적인 관 여(engagement) 전략을 제시한다. 선악 구도 넘어서는 게 인간 관계 불교적 접근법은 인간이 항상 협력만 하는 존재라고 순진하게 전제하지는 않는다. 불교 는 모든 상황에서 진정한 진보를 달성할 잠 재력이 있는 통찰력을 선사한다. 그러한 가 능성은 관계의 이중성과 복합성을 살필 때에 만 포착할 수 있다. 우리는 도처에서 선악 구 도에 따라 단순화된 느낌을 전달하는 매체 의 보도에 접한다. 이들 보도가 묘사하는 세 계에는 암묵적으로 유대·그리스도교 전통의 해석 틀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 관계 의 심층 패턴은 그런 선악 구도를 넘어선다. 많은 사람들에게 외교란 무자비한 패권 게 임이다. 그들에게 조화란 국가의 행위를 전 략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한 ‘입에 발 린 말’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화가 실제로 외 교의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국가 간의 조화라는 개념이 서구의 외교적 전통에서도 전혀 낯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럽 협 조 체제(Concert of Europe)’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목표는 국가들이 서로 협력하 는 평화적인 질서라는 염원에 호소하는 것 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런 은유적 호소에도 불구하고 ‘협조’는 완곡한 표현에 불과했 다고 이해하는 게 낫다. ‘협조’는 국가이익 을 추구하는 강대국들이 약소국 문제에 내 릴 처분에 붙인 유쾌한 용어였다. 한 역사가 의 말을 빌리자면 ‘유럽 협조 체제’가 말하 는 조화란 “실제로는 강대국들이 자기들끼
판문점에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엇갈린 시선을 던지며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남북한의 군인들.
리 합의한 바를 강압적으로 약소국들에 강 요하는 것”을 의미했다. 불교는 국제관계에 대한 그런 패권적 접근 법이 간명한 존엄성과 조화에 대한 헌신보다 덜 효과적이라고 본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의 밑에는 보다 깊은 질서가 자리 잡고 있다. 조 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상징성 있는 한 걸 음 한 걸음으로 전진하며 실천한다면 국제정 치에 대한 논의의 본질 자체가 긍정적인 방향 으로 바뀔 수 있다. 체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서구의 전략가들 은 국제정치가 제로섬의 틀에서 움직인다 고 본다. 상대편 말들을 하나씩 가져오다가 종국엔 왕을 ‘체크메이트’한다. 영어 단어 ‘checkmate’의 근원적 유래는 “왕이 죽었 다”는 페르시아어 표현이라는 점은 시사하 는 바가 크다.
균형조화 뜻 담긴 불교의 無心 남북 문제와 국제 외교에도 유효 북핵인권 단기 대응은 역류 초래 감정에고 빼고 차분히 대응해야 세력균형 아닌 관점의 균형 잡아야 국제관계에서도 진정한 조화 가능
국제관계가 놀이라면, 동양의 접근법은 보 다 품위가 있다. 공존과 공영의 가능성에 근 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웨이치 (圍棋), 일본에서 고(碁)라 불리는 바둑은 서 양의 체스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바둑은 경 쟁 상황에서도 적의 무자비한 제거가 아니라 상호 조화를 추구한다. 바둑에도 승자는 있 지만, 바둑은 무수한 게임 양상이 마치 춤출 때처럼 무수히 펼쳐진다. 완전한 지배를 가 정하지 않는다. 바둑에서 성공은 조화와 균 형의 산물이다. 조화와 마찬가지로 균형이라는 은유는, 서 구의 외교적 전통에서 오랫동안 외교의 한 가 지 기예로서 자리를 차지해왔다. 18세기부 터 20세기 초반까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의 개념은 유럽 강대국 간의 국제관계 에서 지침 구실을 했다. 이 원칙에 따라 외교는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동맹관계와 국제 문제 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를 엮어냈다. 한 나라나 블록의 패권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외교가 추구한 균형의 본질은 이상
할 정도로 한계가 있었다. 이 접근법은 오로 지 기성 강대국 클럽의 목표와 이익에 도움 을 줄 뿐이었다. 유럽 내 패권다툼이나 식민 지 쟁탈전에서 다른 국가와 국민은 졸(卒)이 나 판돈 구실을 할 뿐이었다. 게다가 균형의 원칙 자체를 바람직한 목표나 지침으로 여기 는 나라는 없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균형 은 깨졌다. 균형이 깨지면 균형을 복원하는 게 항상 필요했다. 균형은 게임에 참가하는 경쟁자들이나 적 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막는 수단이었다. 여기서 목표는 상대적 지위·권력 의 서열에서 꼭대기에 도달하고 다른 경쟁국 들의 문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이었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유럽의 국제관계 에서 유지되는 균형은 불안정한 균형이었다. 균형은 불교의 근본적인 가치다. 균형을 중시하는 인간사에 대한 불교의 접근법은 북 한에도 즉시 적용될 수 있다. 많은 서구 전략 가들은 패권적 사고법으로 평양 문제에 접근 한다. 그들은 그저 북한을 ‘압박’하기만 하 면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승리나, 최고 수뇌를 제거하는 것만 생각한 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처 럼 그런 접근법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 니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중동에 수십 년 동안 개입했지만, 일방적으로 개입할 때 마다 나중에 ‘역류(blowback)’가 수반된다 는 것을 확인했다.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더 라도 조화를 깨면 새로운 문제, 특히 보통사 람들이 희생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당연히 북한에 관한 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은 중 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 더 큰 문제가 등장한다. 희망이 안 보일 땐 내면의 자아로 돌아가야 주미 대사로 재직할 때 나는 항상 불교 의 지혜에 의지했다. 불교의 ‘마음챙김 (念·mindfulness)’ ‘중도적 균형(balance)’ ‘순간 순간의 자각(awareness)’이 국제관계 의 모든 측면에 적용될 수 있음을 알았다. 어 떤 외교적 상황에서 중압감을 느낄 때, 상황 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휴식을 취하면 서 내면의 자아로 돌아가는 게 꼭 필요하다. 시간을 내 명상하고, 스스로와 평온한 관계 가 되고, 평정심을 되찾으면 세상을 보는 시 각에 놀라운 일이 생긴다는 것을 나는 발견 하곤 한다. 중심을 잡기 전에는 심각한 결정 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누구하고 함께 일하건 나는 ‘윈윈(winwin)’ 상황을 상상한다. 적수를 파멸시키겠 다는 환상을 갖지 않는다. 조화의 추구 자체 를 목표로 삼으면 전에 상상도 못했던 해결책
[중앙포토]
을 발견하게 된다. 상호 연결된 오늘의 세계 에서는 위험한 대결을 피하는 조화로운 해결 책을 궁리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가치 있는 불교의 개념 중 하나는 ‘무심 (無心)’이다. ‘마음이 없음’보다 정확히는 ‘고정된 생각이 없음’을 의미한다. 무심은 마 음이 모든 것에 열려 있으며 마음이 어떤 생 각이나 감정에 점령당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 상태가 되면 사람은 항상 중립적이고 차분하 게 된다. 자아의 외부에서 오는 관점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편견을 넘어 상대편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충격과 욕설은 마음에 구름 끼게 할 뿐 첫 번째 단계는 외교에서 감정을 제거하는 것 이다. 상대의 발언이나 행동 때문에 흥분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여러분의 일부분이 아 니다. 여러분은 그들의 언행을 반사하는 거 울이 돼야 한다. 거울은 자신이 반사시키는 이미지 때문에 짜증을 내는 일이 없다. 이미 지는 왔다가 가는 것이다. 물론 이미지들에 대한 자각은 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지에 담 긴 메시지나 방향의 변화 말이다. 그리고 자 신의 감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자각해야 한 다. 그렇게 무심하게 대상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각할 수 있 으며, 자신의 감정적인 반응을 알게 된 사람 은 무심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마음을 대양(大洋)과 비유하는 것도 유용 하다. 마음은 하루 종일 물결에 흔들리는 대 양과 같다. 충격과 욕설은 여러분의 생각에 구름이 끼게 한다. 하지만 혼란스러움이 별 로 없는 평정심 상태를 이루면, 대양은 하늘 을 완벽하게 비출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감정 이 휘젓지 못하는 마음은 온 세상을 놀라운 정확도로 비출 수 있다. 사물은 왔다가 간다. 사물이 오는 것과 가는 것을 내버려두면 본 질을 잡을 수 있다. 자신과 상대편에 대한 보 다 객관적인 관찰자가 될 수 있다. 대화 중에 에고(ego)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범하는 가장 흔한 오류는 어떤 사 건이나 이미지에 대해 우리가 집착하고 매혹 되는 것을 정념(正念)과 혼동하는 것이다. 불교에 따르면 명상은 모든 직업에 도움을 준다. 심지어 도둑도 명상을 하면 더 잘 훔칠 수 있다! 다시 말해 명상은 가치판단과는 아 무런 상관이 없다. 명상은 포커스와 자각과 관련된 것이다. 같은 이유로 불교의 수행은 그 어떤 특정 종교와도 충돌하지 않는다. 그 리스도교나 이슬람과도 잘 어울린다. 어쨌든 도덕적인 판단은 관점의 문제다. 수 천 년을 단위로 역사를 고찰하면, 어떤 사건 이나 행위자에 대해 공평한 평가를 할 수 있
다. 여러분은 실제 순간으로부터 멀리 떨어 져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순간에 집중 한 상태로 가치 판단을 한다면, 여러분이 옳 다고 본 그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게 한 달이 나 1년 혹은 10년 후에 밝혀질 수 있다. 언젠가 북한 정권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우리는 북한을 신 뢰할 수 없다. 대량살상무기가 있는 장소를 공격하고 체제 변화를 압박해야 한다.” 나는 우선 일반적인 의미에서 북한의 변모 와 핵무기 제거라는 목표에 대한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런 다음, 그의 논 리를 연장해보기 위해 질문했다. 우리의 행 동은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 져올 것인가. 나는 ‘북한 변화의 궁극적인 목 표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계속 되돌아가며 그와 의견을 나눴다. 어떤 형태로건 공영과 공존이 목표라는 내 의견을 제시했다. 나는 또 한꺼번에 모든 것이 가능하진 않지만 윈윈 가능성이 저기 어딘가에 있다는 뜻을 그에게 전했다. 나는 그가 개진한 입장의 타당성 자 체를 부인한 적은 없다. 나는 그저 철저히 검 토할 필요가 있는 다른 접근법이 있다는 것 을 그에게 상기시켰을 뿐이다. 北 인권, 마음챙김의 큰 틀에서 봐야 나는 그가 한 가지 목표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길을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나는 그가 목표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남북한과 주 변국 국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더 큰 관심을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미 대사로 일할 때 나 는 한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충분히 우 려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들었 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큰 의미에서 인권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나는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비극을 충분히 이 해하고 있다. 그런 다음 우리가 만약 언론매체가 보도하 는 이미지에 집착해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 는 부당함 뒤에 있는 보다 큰 제도적·문화적 문제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충동적인 대응 으로 의도와는 달리 인권문제를 중단기적으 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마음챙김이란 인권에 대한 진정한 의식을 의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권이란 단순히 선거권이라든가 임의로 체 포당하지 않는 자유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 다. 우리는 영양 공급이 부족하거나 아사 위 험이 있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 다. 그들이 인권을 누리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우리가 대답해야 할 핵심 적인 질문이다. 불교는 모든 관계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균 형 잡힌 초점을 외교에 제공한다. 국제관계에 서 진보는 달성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서 부처의 중도(中道·middle way)를 고려해 야 한다. 국제관계라는 게임의 모든 참가자 들에게 윈윈 가능성을 창출하고 극단의 선택 을 피할 때 우리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전진 할 수 있다. 한 가지 시각만을 고집하며 문제 를 억지로 해결하려고 든다면, 또 공습에만 의지하려고 한다면 일시적인 것 이상의 결과 를 얻기 힘들 것이다. 그 결과도 얼마 가지 않 아 뒤집힐 것이다. 이런 정신으로 감행한 행 동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 를 낳기 쉽다. 충동적인 반응, 승자독식의 관점, 일관성 없는 정책 목표는 인류의 공동 목표에 대한 우리의 보다 깊은 헌신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그 점을 계속 인식하고 있어 야 한다. 그래야 세력균형이 아니라 관점의 균형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 정에서 국가들 사이의 진정한 조화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다.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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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의법치국(依法治國)’ 강조한 4중전회 폐막 전문가 진단은
법치 중국 내세워 국가 시스템 현대화제도화 박차 우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 이다. 중국은 부정부패로 인해 막대한 손해 를 입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부패척결은 기 업 외에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의법치국을 강조한 것은 이런 효과를 노린 측면도 강하다. 이동률=중국의 과제 중 하나는 어떻게 수출에서 내수시장으로 경제를 연착륙시키 느냐다. 기득권 세력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지나친 부패척결 정책이 내수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하 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중국 지도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언제쯤 부패척결 드라이브를 마무리하고 내 수시장 성장에 초점을 맞추느냐 하는 문제다. 그동안 경제성장은 공산당 체제 유지에 큰 도 움을 줬기 때문에 공산당이 과연 언제까지 부패척결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도 주 목되고 있다. -4중전회에서도 홍콩시위 사태가 언급됐 다. 향후 중국 정부의 대응 전망은. 이희옥=홍콩은 기본적으로 서구와 중 국의 제도가 혼합돼 있는 곳이다. 문제해결 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의 만족을 확대하는 정 책보다는 불만족을 줄여가는 정책을 쓸 것 이다. 이런 정책들은 단기보다는 장기적으 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엔 아직 여유 가 있다. 홍콩 사태가 중국의 부상 이후 발생 했기에 서방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기 어렵 기 때문이다. 중국이 홍콩 문제 개입을 내정 간섭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이동률=홍콩 문제는 행정장관 직선제 논란으로 촉발됐지만 좀 더 세밀히 살펴보 면 대단히 복잡하다. 실업문제 등으로 인해 홍콩 시민들은 활력을 잃고 있다. 이번 사태 는 이런 불만들이 혼합된 것이다. 중국 정부 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 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응 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시위를 강경 진압할 경우 그 불씨가 국제사회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안문 사태가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중국 공산당 중앙위 4중전회가 지난 20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이번 4중전회의 주제는 법치를 강조한 ‘의법치국’이었다. 부패척결 및 개혁을 지속하겠 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사진은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거수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4중전회는 중국식 민주주의 과정 공산당 통치 정당성 확보에 큰 도움 시민들, 부패척결로 내수위축 불만도
이동률 교수
의 체제 강화나 권력투쟁이라는 논란에서 벗 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4중전회에서 이 런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토 대를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시 주석이 주장하는 ‘신발론’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신발론은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이 있듯 민주주의도 각국의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4중전회도 중국식 민주주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의 체제 강화 효과도 무시할 수 없 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희옥=이와 관련, 최근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공안·법원·검찰·정보기관 등을 관할하는 당 중앙정법위가 힘을 받고 있다 는 것이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 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의 부패사건을 계기 로 시 주석은 직접 정법위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법치국이 강조되는 분위기 를 감안할 때 시 주석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 일부 당 지도 부 교체도 시 주석의 친정체제 강화라고 볼 수 있다. 이동률=시진핑 시대 초기에는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7명이 권력을 분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하 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 주석의 권력은 대 폭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중앙국가안전위원 회와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가 중국의 막강한 권력기구로 등장했다. 이미 시 주석 은 충분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 다. 부패의 온상으로 비난받았던 지방 정법 위 역할 축소 등을 추진하는 것을 볼 때 법치 를 강화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구상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보다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 을 것 같다. -의법치국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신화=뉴시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
부패특권남용 제도적 해결 모색 시진핑, 정법위 직접 챙겨 입지 강화 홍콩 사태, 시간 갖고 해결 추진
이희옥 원장
김춘식 기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 중전회)가 23일 폐막했다. 나흘간의 일정으 로 열렸던 4중전회의 주제는 ‘의법치국(依法 治國)’이었다. 법에 따른 국가통치를 강화하 겠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그 목표를 “중 국 특색의 사회주의 법치체계와 사회주의 법 치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시 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드라이브를 걸어 온 부패척결 및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 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평가다. 급속한 경 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불평등과 부패 등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법치를 통 해 시스템화된 국가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미 다. 이를 통해 시 주석의 리더십이 더욱 강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문제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과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를 24일 만 나 이번 4중전회의 의미와 향후 중국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4중전회에 대한 평가는.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시 주 석은 집권 이후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 는 이른바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의 실 현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0년은 중국 공산 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다. 또 시 주석에 겐 집권 2기의 최절정기이기도 하다. 이런 관 점에서 볼 때 이번 4중전회는 중장기적인 정 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장(場)이었다. 시 주석 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국 가의 운영 시스템을 어떻게 현대화·제도화 할 것이냐는 문제다. 사실 의법치국이란 말 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에 이 미 등장했다. 이번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자신이 주도하는 개혁 및 부패 척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성장의 파생물인 부패와 특권 남용 문제를 좀 더 제도적으로 해결하 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시진 핑 체제는 이전 정부와 차별되는 시대적 과제 를 안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부터 후진타 오(胡錦濤) 시대에는 경제발전을 통해 체제 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시 주석 은 경제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회적 요구사항도 다원 화됐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시 주석은 경제 발전 외에도 민생안정과 부패척결을 앞세웠 다. 특히 부패척결에서 정당성과 효율성을 확 보하기 위한 방법을 법치라고 인식한 것이다. 이럴 경우 제도적 장치에 의한 안정성을 보장 받는 통치행위를 강화함으로써 시 주석 개인
4중전회 제4차 중국 공산당 중앙전체회의를 말한 다. 이 회의에는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에서 선출된
이희옥=4중전회 이후 중국에선 ‘즈뱌 오(治表)’와 ‘즈번(治本)’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즈뱌오는 병의 근원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증상만을 완화시킨다는 의 미다. 반면 즈번은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부패척결이 즈뱌오였다면 앞 으로는 즈번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럴 경
당 중앙위원들이 참석한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
시할 계획이다. 정부 측은 앞서 홍콩의 민심 을 담은 보고서를 중국 정부에 제출하고 장 기적인 정치개혁을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마 련하겠다고 제안했다. 홍콩 시위사태는 29 일째를 맞고 있다.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 는 “IS가 이라크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화학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함께 공산당의 3대 정치행사다. 당 중앙위원회는 공산당을 대표하 는 최고 권력기구다. 1중전회에서는 당 간부를, 2중 전회에서는 국가주석과 총리 인선안을 의결한다. 3 중전회에서는 지도부 5년 임기 내 주요 정책을 결정 하고 4중전회에서는 당의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한다. 보통 임기 5년중에 7중전회까지 열린다.
금주의 글로벌 핫 이슈 홍콩 시위대, 정부 제안 수용 놓고 투표
캐나다 의사당 총격 사건, 단독범행 잠정 결론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에서 22 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했 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범인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3명 이 다쳤다. 범인은 이슬람으로 개종한 캐나 다 국적의 마이클 제하프비보(32)로 확인됐 다. 제하프비보는 이날 오전 10시 전쟁기념탑 앞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의사당에 진입했으나 경찰의 총격으로 사 망했다. 범인의 주변 인물들은 “제하프비보 가 아버지의 고향인 시리아에서 미군과 캐나 다군이 아이들을 죽이고 성폭행을 하고 있다 고 믿고 있었다”며 “최근 정치 얘기를 하던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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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크게 화를 냈고 특히 군인에 대해 적개심 을 보였다”고 전했다. 캐나다 경찰은 단독범 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캐나다와 미국 의 보안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와의 연 관성도 조사 중이다.
홍콩의 행정장관 선출을 둘러싼 Asia 시위사태가 숨 고르기 중이다. 지 난 21일 홍콩 정부와 시위대 대표 들이 대화를 시작한 이후 도심 시위는 크게 줄었다. 시민단체와 학생 시위대는 정부 제 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놓고 26일 투표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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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S와 원유 암거래하면 제재” 미국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자금 줄을 노리고 있다.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23일 (현지시간) “IS와 원유를 암거래할 경우 제 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유전 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IS는 원유 밀거래 를 통해 하루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이외에도 IS는 올해 납치한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올린 수익도 2000만 달러에 달하는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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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결선, 현 대통령 지지 우세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지 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이 야당 후 보에게 앞서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현지 여론조사 기관들을 인용해 중도좌파 노동 자당(PT) 소속인 호세프 대통령이 중도우 파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 우 네비스 후보에게 6~8%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호세프는 네비스에 비해 중산층 표심 공략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게 현지 시 각이다. 결선투표 승자는 내년 1월 1일 취임 한다. Braz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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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1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중국의 혁신 전도사, 칭화대 천진 교수
샤오미, R&D에 소비자 참여시켜 삼성전자 위협 <연구개발>
신경진 기자 xiaokang@joongang.co.kr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대표는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며 혁신을 이 끌고 있다. 그가 삼성 갤럭시와 어깨를 나란 히 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샤오미는 연구개발(R&D) 인원은 물론 사용자까지 혁신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보다 개방적이다. 삼성은 자체 기술 혁신과 발전을 강조한다. 고객과 상호작용, 커뮤니케이션이 적다. 반면 샤오미는 고객 참여를 강조한다. 고객 참여 혁신 플랫폼을 만들었다. 바로 ‘미 펀(米粉·샤오미 팬)’이다. 샤오미는 고객을 세 종류로 나눴다. 단순 이용자, 단순 구매고 객, 괴짜를 뜻하는 지커(極客·Geek)다. 지커 는 혁신 의지를 가진 고객이다. 샤오미는 생 산자와 사용자 사이의 거리를 없앴다. 중국 젊은이는 참여에 목마르다. 현대인의 심리는 참여와 체험을 중시한다. 서비스 경제에서 체험 경제로 바뀌었다. 샤오미는 고객 창조시 대에 부응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하고 피동적이지 않다. 과거에는 기업이 주도했다 면 지금은 고객이 주도한다. 3D 프린터는 이 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는 첨
천진 교수가 제시하는 중국 기업의 4대 혁신
1 고객 창조시대 2 인더스트리4.0 3 클라우드 혁신 4 4개의 창(四創)
고객이 상품 혁신에 동참 사물인터넷을 통한 제조업 혁신 빅데이터와 에코시스템을 기업 경영에 활용 신인섭 기자
“기업만의 혁신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 다. 소비자와 함께 이룬 혁신이라야만 시장 파괴력이 생긴다. 샤오미(小米)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중국의 ‘혁신(創新·innovation) 전도사’ 로 통하는 천진(陳勁·46·사진) 칭화(淸華)대 혁신창업전략학과 교수가 꼽은 샤오미의 승 승장구 비결이다. DIY(Do It Yourself) 제품 이 인기를 끌고, 소비자 체험이 중요해지는 트렌드에 맞춰 고객과 함께하는 혁신 전략 이 통했다는 얘기다. 천 교수는 중국 가전업 체 하이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샤오미가 작은 서비스회사라면 하이얼은 제조업과 서 비스업을 모두 갖춘 혁신기업이라고 강조했 다. 그러면서 천 교수는 ‘HOPE(Haier Open Partnership Ecosystem)’라는 자원혁신 플 랫폼을 소개했다. 한국 전자업계의 강적이 한둘이 아니란 것이다. 천 교수는 2016년부터 5년간 지속할 13차 5개년 계획(13·5규획)의 과학기술 및 혁신 분 야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그만큼 중국 과 학기술 분야의 중요한 인물이다. 중앙일보와 무역협회가 주관한 ‘동아시아 분업 구조’ 세 미나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창조·창신·창업·창투의 결합
샤오미, 고객참여 혁신플랫폼 구축 삼성전자, 고객과 상호작용 모자라 중국, 방향 정하면 주저없이 전환 한국일본 산업계에 엄청난 위협
단 분야 적응이 빠르다. 인터넷은 미국이 만 들었지만 중국은 기회를 잡았다. 샤오미는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레이쥔은 중국시장에서 삼성 갤 럭시를 추월한 올 상반기 매출액을 발표하면 서 위기를 말했다. “그의 다음 행보는 고객 자원을 이용해 핵 심 기술(Core technology)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외형과 단순한 혁신에 그쳤다. 진 짜 콘텐트 혁신은 아직 멀고 불충분하다. 애 플과 비교하면 서비스도 보잘 것 없다. 저가 소비자와 학생, 젊은이만 만족시키고 있다. 애플은 하이엔드(High-end), 샤오미는 로엔 드(Low-end)다. 쉽게 포화되는 분야다. 그 가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TV공유기 등을 만 드는 이유다. 레이쥔의 머릿속에는 다른 제 품으로 가득하다. 인터넷 전자회사가 되려는
것이다. 샤오미 역시 전환점에 섰다.” -중국에서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더 나 올 수 있을까. 혁신 기업의 사례를 더 제시해 달라. “지금까지 혁신은 인프라 방면에 치중했 다. 고속철도를 만드는 중국 난처(南車), 통 신의 화웨이(華爲), 전자상거래 인프라를 깐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중국국가전망(電 網)은 특고압 송·변전 기술이 탁월하다. 전자 상거래 분야에서 또 다른 알리바바가 나오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검색의 강자 바이두(百 度), 전자상거래의 거물 알리바바, 인터넷 통 신의 강자인 텐센트 등의 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 클라우딩 업체가 생긴다면 알리바바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혁신 전략은 동아시아 기업 간 경 쟁구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성공한다면 동아시아를 세계 혁신의 일극 (一極)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한 국의 우수 인재가 한데 모여 혁신발전을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강점은 방향만 정확하다면 전환이 빠르다는 점이다. 조금 의 주저함도 없다. 이것이 중국 특색이다. 일 본과 한국에 도전이 될 것이다. 중국의 강점 은 많다. 국제화 수준이 과거보다 높고 크고 넓다. 특히 중국의 정보화 수준은 높다. 중국 의 인재 숫자, 고학력자의 숫자가 많다. 해마 다 680만 명의 대졸자가 배출된다. 현재 중국 대학생의 창업 열정은 동아시아 최고 수준이 다. 이는 한국과 일본도 본받을 만한 점이다. 창업 능력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3국 간 경쟁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요인이다.” -중국과 독일이 제조업 분야 ‘혁신 파트너 십’을 맺었는데, 무슨 노림수인가. “제조업은 중요하다. 다만 단순가공에서 벗어나 정보화를 결합한 제조업을 이루려고 한다. 그게 바로 ‘인더스트리 4.0’이다. 독일 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다. 그들의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중국의 노동 원가는 갈수록 오름세다. 선진 설비가 필요하다. 산업 업그 레이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로봇·자동화· 스마트설비 등이 필요하다. 구조전환이 가져 오는 시장 공간은 막대하다. 중국이 독일과 협력하는 이유다.” -중국 제품은 ‘차이나 디스카운트(China discount)’ 영향으로 ‘싸구려’ 이미지가 강 하다. “싸구려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이얼과 레노보 등은 모두 ‘저렴한 혁신(Frugal innovation)’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대중시 장을 지향한다. 잠재력 있는 시장이기 때문 이다. 결코 틀린 접근법은 아니다. 전통적으 로 업체들은 고가품 시장을 지향했다. 하지 만 하이엔드 제품의 전체 시장점유율은 낮아 지는 추세다. 하이얼은 우선 중저가 시장을 만족시킨 다음 천천히 올라가겠다는 전략이 다. 중국 고속철도와 같은 전략이다. 이 역시 혁신 전략이다.” 천진(陳勁·46)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부학장 저장대 화학공업학과 학사, 저장대 경영학 박사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방문학자 중국공정원 교육위원회 위원, 교육부 과학기술위 원회 위원, 과학기술정책 연구회 부이사장 역임 International Journal of Technology Manage ment 등 다수의 SSCI저널 편집위원
동아시아 산업, 충돌인가 협력인가’국제 세미나
한국, 산업 샌드위치 탈출 전략은 Fast & First 신경진 기자
‘패스트, 그리고 퍼스트(Fast&First).’ 2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동아시아 산업 충돌인가 협력인가’ 주제의 국제 세미나에서 제시된 한국 제조업 위기 의 돌파 방안이다. “일본·중국 사이에 낀 ‘샌 드위치 신세’라는 피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일본을 빠르게(fast) 추격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선도자(first) 입지를 지킬 수 있다’ 는 전략적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앙일보와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고 한· 중우호협회(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동아시아의 분업 과 경쟁’을 놓고 한·중·일 전문가들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세미나는 한국 제조업의 현황 진단에서 시 작됐다. 사회를 맡은 안현호 무역협회 부회장 은 “철강·디스플레이·조선 등 주요 수출 품목
일본 추격은 발 빠르게 펼치고 중국엔 선도자 입지 유지해야 기술 보호 블랙박스 전략 필요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한· 중·일 산업협력 국제 세미나.
신인섭 기자
의 마이너스 성장이 굳어지고 있다”며 “한국 은 중국의 조립완성품, 일본의 부품·소재·장 비에 낀 ‘산업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 다”고 분석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등은 아 니어도 좋지만 빠른 추격(fast-follow)으로 ‘첫 번째 2등’은 돼야 한다”며 “동시에 중국 의 추격으로부터 산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키기 전략’의 방안으로 ^잠재적 신생 경쟁 기업 에 대한 인수합병(M&A) ^대기업과 중소 기업의 기술 융합 및 동반 국제화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에 대한 민첩한 적응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애플과 샤오미에 둘러싸인 삼 성에 대해 “가전·IT·통신 등 다양한 제품 간 연결성과 호환성을 극대화한 ‘범위의 장벽’ 으로 애플에 맞서야 한다”며 “샤오미에 대 해서는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어의 장벽’을 쌓으라”고 주문 했다. 중국의 기술추격 대비책으로 일본식 ‘기 술 블랙박스 전략’도 제시됐다. 김현철 서울 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기업은 국내산 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정도로 중국에 빨려 든 데 반해 일본은 국가가 나서 핵심 기술 유 출을 엄격히 통제(기술 블랙박스 전략)하는 등 신중한 입장이었다”며 “덕택에 일본은 지 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 쇼크’를 피할 수 있 었다”고 말했다.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功)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대만과의 합작을 통한 ‘일본-대만 얼라이언스’, 중국과 함께 캄보디아·인도네시 아·필리핀 등에 동시 투자하는 ‘중국+1’ 전 략 등 도 차이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힘이 었다”고 일본 기업의 경험을 들었다. 기업 내 경쟁 요소를 특화시켜 차별화 공 간을 모색해야 한다는 ‘협력의 매트릭스’ 모
델도 300여 참석자의 호응을 얻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경쟁력은 ‘누가 좋은 완성품을 생산(output)하느냐’보 다 ‘누가 생산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서 비스를 투입(input)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 정될 것”이라며 “정부는 각 기업이 투입 경쟁 력을 높일 수 있도록 거시·미시적 환경을 조 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래 전략은 한 국에 기회보다 위협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 적이 나왔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첨 단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독일과 경쟁하고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에서는 미국·영국과 경쟁하는 구도를 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 다. 그는 “한·중·일이 추진 중인 신성장동력 육성전략은 많은 분야가 중첩되는 양상이므 로 경쟁에서 패배할 경우 치명적 타격을 입 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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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한국기업데이터 사장 선임 ‘묻지마 낙하산’ 해프닝
여성 CEO 승인 주총 열었더니 본인은 “안 하겠다” 불참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기업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KED) 는 지난달 17일 주주총회를 열었다. 안건은 신임 사장 후보 승인이었다. 하지만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사장으로 내정된 김정인 코리 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장이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아서다. 자신이 내정된 줄도 몰랐 고, 할 생각도 없다는 이유였다. KED는 2주 전 김 소장을 사장으로 추대 하는 긴급 이사회까지 열었다. 월급쟁이라면 소망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추천됐는데 후보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것도 몰랐 단다. 주총은 무기한 연기됐고 사장은 아직 도 공석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청와대 간담회서 대통령 옆에 앉아 화제 대구여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김 소장은 국 민은행 경제연구소에서 일하다 2005년 KCB 설립 당시 합류했다. 지난 4월 전무로 승진한 지 불과 다섯 달 만에 다시 KED 대표이사로 추천됐다. 업계에선 이런 이력보다 지난해 12월 청와 대 금융인 간담회 때 김 소장이 박근혜 대통 령 바로 옆에 앉은 게 더 화제였다. 그 자리엔 은행·증권사 CEO와 금융당국 수장들도 참 석했는데 규모가 별로 크지도 않은 회사의 상무급 연구소장이 대통령 옆에 앉아 ‘김정 인이 누구냐’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소장 측은 “박 대통령 옆에 앉게 된 것은 우연이고 본인도 간담회 당일 앉을 자리를 통보받고 당황했다더라”고 설 명했다. 그렇다면 김 소장은 왜 사장 자리를 고사 했을까. 윤주필 KED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 김 소장이 내정됐다 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했다. 여의도에 있는 우리 사무실 근처에서 만나 ‘청와대에서 낙점한 낙하산 사장이란 우려 가 있다. 개인신용평가 전문가인데 기업평가 는 문외한 아닌가. 또 연구원 출신이라 경영 능력도 의문시된다. 회사 경영에 대한 열정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사장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더라.” 이에 대해 취재를 거부하던 김 소장은 회 사 홍보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 왔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KED 노조라기에 무슨 일이냐 고 물었더니 사장에 내정됐다고 하더라. 전 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더니 내정된 것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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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협회장학계 전문가 초청 오찬 간담회. 김정인 KCB 연구소장(오른쪽에서 셋째)이 박근혜 대통령 옆에 앉아 있다.
긴급 이사회서 추대된 김정인 후보 “사장 관심 없고 추천 사실도 몰라” 금융위 “대통령은 무관하다” 끝없는 낙하산에 이사회는 거수기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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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몰랐다면서 검증 자료 제출 금융위는 사장 후보로 추천된 사람이 막판 에 거부한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냥 천거된 게 아니 라 사장 후보로 최종 확정까지 된 사람이 갑 자기 안 하겠다고 해 황당했다”며 “인재 풀 에 포함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자기가 어딘 가의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고려되는 줄 알 아야지 그걸 몰랐다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애초에 왜 김 소장이 천거됐는지 에 대해선 “개인신용평가 전문가이긴 하지 만 기업평가도 같은 신용정보 업무이고 여성 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비 / 천둥 눈 비 / 소나기 등 흐려져 비 눈 또는 비 흐림 흐려짐 흐린 후 갬 KED는 2005년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등 국책기관과 은행연합회·시중은행 등 민간 KED 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본사 사무실에 ‘낙 기관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회사 규모는 하산 인사를 거부한다’며 내건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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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D는 경영 공백 상태 그 결과 KED는 경영 공백 상태에 들어갔다. KED 관계자는 “다음 주총이 언제 열릴지 모른다. 몇몇 인사가 사장 자리에 관심을 보 이고 있다는데 제대로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용정보업계 관계자는 “언론에서 아무리 비판을 해도 낙하산을 내려보내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며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KED 해프닝 같은 일은 금융계에 심심치 않 게 일어난다”고 전했다. 그는 “낙하산을 내려 안개 후갬 비후갬 보내면서 당사자의 의사를 눈확인하지도 않는 난맥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답답하다”고 덧붙 였다. 기본 사이즈
^이열씨 별세, 이상준(학원강사)씨 부친상, 토요일(13일) 원기찬(삼성카드 사장)·오태웅(전 국민은행 지점장)·서정암(MBC 보도국 부국장)·마도 (23/17) (23/17) (27/19) (27/19) 상무)·박상일(서울세관)씨 현(한국오라클 장인상=25일 오전 4시, 삼성서울병원 장례 (25/17) (25/17) 식장 12호실, 발인 28일 오전 6시, 02-3410(26/21) (26/21) 3151 (27/20) (27/20) ^송경림씨 별세, 신중식(전 외환은행 지점 장)·중덕(전 한남대 교수)·중철(전 두산동 (26/20) (26/20) 아 부사장)씨 모친상=25일 낮 12시15분, 흑 석동 중앙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27일 오전 8시,10일(수) 02-860-3500 11일(목) 9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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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KED의 사장 선임 해프닝은 김 소장 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 측에서 본인의 의 사도 확인하지 않고 어설프게 낙하산을 내려 보내려다 당사자가 거부하면서 무산된 한 편 의 코미디로 볼 수 있다. 정확히 누가 김 소장 을 사장 후보로 추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 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청와대 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사장의 신상과 능력 을 검증해야 할 이사회는 청와대에서 사인이 왔다는, 확인되지도 않은 말에 거수기 역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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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음력 2014년 9월 3일(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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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8600여 개 기업과 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매출이 생기는 알 짜 회사다. 원래 KED의 최대 주주는 지분 43%를 가 진 신보였다. 이 때문에 그동안 경제관료나 신보 출신이 사장 또는 임원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2012년부터 시중은행들의 지분을 늘 리는 방식으로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신보 지분이 15%까지 줄고 민간 주 주의 지분이 크게 늘었다. 신보 관계자는 “지분이 많이 줄면서 예전 에 비해 KED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사장 선임은 정부에서 하는 거라 아무리 주 주기관이라 해도 이사회나 주총에서 발언권 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니 한번 만나자고 해 만난 것뿐이다. 물론 사장 자리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본지는 김 소장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왜 금융위원회에 사장 후보 추천에 필요한 인사 자료를 제출했느냐’고 질의했다. 김 소장은 이에 대해서도 “두세 달 전 금융위에서 인재 풀에 포함하겠다고 해서 제출한 것뿐이다. KED 사장 같은 구체적인 언급은 없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몰랐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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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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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선출은 됐지만 임명은 안되는 수상한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
청와대교육부, 절차 무시하고 총장 임용 사전협의의혹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그 이유를 정말 알고 싶다.” 한국방송통신 대(이하 방송대) 농학과 류수노(58) 교수는 24일의 통화에서 이 말을 반복했다. “교육부 에서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한 까닭이 무엇 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 다. 그는 지난 7월 11일 이 대학의 총장 선거 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교수·직원·학생·외부 인사로 구성된 50명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31 표를 얻었다.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뀐 뒤의 첫 선거였다. 투표 결과 공개 직후 언론들은 방송대 설립(1972년) 이후 최초의 모교 출신 총장 탄생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총장이 되지 못했다. 최 소한 수년간은 총장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가 선거에서 1위(류 교수), 2위 (중문과 김영구 교수) 모두에게 부적격 판정 을 내렸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사유를 밝히 지 않았다. 공주대 경영학과의 김현규(58) 교수도 “정 말 이유를 모르겠다. 혹시 알게 되면 내게 꼭 알려 달라”고 말했다. 그 역시 지난 4월 공주 대의 간선 총장 선거에서 1위를 했지만 교육 부에서 청와대에 임용 제청을 하지 않았다. 2 위 후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교육부 는 두 사람 모두 부적격인 이유를 공개하지 않 았다. 김 교수는 교육부를 상대로 처분 사유를 밝힐 것 등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 지만 교육부는 이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한국체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진행 중이 다. 지난 7월 총장 선거인단 투표에서 조현재 (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학교는 그와 2위 후보를 교육부 에 총장 임명 후보로 올렸으나 교육부는 임 용 제청을 거부했다. 역시 까닭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 전 차관은 “무엇이 문제인지 나로 선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거부 사유 공개 요구에 불응 지난 11일 교육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박주선(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본인에게도 알려 주지 않는 점 을 지적했다. 박 의원의 질의에 황우여 교육 부 장관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의 원님 말씀을 존중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고 답변했다. 하지만 황 장관이나 교육부는 25일까지도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방송대 류 교수는 2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교육부가 사유를 알려 주도록 해 달라는 청 원을 했다. 방송대 학생들은 ‘이유를 공개하 든지 아니면 임용 제청을 하라’고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 전 차관은 최근
방송대 총장 임명 논란의 경위 7월 11일 간선제 투표에서 류수노, 김영구 교수가 총장 임용 후보자 1, 2위로 선출 8월 15~20일 ‘청와대 직원’이라고 밝힌 이 가 류 교수에게 서너 차례 전화 걸어 2009 년 시국선언 참여 경위와 곽노현 전 교육감 과의 관계 등 질문 9월 5일 교육부, 방송통신대에 1, 2위 후보 모두 임명 제청에 부적합하다며 재선거 요구 10월 8일 박주선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교 육부에 임명 제청 거부 사유 밝히라고 요구 10월 9일 교육부, “부적격 사유를 본인에게 알려주는 것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밝혀 10월 10일 방송통신대 학생회, 교육부에 사유 공개 또는 임명 제청 요구하는 서명운 동 돌입 10월 22일 류 교수, 국민권익위에 교육부가 제청 거부 사유 공개토록 해달라고 청원 국정감사 도중에 교육부 간부의 설명을 듣고 있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 그는 지난 8일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에 대한 질의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교육부서 임명 제청하지 않으면 청와대서 인사 검증 안 해야 정상 후보자들 전화로 옛날 일 캐물어 청와대와 사전협의했다는 방증
한국체대에 추천 과정을 심의해 문제가 없다 면 다시 교육부에 총장 후보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모두 이유도 모른 채 ‘부적격’의 불 명예를 그대로 감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립대 총장 선거 뒤 왜 잇따라 이런 일이 생겨날까. 도대체 왜 이들은 총장으로 임명 되지 못했을까. 그리고 교육부는 왜 당사자 에게조차 설명을 하지 않고 있을까. 당사자 는 물론 해당 대학들이 갖는 의문이다. 한 총장 후보자는 “교육부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윗선’의 결정이라 교육부가 밝힐 수 없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의 추측 이 사실이라는 근거는 없다. 다만 임용 제청 거부에까지 이르는 과정에 다소 ‘특이한’ 일 이 있었다. 방송대 류 교수는 “학교에서 교육부에 선 거 결과를 보고한 지 열흘 뒤쯤 청와대 직원 이라며 전화를 걸어와 인사 검증 차원이라며 과거의 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고 말했 다. 공주대 김 교수 역시 같은 일을 겪었다고
[뉴시스]
밝혔다. 조 전 차관에게도 같은 경험이 있는 지를 물었다. 그는 답변을 피했다. 방송대 총장 후보, MB 때 시국선언 참여 국립대 총장 임용은 대학에서의 선거→1위 와 2위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 인사위원회에 서의 심의→교육부 장관이 청와대에 임용 제 청→청와대의 임명 여부 결정 순으로 이뤄진 다. 따라서 교육부의 발표대로 자체 심의에 서 문제가 발견돼 청와대에 대한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면 청와대에서 이들에 대한 인사 검 증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류 교수와 김 교 수의 주장대로 청와대 직원들이 검증작업을 벌였다면 교육부가 외부에 대한 설명과 달 리 실제로는 임용 제청을 했거나 아니면 부처 심의 단계에서 청와대와 협의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임용 제청 여부 결정 전에 다른 부처나 기관과의 협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협의 대 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더 자세히
총장 선출에 진통 겪는 국립대들
한국체대
공주대
전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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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안용규 교수가 총장 후보로 선출, 교육부 임용 제청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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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간선제 총장 선거 투표에서 김현규· 최성길 교수가 1, 2위로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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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까지 세 차례 다시 후보를 선출했지만 교육부 잇따라 부적격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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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구체적 이유 밝히지 않고 두 후보 모두 부적합하다며 재선거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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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교수회가 직선제 선거로 총장후보 선출, 대학본부는 인정 거부 11월 4일에 48명의 선거인단 참여하는 간선제 투표 실시 예정
얘기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류 교수 등 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시 여부에 대 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해당 부서에 물 어보니 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일절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최근 차관급 자리에서 퇴직한 정부 고위 관 계자는 “고위직 인사를 할 때 절차적으로는 부처가 후보를 결정한 뒤 청와대에 올리는 것 으로 돼 있지만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서류를 올리기 전 미리 보고를 한다. 교육부의 대학총 장 인사 문제도 그런 식으로 진행됐을 가능성 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만약 임용 제청 전에 청와대와 의논을 했다면 이는 정해진 절 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익명 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대학총장에 대한 임 명권자가 대통령이기는 해도 교육부의 자체적 인 심사 과정에까지 청와대가 개입한다면 이 는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방송대 안팎에서는 류 교수가 2009년 대 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게 문제가 됐 을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당시 전국에서 약 1000명의 교수가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냈다. 노무현 전 대 통령 서거 직후였다. 류 교수도 통화에서 “청 와대 직원이라는 이가 서명한 이유를 캐물었 다”고 말했다. 그는 “곽노현 교수와의 친분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난 곽 교수와 그리 가 까운 사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곽 전 서울 시교육감은 방송대 교수 출신이다. 2009년의 서명에도 참여했다.
대학 총장 선출의 변천 과정
87년 민주화의 산물 직선제, 개혁선진화 바람에 사라져 이상언 기자
교육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2단계 국 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대학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국·공립 대학은 ‘구 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으로 지정하겠다고 밝 혔다. 직선제를 고수하는 대학에는 지원을 줄 이겠다는 선언이었다. 교육부는 앞서 2000년 에 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총장 직선제 폐지 를 포함시켰지만 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국 교련)의 집단 행동 등으로 인해 관철시키지 는 못했다. 2006년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며 다시 한번 직선제 폐지를 시도했으나 그때도 교수·교직원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러 한 두 차례의 좌절 끝에 교육부가 꺼내든 ‘지
군사정부 시절에는 정권이 임명 사학들 90년대 후반에 직선 폐지 국립대도 지원금 삭감에 포기
원금 삭감’ 카드는 위력을 발휘했다. 교수 사 회에서 “간선으로 총장을 뽑으면 정권이 입 맛에 맞지 않는 후보는 임용을 거부할 가능성 이 크다”며 반발했지만 대학들은 속속 투항 을 했고 결국 지난해 6월까지 39개의 모든 국· 공립대가 직선제를 포기했다. 국립 K대의 한 교수는 “직선제에 따른 선거 과열 등의 부작 용이 있었지만 전체 교수의 투표로 뽑힌 총장 후보는 교육부나 정권이 마음에 안 들어도 임
용을 거부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학 총장 임용 방식은 정치적 기류 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군 사정권 수립과 민주화, 1990년대 경제 위기와 이후 사회 전반의 개혁 열풍 등이 영향을 미 쳤다. 80년대 대학 총장 앞에는 ‘어용(御用)’이라 는 표현이 붙기 일쑤였다. 정권이 입맛대로 앉 힌 총장이라는 의미였다. 61년 5·16 이후 줄곧 정권이 총장을 ‘간택’했다. 박정희 정부는 문 교부 내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하도록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했 다. 이전까지 있었던 총장 임명의 전제 조건인 ‘교수회의 추천’이 사라졌다. 87년 6월 항쟁과 6·29 선언은 대학 총장 임
용 방식에도 혁명적 변화를 불러왔다. 전두 환 정부가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수용한 것과 맞물려 대학생과 교수들이 총장 선출 직선제 를 요구했다. 그해 12월 목포대가 처음으로 교 수들의 직접 선거로 총장을 뽑았다. 이듬해에 전남대·우석대·연세대 등이 뒤를 이었다. 90 년대 중반까지 모든 국·공립대와 절반가량의 사립대가 직선제를 택했다. 직선으로 선출된 총장들은 ‘정통성’을 앞 세우며 교육 당국 또는 재단과 종종 마찰을 빚었다. 한편으로는 과열된 선거운동과 학내 파벌 형성 등의 부작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 르기도 했다. 94년 전국 대학 총장들이 모인 하계 세미나 에서 직선제 폐지론이 등장했다. 2년 뒤 울산
대·계명대가 임명제로의 전환을 결정했고 연 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도 선거 방식 변경 에 돌입했다. 교수와 학생의 반발이 심했지만 사립대들은 직선제를 폐지시켜 나갔다. 90년 대 후반의 경제난 때문에 가속도가 붙었다. “인기영합형 총장이 아니라 대학을 개혁할 경영자(CEO)형 총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사립대의 총장 선출은 재단이 정한 후보를 교수들이 인준하는 방식(연세대) 이나 교수회의 찬반 투표를 통과한 복수의 후 보 중에서 재단이 선택하는 방식(고려대) 등 으로 변경됐다. 교수들의 결속력이 강한 국· 공립대에서는 직선제가 그대로 유지됐지만 교육부의 ‘선진화 방안’에 따라 결국 2012년 이후 간선제로 속속 바뀌었다.
Focus 15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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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밴드 오아시스의 ‘Definitely Maybe’ 음반 표지.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했던 로드니 마시 선수 사진을 사용했다. 2 테이크 닷의 멤버인 로비 윌리엄스의 2000년 작 ‘Sing When You’re Winning’ 음반 표지. 3 에릭 클랩턴은 웨스트 브로미치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음반 ‘Backless’ 표지 사진을 찍었다. 4 프로구단 유소년팀에서 테스트를 받았던 축구 매니어 로드 스튜어트. 5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는 울버햄프턴의 열혈 팬. 1988년 음반 ‘Now and Zen’ 음반 표지에는 울버햄프턴의 상징인 늑대 그림이 있다.
영국 록의 원류를 찾아서 ⑤ 축구와 로큰롤
록 떼창 응원에 들썩 영국 축구장은 ‘록 그라운드’ 런던=조현진 국민대 특임교수·미래기획단장 gooddreams@hanmail.net
영국에서 축구의 인기 브리티시 는 로큰롤만큼이나 뜨 인베이전 겁다. 축구 종주국이 자 (비틀스 미국 진출) 50주년 랑하는 세계 최고의 리 그인 잉글랜드 프로축 구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20개 구단은 물론 그 하부 리그 소속 구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축구팀들은 로큰롤과 얽힌 흥미 로운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다. EPL이 자랑하는 두 팀인 맨체스터 유나 이티드(Manchester United, 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 이하 맨 시티)의 홈인 맨체스터에는 흔히 두 가지 색 만이 존재한다고 한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다. 정확하게는 맨유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맨시티를 상징하는 파란색이다. EPL 최고 라이벌의 색깔론은 로큰롤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퍼거슨 등장 응원가, 차트 1위 오르기도 관록의 영국 록밴드 스테이터스 쿼오(Status Quo)는 1988년 ‘Burning Bridges’라는 곡 을 발표했는데 맨유 구단은 이 곡을 토대로 가사를 고쳐 94년 구단 응원곡인 ‘Come On Your Reds’를 발표해 영국 차트 1위에까지 오른다. 가사에는 당시 맨유 주축 선수들과 함께 감독 이름도 언급되는데, 그는 바로 최 근에야 은퇴한 앨릭스 퍼거슨이니 그가 얼마 나 오래 맨유를 지휘했는지는 로큰롤을 통해 서도 금세 확인된다. 맨유를 대표하는 레전드이자 60년대 맨유 우승의 주역이었던 조지 베스트는 지금도 역사상 최정상급 축구선수로 기록되는데, 출중한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 덕분에 데 이비드 베컴 이전에 특급 스타 대우를 받은 원조 연예인급 선수였다. 브리티시 인베이전 의 주역 중 하나인 더 킹크스(The Kinks)는 66년 ‘패션의 헌신적인 추종자(Dedicated Follower of Fashion)’라는 곡을 발표한다. 당시 ‘스윙잉 런던’(8월 31일자 ① 런던 소호 편 참고)의 활기찬 패션 분위기를 그린 곡인 데, 전설은 이 곡에 영감을 준 사람이 다름 아닌 조지 베스트라고 전한다. 맨유 홈경기 장인 올드 트래퍼드(Old Trafford) 내에 있 는 박물관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이 곡의 악 보와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맨체스터 출신의 록밴드 조이 디비전을 이 끈 이언 커티스는 23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10월 12일자 ④ 맨체스터, 매드체스터! 참고)할 때까지 맨시티 팬이었다. 앤턴 코빈 감독은 2007년작 영화 ‘컨트롤’에서 컨트롤 할 수 없었던 한 젊은 아티스트 커티스의 삶 을 흑백 영상에 생생하게 묘사했다. 영화에 는 커티스가 공연 중 만난 벨기에 출신의 여 인 아닉 오노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 온다. 오노헤가 “무슨 색 좋아하느냐”고 묻
자 커티스는 “블루, 맨시티 블루”라고 대답 한다. 오노헤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무슨 뜻이냐”고 다시 묻자 커티스는 “맨시티는 축 구 클럽이고 그들은 파란색을 입는다”고 설 명해준다. 공교롭게도 맨시티의 영원한 라이벌 맨 유 팬들은 조이 디비전의 대표곡 ‘Love Will Tear Us Apart’를 개사해 소속 선수 라이언 긱스가 은퇴할 때까지 응원가 ‘Giggs Will Tear You Apart’를 불렀다. 이 장면을 보고 하늘에서 커티스는 과연 웃었을까 분통해했 을까.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 역시 광적인 맨 시티 팬이다. 구단이 새 유니폼을 발표했을 때 빈센트 콤파니 선수 등과 함께 등장하기 도 했다. 그들이 94년 발표한 ‘Definitely Maybe’ 음반 표지에는 맨시티에서 활약 했던 로드니 마시 선수 사진이 사용되기도 했다. 첼시(Chelsea) 구단은 자신들을 응원하는 유명 인사들을 홈페이지에 소개할 정도로 팬 층이 두텁다. 유명 인사도 영화나 정치인 등 부문별로 따로 구분해 소개한다. 음악 부문 팬에는 원조 펑크록 섹스 피스톨스에서 원조 하드록 레드 제플린의 멤버까지 다양하다. 캐나다 출신의 로커 브라이언 애덤스도 광적 인 첼시 팬이다. 영국 출신도 아닌 애덤스는 그의 96년 음반 ‘18 Til I Die’에 수록된 ‘We’ re Gonna Win’을 첼시에 헌정했다. 더 킹크스의 리더 레이 데이비스는 런던 출신으로 청소년 시절 학교 축구선수로도 활 동한 골수 아스널(Arsenal) 팬이다. 현재 홈 경기장으로 쓰는 에미리트 경기장이 완공된 2006년 이전까지 아스널은 거의 한 세기 동
으로 팬 잡지인 ‘All Quiet on the Western Avenue’를 발행하기도 했다.
첼시 기념매장과 구장. 경기가 없어도 늘 찾는 관광 객들로 넘친다.
[조현진]
60년대 맨유 전설 조지 베스트 킹크스 밴드 노래에 영감 제공 엘턴 존은 한때 구단 소유주 리버풀 구단 응원가 가장 유명 안 하이버리(Highbury) 경기장을 사용했는 데, 아트 데코 양식의 멋진 하이버리가 문 닫 고 헐린 이후 레이 데이비스는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건물은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아이언 메이든의 베이시스트 스티브 해 리스는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West Ham United)의 유소년 축구팀 출신으로 축구에 도 큰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로큰롤에 눈을 뜬 이후 축구공 대신 기타를 들었다. 해리스 는 공연 때 종종 웨스트 햄 로고가 붙은 베이 스 기타를 메고 나오기도 한다. 영국 개러지 록밴드 더 리버틴스의 보컬 피트 도허티는 어려서부터 퀸스파크 레인저 스(Queens Park Rangers, QPR)의 열혈 팬
로드 스튜어트, 관객에게 축구공 선물 록스타들이 투자한 축구 구단도 제법 있다. 엘턴 존은 76년 왓퍼드(Watford)의 소유주 가 되면서 클럽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후 지 분 변동 과정을 거치며 지금은 소주주이자 명예 종신 대표가 됐다. 그는 왓퍼드 홈경기 장인 비커리지 로드에서 종종 공연도 했는데 2000년대 초 구단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 공연 수익금을 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테이크 댓의 로비 윌리엄스는 2006년 포 트 베일(Port Vale) 축구단 주식 24만 파운드 어치를 취득하면서 대주주에 오른다. 로비는 인기 축구 게임인 ‘FIFA 2000’에 포트 베일 구단이 포함된다는 조건으로 자신의 곡 ‘It’ s Only Us’ 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 축구를 소재로 한 표지로도 유명한 그의 2000년작 ‘Sing When You’re Winning’ 음반 제목은 포트 베일 구단의 응원 구호이기도 하다. 호주의 대표 록밴드 AC/DC의 보컬 브 라이언 존슨은 영국 출신으로 뉴캐슬(New Castle United)의 팬이다. 뉴캐슬은 80년대에 존슨에게 클럽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으나 존 슨은 이를 거절하고 순수한 팬으로만 남았다. 88년 9월 22일 필자가 로드 스튜어트 공연 을 보는 중이었다. 그가 갑자기 축구공을 들 고 나오더니 1만3000여 관객을 향해 공을 찼 다. 관객에게 축구공이라는 깜짝 선물을 준 로 드 스튜어트는 한때 프로구단 유소년팀에서 테스트를 받았을 정도로 축구 실력도 뛰어나 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EPL보다는 스코틀 랜드 리그의 셀틱(Celtic FC)을 응원하는 스
튜어트는 78년 히트곡 ‘You’re In My Heart’ 에서 ‘당신은 셀틱…내가 본 역대 최고의 팀 (You’re Celtic…You’re the best team that I’ ve ever seen)’이라는 가사를 남겼다.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West Bromwich Albion FC)의 열혈 팬인 에릭 클랩턴은 그의 78년 음반 ‘Backless’에서 웨스트 브로미치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소파에 앉아 기타를 치는 사진을 표지로 남겼다. 레드 제플린의 보컬 로버트 플랜트는 자 신이 5살 때 울버햄프턴(Wolverhampton Wanderers FC) 경기를 보러 갔는데 당시 최 고의 스타였던 빌리 라이트 선수가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본 뒤 평생 팬이 됐다고 밝혔다. 그의 88년 음반 ‘Now and Zen’ 표 지에는 늑대 그림이 있는데 늑대(wolves)가 구단 애칭인 울버햄프턴에 대한 경의라고 축 구팬들은 믿는다. 플랜트는 2009년부터 이 구단의 부사장직도 맡고 있다. 록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 트라 (ELO)를 이끈 제프 린은 골수 버밍엄 시티 (Birmingham City) 팬인데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그들의 ‘Mr. Blue Sky’가 항상 연주 된다. 퀸 노래는 모든 종목서 응원가로 애창 로큰롤 세계에 리버풀(Liverpool FC)의 공 식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보 다 더 유명한 응원가는 없다. 프로그레시브 록을 대표하는 핑크 플로이드가 71년 발표 한 ‘Meddle’ 음반에 이 응원가 일부가 실린 것이 계기다. 원곡은 뮤지컬 삽입곡이었는 데 리버풀 출신의 록밴드 ‘게리 앤드 더 페 이스메이커스’가 63년 다시 부르면서 인기를 끌자 콥(Kop, 리버풀 경기장의 한 관중석 이름이자 서포터스를 총칭함)들이 경기장 에서 부르기 시작하면서 공식 응원가가 됐 다. 경기장을 찾았던 핑크 플로이드가 열성 적인 콥의 떼창 광경에 감동받아 경기장에 서 이를 직접 녹음해 ‘Fearless’ 곡 후반부 에 사용한 것이다. 퀸의 ‘We Will Rock You’와 ‘We Are the Champions’는 종목을 떠나 전 세계 스포 츠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는 곡이다. 밴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자신들의 공연 앙코르 때 관객들이 ‘You’ll Never Walk Alone’을 불러준 경험에 너무 깊은 감동을 받고 밴드가 이 곡들을 쓰게 됐 다고 회고했다. 사실 아무도 혼자서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다. 로큰롤의 제왕에는 샘 필립스가 있었고, 존 레넌에게 는 폴 매카트니가 있었다. 그리고 축구라는 스포츠에는 로큰롤이라는 음악이 늘 곁에 있었다. 조현진 YTN 기자·아리랑TV 보도팀장을 거쳐 청와 대에서 제2부속실장을 역임하며 해외홍보 업무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 구장인 올드 트래퍼드의 내부 모습. 경기장 내부에 있는 박물관에는 ‘맨유의 전설’ 담당했다. 1999~2002년 미국의 음악전문지 빌보 로 꼽히는 조지 베스트 선수의 전시 코너가 있다.
[조현진]
드 한국특파원으로서 K팝을 처음 해외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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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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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54마리가 3만 마리로 멸종 벗어난 미국 들소
미국 유타주 주립공원인 앤티로프섬 남부에서 카우보이들이 미국 들소(American Bison) 무리를 몰고 있다. 19세기 초까지 알래스카와 캐나다, 미국 본토의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로키 산맥에 이르기까지 수천만 마리가 서식하던 미국 들소는 북미 지역에 이주한 백인들의 남획 탓에 1889년 54마리로 격감해 멸종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이후 복원 노력을 통해 현재 3만여 마리로 개체 수가 증가했다. 유타주 앤티로프섬은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과 함께 미국 들소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AP=뉴시스] 글=김춘식 기자 kimcs96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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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한국산업의 중추 정유업이 흔들린다
수렁에 빠진 정유업계, 공급 과잉수요감소 등 4중苦 신음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정유업계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2011 년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7조 2095억원 매출에 8239억원의 영업이익. 주요 사업 분야인 정유 부문에서만 3198억원의 이 익을 올렸다. 호(好)성적에 주가 역시 올랐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2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불과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완전 히 뒤집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에만 21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16조 4937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3분기 역시 적 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트레이 드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3분기에도 761억 원가량의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했다. 적자 가 예상되는 3분기를 포함해 네 분기 연속해 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7년 SK이노베이 션 신설 이래 처음이다. 실적이 바닥을 기면 서 주가 역시 8만원대 붕괴를 앞두고 있다. 3 년 만에 주가가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정 유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이노 베이션만의 일이 아니다. GS칼텍스와 S-Oil 을 비롯한 업계 전체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 져 있다. KDB대우증권은 GS칼텍스가 3분 기에 매출 10조4760억원에 810억원의 영업손 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S-Oil도 2012년부 터 올해까지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 를 내며 고전 중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초 7만4000원대에서 현재 3만9000원대로 내
려앉았다. 이는 2004년 수준이다. 현대오일 뱅크만 유일하게 2분기 394억원 흑자를 냈다. 정유업계의 부진은 낮은 국제 유가와 공급 과잉, 수요 축소, 셰일 가스 같은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차 좁혀져 정유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첫 번째 이 유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매출의 70%를 차지 하는 정유사업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아서 6 다. 어느 정도 국제 유가가 적정한 수준을 유 지해줘야 정유사들은 그 안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중동 등지에서 선적한 원유가 국내 에 도착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40~50일가 량. 이 기간 동안 원유 값이 떨어지면서 발생 하는 ‘재고차손’은 모두 정유사들이 떠안게 된다. 예를 들어 배럴당 100달러에 구입한 원 유 값이 운송 중 배럴당 90달러로 떨어지면 국내 정유사들은 고스란히 베럴당 10달러씩 손해를 본다. 윤장훈 SK이노베이션 매니저 는 “원유 값이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 인하 로 이어진다”며 “정유사마다 이런 재고차손 이 올 들어 분기별로 수백억원씩 되는 것으 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80% 이상 사용하는 두 바이유는 배럴당 90달러 선이 무너진 상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배럴당 103 달러에 거래되던 두바이유는 24일 현재 배럴 당 84달러64센트까지 값이 빠졌다. 국제 유
유가 하락대체 에너지 개발 겹쳐 SK·GS 등 매년 적자 계속 대미 수출 29% 줄어들어 원유 관세 없애 달라 목소리
단순·복합 정제마진 추이 (단위: $/배럴) 5.79
단순정제마진 복합정제마진
5.34
5
4.55 4.07
4 3
3.06
2 1 0.31
0 2010
2011
0.04 2012
2013
-1 -1.06 -2
2014 상반기
-1.63 -2.55
가 하락으로 정제마진도 1분기 배럴당 6달러 대에서 지난 분기 배럴당 2달러대까지 떨어 졌다. 정유사들은 보통 4달러대의 정제마진 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었 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주요 국에 대한 수출이 줄면서 2011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국내 주요 수출품목 중 1위를 차 지했던 석유제품이 지난해부터는 2위로 밀 려 앉았다. 석유제품 수출 규모 역시 2013년 상반기 255억5000만 달러에서 올 상반기 251 억1000만 달러로 1.7% 줄었다. 수출 물량만 줄어든 게 아니라 수출의 질 도 나빠졌다. 국가 간 직수출이 아닌 상대적 으로 값을 덜 쳐주는 석유 중개시장 국가(싱 가포르·네덜란드 등)로의 수출이 늘어난 때 문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중개시장 국 가로 석유제품을 수출할 때 가격은 국가 간 직수출 때보다 휘발유는 배럴당 4.4달러, 경 유는 배럴당 3.6달러 정도 싸다. 연간 7000억 가량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내수도 상황이 좋지 않다. 자가상표주유소 와 알뜰주유소 등의 잇따른 등장으로 경쟁 이 치열해진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
정유사 정유부문 경영 실적 추이(단위: 원)
3조(원)
자는 “주유소의 유통 마진은 보통 5% 정도 를 보는데, 요즘은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손 해를 보는 수준까지 값을 내린 곳이 많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도 국내 정유 업체들이 넘어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 최대의 석유제품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우 2017년까지 일일 정제 능력을 130만 배럴가량 늘린다는 계획 에 따라 시설 확충 공사가 한창이다. 한국 정 유업계의 하루 정제 능력은 288만7000배럴 이다. 중동 및 아시아 지역 내에서 예상되는 증설량은 2018년까지 383만5000배럴에 달 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공급이 늘면서 제품값은 더 싸졌다. 한국 석유공사에 따르면 원유와 정제를 마친 휘 발유·경유 등 제품 가격 차가 지난해 1분기 16.49달러에서 올 1분기 14.86달러로 줄어들 었다. 더 큰 문제는 셰일 가스를 비롯한 대체 에 너지 개발이 국내 정유산업의 미래에 치명적 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셰일 가스를 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나프타) 를 생산할 경우 생산비용은 원유의 20% 수 준인 t당 200~300달러면 가능하다. 세계 최
(%)3.0
2.7
영업이익(왼쪽)
매출액
2.2
2.2
2.0
2조 영업이익률 2008년
96조 1111억
2009년
70조 9110억
2010년
88조 5684억
2011년
132조 6877억
2012년
140조 5541억
1.0
1조
2013년
129조 1870억
30조 5146억
2조 6333억
0 2014년 1분기
-5000억
1조 9473억
-1850억
2008년
-0.3
2009
2조 9715억
-0.3
-4193억 2010
2011
2012
0.0
0.1
-159억
328억
2013
2014년 1분기
0 -0.5
자료: 대한석유협회
알뜰 주유소 기름값 인하 효과 있나
정부 지원 받고도 휘발유 값 차이는 일반 주유소와 L당 18.2원에 그쳐 <현대오일뱅크>
이수기 기자
올해로 도입된 지 만 3년째를 맞는 알뜰주유 소의 유가 인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L당 평균 판매 가격 은 1753.29원(보통 휘발유 기준). 이 중 알뜰 주유소에서는 휘발유가 L당 1738.99원에 판 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 계열 과 S-Oil 계열 주유소는 휘발유를 각각 L당 1757.19원과 1758.77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현대오일뱅크와 알뜰주유소 간 휘발유 평
석유공사 통해 124억원 지원 받고 품질보증 가입률은 22.7% 불과 “알뜰주유소 덕에 값 싸져” 반론도
균 판매 가격 차가 L당 18.2원밖에 나지 않는 다.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가장 비싼 브랜드 는 업계 1위인 SK에너지로 L당 1786.02원이 었다. 알뜰주유소는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 돼 2011년 12월 경기도 용인시에 첫 점포가 세 워졌다. 9월 말 현재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총 1117곳으로 전체 주유소의 8.9%에 달한다. 알뜰주유소가 단시간에 이처럼 덩치가 커 진 배경에는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다. 정부는 기존 주유소 업주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경우 폴사인 교체와 외벽 도색 등 업 소당 최대 3000만원 규모의 시설개선 지원금 과 재산세 등 각종 감면 혜택을 지원했다. 알
뜰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정부 예산 지원 규 모도 커졌다. 지난 8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원회 전하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알 뜰주유소 유치를 위한 시설개선자금 지원 명 목으로 2012년 60억원(425곳), 2013년 53억 7200만원(314곳), 2014년 6월 말 현재 10억 3200만원(62곳) 등 총 124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투입했다. 정부 예산은 꾸준히 들어 가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 알뜰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석유제품의 품 질관리도 어렵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
위원회 박완주 의원이 석유공사와 석유관리 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의 품질보증 프로그램 가입률은 22.7%에 그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보증프로그램은 석유관리원이 알뜰주유소를 포함한 자가 상 표 주유소와 협약을 체결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석유품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다. 예를 들어 품질보증협약 주유소에 대해 석 유관리원이 월 1회 품질검사를 한다. 정유사 소속 주유소들은 자체적인 품질검사 시스템 을 갖추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알뜰주 유소 중 가짜 석유를 취급하거나 정량에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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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김문수의 홍콩 트위터
퇴원 명령 vs. 입원 명령
China Inc., 성장기어 저단감속
사과 폭풍(Apple Storm) 주의보
다음 주 preview
미국 양적완화 종결. 시장엔 선생님 없는 자율학습, 사회
중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7.3% 성장에 성장률 둔
미국에서만 4000만 대 가까이 팔아 치운 아이폰 6. 겁
테이퍼링 종료선언 예정된 미 공개시장위원회
첫발과 같은 불안감과 성취감 교차. 중환자실에서 퇴원하
화 논쟁. 최소한 ‘묻지마 성장전략’은 폐기된 것에 공
나는 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아직 예열만 한 상
(FOMC) 주목(28~29일). 주말 유로존 스트레스 테스
라는 명령이고 인위적 부양책이라는 모르핀과의 절연. 반
감.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2010년 25%대에서 올 9월
태로 판매개시 전. 휘어진다, 유격이 크다는 프로파간
트 결과도 중요. 1.26달러 저지선에 걸려 있는 달러-유
면 난파 지경의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입
16.1%로 계획된 감속. 중국이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어
다에도 소비자를 이기는 전략은 없는 법. 경쟁사 경영
로 환율을 시작으로 제2차 강달러 쇼크 가능성 우려.
진은 주주들에게 폭풍 사과문을 준비해야 할지도.
주 중 미국 내구재 주문 및 주택지수 추이도 살펴야.
원 명령받아. 긴급점검을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중.
‘묻지마 중국 특수’도 사라지게 됐음에 유의.
액티스 캐피털 아시아 본부장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한국 투자자의 대만 기업 탐방기
최준철
대의 석유제품 수입국인 미국이 셰일 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석유제품을 덜 사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다. 실제 올 상반기 한국 기업들의 석유제품 대미 수출은 13억6000만 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보다 29%가 줄었다.
배당이 적어 죄송합니다 서버용 슬라이드를 만드는 업체와 미팅하 며 있었던 일이다. IR(Investor Relation) 담당자가 아주 별난 인물이었다. 특별한 제 품 경쟁력이 눈에 띄지 않는 반면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 질문 을 던지면 “우리 회사에 의심을 가지고 주 식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은 다 돈을 못 벌 었다”는 식의 우격다짐 대답만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원하는 대답을 얻기는 틀렸다 싶어 마지막으로 배당정책이나 물어보자 는 심산으로 질문을 던졌다. “배당성향(연간 순이익 중 배당으로 주 주에게 지급되는 비율)이 50%인데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뭔가요?”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배당이 적어서 죄송합니다. 하 지만 저희는 성장하는 회사라 내부 유보 를 일정 부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갑자기 저자세로 돌변한 것도 의외였지만 가장 놀 란 점은 순이익의 절반을 주는데도 배당 이 적다고 여기는 데 있었다. 필자는 이렇 게 많은 배당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는 의 도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만 기업은 높은 배당 성향이 있다.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 유보 금에 대해 추가적인 법인세를 물리는 제도
지배구조 안정화 수익성 제고가 숙제
서울시내 휘발유 값 싼 주유소 톱10 (단위: L당 원, 10월 25일 기준)
지역
자료: 오피넷
상호
휘발유
경유
구로구
대복주유소
1664
1474
구로구
알뜰풀페이주유소
1665
1475
성북구
신방주유소
1672
1473
동대문구
용일주유소
1672
1473
동대문구
SK풍한주유소
1675
1475
동대문구
웰컴주유소
1679
1479
광진구
대원주유소
1685
1495
광진구
용마주유소
1685
1495
영등포구
(주)강서오일
1689
1489
강서구
개화동주유소
1689
1489
뉴스1
달하는 주유를 하는 적발건수도 올 들어 17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급보 고 전산화 대상 자영알뜰주유소(443개소)의 3.8%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유사 소속 주유 소의 평균 적발률(1.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알뜰주유소가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휘발유 판매가가 L당 평균 1700원대까지 내려온 것 자체가 알뜰주유소의 존재에 힘입은 바 크다 는 주장이다. 25일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시내 에서 휘발유 값이 가장 저렴한 주유소 20곳 중 7곳이 알뜰주유소였다.
대만기업, 높은 배당 성향 눈길 중소기업은 기술력으로 무장 한국기업, 주주친화 마인드 갖춰야
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의 가장 큰 의무가 주주에게 배당을 최대한 지급하 는 것이라 여긴다. 대만 기업들과의 연이은 미팅은 주주정책을 중시하는 필자조차 한 국 기업들의 짜디짠 배당에 얼마나 길들여 져 있었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었다. 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 먹 지 못하고도 찍소리 못하는 한국 투자자들 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에는 삼성·현대자동차·LG처럼 세계 에 내로라할 만한 대기업 집단이 별로 없다. 본토에서 건너와 소수의 인력으로 대만을 통치할 수밖에 없었던 장제스(蔣介石)가 토 착민에게 부가 쏠리는 걸 막기 위해 토착 기 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막았다는 탓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필자에게도 대만 은 중소기업의 천국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 지만 기업 탐방 후 이런 편견은 깨졌다. 우선 대만이 강하다는 정보기술(IT) 분 야에서 삼성에 필적할 만한 세트업체는 없 지만 경쟁력과 규모를 동시에 갖춘 부품회
기업가 정신, 스케일이 있더라 하지만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한 다수의 대 만 소비재 기업들은 핵심 제품군에서 선두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본토 의 라면·쌀과자·할인점·제과점·자전거·콘 택트렌즈 분야 1위는 대만 기업들이다. 충 성 고객의 반복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자 성장이 뻔히 보이는 분야들이다. 이들은 당연히 중국뿐 아니라 대만에도 기 반이 있어 단일 아이템에도 상당히 큰 사이 즈를 자랑한다. 편안한 내수시장에만 머무 르지 않고 과감히 본토 진출에 승부수를 던 진 기업가 정신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결국 기업 들에 달려 있다. 한국 기업들이 좀 더 진취 적인 기업가 정신과 주주 친화적인 마인드 를 갖추게 되길 희망한다.
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KB금융 새 사령탑에 윤종규 전 부사장
sh ut ter sto ck
당분간 유가하락 추세 이어질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유업체들은 자구 노력 이 한창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구자영 회장 주 재로 SK종합화학을 비롯한 5개 자회사 사장 단이 참석해 매주 비상경영회의를 한다. 실적 개선 논의는 물론 운영 예산 절감 방안 등이 주요 의제. 이외에도 각 사업 회사별로 출장 비·광고비·교육비 등 운영 예산을 최대 20% 까지 줄이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수도 권 지역의 일부 저장시설을 폐쇄하고 직원을 재배치하는 등 사업 조정도 병행 중이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석유화학사업본 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1개 본부로 묶고, 경 영지원본부를 폐지하는 등 조직과 임원 수를 각각 15% 이상 줄였다. S-Oil은 10개 부서를
지난달 나흘간 대만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새롭게 출범한 해외펀드에 편입할 종목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가오슝에서 시작해 타 이중을 거쳐 타이베이까지 이동하며 각 지 역에 위치한 12개의 기업을 탐방하는 일정 이었다. 최근 한국 외에도 태국·인도네시 아·말레이시아·필리핀을 누비며 다양한 기 업들과 미팅을 해 본 터라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무뎌졌을 법도 한데 대만에서 적 잖은 충격을 받고 귀국했다.
통폐합하고 직원 수를 줄였다. 대한석유협회를 중심으로 정유업계의 오 랜 숙원이었던 원유수입관세를 없애야 한다 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측은 “현 재 석탄·원목·철광석 같은 주요 원재료 수입 에는 0%의 관세율을 적용하지만 유독 원유 에 대해서는 3%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원유수입관세를 없애면 일정 부분 세수가 줄긴 하겠지만, 물가인하와 고용창출 등 거 시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 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당분간은 실적이 나아질 기 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형욱 HMC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8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장기적으로 유가 하락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동차를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소비 효율 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 안하면 수요 증가 폭 역시 미미할 것”이라고 내 다봤다.
일러스트 강일구
VIP투자자문 대표
사들이 버티고 있었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렌즈만 만들어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이르는 부품회사가 있는가 하면 노트 북과 스마트폰용 메탈 케이스를 제조해 7 조원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도 있다. 놀라운 점은 계열사 납품이 아닌 오직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만 이뤄 낸 성과라는 것이다. 한국에선 세트업체 계열사가 아닌 이상 2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부품회사는 한 곳도 없다. 실제로 이 들과 미팅하면서 기술에서 뒤처지면 물러 설 곳이 없다는 비장함과 이 분야에서만큼 은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 었다. 그리고 모두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으 로 출발해 성장한 곳이다. 중국은 수출 주도에서 내수 소비로의 구 조개혁을 진행 중에 있다. 소비재보다 화 학·철강 등 중간재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에는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사실 한국 투자자들이 답답한 부분은 오리온· 아모레·쿠쿠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 주식시 장에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한국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수기 기자
차기 KB금융 회장에 윤종규(59·사진) 전 KB금융 부사장이 내정됐다. KB금융 내 부를 잘 아는 윤 차기 회장의 등장으로 혼 란에 빠진 조직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게 안팎의 기대다. 윤 내정자는 역 대 KB금융 회장 중 최초의 내부 인사 출 신으로 분류된다.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광주상고를 졸업 한 뒤 외환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윤 내정자는 꾸준한 자기계발 노력으로도 유명하다. 은행 재직 중 성균관대 경영학 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를 거 쳐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 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뒤 1981년 행 정고시(25회) 2차에도 차석으로 합격했 다. 하지만 학생운동 전력이 문제가 돼 공무원에 임용되지는 못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 겨 20여 년간 근무하며 부대표 자리 까지 올랐다. KB금융과 인연을 맺 은 것은 2002년의 일이다. 고(故) 김
정태 국민은행장이 그를 스카우트했다. 윤 내정자는 당시 재무담당 부행장, 개인금융 그룹담당 부행장 등을 거쳤다. 하지만 국 민은행이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할 당시 불 거진 회계처리 문제로 2004년 물러났다. 이후 5년여 뒤인 2010년 어윤대 당시 KB금 융 회장이 그를 다시 불러 KB금융의 재무 와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 자(CFO·부사장) 자리를 맡겼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내정자는 부하 직원에게도 일일이 존대를 하고 자신의 업무를 솔선해서 처리하기 때문에 그를 따르는 직원이 많았고 그 덕에 행원 출신 이 아님에도 내부인사로 분류되는 것”이 라고 말했다. 그의 앞에는 만만찮은 과제들도 대기 하고 있다. 무엇보다 KB금융 사태를 촉 발한 회장과 행장의 갈등이 재연되는 걸 방지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할 때 덩치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또 국민· 주택은행 출신별로 파벌이 나뉘는 분위 기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 Economy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마켓&마케팅 ④ 非과시, 非소비 시대
새 옷 사지 말고 꿰매 입어라 반짇고리 주는 의류업체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schoi@dongduk.ac.kr
신호등 앞에 멈춰선 두 대의 차. 각각의 운전 석에 앉은 두 여인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메 르세데스를 탄 여인은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된 듯하다. 반면 볼보를 탄 여인 은 갑자기 두 눈을 가운데로 모으며 익살스 러운 표정을 짓는다. 뒷자리 아이들 사이에 “까르륵~” 웃음이 터진다. 그러고는 “볼보 는 아무나 탈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 당신 같 은 사람들이 타는 차입니다”는 카피가 이어 진다. 볼보는 미국에서 메르세데스·BMW와 함 께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인식돼 왔다. 지난 수십 년간 광고전략도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 로 탁월한 제품 성능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럭셔리 컨셉트를 앞세워왔다. 그러다 2013년 부터 ‘상위 1%에 속하거나 그렇게 보이고 싶 은 사람에게 우리는 적합한 선택이 아니다’ 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볼보는 ‘당신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어 울린다고 강조함으로써 고급차는 부유층만 을 위한 차라는 통념에 뒤집기를 시도했다. 역발상은 지면 광고 카피에서 더 두드러진다. “당신의 강아지가 옷장을 가지고 있다면, 당 신의 집사에게 집사가 있다면, 아마도 볼보는 당신을 위한 차가 아닐 것입니다”라며 마케 팅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볼보의 새 광고를 “튀 어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 실용적이고 현실적 인 고소득층을 겨냥한 유쾌한 시도”라고 평 가한다. 미국 고소득층 중에는 절제된 생활을 선 호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쿠폰을 챙겨 쓰고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며, 합리적인 가 격대의 와인을 즐기는 부자들이다. 특히 평 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의 노력으 로 돈을 모은 부자일수록 수백만 달러 주택 이나 고가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지 않는다. 백만장자 시리즈 책을 냈던 미국의 부자 전문 가 토머스 스탠리 박사의 조언처럼 “진짜 부 자처럼 보이고 싶다면 먼저 검소하게 행동하 라”를 실행하는 부류다. 미국·일본 과시성 소비 거품 걷혀 자산 100만 달러(약 10억6000만원) 이상 부 유층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일본에 서도 과시성 소비의 거품이 걷힌 지 오래다. ‘닛케이비즈니스’가 연 수입 1500만 엔(약 1 억47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이 스스로를 부자라고 여기지 않았고 별장·고급시계에 관 심을 가진 비중도 20% 미만이었다. 당연히 그들의 지갑도 굳게 닫혔다. 2000~2011년 일본의 전체 소비시장 규모 가 230조~240조 엔(약 2250조~2350조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반해, 고소득층 의 소비는 20조 엔에서 12조 엔으로 대폭 감 소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소득 상위 20% 가구 의 소극적인 소비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 질가처분소득에서 식료품·의류·교통·통신 비 지출을 뺀 소비여력 규모가 2008년 월평 균 228만원에서 2014년 281만원으로 늘어났 다. 같은 기간 중산층의 소비여력은 큰 변동 이 없고 저소득층의 경우 오히려 적자 폭이 커진 양상과 대조적이다. 구매력은 충분하지 만 돈쓰기에 인색한 소비층이 두터워졌다는 이야기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도 예전 같지 않 다. 세계 명품시장은 신흥시장 소비열풍 덕 에 2011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해왔 지만 2013년 총 매출이 2170억 유로(약 290조 원)로 전년 대비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강조한 의류 브랜드 파 타고니아의 광고와 파타고니아 설립자를 커버스토 리로 게재한 포춘지. ◀운전석 두 여성의 대조적인 행동을 통해 과시성 소비를 비꼰 자동차 브랜드 볼보의 TV 광고 장면. [사진 비즈니스인사이더]
경기 침체 속 성장한 젊은 층 사이 명품 기피, 소비 인색한 이들 증가 기업들 “지갑 닫혔다” 불평 말고 검소하고픈 심리 대변, 역발상 필요
히 지난해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1% 성장한 83억 유로(약 11조원)였는데, ‘큰손’ 요우커 들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실제 국내 고급품 시장은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1990년대 이후 수차례의 경제 위기를 겪 으며 안정적인 수익, 자산 보존에 대한 자신 감을 잃어버린 고소득층은 새로운 상품이나 마케팅 자극에 보수적으로 반응한다. 미국의 전형적인 고소득 업종인 금융기 관 종사자의 경우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너스가 줄어들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도 쇼핑을 즐기지 않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 였다. 한국에서는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 하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수선해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데는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는 쇼핑의 흥분감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 누가 봐도 알 만한 ‘3초 백’ ‘5 초 백’에 대한 욕망은 시들해지고, 대신 싸 고 질 좋은 제품을 발견하는 데서 소소한 재 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명품 브랜드 보다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개성 적인 컨템퍼러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세계 명품시장 규모 (단위:유로) 2120억 1920억
2170억
2%
1730억
10% 1530억
11% 13%
2009년
10
11
12
13
자료: 베인앤컴퍼니
개가 옷장을 갖고 있을 정도로 부유한 집이라면 볼 보 자동차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한 신문 광고.
미국에서 시작된 ‘옷 6벌 이하 입기 운동’ 캠페인의 한 장면.
뚜렷해져 백화점에는 전문관이 생기고 매 장 매출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명품 열 망(aspiration) 집단이 축소되면서 고급시 장은 웬만한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수 퍼리치와 합리적 고소득층으로 이원화되는 중이다. 미국에선 옷 6벌 이하 입기 운동 젊은 층 사이에서 나타나는 변화도 심상치 않다. 불필요한 소비를 경계하며 소비 축소 를 지향하고, 간소한 삶을 체험하는 이벤 트에 참여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미국에 서는 ‘옷 6벌 이하 입기 운동(Six Items or Less)’이 나타날 정도다. 한 달 동안 속옷·액 세서리·신발을 제외하고는 6벌 이하의 옷으 로 생활하자는 캠페인이다. 의류소비를 줄임 으로써 ‘쇼핑 다이어트’를 하자는 게 이 캠페 인의 목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참가자들(Sixers) 대부분 이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내가 단 6벌만의 옷만 입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한 점이다. 이 캠페인은 낭비를 줄이는 아 이디어에 관심이 많은 도시 젊은 층을 중심 으로 홈페이지나 트위터를 통해 번져나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비를 어리석거나 나쁜 행동 으로 여기며, 극단적인 청빈·검소 생활을 추 구하는 혐(嫌)소비 세대까지 등장했다. 79년 이후 출생한 이들은 이제 중장년층이 된 ‘버 블 세대’나 ‘단카이 주니어 세대’와 달리 어 린 시절부터 한신대지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사회적 대사건을 겪으며 비관적이고 소극적인 성향을 다져왔다. 수입이 충분하더 라도 최대한 절약하거나 계획적으로 소비하 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의 준말)’라 는 단어가 최근 10,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제품 리뷰나 비교 사이트에는 “가 성비가 짱”이라거나 “가성비가 쓰레기”라는 글이 주를 이룬다. 개념주의 예술가 바버라 크루거가 만든 슬로건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에서 드러나듯이 자 본주의 사회에서 나를 표현하고 남과 구분하 기 위한 소비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새롭고 희소한 상품에 대한 열망도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은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 든다. 특히 어려움 속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 낸 소비자의 가치관과 행동의 변화는 앞선 세 대가 일시적인 경제적 고충 때문에 소비를 줄이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다. 화려한 삶보다 절제된 생활을, 물질적
소유보다 정신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자들이 시장을 서서히 바꾸어가고 있는 것 이다. 기업들은 여력이 풍부한 고소득층이 소비 시장 활성화에 나서지 않는다고 푸념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경제 성장기에 지갑이 두터워진 중산층 을 겨냥한 ‘매스티지 브랜드(대중적 명품)’ 가 출현했다면, 지금은 비과시적 고소득층의 ‘고급스러운 소박함’을 만족시킬 수 있는 브 랜드와 상품이 필요한 때다. 소유를 통한 자 부심, 자기 만족감을 부추기기보다 안전·안 심이란 본질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 거창하고 현란한 VIP 마케 팅은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실용성·합리성 강조하는 전략 필요 따라서 브랜드 메시지도 제품과 서비스의 상 징적과시적인 측면보다 실용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 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어본 후 식욕을 잃 은 기성세대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간소한 생활이 몸에 밴 젊은 층을 대할 때에는 ‘소비 의 즐거움’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부터 고 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생산과 소비는 환경을 해치는 행위이니 우리 옷도 사지 말 고 수선해 입어라”며 반짇고리를 나눠주는 미국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행 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의 설립 자이자 세계적인 암벽 등반가인 이본 취나드 는 과소비가 꼴불견으로 여겨지는 세상 만 들기를 미션으로 삼는다. 이런 파타고니아를 일컬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지구상 에서 가장 쿨한 회사(The coolest company on the planet)’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고소득층과 젊은 층은 소비시장을 견인하 는 쌍두마차다. 조금 느리게 걷거나 뛸 생각 이 없어 보인다고 다급하게 채찍질을 하거나 아무 음식이나 먹인다면 당장은 달릴지 몰라 도 어느새 또 멈춰 설 것이다. 이들이 오래도록 신나게 잘 달릴 수 있도 록 하려면 드러나지 않는 과거의 상처, 속마 음까지 깊이 이해하고 건강한 제품과 서비스 를 정성스럽게 준비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검 소하고 절제된 생활까지 지지해주는 성숙한 마케팅이 필요한 때다. 최순화 소비자학을 공부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 대에서 석사 학위를,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현재 국내외 소 비시장 트렌드 분석, 브랜드 관리 전략 등을 연구하 고 있다. 저서로 반감고객들(2014), I Love 브랜 드(공저, 2010)가 있다.
Economy 21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제4회 2014 소비자 선택, 35개 브랜드 영예
기능·효과 뛰어나도 쓰기 편한 ‘친구 같은 제품’ 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소비 생활은 주어진 소득으로 가장 큰 만족 을 얻기 위한 선택의 과정이다. 장바구니를 들고 이 우유, 저 우유를 비교하는 주부, 점심 시간 식당에서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는 직 장인. 이들 모두 ‘만족 극대화’를 목표로 고 민한다. 소비자들이 자주 선택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높이 평가해야 하는 이유도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장바구니에 들어가거나 주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브랜드를 평가해 시상하는 ‘제4회 2014 소비자의 선 택’에서 LG G3, KB금융그룹, 미래에셋생명 종합보장보험, 넥센타이어, 비엔디생활건강 등 35개 브랜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중 앙SUNDAY가 주최하고 중앙일보·산업통 상자원부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3단계의 꼼 꼼한 심사를 거쳤다. 한국리서치가 전국(제 주도 제외)에서 8월 한 달간 후보 브랜드를 기초조사한 뒤 9월 29일부터 보름간 소비자 조사를 거쳤다. 조사는 업종별로 소비재·내 구재·서비스 등으로 나눠 인지도·선호도와 브랜드 충성도·차별성·독창성에 대해 평가 했다. 이후 학계·산업계·전문가들이 각 브랜
드로부터 제출받은 서류를 심사해 수상 브랜 드를 최종 결정했다. LG G3는 기능이 다양해졌지만 이용 편의 성은 오히려 높아져 스마트폰 부문 대상을 받았다. G3에는 고해상(HD, 1280720)의 네 배에 이르는 해상도를 구현하는 초고화질 5.5인치 쿼드HD IPS디스플레이가 장착됐 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박종석 사장은 “G3는 ‘Simple is the New Smart’라는 LG 전자의 철학이 반영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G3폰넥센타이어 품질향상 인정 노스페이스미래에셋은 4년째 영예 KB금융그룹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경제금융 교육’은 지역사회와 금융기 업 간 새로운 소통 채널이 됐다. 이 프로그램 에는 현직뿐 아니라 퇴직 직원들까지 참여해 협동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만5000여 전 직원이 ‘1인 1봉사활동’에 참 여해 지난해 총 34만 시간의 봉사활동을 펼 쳤다. 미래에셋생명 종합보장보험 ‘생활의 자신
2014 소비자의 선택 수상기업 현황 연속 수상
수상부문
수상기업
※연속수상·소비재·내구재·서비스 부문 순. 업체 명은 가나다 순.
연속 수상
수상브랜드
아웃도어 주방용품
영원아웃도어 노스페이스 로이첸 ROICHEN 미래에셋생명 생명보험 미래에셋생명 종합보장보험 4년 생활의 자신감 스마트뱅킹 신한은행 신한S뱅크 사람인 사람인 취업포털 에이치알 금융지주 KB금융지주 KB금융그룹 다비치 다비치안경 3년 안경전문점 안경체인 커피전문점 다도글로벌 드롭탑 육가공 사조대림 캠프앤하우스 2080 치약 애경산업 진지발리스 프로젝트 K 스마트폰 LG전자 LG G3 KYK김영귀 2년 알칼리 김영귀 환원수 이온수기 환원수 미래엔 아담리즈수학 수학전문학원 에듀케어 참고서 미래엔 올리드 치킨전문점 지앤푸드 굽네치킨 농림수산식품 2회 농식품농어촌 교육문화 Okdab (누적) 정보서비스 정보원
수상부문 세탁세제 생수 면도기
수입자동차 침대침구 타이어 헬스케어 대형할인점 신용카드 유아교육 호텔 견과류 기능성화장품 /기능가치 기능성화장품 /실용가치 1회 패션/잡화 (히든 홈패션 챔피언) 미용기기 이미용품 중고폰매매전문 인터넷만화방 프랜차이즈 1회
수상기업 비엔디 생활건강 한국청정음료 파나소닉 코리아 아우디코리아 바디프랜드 넥센타이어 바디프랜드 홈플러스 그룹 신한카드 미래엔에듀케어 동원아이앤씨 다경 태영
수상브랜드 세제혁명 이젠드라이 몽베스트 람대쉬 아우디 라클라우드 넥센타이어 바디프랜드 홈플러스 신한카드 위버지니어스 그랜드힐튼서울 한줌의보너츠 엘렌실라 달팽이크림
마녀공장
마녀공장
주영 다원물산 코리아테크 웰컴엠에스 트러스트 미스터블루 엉클스코리아
브레라 바자르 리파 CHAHONG 폰사닷컴 미스터블루 엉클스
Biz Report 준대형·중형 디젤 세단 인기
안전성 높이니 소비자 몰려 말리부 판매 한 달 새 219% 늘어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한국지엠의 중형 세단인 쉐보레 말리부(사 진)의 인기가 뜨겁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말 리부를 2380대 팔아 전년 동월 대비 219%의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25일 발혔다. 말 리부 디젤 모델은 지난달에만 1237대가 팔 렸다. 한국지엠 측은 이날 “말리부 디젤이 판 매를 주도하는 데다가 최근엔 가솔린 모델의 판매도 급격히 늘고 있다”며 “덕분에 지난달 에는 말리부 디젤이 국내 준대형·중형 디젤 세단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 독 말리부가 잘 팔리는 배경에는 이 차가 가 진 특별한 장점이 있다. 우선 말리부는 높은 안전성을 자랑한다. 2011년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Euro NCAP) 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국내에 선 2012년 국토해양부가 주관한 ‘2012 올해 의 안전한 차’ 시상에서 우수 차량에 뽑혔다.
차체의 65% 이상에 초고장력 강판 등을 적 용해 내구성을 높이고 여기에 ^사각지대 경 고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을 갖췄다. 주행성능은 물론이고 운동감 넘치는 디자인도 인기의 비결이다. 이 회사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시장 트렌드 를 개척해 온 말리부가 차별화된 신뢰감으로 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만족시켜 드릴 수 있 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은 100세 시대와 자기 존중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76개 특약이 기본·갱신·체증·월지급형 등으 로 갖춰져 있어 ‘원하는 보장’을 ‘원하는 보 험료’로 설계할 수 있다. 3대 성인병인 암·뇌 혈관질환·심장질환을 진단부터 수술·입원· 통원·사망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보장한다. 넥센타이어는 내구성이 높아진 점이 후한 평가를 받았다. 넥센타이어는 2014년 미국의 JD파워에서 시행한 출고형 타이어 소비자 조사에서 마모 성능 평가와 구매추천율에서 국내 제조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넥 센은 이번 달부터 소비자 과실로 못 쓰게 된 타이어도 새 상품으로 바꿔주는 명품보증제 도를 국내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 세제회사 비엔디생활건강은 친환경 제품 을 앞세워 세탁 세제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 회사의 ‘세제혁명 이젠 드라이’는 화학 성분 을 크게 줄여 민감한 피부를 보호하고 니트 류나 모직·실크류의 홈 세탁도 가능하다.
내구성을 크게 높인 넥센타이어가 ‘2014 소비자의 선택’에서 타이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넥센 야구단 박병호(왼쪽에서 셋째) 선수가 팬들과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사진 넥센타이어]
22 Health Plus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뉴욕까지 상륙한 에볼라 공포
요즘 웰빙가에선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 에볼라 대책‘5무 1유’ 예방에 더 힘써야
식스팩 만들기의 함정
일러스트 강일구
우리 비만클리닉에서 체중조절을 하던 30대 남 성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주치의인 나를 만날 때마다 회식·야근·결혼식·워크숍·출장 등 갖은 핑계로 본인의 체중이 90㎏에서 멈춰 선 이유를 설명했다. 한 3개월쯤 지나 다시 나타났는데, 놀 랍게도 20㎏ 이상 빠져 있었다. 매일 닭가슴살 도시락, 쉴 새 없이 윗몸 일으키기, 자전거 타고 출퇴근, 주말에 세 시간 이상 등산. 그가 자랑스 레 털어놓은 체중감량의 비법이었다. 원인을 물어보니 쑥스러워하다가 한참 만에 꺼낸 답은 “여자 친구가 생겼다. 몸짱 복근을 보 여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불과 3개 월 만에 급(急)감량한 것이 나는 내심 불안했지 만 “유지가 중요하니 더 노력하라”고 격려했다. 2개월 후 그는 예전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자 친구와 헤어졌고 직장을 옮기면서 야근·회식이 많아졌다고 했다. 참으로 강한 사랑의 힘이라며 둘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비만치료를 하다 보면 단기간에 많은 체중감 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만사를 제 쳐두고 체중감량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면 단기 체중감량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문 제는 체중도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려는 경 향이 있다는 것이다. 체중이 약간 줄어든다 싶 으면 자꾸 예전 체중으로 돌아가려 든다. 내 경험상 빠른 감량을 원할수록 실패 확률 이 높다. 비만은 감기처럼 일정기간 치료하면 사라지는 병이 아니라 고혈압·당뇨병같이 평생 을 조절하면서 치료해야 하는 질병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중년에도 탄력 있는 몸매를 대중에 보여주기 위해 하루 서너 시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조 절된 식단을 수년간 지속하고 있다는 어느 여배
우와 같은 삶을 모두가 살 수는 없다. 정글 같은 직장, 집안일과 육아에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현실 속의 우리들이다. 그러기에 나는 환자들에게 욕심을 부려 반짝 줄여볼 생 각을 갖기보다 생활 속에서 평생 지속할 수 있 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방학 동안 자녀 살을 빼주겠다고 결심한 엄 마들에겐 방학 기간에 열심히 할 운동을 찾아 주고 개학이 다가오면 공교육·사교육 스케줄 속 에서 어떻게 좀 더 움직이게 만들지에 대한 계 획을 미리 세워두라고 충고한다. 회식과 야근이 잦은 직장인에겐 닭가슴살 도시락만이 능사가 아니라 회식자리에서 현명하게 음식 골라먹는 법을 가르쳐준다. 운동할 시간이 없을 때 좀 더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최근 단순히 체중감량이 아니라 몸 만들기를 함께하고 싶어 안달 난 남성이 많아졌다. 하지만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식스팩을 만들겠다는 의지 로 근력운동을 하다 허리를 다쳐 운동을 못하 고 쉬고 있었다. 비만치료에선 근육량만 늘리기 보다는 우선 지방을 태워 줄이는 것이 더 중요 하다. 따라서 온몸의 근육을 움직이는 유산소 운동이 필수적이다. 유산소 운동은 생략한 채 비만한 사람이 복근을 만들겠다며 윗몸 일으키 기만 하거나 날씬한 허리를 갖겠다며 허리에 진 통벨트를 두르는 것은 대부분 허사로 끝난다. 비만한 사람이 몸 만들기에 도전한다면 먼저 유 산소 운동을 중점적으로 해 지방을 줄이면서 근력운동을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 이 또한 꾸 준히 하지 않으면 배에 새겨진 왕(王)자가 곧 삼 (三)자로 변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에볼라 환자 발생으로 미국 뉴욕이 비상이 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에 따르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이날 긴 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아프리카에서 에볼 라 감염·의심환자와 접촉한 후 귀국한 모 든 의료진과 여행객들에 대해 에볼라의 최 대 잠복기인 21일간 의무격리 명령을 발동 한다”고 밝혔다. 이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의료 활동을 한 뒤 뉴욕으로 돌아온 미국인 의사 크레이 그 스펜서(33)가 전날 에볼라에 감염된 것 으로 확인된 후 내려진 조치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서 국립중앙의료원(NMC) 이종복 진료부 원장은 “국내에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투입될 NMC 감염내과 소속 간호사 4명 이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사표를 제출한 간호사 4명은 지난 8일 에볼라 감염이 의심되는 시에라리온 국적 의 17개월 남아 환자를 돌본 것으로 알려 졌다. 당시 남아는 고열 증세로 NMC에 입 원, 에볼라 감염 검사를 받았지만 에볼라 환자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NMC는 23일 “사직서 제출은 병 동 업무 특성상 지난 수개월간 심리적·육체 적 피로 누적 등 일신상의 사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에볼라 의심 환자가 고열을 보인 경우 만약 국내에 입국한 에볼라 의심 환자가 열 이 나서 병원을 찾아갔다면. 입국 당시엔 고열·출혈 등 에볼라 증상 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므로 항공기 안이나 공항 등에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 은 거의 없다. 에볼라는 증상이 나타난 뒤 타인에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났겠지만 호흡기 전파가 이뤄지진 않는다.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체액 등을 직접 만져야 옮겨지 므로 병원의 의료진·행정 인력 등의 감염 확률도 매우 낮다. 그러나 만약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출혈 상태로 병원에 갔다면. 그때는 문제가 심 각해진다. 환자 간호나 이송을 위해 접촉한 가족·의료인 등의 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중국 광저우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에볼라 의심 환자를 다루고 있다. 43명을 검사했으나 감염자는 없었다.
국내 발생 때 전문 격리병상 전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진단’뿐
미국 등 선진국에선 환자를 한 공간에 격리시킨 뒤 여기서 치료·검사가 함께 이뤄 진다. 우주복 같은 감염방호복을 입은 의 사와 검사 전문가가 같은 공간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각종 검사를 실시한다. 이때 의료 진과 검사 인력은 감염방호복에 달린 공기 튜브를 통해 외부 공기만으로 호흡한다.
없어서다.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의 출혈에 대처하기 위해 애쓰다 환자의 혈액이나 체 액에 노출된 의료인의 감염 위험성이 있다. 에볼라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상태는 5무(無)1유(有)로 요약된다. 에볼라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 이 를 수용할 전문 격리 병상이 사실상 전무 하다는 것이 1무(一無)다. 국립암센터 기모란(예방의학) 박사는 “국내엔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이 17곳 있지만 인플루엔자 같은 호흡 기 감염병을 가정해 만든 시설”이며 “에볼 라처럼 혈액·체액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를 고려해 격리병상에서 환자의 혈액·체액 등 모든 가검물을 검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병 상은 없다”고 지적했다. 기 박사는 “에볼라 환자의 가검물이 환자의 격리 병상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에 선 환자의 가검물을 격리 병상 밖으로 보내 검사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대 병원장들, 확산 방지책 제시 못해 2무(二無)는 에볼라 환자를 치료해야 할 격 리 병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거 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등 ‘눈 가리고 아 옹’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국회 교육문 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서울대병원장 등 국립대병원장들에게 에볼라 국내 유입 시 확산 방지대책과 에볼라 환자 격리병실 운영 현황을 물었다. 이에 병원장들은 누구 도 속 시원한 확산 방지대책을 제시하지 못 했다. 국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경 우 이를 취급할 전문 실험실이 없다는 것 이 3무(三無)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가장 높은 단계인 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 4·BL4) 실험실에서만 다뤄야 하는 병원체다. 병원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BL4 실험실은 별도 설계된 독립 건물로 짓
바이러스 다룰 전문 실험실도 없어
[신화=뉴시스]
도록 돼 있다. 샤워실이 반드시 필요하고 방호복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국내엔 BL4 실험실이 없다. 이르면 다음 달 충북 오송에 BL4 실험실이 완공될 예정 이지만 주변에 격리 병상을 운영 중인 병원 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에볼라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다 는 것이 4무(四無). 기 박사는 “대중이 병을 잘 모르고 두려 움만 가진다면 방역이 힘들다”며 “모든 상 황에 대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솔직하게 알리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바닥난 에볼라 치료제 ZMapp 5무(五無)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가 함께 안고 있는 문제로 에볼라 치료제와 예방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하에 ‘ZMapp’이란 약이 에볼라 환자에게 투여 됐지만 대량 생산이 힘들고 효과가 들쑥날 쑥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ZMapp을 접종 한 미국인 환자는 에볼라에서 벗어났지만 스페인 신부와 라이베리아 환자는 숨졌다. 게다가 호주산(産) 담배 잎을 유전자 변형 시켜 만든 ZMapp은 이미 바닥났다. 1유(一有)는 국내에서 에볼라를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진단 검사를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정부가 인정한 유산균의 효능 6가지는
식약처 “김치 속 유산균, 피부 과민 반응 개선에 효과”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유산균 등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설사를 막아 주고 유당(乳糖) 불내증을 완 화하며 면역력을 높이고 혈중 콜레스테롤 을 낮춰 준다.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 (抗)산화 효과도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 창립 20주 년 기념으로 24일 서울의 대한상공회의소 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에 스토니아 타르투대학 미생물학과 마리카 미켈사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각종 건강지표를 개선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발효식품 천국인 한국엔 김치 등 유산 균이 풍부한 식품이 수두룩하며 이것이 한 국인의 건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일 부 유산균은 난치병인 아토피 피부염 개선 에도 효과를 보일 만큼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 량농업기구(FAO) 전문가위원회는 프로 바이오틱스를 ‘살아 있는 미생물로서 적 당한 양을 섭취하면 사람의 건강에 유익한 세균’으로 정의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대 표는 유산균이다.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온 유산균 포함, 대부분의 세균은 위에서 위산(胃酸)에 의 해 파괴된다. 위에서 살아남아 장까지 들 어온 유해균을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이 퇴치한다. 유익균은 장벽에 붙어 살면서 유 해균이 정착할 곳이 없도록 방해한다. 이 를 경쟁적 억제(competitive inhibition)라 고 한다. 경희대 약대 김동현 교수는 “장에서 사 는 세균들은 장 건강에 이로운 유익균과 해 로운 유해균으로 나뉜다”며 “유익균의 대 표가 바로 비피도박테리아·락토바실루스 등 유산균”이라고 소개했다.
유산균이라고 하면 김치나 요구르트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엔 알약·분말·추잉정 등 다양한 형태로 시 판 중이다. 요즘 유산균은 마치 ‘만병통치약’ 같다. 콜레스테롤 저하, 헬리코박터균 제거, 알 레르기 완화, 면역력 강화, 기억력 개선, 간 건강 기여 등 이루 다 세기도 힘들 만큼 다 양한 효능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재 까지 공식 인정한 기능성(효능)은 여섯 가 지다. 장내 유익균 증식과 유해균 억제, 면 역을 조절해 장 건강 도움, 배변 활동 원활, 체지방 감소 등 기존의 네 가지 효능 외에 최근 여성의 질 건강, 면역 과민반응에 의 한 피부상태 개선 등 두 가지가 추가됐다. 식약처는 최근 김치에서 추출한 유산 균(CJLP 133)을 비롯한 유산균 3종에 대 해 ‘면역 과민반응에 의한 피부상태 개선
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인정했 다. 피부의 면역 과민반응은 사실상 아토피 피부염을 가리킨다. 실제 식약처로부터 김 치 유산균의 기능성(면역 과민반응 개선) 을 인정받기 위해 실시한 인체 적용시험도 상태가 비교적 가벼운 아토피 환자들을 대 상으로 이뤄졌다. 중앙대병원과 삼성서울 병원에서 수행된 인체 적용시험에서 김치 유산균을 섭취한 어린이는 플라시보(가짜 약) 섭취 아동에 비해 아토피 증상 점수가 확실히 낮았고 사이토카인(cytokine·체내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의 분비가 적 절하게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균은 올해 식약처로부터 ‘여성의 질 건강 개선을 도울 수 있다’는 기능성(2 등급)도 인정받았다. 유산균을 섭취하면 여성의 질에서 유산균이 우점종(군락을 대표하는 세균)을 형성해 질염 등의 개선 을 돕는다는 의미다.
Sports 23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e-스포츠의 대세 ‘리그 오브 레전드’
애들도 젊은 오빠들도, 롤 맡는 재미에 ‘롤’ 바람났네 <Role>
<LoL·League of Legend>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지난 1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4만 명의 인 파가 몰렸다. 축구를 보러 온 사람들이 아니 었다.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대회 결승전을 찾아온 관중이었다.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 돼 인터넷 예매부터 일찌감치 매진됐던 경기 다. 관중 가운데는 외국인도 끼어 있었다. 결 승을 보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어 서울 상 암동까지 찾아간 것이다. 도대체 ‘롤드컵’이 무엇인지 중앙SUNDAY가 들여다봤다. ‘롤드컵’은 ‘롤’과 ‘월드컵’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여기서 ‘롤’이 바로 이 기사에서 다룰 게임 이름이다. ‘롤’은 ‘엘오엘(LoL)’ 또는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 라고 불리는 게임이다. 미국 ‘라이엇게임즈 (Riot Games)’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스타 크래프트를 만든 ‘블리자드(Blizzard)’에서 도 게임 제작자를 놓친 걸 아쉬워한다는 입 소문이 돌 정도로 대박을 터뜨린 공성전(攻 城戰) 게임이다. 라이엇게임즈는 현재 중국 의 게임회사인 텐센트에 인수됐다. 바야흐로 LoL 전성시대다. 지하철이나 버스, 식당,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엘오엘’, ‘롤’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주요 포 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수시로 ‘롤 점 검’ ‘롤 전적’과 같은 용어가 오르내린다. 마 치 과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선풍적 인 인기를 끌던 모습과 흡사하다. 스타크래 프트가 갖고 있던 ‘국민 게임’ 타이틀은 LoL 에 넘어간 지 오래다. LoL은 10대는 물론 20대, 30대까지 다양 한 계층이 즐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2011 년 12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후 100일 만에 PC방 점유율 1위를 꿰찼고, 지금까지도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117주째 1위를 달 리면서 점유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서비스 초기 0.83%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이제 40% 를 가뿐히 넘긴다. PC방을 찾는 이용자 10명 중 4명은 LoL을 즐기는 셈이다. 상대 본진 파괴하는 전투게임 LoL은 다양한 게임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복 합 장르다. 간단히 설명하면 5대 5로 팀을 나 눠, 상대의 본진을 파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 다. 다섯 명의 이용자가 팀을 이뤄 상대 팀 구 성원들과 실력을 겨루고, 이를 통해 자신의 캐 릭터를 성장시킨다. 성장 과정에서 획득한 재 화로 장비를 구입해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강 하게 만든다. 팀 안에서도 각자 역할을 나눠 갖는다. 보 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LoL의 전장엔 세 개의 공격로가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정글’
용산 e스포츠스타디움에서 열린 ‘HOT6 롤 챔피언스 서머 2014’ 경기장 모습. LoL은 게임을 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이를 보는 이들에게도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협업과 성취감 느낄 수 있는 게임 ‘롤드컵’ 결승전엔 4만여 명 몰려 방학 땐 ‘롤게임 자제’ 가정통신도
주간 종합 게임 순위 (10월 셋째주)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3 서든어택
3.01 3.22 8.75
42.16
11.58 피파온라인3 리그 오브 레전드 출처: 게임트릭스
로 불리는 구역이 따로 있다. 다섯 명이 각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장소가 바로 이 정글 이다. 정글 위 지역을 담당하는 상단, 정글에 서 성장하며 공격로에 선 아군을 지원하는 정글러, 중앙 공격로를 책임지는 중단, 원거 리 공격으로 전투의 핵심 역할을 하는 원거 리 딜러, 원거리 딜러의 성장을 돕고 전투를 지원하는 서포터가 바로 그것이다. 전투에서의 승리를 통해 상대를 몰아세우 고, 방어 시설을 철거해 나가면서 최종 건물
을 파괴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캐릭터도 121종이나 된다. 제각기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으니 어떻게 팀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새로 운 게임이 된다. 다섯 명 똘똘 뭉쳐야 승리 확률 높아 게임이 점점 인기를 얻으면서 LoL은 어느새 청소년 문화에도 깊숙하게 자리매김했다. 이 게임을 잘하는 아이가 학교에서 가장 인기 가 많다고 할 정도란다. 이처럼 중·고생 사이 에서 LoL이 인기를 끌다 보니 한 학교에서는 방학을 맞아 발송한 가정통신문에 ‘자녀의 리그오브레전드 플레이를 자제시켜 달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이는 네티즌들 사이에 서도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게임의 재미는 차치하고, LoL이 인기를 끄 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협업의 재 미와 성취감 때문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각각 역할이 주어지고,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 면 곧바로 전세가 기운다. 다섯 명이 똘똘 뭉 쳐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5대 5 전투에서 호흡을 척척 맞춰 승리했을 때 얻 는 쾌감은 상당하다. 이를 통한 승리로 얻는 성취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LoL은 하는 것을 떠나 보는 것도 인기다.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이다. 국내에서는 계절마 다 대회가 펼쳐지고, 시즌 중에는 게임 전문 채널 ‘온게임넷’을 통해 ‘리그오브레전드 챔
피언스’라는 이름으로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가 방송된다. 또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 에서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경 기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꽤 많이 눈에 띈다. 현장을 찾은 학생들은 자신이 할 수 없 는 영역의 플레이를 볼 수 있고, 프로들의 플 레이를 보고 배우며 자신의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둑 대국을 보면서 수나 호흡을 배운다든가,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레시피를 습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기장에 가면 프로게이머도 직접 볼 수 있 지 않나. 야구나 축구를 좋아하면 특정 팀을 응원하게 되고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는 것과 같다. 팬들은 몇몇 LoL 프로게이머를 신처 럼 받든다. 스타크래프트 유행기 때 볼 수 있 던 현상을 이제는 LoL에서 보게 된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e스포츠 규모가 커지 면서 기업들의 후원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세계적인 음료업체 코카콜라를 비롯해 글로
League of Legend의 캐릭터들.
[중앙포토]
벌 피자 브랜드 파파존스, 일본 자동차 브랜 드인 닛산 등 다양한 기업들이 해외 리그 및 팀 후원에 나선 바 있다. 기업들 속속 후원 게임단도 운영 국내에서는 SK텔레콤, KT, 삼성전자, CJ 등 대기업들이 직접 프로게임단을 운영하 고 있다.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는 리 그오브레전드를 축구·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포츠로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그리 고 매년 가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 십’이라는 세계적 규모의 대회를 열고 있다. 이 대회는 한국을 포함해 북미·유럽·중국·대 만·남미·러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선발된 팀들이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타이틀을 놓 고 자웅을 겨룬다. 상금도 크다. 총상금은 약 200만 달러다. 우승팀은 10억원이 조금 넘는 100만 달러를 가져간다. 당연히 경기도 어마어마하게 치열 하다. 각 지역을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은 자 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또 어떻 게 조합을 짜느냐에 따라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전략 코치가 따로 있을 정도다. LoL은 대세 중 대세다. 모르면 대화를 따 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문화 콘텐트가 됐다. LoL 앞에서 롤(Role)이나 롤(Roll)을 이야기했다간 금세 구세대로 몰릴 수도 있다.
성호준의 세컨드샷
한국계 나상욱과 위성미, 재미교포 케빈 나와 미셸 위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프로 골프 선수 중엔 유난히 해외 교포가 많 다. 외국에 이민 간 사람들도 역시 한국인인 지라 골프를 좋아하고 자식들에게 골프를 많 이 시킨다. 자식 골프 시키러 외국으로 나간 사람도 많다. 그중 케빈 나는 “내가 성적이 좋을 때는 ‘한국계 나상욱’이 되고, 성적이 안 좋을 때 는 ‘재미교포 케빈 나’가 되는 게 현실이었 다”고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의 주류 미디어가 그 정도로 기회주의 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선수 이름은 성적보
다는 한국과의 친밀도에 따라 바뀌는 듯하 다. 케빈 나는 데뷔 초 한국과 친근했다. 한국 에 대한 자긍심이 강했고 한국 대회도 자주 나왔다. 팬들이나 미디어는 그를 우리라고 본 듯하다. 그는 이후 서서히 케빈 나라고 불 렸는데 성적이 나쁘거나 슬로플레이 등으 로 이미지가 나빠져서라기보 다는 한국 대회 참가가 뜸 해지면서 우리와 거리가 먼 선수가 되어서 생긴 현 상이라고 본다. 그는 최 근 파혼 사건 때문에 다 시 화제가 됐는데 대부분 미디어는 그를 ‘나상욱’이라고 나상욱 썼다. 그래야 더 가까워 보이고 뉴
스 집중도가 높을 거라고 미디어들은 판단을 했을 것이다. 미셸 위도 마찬가지다. 미셸 위를 과거 위 성미라고 표현하던 매체가 많 았다. 요즘 대세는 미셸 위인 데 이름이 바뀐 건 그의 성 적 때문이 아니라 한국 방문 횟수와 “나는 자 랑스러운 한국인이에 요”라는 그의 발언이 줄 어서 일 것이다. 그래도 한국이 끌어 안고 함께 나아가야 할 교포 선수들이 서운하 위성미 게 생각할 여지는 있다.
한국인들과 미디어는 세계 무대에서 큰 활약 을 펼친 한국계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과 도할 정도로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 넣으려 한다. 그러다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외면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좋은 것만 갖고 싶은 마음은 한국 내 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외교포들도 이중 잣대가 있다. 교포 프로 골퍼들은 한국 선수 와 똑같이 한국 기업을 스폰서로 얻기를 원 하지만 병역 문제 등 민감한 일들이 걸려 있 을 때 “나도 똑같은 한국인 취급을 해달라” 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포 선수들 대부분 한국 이름, 외국 이름 이 하나씩 있다. 그중 뭘 써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나마 찾는다면 여권 이름이
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사람이 여권에 한국식 이름을 쓸 것이다. 이 정도로 해결될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해 외에 있는 개개인의 사정은 다 다르고 여러 예외와 특수 상황 등이 있다. 결론은 본인의 의사가 아닌가 싶다. 그가 나 상욱이라고 불리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 달라 고 얘기하면 팬들이나 미디어는 이에 따를 거 다. 대신 그만큼 자주 한국 대회에 나오고 팬 들에게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름만 불러준다고 그냥 꽃이 되는 것은 아니 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이름만 부르라고 하지 않았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고 되어 있다. 교포 선수들이 한국과 더 가까워지기를 빈다.
24 Column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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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
피 한 방울로 의료 산업 새 길 여성 스티브 잡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naree@dcamp.kr
지난 9월 8일 세계 최대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 콘퍼런스인 ‘테크 크런치 샌프란시스 코 2014’에 참석했을 때다. 젊고 늘씬한 금 발 여성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이 눈에 띄 게 술렁거렸다. 테라노스(Theranos) 창업 자 겸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 (Eelizabeth Holmes·30)였다. 한국에선 거 의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기에 청중의 뜨 거운 반응이 생경했다. 사회자에 따르면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 로 최대 200여 가지의 의학 검사를 매우 쉽 고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 을 개발한 기업이었다. 실제 이 회사의 연구 원이 무대에 등장해 사회자의 피를 채취했 다. 아주 작은 전자 침으로 손가락을 살짝 찌른 것이 다였다. 혈액은 채취와 동시에 퓨 즈처럼 생긴 0.5인치 높이의 초소형 유리관 (Nanotainer)에 들어갔다. 그 정도 양으로 70회 이상의 혈액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약 4인치 높이 유리관 여러 개 를 채울 만큼의 피를 뽑아야 할 일이었다. 사 회자는 침을 찌르는 줄도 몰랐다며 신기해했 다. 더 놀라운 건 가격이었다. 일반적 검사비 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검사 시간 또한 몇 시간이면 충분했다. 홈스는 부드러운 저음 의 목소리로 “이 서비스를 통해 미국 공공 의 료보험은 10년간 2000억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알게 된 테라노스 의 기업가치는 무려 9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2, 3주 뒤 홈스가 각국 매스컴을 타 는 일이 생겼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 하는 세계 400대 부호 순위에서 자산가치 45 억 달러로 110위를 기록한 것이다. 테라노스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덕이었다. 포브 스에 따르면 그녀는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였다.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1, 2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의 주목을 받 지 못한 걸까. 홈스가 테크 크런치 무대에서 밝혔듯 철저한 비밀주의 때문이었다. 이른바 ‘스텔스 모드(stealth mode)’였다. 홈스는 19세이던 2003년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이후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혈액을 담는 유리관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기존 혈액 검사 시 사용되는 유리관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다. [사진 테라노스]
적은 양의 피로, 10분의 1 가격으로 200여 가지 건강 검사 신기술 개발 질병 예방과 조기 발견 손쉽게 해 단숨에 포브스 선정 110위 부호에 10년 가까이를 극소수 전문가·투자자들과만 접촉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가 세계 의료산업 판도는 물론 인류 건강에 큰 영향 을 끼칠 검사법 개발과 시스템 구축으로 이 어진 것이다. 스탠퍼드대 자퇴하고 학자금으로 창업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9 월 홈스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기점으 로 세상에 모습을 드 러냈다. 이후 홈스 이 야기를 상세히 다룬 포춘, USA투데이, 와이어드, 포브스, 샌 프란시스 코비즈 니스타임스 등의 기 사를 찾아 읽었다. 거
기엔 강력한 목적의식과 불굴의 신념, 탁월 한 지적 역량과 카리스마를 지닌 ‘천생 창업 자(natural-born entrepreneur)’가 있었다. 흡사 ‘여성 스티브 잡스’를 보는 듯했다. 실제 홈스는 집무실에 암 투병 당시의 잡스 사진 을 걸어뒀다고 한다. 차이라면 홈스의 리더 십이 훨씬 부드럽고 포용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 이는 성장과정의 차이와도 관련이 있을 듯싶었다. 다른 많은 성공적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홈스도 10대 시절에 첫 사업을 시작했다. 미 국 정부기관 소속으로 제3세계 지원업무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잠시 생활하 던 때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하던 그 는 중국 학교에 소프트웨어 개발 보조 프로 그램을 판매하는 일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중국어가 큰 도움이 됐다. 스탠퍼드 대 화학과에 조기 입학한 이듬해 싱가포르 의 지놈연구소 인턴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 도 뛰어난 중국어 실력 덕분이었다. 당시 사 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를 연구 하던 이곳에서 홈스는 새로운 방식의 혈액 검사와 신체 데이터 수집 방식을 고안한다. 2003년 가을 홈스는 직접 작성한 특허 신청
서를 들고 지도교수를 찾아 “함께 사업을 하 자”고 제안했다. 교수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그는 아예 자퇴를 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꿈을 좇아 사람들을 돕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길” 바 랐던 홈스의 부모는 학자금으로 모아뒀던 돈 을 기꺼이 내놓으며 격려했다. 애초 일종의 패치를 개발하려던 그는 여 러 시도 끝에 혈액 검사 혁신에 매진하기로 한다. 회사 이름은 치료(therapy)와 진단 (diagnosis)이란 단어를 합성해 만들었다. 창업의 목표는 ‘문제 해결’이다. 창업자 스스 로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할수록 집중력과 해 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와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혁신 동력 홈스 역시 그랬다. 그는 피와 주사를 유난 히 무서워했다. 수술 과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의사의 꿈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그런 만큼 어린아이든 노인이든, 다량의 혈 액을 채취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 환자가 됐 든 편안하고 안전하게 임할 수 있는 검사를 꿈꿨다. 그러려면 우선 극소량의 혈액으로도 다
양한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했 다. 따끔한 느낌조차 주지 않을 만큼 가느다 란 전자 침을 개발해야 했고, 검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는 실험 과 보관법을 개발해야 했다. 나아가 특허와 규제 문제에 통달해야 했고, 기존의 거대 검 사업체와 기기제조 업체와도 경쟁해야 했으 며, 병원과 제약회사들을 설득해야 했다. 홈스는 10여 년에 걸쳐 이 모든 과정을 거 의 소리 없이 해냈다. 미국 특허 18개, 해외 특 허 66개의 공동개발자가 됐다. 꼭 필요한 수 준의 자금만 유치해 투자자의 지나친 간섭을 막았다. 대신 ‘미국 기업 사상 최고’란 평가 를 받을 만큼 화려한 이사진을 꾸려 전략적 도움을 받았다. 조지 슐츠 전 재무장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빌 페리 전 국방장관, 제 임스 매티스 전 해군사령관, 두 명의 전 상원 의원과 유명 기업인, 법조인들. 그들 중 한 명인 키신저는 몇몇 인터뷰에 서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그의 강력한 결 단력과 엄청난 지적 능력이 나를 유약한 회 의주의자에서 열성적 지지자로 바꿔놨다. 홈 스의 목표는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제 3세계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돈은 그의 동인 (motivation)이 아니다.” 홈스의 목표는 지구상의 누구나 저렴하고 간단한 혈액 검사를 반복 실시함으로써 자신 의 신체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 변화 추이를 영화 보듯 모니터링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테라노스는 하드웨어기업 이자 소프트웨어기업이며, 화학기업이자 데 이터분석기업이라 할 수 있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미국 최대 약국체인인 월그린과 함께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에 검진센터를 만들었다. 홈스의 계획은 미 국 50개 주 8200여 개 월그린 매장 대부분에 검진센터를 여는 것이다. 그는 종종 “테라노 스와 결혼했다”고 말한다. 하루 16시간씩 일 할 수 있는 체력을 다지고자 커피 대신 영양 균형을 맞춘 야채주스를 마신다. USA투데 이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뭘 하며 살고 싶은지 깨닫는 순간, 모든 게 쉬워 졌다.” 다른 모든 위대한 변화가 그러하듯, 위대 한 창업 또한 그 시작은 신념과 사명감이다.
김대수의 수학 어드벤처
유클리드가 찾은 황금률 1:1.618 미의 기준을 바꾸다 [문제 1] 다음과 같이 숫자가 나열되어 있을 때
김대수 교수
5번째의 7은 전체 중 몇 번째 수일까요?
한신대 컴퓨터공학부
3, 7, 9, 3, 7, 9, 3, 7, 9 … [문제 2] 모든 주사위는 마주보는 두 면의 점의 개수를 더하면 7이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다 음과 같은 주사위 전개도에서 A에 들어갈 점의 개수는 얼마인가요?
A A
[문제 3] 다음에서 공통된 규칙을 찾아 빈칸에 3 수를5넣으시오. 2 적절한 3
5 5
5
2
4 4
7
4
3
7
4
3
인간들은 고대로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일 것이며, 인간은 자신의 신체 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조각 등의 장식을 통 해서도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표현해 오고 있다. 그런데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요소 자체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조화와 안정 감을 주는 비례와 균형이 필수적이다. 비례 란 전체와 어떤 부분 또는 부분들 사이의 관 계를 말하고, 균형이란 시각적 무게 느낌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평형 상태를 말한다. 아득한 고대로부터 인간은 아름다움을 가 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비례를 수학적으로 탐 구했다.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
스(BC 582~497) 는 만물의 근원 을 수(數)로 보 고, 수학적 법칙 에 따라 세상을 표현하고자 했는 데, 별 모양의 정 오각형에서 이상적인 비율을 발견했다. 그는 정오각형의 각 꼭짓점을 대각선으 로 연결하면 내부에 별 모양이 생기며, 이때 대각선이 교차하는 각 대각선에 대해 약 5 : 8=1 : 1.6의 비율로 분할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황금 비율의 개념이 생겨난 시초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약 250년 후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BC 330~275)는 인간이 인식하기에 가장 균 형적이고 이상적인 비 례로 여겨지는 황금
비율(golden ratio)을 찾아냈다. 그 비율은 1 : 1.618로 고대 그리스 사람들 은 파르테논 신전이나 장식품에 이 황금 비 율을 적용해 조화와 안정감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려고 했다. 그 외에도 이집트의 피라 미드, 모나리자, 피보나치 수열을 따르는 꽃 잎 등에서 1.618의 황금 비율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키가 크든 작든 얼굴과 몸통, 다 리 길이의 비례가 잘 맞으면 훨씬 아름답게 보이므로 소위 균형 잡힌 팔등신의 미인이 되기를 갈망해 왔을 것이다. 그리스의 밀로 (Milo) 지방에서 발견돼 현재 프랑스의 루브 르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그리스 말기 작품 인 밀로의 비너스는 정확하게 1 : 1.618의 황 금 비율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황금 비율이 사람의 시각을 편 안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비율이라는 이유로 책이나 컴퓨터의 모니터, 영화관 스크린 등 의 가로세로 비율을 점차 황금 비율에 가깝 게 만들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는 1 : 1.56, A4
용지는 1 : 1.42와 같이 비교적 균형 잡힌 황 금 비율로 활용되고 있다. 수학적 비율에서 시작된 균형 잡힌 황금 비율이 앞으로도 계속 아름다움을 추구하 는 매직 넘버가 될 것인가. [문제 1]에서는 3, 7, 9가 반복되는 수열이 므로 5번째는 3×5-1=14번째다. [문제 2]에서는 주어진 전개도를 마음속으 로 조립해본다. 그 결과 A면이 점의 개수가 1 개인 면과 마주 보게 되므로 A=6개가 된다. [문제 3]에서는 위의 두 수를 곱한 값 중 십의 자리 값은 버리고, 1의 자릿수만 아래 에 나타내었음을 착안할 수 있다. 따라서 3× 4=12 중 2이다. 정답 1. 14 2. 6개 3. 2
Science 25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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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조상의 탄생
사람 모습 닮은 아르디루시, 발가락이 달랐다 <440만 년 전>
<360만 년 전>
부 열곡 서쪽 사면에 비구름이 갇혔다. 이 로 인해 기후가 바뀌어 열곡 서쪽 사면은 비 가 많고 습한 지역이 됐지만, 동쪽 사면의 땅은 덥고 건조해졌다. 침팬지를 비롯한 유 인원의 조상들은 열곡대 서쪽의 숲에 머물 렀다. 이에 반해 인간의 조상들은 동쪽 열 곡의 건조하고 개방된 환경으로 진출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인간의 조상은 더욱 넓은 범위의 서식지에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후대 호미니드 들의 적응능력도 높아졌다. 이 매력적인 모델은 침팬지와 인간이 유전 학적으로 그렇게 가까우면서도 그 조상들의 화석이 결코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지 않는 이 유를 간단히 설명한다. 이 가설이 과학적인 까닭은 간단히 반증(反證)될 수 있어서다. 동 아프리카지구대 동쪽에서 유인원의 화석을 발견하거나 서쪽에서 초기 호미니드 화석을 발견하면 그걸로 게임 끝이기 때문이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한동안 가장 오래된 인류의 조상 화석 권좌 를 누렸던 이는 루시(Lucy)라고 불린 여성 이었다. 침팬지 크기만 한 이 여성은 1974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다. 루시 는 300만~360만 년 전에 동(東)아프리카지 구대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 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일원 이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남쪽의 민 꼬리원숭이’란 뜻이다. 이때부터 루시는 모 든 교과서에 인류의 최고(最古) 조상으로 기 록됐다. 루시에서 비롯된 혈통이 현생 인류 까지 이어진다고 여겼다. 이런 관점에 생화학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분자생물학이란 강력한 무기를 가진 생화학 자들이 보기엔 인류 스토리의 초기 배역들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류학자들 은 이들의 주장을 무시했지만 생화학자들은 인간과 여러 유인원의 DNA(유전자)를 비교 했다. 현존하는 동물 중에서 침팬지가 인간 과 가장 가까운 친척임을 밝혀냈다. 인간침팬지 공동 조상은 수수께끼 돌연변이는 일정한 속도로 DNA에 쌓이기 때문에 DNA의 변화를 시계처럼 이용하면 한 종(種)이 다른 종에서 갈라져 나온 시기 를 추정할 수 있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 차이는 2%다. 2%의 차이가 생기려면 500만 ~700만 년이 필요하다. 따라서 루시보다 훨 씬 오래된 인류 최초의 구성원이 있어야 한 다. 침팬지 무리에서 갈라져 나와 독자적인 진화의 길에 들어서기 전 침팬지들과 마지막 으로 공유했던 조상 인류가 되는 유인원의 존재는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았다. 진정한 호미니드(hominid, 인류의 조상) 의 시험대를 통과하려면 목 아랫부분의 뼈 들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침팬지나 고릴라 처럼 주먹을 땅에 대고 걷는 게 아니라 직립 보행을 했다는 증거를 댈 수 있는 뭔가가 필 요했다. 잠깐, 유인원은 무엇이고 또 호미니드는 무엇인가? 이들은 영장류 또는 인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간은 척추동물 중에서도 영장류라는 포유류의 하위집단에 속한다. 영장류는 주로 나무에서 생활하는 포유류 다. 여기엔 원숭이·여우원숭이·안경원숭이· 유인원이 포함된다. 원숭이(monkey)에겐 꼬리가 있지만 유인원(ape)에겐 꼬리가 없 다. 꼬리 없는 유인원엔 인간뿐 아니라 고릴 라·침팬지·보노보·오랑우탄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침팬지는 인간과 DNA의 98%가 일 치하며 고릴라는 97%가 일치한다. 침팬지 계통과 인류 계통은 약 600만 년 전에 갈라 섰다. 물론 당시 인간은 지금의 인간이 아니 었다. 현대 인류의 선조인 그들을 호미니드 라고 부른다. 인간으로 가는 첫 단계, 단단한 발바닥 1995년 1월 에티오피아 황무지에서 미국 고 (古)인류학자 팀 화이트(Tim White)의 조수 가 호미니드의 손뼈 하나를 발견했다. 그곳 은 루시가 발견된 곳에서 75㎞쯤 떨어진 곳이 었다. 그 뒤 며칠 동안 대원들은 그 부근의 흙 을 죄다 양동이에 쓸어담고 일일이 체로 걸렀 다. 체로 거르고 다시 땅바닥을 긁어대는 단 순 노동은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만한 대 가가 있었다. 그들은 호미니드의 골반·다리 뼈·발뼈·손뼈·발목뼈·이빨이 붙은 아래턱뼈 와 머리뼈를 찾아냈다. 이 뼈들은 고인류학의 로제타석(石)이라 부를 만했다. 이 호미니드 가 직립보행을 했는지 여부를 아는 데 필요한 해부학적 요소를 다 갖췄기 때문이다. 440만 년 전에 살았던 이 호미니드는 오스트랄로피
아르디(Ardi)의 발가락은 나무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마주 보고 있으며, 손은 유인원보다 훨씬 유연하다. 송곳니 크기는 현생 인류의 중간 크기이며 골 반 넓이는 루시 정도다.
인간침팬지 계통 600만 년 전 분화 인간 조상은 발바닥 더 단단해져 두 발로 걷기 쉬워져 생존력 향상 아르디 발가락은 침팬지와 유사 루시 발다리 현대 인류처럼 진화 손가락도 사람처럼 편하게 사용
동아프리카지구대. 지각판 운동으로 형성된 지구대 는 서쪽과 동쪽의 기후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다.
테쿠스 속(屬)과는 달랐다. 화이트는 ‘땅’을 뜻하는 ‘아르디피테쿠 스’를 속명으로 사용해 화석에 아르디피테 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람들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를 ‘루시’란 별명으로 부르듯이 이 개체는 ‘아르디(Ardi)’라고 간 단히 불렀다. 아르디는 침팬지와 호미니드 계통이 갈라 선 지 160만 년밖에 지나지 않은 호미니드다. 아르디는 흥미로운 전이적(轉移的) 속성을 보여준다. 우선 아르디의 발바닥은 침팬지보 다 단단해졌다. 단단한 발바닥은 지레처럼 작용해 두 발로 걷기 쉽게 했다. 현대 인류도 발바닥은 단단하다. 하지만 아르디의 발은 진화적 전이의 단면도 보여준다. 여전히 엄 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들과 마주 보는 형 태였다. 덕분에 숲 속의 나무 집에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사족보행보다 이족보행이 에너지 소모 적어 두 발로 걷게 되자 일련의 진화적 도미노 현 상이 일어났다. 하나의 변형이 다른 변형의 방아쇠가 되었다. 변화는 아래에서 위로 올 라갔다. 발가락→다리→골반→등뼈→머리 뼈 순이었다. 아르디로부터 100만 년도 채 지 나지 않았을 때 태어난 루시는 현대 인류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 발을 갖게 되었다. 루시 의 엄지발가락은 다른 발가락들과 평행하게 진화했고, 그 네 발가락은 침팬지보다 훨씬 짧아졌다. 루시의 발바닥엔 아치 구조가 생 겼고 뒤꿈치가 길어졌다. 이것은 걸을 때 충 격을 흡수했기 때문에 훨씬 더 오래 걸을 수 있었다. 유인원 사촌들이 안짱다리인데 비 해 루시의 다리는 길고 곧아졌다. 두 발로 서
서 걷기 때문에 골반은 사발처럼 변해 내장 을 받쳐줘야 했다. 그리고 등뼈는 S자로 휘 어 충격을 잘 흡수했다. 두 발로 걸으면서 생존에 더 유리해졌다. 호미니드의 이족(二足)보행과 침팬지의 사 족(四足)보행을 비교한 결과 이족보행이 에 너지 소모가 더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중요한 사실은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이 다. 침팬지의 엄지손가락은 두 번째 손가락까 지만 닿는다. 하지만 사람의 엄지손가락은 나 머지 네 개의 손가락 모두와 마주칠 수 있다. 손의 힘줄도 변해 유인원보다 손목을 훨씬 더 많이 비틀 수 있게 되었다. 호미니드는 다른 유인원과 확실히 다른 존재로 변해 있었다. 1960∼70년대까지 20년 동안 동아프리카 에서 2000점이 넘는 호미니드 화석과 수십 만 점의 동물 화석이 발견됐다. 그러나 동아 프리카에서 발견된 침팬지나 고릴라 화석은 단 한 점도 없었다. 침팬지와 고릴라가 인간 과 유사한 DNA를 갖고 있다는 점을 되새긴 다면 이는 큰 수수께끼였다. 1985년 루시의 공동 발견자인 프랑스 인류학자 이브 코팡 (Yves Coppens)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가설을 제시했다. 800만~1000만 년 전, 대서양에서 인도양 에 이르는 아프리카 적도 지역은 열대우림 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곳은 인간과 침팬지 의 공통조상이 살던 보금자리였으나 지각 판의 운동으로 화산들이 폭발하면서 지형 이 바뀌고, 동아프리카지구대(地溝帶, 띠 모양의 낮은 땅)가 만들어지면서 아프리카 동부가 둘로 쪼개졌다. 서쪽 테두리와 경계 를 이루는 땅의 어깨 부분이 밀려 올라가 높은 산맥이 생겨났다. 높은 산맥과 낮은 계곡 바닥이 기류의 순환을 방해하면서, 서
인류 요람의 크기 넓혀준 ‘아벨의 턱뼈’ 여기에 도전한 사람이 바로 미셸 브뤼네 (Michel Brunet)다. 프랑스의 별로 유명하 지 않은 고생물학자였던 그는 고대 열대우림 이 있었을 만한 곳을 찾아 카메룬으로 향했 다. 그때까지 숲에서 화석을 찾는 사람은 아 무도 없었다. 브뤼네는 유인원 또는 최초의 호미니드들이 살았을 법한 숲을 여러 해 동 안 뒤졌다. 하지만 곧 동료들이 옳았음을 인 정해야만 했다. 실제로 거기엔 화석이 된 뼈 는 하나도 없었다. 토양은 지나치게 산성(酸 性)이었고 모든 화석이 오래전에 분해되고 없었다. 1994년 마침내 브뤼네는 차드의 주라브 사막으로 갔다. 이곳 역시 동아프리카지구 대의 서쪽이었다. 하지만 화석이 남아 있을 만한 곳이었다. 팀 화이트가 아르디피테쿠 스 라미두스를 찾던 그 무렵, 브뤼네는 서쪽 으로 2500㎞ 떨어진 곳에서 사막을 뒤지고 있었다. 1995년 1월 23일 아침, 브뤼네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천으로 머리를 싸매고 스키 마스 크를 눌러쓴 채 아프리카 한복판에 위치한 차드의 주라브 사막에서 또 하루를 시작했 다. 고생물학자의 눈·코·입과 귓속으로 모래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브뤼네의 탐사팀 은 허리를 구부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하나라 도 놓칠세라 바닥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뼈를 찾아 사막 바닥을 쓸면서 아무 리 작은 화석 조각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도 록 같은 곳을 앞뒤로 반복하며 지나갔다. 차드인 운전기사 마멜바예 토말타가 큰 소 리로 브뤼네를 불렀다. 이빨이 붙어 있는 턱 뼈가 땅에 박혀 있었다. 브뤼네는 붓으로 모 래를 털면서 턱뼈를 살폈다. 언뜻 보면 고대 유인원의 턱뼈와 비슷했지만 이빨의 생김 새는 인간의 이에 더 가까워 보였다. 브뤼네 는 그것이 300만~350만 년 전 호숫가에 살았 던 초기 인류의 턱뼈임을 알아봤다. 인류 화 석을 찾아 헤맨 지 19년 만에 마침내 호미니 드의 실제 뼈를 만져보게 된 것이다. 이것을 ‘아벨의 턱뼈’라 한다. 이 작은 턱뼈 하나로 350만 년 전에 호미니 드가 아프리카 동부에서 서부에 걸쳐 존재 했음이 입증됐다. 그렇다고 해서 코팡의 가 설이 잘못됐다는 증거는 안 된다. 아르디피 테쿠스 라미두스보다 100만 년이나 젊기 때 문이다. 브뤼네는 이에 대해 “우리는 인류의 요람이 어디였는지 알아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요람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밝 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모 연세대 생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본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나 박사는 아니다. 안 양대 교양학부 교수 역임. 달력과 권력 바이블 사 이언스 등을 썼다.
26 Column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차(茶)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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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 이승소
“차 달이니 가슴속 아름다운 글귀가 살아나네” 었던 차의 효능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차의 본질이다. 그가 쓴 ‘전다연구(煎茶聯句)’는 당시 탕 법(湯法)이 어떠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시다. 그 내용은 이렇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dongasiacha@hanmail.net
이승소(李承召·1422~84)는 차를 즐긴 인물 로, 수 편의 다시(茶詩)를 남겼다. 서거정과 쌍벽을 이뤘던 그는 김수온(1410~81), 강희 맹(1424~83), 김종직(1431~92)과 함께 조선 전기의 사대가(四大家)로 손꼽힌다. 그의 자 는 윤보(胤保)요, 삼탄(三灘)은 그의 호다. 17세의 나이에 진사시에 합격한 후 식년 문 과에 장원 급제하여 집현전 부수찬(集賢殿 副修撰)에 임명된 것은 그의 나이 25세(1447 년) 때의 일이다. 얼마 후 응교(應敎)로 승진 된 그는 여러 관직을 거쳐 이조와 형조의 판 서를 지냈고 좌·우참찬에 올랐다. 충청도 관 찰사로 외직에 있을 때 병이 나자 임금(세조) 은 그를 위해 약을 하사했다고 전하니 그가 얼마나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었는지를 짐작 하게 한다. 더구나 그의 깊은 학문 세계는 예악(禮樂) 뿐 아니라 병법에도 능했고 율·역(律·曆)에 도 밝았다. 높은 벼슬에 올랐지만 늘 청렴하 게 살았다고 한다. 특히 시에 능했던 그가 성 종과 함께 지은 연구(聯句·연작 시)는 그의 충심(忠心)을 드러냈다. 이러한 사실은 국 조보감에 “성종 2년(1471) 왕께서 세 대비 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당시 여러 종신(宗 臣)들과 재상을 불러 술과 음악을 하사했다. 주흥(酒興)이 고조되자 왕은 친히 ‘태평한 오늘은 취해도 좋으리(昇平今日醉無妨)’라 는 한 구절을 내려 여러 신하들에게 화답을 청했다. 성종 앞에서 “편안할 때 위험 경계” 간언 이때 임금의 시에 화답한 것은 예조판서 이 승소였다. 즉석에서 “임금님과 신하들이 한 자리에 모이셨도다(魚水相歡共一堂)/예로 부터 편안할 때엔 위태로움을 잊지 말라 경 계하였으니(安不忘危古所戒)/다시 굳은 뿌 리에 왕업이 매였음을 생각하리(更思王業繫 苞桑)”라고 화답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그가 말한 “천하가 모두 태평할 때 늘 위험을 생각 한다(安不忘危)”라는 말은 역경(易經)에 서 인용한 것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 은 어려울 때가 아니라 오히려 태평성대를 누 릴 때에 (위험이) 싹 튼다는 뜻이다. 따라서 음악과 술이 한껏 어우러진 연회에서 호방함 을 드러냈던 성종의 호기(豪氣)와 이승소의 간언(諫言)은 당시 연회의 분위기를 짐작하 게 한다. 더구나 이승소의 간언을 받아들였 던 성종의 포용력은 이 시절이 성군의 시대였 음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한편 그가 백운동에 올라 승경(勝景)을 노 래한 시는 ‘백운동’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자신궁(紫宸宮)의 서쪽에 깊고 그윽한 골 짜기(紫宮之西洞府幽) 오랜 세월 흰 구름이 신선(이 사는) 언덕 감췄구나(白雲萬古藏仙丘) 늙은 소나무에는 푸름 엉겨 장막으로 싼 듯하고(長松凝翠擁如帷) 돌 틈으로 흐르는 물, 조올 졸 푸른 구슬이 구르는 듯(石澗琤琮碧玉流) 백운 노인 여기에 집을 짓고(白雲老人來 卜築) 굽어보니 속세가 물 위에 뜬 거품 같구나 (俯視塵寰同一漚) 삼탄집(三灘集) 권9 백운동은 인왕산에 위치한다. 자궁(紫宮) 은 임금이 계신 궁궐로 자신궁(紫宸宮)이라 고도 한다. 경복궁 서편의 “그윽한 골짜기”였 던 백운동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한양 의 명소였다. 이곳을 찾은 시인 묵객들은 아 름다운 산수를 노래한 시를 남겼다. 우뚝한 장송(長松)은 하늘을 가리고, 돌 틈으로 “푸
산골아이 절구질하여 차를 찧으니(山童敲 茶臼) 월단차를 부수어 고운 가루로 만들었네 (玉屑碎月團) (끓이는 물에) 게 눈과 물고기 눈이 생기자 차를 달이니(煎出蟹魚眼) 수시로 가슴속의 아름다운 글귀가 살아나 네(時澆錦繡肝) 시를 지으면 응당 귀신이 울겠고(詩成鬼 應泣) 마음이 고요하니 번뇌가 일지 않으리(心定 井無瀾) 석정의 뛰어났던 시 구절은(石鼎龍頭句) 예로부터 압도하기 어려웠지(從來壓倒難) 삼탄집(三灘集) 권7
도판 겸재 정선의 ‘백운동’ 그림.
학문 세계 깊은 조선 전기 4대가 세조성종 총애 받으며 청렴한 삶 차 속에서 맑은 정신과 평온 찾아
이승소의 친필 글씨.
이인문의 ‘수로한거도(樹老閑居圖)’. [한양대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른 구슬이 구르는” 듯한 승경지. 이곳은 속진 (俗塵)을 씻기에 족한 곳이었다. 바로 신선이 사는 곳이다. “여기에 집을 짓고” 사는 백운 노인은 속세가 “물 위에 뜬 거품같이”보였단 다.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곳. 선구(仙丘·신선이 머무는 곳)를 감추기 위해 오랫동안 흰 구름이 머물던 곳이 바로 백운 동이다. 여기는 실로 낙토(樂土)였다. 지금이 야 주변의 경관이 훼손되어 그 비경(秘境)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계곡의 품새는 옛날을 요 량할 수 있고, 다행히 겸재 정선의 ‘백운동’ 도 남아 있어 옛 자취를 짐작하겠다. 산수를 유람했던 선비들의 속내는 자연으로부터 호 연지기를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연 속에 머무는 건 속진을 씻기 위함이다. 한편 묵은 때를 씻기엔 목욕만 한 것도 없 을 터이다. 목욕 후의 산뜻함을 노래한 ‘욕온 천(浴溫泉)’에 “영천에 목욕을 하자 묵은 때 말끔해져 상쾌하지만(浴罷靈泉舊汚新)/흉 중의 번뇌야 그대로 남아 있네(胸中熱惱依然 在)”라고 하였다. 목욕이 흉중의 번뇌까지 사 라지게 할 수는 없어도 “잠시 청량하고 산뜻 한 맛을 누리(須借淸涼一味眞)”고자 했던 그 의 삶은 실로 고단했던 듯하다. 고즈넉한 산사(山寺)를 찾아 일암 전 스님 을 예방한 그의 뜻은 일미선(一味禪)의 여유 를 나누고자 했던 셈이다. 일암 전 스님이 대 접한 산차(山茶)에서 그가 받은 위안은 무엇 일까. 그의 번뇌를 일시라도 사위어 들게 한 일암 전 스님에게 고마움의 증표로 지은 ‘일 암전장로(贈一菴專長老)’는 일종의 증시(贈 詩)이다. 다음과 같다.
백 년의 번뇌를 떨쳐 버리고(抖擻百年累) 일미선에 들었네(深參一味禪) 몸이 한가하니 응당 늙지 않을 것이고(身 閑應不老) 고요한 마음엔 졸음조차 없으리(心靜更無眠) 대바구니 속엔 약(차)을 말리고(藥料筠籠曬) 차 솥엔 흰 눈(雪)으로 (차를) 달이네(茶
鐺雪水煎) 제일 가련한 것은 속세의 객이(最憐塵世俗) 항상 몸이 얽매여 애쓰는 것이라(役役常 삼탄집(三灘集) 권5 在纏) 일암 전 장로는 고승(高僧)이라 전해진다. 술과 바둑을 좋아했으며, 시문에 능했던 그 는 신숙주·서거정·성삼문 같은 당대의 문인 들과 교유했다. 이승소와도 깊이 사귄 그는 차에 밝았던 수행자였다. 그러기에 “대바구 니 속엔 약(차)을 말리고/ 차 솥에는 흰 눈 (雪)으로 (차를) 달인다”고 했을 것이다. 차 를 만들고 음다(飮茶)를 주도했던 승려들과 선비들은 차를 통해 서로의 사귐이 돈독해 졌고 시로 품은 뜻을 소통했다. 불교 폐해 지적하면서도 차는 즐겨 하지만 조선은 성리학이 대세를 이룬 시대다. 이로 인해 불교는 위축될 대로 위축되었다. 세조 때 간경도감을 설치하고 불경을 간행했 지만 불교의 영향력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았 다. 척불론(斥佛論)이 우세했던 당시 이승소 또한 해불(害佛:불교가 풍속에 미친 악영향) 을 논하는 글을 지을 정도였다. 따라서 불교 의 위축은 조선 건국 초기부터 예견된 일이 었다. 불교의 성쇠와 축을 같이한 차를 왕실 에서 퇴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5세 기 말 산사를 찾아 차를 나누던 풍속도 점점 줄어들고 실제 차를 즐기는 문인의 수도 현격 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풍요롭던 다사(茶事)를 노래한 시에서도 차를 즐기는 여유는 간결하게 표현된다. 당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이승소의 시에서도 어 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1480년 주문사(奏聞 使)로 명에 갔을 때 지은 ‘고평(高平)’에 “폐 를 적시려 서둘러 찻잔을 찾고(潤肺催茶椀)/ 시를 지으려 짐 뒤져서 붓을 찾네(題詩覓管 城)”라는 표현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 다. 하지만 차의 유익성이 감소된 것은 아니 다. 메마른 정서를 일깨우고 번뇌를 삭여주
월단(月團)은 둥근 달처럼 생긴 차이니 단 차(團茶)를 말한다. 산에 사는 동자가 차 절 구에 단차를 넣고 ‘고운 가루’로 만든다. 이는 포말(泡沫·차 거품)을 내기 위함이다. 이미 알 려진 바와 같이 고려시대로부터 조선 전기까 지 이 다법(茶法)이 유행했다. 찻잔에 고운 가 루를 넣고 강약으로 다선(茶筅)을 저어서 거 품을 내면 백설(白雪) 같은 거품이 찻잔에 가 득하다. 이 시에서 “게 눈과 물고기 눈이 생기 자”라는 말은 찻물이 잘 끓었을 때다. 물이 끓 는 정도를 이것으로 가늠하는데, 차를 달이 기에 가장 좋은 상태임을 나타낸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만권 장서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하였으니 이 는 차를 마신 후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이르 는 말이다. 바로 정신이 맑아졌음을 의미한 다. 맑아진 정신과 고요해진 마음은 차를 즐 기는 궁극의 목표이다. 번뇌가 일지 않는 상 태, 적정(寂靜)은 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 지이며 혼연히 일치가 된 세계에 이를 수 있 다고 여겼다. 그가 일출 직전의 바다를 바라보며 지은 ‘도중망해(途中望海)’에 “어슴푸레한 하늘 과 바다가 온통 붉어지니(上下微茫爲一色)/ 어디가 물이고 무엇이 하늘인지 분간하기 어 려워라(不知是水是天耶)”라 하였다. 일출 직 전의 바다에서 그가 본 세계는 하늘과 바다 가 일체가 된 경지가 아닐까. “문장은 언어와 문자 사이에서 드러내는 것이기에 마음에 담아둔 것을 가릴 수 없다 (形於言語文字之間者 不能掩胸中之所蘊 也)”라고 한 것은 성현(成俔1439~1504)이 ‘제삼탄집후(題三灘集後)’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문장은 나라의 기맥이다. 사람에게 기맥이 없다면 그 몸을 보존하지 못하고 병이 날로 깊어지며 나라에 기맥이 없으면 (나라 에) 벼리가 없어서 통치가 날로 쇠해진다(文 章者 國家之氣脈也 人無氣脈則無以保厥躬 而病日深矣 國無氣脈則無以維其綱而治日卑 矣)”라고 하였다. 이승소의 흉중이야 이미 그 의 시문에 또렷하거니와 현대인의 문장은 어 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장이 나라의 기맥이 될 수 있는지는 다시 살펴볼 일이다. 이승소는 저서 삼탄집(三灘集)을 남겼고, 신숙주와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편찬 하였다. 사후(死後) 문간(文簡)이란 시호(諡 號)를 받았다.
박동춘 철학박사,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문화 융성위원회 전문위원. 저서로는 초의선사의 차문 화 연구 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 우리시대 동다 송이 있다.
Column 27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삶과 믿음
우리의 이웃 동성애자 김영준 목사 pastortedkim@gmail.com
지난 9월 ‘2014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26)가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이번 콩쿠 르에서 5명의 한국인 연주자가 입상했다.
[중앙포토]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콩쿠르 휩쓰는 한국 연주가들
은근과 끈기 한국인과 딱 맞는 바이올린 손열음 피아니스트
지난 9월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인디애나 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여섯 명이 올 라가는 결선에 한국인 다섯 명이 올라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0년 대회에서 한국인 둘이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콩쿠르 30 년 만에 첫 쾌거를 이룩한 지 4년 만에 이번 엔 아예 한국이 휩쓸어버린 거다. 물론 콩쿠르 입상자들이 모두 프로 무대 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거나 혹은 예술적 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그래도 분명 경이 로운 건 사실 아닌가? 비단 인디애나폴리스 만 아니라 근 몇 년간 열린 대다수 국제 바 이올린 콩쿠르의 한국인 점유율과 성공률 은 상상초월이니. 흡사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쇼트 트랙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 바이올린은 지난 한 세기 이상 유대 인들의 점령지였다. 영화 ‘지붕 위의 바이 올린’만 봐도 알 수 있듯 바이올린은 한 많 고 굴곡진 삶을 살아온 그들의 악기였다. 하 인리히 빌헬름 에른스트, 요제프 요아힘, 헨 리크 비에니아프스키부터 야샤 하이페츠, 나탄 밀스타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예후 디 메뉴인, 아이작 스턴, 레오니드 코간, 이 를 이은 이차크 펄먼, 기돈 크레머, 핑커스 주커만, 조슈아 벨, 길 샤함, 니콜라이 츠나 이더까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중 유대계 가 아닌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로 그 점유율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이 독점 현상 에 제동을 건 1970~80년대 몇몇 비유대계 바이올리니스트의 선봉장은 단연 우리의 정경화 선생님.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까? 30년이 지난 지금 유대계 바이올리니스트 들의 자리를 우리가 이었다. 그런데 한국인 들은 어쩌다 이렇게 바이올린을 잘하게 된 걸까? 자타가 공인하는 한민족의 예술성은 그저 기본 중의 기본일 텐데? 얼마 전 여러 음악가 친구들과 함께 놀던 자리, ‘제일 연습을 많이 해본 게 하루 몇 시 간이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악기 구 조상 5~6시간을 넘기기 힘든 관악기군에 비하면 8~9시간쯤이 되는 나는 꽤 많은 편. 그런데 10대 초반부터 바이올린 신동으로
유명했던 친구 A가 고백했다. “난… 거의 안 자고 이틀 내리?” 혹 바이올린이 예체능 통틀어 가장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하는 종목 중 하나 아닐까? 물론 온몸을 다 쓰는 일부 체육 종목은 일 정 시간 이상 훈련이 불가능한 데다 훈련 외에 포괄적으로 발전에 투자하는 시간을 다 합치면 절대비교가 힘들겠지만, 평균 너 덧 살에 시작해 10대 초반까지의 연습량이 7~8시간을 쉽게 웃도는 종목이 과연 몇 개 나 될까? 그렇다면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왜 이렇 게 죽도록 연습을 할까. 피아노처럼 이미 만 들어져 있는 건반을 누르는 게 아니라 한 음 한 음을 일일이 잡아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 실이 큰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내 친구 바 이올리니스트들은 모두 이 감각이 떨어지 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거장 하이 페츠마저 사흘만 연습 안 해도 온 청중이 다
안다고 했다니.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바이올린 테크닉은 원리와 구조를 파 악하는 것이 더 먼저인 피아노 테크닉과는 좀 달라 보인다. 몇 년 전까지 국제콩쿠르를 휩쓸고 다니 던 친구 B의 회고.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콩쿠르를 나가 야 하는데, 딱 한 부분이 죽어도 안 되는 거 예요. 날마다 500번씩 연습해도 레슨만 가 면 꼭 틀리는 게 너무 화가 나 그 부분을 매 일 1000번씩 연습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콩 쿠르에서 안 틀리는 거 있죠.” 체형에서부터 성격까지, 바이올리니스트 에게 필요한 수십 가지의 조건이 있을 테지 만 비전문가인 내 눈에 가장 띄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이 집념의 마인드다. 지판 위 좁 게는 1㎜ 간격으로 다른 음정을 내는 바이
올린. 설렁설렁 느긋한 성격으로 이 실낱 같 은 음 사이 간격을 칼같이 맞춘다는 건 어쩐 지 잘 상상이 안 간다. 목표에 대한 강한 집 착과 그에 준하는 노력, 과연 한국인의 주특 기 아닌가. 물론 좀 다른 이유도 있다. 근래 유럽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C. 그는 손이 나보다 2㎝는 작다. 미국과 유 럽을 동시에 종횡무진하는 친구 D는 심지 어 키도 나보다 10㎝ 작다. 물론 내 손이 체 격에 비해 크기도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그 들을 보며 저런 천재성들이 바이올린이었 기 망정이지 다른 악기였으면 어쩔 뻔했나 여러 번 생각했다. 아무리 우리 민족의 음악성이 남다르다 해도 작은 우리의 체격으로 잘 다룰 수 있는 악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횡격막을 비 롯한 몸통 자체가 넓을수록 좋은 관악기는 말할 것도 없고 첼로 같은 악기만 해도 딱 벌어진 규격의 서양인 사이즈 아닌가. 물론 바이올린도 큰 손이 좋다고는 한다. 파가니 니도 손이 계속 자라는 마르팡증후군 덕에 신기에 가까운 테크닉을 구사했던 거라 하 니까. 그럼에도 고음부로 올라갈수록 좁아 지는 음 사이의 간격 때문에 손이 작으면 오 히려 유리하기도 하고, 악기 자체가 크지 않 으니 굳이 체격이 클 필요도 없는 것. 우리 에게는 과연 안성맞춤인 악기다. 이게 다일까? 요즘 최고의 스타 친구 E. 그는 아직도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에 바닷 가가 싫단다. 가족들이 다같이 바닷가에 가 면 햇살 내리쬐는 해변을 눈앞에 두고도 무 조건 스케일과 아르페지오를 다섯 시간은 연습해야 겨우 밖으로 나가 놀게 허락해 주 시던 그 시절 부모님 덕이란다. 그러고 보니 유대계 바이올리니스트보다도 더 유명했던 게 ‘Jewish Mother’, 유대인 엄마들이었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한 극성 부모들이 없었더라면 유대인 바이올 리니스트들도,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들도 모두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개인적인 견해로 요즘 드높아진 한국 바이올린의 위상은 셀 수 없이 많은 국 제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을 배출해오 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김남윤(작은 사진) 교수님을 위시한 여러 훌륭한 스승님들의 공헌 덕이라 생각한다. 실은 가장 첫손으로 꼽아야 할 우리의 저력이다.
가톨릭 교회가 동성결혼에 대한 새로운 입 장을 준비한다고 한다. 입장 차이를 조율하 고 있다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동성애는 이 시대에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예전에는 묻어 두고 부인했을 뿐이다. 특히 기독교 문명권에서 그것을 죄 악시했기에 드러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더 이상 동성애를 감출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리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보수 복음주의 교회는 동성애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입장을 취했기에 사회적 으로 단절과 대립을 낳게 되었다. 그 결과 미 국의 동성애자는 복음주의 교회를 적대시 하며, 반대로 미국의 보수 기독교 계층은 동 성애를 정치적인 이슈로 확대시켜 대통령 후보에게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가장 먼저 묻곤 했다. 이것은 정치적·신앙적으로 미국 사회의 큰 분열을 낳았다. 그리고 마치 기독 교인이 성(性)에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 다. 거식증에 걸린 사람이 음성적으로 음식 에 집착하듯, 보수 기독교인이 역설적으로 성에 집착한다면 그건 뭔가 이상한 것이다. 그런 실수를 대한민국에서 되풀이할 수 없 다. 미국 보수 기독교층은 동성애자를 교회 와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떠나도록 내쫓아 버렸다. 예수께서 구하러 오신 양을 오히려 문밖으로 차버린 것이다. 동성애가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고 성경 에도 동성애를 금하는 것으로 보이는 구절 이 분명히 있긴 하다. 그렇다 해도 동성애자 가 이성애자로 바뀔 수 있을까. 설사 동성애 를 정신적 질환이라 가정해도 치유되는 사 람이 있던가. 동성애적 성향을 억누르고 정 상인처럼 꾸미고 살 수 있을지언정 성적 취 향이 바뀌었다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성애를 무조건 죄악시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아픔과 죄의식을 안겨줄 뿐이다.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듣지 않고 나를 버렸
다”고 생각하게 만들 뿐이다. 왜 세상에는 동성애가 있을까. 만일 동성 애가 선천적이라면 아담과 하와의 사건 이 후 인간의 삶에 스며든 여러 괴로움 속에 동 성애도 포함되었는지 모른다. 좋든 싫든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존재 한다. 우리가 다른 것엔 관대하면서 유달리 동성애에 대해서만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 동성애 혐오론자에게 나는 동성애 친구 를 두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있는지, 하나님이 그 들을 사랑하시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은 변태자가 아니며 그들 중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는 자도 많다. 에이 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거론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에이즈가 동성애자를 심판 하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질병이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 만일 하나님이 인간을 심판하
동성애 금한다고 성향이 바뀌던가 당사자에게 아픔·죄의식만 줄 뿐 하나님은 심판하려고 병 주진 않아 기 위해 무서운 병을 주신다면, 이미 인류는 옛날에 거덜났을 것이요, 또 하나님을 왜곡 하는 것이다. 생선을 달라고 할 때 뱀을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많은 이들은 하나님이 뱀 과 전갈을 주는 분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동성애를 칭찬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이 성애자이며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타인도 이성애자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신앙이 필 요하다. 과연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보다 더 의로운가. 우리는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 다. 함께 예배하고 친교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길이 그리스도를 통한 것이라면 그것은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나 마 찬가지다. 김영준 예일대 철학과와 컬럼비아대 로스쿨, 훌 러신학교를 졸업했다. 소망교회 부목사를 지낸 뒤 2000년부터 기쁜소식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학철부어>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장주(莊周·장자의 본명)는 집이 가난했다. 먹거리를 빌리고자 위(魏)나라 문후(文侯) 를 찾았다. 위 문후는 “좋소. 봉토에서 수확 이 들어온 뒤 300금을 빌려주면 괜찮겠소” 라고 말했다. 화가 난 장주는 낯빛이 변하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어제 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주 위를 둘러보니 물기가 말라가는 수레바퀴 자국(車轍) 안에 붕어(鮒魚) 한 마리가 있 었다. 내가 “붕어로구나. 그대는 어찌 이런 처지가 되었소”라고 물었다. 붕어는 “나는 동해 물결에서 튕겨 나온 용왕의 신하다. 그 대는 한 됫박의 물이라도 있다면 나를 살려 주오”라고 부탁했다. 이에 나는 “좋소. 내가 남쪽 오(吳)나라·월(越)나라 왕에게 가던 참이니 서강(西江)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여 그 물줄기로 그대를 맞으면 괜찮겠소” 라고 말했다. 화가 난 붕어가 낯빛이 변하며 말했다. “나는 늘 함께하던 물을 잃어 거처가 없는 처지요. 지금 한 됫박의 물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소. 자네가 이렇게 말하니 차라리 일찌감치 나를 건어물 가판대에서 찾는 것 이 더 나을 것이오.” 장자(莊子) 외물(外物)편에 나오는 우 화다. 한자 마를 학(涸)을 붙여 물기 마른 수레바퀴 자국 속의 붕어와 같이 위급한 상 황을 일컫는 성어 학철부어(涸轍鮒魚)가 여기서 나왔다. 같은 책 대종사(大宗師)에 는 “샘이 마르니 물고기가 서로 습기를 뿜어 서로 거품으로 적셔주니, 강과 호수에서 서 로를 잊고 사느니만 못하다(泉涸 魚相與處 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라고 했다. 인정이 부족해도 강호의 풍요가 낫다는 뜻이다. 경제가 위기다. 두 우화는 경제 정책의 양 날개인 성장과 분배의 관계를 상징한다. 한 됫박의 물이 급해도 봉토의 수확과 남쪽의 강물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최근 중국에서 는 창업투자사의 투자 형태를 ‘찾을 조(找)’ 가 아닌 ‘삶을 자(煮)’로 표현한다는 소식이 다. 가능성 있는 기업에 자본·기술·설비·전 략·경영까지 창투사가 지원해 첨단 기업을 ‘삶아 만든다’는 뜻이다. ‘학철부어’가 서 강의 물을 맞이한 형세다. 위기는 추월의 기 회다. 한국 경제계도 분발이 필요하다.
28 Column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세상을 바꾼 전략 ③ 판도 바꾸는 패권 공백
넘버2의 비애 최고 되기는 어렵고 사라지는 건 순간 회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등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공백도 새로운 1등의 향방에 영향을 준다. 앞서 가정한 서울 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이 불출마하고 대신에 안철수와 나경원이 양자대결을 한다고 해보 자. 그렇다면 서울시민 10명의 선호는 다음과 같이 재정리된다.
김재한 교수 한림대 정치학
ⓐ(1명) 안>나 ⓑ(3명) 안>나 ⓒ(3명) 나>안 ⓓ(3명) 나>안
2011년 9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밝힌 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 이사와 포옹하고 있다. 예비 후보 1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지지율은 39.5%로 1위, 박원순 지지율은 3.0%로 5위였다.
안철수, 3년 전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 절대강자 빠지자 새로운 판 등장 2등 나경원 울고, 3등 박원순 당선 박정희 사후엔 의외의 전두환 등장 1등 다음 차례 2등이라는 법 없어 대세론에 안주낙담은 섣부른 행동
선호도를 갖고 있다고 임의로 가정해보자. ⓐ(1명) 안>나>박 (시민 ⓐ는 안철수·나경 원·박원순 순으로 선호하며, 3인이 출마한 점 수투표제에서 안 후보에게 2점, 나 후보에게 1점, 박 후보에게 0점을 줌) ⓑ(3명) 안>박>나 ⓒ(3명) 나>안>박 ⓓ(3명) 박>나>안 10명이 3인의 후보에게 점수투표를 실시한 결과 세 후보는 아래와 같은 총점을 받는다. 안: 2점×4명(ⓐ+ⓑ)+1점×3명(ⓒ)=11점 나: 2점×3명(ⓒ)+1점×4명(ⓐ+ⓓ)=10점 박: 2점×3명(ⓓ)+1점×3명(ⓑ)=9점 따라서 위 가정하에서 세 후보가 출마했다 면 총점은 안철수, 나경원, 박원순 순이었고 안철수가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는 출마를 접었다. 그렇다면 10명 시민의 후 보 선호도는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된다. ⓐ(1명) 나>박 ⓑ(3명) 박>나 ⓒ(3명) 나>박 ⓓ(3명) 박>나 안철수가 빠진 이후 나경원은 ⓐ+ⓒ의 4 명에게 1점씩 받아 4점을 얻고, 박원순은 ⓑ +ⓓ의 6명으로부터 6점을 얻는다. 박원순 이 나경원에게 6대4로 승리한다. 즉 안철수 의 불출마 이전에 3등을 했던 박원순이 안철 수의 불출마 이후에는 2등에게 역전해 1등에 오른 것이다. 따라서 당선을 위한 박원순의 핵심 전략은 안철수의 불출마였다. 실제 선 거일 50일 전 안철수와 박원순은 짧은 회담 을 하고 박 후보로의 단일화를 발표했다. 1등의 공백은 종종 판 바꾸기로 연결된다. 그 판 바꾸기로 기존 서열이 사라진다. 그렇 다면 판 바꾸기는 애초에 불리한 측에게 더 유혹적인 전략이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의 1억원대 피부클리닉 출입 의혹이 제기되었는 데, 그런 이슈를 그의 감표 요인으로만 보는 것은 단선적이다. 억대 피부과 이슈는 나경원
[중앙포토]
과 박원순 간의 양자대결의 판을 바꾼 것이 기도 했다. 기존 판에다 극소수 특권층 대 나 머지, 즉 1 대 99라는 새로운 이슈를 추가한 것이다. <그림 1>은 억대 피부과 이슈 등장 이전 두 후보와 10명 유권자의 입장을 기존 판인 가 로축 위에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선 유권자 40%(①, ②, ③, ④)가 박원순을 더 가깝게 느 낀 반면, 60%(⑤, ⑥, ⑦, ⑧, ⑨, ⑩)는 나경원 을 더 가깝게 생각했다. 즉 나경원이 박원순 에게 6대 4로 승리할 판세였다.
<그림1> 1차원의 박원순-나경원 경쟁 나
박 ①②③④
⑤⑥⑦⑧⑨⑩
<그림2> 2차원의 박원순-나경원 경쟁 ⑨ 1 대 99
1등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할까. 2 등이 새로운 1등으로 등극하기도 하지만 그 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지금으로부터 딱 35년 전인 1979년 10월 26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현직 대통령 이 시해된 것이다. 그 절대 권력자를 이어 누 가 새로운 권력자가 됐나. 정치권에는 3김씨 를 비롯한 여러 대권주자가 있었고, 행정부 쪽에도 최규하 총리 등 후계자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있었다. 10개월의 혼란을 겪은 후 실제 정권을 잡은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10·26 사태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을 맡고 있 던 전두환 소장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라지면 전두환 소장이 최고 권력자 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10·26 사태 이전에 전망했던 사람은 없다. 대통령 시해의 주도자, 즉 당시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 다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조차 전두환의 권 력 장악을 예상치 못했다. 이처럼 권력 공백 이후 새로운 패권은 애초 후보군에도 끼지 못 하던 쪽이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0·26 직후 3김씨는 대체로 낙관적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해의 12·12 군사반란 이전과 이 후 다 그랬다. 세를 모으기 위해 일부러 그랬 는지 모르지만. 민주화는 8년이 더 연기되었 고 자신들이 정권을 잡는 데도 적어도 13년 을 더 기다려야 했다. 김재규의 행동 역시 자 신이 결코 의도하지 않은, 전두환 정권의 등 장을 초래했다. 세상을 바꾸긴 했지만 자신 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였다. 즉 전략적 사고 가 없었다. 투표의 사례를 살펴보자. 3년 전인 2011년 10월 26일 실시된 서울시장 선거다. 당시 오세 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사퇴해 실시된 보궐선거다. 오 시장 사퇴 선언 직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명숙, 나경원, 추미애, 박영선 정도가 다음 서울시장으로 물망에 올 랐다. 그러다가 안철수의 출마 가능성 보도 이후의 여론조사들은 안철수, 나경원, 한명 숙, 박원순 순의 지지도를 발표했다. 오세훈 사퇴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2, 3, 4 등을 달리던 정치인들이 오세훈 사퇴 이후 각각 1, 2, 3등으로 한 단계씩 올라가지 못했 다. 또 안철수의 불출마 직전에 2, 3, 4등으로 평가받던 후보들이 안철수의 불출마 이후 각 각 1, 2, 3등으로 되지도 못했다. 2011년 선거 의 당선자는 박원순 후보였다. 안철수 불출 마 전에는 빅3에 포함되지 못했던 그가 서울 시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후보 간 경쟁 결과는 다른 후보가 있고 없 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특히 1인1표의 다 수결에서는 본래 특정 후보에게 갈 표가 다 른 후보에게 가기도 하고, 특정 후보에게 가 지 않을 표가 별다른 후보가 없어 그 특정 후 보에게 가기도 한다. 다른 후보의 유무에 따 라 각 후보의 득표가 달라지니 당선자도 달 라진다. 사람들은 한 후보에게만 표를 주는 방식 보다 각각의 후보에게 차별화된 표나 점수를 주는 방식이 복잡하지만 더 낫다고 보기도 한다. 얼마나 좋고 싫으냐가 반영될 수 있고, 특정 후보의 유무에 따라 결과가 바뀌지 않 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실제 로 각종 콘테스트와 외국 의회선거에서 채택 되고 있다. 각 유권자가 가장 덜 좋아하는 후보에게 0 점을, 그리고 한 단계씩 좋아할수록 단계당 1 점씩 더 준 후 가장 많은 총점의 후보가 선출 되는, 이른바 ‘보다 방식(Borda count)’으로 서울시장을 선출했다고 치자. 그럼 안철수의 불출마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설명의 편 의상, 서울시민이 10명이고 아래와 같은 후보
나 ⑦⑧ ①
박 ④ ②③
⑩
⑤ ⑥
<그림 2>에서는 억대 피부과 이슈가 등장 함으로써 기존의 가로축 외에 세로축인 1대 99의 이슈가 추가되었다. 그 새로운 이슈에서 의 유권자 입장이 드러났다. 물론 기존 가로 축에서의 유권자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 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선거판에서는 유권자 60%(①, ②, ③, ④, ⑤, ⑥)가 박원순을 더 가 깝게 느꼈다. 따라서 박원순은 40%(⑦, ⑧, ⑨, ⑩)의 지지를 얻는 나경원에게 6대 4로 승 리하게 되었다. 당시 여론조사들은 안철수와 의 단일화로 급상승한 박원순의 지지도가 이 후 조금씩 하향하는 추세였고, 나경원의 지 지도는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였는데, 억대 피부과 이슈 등장과 함께 흐름이 뒤바뀌었음 을 알 수 있다. 억대 피부과 이슈는 일종의 스캔들이다. 그 스캔들은 흠결의 크기만큼 지지율 감소를 초래했다기보다 1 대 99와 같은 새로운 이슈 의 추가에 따라 판이 바뀐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경원이 피부클리닉에 지불한 액수가 수백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지지도를
이 경우 안철수가 4명(ⓐ+ⓑ)에게서 1점씩 총 4점을 받는 반면에, 나경원은 6명(ⓒ+ⓓ) 으로부터 1점씩 총 6점을 받게 된다. 본래 2등 이었던 나경원이 3등의 불출마로 1등이었던 안철수에게 승리하는 경우다. 즉 3등의 공백 도 1, 2등 사이의 우열관계를 뒤바꿀 수 있다. 이를 다른 역사적 사건으로 살펴보자. 105 년 전 19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중 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날이다. 안 의사의 의거는 일본 내 권 력 향방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토가 권력에 가까이 가게 된 결정적 계기 는 ‘오쿠보 정권’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 향력을 행사하던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 通)의 피살(1878년)이었다. 오쿠보의 경쟁자 들이 아닌, 이토가 오쿠보의 자리를 이어받 았던 것이다. 이후 이토는 1885년 초대 내각 총리대신을 시작으로 1901년까지 네 차례나 총리직에 올랐다. 그러다 1903년 이토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입헌정우회 총재직에서 밀려났다. 안 의사 의거 당시의 일본 정국은 가쓰라 다로(桂太郞)와 사이온지 긴모치(西園寺公 望), 두 사람이 번갈아 총리를 맡을 정도로 서로에게 1, 2등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다. 굳이 분류하자면 사이온지는 이토와 함께 온 건파였고, 가쓰라는 강경파라 할 수 있다. 당 시 사이온지의 정우회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 었기 때문에 1908년에 들어선 2차 가쓰라 내 각의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910년 5월 일본에서는 다수의 사회주의자 와 무정부주의자가 메이지(明治) 일왕을 암 살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검거되었다. 이른바 대역(大逆)사건이다. 안 의사 의거가 그 모의 의 출발점이었다는 주장, 또는 가쓰라 내각이 날조한 사건이었다는 주장이 오늘날까지 제 기되고 있다. 진실이 어떠하든 이토의 피살은 결과적으로 2차 가쓰라 내각을 더 연장시켰 다. 1, 2등이 아닌 이토가 사라지면서 1, 2등 간 의 경쟁 판도에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최근 여러 조사기관에서 차기 대권주자에 관한 지지도를 발표하고 있다. 각 후보의 지 지도는 앞으로 부침을 거듭하고, 또 그 지지 도 순위는 다른 주자가 있고 없음에 따라 크 게 변동할 것이다. 어떤 강력한 차기 후보가 다음 대권을 잡는다는, 이른바 대세론은 현 실화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대 세론의 주인공이야 판을 유지하려 하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스캔들도 일종의 판 바꾸기다. 스캔들은 지지를 감소시키기 때문만이 아니라 판을 바 꾸기 때문에 매우 파급적이다. 사실이 아니라 고 밝혀진 스캔들조차 판세에 큰 영향을 끼 친다. 현 상황이 유리한 측은 어떻게 판을 유 지할 수 있을까 고민할 것이고, 불리한 측은 새로운 프레임(frame)을 들고 나와 판 바꾸 기 전략을 구사하려 할 것이다. 김재한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 박사. 2009년 미국 후버연구소 National Fellow, 2010년 교육부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정치현상의 수리적 분석에 능하다. 저서로는 동서 양의 신뢰 DMZ 평화답사 등.
Column 29
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397>
“장제스는 교양 겸비한 불량배” 재목 알아본 장징장 <쑨원의 후견인>
운도 따라야 하지만, 일단은 내부투쟁에서 승리해야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 고금을 막 론하고 역사에 남을 대형사건을 저지른 사람 은 다들 그랬다. 북양군벌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전국을 통 일한 장제스(蔣介石·장개석)의 권력기반은 황푸군관학교였다. 모스크바 시찰을 마치고 돌아온 장제스가 쑨원(孫文·손문)에게 고분 고분했더라면 황푸군관학교 교장 자리는 다 른 사람 몫이었다. 운도 따랐다. 교장 취임 1년 후 랴오중카이 (廖仲愷·요중개)와 쑨원이 5개월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장제스의 군권 장 악은 불가능했다. 쑨원도 마찬가지였다. 평 소 대수롭지 않게 보던 장제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권좌에 올랐을 경우 국·공 양당으로 부터 국부(國父)로 추앙받을 수 있었을지 의 문이다.
쑨원과 랴오중카이 사후 황푸군관학교를 장악한 장제스.
장제스, 황푸 주비위원장직에 불만 홧김에 때려치우고 쑨원 맹비난 혁명 후원자 장징장이 중재 나선 뒤 초대 황푸교장 차지하며 실권 장악 장제스는 돌멩이 하나로 토끼 세 마리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1924년 1월, 쑨원 은 소련에서 귀국한 장제스를 ‘육군군관학 교 주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장제스 는 ‘주비(籌備)’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갓 살림을 차린 천제루(陳潔如·진결여)에게 불 평을 늘어놨다. “쑨원은 나를 시험대에 올려 놨다. 학교 만드는 일만 시켜먹고 교장은 직 접 할 생각이다. 당장 때려치우겠다.” 국민당 내에서 장제스의 서열이 100위 안에도 못 들 때였다. 장제스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광저우를 떠 났다. 부인 천제루를 앞세워 상하이에 있던 장징장(張靜江·장정강)을 찾아갔다. “쑨원은 나를 종으로 안다. 내게 주비위원장을 맡기 고 교장은 쉬충즈(許崇智·허숭지)에게 맡길 심산이다. 나 보고 부교장을 하라니, 삼류 군 벌 밑에서 노예 노릇은 못한다”며 씩씩거렸 다. 쉬충즈는 지방군벌 출신이었다. 망명 시 절 쑨원의 혁명자금을 도맡다시피 했던, 혁 명성인(革命聖人) 장징장은 경악했다. 장제스 부부와 장징장은 남다른 인연이 있 었다. 장징장의 네 번째 부인의 친구였던 천 제루는 장징장과도 유별난 사이였다. 몇 년 전 장징장의 집에 놀러 왔던 장제스가 천제 루를 발견하자 “저 여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
총리 시절 전인대 상무위원장 둥비우(董必武)와 함께 랴오중카이(廖仲愷)의 무덤을 찾은 저우언라이(周恩來오른쪽 둘째). 가운데 흰 양복 입은 사람은 랴오중카이의 아들 랴오청즈.
며 장징장을 졸라댔다. 천제루는 “도박과 화 류계에서 헤매는 사람”이라며 장제스를 싫 어했다. 장제스를 총애하던 장징장은 천제루 를 달랬다. “지금은 평화시대가 아니다. 장제 스는 교양을 겸비한 불량배다. 난세에는 저 런 사람이 큰일을 한다. 당장은 팔난봉꾼 소 리를 듣지만 언젠가 엄청난 일을 할 테니 두 고 봐라. 황제가 되고도 남을 재목 감이다. 뭐
[사진 김명호]
를 줘도 아깝지 않다”며 장제스의 방에 밀어 넣었다. 상황을 파악한 장징장은 장제스를 안심 시켰다. “내가 쑨원과 담판을 하겠다. 일단 고향에 가 있어라.” 장징장의 편지를 받은 쑨원은 난처했다. 군관학교 주비 임무를 최 측근인 랴오중카이에게 맡겼다. 쑨원의 의 중을 파악한 랴오중카이는 장제스에게 전
문을 보냈다. “빨리 광저우로 복귀하기 바 란다.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중임을 맡을 수 밖에 없다.” 장징장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판단한 장제 스는 이제 군관학교 교장을 맡을 사람은 자 신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랴오중카이에게 짤 막하고 정중한 답신을 보냈다. “단 하루도 광 저우의 일이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습니다.”
장제스는 시간을 끌었다. 초조해진 랴오중 카이는 쑨원에게 하소연했다. 쑨원도 더 이 상 지체할 수 없었다. 애초에 군관학교 교장 감으로 지목했던 쉬충즈를 장제스의 고향에 파견했다. 장제스를 만난 쉬충즈는 속내를 털어놨다. “나는 군관학교 교장 자리에 관심 이 없다.” 숨통이 트인 장제스는 광저우로 복 귀했다. 1924년 5월 3일, 쑨원은 정식으로 장제스 를 황푸군관학교 교장 겸 대원수부 참모장에 임명했다. 랴오중카이에게는 군관학교의 당 대표를 맡기고 자신은 군관학교 총리직을 겸 했다. 여기서 총리는 요즘의 대학교 이사장 정도로 보면 된다. 장제스의 학내 서열은 쑨 원과 랴오중카이 다음이었지만, 쑨원은 인사 권과 재정권을 달라는 장제스의 요구를 수락 했다. 쑨원이 랴오중카이를 군관학교 당대표에 임명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랴오중카이는 국민당 좌파의 실질적인 대표였다. 무기와 경 비 등 소련의 지원이 절실할 때였다. 랴오중카이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연하의 장제스를 먼저 찾아와 머리를 숙였다. “나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돈만 구걸해 오겠다. 집행 은 네가 해라. 생도 교육에도 관여하지 않겠 다. 네가 전담해라. 교관 선정도 네 몫이다. 나 도 가끔 추천은 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네가 해라. 나는 서명만 하겠다.” 실제로 랴오중카이는 그렇게 했다. 광저우 의 자본가들을 찾아 다니며 온갖 굴욕을 감 수했고, 아편에 취한 시골 군벌 앞에 무릎을 꿇고 무기와 탄약을 구걸해 장제스에게 갖다 줬다. 생도들의 급식비를 위해 부인의 패물을 들고 전당포를 출입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 다. 일면식도 없던 저우언라이(周恩來·주은 래)의 군관학교 정치부 주임 지원서에 군말 않고 서명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군관학교의 기틀이 잡힐 무렵 랴오중카이 가 암살당했다. 쑨원마저 세상을 떠나자 황푸 군관학교는 장제스의 독무대가 됐다. <계속>
정재숙의 新 名品流轉
호암이 부인에게 77년 전 보낸 엽서 3000만원 가치
이 무렵쯤 귓가를 울리는 노래가 있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고은 작사, 김민기 작 곡, 최양숙 노래로 추색(秋色)을 물들이던 ‘가을 편지’다. 멀지 않은 장래에 편지가 국 어사전에만 남아 있는 단어가 될지도 모르 는 시대이기에 더 뭉클함을 불러일으키는 대중가요다. e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에 밀려 손글씨가 점차 사라지고, 우 표는 기념품이나 수집품목으로 제 기능을 잃었으며, 빨간 우체통이 무용지물이 되는 오늘에 이 대중가요는 노스탤지어를 자극 한다. 그런데 편지가 죽었다는 풍문을 거스르는 희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지난 8일 서울 인사 동 ‘옥션 단’에서 열린 가을 경매 현장에서 손 바닥 크기 우편엽서 한 점이 무려 3000만원에 낙찰됐다. 무게는 3g, 현재 판매가격은 270원 이다. 물론 이 엽서의 발행 연대는 1937년이니 77년이란 역사적 무게가 얹히기는 한다.
‘우편(郵便)하가키(엽서)’라고 인쇄된 ‘이병철 엽 서’. 겉장에는 받는 이와 보낸 이의 주소, 뒷면에는 사연이 적혀 있다.
[사진 옥션 단]
핵심은 엽신을 주고받은 주인공이다. 겉봉 에 적힌 사항만 보면 보낸 이는 호암(湖巖) 이병철(1910~87), 받은 이는 대구부 신천리 에 사는 박노성씨다. 호암은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을 일군 창업주이고 박노 성씨는 처남이다. 호암이 26년 결혼한 박두
을(1907~2000)이 잠시 집을 떠나 친정에 머 물자 부인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박노성 씨 댁 내간(內簡)’이라 쓴 점이 재미있다. 내 간은 흔히 부녀자가 쓰는 편지를 일컫는 말 로 내찰·내서라고도 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반달이나 있었으면 그 만이지 집은 어른한테 맡기고 가서 …부디 얼른 오게. 하고 베와 옷 챙겨 가지고 속히 돌 아오도록 하오.” 37년은 호암에게 시련의 해였다. 호암은 36년 지인들과 동업으로 마산 협동정미소를 창업하고, 이어 마산 일출 자동차회사를 인 수해 운수업을 벌인 뒤 김해평야 논 40만 평 을 매입한 뒤 토지사업을 확장해 200만 평 대 지주가 됐으나 중일전쟁을 거쳐 태평양전쟁 으로 줄달음치던 무렵이라 모든 사업을 접어 야 했다. 새로운 사업 구상으로 외지를 돌며 마음이 어지러운 때 부인이 친정으로 가버렸 으니 속이 탔을 법하다. 이런 난리를 겪고 난 38년 3월에 오늘날 삼성의 초석이 된 삼성상
회를 설립했으니 이 편지가 지닌 가치가 꽤 묵직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 호암의 글씨체는 조선시대 목판본으로 간 행된 언문간독(한글 편지 쓰는 법)의 기본 에 충실한 외에 초서체를 융합한 꽤 독창적 인 솜씨다. 꼬장꼬장하고 심지 곧은 이의 성 품이 글씨에 묻어난다. ‘글씨는 곧 그 사람’ 이란 말이 어지간히 맞아떨어진다. 명사들의 편지 뭉치가 꽤 비싼 값에 팔리 는 건 서양 전통이다. 비밀도 벗겨지고 새로 운 역사적 사실도 밝혀진다. 서간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우리 실정에서 이 소품을 과 연 누가 3000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샀을까. 낙찰자 신분을 안 밝히는 경매사 관행상 누 구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호암 가문 과 친밀한 국내 유수 기업이 사갔다는 얘기 가 풍문으로 들린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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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지금 우리에게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이응준 소설가
1980년대의 끄트머리 학번인 내게만 해도 지 식인이라는 개념은 한마디로 ‘행동하는 양 심’을 뜻했던 것 같다. 지식보다는 지성이, 개 인적인 욕망이나 감각보다는 시대의 이념과 책무가 우선시되는 시대, 혹여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면 죄책감만이라도 느껴야 맘이 편하던 세대였다. 어쩌면 그때 우리는 마르크스를 알기도 전 에 마르크스주의자였고, 미국에서 유학하고 싶으면서도 반미주의자였고, 대한민국에서 잘 살면서도 대한민국은 친일파들이 건설한 부끄러운 나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에 입각해 우리 는 일단 어느 정도의 좌파적 성향을 띠어야 만 온당한 지식인이라는 강박에 지배받게 되 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에는 진짜 좌파도 없고 진짜 우파도 없다. 현 재 우리는 사회과학적 용어들이 중구난방 엉
터리로 사용되는 사회 속에서 소위 좌파든, 소위 우파든 연예인 스타일의 지식인들이 설 치는 난잡한 쇼들을 매일 구경하고 있다. 그 밤 베드로가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예수 를 세 번이나 부인했듯, 누가 정말 인간의 존 엄과 자유를 옹호하는 자인지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와 봐야 환히 드러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무자비한 자 신감에 차 외치는 소리가 너무 많다. 진실한 사람은 진실을 유리 그릇 다루 듯하는 법이 다. 이토록 행동하는 양심이 많으신데 왜 이 나라는 여전히 이 모양인 것일까. 예전의 지식인들은 양심이 없어서 지식인 이 아니었는가 본데, 요즘의 지식인들은 정말 로 지식이 없어서 지식인이 아닌 것 같다. 연 예인병에 걸린 지식인들의 양심이야 차후 따 로 떼어놓고 더 따져봐야겠으나 모두가 논객 이고 모두가 활동가가 돼버린 세상에서 치열 한 공부와 신중한 대화란 좀처럼 찾아볼 수 가 없다. 우리를 지탱하고 추동하는 것은 이 념이 아니라 이념의 탈을 쓴 증오와 무명(無 明)이다. 얼마 전 스스로 좌파임을 자랑스러워하는
특별 기고
연예인 스타일 지식인 넘치는 요즘 그들 바람은 나 좀 알아달라일 것 공부하는 지식인이 진정한 지성
한 청년과의 우연한 술자리에서 그가 ‘전체 주의’라는 단어를 모른다는 사실에 깜짝 놀 랐다. 어느 좌파 논객을 선지자처럼 떠받드는 그에게 공산당 선언은 읽어봤느냐고 물으 니, 그게 뭐냐고, 책이냐고 되묻더라. 공인된 멍청이가 아니라 지극히 멀쩡한 대학생에 대 한 얘기다.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 입시키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쌓게 도와주는 것이 선배의 길이다. 좌파든 우파든 우리의 지식인들께서는 청년 들을 제 부하나 놀이터로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기실 지식인이라는 인종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날 좀 알아달라는 것일
해외 만평
수 있다. 박정희와 김일성 사이에서 방황하던 많은 지식인이 그러했다. 유신 독재자 박정희 가 옳지 않다면 어버이 수령님 김일성도 당연 히 옳지 않은 것이다. 지식인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할 때마 다 소정의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지식인이란 세계와 자신에 대해 끝없이 의심하고 점검하 는 자이기 때문이다. 폭력혁명이 합의에 의 해 원천적으로 부정된 상태인 민주공화국에 서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의미가 엄중하며 사 회 발전을 위한 소중한 기록이 된다. 광장과 TV 안에서 벗어나 책상으로 되돌아가 연구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곧 지식인의 가장 래 디컬하고 양심 있는 행동인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헌법 이 열등해서도 아니고 법이 모자라서도 아니 다. 법을 만드는 자들부터 타락해 법을 안 지 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뽑은 자들이고, 좌건 우건 그 진영의 지식인들이 소개하고 지지한 자들인 것이다. 필경 지식 인이란 자기모순 앞에서 가장 솔직한 사람일 것이다. 균형 잡힌 지식인으로서 완성을 추 구하며 성장한다는 것은 도저(到底)한 노력
과 겸손이 요구되는 과정이다. 지성인임을 자처하는 지식인이 제 거짓말 에 스스로 도취돼 국민을 불구덩이로 몰아넣 은 사례들은 역사에 차고 넘친다. 하물며 시 인은 존경받기보다는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 이듯, 예술가의 본연은 그저 예술가이지 지식 인이 아니다. 한데 우리에게는 지식인 행세에 재미 붙인 예술가가 너무 많다. 대중적 인지 도가 높다고 지식인으로 대접받는 사회는 자 크 라캉 식으로 말하자면 ‘보는 자’와 ‘보여 지는 자’의 욕망이 일치하는 포르노와 그 작 동구조가 동일하다. 이제 질문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지식’ 이 있는가? 부처는 정확한 지식이 삶을 구원 한다는 것을 증명한 최초의 인간이었다. 양 심과 지성을 지식에 앞서 들이대며 제 정의를 퍼뜨리는 자들을 조심하자. 그들에게는 지식 도 없고 지성도 없으며 양심과 정의마저 없 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응준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에 깨달음은 갑자 기 찾아온다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내 연애의 모 든 것 국가의 사생활과 시집 애인 등을 냈다.
“이번에 할 대사는 ‘나는 괜찮아’야, 알겠지? 40일 만에 나타난 김정은, 지팡이를 짚은 채 잇따라 군 시찰.
한국 외교의 새 지평, 믹타 <MIKTA>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역사상 지금처럼 인류의 운명이 긴밀히 연 결된 적은 없었다. 어느 누구도 에볼라 바 이러스, 기후변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 가(ISIL), 빈곤 등과 같은 범지구적 문제들 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 해서는 국제사회 전체의 협력이 요구된다. “역사의 추는 새로운 다자주의를 향해 움직 이고 있다”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말한 바와 같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국제사회 는 다자주의 강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새로운 다자주의의 핵심인 효율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 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국제정치학자인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 대 교수는 지난봄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정학적 요소를 중심으로 하 던 기존의 외교안보협력이 보다 확장된 파 트너십의 협력체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 단했다. 즉, 반드시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 가 아니더라도 뜻을 같이한다면 협력체계 를 구축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한국 과 호주·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 등 5개국 의 연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외교는 새롭고 다양한 글로벌 이슈 를 다루는 데 있어 지정학적 한계를 벗어나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는지를 일찍부터 고민해왔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를 계기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성공적 으로 정착시켜온 5개 중견국, 이른바 ‘믹타 (MIKTA)’ 외교장관회의를 한국이 주도해 출범시킨 배경이다. 멕시코·인도네시아·한 국·터키·호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명명된 믹 타는 세계 10위권의 유사한 경제력을 갖추 고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시장경제 등 보편 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 간의 협의체다. 이제 갓 출범 1년을 넘긴 믹타를 바라보 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초기의 의구심과 호 기심을 넘어 기대감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 다. 믹타는 회원국이 각각 쌓아온 네트워크 와 경험을 연계하여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공통점과 다양성이 조 합을 이룬 5개국의 하나된 목소리는 강력
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고, 새로운 어젠다 를 설정할 수도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열 린 제3차 믹타 외교장관회의는 한국이 올 들어 의장국을 맡은 이래 처음 개최된 회의 로, 믹타 발전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 이 이뤄졌다. 우선 협의체제와 운영방식을 체계화하기로 합의했다. 5개국 외교장관들 은 유엔 총회, G20 등 주요 국제회의를 계기 로 매년 최소한 세 차례 모이기로 했다. 서 로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잘 보여준다. 당장 다음달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릴 G20 정상 회의를 전후해 믹타 외교장관들이 만나 국 제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믹타의 기여방안 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한국에서 믹타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CLEMENT/Cartoon Arts International www.cartoonweb.com
한국·호주·멕시코·인니·터키 5국
독자 옴부즈맨 코너
뜻 같이하는 비인접 국가 간 협력
단통법 문제점, 소비자 시각으로 접근해봤으면
확장된 국제적 파트너십 의미 커
둘째, 국제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믹타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로 한 점이다. 믹타는 이미 북한의 핵위협, 말레이시아 민항기 격 추, 에볼라 위협에 관해 공동성명을 낸 바 있 다. 믹타 회원국들의 관심 사안이기도 하지 만 핵 비확산 체제 강화, 국제 민항기 안전 제 고 및 국제보건 증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 해 공동보조를 취한 것이다. 믹타가 발전해 나감에 따라 보다 민감한 지역문제에 대해 서도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믹타의 차별 화된 브랜드 가치를 창출키로 한 점이다. 믹 타는 개도국 개발 지원, 국제 보건, 재난위 험 경감 및 인도 지원과 같은 분야에서 실질 적이고 독특한 기여 방안을 적극 발굴해 나 갈 예정이다. 세계가 상호 연계되고 글로벌 거버넌스가 더욱 중시되는 전환기적 상황 속에서 믹타는, 한국이 외교 지평을 확대하 고 국제사회에 기여해 나가는 데 유용한 전 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19일자 중앙SUNDAY는 1면과 6, 7면에 걸 쳐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 선에 관한 법률) 논란을 집중 배치했다. 단 통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 지적과 함께 선진 사례를 다각적인 시야에서 다뤘다. 특히 중 국 등의 해외 중저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 이 누리는 반사이익에 대한 조명, 최병선 교 수의 ‘포획모형’에 따른 분석 역시 적절했 다. 정부가 규제 대상 산업을 지배하기보다 는 그들에 의해 지배당하거나 포로로 전락 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눈길을 끌었다. 친 (親)규제블록 생성, 인위적인 경쟁력 저하 등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주로 담다 보니 소비자의 시각이 부족하지 않았 나 싶다. 다음에는 소비자에게 통신비 부담 완화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될 수 있는지, 단 말기 구입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함께 다뤘 으면 좋겠다. 10면 ‘카톡 사찰에 커지는 데이터 주권론’ 에선 기업의 조기 대응 미숙이 가져오는 파 장을 다뤘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메시지
보다 화자에 대한 평소 신뢰가 상당한 비중 으로 작용한다고 하는데 기술을 잘 모르는 대표가 방패로 나선 무신경과 끝까지 나서지 않는 최고책임자의 무대응을 잘 꼬집었다. 비 슷한 시기에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직접 등 장해 위기 상황을 진화시켰다는 비교는 시의 적절했다. 해당 기업이 대외적인 첫 공식 입 장을 트위터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발표한 건 소통인지, 일방적인 알림 서비스인지 모 르겠다는 소비자들의 원망도 생생했다. 3면 지구촌을 뒤덮는 피어볼라(Fear +Ebola virus) 기사는 단순한 스케치에 그 친 것 같아 아쉽다. 핵심 진원지 관계자들이 부산 ITU에 참석하지 않아 방역 당국이 안 심했다고 정리하기엔 다소 미흡해 보인다. 만약 그들이 한국에 왔다면 어떤 상황이 연 출됐을까. 공포 상황에서도 미국민들은 불 안해하지만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 으로 강하게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란 믿음 을 갖고 있다고 한다. 대형 사고에 대한 구체 적 대응 시나리오가 있는지 알고 싶다. 25면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에서는 유
전자변형식물(GM)을 잭과 콩나무 이야기 로 비유해 쉽게 이해가 됐다. 이 차세대 식 물 기술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 고, 지구촌 곳곳을 도울 수 있다는 가능성 을 바라보고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GM 기 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히 이해 가 갔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GM 두부인 지, 아닌지에 대한 표기 및 유통 시스템 상 황도 향후 기사화되길 기대한다. S매거진은 ‘오픈 하우스 서울’을 통해 서 울 건축의 속살을 보여줬다. 그중 을지로입 구역 100년 된 하수관 탐방은 호기심을 불 러일으켰다. 다만 몇 단락으로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미학적이고 과학 적인 한국 건축의 기초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명옥 코콤포터노벨리 CEO. 이 화여대 불문과, 연세대 언론홍보 대학원을 나왔다. 홍보컨설팅, 위 기관리 시뮬레이션, 미디어 트레 이닝 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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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
님 때문에 생긴 일
백해무익한 국가 IR <투자자 설명회>
신장섭의
시대공감
IR로 외국인 설득 여지 크지 않아 한국이 어렵다는 인상 주기 십상 위기 때마다 약점 찾는 꾼들에게 내 패 보여줘 투기 부추길 가능성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제학 교수
경제부총리가 이번 달 뉴욕에서 9년 만에 첫 한국경제 IR(투자자 설명회)을 개최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부총리와 한국 은행 총재의 ‘엇박자’ 발언을 비판했다. 두 경제정책 수장(首長)이 힘을 합쳐도 모자 랄 판인데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서로 뉘 앙스가 다른 얘기를 해서 혼선을 줬다는 것 이다. 그러나 국가 IR에서 어떤 발언을 했느냐 는 지엽적인 일이다. 국가 IR 자체가 백해무 익(百害無益)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 IR 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 는 전제는 이런 행사를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그들의 이해도를 높이면 한국 경제에 우호적인 투자가 많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실상은 이런 순진한 사 고와 너무 많이 동떨어져 있다. 일단 글로 벌 투자자들이 국내 정책 담당자들보다 한 국 경제에 대해 더 ‘빠꼼이’인 경우가 많다. 경제 장관들의 수명은 1~2년밖에 되지 않는 반면, 글로벌 금융사들의 한국 담당자들은 한 우물만 오래 판 사람이 많다. 이들은 해 당 회사가 갖고 있는 세계적인 정보력과 분 석력의 지원을 받으며 한국의 환율, 금리, 주가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에 어떻게 움 직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매일매 일 투자 결정을 내린다. 국내 경제정책 담당 자들조차 국제 금융회사들이 쏟아내는 정 보와 ‘권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국가 IR을 통해 이들을 새로이 ‘설득’할 만한 여 지가 별로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한국 경제에 대 해 더 많이 안다고 해서 우호적인 투자를 늘 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잘 알수록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 거꾸로 투자해서 자 신들의 이득을 챙길 가능성이 커진다. 국제 금융시장은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윈-윈 (win-win)’보다는 ‘윈-루즈(win-lose)’의 논리가 지배한다. 환율은 처음부터 ‘윈-루 즈(win-lose)’ 게임이다. 한 나라 환율이 올 라가면 다른 나라 환율은 떨어진다. 한쪽에 서 버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 편에선 손해 보는 사람이 있다.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도 과거에는 ‘윈윈’의 여지가 많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파 생상품이 거래를 지배하면서 ‘윈-루즈’ 시 장으로 봐야 한다. 파생상품에는 항상 반
대매매 포지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 제 금융시장에서는 가격이 올라가는 방향 에 베팅(롱long)하는 세력과 내려가는 방 향에 베팅(쇼트short)하는 세력 간에 항상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보통 다수 의 비(非)전문가들이 ‘롱’에 베팅하고 소수 의 전문가들이 ‘쇼트’ 전략을 더 많이 사용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비전문 가들을 농락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라고 예 외가 아니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를 돌이 켜보자. 원화 환율이 흔들리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한국 정부는 주요 국제금융센 터에서 국가 IR을 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이 충분하며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것 이었다. 한국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면 투자 자들이 한국에 ‘롱’해야지 ‘쇼트’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국제금융기관들은 거꾸로 갔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 전에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의 주식, 채권시 장에서 600억 달러 이상을 빼냈다. 리먼 파 산 직후 4개월 동안에는 외국은행 국내 지 점들이 250억~300억 달러를 본점으로 빼 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주식과 원화에 동시 에 ‘쇼트’하는 투기가 성행했다. 8개월 남짓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쇼트’한 주식 물 량이 30조원을 넘었다. 원화 환율은 달러당 1600원 가까이 치솟았다. 당시 한국 금융위 기의 주범(主犯)은 정부의 IR 대상이었던 국제 투자자라고 할 수 있었다. 국가 IR은 보통 한국 경제에 “뭔가 문제 가 있다”는 얘기들이 돌아다닐 때에 투자 자들의 ‘오해’를 풀겠다면서 이루어진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펀더멘털이 튼 튼하다”는 국가 IR이 벌어졌다. 그러나 국제 투자자들은 이때에 오히려 한국 경제를 거 꾸로 칠 틈새나 균열이 없는지를 유심히 쳐 다본다. 국가 IR을 통해 그들이 느끼던 한 국 경제의 취약점이 오히려 더 명확히 드러 날 수도 있다. 국제 금융시장을 전쟁터라고 받아들인 다면 정부도 그에 따라 행동 양식을 정해야 한다. ‘투명성’의 함정에 빠져 적에게 내 패 를 다 보여주겠다고 IR을 다닐 필요가 없다. 정부는 오히려 몸을 숨기고 한국 경제에 호 시탐탐 쇼트하려는 투기꾼들을 되치기할 작전을 짜야 한다.
에서 배운 그대로 실생활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대화 상대에 따라 호칭을 달리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날 귀가하자마자 한국어 교재를 다시 펼쳐 내 실수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당신’ 이란 단어가 ‘너의 존칭어’라는 설명이 있 었다. ‘당신’이란 단어를 반복해서 연습한 후 그 교수님과 다시 식사를 할 기회가 있 었다. 나는 “당신이 먹어요”라고 교수님에 게 권했다. 좌중은 그야말로 웃음바다가 됐 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조교가 간신히 웃음 을 참으며 조그만 목소리로 ‘당신’이란 말 은 보통 부부 사이에서 쓰는 호칭이라고 설 명해줬다. 이후 한동안 나는 ‘you’에 해당 하는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 했다.
천리(陳莉) 국립외교원 전임 강사
최근 경험한 일이다. 중국인 친구와 함께 쇼 핑몰로 옷을 사러 갔다. 친구가 맘에 드는 옷 한 벌을 들고서 서툰 한국어로 또박또박 “판매원님, 이것 입어보고 싶어요”라고 말 했다. 순간 점원의 얼굴에는 황당하고 불쾌 하다는 표정이 스쳤다. 놀리는 것으로 오해 한 것 같았다. 나는 “제 친구의 한국어가 서 툴러…”라고 말하고 황급히 상점을 빠져나 왔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친구는 “내가 뭘 잘못 말했어? 난 특별히 ‘님’자까지 붙였 는데”라며 억울해했다. 나 역시 괜히 억울 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내 친구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하 는 생각에 한국어사전에서 ‘판매원’의 뜻 을 찾았다. 책에는 분명히 ‘물건을 파는 업 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들의 호칭에 대해 다 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중국에선 보통 상대 방의 직업을 그대로 사용해 부른다. 레스토 랑에선 “종업원”, 상점에선 “판매원”으로 부르는 것이다. 나 역시 예전에 친구와 유사한 실수를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병원에서 “의사 님”이라 부르자 의사 선생님이 황당해하면 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의사를 ‘의사 선생님’이라고 불 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약국에서는 ‘약 사님’이라 부른다. 그런데 왜 의사에게는 ‘선생님’을 붙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 다.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관공서를 방문해 공무원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당황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사실 한국에 온 이후 호칭 문제는 내내 나 를 괴롭혀 왔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강의하 던 시절 중문과 교수님을 비롯해 타과 교수 님 몇 분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한 교수님께서 “한국어는 열심히 배우고 있 어요”라고 물으셨다. 당시 나는 한국어 입문 단계의 책을 구입 해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자신 있게 교수님 앞에 놓여 있는 접시를 가리키며 “너 먹어 요” 말했다. 분위기가 순간 썰렁해졌다. 50 세가 넘은 그 교수님은 호탕하게 웃으시며 내 실수를 넘기셨다. 그날 나는 한국어가 책
한국어 서툰 중국 친구 쇼핑몰서 판매원님 불렀다가 오해받아 10년 한국 살았지만 호칭 어려워
하지만 ‘당신’이란 단어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나를 괴롭혔다. 내 차가 실 수로 중년부부가 탄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 을 때였다. 차에서 내린 중년 남성은 흥분해 “당신 지금 뭐한 거야”라고 따졌다. 접촉사고로 당황한 상황에서도 ‘당신’이란 말이 귀에 들어왔다. 부부 사이에 쓰는 말을 이런 상황 에서 쓰다니 불쾌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 다. 후에 한국에서 ‘you’는 정말 다양하게 사용되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호 칭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한국의 고 유 문화가 투영돼 있는 호칭은 외국인들에 게는 정말 풀기 어려운 과제와도 같다. 지금도 한국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불러 드려야 하나요?” 천리 1979년 중국 선양(審陽)에서 태어나 선양사 범대학을 졸업했다. 숙명여대 박사과정 수료. 한국 에 온 뒤 주로 비즈니스 중국어를 가르쳐 왔다.
말말말
On Sunday
“리퍼트 대사에게 불고기를 많이 주십시오”
신(新) 인구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서 거행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취임식에 깜짝 참석해 취임식장에 있던 안호영 주미 대사에게. 박태희 경제부문 기자 adonis55@joongang.co.kr
18세기 후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영 향력은 대단했다. 서른두 살이던 1798년 익 명으로 낸 인구론 초판은 오늘날 토마 피 케티의 21세기 자본처럼 글로벌 화두가 됐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 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문구는 초 판에만 등장하고 2판부터 삭제됐지만 반향 이 컸다. 그는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했다. 인구가 대략 25년마다 두 배 증가하므로 2세기 뒤 인구 대 생활물자 비율은 256대 9가 되고, 3 세기 뒤에는 4096대 13이 되며, 2000년 뒤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진다는 식이 다. 영국 철학자 토머스 칼라일이 경제학에 ‘음울한 학문’이라고 딱지를 붙인 것도 인 구론을 읽고 나서였다. 맬서스가 떠난 지 180년째인 2014년 대 한민국 사회에 새 인구론이 등장했다. “‘인’
문대 졸업생의 ‘구’십 퍼센트는 ‘논’다”는 내용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 난 2월 국내 4년제 일반대 졸업생의 취업률 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새 인구론이 숫자 로 입증된다. 이공계 취업률은 해양공학과 77.4%, 기계공학과 71.7%인 반면 인문계는 국어국문학과 37.7%, 인문교육학과 25.8% 에 그쳤다. 새 인구론이 심각한 건 그 이면에 ‘금융 의 글로벌화’와 그로 인한 ‘주주 자본주의 의 이식’ 같은 원리가 작동하고 있어서다. 금융 위기 때 열린 빗장 사이로 들어와 국내 기업의 대주주가 된 해외 자본은 단기 순익 에만 열을 올린다. 성과가 불투명한 10~20 년 뒤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는 관심 밖인 정도가 아니라 수익률 저하를 이유로 말리 고 나선다. 용광로를 본 적도 없는 직원들에 게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같이 ‘우향우’ 해 동해에 빠져 죽자”며 직원을 격려하던 고 박태준 포철 회장, “언제까지 일본 뒤만 쫓을 건가, 사재라도 털어서 반도체를 하겠 다”며 참모들의 반대를 뿌리친 이건희 삼성
전자 회장 같은 기업가 정신의 발휘가 구조 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공계 취업률이 그나마 유지되는 건 기 업들이 보안을 이유로 연구개발(R&D) 센 터를 국내에 짓고 있어서다. LG는 최근 서 울 마곡에서 열린 R&D센터 기공식에서 전 자·화학·에너지·바이오 분야 인력을 대거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공계생들에게 반 가운 소식이겠으나 신기술과 기술 융합을 연구하는 R&D 센터에 문(文)·사(史)·철 (哲) 전공자들은 설 곳이 없다는 사실이 다 시 한번 확인됐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오늘날 ‘당대의 일시 적 인구 증가를 과대평가해 미래 예측에 실 패한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맬서스는 산업 혁명 이후 소득이 늘면서 출산율이 낮아진 현상, 1900년대 초반의 ‘화학비료 혁명’ 등 의 변수를 예측하지 못했다. 맬서스의 인구 론처럼 2014년 대한민국의 새 인구론도 일 시적 현상에 그치길 바란다. 기업가 정신과 경제 주체들의 활력 회복을 기대하면서 말 이다. 비록 전망이 음울할지라도.
“지하철 이용자 수, 큰 변화 없었다” 뉴욕광역교통청(MTA), 24일(현지시간) 오전 발표에서. 에볼라 감염자인 스펜서 박사가 뉴욕 지하철을 이용했음에도 뉴욕시민들의 지하철 이용 등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시속 155㎞는 나도 처음 봤어요” 24일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NC 다이노스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원종 현, 자신의 직구 최고 구속에 대해 본인도 놀랐다며.
Numbers
만 헥토리터
23일(현지시간) 국제포도와인기구가 발 표한 올해 프랑스의 와인 생산량. 1헥토 리터는 100L다. 이탈리아의 올해 생산량 은 여름철의 이례적 저온과 높은 습도 탓 에 지난해 5240만 헥토리터에서 4420만 헥토리터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프 랑스의 와인 생산량 1위 탈환은 2년 만이 다. 3위는 스페인(3700만 헥토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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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호 2014년 10월 26일~10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