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에 다카후미 전 라이브도어 CEO
미국은 양적완화 종료, 일본은 2차 양적완화
“대학 가지 말고 창업해라” Focus 8p
한국, 금리 인상보다 엔저 대응 시급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http://sunday.joongang.co.kr
Focus 7p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단체 소속 회원들(경찰 추산 9
국회가 선거구 손댔다간‘배가 산으로’ 이해관계 없는 독립기구서 맡아야 최민우·백일현 기자 minwoo@joongang.co.kr
“농어촌 인구가 계속 적어지는데 의 원까지 줄이겠다니, 아예 씨를 말릴 작정인가.”(경북 영천 새누리당 정희 수 의원) “한가롭게 명분 따질 때가 아니다.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을 거다.”(호남지역 새정치 민주연합 의원) 헌법재판소발 선거구 재편 태풍이 정치권을 집어삼키고 있다. 헌재는 10월 30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 구별 인구편차 비율이 2대 1을 넘어 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인구 미달로 분류된 25개 지역의 국회의원 수 축 소가 불가피해졌다. 그 직격탄은 영 호남과 강원권을 향한다. 이 지역 의 원들은 모처럼 당파를 초월해 뭉칠 태세다. 새누리당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의원은 중앙SUNDAY와의 통화에 서 “25개 지역 국회의원들과 다음주 모일 계획”이라며 “이 문제만큼은 여 야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중지가 모이면 헌재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겠 다”고도 했다. 새정치연합 이윤석(전 남 무안-신안) 의원 역시 “신안군은 서울보다 22배나 넓다. 인구만 중시
하고 면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지 역대표성이 말이 되나. 탁상 재판의 전형”이라고 했다. “국토 균형발전에 위배돼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 극화를 부추긴다”는 게 이들의 반발 논리다. 이미 선거구 재조정을 피하려는 ‘꼼수’가 나타나고 있다. 옆 지역구 일부를 쪼개 붙이는 게 전형적인 방 법이다. 전남 무안·신안군의 경우, 인 근 함평군을 떼어 올 경우 양쪽 지역
국회 선거구획정위 유명무실 영독선 중립적 기구서 관장 영호남 의원 초당적 반발 “도농 양극화 부추긴다” 주장
모두 살아남게 된다. 정치권에선 눈 치와 거래의 장(場)이 섰다.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인구 상한 선(27만7966명)을 낮추자는 주장 도 있다. 이러면 상당수 영호남 인구 미달 지역이 구제된다. 대신 수도권 은 더 쪼개져 지역구 의원 수가 증가 한다. 정희수 의원은 “사회적 물의 를 일으켰던 비례대표를 줄이는 대 신 검증된 지역구 의원을 늘려야 한
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초기 반발이 강력하 면 시간 끌다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 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01년에도 그랬다. 당시 헌재는 선거구 인구편 차를 3대 1로 하고, 법 개정 시한을 2003년 12월 31일로 못박았지만 국 회는 내부 밥그릇 싸움에 시간만 보 내다 말았다. 이듬해엔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의 틈을 타 16석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 켰다. 이번엔 선거구 획정을 국회의원의 손이 아닌 외부의 중립적 기구에 맡 겨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10년 전과 국민 눈높이가 다르다. 최근 국 회 해산론까지 나오고 있지 않나. 이 해당사자에게 칼을 쥐어줘선 안 된 다”고 말했다. 선학태 전 전남대 교수 도 “선거구 조정은 국회의원의 정치 적 생명줄을 좌우하는 민감한 사안 이다. 국회의원이 직접 하면 배가 산 으로 간다”고 했다. 여당도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했 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중앙 선관위에 선거구 획정을 맡기는 방 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3일 회 의를 한다. 발제를 맡은 하태경 의 원은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연금 개혁으로 공무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국회의원이 기득 권을 유지하는 게 설득력이 있나. 선 거구 문제에서 국회는 손을 떼야 한 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 장 산하의 자문기구일 뿐이다. 구속 력이 없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꾸려 진 획정위는 2011년 11월 7곳 분할, 12 곳 통합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는 3 곳을 늘리고 2곳을 통폐합하고 끝냈 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은 “18대 때 선거구획정위원으로 참 여했지만 획정위 안을 여야는 전혀 고려조차 안 했다. 있으나마나였다” 고 했다. 영국 은 중립적 선거구 위원회 (Boundary Commissions)를 두고 있다. 독일의 선거구획정위는 연방통 계청장, 연방행정재판소 판사 등이 참여하는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미국에선 10년마다 인구 센서스에 따라 선거구를 정한다. 강휘원(행정학) 평택대 교수는 “한국도 사실상 2년 주기로 선거(국 회의원·광역의원)가 실시되고 있다. 독립적이며 상설화된 획정기구를 만 들어 선거구 책정을 정밀하고 안정적 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3~5p
S Magazine
수퍼카 100년의 기록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수퍼카 브랜드 마세라티가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았다. 이 를 기념해 자동차 역사에 남을 만한 브랜드 30여 점을 골라 페라리 뮤지엄에서 전시 를 시작했다. 그 현장을 중앙SUNDAY가 찾아갔다. 1부 1000원 / 월 5000원 | 정기구독 문의고객센터 080-023-5005
만 명)이 1일 서울 여의도에서 ‘100만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뉴스1]
공무원 노조 첫 ‘연금 집회’ 새누리 “김 대표, 노조 만날 것”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를 위한 공동 투쟁본부’(투쟁본부)는 1일 오후 서 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 를 열었다. 투쟁본부에는 전국공무 원노동조합을 비롯해 전국교직원노 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50 여 개 공무원 단체가 참여했다. 지난 달 27일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안을 발표한 이후 6일 만에 공무원들 이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것이다. 주최 측 추산 12만 명, 경찰 추산 9 만 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김영환 한국노총 공적연금 공대위 위원장은 “선진국에선 연금개혁을 할 때 사회 적 합의를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다” 며 “당사자인 공무원을 배제한 밀실 논의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투쟁본 부는 또 “공무원연금을 바로잡으려 면 국민연금도 개선해야 한다”며 “향 후 선순환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범국민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1년 뒤 복지국가 어젠다를 만들어 발표하겠 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나온 교사 고모(28·여)씨는 “공무원연금에는 노후보장뿐 아니라 박봉에 대한 보상 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며 “노동과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 우를 마치 혈세 낭비인 양 몰아붙이 는 것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연금 당사자를 배제 했다’는 공무원들의 주장에 대해 “김 무성 대표가 곧 공무원 노조 대표와 만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선 공무원 들의 이날 집회에 대해 부정적 인식
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월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내 놓은 개혁방안을 인용하며 투쟁본부 가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협박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3년 정부가 공무원 연금재정 적 자를 메우기 위해 투입한 예산은 1조 998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000억 원가량 많아졌다는 것이다. 적자 폭 은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김 교 수의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때 국민연금 개혁을 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JTBC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연금 제도가 시작된 1960년에는 인구분포 가 거의 완벽한 피라미드 형태였다”
주최 측 “교원 등 12만 참가” 여당 “밥그릇 지키려 협박” 검찰 “일단은 사태 주시” 며 “하지만 2040년, 2060년이 되면 고령 세대가 더 많아져 결국 급여 수 급자와 연급 수령자가 1대 1의 비율 을 이루게 된다”고 했다. 현직 한 명 이 퇴직자 한 명을 먹여 살리는 시스 템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공무원노조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여 당의 개혁안에 대해 공무원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검찰 이 섣불리 법률적 입장을 밝힐 경우 오히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 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날 집회에서 안전대책만 점검했을 뿐 특별한 입장 은 발표하지 않았다.
2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사설
Inside
교육과정평가원이야말로 개조 대상이다
Focus
난민 판정 고대하며 대한민국 경계에 선 사람들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난민심사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의 안식처 다. 고향도, 사연도 다른 난민신청자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꿈 꾼다. 중앙SUNDAY 인턴기자가 이들의 24시간을 지켜봤다. 11p Focus
탈북자의 대부 데이비드 올턴 북한 권력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중국도 북한에 대한 인내의 한 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 한 문제에 대한 개입에 소극적인 오 마바 대통령을 향해 실망했다고도 말했다. 6p Special Report
Focus
새 도서정가제 약인가 독인가
아프리카, 모바일 상거래 시장 쑥쑥
이달 21일부터 시행되는 새 도서정가 제의 허와 실을 진단했다. 동네 서점 과 출판사는 강화되는 할인 규제를 반기면서도 책 시장이 얼어붙을까봐 걱정하고 있다. 소설가 김원우의 쓴 소리도 실려 있다. 14~15p
빈곤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에서도 인터넷·모바일 상거래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다. 맥킨지의 아프리카 디렉 터 아차 레케는 “향후 10년간 도시지 역에서 인터넷 사용 인구가 폭발적으 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10p
Economy
Focus
돈 찍을 권리 ‘화권재상’의 꿈
독일 에너지 혁명 3년의 결과는
화폐가 먼저일까, 중앙은행이 먼저일 까. 조선의 태종이나 고종은 ‘화권재 상’을 꿈꿨다. 화폐를 발행하는 권한 은 왕이 갖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불태 환 화폐 발행이 가능한 것은 중앙은행 뒤에 국가의 주권이 있어서다. 20p
독일이 ‘에네르기벤데’라는 야심 찬 에너지 혁명에 본격 착수한 지 3년이 지났다.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의 가 동이 중단되고 화석연료 사용을 대 폭 줄인다. 유례없는 에너지 전환 실 험의 현장을 다녀왔다. 22p
Money
Column
지갑 없어도 불편 없는 세상 열린다
함영준의 사람과 세상
스마트 월렛(Smart Wallet·전자지 갑) 시대가 다가왔다. 스마트폰 속에 각종 멤버십 카드와 마일리지, 신용 카드 정보 등을 담아놓아 지갑이 필 요 없다. 최근에는 소액 송금 기능까 지 갖춘 스마트 월렛들이 속속 등장 하고 있다. 18~19p
우리 시대의 ‘대문장가’ 김훈 보여주되 말하지 않는 ‘펜의 노래’엔 울림이 있다. 문화부 기자 시절 감성 넘치던 그의 글은 사실이 의견을 만들 고, 의견이 신념을 만든다는 철학 속 에서 절제되고 간결한 문장으로 바뀌 어 갔는데…. 26p
클릭 SUNDAY 지난주 온라인 5 1 샤오미, R&D에 소비자 참여시켜 삼성전자 위협 2 [삶과 믿음] 우리의 이웃 동성애자 3 애들도 젊은 오빠들도, 롤 맡는 재미에 ‘롤(LoL)’ 바람났네 4 청와대·교육부, 절차 무시하고 총장 임용 ‘사전 협의’ 의혹
수능시험 출제 오류와 법인카드 ‘카드깡’ 의 혹의 중심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이 등장했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이 기 관은 정부 출자로 1997년 설립됐다. 대입 수 능시험 출제와 채점을 총괄한다. 고입 선발 고사와 고입·고졸 검정고시, 중등교사 임용 시험, 초등유치원 및 특수교사 임용시험 출제 및 관리 등도 평가원의 중요한 업무다. 교과 서 검정과 교육평가 등도 담당한다. 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장은 1억4600여만 원, 270여 명의 직원들은 평균 7400여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꽃 보 직’ 중 하나일 터다. 하지만 지난해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의 정답을 둘러싼 논란과 파스타집 한 곳에서 8억원 넘는 카드 결제가 이뤄진 과정을 보면 평가원의 업무처리 능력과 투명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교육행정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신뢰를 잃지 않았나 싶다. 오는 13
일 수능을 앞두고 교육부와 평가원에 대한 국 민 불신이 커진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수능 무용론이나 평가원 해체 같은 극단적 주장이 나오는 걸 막으려면 이번 사태의 철저 한 진상 규명과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무엇보 다 지난해 수능 직후 “출제가 잘못됐다”는 지 적에도 불구하고 1년 가까이 질질 끈 이유를 규명해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1994년 수 능 도입 이후 세 차례의 출제 오류 논란이 있 었지만 법원 판결로 오류가 인정돼 대입 결과 를 재조정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평가원과 교육당국은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했다. “1등급 학생들은 거의 다 (평가원이 정답이라고 한) 2번 답안을 골랐다” (성태제 당시 평가원장), “해결방안은 평가원 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며 서로 책임을 넘겼다. 이게 교육 자로서 온당한 처신이었나. 평소엔 고결한 교 육자로 행세하면서, 책임 질 일 앞에선 꽁무니
빼기 급급한 관료의 얼굴 아니었나. 게다가 평가원은 1년간 소송 비용 8250만 원을 대형 로펌에 지불했다. 그게 누구 돈인 가. ‘대수능사업비’로 포장된 소송비는 수능 신청비용과 교육부 특별교부금으로 이뤄졌 다. 평가원은 수험생이 낸 돈으로 수험생을 상 대로 소송을 벌인 것이다. 평가원 잘못으로 4800여 명에 달하는 수험생과 그 가족에게 잃 어버린 1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3년6개월간 파스타집 한 곳에서 8억2000만 원을 법인카드로 지불한 내역도 낱낱이 밝혀 야 한다. “평가원과 같은 건물에 있고, 이동이 편해 간담회에 적합하고, 주차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선호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건가. 곧 이곧대로 보면 ‘일감 몰아주기’요, 뒤집어 보 면 ‘카드깡’ 의혹이다. 세월호 참사로 해경이란 조직이 사라졌다. 평가원도 같은 운명을 겪지 않으려면 무엇부 터 해야 할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
4일 미국 중간선거, 공화당이 상원도 장악할 듯 WP, 여소야대 확률 92% 점쳐 오바마 레임덕 급속화 전망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4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상원까 지 장악해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확률 이 70%에 달한다”며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이 상원에서 52석, 민주당이 48석을 차지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 트(WP)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확률을 92%로 봤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 55석, 공화당 45석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 가운데 36석을 새로 선출한다. 교체 대상은 민주당 21석, 공화 당 15석이다. 현지 언론들은 ‘공화당 우세 16석, 민주당 우세 11석, 경합 9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합지역을 빼더라도 공화당이 최소 46석 이상 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합 지역에서 5석 만 추가하면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이 된다. 하원(총 435석)의 경우 이미 공화당의 승리가 굳어진 분위기다. 현재 공화당은 233석을 차지 하고 있어 민주당보다 34석이 더 많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최근 ‘공화당 우 세 228석, 민주당 우세 183석, 경합 24석’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유지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로드아일랜드대에서 유세 중인 오바마. [AP=뉴시스]
이와 관련, WP는 “에볼라 대책과 재정적자, 중동정책 등이 주요 이슈로 등장했지만 오바마 정부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에볼라”라며 “정 부가 에볼라에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공화당의 비판이 유권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먹혀들고 있 다”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상·하원 여소야 대가 실현되면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오바마 대 통령이 급격한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쟁점 법안의 통과를 위해 일일이 의회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선 정책 구사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워싱턴 정계 일각 에선 “하원을 공화당에 넘겨준 집권 1기 중간선 거 이후보다 국내정치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입 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협력이 필요한 국내정치보다 외교에 치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지 언론들은 “민주당이 패할 경우 미 역사 상 56년 만에 중간선거 연속 패배의 불명예가 될 것”이라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 중 중간선거 에서 연속 패배한 마지막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 이젠하워(공화당)로 1954년과 58년 중간선거에 서 잇따라 졌다”고 소개했다. 주지사 선거에선 공화당 우세 22석, 민주당 우 세 13석, 경합 1석으로 예측된다. 현재 공화당 소 속 주지사는 29명, 민주당 소속은 21명이다.
미국의 중간선거 미국 상원과 하원의원 임기는 각각 6 년, 4년이다. 상원의 경우 2년마다 3분의 1씩 새로 선출 한다. 4년인 대통령의 임기 중간에 상·하원 의원들을 새 로 뽑기에 ‘중간선거’라고 부른다.
5 새 옷 사지 말고 꿰매 입어라 … 반짇고리 주는 의류업체 sunday.joins.com
경찰, 신해철 장협착 수술한 병원 압수수색
ch15 하이라이트 밤 11시 집밥의 여왕
교양
수술 후 심정지까지 의무기록 확보 3일 국과수서 시신 부검
평균 신장 1m74㎝의 미녀들이 ‘장수 집 밥’을 주제로 대결을 벌인다. 15년 만에 연 예계 활동을 재개한 박영선은 아들에게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며 도전장을 내민다. 박둘선은 직접 콩을 갈아 만든 두부로 손맛을 뽐낸다. 채널 번호프로그램 안내는 02-751-6000
회장 발행인·인쇄인 송필호
홍석현
편집인 김교준
편집국장 남윤호
2007년 3월 18일 창간 / 2007년 2월 22일 등록 번호 서울다07635호<주간>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구독신청·배달 및 구독료 관련 문의 080-023-5005 광고접수 02-751-5555, 02-751-5803 / FAX 02-751-5806 / 홈페이지 http://ad.joongang.co.kr 기사제보 및 기사 관련 불편, 불만 처리센터 02-751-9000, 080-023-5002 / FAX 02-751-5176 / E-메일 sarangbang@joongang.co.kr 100-759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00
안내전화 02-751-5114, 9114
구독료 월정 5,000원 / 1부 1,000원
경찰이 고(故) 신해철씨가 사망하기 전 장협착 수술을 받았던 서울 송파구의 S병원을 1일 압수 수색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S병원에 수사관 8명 을 보내 신씨의 의무기록을 확보했다. 경찰이 확 보한 기록은 신씨가 지난달 17일 이 병원에서 장 협착 수술을 받았을 때부터 심정지에 이르기까 지의 진료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은 전문가들과 함께 의무기록을 살펴 진 료 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고인에 대한 부검을 3일 해 달라고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고(故) 신해철씨의 발인이 지난달 31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양광삼 기자
앞서 지난달 31일 신씨의 부인 윤모(37)씨는 S 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윤씨의 대리인은 이날 유족으로부터 받은 진료기록을 경찰에 제출했다.
유족 측이 제출한 기록에는 신씨의 응급수술 당시 소장 아래쪽 70~80㎝ 지점에 1㎝ 크기의 천공이 발생해 복부염증까지 유발됐던 사실이 적혀 있다. 유족들은 이 기록을 토대로 “S병원 측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고인이 사망에 이 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제출한 자료 외에 추가 적으로 확인할 내용들이 있어 병원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 에서 “(유족 주장처럼) 위를 접어서 축소수술을 한 것은 아니다”며 “장협착으로 인해 위 주변 유 착도 발생한 상황이어서 떨어진 위벽을 봉합하 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News 3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헌재발 선거구 빅뱅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비례대표 의석 대폭 확대가 헌재 결정 취지 살릴 정답 진행=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내년 상반기 중 비례대표 의석을 크게 늘리 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 국회의 국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안 헌법 불합치’ 결정의 의미를 짚기 위해 중 앙SUNDAY가 1일 마련한 전문가 대담의 결 론이다. 대담에 참여한 강원택(정치학) 서울 대 교수와 김종철(법학) 연세대 교수는 지역 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대 1 또는 1대 1 로 바꾸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헌재 결정의 참뜻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례대표 의석 증대를 위해 국회 의석수를 늘리는 게 불가피하며, 개악 우려가 큰 중대선거구 대신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고 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강원택=늦은 감이 있지만 옳은 결정을 내 린 거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그러나 정치권이 자신의 과제 (선거구 개편)를 스스로 풀지 못하고 헌재의 사법적 판단에 의존한 건 비판받을 일이다. ^김종철=우리 선거법은 국민 대표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정치를 위축시켜 왔 다. 국회에 자신들이 원하는 의원을 보내지 못한 국민 다수가 선거의 비민주성을 지속적 으로 제기해온 이유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그런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줬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 개편 권한을 국회에 준 건 고양 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그렇다면 선거구 개편을 획정하는 주체 는 누가 돼야 하나. ^강=미국은 10년에 한 번씩 기계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한다. 우리의 경우 선거구가 지 역주민들 삶의 공동체와 연동돼 있어 그렇게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치와 무관한 제3자들이 선거구 개편에 나 서야 한다. 개편 기구를 국회 안에 두게 되더 라도 중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 다. 위원장은 외부 인사가 맡고, 위원진에도 정치인은 들어가지 않는 게 맞다. ^김=헌법 41조에 따르면 선거구는 국회 에서 법률로 정한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선거구를 개편하는) 게임의 당사자들이니, 이익의 충돌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실질적인 입법권은 국민이 갖고, 의원들은 형식적인 입 법권만 갖는 게 헌법의 정신이다. -여야가 담합해 영호남 의석 증감비율을 짜맞추고 비례의원 의석을 줄이는 방식으로 헌재 결정을 넘어가려 하지 않을까. ^강=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권이 ‘농촌의 지역 대표성이 약화된다’는 주장을 내세우면 서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역’이 란 이해관계는 이젠 낡은 개념이다. 현재 우 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은 고용이나 주거 같 은 실질적인 삶의 문제들이다. 따라서 보다 큰 틀에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일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지금처럼 인구 상·하한 지역구 격차 가 3대 1이 돼야 하느냐, 2대 1이 돼야 하느냐 의 논의 자체가 불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호 남을 하나의 권역으로 하고, 이 지역 인구에 걸맞게 의원을 뽑으면 된다. ^김=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인구비례에 따른 것이니 결국 도농 격차는 계속 존재하 게 되지 않나. ^강=도농 격차는 지역 아닌 직능 간의 격 차다. 비례대표제를 통해 농촌 대표를 많이 뽑아 농업계의 이익을 대표하게 하면 된다. -바람직한 선거법 개편 방향은. ^김=독일식 비례명부제를 과감히 도입해 의원 수를 400명으로 하고 비례와 지역구 의 원비율을 1대 1로 하는 것이다. 양원제를 도 입하는 것도 방안이나 개헌을 해야 하니 별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직후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왼쪽에서 둘째)이 헌재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충청권 선거구 획정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개로 생각해야 한다. ^강=예를들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40%의 득표율을 올리면 의석을 무조건 40%(120석) 가져가고, 이 안에서 지역구로 채우지 못한 의석을 비례순번대로 배정하는 것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 이 제 도는 신규 정당의 국회 진입을 넓게 보장하 고, 전국적 득표율에 맞춰 의석을 배분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우리가 택해 가야 할 방 향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이렇게 지역구를 획기적으로 줄 이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역구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비례의원 의석을 배로 늘려 지역구 의석의 절반 수준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안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내년 상반기 안에 선거법 개정해야 여야, 담합 꼼수 부리면 역풍 심각 중대선거구제는 득보다 실 많아
[뉴시스]
-그러면 국회 의석수를 늘려야 하지 않나. ^김=의석 증대는 불가피하다. 의석을 늘 리는 게 과연 공익에 반하는 것이냐를 진지 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학술적으로 볼 때 의석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권력이나 자 본이 국회의 국정 통제를 꺼리기 때문에 나 오는 거다. 행정부 입장에선 국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의원 숫자가 적을수록 좋다. 그런 점에서 의원 수는 어느 정도 늘려야 한다. 의 원 숫자가 늘면 희소성이 떨어져 특권도 많이 내려놓을 것이다. ^강=나도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오래전 부터 주장해 왔다. 의석이 늘면 세비 등 국회 에 줄 세금이 늘어난다는 비판이 있지만 국 가예산이 절감될 효과에 비하면 미미한 수 준이다. 늘어난 의원들이 국가예산(올해 기 준 356조원)의 1%만 줄여도 3조원 넘는 세금 이 절감된다. 국회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행정 부에 대한 통제력도 커진다. 의석이 늘면 가 장 괴로운 이는 공무원들일 거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온다. ^강=중대선거구제는 문제점이 더 많다. 유신이나 5공 시절 여당 후보의 손쉬운 당선 을 유도하고, 야당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 은 게 중대선거구제다. 또 정당이 복수공천 을 하기 때문에 후보 입장에선 당의 브랜드 보다 본인의 이미지가 중요해진다. ‘돈 선거’ 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거다. 과거 일본이 중 대선거구제를 택한 결과 파벌이 형성되고 금 권·부패 정치로 이어졌다. 그래서 1994년 중 대선거구제를 없앤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중대선거구제 가 왜 자꾸 거론되는지 모르겠다. ^김=그렇다. 기성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새로운 세력의 진입을 막는 선거제 도가 중대선거구라고 본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 인 지역주의와 양당 구도를 고착시키는 주범 이라 비판받아 왔다. ^강=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면 그런 문제 점은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정당들 은 비례대표 공천을 투명하게 해 자질과 인 품을 갖춘 인사를 후보로 내야 한다. -헌재 결정을 개헌과 연결시키는 움직임 도 있다.
^김=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개헌 논 의는 왜곡된 부분이 많다. 현행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면서 이원집정부제로 바 꿔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헌법상으로 보면 현행 대통령제는 결코 제왕적이지 않다. 대통 령이 제왕적이냐 아니냐는 헌법 조문이 아니 라 권력을 실제로 운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된 다. 의원 공천권이나 검찰총장·국세청장 같 은 권력기관 수장 인사의 오남용 여부가 ‘제 왕적 대통령’의 판단 기준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헌법을 먼저 바꿀 필요가 없고, 선거 법을 개정하는 게 우선이라 본다. 정말 개헌 을 하려면 검찰총장 직선제나 감사원 분권화 같은 실질적인 분권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지금 개헌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의석 확대 불가피 특권은 내려놔야 개헌보다 선거법 개정이 개혁 핵심 언론시민단체가 정치공론 선도해야
속내엔 정권 재창출이나 의원의 특권 강화 같은 다른 목적이 깔린 듯하다. ^강=개헌의 대상으로 떠오른 ‘87년 체 제’는 대통령 직선제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통해 6명의 대통령이 적법하게 당선되고 정권도 두 차례 교체돼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달성됐다. 이제는 국민이 직접 정 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정치에 보다 적극적으 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거대양당에 장악돼 있고 국민 이 참여할 공간도 봉쇄돼 있으니 자꾸만 국 회 밖에서 정치행위가 일어나는 거다. 결국 87년 체제를 극복할 실질적 개헌은 근 30년 간 국민을 속박해온 지역주의 정치구도에서 벗어나는 데 달렸다. 그러려면 헌재 결정을 계기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다당제가 가 능해지도록 선거법부터 바꾸는 게 우선 필요 하다. -선거법 개정 시점은. ^강=내후년(2016년) 4월이 총선이니, 정 기국회 직후 논의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안 에 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선거법 개정을 거부하고 비례의 석 줄이기 등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강=얼마 전 노무현재단 세미나에서 ‘지 금 친노 세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만 빌린 기득권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했는데 그 얘기가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더 라. 국민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것 같다. 안 철수 신드롬도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의 결 과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헌재의 선거구 개편 요구를 또다시 ‘제 밥그릇 지키 기’ 식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여론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 그 결과 제3세력 이 국회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치권이 선거구 개혁을 거부한 결 과 국민들이 총선에서 감정적으로 제3세력 에 몰표를 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큰 틀에 서 의미 있는 현상은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들이 정치를 직 시하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담론 구조가 부족하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신중하게 처신하며 공론을 선도해야 한다. 정리=송영오 인턴기자
4 News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헌재발 선거구 빅뱅 한눈에 보는 한 표의가치
경북 영천 유권자 한 표 값, 서울 강남갑의 3배 양주-동두천
이동현·유재연 기자 offramp@joongang.co.kr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0일 선거구 간 인구 격차를 최대 세 배까지 허용한 공직선거법 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근거는 국 민 한 사람의 투표 가치가 선거구에 따라 달 라져선 안 된다는 ‘투표 가치의 등가성(等價 性)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인구편차가 큰 두 선거구에서 각각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한 다면 한 표의 가치가 같을 수 없다. 헌재는 선거구 간 인구 격차가 배를 넘어 선 안 된다는 입법기준도 제시했다. 상한 인구수(27만7966명)와 하한인구수(13만 8984명)도 다시 설정됐다. 현행 246개 선거 구 가운데 62곳은 다른 선거구와 합치거나 나눠져야 한다. 중앙SUNDAY는 현재 각 선거구가 지닌 표의 가치가 얼마나 다른지를 시각화해봤다. 전국 선거구 평균인구(20만8475명)를 각 선 거구 인구로 나눠보면 과대대표된 지역은 1
최고최저 비교하면 3.5배 격차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 62곳 중 13곳 경계조정, 49곳 분구통합 필요 “지역 대표성 희석” 저항도 나와 보다 큰 지수(指數)가, 과소대표된 지역은 1 보다 작은 지수가 나온다. 통합·분구가 필요한 62개 선거구를 실제 지리면적 대신 지표수치에 따른 크기로 표시 했다. 그 결과,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실 제보다 축소됐고 영·호남, 강원 지역은 비대 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에선 중구 표 가치 가장 높아 A씨(29·여)는 올 초 결혼을 하면서 서울 서 대문을 선거구를 떠나 중구 선거구로 주소지 를 옮겼다. 서대문을 선거구의 인구는 16만 2296명(올해 9월 30일 기준). 결혼 전 A씨의 표 한 장에는 16만 명 가운데 1명으로서의 민 의(民意)가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중구의 인 구는 12만8930명으로 더 적다. 12만 명 가운 데 1명의 표라는 점에서 서대문을보다 가치 가 높아진 것이다. A씨가 학창시절을 보낸 서울 은평을 선거 구의 인구는 중구의 두 배가 넘는 29만4123 명이다.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12만 명과 29만 명의 표는 무게감이 다르다. 중구 선거 구에서 행사하는 A씨의 한 표가 세 지역 중 가장 귀한 표가 되는 셈이다. 특정 선거구의 인구가 평균인구와 같을 때 지수는 1이 된다. 충북 충주(20만8320명)와
서울 영등포갑(20만8662명), 광주 광산을(20 만8276명) 등이 1에 근접한 지수를 나타냈다. 가장 낮은 지수(0.60)를 기록한 인천 서 구-강화갑의 인구(34만7611명)는 평균인 구보다 1.67배가 많았다. 1표의 가치는 충주 의 60%에 불과하다. 경기 김포(33만4771명) 와 남양주을(33만3880명), 수원정(32만7665 명) 등 수도권 지역 상당수 선거구가 평균 이 하의 표 가치를 보였다. 가치가 가장 높은 표를 행사하는 곳은 경 상북도 영천(10만622명)이다. 지수로 표시하 면 2.07. 그 뒤를 광주광역시 동구(10만1656 명)와 경상북도 상주(10만3128명)가 이었다. 이들 선거구의 인구는 평균의 48~49%에 불 과했다. 표 가치도 두 배가량이다. 과대대표 된 선거구는 영·호남과 강원 등 농어촌 지역 에 많았고, 과소대표된 선거구는 서울을 비 롯한 수도권 도시지역에 많이 분포됐다. 선진국, 양원제로 지역 대표성 보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헌재 결정 이 후 상한인구수를 넘거나 하한인구수에 모자 란 62개 선거구 가운데 13곳은 경계조정을 통해 현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다. 경계조정 이란 인접 선거구로 일부 유권자를 편입시키 는 것이다. 예컨대 상한인구수를 넘은 서울 은평을 선거구 가운데 일부 동(洞) 유권자를 은평갑 선거구로 보내면 선거구를 늘리지 않 아도 된다는 의미다. 반면 경계조정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49곳(인구상한 초과 27곳, 인 구하한 미달 22곳)은 선거구를 분구하거나 통합해야 할 처지다. 앞으로는 인구가 많을수록 더 많은 국회의 원을 배출할 수 있다. 평균보다도 턱없이 인 구가 적은 선거구는 다른 선거구와 합쳐야 겨우 한 명의 국회의원을 낼 수 있다. 헌재 결 정 이후 인천 서구-강화갑의 표는 더 묵직해 졌고, 경북 영천의 표는 상대적으로 가벼워 졌다.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강원, 영·호남은 쪼그라드는 양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헌재 결정이 투표가치의 등가성 원칙엔 근 접했을지 몰라도 지역대표성은 희석시켰다 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헌재 결정문에 포함된 박한철·이정미·서기 석 재판관의 반대의견(합헌의견)에는 보다 직접적인 언급이 나온다. 이들 재판관은 단원제하에서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을 겸 하고 있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데다 행정구역 분리금지, 국회의원 정 수 고정 등 선거법상 장애요소가 여전히 존 재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진국이 투표 가치 의 등가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양원제 등을 통해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고 있 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양일산서
선거구별 인구로 본 투표의 가치는 선거구
인구수
평균/인구수
인천 서구-강화갑
347611
0.60
경기도 김포
334771
0.62
경기도 남양주을
333880
0.62
경기도 수원정
327665
0.64
대전 유성
327053
0.64
경기도 용인을
326305
0.64
경기도 용인갑
324625
0.64
서울 강서갑
310848
0.67
경상남도 김해을
310797
0.67
인천 남동갑
308903
0.67
전라남도 순천-곡성
308182
0.68
인천 연수
308104
0.68
경기도 용인병
307133
0.68
충청남도 천안갑
304970
0.68
부산 해운대구-기장갑
304647
0.68
서울 강남갑
302560
0.69
경상남도 경산-청도
302387
0.69
경기도 수원갑
300740
0.69
경기도 양주-동두천
297757
0.70
경기도 남양주갑
297706
0.70
경기도 고양일산서
297435
0.70
대구 북구을
296669
0.70
경기도 광주
296186
0.70
경기도 수원을
295848
0.70
광주 북구을
294355
0.71
서울 은평을
294123
0.71
충청남도 아산
293045
0.71
충청남도 천안을
291040
0.72
경기도 화성을
290321
0.72
경기도 성남분당갑
289023
0.72
경상남도 양산
288754
0.72
경기도 군포
288626
0.72
전라북도 전주덕진
287653
0.72
경기도 고양일산동
283956
0.73
인천 부평을
278491
0.75
인천 부평갑
278458
0.75
전라북도 군산
278119
0.75
세종특별시
138136
1.51
서울 성동을
138011
1.51
충청북도 보은-옥천-영동
137257
1.52
경상북도 김천
134500
1.55
부산 영도구
133053
1.57
대구 동구갑
131257
1.59
서울 중구
128930
1.62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128062
1.63
전라남도 여수갑
125657
1.66
전라남도 무안-신안
125488
1.66
경상북도 문경-예천
121188
1.72
부산 서구
117763
1.77
전라북도 고창-부안
117757
1.77
전라북도 정읍
117524
1.77
강원도 홍천-횡성
115957
1.80
전라남도 고흥-보성
115800
1.80
전라북도 남원-순창
115422
1.81
충청남도 공주
114870
1.81
경상북도 영주
111096
1.88
경상북도 군위-의성-청송
106173
1.96
전라북도 무주-진안-장수-임실
105122
1.98
충청남도 부여-청양
104059
2.00
경상북도 상주
103128
2.02
광주 동구
101656
2.05
경상북도 영천
100622
2.07
서울 은평을
0.70 0.73
고양일산동
남양주갑
0.70
0.70
0.62 남양주을
0.72
0.71
서울 강서갑
서울 성동을 인천 부평을 인천 서구-강화갑 0.60
인천 부평갑
1.51
0.67 서울 중구
0.75
1.62 0.69
0.75
용인병 0.68
서울 강남갑
0.67 인천 연수 0.68
0.70
용인을 용인갑
인천 남동갑
김포 0.62
0.72 군포
0.64 0.64
0.69
수원갑 수원을
과소 대표된 지역
충청남도 천안갑
충청남도 천안을
0.72
0.71
충청남도 아산
0.68 충청남도 공주
1.81
충청남도 부여-청양
0.64
2.00
대전 유성
전라북도 군산
0.75 전라북도 전주덕진
0.72
전라북도 정읍 전라북도 고창-부안
1.77
1.77
광주 북구을
0.71
과대 대표된 지역
전라북도 남원-순창
1.81
광주 동구
0.68
2.05 전라남도 무안-신안
1.66
전라남도 고흥-보성
1.80
권역별 비례대표 확대에 공감대 지역구 기득권이 장애물 권역별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석패율 제….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지역 구 간 인구편차 비율을 3대 1에서 2대 1로 줄 이라고 한 뒤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선거제도 들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현행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가능성을 예단하긴 어렵다. 지 역구를 떼거나 붙이면서 의원들끼리 소모적 인 진흙탕 싸움이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럼 현 재 논의되고 있는 제도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영호남
영호남별로 비례대표 배분하면 지역주의 완화하고 연정도 가능 “중대선거구, 대통령제와 안 맞아”
등 권역별로 비례대표 명단을 미리 만든 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전국 득표율 에 따라 배분하는 현 제도와 달리 여야 열세 지역에서도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독 일식’은 16개 권역별로 정당 득표에 따라 의 석을 나누는데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비율 이 1:1이다. 예를 들어 선거구가 100석인 권역 에서 A당 지지율이 30%, B당이 10%라면 A
당은 30석, B당은 10석을 받는다. A당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면 이들은 당선이 확정되며 나머지 10명은 비례대표 후보 순서로 당선된 다. B당 지역구 당선자가 한 명도 없다면 10 명 모두 비례대표 후보 순서로 당선된다. 이 경우 의원 총수가 많아진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특정 정당이 과반을 획득하기 어려워 연합정치가 활발해진다. ^중대선거구제=선거구를 넓혀 한 곳에서 2~4명을 뽑는 방식이다. 1위 득표자만 당선 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사표(死票)를 줄일 수 있다. 소수 정당이 의석을 확보할 길이 열 린다. 제3정당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동시 에 거대 정당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의
수원정
0.70
헌재 결정 이후 거론되는 새 선거제도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0.64
석을 얻을 가능성도 커진다. 선거구가 넓어지 는 만큼 선거 비용도 많이 든다. 한 지역구에 여러 명을 공천할 수 있어 계파 간 나눠먹기 가 심해진다. ^석패율제=석패율은 낙선자가 당선자와 비교해 득표한 비율로, 높을수록 아깝게 떨 어진 것을 의미한다. 비례대표 명단 중 특정 번호에 지역구 후보 3~4명을 등재하고, 지역 구에서 당선된 사람은 제외한 뒤 남은 사람 중에서 석패율이 가장 높은 사람을 비례대 표로 당선시킨다. 일본에서 1996년부터 실시 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약화시키고 정당 내 공천 갈등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 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해 쉽게 당
선된다는 게 단점이다. 이들 제도는 모두 다당제와 연관이 크다.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 문에 우파 정당이 소수 진보정당과 손잡는 경우도 생긴다. 이 때문에 진보정당과 야권에 서 선호한다.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과거엔 도입에 실패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99년 내각제 를 추진하던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회의·자민 련이 도입에 합의했지만 지역구 상실을 우려 한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2012년 대선 을 앞두고도 민교협·전국교수노조·학술단체 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 입을 촉구했지만 공론화되지 못했다. 손학
News 5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시기 조절 논란 헌재 결정
윤곽 잡고도 선고 미뤄 헌재 “부작용 막기 위한 것” 이동현·유재연 기자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1.63
경기도 성남분당갑
강원도 홍천-횡성
1.80
경기도 광주
0.72
선거구별 표 가치지수(n) 전국 선거구 평균인구 (20만8475명) ÷개별 선거구 인구 n < 1: 과소대표된 지역 n > 1: 과대대표된 지역
화성을
경상북도 문경-예천
1.72
경상북도 영주
1.88
세종특별시
1.51
경상북도 상주
2.02
경상북도 군위-의성-청송
충청북도 보은-옥천-영동
1.96
1.52
경상북도 김천
1.55
대구 북구을
0.70 경상북도 영천
2.07
대구 동구갑 전라북도 무주-진안-장수-임실
1.59
1.98
0.69
0.72 경상남도 김해을
경상남도 양산
0.67 0.68
부산 서구
1.77
전라남도 순천-곡성
경상남도 경산-청도
부산 해운대구-기장갑
부산 영도구
1.57
전라남도 여수갑
1.66
규·정동영 등 과거 대선 주자들도 주장했지 만 동력을 얻지 못했다. 이번엔 헌재 결정으로 자연스럽게 논쟁의 판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한다. 새정치연 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농촌은 소 선구제, 선거구가 세 곳 이상인 도시는 중대 선거구제로 하자”고 한다. 정치학자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가능성을 높게 본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제이면서 중대선거구제를 채 택한 나라는 없다. 제도 궁합이 안 맞는다”고 말했다. 농촌과 도시의 선거구제를 달리하는
방안(원혜영)은 의원끼리 다른 선출 방식을 거친다는 면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 김 교수 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해볼 만하다. 다만 독일식과 달리 의원 수를 300명 내에서 조절 하되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 향으로 논의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지역구 수를 줄일 수 있느냐가 문제 다. 새정치연합 김춘진(고창-부안) 의원은 “비례대표는 최근 사회적 물의를 많이 일으 키지 않았나”고 되물으며 “농·어촌 지역 대 표성을 배려하기 위해선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 의원을 늘려야 한다”고 정반대의 주 장을 한다.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 집착이 제도 도입에 큰 장애물인 셈이다.
2012년 2월 헌법재판소에 위헌확인 사건이 접수됐다. 인구편차 상하 50%를 기준으로 정해진 공직선거법 25조 2항 별표1 ‘국회의 원 지역선거구 구역표’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를 판단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 거구의 인구편차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는 1988년 헌재가 설립된 뒤 이미 두 차례나 판단한 사안이었다. 95년 헌재는 인구편차 가 네 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 했고, 2001년에는 이를 세 배로 줄였다. 다만 투표 가치의 등가성 원칙을 감안할 때 장기 적으론 인구편차를 두 배 이내로 줄여야 한 다는 의견을 냈다. 2012년 말 헌재 연구관실은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인구편차를 두 배 이내로 줄이고 2001년과 마찬가지로 헌법불 합치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 건은 그해 취임한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주심 을 맡았다. 몇 차례의 평의에서 다수의견은 윤곽이 잡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견
을 낸 재판관들은 연구관실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고 한다. 헌재법상 사건이 접수되면 180일 이내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지난달 30일 헌 재는 이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기존 선 거구를 새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에 정치권 은 요동쳤지만 법조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된 결론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수의견의 윤곽을 잡고도 2년 가까이 결 정을 미룬 것을 놓고 헌재가 위헌판단을 함 에 있어 정치적으로 시기를 조율하는 것 아 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11년 말 공직선거 법의 인터넷상 선거운동 금지조항에 대해 위 헌결정을 내렸을 때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하 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를 피 해 결정을 공개하는 시기를 조절했다는 의 미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가 정치적 중립성 비판을 피하거나, 혹은 헌재 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략의 결론을 내려놓고도 공개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자 주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헌재가 중요한 결정의 공개 시기를 조절하
는 것은 비판받을 일일까. 이에 대해 법조 전 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헌법상 유일한 헌법재판기관으로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공 개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적당한 공개 시기를 검토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성격상 현실을 고려하는 것이 불가 피한 측면이 있다”며 “만약 선거를 바로 앞 두고 이번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선거에 직 접 영향을 주거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 문”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도 “정치적으로 공개 시기를 조절한다기보다 부작용을 피하기 위 해 일종의 ‘데드라인’을 정할 순 있다”고 말 했다. 그는 “경험상 결론을 내놓고 공개를 미 룬 적은 없었고, 사회적 파장이나 의도하지 않은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어느 시점까지 는 주문과 반대의견을 모두 작성하자고 협의 한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6 Focus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탈북자의 대부’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
북 권력자 ICC 회부, 중국이 거부권 행사 안 할 수도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데이비드 올턴(David Alton·63) 영국 상원 의원은 ‘탈북자의 대부’로 통한다. 지난해 런 던에서 한국 정부 주최로 열린 북한 인권 관 련 회의에서 탈북자의 증언을 듣던 그가 눈 물을 보였다. 영국 상원의 북한위원회 위원 장과 영국·북한 의원협회 회장인 그는 영국 의회에서 탈북자들이 처절한 경험담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그는 수 십 명의 탈북자들을 만나 기록을 수집해왔 고, 2003년부터 네 차례 북한에 다녀왔다. 지난달 29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온 그는 숭실공생복지재단 주최의 고아 인권 관 련 포럼에 참석한 데 이어 탈북자와 탈북자 단체를 잇따라 면담했다. 그를 만나 북한 인 권에 대한 유엔 결의안 추진과 국제형사재판 소(ICC) 회부 움직임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그는 “ICC 제소에 대한 중국의 거부권 행사 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 으로 북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 다. 미국이 평양에 대사관을 둬야 한다는 주 장도 했다. -우선 현재의 북한 인권 상황을 어떻게 보나. “마이클 커비(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 회 위원장)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 을 신뢰한다. 커비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참혹한 일이 북 한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이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적 으로 동의한다. 그동안 많은 탈북자를 만나 얘기를 들어왔다. 2주 전 한 탈북 여성은 영국 의회에서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동물 이 하의 취급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나는 탈북 자들의 말을 믿는다. 그들을 만나보면 북한 에 대해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단지 북한 정 권에 반대할 뿐이다.” -그렇다면 국제사회가 어떤 일부터 해야 하나. “이 참담한 상황을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 유엔 결의안 채택이나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는 유용한 하나의 방법이다. 제2 차 세계대전 뒤 독일 뉘른베르크에 나치 전범 재판소를 만들었던 것처럼 북한에서의 반인 륜 범죄에 대한 별도의 재판소를 만드는 것 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 권력자들을 ICC에 회부하려면 유 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한데, 중국 이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 성이 없는 것 아닌가. “중국이 응당 비토할 것이라는 전제는 잘 못됐다.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생각과 태 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 다. 최근 런던에서 만난 중국 관리들은 중국 에서 붙잡혀 북한으로 끌려간 탈북 여성의 아이가 강제로 낙태된 것에 분노를 표시했 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중국인이었기 때문 이다. 물론 중국이 비토권을 행사할 가능성 이 크지만 그것을 기정사실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북한의 인권 유린에 국제사회가 더욱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 지난달 29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약 1시간 동안 인터뷰가 진행됐다.
북한 인권에 분노하는 중국인 늘어 이전처럼 마냥 북한 감싸진 않을 것 북한에 소극적인 오바마에 실망 미국, 평양대사관 개설 검토해야
국제사회의 북한 ICC 회부 추진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 제출
10월 8일 유럽연합(EU)이 작성한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 비공개로 유엔 회원국 회람. 북한 ICC 회부 제의 포함
10월 12일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 EU 에 북한 인권 결의안 내용 수정해 줄 것을 요구
유엔 보고관, 가능하면 방북해야 -북한이 유엔의 결의안 채택과 ICC 회부 움 직임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공격적인 언어는 상황을 바꾸는 데 효력 을 갖지 못한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협박 이나 위협이 현실을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되 지 못한다는 것을 북한 정권이 깨달아야 한 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정권의 파멸을 부 를 수 있다.” -북한이 유럽연합(EU) 관계자나 마르주 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 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실
현 가능성이 있나. “북한이 방문을 허용한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 그리고 강제수용소 등 현장을 보여달 라고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과거처럼 그들 이 보여주고 싶은 곳만 공개할 가능성이 크 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움직 임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가봐야 한다.” -북한 문제는 중국이 키를 쥐고 있는 경 우가 많다. 그런데 중국은 자체 인권 문제 때문에 북한의 인권에 대해 얘기하기가 어 려운 입장이다. 중국도 변화할 것이라고 기 대하나. “중국이 경제적 번영의 길로 가는 과정에 서 시민들의 인권에 대한 요구도 분출하고 있 다. 한번 밖으로 나온 ‘지니’(알라딘의 요술 램프에서 나온 거인)를 다시 넣는 것이 어렵 듯이 이러한 요구를 꺾을 수는 없다. 수십 년 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을 비교해봐도 세상 은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관리들을 만나보면 변화가 느껴지나. “중국은 경제적 번영을 결코 포기할 수 없 다. 만약 중국에 한국과 북한 중 하나를 선택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한국을 선택하겠다고 답하는 이가 많 다.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매우 초조하게 바 라보고 있다.”
10월 27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북한 인권 유린을 ICC 회부해야 한다는 의견 밝혀
10월 28일 북한, 인권 결의안 중 ICC 회부 권 고 조항 삭제 조건으로 다루스만 특별보고관 방북 허용 입장 밝혀
10월 29일 유엔, 미국·한국·일본 등 40여 개 국이 공동으로 제출한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 공개
미국의 ‘건설적 개입’이 절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 로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바마 정부에 실망했다.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선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뭔가를 시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별 변화가 없다. 시리아 등의 중동 문제와 아프 가니스탄·이라크 사태에 집중하느라 그럴 수 도 있겠지만 북한에 대한 ‘건설적이고 비판 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에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맺으며 평 양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 국 정부가 북한 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판단 을 바꾼 것은 아니다. 옛소련 시절 모스크바 에 있는 미국 대사관은 반정부 인사의 도피 처가 됐다. 대사관 그 자체가 자유와 투쟁의
상징이었다. 미국은 비공식 채널로 북한과 대 화를 하고 있다. 대사관 개설이나 외교관계 수립을 피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정권에 대 한 승인이라고 여길 필요가 없다.”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 문제로 한국에서 내부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보도를 봐서 알고 있다. 정부 대 시민이 아닌 시민 간의 이견 표출 아닌가. 나는 이 런 일이 건강한 사회의 증거라고 여긴다. 자 유가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한 국 정부가 이런 일을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탈북자 면담 계기로 북한에 관심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 때 3명의 권력 실 세를 보냈다. 고위급 대화가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긍정적 사인이라고 보나. “대화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북한에 대 해 다소 유화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박 근혜 대통령이 상황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본다. 어떤 경우라도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 하다. 남북 간의 ‘핫라인’ 단절은 위험하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을 때 북한 정권 차원 에서 결정한 일인지, 아니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우발적 도발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 또는 국제사회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커비의 제안이 실행돼야 한다. 찬성하는 나라들은 반대 국가를 설득해야 한다. 유엔 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되면 내년 유 엔 총회에서 진전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된 다. 그 다음 해에도 계속 논의를 이어갈 수 있 다. 그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다.” -북한 비판에 앞장서면서도 동시에 북한 과의 원만한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모순되지 않나. “2000년 영국과 북한의 외교관계 수립 뒤 런던으로 온 이용호 초대 주영국 북한대사와 그의 후임자였던 자성남 대사와의 관계가 좋 았다. 그들과 자주 얘기를 나눴다. 나는 북한 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늘 말했다. 북한 학생을 영국 대학으로 초청하는 일과 북한에 대한 의 료품 공급 등 인도적 지원도 도왔다. 지금 대 사와의 관계는 좀 껄끄럽다. 그는 인권 문제
김춘식 기자
제기에 훨씬 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 이었나. “2003년 동료인 캐럴라인 콕스 상원의원 이 탈북자를 함께 만나자고 제의했다. 내가 ‘북한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하자 콕스 의 원이 ‘다들 마찬가지다. 당신보다 더 아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탈북자를 만나 사연을 듣고 상원의 토론 안건으로 북한 문제를 올 렸다. 내가 의회에서 말하는 장면이 BBC를 통해 보도됐고, 다음 날 이용호 대사가 전 화를 걸어 항의했다. 그래서 이 대사를 만났 더니 북한 방문을 제의했다. 북한의 비용 지 원을 받지 않고, 북한에서 인권 문제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걸고 방북 했다. 그것이 북한을 상대하는 긴 여정의 시 작이었다.”
데이비드 올턴(63) 영국 상원의원은 5선의 하원의원 출신이다. 1979년 리버풀 지역에 서 28세에 당선돼 영국의 최연소 하원의원 기록을 깼다. 그는 영국의 양대 정당인 보수 당과 노동당이 아닌 자유당(현재는 자유민 주당)에서 활동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이 전의 시의원 시절부터 아동 인권 보호와 낙 태 반대 운동에 참여했다. 의원 시절에는 임 신 초기가 아니면 낙태 시술을 하지 못하도 록 규제하는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주 블리 액션’이라는 아동 보호 자선단체를 만 들기도 했다. 97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하원 에서 물러났다. 직후 존 메이저 당시 총리의 천거로 종신 상원의원이 됐다. 동시에 남작 작위도 받았다. 현재는 당적을 버려 무소속 이다. 2008년 영국 올림픽협회가 베이징 올 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중국에서 인권 문제 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 하자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2003년 처음으 로 북한을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네 차례 방 문했다. 최태복 노동당 비서 등 북한의 권력 실세들을 만나 정치범 수용소 철폐 등을 요 구해왔다. 지난해에 다리를 놓기:북한에 희망이 있는가?라는 책을 냈다.
Focus 7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전문가 대담 美 양적완화 종료, 日 2차 양적완화 단행 한국의 선택은
미국 따라 금리 인상은 위험 엔저 대응이 더 중요 <円低>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매 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금리 조 정이라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때 이례적으로 실시한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9 일(현지시간) 6년 가까이 지속돼 온 양적완화
4조4590억
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린 돈은 무려 3조7000억 달러 (약 3900조원)였다. 반면에 구로다 하루히코 4조
(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2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Fed의 양적완화 규모
(자산 기준, 단위:달러)
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세계 금융시장은 달
3조
러화 강세와 엔저 쓰나미에 긴장하고 있다. 31 일 미 다우지수는 1.13% 오른 1만7390.52로
2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어디로
8942억
갈 것인가. 1차 양적 완화
중앙SUNDAY는 31일 국제경제 전문가인 성태윤(45)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신민영
2차 양적 완화
1조
3차 양적 완화
(52)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을 초청해 2008년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일본의 2차 양적완화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자료: 블룸버그
단행이 갖는 의미와 영향, 향후 전망 등을 진단 했다.
진행·정리=김종윤·박태희 기자 yoonn@joongang.co.kr
-미국은 양적완화를 끝냈다. 반대로 일본은 연간 10조~20조 엔(100조~200조원)을 더 푸는 2차 양적완화를 전격 결정했다. 닛케이 지수는 급등하고 엔저는 10개월 만에 최저치 로 떨어졌다. 성태윤=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이다. 일본은 이에 아 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제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미국·일본 간 이자율 차 이에 의해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보다 실물 경제 회복을 통해 일본 기업의 수익률을 끌 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 게 돼야 투자자들이 이탈하지 않는다고 판 단했다. 일본 내 공장을 가동시키고, 주택 가 격이 떨어지는 걸 막고, 그 결과로 소비를 살 려서 경제 활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정 책으로 표명했다. 더구나 미국이 양적완화 를 종료한 이틀 후에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를 발표한 것은 전 세계에 일본 경제를 회생 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다. 여기에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우리 경제에 던지는 중요한 시사 점이다. 신민영=우리 경제에 유리하지 않은 환 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에 따른 달러 강세,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한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원-엔 환율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의 수출환경이 나빠질 가능성이 커 졌다. 유럽도 애초보다 양적완화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의 양적완화가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예정대로 진행한다 해도 폭을 완만하게 조절할 가능성 은 있다. 중요한 건 한국이 가만히 있을 수만 은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창의적이고 과감한 통화정책이 필요할 때다. 가능한 모 든 정책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한국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동원해야 할 때다. -우리는 어떤 정책으로 대응해야 하나. =한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신=한국은 3600억 달러라는 외환보유가 있다. 신흥국 가운데 자금 유출 혼란이 오고 불안정성이 증폭될 나라들이 있겠지만 한국은 그런 걱 정을 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이 내년 중반이
벤 버냉키 전 의장
나 하반기께 금리를 올릴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는 엄청난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단기적으로 미국 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원화가 반드 시 약세로 돌아서지는 않고 다른 신흥국과는 차별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금리 격차 뿐 아니라 환율 변동 가능성 등을 두루 종합 해 돈이 들고 나는 흐름을 보면서 우리의 스 탠스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성=미국 Fed가 충격 완화를 위해 기준 금리 인상에 신중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자금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밖 에 없다. 채권시장에서는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나타날 것 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 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자본 유출은 두 개의
성태윤 교수
한국 경제, 일본 금리와 연관성 높아 미국 따라 금리 올렸다 엔저에 당한
재닛 옐런 의장
채널을 통해 나타난다. 하나는 금리 차이, 또 하나는 기업 수익률 부분이다. 이자율만 보 는 건 채권시장에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외 국자본이 기업의 수익률에 대해 갖는 기대 값이 있다. 미국이 올린다고 덩달아 금리를 올리면 기업 수익률을 악화시키고 오히려 자 금 유출을 더 초래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의 통화정책보다 더 중 요한 게 일본 엔화가치 하락 움직임이다. 한 국 제품의 수출을 결정하는 데는 엔화의 움 직임이 훨씬 크다. 한국의 통화정책이 미국 을 따라가면 오히려 상품 시장에서도 어려워 질 수 있다. 1994년이 좋은 선례다. 미국이 금 리를 올렸을 때 원화는 달러와 유사하게 강 세로 움직였다. 그런데 엔화는 약세를 탔다. 엔저가 심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이 떨어지고 우리 경제에 곧바로 충격이 왔 다. 이런 충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미국의 움직임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일본에 어떻게 대응할까를 고민해서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Fed의 움직임과 이로 인한 일본의 통화 정책을 함께 본 뒤 우리 통화정책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94년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상황 에서 단기 경기부양은 중요하다, 하지만 중장 기 체력 강화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최경환 경제팀은 단기 부양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많다. 성=경기대책은 단기 부양과 중장기 구 조개혁이 함께 진행돼야 의미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구조개혁에도 나서야 한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인식과 방향 성은 맞지만 구체적 제도로 들어가면 실효성 이 떨어진다. 재정정책만 있지 경제 체력을 기르는 노력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신민영 수석연구위원
미국이 돈줄 조이기 나선다 해도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입장 달라 제조업수출이 이끄는 성장 한계
1994년의 아픈 기억 잊지 말아야 한국, 추가 금리 인하 여력 아직 있어
을 헤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도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 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DTI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도 금리를 내려 대응하자니 가계 부 채가 부담이다. 현재 100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인데. 성=가계 부채가 많아진 핵심 원인은 부 동산 이슈보다 실질소득 감소와 관련이 있 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못 구한 분들이 주택 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만들어 쓴다. 이 문제 를 해결하려면 금리 인하를 포함한 경기 부 양이 필요하다. 우리는 금리 인하 여력이 아 직도 있다. 지금은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금리를 올릴 때 부 담이 작다. 가계 부채 문제는 금융감독을 강 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 최경환 경 제팀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 정비율(LTV)을 완화했는데 일부 수정할 필 요가 있다. 대출 규제 강화를 통해서 가계 부 채를 관리해야 한다.
서비스업 중심 구조 개혁 나서야
신=통화당국에 보수성은 중요한 가치 지만 지나치면 문제다. 한국은 외환보유액, 단기 외채 규모, 경상수지 측면에서 다른 신 성태윤(45)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팀 부연구위원
흥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엔저에 대 응하고, 한국 기업의 수출전선에 낀 먹구름
신민영(52)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미 퍼듀대 경제학 박사 -미 뉴욕주립대 방문 조교수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행도 방향을 못 잡고 있다. 경기에 적극 대응 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하는데 부족했 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양적완화를 하 면서 “주택시장 회복 때까지 무제한 (돈을) 퍼붓겠다”고 하며 시장에 적극적인 신호를 보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 들어 두 차례 낮췄지만 행정부에 밀려서 하는 것 같 은 인상을 주었다. 신=구조조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자영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계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가 많다. 이들을 그냥 놔둘 수 는 없다. 또 서비스업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내년 세계 경제는 3% 초중반 성장 에 그칠 전망이다. 예전에 세계 교역량은 연 간 10%씩 증가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 연간 2.6%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 업 수출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닥치고 있다 는 얘기다. 이제는 서비스업으로 전환해야 한 다. 미국도 서비스업 중심으로 가고 있고 중 국도 수출보다는 내수,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업으로 경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 한국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 -어쨌든 미국의 양적완화는 종료되면서 세계 경제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성=양적완화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실시됐다. 우선 금융회사의 파산을 막기 위 한 구제용으로 시작됐다. 그 후 실물경제를 회복시키는 경기 회복용 채널로 본격 활용됐 다. 결과적으로 두 차원에서 모두 성공했다. 금융회사를 살렸고 실물경기 부양으로 이어 졌다. 성공의 이유는 벤 버냉키라는 사람에 게서 찾을 수 있다. 버냉키는 공황 탈출 문제 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양적완화 정 책의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다는 점, 그런 인물이 마침 Fed를 이끌고 있었다는 점 에서 성공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신=공과(功過)로 나누자면 공이 절대적 이다.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하면서 가계가 연 쇄적으로 파산할 위기에 버냉키는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환부의 중심에 직접 돈을 뿌렸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때인 2001년 양적완화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차 이는 과감했는지 여부다. 미국에서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과감함으로 나타났다. 굳이 과 를 꼽자면 풀린 돈이 투기적 성격이 있는 금 융시장으로 일부 흘러가고 소득 불균형을 일 으킨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공에 비 해 과는 미미하다.
8 Focus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호리에 다카후미 전 라이브도어 CEO 단독 인터뷰
IT 신화에서 감옥까지 대학 가지 말고 사업 시작하라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42)가 전형적인 일본인이 아닌 건 분명하다. 2000년대 초반 포털사이트 라이브도어를 만들어 하루아침 에 재계 수위권에 오른 그는 민영방송 후지 TV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중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하지만 2006년 분식회계 등 증권 거래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됐고 이후 징 역 2년6월이 확정돼 지난해 가석방될 때까지 1년9개월을 복역했다. 일각에선 잘나가던 호리에가 모든 것을 잃 은 것은 그의 성격과 행동 때문이라고 말한 다. 돈 버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같은 책을 써 배금주의를 설파하는가 하면, 정치권에 독설을 퍼부어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인기를 얻어 그의 동글동글한 체형을 닮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과 호리에를 합한 ‘호리에몽’이란 별명을 얻었다. 출소 후 지난달 30일 한국 언론과는 처음 으로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호리에의 괴팍함이 묻어났다. 흔히 생각하는 친절하고 겸손한 일본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하면 신경 질을 내기도 했다. 실형 선고와 함께 전 재산 을 잃다시피 했지만 그는 싱가포르 투자자 등 으로부터 98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 했다고 한다. 초콜릿 두부 사업, 연예가 소식 앱, 우주사업 등 30여 개의 범상치 않은 사업 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그는 돈을 빌려 큰 도 마뱀을 산 뒤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도마뱀 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업을 할 정 도로 창업 정신이 넘친 괴짜였다고 한다. 마 침 호리에의 인생관을 담은 자서전 제로의 한국어판이 이번 주 초 출간될 예정이다. 인 터뷰는 그의 요청에 따라 스카이프(skype) 영상통화로 진행했다. “일본판 빌 게이츠라고 부르지 말라” -일본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던 당신이 왜 갑 자기 교도소에 가게 됐다고 생각합니까. “증권거래법 위반입니다.” -그게 전부입니까. 주변의 질투나 기득권 세력의 견제 때문이란 얘기도 있던데요. “그거야 모르죠.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 의 빌 게이츠라고 하는 것은 싫습니다.” -왜 그런가요. “빌 게이츠건 누구건 다른 사람에게 비견 되는 게 싫어요. 나는 나니까요.”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래 도 가끔은 화가 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가 난다고요? 왜요? 그런 일 없습니다.” -책에서 젊은이들에게 ‘밖(해외)’으로 뛰 쳐나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성 공하기 힘든데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성공하기는 더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음…. 그건 개개인의 의욕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의욕이 남달라야 성공하겠죠. 그 리고 당신은 외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 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 습니다.”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할 가능성 에도 대비해야 하고, 나뿐만 아니라 가족을 힘들게 하기도 하는데요. “창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취업하는 것에 비해) 창업을 하면 왜 힘들다고 생각하 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당신은 뭐가 힘 들다고 생각합니까.” -현실이 그렇잖아요. 창업은 실패를 각오 해야 하는 것이고…. “잠깐 잠깐. 그게 내가 이해가 안 된다니 까. 그건 망한다고 단정하는 것이잖아요. 미 안한 말이지만 나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사 업이 망할 수 있는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2006년 1월 라이브도어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 되자 호리에 당시 사장이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 하겠다”고 발표하는 장면이 도쿄 중심가 대형 스크 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라이브도어의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2005년 8월 호리에가 중의원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블룸버그]
모든 것 잃었지만 원망은 안 해 집 없이 호텔 전전하며 생활 우주 진출 등 30여 새 사업 추진 외국에서 9800만 달러 투자 유치
호리에 다카후미
호리에는 자서전 제로에서 일본 정부 통 계를 인용하며 “2012년 현재 일본에는 412만 개 이상의 기업이 있는데 그중 법인이 약 195 만 개, 개인 사업체가 약 217만 개다. 그리고 일본의 취업자 수는 6300만 명이다. 단순 계 산을 해보면 일하는 사람 15명 중 1명이 경영 자다. 이런 숫자를 보고도 창업을 할 수 없다 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누구나 할 수 있다 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조직문화 경직된 회사는 때려치워라” -일본 방송(후지TV)의 최대주주가 된 이유 는 무엇입니까. “TV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유료 회원 수를 늘리고 싶었습 니다. 둘 다 미디어사업의 일환으로 관계가 있습니다. 시너지를 내는 것이죠.” -중의원 선거는 왜 나갔습니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의 개혁 노선에 공감해서 개혁을 완수하려고 출마했습니다.” -정치를 하게 되면 사업에 타격을 받을 거 란 생각은 안 했나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요? 사업과 정치 는 전혀 다른 문제예요. 정치는 내 개인적인 활동이고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정 치를 하려고 방송을 인수했다는 말도 사실 과 달라요.” -정치를 다시 할 생각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책에 ‘돈은 받는 게 아니라 버는 것이다’ 라는 말이 나와요. 일에서 보람을 찾으라는 말이라고 했는데 사실 직장인들이 보람을 찾 을 순 있겠지만 경직된 조직문화 같은 게 더 문제거든요. “조직문화가 경직된 회사라면 그런 회사 는 그만두는 게 상책이죠. 뭘 그렇게 어렵게 들 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호리에는 돈을 벌어서 끼니를 해결하고 집 세를 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돈으로부
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인생의 보람을 찾기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자신의 ‘노동’을 돈으 로 바꾸는 게 아니라 거기에 소모되는 ‘시간’ 을 돈으로 바꾸고 있다. 정시에 출근하는 게 중요하고, 점심 식사는 30분 안에 해결해야 하 고, 크게 할 일도 없는데 늦게까지 남아 있겠 다는 생각…. 이런 생각으론 월급이 ‘내 소중 한 시간을 희생해서 얻게 되는 대가’로밖에 여 겨지지 않는다. 따라서 돈을 받으려고 일을 하 지 말고 돈을 벌려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일에서 보람을 만들어 가야 한다. 보 람은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매뉴얼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일하지 말고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능동적으 로 일하면 ‘주어진 일’이 ‘만들어 내는 일’로 변한다. 종이봉투 접기 같은 단순 작업도 내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내가 경영자 가 아니라 경리부 신입사원이었다고 해도 그 일에서 보람을 찾아냈을 거라고 자신한다.” “값싸게 고객을 우주로 보내는 게 목표” -우주사업은 엄청난 사업 같은데 잘 되고 있 나요? “아직 투자를 받는 단계예요. 비즈니스가 될까 안 될까 하는 건 아직 모릅니다.”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갈 생각인 가요? “그게 무슨 소린가요? 사업을 확장하든가 작게 하든가 하는 것은 나한테는 아무 상관 이 없어요. 많은 사람을 싼값에 우주에 보내 는 게 목표지 사업이 크든 작든 그런 건 관계 가 없다고요.” -혹시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아는 사이인가요? 비슷한 우주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아는 사이이긴 한데 친한 건 아니에요. 전 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둘 다 연사로 나선 적이 있어요.” -한국의 안철수 의원은 아나요? 벤처기업
가 출신으로 정치를 지망한 점이 비슷합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 만든 사람 아닌가요? 만난 적은 없지만 이름은 압니다.” -기업가가 정치에 뛰어들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유념? 무엇을 유념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한다 하는 룰은 없다고 생각해요. 개별적으 로 그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죠. 일반 적인 얘기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30개가 넘는다고 들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사업은 뭔가요. “나는 ‘가장’ ‘제일’ 같은 말을 싫어해요. 첫 번째, 두 번째 하는 순위를 붙이면 뭐랄까, 낙인을 찍어버리는 거잖아요. 이 사람은 이 런 회사를 하는 사람이다 하는 이미지가 생 겨서 그 외의 일은 못 하게 되니까요.” -e메일 매거진을 만들고 있는데 구독자는 몇 명이나 되나요. “1만 몇천 명 되죠. 한 번에 다 쓰는 게 아 니고 시간 날 때마다 쓰니까 매거진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르겠네요. 여러 일을 스마트폰으로 동시에 하는 거라 사무실에 나가서 일하는 것처럼 몇 시부터 몇 시까진 뭘 하고 그런 게 없어요.” -예전엔 롯폰기 힐스(도쿄의 부유층 아파 트)에 살았는데 지금은 어디서 살고 일하나요. “집은 따로 없고 호텔방을 전전하며 살고 있어요.”(집 없이 호텔을 옮겨가며 생활하는 ‘집 없는 억만장자’ 니콜라 베르그뤼앵을 떠 올리게 한다.) 호리에는 요즘 일본의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 취직할 필요도 없 다. 한시라도 빨리 사업을 시작하라”고 조언 한다. 그는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좋은 대학 에 입학하고 대기업에 들어가 정년까지 무사 히 일하는 삶이 ‘행복한 인생’이라 믿어 의심 치 않았다. 하지만 행복에 단 한 가지만 있다 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일하는 방식 도, 살아가는 방식도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새로운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선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 다. 그러나 그 첫걸음을 내딛지 않고서는 우 리가 느끼는 답답함, 삶의 고단함도 해소할 수 없다. 이런 내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작은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고 말했다. 호리에 다카후미 ^1972년 후쿠오카현 야메 시 출생 ^96년 도쿄대 문학 부 중퇴 후 인터넷 벤처기업 ‘온 더 에지’ 설립 ^2000 년 도쿄 증시(벤처기업 대상 ‘마더스’ 거래소)에 상장 ^ 2002년 파산한 라이브도어 자산 매입 ^2004년 회사 이름을 라이브도어로 개명. 프로야구 구단 긴테쓰 버펄 로스 매수 시도, 후지TV 최대주주, 중의원 선거 출마(낙 선) ^2006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 이후 징역 2년6월 확정 ^2013년 3월 가석방.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AD 9
10 Focus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아프리카 시장 강조한 맥킨지 디렉터 아차 레케
에볼라는 일시적, 아프리카 성장은 계속될 것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아프리카 투자도 좋지만 지금 모든 사람이 에볼라 얘기를 하고 있다. “하하. 에볼라는 아프리카 전체가 아니라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이라 는 작은 나라들에서 진행 중이다. 나이지리 아와 세네갈은 에볼라 퇴치에 성공해 국제보 건기구(WHO)의 인증을 받았다. 물론 에볼 라는 아프리카의 정부들과 국제사회가 적극 적으로 대응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과거에도 많은 문제를 극복해 왔 다. 에볼라는 결국 사라질 것이고 경제성장 은 계속된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나는 주로 맥킨지의 남아공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나이지리아에 2주에 한 번씩 간다. 오늘 인천공항에서 ‘WHO가 나이지리아를 에볼라 종식 지역으로 선포했기 때문에 입국 해도 좋다’고 하기에 한국은 합리적이고 국제 기준을 잘 적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나이지리아 같은 에볼라 주변국에 출장 가서 에볼라에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생 각한다. 맥킨지 라고스 사무소에 직원이 70명 이다. 다들 문제 없이 일하고 있다. 현지에 가 보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인도 등을 젖혀두고 아프리카에 투자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아프리카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이 어 세계 2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지역
맥킨지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맥킨지의 아프리카 디렉 터인 아차 레케(41)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자문을 구하는 아프리카 전문가다. 카메룬 출 신으로 미국 조지아 공대를 최우등 졸업(흑인 최초)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 위를 받았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아프리카 지역위원이기도 하다. 레케가 유명해진 건 2010년 그가 쓴 ‘움직이 는 사자:아프리카 경제의 진전과 가능성’이라 는 보고서 때문이다. 빈곤의 대륙이라고 여겨 지던 아프리카도 중산층이 커지면서 소비 시장 이 넓어져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성장동력 이라는 내용이었다. 레케는 지난해 또 하나의 보고서를 썼다. 이번엔 아프리카의 인터넷 시 장에 대한 분석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인터넷· 모바일 거래가 점점 발달해 경제성장에 기여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 54개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전체의 16%에 불과한데 2025년엔 50%까지 늘어 엄청난 부를 창출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27일 미국에서 당 일치기로 들어와 밤늦게 두바이로 출국한 그 를 맥킨지 서울 사무소에서 만났다.
아시아 이어 세계 2위 경제 성장
인터넷의 GDP 기여도 (iGDP: 2012년)
인구 반이 19세 미만, 모바일시장 주목
6.3
스웨덴
최근 온라인 쇼핑몰 급신장 추세
영국·대만
중국의 투자, 자생력엔 도움 안 돼
한국
5.4 4.6 4.0
일본
3.8
미국
3.3
세네갈 케냐 중국
인터넷과 아프리카
2.9 2.6
2014년
이슈
16% 인터넷 사용인구 비율 (도시지역 50%) 1억6700만 명 6700만 개
인터넷 사용인구 스마트폰 수
2025년 50% 6억 명 3억6000만 개
-
전자상거래 연간 총매출
750억 달러
180억 달러
인터넷의 GDP 기여도
3000억 달러 자료: 맥킨지
이다. 또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수익이 크 다. 그냥 성장률이 높은 게 아니라 투자를 하 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진도 높은 편이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아 프리카가 제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의 견지에서 현재 아프리카 매출 비중은 낮을지 모르지만 10 년, 20년을 내다보면 엄청난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산업에 투자해야 하나. “일단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 나이지리아 를 꼽을 수 있겠다. 나이지리아의 국내총생 산(GDP)은 5100억 달러로 예전에 아프리카 최대 경제였던 남아공(3500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 인구가 1억7000만 명으로 세 계 7위의 대국이다. 엄청난 소비 인구를 가 진 셈이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은 늘 “당신 이 나이지리아에 없다면 당신은 아프리카에
중국 달 탐사위성 귀환 실험 성공
로그램에 따라 지구로 돌아왔다. 이번 실험 은 중국의 달 탐사 준비의 최종 단계다. 중국 은 이미 달 궤도 비행(1단계)과 착륙(2단계) 에 성공했다. 중국은 2017년 창어(嫦娥) 5호 를 달에 보내 탐사 후 지구로 돌아오는 프로 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는 유인 우주 선을 달에 보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 할 계획이다.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발전(發 電) 능력이 떨어지는 등 과제도 남아 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인프라 투자 측면에선 엄청 난 투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장 테러 단체 등 정정이 불안하다. “테러 단체는 다른 지역에도 있다. 아프리 카에는 54개국이 있으니까 항상 위협이 있다. 하지만 심각한 내전이나 갈등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줄었다. 과거엔 경제성장률이 1~2% 에 불과했는데 지난 10년간 연평균 5% 성장 한 게 그것을 입증한다.” -아프리카는 빈곤 문제가 심각한데 중산층 이 정말 계속 증가하고 있나. “아프리카 중산층의 증가는 되돌릴 수 없 는 추세다. 전체 인구의 50%가 19세 미만이 다. 이런 지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금 나 이지리아에서 태어나는 아기의 수가 서유럽 전체의 아기 수보다 많다. 그래서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장은 “당신이 기저 귀 회사라면 지금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 고 말한다. 지금 아프리카에 투자해야 장기적 으로 이런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인터넷 사업이 활발하다는 것도 놀랍다.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와 인터넷 시장 발 달은 분명히 극과 극에 있는 현상이다. 하지 만 꼭 그렇게 이거 아니면 저거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선 도시화가 빠 르게 진행되고 있다. 도시 지역에선 아프리 카의 알리바바라는 ‘콩가(konga)’ 같은 온 라인 쇼핑몰이 성업 중이다. 인터넷을 기반 으로 한 벤처기업도 많이 생기고 있다. 맥킨 지에서 자체 산출한 인터넷의 경제 기여도 (iGDP)를 보면 세네갈과 케냐 같은 나라의 성장이 눈부시다. 인터넷 접속이 빠르고 정 부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혁신적인 전환 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투자 공세가 엄청나다. “중국이 투자를 많이 하는 건 일단 좋은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는 대부분 아프 리카의 자체 능력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멘트 공장을 세 워놓고 중국 노동자들을 수천 명씩 데려오 는 식이다. 투자만 해주면 좋다는 아프리카 정부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 프리카가 한국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 한다. 한국의 개발 노하우 중 아프리카에 적 용 가능한 것이 많다. 현재 삼성현대 같은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지만 국가 차원 에선 하는 게 없다.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도 있고, 중국과 일본은 국가주석과 총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데 한국은 그런 게 없 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보다 큰 모험심을 기 대한다.”
금주의 글로벌 핫 이슈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쿠데타 27년 독재자 축출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반 정부 시위와 쿠데타로 대통령이 축 출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알 자지라 등 외신은 “블레즈 콩파오레(63) 부르 키나파소 대통령이 5선 연임을 위한 헌법 개 정을 추진하다 나흘간의 격렬한 반대 시위와 군부 쿠데타로 결국 쫓겨났다”고 전했다. 콩 파오레는 1987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27년 간 대통령을 지냈다. 군부는 수도 와가두구 군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각과 의 회를 해산하고 과도정부 수립을 선포한다”며 “헌정 질서가 1년 안에 회복될 것”이라고 밝 혔다. 1896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던 부르키 나파소는 1960년에 독립했다. 독립 후 일곱 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했다. 한때 아프리카에 Africa
1
서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성장했으나 지금은 최빈국 중 하나로 전락했다. 문맹률도 78%에 달한다. 알자지라는 “부르키나파소 사태로 인해 장기 집권을 모색하고 있는 아프리카 지 도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며 “현재 콩고·르 완다·부룬디 등에서 집권 연장을 위한 헌법 개정이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달 탐사위성의 지구 귀환비행 Asia 을 위한 실험이 성공했다. 중국 국 가국방과학기술공업국은 1일 “달 탐사위성의 지구 귀환을 실험하는 비행체가 네이멍구(內蒙古) 쓰즈왕치(四子王旗)에 무 사히 착륙했다”고 밝혔다. 이 비행체는 지난 달 24일 쓰촨(四川)성 시창(西昌)위성발사센 터에서 발사됐으며 달에 접근한 후 귀환 프
2
시진핑 “홍콩 일부가 반란 생각” 경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열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홍콩 의) 일부가 반란을 생각하고 있다. 정치제도 개혁을 빙자해 중국의 관할에서 벗어나려 한 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홍콩 명보(明 報)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를 두고 홍콩 정계에서는 시 주석이 시위대 무력 진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 Asia
4 2 3 3 4
1
3
고 있다. 홍콩시위대는 “행정장관 선거 입후 보자의 자격 제한을 없애야 한다”며 도심 점 거 시위를 한 달 넘게 벌이고 있다. 그동안 홍 콩 정부와 협상을 하기도 했지만 사태 해결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캐나다, 에볼라 발생국 비자 발급 중단 캐나다가 에볼라가 발생한 서아프 리카 국가의 국민에 대한 입국비 자 발급을 중단했다. 캐나다 정부 는 지난달 31일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기 니 등 3개국 국민과 지난 3개월 동안 이 국 가들에 체류한 외국인들에게 당분간 입국 비자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 만 이들 국가에 파견된 의료진과 자국민에 대해서는 입국이 허용된다. 앞서 호주·사우 디아라비아 등도 에볼라 발병국 국민에 대 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치 를 취했다. Canada
4
Focus 11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1박2일 르포
동병상련 경계인들, 피부색 달라도 우는 아이 서로 챙겨 강승한 인턴기자 kshwvv@naver.com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해안북로 1204번길 123. 한적한 영종도 북쪽 해안도로 가운데 덩그 러니 서 있는 3층 건물. 이곳은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다. 이름을 들어도 뭘 하는 곳인지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문을 열기 전 이곳은 영종도 난민센터란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해 94년부터 난민신 청을 받았다. 2001년 첫 난민이 인정됐고 매 년 2000명 넘는 외국인이 종교나 정치적 이 유로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한다.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 중 갈 곳 없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통상 1 년 정도 걸리는 난민심사 기간 동안 센터 입 소자들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낸다. 아프리카 배낭여행 중에 난민 문제에 관심 을 갖게 된 중앙SUNDAY 강승한 인턴기자 (경희대 국제학부 4년)가 출입국외국인지원 센터에서 24시간을 함께 지내며 이들의 생활 을 지켜봤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그의 요청을 법무부가 들어줬다.
2
3
1 지난달 29일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서 아프리카 출신 난민신청자가 아이를 업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2 가족이 없는 센터 입소자들 에겐 2인 1실의 주거 공간이 주어진다. 3 입소자 들이 가수 싸이가 나오는 한국문화 특강 비디오 1
셔틀버스 하루 3회 공항 옆 외딴섬 신도시 주민 반대 속 지난 2월 문 열어 한국어 교육으로 하루 일과 시작 지난달 29일 오전 8시40분, 공항철도 운서역. 난민 판정 고대하며 새 출발 준비 셔틀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은 출입국외국인지 원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 운서역에서 센터 특강 시간엔 자기들끼리 동시통역 까지의 거리는 불과 5㎞지만 따로 승용차를 인근 학교 자리 없어 취학 못 한 소년 이용하지 않으면 교통수단은 하루 세 번 운 한국서 공부해 의사 되고 싶어요 행하는 셔틀버스가 전부다. 난민신청자는 심사가 끝날 때까지 합법적 인 체류 자격을 얻는다. 따로 머물 곳이 있다 면 반드시 센터에 머물러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급하게 고향을 떠난 이들이 낯선 한 국 땅에서 살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가족들 과 함께 온 경우도 많아 먹고살 일이 막막하 다. 법무부는 난민신청자 가운데 주거 지원 신청을 한 이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입 소자를 정한다. 센터가 문을 열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 다. 8㎞가량 떨어진 신도시 주민들은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영종 도를 대규모 난민촌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 는 소문까지 돌았다. 지난해 9월 센터를 완공 하고도 공식 개소하기까지는 5개월이 더 걸 렸다. 센터의 이름에서 ‘난민’이란 말이 빠진 것이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란 주 ‘좁은 문 난민심사 장도 있다. 물론 법무부는 “센터의 공식명칭 (명) 1000 1877 은 안전행정부가 정한 것”이란 입장이다. 센터가 문을 연 지 8개월. 잡음은 잦아든 편이다. 센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오히려 신청 인정 큰 거부감이 없다. 개소식부터 명절에 이르 500 기까지 주변 주민들은 센터에 놀러와 불안한 148 한국 생활을 이어가는 난민신청자들을 도와 57 18 주고 있다. 2012 2014 2004년 2006 2008 2010 운서역과 센터를 오가는 셔틀버스는 난민 (9월 말 현재) 신청자와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 자료: 법무부 다. 센터에 마냥 머물 수 있는 건 아니다. 기 본 6개월에 3개월을 연장해 최장 9개월까지 가능하다. 난민신청자들은 퇴소 이후를 위해 주변 공장이나 세차장, 경기도 전역에까지 나 가 일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출퇴근이 어려 운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센터는 대한민 국 안에 있지만, 대한민국에 속하기도 어렵 다. 난민신청자들은 희망과 절망, 대한민국 안과 바깥, 그 경계에 서 있다. 오전 9시30분. 센터의 일과가 시작됐다. 오 전에 있는 한국어 교육은 의무적으로 참석해 야 한다. 오후 한국문화 특강은 자율이지만 대부분 참여한다. 현재 센터에서 생활하는 난민신청자는 모 두 54명. 입소 시기가 모두 달라 한국어 수업 인천 영종도에 있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전경.
은 쉽지 않다. 교실은 여느 대학 한국어학당 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이 남녀노소를 불문한다는 것. 이해가 빠른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틀린 문제를 답 해 주기 바쁘다. 입소자 54명 하루 식비는 4600원 7살짜리 딸과 함께 수업에 참여한 40대 중국 인은 “안 쉬워”를 연발한다. 연신 고개를 갸 웃거리면서도 눈빛만큼은 진지하다. 난민으 로 인정받아 살게 될 내일을 꿈꾸는 그에게 수업시간은 대한민국과 자신을 이어주는 유 일한 통로다. 점심시간이 됐다. 센터에서 난민신청자들 에게 제공하는 하루 세 끼 식대는 4600원. 한 끼에 1500원꼴이다. 센터 김태완 운영지원과 장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 유통기한이 닥친 빵이라도 지원해 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며 안타까워했다. 안전 문제로 취사 시설은 따로 제공하지 않 는다. 지난여름 센터는 예외적으로 취사를 허용했다. 아이의 생일상을 차려주고 싶다는 몽골 출신 엄마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날 아 이는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엄마가 만든 몽 골 음식을 먹었다. 오후 수업 전 예멘에서 온 10대 난민신청 자를 만났다.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됐느냐는 질문에 서툰 영어로 답했지만 알아듣기 힘 들었다. 들리는 건 ‘엉클(uncle·삼촌)’과 ‘킬 (kill·죽이다)’이란 단어뿐. 손짓 발짓까지 동 원한 끝에 그의 사연을 이해했다. 시아파 무 슬림인 삼촌이 수니파인 아버지와 자신을 죽 이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전 재 산을 털어 여덟 명의 가족과 함께 한국행 편 도 비행기표를 샀다. 오후 1시30분. 한국문화 특강 시간이 시작
됐다. TV 속 화면엔 국악부터 부산국제영화 제까지 다양한 한국 관련 영상들이 소개됐 다. 난민들은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자국 언어로 통역해 서로 들려준다. 수십 개의 동 시통역이 이뤄지는 강의실은 금세 시끌벅적 해졌다 화면에 피겨 스케이트팅 선수 김연아가 나 오자 다들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프리카와 중동 출신들이 대다수인 난민신청자들 가운 데 피겨 스케이팅을 처음 보는 사람도 많다. 화면 속에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가 등장 하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남자들은 말춤을 따라 하고 히잡을 쓴 여자들은 박수 를 치며 웃는다. 난민 인정이 되고 나면 좀 더 한국문화 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입소자들은 화면 속 제주도 풍경과 축구선수 박지성, 한강의 기 적을 서툰 한글로 메모지에 써 가며 수업을 들었다. 센터 개소 후 새 생명도 처음 탄생 오후 4시 일과가 끝났다. 어린아이들은 오전 에는 놀이방에서, 오후에는 센터를 놀이방 삼아 뛰어논다. 최근 한 아이는 근처 초등학 교에서 입학 불허 판정을 받았다. 한국어가 서투르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에서 의사가 되고 싶어요”를 서툰 우 리말로 말하던 10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체 류 자격에 관계없이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입학 은 가능하지만 인근 학교 가운데 센터 입소자 아이들을 받아줄 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 아이들 틈에서 센터 버스기사 최영열씨를 만났다. 최씨는 “이국적인 외모 탓에 처음 만 나면 센터 입소자로 아는 사람이 많다”며 웃 었다. 난민신청자들 사이에서 ‘아버지’로 통 하는 그는 “난민신청자들은 내 자식 같다”고 말했다. -영종도 주민인가. 처음 센터가 만들어질 때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다. “28대째 영종도 토박이다. 정작 가까이 사 는 주민들은 별말이 없는데 신도시 주민들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나는 여기 있는 아 이들이 난민이 아니라 영종도 주민이라고 생 각한다.” -기억에 남는 난민신청자가 있나. “얼마 전 취직을 해서 센터를 나갔는데 자 주 집에 놀러온다. 예멘식당으로 초대해 음 식을 대접하더라. 향신료가 독해 먹기 힘들 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마음이 고마웠다.” 오후 6시. 어김없이 끼니 시간이 돌아온다. 울먹이는 중국 아이를 예멘에서 온 아저씨가
를 보고 있다.
김춘식 기자
달래며 밥을 먹인다. 우는 아이는 먼저 발견 한 사람이 달래고 밥도 먹인다. 내일을 알 수 없는 ‘경계인’ 신분이지만 같은 처지라 가족 이 됐다. 얼마 전 센터 개소 이후 처음으로 아기가 태어났다. 입소자 모두 제 일처럼 기뻐하며 잔치를 벌였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사 람들은 전통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축하 해줬다. 아직 기운을 차리지 못한 산모를 대 신해 말도 안 통하는 타국 여자들이 밥을 타 주고 수발까지 들어줬다. 이집트인 룸메이트 거부 당해도 인샬라 오후 10시. 입소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고향인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선 하루가 시작 되는 시간이어서다. 전화로, 컴퓨터로 가족 들과 연락을 하거나 자국 소식을 검색한다. 룸메이트인 이집트인 아저씨는 정치범으로 아홉 차례나 옥살이를 했다고 했다. ‘난민으 로 인정 받지 못하면 큰일 아니냐’고 묻자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샬라. ‘신의 뜻대로’란 의미다. 인정되면 감사할 일이고, 거절당해도 돌봐준 한국에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센터에서 만난 난민신청자들은 저마다 다 른 사연을 가졌다. 하지만 입을 모아 얘기한 것은 고향엔 두 가지가 기다린다는 말이었 다. 감옥 아니면 죽음. 대부분 전자는 경험해 본 이들이다. 다음번에는 후자가 될 확률이 높다. 정든 고향을 떠난 건 살기 위해서다. 새벽녘. 무슬림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노래, 아잔(Adhan) 소리에 눈을 떴다. 이집트인 아 저씨는 자리를 정리하고 경건하게 기도를 올 린다. 한국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째. 반복되는 하루가 시작됐다. 어른들은 한국어 강의실로, 아이들은 놀이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난민신청자들이 모두 난민으로 인정받기 는 어렵다. 절절한 사연 가운데 실제와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 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불복하면 행정소 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94년 이후 우리나라 에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모두 8520명. 이 가운데 434명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올 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7.3%. 난민 인정이 되지 않더라도 인도적 체 류허가를 하는 경우를 포함해도 17.9%밖에 안 되는 좁은 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제협약에 따라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도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12 People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청송의 생애와 선철학 쓴 소광희 서울대 명예교수
청송이 있었기에 동서양 철학 잇는 가교가 생겼지요 <고건 전 총리의 부친>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한국 철학의 대부 중 한 분은 청송(聽松) 고 형곤(高亨坤·1906~2004)이다. 경성제대 철 학과를 졸업한 청송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 한국철학회 초대 회장, 제6대 국회의원으로 일했다. 고건 전 총리의 부친이기도 하다. 최 근 청송의 생애와 선철학이 출간됐다. 저자 인 소광희(蘇光熙) 서울대 명예교수는 청송 의 애제자·수제자다. 두 분은 엄격한 사제지 간이면서도 아무런 허물없는 ‘술친구’였다. 한국철학회 회장을 지낸 소 교수는 한국하이 데거학회 창립 회장이기도 하다. 소 교수를 만나 청송의 삶과 사상에 대해 들었다. -청송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완전한 자유인이었다. 당신 하고 싶은 대 로 인생을 살았다. 누구에게도 비굴하게 고 개 숙이는 법이 없는 완전한 자유인이다. 아 주 다정다감한 분으로 권위를 내세우고 그럴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천생(天生)이 철학자 였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두 분 계셨다. 박 종홍(1903~76) 선생님과 고형곤 선생님 두 분인데, 박 선생님이 우리에게 진정한 스승이 었다면 고 선생님은 전형적인 철학자의 모습 을 보여주셨다.” -박종홍 선생님이 더 잘 알려졌다. “교과서를 쓰신 것도 한 이유다. 고 선생님 은 유명해지는 거나 뭐 그런 거에는 일절 관 심이 없고 ‘명저 한 권만 남기고 죽었으면 좋 겠다’는 게 소원이셨다. 소원을 이뤘다. 선 (禪)의 세계를 출간했다.” -청송은 천재였나? “초등학교부터 이리농림학교 12년 과정을 5~6년에 다했다. 그러고선 경성제대 예과에 들어갔으니 천재라고 할 만했다.” -청송은 철저한 ‘오늘’주의자였는데. “그의 입장은 세상은 몽땅 절대 현재라는 것이다. 거기서 현실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이 나온다. 청송은 현실을 절대적으로 긍정하시 는 분이기 때문에 비관하거나, 남을 원망하 거나 하는 게 절대 없었다. 또 그래서 ‘나 죽 거든 묘에 가서 묻기 전에 한판 신나게 놀아 라’라고 했다.”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봤는가. “미래는 이 양반에게 의미가 없었다. 죽으 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 미래 세계가 있다 고 생각하지 않았다. 청송의 사상에 영향을 준, 불교 자체가 차생(次生)을 생각하지 않는 다. 천당이니 뭐니 하는 것은 인도의 힌두교 인데, 그 영향을 받아서 불교에서 포교의 방
Weather
편상 쓰는 거다. 불교 자체에는 내세가 없다. 나도 공(空) 너도 공, 객관적인 세계도 공인 데 무슨 내세가 있겠는가.” -입버릇처럼 말한 지론 같은 게 있었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공부하고 있으면 불 러내 술을 잘 사주셨다. 통술집에서 막걸리 나 마시지 고급 술도 안 먹었다.” -한창 연구하실 때 술로 저녁을 대신했다 는데. “청송은 저혈압이어서 술을 드셔야 했다. 말년까지 (아들인) 고건이 보고 맥주하고 양 주를 대게 했다. 캔맥주에 양주 잔 반 컵 정도 를 따라서 드셨다.” -술버릇 같은 것도 있으셨는지. 주량은? “전혀 없었다. 얼마나 깔끔한 분인데··· 주 량을 가늠해본 적이 없다. 한 번도 추태 보인 적이 없었다. 택시를 태워드리려고 해도 절대 로 안 타고 버스를 타고 갔다.”
하이데거·禪 관통하는 철학 정립 필생의 명저인 禪의 세계 남겨 야당 중책 맡은 뒤 아들 고건 고생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사모님이 싫어하지 않으셨는지. “그 양반은 그런 것도 안 가렸다. ‘싫어하 면 싫어하겠지···’ 하는 식이다. 말년에 두 분 만 사실 때 갔더니 사모님이 ‘지금 생각하면 바람 피우고 뭐 그런다고 아웅다웅 불평하고 살 때가 좋았어’ 하셨다.” -‘완전범죄형’이 아니라서 많이 들키신 것 같다. “숨기고 덮어놓는 그런 게 없이 홀 라당 까놓고 사신 분이다. 오죽하 면 고건이한테도 ‘다른 건 다 좋은 데, 술 너무 많이 먹는다는 소문은 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청송과 고건 전 총리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 자식 사랑이 대단했다.” 맑음 구름 조금 구름 많음 -야당 국회의원 하 다가 그만둔 이유는? 소광희 교수 “해위 윤보선을
청송은 장수했다. 99세로 별세했다. 그는 소식(小食)했고 산책을 즐겼다.
모시고 초선인데도 사무총장을 했다. 선명 -그때는 교수님들이 다 그랬는지. 야당의 리더가 됐다. 자연히 아들들이 탄압 “엉망이었다. 지금은 ‘너무’ 질서가 잡혀 을 받았다. 큰아들은 30대에 상공부 3국장을 있다.” 거친 수재였는데 내쫓겼다. 고건이는 -그러면 학생들은 공부를 어디서 어떻게 행정고시 패스하고 발령을 받았는 했는지. 데 보직을 안 줬다. 자식들까지 망 “대개 자습했다. 저도 2학년 때 칸트를 하 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치를 그 기는 해야 되겠는데··· 이거 안 되겠다는 생 만둔 거다.” 각에 실천이성비판을 가지고 시골 산 속으 -요즘 기준으로는 강의 로 들어갔다. 한 여름방학을 죽어라 혼자 읽 가 부실했다. 었다. 원서 강독 능력도 생기고 칸트에 대한 “요새 같으면 행정소 자신감이 생겼다. 선생님들께 배운 게 거의 송거리였다. 철학적 없다. 지금도 사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 비 / 천둥 눈 비 / 소나기 등 흐려져 비 눈 또는 비 흐려짐 흐린 후 갬 으흐림 로 사 유하 는 지 선생한테 배우는 게 아니다.” 법은 술자리에 -한국 현대 철학사에서 청송의 업적은? 서 배웠다.” “동서양의 철학적 사유에 가교를 놓은 것
부고
2014년 11월 2일 일요일, 음력 2014년 9월 10일(윤달)
일요일(최고/최저기온)
주간 날씨 예보
주요 지역
월요일(3일)
서울 인천 수원 철원 청주 대전 춘천 강릉 대구 창원 포항 울산 부산 전주 광주
맑음
구름 조금
비 후 맑아짐 (14/11)
화요일(4일)
비 후 갬 (14/10)
흐려져 비
흐리고 비
수요일(5일)
비 후 갬 (15/11)
(17/4)
서울(14/11)
뇌우
흐린 후 갬
목요일(6일) (18/9)
(17/6)
(17/10)
(18/8) (19/11)
(17/4)
(14/6)
(20/12)
(18/5)
(18/8)
흐린 후 갬 (18/13)
청주(14/12)
비 후 갬 (16/13)
(15/10)
(18/11)
(19/12)
^최종만씨 별세, 최태순(다이나젠)씨 부친 토요일(13일) 부장)·김 상, 박진위(두산 커뮤니케이션실 창정(LIG손해보험)씨 빙부상=1일 오전, 강 (23/17) (23/17) (27/19) 특실2호, 원도(27/19) 양양군 양양읍 양양장례식장 발인 3일, 033-671-0404 (25/17) (25/17) ^윤정임씨 별세, 송기석(한국예탁결제원 (26/21) (26/21) 인적자원개발부 차장)씨 모친상=1일 오전, (27/20) (27/20) 일산 동국대 한방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3일, 031-961-9400
금요일(12일)
(16/9)
(18/6) (18/8)
(14/6)
강릉(18/13)
서해5도(14/10)
(17/7)
(18/4)
(14/3)
비 후 갬 (14/12) 흐리고 비 (14/11)
(12/3)
(13/4)
춘천(15/11)
(26/20)
(19/12)
(26/20)
흐린 후 갬 (18/13)
대전(14/11)
흐린 후 갬 (18/14) 흐린 후 갬 (18/14)
동북아 주요 도시
세계 주요 도시
대구(16/13)
흐린 후 갬 (19/15) 흐리고 비 (15/12)
전주(15/12)
블라디보스토크(8/0)
중강진(6/4)
비 후 갬 (17/12)
베이징(14/2)
부산(19/15)
일·출몰시간
저 고
평양(13/4) 울릉도/독도(16/15)
광주(17/12)
해뜸 06시 58분 해짐 17시 33분
중국 서울(14/11)
달뜸 14시 36분 달짐 01시 26분
제주(18/15)
울릉도/독도(16/15)
상하이(19/9)
일본
저
후쿠오카(23/11)
www.weatheri.co.kr
고 저
(주)웨더아이 제공
홍콩
2일(일) 뇌우 32/27
3일(월) 뇌우 31/26
하노이
흐림 26/20
구름조금 26/20
런던
비 16/11
비 12/7
파리
비 17/13
비 14/9
로마
맑음 21/9
구름조금 21/13
베를린
맑음 17/10
모스크바 구름조금 1/-2 도쿄(25/16)
제주(18/15)
제공
구름 많음
비 후 맑아짐 (14/11) 비 후 맑아짐 (13/11)
이다. 하이데거의 존재 론과 선불교 철학을 한 데 배치한 거다. 청송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 운 대목이다. 하이데거 의 후기 사상에 나오는 ‘존재 현존성’과 선불 청송의 생애와 선철 교의 적조’(寂照·마음 을 고요히 가라앉혀 하 학(운주사)의 표지 나의 대상에 집중해 바 르게 관찰함)가 노리는 점이 같다는 것을 증 명한 것이다. ‘선의 존재론적 구명’에 성공한 거다. 대단한 업적이다.” -세계 철학계를 뒤집어 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 말로 번역이 됐는지. “번역이 거의 불가능하다. 선불교와 하이 데거, 후설을 모두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 저 작이다.” -독일 철학과 선불교를 다룬 비교철학의 성과라 할 수 있는지. “비교철학이라고도 할 수 없다. 비교철학 은 이쪽과 저쪽을 비교하는 것인데··· 청송 이 한 것은 비교가 아니라 양쪽을 자신의 사 유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책의 결론은 무엇인가. “하이데거와 선불교는 ‘현실을 절대적으 로 긍정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하이데거의 사상은 역사적인 관점 에 서 있고, 선은 역사성은 전혀 없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철학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초급·중급 책은 많으나 고급으로 가는 사다 리 구실을 하는 책은 많지 않다. “철학과 다른 학문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1 학년에 이것, 2학년에는 저것 하는 식으로 단 계별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무조 건 뛰어들어봐야 한다. 참고서를 보면 안 된 다. 참고서를 보면 참고서 수준에서 헤매게 된다. 이것저것 주워 읽으면 안 된다. 대담하 게 원전(原典)부터 봐야 된다. 읽으면서 사색 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책에 빠져버리면, 거 기에서 자기 사유가 무르익으며 형성된다.” -철학을 늦게 시작해도 되는가. “물론이다. 얼마나 본인이 집중적으로 열 중하느냐가 중요하다. 몇 해 동안 집중하는 가운데 방법론과 그 정신을 익혀가지고 자신 이 응용도 해보고 그러는 게 학문이다.” 안개 눈후갬 비후갬 -철학의 효용은? “철학에는 효용이 없다. 철학은 각자에게 나름의 사유와 세계관을 선사할 뿐이다.” 기본 사이즈
9일(화)
10일(수)
11일(목)
맑음 17/9 눈 1/-1
시드니
맑음 23/13
구름조금 21/15
뉴욕
비 11/6
구름조금 9/3
고
고기압
LA
소나기 18/11
맑음 21/11
저
저기압
워싱턴
비 10/4
구름조금 11/4
바람방향
밴쿠버
맑음 12/7
비 10/9
주말 부고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담당자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전화 02-751-5753, 5723 / 팩스 02-751-5763
연휴 등 부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AD 13
14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21일 시행 새 도서정가제 약인가 독인가
동네책방출판사 일단 웃지만 판매 줄까봐 전전긍긍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실험적으로 책 읽는 승객 수를 헤아려봤 다. 한 시간 동안 6대(한 대가 전동차 10량으로 구성)의 끝에서 끝까지 걸으며 책을 들고 있는 이를 셌다. 한 칸에 한 명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제일 많은 곳이 3명이 었다. 6대에서 찾아낸 독서인은 총 48명으로 지하철 한 대당 평균 8명이었다. 2호 선을 택한 이유는 역 인접 지역에 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홍익대·서울대·서울교 대·건국대·한양대 등 대학교가 많은 노선이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소개하면, ‘종이 신문’ 보는 이는 훨씬 더 적었다. 60칸에 통틀어 5명이었다.) 독서 인구 감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판사·서점·작가 모두 아우성이다. 출판시장에 대해 수년 전부터 ‘단군 이래 최악’이라고 표현하더니 요즘에는 ‘빅뱅 이후 최악’이라고 말한다. 이 와중에 이달 21일부터 강화된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값을 크게 깎아줘 도 책을 안 읽는 세상인데, 할인을 더욱 제한하게 된다. 출판사와 동네서점은 대체로 이를 환영한다. 할인 경쟁으로 파괴된 ‘출판 생태계’의 복원으로 출판 문화, 나아가 독서 문화까지 진작시킨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정 정가제 자체가 허술해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 라고 주장한다.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처럼 상품 값만 올려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 개정 도서정가제의 허와 실 을 진단해봤다.
도서 총발행 부수
1억3250만
2007년
1억630만
2010
8650만
2013
는 할인 열풍의 배경이다. 정가제 강화를 앞 두고 정가를 파괴하는 데 출판사들이 앞장서 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상언 기자, 송영오 인턴기자 joonny@joongang.co.kr
“인터넷 쇼핑몰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 70 여 권을 주문했는데, 30만원이 채 안 들었 다.” 회사원 조모(39)씨가 횡재한 듯한 표정 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이내 “한편으론 ‘이 렇게 책값이 싸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 다”고 덧붙였다. 요즘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이 났다. 출판계가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 고 말하는 대대적인 도서 할인 덕이다. 온라 인 쇼핑몰은 ‘최대 90% 폭탄 세일’이라는 광 고 문구로 손님을 끌어 모으고, 대형 서점에 는 50% 할인, 70% 할인 품목이 넘쳐난다. 출 판사들이 운영하는 북카페들도 책 세일 경쟁 에 뛰어들었다. 시행 앞두고 재고 도서 90% 할인까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국내 최대의 온라인 서 점 ‘Yes24’의 베스트셀러 상위 30위 안에 든 책 중에서 20종이 정가보다 10%(온라인 서 점의 일반적 신간 할인율) 넘게 할인된 책이 었다. 그 20종 중 14종이 40% 이상의 세일 품 목에 속했다. 5위에 올라 있는 자녀교육 불 변의 법칙은 90% 할인된 980원으로 값이 매겨졌다. 한 출판사 사장은 “30년 이상 출 판계에서 일했지만 ‘떨이 책’들이 베스트셀 러 목록을 도배하는 것은 처음 봤다. 아마 세 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 했다. 통상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할인율 10%를 초과한 책이 오르는 일은 흔치 않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이 영화나 드라마로 화제가 돼 다시 주목 받을 때 정도에 생기는 일이다.
번역 도서 발행 종수
18∼29세 한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서점 (2012년 기준)
1만2322
동네 소형 서점 10.6 대형 할인마트 5.9 전문 서점 4.2 중고책 서점 1.7 11.2 기타
2007년
1만771
2010
9301
온라인 서점 인터넷 홈페이지의 책 세일 광고.
온오프라인 서점 요구 섞은 짬뽕 위기의 동네 서점 구해낼지 의문 책값 올라 단통법 재연 우려도 서점들 온라인 무료배송 막아야
2014년 가을이 책 폭탄 세일로 뒤덮이게 된 것은 이달 21일에 강화된 도서정가제가 시행 되기 때문이다. 새 정가제가 도입되면 구간 (舊刊발행된 지 18개월 이후의 책)도 정가의 10%(포인트 적립 5%까지 포함하면 총 15%) 로 할인이 제한된다. 기존에는 대상에서 제 외됐던 실용서도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 쉽게 말해 나온 지 오래 됐거나 실용서로 분류돼 있어도 출판사나 서점이 책값을 마음대로 낮 출 수 없다는 얘기다. 새 제도하에서 구간의 값을 낮추려면 정가를 새로 표지에 새겨 다 시 서점에 내놓는,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 정가제 시행 뒤에는 ‘재고 정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출판사들이 헐값에 책 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
온라인 서점 기득권 고스란히 유지 도서정가제 강화의 목표는 ‘출판 생태계’의 복원이다. 현행 정가제로는 동네서점의 몰 락, 출판사의 경영 악화, 작가와 번역인의 수 입 감소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기존 정가제는 최대 10% 할인과 할인후 금액 의 10%까지에 해당되는 포인트 적립을 허락 한다. 따라서 허용되는 최대 할인율은 19% 다. 그런데 출간 18개월 이상의 구간, 실용서 나 학습서는 제외 대상이다. 이 때문에 전체 판매 도서 중에 약 13%에만 정가제가 효력을 미친다. 이 같은 현실을 바꾸자는 것이 개정 의 취지다. 그렇다면 정가제 강화를 주장해온 오프라 인 서점들과 출판사들의 기대처럼 동네서점 이 살아나고(또는 폐업률이 줄어들고), 출판 사의 수입이 좋아지고, 작가나 번역가의 벌이 가 나아질까. 출판계 전문가들의 답은 “낙관 할 수 없다”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정도로 모아진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좀 개선되리라는 기대는 있 지만 출판 시장의 하향세를 반전시킬 정도의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판사 ‘여백미디어’의 김성봉 대표는 “솔직 히 말해 크게 출판업의 여건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판사와 서점들은 새 정가제를 신통치 않 게 본다. 지난달 중순에 열린 ‘올바른 도서 정가제 확립을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 행령 개정(안) 공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오프라인 서점 측 은 온라인 서점의 경품 행사, 카드사 제휴 추 가할인, 무료배송을 그대로 허용한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였다. 햇빛문고의 정덕진 대표 는 “온라인 서점의 기득권을 고스란히 유지
전국의 서점 수
28.1 인터넷 서점
38.3
2042
시내 대형 서점
2007년
2013
1825
1752
2009
2011
1625
2013
자료: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진화하는 동네책방
책 진열 바꾸고 사랑방처럼 꾸몄더니 손님 북적 송영오 인턴기자 song4536@naver.com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의 동네책방 ‘만일’에는 손님들이 분주히 오 갔다. 내부는 33㎡(10평) 정도의 아담한 크 기였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벽면의 선반에는 인문서와 시집 등이 꽂혀 있었다. 문화·예술 관련 교양서가 많이 눈에 띄었다. 가운데 탁 자 위에는 귤이 올려져 있었다. 손님에게 제 공되는 ‘서비스’였다. 책들이 선반을 빽빽이 채우지 않고 있는 모습이 보통의 책방과는 다른 분위기를 냈다. ‘만일’은 석 달 전에 문을 열었다. 도서전
과 같은 출판 관련 행사 전문 기획자인 이승 주(32)씨가 주인이다. 그는 “주변의 아는 사 람들과 중고 책 돌려보기 활동을 했는데, 책 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기 위해 작업 실로 쓰던 이곳을 개조해 책방으로 만들었 다”고 말했다. 책방에는 20대 여성이 무료봉사를 하고 있 었다.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동네에 잘 꾸며진 책방이 들어서 행복한 기분이 들 었다. 자발적으로 가끔씩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다. 나 말고도 이곳에 와 무보수로 아르바이 트를 하는 이가 두 명 더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일요일에 독서 모임이 열
망원동 10평 짜리 책방 만일 동네 주민이 자원봉사로 도와 동교동 동네 책방 별책부록은 젊은 층 겨냥한 인테리어로 인기
서울 망원동의 인기 동네 책방 '만일'에서 손님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송영오 인턴기자
Special Report 15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기고 본말 전도된 도서정가제
책과 담 쌓고 사는 세상 독서 풍토 개선이 먼저다 도서정가제 무엇이 달라지나 최대 할인율 19%에서 15%로 축소 실용서·참고서도 적용 대상에 포함 출간 18개월 지난 ‘구간’에도 적용 위반 과태료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온라인 서점 무료배송은 그대로 허용
최근 마구잡이 할인에 후폭풍 우려 최근의 대대적인 할인 판매도 ‘부메랑’이 돼 출판계를 강타할 수 있다. 책값을 마구 깎아 주다 갑자기 정가를 다 받겠다고 나서면 독 자들이 심정적 저항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 사장은 “우리 스스로 무 덤을 파는 것이라는 생 각에 할인 판매를 자 제해왔는데, 덤핑 책 들에 밀려 매출이 더 줄어드는 것을 보고 어 쩔 수 없이 최근에 동참 했다. 과연 이것이 책과 출판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 람들이 하는 행동인지 모 르겠다. 자괴감이 든다” 고 토로했다. 한국의 도서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줄고 있다. 전체 책 발행부수는 최근 5 년 새 한 해 1억600만 부에서 8600만 부로 감소했다. 번역서 는 1만3300종에서 9300종으로 급감했다. 10년 전까지 2200 여 개가 있었던 서점은 1600여 개가 됐다. 새 도서정가제 시행이 19일 앞으로 다가왔다. 기 진맥진한 출판 시장에 영양제로 작용하길 바 라는 이가 많지만 현실은 그리 여의치 않아 보인다.
책값 권당 220원 이상 오를 전망 정가제 강화의 핵심 목표는 ‘동네책방 살 리기’다.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체인서점의 등장이라는 ‘원자폭탄’을 맞고, 온라인 서점의 약진이라는 ‘수소폭탄’까지 맞 은 중소 서점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실려 있다. 하지만 새 정가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오프라인 서점 은 ‘무료배송’이라는 강력한 유인책을 여전히 갖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은 프랑스처럼 온라인 서점의 무료배송을 금 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출판계는 새 정가제 시행 뒤에 도서 시 장이 더욱 얼어붙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마트폰 할인 폭 규제로 수요 자체 가 줄어버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 통법)’ 사태가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 이 없기 때문이다. 출판사 ‘마음산책’의 정 은숙 대표는 “구간마저 할인 판매를 하지 않 는 것을 독자들이 이해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새 정가제가 도입되면 책 1권당 가격이 220 원 오른다. 이는 평균적인 수치일 뿐 기존 의 할인율이 컸던 출간 18개월이 지난 소설이나 실용서를 구입하는 독자에게 는 더 큰 부담이 지워질 수 있다. 이 때
린다. 동네 주민들이 주요 참석자다. 종종 출 판사 편집자 등을 불러 손님들과 함께 얘기 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이씨는 “석 달간의 경험을 통해 생각보다 책에 애정을 가 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남유재씨는 “대 형 서점과는 다른 방식의 서가 구성에 이끌 려 자주 온다. 특이한 책이 많아 구경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주인 이씨는 아직 책방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준의 수입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 다. 그는 차량에다 책을 싣고 가 인근 동네 주 민들에게 소개하는 ‘찾아가는 책방’ 이벤트
문에 정부는 구간의 값을 대폭 낮춰 가격을 재지정하는 방향으로 출판사들을 유도한다 는 계획을 세웠다. 백 책임연구원은 “스마트 폰과 달리 책은 값이 싸다고 해서 이 책 대 신 저 책을 사지는 않기 때문에, 또 꼭 필요 한 책은 비싸게 느껴도 사기 때문에 단통법 의 경우와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한동안 책 이 덜 팔리는 과도기적 현상은 불가피해 보 인다”고 말했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근 동교동의 ‘별책부록’도 인기 있는 동 네책방이다. 홍익대 근처에 있는 덕에 젊은 층 고객이 많다. 책과 함께 엽서·컵 등의 잡 화와 중고 음반 등도 파는 곳이다. 디자인 관 련 서적이나 문화 관련 잡지 등이 많이 놓여 있다. 반년 전에 이 책방을 만든 주인 차승현(34) 씨는 “아기자기한 잡화류는 매상에도 도움 이 되지만 가게 분위기를 내는 데도 일조를 하기 때문에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 다. 차씨는 서점 직원 출신이다. 그는 “손님들 과 소통하면서 가게 분위기에 계속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만일’의 이씨나 ‘별책부록’의 차씨는 유 럽이나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책을 좋아 하는 단골들을 많이 가진 특색 있는 책방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손님들의 반응에서 희 망을 발견했다.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 라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책방을 꾸미는 것 이 두 곳의 공통된 인기 비결이다. 도서정가 제 강화에 이들 책방의 주인 생각은 어떨까. 이씨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부분이 있겠지 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씨는 “소규모 서점 주인으로서 새 제도가 실제적 효과를 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원우 소설가전 계명대 교수
요즘 달라진 우리 사회의 표정 하나는 사 람들마다 얼굴이 없어졌다는 기막힌 현실 이다. 전철 속에서도, 길을 걷는 중에도, 심지어는 가족끼리 둘러앉은 식탁에서도 다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서로 간의 대면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이뿐만 아니 라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사무실 속의 구 성원들도 하나같이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 보느라고 마주 볼 수도, 대화를 나눌 짬도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 정보의 소통 형식 으로는 그 신속성 때문에 탁월한 이 두 요 지경은 장차 인간의 두뇌 회전을 극도로 제한함으로써 세상의 역동적 변화상에 대한 이해 수준을 급격히 떨어뜨릴 게 자 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어떤 분야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앎의 질서인 지식과 달리 정보는 단순한 사실판단과 가치판 단에 써먹고 버리는 한낱 기호에 불과하 기 때문이다. 정보란 말 자체에도 이미 그 런 가변성, 편의성, 소모성 같은 기능이 적 시되어 있다. 요컨대 지식은 숱한 정보들 의 물리적 집합인 동시에 인간관계, 사회 현상, 세상변화 등을 확실하게 해명한 사 유체계일 수 있다. 그런데 이 막강한 권력 으로서의 지식은 책을 통해서 얻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책=지식’ ‘인터넷=정 보’라는 등식도 통할 법하다. 식자 무교양은 독서 부재 때문 세상사 분별과 인간사 이해에는 책만큼 자상하고 편리한 선생이 달리 없건만, 우 리 사회는 이 만만한 평생 반려자를 한사 코 따돌린다. 이런 독서 백안시 풍조는 개 개인의 무사분주한 일상시간 관리벽에 도 기인하지만, 사회적인 기풍과도 무관 하지 않다. 그 단적인 실례로는 어릴 때부 터 이런저런 유명무실한 재능 개발에, 그 후로는 ‘과외망국’이라는 말대로 입시용 학습에 시달리느라고 독서 체험을 내면 화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들 수 있다. 우리 의 성인 남녀가 대체로 술, 노름, 모임 같 은 소일거리에다 엉뚱한 정열을 과시하 는 것은 일찍부터 혼자서 즐길거리를 찾 는 노력에 등한해서 그렇지 않을까. 또한 학력이 짱짱한 지도층 인사들도 대체로 좋다 싫다, 된다 안 된다, 옳다 그르다 같 은 단순한 감정표현 더 이상의 조리 전개 에는 어휘력 빈곤만으로도 ‘무식한 인문 적 소양’을 유감없이 드러내는데, 들어봐 야 재미도 없고 발상이 신선할 리 없다. 이런 식자 무교양, 토론 무시, 억지 주장 같은 폐단도 독서력 부재 때문임은 분명 하고, 결국 이런 ‘대세’가 걸핏하면 대통 령을 찾아가서 하소연하자는 식의 무분 별한 자기주장만 되뇌는 풍조를 낳고 있 는 셈이다. 도서정가제, 거대 온라인 서점만 보호 정보 탐색증, 스마트폰 애호증, 책 기피증 이 자심한 이런 세태 속에서 도서정가제 가 새삼스럽게 화제로 떠올랐으니 어딘가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느낌부터 앞선다. 알다시피 이번의 도서정가제 실시는, 그 동안 온라인 서점들은 주문받은 책을 일 정하게 할인해서 팔 수 있었지만 오프라 인 서점은 정가대로 매매했으니 이 불공 평을 차제에 시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도서라도 15%까지 할인해 도 된다는 이 도서정가제의 골자는 결국 거대기업인 온라인 서점들의 기득권에 대
중앙포토
해주는 반쪽짜리 제도”라고 주장했다. 온라 인 서점 측은 중고 도서 시장에 대한 규제가 명확지 않다는 점을 비판했다. 출판사 대표 는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 고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만들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업계 당사자 모두가 앙앙불락 상 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문체부가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요구 중간 지점에서 타협안을 만들었기 때문 에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법이 됐다”고 지 적했다. 문체부가 시행령을 만들 때 오프라 인 서점은 현행 19%의 할인율 고수를, 오프 라인 서점은 10%로의 축소를 요구했다. 문체 부는 15%로 결정했다.
한 추인처럼 보인다. 프랑스는 아예 온라 인 서점도 정가대로만 팔라는 간명한 도 서유통법을 발효시키고 있다고 한다. 물 론 그 취지는 오프라인 서점을 보호, 존속 시키겠다기보다도 같은 조건 아래서 영업 하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차별 혜택을 불 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실로 명실상부한 도서정찰제가 아닐 수 없다. 따져 보면 도 서할인제 같은 편법이 독자의 주머니 사 정에 대한 진정한 배려도 아닐뿐더러 독 서 풍토의 진작, 독서 인구의 확충 같은 장 기적인 안목과는 겉도는, 좁은 시장을 과 점하고 말겠다는 일종의 ‘잔머리 굴리기’
동네책방 살릴 의지가 있다면 온라인 서점 할인 아예 막아야 이번 정가제는 임시의 호도책
행태라는 사실이다. 그거야 어쨌든 집에 서 책을 받아 볼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라도 앞으로 온라인 서점의 영업 실적은 오프라인 서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앞설 게 틀림없다. 따라서 매장 임대료 같 은 여러 불리한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오 프라인 서점의 보호, 육성에 출판 및 유통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 아 닌가 여겨진다. 책은 서점에서 직접 골라야 필자의 사견에 불과하지만 책은 서점에 가서 독자 자신의 고유한 분별안으로 책 표지부터 본문의 활자 크기까지 따지며 알뜰구매에 이력을 붙여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책광고, 책소개 속의 허풍스러운 ‘정보’에 홀려 주문했다가는 반드시 후 회한다는 ‘정보’만큼은 믿어도 좋을 것 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더니 책 시장 만 법으로 다스려 놓으면 독자들은 저절 로 의젓한 지식인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 굴러간다면 무엇 이 아쉬워서 ‘제발 책 좀 읽어라’는 헛소 리로 목이 멜까. 다시 한번 분별해 보면 권 위 있는 서평지가 없어서 그럴 텐데, 과장 스러운 ‘정보’에 자발적으로 속아줘서 인 터넷 서점을 이용하고 나면 반드시 헛돈 을 쓰고 말았다고 후회하는 필자의 경험 에 비춰 볼 때, 온라인 서점들이 가수요를 부추기는 데는 크게 기여한 듯하다. 온갖 편법 덧붙이기에 일가견이 있는 우리의 체질상 아무리 멀쩡한 ‘제도’도 이내 누 더기가 되고 마는 선례를 보더라도 이번 의 도서정가제도 임시의 호도책일 것임은 분명하다.
16 Wide Shot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Wide Shot 17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하마의 핼러윈 특별 메뉴
핼러윈 하면, 뭐니뭐니 해도 호박이다. 호박 속을 파 눈·코·입을 만든 제등(jack-o’ lantern)은 핼러윈 의 상징이다. 핼러윈인 10월 31일 오스트리아 빈의 티어가르텐 쇤브룬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던져준 호 박을 하마가 입으로 덥석 받아먹고 있다. 이날 “맛있는 것을 안 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라고 졸라대는 어린이들에게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듯 하마도 호박을 달라며 입을 크게 벌렸다. 이 동물원 의 동물들은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한 번씩 호박을 받아먹는다고 한다. 핼러윈은 기독교의 만성절(萬聖節·All Hallows’ Day) 전야를 일컫는 말이다. 고대 켈트인들이 죽음의 신으로 여겼던 삼 하인(Samhain)에게 제사를 올리는 행사가 기원이라는 설이 있다.
[로이터=뉴스1]
18 Money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스마트 월렛 시대 열렸다
커피 주문, 콜택시 결제 스마트폰 속 지갑이 척척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1 직장인 김영범(42)씨는 점심 식사를 한 뒤 커피 한 잔에 담배 한 대를 머금으며 스트 레스를 푼다. 하지만 사람들이 붐비는 점심 시간 커피숍에서 길게 줄을 서 있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지난달부터 김씨는 더 이 상 커피숍에서 줄을 서지 않는다. 대신 점심 을 먹은 뒤 스마트폰으로 단골 커피 매장에 미리 음료를 주문한다. 결제도 스마트폰으로 한다. 가볍게 산책을 하다가 스마트폰에 ‘픽 업 알림’이 오면 커피 매장에서 주문 번호를 점원에게 보여준 뒤 음료를 받으면 끝.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건 SK플래닛이 최근 선보인 모바일 선 주문 서비스인 시럽 오더(Syrup Order)를 사용한 덕분이다. 시럽 오더를 이 용하면 사용자 주변의 제휴 매장과 해당 매 장의 메뉴를 검색할 수 있다. 여기에 직접 매 장에 가지 않고도 맞춤형 주문과 모바일 결 제까지 가능하다. #.2 다음카카오의 개인신용카드 간편 결 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의 가입자 수가 120 만 명(10월 5일 기준)을 넘어섰다. 카카오페 이는 출시 후 보름 만에 가입자 수 14만 명 고 지를 돌파한 데 이어 하루 최대 30만 명의 가 입자를 늘리는 등 빠르게 사용층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로 신용카드 정보와 결제 비밀번호만 등록하면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결제를 마칠 수 있다. 다음카카오 측은 “사용자 편의를 위 해 연내 온라인 결제 지원 및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월렛(Smart Wallet·전자지갑) 시 대가 도래했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 안에 각종 멤버십 카드와 마일리지 서비스, 신용카드의 결제 기능 등을 담아 두꺼운 지 갑을 지니지 않아도 얼마든지 소비활동을 할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 월 렛 서비스는 결제 기능 뿐 아니라 멤버십 관 리 같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 기능을 갖췄다. 스마트 월렛의 핵심은 모바일 결제다.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조 1270억원에서 올 2분기 3조1930억원대로 껑 충 뛰었다. 세계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
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2230억 달러에서 2015년 에는 6910억 달러, 2017년에는 1조4760억 달 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류성일 KT경제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스마트 월렛은 결제· 적립 수단을 넘어 모바일 마케팅은 물론 고 객 관계 플랫폼으로도 발전 잠재력이 큰 만 큼 앞으로 관련 서비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월렛 이용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배경에는 뛰어난 편의성이 있다. 예를 들어 LG유플러스의 전자지갑 서비스인 ‘스마트 월렛’을 이용하면 별도의 응용프로그램(이 하 앱) 다운로드 없이 멤버십 혜택 및 CJ One 카드, 롯데 멤버십 카드 등과 모바일 신용카 드, 티머니, 후불 교통카드 등을 손쉽게 발급 받아 이용할 수 있다. 관련 정보는 모두 스마 트폰 속 유심(USIM)카드에 저장된다. 소비 자는 스마트 월렛의 편리함에 주목하지만, 금융계와 산업계는 스마트 월렛의 성장성과 파괴력에 주목한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전반을 바꿀 수 있어서다. 이통사 주도, 금융사도 속속 참여 현재 국내 시장은 이동통신 3사가 주도하고 카드사 등이 부지런히 뒤쫓는 양상이다. 스 마트 기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카카오톡의 인기를 등에 업은 다음카카오도 군침을 흘리 고 있다. 우선 이통사 3곳이 모두 스마트 월 렛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닐슨 코리안클릭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월 이용자 기 준으로 SKT의 스마트 월렛(시럽) 서비스의 이용자가 637만 명(2014년 5월 기준)으로 가 장 많고, 이어 신한카드의 ‘스마트 월렛 및 신 한앱카드’가 312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모카월렛이란 이름의 스마트 월렛 서비스를 가진 KT가 월 108만 명 이용자로 두터운 이 용자 층을 자랑했다. 업계에서는 통신사들의 경우 단말기에 직 접 관련 앱을 기본 탑재해 고객들에게 쉽게 스 마트 월렛을 노출시킬 수 있는 반면, 결제 기 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약점으로 본다. 신용카드사들도 스마트 월렛 서비스를 제 공한다. 삼성카드의 M포켓과 현대카드(현대 앱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카드와 하나 SK카드 등도 스마트 월렛 강화에 부쩍 공을
2분기 국내서 3조1930억원 결제 2017년 글로벌시장 1조5000억 달러 페이팔 등 외국업체 국내 시장 도전 모바일 송금 분야가 승부처
금융 및 결제 방식의 스마트화 발전 단계
들인다. 카드사의 경우 통신사보다 가맹점이 많다는 점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은행권이 내놓은 스마트 월렛의 강점은 송 금 기능이다. 신한은행의 ‘주머니’나 하나은 행의 ‘N월렛’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다음 카카오가 이달 출시할 예정인 ‘뱅크 월렛 카 카오’ 역시 일일 최대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업체인 옐 로페이와 함께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SK텔레 콤 관계자는 “이용자 층이 두터운 삼성전자 나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송금 기능을 추가 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 월렛 업체들이 넘어야 할 산 은 높다. 바로 국내 업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이용자 층이 두터운 해외 업체들 의 공세다. 세계 1위의 전자결제 회사인 미국
의 페이팔은 약 1억500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은 180조원이 다. 지난해 말 현재 가맹 소매업체 수만 190만 곳에 달한다. 페이팔 전자지갑만 있으면 190 만 곳에서 쇼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중국 알리페이는 사용자 8억 명 넘어 오프라인에서의 결제도 상당 부분 현실화했 다. 계산 직원에게 “페이팔로 결제한다”고 말한 뒤 휴대전화 번호와 핀(PIN)번호를 입 력하면 결제가 마무리되는 식이다. 페이팔 계정에 잔액이 있거나 은행 계좌가 연결돼 있으면 무료로 친구나 친지에게 송금할 수도 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는 사용자 수 가 8억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구글(구글 월 렛)과 아마존(아마존 월렛), 애플(애플페이)
연령별 스마트월렛 이용률 (단위: %)
PC통신 뱅킹 시작 (1991년)
15
48
56
43
33
27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10대 이하 인터넷뱅킹 도입 (신한은행, 1999년 7월)
글로벌 모바일 결제액 추이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
1조5000억(달러)
모바일(2G) IC칩 기반 모바일 뱅킹 시작 (국민은행, 2003년)
스마트폰 뱅킹 도입 (하나은행, 2009년 12월)
1조4760억
3조1930억
3조(원) 2조5000억
1조
2조 1조5000억
5000억
1조
1조1270억
5000억
스마트폰 결제, 스마트월렛 등 활성화 (2013~2014년)
1200억 0
0 2012년
2013
2014
2015
2016
2017
자료: KT경제경영연구소비지니스 인사이더통계청
1분기 2분기 2013년
3분기
4분기
1분기 2분기 2014년
해외 업체, 국내 시장 노리는데
IT강국 대한민국, 스마트 월렛에서는 왜 강자 안 나오나 이수기 기자
유독 금융 관련 규제가 많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스마트 월렛의 확산에는 장애가 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쇼핑몰 붐 을 타고 전 세계에서 온라인 전자결제 서비 스가 가장 먼저 활성화됐지만, 정작 스마트 월렛 경쟁에서는 뒤처지는 이유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전자 결제에 필수적 인 공인인증서를 설치하려면 어떤 운영체제 (OS) 기반의 기기이건 우선 액티브X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규제, 스마트 월렛 확산에 장애 전 세계적으론 ‘소비자 습관’이 문제 결제 용이성 등 이용 편의 높여야
스마트 월렛 확산의 장애 요인 (중복 응답 가능) ① 기존 방식에 익숙한 소비자 습관 응답자의 77% ② 보안 및 부정 사용에 대한 우려 76% ③ 여러 결제 방식의 난립으로 혼란 72% ④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결제 기술 표준들 55% 자료: KT경제경영연구소(Payments Cards&Mobile 재인용)
반면 페이팔이나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 은 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한 번의 클릭과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단히 결제할 수 있 다. 또 페이팔 계정 하나면 해외의 다양한 쇼 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 는 쇼핑몰 하나하나마다 새로 회원가입을 하 고 거기에 공인인증서 등을 등록해 인증 받 아야 지불과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 해외 직 구족들이 크게 늘면서 이들이 대거 페이팔 계정을 갖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국내 IT기업들은 금산분리와 관련 한 엄격한 법률과 전자금융 관련 감독 규정
에 따라 금융 관련 업무에 직접 진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음카카오가 시중은행 은 물론 신용카드사와 손잡고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 월렛 확산에 장 애물은 있다. 전자결제 솔루션 전문 매체인 ‘Payments Cards and Mobile’의 최근 조 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월렛 확산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는 ‘화폐와 기존 신용카드 에 익숙한 소비자 트렌드’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응답자(복수 응답 가능) 중 77%가 기존 지급수단에 길든 이용 패턴을 스마트 월렛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개인정보 유출 같은 보안 문제를 스마트 월렛 기피의 이유로 꼽은 이는 전체의 76% 였다.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등이 사회 문제 로 비화하는 일이 잦은 현실이 반영됐다. “결 제 방식의 난립으로 혼란스럽다”는 응답자도 72%에 달했다. 비슷한 의견이지만 ‘서로 호 환되지 않는 기술표준들’을 스마트 월렛 발 전의 적으로 꼽은 이는 전체의 55%였다. 스마트 월렛의 본격 확산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들도 조사됐다. 우선 ‘결제 용이성과 속 도를 비롯한 이용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Money 19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김문수의 홍콩 트위터
불편한 공존
위기의 홍콩 로맨스
다음 주 preview
일본은행(BOJ), 기습 양적완화 단행. 미국의 양적완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양적완화 종결과 함
세계적 도시 홍콩은 중국 경제의 미래 모델로 오랫동안
일본판 기습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경계경보 및 국
(QE) 종결일을 겨냥한 정교한 집행. 글로벌 낙수효과
께 초저금리 상당 기간 유지 기조 발표. 다만 공개시장
단골. 특히 항구입지의 도시개발 벤치마크로 상하이와
지적 화폐전쟁 발화 우려. 10월 미국 고용지표(7일·
(trickle down)가 거의 없는 일본판 QE는 외환시장을
조작에서의 출구전략 완료와 정책상 초저금리 유지는
톈진의 원형모델. 단 비민주적 지배에 저항하는 홍콩에
실업률 5.9%, 고용창출 23만 명)에도 주목. 중국
흔들고 엔저를 불러옴을 알고도 당긴 방아쇠. 가케무
궁극적으론 공존 불가 파트너. 수급이 결정하는 시장금
대해 중국 정부는 홍콩의 위상 재점검 루머. 석연치 않
10월 HSBC 제조업 지수(3일) 또한 주요 이벤트.
샤 구로다의 주군 아베를 대신한 승부수.
리는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상승함을 대비해야.
은 후강퉁의 집행연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엔-달러 환율 120엔 선 공방도 살펴야.
환율왜란 2
액티스 캐피털 아시아 본부장
거시경제 읽기
2015년 예산안과 국정기조 4대 국정기조와 2015년 예산안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도전장을 내고 빠르게 따라잡는 모양새 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에 진출했거나 진출 을 추진 중이다. 페이팔은 국내 온라인 전자결제 대행사인 KG이니시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외 소 비자가 국내 쇼핑몰을 이용할 때 달러로 대 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리페이 역시 국내 400여 온라인 사이트와 협력관계 를 맺었다. KG이니시스·하나은행과의 제휴 를 통해 중국 내 소비자가 국내 쇼핑몰에서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애플사는 최근 기존의 ‘패스북(Pass Book)’이라는 전자지갑의 기능과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애플페이’ 서비스를 내놓고 한 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2014년 국정감사가 총총히 끝나고 이제 세 간의 주목은 2015년 예산안으로 쏠리고 있다. 언론은 세입·세출 규모나 재정적자 크기에만 관심을 둘 뿐 박근혜 정부의 국 정 기조나 국정 과제와 2015년 예산 사이 의 연관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정부도 5년 동안의 국정 기조와 국정 목표를 추진함 에 있어 이 예산이 어떤 의미와 유기적인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 없이 신속 히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시켜 주기만 바랄 뿐이다. 매년의 예산은 반드시 정부의 ‘국정 기 조’와 ‘국정 목표’의 유기적인 연계 속에 수 립되고 이해되며 평가돼야 한다. 왜냐하면 취임 초기 설정한 국정 기조는 바로 국민의 복리와 직결되는 중대하고도 시급한 국정 과제를 담고 있어 매년 예산을 통해 그것이 제대로 성취돼야만 궁극적으로 국민이 승 리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4대 국정 기 조’와 ‘14대 국정 추진 전략’(전략보다는 국정 목표에 더 가깝다)을 확정했다. 4대 국정 기조란 대통령 취임사에서 언급되기 도 했듯이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다. 그 하나하나 아 래에는 여러 개의 ‘국정 추진 전략’이 설정 돼 있다. 예컨대 경제부흥의 경우에는 창조 경제, 경제민주화, 민생경제의 세 가지 국 정 추진 전략이 들어 있다. 국민행복 아래 에는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 사회통 합, 그리고 국민 안전이 담겨 있다. 문화융 성과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라는 국정 기조 아래에도 각각 세 개의 국정 추진 전략이 수립돼 있다. 14개 국정 추진 전략은 어느 하나도 박 근혜 정부가 놓칠 수 없는 엄중한 국정 목 표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취 임 초기의 정신을 포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 라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부정 하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 경제부흥 아래에 있는 세 개의
상황이야 어찌 됐건 스마트 월렛이 제공 하는 서비스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데에 는 이견이 없다. 지난달 27일 이석우 다음카 카오 공동대표가 소개한 ‘카카오택시’가 대 표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카카오택시’를 두고 “콜택시를 부를 때 번거로웠던 과정을 간소하게 했다”며 “다음카카오 내 지도서 비스로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카카오 페이로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한 서비스를 머지않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월렛만 있 으면 지갑이 없어도 얼마 든지 출퇴근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는 얘기다.
트 마 스 월렛
국정 기조
경제 부흥
국정 추진 전략
민생경제
맞춤형 고용 복지
성장동력 창출 미래 R&D 투자 서민 생활 안정 맞춤형 복지 고용 희망 촘촘한 사회안전망 나누기 취약계층 지원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 생활 안정 3종 지원
창의교육(X)
-
사회통합(X)
-
국민안전 튼튼한 안보 평화통 일 기반 구축
2015년 예산안
경제활력 제고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X) 경제 투자 수출 촉진 살리기 지역경제 활성화 창조경제
국민 행복
나누기’ 아래로 들어가 있지만 ‘국정 과제 #42 건전재정 기조 정착’은 기대하기가 어 렵게 됐다. 두 번째 국정 기조인 국민행복 안에는 맞 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 사회통합, 국민 안전이 들어 있는데 2015년 예산안에서는 창의교육과 사회통합이 빠져 있다. 그리고 국민안전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의 핵심 내용인 방위능력 제고와 함께 ‘안전만들 기’ 안으로 편입됐다. 문화융성이라는 국 정 기조는 2015년 예산에는 ‘문화체험 기 회 확대’라는 작은 항목에만 들어 있다.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 렇다. 첫째로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 는 2015년 예산에서는 ‘경제살리기’ ‘희망 나누기’ ‘안전만들기’로 재편성됐다. 둘째 로 그러는 과정에서 경제부흥 안에 있던 경 제민주화는 제 위치를 잃고 말았고, 민생 경제는 ‘희망나누기’로 분리돼 나갔다. 셋 째로 국민행복 안에 있던 창의교육과 사회 통합은 예산안에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끝 으로 국민행복 안에 있던 국민안전은 평화 통일 기반 구축과 함께 ‘안전만들기’로 탈 바꿈했다. 이 예산안을 보면서 몇 가지 우려하지 않 을 수 없다. 첫째로 2015년 예산에는 국정 기조의 중추가 되는 국정 목표(즉 국정 추 진 전략)들이 소홀한 취급을 받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경제민주화, 창 의교육, 사회통합, 문화예술진흥, 문화산업 융합과 같은 국정 목표는 거의 언급되지 않 고 있다. 물론 경제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니 잠시 뒤로 물릴 수는 있다. 그러나 출범한 지 2년도 안 돼 이런 중요한 국정 목표들을 도외시해 버린다면 성공한 정부가 되기 힘 들다. 둘째로 ‘경제살리기’ ‘희망나누기’ ‘안 전만들기’와 같은 부르기 편한 말들이 당 초 설정된 국정 기조의 개념을 혼란시키 게 하면 안 된다. 특히 ‘국민안전’을 ‘평화 통일 기반 구축’ ‘튼튼한 안보 구축’과 묶 어 ‘안전만들기’로 명명한 것은 문제다. 평 화통일 기반 구축이라는 국정 기조가 마치 ‘안전만들기’의 하위 개념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건강한 생활환경 안전관리체계 개선 안전 만들기 방위능력 제고 평화통일 기반 구축
신뢰외교 문화 참여 확대 문화 융성
문화예술 진흥(X)
희망 문화체험 나누기 기회 확대
문화산업 융합(X) *(X)는 예산 미반영
국정기조-예산 연관성 떨어지고 초심 포기하면 정권 정체성 잃어 하기 좋은 말보다 목표 잘 챙겨야
국정 추진 전략 중에서 경제민주화는 2015 년 예산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창조경제와 민생경제는 2015년 예산안의 ‘경제살리기’ 안에 들어 있다. 판교밸리 조 성, 창업벤처 선순환 생태계 조성, 핵심 성 장동력의 R&D 확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 성사업 등이 그렇다. 하지만 ‘국정 추진 전략-창조경제’ 안 에 있는 총 22개의 구체적인 ‘창조경제-국 정과제’를 실행에 옮기는 노력은 미흡하다. ‘국정 추진 전략-민생경제’ 안에 있는 ‘서 민 생활 안정’과 ‘안정적 경제 운영’이라는 두 국정 과제는 2015년 예산에서는 ‘희망
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2차 양적완화 결정한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97%로 압도적으로 많 았다. PC뱅킹 중심인 기존 인증 방식보다 스 마트 월렛에 적합한 인증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거나(87%), 멤버십과 쿠폰 등 부가적인 혜택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이도 응 답자의 84%였다. 류성일 KT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보 고서를 통해 “NFC·블루투스·앱카드 등 수 많은 결제 방식과 기술의 난립으로 소비자들 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만큼 기술표준을 조 속히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적용 기술마다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점
도 이런 표준이 통일되기 어려운 요인 중 하 나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했 던 모바일 결제 방식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무선통신)는 부정 사용이나 인식 오류가 적은 대신 가맹점들이 전용 리더기를 새로 구비해야 한다. 추가 비 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반면 금융권에서 주도하고 있는 바코드 및 앱 결제 방식은 가 맹점이 기존 리더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지 만 결제를 할 때마다 해당 앱을 실행해야 한 다. 또 최근엔 관련 해킹 사고도 종종 발생하 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진다.
AP=뉴시스
‘디플레 파이터’의 두 번째 깜짝 공격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70사진) 일 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31일 2차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 료를 선언한 지 이틀 만(현지시간 기준)에 나온 ‘깜짝’ 결정이었다. 일본은행은 이날 연간 60조~70조 엔 늘리던 본원통화를 10조~20조 엔 더 늘 려 80조 엔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구 로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 가 완만한 회복세를 계속하고 있지만 소 비세율 인상 후 수요 위축과 원유 가격의 하락이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 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디플레이션 탈피가 늦춰질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미 연에 방지하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하 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 다. 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하기 전 ‘디
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선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일본 경제는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후 급격히 위축됐다. 2014 회계연도 1분기 (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1%(연율)로 급락한 데 이어 2분기(7~9 월)도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베노믹스의 행동대장’이라는 구 로다를 통해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를 재 확인한 도쿄 외환시장은 반색했다. 닛 케이지수는 755.56포인트(4.83%) 급등 한 1만6413.76으로 장을 마감했고, 달러 당 엔화가치는 111.12엔까지 떨어졌다. 6 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도 전일보다 13원 하락한 1068.5원을 기록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 자는 “엔화가치 하락 폭에 비해 원화가 치는 크게 떨어지지 않아 향후 한국 기업 이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고 전망했다.
20 Economy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중앙은행 오디세이 ③화권재상 사상
만물박사 다산 정약용도 중앙은행은 몰라 <茶山>
차현진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장 hyeonjin.cha@bok.or.kr
위화도 회군 이후 권력의 추는 이성계 쪽으 로 확실히 기울었다. 그렇지만 정몽주를 포 함한 많은 충신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 떻게 해서든 고려를 살려보려고 부단히 노력 했다. 그중에는 40대 하위 관리인 방사량(方 士良)도 있었다. 그는 정치경제군사 등 다 방면에 걸쳐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들을 정 리(시무 11조)하여 공양왕에게 바쳤다. 그것 은 이성계 측으로부터 미움을 감수해야 하 는, ‘튀는 짓’이었다. 방사량이 제안한 것 중에는 포화(布貨)와 같은 물품화폐 대신 종이돈을 쓰는 것도 있 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저화(楮貨) 즉, 닥 나무로 만든 종이돈은 발행된 지 1년도 되기 전에 고려의 멸망을 목격했다. 이성계와 이 방원은 정몽주를 제거한 뒤 저화를 소각하고 발행기관을 폐지했다. 그렇게 화폐제도는 과 거로 돌아갔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종이돈의 발행은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았다. 왕자의 난 이후 등 극한 태종은 지난날의 생각을 바꿔 종이돈 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내세운 명분 은 화권재상(貨權在上) 즉, 화폐를 발행하 는 권한은 왕이 갖는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종이돈은 워낙 파격적인 생각이라서 반대하 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화 사용을 강력히 권 장했던 태종이 죽은 뒤, 이 돈의 수요는 계속 감소하여 흐지부지 사라졌다.
전환국에서 제작한 20환짜리 주화 시제품(시주 화). 주석 위에 금도금 한 뒤 서양의 돈을 흉내 내 어 화려한 무늬와 함께 제작시기(1886년)를 명기 했다. 그러나 여기에 적힌 ‘환(圜)’이라는 화폐단위 는 근거가 없다. 당시 공식 화폐단위는 여전히 ‘냥 (兩)-전(錢)-푼(分)’이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 실은 화폐 제조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한자 ‘圜’을 한글 ‘원’으로 썼다는 점이다. 그 바람에 영문표기 는 더욱 엉망이 되었다. 경성전환국을 관리하던 독 일은 WARN으로, 인천전환국을 관리하던 일본 은 WHAN으로, 용산전환국을 관리하던 러시아는 WON으로 표기했다.
청일전쟁(1894년) 당시 프랑스 언론 르 프티 주르날이 전한 한성의 어수선한 풍경.
서양식 동전에만 집착했던 고종 조선의 화폐제도가 퇴행한 것은 어쩌면 당연 한 일이었다.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 선은 무본억말(務本抑末) 즉, 경제의 근간이 되는 농업에 힘쓰면서 상업은 천시하는 사회 였다. 따라서 상거래에 쓰이는 돈에 관한 관 심과 연구가 있을 수 없었다. 어떤 왕들은 돈 을 만드는 것 자체를 기피했다. 돈을 만들다 보면, 자금력을 가진 지방 토호세력과 병력 (노동력)을 가진 군부가 접촉하게 되고 그 과 정에서 역모가 생길 수 있음을 염려한 것이 다. 그래서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돈이 귀 해지는 전황(錢荒) 현상까지 나타났다. 실학자 이익(李瀷)은 성리학을 극복할 것 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화폐 문제에 관해 서는 성리학자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화폐가 사치와 소비를 조장하는 원인이라고 보고 화 폐 없는 물물교환경제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 다(『성호사설』). 다산(茶山) 정약용도 마찬 가지였다. 그는 경세유표(經世遺表)의 서 문에서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다”는 절박한 심정을 밝히고 혁명 적 수준의 개혁이 필요한 것들을 44권에 걸 쳐 낱낱이 지적했다. 거기에는 화폐개혁도 포 함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다산이 주장한 것은 화폐발행 전담기관인 전환서(典圜署)를 설치하는 것 이었다. 그 점에서는 이익보다 진보적이었지 만, 거기까지였다. 다산이 생각한 금융선진 화는 주화 제작을 담당하는 주전소(鑄錢所) 와 포화를 관리하는 사섬시(司贍寺) 등을 통 폐합하는 정부조직 개편이 전부였다. 오늘날 로 치자면, 한국은행은 모르고 한국조폐공 사만 알았던 것이다. 다산의 주장은 그가 죽은 지 40여 년 뒤인 1883년 전환국(典圜局)이 세워지는 것으로 실현되었다. 고종이 화폐 문제에 강하게 집 착했기 때문이다. 고종은 독일인 뮐렌도르프 (한국명 목인덕)로부터 서양식 돈에 관하여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풍전등화와 같았던 조 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미국과 청나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화 제작에 필요한 압인기를 수입하고 전환
조선, 돈에 관한 연구 없고 무지 정약용도 화폐 발행기관에만 관심 고종은 중앙은행제도 이해 못 해 일제, 왜곡된 중앙은행관 조선에 이식
국을 통해 이런저런 돈을 만들도록 했다. 덕 분에 수백 년 동안 전혀 변함이 없었던 돈의 디자인이 갑자기 다양해졌다. 고려 때 발행된 건원중보(乾元重寶) 이래 로 모든 돈은 네모난 구멍이 있었다. 중국 돈 을 모방한 것인데, 이것은 하늘은 둥글고 인 간 세상은 사각형이라는 중국의 우주관 즉,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을 시각화한 것이 다. 고종은 그런 디자인에서 벗어나는 것이 조선의 자주성 회복이라고 믿었다. 고종은 돈 문제에 집착하면서도 화폐제도 라는 큰 틀을 몰랐다. 그래서 일본이 시키는 대로 일본처럼 은본위제도를 채택했다(1894 년 신식화폐발행장정). 그러나 재정이 넉넉 지 못했기 때문에 은화 대신 니켈과 구리를 섞은 백동화(白銅貨)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 고, 그 돈은 청일전쟁 중 일본군 지원을 위해 남발되었다. 대원군의 ‘당백전 인플레이션’ 을 경험한 뒤 은본위제도를 도입했건만, 이번 에는 ‘백동화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민생 은 또다시 도탄에 빠졌다. 그러자 러시아가 나섰다. 대한제국 출범 직 후 러시아는 한아(韓俄)은행에 출자(1898년) 하여 고종의 환심을 산 뒤 전환국을 인천에 서 용산으로 옮기고 금본위제도를 채택하도 록 설득했다. 친일파와 일본을 발권시설에서 떼어 놓기 위해서였다. 당시 재정고문 알렉세 예프는 러시아(1897년)와 미국(1900년) 등을
청일전쟁 당시 공개리에 청군을 참수하는 일본군의 잔혹한 모습. 전쟁 직후에는 백동화 인플레이션 때문 에 온 나라가 신음했다. 돌이켜 보면 고종이 은본위제도를 채택하고 조폐시설을 인천으로 옮긴 것은 일본 마음대로 돈을 찍으라는 허가를 내 준 것과 다름없었다.
[사진 MIT대 도서관]
[사진 하버드대학교 도서관]
예로 들면서 금본위제도가 대세라고 설명했 다. 그러나 러시아와 미국은 제2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었고, 조선은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고종의 금본위제도 선 언(1901년 화폐조례)은 일종의 만용이었다. 고종은 사상 최초로 금화를 발행하는 데 기대감이 컸다(그러나 금이 부족하여 도금 화를 발행했다). 금본위제도에 맞추어 ‘환 (圜)’이라는 화폐단위도 선포했다. 이는 진 시황이 선포한 ‘전(錢)’의 세계에서 졸업하 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실상은 러시아의 제안, 독일의 기계, 일본인 기술자가 뒤섞인 외세의 결정체였다. 이때 만들어진 몇 개의 시제품은 햇빛도 보지 못한 채 금고 속에서 제국의 종말을 맞았다. 방사량이 제안했던 저화와 마찬가지로 너무 늦게 발동이 걸린 화 폐 개혁의 예고된 숙명이었다. 서랍 안에서 실종된 대한중앙은행 고종은 화폐제도만 몰랐던 것이 아니다. 은 행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1882년 재 야 유학자 고영문이 국립은행의 설치를 건의 하자 고종은 “절실하고 긴요한 문제이나, 점 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면서 정중히 거절 했다(고종실록). 이후 은행업에 대해 관심 을 두게 된 것은 조선은행(나중에 한흥은행 으로 개명), 대한은행, 한성은행, 대한천일은 행 등 민간은행이 자생적으로 설립되고 러시 아의 주도로 한아은행이 문을 연 뒤였다. 러시아는 청일전쟁 이후에 팽창해 가는 일 본을 견제하기 위해 한아은행을 설립하고 금 본위제도 도입을 부추긴 뒤 마지막으로 중 앙은행 설립을 권고했다. 이 말을 들은 고종 은 1902년 중앙은행조례를 발표했다. 주식 회사 형태의 ‘대한중앙은행’을 설립하는 것 이 골자였다. 전환국을 세운 지 19년 만에 비 로소 발권과 은행을 묶어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일본은 이를 극력 방해했으 며, 그것은 러일전쟁의 전초전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가 없었더라도 성공하 기는 어려웠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제도를 제 대로 배우지도 않고 탁상공론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1903년 심상훈(沈相薰)과 이용익(李容翊) 이 대한중앙은행의 총재와 부총재로 임명되 었다. 심상훈은 탁지부대신을 맡아 백동화 발행에 깊숙이 간여한 경험은 있지만, ‘백동 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탄핵을 받고 충청 북도 관찰사로 좌천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명 성황후의 신임이 깊었을 뿐 중앙은행 제도에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이용익은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 학교를 설립한 친러파 인물이다. 그는 보부 상 출신의 재력가로서 심상훈에 이어 탁지부 대신과 전환국장을 맡은 경력이 있지만, 화 폐금융중앙은행 제도를 다루기에는 한계 가 있었다. 그의 주된 임무는 황실을 대신하 여 각종 전매사업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결 국 대한중앙은행은 영업은커녕 주주도 모집 하지 못한 채 서류상의 중앙은행으로서 흐 지부지 임종을 맞았다. 한은법으로 부활한 태종의 철학 고종은 물질로서의 돈에 집착했다. 그래서 화폐와 중앙은행을 별개로 보았다. 유감스럽 게도 그런 전근대성은 현행 한국은행법에서 도 보인다. 한국은행법 제47조는 “화폐의 발 행권은 한국은행만이 가진다”고 선언한다. 화폐라는 것이 마치 중앙은행보다 먼저 또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한 것 이다(외국 중앙은행법에는 이런 표현이 없 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이 있어야 화폐가 발행되며, 중앙은행과 무관한 화폐는 없다(따라서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화 폐를 흉내 낸 것이다). 방사량과 태종의 화폐관은 고종에 비해 훨 씬 진보적이고 형이상학적이었다. ‘화권재 상’의 사상에 따르면 화폐의 존립 근거는 물 질이 아닌 국가주권이다. 그래서 불태환 화 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화권재상’ 사상 은 오늘날에도 살아있다. 한국은행법 제48 조는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선언한다. 법화는 ‘fiat money’를 번역한 것인데, 라틴어 fiat는 “그 것은 그래야 한다(it shall be)”는 명령이다. 불태환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은 국가 주권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정부와 필연적으로 엮여 있다. 그러나 이 관계에 집 착하게 되면, 통치자와 중앙은행이 너무 가 까워진다. 일제강점기의 일본은행이 그랬다. 일본은 “척하면 척” 하는 정부와 일본은행의 관계를 조선에 이식했다. 그것이 다음 이야기 의 주제다. 차현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올해로 30년째 한국은 행에서 근무 중이다.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 오디세이 등 금융 관련 다수 저서가 있다.
Economy 21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공공데이터법 시행 1년 꽃 피는 데이터 산업
정부 데이터, 민간 아이디어를 만나 일자리가 되다 1년간 가장 많이 활용된 공공데이터 톱10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한 물건이 어디쯤 오 고 있을까. 택배회사 콜센터에는 궁금증을 못 이긴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택 배회사 직원이었던 김영준(40)씨는 ‘배송 경 로를 추적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 소 비자도 편리하고 택배회사도 업무가 원활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창업에 나 선 뒤 2011년 ‘스마트 택배’라는 앱을 선보였 다. 지난해 이 앱은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 2위인 우체국 택배의 배송 정보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체국이 제공하는 배송 정보인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게 도움이 됐다. 이용자가 400만 명을 돌파하 며 김씨는 직원을 8명으로 늘려야 했다. 택배 회사에서 받는 서비스 요금과 제휴 광고 등 매출이 연간 3억원을 돌파했다. ‘스마트 택 배’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하는 2013년 으뜸 기업, 구글 어워즈 올해의 앱 등을 수상 했다. 여대생 신동해(홍익대 산업디자인과)씨는 연인과 데이트 코스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 들을 보며 데이트 정보를 모은 앱 ‘서울데이 트팝’을 개발했다. 단순히 맛집이나 명소 같 은 장소를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선’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앱은 한국 관광공사의 공공데이터인 ‘국내관광정보’를 활용해 만들었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위 해 새로운 데이트 코스를 고민하는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서울데이트팝은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신씨 회사는 스타트 업 전문 벤처캐피털인 쿨리지코너인베스트 먼트로부터 4억원을 투자받을 정도가 됐다. 공공데이터 개방, 1년 새 6배 증가 공공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을 보장하는 ‘공 공데이터법(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 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김 씨나 신씨의 경우처럼 민간의 아이디어와 공 공데이터가 결합한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 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 전이었던 지난해 10월 1963개였던 공공데이 터 개방 건수는 올해 9월 현재 1만1255개로 6 배가량 늘었다. 공공데이터 다운로드 건수도 같은 기간 1만1825건에서 7만9651건으로 7
원유처럼 활용도 높은 공공데이터
^실시간 앱 활용(오픈 API) 기준 추진성과 데이터 개방
데이터 이용
데이터셋, 오픈 API
다운로드
단위: 개
단위: 건
1만1255
분쟁조정 위원회
공공데이터 활용지원센터
법 시행 전
7만9651
1만 1825
1963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
법 시행 후는 2014년 9월 기준
법 시행 후
대기오염 정보
한국환경공단
전국 대중교통 정보
국토교통부
3
생활기상정보
기상청
4
전국 병·의원, 약국, 응급의료정보
국립중앙의료원
5
공공조달정보 (계약, 낙찰, 입찰공고 등)
조달청
6
전국 공영주차장 현황
전국 지자체
7
전국 공중화장실 현황
전국 지자체
8
공연전시 정보
(재)한국문화정보센터
법 시행 전 법 시행 후
활용사례 앱 이용활성화 포럼단
1 2
공공데이터 공공데이터 현장 대응반 품질관리지원센터
9
쇠고기 이력 정보
축산물품질평가원
10
친환경인증 정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자료:안전행정부
공공데이터 혜택 메디라떼
스마트 택배
김기사
맞춤형 병원정보
택배 조회 알림
내비게이션 정보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서 상업적 활용 가능
자료:안전행정부
공공데이터 법이란
공공데이터란
국민의 공공데이터에 대한 이용권을 보장하는 법
공공기관이 직무상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작성취득해 관리하는 정보 및 데이터
택배정보 앱, 데이트 동선 추천 앱 묻혔던 데이터가 비즈니스 금맥 돼 공공데이터 경제 가치 24조원 추산 정부 “고급 정보 공개범위 늘릴 것”
배가량 늘었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으나 활용하지는 않던 데이터가 민간의 창 의적 발상과 만나 데이터산업이라는 새로 운 업종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공공데이터 의 경제적 가치를 24조원, 이로 인한 고용창 출 효과를 1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 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한 사례도 1년 새 42개에서 333개로 8배가량 늘 었다. 농진청의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맞춤 형 유전체 정보 분석’, 서울시의 공영주차장 정보를 활용한 주차정보 서비스 앱 ‘모두의 주차장’,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원료 분석 데 이터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 성분 제공 서비 스 ‘화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기업은 고용창출에도 기여한다. 기 상청의 보건기상 지수를 활용해 건강을 체크 해주는 앱인 ‘하이닥’의 경우 연매출 250억
원에 직원수는 214명에 달한다. 기상청 동네 날씨예보를 활용해 대기오염, 재해기상 정보 등을 각종 미디어에 제공하는 ‘케이웨더’의 경우 다운로드 250만 건, 연매출 50억원의 실 적을 올리며 직원 1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공 공데이터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인 법무법인 세종의 윤종수 변호사는 “공공데이터의 개 방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 변 화에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며 “공개된 데이 터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 직하다”고 말했다. 성공사례가 나타나면서 기업인들 사이에 는 더 많은 공공데이터 공개를 요구하는 목 소리가 높다. 민감한 정보인 연금·보험 등의 데이터도 공개하는 영국처럼 비즈니스 활용 도가 높은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엠컴퍼니 정인모 대표는 “현재 제공되
는 데이터는 1차원적 단순 정보인 경우가 많 다”며 “데이터 공개는 공급자 측이 아니라 수 요자의 기준에서 공개 순서와 범위를 결정해 야 민간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 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질 데이터 공개 위한 법령 정비 안행부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향후 데이터 정보공개 원칙을 ‘양’ 위주에서 ‘질’ 위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업적 파급효과가 높은 대용량 공공데이터를 우선 공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개별 데이터를 분산해 개방해왔 다면 앞으로는 관련 있는 정보를 패키지로 개방해 비즈니스 활용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 교육자료, 전 자도서 목록처럼 서로 다른 기관들이 각각 제공하던 데이터들을 ‘교육·학술 통합 데이 터’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 패키지로 제공 하는 식이다.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이라는 큰 원칙과 배치되는 개별 법령 등도 정비할 계획이다. 별도의 제공 절차나 제공 요건을 정한 법령, 비용 징수나 독점 제공 등을 보장하는 법령 등이 대상이다. 김진형 공공데이터전략위원 장은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해 민 간이 필요로 하는 고수요, 고가치 데이터를 선정해 개방할 것”이라며 “아울러 민간시장 과 중복된 서비스 실태도 점검해 정비해 나 갈 것”이라고 말했다.
BIZ Report 기가 인터넷 상용화 선언, 황창규 KT 회장
세계 표준 장악으로 차세대 시장 넘봐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기가토피아는 빠른 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융합형 기가 인터넷 시대를 의미한다. 기존보다 10배 이상 빠른 인터넷이 기가 인터 넷이다. 현재 세계 표준을 누가 장악하느냐 경쟁이 치열하다. 표준을 장악하는 자가 다음 세대 인터넷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의 도전은 여기서 시작된다. 기가인터 넷 시대를 개척하기 위한 KT의 도전에는 황 창규(61) 회장이 있다. 황 회장은 지난달 20 일부터 이달 7일까지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서 기 가 인터넷 상용화 전도사로 나섰다. 황 회장은 ITU 전권회의 시작과 함께 열 린 ‘월드IT쇼(WIS) 2014’에서 박근혜 대통 령을 비롯해 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 최 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을 초청, 세계 최초로 ‘기가 인터넷’ 상용화 개시 선언을 했다. 황 회장은 ‘기가 인터넷’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하며 “표준화를 누가 주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KT가 기가 인터넷 표준 을 전 세계 통신협회에 제안했고, 두바이에 서 안건으로 채택됐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 련해 KT 측은 “국제적인 기술표준을 KT가 앞장서 제안한 것으로 그만큼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존보다 10배 빠른 기가 인터넷 KT, 통신협회에 기술표준 제안 한국형 히든 챔피언도 육성 올 3분기 3351억원 영업이익 기록
KT는 WIS 2014에서 사물인터넷 솔루션 을 공개했다. 박 대통령은 월드IT쇼 행사장 내에 설치된 KT의 전시관에서 화분에 물을 주면 나무 모양의 모니터에 불이 켜지는 사 물인터넷 솔루션을 체험하며 “이런 기반 위 에서 창조경제가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
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달 27일 ITU 전권회의의 특 별행사 중 하나로 열린 ‘글로벌 ICT 프리미 어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형 히든 챔피 언’ 육성을 통한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을 제 시했다. 황 회장은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를 견 인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전체 정보통신기술 (ICT)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 왔다”며 “강력 한 ICT 기반에 한글과 고려청자 등을 만들어 낸 한국인의 창조 DNA를 결합해 다양한 산 업 간 융합을 이끌어내 한국형 히든 챔피언 ‘K-Champ’를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KT는 올해 3분기 5조9556억원 매출에 33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와 비교할 때 영업이익은 8.9%, 매출은 3.9% 가 늘었다. KT 측은 “지난해 창사 이래 초유 의 당기순손실(603억원)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선제적으로 사 업 구조를 효율화한 덕에 실적이 개선되고 있 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월드IT쇼를 관람한 뒤 황창규 KT 회장(맨 오른쪽)과 KT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2 Focus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독일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가다
전력 28% 재생 에너지로 충당 脫원전脫탄소 본격화 야심찬 독일의 기후변화 대응 기후변화
2020년 2030년 2040년 2050년
단위: %
재생에너지
효율성
온실가스 감출 1990년 기준
전력 생산 비중
전체 에너지 소비 비중
40 55 70 80~95
35 50 65 80
18 30 45 60
에너지 절약 에너지 생산성
건물 개조
20 연 2.1% 증가
1 → 2% 2배 증가
50 자료: 독일 환경부
독일의 옛 수도인 본의 케네디대교에 태양광을 이용해 발전하는 솔라 패널이 설치돼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독일에서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가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달했다.
베를린·본=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독일 본의 케네디대 교에는 솔라 패널(태양광 판)이 수를 놓은 듯 장식돼 있다. 물론 이는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로 태양광 발전에 이용되는 시설이다. 2006년 2.2GWh에 불과했던 독일의 태양광 발전은 2013년 31GWh로 7년 사이 15배 가까 이로 늘었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달린 풍력발전소 또한 독일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 히 브란덴부르크·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등 산업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하고 바람 이 강하게 부는 동독이나 북부 해안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풍력 발전량은 같 은 기간 30.7GWh에서 51.7GWh로 1.7배가 됐다. 베를린 소재 생태학연구소의 에너지 코디 네이터인 카타리나 움펜바흐는 “독일에서 지 난해 태양광·풍력·수력·바이오매스 등 재생 에너지 소비량(11.9%)이 원자력(7.6%)과 갈 탄(11.6%)을 넘어섰다”고 소개했다. 전기생산 부문에 있어서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23.9% 나 돼 원자력(15.4%)·석탄(19.6%)·천연가스 (10.5%)를 앞질렀다. 올해 3분기까지 생산된 전력의 28%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이는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 쇄하고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를 줄이 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독일의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에너지 전환 이라는 뜻)’에 따른 것이다. 에네르기벤데의 목표는 ‘안전하고 지속 가능성 있는 에너지 공급→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방지→녹색성장 달성’이다. 마티아스 룩서 독일개발연구소(DIE)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에네르기벤데는 단순히 러시아 등 자원부 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탈(脫)탄소 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원대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탈원전 앞당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탈원전 에너지 혁명 인 에네르기벤데를 본격 추진한 것은 2011 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직후다. 메르켈 정부는 즉시 노후 원전 8기의 가동을 중단하 고 나머지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한 다고 발표했다. 현재 독일엔 원전 9기가 가동 중이다. 내년 그라펜하인펠트 원전을 비롯해 2017년 군드레밍엔B, 2019년 필립스부르크 2, 2021년 그론데·군드레밍엔C·브로크도르 프, 2022년 이자르2·엠슬란트·네카르베스트 하임2 원전을 차례로 멈추게 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의 비중도 2020년 18%, 2030
2022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 목표
년 30%, 2040년 45%, 2050년엔 60%까지 늘 리기로 했다.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독 일 정부는 이와 함께 에너지 효율성 제고, 에 너지 사용 절약 등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1 차 에너지의 효율성을 2020년까지 20%, 2050 년까지 50% 높이기로 했다. 에너지 생산성을 매년 2.1% 향상시키고 건물 개조를 통해 에 너지를 절약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재생에너지 대체 실험 ‘일단 성공’ 에너지 효율 제고와 절약도 병행 전기료 분담금 늘자 속도 조절론 신규 송전망 구축 등 과제 풀어야
2050년엔 온실가스 80~95% 감축 에네르기벤데를 실행하 는 법적 근거는 재생에너지법(Erneuerbare Energien Gesetz·EEG)이다. 2000년 제정된 이 법 은 재생에너지 생산자에게 20년 동안 고정 된 가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실제 전기생산 비용과 시장 가격 간 차이를 메워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Feed-in Tariff)에 의해서다. 정부 보조가 아니라 최 종 전력 소비자인 국민들이 운영비용을 부담 하는 방식이다. 전송망 사업자들은 우선적 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재생에너 지가 원자력이나 다른 에너지를 앞지르게 된 제도적 뒷받침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생산 의 급증에 따라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로 변 모했다. 에네르기벤데는 독일이 야심 찬 온실가 스 감축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독일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24.1 석탄 27.1 원자력
7.5
2.9 수력
26 갈탄
총 608.8 TWh 재생 에너지 45.6 TWh
독일 재생에너지 분담금
15.4 원자력
1.1 바이오매스
10.3 가스
5 기타
19.6 석탄
3.1 풍력
5 기타
2003년
단위:%
25.6 갈탄
0.4 폐기물
8.4 풍력
23.9
2013년
6.7 바이오매스 3.2 수력
10.5 가스
4.7 태양광 0.8 폐기물
총 634 TWh 재생 에너지 147.2 TWh
단위:KWh 당 유로센트
7,0
6,24 6,17
3,5
기타 바이오매스 태양광 해상 풍력에너지 육상 풍력에너지 수력가스지열
5,28
3,53 3,59 2,05
0
0,89 1,03 0,54 0,70 0,19 0,25 0,36 0,37 2000년 01
02
03
04
05
06
07
1,16
1,32
08
09
10
11
12
다. 독일은 90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온 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기로 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최근 발표한 2030년까지 의 40% 감축보다 훨씬 높은 목표다. 독일은 2030년에는 55%, 2040년에는 70%, 2050년 에는 80~95%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놓 고 있다. 아날레나 배어보크 녹색당 하원의원은 “독일의 거의 모든 정당들은 기후변화에 대 한 장기 정책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며 “환 경을 가장 중시하는 녹색당은 온실가스를 다 량 배출하고 있는 석탄·갈탄 화력발전소의 조속한 폐쇄 등 단기적인 정책 목표에 있어 다른 정당들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기뿐 아니라 교통·난방 등에서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며 “지금 당장 시작하면 효과가 그만큼 더 커 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에네르기벤데에도 장애물은 있다. 전기료 인상이 가장 큰 문제다. 전기 소비자 들은 재생에너지 공급자들이 EEG에 의해 보장받는 높은 가격을 분담하고 있다. 면제 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가정 과 중소 규모 기업들은 올해 KWh당 6.24유 로센트(약 830원)의 분담금을 물었다. 2012 년 독일의 가구당(3인 기준) 전기요금에서 FIT 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8.4%로 늘 었다. 매년 10월 다음해의 소비자 부담비용 이 책정된다. FIT는 독일 전기요금 상승의 주 범으로 지목된다. 독일 전기요금은 유럽 국 가들 중 둘째로 높다.
13
14
15
자료: 독일 통계청 등
교통난방 분야서도 감축 노력 에네르기벤데의 성공을 위해선 소비자의 부 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 이다. 메르켈 정부는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분담금을 삭감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분담금은 내년엔 KWh당 6.17유로센트로 FIT제도 도입 이후 처음 하향 조정된다. 지 그마어 가브리엘 경제·에너지 장관은 “전기 료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게 긴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독일 대연정은 풍력 생산 설비의 설 치를 줄이고 바이오에너지 생산 시설을 늘리 는 것도 제한하기로 했다. 해상 풍력에너지 의 경우 2020년 생산 목표를 기존 10GWh에 서 6.5GWh로, 2030년 목표는 25GWh 대신 15GWh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가장 저렴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연료인 석탄·갈탄 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독일의 NGO 환경단체인 분트 (BUND)는 “갈탄 탄광 등의 고용 문제로 석 탄·갈탄 화력발전소를 당장 폐쇄하기 어려
한경환 기자
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이 때문에 독일의 최 근 이산화탄소(CO₂ ) 배출량이 다시 늘고 있 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일 환경부 유 럽기후에너지정책 담당자인 지몬 마르는 “특 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2020년까지 온실가스 40%를 줄이겠다는 목표에 차질이 생겨 34% 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총 83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생 에너지 신규 송전망 구축도 과제다. 재생에 너지의 주 생산지인 북부와 동부에서 산업이 집중해 있는 남부로 공급되는 전력을 전달하 기 위해서는 건설비 부담과 함께 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에네르기벤데는 독일이 선진 환경기술력 을 앞세워 지나치게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 재 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국가 간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항의도 빗 발쳤다. 재생에너지 증산에 국제협력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네르기벤데는 지구촌 의 당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 신적인 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원전 제로와 재생에너지 증산, 에너지 효율성 제고, 에너 지 절약을 중심으로 한 야심 찬 에네르기벤데 의 성공을 기원하는 목소리가 훨씬 높다. 환경부의 마르 유럽기후에너지정책 담당 자는 “전 세계가 독일의 에네르기벤데를 지 켜보고 있다”며 “이 실험이 자칫 실패할 경 우 선진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합리 적인 비용으로 녹색성장을 이뤄내는 좋은 기 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 소 재 국제재생에너지국(IRENA)의 시장·기술 담당인 롤란트 뢰슈는 “독일뿐 아니라 전 세 계가 재생에너지 생산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 다”며 기술 및 교육 지원 등 국제협력을 강조 했다. 독일의 에네르기벤데는 EU의 획기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EU 28개국 정상들은 지난달 24일 2030년까 지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보다 최소 40% 줄이기로 합의했다. 또 2030년까지 EU 가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의 최소 2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에너지 효율도 27% 높이기로 했다. EU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 대비 20% 줄이겠다고 설정한 기존 감축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독일 생태학연구소의 기후분과책임자인 마티아스 두베는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 하로 묶어놓는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일과 EU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AD 23
24 Column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김미경의 마이웨이
8
일본서 성공한 뮤지컬 배우 김지현
일어 못해 야유받던 알바 가수, 일본 무대 신데렐라로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
살다 보면 알게 된다. ‘받아들이는 힘’이 이겨 내는 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생 은 그야말로 랜덤(random)이니까. 당장 어떤 일이 무작위로 내게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가난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모르는 고난의 바람을 맞는 우리의 자세는 제각각이다. 두 손바닥으 로 바람을 막으려는 이도 있고, 태풍을 향해 주먹을 뻗는 이도 있다.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숨을 곳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가만히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읽고 몸을 맡 긴다. 나를 밀어내는 역풍을 뒤에서 밀어주는 순풍으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지 현(41)씨. 그녀 역시 바람을 타는 데 도가 튼 이다. 인생의 굵직굵직한 마디마다 선택이라 는 것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운명의 거센 바 람이 불어올 때마다 맞서는 대신 온몸으로 감 싸 안고 읽어낼 수 있을 때까지 버텼다. ‘라이언킹’ 800회 공연 구름팬 몰고 다녀 어렸을 적 딸만 넷인 ‘딸 부잣집’ 둘째였던 그 녀의 집은 실제로도 부잣집이었다. 아버지는 모 일간지 LA 특파원이었고 압구정동에서 미용실을 했던 어머니는 미용협회 부회장을 할 정도로 재력가였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사랑했던 부모 덕분에 발레·피아노·가야금· 장구·무용 등을 배우느라 코피가 날 정도였 다. 특히 음악을 사랑했던 아버지는 다섯 살 난 딸에게 매일같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을 보여줬다. 어린 지현은 칭찬받는 재미에 음 악에 대사를 붙여 말하곤 했다. 10여 년 후 그 녀는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고 뮤지컬 배 우가 됐다. ‘명성황후’ 오디션에도 합격하고, 이제 막 신인배우로 주목 받기 시작하던 그때 였다. 운명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가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막대 한 빚을 지고 낙선했다. 선거에 필요한 자금 을 책임졌던 어머니는 일본으로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어를 못하고 비자도 없는 어
머니를 혼자 놔둘 수 없었던 지현씨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녀 역시 일본어를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졸지에 가 장이 된 그녀는 결국 엄마의 지인이 경영하는 클럽에서 노래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 했다. “저는 그 전까지 술 먹는 사람을 제일 싫어 했는데 갑자기 클럽에서 노래를 하게 된 거예 요. 일본어도 못하니까 팝송만 불렀는데 일본 손님들이 호텔에서나 부르라며 야유하기도 했죠. 덕분에 생전 불러보지도 않은 가요를 엄청 연습해야 했어요. 만약 그곳에서 노래하 지 않았다면 아마도 제 음악 장르의 스케일이 매우 작았을 거예요.”
상당수의 사람은 이럴 때 ‘욕 먹지 않을 만큼 적당히’를 택한다. 그러나 지현씨의 놀라운 점은 그때마다 책임감에 창의성까지 보탠다 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재미있게 할까’를 신나게 연구한다. 남들이 요구하지 않는 수준의 노력까지 추가시키는 것이다. 1 년에 200회 이상 공연으로 10년 동안 여섯 차 례나 성대결절이 오고, 스트레스에 원형탈모 와 위궤양을 달고 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임계점을 넘어가는 순간 남과 다른 차별성이 생긴다. 이는 고스란히 그녀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적당히’는 그 순간은 편하지만 막상 조 직을 나오면 갖고 나올 게 없다. “너무 싫어, 나는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에게 온 이 사건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했어요. 때로는 ‘나밖에 할 수 없으니까’ 라는 자부심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시련을 통 해 겸손해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했지 요. 뜻을 이해하면 제가 스스로 길을 찾더라 고요. 결과적으로 그 수많았던 싫은 일 덕분 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집안 풍비박산 된 뒤 무작정 일본행 1800대 1 뚫고 극단 사계 정식 입단 첫 작품 ‘캣츠’ 주연 맡아 700회 공연 “싫은 일 닥쳐도 최선 다한 덕이죠”
그 무렵, 우연히 일본의 극단 ‘사계’ 오디션 을 보게 됐다. 다른 참가자들의 노래가 몇 소 절 만에 뚝뚝 끊길 때, 유독 지현씨만 세 곡이 나 부를 수 있었다. 결국 ‘1800대 1’이라는 무 시무시한 경쟁을 뚫고 한국인 최초로 정식 단원이 됐다. 나중에 들은 합격 이유는 그녀 의 독특한 음색 덕분이었다. 대부분 성악 전 공 출신인 지원자들 사이에서 허스키한 육성 으로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배우라는 본업으로 돌아가 기뻐했던 것도 잠시, 지현씨는 살벌한 폭풍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했다. 올해로 창단 62년 을 맞은 극단 사계는 소속 배우만 700여 명에 달하고 10개 이상의 뮤지컬을 전용극장에 올 리는 아시아 최대 극단이다. 그곳에서 그녀가 입단하자마자 처음으로 맡은 역할은 ‘캣츠’ 의 여주인공 그리자벨라. 당장 익숙지 않은 일 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부터 엄청난 스 트레스였다. 게다가 특유의 텃세에 생소한 문 화 차이도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리자벨라 역은 혼자 분장실에 있는 시 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면 다른 배우들의 필요
맛, 냄새까지 몸으로 느끼고 부를 수 있을 때 까지. 그렇게 완성된 김지현의 ‘메모리’는 수 많은 일본 사람의 가슴에 꽂혔다. 가장 힘들 게 했던 노래가 결국 그녀를 빛내 준 것이다. 그렇게 지현씨는 ‘캣츠’ 공연만 700회, ‘라이 언킹’에서 라피키 역으로 8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사계의 간판 여배우가 됐 다. 공연 때마다 열성팬들을 구름같이 몰고 다닐 정도였다. 당시 맡은 배역들은 얄궂게도 ‘저 역만은 피하고 싶다’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한 주 동안 하루에 한 작품씩 네 작품에 동시 출연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나름 대로 하소연도 해봤지만 사계에서 대표의 지 시는 곧 ‘법’이었다. 열정과 의욕이 도저히 나 올 수 없는 상황을 수없이 맞닥뜨린 것이다.
일본에 가스펠 힐링센터 세우는 게 꿈 그녀는 랜덤으로 오는 인생의 폭풍을 해석 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남들이 거부하 고 몸부림칠 때 그녀는 오히려 끌어안았고 오 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잠재웠다. 그 힘의 대 부분은 신앙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지현씨 는 고난을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하고 이면에 숨겨진 희망을 기어이 찾아냈다. 사람은 누구 나 어딘가에서 폭풍을 해석하는 힘을 빌려야 한다. 기왕이면 바깥의 멘토나 점집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가져오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그녀는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마음의 힘을 잘 활용해 온 것 같다. 지현씨는 사계에서 나온 뒤 일본과 한국의 무대에서 활동함과 동시에 일본 내 가스펠 합 창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감정을 억누 르는 게 일상인 일본인들이 가스펠을 부르면 서 우울증을 극복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단다. 더 나아가 그녀의 꿈은 일본에 ‘가스펠 힐링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노래는 물론 요가·카 운슬링·댄스까지 뮤지컬 배우로서 갈고 닦은 모든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그녀. 가을바람이 스쳐가는 여배우의 뒷모습 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다.
후 10년간의 세계 미술사를 새로 쓰는 것이 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결정은 결국 그 시장 의 문화적 토양 위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토 양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또한 한국 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서 서구에 치우친 세 계 미술사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위치 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이 말을 듣고 놀랐다. 한국 기업의 문화예 술 지원이 이렇게 야심 찬 큰 그림을 바탕으 로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러니까 현대차는 곰퍼츠가 우려한 브랜드 이 미지 상승 효과보다 더 크고 장기적인 눈으로 미술 후원 프로그램을 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차의 야심이 실현될지는 몇십 년 후에 봐야 알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단기 성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 서 이렇게 장기적 목적으로 예술 후원을 한 다는 것 그 자체로 신선하고 고무적이다. 또 한 중구난방으로 후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융합적 성격과 가장 잘 맞는다”는 생각으로 현대미술에 집중하는 것도.
현대차 외에도 세련된 메세나 활동을 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세련’의 기준은 나 름의 철학을 가지고 기업 정체성에 어울리는 문화예술 후원에 특화하는 것, 또 단기적인 생색내기용이나 마케팅과 직접 관련된 전략 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간접적으로 문화와 사 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 즉 ‘은밀하 게 위대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 가장 은밀한 케이스를 하나 알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아모레퍼시 픽이 운영하는 오설록 티하우스가 있는데, 북촌길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좋은 위치에 있 다. 그러나 회사는 이 카페로 전혀 이익을 보 지 않는다. 카페의 매출 중 비용을 제외한 순 익을 고스란히 미술관에 기부하고 있고, 이 를 선전하지도 않는다. 나 또한 미술관 간부 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몰랐었다. ‘메세나’란 단어가 처음 유행한 지 20년이 흐 른 지금, 한국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여전 히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이제 많이 세련되 어졌다는 느낌이다.
서울의 김미경 대표 사무실에서 일본에서의 성공담을 들려주고 있는 김지현씨. [사진작가 김도형]
한 부분을 챙겨주는 게 당연한 문화였던 거예 요.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가만히 있었더니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나중에 회의 에까지 올라가더라고요. 그때는 아무도 가르 쳐주는 사람이 없었죠.” 무엇보다 그녀를 흔들어놓은 것은 노래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그녀가 부르는 ‘메모리 (memory)’는 노래 한 곡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캣츠’의 대표곡이었기 때문이다. 하도 연습을 많이 해 목 근육이 기억할 정도였지 만 스물다섯의 그녀가 인생의 희로애락이 진 하게 담긴 곡을 소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 다. 같은 노래를 매일 2년 이상 부르면서 기계 가 되는 느낌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는 대신 가사의 의미를 분석하는 데 매달렸다. 노래에 담긴 향기와
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메세나의 진화
한국 기업의 예술 지원 ‘은밀하게 위대하게’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새로 취득한 백남준의 작품 9점을 3일부터 전시한다. 그의 작품이 테이트의 소장품으로서 ‘현대미술의 심장 부’라는 런던 테이트 모던에 전시되는 건 처 음이다. 여기엔 현대자동차의 후원이 있었다. 현대 차는 올해 초 테이트와 2015~2025년 장기 파 트너십을 발표했다. 백미는 본래 화력발전소 였던 테이트 모던의 거대한 터빈 홀에 매년 세계 주요 작가 중 한 명이 ‘장소특정적’ 작 품을 제작해 전시하도록 지원하는 ‘현대 커 미션’이다. 현대차는 국립현대미술관과도 비슷한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금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작가 이불의 대형 설치미술 전시는 ‘국립 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제1탄이다. 한 국 작가 중에 경력을 많이 쌓았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중진 작가(주로 연 령 50대)를 매년 한 명씩 10년 동안 선발해 개 인전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BBC의 미술 에디터 윌 곰퍼츠는 테이트의 ‘현대 커미션’ 발표 후에 이런 말을 했다. 10년 넘게 장기 계약으로 예술 후원을 하는 건 매우 드물고 리스크가 크다고. 기업 이 기대하는 만큼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 효 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대차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상당 히 공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두드러진 미술 후원 프로그램을 보인 적이 없었다. 다수의 대기 업들이 10년 넘게 자체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 는 것에 반해서 말이다. 호기심이 일어나 현대차 관계자에게 질문 하니 “좋은 모델 하나 연구개발을 하는 데 최 소 5년이 걸리는 자동차 비즈니스의 특성상 우리는 장기 사이클로 움직인다”고 답했다. 또 “결국 미술관을 세우지 않겠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현대차의 지원으로 테이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 는 백남준의 ‘베이클라이트 로봇’(2009).
장기적 안목으로 세련되게 접근 런던 테이트 모던 후원하는 현대차 “향후 10년 미술사 새로 쓴다” 포부 “자체 미술관을 세우기보다 세계 각지의 기존 주요 미술관들과 장기 파트너십을 늘려 나갈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적은 우 리의 아트 컬렉션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향
Science 25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김대식의 Big Questions 33 인간과 가축
야성과 바꾼 먹이잠자리 가축이 된 동물은 행복할까 름을 가진 평범한 닭. 그들의 사연 역시 소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들닭’이라 불리 는 꿩과(Phasianidae) 소속 동물들이 길들 여져 만들어진 오늘날의 닭. 약 8000년 전 동 남아시아에서 가축으로 키워지기 시작한 그 들의 수는 압도적이다. 현재 지구엔 약 200억 마리의 닭이 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인간이 준비한 좁은 철장 안에서 인간을 위해 알을 낳고, 인간이 사랑하는 치킨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들의 먼 조상이 누구였던가! 2003년 미 국 몬태나주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Tyrannosaurus) 공룡의 거대한 다리 뼈. 다른 화석들과 달리 공룡의 다리 뼈에선 소 수의 콜라겐 섬유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섬유에서 추출한 DNA 조각들을 통해 밝 혀진 티라노사우루스 단백질 7개의 구조 는 놀랍게도 어제 저녁 시원한 맥주와 함께 시켜 먹은 치킨의 단백질과 가장 유사했다. 양념치킨·백숙·깐풍기·닭갈비. 이들이 공 룡 티라노사우루스의 살아 있는, 가장 가 까운 친척들이란 뜻이다. 10억 마리의 돼지, 10억 마리의 양, 13억 마 리의 소, 그리고 200억 마리의 닭. 70억 명의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살고 있는 가축들이 다. 거기에 비해 4만 마리도 남지 못한 사자, 65만 마리의 코끼리, 1000마리만 남은 판다, 그리고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은 오록스. 요컨 대 가축이 되면 수가 더 늘어나고, 길들여지 지 않으면 멸종한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을 해볼 수 있겠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것은 가 축에겐 행운이었다고. 가축으로 진화한 덕분 에 소와 돼지와 닭의 유전자들은 인간과 함 께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도살장으로 끌려가 는 송아지. 쉴 틈 없이 임신해야 하는 젖소. 공장화된 양계장에서 키워지는 닭. 그들에게 자신들 유전자의 세계 정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대식 KAIST 교수뇌 과학자 daeshik@kaist.ac.kr
“5m 정도 너비의 미끄럼틀로 소들이 밀려 들 어왔다. 끝없이 들어오는 동물들의 광경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곧 벌어질 자신들의 운명 을 모르는, 죽음의 강 같은 그런 모습 말이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배가 찢어진 소는 물 론이고 이미 죽은 소들도 섞여 있었다. 어떻 게 죽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병든 소 도 마구 도살한다. 썩은 냄새를 없애려고 화 학약품을 쓴다. …쥐떼가 득실거리며 쥐약과 쥐똥이 널려 있다. 쥐도, 쥐약도, 쥐똥도 고깃 덩어리에 쓸려 가공기계로 빨려 들어간다.” 미국의 기자이자 소설가였던 업턴 싱클레 어(Upton Sinclair)의 유명 소설 정글에 등장하는 도축공장 장면이다. 1906년 미국 에서 출판된 정글은 충격 그 자체였다. 비 인간적이고 비위생적인 조건 아래 일해야만 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려 했던 싱 클레어. 사회주의자로서 그는 자본의 행패, 노동자 탄압, 뭐 그런 걸 폭로하려 했을 것이 다. 하지만 책이 가져온 결과는 뜻밖이었다. 영국 보수당 정치인이자 나중에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극찬의 서평을 썼다. 당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 스벨트(Theodore Roosevelt)는 작가를 백 악관으로 초대하기까지 했다. 책이 출판된 지 4개월 만에 식품의약품위생법과 육류검역법 이 제정됐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식품의 약국(FDA)이 설립됐다. 하지만 막상 싱클레 어 본인은 절망하며 말한다. 대중의 머리를 자극하고 싶었는데, 결국 대중의 비위만 건드렸다고. 자신이 원하던 건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었는데, 결 국 스테이크의 품질만 높이게 됐다고. 동굴 벽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오록스 노동자의 삶, 스테이크의 품질. 사회주의 혁 명, 보수당 정치인. 뭐 다 좋다. 그런데 막상 쥐똥과 함께 가공기계로 빨려 들어간 장본인 은 소들이다. 쥐똥과 함께 가공되면 분노하 지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깔끔한 미끄 럼틀에 밀려 비명도 아픔도 없이 최고급 고 기로 재탄생하면 열광하는 우리.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얘기만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도 한 번쯤 서 볼 때다. 성은 ‘보스’요, 이름은 ‘타우’. 보스 타우루 스(Bos Taurus). 소·황소·젖소·송아지·불고 기·등심·안심의 본명이다. 그들은 언제부터 햄버거 빵 사이의 패티로 변신한 것일까?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13억 마리 소 대부 분은 1만 년 전 터키 동남쪽 지역에서 길들여 진 소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소 유전자의 다양 성을 고려하면 처음 길들여진 소는 많아야 80 마리 정도였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 오늘날 ‘이슬람국가’(IS)라 불리는 원리주의 이슬람 테러단들이 인질의 목을 잘라 처형하 는 바로 그곳에서 인류의 조상들은 길들여진 소의 목을 자르기 시작했다. 소의 가축화는 생 각보다 쉽지 않았다. ‘오록스’(Aurochs)라 불 리는 소의 조상. 그들은 거칠고 강했다. 3m 길 이에 180㎝의 신장. 그들은 석기시대 동굴 벽 화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인간의 로망이며 꿈이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정확히 누가, 어떻게 사나운 오록스들의 목에 쟁기를 채웠으며 젖을 짜고 가죽을 벗 겨 옷을 만들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 지만 고고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신석기시대 첫 농부들의 업적이라고 가설해 볼 수 있다. 가축화된 소는 ‘대박’ 그 자체였다. 수백㎏ 의 고기뿐만이 아니었다. 맨손으로 밭을 갈 고 씨를 뿌리며 물을 길러야 했던 농부에게 트럭과 트랙터를 능가하는 소의 힘은 하늘에 서 내린 선물 같았을 것이다. 거기다 매일 수
네덜란드의 화가 피터 에르젠(Pieter Aertsen)의 1551년 작품. ‘도살장’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 13억 마리 1만년 전 터키에서 길들인 소의 후손 조상인 ‘오록스’, 몸 3m에 거칠어 가축된 뒤 숫자 늘어난 소닭돼지 인간 ‘보호’로 종족 번성했지만 출생과 동시에 도살장 가는 비극도
십㎏씩 만들어지는 거름. 처음엔 우연한 발 견이었을 것이다. 소의 배설물이 고여 있는 땅에서 더 많고, 더 큰 곡식이 자란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위대한’ 발견. 송 아지들이 마시는 엄마소의 젖을 인간 성인 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사실. 모든 인간이 처 음부터 우유를 마실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천성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 우유의 탄수화물인 유당(乳糖)을 소화시 키기 위한 필수 효소(enzyme)인 락타아제 (Lactase)의 생산이 인간의 몸에선 보통 젖 을 떼는 순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하지 만 약 1만 년 전부터 락타아제 생산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이 늘기 시작한다. 소와 생활하고, 소의 젖을 먹기 시작한 인류에게 유전적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맛있고 영양가 있는 소의 젖. 그러나 젖소 는 출산 직후 동안만 우유를 만들어낸다. 결 국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그날까지 젖소는 끝 없이 임신해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가 하나 생긴다. 바로 여전히 엄마의 젖을 먹 으려는 송아지들의 존재다. 송아지가 있어야 어미는 우유를 만들지만 송아지가 다 마시면 인간은 마실 수 없다. 창조적인 방법이 필요 했다. 유럽의 중세기 목동들은 갓 태어난 송 아지를 죽여 고기는 먹고, 껍질에 지푸라기 를 채워 다시 송아지 모양을 만든 후 어미 근 처에 세워놓곤 했다. ‘살아 있는’ 자식을 위 해 어미 소가 우유를 계속 열심히 만들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프리카 수단(Sudan) 에 거주하는 누어(Nuer)족은 지푸라기 송아 지에 송아지 소변까지 뿌려 어미를 안심시키 기도 한다. 송아지뿐이 아니다. 사하라 사막 에 사는 투아렉(Tuareg)족은 새끼 낙타의 코와 입술을 칼로 잘라 더 이상 젖을 못 먹게 한다. 뉴기니 섬의 일부 사람들은 돼지의 코
오록스 무리. 약 1만7000년 전 그려진 라스코(Lascaux) 동굴의 벽화.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최고급 양피지에 쓰 인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영국의 대헌장, 1225년 버전)
를 절단해 더 이상 도망가지도, 반항하지도 못하게 한다. 어젯밤 먹은 치킨은 티라노 공룡의 친척 태어나 평균 여섯 달 정도만 세상에 살아남 을 수 있는 13억 마리의 소. 초원을 뛰어다니 던 오록스의 후손들. 하지만 가축화돼 버린 그들의 유전자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을 본능. 차가운 바람을 얼굴로 느끼며 달리고, 친구들과 놀고, 암컷과 사랑하고, 무리의 두 목이 되고 싶은 본능. 그러나 대부분의 소들 은 태어난 직후 어미에게서 떨어져 겨우 자 신의 몸 크기만 한 우리 안에서 산다. 앞으로 도, 뒤로도,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움직 일 수 없는.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발을 쭉 펴고 평생 처음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바로 그날. 소는 죽음의 강물을 타고 이유도 모른 채 도살장의 미끄럼틀을 타게 될 것이다. 살 과 지방은 소시지와 비누가 되고, 가죽은 소 파·구두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가끔 갓 태어 난 송아지의 잘 가공된 가죽은 최고급 양피 지로 변신한다. 사나운 오록스 후손의 매끄 러운 가죽에 겁 많고 나약한 영장류 한 마리 의 후손은 펜과 잉크로 이렇게 쓰기 시작할 것이다. 행복은 절대적이며 누구나 행복할 권 리를 가졌다고. 자유·생명·행복권을 빼앗아 선 안 된다고…. ‘Gallus gallus domesticus’란 거창한 이
동물 고통 알아도 스테이크 찾는 인간 약 1만 년 전 수렵과 채집을 포기하기 시작 한 인류. 농부가 된 영장류는 더 많은 식량 을 만들어냈기에 더 많은 아이를 가졌다. 더 많은 아이들이 살아남기에 더욱더 많은 식 량이 필요했다. 노동과 번식, 번식과 더 많 은 노동이란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길들여진 동물들 역시 인간과 함께 악순환 의 길에 들어선다. 동의도, 이해도, 생각도 없이 말이다. 앞으로 50년, 100년 후. 어쩌 면 최첨단 유전공학과 식품공학 덕분에 알 약 하나와 시험관에서 수확된 단백질 덩어 리를 먹으며 살게 될 우리의 후손. 그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어볼 수 있겠다. 어떻게 햄버거 하나 만들기 위해 느끼고, 슬퍼하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송아지를 죽일 수 있었 냐고. 마치 오늘날 우리가 사람을 사람의 노 예로 삼던 과거 인류의 미개함을 이해할 수 없듯 말이다.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에서 “문제를 이해했다 는 사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보여준 다던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instein). 역시 그의 말이 맞았던 것일까? 1만 년 전부터 인간의 포로 로 살고 있는 가축들. 그들의 고통과 무의미 한 삶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오 늘 저녁 먹을 맛있는 스테이크를 포기할 수 없으니 말이다. 김대식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미국 MI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박 사후 과정을 거쳤다. 이후 보스턴대 부교수를 지낸 뒤 2009년 말 KAIST 전기 및 전자과 정교수로 부임 했다. 뇌과학·인공지능·물리학뿐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과 비잔틴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26 Column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함영준의 사람과 세상
15
우리 시대의 ‘대문장가’
보여주되 말하지 않는 김훈 ‘펜의 노래’엔 울림이 있다 Don’t tell’에 대한 설명을 발견했다. “가장 감동적인 글은 필자가 말하거나 설 명하지 않고 당시 상황을 보여줄 때 나온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를 쓰고 나서 한 말이다….” 그러나 ‘Show, Don’t tell’이 단순히 글 쓰 는 기술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강 의 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였다. 나보 다 한 세대 어린 젊은이들과 진정한 소통은 ‘내가 말할 때보다 그들의 말을 들어줄 때’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말을 하면 그들은 수동적이 된다. 그 러나 내가 들으면 그들은 적극적이 된다. 나 아가 마음의 문을 열고 호의적으로 나온다. 내가 한 일은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 준 것(show)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세상살이 이치(理致)도 마찬 가지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보다 사소한 ‘마음’이나 ‘행동’에 더 감동을 받는다. 어렸을 적 시험을 망쳤을 때 어머니가 꾸지 람 대신 사준 짜장면 한 그릇, 힘든 이등병 시 절 고참이 다가와 말없이 건네준 담배 한 개 비, 사건기자 당시 헤매는 나를 삼겹살집으 로 데려가 덤덤히 건네주던 선배의 소주잔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함영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전무 jmedia21@naver.com
내가 입사하던 1980년대 초 신문산업은 호황 기였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신문 부수는 날 로 늘어났다. 월급도 대기업보다 많았다. 전 국지는 조·석간 합쳐 6개뿐. 지금처럼 인터넷 을 포함해 수백 개 언론사가 난립하는 시절 과는 달랐다. 200명 가까운 기자가 매일 12면 을 제작하니 정성도 대단했다. 문제는 언론 자유가 없다는 점이었다. 정 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는 보도되지 못 했고 담당 기자나 간부는 기관에 끌려가 ‘봉 변’을 당했다. 초년병 시절부터 우리는 사실(fact)과 의 견(opinion)을 명확히 구분해 쓸 것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화창한 날씨’는 객관 적 사실이지만 ‘상쾌한 날씨’는 주관적 의견 이다. 군사 독재하에서 우리는 의견은 줄이고, 사실만 보도할 것을 배웠다. 그러나 그마저 도 문제될 수 있었다. 고위 공직자 수뢰사건 이 정권에 불리하다며 보도 금지가 되고, 부 동산 사기 피해자 중에 ‘장군 부인’이 포함된 기사가 나갔다고 군인들이 편집국에 난입해 소란을 피우는 것을 목격했다. 당국의 검열을 피하면서 국민에게 사실과 정보를 알려주려면 기자들이 ‘언어의 마술 사’가 돼야 했다. 용어나 형용사부사는 물론 조사까지도 의미를 담아 선택했다. ‘민감한 상황’을 보도할 때 선배들은 흔히 이렇게 주 문했다. “사설 쓰듯 하지 말고 스케치하듯 보 여줘(Show, Don’t tell).” 기자가 심판자가 돼 상황을 말하거나 의미 부여 하지 말고, 관찰자 입장에서 그대로 묘 사해주고, 독자가 알아서 판단하게끔 만들라 는 주문이었다. 이런 기사 중 압권은 김대중 조선일보 출 판국장(현 조선일보 고문)이 쓴 ‘거리의 편집 자들’(1984.11.30)이었다. ‘낮 12시쯤의 광화문 지하도는 점심 먹으 러 가는 사람, 먹고 나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로 시작되는 이 칼럼은 서슬 시퍼런 검열하에서 신문 가판원들이 톱기사는 무시 한 채 1단짜리 ‘시국 관련 뉴스’에 빨간 줄을 그어 파는 모습을 소개하면서 당시 암울했던 언론 상황을 자조한 것이었다. 국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결국 정권 압력으로 2년 뒤 외유를 떠났다. 오십 넘어 사건 기자로 취재현장에 김훈의 글을 접한 것이 그 무렵이었다. 한국 일보 문화부 기자였던 그는 ‘문학기행-명작 의 무대’를 연재하고 있었다. 특유의 유려한 문체와 풍부한 감성, 현란 한 수식어로 꽉 찬 그의 글은 매일 시국 사건 과 검열 속에서 짧고 무미건조한 기사를 써 야 하는 내 입장에선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 (理想鄕)같이 느껴졌다. 그는 기자라기보다 대(大)문장가 같았다. 글은 사실을 바탕으로 전개되나 항상 그의 의견(주관적 감정판단)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가 쓴 ‘김승옥의 무진기행(霧津紀行)’은 이렇게 시작된다. ‘…김승옥의 바다는, 때로는 카뮈의 에 세이들이 그려내는 알제리의 바다처럼, 생 (生)의 작렬감에 가득 찬 바다이지만, 더 많 은 경우에는 도시(都市=현실)와의 불화의 관계 위에 설정된 자폐(自閉)의 공간이다….’ (1986.5.18) 질식할 듯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문학을 주제로 한 그의 글은 비교적 자유롭게 숨을 쉬며 원초적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도 정권의 촉각을 곤두세울 만한 ‘불온한’ 생각은 영리하게 피해 기술했을 것이다.
김훈은 쓴다. 아니면 달린다. 그의 작업실 책상 앞에는 ‘하루에 원고지 다섯 장은 꼭 쓰자’는 의미의 ‘필일오(必日五)’라는 말이 적혀 있다.
1980년대 신문 문화부 기자 시절 감성과 수사 넘치는 글로 명성 최근엔 절제간결한 문장에 천착 글 쓸 땐 언제나 혹독한 자기 검열
주의·주장 난무하는 이 시대를 향한 김훈의 목소리 사실 바탕해서 의견 만들고 의견 바탕해서 신념 만들고 신념 바탕해서 정의 만들고 정의 바탕해서 지향점 만들라
2002년 3월 6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한겨레신문 김훈 기자 인터뷰 사진.
[사진 기자협회보]
그러던 김훈이 어느 날 지면에서 사라졌 다. 89년인가 ‘조직과의 불화’로 16년 직장을 나와 버린 것이다. 90년대 민주화가 본격화되면서 언어는 고 삐 풀린 말처럼 자유로워졌다. 온갖 주의·주 장이 난무하고, 과거 하지 못했던 날 선 비판 이 쏟아져 나왔다. 현장에는 살벌한 구호와 욕설, 폭로가 난무했다. 언론기관도 특유의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 주장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관찰자 (observer)가 아닌 참여자(player)가 되기도 했다. 정파나 세력들은 이런 언론을 이용했 다. 도움이 되면 박수를 쳤고, 불리하면 비난 했다. 그동안 김훈은 프리랜서 작가, 주간지 편집 장, 일간지 간부 등을 전전하다 2002년께 잠 시 한겨레신문에서 말단 사건기자를 했다. 나이 오십이 넘어 신출내기들이 하는 경찰서 출입을 하다니…. 더구나 보수 성향의 그가 진보 신문에서. 그는 600자 분량의 ‘거리의 칼럼’을 연재 했다. 그러나 넘치는 감정을 담아 자기 생각 (의견)을 장황하게 펼치던 과거 김훈의 글이 아니었다. 감정은 절제돼 드라이해졌고, 상 황(사실)을 간결하게 보여주기만 했다. 예컨대 ‘서울 인사동 술집 골목에는 밤마 다 지식인, 언론인들이 몰려든다’로 시작되 는 ‘라파엘의 집’(2002.3.28.)은 저마다 시국 걱정을 하면서도 정작 인근 어린이 보호시설 은 외면해 결국 술집으로 바뀌는 서글픈 현 실을 카메라로 비추듯 보여준다. 독자는 메 시지를 금방 알아차린다. 전형적인 ‘Show, Don’t tell’식 기사다. 진보보수 신문 모두에 쓴소리 김훈을 기자가 아닌, 소설가로 각인시켜 준 걸작 칼의 노래(2001년)도 마찬가지다. 수 사적(修辭的) 장치는 전혀 동원하지 않고 주 어와 동사, 문장의 뼈다귀만 갖고 썼다. 기자 가 사실 보도하듯 말이다. 소설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 었다’로 시작된다. 당초 김훈은 ‘꽃이 피었 다’와 ‘꽃은 피었다’를 놓고 선택에 고심했 다고 한다. 전자는 객관적 상황 묘사요, 후자 는 주관적 정서가 포함돼 있다. 마치 5공 시 절 ‘경제가 좋다’와 ‘경제는 좋다’를 놓고 고 민했던 경험과 비슷했다. 전자가 가치중립적 이면서 긍정적인 반면 후자는 (경제 외) 다른
[중앙포토]
상황은 좋지 않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 왜 김훈은 ‘언론 자유’가 넘쳐 나는 시대에 도리어 혹독한 ‘자기 검열’을 하는가? 그의 작품들이 노무현 정권 들어 각광을 받게 된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그 시절에 는 사실보다 의견, 객관보다 주관, 이성(理 性)보다 감정(感情)의 언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훈의 글은 정반대였다. 그와는 고등학교대학 선후배 관계로 공· 사석에서 가끔 만났다. 2004년께인가 그는 신문기자이던 내게 말했다. “요즘 글쓰기가 어렵고, 신문·저널 읽기가 고통스럽다. 사실 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고 뒤죽박죽으로 쓴다. 의견을 사실처럼, 사실을 의견처럼 말 한다.” 그의 눈에는 2002년 일어난 ‘효순·미선 사 망’ 사건이 명백히 ‘사고’인데 한쪽에서 ‘범 죄’에다 반미주의로까지 몰고 간 것이었다. 어느 날에는 우리의 사고(思考)체계에 근 본적 의문을 던졌다. “요즘 우리는 ‘이것이 무엇인가?’ ‘왜 이런가’ 등의 과학적 사고 대 신 ‘내 마음에 드나’ ‘내 생각과 맞나’ ‘내 편 인가’식의 정서적·이념적·정치적 생각을 한 다. 신념의 언어가 아니라 과학의 언어로 사 유(思惟)해야 한다.” 술이 얼근히 들어가면 김훈은 그 큰 눈을 똑바로 뜨고 후배 기자들을 질책했다. “지배적 언론이나 담론들이 당파성에 매 몰돼 그것을 정의·신념이라고 믿고 있다. 나 는 신념에 가득 찬 자들보다 의심에 가득 찬 자들을 신뢰한다.” 그는 진보성향의 신문에 대해 “사실에 입 각한 객관적 저널리즘으로 존재할지, 아니면 하나의 사회세력으로 존재할지를 고민하라” 고 했으며, 반대편에 있는 보수성향의 신문 에 대해선 “마치 자기네가 세상을 움직인다 고 생각하는 오만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나는 그가 기자들에게 보낸 고언(苦言)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사실에 바탕해서 의견 을 만들고, 의견에 바탕해서 신념을 만들고, 신념에 바탕해서 정의를 만들고, 정의에 바 탕해서 지향점을 만들어라. 이게 갈 길이다.’ 입을 닫으니 마음이 들린다 2000년대 중반 신문사를 나와 대학에서 가 르칠 때, 나는 미국 컬럼비아대 교재인 ‘뉴 스 보도(News & Reporting)’에서 ‘Show,
“혼자 있을 때 존재감 더 충만” 지금 김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그러나 그의 생활은 글처럼 단순하고 간결하 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경기도 안산 경기 창작센터에서 혼자 글을 쓰고 지내며 주말에 는 일산 집에 머무른다. 지난 10월 화창한 어느 날 안산 그의 작업 실을 찾았다. 거기에는 일체의 장식이나 번 잡함, 군더더기가 없었다. 책상, 의자, 소형 라디오와 오디오, 전기 스탠드 2개, 그리고 서류함으로 쓰이는 중국집 철가방이 전부 다. 책은 새우리말큰사전(상·하), 옥편, 이순 신의 난중일기. 흔한 노트북 컴퓨터도 없고 연필깎이·필 통·지우개·원고지가 작업 도구의 전부다. 그는 하루 세 시간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 은 홀로 새·노을·바다·산야를 구경하며 돌아 다닌다고 한다. “난 어려서부터 혼자 노는 걸 좋아했어. 커 서도 번잡함이 싫어 평생 가 본 영화관이 다 섯 군데도 안 돼. …나이 오십 넘어 자전거를 배워 혼자 놀러 다녔지.” 그는 지금도 사람 소리, 식기 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싫어 집을 떠나 이곳에 머문다고 했다. “혼자 있으면 더 존재감이 충만해지는데 왜 사람들은 외롭다고 하지?” 작업실 벽에는 하루에 원고지 다섯 장은 꼭 쓰자는 의미에서 ‘필일오(必日五)’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다. 김훈의 글이 서늘하듯이 그를 만나면 서늘 하게 느껴진다. 친근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으 며 간혹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그 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글쟁이’ 김훈이 방 송인 손석희처럼 말을 잘하거나 세련될 필요 는 없다. 이제 김훈 글에서 그의 목소리를 찾기 어 렵다. 그는 다만 보여 줄 뿐이다. 그러나 독자 는 무언(無言)의 울림을 안다. 어쩌면 ‘Show, Don’t tell’이야말로 온갖 주 장과 위선(僞善)이 난무하는 지금 이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인생의 경구(警句)가 아닐까. 나도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나 쉽지 않다. 어느새 비판하고 주장하고 가르치고 자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함영준 조선일보 사회부장·국제부장 등을 역임하 고 국민대 겸임교수를 거쳐 청와대 문화체육관광 비서관,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 냈다. 저서로 마흔이 내게 준 선물 등이 있다.
Column 27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삶과 믿음
계룡산 남매탑 앞에서 정은광 교무 dmsehf4438@hanmail.net
1819년 요제프 스틸러가 그린 베토벤의 초상. 악보에는 당시 베토벤이 작곡에 몰두했던 ‘미사 솔렘니스 D장조’의 제목이 적혀 있다.
詩人의 음악 읽기 피아니스트 에드윈 피셔
외모는 ‘인상파’ 연주는 가을하늘 복사판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dylan@unitel.co.kr
“문화평론가라는, 저 꽁지머리 묶은 양반 이 원래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아, 네, 저, 그러니까 (레코드) 판 모으는 사람이죠.” “아, 그렇군요.” 회현동 판가게에서 벌어진 문답이란다. 요즘 또 필사적으로 판을 사러 다니고 있는 데 잦은 종편 출연으로 얼굴이 팔린 터라 판 가게 주인들이 종종 질문을 받는단다. 저 사 람 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고. 판을 사면 샀지 ‘필사적’이라고 과장스러 운 수식을 붙이는 까닭은 뭘까. 그건 그러니 까 정말로 필사적이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에 여는 가게에 미리 당도해서 문 닫는 저녁 8시까지 LP박스에 코를 박고 꿈적도 않는다. 한 장 한 장 내용물 상태를 확인하고 재킷의 글을 읽고 틈틈이 모니터링도 하다 보면 끼 니를 거르기 일쑤다. 하도 오래 해왔던 일이 라 돋보기를 끼고 비스듬히 LP의 그루브를 들여다보면 소리가 들린다. 공연장이나 레 코딩 스튜디오 또는 야외 음악당의 상황도 마치 현장에 있는 듯이 그려진다. 환각이고 몽환이다. 나는 직업이 ‘판 모으는 사람’이 라는 가게 주인의 규정에 별 불만이 없다. 문제는 사람에게 생각이 존재한다는 점 이다. 판더미에 둘러싸인 환각적 상태에서 마냥 꿈나라를 헤엄치면 좋겠는데 그놈의 ‘가책’이라는 흉기가 옆구리를 찌르곤 한 다. 양심의 가책 말이다. 얘기를 또 종편으 로 돌리자면 ‘황금알’ ‘강적들’ 등등의 프 로그램에서 꼭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일을 계속하기 위 해서 하는 발언도 많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는 명확하다. 회현동에 가거나 이베이 경매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 마련책이다. 방
송에서 내가 하는 말들을 다른 말로 번역하 면 판 값이라고 해도 좋다. 판 값은 양심의 가책을 불러일으킨다. 한 백여 장 염가반을 사서 지고 올 때는 그리 가책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른바 고 가반, ‘초반(初盤)’에 탐욕을 부리는 상황 이다. 당연히 음질의 우월성 때문에 고가 반을 찾는 거지만 다른 심리적 요인도 작 용한다. LP컬렉터로서 그루미오나 클라라 하스킬의 연주들은 왠지 초반으로 갖춰줘 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낀다. 거의 빠짐 없이 갖추고 있는 글렌 굴드의 앨범들도 초 반이 보였다 하면 참지 못하고 또 산다. 그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와 피셔가 1950년대 녹음한 슈베르트 가곡 실황 앨범 표지.
런데 그 가격이라는 것이… 택시기사나 마 켓 점원의 하루 일당이 얼마인지 잘 아는 나로서는 초반이 담긴 음반 한 봉지에 한 달 출연료 이상을 지불하고 돌아설 때의 허 무한 심정을 수습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허무가 요즘은 매일같이 벌어진다. 밥이라 도 굶어야 한다. 몸이라도 학대하는 것이 위로가 되니까. 오래전 보증금 400만원짜리 반지하 월세 방에 살 때 오디오 가격만 3000만원을 넘었 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그리 다
르지 않다. 10시간씩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 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번 돈 이상을 판 값으로 지불한다. 그리고 밤에 확인한다. 벨 앤드 세바스천의 모든 음반을 구입해 발 매 연도대로 추적해 들으면서 참 잘했어, 바 로 이 음악적 변천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 은 행 잔고가 쌓이는 것보다 훨씬 나은 길이지 라고. 밥 대신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이게 분수에 맞는 일이지라고. 모든 저녁 모임을 사양하면서 작업실에 처박혀 몸부림치는 참맛을 당신들은 모르지라고. 에드윈 피셔의 1950년대 음반들을 찾고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들과 푸르트벵 글러와 함께한 협주곡 몇 장을 듣는데 이 할아버지 신비롭다. 그동안 빌헬름 박하우 스라는 활화산에 눌려 내게는 빛을 못 보았 던 것 같다. 조콘다 데 비토의 바이올린 반 주자로서도 뛰어나다. 일렉트롤라의 ‘다카 포’ 시리즈로 여러 장을 갖고 있는데 분명 상태 좋은 초반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원 포인트 녹음이었을 50년대 레코딩들은 텅 빈 공간감이 오히려 충만함을 배가시키는 데 피셔의 피아노는 대단히 간결하면서 집 중도가 높다. 아름다운 쇼팽보다 공격적인 쇼팽 연주를 좋아하는 대신 베토벤 피아노 곡에 대한 기대는 정반대다. 베토벤의 ‘나 쁜 성격’은 잘 알려져 있다. 나쁜 성격은 때 로 좋은 성정의 반영이다. 세상에는 못 참을 일들이 많으니까. 베토벤 피아노곡의 격정 을 그렇게 이해하는데 에드윈 피셔는 그걸 터뜨리기보다 다스린다. 내가 본 모든 음반 사진에서 피셔는 더럽게 인상을 쓰고 있는 데 연주는 뜻밖에도 가을 하늘의 청명이다. 그러니까 베토벤에서 피셔까지 성격파들의 심리적 굴절이 죽 관통한다. 명창 박동진옹 의 목청으로 에드윈 피셔는 이렇게 일갈한 다. ‘나쁜 것은 조오흔 것이여!’ 오늘 또 일정이 비는데 회현동을 찾을까 나 이베이 서핑으로 날궂이를 할까나.
학창 시절 이런 노래가 가슴을 설레게 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요즘 이 노래는 전설이나 세월을 이 야기하는 한 편의 수채화일 뿐이다. 그만큼 내 영혼의 수채화는 메말라 버린 것일까. 어젯밤에는 문득 ‘이 가을에 나는 마땅히 편지 쓸 곳이 없구나, 아니 우표 한 장 정답게 부칠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수행자는 생각이 화두이며 ‘바라봄’ 인데 가을 편지가 나에게는 어쩌면 작은 화 두였다. 언제부턴가 ‘내 삶도 남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마음이 머물렀고, 그것은 삶 에 대한 작은 침묵이었다. 봄꽃이 피면 피는가 보다, 튼실한 여름 의 햇볕 아래 열매가 맺으면 또 그런가 보 다 했다. 그러다 찬바람 불고 길가에 나뭇 잎이 떨어지면, 그때서야 하늘을 쳐다보는 일상이 나에게는 1년의 시간을 되짚어보는 ‘화두 농사’였곤 했다. 깨달음 또한 거창한 것이 아니며, 삶에서 밥 먹고 잠자는 것이 오롯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의 미가 있는 수행자의 생활이냐고 예전 선배 들은 말해 왔다. ‘특별한 것을 찾지 마라, 그것이 도(道)를 방해한다’고 말해줬던 금 쪽같은 말들은, 지금도 나를 겸허하게 만 들곤 한다. 엊그제 지인과 함께 가까운 계룡산 남매 탑에 올랐다.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올랐는데, 사흘 전에 비가 온 탓인지 계곡 물결 소리가 맑고 물그림자 도 낙엽을 흩트리기에 딱 좋았다. 사람들은 곁에 떨어지는 홍엽을 보며 “역시 나무의 아 름다운 결정은 가진 것을 내려놓는, 낙엽 지 는 퍼포먼스가 일품이지”라며 감탄사를 연 발했다. 남매탑 언덕의 정상에 올라 김밥을 먹는 와중에, 어디서 몰려왔는지 산 넘어 바 람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그때 겨울눈 처럼 낙엽이 김밥에, 모자에, 얼굴에 스치며 황홀하게 떨어져 내렸다. 3년 전에도 올라왔 지만, 이런 낙엽 폭풍 현상은 연출되지 않았
었기에 더욱 진기했다. 세상의 일들은 있어지고 없어진다. 어쩌 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인간의 기 억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삶의 자취라고 하 는 것도 생각해보면 ‘공수래 공수거’일 뿐 인데…. 가진 것 없이 왔다 옷 한 벌 얻어 입 었으니 이것이 얼마나 횡재냐 하는 노래도 있지 않던가. 어느 선각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해외 유명한 이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에게 의탁 하여 1년이 지났을 지음, 스승이 조용히 말 했다. “이제 자네는 세상으로 다시 내려가 게. 더 이상 여기에 머물 필요가 없네.” 제자 는 의문을 제기했다. “깨달음을 더 갈구해 야 저는 내려갈 수 있습니다.” 스승의 답변 은 이랬다. “너는 세상이 꿈이라는 환상을 보지 않았는가. 그러니 더 이상 무엇을 깨달 으리오. 이제 하산하라.” 제자는 두말없이
세상사란 인간의 기억 아니던가 내 삶 역시 남과 다르지 않기에 탑처럼 무심히 내 자리 지킬 뿐 그곳을 떠났다. 세상이 환상이라는 것을 아 는 것이 곧 깨달음이란 뜻이었다. 가을 단풍이 대추알처럼 빨갛게 익은 곳 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아, 사진 찍자, 유 리처럼 맑은 단풍이다”며 말이다. 사람들이 향하는 마음은 항상 두 가지다. 맑은 것, 그 리고 가벼운 것. 그리고 하나 덧붙인다면 되 돌아 정리된 자신의 삶이다. 산 중턱 남매탑의 모습은 10년 전이나 지 금이나 똑같이 그 자리였다. 초심처럼 서 있 는 돌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느꼈을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변화무쌍한 것이 아니고, 조 용히 그리고 무심하게 그 자리에 있는 것임 을. 그런 은은함을 스쳐 지나감이 또한 가을 의 멋이라고 생각했다. 정은광 원광대학교 미술관 학예사. 미학을 전공 했으며 수행과 선그림(禪畵)에 관심이 많다. 저 서로 마음을 소유하지 마라가 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安步當車
<안보당거>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전국책(戰國策)은 전한(前漢)시대의 유향 (劉向)이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활약한 여 러 제후국 전략가들의 정치·군사·외교 관련 책략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이 야기가 있다. 제(齊)나라에 안촉(顔斶)이란 덕망 높은 선비가 있었는데 벼슬엔 뜻이 없었다. 하루 는 제선왕(齊宣王)이 그의 명성을 높이 사 궁궐로 불렀다. 그러나 안촉은 대궐 계단까 지 와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 았다. 이에 왕이 “안촉, 이리 오게나”하며 소 리를 지르자 안촉은 “대왕, 이리 오시게” 하 며 맞고함을 쳤다. 놀란 신하들이 “무엄하 다”며 비난했다. 그러자 안촉은 “제가 왕 앞 으로 걸어 나가면 권세에 굽히는 게 되고 왕 께서 제 앞으로 오신다면 예로서 선비를 대 하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고 답했다. 화가 난 왕이 “군주가 귀한가, 아니면 선 비가 더 귀한가”라고 물었다. 안촉은 “당연 히 선비가 귀합니다”라며 예를 들었다. “옛 날에 진(秦)나라가 제나라를 공격할 때 진나 라 왕은 덕망 높은 선비 유하계(柳下季)의 묘
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무덤에서 50보 이내 에 있는 풀잎 하나 건드리는 자가 있으면 참 수형에 처한다고 했습니다. 또 제나라 임금 의 머리를 베어오는 자에겐 만호후(萬戶侯) 의 벼슬을 내린다는 명을 내렸습니다. 그렇 다면 살아 있는 임금의 머리가 죽은 선비의 무덤보다 못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제야 선왕은 안촉의 비범함을 알고 높 은 벼슬자리를 약속하며 유혹했지만 안촉 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늦은 시각에 식 사를 하면 고기를 먹는 것과 같이 맛이 달고, 안전하게 천천히 걸어 다니면 수레를 타는 것처럼 편할 것이요, 죄를 짓지 않고 지내면 권세나 귀함을 누리는 것과 같고, 청렴하고 바르게 산다면 스스로 즐거울 것입니다(晩 食以當肉 安步以當車 無罪以當貴 淸靜貞正 以自虞).” 여기서 ‘청렴한 생활을 한다’는 뜻의 안보 당거(安步當車)란 말이 나왔다. 남에게 죄 짓 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바르게 살면 권세를 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마 음가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나 많은 현 대인이 이른바 출세(出世)라는 신기루에 취 해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또 남에게 해코지 하는 일도 서슴지 않던가. 살인교사도 마다 하지 않았던 어느 시의원의 인생이 가엾다.
28 Column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일러스트 강일구
빠른 삶 느린 생각 정체된 정치 상황을 바라보며
체제의 큰 문제 푸는 건 작은 결정과 실천의 ‘부분 공학’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얼마 전 새누리당의 김태호 최고위원이 “국 회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하 고 뉘우치는 차원에서” 최고위원직 사퇴 의 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면서 당 과 국회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을 심의 하지 않고 개헌론과 같은 정치 논의에 사로잡 혀 있다는 것을 비판했다.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있지만, 발언 내용은 이 해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밥만 축내고 있다”는 것은 요 즘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일 것이다. 전에 쓴 한 칼럼에서 정치가의 대부분을 종 신형에 처한다면 환영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 는 미국의 풍자가 앤디 보로위츠의 말을 언 급한 일이 있지만, 정치에 대한 혐오감 또는 적어도 권태감은 세계적인 것으로 보인다(근 본적으로 그것은 인간의 미래 전망이 대안 없는 하나의 이념으로 수축된 데에 관계된 다). 이러한 느낌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특 히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개헌 논의도 그러한 상황을 시정해 보자는 시도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를 활성화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사회가 전기 맞으면 큰 지도자 출현 많은 경우 정치가 중심에 놓이게 되는 것은 그럴 만한 상황으로 인한 것이다. 위대한 정 치지도자가 나타나는 것도 반드시 그의 개 인적인 능력으로만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 다. 사회가 어떤 전기(轉機)에 이를 때 큰 차 원에서의 정치 행동이 필요하게 되고, 그 과 정에서 큰 정치 지도자가 출현한다. 그것도 갑자기 지도적 인물이 나타나는 것이라기 보다 상황에 대한 대응 과정이 그러한 지도 자를 단련하여 출현하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침체된 정치는 적어도 한 가 지 측면에서는, 상황 자체가 정태 또는 안정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물론 정치가 굼뜨게 되는 데에는 다른 원 인들이 있을 수 있다. 강력한 정치 행동이 필 요함에도 불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정치력을 조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가 정체에 빠질 수 있다. 분명하게 정치를 자극하는 상황은 외침의 위협이다. 그리하여 정치 이론가들은 국가 또는 다른 정치 집단의 결속과 단합을 강화하고 그 존재를 활성화하는 것은 적(敵)
의 존재 그리고 전쟁이라고 한다. 적은 현실 로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고, 상상되고 조작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근 대적 경제 발전 또는 체제 변혁의 필요도 정 치력의 동원을 추구한다. 요즘 정치의 무기력은 어떻게 설명되는 것 일까. 사태의 큰 테두리-가령 지구환경의 문 제 또는 통일이나 동아시아의 평화 문제에 잠 재적 위기의 요인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테두리를 너무 크게 잡지 않는다면 나라 전 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 다. 그러나 지금이 태평성대가 아닌 것도 분 명하다. 더러 주장되는 바와 같이, 민주제도 의 내실화와 공고화가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 의 중요한 역사적 과제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경제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것도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명제일 것 이다.
작은 일로 큰일 이루기 어렵기에 개혁 대신 혁명을 생각하게 마련 정열이 굳어 변한 이데올로기보다 현실 문제는 이성적 해법 찾아야
경제는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된다. 한 관 점은 경제 전체가 장기적인 침체 상태에 들어 갔다는 것을 걱정하는 시각이다. 이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 국의 경제 상황은 큰 조건들-경제발전의 단 계, 그것과 다른 여러 나라 경제와의 다면적 인 관계, 또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되풀이 해 이야기되고 있는 구미와 일본의 선진경제 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이 얽혀 있다. 이것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경제를 보는 다른 하나의 관점은 재화와 소득의 분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1980년대 말부터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중산 계급에 속 하는 것으로 분류하는 인구가 75%에서 20% 정도로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분배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에 말한 두 가지의 관점에서 나오는 문제의식이 완전히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경
제 활성화는 어느 쪽에서 접근하든 문제의 해결에 다 같이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다 만 환경론자의 입장에선 경제의 활성화는 해 답이 아닐 수 있다). 경제정책은 전문적 지식 아니면 적어도 심 도 있는 연구와 고려, 그리고 선택을 요구한 다. 최종의 정책 결단은 다수 국민에 의해 뒷 받침되어야 하겠지만, 그 정책의 세부 사항 은 쉽게 정치적 정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분배의 문제는 조금 더 정치적 정열에 직결된다. 그러나 그것도 그 구체적인 방안에 있어선 감정을 넘어 심도 있는 경제학적 또는 정치경제학적 고려를 필 요로 한다. 개혁 대상에 문제 있을 땐 해결 더 어려워 체제 전체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문제는 사 실적 고려에 입각한 작은 결정과 실천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정치 상황의 어려움은 작은 일들로서 큰일을 해내 야 한다는 데에 있다. 작은 일로 큰일을 해내 는 것은, 큰일을 하는 것 또는 저지르는 것보 다도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정치의 변화를 생 각할 때, 개혁보다는 혁명이 보다 쉽게 의제 가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개혁의 경우, 그 대상이 모순을 가지고 있 을 때 문제의 해결은 더욱 어려운 것이 된다. 지난달의 칼럼에서 장하성 교수의 저서 한 국 자본주의를 언급하면서 나는 장 교수가 제시하는 과제를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 본주의”를 지향하되, 그것을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세밀한 수단과 방법”으로써 이 뤄내야 한다고 요약한 바 있다. 그것은 작은 일들로써 큰일을 이뤄 내야 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크고 작은 것의 불균형에 더하여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라는 목표 는 그 자체로 모순과 긴장을 내장한 목표다. 그리하여 문제의 해결은 극히 조심스러운 균 형 속에서만 근접될 수 있다. 많은 이론가가 자본주의와 정의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 을 내놓은 바 있다.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현 실적으로 섬세한 ‘부분 공학’이 필요한 것이 다. 이 공학은 물론 사회공학이고 정치공학 이다. 이 공학이 요구하는 정치 개입은 시장의 자유를 핵심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어기는 일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별로 주목 하려 하지 않는 문제로서-정치적 개입은, 그 것이 강압적인 것이 되는 경우, 시장경제가 내포하고 있던 정치 이상 하나를 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그 이상은 인간의 권리로서의 자 유의 실천이다. 시장의 자유도 이념적 차원에 서만 본다면, 이 자유의 일부다. 그런데 자유의 이상은 이미 모순의 조화를 가설로서 전제한다. 전제란 개인의 자유가 공동체적 질서에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경우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의 자유 속에 작용하는 질서 창출의 매개자를 지칭 한다. 지금의 시점에서 이 매개자는 시장에 있어서나, 다른 사회 제도에 있어서나 보이 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보이는 정치적 개입이어야 한다. 분명하게 보인다고 하는 것 은 개입이 정치권력의 자의적인 결정이 아니 라 납득할 만한, 그리고 법과 제도로서 표현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납득한 다는 것은 이성의 관점에서 그 필요를 인정 한다는 것이다. 이성적 또는 합리적 손익 계 산은 공유하는 사회질서를 위하여 내 자유의 축소를 받아들이게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성적 고려는 손익 계산에 입각한 타협이 아니 라, 공정성의 원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일 수 있다. 지난달 칼럼에서 이름을 비추었던 존 롤스가 정의의 원리에서 길게 설명하고 있 는 것이 이성적 반성에서 나오는 공정성의 원 리다. 이 원리는 나를 넘어가는 사회 세계의 객관적 원리이지만, 동시에 높은 차원으로 지양된 자아의 중심이다. 큰 것도 보이지 않으면 마음 벗어나 공정성의 원리는, 다시 말하면 이성의 원리 다.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세밀한 수단 과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이성의 기능이 다. 그리고 이때 세밀한 것들에 대한 고려는 전체와의 관련 속에서 이루어진다. 여러 작 은 고려 속에서 큰 이성은 뒷전에 유보되어 존재한다. 그러나 뒤에 유보되어 보이지 않 는 큰 것은 사람의 눈 그리고 마음을 벗어나 기 쉽다. 전체성은 사람의 열정을 유발한다. 이성 도 전체를 거머쥐는 것으로 느껴지는 까닭 에 정열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이 현 실의 원리가 되려면 구체적 현실 속에서 변 주될 수 있어야 한다. 고야의 그림 중에 ‘이 성의 잠은 괴물들을 태어나게 한다’는 제목 의 그림이 있다. 그림에는 잠자는 사람이 있 고 그 머리 위로 괴물들이 날고 있다. 제목 으로 보아 그림에 대한 제일 간단한 해석은 이성이 잠들면 괴물들이 풀려 나온다는 것 이다. 그러나 이성이 꾸는 꿈이 괴물들을 만 들어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성의 정열
은 혁명을 낳을 수 있다. 그러면서 이성의 혁명적 정열이 어떻게 구체적 현실의 이성 이 되는가 하는 것은 숙제로 남는다. 그렇게 변주되는 경우, 그것은 이성의 정열을 식게 한다. 전체성은 정열을 촉발한다. 이성은 그 전 체성의 주장으로 하여 정열에 이어진다. 그 러면서 전체성은 이성을 넘어간다. 전체라 는 것이 참으로 삶과 세계의 모든 것이라면, 그것이 어찌 현실 이성의 한 영역에 한정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초월적인 세계를 암시 한다. 그러면서 또한 전체란 우리가 직접적 으로 느끼는 어떤 것이다. 촛불집회와 같은 대중 집회는 반드시 합리적인 근거로 환원 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집단 현장(現場) 은 집단 전체와의 일체감을 현실화한다. 그 것은 정열의 폭발이 될 수도 있고, 심미적으 로 승화된 것일 수도 있다. 집단 행위에 추구 되는 일체성의 체험을 심미적 형식으로 승 화한 것이 의례나 축제다. 무리 속에서 노래 하고 춤추는 것도 전체성을 향한 근원적인 일체감의 요구에 이어진다. 이러한 요구는 이해의 합리적 계산이나 공정성-결국은 개 체들 간의 물질적·정신적 재화의 균등 분배 를 말하는 공정성을 넘어 개체를 전체성에 열어 놓는다. 그것은 정신세계로 열리는 것 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와의 일체감이 세속 세계에서 심미적으로 승화되었을 때 우리는 문화의 개화(開花)를 본다. 이성은 이러한, 보다 넓 은 문화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그러면서 그 것은 정신과 감각적 아름다움을 정제(整齊) 된 문화로 통합하는 중재자이고 그 중심이 다. 이때 이성은 차가운 손익 계산의 수단이 면서 그것을 넘어가는 정신적 영감, 그리고 부드러운 삶의 원리다. 그리고 현실 문제 해 결의 세밀하고 섬세한 수단이 된다. 우리는 정열, 이성의 정열, 그것이 굳어진 이데올로 기를 안다. 그러나 세밀하고 섬세한 삶의 원 리로서의 이성에 익숙하지 않다. 오늘날 한 국 정치의 정체감(停滯感), 그러면서도 느끼 지 않을 수 없는 사회의 어지러운 움직임은 이러한 총체적인 문화 진화의 과정을 생각하 게 한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공 부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미국문명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 이후 지상의 척도 심미적 이성의 탐구 자유와 인간 적인 삶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등을 펴냈다.
Column 29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398>
대륙의 풍운아괴짜들 구름 행렬 ‘황푸군관’은 양산박 1924년 봄, 잡지 ‘신청년(新靑年)’에 황푸군 관학교 학생모집 공고가 큼지막하게 실렸다. “광저우에서 15㎞ 떨어진, 초목이 무성한 작 은 섬이 중국 혁명을 완수할 열혈 청년들을 기다린다.” 당시 청년들은 ‘신청년’을 좋아했다. 발간 되기가 무섭게 푼돈을 들고 서점에 달려가야 직성이 풀리는 청년들이 전국에 널려 있었다. 소련과 함께 군관학교 설립을 주도한 쑨원 (孫文·손문)도 각 지역의 대표들에게 “우수 한 학생을 추천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근 거지가 남방이었던 국민당은 북방에서 큰 힘 을 쓰지 못했다. 미비하긴 했지만 공산당은 북방과 남방에 조직이 산재해 있었다. 국민 당에 뒤질세라 전국의 당원들에게 통지문을 보냈다. “건강하고 건전한 청년들을 선발해 서 황푸로 보내라.”
1985년 6월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황푸군관학교 동 창회에서 초대 회장에 선출된 쉬샹첸(徐向前·오른 쪽) 전 국방부장. 왼쪽은 당시 중앙 군사위원회 부 주석 양상쿤(楊尙昆). 3년 후 국가주석에 취임했다.
쑨원, 전국에 우수학생 추천 당부 유부녀 유혹하다 쫓겨난 린뱌오 학교 쫓겨날 처지였던 쉬샹첸 등 중공의 기둥 된 인재들 차고넘쳐 중국에 공산주의를 처음 소개한 리다자오 (李大釗·이대조)는 베이징에서 학생들에게 황푸행을 권했다.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이 털보라고 놀리던 중공 창당 발기인 허수헝 (何叔衡·하숙형)은 창사(長沙)에서, 청나라 말기 진사 출신 동비우(董必武·동필무)는 우 한(武漢)에서 학생들을 선발해 광저우로 보 냈다. 후난(湖南) 청년 마오쩌둥도 상하이에서 쓸 만한 학생들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했다. 대 (大)서예가인 전 정국군(靖國軍) 사령관 위 유런(于右任·우우임)은 지원자들이 광저우 로 떠날 때 글씨를 한 폭씩 써 주며 앞날을 격 려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구상에서 입소문이 가 장 빠른 나라가 중국이다. 국·공 양당이 합세 해 군관학교 학생을 모집한다는 소문이 금세 퍼졌다. “황푸로 가자(到黃埔去)”는 구호가 전국에 요란했다. 북방군벌 우페이푸(吳佩 孚·오패부)가 “황푸군교 응시생은 발각 즉시 총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릴 정도였다. 난세의 청년들이다 보니 열정이 어마어마 했다. 자신과 조국의 미래, 심지어 민족의 미 래가 양 어깨에 있다고 자부했다. “신해혁명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군벌들이 중국을 암 흑세계로 몰아넣었다. 이들을 타도하지 않는 한 혁명은 요원하다”며 군벌들에게 모든 탓을 돌렸다. 혁명의 성공이 새로운 군벌을 탄생시 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
황푸군관학교 교장 시절의 장제스. 오른쪽은 랴오중카이가 사망한 이후 군관학교 당 대표를 계승한 왕징웨이(汪精衛).
[사진 김명호]
장차 대륙에 풍운을 몰고 올 괴짜들이 광 저우로 몰려들었다.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산 시(山西)성 미즈(米脂)에서 중학을 갓 졸업 한 두위밍(杜聿明·두율명)은 ‘신청년’에 난 군관학교 설립 소식에 흥분했다. 아버지는 집 안에 하나뿐인 아들을 군인으로 만들 수 없 다며 창고에 가둬버렸다. 평소 두위밍만 보
면 얼굴이 빨개지던 젊은 과부가 사다리를 들고 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훗날 국민혁명 군 최초의 육군상장(上將·우리의 대장에 해 당)은 다른 사람 몫이었다. 사람은 가끔 자신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 다. 허시(河西)촌의 소학교 교사 쉬샹첸(徐 象謙·서상겸)은 상한 돼지고기를 먹고 복통
에 시달렸다. 밖에 있는 시간보다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책이라 도 보지 않으면 악취를 견디기 힘들었다. 하 루는 엉덩이와 씨름하며 ‘신청년’을 뒤적거 리다 우연히 군관학교 학생모집 기사를 읽었 다. 몇 달 전 수업시간에 신해혁명과 파리 강 화회의를 소개했다는 이유로 교장의 사퇴 압
내일(11월 3일)은 제14회 만화의 날이다. 2001년 정부가 공식기념일로 인정했다. ‘인 정했다’는 말에는 원래 민간에서 치러지던 행사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사실 11월 3일이 만화의 날이 된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1996년 바로 그날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만화 인들이 ‘만화 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 의대회’를 연 데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만화 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보는 정부 당국에 반 발해 연 행사다. 만화인들은 이듬해부터 이 날을 만화의 날로 기념했다.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어두운 시절이었 다. 문화는 특히 그랬다. 91년 당시 한국문화 예술위원회는 그해를 ‘연극·영화의 해’로 지 정하고 서울 대학로의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기념행사를 했는데, 가관이었다. 문화 업무 를 관장하던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사회를 보 던 연극인 손숙과 영화인 윤일봉이 한 말씀
을 부탁하자 “본인은 연극을 본 적이 없습니 다”고 운을 뗐다. 분위기가 차가워지자 “하 지만 연극은 메마른 법학도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습니다”고 말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보지도 않은 연극으로부터 받은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같은 시절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가 양 분하고 있던 미국의 만화 출판산업은 콘텐트 를 영화 소재로 제공하면서 문화산업을 대 표하는 창조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DC 코믹스는 66년 ‘배트맨’을 영화화한 이래 각 각 네 편으로 이뤄진 영화 ‘수퍼맨’ 시리즈 (78~87년)와 ‘배트맨’ 시리즈(89~97년)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의 영화관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궜다. 마블코믹스가 만화 콘텐트를 바탕으로 2000년 이후 내놓은 영화는 흥행기록을 온 통 새로 쓰고 있다. ‘아이언맨’의 경우 2008
년 개봉한 1편은 1억4000만 달러(추정)를 투 자해 북미 시장에서만 3억1840만 달러를 벌 었다. 2010년 개봉한 2편은 2억 달러를 투자 해 북미 시장에서 3억124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2013년 개봉한 3편은 2억 달러의 제 작비를 들여 미국 시장에서 4억900만 달러, 전 세계에서 12억1462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 다. 공전의 수익 기록이다. 영화뿐 아니라 콘텐트와 캐릭터를 활용해 광고·게임·뮤지컬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엄청 난 수입을 추가로 올리고 있다. 2012년 만화에 등장했던 여러 수퍼 히어로를 결합해 내놓은 ‘어벤저스’는 15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 며 역대 전 세계 영화 순위 3위에까지 올랐다. 삼국지의 고우영 화백, 까치의 이현세 화백, 아기공룡 둘리의 김수정 화백 등 끝 없는 스타 작가를 배출한 한국의 만화산업은 세계로 달려갈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한국
력이 심할 때였다. 쉬샹첸은 교장에게 사직 원 대신 똥물을 끼얹고 교단을 떠났다. 양자 강을 건너는 배 안에서 소동파(蘇東坡)의 시 를 읊조리던 중 “이제부터 무조건 미래를 향 해 전진하겠다”며 샹첸(向前·향전)으로 개명 했다. 상하이에 도착해 마오쩌둥 앞에서 예 비시험을 치르고 본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광 저우로 향했다. 예쁜 유부녀에게 ‘방앗간 뒤에서 만나자’ 는 편지를 보냈다가 마을에서 쫓겨난 후베이 (湖北) 소년 린뱌오(林彪·임표)는 갈 곳이 마 땅치 않았다. “군인이나 되겠다”며 형들과 함 께 광저우행 열차를 탔다. 허난(河南)성 상 취우(上丘)에 있는 허난대학 신입생 허우징 루(侯鏡如·후경여)도 사연이 만만치 않았다. 미모의 국어교사가 군관학교에 응시하라고 꼬드기는 바람에 대학생활을 포기했다. 철도 파업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장인타오 (張隱韜·장은도)와 일본 유학생 셴쌰푸(宣 俠父·선협부), 몽골의 부잣집 아들 룽야오센 (榮耀先·영요선)도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남방 의 작은 섬을 찾았다. 윈난(雲南) 군관학교를 마친 평안도 출신 최용건과 월남 청년 훙수이도 호찌민의 소개 장을 들고 광저우에 첫발을 디뎠다. 쑨원과 줄다리기 끝에 군관학교 교장 자 리를 꿰찬 장제스(蔣介石·장개석)도 자신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켰다. 일기에 금주(禁 酒), 금연(禁煙), 금색(禁色)을 다짐했다. 금 색은 실패했지만, 술과 담배는 죽는 날까지 입에 대지 않았다. 교장 취임 8개월간 46차에 걸쳐 학생과 교관들을 모아놓고 ‘군인의 의 무와 책임, 혁명군의 신앙, 군인이 총을 소지 하는 이유, 기율과 복종, 군인의 단체생활’ 등을 직접 강의했다. 중공 원수 쉬샹첸의 회 고에 의하면 종이 한 장 안 보고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교장의 강의에 학생들은 숨을 죽였 다고 한다. 황푸의 학생군은 전투에도 참여했다. 첫 번째 대상은 중국의 조지 워싱턴을 꿈꾸던 광저우 상인협회 회장이었다. <계속>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만화가 주는 창조경제 힌트
의 웹툰은 이미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조 짐이다. 아이템이 파괴력 있는 산업이 되려면 ‘1유 1무’가 필요하다. 국제 마케팅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정부 당국의 간섭이 없어야 한 다. 한때 ‘한 수 아래’로 착각했던 중국의 정 보통신기술(ICT)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데는 정부가 정치적인 사안 말고는 전혀 간섭 하지 않은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지난 9월 19일 뉴욕주식시장(NYSE)에 68달러로 데뷔한 중국 ICT업체 알리바바의 주가가 지난주 장중 한때 100달러를 넘었으 며 98~99달러의 종가를 오갔다는 소식이다. 자칫하면 배가 아픈 데서 그치지 않고 배가 고파질지도 모를 일이다. 제대로 규제를 혁 파하고 산업을 융합해 창조산업을 키우지 않 으면 말이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30 Views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달갑지 않게 된 엄마하고의 추억 진회숙 음악칼럼니스트 hwesook7@naver.com
‘엄마하고 나하고’. 동요의 한 구절을 연상시키는 참 정겨운 말이다. 어린 시절 나는 엄마하고 무얼 했을 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시냇가로 나갔다. 시냇가에서 엄마는 빨래를 하고 나는 옆에서 송사리를 잡으며 놀았다. 봄이 되면 나물을 캐러 들판으로 나갔고, 비 오는 날이면 버섯을 따러 야산을 헤맸다. 마 당에다 채송화 씨를 심었고 봉숭아 꽃잎으 로 손톱을 물들였다. 겨울이면 버스를 타고 멀리 읍내에 있는 목욕탕에 가기도 했다. 어쩌다 한 번씩 있는 그 연례행사에서 엄마는 나를 뜨거운 탕 속 에 푹 집어넣었다 꺼낸 다음 열기로 벌겋게 달아오른 몸을 빡빡 문지르며 묵은 때를 벗
겨내곤 했다. ‘엄마하고 나하고’. 이 말을 들으면 나는 대충 이런 것들이 생 각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엄마하고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면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까. 엄마하고 같이 미술학원에 가고, 보 습학원에 가고, 영어학원에 가고, 피아노 학 원에 가고, 숙제를 하고, 문제집을 풀고, 서점 에 가고, 피자나 햄버거를 먹으러 패스트푸 드점에 가고…. 대충 이런 대답이 나오지 않 을까. 아! 또 있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하고 같 이 미술전시회에도 가고, 엄마하고 같이 음 악회에도 간다. 학교에서 체험학습의 일환 으로 전시회나 공연 관람을 과제로 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공연장에서는 학교 성적에 도 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기꺼이 할 각오 가 돼 있는 엄마들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
기고
엄마손 잡고 전시회·음악회 가지만 대부분 성적 올리려는 과외 공부 엄마랑 뛰놀던 기억 요즘 애들은 알까 어릴 때는 좋은 추억만 주면 안 될까
이 억지로 끌려온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음악회에 끌려온 아 이들은 어린아이의 인내심을 실험하는 그 긴 시간 동안 객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 야만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인내심의 한계에
해외 만평
도달하면 아이는 계속 몸을 뒤틀고, 옆 친구 와 소곤거리고, 그도 아니면 아예 머리를 뒤 로 젖히고 잠을 잔다. 예전에 한 독창회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 다. 그때 연주 곡목은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였다. 내 자리 바로 앞에 초등학 교 고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 세 명이 앉 아있었다. 앞에서 넷째 줄인가 다섯째 줄인 가 여하튼 무대 위에 있는 연주자의 눈에 관 객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보이는 그런 자 리였다. 음악이 진행되는 동안 앞줄에 앉은 아이들 은 연신 몸을 움직이고, 고개를 돌려 서로 소 곤대고, 휴대전화를 꺼내 이리저리 만졌다. 신경이 쓰여서 도저히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이 아이들을 탓할 생각이 없다. 아이 들이 음악회를 지루해 한 것은 너무나 당연 하다.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한 여인
이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 를 낳고, 그리고 마지막에 남편의 죽음을 맞 아 슬픔에 잠기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물 론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하지만 이것이 정서적으로 아이들과 무슨 상관이 있 을까. 음악회가 끝나고 나오니까 아이들의 엄마 라는 사람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는 연주회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보면서 씁쓸했다. 학교 숙제 때문에 엄마와 아이가 연주회장 안팎에서 견뎌야 했던 그 시간에 차라리 “엄 마하고 나하고”라는 말로 시작하는 멋진 추 억거리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회숙 서울시향 월간지 SPO의 편집장을 지냈다.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공부하기 등에서 클래식 강의 를 하고 있다. 저서로 클래식 오딧세이 등이 있다.
“아주 구경났네, 구경났어 4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이전투구 양상 심화.
‘여총리 비르기트’와 한국정치 이국영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교수
개헌 논쟁이 치열하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찬반 양론의 다양한 견해들이 표출됐다. 반 대 논지는 대통령의 ‘블랙홀’론과 국민의 미요청론이 대표적이다. 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분 명하지만,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 되어 경제 활성화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는 주장은 지 나친 우려다. 오히려 개헌 내용에 따라서는 개헌이 새 정치의 ‘빅뱅’이 되어 경제 회복 에 기여할 수도 있다. 국민의 미요청론에 대 해선 잠룡 김문수의 발언이 주목할 만하다. 그는 최근 “헌법을 바꿔 달라고 하는 국민 은 아직 못 봤고,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 좀 바꿔라”고 말했다고 한다. 얼핏 보면 옳 은 지적같이 보인다. 찬성론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 론과 새 정치 기대론이다. 전자는 대통령 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 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 회를 비판하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똥 묻 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정 치 난맥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개헌의 주요 대상은 대통령보다는 국회와 관련된 항목 인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해산제 도 입에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했다고 한다. 국회해산제 도입을 요청하는 국민은 아마 도 정치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길 바라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할 것이다. 국회해산제 는 개헌이 전제돼야 한다. 물론 현행 대통령 제에서 국회해산제 도입은 권력의 권위주의 화 때문에 위험하고,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책임제로 헌법이 개정돼야 한다. 그럼 분권형 대통령제의 개헌이 타당한 가. 아니다! 선거제도 개혁 없이 정부 형태 만 바뀌는 개헌이 되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정치 불안이 올 수 있다. 제2공화국에서 구 파 윤보선 대통령과 신파 장면 총리의 갈 등을 연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유럽연합 (EU) 국가 중에서 9개국이 분권형 대통령 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가장 오래되고 안정 적인 정치를 보여주는 오스트리아가 모범 적인 사례다. 오스트리아의 선거제도는 의 원 전부를 비례대표 원리로 선출하는 완전 한 비례대표제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엄밀한 의미에서 지 역·비례 혼합형이 아니다. 비례대표로 선출
되는 의원의 비중이 낮아 분절화된 선거제 도에 불과하다. 완전한 비례대표제가 결여 된 분권형 대통령제는 가히 ‘앙꼬 없는 찐 빵’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의원 다 수는 비례대표의 확대에 시큰둥하다는 언 론 보도가 있었다. 지역구에서 제왕에 버금 가는 ‘제후’의 권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회 의원이 선거제 개혁에 의해 자기의 권력 기 반이 사라지는 것을 좌시하진 않을 것이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획정의 법 조항이 헌법불합치이기 때문에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시정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대 해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중대선거구 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다수대표제의 하위 유형에 불과하다. 중대선거구의 획정 은 당 지도부와 중진의 영향력을 받아 게리 맨더링이 될 공산이 크고, 양대 지역패권 정 당의 제2중대나 소지역주의 정당이 중대선 거구제에서 창궐할 것이다.
©CLEMENT/Cartoon Arts International www.cartoonweb.com
선거제 개혁 없는 개헌은 위험 비례대표 확대가 바람직하지만 제후적 의원들 저항 극복이 관건
현재 선거법 개정은 국회에서도 가능하 지만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나 대폭 확대에는 ‘제후적’ 국회의원이 결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그래서 선거제도의 개혁을 위해서도 개헌이 필수적이다. ‘비례대표의 확대’란 표현도 애매모호하 다. 따라서 새 헌법에는 선거제도를 완전한 비례대표제로 확정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비례대표제와 결합된 정부 형태의 개 헌이 이뤄지면 새 정치의 빅뱅이 시작될 것 이다. EU 국가 중에서 선거제도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국가는 오스트리아·덴마크 등 13개국에 달한다. 물론 완전한 비례대표제는 단기적으로는 군소 정당의 난립을 초래할 수 있지만, 서구 의 경험을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정치 안정 에 기여한다. 완전한 비례대표제와 결합된 내각책임제가 작동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국내에선 JTBC 가 방영했던 덴마크의 정치 드라마 ‘여총리 비르기트’를 보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독자 옴부즈맨 코너
폭발력 큰 개헌 이슈, 긴 호흡으로 계속 끌고 가야 10월 26일자 중앙SUNDAY는 1면과 3∼5 면에 걸쳐 개헌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정치 권의 숨가쁜 움직임, 개헌에 앞장서고 있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개헌과 약간 궤를 달 리하나 다른 차원의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선학태 전 전남대 교수 등 관점과 시각 면에 서 다층적이며 심층적이었다. 박근혜 대통 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천명한 이후 개헌 논쟁이 잠시 동력이 약해질 수도 있지 만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언제 든 폭발력이 강한 이슈다. 중앙SUNDAY 가 1차원적인 사건에 휘둘리지 않고 보다 장기적 호흡을 갖고 개헌 이슈를 끌고 가길 기대해본다. 반면 개헌만큼 사회적 민감도가 큰 ‘카톡 사찰’ 이슈가 지면에서 사라진 건 아쉬웠 다. 최근 2주에 걸쳐 중앙SUNDAY가 실시 간 감청, 데이터 주권 등으로 기사화했기에 기시감을 우려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청과 압수수색의 차이 등 카톡 사찰과 관 련해선 여전히 독자가 궁금해할 대목이 적 지 않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근간이자 인권
과 관련된 사안 아니던가.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7면 ‘전작권 전환 연기 어떻게 봐야 하 나’ 기사는 전문가 대담을 실었다. 외교·안 보 분야는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인 의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경청하는 게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대중에게 정보가 공유되지 못한 채 전문가의 장벽에 둘러싸이는 것 역시 다른 차원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대담에서 두 사람의 시각차가 크지 않았다 는 점도 조금 의아했다. 전작권 전환 연기가 군사주권 포기라는 주장의 전문가 의견도 함께 소개됐으면 좋을 듯싶었다. 6면에선 안전제일 기업이라 평가되는 듀 폰 기업을 소개했다. 안전에 관한 모범 기업 을 소개한 건 시의적절했다. 그들의 엄격함 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임정택 듀 폰코리아 사장은 “안전 위협 요소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손해가 발생하 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지만 계량화된 숫자로 뒷받침되지 않아 구체성이 다소 약
한 건 조금 아쉬웠다. 23면 ‘롤(리그 오브 레전드)’을 다룬 기사 도 흥미로웠다. 청소년 문화에 게임이 얼마 나 깊숙이 자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노파심 인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구체적으로 소개하 는 것만큼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으면 어떨까 싶다. 학교 가정통신문에서 자녀가 그 게임 하는 것을 자제시켜 달라고 할 정도라면 무 슨 문제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듯싶다. S매거진은 오랜만에 복귀한 서태지를 다 루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 의 모습을 보고 다소 놀랐었는데, 변화에 대한 서태지의 속내를 알 수 있어 좋았다. 다만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복귀 공연 자 금을 모집했다고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궁 금했다. 신현영 변호사. 서울대 외교학과 를 졸업한 뒤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기업 자문을 하고 있고 특히 정보기술 (IT) 산업에 관심이 많다.
Views 31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
수수께끼 같은 남북관계
국가를 믿고 살아야 하나
이훈범의
세상탐사
위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가는 해결할 능력 상실한 상태 그 와중에 정당은 정치게임 열중 국민은 개인기로 생존해야 하나
중앙일보 국제부장 cielbleu@joongang.co.kr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지금 ‘공산당 선언’ 을 쓴다면 이렇게 시작할 게 분명하다. “하 나의 유령이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 위기라 는 유령이….” 그야말로 도처에 위기다. 외환위기와 금 융위기를 견뎌냈더니 이젠 투자와 금리, 물 가, 소비가 동시에 바닥을 기는 복합 위기다. 저성장 위기, 고령화 위기, 조기퇴직 위기, 청년실업 위기는 이미 더불어 사는 이웃처 럼 된 지 오래다. 노상강도처럼 직접 목숨을 노리는 위기 들도 주위에 상존한다. 건물이 무너지고 다 리가 붕괴되는 게 결코 과거형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여객선이 침몰하고 체육관 지 붕이 내려앉으며 지하철 환풍구가 추락하 는 위기가 현재 진행형임이 확인됐고, 미래 형으로도 계속될 게 틀림없는 사실이다. 위기는 이 나라 국경으로 국한되지 않는 다. 9·11 테러는 경제 요인이 아닌 위기도 국 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암울한 전주곡이었다. 테러의 글로벌화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처럼 테러리스트들이 국가권력을 참칭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발칙한 테러리 스트들이 세계(미국과 미국에 동조하는 국 가들)를 상대로 전쟁(테러)을 선언하는 지 경까지 됐다. 그것은 테러가 더욱 무차별화 되고 잔혹화하는 걸 뜻할뿐더러 한반도 또 한 더 이상 테러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의미 도 된다. 이 땅에서도 언제 ‘외로운 늑대(자 생적 테러리스트)’가 울부짖을지 알 수 없 는 일이다. 이미 여러 차례 해프닝을 겪었듯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치명적 전염병 또한 더 이상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서부 아프리카처럼 창 궐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그 자체가 위기가 된다. 입국 금지, 취 항 금지 같은 예방적 조치들은 물론 발병 의 심과 온갖 유언비어 난무 같은 사회적 불신 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까닭 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가 더 이상 이러한 위기 들을 막아주는 우산이 될 수 없다는 데 있 다. 예방은커녕 극복조차 하기 어렵다. 치유 는 더욱 기대난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반 년이 넘도록 여전히 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알몸을 보면 의심의 여지 가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 같은
국가의 무기력증이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 제는 아니다. 세계 최강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 이 목격하고 있다. 유럽의 두 사회학자 지그 문트 바우만과 카를로 보르도니가 함께 쓴 위기의 국가는 바로 이런 모습의 국가를 조망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두 사람은 오늘날 국가가 국경 밖은 말할 것도 없고, 국경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 결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의견을 모은 다. 국가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가져야 할 두 개의 조건은 권력과 정치다. 권력은 사태 를 처리할 능력이며 정치는 상황을 판단하 는 능력이다. 그런데 국가는 정치의 통제를 받지 않는 초국가적인 세력(글로벌 금융자 본이나 다국적 기업 같은)에 자기의 권력을 지속적으로 빼앗겨 왔다. 오늘날 국가의 위 기는 이처럼 권력과 정치가 분리되는 상황 에서 빚어졌으며, 위기에 맞설 짐을 개인에 게 전가하고 스스로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 는 ‘국가 없는 국가(state without a state)’ 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권력을 쥔 초국가세력은 유권자들의 불 만에 귀 기울일 의무도 없고 불만을 가라앉 히기 위해 희생할 생각도 없다. 이런 상황에 서 필연적으로 정치 또한 변질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을 상실한 국가의 정당들은 “현 실 문제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가공의 문제들을 두고 경쟁하는 집단”으로 축소된다. 정당 간의 정치게임은 계속되지만 그 게임은 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유권자들은 위기로부터 스스로 돌봐야 하고 자신의 복 지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두 학자가 말하는 전 지구적 현상은 우리 의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어째서 위기 가 그치지 않는지, 국가가 왜 그리 무능력한 건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대답을 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믿지 못할 국 가와 딴짓하는 정치인들 속에서 위기와 친 해지는 수밖에 없을까. 안타깝게도 아직까 지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언제 어디 서든 현실이 될 수 있는 위기에 눈을 부릅뜨 고 개개인의 지혜를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국가만 믿고 있 다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 속에서 영문도 모 른 채 질식사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알파고 시나씨 터키 지한통신 한국특파원
최근 남북한을 볼 때 외국인으로서는 이해 하기 힘든 점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의 행보 는 더욱 그렇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 장이 한동안 북한 언론에 등장하지 않자 많 은 음모론이 제기됐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 들은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문 까지 퍼뜨렸다. 이에 동북아를 담당하는 외 신 기자들의 관심은 북한에 집중됐다. 하지 만 결국 김정은 체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 는 것으로 판명됐다. 최근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 하고 있다.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 오)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과 역사 인 식에 대한 차이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나 라다. 북·중 관계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일본 에 접근하는 것은 얼핏 보면 납득하기 쉽지 않다. 한국과의 관계도 그렇다. 북한은 이달 초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군 총 정치국장 등 실세 3인방을 보냈다. 한국과 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적극적인 제스처 다. 당시 제2차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에 대 한 의견이 오갔고 별문제 없이 성사될 것으 로 기대했다. 하지만 남측이 당초 10월 30일로 제안했 던 회담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한 간 에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 탓이다. 남쪽의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문제 가 됐다. 북한은 전단을 운반하는 풍선에 사 격을 가했다. 한국 내에서는 전단 살포 단체 와 지역주민들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김포시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 대가 관할하는 애기봉 전망대 확장 문제가 시빗거리다. 북한은 그동안 애기봉 전망대 에 세워진 등탑이 대북 선전 시설이라고 철 거를 요구했다. 1971년에 세워진 이 전망대 는 북한과 불과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등탑에 불을 밝히면 개성에서도 볼 수 있다. 등탑 점화는 2004년 남북 합의로 중단됐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점등을 재개하자 북한은 “포 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애기봉 전망대의 확장은 관광용”이라고 설 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남조선 당국 이 애기봉에 있는 전망대를 원래 것보다 두 배 이상 높이겠다고 공개했다”며 “우리를
자극하는 반공화국 심리모략전을 더욱 본 격화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남북 간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더욱 복잡해지 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남북한의 관계도 더 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일 집권 말기의 북한은 거의 집단 지 도체제의 모습을 보였다. 막강한 권력을 보 유했던 김정일은 급진파와 온건파 간 균형 을 맞추면서 국가를 이끌었다. 그러나 김정 은이 집권한 이후 1인 중심 체제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당초 외신들은 김정은 체제 초기에는 급진파인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 장과 온건파이자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권 력 기반을 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영호는 갑자기 권부의 핵심에 서 자취를 감췄다. 이어 급진파의 유력인사 들도 하나 둘 사라졌다. 이때만 해도 북한에 온건파가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다된 밥 2차 고위급회담 불발 애기봉 전망대 확장 놓고도 대립 그래도 대화의 창은 늘 열어놔야
이런 전망도 장성택의 숙청으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한에서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정세를 감안할 때 박근혜 대통 령이 언급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정 착시키기 위한 ‘골든 타임’이 바로 지금일 수도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불확실하지만 그만큼 큰 기회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한국 엔 나쁘지 않다. 관광상품을 개발해 외국인 들을 적극 유치하는 등 북한의 대외 유화적 인 태도도 좋은 징조다. 북한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어 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이 항상 대화의 창을 열어놓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알파고 시나씨 2004년 한국에 유학 와 충남대 정 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On Sunday
말말말
에볼라와 정치
“수술 동의한 적 없다. 위를 다시 펴달라는 말도 했다” 갑작스레 사망한 가수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씨, 지난달 31일 S병원의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 를 수사해 달라고 고소하면서 병원 측이 동의도 없이 위를 접는 축소수술을 했다고 밝혀.
최익재 국제부문 기자 ijchoi@joongang.co.kr
에볼라 바이러스가 미국 정계를 덮쳤다. 4 일 실시되는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올 랐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에 볼라가 재정적자와 오바마 케어 등 기존 모 든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야당인 공화당은 중간선거 유세에 서 에볼라 공세를 적극 펼치고 있다. “연방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미국을 에볼라 공포 로 몰아넣었다”는 주장이다. 이미 하원 의 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마저 석권하겠다는 태세 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공중보건 위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지 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온통 에볼라에 쏠린 상황이다. 일부 주에서는 이에 편승해 에볼라 의심 환자들에 대한 ‘강제 격리’를 주장하고 있 다. 당연히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이
다. 한 술 더 떠 공화당은 에볼라가 창궐하 고 있는 서아프리카에 대한 왕래 금지를 요 구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방침은 ‘셀프 격리’다. 에볼 라 퇴치에 나선 의료진의 구호활동을 위축 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은 “강제격리를 시킬 경우 구호활동이 크게 위축돼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더욱 확산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워싱턴 정가는 현재 에 볼라의 정치적 파급력에 온 관심이 쏠려 있 다. “에볼라 사태는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 적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장(場)이다. 에 볼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보상 또는 실패를 맛보게 될 것”이라는 진 단이다. 에볼라 이슈는 정치와 맞물려 ‘안전과 인권의 대결’이라는 사뭇 비이성적인 대결 구도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 이기에 다소 과도하더라도 사태 확산을 막 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구호활동을 벌인 의료진 등 선의의 활동가
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 서고 있는 것이다. 에볼라가 중간선거에서 핫이슈로 부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의 기본 의 무가 주권과 영토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는 재정적자와 같은 장기적 이슈는 국민에게 당장의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국민이 직접 몸으로 느끼고 직접 반응하는 민생이 최우 선이라는 철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떤가. 정치권에선 너도나도 ‘민생’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민 생정책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최근 헌재의 총선 선거구에 대한 헌법 불합 치 결정으로 국회의원 간 밥그릇 싸움이 재 연될까 우려된다. 우리나라에선 당장 눈앞 에 큰 선거는 없다. 하지만 민심이 한번 출렁이면 에볼라가 미국 정가를 흔들고 있는 것보다 더 큰 파장 을 미칠 수 있다. 민심이 어느 날 갑자기 성 난 표정을 짓지 않도록 정치권은 조심 또 조 심할 수밖에 없다.
“방북 이전에 성경을 두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청진의 한 나이트클럽에 성경책을 몰래 놔두고 나오려 한 혐의로 체포돼 북한에 구금된 미 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 자신을 위해서만 싸우는 게 아니다” 에볼라 음성반응을 보인 간호사 케이시 히콕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 자택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Numbers
억
만 달러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0월 수출액. 전년 동기보다 2.2% 많다. 월 수출액으론 최 고치다. 선박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수 입은 3% 줄어든 442억5600만 달러. 무역수지는 74억99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32 AD
제399호 2014년 11월 2일~1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