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726

Page 1

도쿄 주재 한일 겸임 팔레스타인 대사 왈리드 시암

탄생 100주년, 일본 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은 전쟁범죄” 전쟁 책임 안 지는 일본 비판한 ‘양심’ Focus 11p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http://sunday.joongang.co.kr

Focus 14p

서울 동작을, 순천곡성 ‘후끈’ 730 재보선 사전투표율 13% 넘어 전국 평균은 7.98%  지난해 두 차례 재보선보다 높아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하마스 땅굴 접수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후방으로 잠입해 공격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땅굴(터널)이 25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공개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명분으로 땅굴 제거를 내세웠다. 지금까지 발견된 수십개의 땅굴 중 일부는 무기고나 하마스 지하벙커로 사용됐다. 땅굴로 들어가는 입구 상당수는 민간인이 거주하는 주택가나 학교 같은 곳에 설치됐다. 26일까지 18일째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 인 사망자는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관계기사 11p

[AP=뉴시스]

세월호 수습안 놓고 불거진 사회 갈등 사회적 배려와 포용 합의점 논의할 때

7·30 재·보궐 선거의 사전투표율이 7.98%로 최종 집계됐다. 격전지인 전남 순천-곡성, 서울 동작을의 투 표율은 각각 13.23%와 13.22%를 기 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5, 26일 전국 국회의원 선거구 15곳에 서 실시된 사전투표에는 선거인 288 만455명 중 22만9986명이 참여했다. 참여율은 6·4 지방선거 때의 11.49% 보다는 낮지만 지난해 처음 실시 된 재·보선 사전투표율 6.93%(4월), 5.45%(10월)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번 사전투표는 전국 읍·면· 동 3506곳에서 진행됐던 지방선거 때와 달리 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의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 257곳에 서만 진행됐다.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순천-곡성 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면서도

“당기순익 60~70% 투자·배당 유도” 최경환 부총리 “법인세 내린 만큼 사내유보금에 과세”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이동현·유재연 기자 offramp@joongang.co.kr

세월호 침몰사고가 어느덧 발생 100 일을 넘어섰다. 하지만 ‘국민의 존엄 과 인권’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 등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헌법적 가치와 보편적 인류애 등에 대한 질문은 해 답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 히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 수습방식을 놓고 사회 곳곳에서 미세한 균열마저 감지된다. ‘희생자 가족들이 의사상 자 지정, 대입 특례 요구를 하고 있다’ 는 날조된 정보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념·진영 대립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이 특별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단 식농성 중이던 서울 광화문광장에 ‘엄마부대봉사단’이라 는 이름의 중년 여성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의사자 지정 도가 지나치다’ ‘나라 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 해할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 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보수 성향 노인들이 주축이 된 ‘어버이연합’도 비슷한 주장을 하며 농성장 주변에

서 소란을 피웠다. 이런 극단적 행동에 대해 아직까 지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하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희생자 가족들 의 슬픔은 공감하지만 ‘공정사회’에 역행하는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반 응도 적지 않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국가적 부조리로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포용의 합의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 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유족 헐뜯는 거짓 정보 확산 이념진영대립으로 비화 기미 사건 진상 명확하게 밝히고 공공의 책임 차원서 접근해야 사회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정 부의 미숙한 대응과 정치권의 정쟁 속에 국민 사이에서도 본질과 상관 없는 엉뚱한 갈등이 야기된 측면이 있다”며 “공정세계관(Just World Belief)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수긍할 수 있는 사회적 포용이나 분배, 나눔 의 방식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고민

해 봐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는 “특별법 제정처럼 법적인 문제에 국한할 게 아니라 세월호 사건 처리 를 국민적 치유(힐링)의 과정으로 만 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 는 “희생자 가족에 대한 예우가 시혜 의 차원이 아닌 공공의 책임, 즉 보훈 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국민 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공정한 처리 에 의심을 갖거나 불편해하는 국민 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서 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 비스(SNS)를 중심으로 ‘희생자 가족 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식 의 거짓정보가 유포되면서 갈등을 부 추긴다는 점이다. 특별법 제정 과정의 의견 차이를 이념 갈등으로 곡해하는 ‘익명의 갈등 유발자’들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세월호 사고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 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인터넷에서 유포된 거짓정보가 더해지면서 갈등 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 바 른 마 음(The Righteous

Mind)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 뉴욕 대 교수는 중앙SUNDAY와의 인터 뷰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람 들일수록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생 각하기 때문에 이 원칙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면 동의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고 초기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세월호 사고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 해 정쟁에 이용한 정치권도 불필요 한 갈등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소장은 “원칙에 따라 사고를 수습하고 판단 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우왕 좌왕하면서 갈등의 주체가 복잡해졌 다”며 “사고 초기 갈등 주체가 피해 자와 정부였다면 여기에 여당과 야 당, 정치권의 갈등이 더해졌고 피해 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모두 불신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최창호 박사는 “세월호 사고 자 체가 상상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던 데다 이후 처리 과정에서 도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 며 국민은 차분한 애도 분위기를 갖 기보단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3~5, 16~17p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새누 리당 이정현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 령의 비서 출신인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보다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잇 따라 나온 곳이다. 서울 동작을은 새 정치연합과 정의당의 후보 단일화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새누리당 나 경원 후보의 우세를 뒤집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부산 해운대-기 장갑과 광주 광산을은 각각 3.89%, 5.42%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다 른 호남 지역(담양-함평-영광-장성 9%, 나주-화순 8.44%)보다 광산을 의 투표율이 낮은 데 대해선 “권은희 후보의 공천 논란으로 유권자의 냉 소가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밖엔 ^김포 9.69% ^대전 대덕 8.45% ^수원정 8.34% ^충남 서 산-태안 7.83% ^수원병 7.35% ^ 충북 충주 6.69% ^수원을 6.13% ^ 울산 남을 5.85% ^평택을 5.75%로 집계됐다. 관계기사 8p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 관은 26일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 “그동안의 법인세 인하 폭 내에서 과 세 수준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 총리는 이날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 조트에서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CEO) 하계포럼’에서 “기업의 투자 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했지 만 투자보다 사내유보금으로 쌓여 가 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 당기순익의 60∼70%를 투자·배당 등

에 쓰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 는 “그간 쌓인 사내유보금은 불문에 부치되 앞으로 발생하는 당기순이익 은 일정 정도 인건비나 투자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기업 지출을 적정 수준에서만 운용해도 추가로 부담할 세금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2009년 투자 활성화를 이 유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바 있다. 세율 조정 이후 지난 5년간 국내 기업들의 세금 부담 은 28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 졌다. 관계기사 6p

중앙SUNDAY 독자들께

알림

디지털 에디션 무료로 제공합니다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중앙SUNDAY가 디지털 에디션을 통해 또 한 번 앞서갑니다. 중앙SUNDAY 종이신문 구독자는 간편 한 독자 인증만 거치면 디지털 에디션을 무 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신문과 매거진 느낌 그대로 디지털로 옮 겨 놓은 생생한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독자 여러분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언제 어 디서나 편리하게 만나 보세요. 중앙SUNDAY 종이신문 독자만의 특권입니다.

Column 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스티브 잡스의 애독서 스즈키 슌류 선심초심

디지털 에디션 이용하려면

자랑스러운 선불교 유산을 우리가 잊고 있을 때 미국인들은 선불교를 실생활 에서 활용한다. 좌선으로 체중 조절도 하고 창의력도 배가한다. 선심초심 으로 ‘애플 제국’을 이룬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24p

S Magazine 7월 27일자, 8월 3일자 휴간합니다. 1부 1000원 / 월 5000원 | 정기구독 문의고객센터 080-023-5005

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 이용 구독자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중앙SUNDAY’ 검색 후 다운로드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이용 구독자 : 앱스토어에서 ‘중앙SUNDAY’ 검색 후 다운로드 ② 스마트폰 등의 메뉴 버튼 안의 ‘로그인’ 버튼을 누르고 ‘계정 만들기’ 선택 ③ 구독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해 인증 후 디지털 에디션 회원 가입하고 사용

※ 디지털 에디션은 매주 일요일 새벽 종이신문과 동시에 발행됩니다.


2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사설

Inside

야당의 세월호法 방패에 막힌 민생법안

Column ‘반상(盤上)의 향기’ 한국의 두 천재, 일본 바둑 허상을 깨다

바둑에도 심리학이 있다. 강박과 신화 속에 ‘하수’라고 생각하는 게 불안의 원 천이란다. 한국 바둑이 신처럼 여기던 일본 바둑을 이겨 낸 것도 우리의 강박 이 만든 허상을 깨뜨렸기에 가능했다. 26p Focus

경제지표, 한국만 한 곳 없다 세계 금융의 권위자 찰스 댈러러 파트 너스그룹 부회장이 한국만큼 경제지 표가 좋은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양 적완화 같은 단기적 처방보다 규제완 화와 중소기업 육성 등 근본적인 대 책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7p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지난 24일 밤. 새정치 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세월호특별법 통과 없이는 국회에서 그 어떤 법도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했다. 특별법이 먼저 통과되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나온 정부조직법 개편안(해양 경찰 해체, 안전처 신설 등)과 ‘김영란법’(부 정청탁 금지), ‘유병언 방지법’(범죄수익 은닉 처벌)은 물론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 처 리를 모두 막겠다는 것이다. 야당 측은 “특별법 통과가 최우선이고 그 외의 다른 건 안 된다는 당의 강한 의지로 보 면 된다”고 설명했다. ‘새 정치’를 내세운 안 철수 공동대표와 통합한 이래 잠시 잠잠했던 옛 민주당식 투쟁이 반년도 안 돼 부활한 셈 이다. 공직자 비리의 원천을 끊기 위해 발의된 김 영란법은 지난해 8월 5일 제출된 이래 356일째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고, 유병언법도 60일째 묶여 있다. 공직자윤리법도 세월호 참사 직후

Focus

Money

청와대유진룡의 1년 5개월

관피아 쌈짓돈 된 정부 기금

2006년 배 째 드리죠라는 협박으 로 화제에 됐던 유진룡씨가 면직 장 관으로 다시 한번 소신 공무원의 아 이콘이 됐다. 유 전 장관과 청와대 사이엔 지난 1년5개월간 실제로 무 슨 일이 있었을까. 10p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기금 을 활용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금은 관피아들의 쌈짓돈이 됐다. 운용 규모가 515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둘러싼 관료와 이익단체의 꿍꿍이속을 들여다봤다. 18~19p

Column

Column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길 위의 인문학

금연 보조 전자담배의 역습

공자가 백수 아니었더라면 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중·고교생이 최근 10년간 10배나 늘었다. 이들 중 일부는 “금연에 도움을 주고 기존의 담배보다 훨씬 덜 해롭다”는 광고에 현혹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담 배는 믿음을 배신했다. 25p

새롭게 시작하는 인문학 탐구 기획. 공자가 ‘백수’가 아니었다면 세상을 흔들 수 있었을까? 여차하면 백수가 되는 시대지만 동서양의 지성은 거의 다 백수들에게서 나왔다는데…. 활동 과 자유, 충전으로 가는 길은? 28p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 의성군 내 전 지역 축산농 가에 26일 ‘구제역 예방접종 실시 명령’이 발동 됐다. 의성군은 이날 “오전 10시50분부로 가축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구제역 예방접종 명령을 고시한다”고 밝혔다. 또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의성군 비안면 농장 으로부터 반경 10㎞ 이내의 모든 축사에 대한 백 신 추가 접종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접한 경 북 군위군 일부 농장까지 추가 접종 대상에 포함 됐다. 의성 지역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44농가 7 만5000여 마리다. 의성군 비안면 장춘리의 한 돼지농가에서 구 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것은 23일이다. 방역 당 국은 이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 1500여 마리 가운데 구제역 증상을 보인 692마리에 대한 살 처분 및 매몰작업을 이미 마친 상태다. 이 농가 에 남아 있는 돼지 809마리도 구제역 백신 추가 접종 대상이다. 문제는 구제역 최초 발생 농장주 가 돼지의 이상증세를 알고도 신고를 일주일가 량 늦췄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이다. 구제역은 전 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신고가 늦어질 경우 방역 망을 넘어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클릭 SUNDAY 지난주 온라인 5 1 문제 풀기 전 이야기 보따리 풀었다…‘수포자’가 변했다 2 장쉐량 사진 보고 침 삼킨 ‘마지막 황제’의 제수 탕스샤 3 침몰 후 한 달, 두 달…컨트롤타워는 지금도 작동 불능 4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요격률 90% 아이언돔 효과 5 김응용이만수, 한달 내 극적 반전 못하면 자리 위태 sunday.joins.com

ch15 하이라이트 밤 11시 집밥의 여왕

교양

의원안과 정부안을 합쳐 14건이나 발의됐지만 심의조차 받지 못했다. 그뿐인가.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 폐지법,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같 은 경제·민생법안도 100개 넘게 대기 중이다. 야당이 이들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선 건 7·30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을 압박해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이 아무리 중요해도 적폐를 없애기 위한 개혁법안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의 통과를 막는 건 자가당착 이다. 세월호 참사로 가슴에 피멍이 든 국민을 달래 주진 못할망정 민생고를 추가로 떠안기 는 짓 아닌가. 게다가 김영란법에 대해선 박 원내대표 스 스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과의 약속”이 라며 6월 임시국회 중 처리를 공개 요구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그 법까지 볼모로 삼은 것 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시중에선 특별법 을 핑계로 야당 의원들이 김영란법의 칼날을 피해 보려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

다. 새정치연합은 국회에서 민생법안들을 대 상으로 한 인질작전을 즉각 중단하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세월호특별법에서 여야 간 쟁점은 진 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다. 야당은 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당 은 특별검사를 따로 두자는 쪽이다. 일반적인 사안이라면 사법체계가 흔들린다는 여당의 반대 논리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국민 대다 수는 세월호 참사가 일반적인 사고가 아니라 고 본다.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에 나서려는 의지가 있다면, 제한적 범위 안에서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 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 내에 사법권이 있는 공무원을 둬 수사권을 제 한적으로 행사케 함으로써 사법체계에 미칠 혼란을 줄이는 대안도 있다. 이 문제에 합의를 보지 못한 채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 야는 국민의 정치 불신을 살 뿐이다.

경북 고령서도 구제역 의심 징후  당국, 정밀조사 첫 발생지 의성에 돼지 입식한 곳  의성 전역엔 예방접종 명령

를 한 결과 이 중 16마리 에서 야외바이러스 감염 항체가 검출됐다고 26일 밝혔다. 야외바이러스 감염항 체는 구제역 야외바이러 스 감염 후 1∼2주가 지난 뒤 동물의 체내에 형성된 다. 검사 결과 구제역 바 이러스가 나오면 최종 구 제역 양성 판정을 내리고 감염 돼지들에 대한 살처 24일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진 경북 의성군 비안면 돼지농장 입구에서 방역당국 분 및 매몰을 하게 된다. 관계자들이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경북도 측은 “고령의 돼 지농장에서 야외바이러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다시 발생한 것은 3년 스 감염항체가 나왔지만 백신 항체 형성률도 높 3개월여 만이다. 이로써 지난 5월 회복한 구제역 은 편이고 돼지들이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고 청정국 지위도 2개월 만에 다시 잃었다. 있다”며 “하지만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을 염두에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농장에 돼지를 입식(가 두고 정밀조사를 벌이는 중이다”고 밝혔다. 축 등을 외부에서 들여오는 일)해 준 고령군 운 한편 경북도와 의성군에 따르면 25일 도축을 수면의 다른 농장에서도 야외바이러스 감염항 위해 의성에서 소 3마리와 돼지 150여 마리를 실 체가 발견돼 방역 당국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 은 차량이 강원도와 경남도의 도축장을 찾았다 다. 경북 가축위생시험소는 25일부터 양일간 고 가 감염 우려를 이유로 한때 반입조차 거부당한 령군 내 2개 농장 돼지 179마리에 대해 항체검사 것으로 알려졌다.

귀상어·흑염소 등 특이한 식재료로 황금 주걱을 노렸다가 오히려 꼴찌를 차지했던 황은정이 ‘대모’ 배연정으로부터 육수 비 법을 전수받아 명예 회복에 나선다. 하지 만 이경애는 황은정의 오이냉국을 먹자마자 뱉어 모두를 놀라게 한다.

저녁 7시30분 닥터의 승부

교양

유대균 오대양 때 아버지 고초 떠올라 도피 검찰, 오늘 구속영장 청구 방침  청해진해운 경영 개입 여부 집중조사

배우 하미혜가 유방암과 갑상샘암을 극복 할 수 있었던 힐링 식단을 공개한다. 하미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혜는 두부와 견과류를 넣어 나트륨 농도를 낮춘 쌈장부터 살짝 익힌 토마토샐러드 등 을 선보이고, 닥터군단은 전문가 뺨치는 식단이라며 감탄한다. 채널 번호프로그램 안내는 02-751-6000

회장 발행인·인쇄인 송필호

홍석현

편집인 김교준

편집국장 남윤호

2007년 3월 18일 창간 / 2007년 2월 22일 등록 번호 서울다07635호<주간>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구독신청·배달 및 구독료 관련 문의 080-023-5005 광고접수 02-751-5555, 02-751-5803 / FAX 02-751-5806 / 홈페이지 http://ad.joongang.co.kr 기사제보 및 기사 관련 불편, 불만 처리센터 02-751-9000, 080-023-5002 / FAX 02-751-5176 / E-메일 sarangbang@joongang.co.kr 100-759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00

안내전화 02-751-5114, 9114

구독료 월정 5,000원 / 1부 1,000원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장남 대균(44)씨 를 조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26일 “대 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27일 중 청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대균씨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 명 구원파) 계열 회사들의 경영진과 짜고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배임)를 받고 있다. 그가 상표권 사용료,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5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대균씨를 상대로 세월호의 소속 사인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개입했는지를 집중적 으로 조사했다.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는 39.4% 의 지분을 보유한 ‘천해지’이며, 이 회사의 지분 42.81%를 아이원아이홀딩스가 가지고 있다. 대

균씨와 동생 혁기(42)씨는 아이원아이홀딩스 지 분 19.44%씩을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아이원아 이홀딩스-천해지-청해진해운으로 이어지는 지 배 과정 속에서 대균씨가 세월호 운영에 관여했 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대균씨 에게 세월호 구조 변경이나 평형수 줄이기 등을 알고 있었는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급여 형식 의 돈을 받았는지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대균씨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언론이 보도하는 것을 보고 예전에 아버지가 고 초당한 게 떠올라 도피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 술했다. ‘아버지의 고초’는 1991년 유 회장이 검 찰의 오대양 사건 재수사에서 신도들로부터 헌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구 속돼 4년간 수감됐던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경기도 용인시의 오피스텔에서 구원파 신도 박수경(34)씨와 함께 체포된 대균씨는 4월 21일부터 그곳에서 은신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오피스텔에서는 구원파 계열사가 판매하는 건 강보조식품과 유 회장이 쓴 책 꿈같은 사랑 등 이 발견됐다. 대균씨 가족은 세월호 침몰 3일 뒤 인 4월 19일 구원파 집단생활 공간인 경기도 안 성의 금수원에서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한 뒤 도 주를 결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대균씨 신변보호 역할을 맡아 온 것 으로 알려진 박씨에 대해서도 27일 범인도피 혐 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 는 “대균씨와 박씨 두 사람은 세월호 사건 이전 부터 알고 지내 온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News 3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국과수 발표 뒤에도 계속되는 유병언 사망 미스터리

그 곳에서 추위에 떨다 숨졌다고 믿기엔 의문점 많아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시신은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것이 틀림없지만 사인은 알 수 없다는 게 국립과 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25일 내놓은 정밀 감식의 결과다. 국과수는 원장이 직접 발표하 고, 시신 상태를 사진 등으로 소상히 공개하 고, 민간 법의학 전문가들이 의견을 밝히는 기회까지 마련하는 등 극히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 서중석 원장은 “국민적 의혹 해소 와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 나아가서는 사회통합의 작은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간절 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의 시신이 맞 고, 부패한 그 시신에서는 죽음의 원인을 찾 을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로 받아 들여 달라는 호소였다. 박종철 사망 폭로 교수 국과수 신뢰 국과수 발표 직후 국내 법의학의 대가 황적 준(67) 고려대 명예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발 표 내용을 믿는 게 옳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고 한 것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씨 고문 치사사건 때 권력의 회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부 압 박에 의한 질식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소견 서를 썼고, 이후 경찰이 ‘쇼크사’라고 거짓 주장을 펼치자 언론에 자신이 냈던 소견 내 용을 폭로한 인물이다. 당시 그는 국과수 과 장이었다. 황 명예교수는 “시신 상태나 자료 를 직접 본 것은 아니어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후배들이 일을 잘 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전 문가가 100%라고 했으면 언론과 일반인이 신뢰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법의학계에서는 대체로 국과수의 감식 결 과를 신뢰하는 분위기다. 현재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됐다고 보고 있다. 이 의를 제기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 는다. 이제 사인은 유 회장의 행적과 현장의 단서를 확인하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사망 원인은 크게 자연사·자살·타살의 세 가지가 있다. 국과수 발표 현장에서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저체온사에 아주 합당한 현장의 모습”이라며 자연사 가 능성을 제기했다. 시신이 발견된 순천 야산 매실밭에서 추위에 떨다 숨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 다. 도주 중인 수배자가 사방이 훤히 트인 장 소에 있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야산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회장의 시신으로 밝혀진 다음 날인 지난 23일 경찰이 뒤늦게 현장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발견 장소, 사방 트이고 민가 가까워 쫓기던 유병언이 머물기엔 부적합 오대양처럼 조력 자살 가능성도

1991년 검찰의 오대양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유병언 회장.

[중앙포토]

범죄심리분석가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신 발견 다음 날 현장에 다녀왔다. 누구나 직접 가서 보면 그곳에 유 회장이 머물렀다고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필 사적으로 도망치는 사람이 민가에서 20여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게다가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장시간 지내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20여 년간 형사 생활을 한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도 “통상 수배자가 야산에 숨을 경우 에는 큰 바위나 나무 밑에 몸을 감춘다. 이번 처럼 개활지 같은 곳에서 발견되는 일은 없 다”고 말했다. 시신 놓인 자리 누군가 다져 놓은 모양 배 교수는 “현재로선 자살이든 타살이든 다 른 장소에서 사망했고, 누군가가 시신을 그 자리에 옮겨다 놓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 론”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타살 가능성에 무 게를 뒀다. “현장에서 발견된 알코올 성분이 남아 있는 소주병, 누군가 미리 다져 놓은 것 처럼 보이는 시신이 놓인 자리는 그곳에 다 른 사람이 있었던 것을 짐작하게 한다”고 주 장했다. 타살설은 유 회장이 사망하면 경제

[뉴시스]

적 이득을 볼 주변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도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력 자살’도 언급한다. 도피 생활에 지친 유 회장이 측근의 힘을 빌려 목 숨을 끊었고, 쉽게 발견될 만한 장소에 그 측 근이 시신을 옮겨 놓았다는 가정이다. 국과 수 감식에서 목뼈 연골 골절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교살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한 경찰관은 “목을 조르는 것 외에도 질식사에 이르게 하는 방법은 꽤 있다”고 말했다. 조력 자살은 27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대양 사건’에 등장했다. 오대양 은 구원파에서 갈라져 나간 종교집단이었다. 87년 8월 경기도 용인시의 오대양 공장 식당 천장 위 공간에서 32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29구에서는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고, 나 머지 3구는 목에 끈이 매여 있었다. 그중 2구 는 바닥에 눕혀져 있었고, 한 구만 지붕에 매 달려 있는 상태였다. 당시 수사팀은 그 3명이 29명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차례로 자살한 것 으로 엽기사건의 전말을 추리했다. 29명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 자살한 것으로 추정됐 다. 오대양 집단이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리

다 집단자살했다는 것이 수사의 결론이었다. 오대양 사건 때 ㈜세모의 사장이었던 유 회 장은 모종의 관련성이 있을 것이란 의심을 받 았다. 그가 전두환 정권 핵심 인물의 비호를 받고 있어 수사가 축소·은폐됐다는 의혹도 일었다.

의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 이 때문에 권총 자 살의 형태로 숨진 이는 히틀러와 닮은 ‘대역’ 이었으며, 진짜 히틀러는 다른 나라로 탈출 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아르헨티나 기자 아벨 바스티는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이 잠수 함을 타고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지역으로 와 70세까지 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지역 에서 히틀러를 봤다는 이도 있고, 아르헨티 나 연안 해저에서 독일 잠수함을 찾아다니는 집단도 있다. 히틀러가 파라과이에서 숨을 거뒀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분명한 근거는 없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 도 끊임없이 음모론이 생산되는 소재다. 미국 정부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빈 라덴은 2011 년 5월 2일 미 해군 특수요원들에 의해 사살 됐다. 파키스탄 아보바타드 외곽의 은신처를 습격한 ‘넵튠의 창’ 작전의 결과였다. 특수전

요원들은 ‘가급적 생포하려고 노력하되 저 항이 있으면 사살해도 좋다’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빈 라덴이 건 물 3층에서 여러 발의 총상을 입어 숨졌고, 항공모함으로 시신을 옮긴 뒤 곧바로 바다에 수장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언론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 구하고 빈 라덴의 사망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의회의 안보 관 련 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보 여 줬다. 시신 수장 위치도 비밀에 부쳤다. 이 슬람 테러조직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 다. 이에 따라 빈 라덴을 생포해 어딘가에 구 금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 기되고 있다. 정보를 캐내기 위해 그를 생포했 으나 구출용 테러가 일어날 위험 때문에 사살 로 위장했다는 주장까지 있다. 반면 알카에다 는 빈 라덴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유병언 연계된 이상한 죽음 반복 수년 뒤 유 회장은 다시 엽기 살인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91년 7월 오대양 소속이었다 는 남성 6명이 집단자살 사건 이전에 동료 4 명을 살해하고 암매장했다며 경찰에 자수했 다. 시신 발굴로 암매장은 사실로 밝혀졌으 나 자수 동기는 불분명했다. 유 회장은 검찰 의 오대양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구원파 신 도들에게서 헌금 명목으로 금전을 갈취한 혐의(상습사기)로 구속돼 4년간 수감됐다. 32구의 변사체 발견, 4구의 시신 암매장과 석연치 않은 집단자수, 야산에서 부패된 상 태의 시신 발견…. 지난 27년간 유 회장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죽음의 미스터리들이다. 검찰은 유 회장의 도피를 도왔던 측근들을 붙잡아 이번 사건만큼은 반드시 진실을 찾 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금도 說 분분한 죽음의 미스터리들

요절 모차르트는 암살설, 자살 히틀러는 탈출설 이상언 기자

죽음을 둘러싼 의문 때문에 사후에도 편치 않을 인물들이 많다.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는 서른다섯 살 때인 1791년 12월 5일에 타계 했다. 당시의 기록에는 몸이 많이 붓고 발진 과 구토가 심했던 것으로 적혀 있다. 현대의 학계에선 이를 토대로 류머티즘이 원인이 됐 을 것으로 추정한다. 천재의 요절은 사인에 대한 갖가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안토니오 살리에리에 의한 독살설이다. 소설과 희곡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다 1984 년에 만들어진 영화 ‘아마데우스’가 흥행에 성공하며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라이 벌 궁정음악가가 그의 천재성을 시기해 독극 물을 몰래 먹였다는 음모론은 살리에리 생존 때에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여러 차

히틀러 사망 명확한 물증 없어 남미서 70세까지 생존 소문도 사살수장된 빈 라덴은 생포설

례 주장해야만 했다. 널리 유포된 다른 설은 비밀결사단체 프 리메이슨의 암살설이다. 모차르트가 오페라 ‘마술피리’에 프리메이슨의 의식(儀式)을 드 러냈기 때문에 처결됐다는 주장이다. 모차 르트가 이 단체의 회원이었다는 것은 정설 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암살을 입증할 증거 는 전혀 없다. 이러한 논란들 때문에 모차르 트 유해를 분석하여 확인해 보자는 여론도 일었다.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기념재단은 2006년 보관 중인 두개골이 그의 것인지 확 인하는 작업부터 했다. 그의 혈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에서 추출한 유전자와 재단이 보관 중인 두개골에서 추출한 유전자 사이에 는 혈연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써 두 개골은 모차르트의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 게 됐다.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제2차 세계 대전 끝 무렵인 1945년 4월 30일 베를린의 지 하 벙커에서 부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를린을 함락시킨 소련군이 히틀러 측근들을 조사해 낸 결론 이다. 브라운은 음독으로, 히틀러는 권총으 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친위대원들이 히틀러의 유지에 따라 시신들을 곧바로 불태 워 지하 벙커 위 마당에 묻었다는 내용이다. 소련군은 마당에서 유해를 파내 유골의 일부 를 가져갔다. 그의 죽음을 명확하게 입증할 법의학적 근 거는 없다. 소련군이 가져간 두개골이 히틀러


4 News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세월호 100일  우리 사회 배려와 포용은 어디까지

슬픔 공감대 옅어지자 ‘유족 배려 폭’ 놓고 다른 목소리 이동현·유재연 기자 offramp@joongang.co.kr

“세월호 피해자. 도대체 왜 특별히 하늘같이 비싼 사람들인가? (…) 의사상자. 현재 국가 유공자가 받는 연금액의 240배까지 받을 수 있는 대우라고 한다. 이러니 ‘시체장사’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후략)” ‘김지하 시인의 세월호 가족에 대한 날카 로운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일간베스 트 등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퍼진 글 의 일부다. 글에는 ‘개인 목적의 여행을 하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인데 어째서 국민 모두가 물어 줘야 하느냐’는 내용과 ‘전원 의사상자 지정은 터무니없다. 비겁한 거지 근성’이라 는 적나라한 표현까지 담겨 있었다. 확인 결과 이 글은 김지하(73) 시인이 쓴 것이 아니었다. 김 시인은 중앙SUNDAY와 의 통화에서 “나는 컴퓨터도 제대로 쓸 줄 모 르는 ‘컴맹’이다. 누군가 나를 가장해 쓴 것” 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의 부인인 김영주 토 지문화관 이사장도 “해당 글을 네이버와 다 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모두 삭제토록 했는데도 계속 퍼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 지면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사 100일째이던 지난 24일에는 보수단체 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집회를 보 러 온 여학생 2명에게 막말을 쏟아내 학생들 이 울음을 터뜨리는 일도 있었다. 두 학생 모 두 세월호특별법 찬성을 주장하는 전단을 들 고 있었는데, 이를 본 회원들이 “유족도 아닌 것들이 쇼를 한다” “간첩이 시켰느냐”며 소리 를 질러 벌어진 일이었다. 현재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주장하는 특별법에는 ‘의사자 지정’이나 ‘대학특례입 학’과 관련된 요구사항이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사안들은 어느새 특별법을 둘 러싼 여론의 주요한 프레임(Frame)을 형성 했다. 익명의 누군가가 올린 거짓 정보들이 ‘반대 진영’의 논리로 파고드는 상황이다. 슬 픔의 공감대는 옅어졌고, 찬반 갈등은 거세 졌다. 일각에선 우리 사회에 배려도 포용도 없어졌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24일 팽목항 방파제에 ‘하늘나라 우체통’이 설치됐다. 진도군교회연합회와 사단법인 ‘하이패밀리’가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

개개인 성장 배경 달라 수용의 폭 차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 기준으로 ‘이성적 잣대 적용’ 목소리 높여 ‘대입 특례’는 유가족 요구 아니지만 인터넷서 진위 따지지 않고 퍼져

‘공정 세계관’이 분열 가속 역할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100일을 넘자 국민이 슬픔의 정서에서 벗어나 이성적·합리 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을 기준으로

삼고 상황을 평가·판단하게 된다는 ‘신근성 효과(Recency Effect)’ 때문이다. 근래 일어 난 논란을 중심으로 다른 사례와 비교 분석 을 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는 것이다. 그 틈을 ‘특별법이 전원 의사자 지정과 대 학 입학 특혜를 위한 것’이라는 ‘거짓·과장 정보’가 파고들었다. 주로 인터넷 공간을 통 해 확산됐다. ‘세월호 유가족을 도와야 한다’ 는 공감대가 이미 절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에 대해 ‘아니다(No)’를 외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놓고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든 오프라인의 상황은 되레 온라인상 반대 여론에 불을 붙였다. 반발심에서다. 가 족대책위원회가 나서 ‘우리는 의사자 지정과 대입 특례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인 터넷 홍보문을 직접 만들어 배포하고 있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공정 세상관

(Just World Belief)’이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 다고 말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노력한 만큼 거둬야 한다는 우리 내부의 의식을 일컫는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과다한 혜택이 가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논리에 맞는 정보만 인지하게 되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잘못된 정보일지라도 이를 확대해 받아들이고 있다 는 게 최 박사의 설명이다. 찬성도 반대도 서 로 의견을 듣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게 된 것 이다. “보수적일수록 공정성 훼손 경계”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교수도 중앙SUNDAY 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념적 차이로 인해 공동의 의견을 도출해 내기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답했다. 하이트 교수는 그의 저서 바 른 마음에서 ‘옳은 의견’들끼리 서로 맞부딪

힐 때는 각자 의견이 나오게 된 기저를 살펴 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고등학교 3학년 자녀 및 단원고 3학년 학생들에 대한 대학특례입학을 예로 들었다.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직관적 으로 ‘찬성’ 또는 ‘반대’에 손을 들게 되는데, 이 선택은 개개인이 살아온 배경에 의해 정해 진다는 것이다. 만일 희생자 가족 대학 특혜에 대해 마음이 불편하다는 느낌(직관)을 인지 했다면 그 사람은 ‘공정함’에 대한 사회적 가 치를 중요시하는 배경에서 자라 왔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이 특혜에 대해 당연하다고 인 지했다면 그 사람은 감성적인 공감에 더 길들 여진 삶을 살았을 거란 이야기다. 여기서 든 배경이 ‘이념’이다. 하이트 교수 는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보다 감정적으로 더 열정을 가지고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비교적 보수에 있는 사람 들은 ‘공정성’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다”

(executive privilege)’ 논리가 문제가 됐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나 눈 극비 대화가 공개되는 선례를 남기면 향후 대통령직 수행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는 식이다. 민주당과 위원회 측도 이를 감안해 입법 과정과 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극히 예외 적인 경우에만 소환과 강제 자료 수집 권한을 집행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그럼, 수사권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니다. 강제적으로 정부 관리를 소환하거 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었다 면 어떤 정부 부처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사권 집행도 중요하지만 수사권이 가지는 심리적인 압박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연방항공청(FAA)과 북미항공우주 방위사령부(NORAD)는 테러 당시 대처상황 이 담긴 녹음테이프와 일지 등을 일부만 제출 했다가 이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관련자 소 환과 모든 자료 압수로 이어졌다. 또 이를 계기

로 위원회가 정부 부처로부터 농락당하고 있 다는 여론이 생기자 백악관도 미국 역사상 한 번도 외부에 넘기지 않았던 ‘대통령 일일보고 (PDB)’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부시·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방문 조사도 수사권이 있었기 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뒤 엔 공화당 위원을 포함한 모든 위원이 수사권 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다고 공감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공화당)이 임명한 토머 스 킨(전 뉴저지 주지사) 위원장과 민주당이 추천한 리 해밀턴(전 하원의원) 부위원장 모 두 위원회 출범 때부터 9·11 테러에 대한 책임 을 정부 관리 개개인에게 묻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위원회 운영이 정 치적으로 희화화되지 않기 위해 그랬다고 하 는데 유족 등은 이에 대해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법무부가 위원회에 위증을 한 관리들 은 징계 조치를 취했다. 또 알카에다 테러리

‘911 진상조사’ 뒷얘기 폭로한 전 NYT 기자 필립 시넌

“911위원회, 수사권 없었으면 아무 일도 못했을 것”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세월호 참사와 미국의 9·11 테러는 사건의 규 모와 정부의 무능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 진상조사위원회 (9·11위원회)’가 2004년 펴낸 공식보고서를 보면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 도 TV를 보고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고, 사건 발생 직후 정보·인명구조 등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 았다.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 는 데도 정치적으로 진통이 있 었다. 9·11위원회는 유족의 강 력한 요청과 민주·공화 양당 합의로 테러 발생 1년 뒤인 2002년 출범했다. 특히 미국에서도 최근 세 월호특별법 제정에 걸림돌 이 되고 있는 수사권 논란이 첨

정부 부처, 압박감 느껴 자료 협조 부시클린턴까지 방문해 조사 수사권 행사 최소화  처벌은 안 해

예했다. 중앙SUNDAY는 9·11위원회를 취 재하고 위원회 운영의 뒷얘기를 2008년 책(9·11위원회:9·11 진상조사의 검열 되지 않은 이야기)으로 펴낸 필립 시 넌(사진) 전 뉴욕타임스 기자를 전화 로 인터뷰했다. 시넌 기자의 책은 9·11 위원회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필립 젤리코 버지니아대 교 수가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 와 긴밀한 관계였고, 위원회 가 국가안보국(NSA)에 있는 9·11 관련 자료들을 제대로 살 펴보지 않아 결정적인 단서를 놓 쳤다는 점 등을 폭로해 미국 사

회에 파장을 몰고 왔다. 시넌 기자는 인터뷰 에서 “9·11위원회는 강제수사권(subpoena power)을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했지만 수사 권이 없었다면 그나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정당을 불문하고 9·11 위원 10명 모두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서는 공감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미국에선 수사권과 관련해 어떤 논란이 있었나. “수사권 이전에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위 원회 설치 자체를 반대했다. ‘테러와의 전쟁’ 을 앞두고 국론 통일 등을 내세웠다. 공화당 의 원들은 상·하원 합동 정보특위를 만들어 9·11 당시 첩보 실패 등을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유 족이 독립적인 위원회 설치를 끈질기게 요구 해 결국 민주·공화 양당 추천 위원 10명으로 구성된 9·11위원회가 출범하게 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부분 이 위원회 설치 특별법에 반 대표를 던졌다. 수사권과 관련해선 미국 헌법 과 삼권분립에 기초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


News 5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세월호 100일  단원고 100명 잠든 안산 하늘공원엔

납골함마다 편지 빼곡  한 글자 한 글자에 단장의 아픔 안산=박종화 인턴기자 hjmh7942@naver.com

야기한 것이다. 과거엔 ‘당연히 옳은 것’이던 관용이 이제는 일종의 ‘편견’으로도 여겨지 는 것이다. 소수집단을 우대하는 내용의 미국 ‘어퍼 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도 최근 ‘역차별’ 논의에 부딪혀 금지 철퇴를 맞았 다. 2006년 미시간주가 주민투표로 통과시킨 ‘인종·성별·피부색·출신 민족 및 국가를 근 거로 차별하거나 우대해선 안 된다’는 내용 의 주 헌법 수정안에 대해 당시 인권운동가 들은 ‘연방 수정헌법의 평등보호 조항을 어 긴 것이 아니냐’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연 방대법원은 지난 4월 “유권자가 투표로 의결 한 것을 법관이 바꿀 권리는 없다”며 ‘어퍼머 티브 액션 금지’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앞서 텍사스대에 지원했다가 이 조항 때문에 불합 격했다며 소송을 낸 백인 여성 애비게일 피 셔 건에 대해서도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피셔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과거의 잘못을 후대가 대신 짊어지는 것에 대한 생각도, 사 회의 잘못을 개인이 대신 변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도 줄곧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인 비극을 겪 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슬픔의 공감대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사고로 죽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특혜를 주는 것에 대해 서는 도덕심리학적으로 볼 때 공통적으로 동 의를 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하이트 교수는 ‘우리’와 ‘그들’이 각각 다 른 느낌을 받고 다른 주장을 하는 이유는 각 자에게 각기 다른 이념적인 배경이 내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용 꼭 필요한가” 사회 가치관도 변화 관용(tolerance)과 포용에 대한 사회적 가치 와 생각도 예전과 달라졌다. 영국 철학자 마 이클 레이스윙은 “관용은 다른 의견을 묵살 시키는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성이 높아진 현대사회에서 관용이 아 닌 것은 무조건 ‘그른 것’으로 여기는 것 또 한 관용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아이러니를 이

스트들은 처벌을 받았다.” -위원회의 젤리코 사무총장은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친구였는 데 어떻게 사무총장이 됐나. “젤리코는 라이스뿐 아니라 부시 행정부 에 지인이 많았고, 부시 행정부에서 고위직 을 맡기를 원했기 때문에 위원회 활동 내내 끊임없이 ‘방해공작’을 폈다. 본인은 방해가 아니라 신중한 판단이었다고 해명하지만 위 원회의 어느 누구도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부시 정부 인수위에서 도 활동했는데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위원회가 한참 진행된 뒤였기 때문에 유족의 해임 요구도 먹혀들지 않았다. 수사권뿐 아니 라 위원회 구성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소유’ 강박 버리고 서로의 의견 경청해야 일각에서는 ‘왜 세월호 희생자에게만 특혜 를 주느냐’며 불편함을 드러낸다. 수능만 해 도 “각종 사건사고로 가족을 잃고 수능을 쳐 야 하는 이들에게도 특혜를 줘야 하는 것 아 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세월호특별법 반대 서명운동으로까지 번졌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 별법안’이 올라온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에는 960건의 반대 서명이 올라왔다. 최창호 박사는 “우리 사회가 아직 소유하는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 남에게 나눠 주는 것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 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는 아직 과도기에 있 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세상관을 파괴 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포용이 이뤄질 수 있 도록 문화 토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도 덧 붙였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저서 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도덕적 의견이 다르더 라도 이를 서로 경청하고 수용하며 적극적으 로 개입해야 상호 존중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 라고 밝혔다. 도덕적 이견을 보이는 철학 문제 에 대해 자꾸만 질문하고 도전해야 더 ‘좋은 삶’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9·11 특별법 주요 내용 정부부처와 의회 등에서 조사한 9·11 테러의 사실과 원인을 평가하고 더 정밀한 조사 시행 대통령이 위원장을, 민주당 상·하원 원내대 표가 부위원장을 추천·임명, 민주·공화 5명 씩 총 10명의 위원 소환·압수수색 영장은 위원장·부위원장의 합의 또는 위원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을 때 만 가능 위원회가 요청하는 자료는 기본적으로 모 든 정부부처가 지체 없이 제공하도록 규정

필립 시넌 20년 넘게 뉴욕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워싱턴DC에 상주하면서 국방부·법무부·국무

자료 제공이나 소환에 불응하는 정부 관리

부를 출입했다. 순회특파원 시절엔 전장(戰場)을 비

는 거주지 법원에서 법정모독죄로 처벌

롯한 세계 60여 개국에서 기사를 썼다.

낮게 드리워진 먹구름 사이로 간간이 빗방 울이 떨어졌다.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째인 지난 24일. 안 산 단원고 학생 100명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안산시 하늘공원을 찾았다. 벽처럼 늘어선 대리석 봉안당의 납골함마다 사진이며 편 지, 꽃다발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하늘공원 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러 온 발걸음만 가 끔씩 이어졌다. “세상에 기적이, 기적이 정말 있으면 4월 15 일로 돌리고 싶다.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 다준다지. 아들아. 아가야. 엄마에게 행운이 와 서 내 아들이 돌아와 준다면. 보고 싶다….” 엄마가 써내려간 편지는 한 글자, 한 글자 마다 단장(斷腸)의 아픔이 서렸다. 저세상에 서라도 자식을 만나고 싶은 엄마는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곧 갈 거야”라고 적었다. 고 허유림양의 이모와 언니가 손에 케이 크를 든 채 하늘공원을 찾았다. 이날은 허양 의 18번째 생일이라고 했다. “이렇게 네 명이 친하게 지냈어.”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째를 맞은 지난 24일 안산 단원고 학생 100명이 잠든 안산 하늘공원에는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절절한 심정들이 남아 있었다. 박종화 인턴기자

동생의 납골함 아래 케이크를 둔 언니는 이모에게 함께 잠들어 있는 동생 친구들의 납골함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 없이 납골함을 바라봤다. 하늘공원에 잠든 아이들은 저마다 세상을 떠난 날짜가 다르다. 바다에서 발견된 날짜 를 사망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하늘공원 관 리인은 한 학생의 납골함을 가리키며 “매일 오전 10시마다 부모님이 오셨는데 오늘은 보 이질 않는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교복을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학생이 고

김모(17)군의 납골함을 찾았다. “좋아하던 오빠였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와요.” 익숙한 일인 양 음료수 캔을 따 올려놓은 여학생은 가방에서 꺼낸 막대사탕 하나를 김군의 납골함에 정성스레 붙였다. 소녀의 수줍은 짝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30분 넘게 사진을 바라보던 소녀는 쏟아지는 빗속 으로 발길을 돌렸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의사상자 지정, 대입 특례 같은 특혜를 요구한다는 루머가 인터넷상에서 떠돌면서 가족들은 또 한번 상처를 입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안’을 마련한 대한변협 박종운 변호 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특별 법안에 보상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철저 한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라 고 강조했다. 잠시 비가 그치고 하늘공원에 햇살이 비쳤다. 김모군의 납골함 앞엔 생전 에 쓰던 검은 뿔테 안경이 편지와 함께 비닐 팩에 담겨 붙어 있었다. “네가 사는 그곳에서는 좋은 것만 보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채우렴.”


6 Focus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전문가 진단 최경환 경제팀의 724 경기부양책

사내유보에 정부 개입할 근거 없어  구조조정 병행이 필수 정리=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던 최경 환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이 나왔다. 기 업·수출 중심의 전통적 성장 촉진 외에 내 수와 가계라는 새로운 트랙을 추가했다. 번 돈을 쌓아 두는 기업에 세금을 물리고, 기금 지출과 금융 지원으로 내년까지 40 조7000억원을 풀기로 했다. 처음 가 보는 길에서 대한민국 경제는 호황이라는 이정 표를 만날 것인가. 거시경제 전문가인 성 태윤(45)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성태 (40)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초 청해 24일 발표된 새 경제정책을 진단했 다. 중앙SUNDAY 김종윤 경제산업에디 터가 사회를 맡았다.

경기부양 재원 어떻게 마련하나 기타 한국은행 총액한도대출 증액

3조 3조

2차 중소기업 설비투자펀드 조성

3조

8.6조

총 40.7조 단위:원

안전투자펀드 조성

5조

기금 지출 증액 (주택·신용보증 등) 재정 집행액 확대

2.8조 0.3조

금융외환

민자사업 선보상

재정

10조

5조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공급 확대

외국환평형기금 통한 외화대출 지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중소기업 현장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인천남동공단을 방문해 제품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회=정부가 재정·금융·세제를 총동원해 내수 활성화에 나섰다. 한국식 아베노믹스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있다. 방향을 제대로 잡 았다고 보나. ^성태윤=경기 침체가 장기화됐고, 소비 와 투자 위축이 심각하다. 소비가 늘어야 투 자도 활발해진다. 그러려면 가처분소득이 늘 어야 한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가처분소 득 증대로 잡은 것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한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경기가 좋다거나 혹은 나쁘지 않다고 말하면 가계나 기업은 ‘당국이 경기 대응을 안 할 것’이라는 메시 지를 받게 된다. 경기가 나쁘고 적극 대응하 겠다고 표명하는 게 중요하다. ^김성태=경제주체의 심리를 바꿔 주고, 뭔가 살아난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한 시 점이다. 내수 활성화 정책이 변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가계소비가 늘려면 자산과 소득 이 뒷받침돼야 한다. 풀기로 한 돈 11조7000 억원 중 절반 이상인 6조원이 국민주택기금 이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 환비율(DTI)도 완화했다. 모두 부동산 활성 화로 가계의 부(wealth), 즉 자산 효과를 높 이는 것이다. 근로소득증대세제·기업소득환 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 같은 가계소득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도 만들었다. 그동안 부 동산은 버블 문제 때문에 손대지 못한 측면 있었는데 이번에 건드렸다. 소득 지원에 대해 서도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렇게 정부가 확실하게 치고 나오는 것 자체가 경기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기업 과세, 일자리로 연결될 지 의문 ^사회=사내유보금 과세는 이중과세라는 반 발이 있다. 기업의 현금자산 보유 비율은 한 국이 5.7% 정도로 미국 8.6%, 일본 9.0%보다 낮다. 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걸 어떻게

김성태 KDI 연구위원

기업의 자발적 투자 유도가 더 중요 일본 같은 20년 불황 미리 피하려면 부양보다 기초체력 개선이 더 시급

봐야 하나. ^성=법인세 내고 남은 부분에 추가 과 세하겠다는 애초의 안은 이중과세였다. 이 번에 들고 나온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이중 과세라는 문제 소지를 상당히 없앴고, 내용 도 완화했다. 중요한 건 실효성이다. 기업에 페널티를 준다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 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중과세 문제를 해 결했다고 해도 정책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본 다. 200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일자리 창출 을 위해 홈랜드 인베스트먼트(Homeland Investment) 정책을 추진했다. 미국 기업들 이 해외에 진출해 번 돈을 미국으로 가져와 투자를 살리고 내수를 일으키자는 정책이었 다. 나중에 MIT 등에서 이 정책의 효과를 연 구했더니 세제 혜택 때문에 미국으로 자금은 들어왔으나 투자에 안 쓰이고 주로 배당에 쓰였다. 가처분소득을 늘려 줄 임금과 일자 리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김=사내유보금을 어느 정도 남겨 둘 것 인지는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이다. 정부가 개 입할 근거가 전혀 없다. 대차대조표에는 투 자를 해도 사내유보금으로 잡힌다. 쌓아 둔 돈이 다 현금도 아닐뿐더러 그걸 구분해 내 는 작업도 힘들다. 그 행정비용으로 다른 일 을 하는 게 낫다. 기업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접근 방법이 옳지 않다. 옳고 그름을 떠난다 해도 과세 자체가 쉽지 않다. 죽은 이슈라고 본다. 규제를 풀고 앞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 이라는 믿음을 줘 기업이 투자에 나서게 하 는 게 중요하다. ^사회=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안 했 지만 나랏돈 씀씀이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한 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조정 해 손뼉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정부는 추경 편성을 하지 않은 상태 에서 쓸 수 있는 돈은 다 쓰겠다는 의지를 보 였다. 개인적으로 추경에 반대한다. 추경 효 과는 4분기 이후 나오기 때문에 그럴 바엔 내 년 예산에 정확하게 반영해 쓰는 게 맞다. 정 책 효과를 높이려면 금리 인하 같은 통화정책 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향후 통화정책이 이 번 경제운용정책에 어느 정도 화답할지 주목 할 필요가 있다. 통화 부문에서 화답이 없으 면 원화 강세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번 정책 으로 집행되는 돈이 대부분 정책자금이기 때 문에 이들이 민간자본을 오히려 구축(驅逐) 할 가능성도 있다. 중앙은행과의 조율이 과제 로 남았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2분기에 성장률이 나빠졌지만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기 살리기에 나설 상 황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등이 터지면서 경 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이 크니까 강도 높 은 정책을 내놨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 구 조개혁이다. 구조개혁은 경기가 안 좋을 때 는 못한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상황이 계속 안 좋다 보니 단기 기업 지원이 많았다. 분석 해 보면 외환위기 이후 줄어들던 부실기업 수 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경기를 살리려면 다 른 한편으로 구조개혁을 시작하는 게 중요 하다.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기업들이 구 조조정되지 않는 한 건강한 투자가 이뤄지기

[뉴스1]

성태윤 연세대 교수

가계소득에 초점 둔 건 좋은 방향 사내유보 억눌러도 큰 효과 없을 것 중앙은행, 통화정책으로 화답해야

어렵고 자원 배분도 왜곡된다. ^사회=우리나라도 일본식 장기불황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김=1990년대 초반 일본이 장기불황에 접어들었을 때 정책 당국은 단순한 경기 사 이클상의 과정이라고 잘못 판단했다. 그러 다 보니 구조개혁 시기를 놓쳤다. 이후 뒤늦 게 구조개혁정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통 화정책 사이드에서 손을 놓으니 재정정책 의 존도가 높아졌다. 정부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구조개혁이라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이 나온 배경이다. 이 화살이 나오 는 데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 경제 도 90년대 초반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다. 고 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소비가 줄고 있다. 은퇴 후 예상되는 잔존 생존기가 길어지는 이상 지 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차이점도 있 다. 통화정책이 답답하긴 해도 타이밍을 놓 친 정도는 아니고 나라 곳간에 여력도 있다. 더구나 바로 옆 나라가 장기침체에 빠지는 걸 생생히 봤다. 그런 길을 가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활발히 투자에 나서야 한다. 정부 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성=일본이 장기불황에 들어갈 때 많이 얘기된 게 인구구조다. 물론 소비를 위축시 킨 건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현재도

거시 전문가가 분석한 7·24 경기부양책 김성태 KDI 연구위원 “경제주체의 기대심리 반전 모멘텀 될 것” “기업 고유 활동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 없어”

김성태

이슈 내수활성화 기업소득환류세제

성태윤 연세대 교수 “가처분소득 늘리려는 방향 옳다” “이중과세 논란 해결했지만 효과 없을 것”

“부동산 버블 이미 제거…납득할 만”

LTV 실효성

“가계 부도 위험 낮춰 줄 것”

“상환능력에 따라 수치 차등 적용했어야”

DTI실효성

“한도 정한 건 좋으나 금융감독 강화해야”

재정건전성

“지출구조를 저소득층 위주로 바꿔야”

“지금 상태로 지출 지속하면 문제 될 것” “인플레이션 적정 수준 유지해야” “규제 완화하고 경제 구조개혁 나서야”

일본식 불황 가능성 “안정적 성장 기조 못 만들면 가능성 높아” 남은 과제

“규제 완화·강화 동시 추진… 경기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성태윤

그 인구구조는 그대로다. 그렇지만 아베노믹 스 이후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사람들이 어 떠한 기대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 다. 국내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새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수출 대기업이 국내에 투 자를 안 하는 건 문제다. 일본이 20년 장기불 황에 돌입할 때 학자들이 가장 많이 비판한 대목이 일본은행의 소극적 대응이었다. 일본 은행은 당시 경기 침체가 구조적 문제라며 단 기 대응을 안 했다. 그러니 엔화 고평가 상태 가 지속됐다. 제조업 입장에서는 고령화사회 에 환율까지 나쁘니 외국에 공장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고용이 줄고 내수는 더 침 체됐다.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를 안 한 일본 은행의 실패를 답습해선 안 된다. 대기업, 국내 투자 안 하는 건 문제 ^사회=이번 대책이 실패할 경우엔 어떤 문 제가 생길 것인가. ^김=어떤 부양책도 지속가능한 정책은 없다. 경기주체의 심리를 살리고 치고 올라가 자는 취지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번 정책 이 실패한다면 단기 부양의 효과가 끝난 뒤 성장세가 다시 밋밋해질 것이다. 성공의 경우 는 두 가지로 나눠 봐야 한다. 당장 내수 활성 화만 목표로 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잠깐 반 등의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3년 뒤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떨 것이냐를 성공 의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장담할 수 없다. 새 경제팀이 경기 활성화와 동시에 경제 구조개 혁에 착수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우리나 라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성공한 경제정책이 란 기업이 적정하게 투자하고, 가계도 아주 침체하지 않을 정도로 소비하고, 정부는 적 당한 인플레이션 관리로 침체를 막으면서 세 금을 걷어 빠듯하게 살림을 운영하는 정도일 것이다. 새 경제팀의 성패는 이런 흐름을 만 들 구조개혁의 초석을 놓았느냐로 평가받아 야 한다. ^성=투자 활성화 얘기가 나오면 규제 완 화를 얘기하는데 규제는 완화와 강화 모두 필요하다. 안전이라든지 생명과 관련된 규제 는 강화하는 것이 추가 수요를 만들어 낸다. 다만 특정한 업종의 진입을 막는 형태의 규 제, 기술 혁신과 관련된 규제는 푸는 게 맞다. 이런 노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그레이트 모더레 이션(대안정기·Great Moderation)’이 있었 다. 이 기간 동안 비용이 적게 드는 이머징 국 가들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제조기지 없이 소 비만 하면서 부채가 늘었고 저성장 덫에 빠 졌다. 안정적 인플레이션 관리로 성장세를 유 지하면서 금융 부문은 건전성을 잃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 지지 않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Focus 7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그리스 위기 해결사’ 찰스 댈러러가 진단한 한국경제

저성장 고민되면 규제 풀어라  금융허브 서울’ 재추진을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세계 금융계의 권위자 찰스 댈러러 전 국제 금융협회(IIF) 회장이 “한국 사람들은 자꾸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부러운 듯 거론하는데 한국은 지금 양적완화 같은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2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다.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 일) 초청으로 방한한 댈러러 전 회장은 “실업 률이 10%가 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하 니 규제 완화와 중소기업 육성 등을 통해 경 제의 근간을 튼튼하게 만드는 게 급선무”라 고 했다. 1980년대 미 재무부 차관보, 국제통화기 금(IMF) 이사 등을 역임한 댈러러 전 회장 은 9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480여 개 글 로벌 금융회사의 모임인 IIF 회장을 맡았다. 2012년 그리스 재정위기 때 채권은행들을 대 표해 유럽연합(EU)·그리스 정부와 채무 조 정 협상을 벌여 그리스 사태를 해결한 인물 로 꼽힌다. 현재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파트너스그룹의 부 회장으로 있다. 다음은 주요 문답. 댈러러 전 국제금융협회 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분위 기다. 해법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선진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사실 한국의 경제지표는 양 호한 편이다. 실업률은 3%대, 경상수지 흑자 는 사상 최대 아닌가. 환율정책도 성숙하게 운영해 왔다. 저성장이 문제라면 양적완화 같은 단기적이고 예외적인 처방보다 규제 완 화가 우선이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은 아직도 규제와 관료주의가 심하다. 창의적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과거 한국 정부가 서울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좀 제대로 다시 추진했으면 좋겠다.” -경제지표는 좋지만 한국 국민의 일상생 활은 힘들다는 분위기다. “내가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래도 직업이 있지 않소’라고 말해 주고 싶다. 미국과 유럽처럼 10%가 넘는 실업률을 한국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나. 물론 내수가 살아나고 소비자가 경 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면 금상첨화 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강하고, 국제 경제 가 살아나는 데 있어 한국의 역할은 막중하 다. 미국과 유럽처럼 침체한 나라들이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 수 있겠나. 이런 측면에서 마치 한국 경제가 불황에라도 빠진 것 같은 얘기를 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난 한국 경제를 믿는다.”

한국 경제지표 선진국 보다 좋아 아베노믹스 부러워할 필요 없어 지금은 양적완화 논할 때 아니다 AIIB는 미국이 중국 포용 못 해 나와 경협에 정치안보 개입하면 곤란 한국이 중국 중요시하는 건 당연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양적완화 를 그만두고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바른 방향이다. 양적완화는 목표했던 성 과를 냈다. 이제 통화정책이 아니라 펀더멘털 이 경제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다들 연준과 양적완화 얘기만 하고 조세·규제·인프라정 책에 대한 얘기를 안 한다. 중요한 것은 연준 의 액션은 단기적으로만 영향력이 있다는 것 이다.” -당신은 그리스 사태를 해결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증시가 폭락하는 등 유럽 경제는 여 전히 불안하다. “유럽은 정말 엉망이다. 정치연합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이 없다. 그리스 사태 협상 때 도 누구랑 협상하면 포괄적으로 일이 진행되 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정치연합을 할 때 하 더라도 개별 국가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화정책과 규제가 따로 노니 뭘 할 수가 없다. 또 지나친 긴축정책을 펴지 말 아야 한다. 유럽 경기 회복을 위해 IMF 지원 이 필요하다면 받아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 를 해결하는 게 재정 건전성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IMF는 1997년 한국에는 굉장히 아픈 긴 축정책을 요구했다. “한국은 독립된 하나의 국가다. EU와 그 멤버 국가들처럼 복잡한 관계가 아니다. 또 97년 당시 한국 국민은 구제금융을 굉장히

창피해하면서 전 국민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 그리스나 포르투갈에는 그런 정신도 없다. IMF의 정책이 항상 다 옳은 건 아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브 릭스신개발은행(NDB)·위기대응펀드(CRA) 등을 추진하는 등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모양 새다. “중국은 현 브레턴우즈 체제에 불만이 있 는 것 같다. 미국이 중국을 포용하지 못해 생 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도 중 국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여선 안 된다. 글로 벌 경제 시스템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 다. 그리스 사태 협상 때 중국의 금융 관계자 들은 미국·유럽의 금융 전문가들보다 더 성 숙한 견해와 자세를 보여 줬다. 중국이 메이 저 플레이어가 되는 건 자연스럽다.” -미국 정부가 우방인 한국이 중국 중심의 AIIB에 가입하는 걸 반대한다는 보도도 있 었다. “사실이라면 정말 놀랍다. 경제 협력은 정 치나 안보 이슈에 좌우돼선 안 된다. 83년 내 가 IMF 이사회에서 활동할 때 멕시코·브라 질·아르헨티나에 채무 위기가 왔다. 당시 아 르헨티나는 영국과 포클랜드 영유권을 두고 전쟁 중이었다. 하지만 IMF의 영국 이사는 아르헨티나의 채무 해결을 도와줬다. 난 아 직도 이 일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

최정동 기자

국 수출의 25%가 중국으로 가는데 중국을 중요시하는 건 당연하다.” -중국의 채무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50%라고 한다. 위험한 것 아닌가. “250%라고? 당장 IMF를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채무 통계는 너무 사실을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측면이 있다. 다만 중 국의 은행 시스템이 아직도 정치권력과 밀접 하게 연관돼 있다는 건 우려스럽다. 대출이 정치적으로 이뤄져선 곤란하고 참으로 위험 하다. 중국 지도자들도 이미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를 분 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금융뿐 아니라 기업도 정치에서 분리돼 경쟁 력을 키워야 한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성공할까. “한국에선 아베노믹스가 정말 인기가 많 은 것 같다(웃음). 모두 아베노믹스에 대해 물어본다. 세계 경제는 튼튼한 일본 경제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성공할지 는 미지수다. 얼마 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은행 총재가 “재정 건실화와 구조적인 개혁 이 뒷받침된다면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 고 말했다. 재정 건실화와 구조개혁이란 전 제조건을 단 게 매우 흥미로웠다. 그만큼 일 본 지도자들도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증거다. 구조개혁이 핵심인데 일본 경제는 이미 힘들 어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 ‘키맨’ 찰스 댈러러는 

미 재무부 수석차관보, IMF 이사 역임  20년간 국제금융협회 이끌어 <IIF>

박성우 기자

찰스 댈 러 러 파 트 너 스 그 룹 부 회 장 은 1983~85년 미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 관보, 1985~88년 미 재무부 수석차관보, 1988~89년 미 재무장관 수석보좌관(대통령 임명직)을 차례로 지냈다. 이 기간 국제통화 기금(IMF) 이사도 겸직했다. 1991~93년 JP 모건에서 일하다 93년 남미 채무 해결을 위 한 미국과 일본 은행들의 연합체 국제금융협 회(IIF·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 회장직을 맡았다. 20년간 활동하며 IIF를 전 세계 480여 개 거대 금융그룹의 모임으로 발

현재 ‘대체투자’ 파트너스 부회장 ADT캡스 등 한국 투자에도 관심 협상차 한국 드나들다 딸도 입양

전시켰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상 당하다.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회원이기도 하다. 현재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파트너스그룹은 세계 투자시장의 큰 손이다. 운용 규모가 50조원에 달해 세계 1위 다.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어인 ADT캡스 후순위채 300억원어치를 사 들이고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투 자지분을 인수하는 등 한국 투자에도 적극적 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졸업 후 해군 장교로 4년간 복무했으며 국제관계학으로 유명한

플레처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출신 부인 페이신 리 댈러러와의 사이에서 스 티븐·에밀리·브라이언 세 자녀가 있다. 에밀 리는 한국 출신 입양아다. 그는 80년대 후반 재무부 관리 시절 무역 불균형 협상을 위해 한국을 오가다 입양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한국인 여자아이 입양 가능성을 타진 했다. 당시 원화가치 절상을 통한 무역 불균 형 시정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이 거세 댈 러러 부회장의 이름은 한국 신문에 자주 오 르내렸다. 유명 인사였던 셈이다. 이에 따라 복지회 측은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신분 확인

작업을 댈러러 부회장이 협상차 한국에 들른 2~3일 안에 모두 끝냈다. 입양할 아기를 정하 고 다음에 부인과 함께 한국에 올 때 데려가 려고 했던 댈러러 부회장은 갑자기 복지회 측 에서 “모든 수속이 끝났다. 아기를 데려가도 좋다”고 하는 바람에 졸지에 혈혈단신 아기 를 안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댈러러 부 회장은 “그때 한국에서 했던 어떤 협상보다 도 14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갓난아기를 혼자 안고 가는 게 더 힘들었다”고 웃으며 회 고했다. 현재 댈러러 부회장의 딸 에밀리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으며, 뉴욕에서 간호사 로 활동하고 있다.


8 Focus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730 재보선 D-3 승부의 추 어디로

與, 경기부양 카드로 굳히기  野, 단일화 파워로 뒤집기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왼쪽)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26일 주말 유세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7·30 재·보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종 변수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막판 판 세가 요동치고 있다. 공천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야당은 극적인 후보 단일화로 승부수 를 띄웠다. 특히 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의 단일화로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유병언 부실수사 후폭풍’이란 돌발변수도 야당엔 호재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여당은 단일화 효과를 평가절하하면서 청와대와 정 부가 주도하는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적극 앞 세우며 대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역대 최대 규모인 15개 지역구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이번 재·보선의 승 패는 향후 정국의 진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는 쪽은 심각한 내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 다. 그런 만큼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플러스 알파” vs “막장 드라마” 당초 야당 우세→초·중반 여당 우세→종반 혼전. 7·30 재·보선 정국의 전체 흐름에 대한 여야의 진단은 대동소이하다. 무원칙 공천 논란의 여파로 야당이 자멸하는 것 아니냐는 일반적 예상을 혼전 구도로 바꿔놓은 건 무 엇보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변수다. 최대 승 부처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에서 새정치민주 연합 기동민 후보가 전격 사퇴하자 또 다른 격전지인 수원병과 수원정에서는 정의당 후 보가 잇따라 자진사퇴했다.

유병언·투표율 변수 속 조직력 관건 野 우세 與 우세 막판은 안갯속 패배하는 쪽은 심각한 내상 불가피 단일화의 파괴력은 여야 1대1 구도가 마련 됐다는 점에서 나온다. 동작을의 경우 새누 리당 나경원 후보와 기 후보,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3자 대결을 벌일 경우 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나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가 맞붙으면 얼마든 지 해볼 만하다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실제 로 CBS와 포커스컴퍼니가 지난 19~20일 실 시한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 때 나 후보는 42.7%, 노 후보는 41.9%로 오차범위 내 접전 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수원의 3개 지역구 에서도 단일화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고 있다”며 “야권 지지자들의 사표(死票) 심 리가 해소되면서 플러스 알파도 노릴 수 있 게 됐다”고 했다. 동작을에서 철수한 새정치 연합은 수원에 천막 상황실을 설치하고 안철 수 공동대표 등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이 선거 당일까지 상주하기로 하는 등 ‘수원 올 인 전략’에 돌입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경기부양 카드로 맞불작 전에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 부양 드라이브는 여당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야당은 결코 쓸 수 없는, 바둑으로 치면 무조 건 선수(先手)인 셈이다. 장기 경기침체를 걱 정하는 유권자들에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감을 심어주면서 지지표를 모을 수 있을 것이 란 계산이다. 김무성 대표도 25일 충남 서산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 느냐, 아니면 정쟁으로 장기 침체의 늪에 빠 지느냐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그 러면서 “내수 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한 새 경제팀의 선제적이고도 과감한 경기부양책 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막장 드라마’ ‘후보 나눠먹기 작태’라는 직 설적 논평을 잇따라 내며 야권의 시너지 효

과 차단에 적극 나섰다. 한 관계자는 “한두 번도 아니고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 는 단일화에 유권자들도 식상해하고 있다” 며 “단일화 효과가 야당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사표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26일 치러진 사전투표는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바로 출력 돼 사퇴 후보자 이름 오른쪽에 ‘사퇴’ 표시가 돼 있었다. 하지만 30일 재·보선 당일에 쓰일 투표용지는 이미 인쇄가 끝나 별도의 사퇴 표시가 없는 만큼 적잖은 사표가 나올 것이 란 예상이다. 그런 가운데 여야는 막판 조직표 다지기에 나섰다. 재·보선 특성상 투표율이 30%대 중· 후반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여름휴가 피크와 겹쳐 바람몰이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는 판단에서다. 결국 확실한 지지자들을 얼 마나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느냐가 승부를 가 를 것이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새 누리당이 경로당을, 새정치연합이 호남향우 회를 막판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 연장선이다. 승패 따라 정국 시나리오 크게 갈릴 듯 여야가 전력투구한 만큼 재·보선 승패에 따 라 향후 정국 시나리오는 확연히 달라질 전 망이다. 승자는 반전의 계기를 잡는 반면 패 자는 걷잡을 수 없는 내부 갈등에 휘말릴 것 이란 분석이다. 우선 새누리당이 질 경우 역전패의 후유증 에 빠지면서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은 시작부터 동력을 상실할 공산이 크다. 또 한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한 김무성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과 청와대·정부 간의 당·정· 청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여권의 주도권을 거 머쥐기 위한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가 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의 ‘재·보선 무패’ 기 록이 깨진 데 따른 충격 또한 만만찮을 것으 로 보인다. 반면 재·보선에서 승리하면 박근혜 정부의 공고화와 야권의 지리멸렬이란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 만큼 박 대통령도 선거에 대한 부담을 벗고 국정에 매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 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살아서 돌 아오면 여당엔 금상첨화인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승패에 김한길·안철 수 공동대표 체제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 단일화로 ‘서울 무공 천’이란 극약처방까지 내놓고도 패할 경우 조기 전당대회 요구를 비켜가긴 힘들 것이라 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도부 내에서도 별 이견이 없다. 다만 승패의 기준 을 둘러싸고 “6~7석만 얻어도 선방한 것”이 란 지도부 주장과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를 망친 책임을 져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면 서 지루한 공방이 오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경우 ‘박근 혜 심판론’의 위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현 지 도부도 무난히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 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 국회 의석수가 비 슷해지면서 원내 대여 공세가 훨씬 활기를 띠 게 될 것이란 점도 야당엔 중대한 변화다. 막판 혼전 양상에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 리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재·보선은 지 역선거라는 특성상 후보 단일화 효과가 생각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야당이 선전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승부를 뒤집기는 쉽지 않 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박왕규 매트릭 스 여론분석센터 소장은 “야권의 단일화 효 과가 김포나 충청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지 지부진한 점도 야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나가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AD 9


10 Focus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청와대와 유진룡 전 장관의 1년 5개월

소신의 아이콘 vs 쇼잉의 아이콘  엇갈리는 유진룡 평가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전 장관에게 오히 려 한 방 먹은 거다.” 지난 17일 유진룡(58) 문화체육관광부 장 관의 면직 뉴스를 본 한 문화계 인사는 이렇 게 말했다. “대통령이 조용히 교체하면 될 것 을 괜히…. 무능하고, 끼리끼리 해먹는 관피 아에 전 국민이 염증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유 장관을 면직시킴으로써 소신 있는 공직자 의 표상(表象)으로 만들어 버렸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도 화제의 인 물이었다. 문화관광부 차관이었던 2006년 정 권 실세의 인사 청탁을 거절했다가 청와대 참모로부터 “배 째드리죠”라는 협박을 받았 다고 공개해 유명세를 치렀다. ‘권력 눈치 안 보고 직언하는 이’로 알려지게 됐다. ‘스타 공무원’ 반열에 올랐고, 박 대통령도 집권 직 후 그를 문화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문화부 관료 출신으로 첫 장관인 터라 문화부 내의 열렬한 지지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례적으로 면직을 당하면서 “올곧은 성품 탓에 대통령과 자주 충돌해 미 운털이 박혔다”는 세간의 설이 정설로 굳어지 는 모양새가 됐다. 과연 지난 1년5개월간 유 전 장관과 청와대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청와대서 인사 개입해도 순순히 수용” “문화부 실·국장, 산하기관장 인사를 장관 아닌 청와대가 한다”는 얘기는 지난해 유 전 장관 임명 직후부터 공공연히 나돌았다. 복 수의 청와대·문화부 관계자가 “실제로 그랬 다”고 중앙SUNDAY에 확인해 줬다. 예컨대 유 전 장관이 국장급 고위직에 1순위로 올린 S·N씨를 청와대가 탈락시키고, 2순위자나 다른 인사를 그 자리에 앉혔다는 거다. 서울 의 모 국립예술단체장의 경우에도 유 장관은 P씨를 추천했지만, 청와대는 박근혜 캠프에 서 일했던 또 다른 P씨를 내려보냈다고 한다. 문화부 관계자는 “관료 사회의 핵심은 인사 권이니 유 장관이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 고 했다. 다른 문화부 인사도 “유 전 장관은 ‘실·국장은 못 건드리고 과장 인사나 한다’는 자괴감이 컸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 관계자 는 “(유 전 장관이 올린 인사는) 유 전 장관과 같은 서울고 동문으로, 전문성이 떨어졌다. 또 다른 (낙마)인사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 다. 잘못된 사람들을 연달아 무리하게 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전 장관이 취임한 뒤 상당 기간이 흘렀 는데도 산하기관장의 후속 인사가 늦어지자 “유 장관이 청와대에 항명한다”는 설이 이어 졌다. 심지어 “청와대가 내려보낸 예술의전 당 고학찬 사장 인사안을 유 장관이 틀어쥐 고 통과시키지 않아 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 를 했다”는 소문까지 났다. 그러나 문화부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 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캠프 에 있던 P씨를 (기관장에) 내려보내자 유 전 장관은 ‘경험 많은 연출가’라며 반색하고 맞

세월호 참사 뒤 ‘내각 총사퇴’ 발언 대통령 외면에 충격  사흘간 일손 놔 취임 초엔 인사권 행사 못해 좌절 진보단체 지원 문제로 갈등 후문 이미지 좋아 후배들 잘 따르는 편 노무현 때 “배 째드리죠” 폭로 유명

아들였다. 고학찬 사장에 대해서도 ‘잘 챙겨 야 한다’며 문화부 직원을 시켜 브리핑까지 해줬다. 청와대 뜻을 거스르기는커녕 선선히 잘 따른 것이다.” ‘저항의 아이콘’은 다소 과 장됐다는 주장이다. 탈권위 행보  재임 중 성과 없다” 비난도 유 전 장관은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 왔다.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당시로선 비 인기 부처인 문화공보부를 자원했다. 그는 정 통 문화행정가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8년 전 차관에서 물러난 직후 대형 로펌에서 고문으 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고위 공무원 이 처신을 그렇게 해선 안 된다”며 사양했다 고 한다. 솔직담백한 성격에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후배 공무원들의 인기를 받았다. 문 화부 관계자는 “사리사욕 없이 정직·투명하 게 일처리를 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관 재임 기간 성과가 없었다”는 쓴 소리도 적지 않다. “일보다는 이미지를 중시 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뒤따른다. 또 다른 문 화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결정에) 불합리한 면이 있으면 평상시 건의하는 게 맞지 않나.

지난 3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왼 쪽)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 가운데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유 전 장관이) 조용히 있다가 막판에 ‘외압 이 있었다’며 언론 플레이를 했다. 정치적이 다”고 말했다. 이념적으로도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의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에서 문화정책을 담당한 인사를 문화부 자 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유 전 장관은 야권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 는 “현재 문화계 지형이 다소 좌편향이라 유 전 장관이 균형을 잡아주길 기대했는데 전 형적인 리버럴리스트(자유주의자)더라”고 평했다. 반면 유 전 장관의 지인은 청와대 압력설

[중앙포토]

을 제기했다. “유 장관이 올 초 모임에 와서 ‘진보단체 국고 지원을 없애라는 압력을 받 는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는 못한다. 입속에 들어간 걸 어떻게 꺼내나. 차라리 나를 자르 라’고 했다고 하더라.” 대통령과 마지막 독대도 분위기 냉랭 4·16 세월호 참사 직후 유 전 장관은 국무회 의에서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그런 발언을 한 건 맞다”면서도 “전후 사정은 알려진 것과는 좀 다르다”고 했다. “문화부 장관은 국정홍보의 역할도

한다. 유 전 장관으로선 본인이 총대를 메고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게 대통령의 부 담을 덜어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발 언이 대통령의 외면을 받자 꽤 충격을 받았 던 것 같다. 이후 사흘간 유 전 장관은 결재 를 받지 않았다.” 임기 막판 유 전 장관과 박 대통령의 관계 는 소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문화 부 관계자는 “유 전 장관과 대통령의 독대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정성근 신임 문 화부 장관 지명 이후 마지막 독대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유 전 장관은 그간의 인사문제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지만 대통령은 아 무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정성근 폭탄주 사건이 터져나왔 다. 정성근 후보자가 청문회 정회 도중 폭탄주 를 마셨다는 것인데, 이 자리엔 문화부 직원도 상당수 있었다. 유 전 장관과 친할 수밖에 없는 이들 직원 가운데 누군가가 폭탄주 얘기를 외 부에 흘렸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정황이었다. 이로 인해 정 후보자에 대한 비난이 더 커졌 고, 이후 유 전 장관 유임설이 불거지기 시작했 다. 이에 쐐기를 박기 위해 청와대가 ‘면직’이 란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면직은 유 전 장관의 이미지만 높여줬다는 분석이 관가에서 나온 다. “복지부동이 팽배한 공무원 사회에서 할 말을 하는 소신파 관료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도 유력한 각료 후보 의 하나로 거론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와는 반대로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장차 관을 물러나면서 두 번 연속 정권에 부담을 준 만큼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도 있 다. 한 여당 인사는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그를 면직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걸 청 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건의했어야 했는 데 그러지 못한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다. 중앙SUNDAY는 유 전 장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열흘 넘게 공석 중인 차기 문화부 장 관으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유력할 것이 란 전망이다. 2기 문화부 운영의 중심을 국정 홍보 강화에 둘 것이란 진단이다. 7·30 재·보 궐 선거에서 낙선한 여당 인사를 배려 차원 에서 임명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마스조에 도쿄도지사 접견 의미는

“박근혜-아베 사이에 마스조에라는 대화 채널 구축한 건 성과”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이제 청와대를 나가 면 일본 기자들과 만나 게 되는데, 혹시 얘기하 지 말아야 할 내용이 있 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마스조에) “없습니다.”(청와대 측)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메 시지를 들고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마스조 에 요이치(舛添要一사진) 도쿄도지사는 접 견 직후 청와대 관계자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 측은 “접견에서 (한·일 정상회담 논의 같은) 특별히 언급을 피할 만한 얘기는 전혀 없었기에 전부 얘기해도 된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스조에 지사가 들고 온 아베 총리의 메시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하나뿐 이었다”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 얘기는 전혀 안 해 “아베 과거사 입장 변화 없는 한 획기적 관계개선 낙관하긴 곤란”

박 대통령이 국내에서 일본 정치인을 만난 건 1년5개월 만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 등에서 태도를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접견이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의 변화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 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마스조에 지 사는 도지사 명패에 한 글이름을 병기할 만큼 친한파로서 18년 만에 방한한 점 때문에 박 대 통령이 접견한 것”이라 며 “의제도 일본 내 혐 한시위 중단과 도쿄의 우리 교민들이 추진 중 1930년 후쿠오카 시의원에 출마한 마스조에의 아버지 야지로의 한글 이름이 병기 된 홍보전단.

인 제2한국학교 설립 지원, 단 두가지뿐이었 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박 대통령이 오랜만에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일본 정치인을 만났다는 점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현재 외교부 국 장급 대화 외에는 전무하다시피 한 양국 외 교 관계가 장·차관급 회담으로 확대될 가능 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특히 마스조에는 24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접견하면서 “아베 총리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각별한 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 는 방한 일주일을 앞두고 아베 총리를 만나 박 대통령 접견에서 얘기할 내용을 자세히 논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귀국하는 대로 아베 총리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만나 접견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접견에서 정상회담 논의가 없 었다고 해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에 마 스조에라는 대화채널이 구축된 점은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분석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마스조에 접견은 일 본 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에 ‘한국과의 대 화를 원한다’고 꾸준히 홍보해 왔고, 아베 총 리는 물론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 자민당 원로 들이 잇따라 한국 언론인들을 만나며 러브 콜을 던지는 데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 했다. 그는 “하지만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관 련해 가시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이번 접 견이 정상회담으로 직접 이어질 가능성은 거 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마스조에는 정 의장을 접견하는 자 리에서 “1930년 5월 규슈 후쿠오카현 와카마 쓰시 시의원으로 출마했던 부친 야지로(彌 次郎)가 홍보전단에 한글이름을 병기하고, 당시 후쿠오카에 거주한 한국인들의 인권 개 선을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하고 부친 의 홍보전단 사진을 보여 주며 대를 이은 한 국과의 친분을 강조했다고 의장실 관계자가 전했다.


Focus 11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도쿄 주재 한일 겸임 팔레스타인 대사 왈리드 시암

우린 유대인 증오 않는다  그들과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진정될 기 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인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18일째 이어지면서 26일 현재 민간인 사망자 수는 1000명에 육박하 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공격의 고삐를 늦추 지 않고 있어 희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양측의 휴전 중재를 위해 분주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25일 왈리드 시 암 일본 주재 한ㆍ일 겸임 팔레스타인 대사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시암 대사는 팔레스타 인 내 동아시아 전문가로 2003년부터 대사를 맡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많은 팔레스 타인 민간인이 숨졌다. “희생된 팔레스타인인은 대부분 어린이 와 여성 등 민간인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명분으로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법에 따르면 자위권은 국가 대 국가 사이 에서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팔레스타인은 서안지역과 가자지구로 나눠져 있다. 가자지 구는 국가가 아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 스라엘군에 의해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을 전 쟁범죄로 다뤄야 한다.” -2008~2009년에도 1400명이 숨진 가자 전쟁이 벌어졌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단지 가자전쟁 등 특정 분쟁으로 국한할 수 없다. 전쟁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후 지 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0년 이 상 상대 국가를 인정하는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협상해 왔다. 우리는 근본 적으로 이 방안에 찬성한다. 군사적인 힘이 아닌 평화로운 방법으로 갈등이 해결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양측 의 국경이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영토를 넓히기 위해 국제법에 위반되는 유대 인 정착촌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이에 따라 2국가 해법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 양측의 분쟁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 각도 공평하지 못한 점이 있다. 분쟁의 원인 인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영토 점령 문제를 해 결하려는 노력보다는 당장 벌어지고 있는 상 황에만 대처하고 있다.” -가자지구 봉쇄 문제가 이번 분쟁에서도 핵심 이슈다. 팔레스타인은 봉쇄로 인해 생 필품조차 주민들에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무기 공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는데. “가자 주민 170만 명은 지난 7년간 이스라 엘의 봉쇄로 사실상 감옥에서 살고 있다. 하 마스 문제이건 어떤 이유에서건 봉쇄는 정당 화될 수 없다. 게다가 이스라엘군의 불법적 인 국경 통제로 서안지역과 가자지구 간 왕래 조차 힘든 상황이다. 500만 명에 달하는 팔 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유를 억압받고 있는 것 이다. 팔레스타인은 2005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감시하에 총선을 실시했다. 마흐 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지도자로 선 출했다. 하마스도 상당수의 의회 의석을 차 지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있 다. 강경파인 하마스가 합법적으로 의회에 입성하자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스라 엘은 팔레스타인이 주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강경파가 이번 분쟁을 격화 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연립정부다. 이 연립정부에서 강경 파들은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은 반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자이야 지역에서 한 소년이 베개를 들고 폐허가 된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12시간 동안 전투를 중단했다. [시자이야 AP=뉴시스]

이스라엘이 영토 불법 점령하고

(反)아랍·반팔레스타인·반평화주의·반인도 주의 정책을 고수하려는 세력이다. 강한 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 무시 라엘을 표방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들 7년째 봉쇄 가자지구는 생지옥 의 지지를 얻기 위해 더욱 강경한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강한 정 민간인 희생자 1000명 육박 부가 결국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범죄로 이스라엘 다뤄야 마땅 -국내 정치 문제 외에 이스라엘의 다른 속 네타냐후, 강경파 환심 사려 강공 셈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려는 것이다. 유대인 정착촌의 확대에 제동을 걸지 못하도 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국제사회가 팔레스타 인의 평화 정착을 위해 추진하는 2국가 해법 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스라엘은 아랍인 들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사는 것을 원치 않 는 것이다. 유일한 유대국가 존재가 그들의 최종 목표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유럽 국가들은 비난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지지의사 를 밝혔다. “미국 의회는 유대인들에 의해 통제되 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 번 분쟁은 인권에 관한 문제다. 정치나 비즈 니스가 아니다. 인권을 외면하고 있는 이들 은 비양심적인 사람이다. 팔레스타인이 이 스라엘에 대항할 만한 군사력이 없다는 것 을 뻔히 알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 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세계 10위의 군사 력을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WMD)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팔레스타인 의 군사력은 미미하다. 이·팔 문제는 원래 제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통치로 인해 발 생했다. 영국이 유대인과 팔레 스타인인 모두에게 국 가를 건립하도록 해 주 겠다고 약속한 데서 비 롯됐다. 현재 600만 명 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인이 자신의 땅이 아닌 요르단 등에서 난민생 활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 번 공격을 통해 하 마스의 군사ㆍ정치 왈리드 시암 적 입지 약화를 노

린다는 분석이 있는데. “잘못된 판단이다. 이번 공격으로 오히려 팔레스타인인들은 똘똘 뭉치고 있다. 서안지 역과 가자지구 주민 모두 ‘팔레스타인 저항 (Palestine resistance)’이라는 기치 아래 반 이스라엘 전선에 나서고 있다. 하마스를 뿌 리 뽑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팔레스 타인인을 모두 죽이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 이다. 이는 지난 4차례의 중동전쟁을 포함한 수많은 분쟁을 통해 증명됐다.” -왜 분쟁이 끝나지 않나. “우리는 유대인들을 증오하지 않는다. 우 리의 종교인 이슬람교도 유대인을 적대시하 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유대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대량 학살당한 홀로코스 트에 대해서도 비난한다. 유대인들과 평화로 운 이웃으로 함께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 스라엘은 우리 땅을 꾸준히 불법으로 점령하 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불법을 행하는 이스라엘 정부 에 대해 대항하는 것이다. 자신의 집에 무단 으로 침입한 사람에게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유대인 친구가 많다. 이들도 이스라엘 정부에 불법행위를 중단하 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대사에서 영토를 70 년 동안이나 불법 점령 당하고 있는 나라는 팔레스타인밖에 없을 것이다.” -가자지구의 현재 상황은. “이스라엘 탱크와 전투기들이 가자지구 전역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북부는 농경지 역인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분쟁이 끝난 뒤에도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가자 주민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밖 에 없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친척들에 따 르면 생필품은 물론 의약품과 물도 절대 부 족한 상황이다. 가자지구는 지금 지옥과 같 다고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드라큘라다. 사 람들의 피를 빨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인물 이다.” -하마스는 왜 휴전을 거절했나. 민간인 희 생을 통해 아랍권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 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하마스 지도부는 휴전이 문제의 근본적 인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사를 볼 때 어제 휴전협

정을 맺어도 다음 달 다시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가자 지구에서는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고 5000 명 이상이 부상했고 18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 이렇게 처참하게 공격을 당한 입 장에서 조만간 다시 발생할 분쟁에 대해 일 시적으로 휴전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 겠는가.” -분쟁이 계속될 경우 팔레스타인 정부의 대응은.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가능한 한 모 든 국제기구에 이스라엘의 만행을 제소할 것이다. 유엔은 이미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공격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국 제적인 조사단을 꾸려 현장에 파견키로 했 다. 우리는 유엔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 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한다면 아랍권 국가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를 ‘아랍 쓰나미(지진해일)’로 부르고 싶다. 또 다른 대규모의 중동전쟁이 일어날 가능 성도 있다.” -그동안 반목하던 팔레스타인의 두 정파 인 파타와 하마스의 통합정부가 출범했는데. “국제사회에서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는 통합정부가 필요하다. 또 관료나 기술인 력 등 전문지식을 가진 집단들이 통합될 경 우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 통합정부 구성 을 내심 원치 않았다. 분열된 팔레스타인이 더욱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우 리의 통합정부에 대해 지지를 보낸 만큼 새 로운 정부를 통해 효율적인 국가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든 팔레스타인인의 평 화와 정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협력 증진을 위해 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100만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한 것에 깊 이 감사한다. 한국은 안보에 위협을 받는 분 단국가이지만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 했다. 이런 경험을 전수받는 게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건설 기술은 팔레스타인의 공항과 도로 등 인프라 확충에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 한다.”


12 Focus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70주년 ‘브레턴우즈 체제’ 한계 극복하려면

IMFWB 미국 의결권 줄여야 금융질서 정상화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주명건 세종연구원 이사장

브레턴우즈 체제는 지난 70년 동안 세계화를 이끌었다. 그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14배, 무역 규모는 377배나 성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달러 공 급량을 늘림으로써 화폐의 가치 저장 기능이 떨어졌고 세계 금융시장은 불안해졌다. 지난 70년 동안 달러 통화량은 61.8배, 금값은 35.8 배나 폭등했다. 국제사회는 기축통화인 달러 의 공급이 늘어나면 무역이 활성화되다가 미 국의 국제수지가 나빠지면 달러 가치가 떨어 지는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에 서 50여 년 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미국 이 테이퍼링(tapering)으로 유동성을 줄이 면 신흥국 자본시장이 큰 충격을 받아왔다. 기축통화 발권 국가의 이익과 세계의 공익은 상충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러한 브 레턴우즈 체제의 모순을 극복해 글로벌 금융 불안 요인을 없애고 세계가 지속적으로 성장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질서의 새로운 통 치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먼저 브레턴우즈 체제가 낳은 두 기구, 국 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운영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들 기구는 선 진국 투기자본이 신흥국 자본시장을 부실화 해 핵심 자산을 헐값에 매입한 뒤 비싸게 되 팔아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운영돼 왔다. 이 를 바로잡으려면 의결권을 정상화해야 한다. IMF와 WB의 주요 의사결정은 회원국들의 85% 이상 찬성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미 국의 투표권이 16.8%나 돼 미국 동의 없이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 어느 나라도 자국 이익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거 부권을 금지 해야 한다. 현재 투표권은 GDP 50%, 국제무역 규모 30%, 경제 변동성 15%, 외환보유액 5%를 반영해 결정된다. 이를 국 제무역 규모와 외환보유액을 각각 50%씩 반 영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각국의 경제력과 세계화 정도를 공정하게 반영하면서 의결권 도 정상화할 수 있다. 이 방식대로라면 미국 (16.8%→7.9%), 프랑스(4.3%→2.8%), 영국 (4.3%→2.6%)의 비중이 낮아지고 현실보다 낮게 반영된 중국 등의 비중은 높일 수 있다. 둘째,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특별 인출권(SDR) 통화바스켓을 조정해야 한다. SDR은 IMF 가맹국에 출자액의 비율에 따 라 배분된 대체 통화다. 국제수지 적자가 심

Weather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왼쪽)와 재닛 옐런 미국 Fed 의장이 지난 2일 워싱턴에 있는 IMF 본부에서 만나 저금리정책 등을 놓고 환담하고 있다. [AP=뉴시스]

해진 국가가 SDR을 외국의 통화 당국에 넘 만 성과는 미미했다. 그 결과 두 나라 간 쌍무 기면 필요한 외화를 받을 수 있다. SDR 역 협정이 활발해졌고 최근엔 미국과 중국이 경 시 국제무역 규모와 외환보유액을 각각 50% 쟁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씩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다 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 영된 미국(41.9%), 유럽연합(37.5%), 영국 하게 됐다. 그러나 이렇게 주변국들을 압박 (11.3%), 일본(9.3%)의 비중을 줄이고 그간 하는 방식으로는 무역을 증대시킬 수 없다. 배제됐던 다른 국가들의 비중을 높일 수 있 세계 모든 국가의 무역장벽을 일시에 없애는 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이 줄고 세 세계자유무역협정(WORFTA)을 마련해야 계 통화를 공정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한다. 있다. 한국 정부가 할 일도 많다. 오늘날 극으로 셋째, SDR을 세계 화폐(가칭 Globa)로 유 치닫고 있는 미·중 패권 다툼과 한·중·일 갈 통시켜야 한다. 세계 정부가 구축되려면 오랜 등은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경제를 더욱 악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G20이 주축이 화시킬 수 있다. 특히 경제력과 국방력이 이 돼 세계중앙은행(WCB)을 설립해야 한다. 브 들보다 현저하게 약한 한국은 자칫 충돌의 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는 실물경제가 포화한 희생양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과거에 집착하 상태에서 화폐 부문만 급팽창해 불균형이 심 거나 특정국에만 편승할 게 아니라 미래지향 화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므로 세계 경제성 적으로 이들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아시아 통 장률과 적정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해 현행 통 합을 주도해야 한다. 세계 경제가 유럽·아시 화량(5조2000억 달러)의 5% 수준인 2600억 아·미국의 3극(極) 체제로 분화한 가운데 지 Globa를 매년 공급해야 한다. 이것을 전 세 역 통화가 없는 아시아만 외국 투기자본에 무 계 극빈 계층의 취로사업에 우선 지원하고, 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난민 정착지역 조성과 유엔 상비군의 운영 예 이런 가운데 중국은 무역거래 상대국에 산으로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실물경제로 확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며 기축통화에 도전하 대시킬 수 있다. 고 있다. 그와 동시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넷째, 진정한 자유무역을 달성해 세계 (AIIB) 설립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 주도했던 / 천둥 눈 비 / 소나기 등 흐려져 비 눈 또는 비 흐림 흐려짐 상호의존도를 흐린 후 갬 각국의 극대화해야 한다. 아시아 비지역 내 국제금융 질서를 재편하려 GATT(1944년) 이래 끊임없이 다자간 무역 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한국의 AIIB 참 협상이 추진됐고, WTO(1995년)가 출범했지 여를 압박하는 반면에 미국은 제동을 걸면서

선진국 투기자본 돈 벌기 쉽게 미, 정책결정 주도 금융불안 상존 일부 국가에 치우진 특별인출권도 각국 외환보유액 따라 조정해야

주명건 이사장이 제안한 IMF 투표권 개혁안 구분

국가

투표권

개혁안

1

중국

3.8

18.3

2

유럽연합

10.0

12.9

3

미국

16.8

7.9

4

일본

6.2

5.6

5

독일

5.8

5.6

6

맑음 프랑스

4.3조금 구름

2.8많음 구름

7

한국

1.4

2.8

8

러시아

2.4

2.7

주간 날씨 예보

맑음

월요일(28일)

구름 조금

구름 많음

화요일(29일)

흐려져 비

흐리고 비

수요일(30일)

뇌우

흐린 후 갬

목요일(31일)

구름 많아짐 (28/21)

(31/21)

(32/21)

춘천(31/20)

(29/23)

(30/23)

구름 많아짐 (31/20)

(32/24)

(32/21)

구름조금 (32/22)

서울(30/21)

(30/24)

(32/24) (29/23)

(29/22)

강릉(29/21)

서해5도(28/23)

(30/24)

(30/24)

(32/22)

(31/25) (30/24)

(30/24)

(32/25)

(32/25)

비 후 갬 (29/21) 구름조금 (33/23)

청주(32/22)

구름조금 (32/23) 구름조금 (28/24)

대전(32/22)

(28/23)

(31/25)

(31/26)

(31/26)

동북아 주요 도시

구름조금 (31/23)

세계 주요 도시

대구(33/23)

구름조금 (29/23) 구름조금 (33/22)

전주(33/22)

구름조금 (33/22)

블라디보스토크(29/16)

중강진(28/15)

베이징(37/24)

부산(29/23)

일·출몰시간

평양(31/19)

광주(33/22)

해뜸 05시 31분 해짐 19시 45분

울릉도/독도(24/20)

중국 서울(30/21)

달뜸 05시 44분 달짐 19시 37분

일본

저 고

제공

(30/24)

(30/24)

구름 많아짐 (30/19) 구름조금 (32/22)

제주(29/24)

울릉도/독도(24/20)

도쿄(34/23)

제주(29/24)

후쿠오카(31/21)

상하이(29/25)

홍콩

27일(일) 뇌우 29/27

28일(월) 뇌우 30/27

하노이

뇌우 29/24

뇌우 29/24

런던

구름조금 26/15

소나기 23/14

파리

소나기 27/17

구름조금 23/14

로마

맑음 30/21

맑음 29/20

베를린

뇌우 32/21

뇌우 28/18

모스크바 맑음 28/16

맑음 31/17

시드니

맑음 19/5

뉴욕

구름조금 28/22 뇌우 31/22

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는 경제학원론 The New Asia in Global Perspective 경제학사 등. 기본 사이즈

고기압

LA

구름조금 30/20 구름조금 31/20

저기압

워싱턴

구름조금 33/23 뇌우 30/23

바람방향

밴쿠버

맑음 24/13

고 저 고

저 고 저

^이정숙(박인환 시인 미망인)씨 별세, 박 토요일(1일) 모친 세형·세곤(가천대 명예교수)·세화씨 상, 윤수향(언주중학교 교사)씨 시모상=25 (5/1) (4/-1) (9/1) (8/2) 발인 28일, 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02-2019-4006 (9/2) (8/3) ^황규식(부산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11/7) (8/6) 씨 별세, 선희(우영메디칼 CTO)·선구(삼양 (10/4) (8/2) ENT 이사)·선민(글로벌데이몬파마 전무이 사)·인영(사랑의교회 권사)·의영(사랑의교 (11/9) (10/6) 회 권사)씨 부친상, 김현석(삼양ENT 대표)· 정한성(전 LG애드 국장)씨 장인상=25일 낮 12시15분, 부산의료원 장례식장 4호실, 발인 4일(화) 5일(수) 6일(목) 28일 오전 7시, 010-3585-3653

맑음 19/8

www.weatheri.co.kr

(주)웨더아이 제공

안개 후갬 후갬 년)를 받았다.비 세종대 경제학과눈교수, 세종대 이사

금요일(28일)

주요 지역

구름 많아짐 (31/21)

주명건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경제학과를 졸업(1969 년)하고, 매사추세츠대에서 경영경제학 박사(1978

부고

2014년 7월 27일 일요일, 음력 2014년 7월 1일

일요일(최고/최저기온)

인천 수원 철원 청주 대전 춘천 강릉 대구 창원 포항 울산 부산 전주 광주

한국은 운신하기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이렇게 중국이 돌출행동을 하는 것도 아 시아개발은행(ADB)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투표권이 왜곡된 데서 비롯한다. ADB에서 일본이 15.7%, 미국이 15.6%의 지분을 보유 하고 있지만 중국의 지분율은 6.5%에 불과 하다. 그러므로 ADB 자본금(1620억 달러) 을 두 배로 유상증자하고, 역내 자본 기여국 의 역할이 커지도록 지분율을 재배정할 필요 가 있다. 먼저 차용국과 역외국들의 지분은 줄이고 중국과 일본 각각 24%, 미국 16%, 한 국 12%, 나머지 국가들 24%로 지분율을 재 배정해야 한다. 또한 ADB의 설립 목적에 맞 게 미국을 포함한 역외국가의 지분율은 상한 을 두어 이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향후 차입금을 청산하는 차용국들은 유상증자에 참여시키되 5년마다 경제 현실 에 맞게 지분을 재배정해야 할 것이다. 이로 써 중국이 경제 현실에 맞는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AIIB 설립으로 야기 될 미국·일본과의 충돌도 피할 수 있다. 치앙마이 합의(CMI)는 출범 당시 중·일의 팽팽한 대결로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한 국의 분담률(16%)을 파격적으로 늘려 중국 (32%)과 일본(32%)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 을 암묵적으로 맡겼다. 이것이 곧 CMI 정신 이다. 한국은 이에 입각해 과거사에 집착하 지 말고 ADB 내에서도 적극적으로 갈등을 중재하는 동시에 아시아의 공동이익을 추구 해야 한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중· 일 3국의 역내무역은 이미 전체 무역의 38.7% 를 차지한다. 1958년 유럽경제공동체(EEC) 가 출범할 때의 역내무역 비중인 29%보다도 높다. 그러므로 아시아도 우선 아시아경제공 동체(AEC)를 설립해 역내무역 비중을 증대 시키고, 아시아연합(AU)과 아시아중앙은행 (ACB)을 만들어 아시아지역통화인 Aon(가 칭)을 발행해야 할 것이다. Aon을 발행하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무역 갈등의 요 인이 되는 환율 변동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역내무역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 이처럼 아시아 통합을 주도해 세계 평화 와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것만이 강대국 들의 각축전 속에서 한국이 생존하는 길이다.

맑음 26/15

주말 부고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담당자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전화 02-751-5753, 5723 / 팩스 02-751-5763

연휴 등 부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AD 13


14 Focus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탄생 100주년 맞는 일본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

전쟁 책임 안 지는 일본의 ‘무책임 시스템’ 통렬 비판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일본에는 두 명 의 덴노(天皇·천황)가 있었다고도 한다. 히로 히토(裕仁·1901~1989)와 사상가 마루야마 마 사오(丸山眞男·1914~1996사진)다. 당시 도 쿄대 교수였던 마루야마는 ‘학계의 덴노’ ‘마루야마 덴노’라고 불릴 만큼 전후 일본 사 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올해는 마루야마 탄생 100주년. 일본에선 그를 기념하는 학술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아산정책 연구원에서 한국과 일본 학자들이 참석한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주제는 ‘마루야마 마사오와 동아시아 사상: 근대성, 민주주의 그리고 유교’. 이번 학술회의에선 마루야마 가 연구했던 사상과 철학이 집중적으로 논 의됐다.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었던 마루야마 는 일본이 근대화를 위해 문호를 개방했던 때부터 군국주의와 초국가주의를 통해 2차 대전을 일으켰던 과정을 면밀히 성찰했다. 특 히 그는 일본이 패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를 냉철히 분석했다. 그는 일왕을 정점으로 한 ‘대(大)아시아주의’가 일본이 2차 대전을 일으킨 명분이라고 지적했다. 대아시아주의 는 일왕이 추구하는 정의를 일본 외에 아시 아와 세계로 전파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개념이 일본의 내셔널리즘·군국주의와 맞물 려 한국·중국·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시켰다는 것이다. 서울에서의 국제학술회의엔 마루야마의 수제자로 불리는 와타나베 히로시(渡辺浩)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가루베 다다시 (苅部直) 도쿄대 교수, 김영작 국민대 명예교 수, 박홍규 고려대 교수 등 양국 학자 20여 명 이 참가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역사인식 문제로 인해 한·일 양국이 향 후 지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 재와 미래의 역사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한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학 술회의가 열렸다”고 말했다. 도쿄대에서 마루야마를 사사한 박충석 이 화여대 명예교수도 참가했다. 그는 1962년 일 본에 유학, 72년 마루야마를 지도교수로 삼 아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에게 마루야 마의 사상과 최근 일본의 우경화에 따른 동 북아 정세 변화를 들어봤다. -일본 학자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를 국내에서 하는 것은 드문 일 인데. “그만큼 일본 근현대사에 있어 마루야마 의 연구 업적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루야마는 일본의 천황제와 군국 주의 등 2차 대전 직후 지식인들이 감히 건드 릴 수 없는 부분을 뛰어난 통찰력으로 분석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일본의 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 교수. 1996년 타계한 그는 2차대전후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꼽힌다.

천황 중심의 군국주의를 원인 지목 일본 지식인 못 건드리던 부분 비판 철저한 합리주의·자유주의로 일관 패전 후 일본인 의식 변화에 큰 영향

박충석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 학자다. 그는 패전 후 아무도 책임지지 않 는 일본의 지도자들과 사회를 통렬히 비판 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고 사 회·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어떤 지식인도 천황 등 전쟁 책임자들에 대 해 비난하지 않았다. 마루야마는 당시 일본 의 이런 상황을 ‘무책임의 체계’라고 규정했 다. ‘이런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가 있을 수 있냐’고 개탄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바로 잡기 위해 마루야마는 ‘일본이 천황을 구심 점으로 한 군국주의를 통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갔고 이로 인해 이웃 아시아 국가들을 원치 않는 상황에 빠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럼 국가는 어떻게 운영돼야 한다고 봤나. “마루야마는 국가의 방향이 국민 스스로

의 자율의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생각 을 갖고 있었다. 국민의 판단과 주체적 사고 를 바탕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주주의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영구 혁명론’이다. 그는 철저한 합리주의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근대주의자다. 그의 철학에는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고유한 민족주의를 해 치는 행위를 일본이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패전 후 일본의 혼란스러운 상황 에서 그의 주장은 당시 일본 사회에서 큰 반 향을 일으켰다.” -일본 군국주의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서 우경화라는 이름으로 부활하는 듯한데. “예견된 일이다. 아베의 정책을 분석하 기 위해서는 일본 문화와 민족성을 먼저 이 해해야 한다. 아베의 정책은 현실주의에 기

반을 두고 있다. 마루야마는 일본인들의 세 계관을 ‘이키오이(勢·떠있는 세계·floating world)’라고 규정했다. 세상의 흐름은 하늘 의 구름이 떠다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하 늘의 구름은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인다. 상 황에 따라 세상이 항상 변한다는 의미인데 일본 문화를 이키오이 문화라 할 수 있다. 일 본인들은 이같은 상황주의에 민감하다. 아 베 정부의 움직임도 상황주의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지난 16일 아베가 의회에서 ‘주일 미군이 한반도에 출동하려면 (미·일 안보조 약상) 일본의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 발언한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중국 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 등으로 한국과 중국이 밀착해 역사 인식 문제 등으 로 일본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에 대 처한 것이다. 양심적인 일본 학자들은 이런 상황주의에 대항해 일본을 민주적인 규범문 화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 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 우경화 분위기는 아베 정권 이전에 도 있었는데. “우경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인물이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다. 그는 1982년부터 5년 간 총리를 맡았다. 그는 일 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국제사회에서 의 비중이 커지자 일본의 지위 향상을 꾀했 다. 대국에 걸맞은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것 이다. 그는 이를 위해 ‘전후 정치 총결산’ 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이를 ‘옷깃을 바 로 잡고 국제사회로 떳떳하게 나가자’는 말 로 표현했다. 미·일 안보체제를 기반을 한 기존의 경제대국 노선에서 벗어나, 군사력 을 포함한 국제국가로의 성장을 추구한 것 이다.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으 니 이에 맞춰 행동하겠다는 의미다. 아베의 우경화 발언도 패전 이후 물밑에서 숨죽여 있던 이런 의식을 표면화시킨 것이다. 그가 나카소네의 철학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같은 일본 정치인들의 행보 는 마루야마가 주장한 이키오이와 일맥상 통한다.” -한국과 일본 문화의 차이는. “한국은 전통적인 유교국가다. 유교 문화 는 도덕과 규범을 중시한다. 벌어진 상황에 대해 내면적·심정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짙 다. 하지만 일본의 규범은 시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일본이 철저하게 현 실주의적이라는 얘기다. 일본의 전통은 위기 가 닥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개의 방안 을 설정해 밀고 나간다. A안이 안되면 B와 C 를 내놓는 등 철저히 계산적이다. 이런 현실 주의적인 문화가 일본의 정치·경제·사회 발 전을 이끌었다. 일본은 유교문화권의 경계에 있던 섬나라였다.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대 륙을 경계하면서 독자적인 문화와 경제를 발 전시킨 것이다.”

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는

전후 군국주의 청산에 앞장선 지식인  존경 받는‘일본의 양심’으로 불려 마루야마 마사오는 1914년 오사카에서 태 어나 37년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정 치사상 연구에 두각을 보여 40년에 도쿄 대 법학부 교수가 된다. 44년 서른의 나이 에 징집돼 평양에서 이등병으로 복무했 다. 군에서 각기병으로 쓰러져 히로시마 로 이송된 뒤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로 피 폭당했다. 패전 후엔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며 전 후 일본 사회에 남아 있는 군국주의의 잔재

들을 통렬히 파헤쳤다. 특히 그는 일본 사 회에 던져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연구에 몰 입했다. ‘일본이 왜 이런 실수(전쟁)를 저질 렀나’와 ‘서구의 민주정치의 비밀은 무엇인 가’라는 물음이었다. 이 두 가지 주제에 대 한 연구를 통해 그는 일본 사회의 불합리성 을 구체적으로 규명했다. 자신의 주장을 전 파하기 위해 상아탑에 머무르지 않고 저널 리즘적인 글도 많이 썼다. 하지만 60년대 격렬하게 일어났던 학생운

동의 주도자들에겐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 다. 96년 일본의 패전일인 8월 15일 간암으로 눈을 감았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저서로는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 일본 의 사상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충성 과 반역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의 사 상(1961)은 일본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통 하며, 그 일부는 고교 현대문 교과서에도 실 려 있다. 그의 저서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로 번역돼 서양 학자들도 널리 읽고 있다.

마루야마가 도쿄대 재직 시절 유학했던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는 그를 이렇게 소 개했다. “74년 4월 마루야마 교수의 자택을 방문했다. 그가 처음 꺼낸 소재는 의외로 음 악이었다. 독일의 음악가 바그너를 시작으 로 한참 동안 음악 얘기를 들려줬다. 이후 주자학과 한국의 군사정권 등에 대해 얘기 했다. 당시 그에게서 받은 인상은 다방면에 박식한 다재다능한 ‘르네상스적 지식인’이 라는 느낌이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와 관련, 최 교수는 “마루야마가 살아 있다면 현 아베 정권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홍우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금은 한·일 양 국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한 재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마루야마가 일본 역 사를 재발견한 것처럼 양국이 서로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관 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ocus 15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공직 경험 책으로 펴낸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

국가 혁신, 정부는 방향만 세우고 국민이 움직이게 해야 “경제위기에 대응하느라 여러 정책을 썼다. 그게 효과를 보면서 대한민국 신인도에 영향 을 미쳐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에서 우리나 라의 국가 신용도가 올라갔던 게 가장 큰 보 람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탈없이 마무리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재임 시절 만났던 관료 중에는 김종훈 통상교 섭본부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FTA 통과하 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다.” -현 정부에서도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 해 세수 확보가 절실해지고 있다. 어떤 노력 이 필요할까. “세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 성장률이다. ‘1% 경제 성장하면 세수가 2조 원 더 걷힌다’는 말이 있었다. 기본적인 경제 성장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세수 기반을 확충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탈루 세수와 비과세 감 면이 너무 많다. 이를 적절하게 줄여나가는 것도 과제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이제까지 없었던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생각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백용호(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명박 (MB)정부 5년 동안 권력의 핵심에서 정책을 좌우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도 아쉬움이 많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학교(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로 돌아온 그는 최근 그간 의 공직 경험 등을 모은 책 백용호의 반전 (김영사)을 출간했다. ‘반전(反轉)’이라는 제 목은 발상의 전환이나 역발상이 상식과 원칙 을 벗어나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를 창의적 이고 창조적인 입장에서 비틀어 보는 것이라 는 뜻에서 정한 것이라 한다. 이 책은 공정거래위원장·국세청장에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요직을 맡았던 일선 정 책 현장 경험에 대한 반성문과도 같다. 그는 “공직 시절 하루하루의 현안에서 벗어나 장 기적인 계획을 고민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 쉽다”며 “정권 초기부터 글로벌 경제 위기를 수습하는 데 매달리다 보니 기업 투자와 같 은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미흡했던 게 아 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더 행복하고 부강하게 만들려면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이 땅의 청춘들이 도전과 열정을 잃지 않도록 온 사회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 다”고 강조했다. -오랜만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공직에 있을 때보다는 시간이 많이 나다 보 니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등산도 다 니고, 책도 읽고 했다. 일주일에 이틀 학교에 나간다. 지난 학기엔 시장과 정부’ ‘금융정 책론’을 가르쳤다. 공직 퇴임 이후 젊은 사람 들을 만나려 노력했다. 대학 특강 요청이 잇 따라 주로 지방 대학을 많이 다니며 젊은 학 생과 얘기할 기회도 많이 가졌다.” -젊은이들을 만나보니 어떤 이야기를 많 이 하던가. “그들에게는 내가 미처 생각 못한 참신성 이 있더라.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은 바르고 성숙됐다. 하지만 현실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 시대를 앞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안타 깝다. 젊은이들의 최대 관심은 일자리다. 대 학 졸업 후 전공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일자 리를 바란다. 일자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정 책이라 하겠다.” -현직에 있을 때 진작 신경 썼어야 했던 것 아닌가. “대학생이 가고자 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고 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에 비 해 고용창출 효과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 다. 전후방 고용유발효과가 컸던 자동차와 조선산업 등과 달리 정보기술(IT) 산업은 고 용유발효과가 작은 데다 노동력을 글로벌 아 웃소싱하는 게 특징이다. 대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했지만 낙수효과가 적었던 게 그 때문 이었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압축 성장해왔 지만 이제부터는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성장 기반을 도덕성신 뢰사회적 책임감 등과 같은 이른바 ‘사회적 인프라’에 근거해서 성장해야 한다.”

백용호 전 실장은 최근 서울 강변역 인근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한가로운 구름’이라는 자신의 호를 따서 ‘한운재(閑雲齋)’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는 정치권 진 출 여부에 대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정권 주도로 임기 내 마무리 불가능 새로운 생각보다 발상의 전환 시급 DTILTV는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 재임 중 양극화 해법 못찾아 아쉬워

바람 잘 날 없던 시절  장기 비전 고민 못 해 -공직 경험을 모아 책을 냈다. 퇴임 후 1년간 집필했다고 들었다. (이 책에는 우리금융·대 우조선해양의 민영화 논의 과정에서 국민주 방식을 자신이 적극 반대했던 일화와 부동산 대책회의에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 화 요구에 대해 제동을 걸었던 뒷이야기 등 이 담겨 있다.) “공직 경험이 새로웠다. 정리할 필요가 있 겠다고 생각했다. (공직 기간 동안) 보람도 ‘다음 주인공은 당신입니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 표지.

김춘식 기자

있었고 성의도 다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현직 때 에피소드의 절반도 담지 못했다. 관 련 자료들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정권에 참여 했던 사람으로서 4∼5년간은 말을 삼가는 게 예의라 생각한다.” -작금의 한국 경제 이야기를 해보자. 교단 에서 이론을 가르쳤고 직접 정책 현장에서 이를 적용해 본 경험도 있다. 한국 경제의 위 기 돌파 해법이 있나.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 경제는 오일쇼크 에서 환란에 이르기까지 항상 위기의 연속이 었다.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느냐에 경제 발 전 여부가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선 정책과 정 부에 대한 신뢰와 시장의 신뢰가 유지돼야 한 다. 최근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과연 대한민국 시장이 공정한가’라는 문제 때문이다. 정부는 지속적 관심을 갖고 사회 통합과 시장 회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책 예측 가능해야 시장 제대로 작동 -힘 센 자리는 다 해봤는데도 해결하지 못한 게 있었나. “(잠시 생각하더니) 많았다. 경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서 전체적인 경제 성장의 체감 을 국민 모두가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 다. 하지만 양극화로 인한 고통이 깊어지면서 중산층이 붕괴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대책도 심층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루 하루 바람 잘 날이 없어 현안이 얼마나 많던지, 장기적 인 비전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못했다.” -좀 궁색한 변명같이 들린다. “한 정권의 임기 내에 리먼브러더스 사태 와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 위기가 두 번이나 몰아쳤다. 임기 초반부터 우선 이를 헤쳐나가는 게 시급했다. 수출은 잘되는데도 내수가 침체되면서 성장이 둔화됐다. 그 고 통이 살림이 어려운 계층에게 1차적으로 집 중됐다. 세계적인 재정위기 속에서 재정 건전 성을 유지해야 했기에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 도 없는 입장이었다.”

-앞으로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 야 하나.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양극화는 우리 경 제가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저성장 체제로 들어갔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지 고 있다. 정권 임기 내에 단기적으로 풀 수 있 는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대책 또한 부동산 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 다. 과거 주택 보급률이 낮았을 때는 1가구 1 주택이라는 등식으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보 급률이 100%를 넘어선 상황이다. 개인 임대 사업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DTI나 LTV(주 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푸는 것은 가게 부 채가 심각한 상황에선 신중해야 한다. 정책 이 자꾸 바뀌면 경제 주체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거래가 위축되기 때문에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정책 아래서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 적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까이서 본 MB는 어땠나. “1996년 15대 총선에서 서대문구에 출마 했었다. MB가 인접 지역인 종로구에 출마하 면서 자주 만나게 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일부에서는 내가 MB와 가깝다고들 하는데 대통령은 나에게 업무에 대한 지시를 일일이 하지 않았다. 정책에 자율권을 줬다. 내 소신 대로 했다. 다만 재임 시절 새벽이든 밤늦게 든 수시로 전화해 이것저것 확인하는 바람에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요직을 연달아 맡아 정권 내 실세로 떠올 랐었다. “나를 원칙주의자로 생각해 그런 자리들 에 임명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국세청장 임명 때는 장관급(공정거래위원장)인 나를 차관 급 자리로 임명하면서 아무런 설명이 없어 놀랐었다. 국세청장을 맡게 되자 권력기관에 갔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국세청이 무 슨 권력기관이냐. 징세기관이다’라고 답했 다. 원칙에 충실하면서 투명하게 세금을 걷 는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융통성이 없다고 주변에서 욕도 엄청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4대 강, 기후변화와 연관해 생각해야 -MB 정부는 기업 감세정책을 폈다. 그런데 도 기업 투자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법인세율 을 25%에서 22%까지 낮췄다. 특혜를 준 게 아니라 투자와 고용 창출에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들에게 물어보니 세계 경제가 불안해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 다. 그나마 IT 기업 위주로 자동화된 시설 투 자에 집중되다 보니 고용창출 효과도 미미했 다. 앞으로의 정책 운용에서는 고용 창출효 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 대해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4대 강 개발사업에 대한 논란이 최근 불 거지고 있다. 실패작 아닌가. “4대 강 개발은 앞으로 글로벌 기후변화 문 제와 연결해서 생각해봐야 하는 사안이다. 환경오염 논란 여부는 앞으로 전문가들이 밝 혀주겠지만 수자원 관리의 차원에서 이해돼 야 한다. 내가 공정거래위원장까지 지냈는데 정부에서 공사 수주 담합을 지시했다는 일부 의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 후 국가 개조론까지 등 장했다. 현 정부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역사는 계속 이어져 단절하기 어려운 데 다 우리 사회 규모도 커졌다. 정부가 주도해 일시에 사회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일정한 방향을 제시 한 뒤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국민 스스 로 따라 오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 보다 기업과 시민단체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 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 정부의 임기 내에 이 를 마무리하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사회적인 합의점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차기 총선에 나온다는 소문도 있다. “인생에 있어 미래에 대해 담보할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정치 입문을 권하 는 사람 많지만 지금까지 확실하게 ‘노’라고 답했다. 사무실을 냈더니 단박에 여기서 출 마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부터 돌더라. 하지 만 국회의원 생각은 지금으로선 없다.”

백용호 전 실장은  충남 보령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박사.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서울시정 개발연구원장에 이어 공정거래위원장(2008.3 ∼2009.7), 국세청장(2009.7∼2010.7), 청와대 정책실장(2010.7∼2011.12), 청와대 정책특별보 좌관(2012.2∼2013.2) 역임. 현재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정리=박종화 인턴기자


16 Wide Shot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Wide Shot 17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세월호 100일, 부끄럽기만 했던 100일

그로부터 100일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열 명이 어두운 바다 속에 갇혀 있습니다. ‘국가 개조’는 첫 발도 떼지 못했고, 국정조사는 유가족의 분노만 사고 말았습니다. 세월호의 실제 주인은 말 못하는 백골로 발견됐고 그 를 잡으려던 수사 책임자는 자리를 떠났습니다. 지나가는 태풍에 나부끼고 있는 서울시청 앞의 노란 리본들 이 뭔가 함성이라도 지르고 있는 듯합니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18 Money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관(官)피아 쌈짓돈 전락한 515조원 정부 기금

국민 1인당 21만1181원 부담 눈먼 돈이라고 흥청망청 <2013년 부담금 중 기금 비중>

이수기 기자·차길호 인턴기자 retalia@joongang.co.kr

“문화관광부 차관을 지낸 A씨가 한국종합 유선방송협회 회장으로 이적하는 건 공무원 취업 제한 규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사례다.” 2006년 당시 서울행정학회가 국가청렴위원 회(현 국민권익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만든  공직자의 퇴직후 취업제한제도 개선방안 연 구의 최종 보고서 중 일부다. 문화산업진흥 기금의 운용계획 심의관리 등에 관여한 차관 이 기금 수혜자인 케이블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종합유선방송협회 회장으로 취업한 걸 지적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후에도 계속 이 어지고 있다. 규제권을 갖고 돈(기금)을 주무 르던 관료들이 퇴직 후 그 기금을 지원받은 단 체나 기업에 재취업해 밥그릇을 챙기는 ‘기금 전관예우’가 일상화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운 영하는 각종 기금이 관료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해서다. ‘관(官)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 어)’들은 현직 때는 기금을 주무르면서 유관 단체와 산하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근 민주·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이하 알리오)를 분석해 조사한 결과 38개 중점관리기관(주요 공기업)의 기관장 과 감사 중 50%가 정부 관료출신이었다. 비 상임이사의 25%도 관료출신이었다. 총 133 명의 공직 출신자 중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 자원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정부 기금이란 정부가 특정 사업 등을 위 해 예산 외에 개별법에 의해 설치, 운용하는 자금을 말한다. 기금은 예산 외(off-budget) 로 분류돼 예산과 별개로 운영되기 때문에 감시와 견제가 덜하다. 각 부처는 기금 적립 금을 쌓아 놓고 그 이자로 사업을 하거나, 유 관 단체나 기업들에 융자를 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 운용 중인 기금은 총 64개(적립금 1416억 원)로 올해 운용 규모는 515조원이 넘는다. 정 부 기금 중 상당 부분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물 리는 부담금 같은 ‘준(準)조세’로 구성된다.

해외 여행객이 내는 출국납부금(비행기 이용 출국시 1인당 1만원)이나, 전기료에 부과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요금의 3.7%) 등이 대 표적이다. 홈쇼핑업체들은 연간 영업이익의 13%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내야 한다. 기금으로 관산하단체 함께 먹고 사는 구조 지난 7월 감사원은 “한국교직원공제회(이하 공제회)가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 지급과 무분별한 고(高) 위험 투자로 지난해에만 1 조4000억원 상당의 결손을 냈다”는 감사 결 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공제회 는 예·적금 성격의 장기저축급여사업을 시행 하면서 이자를 시중금리보다 2%포인트 이 상 높은 5.15%를 주었다. 그런데도 공제회는 퇴직금 관련 규정을 고쳐 직원 1인당 퇴직금 을 최대 1억5000여 만원 더 주기로 했다. 공제 회가 낸 손실은 관련법에 따라 국민의 세금 으로 메워야 한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올해 초 일본 여행업체 40여 곳에 수 억원을 지원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자 일본 관광업체가 관광 객 유치를 위해 집행한 광고·홍보비를 지원 한 것이다. 돈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 흥개발기금’에서 나왔다. 이 기금은 정부출 연금과 출국납부금, 카지노사업자납부금으 로 만들어졌다. 해외에 나가는 한국 국민이 낸 돈 1만원(출 국납부금)을 일본인 관광객 대상 관광업체에 지원한 셈이다. 익명을 원한 관광업체 관계자 는 25일 “홍보에 사용했던 광고 인쇄물 원본 과 세금계산서 등 몇 가지 서류만 내면 쉽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은 ‘정부 기금은 눈 먼 돈’이란 생각으로 흥 청망청 쓰는 악습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나라 곳간이 부실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기금운용평가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기금을 통해 관과 산하단체, 이익집단이 뭉 쳐 함께 먹고 사는 구조”라며 “이렇게 관료 들이 맘대로 쓰는 기금을 확 줄이면 관피아 문제도 상당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감사원은 정보화촉진기금과 방송 발전기금 등 24개 정부 기금을 단계적으로

기금운용규모 (단위: 조원)

515.4

500

476.9

올해 기금종류 별 운용규모 (단위: 억원) 금융성

사업성

450

350 300

(단위: 억원)

85조 238 27조 4068

400 358.2

331.9

369.4 308.6

운용규모 상위 10대 기금

사회보험성

160조 4735

총금액

외국환평형

515조4339

72조 680

계정성

242조 5298 250 2005년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3년 대비 운용규모 증가폭 상위 기금 (단위: 억원)

국민연금

2013년 운용규모

2014년 운용규모

증가액

증가폭(%)

7712

2조5562

1조7850

231.5

쌀소득보전변동직접지불

867

2196

1329

153.3

농어업재해재보험

705

1398

693

98.3

기금명 구조조정

과학기술진흥 방사성폐기물관리

2869

5083

2214

77.2

1조1361

1조6656

5295

46.6

문화예술진흥

4451

6147

1696

38.1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

474

605

131

27.7

국제교류

861

1096

235

27.2

석면피해구제

320

406

86

26.9

임금채권보장

8325

1조495

2170

26.1

105조 6202

공공자금관리

156조 6985

자료: 기획재정부

없애자던 기금들 지금도 버젓 관료들 현직 때 맘대로 주무르다 퇴직후 자리 만드는 수단 전락 존치 평가 있지만 실효성 떨어져

폐지해 정부 예산에 통합하라고 기획예산처 (현 기획재정부)에 권고했다. 기금의 목적이 나 필요성이 불분명하고 국가 재정의 효율 성·투명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기금은 불로장생  없애기 힘들어 결과는 어떨까. 당시 지적을 받았던 기금들 대부분이 지금도 버젓이 살아있다. 58개였 던 전체 정부 기금 숫자는 되레 64개로 늘었 다. 기금은 만들긴 쉬워도 없애기는 힘들다. 일단 기금 운영 부처는 기금을 통해 산하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 금을 없애는 걸 꺼린다. 기존 기금 수혜자 집 단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만만치 않은

저항을 한다. 기금 폐지를 막기 위해 각종 시 위와 반대집회는 물론이고, 국회의원들도 끌어들인다. 기금의 경우 개별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만큼 법안 수정 없이는 폐지도 불 가능하다. 물론 정부도 기금에 대한 통제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2001년엔 기금의 존속 필요성 여부를 따지는 존치평가도 도입했고, 2006 년에는 기금관리기본법을 폐지하고 국가재 정법으로 통합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 진다. 존치 평가는 아직 제 역할을 못하고 있 다. 기획재정부 한경호 재정제도과장은 “현 행법상 존치 평가에서 폐지 결정을 내려도 국회에서 이를 뒤집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

인터뷰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기금 운영 똑바로 하려면 일몰제 제대로 하자 이수기 기자

‘방만운영’ 지적이 끊이지 않은 정부 기금과 관련해 김상헌(사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 수는 “기금 개혁을 위해선 실질적인 일몰제 (sunset law)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 금 존치 기간을 법에 정해 놓고, 불가피하게 연장 운영하더라도 연장 기한과 횟수 역시 법 에 규정해 놓자”는 주장이다. 물론 현재도 기 금의 존치평가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실질적 인 ‘기금 폐지’에 이르는 경우는 너무 적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 히는 재정정책 전문가다. 기획재정부의 정부 기금운용평가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2011년 김 교수가 국회입법조사처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안 연구’란 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사내유보 금 과세 방침과 관련해 주목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1990~2010년까지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데이터를 토대로 회귀방정식을 추정한 결과 사내유보금 과세 가 투자 여부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 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적인 연구 는 이 보고서가 유일하다. -정부 기금 운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거엔 폐단이 많았다. 1990년대 말까지 정부의 ‘뒷주머니’ 역할을 했다. 장관들이 나눠준 수 많은 금일봉들이 대부분 기금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예산과 비슷한

목적 달성해도 돈은 계속 거둬 일부 부처는 局마다 여윳돈 둬 기금 경기부양 활용은 양날의 칼

강도의 통제를 받는다. 문제는 기금 전체의 규모가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금이 운용 돼야 할 목적이 충족됐음에도 계속 돈을 걷 고 이를 운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사실상 목적이 다한 기금도 있지 않나. “목적에 맞지 않게 돈이 쓰이는 기금이 여 럿 있다. ‘○○발전기금’이름이 붙은 기금들 이 대표적이다. 일부 연금성 기금은 관련 자 금이 정부 일반회계로 들어갔다가 다시 해당 연금기금의 자금과 섞이기도 한다. 예산은 단 년주의가 원칙이지만, 기금은 장기적으로 사 용할 수 있으니 이런 방식을 활용하는 거다.” -이런 기금들을 왜 못 없애나. “초기에 일몰제를 적용하고, 이를 법령 안 에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 물론 기금들도 ‘존

치평가’를 하고, 존속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기금의 생리상 일단 생기면 없애는 게 굉장히 어렵다. 기금과 관련된 이익단체 도 많고, 또 이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정치인 은 얼마나 많겠나.” -기금의 재원 중 상당 부분이 기업과 국민 으로부터 들어온다. 준(準)조세란 말도 많다. “목적에 맞게만 활용된다면, 준조세라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합목적적으로 이용되 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부 부처는 왜 기금을 운영하고 싶어하나.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또 당장 쓰지 않더라도 돈이 좀 있어야 마음이 놓이지 않나. 기금은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자금은 예산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 대부분의 선진국


Money 19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김문수의 홍콩 트위터

경제 아바타

무역대국, 무역강국

다음 주 preview

기업 실적과 지정학적 긴장 대치. 미국 다우지수는 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한국의 아바타이고, 한국의

세계무역 1위에 등극한 중국은 최근 대국(大國)보다는

실적 발표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FOMC(29~30

초 페이스북·바이오젠 등의 실적 호조에 황소 같은 기

오늘은 중국의 아바타. 단선적 성장모델, 초고속 고령

강국(强國)에 방점. 자국 브랜드 고도화, 글로벌 마케

일)와 7월 고용지표(1일실업률 6.1%, 고용창출 23

세로 1만7100선 돌파. 주 후반엔 아마존 어닝쇼크와 우

화, 국가대표급 수출기업에 과잉 의존 등 동북아 3국은

팅, 부가가치 증대라는 3대 지향점 부쩍 강조. 묻지마

만 명) 예정. Fed의 6회차 테이퍼링 결정 및 중국 7

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독일 기업신뢰지수 저조에 1만

경제적 샴쌍둥이. 휘발성 높은 재정투입 반복과 폐쇄적

성장정책 포기와 공해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2분기

월 제조업 PMI (1일51.9)도 주목. 유사시 유로-달

7000선 붕괴 원위치. 써머랠리는 다음 기회에.

칸막이(Silo) 경제를 넘어서는 묘수를 기원.

GDP 성적표 7.5%로 반등.

러 환율 움직임도 살펴야.

다우 vs 다우너

액티스 캐피털 아시아 본부장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주택시장 ‘겨울옷’ 벗었으니 이제 뛰자 대출규제 완화 이후 담보대출 규모와 주택시장 동향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사립학교 교직원연금

국민주택

46조 5128

고용보험 공무원연금

11조 8854

공적자금상환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 8조 9729 8조 5591

11조 2910

빚 걱정에도 대출 꼭지 틀어 정부가 24일 밝힌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 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 (DTI)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 기로 했다. 그동안 주택업계는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대출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 해왔지만 정부는 가계부채 우려에 손을 대 지 못했다. 빚 걱정에도 대출 꼭지를 오른쪽 으로 틀어 연 것은 리스크 못지 않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은행 문턱이 낮아지면 돈은 시장으로 흘 러들어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 LTV와 DTI 요건이 느슨해져 집을 담보로 한 대출 이 쉬워지면 주택시장에도 돈이 풍부해진 다. 금리가 뚝 떨어져 대출이자 부담도 가볍 기 때문에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저금리와 맞물려 증폭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 리가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연속 연 2.5% 에서 동결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계속 내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연 3.77%에서 지난달 3.63%로 0.14%포인트 내렸다. 정부 가 기준금리 인하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대 출금리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주택시장에 미칠 대출규제 완화 영향은 과거 집값 급등기 때 가장 먼저 도입된 시장 억제책의 하나가 LTV였다는 점을 보더라 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의 여파에서 벗어나 서울 아파트값이 한해 30% 넘게 폭등하던 2002년 9월 정부는 주 택담보대출을 규제하기로 하고 LTV 60% 를 도입했다. 두 자리 숫자의 금리가 1999년 부터 한자리 수로 떨어지면서 아무런 대출 규제가 없던 주택시장에 돈이 몰렸고 풍부

shutterstock

18조 2622

산업재해보상 보험 및 예방

10조 4955

한여름에 입고 있는 두꺼운 겨울옷을 벗 으면 답답하던 숨이 트이고 몸은 가벼워진 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경환 부총리 가 주택시장의 ‘겨울옷’을 벗겨내고 있다. 주택시장 규제의 마지막 성역으로 꼽히는 대출에까지 손길이 미쳤다.

다. 이원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 연 구센터 소장은 “결국 기금 개혁은 규제 개혁 이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엄격한 존치 평가를 통해 목적 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목적을 다한 기금은 일반 예산에 통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금을 만들려는 시도는 여전하 다. 올해 초 발의됐던 ‘콘텐츠산업진흥법 개 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콘텐 트 산업 진흥을 위해 ‘상상콘텐츠 기금’을 만 들자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문화체육 관광부 장관이 정하는 기업(주로 게임업체) 의 연 매출액 중 5%를 걷어 재원으로 삼자는 안이었다.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금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부담도 커진다. 전기요금 인상 때문에 전력기금 부담금 규모 는 올해 2조91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10.5%나 늘어난 액수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이 알게 모르게 낸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 은 국민 1인당 32만6400원에 달해 역대 최고 치를 기록했다. 전체 부담금 중 64.7%인 10조 6127억원(국민 1인당 21만1181원)이 중앙 정부 의 각종 기금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이원희 소장은 “새로운 기금 설치는 최대 한 억제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기획재정부 의 기금 견제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성도 있고, 상대적으로 다른 직군보다 부정 부패도 덜할 수 있으니. 한 마디로 ‘뜨거운 감 자’다.” -정부는 기금 중 일부를 경기부양에 쓰겠 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과 비슷한 느낌 이다. 국민연금 설립 초기 연금액을 주식시 장에 투자할 지를 놓고 논란이 굉장했다. 주 가가 내려갈 땐 투자했던 국민연금도 빼내야 하는데, 되레 증시 부양용으로 투입될 수 있 다는 게 우려의 이유였다. ‘돈이 쌓여 있으 니 경기 부양을 위해 풀자’는 이 논리를 확대 하면 ‘기금 목적에 일부 맞지 않아도 일단 쓰 자’는 얘기도 된다. 효율성과 정치적인 부분 등을종합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2010년 3분기

4분기

2011년 1분기

담보대출금액

4조5550억원

9조1722억원

6조3740억원

전국 아파트 거래량

11만2253가구

18만9804가구

18만5987가구

0.02%

1.44%

3.08%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 (전분기 대비)

※DTI 50~60%에서 2010년 9월~2011년 3월 은행자율로 완화. 자료:국토해양부·한국은행·국민은행

한 유동성은 집값 상승의 기름이 됐다. 당시 LTV는 효과를 나타내 그 다음해 서울 아파 트값 상승률이 10.2%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거래·세금 등의 각종 규 제를 풀어온 정부는 이제 주택시장으로 돈 줄을 유도해 시장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대출규제 완화는 거래·가격 지수를 모두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DTI가 한시적으 로 은행 자율로 풀린 2010년 9월~2011년 3 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30% 이상 늘고 집값 상승률이 올라갔다.

주택시장 성역 LTVDTI 완화 효과는 강남 재건축에서 볼 듯 거래 늘어도 집값 상승 기대 어려워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LTV 규제 완화 효과를 다룬 보고 서에서 주택담보대출금액이 늘어나면 2개 월 뒤 집값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선두에는 서울 강남 재건축이 설 것이 다. 대출규제 완화, 특히 LTV 완화 효과는 집값이 비싼 강남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게 된다.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에선 빚을 갚 을 경제적 능력이 모자라서기보다 대출한 도에 묶여 대출을 받는 데 제약이 있었다. 같은 비율이더라도 집값이 비싼 지역의 담 보대출금액이 많이 나오게 돼 강남지역 집 을 살 수 있는 자금사정이 좋아진다. 정부가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눈길을 두는 곳은 집이 없거나 집을 갈아타려는 수요보다 다주택자 투자수요다. 이들을 시 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체면 구겨지는 것 을 무릅쓰고 2월 말 발표한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미리 철회했다. 금리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주택 임대사업은 짭짤하다. 임대

수익률은 4%대다. 3%에 못 미치는 예금금 리보다 높다.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기 대할 수 있다. 다주택자의 주택투자는 주 택수요를 확산시키는 유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주택거래를 늘리 는 마중물 역할을 해내겠지만 땅 속 물길 을 끌어낼지는 불확실하다. 주택거래가 늘 고 집값(서울·수도권의 경우 금융위기 직 전 대비 20% 가량 하락)이 회복되는 ‘시장 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를지는 이번 정책의 최종목표인 가계소득 증대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가계소득 증대해야 정책 효과 2000년대 초반 LTV 등 강도 높은 규제에 도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간 저력은 경 제였다. 당시 경제성장률이 연 5~7%였다. 주택시장의 열기가 경제전반의 온도 상승 에 기여했고 다시 경기가 주택시장을 달구 는 선순환이었다. 과열돼 탈이었지만. 주택시장 정상화 여부는 새 경제팀의 성 공 여부로 귀결된다. 경제가 살고 주택시장 이 회복되면 이번 정책의 최대 복병인 가계 부채 걱정도 자연 덜 수 있다. 소득이 늘면 DTI가 떨어지고, 집값이 오르면 LTV가 내려간다. 빚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주택시장 체질이 바뀌면서 2000년대 초 반과 달라진 게 있다. 그때는 거래량 증가 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거래가 조금 늘어도 가격이 뛰었다. 주택공급이 부족해 서였다. 지금은 거래량 증가만큼 가격이 움 직이지 않는다. 거래가 많이 늘어도 급등 을 우려할 만큼 집값이 상승하지 않는다. 이미 주택보급률 100%를 넘기며 주택이 풍부해졌고 고령화·베이비 부머 은퇴 등으 로 왕성한 수요층이 얇아졌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타더라도 집값이 뛸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임환수 신임 국세청장 후보자

새 경제팀 호흡 맞춰 경기부양 지원할 듯

은 그렇게 한다. 일부 부처는 국(局)마다 몇 천 억씩 여윳돈으로 쓸 수 있는 기금을 갖고 있 다. 사실 예산도 어느 정도 신축성을 인정해 주 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아쉬운 점이다.” -기금 운영주체들이 대부분 관련 사업자 단체들인 경우가 많은데. “기금의 운영과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 협회가 업계 사정에 밝기도 하고. 기금 을 통해 협회와 안면을 쌓아 둔 공무원들이 산하 단체로 내려가는 통로로도 활용된다. 사실 공무원들은 기금을 사용할 때 상당히 조심한다. 물론 산하단체에서 부처로부터 받 은 기금을 어떻게 쓰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무원들이 관련 협회나 산하단체로 가는 걸 반드시 나쁘게만 볼일은 아니다. 업무 연속

구분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임환수(52·사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신임 국세청장으로 내정됐다. 서울대 정 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8회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갔다. 30년 가까이 국세청에 근무하면서 조사·기획을 두루 거친 국 세행정 전문가다. 특히 본청·지방청에서 조사국장을 여섯 번이나 지냈다. ‘조사 국장 최다 역임’ 기록 보유자다. 선이 굵 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 는다. 1997년엔 국세청장 비서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2006년 국세청 혁신기획관을 맡아 세정개혁 조치를 내놨다. 당시 국세 청의 성과평가시스템(BSC)을 직접 설계 했다고 한다.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시절 엔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실질적 혜택을 주는 지원책을 정부기관 최초로 도입했 다. ‘일자리 창출기업 세무조사 제외’ ‘중 소기업 세정지원협의회 설립’ 등 중소기

업 지원 정책도 다수 발굴했다. 지난해 8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장으 로 재직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등 새 정 부의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 면서 차기 국세청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 됐다. 특히 임 내정자는 최경환 경제부총 리의 대구고·행정고시 후배다. 개인적으 로도 가까운 사이다. 새 경제팀과 긴밀히 호흡을 맞추며 세정(稅政) 면에서 경기부 양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뒤 임 내정 자는 “균공애민(均貢愛民) 정신을 되새 겨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고 소감을 밝 혔다. 균공애민은 ‘세금을 고르게 해 국 민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영조 가 나라 곳간을 담당하던 호조에 내려 준 현판에 나오는 글 ‘균공애민 절용축력(節 用畜力)’의 일부다. 등록된 재산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 파트를 포함해 모두 7억9000만원 정도. 자신의 명의로 된 승용차가 없다.


20 Economy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비주얼경제사 세계화는 어떻게 진화했나 ⑩ 1차 세계대전 이후 뒷걸음질친 이유는 

쓰러진 독일의 피 빨아먹는 프랑스  지켜보는 두 박쥐 침대에 기력이 없어 보이는 젊은 여인이 누워 있다. 그 곁에는 머리가 벗겨지고 콧 수염이 난 빼빼 마른 늙은 남자가 여인의 손목에서 피를 빨고 있다. 창밖으로 두 마 리의 박쥐가 날아다니는 걸로 보아 이 노 인은 흡혈귀일 것이다. 1919년 독일의 한 신문에 수록된 이 삽화는 어떤 상황을 묘

그림 3 1923년 발행된 100만 마르크 지폐.

사할까?

송병건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bks21@skku.edu

그림 1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여인의 침대 아 래쪽으로 독일군 철모와 칼과 방패가 놓여 있다. 방패에 그려진 독수리 형상은 두껍게 쳐진 커튼에서도 희미하게 보인다. 누워 있 는 여인이 독일을 상징한다는 것을 말해준 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무장해 제를 당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그 렇다면 흡혈귀 노인은 누구일까? 프랑스의 조르주 클레망소 총리이다. 이미 기력을 상 실한 독일로부터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빨아먹으려 하는 표독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올해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14년에 1 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 전쟁은 유례가 없는 규모의 인력과 자원이 동원된 총력전이 자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낳은 대재앙이 었다. 4년간의 전쟁 끝에 영국-프랑스-러시 아가 주축이 되고 뒤에 미국이 가입한 연합 국 측이 독일-오스트리아-오스만제국의 동 맹국 측을 누르고 승리했다. 승패가 확정되면 승자가 패배자에게 굴욕 을 안기는 의식이 거행되기 마련이다. 그림 2 는 바로 이 의식인 1919년 6월 강화조약의 체 결장면을 보여준다. 그림의 중앙 앞쪽에 독 일 측 대표 요하네스 벨이 등을 보이고 고개 를 숙인 채 서명하고 있다. 이 모습을 연합국 측 대표들이 반대편에서 주시하고 있다. 가 운데에 콧수염을 기른 클레망소 총리가 보이 고, 그림의 왼편으로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 통령이, 그리고 오른편에는 영국의 로이드 조지 총리가 앉아 있다. 인물들 뒤편으로 대형 거울들이 늘어 선 것이 인상적이다. 이 장소는 프랑스의 베 르사유 궁전에 있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이다. 오늘날 베르사유 궁전을 찾 는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이 방 은 과거 여러 차례 역사의 주무대가 됐던 곳 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루이 14세가 유럽의 예술과 문화를 이끌었던 자부심 가득한 공 간이었다. 1871년에는 보불전쟁에서 프랑스 를 꺾은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가 독일 통일 을 선포한 굴욕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제 역 사가 다시 뒤집혀 1919년에 이곳에서 프랑스 가 독일에 처절한 보복을 한 것이다. 독일에 330억 달러 전쟁배상금 물려 연합국 측이 마련한 ‘베르사유 강화조약’ 은 독일에 가혹한 내용들을 담았다. 독일은 전쟁 이전 영토의 13%, 인구의 10%를 빼앗 겼는데, 특히 알자스-로렌과 자르와 같은 알 짜배기 공업중심지가 포함됐다. 해외 식민지 도 모두 잃었고, 군대도 무력화됐다. 더욱 치 명적인 조항은 독일이 전쟁배상금으로 연합 국에 330억 달러나 되는 거액을 지급해야 한 다는 것이었다. 이 보복적 조치로 인해 독일 인들은 절망했고, 현실적으로 패전국 독일이 이를 갚을 능력은 전혀 없었다. 이런 비현실적 내용이 조약에 포함된 데에 는 연합국 내부의 사정이 있었다. 전쟁을 하 는 과정에서 연합국은 막대한 전비가 필요했

그림 1 Kladderadatsch에 수록된 삽화(1919년 7월). 프랑스의 클레망소 총리가 여성(독일)의 피를 빨아먹는 상황을 묘사했다.

전후 전쟁 배상금 둘러싸고 갈등 미국은 지도국가 역할 회피해 세계화 후퇴가 인류에 반성 안겨

으므로, 미국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밖에 없 었다. 전쟁 이전에 순 채무국이었던 미국은 전쟁 을 거치면서 세계 최대의 순 채권국으로 변 모했다. 과거에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었던 영 국은 미국에 큰 채무를 지게 되었고, 특히 국 토 전역이 전쟁으로 파괴된 프랑스는 거액의 빚을 갚을 길이 막막했다. 전쟁이 끝나자 유 럽의 연합국들은 미국에 채무 탕감을 요청했

그림 2 윌리엄 오펜(William Orpen), 1919년 6월 28일 거울의 방에서 거행된 강화협정 서명식(부분).

으나 미국은 유럽의 기대를 저버리고 냉담하 게 거부했다. 그러자 유럽 연합국들은 프랑스의 주도로 대응책을 모색했는데, 이게 바로 독일에 전 쟁배상금을 받아 미국에 대한 채무를 변제 하겠다는 방안이었다. 독일은 전쟁배상금을 낼 능력이 없었고, 유럽 연합국은 미국에 빚 을 갚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었다. 영국 대표로 베르사유 협상에 참가했던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조약이 독일에 과도한 부담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 라 이런 조치가 유럽 전체의 경제 회복에 악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 비판이 담긴 저서 평화의 경제적 귀결은 1919~1920년 출간되자마자 유럽과 미국에서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고, 케인스는 경제 부문의 최고 논객으로 떠올랐다. 케인스 독일에 과도한 부담 비판 케인스의 예상대로 유럽은 곧 본격적인 문 제에 직면했다. 여러 나라에서 생산과 무역 이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이 높아졌다.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은 것 은 독일이었다. 재정 적자가 증가하자 정부 가 곧 세율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 다. 자산을 해외로 유출할 유인이 커진 것이 다. 정치적 상황의 불안도 독일 자산의 해 외 유출을 가속화시켰다. 이에 따라 자본 수지가 나빠지고 수입 상품의 가격은 더 올 랐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겹침으로써 독일

에서는 엄청난 수준의 초(超)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이 발생했다. 1918년에서 1923년 사이에 물가가 무려 1조2600억 배나 상승했다. 상황이 가장 나빴던 1922~1923년 에는 한때 물가가 한 달에 3만 배 가까이 오 르기도 했다. 화폐의 가치가 이렇게 속락하자 대중은 화폐를 믿지 않았다. 기존의 돈다발은 교환 의 매개가 아니라 불쏘시개나 아이들의 장 난감으로 전락했다, 정부도 정교한 디자인 을 넣고 비싼 제작비를 들여 화폐를 찍어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림 3은 초인플레이 션이 한창이던 1923년에 제작된 지폐다. 애 초에 1000마르크짜리였던 지폐 위에 붉은 색 잉크로 100만 마르크라고 인쇄를 했다. 어차피 머지않아 쓰이지 못하게 될 돈이지 않은가! 상황이 이렇게 되자 1923년 프랑스와 벨기 에는 독일의 루르 지방을 강제로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사태는 헤어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어 갔다. 독일경제는 추락했고 중산 층이 얇아지면서 정치적으로도 극단적 주장 이 널리 퍼져 민주주의의 기반이 뿌리째 흔 들렸다. 전시 채무와 전쟁배상금을 둘러싼 갈등 을 풀 실마리가 마련되는 데에는 시간이 오 래 걸렸다. 1924년 미국이 제안한 도즈 플랜 에 의해 독일이 배상금을 매년 소액씩 나누 어 갚기로 했고, 미국의 차관이 독일로 들 어가 경제에 다소나마 숨통을 열어주었다. 1929년 영 플랜으로 미국이 독일의 전쟁배 상금을 줄여주고 지급 기한을 연장한 이후 에야 독일 화폐는 안정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세계질서 이끌 리더십 없어 혼란 유럽이 보여준 모습은 국제적 정책 공조와 리더십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영 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세계질 서를 이끌 리더십이 없었다. ‘런던은 그만, 워싱턴은 아직(No more London, not yet Washington)인 환경이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자국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조그만 양보도 하지 않은 결과는 경제회복의 지연, 정치적 극단화, 그리고 재앙이 재발할 위험 성의 증대뿐이었다. 이후 역사는 실제로 대 공황, 블록경제, 나치와 군국주의의 득세, 재 무장을 거쳐 2차 세계대전으로 연결되는 암 흑기를 맞지 않았던가. 클레망소는 베르사유 조약에서 주도적 역 할을 한 인물이었다. 그림 1에서 독일의 피를 빠는 흡혈귀로 클레망소가 그려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흡혈귀의 편에 있음이 분명한 창 밖을 맴도는 두 마리의 박쥐는 영국과 미 국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국가들 간의 협의 와 공조라는 긍정적 의미의 세계화가 실종됐 던 시대의 암울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그 림이다. 송병건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마친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사 전공으로 박사 학 위를 받았다. 현재 경제사회학회 이사를 맡고 있으 며 세계경제사 들어서기(2013), 경제사:세계화 와 세계경제의 역사(2012), 영국 근대화의 재구성 (2008) 등 경제사 관련 다수 저서가 있다.


Economy 21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Biz Report 성장 돌파구 찾는 금융지주

M&A와 이미지 쇄신, 투 트랙으로 성장판 두드린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불법 대출과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홍역을 앓 은 금융지주사들이 잇단 인수·합병(M&A) 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저금리로 은행 수익이 악화되면서 M&A를 통해 비은행 부 문의 수익 비중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라는 대어를 낚은 NH농협금융지주는 오는 12월 31일 우리투 자증권과 농협증권을 합병해 ‘NH우투증 권’을 출범할 계획이다. NH 관계자는 “우리 투자증권의 브랜드 경쟁력을 고려해 정한 상 호”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이로써 4대 금융그룹으로 진입하게 됐고, 포트폴리오 내 비은행 비중을 33%로 늘렸으며, 금융그룹의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인 ‘유통-제조-운용’ 3대 부문에서 경쟁우위의 역량과 기반을 확 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KB캐피탈 인수에 이어 LIG 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 KB금융지주는 자산 규모 400조원 돌파 및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다지겠다고 선 언했다. 기존 KB생명보험에 더해 손해보험 업계 선도업체인 LIG손보를 인수함으로써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돼 다른 계열사와 의 시너지 창출을 통한 그룹 수익성 강화의 추동력을 얻게 됐다. 이로써 특히 은행에 편 중됐던 이익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3월엔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해 KB캐피탈로 이름을 바꾸고 계열사로 편입 했다. KB캐피탈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여신전문금융업체로 특히 자동차 금융 분야에서 적극적 제휴전략을 통해 국내 1위 를 달리고 있다. KB캐피탈은 KB금융 편입 이후 두 달여 만에 소개영업에서 90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사회공헌과 창업 지원으로 이미지 쇄신 에 나서는 것도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트렌드 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그 룹 최초로 미국 다우존스가 발표한 DJSI월 드 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 시가총액^

8조7578억원(28위)

KB금융 임영록 회장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NH농협금융 임종룡 회장

14조1984억원(14위)

22조4533억원(10위)

11조4508억원(20위)

비상장 ※괄호 안은 시가총액 순위

NH농협, 12월 ‘NH우투증권’ 출범 KB, LIG손보 인수해 非은행 비중↑ 신한, 미 지속가능경영 DJSI에 편입 하나, 신개념 스타트업 펀드 결성 우리, 다문화가족이민여성 후원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 단위:원

2013년 상반기 2014년 상반기

1조1195억

1조1360억 1조363억 7623억

5750억

5566억

6101억

3583억 1164억 미발표

우리

KB

신한

하나

NH농협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World)에 편입됐다. DJSI는 기업의 지속가 능경영 역량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로 재 무정보뿐 아니라 윤리경영·사회공헌도·고객 관리·환경보존성과·이해관계자 참여 등 다 양한 가치들을 종합해 회원사를 선정한다. DJSI 월드 지수에 편입된 기업은 전 세계 시 가총액 상위 2523개 기업 중 333개이며, 은행 은 바클레이즈·ANZ 등 23개다. 국내에선 신 한금융그룹이 유일하다. 신한지주는 또 올 1 월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글로벌 지속가 능 100대 기업’에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순위로 선정됐고, 2013년도 지배구조 우수기업 평가 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SK텔레콤·성장사다리펀 드·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스타트업 윈윈펀 드’를 결성했다. 참여사는 창조경제 활성화 와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강화를 위한 공동 벤처펀드 결성을 위해 지난 5월 공동펀드 조 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이달 15일 하나 은행·외환은행 100억원, SK텔레콤 100억원, 성장사다리펀드 200억원, 컴퍼니케이파트너 스 20억원 등 총 420억원을 출자해 조합 결성 을 마쳤다. 이 펀드는 금융회사와 대기업의 전문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에 경영· 재무·마케팅·디자인·생산 등 컨설팅을 제공 하고, 중기(中期) 이후 단계에 필요한 금융 제공, 상장 및 M&A 자문 등에 이르는 벤처 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할 예정이다. 출자자들의 출자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일반 스타트업 펀드와 다르다고 하나금융그룹 측은 설명했 다. 이를 위해 운용사에만 의존하던 기존 벤 처 투자와 달리 출자자들은 ‘성장지원협의 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투자회사의 현 황에 대한 주기적 점검 ^출자자의 지원이 필 요한 사항 논의 ^투자회사에 대한 향후 지 원 방안 수립·실행·점검을 담당한다. 우리금융그룹은 2012년 전 계열사에서 200억원을 출연해 공익법인 우리다문화장학 재단을 설립했다. 출범 3년차인 올해 재단은 다문화 가족과 그 자녀를 위한 장학사업과 교육 프로그램 지원, 복지 지원 등 다양한 사 업을 벌이고 있다. 다문화 초등학생에서 대학 생에 이르기까지 재단 출범 이후 6차례에 걸 쳐 1506명에게 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전 달했다. 또 다문화 가족에겐 올바른 경제활 동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금융 교육을, 결혼

이민 여성에겐 금융·재테크 교육을 지속적 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서울시와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공동협력을 위한 업 무협약’을 체결해 5년간 20억원 규모의 맞춤 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은 또 서울시와의 협 약을 통해 결혼이민 여성의 학비 및 다문화 자녀 장학금을 지원했고, 결혼이민 여성의 취업·창업 교육비 지원과 다문화 자녀를 위 한 부모나라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 정이다. 우리은행은 7월부터 외환송금 수수 료 및 환전 우대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도 제 공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또 지난 19일 우리금융그 룹 본사 대강당에서 다문화 가족 합동결혼 식 ‘우리웨딩데이’를 개최했다. 경제적 어려 움과 개인 사정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 한 베트남·중국·캄보디아·필리핀·태국 등 5 개국 출신 다문화 가정 10쌍이 이순우 우리 금융그룹 회장의 주례로 식을 올렸다. KB금융그룹 역시 지난해 9월 출시한 ‘KB 착한대출’이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밖 에 없었던 저신용 고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22 Health Plus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청소년 ‘비만 해결사’ 강재헌 인제대 의대 교수

하지현의 마음과 세상

어릴 때 너무 잘 먹여도 키 안 클 수 있어요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jhnha@naver.com

정신 줄 놓는 즐거움

일러스트 강일구

미국의 성공적인 인맥관리 회사인 ‘링크드 인’의 CEO 제프 위너도 ‘스케줄 잡지 않음의 중요성’이란 글을 썼다. 그는 하루 종일 회의하 고 중요한 것들을 결정해야 하는 바쁜 사람이 다. 하지만 그는 일정표에 최소 30분에서 2시 간 정도의 회색 칠을 한 공간을 만든다. ‘버퍼 (buffer)’라고 부르는데, 사무실에서 아무도 만 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한다. 숨을 돌리기 위해서다. 회사에 있는 시간 내내 회의를 한다면 하루가 내 것이 아니고, 자기 삶 을 조종할 수 없다는 느낌에 절망하게 될 것이 다. 그는 그 시간에 큰 스케일의 일을 다른 시각 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매일 규 칙적으로 이런 시간을 확보한다. 그는 이런 시간 은 단순한 휴식시간이 아니라 최고의 투자이며, 가장 중요한 생산성 향상 도구라고 주장한다. 그도 처음엔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자칫 경쟁에서 뒤로 밀릴까 불안하기도 하고, 밀 려들어오는 업무를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는 강박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시간을 확보하고 실천한 결과, 오히려 생산성이 훨씬 올라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조바심내고, 무엇 을 더 할까를 고민하며 긴장과 불안 속에 자신 을 다그치진 말아야 한다. 의도적으로 아무 것 도 안하는 시간을 만들려 노력하고, 빈 공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생각을 바 꿀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조직·사회의 요구에 휩쓸려 인생이 소모되며 방전돼 버린다는 느낌 이 아닌, 내가 나의 삶을 조종하고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기 확신감을 확보할 수 있다. 오늘부 터라도 멍 때리며 산책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 하자. 그게 번 아웃되지 않고, 하나뿐인 내 심신 을 잘 보전하는 길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학생 때는 살이 좀 찌더라도 성장하면서 키로 가기 때문에 체중 조절이 필요 없다.” “어릴 때는 무조건 잘 먹어야 키가 큰다.” 이렇게 믿고 있는 부모들이 수두룩하지 만 강재헌(49)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 정의학과 교수 생각은 다르다. “둘 다 사실 무근이다. 요즘은 학생들이 늘 고열량 음식에 노출돼 있어 성장 시기에 도 비만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또 비만이 심하면 성장판이 일찍 닫 혀 성장이 남들보다 빨리 멈출 수 있다.” 강 교수는 18년째 주로 비만 환자를 치료 하고 비만 관련 지식을 방송 등으로 전파 하는 비만 해결사’다. -국내 어린이·청소년 비만율은.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15.3%에 달했다. 특히 비만으로 판정된 학생들의 상당수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학생 비만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방치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요즘 아이들이 더 뚱뚱해지나. “우선 살찌기 쉬운 환경에 무방비로 노 출돼 있다. 기름진 고열량의 음식들이 식탁 을 채운다. 무절제한 간식과 잦은 외식으로 학생들의 입맛은 점차 고지방·고열량 음식 에 길들여지고 있다. 생활이 편리해져 일상 에서의 신체 활동량은 계속 줄어든다. 학 원·과외 활동에 쫓겨 운동할 시간도 없다. 부모의 부적절한 식생활, 과보호나 무관심 이 학생들에게 잘못된 식습관을 물려주는 것도 문제다.” -학생 비만에 부모 요인도 큰가. “직장을 가진 주부의 자녀는 전업주부 자녀보다 비만율이 2.1배나 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는 혼자 간식과 식사를 해결하므로 대개 자신 이 좋아하는 고열량 음식을 먹는다. 직장 인 엄마는 늘 피곤하고 지쳐 있어 집에 있 을 때도 외식이나 배달음식, 반(半)가공 식 품을 자녀에게 먹이는 경우가 많다.” -학생 비만과 성인 비만의 차이는. “어렸을 때 뚱뚱한 아이들의 80%가 성 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성인들은 살이 쪄도 지방세포의 크기만 커지지만 어린이·청소

인제대 의대

직장인 대상 강의를 할 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일 일정표에서 갑자기 반나절이 비어있으 면 어떤가요?” 가장 많은 대답은 “불안해요. 뭔가 중요한 것 을 빼 먹었을 것 같아요”이다. 그 다음이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다. “와, 신난다! 반차를 내고 영화 보러 갈래요” 라고 말하는 용감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반차가 잘못된 일일까? 어느 새 사람들의 마 음속은 이미 꽉 차 있어서 그렇다. 하루 종일 회 의하고 준비하며 또 움직인다. 몸과 마음은 서 서히 지쳐간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는커 녕, 주어진 일을 제 시간에 해내는 것만도 버거 울 뿐이다. 효율적으로 스케줄을 관리해도 시 간은 언제나 모자라고 마감에 겨우 맞춘다. 결국 집으로 일할 것을 싸들고 가기 시작하 고, 주말에도 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피 곤하고 짜증이 늘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더 이 상 태울 것도 없는 재만 남게 될까봐 무섭다. 세 칭 ‘번 아웃(burn-out) 증후군’의 증상들이다. 태엽을 한 방향으로 계속 감으면 점점 태엽 의 성능은 떨어지고, 결국 망가진다. 마찬가지 로 우리는 ‘열심히, 최대한 빨리, 최선을 다해 서’의 방향으로 태엽을 감듯이 살아왔다. 마음 에 일종의 관성(慣性)이 생긴 상태다. 그래서 고 치기 쉽지 않다. 짜증이 잦아지고 쉬어도 피로 가 풀리지 않는 이상(異常) 신호가 와도 관성대 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라고 자신을 다그치 기 일쑤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이젠 한 쪽 방 향으로만 가는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의식적 노 력이 필요하다. 일부러 아무 것도 안 하는 시간 을 만들고 멍 때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비만 심해지면 성장판 일찍 닫혀 지방세포 늘어 나이 들어도 비만 빨리 먹는 버릇도 체중 증가 요인

년은 지방세포의 크기는 물론 세포 수도 증 가한다. 일단 생성된 지방세포는 절대 사라 지지 않는다. 설사 살이 빠져도 몸에 잠복 해 있다가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면 다시 등장한다.” -학생 비만 예방을 위한 식사요법은. “표준 체중보다 1.5배 이상 나가는 고도 비만이 아니라면 체중 조절의 목표를 감량 보다는 체중 증가 방지로 잡는 것이 현명하 다. 대부분의 학생은 밥 등 주식은 그대로 먹고, 간식과 군것질만 제한해도 체중 조절

을 잘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열량(칼로리) 섭취를 심하 게 제한시키면 단백질·비타민·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져 성장과 발육이 더 뎌진다. 가벼운 비만(표준 체중의 130% 이 하)이라면 현재 체중만 유지해도 해마다 키가 약 5㎝씩 자라므로 비만이 자연 해소 된다.” -운동 요법은. “운동으로 살을 빼려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불평은 열심히 해도 체중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30분을 걸어도 우유 한 팩, 30분을 뛰어도 피자 한 조각의 열량밖 엔 소모하지 못한다. 식사 조절 없이 운동 만으론 살을 빼기 힘들다. 비만 학생들에겐 운동할 때 낮은 강도의 운동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강도를 올리라고 조언한다. 표 준 체중보다 1.5배 이상인 고도 비만인 경 우 운동 시작 전에 의사의 진찰과 운동 처 방을 꼭 받아야 한다. 비만한 학생들은 심

폐지구력을 비롯한 체력이 떨어져 있기 때 문이다. 학생들이 운동을 체중 조절을 위 한 ‘숙제’로 받아들이면 꾸준히 지속하기 가 힘들다.” -행동 요법은. “비만을 부르는 나쁜 생활습관들을 개 선시키는 행동요법은 3단계로 나눌 수 있 다. 첫째, 자신이 먹은 음식의 종류·양·장 소·시간·감정 상태 등에 대한 일기를 쓰도 록 한다. 둘째, 식사일지를 근거로 해 비만 유발 음식 섭취 기회를 줄이는 방법을 가르 친다. TV를 보며 무심코 먹는 버릇이 있다 면 TV를 볼 때는 먹지 못하도록 교육한다. 셋째, 체중 조절에 이로운 행동을 할 때마 다 적절히 보상한다. 상·칭찬·물 등이 좋은 보상이다.” -너무 빨리 먹는 것도 문제 아닌가. “의식적으로라 식탁보를 깔고 격식을 갖 춰 식사하는 것도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 다. 우리는 보통 5~10분 만에 식사를 마치 지만 음식을 씹는 동안 수저를 내려놓는 등 의 식탁 예절만 지켜도 식사 시간이 20분 정도로 늘어난다. 비만 위험도 함께 낮출 수 있다.” -학생 비만 관리 시 특히 주의할 점은. “섭취 열량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다간 자칫 필수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 다. 이 경우 빈혈·골다공증·성장 지연 등의 문제가 따른다. 체중 조절을 지나치게 강조 하다 보면 오히려 거식증·폭식증 등 식사 장애를 부르기도 한다.” -비만 예방 행사를 연다고 들었다. “30일 오후 3시부터 한국프레스센터 19 층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 해결을 위 한 빅 데이터(big data), BT-IT-웰니스 공 동 심포지엄’을 연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 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만으론 2%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의 앞선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기반 의 식사·운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지금 까지 연구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3년간 지원하는 연구사 업의 산물이다.” -스마트폰이 비만 관리에 유용한가. “영국에선 128명의 과(過)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앱의 체중 감량 효과를 조사했다. 체중 조절을 위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사람들은 식사일기를 쓴 사람들에 비해 체중이 더 많이 줄었다.”

가수 유채영 사망 계기로 본 위암

젊은 여성 로렌 미만형 위암 걸리면 전이 빠르고 생존율 낮아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위암 투병 중이던 가수 겸 배우 유채영(본 명 김수진) 씨가 24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에서 삶을 마감했다. 1973년생으로 41세의 젊은 나이였다. 1989년 혼성그룹 ‘푼수들’ 로 가요계에 데뷔한 유 씨는 1994년 그룹 ‘쿨’ 멤버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색즉시공’‘누가 그녀와 잤을까’ 등 연기자로도 인기를 얻었다. 키 162㎝, 체중 40㎏으로 마른 몸매였던 그는 지난해 10월 몸에 이상을 느껴 건강 검진을 받던 중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곧바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 을 받았으나 암세포가 이미 다른 장기로 전 이돼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2009년 9월 역시 위암으로 숨진 고(故) 장진영(영화배우) 씨도 당시 37세로 한창 젊은 나이였다. 영화 ‘국화꽃 향기’‘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청연’‘싱글즈’‘소 름’ 등에 출연했던 그는 숨지기 1년 전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암 통보를 믿기 힘들었 던 그는 재검진을 위해 서울의 종합병원 여 러 곳을 방문했으나 진단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위암 3기 환자의 생존율은 40% 정 도지만 최근엔 5년 이상 건강하게 사는 환 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에서 보듯이 젊은 여 성은 위암에 취약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박성수 교수팀이 이 병원에서 1993~2000년에 치료받은 위 암 환자 1299명을 역 추적한 결과, 젊은 여 성 위암환자의 93.3%가 다른 조직으로 빠 르게 전이되고 항암치료도 힘든 로렌 미만 형 위암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위암은 로렌 미만형과 로렌 장형으로 나눌 수 있다”며 “젊은 여성과 는 달리 젊은 남성과 나이 든 남녀 위암 환

자는 미만형과 장형의 비율이 반반 정도” 라고 설명했다. 로렌은 위암을 두 유형으로 분류한 학자 이름이며 일반적으로 미만형 이 장형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젊은 여성의 위암이 더 위험한 것 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가 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이며 “젊은 여성 의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활발한 것이 로렌 미만형 위암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라고 풀이했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젊은 여성일수 록 위암의 전이가 빠르고, 생존율 역시 상 대적으로 낮다는 것. 40세 이하의 젊은 여성 위암 환자의 생존 율은 51.9%로, 40세 이상 나이 든 여성 환 자의 생존율(56.2%)보다 낮았다. 젊은 남 성 환자 생존율(62.5%)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지난해 2월 위암으로 숨진 그룹 ‘울랄라

세션’의 리더 임윤택 씨는 당시 32세였다. 위암을 앓는 도중 94년 10월 히로시마 아 시안게임에 참가해 레슬링 100㎏급에서 금 메달을 딴 고 송성일 선수는 이듬해 1월, 26세에 생을 마감했다. ‘젊은 남성’이 위암 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말이 돈 것은 그래 서다. 그러나 실제론 위암 환자의 생존율은 같 은 병기(病期)일 경우 젊은 남성이 최고, 젊 은 여성이 최저다. 젊은 여성 환자의 위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선 조기 진단이 필수다. 소화불량·체 중감소·속쓰림 등 위암의 대표적인 증상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박 교수는 “여성이 30세가 되면 증상이 없 어도 위 내시경 검사를 받고 35세 때 한 번 더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며 “40세 이후엔 2 년마다 받는 것이 기본”이라고 소개했다.


Focus 23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중앙SUNDAY-아산정책연구원 공동기획 한국문화 대탐사

21

궁궐의 철학

조선의 첫 궁궐인 경복궁 내 근정전. 경복궁은 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과 함께 조선 5대 궁궐이다. 중국 자금성에 비하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조선의 궁궐은 ‘절용애민(節用愛民)’ 정신에 따라 재원을 절약해 작게 지어졌다.

김춘식 기자

왕의 집에 스민 민본정신  소박하게 지어 세금 아껴 이승률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황제의 권위만 내세운 중국과 달라

sungryul1@asaninst.org

막강 태종의 궁궐 욕심 신하가 제지

서울의 고궁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세 번째 로 많이 찾는 곳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 2013년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중 1만2000 명을 대상으로 매달 조사한 결과다. 80.9% 가 서울을 방문했고, 고궁은 3위의 방문지 (39.1%)다. ‘좋았던 관광지’ 3위(14.7%)에도 올랐다. 경복궁관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복궁을 방문한 한국인은 240만 명, 외국 관광객은 80만 명이었다. 그중 중국인이 상 당수였다. 그렇다면 궁궐에 대한 한국인과 중국인의 시각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산정책연구원 아산서원 알럼나이 소모임 팀이 7월 14·16일 경복궁을 방문한 한국·중국인 각각 100명, 기타 외국인 50명 등 250명을 대상으로 간이 조사를 하자 확연히 달랐다. 한국인 61%가 “경복궁이 크다”고 한 반면, 중국인의 91%는 “작다”고 했다. 유럽 관광객들은 뜻밖에 “서양과 달리 넓게 퍼져 있고 문과 건물이 많아 크다”고 한 사람이 96%였다. ‘크다’고 한 한국인의 46%는 “왕의 권위 때문에 웅장하게 만들 어서”라고 답했다. ‘작다’는 이유는 “나라 가 작아서”라는 답이 36%로 가장 많았다. ‘작다’고 답한 중국인은 “중국의 속국이어 서” “조선이 작아서” “돈이 없어서”라고 했 다.(30%) 중국인 응답자 전부 “중국 자금 성은 크다”고 했는데, 이유로는 “역사가 길 고 인구가 많고 국력이 강해서” “속국이 많 아서” “황제는 백성과 달라야 해서”와 같은 답이 나왔다. 중국인은 한국의 궁궐을 작게 보고, 한국 인은 ‘왕을 돋보이게 할 만큼은 크지만 진짜 큰 건 아니다’라는 상대적 관점이다. 한국은 중국인이 생각하듯 나라가 작고 힘이 없어서 중국보다 궁궐을 작게 만든 것일까. 서울 도 심의 조선왕조 5대 궁궐(경복궁·창덕궁·창경 궁·덕수궁·경희궁)에 그 답이 있다. 조선의 한양 첫 궁궐은 경복궁. 태조 때 10 개월 걸려 지었다. 짧다고 날림공사는 아니 다. 규모는 내전(대전·중궁전) 173여 간, 외전 (정전) 192여 간, 행랑 등 전체 755여 간이었 다. 공사에 14년 걸린 자금성에 비하면 소박 하다 못해 초라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조선의 왕이 권위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 조선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은 “궁궐 은 임금이 정사하는 곳이요, 사방에서 우러 러보는 곳입니다. …존엄을 보이게 하고 명칭 을 아름답게 하여 감동받게 해야 합니다”라 고 했다. 그러면서 “춘추에 ‘백성의 힘을 중히 여기고 토목공사를 삼가라(重民力謹土

궁궐 철학 무시한 연산광해대원군 폐위실각  권력 정점에서 비극 맞아

세종 20년 준공된 천문관측소인 흠경각(欽敬閣). 왕조실록은 “장영실이 지었으나 규모와 제도의 묘 함은 모두 임금이 마련했다”고 기록했다.

경복궁 근정전 내부의 모습. 왕의 즉위식 등 주요 행사가 거행됐다.

功)’ 했으니, 임금이 백성을 괴롭히면 되겠습 니까”라고 이었다. 이 ‘중민력근토공’이 바로 궁궐의 철학이 자 ‘민본(民本)을 중시하는’ 조선 성리학의 핵심 사상이다. 선비는 수기치인(修己治人) 하며 임금은 덕치를 하고 백성을 중시해야 한 다고 보는 성리학은 왕에게 궁궐 짓기보다 덕 을 쌓으라 했다. 이런 생각은 조선조에서 가 끔 흔들리지만 지켜졌다. 아산정책연구원 함재봉 원장은 “왕은 호 화·사치한 집을 지을 수 없었다. 궁궐도 왕으 로서 최소 위엄을 지킬 정도 이상의 건물은 허 용되지 않았다”고 유교 자본주의 민주주의 에서 지적했다. 경복궁의 ‘근정전’이란 이름에 도 ‘아침엔 정사를 듣고, 낮엔 어진 이를 찾고, 저녁엔 법령을 닦고, 밤엔 몸을 편안하게 하 라’는 뜻이 담겼다. 모든 건물이 다 그렇다. 조선 초, 막강 권력의 태종도 궁궐보다 백 성 사랑을 생각해야 했다. 태종 1년(1401), 왕 이 궁궐을 새로 지으려 하자 “절용애민(節用 愛民)의 도가 아니다”라는 상소가 올라왔다. 나라의 재원을 아끼는 것이 백성 사랑이라는 것. 태종은 “본래 궁을 작게 지으려 했다”며 물러났다. 조선엔 ‘절용애민’의 기록이 풍부하다. 세 종 20년(1438) 흠경각(천문관측소)이 준공 됐다. 경복궁 강녕전 권역에 있는 흠경각에 대해 실록은 “장영실이 건설한 것이나 규모 와 제도의 묘함은 모두 임금이 마련한 것”이 라고 기록했다. 과학에 밝았던 세종은 천문 기기에 묘함을 더했을 것인데, 그렇게 왕이 관심을 보인 관측소의 크기가 137.23㎡(40 평) 크기다. (자료, 경복궁관리소 제공) 이 자료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경복궁 건물의 평균 평수는 146.45㎡(44평)로 ‘겸 손’하다. 민본 정신을 담은 경복궁은 선조 때 임진왜란으로 소실돼 200여 년의 막을 내린다. 임란이 끝나고 궁궐 중건 논의가 시작됐 다. 그러나 인력과 물자가 부족하고 ‘풍수상 불길하다’는 주장 때문에 창덕궁 중건으로 기울었다. 창덕궁은 1405년(태종 5년)에 지 어졌지만, 광해 7년(1615)에 중건되며 300년 창덕궁 시대를 열었다. 실질적인 정궁(正宮) 이 된 것이다. 경복궁은 방치돼 조선 후기의 학자 김상헌(1570∼1652)의 청음집에 따르 면 폐허가 됐다. 경복궁의 절용애민 철학은 창덕궁에도 이 어져 기본 골격엔 변화가 없었다. 인조는 후 원을, 효종은 인정전의 서북쪽에 만수전·춘 휘전을 세웠다. 하지만 소실된 뒤 복구하지 않았다. 숙종도 신축건물을 세우고 대보단을 만들었지만 후원 확장 수준이었다. 창덕궁은 정조 때 변화를 겪었다. 후원에 규장각과 이

문원·수강재가 들어섰다. 중희당도 세웠다. 언덕 높은 곳에 2층 주합루를 세워 왕권을 과 시했다. 건물들은 당당했지만 크지 않았고 지나친 장식은 피했다. 궁궐은 검소해야 한 다는 원칙 때문이었다.(김동욱, ‘조선 정조조 의 창경궁 건물구성의 변화’) 정조는 왕세자 시절 경희궁지에 “궁궐 은 군주가 거처하고 다스림이 나오는 곳이다. 사방에서 우러러 보고 신민이 흠모하는 곳 인즉 부득불 장엄하게 하고 존엄을 나타내야 한다”고 쓰면서도 “사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규장각 건설 때 “집을 세우는 것 이나 단청을 하는 것에도 검약하라”고 명했 고 “선왕들이 궁을 낮추고자 하는 덕을 보였 으니 극진히 검약하고 부지런함을 감히 소홀 히 하지 못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궁궐엔 크기나 장식으로는 넘볼 수 없는 깊 이와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궁궐의 철학을 파괴하려 했던 왕들의 끝 은 좋지 않았다. 첫 시도자가 연산군이다. 연 산군은 창덕궁 후원에 인양전과 서총대(춘당 대)를 중건했는데 아주 컸다. 실록은 연산 12 년 1월 21일을 이렇게 기록한다. “(임금은)인 양전·서총대 공사를 마친 후 동·서로 성을 쌓 을 것이지만, 성터에 큰 나무를 죽 심어 성안 을 가리라고 했다. …인양전 후원에 돌을 쌓 아 대를 만들고 용을 새긴 돌난간을 만들었 는데, 1000명은 앉을 만하고 높이는 10길이 나 되었다. 이름을 서총대라 하고 그 앞에 큰 못을 팠는데, 1백 명이 감독했으며 역군은 수 만 명이나 되어 일하는 소리가 밤낮 끊이지 않았고 천지를 진동했다.” 서총대는 연산군 폐위로 완성되지 못했지만 영화 ‘왕의 남자’ 에서 궁궐 내 유희 장면의 무대로 나온다. 대 규모 공사와 사치로 민심을 거슬러 폐위를 자초한 게 아닐까. 광해군은 창덕궁과 창경궁을 놓고도 인경 궁과 경덕궁 공사를 벌였다. 항간엔 그가 경 복궁까지 복구해 인경궁과 경복궁 사이에 구 름다리를 놓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역시 뒤가 안 좋다. 경복궁은 조선 말, 절용애민의 철학을 어 긴 공사로 불운에 휘말렸다. 흥선 대원군은 300년 방치했던 폐허 경복궁을 조선 초 755 간에서 10배 이상 커진 7714간으로 중건시켰 다. 그러나 복원 과정에서 불이 나고, 건설비 로 충당한 당백전이 경제를 도탄에 빠뜨렸 다. 궁궐에 투입된 백성의 힘을 국부(國富) 창출에 썼다면 일제침략이 그리 쉬웠을까. 민본 철학이 깃든 경복궁을 일제는 짓밟았 다. 1915년 전시관 10동을 세운다고 비현각· 자선당 등 동궁 일대와 궁역 동편을 전면 파 괴했다. 26년엔 흥례문 자리에 조선총독부 신청사를 지어 근정전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관계자는 “경복궁은 고종 중건 당시 500여 동이 있었다는데 일제 강점기 때 대부분 파손되어 7.2%인 36동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다른 궁의 처지도 마찬가지였다. 경희궁 내 엔 경성중학교가 신축됐다. 숭정전은 모대 학 정각원으로, 흥화문은 신라호텔로, 회상 전은 교실이나 사무실로, 흥정당은 법당으로 사용되거나 옮겨졌다.(조재모, 궁궐, 조선을 말하다) 궁궐 부지도 조각나 팔렸다. 덕수 궁도 마찬가지다. 창경궁은 ‘우울해하는 (조 선)황제’를 위로한답시고 동물원·식물원으 로 만들어버렸다. 해방 뒤 40여 년 간 궁은 훼손된 채 방치됐 다가 90년대 복원되기 시작했다. 경복궁의 경우 1990~2010년 1차 복원 때 1571억 원 예 산을 들여 89동이 복원됐다. 일제 때 남은 것 과 합하면 125동. 그렇게 고종 때의 25% 수 준이 됐다. 문화재청은 2030년까지 5400억 원을 들여 254개 동을 더 복원한다. 그래도 고종 당시의 75.8%밖에 안 된다. 궁궐은 오늘날 시민의 공간이다. 창경궁 경춘전에선 오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인 문학으로 배우는 궁궐’ 시민 강좌가 열린다. 10월엔 경복궁 목요특강, 덕수궁엔 ‘정관헌 명사와 함께’, 창덕궁엔 ‘후원에서 한권의 책 을’ 행사가 진행된다. 지난 23일 팔기 시작한 경복궁 야간개장 티켓은 13일치가 한시간 만 에 매진됐다. 시민들은 서울의 5대 궁궐을 사 랑한다. 그렇다면 궁궐에 담긴 철학은 얼마만큼 알 까. 소모임 팀은 궁궐을 찾은 관광객에게 “궁 궐이 작은 것이 민본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한국인의 68%, 중국인 의 69%가 ‘모른다’고 답했다. ‘안다’고 답한 비율은 한국인 8%, 중국인 7%에 불과했다. 안다고 답한 중국인 중에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 안다”고 말했다. 궁궐 가이드로부터 들 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왜 그런가. 공식적인 안내 매뉴얼도 없고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국 사회에 크지 않 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재청 관계자는 “안 내 내용은 가이드마다 다르다”고 한다. 운 없 는 관광객은 안내를 받고도 그냥 ‘작네’ ‘크 네’ 하며 겉만 보고 간다. 안타깝다. 민본이 잊힌 곳에 궁궐은 커지고, 커진 궁 궐은 나라를 흔들었다. 궁의 철학을 무시한 왕들은 폐위의 길까지 걸었다. 궁을 자유롭 게 드나드는 오늘날, 후손은 그런 선조의 생 각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취재지원=권은율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 변소정·신 희선·이서영·이영경·최지은·홍예지 아산서원 알럼 나이 소모임


24 Column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35 스즈키 슌류 선심초심

초심 잃은 사람들을 위한 미국 최고의 선불교 문헌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걱정하지 마세요. 행복하세요(Don't Worry, Be Happy·1988)’는 그래미상을 열 번 받은 바비 맥퍼린이 지은 노래다. 행복하려면 ‘네 자신이 되라(Be yourself)’는 말을 귀담아 들으면 된다. 달리 방도가 없다. 아일랜드 작 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이렇게 말 했다. “네 자신이 되라. ‘네 자신’이 아닌 ‘다 른 자신’은 이미 누군가가 모두 차지했다.(Be yourself; everyone else is already taken.)” 내가 내가 되면 집중력이 강화된다.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선(禪)을 집중력을 키우는 데 활용했다. 잡스는 선심초심(禪心初心·Zen Mind, Beginner’s Mind)(1970)을 애독했다. 선심초심은 미국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알 고자 할 때 읽는 첫 번째 책이다. 미국 선 수행 자들이 읽고 또 읽는 책이기도 하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며 미국에 소개 미국 정신의 핵심은 실용주의다. 아시아 사 람들이 불교에 대해 멀뚱멀뚱 할 때에, 미국 인들은 좌선을 활용해 체중 조절도 하고 직 장에서 생산성도 높인다. 미국식 불교를 제 시한 선심초심의 공이 크다. 그래서 저자 인 스즈키 슌류(鈴木俊降·1904~1971)는 ‘미 국 불교의 조사(祖師)(The Patriarch of American Buddhism)’라 불린다. 어떤 면에 선 육조(六祖·The Sixth Patriarch)보다 더 자랑스러운 타이틀이다. 선심초심은 법문집이다. 스즈키 선사가 직접 쓴 게 아니라 제자들이 설법을 녹음한 후 글로 옮긴 것을 편집한 것이다. 에디터들이 ‘편집 독재권(editorial dictatorship)’을 행 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미국화(美國化)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스즈키 선사는 “내 가 한 말을 제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 금하면 선심초심을 읽어본다”고 말했다. 선사 자신이 선불교를 미국인들이 편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다. ‘불교 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스즈키 선사 는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좌선도 종교가 아 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말했다. “그저 해 야 할 일을 하는 것-예컨대 밥 먹는 것, 잠자

리에 드는 것-그것이 불교다.” “선에 대해 깊 이 알 필요는 없다.”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미국 사람들을 ‘꼬시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 이 아니다. 원래 불교의 본질이 그렇다. 정말 쉬운 게 불도(佛道)다. 스즈키 선사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현대인 일반을 위한 불교를 제시했다. 한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현대 문명은 ‘나’를 중 심으로 펼쳐진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라는 것도 실상은 ‘최대 에고(ego)의 최대 행 복’을 의미한다. 패러독스의 종교인 불교는 ‘나’를 공부하고 ‘마음’을 공부하는 데 최고 다. 하지만 ‘나’라는 것도 ‘마음’이라는 것도 없다는 게 불교다. 스즈키 선사는 “불교를 공부하는 목표는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 로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마 음 공부’를 하면 우리 모두 불성(佛性)을 지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청나게 ‘기쁜 소식’ 이다. 하지만 ‘세속적 의미’의 기쁨은 잠시다. 깨달음을 얻어 성불(成佛)해야 하는 나·우리 ‘스스로’라는 것은 없다. 그래서 스즈키 선사 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엄격하게 말한다면, 깨달은 ‘사람’이라는 것은 없다. 깨달은 ‘행 위’가 있을 뿐이다.” 결국엔 없는 것으로 밝혀질, ‘나 스스로’ 는 깨달음에 이르는 중간 단계에서는 매우 중 요하기 때문에 스즈키 선사는 ‘스스로에 대 한 이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최선 의 길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이해하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스스 로’를 없애는 길도 이렇게 제시했다. “뭔가를 할 때에는 온 몸과 마음으로 해야 한다. 스스 로를 소진하지 않으면 여러분이 하는 일에 여 러분의 흔적이 남게 된다.” 둘째, 현대인을 지배하는 이분법·이원론 의 탈피하도록 만드는 게 큰 과제였다. 근·현 대 철학에서 몸-마음의 관계 설정은 영원한 숙제다. 스즈키 선사는 이렇게 단박에 정리했 다. “몸과 마음이 둘이다라는 생각은 틀렸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생각도 틀렸다. 몸과 마음은 둘이자 하나다.” 경전 읽기와 좌선으로 불교의 진리가 이해 되기 시작하면, 우선 자만심과 좌절이 문제가 된다. 뭔가 좀 알고 체험했다는 자만심과 ‘아 무리 열심히 하고 또 해도 제자리’라는 좌절

▲ 선심초심의 우리말(왼쪽)과 영문판 표지. ◀ 일본 불교계에서는 스즈키 선사가 ‘과대포장 됐 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는 20세기 미국·유럽 최고의 ‘마음의 선사’다. 그의 얼굴을 좌우로 나눠 보면 왼쪽은 심각하고, 오른쪽은 장난기가 넘친다.

이다. 자만심과 좌절은 ‘초심의 상실’을 낳는 다. 스즈키 선사는 초심을 강조했다. 책 제목 자체가 ‘선심초심’이다. 초심에 대해 스즈키 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선(禪)에 대해 읽은 게 많더라도 매 문장마다 초심으로 읽어야 한 다. ‘나는 선이 뭔지 좀 안다’라거나 ‘나는 이 미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말하지 말라. 모든 기예의 진짜 비결은 초심자가 되는 것이다.” 초심 상실의 원인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생

스티브 잡스도 늘 곁에 두고 애독 대중적인 미국식·현대식 불교 제시 “초심 유지하면 무한 가능성 열려 지켜보는 게 최고의 통제·관리” 각하지도 못한 문제들과 ‘박치기’ 하게 되기 때문이다. 선사는 이렇게 ‘문제라는 문제’를 해결한다. “여러분 자신이 문제다. (‘여러분’ 이라는 것은 없다.) 그래서 만약 여러분이 문 제라면, 문제라는 것은 없다.” “여러분의 문제 를 즐겨라.” ‘그 놈의’ 소통 때문에 초심을 잃게 될 수도 있으리라. 선사의 답은 이거다. “소통이란 여 러분이 먼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여 러분은 남이 먼저 여러분을 이해하기를 바라 지만, 여러분이 먼저 남을 이해하기 전에 남이 여러분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초심을 위협하는 좌절감을 낳는 원인은 ‘뭐든지 직접 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모든 것 을 직접 할 수 없기에 그대신 ‘내가 일을 시킨 사람들을 통제해야겠다’는 마음이 싹튼다. 부질없다. 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통 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을 통제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바라는 것을 하도록 내 버려 두고 지켜보는 것이다. 지켜보지 않는 것 은 최악의 방식이다.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두 번째로 나쁜 방식이다.” 내가 먼저 그를 이해하는 게 소통의 비결 크고도 많은 가능성 때문에 초심이 중요하다.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게 가능성이다. 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빈 마음은 무엇이든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 초심자의 마음에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 어떤 위기에도 초심만 살아 있으면 된다. 호랑이한테 물려갈 때도 초심만 있으면 산다. 생환할 가능성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토록 좋은 초심이란 무엇인가. 오로지 한 가지만 알고 한가지 일에만 매진하는 게 초심 이다. ‘우리 회사를 세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 겠다’는 CEO나 신입사원의 초심이건, ‘아들 딸 많이 낳고 백년해로하겠다’는 신혼부부의 초심이건, 모든 초심의 핵심은 ‘한가지’에 있 다. ‘한가지’가 보이면 모든 게 이해되고 갈 길 이 보인다. 그래서 스즈키 선사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뭔가 한가지를 이해하고 또 이해하고

거듭 이해하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초심은 또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다. 스즈키 선사는 그래서 이렇게 말한 것이 다. “매 순간을 여러분의 마지막 순간으로 대 하라. 매 순간이라는 것은 뭔가 다른 것을 위 한 준비가 아니다.” 스즈키 선사는 아버지 제자의 제자였다. 13 세때 승려가 됐다. 젊었을 때 당시만 해도 싸 구려 저질 일본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 을 보고, ‘세계 최고’인 일본 선불교를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소원이 이뤄 져 미국으로 간 그는 1960년대에 왕성하게 활 동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 못지 않 게 많은 것을 배우는 스승이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평범한 선사였다. 조동선(曹洞禪) 계 통의 선불교에 속한 그는 샌프란시스코·로스 앨토스·타사하라 선원(禪院)을 세웠다. 그의 제자들은 최소 70개 모임으로 나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스즈키 선사는 동부 아이비 리그를 중심으 로 불교를 포교한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 拙·1870~ 1966)와 흔히 혼동된다. 많은 미국 인이 “그 유명한 스즈키 다이세쓰이십니까” 라고 물으면 스즈키 선사는 “그는 ‘큰 스즈 키’, 저는 ‘작은 스즈키’입니다”라고 답했다. 중의법이다. 스즈키 선사는 키가 150이었다. 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작은 거인’이 아니 라 ‘그냥 거인’이었다. 어느 날 한 제자가 울 먹이며 “세상에는 왜 이토록 많은 고통이 있 는가”라고 묻자 “이유가 없다”라고 대답했다. 이 한 마디로 스즈키 선사는 기독교와 불교의 수 천년 숙제를 단 ‘한 방’에 풀어버렸다.

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이모티콘이 된 명화

비명이 일상이 된 시절  뭉크의 ‘절규’도 카톡 속으로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1년 전 칼럼에 SNS와 모바일 메신저에서 이 모티콘을 남발하는 나 자신을 반성하며 이 모티콘이 미묘하고 복합적인 감정 표현을 단 순하게 도식화할 우려가 있다고 썼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여전히 이모티콘을 즐겨 쓰 고 있다. 요즘 내가 쓴 이모티콘을 돌아보니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명화에서 따 온 ‘절규’ 이모티콘을 특히 많이 썼다. (그림 오른쪽) 사회적으로 잇따른 국내외 사고와 테러와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여러 불합 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또 개인적으 로 각종 일과 스트레스가 동반 축적되는 상황 에서, 모바일 메신저를 쓰다 보면 ‘절규’ 이모 티콘으로 저절로 손가락이 움직이곤 한다. 공교롭게도 ‘절규’의 석판화 버전(그림 왼 쪽)을 지금 서울에서 볼 수 있다. 예술의 전당

뭉크의 ‘절규’ 석판화 버전(부분)과 카카오톡의 ‘절규’ 이모티콘.

소통 부재와 소외 겪는 현대인들 SNS 통해 끝없이 대화 나누지만 ‘절규’ 이모티콘에 저절로 손길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뭉크의 한국 첫 회고전 ‘뭉크 영혼의 시’에서다. 아마도 ‘절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 후의 만찬’과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 이 패러디된, 그만큼 대중에게 인기 많은 그

림일 것이다. 뭉크 자신도 이 주제를 좋아해 여러 번 그렸다. 판화 외에 그림 버전은 4점 이 있는데, 그 중 뭉크가 최초에 그린 가장 유 명한 1893년 버전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국립미술관에 있다. 또 하나의 1893년 버전 과 도난 당했다가 되찾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1910년 버전은 오슬로의 뭉크미술관에 소 장돼 있다. 나머지 한 점인 1895년 파스텔 버 전은 개인 소장품으로서, 2012년 뉴욕에서 당시 경매 사상 최고가인 약 1356억원에 팔 려 화제가 됐었다. 이 섬뜩한 그림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 뭉크가 이 그림에 대해 쓴 글을 보면 답이 나온다. “나는 두 친구와 함께 길을 따라 걷고 있었 다.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우울함이 밀려오 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변 했다. 나는 멈춰서서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극 도로 피곤해져서. 나는 불타는 구름이 피와 칼과 같은 형태로 짙푸른 피오르(노르웨이 특유의 지형인 협만)와 도시 위에 걸린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었다. 나는 불안으로 몸을 떨며 그대로 서있었다. 그 순간 거대한, 무한한 절규(노르웨이어로 ‘skrik’. 사실 ‘비명’으로 번역하는 게 더 정 확하다)가 자연을 꿰뚫는 것을 느꼈다.” 이 글을 보면 그림의 주인공이 무슨 특별 한 일이 있어서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복합적인 이유로 일상적인 ‘우 울’과 ‘피곤’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것이 어느 한 순간 임계 수위를 넘어서면서 그의 눈에 비치는 세계를 왜곡한다. 저녁놀 에 물든 구름이 ‘피와 칼과 같은 형태로’ 자 신과 세계를 위협하듯 보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 친구들 은 무심히 계속 걷는다. 주인공은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을 포기하고 철저히 소외된 채 그대로 멈춰선다.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오르 는 무서운 비명을 입을 벌려 토해내면서, 동 시에 그 비명이 ‘자연을 꿰뚫는 거대한, 무한 한 절규’로 확장되어 메아리쳐 돌아오는 것 을 견디지 못해 귀를 막으면서 말이다.

‘절규’를 비롯한 뭉크의 음울한 그림들에 대해서는 그의 개인사가 많이 거론된다. 그 는 아직 어렸을 때 어머니와 누나를 폐결핵 으로 잃었다. 또 아버지 쪽은 정신적으로 불 안정했다. 때문에 뭉크는 가족의 육체적·정 신적 병력이 자신에게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 과 공포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뭉크전을 위해 내한했던 뭉크미술 관 수석 큐레이터 욘 우베 스테이하우에 따 르면, 뭉크의 작품 스펙트럼은 넓은 편이고, 개인적인 것에 천착하기보다 당대의 현대적 (modern) 급변이 가져온 사회적 집단의식과 기술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절규’가 드러내는 내재적이 고 상존하는 우울과 피로와 불안, 의사소통 의 부재와 소외감은 그야말로 현대인이 보편 적으로 겪는 고통이 아닌가. 이 그림이 20세 기 들어 점점 더 인기를 얻다가 이제는 모바 일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일상에 정착한 것은 지금 우리의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Science 25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26 두 얼굴의 담배

인디언 정복한 백인, 그 백인을 정복한 인디언 담배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흡연도 유전이 되는가?”라고 묻는 지인의 표정이 굳어있다. 골초로 유명한 영국의 처 칠이나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도 91세, 83 세까지 장수했다는 기록을 보물단지처럼 갖 고 다니던 애연가(愛煙家)의 표정이 꽤나 심 각하다. 고등학생 아들의 가방에서 담배를 발견한 것이다. 본인은 일찍 담배를 배웠으면 서도 아들은 흡연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해서 초등생 아들에게 나름 ‘충격요법’을 써서 성 공했다고 믿던 그였다. 충격요법은 이랬다. 먼저 실험용 생쥐를 물 속에서 헤엄치게 했다. 보통 쥐는 물에서 한 참을 떠 있는 반면, 담배연기를 맡고 수영을 하던 놈은 몇 초를 견디지 못하고 허우적거 리더니 꼬르륵 꼬르륵 가라앉고 말았다. 그 생생한 광경에 놀란 초등생 아들은 ‘나는 절 대 담배 안 피우겠다’ 고 스스로 맹세했다는 것이다. 그런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자 보란 듯이 담배를 시작했으니 “애비가 담배를 피 워서 그런가” 걱정이 돼 흡연의 유전 여부를 물어본 것이다. 담배 피우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 흡연자가 될 확률이 비(非) 흡연 부모를 둔 아이보다 세 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 와 있다. 게다가 사람마다 니코틴의 맛을 느 끼는 DNA(유전자)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이는 결국 아이가 골 초가 되는 것이 부모 탓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아들 가방 속의 담배를 보고 실망 하던 친구는 자책 대신 골초였던 할아버지를 원망해야 할 판이다. 국내 청소년들의 흡연율 은 지난 10년간 줄지 않고 있다. 니코틴을 증 기로 흡입하는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중·고교 생이 무려 열배 가까이 늘었다. 이 전자담배 가 금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흡연을 부추긴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건강의 최대 적(敵)인 담배, 이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킬 방법은 없는가. 전자담배에서 새 발암 물질 생성돼 마오쩌둥은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맑아지 고 정신이 집중돼 일에 몰두할 수 있고 또 내 뿜는 담배연기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평화 로워진다”고 했다. 흡연의 시조인 인디언들 은 감사의식 때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 1492 년, 스페인의 콜럼버스는 담배를 보는 순간 돈벌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는 만 병통치 효과가 있다는 과대 선전과 함께 담 배를 퍼뜨렸다. 당시 신무기와 두창(천연두)을 앞세워 아 메리카 인디언들을 몰살시킨 유럽 문명에 대 한 인디언들의 저주일까? 현재 지구촌 남성 의 반이 피워대는 담배는 성인 사망원인 중 으뜸이다. 인디언들의 ‘감사의 담배연기’가 이제는 ‘죽음의 연기’가 돼 성인·청소년의 건 강을 위협하고 있다. 담배에 든 599종의 첨가제들이 타면서 벤 젠·포름알데히드 등 69종의 발암물질이 나 온다. 흡연은 인체의 모든 장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직격탄이다. 20대 젊은 남녀가 80세 까지 건강하게 살 확률이 70%인데 담배를 무 는 순간 그 장수확률이 35%로 준다. 흡연은 암 억제 DNA까지 망가뜨린다. 2013년 ‘미국 임상종양학지’에 실린 삼성서 울병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폐암환자 의 96%에서 유전자 변형이 확인됐다. 변형된 곳의 80%가 하필 암 발생억제 유전자(TP53) 다. 생활하다가 ‘이상한 세포’가 한둘 생기더 라도 암 발생억제 유전자가 없애줬는데 담배 연기는 이곳을 집중적으로 망가뜨려 암을 발 생시킨다. 유전자가 망가지면 치료해도 원래 의 정상 DNA로 돌아갈 수 없어서 그만큼 치

▲‘인디언 담배가 건강에 이롭다’고 전한 1907년 광고. ◀인디언들이 유럽 정복자들에게 평화의 상징인 파이프 담배를 권하고 있다(1621년).

도파민 분비 도와 쾌락감 주지만 뇌 속 니코틴 수용체 비틀려 중독 콜럼버스, 처음 본 순간 대박 직감 ‘만병통치’ 선전하며 유럽에 소개

전자담배는 청소년에게 담배를 쉽게 접하게 하고 금연엔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일러스트 박정주

료가 힘들다. 폐암·심혈관 질환·고혈압 등 많은 병의 원 인이 담배연기 속의 발암물질이다. 이런 이 유에서 전자담배는 덜 위험하다고 선전·시 판됐다. 즉 전지를 이용해 니코틴 용액을 증 발시키면 니코틴만 폐로 갈뿐 발암물질이 담 긴 연기는 생기지 않아 기존의 담배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했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 을 준다는 광고도 등장했다. 이런 광고에 힘 입어 전자담배는 출시 이후 시장이 급성장했 다. 매출액이 4년 새 25배나 뛰어오른 2조원 에 달했다. 10년 내에 일반 담배 전체보다 시 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광고와는 다른 연구결과들이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14년 ‘국제 청소 년건강학회지’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 7만 명 을 조사한 결과 전자담배가 흡연율을 낮추지 못했다. 대부분은 전자담배와 기존의 담배를 동시에 피웠다. 전자담배를 이용하기 시작한 학생이 9배나 늘었다. 금연 성공, 니코틴 수용체 복구에 달려 지금은 메이저 담배회사들까지 뛰어든 전자 담배는 기존 담배와는 달리 무엇을 섞어도 관계기관이 규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조업 체들은 청소년이 좋아하는 향료를 섞기도 하 고 니코틴 액을 증발시키는 전기량을 늘려서 첨가제들이 더 잘 날아가도록 했다. 그 결과 ‘카보닐’ 계열의 새로운 발암물질이 생성됐 다. 게다가 니코틴 액이 증발할 때 생기는 초 (超)미세입자들은 기존 담배처럼 40% 이상 폐에 축적됐다. 전자담배 증기를 항생제에 잘 견디는 세균에 쬐였더니 세균들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耐性)이 더 강해졌다. 당초 전자담배가 금연(禁煙)을 도울 것으 로 기대한 것은 니코틴만 몸에 공급하면 중 독성이 다소 적을 것으로 판단해서였다. 하 지만 한국·미국 청소년 모두 담배를 줄이거 나 끊기는커녕 전자담배로 인해 오히려 담배 와 친숙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해 전자담배도 해롭다. 전자담배도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진 못한다. 담배에서 발암물질 이상으로 무서운 것은 바로 니코틴 중독이다. “담배를 끊은 사람에겐 딸을 주지 마라” 는 말은 딸을 주고 싶지 않을 만큼 심성이 독 한 사람만이 담배를 끊는다는 얘기다. 그만 큼 담배 끊기가 어렵다. 니코틴이 함유된 일 반 담배·전자담배·담배 껌은 모두 니코틴 중 독을 일으킨다. 니코틴 중독이 생기는 것은

마약인 코카인·아편에 중독되는 이유와 같 다. 담배 연기와 함께 폐 속으로 전달된 니코 틴은 폐(肺) 혈관에 흡수돼 두뇌 앞부분의 신 경세포로 전달된다. 이어 니코틴은 신경세포 의 니코틴 수용체(receptor)에 찰싹 달라붙 어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든다. 도파민은 기 쁨의 호르몬이다. 사랑할 때 나오는 이 호르 몬은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니코틴이 작용 하는 곳은 뇌의 ‘쾌락중추’다. 원숭이에게 같은 부위를 자극하는 전극의 스위치를 쥐어주면 죽어라고 스위치를 누르 다 결국 죽고 만다. 원숭이의 뇌에 붙인 전극 처럼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 즉 쾌락이 빨리 올수록 중독이 잘 된다. 마침내 그림을 완성한 화가의 뇌에선 도파 민이 분비돼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보 상을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중독이 안 된 다. 이와는 달리 담배는 피운 뒤 10초 만에 니 코틴이 뇌에 도달해 도파민을 생성시킨다. 담배를 입에 물면 바로바로 쾌락을 얻는 것 이 담배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 다. 담배가 ‘죽음의 쾌락 전극’인 셈이다. 흡연한 지 오래 된 사람의 니코틴 수용체는 비틀려 있다. 비틀린 수용체에 니코틴이 붙지 않으면 금단(禁斷)현상, 즉 마음이 불안해지 고 심장이 쿵쿵거리고 머리가 아파 온다. 밤새 니코틴이 분해돼 혈중(血中) 니코틴 농도가 낮아지면 수용체에 니코틴이 붙지 않게 된다. 약효 강력한 금연약은 ‘자살’ 부작용 흡연 초짜인 경우는 수용체가 정상 모양이어 서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골초들은 수용체 가 비틀려 있어서 금단현상을 경험한다. 또 니코틴에 중독된 뇌에서 니코틴이 부족할 때 나오는 물질(CRF)도 금단현상을 유발한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빈속이라도 담배를 물 어야 하는 것은 밤새 떨어진 혈중 니코틴을 급히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방 안에 남은 담배가 없다면 재떨이라도 뒤져서 꽁초 에 불을 붙인다. 니코틴 수용체는 여러 종류의 부속물로 구 성돼 있다. 사람마다 부속물의 종류가 다르 다. 담배를 끊으려면 니코틴 중독으로 비틀 린 수용체를 원 상태로 복구시켜야 한다. 수 용체가 원래의 정상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걸 리는 시간이 4~8주다. 새해의 금연결심이 대 개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것은 금연 후 48시간이 금단증상의 피크이기 때문이다. 니코틴 중독은 단순히 수용체가 비틀린 것보다 훨씬 뿌리가 깊다. 담배를 피울 때의

분위기, 즉 머리에 꽂힌 ‘필(feel)’도 함께 저 장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석양이 지는 울릉 도 해변에서 소주 한잔과 함께 입에 물었던 필자의 첫 담배의 기억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석양에 해변을 거닐거나 감탄사가 절로 나는 풍경 앞에 서거나 소주 한잔이 들 어가면 수년간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해진 다. 만약 기억에 남는 흡연 장면의 ‘필’이 매 일 반복된다면 중독이 더 심해진다. 기억까 지 저장된 담배는 끊기 힘들다. 강력한 금연약인 ‘챔픽스’의 사용설명서 에 표시된 부작용이 ‘자살’이다. 니코틴이 수 용체에 달라붙어야 도파민이 생성된다. 이 금 연 약은 니코틴보다 20배 강하게 수용체에 먼 저 달라붙는다. 따라서 이 약을 복용하면 담 배를 피워도 니코틴이 수용체에 붙지 않아 도 파민이 생성되지 않는다. 당연히 담배를 피워 도 맛이 없고 밋밋하다. 도파민이 생성되지 않으니 세상 살맛이 없어지고 우울해지며 심 하면 옥상에서 뛰어내리게 만든다. 끊고 싶지 만 하루 만에 다시 피는 사람이 절반이고 금 연성공률이 3%인 이유는 건물 지붕에서 뛰 어내리고 싶은 이런 금단현상 탓이다. 한국은 니코틴 중독으로 인해 성인남 자의 반이 담배를 피워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내 ‘흡연챔피언’이라는 불명예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 은 “담배 끊긴 아주 쉽다. 나는 무려 백번이 나 끊었다”고 했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 다만 평생 참고 있다”고 할 만큼 니코틴 중독은 마약만큼 절연(切緣)이 힘들다. 처음 부터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통계에 따르면 많은 청소년들이 고교 시절 에 흡연을 시작한다. 호기심·사춘기·입시가 맞물려 니코틴 중독의 길로 발을 디딘다. 부 모가 흡연하면서 자녀들에게 금연을 강조할 순 없다. 초등학교부터 담배의 무서움을 교육 해야 한다. 이제 담배연기는 더 이상 인디언 들이 하늘에 기원하는 기도가 아니다. 신대 륙 발견 과정에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저 지른 피의 대가는 그동안 폐암으로 인한 수많 은 죽음으로 충분하다. 말랑말랑한 아이들의 뇌를 누런 색 담배 니코틴으로 물들게 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다.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국 조지아텍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바이오 테크놀러지(BT)를 대중 에게 알리고 있다.


26 Column

반상(盤上)의 향기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9

신화로 채색된 바둑

‘일본 바둑 신화’는 우리의 강박이 만든 허상이었다 문용직 객원기자전 프로기사 moonro@joongang.co.kr

“사카타 에이오(坂田榮男·1920~2010) 9단이 슬리퍼를 신고 유유히 오락가락하며 둘러보 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바둑판을 가 볍게 훑어보고는 바로 돌을 하나 집어 착점 하는 오연한 거동과, 이에 반해 그와 대국하 는 중국 기사들이 머리를 끌어안고 고심하는 정경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때 나는 말할 수 없 는 압박감을 느꼈다.” 1976년 중·일 교류전에 대한 녜웨이핑(聶 衛平·62) 9단의 회상이다. 한국도 비슷했다. 78년 8월 한국의 7관왕 조훈현(61) 7단은 일본에 건너가서 스승 세고 에 겐사쿠(瀨越憲作·1889~1972)의 7주기 참 석 후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1925~2009) 9 단과 기념 대국을 가졌다(사진). 치수는 조훈 현이 흑으로 덤 3집을 내는 것. 당시 맞바둑 은 덤이 4집반이기에 한국의 1인자로서는 굴 욕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무도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지 않았으며 다음해 1 월엔 승리 축하연까지 열었다. 일본은 딴 세상이었다. 한국에서 일본 9단 은 별격의 존재였고 우칭위안(吳淸源·100) 이나 사카타는 신(神)과 같은 이미지로 받아 들여졌다. 이런 문화적 현상은 강박으로 이 어져 80년대 후반까지 지속되었다. 69년 11월 제1회 한·일 교류전에서 정창현(1942~83) 5 단이 이시다 요시오(石田芳夫·66) 6단과 만 나 백을 잡게 되자 “솔직히 말해서 좀 ‘아찔’ 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1978년 8월 조훈현 7단(왼쪽)이 일본의 기성(棋聖) 타이틀 보유자인 후지사와 9단과 대국하고 있다. 월간 바둑은 “한국의 정상(頂上)이 일본의 정상을 이겼다”며 자부심을 일깨웠다.

한때는 일본 9단을 神처럼 여겨 지레 겁먹고 하수의 자세로 접근 일본 유학서 실체 간파한 조훈현 89년 응씨배 우승하며 환상 파괴

일본, 한국 최고에게도 1집 반 접어줘 조치훈(58) 9단은 천재로 유명한 야마베 도 시로(山部俊郞·1926~2000) 9단과 처음 대국 했을 때 “언제 야마베의 환상 같은 수법이 나 올까, 초조해 하면서 오히려 기다렸다”고 술 회했다. 하지만 신비스런 수법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야마베의 별칭은 변환(變幻). 조 9단 은 그 이름에 현혹되었던 것이다. 승부에서 위축과 강박은 무서운 현상이다. 왜 그럴까? 왜 냉정하게 판단 못하고 지레 겁부터 먹는 걸까? 바둑판이 전쟁터로 인식 되기 때문일까? 놀이는 그 놀이에 들어간 순 간부터 우리를 세상과 격리시킨다. 바둑판은 상징적으로 전쟁판이다. 전쟁터에서는 지면 죽는다. 이게 무섭다. 바둑에선 누구나 처음엔 하수(下手)의 입 장에서 배운다. 주변엔 상수가 즐비하다. 재 능이 있고 감수성이 높을수록 상수의 절대 (絶對)를 느낀다. 앞에 있지만(相對) 도달하 지 못하는 상대. 그것이 상수다. 전쟁터와 하수의 입장. 그것이 바둑에서 불안의 원천이다. 생동하는 세상에서 불안은 필연적인 조건이다. 조치훈도 일본 바둑 환상 함께 파괴 일본 바둑은 훌륭했다. 그들이 17~20세기에 이뤄낸 업적은 참으로 대단했다. 가히 신화로 떠받들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세기 말 한국은 신화를 걷어냈다. 62년 도 일했던 조치훈 9단이 80년 명인 타이틀을 획 득했다. 한국은 비로소 알았다. 바둑은 신비 의 세계가 아니고 지식과 노력의 세계구나. 일본 유학 11년만에 돌아온 조훈현은 인식 의 지평이 환상으로 물들지 않았다. 89년 조 훈현 9단이 제1회 응씨배를 우승하면서 일본 을 넘어섰다. 그러자 한국 바둑계는 그 다음 날부터 일본에 대한 환상을 접었다. 조훈현 은 이미 78년에 자신만만했었다. 사진을 보 자. 어깨부터 손끝까지 팽팽한 긴장에 탄력이 넘친다. 앙다문 입은 투지로 가득 찼다. 강박 극복의 핵심은 ‘신화 같은 일본’이 ‘우리가 만든 일본’이라는 것을 아는 데 있었

1963년 제2기 명인전 도전 6국 종국 장면. 애기가 들이 몰려와 두 대국자를 지켜보고 있다.

다. 그것이 투사(投射)를 멈추는 것이다. 다 행히 두 천재가 길을 밝혀주었다. 천재가 바 둑의 세상을 열면, 바둑 공동체는 비로소 그 렇게 열린 세상을 함께 맞아들인다. 바둑은 상징적인 세계. 감수성은 개인의 수준에서만 뚜렷한 능력. 천재가 필요한 이유다. 조치훈과 조훈현 두 천재와는 달리 한국 의 다른 기사들은 일본의 실체를 몰랐었다. 그렇다면 뭔지 모르면 그리고 실체와 멀리 떨 어져 있으면 강박이나 불안이 올 소지가 커 지는 걸까? 신화처럼 전해 내려온 ‘위기십결’ 동서남북 분간하기 힘든 안개 속에 있을 때 우린 안전한가? 안전하다고 느끼는가? 안개를 설명해주는 신화가 있어야 한다. 그 러면 안전하다고 느낀다. 틀리더라도 설명이 없는 것보단 낫다. 다양한 세상 물상(物象)을 범주화 할 수 없어 무질서하다면 우린 못 견 딘다. 주역을 보자. 동아시아의 잠재의식적 문화 텍스트로서 많은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주역. 그 철학을 말하자면 주역 계사전(繫辭 傳)이 전부다. 계사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 떤 것인가. 잠깐만 봐도 계사전은 세상의 질서 를 세우는 철학적 논장(論藏)임을 알 수 있다. “하늘은 존엄하고 땅은 가까우니 건곤이 정해졌다. 가깝고 존엄한 것이 위 아래로 배 열되어 귀천이 생겼다…현인의 덕은 오래 가 고 현인의 업적은 크기만 하다(天尊地卑 乾 坤定矣 卑高以陳 貴賤位矣 … 可久則賢人之 德 可大則賢人之業).” 질서가 있다면 영원이 있을 것이고, 영원 이 있다면 무질서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 람들이 주역에 심취하지만 동시에 심리적인 강박도 갖는 이유다. 더욱이 현인까지 등장 한다. 왜 질서와 현인이 함께 등장하는 걸까? 문자를 발명한 중국은 역사로 신화를 대 신했다. 역사는 출발이 있고 흐름이 있다. 질 서가 잡히고 세상은 통제 가능하다고 여겨진 다. 그것을 대표하는 존재가 현인들이다. 요· 순·복희·문왕…. 인물은 물론 말씀이 곧 권위 다. 역사와 현인을 인용하는 버릇은 조상숭 배 사상과 관련이 깊다. 인류는 과거의 누군 가에게 겁을 집어먹고 사는 경향이 있다. 동 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바둑에서도 권위의 말씀이 있다. 고전 현 현기경(1349년) 속에 고대 문인들의 기결

(棋訣)이 있다. 이런 글이다. “유능한 이만이 인(仁)으로 지키고 의(義) 로 행하며 예(禮)로 질서를 정하고 지(智)로 사리를 판단하는 것이니…” 이리 보면 바둑은 인의예지신, 그것이다. 이런 글이 적잖은 데,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인용하곤 했다. “순 임금이 아들 단주를 가르 치기 위해 바둑을 만들었다”는 기원설(起源 說)도 대표적인 인용문이다. ‘위기십결(圍棋十訣)’이 있다. 전설적인 인물 왕적신이 지었다는 이야기가 신화처럼 흘러 내려왔다. 내용은 이렇다. “상대의 집에 쳐들어갈 때는 깊이 들어가지 마라(入界宜 緩).” “상대가 강하면 나를 정비하라(彼强自 保).” 대단해 보이지만 전투 중심의 사고였던 ‘싸움 바둑 패러다임’에서 ‘조심해!’ 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결(訣)이다. 그것도 십결 (十訣)이다. ‘10’은 완전한 것. ‘결’은 지혜. 그러기에 반론은커녕 지혜의 보고처럼 받드 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가끔은 벌어진다. 동아시아에서 바둑은 신화로 채색이 되어 있다. 바둑은 이미 ‘되어야 하는 그 무엇’이 다. 현실의 바둑은 관념적인 바둑으로 제한 되어야 한다. 물론 문제 있다는 말은 아니다. 환영 없이 감성 없다. 삶의 풍요도 없다. “멀리 있는 건 대단하게 여겨진다” 바둑만 그러랴. 여행기를 보자. 오지(奧地)를 여행하곤 그 여행지를 신비로 채색하는 일은 흔하다. 사진 몇 장 찍어서 “평화롭게 살고 있 는 그들…” 운운(云云)한다. 내면의 평화는 얻기 힘들다. 어떤 사회도, 어떤 역사도 얻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사진 찍은 사람은 불과 며칠 만에 알아낸다. 전형적인 투사다. 히말라야 아래 부족 세르파(sherpa)들 의 그 평화롭고 수줍은 미소에 감동하지 않 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들 사회의 권력관 계 긴장이나 계급적 제약으로 인한 경제적 곤궁은 누가 짐작할 것인가. 사진은 보지만 연구서는 읽지 않는다. 현재 자신의 불만을 어루만지고자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문명에 대한 거부감을 내세운 샹그릴라 (Shangri-la)다. 전형적인 상그릴라 중 하나 는 티베트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는 누구 나 들어서 안다. 얼굴도 안다. 얼굴을 넘어선 다면?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를 영적인 나라 로 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사진 일본기원]

꿰뚫어 볼 안목이 없다면 멀리 있는 것은 대단하게 여겨진다. 종교를 필요로 하는 사 람들이 토착 종교를 믿는 경우가 많지 않은 이유다. 멀고 부족하고 모르는 게 귀하게 여 겨진다. 경제학적 논리로도 그렇다. 가까이 있는 종교도 모르는데 멀리 있는 종교를 알 까. 모르니까 믿음으로 전환할 뿐이다. 어떤 이유로 편견을 갖게 되는가? 고전이 있 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 엔탈리즘(Orientalism)(1978). 도날드 로페 즈(Donald S. Lopez)의 샹그릴라의 포로들 (Prisoners of Shangrila)(1998). 채색된 안경 을 쓰게 되는 과정을 넓고 깊게 추적했다. 일본 신비 사라지자 좌표 잃은 한국 바둑 강박은 가져도 좋다. 넘어서는 힘이 된다. 바 둑은 문화 텍스트적 성격 때문에 수 천 년간 신비로 여겨졌다. 기대가 컸다. 기대가 큰 만 큼 환상을 만들지 않기는 어려웠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적절한 때에 스스로 만든 안개 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신비가 사라지면 어려움이 온다. 바둑이 그랬다. ‘만들어진 일본’이 갑자기 지평선에 서 사라지고 나니 한국 바둑은 자신이 어디 에 있는지를 알기 힘들었다. 좌표로 기능했 던 상대가 없기에 그렇다. 90년대 한국 바둑 의 자아 팽창은 그 때문이었다. 스스로 대단 하다고 자부했는데 사실은 뭐가 뭔지 잘 몰 랐던 것이다.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은 당연 했다. 예도(藝道)냐 스포츠냐. 어지러웠다. 제한시간도 그랬다. 불과 6년 만에 5시간 에서 2시간으로 줄였는데 사고의 깊이를 가 볍게 본 것이다. 자아 팽창 이후 20년 동안은 한국 바둑이 자신을 잃은 시기였다. 이제 비 로소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하고 있다. 투사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있다. 종언을 고하는 역사도 없고 평화에 싸인 샹그릴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숙제와 고민을 머금은 일상이 있을 뿐이다. 그게 현실이다. 갑자기 밤중에 적이 쳐들어온 듯도 한데, 그러나 걱 정할 게 무어 있으랴. 고민이 일이다. 그것이 세상이다. 문용직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한국기원 전문기사 5단. 1983년 전문기사 입단. 88년 제3기 프로 신왕 전에서 우승, 제5기 박카스배에서 준우승했다. 94 년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는 바둑의 발견 주역의 발견 등 다수.


Column 27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삶과 믿음

욕심 다이어트 원영 스님 metta4u@hotmail.com

아직 20대였던 1974년에 녹음한 김영욱의 멘델스존 협주곡 음반. 정경화가 장작불이라면 김영욱은 숯불이다.

최정동 기자

음악, 나의 동경 나의 위안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 수명

너무 일찍 침묵에 빠진 김영욱 바이올린 송영 작가 sy4003@chol.com

피아노에 비해 바이올린 연주자의 연주 수 명은 적어도 십여년은 짧은 것 같다. 이십세 기 바이올린의 왕자 칭호를 듣던 유진 이자 이(1858-1931작은 사진)의 연주를 찾아 듣 는데 노년의 연주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음 반은 없고 그나마 유튜브에 올려진 걸 듣는 데, 모노시대의 젊은 날 연주에 곡목도 제 한되어 있고 음질도 듣기 거북할 정도다. 찍 찍거리는 잡음 속에 겨우 들은 슈베르트 자 장가는 그래도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색채 와 질감이 선연하다. “당신이 만일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다 면, 그리고 아버지가 매일 몇 시간이고 스케 일을 천천히, 공들여 연습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처절한 것이며 우리는 슬픔을 참을 수 없습니다.” 이자이 의 아들이 파블로 카잘스에게 보낸 편지 한 구절이다. 카잘스는 1927년 봄 베토벤 사후 100주년 추모음악회를 바르셀로나에서 열 면서 당시 70세이던 이자이의 연주를 청했 다. “나는 베토벤 협주곡을 14년 동안이나 연주해 본 적이 없다오.” 완곡하게 거부한 이자이의 첫마디다. “당신은 할 수 있고 또 해낼 것입니다.” “기적이 일어날까?” 친구 의 부추김에 이자이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 렇게 약속하고 이자이는 맹연습에 몰두했 는데 그것은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이 고통 스러울만큼 처절했던 것이다. 카잘스의 연주회 후일담이다. “나는 지 휘봉을 들었고 그는 바이올린을 들었다. 그 리고 첫 소리가 나자, 나는 모든 일이 잘 되 리라는 것을 알았다. 몇 군데서 그는 균형 을 잃고 시종 긴장하였지만 여러 곳에서 위 대한 이자이의 면모를 보였으며 전체적인 효과는 놀라웠다. 과거에 항상 그랬지만 나 는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갈채가 있었다. 분장실에서 이 자이는 감정에 복받쳐 내 손에 키스하며 울 었다. 그는 소리쳤다. 부활!” 이자이는 60 살 이전에 베토벤 협주곡을 손에서 놓았다 는 이야기이다.

바이올린에서 나의 첫 우상은 김영욱 (1947~, 서울음대)이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엔가, 계동의 옛 휘문중학 교정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들었던 멘델스존 협주곡 연주는 내가 처음 듣는 곡이었고 그 감동 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뒤로 수많 은 멘델스존 협주곡을 들었지만 여전히 그 연주가 내겐 최고의 연주로 남아있다. 정경 화, 사라 장의 연주가 이어지고 지금은 수 많은 재능들이 유럽 무대를 수놓고 있으나 그때 김영욱 외에 떠올릴만한 다른 이름도 없었다. 야외에서 열린 그 연주회 참석을 위해 금호동에서 계동까지 오후 한나절을 걸어서 갔던 기억이 있다. 김영욱이 중학교 1학년 때 도미 기념으로 개최된 연주회에 도 나는 참석해서 그의 멘델스존 협주곡 연

주를 들었다. 첫 연주를 듣던 때 내가 대학 초년생이었는데 사실 다른 외국 연주가를 알지도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가 뉴욕 필하모닉과 금 의환향하던 그 연주회-1978년 7월 중앙일 보 주최, 세종문화회관-에도 나는 어김없 이 참석했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연주회 프 로그램을 보면 레너드 번스타인이 동행하 기로 되었는데 그의 부인이 급서하는 바람 에 에리히 라인스도르프가 대신 오게 된 사 정과 함께 번스타인의 유감 메시지도 얼굴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이 연주회에서도 김 영욱은 고국 팬들에게 “보세요. 나는 이만 큼 성장했답니다” 하고 입증이라도 해 보이 겠다는 듯 멘델스존 협주곡을 다시 연주하 고 있다.

그러나 뉴욕필과 협연한 연주보다 여름 밤 학교 마당에서 들었던 초등학생 때의 연 주가 어찌된 영문인지 내겐 더 빛나는 명연 주로 각인되어있다. 그 연주는 내게 ‘초등학 생 몸 속에 어른이 숨어있다’고 착각할 만큼 모든 것이 갖춰진 연주였다. 세밀한 부분, 빠른 부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기교의 정확성은 물론 소리에서는 향기와 기품이 묻어났다. 어린 친구가 어떻게 저런 연주를! 재능에 대한 선망과 찬탄의 한숨이 절로 나 왔다. 그는 이미 그때 모든 걸 갖추고 있었 다. 나는 그의 이름이 지구촌에 회자될 날 이 머지 않을 거라고 예감했다. “나는 천재란 말을 함부로 쓰지 않으 나 김영욱이야말로 천재다.”(레너드 번 스타인) “기교적으로 완벽한 젊은 거장. 이를 데 없이 감미로운 인토네이션과 가슴을 파고 드는 톤의 절묘한 아름다움.”(1964년 유진 오먼디의 필라델피아 교향악단과 협연을 마 친 뒤 현지 평가) “왜 이제야 이런 연주가를 데려왔는가?” (1970년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디 프레 스’지) 김영욱이 밖에서 들은 평가들은 열린 귀 만 있을 뿐 음악 체험이 턱없이 빈약했던 내 가 처음 그의 연주를 듣고 느낀 것과 별로 다를 것도 없다. 그는 초등학생 때 모든 가 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던 것이다. 연주가로서 현재 김영욱의 모습은 보이 지 않는다. 귀국 후 음악교육에 봉직한다는 소식을 몇 해 전 들었는데 그가 무대에 섰다 는 얘기는 근래 들은 바가 없다. 교육도 중 요하지만 그건 내가 처음 그려봤던 그의 모 습은 아니다. 삶의 자취가 온전히 무르녹은 원숙한 연주무대를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어릴 때 연습이 지겨워 몰래 만 화가게로 갔다가 형에게 혼나곤 했다는 그 의 일화가 떠오른다. 이자이가 60세도 채 안 돼 베토벤 협주곡 을 놓아버린 것과 김영욱의 침묵은 어떤 관 계가 있을까? 활을 잡고 무대에서 청중에게 감동을 선물한다는 것은 이자이의 땀과 눈 물이 보여주듯 역시 몸과 정신의 일치로만 가능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지인에게서 이사 준비로 분주하다는 소식 이 왔다. 웬 살림이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며 짐 정리가 며칠이나 계속되다 보니 지친 다는 푸념과 함께였다. ‘그 마음 내가 십분 이해하고도 남지.’ 누가 뭐래도 ‘이사’ 하면 바람 같은 우리 아닌가. 스님들은 공부, 즉 안거(安居)할 장소를 찾아 철마다 옮기기도 하고, 1년에 한 번 혹은 몇 년에 한 번씩은 머 물 곳을 찾아 옮겨다니니 말이다. 내 경우만 해도 그렇다. 행자 생활이 시작 된 곳은 부산과 통영이었다. 기도하던 곳은 대구였으며, 경전 공부를 하던 곳은 청도였 다. 참선 공부는 양산에서 했고, 길었던 율 학 연구는 일본과 중국에서 했다. 그리고 지 금은 대전을 거쳐 서울이다. 여기서 6년째 다. 그새 네 번이나 자리를 옮겼다. 어떤가. 20년새 이 정도면 속된 표현으로 역마살이 들었어도 보통 든 게 아닐 테다. 하지만 제 아무리 많이 옮겨 다녔다 해 도 이삿짐 도사는 되지 못했다. 이사의 달 인이 되려면 이삿짐을 적게 만드는 것 말고 는 달리 방법이 없는데, 제대로 읽지도 않 은 채 사방으로 둘러싸인 책들이 자꾸만 나를 붙잡아 앉혔다. “버리면 안 돼~.” 달 콤하게 속삭이면서 말이다. 남 일이 아니 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시라. 집안을 둘러 보고 사무실 책상 위를 살펴보면 자신의 소유물이 얼마나 많은지 금세 알게 될 것이 다. 한 인간이 일생 동안 살다 가면서 도대 체 얼마나 많은 소유물을 가졌다가 버리고 가는 것일까. 소유물이 많으면 우리는 평소에도 번잡 한 생활 영역을 벗어날 수가 없다. 특히 여름 철엔 눈 앞에 펼쳐진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 록 거추장스럽고 짜증까지 밀려든다. 덥고 습해서 그런가 보다. 채우는 만큼 소모해야 하는데 잘 그러질 못한다. 필요한 누군가에 게 나눠준다고 하는데도 뭔가 불어만 가는 느낌이다. 원인은 하나다. 비우지 못해서다. 비우고 정리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 한데, 그게 영 신통찮다.

무소유로 대표되는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뭔가를 가진 다는 것은 다른 한편 뭔가에 얽매인다는 뜻 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 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 도돼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돼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 시에 지니고 있다.” 지당하신 말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인 다. 솔직히 현대 사회에서 법정 스님처럼 소 유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소유와 자유’의 연관성에 관한 이런 말씀에는 백 번 공감한다. 불교에서는 ‘버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욕심도 버리고 성냄도 버리고 집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출가자인 나에게도 쉽지 않은 일 깔끔한 주변 정리가 비움의 시작 착도 버리고…. 버려야 할 게 참 많다. 세상 에 흘러넘치는 유한한 물건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기에 그렇다. 끝도 없 는 무한한 욕망을 유한한 그 무언가로 채우 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라는 가르침 이다. 그러니 진정한 ‘채움’을 이루려면 우선 욕심부터 비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출가자 인 나도 쉽지 않은 이 일을 모두에게 주문하 긴 어렵다. 다만 그런 비움의 노력이 우리 삶 을 더 풍요롭게 하고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 는 점과, 당장 욕심을 내려놓기 어렵다면 지 금 눈 앞에 어질러진 것들만이라도 제자리 에 두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주변도 깨끗 해지고 기분도 좋아질 것이며, 볼썽사납게 불어난 우리 사회도 조금은 다이어트가 될 테니 말이다. 원영 조계종에서 연구·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아 사리. 불교 계율을 현대사회와 접목시켜 삶에 변 화를 꾀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警察

<경찰>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경찰을 뜻하는 영어 ‘police’는 그리스어 ‘politeia’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police’ 는 일본을 통해 동양에 유입되면서 ‘警察 (경찰)’로 번역돼 퍼지게 됐다. ‘警察’이라는 말이 중국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警’은 고대 중국의 군사 작전 에서 ‘경계하여 대비한다(戒備)’는 뜻으로 쓰였다. ‘察’은 예나 지금이나 살핀다는 뜻 이다. 논어(論語)에는 ‘대중이 모두 싫어 하면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衆惡之, 必察焉)’고 했다. 이 두 글자가 합쳐진 단어 ‘警察’이 중국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송 (宋·960∼1279)나라 시대였다. 현대적 의미 의 경찰(police)이라는 뜻은 아니었고, 단 지 ‘경계하여 살핌’이라는 의미로 사용됐 다. 중국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제도가 운영된 것은 청(淸)나라 광서제(재위 1874 ∼1908년) 시기였다. 다만 이들은 ‘순포(巡 捕)’ ‘순경(巡警)’ 등으로 불렸다. ‘警察’이라는 용어가 중국 행정분야에 서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78년 개혁개

방이후다. 그 전에는 ‘公安(공안)’으로 불렸 다. 1930년대 중국 공산당은 치안담당 요원 들을 ‘警察’이 아닌 ‘公安’으로 불렀다. 장 개석 정권이 ‘경찰’용어를 선점했기 때문이 다. 중국은 건국(1949년) 이후에도 줄곧 ‘공 안’으로 부르다 개혁개방이 추진되면서 공 식 표기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찰’로 바꿨다. 하지만 지금도 중국인들은 여전히 ‘공안’이라는 말을 혼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경찰 제도가 처음 운 영된 것은 고려시대로 전해진다. 그러나 전 문적으로 치안을 담당했던 첫 관청은 조선 성종(재위 1470~1494) 초기에 설립된 포도청 (捕盜廳)이었다. 포도대장이 최고 지휘권을 갖고 있었고, 그 밑에 종사관(從事官) 등을 두었다. 순라꾼(巡邏軍)이 현장 업무를 담당 했다. 포도청은 고종 31년(1894년) 갑오경장 때에 ‘경무청(警務廳)’으로 바뀌게 된다. 이 때 일본의 제도가 국내에 전해지면서 ‘警察’ 이라는 말이 유입됐고, 오늘에 이르게 됐다.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시신 발견으 로 경찰의 근무 기강이 도마에 오르고 있 다. 대중들이 모두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 으니, 경찰은 응당 스스로를 살펴야 할 때다 (衆惡之,必察焉).


28 Column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길 위의 인문학

1

백수는 미래다!

공자가 ‘백수’ 아니었다면 세상을 흔들 수 있었을까 그동안 서정적 여행길을 소개해 온 ‘손민호 의 힐링투어’가 막을 내리고, 금주부터 고전 평론가 고미숙 박사의 ‘길 위의 인문학’이 4주마다 한 번씩 연재됩니다. 동서고금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그의 인문학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고미숙

바야흐로 디지털 문명의 시대다. 디지털이란 무엇인가? 0과 1, 두 가지 부호만으로 천지만 물, 세상만사를 다 창조해내는 정보 시스템 이다. 그 점에서 ‘음’과 ‘양’, 두 개의 부호로 천지인(天地人)을 하나로 꿰뚫는 주역(周 易)의 세계와 상통한다. 역설적이게도 첨단 의 ‘문명지(文明知)’와 시원(始原)의 ‘자연 지(自然知)’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려 있 는 것이다. 하여, 디지털 시대의 정보는 아날로그 시 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즉, 머무르고 축적 되는 것이 아니라 흐르면서 접속하고 변이한 다. 한 마디로 고도의 유동성이 지배하는 시 대인 것. 그에 따라 성(性)과 세대, 국가와 인 종, 민족과 계급, 가족과 공동체 등 기존의 모 든 표상들이 심각하게 동요한다. 산업혁명이 중세문명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모든 고정 된 것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노동과 직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거의 모든 일을 기계가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기란 불가능하다. 솔직히 더 늘어나도 문제다. 그건 결국 감정을 과잉으로 소비하는 서비스업이거나 자연을 난개발하 는 대형공사가 되기 십상인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앞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 여 전 세계는 백수들로 넘쳐날 전망이다. 대 졸자는 말할 나위도 없고, 중견간부에 오른 이후에도, 최고경영자(CEO)가 된 다음에도 언제든 백수가 될 수 있다. 청년백수, 중년백 수, 정년백수, 거기에 더해 노년백수까지. 누구나 여차하면 백수되는 시대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은 여전히 정규직을 갈망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 학을 가는 이유, 스펙을 쌓는 이유, 성형을 하는 이유, 식스팩을 만드는 이유, 다 정규직 이다! 하지만 이 언표(言表)에는 심각한 어폐가 있다. 어떤 종류의 직업이나 활동이 아니라 정규직 그 자체라니, 세상에 이런 욕망도 있 는가. 뭘 해도 좋으니 그냥 규칙적으로 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뜻이리라. 그럼 정규직을 얻으면 만사형통인가. 그렇 지 않다. 정규직의 꿈은 어이없게도 ‘백수’ 다. 실제로 꿈의 직장이라는 대기업의 이직 율도 엄청나다. 그렇게 정규직을 향해 달려 가고선 왜 거기에 머무르지 못하는가. 그토 록 ‘정규직, 정규직’을 외쳐대면서 막상 거기 에 도달한 다음엔 왜 그토록 정처없이 방황 하는가. 그게 바로 디지털 시대의 ‘마음의 행 로’다. 디지털과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도 끊 임없이 흐른다. 여기에서 저기로! 이 직업에 서 저 직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정규직에서 다시 알바생으로! 그렇다면 이제 백수는 더 이상 열등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 가 아니라 삶의 자연스런 조건이 된 셈이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21세 기 ‘백수의 존재론’이다. 그럼 백수는 시대의 불가피한 산물 혹은 난세의 상징인가. 그렇게 본다는 건 인간은 본래적으로 노동과 직업을 열망한다는 걸 전 제하는 셈인데, 과연 그런가. 결코 그렇지 않

일러스트 강일구

고전평론가

천하 주유하며 ‘취업’ 시도했지만 자리 못잡고 귀향해 학문에 매진 동서양 지성은 거의 자발적 백수 정규직이 최고의 목표가 된 요즘 꿈 이룬다 해도 삶의 구원은 요원 인생 비전 바꿔 공자처럼 살았으면

다. 백수의 계보학 혹은 인류학적 탐사가 필 요한 지점이 여기다. 백수의 원조는 공자다. 공자는 천하를 주 유하면서 수많은 나라에서 취업을 시도했지 만 아무도 그를 채용해주지 않았다. 결국 고 향인 노나라로 돌아가 백수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논어가 바로 그 산물이다. 공자가 시대가 낳은 백수라면, 그와 동시대를 살았 던 또 다른 스승인 붓다나 노자는 자발적 백 수에 속한다. 붓다는 왕자로 태어나 후계자 가 되었지만, 다시 말해 최고의 정규직을 완 벽하게 보장받았지만, 그 자리를 박차고 나 왔다. 나와선 탁발을 하는 수행자가 되었다. 정치경제학적으로 보자면, 백수를 넘어 노숙 자가 된 것이다. 노자는 또 어떤가. 애초부터 취업의지는 고사하고 인생 행로 자체가 불투명하기 그지 없는 인물이다. 이들의 후배인 맹자와 장자, 달마대사 등도 다 마찬가지다. 또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유불도(儒佛道) ‘삼교회통’의 이치를 연마했던 동아시아의 지식인들 역시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평생 책을 보면서 우정과 진리를 연마하는 자발적 백수, 그것이 ‘사농공상’ 중에서 ‘사 (士)’가 추구한 삶의 지향점이었다. 조선의 경우, 농암 김창협과 성호 이익이 대표적인 인물이고, 그들의 후배격인 ‘연암그룹’은 그 야말로 ‘백수지성의 향연’이었다. 18세기가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릴 수 있었던 건 전적 으로 그들로 인해서다. 그리스로마 주역은 직업 없는 집단 그런가 하면 서구 지성사의 원천에 속하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주역인 자유인은 직업이 없는 집단이었다(평생 하나의 직업에 종사하 는 건 노예였다. 우리 시대의 언어로 말하면 노예야말로 최고의 정규직이다. 평생이 보장 될 뿐더러 세습까지 되니 말이다). 소크라테 스,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등 그리스 로마 시대의 현자들은 다 이 자유인 출신이다. 그뿐 아니라 인류의 위대한 멘토들은 직업 적으로 보면 거의 다 백수였다. 직업에 종사 했더라도 최소한의 생계를 꾸리는 정도에서 그쳤다. 대하소설 임꺽정의 도인이자 조광 조의 정신적 지주였던 갖바치가 혜화문 근처 에서 가죽신을 다듬고, 서구 철학사의 이단 자 스피노자가 안경렌즈를 닦았던 것처럼. 그럼 왜 이들은 직업이나 지위를 거부했던

가. 시대가 알아주지 않아서? 시대와의 불화 로? 그렇지 않다. 그렇게 사는 것이 곧 ‘인간 의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즉, 어쩔 수 없 이 백수가 된 것이 아니라 백수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고귀한 삶임을 자각했기 때문이 다. 고로, 백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자본주의는 바로 이 자연스런 본능을 억압 하는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는 화폐의 증식을 목표로 하는 사회구성체다. 화폐를 증식하 기 위해선 모든 사람이 노동에 종사해야 한 다. 이와 더불어 ‘노동의 신성함’이라는 근대 적 표상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본성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그것의 최종심급은 화폐 다. 증식하는 화폐, 곧 자본의 욕구가 노동의 신성함을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을 얻어도 만족감을 얻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 려 그때부터 삶의 소외가 극심해진다. 자본 의 유일무이한 테제-끊임없이 증식하라!-를 내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스트레스가 거의 동의어가 된 것 도 이런 맥락이다. 이걸 보완해주는 것이 다 름아닌 쾌락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식욕 과 성욕의 향연’이 그것이다. 화폐를 대책없 이 쏟아붓는 것도 이 영역이다. 그래야만 간 신히 정규직을 버틸 수 있으니까. 그러다 보 니 쾌락의 강도가 높을수록 스트레스 지수 또한 상승한다. 그래서 결국은 또 다시 백수 를 꿈꾸게 된다. 자, 그럼 이 지점에서 다시 물어보자. 왜 이 런 악순환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정규직을 갈망하는가? 성공이니, 꿈의 구현이니 하는 거품을 걷어내고 보면, 결론은 ‘짝짓기’다. 다시 말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스위트홈’ 을 꾸려가기 위해서다. 직업과 화폐를 확보 해야 짝짓기를 할 수 있고, 그래야 간신히(!)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고 생각한 다. 그 다음엔? 다시 아이를 낳아 그렇게 키 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과 화폐, 쾌락의 수레바퀴를 영원히 되풀이하는 것, 이것이 전부다. 노동돈쾌락에서 활동자유충전으로 하지만 이 여정에서 삶의 구원-그것이 행복 이건 자유건 간에-은 불가능하다. 왜? 그것은 ‘동일성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반복은 권태 를 낳고 권태는 우울증으로, 다시 죽음 충동 으로 이어진다. 고로, 가장 ‘반생명적’ 행위 다. 당연히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에 반한다.

따라서 이제 인류의 비전은 이렇게 바뀌어 야 한다. 노동에서 활동으로! 화폐에서 자유 로! 쾌락에서 충전으로! 그렇다면 백수가 특별히 더 박탈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백수는 존재 자체만으로 이 ‘순 환의 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백 수는 사회를 위해, 인류를 위해 특별히 더 좋 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오직 자신을 배려하 는 기술을 갈고 닦으면 된다. 이름하여, 자기 배려의 윤리(혹은 양생술)가 그것이다. 너무 막연하다고? 아주 간단한 실천적 전략이 하 나 있다. 그동안의 물질적 풍요로 우리 사회는 공공 자산이 넘쳐난다. 백수는 이 공공자산에 접 속하기만 하면 된다. 공공자산의 핵심은 지 성이다. 가장 좋은 것이 집 가까이에 있는 공 공도서관이다. 지금 당신이 백수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싼 다음, 걸어서 그곳 으로 가라! 도서관에는 사람과 책과 강의가 있다(거의 다 공짜다!). 걷고 읽고 배우고 만 나고…. 담백한 식사, 도보의 권리, 진리의 탐 구, 이보다 더 좋은 양생술은 없다. 그 다음엔 성과 세대, 계층을 넘어서 사람 들과 접속하라. 인생의 모든 과정을 배움으 로 바꾸는 지성의 네트워크, 거기에 접속하 는 순간 백수는 ‘자유인’이 된다. 그렇게 우 정과 지성의 향연을 누리다 보면 낯설고 새 로운 윤리적 가치가 생성된다. 화폐로부터의 자유, 스위트홈의 망상에서 벗어나기, 자기배 려의 양생술 등이 그 핵심이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익혀야 하는 윤리적 기초다. 이런 토대가 없다면 아 무리 부귀영화를 누린다 한들 그 삶은 위태 롭고 허망할 따름이다. 해서 우리 공동체(남 산강학원&감이당)의 백수 프로그램은 ‘공 자 프로젝트’다. 공자란 ‘공부하며 자립하기’ 의 준말이자 백수의 원조이자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공자 되기’를 시도한다는 뜻을 동시 에 담고 있다. 모든 사람이 공자처럼 주유천 하를 하면서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터득할 수 있는 시대,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문명론적 비전이 아닐까. 고로, 백수는 인류 의 미래다! 고미숙 40대 이후 지식인 공동체 활동을 해왔고, 현재는 남산강학원&감이당에서 ‘공부와 밥과 우 정’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저서로는 열하일기 3 종세트 달인 3종세트  동의보감 3종세트 등.


Column 29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384>

마지막 황제 푸이는 ‘거친 남자’ 툭하면 내시들 매질 푸이(溥儀·부의)와 푸제(溥杰·부걸)는 연년 생이었다. 생긴 것도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 슷했다. 쌍둥이로 착각하는 외국인이 많았 다. 성격은 판이했다. 푸이는 세 살 때 등극했다. 어릴 때부터 궁 중의 예의범절을 익히고 “황제는 겸허하고 자애로워야 한다”는 교육을 받다 보니 첫인 상은 좋았다. 하지만 실제 생활은 거칠었다. 유아독존이 몸에 배 있었다. 내시들에게 몽 둥이 찜질하기를 좋아했다. 핑계거리는 만 들면 됐다. 엉뚱한 명령을 내릴 때도 많았다. “너희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개다. 개처럼 네 발로 걸어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내시 들은 엉금엉금 기어 다녔다. 멍멍 소리가 작 으면 푸이의 몽둥이가 춤을 췄다. 푸제는 형과 달랐다. 겸손하고 말수가 적 었다. 내시들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부인 탕스샤(唐石霞·당석하)는 남편의 이런 성격을 싫어했다. 미덕이 아니라며 떨어져 사

궁중예절 익혔지만 생활은 정반대 개 흉내 내게 하고 트집잡아 몽둥이 동생 푸제는 말수 적고 행동도 겸손 아내의 연인 장쉐량에게 진로 상담 는 날이 많았다. 속으로 청년원수 장쉐량(張 學良·장학량)을 흠모했다. 장쉐량에 비하면 남편이나 푸이 따위는 성에 안 찼다. 옆에 붙 어다니는 황족이라는 것들도 무능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인력거 끌거나 전당포 출입할 날 이 멀지 않아 보였다. 장쉐량을 흠모하기는 푸제도 마찬가지였 다. “1926년, 20세 때 장쉐량을 처음 만났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사건이었다. 나는 이 청년 장군을 하늘처럼 우러러봤다. 일거일동을 주 시했다.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것을 보고 대 장부는 저래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 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순전히 무력 때문이 었다. 우리 집안이 지난날의 영광을 회복하 려면, 총잡이들부터 장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자 장쉐량을 찾아갔다. 군인이 되고 싶 다고 털어놨다.” 장쉐량도 푸제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푸 제는 사람이 괜찮았다. 나를 잘 따랐다. 나도 남처럼 대하지 않았다.” 탕스샤에 대해서는 험담과 칭찬을 오락가락했다. “훔쳐먹는 과 일이 더 맛있는 법이다. 푸제의 첫 번 째 부인 은 내가 만난 여자 중에서 가장 고약한 여자 였다. 뒷맛이 씁쓸했다. 매력은 당대에 따를 만한 여자가 없었다. 황후 감으로도 손색이

푸이(가운데 안경쓴 사람)와 푸제(맨 뒤)는 동생들과 우애가 깊어 여동생들을 끔직히 챙겼다. 뒷줄 오른쪽이 윈잉(韞潁). 1926년 텐진. [사진 김명호]

없었다. 사람을 휘어잡는 힘이 있었다. 금방 들통이 나서 그렇지, 연기력도 뛰어났다. 정 치가가 되었더라면, 세상을 우롱하고도 남을 여자였다. 방탕하고 음탕했다며 비난하지만 처신 하나만은 훌륭했다. 방탕이 문제지, 음

탕한 건 흠이 아니다.” 군인이 되고 싶다는 푸제의 청을 장쉐량 은 선뜻 들어줬다. “군인은 사람을 죽이기 위 해 온갖 지혜를 짜내야 하는 직업이다. 아무 나 하는 게 아니다. 백정과 비슷한 사주팔자

를 갖고 태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도 하 고 싶으면, 사관학교에 들어가라. 동북에 가 면 강무당(講武堂)이 있다. 나도 그곳에서 군 사학을 배웠다. 우리 아버지가 세운 군사학 교다. 입학은 내가 책임지마. 입학만 하면, 동

한 연구에 의하면 올림픽 시상대에 선 동메 달리스트들이 은메달리스트들보다 휠씬 밝 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은메달리스 트들은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쳤다는 아쉬 움이 강한 반면, 동메달리스트들은 노메달에 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크기 때문이다. 만 족감이란 이처럼 상대적이다. 인간의 선택행위 역시 주관적 만족감과 마 찬가지로 상대적인 기준을 따른다. 선택행위 가 현재를 기준으로 이익 추구 또는 손실 회 피의 방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음 을 보자. A. 99% 무지방 고기 B. 1% 지방 고기 당신은 A와 B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99% 무지방은 1% 지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A와 B는 같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 사람들 은 A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리의 뇌는 ‘무지방’은 좋은 것(이익)으로 인식하 는 반면, ‘지방’은 나쁜 것(손실)으로 인식하

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 처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 뤄지기 때문에 인지적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 면 A와 B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즉시 알아차 리기 어렵다. 심지어 ‘98% 무지방’이 ‘1% 지 방’보다 더 많이 선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위험도가 휠씬 높은 상황에서 선택행위는 어 떠할까. 다음을 보자. A. 생존율이 90%인 수술법 B. 사망률이 10%인 수술법 생존율 90%는 곧 사망률 10%를 의미하기 때문에 A와 B는 동일한 내용을 다르게 표현 한 것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존’은 좋은 것이고 희망을 주는 단어지만, ‘사망’은 기분 나쁘고 절망적인 단어다. 만약 당신이 의사이고, 당신의 환자가 수술 받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면 ‘생존율’을 강조하 고, 환자가 본인에게 해로운 수술을 고집한 다면 ‘사망률’을 강조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어떤 판단을 할 때 기

준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동 일한 내용이라 해도 어느 기준점에 의존해 표현하느냐에 따라 선택행위가 쉽게 변경된 다. 이를 프레임 효과(frame effect)라 하 는데, 이를 증명하는 유명한 실험은 다음과 같다. “만약 인구가 600명인 마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였고, 학자들이 다 음과 같이 두 종류의 백신을 개발했다”고 가 정한다. A. 200명은 생존하는 백신 B. 600명의 목숨을 구할 확률이 3분의 1, 모두 사망할 확률은 3분의 2인 백신 당신은 A와 B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실 험결과, 과반수를 휠씬 넘는 사람들이 A를 선택하였다. C. 400명은 사망하는 백신 D. 모두 생존할 확률의 3분의 1, 600명이 사망할 확률이 3분의 2인 백신 실험결과, 이번에는 과반수를 휠씬 넘은 사람들이 D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

북의 영화관은 모두 무료다.” 탕스샤는 남편 푸제와 함께 베이징 반점에 갔다가 장쉐량을 처음 만났다. 푸제가 옆에 있건 말건 장쉐량을 집으로 초청했다. 거절 할 장쉐량이 아니었다. “다음날 푸제의 집으 로 갔다. 마침 여동생들도 와 있었다. 하나같 이 귀태가 넘쳤다. 범접하기 힘들었다. 특히 막내 여동생 윈잉(온영·韞潁)은 도도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었다. 내게 눈길 한번 안줬다. 부인이 비단 보자기에 싼 두툼한 물건을 선물 이라며 내게 건넸다. 선물을 풀어본 나는 경 악했다. 몇 년간 신문에 실린 나에 관한 기사 들이 예쁘게 정리돼 있었다. 이 여자가 내게 생각이 있다고 직감했다.” 장쉐량이 탕스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탕 스샤도 살짝 눈을 흘기며 화답했다. 푸제는 장쉐량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시를 한 수 지었다며 화선지와 씨름하고 있었다. 이날 이후, 탕스샤는 장쉐량의 거처를 뻔 질나게 드나들었다. 푸제와는 차도 같이 안 마셨다. 탕스샤가 장쉐량의 정부라는 소문이 베이징 시내에 짜하게 퍼졌다. 푸제 한 사람 외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삼삼오오, 모 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던 사람들은 푸제 만 나타나면 입을 닫았다. 헛기침하며 키득거 렸다. 장제스의 북벌군이 베이징을 압박했다. 장 쉐량은 동북으로 철수할 준비를 서둘렀다. 푸제가 전화로 칭얼거렸다. “네가 떠나면, 동 북 강무당 입학을 의논할 사람이 없다. 방법 을 일러주기 바란다.” 장쉐량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인과 함 께 톈진으로 가라. 프랑스 조계에 가면 내 둘 째 부인이 있다. 그곳에 머무르면 내가 연락 하마.” 푸제는 시키는 대로 했다. 탕스샤도 군 말이 없었다. 몇 달 후, 장쉐량이 인편에 편지를 보냈다. “내 둘째 부인과 함께 동북으로 와라. 지금은 전시다. 여자 두 명과 함께 이동하는 것은 위 험하다. 둘째 부인은 내가 전쟁터에만 데리고 다닌 전쟁부인이라 겁이 없다. 네 부인은 톈 진의 내 집에 머무르게 해라.” 동북으로 가던 푸제는 다롄에서 억류됐다. 그 사이 톈진으 로 온 장쉐량은 탕스샤와 동거에 들어갔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탕스샤는 호화판 억류 생활을 마치고 돌 아온 푸제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푸이가 일본의 괴뢰로 전락하고 푸제가 일본 육군사 관학교에 입학하자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이 라며 황실과 완전히 결별하고 이혼을 요구했 다. 그 틈을 일본 군부가 파고들었다. 푸제와 일본 여인의 결혼을 추진한 것이다. <계속>

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생각을 지배하는 프레임의 마력

펴보면 A, B, C, D는 모두 동일한 내용이다. 이처럼 객관적으로 동일한 내용이라도 연구 자가 이익과 손실 중 어떤 방향의 프레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 행위는 정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충분한 인지적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 면 인간의 선택 행위는 프레임이 좌우한다. 언어를 무기로 싸우는 대중정치에서 프레임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이 때문에 대중정치 는 끊임없이 사회적 이슈를 프레임하는 과 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프레임에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다. 남들이 만든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슈의 내용을 판단하기 전에 이슈의 프레임 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누구나 성년이 되면 유권자가 된다. 하지만 프레임부터 따져 보는 현명한 유권자는 그냥 되지 않는다. 권 리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도모브로더 이사 james@brodeur.kr


30 Views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지금 우리에게 중도란 무엇인가 이응준 소설가

미워하는 것이 같은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와 사랑하는 것이 같은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 중 살기 좋은 나라는 어느 쪽일까? 너무 쉬운 질문이 아니냐고 코웃음치기 전에 우리는 과 연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누구나 다 읽은 듯 얘기하지만 정작 읽 은 사람이 흔하지는 않은 백범일지는 여러 모로 굉장한 가치를 지닌 책인데, 특히 상해 임시정부 시절에 대한 김구 선생의 회고는 현 재의 우리에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미년 대한민국 원년인 1919년에는 국내 외가 일치하여 독립운동에 매진하였으나 세 계 사조가 이념 갈등의 창궐인 고로 임정 내 부에서도 분파적 충돌이 격렬하였다. 심지어 는 국무위원들끼리도 서로 으르렁대기가 일 쑤였는데 가령 국무총리 이동휘는 공산혁명 을, 대통령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 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동휘가 은밀히 백범

을 공원으로 불러내 아우님도 나와 함께 공 산혁명에 참여하자고 꾄다. 백범의 반응은 단호해서, 공산주의는 러시아 공산당과 독일 사회민주당 좌파가 중심이 돼 결성한 국제공 산당 조직 코민테른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을 수 없음을 지적한 뒤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 독립운동이 한민족의 독자성을 떠나 서 어느 제3자의 지도·명령의 지배를 받는다 는 것은 자존성을 상실한 의존성 운동입니다. 선생은 우리 임시정부 헌장에 위배되는 말을 하심이 크게 옳지 못하니, 저는 선생의 지도를 따를 수 없으며 선생의 자중을 권고합니다.” 백범일지를 뒤적이다 보면 이 대목 말고 도 공산주의에 대한 백범의 경계와 경멸이 곳곳에 눈에 띈다. 따라서 마치 백범이 소위 진보 좌파의 정신적 태양처럼 오해받고 있는 것은 우파보다 좌파가 오히려 더 민족적인 색 채를 내세우는 대한민국의 비틀린 팔자 탓이 크다. 게다가 뭔가 찔리는 게 많은 인간들은 너도 나도 백범기념관에서 백범의 숭고한 어 깨 위에 맘대로 걸터앉아 선언을 하고 결성식 을 한다. 그들이 백범에 대해 뭘 제대로 알고

전쟁터 속 소녀들의 참상 김승진 세이브더칠드런 커뮤니케이션 부장

“반군이 마을로 들어와 여자 아이들을 끌 고 갔어요. 어른 여성이 아니라 소녀들이요. 숲으로 끌고 가 강간한 뒤에 버려두고 떠났 어요. 모두 16명이 끌려 갔어요. 한 명이 내 친구라서 알아요. 그때 그 애는 열네 살이었 어요.” 말리의 한 소녀가 분쟁 시기에 벌어진 성 폭력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다. 피해자 증언 을 토대로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작성한 보고서 ‘말할 수 없는 범죄: 분쟁 중 성폭 력’에는 십대 후반부터 심지어 대여섯 살짜 리 여자아이들이 겪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 운 상처가 가득하다. 어른들의 전쟁에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한다. 3년 넘게 이어지 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선 아동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 타인 가자 지구 사망자의 25%가 아동이다. 전쟁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인명 피해만이 아니다. 가족과 공동체가 아동을 보호하는 기능을 잃은 상황에서 아이들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특히 성폭력이 만연하면서 여자 아이들에게는 강간의 공 포가 일상이 된다. 시에라리온 내전 중 한 구호기관에 접수 된 성폭력 사례 중 70% 이상이 18세 미만 여아가 피해자였다. 이중 20%는 11세도 안 된 어린이였다. 또 분쟁 직후 2011~12년 라 이베리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나라 성폭 력 생존자 중 83%가 17세 이하였다. 성폭력이 전쟁 때만 일어나는 범죄는 아 니지만 전쟁은 아이들을 성폭력에서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질서와 보호망마저 파괴 한다. 적대 세력에 대한 보복으로 성폭력이 자행되기도 하고 무장세력이 성착취를 목적 으로 납치를 하기도 한다. 네팔의 한 여성은 무장세력의 근거지로 잡혀가 13살 때부터 3 년간 날마다 강간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무장세력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 다. 공동체의 질서·규범이 무너진 상황에서 여자아이들은 친척·주민·교사·종교지도자, 심지어는 평화유지군이나 구호 활동가에게 성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집이나 학교, 등하 교 길, 땔감 모으러 가는 길과 같은 일상의 공간이 너무나 위험한 장소가 된다.

극우극좌와 투쟁해야 하는 게 중도 그 어떤 혁명가보다도 치열함 필요 실력 없으면 갈등하는 소수에 불과

는 있는 것일까. 백범일지는 난중일기를 넘어서는 무 인(武人)의 책이다. 백범은 17세 소년도 일제 의 첩자로 판명되면 극형에 처했다고 담담히 술회한다. 백범은 불세출의 항일 독립운동가 고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지만 현실정치에서 는 실패한 사람이었다. 백범의 정적이었던 이 승만이 아무리 비호감일지라도 어쨌든 그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되는 쪽에 줄 세운 것만큼은 정당하게 평가해야 하듯, 우리는 백범이 북한을 방문했을 적에 이미 소련공화 국을 완성해놓은 김일성에게 느껴야 했던 절

해외 만평

망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백범은 소위 진보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며 소위 보수 우파의 껄 끄러운 상처도 아니다. 중도주의자 백범은 목 숨을 걸고 민족의 상잔과 분단을 막아보려 했 지만 그것은 냉전의 시대 격류와 김일성의 야 욕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우리의 중도 학살은 유서가 깊다. 조선왕조 내내 중도주의자들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려 죽었듯이 백 범은 암살자의 흉탄에 쓰러졌다. 이제 우리의 중도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바다 속으로 몸을 던져 자살하는 광장의 이명준이라는 나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중도만큼 정치적으로 래디컬한 입장 은 없다. 극우와도 싸우고 극좌와도 싸워야 하 기 때문이다. 중도주의자는 그 어느 혁명가보 다 치열하고 그 어느 애국자보다 중후하다. 흰 옷에 떨어진 피보다 선명한 중도는 회색주의 가 아니다. 중도는 어설픈 화해를 거부하고 옳 은 판단을 내려 행동하는 강력한 이성의 실현 이다. 사랑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아닌 너 의 무관심은 중용이 아니라 한갓 중간이며,

사랑할 때는 사랑하고 미워할 때는 미워하는 절도에 중용의 본질이 있노라고 우송(牛松) 김태길 선생은 갈파하지 않았던가. 아직도 대한민국 안에서 좌에게 이용당하 고 우에게 휘둘리고 있는 중도주의자 백범에 게 아쉬웠던 것은 정당성도, 의지도 아니었 다. 오직 힘이었다. 실력 없는 중도는 그저 갈 등하는 소수일 뿐이다. 우리가 백범의 정의로움을 존경하는 만큼 이젠 그를 기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의 정 의로움을 비극의 자리에서 승리의 자리로 옮 겨놓을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이 길이 바로 사 랑하는 것이 같은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를 만드는 길이며, 통일 대한민국을 해방정국 같 은 이념 충돌의 생지옥으로부터 구해내는 간 절한 기도일 터. 만약 이러한 희망과 노력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국가가 아니라 어둠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이응준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에 깨달음은 갑자 기 찾아온다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 국가의 사생활과 시집 애인 등을 냈다.

“저를 자꾸 의심하신다면   러시아,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연관성을 계속 부정.

딸을 보호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난민 부 모들은 어린 딸을 결혼시키기도 한다. 유니 세프에 따르면 요르단 당국에 등록된 시리 아 난민의 혼인 중 신부가 18세 미만인 경우 가 2013년 25%에 달했다. 2011년의 두 배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난 한 어린 신부의 아 버지는 “딸이 학교에 오가는 것 자체가 위 험해서 결혼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교 를 그만두고 6개월 전 결혼한 15살 딸은 “교 육을 잘 받아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으 면 화가 치민다”고 한다. 보호를 위해 내린 결정이지만, 조혼을 한 여아들은 또 다른 위험에 놓이곤 한다. 어린 나이에 잘 모르는 상대와 서둘러 결혼한 여 아들은 가정폭력의 대상이 되기 쉽고, 교육 중단으로 또래를 만날 기회가 차단돼 사회 적으로 고립된다. 또 미성숙한 신체로 성 지 식도 없이 경험하는 성관계·임신·출산은 건 강을 위협한다. 요르단에 사는 한 시리아 난 ©CLEMENT/Cartoon Arts International www.cartoonweb.com

독자 옴부즈맨 코너

성폭력 피해 대부분이 18세 미만 친반정부 세력 모두가 가해자들

무더위 잊게 한 S매거진의 싱싱생생 사진들

위험 피해 조혼하면 가정서 폭력

민 소녀는 1년 전 12살의 나이로 결혼해 지 금 임신 중인데, 몸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 다. 엄마가 되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나이 인데다 생계도 막막해 차라리 유산이 되길 원한다는 이 소녀는 3~4년 전만 해도 공부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어린이였다. 강간 피해자인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13 세 소녀는 “우리는 평화를, 전쟁이 없기를, 아이와 여성이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는 세 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 소녀에게 평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삶을 지키는 데 물이 나 식량만큼이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7월 28일은 1차 세계대전 발발 100년이 되는 날이다.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가 목격 했지만 과연 우리는 그것을 교훈 삼아 전쟁 없는 세상 쪽으로 얼마나 가까이 갔을까. 전 쟁의 상처를 겪은 소녀가 외치는 절박한 외 침에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

7월 20일자 중앙SUNDAY 1면과 4, 5면은 말레이시아 민항기 피격 사건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분쟁의 근황을 전했 다. 다양한 외신을 근거로 각국의 입장을 확 인할 수 있어 유익했다. 다만 특파원이나 종 군기자가 작성한 현지 리포트에 비해 현장 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 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최근 유럽~아시 아 항로를 보여주는 그래픽에 국적기 항로 가 표기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7·30 재·보 선에 나선 여야 거물 4인의 유세 기사는 6월 지방선거 때의 르포 기사와 비교하면 스케 치에 그친 느낌이다. 지난 호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사는 독일에 서 열린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모임’ 현지 취재였다. 과학자간의 열린 교류는 어떤 것인 지 사례가 생생했고, 독일이 기술 강국으로 자리잡은 배경도 가늠할 수 있었다. 아울러 독일의 월드컵 우승 이면에 다문화를 포용한 독일 사회의 성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조홍 식 교수의 칼럼도 흥미로웠다. 결승전에 우파 메르켈 총리가 좌파 가우크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해 통합을 과시하고 독일 국민이 메르켈 을 ‘민족의 어머니’로 부른다는 부분은 자연 스레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함영준의 사람과 세상’은 기성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현대사의 이면과 잊 혀진 뉴스메이커의 근황을 전해준다는 점 에서 반가운 연재다. 60이 넘은 부하의 새 길을 격려하기 위해 팔순의 퇴역 군인이 전 철역으로 걸어가는 모습에 뭉클했다는 필 자의 마음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타계한 지휘자 로린 마젤을 추모하 는 기사는 두 꼭지에 걸쳐 만날 수 있었다. 특히 S매거진에 실린 바이올리니스트 김정 민의 글은 자신의 연주 경험을 바탕으로 음 악가들만이 잡아낼 수 있는 마젤의 매력을 일반인도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 읽 는 맛이 더했다. 다만 김갑수 시인의 글 중 에 뉴욕필과의 계약 기간은 7년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스포츠면에서는 성공한 국내 골퍼들이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공개하길 꺼려하 는 풍토가 우리의 체면 문화에서 비롯됐다

는 칼럼이 눈에 띄었다. 후임 축구대표팀 감 독 물망에 오르는 해외 인사는 누구인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부패 스캔 들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움직임은 어떠한지 등 축구 현안에 대한 깊이있는 해 설기사도 기대해 본다. 프랑스에서 열린 반클리프 아펠의 보석 행사를 다룬 S매거진의 커버 사진은 마치 미술서적의 표지를 연상케했다. 이국적인 사진과 함께 행사의 상세 내용이 통신원의 시선이 움직이는 순서대로 서술돼 마치 동 화 속의 이벤트를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다. 명품이 예술에 기여할 방법론이 함께 제시 됐다면 더욱 좋았을 듯싶다. ‘히말라야 14 좌 사진전’ 기사는 가로로 길게 펼쳐진 호 수 사진이 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정호 공연예술잡지 ‘객석’ 기 자로 5년간 일했고 클래식 공연 기획사 빈체로에서 홍보·기획을 맡았다. 주말에 야구를 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Views 31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효율과 욕망의 올가미

국정운영 성공의 비책

황정근의

시대공감

공화 정신 핵심은 함께 일하는 것 독단 막고 지혜 모으는 협치가 기본 영혼 없이 받아쓰는 요즘 장관들 우리 헌법 속 공화주의 되새겨야

변호사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했다. 많이 달 라졌지만 제왕적 대통령이니 만기친람이니 하는 말이 아직도 회자된다.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국가경영의 비책은 무엇일까. 헌법 의 ‘공화’(共和, republic)에서 해답의 실마 리를 찾아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 조 제1항이다. 여기서 공화란 무슨 뜻일까. 학창 시절부터 늘 궁금했다. 민주공화국은 민주국과 공화국을 합친 말이다. 교과서에 는 공화국이란 비(非)군주국을 말한다고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런 소극적 의미 만 있을까. 필자의 세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내 민주공화당이 여당이었다. 자 유당·민주당·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민주 자유당에서 무슨 ‘주의(主義)’를 찾는다면, 자유주의·민주주의·공화주의 세 가지를 뽑 을 수 있다. 학자들은 우리나라 헌정체제가 이 세 이념의 혼합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공 화라는 정치용어를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혹시 민주공화당의 제3공화국 이미지가 남 아 있어 애써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것은 아 닐까. 민주정의당이 싫다고 정의(正義)를 버릴 수 없듯이, 공화라는 말도 그래서는 안 된다. 중국 주(周)의 10대 여왕(厲王)이 인사에 실패하고 정치를 그르치다가 BC 841년에 경·대부 등의 국인(國人)에게 쫓겨났다. 국 인폭동 사건이다. 그때부터 BC 828년까지 주정공과 소목공이 함께 국정을 맡았다. 이 러한 협치(協治)가 바로 공화의 유래다. 한 자 공(共)은 두 사람이 손을 합쳐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을 뜻한다. 고대 로마는 BC 510 년 왕정을 폐하고 약 450년 간 공화정(res publica)을 실시했다. 2명의 콘술(consul· 통령)이 함께 다스렸다. 콘술은 소 두 마리 가 함께 쟁기를 끈다는 뜻이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화정신 의 핵심은 바로 ‘함께 일하는 것’이다. 역사 학자 이태진 박사는 공화정신을 홍익인간 의 이념에 가장 가까운, ‘다 함께 잘 살기’ 라고 풀이했다. 그 이전에 함께 일하기가 먼 저다. 단지 혼자서 할 수 없어서 함께 일하 는 것이 아니다. 혼자 할 때의 실수를 줄이 고 서로 견제하자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 요즘 말로 하면 ‘팀 플레이’다. 팀 플레이는 혹시 생길 수 있는 독단을 막기 위한 지혜 다. 지혜로운 사람은 혼자만의 단점을 사용

하지 않고 우둔한 사람의 장점을 사용할 줄 안다. 변호사의 일도 그렇다. 사회가 복잡해지 고 전문화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줄 어들었다. 무리하면 혼자서도 할 수야 있 겠지만, 로펌에서는 철저한 팀 플레이를 늘 강조한다. 팀 플레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회의를 한다. 난상토론을 통해 사안을 정 리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 충분히 준 비하고 회의에 임해야 활발한 의견 개진, 실질적인 토론 및 발전적인 제언이 가능하 다. 받아쓰기만 하거나 준비 없이 즉흥 의 견만 개진하는 회의는 팀 플레이 정신에 맞 지 않다. 공화정신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 즉 견제 와 균형이다. 3권을 분립시키고, 행정부 내 에서도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이 국무 회의를 중심으로 국정을 함께 처리하도록 하는 이유다. 국무회의는 국정을 심의하고 토론하는 국정의 중심이다. 요식행위를 처 리하거나 지시를 받아 적는 데가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의장(president) 일 뿐이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사고로 직 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총리가 의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되어 있다(정부조직법 12조 2항). ‘책임대통령·책임총리·책임국 무위원’이 함께 일하라는 것이 헌법 정신 이다.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는 민회(民會)에 서 스트라테고(stratego·국가전략담당관) 10명을 뽑았다. 전략을 뜻하는 strategy의 유래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국민을 위 해 희망을 만들고 길을 닦는 현대판 스트 라테고다. 받아쓰기가 아니라 스스로 작문 과 논술을 할 줄 알고 그림을 그리는 전략 가가 되어야 그 격에 맞다. 임금도 함부로 오라가라 하지 못할 만큼의 무게감과 소신 과 판단력을 가진 불소지신(不召之臣), 임 금의 잘못에 대해 목숨 걸고 간언하는 악 악지신(諤諤之臣)이 되어야 제 몫을 다하 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최고대리인’(Surrogate -in-chief)으로서 그런 스트라테고들로 최강 팀을 만들고 그들을 스승이나 친구 로 생각하며 함께 일해야 한다. 위기의 시 기일수록 헌법의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 야 길이 보인다. 공화정신의 진정한 의미 를 되새겨볼 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 국이다.

크리스 리 작가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교수

유능한 사람의 일반적인 생활패턴은 아침 에 시계 알람이 울렸을 때 침대에서 미적거 리지 않고 바로 일어난다. 샤워를 한 후 식 사를 하고 인터넷이나 신문 등을 통해 뉴스 를 접한다. 이후 직장이나 학교로 향한다. 이들은 거의 지각하지 않는다. 유능한 사람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자 신의 삶을 채울 다양한 활동에 대해 중요도 나 시의성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실행한다 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편은 가장으로서 의 무를 다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능력 있 는 아내는 효율적으로 살림을 한다. 구체적 으로 말하면 이들은 자산 증식을 위해 한두 곳 정도 자금을 투자한다. 대인 관계에서도 동문회 등에 참석해 친구들과의 교분을 쌓 거나 교회에 나가 하나님뿐 아니라 지인들 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부동산 중개업 자, 증권사 직원, 은행원, 심지어 식료품점 점원과도 친분을 쌓는다. 장기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크건 작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리라. 이로 인해 유능한 가장이나 주부는 항상 바쁘다. 이런 생활 패턴이 만족감을 주 기도 하지만 때론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유능한 사람의 또 다른 조건은 남들이 볼 때 유쾌하고 호감을 줘야 한다. 자신이 재미 있는 사람이건 아니건 적어도 겉으로는 재 미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최신 영화를 관람하고 유행하는 농담과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시사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 다. 남들과의 대화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다. 한두 개 정도의 외국어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이들은 대개 건전한 취미를 갖고 있다. 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취미다. 가능 하면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여줄 수 있는 외국 여행도 즐긴다. 이런 취미와 여행 등이 자신의 일에 직접 연관돼 이익을 준다 면 더욱 좋은 일이다.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다재다능할 필 요는 없지만 대개 낮에는 생산적이고, 저녁 에는 활동적으로 생활한다. 매일 저녁 소파 에 파묻힌 채 TV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이 들은 저녁 시간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삶을 위해 이들은 자신

의 시간을 시 단위, 날짜 단위로 쪼개 살아 간다. 그러나 이 같은 효율적인 삶의 방식이 항 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효율만을 추구하 다 보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성공의 궁 극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 효율과 욕망으로만 채워진 통 속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창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나 사상은 대 부분은 정적인 고요함에서 시작된다.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실행하기 위해 생각할 시간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 사 색을 할 시간이다. 이는 효율성에 기반한 수 치로는 계산할 수 없다. 또 효율만을 따지는 사회에서 잠시 떨어져서 생각할 줄도 알아 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능력을 갖춘 성 숙한 인간이 될 수 있다.

이익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사회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곪게 마련 세월호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세월호 참사 때 보여준 해양경찰과 구원 파, 한국 국회의 행태는 반성을 위한 좋은 사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람들도 처 음부터 삶을 그렇게 이기주의적이거나 근시 안적으로 시작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회가 양적으로만 팽창해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 로 가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욕망 때문 이다. 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인도하 는 꼴이다. 진정으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열심히 생 활하면서도 보편적인 사고를 한다.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도 5~10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 원치 않아도 역사는 반복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효율과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잠시 떨어져 다시 한번 생각해 더 나 은 결론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좀 더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것이다. 크리스 리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2012년 소설 떠도 는 집(Drifting House)으로 데뷔했다. 연세대 언더우 드 국제대학(UIC)에서 문학창작을 가르친다.

말말말

On Sunday

혁신과 양치기 소년

“마치 동작을(乙)에 후보가 단 둘인 것처럼  ” 김종철 노동당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후보,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야권연대를 한다면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게 양자 토론을 제안했다며.

박신홍 정치부문 기자 jbjean@joongang.co.kr

혁신(革新)은 묵은 풍속이나 관습·조직 등 을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한다는 뜻을 갖 고 있다. 갓 벗겨낸 가죽인 피(皮)를 무두 질해 새 것처럼 만든 가죽이 혁(革)이다. 그 러니 피를 혁으로 탈바꿈하듯 혁신은 기존 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키워 180도 면모 를 일신함을 일컫는다 하겠다. 이노베이션 (innovation)이란 영어를 떠올리면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기술혁신이나 혁신기업 등 특히 경제 분야에서 첨단을 상징하는 아 이콘으로 자리매김해온 게 혁신이다. 새롭다는 것은 늘 긍정적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혁명(革命)이나 개혁(改革)과는 또 다른 어감이다. 혁명은 모든 걸 뒤집는 속성상 급진적 변화를 꺼리는 이들에겐 부 담스러운 단어다. 반대로 개혁은 지지부진 하다는 이미지를 수반한다. 여기엔 역대 정 부가 내세웠던 개혁이 매번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례도 한몫한다. 이에 비해 혁 신은 혁명보다는 안정감 있고 개혁보다는 참신한 이미지를 내포한다. 그런 점에서 현 대의 역사가 혁명의 시대에서 개혁의 시대 로, 21세기 들어 혁신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 다는 학계의 진단은 의미심장하다. 혁신을 국정 키워드로 본격 내세운 건 노 무현 정부 때였다. 참여혁신수석을 신설하 고 혁신도시를 추진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 들은 혁신학교를 세웠다. 과거의 얘기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혁신 을 앞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 은 국가개조라는 구호도 국가혁신으로 바 꿔놨다. 야당의 제언을 곧바로 수용하면서 다.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후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혁신을 앞세우며 한 표를 호소했 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는 ‘혁신작렬’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바야흐로 혁신 만능 의 시대가 도래한 모습이다. 새누리당 혁신 드라이브의 절정은 이준 석 위원장을 앞세워 야심차게 발족한 혁신 위원회다. 이름도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

위원회, 줄여서 ‘새바위’로 정했다. 인기 예 능프로인 ‘세바퀴’를 패러디했는데, 선거 때마다 무슨 쇼냐는 비판 속에서도 잇따라 혁신안을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전당대 회가 끝나고 재·보선을 치른 뒤 새바위가 흐 지부지 사라져 버린다면 “선거 때만 되면 혁 신을 외치더니 늘 그랬듯 용두사미로 끝났 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준석 위원장도 이대로 혁신위를 마감하면 자기 이미지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기존 정 치인의 구태를 답습한다는 평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서 또 다시 혁신을 외칠 때 누가 그 진정성을 믿어주겠는가. 양치기 소년이 따로 없다는 비아냥만 받기 십상일 게다. 한계효용 체감 의 법칙도 있지 않은가. 혁신이란 단어마저 오염되면 국민은 또 어떤 단어를 기대해야 한단 말인가. 깜짝쇼도 삼세번은 힘들다. 승 패를 떠나 재·보선 이후 이준석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항복서에 도장 찍을 놈도 없게 다 쓸어버리라” 북한 노동신문, 27일 정전기념일을 앞두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해 3월 초정밀 무인타 격기 훈련 지도 때 한 발언을 소개하며.

“선진국 장기침체 예측, 맞을지도”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만성적 수요 부진으로 인한 장기 침체를 경고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진단이 맞을 수 있다며.

Numbers

지난 한 주간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의 L당 평균 가격. 휘발유 값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유 값 은 L당 1659.1원으로 19주째 연속 하락 세다. 한국석유공사는 국제통화기금 (IMF)의 잇따른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달러화 강세 등에 힘입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32 AD

제385호 2014년 7월 27일~7월 28일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