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선이 말하는 코리아게이트
세계 경제 요동 한국 외환보유액 긴급점검
“미국 원조 끊길까봐 스스로 한 일” Focus 10p
비상금 3637억 달러, 든든하긴 한데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http://sunday.joongang.co.kr
Money & Biz 18~19p
한중 FTA 막판 기싸움 팽팽 오늘 내일 중 결론 날 듯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갑자기 맑아진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10일)을 이틀 앞두고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이 막판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 고 있다. 농수산품 개방을 비롯한 핵 심 쟁점을 놓고 양측이 서로의 입장 을 굽히지 않아서다. 양국 협상단은 9 일까지 실무협상을 통해 최대한 의견 차를 좁힌 뒤 9일 밤이나 10일 오전 장 관급 회담을 열어 FTA 타결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양국 협상단은 8일 오전 중국 베이 징에서 마라톤 협상에 돌입했다. 6일 밤샘 협상과 7일 협상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마련된 세 번째 협상 테
중국 베이징의 잿빛 하늘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푸른빛을 되찾았다.
이블이다. 농수산품·공산품·원산지 결정기준(PSR)·서비스시장 개방에 대한 견해차가 여전하다. 중국은 한 국이 관세 철폐 제외 대상으로 분류 한 주요 농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계·철강을 비롯한 중국의 제조업 시장 개방이 먼저 이 뤄져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은 이와 함께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산) 제품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부 품을 수입해 한국에서 조립한 가공 무역 제품이 중국 수출 때 관세 인하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한국 협상단 관계자는 “장관 회담에서 과 감한 빅딜이 있어야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스모그 억제책 덕분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APEC 기간 중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40% 이상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차량 운행은 물론 난방도 제한하고 있다. 오른쪽은 APEC 회의 이전인 지난달 20일 스모그가 자욱한 베이징 시내. 이에 비해 6일 촬영된 사진엔 청명한 하늘이 담겨 있다.
[신화·로이터=뉴시스·뉴스1]
“한일 정상회담 서두를 일 없다” 외교 당국자 “중일 정상회담과 관계 없이 원칙 고수”
정책개발비로 준 정당 보조금 1조원 멋대로 써도 33년간 감사 한번 안해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2012 년 대선을 앞두고 국고보조금 6668 만원을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 했다. 그 뒤 차명계좌를 통해 이 돈 을 돌려받아 선거경비로 썼다. 정책 개발 등에 써야 할 국고보조금을 유 용한 불법행위였다. 이게 중앙선거 관리위원회에 적발돼 민주당은 빼돌 린 액수의 두 배(1억3360만원)를 국 고보조금에서 삭감당했다. 새누리당 도 2012년 “정책개발 용도로 썼다”고 신고한 국고보조금 6500만원을 다 른 용도로 쓴 사실이 들통 나 이듬해 1억3000만원을 삭감당했다. 이 정도는 차라리 점잖은 축에 든 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고보조 금이 “당직자나 당원들의 유흥업소 술값으로도 버젓이 사용됐다”는 증 언도 있다. 영수증은 ‘정책개발비 지 급’으로 둔갑한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당원 이충렬(57)씨는 지난 5일 국회에서 국고보조금 불법 사용 관행을 폭로하면서 “야바위판 이 따로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회식비나 화환 값은 물론 당원 단합대회 비용이나 술값 도 국고보조금에서 나간다. 선관위
에 매년 사용 내역을 보고하지만 영 수증을 허위로 기재한 뒤 정책개발 비로 썼다고 보고하면 그만이다. 수 년 전까지 1년에 10억원 가까운 보조 금이 ‘정책연구원’으로 위장한 당료 들의 인건비로 전용됐다는 게 공공 연한 소문이다.” 중앙SUNDAY가 입수한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2004~2013년 10년간 정당들이 국고보조금을 불법 사용 하다 적발된 건수는 51건, 액수로는 13억454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로
현직 당원이 불법 실태 폭로 당대표측근이 비밀스레 운영 술값 내고도 가짜 영수증 제출 선관위, 국감 의식해 소극적 인해 삭감된 국고보조금은 21억4199 만원이었다. 사용내역을 허위 보고 하거나 차명계좌를 통해 유용하다 걸린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불법사 용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란 게 정치 권 주변의 시각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정무특보와 보 건복지의료공단 감사를 지낸 이씨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민
모피의 혁신
주당이 국고보조금을 법정용도에 맞 지 않게 쓴 건 수십 년간의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선관위에 적발된 건 빙 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회 회견에선 “1조원 넘는 세금(국 고보조금)의 집행내역이 30년 넘게 비밀의 장막에 가려져 왔다”며 “지 난 5년간 각 정당의 국고보조금 집행 내역에 대해 전면적 외부감사를 실 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부터 시행된 정당 국고보조 금은 지난해까지 33년간 1조900억원 이 지급됐다. 실질적 감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선관위가 사용내 역을 감독해 왔지만 감사는 전무했 다. 선관위는 웹사이트에 국고보조 금 총액만 공개할 뿐 정당들의 사용 내역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일반인이 내역을 알려면 정보공개 청구 등 까 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야에선 보조금 집행 관행에 대 한 개혁론이 나오고 있다. 조경태 새 정치연합 최고위원은 “당 대표와 극 소수 측근만 당 재정을 다루기 때문 에 최고위원조차 전혀 알 수 없다. 외 부감사 요구는 일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전당대회에 국고보조금 사용내역 공개를 공약으로 걸고 출 마할 예정이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고위원도 “국고보조금이 쌈짓돈처 럼 불투명하게 집행되고 있어 사용 내역을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해야 한 다”고 했다. 폭로 당사자인 이씨는 “정당의 선관위 보고 양식이 매년 똑 같아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선관위도 국정감사라는 칼자루를 쥔 정당을 의식해 소극적이므로 최 소 5년에 한 번은 외부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감사에 대해선 경계심도 만만 찮다. 특히 감사원 감사의 경우 입법 부에 대한 행정부의 과잉간섭이라는 지적을 받기 쉽고, 야당에 대해 탄압 수단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김종철 (법학) 교수는 “여야의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을 대통령 직속 인 감사원이 감사한다면 논란의 소지 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 로 그는 “선관위의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국고보조금에서 정책개발비 투 입비율을 높이고, 사용내역을 공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미국에선 정당과 함께 의원 개개인 의 재정 입출금 내역을 모두 연방선 거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돼 있다. 공개 내역이 워낙 방대해 이를 요약해 발표하는 시민단체도 있다. 관계기사 5p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가 모피를 주제로 한 전시를 홍콩에서 선보였다. ‘펜디, 또 다른 아트의 세계(FENDI:UN ART AUTRE)’전이다. 브랜드의 모피 아카이브에 기
중·일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도 불구 하고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정상회 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 문 중인 한국 외교 당국자는 8일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는 별개의 사항”이라며 “중·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의 방침대로 의 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은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 가운데 야스쿠니(靖國) 신 사 참배를 가장 크게 보고 있지만 우 리는 위안부 문제라는 또 다른 차원의 현안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없는 한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부 당국자는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 를 먼저 개선하면 한국은 저절로 따 라올 것이란 셈법이 있다”며 “만일 중 국이 일본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우리 도 덜컥 따라 했다간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들 뿐 아니라 한·일 관계는 중·일 관계의 종속변수임을 자인하게 되는 격이 된다”고 경계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불 구하고 한·일 정상의 만남에 대한 입 장이 중·일 정상회담의 성사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격적으로 중·일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는 소식에 우리 외교 당국자 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 간부들은 부랴부랴 중·일 양국의 외
아베 신조 총리(왼쪽)와 시진핑 국가주석.
교채널을 통해 사실관계와 진의를 파 악하느라 분주했다. 또 다른 외교 당 국자는 “최근까지 우리 당국이 파악 한 바로는 주최국인 중국이 손님 대 접 차원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 리를 비공식적으로 간단하게 만나 인 사를 나눌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 다”며 “전격적인 양국 정부의 합의는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 가주석과 아베 총리는 10~11일 베이 징에서 열리는 APEC 회의기간 중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일본 고위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중·일 정상회 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특사를 통해 시 주석에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7일 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4개 항목의 양국 합의문 을 발표했다. 4개 항목은 ^전략적 호 혜관계 지속 발전 ^양국관계에 영향 을 미치는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약간의 인식의 일치 ^센카쿠 열 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에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고 위 기관리 메커니즘 구축 ^정치·외교· 안보대화를 재개해 상호 신뢰관계 구 관계기사 3p 축 노력이다.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별세
반을 둔 행사는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장인 기술의 조합으로 이뤄 낸 모피의 혁신을
S Magazine
선보인다. 패션을 넘어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 역대 컬렉션이 한눈에 펼쳐졌다.
국내 섬유산업의 선구자 재계 웃어른으로 선행과 미담 강조 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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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사설 오늘 400호 발행 중앙SUNDAY는 나에게
목영준 변호사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
새로운 일주일 준비 위해 시간 음미하며 읽는 신문
미국의 타임이나 뉴스위크를 지성인의 잡지라고 부르 지요. 기사를 만든 분도, 이를 읽는 분도 이슈에 대하 여 생각하고 판단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 주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주일을 맞이하면서 읽는 중앙SUNDAY야말로 시간을 음미할 수 있는 지성 인의 신문입니다. 창간 400호를 맞는 이 신문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
일요일 아침, 심신을 힐링하는 브런치 같은 존재 인터넷의 보급으로 과거에 비해 평소 접하는 정보가 많 아졌습니다. ‘정보 과잉’을 넘어 ‘정보 공해’의 시대이지 요. 일요일은 불필요한 정보의 공해에서 해방되는 날입
국민이 유연해져야 외교도 유연해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베이징에서 곧 처음 으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일 관계는 한·일 관계 못지않게 냉랭했다. 시 주 석은 1937년 중일전쟁 발발의 도화선이 됐던 ‘7·7사변’ 77주년 기념식에서 일본을 ‘도적 (日寇)’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 그런 시진핑 이 아베를 만나는 건 호오(好惡)를 떠나 국익 추구가 외교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이다.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우리 정부는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방 침이라 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를 것이다. 중 국과 일본의 접근으로 한국만 소외될 가능성 을 우려하면서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입 장이 됐다. 강대국들 사이에 낀 한국의 외교는 필연적 으로 탄력성과 유연함을 요구한다. 중·일 관 계 급진전이 우리에게 속박이나 부채로 작용 해선 안 된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 다. 정부는 베이징의 기류를 직시하면서 한· 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환경 조성과 타이밍 포
착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얼마 전 불거진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유보 논란을 의식해 일본과의 접촉을 두 려워해선 안 된다. 여론을 의식하기 앞서 국익 을 위해 할 일을 하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 다. 야당과 국민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를 둘러 싼 작금의 국제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 라 했다. 국민이 유연하지 않으면 정부도 유연 한 외교를 할 수 없다. 한국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 땅임이 기정사실화되 니 ‘조용한 외교’를 펴는 게 합리적이다. 일본 의 도발에 흥분해 불필요하게 목청을 높이거 나 우리끼리 싸운다면, 국제사회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각인시키려는 일본의 전술에 말려들 뿐이다. 정부는 55명밖에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외교전을 벌이고 있 다. 모처럼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 한 위안부 문제를,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 이슈로 가릴 이유가 없다. 야당은 자기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당 역시 과거 집
권당 시절엔 독도의 분쟁화를 피하려는 입장 아니었나. 이제부터 국민과 정치인 모두 독도 얘기에 흥분하기보다 독도를 진정 우리 땅으로 굳히 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길이 무엇 인지 고민해야 한다. 반일감정이 뜨거웠던 2월 말의 한 여론조 사에선 “한·일 정상회담은 해야 한다”는 의견 이 다수(54.9%)였다. 우리 국민의 대일 의식 저변엔 실용주의가 깔려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신념과 용기를 갖고 대일관 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친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길이 보 인다. 물론 회담을 위한 회담은 도움이 안 된다 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사 폭주를 중단하는 일본 측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아베 가 위안부 문제에 전향적 입장을 보여줘야 한 다. 그래야 이른 시일 내에 한·일 정상이 만날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한·일관계가 이대로 가면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내년은 축제가 될 수 없다.
니다. 일요일 아침은 언제나 중앙SUNDAY와 함께 합니다. 엄선되고 정제된 중앙SUNDAY 기사는 심신을 힐링하는 브런치 같습니다. 그렇게 한 주를 정리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고, 한
침실수영장 전 세계 CCTV 7만3000대 누구나 본다
주를 새로 시작합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감각적인 S매거진 예술인에겐 정보의 보고 중앙SUNDAY의 4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드 립니다. 한 주간의 주요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 는 중앙SUNDAY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 어 늘 즐겨 읽고 있습니다. 감각적이고 트렌디 한 S매거진은 각종 문화소식과 정보가 다양하 고 깊이 있게 담겨 있어 문화계 종사자로서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우리 시대에 꼭 필 요한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 주세요.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다양한 주제 깊게 접근 일간지와 확실하게 차별화 대한민국의 일요일 아침을 여는 중앙SUNDAY 400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첫 중앙SUNDAY 를 본 게 바로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400호 이군요. 일반 일간지와는 다르게 다양한 주제를 차분하고 심도 있게 다루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듭 니다. 앞으로도 더욱 알차고 안목 있는 기사와 분석으로 호를 거듭할수록 발전해 가는 중앙 SUNDAY가 되길 바랍니다.
클릭 SUNDAY 지난주 온라인 5 1 미국 따라 금리 인상은 위험 … 엔저 대응이 더 중요 2 공무원 노조 첫 ‘연금 집회’, 새누리 “김 대표, 노조 만날 것” 3 보여주되 말하지 않는 김훈 …‘펜의 노래’엔 울림이 있다 4 대륙의 풍운아·괴짜들 구름 행렬 …‘황푸군관’은 양산박 5 동네책방·출판사 일단 웃지만 판매 줄까 봐 전전긍긍 sunday.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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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 후 비밀번호 안 바꿔 쉽게 해킹 한국도 6000여 개 무방비 노출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전 세계에 설치된 CCTV 7만3013개가 해킹됐다. 해킹된 CCTV 화면은 익명의 설립자가 개설한 ‘인세캠’ 사이트(insecam.com)를 통해 최근 공 개됐다. 8일 중앙SUNDAY가 확인한 결과 한국 에서는 모두 6536개 장소에 설치된 CCTV가 뚫 렸다. 미국(1104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 다. 중국(4770개), 멕시코(3359개), 프랑스(3285 개)가 뒤를 이었다. 북한은 목록에 없었다. 공개된 CCTV는 모두 인터넷에 연결된 IP(인 터넷프로토콜)카메라다. 컴퓨터에 내장된 웹캠 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킹된 IP카메라들은 모두 공장 출고 당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은 것들이었다. 공개된 장소는 가정집과 공연장, 사무실, 공장, 수퍼마켓, 미용실, 헬스클럽, 수영장, 카페, 피부 관리실 등 다양하다. 집 침대를 바로 비추는 화면 도 있고, 하체 비만관리를 받는 남성들이 침대 위 에 엎드려 있는 모습도 생생하게 나와 있다. 전통 춤 학원에서는 여성들이 부채춤을 배우는 모습 도 잡혔다. 건물 밖을 향해 설치한 CCTV는 대문 앞 골목을 비추고 있다. 카메라의 해상도가 높을 수록 사람들의 얼굴도 뚜렷하게 보였다. 사이트에는 CCTV가 설치된 위도와 경도도 나와 있다. 구글 맵을 이용해 해당 위치를 추적 할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은 CCTV에 좌표를 입 력하는 경우가 적어 정확한 곳을 알긴 어렵다. 서울·안동·제주와 같이 도시명만 나와 있다. 실시간 동영상이지만 해외 인터넷망을 경유 하는 탓에 우리나라에선 정지화면처럼 보여지 거나 실제 화면이 뜨지 않는 곳도 많았다. 하지 만 고해상도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는 어떤 일 이 벌어지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용자가 몰 리면서 사이트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공공기관 등 주요 국가시설의 CCTV까지 공개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해킹 원리는 간단하다. 인세캠 운영자는 사용 자들이 CCTV를 구입한 뒤 아이디와 비밀번호 를 대부분 변경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공 개된 CCTV들은 아이디가 admin, 비밀번호는 12345 또는 admin이었다. 처음 기기를 구입했 을 때의 초기값이다. 이후 과정은 CCTV 사용자가 집에 설치해둔 카메라의 화면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들여다보 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인세캠 사이트에서 캡처한 한국 서울시내 CCTV 영상들. 헬스클럽(왼쪽 상 단)부터 공연장, 사무실, 가정집, 피부관리실, 강습소 등 다양한 장소의 CCTV가 해킹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 위한 장치가 오히려 비밀 누설 사생활도 고스란히 전 세계 중계 사이트 운영자 보안 강조하려 공개
용해 카메라 업체가 제공하는 네트워크에 우회 접속한 셈이다. 방대한 양을 소화하기 위해 인세 캠 운영자는 일종의 ‘로봇 코드’를 넣어 단시간 에 전 세계 CCTV 화면을 찾아냈다. CCTV로 쓰이는 IP카메라는 인터넷망을 통 해 업체 네트워크상으로 영상을 보낸다. 예전에 는 CCTV 영상을 건물 내 관리실에 있는 테이프 등에 저장했지만, 요즘은 클라우드(Cloud)나 서 버로 전송을 한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실 시간 화면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구나 IP카메라 업체도 한정돼 있다. 힉비전과 포 스캠, 링크시스, 파나소닉 등 주요 CCTV 업체 의 네트워크는 구글을 통해서도 금세 찾을 수 있 다. 네트워크 정보는 곳곳에 뿌려져 있고, 아이 디와 비밀번호는 admin과 12345로 통일돼 있던 셈이다. 이번처럼 7만 개 넘는 영상을 모아둔 곳은 없 었지만 IP카메라의 보안 문제는 수차례 지적돼 왔다. 2012년 네트워크솔루션 업체인 ‘트렌드
넷’의 카메라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게 밝혀진 것을 시작으로 “IP카메라를 해킹했다”는 사례 는 종종 보도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보안 콘퍼런스 ‘블랙캣(Blackcat)’에 참가한 한 해커 도 “IP카메라의 소스가 모두 공개돼 있는 데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면 충분히 들어가서 남 의 일상을 지켜볼 수 있다. 해커들로선 매우 매 력적인 아이템”이라고 했다. 그는 이 콘퍼런스에 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꾸는 건 물론 아이 디 자체를 암호화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주 장했다. 인세캠 운영자는 홈페이지 전면에 “이 사이트 는 보안 설정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 졌다”며 “이 사이트에서 당신의 개인 카메라 장 면을 지우고 싶다면, 가장 먼저 당신 카메라의 비밀번호부터 바꾸라”고 밝혔다. IT 전문가인 이준행씨는 “집 CCTV 카메라의 아이디와 비밀 번호를 초기 상태 그대로 방치한 건 현관문 비 밀번호를 1234로 해둬서 도둑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기사 본문에서 언급된 CCTV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 가 전달되는 감시카메라(Surveillance Camera)를 일 컫는 것으로 ‘폐쇄회로TV’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 만 국내에선 이 같은 감시카메라를 통칭 CCTV라 일컫 는 경향이 있어 CCTV로 명칭을 통일했다.
News 3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중일 정상회담 전 나온 ‘4개 항 합의’ 파장은
‘센카쿠 문제 다른 견해 있다’ 놓고 中日 벌써 동상이몽 <중국명 댜오위다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신경진 기자 yyjune@joongang.co.kr
말 그대로 ‘깜짝 발표’였다. 7일 저녁 발표된 ‘중·일 공동인식 4개 항’은 때마침 아시아·태 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베 이징에 모여든 외교관들과 세계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날 오후 7시로 예 고돼 있던 APEC 일본 대표단의 기자회견에 서는, 그 직전 4개 항 합의가 발표되는 바람 에 APEC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중·일 합의 내용에 질문이 집중됐다. 중국 기자들 은 “과연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안 하 기로 했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오카니 와 겐 일본 대표단 부대변인은 똑 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했다. ‘정치적 곤란을 극복하는 데 약간의 인식 일치에 이르렀다’는 식의 애 매한 표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센카쿠를 독도로 바꾸면 한국 뒤집힐 일” 정작 놀라운 내용은 제3항에 들어 있는 중국 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즉 센카쿠(尖閣) 열 도에 관한 표현이었다. 우리 정부의 한 중견 당국자 반응은 이랬다. “합의문에서 댜오위 다오 대신 독도란 표현으로 바꿔 읽어 보십시 오. 만약 한국이 일본 정부와 이런 합의를 했 다면 나라가 뒤집힐 일 아닙니까.” 일본 외무성이 발표한 공동인식 합의문의 제3항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쌍방은 센 카쿠 열도 등 동중국해 해양경계에서 근래 긴장상태가 일어나고 있는 데 대해 다른 견해 를 갖고 있음을 인식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 해 정세 악화를 막는 것과 함께 위기관리 메 커니즘을 구축해 예측 못할 사태의 발생을 회피하는 것에 의견 일치를 봤다.” 중국이 관영 중앙TV(CC-TV) 신화통신 을 통해 발표한 합의문도 센카쿠 열도가 중 국식 명칭인 댜오위다오로 바뀌었을 뿐 내용 은 같다. 다만 ‘다른 견해’란 부분이 중국 발 표에선 ‘다른 주장(不同主張)’으로 단어 사 용을 달리했다. 센카쿠 열도는 일본과 중국이 서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쪽은 일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 은 2012년 섬 전체를 국유지로 편입시켰다. 이게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됐다. 그 이후 중국은 틈날 때마다 해경 선박과 군용기를 센카쿠 주변 해역에 보내고 있고, 일본은 그럴 때마다 대 응출격으로 맞서고 있다. 센카쿠 해역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긴 장이 계속된 지 오래다. 이런 현실과 상관없 이 일본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합 법적인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이를 놓고 그 어느 나라와도 영토 문제는 없다”는 입장으 로 일관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사회 에서 분쟁지역으로 공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다. 설령 현실에선 제아무리 긴장이 고조 되더라도 대외적으론 ‘센카쿠=일본 영토’란 공식은 흔들림 없는 진리이며, 그 누구도 여 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 관해야 하는 게 상식과 부합한다. 그런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특사 격으로 파견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 가안전보장국장이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 교담당 국무위원과 맺은 합의문서 가운데 센 카쿠 문제와 관련한 ‘이견이 있음’을 인정하 는 표현이 들어갔다. 보기에 따라서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고 해석될 수 있 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다. 일본이 이 문서에 합의해 줌으로써 정상회담이 성사됐다고 보 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합의문은 이견의 실체, 즉 무엇에 대한 이 견이냐는 점은 모호하게 남겨 뒀다. 당연히 중국은 확대해석을 하고 싶어 한다. 주권 문 제, 즉 영유권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왕이 외교부장(왼쪽),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오른쪽)과 압둘 하미드 방글라데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양제츠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 격으로 파견된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과의 협상에서 중·일 정상회담 개최와 4개 항 합의문을 이끌어 냈다.
중국은 “일본 입장 변화” 확대해석 관영언론들 ‘외교적 성과’ 의미 부여 정상회담 수용 대가 얻었다며 만족 일본은 “달라질 게 없다” 축소해석 외교적 모호성 남겨 불씨 될 수도 이면합의로 더 큰 거래 가능성
중일 합의 4개 항목은 전략적 호혜관계 지속 발전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약간의 인식의 일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에
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고 위기관 리 메커니즘 구축 정치·외교·안보대화를 재개해 상호 신뢰관
계 구축 노력
본이 인정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중국 관 영언론이 곧바로 의미 부여를 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홈페이지인 런민 왕(人民網)엔 공동인식 4개 항에 대한 해설 을 문답식으로 풀이한 기사가 올라왔다. 그 가운데 첫째 질문은 “4개 항 공동인식 가운데 가장 크게 볼 점은 무엇인가”였다. 가오훙(高洪)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 장의 견해를 인용한 답변은 이랬다. “댜오위 다오 주권에 관한 다툼이 있다는 것을 최초 로 문서를 통해 명확하게 표현한 점은 대단 히 중요하다. 이에 따라 일본은 외교·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제멋대로 해석을 할 수 없 게 됐다.” 가오 부소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선 “객관적 현실을 (비로소) 일본이 인정했다” 고도 표현했다. 취싱(曲星) 중국국제문제연 구원 원장도 “사상 처음으로 댜오위다오 분 쟁을 명확하게 기술한 문건”이란 의미를 부 여했다. 관변학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이 일본 과의 기나긴 줄다리기에서 외교적 성과를 얻 어 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일본이 원 하는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해 주는 반대급부 로 이번 합의문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 이다. 한 중국 외교관은 “협상에 관여하지 않 아 단정적으로 말할 입장은 못 된다”며 “문 면으로만 보면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얻어 낸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중국 “영토문제 인정하면 해결 미루겠다” 사실 중국은 정상회담의 전제로 일관되게 두 가지 조건을 내세워 왔다. 아베 총리가 야스 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 는 것, 그리고 센카쿠 열도를 놓고 영토 문제 가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영토 문 제가 있다는 것만 인정하라. 그럼 문제 해결 은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요구였다. 해결을 뒤로 미룬다는 건 덩샤오핑(鄧小 平)이 제기한 해법이다. 그는 1978년 일본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혜가 모자 라니 후대로 해결을 미루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은 영토 문제가 있다는 인정만 받아 내면 현실을 인위적으로 변화 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어쨌든 중국식 확대해석에 따르면 일본이 양보를 한 셈이다. 중국은 정상회담 개최를 원하는 일본의 요구에 대해 끝까지 가타부타 언질을 주지 않은 채 “성사 여부는 일본 하기 에 달렸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런 입장을 끝까지 관철함으로써 거의 시한에 다다른 무 렵, 일본의 조건 수락을 이끌어 내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외교전략을 구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해석은 다르다. 중국 이 확대해석이라면 일본 정부는 축소해석이 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7일 일본 기자들을 상대로 “영토(영유권) 문제 자체에 대한 이견 이 존재한다고 인정한 게 아니라 동중국해에 서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견 해가 일치하지 않음을 표현했다”는 요지로 비공식 브리핑을 했다.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 에 변화가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해석이다. 말장난같이 들리지만 영토 문제의 존재를 인 정하고 안 하고는 국제법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이날 밤 TV에 출연해 “정부의 자세가 변한 건 아니다. 실효 지배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같은 문장을 넣고 양측이 서로 편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문안을 만들 었다는 얘기다. 외교문서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른바 ‘외교적 모호성’을 구사한 표현이다. 서로 편의에 따라 해석하고 발표하되 상대방 의 해석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는 조건 아래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 이다. 쌍방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뭔가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경우 외교 당국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묘책이 기도 하다. 밤을 새워 오전 3시까지 계속됐다 는 양제츠·야치의 회담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 모호성은 훗 날의 불씨를 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이번 합의가 센카쿠 영유권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지만, 이런 표 현이 기록에 남음으로써 두고두고 화근이 될 소지는 있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자국 정부의 해석을 인용해 보도하면서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미래의 화근
[로이터=뉴스1]
이 될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영토 문제는 정상회담 성사 여부보다 훨씬 더 큰 국익이 걸려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영토 문제에 대해선 여야가 없다. 자칫 여론의 역풍을 받기라도 하면 정권이 흔 들릴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은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활용될 소지가 있는 합 의를 한 것일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외 교관 야치가 이를 다 감안한 뒤 4개 항에 합 의했으리란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교도(共同)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문안을 먼 저 제시한 측은 일본이다. 야치가 먼저 만든 문안을 바탕으로 조정을 거친 끝에 발표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엔 분쟁방지 메커니즘 합의가 의미 그렇다면 일본 측도 이 합의를 ‘양보’가 아니 라 ‘성과’로 봤을 수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일본 안에서 정파에 따라 이번 합의문을 놓고 분쟁지역 인정이냐, 단 순한 상황 묘사에 불과한 것이냐를 놓고 논 쟁이 일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날로 심 각해지는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메커니즘 을 구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던 만큼 이 번 합의를 외교적 성과로 보는 적극적 해석 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인식 제3 항의 앞부분보다는 뒷부분, 즉 분쟁 방지 메 커니즘에 합의한 게 일본으로선 더 중요하다 는 설명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장은 “중·일 관계 악화가 중·일 경제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일본 경제계의 압 력과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미국의 압력 등 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외교 실무에 밝은 당국자들 중에선 제3항 의 해석을 놓고 뭔가 더 큰 거래가 오고 갔고, 이를 이면합의로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법 업무에 오랜 경험을 지닌 한 외교 당국자는 “외교협상이란 얻는 것과 양보하는 것이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뤄 나 온다”고 전제한 뒤 “차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안에 다른 사람도 아닌 야치 국장이 합의 한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미스터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 다”고 말했다.
4 News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지리정보로 선거구 연구한 강휘원 평택대 교수
선거구 2대 1 편차도 과해 표 가치 ‘절반’ 누가 수긍하나 평택=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한철 소장이 선거구 획정 관련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헌재는 선거구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줄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뉴시스]
<1> 제주도 국회의원 선거구
제17대
제1819대 제주시북제주군을 제주시북제주군갑
제주시을선거구 제주시갑선거구
서귀포시선거구
서귀포남제주군선거군
<2> 대구달성군 제17, 18, 19대 국회의원 선거구
강휘원 교수가 GIS를 통해 바람직
달서구
하지 않은 선거구로 제시한 곳들이 다. <1>에서 제주시 북제주군갑이
대구광역시
제주군을 사이에 끼어 있다. 18, 19 대 총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분구됐다. <2>에서 대구시 달성군
대구달성군선거구
도 사실상 둘로 나눠져 있어 공동 체 구성이나 접근성에서 바람직하 지 않다고 한다.
국회의원 선거를 하려면, 먼저 선거구라는 공간을 정해야 한다. 공간적·인구적 설정이 잘 이뤄져야 투표라는 정치행위가 의미를 지 니는 법이다. 평택대 강휘원(행정학과) 교수 는 1995년부터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 차 비율이 2대 1 미만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해 17~19대 총선 선거구의 조밀성을 측정하기 도 했다.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정하 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에서 다. 그는 “그동안 선거구 획정에 대해 연구해 왔지만 ‘정치권이 결정하는 일’이라며 냉소 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투표권이야말로 민 주주의의 기본인 만큼 내 표가 동등하게 존 중받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헌재가 지난달 30일 선거구 간 인구 편차 비율을 3대 1에서 2대 1로 줄이라고 한 결정 을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헌 법 11조에도 있듯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 하고, 국민의 정치적 평등은 투표권에서 시 작한다. 내 표가 다른 사람의 표와 동등하지 않다는 건 수긍할 수 없는 일이다. 본래 헌재 가 2대 1로 해야 한다고 밝힌 건 2001년이다. 다만 당시엔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그렇 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벌써 10년 이상의 시 간이 지났다.” 헌재는 2001년 인구 편차를 3대 1로 제시하 면서 “2대 1이 바람직하지만 행정구역 및 국 회의원 정수를 비롯한 인구 비례의 원칙 이외 요소를 고려함에 있어 적지 않은 난점이 예상 되고 논의가 이뤄진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현 실을 감안해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선택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지역 대표성과 농촌 현실을 무시한 결정 이란 주장도 나온다. “정치가들의 생각이다. 오히려 2대 1이 아 니라 1대 1이 돼야 한다는 국민도 많다. 내 표 가 다른 사람의 반밖에 안 된다고 하면 받아 들이겠나. 농촌도 요즘은 통신 발달로 과거 와 같은 지역성이 많이 약해졌다. 수도권에 인구가 많으면 교통·교육·범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더 많다. 국회의원은 지역 면적이 아니라 사람을 대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헌재 결정 이전부터 일찌감치 2대 1 미만 을 주장해 왔는데. “94년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쓸 때 미국의 선거구 획정을 연구했다. 인종 차별 등을 보 면서 권리를 평등하게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 고 생각했다. 미국 선거구의 인구 편차는 거 의 1대 1이다. 그런 걸 보다 한국에 돌아왔는 데 한국에선 5.8대 1도 있더라. 15, 16대 총선 때다. 한국이 지역 대표제여서 미국처럼 1대 1을 하기 어렵다는 걸 감안해도 선거구 인구 편차가 너무 심했다. 95년부터 인구 편차 비 율이 2대 1 미만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학자도 그런 주장 을 했다.” -그런 주장이 그동안 정치권에 반영되지 않았다. “정치권에 직접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고 학계 세미나 등을 통해 많이 얘기했다. 하지 만 학자들조차 ‘선거구 획정은 정치권에서 당리당략으로 이뤄지는데 아무리 뭐라 해도 안 된다’며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정치권이 결정하는 건데 학자가 기준을 이야기해 봤자 소용없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선거구 획정을 연구한 학자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게 문 제다. 일반 국민은 ‘선거구 획정은 정치권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갖기 어렵 다.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을 감시할 수 있는 곳으로 사회단체도 있겠지만, 지금의 사회단 체는 할 일이 많아 선거구 획정까지는 눈을
못 돌린다. 하지만 내 표가 동등하게 존중받 으려면 선거구가 합리적으로 획정되는지 살 펴봐야 한다. 선거구에서 내 투표권의 무게 를 측정할 수 있는 게 인구 측정이다.” “힘 있는 의원이 연고지역 끌고 가” -인구 편차 외에 그동안 정치권이 해 온 선거 구 획정의 문제점은. “17, 18대 국회 때 인구 상한선이 넘는 선 거구를 분구할 때 생활공동체나 교통·지형 을 고려해야 하는데 자의적으로 해 왔다. 선 거구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국민이 의사 를 정당하게 표출할 수 있느냐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는 A당을 지지하는데 내가 사 는 곳이 자의적으로 잘라져 B당 후보에게 유 리한 선거구로 포함되면 A당 후보를 뽑을 수 없게 된다. 선거구는 그런 정치적 고려 없이 그려져야 한다. 국회의원이 힘 있다고 이 구 역이 저쪽으로 들어가면 정당한 투표권 행사 가 되지 않는다. GIS를 보면 선거구 형상의 조밀성과 연속 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게리맨더링을 예방하 는 근거도 된다. 선거구 모양새가 길게 늘어 지기보다 원이나 정사각형처럼 조밀한 게 바 람직하다. 의원이 지역 문제를 챙기기 위해 마을을 다닐 때도 더 낫다. 선거구가 길게 늘 어지면 지역 내 공공재에 대한 주민의 접근 도가 떨어지고 일체감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투표권 평등이 민주주의 기본 획정위는 상설·독립기관화하고 GIS 활용해 게리맨더링 막아야 생활권·교통·지형도 고려 대상
선거구가 생활권과도 맞지 않으면서 길게 늘 어져 있다면 게리맨더링일 가능성이 크다. 예 를 들어 과거 평택에선 어떤 동이 을구 생활 권인데 갑구에 붙어 있어 문제가 됐다. 사람 들은 ‘힘 있는 국회의원이 자신이 당선되기 위해 연고가 있는 지역을 끌고 갔다더라’고 한다. 주민들이 96년 ‘생활권과 대표자 선출 지역이 달라 선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헌재는 “선거구가 불합리하게 획정돼 입법적으로 부당한 것이지 소수의 선거권자 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 도록 지속적인 차별을 하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GIS로 볼 때 문제가 되는 선거구가 더 있나. “17대 총선 때 제주시 북제주군갑 선거구 가 북제주군을 선거구 사이에 끼어 있었다. 18대 총선 때 시정된 데서도 보듯 선거구가 다르게 획정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한 것이 다<그래픽1 참조>. 대구시 달 성군 선거구도 그 형상<그 래픽2 참조>을 보면 둘 로 나눠져 있어 지역 공 동체성이나 접근성 관
점에선 바람직하지 않다. 19대 국회 때 분구 된 파주시와 원주시 선거구도 조밀하지 않 게 잘라져 있다. 향후 선거구를 획정할 때 시· 군·구와 읍·면·동 행정구조를 나타내는 GIS 지도를 이용해 지역 선거구 형상을 평가해야 한다. GIS 지도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공청 회 등을 통해 주민 의사를 듣는 민주적 절차 도 밟아야 한다. 미국도 선거구를 획정할 때 GIS를 고려한다.” -여야가 선거구획정위를 국회 산하가 아 닌 선관위 산하나 독립기구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선거구획정위에 정치인을 배제하는 게 가 장 바람직하다. 획정위가 중앙선관위 산하가 되는 것도 괜찮지만 영국처럼 아예 독립기관 으로 두는 것도 좋다. 영국은 잉글랜드·스코 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가 독립위원회를 갖고 있다. 위원장은 하원의장인데 명목상 이고, 선거구 검토에선 어떤 역할도 하지 않 는다. 대법관이 지명하는 고등법원 판사 출 신 부위원장이 모든 것을 관할한다. 통계청 직원, 호적등기소 관계자 등이 파견된다. 정 치에 전혀 안 휘둘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만든 선거구 획정안이 가장 중립적인 안이라고 평가받는다. 한국에서도 총선도 있 고 지방선거도 있으니 상설기관을 둬도 좋을 듯하다. 선거구획정위가 단순히 위원들의 일 시적이고 비전문적이며 피상적인 결정을 위 한 회합이 아니라 전문성·기술성을 갖춘 상 설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전문성을 기반으 로 국회의원·지방의원 선거구 획정까지 다루 는 게 좋다.” 해외서도 선거구 획정안 국회가 수정 안 해 -외부 기관에서 안을 만들더라도 국회에서 수정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의원이 직접 수정하지 는 않는다. 선거구획정위에 수정을 권고할 수는 있다. 국회가 다시 바꿀 수 있게 한다면 지금과 똑같아지는 거다.” -선거구 인구 하한선을 낮춰 지역구 의원 을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주장도 나 온다. “그러면 국회의원 사이의 갈등은 줄일 수 있겠지만 의원들 이익만 위하게 된다. 비례대 표는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어려운 여성이나 직능 대표 등이 나올 수 있게 하자는 건데, 그 걸 막아 버리게 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농 복합 선거구제, 석패율제, 개헌 주장도 나오는데. “농촌과 도시의 기준을 달리하는 것은 혼 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대선거구도 문제 가 많다. 1, 2당이 주로 당선되지 군소 정당은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석패율도 반대한 다. 지역구에 떨어졌는데 중진이라고 해서 비 례대표로 들어갈 수 있다면 다른 입장을 대 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지 못하게 된다. 권역 별 비례대표제는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비례 의석수를 권역별로 인구 비례에 따라 배분하 면 각 지역의 직능 대표 등도 뽑을 수 있게 된 다. 개헌은 다른 문제라 말하기 어렵다. 개인 적으론 대통령제하에서 여러 제도를 바꾸는 게 낫다고 본다.” 강휘원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 한국정치학 회·행정학회 이사를 지냈다. 오랫동안 선거구 를 연구하며 ‘투표의 등가성을 위한 선거구 획 정의 정치와 기법’(1999), ‘영국과 한국의 선거 구획정위원회’(2002), ‘선거구 획정 기준 과 게리맨더링’(2004), ‘제17대 국 회의원 선거구의 조밀성 측정과 GIS’(2006), ‘19대 국회 신설 선 거구의 조밀성 측정’(2013) 등 의 논문을 썼다. 2006~2007년 논문 인용 횟수로 사회과학
강휘원
부문 전국 2위를 기록했다.
News 5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정당보조금 ‘복마전’ 실태 들어봤더니
정당서 굴러다니는 보조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 들어갔을 거란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불투 명한 재정구조 때문에 진위를 파악할 수 없 고 불신만 쌓이는 게 야당의 현실이다.”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이뿐 아니다. 대선 때 전국 단위로 수백 대 씩 빌리는 유세 차량을 놓고도 의혹이 불거 지지만 건드릴 수 없다. 일례로 한 달간 차량 을 빌리는 비용이 업체마다 2~3배씩 차이 난 다. 선정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다는 의심을 살 대목이다. 감사원이 나서 새누리당과 비교 해 보면 결론이 금방 나올 수 있는데, 이걸 안 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중앙SUNDAY가 입수한 2004~2013년 정당 국고보조금 불법 사용내역(선관위 작성)을 보면 복마전이 따로 없다. 정당들은 정책개 발이나 경상보조에 사용해야 할 국고보조금 을 다른 용도로 썼다. 열린우리당·민주당은 2004년 1억4461만원을 비롯해 세 차례에 걸 쳐 정책개발비와 경상보조금 1억5200여만원 을 인건비 등으로 돌려 썼다. 법정한도를 넘 어 유급 직원들을 고용하고, 이들의 봉급으 로 국고보조금 3억여원을 세 차례에 걸쳐 쓰 기도 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역시 초과 고 용한 유급 직원 인건비로 1억934만원(2004 년)을 전용했다. 또 네 차례에 걸쳐 영수증을 허위 보고해 1억2000여만원을 빼돌린 것으 로 드러났다.
보조금 불법사용 적발 규모(단위: 원) 연도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합계
새누리(한나라)
새정치(민주)
2억1194만 1817만 2644만
16041만 1억7792만 8790만
36만
112만 13만 659만 980만 150만 6668만 5억1207만
지난해 지급된 정당 국가보조금(단위: 원) 150억
173억 5842만
158억 342만
총액
379억 413만
100억
1034만 6500만 3억3226만
50억
27억 3829만
20억 400만
0 새누리당
새정치민주
통합진보당
정의당 자료: 선관위
정책개발비 불법 전용 횡행하지만 여야, 밥줄인 보조금 투명화 기피 세금 받아쓰는 한 외부감사 불가피
이충렬
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야 한다”고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정치권의 외면으로 실현 되지 않고 있다. 국고보조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30% 는 정책연구소(정책개발비)에 배정해야 한 다. 또 여성 정치발전과 지방 시·도당에 각각 10%씩 사용해야 한다. 남은 돈으로만 인건 비·사무비·조직활동비를 충당할 수 있다. 그 러나 국고보조금을 실제 어디에 쓰는지는 사 실상 당 마음대로라는 게 새정치연합 당원 이충렬씨(사진)의 증언이다. 정당의 모든 절차 당 재정에 접근 차단 -우리 정당의 재정 운용 투명성은 어느 정도 인가. “국내의 모든 집단이 예산 편성과 집행, 결 산과 감사 절차를 거치는데도 정당만 전무하 다. 또 정당의 모든 절차가 당 재정에 대한 외 부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 다. 소규모 개인 기업도 이렇게는 안 한다. 기 업은 홈페이지에 대차대조표 등 회계자료를 공개하는데 정당 홈페이지엔 재정항목이 아 예 없다. 이러니 ‘정당에서 굴러다니는 보조 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란 말이 나온다.”
-국고보조금 불법 사용내역을 보면 정책 개발비를 인건비 등에 전용하는 경우가 많다. “야당은 분당과 통합을 반복하다 보니 대 표가 바뀔 때마다 조직에 자기 사람을 심는 다. 자연히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당직자가 100명이라면 월급을 200만원만 줘도 연간 24 억원이 들어간다. 매년 수십억원씩 책정되는 정책개발비(야당은 민주정책연구원 지원비) 를 전용하고 싶은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정책개발비가 수억원씩 인 건비로 전용된다는 소문이 당내에 파다했다. 그 밖에 국고보조금은 당 지도부의 회식비나 화환 값, 당직자들의 생활비 등으로 전용되 기 일쑤다. 대표가 바뀔 때마다 꽃가게 운명 이 바뀐다는 말도 있다.” -불투명한 재정으로 인한 문제점은 또 무 엇이 있나. “야당은 여론조사 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업체를 입찰하는데, 재정 감시 기능이 없다 시피 하니 업체 선정 과정도 전혀 알 수 없다. 특정업체가 선정되면 뒷말이 많을 수밖에 없 다. 과거 당의 중진 의원이 선거 직전 인척이 운영하는 업체에 여론조사를 전담시켰다. 여 론조사 결과가 경선에 반영되니 어마어마한 공천헌금이 그 업체를 통해 해당 의원에게
중앙포토
선관위 개선 요구 정치권서 뭉개 여야는 여성 정치발전에 써야 할 국고보조금 도 전용했다. 2010~2011년 민주당이 두 차례 (1458만원), 한나라당이 한 차례(1034만원) 전용한 사실이 적발돼 이듬해 전용액의 배에 해당하는 국고보조금을 삭감당했다. 정당들이 술값을 ‘정책개발비’로 둔갑시 켜 온 관행도 드러났다. 18대 국회에서 활동 한 창조한국당은 2009년과 2011년 심야시간 대에 유흥업소와 맥줏집에서 회식비 명목으 로 145만원을 지불한 뒤 다른 용도로 썼다고 허위로 보고했다가 적발됐다. 정당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매 분기 말 은행 계좌로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새누리당은 173억5842만원,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은 158억342만 원을 받았다. 통합진보당은 27억3829만원, 정 의당도 20억4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탔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당 국고보조금은 지급 당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균등하게 지급하고 5~20석 미만 정당 엔 총액의 5%씩을 지급한다. 선관위는 홈페 이지에 2000년부터 올해까지 정당들에 지급 한 국고보조금의 총액만 공개하고 구체적 사 용내역은 밝히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 치연합도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만 당비를 낸 당원에 한해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일반인이 사용내역을 알고 싶으면 선관위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고 공개까지 걸리는 기간 도 길어 사회단체가 아니면 나서기 힘들다. 선관위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해 “(국고보 조금을 포함한) 정당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총괄표와 지출 증빙서류 명세서를 선관위 홈
200억
국민의 세금엔 ‘야당 탄압’ 논리 안 맞아 -당 재정을 관리하는 이는 누군가. “당 재정은 대표와 총무국장, 사실상 이 2 명만 알 수 있다. 야당은 대표의 평균 수명이 6개월~1년 수준이니 그보다 오래 재직하는 총무국장이 재정을 제일 잘 알 거다. 당 대표 가 전권을 쥐다 보니 재정이 방만해질 수밖 에 없다. 다만 지난 여름 물러난 김한길 전 대 표는 재임 시절 황당한 지출을 줄이는 개혁 을 단행해 이월금을 많이 남겼다더라.” -과거 재정 개혁을 건의한 적은 없나. “이번 회견을 하기에 앞서 문재인 의원에 게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감사 를 받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 는데 아직 답변을 못 받았다. 이 문제는 새누 리당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5년에 한 번씩 법에서 정한 감사를 받겠다’고 선언하 고 명문화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그러면 여야 는 매년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을 선관위에 보 고하고, 감사원은 5년마다 실사하면 된다.” -감사원이 정당을 감사하면 야당 탄압 논 란을 부를 수 있지 않나. “다른 정치자금은 몰라도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에는 그런 변명을 적용할 수 없 다. 독재 시절 민주 대 반민주 논리로 당의 비 리를 감쌀 때는 지났다. 그 시절 투옥을 불사 하는 용기로 위기를 돌파했던 것처럼 이젠 국 고보조금을 깨끗하게 쓰는 것으로 돌파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6년 한나라당 대 표 시절 자당 의원 2명이 공천헌금을 받았다 는 의혹을 받자 ‘야당 탄압’이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노무현 정부가 지휘하는 검찰에 수 사를 맡겼다. 지금 야당도 이래야 한다.” -당내 반발은 없나. “당내 반응은 ‘조용히 지나가지 왜 사고 치나’ ‘저 사람 홀로 떠들어봤자 그냥 지나 갈 것’이었다. 반면 당 밖의 사람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격려하더라. 이러니 야당이 야바위판이란 비난을 받는 것이다.”
혁신위 참여 외부 인사가 본 여야의 한 달
“분명 고쳐야 할 사안인데 의원들은 특권 아니라고 하니 ”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국민 정서가 기준이 돼 버리더라. 또 다른 포 퓰리즘이다.”(작가 복거일)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이들과 그렇지 않으 려는 이들 간 힘이 팽팽하다. 전쟁터다.”(88 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박사) 여야 혁신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새누리당은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 등을,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상향 식 선출, 당 재정 투명성 제고 등을 각각 논의 했다. 혁신위에 참여한 외부 인사들에게 그간 활동에 대한 소감을 들어봤다. 복거일씨는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 금 원칙을 논의하는데 의원들이 ‘국민이 화가 많이 났으니 이 정도는 하자’ 하더라. 그런데
장관으로 가는 줄만 끊어놔도 청와대 꼭두각시 노릇 안 할 것 이공계여성세대 장벽도 없애야
그것도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 만 불체포특권과 관련해 ‘의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않으면 가결 처리된 것으로 간주하자’는 건 김회선 의원의 묘책이었는데 괜찮은 것 같다” 고 했다. 함께 새누리당 혁신위에 영입된 서경교 한 국외대 교수는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금지’ 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너무 답
답했다”고 털어놓았다. “분명 고쳐야 할 사안 인데 의원들은 특권이 아니라고 하더라. 의원 을 빼면 장관 할 인재가 없다는 거다. 도가 지 나친 엘리트 의식 아닌가. 장관 가는 줄만 끊 어도 의원들이 청와대 꼭두각시 노릇 하는 게 줄어들 텐데…. 결국 한 표 차로 겸직 금지안 이 통과되지 못했다.” 우석훈 박사는 원혜영 의원이 집 앞에 찾아 오는 등 삼고초려 끝에 새정치연합에 왔다. 그 는 “당이 죽게 생겼는데 우리가 말하면 안 들 어주니 당신이 해 달라더라”는 영입 과정을 소개하면서 “당 대표와 친하냐가 모든 걸 결 정하니 풀뿌리 민주주의가 움직이기 어렵다” 고 했다. 그는 “2030세대가 기초의원으로 정 치를 시작해 국회의원으로 올 수 있는 길이 없다. 지역과 중앙이 다 ‘올드’하니 국민 상식
과 동떨어진 결정을 한다”고도 했다. 사교육계에서 연봉이 18억원이 넘는 스타 강사였던 이범씨도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이 다. 그는 “당에 이공계와 여성이 거의 없고 486이 젊은 축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혁신위 회의에서도 국민 눈높이와 다 른 점을 많이 발견했다고 한다. “당 재정을 투 명하게 공개하자는 쪽과 정비하고 공개하자 는 쪽이 논란을 벌였는데, 숨기고 싶은 게 있 는 것 같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국민에겐 지역 정당을 허무는 계기라는 점이 중요한데, 의원들은 농촌지역 대표성만 말하더라. 자료 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개방경선)를 당연히 하는 것처럼 써 놨다.” 새정치연합 외부 혁신 위원들은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직의 기득권 을 강화하니 정치 신인을 위한 예비후보제를
고민하고, 룰을 조기에 확정해야 한다”는 입 장이다. 이 밖에 “시민이 공감할 정책 역량 강화가 우선돼야 하는데 정치 개혁만 논의한다”(임 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연구원), “토론 할 게 많은데 의원들이 바쁘다고 토론을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만 한다”(정해구 성공 회대 교수)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복거일씨는 보 수의 좌표 점검, 우석훈 박사는 젊은 경제학 자 영입을 통한 경제예측 모델 만들기, 이범씨 는 JYJ법, 동거커플보호법, 급발진 에어백법 등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혁신위 활동기간이 한시적인 데다 논의하는 안도 당 의원총회 등 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실화 전망이 밝지만 은 않다.
6 Focus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여진 계속되는 수능 세계지리 문제 오류
바로잡을 골든타임 허비 청춘의 골든타임에 대못질 2015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나흘 남았다. 하지만 아직도 지난해 수능의 여파는 그대 로다. ‘세계지리 8번’ 오류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청춘의 1년을 날린 열아홉 살 청년은 “내겐 잘못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차선책을 선택해야 했던 또 다른 이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세계지리 8번 오류의 여파
올해도 복잡해진 재수생 A씨의 2015 입시 시나리오
※2014 수능 응시자
2015학년도 입시
평가원·교육부의 구제 절차
단위: 명
전체 응시자 수
606,813
2014 수능성적 재산정 및 기준 마련(평가원)
11월 초
수학능력시험 당일(13일)
2014학년도 재평가 방안 마련
11월 중
수능 이후 논술 준비
수능성적 재산출 및 통보(평가원)
11월 중
구제대상 해당 시, 투트랙으로 입시 준비
2014학년도 대입전형 재진행(대학)
12월
두 입시 가운데 더 나은 선택지 고르기 및
(교육부, 대교협, 대학)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지역 경제 협력체인 EU와 나프타(NAFTA)에 대해 옳은 설명만 모두 고르는 3점짜리 문제다. <보기> 중 ㄷ문항이 걸렸다. “EU는 나프타 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건데, 실 제로 2012년 기준 EU의 총생산액은 나프타 보다 2조가량 적다. 하지만 최종답안제에는 ㄷ이 들어간 2번이 정답으로 나왔다. 수험 생들은 “출제오류”라고 주장했고, 한국교 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와 EBS 교재(여기 엔 EU 총생산액이 나프타보다 많은 것으로 나와 있다)를 토대로 출제해 문제없다. ㄷ이 포함된 2번이 정답”이라고 했다. 지난달 16 일, 서울고법은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교 육부와 평가원은 상고를 포기하고 구제 방 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향 지원 학생 구제책 없다니 말 되나 K대 영문과에 진학한 이모(20)씨는 세계지 리 8번 문제를 틀렸다. 지난해 수능시험이 끝 나고 대입 컨설팅 업체로부터 “평가원이 세 계지리 8번을 오류 처리한다는 가정하에 서 울대도 노려볼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너무도 명확한 문제 오류였기 때문에 늘 그랬듯 당연히 시정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류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씨는 그때 를 떠올리며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 었다”고 말했다. 기껏해야 3점짜리 문제 하나로 당락이 바 뀌었겠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수험생 입장에선 누구나 안정적인 곳을 선 택하기 마련이다”고 했다. “세계지리 8번이 오답 처리가 되는 순간 나는 정시 (나)군에서 서울대를 포기하고 성균관대를 지원할 수밖
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K대에 들어갔다. 1년 동안 다 녀보니 학교 생활도 마음에 들고 딱히 후회 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소송에 참여했 다. “평가원의 안일한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 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가원과 교육부가 내 놓은 특별법도 싹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 를 높였다. “하향 지원한 학생에 대해 구제책 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수험생들 의 지원 심리를 파악했다면 하향 지원 학생 에 대해 고려를 안 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정시지원자들을 구제하기도 힘들 거라고 내다봤다. “원점수 3점을 올려준다곤 했지만 표준점수 및 백분위로 계산하면 실질적으론 1.5점 정도 올라가는 셈이다. 모두가 동반 상 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백분율이나 등급도 거 의 오르지 않는다. 더구나 해당 학생이 수능 성적으로 떨어졌는지 논술로 떨어졌는지 입 증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실질적인 구제가 안 된다. 해결책을 만들기 위한 해결책일 뿐이다.” 이씨의 말이다.
사회탐구영역 응시자 수(추정)
350,000
손해배상 청구소송 준비 합·불합격 결과 통보 12~2월 (대학, 19일 이전. 정원 외 입학)
합격 여부 관계없이 2015학년도 입시 준비 (19일, 원서접수 시작) ※구제 절차는 교육부 자료 참고
8번 오답자 수
18,884 세계지리 응시자 수
37,685 오답 처리돼 하향 지원 합격 학생 평가원 반응 괘씸해 소송에 참여 정부 안이한 해결책에도 분통
“공부 못해 떨어진 게 아니라 황당 박모(19)씨는 이씨가 진학한 K대 영문과에 불합격한 ‘또 다른 피해자’다. 그는 지난 수 능에서 세계지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사회탐 구영역에서 ‘한국사’와 ‘윤리와 사상’ 시험 을 쳤다. 박씨가 최종적으로 받은 건 ‘K대 영 문과 예비 6번’이라는 번호였다. 자신보다 앞 에 있던 예비 1~5번 학생은 모두 합격했다. 처음부터 K대 영문과를 목표로 공부를 한 박씨는 올해도 이 학교에 가기 위해 재수를 택했다. 박씨는 “세계지리 문제 오류가 나의 탈락 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K대의 경우 사회탐구영역에서 표준점 수 대신 백분율(해당 과목을 본 수험생 가운 데 몇 퍼센트 안에 성적이 들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을 가져다 쓴다. 박씨는 “만일 예 비 1~5번 학생 가운데 세계지리를 선택하고 8번을 맞힌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백분 율 점수가 나보다 낮아져 당락이 뒤바뀌었 을 수 있다”고 했다. 일찌감치 8번 문제가 오 류로 처리됐다면 정답자를 제외한 모든 세 계지리 선택 학생의 원점수가 3점씩 올라간 다. 당연히 만점자 수도 늘어나고 상위권의 백분율도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에 예비 번 호 자체가 달라졌을 거란 게 박씨의 설명이 다. 만일 합격자 가운데 세계지리 오류가 인 정돼 누군가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면, 예비 합격 자리가 하나 더 늘었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통상 K대 영문과가 소수점 둘째 자리까 지 봐야 할 정도로 커트라인이 치열하진 않 았다는데, 지난해엔 유난히 경쟁이 치열했 다”고 했다. 박씨는 “공부를 못해서 떨어진 거라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니까 정말 황
당하다”며 “국내 대학 입시 자체가 연쇄적이 지 않나. 누군가 다른 데 붙으면 자리가 비고, 대기 중이던 학생은 추가로 합격하고…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나 같은 피해자도 상당수일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해당 대학에 관련 정 보 공개를 청구하고, 합격 가능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평가원에 금전적인 피해 보상도 요구할 거라고 말했다. 10%가 선택하지만 만만치 않은 과목 지난해 세계지리 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대부 분 초등학교 저학년 때 2002 월드컵을 겪었 다.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세계를 배웠고, 호 기심에 지구본을 돌려보며 세계지리에 재미 와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다. 사회탐구영역 응시 학생 가운데 10% 정도가 선택하는 ‘소 수 과목’이지만, ‘세계지리 오타쿠(한 분야 에 깊이 몰두하는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가 몰리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과목은 아니다. 신모(20·여)씨 역시 세계지리는 자신 있는 과 목이었다. 당연히 만점이라고 봤지만 결과는 47점, 2등급이었다.
문제로 문제 키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 1300억원 예산, 평균 연봉 7400만원 과거 3차례 문제 오류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주관하는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은 어떤 곳일까. 해마다 64만여 명에 달하는 대학 지원자의 당락(當落)을 결정하는 국가시험의 출제와 관리를 맡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교육과정평가원의 전신(前身)은 국립교육 평가원. 1985년 중앙교육평가원이라는 이름 으로 만들어져 대입 학력고사의 출제·관리 를 맡았다. 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교육 개혁정책에 따라 국립교육평가원은 정부 출 연 연구기관으로 재편된다. 한국교육과정평 가원은 98년 창설됐다. 교육 과정의 연구·개발과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기능을 갖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고사 출제·관리다. 그중에서도 수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간 예산은 1298억원(2014년 기준). 이 가 운데 310억원가량이 정부 출연금이다. 예산 사용액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각 종 수탁용역 사업비로 올해 534억원이 배정 됐다. 수능 출제 및 관리에는 360억원가량을 배정하고 있다.
학력고사 주관 국립교육평가원서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 독립 수능출제 관리에만 360억원 지출 출제자가 이의 심사도 맡는 모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주요기능 -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관리 (모의평가 연 2회 실시) - 중·고등 검정고시 관리
직원 평균연봉
신입사원 초봉
7400 여만원
4168 만원
- 초·중등교사 임용시험 관리
약직 21명. 여기에 비정규직 125명을 포함해 391명이 근무하고 있다.
수능과 연 2회 치러지는 수능 모의평가 외 에도 중·고입 검정고시, 고졸 검정고시도 평 가원이 주관한다. 일부 지역에서 치러지는 고교 신입생 선발시험과 초·중등교사 임용시 험도 맡고 있다. 박사급 연구원이 많다 보니 신입사원 초 임(2013년 연봉 기준)은 전국 302개 공공기 관 가운데 일곱째로 높은 4168만원이다. 직 원 평균 연봉도 7400여만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 임직원 수는 정규직 245명과 무기계
수능 오류 반복되지만 안이한 대처 연간 1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 직원 평 균 연봉도 웬만한 대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 준이지만 임직원들의 근무 태도는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수능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평가원 창설 이후 반복되고 있다. 2004년 언어영역, 2008년 과학탐구영역 물리II, 2010년 지구과 학I 등에서 출제 오류가 발견돼 수험생들에 게 큰 혼란을 줬다. 2008년 수능 때는 논란이 커지자 정강정 당시 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 하기도 했다. 이전 세 번의 오류 때는 이른 시일 내에 복
직원수
391명 (무기계약직 21명,
연간예산
1298 억원
수능시험 예산
360 억원
(정부출연금 310억원)
비정규직 125명 포함)
수정답을 인정해 입시 일정에 차질을 주는 선에서 논란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세 계지리 문제의 경우 소송까지 벌인 끝에 1년 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마지못해 출제 오류를 인정했다. 국가시험 주관기관의 권위를 스스 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 능 출제의 신뢰뿐 아니라 대처마저도 서툴렀 던 탓이다. 수능 이의신청제도가 형식적이란 지적이 매년 제기됐음에도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의 경우 수능 당일인 11 월 7일부터 4일 동안 이의신청기간을 거쳐 12 일부터 일주일 동안 문항 심사를 벌였다. 출 제 오류 이의가 제기됐던 세계지리 8번 문항 은 한국지리 등 14건과 함께 심의했는데 출 제자를 포함한 15명의 심사위원이 2시간 만
에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평가원에서 근무한 전직 직원들은 “평가 원이 과거 국가고시의 권위만 믿고 출제 오류 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사실”이라 고 말했다. 평가원 연구원 출신인 A씨는 “문제를 출 제한 사람이 이의 심사까지 맡다 보니 자신들 의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해마다 모의평가를 포함해 수천 문 항을 개발하는 평가원이 ‘무오류’일 거라고 믿는 것은 오산”이라고 했다. 평가원 출신인 한 대학교수는 “기본적으 로 시사통계 문제의 경우 기준점이나 집계기 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제위원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
Focus 7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합격자가 바뀌었을 수도
너무 복잡한 수능 점수
세계지리 8번 오류 인정 전
1 표준점수=해당 과목의 수험생들 성적 편차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점수.
2004학년도 수능 때 선택과목과 함께 도입됐다. 2 백분위=수험생이 받은 표준점수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은 수험생 집단의 백분위. 3 등급=표준점수 분포를 9개 구간으로 나눈 것.
합격
불합격
세계지리 백분위 90%
윤리 백분위 89%
세계지리 8번 오류 인정 후 1 2 3
세계지리 백분위 88%로 떨어져 2014학년도 수능 만점 성적표.
수순 복잡한 대입 해결 쉽지 않아 정시 지원자 구제하기도 힘들 듯 운도 실력인가 체념한 학생도
신씨는 8번을 제외한 모든 문항을 맞혔다. 지방의 비평준화 학교를 다녀 내신이 불리 했던 신씨는 우선선발전형(최소 3개 과목서 도합 4등급 이내에 든 뒤 논술로 평가)을 노 렸다. 세계지리 8번 문제 오류만 빨리 시정됐 어도 신씨가 유리했겠지만 오답 처리가 되면 서 등급이 밀렸다. 결국 신씨는 하향지원을 했다. 신씨의 어머니는 “수능이 끝난 직후가 골 든타임이었다”고 했다. 이제 와 정부에서 구 제책을 마련하곤 있지만, 때를 놓치는 바람 에 피해 학생들이 입은 상처는 치유될 수 없 게 됐다는 거다. 당시 대형 로펌을 동원하는 평가원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수능이 다 실 력이라지만 이것(운)도 실력인가 보다”며 체 념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세상 사
져도 출제·인쇄·배포기간 막바지에 몰려 제 기된 문제점을 명확히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 는 경우가 있다”며 “논란이 벌어졌을 때 평 가원의 무오류성을 과신하거나 면피성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과감하게 복수정답을 인정 해 더 큰 부작용을 막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원 출신의 다른 대학교수도 “문제은 행식이 아니라 연간 수천 개의 새로운 문항 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가시험 출제기관도 오류가 발 생하기 마련”이라며 “이의 심사 과정에서 의 견이 모아지지 않는다면 교육부와 평가원이 최종 심의를 해 빨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보 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억 파스타, 국무총리실 특별점검 중 평가원 임직원의 윤리 문제 역시 도마에 올 랐다. 이른바 ‘8억 파스타’ 논란이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특별점검 지시에 따라 현재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올해 수능이 오는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본격 적인 점검은 수능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평가원 측은 “교과별로 연간 수백 차례의 회의가 열리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도 있다
는 게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오류 사태 초기부터 오류를 제기하며 소송 에 나선 세계지리 학원 강사 박대훈씨는 “틀 린 걸 틀렸다고 하지 못한 어른들의 태도 때 문에 제자들이 피해를 봤다”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알려왔다. “지난 1년 동안 교육부와 평가원이 아이들을 향해 법적으로 맞선 것도 속이 상했다”고도 했다. 요즘도 박씨의 e메일 함에는 묻혀 있던 피해 학생들의 사연이 속 속 들어오고 있다. 몇몇 대학생은 직접 자료를 모아다가 엑셀 을 돌려 8번 오류 문제에 따른 점수 조정 시 뮬레이션 자료까지 냈다. 통계를 낸 양현일 (고려대)씨는 “특히 정시모집에서 중상위권 대학 지원자들의 피해가 가장 크고, 2~5등 급에선 표준점수는 2점, 백분위는 7% 안팎 의 큰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함께 이 문제를 추적한 김용욱(서강대)씨도 “세계지리를 선택하지 않은 사회탐구영역 응 시자 중에도 잠재적인 피해자가 상당할 것으 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니 회의가 끝나면 간단히 식사를 할 수밖 에 없다”며 “평가원 건물 1층에 있어 해당 식 당을 이용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중앙SUNDAY는 문제가 된 B레스토랑을 찾아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요청했지만 레스 토랑 측은 “논란이 불거진 뒤 평가원에서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거 절했다. 레스토랑 본사 측에도 해명을 요구 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 전직 연구원은 “연간 수천 번의 회의가 열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의 때마다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정동 주변에 식당이 적지 않아 특정 식당에 ‘몰아주는’ 오해를 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일부 결제금액에 부정 사용 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 다. 평가원이 B레스토랑에서 결제한 횟수가 과도하게 많은 데다 음식 값이 비싸지 않은 레스토랑인데도 단가가 높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부정 사용 사실이 확인되면 국무조정 실은 평가원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공공 기관이 ‘카드깡’을 했다면 업무상 횡령혐의 가 적용되며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이하의 징 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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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청와대까지 간‘야신’리더십
효율 극대화 vs 개발 독재형 金의 방식에 엇갈린 시선 “지금 사회에서 부족한 건 비정함이다. 조직 은 이겨야 하고, 선수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 한 건 조직의 승리다.” 청와대가 지난 7일 ‘야신(野神·야구의 신)’ 김성근(72) 감독을 초청해 ‘조직을 강하 게 하는 리더’를 주제로 특강을 들었다. 대통 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직원 250여 명을 대 상으로 열린 강연에서 김 감독은 “리더는 지 나간 다음에 존경받는 자리에 서는 것이다. 존경보다 중요한 건 신뢰이며 결과 없는 리더 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특유의 ‘성과주의’ 리더론(論)을 설명했다. 4년 만에 프로야구 감독으로 복귀한 김 감 독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신(神)이라 불리는 남자. 스타 선수라도 가 차 없이 교체하는 냉혹한 승부사. ‘500번 펑고
스타급도 못하면 가차 없이 교체 뚝심으로 야구 감독직 13전 14기 “자원 한정된 한국 현실선 최선” 위기 땐 상명하달식 유리하지만 다양화된 사회에선 지속성 의문 “열정은 인정 장기적으론 변해야” (수비훈련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 주는 것)’로 대표되는 지옥훈련. 그리고 구단 운영 전권을 휘두르는 강력한 카리스마. 언뜻 ‘독재’로까 지 비치는 70대 노감독의 리더십에 왜 야구 팬 들은 절대적 지지를 보낼까. 사회현상으로까 지 떠오른 김 감독 리더십의 실체는 뭘까. 김성근 리더십에 대한 분석은 넘친다. 김 감독 스스로 리더십에 대한 책(리더는 사람 을 버리지 않는다, 2013년 출간)을 쓴 적도 있다. 중앙SUNDAY는 김 감독과 함께했던 야구인 10여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가 운데 현직 프로야구팀 코치 A씨의 분석이 흥 미로웠다. 김성근 리더십이 한국 사회와 닮 았다는 것. “김성근 리더십에 대한 옳고 그름을 차치 하면 얕은 저변과 한정된 자원, 부족한 시스 템하에서 세계와 겨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A씨는 “우리나라 기업이 열악한 여건 속 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이나 성과를 내는 과정도 비슷하다”며 “이상적이라고 할 순 없 겠지만 열악한 여건에서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 욱 그렇다”고 진단했다. 김성근 리더십은 성과를 위해 개인보다 조 직을 우선시한다. 조직이 살아야 개인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의다. 리더십 학자들 은 이런 리더십 유형을 독재형·권위주의형으 로 분류하기도 한다. 김 감독과 함께했던 야 구인들은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항변한다. “한국 상황 반영한 리더십의 전형” 김 감독 밑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B씨는 “김 성근 리더십에 대해 가장 잘못 알려진 것이 무조건 강압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시 키는 과정을 먼저 거칩니다. 운동장 100바퀴 를 뛰는데 이유를 모르고 뛰면 벌이 되지요. 실제로 이런 지도방법을 고수하는 감독이 지 금도 있어요. 하지만 왜 뛰어야 하는지 알고 뛰면 훈련인 겁니다.” 김성근 리더십은 종종 구단·프런트와 갈 등을 빚는다. 성과를 내지만 오래 머물진 못 했다. 김 감독 스스로 “열세 번 목이 잘렸다” 고 한다. 현직 프로야구팀 C코치는 “김 감독 은 이기는 야구를 하는 사람”이라며 “우리나 라 구단·프런트는 야구에 대한 이해도 부족 하고 경영의지도 없다. 김 감독은 이기기 위 해선 자신이 단장·사장의 역할까지 해야 한 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SUNDAY는 전문가들과 함께 김성근 리더십의 유형에 대해 분석해 봤다. 분석에는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F E 피들러의 상황리 더십 모델(그래픽 참조)을 사용했다. 20세기 조직심리학의 대가였던 피들러는 상황에 따 른 리더십 유형을 최초로 제시한 학자다. 전문가들은 “김성근 리더십은 강한 과업 지향성을 나타내지만 관계지향성에 있어선 상향(구단·프런트)과는 대립하는 경우가 많 고, 하향(선수)에는 선택적 지향성을 보인다 는 점에서 통합형과 독재형의 경계에서 독재 형에 치우친 형태다”고 분석했다. 야구인들은 김성근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 면서도 “장기적으론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
의했다. 선수 출신의 프로야구팀 프런트 간부 D씨는 “야구에 대한 열정은 높이 사지만 한 사람의 리더십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올해 거인(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시리즈에 나 가지 못한 것, 미국 스몰마켓 팀인 캔자스시 티의 돌풍은 그런 방증”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관계지향형 relationship-oriented
온정형
통합형
김성근 리더십 유형
피들러(Fiedler)의 상황리더십 이론에 따른 김성근 리더십 김성근 리더십의 유형을 분류해본 결과 통합형과 독재형에서 독재형 에 치우친 형태로 표시됐다. 일반적으로 상황이 매우 나쁘거나 좋을 때에는 과업지향형 리더가, 안정적일 때에는 관계지향형 리더가 좋은
자유방임형
독재형
성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한다. 김성근 리더십은 비상상황에서 효과 적이지만 선택적 관계지향성 역시 드러나 일반상황에서도 특정 조건
task-oriented 과업지향형
이 충족된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스템 기초한 전략적 리더십 정착돼야” 현직 프로야구팀 E코치도 “언제까지 쥐어짜 는 야구만을 할 순 없다”며 “김성근 야구가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요즘 선수들에게 먹히지 않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김성근 야구가 한국 사회를 반영한다는 주장에 대해 영화심리학자인 심영섭 대구사 이버대 교수는 “흥미로운 분석”이라고 말했 다. 그는 대학 시절 홍일점 야구부원으로 활 동했던 야구 매니어다. 심 교수는 “김 감독이 성과를 내고도 번번 이 경질됐던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조급한 성과 지향 사회인지 보여 준다”며 “LA 다저 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뒤 왜 감독이 아닌 단장을 교체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의 지나친 스타 리더십 의존 역시 바뀌어야 한다”며 “황우석 사태에서 경험했듯 결과 중심, 인물 중심 리 더십은 몰락했을 때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 기 때문에 시스템에 바탕을 둔 전략적 리더십 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더십 전문가인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 수도 “위기상황에선 카리스마적·상명하달 적 리더십이 빛을 발하지만 조직이나 사회가 안정됐을 때에는 ‘인에이블러(Enabler·조력 자)’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리더 개인의 역 량에만 의존하면 조직이 지속가능할 수 없 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청와대가 김 감독 특강을 듣고 어떤 교훈을 얻었을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한 조직이 리더십 강의를 요청할 때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십을 그 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와대가 그리는 리더 십이 김성근식 리더십일 수도 있겠지요. 경제 골든타임이니 하는 인식이 현재를 위기상황 으로 보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국가 경영은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과정을 중시하 고 이상을 실현해야지요. 결국 리더십은 떠 난 뒤 레거시(유산)를 남기는 작업입니다. 있 을 때에 인정받고 각광받기를 원해서는 좋은 리더십이 될 수 없습니다.”
김성근에게 ‘야신 리더십’ 물었더니
“선수 위해 굽힌 적 있어도 돈 위해 굽힌 적은 없다” 이동현 기자
“거꾸로 물어보지요. 신세대 리더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김성근 감독의 휴대전화는 좀처럼 연결되 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가까스로 이뤄진 김 감독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심스레 “감독님의 리더십이 다소 구시대적이란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퉁명스러운 답변 이 돌아왔다. “리더는 모든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구시대, 신시대가 없어요. 내 야구가 구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야구를 알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말투는 대화가 계속되면서 조금씩 누그러 졌다. 김성근 리더십에 대해 사회학적 분석을 하고 싶다고 취재 의도를 전하자 “사회부 기 자시니까 설명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김 감 독과의 인터뷰는 30여 분 동안 이어졌다. -선진야구는 프런트나 구단, 감독의 역할
이 좀 더 분화돼 있지 않나. “미국과 우리나라는 다르다. 미국은 이 선 수를 안 써도 다른 선수가 있다. 우리는 이 선수를 안 쓰면 야구를 할 수 없다. 저변이 좁은 상황에서 이기기 위해선 우리 방식이 있는 거다.”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겨야만 선수에게 혜택이 간다. 개인을 살렸다가 지면 선수에게 돌아갈 게 없다. 아 무리 정당한 프로세스를 가져도 이기지 못하 면 정당하지 못한 게 우리 사회다. 야구뿐 아 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다. 다들 자기 위 치와 돈에 매달리지. 그래서 문제가 생기고 부정부패도 생긴다. 정치만 나빠서 이런 건 가? 아니다. 다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 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 없이는 개인도 없다. 나라 없이 국민이 없는 것처럼.” -구단 운영의 전권을 요구하다 보니 구단 과 갈등을 빚은 적이 많다.
조직이 없으면 개인도 없는 법 리더가 결과는 보여주지 않고 순간의 해명에 매달려선 안 돼 김성근식 야구도 진화하는 중
“전권이란 게 대단한 게 아니다. 야구장에 서 감독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것, 이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 윗사람들 은 (조직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한다. 과시하 고 싶어하고. 요새 리더들은 결과는 안 내고 순간순간 해명하고 달래려 한다. 나는 그렇 게 살지 않았다. 이기기 위해, 선수를 위해 굽 힌 적은 있어도 자리를 지키려고, 돈을 벌려 고 굽힌 적은 없다.” -김성근 야구가 재미없다는 비판에 대해
선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을 평가하는 건 세 단계가 있다. 처음 은 무시다. 조금 잘하면 칭찬한다. 그 다음 단 계는 비난이다. 무시당하는 사람은 일 못 하 는 사람이고, 칭찬받는 사람은 B급, C급이다. 위에 올라가면 비난받게 돼 있다. 김성근이 란 사람이 야구를 못했다면 비난 안 받았겠 지. 난 이것도 하나의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본 아버지 리더십 인터뷰를 마치고 김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 (44)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얘기를 나눴다. 김성근 리더십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 였다. 김 위원은 김성근 리더십의 양면(兩面) 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 김성근 리더십은 뭔가. “아버지 리더십이다. 아버지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마다 고뇌하는 것처럼, 감 독님도 늘 불안해하신다. 이 불안함의 에너 지를 그라운드에서 열정으로 표현하시는 게
김성근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강압적이다, 구시대적이다’라는 지 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처음엔 물음표가 많았다. 바깥에서 많은 말들을 들으니까. 지금은 옳다, 그르다 를 떠나서 이해하게 됐다. 미국은 합리적으 로 역할이 분담돼 있다. ‘머니볼’의 빌리 빈 단장은 판을 짜 준다. 팀 컬러도 정한다. 감독 은 그 선수들을 갖고 시즌을 치르는 거다. 그 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그런 환경이 안 돼 있다. 구단은 선수를 자산으로만 생각한다. 팀도 살고 선수도 살리려 하니 김성근 리더십 이 충돌을 빚는 거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 그런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김성 근 야구도 진화한다. 지바롯데 코치(2006년) 를 경험한 뒤 선수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신 것 같다. SK 시절 오히려 부상선수가 적었다. 김 성근 리더십의 정신은 그대로지만 선수 관리, 트레이닝 시스템 같은 것은 많이 변했다.”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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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코리아게이트 주인공 박동선
로비스트라고? 對韓 원조 끊길까봐 스스로 뛰었을 뿐 1970년대 미국 워싱턴과 한국 정가를 떠들썩 하게 했던 코리아게이트의 주역 박동선(79) 씨. 팔순을 앞둔 그는 지금도 2선에서 미국· 일본 등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교통하며 ‘민 간외교’를 왕성하게 하고 있다. 그는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1966년 워싱 턴에 사교클럽을 열어 30대 때부터 현지 정 계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두터운 인 맥을 바탕으로 그는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미국의 대한(對韓) 쌀 수출과 한국의 미 의회 로비를 중개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로비스트’라는 딱지가 붙어다녔다. 코리아게이트가 용두사미로 끝 난 뒤 그는 자유로운 신분으로 국제무대에서 비즈니스를 했다. 90년대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아 유엔의 ‘석 유·식량 교환(Oil for Food)’ 프로그램이 채 택되도록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받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역정을 걸어온 그는 현재 서울 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코리아게 이트 당시 한국 전통 차(茶)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는 한국차인(茶人)연합회 이사장 이기도 하다. 오는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전통 차 문화의 의미와 전망’이라는 토론회에서 ‘현대 차문화운동’에 대해 발표 할 예정이다. 지난 5일 그를 만나 코리아게이 트에 대한 평가와 근황을 들었다. -코리아게이트 때 로비스트로 활동했나. “남들은 박 아무개 하면 무지막지한 로비 스트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회사 나 정부가 어떤 임무를 부여하고 대가를 주 어야 로비스트가 되는데 당시 한국 정부가 나보고 돈을 주며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지 않았다. 한국은 돈도 없고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다. 미국 원조를 못 받으면 독립국 가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미국의 원 조를 계속 얻기 위해 내가 자발적으로 활동 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미국 프레이저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하수 인이었다고 몰아붙였는데. “코리아게이트는 과거 얘기이기 때문에 지 금 와서 다시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미국, 특 히 언론에서 떠드는 것은 내가 한국 정부의 하수인으로서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해 로비활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대통령을 위해서라기보 다는 한국을 위해 한 활동이다.” -그럼 코리아게이트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미 의회 조사위원회가 나를 희생양으로 몰아가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사건 을 통해 한국이 처음으로 미국에 대들었다. 미 의회가 청문회에서 나를 완전히 길들이려 고 했는데, 내가 덤벼드니까 언론도 놀랐다. 워터게이터사건 때 특별검사를 지냈던 재워 스키 수석조사관은 나에게 집중적으로 질문 공세를 폈다. 내가 ‘당신이 지금 영어하는 게 분명한데 난 잘 못 알아듣겠다. 텍사스 악센 트 때문인 것 같다’고 하자 당황하더라. 미국 은 내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공격 목표였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라 뇌물을 받은 미국 의원들을 강력히 처벌하려 했다. 당시 재미
박동선 사건(코리아게이트)
김춘식 기자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한국 정부 하수인이라 공격하며 미 의회, 나를 희생양 삼으려다 실패 앞으로 책 쓰면 정확한 사실 밝힐 것 박정희 대통령과는 61년 첫 만남 한국 외교, 큰 일 터진 뒤 허둥지둥 길게 보고 민간 네트워크 활용해야
교포들이 코리아게이트로 한국 이미지가 나 빠져 큰 피해를 보았다고 전해들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코리아게이트에 대한 진실을 밝혀 야 하지 않나. “아직도 그 문제로 미국 출판사들이 책을 내자는 제의를 한다. 동양적인 사고방식으로 하면 나 때문에 한국이 골치 아프게 되고 미 국과 사이가 나빠졌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미국이 이 일로 절대 한국에 대 한 원조를 끊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하 여튼 내가 워싱턴에 많이 알려져 있어 나를 앞장세워 코리아게이트를 가지고 한국을 공 격해 왔지만, 박 대통령은 끝까지 나를 보호 해줬다. 앞으로 책을 쓰게 된다면 정확한 걸 밝히고 싶다.” -미국 쌀을 한국에 팔아주고 거액의 커미 션을 챙긴 쌀 장사꾼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정작 나에게 쌀을 팔아 달라고 먼저 부탁 한 것은 미국 의원들이다. 내가 먼저 로비한 적이 없다. 캘리포니아 등 5개 주는 쌀이 항상 200만t이나 남아돌았다. 의원들은 재선을 위 해서는 쌀 수출에 힘을 쏟아야 했다. 5개 주 의원들이 뭉쳐 로비단체를 만들었는데 이것 이 ‘코리안 코커스’였다. 이 단체 관련 하원 의원이 전체의 약 20%인 86명이나 됐다. 상 원의원 10명도 있었다. 이들은 나에게 쌀 10 만t만 사주면 코커스 전체가 무엇이든 도와
1977년 8월 24일 서울에서 기자회견 중인 박동선씨.
이트의 단서를 잡았다”고 추가 보도하자, 이 사
잠적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과 미국에 망
주겠다고 했다. 당시 한국 원조라고 해봐야 120억 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들이 실 제로 한국을 도와줄 수 있었다.” -미국으로 가게 된 경위는. “서울에서 꽤 큰 사업을 하시던 부친(박미 수·작고)의 권유로 16세 때인 52년 유학을 갔 다. 시애틀의 에디슨하이스쿨을 다녔다. 그 때만 해도 평범했다.” -조지타운대서 학생회장을 지냈는데. “나중에 동창생들한테 물어봤다. 내가 동 양 출신은 틀림없는데 의외로 자신만만하게 보여 회장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30대부터 워싱턴 사교계를 움직였다. “조지타운대 졸업 후 31세 때인 66년 조지 타운클럽을 만들었다. 문을 열자마자 린든 존슨 대통령의 딸이 피로연을 열어 유명해졌 다. 부통령이 된 제럴드 포드가 처음으로 사 교계에 선보인 곳도 조지타운클럽이었다. 의 원들 후원회도 자주 열렸다. 젊을 때부터 기 죽지 않고 미국의 정치인들과 사귈 수 있게 된 것은 사업을 하셨던 부친 덕분이었다. 부 친은 어릴 때부터 나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어줬다.”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이 깊다. “처음 만난 것은 61년 방미 때였다. 알고 지 내던 코코런 상원의원이 박 대통령을 만나러 워싱턴 블레어하우스 영빈관을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해서 따라 갔다. 그때는 인 사만 드렸다. 65년 방미 때는 정일권 총리 소 개로 대통령을 만나 원조를 어떻게 하면 늘 릴 수 있는지를 조언했던 걸로 기억한다.” -박 대통령과 친척 사이라고 하고 다녔다 는데. “내가 아는 미국인들은 박 대통령과 성이 같아 친척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건방진 말일지 모르지만 워싱턴 사교계에선 박 대통 령보다 내가 좀 더 유명했다. 굳이 그렇게 하 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박 대통령도 날 잘 아
씨는 78년 2월 상·하원 윤리위원회 비공개 청문
건은 외교문제로 비화했다.
명한 워싱턴 중앙정보부 직원 김상근씨도 청문
회와 4월 의회 공개청문회에서 미 의원들에게
1976년 10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
77년 2월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한·
회에 출석했다. 이들은 박정희 정부를 신랄하
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 박씨는 기소는
정부가 박동선씨를 내세워 70년대에 연간 50만
미 관계 조사권을 위임받은 프레이저위원회가
게 비판하고 재미사업가 김한조씨의 로비의혹
됐지만 처벌은 받지 않았다. 요란했던 코리아게
~100만 달러 상당의 뇌물로 미국 의원과 공직자
활동을 시작했다. 이 위원회는 박씨가 주한미
을 추가로 폭로해 한·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
이트는 3명의 미 민주당 의원만 징계하는 선에
를 매수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진 사건. 코리
군 철수와 대한(對韓) 원조 중단 등 한·미 현안
았다.
서 마무리됐다. 프레이저위원회는 같은 해 10월
아게이트(Koreagate)라고도 한다. WP가 “미
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돈을 뿌린 것으로 보
미 의회의 송환 요구에 불응하던 박씨는 면책
한국관계 종합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조사활동
중앙정보국(CIA)이 청와대를 도청해 코리아게
고 관련자들을 청문회에 불러 집중 추궁했다.
특권을 받는 조건으로 증언에 응하기로 했다. 박
을 마감했다.
니까 남들이 와서 이러쿵저러쿵 해도 들은 척 만 척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래도 자꾸 이야 기하면 ‘알지 못하면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고 하더라.” -국가 간 외교이건 민간외교이건 인맥이 중 요하다. “그렇다. 살아 있는 정보가 중요하다. 실제 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은 외환위 기 때나 최근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반 환과 연기 협상 등 국가적 중대사에 공식 채 널 못지않게 민간 차원의 스킨십 있는 외교라 인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나. “우리같이 민간외교하는 사람은 인맥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원래 비즈니스를 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필요하기도 했다. 이제는 복잡한 일 아니면 전화 한 통화로 해결할 수 있다. 내가 만든 네트워크는 신뢰를 바탕으 로 만들어진 거니까. 우리나라에 와 있는 대 사 100여 명은 거의 다 최고 클래스의 외교관 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주요 대사들과 많 이 접촉한다. 지한파로 널리 알려져 있는 미 국의 찰스 랭글 의원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전화한다. 우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나라다. 누가 알 아주든 모르든 상관없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알아서 하는 편이다.” -한국 외교에 조언한다면. “한국에는 우수한 관리가 많다. 그들이 외 교를 잘 못해서가 아니라 민간외교가 필요할 때가 많다. 협상의 특성상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성사시키기 전까지는 비밀 을 지켜줘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민간외교 가 필요하다. 한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부랴부랴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다. 장기적으 로 앞을 내다보고 기획을 한다든지 하는 면 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전통 차에 조예가 깊다고 하는데. “어릴 때부터 우리 그림이나 도자기를 좋 아했다. 코리아게이트가 한창일 때인 77년께 도범 스님의 권유로 차에 입문하게 됐다. 지금 도 차를 즐겨 마신다. 외국 손님들을 불러 차 를 대접하면 좋아한다. 차를 마시면 깊은 이 야기를 할 기회가 생긴다. 한국에는 이런 문 화도 있구나 하며 인식이 달라지는 경우를 많 이 경험했다. 워싱턴에 있을 때 남미의 정치 지도자 자제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자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커피 대신 차를 많이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청와대나 정부·정치권에서도 한국적인 것을 많이 활용해줬으면 좋겠다.”
Focus 11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전문가 대담 상하원 여소야대 미국의 행보는
미국의 대북 압박 더 세질 듯 사드 배치는 더 지켜봐야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지난 4일 실시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 당이 압승했다. 하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 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마저 장악했다. 미 국에서 8년 만에 상하 양원 여소야대(與小野 大) 정국이 재연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에선 연임 대통령의 집권 2기에 실시된 중간 선거에서 야당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이를 ‘집권 6년차 징크스’라고도 부른다. 버락 오 바마 대통령도 이를 깨지 못했다. 의회 협조 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국의 정치 구조상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은 험난할 것 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문가인 김현욱 국립 외교원 교수와 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를 만나 이번 중간선거의 의미와 향후 미국의 정 책 향방에 대해 살펴봤다. -공화당 승리 요인은.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우선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맞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미국의 힘’ ‘글로벌 헤 게모니’에 관심이 많다. 빌 클린턴 대통령 집 권 2기인 1998년 중간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여당인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미국의 글로 벌 전략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성공 했기 때문이다. 클린턴 집권 1기 때는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2기 때는 미국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한 대외정책에 무게를 뒀다. 오바마 정부는 이와 다른 패턴이다. 집권 1기엔 글 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에 주력했지 만 2기에선 소극적인 외교정책을 펴 유약한 대통령으로 각인됐다. 예를 들면 오바마는 최근 중동정책과 관련, ‘DDSS(Don’t Do Stupid Stuff)’라는 발언을 했다. 이는 ‘어 리석은 짓(전쟁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미 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길 원하는 유권자들 은 오바마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 을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여 러 사안에서 공화당과의 타협을 제대로 이 끌어 내지 못했다. 공화당도 비판을 받았지 만 결국 최종 책임은 오바마에게 돌아갔다. 미국 내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하기 꺼리지만 소수인종 출신이라는 것도 오바마에겐 약점 이 될 수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중간선거는 1790년 이래 지금까지 50여 차례 실시됐다.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소속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인 중 하 나는 오바마의 지지도 하락이다. 민주당 후 보들이 오바마의 지원유세를 원치 않을 정도 였다. 오바마의 인기 하락으로 공화당은 반 사이익을 얻었다. 오바마는 보수파 입장에선 무능한 대통령이고, 진보 쪽에서 보면 진보 의 가치를 지키지 못한 대통령이다. 이번 선 거는 오바마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 된 것이다. 실례로 오바마는 2011년 ‘아랍의 봄’ 때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놓고 우유 부단했다. 미국은 공격을 주도하기보다 프랑 스와 영국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오바마의 행태를 놓고 공화당은 ‘뒤로부터 이끌기(leading from behind)’라는 모순적 인 말로 그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지난해 시 리아 사태에서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 학무기 사용을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 했다. 이를 넘을 경우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 고 공언했다. 하지만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 기 사용이 밝혀졌는데도 이를 응징하는 군사 행동은 없었다. -미국 경제지표는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이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빈부 격차 가 커지면서 민심이 오바마에게 등을 돌렸다 는 분석도 있는데. 서=부의 분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다수의 유권자는 민주당에 기대를 걸었다. 공화당은 친기업적인 반면 민주당은 노동자
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의회 지도자들을 백악관 오찬에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오바마, 내치보다 외치에 눈돌려 이란 핵협상 연내에 마무리 짓고 미국 주도 질서에 중국 편입 노릴 것
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 지만 민주당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스트 리트 개혁에 물타기를 하는 민주당 의원들 도 있었다. 월스트리트가 지원하는 정치 자 금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과 거 노조의 지원을 받고 소액 기부 등으로 선 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젠 그 정도 돈으 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기에 월스트리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중간선거 패배로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 덕이 예상되는데. 김=레임덕에 빠진 대통령들이 관심을 쏟는 분야가 대외정책이다. 대외정책의 파트 너는 국내에 있지 않다. 국내 정치와 무관하 게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집권 2기 중간선거에 서 패한 뒤 외교에 주력했다. 당시 의회가 북 한에 대한 더욱 강한 압박을 주문했지만 부 시는 북한과의 대화를 선택했다. 그래서 6자 회담이 활성화됐다. 공화당은 외교정책에서 오바마에게 일정 부분 양보하고 국내 정치를 주도하려 할 것이다. 오바마의 레임덕은 양측 의 타협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서=“임기 2년 남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게 언론의 전망이다. 하지 만 오바마에게도 카드는 있다. 이민정책 등 과 관련해 공화당을 괴롭힐 수 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공화당도 이민정책 완화 에 강력히 반대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공 화당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관련된 ‘영구정상무역관계(PNTR) 법안’을 공화당과 손잡고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미국 이 중국에 항구적 최혜국 대우를 해 주겠다 는 법안이었다. 노동자를 주요 지지 기반으 로 하는 민주당은 이를 반대했지만 클린턴은 야당과 손잡고 밀어붙였다. 중국이 세계무역 기구(WTO)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이를 내세 웠기 때문이다.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 오바 마도 사안별로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재 선 대통령은 향후 선거보다는 자신의 업적에 더욱 신경 쓰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중동 등 외교정책에서의 변 화는. 김=미국엔 몇 가지 현안이 있다. 이란 핵 협상은 올해 안에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이 라크·시리아의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 문제의 경우 공화당의 압박에도 지상군 투입 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릴 것이다.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중국 문제다. 대중국정책에 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중국이 근해 를 강력히 방어하겠다는 ‘반(反)접근 및 지 역거부(A2AD) 전략’에 대해 확실히 대응하 는 것이다. 둘째,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중 국을 편입시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군사 력 증강과 함께 국제경제질서를 새로 구축하 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중국에 더욱 강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중간선거 결과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부의 분배’ 실패가 민주당의 패인 오바마 지지층 붕괴, 차기 대선 악재 북한통 의원 적어 대북 정책 주의보
특히 보수파인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 치를 압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김=현재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매 우 강한 수준이다. 초기 ‘전략적 인내’에서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의 선택을 바꾸겠 다’며 더욱 강경해졌다. 상원에 계류돼 있는 북한 제재 법안 통과 등을 통해 북한을 더욱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 문제에서 도 마찬가지다. 행정부 일각에서 나오는 대화 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국의 입장에서 상당 히 중요하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면 사드 배치의 최적지는 한국이다. 만약 사드의 한 국 배치가 가시화된다면 우리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사드 배치에
[로이터=뉴스1]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 지 않은 상태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서=북한 문제는 미국 내에서 초당파적 협력이 가능한 분야다. 또 잘 모르는 상태에 서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사실 미 의회에 북한 문제에 정통한 의 원은 많지 않다. 우리의 입장에선 이를 경계 해야 한다. 실례로 2004년 대선 때 부시 대통 령과 존 케리 상원의원이 대결할 당시 케리 는 테러 등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유약한 이 미지를 만회하고자 자신의 공약에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넣을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에 북한을 활용하겠다는 의 도였다. 우리 정부의 현명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 대한 전망은. 민주당 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우세한 가 운데 공화당에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 사가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데. 서=힐러리는 2016년에 69세가 된다. 건 강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년층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해 크게 부각되지는 않 을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30~40대가 많 이 당선됐다. 공화당은 “국민은 새로운 피를 원한다”는 것을 내세울 것이다. 힐러리는 사 회적 불평등, 특히 성평등 문제 등을 공약으 로 내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오바마에 대한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지지층이 거의 붕괴됐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민주당엔 악재다. 하지만 공화당도 고 민이 크다. 경쟁력 있는 마땅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부시는 본선에선 유리하지만 너무 온건해 당내 대선 주자를 결정하는 예선 통 과가 만만치 않다. 김=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회적 소수자와 여성 등의 투표율이 상당히 낮았다. 힐러리가 이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린 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힐러리는 또 대통 령이었던 남편 빌 클린턴의 후광도 업고 있 다. 힐러리가 향후 2년 동안 어떻게 자신의 가 치를 높이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힐러리는 또 안보와 관련해 강한 목 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다. 보수파를 어떻 게 흡입하느냐도 관건이다.
12 People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삶과 추억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미국 신임 법무장관 사상 첫 흑인 여성 내정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 한국 섬유계 큰 별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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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코오롱 경북 구미공장에서 열린 창 립 50주년 행사 때 이동찬 명예회장(오른쪽)과 이웅열 회장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
다”고 말했다. 고인은 은퇴 이후 취미인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고인은 한 경영 월간지 2008년 9 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60이 넘어 미술 선 생을 초빙해 그림을 그린 지 25년이 지났지 만 그림 선생은 내 그림을 ‘사실적이고 섬 세하다’고 지적한다. 과감한 생략이나 추상 적 표현을 통해 예술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고인은 “일이나 사 업을 할 때는 승부사적 기질이 필요하지만 취미생활을 할 때는 깊이 빠지지 않고 적당 히 즐기는 것에 참맛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고인은 골프에 관해서는 다른 병 폐가 있다고 고백했다. “골프 친구와 겨루 는 자리에서 지기 싫어 무리수를 두었고, 결국 ‘신경 과민성 근육 경직’이라는 병이 찾아왔다. 절대로 남에게 지기 싫어했다가 그런 증세가 찾아온 것 같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63년 골프를 시작했을 때 하루도 거 르지 않고 레슨을 받았고, 첫 라운드에서 100타를 깨 주위를 놀라게 했다. 1년 만에 이 명예회장은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 싱글이 됐고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상도 여 국내 첫 나일론 양산으로 기틀 라는 철학으로 마라톤 발전을 이끌었다. 그 러 번 탔다. 경총 회장 맡아 재계 큰 어른 역할 는 “승리를 위해 일정한 페이스로 힘차게 평소 “바른 마음가짐이 가장 소중한 가 마라톤 등 스포츠 발전에도 기여 달려가는 마라톤은 ‘단숨에 빨리’가 아니 치”라고 강조했던 고인은 2001년 자신의 호 ‘바른 마음가짐이 소중한 가치’강조 라 ‘정도로 쉼 없이’ 멀리 달려야 한다는 내 인 ‘우정(牛汀)’을 따 우정선행상을 만들기 철학과 잘 맞는다”고 말하곤 했다. 코오롱 도 했다. 지난 4월 제14회 우정선행상 시상 마라톤팀을 운영하면서 많은 스타 선수를 식에 참석한 고인은 “더 많은 사람이 선행 배출했는데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황영조 에 감명받고 함께 참여하면서 더 살맛 나는 고인은 재계의 웃어른 역할도 했다. 82년 등이 코오롱팀을 거쳤다.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부터 97년까지 15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인은 95년 12월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 했다. 회장으로 활동하며 경제단체를 이끌었다. 고 경영대권을 외아들인 이웅열 회장에게 이 명예회장은 금탑산업훈장(82년, 2004 스포츠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70년 여 물려줬다. 당시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 명예 년), 체육훈장 백마장(82년), 국민훈장 무 비 / 천둥 눈 등 흐려져 비 눈 또는 비 구름 것을 조금 흐림 흐려짐 구름 많음회장은 “아들이기 자실업농구연맹 맑음 회장을 맡은 비롯해 이전에 (이 회장이) 그룹비 / 소나기 궁화장(92년, 2004년), 체육훈장 청룡장(92 흐린 후 갬 대한농구협회장·대한골프협회장 등을 잇 에서 가장 열심히 미래를 고민하고 열정적 년, 2004년)을 받았다. 유족은 이웅열 코오 따라 지내며 한국 체육 발전에도 기여했다. 으로 일하기 때문에 그룹 총수의 자격이 있 롱 회장 등 1남5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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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의 대표 적인 친한파 의원 인 마이크 혼다(73· 민주당사진) 연방 하원의원이 8선에 성공했다. 혼다 의 원의 당선은 중간선 거 실시 사흘 만인 7일(현지시간) 확정됐다. 뒤늦게 당선이 확정된 것은 일부 부재자 투표 함에 대한 개표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혼다 의원은 2007년 하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백악관 면담 등을 주선했다. 캘리포니아 실 리콘밸리가 지역구인 혼다 의원은 이날 자신 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 에서 우리는 억만장자들의 막대한 정치자금 지원만으로는 승리를 거둘 수 없음을 보여줬 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쟁 후보였던 로 칸나 후보는 혼다 의원의 두 배가 넘는 500만 달러 눈후 갬 비 후 갬썼지만 결국 의 안개 선거자금을 패배했다. 현지 한인사회도 혼다 의원에게 40만 달러를 후원 한 것으로 기본 사이즈알려졌다.
^황기석씨 별세, 황석곽(새누리당 박명재 토요일(13일) 의원실 보좌관)씨 부친상=8일 오전, 대구가 톨릭대학병원 장례식장 특5호실, 발인 10일 (23/17) (23/17) (27/19) 오전,(27/19) 053-655-4504. ^이영범(전 중앙대문리대학장)씨 별세, 이 (25/17) (25/17) 창한(행복찾기신경정신과의원장)씨 부친 (26/21) (26/21) 상, 곽동훈(미국3M글로벌마켓리더)·김동 (27/20) (27/20) 욱(전 레외버넷대표이사)씨 장인상=6일, 삼 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410(26/20) (26/20) 6915. ^조성훈(전 충북도 정무부지사, 충북흥사 단 고문)씨 별세=8일 9일(화) 10일(수) 오전 7시15분, 11일(목) 청주병 원 장례식장 8호실, 발인 11일 오전 8시30분, 043-224-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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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파 혼다 의원 미국 하원 선거서 8선
부고
2014년 11월 9일 일요일, 음력 2014년 9월 17일(윤달)
일요일(최고/최저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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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찬(사진)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8일 별세했다. 92세. 코오롱그룹은 이날 “이 명 예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으며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빈소가 마련돼 9일부터 조 문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북 영일 출신인 이 명예회장은 오사카 흥국상고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부 친인 이원만 선대회장과 함께 국내 섬유종 가로 불리는 코오롱그룹을 세운 주역이다. 이 명예회장과 섬유의 인연은 깊다. 이 선대 회장이 1937년 일본 오사카에서 아사히피 복회사를 설립해 모자사업을 시작할 당시 15세였던 이 명예회장은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면서 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45년 해방 뒤 이 선대회장은 일본에서의 사업을 정리한 뒤 귀국해 대구에서 경북기업주식 회사를 세웠다. 해방 후 이 명예회장은 경찰 이 돼 잠시 공무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건 강상의 이유로 경찰을 그만둔 고인은 선대 회장이 51년 일본에 세운 삼경물산이란 무 역회사의 서울사무소를 맡아 운영하면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전쟁 은 그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한국전쟁 이후 나일론 수요가 급증하자 선대회장과 이 명예회장은 57년 대구에 코 오롱그룹의 모태가 된 한국나일론을 설립 해 국내 첫 나일론 공장을 건설했다. 그를 국내 화학섬유시대의 선구자로 꼽는 이유 다. 기초 생활소재인 나일론의 국내 첫 양산 은 한국 의류혁명의 밑거름이 됐다. 이 명예회장이 코오롱그룹 사업 전면에 나선 것은 77년 삼촌이던 고 이원천 코오 롱TNS 전 회장에 이어 코오롱그룹 대표 에 취임하면서다. 이때 한국나일론을 한 국포리에스텔과 합병하면서 상호를 ‘코오 롱(KOLON)’으로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 다. 코오롱이라는 사명은 코리아 나일론 (KOREA NYLON)에서 나왔다. 이 명예 회장은 2세대 경영자지만 창업주인 부친을 도와 창업 초기부터 회사의 기틀을 다져 재 계에서는 창업 1.5세대로 불린다. 고인은 대표 취임 후부터 적극적인 연구 개발(R&D) 투자로 기술 혁신에 속도를 냈 다. 코오롱은 80년대 필름·산업자재로 사업 영역을 넓혔으며, 90년대에는 초극세사를 이용한 고부가가치의 첨단 섬유제품을 개 발했다. 90년대 초반에는 제2이동통신사업 에 진출하기도 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 으로 흑인 여성이 법무장관에 내정됐 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버 락 오바마 대통령 이 에릭 홀더 법무 장관 후임으로 로레타 린치(55사진)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사장을 내정했다”고 보도했 다. 조니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린치 내 정자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방검찰청을 이끌었던 능력 있는 검사”라고 밝혔다. 이번 내정은 오바마 대통령의 소속당인 민 주당이 중간선거에 패배한 이후 발표한 첫 행 정부 인사다. 린치 내정자는 검사장 재직 시 설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중립적 태도를 보 인 인물로 의회 인준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 로 보인다. 최근에는 공화당의 마이클 그림 뉴욕 하원의원의 불법자금 수수혐의 사건을 처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으로 하버 드대 법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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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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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로멜 서거 70년, 재조명 받는 ‘사막의 여우’
군인의 틀 넘은 전장의 지성 처칠이 존경한 ‘착한 독일군’ 허진 외교부 조정기획관 jhur87@mofa.go.kr
올 해 는 노 르망 디 상 륙 작전 7 0 주 년이 기도 하거니와 이를 막을 수 없었던 나 치 독일의 에르빈 요하네스 오이겐 로멜 (1891.11.15~1944.10.14) 원수가 독약을 받고 사망한 지 70주년이다. 그의 탄생일을 앞두고 독일을 비롯한 서구 언론들은 로멜을 재조명하는 특집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아마도 대중에게 가장 잘 알 려진 이 장군의 이야기는 수많은 책과 다큐 멘터리를 통해 다양하게 분석되고 평가돼 왔 으나, 그럼 과연 그가 독일군 최고의 지휘관 이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애매한 논란이 존재하고 있다. 군사 전문적인 시각에서는 독일 국방군 최 고의 두뇌 에리히 폰 만슈타인 원수나 독일 장갑부대의 아버지이자 전격전의 창시자인 하인츠 구데리안 상급대장을 더 높이 평가하 고는 있다. 그러나 영국의 처칠조차 존경해 마지않았 던 그의 능력이나 그를 위해 목숨 바치기를 꺼리지 않았던 아프리카군단(DAK) 장병들 의 겸허한 진술, 히틀러 암살 기도에 직접 간 여하진 않았지만 나치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 히 드러냈던 ‘착한 독일군’의 대표 격이었던 로멜에 대한 인상은, 그의 비극적 최후와 더 불어 독일, 아니 제2차 세계대전 전체를 통틀 어 가장 위대했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현상 유지 명령에도 대규모 공세로 승리 그가 직접 남긴 전사록은 영국의 군사평론가 리델 하트에 의해 The Rommel Papers라 는 책자로 발간돼 세간에 알려졌다. 우리말로 도 번역(롬멜 전사록)된 이 책에는 마치 전 투 현장을 영화로 보고 있는 듯한 사실적인 저술도 돋보이지만 부하 장병들을 어떻게 다 룰 것인지에 대한 탁월한 지도력, 아내와 자식 에 대한 자상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 그의 진 정한 인간미를 찾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다. 그가 단순히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비결 을 아는 군인에 머문 것이 아니라 무인으로서 의 독특한 자질,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정치 적 식견, 한 가정을 지키는 남자로서의 복합적 인 덕목을 고루 갖춘 훌륭한 지성인이었다는 점, 아마도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로멜을 회상 하는 가장 균형된 요인들이 아닌가 싶다. 그는 ‘사막의 여우’란 별칭이 붙었던 북아 프리카 사막전 이전에 이미 독일군과 연합군 내에서 경악할 만한 전과를 기록했었다. 프 랑스를 눈 깜짝할 새에 격파했던 서방 전격전 에서 제7장갑사단을 지휘했던 그는 적군도 아군도 그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의 신출귀몰한 기동력을 발휘해 ‘유령사단’이 란 별명을 얻었다. 이미 이때 로멜은 기존의 보수적 프로이센 육군의 전통과는 다소 거 리가 있는 혁명적 군사사상을 체득하고 있었 다. 그러고는 1941년 2월 한 번도 가 보지 못 한 북아프리카 땅으로 전출되자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던 최신 기갑전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로멜이 이룬 놀랄 만한 전과의 근본적 의 의는 당시 파병 독일군이 연합군에 비해 열악 한 보급에 의존하면서도 엘 알라메인 전투에 서 패퇴할 때까지 무려 1년 반 동안 공세의 주 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초 히틀 러와 군 수뇌부는 북아프리카를 ‘사이드 쇼 (side show)’에 가까운 부차적인 전장으로 간 주하고 있었다. 지중해와 중근동을 잇는 석유 라인을 확보함으로써 영연방 제국의 혈로를 끊는다는 대담한 구상은 전혀 시도해 본 바 없었다. 그들에겐 어디까지나 러시아가 주된 목표였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에 있어서는 독 일이 부차적이라 생각했던 북아프리카야말
로멜의 부인 루시에(오른쪽)와 전후 슈투트가르트 시장이 된 아들 만프레드.
금 나중에 거짓 보고를 하게 만들 우려가 있 고, 그렇게 되면 지휘관은 상황 판단이 흐려 지게 된다는 것이다. 로멜은 그 누구보다도 최전방에 직접 나가 진두지휘하면서 전황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 때문에 장군의 계급에 어울리지 않게 무수히 많은 부상을 당했으며 그의 이 같은 위험천만한 행동은 독일 수뇌 부에서조차 군사교범을 어기는 일이라고 비 판받은 바 있다. 로멜의 기개와 강심장은 44 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전에도 화 제가 됐다. 위력정찰을 실시하던 영군 전투기 가 해안을 시찰하던 로멜 일행에게 기총사격 을 가했을 때였다. 모든 부하가 지면에 신속 히 엎드렸지만 로멜 혼자 꼿꼿하게 서서 전투 기의 진행 방향을 응시했다고 한다. 적군에 대한 당당함은 나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 다. 그는 나치의 우편 검열이 공공연하게 자 행되고 있음에도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 런 구절을 남겼다. “아들아, 나치당이 쓸데없 이 개최하는 집회에는 가지 말고 학교에서 하 는 공부나 잘하거라.” 로멜은 파고들면 파고 들수록 매력 있는 인간이었다. 쌍안경을 들고 최전선을 시찰하는 로멜. 독일 군 수뇌부는 최전방에 깊숙이 들어가는 로멜의 행동을 위험하다고 비판하곤 했다.
로 그들의 주전장이었던 탓에 로멜 한 사람에 의해 이 지역 전체가 유린당한다는 참기 힘든 수모를 오랜 기간 감당해야 했다. 41년 아프리카에 도착한 로멜은 현상 유지 만을 지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독 공세를 개시, 삽시간에 엘 아게일라를 점령했다. 그 해 4월엔 토브룩 이외의 모든 영국군을 이집 트로 몰아냈다. 이어 ‘배틀액스’ ‘크루세이 더’ 작전으로 알려진 영국군의 공세 전환을 차례로 분쇄했다. 42년 초에는 가자라 지역 으로 진출해 6월 21일 끈질기게 버티던 토브
적 앞에선 용맹, 장병들에겐 후덕 미래 내다보는 정치적 식견도 갖춰 전력 열세 북아프리카 전세 뒤집어 친위대 무시하고 제네바 협정 준수
룩 요새를 함락시킴으로써 독일 최연소 원수 에 등극한다. 이때가 로멜의 아프리카 군단 최절정기였다. 처칠 총리마저 “적장이지만 존경을 표한다”는 유명한 구절을 남겼던 바 로 그 대목이다. 하나 그는 원수 계급장보다 좀 더 많은 전차 와 연료를 공급해 주는 편이 낫다며 전쟁기간 내내 보급 문제에 시달렸던 독일군의 역경을
로멜의 장례식. 나치는 유족 의사와 달리 관에 나 치 깃발을 덮었다.
토로했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전체의 양 상이 그러하듯 연합군의 무제한 물량 공세가 명품 전투 기량으로 버텨 온 독일군을 무력화 하는 데 성공한다. ‘양’이 ‘질’을 압도하는 명 백한 구도를 보여 준 엘 알라메인 전투는 북 아프리카 전투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된 다. 서로 누가 이기고 있는지를 분간할 수 없 는 상황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전 끝에 전장의 주도권은 몽고메리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이후 로멜은 고달프지만 교묘한 지연술책 으로 최소한의 피해만을 감당해 나가면서 독 일군을 튀니지까지 무사히 철수시키는 또 하 나의 위대한 퇴각작전을 지휘했다. 이 모든 결정은 히틀러와 독일 국방군 참모본부와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이미 이때 로 멜은 히틀러의 총애를 받기는 해도 ‘가장 말 안 듣는 장군’으로 인식된다. 아프리카 전투 종료 이후 로멜은 잠시 이 탈리아 방위사령관으로 부임했다가 연합군 의 프랑스 서해안 상륙에 대비한 서방총군 예하 B집단군 사령관을 맡는다. 가장 중요한 러시아 전선으로 보내지 않은 것은 위대한 장군에게 더 이상의 패배를 안기기 싫다는 히틀러의 작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를 시기한 보수적인 독일 장군들의 견제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최전선 시찰 땐 기총사격 받고도 꼿꼿 아무튼 그는 연합군이 칼레가 아닌 노르망디 로 침공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고, 상륙 즉시 해안에서 전세를 결정짓기 위해 모든 기 갑부대를 해안선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입장 을 개진했다. 그러나 결국 침공을 원천적으 로 막지 못한 상태에서 병력과 화력 집중에 실패한 독일군은 44년 6월 사상 최대의 상륙 작전을 허용한다. 로멜이 그해 7월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으 로 말미암아 이른바 불고지죄를 적용받게 되 자 히틀러는 마침내 잔인한 결정을 내린다.
이 사건은 그가 과연 히틀러를 제거 대상으 로 생각했던 것인지, 아니면 나치당과 히틀 러 반대세력 사이에 끼어 우유부단한 상태의 중립으로 인해 화를 자초했던 것인지 여전히 미궁에 빠진 채 사후 70년이 된 지금까지도 ‘착한 독일군’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 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떻게 보면 로멜이 히틀러에 의해 살해당 했다는 점 때문에 전쟁에서 살아남은 만슈타 인이나 구데리안 장군보다 더 큰 존경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로멜의 아프리카 군단에
장군 신분 어울리지 않게 많은 부상 히틀러에겐 ‘말 안 듣는 장군’ 각인 암살 미수 불고지죄로 독약 받아 서독 정부, 로멜 군단 모임은 허용
는 친위대가 전혀 간여하지 못했다. 로멜의 부대는 모든 세부 전투에서 철저히 제네바 협정을 준수한 결과 러시아 전선에서와 같은 반인륜적 전쟁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전후 서독 정부는 로멜의 아프리카 군단 재 향군인회 모임만은 합법적으로 인정해 줄 정 도였다. 아마도 그와 그의 부하들이 펼친 전 투는, 치가 떨리는 살육장 속에서도 구(舊)세 계의 마지막 남은 기사도 정신을 존중하던 낭 만이 깃들어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로멜은 단순히 뛰어난 전략가나 전술가라 는 군사적 평가를 넘어 조국에 대한 애정과 부하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치열한 전장 가 운데서도 틈날 때마다 자신의 가족에게 보낸 진중한 서신을 통해 그가 얼마나 참된 인간 상에 근접했는지를 조명할 때만이 그의 진면 목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로멜은 부하가 실수했을 때 지나치게 나무라지 말라고 조언 하고 있다. 필요 이상의 질타는 부하로 하여
히틀러에게 원망증오 표현한 로멜 부인 이전에 독일에 거주할 때 슈투트가르트 시장 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가 바로 로멜 장군의 아들 만프레드 로멜이었다. 10대 때 나치에 의해 아버지를 여읜 기억을 자꾸 들추는 것 이 예의바른 짓은 아니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 은 일화를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 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로멜에게 독약을 마시게 한 히틀러가 로멜 의 사망 소식을 로멜 부인에게 전화로 전하면 서 베를린 광장에 로멜 장군을 기리기 위해 사자상을 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히틀 러는 도약하는 사자, 포효하는 사자, 잠자는 사자 중 어떤 디자인을 원하느냐고 물었던 모 양이다. 그때 로멜의 부인이자 만프레드의 어 머니는 “통곡하는 사자를 만들어 달라”고 대 꾸했다고 한다. 히틀러에 대한 원망과 증오 가 고스란히 담긴 처절한 답변이었다. 히틀러 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고, 이후 그에 대 한 장엄한 국장은 치러졌지만 결국 사자상은 세워지지 않았다. 전화 통화 내용으로 인해 로멜 가족이 박 해를 당하진 않았으나 로멜 부인은 평생 조 국을 위해 헌신한 남편을 위해 목숨을 걸고 히틀러에게 대든 셈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 하고 모두가 찬양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위대 한 군인이었지만 억울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 이한 그의 죽음과 관련된 이 일화를 듣는 순 간, 목이 메어 더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리 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사진을 같이 찍자는 말도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만프레드 로 멜은 지난해 세상을 떠나 자상한 아버지와 용감한 어머니 곁으로 갔다. 허진 외무고시 출신의 외교관. 독일·헝가리·네덜란 드 등에서 총영사·참사관으로 일했다. 2002년엔 월드컵 대표팀 언론담당관. 독일군 전사(戰史), 마 카로니 웨스턴에 조예가 깊다. 한때 전문지에 축구 칼럼을 연재한 ‘축구논객’이기도 하다. 현재 외교 부 조정기획관.
Focus 15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영국 록의 원류를 찾아서 ⑥ 아일랜드 더블린
최고 록밴드 U2의 보노, 성탄절엔 거리의 악사 변신 런던=조현진 국민대 특임교수·미래기획단장 gooddreams@hanmail.net
세계적인 음악도시에는 상징적 인물이 있기 마 련이다. 미국 멤피스엔 (비틀스 미국 진출) 50주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 고, 영국 맨체스터에는 토니 윌슨이 있다. 그리고 이 상징적 인물들 은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대중음악의 전설이 됐고, 도시에 매력적인 스토리를 제공하면서 해당 도시는 관광명소로 부각된다. 그런데 1921년 영국에서 독립한 아일랜드 의 수도 더블린은 예외다. 이 도시의 최대 음 악자원은 세상을 떠났거나 해산한 밴드가 아 니고 현존 최고 인기의 록밴드로 건재한 U2 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대중음악 관광상품 을 기획하는 ‘더블린, 디프런틀리(Dublin, Differently)’의 숀 맥브라이디 대표는 “아일 랜드의 음악 역사는 깊고 다양하지만 관광객 에게 가장 강렬하게 호소하는 아이콘은 역시 U2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브리티시 인베이전
아일랜드 로큰롤이 시작된 쇼밴드 로큰롤이 태어나기 이전에도 아일랜드에서 음악은 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배경으로 한 열정적인 장면은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묘사됐다.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을 기리 기 위해 매년 3월 17일에 열리는 세인트 패트 릭 데이(Saint Patrick’s Day) 축제를 통해 서도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은 이미 오랜 기 간 동안 일반에게 전파돼 왔다. 대중음악에서 아일랜드가 오늘날 차지하 는 탄탄한 위상은 1960~70년대 크게 인기를 끈 ‘아이리시 쇼밴드(Irish Showband)’에 서 출발한다. 쇼밴드는 당시 미국과 영국의 인기 히트곡을 클럽 등에서 연주하는 밴드 들이었다. 아일랜드 쇼밴드들이 연주력을 인 정받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외국 클럽에 초 대받거나 유럽 내 미군 부대에서 연주하는 기회가 늘어났고, 결국 아일랜드 로큰롤의 진원지 역할을 하게 된다. 로큰롤에 큰 영향 을 미친 싱어송라이터 밴 모리슨이나 기타 리스트 로리 갤러거 등이 모두 쇼밴드 출신 이다. 더블린시는 아일랜드가 로큰롤에 기여한 역사를 기억하고 관광 자원화하기 위한 노력 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시내 중심부에 있는 클럽과 바들이 밀집한 시내 중심부의 템플 바(Temple Bar) 지역 주변이 대표적이다. 99 년 개장한 ‘아이리시 음악 명예의 전당(Irish Music Hall of Fame)’은 아일랜드 로큰롤을 세계에 전파한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기념 하는 박물관 역할을 한다. 지금은 임시로 문 을 닫고 새로운 장소를 물색 중인데 박물관 으로 사용된 건물 외벽은 아직도 ‘명예의 벽 (Wall of Fame)’으로 불리며 밴 모리슨, U2, 시네이드 오코너, 더 크랜베리스, 85년 라이 브 에이드(중앙SUNDAY 9월 14일자 런던 속 로큰롤 성지들) 행사를 기획한 붐타운 래츠 의 밥 겔도프 등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로큰 롤 아티스트들의 사진이 붙어 있어 지나가는 관광객을 즐겁게 한다. 95년 47세의 나이에 숨진 로리 갤러거는 퀸 의 브라이언 메이, 건즈 앤 로지즈의 슬래시, 더 스미스의 조니 마 등 수많은 후배 아티스 트가 자신들의 영감이었다고 밝히는 아일랜 드 출신의 기타리스트였다. 그는 아일랜드에 서 팬더 스트라토캐스터(Stratocaster) 기 타를 처음 연주한 인물로도 기록되고 있다. 2009년에는 더블린시장과 U2의 기타리스트 더 에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그가 사용하던 기타를 본떠 만든 조각상이 제막됐고, 이 자 리는 ‘로리 갤러거 코너’로 명명됐다.
록밴드 U2에 관한 낙서로 뒤덮인 ‘U2 낙서 담’.
아일랜드 더블린시내의 그래프턴가에서 연주하는 버스커(길거리 악사)와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 세계 최고의 록밴드 U2의 보노는 매년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이 거리에 서서 불우이웃 돕기 거리공연을 벌인다.
[조현진]
그래프턴 거리는 버스커의 천국 잘나가는 뮤지션들 거쳐간 명소 클럽과 바 밀집한 ‘템플바’ 주변은 아일랜드 출신 로커들의 박물관
명예의 벽(Wall of Fame) 외관. 아일랜드 로큰롤 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로리 갤러거가 숨진 뒤 이 원 기타는 공개 될 일이 거의 없었는데, 21세기 기타 스타 조 보나마사의 2011년 영국 공연 때 갤러거의 가족이 이 기타를 쓰게 해 주면서 다시 모습 을 드러냈다. 평소 갤러거를 존경해 온 보나 마사는 자신의 공연을 갤러거의 곡 ‘Cradle Rock’으로 오프닝하면서 자신의 우상에 대 한 경의와 가족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영국 아일랜드
더블린 웨일스
잉글랜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로큰롤 밴드 신 리지(Thin Lizzy)를 이끈 필 라이넛(Phil Lynott) 동상.
보노 이름 유래는 보청기 매장 ‘보나복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9월 29일자 표지로 U2를 선택했다. 신보 ‘Songs of Innocence’ 발매에 맞춰 특집 기사를 다뤘는데 U2로서 는 네 번째 타임 표지였다. 76년 이 밴드의 드 러머 래리 멀린 주니어가 고등학교 때 ‘음악 인 구함’이란 광고를 학교 게시판에 건 뒤 40 년이 지난 지금 U2는 이제 세계 최고의 밴드 가 됐다. 그들의 2009~2011년 세계 순회공연 ‘U2 360°’는 공연당 평균 무려 6만6110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공연 역사상 역대 최고인 7억7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흔 히 우리나라 3대 연예기획사로 통하는 SM YGJYP 3사의 지난해 매출액 총합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더블린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보청기 판매 점 ‘보나복스(Bonavox)’는 U2의 보컬 보 노가 이 매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따 왔다는 얘기 때문에 골수팬들의 필수 방문지가 됐 다. 본명이 폴 데이비드 휴슨인 보노는 원래 이 이름을 싫어했으나 보나복스가 라틴어로 ‘좋은 목소리’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이 이름을 좋아하게 됐다. 보노와 더 에지 소유로 유명해진 더 클라 랜스 호텔 옥상은 U2가 2000년 발표한 대표 곡들인 ‘Beautiful Day’와 ‘Elevation’의 공연 뮤직비디오 버전이 촬영된 장소다. 물론
이 옥상공연은 비틀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앙SUNDAY 9월 28일자 런던의 비틀스 흔 적들). 더블린시를 통과하는 리피 강변으로 4000여 명이 몰려와 촬영 장면을 지켜봤는데 뮤직비디오에도 이 장면이 잘 실려 있다. 더블린시에서는 ‘낙서가 보이기 시작하면 U2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대표적인 낙서는 하노버 부두 변에 위치한 U2 소유의 스튜디오 주변인데 온통 팬들의 낙서로 덮여 있어 아예 ‘U2 낙서 담’으로 불 린다. 팬이라면 직접 낙서를 남기는 일도 좋 은 추억으로 남는다. 더블린 최고층 건물이 자 명소가 될 ‘U2 타워’가 세워질 장소는 바 로 이 스튜디오 건너편의 부지다. 2011년 개관한 ‘더블린 소(小)박물관(The Little Museum of Dublin)’은 더블린시의 역사를 보여 주는 곳인데, 지난해에는 U2 팬 들이 큐레이터 역할을 하며 꾸민 ‘U2 전시 관’이 마련됐다. 밴드 경력에서 중요했던 소 품들과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 U2는
영화 ‘원스(Once)’의 배경으로 사용된 악기점 ‘월 톤스(Waltons)’의 내부.
물론 일반 로큰롤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지난해 말에는 박물관 관계자마저 눈치채지 못하게 소문 없이 와서 전시를 둘러본 뒤 조 용히 떠나 주변을 놀라게 한 스타들이 있었 는데, 바로 보노와 더 에지였다. 박물관 측은 이들이 다녀간 사실을 며칠 뒤 방명록에 남 긴 서명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보노는 ‘훌륭하다(Awesome)’는 짧은 글로 전시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남겼다. 필 라이놋 동상이 로큰롤의 랜드마크 더블린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은 시내 중심도로인 그래프턴가다. 관광 과 쇼핑의 중심 역할을 하는 이 길은 아일랜 드 로큰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래프턴이 해리가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필 라이넛 동상이 대표적인 로큰롤 랜드마크다. 아일랜드가 자랑하는 록밴드 신 리지를 결성 하고 이끈 보컬 겸 베이시스트 라이넛은 36 세이던 86년 1월 4일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 상을 떠났다. 그의 실물 크기 동상은 2005년 세워졌는데 같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국내에 도 두터운 팬층을 가졌던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 등 라이넛과 음악 활동을 같이했던 아 티스트들이 대거 제막식에 참석했다. 신 리지 의 대표곡 ‘The Boys Are Back In Town’은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2년 미국 대 선 재선을 노리던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 령에게 맞서 ‘공화당이 돌아왔다’는 점을 강 조하고 싶던 공화당 밋 롬니 후보는 이 곡을 자신의 대선 캠페인에 사용하려 했으나 그의 반동성 철학 등이 생전 라이넛의 철학과 맞 지 않는다는 유족의 판단에 따라 곡 사용이 거절되기도 했다. 영화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뮤지 컬로도 제작돼 다음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을 앞둔 ‘원스(Once)’의 배경이 된 곳도 그래프턴이다.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이 인기 곡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를 부른 악기점 월톤스는 이 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 에 있다. 영화 성공 이후 하루에도 수백 명의 관광객과 팬이 몰려와 이 노래를 부르자 질 린 악기점 측은 악기점 내에서 이 노래의 연 주를 아예 금지시키기도 했다. 그래프턴가의 최대 매력은 그래도 역시 버 스커(Busker)로 불리는 길거리 악사들의 연 주다. 영화 원스의 주인공이자 가수인 글렌 핸사드나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에서 첫 공연 을 했던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도 모 두 아일랜드 출신으로 무명 시절 이 길 어디 에선가 버스커 생활을 했다. 무명이 아닌데 도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이곳을 찾아 버스 커 활동을 하는 스타가 있는데 U2의 보노다. 최근 들어서는 동료 스타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진행하는데 몇 년째 계속하다 보니 이제는 크리스마스이브 가 되면 이 공연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미 리 그래프턴가에 나와 기다리는 장면도 연출 된다. 버스커들에게 인기 있는 이 거리에서 공 연하려면 사전에 더블린시에서 주관하는 오 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음악거리 명소로서 관광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가진 버스커들을 선사하겠다는 깊은 의도다. 여기에 최근 유럽 대다수 대도시들 이 소음과 쓰레기 등의 문제로 길거리공연 을 제한하면서 그래프턴은 유럽 최고 실력 의 버스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로 부각 되고 있다. 내일의 팝차트에 오를 스타들이 오늘은 크래프턴에서 땀 흘리고 있는 셈이 다. 필자가 본 루마니아 출신의 한 버스커는 “우리가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버 스커를 지지하고 더블린을 사랑해 달라!”고 호소한다. 더블린만큼은 아직 버스커들을 버리지 않았다. 더블린이 매력적인 음악도시 인 또 다른 이유다. 조현진 YTN 기자·아리랑TV 보도팀장을 거쳐 청와 대에서 제2부속실장을 역임하며 해외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1999~2002년 미국의 음악전문지 빌보 드 한국특파원으로서 K팝을 처음 해외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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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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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베를린 장벽 무너진 25년 전 그날 기억하며
독일 베를린이 또다시 동서로 갈라졌다. 하지만 이번엔 희망을 상징하는 ‘빛의 장벽’ 이 들어섰다.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11월 9일)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조형물이다. 8000개의 풍선 모양 전등은 과거 시멘트 장벽이 가로질렀던 보른홀머 슈트라세~장벽 공원~베르나우어 슈트라세~제국의회~브란덴부르크문~체크포인트 찰리~이스트사 이드 갤러리의 15.3㎞ 구간에 설치됐다. 실제 장벽에 그려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 련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에리히 호네커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 서기장의 키스 장면을 그린 벽화도 환한 조명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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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요동치는 세계 경제 한국 외환보유액 긴급 점검
곳간 속 비상금 3637억 달러 든든하지만 비용 부담도 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세계 경제의 시계(視界)가 갈수록 혼탁해지 고 있다. 주요국이 ‘고환율 수출 증가 고용 확대 내수 진작’이라는 자국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면서 신흥국들의 수출길은 좁아지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커지고 있다. 경제위기 의 징후가 보일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은 ‘외 환보유액’이다. 1997년과 2008년의 경제위기 는 외환 곳간이 비었을 때 경제주체들이 얼마 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배우는 계기 가 됐다. 외환 당국자에게는 이때의 트라우마 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이 외환보유액에 더 집착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한가. 과한 것은 아 닌가. 위기는 다시 오지 않을까. 해외에 예치해 둔 국가비상금 국제통화기금(IMF)은 외환보유액을 ‘통화 당국이 해외에서 운용하는, 교환성이 있고 유동성이 높은 외화자산’으로 정의한다. 한 마디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제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해 둔 외국 돈으로 표시된 자산 이라는 얘기다. 외환보유액에 포함되는 자산엔 ^미 달러 화·유로화·일본 엔화와 같이 국제적으로 널 리 통용되는 통화표시 자산 ^국제금융시장 에서 쉽게 현금화가 가능한 선진국 국채·정 부채 ^국내 기업 및 금융회사의 해외 법인 등을 제외한 비거주자에 대한 외화표시 청구 권 ^실물자산을 제외한 외화표시 금융자산 (금·은 포함) 등이 있다. 뒤집어 얘기하면 수출입이나 해외 금융거 래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통화로 표시된 외 화자산은 교환성이 떨어져 외환보유액에 포 함될 수 없다. 부동산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투자 부적격 채권처럼 현금화가 어려운 외화 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져 외환보유액이 될 수 없다. 또 통화 당국(정부중앙은행)이 아닌 시중 금융회사나 기업이 국내외에서 보유한 외화자산도 외환보유액이 될 수 없다. 삼성전 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해서 외환보 유액이 곧바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 기다. 한국은행 글로벌협력팀 정원식 차장은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국내 외환시장 에 (달러) 공급을 증가시켜 환율 변동의 원인
외환보유액인 것과 아닌 것 개인 지갑 속 달러 시중은행이 보유한 달러 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 한국은행과 정부가 해외에 예치해둔 외화표시 자산
보유 외환 가운데 58%가 미 달러 달러 사느라 풀린 원화 흡수 위해 통안증권 발행 비용 만만찮아 “위기 대응 가능한 최소액 보관해야”
은 되지만 기업이나 시중은행의 달러표시 자 산일 뿐 외환보유액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통화당국이 해외에 예치해 둔 국가 비상금이다. 긴급사태가 발생해 금융 회사 등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해 대외 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하는 최후의 보루(last resort) 기능을 한다. 따라 서 외환보유액이 많다는 것은 국가의 지급 능 력이 그만큼 충실하다는 뜻이다. 또 외환시장 에서 외화가 부족해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엔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하기도 한다. 성 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국가 신인도를 높여 민간 기업 및 금융 기관의 해외 자본 조달비용을 낮추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각국은 IMF 기준에 따라 외환보유액을 편 제하고 이를 매달 발표한다. 지난 5일 한국은 행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0월 말 현재 3637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중국· 일본·스위스·러시아·대만·브라질에 이은 세 계 7위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부터 13개 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다가 올해 8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근 2~3년 사이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 난 이유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 지면서 통화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넘치는 달 러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발권력
을 동원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외환 매수대 금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없다. 기획재정부 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옛 외평채)’를 발 행해 마련한 자금(원화)으로 달러를 산다. 고원홍 한은 국제총괄팀 차장은 “외환보 유액은 월말에 달러로 환산해 계산하기 때문 에 표시통화의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 말했다. 10월 외환보유액이 전월에 비해 6 억8000만 달러 준 이유는 유로화와 파운드 화의 약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구성 내용별로는 국채·정부채 같은 유가 증권이 3321억8000만달러로 91% 이상을 차 지하고 있다. 외국 은행에 예금 형태로 보유 한 예치금은 211억8000만 달러다. 실물자산 인 금은 47억9000만 달러에 그친다. IMF가 발행한 특별인출권(SDR)과 IMF 포지션도 각각 33억6000만 달러와 22억1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채 많아도 현금화 문제 없어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의 통화별 구성 내용 을 매년 3월에 발간하는 연차보고서를 통해 연 1회 발표한다.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 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달러 58.3%, 기타 통화 41.7%를 보유하고 있다. IMF가 6월 기준 으로 공개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구성인 달러 60.7%, 유로화 24.2%와 큰 차이 가 없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은 외환시 장의 큰 손이기 때문에 한은이 특정 통화를 사 거나 파는 움직임을 공개하면 외환시장의 안 정성을 해칠 수 있어 통화별 구성 내용을 자세 히 밝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유가증권 가운데 장기채와 단기채 의 비율도 공개하지 않는다. 외환 운용전략 이 다른 나라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다. 일 부에서는 지나치게 장기채 위주의 외환 투자 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급할 때 시장에서 팔아 치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 통화안정증권 발행 규모와 이자 비용 발행금리
연도
발행액(원)
이자비용(원)
2010
248조2000억
6조
2.70 3.48
(평균, 연 %)
2011
197조1000억
6조1000억
2012
167조2000억
5조7000억
3.16
2013
175조
4조9000억
2.68
2014
144조4000억
3조6000억
2.60
*2014년은 1~9월. 자료: 한국은행
IMF포지션 25억5600만 2 금 21억6700만 3 SDR 34억4700만 4
한국의 외환보유액 (단위:달러, 말 기준)
2011년
2012년
3064억 200만
3269억 6800만
1 외환 2982억
3300만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외화자산은 유동성 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장기채라도 시장에 내 놓으면 금세 팔린다”며 “장기채·단기채의 보 유량은 수익률 관점에서 판단하지 유동성과 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국제 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다. IMF나 국제결 제은행(BIS)에서도 각국에 공통으로 적용할 적정 외환보유액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나라마다 경제의 해외 의존도, 자본 자유화 수준, 지리적·정치적·사회적 위험 정도가 다 르기 때문이다. 적정보유액 통일된 기준은 없어 외환보유액은 많을수록 좋을 것 같지만 많아 질수록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 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한 외환보유 액 규모를 산정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행이 나 기획재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면 시중에 원화가 풀린다. 통화가 과 도하게 풀리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풀 린 돈을 다시 회수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통화 안정증권(만기 2년 이내)을 발행한다. 이 통화 안정증권의 이자율이 한국이 많이 보유한 외
IMF포지션 27억8400만 금 37억6100만 SDR 35억2600만
외환 3168억 9800만
화자산인 미국 국채의 금리보다 높다. 그 금리 차이만큼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발행한 통화안정증권 은 144조4000억원(연 2.6% 금리)으로 이자만 3조6000억원이 나갔다. 반면 2010~2014년 11 월 사이에 유통된 미국의 국고채 2년물의 금 리는 0.15~1.17%에 그쳤다. 통화 당국이 수익률 확보를 위해 선진국 국 채를 쌀 때 사고 비쌀 때 되파는 노력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특정 통화를 과도하 게 보유하면 환차손을 입을 우려도 있다. 약 4 조 달러를 보유해 외환 보유 1위인 중국의 경 우 환차손으로만 지난 1년간 745억 달러를 손 해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정책의 저자인 안병찬 전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신흥 국은 국가 신인도가 선진국에 비해 낮고 자국 통화를 결제통화로 사용 할 수 없어 외환 축적의 필 요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 며 “그렇다 해도 외환보유 액 수준을 결정할 때는 비용 대비 효과와 기회비용을 계산해 ‘위기를 방지할 수 있을 최소한의 수 준’으로 보유해야 손실이 작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종화 선임연구위원
“적정 외환보유액은 ‘석 달 수입총액+단기 외채’, 2500억 달러면 충분” 박태희 기자
“한국 경제 수준에 적절한 외환보유액은 2500억 달러다. 현재 수준이면 더 쌓을 필요 가 없다.”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전문가인 대외경제 정책연구원 조종화(59·사진) 선임연구위원 은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에 대해 이렇게 진 단했다. 그는 “한국은 아직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며 “내수부양정책이 고용률 5%로 이어 지면 성공”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불 균형의 조정 전망과 세계경제적 함의’라는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에 대비 필요 현재 보유액 위기 와도 안심할 규모 한은 금리 한두 차례 더 내려도 돼
제목의 보고서를 이달 중 출간할 예정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외환보유액 세계 7위다. 많은가 적은가. “정해진 공식은 없다. 자본시장 개방 전에 는 통상 적정한 외환보유액 수준을 3개월치 수입총액으로 추산했다. 수출이 안 돼도 석 달치 수입할 정도의 돈이 있어야 경제가 버 틴다는 의미다. 지금은 자본 유·출입이 쉬워 져 국내 시장에서 갑자기 달러가 빠져나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수입 3개월치에 단기외채를 더한 만큼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 다는 얘기다. 단기외채 규모를 약 1000억 달
러로 잡고 월 수입총액을 450억 달러로 잡으 면 2500억 달러가 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온 다. 넉넉히 잡아도 2500억에서 3000억 달러 면 충분하다. 현재 보유 수준은 매우 넉넉한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번 국감에서 외환 운용수익률이 제로 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수 익률 공개를 안 하는데. “중앙은행은 보수적이다. 모든 걸 투명하 게 공개하지 못하는 사정도 있다. 예를 들어 한은이 엔화 자산을 많이 사 놨는데 가치가 떨어지면 손해 본다. 이를 일일이 국민에게
그때그때 밝힐 수는 없다. 시장에 영향을 미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2차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수출 버팀목이던 중국은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 우리 경제는 무엇을 해야 하나. “결국 정답은 대내 균형과 대외 균형을 동 시에 달성할 길을 찾는 것이다. 대외 균형은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흑자 규모가 경제 운 용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다. 경상수지 흑 자가 국민총생산(GDP)의 6% 수준을 넘고 있다. 남은 것은 대내 균형이다. 잠재성장률 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고용률을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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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김문수의 홍콩 트위터
500억 달러의 사나이
차이나 케어
다음 주 preview
보름 전 107엔이던 엔-달러 환율 115엔 상승 돌파하며 7
피 흘리는 세계 최대 채권형 펀드 핌코(PIMCO). 채권왕
2030년 중국 65세 이상 노령인구 2억4000만 명,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G20 예정. 新
년 만에 최고치. 아베 취임 때 8400선이던 닛케이지수
빌 그로스(Bill Gross)의 이탈로 촉발된 환매액 500억
2050년에는 5억 명 전망. 중국 실버산업 세계 제1위인
엔低를 포함 국가별 각개약진에 ‘흔들리는 G20 리
는 2년 만에 더블 축포. 양적완화 종료(미국)·확대(일본·
달러 넘어 타격. 두 달 남짓에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이유. 노보그라츠 포트리스 회장은 상하이에 오픈한 실
더십’을 어떻게 봉합할지 주목. 중국 10월 산업생산
유럽)·경계(중국) 등 국별 이기적 대치에 한국 등 중간지
수치와 맞먹는 금액 빠져나가. 리더십 리스크가 보여주
버타운 스타캐슬(Star Castle) 성공에 힘입어 100만 명
(+8.0%)과 민주화 시위에 마이너스 예상되는 홍콩
대는 각자도생 운명.
는 반면교사의 예.
이상 2선 도시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
3분기 GDP 성장률(-0.1%, 14일)도 살펴야.
미친 엔과 흔들리는 국제공조
액티스 캐피털 아시아 본부장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매매와 월세 갈림길에 선 전세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IMF포지션 25억2800만 금 47억9400만 SDR 34억9000만
2월 16일자에서 필자는 ‘120살 전세, 월세 에 밀려 수명 다하나’라는 제목으로 전세의 퇴조에 대해 썼다. 9개월가량 지난 지금 전 세는 ‘사망선고’를 받은 듯하다. 임대차시 장에서 전세가 더욱 빠르게 줄고 있고, 정 부도 올 들어 전세 지원에서 손을 뗀 분위기 다. 세입자 대책과 관련해 나온 2월 말 ‘서 민·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차시장 선 진화방안’, 10월 말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은 모두 월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전·월세 계약 35만여 건 중 월세가 13만 4000여 건으로 전체의 38%다. 단독·다가 구주택은 월세 계약이 전세보다 더 많다 (50.7%). 월세 성장의 1등 공신은 단연 저 금리다. 기준금리가 올 들어 두 번이나 총 0.5%포인트 내려 현재 2%로 ‘바닥 금리’ 다. 뭉칫돈 전세보증금이 있어 봐야 ‘돈’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면 연 7% 정도의 월세가 나온다. 집주인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 고 월세로 돌리는 게 ‘경제적’인 셈이다. 주 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 정도다. 빚을 내 서 보증금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월 세로 전환해도 은행에 묻어 둘 때의 이자 (연 2.6%)보다 많은 연 3%가 남는다.
IMF포지션 22억1000만 금 47억9000만 SDR 33억6000만
2013년
2014년 10월
① 외화예치금과
3464억 6000만
3637억 2000만
외화 유가증권 등
외환 3356억 4700만
외환 3533억 6000만
② IMF 출자지분 ④IMF가 발행한 국제통화
외화자산 구성 내역 ※위 표 ①외환의 상세 구성내역 (단위:%, 증감은 %포인트, 전년 대비)
자산별 (100%)
2011
2012
2013
증감
유동성 자산
4.5
3.9
3.1
-0.7
수익성 자산
79.7
79.4
81.6
2.2
위탁 자산
15.8
16.7
15.3
-1.5
통화별
미 달러화
60.5
57.3
58.3
1.0
(100%)
기타 통화
39.5
42.7
41.7
-1.0
예치금
6.6
4.8
4.4
-0.4
정부채
36.8
38.0
36.8
-1.2
정부기관채
20.1
21.5
22.0
0.5
회사채
14.1
12.9
15.9
3.0
자산유동화채
17.0
17.1
14.8
-2.3
주식
5.4
5.7
6.1
0.4
상품별 (100%)
유가 증권
전 세계 외환보유액 통화구성 추이 (단위:%)
2011 2012 2013
$
미 달러화
62.1(60.5) 61.1(57.3) (57.3) 61.2(58.3) (58.3)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
€
월세 비중 2년 새 7%포인트 올라 빠른 월세 전환은 전세시장에 직격탄을 날 렸다. 전세가 월세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전셋집 구하기는 어려워졌다. 올 들어 아 파트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4.3%, 서울·수 도권에서 5.91% 올랐다. 지난해 말 2억여 원이던 서울·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지난달 말 2억2000만원 선으로 10개월 새 2000만원가량 뛰었다. 지난해보다 상승 폭 은 조금 줄어들었어도 오름세가 꺾이지 않 았다. ‘최경환 효과’ 등으로 매매 거래가 크게 늘었지만 워낙 전셋집이 적어 전셋값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없다. 전세에서 매매 로 돌아서 줄어드는 전세 수요보다 전세 공
기타
¥£
24.9 3.6 3.8 5.6
서울 전세·월세 계약 추이 (단위: 건수) 전세
월세
월세비율
30.8%
31.1%
36.4%
38.0%
10만5838
10만1567
12만3267
13만4141
23만7423
22만4635
2011년
2012년
21만5771 2013년
21만8424 2014년 ※매년 1~10월 기준. 자료:서울시
급량이 더 빠르게 줄고 있다. 이쯤 되면 전세 세입자는 전세시장에서 내몰려 집을 사느냐, 보증금의 일부를 월 세로 내는 반전세(보증부월세)로 들어가느 냐의 갈림길에 놓였다. 거주비용 등을 따져 어느 게 유리할지 저울질이 한창이다. 우선 세금·중개수수료·이자 등 거주하 는 데 필요한 거주비용을 기준으로 주택 매수와 전세·반전세를 비교하면 전세가 가 장 저렴하다. 전셋값이 집값의 60~70%여 서 전셋값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받아야 하 는 금액이 적다. 금리는 연 4% 정도로 비슷 하다. 매수에는 취득세·재산세 등 전세에
저금리로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도 매수 거주비용이 장기적으로 저렴 집값 전망이 매수·월세 선택 결정 없는 각종 세금이 뒤따른다. 반전세는 전체 전세 보증금의 일부를 월 세로 받는데 전세의 월세 전환 이율이 전세 금대출보다 훨씬 높다(서울시 평균 7.2%). 전세대출금 이자보다 주인에게 주는 반전 세 월세가 더 많다. 주택수요자들이 전세 를 고집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그러면 매수와 반전세는 어떻게 될까. 한 국건설산업연구원이 얼마 전 주택 매수와 반전세의 거주비용을 분석했다. 단기적으 로 반전세가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매 수의 거주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추정됐 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수는 초기의 구입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데 반전세의 경우 임 대료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많아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 는 금액이 적을수록 매수가 반전세보다 불 리한 기간이 짧다. 대개 거주기간이 4년 이 상이면 매수가 낫다. 집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것인데 꼭 그
렇다고 할 수 없다. 저울의 움직임을 결정 짓는 주요 변수가 장래 집값 전망이다. 집 값 상승분은 수익이 되기 때문에 내 집을 장만하는 데 실제로 드는 비용은 거주비용 에서 집값 시세차익을 뺀 금액이다. 집값이 오를수록 매수자의 비용 부담은 줄어든다. 거주비용보다 많이 오르면 돈이 드는 게 아 니라 돈을 버는 게 된다. 집값이 하락하면 거주비용이 하락분만 큼 늘어난다. 월세 증가가 집값 상승 막을 수도 근래 매매 거래가 늘어난 것을 보면 전세 세입자들의 마음이 매수 쪽으로 기운 것 같다. 가깝게 보면 반전세보다 자금 부담이 많아도 멀리 보면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 익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매수를 대세로 단정짓기는 이르 다. 주택시장에서 비수기인 11월의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주택 거래 증가 세와 집값 상승 분위기가 다소 식었다. 월세 공급 증가로 월세 이율이 떨어지고 있어 월세 거주비용은 줄어든다. 자꾸 월세 로 눈이 가는 이유다.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2000년대 초·중반, 전 셋값이 치솟으면 피난처가 주택 구입 외에 없었다. 집값이 상승세였으니 고민할 필요 없이 전세의 매매 전환이 빠르게 일어났다.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집값을 밀어 올리 던 2000년대 초반 수준까지 전셋값이 상승 했지만 그때만큼 매수세가 늘지 않고 있다. 월세라는 다른 길이 있어서다. 집값 전망 에 불안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비싼 월세를 감수하고서라도 집을 사지 않는다. 주택시장의 신규 수요인 젊은 층은 가진 돈이 많지 않아 매수를 포기하고 월세를 선택하기도 한다. 집값 상승에 원심력과 구 심력을 모두 행사하는 월세시장. 어느 쪽의 힘이 더 셀까.
24.3 4.1 4.0 6.6
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세계 200대 부호 오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24.4 3.9 4.0 6.4
※( ) 안은 한국의 경우, 자료:한국은행 (외화자산 구성 내역은 연 1회, 매년 3월 발표), IMF
려야 한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1.2%에 머 물렀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고용률이 70%인데 우리나라는 65%에 그친다. 내수를 부양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경제 규모를 키워야 한다.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내 수 부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은 금리 인하를 한두 차례 더 해도 된다.” -한국도 양적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 장이 있다. “광범위하게 보면 금리정책도 양적완화와 똑같은 팽창정책이다. 금리 인하로 통화량을
늘리는 것과 한은이 시중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은 정책 효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기 준금리를 한두 차례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는 한 양적완화는 우선 고려할 정책이 아니다.” -미국 금리 인상시기를 언제로 예상하나. “미국 경제위기가 부동산에서 시작됐는데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에 다시 네거티브 영 향을 줄 것이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가 1년에 여덟 차례 열린다. 앞으로 두세 번은 지표를 관망하며 시장을 체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금리 인상시 기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중앙포토
화장품 외길 27년 K뷰티로 성공신화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서경배(51·사진)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지 난 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세계 200대 부자’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미국 경제전 문지 블룸버그가 5일 발표한 세계 부호 순 위에서 서 회장은 재산 규모 66억 달러(약 7조2000억원)로 200위에 올랐다. 서 회장 의 재산이 늘어난 것은 올 들어 아모레퍼 시픽 주가가 급등한 덕이다. 지난해 말 주 당 100만원 선이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 는 올 10월 250만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서 회장은 창업주 서성환 전 회장의 차 남으로 1987년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태 평양화학 과장으로 입사한 뒤 재경본부 와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증권·패션· 프로야구단·여자농구단 등 계열사 구조 조정을 지휘했다. 이후 97년 3월 태평양 (현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013년 1일 1일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화장품과 향수에만 전념해 설화수 와 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 등 고가와 중저가 브랜드를 골고루 성공시켰 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미국·프랑스·인 도네시아 등 13개국에서 4500여 개의 매 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4일 기준으로 블룸버그 200대 부 자 순위 1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 트(MS) 공동 창업자(약 94조5000억원) 가 차지했다. 이어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 로스 슬림(약 85조4000억원)과 워런 버 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약 76조7000억 원)이 2, 3위에 올랐다. 한국인 중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재산 규모 13조 원으로 95위에 올랐다. 블룸버그 부자 순위는 매일 주식 가격 등을 평가해 산 정하기 때문에 주가 등락에 따라 순위가 자주 바뀐다.
20 Economy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비주얼경제사 세계화는 어떻게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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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플 함락
비잔틴 천년제국의 최후 전투, 세계 경제를 뒤흔들다 송병건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bks21@skku.edu
1453년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 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4세기 에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새 수도 로 삼은 콘스탄티노플은 서로마가 멸망한
그림 3 메흐메트 2세의 두 초상화. 1480년께.
이후에도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의 중 심 도시로 오랜 번영을 누렸다. <그림 1> 에서 삼각형의 푸른색 성곽으로 둘러싸인 이 기독교(동방정교) 천년고도가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이끄는 이슬 람군대에 포위돼 있다. 육지 쪽으로는 오 스만 육군이, 바다 쪽으론 해군이 둘러싸 고 있다. 곧 있게 될 전투가 세계 경제를 뿌리째 뒤흔들게 되리란 사실을 어느 측 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그림에서 오스 만군대를 승전으로 이끈 비결을 찾을 수 있을까?
메흐메트 2세는 ‘정복자(Fatih)’라고도 불 린다. 그는 스스로를 시저나 알렉산더를 뛰 어넘는 인물이라고 여겼다. 이런 자부심은 그가 이룬 세계사적 업적에 기초한다. 메흐 메트 2세가 21세의 젊은 나이에 대군을 이끌 고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킴으로써 역사의 새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비잔틴제국의 수 도이자 기독교 세계의 중심 축이자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경제 중심지였던 콘스탄티 노플이 그의 손에 의해 이슬람 세계의 일부 가 됐던 것이다. 이 작품을 그린 화가는 프랑스 부르고 뉴 출신의 베르트랑동 드 라 브로키에르 (Bertrandon de la Broquière)라는 인물이 고, 제작연도는 역사적 전투가 끝난 지 불과 2년 뒤인 1455년이다. 화가는 부르고뉴 공작 인 필리프 선량공(Phillippe le Bon)으로부 터 총애를 받던 향사(하급 귀족)였다. 필리프 는 백년전쟁에서 영국군과 동맹을 맺고 잔 다 르크를 사로잡아 영국군에 넘겼던 인물이다. 베르트랑동은 1432~1433년 중동으로 성지 순례를 나서 기독교 및 이슬람 도시들을 방 문하고 술탄에서 상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돌아왔다. 그는 콘스탄티노플 이 오스만제국의 손에 넘어간 직후 필리프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경험을 해외여행이라 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저술의 목적은 무슬 림 손에 넘어간 콘스탄티노플을 되찾기 위한 새 십자군운동을 기획하는 데 있었다. 이런 까닭에 베르트랑동은 역사책에서 스파이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런 특성을 반영해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오스만제국의 군사전략이 공 들여 묘사돼 있다. 콘스탄티노플이 외부에서 군사적으로 공 략하기 힘들었던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었 다. 하나는 도시를 둘러싼 견고한 성곽이었 다. 4세기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건설한 이 성 곽은 1024년 십자군에 의해 한 차례 함락됐 을 뿐 10여 차례의 공성전을 막아 천년제국 을 지켜낸 막강한 방어막이었다. 비잔틴군은 이 성벽을 더욱 보강해 놓고 이슬람군대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철통방어의 둘째 요 인은 위쪽 보스포루스해협에서 아래쪽으로 뻗은 긴 물길, 그림에서 왼편 성곽을 따라 내 려오는 ‘골든 혼(Golden Horn)’이라 불리는 수로였다. 이 물길의 양 끝을 육중한 나무 구 조물과 쇠사슬을 이용하여 봉쇄해 놓으면 침 략군은 이 도시를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방어체계를 메흐메트 2세의 군대는 어 떻게 뚫을 수 있었을까? 그림을 자세히 들여 다보자. 오스만군대의 사령부가 위치한 아래
그림 1 베르트랑동 드 라 브로키에르, 해외여행, 1455년. 콘스탄틴노플이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의 이슬람군대에 포위된 모습.
오스만군의 콘스탄티노플 점령 이후 아시아유럽 연결중심 이슬람세계로 유럽은 새 교역로 개척에 나서 대항해 시대 주역으로 우뚝 서
쪽 금빛 막사 뒤로 포병들이 전투 준비를 하 고 있다. 오른편으로 오스만군대가 자랑하 는 초대형 대포가 시선을 끈다. 성곽의 파괴 는 이 대포가 맡았다. 메흐메트 2세는 헝가 리 출신의 대포 기술자 우르바노스를 영입해 포신이 8m를 넘고 450㎏짜리 돌덩이를 1.5㎞ 이상 날릴 수 있는 지상 최대의 대포를 제작 했다. 이 포는 사용 중 파열되고 말았지만 오 스만군의 최신 대포들은 방어벽을 타격하기 에 충분했다. 골든 혼의 방어막을 극복하기 위해 메흐메
그림 2 파우스토 조나로,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하고 있는 메흐메트 2세, 1908년.
트 2세는 더욱 획기적인 작전을 고안했다. 보 스포루스해협의 전함을 육지를 통해 골든 혼 으로 끌어오는 방안이었다. 땅 위로 2㎞에 가 까운 목재 레일을 깔고, 그 위로 60~80척의 전함을 운반해 골든 혼으로 들여놓은 것이 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왼편으로 육 지에서 선박을 이동시키고 있는 병사들이 보 인다. 베르트랑동이 군사전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 이 그 림이 역사가들에게 귀중한 자료로 인식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그림에 도 약점은 있다. 콘스탄티노플의 건축물들이 모두 서유럽에 많았던 고딕양식으로 표현돼 있다는 것이다. 건축양식은 스파이 화가의 관심이 아니었나 보다. 오스만군의 골든 혼 공략 전술은 20세기 초에 제작된 다른 작품에 묘사돼 있다. 그림 2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오스만제국의 궁정 화가로 활약했던 파우스토 조나로(Fausto Zonaro)가 그린 작품이다. 술탄의 요청으로 제작한 이 그림에서 메흐메트 2세가 선박 이 동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총 57일에 걸친 공성전 끝에 메흐메트 2세 의 군대는 성을 함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의 군대는 오스만제국의 전통에 따라 3일간 에 걸쳐 도시 전역에서 약탈을 벌였다. 술탄
은 3일째 되는 날 약탈 종료를 선언했고, 곧 바로 도시를 재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역사적 도시를 파괴하지 않고 오스만제국의 새 수도로 삼고자 했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은 유럽인들에게 엄 청난 충격이었다. 특히 유럽의 무역을 주도해 번영을 구가해 왔던 베네치아 사람들은 위기 감에 휩싸였다. 경제적 번영의 근간인 동방 무역, 즉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향신료·직물· 도자기 등을 유럽 전역에 판매해 이익을 얻 는 무역활동이 전면적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 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인들은 머리를 싸매 고 고민했다. 동방과의 교역을 재건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한데, 이교도와의 접촉을 못마땅 해하는 교황청의 매서운 눈길도 부담스러웠 다. 결국 베네치아는 무역강국의 지위를 되 찾기 위해 오스만제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로 마음먹었다. 다만 그 방법은 가급적 교황 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어야 했다. 고심 끝에 짜낸 아이디어가 바로 저명한 화 가 젠틸레 벨리니(Gentile Bellini)를 콘스탄 티노플에 파견해 술탄의 환심을 사게 하는 것이었다. 그림3은 1480년께 그려진 메흐메트 2세의 두 초상화를 대비시켜 보여 준다. 첫째 그림 은 터키풍으로 그린 초상화로, 장미꽃을 들 고 향기를 맡는 전통적 포즈로 묘사돼 있다. 둘째 그림이 벨리니의 작품으로, 깊은 사색 에 잠긴 듯한 술탄의 모습을 화려하고 중후 한 장식 안에 배치시켰다. 현대 외교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화외교의 중요한 선례가 이 렇게 만들어졌다. 이 전략을 통해 베네치아 는 동방무역을 주도하는 유럽의 경제 중심지 라는 지위를 연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눈부신 외교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베네치아가 추세적 쇠락이란 역사적 운명 자 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 도시들이 동방무역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수세기 동안 지켜본 유럽의 군주들은 아시아 로 통하는 새 교역로를 개척하려는 야망을 키워 왔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됐다는 소 식은 이 야망을 실천으로 옮기는 계기로 작 용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군주들로부터 후원을 약속받은 탐험가들이 가장 먼저 새 항로의 개척이라는 벤처사업에 몸을 던졌 다. 이들의 성공 소식은 곧 다른 나라 군주와 탐험가들을 자극했고, 머지않아 유럽의 상 인들이 장거리 무역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은 유럽에 대한 아시 아의 우위를 보여 주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영향은 메흐메트 2세가 생 각했던 바와는 전혀 다르게 흘렀다. 유럽이 대항해 시대의 주역으로 나서게 됐고, 결국 이것이 세계의 경제적·기술적·군사적 무게 추를 아시아에서 유럽 쪽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역사는 실로 승자가 패자 로 되고 패자가 승자로 바뀌는 반전의 연속 이다. 송병건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마친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사 전공으로 박사 학 위를 받았다. 현재 경제사회학회 이사를 맡고 있 으며 세계경제사 들어서기(2013), 경제사:세계 화와 세계경제의 역사(2012), 영국 근대화의 재 구성(2008) 등 경제사 관련 다수 저서가 있다.
Economy 21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사회공헌 활동 적극 펼치는 식음료 기업
농가 돕고, 아픈 어린이 후원하고 기업 가치도 쑥쑥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기존에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경 영 활동과는 별개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영 활동 속에서 사회적 공유가치를 만들어 내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경영이 주목 받고 있다. CSV는 2006년 마이클 포터 하버 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사회변화 컨설팅 회 사인 FSG의 공동창업자 마크 크레이머가 하 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처음 제시한 개 념이다. 이런 CSV 경영에 앞장서는 곳이 식 음료 기업이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선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 동반성장 성공 사례로 파리바게뜨와 경북 영천 미니 사과 농가의 협업이 소개됐다. 영천 농가는 2007년부터 일반 사과의 7분의 1 크기인 미 니사과를 재배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 지지 않아 불량사과로 취급받는 등 고전을 면 치 못했다. 하지만 2012년 파리바게뜨를 운영 하는 SPC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 니사과가 파리바게뜨 케이크의 장식으로 쓰 이면서 연평균 8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효 자상품이 됐다. 파리바게뜨 입장에서도 미니 사과가 올려진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 대비 네 배 높은 매출을 올려 ‘윈-윈’ 전략이었다. 또 전국 3000여 개 파리바게뜨 매장을 통해 홍 보되면서 영천의 농가들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지역 100여 개 학교에 급식용 미니 사과를 납품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07년 30t 이던 미니사과 생산량은 2013년 120t으로 네 배 늘었다. SPC그룹은 미니사과 케이크 판매 수익금 일부로 영천 농가에 미니사과 포장상 자 1만4000여 개(1년분)를 새롭게 제작해 전 달하는 등 ‘공유가치’를 창출했다. 오뚜기는 지난 22년간 심장병 어린이 후원 사업을 통해 3864명(올해 10월 기준)의 새 생 명을 탄생시켰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 이들은 10세 이전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 명을 잃게 된다. 오뚜기는 1992년 경제적인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대 상으로 본격적인 수술비 후원 사업을 시작했 다. 외환위기 때나 경기침체 때에도 후원을 멈추지 않았다. 92년 매월 5명 후원을 시작으 로 현재는 매월 23명의 어린이 환자들을 돕 고 있다. 2012년 6월부터는 밀알재단의 ‘굿윌 스토어’ 송파점·도봉점에 오뚜기가 생산하 는 선물세트 조립 작업 임가공을 위탁했다. 굿윌스토어는 기업과 개인에게서 생활용품 이나 의류 등을 기증받은 뒤 장애인들이 손 질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오 뚜기는 선물세트 임가공 위탁을 시작으로 사 내물품 기증 캠페인과 오뚜기 제품 기부도 병 행하고 있다. 농심은 지역 농가와의 상생에 앞장선다. 농 심은 지난 4월 국내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국산 감자와 한우 사골 등의 구매를 늘려 나
SPC, 영천 농가와 미니사과 ‘윈윈’ 오뚜기, 심장병 어린이 후원 농심, 농가 소득 안정 상생협약 가는 걸 골자로 하는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 력동반성장 협약식’을 농림축산식품부·동반 성장위원회·한국감자연구회 등과 맺었다. 협 약에 따라 농심은 앞으로 5년간 감자 등 국 산 농축산물을 14만1000t 구입할 계획이다. 이는 2013년(2만400여t) 구입량의 약 7배 규 모다. 특히 지난해 농심이 1만6200t을 사들 였던 국산 생감자의 구입량을 2020년엔 2만 6000t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한우 사골은 앞 으로 5년간 약 3800t을 구입한다. 농심이 구 매한 한우 사골은 신라면블랙 제품에 적용 된다. 농심의 이런 상생 노력은 이 회사의 3대 정신 중 하나인 ‘농심 철학’에 따른 것이다. 농심 철학은 ‘이웃과 더불어 내가 가진 좋은 것을 기꺼이 나누고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SPC그룹이 지원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왼쪽). 농심 사회공헌단이 감자농가 일손 돕기에 나섰다.
Biz Report SK그룹, 조림사업 42년째
“사람 키우듯 나무 키운다” 탄소배출권 보유 기업으로 인정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SK그룹은 8일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1972년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 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신념을 구현하 기 위해 세운 SK임업이 지난 11월 1일로 창립 42주년을 맞았다”고 밝혔다. 최 선대 회장은 생전에 “사람을 믿고 기르 는 것이 기업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라며 인재 육성에 많은 공을 기울였다. 그가 SK임 업을 세운 것도 조림사업을 통해 장학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SK임업은 이후 ‘땅 장사한다’는 오해를 피 하기 위해 충북 영동·충주 인등산 같은 산골 오지의 임야만을 사들여 나무를 심었다. 꾸
준한 노력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국 약 4500 여ha(여의도의 5배)의 산림에 자작나무와 가 래나무 등 330만 그루를 심고 가꾸어 왔다. 국 내 연간 목재 생산량의 약 12%에 해당한다. 산 림청은 이런 공을 기려 2010년 최 선대 회장을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했다. 기업인 중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된 인물은 그가 유일하다. 조림을 통한 사회공헌의 철학은 계속 이어 지고 있다. SK임업은 2012년 그룹 지주회사 인 SK㈜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SK그룹 측은 “SK임업은 단순한 임업기업을 넘어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인정한 탄 소배출권 시범사업 등록을 완료해 국제적으 로 거래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을 보유한 기업 이 됐다”고 밝혔다.
정갑철 전 화천군수(맨 오른쪽)가 오뚜기가 준비한 1000인의 스파게티 만들기 행사장에서 화천을 찾은 외국인에게 스파게티를 먹여주고 있다.
[사진 오뚜기]
22 Health Plus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신해철 사망’ 후 주목 받는 의료 분쟁
하지현의 마음과 세상
환자병원 말 다르면 차트로 의료사고 따져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jhnha@naver.com
엿보려는 자의 심리
일러스트 강일구
“텔레그램 안 깔아?” 지난 한 달간 열 번 넘게 들은 말이다. 9월 중 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고 말한 직후 검찰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전담수사팀’을 꾸려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사이버 명예훼손의 형사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한 정 치인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록 을 압수당했고, 3000명에 대한 사찰이 벌어졌 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해 약 2600건의 압수 수색 영장, 86건의 감청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 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세칭 ‘사이버 망명’ 러시가 시작됐다. 당황한 검찰이 “SNS에서 이뤄지는 사적 대 화를 검색하거나 수사하지 않겠다”며 여론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대중의 움직임을 거 스를 수 없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의 SNS 대화는 대부분 일상의 수다들이다. 검찰이나 경찰이 들여다볼 까 봐 걱정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이성적으로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는 수십만 명의 시리아 난민같이 국외 서비스로 갈아타야 안심이 될 것만 같다. 그 심리적 원인을 이해해야 이 사달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저엔 상대가 내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사 실이 주는 심리적 안도감이 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조그마한 주먹에 블록 조각을 쥐고 부 모에게 “어느 손에 있게?”라고 물어본다. 한눈 에 봐도 어느 손인지 알겠지만 반대 쪽 주먹을 가리키면 아이는 깔깔거리며 신나 한다. 아이 는 신체적으론 분리돼 있지만 부모가 자기 마음 을 다 읽는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서서히 자기
만의 생각을 갖고 싶은 욕구가 발달한다. 이때 이런 놀이를 하면 아이는 부모가 내 본심을 읽 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안심한다. 그래 서 뻔히 눈에 보여도 짐짓 모른 척 속아 주는 게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좋다. 이런 것이 제 공되지 않으면 커튼 하나 없는 집에서 살면서 24시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 안에 사는 것 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검찰은 “법적으로 문제 가 될 행위를 하지 않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 다”고 했지만 이 말은 별다른 위안이 되지 않는 다. 은밀한 개인의 비밀,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 적 나와는 다른, 나만의 나를 그 누구에게도 알 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다. 또 심리적 안정감의 토대다. 직장 내에 폐쇄회로 TV(CCTV)를 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불쾌감 을 주는 일이다. 내가 아무리 문제가 없다고 해 도 불쾌한 것은 바로 이런 안전함이 훼손됐다 는, 그래서 자아의 맨살이 무방비로 드러나 있 다는 불안 때문이다. 그래서 찜찜함을 없애기 위해 사이버 망명을 선택한 것이었다. 가끔 아이를 과하게 혼낸 다음 후회하면서 미 안해질 때가 있다. 이때 자녀가 로그인한 상태 에서 자러 간 사이 아이의 메신저를 열어 보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곤 한다. 마찬가지로 이런 문제는 대부분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켕기는 게 있을 때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 이버 망명 문제는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국민 을 탓하기보다 평소에 신뢰를 받지 못했거나 찔 리고 켕기는 것이 있었는지 정부와 사법 당국이 한번 잘 생각할 문제다. 그렇기에 ‘잘못한 게 없 으면 당당하라’는 말은 국민에게 할 말이 아니 라 정부가 자문하는 것이 맞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가수 신해철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 유족과 병원 측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신씨가 이번 사건과 연루된 서울 S병원 에서 받은 첫 번째 수술은 비만 수술의 일 종인 위(胃) 밴드술이다. 2009년에 위에 밴 드를 끼웠지만 2012년 밴드를 제거했다. 의료계에선 그의 사인이 위 밴드술과 직 접적인 관련은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 위 밴드술은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고 밴 드를 뺀 상태이기 때문이다. 30일 내 사망 률이 0.05%로 국내 병·의원에서의 위암 수 술 사망률(0.5%, EU 8.9%)보다 낮다. 신씨 유족들은 S병원이 고인과 보호자 동의 없이 위 축소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위 축소술이 위 밴드술인지, 아니 면 위의 실제 용적을 줄이는 위 축소술을 가리키는지는 불분명하다. 비만 수술 전문 의사들은 “고도 비만 환 자가 위 밴드와 위 축소술을 시차를 두고 둘 다 받을 수는 있다”며 “환자나 가족의 수술 동의서와 치료비를 받아야 하는 병원 이 환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수술한다는 것 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 신씨가 위 밴드를 받아야 할 만큼 비만 한 상태였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영국의 경우 BMI(체질량지수, 자신의 키 를 체중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판 정의 척도, BMI 35 이상이면 고도 비만)가 35∼40이면서 제2형(성인형) 당뇨병·고혈 압 등 심각한 관련 질환을 함께 갖고 있거 나 BMI 4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에겐 위 밴드 등 비만 수술을 권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 수는 “국내에선 비만 수술에 대해 건강보 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 대상을 제한하 는 기준이 없다”며 “환자가 (수술을) 원하 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낭 천공이 결정적 사인 신씨는 S병원에서 지난달 17일 장협착 수 술과 위 부위 수술을 함께 받은 것으로 알 려져 있다. 하지만 S병원 측은 “위 수술은 하지 않 았다”고 부인한다. 부검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 과수)은 “부검에서 위 수술 흔적이 또렷하 게 나왔다”고 반박했다. 신씨의 시신에 나 있는 0.3㎝ 크기의 심 낭(심장을 감싸는 막) 천공(구멍)이 누구 잘못이냐에 대해서도 양측이 상반된 주장 을 하고 있다. 이는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 툴 때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 과수는 3일 신씨 시신을 부검한 뒤 기존에 알려진 1㎝가량의 소장(小腸) 천공 외에 심 낭 천공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 날 국과수는 심낭 천공이 결정적인 사인이 라고 밝혔지만 그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 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S병원 측은 “장협착 수술만 했지 심장 수술을 하지 않았으므로 우리와 무관 하다”고 주장했다. S병원 측 변호사는 “(지난달 17일) 복부 수술 땐 심장 쪽을 열지도 않고, (심낭과 복 강은) 횡격막으로 분리돼 있는데 심낭에 천공이 생겼으므로 우리 잘못이 아니라 복 부심장 수술을 실시한 A병원이나 다른 곳 에서 문제가 생긴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바로 국과수와 A병원의 반격 을 받았다. 국과수는 “장이나 심장이 아닌 위 수술 을 하다 심장을 건드렸을 가능성도 충분하 다”고 되받았다. 신씨는 지난달 22일 S병원에서 혼수상
공연 중인 생전의 신해철씨. 40대인 그의 나이로 보아 심낭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면 생존이 가능했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판단하고 있다.
신해철, 장 천공 상태서 음식 섭취 장 협착 수술병원 “금식 지시했다” 유족은 “미음이나 죽 권했다” 반박 녹음 안 했으면 차트가 유일 증거
태로 A병원에 후송됐고 이 병원에서 곧바 로 장절제와 장유착 박리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5일 만인 10월 27일 오후 8시 쯤 생을 마감했다. A병원 측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엔 심낭 천공을 언급 하지 않았다. S병원 측이 A병원의 책임 가능성을 거 론하자 A병원은 “심낭에서 깨 같은 물질이 나왔다”며 이미 심낭에 구멍이 뚫린 상태 에서 신씨의 생애 마지막 수술이 진행됐다 고 반박했다. 심낭에 구멍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보아 수술 도중 의사의 실수이거나 복강 내 염증 등이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성인경 교수는 “(S병원에서) 복강경으로 장협착 수술을 했다면 수술 도중 복강과 심낭을 가로지르 는 횡격막을 건드렸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 제할 순 없다”며 “이 ‘통로’(뚫린 횡격막) 를 통해 복막염 때문에 더러워진 복강의 내용물(복수 등)이 심낭으로 넘어갔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복막염이 심낭염으로 이어져 신씨의 상태가 급속도 로 나빠졌을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신씨 사망의 첫 단추가 된 장협
착은 왜 일어났을까? 장협착은 말 그래도 장이 좁아진 것이며 장유착은 장이 뭔가에 붙은 것이다. 장유착과 장협착은 함께 올 수 있다. 신 씨처럼 위 밴드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먼 저 생기기 쉬운 것은 장유착이다. 성인경 교수는 “위 밴드를 비롯해 맹장 염·담낭염 등 배에 절개 상처를 내는 수술 뒤 장유착이 생길 수 있다”며 “장유착이 있 어도 별 증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많지 만 장협착이 동반되면 토하고 복통이 생기 는 등 증상이 나타나 대부분 병원을 찾는 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선 장협착 환자에게 하루 이틀 정 도 금식하라고 권하거나 약을 처방한다. 증 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대개 달라붙은 유착 부위를 풀어주는 수술을 받게 된다. 방치 하면 장이 늘어나 마치 부푼 풍선이 터지듯 이 장에 구멍이 뚫릴 수 있어서다. 장 천공 상태에서 음식 먹으면 재앙 성 교수는 “신씨가 심낭 천공 없이 장 천공 만 갖고 있었다면 40대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생존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천공이 있는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것 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구멍 부위를 통해 세균 덩어리인 음식이 복강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복강은 원래 세균이 없는 깨 끗한 상태인데 음식이 들어가면 복막염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이를 근거로 S병원 측은 “금식 지시를 어 긴 신씨 본인 과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 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S병원은 신씨가 매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할 때도 ‘곧 괜찮아질 것’이란 말만 거듭했다”며 “미음이나 죽을 권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치료 중 금식 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신해철씨 사망사고의 5대 쟁점 S병원
유족
위 축소술 여부
안 했다
동의 없이 했다
위 수술 여부
안 했다
위 수술 흔적이 뚜렷했다
우리는 아니다
^국과수: 위 수술하다 심장을 건드렸을 가능성 있다. ^A병원: 신씨의 마지막 수술 도중 심낭에서 천공과 깨 같은 음식이 발견됐다.
누가 심낭에 구멍을 냈나
S병원 측이 금식 지시했나 금식 지시했다 A병원 책임 있나
A병원에서 문제 생겼을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미음이나 죽을 권하기도 했다 문제 제기 없음
A병원 책임 가능성 언급 안 함
[중앙포토]
박성수 교수는 “누구 말이 맞느냐의 판단 근거는 차트(진료기록부)밖에 없다”며 “만 약 차트에 ‘금식 지시’라고 기술돼 있는데 유족이 ‘우리는 못 들었다’고 주장한다면 법정에선 차트에 쓰인 것을 인정하는 것으 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불의의 의 료사고를 예방하려면 차트에 쓰인 의료진 의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만일의 (의료사고) 사태를 대비 해 의료진의 말을 환자나 가족이 모두 녹음 한다면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깨지고, 대다수 의사가 말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부 작용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신씨의 유족은 “S병원에서 물을 마시라 고 했다”는 사실도 성토한다. 이에 박 교수는 “환자가 큰 수술 뒤 물을 마시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며 “위절제 술을 한 뒤 물 마시기를 허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A병원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말들이 나 오지만 이미 ‘게임 오버’(책임 없음)란 의 견이 더 많다. 박 교수는 “심장 정지와 복막염까지 생 긴 상태에서 환자가 이송돼 왔다면 (A병 원이) 어쩔 수 없이 수술한 것으로 볼 수 있 다”며 “아무리 수술을 잘했더라도 단장(短 腸) 증후군으로 결국 숨졌을 것”으로 예상 했다. 부검에 대한 인식 바꿔야 사고 줄어 신씨의 사망사고가 의료사고인지는 법원 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의사들 은 의료사고는 100% 예방은 불가능하며 원인 불명인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의료 선진국에서도 의료사고에서 자유롭지 않 다는 것. 성 교수는 “신씨 사건에서처럼 장차 부 검에 대해 소극적이던 국민의 인식이 바뀌 면 의료사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 했다. 외과수술의 경우 수술 합병증에 대해 집 도의가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의료사고 를 줄이는 방법이다. 박 교수는 “수술 후 합병증은 집도의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며 “합병증 발생 후 최단시간 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생 명을 살리므로, 수술 기술보다 수술 후 적 절한 대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해외에 나가기 일주일 전엔 큰 수 술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Sports 23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미국 PGA 투어 커미셔너 팀 핀쳄
투어 지휘 맡은 지 21년째, 상금 5배로 키운‘황금손’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1962년 미국 버지니아의 한 골프장에서 15 세 소년인 팀은 아버지와 함께 골프를 했다. 호수를 건너는 파 3홀에서 팀은 티샷을 하다 공을 얇게 치는 실수를 했다. 공은 낮게 날아 갔고 물에 빠지는 듯했다. 소년은 벌컥 화를 냈는데, 공이 물에 튕기면서 그린에 올라가 홀인원이 됐다. 아버지는 아들의 홀인원에 기 뻐하지 않았다. 아들이 화를 낸 것에 매우 실 망했다. 팀은 이후 한 번도 골프장에서 화를 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소년이 미국 PGA 투어를 21년 동안 이 끌면서 상금 규모를 5배로 키운 팀 핀쳄(67) 커미셔너다. 그는 운이 매우 좋은 커미셔너 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임기는 타이거 우 즈의 선수 생활과 거의 겹치기 때문이다. 우 즈가 무대 위에서 환호를 받으며 골프 인기 를 높였다면 핀쳄은 무대 뒤에서 조용히 이 성장을 기획했다. 미국 PGA 투어를 21년 동안 이끌고 있는 팀 핀쳄이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릴 땐 신문 배달 부친은 한국전 참전 PGA 투어는 우즈의 섹스 스캔들과 미국 경 제위기가 겹친 2009년 위기를 맞았다. 당시 LPGA 투어는 대회가 확 줄었지만 핀쳄은 현상 유지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제도를 만드는 등 또 다른 성장도 일궜다. 이제 그를 두고 우즈 때문에 공짜 점심을 먹는다는 비 아냥은 확 줄었다. 현재 67세인 그가 70대 중 반까지 커미셔너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다 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한국에서 열릴 프레 지던츠컵과 관련해 방한한 그를 지난 5일 인 천 송도에서 만났다. -비영어권 국가 중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을 열게 된 이유는 무 엇인가. “한국은 골프에서, 특히 LPGA 투어에서 매우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는 좋은 나라 이며 올림픽 등 큰 스포츠 이벤트를 치른 국 가다. 한국 기업은 이미 PGA 투어나 LPGA 투어 대회를 스폰서 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 다. 내가 개인적으로 한국을 선호하는 것도 한국이 개최지가 된 이유 중 하나다.” -어릴 때 신문도 돌리고 건축현장에서 일 도 했다. “아버지가 해병대 출신이었다. 한국전쟁 에도 참전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는 못했 다. 우리 가족들은 열심히 살아야 했고 나는 인생의 레슨을 어려서부터 받았다고 생각한 다.” 핀쳄이 열 살 때의 일화다. 허리케인이 마
우즈 섹스 스캔들경제 위기 때
을을 덮쳤다. 그의 어머니는 위험하니 하루 신문 배달을 쉬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래도 의무는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문 하나 하나를 비닐봉지에 싸서 배달을 했다. 비바 람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거리엔 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핀쳄은 위험했지만 가치가 있 었다고 말했다. 신문을 배달하는 동안 폭풍 의 눈이 그의 머리 위를 지나갔는데 엄청난 광경이었고 몸은 흠뻑 젖었지만 가장 멋진 모험이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LPGA와 달리 무리 없이 극복 프레지던츠컵 한국서 여는 건 뛰어난 골퍼 많이 배출했기 때문
프레지던츠컵 역대 개최국 연도
개최지
우승팀(점수)
1994년
미국 게인즈빌
미국(20-12)
1996년
미국 게인즈빌
1998년
호주 멜버른
2000년
미국 게인즈빌
2003년
남아공 조지
미국(16.5-15.5) 세계연합(20.5-11.5) 미국(21.5-10.5) 무승부(17-17)
2005년
미국 게인즈빌
미국(18.5-15.5)
2007년
캐나다 몬트리올
미국(19.5-14.5)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국(19.5-14.5)
2011년
호주 멜버른
미국(19-15)
2013년
미국 더블린
미국(18.5-15.5)
2015년
한국 인천
? ※2002년 예정됐던 대회는
2001년 9·11 테러로 인해 1년 미뤄짐.
카터 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역 맡아 그는 토론 특기로 장학금을 받고 리치먼드대 에 입학했다. 73년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졸업 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78년 지미 카터 행정 부의 백악관에서 경제자문역을 했다. 80년대 초반에는 워싱턴DC에 내셔널 마케팅 전략회 사를 세웠다. 이후 PGA 투어에 들어가 부사 장 등을 역임하다 94년 커미셔너가 됐다. -15세 때 홀인원 사건 이후 한 번도 코스에 서 화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 중 분노를 참 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가. “젊은 선수들이 부모님이나 코치와 함께 다 니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압박감에서 생기 는 스트레스를 이겨 낼 수 있도록 관리를 해 주면 좋겠다. 항상 집중해야 하며 화를 내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는 20년이 넘게 커미셔너를 한 노련한 인 물이다. 선수들 이익집단인 PGA 투어의 월
[사진 프레지던츠컵 사무국]
급사장으로 선수에 대한 비난 발언을 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상당히 강한 표현으로 느 껴진다. 그는 또 “경기 중 항상 화를 내던 토 미 볼트 같은 선수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 도 했으니 내 말이 꼭 맞는 것 같지는 않다”는 농담도 했다. -커미셔너에 취임하던 94년이 프레지던츠 컵 원년이다. 대회를 만든 이유가 뭔가. “미국과 유럽의 대륙대항전인 라이더컵이 있었지만 그레그 노먼(호주), 닉 프라이스(짐 바브웨) 등 비미국·비유럽 국가 선수들이 세 계랭킹 1위가 되면서 주류로 부상했다. 라이 더컵에서 소외된 그들과 성장하는 아시아 선 수들을 위해 또 다른 이벤트가 필요했다.” -대회 이름을 프레지던츠컵이라고 지은 게 흥미롭다. 백악관에서 근무한 것과 관계있나. “지미 카터 대통령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경제자문역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카터 에게 골프에 대한 영감을 받지는 않았다. 카 터는 골프를 하지 않고 내가 골프조직에 들 어오기 훨씬 전의 일이었다.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 43대 조지 부시 대통령이 골프에 관 심이 많았고 대회를 만드는 데 커다란 도움 을 줬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 통령도 골프를 좋아하며 오바마는 두 번이나 명예 대회장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인상은 어땠나. “아주 흥미로웠고 인상적이었다. 꼭 대통 령이라서가 아니라 골프에 대해 많이 알았고
특히 산업적 측면에서 골프를 얘기했다. 프레 지던츠컵 대회를 통해 한국의 위상이 더 높 아질 거라고 본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동맹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아버지의 한국 전 참전과 관계있는 듯하다. -한국에서 골프는 부자들이 하는 스포츠 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코스를 만드는 데 돈 이 든다. 테니스코트나 축구장보다 훨씬 넓 은 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조금 더 비용을 낮춰 대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레지던츠컵은 약점이 있다. 미국이 일방 적으로 앞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역 대 전적은 한국이 포함된 인터내셔널팀이 1 승1무8패로 열세다. 최근 5개 대회 연속 미국 이 이겼다. 인터내셔널팀은 20세기인 98년 이 후 승리하지 못했다. -우즈를 비롯한 미국 선수들은 라이더컵에 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데 프레지던츠컵에선 매우 잘한다. “나도 이해가 안 된다. 여러 사람이 이에 대한 가설을 내지만 잘 모르겠다. 그러나 라 이더컵도 초창기에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 섰다. 현재는 유럽이 잘한다. 프레지던츠컵도 초반에는 양국이 박빙의 경기를 했다. 골프 가 가장 성장하는 지역은 아시아다. 현재 미 국이 앞서고 있지만 30년 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사람들이 이 대회를 보고 21세기 초 반에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선 일도 있었구 나 하고 신기해할 수도 있다.” -골프시즌이 너무 길어 오히려 흥미가 반 감되고 다른 대중적 인기 스포츠에 치인다는 지적이 있다. “골프선수가 8개월만 골프를 하고 나머지 는 쉬는 게 아니다. 어딘가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정상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회 가 필요하다. 대회를 열면 선수들이 상금을 가져가고 자선기금이 쌓인다. 풋볼이나 야구 피크에 골프대회를 열면 아주 성공적일 순 없 지만 적절히 성공적일 수는 있다.” -Q스쿨을 없애고 2부 투어를 통해서만 PGA 투어에 갈 수 있게 만들어 한국을 비롯 한 비영어권 국가 선수들은 PGA 투어 진출 이 어려워졌다. “Q스쿨을 통해 온 선수들은 웹닷컴 투어 (2부 투어)를 통해 온 선수들보다 PGA 투어 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작다. 웹닷컴 투어는 PGA 투어와 흡사해 연습 트레이닝 그라운 드가 된다. 길게 보면 웹닷컴 투어를 통해 오 는 것이 낫다.”
스포츠 스타들 ‘결혼은 나의 힘’ 외조내조 덕에 성적 고공행진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박인비, 가정 꾸린 뒤 세계 1위 복귀 펜싱 남현희, 출산 후에도 실력 여전
“결혼 이후 경기력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하 이승엽추신수도 결혼 후 탄탄대로 지만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골프 여제’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결 혼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푸 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 을 차지했다. 지난달 13일 스윙 코치 남기협(33)씨 와 백년가약을 맺은 이 후 첫 우승이다. 박인비 는 결혼식 사흘 뒤 출전한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에서 4위에 올랐고, 한국여자프 로골프(KLPGA) 투어 KB금융 남현희 스타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을 박인비 했다. 지난달 말 스테이시 루이
스(29·미국)를 끌어내리고 5개월여 만에 세 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박인비는 “결혼으로 경기력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며 “결혼과 함 께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어드레스 부터 바꿨다. 이제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여자 스포츠 선수들이 결혼 후 은퇴하는 것은 옛말이다. 오히려 결혼 후 안정적인 가 정생활을 바탕으로 성적이 향상되기도 한다. 출산 후 운동신경이 떨어져도 다시 현역에 복 귀할 정도로 스스로 쌓아온 경력에 애정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여자농구 스타 출신 지도자인 전주원(42) 우리은행 코치도 2004 년 출산을 앞두고 은퇴를 했지만 1년 반 만에 복귀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히 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2011년에 선수 생 활을 마무리했다. 아시안게임 여자 펜싱 플뢰레 5연속 금메 달을 이끈 남현희(33·성남시청)도 대표적인
‘엄마’ 스포츠 선수다. 남현희는 지난해 4월 말 출산 후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여성은 임 신 기간 동안 근육이 풀어지면서 출산 후에 도 이전의 탄탄한 근육 상태로 만들기가 어 렵고 스피드도 줄어든다. 그만큼 운동선수 들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다. 펜싱은 순발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빠른 스텝과 팔 동작이 같이 이뤄져야 점수를 딸 수 있다. 그러나 남현희는 “출산 후 스피드 가 떨어지면서 공격 들어가는 동작이 늦어졌 다”고 했다. 그는 2~3배 많은 훈련량으로 출 산 후 4개월여 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 했고,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획득했다. 남자 선수들은 여자 선수보다 일찍 결혼하 는 편이다. 아내의 내조를 받아 운동에만 전념 하기 위해서인데, 결혼 후 성공하는 경우가 많 다. 메이저리거 추신수(33·텍사스)는 무명이 었던 2002년 만 21세 때 하원미(33)씨와 결혼
했다. 하씨는 추신수가 미국에서 고생할 때 뒷 바라지하며 내조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자 유계약선수(FA)가 된 추신수는 텍사스와 7년 간 1억3000만 달러(약 1370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국민타자’ 이승엽(38·삼성)도 2002년 1월 만 26세 때 갓 스물이던 이송정씨를 아내로 맞은 그해 아시아 홈런왕과 해외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에 입단한 뒤 부진했을 때도 아내의 내조로 버텨냈다. 선동열·이종범·정민태·정민철 등 일본 진출 선수들도 결혼을 하고 해외로 나가 가족의 힘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 20대 초반에 영국 프로축구 무대에 진출한 기성용(25·스완지시티)은 지난해 여덟 살 연 상 배우 한혜진(33)과 결혼 후 “혼자 지낼 때 는 힘들었는데 아내와 함께 있으니 큰 힘이 된다”고 했다.
24 Column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40끝> 파드마삼바바 티베트 사자의 서
죽음은 다른 삶으로 가는 과정 나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것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인생이 여정이라면 그 최종 종착지는 죽음이 다. 누구도 피할 길이 없다. 어쩌면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달린 문제다. 웰다잉(well-dying)은 고금의 세계 적인 화두다. 세속화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살고 죽느냐의 문제는 종교가 해답을 제시하는 영 역에 속했다. 상당수 종교에 따르면 엉망진창 으로 삶을 살았어도 막판까지 기회가 있다. ‘패자부활전’이 있다. 죽기 전 1분 전, 10초 전 까지도 말이다. 예컨대 가톨릭에서 잘 죽는 법은 신부를 부르는 것이다. 신부를 불러 죄를 고백하면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신부를 부를 수 없는 상황이면 스스로 진정으로 참회하면 된다.) 가톨릭에서는 지옥에 가야 하는 ‘죽을 죄’는 없다. 반성하면 다 용서받을 수 있다. 죄를 용 서받았지만 죽은 다음에 연옥에서 죗값을 치 러야 한다. 죗값을 다 치르고 나면 천국에 갈 수 있다. 14세기에 재발견된 8세기 경전 티베트 불교에서는 죽는 순간뿐만 아니라 심 지어 죽은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 죽은 다음 에도 몸과 마음이 분리된 새로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불(成佛)할 수 도 있고, 신적인 존재들이 사는 낙원 같은 곳 에 갈 수도 있고,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 죽은 다음에 어리바리 방황하면 축생 (畜生)이나 더 곤란한 모습으로 다음 세상에 태어날 수도 있다. 좋은 곳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게 티베 트 사자(死者)의 서(書)(이하 사자)다. 죽 을 무렵, 죽는 순간, 죽은 다음에 스스로 읽 고 또 남들이 대신 읽어 주는 경전이다. 생사 일여(生死一如)다. 생과 사가 다름없다. 하나 다. 죽음의 고통이 사라져야 삶의 고통도 사 라진다. 사자는 생사의 고통을 없애는 유용 한 각종 스킬(skill)을 제시한다. 사자의 저자는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여 겨지는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a· 蓮華生上師)다. 중국에 보리달마(菩提達磨,
생몰년 미상, 470년 무렵 남중국에 와서 선 종을 포교)가 있다면, 티베트에는 파드마삼 바바가 있다. 파드마삼바바는 8세기 사람이 다. 인도 출신의 그는 부탄과 티베트에 불교 를 전파했다. 전설에 따르면 사자를 비롯 한 문서를 티베트 곳곳에 숨겼다. 아직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자는 14세기에 세상 에 다시 나타났다. 상당수 티베트학 학자들 은 사자가 후대의 위작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한 사자의 영문판 에 서문을 쓰며 사자를 ‘공인’했다. 20세기에는 서양으로 전파됐다. 사자 의 원제는 중간 상태에서 청문(聽聞)으로 얻는 해탈(바르도 퇴돌·Bardo Thodol·The Great Liberation by Hearing in the Intermediate States)이다. 이집트 사자 의 서에 맞춰 티베트 사자의 서라는 제목 이 붙었고 이 제목이 굳었다. 사자는 정작 티베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서양에서 불교 입문서로 유명해졌다. 1927년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첫 영역본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서구 사회에서 고전이 됐다. 나 중에 꼼꼼한 번역본이 나온 다음에 옥스퍼 드대 번역본에 오역 등 문제가 많다는 게 밝 혀졌다. 하지만 옥스퍼드대 번역본은 사자를 서 양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스위스 의 정신의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 은 사자가 “인간 심리를 다룬 책”이라며 찬 사를 보냈다. 사자는 특히 미국인들에게 ‘나는 이렇게 쿨(cool)한 사람이야’라는 선언 적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읽지는 않더라도 책 꽂이에 꽂아두면 효과 만점이었다. 한때 대항 문화(對抗文化·counter-culture)를 상징하 는 책으로 부상한 것이다. 또 사자는 ‘동양 의 단테 신곡’이라고도 불린다. 사자는 임 사체험(臨死体験, Near Death Experience) 에서 말하는 것과 일치하는 내용도 많기 때문 에 주목받는다. 사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앤다. 다 음과 같은 메시지를 통해서다. 죽음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아니다. 죽음은 삶과 또 다른 삶 사이의 중간 과정일 뿐이다. 죽음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의 시작이다. 죽은 사람은 몸이 없기 때 문에 그 누구도 위해(危害)를 가할 수 없다.
▲티베트 사자의 서의 우리말 판(왼쪽)과 영문 판 표지. ◀어느 티베트 화가가 구아슈(gouache·물과 고 무를 섞어 만든 불투명한 수채 물감)로 그린 파 드마삼바바.
제목과 달리 살아 있을 때 위한 책 서양에선 불교 입문서로 유명세 “죽은 다음에도 기회 있다”고 설파 정신의학자 카를 융도 매료돼 사후에 몸과 분리된 의식은 기분 좋은 이 미지와 무서운 이미지를 연달아 보게 된다. 모두 자신의 의식 작용이 만들어내는 ‘생생 한 꿈’이다. 삶이 여정이라면, 삶과 삶 사이의 죽음도 여정이라는 게 사자의 메시지다. 흥 미로운 점은 그리스도교 정경(正經)으로 인 정받지 못한 마리아 막달레나 복음에도 사 후 여정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마리아 막달레나 복음에 비슷한 내용 사자에 따르면 죽음은 마지막 기회가 아니 라 오히려 최고의 기회다. 몸과 마음이 분리 된 사후에는 해탈이 더 쉽다. 그 어느 곳이건 마음대로 갈 수 있다. 해탈이 최고의 목표지 만, 해탈에 실패할 경우에는 환생을 해야 한
다. 신성한 존재들이 사는 곳에서 태어날 수 도 있다. 하지만 사자의 세계관은 불법(佛 法)이 전해지고 실천되고 있는 곳에서 태어 나는 것을 선호한다. ‘흰색 빛’은 신들이 사는 곳의 통로다. 인 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파란 빛’ 을 따라가야 한다. ‘파란 빛’을 따라가면 모 든 중생이 성불하기 전까지는, 성불을 미루겠 다는 ‘고집불통의 위대한 인간들’이 가는 우 리 세상으로 다시 올 수 있다. 어쩌면 ‘깨달은 인간은 신(神)들보다 위대하다’고 보는 게 불 교다. 그렇게 믿는 이들은 신들의 낙원이 아 니라 쾌락과 고통이 공존하는 이 세상으로 다시 온다. 성불하기 위해서다. 데드라인(deadline)의 종류는 여러 가지 다. ‘예비적 데드라인’ ‘진짜 데드라인’과 ‘진짜 진짜 데드라인’이 있다. 무한정 기회 는 없다. 사자에 따르면 49일 동안 다음 생 에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가 결정된다. 그 기간에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대로, 죽은 사람의 친지들은 또 그 나름대로 노력해야 한다.(우리나라 불교의 사십구일재(四十九
日齋)도 유래가 같다.) 사자에 따르면 어 떤 환생이냐는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협업 (collaboration)이 얼마나 잘되느냐에 달렸 다. 우선 산 자는 울고불고 소란을 피우거나 지나친 슬픔에 빠지면 안 된다. 모든 종류의 경계인(境界人)은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새 로운 상황에 빠져 혼란스러운 망자라는 경계 인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들면 안 된다. 산 자들이 할 일은 그저 사자를 열심히 독경 하는 것이다. 사자의 해설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부처 도 좋고 공자도 좋고 예수도 좋다. 사후 49일 동안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을 생각하라. 나 를 버리고 이타적인 것만을 생각하라. 자비 도 좋고 사랑도 좋고 인(仁)도 좋다. 살았을 때 부족했던 것을 의식에 담아라. 인생은 짧 다. 49일이라는 기간은 정말 짧다. 이 49일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현생과 차생(次 生)의 행복이나 보람, 성공이 결정된다. 사자는 사자를 위한 책이기 이전에 산 사 람들, 살아 있을 때를 위한 책이다. ‘생자(生 者)의 서’다. 유가족에게는 위로를 준다.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겐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준비하게 해 주는 책이다. 공부와 아부(‘윗사 람에게 하는 칭찬’)는 평소에 해야 하는 것이 다. 죽음에 대한 대비도 평소 살아 있을 때 해 야 한다. 당일치기 시험 준비가 통하듯, 죽은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사자는 알려 준다. 하지만 데드라인에 쫓기지 않고 미리미 리 준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김대수의 수학 어드벤처
디지털의 출발점은 논리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문제 1] 다음과 같이 주어진 사실로부터 내린 논리에 대해 참, 거짓, 알 수 없음 중 하나의 결론
김대수 교수
을 내리시오.
한신대 컴퓨터공학부
[사실] ①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②사람은 동물이다. ③꽃은 동물이 아니다. ④모든 동물은 죽는다. [결론]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문제 2] 다음과 같은 수의 나열에서 일정한 규칙 을 찾아내어 괄호 속에 적당한 숫자를 넣으시오. 1, -3, 9, ( ), 81, -243 [문제 3] A, B, C, D, E 다섯 학생이 다음과 같 은 사실을 말할 때, 두 번째로 성적이 좋은 학생 은 누구일까요? 논리적으로 판단해 봅시다. A : 나는 C와 D보다 성적이 나쁘다. B : 나는 A보다 성적이 좋다. C : B는 나보다 성적이 나쁘다. D : 나는 B보다 성적이 좋으나, C보다는 성 적이 나쁘다. E : D가 A보다 성적이 좋고, 나는 A보다 성 적이 나쁘다.
논리란 무엇인가? 논리란 인간이 어떻게 사 고하는가를 표현하는 생각의 규칙을 말한 다. 인간의 사고가 논리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고하는 사람이 주어진 문제를 객관 적이고 명확하게, 그리고 사고의 법칙을 체 계적으로 추구하여 분석하는지의 여부로 결 정된다. 논리에 있어서 명제(proposition)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명제란 어떤 사고를 나타 내는 문장 중에서 참(true)이나 거짓(false) 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문 장이나 수학적 식을 말한다. 논리는 일반적으로 명제 논리와 술어 논리 로 구분된다. 명제 논리는 주어와 술어를 구 분하지 않고 전체를 하나의 식으로 처리하여 참 또는 거짓을 판별하는 법칙을 다루고, 술 어 논리는 주어와 술어로 구분하여 참 또는
거짓에 관한 법칙을 다룬다. 논리학은 오류에 빠지지 않고 사리에 맞 는 합리적 사고로 진정한 지식을 얻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고의 규범을 연구하 는 학문으로서, 고전논리학·관계논리학·과 학논리학·수리논리학 등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논리는 까마득한 고대 문명 사회에서부터 시작되었으나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수학 교 과서에서 접하는 논리학은 기원전 4세기 아 리스토텔레스(Αristoteles, B.C. 384년~B.C. 322년)에 의해 체계가 잡혔다. 그는 “시작이 반이다”“배우기는 힘들지만 그 열매는 달다” 와 같은 많은 명언을 남겼다. 지금도 자주 쓰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삼 단논법은 매우 유명하다. 예를 들어 “인간은 모두 죽는다”(대전제), “소크라테스는 인간 이다”(소전제),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 다”(결론)라고 하는 논법이다. 그는 플라톤의 제자로서 고대 그리스의 철 학자·논리학자·윤리학자로서 형식논리학의
모르간의 법칙이 현대 디지털 기술을 구현 하는 반도체에 적용되어 디지털 논리 회로의 설계를 통한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의 하드웨 어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이론 등에 필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선구자인데(그림의 중앙 왼쪽), 그가 창안한 개념은 19세기에 수리논리학 분야의 발전이 있기까지 서양 논리학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17세기에 접어들어 독일의 수학자 라 이프니츠(Leibniz)는 연역추론 과정을 명확 히 하기 위해 기호를 사용하는 것을 고안해 냈다. 그가 생각한 개념은 19세기에 들어와 서 현대 기호논리의 창시자인 영국의 수학자 불(Boole)과 드 모르간(De Morgan)에 의해 확립되었다. 특히 불이 정립한 AND, OR, NOT 연산 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수학적 논리와 드
[문제 1]에서는 다음과 같이 논리적으로 추론해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고, 사람은 동물이고, 모든 동물은 죽는다. 그러 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문제 2]에서는 앞의 숫자에다 일정한 수 를 곱한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 3]에서는 5가지 조건들을 논리적으 로 판단하면 된다. 그 결과 E < A < B < D < C 의 순서를 알아낼 수 있다. 정답 1. 참 2. -27 3. D 학생
Science 25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31 수면의 신비
숙면은 불로초 세상 모르고 자야 몸이 젊어진다 위치가 위치한 곳은 뇌간(腦幹) 주변이다. 이 부위를 자극하면 가바(GABA)란 화학물 질이 방출돼 잠에 떨어진다. 이 ‘스위치’가 있는 곳은 호흡·혈압·맥박 등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조절하는 부위다. 이는 수면이 생명 과 직결된다는 간접 증거도 된다. 만약 새로 발견된 수면 스위치만을 족집게처럼 작동시 키는 수면제라면 뇌세포 전체를 마비시키는 기존 수면제와는 달리 부작용이 훨씬 덜할 것이다. 인간 수명 연구에 흔히 쓰이는 초파리 (fruit fly)도 나이가 들면 잠에서 자주 깨고 새벽에 서성인다. 우주탐사선을 먼 목성까지 보내는 인간이 초파리와 같은 신세라니 조금 은 당황스럽다. 하지만 초파리 덕분에 잠을 푹 잘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 올해 독일연 구팀이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노인의 잠이 조각조 각 나는 것은 음식물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슐린 신호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줄이 는 알약(rapamycin)을 초파리에게 먹였더 니 잠이 조각나지 않고 밤새 숙면을 취했다. 게다가 시간을 거슬러 몸이 젊어지기까지 했 다고 한다. 현대판 ‘진시황의 불로초’를 수면 연구에서 발견한 셈이다. 초파리의 수면 유 전자를 사람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밤에 깨지 않고 푹 잘 날이 멀지 않았다. 이런 알약을 먹기가 거슬린다면 잠자는 기술을 배우자.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 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藥泉) 남 구만(南九萬·1629∼1711년)이 동해 유배지에 서 지은 시조다. 새벽에 일찍 잠이 깬 노인의 잔걱정들을 담고 있다. 당시 남구만의 나이 는 61세. 소를 돌보는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각에 나이 든 그는 왜 잠에서 깨어 있 었을까? 비단 그만의 얘기가 아니다. 필자가 어쩌다 소변이 마려워 새벽에 깨면 집안 어르신은 두 꺼운 안경을 끼고 신문을 보고 계셨다. 기력 이 떨어지는 노년에 잠이라도 푹 자야 할 텐 데 나이들면 오히려 잠이 줄어든다. 노인들의 조각난 잠은 뇌에 치명타를 가 해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다. 청소년도 수면 부족으로 두뇌 집중력에 노란불이 켜졌다. 우울증 환자의 90%는 불면 에 시달리며, 그들의 평생 소원이 숙면이다. 최근 이들의 귀가 솔깃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자들이 뇌 수면 스위치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 것이다. 실제로 그곳에 신호를 보냈더니 금방 곯아떨어졌다. 이제 불면증의 악몽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인가? 잠을 잘 자 면 몸이 시간을 거슬러 젊어진다는 연구 결과 도 나왔다. 이제 잠 좀 제대로 자 보자. 깊거나 얕은 수면 사이클 밤새 반복 밤손님들의 활동시간은 오전 2∼4시 사이다.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이 잠든 지 2시간 이후란 과학적 데이터 정도는 밤손님 들도 잘 알고 있다. 잠이 들면 4단계의 수면 과정을 거친다. 각 단계에 따라 뇌의 활동 패 턴이 달라진다. 깊은 잠과 얕은 잠이 밤새 4 ∼5번 정도 반복된다. 가장 얕은 잠 상태에 선 눈동자가 ‘휙휙’ 돌아가고 뇌는 거의 깨 어 있다. 이 같은 소위 렘(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이 자는 동안 4∼5회 반복 된다. 꿈의 대부분은 이때 꾸며 이 시간대에 꾸는 꿈이 뇌를 자극해 뇌 발달을 돕는다. 어릴 때는 꿈을 많이 꿔야 ‘쑥쑥’ 잘 큰다. 필자는 어릴 적에 동전을 줍는 꿈을 자주 꿨 다. 길가에 널려 있는 동전을 양손에 가득 주 워 동네 아이스케이크 가게로 달려가는 순 간에 꿈에서 깨곤 했다. 깨어서 비어 있는 손 을 바라볼 때의 허탈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물론 동네 개에게 쫓기는 꿈도 자주 꿨다. 이 때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 탓에 대개 허우적 거리다가 깬다. 얕은 REM 수면 상태에서 뇌 는 거의 깨어 있지만 근육은 역설적으로 완 전 마비 상태다. 그래서 꿈에 귀신이 쫓아와 도 팔다리가 안 움직여 공포의 시간을 경험 한다. 만약 꿈을 꾸는 동안 팔다리가 움직인 다면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머리가 깨질 수도 있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실제로 꿈을 꾸면서 옆 사람을 칠 정도로 손발이 과도하 게 움직인다면 병원 검사가 필요하다. 필자는 어릴 적에 동네 어른들을 따라 참 새 잡기에 자주 나섰다. 밤늦은 시간, 초가지 붕의 처마 밑을 플래시로 비춘 뒤 그곳에 잠 들어 있던 참새들을 손으로 잡았다. 새를 포 함한 동물들도 잠을 잔다. 잠을 잔다는 것은 처마 밑의 참새처럼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 다. 모든 감각이 잠들고 근육도 마비 상태여 서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당연히 진화 에 불리할 텐데 왜 동물을 포함한 사람은 잠 을 자는 걸까? 우리가 잠자는 동안 뇌가 어떤 일을 하는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만약 잠 을 자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최근 미국 수면의학회지인 ‘슬립(Sleep)’
‘잠의 신, 히프노스’(1874년·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그의 동굴 침실엔 빛도 소리도 없다.
적당한 피로에 수면 스위치 ‘On’ 자는 동안 뇌에 쌓인 노폐물 제거 잠 설치면 몸속에서 시한폭탄화 초파리 연구로 ‘숙면 알약’도 개발
수면 주기
잠깐 깨기
깨기 렘수면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자정
0130
0300
0500
0630
인간의 수면 사이클은 하룻밤 새 4단계가 반복된다.
뇌세포(녹색)와 수면유도물질(GABA)을 생산하는 세포(적색).
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잠을 자지 않을 경 우 뇌세포가 파괴될 때 나타나는 물질이 뇌 에 축적된다. 이 노폐물은 낮보다는 밤에 10 배나 빨리 청소된다. 결국 뇌 회로에서 낮 동 안의 모든 작업의 흔적을 리셋(reset)시키는 청소작업이 지금껏 알려진 수면의 역할 중 하나다. PC도 임시 메모리 공간이 꽉 차면 비워 줘 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뇌도 임시 메모리 부분에 있던 하루 동안의 내용을 기 억 저장공간에 옮기는 청소작업이 필요하다. 잠을 못 자는 사람은 따라서 뇌세포에 찌꺼 기 독성물질이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시 한폭탄을 몸에 안고 사는 셈이다. “낮잠은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고문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것이 잠 안 재 우기다. 눈꺼풀에 테이프를 붙이고 강한 빛 을 눈에 쬐면 어떤 사람도 2∼3일을 못 버틴 다. 주야 교대를 하거나 시차를 자주 겪는 간호사·항공기 승무원의 경우 장기적인 수 면 불균형이 생기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 생한다.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도 채 안 되는 성인 의 경우 비만당뇨병심혈관 질환기억력 저 하가 동반되기 쉽다. 건강을 해치는 주요인 이 운동 부족(74%)과 수면 불량(49%)이란 연구 결과도 국내에서(서울대 박소현씨 박사 학위 논문) 발표됐다. 사람마다 개인 차는 있 지만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권하는 성인 의 평균 수면시간은 6∼8시간이다. 아인슈타 인과 처칠은 하루 4시간만 자도 문제없다고 했다. 하지만 22년간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 한 연구에선 수면시간이 7시간 이하이면 일 찍 죽을 확률이 23.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 났다. 반대로 8시간 이상 자도 조기 사망률이 20.5%나 높아진다. 적당한 시간만큼만 자야 건강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낮잠을 자는 것이 건강에 이로운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들쭉날쭉하다. 올해 미국 ‘역학 학회(Epidemiology)’에 보고된 연구 결과는 낮잠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13년간 1만3000명을 관찰한 결과로 매일 한 시간 미만 낮잠을 자면 14%, 한 시간 이상 자 면 무려 32%나 사망률이 높은 게 확인됐다.
조각난 잠은 건강에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일러스트 박정주
몸이 약해져 낮잠을 자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 낮잠을 많이 자면 일단 건강에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는 신호다. 평 생 건강하게 지내려면 잠을 제 시간에 푹 자 야 한다는 의미다. 눕자마자 자는 사람도 있 지만 국내 성인의 절반은 잠을 쉽게 청하지 못하고 또 잠을 설친다. 인도의 민족운동가인 간디는 금방 잠이 드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의 수행원들은 그가 잠을 자겠다고 누우면 채 1분도 안 돼 곯아떨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필자의 한 지인도 머리를 대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한 다. 그와 함께 잠을 잘 때는 “내가 먼저 잘 테 니 잠깐 기다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다. 불면증 환자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잠에 금방 빠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 져야 한다. 지금은 밤이 이슥하니 잠을 잘 시 간이란 사실을 알려 주는 생체시계와 잠이 들 게 만드는 일정량의 피로다. 생체시계는 태양 빛을 기준으로 맞춰진다. 우리 몸은 주변에 빛 이 많으면 낮으로 인식해 활발하게 움직이려 든다. 반대로 빛이 없으면 밤이라고 여겨 멜라 토닌 같은 수면호르몬을 분비시키고 활동을 멈춘다. 문제는 ‘적당하게 쌓인 피로’다. 낮의 활동으로 뇌엔 조금씩 피로물질이 쌓여 간다. 피로물질이 최대가 됐을 때 축적 된 ‘피로’ 압력으로 ‘수면 스위치’가 ‘찰칵’ 켜진다. 수면 스위치가 켜지면 뇌세포를 잠 재우는 물질이 분비돼 바로 곯아떨어진다. 잠자는 동안 뇌의 피로물질 탱크는 깨끗이 비워진다. 24시간 주기로 이런 사이클이 반 복된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네이처 뉴로 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올 8월 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의 수면 스
골퍼의 루틴처럼 나만의 수면습관 필요 미국 시애틀의 관광 코스엔 항구의 한 집 이 포함돼 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1993년·미국)이란 영화를 촬영한 장소다. 사 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매일 잠을 못 자는 아빠의 사연이 어린 아들을 통해 라디오 전 파를 타고 전국에 알려져 드디어 새로운 여 인을 만난다는 줄거리다. 가족의 사별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 커피·녹차·콜라 등 카페인, 스마트폰의 청색 불빛 등은 뇌를 각성시켜 수면 스위치가 잘 켜지지 않도록 한다. 이는 모두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게 하는 요인들 이다. 술은 수면 스위치는 켜지만 자는 도중 몸을 깨우는 역효과가 있다. 결국 자기 전에 뇌를 가라앉히되 수면 스 위치가 켜질 만큼 뇌에 피로물질이 적절히 쌓 여 있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 인 방법은 낮에 햇빛을 보면서 몸을 움직이 는 것이다. 햇빛은 뇌의 생체시계를 유지시켜 밤낮의 사이클을 정상 작동하게 하고, 몸을 움직여 생긴 물리적 피로는 스위치를 켜는 데 필수적이다. 잠을 자는 기술의 핵심은 잠자는 행동의 습관화다. 일류 골프선수는 타석에 올라 ‘후 다닥’ 공을 쳐 버리지 않는다. 먼저 목표를 흘끗 쳐다보고 고개를 한 번 흔드는 등 나름 ‘의식’을 하나하나 치른 뒤 스윙을 한다. 이 런 행동은 반복 연습을 통해 체득되며 경기 에 잘 적응하도록 스스로를 준비시키는 과정 이다. 잠도 마찬가지다. 매일 같은 순서로, 같 은 장소에서, 같은 기분으로 잠들면 뇌 속에 그 과정이 각인돼 쉽게 잠이 든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저서 인 인간론에서 “신은 여러 가지 근심의 보 상으로, 우리에게 희망과 수면을 줬다”고 말 했다. 세상일은 점점 복잡해지고 근심도 많 아지지만 뇌는 예전 인간 그대로다. 따라서 예전 방식대로 사는 것, 즉 낮에 움직이고 밤 에 숙면하는 ‘주동야숙(晝動夜宿)’이 건강 장수의 지름길이다.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국 조지아텍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바이오 테크놀러지(BT)를 대중 에게 알리고 있다.
26 Column
반상(盤上)의 향기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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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가문의 승부사
처절히 깨진 명인의 꿈 인세키 “바둑은 운의 기예” 탄식 문용직 객원기자전 프로기사 moonro@joongang.co.kr
흔들리는 운명에 능력은 없지 않고 자부심도 강한 인물. 그런 인간은 격정의 시간을 보낸 다음엔 무엇을 할까. 1835년 제자 아카보시 인테쓰(赤星因 徹·1810~35)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토혈국 (吐血局)이 지나갔다. 그 4년 후 이노우에 인 세키(井上因碩·1798~1859)는 다시 한번 명 인에 도전했다. 1838년 혼인보(本因坊) 조와 (丈和·1787~1847)가 명인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공석이 된 명인 자리를 두고 관(官)과 바둑 계가 논의를 거듭했다. 당국은 장로 격인 인 세키를 명인으로 올리고자 했으나 혼인보 가 문에서 반대했다. 혼인보 가문엔 후계자 슈 와(秀和·1820~73)가 있었다. 슈와는 근대 바 둑의 선구자로 당시 20세. 분 바른 듯한 얼굴 에 여린 몸매였다. 하지만 이미 높은 경지에 올라 있었다. 1840년 인세키와 슈와의 쟁기 (爭碁) 허가가 떨어졌다. 11월 29일~12월 13일 열닷새에 걸쳐 대국 이 이뤄졌다. 12월 2일 인세키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주위 사람들은 토혈국의 악몽이 생각나 몸을 떨었다. 휴양을 취한 다음 9일에 다시 두었지만 10일에 이르러 또 피를 토했 다. 12일은 밤을 새웠고 13일 오전 10시 마침 내 끝을 봤다. 슈와의 4집 승리였다. 죽자 살 자 내용이 험했다. 본래 스무 판(20番棋)을 두기로 했으나 지친 인세키는 한 판으로 의 욕을 잃고 명인 출원(出願)을 취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산을 유람하던 인세 키에게 다시금 투지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쟁기는 신청할 수 없었기에 계속해 기회를 엿봤다. 1842년 5월 16일 어느 애호 가의 저택에서 기회(碁會)가 개최되고 인세 키와 슈와의 대국이 주선됐다. 사교적인 자 리지만 승부의 결과는 다시 한번 바둑계를 뒤흔들 수 있었다. 16~18일 사흘에 걸친 대 국에서 인세키는 슈와를 감당하지 못했다. 자신은 8단. 슈와는 7단. 백을 잡고 7단을 이길 수 없다면 명인이 되겠다고 청원하기 란 어렵다. 물론 속담은 삼세번이다. 1842년 연례행 사인 어성기(御城碁·장군 앞에서 두는 최고 의 공식 대국) 계절이 왔다. 인세키는 관을 움직여 특별대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11월 17~19일 또다시 슈와가 승리하면서 꿈은 깨 지고 야망도 끝났다. “바둑은 운(運)의 기예(技藝)로구나!” 탄 식이 절로 나왔다. 일찍이 재주를 인정받아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삶이 때를 만나지 못 했다. 하지만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10여 년 절치부심도 허사 전국 유랑길에 “… 무릇 비상한 인물이 있어야 비상한 일을 이루고 그런 뒤에야 비상한 공을 세우는 것이 니 비상하다는 것은 실로 보통 사람들이 모 방할 바가 아니다.” 삼국지에서 원소와 조조가 백마(白馬) 전투를 벌이기 전 원소의 기실(記室·문서담 당관) 진림(陳琳)이 쓴 격문의 일부다. ‘삼국 지’의 주제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면 그것은 곧 ‘정의란 무엇인가’와 통용되고, ‘인간의 자유 의지’ 질문과도 교차된다. 온갖 인물들 이 삼국지에 출몰하는 이유다. 인세키는 용모부터 특이했다. “곰보. 그 딱 지 하나하나가 유난히도 검다. 눈썹은 짙고 굵으며 양미간이 잇댈 정도로 한 줄로 이어 져 있다. 정열이 넘치는 태도.” 10여 년의 절치부심이 실패하자 인세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났다. 전국 각 지에는 제자들이 많아 심심치 않게 다닐 수 있었다. 1846년 여름 그는 오사카(大阪)에
19세기의 나가사키 데지마 항구. 가운데 보이는 반원(半圓) 부분이 데지마로 크기는 축구장 2개 정도에 불과했다. 서양의 문물은 저 섬을 통해서만 일본으로 들어왔다.
[사진 위키피디아]
제자 인테쓰의 ‘토혈국’ 악몽 겪고 혼인보家에 재도전했지만 3전 전패 재주 인정받았어도 소원 못 이뤄 패배 뒤엔 숙적의 아들 후계자 삼아 말년엔 중국행 시도했지만 무산
기보 흑2가 이적(耳赤)의 묘수.
들어섰다. 그에게 애기가들이 찾아왔다. 혼인보 가문 의 슈사쿠(秀策·1829~62)가 마침 함께 있으 니 지도를 요청했다. 혼인보라면 치를 떨 인 세키도 흔쾌히 승락했고, 슈사쿠는 조심스 레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당시 기사들은 전 국으로 유력(遊歷)을 떠나곤 했다. 7월 20일~8월 29일 인세키는 슈사쿠와 모 두 다섯 판을 두었다. 슈사쿠는 4단이기에 치 수는 두 점이었다. 하지만 첫날 인세키는 실 력을 인정해 곧 대국을 멈추고, 다음날 슈사 쿠가 흑으로 두게 했다. 7월 21~25일 두 사람 은 대국장을 세 번 옮기면서 후세에 이름을 남긴 바둑을 완성했다. ‘이적(耳赤)의 바둑’ 이었다. 첫날엔 슈사쿠가 초반 정석에서 실수를 해 인세키가 크게 우세했다. 이튿날 대국장에 의사가 있었다. 그는 바둑을 몰랐지만 방을 빠져나와선 말했다. “인세키 선생이 질 거 같 다.” 까닭은 이랬다. “귀가 빨개지는 것은 당 황했을 때다. 흑2<기보>가 반상에 놓인 순간 선생의 귀가 붉어졌다.” 흑2가 ‘이적(耳赤)의 수(手)’라고 불린 묘 착. 상변을 넓히고 우변 백 세력을 삭감하며 하변 흑 넉 점을 지원했다. 백1은 흑2 근처에 두어야 했다. 고운 품성에 깊은 효자였던 슈사쿠는 어성 기 19연승의 주인공으로 서른셋에 세상을 떠 났다. 일찍 떠난 천재는 이름이 남는다. 그는 뒷날 기성(棋聖)으로 불렸고 바둑은 영원히 남았다. 때는 200여 년의 평화가 가져온 태평 천하로 풍류가 넘쳐 몰락을 내다보는 절정기 였다. 반상은 알려준다. 슈사쿠와 둘 때는 인세 키도 마음이 편했다. 슈와와 대적할 때의 투 지와 기백, 의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천천히 반상을 즐기고 있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앞길은 여전히 멀었다. 은원과 가 문의 중흥이 인세키를 마주했다. 제자 인테 쓰가 세상을 떠난 후 이노우에 가문은 인재 가 귀했다. 고민을 거듭한 그는 1845년 숙 적 조와의 장남 도야 우메타로(戶谷梅太
郞·1820~56)를 이노우에 가문의 후계자로 삼 기로 결정했다. 조와도 찬성했다. 혼인보 가문은 실력자가 가주(家主)를 계 승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조와의 맏아들 은 재주는 슈와 못잖았지만 6단을 앞두고 안 질(眼疾)에 걸려 그만 슈와에게 뒤처졌었다. 조와는 아들에게 길이 열리는 것을 반겼다. 도야 우메타로는 이노우에 가문으로 들어가 이름을 이노우에 슈테쓰(井上秀徹)로 바꾸 었다. 절묘했다. 인세키는 자신의 야망으로 인해 벌어진 갖가지 파란을 한꺼번에 다 수습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첩과 도망친 제자 찾아가 대국 그러나 1850년 슈테쓰가 정신이상으로 사건 을 일으켜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뿐이 아니 었다. 다른 제자가 인세키의 첩을 데리고 도 망친 사건도 있었다. 네 가문 중에서 야스이(安井)와 하야시(林) 가문은 혈통에 따른 계승을 원칙으로 했지 만 혼인보와 이노우에 가문은 사문(沙門) 출 신이었다. 대처(帶妻)가 금지됐다. 그래도 첩 (妾)을 두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는 제자가 에도(江戶) 시내 빈민촌에 있 다는 소문을 들었다. 비 오는 날 밤 인세키는 하인의 어깨에 바둑판을 지우고 집을 찾아가 몸 둘 바 모르는 제자에게 무덤덤히 말을 했 다. “바둑도 못 두고 있다기에 판 하나 가져왔 네. 바둑꾼이라면 그래도 연구는 해야 하지 않겠나.” 허락이었다. 숨어 지낼 때 제자도 바 둑으로 입에 풀칠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당장 소문이 날 테니 말이다. “바둑꾼이 된 것부터 나는 불행”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사 건이 또 있었다. 1844년 5월 에도(江戶)성에 화재가 일어나 성곽이 거의 다 타버리고 인명 피해도 컸다. 막부(幕府)는 성의 수축(修築) 비용을 제후(諸侯)에게 부과했으며, 제후는 그 부담을 백성에게 돌렸다. 의분을 느낀 인 세키가 당국에 상신했다. “단순한 실화(失火)임에도 불구하고 백성
의 가냘픈 어깨를 핍박한다는 것은….” 옳은 상신이라도 극형을 당하기 일쑤인 봉 건체제 속에서 신분에 넘치는 상신이었다. 그 는 문을 잠그고 들어앉아 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의외로 등성(登城)하여 장군을 배 알하라는 분부가 내려졌다. 제후들은 다투 어 교제를 청했고 그는 국사(國士)로서의 명 성을 누리기 시작했다. 1848년 인세키는 은 퇴를 하고 병학자(兵學者)를 자처하면서 호 를 겐난(幻庵)이라 했다. 그는 가끔 “바둑꾼 이 된 것부터 나는 불행하다”고 했다. 풍랑으로 물거품 된 마지막 도전 1852년 54세의 인세키는 중국에 가서 웅지 를 펼쳐보겠노라는 뜻을 품고 나가사키(長 崎)로 내려갔다. 데지마(出島·그림·1636년 축조된 인공 섬으로 쇄국정책을 펼쳤던 일 본에서 200여 년간 유일의 해외 무역창구 역 할을 했다.) 주변에서 이리저리 길을 모색해 보았다. 당시 중국은 태평천국의 난으로 크게 어지 러웠지만 그는 그것도 모른 채 밀항을 시도했 다. 고맙게도 풍랑이 크게 일어나 배는 남쪽 가고시마(鹿兒島)로 떠내려갔고 그는 변소 에 갔다가 그만 돈주머니를 바다에 떨어뜨렸 다. 180냥의 금화였다. 비싼 똥을 누었다. 그는 에도로 돌아갈 여비도 없어 가고시마 에서 단위 면장(免狀)을 남발했다. 뒷날 가고 시마의 애기가들은 그가 발행한 면장을 두고 ‘인세키 초단(因碩初段)’이라 불렀다. 1859년 마침내 그가 세상을 떠날 때엔 병 란(兵亂) 없던 태평천하도 끝이 났다. 막부가 무너지고, 1924년 일본기원이 설 립되어 다시금 바둑이 세상에 나설 수 있게 되기까지 일본 바둑계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문용직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한국기원 전문기사 5단. 1983년 전문기사 입단. 88년 제3기 프로 신왕 전에서 우승, 제5기 박카스배에서 준우승했다. 94 년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는 바둑의 발견 주역의 발견 등 다수.
Column 27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삶과 믿음
감사 편지의 기적 차동엽 신부 ip81335@hanmail.net
글렌 굴드는 클래식 음악계의 편견을 깬 천재였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낮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제멋대로’ 곡을 해석했다.
詩人의 음악 읽기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모든 정석 타파 제멋대로 연주해 더 매력 dylan@unitel.co.kr
다소 과격한 표현을 구사해도 용서하시라.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명예훼손 소송을 걸어와도 할 수 없다. 정말로 그렇다 고 확신하니까. 나는 한국 가요계에 정말로 심각한 암적 존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가수 박진영 (사진)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의 지대한 영향력 탓에 가수를 지망하는 이 땅 의 숱한 청소년이 붕어빵 틀 속에 갇히고 있 다. 다들 똑같은 발성을 연습하고, 이른바 겸손함이라는 똑같은 ‘애티튜드’를 강요받 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온당한 일인가. 언제부터인가 주말에 아내와 함께하는 즐거운 일과가 생겨났다. 오디션 프로그램 을 다운받아 시청하는 것이다. 엠넷의 ‘슈 퍼스타K’를 필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성행하는 각종 오디션 프로를 참 즐겁게 시 청해 왔다. 그중 SBS의 ‘K팝스타’는 음악 외적 설정을 최소화하고 오직 노래 실력으 로 흥미를 유발하는 꽤 괜찮은 프로그램이 었다. 오디션의 특징은 출연자 못지않게 심 사위원의 언행이 화제를 불러 모은다. 미국 팝의 흐름을 멜로디 라인에서 비트 로 전환시킨 것이 마이클 잭슨인데 박진영 은 그 대세를 훌륭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한 실력 있는 뮤지션이었다. 음반 제작자로서 도, 기획사 대표로서도 그는 꽤 유능한 인 물인 것 같다. 그런데 ‘K팝스타’의 심사위 원으로 그가 행하는 발언들을 접하며 경악 을 금치 못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가르치려 든다. 가령 노래 할 때 숨소리는 ‘공기 반 소리 반’이어야 한 다는 명언을 했다.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 고 윽박지르는 광경도 여러 번 봤다. 그런 발
중앙포토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성에 적합한 성대를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 만 전혀 다른 호흡으로 노래하는 가수의 매 력은 뭐란 말인가. 공기 소리는커녕 꼭 막 힌 비음과 바이브레이션만으로 청중을 쥐 고 흔드는 스티비 원더는 못 부르는 가수인 가. 고함치듯 빽빽 내지르는 밴 모리슨이나 신경질적으로 울부짖는 로버트 플랜트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들의 호흡법 때 문이 아니라 생겨 먹은 대로 내지르는 자유 로움 탓이다. 이른바 영혼의 울림을 전달받 는 것이다. 음정이나 리듬감에 대한 지나친 강조도 마찬가지다. 죄수들의 영웅이었던 컨트리계 의 대가수 조니 캐시는 평생토록 음정이 불 안했다.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나 지미 헨드
릭스도 딱딱 떨어지게 음정을 맞출 줄 몰랐 고 밥 딜런의 노래 리듬은 아예 포기한 듯이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은 모두 한 시대의 기 린아다. 제멋대로 하는 개성 속에서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 대중음악의 속성 아닌가. 언젠가 혼혈 소녀가 나와 솔(soul)풍의 노래를 무반주로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박 진영 심사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나 노래 잘해라고 과시하는 것 보기 싫다”고. 그때 그의 절망한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오디션 이란 노래 솜씨를 뽐내고 과시하는 자리인 데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른바 ‘겸 손함’의 강요는 어린 참가자들을 위선적으
로 만들어 놓기 십상이다. 심사 태도로서 가장 큰 문제라고 느끼는 것은 회차가 올라갈수록 매번 다른 것을 보 여 달라는 요청이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온갖 장르를 다 잘하라는 것은 자 기 스타일을 가진 뮤지션이 아니라 장기자 랑의 재주꾼을 주문하는 꼴이다. 가수 지망 생들에게 음악정신에 심히 위배되는 요청 을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하고 있다. 갈수록 오디션 참가자들 노래가 비슷비 슷해지고 있다. 오디션 전문학원이 성행하 는 탓이란다. 학원에서는 심사위원 구미에 맞춰 반복학습을 시킨다. 이건 음악도 뭣도 아니다.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브리 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를 빼 놓지 않고 본다. 스타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 이 ‘이렇게 노래 부르라’고 가르치고 강요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는 다 만 각각의 개성에 대해 호불호의 반응을 보 일 뿐이다. 개인을 콕 집어 비판해 미안한 마음이 든 다. 음악이론에 정통해 보이니 모를 리가 없 겠지만 나는 박진영에게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연주를 진지하게 들어보라고 권하 고 싶다. 굴드는 피아노 터치의 모든 정석을 다 깨 버리고 그야말로 제멋대로 연주한 인 물이다. 굴드와 다른 피아니스트의 바흐 연 주를 비교해 들으면 완전히 다른 곡처럼 들 린다. 클래식음악에서 대중음악까지 모든 뛰어난 연주와 노래는 ‘이렇게 하라’는 정 석과 통념을 벗어나면서 시작된다. 박진영에서 글렌 굴드를 오가는 동안 가 을이 깊어간다. 이번 일주일 내내 날마다 굴 드 연주를 듣고 있다. 혹시 클래식음악에 처 음 관심 갖기 시작한 분이 있다면 굴드의 바 흐 연주, 가령 영국조곡이나 평균율에 집중 해 보라고 권한다. 클래식의 짜릿함이 뭔지 를 경험할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자연스레 흥얼거려지는 노랫 가락이 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 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의 시어다. 그 못지않게 노래로도 널 리 알려진 이 곡 ‘가을 편지’를 내가 더욱 좋 아하게 된 데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덕 이 크다. 몇 년 전 그의 글귀들을 모아 정리 한 책을 내면서 이 곡이 그의 애창곡인 것 을 알았을 때,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 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라 는 저 아름다운 시어처럼 그의 생애는 결국 ‘누구’도 예외 없이 ‘그대’로 여기며 열린 사랑의 편지를 썼던 격이 아닌가. 김 추기경 은 모 TV방송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애 창곡을 불러달라는 주문에 이 노래를 불렀 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올가을에 들어보는 노랫말은 유독 애잔하게 들려왔다. 노래를 듣노라니 뜬금없이 ‘감사의 손 편지’ 생각 이 났다. ‘올해 쓰는 가을 편지는 좀 색다르 게 써보면 어떨까. 그래, 감사의 손 편지로 대신해 보는 거야”라고 말이다. 솔직히 나는 요즘 편지를 거의 안 쓴다. 특히나 가을엔 전혀! e메일과 문자 전송에 의해 밀려난 오늘의 공통된 현상이겠지만, 가을에 쓰는 편지는 나이 먹은 독신남을 더 욱 쓸쓸하게 할 듯싶어서. 하지만 감사의 손 편지는 좀 다르다. 내 가 그 매력과 효용을 알게 된 것은 책 한 권 을 번역하면서다. 몇 년 전 한 출판사로부 터 365 Thank You라는 책 번역 의뢰가 들어왔다. 본래 나는 번역 작업을 잘 안 하 지만, 이 청탁에는 왠지 구미가 당겼다. 그 래서 번역을 수락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2011년 안식년을 보내면서 번역한 이 책 은 한 미국인 변호사의 실화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개인·가정·사업 등 총체적으로 파산에 직면한 변호사 존 크랠릭의 심리적 공황에서 출발한다. 절망과 방황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그는 여차 저차 해서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할 줄 알기까
지는, 너는 네가 원하는 것들을 얻지 못하 리라”는 하늘의 음성을 듣는다. 달리 방도 가 없었던 그는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감 사의 손 편지를 써보기로 한다. 놀랍게도 일단 실험적으로 시작한 손 편지는 즉각 적이며 연쇄적인 성과를 가져온다. 그동안 삐걱거렸던 모든 인간관계는 물론 계속 적 자를 면치 못하고 있던 사업에서도 기대하 지 못했던 치유와 화해 그리고 극적인 반전 을 가져다준다. 이 책은 감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보다 실 제적이고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후 나 에게 감사 정보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인 들이 날라다 준 체험담도 모였다. 감사 나눔 으로 파산에서 되살아난 기업도 보았고, 책 을 읽고 그대로 실천해 자신에게 많은 변화 가 일어났다는 독자도 여럿 있었다. 감사를 주제로 한 특강 요청도 빗발쳤다. 은연중에
손 편지엔 치유와 반전의 마력 복잡한 문제라도 남 탓 하기 전에 정성 담아 보내면 먹구름 사라져 나도 몸소 뛰는 감사 전도사가 됐다. 그럴수 록 감사할 거리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단순히 입으로 전하는 감사보다 손 편지 로 전달하는 감사는 왠지 더 소중하다. 손 편지가 아니라면 문자 감사 편지도 좋을 듯 싶다. 연초에 모 기업 대표가 억울한 누명 을 써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며 답답 한 심정을 토로하기에 감사의 손 편지 쓰기 를 권했다. 그는 형편상 문자 감사 편지로 대 신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 문자 감 사 편지를 받은 이들이 호의를 갖고 나서주 어 모든 상황이 문제 발생 이전으로 돌아갔 다는 것이었다. 서로 남 탓 공방으로 올 한 해 소통 문화 에는 냉랭 전선이 드리우곤 했다. 혹시 이 가을 써보는 감사의 손 편지가 먹구름 사이 로 비치는 햇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차동엽 가톨릭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무 지개 원리 뿌리 깊은 희망 등의 저서를 통해 희 망의 가치와 의미를 전파해 왔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福祉
<복지>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청(淸)나라 강희제(康熙帝·재위 1661∼1722 년)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다른 제왕 과는 달리 친필휘호(親筆揮毫)를 남기지 않 았다. 전해져 오는 그의 휘호는 단 3글자, ‘無 爲(무위)’와 ‘福(복)’이다. 이 중 ‘無爲’는 베 이징 고궁(故宮)에, ‘福’은 베이징의 또 다른 유적지인 궁왕푸(恭王府)에 각각 남아 있다. 그의 할머니인 효장(孝庄)태후의 건강을 빌 기 위해 쓴 것으로 알려졌다. ‘福’자를 비석 에 새겨 놓고, 그 앞에서 기도를 하니 효장태 후의 병이 나았단다. 그후 민간에서도 매년 봄 ‘福’자를 집에 붙여놓고, 한 해의 복을 비 는 풍습이 생겼다. 중국인들은 복 중에서도 ‘다섯 가지 복 (五福)’을 으뜸으로 꼽는다. 수(壽·장수) 를 가장 큰 복으로 쳤고 그 다음이 부(富· 재산)다. 이어 강녕(康寧·건강), 자손만당 (子孫滿堂·자손이 집에 가득하다), 선종 (善終·편안하게 삶을 마침) 등도 기원의 대상이었다. 글자 ‘福’의 오른쪽(畐)은 사람
이 서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사람의 배(아래 의 口)에 십(十)자가 들어 있다. 배가 잔뜩 부 른 사람을 표현한 것으로 어문학자들은 분 석한다. 부자를 뜻하는 ‘富(부)’ 역시 집에 배부른 사람이 있는 형상이다. ‘배불리 먹는 것’이 곧 복의 근원이었던 셈이다. ‘福’의 반 대어는 ‘禍(화)다. 이 글자는 귀신을 뜻하는 ‘示(시)’와 ‘渦(와·소용돌이)’가 합쳐져 만 들어졌다. ‘귀신이 노하면 사람을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고대 중국인들의 믿 음이 만들어낸 글자다. ‘복지(福祉)’의 ‘祉’는 福과 거의 비슷한 뜻이다. 고대 자전 설문(說文)은 ‘祉, 福也’라 했다. 현대 중국에는 그러나 ‘福祉’라는 말이 없다. 일본인들이 영어의 welfare를 한자로 옮기면서 ‘福祉’라는 말을 만들었다. 중국인 들은 같은 뜻으로 ‘복리(福利)’를 쓴다.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선심성 공약을 만들었던 선거 표퓰리즘이 낳은 화(禍)다. 세심하게 복지 대책을 짰어야 했다. ‘복은 세밀한 데서 생 기고(福生于微), 화는 대충대충 넘어가는 데서 생긴다(禍生于忽)’는 옛말이 너무 절 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28 Column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세상을 바꾼 전략 ④ 양날의 칼 ‘외부 위협’
내부의 적 잡는 외부의 적 권력자에겐‘신의 한수’ 김재한 교수 한림대 정치학
지금부터 215년 전인 1799년 11월 9일은 프 랑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쿠데타를 통해 권력 전면에 등장한 날이고, 1918년 11월 9일 은 프랑스의 맞수 독일 빌헬름 2세가 강제로 퇴위돼 유럽 전제황권이 종식된 날이다. 동 아시아 일본에서는 1867년 11월 9일 메이지 (明治)가 에도(江戶) 막부에서 권력을 돌려 받아 거의 700년 만에 왕정으로 복고했다.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는, 이 세 군주의 등 장과 쇠퇴에는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세 상이 그들을 만들었다. 당시 그들의 권력 장 악 혹은 퇴진이 요즘 말로 ‘대세’였다는 의미 다. 무릇 권력은 세(勢) 규합에서 시작하는 데, 세 규합이 걸림돌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 졌다. 권력 장악 이후에는 외부에서 자원을 더 많이 가져와서 배분해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세 권력자 모두 집권 후에는 세계 혹은 지역 패권을 추구했다. 장기집권의 기반인 외 부와의 지속적인 경쟁, 특히 전쟁은 당시 기 본적인 국가 전략이었다. 그들의 팽창정책이 세상을 많이 바꾸었다. 전쟁 승리하는 동안 브레이크 없는 권력 먼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권력 장악을 살 펴보자. 혁명 이후 성립된 프랑스 제1공화정 은 반란과 쿠데타로 계속 불안했다. 특히 프 랑스혁명과 공화정에 대한 외부의 위협이 드 세었다. 1799년 들어선 5인 총재 정부를 이끌 던 사람은 에마뉘엘 시에예스(Emmanuel Sieyès)였다.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시 에예스는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바꾸고 싶 었다. 그 일에 적합한 군인이 나폴레옹이라 고 판단했다. 그는 야심가 나폴레옹을 경계 하긴 했지만 황제로 즉위할거라곤 전혀 예상 치 못했다. 시에예스와 나폴레옹은 11월 1일 만나 쿠데타를 모의했다. 1799년 11월 9~10일, 당시 혁명력(曆)으론 2월에 해당하는 안개(브뤼메르)달 18~19일, 나폴레옹의 장병들이 원로원과 500인 의회 를 포위해 쿠데타가 감행됐다. 나폴레옹은 쿠데타 과정에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그래서 브뤼메르 18일 쿠데타는 나폴레옹 이 거사에 성공한 날이라기보다 시에예스의 브뤼메르파가 자코뱅파에 승리한 사건으로 당시엔 여겨졌다. 부르주아 공화국 수립을 원 한 브뤼메르파는 쿠데타 이후 나폴레옹을 다시 전장으로 보내든지 아니면 실권 없는 국 가원수직에 두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된 일련의 정치무대에서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었다. 시에예스는 나폴 레옹에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순순히 협 조하는 길을 택했다. 대신에 원로원 의원직에 다 많은 돈과 영지를 받았다. 결국 브뤼메르 파는 계급적 특권을 유지하는 대가로 나폴레 옹 독재를 수용하게 된 셈이다. 1804년 12월 나폴레옹은 마침내 황제에 즉위한다. 자코뱅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세 력이 정부 요직에 중용됐다. 전쟁이 낳은 영 웅이었던 나폴레옹은 전쟁이야말로 민심을 잡고 권력을 유지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믿었 다. 따라서 재위기간 내내 전쟁을 수행해 나 갔다.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이기는 동안은 프랑스 내의 그 누구도 나폴레옹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뒤집어 말하면 나폴레옹 정권의 붕괴는 국내 반란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부와 의 전쟁에서 패함으로써 이뤄졌다. 메이지 시대엔 외부위협으로 내부결속 무쓰히토(睦仁), 즉 메이지 천황의 경우를 살 펴보자. 무쓰히토는 부왕의 급작스러운 사망 으로 1867년 1월 15세의 나이로 즉위식도 없 이 왕위에 즉위했다. 그 당시의 일본 사회 역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운데)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장악한 1799년 11월 9일 ‘브뤼메르 18일’의 모습을 그린 그림인 ‘생클루 오백인회(五百人會)의 보나파르트’. 파리 교외 지역인 생클루에서 오백인회를 해산시키는 장면이다. 프랑스의 화가 프랑수아 부쇼의 1840년 작품.
시선 밖으로 쏠려 권력 단단해져 재위 기간 내내 전쟁한 나폴레옹 아무런 저항 안 받고 권력 휘둘러 대외 동맹 경시한 독일 빌헬름 2세 ‘외부의 적’ 1차 대전 탓에 쫓겨나 외부 위협엔 늘 독과 약의 양면성
왼쪽부터 메이지 천황, 빌헬름 2 세, 나폴레옹.
시 혼란과 암살이 자행되던 시절이었다. 당 시 권력자 에도 막부는 전국을 통제하지 못 했고, 서남지역 번(藩·지방 제후의 영지)들이 막부에 대항하던 정국이었다. 대외 개방 압 력에 존왕양이(尊王攘夷) 구호가 자주 등장 했다. 막부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德 川慶喜)는 국가 통치권을 왕에게 돌려준다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일부 번으로부터 제 의받고 11월 9일 이를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다음해 막부는 번들의 군사적 위협에 항복하 고 스스로 해체했다. 왕정복고의 일등공신인 여러 번도 해체되 는 수순을 밟았다. 1869년 영지(領地)와 영 민(領民)에 관한 판적을 일왕에게 반환했고, 1871년에는 번을 폐지하고 대신 현을 설치 해 중앙정부가 직접 통제하도록 했다. 이른바 ‘폐번치현(廢藩置縣)’은 번의 주군들을 도쿄 에 강제 이주시키고 대신 현령을 중앙정부에 서 파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1867년 대정봉환 에 이은 제2의 왕정 쿠데타로 불리기도 한다. 또 메이지 정부는 1873년 사무라이 대신 국민 개병제를 도입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메이지 이름으로 시행 됐지만 메이지가 기획하고 주도한 것은 아니 었다. 번 출신의 메이지 유신 주체들이 따로 있었다. 막부의 권한을 모두 왕에게 주는 것 만으로 국내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불 만을 잠재우기 위해 뭔가를 줘야 하는데, 일 본 내에서는 줄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외 팽창이 조만간 필요했다.
메이지유신 3걸 가운데 1인으로 불렸던 사 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는 지방 무사계급 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조선을 정벌하는, 이른바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다. 그의 주 장이 내치를 우선시하는 반대파에 의해 받 아들여지지 않자 사이고는 참의직을 사퇴했 다. 1877년 사이고는 세이난(西南) 전쟁을 일 으켰고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면서 자결했다. 조선의 대일 태도를 문제 삼아 제기된 정한론 에 대해 메이지 천황은 동의하지 않는 입장에 섰지만 정한론 자체에 반대했다기보다는 시 기가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정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언젠간 외국 진출 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조선 개항, 청 일전쟁, 러일전쟁, 한일병합 등이 모두 메이 지 천황 때의 일이다. 외부와의 전쟁 때마다 메이지는 대본영에서 직접 전쟁 준비를 챙겼 다. 심각한 전쟁 패배를 겪지 않은 메이지는 죽을 때까지 권좌에 머물렀다. 마키아벨리 “현명한 군주는 적대감 조성” 호전적 대외정책으로 권력을 잃은 사례는 빌 헬름 2세다. 그도 부왕이 취임 100일을 넘기 지 못하고 병사하자 1888년 29세의 나이로 독일제국 황제직에 올랐다. 당시 독일제국의 한 축이었던 재상 비스마르크를 해임시켜 명 실상부한 권력자가 됐다. 빌헬름 2세는 세를 규합해 새로운 권력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세습받은 것이다. 그래서 빌헬름 2세는 대외관계에서도 세 규 합에 목매지 않았다. 비스마르크와 달리 동맹 을 경시했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늪에 빠지게 됐다. 패전이 임박해지면 서 독일 내부에서 퇴위 권유를 받고 버티다가 결국 1918년 11월 9일 퇴위했다. 네덜란드로 망명해 살다가 1941년에 쓸쓸히 죽었다. 세 가지 사례를 보면 전쟁이 주요 외교 전 략이고, 또 외교는 주요 권력 유지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외부와의 경쟁이 권력을 공고히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권력을 와해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먼저 외부 위협이 국내 안정을 가져다주는 측면이다. 그런 의미를 담은 동서고금의 문 구는 많다. 손자병법 구지(九地) 편에 나 오는 “서로 미워하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서 풍랑을 만나게 되면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구한다(夫吳人與越 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過風 其相救也如左 右手)”, 즉 오월동주(吳越同舟)는 그런 옛 문 구의 예라 할 수 있다. 현대의 문구로는 ‘국기집결(rally-roundthe-flag)’ 현상이 있다. 미국 국민이 대외 위기 시 정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는 뜻 이다. 개나 사파리 곰들은 같은 우리에 있는 다 른 동물과 서로 앙숙으로 싸우다가도 더 강 한 동물을 보게 되면 서로 협력한다. 이는 인 간 사회에서도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여러 실험에서도 어려움 없이 함께 있었던 집단보 다 함께 어려움을 겪었던 집단이 서로 잘 협 력했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정쟁도 국가 가 위기에 빠지면 자의든 타의든 완화된다. 시위대 내의 내부 이견으로 지지부진하던 시 위 양상이 경찰의 출동이나 진압으로 인해 오히려 일사불란하게 전개됐던 예도 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외부 적의 존재를 부 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행운(fortuna)은 군주를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적을 만들어 주고, 군주는 적이라는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는데 현명한 군주는 일부러 그러한 적 대감을 조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외부 적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권력 유지가 쉽다. 외부와의 전쟁에서 패하더라도 패전의 책임을 경쟁 정파에 지울 수 있다면 패전 또 한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북한 김일성은 6·25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책임을 박헌영 과 남로당에 지우면서 자기 권력을 더욱 공고 히 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 군부 는 좌파가 연합국 측의 부추김을 받고 반전 주의와 혁명주의로 후방을 교란하면서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바람에 전쟁에서 패했 다며 좌파에게 패전의 책임을 돌렸다. 외부와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또 그 책임을 내부 경쟁자에게 돌리지 못해 자신이 책임져 야 한다면 외부 위협의 조성은 나쁜 수, 즉 패 착이라 할 수 있다. 나폴레옹 1세와 빌헬름 2 세 모두 패전으로 정권을 잃었다. 나폴레옹 1 세의 경우 외부 점령자들이 책임을 물었고, 빌헬름 2세는 국내 경쟁자들이 책임을 물었 다. 이에 비해 메이지 천황은 1945년 전쟁 패 배 후 퇴위되지 않았다. 외부 경쟁자와 내부 경쟁자 모두 메이지에게 전쟁 책임을 묻지 않 았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긴장관계로 내부를 단속하는 전 략은 영구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한국 증 시와 선거에서 북한 위협론을 강조하는, 이 른바 ‘북풍 효과’가 과거처럼 강하지 않은 것 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 등 서방 강대국과의 대립을 통해 정권을 비교적 오래 유지했던 이 라크 후세인과 리비아 카다피 모두 권력을 영 원히 누리지 못하고 불행한 죽임을 당했다. 요약건대 외부와의 경쟁 모드는 내부 정서 의 측면에서 정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런 정서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길게 보면 부 국강병에 의한 실리가 분배돼야 권력이 유지 된다. 결국 외부와의 경쟁에서 얻은 걸로 전 국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배연합만이라 도 배부르게 해야 정권이 지속된다는 말이 다. 정서든 실리든 외부 경쟁은 내부 정치를 위한 신의 한 수다. 잘못 쓰면 패착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김재한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 박사. 2009년 미국 후버연구소 National Fellow, 2010년 교육부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정치현상의 수리적 분석에 능하다. 저서로는 동서 양의 신뢰 DMZ 평화답사 등.
Column 29
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399>
정치부 주임 꿰찬 저우언라이, 황푸에 붉은물 주입 예외도 있지만, 동물들은 패거리를 져서 몰 려다닌다. 인간도 동물이다 보니 어쩔 수 없 다. 몇 명만 모여도 네 편 내 편 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황푸군관학교도 국·공 양당이 연 합해서 만든 조직이라 금세 패가 갈렸다.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초대 정치부 주임 다이지타오(戴季陶·대계도)가 황푸를 떠나지만 않았더라면 황푸군관학교의 분열 은 불가능했다. 다이지타오와 장제스(蔣介 石·장개석)는 청년 시절부터 보통 사이가 아 니었다. 취향도 비슷했다. 일본 유학 시절 쑨 원(孫文·손문)의 심부름하던 일본여인과 다 들 가깝게 지냈다. 허구한 날 셋이 몰려다니 며 국수도 사먹고 남녀 혼탕도 함께 다녔다. 누가 제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방값도 줄 일 겸 셋이 한 방에 살자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사이로 발전했다.
거리에서 밥을 먹는 황푸군관학교 학생병들. 1925 년 1월 광저우 인근.
초대 주임인 장제스 친구 다이지타오 “적성 안 맞아” 한 달 만에 자취 감춰 실권 잡은 저우, 마르크스 주의 전파 우파도 대응 나섰지만 너무 늦어 일본에서 귀국한 장제스와 다이지타오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치건달 비슷한 생활 을 했다. 일본 시절 두 사람의 부인이나 다 름없던 여인이 아들을 안고 나타날 줄은 꿈 에도 몰랐다. 여인은 아들의 아버지가 다이 지타오라고 주장했다. 다이지타오는 신혼이 었다. 장제스는 “내 호적에 애 이름 한 줄 써 넣으면 된다”며 친구를 안심시켰다. 그것도 말만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 겼다. 장제스의 차남 장웨이궈(蔣偉國·장위국) 가 “친아버지가 누군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 다. 엄밀히 말해서 남들이 그렇다니까 그런 가 보다 하는 거지, 아버지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 태어난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나는 친아버지가 장제스건 다이지타오건 상 관없다. 모두 자랑스러운 아버지들”이라며 뭇사람의 폭소를 자아낼 때까지 장웨이궈가 다이지타오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수십 년간 항간의 화젯거리였다. 군관학교 교장과 정치부 주임에 취임한 장 제스와 다이지타오는 교양인의 모습으로 돌 아갔다. 장제스는 원래 전통적인 사람이었다. 사제지간의 감정과 소통을 중요시했다. 1기생 이었던 중공 원수 쉬샹첸(徐向前·서향전)의 회고에 의하면 매주 한 번씩 학생 10여 명과 단 독 면담을 했다고 한다. “장제스는 일본 유학 시절 관상술을 익힌 적이 있었다. 면담 방법이
황푸군관학교 정치부 주임 시절의 다이지타오. 1924년 봄 광저우. 20여 년 후, 국민당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책임이 크다”며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사진 김명호]
특이했다. 꼿꼿이 앉아 학생이 하는 말을 들으 며 얼굴을 관찰했다. 용모가 울퉁불퉁하되 단 정해 보이고 눈이 반짝거리는 학생에게 호감 을 느꼈다. 이런 학생들은 따로 관리했다.”
1948년 후배 린뱌오(林彪·임표)에게 투항 한 1기생 정둥궈(鄭洞國·정동국)도 말년에 장제스와의 첫 번째 면담을 회상했다. “얼굴 을 어찌나 뚫어지게 바라보는지 사람을 긴장
시켰다. 교장은 고향 사투리가 심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더 긴장했다. 몇 분에 불과했지만, 면담이 끝나면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결혼을 앞둔 여성 K양이 두 명의 남성을 두 고 고민에 빠졌다. 남성 A의 성격은 무척 마 음에 들지만 외모가 영 걸린다. 반대로 남성 B의 외모는 완벽에 가깝지만 성격에 문제가 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성 A: 외모(10점), 성격(90점) 남성 B: 외모(90점), 성격(10점) 만약 K양이 성격과 외모 모두 중요하게 여 긴다면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A와 B의 장 단점이 상호대칭적이라 어느 쪽이 절대적으 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남성 C가 새롭게 등장했다. C의 특징은 B 못지않게 탁월한 외모를 지녔지만, 성격은 B보다 훨씬 까칠하다. C에 대한 평가 는 다음과 같다. 남성 C: 외모(90점), 성격(0점) 일단 K양이 C를 선택할 가능성은 없다. B 와 C 모두 외모에서 동일한 수준의 평가를 받 았지만 C는 B에 비해 성격이 확실하게 열등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월한 외모를 지닌 C 가 그렇지 못한 A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등하 다고만 볼 수 없다. 즉 C의 등장이 A와 B의 점수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 만 A보다 B의 강점을 상대적으로 두드러지 게 한 것이다. 이렇게 ‘미끼 대안’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도 기존 대안들에 대한 선택이 변화하는 현 상을 유인효과라 한다. 한 연구에서 사람들 에게 현금 6달러와 크로스펜 중 하나를 선택 하도록 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36%가 크로스펜을 선택했다. 이후 크로스펜보다 조금 떨어지는 펜을 미끼 대안으로 추가해 삼자택일 조건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크로스펜을 선택한 비율이 46%로 증대됐다. 선택 대안에 대한 구성만 달리했을 뿐인데, 유인효과가 발생해 사람들의 선호도에 변화 를 가져온 것이다. 미끼 대안으로 유인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은 선택 대안들에 대한 평가가 절대적 기준 이 아닌, 대안 간 상대적 비교를 통해 이뤄졌 음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유인효과는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에 의해 선호도가 강 화되거나 반대로 약화되는 비교효과의 일종 이다. 다음의 정기구독 옵션을 보자. A: 온라인 정기구독(5만9000원) B: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기구독(12만 5000원) 실제 실험에서 참석자 100명 중 A를 선택 한 사람은 68명인 데 비해 B를 선택한 사람은 32명이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미끼 대안 C 를 추가하면 A와 B의 선택 비율은 어떻게 변 할까. C: 오프라인 정기구독(12만5000원) 실험 결과, 미끼 대안 C가 추가된 삼자택일 조건에서 A를 선택한 사람은 16명으로 양자 택일 조건에 비해 무려 52명이나 줄었다. 반 면에 B는 이전 32명에서 84명으로 증가했다.
장제스는 수시로 학생들을 불렀다. 졸업 후 임용에 참고하기 위해 사상과 취미, 장단 점 등을 유심히 살폈다. 맘에 들고, 형편이 어 려운 학생에게는 한번에 목돈을 줬다. 액수 가 놀랄 정도였다. 다이지타오는 군관학교가 적성에 맞지 않 았다. 개교 한 달 만에 말 한마디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정치부 주임의 실종에 군관학교 는 동요했다. “공산당이 국민당을 배제시키 기 위해 다이 주임을 납치했다”는 등 온갖 추 측이 나돌았다. 다이지타오의 실종은 자의에 의한 행동이 었다. 공산당과는 상관이 없었다. 다이지타 오는 자신의 이론에 충실한, 대논객이었다. 애들이나 부추기는 정치교육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평소 “그간 원해서 한 일이 하나도 없다. 하고 싶었던 말을 못했고 쓰고 싶은 글 을 쓰지 못했다”며 정치교육에 소극적이었 다. 국공합작을 반대하던 국민당 우파들에게 “공산당의 주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끓었다. 다이지타오의 빈자리를 프랑스에서 돌아 온 저우언라이(周恩來·주은래)가 차지했다. 파리에서 소년 공산당 창립을 주도했던 저우 언라이는 학생들의 정치교육에 관심을 기울 였다. 진보적인 학생들을 선발해 마르크스주 의를 선전했다. 저우언라이는 부지런하고 매 력이 있었다. 국민당에서 파견 나온 교관들 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국민당 좌파와 왕래 가 잦다는 이유로 “정치에 너무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예젠잉(葉劍英·엽검영) 도 저우언라이의 영향으로 서서히 붉게 물들 어갔다. 군관학교 내에 지부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공산당원 숫자가 증가했다. 다이지타오는 상하이의 서재에 틀어박혔 다. 반공이론을 집대성한 ‘다이지타오주의 (戴季陶主義)’의 체계가 잡히자 다시 광저우 로 돌아왔다. 중산대학(中山大學) 총장에 취 임한 후 틈만 나면 황푸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며 우파 학생들을 상대로 학회를 조직 했지만 저우언라이보다 한발 늦었다. <계속>
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착각을 부르는 미끼 효과
물론 C를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열등 한 C의 등장은 B의 장점을 비교적 쉽게 부각 함으로써 A와 B 사이에서 갈등하던 우리의 뇌에게 B의 선호도를 끌어올리도록 유인한 것이다. 우리의 뇌는 장점이 서로 달라 우열을 가리 기 어려운 것에 대한 선택을 주저한다. 내가 어떤 장점을 더욱 선호하는지를 먼저 판단해 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택 된 대안은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일 확률 이 높다. 반면에 유인효과로 선택된 대안은 단지 미끼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해 보이는 것 을 골랐을 확률이 높다. 미끼로 인해 우리의 뇌는 실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 이다. 우리의 선호는 착각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도모브로더 이사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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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선진화 유경준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는 고용률 70% 달성이다. 집권 5년 동안 248만 개의 일 자리를 추가로 만들어 2012년 64%였던 고용 률을 잘나가는 선진국 수준인 70%로 올리겠 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잘나가는’의 의미는 일하는 사람이 많아 소득수준이 높고 근로 시간도 길지 않아 삶의 질이 높다는 것이다. 쉽지 않을 것 같던 이 목표는 일단 최근 2 년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014년 목 표치가 65.6%인데 9월 현재 고용률은 65.7% 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시간제 근로의 증가가 큰 몫을 했다. 애초 고용률 70% 달성에 시간제 근로를 통한 고용 증가분 이 전체의 3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 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고용 증가의 상당수가 시간제 근로를 통한 것이기 때문에 고용의 질이 문제 라는 견해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전
체 취업자가 지난 1년 동안 약 1.8% 증가할 동안 시간제는 약 8% 증가했다. 증가율로는 네 배가 넘는다. 원래 시간제 근로의 정의는 통상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근로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고용 형태상으로는 비정규직 근로 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시간제 근로는 ‘나쁜 일자리’라 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소위 ‘알바’로도 불린다. 따라서 과거의 시간제 자리는 임금 수준이나 사회보험의 가입 여부 등에서 전일 제 일자리와 비교해 좋지 않은 일자리였다. 오죽했으면 시간제 일자리를 2002년 노사정 위원회 노사정 합의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근로자’로 파악해 비정규직의 범주에 포함시켰겠는가.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는 그 명칭도 시간선택제로 바뀌어 괜 찮은 일자리를 표방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는, 즉 육아와 퇴직 준비학업 등으로 근로자 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4대 보험 가입 등 기 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차별 없는 일 자리를 의미하는 미래지향적 일자리다. 통계
기고
외국선 지속 고용 임시직과 달라 정규직비정규직 이분법 벗어나 일하는 시간의 차이로 구분해야
상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최근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고용 형태 분류 시 우리나 라와 같은 비정규직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 다. 대신 국제비교에 사용되는 개념은 임시직 일자리(temporary workers)로 지속적인 고 용이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물 론 시간제 일자리는 이 임시직의 범주에 포함 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시간제 근로를 임시 직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전일제와 비교해 임금과 근로조건뿐 아니라 고용에서 의 차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선진국 의 경우 같은 조건일 때 시간당 임금으로 계
해외 만평
산하면 오히려 시간제 일자리가 더 높은 경 우도 흔하다. 이는 시간제 근로자의 생산성이 경우에 따라 전일제 근로자보다 낮지 않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시간선택제 근로가 널 리 정착되지 않은 데다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학력이나 경력 등이 높지 않은 편이어서 생 산성이 낮다. 이러한 낮은 생산성이 기업에서 아직 시간제 고용을 꺼리는 주요한 이유다. 그러나 향후 시간제 일자리 종사자 대부분 이 기존에 전일제 일자리로 근무하던 사람들 이라면, 이들이 반일만 일할 때의 생산성은 전일제일 때보다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 나 업종에 따라 일감이 많을 때 생산성이 낮 지 않은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고용한다면 수 요자인 기업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시간선택 제 확산의 선순환 구조가 정립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네덜란드가 그러한 전형적 인 사례다. 시간제의 확대가 오히려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 전후의 근무라는 새로운 일 자리를 창출한 사례로 흔히 거론된다. 즉 시 간제 일자리가 전일제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
고 둘 다 증가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시간선택제가 제대로 정착 되려면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하는 이 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분류기준은 외국의 경우 찾아볼 수 없다. ‘시간제 일자리 는 나쁜 일자리’라는 과거의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시간선택제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 가 아니라 근로시간의 장단으로 구분되는 일 자리의 유형일 뿐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시간 제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비정규 직의 정의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나아가 소 위 비정규직법으로 불리는 ‘기간제 및 단시 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기간제 와 시간제 근로를 분리하는 법의 정비가 필 요하다. 유경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현재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전 공은 고용과 노동. 저서는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축 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비정규직 문제 종합연구 등.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려나 했더니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대패해 여소야대 고착.
정유산업 죽이는 불합리 규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교수
고공행진을 하던 기름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 다. 한 푼이 아까운 서민의 입장에선 반갑겠 지만 국가적으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국 가 경제를 떠받들어 왔던 기간산업인 정유산 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품목 1위 를 차지하던 휘발유·경유품의 수출이 위험 한 수준으로 줄고, 정유사들이 적자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자칫하면 정유산업과 석유화 학산업이 통째로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다.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가 개조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 기름값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원유와 석유제품 의 국제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줄어드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의 산유국들이 직접 정유산업에 뛰어 들고, 중국도 정제시설을 크게 확충하고 있 는 마당에 미국까지 공급 과잉의 동북아 석 유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영업이익률이 2% 수준에 불과한 대표적인 박리다매의 장 치산업인 한국 정유사의 매출이 심각한 수 준으로 줄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을 확대하면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 프타의 경쟁력까지 위협받게 돼 사정은 더 욱 심각해질 것이다. 국제시장의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국내 사정은 안타깝다. 기름값에 대한 정부의 잘 못된 규제가 정유산업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규모와 복잡성이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좌지우지되는 수준을 넘어 선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단통법 사달이 가 장 확실한 증거다. 원유(原乳) 가격 규제도 실패했고, 도서 정가에 대한 정부의 개입도 실패할 게 뻔하다. 대통령의 강력한 규제 철 폐 요구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는 것은 심 각한 상황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가 그렇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묘한 발언 으로 등장한 알뜰주유소가 기름값 인하에 기여했다는 일부 전문가의 지적은 궤변이 다. 휘발유·경유가격이 떨어지는 건 석유제 품과 원유의 국제가격 하락 때문이라는 사 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알뜰 주유소의 품질 관리가 부실한 것도 사실이 다. 더욱이 알뜰주유소의 낮은 기름값은 시
장 경쟁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 혈세 투입 에 의한 착시현상이다. 작지 않은 규모의 지 원금과 세제 혜택이 전부가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석유공사가 알뜰주유 소를 위해 기름을 만들고, 농협과 도로공사 도 작지 않은 부담을 떠안고 있다. 모두가 소 비자가 세금으로 채워 줘야 할 부담이다. 국민과 국가 경제를 무시하는 잘못된 규제 는 훨씬 더 많다. 실패한 전자상거래시장을 핑계로 일본산 경유를 수입하는 어처구니없 는 일도 벌어졌다. 관세를 깎아 주고, 바이오 디젤 혼합의무까지 면제해 줘서 L당 53원의 특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1조원의 무역흑 자를 날려 버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소 비자에게 돌아온 혜택은 없었고, 책임지는 공직자도 없었다. 국가 기간산업 육성과 보 호를 위해 일해야 할 정부부처가 오히려 우 리 정유사 죽이기에 발 벗고 나섰던 셈이다. ©CLEMENT/Cartoon Arts International www.cartoonweb.com
독자 옴부즈맨 코너
석탄원목엔 없는 관세, 원유에 부과 기름값 절반 넘는 유류세도 지나쳐
중앙SUNDAY 400호 새로운 도발적 시도 기대
업체 아우성인데 정부 배만 불리나
석탄·원목·철광석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 제해 주면서 원유에 대해서는 3%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기 름값 안정이라는 애초의 기능을 상실하고 오래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쌈짓돈으로 변질된 수입분담금과 비현실적인 신재생에 너지산업의 육성을 핑계로 억지로 정유사 에 부담을 떠넘긴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도 철폐해야 한다. 소비자와 정유사가 죽어가는 마당에 정 부의 배만 불리는 불합리한 유류세도 개편 해야 한다. 기름값의 절반을 넘는 과도한 유 류세의 폐해는 심각하다. 농어민·택시·화물 차·시내버스에 지급하는 다양한 보조금이 모두 유류세에서 나온 것이다. 산업과 통상 정책에 매달리면서 전력과 석유정책 모두 를 엉망으로 망쳐 버린 산업부에서 에너지 와 자원 업무를 떼어내 에너지자원부를 만 들어야 한다.
이번 호로 중앙SUNDAY가 400호를 맞는 다. 2007년 3월 창간호 이후 7년8개월이라 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도 가보지 않았고, 아무도 도전하지 못 했던 ‘일요일에 보는 신문’이라는 길을 과 감히 걸어왔다는 점에 새삼 독자로서 박수 를 보낸다. ‘신문은 왜 일요일에 배달되지 않는 걸 까’ 하는, 나 같은 평범한 독자의 의문을 중 앙SUNDAY는 보란 듯 해소시켜 줬다. 혹 자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신문 읽어, 인 터넷으로 보면 되지’ 하며 냉소할지 모르 나 도톰한 신문이 주는 단정함과 지면을 넘 길 때의 손맛을 난 놓치기 싫다. 무엇보다 중앙SUNDAY는 두고 볼 만하다. 적절한 정보엔 트렌드가 담겨 있으며, 가끔씩 곱 씹을 만한 통찰력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 다. 물론 라면 냄비 받침대로 쓴 적도 적진 않지만. 신문이 사양산업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신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엄연 한 현실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엔 뉴스가
분초 단위로 뜨며, 종편은 하루 종일 시답지 않은 뉴스를 갖고 떠든다. 이런 정보의 홍수 시대에 일간신문도 ‘철 지난 뉴스’로 취급받는 초스피드 시대에, 일 요일에 나오는 신문이라니 얼마나 한가한 얘기인가. 하지만 이 지점에 중앙SUNDAY만의 차별점과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정보는 이 미 넘치고 깔린 게 현대 사회다. 중요한 건 깊이 있는 안목과 예리한 시각, 정밀한 가 공력임을 지난 7년여의 시간은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일련의 정치개혁 시 리즈다. ‘전 국민의 정치평론가화’라 할 만 큼 한국 사회엔 정치 수다가 횡행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속보 경쟁과 내부 논리에 갇 혀 일차원적 정보를 전달하기 급급한 게 현 실이다. 반면 중앙SUNDAY는 국민의 극심한 정 치 불신을 토양으로 삼되, 이를 단순히 해소 하기보다 국회개조·개헌·통치불능 등 한 단 계 높은 차원에서 논의를 주도하면서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일자 1면과 3∼5면에 걸친 ‘헌재발 선거구 빅뱅’ 기사 역시 비슷한 맥락일 듯싶다. 앞 으로도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반 영하면서도 현실을 뛰어넘는 이슈를 줄기 차게 도발해주리라 믿는다. 7년간의 독자로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축된 스페셜 리포트다. 창간호 시절만 해 도 별책 형식으로 나온 스페셜 리포트는 풍 부한 사례와 다양한 시각을 담아 그 자체로 꽤 볼 만한 소논문이었다. 평상시 관심 분야 나 그 방면의 관계자가 아니라 해도 두고 보 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간편함만큼 깊이 있는 정보에 대한 갈증 도 적지 않음을 중앙SUNDAY가 잊지 않 기 바란다. 한광문 예비역 육군소장. 한국위 기관리연구소 기조실장으로 활 동하는 가운데 국가위기관리의 법적·제도적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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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
동아시아 영토분쟁과 유럽식 해법
조홍식의
시대공감
대규모 지역분쟁 비화 막으려면 각국 주권 모은 ‘웅덩이’ 만들어 분쟁영토 공동 관리하는 게 바람직 각국 지도자 결단하면 가능한 일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지 100년 되는 해다. 11일은 이 거대한 참극이 4년 만 인 1918년 종결된 기념일이다. 많은 전문가는 21세기의 동아시아가 불 행히도 최초의 세계대전에 휘말린 100년 전 유럽과 흡사한 형국이라고 지적한다. 쇠락 하는 일본과 러시아, 급부상하는 중국, 그 리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미국이 아귀다툼 을 벌이는 모습이 닮았다. 나라마다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하면서 군비경쟁이 불붙어 동아시아 안보에 먹구 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에 서 교훈을 얻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 해서다. 제1차 세계대전은 오스트리아 황태 자를 상대로 한 우발적인 암살사건이 군사 동맹국들 간에 연합을 작동시켜 미증유의 대전으로 발전한 경우다. 동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이 나 일본과 전면전을 벌일 의도는 없다 해도, 작은 분쟁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태평양에 산재한 섬들을 둘러싼 영토 분 쟁은 그런 큰 분쟁을 촉발할 뇌관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간의 댜오위다오-센카쿠 분 쟁이나 중국·필리핀·베트남·대만·말레이시 아·브루나이가 각자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 사·서사 군도는 제한적 규모의 영토 분쟁이 지만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상징성 때문에 지역 내 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나라들이 주권을 주장하는 영토 싸움은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이다. 주 권이 지닌 절대적·배타적 속성 때문에 나의 섬은 남의 땅이 될 수 없고, 남이 차지하면 나는 손해 보는 게임이다. 미래로 문제를 넘 길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분쟁이 해 결되는 것도 아니다. 영원한 대결의 불씨를 제거할 방법은 없 을까.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끝에 통합 을 성사시킨 유럽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유럽은 1950년대 석탄·철강 부문에서 각 국이 주권의 일부를 양도해 공동 관리함으 로써 통합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 산업과 화폐·군사 부문으로 통합의 범위를 넓혀 유 럽연합(EU)이라는 실체를 형성했다. 유럽 통합에선 각국의 주권을 모아 담은 ‘웅덩이 (pool)’ 개념이 핵심 역할을 했다.
석학 앤서니 기든스는 최근 유럽의 미 래를 말하다라는 저서에서 이를 ‘주권 더하기’라고 불렀다. 시장이 지배하는 세 계화 물결에 위축된 국가 주권을 ‘모으기 (pooling)’를 통해 되찾을 수 있었다는 설 명이다. 동아시아도 분쟁 대상이 된 영토들에 대 해 관련 국가들이 공동 관리하는 ‘주권 웅 덩이’를 만들 수 있다. 분쟁 대상 도서들이 주권 웅덩이에 참여한 국가들의 공통 자산 이 되는 것이다. 유럽연합을 건설한 ‘유럽 집행위원회’처 럼 이 섬들을 관리하는 기관은 초국적 기관 의 성격을 띤다. 많은 사람이 자본을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주식회사라는 조직 형태가 자본주의 의 발전을 가져왔듯이, 동아시아의 초국적 기관인 ‘평화공동체’는 분쟁의 씨앗을 하 나의 웅덩이에 담아 협력의 발판으로 삼게 된다. 이 ‘주권 웅덩이’에서 각국의 지분을 결 정하는 문제는 외교적·기술적인 사항일 뿐 이다. 중요한 건 EU를 성공으로 이끈 대국 의 양보와 소국에 대한 배려의 정신에 입각 해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다. 각국 지도자의 결단을 하나로 모을 수 있 다면 이 계획은 쉽게 실현할 수 있다. 우선 분쟁 대상 영토들은 매우 작은 면적에 불과 하다. 대개 암초나 산호초이며 섬이라 해도 사 람이 살기 어려운 규모다. 무인도로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없다는 사실도 외교적 해결 을 수월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주권 포기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잘 못된 시각이다. 주권을 포기하는 대신 하나 로 모으고, 이를 다른 영토로까지 확대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자원개발 같은 경제적 이익은 해당 국가들이 나누어 가지는 형식 이 될 것이다. 가장 큰 수확은 국제분쟁의 가능성을 차 단하면서 미래의 평화를 상징할 협력체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런 시도가 실현된다면 ‘무인도들의 평 화공동체’ 수준을 넘어 태평양 연안의 도시 들을 초국적으로 관리하는 네트워크까지 상상할 수 있다. 주요 2개국(G2) 시대에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한 태평양을 진정한 평화의 바다로 만 드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소련이 러시아보다 잘한 일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국어대 교수
어린 시절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살 돈 이 없었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모에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니 사 달 라고 조르는 것뿐이다. 이때 보통 부모들의 답변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 사 줄게’이거나 ‘안 돼, 다음에 사 줄게’ 또는 ‘네가 어떤 것을 하면 사 줄 게’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어린이가 30~40년 전 소련에 살았다면 어떨까. 또 다 른 답변을 들었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빈 병들을 모아 깨끗이 씻은 다음 이를 팔아 아 이스크림을 사 먹든지, 원하는 것을 구입하 도록 해”라는 것이다. 독특한 주문이다. 하지만 이는 그 당시 소련이 쓰레기 재활용 문제에 어떻게 대처 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쓰레기 문제에 대해 1970~80년대 소련은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련 정부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이로 인해 금속이나 유리 폐품 등 재활용이 가능 한 쓰레기들은 대거 수거돼 다시 쓰일 수 있 었다. 물론 이런 정책은 당시 소비재 부족을 해 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다. 우리가 강조 하는 녹색성장이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 는 인식을 바탕으로 추진한 정책은 아니다. 하지만 자원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겠다 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세계적으로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 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게 됐다. 각국 정부들은 경쟁적으로 혁신적인 녹 색성장 정책을 내놓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 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 만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것 중 하 나가 분리수거다. 한국에서 산 경험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의 재활용 시스템이 얼 마나 자발적이고 효율적인지 알고 있을 것 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재활용을 위한 분리 수거를 상당히 귀찮은 일로 여긴다. 분리수 거가 몸에 배어 있는 한국인들과 달리 “내 가 비용을 지불하고 쓰레기를 버리는데, 또 수고스럽게 분리까지 해야 하느냐”고 생각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는 분리수거가 한국 처럼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일부 환경론자에 의해서만 실행되는 특별 한 사회적 활동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환경단체들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등 국제기구들도 “재활용 쓰레기 는 적은 비용을 들여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
물자 부족하던 소련 땐 재활용 철저 풍족해진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 시민의 자발적 주인의식 아쉬워
내는 귀중한 인류의 자산이며 녹색성장의 밑거름”이라며 자원 재활용을 적극 권장하 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효과가 만족스럽지 만은 않다. 앞서 언급한 소련의 모범적인 사 례도 이젠 러시아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 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재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과거 계획경제에서의 자원 재활용정책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탄식마저 나온다. 이게 경제체제의 문제는 아닌 것 같 다. 자원 재활용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주인의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 이다. 이리나 코르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국제경제대학원을 2009년 졸업했다. 2011년 한국 외대 러시아연구소의 HK연구교수로 부임했다.
On Sunday
말말말
디지털 유목민의 공간
“나도 지역구에서 전세 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7일 국회 정책질의에서 한 말. 그가 말한 전세는 지역구인 경북 경산 의 전세 아파트(1억4500만원)다. 그의 지난해 말 기준 재산신고액은 45억8566만원.
유재연 사회부문 기자 queen@joongang.co.kr
친구가 허부드(Hubud)로 떠났다. 허부드는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Ubud) 지역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다. 요 즘 그곳에 전 세계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스마트 기기 를 들고 다니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 든다고 한다. 이곳은 남녀노소·국적을 불문 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는 작업 공 간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트렌드를 살피러 오는 프로그래머들도 있고, 원격으로 일을 하는 스타트업 운영자도 있고, 책을 쓰러 온 작가 들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 가려고 일부러 발 리를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만든 시설은 아니다. 외국인 3명 이 현지인들과 함께 꾸린 공간이다. 허부드를 찾은 사람들은 사시사철 더운 곳에서 맛있고 신선한 음식을 먹으며 창밖
으로 펼쳐지는 푸른 초원을 바라보면서 일 을 한다. 운영진은 홈페이지에 ‘인터넷 속도 가 한국만큼 빠르진 않다’고 엄살을 부렸지 만, 답답할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한다. 대 나무로 만든 2층집에선 날마다 작은 세미 나와 회의, 소모임이 펼쳐진다. 100시간 일 하는 걸 기준으로 모든 공간을 이용하고 각 종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멤버십이 한 달에 170달러(약 17만원)다. “뭐 거기까지 가서 돈을 내고 일을 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굳이 일을 하려고 지구 반대편까지 갈 정도 의 사람들이니 열정만큼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근처에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도 많아 대부분 한 달 넘게 머문다고 했다. 가만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일하는 공간 과 방식에 대한 논의는 참 많았다. 재택근 무부터 스마트워크, 스마트오피스 등 용어 도 다양했다. 하지만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 는 늘 사업자였다. 정부는 서울역에 컴퓨터 실을 만들어 ‘스마트워크센터’라 명했고, 업체들은 사무실 책상들만 재배치해 ‘구글 형 오피스’를 만들었다. 출퇴근 시간을 30
분~1시간 조정하는 걸로 ‘유연 근무제를 한 다’는 기업도 많다. 노동을 하는 자에겐 일 터 환경을 선택할 권리도, 옵션도 거의 없 다. 프리랜서도 말이 프리(free)일 뿐. 비싼 월세를 감내하고 개인 작업실을 내거나 바 쁘게 포럼들을 쫓아다니지 않는 이상, 일을 제대로 할 만한 환경은 찾기 쉽지 않다. 국 내에도 코워킹 스페이스가 여럿 있기는 하 지만 아직은 ‘스터디 카페’나 ‘벤처 창업센 터’ 같은 느낌이다. 허부드가 알음알음 알려진 것도, 트렌드 에 민감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서였다. 직 종을 불문하고 서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상쾌한 공간. 이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 은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일터의 환경에 대 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 다. “설마 정부가 나서서 ‘스마트 코워킹 센 터’ 내지는 ‘창조경제 3.0 스페이스’ 따위를 만드는 건 아니겠지?” 한 프로그래머 친구 의 말이다.
“선수단 지원이란 본분에 충실한 게 바람직” CCTV 감시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신임 사장으로 7일 임명된 이창원 데그룹 전무의 취임 일성.
“새로운 제재도, 새로운 대화도 없을 것” 미국 내 대표적 대북 대화론자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원(KEI)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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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억원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치과 병·의원에 지급 한 진료비 액수.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에 따르면 지난해 치과 병·의원에 들어간 요양 급여비용은 전년보다 24.8%(3990억원) 늘었 다. 치과를 제외한 다른 병·의원의 증가율 평 균은 5.2%다. 공단 측은 지난해부터 치과 치료 의 보험 적용범위가 ‘노인 부분 틀니’와 ‘치석 제거’ 등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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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호 2014년 11월 9일~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