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머리말 한강이 말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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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역사가 흐르는 한강에서 미래를 생각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 공기, 물이다. 이중 에 물은 작은 샘에서 시작하여 내川가 되고, 내가 모여 강江이 된다. 마치 인간의 몸이 미세한 핏줄에서 시작되어 정맥과 동맥으로 연 결되어 심장을 드나들 듯 작은 시내가 모여들어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다시 하늘에 올라가 빗방울이 되어 땅에 떨어져 순환한다. 인간은 강을 닮고 강은 인간을 닮는 것인가. 도시는 강을 따라 형성되는데 런던은 템즈강, 파리는 세느강, 서 울은 한강 유역에서 형성되었다. 한강은 서울 시민의 젖줄이고 핏줄이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사람들이 한강물을 길어서 마시고, 한강 물에서 빨래를 하고, 한강물로 농사를 지었다. 한강 유역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6천여 년 전쯤으로, 암사동의 선사유적에 의해 추정되지만 더 오래전에 우리의 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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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역사 이전의 선사인들, 어쩌면 원고시대 사람들이 살았을 가능 성도 있다. 그러므로 한강 곳곳에는 우리 조상의 얼과 흔적이 남아 있다. 어 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가 발을 딛는 모든 곳, 돌멩이 하나 풀 한 포 기에도 조상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들의 발자 국은 바람에 날리고, 눈비에 씻겨 사라졌지만 자취는 그림 속에, 글 속에, 유적으로 남아서 옛 이야기를 전해 준다. 한강의 기적으로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지만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우리 조상들이 한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먹을 물을 긷고, 빨래 를 하고, 뱃놀이를 즐겼다. 뚝섬에는 떼꾼들이 모여 들었고, 절두산에는 순교자들이 피를 흘렸고, 마포나루에는 새우젓 냄새가 진동하고, 제천정 옛터에는 시인ㆍ묵객의 풍류가 강물처럼 흐른다. 한강이 오죽 아름다웠으면 서거정은 아름다운 서정시 <한도십 영>을 남겼고, 정선은 한강의 모습을 그린 <양천팔경>과 <경교명습 첩> 같은 수십 폭의 진경산수화를 남겼겠는가. <한강이 말걸다>는 우리 선조들의 얼과 발자취가 남아 있는 정 자, 전설, 기록 등을 이야기로 되살려 사라져간 것들을 기억하기 위 한 책이다. 우리 선조들이 한강에 남겨 놓은 발자취는 기록이든 그림이든 이야기이든, 우리의 역사다. 한강 5천 년 역사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한강의 역사, 한강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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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로 만들어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조지 산타야나가 말한 것처럼 역사 를 읽는 것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조지 산타야나는 “과 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라는 말 을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 해서 역사를 읽는 셈이다. 한강은 도도하게 흐르고 역사도 도도하게 흐른다. 5천 년 역사를 돌아볼 때 시련과 좌절이 적지 않았다. 한강은 이 러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지켜보면서 묵묵히 흘렀다. 한강은 근대에서 현대까지 눈부신 변화를 겪었다. 한강에 철교와 다리가 놓이면서 우리는 근대화를 향해 질주하 였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질풍노도처럼 달렸다. 그 바람에 한강에는 양평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수십 개의 다리가 놓였고 주 변은 아파트 숲이 되었다. 그러나 수질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 되었다. 우리는 한강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오염된 환경을 되살리 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그에 따라 한강은 서울시민의 식수로 활용될 수 있을 만큼 깨끗해졌고, 세계 어느 도시의 강과 비 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가꾸어졌다. 이번 한강매력명소 사업을 통해 한강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한강의 옛 모습 뿐만 아니라 한강을 터전으로 살아간 옛 사람들의 이야기, 동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듣고,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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