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투자 유치한 ‘네시삼십삼분’ 권준모 의장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한중 FTA 시대, 한국의 전략은
“명령하는 순간 직원은 좀비로 변신” Focus 8p
‘FTA 글로벌 허브’로 중미EU 이어라
http://sunday.joongang.co.kr
Economy 20~21p
국민 게임 애니팡캔디팡 저작권 제소당할까 촉각 박태희기자 adonis55@joongang.co.kr
렌즈 속에서도 먼 한·일 정상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진 속에서도 멀어져 있었다.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앞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호주의 전통 공연을 지켜보는 모습. 두 정상은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먼 거리에서 망원 렌즈에 잡혔기 때문에 사진 속 박 대통령의 얼굴에 초점이 맞지 않았다. 두 정상의 소원한 관계가 렌즈 속에서도 은유적으로 표현됐다.
관계기사 5p
[로이터=뉴스1]
예산폭탄 기대하는 호남 단체장들 ‘이정현 사용설명서’로 예산 챙긴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순천·곡성=박종화·송영오 인턴 기자
# 11일 오후 11시. 국회 산업통상자 원위 예산소위에 이정현(순천-곡 성) 새누리당 의원이 나타났다. 광 양의 ‘기능성 화학소재 클러스터 구 축’ 예산이 누락될 것 같다는 이야기 를 듣고 달려온 것이다. 이 의원의 읍 소에 예산소위는 일단 사업 예산 25 억원을 살리고 검토하기로 했다. 광 양은 이 의원 지역구가 아니다. 그는 “여권 호남 지역구 의원은 혼자이니 호남 전체가 내 지역구”라고 말했다. 그의 보좌관은 “챙기는 호남 예산 항 목이 20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 지난달 16일 광주광역시 국정감 사. 황인자(비례) 새누리당 의원이 윤 장현 시장에게 “국비 확보를 위한 팁 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정현 의원 을 활용하시라. 전북·전남지사와 ‘이 정현 사용법’을 공유해 호남 ‘예산폭 탄’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그 뒤 윤 시장은 이 의원을 수차례 방문했 고 광주시는 다른 지자체를 누르고 ‘고성능 차량용 초경량 고강성 부품 개발’에 15억원을 배정받았다. 기획 재정부가 지자체 신규 사업을 예산안 에 넣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예산국 회가 10일 시작되면서 26년 만에 나 온 여권 유일의 호남 지역구 의원 이 정현에 정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7·30 보궐선거 때의 ‘예산폭탄’ 공약 을 어떻게 지키느냐, 여야는 이에 어 떻게 반응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이 의원은 성과를 언급하는 걸 꺼 린다.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타 지역 견제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중앙SUNDAY 확인 결과 그가 속하 지 않은 국토교통위에 12건, 840억원
이정현 “호남이 다 내 지역구” 다른 지역 예산 확보에도 나서 야, 텃밭이라 강한 반대 못해 여, 영남 예산 줄어들까 걱정 을 넣었다. 그중 담양~곡성 도로 예 산 등 200억원을 반영시켰다. 14일 끝 난 각 상임위 예산소위에서도 수백 억원을 증액했다. 예산 지원 지역도 광주·광양·영광·담양 등 다양하다. 이 의원은 앞서 세종시를 두 차례 찾아가 각 부처 실·국·과장을 직접 만 났다. 익명을 원한 산업통상자원부 실 장은 “직접 찾아온 의원은 처음 봤다.
세계로 열린 ‘동대문’
참신했다”고 말했다. 김일평 국토교 통부 도로국장은 “지역 화합을 위해 활동하는 데다 직접 찾아오니 실무자 들이 성의껏 도와주게 된다”고 했다. 지자체 분위기도 바뀌었다. 호남 공무원들은 이 의원실을 꼭 찾는다. 이 의원은 4일 지자체 등과의 면담 32 건을 소화했다. 지역 언론은 ‘이정현 효과? 새누리·새정치 지역예산 챙기 기 경쟁’(광주일보 8월 29일자)이라 고 보도했다. 이 의원이 새누리당 예 결위원들과 호남을 찾으려 하자 새정 치민주연합이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 예산협의에 일찍 나선다는 내용이다. 지역구 민심은 엇갈린다. 중앙 SUNDAY가 13, 14일 순천·곡성의 주민 51명에게 물은 결과 평가를 유 보하는 이가 많았다. 건어물상 오경 록(54)씨는 “공약을 실천하려고 하 는 모습을 보이니께 좋은 거 같어”라 면서도 “변화가 피부에 와 닿지는 않 는다”고 말했다. 세탁소를 하는 반동 년(56)씨는 “성과가 없으면 거짓말이 라 생각해블지. (이 의원이 유치를 약 속한) 의대나 기업 둘 중 하나는 나 와줘야지, 안 그러면 사정 없다는 게 순천 정서여”라고 했다. 이정현표 예산폭탄은 여야 모두에 딜레마다. 새정치연합은 텃밭인 호남
을 공략하는 이 의원을 막아야 하지 만 예산지원을 기대하는 지역 정서 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 의원의 활 동을 바라보는 새누리당 역시 조심스 럽다. 호남 돕기를 노골적으로 반대 하진 않지만 지지기반인 영남 예산 을 깎기는 곤란하다. 타 지역 의원도 긴장하고 있다. 당초 이 의원은 예산 안조정소위 위원으로 거론됐지만 서 울·강원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로 결정이 미뤄졌다. 낙후 지역 예산이 불요불급한 사 회간접자본(SOC) 위주로 편성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다. 홍 익대 김유찬(세무대학원) 교수는 “다리·도로를 내는 SOC 예산은 공 사비 상당 부분이 대기업에 흘러간 다”며 “지역에 온전하게 가도록 복지 서비스를 고민하는 게 낫다”고 말했 다. 한양대 이영(경제금융학부) 교수 는 “매년 지역별 예산이 얼마나 되는 지 분석하면 구조적으로 지역에 예 산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가 정한 증액 항목은 예결 위에 올라간다. 예산안은 16일 시작 되는 예산안조정소위와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 의원의 예산폭탄도 그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관계기사 4p
‘K패션 프로젝트’는 한국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패션협 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야심 찬 기획이다. 올해는 상하이와 뉴욕에서 현지 전문가를 불러놓고 한국 패션의 멋을 뽐냈다. 두 행사에 모두 참가한 브랜드가 제시뉴
S Magazine
영국의 게임업체 킹닷컴이 국내 게임 사 아보카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우리나라에서 제기했 다. 킹닷컴은 최근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소 장에서 “같은 그림 세 개를 맞춰 지 우는 아보카도의 모바일 게임 ‘포레 스트 매니아’가 킹닷컴의 글로벌 히 트작 ‘팜히어로 사가’의 저작권을 침 해했다”고 주장했다. 킹닷컴은 아보카도에 포레스트 매니아의 배포를 금지하고 1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해외 게임업체가 국내 게임 회사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한 것은 이례적 이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애플의 특 허 분쟁이 게임 업계에서 재연됐 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가 된 건 같은 그림 세 개를 맞춰 지우는 이른 바 ‘스리 매치’ 방식이다. 국내에선 광범위하게 인 기를 끌고 있다. 킹닷컴이 승 소하면 ‘국민 게임’인 애니팡·캔 디팡 등 각종 ‘팡’류 게임이 소송 대상 이 될 수 있다. 킹닷컴은 ‘팜히어로 사 가’ 외에 같은 방식의 게임 ‘캔디 크러 시 사가’(사진)를 출시했다. ‘캔디’의 사용자는 전 세계에서 1300만 명이 넘 는다. 킹닷컴 측은 애니팡2가 캔디 크 러시 사가의 캔디 모양을 동물 얼굴로 만 바꾼 동일한 게임으로 주장한 것으 로 알려졌다. 광장 관계자는 “게임의 구성 요소나 세부적 표현이 매우 유사 해 소송에 이른 사안”이라며 “판결 결 과에 따라 소송을 확대하는 것도 배 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킹닷컴의 소송이 제기된 데엔 올해 초 부정경쟁방지법이 일부
개정된 것도 영향을 줬다. 이 법 제2 조 제1호에 신설된 ‘차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으 로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행위를 침 해하는 행위’를 부정 경쟁으로 규정 하고 있다. ‘상당한 노력’‘공정한 상 거래’처럼 모호한 표현 탓에 다툼의 여지가 커졌다. 광장 측도 소장에서 근거법령으로 이 조항을 들었다. 국내 게임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판결에 따라
같은 그림 세 개 맞추는 방식 영국 게임업체서 권리 주장 한국 타업체 상대 소송 제기 게임 개발 환경이 크게 달라 질 수 있어 결과를 주목하 고 있다”고 말했다. 킹닷 컴은 최근 홍콩의 게임 회사 식스웨이브스를 상 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해 합의로 종결한 바 있다. 상세한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게임의 저작권 보호 범위에 대한 국내 법원의 판단을 가 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게임은 아 이디어, 진행 방식, 캐릭터 표현 등 다 양한 요소를 결합하고 있어 어디까 지가 저작권 보호 대상이냐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아보카도 소송대 리인인 법률사무소 테크앤로의 구태 언 대표변호사는 “게임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고 스리 매치도 ‘빠찡꼬’에 적용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일종의 게임 룰에 불 과해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관계기사 18~19p
혜성 탐사로봇과 교신 두절 배터리 재충전까지 대기 1차 수집자료 모두 전송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혜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로봇 파일 리의 배터리가 방전돼 교신이 끊겼다 고 유럽우주국(ESA)이 15일 밝혔다. ESA는 “협정세계시(UTC) 기준 0시 36분(한국시각 오전 9시36분) 파일 리와의 교신이 단절됐다”고 발표했 다. 대기모드에 들어간 파일리의 탐 사장비와 시스템 대부분은 작동이 당분간 정지된다. 파일리는 지난 13일 혜성 ‘67P/추 류모프-게라시멘코(애칭 ‘추리’)’에 착륙했다. 하지만 원래 목표 지점에 서 1㎞ 정도 떨어진 절벽 인근 음지에 착륙해 햇빛을 제한적으로만 받고 있 다. 이 때문에 파일리에 장착된 태양 광 전지판이 충분한 양의 태양광을
받아 재충전된 다음에야 교신이 재개 될 예정이다. ESA는 파일리가 태양 광을 좀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몸체를 35도 회전시키는 조치를 취했지만 그 결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혜성 탐사임무 책임자인 파올로 페리는 “모든 임무가 수행되고 데이 터도 보내졌다”며 “하지만 이 시점 에서 임무가 성공적이었는지, 혜성 표면을 드릴로 뚫고 들어가는 작업 이 제대로 실행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파일리는 혜성 지표를 23㎝가량 파고들어가 그 속 의 물질 성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영국 BBC는 지금까지 보내온 데이 터만으로도 애초 기대했던 1차 연구 목표의 80%가량을 성취한 것이라고 전했다. 관계기사 16~17p
욕과 버커루다. 둘 다 동대문에서 시작했고 이제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려는 참이다. 1부 1000원 / 월 5000원 | 정기구독 문의고객센터 080-023-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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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사설
Inside
누구를 위한 할인규제인가
Focus
사드 한반도 배치 찬반론 팽팽 전문가 진단도 엇갈려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북한 핵미사일을 잡을 수 있나,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나를 두고 팽팽한 주장들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6~7p Focus
가계부채 걱정, 은행도 고통 나눠라 집값 하락으로 빚이 늘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인다.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이유다. 그동안 집값 하락 부 담은 채무자만 지었다. 촉망받는 젊 은 경제학자 미안 교수는 은행도 고 통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14p News
Focus
G20 정상들, 호주선 뭘 내놓을까
중국홍콩대만의 동상이몽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막했다. 이번 회 의에서는 글로벌 경제 활성화가 집중 논의됐다. 또 미ㆍ중 간 경제 패권 다 툼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 령은 규제 개혁을 강조했다. 5p
홍콩 ‘센트럴 점거’를 보는 양안삼지 (兩岸三地·중국·홍콩·대만)의 시각 이 제각각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 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 국 출신 글로벌 인턴기자 왕웨이(王 薇)의 분석을 곁들였다. 11p
Sports
Column
나이 들수록 더 중요한 코어근육 상
체인지 메이커
푸시업 하나만 제대로 해도 온몸 운동 이 다 된다. 단순한 운동처럼 보여도 제대로 하는 법은 따로 있다. 온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푸시업 노하우를 공 개한다. 잘못하면 손목이나 어깨 근육 이 손상돼 고생할 수도 있다. 23p
세쿼이아 회장 마이클 모리츠 구글의 가치를 진작부터 알아본 족집게 투자자 마이클 모리츠. 스티브 잡스를 취재하던 기자에서 실리콘밸리 창업 생 태계를 디자인한 벤처캐피털 CEO로 변 신한 그의 투자 철학은…. 24p
Focus
Economy
이희호 여사, 김정은 만날 수도
마켓&마케팅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 호 여사가 이르면 올해 안에 북한을 방 문한다. 방북 실무를 맡은 김성재 김대 중아카데미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만든 통일준비위원회의 분과위원장이 다. 김 원장을 만나 방북 준비 상황을 들어봤다. 12p
기업 운명 바꾸는 작은 아이디어
21일부터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신 간·구간 구분 없이 발행된 모든 책의 할인율 을 최대 15%(포인트 적립 5% 포함)로 제한하 는 할인 규제다. 종전엔 실용서·초등학습 참 고서와 발간된 지 18개월 지난 책은 서점이나 출판사가 알아서 싸게 팔 수 있었다. 발간 18 개월 미만 책은 최대 19%까지 깎아줄 수 있었 다. 새 규제는 지나친 가격경쟁을 막음으로써 피폐해진 동네 책방과 출판사를 도와 출판 생 태계를 복원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종전보다 비싸게 사야 한다. 이는 책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도서정가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이 책을 많이 사 보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책 판매 가 되레 준다면 출판 생태계고 뭐고 다 무너지 기 쉽다. 결과적으론 소비자의 후생(厚生)만 나빠진다. 제품의 할인을 규제해 소비자들이 싼값에 사지 못하게 막는 나라는 거의 없다. 자본력 을 동원한 과도한 할인, 즉 부당 염매(廉賣)는 공정거래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데, 우리는 별
클릭 SUNDAY 지난주 온라인 5 1 침실·수영장 … 전 세계 CCTV 7만3000대 누구나 본다 2 효율 극대화 vs 개발 독재형 … ‘金의 방식’에 엇갈린 시선 3 정치부 주임 꿰찬 저우언라이, 황푸에 붉은 물 주입 4 [세상을 바꾼 전략] 내부의 적 잡는 외부의 적 … 권력자에겐 ‘신의 한 수’ 5 [비주얼경제사] 비잔틴 천년제국의 최후 전투, 세계 경제를 뒤흔들다
런데 관료들이 한 일은 뭔가. 청부입법으로 할 인 규제를 덕지덕지 만들어놨다. 규제 탓에 경 쟁이 위축되면 소비자에게 돌아갈 이익이 판 매자나 생산자에게 넘어가는 법이다. 단통법 으로 소비자들이 비싼 비용을 치르는 동안 과 실은 이동통신사가 대부분 가져갔다. 새 도서 정가제 역시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소비자 부 담을 늘릴 우려가 많다. 관료들은 새 법과 제 도 뒤에 숨은 채 규제 권력을 확대하는 ‘전과’ 를 올렸다. 정부의 역할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촉진 하는 것이다. 단통법 파동에서 보듯 제품 가 격을 낮추는 건 규제가 아니라 공정한 시장경 쟁이다. 정부는 보조금 제한이나 통신요금 인 가제라는 규제를 없애고 공정하게 요금 경쟁 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단통법은 폐지하거나 원점에서 전면 재 검토해야 한다. 새 도서정가제 역시 시행 이후 부작용을 주시하면서 과감히 손봐야 한다. 진 정 소비자 이익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규제를 풀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게 답이다.
한뉴질랜드 FTA 타결 주요 공산품 3년 내 무관세 쌀·사과 등 농산물 199개 품목은 개방 제외 워킹홀리데이 연 3000명으로 늘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여성이 느끼는 작은 불편, 미묘한 감정 변화를 알아채 해결하고 달래주는 남 성만이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 제품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부분을 개선하는 아이디어 하나가 기업 실적 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다. 22p
도의 할인 규제를 두고 있다. 국민은 이미 ‘이 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 률’(단통법)을 통해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 단통법은 차등 보조금의 폐해를 없애 고객이 공평하게 혜택을 받도록 함으로써 통신비 부 담을 줄이겠다는 명분에서 나왔다. 하지만 시 행 후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값에 휴대전화를 사야 했다. 통신비 절감은커녕 온 국민이 ‘호 갱(호구+고객)’이 된 꼴이다. 단말기 판매는 급감하고, 상당수 이동통신 대리점은 폐업 위 기에 내몰렸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막 은 결과 소비자 부담 증가와 제조·유통 업체 의 경영 위기가 이어졌다. 아이폰6 불법 보조 금 파동도 경쟁을 막자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시간이 가면 국민이 다 잊 어버리고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 는 듯하다. 이는 규제 혁파를 주창한 박근혜 정부의 정 체성을 뒤흔드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불필요 한 규제를 없애 기업의 생산·서비스 활동을 보 장하고 국가경제 발전을 꾀하겠다고 했다. 그
한국과 뉴질랜드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5년 5개월 만에 타결됐다. 제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 령은 15일 브리즈번의 한 호텔에서 존 키 뉴질랜 드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양국 간 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FTA 안에는 ‘7년 내 뉴질랜드 관세 100% 철 폐’ ‘20년 내 뉴질랜드 제품 96.5%에 대한 한 국 관세 철폐’ 등이 담겼다. 세부적으로 뉴질랜 드는 수입액 기준으로 92%(2013개 품목)에 대 해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타이어(관세 5~12.5%)·세탁기(5%) 등의 관세는 즉시 철폐되 고 자동차 부품(5%) 488개 품목과 냉장고(5%)· 건설중장비(5%)는 3년 내 관세장벽이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알루미늄·양가죽·포도주 등 7160개 항목, 수입액 기준으론 48.3%에 대해 즉 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기초화장품·제재 목·펌프 부품·지게차·주강·소주·의류 등 960개 항목은 3년 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민감 품 목인 쌀·천연꿀·사과·배 등 과실류와 고추·마늘 등 농산물 199개 품목은 FTA 적용 대상에서 제 외키로 했다. 이와 함께 뉴질랜드는 한국 투자자에 대한 사
시고용 입국 쿼터와 연 간 50명의 농·축산업 훈련비자를 확보해 한 국 근로자의 뉴질랜드 진출 길이 넓어졌다. 양국은 FTA가 발 효된 뒤 관세 감축으 로 수입국 산업에 심각 한 피해가 나타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경 우 관세 인하를 중지하 거나 관세를 인상할 수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후 호주 브리즈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있는 ‘양자 세이프가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브리즈번=청와대사진기자단 드’를 발동할 수 있도 록 했다. 또 개성공단 전 투자심사 기준금액을 5000만 뉴질랜드 달러 생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는 역외가공지역 (약 423억원)로 올렸다. 뉴질랜드는 기존 FTA 위원회를 설립해 별도 논의키로 했다. 에서 이를 2000만 뉴질랜드 달러(약 169억원) 뉴질랜드와 14번째 FTA를 체결함에 따라 우 이하로 설정해 왔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정 리나라의 경제영토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부조달협정에 개방하지 않던 BOT(민간 투자자 으로 세계의 73.45%로 확대됐다. 산업통상자원 가 사회기반시설을 건설, 일정 기간 운영하고 정 부 관계자는 “뉴질랜드는 지난해 우리나라와의 부에 기부하는 수익형 민자사업)를 한국에 개방 교역액이 28억80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1인당 키로 했다.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이상으로 구매력이 높고 워킹홀리데이의 연간 허용인원을 기존 1800 공산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 확 명에서 3000명으로 확대하고, 연간 200명의 일 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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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5 하이라이트 밤 11시 집밥의 여왕
교양
방송인 채자연이 시어머니 송도순으로부
‘예산정국의 꽃’국회 예산안조정소위 오늘 가동 위원 선정 놓고 막판 기싸움 30일까지 내년 예산 376조원 조정
터 인정받은 요리 솜씨를 뽐낸다. 채자연 은 제철 맞은 굴과 직접 달인 맛간장을 쓴 굴냉채를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여기에 석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화쌈과 차돌 숙주, 단호박 꽃게탕을 올린 명품 밥상을 공개한다. 채널 번호프로그램 안내는 02-751-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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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국의 하이라이트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가 16일 가동된다. 휴일인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 될 예산소위는 상임위별 예비심사 결과를 토대 로 새해 예산안의 최종 증액·감액 작업을 한다. 376조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예산정국의 꽃’이라 불린다. 여야의 기싸움도 고조되고 있다. 막강한 권한만큼 예산소위에 들어가려는 여 야 의원의 물밑 경쟁도 15일까지 치열하게 벌어 졌다. 총 15명의 예산소위는 여당 8명, 야당 7명
으로 구성된다. 홍문표 예결특위원장과 이학재 새누리당 간사,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문제는 나머지 여야 각 6명의 위원에 누가 합류 하느냐다. 13일만 해도 새누리당 이한성(경북 문 경-예천)·이현재(경기 하남) 의원 등이 확정된 것 으로 알려졌지만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15일 중 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지역 배분 등으로 아직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강창일김현미민병 두박완주송호창황주홍 의원으로 확정했다. 예산소위는 지금껏 각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 치지 않고 지역구 선심성 예산 증액을 요청하는
이른바 ‘쪽지 예산’으로 매년 빠짐없이 비판을 받았다. 이학재 의원은 “쪽지뿐 아니라 카톡, 문 자 예산 모두 받지 않겠다”고 했고 이춘석 의원 역시 “예산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공 언했다. 예산소위는 16일부터 21일까지 감액 심사를, 22 일부터 30일까지는 증액 심사를 한다. 각 상임위 에서 올린 감액 예산은 거의 100% 반영할 예정이 다. 반면 증액 예산은 원점부터 재검토해 기획재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아 올해부터는 예산안 심사 기한 전날인 12월 1일에 정부 예산안이 본회 의에 자동 부의(附議·토의에 부쳐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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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경제발전론의 대가 로런스 라우
한국, 중국 편 미국 편 고민 말고 국익 따라 행동하라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 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 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개발과 중국 경 제 전문가인 로런스 라우(70) 홍콩중문대 교 수는 “지금의 7%대 성장률은 10년 전 같으면 14% 성장이나 마찬가지다. 숫자가 낮아졌다 고 해도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낙관했다. 15일 한국을 방문한 그는 중앙SUNDAY 와 만나 “환경 개선, 대중교통 확충 등에 투 자하면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만 국내총생산 (GDP) 집계엔 잡히지 않는다”며 “중국을 볼 때 GDP 성장률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 프라투자은행(AIIB)과 미국이 주도하는 환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모두 가입하 는 것이 이득일 것”이라며 “중국 편에 설까, 미국 편에 설까 고민하기보다 한국의 국익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권했다. 라우 교수는 1976~2004년 미국 스탠퍼드 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홍석현 중 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을 비롯해 고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등의 박사 학위 논문을 지도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 의 전망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10%대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요즘엔 7%대다. 인플레이션 문 제도 있으니까 좀 낮아지는 건 자연스럽고 긍 정적이라고 본다. 서양 미디어가 너무 호들갑 을 떤다. 7.5%나 7.3%나 뭐가 다른가. 성장 파 티는 끝났다고? 끝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7% 성장률은 10년 전의 14% 성장이나 마찬 가지다.” -중국의 발전 전략도 수정할 때가 되지 않 았나. “중국 정부는 내수를 높일 여러 방편이 있 다. 중국의 개인 소비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GDP보다 150%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GDP에서 가구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 이 낮기 때문에 현재는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가 작을 뿐이다. 공공 인프라 사업을 벌 이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국내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 고속철도 건설은 계속될 것 이다. 도시 대중교통 시스템 확충도 좋은 방 법이다. 중국엔 인구 300만 이상의 도시가 100개가 넘는다. 자가용 숫자가 줄어들면 환 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슬럼가 정비도 내 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 중국의 고령화는 ‘한 아이 정책’ 때문에 한국보다 훨씬 빨리 진행 되고 있다. 건강 및 노인 대상 사업이 붐을 이 룰 것이다.” -중국 역시 성장 과정에서 ‘중진국 트랩’ 에 빠지지 않을까. “일본과 한국·대만 등은 수출 주도형 성장 을 하다 한계에 도달하자 경기 침체 또는 ‘중 진국 트랩’에 빠졌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국내 소비로 전환하면 된다. 나는 이 점에 대 해 매우 낙관적이다. 알리바바가 왜 성공했 는지 아는가. 창조경제를 해서가 아니다. 그 저 중국의 스케일이 크기 때문이다. 샤오미 도 마찬가지다. 삼성을 위협한다고 하지만 신 기술을 개발한 게 아니라 역시 스케일 때문 이다. 중국의 농업 비중이 10%인데 인구의 30%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20% 또는 그 이상이 비농업 분야로 진 출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시작에 불 과한 중국의 서비스 산업도 기대된다. 하여 튼 중국 시장의 사이즈를 보면 중진국 트랩 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 -중국은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 정부가 환경 문제 해결에 투자하면
15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인터뷰 중인 라우 교수. 그는 “중국을 볼 때 GDP 성장률 이외의 다른 지표들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AIIB·TPP 모두 한국 국익에 부합 아시아 인프라 투자에도 나서야 스케일 다른 중국, 성장 계속할 것 지금 7% 성장은 과거 14%와 같아 부동산 과열? 업자들 망해도 괜찮아
라우 교수의 계량경제학.
총수요를 늘려 내수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방 정부 관리들을 평가할 때도 지역 GDP 성장률이나 고용률을 높인 실적보다 공 기청정률을 기준으로 삼으면 국민의 실질적 인 삶의 질 제고에 도움이 된다. 환경 개선은 내수 진작 효과에 더해 부의 재분배 효과도 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공기를 들이 마시기 때문이다. 벌써 중국에 환경개선 기술을 도입하고 투자하겠다는 외국 기업들 이 있다. 어떤 이들은 환경개선은 중국보다 선 진국에 걸맞은 정책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970년대 LA, 80년대 오사카는 굉장 히 더러운 도시였다. 그때 그 나라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지금 중국이 7000달러 다. 베이징에선 숨도 쉬기 힘들다. 환경개선은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서구 언론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섀도 뱅 킹)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중 국과 서구의 섀도 뱅킹엔 차이가 있다. 중국 의 섀도 뱅킹은 은행들이 한다. 고객들에게 ‘이런 방법이 있는데 금리를 많이 쳐주겠다’ 고 하는 식이다. 이런 게 전체 섀도 뱅킹의 60~70%라고 생각된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이러는 건 중간 단계를 많이 거치면서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체 대출의 5~10%가 섀 도 뱅킹이라 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본 다. 이런 상황에선 은행들이 좀 망해야 섀도 뱅킹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주택 부문의 과잉투자 문제는 해결 가능 한 수준인가. “그것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개발업자들 을 좀 망하게 해야 한다(웃음). 그러면 아파 트를 더 짓지 않겠지. 중국도 미국의 연방전 국저당협회(Fannie Mae·패니메이)와 연방 주택대출저당공사(Freddie Mac·프레디맥) 같은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 기지 사태로 망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망한 건 정책기관 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부분적인 민영 화를 했기 때문이다. 주주는 이익을 원하고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원했다. 중국의 패니메 이·프레디맥은 실수요자를 위한 공인된 모기 지만 취급해야 한다. 이러면 부동산 가격 하
락에도 버틸 수 있는 쿠션이 생긴다. 중국이 이런 기관을 만들지 못하는 건 상업은행들의 반발 때문이다. 상업은행들은 모기지가 최대 자산이다. 망하면 중앙은행이 구제해주겠지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임자 들보다 강하니 이런 부분의 개혁 조치를 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비효율이 도마에 오르곤 한다. 개선 방법이 있나. “쉬운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역대 왕조도 지방정부를 컨트롤하지 못했다(웃음). 지방 정부에 재산세를 매길 권한을 줘 수입원을 만드는 개혁이 진행 중이다. 토지를 팔아 수 입을 잡으려는 문제가 상당수 없어질 것이다. 또 지방법원이 지역 공산당 지부에 보고하는 관행도 없애 사법부 독립에 진전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의 국영기업이 개혁되길 원하지만, 중국에 효율적인 대기업이 생기는 것보다 국영기업을 상대하는 게 나을 것이다 (웃음). 우선 정부 간부가 공기업에 내려가는 걸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인적 교류를 막으면 그나마 시장 친화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떻게 평가 하나.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자세 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중국에서 공부 하는 한국 유학생 수는 외국 유학생 가운데 가장 많고, 숫자도 전체 유학생의 50%가 넘 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중 FTA는 양국 모두에 더할 나 위 없이 좋은 기회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 안)+3(한·중·일)로 발전시킬 생각을 해야 한 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공기업을 차별 하는 쪽으로 설계돼 중국이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상품 무역엔 문제가 없지만 서비스 시장 개방에 있어 중 국이 주저하는 분야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한국은 중국 주도의 AIIB와 미국 주도의 TPP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편들 필요가 없다. AIIB와 TPP 둘 다 가 입해라. 한국의 국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 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자금 공급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인프라 수요
김춘식 기자
는 엄청나지만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ADB)이 다 감당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ADB가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구로다 하루 히코(黑田東彦) 전 총재가 일본은행 총재로 가면서 후임자를 일본인으로 하기 위해 중국 의견을 묻지 않았다. 중국에 총재 할 거냐고 물어보고 중국 지분을 높여줬으면 AIIB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지분을 늘려 추 가 출자를 받은 다음, 선거를 통해 일본인을 앉혀도 되는데…. 아무튼 난 AIIB보다 아시 아 인프라 투자 펀드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이 이런 펀드를 제안하는 건 어떤가. 국 제금융공사(IFC)·산업은행·국민연금 등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대대적인 양적완화로 경기를 띄우려는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것으로 보나. “(지난달 31일 발표한) 깜짝 양적완화 같은 건 쓸데없는 짓이다. 얼마 전 구로다 일본은 행 총재에게 ‘차라리 도쿄 도심개발을 촉진 하는 게 양적완화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 다. 아베노믹스는 지난 20년간 얼어붙었던 일 본인의 경제심리를 해동시켜 성장을 다시 시 작하겠다는 좋은 취지다. 하지만 별로 성공 적이지 못하다. 소비세 추가 인상도 하지 말 아야 한다. 일본의 공공부채가 뭐가 문제인 가. 5%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일본인 소유다. 그걸 줄이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고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정치가 문제라면 ‘조건부 소 비세 인상안’을 제안하고 싶다. 1년 동안 매 분기 2.5%의 성장을 이루면 소비세 인상을 하겠다고 선포하는 거다. 경제가 나쁘면 안 올리면 된다.” 로런스 라우(劉遵義) 1944년 중국 귀저우(貴州) 성 쭌이(遵義)시 출신. 64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69년 UC버클리대 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76~2004년 스 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2004~2010년 홍콩중문대 총장, 2009~2012년 홍콩 행정회의 위원을 지냈 다. 현재 홍콩중문대 경제학 교수 및 CIC 인터내 셔널 회장.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11~12기 위원이 기도 하다. 저서 발전 모델:한국과 대만의 경제성 장 비교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 21세기 중국 경제:계량경제학적 접근(발간 예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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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이정현 예산 폭탄’ 지역 주민 평가는
“민주당 열 명보다 낫당께” vs “국민이 낸 세금 아니당가” <새정치민주연합>
백일현 기자, 순천·곡성=박종화·송영오 인턴 기자 keysme@joongang.co.kr
13일 오후 전남 순천시 남내동 중앙시장의 한 세탁소. 6.6㎡(2평) 남짓한 공간에서 셔츠 를 다림질하던 반동년(56)씨에게 이정현 새 누리당 의원에 대해 묻자 “열심히 하고는 있 지”라며 입을 열었다. “노력하고 있다고 시장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혀. 예산이니, 의대 유 치니, 추진하고 있는 갑드라.” 그는 이 의원의 공약 중에서도 “기업 유치가 기대가 가장 크 지”라며 “인구가 10만이나 는다고 하니까. 지 키기 힘든 공약인 걸 알면서도 기대를 하고 있지”라고 했다. 인근에서 만난 이모(84)씨도 이 의원을 긍 정적으로 평했다. “여게저게로 자주 돌아댕 기는 것 같더만. 나도 몇 번을 봤어. 이제까지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뽑아줘도 한 거라 고는 아무것도 없어라. 그래도 이 양반은 예 산이라도 많이 가져올라고 힘쓰는 것 같드 4일 국회 의원회관의 이정현 의원실에서 이 의원(오른쪽)과 이낙연 전남지사가 지역 사업과 예산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정현 의원 블로그] 만. 민주당 열 사람보다 낫당께.” 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여태 해가지고 (4000억원 이상 소요) ^대기업 유치로 청년 비판하는 이도 적잖았다. 과일가게를 하 의대대기업 유치 성과는 없지만 공장이 생겼어 뭣이 생겼어. 여당에서 사람들 일자리 대폭 확대 등에 대해선 아직 가시적 실 는 김영미(47)씨는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겠 예산 진짜 늘어나나 주민들 기대 을 더 내려보내야제. 괜찮은 놈 내려다 보내야 적이 없다. 다만 이증근 순천대 의대 설립추진 다고 했다. “올해같이 힘들면 죽지라. 실질적 지자체서도 “중앙과 관계 좋아져” 위원장은 “이 의원이 열정적으로 보건복지부· 제. 촌사람들도 머리가 티였어”라고 했다. 으로 (변화가) 몸에 닿아야 하는데 국회의원 교육부에 터치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긍정 되면서 된 게 뭐 있다요. 한나라당(새누리당) ‘특정인 예산 투하’엔 비판 목소리 유력 경제인 초청 투자 설명회 러시 적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됐어도 우리 전라도 쪽엔 큰 도움이 안 돼요. 엇갈리는 민심에서 드러나듯 이정현표 ‘예 이 의원은 지난달 18일 순천 의정보고회에 공약대로 안 되니까 문제죠.” 산폭탄’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15일 서 의대 유치와 관련해 ^의료 인력 수출 등 빵집을 하는 한 남성은 국회의원, 시의원 로 당선 109일째인 그의 예산 활동을 중앙 을 부각하고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이 부족한 등이 선거 때마다 나눠주는 명함을 모아둔 SUNDAY가 추적해봤다. 현재까지 지역구 것을 감안해 의대를 유치하는 방안 ^다른 바구니를 보여주며 불만을 표했다. “다 지들 와 관련해선 ^주암댐 도수터널 시설안정화 지역의 부실한 의대 정원을 흡수하는 방안 경력 잘난 척만 하고 말이 너무 많어, 너무. 사업(순천)에 13억6000만원 ^농축산미생 ^전남대, 서울대 의대 순천 분원, 가톨릭대 밤에는 대리운전도 하는데 예전보다 콜도 절 물산업육성지원센터 건립(곡성)에 4억원 등 성바오로병원을 연계하거나 산재병원을 확 반이 줄었당께. 더 열심히 서민들을 위해 이 을 확보한 상태다(그래픽 참조). 공약인 ‘순 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쪽도 활성화시켰으면 좋겠어요.” 천만 정원의 국가 정원화’와 관련해선 정원 그는 “다른 지역과 함께 의대를 유치하는 방 “실속 못 챙기면서 장난치면 안 돼” 산업지원센터 조성 사업에 신규 예산 10억원 안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음식점을 하는 한 여성은 “다들 좋게는 평가 대기업 유치와 관련해서도 이 의원 측은 을 반영시켰다. 이 밖에 곡성군청에선 친환 안 하드만. 김무성 내려오고 그런 가식적인 경 전문육묘장 건립(2억5000만원), 3건의 지 “중견그룹 24곳 대표를 순천으로 초청해 투 건 피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했고, 택시기 역 하수 관리 정비와 1건의 상수도 확충(4건 자 유치 설명회를 했고 기업들과 순천대생 취 사 정모(57)씨도 “실속 챙기지도 못하면서 절 총액 112억여원)에 “이 의원이 도움을 줬다” 업 관련 MOU를 체결하고 산업은행 행장 등 대 시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고 했다. 금융권 인사를 초청해 지역 기업 지원 방안 고 평가한다. 하지만 주요 공약이던 ^순천대 의대 유치 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전경련 산하 현실론도 있었다. 윤귀근(68·중앙동)씨는 전북 “민주당 텃밭이다 뭐다 해가지고 공천만 받 관광 기업 대표를 초청하고 순천만 정원에 대 으면 다 되는 줄 아는 것 바꿔보자고 해서 뽑 정부예산안에 넣으려는 이정현표 예산 주요 사례(단위: 원) 규모 주한 외교사절단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은 거였고 크게 기대는 안 혀. 이정현 돈이 아 도 한다. 제2의 에버랜드 호남 유치와 대형 콘 고성능 차량용 초경량 니고 국민 세금이 아니당가”라고 말했다. 그 도 조성 등도 거론한다. 한때 “자동차 공장 유 고강성 부품 개발 러면서도 “하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믿어 줘도 치를 위해 현대자동차 측과 접촉하고 있다” 농축산미생물산업 곡성 육성지원센터 건립 영광 영광 되겠다 하면 뽑아줄 것이고 아니면 안 되제. 고 한 발언이 화제가 됐지만 정해진 건 없다. 구례 억 어디 속는 것이 한두 번이여?”라고 되물었다. 그의 예산 활동은 지역구만이 아니라 호남 15억 영향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유모씨는 “이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광 지역에 ‘디자 광양 순천 광양 의원은 의대고, 기업 유치고 하려고 하는데 인 융합 Micro-모빌리티 신산업 생태 구축’ 순천 25억 13.6억 위에서 안 해준다매. 공약 안 되면 앞으로 국 에 65억원을 확보한 것 외에도 여수와 남해 회의원은 없어, 여기에. 예산을 많이 끌어오 를 잇는 한려대교를 해저터널로 건립하는 방 전남 디자인 융합 Micro-모빌리티 여수 지 않아도 성의를 보여야지”라고 했다. 다음 안(5000억원 소요 예상), 보성강댐 물을 흘려 신산업 생태 구축 사업 기능성 화학소재 주암댐 도수터널 클러스터 구축사업 날 찾은 곡성군 읍내리의 한 뜨개방에서 만난 보내 섬진강 하류의 생활·공업용수 부족 문 시설안정화 사업 정모(60)씨도 “이정현이 혼자 갖곤 안 돼”라 제를 해결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강왕희
65억
수자원공사 부장은 “본래 섬진강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댐 건설을 기 획했지만 환경단체가 반대해 추진 못하던 사 업이었다”며 “이 의원이 대안을 내놓아 3200 억원 정도 예산을 아낀 셈”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활동에 변화를 느낀다는 지방 공무원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오행석 순천시청 투자유치 담당은 “중앙부처와 관계 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예산과 관련해 대화 채널이 열렸다”고 말했다. 곡성군청 공무원 서형규씨도 “순전히 이정현 의원 때문에 된 게 몇 가지 있다”며 “그동안 중앙부처에 뭐 해달라고 하면 환영받지 못했는데 이 의원이 통화하면 관심 있게 봐주더라”고 전했다. “이정현이 다 한 것처럼 비쳐선 곤란” 일각에선 이 의원의 활동에 과한 평가를 한다 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순천시청 공무원은 “이 미 4월 말부터 국가보조금 확보 일정이 들어 가는데 사실 의원 당선이 늦었다”며 “당선 전 부터 해오던 사업인데 마치 의원이 한 것처럼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새정치연합 예산안 조정소위 위원인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도 “이 의원이 챙긴다는 예산은 결국 우리 당 의 원 예산”이라며 “혼자 무슨 힘으로 챙기겠나” 고 했다. 같은 당 이춘석(전북 익산갑) 의원도 “호남이 많이 받는 것도 없는데 오해받고 불 이익을 받을까봐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교통위 예산소위 위원이던 하태 경(부산 해운대-기장을) 새누리당 의원은 “새정치연합에선 그런 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며 “새누리당 안에선 이 의원 지 역이 특수하니 최대한 배려하는 분위기”라 고 말했다. 예결위 간사 이학재(인천 서-강화 갑) 의원은 “호남 예산을 배려해야 하지만 특 정인의 특정 지역 예산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외부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이광재 매니 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소외 지역은 배려하되 특정인이 예산을 투하한다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 강대 이현우(정치학) 교수는 “미국에서 소수 자 보호 정책을 썼다가 경쟁력이 생김에 따 라 혜택을 줄이듯 이 의원의 호남 챙기기도 일정 기간 용인할 수 있다”며 “영남에서 야 당이 당선되는 등 지역주의가 더 깨지면 정당 들이 텃밭 아닌 지역도 챙길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 서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 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6만815라는 숫자를 되뇌인다. 나에게 표를 준 이들에게 반드시 보은하겠다는 의미다. 예산을 챙기다 보니 당에서도 ‘혼자 지역구 관리하나, 너무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비교당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호남의 정치 경 쟁을 회복시키겠다고 했던 말을 실천하려 발 버둥치고 있다.”
진도
공직자 출신 의원, 공무원 연금 개혁하자면서
세비 1억 넘어도 연금 꼬박꼬박 챙겨 “연금은 생활비, 못 내놓는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공무원연금 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 출신 국회의원들의 공무원연금 을 의원 임기 중 국고에 기부하는 방안이 추진 되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 다. 새누리당 손인춘(경기 광명을) 의원은 “군 장성과 정부 고위직 출신으로 세비와 별도로 매달 공무원연금을 받아온 새누리당 의원 29 명에 대해 의원 재직 기간 중에는 연금을 국고 에 기부하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할 것”
의원 임기 중 연금 반납 추진에 당사자들은 “살림 못한다” 반발 “당 대표가 직접 나서야” 소리 나와
이라고 15일 중앙SUNDAY에 밝혔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 도 “고위공직자 출신 의원은 의원 재직 중에 는 연금을 받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에 나서 겠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세비와 별도 로 매달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는 의원은 새 누리당 29명, 새정치민주연합 8명, 무소속 1 명 등 모두 38명이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들은 각종 수당과 지원금, 특별활동비 등 매달 1100만원(세전) 의 급여를 받아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
다. 이들은 월 329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퇴직 공무원에게는 연금의 절반을 지급한다 는 규정에 따라 의원 임기 전까지 받던 금액 의 절반에 해당하는 공무원연금도 매달 수 령하고 있다. 일종의 ‘이중 월급’이다. 이렇게 연금을 받는 의원 중 일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의원은 “연금 수령 의원들에게 국고 반 환 의향을 물어봤더니 장성 출신 의원들은 침묵했고, 고위 행정공무원 출신 의원들은 ‘연금을 생활비로 쓰고 있어 끊기면 살림이
어려워진다’며 난색을 표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반발이 큰 만큼 지도부가 직 접 나서야 한다고 김무성 대표에게 건의할 계 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의 장·차관급 고위공 직자들이 공무원연금 개혁 동참을 결의한 만 큼 연금 개혁의 키를 쥔 의원들도 이런 흐름에 참여할 이유가 커졌다”며 “고위공직자 출신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내 연금부터 안 받겠 다’고 선언하고 연금 개혁에 나서야 개혁의 동 력이 커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News 5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호주 브리즈번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글로벌 경기회복 논의장서 경제패권 놓고 미ㆍ중 기싸움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5일 호주 브 리즈번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G20 회원국 경제규모를 합하면 지구촌 전체 의 85%를 차지한다. 이번 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버 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 켈 독일 총리 등 회원국 정상들과 반기문 유 엔 사무총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 금(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세계 경제의 회복력 강화’와 ‘민 간 주도 성장 촉진’을 주제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세계 경제의 회복력 강화 에너지 분야 등으로 나뉜 3개 세션에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글로벌 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G20 회원국 들은 국내총생산(GDP)을 향후 5년 동안 2% 이상 증가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했다. 16일에는 이를 정리한 ‘브리즈번 액션 플랜’을 내놓는다. 이외에도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회원국들 간의 공조 방안도 논의됐다. 아직 결과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기업들의 ‘수 익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G20 회원국들이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 여부 가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역 활성화를 위한 관 세 인하와 규제 철폐 등도 의제 중 하나다.
16일 ‘브리즈번 액션 플랜’ 채택 회원국 GDP 2% 상승 실천안 마련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대책도 논의 “합의해도 구속력 없어” 비판도 의제 채택 여부를 놓고 회원국들 간에 이 견을 보였던 기후변화 대응책과 관련해 미국 은 이번에 최대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까지 사회기반시설에 70조 달러를 투 자하는 방안과 이를 감독할 국제기구를 호주 에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미국, 기후변화에 30억 달러 지원 전망 주최국인 호주의 토니 애벗 총리는 “이번 G20 정상회의 최우선 의제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라며 “정상들은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 G20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패권을 둘러싼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 전도 큰 관심사 중 하나다. AP통신 등은 “브 리즈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미·중 간 경제 패권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 의 미국에 대한 도전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고 진단했다. 중국은 최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 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번에도 ‘신(新) 경제질서 확립’을 강력히 촉 구했다. 중국은 APEC회의에서 ‘아태 자유 무역지대(FTAAP) 로드맵’을 통과시켰다. 아태 지역 21개국을 대상으로 한 FTAAP에 는 중국 주도로 역내 경제질서를 재편하겠다 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 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TPP는 태평양 주변국들 간에 무역장벽을 없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기 위한 협정이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뺀 12개국이 협상을 진 행하고 있다. 당초 연내 타결을 목표로 했지 만 현재로선 각국 간 이해 충돌로 쉽지 않다. 일본 정부도 최근 “당장 일·미 간 시장 개방 과 접근에 관한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
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관 련,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다툼이 치열해 질수록 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의 운신 폭은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은 그동안 강력히 요구해온 IMF 개혁도 거론했다. 인도·브라질 등도 중국을 지원하고 있어 미국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이 슈다. 게다가 이달 초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에서 IMF 개혁을 반대해온 공화당이 상하 양원 모두를 장악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약속을 해주기는 어려 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올해 안에 규제 10% 없앤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 개혁과 경제 혁신 등 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15일 “국민의 생명 과 안전에 관련 없는 규제를 올해 안에 10%, 2017년까지 20%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서비스업 부문 규제 개혁이 한국을 비롯 한 여러 국가에서 미흡하다. 이해관계가 복 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등 국제기구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각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 글로벌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 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서방과 러시아 지도자들은 입씨름을 벌였다. 푸틴 대통령 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러 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우리뿐만 아니라 글 로벌 경제시스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모 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 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경제·군사적 부상 에 따른 다른 나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신경 쓰는 모습이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 이 G20 회원국들에 ‘중국은 평화로운 세계 를 통해 발전을 추구하고 중국의 발전을 통 해 세계 평화를 지키겠다’는 평화발전 개념 을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들의 화려한 모임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회의의 존재감과 영향력에 대해선 적잖 은 비판이 나온다. G20 정상회의는 공식적 인 국제기구가 아닌 주요국들의 협력 모임 성 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 절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 준비 작업에 참가 했던 한 외교당국자는 “G20 정상회의를 상 설 국제기구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각국의 의견이 엇갈려 실패했다”며 “이 때문에 각 국 정상들이 합의를 해도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 국가가 리더십을 발휘해 이끌지 않는 다면 회의 자체의 동력이 자꾸 떨어질 가능 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속력이 약한 국제회의에서의 합의가 자 국 이익과 충돌할 때 참가국은 언제든지 이를 깰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이전 G20 정상회의에서도 IMF를 통한 개도 국 지원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15일 경찰 6000명이 배치된 브리즈번 시내에서는 500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G20 회원국 정상들에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 호주 원주민 권익을 보 호하고 난민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G20 정상회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글로벌 금융질서 확립을 논의하기 위해 시작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 국·일본·독일·러시아·인도·아르헨티나·남아 공 등 경제규모가 큰 주요 20개국이 회원이 다.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브리즈번 회의는 9번째다. 우리나라 도 2010년 11월 제5차 회의를 유치했다. 그동 안 자유무역 활성화, 지구촌의 균형 성장, 대 형 금융사들에 대한 규제, 일자리 창출, 반부 패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 촬영장에 함께 들어오고 있다.
[AP=뉴시스]
6 Focus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한반도와 사드 도입 주장하는 천영우 전 청와대 수석
北, 수년 내 서울 타격 핵미사일 보유 사드 빌려라도 와야 미국이 개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
일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다면 PAC-3급 저층 방어망을 25개 들여오고 해상 요격기지도 따 로 둬야 한다.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일지는 과 학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는 왜 사드 필요성을 제기 하지 않았나. “그때는 미사일 방어망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때다.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는다는 전제하에 백악 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담판해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했다. 북한의 모든 미사일 기지를 6~7분 내에 타격할 수 있도록 탄두미사일 사 거리와 중량을 각각 세 배 늘렸다. 미국은 반 대했지만 내가 난리를 쳐서 합의를 끌어냈 다. 특히 무인기의 폭탄 탑재중량을 2.5t까지 5배로 늘린 게 중요하다. 무인기 수십 대가 2.5t급 폭탄을 싣고 북한 상공을 돌아다닐 근 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드(THAAD)와 이에 연동된 X밴드 레이더 의 국내 도입 여부를 놓고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군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북 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도입이 불 가피하다고 주장한다. 1개 포대 가격이 약 1조원인 사드를 당장 들여와야 할 만큼 북 한의 미사일이 위협적인 수준인지 확인되 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사드는 평양이 아니라 베이징을 노린 미국 의 신병기라는 중국의 반발도 우리의 고민 을 깊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우리 국익을 위해 고려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하고, 이 를 기반으로 정교한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드 도입을 찬성하는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과 신중론을 주장하는 김흥규(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아 주대 교수에게 의견을 듣는다.
고도 40~150㎞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시험 발사 장면.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사드 논쟁에서 핵심은 오로지 우리의 안보 다.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사드나 동급의 미사일 방어망이 필요하다면 다른 어떤 고려 가 있을 수 없다. 미국에 임대해서라도 시급 히 도입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외교부 차관을 지낸 천영우 고문의 입장은 명확했다. 그는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 은 국가안보에 대한 고려 없이 비과학적인 주 장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도 “주권국가인 한국의 자위권을 간 섭하는 건 우리를 모독하는 것으로 침묵함 으로써 그들에게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THAAD란
저고도고고도 결합 2중망 절실 반대론은 안보 고려 없고 비과학적 중국이 북핵 신경 썼으면 안 생길 일
북핵 공격 땐 피해 100조, 미사일 비용은 3조 -북한이 핵미사일로 우리를 공격할 능력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무책임한 얘기다. 북한의 능력 수준은 상 당하다고 봐야 한다. 장거리 미사일인 은하 3 호를 지난해에 발사한 데 이어 올 들어 미사 일 발사 연습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김춘식 기자
북 미사일 저급하지만 핵이 문제 -왜 사드가 필요하다고 보나. “북한의 재래식 미사일은 개당 평균 사상 자가 10명도 안 되는 저급한 수준이다. 그러 나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할 위험 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한 발이라도 우리 땅 에 떨어질 수 없게 해야 한다. 미사일 발사 전 에 대부분 파괴해야 하고 그래도 놓치는 걸 미사일 방어망으로 막아야 한다.” -중국의 반발을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사드는 중국의 반발이 아니라 북한의 핵 에 대해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데 얼마나 효 과적이냐만 따져 도입을 결정할 문제다. 사드 나 그와 유사한 성능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 이 필요한 이유는 북한이 핵탄두를 노동미사 일에 장착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핵무기 장착 능력은 미사일 지름이 중요하다. 노동처럼 지름이 크면 핵탄두 장착이 용이한 반면 스커드같이 지름이 작은 미사일에 핵탄 두를 장착하려면 대단히 정교한 소형화 기술 이 필요하다. 핵실험을 세 차례 했을 뿐인 북
사드 6개 배치하면 전국 방어 가능
한의 기술 수준에서 가장 적합한 운반수단 은 노동미사일이다. 노동은 괌·오키나와의 미군기지와 일본도 위협할 수 있다. 노동미사 일은 굉장히 고고도로 빨리 날아오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전제하에 우리가 미사일을 막아 낼 시스템을 디자인해야 한다.” -어떤 방어망을 디자인해야 하는가. “45도 각도로 노동미사일을 쏘면 고도는 사거리의 4분의 1에 달한다. 즉 목표 지점까 지의 거리가 400㎞라면 미사일의 고도는 100 ㎞, 거리가 600㎞라면 고도는 150㎞가 된다. 우리가 도입 중인 PAC-3급은 고도 40㎞까지 밖에 커버할 수 없다. 이걸로는 고고도로 발 사된 노동미사일을 막는 데 한계가 명백하 다. 반면 사드는 고도 40~150㎞급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이걸 개발하거나 개발 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외국 것을 빌리면 된 다. 다만 미사일 방어망은 이중으로 해야 한 다. 사드급으로 대부분을 잡되, 놓친 것은 저 고도 방어망인 PAC-3로 잡는 거다. PAC-3 만 있으면 북한 미사일 20개를 막는 데 미사 일 50개가 필요하지만 사드와 PAC-3를 결합 하면 32개가량의 미사일로 막을 수 있다. 우 리가 개발 중인 고고도 방어망인 l-sam은 40㎞에서 70㎞까지가 목표인데 실전 배치까 지 10년은 더 걸릴 거다. 그 사이 북한이 핵미 사일로 공격해올 가능성을 대비해 미국 사드 를 빌려서라도 공백을 메워야 한다. 최근 미 국이 한국에 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사 드는 주한 미군기지만 지키는 용도다.”
[사진 록히드마틴]
북한 미사일 대비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이 지스함 4척을 비롯해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장비를 완비했다. 대책 없이 운에만 맡기겠 다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현재 보유 중인 독일제 중고 PAC-2로는 북한의 비행기 나 막을 수 있지 미사일은 못 막는다. 15㎞ 이 상 못 올라가니까.” -북한의 경량화 능력을 미국이 과대평가하 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잘못된 판단에 국민의 안위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가 미사일 방어망을 실전 배 치하기 전에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수년 안에 가능 하다고 본다. 이에 맞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북한 미사일의 정밀도는. “북한 스커드 미사일은 오차가 2㎞에 달해 용산의 국방부를 겨냥한 게 한강이나 북한산 으로 떨어질 수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당 시 북한이 코앞의 섬에 170발을 쐈는데 우리 군사기지엔 몇 발밖에 안 떨어졌다. 그러나 핵무기는 2㎞ 밖에 떨어져도 사람이 엄청나 게 많이 숨진다. 북한에 핵이 있기에 미사일 방어망이 필요한 거다.” -사드 도입엔 수조원이 든다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일본도 미사일 방어망 에 12조원을 투자했고 미국은 사드와 PAC-3 개발에 80조원을 썼다. 우리는 지금까지 1조 원을 투자했을 뿐이다. 북한의 핵 공격에 따 른 우리의 피해는 100조원에 달하는데 미사 일 방어망에 3조원이 든다면 경제성 측면에 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전국을 커버하려면 사드를 여러 대 배치 해야 해 부담이 크지 않을까. “미국 전문가들이 1999년 한국 방어를 위 해 미 의회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PAC-3급 의 저층방어망 6개 대대와 사드 4개로 우리 땅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북 한의 미사일 위협이 더 높아졌으니 사드를 2 개 늘려 총 6개를 배치하면 된다고 본다. 만
중국 반대 수용하면 주권에 대한 모독 -그때도 중국이 반발하지 않았나. “그리 심하게 반발하지 않았다. 한국이 미 사일 사거리를 늘려도 중국을 공격할 가능성 은 없다고 여긴 거다. 오히려 러시아가 시비 를 많이 걸었다. 강릉에서 미사일을 쏘면 연 해주 우수리스크까지 온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X밴드 레이더로 자신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반발한다.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1000㎞니 산 둥 반도까지 볼 수는 있다. 하지만 타깃은 북 한이지 중국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정찰 하고 싶다면 괌에 있는 X밴드를 쓰지 왜 북 한을 감시하기에도 바쁜 주한미군 것을 쓰겠 나. 또 베이징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고도 50 ㎞까지 올라가야 X밴드에 잡힌다. 중국이 이 를 핑계로 우리의 사드 도입을 반대한다면 우 리를 공격하는 미사일을 막지 말고 그냥 맞 으라는 얘기 아닌가. 이런 소리를 듣고도 가 만 있는 건 우리 스스로를 모독하는 거다. 사 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신경 썼더라면 우리가 거액이 들어가는 사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에 미안하다고 해도 시원찮을 중국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중국 현역 장성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아무 말도 못하더라.”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망에 들 어가면 중국의 미움을 사니 안 된다는 시각이 있다. “역시 본질과는 무관한 얘기다. 미사일 방 어망은 우리가 우리 돈으로 배치하는 우리 고유의 방어망이다. 동북아의 미사일 방어 망은 동일한 정보를 토대로 이뤄진다. 북한 이 미사일을 쏘면 우선 미국 위성이 그 사실 을 포착하고 이어 탄두나 궤도 추적부터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하게 된다. 북한의 미사 일이 오산의 주한 미군기지를 향한다면 미 국이 요격하고 서울을 향하면 한국이 요격 하는 거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미사 일 방어 정보망이 우리 정보망에 편입되는 거지 우리 미사일 체제가 미국에 편입되는 게 아니다.”
탄도미사일 잡는 미사일 40~150㎞의 고고도에서 요격 가능 <高>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적의 단거리·중거리·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을 하강 단계인 40~150㎞의 고(高)고도에 서 요격하는 미국 육군의 미사일 요격 시스 템이다. 러시아·북한 등이 보유한 스커드 계 열의 전술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
발됐다. 중국·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대응 능력도 있다. 록히드마틴이 주 계약사이며 보잉·에어 로제트·하니웰·BAE시스템 등이 함께 참 여했다. 2008년 5월 첫 실전배치됐다. 한 국에는 고도 40㎞ 이하에서 요격할 수 있 는 주한미군의 PAC-3 미사일과 한국군의 PAC-2가 배치돼 있다. 고고도의 사드가 들어오면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24기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한 1개 포대 배치에는 약 1조원 정도가 들어간다. 한국에 배치할 경우 2개 포대 이상이 필요 하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미 국방부에 사드의 한국 배치를 요청했지만 미 정부는 아직 공 식 결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척 헤이 글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3일 “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아직 어떤 결론도 내려진 게
없다”면서도 “모든 옵션(선택)을 고려하고 있다”는 미묘한 발언을 했다. 공론화하지는 않지만 적극 검토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발언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 작권) 환수를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 기로 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나온 것이다. SCM에서 사드 문제가 거론 됐는지는 명확지 않다. 미국이 우리 정부
에 공식 협의 요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 러 경로로 의향을 타진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아직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한·미 간에 공식 협의가 없었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이 아직 최 종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나서기 어렵 다는 것이다. 아직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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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한반도와 사드 배치 신중론
사드 배치는 국제 이슈, 미중러 타협 유도가 우선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지난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 관이 한국 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에 서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도입을 요청했다”고 밝히면 서 사드 문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 다. 사드 도입이 이처럼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지난 3월 동해상으로 발사 각도를 높여 노동미사일 두 발을 시험 발사 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동안 우리의 입장은 사드가 비용 대비 효용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한국형 미사일방 어체계(KAMD) 구축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이 실험에 성공했을 경우 노동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소형 핵무기를 탑재 할 경우 핵 공격도 가능해진다는 우려를 불 러일으킨 것이다. 한국이 2022년까지 구축하기로 한 KAMD 는 30~40㎞ 정도의 저고도에서 미사일을 요 격하는 하층 방어체계다. 이 체계의 단점은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이 음속 의 5~8배로 낙하하기 때문에 저고도에서 요 격할 시간이 수초밖에 되지 않아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사정거리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선 “사드가 40~150㎞ 고도에서 미사일 을 요격할 수 있어 우리 방어망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과 “사드 배치가 중국과 러시 아를 자극해 궁극적으로 우리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국, X밴드 레이더 한국 설치에 민감 중국 외교부는 2013년 9월 사드의 일부인 X 밴드 레이더가 일본에 설치되자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북한 핵 방어와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일방적으로 미 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거나 집단협력을 펼 치는 것은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리하 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사드 미사일 자체가 아니라 이에 포함된 ‘AN/TPY-2 지 상배치 X밴드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탐지 거리가 1000~180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 다. 서해안에 배치될 경우 중국의 핵심 군사 시설이 있는 상하이(上海)·톈진(天津)·다롄 (大連)은 물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나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를 초기 단계에서 탐지할 수 있다. 대만 문제
발생 시 미국의 항모 접근을 저지할 수 있는 중국의 미사일 공격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 는 역량을 배가시켜주는 것이다. 실제 미국 이 X밴드 레이더의 백령도 배치를 우리 정부 에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중국 측의 반발 을 우려해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의 방한 직전인 지난 5월 “한반도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 안정과 전 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 관 영 신화통신은 “한국이 역내에서 중국의 반 대를 무시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네 트워크에 유혹돼 넘어간다면 가장 빠르게 발 전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
한반도 사드 방어체계 개념도
5 40~150㎞ 고도에서 요격 1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
2 추적레이더가 북한 미사일 추적해 데이터 전송
편입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독립된 사안이 아니다. 사실 북핵 문제로 기인했다기보다 더 광범위한 전략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 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러 간에 전략적 타 협이 필요한 사안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당 사국들에 충분히 협상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는 이미 한국의 문제를 넘어 역내 주요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 속에서 논 의돼야 할 사안이 됐다. 이를 한국이 나서서 정리할 필요는 없다. 주요 강대국들 간 절충 과 타협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안 보이익이 반영되는 타협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통합사격통제시스템에서 요격 미사일 발사 명령 6 사드의 요격 실패 시 패트리엇
강대국 게임에 피해 안 입으려면
미사일(PAC-2, PAC-3)로 고도
4 요격용 사드 미사일 발사
10~40㎞에서 다시 요격
대북관계 등 안보환경 개선 필요 국제정치 역학 구도 고려해야 친미·반미 구도로 몰아가면 안 돼
사드(THAAD) 미사일 보호덮개
탄두
결합장치
추진체(둘레 3.4)
플레어
2.33
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중국 군부도 “한· 중 관계가 훼손될 수 있으며 선제 핵 타격 대 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가 한·중 관계에서 레드 라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특성상 사드가 한국 방 위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지만 미국엔 전 략적 가치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유사시 그 운용에 있어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 로 평가한다. 따라서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 의 대한국 정책의 전환점이 될 개연성이 크 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사드를 북한 핵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지 않 는다”며 “사드 체계는 운용하는 범위가 굉장 히 넓어 한반도를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중 국을 겨냥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중국의 고위 관리가 국내에서 사드 배치에 공개적으 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의 잇단 경고성 발언들은 시진핑 시기 ‘중국 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과는 정상
6.17 1.95
사거리 200㎞ 둘레 0.37
종류 탄도요격미사일
고도 40~150㎞ 발사중량 900kg 속도 마하 8.2
제작국 미국
목표물 추적장치 항공전자장비 배터리
적인 국가 관계로 전환한다’는 기존 입장에 서 북한과 함께 한국을 견제하는 쪽으로 바 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중러 공동전선 땐 한국 입장 곤란 또 중국이 한국의 X밴드 레이더의 운용으로 인해 자신의 핵심 이익을 침해받을 수 있다 는 판단하에 이를 전략무기의 첫 타격 대상 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사드는 본래 유럽에 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배치되기 시작한 체계여서 러시아는 이에 더욱 민감하다. 러시 아가 중국의 정책 변화에 발을 맞출 경우 한 국에는 막대한 외교·안보·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내 사드 배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좁은 의미의 안보 논리에서 본다면 사드
배치는 무기력한 한국의 대북 핵미사일 방어 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인식될 수 있 다. 하지만 그 효용성에서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사드는 한 포대당 최대 24발의 미사일 을 요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1000여 기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전면전이 벌어진다 면 몇 개의 사드 포대 배치가 효과적으로 미 사일을 방어하기는 힘들 것이다. 한국 정부나 미국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 고 한국 내 사드 배치는 미국의 전 지구적인 미사일 방어망 체계 구축의 일부가 될 수 있 기 때문에 이를 강력히 추진할 동기를 지닌 다. 미국 입장에서 사드는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요구, 주한미군이나 태평양 사령부의 조직 이익, 아태 지역에서의 전략적 주도권 유지, 대중·러 방어망에 한국
미, 한국에 상당한 비용 부담 요구할 듯 재정적자가 막대한 상황에서 미국이 긴박성 이 떨어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 한미군을 방어하기 위해 당장 사드를 배치하 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한국 측에 상당한 재 정적 부담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여부의 또 다른 핵심은 한국 이 얼마나 비용을 부담하느냐다. 우리가 만 약 사드를 어떤 형태로든 도입하기로 결정한 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력에 의한 적극적인 대북 흡수통일 전략 을 우리가 채택하지 않는다면 사드는 일단 급 박성이나 우리의 안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 하는 시점은 정권의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결심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 다. 강대국 게임에 희생되지 않고 밑 빠진 독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 관계 개 선 등을 통해 안보환경 자체를 바꾸는 노력 이 더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공격 용 무기체계를 더 보강하는 게 낫다. 우리의 방어 무기체계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더 합당 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을 위해서도 사드 도입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더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다. 사드 배치 여부는 일부 조직의 이익이나 편 협한 사고 속에서 긴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 니다.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사안 의 긴박성, 우리의 국익에 대한 영향력 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사드에 대한 찬반 견 해를 친미·반미 구도 또는 사대주의 소산으 로 몰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국익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논란 뜨거운 사드 배치 실효성
사드로 북핵 노동미사일 방어 vs 명중률 90%는 근거 부족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사드 공방이 뜨겁다. 특히 한반도에서 사드 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공방의 핵심 중 하 나다.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무기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측은 우 선 사드의 요격 성공률에 의문을 표시한다. 미사일 1발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통상 사드 2 발을 발사하는데 사드 1발의 요격 성공률은 70%대로 알려져 있다. 2발을 발사할 경우 성 공률은 90%대로 올라간다. 하지만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명중률 90%대는 제조 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주장일 뿐”이라며 “사 드는 1994년 시작해 24년째 개발 중인 무기 로 아직 그 능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 았다”고 말했다. 또 “특히 지금까지 실시한
북 미사일 발사각 조정 땐 손 못 써 미사일 재설계 안 하면 공격 못해 국내 안보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미사일 방어, 군시설 집중도 문제
14차례의 성능실험도 모두 공중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지상발사 미사 일에 대해서는 실험한 적이 없어 성능을 확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만약 한국에 대해 핵공 격을 할 경우 현재로선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최대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이 가장 적 합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사거리 300~800㎞)에 실을 정도의 핵 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긴 어렵 고, 대포동미사일은 사거리가 1500㎞ 이상이 어서 근접지역 공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편집장은 “북한이 노동미사일로 한국 을 공격할 경우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각 도를 정상보다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기저항 변화 등을 감안해 미사일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북한이 몇 차례 기존 미
사일 발사각을 높여 실험한 것을 두고 똑같 은 전술로 한국을 공격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드 배치 지지파들의 주장은 북한 스커드미사일의 경우 발사각도를 조정 하면 고도 40~160㎞, 사거리 600㎞ 안팎으로 줄일 수 있어 근거리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 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 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이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한국 방어용이지 일본이나 괌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북한 의 핵미사일이 일본이나 괌을 목표로 할 경 우 우리 상공을 지날 때는 이미 고도가 700 ㎞ 이상으로 사드로 방어할 수 있는 범위(고 도 40~150㎞)를 벗어나기 때문에 요격 자체 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지파들은 또 현재 우리 미사일 방어시
스템은 군기지 등 주요 시설 방어에만 집중 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은 북한 미사 일 공격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강조한다. 사드는 사거리가 200㎞에 달하기 때문에 평 택 미군기지에 배치될 경우 수도권과 중부지 역 2500만 명이 이 보호막 안에 들어갈 수 있 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현재 우리의 미사일 방어 범위는 40㎞ 이하 저고도에 국한되기 에 미국이 미군 병력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사 드의 한반도 배치를 원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이는 우리 방어망의 구멍을 메우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중립적인 전문가들은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의 공격 능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데다 사드의 방어 능력 도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여서 논란이 지 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8 Focus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라인·텐센트서 1300억원 투자받은 네시삼십삼분 권준모 의장
성공만 했다고? 수없이 실패했다 게임과 심리학은 상통 걱정처럼 인류는 바보로 전락하지 않았다. 게 임이라는 참여 엔터테인먼트도 좋든 싫든 미 래 주력 산업이다. 게임이 인지 발달을 돕고, 전략적 사고를 증가시키고, 치매 예방에 도움 이 되며, 사회의 민주화 정도를 높인다는 연 구 결과도 있다. 이런 얘기들을 모두 무시하고 비난하는 것은 고정된 채널로 세상을 보기 때 문이다. 채널을 한 칸만 돌리면 전혀 다른 세 상이 펼쳐지는데 매일 보는 채널만 틀어놓는 것이다. 세계에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가 몇 안 된다. 한국인이 만든 게임 속에 한국 문화 가 다양하게 표현돼 있다. 게임은 가장 큰 문 화 수출품이다. 고정된 채널, 과거의 채널로 세상을 보니까 게임을 백안시한다.” -중독성은 지나친 걱정이고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얘기인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시대는 좌뇌(左腦) 의 시대였다. 이성과 논리의 시대였다. 대한 민국이 이 영역에서 빨리 따라가 산업화를 이 룰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는 우뇌 에 달려 있다. 감성의 영역이다. 1800년대 말 파리시민 대다수가 미술과 전시를 보러 다녔 다. 그들의 패션과 디자인 감각을 우리가 어떻 게 쫓아가겠나. 이제 우리 어린이들을 음악회 나 미술관에 데려가고 다양한 디자인을 접하 게 하는 쪽으로, 다시 말해 우뇌를 키우는 쪽 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 미래 는 창의성에 달려 있다. 게임뿐 아니라 무궁무 진한 창조산업이 우뇌에서 나온다.” -조직원들의 창의성을 어떻게 끌어내나. “내 모토는 ‘직원들을 좀비로 만들지 말 자’다. 회사가 커질수록 직원들의 생각이 멈 춘다. 위에서 명령하고 지시하면 따르는 과정 에서 창의성이 말살된다. 내가 일을 안 할 때 우리 회사는 가장 창의적이 된다. 하명을 받 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아 이디어가 나오고 일을 한다. 창의성이 필요한 회사들이 기존 대기업처럼 관료화되는 모습 을 수도 없이 봤다. 수평적이지 않은 벤처엔 미래가 없다. 우리 회사도 직원이 160명이나 되는데, 나는 가능한 한 지시하지 않는다. 대 신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는지를 구상한다. 회사는 인재가 성장하는 플랫폼 이 돼야 한다.”
박태희기자 adonis55@joongang.co.kr
지난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라인과 텐 센트의 공동 투자 소식에 술렁였다. 두 회사 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이라 는 점과 투자 액수가 1300억원이라는 점, 네 이버 라인과 텐센트 위챗이 모바일 메신저 시 장에서 글로벌 경쟁 관계라는 점 등에서 시 선이 쏠렸다. 무엇보다 화제가 된 건 두 회사 가 손잡고 투자한 곳이 게임 매니어가 아니 면 익숙하지 않은 ‘네시삼십삼분’이라는 이 름의 중소 벤처였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중앙SUNDAY는 네시삼십삼 분의 권준모(50) 의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 남구 삼성동 사옥을 찾았다. 그는 박물관에 나 있을 법한 진공관 앰프가 놓여진 책상에 서 일하고 있었다. 그제야 방금 지나쳐온 1층 입구에 첨단 IT업체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장 난 앤티크 시계, 고색창연한 앤티크 의자가 놓여 있던 게 생각났다. -경쟁 관계인 두 회사가 거액을 함께 투자 한 배경이 궁금하다. “양측에서 올 초부터 관심을 보여왔다. 라 인과 텐센트가 워낙 거구들이다 보니까 기존 주주들과 조정할 일이 많아 시간이 걸렸다. 라인(5억6000만 명)과 위챗(7억 명)의 가입 자를 합하면 13억 명에 달한다. 위챗은 주로 중국,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에서 강세여서 공동 비즈니스를 하면 서로 도움이 될 것으 로 판단했다고 본다. 이번 투자는 IT산업에 서 플랫폼만큼 콘텐트가 중요해졌다는 의미 를 지닌다. 백화점을 잘 지어놓아도 좋은 상 품이 입점하지 않으면 망하지 않나.” -게임산업이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 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은데. “인류 역사에 BC와 AD가 있는 것처럼 산 업 역사는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 시대로 양 분된다. 앱으로 음식을 배달시키고 백화점 쇼핑을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상품도 엔터 테인먼트도 스마트폰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 다. 40~50대 주부들이 애니팡 같은 게임에 열 광할 줄 누가 알았나. 모바일 게임에 아직 진 출할 영역이 많다. 게임뿐 아니라 영화·드라 마 같은 엔터테인먼트 상품들도 스마트폰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다. 우리도 게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 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제자들 창업 돕다 벤처사업가로 변신 권 의장은 게임 업계에서 ‘실패하지 않는 연쇄 창업자’로 유명하다. 경희대에서 심리학을 가 르치다 교내 창업 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나 간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학생들의 창업을 돕다가 아예 벤처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성공이 불확실한 게임업에 뛰어들기 위 해 교수직을 버린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원래 게임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 오락실 에서 살았다. 대학원 시절에 온라인 게임에 빠 져서 한 한기 시험을 망친 적도 있다. 게임 매 니어로 알려지면서 문화부에서 자문 등 여러 일을 맡겨 왔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벤처붐 이 일면서 교내 창업 경연대회가 열렸는데 심 사위원을 맡았다. 여기 참가했던 학생들의 창 업을 도와주다 동업자가 됐다. PC방에 모여 서 컵라면을 먹어가며 토론할 정도로 학생들 의 창업 열기가 뜨거웠는데, 동아리방조차 없 었다. 교내 창업보육센터에 이 친구들 일할 곳 을 만들어 주려 했더니 법인을 설립하라고 하 더라. 학생들이 돈이 없으니 내가 빚 5000만원 을 내 법인을 설립해 주고 지분 일부를 갖게 됐 다. 이들과 ‘대두신권’이라는 액션 게임을 만 들어 SK텔레콤에 출시했다. 첫 달에 370만원 을 벌었다. 학생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며 자축 하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제자들과 엔텔리전트라는 회사를 차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네시삼십삼분 사옥에서 권준모 의장이 회사명이 새겨진 조형물에 기댄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 지시하는 순간 직원 창의성 저하 사장은 직원의 성장을 생각해야 회사 이름? 그걸 꼭 설명해야 하나 뭘 규정하는 게 산업화 시대 마인드 해석을 열어놔야 발전하는 법
린 지 3년 만인 2004년 ‘삼국지 무한대전’ ‘삼 국지 천하통일’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해 소위 대박을 쳤다. 이후 회사를 넥슨에 매각 한 뒤엔 넥슨모바일 대표를 맡아 ‘모바일 메 이플 스토리’로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넥슨 대표 시절엔 회사를 연 매출 5000억원대로 키 웠다. 이후 2009년 6월 엔텔리전트를 창업했 던 제자들과 ‘433(네시삼십삼분을 그는 그렇 게 줄여 부른다)’을 창업한 뒤 ‘수호지’ ‘활’ ‘블레이드’ 등 히트작을 잇따라 출시했다. 게임 개발 때 심리학 모든 요소 반영 -심리학이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되는가. “드라마·영화가 구경꾼 엔터테인먼트라면 게임은 참여 엔터테인먼트다. 직접 들어가서 플레이해야 한다. 나는 심리학 중에서도 동 기 심리학을 전공했다. 게임은 동기적 요소 가 중요하다. 게임을 만드는 일은 모티베이션 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첫 번째 히트작 ‘활’ 을 예로 들면 일대일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승리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게 했다. ‘날 이기 려면 백 년도 멀었다’ 이런 말을 남기면 듣는 이에게도 재미 요소가 배가된다. 게임 제작 때 경쟁심리, 협동심리, 보상심리, 과시욕구 등을 고려해 반영한다. 심리학은 게임과 아 주 잘 어울리는 학문이다. 실제 우리 회사에 석사 출신을 포함해 심리학 전공자가 많다.” -창업에 늘 성공하는 비결은 뭔가.
[사진 네시삼십삼분]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수도 없이 실패 했다. 중요한 건 성공과 실패라는 말에 빠져 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으면 실패가 없어진다. 많이 넘어질수록 넘 어지지 않는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 다. 성공보다 실패에서 훨씬 많이 배우고, 실 패가 쌓여야 성공이 된다. 다만 성공하는 사 람들에게선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업의 본 질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에 음식점 이 수도 없이 많지만 줄 서서 먹는 곳은 많지 않다. 줄 서서 먹는 곳은 인테리어나 위치 때 문이 아니다. 맛이다. 음식업의 본질이 맛이 기 때문이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다. 지극히 당연한 말 같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내 면 성공할 수 있다.” 그는 넥슨 대표 재임 중 한국게임산업협회 장도 맡았다. 학생을 가르치던 사람으로서, 두 아이의 아빠로서, 그러면서 게임을 만들 어내는 사람으로서 게임의 폐해에 대한 생각 이 궁금해졌다. -게임이 아이들을 망친다는 지적이 많다.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는 정신적 샤워에 있 다. 스트레스, 돈 문제, 인간 관계 때문에 머리 가 복잡할 때 영화를 한 편 보면 맑아지는 것 과 같다. 1970년대 TV는 인류의 적처럼 여겨 졌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커버스토리로 다룰 정도였다. 지금 TV가 대세가 됐지만 타임의
명사의 시대 지났고 이젠 동사의 시대 인터뷰를 마치면서 새삼 회사 이름의 연원, 진공관 앰프, 앤티크 시계와 의자가 한꺼번 에 떠올랐다. 그는 매우 길게 이렇게 답했다. “진공관 앰프는 소리가 부드러워서 음악 들을 때 쓰려고 구했다. 회사 이름과 시계, 의 자는…(그는 여기서 잠시 말을 끊었다) 그 걸 꼭 설명해야 하나. 그런 의문을 갖는 것과 그걸 언어로 설명해야 하는 게 산업화 시대 의 마인드다. 규정하고 설명하면 한정된다. 나는 똑 부러지게 규정하는 명사형이 아니 라 해석의 여지가 많은 동사형 사람이 다수 인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433은 폰트가 예쁘 고, 어감이 재미있고, 느낌이 좋고, 뭐 어떻게 든 해석할 수 있다. 시계·의자도 그냥 느낌이 좋다. 이렇게 해석이 열려 있는 구조라야 재 미있고 발전의 여지가 있다. 명사형 세상에 서 명사형 선생들이 명사형 교육을 하니, 이 름 붙이고 스펙 쌓는 세상이 된 거다. 정답을 적어내고 채점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그런 교육 속에서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친구들은 정답이 똑 떨어지는 공무원시험이나 사법시 험에 몰린다. 미래 세상은 동사형 사람이라 야 성공한다. 동사형 인간이라야 살아 있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우뇌를 앞세워 창조경제 를 만들어낸다.” 권준모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 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에서 10년간 심 리학 교수를 한 뒤 엔텔리전트 대표, 넥슨모바일 대표, 넥슨 대표와 게임산업협회 3기 회장을 지냈다.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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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꼬이고 꼬인 대한민국 교육복지
공짜 밥보육 다툴 시간에 아이들 복지의 질 고민해야 었지만 유치원비를 국가에서 대부분 지원 해준다고 했고, 에네스 카야(30·터키)는 도시락을 싸서 다닌 기억이 있다고 말했 다. 대부분 국가의 보육 및 급식 지원에 대 해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동현·유재연 기자 offramp@joongang.co.kr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이른바 ‘무상(無償)’ 교육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육복지는 논쟁거리의 대상이다. 아무리 잘사는 나라라 해도 재원 과 예산의 한계가 있는 탓이다. 하지만 논쟁 의 초점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다. 진보가 선점한 이슈(무상급식)인지, 보수가 밀어붙 이는 이슈(무상보육)인지를 놓고 다투는 경 우는 거의 없다. 아동·가족복지 차원에서 종 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럽과 미국 등 교 육복지에 대해 오랜 사회적 논쟁을 벌인 나 라들의 전통이다. 중앙SUNDAY는 먼저 JTBC ‘비정상회 담’의 출연진에게 과거 보육과 급식에 대한 경험을 물어봤다. 세금을 많이 내고 실질소 득이 적은 유럽 국가 국민은 국가의 보조로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많았다. “저렴한 비용으로 유치원에 다닐 수 있었 어요. 어릴 땐 1~4시간 머무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더 오래 머물 수도 있어요.”
설문조사 문항 1 초등학생 때 급식을 먹었나요? 2 (급식을 먹었다면) 급식 비용 부담은 누가 했나요?(※일부 응답자들은 부모들에게 물어 답변) 3 (급식을 먹었다면) 급식은 맛있었나요?
종합적 교육복지 고민하는 미영 교육복지의 전통이 긴 나라에선 아이들에 게 공짜 밥을 먹일지 공짜로 돌봐줄지를 놓 고 아웅다웅하는 경우는 없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자녀 를 둔 부모의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급식과 관련해선 미국의 ‘학교급식프 로그램’(NSLP·National School Lunch Program)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무상급
4 (급식을 먹었다면) 주로 나오는 메뉴는 무엇이었나요? 5 3~5살에 주로 어디에서 생활했나요? 6 (유치원에 갔다면) 비용은 누가 냈나요? 7 (유치원에 갔다면) 주로 몇 시간이나 머물 수 있었나요?
다니엘 린데만(독일) 1 초등학교 땐 4교시까지만 해서 간식만 싸가지고 다녔어요. 5 주로 유치원에서 생활했습니다. 6 비용은 어머니가 냈지만 비싸지 않았어요. 7 1~4시간 있었는데 요즘은 더 오래 머물 수도 있어요.
줄리안 퀸타르트(벨기에) 1 급식은 안 먹었습니다. 5 유치원에 가기도 했지만 주로 집에 있었고요.
JTBC 비정상회담 출연 외국인들 독일, 市에 따라 3세부터 무상보육 다니엘 린데만(30·독일)은 어린 시절 주로 유 치원에 있었다고 했다. 학비는 성당 유치원에 다녔기 때문에 성당과 정부, 부모가 나눠 부 담했다. 독일에서는 시(stadt)에 따라 만 3세 이 상 아동에 대해 무상보육을 시행하는 경우 도 많다. 국내 기업을 비롯해 많은 회사가 몰려 있는 에슈본(Eschiborn)시의 경우 세수가 좋아 유치원은 무료로 다닐 수 있다 고 했다. 돈을 내야 하는 지역도 한 달에 50 유로(약 7만원) 안팎만 내면 아이를 유치 원에 맡길 수 있다. 한국은 지역에 따라 다 르지만 만 4세 아동이 어린이집을 다니면 국가지원금 22만원을 제외한 특별활동비 1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독일 초등학교의 경우 급식을 먹을 일이 없 다고 했다. 대부분 오전 수업만 하고 끝나기 때문이다. 린데만은 “수업을 마치고 어머니 직장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 지 금도 많은 부모가 낮 12시에 아이를 데리러 간다. 부모 모두 직장 때문에 아이를 오후 5시 까지 학교에 맡겨야 할 경우 점심값은 한 끼 에 2~4유로(2800~5400원), 한 달에 70유로(9 만5000원)를 낸다. 메뉴로는 주로 스파게티 와 너깃·감자칩 등이 나온다. 로빈 데이아나(24·프랑스)도 어린 시절 학교에서 급식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 했다. 부모님과 국가가 적정 비율만큼 돈을 나눠 냈고(프랑스는 소득에 따라 8 단계로 구분해 급식비 부담) 보통 고기와 야채가 나왔다고 기억했다. 매주 금요일엔 영양 비율에 맞게 구운 생선이 나왔다고 말했다. “맛은 별로 없었다”고 기억했다. 줄리안 퀸타르트(27·벨기에)는 급식은 없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저소득층 자녀에 대해서는 2세부 터 무상보육과 각종 지원을 하기로 했다. 소 득보조금을 지원하고 연 소득 1만6190파운 드(약 2790만원) 미만 가정은 각종 소득공제 도 받을 수 있다.
비정상회담국의 급식과 보육은?
급식보육 국가 지원 자연스러워
6 부모님이 유치원비를 내긴 하지만 국가에서 지원해줘 매우 저렴합니다. 7 5~8시간 정도 있을 수 있었어요.
미국 급식, 균형식단 차원서 접근 영국 보육은 교육권 측면서 지원
로빈 데이아나(프랑스) 1 급식을 먹었습니다. 2 부모님과 국가가 나눠 냈어요. 3 맛은 없었죠. 4 보통 고기랑 다양한 야채가 나왔고 매주 금요일엔 구운 생선이 나왔어요. 5 주로 집에 있었습니다.
식률이 50%에 미치지 않는 나라다. 하지만 소득에 따라, 지역 경제 수준에 따라 큰 부담 없이 질 좋은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NSLP는 미국 농무부(USDA) 소관이다. 1946년 국가급식법이 제정됐을 때만 해도 아 동결식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 지만 지금의 관심사는 균형 잡힌 식단이다. 저소득층 아동들이 정크푸드를 과도하게 섭 취해 비만해지거나 영양 불균형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농무부는 NSLP의 정책목표에 대해 “아 동의 성장과 균형 잡힌 식단 제공, 효율적인 교육시스템 마련을 위한 지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짜 밥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가 아니 라 미래의 자원인 아동들을 어떻게 하면 건 강하게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일정 소득 이하의 아동들에겐 무료, 저소득층 아동들은 최소 비용(40센트)에 급식을 제공한다. 소득기준 을 넘는 가정 아동들은 한 끼에 2.98달러의 비용을 낸다. 무상급식 대상자들은 다른 사 회보장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된 정보로 선정 되기 때문에 별도의 신청 절차가 없다. 이른 바 ‘낙인효과’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커뮤니티자격옵션(Community
에네스 카야(터키) 1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어요. 비용도 집에서 낸 셈이죠. 5 집에서 보냈고 유치원에는 안 갔습니다.
Eligibility Option) 프로그램을 연방정부 가 지원해 학군 내 무상급식 대상자 비율이 40%를 넘으면 전체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 농무부는 “직접 조사나 서류 업무를 통한 행정비용을 아낄 수 있고 더 많 은 학교와 학생들을 급식프로그램에 참여시 키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보육제도와 관련해선 영국이 지난 9월부 터 시행에 들어간 ‘입학 전 무상 교육 및 보 육’(Free Early Education & Childcare) 프 로그램이 관심을 끈다. 이 제도는 3~5세 유 아에게 연간 570시간(주 15시간씩 38주)의 무상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주목할 것은 역시 정책목표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지난 8월 무상보육 제도를 시 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권을 박탈당해선 안 된다. 저소득층 자 녀의 입학 전 교육은 모든 학생이 더 좋은 교 육을 받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제도의 초점은 유아를 ‘맡아주는 것’에 맞 춰진 게 아니라 입학 전에 균등한 교육을 받 아 학교교육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데 맞춰 져 있다. 영국 교육부도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학 교 입학 전 교육에서 뒤처진 저소득층 아동 과 일반 아동이 한 학급에서 공부할 경우 이 격차 때문에 학생과 교사가 모두 어려움을
종합적인 아동·가족복지 고민하는 선진국 미국의 학교급식 프로그램 (NSLP·National School Lunch Program)
OECD 주요국의 아동가족복지 지출 (단위:%, GDP 대비 2009년 기준)
영국의 새로운 유아보육제도 (Free Early Education & Childcare·올 9월 시행) 3.85
농무성(USDA) 아동의 성장과 균형 잡힌 식단 제공, 효율적인 교육시스템 마련을 위한 지원이 NSLP의 주된 목적
“정쟁에서 분리해 치밀한 미래 설계해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교육복지 논쟁이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말한다. 2010년 진보 교육감들이 ‘무상급식’ 이슈 를 들고 나온 이후 보혁 양측이 진영논리 에 함몰돼 정쟁(政爭)만 벌이는 통에 논쟁 의 장 자체가 만들어지지 못했단 지적이 다. 길게는 100년 넘게 교육복지와 관련해 사회적 논쟁을 해 온 선진국처럼 종합적 관 점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의 우선순위를 고 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황선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복지 논쟁은 대중영합주의 에 바탕해 급조된 정책만 넘쳐났다”며 “지난 수년 동안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국가와 지 방자치단체, 사회의 기능과 역할, 교육복지의 우선순위와 재원 마련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 세대 이상 내다봐야 할 교육 복지 이슈를 다루려면 국가 재정 규모가 어 떻게 변화할지, 가정과 노동, 출산 등 사회 종 합적 정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며 “정쟁이나 이데올로기 문 제는 배제하고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짜듯 면밀한 분석 과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투자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 구본부장은 “교육복지 문제는 자녀를 둔 여 성 노동력에 대한 관점, 보육 받는 아동의 관 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단순히 보육이나 급식 한 측면에서 볼 게 아 니라 종합적인 아동·가족복지라는 측면에서 한 사회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비전을 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가 족복지 평균지출 비중이 2%대 중반인 데 반 해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1%에 도달한 정 도”라며 “수십 년간 교육복지를 고민한 나 라들은 여성의 일-가정 양립정책이나 보건 지원, 보육인프라 구축 등 간접지원과 주거· 아동수당 지급 같은 직접지원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균형 발전을 이뤄왔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 비해 100년 뒤진 우리나라의 교 육복지 시스템을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가. 정 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우리나라의 미래는 또 100년을 뒤처질 수 있다는 게 전문 가들의 우려다.
닉 클레그 부총리 입학하기도 전에 경제적 이유로 교육권을 박탈당해선 안 돼. 저소득층 자녀의 입학 전 교육은 모든 학교와 학생이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한 조건
- 연간 예산 116억 달러(약 12조7500억원)
- 3~5세 모든 유아에게 연간 570시간(주 15시간 38주) 무상보육
- 3100만 명의 초·중·고학생에게 무료 혹은 최소 가격(한 끼에 40센트) 점심 제공
- 저소득층 2세 유아 무상보육 및 지원 : 연 소득 1만6190파운드(약 2790만원) 이하 가정 소득공제
영국
34개국 중 32위
3.7 스웨덴
3.2
2.1
프랑스
독일
0.8
0.7
한국
미국
OECD 주요국 1인당 아동가족복지 지출액
1400
스웨덴
1100~1300 영국프랑스
(단위:달러)
817.1
219
OECD 평균
한국
Focus 11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우산혁명 보는 눈 다른 중국홍콩대만
대만, 홍콩식 일국양제에 불안감 양안 연방제 고개 <兩岸>
최익재 기자·왕웨이(王薇) 글로벌 인턴기자 ijchoi@joongang.co.kr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홍콩 시민들의 ‘센트 럴 점거’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 위대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결 정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명보(明報) 등 현 지 언론들은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 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의 앨릭스 차우 비서장 등 학생대표들이 베이징 방문을 추진했다”며 “하지만 이들은 공항에서 출국 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전인대의 행정장관 선거안은 1200명 규모의 후보 추천위원 중 절 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게만 홍 콩 행정장관 선거에 입후보할 자격을 부여했 다. 홍콩 시민들은 “사실상 중국 정부가 후보 를 지명하는 것과 다름없는 ‘가짜 민주주의’” 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위대는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입법회 (국회 격)가 선거안을 표결에 부치는 내년 6월 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시위 사태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지난달 공산당 중앙위 4 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일국양제(一 國兩制)’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만과 홍콩의 시각은 사 뭇 다르다. 중화권에선 이 세 국가·지역을 양 안삼지(兩岸三地)라고 부른다. 일국양제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관심 포인트도 제각 각이다. 이미 중국에 이양된 홍콩엔 ‘양제’ 가 핵심이다. 홍콩 시민들의 관심사는 ‘본토 와 다른 체제 속에서 얼마나 민주주의를 누 릴 수 있느냐’다. 주권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 은 현재 ‘일국’과 ‘양제’ 모두에 위협을 느끼 고 있다. 이번 홍콩 사태를 보면서 베이징 정 부가 추구하는 일국양제에 대한 의구심이 증 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 티베트신장 문제와 달라 홍콩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서구식 보통선거 다. 1997년 중국과 영국은 50년간 양제를 유 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홍콩 사태를 어떻 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양제가 유지되는 2047 년까지, 나아가 그 이후 홍콩의 모습은 결정 될 것이다. 이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최대한 서구 민주주의 틀을 갖추려 한다. 중앙정부 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일부 홍 콩 정치학자가 대만식 민주주의에서 그 해법 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센트럴 점거 사태에 대한 중국인들 의 일반적인 시각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
홍콩 시위 사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 정부는 “도심 점거시위는 불법이다. 점거를 풀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2017년 행정장관 선거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경우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12일 홍콩 시위대의 텐트들이 중심가인 센트럴을 점거하고 있는 모습.
베이징선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 중국식 민주주의를 양제로 인식 서구식 민주 원하는 홍콩과 이견 대만인들 흡수통일 우려해 거부감
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소수민족이 분리독 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티베트나 신장위구르 지역과는 다른 경우라는 것이다. 이는 이번 시위 사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센트럴 점거 운동이 시작됐을 때 홍콩에선 “대만으로 이 민을 가자”는 주장이 제기돼 화제가 됐다. 여 기에는 서구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릴 수 있 는 동시에 중국인이라는 정체성도 잃지 않겠 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량전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중앙정부는 홍콩 정부가 센트 럴 사태를 잘 처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
힌 것도 이런 연유다. 시위대도 일국이라는 원칙을 무시하지 않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 온 발언이다. 베이징 정부는 시간을 갖고 시 위대와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는 입장이다. 한국 대진대 진카이(金凱·국제관계학) 교 수는 “홍콩 문제를 평화적으로, 그리고 발 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식 민주주의 실험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다. 중국 당국 도 세심한 접근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진단 했다. 일국양제의 최종 목표는 대만과의 평화적 통합이다. 대만에선 지난 3월 주목할 만한 사 건이 발생했다.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였다. 대만 정부와 의회가 일방적으로 중국과의 서 비스무역협정을 추진하고 비준안을 통과시 킨 것에 대한 반발이다. 시위대는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이 발효되면 대만 경제의 중 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심지어 종 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대만은 국내 총생산(GDP)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 다. 당시 반정부 시위를 ‘해바라기운동’이라 고 불렀다. 슬로건은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었다. 홍콩이 중국에 종속되는 과정 이 중국의 대만 통합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는 의미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은 대부분 검 은 옷을 입고 손에 해바라기를 들었다. 검은 옷은 밀실협상을 의미하고 해바라기는 희망 을 상징했다. 대만 정부가 밀실협상을 통해
무역협정을 맺었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는 것 이다. 이는 중국과 협력 강화를 추진해온 마 잉주(馬英九) 총통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시위가 절정에 달한 3월 30일에는 50만 명이 모였다.
佛 하원, 팔레스타인 승인 여부 28일 표결
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가결될 경우 국민 이 선출한 대표들이 이를 결정한 것인 만큼 프랑스가 실질적으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 도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을 12월 표결에 부 칠 예정이다. 현재 일부 유럽연합(EU) 회원 국은 이-팔 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팔레 스타인 국가 승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잉주 총통 3-NO 정책 다시 강조 하지만 친중파로 알려진 마 총통의 지난달 10 일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30년 전 중 국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람이 먼저 부 자가 됐듯이 중국이 홍콩에 먼저 민주주의 길을 열어 줘야 한다”며 “중국이 민주주의 개혁의 길로 이동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시위에 대한 지 지 표명이자 중국이 추진하는 일국양제에 대 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또 대만이 추구하 는 민주주의 원칙과 대만의 독자적 존재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 이 중국의 포용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마 총 통은 홍콩 사태가 발생하자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3-NO’ 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통일도 없고 독립도 없고 군사력 사용도 없 다”는 것이다. 지금 대만은 홍콩 시위 사태를 지켜보면서 “오늘의 홍콩 모습이 내일의 대만이냐, 오늘 의 대만 모습이 내일의 홍콩이냐”를 놓고 고
[로이터=뉴스1]
심하고 있다. 대만 국립중싱대 차이둥제(蔡 東杰·국제관계학) 교수는 “대륙과 통일을 주 장하는 대만 학자들조차 통일을 해도 일국 양제가 아닌 연방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다”고 말했다. 일국양제나 중국식 ‘흡수통일’에 거부감 을 느끼는 대만인들은 이른바 ‘일국일제(一 國一制)’를 주장한다. 주권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다. 덩샤오핑이 만든 일국양제에 대한 대만식 대응법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천뤼쉰(沈呂巡) 주미 대만 대표는 지난달22일 “대만은 중국 이 통일을 위해 내세우는 일국양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대만의 핵심 관심은 주권 유 지며 주권이 보장되지 않는 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홍콩 시민들이 민주화와 선거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벌 이고 있으며 중국의 민주화는 아직 요원하 다. 중국·홍콩·대만 등 중국인이 세운 3대 정 치 실체 중 대만이 유일하게 민주주의 목표 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홍콩 시위 사태로 촉발된 일국양제 논란 으로 베이징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 다. 일국양제가 점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 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이 내놓은 “홍 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정간섭이라 고 선을 긋고 있지만 중화권에서 일국양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된다면 중국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금주의 글로벌 핫 이슈
이라크군, 최대 정유시설 위치한 바이지 탈환
프랑스 하원이 팔레스타인을 국가 로 인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28일 표결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결의안에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 정하는 방안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 등을 끝내는 수단으로 삼을 것을 정부에 요 청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결의안 France
최익재 기자
이라크 정부군이 14일 최대 정유 시설이 있는 수도 바그다드 북부 바이지를 반군 이슬람국가(IS)로 부터 탈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국방부 는 “바이지시 남쪽 마을로 도주한 IS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추격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 지는 바그다드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잇는 고속도로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IS 는 지난 8월 모술을 점령하면서 바이지를 함 께 수중에 넣었다. 이라크군의 바이지 탈환 은 지난 여름 IS에 북부와 서부 일대를 빼앗 긴 뒤 미국 등 서방의 공습에 힘입어 본격적 으로 펼친 반격전에서 최대의 승리로 꼽힌 다. 이번 탈환으로 이라크 정부는 석유 밀수 Ir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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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주 수입원인 IS의 자금줄을 죄고 주요 수 송로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한편 IS는 시리 아에서도 밀리고 있다. 터키 접경지인 시리아 코바니에선 계속되는 미군의 공습과 쿠르드 민병대 증원으로 수세에 몰려 있다고 AP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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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긴장 재발 안보리 소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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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에 러시아군이 진 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 지역 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일 BBC 등에 따르면 필립 브리들러브 북대 서양조약기구(나토) 최고군사령관은 “러시아 의 탱크와 포병들이 최근 우크라이나로 이동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서맨사 파워 유엔 Ukra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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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전쟁 재발을 계속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러시아 알렉 산드르 판킨 유엔 주재 부대사는 “우크라이나 를 결코 위협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이지리아 무장세력, 점령지역 확대 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인 보코하람이 14일 북동부 보르노 주 치복 지역을 장악했다. 보코하람 은 지난 4월 여학생 300명을 납치했던 단체다. AP통신 등은 “보코하람이 지난 13일 치복을 공격해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으며 마을이 완 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굿럭 조너선 대통령 은 “나이지리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보코하람을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 최선 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코하람은 지난 5 년간 무장투쟁을 벌여왔으며 그 과정에서 어 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수천 명이 숨졌다. Nig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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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이희호 방북’ 실무 맡은 김성재 전 장관
“이 여사 방북 인도적 차원이지만 김정은과 만남 기대”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이르면 연내에 북한을 방문한다. 이 여사의 방북 절차는 김성재(전 문화관광부 장관·사진)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이 맡아 북 측과 협의하고 있다. 김 원장은 현재 대통령 소속 통일준비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장 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이 여사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방북 의사를 전달한 자리에 배석했고 이 여사를 수행해 북한에 갈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통준위)의 고위직이 처음 방북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 원장을 통해 북측 고위층에 전달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청와대로부터 어 떤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얘기를 전혀 들은 바 없다”며 박 대통령은 비선라인은 쓰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나를 통해 북측에 메 시지를 전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여사가 방북하면 김정은 국방위원 회 제1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며 “방 북은 오로지 인도적 차원인 만큼 정치인들 은 수행단에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노벨 평 화상 수상자와 주요국 정상들을 초청해 세계 평화대회를 개최하고 북한과 다양한 행사를 열어 정상회담의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말 했다. 민간에서 추진 중인 북한 주민용 영어 교재 보급과 북한에 있을 가능성이 있는 영 화 ‘만추’(1966)의 필름 찾기에도 협력할 생 각이라고 덧붙였다. -방북 준비는 어떻게 돼가나. “이 여사는 2003년 DJ 퇴임 직후부터 북한 영·유아들에게 손수 뜨개질해 만든 털모자· 목도리를 비롯해 영양식·영양제를 보내줘왔 다. 최근엔 북한을 직접 찾아 영·유아들을 돕 고 싶어했다.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이 이 여 사를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 이 여사가 이 런 뜻을 밝히자 박 대통령이 ‘아름다운 사랑 의 마음’이라고 화답해 방북이 이뤄진 거다.” -그때 무슨 얘기가 오갔나. “박 대통령은 북한이 남남갈등을 일으키 며 갈짓자 행보를 하는 게 안타깝지만 인내 심과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추진하려 한다 고 했다. 이 여사는 ‘잘하시고 있어 감사하 다. 모자보건 영·유아 사업은 나도 해본 것인 데 아주 좋은 사업이다’며 방북하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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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희호 여사(오른쪽). 이 여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정일 장례 때 ‘언제든 오시라’ 초청 DJ 모셨던 정치인은 동행 안 해 박 대통령 뜻 북에 충분히 알리고 ‘1090 통일운동’도 논의할 것
뜻을 비췄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기회 봐서 다녀오시죠’라고 답하더라.” -박 대통령이 이 여사를 만나게 된 배경은. “지난 8월 18일 김 전 대통령 5주기 행사 직후 청와대에서 ‘이 여사를 초청하고 싶다’ 는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이 여사가 대통령 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 것으로 보나’고 묻 더라. 이에 ‘이 여사는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북한을 직접 찾 아 어린이들을 돕고 싶다’는 얘기를 할 거라 고 답해줬다. 얼마 뒤 만남이 성사됐다.” 맑음 구름 많음 -현재 방북 추진 상황은.구름 조금 “지난 4일 청와대 협의를 거쳐 5일 통일부 에 북한 주민 접촉신고를 해 승인을 받았고 6
일 북한 아태위원회에 방북 의사를 전했다. 위 1차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통일관 그쪽에선 ‘상부에 보고한 뒤 연락하겠다’고 을 밝혔다는데. 했다. 현재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 여사가 방 “그때 내가 마이크를 잡고 ‘북한이 대통령 북하면 김정은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의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이라고 오해하 말 김정일 장례식 때 방북한 이 여사에게 김 고 있다’고 했더니 박 대통령이 ‘흡수통일이 정은이 ‘언제든 오시라’고 얘기한 바 있다.” 아니라 평화통일’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강조 -통준위 관계자로 방북하니 청와대의 메 했다. 박 대통령은 조총련 계열 문세광의 흉 시지를 김정은에게 전하게 되지 않겠나. 탄에 어머니를 잃었음에도 2002년 5월 김정 “청와대에서 그런 얘기를 전혀 들은 바 없 일을 만났다. 극적인 화해를 통해 평화통일 다. 박 대통령은 대북관계에서 비선라인은 의 의지를 비친 것이다. 통준위가 발족하자 쓰지 않겠다고 밝혀 오지 않았나. 나를 통해 마자 자리를 잡고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건 이 북측에 직접 메시지를 전하려 하지는 않을 런 대통령의 진정성이 위원들에게 전해졌기 거다. 다만 박 대통령의 대북관계 개선 의지 때문이다.” 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북측 인사들과 대화하 -내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면서 그런 뜻을 충분히 전달할 생각이다.” “내년은 광복 7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남 -정치인들도 따라가나. 북 정상회담이 추진될 기반을 만들 거다. 우 “이번 방북은 오로지 인도적 차원에서 이 선 내년 8월을 전후해 카터 전 대통령, 아웅 뤄진다. 이 여사의 이런 뜻에 따라 정치인은 산 수지 여사 등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과 주 수행단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요국 정상들을 초청해 대통령 주재로 -박지원 의원 등 DJ 측근들이 ‘서울 세계평화회의’를 개최할 계 수행단에서 빠진다는 얘기인가. 획이다. 대통령이 ‘아주 좋은 아 “그렇다. 방북을 두고 언론에 이디어’라며 적극 추진하라고 했 서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 다. 또 개성공단 근로자 5만3000 하고 누가 따라갈지 같은 문제만 명 중 70%를 차지하는 여성을 대 관심을 둬 안타깝다. 오해를 피하 상으로 영양식 지원과 건강검진을 기 위해 수행단은 실무 직 북한 병원들과 공동으 원들로만 구성될 로 추진한다. 또 영 비 / 천둥 눈 비 / 소나기 등 흐려져 비 눈 또는 비 흐림 흐려짐 흐린 후 것이다.” 어교육 전문가 민갬 -지난 8월 청와 병철씨가 북한 주 김성재 대에서 열린 통준 민을 위해 만든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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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영어 교재를 보급하고 평양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만희 감독의 영화 ‘만추’ 필름을 찾기 위해 추진되는 ‘1090 평화와 통일운동’ 프로젝트가 통준위의 활동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고 협력할 계획도 하고 있다.” -북한이 거부하면 소용없지 않나. “북한이 박 대통령을 믿어야 한다. 박 대통 령이 보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평화통일만 큼은 진정성을 갖고 김정일과 합의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아버지가 합의한 걸 (아들이) 의심하면 안 되지 않겠나. 또 북한은 박 대통 령이 남측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북핵에 반대하는 걸 이해하고 군사적 위협을 자제해 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라도 남 북 고위급 회담에 빨리 응하기 바란다. 우리 정부도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대북전단 살포 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열린 통준위 2 차 회의에서 5·24 조치 해제를 언급했다는 데 발언의 정확한 맥락이 뭔가. “1차 회의 때는 야당 몫으로 참석한 새정 치연합 우윤근(현 원내대표) 의원이 5·24조 치 해제를 요구하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그런 문제는 거론 말라’고 쏘아붙이고 우 의 원이 ‘그럼 뭐하러 나를 불렀나’고 항의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박 대통령도 아무 말 을 안 했다. 그런데 2차 회의에선 박 대통령이 안개 눈후 갬 비 후 갬같이 풀어갈 ‘5·24는 남북이 문제’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정부의 대북 교류 의지에 상당 한 진전이 기본 사이즈이뤄진 것 아니겠나.”
부고
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음력 2014년 9월 24일(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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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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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Focus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빚으로 지은 집 공동 저자 아티프 미안 교수
가계부채 걱정, 은행도 고통 나누는 담보대출로 풀어라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중요한 공헌.”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파 이낸셜타임스(FT) 서평에서 쓴 표현이다. 서 머스는 경제학자로서, 경제정책가로서 자신 감을 넘어 오만하다는 말까지 듣는 인물이 다. 이런 그가 서평을 썼다는 점도 놀라운데, “그들의 연구 결과가 금융위기를 더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한 중요한 공헌”이라고 상찬까 지 했다. 누구일까. 바로 아티프 미안(사진) 프린스 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빚으로 지은 집 (House of Debt)(작은 사진)의 지은이들이 다. 그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뽑은 ‘차 세대 경제학자들’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 사 람의 화두는 가계부채였다. 한국 경제의 최 대 리스크다. 스위스 출장 중인 미안 교수에 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한 이유다. -많은 연구자가 빚이 경제 전반에 어떤 충 격을 주는지는 많이 밝혀내지 않았는가. 대 공황 시기의 어빙 피셔부터 말이다. “맞다. 피셔의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피셔의 부채 디플레이션은 빚을 갚기 위해 집이나 주식 등을 싼값에 처분하고 소비를 줄이는 바람에 경제 전체가 디플레이션에 빠 진다는 이론이다. 이는 일본 출신 리처드 쿠 노무라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대차대조표 불 황(Balance Sheet Recession)으로 이어졌 다. 가계와 기업이 지나친 부채로 인해 소비 나 지출을 줄이는 바람에 경제가 장기 불황 에 허덕인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피셔 등의 이론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우리는 집값이 추락하거나 주가 가 뚝 떨어졌을 때 채무자와 채권자의 행태가 너무나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연 구자들은 집값 추락이 낳은 손실이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목하지 않았다.” -지금은 집을 법적으로 소유한 채무자가 다 떠안고 있다. “바로 그 점이 문제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10% 떨어졌을 때 은 행 등 채권 금융회사들은 아무런 부담을 지 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집값 하락의 충격이 고스란히 경제 전체로 확산한다.” -채권 금융회사들이 나눠 져도 경제에 충 격을 주지 않을까. “채무자인 가계는 채권 금융회사보다 자 금력이 약하다. 가계가 집값 하락 부담을 다 떠안으면 소비 위축과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반면 채권 금융회사는 가계보다 집값 하락을 잘 견딘다.” -집값 하락의 충격을 채무자와 채권자가 나눠 감당한다? 시장경제 원리와 어긋난 주 장으로 들린다. “반(反)시장적이지 않다. 오히려 시장 친 화적인 대책이다. 주요 국가의 주택금융 시장 자체가 시장 원리에서 벗어나 있다.” -무슨 말인가. “정부가 주택금융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 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대해 선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정부 개입으로 조 성된 시장인 셈이다.” 미안과 수피 교수는 채무자-채권자 고통 분담을 ‘책임분담 모기지(SRM)’라고 했다. 두 사람은 기존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가계 부채가 일으키는 충격을 분석해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이론 적 토대를 제시했다. -책임분담 모기지 내용은 무엇인가.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은행과 대출 계약을 맺지 않는가. 현재 대출계약서엔 집값 하락 시 손실 분담 조항이 전혀 없다. 우리는 손실 분담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다. 계약 당사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하기 때 문에 책임분담 모기지는 반시장적이지 않다.” -책임을 분담하면 채권 금융회사가 부실 해지지 않을까.
OECD 주요국 가계부채 증감
(단위: %)
(2008~2013년 기준)
한국
8.7
체코
5.2 4.7
프랑스 독일
0.5
영국
0.5
-0.7 -1.1
집값 하락 부담 채무자만 짊어지면 소비 줄어 경기 침체 빠지기 십상 가계부채발 불황은 길고도 깊어 한국, 저소득층 빚 예의주시해야 “채무자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때보다 은행 손실이 적을 것이다. 돈을 완전 히 떼이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현재 시스 템에선 집값 추락은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채무자 디폴트 선언→주택 가압류·경매처분 →집값 추가 하락→디폴트 증가로 이어지면 서 은행 부실화가 더 심해진다.” -정부가 은행을 구제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은 행을 구제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우리는 그 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 계 부채는 금융위기를 일 으키지 않아도 경기 침체 를 야기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가계부채가 많다는 얘기는 한 국가의 국 민 대부분이 빚쟁이란 얘기다. 주택은 가계부 채의 중요한 담보물이면서 많은 사람이 보유 하고 있는 보편적 재산이다. 집값이 조금 떨어 지더라도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가 일어나기 십상인 이유다.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는데 도 말이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이 관련돼 있 어 침체가 발생하면 더 깊고 더 고통스럽다.” -그런 예가 있는가. “스페인을 봐라. 집값이 추락하자 정부가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금융위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 만 스페인 경제는 지금도 침체다.” 미안 교수가 한국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저자들은 주로 미국 사례 를 분석했다. -한국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넘어섰다. “미국이나 스페인보다는 낮다. 하지만 가 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내가 알기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인 133%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일본
(자료: OECD)
-맞다. 2012년 현재 160% 이상이다. “위험 수준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집값 이 조금만 하락해도 국가 경제가 충격을 받 을 수 있다. 정책 담당자들은 저소득층 빚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왜 그럴까. “가계부채 위기는 저소득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때 일어나곤 했다. 저소득층은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감당하기 어렵다. 디폴트-가 압류 악순환이 일어나기 쉽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저소득층의 지난해 부채 증가율 은 24% 남짓이었다. 반면 고소득층은 13% 정도였다. -한국 기업부채 때문에 1997년 금융위기 를 겪었다. 가계부채도 그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까. “가계부채가 기업 부채보다 훨씬 위험하다. 기업 부채가 부실화하면 정리하기가 어렵지 않다. 채권 금융회사가 부실자산 정리 메커니 즘에 따라 빨리 팔아넘기고 여차하면 구제금 융을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가계는 너무나 다 양하다. 부실채권 정리가 신속하게 이뤄지기 힘들다. 그 사이에 경제는 망가진다.” 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교수 두 사람 모두 인도 출신 경제학자들이다. 미안 교수는 MIT대에서 수학 과 전산학을 공부한 뒤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피 교수는 조지타운대(경제학)를 졸업한 뒤 MIT 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두 사람은 국제통 화기금(IMF)이 선정한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45 세 이하 차세대 경제학자 25인’에 뽑혔다.
Focus 15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따끔따뜻한 ‘거꾸로 상’의 세계
나쁘거나 엉뚱하거나 비정상에게만 허락된 별난 상 삼성이 프랑스의 한 시민사회단체가 수여하 는 ‘피노키오상(Prix Pinocchio)’ 후보에 올 랐다. 프랑스계 정유업체인 페렌코(Perenco), 철도업체인 LTF 리옹-토리노와 ‘더러운 손, 가득 찬 지갑’ 부문 후보군에 든 것. ‘누가 더 인권을 지키지 않고 수익에만 급급했는지’를 겨루는 상이다. 수상 여부는 18일(현지시간) 가려진다. 이처럼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아닌 ‘최악’ 또는 ‘독특함’에 상을 주는 ‘거꾸로 시상식’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긴급 시 쓸 수 있는 ‘브래지어 방독면’을 개발한 옐 레나 보드나르 박사(왼쪽). 2009년 이그 노벨상 공 중보건상을 수상했다.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거꾸로 상’은 문자 그대로 1등 대신 꼴찌에 게 상을 주는 것이다. 프랑스의 ‘붉은 랜턴 상’은 사이클 경기인 ‘투르 드 프랑스(Tourde-France)’에서 가장 마지막에 결승점을 통과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우승을 못하느니 이 상이라도 받겠다며 치열한 꼴찌 경쟁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물론 꼴찌 경쟁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 다. 말 그대로 ‘불명예상’이기 때문이다. 오 스 카(Oscar)를 뒤집은 ‘골든래즈베 리상(The Razzies·Golden Raspberry Awards)’이 대표적이다. 최고의 영화가 아 닌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연기자에게 상을 준다. 1981년 출판업자인 존 윌슨이 만들었 는데, 표값으로 1달러 내기도 아까운 영화 를 뽑자는 취지에서 처음 제정됐다. 래즈베 리는 나무 딸기를 뜻하는데, 미국 속어로는 야유한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줄여서 래지 상으로 부른다.
올해 이그 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 기타사토대학 마부치 기요시 교수. 마부치 교수는 바나나 껍질의 마찰계수가 낮아 사람이 밟으면 충분히 넘어질 수 있 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불명예 기업 선정 등 시사성 강해 ‘발상의 전환’서 시작된 상도 많아 이그 노벨상은 아이디어의 향연
피노키오상
“최악 통해 교훈 얻어라” 메시지 2013년 골든래즈베리상 작품상은 휴 잭맨· 에마 스톤 주연의 ‘무비43’가 수상했다. 남 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은 ‘애프터 어스 (After Earth)’의 제이든 스미스·윌 스미 스 부자가 받았다. 오스카 최고의 배우가 최 악의 배우로 바뀐 경우도 있다. 2004년 영화 ‘캣우먼’의 핼리 베리가 이 상을 받았는데, 오스카 상을 받은 지 정확히 2년 만에 오른 ‘최악의 배우’ 자리였다. 이탈리아의 황금쓰레기통상(Bidone d’ oro)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에서 그 시 즌 최악의 경기를 한 선수에게 주어진다. 2004~2005시즌에는 크리스티안 비에리(인 터 밀란)가, 2010~2011시즌에는 디에고 밀 리토(인터 밀란)가 받았다. 2011~2012시즌 알렉산드레 파투(AC 밀란)를 끝으로 잠시 시상식을 중단한 상태다.
가장 많이 인권을 무시하거나 환경을 해친 기업을 뽑아 상을 준다.
골든래즈베리상 그해 가장 최악인 개봉 영화 와 끔찍한 연기를 한 배우를 뽑는다. 황금쓰레기통상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그 시 즌 최악의 경기를 한 선수를 선발한다. 이그 노벨상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발 한 발명이나 발견을 한 사람에 게 상을 준다.
매할 경우 49.99달러다. 기능상 B컵부터 나 와 있다), 바나나 껍질의 미끄러움을 연구한 사례(2014년 수상작) 등 다양한 분야에 상 을 준다. 시상식도 유쾌하다. 직접 와서 발명 품을 시연하는가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교환하기도 한다. 이그 노벨상 설 립자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사람들을 웃게 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발명에 대해 시상한 다”고 말했다.
[AP=뉴시스]
시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최악의 경우를 들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 이 대부분. 피노키오상에도 ‘더러운 손, 가득 찬 지갑’ 부문뿐 아니라 ‘너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나를 위해’ ‘푸르게, 더 푸르게’ 등 여러 부문이 있다. 각각 노동 착취를 일삼고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기업에 상을 주는 부 문이다. ‘다윈상’은 황당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열등한 유전자를 제 거한다’는 것 때문에 ‘다윈’을 붙였지만 이 들이 목표로 하는 바는 ‘사고로 인한 사망 률을 0%로 떨어뜨리는 것(Zero Accidental Deaths)’이다. 우리나라에선 2010년 대전 지하철 엘리베이터 사고로 추락사한 30대 신체 장애인에게 상이 건네지는 불행이 있 었다. 당시 이 남성은 전동 휠체어를 탄 상태 에서 엘리베이터 문을 두 번가량 들이받았 고 이 충격으로 문이 열려 떨어진 것으로 알 려졌다. 안전의식 일깨워주는 다윈상 다윈상 위원회의 웬디 노스컷은 e메일 인터 뷰를 통해 “다윈상은 안전에 대한 교훈을 주 기에도 좋고 또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최악 의 상황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 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은 차
의 핸드 브레이크를 걸어놓지 않은 상태에서 차를 수리하다 사고를 당한 영국인 남성에 게 돌아갔다. 황당한 소송사건을 다루는 ‘스텔라 상 (Stella Awards)’도 비슷한 경우다. 1992년 스텔라 리벡이라는 미국 여성이 차에 탄 상 태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맥도날드 드라이 브 스루’ 서비스를 이용하던 도중 잘못해 뜨 거운 커피를 다리에 쏟아 3도 화상을 입었다. 리벡은 88도나 되는 뜨거운 커피를 내주면서 아무 경고도 하지 않은 맥도날드에 대해 소 송을 했고 배심원단은 맥도날드가 리벡에게 27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 배상을 평결했다. 그 뒤로 맥도날드는 컵에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문구를 새겼 다. 이후 이와 같이 엉뚱하지만 세상을 바꾼 소송들에 대해 매년 시상식이 열렸는데, 명 칭도 리벡의 이름을 따 ‘스텔라 상’으로 제정 됐다. ‘거꾸로 상’을 받았다고 해서 ‘정상적인 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그 노 벨상은 노벨상을 거꾸로 뒤집은 상이다. 주 로 엉뚱한 발견이나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을 만한 기발한 발명을 한 사람에게 트로 피가 주어진다. 긴급 상황에서 즉석 마스크 로 활용 가능한 브래지어 발명(2009년 수 상작. 미국에 특허출원돼 있으며 상품을 구
거꾸로 노벨상 받고 진짜 노벨상 타기도 엉뚱함과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보 니 이 가운데 노벨상을 타는 사람까지 나타 났다.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2000년 개구리가 반자성(反磁性)을 띤다는 사실을 증명해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이후 2010년에는 차세대 신소재로 불리는 그 래핀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도 수상 했다. 한 사람이 노벨상과 이그 노벨상을 탄 경우는 현재로선 가임 교수가 유일하다. 양질의 연설을 많이 하지만 ‘횡설수설 상 (The Foot-in-Mouth Awards)’을 타는 경 우도 종종 있다.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나는 내가 뭘 믿는지 안다, 나는 내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아주 분명히 계속해서 이야기할 건데 내가 믿는 그것이 옳 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고 말해 이 상을 수상 했다. 2011년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 리아 총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잘생겼 고 젊고 약간 얼굴이 탔다”는 발언으로 횡설 수설 상을 탔다. 현재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 르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미국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미국을 믿는다”고 말해 2012년 이 상을 탔다. 횡설수 설 상은 ‘바른 영어 쓰기 캠페인’을 하는 영 국 시민단체에서 시상한다.
는데, 이 가운데는 이그 노벨상 수상자도 있 고 노벨상 수상자들도 있다. 덧붙여 말하자 면 누구나 우리에게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매년 9000여 개의 후보가 수집되는데 그 가 운데 10~20%는 자기 추천이다. 참고로 스 스로 추천한 경우는 아직 단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다.” 이그 노벨상 위원회에는 상금을 위한 예 산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에이브러햄스 는 “우리는 다른 시상식과 달리 상금을 주 지 못한다. 딱 한 번, 지난해 돈을 준 적이 있 는데 그건 인플레이션으로 통화 가치가 어 마어마하게 떨어진 100억 짐바브웨 달러 지 폐였다. 그 외에는 대부분 아주 저렴한 재질 의 정말 필요할 법한 상품을 준다”고 했다.
2013년 부상은 비상시 유리창을 깨는 망치 였다. -매년 가을 하버드대에서 열리는 이그 노벨상 시상식에 수상자들이 상을 받으러 오나. “우리는 잠정적으로 우승자를 정한 뒤 그 들에게 상을 받겠느냐고 의사를 묻는다. ‘싫 다’고 하면 그들에게 상을 주지 않고 우리가 추천했던 사실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다. 다행히도 거의 대부분이 우리가 의사를 물었을 때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시상식 에 참석하기 위해 하버드대를 찾는다. 유머와 새로운 발상에 대해 반갑게 받아들이는 분위 기와 태도야말로 이 시대에 있어 굉장히 중요 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벨상 비튼 ‘이그 노벨상’ 제정한 마크 에이브러햄스
“사람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해야 수상 자격” 유재연 기자
“우리는 다른 시상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 부분 어떤 분야에서 최고이거나 아니면 최악 인 것에 대해 상을 주지만 우리의 조건은 단 하나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끔 하 는 것에 상을 준다.” 노벨상을 비튼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s)’ 설립자 마크 에이브러햄스(사진) 의 말이다. 최근 과학 문화 회의 참석차 칠 레 산티아고를 방문 중인 에이브러햄스와 e 메일 인터뷰를 했다. 에이브러햄스는 하버 드대를 졸업한 뒤 1991년 동료들과 함께 이 그 노벨상을 제정했다. 에이브러햄스는 “어 떤 발견이나 발명에 대해 좋으냐 나쁘냐, 또
는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리 중 요한 기준이 아니 다”며 “특히 과학 과 기술, 의학 분야 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 여줄 수 있는 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향기 나는 양복 원리’를 개발 한 코오롱 권혁호씨가 환경 보호상을, 대규 모 합동 결혼을 성사시킨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또 92년 세상 이 끝났다고 예언한 이장림 목사가 ‘수학적 가정과 계산을 할 땐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세상에 가르쳐준 공로’로 2011년 수학상을 받았다. 아래는 일문일답. -독특하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상자가 결정되면 많은 언론이 주목하 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과학자나 일반인 의 일생에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받을 일이 어디 있겠나. 이 시상식을 통해 많은 사람이 다른 세계관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을 품기를 바란다.” -수상자는 어떻게 결정되나. “여러 나라에 늘 새로운 또는 오래된 연 구 책자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 다. 우리 잡지(임프로버블 리서치) 에디터 들과 과학자들이 주로 후보 고르는 일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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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탐사로봇, 혜성 ‘추리’에 안착
태양계와 생명의 탄생 비밀의 문 열릴까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유럽우주국(ESA)의 우주 탐사로봇 파일리가 지난 13일(한 국시간) 새벽 극적으로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애 칭 ‘추리’)에 착륙했다. 2004년 3월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지구에서 발사된 지 10년8개월 만이다. 이번 혜성 탐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 보자.
Q 로제타가 10년 넘게 항해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A 혜성 ‘추리’ 사이의 거리는 약 5억1000만㎞지만 지 구·화성을 여러 차례 우회해 지나갔기 때문에 총 비행 거리 는 64억㎞에 달한다. 태양~지구 간 거리의 42배가 넘는 거 리를 항행하려면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한 다. 로제타는 32㎡ 크기의 태양전지판 2개로 1500W를 자 체 생산한다. 또 1670㎏의 연료를 싣고 갔으며 24개의 추력 기를 써서 필요할 때 궤도 변경과 자세 조정을 한다.
Q 탐사로봇 파일리의 혜성 착륙은 매우 어려운 기술인데. A 혜성 추리는 총알보다 40배 빠른 속도(초속 18㎞)로 움직인다. 여기에다 가정용 세탁기만 한 파일리를 걸터앉히 는 건 눈을 가린 채 말을 타고 날아가는 총알을 맞히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혜성은 가장 긴 축의 길이가 4.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 중력이 지구의 수십만 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착륙했다 하더라도 다시 튕겨져 나 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파 일리가 착륙할 때 고정용 작살을 사용했다. 하지만 작살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두 번이나 튕겨 나간 뒤에야 안착 했지만 세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는 제대로 혜성 표면을 딛 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Q 어떤 장비가 있으며 임무는. A 로제타와 파일리에는 과학 장비가 각각 11대, 10대가 탑재돼 있다. 이들을 이용해 혜성 표면과 그 성분, 또한 거기 서 일어나는 활동을 분석하는 동시에 혜성 표면에 대한 정 밀지도를 작성한다. 파일리는 혜성 표면을 드릴로 23㎝가 량 뚫어 표면 밑에 있는 물질을 추출해 그 성분을 분석한다. 동시에 각종 과학 장비로 혜성에 포함된 각종 원소와 유기 분자·먼지, 물 성분을 면밀하게 조사한다. 특히 수소 동위원 소를 이용해 혜성의 물이 지구 바다의 그것과 비슷한지, 같 은지를 확인하게 될 텐데 그로부터 지구의 바다가 혜성으로 부터 유래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Q 추리는 어떤 혜성인가. A 현재 목성에서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공전주기 는 6년 반, 궤도에서 가장 먼 원지점 거리가 5.68AU(천문단 위)로 지구에서 8억5000만㎞가량 된다. 목성 궤도 밖이다. 이 혜성에 대한 기본적인 물리량들은 알려져 있지만 아직 밝혀져야 할 것이 더 많다.
Q 혜성은 50억 년 전 탄생한 태양계와 그 5억 년 후에 태 어난 지구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데.
A 소행성과 혜성은 태양계 초기에 태어났으며, 지구 같 은 행성을 만든 기본단위라고 생각된다. 추리와 같은 단주 기 혜성은 해왕성 궤도 밖에 분포하는 카이퍼벨트라는 혜 성의 고향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천문학자는 혜성 이 오래전 지구와 충돌하며 물과 함께 생명체를 이루는 기 본 물질인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분자들을 지구에 전해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혜성은 주로 태양계 외곽에서 만들 어져 상대적으로 덜 오염됐고 태양계 초기의 상태를 잘 보 존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Q 이번 탐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하나. A 미 항공우주국(NASA)의 딥임팩트호는 2005년 7월 혜성 템펠1에 충돌체를 발사하는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혜성에 착륙해 각종 실험을 수행하는 동시에 표면을 파서 물질을 추출하는 거니까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이번 기회에 로제타가 그 이름에 걸맞게 태양계는 물론 지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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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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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불안정한 상태로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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륙한 파일리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예정대로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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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마칠 수 있어야 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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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전기를 이용한 표면 깊이 측
양 성분 계측 ④ 진화된 가스
로 전달해 주는 시스템 ⑦ 로 A
B
사진촬영시스템 ⑩ 알파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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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지구 로제타 발사 중력 도움
혜성 궤도 진입
목성
로제타 항해 일지
화성 소행성 슈타인스 중력 도움 근접 비행
임무 종료 동면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중력 도움: 우주 탐사선이 큰 천체 곁을 근접 비행할 때 그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안 쓰고 가속하는 방법
2004.3 지구 태양
화성 2014.11.12 2011.6 2014.8.6
2014.1
혜성 ‘추리’(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궤도
2008년 9월
2010년 7월
소행성 슈타인스 근접 비행
소행성 루테시아 근접 비행
영화 ‘인터스텔라’는 상상의 세계지만 여긴 실제 상황이다. 혜성 6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애칭 ‘추리’)의 민낯이 드러났다.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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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서 있는 기분은 어떨까. 암석으로 뒤덮인 혜성 추리를 딛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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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로봇 파일리가 지표면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왔다. 사진 여 러 장을 이어 붙여 만든 혜성의 얼굴이다. 왼쪽 아래엔 파일리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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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세 개 중 하나가 보인다. 9
A 고무 오리 장난감처럼 두 개의 큰 덩어리가 목으로 연결된 혜성 추리. B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가 탐사로봇 파일리를 추리에 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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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개념도. C 파일리는 혜성 지표를 뚫고 들어가는 드릴 등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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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 과학장비를 갖추고 있다. D 파리 라 빌레트 국립우주연구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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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CNES) 과학관을 찾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가운데)이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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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들과 함께 3D 안경을 끼고 파일리의 착륙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AP=뉴스1·뉴시스]
측정용 기기 ② 마이크로 카메라로 적외선 및 가시광선을 이용한 혜성 핵 분석 ③ 표본을 채취해 토
스 분석기 ⑤ 무선파 전송을 통해 혜성 핵의 소리 실험 ⑥ 혜성 토양의 샘플 채취, 굴착 및 이를 계측기
로제타 착륙선 자기탐지계 및 플라스마 모니터 ⑧ 혜성 표면 및 표면 아래층 연구용 다목적 센서 ⑨
로톤 X선 스펙트럼 분석기.
혜성 랑데부 위한 기동 혜성 착륙
소행성 루테시아 근접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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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표절 논란 휩싸인 한국 게임산업 진단
콘텐트 수출의 63% 차지해도 ‘기 못 펴는 자식’ 신세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엎친 데 덮쳤다.” 영국의 ‘게임 공룡’ 킹닷컴이 국내 게임업 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냈다 는 사실을 들려주자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엎친 데’라는 표현엔 한국 게임업계가 처한 현실이, ‘덮쳤다’는 말엔 이 번 소송을 보는 게임업계의 불안한 시선이 배 어 있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그동안 한국 게임산업을 밖에서는 당당하지만 집에 들 어오면 풀 죽는 자식 신세에 비유하곤 했다. 그러다 최근엔 ‘안에서 알아주지 않으니 밖 에서도 기 못 펴는 자식’에 비유한다. 한국 게 임산업은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 표절 시비 는 왜 벌어지는가. 온라인은 쇠퇴, 모바일은 개발자 포화 2013년 말 현재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17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내 게임 시장은 73억 달러(약 9조7198억원)로 세계 시장의 6.3%를 차지한다. 미국(19.1%)·일본 (15.8%)·중국(14.8%)·영국(7.9%)에 이은 세 계 5위 규모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국내 게임 산업이 대단히 활성화돼 있는 셈이다. 플랫 폼별로는 콘솔(TV에 연결해 이용하는 게임) 이나 PC 게임에 비해 온라인 게임이 강세를 보인다. 발달한 인터넷 기술 덕분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21.3%의 점유율로 중국 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콘텐트 산업을 분야별로 나눠보면 국내 게 임산업의 위상이 더 두드러진다. 올 2분기 콘 텐트 산업 총 수출액 14억120만 달러 가운데 게임은 62.5%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 출 증가율도 게임 산업은 26.1%에 달해 지식 정보(22.8%)·만화(17.8%) 등을 앞섰다. 싸이 의 ‘강남스타일’ 등을 앞세운 K팝 열풍이 전 세계에 거세게 불지만 K팝이 콘텐트 수출에 서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넘지 못한다. 게임 산업이 해외에선 ‘당당한 자식’인 이유다. 잘 발달한 네트워크와 높은 인터넷 보급 률 덕에 국내 게임산업은 2000년대 들어 연 간 20% 이상씩 성장했다. 그러다 최근 들 어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2012년 전 세계 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리그 오브 레전드 (LOL)’에다 ‘피파온라인3’나 ‘디아블로
국내외 3매치 게임 히트작
포레스트매니아
킹닷컴
캔디크러시 사가
세계 시장의 6.3% 차지, 5위 수준 모바일로 환경 바뀌며 위상 흔들 수익 구조, 부정적 인식도 발목 잡아 경쟁력 있는 수출 산업으로 평가해야
애니팡2
선데이토즈
킹닷컴
3’ 같은 외국산 온라인 게임의 공세가 거세 진 반면 국내에서는 히트작이 등장하지 못했 다. 최근 국산 온라인 게임은 국내 시장 점유 율이 10%에도 못 미칠 정도로 밀리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쇠퇴하는 이유는 우선 PC 이 용 시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 입 장에선 ‘판로’가 예전만 못한 셈이다. 더구나 개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리스크가 큰 점도 부담이다. 모바일의 등장도 온라인 쇠퇴를 가속화했
콘텐트산업 분야별 수출액 (단위: 달러) 구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게임
12억4086만
16억610만
23억7808만
26억3892만
29억3111만
57.64
캐릭터
2억3652만
2조7633만
3조9227만
4조1645만
4억8600만
9.56
지식정보
3억4891만
3억6817만
4억3226만
4억4484만
4억6218만
9.09
출판
2억5076만
3억5788만
2억8344만
2억4515만
2억8002만
5.51
음악
3127만
8326만
1억9611만
2억3510만
2억4954만
4.91
방송
1억8458만
1억8470만
2억2237만
2억3382만
2억4690만
4.86
콘텐츠솔루션
1억1468만
1억1851만
1억4628만
1억4991만
1억6388만
3.22
애니메이션
8965만
9683만
1억1594만
1억1254만
1억2430만
2.44
광고
9315만
7555만
1억222만
9749만
1억188만
2.00
영화
1412만
1358만
1583만
2018만
2162만
0.43
1765만
0.35
만화
421만
815만
1721만
1711만
합계
26억870만
31억8907만
43억201만
46억1151만
2013(예상치) 비중(%)
50억8508만 100.00
자료: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팜히어로 사가
다. 현재 세계적으로 안드로이드 사용자 4명 중 3명이 게임을 이용할 정도로 모바일이 대 세가 됐다. 일본에서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10개 중 6개가 게임이다. 문제는 ‘블루오션’ 으로 떠올랐던 모바일 시장에서 예상과 다 른 양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모바일 시장 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발자들이 과도 하게 몰려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2012년 7 월 말 카카오톡이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등록된 게임 수는 600개가량 된다. 이 가운 데 1원이라도 매출이 발생한 게임은 48%에 그친다. 절반 이상이 개발 비용도 못 건졌다. 카카오톡에 업로드 조차 못한 게임 수를 감 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내 게임 시장의 56%를 차지하는 온라 인 게임은 급격히 쇠퇴하고, 24%를 차지하 는 모바일 게임은 더디게 성장하면서 전체 적으로 게임 시장은 축소되고 있다. 한국콘 텐츠진흥원은 올해 국내 게임 시장이 지난 해에 비해 1.8%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 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올해 온라 인 게임은 3% 감소하면서 조정기를 거치고 모바일 게임의 성장은 4.2%에 그칠 것”이라 고 말했다.
포레스트매니아
아보카도
모바일 게임, 히트 기간 짧은 게 한계 게임 표절 논란은 피처폰 시절부터 있었지 만 모바일이 중요 플랫폼이 되면서 더 잦아 졌다. 경쟁이 치열해 신작이 속속 나오다 보 니 모바일 게임의 흥행 기간이 길어도 1년 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짧다. 모바일 게임은 2012년에 전년 대비 89.1% 증가해 8000억 원 규모로 커졌고 지난해 1조원, 올해는 1조 3000억원 규모를 웃돌 정도로 성장 중이다. 시장은 커지는데 게임 수명은 짧다 보니 기 획부터 출시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밖에 없 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기존의 인기 있는 콘 텐트를 모티브로 삼는 경우가 많다. 표절의 유혹이 커지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수백 명에 달하는 대 규모 인원이 5~10년의 장기 계획을 세워 개발 에 매진해야 하지만 모바일 게임의 경우 5, 6 명의 소규모 인력이 적은 자본으로 금세 만 들 수 있다. 개발자들 입장에선 히트의 기간, 즉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투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불합리한 수익 구조도 모바일 게임 기업의 창의성을 꺾는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 을 즐기는 사용자(유저)들은 대부분 구글 플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게임은 개발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 중국에 종주국 지위 내줄 위기” 박태희 기자
“한국 게임을 사다 큰돈을 번 중국 업체들이 그 돈으로 한국 게임사 쇼핑에 나서고 있다. 한국이 게임 종주국이라는 말이 앞으로 몇 년 더 유효할지 장담할 수 없다.” 크레타게임즈 대표인 윤준희(43·사진) 한 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국내 게임업계의 현 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 협회에는 국내 게 임제작·배급에 종사하는 인원(문화체육관 광부 추산 4만 명) 가운데 개발에 종사하는 7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가.
온라인은 구조조정, 모바일은 포화 게임산업 역대 가장 어려운 시기 中, 한국 그래픽 전문가 영입 눈독
“온라인게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 벌 게임업계에서 공지의 사실이다. 세계에서 동시접속자수 400만 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 운 게임도 한국 업체가 만든 ‘크로스파이어’ 였다. 모바일에서도 한국 업체들의 신작 출시 가 가장 활발하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시장 상황이 다 르지 않나. “사용자들이 PC보다 태블릿이나 스마트 폰을 쓰는 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있다. 온라 인게임 업체들은 혹독한 구조조정기를 거치 고 있다. 개발자들도 모바일로 옮겨 가고 있 다. 온라인 게임은 개발 비용이 100억~200억
원씩 들기도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큰 자본도 필요하지 않고 5명 정도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모바일게임 개 발 분야도 포화상태가 됐다는 점이다. 게임 이 산업으로 인정받은 시점을 통상 ‘리니지’ 가 성공한 2000년대 초반으로 잡는데 그때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외국에서 승부를 봐야 하지 않나. “글로벌로 봤을 때는 모바일시장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다만 모바일 게임이 성 공하려면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정착돼야 한 다. 모바일상에서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광고수입만 노리
는 게임을 팔 수밖에 없는데 한마디로 큰돈 이 안 된다. 고급 스마트폰과 함께 결제시스 템도 확산하면서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기 회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을 수출하면 되지 않나. “게임 히트작이 50억원을 벌면 그중 20억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쓴다. 그러면 내려받기 순위 차트 안에 기존 게임이 계속 머무르게 된다. 모바일 게임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 단은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 순위에 올라 가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무리 잘 만든 신 규게임도 상위에 랭크되기 어려운 구조다.”
Money 19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김문수의 홍콩 트위터
베이징 블루스와 경제황사(經濟黃砂)
무너진 사랑탑, 러브 펀드(러시아·브라질 펀드) ‘엔저’군, 자네 왔는가
다음 주 preview
누렇고 탁한 베이징 스모그, APEC 기간에 자취 감춰.
손가락 걸고, 울며 불며 쳐다봐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
엔저는 가정(if) 아닌 필연으로 대비해야. 2001~2003년
일본 의회 해산설에 따른 엔저 경보 진돗개 하나. 해
시 월드(Xi World)를 지배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마
는 러시아·브라질 펀드. 우크라이나 늪에 빠진 러시아와
엔-달러는 툭 하면 120엔을 넘겼고, 2002년에는 135엔
산 시점은 3분기 GDP(+2.2%, 17일)와 1조 엔 적자
디에 공장도, 공사도, 차량도 멈춰. 작위적인 파란 베이
강 달러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락에 유탄 맞은 브라질.
까지 오르기도. 2006~2007년에도 적지 않게 120선을
전망되는 10월 무역수지(19일, 28개월 연속 적자)
징 하늘(Beijing Blues) 너머엔 경제황사로 세계를 덮
몰래 묻어둔 아줌마 부대의 쌈짓돈은 러·브 양국의 금리
오르내린 바, 한국이 Back Test상 견뎌낸 구간. 벨트 단
발표일 전후 거론. 양적완화 종결 선언의 10월 미국
쳐가는 오성기(五星旗).
인상 방어벽 구축 때문에도 가슴앓이 깊어져.
단히 매기를.
FOMC 회의록 공개(19일)도 주목.
액티스 캐피털 아시아 본부장
김광기의 글로벌 포커스
2015년 세계 경제는 어디로 이코노미스트·포브스 본부장 101.1
(%)100
8조(원)
내년 경제는 좀 좋아지려나? 한 해를 보내면서 갖게 되는 의문이다. 연말을 맞아 2015년 경제 전망 보고서가 쏟아져 나온다.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과 금 융회사들의 내년 경제 전망을 개관하면 한 마디로 회색빛이다. 올해보다 약간 나아지 거나 제자리걸음일 것이란 예상이 대세다. 전망이란 게 어느 정도 희망이 섞이게 마련 인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내용이다. 먼저 글로벌 경제를 아울러 보자. 세계 경 제의 성장률(GDP 기준) 전망치는 3.5%로 수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3.8% 로 비교적 높게 잡았고, 미국 콘퍼런스보드 는 3.4%로 봤다. 참고로 올해 세계 경제는 3.3~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 중 내년 경제가 가장 좋을 곳으 로는 미국이 꼽혔다. 성장률이 올해 2.2% 선에서 내년엔 3%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 망이다. 유로존은 0%대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잘해야 1% 선에 턱걸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도 0.8% 정도 성장해 올해(0.9%)보다 침울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은 성장률이 7.1%로 낮아질 것이란 관 측이다. 신흥국 평균 성장률은 5%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저성장·저물 가·저금리의 뉴노멀과 장기 침체 흐름이 내 년에도 세계 경제를 관통할 것이란 얘기다.
80 6조
4조 3156억
시장 규모(왼쪽) 성장률
60
4조 40 2조
0
20
9.6
-0.3
2004년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0
2012 2013
-30.9
플랫폼별 국내 게임시장 현황과 전망 (단위:원) PC방 1조 7932억 2012
8009억
온라인 게임
6조 9조 7839억 7525억
●비디오게임 ●PC게임 ●아케이드게임 ●아케이드게임장
1조 6618억
1조 5563억
2013
5조 9조 2조 7198억 4523억
3277억
2014
2조 4255억
5조 9조 5427억 2887억
1조 4845억 2015
5조 9조 2조 조 7259억 5188억 4679억
모바일 게임 예상치
-경쟁력이 있다면 해외진출 길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중국 자본이 한국의 게임업체들에 눈독 을 들이고 있다. 중국 IT기업을 키운 게 한국 게임이었다. 이렇게 성공한 뒤에 거꾸로 한국 게임회사 쇼핑에 나서고 있다. 수입의 80%를 플랫폼업체와 현지 서비스 업체가 먹고, 한 국 개발회사가 20%만 가져가는 구조도 한 원인이다. 5년 전만 해도 중국은 한국 게임 개발자들을 데려가는 데 주력했다. 지금은 개발자보다 그래픽 전문가들을 탐낸다. 그림 은 문화와 관련 있어 빨리 쫓아가지 못한다. 공산당의 무채색을 보고 자란 중국인들이
체 오픈서베이(www.opensurvey.co.kr)가 전국 900명(중·고생, 학부모 각 300명)을 대 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부모와 자녀 간 학 교 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학부모 의 46.8%가 ‘폭력성을 부추기는 각종 미디 어 및 게임’을 지목했다. 반면 학생 46.5%는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처벌의 부족’을 꼽 았다. 학부모들은 이어 ‘부모의 자녀에 관한 관심 및 지도 부족’과 ‘피해 학생 보호 체계 의 부재’를 꼽은 반면, 학생들은 ‘피해 학생 들 보호 체계의 부재’와 ‘경쟁과 서열을 중시 하는 사회 환경’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학생 들은 폭력의 원인을 게임이 아닌 사회구조에 서 찾은 것이다. IT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 는 “TV가 등장했을 때 TV의 유해성·폭력성 등이 논란이 됐지만 결국 주요 미디어로 자 리 잡았고 지금은 ‘중독’이 아니라 개인들이 ‘활용’하는 미디어가 됐다”며 “게임도 부정 적인 측면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산업 분야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래픽에 무척 약하다. 기술에 이어 그래픽, 그 다음엔 프로그래밍과 기획까지 수입할 것 이다. 그렇게 되면 종주국이란 지위도 중국 에 내줄 가능성이 있다.” -게임 베끼기 논란을 어떻게 보나. “하늘 아래 처음 나오는 게임은 거의 없다. 게임은 ‘개발’이라기보다 ‘진화’한다고 보는 게 맞다. 원작이라고 주장하는 게임도 찾아 보면 ‘원작의 원작’이 있다. 한국이 외국 게 임을 참고하는 사례보다 외국 업체들이 한국 게임을 참고하는 사례가 훨씬 더 많다. 중요 한 건 사용자들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진화 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늦게, 약간만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3.5~3.7%가 대세 다. 역시 올해(3.5%)와 거의 같은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성 장률 전망치가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벌써 몇 년째 이어지는 현상이다. 선진국과 신흥 국 중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외 개방도 를 가진 나라의 면모를 반영한 결과다. 그 만큼 세계 경제의 흐름에 운명을 맡기고 있 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내년 세계 경제의 최고 이슈는 단연 미
초이노믹스 성패 세 번째 화살이 좌우 미국은 유가 인하가 셰일 투자 발목 엔화는 소비세 인상 따라 요동칠 듯 국의 금리 인상이다. 그 시기와 폭에 관심 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의 급격한 이동을 야기해 신흥국 경제를 뒤흔들 것이 란 우려가 컸던 변수다. 하지만 크게 걱정 할 건 없다는 쪽으로 전망이 바뀌고 있다. 금리 인상은 늦은 하반기 중에 매우 완만 한 속도로 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우세 하다. 세계 경제의 발걸음이 무거운데 미국 이 나 홀로 달려가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 란 이유에서다. 금리를 올릴 명분을 약화시킬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가파른 유가 하락이 다. 국제 유가는 지난 8월 이후 30%나 떨어 졌다. 그 여파로 미국의 10월 물가 상승률 은 1.4%에 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 물가 목표치는 2%다. 앞으로 싼 유가 덕 분에 물가 상승률이 더 낮아진다면 Fed는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 하락은 현재 미국의 경기 회복을 선도 하고 있는 셰일가스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 을 미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유가 하락의 여파로 내년 미국의 셰 일가스 산업 투자가 약 10% 감소할 것이라 고 내다봤다.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요인이 다. 미 셰일가스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은 배
구조 개혁과 남북경협 재개 기대 국내로 눈을 돌렸을 때 최대 이슈는 구조 개혁의 성사 여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는 올해 쏜 두 개의 화살(재정 및 통화 방출)에 이어 내년에 세 번째 화살 (구조 개혁)을 과녁에 명중시켜야 하는 숙 제를 안고 있다. 그게 불발에 그치면 초이 노믹스는 실패로 종결될 공산이 크다. 일본 의 아베노믹스가 현재 직면한 운명처럼 말 이다. 박근혜 정부 3년 차로 선거가 없는 내 년은 구조 개혁의 골든 타임이다. 남북한 관계의 개선에 따른 경제협력 확 대 여부도 관심사다.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는 내년은 남북한 정상회담에 긍정적 환 경이 조성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 온다. 최근 재계 일각에선 5·24 대북 경제 제재 조치를 해제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때마침 한·중 자유무역협정 (FTA)에선 개성공단 등 북한에서의 자국 기업 생산제품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남북 경제 교류는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한중 FTA 지휘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3억 시장 문 활짝 野 설득 숙제 남아
뉴스1
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같은 오픈 마켓 에서 게임을 내려받는다. 이때 제작사는 오 픈 마켓에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내야 한 다. 여기에 카카오 같은 퍼블리싱업체의 입 점 수수료(카카오는 매출의 21%)는 별개다. 국내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이 카카오 기반의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 하나로 1000 원을 벌면 각종 수수료로 510원을 떼이는 셈 이다. 한때 종주국 소리를 듣다가 중국에 밀 린 온라인 게임처럼 모바일도 외산 게임에 밀 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는 이유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발목 게임을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치부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게임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 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새누리당 대 표 시절 게임을 “알코올·마약·도박과 함께 척 결해야 할 4대 사회악”이라고 해 개발자들의 반발을 샀다.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 다운제 확대 등도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해 제도로 정착됐다. 게임을 백안시하는 기성세대와 다양한 게 임 속에서 자라난 학생들 사이의 인식 차이 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모바일 리서치업
예상치
일러스트 강일구
국내 게임시장 규모 및 성장률
kikwk@joongang.co.kr
9조7198억
럴당(WTI 기준) 76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현재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셰일가스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을 법도 하다. 다음으로 주목할 이슈는 일본의 2차 소 비세 인상이다.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린 데 이어 내년 10월에는 10%로 더 올릴 계획이다. 올해 일본의 소비 세 인상은 회복 흐름을 보이던 일본 내수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분 기 중 일본의 소매판매는 감소세로 돌아섰 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마이너스 로 곤두박질했다. 다급해진 일본은행은 양 적완화 규모를 연 10조 엔 이상 늘리기로 했 고, 그 영향으로 일본 엔화가치는 달러당 115엔까지 추락했다. 내년에 소비세 추가 인상을 강행하면 일본 경제와 엔화 환율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정·관계에서는 2차 소비세 인상을 2017년으로 연기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외형적으로는 개방도가 한·미, 한·유럽 연합(EU) FTA보다 낮지만 (실질적으로 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0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 (FTA)에 대한 윤상직(58·사진) 산업통 상자원부 장관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12 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FTA 발효 즉시 철폐하기로 한 관세 규 모가 중국은 733억 달러, 우리는 414억 달 러로 다른 나라에선 전체 무역액에 해당 하는 금액”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30개월간 진행된 한·중 FTA 협상 과정을 진두 지휘했다. 논란 이 있긴 하지만 이번 FTA를 통 해 우리나라는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란 거대시장에 바 짝 다가서게 된 게 성과다. 윤 장관은 “중국의 거대시장 을 선점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본과 대만 등이 상당히 긴장할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행정고시 25회로 1982년 공직에 입문 한 그는 상공자원부를 시작으로 통상산 업부, 산업자원부에서 산업·통상·에너지 정책을 두루 다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2월엔 지식경제부 기획조정실장 에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청와대 지식경제 비서관으로 옮긴 적이 있다. 학부에선 무 역학(서울대)을 전공했고 미국 위스콘신 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한·중 FTA가 타결됐다는 점 만 부각됐을 뿐 세부 사항은 아직 공개되 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위험 요소 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지나치게 서둘 러 진행했다”며 공격하고 있다. 일부에서 는 이번 FTA의 성과가 기저귀 등 일부 산 업에 그친다며 ‘기저귀 FTA’로 조롱하기 도 한다. 구체적인 타결 내용에 대한 설명 과 설득 작업, 그리고 후속대책 마련이 윤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20 Economy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한중 경협 새 시대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
한국에 필요한 건 중국·미국·EU 잇는 FTA 허브 전략 <자유무역협정>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woodyhan@joongang.co.kr
에틸렌은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 심 제품이다. 비닐·플라스틱·필름 등을 만든 다. 대중국 수출의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지 난해 약 13억 달러를 수출했다. 중국에 수출 한 전체 석유화학 제품 중 5.4%를 차지했다. 다른 석유화학 제품과는 달리 중국 수요가 꾸준하게 유지되면서 올 초 국내 업계에 증산 경쟁이 붙기도 했다. 당연히 한·중 자유무역 협정(FTA)의 주요 관심 품목 중 하나다. 결 과는 10년 후 개방이었다. ‘10년 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IHS가 지난달 ‘중국의 석탄화학’을 주제로 보고서를 냈다. ‘석유가 아닌 석탄에서 에틸렌을 뽑아내는 석탄화학 공장이 중국에서 대거 건설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은 559억 달러를 투자해 29개 석탄화학 공장을 짓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중국 에틸렌 생산의 약 30%가 석탄에서 나오게 된다고 보고서는 지 적했다. ‘석탄 에틸렌’은 기존 ‘석유 에틸렌’ 보다 생산 단가가 20~30% 정도 싸다. 그만큼 중국 에틸렌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얘 기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설비 확충을 통해 에 틸렌 자급률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중국석 유화학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5년만 하더라 도 40.3%에 그쳤던 에틸렌 자급률은 지난해 말 49%로 높아졌다. 2010년 착공에 들어갔 던 공장이 본격 생산에 나설 내년에는 70% 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협회 추산이다. 2020년 이전 에틸렌의 완전 자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석탄화학 기술로 비용을 줄이고 설 비 확장으로 자급률을 높인 뒤 관세 철폐 가 이뤄진다. FTA가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는 얘기다. 그게 ‘10년 후 개방’이 갖는 뜻이 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는 14일 ‘FTA 긴급 대담’에서 “시간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은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빠르게 산업구조를 바 꾸고 있다”며 “우리 협상팀들이 그 산업 발 전 속도를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고 말했다.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는 생활가전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밥솥·진공청소기 등은 10년 후에야 면 세 혜택을 볼 수 있다. 과일 착즙기는 20년 후 다. 협상에 나섰던 당국자들은 “그 기간 동안 중국 시장을 공략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야 한다”고 말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에 따라잡히기 딱 알맞은 시간’이라고 쓴웃 음을 짓는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얘 기다. 한중 경협 패러다임 다시 짜야 전문가들은 관세를 내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을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 기 위한 경협 패러다임을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중 경협 구조를 FTA시대에 맞게 새로 구축하라는 지적이다. 우리는 그동안 두 차례 중국 붐을 경험했 다. 첫 번째는 수교(1992년)와 함께 시작됐 다. 많은 기업이 싼 임금을 찾아 공장을 중국 으로 옮겼고, 국내에서는 부품을 만들어 수 출했다. 연평균 32.2%의 교역 신장률(92~97 년)이 그 성적표다. 두 번째 붐은 중국의 세계 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찾아왔다. 중 국이 ‘세계 공장’으로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는 그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출단지 역 할을 했다. 중국의 수출이 늘면서 우리도 덩 달아 제조업 호황을 누렸다. 한국에서 중간 재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완 성품을 조립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형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왼쪽 셋째)이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종료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합의 의사록 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 둘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이들을 지켜보며 박수 치고 있다.
교역 규모로 본 한중 경협 발전 단계
청와대사진기자단
FTA 체결에 따른 동아시아 분업 구조의 변화 중간재(저부가)
단위: 달러
2289억
1450억 → 2289억 연평균 11.8%
중간재(고부가)
체결 이전
완성품 체결 이후
안정화기(2007~2013년)
1180억 412억 → 1180억 연평균 33.7%
제2차 붐(2002~2006년)
315억 184억 → 315억 조정기(1998 ~2001년)
연평균 7.4%
^중간재-완성품의 분업 구조
^한국 ‘FTA 허브(hub)’ 역할 미국·유럽연합(EU)은
64억 → 237억
한국·일본·대만 등에서 생산한 중
한국을 중국으로 가는 전초기지로 삼고, 중국은 서방으로
연평균 32.2%
간재를 중국에서 조립해 미국·유럽
가는 창구로 한국을 활용. 한국은 고부가가치 중간재 교역
등으로 수출.
의 허브 및 중국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의 중심지 역할.
237억 제1차 붐(1992~1997년)
자료: KIEP
‘한국-중간재, 중국-완성품’ 모델 중국, 중간재 생산해 분업구조 깨져 미·EU행 관문으로 한국 활용토록 중국 기업 끌어들일 첨단 단지 필요
그 구도가 지금 한계에 달했다. 박상수 충 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22년 한·중 양 국은 중간재와 완성품을 놓고 분업하는 관계 였다”며 “그러나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 기업 들이 완성품뿐만 아니라 중간재(부품)까지 생산하면서 그 구조가 깨지고 있다”고 말했 다. 요즘 고조되고 있는 제조업 위기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문제다. 에틸렌은 그 한 사 례일 뿐이다. 미중EU와 FTA 고속도로 깐 유일 국가 답은 역시 FTA에서 찾아야 한다. 오승렬 교 수는 “어찌 됐든 우리는 미국·유럽·중국 등 과 ‘FTA 고속도로’를 깐 유일한 경제협력개 발기구(OECD) 국가라는 점을 충분히 활용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를 산업 업그 레이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는 ‘FTA 허브’ 전략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유럽, 그리고 중국을 잇는 브 리지(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 진출의 교두 보로 한국을 선택하고 중국이 미국·유럽으 로 가는 관문으로 한국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 원은 “동아시아 경협을 중국-한국으로 국한 해 보지 말고 미국·유럽 등으로 펼쳐 봐야 한 다”며 “한국을 중국·미국·유럽연합(EU) 등 이 모두 와 활동할 수 있는 ‘고부가 중간재 생
산 단지’ ‘첨단 R&D단지’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3국, 여기에 미국·EU 등 으로 이어지는 공급망(Supply Chain)을 면 밀히 관찰하면 우리가 파고들 여지는 충분하 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희망의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글 로벌 화학업체인 바스프는 지난 5월 유기전 자 소재의 글로벌 영업본부를 독일 루트빅스 하펜 본사에서 서울로 옮겼다. 한국이 유기 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액정표시 장치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 져 내린 결정이었다. 이웃 중국 시장도 감안 했다는 평가다. 지멘스는 에너지 솔루션 아 태본부를, GE는 글로벌 조선해양본부를 각 각 서울로 옮겼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로 성장 한 화웨이(華爲)가 서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기로 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지 연 구위원은 “단순히 무엇을 생산할 것이냐가 아닌 국제 분업체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며 “더 많은 글로벌 기 업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인력·노무·교 육·세제 등의 분야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 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첨단 산업 단지 건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새만금 건설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지난 14일 새만금의
투자환경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에 들른 중 국 최대 컨설팅 회사 허쥔(和君)그룹의 리쑤 (李肅) 총재는 “사람과 물자, 돈이 자유롭게 오가도록 하자는 게 FTA 정신”이라며 “이런 조건이 보장된다면 중국 기업들은 서방으로 향하는 창구로 새만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수원~인천을 잇는 전자·IT 단지, 남해안의 ‘조선(造船)벨트’, 오송~대덕의 바 이오·IT 단지, 울산~포항~부산을 잇는 철강· 기계 공업단지 등도 유력한 국제 클러스터 후 보다. FTA 영토가 넓어진 만큼 글로벌 비즈 니스 시각도 넓혀야 한다. 한국, 고부가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해야 산업 업그레이드에 실패한다면 FTA는 중국 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우리 기업이 빨려드 는 ‘흡수 패러다임’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경 쟁력을 갖춘 기업조차 시장과 기업 환경을 따라 자원을 재배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런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시 안(西安)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일부 국내 LCD 공장도 광저우(廣州)·쑤저우(蘇州) 등 으로 옮긴 지 오래다. 공장이 이동하면서 고 급 일자리도 넘어가고 있다. 오승렬 교수는 “결국 한국은 고부가 창출 을 위한 서비스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바꾸 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시간을 다시 우리 편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 는 유일한 길’이라는 지적이다.
Economy 21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한중 경협 새 시대 전문가 좌담
한·중 FTA는 종점 아닌 출발점 산업 업그레이드 기회 한국과 미국·EU·중국 간 교역 현황 단위: 달러, ( )안은 비중, %
EU
미국
중국
1035억6400만(9.6) 1050억8700만(9.8)
교역
2289억2200만(21.3) 620억5200만(11.1) 488억5700만(8.7)
수출
1458억6900만(26.1) 415억1200만(8.1) 수입
562억3000만(10.9) 830억5300만(16.1) 자료: 한국무역협회(2013년 기준)
한국 FTA 추진 현황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발표한 10일 서울 경동시장의 농산물 판매점 풍경. 한·중 FTA의 민감품목들인 각종 농산물이 진열되어 있다.
정리=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0일 타결됐다. 한·중 FTA는 농산물 개방을 최소화하는 등 다소 낮은 수준에서 이뤄졌 지만, 경제는 물론 정치·외교·안보 등에서 양 국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타결 된 어떤 FTA보다 더 큰 영향을 우리에게 줄 것으로 보인다. 13억 중국 시장은 우리 경제 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도, 반대로 우리를 집 어삼킬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정책 당국자와 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중앙 SUNDAY가 14일 좌담회를 열고 전문가들 의 의견을 들었다. 간담회에는 오승렬 한국 외대 중국학부 교수와 FTA 전문가인 정인 교 인하대 교수가 참석했다. 사회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한우덕 소장이 맡았다. 참석자 들은 “한·중 FTA는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와 달리 종착역이 아니라 출발점”이라 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한국은 명분을, 중국은 실리를 챙겼다”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주요 무역대국 중 중국 과 첫 FTA를 맺은 선발자로서의 이익을 누 릴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협상이 생각보다 일찍 타결됐다. 누가 더 급했나. ^정인교=2003년 이전부터 중국이 한국 과 FTA 맺기를 원했다. 한·중 양국 중 누가 먼저 FTA 얘길 꺼냈느냐고 묻는다면 단연 중국이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등을 이유 로 한·중 FTA 체결 시기를 다소 늦춰 왔다. ^오승렬=한국도 중국과의 FTA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의 공업 수준이 중국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FTA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중국이 지난해 부터 강조한 ‘신형대국 관계’와 관련이 깊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말하는 ‘중국의 힘’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는 자신감 이 그 배경이다. 중국은 또 양자 협상에 매우 강한 나라다. 이번에도 그랬다. 원산지 판단 기준이라든가, 공산품에 대한 부분은 자기들 에게 유리하게 가져갔다. 대신 한국인에게 정 서적으로 중요한 쌀은 빼줬다. 명분은 한국 이 쌓고, 실리는 중국이 확보했다. -이번 FTA를 평가한다면. ^정=한국은 농업을 방어하기 위해 제조 업에서 대가를 많이 지급한 것 같다. 농민 단 체가 제조업체를 걱정하기도 하더라. 우선 경 제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이번 FTA를 활용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 중국이 시장을
연 게 보이긴 하지만, 이런 건 일부다. 딱히 눈 에 확 띄는 효과는 아직 안 보인다. 좀 더 봐 야 한다. -유리한 조건이 많지만, 절차상 합의 내용 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건 아닐까. ^정=한·미 FTA 후유증 때문인지, 중국 의 독특한 산업 통상 체제 때문인지 중국과 FTA를 하면서 공론화가 너무 부족했다. 적 극적인 공론화를 통해 다양한 논리와 문제를 검토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생략된 거다. 예를 들어 농업을 보면 안다. 한국은 농업에 대해선 관심이 뜨겁지 않나. 그러니 이번에 철통 방어를 해낸 거다. ^오=중국과의 협상을 EU나 미국처럼 생 각하는 것은 오류다. 미국이나 EU는 아직 까지 중국에 대해 시장 지위를 인정하지 않 는다. 이유는 중국 경제의 불투명성 때문이 다. 한국이 투명한 유리 어항이라면, 중국 경 제는 불투명한 호박 어항이다. 유리 어항 같 은 한국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에 FTA가 어 떤 영향을 줄지 계산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 가능하다. FTA를 맺어도 중국 내부 사정 등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 농업 방어 위해 제조업 양보 FTA 공론화 부족은 아쉬워 제도적 협상 채널 생긴 건 의미
으로 인해 우리의 수출을 방해하는 장애물 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과 의 FTA는 우리에게 꼭 필요했다. 이건 한국 경제의 비전과 관련된 문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 중 유일하게 미국·EU·중 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다. 세계 3대 경제권 을 잇는 브리지(교량)인 셈이다. 이 점은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 실 이번 FTA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 중소 기업들이 될 수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 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분야는 그래 도 잘했다는 게 여론인 듯한데, 결과적으로 한국 농산물 시장의 중국화는 가속될 수밖 에 없다. ^정=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품목별 원산지 결정기준(PSR)을 중국 측이 강화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중국 입장에 서는 한국 제조업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다. 둘째, 중국이 수출 을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 을 만들어 수출하는 게 대부분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나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그 렇지 않나. 원산지 관련 규정은 결국 역내 투 자를 의미한다. 원산지 규정을 깐깐하게 가져 가면 자국산 부품을 더 쓸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 입장에선 원산지 기준을 어떻게 하는 게 유리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업들이 어디 서 부품을 조달하는지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 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의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자. ^오=미시적 측면에선 우려가 많을 수밖 에 없지만, 그럼에도 한·중 FTA의 전략적 의 미는 대단히 크다. 일단 이번 FTA로 우리는 세계 10대 무역대국 중 중국과 FTA를 체결 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선발 주자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 경제 구조 는 FTA가 체결되기 이전에도 중국과 밀접 하게 통합돼 있었다. 이미 통합된 상태에 제 도적 틀을 더한 것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미 국과의 FTA는 협상 타결이 곧 종점이다. 양 국 모두 투명하게 개방된 사회라 그렇다. 중 국은 종점이 아니라 하나의 출발점이다. 이번 한·중 FTA를 잘 활용하면 한국 정부와 기업 에는 큰 보약이 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속성 을 잘 몰라서 실기한다면 오히려 독약이 될 것이다. ^정=FTA는 곧 제도화를 뜻한다. 없는 것 보단 분명 있는 게 낫다. 앞으로 FTA 이행위 원회, 관세위원회 등이 협상 이행 상황을 점 검하게 된다. 제도적 통상 협상 채널이 생긴 것이다.
구분
대상 국가
기 발효
칠레·미국·EU 등 47개국
타결
중국·뉴질랜드 등 5개국
협상 진행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13개국
[뉴시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중국과의 FTA는 경제뿐 아니라 북한을 비롯한 외교안보 문제도 감안해야 할 텐데. ^오=국제 관계를 선으로 생각하면 우리 와 중국은 그간 실선이 아니라 점선으로 이 어진 관계였다. 불안했다. 한·중 FTA 체결과 관련해 만족, 불만족을 떠나 중국과의 무역 장벽이나 투자장벽 철폐를 위한 공감대를 만 들었다는 것 자체가 성과다. 이뿐만 아니라 양국은 실선으로 이어진 안정적인 관계를 갖 게 됐다는 것도 성과다. 덕분에 북한 변수가 경제에 미치는 민감도도 상당히 완화될 것 이다. 일본만 왕따 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 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설 비와 부품 등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다. 한·중 FTA의 순기능으로 무역량이 급증한다면 결 국엔 일본도 상당한 수혜자가 될 것이다. ^정=중국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한·미 FTA도 이미 했고, 최근엔 미국 주도의 환태 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얘기도 자 꾸 나오는 나라다. 내가 중국이라고 해도 한 국이 불편할 수 있다. 이번 FTA가 낮은 수준 이라고는 해도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데에
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중국의 청을 들 어주는 모양새였던 걸 감안하면 협상 내용이 좀 아쉽다. -한·중 FTA로 어떤 상품이 득을 볼까. ^오=아직 알려진 게 없으니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중국 내부 동향을 보면 국가 역점 사업으로 인구 이주와 관련한 중소도시 건설과 중서부 내륙 개발이 한창이다. 이런 방향에 맞춰 최종 문안 타결·발효 시까지 우 리 경제가 누릴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목 적의식을 가지고 잘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중견 기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중국 기 업들을 현대화하는 일이나 도시 건설에 들어 가는 다양한 중간재 관련 산업, 건설 산업 등 이 득을 볼 수 있다. ^정=중국 내수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많 진 않다. 하지만 한류의 영향을 받는 업종들, 이를테면 화장품 같은 업종들은 관련 규정의 단순화에 힘입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부유층도 최근 건강이나 웰빙에 부쩍 신경 쓰는 추세이니 한국 식품이나 일부 수산물 들은 수혜를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건설 업체들도 득을 볼 수 있다. 중국 노동력을 활 용해 시공과 설계를 분리해 들어가는 형태가 아닐까 한다. -한·중 FTA의 후속 조치로 어떤 것들이 이뤄져야 할까. ^오=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글로벌 서플 라이 체인(공급망)에선 굉장히 큰 역할을 한 다. 하지만 밸류 체인(가치 사슬)에선 여전히 취약하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봐라. 중국 에서 생산되지만 중국에 떨어지는 가치가 많 지 않다. 우리도 글로벌 밸류 체인 내에서 가 치를 높일 수 있도록 인적자원 등에 대한 공 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FTA란 제도적 틀 을 활용해 중국 중서부 내륙 개발에도 뛰어 들어야 한다. 또 FTA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극히 일부란 걸 알아야 한다. 경제 관계를 심 도 있게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트랙3’ 란 개념을 얘기하고 싶다. 트랙1은 정부와 정 부, 2는 민간 기관이 참여하는 공공외교, 3는 국민 개개인 간의 풀뿌리 교류를 의미한다. 양국 국민이 좀 더 공감대를 만들 수 있도록 트랙3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협정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봐야 한 다. 상대 국가가 제도적으로 타국에 불리하 거나 맞지 않은 일을 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사실 우리 정부가 말하는 ‘글로벌 FTA 허브’ 전략에서 필요한 마지막 단계는 한·중 FTA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중 FTA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국내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
한국은 명분을, 중국은 실리 챙겨 북한 변수,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줄어 중국 내륙 개발에 참여하는 계기로
22 Economy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마켓&마케팅 ⑤ 작은 차이가 만드는 큰 변화, 3S
이코노미 기내식이 레스토랑 코스요리로 변한 이유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schoi@dongduk.ac.kr
남녀노소 모두 몸매관리에 열심이다. 독특한 식이요법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스마트폰 앱 을 사용해 매 끼니 먹은 음식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런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 지 않는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 나는 음식의 양과 영양의 균형을 조절하는 데 있다. 가령 하루 권장 채소량이 350g이라 면 실제로 어느 정도 먹어야 하는지 가늠하 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상품이 등장했는 데, 그 방식이 정말 간단하다. ‘ETE plate’는 일반 접시 위에 다섯 개의 선만 그어놓은 모 양새다. 필수영양소의 비중에 따라 접시를 분할한 것이다. 밥/면, 육류/생선, 채소, 샐러 드 칸에 맞춰 음식을 담으면 매 끼니 정해진 분량의 음식으로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 채소, 면, 고기류가 뒤섞인 메뉴는 ‘mix’ 칸 안에 담아 먹고, 소식을 다짐한 사 람은 점선으로 처리된 ‘empty’ 공간을 비워 두면 된다. 네덜란드의 디자이너와 영양학자가 함께 개발한 이 접시는 다이어트를 위해 노력하 는 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식생활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화 를 느끼게 해준다. 비만이 걱정되는 아이들 이 사용하기도 쉽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 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 접시는 출시 직후 매 진됐다. 작은 아이디어로 큰 문제 해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작은 아이 디어로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작지만 스마 트하고(smart), 기분 좋고(sweet), 두드러진 (salient) 차이를 발굴해 예상치 못한 큰 성 과를 거둔 기업들이 있다. 버진항공(Virgin Atlantic)도 그중 하나다. 이코노미 클래스로 가는 장거리 비행은 그 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특히 기내식을 먹을 때면 좁은 트레이 위에서 옹색한 자세 로 나이프와 포크, 그릇을 옮기기 바쁘다. 여 러 음식을 정신 없이 한꺼번에 다 먹고 나면 무슨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잘 모른다. 이는 편안함보다는 실리를 선택한 고객이 감 수해야 하는 당연한 불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버진항공의 생각은 달랐다. ‘이코 노미 클래스 고객에게는 기내식을 레스토랑 의 코스요리처럼 대접할 수 없는가’라는 발 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회 사 MAP에 이 문제를 의뢰했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표준화된 이동식 카트를 사용하는 조건까지 주어진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MAP가 내놓은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했 다. 우선 모든 음식을 한 번에 내놓지 않고 식 전, 메인, 식후 요리를 차례로 제공하기로 하 니 트레이는 메인 요리를 담을 정도의 사이 즈면 충분해졌다. 또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 던 포크·나이프를 슬림한 디자인으로 바꾸 고 대신 투명한 보라색을 사용해 우아한 느 낌을 더했다. 트레이 가장자리에는 작은 홈을 만들었는 데, 카트에서 꺼낼 때 다음 트레이가 차례대 로 끌어당겨지도록 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그러면 승무원이 다음 트레이를 찾기 위해 카트 속에서 손을 휘젓지 않아도 되고, 그만 큼 서빙 시간도 단축된다. 트레이 소재는 스 펀지 고무로 바꿔 난기류를 만나더라도 식기 가 고정되어 음식물이 뒤섞이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탄생한 콤팩트하고 정갈한 새 트레 이는 승객이 식탁 위 공간을 더 여유롭게 쓰 도록 했고, 승무원들의 서비스 속도를 높여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코 스 기내식’을 실현시켰다. 버진항공의 장거
버진항공은 이코노미석 승객이 좁은 공간에서 식 사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식사를 코스요리로 바꿨다. 왼쪽은 코스 선택을 번호로 만든 안내판. 작은 사진은 코스대로 서빙하는 모습과 식판.
일일이 말하기 구차한 작은 불편 조용히 해결해 주는 기업에 열광 작은 아이디어가 핵심 경쟁력 돼
기업과 고객의 인식 차 (362개 기업 대상 설문, 단위: %)
80 가치 인식 격차
8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 기업의 비율
기업에 특별한 가치를 제공받고 있다고 생각한 소비자의 비율 자료: 베인앤드컴퍼니
리 기내식에서는 먼저 식전 칵테일이 나오 고, 뒤를 이어 샐러드와 메인 요리가 놓인 트 레이가 나온다. 메인 요리를 다 먹으면 트레 이는 거둬가고 디너 바 서비스가 뒤따른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와 커피가 제공된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가격, 운항노선, 멤버 십 서비스 경쟁에 치중할 때 버진항공은 기 내식의 작은 변화로 독특한 고객 가치를 창 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버진항공을 이용 한 한 고객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코노미 좌 석이었는데 코스처럼 디저트가 따로 나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는 경험담을 올리기도 했다. 부피를 줄인 트레이의 가치는 이뿐만이 아 니다. 일반적으로 카트 한 칸에 트레이 3개를 싣는데 새 트레이는 4개를 실을 수 있다. 다 른 항공사가 카트 4개를 사용할 때 버진은 3 개만 쓰면 되는 것이다. 공간 활용의 효율성 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항공기당 무게가 평 균 132㎏ 가벼워져 그만큼의 연료비가 절약 됐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45% 줄어들었다. 작지만 스마트한(small but smart) 변화로 차별화와 비용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작은 손짓과 동작으로 고객 마음 잡아 고객 접점에서도 작은 손짓과 동작만으로 고 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얼마 전 스타 벅스는 ‘콜 마이 네임’이라는 서비스를 시작 했다. 음료가 준비되면 고객의 이름을 불러 주는 간단한 내용이다. 사람의 귀에 자신의 이름만큼 달콤한 소리는 없다고 하 니 작지만 기분 좋은(small but sweet)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시작된 지 20 일 만에 약 20만 명의 고객 이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이름이나 닉네임을 등록할
다이어트에 필요한 양만큼 음식을 담을 수 있도록 접시를 분할한 상품(위)과 종류별로 담은 모습.
고객의 이름을 컵에 적어주는 스타벅스의 서비스.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종이컵에 바리스타가 직접 손 글씨로 고객의 이름을 쓰고 불러주 는데, 간혹 잘못된 스펠링으로 써진 컵을 받 은 고객들이 투정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블 로그에 올려 입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마치 불평처럼 이야기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서운 함이 친밀감으로 느껴지고 오랫동안 잊지 못 할 추억이 만들어진 듯하다. 베인앤드컴퍼니가 362개 기업을 대상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상품들이 우수한 가치 를 지니고 있는지를 물어봤더니 80%가 그렇 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362개 기업 중 고객들 로부터 가치 창출을 인정받은 기업은 8%에 불과했다. 그만큼 기업과 고객의 가치 인식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고 무의미한 부분에서 무모한 경쟁을 벌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는 때로 기업이 고 려하지 못했던 사소한 부분에서 발견된다. 자동차 매장을 나서는 고객 표정이 씁쓸한 이유는 기술력을 인정 받는 자동차를 사려고 왔는 데 막상 보니 집게발같이 생 긴 조잡한 컵홀더가 눈에 거슬려 실망했기 때문일 수 있다. 작지만 두드러진 (small but salient) 가치를 놓치면 100-1은 99가 아닌 0이 된다. 글로벌 마케팅 1위 기업으로 인정받는 P&G도 이런 실수로 낭패를 겪은 적이 있다. 일본 시장 진출 초기 P&G는 경쟁 브랜드인 유니레버의 유니참(Unicharm)에 비해 훨씬 뛰어난 흡수력의 팸퍼스 기저귀를 오히려 더 낮은 가격으로 출시했다. 빅 히트를 기대했 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품질에 자신 있었 던 P&G는 다양한 과학적 실험으로 탄생한
팸퍼스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그 러나 일본 엄마들은 특별한 이유도 표출하지 않은 채 거부해 연이은 실패를 안겨줬다. 팸퍼스 마케팅팀은 좀 더 많은 시간을 일 본 엄마들과 함께 보내며 문제점을 찾아보기 로 했고, 드디어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일본 엄마를 신경 쓰이게 한 요소를 발견했다. 팸 퍼스의 고무줄 부분 조임은 경쟁사 제품보다 조금 더 단단했다. 이것은 아기 피부를 약간 붉어지게 할 수 있지만 아기의 엉덩이를 보다 안정적이고 포근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심미적 부분에 민감한 일본 엄마들의 눈에는 기저귀가 아기 피부를 상하게 하는 것이 끔 찍하게 느껴졌다. 팸퍼스가 다시는 쓰고 싶 지 않은 상품이 된 이유다. P&G 팸퍼스, 고무줄 때문에 일본에서 고전 이런 일은 P&G가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겪 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일본 엄마들에게 팸 퍼스가 아기 피부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안심하지 않았다. 결국 P&G는 일본 엄마 식으로 품질을 재정의해 제품을 개선했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 공했다. 사소함이 만드는 큰 차이는 우연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각 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버진항공의 의뢰 를 받은 디자이너들은 승무원들이 음식을 서 빙하며 카트를 다루는 모습과 기내식을 먹는 승객들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수십만 마일 을 비행했다. 드러나지 않은 불만 요소를 찾 기 위해 P&G는 기저귀를 다루는 엄마들의 작은 표정 변화까지 집요하게 관찰했다. 여심을 흔드는 플레이보이는 남들은 알아 차리지 못하는 서운한 감정을 달래주고, 말 하기는 구차한 사소한 불편함을 조용히 해결 해준다. 제품과 브랜드의 매력도 고객에 대한 섬세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획일적인 경쟁의 룰을 쫓기보다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사소한 부분에서 영리하고 달콤하게, 그러면서도 폐 부를 찌르는 작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최순화 소비자학을 공부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 대에서 석사 학위를,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현재 국내외 소 비시장 트렌드 분석, 브랜드 관리 전략 등을 연구하 고 있다. 저서로 반감고객들(2014), I Love 브랜 드(공저, 2010)가 있다.
Sports 23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나이 들면 더 필요한 코어근육 만들기 <상>
근력근육유연성감량 푸시업만 제대로 해도 끝난다 허리 통증과 어깨근육 뭉침, 무릎 저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통증이다. 대다수가 일단 약국에서 패치를 사다가 붙이는 걸 시작으로,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러 물리치료센터를 찾거나 최근 유행한다는 피트니스법을 찾아 나선다. 하나같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말도 많다. 제대로 몸의 균형을 찾기 위해 중앙SUNDAY는 신체 의 중심인 코어 근육(Core Muscle)을 단련시키는 방법을 들여다보고 이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번째 순서로 푸시업(Push-up)을 통한 운동법을 소개한다.
배명구 스포츠 칼럼니스트 myeounggoobai@naver.com
푸시업, 즉 팔굽혀펴기는 누구나 수차례 해 본 적이 있는 운동이다. 별다른 도구나 장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수행할 수 있다. 대 부분 기초체력 단련 수단의 하나로, 또는 본 격적인 운동을 하기에 앞서 연습 삼아 하는 경우가 많다. 푸시업은 다 관 절 운 동(c omp ou nd exercise)이다. 많은 남성이 가슴 근육을 키 우기 위해 시작하지만 팔과 어깨, 등과 다리 근육은 물론 코어 근육 단련에도 매우 좋다. 상체의 전반적인 균형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상호 조정 능력과 심폐 기능도 향상시 킨다. 미국의 TV 프로그램 ‘닥터 오즈쇼(Dr. Oz Show)’로 유명한 오즈 박사(Mehmet Oz)는 바른 자세로 푸시업을 하면 근력 향상 은 물론 두뇌도 건강해져 치매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사람은 푸시업이 근육에 그리 큰 자 극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손의 위치, 발 높이 조절 등을 통해 얼마든지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는 게 바로 푸시업의 특징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목적도 다 양하게 고를 수 있다. 근력 강화용, 근육 부피 증가용, 스피드 향상용, 지구력 강화용, 스태 미나 증가용, 체중 감량용, 유연성 강화용 등 옵션도 여러 가지다. 손목에 무리 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푸시업의 기본 동작은 ^바닥에 엎드린 자세 에서 ^몸통을 일직선으로 하고 ^팔로 바 닥을 밀어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손 은 어깨보다 약간 넓게, 손바닥은 약간 바깥 쪽으로 향한다. 몸통을 반듯하게 하되 엉덩 이를 내밀어선 안 된다. 허리가 처지거나 휘 어서도 안 된다. 몸을 내리면서 들이쉬고, 숨 을 내쉬면서 몸통을 들어올린다. 신체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로 팔꿈치와 몸통의 각도를 90도로 벌 리지 말고 45도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자칫 어깨 부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팔을 어깨 높이로 올리면 어깨관절이 불안정한 위치에 오게 된다.
둘째로 바닥을 짚는 손목에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바닥에 부드러운 수건을 깔고 주먹 을 바닥에 대고 하거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푸시업바를 사용하기를 권한다. 푸시업바 대 신 아령을 쥐고 해도 좋다. 셋째로 너무 빠르게 하거나 반동을 이용하 지 않도록 한다. 필요한 부분의 근육에 자극 을 주기 위해서는 적절한 속도로 푸시업을 수 행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하는 것이 스피드 와 순발력 향상에 도움이 되나 이는 어디까 지나 올바른 동작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 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한 번 할 때 2~3초 정도 하는 것이 적당하다. 푸시업을 쉬지 않고 50번, 100회 하는 사 람들도 있다. 이러한 방법이 나쁘지는 않다. 다만 대개 세트당 25~30회가 넘어가면 근력 은 제대로 키워지지 않고 지구력만 길러진다. 근육이 커질 만큼 충분한 자극을 주지 못하 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난이도 를 달리할 수 있을까.
3. 웨이티드 푸시업(weingted push-up) 웨이티드 푸시업은 무게를 더해 운동 강도 를 높이는 방법이다. 등산 가방에 물건을 채 워 등에 메고 하는 방법도 있고, 다른 사람을 몸 위에 올라타게 하고 수행하는 방법이 이 에 속한다. 근력이 좋다면 배우자를 태우고 해보도록 하자. 근력 향상 외에도 여러 긍정 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1 인클라인 푸시업
2 디클라인 푸시업
3 다이아몬드 푸시업
5. 익스플로시브 푸시업(explosive push-up) 익스플로시브 푸시업은 근육의 빠른 수축 을 이용한다. 폭발력이 있게 빠른 속도로 팔 을 밀어내서 몸통을 들어올리는 푸쉬업 수행 방법인데, 강력한 파워와 스피드 향상을 목표 로 하는 운동법이다. 박수 푸시업(clap pushup)이 대표적인 예다. 먼저 바닥을 짚고 있다 가 온 힘을 모아 점프하듯이 바닥을 밀어내면 서 박수를 치고 지면에 착지한다. 이때 손목 을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사진 4). 위 방법 가운데 본인의 신체 능력에 맞는 것을 골라 수행하도록 한다. 사람마다 신체 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스스로 경험 하고 실험해 가면서 자신만의 운동 프로그램 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장 중요한 것 은 자신의 건강상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운동 이 그렇듯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하므로 무 리하지 않도록 한다.
바닥에 수건 깔아 손목 보호하고 팔꿈치몸통 각도 45도 정도 적당 적절한 속도로 근육에 자극 줘야 세트당 25~30회가 근력에 도움
1. 인클라인 푸시업(incline push-up) 어린이, 노약자, 여성, 그리고 초보자는 발 을 바닥에 대고 하는 푸시업을 효과적으로 하기 쉽지 않다. 인클라인 푸시업은 상체의 각도를 수평보다 높게 한다. 즉 탁자나 상자, 의자, 벽을 짚고 상체의 각도를 수평보다 높 이면 난도가 낮아진다. 발이 아닌 무릎을 바 닥에 대고 푸시업을 하는 것도 비슷한 발상 을 이용한 것이다(사진 1). 2. 디클라인 푸시업(decline push-up) 인클라인과는 반대로 다리를 평지보다 높 은 곳에 하는 푸시업이다. 일반적인 푸시업보 다 하중이 상체에 몰리므로 보다 난도가 높 다. 또 근력을 키우는 데도 더 효과적이다. 상 대적으로 가슴의 윗부분에 더 많은 자극이 가게 된다(사진 2).
4. 바닥 짚는 위치를 이용한 푸시업 바닥을 짚는 손 간격을 바꿔도 난도를 달 리할 수 있다. 와이드 그립 푸시업(wide-grip push-up)은 바닥을 짚는 위치를 어깨보다 넓게 한다. 상대적으로 가슴에 강한 자극이 간다. 일반적인 푸시업보다 난도가 높은데, 주로 미국 해병대에서 이 푸시업을 운동프로 그램에 포함시킨다. 미 해병대에서 하는 또 다른 방법이 다이아 몬드 푸시업(diamond push-up)이다. 손을 다 이아몬드 모양으로 짚고 수행하는 방법인데, 삼두박근에 자극이 강하게 간다(사진 3).
4 박수 푸시업
배명구 스포츠 칼럼니스트. 서울대 정치학과·서울 대 행정대학원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석사를 했다. 52세의 나이에도 키 1m79cm, 몸무게 72kg, 체지방 12%를 유지하며 주위에 자신만의 건 팔꿈치와 몸통의 각도는 45도가 적당하다.
강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롯데 위한 명심보감 “프로야구는 꿈 파는 사업이다” 고질적 낙하산과 프런트 월권이 이홍주 변호사 humanlaw64@naver.com
최근 롯데 자이언츠 구단 사태를 보면서 한 평생 사랑했던 연인이 망가져 가는 것을 속 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듯한 슬픔을 느낀다. 나는 열두 살이던 1975년 화랑대기 야구 결승전을 본 뒤 평생 야구를 사랑하게 됐다. 고향 부산을 연고지로 한 롯데 자이언츠를 30년 넘게 응원하는 중년의 팬이다. 80년대 초반 프로야구를 우민화 정책으로 보는 대학 문화로 인해 드러내 놓고 즐기기 어려웠지만, 84년 서울 종로에 가두 시위를 나갔다가 다 방에 숨어 한국 시리즈 결승전을 봤던 기억 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러한 나의 야구와 자
선수 감시 CCTV 사태의 뿌리 이기적 행태 계속되면 팬 떠날 것 멋진 야구 위해 구단은 투자만 해야
이언츠에 대한 사랑은 아들에게 이어져 아들 은 사회인 야구 동호회원이자 자이언츠의 열 렬한 팬이다. 현재의 롯데 구단 문제는 어제오늘의 것 이 아니다. 84년 우승의 주역인 최동원 선수 를 선수협 문제로 삼성으로 트레이드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 해영 선수도 또 다른 피해자였다. 이러한 횡 포의 밑바닥에는 프로야구 구단을 그룹의 계열사로 인식하고 선수들을 동반자는커녕 구단의 눈 밖에 나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 는 계약직 노동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고 본다. 프로야구는 꿈을 파는 사업이다. 행복을 만드는 사업이다. 프로야구는 꿈과 행복을 선물받은 팬들이 사랑으로 돌려주는 순환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팬이 단순
한 소비자가 아니라 주인인 것이다. 선수와 팬이 경기장에서 만나 선수는 갈고 닦은 기 량과 파이팅을 주고, 팬들은 함성과 응원가 로 답하는 꿈과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문 화인 것이다. 돈벌이가 아니다. 그룹의 홍보 정도나 하는 사업이 아니란 말이다. 프로야구 구단은 선수들을 중심에 놓고, 이를 조련하는 감독을 정점으로 한 코치진과 이를 돕는 프런트로 이루어진다. 만일 이런 구조가 거꾸로 되어 구단주나 단장, 운영부 장이 선수의 훈련과 기용을 결정한다면 제대 로 된 야구가 가능하겠는가. 이건 기본이다. 여기에 구단과 그룹의 장기적인 투자와 팬들 의 사랑과 응원이 더해져야 멋진 야구, 명문 구단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수십 년간 고질적으 로 반복되어 온 구단의 낙하산 인사와 프런
트의 월권 행위다. 폐쇄회로TV(CCTV) 설 치와 같은 시대착오적 작태는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팬들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 기 업문화다. 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 새로 취 임한 대표는 “프런트는 현장을 지원하는 역 할에만 충실해야 한다”며 “고객 중심의 프 로구단이 되도록 체질개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두선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 보인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롯데는 팬들 에게 구단을 넘겨주길 바란다. 나는 꿈꾼다. 아들과 손주 3대가 함께 “자이언츠”를 외치 는 그날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해 2002년부 터 종합법률사무소 ‘사람과 법’ 대표변호사로 있 다. 민사와 M&A 전문이다. 프로야구 광팬으로 32 년째 대를 이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다.
24 Column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42 벤처투자사 세쿼이아 회장 마이클 모리츠
구글 알아본 족집게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 디자인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naree@dcamp.kr
연말이 다가온다. ‘2014년 세계 산업계 최 고의 사건’을 꼽는다면 아마도 알리바바 (Alibaba)의 뉴욕 증시 상장이 아닐까. 지난 9월 상장 이후 알리바바 주가는 50여 일 만 에 50%가량 상승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 은 14일 현재 2850억 달러(약 313조원)에 이 른다. 알리바바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애 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존슨앤드존슨 정 도뿐이다. 덕분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중국 1위 부자가 됐다. 최대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일생일대의 성취를 이 루게 됐다. 이 가운데 뒤에서 가만히 웃고 있는 남자 가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세쿼이 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의 마이클 모리 츠(Michael Moritz·60) 회장이다. 그는 알리 바바 상장 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 이 회사에 조용히 투자했다. 알리바바 기업공개는 인터넷 산업의 전 지구적 진화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세쿼이아)는 12, 13년 전부터 중국에 거대한 기술기업 가치가 형성되리라 는 것을 알았다. 향후 30여 년간 제대로 된 비 즈니스를 하려면 중국으로 가야 할 것”이라 고 덧붙였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 중 그의 이야기를 흘려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리츠는 1990년대 이후 실리콘 밸리 창업 생태계를 사실상 디자인한 사람이 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치 독일 탈출한 유대인 그가 투자한 기업 리스트를 보자. 구글·야 후·페이팔·시스코·유튜브·링크트인·자포스· 플레트로닉스·왓츠앱·드롭박스·스트라이 프…. 그는 글로벌 초일류 IT기업으로 성장 한 이들 회사 대부분의 초기 투자자이자 이 사회 멤버였고 강력한 후견인이자 헌신적 멘토였다. 자신이 직접투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세쿼이아의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 인 애플·오라클·에어비앤비·일렉트로닉아 츠·텀블러·스퀘어·애드몹·그린닷·넷앱·팰로 앨토네트웍스 같은 회사들의 경영과 성장에
도 깊숙이 관여했다. 이 같은 활약을 통해 모 리츠는 세쿼이아를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털 로 키웠고, 그 자신 역시 약 3조원의 자산을 가진 거부가 됐다. 더욱이 재산의 최소 50%를 기부하기로 약 정한 가운데 이미 약 2500억원을 영국과 미 국의 여러 대학에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특 히 옥스퍼드대에는 유럽 대학 역사상 최고액 인 1900억원을 기부했다. 덕분에 해마다 이 학교에 입학하는 저소득층 자녀 100여 명이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지원받게 됐다. 지난해 에는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사실 모리츠는 캘리포니아 출신 ICT 전문 가들이 장악한 실리콘밸리에서 이질적인 존 재다. 그는 영국 남웨일스 카디프 지방의 유 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카디프대
또한 모리츠는 ‘젊은 피’에 열광한다. 미래 는 22세, 23세의 시대가 될 것이라 장담한다. 이들은 놀라운 몰입도와 자신감, 문제를 해 결하려는 열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디어 뉴리퍼블릭에 따르면 모리츠는 “새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느냐의 측면에서 볼 때 45세 이상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가족·연애 등으로 인해 신경이 분산되는 것도 치명적이라고 본다.
‘경쟁자는 많지만 비즈니스 모델이라곤 없 는 작은 회사’ 구글이었다. 모리츠는 두 창업 자의 집념과 열정, 지적 역량과 원대한 비전 에 높은 점수를 줬다. 99년 그는 경쟁 투자사인 ‘클라이너 퍼킨 스 코필드&바이어스’와 매칭 투자를 감수하 면서까지 구글에 합류했다. 이후 2007년까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오늘날의 구글을 만 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실제 모리츠는 직원이 대여섯 명뿐인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즐긴다. 이 를 통해 경영 일반은 물론 인재 영입, 판로 개 척, 법적·제도적 이슈 해결, 추가 투자 유치까 지를 보조하고 때로는 리드한다. 그에게 투자 결정은 일의 끝이 아닌 시작인 셈이다.
“아이디어 측면에서 보면 45세 이상은 끝” 더불어 모리츠는 이민자들의 에너지를 존중 한다. 포브스 자료에 따르면 세쿼이아 투자 스타트업의 59%에는 한 명 이상의 외국 태생 공동창업자가 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세 쿼이아 투자자들은 쥐가 나올 것 같은 사무 실이나 싸구려 월셋방을 방문하는 것도 마 다하지 않는다. 여타 투자사 임원들이 럭셔리 골프대회나 휴양지에서 잡담을 즐기는 것과 는 대비된다. “차세대 창업가가 그런 곳에 있 을 리 없기 때문”이란다. 세쿼이아는 신속한 결정과 일 처리로도 유명하다. 페이팔과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99년 세쿼이아가 페이 팔 투자를 결정하자마자 변호사가 서류 작업 을 마치기도 전에 500만 달러를 입금했다고 한다. 모리츠의 탁월한 감식안은 짐작하건대 기술 그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창업자와 비즈 니스 모델, 당대의 사업 환경 등을 통합적으 로 사고할 줄 아는 통찰력에 기인하는 듯하 다. 이는 그가 역사학도이자 기자 출신인 것 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다. 2012년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희귀 만 성질환으로 인해 세쿼이아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 업무만큼은 여전히 정력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 트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구글·애 플 같은 데이터 공장들은 중산층을 만들어내 지 못한다”고 문제를 제기해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창업자들 에게 “(당신들이 이끌어낼 변화가) 지속 가 능한 것인지 자문해 보라”고 주문했다. 인류의 미래를 성찰하는 투자자, 그가 ‘벤 처캐피털 업계의 구루’로 칭송받는 또 다른 이유다.
삶, 젊은 나이의 죽음, 그리고 사후의 찬란한 영광까지. 사실 오늘날까지 이름을 남긴 미술가들 중에는 일찍 성공해서 풍요롭게 산 사람도 꽤 많다. 바로크 미술의 대가 페테르 파울 루 벤스,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반면에 생전에 가난하게 살았고 사후에도 이름을 남기지 못해 우리 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예술가들 또한 함께 존재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예술 가의 전형’은 언제나 반 고흐다. - 가난하고 불행하게 외길을 걷다가 사후에 명성을 누리 게 된. 이것은 사실 위험할 수도 있다. 예술가들 에게 반 고흐처럼 되기를 자타가 은근히 강 요하게 되고, 그래서 대부분의 예술가가 빈 곤에 시달리는 현실이 계속 방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술가들에게 돈 문제에 초 연하고 순결하기를 강요하며 재능 기부라는 이름으로 노동 착취를 하는 현실로도 연결될 수 있다.
경제학자이자 미술가인 독특한 이력의 소 유자 한스 애빙은 그의 저서 왜 예술가는 가 난해야 할까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그는 예 술, 즉 예술이 아닌 것과 구분되고 또 대중예 술과 구분되는 순수예술이, 근본적으로 소 수의 엘리트 계층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소수의 예술가만이 인정받고 그들이 엘리트 계층의 후원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현 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술 의 신성함, 상업성의 배제 같은 ‘예술에 대한 신화’가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따라서 예술 세계의 구조적인 빈곤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침 애빙이 오는 27일 서울문화재단이 서 울시청 시민청에서 여는 국제 심포지엄 ‘노 동하는 예술가, 예술환경의 조건’에서 이와 관련한 기조 발제를 한다고 한다. 그 외에 여 러 경제학자, 예술가, 정책 전문가 등이 예술 가의 빈곤과 이 문제를 해결할 정부 제도의 문제를 논의한다고 하니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 궁금하다.
스티브 잡스 취재하다 투자업 진출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로 키워내 재산 3조원 중 절반은 기부 약정 알리바바 가치 알고 일찍이 투자
교수였는데 소년 시절 나치 독일에서 탈출해 영국으로 이주한 뒤 옥스퍼드대를 장학생으 로 졸업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모리츠 역 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서 역 사학을 전공한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펜 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 다. 동기 대부분이 월스트리트 금융가를 택 했지만 그는 언론계에 투신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산업 담당 기자가 됐다. 애플 출입증 가진 최초의 기자 83년 그는 애플에 대한 특집 기사를 쓰게 된 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매우 협조적 이었다. 덕분에 모리츠는 애플 출입증을 가 진 최초이자 최후의 기자가 됐다. 하지만 우 호적인 관계는 곧 끝났다. 모리츠가 잡스의 숨겨진 딸 리사 이야기를 포함해 그의 내면적 측면을 파고든 기사를 써버린 때문이었다. 그 럼에도 이듬해 모리츠는 애플 스토리를 담은 책 스티브 잡스와 애플 Inc(원제: Return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으로부터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혁신과 성장을 최전방 에서 키워낸 세상에서 몇 안 되는 기업가”라고 평가받고 있는 글로벌 벤처캐피털 업계의 대표주자 마 이클 모리츠 세쿼이아 회장.
to the Little Kingdom)를 출간한다. 급기야 86년에는 애플의 초기 투자사인 세쿼이아에 합류한다. 잡스와의 인연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지난해 비즈니스위크와 의 인터뷰에서 모리츠는 “잡스와 지난 10년 간 일 말고 친구로는 만난 적이 없다”면서도 “잡스야말로 위대한 소통자, 놀라운 세일즈 맨, 메시아적 사명감에 불타는 인간, 중독되 지 않을 수 없고 지금껏 만난 사람 중 가장 흥 미로운 인간”이라고 상찬했다. 모리츠는 세쿼이아 합류 직후 시스코 투 자를 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화적 성공 스토리를 써나갔다. 그는 특히 다른 투자사 들로부터 외면당한 회사에 주목했다. 시스 코·야후·페이팔 모두 그랬는데 그중 정점은
[블룸버그뉴스]
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예술과 돈
예술가에게 고흐 같은 삶 강요하는 세태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인 빈 센트 반 고흐가 정작 “생전에는 그림을 딱 한 점밖에 팔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설 처럼 전해진다. 사실 검증된 이야기는 아니 다. 지난 5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와 6180 만 달러(약 670억원 남짓)에 팔린 반 고흐의 ‘정물, 데이지와 양귀비 꽃병’(사진)이 AP 등 외신이 말한 것처럼 “반 고흐가 생전에 판 소수의 그림 중 하나”인 게 맞다면 적어도 딱 한 점만 판 건 아닌 게 되니까. 이전까지 “반 고흐가 생전에 팔았던 유일한 그림”으 로 얘기되곤 했던 작품은 ‘아를의 붉은 포도 밭’이다. 하지만 아주 틀린 얘기도 아니다. 반 고흐 는 ‘정물, 데이지와 양귀비 꽃병’을 낯선 컬 렉터가 아니라 친구인 의사 폴 가셰에게 팔 았다. 반 고흐는 자살하기 전 최후의 두 달 동
안, 늘 편지를 주고받는 동생 테오 외에는 가 셰와 가장 친밀하게 지냈다. 정신과 의사일 뿐만 아니라 화가이기도 했던 가셰는 반 고 흐를 치료하면서 많은 예술적 격려도 해주었 다. 그런 가셰에게 반 고흐가 진료비와 약값 대신 준 것이 이 그림이라고 한다. 약값 대신 지불한 것이라 “팔았다”고 간주 한다는데, 가셰와 그토록 친했던 사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걸 엄밀한 의미에서 팔았 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치면 ‘아를의 붉은 포도밭’ 또한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반 고흐 의 절친한 친구였던 시인 겸 화가 외젠 보슈 의 여동생에게 판 것이었다. 아아, 그러니 반 고흐가 생전에 그림을 거의 못 파는 화가였 던 것만은 확실하다. 아이로니컬하게 이제는 그의 그림이 몇 백 억원에 팔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불행 했던 삶이 실제보다 더욱 불행하게 치장되어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팔리고 있다. 반 고흐 만큼 전기 영화가 많이 제작되고(지금도 마 침 한 영화가 상영 중이다) 그에 대한 팝 음악
빈센트 반 고흐의 ‘정물, 데이지와 양귀비 꽃병’.
사후의 극적 성공신화에 매료돼 가난불행을 예술가의 모델로 착각 구조적 빈곤현상 고착화 위험성 이 나오기까지 한 화가가 또 있을까. 이것은 반 고흐만큼 ‘예술가의 신화’에 딱 들어맞는 삶을 산 미술가도 없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꼿꼿이 외길을 걸은
Science 25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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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유인원원인의 차이
호모 에렉투스, 불로 익힌 고기 먹고 점점 ‘인간다워져’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인간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유럽 기독교 인들의 생각은 비교적 분명했다. 인간은 약 6000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아담과 하와(이 브) 이후 지금까지 같은 사람들이란 것이다. 6000이란 수는 어디에서 왔을까. 할 일 없는 (?) 수도승들이 성서에 나오는 족보를 보고 계산했다. 그들의 계산엔 1000년 이상의 차이가 생 기기도 했다. 이는 전승된 문서에 공백도 있 고 서로 모순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 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 계산은 정교해 졌다. 1654년 아일랜드의 주교 제임스 어셔 는 유명한 계산 결과를 발표한다. 하느님이 기원전 4004년 3월 23일에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생명의 점진적인 진화를 믿는 과학은 다 른 시공간을 계산했다. 1950년대 인류학자 들은 인간과 유인원이 갈라진 시점이 대략 60만 년 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수 십 년 사이에 60만 년은 700만 년으로 늘어 났다. 더 오래된 뼈 유물이 계속 발굴된 까 닭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유인원(類人猿) 과 원인(猿人) 그리고 우리가 우리 선조라 고 인정할 수 있는 인류의 경계가 어디인지 에 대한 기준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유인원은 사람과(科)에 속하지만 사 람이 아닌 동물, 즉 고릴라·오랑우탄·침팬 지와 보노보를 말한다. 인류와 유인원에겐 다른 동물들과는 확 실히 구분되는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잡을 수 있는 손, 3차원으로 보는 눈, 그리고 커다란 뇌다. 이 가운데 두 가지는 나무 위에서 생겼 다. 4000만 년 전엔 나무 꼭대기를 피난처이 자 사냥터로 삼았던 다람쥐 크기의 포유류 였다. 유인원코끼리만 가방 5㎞ 옮길 수 있어 처음엔 발톱을 이용해 가지 위를 뛰어다녔 지만 점차 잡을 수 있는 손을 발달시켰다. 27 개의 뼈와 36개의 관절과 엄지손가락을 가 진, 고도로 조직화된 손은 다른 모든 동물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했다. 가방을 5㎞ 정도 나를 수 있는 동물은 유인원을 제외하 면 코끼리뿐이다. 다른 동물들은 힘이 있어도 가방을 잡을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눈이 머리 양쪽에 있는 물고기나 영양과 는 달리 유인원들의 눈은 나란히 앞을 향해 있다. 이런 눈 덕분에 깊이를 인식하고 거리 를 가늠할 수 있는 원근법적인 시각 능력이 생겼다. 원근법적인 시각 능력이 강화될수록 더 먼 가지로 도약할 수 있다. 거리를 잘못 가 늠한 유인원들은 나무에서 떨어졌다. 이들 은 우리의 선조로 이어지는 길에서 중도 탈 락했다. 손과 눈이란 두 장점은 모든 유인원에서 큰 차이 없이 나타난다. 하지만 세 번째 장점 인 커다란 뇌의 경우 다른 유인원과 인류 사 이에 큰 차이가 있다. 누군가 우연히 커다란 뇌를 갖고 태어났다. 그리고 자연은 그에게 더 큰 생존 가능성을 부여했다. 이들은 눈으 로 들어오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 무에서 내려와도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정 보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이들은 숲에서 나 와 나무와 덤불이 있는 사바나 초원지대로 나섰다. 인간으로 향하는 큰 발걸음을 내디 딘 것이다. 유인원과 원인은 직립보행 능력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로 구분할 수 있다. 직립보행 능력 없이 숲에서 나와 사바나에서 사는 것 은 불가능했다. 키가 1m30㎝ 정도에 불과 한 존재들이 초원지대에서 시야를 확보하
두개골과 척추를 연결하는 구멍인 대후두공(왼쪽부터 1. 침팬지 2. 오스트랄로피테쿠스 3. 호모 에렉투스 4. 호모 사피엔스). 두개골 뒤쪽에 있던 대후두공은 뇌가 커짐에 따라 점차 두개골의 한가운데로 이동한다.
익힌 음식 덕에 에너지 늘어 생존 유리 자손 많이 낳고 두뇌 크기 더 커져 턱과 이빨은 작아져 외모도 변화 불의 사용이 인류동물의 분수령
려면 서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면 500만~600만 년 전에 살았던 아르디피 테쿠스(Ardipithecus)는 유인원일까, 원인 일까. 화산재에 새겨진 인류 최초의 가족사진 1992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야아시 강에 서 발견된 아르디피테쿠스는 모호한 경계에 있다. 아르디피테쿠스는 ‘땅에 사는 원숭사 람’이란 뜻이다. 직립보행의 진화를 보여주 고 있기는 하지만 침팬지와 고릴라의 여러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다. 학자들은 아르디 피테쿠스가 초원보다는 숲에서 살았을 가 능성이 크며 이동할 때는 침팬지처럼 팔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0만 년 전에 살았던 ‘남쪽 원숭사람’ 이란 뜻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 pithecus)도 마찬가지다. 74년 에티오피아 에서 발견된 여인 화석은 이마보다 많이 튀 어나온 주둥이, 작은 뇌, 다리보다 긴 팔, 여 전히 작은 키를 보여준다. 이 골격 화석을 발 견했을 때 탐사 캠프엔 영국의 팝그룹 비틀 스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 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 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루시’란 별명이 붙었다. 루시는 직립보행을 했지만 여전히 나무를 오르내리고 탔다. 루시 일행은 맹수들의 삶 에 기생했다. 몸에 비해 지나치게 큰 발 때문 에 마치 오리발을 신은 것처럼 어기적거렸지 만 풀을 뜯는 영양 떼를 쫓으면서 맹수를 기 다렸다. 하지만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진 않 았다. 표범 같은 맹수가 나타나면 곧바로 나 무 위로 피신해야 했기 때문이다. 맹수는 루시의 사냥개 역할을 했다. 루시 에겐 날카로운 발톱이나 송곳니가 없다. 그 렇다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맹수가 사냥감을 갈기갈기 찢어놓지 않는다 면 그 질긴 가죽을 어떻게 벗길 도리가 없었 다. 맹수들은 자신들이 사냥한 먹이를 끝까 지 먹어 치우진 않는다. 배부른 맹수는 덤불 속에 들어가 잠을 잔다. 남은 시체는 대개 독수리와 하이에나 차지지만 루시도 시체를 둘러싼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돌멩이 와 막대로 경쟁자를 내쫓았다. 루시가 살던 시절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 렝게티 초원 인근에서 화산이 터졌다. 오스 트랄로피테쿠스 가족은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남편은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 다. 아내는 남편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그리 고 그 옆에선 철없는 아이가 장난치며 걸었
다. 그들의 발자국은 비에 젖었다가 햇볕에 말랐다. 발자국은 큰 발가락이 다른 발가락 과 맞닿을 수 있게 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더 이상 유인원이 아니었다. 세 사람 의 발자국은 인류 최초의 가족사진이다. 두개골 밑바닥엔 척추와 연결되는 구멍이 있다. 이것을 대후두공이라고 한다. 네 발로 걷는 개는 대후두공이 두개골의 뒤쪽 끝에 있다. 수평으로 놓인 척추 끝에 두개골이 대 롱대롱 매달린 꼴이다. 작은 뇌를 지탱하기 에 충분하다. 주먹을 사용해서 걷는 침팬지 는 대후두공이 약간 안쪽에 들어와 있다. 나 무와 들판을 오가며 살았던 오스트랄로피 테쿠스의 대후두공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 어갔다. 이에 비해 190만 년 전에 등장한 호 모 에렉투스(Homo erectus·곧선사람, 직립 원인)의 대후두공은 두개골의 거의 한가운 데 놓여 있다. 우리가 속한 호모 사피엔스의 대후두공은 두개골의 한가운데에 있다. 커다란 뇌를 안 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대후두공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뇌 크기, 유인원 두배였던 호모 하빌리스 그렇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 렉투스로 진화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뇌가 커지고 두개골의 형태마저 바꾸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50년대 이후 한 동안 ‘육식(肉食)’이 호모 에렉투스의 진화 를 촉발했다는 학설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 졌다. 그런데 여기엔 허점이 있다. 오스트랄 로피테쿠스는 침팬지와 비슷하게 육식동물 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회만 있으면 원 숭이나 들판에 사는 짐승의 새끼들을 잡아 먹었지만 몇 달 동안 고기를 먹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학자들은 그러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에렉투스 사이에 있는 중간 단계를 찾 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의 260만 년 전 지 층에서 날카로운 돌 박편들이 발견됐다. 자 세히 보니 자갈을 일부러 깨 얇게 만든 것이 었다. 이 돌칼은 죽은 짐승의 혀를 잘라내고 사지의 힘줄을 가르며 고깃덩이를 떼어내는 데 사용됐다. 이 돌칼의 주인은 23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손쓴 사람)다. 호모 하빌리스는 뇌의 크기는 유인 원보다 두 배나 컸지만 긴 팔과 돌출된 얼굴 그리고 몸집은 여전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와 비슷했다. 수준 낮은 도구를 사용한 호모 하빌리스
는 썩은 고기를 먹었다. 한때 학계에선 호모 에렉투스는 이보다 수준 높은 도구를 사용 했고 숙련된 사냥꾼이었을 것이란 아이디어 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호 모 에렉투스의 턱과 이빨이 작아졌다는 사 실을 간과한 발상이다. 턱과 이빨이 작아졌 다는 것은 호모 에렉투스가 질긴 날고기를 먹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호모 에렉투스 에겐 다른 일이 일어났음이 분명하다. 과연 무엇일까. 원숭이는 뭔가 계속 씹어야 체온 유지 바로 ‘불’이었다. 호모 에렉투스는 불로 음 식을 익혀 먹었다. 음식을 익히면 질긴 음식 이 자르거나 으깨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또 음식이 덜 변질되고 더 안전해지며 소화가 잘 된다. 음식을 익히자 거기에서 얻는 에너 지양이 늘어났다. 생존에 유리해졌고 더 많 은 자손을 낳을 수 있었다. 지금도 동물원에 있는 침팬지와 원숭이를 보면 하루 종일 뭔 가를 씹고 있다. 그래야 겨우 자기 체온을 유 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 한 시간 이내로만 씹어도 체온을 충분히 유지한다. 남은 에 너지를 과학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쓰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에게 생긴 여분의 에 너지 가운데 일부도 뇌를 키우는 데 쓰였 다. 뇌가 커지면서 뇌를 충분히 받치기 위 해 대후두공은 점차 두개골의 중심으로 향 했다. 인류의 먼 조상인 아르디피테쿠스의 발 바닥이 단단해진 덕분에 인류는 두 발로 서 서 걸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숲의 나무에 서 내려와 사바나의 초원으로 이동할 수 있 었다. 두 발로 걸으면서 자유로워진 손은 도 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데 유용했다. 덕분에 맹수들이 사냥하고 남은 동물의 사체를 얻 어먹을 수 있었다. 또 불을 사용한 덕에 뇌 가 급격히 커졌다. 커다란 뇌를 가진 호모 에 렉투스는 더 이상 유인원과 헷갈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도구를 사용하고 집단생활을 하며 서로 소통하는 동물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불 을 사용하는 동물은 지구 역사 46억 년 동안 인류가 유일했다. 불은 여전히 인류와 다른 동물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다. 이정모 연세대 생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본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나 박사는 아니다. 안 양대 교양학부 교수 역임. 달력과 권력 바이블 사 이언스 등을 썼다.
26 Column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차(茶)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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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 김종직
백성 추앙받던 점필재, 백성 땅 수용해 차밭 일군 까닭 한 흥취는 승경을 유람하는 것(雅興須探勝)” 임을 모를 리 없었으련만 “내 마음엔 온통 농 사 걱정뿐이라(孤懷只憫農)”라고 한 말에서 도 훌륭한 지방관의 진심이 묻어난다. 이 시 의 말미엔 권농(勸農농사를 권장하는 일)을 위해 마천에 이르렀다가 군자사에 머무른 내 력을 소상히 기록해 두었는데, 이는 가뭄 때 문이었다. 그가 군자사에 묵던 날, 하늘도 그 의 정성에 감읍했던지 때마침 비가 내렸다. 오랜 가뭄에 내린 비는 이 절의 통스님(通上 人)이 신통했기 때문이니 이 시를 지어 통스 님에게 준다고 첨언(添言)도 달아 두었다. 그럼 그가 묵었던 마천의 군자사는 어떤 절이었을까. 여지승람에 “함양(咸陽) 군자 사는 지리산에 있는데 세속에 전하기를, 진 평왕(眞平王)이 왕위를 피해 여기에서 살다 가 태자를 낳고 환국할 때에 집을 회사하여 절을 만들었다”라고 한 것에서 그 내력을 짐 작할 수 있다. 김종직은 얼마 후 함양에서 고 을의 인재를 육성하고 풍속을 교화하여 백 성의 생활을 안정시켰다는 공로로 승문원참 교(承文院參校)에 올랐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dongasiacha@hanmail.net
김종직(金宗直·1431~1492)은 시에 능했던 인 물로 평소 차를 즐겼다. 그의 자는 계온(季 昷)이며 호는 점필재(佔畢齋)다. 1453년 진사 시험에 합격하고, 6년 후인 1459년 대과(大 科)에 급제해 승문원정자(承文院正字)로 선 발된다. 하지만 세상은 시끄러웠다. 세조의 찬탈을 불의로 단정한 강직한 선비들은 세상을 비웃 거나 환로(宦路)에 나아가지 않으려 했고, 혹 자는 청담(淸談)을 즐기며 산간에 살기를 자 처했다. 더구나 불사이군(不事二君두 임금 을 섬기지 않는다)을 실천하려던 이들의 충 심(衷心)은 운명적으로 생육신(生六臣)과 사 육신(死六臣)으로 나누어졌다. 아! 난세(亂 世)엔 충신이, 태평할 땐 어진 신하가 나온다 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었던가. 이들의 일 편단심(一片丹心)은 오래도록 역사의 표상 (表象)으로 남는다. 영남 사림파 영수 무오사화에 휩쓸려 김종직이 살았던 시대는 정치적으로 그렇 게 안정됐던 시기는 아니다. 성종이 왕위에 오른 후 영남의 사림(士林)들이 대거 중앙 정치에 등장했는데, 이는 훈구파(勳舊派) 의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성종의 정 치적 결단이었다. 대세는 영남 사림(士林) 에게로 돌아가는 듯했다. 대부분 고려 말 길재(吉再·1353~1419)의 학통을 이었던 영 남 사림파의 중심에는 김종직이 있었다. 그 는 사림파의 영수(領首)로 많은 학자를 길 러냈다. 특히 자신을 소학동자(小學童子) 라 칭했던 김굉필(金宏弼·1454~1504)이나 정여창(鄭汝昌·1450~1504), 김일손(金馹 孫·1464~1498) 등이 그의 고제(高弟)들이 다. 이기백 교수는 한국사신론(韓國史新 論)에서 “영남 사림의 (정계) 진출은 조선 양반사회에 새로운 활기와 파란을 가져오게 했다”고 평가했다. 훈구대신들이 소유한 농장(農莊)의 확대 를 비판하며 대립했던 사림파가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은 것은 연산군 4년(1498) 무오사화 (戊午士禍)다. 이는 사관(史官) 김일손이 김 종직이 지은 ‘조의제문(弔義帝文·항우에게 죽임을 당한 초(楚)나라 회왕(懷王:義帝)의 죽음을 애도한 글.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 탈했음을 비난하는 글이라 하여 무오사화의 발단이 되었다)’과 훈구대신의 불미스러운 행위를 사초(史草)에 올린 것이 발단이 돼 혼 란스러운 쟁화(爭禍)가 일어났다. 결국 김종 직은 사후 부관참시를 당한 비운을 맞았으니 그는 사후에도 정쟁의 중심인물이 됐던 셈이 다. 그의 정치적 부침이야 어떠하든 간에 홍 귀달(洪貴達·1438~1504)이 쓴 김종직의 ‘신 도비명(神道碑銘)’에는 “(김종직의) 행실은 사람의 표상이 되었고 학문은 사람들의 스승 이 되었다. 살아서는 임금이 우대하였고 죽어 서는 뭇 사람들이 슬퍼하고 사모하였다(行爲 人表 學爲人師 生而上眷遇. 歿而衆哀慕)”고 칭송했으니 그의 학문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 였는지를 가늠케 한다. 백성들 고통 때문에 차에 관심 가져 김종직이 차를 즐긴 인물이었음은 분명하지 만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벌 관료들과는 달랐다. 차에 대한 관심이 점차 사위어가던 시절이었다. 고려의 유습대로 차를 즐겼던 사 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난 후 차에 대한 사 람들의 관심도 점점 엷어질 때였다. 풍요롭 던 다사(茶事) 또한 전대(前代)에 비해 무미 건조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이러한 분위기 는 김종직이 쓴 ‘다원(茶園)’에서 “대나무 숲 밖, 황량한 동산 몇 이랑 언덕에(竹外荒園數
차와 더불어 사는 선비의 삶을 그린 이상좌(1485~?)의 ‘군현자명도’.
함양군수 때 주민들 茶稅 고통 목격 당시엔 쌀 한 말 줘야 차 한 홉 구해 명맥 끊긴 차 재배 복원해 세금 해결 행실과 학문으로 시대의 스승 역할
국조인물고 김종직 편에 나오는 내용.
김종직의 초상화.
畝坡)” 차 밭을 조성한 것은 “백성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했을 뿐(但令民療心頭肉)/ 대바 구니 속에 어린 찻잎이 불어나는 건 바라지 않았네(不要籠加粟粒芽)”라 하였으니 당시 관료들의 차에 대한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결국 그가 다원을 조성한 것은 백성의 고 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일 뿐 스스로 차를 즐 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리저리 차 나무를 수소문하여 “지금에야 지리산 아래 서 구했으니(如今擷得頭流下)/ 나의 백성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니 더욱 기뻐라(且喜 吾民寬一分)”라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의 관심은 함양 군민의 차세(茶稅)를 해결하 기 위한 것뿐이었다. 그가 차나무를 찾았던 엄천사의 대나무 숲은 어디일까? 바로 지리산 근방에 위치한 사찰이었다. 그의 ‘다원(茶園)’에 엄천사를 찾았던 연유와 다원을 조성한 내력을 다음과 같이 밝혀 두었다.
나라에 바치는 차가 우리(함양) 군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해마다 백성들 에게 (차) 세금을 부과한다. 백성들은 (차를 살 수 있는) 값을 내고 전라도에서 사오는데, 대략 쌀 한 말에 차 한 홉을 얻는다. 내가 처 음 함양 고을에 부임하여 그 폐단을 알고 백 성들에게는 (차세를) 부과하지 않고 (함양) 군에서 자체적으로 (차를) 구해서 납부토록 하였다. 일찍이 삼국사를 열람해 보니 “신 라 때 당에서 차 종자를 얻어서 왕명으로 지 리산에 심었다”고 하였다. 아! 우리(함양) 군 이 바로 이 산(지리산) 아래에 있는데, 어찌 신라 때 남겨진 종자가 없겠는가 하고 매번 마을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차나무의 소재 를) 찾았더니 과연 엄천사 북쪽 대나무 숲 사 이에 몇 그루의 차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몹시 기뻐서 그 지역에 다원 을 만들게 했는데, (다원을 만들려고 하는) 근방이 모두 백성들의 밭이라 관전(官田)으 로 보상하고 (백성들의 밭을) 사들였다. (다 원을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나무가) 번식하여 다원으로 널리 퍼졌다. 4~5년을 기 다린다면 나라에 바칠 차를 충당할 수 있으 리라(上供茶 不産本郡 每歲賦之於民 民持 價買諸全羅道 率米一斗得茶一合 余初到郡
[간송미술관 소장]
知其弊 不責諸民而 官自求丐以納焉 嘗閱三 國史 見新羅時得茶種於唐 命蒔智異山云云 噫 郡在此山之下 豈無羅時遺種也 每遇父老 訪之 果得數叢於嚴川寺北竹林中 余喜甚 令 建園其地 傍近皆民田 買之償以官田 纔數年 而頗蕃 敷遍于園內 若待四五年 可充上供之 점필재시집(佔畢齋詩集) 권10 額). 그가 함양군수로 내려간 것은 1471년께라 고 전해진다. 함양 일대는 고려 말까지도 차의 주요 산지였다. 그러나 그가 함양군수로 내려 갔을 즈음엔 차가 생산되지 않았던 듯하다. 당시 음다 풍속은 이미 사라져 가는 문화 로, 사찰이나 소수의 문인들 사이에서만 향유 될 뿐이었다. 그가 함양군수로 부임한 후 처 음으로 차세로 고초를 겪는 군민의 속사정을 알았다. 그의 애민의식(愛民意識)은 여기에 서 드러났다. 다원을 조성하기 위해 열의를 다 해 “(다원을 만들려고 하는) 근방이 모두 백 성들의 밭이라 관전으로 보상하고 (백성들의 밭을) 사들였다”고 했다. 특히 다원을 조성하 기 위해 차의 연원을 찾아 삼국사기를 열람 했던 일이나 고을 어른들을 만나 차나무를 찾 아 나선 그의 성의는 분명 군민을 감동시켰을 터이다. 결국 엄천사의 대나무 숲 속에서 차 나무를 찾아낸 힘은 그의 노력뿐 아니라 군민 의 여망이 더해진 것이라 하겠다. 지금 그 터엔 잡초만 무성할 뿐이지만 함 양군민을 사랑했던 지방관 김종직의 공덕(功 德)은 여기에서 빛을 발했다. 엄천사는 신라 헌강왕 8년(883)에 화엄사 승려 결언선사(決 言禪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혹 자는 임란(壬亂) 때 소실되었을 것이라 하지 만 어느 때 소실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는 가뭄에 어려움을 겪는 백성을 직접 찾아 나섰던 듯한데, 이는 그의 시 ‘권농지마 천(勸農至馬川)’에서 “내 마음엔 온통 농사 걱정뿐(孤懷只憫農)”이라고 한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마천의 군자사(君子寺)에서 하룻밤 을 지새우며 “차 마시며 밤(에 우는) 새소리 를 듣고(啜茶聞宿鳥)/ 시를 적다 보니 아련히 새벽 종소리 들리네(題竹到殘鐘)”라고 하였 으니. 그가 군자사에서 밤을 지새웠던 속내 는 차를 마셨기 때문인가 아니면 가뭄에 애 태우는 백성을 걱정해서인가. 그 또한 “고상
어머니 봉양 위해 지방 군수직 자원 이처럼 큰 치적을 남겼던 함양군수의 부 임은 실제 노모를 부양하기 위해 자청한 것이었다. 훈구파의 거장 신숙주(申叔舟 1417~1471)는 그가 함양군수로 내려간 사 연을 그의 ‘기함양수김종직(寄咸陽守金宗 直)’에서 “모친 위해 작은 고을 함양으로 물 러나서(爲親屈小邑)/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네(鷄肋試牛刀)”라고 증언해 주 었다. 중앙의 큰 인재가 작은 고을에 내려가 는 일이란 분명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한 것”이겠지만 부모를 모시는 일은 나 랏일보다 우선시된 명분이었다. 효를 중시 하는 사회윤리는 공자로부터 나왔으니 그의 선택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평소 그는 경술문장일치론(經術文章一致 論)을 주장했다. 윤상(尹祥·1373~1455)의 시 집 서문에 “문장은 경술(經術성인의 말씀 을 연구하는 학문)에서 나오니 경술은 바로 문장의 뿌리다. 초목에 비유하면 뿌리가 없 는데 어찌 가지와 잎이 풍성하며 꽃과 열매가 아름답고 풍성하겠는가(文章者 出於經術 經 術 乃文章之根柢也 譬之草木焉 安有無根柢 而柯葉之條鬯 華實之穠秀者乎)”라고 하여 경술과 문장이 하나로 구현되는 세계임을 분 명히 하였다. 경학(經學)의 탁마는 문장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니 경술은 바로 시서육예(詩書六藝시경, 서경, 예, 악, 사, 어, 서, 수(禮樂射御書數군자 가 익혀야 할 학문))이며 “시서육예의 글은 곧 문장이다(詩書六藝之文 卽其文章也)”라 한 것이다. 유가(儒家)의 근본 원리를 담은 경술 을 실득(實得)한 선비의 명쾌한 말은 분명 설 득력이 있는 듯하다. 그가 “예로부터 문장으 로써 그때를 울렸으니 그러므로 후세에 전해 진 것은 이런 이치가 들어 있을 뿐이다(自古以 文章鳴於時 而傳後者, 如斯而已)”라고 밝힌 말은 그가 주장한 문장에 담긴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 하겠다. 결국 문장이란 경술에서 나온 다는 궁극적인 이치를 밝힌 것이다. 그는 청구풍아(靑丘風雅)와 동문수 (東文粹) 여지승람(輿地勝覽)을 편찬했 다. 16세에 과거 시험에서 지은 ‘백룡부(白龍 賦)’는 그의 문재를 드러낸 작품으로 꼽힌다. 이 글을 본 김수온(金守溫)은 “후일에 문형 (文衡)을 맡을 솜씨”라고 예언하였다. 그의 예언대로 조선의 대문장가로 칭송된 김종직 의 글은 점필재시집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동춘 철학박사,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문화 융성위원회 전문위원. 저서로는 초의선사의 차문 화 연구 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 우리시대 동다 송이 있다.
Column 27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삶과 믿음
해 저물녘 삭발 원영 스님 metta4u@hotmail.com
20세기를 대표하는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 음정 하나하나까지 정확히 표현해 내는 절제된 연주는 지금까지도 첼로 연주의 전범으로 꼽힌다.
음악, 나의 동경 나의 위안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
절제된 선율 뒤엔 따뜻한 인간미가 sy4003@chol.com
1995년쯤으로 기억된다. 호암아트홀에서 첼로 진객의 연주회가 있었다. 야노스 슈타 커 독주회였다. 그때만 해도 호암아트홀이 장안에서 손꼽히는 좋은 무대였다. 연주회 메인 곡목이 바흐 곡인지 코다이 곡인지 기 억나지 않는데 그건 1부 끝자락에 끼워 넣 은 짧은 곡에서 받은 인상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쿠푸랭의 ‘첼로와 피아 노를 위한 협주소곡’(Piece en Concert for Cello and Piano)인데 이른바 로코코 풍의 화사한 장식적 요소가 강한 곡을 능란하게 요리하는 연주가의 절묘한 솜씨에 흠뻑 취 해버린 것이다. 이건 음악에서 받은 감동이 라기보다 첼로라는 악기의 다감한 음색과 은근한 울림, 그 효과를 극대화시킨 연주자 의 연주 기량, 이 두 가지 음악 외적인 것에 서 받은 감동이었다. 그 곡으로 1부가 끝나고 중간 휴식시간이 되어 관객들이 로비로 나왔는데 그날 따라 초대객이 많았는지 홀에 얼굴이 알려진 인 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큰소리로 담화를 나 누고 있었다. 나는 그곳을 피해 화장실 쪽 좁은 복도로 들어가서 혼자 방금 들었던 음 악과 연주를 다시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좋은 첼로 연주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의 문 한가지가 있다. 이날도 그 생각이 떠올랐다. “온갖 관악 기를 위해 많은 협주곡을 쓴 모차르트가 첼 로를 위해서는 왜 협주곡이나 소나타 같은 걸 하나도 쓰지 않았지? 썼다면 첼로 역사 가 달라졌을 것 아닌가.” 야노스 슈타커, 여러 이유로 첼리스트 가 운데 내겐 가장 친숙한 이름이다. 최초 실제 연주를 그의 연주로 들었고 첼로라는 악기 의 위엄과 특징, 그리고 고도의 연주기교를 내게 보여준 연주가도 슈타커다. 그가 지난 해 작고했다는 사실을 겨우 며칠 전에야 알 게 되었는데 조금 의아스러운 느낌을 받았 다. 연주 자세나 표정 등 그가 보여준 모습 은 ‘영원한 청년’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중앙포토
송영 작가
슈타커 연주를 처음 들은 것은 한참 이전 인 75년 봄이었다. 내가 본격 첼로 연주와 처음 만나는 시간이었다. 며칠 전부터 기대 감으로 잔뜩 설렜다. 연주회는 이화여대 대 강당에서 있었는데 당시 아직 풋풋한 신진 분위기를 보이던 피아니스트 신수정(작은 사진)과 손을 맞췄다. 그가 첼로를 들고 꼿 꼿한 자세로 무대로 걸어 나오는데 자세가 너무도 당당하고 늠름했다. 연주가의 첫 인 상도 관객에겐 알게 모르게 적지 않은 영향 을 끼친다. 음악이 들리기 전 그는 이미 나 를 사로잡았다. 그는 큰 악기를 들고 움직이는 조각품 같 았다. 고금의 첼로협주곡의 대표격인 ‘베 토벤 첼로협주곡 3번’을 거기서 처음 들었 다. 그 도도하고 융숭한 선율의 흐름에 나 는 정신을 빼앗겼다. 신수정의 피아노 반주 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피아노와 첼로는 한 치 빈틈없이 잘 어울렸고 첼로의 매력에
나는 흠뻑 빠졌다. 한창 나이 때 얘기지만 그날 이후 라이선스 음반을 구해 이 협주곡 3번을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오랜 기간 슈타커는 내게 첼로의 기준이 자, 모범이었지만 이 위상에 다소 변화는 있 었다. 얼마 전 그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 음곡’ LP판이 일본에서 복각돼 수입된 적 이 있다. 그걸 들었는데 기대만큼 감흥이 크 게 오지는 않았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 사 이 관행적 연주를 깨트린 개성적 연주를 이 것저것 듣다 보니 정석에 충실한 연주에 대 한 흥미가 반감되었다는 얘기다. 다닐 샤프
란의 ‘베토벤 첼로소나타 1번’을 듣고 이 곡 연주에 대한 관점이 약간 바뀐 것과 유사하 다. 그런데 몇 해 전 두어 달 장기여행을 떠 나 현지에서 바흐 첼로곡을 들으려고 가방 을 뒤져보니 슈타커의 CD 음반이 튀어나왔 다. 뭘 고른다고 작정하지도 않고 급하게 주 워담은 것인데 자신도 모르게 슈타커에 손 이 간 것이다. 여행의 특성상 모범 연주가 안 전하고 적합할 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 이다. 그 판단은 옳았고 한 장의 그 첼로곡 음반은 낯선 나라에서 내게 큰 위안이 되었 다. 슈타커는 여전히 내게 첼로의 귀감이었 던 셈이다. 정상급 첼리스트로 슈타커는 한국과 가 장 친숙한 관계를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67년 첫 내한연주부터 2005년 연주까 지 여덟 차례나 한국을 다녀갔다. 대개 일 본을 거쳤다 하더라도 보통 인연은 아니다. 지금 국내 첼로 연주를 대표하는 양성원이 그의 애제자이고 그 밖에도 몇 사람 제자가 더 있다. 그가 한국을 자주 찾게 된 이유가 뭘까. 동양적 외모에 뛰어난 기량과 조금의 일탈도 허용치 않는 엄격한 연주 자세 등이 한국 관객들로 하여금 그에게 남다른 지지 와 갈채를 보내게 한 건 아닐까. 그는 인터 뷰에서 “연주가로 나는 먼저 예술적 완성을 지향하고 다음에 인간적 완성을 위해 노력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런 언급에서 동양선비 기질도 엿보인다. 졸탄 코다이(Zoltán Kodály·1882~1967) 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는 슈타커의 분신 처럼 그가 연주회마다 거의 빠트리지 않고 연주하는 곡이다. 그가 15세 때 작곡가 앞 에서 직접 연주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 가 헝가리 민속음악을 세계음악으로 승화 시킨 작곡가에 대한 경외심을 늘 잊지 않 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미국의 첼리스트이 자 저술가로도 활약한 조이스 기팅(Joyce Geeting)은 슈타커를 모델로 쓴 첼리스트 들의 왕이란 책에서 ‘탁월한 첼로 연주가 로, 그리고 겸손하고 따뜻한 인간으로 슈타 커는 자신의 우상’임을 고백하고 있다. 기예 의 승부에 집착하는 연주 세계에서 이건 흔 한 일은 아니다.
출가한 사람에게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알 려주는 건 아무래도 머리카락 길이가 아닌 가 싶다. 1cm도 안 되는 머리카락이 어찌나 길어 보이는지 머리를 쓸어내리며 ‘그래, 머 리 깎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날이 차가워질 수록 머리 깎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이 짧은 삭발시간만큼 생(生)에 대한 진한 반성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이는 면도하는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는데, 삭발에도 그 못지않은 사 유의 시간이 담겨 있다. 나는 첫 삭발을 11월, 꼭 이맘때쯤 했다. 따뜻한 봄에 삭발한 사람은 환속하기 쉽지 만, 추울 때 삭발한 사람은 먹물 옷 입고 불 속에 들어간다며 주위에선 흔들림 없이 살 거라고 말해주었다. 한 길을 올곧게 갈 거라 는 말씀은 고맙지만, 삭발 후에 뒷덜미가 추 워서 아주 혼났다. 당시 나는 통영에서 행자 생활을 했는데, 춥다고 바로 털모자를 써버 릇하면 평생 털모자를 쓰고 살아야 한다는 어른스님 말씀에, 깎아놓은 배 속처럼 하얀 머리가 차디찬 바닷바람에 찌릿찌릿 아파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덜덜덜 이를 부딪치며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새벽기도를 했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도 몸이 시리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시절의 얇고 부드 럽던 머리는 점점 야무지고 단단해졌다. 새 벽마다 깎던 머리도 지금은 저녁 삭발이 더 잦다. 대부분의 스님이 아침 일찍 삭발하는 것에 비하면 게을러서일 수도 있겠다. 하지 만 잦은 감기 탓도 있고, 아침을 부산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 개인성향 때문이기도 하 다. 머리가 길다 싶으면 저녁에 머리를 깎는 다. 다음 날 행사가 있어도 전날 미리 깎는 다. 그것이 마음을 가다듬는 데 여러모로 좋다.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고, 나름의 각오 를 담기도 한다. 머리를 깎는다는 것에는 단호한 그 무엇 이 들어 있다. 굳이 출가자를 예로 들지 않 더라도 삭발은 다양한 변화와 각오를 상징 한다. 고시나 시험 준비생들이 머리를 짧게 깎는 것도 그렇고, 연인과 헤어져 미용실을
찾을 때도 그렇다. 다짜고짜 “확 잘라 주세 요”한다나. 또 사회적 갈등과 불화로 인해 삭발을 감행하기도 한다. 얼마 전 공무원 연 금 문제로 관계자들의 삭발 장면이 언론에 비쳤는데, 이 또한 자신들의 뜻과 결심을 대 중에게 표출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뭔가 마 음에 각오한 바가 있거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새로운 결심을 하고 의도한 바를 확실히 전달할 때 사람들은 머리를 깎는다. 나도 그렇고 내 스승도 그랬다. 고통에 가 득 찬 세상을 직시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길 을 찾기 위해 낡은 사상을 거부하며 제일 먼 저 머리카락부터 잘랐다. 삭발의 의미는 예 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요즘엔 길 에서도 스킨헤드(Skin Head)를 쉽게 만난 다. 사람들은 삭발로써 자신의 성향을 표출
누구에게나 머리 깎는 건 큰 일 어느새 두 달밖에 안 남은 ‘2014’ 삭발 심정으로 다잡고 살아야지
하거나 패션의 일부로 표현한다. 그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어쨌든 헤어스타일을 통 해 자신의 소신과 다짐을 뚜렷이 밝히고 살 아가는 모습은 멋지다. 11월이다. 올해도 두 달이 채 안 남았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벌어졌 기에 도전과 각오를 말하기엔 늦은 감도 있 다. 어쩌면 아쉬움과 후회로 걱정하기 바쁠 때일지 모른다. 하지만 난 우리가 이제부터 라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었으면 한다. 마치 내일을 준비하며 저녁 삭발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꼭 아침에만 삭발하라는 법은 없다. 꼭 새해가 돼야만 시작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러니 지금부 터다. 원영 조계종에서 연구·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아 사리. 불교 계율을 현대사회와 접목시켜 삶에 변 화를 꾀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未生
<미생>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한자 미(未)는 나무 목(木)과 주의 표식을 뜻 하는 일(一)자로 이뤄진 회의(會意)자다. 본 디 여린 가지와 보드라운 잎(柔枝嫩葉·유지 눈엽)을 말했다. 나무가 아직 덜 자라 열매 를 딸 수 없다는 표식에서 부정어(否定語)로 변했다. 부(不)는 장래의 일을 부정하고 미 (未)는 과거를 부정한다. 가운데를 뜻하는 중앙(中央)과 달리 미 앙(未央)은 ‘아직 반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 다. 절반도 이르지 않았으니 앞날이 무궁무 진하다는 의미다. 미래(未來)는 아직 오지 않은 장래를 뜻한다. 공자(孔子)는 주역(周易) 해설서인 십익 (十翼)의 계사전(繫辭傳)에서 “지나간 것을 헤아리는 것은 순리요, 미래를 알고자 함은 거스르는 것이다(數往者順 知來者逆). 따라 서 역(易)은 거스르고 헤아리는 것(是故易 逆數也)”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과거를 살 핌은 ‘이미 생겨난 괘(已生之卦·이생지괘)’, 앞날을 알고자 함은 ‘아직 생기지 않은 괘 (未生之卦·미생지괘)’라 일컬었다.
미생(未生)은 바둑 용어이기도 하다. 돌 이 온전히 살아 있음을 뜻하는 완생(完生) 의 반대어다. 직장인의 애환을 바둑에 빗댄 웹툰 미생이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지난주 150만 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바둑은 중국에서 웨이치(圍棋·위기)라 불 린다. 승리를 탐하지 말라(不得貪勝·부득탐 승), 경계를 넘을 때 한 템포 늦추라(入界宜 緩·입계의완),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자신부 터 돌아보라(攻彼顧我·공피고아), 집 몇 개 를 버리더라도 우선을 다퉈라(棄子爭先·기 자쟁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捨小就大·사소취대), 위험에 처하면 버려 라(逢危須棄·봉위수기), 신중하라! 경솔하 거나 서두르지 말라(愼勿輕速·신물경속), 서 로 어울리도록 움직여라(動須相應·동수상 응), 적이 강하면 스스로 지켜라(彼强自保· 피강자보), 세력이 고립되면 화해하라(勢孤 取和·세고취화). 이상은 바둑의 열 가지 비결 (圍棋十訣)이다. 변화(變)를 풀이한 책 역과 세(勢)의 게 임인 바둑은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이루는 두 축(軸)이다. 지난주 중국과 자유무역협정 이 타결됐다. 미생은 한·중 FTA 시대 전 략서로도 손색이 없다.
28 Column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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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속의 사주명리학
일러스트 강일구
길 위의 인문학
고전 낭송 순간 삶은 전혀 다른 매트릭스로 진입 고미숙 고전평론가
#1. 터치 마이 바디, 빨개요, 아드레날린, 내 거 같은 내 거 아닌….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 들이다. 보다시피 무척 ‘야’하다. 어떻게든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섹스 자체야 뭔 죄가 있겠는가. 문제는 그 것이 맹목에 가깝다는 데 있다. 맹목적 섹스 는 포르노다. 포르노는 소유욕과 짝한다. 즉, 상대와의 소통이 아니라 상대로부터 오직 쾌 락만을 탐하고자 한다. 그래서 폭력이다. 성 이 범죄나 폭행 등과 동의어가 된 이유도 거 기에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노릇이다. 이런 노랫말들 을 전혀 폭력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걸그룹 의 눈부신 미모와 댄스가 이 폭력성을 감추기 에(혹은 눈감아주기에) 충분한 때문이리라. 더 중요한 건 이렇게 ‘야’한데도 몹시 진부하 다는 사실이다. 소유와 중독을 표현하는 말은 어휘가 워낙 빈곤하다 보니(내 거, 빠져 등) 동 어반복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청소년들의 언어폭력이 심각한 수준 이란다. 특히 인터넷상에선 욕설과 악플이 난무한다.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하기 도 한다. 심지어 군인들도 구타보다 언어폭력 이 더 괴롭다고 할 정도다. 해서 언어순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예컨 대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를 반복하라는 것이다. 야한 말, 욕설 없는 사회는 불가능 하지만 과연 그게 해답일까. 일단 욕이 없는 사회가 어떻게 가능한가. 또 청소년 시기엔 ‘욕설의 맛’을 즐기는 게 당연지사다. 문제는 욕 자체가 아니라 욕이 너무 상투적이라는 데 있다. 한두 개의 단어를 쉬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청년들을 들뜨게 했던 그 질펀한 ‘욕설의 향연’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 까. 순화용 언어도 빈곤하긴 마찬가지다. 친절 하고 부드러운 말들은 두세 번만 들으면 금방 지겨워진다. 더 중요한 건 아무런 욕설을 담지 않아도 언어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싸늘한 시선, 냉담한 어조로 말하는 ‘고마워’ 는 욕설보다 더 굴욕적일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시대의 언어는 폭력과 빈곤 사이를 정신 없이 오가고 있다. 이 중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빈곤이다. 빈곤은 권태를 낳 고, 권태는 폭력을 부른다. 폭력의 방향은 야 하거나 파괴적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므로 언어순화로 언어폭력을 치유하는 건 불가능 하다. 이를테면, 언어폭력이란 4대 강에서 자 라는 ‘큰빗이끼벌레’와 비슷하다. 생태계를 정화하려면 물길을 트고 강물을 힘차게 흐 르게 해야 한다.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바야 흐로 언어에 대한 새로운 전제와 운동이 필 요한 시점이다. 누구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또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한다. 그런데 왜, 내 몸이 연출하는 가장 강렬한 활동인 언어
재물관운, 어떤 말 하느냐에 달려 스마트폰 등장 후 ‘실어증’ 일반화 논어 읽으면 공자, 불경 외우면 부처 인류의 걸작, 소리 내 읽어 봤으면
에 대해선 이토록 무관심한 걸까. 공적으론 ‘영혼 없는’ 말들을, 사적으론 내 멋대로 지 껄이는 폭언을, 노래방에선 섹시한 말을, 또 일상에선 돈·성적·승진·대박·연예인·스포츠 등과 관련된 말들이 거의 전부다. 학벌이나 교양의 차이도 별 의미가 없다. 창조와 생성, 존재와 윤리, 생명과 지혜 등 삶을 고귀하게 해주는 언어들은 왜 일상의 현장과 결합하지 못할까. 청소를 하면서, 회 식을 하면서 니체와 스피노자, 공자와 연암 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가. 결혼식이나 집들이 를 할 때 루쉰이나 카프카를 멋지게 낭독하 면 안 되는가. 뒷담화를 하는 대신 ‘몸과 우 주’에 대해 수다를 떨면 안 되는가. 스펙을 위 해 그토록 많은 책을 읽고도 왜 우리 입에선
이토록 황폐한 어휘들만 난무하는 것일까. 그것이 얼마나 몸에 해로울지는 말할 나위도 없다. 말과 밥과 끼, 모두 사람 입과 관련 주지하듯, 인간은 ‘호모 로퀜스’다. 언어적 동물이라는 뜻이다. 뇌세포가 복잡하게 진 화한 이유도, 직립을 하게 된 이유도 다 언어 를 구사하기 위해서다. 언어를 통해 ‘천지인’ 을 연결하고 시공의 장벽을 넘어 타자들과 소 통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유한성을 넘을 수 있는 최초의, 최고의 활동이 바로 언어다. 어 떤 언어를 구사할 것인가가 곧 내 인생의 방 향을 결정짓는다. 한때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의 운명이다!” 실제로 사주명리학적으로도 말은 운명의 핵심 키워드다. 사주명리학이란 생년월일시 를 네 개의 기둥(사주)과 여덟 개의 글자(팔 자)로 재구성하여 운명의 흐름을 탐사하는 동양적 지혜다. 이 지도는 다섯 개의 스텝으 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첫 번째 스텝이 바로 말 의 영역이다(전문용어로는 ‘식상’이라고 한 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과 밥과 끼(재 능 혹은 성욕)가 다 여기에 포함된다. 모두 ‘입’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자리가 잘 발달된 사람은 먹을 복과 언 어능력을 타고나는 셈이다. 반대로 이 자리 가 부족하거나 넘치면 말로 인해 밥그릇을 엎 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말 한마 디로 권력의 정상에서 추락하기도 하고, 공 든 탑이 한번에 뒤집어지기도 한다. 이 말의 흐름이 왜곡될 경우 그것은 졸지에 ‘성적 충 동’으로 변질된다. 말과 성욕이 하나의 벡터 를 구성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오묘하다. 따 라서 늘 소유와 중독에 찌든 말을 내뱉는 건 내 안에 변태적 성욕을 키우는 행위나 다름 없다. 결국 어떤 말을 하느냐가 욕망의 흐름 을 조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 이다. 그 다음 스텝이 재물운과 관운이다. 사람 들의 관심이 쏠리는 영역이기도 하다. 보통 사주팔자라고 하면 이 영역만을 다루는 것 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다음
스텝이 기다리고 있다. 무형의 가치, 곧 지혜 의 영역이 그것이다(전문용어로는 ‘인성’이 라 한다). 지혜는 ‘나’를 낳아주고 지켜주는 생성의 에너지다. 결국 사주명리학은 인간 의 운명을 ‘말’에서 시작하여 ‘지혜’로 마무 리하는 ‘생극(상생과 상극)의 원운동’인 셈 이다. 그러므로 개인이건 집단이건 운명의 척도 는 간단하다.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어떻게 지 혜를 연마할 것인가, 재물운과 관운도 그 두 가지 사이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양생적으로 도 그렇다. 말이라는 활동은 신장의 물을 심 장의 에너지로 펌프질하여 폐로 보냄으로써 이루어진다. ‘정(精)·기(氣)·신(神)’의 순환 에 아주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실 인간의 활 동은 대부분 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뇌 에서 하는 사유운동과 발이 하는 구체적 행 동 사이를 연결하는 것도 말이다. 더구나 요 즘처럼 육체노동을 거의 하지 않는 시대에는 정·기·신을 순환할 수 있는 활동으로 말보다 더 강렬하고 구체적인 것도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말은 점차 소멸되어 간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을 더더욱 외딴 방 으로 몰아넣고, 카톡은 수많은 친구와 연결 되는 네트워크지만 ‘음소거’ 상태다. 지하 철이나 버스, 기차에서도 더 이상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학교에서도 그 렇다. 책 읽는 소리가 멈춘 지 오래고, 열띤 토론의 광장도 닫혔다. 심지어 청춘과 지성 의 전당인 대학에서도 말의 길은 끊어져 버 렸다. 이른바 ‘실어증 시대’가 된 것이다. 언 어와 폭력이 동의어가 되는 지점이 바로 여 기다. 낭송은 텍스트를 신체화하는 독서법 북미 인디언들의 지혜 가운데 이런 것이 있 다. “아이들은 목소리와 귀를 기울여 들어 주 는 귀를 필요로 한다…. 만일 우리가 아이들 이 말을 하도록, 그래서 그들의 가슴을 열도 록 격려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목 소리를 발산할 다른 방법을 배울 것이고, 이 에너지는 그들을 파괴할 것이다. 아이들은 말함으로써 자유로워진다. 그것은 그들 내부 의 독소를 방출하고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오
게 해준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을 때, 아이들 의 생각과 감정과 경험은 내부에 머물게 되 고, 그들의 삶을 오염시킨다.”(서정록 잃어 버린 지혜 듣기 참조) 어디 아이들만 그렇겠는가. 모든 세대가 다 마찬가지다. 말이 밖으로 토해지지 않으면 그것은 파괴적인 에너지로 변환된다. 질병이 되고 폭력이 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 려면 ‘고운 말’ ‘착한 말’이 아니라 ‘말의 역 동적인 향연’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대안이 뭐냐고? 우리 공동체(남 산강학원&감이당)는 오랫동안 낭송을 적극 적으로 활용해왔다. 낭송이란 텍스트를 신체 화하는 독서법이다. 암기가 ‘음소거’ 상태에 서 텍스트를 먹어치우는 것이라면 낭송은 소 리의 파동을 통해 우주적 기운에 접속하는 일이다. 당연히 고전의 모든 텍스트가 다 가 능하다. 방식도 여러 가지다. 낭송 오디션, 낭 송 페스티벌, 낭송 파티 등. 참여의 형식 역시 다양하다. 가족끼리, 커플끼리, 혹은 동아리 별로. 캠핑이나 여행과도 잘 어울린다. 고전을 낭송하는 순간 삶은 전혀 다른 매 트릭스로 진입한다. 논어를 낭송할 때면 공 자가 되고, 불경과 접속하는 순간 부처가 되 고, 동의보감을 통해서는 몸과 우주의 이치 에 눈뜨게 된다. 말이 파동이요 기운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로 낭송은 최 고의 양생술이자 개운법이다(더 궁금한 내 용은 고미숙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와 낭송Q 시리즈를 참조할 것). 생각해보니 그렇다. 고전의 스승들은 물론 이고 임꺽정의 칠두령, 그리스인 조르바, 춘 향이와 심청이 등의 카리스마는 다 입담이 그 원천이다. 그들의 언어는 지혜롭고 또 유 머러스하다. 그들이 사랑과 우정의 화신이 된 것도, 길 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 도 다 거기에서 비롯한다. 하여, 이젠 알 것 같 다. 인생이란 ‘말과 밥과 길’의 삼중주라는 것을. 고미숙 40대 이후 지식인 공동체 활동을 해왔고, 현재는 남산강학원&감이당에서 ‘공부와 밥과 우 정’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저서로는 열하일기 3 종세트 달인 3종세트 동의보감 3종세트 등.
Column 29
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400>
북벌(北伐) 전쟁 시절 현지 주민들과 어울려 기념촬영을 한 황푸군관학교의 학생병과 교관들. 1926년 무렵으로 추정된다.
[사진 김명호]
공작의 달인 저우언라이 믿었다가 인생 바뀐 장제스 공동의 목표를 향해 두 개의 집단이 연합하 면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밀월기는 잠 깐, 뭔가 될 듯하면 분열 조짐이 일어난다. 다 틀렸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상대방 탓하며 목에 힘줄을 세운다. 무장집 단일 경우 피비린내가 진동할 수밖에 없다. 이유도 그럴듯하고 명분도 그럴듯하지만 무 슨 영문인지 모르는 백성만 골병이 든다. 황푸군관학교도 설립 초기에는 패가 갈리 지 않았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추천을 받고 입학한 학생들이었지만 네 편 내 편 따지며 몰려다니지 않았다. 레닌이 광저우에 파견 한 국민당 최고고문 보르딘의 조수였던 장 타이레이(張太雷·장태뢰)의 부인 왕이즈(王 一知·왕일지)는 그때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았다. 1991년 상하이의 한 병원에서 당시를 회상했다. “교장 장제스(蔣介石·장개석)는 학내의 공 산당원들과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장타이레 이와 저우언라이(周恩來·주은래) 등 공산당 원들과 자주 어울리며 가끔 춤도 췄다. 보르
장, 자기 직계 정치부 통째로 맡겨
딘의 측근이었던 황푸 출신 공산당원 중에는 장제스가 아끼는 제자들이 많았다. 이 청년 장교들은 틈만 나면 장제스의 집을 출입했 다. 장제스의 부인 천제루(陳潔如·진결여)가 해주는 밥을 먹고 때로는 시장도 따라다녔 다. 저우언라이는 천제루가 무거운 물건이라 도 들고 가면 달려가곤 했다. 장제스 부부와 풀밭에 나란히 앉아 얘기 나누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본 적이 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았 다. 이랬던 사람들끼리 훗날 사생결단을 벌 였다. 정치가 뭐고, 권력이 뭔지 지금 생각하 면 끔찍하다. 나도 현장에 있었지만 왜들 그
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때는 그런 시대였 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저우언라이였다. 정치부 주임 저우 언라이는 친화력이 남다른, 타고난 선동가였 다. 취임과 동시에 ‘중공 특별지부’를 출범시 키고 당원들을 끌어 모았다. 학생·교관을 가 리지 않고 출신성분도 따지지 않았다. 순식간 에 전체 학생의 30%가 공산당 입당을 자원 했다. 군관학교의 국민당원과 공산당원은 조직 체도 결성했다. 국민당원 중에서 반공을 주 장하는 학생들이 ‘쑨원주의학회(孫文主義 學會)’를 만들어 회원들을 끌어 모으자 공산 당도 ‘청년군인연합회’를 선보였다. 쑨원주 의학회는 훗날의 국민당 부총재 천청(陳誠· 진성)의 지도를 받았다. 국·공 내전 시절 공 산당 근거지 옌안(延安)을 점령하는 후중난 (胡宗南·호종남)과 황푸 최고의 미남 장링푸 (張靈甫·장영보) 등이 주도했고, 청년군인연 합회는 저우언라이에게 홀린, 뒷날 중국홍군 의 맹장들이 주축을 이뤘다.
패가 갈린 학생들은 학내에서 격렬한 투쟁 을 벌였다. 밥 먹다 말고 밥그릇 집어 던지는 가 하면, 몽둥이까지 동원해 난투극 벌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말이 좋아 상아탑이지 세상 사에 무관심한 상아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래도 특징은 있었다. 훈련받을 때나 지방 군 벌들과의 전쟁터에서는 전우애를 발휘했다. 광둥(廣東) 지역 군벌들과의 전쟁에서 저 우언라이의 정치공작은 빛을 발했다. 출동 직 전 지역 방언에 능한 학생 20여 명을 선발해 ‘무장선전대(武裝宣傳隊)’를 꾸렸다. 선전대 원들은 군대가 지나갈 마을에 표어를 붙이고 전단을 살포했다. 어린애들에게 눈깔사탕 나 눠주며 “열강 타도, 군벌 제거”로 시작되는 국 민혁명가를 가르쳤다. 해가 지면 모닥불 앞에 마을 주민을 모아놓고 군벌과 전쟁을 해야 하 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종 목표가 중국의 통 일이라고 하면 박수갈채가 터졌다. 정치부는 적군 병사들에게 보내는 포고문 도 준비했다. 비행기를 이용해 적 진지 상공 에서 살포했다. 문맹자들이 많다며 반대 의
견도 있었지만 “볼 사람은 본다”는 저우언라 이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선전대가 지나간 지역에 도착한 황푸의 학생병들은 민중공작 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현지의 농민협회와 학생회, 교직원 연합회 조직에 힘을 보태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다. 중국 역사상 이런 군대는 처음이었다. 훗날 마오쩌둥(毛澤東· 모택동)도 높은 점수를 줬다. “국민당은 황푸 군관학교에 당 대표를 두고 정치부를 설립했 다. 이런 제도는 군대의 면목을 일신시켰다.” 정치교육을 받은 황푸의 학생병들은 젊고 당당했다. 부녀자 희롱하고 술값이나 밥값 떼먹는 등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후배들에게도 엄했다. 혹독한 훈련 을 시킬지언정 구타는 상상도 못했다. 저우언라이는 광둥 지역 군벌과의 전쟁에 서 정치공작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런 저우언 라이를 장제스도 신임했다. 군관학교의 군사 관제법 판공실과 자신의 직계들로 구성된 국 민혁명군 제1군의 정치부를 통째로 맡겨버렸 다. 화근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계속>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상투어가 언론을 장식할 시기가 돌아왔다. 그 어느 해보다 일 도 많고, 어려움도 넘쳐난 갑오년이었다. 연 말 신문·방송을 장식할 ‘10대 사건’ 선정은 난제가 될 듯하다. 문화유산 분야도 고난도 숙제를 풀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대표 사례가 2년 전 한 국인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에서 훔쳐온 불상 2점의 처리다. 사건 발생 두 해를 넘기도록 해 법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문화재 영역 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 한·일 간 오랜 감정의 앙금이 쌓인 외교 문제여서 더 어렵다. 사건은 2012년 10월 6일 발생했다. 국내 절 도범들이 일본 쓰시마(對馬) 가이진(海神) 신사 지붕을 뚫고 들어가 9세기 통일신라 동 조여래입상을, 인근 간논지(觀音寺)에서 14 세기 고려 후기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냈 다. 각기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와 현(縣) 지정 문화재다. 부산세관을 무사히 통과한 일당은 사태가 가라앉을 때까지 잠수를 타는
관행을 무시하고 10월 하순부터 20억원이니 15억원이니 하며 불 상 임자를 찾아 나섰다. 불상을 도둑맞은 절로부터 신고를 받은 일본 경찰은 12월 17일 한국 경찰에 수사 협조 요청을 했고, 절도범 일당은 22일 검거됐다. 마산 창고에서 회수된 불상 2점은 현재 대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 실 수장고에 검찰의 ‘접근 금 지’ 딱지가 붙은 채 보관되고 있다. 각기 고려와 신라 불상의 조 형미를 두루 갖춘 데다 사료 가 치도 높아 학계가 주목하는 두 불상은 이제 어떻게 되 는 것일까. 한마디로 공교롭게 얽힌 양국 역사 탓에 험난한
앞길이 예고돼 있다. 민간 차원에서는 도난 문화재이니 돌려주자는 쪽과 왜구가 강탈 해간 것이니 안 돌려줘도 된다는 쪽의 공방 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유진룡 전 문화체 육관광부 장관은 한·일 문화장관 회담에 서 “(일단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 겠지만) 도난 약탈 문화재는 반환해야 한다”며 국제규약은 준수되어야 한다 는 원칙론을 밝혔다가 국내 여론의 질 타와 비난을 받았다. 일본 쪽에서는 규 슈 국립박물관에서 열기로 한 ‘구다라 (백제) 특별전’을 무기 연기하는가 하면, 쓰시마 시민들은 30여 년간 이어진 조선 통신사 행사를 취소했다. 국제법과 외교 쟁점이 걸린 사안이라 검찰이나 문화재 청도 섣불리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지난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요청으로 일 본 현지를 방문 조사한 최응천 동국대 교수 는 “사태가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걱정했다. 숙소에서 한 방송사가 내보낸 심야 토론을 지켜보던 중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서울 지국장 검찰 기소’를 성토하던 참석자들이 갑자기 “훔쳐간 불상 두 점을 돌 려주지 않는 한국 정부의 저 뻔뻔한 태도를 상기해보라, 그게 법치국가인가”라며 불길 을 문화재 반환 문제로 돌려 크게 놀랐다는 것이다. 내년은 한·일 수교 50주년이자 을미년이 다. 화해와 우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 절에 두 불상이 부처님의 자비로 두 나라를 비출 것인가. 유물이 지닌 기(氣)와 힘을 믿 는다.
실권 잡은 저우, 학생주민 등 포섭 정치교육으로 내부 규율도 장악 훗날 대륙 놓고 두 사람 사생결단
정재숙의 新 名品流轉
뺏꼈다 뺏은 두 불상의 운명
국내 절도범 일당이 일본 쓰시마에 서 훔쳐온 통일신라시대 동조여래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문화전문기자
입상.
johanal@joongang.co.kr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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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불후의 명곡과 불후의 정책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요즈음 방송에서는 불후의 명곡’이나 히든 싱어’ 같은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 다. 1970~80년대 노래들을 후배 가수들이 편 곡을 가미해 부르거나 일반인이 원조 가수와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진짜 가수를 골라내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런 방송을 보면서 대중가 요를 잘 모르는 사람도 20~30년 전 무심하게 들었던 노래들의 멜로디나 가사가 지나간 시 대의 우울이나 공허를 얼마나 달래주었던가 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동양철학자 김충열 선생은 불후(不朽)’의 의미가 큰 덕을 세우거나(立德), 공적을 세우 거나(立功), 학설을 세우는 것(立言)이었다 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중국 역사상 불후의 업적을 남긴 최초의 인물이 4000여 년 전 요 순시대의 임금들이었다고 설명한다(김충열
중국철학사1). 그런 ‘불후’의 개념을 대중 가요의 세계에서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 낄 엄격한 학자들도 있을 것이나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온 대중가요의 ‘불후’의 공적도 적지 않다고 느낀다. 비단 대중가요뿐이랴. 대한민국이라는 국 가가 탄생해 지난 60여 년간 발전해 오고, 우 리가 이만큼의 생활을 영위하게 된 이면에 는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국가안보 나, 경제발전이나, 학문과 문화 분야에서 ‘불 후’의 업적이 축적된 그 공이 적지 않을 것이 다. 그런 점에서 매월 전쟁기념관이나 국가 보훈처 등에서 선정하는 ‘호국의 인물’ 혹은 ‘6·25 전쟁영웅’들의 나라를 위한 헌신은 보 다 주목받고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치가와 관료들이 지난 60여 년 동안 국가 발전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온 ‘불후의 정책’들이나 언론인과 학 자들이 학문과 문화 발전을 견인해온 ‘불후
군 부대서 깨우친우문현답 강찬호 칼럼 정치 에디터 stoncold@joongang.co.kr
“서울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대형 제과점에 남성 화장실이 없어 남성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 산하 양성평등교육 진흥원(양성평등원)에 이런 제보가 들어왔 다. 문제의 매장은 파리크라상. 그것도 구 매력 높은 지역에 전략적으로 낸 ‘시그니처 점’이었다. 2층까지 이어지는 매장에선 빵 은 물론 간단한 식사와 커피도 팔아 늘 손님 이 넘친다. 이런 곳에 남성 화장실이 없어 남 성 고객들은 매장 뒤편 이촌종합시장까지 걸어가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양성평등원은 국민의 양성평등 의식을 확산시키고 관련 교육을 지원하는 정부 산 하기관이다. 남성 화장실을 없앤 업소를 단 속할 권한은 없다. 양성평등원의 원장은 청 와대 대변인을 거쳐 이른바 낙하산으로 내려온 김행. 그는 사소하게 보이는 이 문제 가 양성평등을 크게 저해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직접 현장을 확인했다. 김 원장은 제보를 받은 이틀 뒤인 일요일 아침, 문제의 파리크라상 매장을 찾아갔다. 듣던 대로 화장실은 2층에 설치된 여성용 한 칸뿐이었다. 그는 종업원에게 남성 화장 실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처음엔 남녀 공 용으로 썼는데 여성 고객들이 불편하다고 항의해 여성 전용으로 바꿨다”는 설명을 들 었다. “그럼 남성은 어떻게 하나”고 따지자 종업원은 “가끔 남성 고객들이 불만을 표시 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한다. 매장 면적을 늘리기 위해 법에 반드시 설 치하게 돼 있는 남성 화장실을 없앤 꼼수가 확인됐다. “경영진에게 남성 화장실을 만들 라고 얘기해 달라”고 종업원에게 당부하고 매장을 나온 김 원장은 이내 생각을 바꿨다. 말단 직원 얘기를 듣고 경영진이 행동에 나 설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김 원장은 그 사연을 일간지의 칼럼에 소 개했다. 남자 화장실이 없다고?’란 제목으 로 제과점의 꼼수를 지적했다. 관할 용산구 청이 제과점의 불법행위를 적발하지 않은 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나 어린이용 변 기가 없는 점도 함께. 이튿날 아침 제과점 간부가 양성평등원 으로 달려왔다. 그를 만난 김 원장은 “다른 말은 필요 없고 즉각 적절한 조치를 해주기
대한민국 만든 정책들 재평가 필요 한·미 동맹, 경제개발, 북방외교 등 소중한 유산살려 미래의 길 찾아야
의 명저’들을 발굴하고 정당하게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방송에서 ‘불후의 명곡’들이 누리는 영광에 비해 매월 선정되는 ‘호국의 인물’들 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소홀해 보인다. 더 나 아가 시대를 견인해온 국가 발전정책이나 문 화적 업적에 대한 국가적 평가는 매우 미흡 하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해외 만평
지난 60여 년 동안 절대 빈곤과 전쟁의 폐허 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국가, 그리고 민주 국가로 발돋움해온 그 업적을 이제는 ‘불후 의 정책’으로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를 시대 에 걸맞은 형태로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해 야 한다. 필자는 재직하는 대학에 매년 연수받으러 오는 육·해·공군의 고위 장교 및 정부 각 부 처의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건국 이후 국 가 발전을 견인해온 대표적 정책이 무엇인가 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최근 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다수는 ^ 이승만 정부 시기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선 택과 한·미 동맹 체결 ^박정희 정부의 경제 개발 계획과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 그 리고 새마을운동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노 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김영삼·김대중 정 부의 금융실명제와 민주화, IT산업 기반 육 성 등을 평가해야 할 국가 발전의 정책이었 다고 꼽았다. 주변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응하여 우리 측의 영공을 보호하 기 위해 신속하게 취해졌던 방공식별구역 확 대 조치도 최근의 성공적 정책 사례로 언급 되었다. 설문 대상자들이 정부와 군에 몸담고 있는 공직자이기 때문에 편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평가 노력이 사회 다른 분야에도 확 산됐으면 한다. 지금의 우리를 형성해온 ‘불 후의 명곡’뿐 아니라 ‘불후의 정책’이나 ‘불 후의 명저’들이 무엇이었는지 평가하고, 그 탄생 과정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필 요하다. 그러한 재평가와 검토 작업이 우리 가 부딪치고 있는 보다 험난한 경제·외교·안 보 관련 시대적 과제들을 넘어설 수 있는 새 로운 ‘불후의 정책’을 구상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준 일본 도쿄대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 하버드 대 초빙교수, 주요 연구로 제3의 일본 안전보장의 국제정치학 21세기 국제안보의 도전과 과제 등.
“여러분, 잠시 여기 봐주세요. 스마일! 베이징 APEC 정상회의에서 벌어진 미·중의 패권 경쟁에 전 세계가 주목.
바란다”고 말했다. 그 간부는 “이미 긴급회 의를 열고 문제의 매장에 즉시 남성 화장실 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국 의 다른 매장들에 대해서도 남성 화장실 유 무를 파악해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원장은 말 나온 김에 기저귀 교환대와 어린 이용 변기 설치도 요청해 “전국 모든 매장 을 조사해 조치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제보 접수 사흘 만이다. 만약 제보를 듣고도 “우리는 단속 권한 이 없으니 구청에 알아보라”고 했다면 어떻 게 됐을까. 구청이 즉각 조치를 취했을 가능 성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제보는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쳤을 것이다. 김 원장이 ‘클린 히트’를 친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는 매일 직원들에게 “민원 전화 성의껏 받고 내용을 반드시 보고하라” 고 주문한다고 한다. 그의 채근에 민원 다 루는 직원 손길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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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디테일 챙기지 않는다면 관료들의 탁상행정 못 벗어나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 있다
양성평등원은 화장실 민원 해결 2탄’을 준비 중이다. 많은 건물주가 남성 화장실 청 소를 여성에게 맡겨 이용하는 남성이나 청 소하는 여성 모두를 민망하게 만드는 관행 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어느 군 부대 견학을 갔을 때 이런 구호 를 들은 적이 있다. 우문현답! 즉 우리의 문 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라 했다. 옳은 말이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이 새 겨들어야 할 말 아닌가. 우리 공무원들은 과연 현장에서 답을 구 하고 있나. 지금도 여전히 탁상 행정, 칸막 이 행정에 머물고 있지는 않나. 그 고질병이 곪다 못해 터진 게 세월호 참사 아니었나. 해양경찰·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들이 현장에서 주저주저하거나, 책임 을 넘기는 사이에 고귀한 생명이 사라지지 않았나. 그런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슨 큰일 하겠다는 생각보다 빵집 화장실 하나 제대로 고쳐놓겠다는 현장주의가 필 요하다.
독자 옴부즈맨 코너
격동의 한중일 관계, 해설사설칼럼으로 잘 정리 9일자 중앙SUNDAY는 아시아·태평양경 제협력체(APEC) 회의에 즈음한 동북아 이 슈를 여러 면으로 다뤘다. 베이징에서 한· 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중·일 정상 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는 1면의 문장엔 속 도감이 느껴졌다. 인위적으로 맑아진 베이 징 하늘을 담은 사진은 중국의 위력을 대변 하는 듯했다. 복잡한 머리가 맑아진 건 해설기사와 사 설, 칼럼을 통해서였다. 3면의 중·일 공동인 식 4개 항 해설기사에선 모호한 외교 수사 가 어떻게 국가 이익을 관철하는지 쉽게 풀 이됐다. ‘국민이 유연해져야 외교도 유연해 진다’는 2면 사설도 관련 기사의 힘으로 더 욱 설득력 있었다. 31면에서 동아시아 분쟁 방지 메커니즘으로 조홍식 교수가 소개한 ‘주권 웅덩이’ 개념은 사설에서 권한 유연 한 사고가 어디를 향해야 할지 지시하는 나 침반 같았다. 안보 기사에서 강점을 보인 중 앙SUNDAY지만 이번 호는 어느 때보다 해설과 대안이 친절했고 신선했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 문제를 정치학자와
의 문답으로 다룬 4면 인터뷰는 현행 문제 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어 유익했다. 반 면 그래픽으로 제시된 문제의 선거구가 교 과서에서 보던 게리맨더링만큼 기형적이진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정당서 굴러다니는 보조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제목처 럼 5면에 거론된 보조금의 유용사례는 생 생했다. 다만 폭로기사에서 실명에 더해 당 사자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과연 기사 신뢰 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볼 대목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8면 기사는 당사자를 비롯해 주변 야구인과 전문가의 다양한 견해가 망라돼 흥미로웠다. 그러나 “김 감독이 경질됐던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조급한 성과 지향 사회인지 보여 준다”는 학자 의견은 LG와 SK에서의 경질을 설명하기에 부족하지 않 나 싶다. 10면 ‘코리아게이트’의 주인공 박동선 인 터뷰 답변은 같은 내용이 반복되며 궁금해 하는 내용 대신 민간 외교의 필요성을 역설 해 다소 공허했다. 통독 25주년을 사진으로
펼친 16·17면이나 명화와 함께 역사를 되짚 는 20면 ‘비주얼 경제사’는 오래 시선이 머 무는 페이지다. 중앙SUNDAY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 라본 우리 문화에 관한 담론을 꾸준하게 싣 는다. 한국의 분리수거, 재활용 시스템이 외 국에 비해 자발적·효율적이라는 31면 이리 나 코르군 교수의 지적에선 우리의 숨은 저 력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S매거진에서 ‘춘향가’를 현대적으로 재 해석한 창극 ‘다른 춘향’의 연출가 안드레 이 서반의 인터뷰는 충실한 정보가 함께하 는 프리뷰 느낌이었다. 외국인 연출의 한국 고전 해체는 흠결이 없었는지, 전작 ‘수궁 가’의 사례를 짚어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한정호 공연예술잡지 ‘객석’ 기 자로 5년간 일했고 클래식 공연 기획사 빈체로에서 홍보·기획을 맡았다. 주말에 야구를 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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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
선거구 지역 대표성 살리는 법
황정근의
시대공감
표의 평등만 관철하면 지역성 위축 옛 호적 따라 선거구 선택하게 하면 지역별로 ‘선거인구’ 만들 수 있어 평등과 지역 대표성 동시 확보 가능
변호사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 2대 1 기준을 제 시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몰고 온 파장은 깊 고도 넓다. 이 기준을 관철하면 어떤 구(區) 는 3명을 뽑고 어떤 곳은 6개 군(郡)에서 1 명을 뽑게 된다. 국회의원은 법리적으로는 국민의 대표이지만 단원제 국가인 우리나 라에서 현실적으로는 지역의 대표다. 2대 1 기준은 지역 대표성을 현저히 약화시킨다. 재판관 3명의 반대의견 논거다. 아무리 헌법상 ‘인구비례의 원칙에 따른 투표가치의 평등’이 중요하다고 해도 지역 정서와 역사·전통이 다른 여러 군을 강제로 묶는 것에 대한 지방의 반대여론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역 대표성 확보는 앞으로 풀어 야 할 숙제다. 증원이나 비례대표 축소로 지 역구를 늘리는 방안, 소선거구제를 도농(都 農) 복합 선거구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 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고 근본적인 해 결책도 아니다. 표의 등가성(等價性)도 지키면서 지역 대 표성도 담보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내야 한 다. 나는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직선거법 제25 조 제1항은 선거구 획정 시 ‘인구·행정구역· 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도록 규정하 고 있다. 주민등록인구만이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외국법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계수(繼受) 하면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인권도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 사이의 어 느 지점에 그 좌표가 위치한다. 우리나라에 는 주민등록 말고 가족관계등록(옛 호적) 인구가 따로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사상 최초로 가족관계 등록인구를 발표했다. 전남의 경우 주민등 록은 190만2350명이지만 가족관계등록 은 485만59명이다. 경북은 270만3929명 대 626만6724명이다. 이는 지난 50여 년에 걸 친 압축성장의 결과로 산업화·도시화의 현 대사가 만들어낸 한국적 특수성이다. 학업 과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났으나 고향에 등 록기준지(본적)를 그대로 둔 출향인의 애향 심을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한 제도 설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깊이 고민해볼 문 제다. 공직선거법 제25조의 ‘인구’란 주민등 록인구만을 의미한다고 제한해석을 할 이 유도 없다. 가족관계등록인구도 또 하나의
인구다. 공직선거법 제25조의 ‘기타 조건’ 에 속한다. 주민등록이 우월하다는 법리도 없다. 민법 제18조는 ‘주소(생활의 근거 되 는 곳)는 동시에 두 곳 이상 있을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면서 생활하는 사람은 민법상 주소가 두 곳이 다. 그중 한 곳에 주민등록을 한다. 주민등 록은 행정 목적을 위한 하나의 편의장치일 뿐이다.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등록을 함께 고려 해 인구 기준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만족 시키는 방안은 없을까. 유권자에게 선택권을 줌으로써 제3의 ‘선거인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 다. 유권자가 선거 180일 전에 주민등록지· 등록기준지·출생지 중에서 선거구를 선택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선택하지 않는 사 람은 종전처럼 주민등록지에서 투표하면 된다.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시·군별로 ‘선 거인명부’를 만들고 이 ‘선거인구’를 가지 고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 평등선거 원칙도 지키면서 지역 대표성도 관철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어차피 국민의 대표이기 때 문에 전국 어디서 선출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등록기준지·주민등록지·출생지는 모 두 전산화돼 있다. 사전투표제 시행으로 전 국 어디서나 투표를 할 수 있다. ‘선거구 선 택제’를 실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충분 히 가능하다. 여러 시·군을 묶는 현 제도하에서는 선 거 때마다 소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인 구가 적은 지역은 열패감에 사로잡힌다. 어 디까지나 ‘1시·군 1국회의원’ 원칙이 이상 적이다. 주소-선거적(選擧籍) 복합형 선거 구 제도를 도입하면 주민등록인구 4만 명에 불과한 군(郡)도 ‘선거인구’ 20만 명의 독립 선거구가 될 수 있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 는 사이버 선거인(選擧人)이 선출한 국회의 원은 지역구 행사보다 국정에 더욱 전념할 수 있다. 선거운동도 확성기로 상징되는 아 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인터넷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뒷 받침을 받는 한국형 선거제를 통해 헌재가 던진 파장을 수습해야 한다. 국회가 상상력 과 창의력을 발휘해 도시와 농어촌, 수도권 과 지방이 상생하는 선거제도를 설계하기 를 기대한다.
꼭꼭 숨은 창조경제 버틸 피터슨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에디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 분야에서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창조경제’다. 언론도 경제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해 많은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아직도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과 어떻게 창조경제를 이룩하느냐에 대한 정 확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상식의 관 점에서 창조경제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 업)들과 중소기업들이 산업의 중추로 성장 해 미래의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위해 폭넓은 지원 정 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가시 적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타트 업과 중소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 가 없으나, 이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 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성장을 위해서는 삼 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의 역 할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현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는 스 마트폰 분야에서 라이벌인 미국의 애플뿐 아 니라 중국 업체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 다. 애플과는 고가품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 와는 저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 자는 올 3분기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에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샤오미는 이제 한 국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3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8%나 감 소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효자 품목인 스마 트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관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 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의 입지를 굳혀 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과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인 마크 저커버그와 래리 페이지를 만나고, 닛산·폴크스바겐·도요타·BMW와도 접촉 해 자동차에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전자기기 들에 대해 논의하는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삼성은 대 구·경북 지역의 스타트업과 벤처회사 육성 을 위해 향후 5년간 창업자금 100억원을 투 자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암울하다.
미국 시장에서 잇단 리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고전하고 있 다. 지난달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3.9%였다. 2010년 12월 이후 최악이다. 또 미 정부는 현대차가 연비를 과장했다며 1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국내 판매도 신통 치 않다. 수입차들에 의한 시장 잠식은 가속 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세단형 신차 아 슬란을 출시했지만 연비는 L당 9.5㎞로 평 범한 수준이다. 특별히 눈에 띄는 장점이 보 이지 않는다. 현대차는 엔저와 강성 노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지만, 생산량 의 62%(지난해)를 해외에서 만들고 있으니 엔저에 대한 불평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악재도 있다. 현대차는 최근 서울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 찰받았다. 감정가의 세 배에 달하는 액수다. 언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통 큰 승부수’를 띄웠다고 보도했지만, 현대차 우
창조, 창조 하지만 아직 성과 미약 새로운 동력 찾는 것 중요하지만 기존 대기업 창의적 혁신도 시급
선주의 최대주주인 노르웨이의 뮤추얼 펀 드인 스카겐펀드 측은 “현대차의 결정에 매 우 당황했다. 향후 기업 경영시스템이 좀 더 개선되고 주주들의 이익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 전략은 물론 내부 구조도 꼼꼼히 살펴 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별로 사정은 다소 다르지만 상당수 의 한국 기업들은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 고 있다. 창조경제를 위한 신성장 동력을 찾 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창조경제 기 반을 탄탄히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뭔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기업들의 창의적 혁신도 간과해 서는 안 될 것이다. 버틸 피터슨 보스턴 글로브 등 미국의 주요 신문 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집트 미국상공회의소 가 발간하는 월간 비즈니스 편집장을 지냈고 현 재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On Sunday
말말말
길 잃은 수능의 탄원서
“액세서리 바꾸고 화장발만 고친 것 아닌가”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11일 의원총회에서 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출판기념회 금지 등의 개혁안 정도로는 국민의 요구 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상언 사회부문 기자 joonny@joongang.co.kr
제 본명은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 能力試驗)입니다. ‘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CSAT)’라는 제법 근사한 영 어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3년의 제작기를 거쳐 1993년 세상에 나왔습니다. 스물한 살 이 됐지만 입시계의 대부들인 206세의 프랑 스 바칼로레아, 88세의 미국 SAT에 비하면 아직 애송이입니다. 태어날 때는 촉망받는 존재였습니다. 큰 형인 예비고사, 둘째 형인 학력고사와는 차 원이 다른 똑똑한 막내로 인정받았습니다.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능력에 대한 테스트 가 아닌, 대학 공부에 필수적인 ‘논리적 사 고력’을 측정하는 첨단 문물이 될 거라는 기대를 잔뜩 받았죠. 90년대 초를 기억하십 니까. 너나 할 것 없이 “단편적 지식이 아닌 창조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고 외치던 그때 말입니다.
원래 설계도에는 언어·수리 두 개의 영 역만 평가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미국의 ‘SATⅠ’과 닮은꼴이었죠. 제가 산출한 점 수는 입시 기초 자료로만 쓰고 다른 대입 전 형 자료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는 전제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작 단계에 들어서자 대학들이 ‘영어’를 기본 사양에 넣어달라고 요구했습 니다. “미국과 달리 한국 대학에서는 외국 어로 된 글을 많이 읽는다”는 게 이유였습 니다. 저를 발주한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여 1차 설계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그러자 사 회·과학 교과 이해 당사자(교수·교사)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국·영·수만 중요하고 사회과학은 들러리냐”고 외쳤습니다. 설계 책임자(박도순 당시 고려대 교수)의 반대에 도 불구하고 발주처가 굴복해 2차 설계 변 경이 가해졌습니다. ‘사탐’‘과탐’이 생겨난 배경입니다. 그 뒤 저는 ‘누더기’가 됐습니다. 지금 어 느 한 구석에도 원형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가
는 시대’ 정신에 따라 총점제에서 영역별 점 수제로 바뀌었고, ‘점수로 줄 세우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의지에 따라 비슷한 점수를 같은 등급으로 묶는 등 급제로 또 바뀌었습니다. 지난 21년 동안 전 년도와 같은 식으로 시험을 치른 것은 다섯 번뿐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의식 강조 에 따라 2년 뒤에는 한국사 시험이 필수로 추가됩니다. 제가 묻는 질문이 어려우면 ‘망국적 과 외’를 부추긴다고 온갖 데서 욕을 먹고, 쉬 우면 대학들이 ‘신입생을 어떻게 고르느냐’ 고 아우성입니다. 사실 저는 별로 자유가 없 습니다. 2010년에 문제의 70%는 EBS의 것 을 비슷하게 베껴서 내야 하는 의무가 생겼 습니다. 시키는 대로 좌회전, 우회전을 거듭하다 보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방향 감각도 마 비됐습니다. 사실 제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제발 논리적 사고력 측정이라는 본래의 구 실을 할 수 있도록 다시 경로를 설정해주십 시오. 부탁드립니다. 수능 올림.
“24개월을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 뒤늦게 공개된 20대 여성 권모씨의 유서 중에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 한 권씨는 정규직 전환 대신에 해고를 통보받자 지난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국은 정의로운 쿵푸 팬더” 류샤오밍(劉曉明) 주영 중국대사, 14일 영국의 한 행사장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방관자 말썽꾼훼방꾼이 아니라 동참자수호자건설자”라고 주장하며.
Numbers
억
만원
국회 예산결산특위 강동원 새정 치민주연합 의원이 14일 밝힌 박 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의 선물 구입 금액. 품목별로는 손 목시계 구입비가 4억8900만원으 로 가장 많았고 벽시계(3500만 원), 커피잔(2900만원), 탁상시계 (25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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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호 2014년 11월 16일~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